집중점검 뉴스미디어의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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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이슈 전망 메르스와 언론 보도 모바일 시대 언론사들의 대응 전략 언론과 빅데이터 김영란법과 언론 윤리 새로운 뉴스 서비스와 저널리즘의 경계 언론사 수익모델 변화와 전망 언론사의 글로벌 전략 포털 뉴스 생태계 점검 네이티브 광고 쟁점과 전망 모바일 스토리 텔링 키워드로 본 2015 언론 결산 세계기록유산 된 ‘이산가족 찾기’ 생방송 IT 기업들의 뉴스 전쟁(하)-삼성, 애플 그리고 구글 12 2015 NO.540 9 771227 539505 12 ISSN 1227-5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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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이슈 전망

메르스와 언론보도

모바일 시대 언론사들의 대응 전략

언론과 빅데이터

김영란법과 언론윤리

새로운 뉴스

서비스와 저널리즘의 경계

언론사 수익모델

변화와 전망

언론사의 글로벌 전략

포털 뉴스

생태계 점검

네이티브 광고 쟁점과 전망

모바일 스토리텔링

특 집 키워드로 본 2015 언론 결산 세계기록유산된‘이산가족찾기’생방송

IT기업들의뉴스전쟁(하)-삼성,애플그리고구글

특집키워드로본2015언론결산

122015 NO.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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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

N 1

227-

5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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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본 2015 언론 결산

006 모바일 향한 바쁜 발걸음-수익 전망은 ‘아직 흐림’ 신문/이은주

012 새로운 방송 포맷 등장, 제작 시장 뛰어든 차이나머니 방송/임정수

016 한국식 디지털·모바일 혁신 실험 중 인터넷/최진순

020 모바일과 기술이 주도하는 ‘일상화된 격동’의 시대

광고/한규훈

특집

12 2015 / no.540

미디어 이슈 전망/

포털의 뉴스 검색 알고리즘 /

모바일 시대 언론사들의 대응 전략 / 언론과 빅데이터 /

김영란법과 언론윤리/ 다변화

하는 언론사의 수익모델/언론사의

글로벌 전략/새로운 뉴스서비스

와 저널리즘의 경계 / 포털 뉴스 생태계 점검 / 네이티브 광고 /

모바일 스토리텔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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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점검 - 세계기록유산된‘이산가족찾기’생방송

026 세계가 인정한 ‘138일 생방송의 기적’ ‘KBS이산가족을찾습니다’유네스코세계기록유산등재/송기윤

029 전 세계 놀라게 한 치유와 화합의 프로그램 좌담:‘이산가족찾기’생방송기획부터기록유산등재까지/이유미

035 전 국민의 씻김굿…그해 여름은 뜨거웠네! ‘KBS이산가족을찾습니다’취재기/김기만

집중점검 - ‘뉴스미디어의미래’토론회

040 자율규제 내실화·포털 책무 강화 시스템 구축 인터넷공간의언론신뢰성제고방안/김선호

043 ‘머리는 디지털, 조직·인력은 페이퍼’ 이분화부터 극복 디지털및모바일혁신방안/정재민

048 ‘뉴스·정보 복지 지표’ 개발, 뉴스 리터러시 교육 시급 미디어정보복지개선방안/유홍식

언론 현장

052 자살보도 좋아졌나? “느리지만 긍정적 변화 보여” 한국기자협회자살예방우수기관선정과언론의자살보도변화/김영욱

057 내 맘대로 쓸 테니 읽고 싶은 대로 읽어라? ‘캣맘사건’보도의문제점/진경호

061 이산가족의 아픔은 컸고 남북의 거리는 멀었다 2008년후7년만에다시가본금강산/김대훈

취재기·제작기

067 경쟁만 외치는 불협화음 시대 ‘착한 이들의 소나타’ MBN‘협동프로젝트-신부자수업’/김구환

산업·정책

074 실험을 넘어 새 비즈 모델 개발로 이어지길 매일경제,국내언론최초사내벤처경진대회/손재권

078 흔들림 없는 독자 충성도, “종이신문 발행 희망” 84.5% 신문독자의식조사:30년뒤에도종이신문본다/김위근

084 데이터 신뢰도 높이고 개인정보 보호 강화해야 빅데이터정보활용의문제/홍승필

088 ‘뉴스를 무기로’ 단말기·플랫폼 시장의 ‘왕좌의 게임’ IT기업들의뉴스전쟁(하)-삼성,애플그리고구글/김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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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포럼

094 초연결 시대 방송의 미래, 그리고 인간 경험을 논하다 2015한국방송학회가을철정기학술대회/김선호

097 디지털 날개 단 지역신문, 미래 향해 날아오르길 2015지역신문콘퍼런스/김미라

102 다양한 미디어 분석에 응용 가능한 만능 툴 제공 미국미디어리터러시센터연수기/한유승

106 광복 70년, 방송기자 탄생 70년 기획 시리즈 12 뉴스 보도의 초석 세운 방송 저널리즘의 레전드

민방최초의보도데스크:전응덕/김성호

110 세상을 바꾼 보도 11 우리는 아무도 말하지 않는 것을 보도한다

한국언론에필요한미래의보도준칙/안수찬

미디어 월드 와이드

117 미국

아마존-뉴욕타임스 신경전 배경엔 언론 주도권 싸움 / 이강원

121 영국

상업방송 ITV, 경쟁사 BBC에 “시장질서 교란한다” 비판 / 김지현

125 프랑스

언론사 직접 지원 제도, “인종차별 잡지는 안 돼” / 최지선

128 일본

방송윤리기구, 정부의 ‘방송 자율성 침해’ 공개 비판 / 곽선영

재단 소식

132 지자체와 언론인교육 첫 협업 재단,강원도와지역언론역량강화MOU체결

12 2015 / no.540

정기구독신청 한국언론진흥재단 조사분석팀 1년 구독료 4만원(낱권 4,000원)

은행온라인으로 입금할 경우 계좌번호: 농협 056-01-103703(예금주: 한국언론진흥재단) 입금 후

독자의 이름, 주소, 전화번호, 구독기간을 알려주십시오(02-2001-7512).

“부정부패 없는 청렴사회,

거듭나는 대한민국”

발행인김병호편집인우득정편집위원김영주·한국언론진흥재단연구센터장|김선호·한국언론진흥재단연구위원|

강수진·동아일보문화부장|구본권·한겨레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김익현·지디넷코리아미디어연구소장|김준호·KBS

사회2부팀장|호경업·조선일보기획팀장|홍원식·동덕여대교양학부교수진행조사분석팀오수정팀장|이상헌과장|이유미

사원|강수현인턴등록1964년3월26일라-1881호인쇄 2015년12월2일발행2015년12월4일발행처한국언론진흥재단

04520서울중구세종대로124전화(02)2001-7758팩스(02)2001-7740이메일[email protected]편집·제작아르떼203

인쇄 도야인쇄•게재된글은한국언론진흥재단의공식견해가아닌필자개인의견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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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이슈 전망

메르스와 언론보도

모바일 시대 언론사들의 대응 전략

언론과 빅데이터

김영란법과 언론윤리

새로운 뉴스

서비스와 저널리즘의 경계

언론사 수익모델

변화와 전망

언론사의 글로벌 전략

포털 뉴스

생태계 점검

네이티브 광고 쟁점과 전망

모바일 스토리텔링

키워드로 본2015 언론 결산모바일 향한 바쁜 발걸음-수익 전망은 ‘아직 흐림’신문/이은주

새로운 방송 포맷 등장, 제작 시장 뛰어든 차이나머니방송/임정수

한국식 디지털·모바일 혁신 실험 중인터넷/최진순

모바일과 기술이 주도하는 ‘일상화된 격동’의 시대광고/한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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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006 신문과방송 12 2015

키워드로 본 2015 언론 결산

이은주

서강대언론문화연구소책임연구원

신문

모바일 향한 바쁜 발걸음수익 전망은 ‘아직 흐림’

지난해는 ‘디지털 퍼스트’라는 구호 아래 한국 언론

혁신의 점화, 시동을 건 한 해였다고 표현했다. 그런

데 올 한 해는 이미 ‘모바일 퍼스트’ ‘모바일 온리’에

마주서고 있었다. 모바일 대세를 대하는 신문 기업

의 대응과 2015년을 결산하며 성과와 과제를 적어

본다.

1. 이용자/광고비/매출액 모두 종이를 떠나

종이신문을 떠나는 변화를 알 수 있는 수치들은 이

전보다 더욱 떨어지거나 격차가 벌어졌다. <2014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종이신문 열독

률은 2013년 33.8%에서 2014년 30.7%로 계속 하

락한다. 신문 열독 시간 역시 하루 평균 12분에서

10.4분으로 줄었다. 구독률도 20.4%에서 20.2%로

줄었다. 미디어 이용률이 2013년 처음으로 이동형

인터넷(68.0%)이 고정형 인터넷(64.4%)을 넘어선

이후, 2014년 그 격차는 더욱 커져 모바일 이용률이

69.5%, 고정형 인터넷은 57.8%이다.1 현재 분석 중

인 <2015 언론수용자 의식조사> 역시 신문 관련 지

경향신문이 지난 9월 출범한 '향이네'. SNS 및 모바일에 최적화된 포맷

뉴스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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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특집 | 키워드로 본 2015 언론 결산

표들은 어디까지 떨어질까? 모바일 대세의 증가로

인해 얼마나 격차가 날까? 반전은 없을 것이다.

신문 시장의 주 수입원인 광고 시장 규모를 살

펴보면, 2013년 9조 5,890억 원에서 2014년 9조

6,477억 원으로 소폭(0.6%) 상승했지만 물가상승률

(1.3%)을 감안하면 마이너스 성장으로 볼 수 있다.

신문은 1조 5,447억 원에서 1조 4,943억 원으로 줄

었고, 매체별 광고비 비중 역시 16.1%에서 15.5%

로 계속해서 또 줄었다. 반면 종편을 포함한 케이블

TV 광고비 비중은 14.4%에서 14.9%로, 1조 3,825억

원에서 1조 4,350억 원으로 늘어 해마다 점증하고

있다. 모바일 광고는 당해 연도 비중이 2011년 0.6%

에서 2012년 2.1%(2,100억 원), 2013년 4.8%(4,600억

원)로 전년 대비 2배 넘게 성장, 광고비 규모를 떠나

획기적 성장세를 예상했다. 2014년 역시 82.4%의

성장률을 보이며 8,391억 원을 차지했다.2 총광고

비의 다소 증가 속, 신문광고비의 하락 추세, 모바일

광고의 높은 성장률 추세 역시 내년 초 2015년 정산

총광고비 발표에서 수치는 변하겠지만 반전은 없을

것이다.

신문 기업들의 경영 실태 역시 예상대로 매출과

수익의 정체와 하락이다. 이상기가 분석한 도표를

중심으로 설명하면, 2014년 금융감독원 공시를 통

해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34개 신문사들은 전년 대

비 –2.41% 성장으로 총 2조 3,614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역종합일간지(2.86%)와 경제지(1.7%)

를 제외한 나머지 유형은 모두 마이너스 성장했고,

전국종합일간지 11개사 매출 총액은 1조 4,153억

5,300만 원으로 전년보다 415억 감소, -2.85% 성장

률을 보였다. 당기순이익(손실)은 매출액 감소 경향

과 함께 전년 대비 –6.29%(-46억 6,600만 원) 성장

한 695억 원을 거두었다. 11개 전국종합일간지의 당

기순이익 증가율 역시 –24.62%로 역성장한 450억

원이며, 매출액에서는 다소 신장을 보였던 9개 지역

종합일간지는 82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매출액과 당기순이익 모두 정(+)적 성장을 보인 것

은 경제지가 유일한 것으로 나타났다.3

2. 이용자/광고/기업 다 함께 모바일로

모바일로 향하는 이용자들의 미디어와 뉴스 소비

증가는 종이는 떠나지만 뉴스의 미래가 종이의 운

명과는 다를 수 있다는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먼

저 앞서 살펴본 미디어 이용률에서의 모바일 대세

는 전체 미디어 이용 시간 점유율에서도 확인됐다.

모든 매체가 하락했지만 이동형 인터넷은 하루 평

균 60.2분으로 전년도 53.7분보다 늘었고, 점유율

도 14.9%에서 17.7%로 늘었다. 특히 뉴스 이용과 관

련해 미디어별 뉴스 이용률에서 이동형·고정형 인

모바일로 향하는 이용자들의 뉴스 소비 증가는

뉴스의 미래가 종이의 운명과는 다를 수 있다는 단서를 제공한다.

또 모바일 광고 비중 증가 추세는 신문업계가 갈 곳을 보여준다.

이용자가 있는 곳에 광고가 있고, 거기에 뉴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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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8 신문과방송 12 2015

터넷을 통한 뉴스 이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함은 물

론 소셜 미디어와 모바일 앱에서도 전년보다 증가

했다. 결합열독률 추이 역시 2013년 대비 종이신문

(33.8%→30.7%)과 고정형 인터넷(50.7%→47.7%)이

하락했어도 이동형 인터넷(55.3%→59.6%) 열독률

의 상승을 통해 76.4%에서 78.0%로 소폭 증가 추세

이다.4

모바일 광고의 높은 성장률처럼, 온라인 광고 상

품별 점유율을 보면 모바일 광고 비중의 급증 역시

잘 알 수 있다. 2011년 처음 4%이던 모바일 광고 비

중은 2014년 29%를 차지했고, 2015년 33%로 예상

됐다. 같은 기간 검색광고 비중은 66%에서 48%로,

예상치는 45%이며, 노출형광고는 30%에서 23%

로 줄었고, 예상치는 22%였다. 이용자들의 모바일

뉴스 이용 증가와 함께 모바일 광고 비중 증가 추세

는 신문업계가 갈 곳을 보여주고 있다. 이용자가 있

는 곳에 광고가 있고, 기업이 있다. 거기에 뉴스가

있다.5

2014년은 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가 국내에서

의 뉴스 혁신에 촉매제가 됐다면, 2015년은 페이스

북, 트위터 같은 SNS와 구글, 애플, 삼성 등 IT 기업

들의 뉴스 서비스 출발이 주는 메시지가 주목된다.

2015년 5월 페이스북 ‘인스턴트 아티클’의 시작은

초기 9개 해외 유력 언론사의 참여를 성공시키고,

신규계약 미디어사를 늘려가고 있다. 트위터 역시

‘프로젝트 라이트닝’으로 시작한 뉴스 프로젝트를

10월 ‘모멘츠’란 뉴스 서비스로 본격화했다. 김익현

에 의하면,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뉴스 서비스는 다

양한 차이가 있지만 모바일과 소셜 미디어가 지배

하는 시대에서 뉴스가 최고의 킬러 콘텐츠라는 점

을 보여준다고 적고 있다. 또한 두 서비스 모두 뉴스

를 좀 더 잘 볼 수 있도록 해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

이용자들이 있는 ‘모바일’로의 이동은 디지털 시대 언론이 가야 할 정방향이다. 올해 우리 신문들은 모바일 전용 콘텐츠를 신설하거나 심화하는 데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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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특집 | 키워드로 본 2015 언론 결산

더 많은 이용자들을 오래 잡아놓을 수 있는 방안을

찾은 것으로 설명했다.6

3. 혁신의 진화, 모바일용 콘텐츠, 다양한 저널리즘

디지털·모바일 시대에 답하는 국내 뉴스 기업의 혁

신은 올해도 이어졌다. 먼저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초까지는 CMS 개편의 시도와 준비, 다양한 디지털

혁신 콘텐츠 실험-카드뉴스, 팟캐스트 등 대중화,

에버그린 콘텐츠-지속가능한 저널리즘의 시도, 멀

티 콘텐츠 전략-디지털 스토리텔링도 주목되는 등

한마디로 디지털 퍼스트 혁신의 시도와 콘텐츠 실

험이다. 지난해 9월 파이낸셜뉴스의 국내 최초 CMS

전환은 올 상반기 개편 작업을 마무리하고 온라인

용 기사를 최우선으로 제작하는 방향이다. CMS에

다양한 기능을 넣기도 했고, 기사 알고리즘 분석을

통해 관련 기사를 모아볼 수 있도록 시도하고 있다

고 전했다.7 콘텐츠 실험은 카드뉴스나 인터랙티브

뉴스를 선보이는 언론을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

아졌다. 스마트 기기에 최적화된 맞춤 뉴스와 동영

상 서비스, 팟캐스트, PT뉴스 등 간단하고 유용한

형식의 다변화가 늘어났다. 속보 경쟁과 어뷰징 기

사가 늘어나는 가운데서도 새롭고 다양한 저널리즘

에 대한 시도 역시 이어졌다. 과거 주간지나 월간지

를 통해 르포르타주 형식으로 연재됐던 기사들이

있었다면 경남도민일보(남해안 적조 기사)나 부산일

보(석면쇼크, 부산이 아프다) 등은 데이터베이스에 기

초하고, 시민들의 참여 인터랙티브 뉴스 제작을 병

행해 옛 기사를 현재와 연결한 지속가능한 기획탐

사뉴스, 맥락 저널리즘의 예가 될 만하다. 멀티 콘텐

츠 전략으로는 SBS ‘취재파일’, 한겨레 ‘뉴스AS’, 국

민일보 ‘친절한 쿡기자’ 등도 주목받는 뉴스이다. 특

히 SBS ‘스브스뉴스’는 SNS를 통해 별개의 브랜드

를 만든 것으로 회자되고 있다.8

둘째, 2015년은 디지털 혁신의 진화-2단계 추진

과 후발 언론의 실험 시작, 모바일 전용 콘텐츠 신설

과 심화로 요약할 수 있다. 조직 개편과 통합 CMS

개발에 나선 언론사가 늘었고, 자사 혁신보고서 및

실행을 진행 중이다.9 한겨레는 혁신 3.0의 2단계안

으로 융합편집국 구축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특히

개인화 서비스 구현과 모바일 기기 내 세 가지 버전

메뉴탭도 인상적으로 전하고 있다.10 한국일보 역시

연내 통합 CMS 도입 예정이며 콘텐츠 혁신과 디지

털에 힘을 쏟는다. 클린&콘텐츠 원칙을 정해 콘텐

츠 경쟁력을 키우고, 다양한 온라인 전용 콘텐츠를

늘려나갔다.11 중앙일보는 종이신문이 가진 저널리

즘 원칙을 살리면서 디지털 혁신을 한다는 전략으

로 9월 혁신보고서를 발표했다. 아직 평기자 열람은

제한되고 있지만 콘텐츠의 차별화와 기획력 강화,

맞춤형 기사 강화 등 질 높은 콘텐츠 생산 주문도 계

획했다. 혁신보고서를 바탕으로 연말까지 뉴스룸

개편과 차별화된 디지털 콘텐츠 생산 등을 시도할

것으로 전한다.12

경향신문은 9월 새롭게 ‘향이네’를 출범, SNS 플

랫폼, 모바일에 최적화된 포맷 뉴스를 다양화하고

있다. ‘정리뉴스’ ‘가지가지뉴스’ 등 카테고리를 신

설해 연재하고, 20년 전 미래분석 기사도 현재 재점

검 기사로 연재하는 등 흥미롭다. 한국일보, 오마이

뉴스 등의 체험기사 역시 SNS상에 유통되며 이용

자들의 인기를 얻었다.13 서울경제는 9월 디지털 뉴

스 ‘썸’을 론칭, 디지털미디어부를 새로 꾸리며 전용

콘텐츠 생산을 시작했다. 세계일보는 8월 온라인 무

게 중심을 위한 세계닷컴과의 통합 추진 완료, CMS

구축, 디지털미디어국 신설 등 종이신문에 기획과

심도 깊은 취재 기사, 오피니언을 싣고, 온라인에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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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 신문과방송 12 2015

보와 모바일 전용 콘텐츠를 강화할 계획을 추진 중

이다.14 이외 동아일보, 중앙일보, 한국경제 등의 모

바일용 뉴스 콘텐츠 제작 현황15과 또한 조직과 인

력 통합 후 디지털 콘텐츠 생산을 시작한 언론사의

최근 예시로 한겨레, 경향, 조선, 중앙, 한국경제, 한

국 등이 소개되고 있다.16

지역신문의 혁신도 주목할 만하다. 2015 지역신

문 콘퍼런스(11월 6일)를 통해 수상한 사례를 보면,

충청리뷰는 청주지역 내 이야기들을 지면기사와 동

시에 카드뉴스로 제작, 특히 ‘봉지맨 아저씨’ 기사

는 독자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경남도민일보의 뉴

스펀딩이자 인터랙티브 사례, 충북일보의 도시 재

생 이야기는 기획심층취재 등에서 모범적인 사례로

꼽힌다.17 지역과 독자 밀착형 보도, 콘텐츠 질 강화,

기술과 전략 교육을 통한 지역신문 역량 강화와 공

유 등 급변하는 환경 속 지역신문들의 혁신 역시 진

행 중이다.

마지막으로 신문 기업들의 혁신 행위를 넘어

2015년은 다양한 저널리즘 유형들이 제안됐다. 큐

레이션 서비스의 대중화에 따른 논쟁은 물론 빅데

이터, 알고리즘, 드론, 로봇 저널리즘에 대한 논의의

시작과 관심이 주목된 한 해였다. 뉴스 콘텐츠의 질,

내용과의 관련성은 물론 유통방식과 이용자 분석,

생산주체와도 관련되어 내년에는 더욱 심화될 주제

들로 보인다.

4. 혁신의 어려움-각 사를 넘어 공동 대응 필요

지난해는 세월호 참사로 인해 저널리즘과 경영 모

든 면에서 언론 참사로 이어졌던 한 해를 보냈다. 올

해 메르스 재앙 역시 보도 면에서도, 경기침체로 인

한 언론의 수익 면에서도 여전히 나아질 수 없는 조

건을 구성했다. 근본적으로 재난보도와 위험·위기

관리에 대응하는 우리 언론의 역할과 윤리는 무엇

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언론만의 문제가 아니기에

비껴가고자 한다. 지난 2년 신문사들의 혁신은 진화

된 행보로 보이나, 가야 할 정방향임에도 불구하고

어려움은 상존한다.

가장 큰 어려움은 모바일 퍼스트만을 중심으로

할 수 없는 구조라는 점이다. 현실은 종이와 웹, 모

바일, SNS 활용도까지 모두 새롭게 병행해야 한다.

모바일 퍼스트만이 아니라 종이도 퍼스트, 고정형

PC도 퍼스트다. 선택과 집중이 어려운 둘, 셋 모두

병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외 지면 중심의 기존 뉴

스룸 문화나 기술과의 충돌도 계속된다. 아직까지

전문 인력의 채용에는 투자가 인색하고, 지면 중심

제작 관행은 그대로인 점도 장애가 될 수 있다. 업무

량 증가에 따른 일선 기자들의 불만도 있을 것이며,

실질적인 조직 개편이나 인력 충원 없이 현장 기자

들만 과로하는 상황에서는 제대로 된 콘텐츠가 나

올 수 없다고도 지적한다. 우병현에 따르면, 해외 언

론사들이 뉴스 기업을 기자 조직에서 디지털 회사

로 전환하는 혁신을 시도하고 있어도 국내 언론사

에서 기술 직종의 위상은 비주류이며, 우수한 기술

인력을 신규 채용해 뉴스룸의 핵심 역할을 맡기는

것 역시 실현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전한다.18

또한 비전과 수익에 대한 전망에 답이 없다는 것

이다. 디지털·모바일 퍼스트를 통한 수익 창출 방

안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최초에

디지털 혁신을 추진했던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

임스도 예외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지성욱에 따

르면 두 회사의 혁신은 부분적 성공이고 시사하는

바가 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성과를 거두고 있지

만 두 기업 모두 디지털 수익의 증가가 종이신문 수

익의 감소 부분을 상쇄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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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특집 | 키워드로 본 2015 언론 결산

있다고 말했다.19 국내에서 선도하고 있는 파이낸셜

뉴스 관계자 역시 디지털·모바일 퍼스트라고 해서

앞이 보이지는 않는 것 같다고 말한다. 종이신문을

대체할 수 있는 수익 모델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디

지털 혁신을 준비하는 것이지 아직 확실한 대안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없는가? 이제 대안을 찾는 과

정으로의 진입에 관해 개별사 차원의 혁신 행위를

넘어 공동의 논의와 방법론 개발의 필요성을 제안

하고자 한다. 여전히 광고를 주요 수익원으로 유지

할 수밖에 없다면 지면광고와 인터넷광고, 모바일

광고의 기준과 단가, 관행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뉴스사와 함께 관련 업계들의 논의

를 통해 수익 모델로서의 광고에 대한 구조적 해법

을 찾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기사와 연계

되고, 지인과 관련된 개별사의 광고 수주 이전에 네

이티브 광고 논의와 별도로 모바일 시대 광고에 대

한 재규명이 필요하다. 좋은 기사와 어뷰징 기사,

속보와 심층취재기사, 단신과 해석이나 칼럼, 카드

뉴스와 디지털 스토리텔링, 최신 뉴스와 정확한 뉴

스, 다수가 본 뉴스가 이용자들의 선택에 적합한 광

고로 연계되는 시스템에 대한 방안 역시 공론화시

킬 필요가 있다. 개별화된 뉴스에 맞춘 뉴스펀딩이

나 다양한 사업다각화를 통한 수익의 확장, 이용자

연계 이벤트 및 사업화, 비영리재단의 설립, 후원 및

협동조합 모델 등 여러 수익 모델이 모색되고 있다.

이러한 접근 역시 지속적이고 적극적으로 찾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포털과의 관계에서든 적은 규모

임에도 불구하고 다수를 형성하는 인터넷 언론과의

관계에서든 온라인·모바일 광고에 대한 해법은 수

익 모델을 찾는 데 규명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매출

과 이용자, 정치력과 영향력 모두의 중심에 서 있는

뉴스 기업들, 혁신을 주도하며 새로운 도전에 앞장

서는 뉴스 기업들 모두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이 무엇

인지 돌아봄과 내다봄의 2016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1 남유원(2015.2).“2014언론수용자의식조사:종이신문안읽지만신문기사는본다”,신문과방송.2월호,71~73쪽참고.

2 이상기·김위근(2015.7).2015신문사재무분석.조사분석2015-01,한국언론진흥재단.6~8쪽참고.

3 위의글,9~11쪽참고.

4 남유원,위의글73~76쪽표및그림참고.

5 http://www.slideshare.net/wonsushin/2014-50144761한국온라인광고협회(2014).“2014온라인광고시장규모조사”.9쪽

도표참고.

6 김익현(2015.11).“IT기업들의뉴스전쟁(상)-페이스북과트위터:‘끊김없는뉴스’와‘골라주는뉴스’,신문과방송.11월호,67~71쪽.

7 금준경(2015.5.5.).“몸과머리는낡은플랫폼에,구호만“디지털

혁신”,미디어오늘.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

View.html?idxno=123001

8 이은주(2015.4).디지털모바일시대지역신문의혁신.지역신문특강발표문.한국언론진흥재단.12~14쪽참고.

9 김아영·김달아(2015.9.9.).“디지털혁신,진화하거나시작하거나:조직개편·통합CMS개발나서…”,기자협회보.http://journalist.

or.kr/news/article.html?no=37324

10 신한수(2015.11).“신문의모바일용뉴스콘텐츠제작현황과성과:기존콘텐츠활용벗어나모바일용스토리텔링시작”,신문과방송.

11월호,11~16쪽.

11 이성철(2015.8).“창간61주년맞아재창간선언한한국일보:제호빼고다바꿔도언론가치는지켜나갈것”,신문과방송.8월호,

49~52쪽.

12 정철운(2015.10.27.).“‘뉴스는흐름이다’중앙일보혁신보고서에관심집중…”,미디어오늘.http://www.mediatoday.co.kr/news/

articleView.html?idxno=125771

13 강아영(2015.9.2.).“디지털전용뉴스콘텐츠속속등장:모바일

뉴스이용자주요타깃…”,기자협회보.http://m.journalist.or.kr/m/

m_article.html?no=37295

14 강아영·김달아,위의글.

15 신한수,위의글.

16 최영민(2015.11).“한국신문의디지털혁신,어디까지왔나:조직·인력통합후본격디지털콘텐츠생산시작”,신문과방송.11월호,

37~41쪽.

17 차현아(2015.11.9.).“지역신문의혁신,가장지역적인게가장전국적:[지역신문컨퍼런스]…”,미디어오늘.http://www.mediatoday.co.kr/

news/articleView.html?idxno=125989

18 우병현(2015.9).“국내언론사에서기술직종의위상과바람직한역할:필요성은넘버원,현실은비주류”,신문과방송.9월호,36~39쪽.

19 지성욱(2015.8).워싱턴포스트,뉴욕타임스혁신그이후.해외미디어동향.2015-03,한국언론진흥재단,31쪽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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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 집

키워드로 본 2015 언론 결산

012 신문과방송 12 2015

2015년은 방송에 있어서 그동안 예견됐던 기술 환

경과 시장 환경 변화의 여파가 가시화된 해이다. 지

상파방송은 인터넷 1인 방송의 인기에 주목하고 새

로운 프로그램 포맷으로 차용하기 시작했고, 몇몇

비지상파 채널들의 정규 프로그램 시청률이 지상

파 채널의 시청률과 경쟁적 관계를 이룰 만큼 상승

했다. 한국 방송 콘텐츠의 수입 시장이었던 중국은

투자와 인력 흡수를 통해서 콘텐츠 수출국이 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해 나가기 시작했다. 미국의 대표

적 OTT 사업자인 넷플릭스의 한국 진출에 대한 계

획은 그 계획만으로도 우리 방송업계를 술렁이게

했다. 이 변화들 중 방향을 되돌려 놓을 수 있는 것

은 없다. 문제는 우리가 어떻게 그 변화에 올라타는

가 하는 것이다.

1. 방송 포맷의 변화 시작-‘마리텔’과 MCN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은 텔레비전 방

송에 불어닥친 변화와 변화의 방향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온라인에서 인기를 끌던 1인 방

송의 콘텐츠 포맷을 텔레비전 방송의 포맷에 결합

한 형태의 프로그램이다. ‘마리텔’은 OTT 서비스

인 아프리카TV에서 스타성을 가진 1인이 출연자이

자, 감독이자, 작가가 되어 이용자와 상호작용 속에

서 온라인에서 방송을 하던 포맷을 텔레비전 방송

포맷에 차용하여 1인 방송의 인기 경합으로 성공을

거둔 MBC 프로그램이다. ‘마리텔’은 시청률 측면에

임정수

서울여대언론영상학부교수

방송

새로운 방송 포맷 등장제작 시장 뛰어든 차이나머니

온라인에서 인기를 끌던 1인 방송 콘텐츠 포맷을 텔레비전 방송 포맷에

결합한 형태의 프로그램인 MBC의 ‘마이 리틀 텔레비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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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3특집 | 키워드로 본 2015 언론 결산

서만 보자면, 일자별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6~7%

대 수준으로 동시간대(토요일 오후 11시대) 오락 프

로그램들 중에서 성공적이지만, 엄청난 히트작으

로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관심과 텔

레비전 산업에서의 의미 측면에서 보자면 ‘마리텔’

은 2015년 텔레비전 방송을 특징짓는 첫 번째 키워

드로 손색이 없다. 유튜브 이후 콘텐츠의 소비와 생

산을 동시에 해오던 프로슈머가 상업적으로 진화해

온라인에서 1인 방송의 BJ가 됐고, 텔레비전 방송도

이들의 상업성에 주목하게 된 것이다.

‘마리텔’이 주는 의미는 하나의 성공적인 프로그

램 포맷 개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통적인 텔레

비전 방송의 대안으로 떠오르는 MCN(multi-channel

network)의 존재감이다. MCN은 1인 제작자의 프

로그램 기획, 제작 등을 지원하고 저작권 관리, 계

약 등을 지원·관리하는 기획사를 말한다. 해외에서

는 2013년에 드림웍스가 오섬니스TV를 인수했고,

2014년에 디즈니가 메이커스튜디오를 인수하는 등

메이저 스튜디오의 MCN 사업 참여가 본격화됐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아프리카TV, CJ E&M

등이 MCN 사업에 뛰어들었으며, 올해 7월 KBS가

MCN을 위해서 예띠 스튜디오를 출범시켰다. ‘마리

텔’에서는 기존 방송 스타들이 인기에서 밀리기도

했고 백종원, 김영만, 이말년 등 새로운 1인 방송 스

타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1인 방송에서의 스타성은

기존 방송에서의 스타성과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음

을 보여주었다. 당장 MCN이 텔레비전 방송 전반을

위협하거나 ‘마리텔’ 포맷이 텔레비전 방송 포맷의

주류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되지는 않지만, 이러

한 도전과 새로운 시도들은 텔레비전의 변화가 이

미 본격화됐음을 알려주고 있다.

2. 비지상파 채널의 시청률 주도

올 9월부터 시행된 지상파방송 광고총량제와 같은

비대칭규제 완화 정책은 지상파방송의 위기 상황에

대한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그 효과는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 광고총량제 도입으로 단

가가 높은 시간대의 광고 시간 공급을 증가시킴으

로써 지상파방송사의 수입에 단기적으로는 긍정적

기대를 해볼 수 있지만, 방송광고 시장의 지속적인

초과공급 상황, 광고총량제로 인한 주 시청시간대

광고 시간의 공급 증가, 시청률의 지속적인 감소 등

이 그 효과를 상당히 상쇄시킬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상파방송의 시청률 감소는 지상파방송의 위기 상

황을 야기하는 핵심이다. 지상파방송은 텔레비전

이용자의 감소와 비지상파 채널의 시청률 증가를

동시에 직면하는 이중 위험의 상태에 처해 있다.

시청자들은 아예 텔레비전을 떠나기 시작했다.

시청자들은 아예 텔레비전을 떠나기 시작했다. 텔레비전을 떠나서도

텔레비전 콘텐츠를 이용하는 데에 별다른 불편함이 없어진 것이다.

코드네버족의 비중도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이들을 텔레비전

앞에 다시 앉혀 놓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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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4 신문과방송 12 2015

텔레비전을 떠나서도 텔레비전 콘텐츠를 이용하는

데에 별다른 불편함이 없어진 것이다. 모바일 미디

어와 OTT 서비스로의 이동이 20대, 30대를 중심으

로 해서 중년층으로까지 점차 확대되어가고 있다.

아직은 아니라고들 하지만, 20대 이하에서는 텔레

비전이 필수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서

코드네버족(cord-nevers)의 비중도 어느 정도까지

는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이들을 텔레비전

앞에 다시 앉혀 놓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의 지상파방송 시청률 감소는 단순

히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만 기인하는 것은 아니며,

지상파방송이 시청자와의 공감에 무뎌진 데서 기

인한다. 그동안 한두 채널에 국한해서 간혹 일어나

는 특별한 사례로 남아 있던 지상파 채널을 능가하

는 비지상파 채널의 높은 시청률이 올해는 아주 흔

한 일이 됐다. tvN의 ‘삼시세끼’는 금요일 주 시청시

간대에 시청률 11~14%대로 동시간대 1위를 차지

했으며, tvN의 ‘집밥백선생’은 화요일 주 시청시간

대에 최근 시청률이 5~6%대, ‘응답하라 1988’은 금,

토요일 8시대에 8%대를 유지하고 있다. JTBC의 ‘냉

장고를 부탁해’는 월요일 주 시청시간대에 4~5%

대 시청률을, 바로 이어서 월요일 오후 11시대에 편

성된 ‘비정상회담’도 3~4%의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다. JTBC의 ‘히든싱어’는 토요일 오후 11시대에

4%의 시청률을, tvN의 ‘오 나의 귀신님’과 ‘두 번째

스무살’ 등의 드라마도 금, 토요일 주말 8시 30분에

꾸준히 7%대의 시청률을 보였다. 드라마에서 tvN

의 공격적 기획은 이미 지난해 말 ‘미생’의 성공에서

충분히 보여주었다.

편성시간대에서 tvN과 JTBC 등의 비지상파 채

널들의 편성은 지상파 편성을 피하지 않고 주 시청

시간대에 맞붙는 자신감을 보였고, 장르에 있어서

도 이벤트성 프로그램이 아닌, 지상파방송의 고유

영역이었던 오락과 드라마 등에서 선전했다. 오락

과 드라마에서 지상파방송에서 제공하지 못한 참신

한 소재들을 기획해냄으로써 시청자들의 지상파방

송 이탈을 촉진시켰다. 뿐만 아니라 MBN의 ‘엄지

의 제왕’ ‘나는 자연인이다’ ‘속풀이쇼 동치미’ ‘아궁

이’, JTBC의 ‘유자식 상팔자’ ‘히든싱어’ ‘썰전’ ‘마녀

사냥’ ‘슈가맨’ 등도 다양한 연령대에서 가뜩이나 어

려운 처지인 지상파방송의 시청률을 잠식하고 있는

종편채널의 프로그램들이다. 오랫동안 지상파방송

중심으로 형성되어온 방송 콘텐츠 시장에서 지상파

방송 바깥에 방송 콘텐츠 생산의 의미 있는 주체가

생겨났다.

3. 차이나머니와 넷플릭스

2014년 12월 드라마 제작사 초록뱀의 지분을 인수

한 홍콩 공연기획사인 주나인터내셔널은 120억을

투자함으로써 2015년 1월에 초록뱀의 최대주주가

됐고, 이어서 2015년 11월에 홍콩에 기반을 둔 종합

미디어 기업인 DMG가 300억 원대의 투자를 통해

서 초록뱀의 새로운 최대주주가 됐다. 초록뱀은 그

동안 ‘주몽’ ‘올인’ ‘추노’ ‘하이킥 시리즈’ ‘프로듀사’

등을 제작해 한국 드라마 제작 시장을 이끌어온 업

체들 중 하나이다. 막대한 자금력과 스케일이 큰 투

자 방식으로 알려진 차이나머니가 국내 콘텐츠 산

업에 공격적으로 들어오고 있다. 중국 엔터테인먼

트 기업들은 한국 방송 콘텐츠의 배급에만 만족하

지 못하고, 투자를 통해 제작 및 유통에 직접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 시장은 우리나라 방

송 콘텐츠의 주요한 후속시장의 역할을 해왔는데,

중국의 한류 콘텐츠에 대한 전략이 수입에서 투자

로 진화해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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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5특집 | 키워드로 본 2015 언론 결산

드라마 제작사에 대한 투자뿐만 아니라, 작가,

감독, 제작 스태프에 이르는 한국의 방송 제작인력

까지 흡수하여 중국의 자본에 한국의 기획과 기술

을 얹은 프로그램을 제작하려고 한다. 지난해에 이

어 올해도 중국과 좋은 조건의 계약을 맺은 작가와

프로듀서에 대한 얘기들이 들린다. 중국 시장에 진

출한 우리의 제작인력들이 장차 한국 콘텐츠 산업

이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해 줄

것으로 기대해 볼 수도 있는 일이지만, 당장은 국

내 제작인력의 유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들이 더

많다.

미국 넷플릭스사의 한국 진출은 아직 구체화되

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계획만으로도 올 한 해

동안 우리 방송 업계와 콘텐츠 업계를 술렁이게 만

들었다. 국내 유료방송 플랫폼사들과 콘텐츠 제작

사들은 기대 반 우려 반으로 넷플릭스의 행보에 촉

각을 곤두세웠다. 넷플릭스는 해외 플랫폼 진출을

통해 글로벌 기업이 됐지만 온라인 플랫폼에만 국

한된 기업이 아니다. 미국 에미상에서 OTT 사업자

인 넷플릭스와 아마존의 자체 제작 드라마들이 수

상하기 시작하면서 이들은 콘텐츠 기업의 대열에

들어섰다. 따라서, 넷플릭스는 한국 진출 시에 플랫

폼 제휴 및 콘텐츠 제작 차원 등 다채로운 전략을 구

사할 수 있다. 불행히도 그런 다채로운 전략적 가능

성 앞에서 우리 주도로 판을 짤 수 있는 미디어 기업

이 우리에겐 없다. 아직 채 진입도 안 한 기업을 두

고 유료방송과 OTT 사업자 간의 비대칭규제에 대

한 논의가 여기저기서 나오는 것을 보면, 우리 방송

업계가 잔뜩 겁을 집어먹은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해외 기업의 인수나 인력 스카우트는 글

로벌 콘텐츠 산업에서 늘 있는 일로 특별할 것이

없다. 그럼에도 한국의 방송과 콘텐츠 산업이 해외

자본의 유입과 해외 기업의 진입에 대해서 극도로

긴장하고 있는 것은 해외 기업들의 자본력이나 위

세보다도 한국 방송 산업과 콘텐츠 산업의 취약성

에 기인한다. 인력, 기획력, 기술, 작업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지만 자금 조달에 취약한 우리나라의 독

립제작사는 차이나머니의 타깃이 된다. 콘텐츠의

공정하고 합리적인 유통질서가 충분히 마련되어 있

지 않은 우리 시장에 넷플릭스의 진입 효과는 업계

가 우려하는 것처럼 즉각적이지는 않더라도 장기적

으로는 우리 방송과 콘텐츠 시장의 구조를 흔들어

놓을 것임에 틀림없다.

올해가 지나면 차이나머니의 공격은 더 정교

화될 것이고, 넷플릭스도 어떤 형태로든 우리 시장

에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해외 자본과 기업의 유

입에 따른 소유, 고용, 세금 등에 대한 제도적 정비

가 시급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을 통해서 우리 방

송 산업과 콘텐츠 산업의 맷집을 강하게 단련하는

데에 더 큰 중점을 두어야 한다. 국내 방송과 콘텐

츠 시장이 정책적 지원 속에서 해외 자본과 기업을

직면할 때까지의 시간을 좀 더 벌 수 있다면, 우리

는 충분히 준비할 수 있을까? 절대 그렇지 않다. 우

리 시장에 대한 그들의 공격을 통해서 방송과 콘텐

츠 산업의 오래된 문제점들 또한 동시에 공격받을

것이고, 그로 인한 정화작용도 기대해볼 수 있을 것

이다.

공정하고 건전한 시장질서가 관행으로 자리 잡

고 있을 때, 어떤 규제적 정책으로 해외 자본과 기업

들을 견제하는 것보다 훨씬 더 견고히 우리의 방송

산업과 콘텐츠 산업을 지켜나갈 수 있다. 또한, 그럴

때만이 국내 시장과 관계를 갖는 해외 자본과 기업

들을 우리의 시장을 키우고 우리의 산업을 강하게

만드는 데에 일조하게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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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 집

키워드로 본 2015 언론 결산

016 신문과방송 12 2015

세계 언론사들이 주목했던 뉴욕타임스 ‘혁신보고

서’의 여진은 올해에도 이어졌다. 중앙일보는 창간

50주년에 맞춰 한국판 혁신보고서(New Direction in

Media)로 재도약을 선언했다. 기자들의 소셜 네트워

크 참여 활성화를 비롯, 새로운 디지털 전략 방향을

정립하는 한편 외부 전문가 영입, 콘텐츠 및 IT 기업

투자 등 우선순위를 확정지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겨레신문은 ‘한겨레 혁신 3.0’ 2단계 조직 개편을 시

행했다. 디지털, 신문, 방송 등의 영역을 모두 관장

하는 영역별 융합형 에디터제를 도입했다. 이들 에

디터는 기존 종이신문 제작 업무 외에 인터넷 각 섹

션, 페이스북 페이지, 팟캐스트 등 플랫폼별 뉴스 생

산 과정에 관여하는 역할을 맡았다.

주요 언론사의 혁신 프로젝트는 보험성 광고 시

장, 정치적 편향성 등 국내 언론 환경의 특수성에 기

댄 성장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는 절박한 현실

인식에서 출발했다. 디지털 부문에 대한 진단과 해

법이 명쾌하진 못했다. 다만 연결과 관계의 가치를

표상하는 ‘페이스북’, 뉴스 품질의 경쟁을 상징하는

‘데이터 저널리즘’, 이용자의 시간과 공간을 지배하

는 ‘모바일’ 등의 키워드는 여전히 부여잡았다.

1. 뉴스 유통의 새 설계자 페이스북

언론사 스스로 경쟁력을 점검하는 내부 커뮤니케이

션이 그 어느 때보다 두드러진 것은 뉴스 시장이 급

변하고 있어서다.

글로벌 ICT 기업의 뉴스 시장 진출은 가장 대표

적인 사례이다. 페이스북의 ‘인스턴트 아티클’ 서비

스는 뉴스 생산자 간 ‘실익’ 논쟁 속에 영미권 주요

언론사의 참여로 일단 가닥이 잡혔다. 포털이 여전

히 주도하고 있는 국내 뉴스 시장에 페이스북이 언

제 어떻게 진입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소셜 네트워크를 매개로 유통된 뉴스 콘

텐츠는 점점 시장의 위기를 극복할 중요한 실마리로

부상하고 있다. 포털에서 뉴스 소비를 하지 않고 모

최진순

한국경제신문차장·건국대언론홍보대학원겸임교수

인터넷

한국식 디지털·모바일 혁신실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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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7특집 | 키워드로 본 2015 언론 결산

바일 페이스북 타임라인에서 뉴스를 접한다는 이용

자가 꾸준히 늘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간한 <2014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소셜 미디어를 통한 뉴스의 매

일 이용률이 2011년에 비해 세 배 가까이 증가한 반

면 언론사닷컴 뉴스나 모바일 앱, 종이신문 뉴스는

지속적인 감소세를 나타냈다. 특히 페이스북은 한

국 뉴스 시장에서 두드러진 영향력을 미치는 것으

로 파악됐다. 언론진흥재단의 ‘소셜 뉴스 유통 플랫

폼: SNS와 뉴스 소비’(김영주·정재민, 2015) 조사에

따르면 전체 대상자 중 67.3%가 페이스북을 사용

하고 있으며, 이 중 67%가 뉴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페이스북과 트위터에서 뉴스를 이용

하는 사람 4명 중 1명은 ‘좋아요’를 누르고, 10명 중

2명은 ‘공유’하고, 1명은 ‘직접 기사를 링크’하는 등

적극적인 미디어 소비 패턴을 보였다.

소셜 네트워크로부터 언론사 트래픽에 들어오

는 이용자 비중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유도현 닐

슨코리아 미디어리서치 부문 대표는 “현재 모바일

환경에서 메이저신문 등 전통 매체는 아직 비중이

두 자리 숫자도 되지 않지만 모바일 기반의 신생 미

디어는 트래픽의 절반 이상이 소셜 네트워크에서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많은 언론사들이 페이스북

페이지 운영에 전담 인력을 두고 광고비 지출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물론 페이스북이 언론사에 또 다

른 무덤이 될 것이란 비관론과 함께 말이다.

하지만 국내 언론사의 소셜 네트워크 활용성은

트래픽을 끌어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한정됐다. 커

뮤니케이션 전문 미디어 더피알은 언론사 페이스북

페이지 운영 실태 보도를 통해 ‘초보 수준’이지만 전

문성과 디지털 마인드 제고에 나서는 노력이 나타

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콘텐츠의 수준을

높이고 개별 기자 단위에서 이용자와 직접 소통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2. ‘연결과 관계의 가치’에 눈뜨는 뉴스룸

뉴스 생산자인 언론사가 정한 뉴스의 순서나 뉴스

비중에 대한 인지 없이 이용자는 원하는 때에 원하

는 방식으로 뉴스를 소비한다는 점에서 완전히 새

로운 포트폴리오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강정수 디

지털사회연구소장은 “PC 환경에서는 포털 뉴스 소

비로 집중됐지만 모바일에서는 분산된 상태 즉, 비

선형의 소비가 확산되고 있다. 페이스북이나 애플

뉴스앱 등 각 플랫폼의 작동 원리를 감안한 생산, 유

통 전략이 추구될 때”라고 강조했다.

주로 해외 온라인 미디어에서 전개되는 수직적

대응(vertical approach)은 대표적인 사례다. 한 개의

콘텐츠를 다양한 플랫폼에 동시다발적으로 공급하

디지털 부문에 대한 진단과 해법이 명쾌하진 못했다.

다만 연결과 관계의 가치를 표상하는 ‘페이스북’, 뉴스 품질의

경쟁을 상징하는 ‘데이터 저널리즘’, 이용자의 시간과 공간을

지배하는 ‘모바일’ 등의 키워드는 여전히 부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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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8 신문과방송 12 2015

는 원소스 멀티유즈(OSMU)가 아니라 각 플랫폼과

이용자의 특성를 고려한 타깃 서비스 전략이다. 올

해 4월 페이스북에서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한 SBS

‘스브스뉴스’는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브랜드 뉴스

로 ‘콘텐츠 플랫폼’ 기능을 할 정도로 독보적인 입지

를 구축했다. KBS ‘고봉순’, 한국경제신문(한경닷컴)

‘뉴스래빗’, 서울경제신문 ‘썸’ 등 다수 언론사들도

캐릭터를 내세우는 한편 소셜 네트워크 전용 콘텐

츠 제작에 앞다퉈 나섰다. 중앙일보는 논설위원실,

문화부, 여행·레저, 청춘리포트, 강남통신 등 다양

한 부서와 주제로 이용자들과 접점을 만드는 노력

을 기울였다. 웹 사이트의 초기 페이지 방문율보다

딥링크로 기사 페이지를 보고 빠져 나가는 이용자

비율이 증가하는 시장 환경에서 더욱 세분화된 미

디어 포트폴리오 재구성의 일단을 보여줬다.

3. 어뷰징에서 카드뉴스, 스낵 콘텐츠까지

기사 어뷰징, 베끼기 기사, 유사 언론 행위 등 국내

온라인 저널리즘의 어두운 그림자를 걷어내는 일은

이해 당사자들의 힘겨루기 속에 출범한 ‘공개형 뉴

스제휴평가위원회’로 넘어갔다. 뉴스제휴평가위원

회가 시의적절한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지는 여전

히 안갯속이다. 인터넷신문의 등록 요건 강화를 주

내용으로 하는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에 이어 온라

인 기사 및 댓글의 삭제는 물론 페이스북과 피키캐

스트 같은 신생 뉴스미디어를 중재 대상에 포함시

키는 언론중재법 개정안 등 규제 일변도의 정책 변

수도 심상찮기 때문이다. 다양한 어젠다를 제기하

는 언론 자유의 확대와 뉴스 유통 시장 건강성의 확

보를 균형적으로 다루는 프레임이 절실해졌다.

이런 가운데 카드뉴스, 리스티클, 짧은 영상 등

으로 이용자의 클릭을 끌어내는 큐레이션 미디어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피키캐스트가 주도한

콘텐츠 문법의 파괴에 올해 들어 대부분의 레거시

미디어가 뛰어들었다. 간식을 먹듯 짧고 가볍게 소

비하는 스낵 콘텐츠는 모바일 생태계를 좌우했다.

다만 수익화 한계로 소극적인 투자에 머물렀고 차

별성 없는 카드뉴스만 쏟아졌다.

뉴스 큐레이션과 저작권의 간격도 좁혀지지 않

았다. 베끼기 공방에 끼인 이용자의 피로도는 극도

로 쌓였다. 정통 기자와 새로운 업무 담당자 사이의

해묵은 갈등까지 불거지는 상황에서 지상파방송사

의 디지털 뉴스룸을 중심으로 검증형 스토리텔링,

뉴스웹툰 등 다양한 형식의 전환을 모색하는 곳이

나왔다. 포털 사이트에 공개된 ‘신서유기’ 같은 웹

드라마나 동영상 콘텐츠 분야에 특화된 ‘72초 TV’

의 인기도 거들었다.

4. 경계 없는 뉴스의 정착지 ‘데이터 저널리즘’

뉴스 유료화를 염두에 둔 언론사의 실험들은 최근

1~2년 사이 사실상 중단됐다. 이용자의 관심사, 눈

높이와는 현격한 거리를 다시 확인한 정도였다. 뉴

스룸은 저널리즘의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오래

된 명제와 마주했다. 빅데이터를 수집한 후 정제하

고, 구축하고, 재구성하는 ‘데이터 저널리즘’은 그중

가장 적합한 주제로 등장했다. 차별화한 뉴스 경쟁

력을 담보할 수 있어서이다.

공공 기관의 데이터 공개를 둘러싼 사회적 관심

이 높은 가운데 저널리즘에 데이터를 접목한 사례

는 크게 증가했다. 헤럴드경제와 서울대 빅데이터

연구원 데이터 저널리즘 센터가 분석한 ‘메르스 관

련 주요 기사 네이버 댓글’ 빅데이터 분석 보도도 눈

에 띄었다. 특히 KBS 디지털뉴스국 데이터저널리

즘팀의 ‘메르스 감염 현황과 전파 경로’ ‘지도와 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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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9특집 | 키워드로 본 2015 언론 결산

계로 보는 메르스’ 등 인터랙티브 뉴스는 돋보였다.

그러나 현실은 열악하다. 뉴스룸 내부에 데이터

를 정교하게 다룰 만한 인력을 보유한 곳이 거의 없

고, 데이터 저널리즘의 기초가 되는 데이터베이스

관리 부서나 기술 자원들도 방치되고 있다. 데이터

과학이기보다는 데이터 시각화에 그친다는 지적도

계속 제기된다.

다만 올해 들어 몇몇 언론사들이 다양한 실험을

반복하면서 ‘디지털 퍼스트’라는 선언적 화두에서

데이터 저널리즘이라는 구체적 분야로 진화한 것은

위안으로 삼을 만하다. 뉴로어소시에이츠, 뉴스젤

리, 비주얼다이브 등 데이터 저널리즘 전문 기업과

언론사 간 협업도 꾸준히 늘고 있다. 김윤이 뉴로어

소시에이츠 대표는 “뉴스룸의 특성상 빠른 콘텐츠

제작 프로세스가 중요하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데이

터 저널리즘 팀을 운영하고 외부 기업과 협업하는

경향은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5. 뉴스룸의 이용자 파악 노력

제프 자비스 뉴욕시립대 교수는 지난 6월 세계신문

협회총회에서 “구글이나 페이스북은 이용자가 무

엇을 하는지, 어디에 사는지를 알고 있지만 언론사

는 아무것도 활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롱폼 저

널리즘’ 논쟁에 이어 로봇 저널리즘, 가상현실 저널

리즘까지 뉴스 실험이 뜨거웠지만 정작 이용자는

뒷전에 있기 때문이다. 모바일 시대는 이용자의 뉴

스 소비가 더욱 파편화하는 만큼 이용자가 어떤 뉴

스를 원하는지부터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ICT 기

업이 보유한 수준 높은 이용자 분석 시스템은 최적

화한 뉴스의 디자인을 주도했다. 가령 시간대와 위

치에 따라 가장 적합한 뉴스를 전달하고, 최근에 가

장 많이 본 뉴스는 어떤 분야였는지 검토해 이용자

의 소셜 네트워크 타임라인에 노출한다.

한겨레신문의 모바일 웹 개편은 ‘개인화 서비스’

를 고민하는 언론사 뉴스룸의 단기 처방전을 보여

줬다. 한겨레신문 뉴스룸이 선택한 뉴스, 다른 이용

자가 호응했던 정도를 반영한 뉴스, 그리고 이용자

스스로 고른 뉴스의 메뉴로 나눴다. 네이버, 카카오

등 포털 사이트가 모바일형 서비스인 ‘V앱’, ‘1boon’

서비스 등을 내놓은 것도 이용자의 콘텐츠 선택지

를 넓혔다.

‘트렌드 뉴스’ ‘(오전 7시 출근길 이용자를 겨냥한)

time 7’(이상 중앙일보), ‘생활의 꿀팁’ ‘썸남썸녀’ ‘퇴

근길’ ‘나른한 오후’(이상 동아일보), ‘뉴스 AS’ ‘개콘

보다 새로운 뉴스’ ‘한 장의 지식’ ‘버티컬 동영상’(이

상 한겨레신문), ‘눈사람’ ‘play 한국’ ‘포토플레이’(이상

한국일보) 등 모바일에 최적화한 콘텐츠와 구성으로

변신을 추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용자와 접점을

맺는 모바일 콘텐츠를 수렴하는 시도인 셈이다.

일부 언론사에서 디지털 혁신의 최대 장애물로

뉴스룸과 기자들의 안이한 태도를 꼽는 등 스스로

성찰한 것은 의미 있는 행보였다. 콘텐츠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으로 변신한 다음의 ‘뉴스펀딩’은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고, 신생 미디어와 블로거들의 약

진, 산업계·학계·언론계의 공동 프로젝트 등 온라

인 저널리즘의 외연도 그 어느 때보다 풍부해졌다.

미디어 생태계가 온라인 저널리즘의 질적 도약을

기대하는 만큼 플랫폼, 콘텐츠, 뉴스룸, 이용자에 대

한 재정의가 기대된다.

도움주신 분들(무순)

이정환미디어오늘편집국장,강정수디지털사회연구소장,

김일숙SBS콘텐츠허브뉴스서비스팀장,이성규블로터미디어랩장,

유도현닐슨코리아미디어리서치부문대표,

육근영중앙일보디지털전략팀차장,김윤이뉴로어소시에이츠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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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 집

키워드로 본 2015 언론 결산

020 신문과방송 12 2015

“격동의 발생이 일상화되어 새로운 보편성이 된

위기의 시대” - 마케팅의 대가라 불리는 필립 코

틀러 교수가 6년 전 발간된 그의 저서 ‘카오틱스

(Chaotics)’에서 현 시대를 지칭한 표현이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의 부단한 변혁은 해를 거듭해도 여전

한 현재진행형이며, 그 끝을 알 수도 없다. 광고 산

업은 특히나 세상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생리를 타고 났기에 더더욱 변화무쌍하다. 그

리고 이런 측면에서 2015년 역시 여느 해와 다를 바

없었다. 올해 국내 광고계가 경험한 ‘일상화된 격

동’, 그 주요한 단면들을 간추려 본다.

1. 험난한 광고 규제 완화의 길

먼저 광고 규제의 변화상부터 살펴보기로 한다. 최

근 광고 산업을 달구는 뜨거운 제도적 이슈는 대부

분 지상파방송 광고와 유료방송 광고에 대한 비대

칭규제의 현실에서부터 비롯된다. 지상파방송 대

유료방송과 신문(특히 종편방송을 소유한 신문사들)

간의 첨예한 대립 구도가 지속되는 가운데 올해 방

송통신위원회는 지상파방송에 광고총량제를 도입

했다. 또한 가상광고와 간접광고 허용 범위를 확대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켜 9월 말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한규훈

숙명여대홍보광고학과교수

광고

모바일과 기술이 주도하는‘일상화된 격동’의 시대

[표] 방송법 시행령 일부개정안 주요 내용

구분 주요 내용 비고

광고

시간

광고총량제도입및방송프로그램

편성시간당총량제채택

•지상파등:

평성시간당평균15/100,최대18/100

•유료방송등:

편성시간당평균17/100,최대20/100

지상파TV프로그램

광고시간은

최대15/100

가상

광고

허용장르확대

•운동경기중계▶

운동경기중계,오락,스포츠보도

허용시간확대(유료방송등)

•프로그램시간의5/100▶7/100

입법예고안에서

‘교양’제외

간접

광고

허용시간확대(유료방송등)

•프로그램시간의5/100▶7/100

시청권보호의무규정

허위ㆍ과장등은

방심위규정으로

정함

*출처:머니투데이2015.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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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특집 | 키워드로 본 2015 언론 결산

지상파방송사는 시간당 광고 노출 한도(평균 9분 이

내, 최장 10분 48초) 내에서 자유롭게 광고 종류와 시

간을 정해 편성할 수 있게 됐으며, 지금까지 스포츠

중계방송에만 허용되어 왔던 가상광고가 예능과 스

포츠뉴스 프로그램에도 노출될 수 있게 됐다. 그러

나 지상파방송의 중간광고 허용 없이 광고총량제는

크게 효용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내 방송 산업과 광고 산업의 활로를 위해 광

고 규제 완화는 역행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처럼 보

인다. 그러나 실제로 최근 들어 논란이 되고 있는 쟁

점들에 대해 다양한 이해주체들(매체사, 광고주, 광

고대행사, 미디어렙, 시청자단체, 규제기관 등) 간의 입

장 차이가 좀처럼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만큼

제도 개선 추진에 있어 난항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

된다. 내년에 더욱 ‘핫’한 규제 완화 쟁점이 될 지상

파방송의 중간광고 허용 문제도 법 개정을 낙관하기

어렵다. 오히려 소비자를 각종 유해성 광고로부터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새로운 규제 영역이 부가될 것

으로 보인다. 일례로 올 10월에 정부는 의료광고와

의약품광고에 대한 사전심의 기준을 강화하고, 청소

년에게 유해한 정보를 차단하기 위해 인터넷신문에

게재된 선정적 광고에 대한 규제 강화를 예고한 바

있다.

2. 모바일 미디어의 성장과 진화는 무한 진행형

모바일은 대세다.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들여다보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광고매체로서의 모

바일 미디어는 점점 더 대세가 될 수밖에 없다. 올해

모바일 플랫폼을 이용한 광고는 더욱 위세를 떨쳤

고, 광고량과 광고 기법의 측면에서 또 한 단계 도약

했다. 아직 집계가 나오지 않았지만, 2015년의 모바

일 광고비 총액은 1조 1,75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의 실제 장면을 광고에 삽입하는 기법인 풋티지 광고는 올해 그 노출 빈도가 부쩍 늘었다. 인기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의 상황을

이용한 풋티지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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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 신문과방송 12 2015

산되는데, 이는 전년에 비해 약 40% 상승한 수치다

(HMC투자증권 자료).

최근 모바일 미디어의 이용량과 모바일 광고 시

장의 확대를 촉진한 여러 요인들 가운데 가장 중요

한 원인으로 SNS 플랫폼이 PC 기반에서 모바일로

무게중심을 확고히 옮긴 현상을 꼽을 수 있다. 특히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카오스토리 등과 같이 개

인성과 과시성이 강한 SNS는 개인매체로서의 스마

트폰이 갖는 항시적 휴대성, 즉각반응성 등의 속성

과 잘 부합되기 때문에 모바일 SNS의 성장은 필연

적이며, 이런 추세 속에서 올해 SNS 업체들의 광고

시장 확대 노력은 어느 때보다 더 공격적이었다. 페

이스북은 동영상 광고와 네이티브 광고의 매출 신

장에 힘입어 사상 최대의 영업 실적을 거두었으며,

이용자 수에 있어 올해 가장 두드러진 약진을 보인

인스타그램도 국내 모바일 광고 시장 진출을 선언

하고 영업을 본격화했다.

그 밖에 스마트폰의 이용 행위에 따라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보상형 광고가 다양해지면서 각종의 리

워드앱이나 잠금화면 광고 등을 통해 수용자의 자

발적 광고 노출을 유도하는 광고 형식이 모바일 광

고의 주요 영역 가운데 하나로 자리잡았다. 또한 모

바일 게임 이용자의 급증에 따라 게임 화면 배너광

고나 게임 내 PPL을 통한 간접광고 물량도 크게 늘

었으며, 모바일앱 광고(in-app 디스플레이광고)와 위

치기반 광고는 더욱 보편화됐다. 한편, 모바일 광고

외에 VOD 중심의 IPTV 광고 시장 또한 완판을 이

어가면서 전년에 비해 약 2배가량 광고비가 증가하

는 성장기를 보냈다.

3. 광고와 기술의 못 말리는 만남

현대 광고의 빅 트렌드에 있어 테크놀로지는 빼놓

을 수 없는 요소다. 제품이나 전형적 광고의 틀 안에

서는 좀처럼 차별화의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시대

에 미디어가 곧 크리에이티브가 되고, 디지털 기술

은 종종 절대적 도우미 역할을 감당한다. 요즘의 광

고는 소비자와의 접점이 되는 곳이라면 어디든 비

집고 들어가려 하는 침투적 성향이 더 강해졌다. 올

해 출시된 애플워치와 갤럭시 기어 S2의 성공은 ‘작

은 광고’ 플랫폼으로서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지닐

가능성을 일깨웠으며, 일상의 사물들이 네트워크로

사람과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 시대의 도래는

앞으로 뉴미디어 광고의 영역이 또 다른 진화를 맞

이할 것임을 시사했다.

기술을 통해 광고는 확장된다. 올해 모바일 및

온라인 광고 시장의 성장에 크게 일조했던 동영상

광고의 성행은 초고속 LTE 통신기술과 스마트 기

기의 제품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각종의 디지털

사이니지와 가상현실 광고도 기술의 발전과 함께

확장하고 진보했다. 올해 제일기획과 이노션은 광

고계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는 칸 크리에이티브 어

워드에서 역대 최다 수상이란 성과를 거두었는데,

많은 수상작들의 크리에이티브에 있어 테크놀로지

의 역할이 절대적이었으며, 냉랭한 기술은 따뜻한

휴머니즘의 코드와 맞닿아 있었다.1 이는 테크놀로

지에 기반한 광고나 프로모션에 있어 수단으로서의

‘기술’과 메시지로서의 ‘인간’을 공고히 결합하는 표

현구조가 향후에도 소비자의 주목과 호응을 가져올

안전한 전략임을 암시한다.

4. 콘텐츠와의 경계를 허무는 광고

수용자는 회피하려 하고 광고는 어떻게든 그들의

시선을 붙잡으려 하는 것이 광고 노출 상황에서의

기본 메커니즘이며, 그 과정에서 새로운 광고 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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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3특집 | 키워드로 본 2015 언론 결산

가 개발되고 성장과 퇴조의 역사가 반복된다. 스마

트폰, PC나 IPTV 등에서 이용자가 선택한 동영상

재생 시 강제로 노출되는 로딩광고는 수용자의 광

고 회피를 막고 (적어도 5초 또는 15초 동안) 광고 주

목성을 높이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인정받으며 올해

동영상 광고 시장의 급성장을 이끌었다. 이는 상호

작용적 매체에서 수용자에게 부여됐던 광고 노출의

선택권을 빼앗아 강제적 시청 효과를 톡톡히 본 사

례이며, 푸시형 광고의 새로운 부활과 진화의 의미

로 해석할 수 있다.

콘텐츠의 일부로 노출되면서 자연스러운 광고

효과를 의도했던 간접광고는 올해도 각종 방송 프로

그램과 영화에서 빈번히 등장했다. 그러나 올해 콘

텐츠와의 경계 허물기에 앞장섰던 광고 형태의 두

첨병은 뭐니 뭐니 해도 ‘네이티브 광고’와 ‘풋티지 광

고’였다. 인터넷신문 웹 사이트에서는 기사 형태로,

SNS 사이트에서는 해당 SNS의 콘텐츠 형식으로 노

출되는 네이티브 광고는 수용자에게 상업적 광고가

아닌 하나의 정보로 인식되어 높은 광고 효과가 예

측된다. 이를 증명하듯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네이

티브 광고는 국내외에서 각광받고 시장 규모도 큰

폭으로 성장했다. 인기 높은 방송 프로그램(주로 드

라마나 예능 프로)의 등장인물과 공간적 배경을 그대

로 옮겨 마치 해당 프로그램의 일부인 양 노출시키

는 풋티지 광고도 올해 그 노출량이 부쩍 늘었다. 그

밖에 온라인 소비자의 정보와 쇼핑 기록을 빅데이터

분석처리하여 개별적으로 상품을 노출시키는 맞춤

형 광고도 올해 보편화 단계에 이를 만큼 성행했다.

5. 빅 카테고리의 판도 변화

광고 시장을 주도하고 광고업종 상위권을 장악하는

품목은 시대에 따른 변천을 겪어왔다. 70~80년대는

제과와 화장품, 90년대 가전, 2000년대 휴대폰과 이

동통신 업종이 그랬는데, 최근에는 변천의 속도가

더 가팔라지는 모양새다. 경기 침체가 광고 업계도

침잠시켰던 2010년대 초반에는 아웃도어 의류 품목

이 그나마 광고 시장의 소생을 도왔던 신생 효자 업

종이었다. 그러나 올해 아웃도어 업계는 시장 포화

의 상황에 직면했고 전체 광고비도 줄었다. 대신 그

자리를 채운 광고 시장의 초대형 신흥 품목은 모바

일 게임(그 가운데서도 특히 RPG게임)이다.

2012년 4억 원 수준에 불과했던 모바일 게임의

지상파TV 광고비 총액(KOBACO 집계치이므로 SBS

방영 물량 제외)은 지난해 126억 원까지 상승하더니,

올해 8월까지만 442억 원을 초과해 3년 사이 100배

가 훨씬 넘는 광고비 급등세를 나타냈다. 차승원, 이

정재, 장동건, 이병헌, 정우성 등 내로라하는 남성 빅

모델들이 올해 RPG게임 광고에 등장했으며, TV를

SNS는 스마트폰이 갖는 항시적 휴대성, 즉각반응성 등과 잘 부합되기

때문에 모바일 SNS의 성장은 필연적이다. 페이스북은 동영상 광고와

네이티브 광고의 매출 신장에 힘입어 사상 최대의 광고실적을 거두었으며,

인스타그램도 국내 모바일 광고 시장 영업을 본격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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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4 신문과방송 12 2015

보던 소비자들은 (전사가 된) 머라이어 캐리의 모습

을 그녀의 전성기 시절보다 훨씬 더 많이 접했다. 당

분간 모바일 게임의 인기와 이용자 수는 수그러들

지 않을 조짐인 만큼, 내년에도 모바일 게임 광고가

위세를 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 시장의 급성장에 따라 배달앱, 숙박

앱, 부동산앱 등의 서비스앱도 신규 빅 클라이언트

업종으로 부상했다.

6. 수익구조 악화와 출혈경쟁에 고달픈 대행사

미디어 환경의 변화는 광고 전략이나 크리에이티브

뿐만 아니라 광고 산업의 판도도 크게 뒤흔들었다.

광고주의 선호가 4대 전통 매체(TV, 신문, 잡지, 라디

오) 광고 중심의 ATL에서 뉴미디어 프로모션 위주

의 BTL로 점차 옮겨감에 따라 전통적인 광고대행

사의 생존 여건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한 예로, 노

출 확산을 위한 비용(과 그에 따른 대행사 커미션)이

발생하지 않는 온라인 바이럴은 수익성 차원에서 광

고주에겐 득이요, 광고대행사에겐 독이다. 광고주의

ROI(투자비용 대비 효과) 집착과 효율성 추구 성향이

강화되면서 대행사에게 ‘돈 되는’ 광고물량이 크게

줄었고, 적자생존의 현실 속에 광고대행업계의 부익

부 빈익빈 구조와 출혈경쟁은 더욱 심화됐다.

설상가상으로 올 상반기에는 메르스 여파로 인

한 소비심리 위축이 기업의 매출 감소로 직결됐

고, 이에 따라 광고비 지출도 급감하는 악재가 있

었다. FIFA 월드컵이나 올림픽과 같은 대형 글로

벌 스포츠 이벤트의 특수가 없는 홀수 해라는 점도

광고 시장의 성장을 정체시켰던 요인 중 하나다. 최

근 KOBACO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내 총광고비는 전년 동기대비 0.3% 감소한 2조

3,600억 원 수준이며, 4분기에는 더 큰 폭의 감소가

예상된다. 이에 올 초만 해도 10조 원 문턱까지 이

를 것으로 전망했던 2015년 총광고비 규모는 오히

려 전년(9조 6,477억 원)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

할 것이 유력해 보인다. 그러나 광고 업계의 전반적

인 고전 속에 나스미디어, 인크로스, 메조미디어 등

과 같은 온라인 미디어렙사는 올해도 모바일 미디어

와 VOD 등을 통한 N스크린 광고 시장의 성장과 함

께 호황을 누렸다. 결국 2015년의 국내 광고 시장을

단적으로 표현하자면, 파이는 더 이상 커지지 않은

채 조각들의 개수와 크기, 재료물이 바뀐 모양새라

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 역시 광고 업계는 격변의 연장선에 있었으

며, 생태계의 여기저기에서 변동을 겪었다. 하지만

작금의 광고 환경과 광고 방식의 변화는 시장에서

의 소비자 권력이 강화되고 미디어 환경 및 소비자

행태가 변모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필연적 현상일

뿐, 타깃 수용자에게 브랜드의 존재를 알리고 그들

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는 광고의 본질과 광고인의

미션은 변하지 않았다. 마케팅 패러다임의 변화로

인해 광고가 곧 죽을 것이라는 항간의 예측도 옳지

않다. 광고는 다만, 진화할 뿐이므로. 2016년의 광고

계에는 또 어떤 변화상이 ‘일상화된 격동’의 시대를

이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1 다수의상을석권한삼성전자의‘룩앳미’캠페인은자폐아동의소통을돕기위한스마트폰과앱기술의활용에의해,옥외광고로서의‘세이프티

트럭’은교통사고방지를위한카메라설치및화면전송기술의적용에

의해,현대자동차의프로모션영상‘메시지투스페이스’는우주항공

기술이가능케한상황설정에의해테크놀로지의역할이자연스럽게

크리에이티브에스며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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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기록유산 된 ‘이산가족 찾기’ 생방송

특별점검

세계가 인정한 ‘138일 생방송의 기적’‘KBS이산가족을찾습니다’유네스코세계기록유산등재/송기윤

전 세계 놀라게 한 치유와 화합의 프로그램좌담:‘이산가족찾기’생방송기획부터기록유산등재까지/이유미

전 국민의 씻김굿…그해 여름은 뜨거웠네!‘KBS이산가족을찾습니다’취재기/김기만

사진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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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점검

026 신문과방송 12 2015

세계기록유산 된 ‘이산가족 찾기’ 생방송

‘KBS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세계가 인정한‘138일 생방송의 기적’

송기윤

KBS세계유산-특별프로젝트방송기획단단장

지난 1983년 6월 30일에 첫 방송되고 이후 138일간,

무려 453시간 45분간 생방송되면서 한반도를 눈물

과 탄식 그리고 감동으로 지새우게 했던 ‘KBS 특별

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가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에 등재됐다. 유네스코는 한국시간으로는 지난

10월 10일 새벽 2시, KBS가 제출한 이산가족 찾기

영상기록물 683건과 사진기록물 1만 4,846건 등 총

2만 522건의 방송기록물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

한다고 발표했다. TV 방송기록물로는 독일의 베를

린-브란덴부르크 방송사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

세계기록유산으로서, 전쟁과 분단의 아픔을 되새기

고 남북 평화통일의 중요성을 우리 후손들에게 일

깨워 줄 수 있는 역사적인 기록물로서의 가치를 세

계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기까지

이산가족 찾기 방송이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기

까지는 지난 1983년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제작했던

당시 선배님들의 헌신적인 노고가 있었기에 가능

했다. 그리고 자료 수집에서 등재에 이르기까지 많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KBS 이산가족 찾기 방송 관련 자료들.

/ 사진 제공: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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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7특별점검 | 세계기록유산 된 ‘이산가족 찾기’ 생방송

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다.

나와 이산가족 찾기 방송의 인연은 20년 전인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KBS 신입사원

들에 대한 기획서 및 서류 작성, 영상 편집 등의 교

육을 담당하고 있었는데, 교육을 받던 PD 중 지금

은 뉴욕 특파원으로 나가 있는 한 후배를 만났다. 편

성기획부 소속이었던 그 후배로부터 이산가족 찾기

방송을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하기 위해 신청서류를

작성해 제출했지만 예선 단계인 문화재위원회 심사

에서 탈락했다는 말을 듣게 됐다.

그 만남 이후 세계기록유산 등재 프로젝트는 다

시 시작됐다. 1983년 방송기록물과 관련 자료를 더

찾고 체계적으로 분석해서 다시 한 번 등재 신청을

해보기로 한 것이다. 1983년 프로그램 연출자였던 이

원군 선배님을 찾아가서 당시 상황을 빼곡히 기록해

놓은 업무수첩을 뒤적이며 관련 자료들을 찾아냈고,

전국 KBS 지역방송국에 흩어져 있던 자료들도 취합

했다. 그 후, 영상기록물과 사진기록물의 수집과 분

석 업무는 아카이브관리부로 이관되어 등재 신청이

순조롭게 다시 이루어졌고, 2013년 10월 문화재청

심사를 통과하게 됐다. 그 과정에서 수집된 방송기록

물들에 대해 전문적 식견으로 분석 작업을 도와준 서

울시 학예관 분들께 특히 감사드린다.

등재 신청 이후 2015년 1월, KBS는 후속 업무

와 지속적인 이산가족 찾기 관련 프로그램 제작

을 위해 편성본부 산하에 세계유산-특별프로젝트

방송기획단을 신설했다. 방송기획단에서는 지난

1983년 이산가족 찾기 프로그램의 가치와 의의를

재조명하고, 동시에 나날이 고령화되어 가고 있는

남북 이산가족들의 상봉을 기원하는 특집 프로그램

을 6·25와 추석 특집으로 제작했다. 또한 대한적십

자사와 공동으로 이산가족들의 영상편지를 제작해

다큐멘터리로 만들었으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MOU를 체결하여 향후 북측 이산가족들에 대한 유

전자 정보 구축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사실상 첫 방송물

KBS 이산가족 찾기 방송은 텔레비전을 활용한 세

계 최초, 최대 규모의 이산가족 찾기 프로그램이다.

국민의 관심도 경이적이었다. 당시 조사 대상자 중

53.9%가 새벽 1시까지 방송을 시청한 적이 있고,

88.8%가 프로그램을 보면서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

고 답했다. 시청률은 78%까지 육박했다.

이번 등재 결정은 TV를 통해 한반도에서 일어

난 전쟁과 분단의 참상을 전 세계에 알렸고, 이를 계

기로 냉전의 종식과 남북의 긴장 완화에 기여했다

는 점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특히 이번 심사에 참여

한 독일의 요르단 조단(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

서경호 서울대 교수는 “TV 프로그램이 등재된 경우는

사실상 처음이다. 베를린장벽 기록물은 서류, 증언 등이 대부분이지만,

이산가족 찾기는 방송이 핵심이다. 앞으로 세계기록유산에 방송물이

더 많이 들어올 수 있는 문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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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8 신문과방송 12 2015

부의장, 세계기록유산 교육·연구 소위원회 의장)은 “나

도 한때 분단국가였던 독일 출신이기 때문에 이산

가족 찾기 프로그램이 한국 사람들의 삶과 감정에

미쳤을 엄청난 영향력에 대해서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경호 서울대 교수(전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

원)는 “TV 방송 프로그램이 등재된 경우는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베를린장벽에 관한 기록물은 서

류, 증언 등이 대부분이며 방송물은 극히 일부이지

만, KBS의 이산가족 찾기 프로그램은 그야말로 방

송이 핵심이다. 앞으로 세계기록유산 목록에서 방

송물이 더 많이 들어올 수 있는 문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산가족 찾기 방송은 지난 1983년에 시작했고

2015년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지만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고 미완성이다. KBS는 세계기록유산 등

재 성공에 만족하지 않고 남북 이산가족들의 만남

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이를 위하여 특별기

획 ‘만남의 강은 흐른다’를 비롯한 이산가족 관련 특

집 프로그램을 올해 6월부터 10월까지 지속적으로

기획·제작해 왔다. 지난 10월 금강산 상봉 행사를

앞두고 특집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조순전 할머니

(83세)는 이 프로그램을 시청하던 조카가 KBS에 전

화를 걸어와 65년 만에 상봉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기념하여 KBS는 ‘이산가족

찾기 특별전’도 함께 개최했다. 가족을 찾고자 했던

염원과 희망의 장소가 됐던 KBS 본관과 시청자광

장에 사연판과 현수막을 부착해 32년 전 그때 당시

를 생생하게 재현했다. 그 결과, 한 달에 걸친 전시

기간 동안 3만여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한반도 평화의 디딤돌 되길

이번 세계기록유산 등재로 수많은 이산가족들의 아

픔이 국제적인 공감대를 이루었다는 점에서 다행스

럽게 생각하지만 여전히 과제는 남아 있다. 남북 분

단으로 아직 만나지 못하고 있는 이산가족들이 6만

명이 넘는다. 이분들 대부분이 70대 이상의 고령

자다. 이산가족의 눈물은 아직도 마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산가족 찾기 방송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에 등재된 것에 그치지 않고 한반도에 이산가족이

한 가족도 없는 날까지 상봉을 위한 노력은 계속되

어야 한다. 이번 등재를 계기로 향후 남북 이산가족

찾기가 성사되고, 더불어 남북 방송교류도 활발하

게 이루어짐으로써 한반도가 화해와 평화의 시대로

가는 디딤돌이 됐으면 한다.

<KBS 이산가족 찾기 방송 기록들>

▶ 총 10만 952건의 이산가족이 신청하고 5만

3,536건이 방송에 소개

▶ 1983년 6월 30일부터 11월 14일까지 총 1만

189명의 이산가족이 상봉

▶ 텔레비전을 활용한 세계 최초, 최대 규모의

이산가족 찾기 프로그램

▶ 제6차 세계언론인대회에서 ‘1983년의 가장

인도적인 프로그램’으로 선정

▶ 세계 평화 기여자에게 수여하는 골드머큐리

국제상(1984) 수상

▶ 인류의 평화와 인권에 기여한 가장 적극적인

사례로 평가

▶ 독일 베를린-브란덴부르크 방송사 ‘베를린장벽의

축조와 붕괴’에 이어서 TV 방송사로서는 세계 두

번째 세계기록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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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 별 점 검

세계기록유산 된 ‘이산가족 찾기’ 생방송

029특별점검 | 세계기록유산 된 ‘이산가족 찾기’ 생방송

이유미

한국언론진흥재단조사분석팀

좌담: ‘이산가족 찾기’ 생방송 기획부터 기록유산 등재까지

전 세계 놀라게 한치유와 화합의 프로그램

2015년 10월 10일 ‘KBS 특별생방송 이산가족을 찾

습니다’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대

상으로 선정됐다. 한국 방송사상 최초이며 세계적

으로는 독일의 베를린-브란덴부르크 방송사에 이

은 두 번째 세계기록유산으로서 방송사적 의미가

큰 기념비적 사건이다.

‘KBS 특별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는 반가운 소식에 당시 프로그램 관계자들이 모여 이번 등재의 의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안국정 당시 책임프로듀서, 이원군 당시 제작PD, 당시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이지연 아나운서, 좌담 사회를 맡은

김현주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김기만 당시 동아일보 기자(프로그램 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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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 신문과방송 12 2015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안국정 당시 이산가족 찾

기 방송 책임프로듀서, 이원군 당시 제작PD, 이지

연 당시 진행 아나운서, 김기만 당시 동아일보 취재

기자를 초청해 방송 제작 과정과 뒷이야기, 유네스

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의 방송사적 의미와 향후 과

제 등을 논하는 특별 좌담을 가졌다. 사회는 광운대

김현주 교수가 맡았다.

한 진행자가 19시간 20분 연속 생방송

김현주: 83년(방송 당시)에는 소싯적 젊은이에 불과

했는데 그때 이미 역사를 만드는 일을 하신 분들을

뵈니 반갑다. 일단 유네스코 등재 경위를 풀어가는

게 좋겠다. 등재를 신청해보자는 아이디어가 어떻

게 나왔고 언제 등재됐는지 등을 자유롭게 말씀해

주시면 좋겠다.

이원군: 몇 분들에게 상의를 해봤더니 자료 수집을

하면 (유네스코 기록문화유산 등재가) 충분히 가능

하다고 해서 연초에 업무수첩과 자료를 넘겨주고

KBS가 가지고 있는 테이프와 사진뿐만 아니라 관

련자들의 개인 소장 기록물도 수집했다. 운 좋게도

아직까지 보관하고 계신 분들이 많았다.

김현주: 이원군 당시 제작PD가 그때 작성한 업무일

지가 결정적으로 도움이 됐다고 들었다.

이원군: (방송) 첫날은 대본이 있었으나 다음날부터

는 대본이 없었다. 진행을 위해 (일일이) 기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첫 방송) 일주일 전에 부랴부랴 팀

을 꾸려 목요일 밤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

한 회 방송하고 끝나는 걸로 계획했었다. 당시에는

방송 시간이 새벽 1시가 넘어가면 벌점을 부과했다.

12시쯤 이원홍 사장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신청한

사람들 모두 소환해서 밤을 새서라도 방송하자고

했다. 아침 7시 뉴스가 시작되면 끝날 줄 알았는데

방송은 계속 됐다. 따로 회의를 소집해 프로그램을

전사적으로 확대했다. 경찰 컴퓨터 조회, 적십자사

조회뿐 아니라 ‘만남의 광장’을 만들어 방송을 진행

했다. 철야로 끝나는 줄 알았던 방송이 계속 이어져

결국에는 일주일, 한 달이 넘어갔다.

이지연: 그 수첩을 보고 깜짝 놀랐다. 끊이지 않고

가장 길게 한 방송 진행 시간을 16시간 35분으로 알

고 있었다. 그러나 그 수첩을 보니 19시간 20분이더

라. 분 단위까지 쓰여 있었다. 잠도 못자고 방송을

하면서도 그 틈에 이런 기록을 했다는 게 놀라웠다.

(수첩을 보니) 32년 전이 오늘처럼 생생했다. 충격이

었다.

김기만: 동아일보에서도 당시 김상 KBS 출입기자

가 안국정 당시 부장, 이원군 수석PD와 이지연 아

나운서 인터뷰 기사 등을 열심히 썼다. 지난 10월

안국정 당시 책임프로듀서. KBS 퇴직 후 SBS 사장, 부회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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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특별점검 | 세계기록유산 된 ‘이산가족 찾기’ 생방송

4일부터 6일까지 아부다비에서 열린 기록물에 관한

위원회에서 신청 통과된 것은 47건에 불과하다. 방

송 기록문화유산으로는 (‘KBS 특별생방송 이산가족

을 찾습니다’가) 유일하다. 한국 방송사상 처음으로

유네스코 기록문화유산에 등재가 된 것이다. 한편

방송이 끝난 지 32년 만의 등재이기에 ‘만시지탄’이

라고 할 수 있다.

전 국민 울린 아타까운 사연들

안국정: 당시에는 88 올림픽을 앞두고 기술적인 훈

련을 위해 여러 특집 프로그램을 많이 했다. KBS가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전국 규모의 분할

방송을 처음 시도하던 때이기도 했다. 덕분에 텔레

비전을 보는 사람이 급증했다.

이원군: 이산가족 방송은 전에도 있었다. 효과가 미

미했을 뿐이다. KBS 라디오 ‘오후의 교차로’나 한

국일보의 이산가족 지면광고 등이 그 예다. 적십자

사에는 이산가족을 찾아주는 심인과(尋人科)도 있

었다.

안국정: 사람 찾는 일을 하려면 경제적 안정이 돼야

한다. (당시에는) 경제 성장으로 먹고살 만해지니까

가족을 찾는 데 관심을 가질 수 있었다. 처음에 사장

이 하자고 했을 때 ‘포맷이 단순해서 될까’ 했다. 찾

는 사람 소개, 찾을 사람에게 연락을 하는 단순한 구

조다. 만나는 사람이 없으면 지루할 것이라고 생각

했지만 생각보다 상봉이 많이 성사되며 (국민들에

게) 감동을 주었다.

김현주: 진행하며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 있으면 말

씀해 달라. 여성 시청자의 98%가 울었다고 한다.

이지연: 벽보 보다가 만나고, 신청서 쓰다가 만나는

등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신기하게 서로 얼굴을

‘이산가족을 찾습니다’를 생각할 때마다 공영방송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경제적, 사회적으로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며 그들의 눈물은 어떻게 닦아줄지, 간절한 소망을

어떻게 들어줘야 하는지 방송이 들여다봐야 한다.

이산가족 찾기 방송을 직접 연출했던 이원군 당시 제작PD. 그후 KBS에서

부사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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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 신문과방송 12 2015

알아보고 찾는 경우도 있었지만 못 만나는 가족들

이 더 많았다. 때로는 분명히 가족이 맞는 것 같은

데 가족이 아니라며 그냥 돌아가는 경우도 있었다.

진짜 가족이 아닐 수도 있는 것이고,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영화 ‘길소뜸’에 잘 나와

있다.

김기만: 일부러 (가족이) 아니라고 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실제로 어떤 한 남자는 한국전쟁이 터져 부

인과 뱃속에 석 달 된 애를 두고 바로 징집됐다. 군

복무를 마치고 다시 집에 돌아갔지만 가족을 만날

수 없어서 전국을 다 찾아다녔다고 했다. 그래서 이

산가족 방송에 신청을 했고 결국엔 두 사람이 만날

수 있었다. 부인은 딸 하나를 시집보내고 본인도 남

편을 찾다가 못 찾아서 결혼을 했다. 분명히 두 사람

이 (서로가 찾는 사람이) 맞는데 아니라며 돌아서더

라. 지금 만나봐야 도움이 안 될 것 같아서 눈물로

확인만 하는 경우다.

이원군: 못 만난 사람 가운데 서울에 사는 이소자 할

머니가 생각난다. 첫날이 아닌 이튿날 잃어버린 남

매를 찾는다며 신청을 하곤 집에를 안 가시더라. 다

행히 여름이라 춥지는 않았지만 보름을 연속 방송

하며 나이 드신 분들 큰일 나겠다 싶었다. 이분들은

집에 가서 기다리시지 않고 방송국에서 살다시피

했다. 이런 사람들이 한두 명이 아니었다.

이지연: 가장 가슴 아픈 것은 전쟁고아였다. 신청자

10만여 명이 모두 사연 피켓을 하나씩 들었는데 그

들은 부모님 이름 ‘모름’, 본인 이름 ‘모름’, 생년월일

‘모름’으로 적었더라. 부부가 서로를 찾는 경우와 부

모가 자녀를 찾는 경우도 감동적이면서 가슴이 아

팠다. 어떤 할머니는 결혼도 안 하고 아이를 어렵게

키웠는데 할아버지는 재혼을 했다. 생방송에서 만

나자 할머니는 눈물도 안 흘리고 가만히 있는데 할

아버지가 할머니를 등에 업고 작은 목소리로 “여보,

미안해요. 고마워요”를 반복하시더라.

이산가족 방송은 쌍방향 프로그램

김현주: 재력이 되고 형편이 되면 미리 만나더라. 그

러니 (방송에 이산가족 신청을 한) 이 사람들은 그야

말로 민초 중에 민초인 것이다. 한결같이 세월에 찌

든 모습들이 기억난다. 이 프로그램은 1986년 유명

한 미국 커뮤니케이션 학술지 ‘저널 오브 커뮤니케

이션(Journal of Communication)’에 소개됐다. 영어

제목은 ‘Family Reunion’으로 ‘An Interactive Media

Event’로 분류됐다. 여기에는 주로 대관식, 취임식

등이 속해 있다. 모두 일방향적인 성격을 갖고 있지

만, 이산가족 방송은 쌍방향 방송이었다.

이지연: 이번 등재 이후 특집 방송을 마련할 때 방송

이산가족 찾기 방송을 진행했던 이지연 아나운서. 이 프로그램으로 대통령

표창, 국민훈장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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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특별점검 | 세계기록유산 된 ‘이산가족 찾기’ 생방송

당시 취재기자들을 인터뷰했었다. 여기서 당시 이

산가족 방송이 SNS의 시초였다는 얘기가 나왔다.

서로를 드러내고 연계하면서 자기 얘기를 주고받았

기 때문에 SNS의 시초로 분석한 것이다.

김현주: 사회적 갈등과 분열이 심했던 시기에 국

민을 한데 묶었다는 점에서 방송의 힘이 대단함을

새삼 느낀다. 오늘날에도 필요한 방송의 힘이기도

하다. 해외 언론사들의 취재 열기 또한 뜨거웠다고

들었다.

김기만: 주요 4대 통신사를 비롯해 각국에서 취재를

왔다. 미국 ABC는 ‘나이트라인’ 생방송을 통해 당시

현장을 생중계했다. 여러 국가들 가운데 독일이 당

시 분단국이었기 때문에 가장 관심 있게 보도했다.

외신들의 큰 관심은 당연한 거였다. 당시 (한국을 제

외한) 분단국은 독일과 예멘뿐이었다. 독일은 아데

나워의 동방정책이 추진 중이었기에 서신 교환과

방문이 가능했다. 2차 세계대전 종전 후에도 이런

비극이 지속된 유일한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눈물

바다 속에서 모두가 인간적인 감동을 받았다. 종전

이후 가장 큰 휴먼 드라마일 것이다.

이지연: 해외 사람들은 30년이 지난 이 시간까지 (가

족을) 못 찾은 것을 이해 못한다. 나 자신도 이산가

족으로, 2000년도에 북한에 있는 오빠와 상봉했을

당시 외국 언론사들이 집중 취재했다. 그때 어떻게

50년 만에 만났냐, 생사도 몰랐냐, 그동안 나라는 뭘

했냐 등 이해가 안 된다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이원군: 한국전쟁의 특성을 잘 몰라서 그렇다. 압축

성장 과정에서는 먹고살기 바빠 가족을 찾을 여유

가 없었다. 이산가족 수도 너무 많아서 정부가 손대

는 것 또한 힘들었다. 당시에는 텔레비전이 막강한

위력을 과시하고 중계방송만 해도 큰 관심을 받을

때다. 이 모든 것들이 합쳐져 프로그램이 성공했다.

안국정: 한국 현대사에서 역사적인 사건이다.

이원군: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지금부터

가 중요하다. 훼손되지 않게 보존하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야 한다. 이번에 등재된 KBS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그 외 한국의 유네스코 기록유산 등재 기록

유산들 또한 학생들과 국민들이 쉽게 찾아볼 수 있

도록 관리를 했으면 좋겠다.

앞으로 정부가 할 일

안국정: 기록유산을 보관, 관리, 보존, 공개, 활용할

수 있게끔 관리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보존과

공개를 잘 해야 한다. 박물관을 짓는 것도 좋을 듯

하다. 등재과정까지는 KBS가 했지만 적십자사, 서

울시, 경찰 등이 방송자료와 이산가족 실태를 통합

관리했으면 한다.

이산가족 방송을 취재했던 당시 동아일보의 김기만 기자. 후에 청와대

춘추관장을 역임했고, 현재 우석대 초빙교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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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4 신문과방송 12 2015

김현주: 벌써 마무리를 할 때가 됐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씩 부탁드린다.

김기만: 남북 이산가족 방송은 KBS가 국영방송으

로 실추됐던 이미지를 극복하는 계기가 됐다. 가장

공영방송다운 역할을 했으니 자부심을 가져도 될

것이다. 당시 이산가족 상봉 문제는 국민들의 씻김

굿이었다. 정파적인 문제를 떠나 이산가족 상봉 문

제를 이대로 끝내서는 안 된다. 젊은이들에게 다시

한 번 국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모델이

될 것이다. 진보, 보수를 떠나 정부 차원에서 누구든

이산가족 문제를 해결했으면 좋겠다.

안국정: 이제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이산가

족 문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보관, 보존, 공개 의무

를 어떻게 하느냐에 대한 방법 또한 연구해야 한다.

후세들에게 전쟁의 아픔, 전쟁의 기억을 전달해주

는 역할을 할 수 있기에 민족의 자산으로 활용할 가

치가 있다. 나아가 학계에는 이산가족 문제를 학술

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줘야 한다. 기

록유산 등재를 계기로 이것이 하나의 민족적 유산이

될 수 있도록 활용 가치를 높일 필요가 있다.

이원군: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방송을 생각할 때

마다 공영방송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경제적, 사회적으로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며 그들의 눈물은

어떻게 닦아줄지, 그들의 간절한 소망을 어떻게 들

어줘야 하는지 방송이 들여다봐야 한다. 함께 울고

웃으며 해결할 수 있는 방안들을 고민해야 국민들

로부터 외면 받지 않고 칭찬받는 방송이 될 수 있다.

이지연: 나는 실제로 이산가족이다. 2000년도 상

봉 당시 오빠를 50년 만에 만났을 때 오빠의 나이가

68세였다. 지금은 평양에 계시는데 살아 계신다면

83세가 되셨을 것이다. 68세 때 만나고 바로 칠순이

셨는데, 식사라도 하셨는지 전화나 편지로나마 물

어봤으면 좋겠다. 최근 있었던 이산가족 상봉 때에

90세가 넘으신 분들이 상당수 가족들과 해우했다.

그분들이 가시지 않더라도 북한이 가족의 생사만이

라도 확인할 수 있는 채널을 잡아줬으면 한다. 수많

은 이산가족분들이 가족의 생사만이라도 확인하고

편히 눈 감으실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 대단히 밝

은 이 세상에 마음속 그늘을 안고 사시는 그분들이

마음의 숙제를 하루빨리 해결할 수 있도록 다방면

에서 노력을 해줬으면 한다.

김현주: 유네스코 기록유산 등재와 관련해 이야기

를 시작했는데 역사, 가족, 민족, 전쟁, 인류 보편적

가치인 사랑과 휴머니즘까지 걸리지 않는 항목이

없다. 그런 이야기까지 속속 담아 주셔서 의미 있는

좌담이 됐다. 귀한 시간 내어주셔서 감사하다.

특별 좌담의 사회를 맡은 김현주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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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 별 점 검

세계기록유산 된 ‘이산가족 찾기’ 생방송

035특별점검 | 세계기록유산 된 ‘이산가족 찾기’ 생방송

사람의 눈물샘은 잘 마르지 않는다는 것을 처음 알

았다. 그렇게 많이, 자주, 끊임없이 울 수 있다는 것

도 처음 경험했다. 1983년 6월 30일 시작되어 장장

138일간 계속됐던 ‘KBS 이산가족 찾기 생방송’ 때

우리 국민들이 그랬다.

계해년, 돼지띠의 1983년은 ‘울음의 한

해’였다. 한 해 내내 국민의 눈물이 마를 새

가 없었다. 유난히 대형 사건사고와 가슴

울리는 사연이 많았던 한 해였다. 동아일

보의 3년차 사건기자였던 필자 또한 실컷

울었고 사건 현장을 원 없이 뛰었던 한 해

였다.

눈물과 사건사고의 해 1983년

이산가족 찾기 생방송이 두 달여 국민

을 울릴 즈음이던 그해 9월 1일 대한항공

007편 보잉 747기가 소련 상공 서사할린

에서 소련에 피격, 269명 전원이 숨졌다. 미국 뉴욕

을 출발해 서울로 향하던 이 여객기의 승객 중에는

래리 맥도널드 미국 하원의원도 있었다. 탑승객들

의 국적만 해도 16개인데다 비무장 민간항공기를

격추시킨 것은 사실상 ‘학살행위’였기 때문에 전 세

김기만

전동아일보파리특파원·전청와대춘추관장

‘KBS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취재기

전 국민의 씻김굿…그해 여름은 뜨거웠네!

1983년 여름 여의도 광장은 이산가족을 찾는 숱한 벽보와 상봉자들의 눈물로 뜨겁게

달구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산가족 찾기 생방송이 한창이던 무렵의 여의도 광장 모습.

/ 사진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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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6 신문과방송 12 2015

계의 여론이 들끓었다. 숨진 사람들의 슬픈 사연이

언론을 탈 때마다 국민들은 또 울었다.

그로부터 한 달여가 지난 10월 9일 한글날, 버

마(지금의 미얀마)에서 ‘아웅산 폭탄 테러사건’(공

식 명칭은 ‘버마암살폭파사건’)이 터졌다. 당시 미얀

마를 공식 방문 중이던 전두환 대통령을 암살하기

위해 북한이 저지른 이 끔찍한 사건으로 서석준 부

총리를 포함한 장관, 청와대 수석비서관, 취재기자

등 17명이 숨졌다. 미얀마 수도 랭군(현재의 양곤)의

아웅산 묘소를 참배할 계획이던 전 대통령은 예정

보다 조금 늦게 출발해 죽음을 피할 수 있었다. 전두

환 정권을 지지하는지 여부에 상관없이 국가적 인

재들의 희생과 사건의 비극성 때문에 많은 국민들

이 몸서리치며 울었다.

1983년은 사건사고 홍수의 해였다. 지난 11월

22일 작고한 김영삼 전 대통령이 ‘민주인사 석방’ 등

을 요구하며 23일간의 단식투쟁을 시작한 것도 그

해 5월 18일이었다. 광주민주화운동 3주년을 맞아

목숨 걸고 벌인 투쟁이었다. 오랜 단식 끝에 긴 수염

의 바짝 마른 몸으로 서울대병원에 강제 이송되던

그의 모습을 언론을 통해 지켜보며 민주화를 열망

하던 많은 국민들이 또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특종 경쟁, 기사 송고 싸움

이산가족 찾기 생방송은 1983년의 여름을 관통

했다. 6월 30일 시작되어 11월 14일에 끝났으니 방

송의 절정이었던 7~9월의 가뜩이나 뜨거웠던 여름

은 그냥 열탕이었다. 오늘의 ‘여의도 공원’이 아니

고 나무 한 그루 없이 아스팔트로 포장되어 있어 ‘국

군의 날 행사’가 단골로 열리던 ‘여의도 광장’(일명

5.16광장). 이산가족을 찾는 숱한 벽보와 임시로 설

치된 ‘만남의 광장’(현 산업은행 본점 터)의 열기, 곳

곳에 설치된 공중전화기의 열띤 목소리들, 열정에

찬 사람들의 눈길, 그리고 시시각각 벌어지는 상봉

의 사연에 따른 눈물바다로 광장은 더욱 뜨겁게 달

구어질 수밖에 없었다.

기자 세계에는 취재 영역(일본어로 나와바리)이

라는 게 있다. 정치부 국회 출입기자, 경제부 금융계

출입기자, 체육부 야구담당 기자, 사회부 사건기자

식으로. 당시 사건기자로 영등포경찰서 출입기자였

던 필자는 KBS가 영등포 관내에 있다는 이유로 당

연히 이산가족 찾기 생방송 취재에 가장 먼저 투입

됐다. 정확히는 7월 1일, 그러니까 6월 30일 밤에 시

작된 방송이 예정을 넘겨 7월 1일 새벽까지 연장되

면서 벌써 큰 태풍이 될 것 같은 조짐을 보인 바로

당일이었다. 그리고는 이 특집방송이 종료된 11월

14일까지 현장을 뛰었다.

첫날 사연이 보도된 이산가족 찾기 신청자 가운

데 “6.25 한국전쟁의 와중인 1.4후퇴 때 헤어진 사촌

남매 8명을 찾는다”는 신영숙 씨가 바로 그날 제1호

로 상봉에 성공했다. 프로그램이 대박을 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사나흘 지나기 무섭게 이 방송은 온

나라와 국민을 울리는 각본 없는 드라마, 감동의 휴

먼스토리, 전쟁 상흔을 지우는 국민의 씻김굿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아마도 한 언론사(KBS, 당시는

‘한국방송공사’)가 취재대상이 되고 나머지 모든 국

내외 언론사가 취재 경쟁을 벌이는 상황은 전대미

문, 금시초문의 일이었고 앞으로도 벌어지기 힘든

일이리라. 국내 언론은 물론 세계 4대 통신사(AP,

AFP, UPI, 로이터)를 비롯해서 전 세계 거의 모든 주

요 언론사가 취재에 나섰다. 미국 ABC방송의 유명

프로그램 ‘나이트라인’이 생방송으로 특집뉴스를

내보낼 정도의 대사건이었다.

이산가족 찾기 생방송은 취재기자들에게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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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7특별점검 | 세계기록유산 된 ‘이산가족 찾기’ 생방송

에는 온통 싸움투성이였다. 취재 싸움, 특종 경쟁,

아이디어 싸움과 함께 기사 송고 싸움이 가장 어려

웠다. 오늘과 달리 핸드폰, 노트북은 물론 컴퓨터,

팩시밀리조차 일반화되지 않은 때였다. 기사를 취

재하면 취재수첩이나 머릿속에 대강의 기사를 만

든 뒤 회사에 전화를 걸어 기사를 불러줘야 했다. 아

니면 회사 취재차량을 타고 회사로 들어가 번개 같

은 속도로 기사를 써 넘기고 다시 취재 현장으로 돌

아와야 했다. 당시는 특히 전화난이 극심해서 집에

청색전화(예전에 전화 시설이 부족해 전화를 놓기가 어

려웠을 때, 사용권을 남에게 양도할 수 없는 전화를 이르

던 말)를 가진 경우는 그것만으로도 부자이던 시대

였다. 그러니 KBS 안에서 전화를 확보하지 못하면

근처의 파출소로 달려가거나 미리 수배해 둔 여의

도 내의 전화 있는 지인 집을 찾아가 전화기를 사용

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언론사 취재차량을 운전하던 분들의 별명

중에는 ‘마하’ ‘번개’ ‘총알’ 등이 적지 않았다. 비상

등을 켜고 사이렌을 울리며 여의도에서 광화문 동

아일보 사옥까지를 10여 분에 주파해 내니 그럴 수

밖에. 특히 사진의 경우 사진기자가 카메라를 가지

고 회사에 들어가 암실에서 직접 작업해 사진을 인

화하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신문사 차량은 날아다

니다시피 하는 게 다반사였다. 찌는 듯한 무더위, 항

상 부족 상태인 잠과의 싸움 또한 쉽지 않았다. 그러

나 시일이 지나면서 언론사 간 취재 경쟁은 점차 시

들해지고 이산가족 상봉이 보다 원활하게 이루어

지기를 바라는 동조화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점차 일심동체가 되어갔다고나 할까? 한국일보가

이산가족 찾기 신청자 명단만으로 호외를 발행해

도 아차 싶거나 경쟁심을 느끼는 게 아니라 아주 잘

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방송이 만들어낸 스타들

이산가족 찾기 방송이 만들어 낸 최단 시간, 최대 스

타 연예인의 하나가 가수 설운도씨다. 당시 25살의

무명가수였던 그는 ‘낙동강 아버지’라는 제목의 곡

을 만들어 놓고 연습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작곡자

가 이산가족 찾기 첫날 방송을 본 뒤 번개처럼 아이

디어를 떠올려 이 상황에 맞는 가사를 작사가에게

의뢰해 ‘잃어버린 30년’이라는 노래로 바꾸고 급하

게 취입해 KBS 담당 PD에게 넘겼다. 당시 이원홍

KBS 사장까지 거치면서 ‘합격’ 판정을 받은 이 노

래는 이산가족 찾기 방송의 주제가 중 하나가 됐다.

설운도는 아예 KBS에 대기하고 있다가 상봉이 이

루어지기만 하면 무대로 나와 이 노래를 불렀다.

130여 일 그러고 나니 그는 일약 스타가수가 되어

있었다. 이 프로그램의 진짜 주제가로 잘 알려진 ‘누

기사를 취재하면 머릿속에 대강의 기사를 만든 뒤 회사에

전화를 걸어 기사를 불러줘야 했다. KBS 안에서 전화를 확보하지

못하면 근처의 파출소로 달려가거나 미리 수배해 둔 여의도 내의

전화 있는 지인 집을 찾아가 전화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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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8 신문과방송 12 2015

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는 1964년 KBS 라디오에

서 방송한 드라마 ‘남과 북’의 주제가였다. 가사가

프로그램 취지와 딱 맞아떨어져 KBS가 이 곡을 부

른 가수 곽순옥을 찾았으나 그녀는 홍콩에 살고 있

었다. 급히 대타로 투입된 가수는 패티 킴. 그녀에게

도 이 행운은 엄청난 것이었다. 주제가와 관련해 생

생하게 떠오르는 또 한 분은 국민가수 김정구. 당시

67세(1998년 작고)로 실제 이산가족이었던 그 또한

KBS에 상주하다시피 하며 상봉이 이루어질 때마다

‘눈물 젖은 두만강’을 불러 국민들의 눈물샘을 자극

했다.

한국전쟁 휴전(1953년 7월) 30주년을 맞아 ‘아직

도 내 가족을 못 찾았소’라는 제목의 1회 특집 방송

으로 기획됐던 이 프로그램이 전 세계에 냉전과 분

단의 상처를 인식시키며 온 국민을 울리는 138일,

453시간 45분의 기네스북 기록 대하드라마로 만들

어진 과정을 되돌아보면 “역사는 우연과 필연의 복

합체”라는 말이 실감난다. 어떻든 그때까지 ‘관제

방송’이라는 딱지가 붙어 있던 KBS는 이 홈런 한 방

으로 공영방송의 위력과 역할이 무엇인지를 보여

주며 명예와 위상이 높아졌다. 이 방송은 한반도 긴

장 완화에 크게 기여하고, 전 세계에 평화의 중요

성을 다시 깨닫는 메시지를 던져주었다. 이 방송은

‘1983년 세계언론인대회’에서 ‘가장 인도적인 프로

그램’으로 선정됐다. 이듬해에는 ‘세계평화협력회

의’에서 방송기관 최초로 ‘골드 머큐리·애드 호너

렘상’을 받는 영예를 안았다.

그런데 필자는 이산가족찾기 생방송의 최대 수

혜자는 당시의 전두환 대통령이 아니었을까라는 생

각을 해보곤 한다. 1979년 12·12 쿠데타와 1980년

5월 광주항쟁을 거쳐 정권을 잡은 그에게 국민 화

합은 가장 절실한 숙제였다. 어쩌면 자신의 힘으로

는 이루어내지 못할 난제였다. ‘국풍’이라는 국민

축제 행사를 벌이고, 서둘러 프로야구와 프로축구

를 만들며 국민들을 달래보려 했지만 광주항쟁 3년

째인 당시의 시대 분위기는 문자 그대로 ‘침묵의 동

토’였다. 고려대 총장 출신인 김상협 총리가 “막힌

것은 뚫겠다”고 큰소리쳤지만 국민은 얼어붙어 있

었다. 민심은 정권에서 이반되어 있었다. 그런데

KBS가 국민의 가슴을 녹여주고 울음보가 터지는

카타르시스를 줌으로써 정권의 숙제를 해결해 주었

으니 속으로 얼마나 좋았겠는가.

이산가족 상봉 현장에서 다시 뛰는 날

이산가족 찾기 방송에는 빛만 있는 건 아니었다. 그

림자도 짧지 않았다. 자신을 찾는 사연판 앞에 서

서 한동안 망설이다가 “때가 아니다” “인연이 여기

까지구나”라고 하염없이 눈물지으며 발길을 돌리

는 경우도 있었다. 상봉 이후에 재산 싸움이 벌어

져 불행해진 일도 있었다. 그러나 누가 뭐라고 해도

이 방송은 해방 70년과 분단 67년을 맞는 오늘까지

한반도에서 벌어진 가장 감동적이고 인도적인 사

건의 금자탑이다. 사상, 이념, 정파를 다 떠나 국민

이 하나 되게 했던 행복한 방송이었다. 모든 것이 달

라져 디지털 시대가 된 지금 이런 방송이 재연됐으

면 하는 생각이 간절하다. KBS와 관계 당국이 구체

적인 노력과 구상을 해주었으면 한다. 이대로 세월

이 조금 더 가버리면 남북한 분단 1세대들은 다 사

라진다. 그러면 남북한은 ‘형제국가’가 아닌 ‘사촌국

가’로 더 멀어지고 만다. 그런 불행을 막고 남남이건

남북이건 이산가족이 다시 대규모로 상봉하는 날이

빨리 다시 오길 기원한다. 그날이 오면 60대의 프리

랜서 기자로 현장을 다시 한번 뛰고 싶다. 32년 전의

감격과 감동을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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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점검

자율규제 내실화·포털 책무 강화 시스템 구축인터넷공간의언론신뢰성제고방안/김선호

‘머리는 디지털, 조직·인력은 페이퍼’ 이분화부터 극복디지털및모바일혁신방안/정재민

‘뉴스·정보 복지 지표’ 개발, 뉴스 리터러시 교육 시급미디어정보복지개선방안/유홍식

‘뉴스미디어의 미래’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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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중 점 검

040 신문과방송 12 2015

‘뉴스미디어의 미래’ 토론회

김선호

한국언론진흥재단연구위원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지난 11월 19일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뉴스미디어의 미래를 위한 대

토론회’를 열었다. 뉴스미디어 산업의 위기극복 방안

마련을 위해 기획된 이 토론회는 재단에서 약 100여

일간 ‘인터넷 공간의 언론 신뢰성 제고’, ‘디지털 및

모바일 혁신’, ‘미디어 정보 복지’등 3개의 분과를 운

영하며 심도깊은 논의를 진행한 결과물 발표의 장이

었다. ‘집중점검’에서는 각 분과별 발표 내용을 요약·

정리해 소개한다. <편집자 주>

현재 인터넷은 뉴스 소비가 이루어지는 중심 매체

이며, 문화가 매개되고 민주적 여론이 형성되는 공

간이다. 그리고 인터넷에서는 정보 전파가 급속하

게 이루어지며 광고 시장도 지속해서 성장하고 있

는 추세다. 인터넷 공간에서 신뢰성이 중요한 이

유다. 본 ‘인터넷 공간의 언론 신뢰성 제고’ 분과에

서는 위와 같은 특징을 갖는 인터넷 공간에서 언론

에 대한 신뢰성을 이용자 관점에서 바라보았다. 인

터넷 공간의 언론에 대한 신뢰 저하 원인은 네 가지

로 정리할 수 있다.

신뢰성 저하의 원인

첫 번째 원인은 변화된 시장 환경 때문이다. 현재

전통 매체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으며, 매체 사용의

전이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또 인터넷 공간에서 수

익 경쟁으로 인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각종 자

료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인쇄신문의 구독자 이탈 속

도는 가속화되고 있고 신문광고 시장 역시 축소되

고 있다. 이에 반해 인터넷에서 시장에 참여하는 사

업자의 수는 급격히 늘고 있어 경쟁 강도가 점점 세

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인터넷 언론의 광고 시

장 파이는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매체

수의 증가를 다양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해석할 수

도 있지만, 실제로는 사업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인터넷 공간의 언론 신뢰성 제고 방안

자율규제 내실화·포털 책무 강화 시스템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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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집중점검 | ‘뉴스미디어의 미래’ 토론회

에 불안 요소로 작용하며 결과적으로 저널리즘 품

질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두 번째 원인은 저널리즘 원칙의 실종이다. 과

거 저널리즘은 보도의 독립성을 유지하는 등 나름

의 윤리 규범을 가지고 있었으나, 요즘의 저널리즘

은 과도한 경쟁 속에서 이용자의 관심을 끌기 위

해 선정적 보도나 흥미 위주의 보도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언론에 대한 인터넷 이용자의 신뢰

도가 심각하게 낮아졌다. 선정적 보도에 대해 자율

적 심의가 이뤄지고는 있지만, 자율규제의 사각지

대가 여전히 광범위하게 존재하고 자율규제의 실

효성도 낮아 문제 해결에 크게 기여를 못하고 있다.

세 번째 원인은 뉴스 소비의 집중이다. 다시 말

해, 뉴스 소비 창구가 매우 제한적이다. <2014 언론

수용자 의식조사>를 보면, 수용자가 뉴스 매개자 또

는 정보 매개자라고 하는 포털 사이트를 통해 많은

뉴스를 소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오늘날의 수용

자는 개별 언론사에 대한 브랜드 인지도나 충성도

가 낮고 주로 뉴스 매개자를 통한 뉴스 소비를 하고

있다. 자체 홈페이지나 채널의 경쟁력이 약화되다

보니, 인터넷 언론사들이 트래픽을 유도하기 위해

다른 언론사의 기사를 베껴 쓰고 어뷰징(동일기사

반복 전송)하는 병리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네 번째 원인은 자정 기능의 상실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별 언론사들이 공

적 책무의식을 갖고 자율심의에 참여해야 하는데,

언론사 자체의 폐쇄성이나 낮은 재정 독립성 등으

로 인해 자율심의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언론

진흥재단에서 자율규제 활성화에 도움을 주고 있

으나 아직 여러 가지 한계가 존재한다.

위와 같은 4가지 원인 진단을 고려하여 본 분과

에서는 신뢰성 제고를 위한 개선 방안을 도출하는

데 있어 다음과 같은 원칙을 적용했다. 첫째, 자율

규제를 내실화해야 한다는 것이고 둘째, 매체뿐만

아니라 매개자들이 사회 영향력에 걸맞은 책무성

을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이용자 권익 보호를

위해 일정 수준 이상의 뉴스 품질을 확보해야 한다

는 것이다. 넷째, 여론 및 정보의 다양성을 증진시켜

야 한다는 원칙과, 마지막으로 언론사 간 공정한 시

장 경쟁을 유도해 품질 좋은 뉴스가 사회적으로 높

은 평가를 받고 유통되는 환경을 마련하자는 원칙

이다. 이런 다섯 가지 원칙을 바탕으로 본 분과는 네

가지 구체적 방안을 제안한다.

신뢰성 제고를 위한 제언

<제안 1> 자율규제 실효성 강화와 지원 정책 확대

자율규제기구의 심의 기준을 개선 및 정비해 실효성

을 강화시켜야 한다. 우선 자율규제에 참여하고 있

자율규제기구에 참여하는 언론사들이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폭넓은 참여를 유도하여 대표성을 높이면서 개방적인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심의 결과는 경제적 인센티브 부여나

포털 제휴 평가 시 참고자료로 활용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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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 신문과방송 12 2015

는 언론사들이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폭넓은 참여

를 유도하여 대표성을 높이면서 개방적인 거버넌스

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심의 기준을 개선하고

심의 결과를 대외적으로 공표할 필요도 있다. 심의

결과는 경제적 인센티브 부여나 포털 제휴 평가 시

참고자료로 활용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자율심의

에 참여하는 언론사에 대한 지원 정책 확대가 필요

하다. 언론 지원을 위한 재원을 확충해 자율심의 참

여 언론사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정부광고 수주

에 있어서도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법이 있다.

<제안 2> 뉴스 서비스 사업자의 책무성 강화

뉴스 서비스 사업자(포털)는 이용자들이 참여하는

책무 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권고한다. 포털은 형식

적으로 이용자위원회를 갖추고 있긴 하지만 실질적

인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포털은 이용자 즉, 공

중에 대해 보다 높은 수준의 책무를 수행하는 시스

템 구축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외부 전문가나 이

용자들이 참여해 이용자들의 불만 처리를 수행하는

위원회 운영을 제안한다. 추가적으로 뉴스 서비스

관련 활동을 투명하게 공표하는 ‘뉴스 서비스 투명

성 보고서’ 발간도 권고한다. 해당

보고서는 뉴스 제휴 평가 활동, 뉴

스 서비스의 운영 방침, 기사 배열

규칙, 편집 모니터링 결과 등의 내

용을 포함한다.

<제안 3> 디지털 저널리즘 교육 및 연

구・개발 시스템 구축

디지털 저널리즘 교육 체계 구축을

제안한다. 디지털 전문성과 저널리

즘 윤리 교육이 필요하지만 현재 교

육 체계는 이를 담보하지 못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단기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각 대학에서 특수대학

원을 운영하고 있지만 실험적이고 지속적인 연구

개발 시스템은 구성되어 있지 않다. 언론인 재교육

에 많은 노력을 쏟고 있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을 중

심으로 디지털 저널리즘을 위한 연구 개발 및 교육

을 확충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장기적으로 학위 과

정을 갖춘 저널리즘 전문대학원 설립을 추진하고,

단기적으로는 디지털 저널리즘을 위한 지속적인 연

구 개발 시스템 구축을 권고한다.

<제안 4> 인터넷 뉴스 평가 시스템 구축

인터넷 뉴스에 대한 평가 시스템 구축을 제안한다.

인터넷 뉴스 평가는 품질 좋은 뉴스에 대한 사회

적 인정과 보상을 하는 데 기초자료로 활용함으로

써, 결과적으로 품질 경쟁을 유도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인터넷 뉴스 평가 위원회는 전문가들로만 구

성됐던 과거와 달리 이용자, 전문가, 언론인들로 구

성하여 다각화되고 입체적인 평가를 하는 것이 바

람직하다. 그리고 뉴스 평가의 기초 자료로 활용하

기 위해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인터넷 언론에 대한

정기적인 조사를 수행할 것을 권고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11월 19일 언론계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뉴스미디어 혁신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뉴스미디어의 미래를 위한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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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중 점 검

‘뉴스미디어의 미래’ 토론회

043집중점검 | ‘뉴스미디어의 미래’ 토론회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뉴스미디어 산업의 위기 극

복 방안을 강구하고자 기획한 ‘뉴스미디어의 미래

를 위한 대토론회’ 제2분과는 ‘디지털 및 모바일 혁

신’1을 주제로 다루고 있다. 먼저 신문 산업의 현황

을 짚어보고, 무엇이 디지털·모바일 혁신을 가로막

고 있는지, 디지털·모바일 혁신을 위한 과제는 무

엇이고, 각계는 무엇을 해야 할지 제안점을 찾는 것

으로 논의가 진행됐다. 이 글에서는 지난 3개월간

‘디지털 및 모바일 혁신’ 분과에서 7차례에 걸쳐 논

의한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뉴스는 여전히 매력적 콘텐츠

뉴스미디어 산업이 위기다. 어두운 터널에서 앞으

로 나아가려고 안간힘을 써보지만 터널의 끝이 보

이지 않는다. 위기의 국면은 다차원적이지만 그 핵

심은 산업 내 플레이어들의 수입이 줄어들고 있다

는 점이다. 기업의 위기는 판매하던 상품이나 서비

스가 더 이상 팔리지 않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종이신문 열

독률은 1996년 85.2%에서 매해 하락하여 2014년

30.7%로 떨어졌고, 구독률 역시 1996년 69.3%로 정

점을 찍은 이래 하락하다가 2014년 20.2%까지 떨어

졌다. 하루 평균 종이신문 이용 시간 역시 해마다 줄

어들어 2004년 34.3분에서 2014년에는 10.4분으로

줄어들었다.2 이와 같은 독자들의 이탈은 결국 신

문 산업의 광고 수입 감소로 이어졌다. 광고 수익은

2004년 1조 7,436억 원에서 2014년 1조 4,943억 원

으로 줄었다. 전체 산업에서 신문 산업의 광고비 비

중은 15.5%에 불과한 실정이다.3

이와 같이 전통 언론사들이 위기에 처했음에도

불구하고, 뉴스는 여전히 매력적인 콘텐츠라는 지

표를 찾아볼 수 있다. 20~30대 젊은 층의 뉴스 이

용 시간은 장노년층과 유사하다.4 단지 그들이 뉴

스를 이용하는 플랫폼은 종이신문이 아니라 인터

정재민

카이스트정보미디어경영대학원교수

디지털 및 모바일 혁신 방안

‘머리는 디지털, 조직·인력은 페이퍼’ 이분화부터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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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4 신문과방송 12 2015

넷을 통한 온라인이라는 것이 차별점이다. 특히 PC

보다 모바일을 통한 뉴스 이용이 급증하고 있다.

2015년 미국의 퓨리서치 조사에 의하면, 50개 뉴스

사이트 중 39개 사이트에서 모바일 기기 트래픽이

데스크톱보다 높게 나타났다.5 소셜 미디어를 통한

뉴스 이용이 증가하고 있음도 주목할 만한 변화다.

미국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페이스북과 트위터

이용자 60% 이상이 해당 사이트에서 뉴스를 이용

하고 있고, 이 비율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추세

이다.6 2015년 상반기를 기점으로 페이스북에서의

뉴스 트래픽이 구글에서의 뉴스 이용을 추월한 것

도 소셜 미디어에서의 뉴스 이용 증가를 뒷받침하

고 있다.7

뉴스 콘텐츠가 매력적인 상품임을 보여주는 또

다른 증거는 IT 기업들의 행보에서 엿볼 수 있다.

SNS 기업들은 뉴스를 그들의 서비스에 포함시키

고 있고, IT 거물들은 뉴스 산업에 직접 지분을 투자

하고 있다. 몇 가지만 열거해보자면 페이스북은 인

스턴트 아티클 서비스를, 트위터는 모멘츠를, 애플

은 뉴스앱을 내놓았고,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

는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하고, 이베이 창업자 피에

르 오미다이어는 퍼스트 룩 미디어를 설립했다. 전

통 뉴스 기업의 고전에도 불구하고 뉴스 콘텐츠는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한 가지 분명

한 사실은 종이신문이 뉴스 플랫폼으로서의 위력을

상실했고, 무게중심은 디지털과 모바일로 이동하고

있고, 아니 이미 옮겨갔다는 점이다.

디지털·모바일 혁신의 장애물

뉴스 유통과 소비의 핵심 플랫폼이 디지털과 모바

일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전통 뉴스 기업의 디지털·모바일 혁신을 가로막고

있는가? ‘디지털 및 모바일 혁신’ 분과에서는 종이

신문 광고 수입에 절대 의존적인 비즈니스 모델의

문제, 뉴스 기업 자체가 종이신문 중심의 인력, 조

직, 시스템에 갇혀 있는 문제, 뉴스 선택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독자에 대한 분석 역량 부재, 결국 이로

인해 디지털·모바일 플랫폼에 적합한 상품과 서비

스를 공급하지 못하고 있는 문제를 현실의 장벽으

로 진단했다.

디지털·모바일 혁신으로 나가는데 첫 번째 장

벽은 종이신문에 의존적인 비즈니스 모델이다. 여

전히 신문사의 주된 수익은 종이신문에서 나고 있

고 디지털과 모바일로 인한 수익은 미미하다. 디지

털 퍼스트로의 주문은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투자

할 재원이 없고, 투자를 한다 하더라도 수익을 보장

할 수 없다는 현실적 문제가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

페이퍼 퍼스트 조직 구조 역시 장벽이다. 종이신문

과 디지털 부서 간의 괴리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온

라인 기사를 부수적 업무로 간주하는 조직 내부에

서 디지털 역량이 증대되기는 어렵다. 현업 인력 상

당수가 디지털 기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무

관심하고, 디지털 시스템 도입에 대해서도 소극적

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신문사의 제작

시스템은 여전히 지면 제작을 선공정으로 삼고, 웹

CMS(Content Management System)를 후공정에 놓고

있다. 다시 말해 지면 제작에 사용한 데이터를 웹 출

간에 맞춰 해체한 후 재가공하는 방식이다. 결국 이

런 시스템의 문제 때문에 ‘디지털 퍼스트’라는 캐치

프레이즈가 등장할 수밖에 없었다.

독자 분석 역량이 부재하다는 것 역시 혁신의 장

벽이다. 뉴스 산업에서는 불특정 다수를 독자로 상

정해왔다. 그러나 디지털 세상에서는 독자가 누구

인지 파악해야 어떤 콘텐츠를 좋아하고, 어떤 플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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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5집중점검 | ‘뉴스미디어의 미래’ 토론회

폼에서 최적화된 포맷으로 제공할 수 있을지 전략

수립과 실행이 가능하다. 유료독자와 온라인 독자

들의 정보를 확보하고 관리하는 해외 언론사와 다

르게 국내 언론사는 독자에 대한 정보가 전무한 실

정이다. 독자가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떻게

뉴스를 소비하는지에 대한 분석이 선행되어야 혁신

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시대에 독자들

은 더 이상 뉴스를 패키지로 소비하지 않는다. 신문

하나를 구독하는 방식이 아닌 개별 기사를 다양한

플랫폼에서 소비하고 있다. 결국 페이퍼 퍼스트의

조직 구조와 제작 시스템, 수입 구조의 늪에서 벗어

나 뉴스 플랫폼으로서의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

는 디지털·모바일 혁신은 선택이 아닌 필수일 수밖

에 없다.

콘텐츠 혁신-독자 맞춤형 콘텐츠

그렇다면 디지털·모바일 혁신을 위해서는 어떤 과

제들을 풀어나가야 할 것인가? 콘텐츠, 조직, 비즈

니스 모델 세 가지 차원의 개선을 통해 궁극적인 디

지털·모바일 혁신을 완성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

행됐다. 혁신의 하부 요소로 세 가지 차원을 제안했

지만 그 기저에는 독자 분석이 전제돼야 한다. 다시

말해, 세 가지 혁신은 독자에 대한 분석과 이해를 바

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콘텐츠 혁신 과제로 제안된 첫 번째는 독자 수

요 맞춤형 콘텐츠 생산이다. 지식과 정보를 추구하

는 독자에게는 텍스트 중심으로, 오락과 감성 추구

형 독자에게는 동영상 중심, 정보와 감성 추구형 독

자에게는 오디오 중심 콘텐츠와 같이 독자의 수요

에 따른 맞춤형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독자의 수요에 맞춰 독자 혹은 외부 전문가와의 협

업 콘텐츠도 적극적으로 선보여야 한다. 텍스트 역

시 정형화된 길이와 형식에서 벗어나 차별적인 심

층해석 기사를 싣고, 그래픽과 동영상 등 부가정보

를 제공해야 한다. 연예, IT와 같은 특정 분야에 집

중하거나, 틈새 전문 정보에 주력할 필요도 있다. 해

외에서도 기후, 시리아 난민, 공립학교, 미국 사법제

도, 대마초와 같은 단일 주제에 집중하는 전문 사이

트들이 주목받고 있다.8 내용뿐만 아니라 새로운 포

맷 혁신이 필요하다. 디지털 이용자의 콘텐츠 소비

패턴을 반영하고, 디바이스에 최적화된 포맷이 요

구된다. 카드뉴스나 웹툰 뉴스를 새로운 포맷의 예

로 들 수 있다. 또한 모바일에 적합한 패키징과 큐레

이션 전략이 요구된다. 관련 기사를 묶고, 스타 기자

나 편집장이 추천하는 기사, 버즈피드가 선보인 리

스티클(리스트 + 아티클), 포토 기사 등 모바일 이용

자에게 적합한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다음으로 콘텐츠 혁신에서 무엇보다 더 주력해

무엇이 전통 뉴스 기업의 디지털·모바일 혁신을

가로막고 있는가? 종이신문 광고 수입에 절대 의존적인

비즈니스 모델, 종이신문 중심의 인력, 조직, 시스템, 독자에 대한

분석 역량 부재를 현실의 장벽으로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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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6 신문과방송 12 2015

야 할 부분은 테크놀로지의 활용이다. 먼저, 빅데이

터에 주목해야 한다. 기업과 공공의 빅데이터를 분

석하고 스토리텔링을 통해 전문지식이 없어도 쉽

게 이해할 수 있게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빅데

이터를 활용해 범죄 징후나 구조적 비리 등을 발견

하고 보도하는 탐사보도를 지향해야 한다. 아동 성

폭력범 위치 지도, 메르스 감염 경로, 조류독감 이

동 경로 제작 등이 예가 될 것이다. 데이터를 활용

한 그래픽 시각화 기법도 적극 동원해야 하고, 버즈

피드처럼 상호작용 게임과 퀴즈를 통해 뉴스와 정

보를 제공하는 방식도 고려해야 한다. 드론 촬영이

나 360도 촬영 영상도 뉴스 제작에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다. 최근 해외에서 선보인 가상현실

(VR) 기술도 주목할 만하다. 뉴욕타임스는 아프리

카·중동의 내전으로 난민이 된 아동들의 이야기를

가상현실 뉴스로 보도했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링

컨센터 무대 뒤편의 발레리나’라는 제목으로 미국

을 대표하는 발레단인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

의 솔로이스트 사라 레인의 이야기를 제작했다. 정

기구독 독자들에게 판지로 만든 저가형 가상현실

안경인 ‘구글 카드 보드’를 무료로 제공하고, 해당

언론사의 뉴스앱을 통해 시청할 수 있게 했다. 독자

들은 마치 현장에 있는 듯한 생생함을 느꼈다고 평

가했다.

조직·시스템·비즈 모델 혁신

디지털·모바일 혁신을 위한 두 번째 과제는 조직

과 시스템 개선이다. 언론 기업 내에서 조직 간, 조

직 내 장벽 허물기는 우선 과제이다. 기자 채용 시부

터 온·오프라인 업무 구분 없이 일원화하고, 기존

인력의 온·오프라인 순환 근무 등을 통해 온라인

업무에 대한 차별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 또한 신입

부터 고위직까지 전 직급에 걸쳐 디지털 교육을 실

시해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콘텐츠와 서비스의 필요

성을 인지시키고 제공 가능성을 높이며, CMS와 같

은 디지털 시스템 도입에 대한 저항감도 낮추어야

한다. CMS가 신문 산업의 위기를 돌파할 해법은 아

니지만, 디지털 퍼스트를 향한 최소한의 필수 전제

조건임에는 분명하다. 웹 CMS 생산 프로세스를 중

심에 두고 지면 제작을 후공정으로 해야 한다. 웹과

모바일에서의 영향력 확보와 수익 창출을 위해서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과제이다. 문제는 비용 측면

에서 개별 언론사가 자체 개발하고 유지하는 데 한

계가 있다는 점이다. 또한 새로운 시스템 도입에 따

른 기자들의 업무 부담도 극복해야 할 과제이다. 대

형 언론사의 경우 이미 보유하고 있거나 개발 중인

자체 CMS를 이용하게 하고, 여러 가지 기능의 플러

그 인들을 API로 추가 제공해주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반면 중소 규모 언론사의 경우 자체 CMS

를 가진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에, CTS와 연동해주

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통합 CMS를 지원해주는 것

이 현실적인 방안일 것이다.

종이신문 광고 수입에 의존하는 비즈니스 모델

에서 벗어나 새로운 수입원을 개발하는 것이 디지

털·모바일 혁신의 세 번째 과제이다. 무엇보다도

언론사에서 정보 사업자로의 변신이 필요하다. 디

지털 환경에서 언론사는 뉴스를 중심으로 하는 지

식/정보 기업이라는 시각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빅데이터를 분석해서 기사 작성에 활용하는 차원

을 넘어서서 수입원으로 만들어야 한다. 빅데이터

검색 결과를 상품화하면 뉴스 소비의 B2C를 넘어

데이터를 판매하는 B2B 모델을 실현할 수 있을 것

이다. 다시 말해, 언론사에 축적된 기사를 빅데이터

의 원재료로 활용하고, 리패키징하여 새로운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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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7집중점검 | ‘뉴스미디어의 미래’ 토론회

상품으로 판매하는 것이다. 또한 네이티브 애드 등

새로운 광고 기법을 동원하고 온라인 광고 과당경

쟁으로 인한 저급 광고를 퇴출하고 광고단가를 정

상화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수입원 다변화를

위한 사업 다각화도 절실한 과제이다. 이미 진행하

고 있는 다양한 정보지식 사업과 전시회, 상품 판

매 등을 더욱 효율적인 방식으로 추진해야 한다. 또

한 기존 조직에서 시도하기 어려운 혁신을 위한 소

규모 실험이 필요하다. 미디어 혁신을 위한 사내벤

처를 적극 추진하고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아울러 언론사 간 공동 사업도 적극 모색해야

할 것이다.

혁신의 목표는 고객 퍼스트

궁극적으로 언론 기업들은 앞서 제기한 콘텐츠, 조

직, 비즈니스 모델 개선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공

격적으로 나서야 한다. 나아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뉴스미디어 산업의 디지털·모바일 혁신을 위해 선

도적인 역할을 수행해줄 것을 제안한다. 콘텐츠 개

선을 위해 새로운 뉴스 포맷 연구·개발, 사용자 참

여를 고려한 독자 경험 연구 강화, 뉴스 빅데이터를

활용한 리패키징과 부가서비스 개발 지원이 시급

하다. 빅데이터 시스템 구축은 저작권 사업과 B2B

영역으로의 확대에 기여할 것이다. 이에 연동하여

저비용/고효율 클라우드 CMS를 개발하고, CMS와

연계되는 각종 플러그 인 기능을 지원해야 한다. 언

론사 전 직급을 대상으로 하는 디지털 활용 교육도

강화해야 하고 언론사에서 필요로 하는 디지털 스

킬 매뉴얼 북을 작성하여 교육계에 배포할 것을 제

안한다. 또한 신규 비즈니스 모델 개발과 새로운 광

고기법에 대한 효율성 검증, 미디어 혁신을 위한 언

론사 사내벤처 지원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관중은 이제 디지털과 모바일 운동장으로 옮

겨왔다. 선수들도 새로운 경기장에서 열심히 뛰고

는 있지만 골이 터지지 않는다. 디지털 운동장에

서 생존할 수 있는 콘텐츠와 조직 구조, 제작 시스

템, 비즈니스 모델의 개선이 절실하다. 가장 큰 숙제

는 저널리즘의 가치를 훼손시키지 않고, 나아가 저

널리즘의 질적 제고를 도모하면서 산업으로서 생

존할 기회를 강구해야 하는 것이다. 디지털 퍼스트

나 모바일 퍼스트라는 혁신의 축은 고객 퍼스트여

야 한다. 혹자에게는 페이퍼가 퍼스트일 수 있고, 또

다른 독자에게는 디지털과 모바일이 퍼스트일 수

있다. 모든 독자의 욕구를 다 충족시킬 수는 없겠지

만, 결국 고객이 필요로 하는 콘텐츠와 서비스를 고

객이 원하는 플랫폼에서 제공할 때 디지털 운동장

에서도 골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 ‘뉴스미디어의 미

래를 위한 대토론회’ 디지털·모바일 분과의 결론

이다.

1 ‘디지털및모바일혁신’분과위원은다음과같다(10인:가나다순).고미석(동아일보),김사승(숭실대),김익현(ZDNet),박남기(연세대),

엄호동(파이낸셜뉴스),우병현(조선비즈),이민규(중앙대),정재민

(카이스트),최성진(한국인터넷기업협회),최용성(매일경제).한국

언론진흥재단에서는김영주미디어연구센터장과박대민연구위원이

토론에참석했다.

2 한국언론진흥재단(2014).2014언론수용자의식조사.

3 한국언론진흥재단(2015).2015신문사재무분석.

4 한국언론진흥재단(2014).2014언론수용자의식조사.

5 Mitchell,A.(2015).StateoftheNewsMedia2015.PewResearchCenter.

6 Barthel,M.etal.(2015).TheevolvingroleofnewsonTwitterandFacebook.PewResearchCenter;김영주·정재민(2014).소셜뉴스

유통플랫폼:SNS와뉴스소비.한국언론진흥재단.

7 Ingram,M.(2015.Aug.18).FacebookhastakenoverfromGoogleasatrafficsourcefornews.Fortune.http://fortune.com/2015/

08/18/facebook-google/

8 김창남(2015.11.17).처음부터뉴스는공짜라는인식을주지않았다.한국기자협회보.http://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

no=37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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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중 점 검

‘뉴스미디어의 미래’ 토론회

048 신문과방송 12 2015

국내 언론에 의해 생산된 뉴스와 정보는 다양한 디

지털 또는 모바일 미디어를 통해 유통되면서 사람

들의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삶의 영역에 영향을 주고 있다. 하지만 이러

한 영향력과 반대로 언론의 사회적 위상과 언론에

대한 신뢰는 지속적으로 하락해왔다.

언론과 정보 복지

대토론회의 ‘미디어 정보 복지 분과’는 이러한 상황

에서 국민과 언론의 정보 복지를 통해 어떻게 뉴스

미디어의 미래에 기여할 수 있는지 논의해보고자

했다. 따라서 ‘미디어 정보 복지 분과’는 “언론과 함

께 추구해야 하는 ‘미디어 정보 복지’는 무엇인가?”

와 “국민의 미디어 정보 복지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

은 무엇인가?”에 초점을 맞추어 논의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뉴스의 수용자와 생산자의

발전, 나아가 뉴스를 통한 한국 사회의 통합과 발전

에 필요한 방안들을 제안하고자 했다.

먼저 ‘미디어 정보 복지 분과’는 언론 환경에서

정보 복지가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정보 복지

개념과 어떻게 차별화되어야 하는지 살펴보기 위

해 다학제적 관점으로 분석했다. 행정학 관점에서

정보 복지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를 넘어서 정

보화에 대한 생산적 참여, 정보 자원의 재분배, 삶

의 질 차원에서 풍요로움의 향유, 참여를 통한 자기

창조 능력을 배양할 수 있는 확장된 개념으로 정의

된다. 즉, 정보의 소외계층에게 정보의 접근과 활용

기회를 확대함으로써 정보격차를 해소하고, 복지

서비스의 정보화를 통해 사회적 참여 기회를 확대

하며, 복지 전달 체계의 정보화를 통해 복지 정보의

확산과 공유를 이끌어냄으로써 복지 증대에 기여함

을 의미한다.

법학적 관점은 정보 복지를 정보기본권(정보인

권) 차원에서 논의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전통

미디어 정보 복지 개선 방안

‘뉴스·정보 복지 지표’ 개발뉴스 리터러시 교육 시급

유홍식

중앙대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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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9집중점검 | ‘뉴스미디어의 미래’ 토론회

적인 자유권과 정치적 참정권 보장으로 한정됐던

기본권 개념이 시대의 변화에 따라 경제·사회·문

화적 권리에까지 그 영역을 확장해왔다. 현재는 정

보기본권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고, 행복추구권·

교육권·환경권 등과 마찬가지로 정보기본권을 인

간의 기본적 권리로 인식하고 접근해야 할 필요성

이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법학적 관점에서 정보 복

지는 정보를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는 권리 또는 기

본권의 보장, 그리고 이의 확장과 연결되는 개념이

라 할 수 있다.

사회학적 관점에서 정보 복지의 핵심 영역은 접

근권 보장과 관련된 보편적 서비스, 수용자의 리터

러시, 정보 친화적 문화이다. 정보 복지는 정보를 통

해 시민성(citizenship)을 함양시키고 원활한 사회적

소통을 증진시킴으로써 참여민주주의를 확대하고,

궁극적으로 사회 통합에 기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언론학적 관점에서 정보 복지는 미디어 다양성

의 증진이라 할 수 있다. 정보 복지 차원에서 미디어

의 다양성이 강조되는 이유는 이용자들에게 다양

한 미디어에 접근·활용할 기회를 확대함으로써 사

회의 여론 다양성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보기 때문

이다. 최근에는 미디어 다양성 정책이 여론의 다양

성을 증진시켰는가에 대한 비판과 함께, 내적 다양

성에 대한 논의가 제시되고 있다. 즉, 내적 다양성을

확보하고 있는 우수한 품질의 미디어를 이용하도록

돕는 것이 수용자의 복지와 여론의 다양성에 더 도

움이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NIE에서 미디어 리터러시로

이러한 다학제적 논의를 바탕으로 정리되는 미디어

정보 복지는 디지털·모바일 기술을 접목한 언론 환

경에서 품질 좋은 뉴스와 정보의 혜택을 모든 국민

이 공평하게 누릴 수 있도록 하고, 궁극적으로 국민

의 삶, 삶의 질 향상, 사회공동체의 통합에 기여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의미를 가지는 미디어 정보 복지

는 물리적인 보편적 접근권을 넘어서 내용 또는 관

점의 다양성을 지향해야 하며, 뉴스의 양보다는 ‘퀄

리티 저널리즘’을 통한 품격 높은 뉴스의 생산과 소

비를 지향해야 한다. 뉴스미디어에 대한 접근 격차

뿐만 아니라 활용 격차, (이해)역량 격차까지 포함하

여야 하며, 개인적 이해와 활용을 넘어서 공공의 문

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시민공동체를 위해 기여하는

부분까지 포함해야 한다. 따라서 미디어 정보 복지

사업을 주관하고 있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은 품질 좋

은 뉴스와 정보의 생산과 소비가 선순환되는 구조,

이를 통해 건강한 뉴스 생태계와 사회공동체를 실

현하는 데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미디어 정보 복지 분과’는 몇 가지 구

미디어 정보 복지는 디지털·모바일 기술을 접목한

언론 환경에서 품질 좋은 뉴스와 정보의 혜택을 모든 국민이

공평하게 누릴 수 있도록 하고, 궁극적으로 국민의 삶, 삶의 질 향상,

사회공동체의 통합에 기여함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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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 신문과방송 12 2015

체적 방안을 제시했다. 첫째, 미디어 정보 복지 사업

의 체계성을 확립하기 위해 ‘뉴스·정보 복지 통합

지표’의 개발과 ‘뉴스 소비자 리포트(News Consumer

Report)’의 발간을 제안했다. ‘뉴스·정보 복지 통합

지표’는 뉴스 이용이 국민의 정보 복지 향유, 사회적

결속과 통합에 미치는 효과를 경험적/통계적 자료

를 활용해 평가하는 지표를 의미한다. 이 지표의 개

발과 활용은 향후 뉴스의 품질을 평가하고, 이를 기

반으로 미디어 정보 복지 사업을 추진하는데 기여

할 것이다. ‘뉴스 소비자 리포트’는 좋은 뉴스, 신뢰

할 수 있는 뉴스, 필요한 뉴스를 어떻게 찾고 선택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일종의 안내서(guide book)를 의

미한다. 현재 국내에는 뉴스 소비자들에게 뉴스 소

비와 관련된 안내서가 부재한 상태를 반영한 제안

이다.

둘째, ‘뉴스 리터러시(News Literacy) 교육’으로

미디어교육의 패러다임 전환을 제안했다. 기존의

‘신문활용교육(NIE: Newspaper-In-Education)’에

중점을 둔 미디어교육을 넘어서 디지털 뉴스미디어

이용 환경을 반영한 ‘뉴스 리터리시’ 형태로 획기적

인 전환이 필요함을 강조한 것이다. 이의 추진을 담

당하면서 뉴스 리터러시 교육의 체계를 확립하는데

중추적 역할을 감당해 낼 수 있는 ‘뉴스 리터러시 교

육 센터’의 설립을 제안했다. 전문 인력의 체계적 관

리를 위한 ‘미디어교육사’제도, ‘미디어교육지원법

(안)’ 등과 같은 관련 법안에 대한 체계적인 산학공

동 대응 시스템의 구축 등 뉴스 리터러시 확산을 위

한 인프라 강화 사업의 추진도 제안됐다.

토론과정에서 뉴스 리터러시 교육으로 미디어

교육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기 위해서는 뉴스를 공교

육에 적극 활용해야 할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기

도 했다. 이를 위해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언론

진흥재단뿐만 아니라 교육부의 적극적인 협조와 참

여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또한 향후 뉴스

리터러시의 중요성을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할 필요

성이 강조되기도 했다.

언론진흥재단 뉴스 DB의 공적 기능 강화

셋째, 신문유통지원 사업을 넘어서 ‘정보 복지 중

심의 유통지원 사업’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제안

됐다. 취약계층의 미디어 정보 복지를 위한 정보접

근권을 보장하기 위해 신문사를 지원하는 방식이

아닌, 청소년 복지시설 등에 대한 지원 방식으로 전

환할 것을 제안했다. 뉴스 리터리시 강사를 ‘정보 복

지 중심의 유통지원 사업’과 연계하여 파견하는 사

업 방식이 제안되기도 했다.

또한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뉴스 빅데이터 DB’

의 공적 기능 강화를 제안했다. 예를 들어 재단의

‘카인즈’ 서비스를 미국 다우존스의 팩티바(Dow

Jones factiva)1와 같은 수준으로 질적으로 향상시키

고, 국가통계DB 및 공공DB와 연동시켜 공익성을

강화할 것을 제안했다. 재단의 정보 복지 사각지대

에 있는 시각장애인의 뉴스·정보접근권을 보장하

기 위해 무료 기사 읽어주기(예: umano 어플리케이

션), 점자신문(예: 일본 마이니치신문) 등과 같은 서비

스의 도입을 제안했다. 향후 재단이 뉴스 리터러시

교육 사업을 체계적으로 강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

겠다는 답변과 함께 마무리됐다.

1 유료모델인다우존스팩티바(www.factiva.com)는세계적인비즈니스,파이낸스분야에대한정보제공사이트이다.이사이트의글로벌뉴스

컬렉션은200국가의26개언어로경제와산업관련뉴스와정보를

공급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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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현장

자살보도 좋아졌나?

“느리지만 긍정적 변화 보여”한국기자협회자살예방우수기관선정과언론의자살보도변화/김영욱

내 맘대로 쓸 테니

읽고 싶은 대로 읽어라?‘캣맘사건’보도의문제점/진경호

이산가족의 아픔은 컸고

남북의 거리는 멀었다2008년후7년만에다시가본금강산/김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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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현장

052 신문과방송 12 2015

‘직업병’이라고 하더라도 과하다. 일가족 4명의

사망을 전하는 뉴스를 보고 ‘기분이 좋아졌다’

고 한다면. 2015년 10월 23일 ‘용인 한 아파트

서 일가족 4명 숨진 채 발견’이라는 자막의 한

방송 뉴스를 보고 솔직히 그 비슷한 생각을 했

었다. 40대 중반 부부와 10대 두 자녀가 사망했

고, 경찰이 사인을 조사 중이라는 뉴스였다. 말

미에 번개탄이 발견됐다는 내용도 있었다. 과

거 같으면 ‘동반 자살’이라는 표현이 나올 수도

있는 그 뉴스를 보고 든 생각이 ‘좋은 자살보

도’였다.

미디어 통해 전염되는 자살

그 사건에 대한 뉴스를 검색해 보니 제목에 ‘자

살’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은 보도가 제법 많

았다. 자살보도가 나아진 것인가? 그러나 아쉽

게도 적지 않은 기사들이 여전히 제목에 ‘자살’

김영욱

카이스트미래전략대학원과학저널리즘대학원연구교수

한국기자협회 자살예방 우수기관 선정과 언론의 자살보도 변화

자살보도 좋아졌나?“느리지만 긍정적 변화 보여”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자살예방센터가 2013년 발표한 ‘자살보도 권고 기준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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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언론 현장

이란 단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인터넷 뉴스 이용자

는 제목만 보아도 ‘용인 일가족 4명 사망’이 자살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다.

23일 저녁 공영 KBS 뉴스 보도는 자막이 “일가족

4명 사망…빚 독촉에 동반 자살?”이었다.

자녀가 포함된 자살 사건을 ‘동반 자살’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오래전부터 지적되어온 잘못이다.

어린 자녀들이 자살에 동의했을 개연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언론이 ‘동반 자살’이라는 틀린 표현 대신

‘자녀 살해 후 자살’이라고 보도해 왔다면 그런 사건

이 훨씬 줄어들었을지 모른다. 자녀 살해가 ‘동반 자

살’로 포장되어 감춰지지 않기 때문이다.

일가족이 사망한 비극적 사건을 놓고 ‘좋은 보

도’ 운운하는 것이 비정하게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중대한 이유가 있다. 첫째, 한국의 높은 자살률 때문

이다. 한국은 최근 10년 이상 OECD 국가 중 자살

률 1위라는 불명예를 지키고 있다. 2위와 차이도 상

당하다.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수가 2013년 한국이

28.7명, 2위인 헝가리가 19.4명이었다. 2014년에는

27.3명으로 약간 낮아졌지만, 아직 하향세라고 보기

힘들다. 위기 상황이다. 둘째, 자살은 전염되며 미디

어가 그 매개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려움에 처

한 사람이 모두 자살을 고려하지는 않는다. 자살 의

도를 가졌다고 해서 모두 실행하지도 않는다. 그러

나 자살보도가 자살을 결심하거나 실행에 옮기게

만들 수 있다. 지금은 어려움이 없는 사람에게도 언

론을 통해 자살이 삶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유

용한 방법이라고 학습될 수 있다. 그 결과로 ‘그렇지

않으면 죽지 않을 사람이’ 언론보도로 죽을 수 있다.

물론 언론보도가 자살의 독자적이고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증거는 없고, 그럴 개연성도 약하다. 자

살 이유 자체가 매우 복합적이다. 그러나 자살보

도가 모방 자살로 이어진다는 주장은 정설로 받아

들여도 좋을 것 같다. 스티븐 스택(Steven Stack)은

1967년에서 2009년 사이에 미디어와 모방 자살의

관계를 밝힌 학술 연구를 최소 120개 발견했다.1 한

국 연구에서도 신문의 자살보도 건수와 자살자 사

이의 상관관계가 확인됐다.2

한국에서 자살률이 급상승해서 OECD 1위에

올라선 것이 2003년이다. 그해 12월 창립된 한국자

살예방협회가 가장 먼저 시작한 작업 중 하나가 언

론보도에 관한 것이었다. 이 협회는 2004년 7월 한

국기자협회와 공동으로 ‘언론의 자살보도 기준’을

발표했다. 제목에 자살이라는 단어를 피할 것, 자살

을 미화하거나 정당화하는 표현을 삼갈 것, 자살 방

법과 장소에 대한 묘사를 피할 것 등이 주요 내용

이다. 이와 함께 자살의 부정적 결과를 제시하고 자

살 예방과 극복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라고 권고

했다. 권고 기준을 발표한 이유는 좋은 선례가 있었

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 빈에 지하철이 도입된 후

자살자가 급증하자 빈대학에서 1987년 ‘자살보도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발표했고 그 이후 지하철 자

살자가 급감했다. 전체 자살자 수도 줄어들었다.

지켜지지 않는 자살보도 권고안

아쉽게도 2004년의 한국의 자살보도 기준은 그런

효과를 만들지 못했다. 자살률이 줄어들지 않았고

언론보도에도 큰 변화가 없었다. 자살보도 기준 발

표 전후 8개월간 4개 신문(조선, 동아, 한겨레, 경향)

자살보도를 분석한 결과, 유의미한 차이가 발견되

지 않았다.3 오히려 자살보도가 어느 정도의 모방

자살을 불러올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세계적 사례

들이 한국에서 만들어졌다. 2008년 10월 배우 최진

실의 자살이 대표적이다. 보도 양이 많았음은 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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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4 신문과방송 12 2015

이고, 보도 내용(자살 방법, 자살 정당화 혹은 미화, 과

도한 애도 등)에서 자살보도 기준이 거의 지켜지지

않았다. 모방 자살로 사망 후 두 달 동안 평소보다

자살자가 1,000여 명이 더 늘었다. 통계청 자료에 따

르면 평소 목매 자살한 수가 월 500건 미만에 머물

렀지만 그해 10월에는 1,197명으로 늘었고 11월에

772명, 12월에 662명이었다. 전체 자살자 수는 그해

9월에는 1,083명이었으나 10월에는 1,793명으로 늘

었고, 11월 1,288명, 12월 1,118명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4

이 사건보다 앞서 발생한 안재환의 연탄가스 자

살도 많은 모방 자살을 낳았다. 2005년 배우 이은주

의 자살에서도 언론은 “이동식 옷걸이에 넥타이로

목매어 자살”했다면서 자살 방법을 명시했고, “불새

되어 날아갔다”는 등 자살을 미화했다. 당연히 모방

자살이 발생했다. 이러한 모방 자살은 ‘원래’ 자살할

사람이 언론보도를 계기로 실행에 옮긴 것이지 그

로 인해 전체 자살자 수가 증가하지는 않는다고 생

각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자살자가 순증한다.

2011년 한 아나운서와 가수의 자살에 대한 신문 보

도 분석에서도 상세한 자살 정황 묘사, 제목에 자살

이라는 단어 사용, 자살 동기 단정, 자살을 문제 해

결의 한 방법으로 제시 등 자살보도 규범이 지켜지

지 않는 것이 확인됐다.5

이러한 상황에 직면해 2013년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자살예방센터는 2004년 발표한 권고 기준을 개

선한 ‘자살보도 권고 기준 2.0’(아래 ‘권고 기준 2.0’)을

마련했다. 이 기준은 그해 9월 10일 자살 예방의 날

기념식에서 발표되고 한국기자협회, 한국편집기자

협회, 한국여기자협회에 공식적으로 전달됐다. 이

기준은 인터넷이나 SNS 등 변화된 미디어 환경을

반영했다. 이 기준이 언론뿐만 아니라 “블로그, 인터

기사 제목에 ‘자살’을 포함하지 말라는 ‘언론의 자살보도 기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적지 않은 기사들이 제목에 ‘자살’을 사용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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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5언론 현장

넷 카페, SNS 등을 통해 사회적 소통에 참여하는 모

든 이들에게” 적용된다고 명시했으며, 인터넷과 관

련한 규정을 신설했다.

그동안 자살보도에서 드러난 문제도 반영됐다.

‘사회적 문제 제기를 위한 수단으로 자살보도를 이

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 예다. 왕따를 당한 학

생의 자살에 대해 언론이 가해자 엄벌 등을 요구하

며 사회문제로 키운 결과 유사한 자살 사건이 발생

한 사례에 대한 성찰이다. 학교 폭력, 개인 빚, 생활

고 등의 문제를 자살 사건을 계기로 부각시키는 것

이 언론에게는 매우 편한 방법일 것이다. 그러나 그

것이 비슷한 처지의 사람에게 자살을 권유하는 결

과를 낳을 수 있다. 언론이 사회적 문제를 자살 사건

을 이용해 감성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심층적 탐사

를 통해 체계적으로 보도하는 것이 문제에 대한 근

본적 해결에 훨씬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한국기자협회의 갸륵한 노력

‘권고 기준 2.0’으로 한국 언론의 자살보도가 나아

졌을까? 정밀한 분석이 필요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중앙자살예방센터의 모니터 결과를 보면 그

렇다. 이 센터는 주간 단위로 ‘자살 관련 뉴스브리

핑’을 하고 있다.6 뉴스브리핑에 소개된 대부분의

보도는 ‘헤드라인에 자살 단어 사용’ ‘구체적인 자

살 장소 및 방법 묘사’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간혹

전자가 빠진 기사도 있다. 적어도 제목에서는 ‘자살’

대신 ‘사망’ ‘숨진 채 발견’이라고 표현한 기사라는

의미다. 이와 함께 주간 브리핑에는 자살 예방과 자

살 현황에 대한 기사도 많았다.

이 센터는 또한 2014년 10월부터 매월 10개 전

국종합일간지, 지상파, 종편, 뉴스전문채널 등 9개

텔레비전 채널의 메인 뉴스에 보도된 자살 사건에

대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7 모든 기사에 100점을

기본으로 부여한 ‘권고 기준 2.0’을 준수하지 않은

항목(가령 ‘헤드라인에 자살 단어 사용’)이 기사에 포

함되어 있으면 각각 -10점, ‘자살 위기 극복 사례 소

개’와 같이 권고 기준을 준수한 경우는 +10점을 부

여한다. 100점이면 평균이고 100점 미만이면 나쁜

기사, 100점 이상이면 좋은 기사다. 2015년 상반기

평균 점수는 한겨레가 그나마 100점에 가까운 94점

을 기록했고 나머지 신문사들은 모두 70점대 혹은

그 이하였다. 방송은 YTN이 70점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60점대였다.

2015년 10월 12일 자살 예방의 날 기념식에서

보건복지부는 한국기자협회를 자살예방우수기관

으로 선정했다. 사실 한국기자협회는 그동안 자살

보도 개선을 위해 그야말로 갸륵한 노력을 해 왔다.

2004년 ‘자살보도 가이드라인’ 공표에 참여한 것을

학교 폭력, 생활고 등의 문제를 자살 사건을 계기로 부각시키는

것은 비슷한 처지의 사람에게 자살을 권유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사회문제를 자살 사건을 이용해 접근하기보다 심층적 탐사를 통해

보도하는 것이 문제의 근본적 해결에 훨씬 더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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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6 신문과방송 12 2015

비롯해서 기자 교육을 위해 사건기자를 중심으로

매년 자살보도 관련 세미나를 개최해왔다. 협회는

또한 중앙자살예방센터와 함께 매분기 ‘자살 예방

우수 보도’를 선정해 시상하고 있다. 기자협회보에

반복해서 ‘자살보도 기준’을 게재하기도 했다. 자살

보도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면 자살보도 기준의 발

표나 기자협회의 자살보도 개선을 위한 노력이 소

용없는 일일까? 그렇지는 않다. 제목에 자살이라는

단어를 함부로 쓰지 않는 경향이 나타난 것도 적지

않은 성과다. 자살보도에 대해 기자들이 스스로 자

성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가령 중앙일보 ‘분수

대’의 “이것은 ‘일가족 사망 사건’이 아니다”(양성희

논설위원)는 ‘동반 자살’이라는 표현의 문제에 대해

지적했다(2015.9.25.).

클릭과 트래픽이 생존의 기반이 된 미디어 현실

에서 ‘자살’이라는 자극적 단어가 가진 매력을 포기

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1980년대 언론사 수가 많

지 않던 오스트리아 빈의 목가적 언론 환경에서 통

했던 것이 21세기 미디어 전쟁터에서 유효하기 힘

들다. 그러나 멈출 수 없는 작업이다. 그리고 느리지

만, 점차 보다 나은 ‘자살보도 문화’가 형성될 것이

라고 나는 확신한다.

‘베르테르’보다 ‘파파게노’

자살 문제에 주목하고 자살 예방에 도움이 되는 기

사가 늘어나는 것도 고무적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미디어를 통한 자살의 전염을 베르테르 효과

라고 한다. 그에 반대되는 효과도 있다. 파파게노

(Papageno) 효과가 그것이다. 파파게노는 모차르트

의 오페라 마술피리에 나오는 인물이다. 그는 삶의

위기에서 구체적 자살 계획을 세우지만 소년 3명의

설득으로 다시 삶을 선택한다는 내용에서 따온 것

이다. 삶의 위기나 심리적 질병에서 자살 유혹을 이

기고 극복한 사례를 미디어가 제시하면, 자살 위험

에 처한 사람이 죽음 외에 다른 해결 방안이 있다고

생각을 고쳐먹게 된다는 것이다.

개체 보존 본능을 생각하면, 자살은 특이한 형

태의 죽음이다. 자살자와 자살자의 유족, 주변 인

물들의 이야기와 운명은 그래서 많은 사람의 관심

을 끈다. 그렇기 때문에 언론이 자살 사건을 보도하

는 것은 정당할 뿐만 아니라 의무이기도 하다. 자살

예방 전문가들은 언론이 자살보도를 아예 하지 않

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나는 언론학자로서

2004년의 보도 기준과 2013년의 ‘권고 기준 2.0’ 작

업에 참여해, 전염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언론이 자

살에 대해 보도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느라 애를

먹었다. 문제는 어떻게, 그리고 어떤 목적으로 자살

사건을 보도하는가이다. 2013년 ‘권고 기준 2.0’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고려대 심리학과 허태균 교수의

말이 하나의 기준이 될 수도 있겠다. 그는 대략 이런

말을 했다. ‘여러분이 쓴 자살 사건 기사로 누군가가

죽어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할 만큼 중요한 사안이면

쓰십시오.’

1 Stack,Steven(2009),MimesisandSuicide:AReviewandSuggestionsforFutureResearch,ConferenceonMimetic

Factors&Health,UniversityofWarwick,Coventry,UK(2009년

10월14~15).

2 김병철(2010),“자살에영향을미치는사회적예측변인연구:자살에관한언론보도내용분석을중심으로”,한국언론학보,54권2호(2010년4월),

pp.346~442.

3 김연종(2005),“자살보도권고기준과한국신문의자살보도행태분석”,한국언론학보,49권6호(2005년12월),pp.140~165.

4 보건복지부·중앙자살예방센터(2013),‘자살보도권고기준2.0’에제시된자료.

5 정일권(2011),“신문자살보도내용분석.모방부를선정적내용여전.사회적문제‘분석’경쟁해야”,신문과방송2011.07,pp.6~11

6 http://www.spckorea.or.kr/new/sub01/sub11.php

7 http://www.spckorea.or.kr/new/sub02/sub15.p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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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현장

057언론 현장

사람의 착각이라는 게 얼마나 허무맹랑하면서도 완

고한 것인지를 인지심리학은 ‘상관(相關)의 착각 오

류(fallacy of illusory correlation)’라는 말로 설명한다.

‘소풍만 가면 비가 온다’거나 ‘내가 중계방송을 보면

꼭 내가 응원하는 팀이 진다’든지와 같은 징크스가

여기에 해당한다. 소풍과 비,

중계방송과 승패는 아무런 관

계가 없건만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우연과도 같은 몇 가

지 경험을 근거로 이런 ‘신념

적 착각’을 만들어내고 그 안

에 자신을 가둔다. ‘첫째 아이

는 성실한 반면 둘째나 셋째

는 자유분방하다’는 식의 통

념도 이런 상관착각의 예다.

첫째가 나이가 많아 둘째나

셋째보다 먼저 책임과 성실을

익히게 되는 것이건만 섣부른 판단(착각)은 이런 시

간차를 감안하지 않는다. 여러 연구 끝에 나온 결론

이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옛말이 가리키는

우연을 ‘까마귀가 날면 배가 떨어진다’거나 ‘배가 떨

어진 건 까마귀가 날았기 때문’이라는 필연적 인과

진경호

서울신문편집국부국장

‘캣맘 사건’ 보도의 문제점

내 맘대로 쓸 테니읽고 싶은 대로 읽어라?

‘캣맘’ 사건 일주일 동안 네이버에 올라온 관련 언론보도가 1,600건이 넘을 정도로 언론은 이 사건 보도에

열을 올렸다. 사건과 관련한 언론보도를 비판한 KBS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 ‘미디어인사이드’의 관련 보도

화면(2015.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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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8 신문과방송 12 2015

관계로 인식한다면 이는 누구도 못 말릴 상관착각

이 되는 것이다.

지난 10월 8일 용인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캣

맘(길고양이를 보살피는 자원봉사자)’ 사건 관련 보

도는 이런 상관착각, 그것도 집단적인 상관착각의

한 예로 꼽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을 듯

하다. 먼저 상관착각의 관점에서-이건 상대적으로

선의의 해석이다-본다면 길고양이 증가에 맞춰 ‘캣

맘’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사회 분위기에 따른 우리

언론의 집단적 상관착각이 낳은 웃지 못할 촌극이

라고 할 것이다.

사회 갈등 부추긴 언론보도

‘길고양이 집을 만들던 50대 중년 여성이 아파트

고층에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벽돌에 맞고 사

망했다’는 팩트 하나뿐인 상황에서 각 언론은 별다

른 고민 없이 ‘캣맘 혐오 범죄’라는 예단을 갖고 사

건을 기사화하기 시작했다. 대표적 매체가 조선일

보다. 9일 12면(사회)에 “길고양이 다툼? 고양이집

만들던 여성, 아파트서 떨어진 벽돌 맞아 숨져”라

는 제목의 3단짜리 기사로 사건을 전했다. 동아일

보가 12면 2단 기사로 “아파트 위층서 떨어진 벽돌

맞아 50대女 숨져”라는 제목으로 별다른 예단 없이

사건을 전하기는 했으나 보도의 흐름은 조선일보

가 설정한 ‘캣맘 혐오 범죄’ 쪽으로 급속히 쏠렸다.

위에서 떨어진 벽돌에 맞아 숨졌으니 경찰이 타

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하는 것이야 마땅한

일이고, 타살의 배경으로 길고양이를 둘러싼 아파

트 주민들의 갈등을 짚어보는 것도 당연한 일이겠

으나 언론은 경찰의 이런 상상력을 앞서가기 시작

했다.

전날 보도를 빠뜨린 경향신문이 이튿날인 10일

“벽돌 맞아 숨진 용인 캣맘 타살 가능성”이라는 제

목의 기사를 통해 ‘캣맘’ 갈등을 본격적으로 조망하

기 시작했고, 매일신문은 한발 더 나아가 “길고양이

먹이 준 캣맘 이웃과 잇단 갈등”이란 제목의 기사

를 통해 사실상 이 사건이 길고양이를 둘러싼 주민

간 갈등에서 비롯됐을 것이라는 추론으로 독자들을

몰아갔다. 이후 각 언론의 보도는 사실상 이 사건을

‘캣맘 살인 사건’으로 기정사실화하는 양상으로 치

달았다. “캣맘 사망 일주일…‘보호론 vs 민폐론’ 사

회 갈등 키워드 된 길고양이”(한국일보 10월 14일자)

와 같이 길고양이를 둘러싼 사회 갈등 실태를 집중

조명하는 기사들이 신문과 방송에서 쏟아지기 시작

했다.

사건 이후 8일간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 뜬 관련

기사만 1,600여 건이라지만, 인터넷 카페나 SNS 등

에는 기사 건수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논

란과 공방이 펼쳐졌다. 그중에는 ‘캣맘 엿먹이는 방

법’이라든지 ‘캣맘충’ 같은 노골적 혐오감을 담은

막말들도 부지기수를 이뤘다. 그리고 많은 언론들

은 이런 것들조차 친절하게 찾아내 소개하며 눈길

을 낚아댔다. 심지어 마치 피해자가 살해 동기를 제

공한 것 같은 인상을 주는 보도도 나왔다. 사건이

캣맘과 전혀 관계없는 어린 아이들의 무심한 행동

이 빚어낸 비극인 것으로 드러날 때까지 언론의 무

책임한 추측 보도와 이로 인해 빚어진 소모적이고

비생산적인 사회 갈등, 그리고 이런 갈등에 담긴 자

극적 표현들을 여과 없이 전달하며 2차 갈등을 부

채질하는 언론보도의 악순환 구조가 되풀이된 것

이다.

이런 언론보도 행태를 두고 길고양이 문제를 새

삼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는 긍정적 평가도 물론 제

기된다. 그러나 이보다는 마땅한 해법은 찾지 못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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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9언론 현장

채 섣부른 예단으로 사회 갈등을 부채질하고 피해

자와 그 가족들에게 또 다른 피해를 안겨주는 꼴이

되고 말았다는 평가가 좀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대목이다.

아니 그 여파를 따지기 전에 ‘사실’을 생명처럼

여겨야 하는 저널리즘의 기본 가치가 철저히 무시

되고 훼손됐다는 점에서 근간이 흔들리고 있는 지

금의 언론 현실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일 뿐

이다. 언론이 장기 밀매 가능성을 집중 부각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지난해 12월 수원 팔달

산 시신유기 사건의 예처럼 무수히 많은 추측 보도,

왜곡 보도의 연장선 위에 있는 것이다.

언론 하향평준화의 원인

언론학자나 미디어비평가들은 이를 두고 “주목받

을 만한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포장이 필요한

데 그 과정에서 캣맘으로 몰고 간 것”이라거나 “어

떤 사건에서 대중의 관심을 끌 만한, 호기심을 자

극할 만한 요소가 발견되면 언론은 그 부분만 지나

치게 집중하고 다른 가능성이나 정황은 쉽게 무시

한다”고 말한다. 옳은 말이다.

그러나 이런 지적은 우리 언론의 표피적 문제점

을 그저 한 번 더 짚는 차원의 언급일 뿐이다. 왜 우

리 언론이 이렇듯 쉽게 예단하고, 추정 보도를 일삼

고, 그 결과에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지까지를 설

명해주지는 않는다.

우리 언론의 집단적 하향평준화는 이런 표피적

문제점 이면으로 보다 심각하고 복잡하며 근원적

인 원인을 안고 있다. 앞서 말한 상관착각의 문제

라면 차라리 다행이라 할 만한 정도의 문제들이다.

그 하나로 일선 현장기자와 데스크들의 역량 저하

를 꼽지 않을 수 없다. 계량화하기 어려운 기자 역

량을 놓고 높고 낮음을 따진다는 게 얼마나 타당성

을 지니는지는 물론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대목

이다. 그러나 인터넷 언론과 종합편성채널의 등장

과 함께 폭발적으로 언론 매체가 증가하면서 기자

들의 역량이 과거에 비해 현저히 떨어져가고 있다

는 사실을 부정할 언론계 인사들은 많지 않을 것으

로 본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포털 서비스 매체가 장악하

고 있는 언론 시장 환경이다. 인터넷 매체는 말할 것

도 없고, 방송과 신문 등 거의 모든 언론 매체가 네

이버와 다음 같은 포털의 뉴스 유통에 목을 매고 있

는 상황이 무책임한 추측 보도, 선정 보도를 부추기

고 있다. 뉴스 독자의 대다수가 포털 등을 통해 뉴스

를 접하고, 이를 통해 각 언론 매체의 뉴스 접속 클

릭 수가 좌우되는 현실이다 보니 각 언론 매체들은

사실 확인은 뒷전으로 미뤄둔 채 저마다 자극적 추

사건이 캣맘과 전혀 관계없는 것으로 드러날 때까지 언론의

무책임한 추측 보도와 이로 인한 소모적이고 비생산적인 사회 갈등,

그리고 이런 갈등에 담긴 자극적 표현들을 여과 없이 전달하며

2차 갈등을 부채질하는 언론보도의 악순환이 되풀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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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 신문과방송 12 2015

측 보도와 기사 베끼기에 열을 올리며 ‘독자 낚기’에

앞을 다투는 일이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특히 인터

넷 매체가 5,000개를 넘는 지금의 매체 과잉은 이런

완성도 낮은 기사 양산의 직접적 배경으로 작용하

고 있다.

‘좋은 언론’이 필요한 때

지금의 한국 언론은 풍요 속 빈곤으로 정리된다. 매

체 수로 따지면 한국의 언론은 유례가 없을 만큼 만

개해 있으나 많은 매체가 심각한 경영난과 이에 따

른 존립 위기에 놓여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 따

르면 지난해 11개 전국종합일간지의 매출 총액은

1조 4,154억 원으로, 3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군소 인터넷 매체의 열악한 경영 환경은 저널

리즘의 기본 가치마저 위협하고 있다. 세상은 뉴미

디어 시대로 접어들었건만 정작 그 당사자인 우리

언론은 새로운 미디어 환경을 맞이할 준비를 갖추

지 못하고 있다.

한국 언론의 보도 행태에 담긴 문제를 지적하며

언론의 각성을 촉구하는 것은 마땅하고 당연하지만

한가한 태도다. 딱하기 짝이 없는 일이지만, 중이 제

머리 못 깎듯 우리 언론은 지금 자기 혁신의 능력을

상실한 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론사 차

원이나 언론인 개개의 의지와 별개로 그런 집단적

혁신을 추진할 구조를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게 우리

언론의 현실이다. 개별 매체의 반성과 각성만으로

국민들의 요구를 충족시켜줄 만큼의 질 높은 뉴스

를 생산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닌 것이다.

‘가난한 언론’의 폐해가 지금 우리 사회를 얼마

나 멍들게 하고 있는지 사회 구성원 모두가 심각하

게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언론이 우리 사회를 조망

하는 차원을 넘어 우리 사회가 언론을 들여다보고

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따져볼 때인 것이다. 왜 언론

매체들이 좌우로 갈려 정파적 주장을 앞세우는 편

향 보도에 매달리고 사실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선정 보도에 열을 올리는지, 그 구조적 원인을 면

밀하게 살피고 해법을 찾는데 우리 사회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기레기’ 운운하며 언론에 채찍을 가하는 것만

으로 우리 언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수준 높은

콘텐츠로 시대 요구에 부응할 언론을 만들기 위해

언론을 넘어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뭘 해야 하는

지를 고민해야 한다. 앞선 ICT 기술을 바탕으로 한

국 언론이 지구촌 뉴저널리즘을 선도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찾는데 정부와 정치권, 기업, 학계, 언

론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이를 통해 좋은 콘텐츠를

생산하는 언론 매체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사회 구

조를 만들어야 한다. 사회 각계가 참여하는 공적 기

금을 만들어 ‘좋은 언론’을 육성해 나가는 것도 적극

검토할 만한 대안이라고 본다. 이는 종합편성채널

구축에 투입된 수조 원의 자본보다 훨씬 적은 규모

로도 가능한 일이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와 올 여름 메르스 사태 등을

거치면서, 그리고 일상이 되다시피 한 정파적 갈등

과 이념·계층 대립에 따른 사회 갈등 앞에서 그 어

떤 변변한 해법 하나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는 현실

을 보면서 국민 다중의 언론 신뢰도는 바닥으로 떨

어졌다.

언론으로서는 더 할 나위 없는 위기이겠으나, 사

회 전체로 보면 또 다른 기회일 수도 있다. 좋은 언

론을 갖는 것만큼 대한민국 공동체의 사회적 자본

을 확충하는 데 있어서 경제적이고 효과적인 방안

은 없다. 이제라도 이를 위한 공론의 장이 펼쳐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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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현장

061언론 현장

10월 20일부터 북측 지역인 금강산에서 제20차 이

산가족 상봉 행사가 열렸다. 1, 2차 방북단에는 각

각 30여 명의 신문, 방송, 카메라 기자들이 포함돼 있

었다. 이산가족 상봉 취재는 ‘분단’이라는 한국적 비

극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볼 수 있는 취재 및

보도 기회다. 이산 상봉 보도는 독특한 방식으로 진

행된다. 취재기자가 기사 작성의 일부 혹은 전부를

맡는 일반 보도와는 달리 이산 상봉 보도는

취재기자와 기사 작성 기자가 분리돼 있는

게 특징이다. 금강산 현지에 있는 기자가

팩스 통신선을 통해 취재 내용을 서울 삼청

동 남북회담본부에 마련된 임시기자실로

보내고, 회담본부에 있는 다른 기자들이 기

사를 작성하는 것이다. 금강산 상봉 현장에

서 촬영한 영상이 담긴 메모리는 인편으로

고성 남북출입사무소에 보내진다. 통신선

이 연결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남북 간 기 싸움 ‘노트북 검열’

금강산에 파견된 각 사 기자들은 평소처럼 경쟁 취

재를 하지 않고 ‘방북기자단’의 일원으로 함께 활동

한다. 북한이라는 특수 지역에서 당국 승인 아래 이

뤄지는 취재인데다, 개별 언론사가 현장에서 100여

가족 전부를 커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각 기자들은

김대훈

한국경제신문정치부기자

2008년 후 7년 만에 다시 가본 금강산

이산가족의 아픔은 컸고남북의 거리는 멀었다

65년 만에 만난 이산가족들은 서로 볼을 비비고 껴안으며 피붙이의 정을 확인했다.

조순전 할머니(맨 오른쪽)와 북측 여동생들. / 사진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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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 신문과방송 12 2015

사전에 약속한 대로 몇 가족씩을 맡아 스케치를 하

고 대화를 받아쓴다. 이 내용이 기사 소스가 된다.

이번 상봉 행사에서 취재 취합본은 A4용지 280여

장 분량에 달했다.

기자단은 순서에 따라 북한 취재라는 기회를 얻

는 대신 엄격한 ‘룰’도 따라야 한다. 방북한 기자가

개별적 소회를 담은 ‘취재후기’를 마음껏 쓸 수 없다

는 점도 규칙 중 하나다. 순번제인 풀 취재에서 특

정 언론사가 후기를 독점 보도하는 것을 막고, 각 기

자들이 현장 취재 내용을 모두 공유하게 하려는 의

도다. 이산 상봉 취재 뒷얘기를 주제로 하는 이 글도

지난 10월 24일부터 2박 3일간 방북한 2차 이산 상

봉 취재단의 취재 내용에 근거함을 미리 밝힌다. 이

미 많이 보도된 이산가족들의 ‘사연 소개’는 배제하

겠다는 점도 아울러 일러둔다.

이산 상봉 취재는 2007년 박왕자 씨 피격사건으

로 금강산 관광이 막힌 이후 남측에서 금강산을 방문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통로다. 방북은 버스편, 고성과

금강산을 잇는 동부 해안길로 이뤄졌다. 이산가족과

기자단은 고성 이북 동해안의 절경을 볼 수 있었다.

버스는 남측출입사무소(CIQ), 남방한계선, 비무장

지대(DMZ), 북방한계선, 북측CIQ를 지나는 경로

로 금강산을 향했다. DMZ 가운데의 군사분계

선을 통과하는 순간부터 북측 차량이 20여 대의

방북단 버스를 이끌었다. 도로는 대부분 포장돼

있었다. 드문드문 북한 군인들도 눈에 띄었다.

북측CIQ에선 북측 세관원이 짐 검사를

했다. 북측 세관원은 “선생 뭘 보느냐?”라며 두

리번거리는 방북단 기자단에게 예민하게 굴

었다. 북측 대남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 기

자가 입경 장면을 영상으로 촬영하는 장면도

보였다. 북측 기자들은 남측 기자에게 “남북관

계가 잘 돼야 한다. 언론의 책임이 크다. 이번 상봉

행사가 잘 돼서 남북관계가 좋게 이어지길 바란다”

고 말을 건넸다.

10월 20일 1차 방북한 기자들은 북측 관계자에

게서 노트북 검열을 당했다. 북측은 컴퓨터 파일을

일일이 살펴보며 북한과 관련된 파일의 삭제를 요

구했다. 북측은 암호가 걸린 노트북은 주인을 불러

‘암호를 풀라’고 요구했다. 노트북을 다 보는 데 2시

간 30분이 걸렸다. 결국 기자단 노트북 몇 대를 압수

했다가 하루 뒤 금강산 현장에서 돌려줬다. 기자들

의 항의에 북측 직원들은 “법과 원칙에 따른 것”이

라고 답할 뿐이었다.

10월 24일 2차 공동취재단의 방북 때도 북측은

취재진의 이동식 저장장치(USB)를 가져갔다가 이

틀 뒤 북한을 나설 때 돌려줬다. 북측의 노트북 검열

은 취재진에 대한 ‘기싸움’으로 볼 수 있다. 평소 북

측에 불리한 내용도 보도하는 기자들의 행동에 제

약을 주려는 의도로 추정된다. 북측은 이산가족들

이 가져가는 카메라, 태블릿PC는 검열하지 않았다.

통일부 기자단은 이산 상봉 행사 직후 “북한은 남

한 언론에 대한 부당한 간섭을 즉각 중단하라”는 제

목의 성명을 냈다. 북한이 남쪽에서 업무용으로 사용

단체상봉 시에는 항상 북측 여성 접대원들이 대기하고 있다가 이산가족들의 식사

준비를 도왔다. / 사진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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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언론 현장

하는 컴퓨터를 일일이 검열하고 문제 삼은 것은 취재

및 보도활동을 간섭하는 행위라는 내용이다.

CIQ를 통과하고 나니 북한에 왔음을 비로소 실

감할 수 있는 여러 풍경이 나타났다. 기자단은 지난

8월 15일부터 도입한 ‘평양시’에 맞춰 시계를 30분

뒤로 조정했다. 전력 사정이 좋지 못한 북한 현실을

보여주듯 산 중턱과, 가정집 지붕에 태양열 패널이

설치된 모습도 보였다. 밭에선 사람들이 일하고 있

었고, 아이들은 냇가에서 물장구를 쳤다. 기차역사

등 건물 윗부분에 ‘위대한 지도자 김정은 동지 만세’

라고 쓰여 있었다. 상봉단을 태운 버스는 ‘금강산 국

제 관광특구 방문’이라는 문구의 표지판을 지나 금

강산 관광지구로 들어섰다.

금강산 도착, 65년 만의 해우

첫날 단체상봉은 금강산호텔에서 이뤄졌다. 이산

가족들이 65년 만에 만나 가족이었음을 재확인하

는 자리다. 가족들은 볼을 비비고 껴안았다. 어릴 적

흉터가 그대로 있는지 살펴보기도 했다. 남성 가족

들은 대체로 서먹해했지만, 여성 가족들은 훨씬 표

현에 적극적이었다. 상봉시간 내내 봄타령, 밀양아

리랑, 고향의 봄, 훌라리 등 민요가 흘러나왔지만 곧

여기저기서 나오는 흐느낌 소리에 묻혔다.

이산가족들을 이어주는 매개는 ‘옛 사진’이었다.

“아버지가 젊었을 때야”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찍은 사진이야”라고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

우다 이내 먹먹해졌다. 이미 세상을 뜬 가족 이야기

가 나왔기 때문이다. 남북 사진기자는 순간을 담기

위해 셔터를 눌렀고 대한적십자사 봉사자는 가족들

에게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어 건넸다. 북측 가족들

은 남측 관계자들의 촬영 제의에는 잘 응하지 않으

면서, 북측 기자가 카메라를 가져오면 열심히 남측

가족을 잡아 이끌며 촬영에 임하기도 했다.

북측 가족들은 대화를 나누던 도중 이따금 “수

령님 덕, 당 은혜로 이렇게 만났다”는 투의 선전문

구와 ‘당’ ‘공짜’ ‘무상’ ‘미제(미 제국주의)’ ‘미국 놈

들’과 같은 단어를 썼다. 북측 여성 이산가족들은 검

은색 벨벳 재질의 한복과 흰색 저고리, 녹색 치마 등

화려한 옷을 입었다. 저고리는 큐빅과 금색문양으

로 화려했다. 북측 남성 이산가족들은 주로 회색 정

장에 흰색 와이셔츠를 입은 모습으로 각양각색의

옷을 입은 남측 가족들과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가족들은 사흘간 총 6차례, 12시간을 만났다. 첫

날 단체상봉과 남측 주최 환영 만찬, 둘째 날 오전 개

별상봉과 공동 중식상봉, 저녁 단체상봉과 마지막 날

작별상봉 순서였다. 이들 곁에는 북측 여성 접대원이

항시 대기하고 있었다. 각양각색의 한복을 차려입은

젊은 여성인 이들은 남측 행사관계자들과 취재진의

이산 상봉 보도는 독특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금강산 현지에 있는 기자가 팩스 통신선을 통해 취재 내용을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 마련된 임시기자실로 보내고,

회담본부에 있는 다른 기자들이 기사를 작성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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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4 신문과방송 12 2015

눈길을 끌었다. 이들의 주 임무는 각 테이블을 맡아

이산가족 곁에서 음료를 따라주거나 음식을 내오고

테이블을 정리하는 것이다. 모두 검은색 하이힐을 신

었고 이마를 드러낸 올림머리를 하고 있었다.

북측이 상봉 행사에 준비한 식사 메뉴는 떡합성

(모듬 떡)/남새합성(모듬 채소)/닭고기랭묵(냉묵)/

고급마요네즈무침(샐러드)/오리고기락하생(땅콩)

찜튀기(튀김)/생선깨튀기/고기다진구이즙 등이

었다. 남북 간의 어휘차가 드러나는 음식 이름이다.

고기다진구이즙이 무엇인지 북측 안내원에게 묻자

그는 “고기를 다져서 양념해 다시 구운 음식”이라

고 했다. ‘고기완자구이’나 ‘떡갈비’와 비슷했다. 음

료로는 대동강 맥주와 랭천사이다, 인풍술(포도주의

일종) 등이 놓여 있었다. 테이블에서는 대화를 나누

며 대체로 맛있게 음식을 비웠고, 건배도 했다.

남측 선물에 예민한 반응

이산상봉 행사가 치러진 금강산호텔 로비에 있는

‘특산품 매대’도 남측 이산가족들의 인기를 끌었다.

가격은 미화로 표기돼 있었다. 100달러짜리인 말린

송이버섯이 가장 비싼 축에 속했다. 판매원은 “말

린 고사리는 약효가 크고, 말린 고비(나물)는 식용으

로 더 좋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금강

산호텔 로비는 대리석과 화려한 샹들

리에로 장식돼 있었다. 정면에는 해

뜰 무렵의 금강산 모습을 그린 대형

그림이 있고 2층 상봉장은 외금강 지

역의 구룡폭포와 총석정 그림이 둘러

쌌다. 북측 보장성원은 “밑에서 (2층

을) 올라다보면 땅에서 계단을 통해

하늘로 가는 형상이 보인다”고 설명

했다.

취재 도중 북측 보장성원들은 곳곳에서 기자

들의 촬영을 막고, 가족들에게 접근하는 것을 방해

했다. 종종 승강이가 벌어졌다. 때로는 북측 가족들

이 직접 남측 기자에게 “오랜만에 만났는데 좀 가시

라”고 하거나, “기자선생님들, 70년 만에 만나 이야

기하는데 다른 데 취재해 주십시오”라고 정중하게

요청하기도 했다.

보장성원들은 남측 기자들이 어떤 매체에 근무

하고 있는지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특정 매체를 언

급하면서 “요즘 그 매체가 북남관계에 대해 많이 쓰

던데”라고 말했다. 한복을 차려입은 중년의 여성 보

장성원이 접대원들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옷과 머리

매무새를 만져주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그에게 접

대원들이 학생인지, 전문 접대원인지 정체를 물었

지만 자세한 대답은 들을 수 없었다.

보장성원들은 남측 가족이 갖고 온 ‘선물’에 예

민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한 보장성원은 “내가

남한 적십자에게 말했던 건데, 선물을 받고 나면 우

리(북측) 가족들이 기분이 나쁘단 말이오. 선물이

아니라 오물이라고 그러오. 오랜만에 만났으니 내

의까진 알겠단 말이오”라고 선물꾸러미의 내용물

을 문제 삼았다. 라면, 치약 등 선물이 ‘자존심’을 상

북측이 상봉 행사에 준비한 음식들. / 사진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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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5언론 현장

하게 한다는 얘기였다. 북측 가족들이 남측 가족에

게 전한 선물꾸러미에는 백두산들쭉술, 평양주 등

이 들어 있었다. 몇몇 남측 가족들은 이튿날 호텔방

에서 이뤄진 개별상봉 시간 동안 북측 가족들의 반

응을 묻는 질문에 “주소를 꼬치꼬치 캐묻더라”거

나, “갖고 올라온 선물은 열어보지도 않더라”고 귀

띔했다. 공동 중식행사에서 북측 가족들은 남측 가

족을 무대로 이끌어 노래를 불렀다. 주로 고향의 봄,

아리랑, 우리의 소원은 통일, 북측 노래인 반갑습

니다 등 남북 가족 모두 아는 노래가 주를 이뤘다.

북측 보장성원이 어떤 노래를 하라고 지정해주는

모습도 목격됐다.

‘우리민족끼리’의 한 기자는 남한 당국이 재입북

을 희망하는 탈북자 김연희 씨를 왜 돌려보내지 않

냐며 역정을 내기도 했다. “북측은 왜 억류 중인 김

정욱 선교사 등을 보내지 않는가”라고 항의하자, 그

는 “(김 선교사는) 간첩죄로 처벌받은 죄인이라 다

르다”고 반박했다. 그는 “우리민족끼리 등이 남에

대한 비난이 너무나 과하다”는 지적에는 웃으며 대

답을 피했다.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호텔에서 일하는 한 북측 판매원은 “이산 상봉 행사

를 여러 번 치렀는데 (이산가족들의) 점점 연세가 많

아지는 게 느껴진다. 돌아가시기 전에 어서 이런 행

사가 많이 열려야 하는데”라고 말했다. 이산 상봉

신청자의 절반가량이 이미 숨졌고, 생존자 6만여 명

중 절반 이상이 80대 이상의 고령이다. 시간이 없는

것이다. 한 할아버지는 형이 이미 사망했다는 사실

을 알고 슬퍼했지만 사망 순간에 큰 고통은 없었다

는 소식에는 기뻐했다. 다른 할아버지는 70년 만에

결혼식 사진을 찾았고, 돌아가신 어머님의 제삿날

을 알게 됐다. 치매 걸린 노모를 65년 만에 만난 북

측 아들의 마음은 아기처럼 무너져 내렸다. 어릴 적

헤어진 동기간은 같은 질환을 갖고 있다는 것에서

도 서로 이어져 있음을 느꼈다.

사흘째 작별상봉의 마지막 10분은 이산가족들

이 평생 동안 느껴왔던 슬픔과 기쁨, 고독과 회한을

압축적으로 다시 경험하는 순간이다. 남측 가족들

은 “울지 마라”라고, 북측 가족은 “일없다(괜찮다)”

며 서로를 위로했다. “통일되어 꼭 다시 만나요”라

는 약속도 많이 들렸다. 하지만 그 약속이 지켜지기

가 쉽지 않다는 것은 금강산 상봉장에 있는 모두가

알고 있었다.

이산가족들이 가족이라는 끈끈한 인연을 재확

인할 수 있는 시간은 2박 3일간 총 12시간에 불과

했다. 65년 만의 아픔을 해소하기엔 턱없이 부족

했다. 가족 간의 만남이라는 가장 사적인 순간은 분

단이라는 현실 앞에서 철저히 통제됐다.

금강산에서 기자들이 지켜봤던 장면은 세상에

서 가장 기묘한 희비극이었다. 한 번 이산가족 상봉

을 한 사람은 사실상 가족을 다시 만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이산가족들은 첫 만남의 순간부터 영원

한 이별을 예감하고 있었다.

이산가족들이 작별상봉을 마치고 버스에서 마지막으로 오열하며 인사하고

있다. / 사진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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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제작기

경쟁만 외치는 불협화음 시대

‘착한 이들의 소나타’MBN‘협동프로젝트-신부자수업’/김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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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제작기

067취재기·제작기

MBN ‘협동 프로젝트-신 부자수업’

경쟁만 외치는 불협화음 시대 ‘착한 이들의 소나타’

김구환

MBN교양제작2부PD

지난 5월의 어느 날 밴쿠버 공항. 최종

목적지인 캐나다 퀘벡으로 가기 위해

선 여기에서 입국심사를 받고 몬트리

올행 비행기로 갈아타야 했다. 현지 코

디네이터의 조언에 따라 굳이 방송 촬

영이 목적임을 밝히지 않기로 하고 입

국 심사대로 갔다. 방문 목적을 묻는 직

원의 말에 몬트리올에 있는 친구를 방

문한다고 말하고 주소와 전화번호를

보여줬다. 하지만 우리가 기내에 들고

탔던 드론과 트라이포드가 문제였다. 직원은 우리의 방문 목적을 의심했고 이미 관광이라

고 말한 상황에서 말을 바꾸는 게 이상해 보일까 봐, 들고 있는 장비들은 레저용이라고 답

변했다. 한참을 뚫어지게 내 얼굴을 쳐다보던 직원은 알았다며 도장을 찍었다.

데자르댕 협동조합? 오케이

하지만 짐을 카트에 싣고 환승을 하러 가던 마지막 문 앞에서 입국 심사 카드를 확인하던

직원이 우리를 막아섰다. “This way, please.” 점잖지만 낮은 어조로 말한 남자 직원의 손

1년 여간 협동조합에 대해 공부한 뒤 “협동조합이 한옥을 짓는 데 어울리는 시스템”이라는

생각으로 시작된 ‘참우리 건축 협동조합’의 조합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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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8 신문과방송 12 2015

끝에는 철문이 하나 있었다. 영문을 모르는 우리에게 재차 “this way”를 말하는 그의 인도

에 따라 들어선 문 안에는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초조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그제야 카

드를 자세히 보니, 빨간 펜으로 숫자 1이 쓰여 있고 신경질적인 동그라미가 여러 겹 쳐있

었다. 그곳에 들어온 지 1시간이 훌쩍 지나 오후 1시가 넘자 초조해졌다. 4시 50분 비행기

를 못 탔을 경우 몬트리올에서 벌어질 여러 가지 불행들과 입국이 거절이라도 되면 꼬이

게 될 전체 제작 스케줄을 시뮬레이션 해보았다. 우리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

1시 30분이 넘어서 겨우 우리에게 차례가 돌아왔다. 젊은 남자 직원이 여행 목적에 대

해 물었고, 우리는 TV 촬영팀임을 솔직히 밝히고 명함과 영문으로 된 촬영 일정표를 그

에게 보여줬다. 그는 일행 한 명 한 명의 직책과 이름을 확인하고는, 뭘 촬영할 거냐고 물

었다. 나는 영어로 ‘협동조합’이라고 대답했지만 불행히도 그는 알아듣지 못했다. 발음이

문제일까 싶어 쿱, 쿠페라티브, 꾸뻬라띠브, 쿠퍼러티이브 등 다양한 악센트로 말했지만

여전히 그는 일정표와 내 얼굴을 번갈아 볼 뿐이었다. 다급해진 나는 퀘벡에서 촬영하게

될 협동조합 중 가장 큰 협동조합인 ‘데자르댕 협동조합’의 이름을 말하며 그곳을 취재할

거라고 말했다. 시종 딱딱한 표정이던 그는 “오 데자르댕?”이라고 답하며 웃음을 보였다

(참고로, 데자르댕 금융그룹은 순자산 209조, 고용직원 4만 5,000명인 퀘벡의 거대 협동조합이자

금융기관이다). 그에게 데자르댕은 하나의 보통명사인 듯했다. 이후 과정은 일사천리였다.

짐을 풀어 확인해도 된다는 우리의 말에 공항 직원은 그럴 필요가 없다며 파란색 도장을

찍고는 나가는 길을 안내해주었다. 한 컷도 찍기 전에 우리는 캐나다에서 협동조합의 위

상을 확인할 수 있었고, 무사히 몬트리올로 갈 수 있었다.

이번 프로그램의 특징은 평범한 사람들이 실제로 협동조합을 결성하는 과정을 영상 속에 담아냈다는 점이다. 은퇴한 시니어들의

유치원 강사 협동조합 결성을 목표로 한 ‘하빠 프로젝트’와 경남 함안 강주마을의 해바라기 축제 협동조합 만들기 과정인

‘해바라기 프로젝트’가 바로 그것이다. 배우 우현 씨(사진 왼쪽)와 안내상 씨는 각각 ‘하빠’와 ‘해바라기’ 프로젝트에 함께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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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9취재기·제작기

9월 17일부터 매주 한 편씩 방송된 이번 프로그램은 8부작 다큐멘터리 ‘MBN 협동 프

로젝트- 신(新) 부자수업’으로 협동조합이라는 주제를 다뤘다. 한국 협동조합의 현재와

미래를 조명하기 위해 1년 동안 8개국 35개 도시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제작진은 긴 시리

즈를 어떻게 구성할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기존 다큐멘터리들은 대부분 다양한 협동

조합 사례를 보여주고 아직 걸음마 단계인 한국 협동조합 사회에 제언을 던지는 구성이

었다. 우리는 8부작 중 2편만 다양한 사례 위주로 구성하고 나머지는 포맷을 다르게 하기

로 했다. 한국 협동조합의 메카로 불리는 원주와 풀뿌리 농촌 협동조합의 모범이라 불리

는 홍성 풀무촌을 각 1편으로 소개하되, 재연드라마를 가미한 성공 스토리 포맷으로 기획

했다. 그리고 평범한 사람들이 실제로 협동조합을 결성하는 2개의 프로젝트를 각 2편으로

구성했다. 손주를 돌보는 시니어들을 뜻하는 ‘하빠(할아버지+아빠)’라는 개념을 차용해 은

퇴한 시니어들이 직접 유치원 강사 협동조합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하빠 프로젝트,

그리고 경남 함안의 강주마을에서 해바라기 축제를 위한 협동조합을 만드는 과정을 따라

가며 보여주는 해바라기 프로젝트가 바로 그것이다. 두 프로젝트 모두 장기간 촬영으로

변수가 많은 만큼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다행히 잘 진행됐고 두 개의 협동조합이 성공리에

만들어졌다.

협동조합 결성 과정 따라가기

다양한 사례를 다루는 편에서는 최대한 지역별, 업종별로 겹치지 않으면서 책, 방송에서 다

뤄지지 않은 협동조합들을 선정했다. 2015년 8월 현재 전국 협동조합의 수는 7,759개, 취재

를 시작한 올해 초 기준으로도 6,600개가 넘었다. 협동조합에 대한 연구가 활성화되고 있

지만 책과 논문에서 다루는 사례들은 한정적이었다. 우리는 전체 리스트를 출력해 의미가

있거나 시청자들이 흥미를 느낄 법한 협동조합들을 추리고 연락을 했다. 연락 자체가 안 되

는 협동조합, 아직 아무 사업도 시작하지 않은 협동조합들이 꽤 있었다. 이러한 ‘개점휴업

협동조합’을 제외하고 제작진은 두 달 동안 제주도를 비롯하여 전국 각지를 돌며 사전 취

‘신 부자수업’이라는 타이틀에 대해서 출연자들이 우려를

표했다. 시청자들이 협동조합을 돈벌이에만 연관시키지

않겠느냐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제작진들의 ‘부자’의

의미는 ‘협동으로 함께 잘 사는 새로운 부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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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 신문과방송 12 2015

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현장에서의 어려움과 열정이 담긴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

었다. 해외 취재의 경우에는 협동조합으로 유명한 스페인 몬드라곤, 이탈리아 볼로냐, 캐

나다 퀘벡 세 지역을 비롯해 핀란드, 독일, 스웨덴, 일본의 협동조합을 취재했다.

오해와 편견, 그리고 진실

이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많은 편견과 마주쳤다. 협동조합이 8부작으로 다루기엔 너무 재

미없는 소재이고, 이미 기본적인 내용이 방송으로 소개된 낡은 주제라는 의견은 기획단계

에서 마주친 편견이었다. 또, 협동조합을 사회주의나 노동조합으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

들이 있어서 답답하다는 활동가들의 불만은 일반 사람들이 협동조합에 대해 가진 편견이

었다. 많은 협동조합들이 생겨나긴 했지만 여전히 사람들에게는 ‘익숙지 않은 무엇’이란

걸 실감했다. 하지만 1년여의 제작을 돌이켜봤을 때 가장 큰 편견은 내 자신도 갖고 있던

거였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협동조합은 착한 경제, 소규모의 친한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대안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하지만 단지 착하다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협동조합을

하고 있을까? 사전 취재와 촬영을 거치면서 “협동조합은 선하다”는 명제는 거짓이라고 생

대구의 한 아파트촌에서 개업해서 2년 만에 월 매출 3,000만 원을 올릴 정도로 자리 잡은 반찬가게 협동조합 ‘달콤한 밥상’의

조합원들. 이들은 협동조합의 가치를 동네에서 함께 어울려 사는 소박한 삶의 방식이라고 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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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1취재기·제작기

각하게 됐다. 협동조합은 선한 사람들의 친목 모임 같은 게 아니라, 현실에서 돈벌이를 해

야 하는 사람들이 고민 끝에 선택한 답이었다. 시장경제 아래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른 기

업들과의 경쟁에서 이겨야 하고 수익을 내야 하는 치열한 경제 영역이 협동조합이다. 국

내외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협동조합은 비즈니스 모델이 확실치 않으면 존재하기 어

렵다고 한다. 실제로 현장에서 만난 조합원들 역시 이 부분을 뼈저리게 느끼며 확고한 비

즈니스 모델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었다. 협동조합 기본법 시행 후 공부를 하다가 1년 후

에야 신중하게 협동조합을 결성했다는 한옥 장인 협동조합의 한 조합원은 “협동조합이

한옥을 짓는 데 어울리는 시스템일 거야, 하고 진행을 했고, 여전히 실험은 진행 중입니다”

라는 말로 비즈니스 영역으로서의 협동조합을 소개했다.

세상을 바꾸는 새로운 부자들

“정부의 지원을 바라거나 큰돈을 벌고 싶으신 분들은 협동조합 하지 마세요.” 8부에 소개

된 대구의 한 협동조합 인터뷰에서 나온 말이다. 변두리 아파트촌에서 개업해서 2년 만에

월 매출 3,000만 원을 올릴 정도로 자리 잡은 반찬가게 협동조합. 이 협동조합의 조합원들

은 협동조합의 가치를 동네에서 함께 어울려 사는 소박한 삶의 방식이라고 정의했다. 동

네의 반찬 봉사모임에서 시작해 회원제 반찬가게로 성공한 이들은 여전히 동네 안에서

뭘 더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다. 우리가 취재한 거대 규모의 협동조합들 역시 지역

과 함께 한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었다. 연 매출 17조 원, 핀란드 최대의 소매·유통 기업인

SOK 협동조합 그룹은 지역 소비자에 대한 봉사와 지역에서의 고용 창출을 목표로 한다

고 했다. 캐나다 퀘벡의 경우 20여 년 전부터 지역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복지 서비스가

필요한 조합원과 일자리를 얻고 싶은 조합원들을 하나로 묶은 연대협동조합을 발전시키

고 있다. 퀘벡의 복지 영역을 담당하는 연대협동조합 모델은 저소득층에게 수많은 일자

리를 만들어내며 지역에 뿌리내리고 있다. 우리가 취재한 협동조합들은 지역사회에의 기

여라는 원칙 이외에도 개방적인 제도, 민주적 관리, 협동조합 간 협동 등의 가치를 지키며

활동하고 있었다. 이러한 의미에서 “협동조합은 선하다”라는 말은 편견인 동시에 진실일

수 있다. 협동조합을 지루하거나 덜 치열한 무엇으로 파악할 위험이 있다는 점에서 편견

일 수 있지만, 많은 협동조합들이 자신만의 밥벌이를 넘어 함께 사는 세상을 꿈꾸고 있다

는 점에서 선하다고 볼 수 있다. 경쟁만이 옳은 길이라고 모두가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이

불협화음의 시대에, 한국의 협동조합들이 연주하는 ‘선한 사람들의 소나타’ 1장이 이제 막

시작됐다.

‘신 부자수업’이라는 프로그램 타이틀에 대해서 몇몇 출연자들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아직 협동조합이 낯선 시청자들이 자칫 협동조합을 돈벌이에만 연관시키지 않겠느냐는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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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 신문과방송 12 2015

적이었다. 일리가 있었다. 세속적인 개념의 ‘부자’라는 단어를 무턱대고 빌려오는 건 강변일

뿐이라는 걸 제작진도 잘 알고 있었다. 물론 협동조합은 돈을 벌어야 하는 비즈니스라는 점

에서 ‘부자’를 사전적인 의미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8편의 시리즈 동안 제작진들이 시청자

들과 같이 나누고자 한 부자의 의미는 ‘협동으로 함께 잘 사는 새로운 부자’였다.

“그렇게 쌓인 관찰들이 비로소 저를 특정한 방향으로 이끌었던 겁니다.”

카뮈의 단편소설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아프리카에서 잡힌 여

느 원숭이와 다를 바 없었지만 주인공 원숭이는 인간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고 모방해

교수로 임용될 정도로 높은 위치에 오른다. 동물원에 평생 갇혀 있는 대신 인간의 삶을 살

게 된 원숭이가 말하는 하나의 비결이 ‘관찰’이었다. 흔히 협동조합 운동의 성공에 필요한

요소는 리더의 존재라고 말한다. 확신을 가지고 희생을 감수하며 조합을 이끌어가는 리더

는 당연히 필요하다. 국내외 사례에서도 협동조합을 만들고 유지시킨 리더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다. 하지만 협동조합을 더욱더 건강하게 만들어나가는 건 리더를 관찰하고 같은 방

향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는 평범한 조합원들이다. 또한 외국의 사례에서 보듯, 한 협동조

합이 성공할 경우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성공을 관찰한 사회 곳곳에서 다양한 협

동조합들이 탄생하기도 한다.

15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유럽의 협동조합에 비해 한국 협동조합의 역사는 아직 짧다.

그리고 협동조합에 우호적인 제도와 문화를 가진 세계 각국과 비교했을 때 한국 협동조합

의 환경이 그리 녹록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많은 성공 사례가 나오고 협동조합 생태계 자

체가 건강하게 발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그러기 위해

선 맞춤형 금융 지원체계나 협동조합연합회의 활성화 등 제도적인 보완과 함께 협동조합

의 활용법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방송에서 한 주제에 대해 특정한

방향을 제시하는 건 위험하다. 하지만 특정한 방향으로 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에게 판단을 맡길 수는 있지 않을까.

장기 기획이었음에도 늘 그렇듯 촬영할 땐 조급했다. 하지만 협동조합을 만들고 가꿔

나가는 사람들과 대화를 하기 시작하면 묘하게 마음이 편해지곤 했다. 어느 때부턴가 일

상에서 증발해버렸던 여유와 온기가 배려있는 말을 통해 전해졌기 때문이다. 뭔가를 얻으

려면 경쟁을 해야 하는 것을 당연시하고 인간이 이기적이라는 명제를 진리처럼 알고 살던

우리에게, 함께 사는 삶을 추구하는 이타적 인간, 상호적 인간의 존재는 아직 신선하다. 제

작진은 본 프로그램을 통해 경쟁이 아닌 협동의 원리로도 시장경제하에서 살아갈 수 있음

을, 협동조합이 우리가 택할 수 있는 하나의 현실적인 대안임을 보여주고 싶었다. 8부작이

라는 다소 긴 구성에 미흡한 점과 아쉬운 점이 많았지만 협동조합이 조금이라도 우리 곁

에 가까이 다가오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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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정책

실험을 넘어

새 비즈 모델 개발로 이어지길매일경제,국내언론최초사내벤처경진대회/손재권

흔들림 없는 독자 충성도

“종이신문 발행 희망” 84.5%신문독자의식조사:30년뒤에도종이신문본다/김위근

데이터 신뢰도 높이고

개인정보 보호 강화해야빅데이터정보활용의문제/홍승필

‘뉴스를 무기로’

단말기·플랫폼 시장의 ‘왕좌의 게임’IT기업들의뉴스전쟁(하)-삼성,애플그리고구글/김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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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정책

074 신문과방송 12 2015

“머니백은 떼부자를 의미합니다. 기존 어렵고 재미

없는 경제기사 및 뉴스를 누구나 재미있게 볼 수 있

도록 게임과 접목한 새로운 형태의 뉴스테인먼트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머니백이 점유할 수 있는 시

장 규모는 약 1,318억 원으로 계산하고 있습니다.”

매일경제 모바일부 안정훈 기

자가 경영진과 외부 전문가 앞에

서 발표한 ‘머니백 사업계획서’ 내

용이다. 안 기자는 현재 매일경

제신문 모바일부에서 정보기술

(ICT) 산업을 취재 중이다. 현장

취재기자인 안 기자가 기자 세계

에서는 생소한 ‘사업계획서’를 발

표한 이유는 매일경제에서 올해

국내 언론사에서는 처음으로 사

내벤처 프로그램을 도입했기 때

문이다. 안 기자는 뉴스를 게임화

한 아이템으로 사내벤처에 지원했다.

한국 언론계 최초의 사내벤처 실험

사내벤처는 기업들이 우수 인력을 지속적으로 활용

하고 다양한 사업 기회를 만들어 내기 위해 회사 내

손재권

매일경제모바일부기자

매일경제, 국내 언론 최초 사내벤처 경진대회

실험을 넘어새 비즈 모델 개발로 이어지길

지난 11월 18일 사내벤처 경진대회에 참가한 한 매경 기자가 심사위원 앞에서 사업계획서를 발표하고

있다. 모두 11개 팀이 참가해 치열한 경합을 벌였으며 여기에서 1차 통과한 3개 팀은 회사 업무에서

약 3개월 동안 벗어나서 시제품 제작에만 몰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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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5산업·정책

부에 독립된 벤처사업체를 두는 것을 말한다. 사내

벤처로 지정되면 별도 법인으로 독립하기 전까지

일정 기간 동안 회사 측 지원을 받아 아이템을 사업

화하는데 전력투구할 수 있다. 또 자생력을 가질 때

까지 자금과 마케팅, 경영 자문으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해준다.

국내에서는 이미 사내벤처로 시작해 큰 기업으

로 성공한 사례가 많다. 네이버가 대표적이다. 네이

버는 이해진 창업자가 1997년 3월 삼성SDS의 검색

사업 사내벤처에서 시작해 1999년 독립, 국내 대표

인터넷기업으로 성장했다. 국내 대표 전자상거래업

체인 인터파크도 데이콤의 사내벤처로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한 인터파크도 사내벤처를 키웠는데 그

것이 G마켓이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국내

대표 기업들도 사내벤처 육성에 발 벗고 나섰다. 특

히 삼성전자는 ‘C랩(C-Lab)’이라는 제도를 전체 삼

성그룹 차원으로 확대 중이다. 삼성전자는 100여 개

과제가 C랩에서 진행됐고 이 중 27개 과제는 사업

부로 이관돼 상품화를 진행하고 있는데 점차 사내

기업가를 키워서 실제 회사를 나가 벤처를 할 수 있

도록 유도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언론계에서는 이 같은 시도가 없었다. 기

자들이 사업을 구상하는 것이 익숙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언론사는 하향식(Top-Down) 지휘통제 모

델이 익숙한 조직이다. 독특한 기수문화가 있을 뿐

만 아니라 도제식 수습교육은 충성도와 농업적 근면

성을 강조하는 문화를 형성하게 했다. 창의적 조직

의 핵심 문화인 상향식(Bottom to Top) 문제 제기와

수평적 의사결정은 언론사에서는 보기 힘들었다. 이

렇게 본다면 한국의 언론사에서 저널리즘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결합시킬 서비스를 ‘창조’해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을지 모른다.

그래서인지 기자들의 창업은 새로운 매체를 만

들거나 홍보대행사 등 언론계와 연관된 일이 대부

분이었다. 아이디어가 있더라도 회사를 나가서 해

야 한다는 것을 정석처럼 받아들였다. 사내에서 “딴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란 의심에서 벗어나기 힘들

었다. 각 언론사도 기자와 직원이 새로운 아이디어

를 내도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 돼 있었다.

문화를 바꾸고 시선을 돌린다면 언론사만큼 새

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낼 수 있는 자산이 많은 곳

도 드물다. 특히 사내벤처를 시도하기에 가장 적합

한 직종 중 하나라고 본다. 기자들은 취재 활동에서

얻은 아이디어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또 외부로부

터 회사(언론사)와의 협업을 통한 사업 제안을 받기

도 한다. 그러나 기자들은 이를 어떻게 실현해야 하

는지 방법을 모른다. 언론사도 이를 실현시킬 담당

자도 없어 아이디어는 대부분 사장된다. 새로운 시

도를 구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디어를

낸 사람이 오너십을 가지고 직접 실행하는 것이다.

사내벤처는 아이디어 제안자가 책임지고 실현해 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어떻게 시작됐나

매일경제 사내벤처 제도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을 새로운 방식으로 찾아보자는 실험 의식에서 출발

했다. 새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할 뿐만 아니라 기사

를 새로운 형식으로 독자에게 전달하기 위해선 새로

운 돌파구가 필요한데 대안으로 떠오른 제도가 ‘사

내벤처’였다. 외국에서는 언론사의 사내벤처 제도

가 어색한 것은 아니다. 뉴욕타임스는 ‘타임스페이

스(TimeSpace)’를 통해 미디어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사내외 혁신 역량을 흡수하고 있으며, 독일의 악셀

슈프링어 그룹은 ‘플러그앤플레이(PlugandPlay)’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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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6 신문과방송 12 2015

미국 실리콘밸리와 독일 베를린에 설치하고 스타트

업 육성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고 있다.

사내벤처 제도가 언론의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최적의 대안은 아닐 수 있지만 최근 들어 ‘기업가 정

신’을 갖춘 기자들을 육성하기 위해 확산되고 있는

추세인 것은 분명하다. 기자들이 사업을 구상한다

는 것이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시도’하

지 않으면 아무 것도 얻을 수 없기 때문에 분명 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제도일 것이다.

매경미디어그룹의 사내벤처 제도 과정은 이

렇다. 우선 창안자가 낸 사업계획서를 사내외 전문

가로 구성된 심의위원회에서 평가한다. 지난 11월

18일 개최된 사내벤처심의위원회에서는 사내 인사

(핵심임원) 4명과 외부 전문가(벤처캐피털리스트, 교

수 등) 4명이 심사, 11개 팀이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이 중 사업계획서가 통과된 3개 팀은 회사 업무에서

약 3개월 동안 벗어나서 시제품 제작에만 몰두하게

된다.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국내 정상급 액셀러레

이터(Accelerator: 창업기획사로 멘토링 및 제품 개발 지

원을 해 주는 기관)에서 멘토링과 제품 개발을 지원

하게 된다. 여기까지는 ‘시제품 개발’ 단계다. 아직

회사가 본격적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물론, 이

단계에서 회사를 설립하게 될 수도 있다. 사실 액셀

러레이터 단계에서 회사가 대부분 만들어진다. 하

지만 회사의 투자가 결정된 것은 아니다.

액셀러레이터를 3개월 동안 받은 이후 회사는

‘투자심의위원회’를 다시 한 번 개최한다. 사업계획

서 제출 때에는 사실상 아이디어 단계였지만, 이제

는 ‘시제품’을 두고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 회사가

투자를 결정할지 여부는 제품을 평가한 후 봐야겠

지만 기본적으로 1~2개 팀에 실제 투자할 것을 염

두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투자를 결정하게 되면 기

본적으로 창안자(창업자)가 50% 이상 지분을 가지

게 되며 회사는 2,000~5,000만 원의 투자로 회사 지

분 5~10% 정도를 확보하는 구조를 갖춘다. 창업자

의 오너십을 존중하면서도 회사는 향후 성장하면

이익을 나눠가질 수 있게 된다.

회사에서 창업 교육도 지원

매일경제는 사내벤처 제도를 도입하면서 기자들이

회사 업무 복귀를 희망해도 어떤 불이익 없이 받아

들이기로 했다. 이는 사내벤처 도전을 독려하고 자

칫 “실패해서 낙인찍히면 어떻게 하지?”라는 두려

움을 없앨 수 있도록 해 놓은 장치다. 물론 처음 시

도하는 생소한 제도이다 보니 처음엔 반신반의하

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기자들에게 또 다른 업

무를 주려는 것인가?” “기자가 사업을 하다니 가당

키나 한 일인가?” “누가 관심이나 있나?”란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2015년 9월 1일 사내벤처 제도 도입

을 사내에 공고하고 약 두 달간 사내에 다양한 이벤

트를 열어 관심을 유도한 끝에 모두 11개 팀이 지원

하는 성과가 있었다. 신문에서 5개 팀이 지원했으며

종편 MBN에서 3개 팀, 매경닷컴에서 2개 팀 그리

고 경제경영연구소에서 1개 팀이 지원하는 등 미디

어그룹 전체에서 11개 팀이 탄생한 것이다.

11개 팀이 그냥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다.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창업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

도록 지원했다. 제도 시행 발표(2015년 9월 1일)부터

사업계획서 지원 마감(11월 9일)까지 다양한 교육을

통해 자발적으로 도전할 수 있도록 했다. 10월 14일

부터 11월 16일까지 매주 월요일 오후 7시 30분부

터 9시까지 서울역 삼동마루180에서 개최한 ‘쫄지

마 창업스쿨’을 예비 창업자들이 수강할 수 있도록

회사 차원에서 지원했다. 송은강 캡스톤파트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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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7산업·정책

대표의 ‘초기 자금 투자 유치 방법’, 정호석 변호사

의 ‘스타트업을 위한 법률 가이드’ 등을 수강하면서

기자들은 반신반의하던 자신만의 스타트업 구상을

현실로 옮길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신문 기사 작성, 방송 리포트 작성 등 기존의 하

던 일을 새로운 차원에서 접근할 수 있도록 구글코

리아와 함께 사내 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구글과 함

께 하는 매경미디어데이’를 열고 구글뉴스 랩 세미

나도 개최했는데 적잖은 기자들이 새로운 차원의

기사 작성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

최종 결과는 내년 3월 발표

10월 30일부터 11월 1일까지 2박 3일간 개최한 ‘미

디어톤(미디어+해커톤)’은 사내벤처 프로그램의 하

이라이트였다. 미디어톤을 개최한 이유는 기자들의

아이디어와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디자이너를 결합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2박 3일간 새로운 미

디어 서비스 아이디어가 만들어지고 어떤 팀은 프

로토타입까지 만들었는데 약 50명이 참가해 9개 팀

이 만들어져 새로운 서비스 아이디어가 나온 것은

큰 수확이었다. 이날 나왔던 아이디어 중 2개 팀이

사내벤처로 지원하기도 했다.

창업스쿨을 정기적으로 수강한 기자들이 미디

어톤에 이어 실제 사내벤처에 사업계획서를 내는

과정까지 이어졌다. 회사 입장에서 본다면 적지 않

은 인원의 ‘사내 기업가’를 만들어 낸 셈이다. 또 미

디어 분야에 관심이 많은 사외 개발자, 디자이너를

발굴하는 수확도 얻었다. 장기적으로 매경이 새로

운 서비스를 계획하는데 미디어톤에 참가한 인재

들이 적잖은 기여를 할 것으로 본다. 실제 미디어톤

에 참가한 한 개발자는 자발적으로 2015년 1월부터

10월까지 매일경제에서 네이버로 전송된 기사들의

페이스북 공유 데이터를 바탕으로 ‘매일경제 기사

공유 분포’ 차트를 만들고 링크를 걸기도 했다.

아직 몇 개 팀이 최종적으로 회사의 투자를 받아

사내벤처로 론칭하게 될지는 모른다. 최종 투자심

의위원회는 2016년 2월 초 구성될 예정이다. 매경은

2016년 3월 미디어그룹 50주년을 맞아 창간기념일

에 사내벤처 프로그램 1~2개를 공식 발표한다는 목

표를 세웠다. 사내벤처로 이어질 만한 아이디어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아이디어가 실현되고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으려면 몇 개의 높은 산을 더

넘어야 한다.

한국 언론사 최초의 사내벤처 실험은 계속 진행

되고 있다. ‘실험’에 만족하지 않고 실질적인 성과가

나와서 국내외 언론사에 영향을 미치고 매경에서도

이 프로그램을 통해 실질적인 새로운 비즈니스 모

델을 발굴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매일경제 사내벤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새로운 방식으로

찾아보자는 실험 의식에서 출발했다. 새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할 뿐만

아니라 기사를 새로운 형식으로 독자에게 전달하기 위해선 돌파구가

필요한데 대안으로 떠오른 제도가 ‘사내벤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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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정책

078 신문과방송 12 2015

지난 2015년 10월 21일은 1989년 개봉된 미국 영화

‘백 투 더 퓨처 2’에서 주인공들이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로 간 바로 그날이다. 이날을 맞이해 많은 언론

은 영화 속 미래 테크놀로지가 현실에서 얼마나 구

현되고 있는지를 확인했다. 대부분의 테크놀로지가

놀랍게도 오늘날 실현되고 있거나 실현이 멀지 않

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놀라운, 아니 반가운 장면

은 따로 있다. 26년 뒤였던 미래 2015년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 속 주인공들이 ‘종이’신문(이하 ‘신문’)을

본다는 것이다. 현실에서도 신문은 ‘살아’ 남았다.

신문 결합열독률 78%의 의미

하지만 현재는 은유가 아니라 절대명사로서 ‘신문

의 위기’를 말한다. 심지어는 신문이 사라질 날이 머

지않다는 전망도 있다. 이러한 전망 중에는 2026년

을 우리나라 신문의 종말 시점으로 보기도 한다(미

국은 2017년이다!)[그림1]. 이제 10년 남짓 남았다.

물론 언론 매체로서 신문의 영향력이 급격히 저하

되는 시점이라는 상징적이며 상대적인 전망이긴 하

지만 그렇다고 무시해 버리기엔 울림이 크다.

신문의 미래가 어둡다는 증거로 가장 많이 언

급되는 것은 신문 구독률과 열독률이다. 한국언론

진흥재단의 <2014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 따르

면, 매년 크게 감소한 신문 구독률은 2014년 현재

20.2%, 신문 열독률은 30.7%다. 언론 매체로서 신문

의 위상이 무너진 것처럼 보인다. 생존 자체를 위협

받고 있다는 주장이 빈말은 아닌 듯하다. 하지만 신

문의 영향력 역시 약화됐다고 보는 것은 섣부른 판

단일 수 있다. 같은 조사에서 인터넷 등을 통한 신문

기사 이용을 포함하는 신문 결합열독률은 78.0%나

된다. 이를 근거로 하면 신문은 여전히 핵심 언론 매

체다. 다만 종이에 인쇄가 되지 않을 뿐….

초기부터 지금까지 신문은 기본적으로 종이에

인쇄된 형태를 유지해 오고 있다. 이로 인해 언론사

김위근

한국언론진흥재단선임연구위원

신문 독자 의식조사: 30년 뒤에도 종이신문 본다1

흔들림 없는 독자 충성도“종이신문 발행 희망” 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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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9산업·정책

가 생산한 기사를 짧은 시간에 인쇄해 대량으로 전

달하고 독자는 저렴하고 간편하게 볼 수 있었다. 이

같은 신문의 차별적 특성은 인터넷, 특히 모바일 환

경으로 인해 사라진 듯하다. 현재 신문사는 종이 인

쇄 관련 비용을 감소시켜 수익을 높이고자 한다. 신

문(newspaper)이 종이(paper) 인쇄를 부정하는 이 현

실은 신문의 위기를 오롯이 보여준다. 그런데 정말

신문의 위기 극복을 위해서 종이 인쇄를 줄여야 할

까? 종이 인쇄를 줄인다고 해서 신문사의 경영수지

가 개선될까?

그동안 신문과 관련된 각종 조사는 주로 다른 언

론 매체와 비교를 통해 이뤄졌다. 이러한 조사에 의

해 신문은 다른 언론 매체에 비해 열등하며 뉴스 이

용자는 더 이상 신문을 찾을 필요가 없어져 버렸다

는 낙인이 붙어 다녔다. 하지만 최근 실시한 신문 독

자의 신문에 대한 인식 조사2는 다른 얘기를 한다.

충성도 높은 독자를 가진 신문은 여전히 경쟁력 있

는 언론 매체라는 것이다. 신문 독자가 신문을 가장

많이 읽는 장소는 ‘직장·학교’(63.8%)였고, 그 다음

이 ‘가정’(52.5%)이었다. 신문 독자라고 해서 반드

시 가구 구독자만을 상정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보

여준다. 현재는 가정보다 직장이나 학교에서 신문

을 정기적으로 보는 경우가 더 많다. 공원, 커피숍

등 ‘공공장소’(19.6%)와 도보, 대중교통 등 ‘이동 중’

[그림1] 신문 종말 전망 연표

출처:FutureExplorationNetwork(http://futureexploration.net/Newspaper_Extinction_Timeline.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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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 신문과방송 12 2015

[그림3] 신문 독자의 이용 신문

19.7%

28.0%

32.9%

42.6%

77.3%

중앙종합일간신문

중앙종합일간신문

1.0개

0.5개

경제일간신문전문일간신문

경제일간신문·전문일간신문

지역일간신문

지역일간신문

0.4개

스포츠연예신문

스포츠연예신문

0.4개

기타 신문

기타 신문

0.3개

한국언론진흥재단미디어연구센터(온라인서베이,2015년10월16~19일,사례수1,031명)

(13.2%)에도 신문을 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그림

2].

“현재 구독료 너무 싸다” 68.6%

이들 신문 독자가 평일 보는 신문은 평균 2.6개로 확

인됐다. 이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중앙종합일간신

문이 평균 1.0개, 경제일간신문·전문일간신문이 평

균 0.5개, 지역일간신문이 평균 0.4개, 스포츠연예

신문이 평균 0.4개, 기타 신문이 평균 0.3개다. 이처

럼 신문 독자는 하나의 신문을 보기보다는 2개 이

상의 신문을 병독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평일 하

루 신문 독자의 이용 비율이 가장 높은 신문은 중앙

종합일간신문(77.3%)으로, 전체 신문 독자의 4분의

3 이상이 이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경

[그림2] 신문 독자의 신문 이용 장소

3.9%

13.2%

19.6%

52.5%

63.8%

기타

이동 중(도보, 대중교통 등)

공공장소(공원, 커피숍 등)

가정

직장·학교

한국언론진흥재단미디어연구센터(온라인서베이,2015년10월16~19일,사례수1,03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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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산업·정책

제일간신문·전문일간신문(42.6%), 지역일간신문

(32.9%), 스포츠연예신문(28.0%), 기타 신문(19.7%)

등 순이었다[그림3].

현재 종합일간신문을 기준으로 1부 가격은

800원, 1달 구독료는 1만 5,000~1만 8,000원 정도다.

커피전문점의 커피 1잔 가격이 최소 3,000~4,000원

정도임을 감안하면 결코 비싸다고 볼 수 없다. 신

문 독자의 3분의 2 정도(68.6%)는 이러한 신문 가격

이 싸다고 인식했다. 한편 이들이 현재 물가 등을 감

안할 때 적절하다고 판단한 신문 1부 가격은 평균

약 1,014원으로 현재보다 200원 정도 비싼 것이다.

반면에 현재 가격 및 구독료가 비싸다고 본 독자

(31.4%)가 적절하다고 인식한 가격은 평균 약 475원

이었다[그림4].

신문 독자가 원하는 신문 인쇄의 변화·발전 방

향은 다음과 같다. 이들은 앞으로 서체는 커져야 하

고(91.5%), 반면에 신문은 작아져야 한다(76.8%)고

봤다. 이는 신문 독자가 현재 서체 크기와 신문 크기

에 대해 아쉬움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

도 하다. 신문 면수가 많아져야 한다는 의견(54.4%)

은 적어져야 한다는 의견보다 약간 더 많았다. 신

문 독자는 신문 종이의 품질이 더 좋아져야 한다

(59.3%)고 봤고, 컬러와 흑백 비율에 대해서는 컬러

가 더 많아져야 한다는 의견과 지금 이대로가 좋다

[그림4] 신문 독자의 현재 신문 가격 및 구독료 인식과 적정 가격

70.0%

비싸다

현재 신문 가격 및 구독료가싸다고 생각하는

신문 독자의 신문 1부 적정 가격

현재 신문 가격 및 구독료가비싸다고 생각하는

신문 독자의 신문 1부 적정 가격

31.4%

싸다68.6%

1,014원

475원

한국언론진흥재단미디어연구센터(온라인서베이,2015년10월16~19일,사례수1,031명)

신문 독자의 충성도는 매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앞으로 신문을 계속 읽을 것이라는 신문 독자는 전체 4분의 3

정도(74.7%)이며, 신문이 인터넷 또는 모바일 신문으로 대체돼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71.1%가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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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2 신문과방송 12 2015

는 의견이 팽팽했다. 신문 지면에서 광고 비율이 작

아져야 한다는 의견(88.6%)이 커져야 한다는 의견

을 크게 앞섰다. 전체적으로 신문 독자는 앞으로 신

문 인쇄 품질이 더 좋아져야 한다(77.2%)고 봤다[그

림5].

신문 독자의 충성도는 신문의 미래를 전망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전체적으로 신문 독자의 충성도

는 매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앞으로 신문을 계

속 읽을 것이라는 신문 독자는 전체 4분의 3 정도

(74.7%)이며, 신문이 계속 발행돼야 한다는 의견은

84.5%에 달했다. 또한 신문이 인터넷 또는 모바일

신문으로 대체돼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71.1%

[그림6] 신문 독자의 신문 충성도

신문은 인터넷 또는 모바일 신문으로대체돼야 한다

신문은 계속 발행돼야 한다

신문을 계속 읽을 것이다

그렇다 그렇지 않다

74.7%

84.5% 15.5%

28.9% 71.1%

25.3%

한국언론진흥재단미디어연구센터(온라인서베이,2015년10월16~19일,사례수1,031명)

[그림5] 신문 독자의 미래 신문 인쇄 변화·발전 방향 인식

커져야 한다 91.5%서체(글씨) 크기는 …

신문 크기는 …

신문 인쇄 품질은 …

신문 지면에서 광고의 비율은 …

컬러와 흑백의 비율은 …

신문 종이의 품질은 …

신문 면수는 …

작아져야 한다 8.5%

커져야 한다 23.2% 작아져야 한다 76.5%

많아져야 한다 54.4%

커져야 한다 52.4%

적어져야 한다 45.6%

커져야 한다 11.4% 작어져야 한다 88.6%

좋아져야 한다 59.3% 이대로가 좋다 40.7%

좋아져야 한다 77.2% 이대로가 좋다 22.8%

이대로가 좋다 47.6%

한국언론진흥재단미디어연구센터(온라인서베이,2015년10월16~19일,사례수1,03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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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3산업·정책

가 반대했다[그림6]. 이러한 신문 독자의 높은 충성

도는 신문 산업이 지속될 수 있고 계속 유지돼야만

한다는 가능성과 당위성을 동시에 증명한다.

종이 신문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우리 신문 독자는 신문의 생존에 대해 어떻게 전

망하고 있을까? 10년 이내 신문이 사라질 것이라

고 예상한 신문 독자는 전체 3분의 1가량인 35.4%

였다. 반면에 신문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

은 23.0%였고, 사라지려면 30년 이상 걸릴 것이라

는 전망은 18.4%였다. 즉 한 세대 30년이 지난 후에

도 신문이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을 것으로 전망하

는 신문 독자는 전체 5분의 2 정도인 41.4%인 것으

로 나타났다[그림7]. 이처럼 상당수 신문 독자는 앞

으로 전개될 인터넷 및 모바일 환경에서도 신문이

계속 생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동안 신문 미래에 대한 전망은 대부분 어두

웠다. 인터넷 환경이 일상화된 이후에는 신문뿐만

아니라 다른 전통 언론 매체의 전망 역시 밝지 않다.

미디어 테크놀로지의 발전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는

일리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현재 신문사의 브랜드

가 종이 인쇄 시절부터 비롯됐고 여전히 적지 않은

독자가 종이에 인쇄된 신문을 사랑한다는 사실은

신문 혁신이 인쇄 영역에서도 가능할 수 있음을 방

증한다. 언론 매체의 존재 이유는 무엇보다도 이용

자다.

신문 인쇄는 단순히 종이에 잉크를 묻히는 작업

이 아니다. 신문이 최종 인쇄되기 위해서는 기사의

선택, 편집, 디자인 등이 먼저 완료돼야 한다. 따라

서 신문 인쇄는 독자들에게 기사를 잘 보여주기 위

해 배치하고 포장하는 모든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신

문 독자는 이러한 인쇄 결과에 대해 높은 충성도를

보인다. 뿐만 아니라 언론 매체로서 신문의 존재 당

위성 역시 높게 평가하고 있다. 지금껏 신문의 위기

를 일상적으로 말해왔다. 하지만 정작 기회의 원천

인 독자에 대해선 알려고 하지 않았다. 이제 30년 뒤

종이신문 독자를 전망하며, 미래 비전을 다시 점검

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1 지난10월21일한국언론진흥재단연구센터가발행한<KPFMediaIssue>제1권제15호‘“30년뒤에도종이신문본다”:신문독자인식

조사’를축약하고보완한글이다.

2 조사는온라인서베이로진행됐다.응답자는조사전문회사가확보하고있는패널중신문독자에서표집됐다.이를위해성,연령,거주지역등을

고려한할당표집방법을사용했다.최종통계분석에투입된응답자는

1,031명이다.조사기간은2015년10월16~19일이고,응답률은

3.2%(이메일발송3만2,591명,조사참여1,895명,최종응답완료

1,031명)다.그리고표본오차는95%신뢰수준에서±3.1%p다.

[그림7] 신문 독자의 신문 생존 전망

사라지지 않을 것23.0%

30년 이상18.4%

30년 이내5.0%

20년 이내18.2%

10년 이내35.4%

한국언론진흥재단미디어연구센터(온라인서베이,2015년10월16~19일,

사례수1,03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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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정책

084 신문과방송 12 2015

요즘 TV 방송이나 광고, 언론을 통해 쉽게 자주 접

할 수 있는 단어 중 하나가 바로 ‘빅데이터’와 ‘사물

인터넷’이다. ICT 분야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국

가사회 경쟁력 향상의 원동력으로 자리 잡은 빅데

이터와 사물인터넷은 최근 몇 년간 ICT 시장을 가

장 뜨겁게 달구고 있는 핫이슈가 되고 있다. 특히 빅

데이터의 경우에는 맞춤형 광고나 마케팅 측면에서

도 대단히 유용한 기술이며, 기상이나 질병, 교통뿐

만 아니라 범죄 예방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면

서 국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피해를

사전 예방하는 등 후생 증대 차원에서도 널리 쓰이

고 있다. 공공 영역에서 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에서

도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고객 맞춤형 서

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ICT 업계 종사자가 아닌 일

반 소비자들도 빅데이터라는 단어에는 매우 친숙할

것이라 생각된다.

빅데이터는 행복하고 안전한 사회 구현을 위한

과거, 현재, 미래 분석 및 예측을 위한 자산이며, 빅

데이터가 바꿔 놓을 세상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예

측 가능하게 만들어서 매우 편리하게 만들 것이라

는 데 대다수가 동감할 것이다.

사전 동의 방안의 합리화

그러나 한편으로는 마치 빅데이터를 쓰면 우리 사

회에 산적해 있는 문제가 술술 풀리고, 기업에게는

손쉽게 막대한 수익을 안겨줄 ‘마법의 지팡이’처럼

과대 포장되고 있다. 빅데이터는 문제를 풀 도구이

지 목표가 될 수는 없다. 전쟁에 나선 장수에게 칼은

이기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듯이, 빅데이터도 데이

터 분석을 통해 가장 효율적인 답을 찾기 위한 수단

이지 답은 아니다. 또한 빅데이터, 클라우드, 사물인

터넷은 연결성과 개방성의 확대로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데이터와 가치들이 생산, 유통되면서 개

인정보의 활용은 더욱 증대되고 있고 이로 인한 위

홍승필

성신여대IT학부교수

빅데이터 정보 활용의 문제

데이터 신뢰도 높이고 개인정보 보호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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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5산업·정책

험성도 함께 높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빅데이터 환경에서는 개인정보의 수집과 활용

이 지금보다 훨씬 더 활발해질 것이기 때문에 사회

적으로도 빅데이터와 관련해서는 개인정보 보호 이

슈가 급속히 커지고 있다. 이에 빈번히 언급되고 있

는 빅데이터에서의 개인정보 보호 이슈를 짚어보고

그에 대한 대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기

업에서는 빅데이터 기술을 통한 사업 모델을 준비

하고 있다. 그러나 강한 개인정보 보호 체계를 갖춘

우리나라의 법률들이 빅데이터의 필수조건인 데이

터 마이닝 및 분석 처리에 관해 강력한 제재를 가하

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 빅데이터

기술은 개인정보 보호법과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규정들에 의하여 그

활용이 제한될 수 있다. 위 법률들은 개인정보 처리

자로 하여금 원칙적으로 정보 주체의 명시적인 동

의를 받은 경우에 한하여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

고 그 수집 목적의 범위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다양하게 실시간으로 생성되는 정보

의 모든 특성을 예측하여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경

우 정보 주체로부터 동의를 받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한 빅데이터 환경에서는 이러한 개

인 식별이 가능한 정보가 아닌, 비식별 정보를 활용

한다 할지라도 다양한 결합에 의해 식별 정보로 전

환되는 경우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미국·일본 등은 개인정

보를 수집한다는 사실을 미리 알리되 가입자가 이

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옵트아웃(opt-out) 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며, 비교

적 개인정보 보호 인식이 강한 유럽에서도 통계·과

학·학술 목적에서의 이용은 허용하며 공익적 가치

가 큰 부분에서는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

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보 주체의 권리 보장

이러한 사항을 참고하여 빅데이터의 경우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자가 사전에 서비스에 필요한 개

인정보에 관한 사항을 신고해 허가를 얻는 경우 제

한적으로 옵트아웃 제도를 적용할 수 있는 정책을

반영함으로써 빅데이터 서비스에 대한 활성화가 이

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제한적 옵트아웃 제도

적용 시, 허용 기준에 대한 사항을 정의하고 이를 고

시하여 정보 주체로부터 사전 동의를 얻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빅데이터의 핵심은 수집, 분석 기술의 발달로

인해 이용되는 소비자의 개인정보의 양(volume)이

많아진다는 점과, 다양한 원천과 다양한 유형의 정

소비자 통제는 누구에 의해 자신의 정보가 활용되는지 소비자가

아는 것에서 나아가 어떤 맥락에서 자신의 정보가 활용되는지에 대한

선택 및 변경, 어떤 종류의 서비스를 제공받을지에 대한 선택 등을

정보 주체가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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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6 신문과방송 12 2015

보(variety)가 실시간(velocity) 이용될 수 있다는 점

이다. 빅데이터 환경에서 이용자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개인정보, 행태 정보, 프로필 정보, SNS 정보, 위치

정보 등)의 활용은 보다 가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

기 위해 필요하다 할 수 있으며, 동일한 정보를 활용

한다고 해도 그 활용에 있어서 프라이버시 침해의

정도는 정보 활용의 맥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

러므로 빅데이터 환경에서는 정보를 이용하느냐 안

하느냐의 단순한 이분법적 분류에서 벗어나서 다양

한 맥락에 따라 소비자의 선호가 반영되고 행사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며, 이러한 것을

현실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소비자 통제(consumer

control)가 실질화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시

작돼야 할 것이다.

소비자 통제는 소비자의 어떤 정보가 활용되는

지(개인정보의 범주화와 이에 대한 선택 및 변경), 누구

에 의해 자신의 정보가 활용되는지에

대해 소비자 자신이 아는 것에서 더

나아가 본인의 정보에 대한 선택 및

변경, 어떤 맥락에서 자신의 정보가

활용되는지에 대한 선택 및 변경(정보

수집에 대한 디바이스 및 서비스상의 온

오프 기능), 어떤 종류의 서비스를 제

공받을지에 대한 선택(관심 영역에 대

한 선택 및 변경) 등을 정보 주체가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이는 정보를 활용하여 영리를 추

구하고자 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고

민하기 힘든 부분이므로 정부 차원의

전문 기관에서 제도적 방안을 마련할

것이 요구된다. 예를 들면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에 관한 동의서에 대해서

도 기업이나 기관에서는 소비자가 알기 쉽고 이해

하기 쉽도록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여 작성할 수 있

게 해야 할 것이며, 작성된 이용약관이나 개인정보

보호방침,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에 관한 동의서가

소비자 중심적으로 작성됐는지 심사할 수 있는 제

도를 마련해야 한다.

더 중요해지는 데이터 추적성

빅데이터를 잘 활용하는 것은 국가나 기업에 유익

하다. 그러나 이런 데이터는 개인들로부터 제한된

동의를 받고 수집됐거나, 정부와 기업들이 임의로

데이터를 취합·가공하는 과정에서 당초 수집 목적

이나 정보 보유 기간에 위배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

나 그러한 경우마다 해당되는 데이터에 대해 다시

동의를 받고, 데이터를 찾아내어 삭제하는 것 등은

사실상 어려움이 많다.

[표] 빅데이터 활용 사례: 분야별 우수사례 및 미래부 시범사업 중심

영역 내용

고객관리

-허츠,실시간VOC분석으로고객만족도향상

-GS홈쇼핑,고객추천서비스정교화

-롯데백화점,고객세분화를통한타깃마케팅

-유통빅데이터를통한중소상인지원

-빅데이터분석기반외국인관광산업지원

e-비즈니스

-Ancestry.com,온라인가계도서비스제공

-오비츠,사용자특성을파악하여맞춤검색결과제공

-NCSOFT,게임내사기탐지시스템구현

-멜론,이용자관심도에따른콘텐츠추천

의료

-UNC헬스케어,환자의재입원비용절감

-서울아산병원,의료연구편의성확대

-맞춤형유의질병및병원정보제공

제조

-GE,‘지능형항공운영’서비스

-볼보,운행정보활용한자동차안전실현

-캐터필러,직원및기기데이터분석을통한제조생산성향상

-한국남동발전,발전설비운영효율극대화

-자동차부품기업공동활용빅데이터플랫폼

재난·공공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스마트농정실현을위한플랫폼구축

-조류인플루엔자(AI)확산조기대응

-국도비탈면붕괴사고예측

*출처:NIA빅데이터전략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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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7산업·정책

빅데이터 환경에서는 이러한 데이터 추적성의

확보가 더 중요해질 것이다. 추적성이라고 하는 것

은 1)발생된 문제를 찾아서 시정할 수 있어야 하고,

2)만일 유출된 문제라면 검사 과정의 문제를 확인

할 수 있어야 하고, 3)왜 발생했는가를 알 수 있어야

한다. 빅데이터 환경에서 데이터의 추적성이 중요

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겠다.

먼저 데이터의 신뢰도 문제이다. 빅데이터 분석

관련 자료들을 보면 대부분이 소셜 데이터를 사용

하고 있다. 보다 더 검증되거나 높은 신뢰도를 확보

했고 여러 변수를 고려했다는 빅데이터 분석 사례

가 발표되고 있지만 결국 소셜 분석인 경우가 많다.

빅데이터의 기본은 데이터이며, 빅데이터 분석이

데이터 확보가 쉬운 소셜 데이터의 분석으로 이어

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데이터들은 대부분이 자연어 데이터, 비정형 데이

터들이 많으며 전체 데이터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 그러므로 데이터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적어도 이 데이터의 출처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면 데이터의 활용에 있어 어느 정도

의 신뢰성이 보장된 데이터인가를 분석할 수 있을

것이며, 문제가 되는 데이터에 대해서는 조치를 취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하나는 개인정보 보호 측면에서이다. 정보

주체가 다수의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함에 따라 제

공한 본인의 개인정보가 어느 곳으로 유통되고 있

는지에 대해서 확인이 어려워지고 있다. 정보 주체

자신도 본인의 정보가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정보를 이용하는 서비스 제공

자 측면에서도 이 정보를 사용하는 것이 정책에 위

배되지 않는지 알기 어렵다. 내가 언제 어느 사이트

에서 내 정보를 제공했는지 알기 어렵기 때문에 정

보를 일일이 찾아서 삭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

한 일이다. 정보의 추적성이 확보된다면 내 정보가

어디에서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며,

기업 입장에서도 이 정보가 누구에 의해 어떻게 생

성이 됐고, 정보를 이용함에 있어 중요 정보가 포함

이 되어 있는지, 그리고 어느 수준까지 동의를 받았

는지 알 수 있게 된다.

그러므로 빅데이터 환경에서의 정보 추적성은

매우 중요한데, 빅데이터 환경에서는 대량의 데이

터가 관리됨에 따라 제도적인 방법과 기술적인 방

법 모두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마이너리티 리포트’ 현실화 될까?

빅데이터를 가진 조직은 다른 개인의 사생활에 대

해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된다. 할리우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 같은 시대

가 조만간 도래할 수도 있는 것이다. 부작용인 빅브

라더의 탄생을 막고 빅데이터에서 얻을 수 있는 효

율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개인정보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한다. 방송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빅

데이터 분석을 통한 맞춤형 서비스 제공”이라는 말

의 이면에는 생각지도 못한 많은 개인정보가 필요

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빅데이터와 프라이버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기업뿐만 아니라 정

보 주체 자신도 노력해야 한다.

참고문헌

2015년 빅데이터 글로벌 사례집, 미래창조과학부, 2015.05

Chosun Biz, “빅데이터 이야기-미국의 프리즘 파문과 빅브라더 공포”,

2015.11.6.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7/

04/2013070401864.html

디지털타임스, “이근형 칼럼-빅데이터가 답인가”, 2013.09.22. http://

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30923020122516

61004

빅데이터 확산에 따른 보안 및 프라이버시 보호 체계 강화방안 연구, 한국

인터넷진흥원, 20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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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정책

088 신문과방송 12 2015

지난 호에선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뉴스 전략에 대

해 다뤘다. 그 글에서 나는 세계 최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은 ‘끊김 없는 서비스’를 위

해 인링크 방식 뉴스에 초점을 맞춘 반면 성장 정체

로 고민에 빠진 트위터는 뉴스 큐레이션

을 통해 볼 만한 콘텐츠를 보강하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같은 뉴

스 서비스라도 지향하는 바가 다르다는

얘기다. 이번 호에선 모바일 단말기와 플

랫폼 시장을 주도하는 삼성과 애플, 그리

고 구글의 뉴스 전략에 대해 살펴본다. 이

세 업체들 역시 뉴스에 대한 문제의식은

페이스북, 트위터 등과 비슷하다. 뉴스는

자신들의 단말기(삼성, 애플)나 플랫폼(애

플, 구글)의 가치를 높이는 데 더 없이 좋

은 상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역시

페이스북, 트위터와 마찬가지로 뉴스 서

비스를 하는 방법은 조금씩 다르다.

이들 중 가장 먼저 구체적인 상품을 내놓은 것

은 애플이다. 애플은 지난 9월 16일부터 공식 배포

한 최신 모바일 운영체제인 iOS9에 ‘애플뉴스’ 앱을

김익현

지디넷코리아미디어연구소장

IT 기업들의 뉴스 전쟁(하)-삼성, 애플 그리고 구글

‘뉴스를 무기로’단말기·플랫폼 시장의 ‘왕좌의 게임’

삼성이 독일 미디어 그룹인 악셀 슈프링어와 손잡고 만든 뉴스 서비스 ‘업데이(UPDAY)’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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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9산업·정책

기본 탑재했다. 애플뉴스 앱에선 뉴욕타임스를 비

롯한 50개 언론사들이 콘텐츠를 제공한다. iOS9가

출시된 지 불과 2개월 만에 전체 아이폰 66%에 탑

재될 정도로 빠르게 보급1된 점을 감안하면 뉴스 서

비스에 대한 기대도 높았다. 애플은 단순히 뉴스앱

만 만든 것이 아니었다. iOS9부터 검색 API를 공개

했다. 쉽게 설명하자면 앱을 일일이 열지 않고도 아

이폰이나 아이패드 검색창에서 바로 검색할 수 있

게 됐다. 당연한 얘기지만 뉴스앱도 여기에 포함

된다. 모바일 기기에서 검색을 하면 관련 뉴스가 바

로 뜨도록 한 것이다.

뉴스 통한 서비스 가치 높이기

여기까지만으론 그다지 인상적이진 않다. 스마트폰

에서 검색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

서 애플은 검색어를 입력하지 않아도 검색 화면 하

단에 뉴스가 자동으로 뜰 수 있도록 했다.2 애플이

정확한 알고리즘을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어

떤 방식으로 뉴스가 뜨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기능 덕분에 모바일 기기에서 뉴스 소비가 한층 더

강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애플과 경쟁 중인 삼성도 지난 9월 뉴스 서비스

를 공개했다. 자체 앱을 만든 애플과 달리 삼성은 독

일 미디어 그룹인 악셀 슈프링어와 손을 잡고 ‘업데

이(UPDAY)’란 앱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업데이

는 삼성이 플랫폼을 제공하고 악셀 슈프링어가 콘

텐츠를 공급하는 방식이다. 또 애플과 달리 구글 플

레이에서 내려받아야만 한다.

삼성이 악셀 슈프링어와 손잡고 만드는 ‘업데

이’는 편집자들이 취사선택하는 ‘꼭 알아야 할(Need

to know)’ 콘텐츠와 사용자 개인의 관심사에 기반

해 알고리즘으로 정리된 ‘알고 싶어 할 만한(Want to

know)’ 콘텐츠로 구성된다. 이 중 ‘꼭 알아야 할’ 콘

텐츠는 악셀 슈프링어가 제공하는 뉴스다. 반면 ‘알

고 싶어 할 만한’ 콘텐츠는 다양한 언론사 기사를 큐

레이션해서 보여주는 형태다. 현재 독일과 폴란드

에서 시범 서비스 중이며 내년 초부터 유럽 전역으

로 서비스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구글도 가만있지 않았다. 구글 역시 모바일 뉴

스를 좀 더 빨리 볼 수 있는 AMP(Accelerated Mobile

Pages)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일종의 캐시 방식을 활

용한 AMP의 기본 문제의식은 페이스북 ‘인스턴트

아티클’과 비슷하다. 역시 모바일 기기에서 구글 검

색을 활용할 때 로딩 속도 때문에 불편을 겪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프로젝

트에는 뉴욕타임스, 가디언을 비롯한 전 세계 40여

개 언론사가 동참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트위터다.

구글이 AMP 프로젝트를 하면서 트위터와 손을 잡

애플과 경쟁 중인 삼성도 지난 9월 뉴스 서비스를 공개했다.

자체 앱을 만든 애플과 달리 삼성은 독일 악셀 슈프링어와 손을 잡고

‘업데이’란 앱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업데이는 삼성이 플랫폼을

제공하고 악셀 슈프링어가 콘텐츠를 공급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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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 신문과방송 12 2015

은 것이다. 덕분에 AMP에 참여한 언론사 기사 링크

를 트위터에서 누를 경우엔 곧바로 뜨게 된다.

삼성과 구글, 그리고 애플은 현재 모바일 시장의

3대 강자다. 특히 세 업체는 묘하게 서로 라이벌 관

계를 형성하면서 긴장과 견제를 계속하고 있다. 이

중 가장 큰 그림은 ‘안드로이드 원조’인 구글과 iOS

를 앞세운 애플 간의 플랫폼 전쟁이다. 하지만 애플

은 안드로이드의 또 다른 축인 삼성과 단말기 시장

을 놓고도 경쟁하고 있다. 두 회사는 미국에서 몇 년

째 특허 분쟁을 계속하고 있을 정도로 앙숙 관계다.

스마트폰 출하량은 삼성이 월등하게 앞서지만 수익

점유율 면에선 애플이 삼성을 압도한다.

삼성과 구글의 관계는 묘한 편이다. 일단 둘은

시장에선 동반자 관계다. 구글이 안드로이드로 스

마트폰 운영체제 시장을 석권하는 데는 삼성의 역

할이 절대적이었다. 주요 안드로이드폰 중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한 것은 삼성 제품이 거의 유일하다

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삼성과 구글은 서로

협력하면서도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는 사이다. 삼

성은 구글이 단말기 시장에 눈을 돌리는 것을 경계

하고 있으며, 구글은 삼성이 타이젠 같은 자체 플랫

폼에 공을 쏟는 걸 극도로 싫어한다. 여기에다 구글

은 삼성을 견제할 또 다른 안드로이드 업체가 등장

하길 은근히 바라는 듯한 느낌도 있다.

애플-누구나 뉴스 공급 가능해

이런 복잡한 시장 상황은 세 업체의 뉴스 전략에도

그대로 연결된다. 독자적인 모바일 생태계를 갖고

있는 애플의 장점은 단말기와 플랫폼을 모두 지배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플랫폼 점유율 면에선 안

드로이드에 많이 못 미친다. 하지만 파편화된 안드

로이드 생태계와 달리 애플은 iOS 생태계를 오롯이

[그림] IT 기업 간 뉴스 서비스 현황

구글 애플

삼성

트위터

페이스북

악셀 슈프링어

개방 생태계(웹)

애그리게이션

큐레이션

직접 경쟁

제휴

잠재적 파트너

폐쇄 생태계(앱)

삼성과구글,그리고애플은서로라이벌관계를형성하면서긴장과견제를계속하고있다.이런복잡한시장상황은세업체의뉴스전략에도그대로연결된다.Ⓒ김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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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산업·정책

통제할 수 있다. ‘애플뉴스’ 앱 전략엔 이런 장점이

그대로 스며들었다. 아예 모바일 운영체제인 iOS에

기본 탑재하면서 이용자가 아이폰 단말기에 별도

설치하지 않아도 볼 수 있도록 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애플은 이용자들을 iOS 생태

계 내에 잡아두기 위해 뉴스 서비스를 했다고 봐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비교적 엄정한 제휴 과정을 거

치는 페이스북과 달리 누구나 뉴스를 공급할 수 있

도록 했다. 참여를 원하는 언론사는 아이클라우드

뉴스 퍼블리셔(iCloud News Publisher)3에 접속한 뒤

RSS 피드를 등록하기만 하면 된다.

그런 차원에서 애플뉴스 앱은 ‘좀 더 세련된 플

립보드’라고 묘사할 수 있다. 전체적인 틀은 플립보

드와 비슷하지만 디자인이나 인터페이스가 좀 더

세련된 편이다. 플립보드와 다른 점은 해당 채널의

관련 기사를 적극 노출해 준다는 점이다. 관련 기사

를 누르게 되면 해당 사이트로 바로 연결된다. 국내

포털 뉴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관련 기사와 비슷한

방식으로 작동된다. 애플 역시 페이스북 ‘인스턴트

아티클’과 마찬가지로 ‘애플뉴스’에서 발생하는 트

래픽은 해당 언론사 전체 트래픽에 합산해주기로

했다. 이를 위해 트래픽 측정 전문 기관인 컴스코어

와도 얘기를 끝냈다.

삼성-악셀 슈프링어 손잡고 애플 공격

아직은 미국을 중심으로 서비스되고 있는 애플뉴

스 앱에 대한 이용자들의 반응은 비교적 괜찮은 편

이다. 하지만 참여 언론사들은 살짝 시큰둥한 반응

을 보이고 있다. 기대했던 만큼 트래픽이 나오지 않

을 뿐 아니라, 광고나 트래픽 합산 등이 아직 제대

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불만의 주 이유다.4 폭

넓은 참여가 중요한 애플 입장에선 이른 시일 내에

이런 불만을 잠재우는 게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뉴스 시장 후발 주자인 삼성의 1차 목표는 물론

애플이다. 단말기 라이벌인 애플이 iOS9부터 뉴스

앱을 선보인 부분이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없다. 하

지만 삼성은 애플처럼 뉴스앱을 기본 탑재하는 것

은 쉽지 않다. 안드로이드란 구글 플랫폼에 의존하

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은 이런 약점을 보완하기 위

해 악셀 슈프링어란 대형 파트너와 손을 잡았다. 악

셀 슈프링어는 빌트, 디벨트 등을 보유하고 있는 유

럽 최대 미디어 그룹이다. 악셀 슈프링어 역시 삼성

과 뉴스 서비스를 함께 하면서 다른 언론사까지 동

참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콘텐츠 제공

업체에겐 ‘인접저작권료’까지 지불하면서 외부 참

여를 독려하고 나섰다. 플랫폼을 갖고 있지 못한 삼

성에게는 최적의 파트너인 셈이다.

하지만 파트너 관계인 삼성과 악셀 슈프링어가

염두에 둔 가상의 경쟁자는 서로 다르다. 삼성에겐

애플 견제가 중요한 과제인 반면 악셀 슈프링어는

구글이 더 중요한 상대다. 실제로 악셀 슈프링어가

삼성과 손을 잡은 데는 구글과의 불편했던 관계가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악셀 슈프링어는 독일이 지난 2013년 통과시

킨 인접저작권법을 놓고 구글과 한 차례 갈등을 겪

었다. 기사를 비롯한 각종 콘텐츠는 발행 후 1년 동

안 로열티 계약을 하지 않는 한 무단 공유를 못하도

록 하는 것이 독일 인접저작권법의 핵심 골자였다.

하지만 언론사들은 허점투성이란 비판을 쏟아냈다.

구체적인 공유 가능 범위를 명시하지 않았기 때문

에 구글이 저작권료를 내지 않고 링크할 수 있는 방

법이 적지 않은 탓이다. 그 때문에 이 법이 발표된

직후엔 “사실상 구글의 승리”란 진단이 나오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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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 신문과방송 12 2015

했다.

악셀 슈프링어 역시 이런 점에 불만을 표현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말 계열사 콘텐츠에 대한 구글 검

색을 차단하는 강수를 뒀다. 하지만 악셀 슈프링어

는 불과 2주 만에 백기를 들었다. 구글을 차단한 뒤

검색 트래픽이 40%, 구글 뉴스를 타고 들어온 트래

픽이 80%나 감소했기 때문이다. 악셀 슈프링어가

삼성과 손을 잡은 것은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삼성이란 또 다른 강자와의 제휴를 통해 구

글을 견제하려는 욕구가 강하게 작용했다고 봐야

한다.

구글-뉴스 최적화 배경은 ‘위기의식’

그렇다면 구글은 왜 뉴스 서비스를 하려는 걸까? 구

글의 문제의식은 페이스북과 비슷하다. 스마트폰

검색창에서 뉴스를 눌렀을 때 바로 뜰 수 있도록 하

겠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구글이 뒤

늦게 ‘모바일 뉴스 최적화’ 사업에 뛰어든 건 위기의

식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이와 관련해서는 뉴욕타임스가 잘 분석했다. 뉴

욕타임스는 구글이 ‘모바일 뉴스 최적화’를 꾀하는

것은 페이스북, 애플 같은 폐쇄된 생태계의 공세로

부터 웹을 보호하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검색 전

문 사이트 서치엔진랜드 창업자인 대니 설리반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구글과 트위터는 언

론사 등이 페이스북에 특화된 어떤 것을 만들면서

자신들은 후순위로 밀리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고 주장했다.5

구글은 오픈 생태계인 모바일 웹에 터를 잡고

있다. 따라서 모바일 웹에서 기사를 비롯한 각종 콘

텐츠를 좀 더 잘 볼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이런 문

제의식을 해결하기 위해선 ‘최적화된 페이지’를 보

여줄 수 있는 API를 만든 뒤 모든 사업자에게 공개

하는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많다는 것

이다. 구글의 AMP 프로젝트에는 뉴욕타임스를 비

롯한 주요 언론사뿐 아니라 트위터와 워드프레스가

동참했다. 이들 역시 구글과 비슷한 문제의식을 갖

고 있는 업체들이다.

그동안 뉴스는 언론사들에겐 제구실 못하는 자

식과 비슷했다. 돈을 벌어오는 상품으론 어딘가 부

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바일과 소셜 시대가 되

면서 갑자기 인기 상품으로 부상했다. 직접 돈을 버

는 재주는 없지만, 사람들을 모으는 덴 다른 어떤 콘

텐츠보다 매력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주전 선수

론 다소 미흡하지만 농구의 ‘식스맨’처럼 최고의 보

충재로 떠오른 뉴스를 바라보는 언론사들의 시선이

다소 불편할 수도 있을 것 같다.

1 https://developer.apple.com/support/app-store/

2 http://www.niemanlab.org/2015/06/for-news-organizations-this-was-the-most-important-set-of-apple-announcements-

in-years/

3 https://www.icloud.com/newspublisher/

4 http://digiday.com/publishers/publishers-underwhelmed-apple-news-app/

5 http://www.nytimes.com/2015/09/12/technology/google-twitter-and-publishers-seek-faster-web.html?_r=0

알려드립니다

<신문과방송>11월호(통권539호)12쪽‘[표]신문사모바일서비스

트래픽실적’은모바일전체트래픽이아닌웹브라우저트래픽만집계한

자료임에도이에대한부가설명이없었고‘전체합계’수치가잘못

게재되었습니다.편집부는이표에대한해석시오해의소지가있을수

있다고판단,온라인으로서비스되는PDF기사에서는이표를삭제

하였음을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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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포럼

초연결 시대 방송의 미래

그리고 인간 경험을 논하다2015한국방송학회가을철정기학술대회/김선호

디지털 날개 단 지역신문, 미래 향해 날아오르길2015지역신문콘퍼런스/김미라

다양한 미디어 분석에 응용 가능한 만능 툴 제공미국미디어리터러시센터연수기/한유승

광복 70년, 방송기자 탄생 70년 기획 시리즈 12

뉴스 보도의 초석 세운 방송 저널리즘의 레전드민방최초의보도데스크:전응덕/김성호

세상을 바꾼 보도 11

우리는 아무도 말하지 않는 것을 보도한다한국언론에필요한미래의보도준칙/안수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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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포럼

094 신문과방송 12 2015

김선호

한국언론진흥재단연구위원

2015 한국방송학회 가을철 정기학술대회

초연결 시대 방송의 미래그리고 인간 경험을 논하다

한국방송학회(회장 정재철 단국대 교수) 2015 가을

철 정기학술대회가 ‘초연결 사회의 방송, 인간 경험

의 확장’을 주제로 11월 7일 단국대에서 열렸다. 기

조연설은 ‘네이버 동영상 플랫폼 전략’을 주제로 한

성숙 네이버 총괄부사장이 맡았다. 한 부사장은 TV

시청이 감소하고 모바일에서 동영상 소비가 증가하

는 현재 추세에서 네이버가 가지고 있는 동영상 서

비스 전략에 대해 설명했다. 비즈니스 모델 측면에

서 동영상은 이용자들의 체류 시간을 증가시키고,

프리롤 광고 등 효과적인 광고가 가능하다.

이용자 중심 콘텐츠 혁신 필요

한 부사장에 따르면, 네이버는 유튜브가 독점하고

있는 동영상 광고 시장에서 어떤 차별화된 전략을

구사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UHD 동영상, 멀티

트랙 및 360도 동영상, 가상현실을 접목한 동영상

등 첨단 영상 기법 이외에도, 웹드라마나 웹애니매

이션과 같은 새로운 장르를 실험 중이라는 것이다.

한편 네이버는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으로 성장하기

위해 한류 콘텐츠의 해외 서비스에 심혈을 기울이

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유튜브와 차별화시키기 위

해 개발한 네이버 V앱이다. V는 한류 스타들이 실

시간으로 방송할 수 있는 앱으로, 실시간 방송은 현

장감과 실재감 같은 이용자 경험을 높인다고 한 부

사장은 소개했다.

방송 콘텐츠 세션에서 이옥기(서울과기대) 연구

교수는 스마트TV 환경에서 맞춤형 서비스가 콘텐

츠의 미래를 주도할 것이며, 사용자 참여 제작으로

까지 발전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한학수(청운대) 교

수는 드론을 활용한 화면구성 기법에 대해서 발표

했다. 한 교수는 드론을 활용하면 영상 제작에서도

촬영 영역이 수직적 깊이와 수평적 확장이 가능해

지고 있기 때문에 전혀 다른 시각의 다채로운 화각

을 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진철(동신대) 교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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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5미디어 포럼

입체영상이 실재감과 현장감을 높여주기 때문에 시

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일 수 있다고 지적하고, 수중

입체촬영 방법과 기술적 문제점에 대해 소개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특별세션에서는 김선호 연

구위원이 모바일 뉴스 포맷과 이용자 경험을, 박대

민 연구위원이 뉴스 빅데이터의 토대로서 의미연결

망 분석을 소개했다. 김선호 연구위원은 2014년 뉴

욕타임스의 ‘혁신’ 보고서를 문제 삼았다. ‘혁신’ 보

고서는 뉴욕타임스가 경쟁자들에 비해 이미 고품질

의 기사를 생산하고 있지만, 이를 독자들에게 전달

하는데 실패하고 있다고 전제하면서 ‘독자 개발’ 영

역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김 연

구위원은 독자는 개발의 대상이 아니며, 독자 경험

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이용자 중심 디자인을 중

심으로 콘텐츠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대

민 연구위원은 뉴스가 빅데이터화됨에 따라 대량의

뉴스를 자동으로 분석하는 컴퓨터 보조 내용분석

(computer assisted content analysis)의 핵심 방법으로

서 자연어처리와 의미연결망 분석을 논의했다. 박

연구위원은 단어 중심의 기존 연구의 한계를 지적

한 다음, 분석 수준에 따라 태그클라우드, 정보원연

결망 분석, 정보원 이외의 개체명 수준 의미연결망

분석, 뉴스 문장 연결망 분석을 소개했다. 한편, 박

연구위원은 ‘토론 기계는 가능한가?’라는 또 하나

의 발표에서, 문장 연결망 분석을 기계학습화시키

면 문장 자동생성에 매우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종편 등장 후 저널리즘 품질 저하 가능성

사물인터넷과 관련하여, 박성우(우송대) 교수는 프

랑스 기술철학자 질베르 시몽동(Gibert Simondon)

의 이론을 중심으로 오늘날 디지털 환경을 ‘연합 환

경’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설명했다. 한수경(인천

대) 교수는 사물인터넷 관련 독일 정책 사례를 소개

했다. 한 교수는 사물인터넷을 적용한 완전자동화

실현은 심각한 실업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에 독일

은 실업 문제 해결을 위한 인력 재교육 과정들을 준

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동훈(광운대) 교수는 사

물인터넷과 관련하여 개인정보 보안 문제와 새로

운 서비스 창출로 인한 행정부처 소관 문제가 발생

하며, 사물인터넷 산업의 확산을 위해서는 이 문제

들이 해소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승창(한국정보통

신윤리지도자협회) 연구위원과 한학수(청운대) 교수

는 사물인터넷을 이용한 스마트방송 기술에 대해

발표했다. 발표자들은 사물인터넷과 연결된 스마트

방송기술을 구성하는 콘텐츠의 기획, 설계, 제작, 평

가, 인증 관련 기술에 대해 논의했다.

모바일 기기를 통한 대인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김경모·정낙원 교수는 서울시 거주 700명에 대한 분석을 통해,

지상파의 시사대담 프로그램 시청은 정부 신뢰도와 정치 효능감을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는 반면, 종편의 시사대담 프로그램 시청은

정치 참여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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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6 신문과방송 12 2015

발표도 있었다. 권예지(서강대) 연구원과 나은영(서

강대) 교수는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의존도에 대한

연구를 통해 오락적 동기가 강할수록 스마트폰 의

존도가 높은 반면, 아버지와의 대화는 스마트폰 의

존도를 낮춘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서윤(서강대)

석사과정과 김정현(서강대) 교수는 모바일 기기를

통한 메시지 교환의 피로감에 대한 연구를 발표하

면서, 신경증과 외로움을 더 많이 느끼는 사람일수

록 피로감을 더 많이 느낀다는 점을 지적했다.

방송 저널리즘 세션에서 심훈(한림대) 교수는 종

합편성채널 개국 이후 방송 뉴스 시청 점유율과 편

성표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종합편성채널 등

장 이후 방송 뉴스 시장에서 집중도는 약간 완화됐

지만, 뉴스 프로그램 편성에 있어서는 채널 간 중복

현상이 대단히 높아져 시장 경쟁이 치열해졌으며,

이에 따라 과장 보도, 오보, 선정 보도와 같은 저널

리즘 품질 저하 가능성이 증대하고 있다고 심훈 교

수는 지적했다. 홍원식(동덕여대) 교수는 저널리즘

의 객관성 개념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시도했다. 홍

교수는 정보과부하 시대에 뉴스가 가진 차별적인

속성은 객관성이며 언론의 객관성을 사회적 보편

성을 추구하는 이상(telos)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

했다.

전문 채널의 인기 이유

방송과 정치는 꾸준히 주목받는 주제였다. 김경모

(연세대) 교수와 정낙원(서울여대) 교수는 서울시 거

주 700명에 대한 분석을 통해, 지상파 채널의 시사

대담 프로그램 시청은 정부 신뢰도와 정치 효능감

을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는 반면, 종합편성채널의

시사대담 프로그램 시청은 정치 참여를 높이는 효

과가 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효성(청주대) 교수

는 전통 매체 이외에도 포털과 SNS 이용이 선거에

대한 관심과 참여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

탐구했다. 정다은(성균관대) 박사과정과 정성은(성

균관대) 교수는 선거캠페인의 실제 효과와 지각된

효과의 차이를 분석하고, 그 차이가 메시지 강도에

따라 얼마나 달라지는지 검증했다.

방송 엔터테인먼트 세션에서는 민병현(청운대)

교수가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변화를 산업이나 마케

팅 차원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사회문화적 차원에

서 볼 것을 제안했다. 민 교수는 엔터테인먼트 전문

채널이 부상하고 지상파 채널이 쇠퇴하는 것은 전

문 채널의 콘텐츠가 한국 사회의 문화코드를 잘 읽

어내고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윤성옥(경기대) 교수는 연예 매니지먼트

계약과 법적 분쟁을 고찰하는 논문을 발표했다. 윤

교수는 한류 스타들이 그 자체로 산업이자 중요한

콘텐츠임에도 불구하고 전근대적인 갑을 관계 속

에 있음을 지적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논의가 필

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연주(단국대) 박사과정과 전

종우(단국대) 교수는 한국과 미국에서 흥행했던 영

화를 분석했다. 발표자들에 따르면 한국의 흥행 영

화에는 드라마 장르가 많은 반면, 미국 흥행 영화는

SF, 모험, 가족 장르가 많았고, 액션은 두 나라 모두

많게 나타났다.

논문발표 세션 이후 진행된 총회에서 정재철

(단국대) 교수가 제28대 한국방송학회장으로 취임

했다. 정 교수는 취임사에서 “방송학의 영역이 점점

확대되는 초연결 사회의 추세 속에서 방송학의 정

체성을 근본적으로 탐구하는 심포지엄을 지속적으

로 열겠다”고 밝혔다. 한편 제29대 방송학회장으로

선출된 강형철(숙명여대) 교수는 “방송학의 본질과

학문 공동체의 가치를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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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포럼

097미디어 포럼

김미라

한국언론진흥재단지역신문팀

지혜로운 인간 ‘호모사피엔스’는 마침내 스마트 미

디어까지 만들어냈다. 기술적 발명은 미디어 이용

자에게 편리함과 효율성을 가져다주었지만 반대로

숙고하는 시간과 인내심은 줄어들게 만들었다. 미

디어 플랫폼이 다양해지면서 뉴스

의 공급량은 거의 무한해졌고, 미

디어 이용자는 뉴스 큐레이션을 통

해 원하는 뉴스만 제공받는다. 미

디어 기술의 발전으로 신문의 모든

페이지가 한꺼번에 소비되는 시대

는 이렇게 저물었다.

지역신문 양날의 칼 ‘디지털’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따른 신

문의 위기론은 비단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특히 중앙지보다 열

악한 환경에 놓인 지역지의 경우

디지털 시대의 생존은 더 절박한 과제로 남아 있다.

변화는 끊임없이 강조되고 있지만 막상 고착화된

기존 신문 제작에서 탈피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

니다. 지난 11월 6일 대전 kt인재개발원에서 열린

2015 지역신문 콘퍼런스

디지털 날개 단 지역신문미래 향해 날아오르길

‘지역신문, 테크놀로지와 혁신’을 주제로 열린 제8회 지역신문 콘퍼런스는 여러 지역신문사들이

각자의 방법으로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는 방법을 공유하면서 지속가능한 미래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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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8 신문과방송 12 2015

[표1] 제8회 지역신문 콘퍼런스 우수 사례 수상자

대상(4)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일간지부문)전남일보(이기수)-공프로젝트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주간지부문)

충청리뷰(육성준·서지혜·김남균)-종이신문이

만든스마트미디어‘카드뉴스’,‘독자를깨우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위원장상충북일보(안순자)-도심의변화를일구다:도시재생이야기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상

경남도민일보(김주완)-SNS로독자와소통하고

뉴스펀딩으로돈을벌다

금상(3)

해남우리신문(조아름)-산골할머니도서관그리고산골마을할머니뉴스

경북매일신문(권광순)-너희들왔구나,올해도안잊고

거제신문(조규홍)-거제깨끗한그날까지

은상(5)

기호일보(전승표)-세계문화유산을활용한관광산업성공사례를통해살피는

‘수원화성’의관광화방안

영암신문(장정안)-기찬영암왕인문해학교‘신문을보면생각이열리는신나는NIE교실’

경남도민일보(이수경)-기자(신문)가면을벗어버리자

중도일보(김의화)-‘다문화기자단’3년의걸어온길!어렵지만가야할길

중부매일(김정미·이주경)-인포그래픽으로만드는‘안전한충북’

동상(5)

원주투데이(박동식)-원주의부끄러운민낯성매매집결지희매촌

한라일보(김건일)-신문에영상을입히다

무등일보(김희순·강태길·김양희)-이순신청소년리더십사관학교

청양신문(이존구)-청정환경의적‘영농폐기물’수거사업

시사인천(이은옥)-책읽는마을행복한동구사람들

인기상(4)

고령신문(김정수)-지자체,변화를요구하다

거제신문(김은아)-미래의독자,거제신문속으로유혹

중부매일(김정미)-인포그래픽으로만드는‘안전한충북’

광주매일신문(박상원)-연중공익캠페인을통한지역사회활력불어넣기프로젝트

특별상(2)

광주매일신문2015지역신문콘퍼런스활성화에기여한신문사에시상

김포신문

제8회 지역신문 콘퍼런스는 지역신문의 이와 같은

현실적인 고민과 실현 가능한 대안을 모두 담는 자

리가 됐다. 콘퍼런스의 대주제는 ‘지역

신문, 테크놀로지와 혁신’이었다. 대주

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번 콘퍼런스

는 지역신문이 당면한 과제인 ‘디지털

화’에 주목했다. 현상적인 문제만 주창

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관계에 있는 신

문사들이 디지털 환경 변화에 안정적

으로 연착륙하기 위한 각자의 노하우

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자리

였다.

우수 사례 11개 섹션, 전문가 강의

2개 섹션, 조사연구 발표 및 미래기자

의 눈(대학생 공모전 현장 심사) 각 1개

섹션 등 총 15개 섹션이 마련됐다. 지역

신문사들의 대표작을 전시하는 부대전

시는 17개 신문사가 참여했다. 취업 상

담을 겸한 신문사 홍보부스도 올해 처

음 선보였다. 오전 11시부터 현장 접수

가 시작됐고 전국 각지의 지역신문 관

계자 및 대학생들이 현장에 속속 도착

했다. 80여 개의 지역신문 종사자, 12개

대학의 교수와 학생 등 700여 명이 kt

인재개발원 제1연수관을 가득 메웠다.

포토존 행사를 비롯해 캘리그래피 등

의 문화 체험 자리가 행사장 한곳에 마

련되어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그

리고 오후 1시, 각 섹션장의 발제가 시

작됐다.

스마트 미디어 디지털 전략, 보도

및 편집, 독자친화형 신문 제작 및 지역

공헌, 신규 사업(창의주도형 및 지역공동체 캠페인) 분

야에서 33개 우수 사례 발표가 이어졌다. 우수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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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9미디어 포럼

는 79건의 신청작 중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1차 심

사를 거친 것으로 각 섹션의 발표들은 디지털화가

지역신문에게 위기이자 기회임을 보여줬다. 스마

트 미디어 활용과 독자를 사로잡는 콘텐츠 전달 방

법 등 지역신문이 당면한 주요 과제에 해법을 제시

한 발표가 돋보였다. 특히 스마트 미디어 디지털 전

략 분야를 다루는 섹션에서는 뉴스펀딩, 카드뉴스,

인터랙티브 등의 소재를 지역신문에 활용한 사례가

소개되어 눈길을 끌었다.

디지털 체력을 길러라

이 중 중부매일 김정미 기자가 발표한 ‘인터랙티

브, 디지털 모바일을 부탁해’는 인터랙티브 뉴스 제

작의 시행착오와 성공 사례를 구체적으로 전달해

참가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중부매일은 올

해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총 4건의 인터랙

티브 뉴스를 제작 또는 진행 중에 있다. 이 중 신단

양 이주 30년의 변화를 한눈에 보기 좋게 표현한 인

포그래픽을 제작했는데 인구·가구·학교·철도 수

송 현황·관광객 변화를 통계자료와 비교분석해 호

평을 받았다. 또한 교육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 퀴즈

형 인터랙티브를 개발 중인 ‘내륙의 어부를 찾아서’,

충북 지도 위에 시군별 마을 현황을 위치 기반으로

소개할 예정인 ‘충북 농촌의 희망, 마을에서 답을

찾다’, 단재 신채호 선생의 삶을 다각적인 방법에서

접근하는 ‘단재와 사람들, 신채호를 말하다’ 등 다

양한 소재의 인터랙티브 뉴스를 진행하고 있다. 김

기자는 이날 발표에서 “변화의 필요성을 공감하지

만 자체 개발인력이 없는 지역신문에서 인터랙티브

뉴스를 만든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임

을 언급하며 “지역신문들은 디지털 체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충청리뷰 육성준 기자도 ‘종이신문이 만든 스마

트 미디어 카드뉴스 독자를 깨우다’라는 주제로 모

바일 카드뉴스를 제작한 사례를 발표했다. 충청리

뷰는 ‘봉지맨 아저씨’ ‘모충2구역 대성주택 이야기’

‘담쟁이 국수 이야기’ 등 충북 청주 지역 내 이야기

들을 지면기사와 카드뉴스로 제작해 독자의 큰 호

응을 얻었다. 페이스북 카드뉴스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은 충청리뷰 웹페이지 접속 증가로 이어지는

데 그치지 않고, 기사에서 제기한 문제가 해결되는

데까지 이어졌다. 디지털 기술 활용이 저널리즘의

순기능으로 이어진다는 하나의 가능성을 보여준 사

례였다.

이날 ‘SNS로 독자와 소통하고 뉴스펀딩으로 돈

을 벌다’라는 주제로 사례 발표를 한 경남도민일보

김주완 이사는 1,008명이 참여해 918만 원이 모인

포털 다음의 뉴스펀딩 ‘풍운아 채현국과 시대의 어

충청리뷰 페이스북 카드뉴스에 대한 독자 반응은 충청리뷰

웹페이지 접속 증가로 이어지는 데 그치지 않고, 기사에서 제기한

문제가 해결되는 데까지 이어졌다. 디지털 기술 활용이 저널리즘의

순기능으로 이어진다는 하나의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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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신문과방송 12 2015

른들’을 소개했다. 처음에 경남도민일보는 포털에

의존하지 않고 경남도민일보 웹 사이트와 SNS만을

이용해 자체 뉴스펀딩을 진행했었다. 당시 146명으

로부터 160만 원의 후원금을 받아 콘텐츠의 질만 보

장된다면 뉴스 자체의 가치로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기획섹션으로 마련된 전문가 강의에서는 고려

대 김대원 박사의 ‘로봇 저널리즘 도입과 활용’, 경

성대 오승환 교수의 ‘드론을 활용한 보도기법과 사

례’가 발표됐다. 현재까지 개발된 미디어 기술의 최

고점이라고 할 수 있는 로봇과 드론에 대한 이해는

지역신문의 저변을 확장하는데 시사점을 제공해

주었다. 김대원 박사는 사용자 맞춤형 정보 제공으

로 데이터 저널리즘을 구현하는 뉴욕타임스의 업샷

(Upshot)을 지역언론에 적합한 로봇 저널리즘 사례

로 꼽았다. 한편 서울대 이준환 교수팀이 만든 프로

야구 뉴스로봇을 예로 들어 로봇 저널리즘의 가능

성을 인정함에도 불구하고 결론에서는 로봇이 인간

을 대체할 수 없다고 마무리했다. 로봇

은 정보에 대해 ‘왜’라는 의문을 제기

하는 등 통합적 가치 판단 능력이 부족

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또한 지역신

문은 디지털 전략에 선택과 집중을 고

민해야 하고 현실적으로 지역민의 콘

텐츠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는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드론 저널

리즘을 강의한 오승환 교수는 저널리

즘 관점에서 드론은 인간의 시각을 확

장시키는 매체라고 설명했다. 또한 지

금이 바로 “어떻게 드론을 활용해야 되

는가를 고민할 때”이며 “무엇에 적용시

켜 확장시킬 것인가”를 실행할 때라고

드론을 통한 지면 구성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성공의 키워드 ‘지역 밀착’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하면 이에 맞는 콘텐츠도 등

장한다. 여러 발표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지역신문

이 외피에 변화를 주는 목적은 결국 독자에게 더 가

까이 다가가기 위해서다. 지역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서 지역신문은 지역밀착형 뉴스 제작의 다양한 시

도로 디지털 환경에서 생존하는 법을 익힌다. 충북

일보 안순자 기자의 ‘도심의 변화를 일구다 : 도시

재생 이야기’, 해남우리신문 ‘산골 할머니 도서관 그

리고 산골마을 할머니 뉴스’, 전남일보 이기수 기자

의 ‘공프로젝트’도 지역 현안과 지역민에 집중한 결

과물이다.

올해도 대학생들의 참신한 시각을 확인하는 자

리인 ‘미래기자의 눈’ 섹션에서 지역민과 상생을 기

반으로 한 지역신문의 디지털 플랫폼 변화에 대한

발표가 다뤄졌다. 경남대팀은 ‘지역신문 새로운 플

[표2] 제8회 지역신문 콘퍼런스 ‘미래기자의 눈’ 수상자

대상(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경남대(EXIT팀)-지역신문새로운플랫폼의문을열다

금상

우석대(어벤져스팀)-지역신문의발전의문제점과해결방안

은상(2)

충남대(따.지.남팀)-‘소(小)-통하다.’:소(지역)에서지역민들과通하다.

건국대(뉴스네비게이션팀)-‘뉴스가나를찾아오는시대’-테크놀로지와혁신

동상(3)

세명대(I.D팀)-D.I.(Difference.Interesting.)

부경대(사랑방팀)-Lovely

순천향대(이노케이션팀)-스마트시대!혁신적기기로혁신담은지역신문으로!

장려상

전북대(지바고팀)-한방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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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미디어 포럼

랫폼의 문을 열다’는 주제로 지역신문이 뉴스의 마

켓이 되어 지역뉴스의 활성화를 일으키고 발생한

수익을 지역민과 나눠 지역민의 참여도를 높인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우석대팀도 시민제보 활성화, 지

역 내 특집 기획기사 공모전, SNS와 지역민의 연계

등 지역민 참여 프로젝트를 지역신문 발전 방안으

로 제시했다. 건국대팀은 지역신문에 데이터 저널

리즘을 도입해 새로운 뉴스 콘텐츠를 생산하고 잠

금화면으로 지역뉴스를 보는 기능을 도입해 독자의

접근성을 높이자는 내용의 지역신문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미래기자의 눈’ 섹션은 31개 팀의 신청작

중 8개 팀만이 본선에 올랐다. 심사의 공정성을 기

하기 위해 이름과 학교 등의 신상정보를 삭제한 채

발표작만으로 심사가 진행됐으며 콘퍼런스 당일 현

장 심사를 통해 상급이 결정됐다.

한편 조사연구 섹션에서는 대구대 김성해 교

수가 ‘지역 주간신문 시장 분석 및 발전 방향 모색’

을, 동명대 이정기 박사가 ‘지역신문의 지역사회 여

론영향력(평판) 및 콘텐츠 평가 방안 연구’를 각각

발표했다. 언론과 관련해 수많은 연구가 있었어도

지역신문만을 위한 연구나 연구방법은 매우 드물

었다. 이러한 현실에서 이번 발표는 지역신문에 특

화된 연구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지역신문 관계자들

의 관심을 모았다.

생존을 넘어 혁신의 시대로

반나절의 짧은 시간에 대학생 현장 발표 ‘미래기자

의 눈’ 섹션을 포함한 총 15개 섹션에서 45건의 발

표가 완료됐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사전 심사

및 현장 심사 결과를 합산해 수상자가 결정됐다. 시

상식은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우병동 위원장의 인

사말을 시작으로 박민권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

의 환영사, 김병호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 축사

가 이어졌고, 이상민 국회의원, 권선택 대전광역시

장의 축전 등 많은 내외 귀빈이 축하와 격려의 메시

지를 보냈다. 지역언론인에게 주어지는 우수 사례

부문 대상은 총 4팀에게 돌아갔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은 전남일보 이기수 기자(일간지 부문), 충청

리뷰 육성준 기자 외 2명(주간지 부문)이 수상했고,

충북일보 안순자 기자가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위원

장상, 경남도민일보 김주완 이사가 한국언론진흥

재단 이사장상을 수상했다. ‘미래기자의 눈’에서는

경남대가 대상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

했다.

지역신문 콘퍼런스가 처음 개최됐던 2007년 이

후 올해 제8회를 맞이하기까지 지역신문에는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 이날 지역신문 콘퍼런스 현장

은 긍정적인 가능성을 확인한 시간이었다. 여러 지

역신문사들이 저마다의 방법으로 미디어 환경의 변

화에 적응하는 방법을 공유하면서 지속가능한 지역

신문의 미래를 이야기했다. 또한 뉴스 콘텐츠 소비

플랫폼이 변하고 있지만 사실보도, 환경감시 등 뉴

스 콘텐츠 자체의 가치가 변함없이 중요하다는 점

을 환기시킨 것도 이번 콘퍼런스의 값진 성과다. 이

제는 적용 가능한 기술을 이야기하고 막연하기만

했던 미래에 구체적인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지

역신문이 얼마나 다양한 방법으로 생존해 나갈지

기대가 모아지는 이유다.

시상식 후 참가자 모두가 참여하는 저녁 식사

가 시작될 무렵 대전에는 가뭄의 해갈을 알리는 단

비가 내렸다. 이렇게 올해 콘퍼런스의 막은 내렸지

만 지역신문은 이제 막 디지털의 날개를 달기 시작

했다. 날아오를 것인지 아닌지는 지금부터의 노력

에 달려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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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포럼

102 신문과방송 12 2015

한유승

월계고교사

미국 미디어리터러시센터 연수기

다양한 미디어 분석에응용 가능한 만능 툴 제공

인터넷의 발명과 클라우드 컴퓨팅의 발전은 우리

삶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우리는 더 이상 정보를 머

릿속에 저장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수많은 정보

들 속에서 정작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골라내기

는 너무나 어렵다. 이러한 사회 속에서 우리 학생들

이 개인과 세상을 연결해주는 미디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미디어를 스스로 해석하고 생산할 수 있

는 능력을 키울 수 있어야 한다. 학생들의

미디어 리터러시를 향상시키기 위해 학

교에서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고민

하던 중 한국언론진흥재단을 통해 미국

CML(Center for Media Literacy) 방문 연수

에 참여하게 됐다.

미디어를 분석하는 5가지 핵심 개념

CML은 1977년 설립된 미국의 미디어 리

터러시 전문 교육기관이다. CML은 비영

리 교육기관으로서 아이들과 성인들의 미디어 리터

러시 능력을 기르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또한 관련

연구를 기반으로 독창적인 미디어 리터러시 이론을

개발하고 이를 교사들이 학교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교육적 틀과 자료들을 제공하고 있다.

CML에서는 미디어 리터러시를 효과적으로 학

습하기 위한 방법으로 ‘다섯 가지 핵심 개념’1이라

CML 연수에 참가한 교사들은 먼저 CML의 ‘다섯 가지 핵심 개념’에 대해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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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미디어 포럼

는 체계적인 프레임을 제시한다. 다섯 가지 핵심 개

념은 ‘제작자, 형식, 이용자, 내용, 목적’을 포함하고

있다. 이 다섯 가지 핵심 개념으로 다양한 미디어 자

료들을 해체하고 분석하고 재구성할 수 있다. 뉴스,

기사, 광고, 영화 등의 다양한 미디어를 접할 때 이

핵심 개념을 활용해 비판적인 사고를 연습하는 것

이 CML 연수의 주요 학습 내용이다. 예를 들어 광

고를 본 후 “이 광고는 누가 만들었는가?” “이 광고

에는 어떤 형식과 기술들이 사용됐는가?” “청중들

은 이 광고를 어떻게 이해하는가?” “어떤 가치관과

관점을 담고 있는가?” “이 광고는 왜 만들었는가?”

등의 질문을 하고 그 답을 생각해보는 것이다. 이러

한 질문들을 통해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미디어를

분석하는 연습을 할 수 있다.

반대로 미디어를 제작할 때에도 이 개념은 그대

로 적용된다. 광고를 만들 때 “나는 무엇을 만들고

있는가?” “어떤 형식과 기술을 적용할 것인가?” “이

메시지는 이용자들에게 어떻게 이해될 것인가?”

“어떤 가치관과 관점을 담을 것인가?” “어떤 목적을

담을 것이며 그것이 효과적으로 전달되고 있는가?”

등의 질문을 생각하면서 제작하는 것이다. CML의

다섯 가지 핵심 개념은 미디어 분석뿐만 아니라 미

디어 제작에 있어서도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초등학생들도 쉽게 미디어 분석

CML에서 다섯 가지 핵심 개념에 대해 공부한 후 이

핵심 개념을 기반으로 미디어 수업을 실천하고 있

는 로스 펠리즈 차터 스쿨을 방문했다. 이 학교는 학

생들의 창의적 사고를 키우기 위해 설립한 조금 특

별한 공립학교다. 일반적인 교과 내용도 수업하지

만 미디어를 비롯한 다양한 예술 교육을 특색 있게

진행한다는 점이 독특했다.

우리가 참관한 수업은 에블린 세라노 선생님의

초등학교 5학년 수업이었다. ‘무엇이 미디어인가’라

로스 펠리즈 차터 스쿨에서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이 ‘미디어란 무엇인가’라는 학습목표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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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신문과방송 12 2015

미디어 수업 시간에 학생들은 3명씩 한 모둠이 되어 분석 대상인 광고를 반복해 보면서

CML의 ‘다섯 가지 핵심 개념’을 적용해 서로 질문하며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토의

시간을 갖는다.

는 학습목표에 따라 수업이 진행됐는데 크게 세 단

계로 전개됐다.

(1)학습목표(미디어란 무엇인가)에 대해 마인드

맵으로 개념 정의하기

(2)광고를 보고 ‘다섯 가지 핵심 개념’에 따라 모

둠별로 토의하고 분석하기

(3)학급이 함께 토의한 내용을 발표하고 공유하

며 정리하기

수업이 시작되자 선생님은 칠판 한가운데 동그

라미를 그리고 그 안에 ‘미디어’라고 썼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무엇이 미디어인가” 질문을 던지면서

마인드맵을 그려나갔다. 학생들은 선생님의 질문에

대답하며 자신의 생각을 이끌어냈다. 그 후 학생들

은 모둠별로 장난감 광고를 시청했다. 이날 수업에

사용된 광고는 영상과 음향 효과를 잘 활용하여 초

등학생들의 호기심을 끌 수 있도록 재미있게 제작

된 것이었다. 광고를 보고 난 후 학생 3명이 한 모둠

이 되어 광고를 반복해 보면서 “제작자가 누구인지,

어떤 형식을 활용했는지, 어떤 청중을 위한 것인지,

어떤 가치관을 담고 있는지, 어떤 목적으

로 만들어진 것인지” 질문하며 모둠별로 토

의했다. 다소 어렵지 않을까 했던 예상과는

달리 학생들은 나름의 답을 스스로 찾아내

고 있었다. 모둠별 토의 시간 후에는 선생

님이 전체 학생들을 모으고 모둠 결과를 발

표하면서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정리 시

간을 가졌다.

이 수업을 통해 CML의 ‘다섯 가지 핵심

개념’을 활용하면 초등학생들에게도 쉽게

미디어 리터러시를 가르칠 수 있다는 가능

성을 엿보았다. 더 나아가 학년과 상관없이

어떤 미디어 자료에도 쉽게 다섯 가지 핵심

개념을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핵심 개념

이 명료하고 체계적이기 때문에 초등학생뿐 아니라

누구도 금세 이해하고 이를 미디어 분석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식 교육방법 개발 절실

‘지금 여기’에서 교사들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위해 실천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변화하려는

힘은 항상 저항의 반작용을 받아야 하는 것처럼 발

전을 가로막는 장애 요인들도 있다. 특히 고등학교

에서는 입시라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교

사 개인의 힘으로 교육의 변화를 만들어 갈 가능성

의 여지도 충분하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에서는 한

선생님이 사회, 국어, 경제, 음악, 미술 등의 다양한

교과를 융합하여 수업할 수 있기 때문에 영화나 광

고 등을 가지고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을 실천할 수

있다. 중학교에서는 자유학기제를 활용하여 미디어

를 분석하고 재구성하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을 것

이다. 고등학교에서는 블록타임제나 방과후수업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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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미디어 포럼

간을 활용하여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을 진행할 수

있고,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영화, 광고, 신문, 뉴

스 등을 비평하고 분석하거나 만들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우리 미디어교육에도 제작자의 의도를 분석하

거나, 형식과 기술적 기법들이 주는 효과에 대해 가

르치는 수업은 많이 있다. 다양한 기관에서 미디어

강사를 양성하고 있고 신문사에서는 신문 활용 교

육(NIE)을 진행하고 있으며, 학교에서도 많은 선생

님들이 미디어교육에 관심을 갖고 수업에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빠르게 변하는 미디어의 환경에 맞추

어 모든 종류의 미디어에 일반적으로 통용될 수 있

는 체계적인 틀을 찾기는 어렵다.

CML에서 주목할 것은 대학과 협력해 연구를

기반으로 이론을 체계화했고, 이 핵심 개념을 어떤

주제에든 쉽게 적용할 수 있도록 하나의 틀을 제시

했다는 점이다. CML의 다섯 가지 핵심 개념은 미디

어 리터러시에 대한 명료하고 체계적인 합의를 토

대로 했기에 다양한 미디어 자료에 두루 응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한국에서도 전문가들의 연구와 우리 교육 환경

에 맞는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합의를 기반으로

그 교육방법을 체계적으로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

를 위해 대학의 연구기관과 협력하여 이론적 기반

을 닦아 타당성을 확보해야 하며 학교 현장에 적용

하여 그 실효성을 검증해야 한다. 그리고 관련 기

관에서는 행정적, 제도적 뒷받침을 함께 해주어야

한다.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을 연구하고 실천하는 교

사와 강사들을 적극 발굴하여 학년, 교과, 지역을 넘

어서 서로의 교육적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는 장

이 많이 마련됐으면 한다. 미디어교육은 신문, 영화,

광고, TV 프로그램 등 다양한 영역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교사들 간의 협력과 교류가 더욱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미디어를 제작하고 있는 기획자, 방송

PD, 작가 등 미디어 제작 전문가들과도 교류할 필

요가 있다. 이러한 협력을 토대로 체계적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방법을 확립하여 학교에서 학생들에

게 미디어를 이해하는 힘을 길러주어야 한다. 그렇

게 된다면, 우리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서도 미디어

를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자기 자신만의 생각과 가

치관을 가진 주체적인 사람으로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1 CML’s5CoreConcepts:KeyWord‘Authorship,Format,Audience,Content,Purpose’(http://www.medialit.com)

CML의 ‘다섯 가지 핵심 개념’을 활용하면 초등학생들에게도

쉽게 미디어 리터러시를 가르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보았다.

더 나아가 학년과 상관없이 어떤 미디어 자료에도 쉽게 다섯 가지

핵심 개념을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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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포럼

106 신문과방송 12 2015

한국 방송 역사에서 민간 상업방송의 첫 보도 책임

자는 전응덕이다. 그는 1959년 4월 한국 최초의 상

업방송인 부산문화방송이 개국하자 초대 보도과장

으로 영입됐다.1 부산MBC 출범 당시 방송 분야별

책임자는 편성에 이수열, 제작에 오사량, 기술에 박

인규, 그리고 보도에 전응덕이었는데,2 직제상

으로는 ‘과’ 체제였으므로 전응덕이 한국 민방

최초의 보도과장이 된 것이다.

전응덕은 부산문화방송에 이어 서울에 소

재한 2개 민간 방송사의 보도과장으로 스카우

트됐다. 1963년 서울 문화방송 MBC의 2대 보

도과장3을 지내고, 그 다음해인 1964년에는 신

생 RSB(라디오 서울)에 초대 보도과장으로 부

임했다.4 동일인이 신생 민방 3사의 보도 책임

자로 활동한, 이 전설적인 사건은 모두 1960년

전후 5년 사이에 이루어졌으며 이는 그의 나이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시절이었다.

민방 3사의 보도 책임자

한편 RSB가 TBC 동양방송으로 전환하면서 보도

부가 신설되자 전응덕은 보도부 차장, 부장을 맡았

는데, 후에 ‘부’ 직제가 ‘국’으로 승격되면서 초대 보

김성호

언론학박사·전광운대정보콘텐츠대학원장

민방 최초의 보도 데스크: 전응덕

뉴스 보도의 초석 세운방송 저널리즘의 레전드

| 광복 70년, 방송기자 탄생 70년 기획 시리즈 12

5·16 후 부산에서 열린 환영 대회에서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부의장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전응덕. / 사진 출처: ‘이 사람아 목에 힘을 빼게’(전응덕 지음)-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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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미디어 포럼

도국장이 됐다. 그는 한때 도쿄 특파원으로 파견되

어 주요 일간지의 기라성 같은 유명 신문기자들과

활동하기도 했다.5 이와 같이 그는 한국의 방송 저

널리즘을 개척하는 긴 여정 속에서 1974년 이사, 상

무이사를 거쳐 전무이사로까지 승격됐고, 방송계를

떠나서는 광고 분야에 도전하여 오랫동안 협회장을

맡아 방송광고 발전에 초석을 놓기도 했다.

전응덕은 1954년 KBS 부산방송국 아나운서로

방송계에 입문했다. 그는 한국전쟁 후 육군에 지원

해 부산에서 통신장교로 복무하던 중 청소년 시절

부터 꿈꾸었던 아나운서 시험에 합격하여 방송인이

됐다. 그는 기민한 행동, 명석한 머리를 기반으로 성

심성의껏 방송 활동에 혼신을 다했다. 1950년대 후

반에 들어 그는 KBS 부산방송의 ‘노래자랑’ 공개 방

송 프로그램을 3만 명의 군중 앞에서 진행하는 것을

비롯하여 각종 프로그램을 너끈하게 소화해 부산

지역의 명아나운서로 일약 유명인사가 됐다.6 이렇

게 종횡무진 활약하던 그를 1960년대 초기에 상업

방송국 제조가로 명성을 날린 정환옥이 앞장서 낙

점했다. 신생 부산MBC 문화방송이 개국 준비를 하

면서 전응덕을 보도 책임자로 영입한 것이다. 전응

덕은 1959년 3월 우리나라 첫 민간 상업방송인 부산

MBC 초대 보도과장으로 스카우트되어 민방 보도

의 기틀을 다져갔다. 그는 보도과장으로 재임하면

서 전천후 방송인으로 활동했는데, 그 당시의 상황

을 “보도 책임자, 기자, 아나운서, PD, 광고 섭외 등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해야 했다”라고 회고한 바

있다.7

그 시대 한국 사회는 전쟁의 후유증과 장기 독재

에 매몰되어 굶주림에 허덕이던 국민소득 100달러

수준의 저개발국가였다. 전응덕은 민방 보도 책임

자로 일하면서 평소 “방송이 국민 편에 설 때 어떠

한 권력도 감히 손댈 수 없다”는 신념으로 방송 언

론을 강조했다고 한다.8 그는 1960년 2월 야당 대통

령 후보였던 조병옥 선생이 서거했을 당시, 국영방

송에서 기피한 장례식을 과감하게 중계방송했으며,

특히 3·15 부정 선거로 파생된 마산 시민들의 의거

현장을 생방송으로 내보내기도했다. 마산의거 생중

계 방송은 결과적으로 일본 NHK 등 외신기자들에

게 커다란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특파원들이 본

국에 급송하여 국제적인 특종을 생산하기에 이르

렀다.

그 당시의 상황을 집중 보도하던 전응덕은 박정

희 소장과 얽힌 일화를 자신의 자서전에서 상세하

게 밝히고 있다. 박정희는 4·19 과정에서 희생된 이

들을 위한 합동위령제가 부산 범어사에서 개최될

때 부산경남 계엄사무소장으로서의 조사에서 “여

러분의 애통한 희생은 무능하고 무기력한 선배들

전응덕은 부산문화방송에 이어 서울 문화방송 MBC의 2대

보도과장과 1964년에는 신생 RSB에 초대 보도과장으로 부임했다.

동일인이 신생 민방 3사의 보도 책임자로 활동한, 이 전설적인 사건은

모두 그의 나이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시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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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신문과방송 12 2015

의 책임인 바, 나도 여러 선배의 한 사람으로서 오늘

이 비통한 순간을 맞아 뼈아픈 회한을 느끼는 바입

니다. 여러분이 흘린 고귀한 피는 헛되지 않을 것입

니다. … 여러분의 의거는 후세의 역사가들에 의해

길이 빛날 것입니다”라고 당당히 밝히고 있다. 이는

경남지사와 부산시장의 자기 변명조의 조사와는 사

뭇 대조적이었고 한다. 전응덕은 박정희가 1년여 후

에 5·16쿠데타를 주도하고 주체 세력으로 활동할

당시의 두 사람과 얽힌 일화를 회억하기도 했다.9

‘한국 언론 100대 특종’에 선정

전응덕은 부산문화방송 보도과장 시절, 부산 지역

의 시위는 물론 서울의 학생 시위까지 현장 중계함

으로써 4·19혁명의 유발과 제2공화국 탄생에도 이

바지한 셈이다. 이러한 그의 방송 보도는 월간조선

이 1999년 선정한 ‘한국 언론 100대 특종’으로 뽑혔

으며, 2001년 3·15의거기념사업회에서는 그에게

공로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또한 그는 2010년 11월

4·19기념사업회(회장 이기택)가 수여하는 4·19혁

명 정의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누리기도 했다.10

전응덕은 1963년 9월 신생 서울

MBC 보도과장이 되어 활동 영역을 중

앙무대로 넓혀가게 됐다. 그는 문화방

송 보도과장 시절 민정 이양에 따른 대

통령 선거 개표 방송에서 국영방송을 압

도적으로 누르고 90%의 청취율을 기록

하기도 했다. 그는 MBC에서 스포츠 캐

스터로서도 활동을 하게 되는데, 1963년

12월에는 도쿄에서 벌어진 서강일 선수

의 동양 주니어페더급 타이틀 매치를 독

점 중계하기도 했다.

전응덕은 1964년 4월 새로 탄생되는

RSB 보도과장으로 이적한 후, 보도 책임자로서 개

국 1기 기자(강용식 등)·아나운서(서기원 등) 선발11

에 참여하는 등 보도 라인의 업무를 관장하면서 계

속 스포츠 캐스터로 방송 일선에 나서기도 했다. 일

례로 1964년 6월에는 도쿄 올림픽 축구 예선인 한국

과 베트남 경기를 중계방송하기 위해 사이공에 파

견되기도 했다.12 그는 최계환에 이어 라디오와 TV

를 총괄하는 제2대 보도부장으로 승진했다. 역시 보

도 책임자로 있으면서 권투, 프로레슬링, 축구 종목

등의 국내외 주요 경기를 중계방송하는 명스포츠

캐스터로 1인 2역, 1인 3역의 역할을 해나갔다.

전응덕은 1966년 2월 TBC 초대 주일 특파원으

로 파견되어 3년 여간 일본에서 활약하게 된다. 그

때 동아일보의 유혁인(전 공보처 장관), 조선일보의

김윤환(전 한나라당 대표 최고위원), 한국일보의 이

원홍(전 문공부장관, KBS 사장), 서울신문의 서기원

(전 서울신문, KBS 사장) 같은 베테랑 신문기자 등과

더불어 상주했는데, 그는 자사의 명예를 위하여 전

력투구하며 혼신을 다해 눈부신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주일 특파원 시절 다른 매체의 기자들과 함께 도시바 공장을 방문한 전응덕(뒷줄 왼쪽에서

두 번째). 그 옆으로 서울신문 서기원(전 KBS 사장), 한국일보 이원홍(전 KBS 사장)의 모습이

보인다. / 사진 출처: ‘이 사람아 목에 힘을 빼게’-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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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미디어 포럼

전응덕은 1969년 동양방송 TBC가 보도부를 보

도국으로 승격시키면서 초대 국장으로 임용됐는데,

그 당시 아나운서를 포함한 보도국 요원은 89명이

었다.13 이로써 그는 1950년대 말부터 70년대 중반

까지 메이저 상업방송의 첫 보도 책임자인 보도과

장, 부장, 국장 등을 역임한 이력을 갖게 된 셈이다.

특히 그는 TBC 보도국장 시절 TV 저널리즘의 새

지평을 열었던 새로운 포맷의 ‘뉴스전망대’를 탄생

시켰으며, ‘뉴스기상도’ ‘TBC석간’ 등도 신설했다.

이때 그는 기자들에게 뉴스 디렉팅 교육을 시켜 뉴

스 PD 시대를 개막시키기도 했다.

전응덕은 1974년 중앙일보·동양방송의 광고 담

당 이사로 승진, 광고계에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그

는 1975년 세계광고전시회를 덕수궁 국립현대미

술관 별관에서 개최하는 데 일익을 담당했고 차츰

광고업계의 중추적인 인물로 자리매김해 갔다. 그

는 중앙일보·동양방송 상무이사, 전무이사로 활약

하다가 1980년 11월 신군부 정권의 언론통폐합 조

치에 따라 TBC가 KBS로 흡수되면서 그 다음해 언

론계를 떠났다.

1인 3역의 리더

전응덕은 1989년 11월 한국광고협의회 회장으로

취임하여 광고매체, 광고주, 광고회사의 삼각 체제

에서 ‘조정자적 리더’ 역할을 철저히 수행했다. 그는

1990년 이 협의회를 연합회로 발전시켜 명실상부

한 한국광고단체연합회로 출발시켰다. 또한 이 연

합회에 한국광고학회를 비롯하여 한국광고주협회,

한국신문협회광고협의회 등 10여 개 단체를 가입

시켜 한국 광고 산업 발전에 중추적 역할을 하는 한

편 1996년에는 서울에 세계광고대회를 유치하기도

했다.

전응덕은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1988년 11월

대통령 임명직인 민선1기 한국방송공사 이사가 되

어14 1993년까지 재임했다. 그는 방송 선배인 노정

팔을 이사장으로 모시고 서울대 총장을 지낸 고병

익 등과 함께 공영방송의 발전을 위한 다양한 활동

을 했다. 한편 그는 1997년부터 KBS시청자위원,

위원장으로 활동한 바도 있으며, 2000년부터 다시

KBS 한국방송의 이사로 임명되어 방송 원로로서

후배 방송인들을 이끌어 가기도 했다.

전응덕은 근면, 성실, 노력하는 방송인으로 방송

초창기에 보도 저널리즘을 개척한 파이오니어였다.

그는 1950년 말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보도 책임

자로 활동하면서 뉴스를 비롯한 새로운 보도 프로

그램을 신설하여 오늘날 우리 사회의 중심축인 TV

뉴스의 정착에 초석을 놓았으며 1960년대와 70년

대 방송 저널리즘의 영역 개척에 크게 기여했다.

1932년 서울 출생인 그는 방송대상(1994), 국민훈장

모란장(2001) 등을 수상했으며, ‘방송, 신문에서 광

고까지, 1인 3역의 뜨거운 50년’이란 부제를 붙인 자

서전 <이 사람아 목에 힘을 빼게>라는 단행본을 펴

내기도 했다.15

1 MBC부산문화방송(1991),부산문화방송30년사,p.93.2 전응덕(2002),이사람아목에힘을빼게,중앙M&B,p.48.3 문화방송(1992),문화방송30년사,p.1206.4 중앙일보·동양방송(1976),중앙일보·동양방송10년사,p.173.5 김성호(2013),한국아나운서통사,pp.363~364.6 전응덕,앞의책,pp.39~44.7 앞의책pp.50~51.8 최화웅·백성기·곽근수(2011),한국민방개척사,나남,p.68.9 전응덕,앞의책,pp.105~112.10 중앙일보(2010),“4·19혁명정의상받는전응덕본사고문”,11.30

일자

11 중앙일보(1985),중앙일보20년사-부동양방송17년사,p.850.12 전응덕(1964),“한월축구중계를마치고”,방송8월13 한국방송공사(1977),한국방송사,p.817.14 노정팔(1995),한국방송과50년,p.675.15 김성호(2013),앞의책,p.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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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포럼

110 신문과방송 12 2015

보도 개요

1.제목:샌디에이고의목소리(VoiceofSanDiego)

보도준칙

2.매체(나라):샌디에이고의목소리(미국)

3.창간:2005년2월

4.특징:지역현안에밀착한탐사보도

5.웹:http://www.voiceofsandiego.org/(※‘크롬’에서

접속하는것을추천합니다)

6.수상:미국탐사기자협회(IRE)탐사보도상(2008년),

미국기자협회(theSocietyofProfessional

Journalists)시그마델타카이상(2007년)

보도요약

미국최초이자(아마도)세계최초로후원금을통해운

용되는탐사보도온라인뉴스매체‘샌디에이고의목소

리’의보도준칙은기계적중립과관습적보도를지양하

고,진실을향한끈질긴추적과심층탐사보도,그리고

좋은삶을위한지식과분석의제공에초점을두고있다.

올해 초부터 잡스런 글을 귀한 지면에 실었다. 두 달

에 한 번꼴이었는데, 그나마 한 차례 펑크내는 바람

에 겨우 5번을 썼다. 그래도 아주 힘에 겨웠다.

연재의 취지는 서구 선진 언론의 좋은 기사를 소

개한다는 것이었지만, 외국에 살았거나 잠깐이라도

연수를 다녀온 적이 없으니 오직 ‘구글 검색’에 의존

안수찬

한겨레21편집장

한국 언론에 필요한 미래의 보도준칙

우리는 아무도말하지 않는 것을 보도한다

| 세상을 바꾼 보도 11

‘샌디에이고의 목소리’는 세계 최초로 후원금을 통해 운용되는 탐사보도

온라인 뉴스 매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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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미디어 포럼

해야 했다. 디지털 문명 덕분에 꼬리에 꼬리를 물어

찾다보면 어지간한 사실관계는 파악할 수 있었지

만, 현지 사정을 정확히 모르는 비전문가가 공연히

아는 체 하는 글을 쓸 수밖에 없었다. 이 지면을 통

해 소개한 그 뉴스룸들을 제대로 구경했다면, 나는

지금쯤 진짜 좋은 기자가 됐을 것이다.

이제 이번 글로 연재를 마치게 되니 속이 아주

후련할 뿐만 아니라, 죄책감에 시달릴 일도 줄어들

게 됐다. 마지막 글이니만큼 이번에는 평소에 하지

않던 짓을 하려고 한다. 기사가 아니라 기사에 대한

규칙과 다짐, 즉 보도준칙 하나를 소개하겠다.

올바른 보도준칙이란?

‘보도준칙’이 이제는 한국에서도 낯설지 않다. 한겨

레는 2007년 1월 보도준칙을 제정했다. 국내 개별

언론사가 보도준칙을 마련한 것은 처음이었다. 이

후 얼마나 많은 언론사가 자체 보도준칙을 만들었

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기자협회가 자살보도준칙,

재난보도준칙 등을 속속 만들면서, ‘취재보도의 표

준’을 만들어 공표하는 것이 일상다반사가 됐다.

한겨레 보도준칙 제정 당시 나는 이 신문사의

노동조합 미디어국장이었다. 준칙 제정을 주도한

사측과 마주 앉아 조문 하나하나를 검토하고 논의

했다. 처음에는 격론이 일었다. 그 초안은 뉴욕타임

스 등 미국 주요 언론의 보도준칙을 모범삼은 것이

었는데, 나는 좀 불만이었다. 그런 나라의 언론은 기

자 각자가 자유롭게 취재하고, 최종 편집 단계에서

에디터가 좋은 기사를 솎아낸다. 취재 전반을 에디

터가 좌지우지할 여지가 적다. 따라서 처음부터 각

종 윤리적 문제를 기자 스스로 꼼꼼히 점검하도록

만드는 ‘사전 규율’이 필수적이다.

반면 한국 언론은 (한겨레도 마찬가지인데) 기사

의 구상 단계부터 데스크가 적극 개입한다. 데스크

가 승인하지 않은 아이디어를 기자가 알아서 취재

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심지어 취재 동선까지 데

스크가 개입한다. 따라서 윤리적 문제를 포함하여

‘좋은 취재와 보도’가 탄생하는 관건은 ‘좋은 데스

크’의 존재 여부다. 뉴스룸 지휘부의 관성과 관습을

혁파하지 못한 상태에서 몇몇 선언적 조항으로 뉴

스의 무엇을 바꿀 수 있겠나 싶었다. 오히려 진실을

끈질기게 추적하려는 현장 기자의 발목을 잡아채

는 족쇄가 되지 않을까 걱정도 했다. 헌법 조항이 아

름다워도 이를 적용하는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구

성이 신통찮으면, 아름다운 헌법의 문장이 정의를

구현하는 잣대가 되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 여

겼다.

그런데 격론 과정에서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어쨌건 그래도 좋은 헌법이 필요한 것이다. 권력자

열심히 취재하고 보도하면 권위 있는 기사를 쓸 권리를 얻는다.

“긍정적 측면도 있고 부정적 측면도 있다”는 헤드라인을 쓰는 날,

우리의 죽음이 시작된다. 50 대 50의 균형은 없다. 진실은 존재하고,

우리는 그 진실에 가닿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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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신문과방송 12 2015

가 무능부패할지라도 그것이 문제라고 지적하기 위

해 기대볼 만한 ‘옳고 바른 글’이 있긴 해야 하는 것

이다. 그렇게 보도준칙 제정 과정에 숟가락을 하나

얹었지만, 아쉬움은 남았다. 그 문장이 아름답긴 하

지만, 기자들의 마음을 흔들어 정말 좋은 기사를 쓰

는 것으로 이끌기엔 무엇인가 부족함이 있었다. 무

엇이었을까. ‘진실을 보도하겠다’는 다짐의 문장에

서 무엇이 빠진 것일까.

꿈에 그리던 보도준칙의 모범

그러다 샌디에이고의 목소리(The Voice of San

Diego, 이하 VOSD)를 발견했다. 2005년 2월 창간

된 이 매체는 미국 최초의 비영리 디지털 뉴스 기

업이다. 개인 또는 재단의 후원만 받아 운영되는데,

창간 10년이 지난 다음에도 ‘디지털 시대에 지속가

능한 탐사보도 언론의 비즈니스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당연하게도 여러 탐사보도 관련 언론상을 수

상하고 있다. 한국의 ‘뉴스타파’도 이와 비슷한 모델

의 언론이다.

이들이 홈페이지에 밝힌 ‘우리

의 임무’는 다음과 같다. “샌디에이

고 지역을 위해 경천동지할(ground-

breaking) 탐사보도 저널리즘을 지

속적으로 수행하는 것. 지역민들에

게 시민 참여를 위한 지식을 제공하

는 것. 지역민들이 좋은 정부 및 사

회 진보를 위한 대변자가 될 수 있도

록 돕는 심층 분석을 제공하는 것.”

이들이 독자에게 자랑스레 내세우

는 ‘우리의 정신(The Spirit Behind

The Voice)’이라는 것도 있는데, 한

국 언론사마다 채택하고 있는 ‘윤

리강령’ 정도가 되지 않을까 한다. 그 제목이 흥미

롭다. ‘우리의 정신-정직하고(Honest), 불경스러우

며(Irreverent), 매력 있는(Engaging)’. 해석하자면, 진

실에 정직하고, 권력에 불경하며, 독자에게 매력 있

는 언론이 되겠다는 선언이다.

그 아래에 자신들의 지향을 적었다. 다소 발췌하

고 의역하여 옮긴다.

우리는 여느 언론과 다르다. 우리는 진실을 드러내

기 위해 더 깊이 파고든다. 혼란스런 뉴스를 독자들

이 이해할 수 있는 기사로 바꾸기 위해 시간을 바

친다. 우리는 모든 기사를 보도하진 않는다. 우리는

자동차 추격이나 화재 사건을 보도하지 않는다. 우

리의 임무는 아무도 말하지 않은 것을 보도하는 데

있다. 또는 아무 것도 말하지 않은 것이나 다름없는

방식으로 보도한 것을 보도하는 게 우리의 임무다.

복잡한 사안을 하루 만에 보도할 수는 없다고 우리

는 믿는다. 그래서 우리는 지속적인 내러티브를 제

홈페이지에 올라온 샌디에이고의 목소리 기자들의 다양한 활동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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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미디어 포럼

공하는 심층적인 탐사보도에 매진한다. 내러티브는

우리 기사의 전형이다.

우리의 기자들은 정치, 교육, 경제, 예술 등 담당을

갖고 있지만, 그 담당에 묶여 있진 않다. 기자들은

그들이 주도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내러티브를 담

당한다.

이를 더 상세하게, 특히 기자들에게 각인시

키기 위해 만들어둔 보도 준칙(reporter guideline)

이 있다. 짧은 영어 실력 탓에 전체적으로 의역했

고, 번역이 힘들어 두어 대목은 생략했으나, 그래

도 오역이 많을 것이다. 원문은 여기서(http://www.

voiceofsandiego.org/reporter-guidelines) 확인할 수 있

으니, 오역 등을 알려주시면 바로잡겠다. 군데군데

개인의 잡생각을 주석으로 넣었다. 여하튼 내가 꿈

꾸었던 보도준칙을 우연히 발견하게 된 것을 큰 행

운으로 여겼다. 좋은 기사를 도모하는 한국의 모든

기자들에게 이제 건넨다. 우리에게도 언젠가 이런

준칙 아래 취재보도할 날이 있긴 있을 것이다.

■ VOSD의 보도준칙

VOSD는 대부분의 전통적 뉴스룸과 다른 방식으로

취재와 보도에 접근한다.

우리는 객관성 등에 대한 여러 질문을 받는

데, 이것은 언론이 직면한 주요 이슈다. 아래는 우

리가 기자들에게 건네는 원칙과 생각(the guiding

principles and ideas)이다. 당신(기자)이 가진 모든 질

문에 이 내용이 도움되길 바란다.

누구보다 더 잘 할 수 있거나, 다른 누구도 하지 않은

일을 할 때만 우리는 중요한 일을 할 수 있다.

우리는 기사에 가치를 더해야 한다. 우리는 특별해

야(unique) 한다.

기사 쓸 때 기억해야 할 세 가지가 있다.

맥락(context), 권위(authority), 그리고 발생이 아니

라 그것의 의미(Not just what is happening, but what it

means).

객관성 따위는 없다.

그러나 공정성은 중요하다(There is such thing as

fairness).

그러나 모든 사람은 모든 것을 그들 자신만의 여

과장치를 통해 본다. 그것을 명심하면서 당신을 자유

롭게 하라. 그것이 당신을 조절하게(regulate) 하라.1

우리는 정치적 정체성, 이데올로기 또는 도그

마에 이끌리지 않는다. 그러나 무엇을 취재할 것인

지, 어떻게 보도할 것인지에 대한 우리의 모든 결정

은 우리 자신의 주관적 판단을 통과해 이뤄진다. 우

리는 투명하고 독립적인 능력과 우리의 공동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분명하게 평가하는

능력에 의해 지도받으며(guided), 진실을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갖고 있다.

혁신하라. 모든 것은 항상 나아질 수 있다.

우리는 도그마적이고 이데올로기적인 편향을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샌디에이고가 더 좋아질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는 더 나은 기반시설, 더 건강한 환경, 더 나

은 교육 체제, 책임 있고 효율적이며 투명한 정부,

이웃의 어려움에 대한 더 나은 이해, 번창하는 경제

와 끊임없이 증진하는 삶의 질을 가질 수 있다. 만일

(우리에게) 편견이란 게 있다면, 이런 믿음들이다.

전문가(expert)가 되어라.

열심히 취재하고 보도하면 권위 있는 기사를 쓸 권

리를 얻는다. “그가 말했다. 그녀가 말했다”고 쓰지

말라. “긍정적 측면도 있고 부정적 측면도 있다”는

헤드라인을 쓰는 날, 우리의 죽음이 시작된다. 50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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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신문과방송 12 2015

50의 균형 같은 것은 없다. 진실은 존재하고, 우리는

그 진실에 가닿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2

때로 (서로 다른) 두 가지의 관점은 50 대 50으로

다룰 만한 가치가 없다. 대부분의 경우 어떤 일에 두

가지 측면이란 없다. 누가 대표되지 않고 있는가?

만일 그들이 발언하지 못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그

들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그저 질문만 하지 않는다. 우리는 기사

를 통해 질문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것에 대답한다.

우리는 질문으로 헤드라인을 쓰지 않는다. 그 헤드

라인이 염병하게 좋아서 도저히 저항할 수 없는 경

우를 빼고는. 예컨대 우리는 이런 것을 하지 않는다:

“시 공무원이 뇌물을 받았는가?” 대신 이렇게 할 수

는 있다: “시 공무원은 어떻게 수백만 달러의 기부

를 받게 됐는가?”

우리는 누군가의 염병할 속기사(someone’s

goddamn transcription service)가 아니다. 그들은 그들

자신의 언론에 기댈 수 있다. 정치 지도자들이 유권

자들과 직접 손쉽게 소통할 수 있는 세상에서 우리

는 a)그들이 말하는 것이 무슨 뜻인지 분석하고 b)

그들이 말하기를 원치 않는 것들을 알아내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제한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진실을 말하라.

편견에 입각한 위협에 맞서라. 그들에게 당신이 왜

그렇게 했는지 말하라. 그들이 당신에게 도전하도

록 하라. 만일 누군가 당신을 편파적이라고 한다면,

겁먹지 마라. 그렇다고 무시하지도 마라. 그것에 대

해 검토해보고 확신을 갖고 대답하라.

이미 사실이라고 알고 있는 것, 그리고 당신 스

스로 말할 수 있는 것을 굳이 누군가로부터 인용하

려고 돌아다니지 마라. 기사의 마지막 인용문에 당

신의 의견을 숨기지 마라. 진실인지 거짓인지 알고

있다면 직접 당당히 나서라.3

당신의 담당(beat)을 다른 언론의 어느 기자보다 더

아껴라.

그것이 샌디에이고를 살기 더 좋은 곳으로 만드는

당신의 길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에 집중하라. ‘더와이어’의 창

업자 데이비드 시몬은 이렇게 말했다. “언론은 작은

문제를 해결하거나 중대 문제의 작은 부분을 취하

는 데 능숙하다. 그러나 언론은 중대 문제를 해결하

는 데 능숙하지 못하다.”

기자로서 고액 연봉자들을 비판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공무원의) 출장명세서에 적힌 값비싼 식사

비용을 비판하는 것도 쉬운 일이다. 그런데 우리는

왜 더 큰 문제에 맞서는 것을 두려워하는가.

다음 세 질문에 답할 수 없다면 기사를 접어라.

- 나는 왜 이 기사를 선택했나?

- 사람들이 이 기사를 왜 신경쓸 것인가?

- 사람들이 이 기사를 왜 기억할 것인가?

쓰레기 기사의 양산을 피하라(Avoid ‘churnalism.’)

당신의 담당에서 모든 것을 취재하는 게 당신의 일

은 아니다. (담당에서) 최고의 것을 구하는 게 당신

의 일이다. 낙종을 두려워 말라. 지속적으로 영향력

을 발휘하지 못하는 일을 두려워하라.

우리는 제한된 자원을 가진 작은 집단이다. 우리

가 하는 모든 일은 독자들에 대한 응답이어야 한다.4

스포츠 저널리즘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지만,

그 가운데 기억해둘 만한 말이 있다. “아무도 누가

1등 했는지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러나 어떻게 1등을

했는지에 대한 뉴스는 가치가 있다. 특히 오늘날의

정보 홍수 시대에 그런 뉴스는 더욱 가치가 있다. 독

자들은 그런 기사에 매혹당하면서 그 기사를 나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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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미디어 포럼

고 기억할 것이다.”

상투적 기사를 최대한 피하라.

‘기자들이 써야 될 것 같은 기사’는 절대로 쓰지 마

라. 친구의 흥미를 끌기 위해 전자우편에 적을 만한

기사를 써라. 가볍게 해라. 창조성을 발휘해라. 즐겨

라. 대화하듯이 써라.

독자를 사건(event)이 아니라 의미(implications)

로 이끌어라.

지루하게 쓰지 말라. 사람들은 지루한 것에 그들의 자

유시간을 쓰지 않는다.

독자에게 ‘어떤 비평가들’이나 ‘누군가’의 이야기를 전

하지 말라.

누구인지 전혀 알 수 없는 그들 ‘비평가’와 ‘누군가’

는 지구상에서 언론에 가장 자주 인용되는 사람들

이다. 독자는 (기사에 등장하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 필요가 있다.5

즐겨라! 창조적으로 일하라! 한계까지 밀어붙여

라!(Have fun! Be creative! Push the envelope!)

당신이 이 일을 하는 건 돈 때문이 아니다. 그러니

재미있게 하자. 그전엔 전혀 시도되지 않았던 일을

시도하자. 적어도 누군가 다른 곳에서 했으나 아직

여기선 해보지 않았던 일을 시도하자. 그냥 해야 하

기 때문에 기사를 쓰지는 말자.

독자나 정책 결정자에게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생각하자. 독자가 무엇을 읽기 원하고, 변화를 이루

기 위해 정책 결정자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 무

엇인지 생각하자. 오늘날의 위대한 언론 혁신의 학생

이 되자. 오늘날의 위대한 언론 혁신의 리더가 되자.

당신은 어떤 기자인가

이 보도준칙의 마지막 몇 문장으로 이 연재를 갈음

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돈 때문에 기자하는 이들이

있을 수 있다. 조용하고 담백하고 즐겁게 살고 싶은

기자도 있을 것이다. 미안하지만, 그런 기자들 때문

에 언론이 망한다. 일찍 퇴근하기 위해 대충 취재하

고, 주말에 쉬기 위해 추적 보도를 포기하고, 안온한

노후를 위해 일찍부터 권력자와 친분을 쌓아 그들

에게 우호적 기사를 쓰게 된다.

취재와 보도를 즐기는 기자, 그것을 한계까지 밀

어붙이되, 창조적으로 혁신하는 기자. 관습과 관성

이라면 오만정이 떨어지는 기자, 남들이 취재 안하

는 것에만 매력을 느끼는 기자.

기사를 읽으며 감동할 독자를 상상하는 기자, 기

사를 읽고 부들부들 떠는 권력자를 상상하는 기자,

그런 상상으로 마지막까지 취재와 보도를 매만지는

기자. 그리고 무엇보다 항상 배우고 익히며 공부하

는 기자, 그런 공부를 사람들과 나누며 더 좋은 기자

들에게 길을 안내하는 기자.

그런 기자들이 지금 필요하다. 2016년 한국에서

는 더욱 그럴 것이다.

1 ‘객관성’은미국언론에서도‘죽어버린원칙’이다.누구나검증할수있는사실을보도한다는그원칙은현실적으로는구현이불가능하다.대신

‘공정성’은여전히중요하다.공정성에는‘정의(justice)’와‘균형’의

관념이모두포함돼있다.그럼에도VOSD는취재보도의‘주관성’을

부인하지않는다.더투명하고당당하게이를활용하되,오직진실

추구를위해헌신하라고강조한다.

2 “기계적균형을버리라”는말보다더중요한것은진실추적을위해“죽도록열심히일하라”는것이다.성실하지않은기자가기계적균형

까지포기하면,최악의기사가탄생한다.

3 “진실을말하라”는문장의무게를생각하면,편견과편향에대한비판에어찌대응할지는간단하다.죽도록취재해서진실을파악했다면,

(물론비판을성찰해보되)당당하게밀고나갈수있다는것이다.

4 한겨레21기자들에게특히이대목을보여주고싶다.“우리는제한된자원을가진작은집단이다.우리의일은모두독자에대한응답이어야

한다.”그러니관습적,관성적기사,출입처보도자료나베끼는기사는

다른언론에줘버리고,진짜중요한문제에대해진짜흥미롭게보도

해야한다.

5 투명취재원은공정성과신뢰성의결정적요인이다.한국언론에서는그중요성이너무쉽게간과된다.심지어기자개인의철저한주관에

입각한보도를하더라도,그취재원과취재자료가투명하다면,어느

정도용서될수있다.익명을빌린기계적균형보도야말로언론신뢰를

갉아먹는주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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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월드 와이드

미국

아마존-뉴욕타임스 신경전 배경엔

언론 주도권 싸움/이강원

영국

상업방송 ITV, 경쟁사 BBC에

“시장질서 교란한다” 비판/김지현

프랑스

언론사 직접 지원 제도

“인종차별 잡지는 안 돼”/최지선

일본

방송윤리기구, 정부의

‘방송 자율성 침해’ 공개 비판/곽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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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월드 와이드

U.S.A이강원

연합뉴스 미국 특파원

117미디어 월드 와이드

미국 뉴욕에서 한국 특파원 생활을 하면서 크게

부러운 것 가운데 하나를 꼽자면 ‘서점’을 꼽을 수

있다. 미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쇼핑몰에 가면 거의

빼놓지 않고 눈에 띄는 곳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 대

형서점이다. 한국의 대형서점 매장을 연상케 하는

널찍한 공간에 수많은 책들이 여유롭게 꽂혀 있다.

심지어 서점이 2층인 경우에는 에스컬레이터까지

있다.

아마존의 충격적 이면

하루 한두 차례 어린이를 대상으로 책을 읽어주는

‘스토리타임’ 프로그램도 있고, 일부 번화가 지역

에 있는 서점에는 간간이 ‘작가와의 대화’ 행사도 열

린다. 이곳을 찾는 어린이의 입장에서 보면 매우 자

유롭고 안전한 놀이터에 와 있다는 느낌을 준다. 아

이를 동반한 어른 입장에서는 학구적인 놀이동산에

자녀를 데리고 왔다는 흡족한 기분까지 든다.

그런데 외국인 기자의 부러움을 한 몸에 사는 이

러한 도서관들이 미국에서도 점차 모습을 감추고

있다. 손님이 줄어 더 이상 잇속이 들어맞지 않는 것

이다. 흔히 볼 수 있는 미국 내 오프라인 대형서점들

이 서서히 자취를 감추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요인으

로 볼 수 있다. 우선 하나는 손님이 줄어 장사가 잘

안 되다보니 상대적으로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뉴욕 맨해튼의

경우 내로라하는 오프라인 서점들이 최근 수년 새

“비싼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다”는 속사정을 공공연

히 밝힌 채 속속 문을 닫고 있다. 서로 연관된 이유

지만 오프라인 서점의 손님이 줄어드는 것은 독서

인구가 줄어든다기보다는 온라인 서점들이 ‘활개’

를 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비

싼 임대료와 온라인 서점의 발달이 외국인 기자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던 미국 내 근사한 서점들의

자취를 없애버리고 있는 것이다.

아마존-뉴욕타임스 신경전 배경엔언론 주도권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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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신문과방송 12 2015

오프라인 서점을 함락시키고 있는 온라인 서점

을 꼽자면 단연 아마존을 들 수 있다. 아마존은 지금

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로서의 입지를 구축

했지만 시작은 인터넷 서점이다. 근사한 오프라인

서점의 몰락을 아쉬워하는 본 기자도 이제는 스스

럼없이 아마존을 통해 서적은 물론 각종 일상용품

을 자주 구입하는 지경이니 딱히 할 말은 없다. 미국

에서는 흔히 검색이 필요할 때면 “구글링을 하면 되

지”라고 할 정도로 구글 사용이 일반화했고, 서적을

포함한 일상생활용품 구입이 필요하면 예의 아마존

을 애용한다. 그만큼 아마존이 일상생활의 필수 도

구가 돼 버린 것이다.

그런데 이런 아마존을 통한 서적 등 물품 구입을

주저하게 하는 사건과 논란이 지난 8월 일어나 눈

길을 끈 바 있다. 해당 사건과 논란은 2개월이 지난

10월에까지 이어졌고 결말은 나지 않았다. ‘절대강

자’ 아마존에 대한 논란을 촉발시킨 것은 미국의 대

표적 일간지 뉴욕타임스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8월 16일자 기사에서 퇴사자

들의 경험담 등을 토대로 아마존 직원들이 엄청나

게 혹독한 상호 비판과 감시 속에서 극단적인 업무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치열한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마존이 직원들을 대상으로 동

료직원들이 낸 아이디어의 잘못된 점이나 업무 행

태의 문제점을 회사에 ‘내부고발’하도록 강권하고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 아마존 직원들은 심심찮게 야근을 해야 할 뿐

만 아니라 밤 12시가 지난 시간에도 회사로부터 수

온라인 서점 아마존의 비인간적 근무 환경에 대한 뉴욕타임스의 보도로 촉발된 양쪽의 긴장관계는 각각 양쪽의 CEO와 편집인까지 서로에 대한 비판에

가세하며 두 달간 이어졌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왼쪽)와 딘 베케이 뉴욕타임스 편집인. / 사진출처: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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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미디어 월드 와이드

시로 업무와 관련한 이메일을 받고 있으며, 이에 대

한 답변이 조금만 늦어도 해명을 요구받고 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심지어 직원들이 암에 걸리거

나 유산을 하더라도 회사로부터 아무런 동정을 받

지 못하는 험악한 분위기가 형성돼 있어, ‘꿈의 직

장’으로 여기고 들어간 아마존을 중간에 그만두고

나가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두 달간 이어진 아마존-뉴욕타임스 공방전

뉴욕타임스의 관련 보도는 여기서 끝났지만 이 문

제로 인한 여파는 무려 2개월 넘게 이어졌다. 2개월

이상 이어진 ‘아마존 윤리 논란’은 우선 진실 여부

와 관계없이 초대형 기업 아마존의 직장 속내 문제

에 대한 논란을 촉발시켰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기

에 충분했다. 특히 여느 때와 같이 보도된 뒤 한 차

례 반박하는 식으로 끝난 게 아니라 해당 기업의 임

원들이 앞 다퉈 연속으로 해명에 나섰고, 이에 해당

언론의 편집인이 재반박하는 식의 매우 이례적 형

태로 논란이 이어졌다는 점도 더욱 시선을 끌었다.

뉴욕타임스의 보도가 있은 하루 뒤인 같은 달

17일 아마존의 최고경영자(CEO)이자 설립자인 제

프 베조스는 회사 내부통신망에 띄운 메모 형식의

서한을 통해 뉴욕타임스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스스

로 책임을 지고 사임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베

조스는 서한에서 “뉴욕타임스가 묘사한 대로 미칠

것 같은 근무 환경을 가진 회사라면 누구도 남아 있

으려 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그런 회사라

면 내가 먼저 그만두겠다”고 맞받아쳤다. 오히려 베

조스는 “기사에 나온 직장과 직원은 내가 지금까지

알고 일했던 아마존이 결코 아니며, 매일 함께 일하

는 배려심 많은 동료도 아니다”며 뉴욕타임스의 기

사가 오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것과 같은 열악한 근무 환경을 가진 기업은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기업 환경에서 결코 생존

할 수 없다고 덧붙이기까지 했다.

이런 논란 때문이었을까. 논란이 있은 지 약 2개

월 뒤인 10월 12일 발간된 미국 경영전문지 하버드

비즈니스리뷰의 글로벌 최고경영자 평가에서 지난

해 1위를 차지했던 베조스는 2015년에는 87위로 급

전직하했다. 경영 실적에서는 1위를 차지했지만, 사

회적 기여도 부문에서 무려 828위에 머물러 전체 순

위가 87위로 떨어진 것이다. 그나마 가까스로 100위

안에 들어 체면치레했다는 비아냥거림까지 나왔다.

이를 두고 경제전문지 파이낸셜타임스는 “경영

실적만 보면 베조스의 아마존이 지난해에 이어 올

해도 1위가 됐을 것”이라며 “그러나 사회적 기여도

등 정성평가 부문 점수가 너무 낮았다”고 풀이했다.

특히 파이낸셜타임스는 아마존의 성장 이면에는 직

논란이 있은 지 약 2개월 뒤 발간된 하버드비즈니스리뷰의

글로벌 최고경영자 평가에서 지난해 1위를 차지했던 베조스는 87위로

급전직하했다. 경영 실적에서는 1위를 차지했지만, 사회적 기여도

부문에서 828위에 머물러 전체 순위가 87위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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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신문과방송 12 2015

원들을 극단으로 내모는 혹독하고 냉정한 경영 방

식이 자리잡고 있다는 지난 8월 뉴욕타임스의 보도

가 이번 평가에 큰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조스 입장에서는 뼈아픈 일이었을 것이다. 그

래서일까. 때마침 곧바로 뉴욕타임스 기사를 둘러

싼 ‘2라운드’ 공방이 불거졌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에서 백악관 대변인을 지내다 아마존으로 옮긴 제

이 카니 홍보 담당 부사장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

가 나온 지 일주일 뒤인 같은 달 19일 블로그 사이트

‘미디엄’에 ‘뉴욕타임스가 말해주지 않는 것’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려 ‘아마존 윤리 경영’ 논란이 재점

화됐다. 카니 부사장은 “아마존 곳곳에서는 책상에

앉아 우는 직원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는 지난 8월

뉴욕타임스 기사에 등장한 직원은 “고객을 속이고

기록을 조작하다 해고된 인물”이라고 반박했다.

원인은 제프 베조스의 WP

기업 평가에서 순위가 뚝 떨어진데 대한 ‘분’이 극에

달했을 법한 아마존 입장에서는 홍보 최고책임자가

반박 글을 올린 것은 어찌됐든 일견 당연한 수순으

로 보였다. 그런데 눈길을 끌 만한 매우 이례적인 대

응은 뉴욕타임스에서도 나왔다. 아마존의 카니 부

사장이 반박글을 올린 지 3시간 만에 딘 베케이 뉴

욕타임스 편집인이 직접 나서 재반박하는 글을 올

렸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이튿날인 20일에는

아마존이 자사의 탐사보도 관련 기사를 놓고 싸움

을 걸어오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정 언론의 비판 기

사에 반박하거나 반론을 요구하는 수준을 넘어 또

다른 공간을 이용해 비판·반박 글을 올리거나, 이

에 해당 언론사의 최고 편집책임자가 재반박하는

것이 ‘있을 수 없는’, 전례가 전혀 없는 일까지는 아

니지만 언론 입장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전개와 대

응으로 보일 법했다.

이 논란이 있은 직후 미국 언론계에서는 아마존

과 뉴욕타임스가 매우 이례적으로 대립과 논란을

이어가는 것은 이미 두 회사가 언론 분야에서 경쟁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아마존의 베조스가 지금은 뉴욕타임스만한 영향력

은 없지만 한때 미국의 양대 일간지로 꼽혔던 워싱

턴포스트를 지난 2013년 인수했기 때문이라는 것

이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뉴욕타임스와 아마존이

이례적으로 윤리 경영 보도를 둘러싼 논쟁을 2개월

여간 끌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무튼 뉴욕타임스의 지적 덕분인지 결과적으

로 아마존의 영업방식에도 눈길을 끌 만한 변화가

있었다. 아마존은 이달 초 입사 1년 이상인 남녀 직

원 모두를 대상으로 출산은 물론 입양을 했더라도

6주간의 유급휴직을 주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잘

나가는 기업들이 앞 다퉈 남성 육아휴직제를 도입

하는 추세이지만 아마존의 이번 발표는 뉴욕타임스

보도의 영향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런 가운데 공교로운 통계가 하나 발표됐다. 인

터넷 기반의 미디어인 디지데이가 최근 내놓은 통

계를 보면 올해 10월 아마존의 베조스가 인수한 워

싱턴포스트의 인터넷 순방문자 수가 6,690만 명으

로 뉴욕타임스(6,580만 명)를 근소한 차로 따돌렸다.

워싱턴포스트의 올해 10월 순방문자 수가 전년 같

은 기간에 비해 무려 59%나 늘어난 것이다. 이를 두

고 아마존의 베조스가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한 뒤

부터 디지털 부문을 대폭 강화한 것이 결실을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러한 배경 덕분에 앞으로

도 아마존과 뉴욕타임스 간 눈에 띄거나, 눈에 보이

지 않는 갈등과 알력이 언제든지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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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월드 와이드

김지현

골드스미스런던대문화연구박사과정

U.K

121미디어 월드 와이드

2016년 말로 예정된 칙허장 갱신을 앞두고 영국

보수당 정부와 BBC 사이의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보수당 정부가 정책제안서의 초안격인 ‘녹서’

를 발표하며 시작한 공개협의는 지난 10월에 종료

된 상태다. ITV가 BBC의 부정적인 시장 영향력을

비판하는 보고서를 정부 측에 제출하면서 그 협의

결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BBC트

러스트는 녹서 이후 논란이 되어 온 ‘BBC의 부정적

인 시장 영향력’을 반박하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BBC와의 싸움에 응하겠다”

BBC는 10년마다 영국 국왕으로부터 칙허장을 갱

신 받는다. 일종의 재허가를 받는 셈인데 실제로 갱

신 과정에서 BBC와 협상을 벌이는 주체는 국왕이

아닌 영국 정부다. 영국 정부는 녹서 발표를 시작으

로 약 3개월에 걸쳐 공개협의를 진행하며 광범위

하게 공중 의견과 전문 연구, 자문단으로부터 의견

을 수렴한다. 이 과정에서 녹서가 제기한 문제들에

대해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관계자들의 서면이 정

부 측에 전달되기도 한다. 최근 영국 언론은 ITV와

BBC트러스트가 녹서의 내용에 대한 보고서를 각

각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먼저 ITV의 보고서는 녹서 공개 이후 논란이 되

어 온 BBC의 ‘부정적인’ 시장 영향력에 대한 산업

내 경쟁사로서의 입장을 담고 있다. 지난 7월 16일

에 공개된 보수당 정부의 녹서는 공적 서비스를 하

는 BBC의 규모가 지나치게 확대된 점을 지적하며,

이것이 신문과 방송 산업 내부에서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는데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지난 11월 5일 영국의 미디어 전문지인 브로드

캐스트는 ITV가 영국 정부에 제출한 서면에서 33번

이나 BBC의 ‘독창성(distinctive)’을 문제 삼았다고

보도했다.1 공교롭게도 녹서 역시 해외 판권 구입과

상업방송 ITV, 경쟁사 BBC에“시장질서 교란한다”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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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신문과방송 12 2015

영국 내 경쟁 방송사에 대해 부정적인 시장 영향력

을 행사하는 것을 문제 삼을 때, BBC가 보다 ‘독창

적인 공적 서비스’가 되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BBC의 최대 경쟁사라 할 수 있는 ITV가 직접 그에

대한 입장을 밝힌 셈이다.

정부에 제출한 서면보고서에서 ITV는 BBC1 채

널의 “고정된 낮시간 편성” 전략과 “장수 프로그램

들에 대한 지나친 의존성”을 비판하며 BBC가 의도

적으로 시청률을 극대화할 수 없는 콘텐츠를 “주변

화하거나 제거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

는 지난 3월 ITV의 애덤 크로지어 사장이 에든버러

국제텔레비전 축제에서 BBC1 채널의 거대 예산과

공격적인 편성 전략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면서 한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보다 이번 보고서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최

근 토니 홀 사장의 주도하에 이뤄지고 있는 BBC

의 자체 제작 할당량제 폐기와 제작부서를 독립적

인 상업기구로 분리하는 방안에 대한 ITV의 입장

이다.2 ITV는 ‘BBC스튜디오’라는 새로운 브랜드의

상업기구를 만들겠다는 제안서 내용에 강력히 반

발, 그 제안은 “불필요하고 희생이 필요한 것”이라

고 분명하게 반대 입장임을 표시했다. 또한 ITV 대

변인은 “그동안 ITV는 이러한 논쟁들에 깊게 연루

되지 않으려 해왔지만 최근 BBC는 (ITV에게) 매우

공격적이었다”며, 이번 보고서는 “싸움에 응하겠다

는 메시지”라고 그 의미를 설명했다.

BBC, “우리는 잘못 없어”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BBC는 BBC1 채널의 프

라임타임 시간대에 외부 제작 콘텐츠의 비중은

4.5%밖에 되지 않는다며 편성과 관련한 문제 제기

에 대응했다. 하지만 ITV가 낮시간에 방영되는 콘

최근 BBC 저녁뉴스가 경쟁 방송사인 ITV보다 두 배가 넘는 시청자 수를 기록했다는 내용을 트위터에 올려 구설에 오른 BBC ‘뉴스 앳 텐’의 앵커 휴 에드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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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미디어 월드 와이드

텐츠의 상당수가 해외에서 포맷을 사온 경우라고

지적한 것과 관련, 일각에서는 이러한 해명이 완벽

하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브로드캐스트는 같은 보

도에서 익명의 엔터테인먼트 제작자의 말을 인용해

“엄청난 수신료 납부자의 돈”이 외국의 포맷 사용료

로 지출되는 것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있다고 보

도했다. 이 제작자는 BBC의 자체 제작과 관련해서

도 “만약 BBC가 자체의 고유한 창의적인 아이디어

들을 충분히 창조하지 않는다면 그 제도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ITV의 서면보고서 제출이 언론에 알려진 11월

5일, 공교롭게도 BBC트러스트는 홈페이지를 통

해 일반에 BBC의 시장 영향력에 대한 연구 결과

를 공개했다. BBC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이자 감독

기관인 BBC트러스트는 미디어 전문 연구기관인

KPMG의 보고서를 첨부하며 ITV와 지역신문사들

로부터 제기된 비판과 달리 실제로 BBC가 시장 질

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고 주장했다. 이 연구보고서는 정부 쪽에도 제출된

상태다.3

이번 연구가 이뤄진 배경은 녹서에 등장한 BBC

의 규모에 대한 비판이 실효성이 있는가에 대한 전

문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BBC트러스트의 판단 때

문이다. 독립된 연구기관이 직접 녹서의 주요 내용

을 바탕으로 BBC의 엔터테인먼트, 방송 뉴스, 온라

인 뉴스의 콘텐츠가 유관 산업의 시장 질서를 침해

하는지 그 여부를 신문과 방송 산업의 다양한 지표

들을 이용해 분석했다. 그 결과 전술한 세 가지 영역

모두에서 BBC의 시장 영향력이 ‘부정적이지 않다’

는 결론이 도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논란이 되

고 있는 BBC 뉴스의 웹 사이트 및 모바일 유통이

영국 내 지역신문사들의 콘텐츠 유통 활동이나 상

업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증거는 발견되

지 않았다. 지역신문 서비스와 BBC 뉴스의 웹 사이

트에서 제공하는 지역뉴스 서비스의 유형 사이에는

제한된 수의 ‘겹침(overlap)’이 있었지만, 이로 인해

지역신문사의 수입이 감소될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예측됐다.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의 경우 ITV와 같은 경쟁

사들과 BBC의 프로그램 소비 패턴을 조사한 결과

이 역시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영국 내의 모든 방송사들을 대상으로 각

각의 콘텐츠 수용에 있어 성장세와 감소세를 분석

한 결과, 오히려 BBC보다 경쟁 방송사들의 콘텐츠

소비에서 뚜렷한 성장세가 확인됐다.4 마찬가지로

BBC TV 뉴스가 상업방송사들의 TV 뉴스 소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녹서의 문제 제기와 관

련해서도, 어떠한 경험적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

최근 ITV는 BBC의 부정적인 시장 영향력을 비판하는 보고서를

정부 측에 제출했다. ITV 대변인은 “그동안 ITV는 논쟁들에 깊게

연루되지 않으려 해왔지만 최근 BBC는 (ITV에게) 매우 공격적이었다”

며, 이번 보고서는 “싸움에 응하겠다는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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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신문과방송 12 2015

BBC 뉴스 프로그램의 최근 몇 년간 시청 시간을 경

쟁사와 비교한 결과, 오히려 BBC 뉴스에 대한 소비

는 다른 방송사들에 대한 소비와 비슷한 수준에 머

무르거나 줄어드는 추세였다.

또한 보고서는 전체적으로 BBC TV의 예산이

경쟁 방송사들의 수입 감소에 영향을 준다는 문제

제기에 대한 근거도 연구과정에서 찾을 수 없었다

고 지적했다. BBC가 2004년부터 텔레비전 제작 예

산을 감축해온 것과 달리 경쟁사들은 1999년부터

관련 예산을 65% 이상 증대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BBC의 자신감 또는 거만함?

ITV와 BBC트러스트의 보고서들이 공개되고 일주

일이 채 지나지 않아 토니 홀 BBC 사장은 영국 하

원의 문화미디어스포츠위원회에 직접 출석, 칙허

장 갱신 협상을 앞두고 BBC에게 제기되고 있는 비

판들에 대해 답변했다.5 이날 토니 홀 사장은 ITV

와 정부로부터 해외 판권을 구입했다는 비판을 받

고 있는 ‘보이스’가 내년 1월에 방영되는 시즌5를 마

지막으로 더 이상 BBC에서 방영되지 않을 것이라

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홀 사장은 “‘보이스’의 방영

권이 ITV로 넘어갔다”며, “ITV가 그 프로그램을 잘

운영해 성공시켰으면 한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녹서 이후 계속 제기되어 온 뉴스의

편성 문제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녹서 발행 주체인

존 위팅데일 문화부 장관은 지난 9월 BBC 저녁뉴스

의 10시 편성이 경쟁 방송사들의 저녁 뉴스 소비에

부정적인 영향력을 준다며 편성 시간대를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ITV 역시 BBC 저녁뉴스 앵커인 휴 에드워드가

ITV보다 두 배가 넘는 시청자 수를 기록했다는 트

윗을 남기자, 이러한 행동이 “BBC의 거만함”을 보

여주는 것이라며 동일 시간대 편성에 대해 비판의

강도를 높여왔다.6 하지만 홀 사장은 이러한 비판

자체가 “다소 의아하다”며 수용자들이 동일 시간에

방영되는 두 개의 뉴스 프로그램들 중 “최고로 서비

스되는 것을 선택할 것”이라는 단호하게 대응했다.

홀 사장의 이처럼 자신감 있는 행동은 수신료

인상에 대한 확신에서 나왔을 가능성도 있다. 지난

11월 6일 라디오타임스와 텔레그래프는 BBC 간

부급 인사의 말을 인용, BBC가 보수당 내각으로부

터 수신료 인상에 대한 확실한 ‘보증’을 받았다고 보

도했다. 보수당 정부가 그동안 복지지금으로 지급

해 온 75세 이상 노령인구에 대한 수신료 변제금을

향후 BBC가 부담하는 조건으로 소비자 물가 지수

상승에 맞춰 수신료가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이다. 지난 7월 현지 언론들은 녹서 이후에 정부와

의 수신료 거래가 무산될 공산이 크다고 보도했지

만, 이번 보도에 따르면 위팅데일 문화부 장관으로

추측되는 내각 일원이 “거래는 거래”라고 확언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1 http://www.broadcastnow.co.uk/news/itvs-attack-on-bbc-distinctiveness-proves-divisive/5096413.article

2 토니홀사장의‘BBC스튜디오’출범안은지난호<신문과방송>의‘미디어월드와이드’영국편을참조할것.

3 http://www.bbc.co.uk/bbctrust/news/press_releases/2015/market_impact

4 KPMG의보고서에따르면지난2014년에BBC의경쟁방송사들은BBC보다14배나더많은상업적인성격의엔터테인먼트콘텐츠들을

공급했다.또한이들콘텐츠들에대한시청시간들은BBC보다1.58배

많았다.

5 http://www.theguardian.com/media/2015/nov/10/bbc-director-general-hints-itv-has-poached-the-voice

6 http://www.theguardian.com/media/2015/nov/04/itv-bbc-news-at-ten-huw-edwards-tom-brad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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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월드 와이드

France최지선

파리 2대학 박사

125미디어 월드 와이드

지난 11월 9일 문화커뮤니케이션부가 새로운 언론

사 지원 제도에 따른 직접 지원을 받게 될 언론사들

을 발표하면서 그 후폭풍이 거세다. 특히 일부 극우

성향의 잡지들은 정부가 언론사 지원 제도를 활용

해 일부 잡지에 대한 처벌을 하는 모양새를 취한다

며 반발하고 있다.

인종주의 주간지 직접 지원 제외

2009년 인쇄매체에 대한 정부의 지원과 관련해 대

대적인 공청회가 이루어지고, 지원 제도 내용이 확

대된 이후 6년 만에 프랑스 문화커뮤니케이션부는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에서 인쇄매체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진화’를 위한 언론사 지원 제도 개혁을 단행

했다. 2015년 지원부터 적용될 이 제도에서 이전 제

도와 가장 크게 변화한 부분은 기존에 일간지에 국

한돼 있던 정부의 직접 지원을 시사주간지, 계간지,

월간지까지 확대한 부분이다. 이는 언론의 다양성

을 통해 사상의 다양성을 보장하겠다는 문화 커뮤

니케이션부의 의지로서 지난 1월 언론사 샤를리 에

브도에 대한 테러가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화커뮤니케이션부의 2015년 새로운 언론사

지원 제도를 통해 직접 지원을 받게 되는 50여 개의

주간지, 계간지, 월간지에는 반유대인주의와 인종

차별적 기사로 문제가 됐던 언론사들을 제외하고

좌파 성향의 르몽드디플로마티크, 폴리티스, 기독

교 계열인 펠르랑매거진, 골리아스, 여성주의 매거

진인 코제트, 환경 매거진 테라에코 등 발행부수가

30만 부 미만인 경우가 포함될 예정이다.

이러한 언론사 직접 지원 제도의 확대에도 불구

하고, 몇몇 잡지사들이 반발을 하게 된 데에는 이유

가 있다. 문화커뮤니케이션부가 지난 5년간 인종주

의, 반유대인주의와 같이 인종적 혐오와 폭력을 야기

할 수 있는 내용을 보도한 전례가 있는 잡지들에 대

해서는 직접 지원에서 제외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기

언론사 직접 지원 제도“인종차별 잡지는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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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 신문과방송 12 2015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극우적 성향을 가진 주간지

미뉘트, 리바롤, 발뤠흐작튀엘 등 10여 개 언론사가

2015년 직접 지원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미뉘트는 70년대부터 극우적 성향으로 인해 수

차례 테러 공격의 대상이 된 바 있다. 또 2013년에는

해외영토 출신으로 법무부 장관이 된 크리스틴 토

비라 장관을 유색인종이라는 이유로 원숭이에 빗댄

표지를 제작해 물의를 빚었던 주간지이다. 리바롤

은 반유대주의 성향이 강하며 이를 공공연히 드러

내는 주간지로 유명하다. 발뤠흐작튀엘은 앞선 두

주간지에 비해서는 극단주의적인 경향이 적으며 자

유주의 보수 성향의 주간지로 분류되지만, 2013년

부터 최근까지 서너 차례 인종주의 관련 기사 내용

으로 고소를 당한 사례가 있었다.

반발하는 극우 주간지들

발뤠흐작튀엘은 지난 11월 17일 문화커뮤니케이션

부의 직접 지원 예외 결정에 대해 이는 유럽연합 차

원의 불공정 경쟁에 해당된다면서 정부와 언론사

지원 제도를 유럽연합에 제소

하겠다는 강한 입장을 밝히며

반발했다. 또한 18일에는 프랑

스의 헌법재판소 격인 국사원

에도 해당 시행령의 법적 문제

점을 밝혀달라는 제소를 했다.

발뤠흐작튀엘의 경우, 반유대

인주의 기사로 문제가 되어 고

소된 대상이 주간지가 아니라

편집국장이라는 점이 그 근거

이다. 즉, 개인에게 문제가 됐

던 부분을 확대해 주간지에 대

한 지원을 집행하지 않겠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문화커뮤니케이션부는 발뤠흐작튀엘의 반

발에 대해 반유대인주의나 인종주의 같은 문제에

대한 고소는 개인을 대상으로 하더라도, 처벌이나

벌금은 개인에게 부과되지 않고 주간지에 부과된다

는 점에서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문화커

뮤니케이션부는 이러한 정부 지원 제도는 민주주의

의 지속을 위해 이루어진 정책적 선택으로서 유럽

연합 차원에서도 문제될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더

구나 이미 언론의 자유에 관한 1881년 법의 기본 정

신에서도 인종주의와 차별적인 내용으로 처벌받은

인쇄매체는 예외로 두고 있다. 또한 플뢰르 펠르랑

장관은 반발하고 있는 극우 성향의 주간지들이 제

외되는 직접 지원은 그들에게 집행되는 지원에 비

해 매우 적은 부분이라고 말하고 있다. 우편 배송 지

원과 같은 간접 지원은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문화커뮤니케이션부에 따르면 2014년 극우 성향으

로 분류되는 주간지 프레정의 경우 전체 지원 금액

은 36만 2,745유로였으며, 이 중 직접 지원은 22만

각각 극우적 성향과 반유대주의적 기사가 문제가 돼 올해 정부의 새로운 언론사 직접 지원 제도에서

제외된 주간지 미뉘트(왼쪽)와 발뤠흐작튀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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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미디어 월드 와이드

6,888유로였다. 발뤠흐작튀엘의 경우에는 96만

1,026유로를 간접 지원으로 받은 바 있다.

엇갈리는 여론

문화커뮤니케이션부의 새로운 언론사 지원 제도는

프랑스 사회에 사상적 다양성을 보장한다는 원칙

에 기반한다. 즉, 다양한 의견을 담고 있지만 발행부

수가 적어 경영이 어려운 언론사를 도와 프랑스 사

회에 다양한 의견이 존재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전략

이다. 그러나, 몇몇 문제가 되는 시사지에 대한 직

접 지원을 예외로 하는 정책에서 사상적 다양성에

서도 극단적인 사상들에 대해서는 예외로 하겠다

는 의지가 엿보인다. 직접 지원에서 예외가 될 것으

로 예상되는 시사지들은 정부 정책에 대해 표현의

자유와 불공정 경쟁을 문제 삼고 있으며, 더 나아가

집권당인 사회당과 올랑드 정부에 거스르는 기사를

생산하는 언론사를 제한하려는 의도라고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보장하겠다는 사상적 다양성

은 궁극적으로 민주주의를 지속하기 위함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민주주의를 해칠 수 있는 극단적인

사상에 대해서 제한하게 되는 것이다.

한편, 전문가들과 시민들도 이러한 정부의 정책

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몇몇 사람들은 제

한 없는 사상의 다양성 보장과 지원은 지하드가 발

행하는 잡지에도 공적 기금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논리라며 정부의 정책을 지지하고 있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오늘날 반유대주의와 인종주의로 처벌

받은 언론사들의 기사가 과거에는 문제되지 않았던

수준이라는 점을 들어 이와 같은 예외 조항은 위험

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 의견을 피력하기도 한다.

다시 말해, 반유대주의와 인종주의를 심판하는 기

준이 늘 객관적인 것이 아니며 오히려 이것이 근거

가 되어 이데올로기적 기능을 하게 되는 것을 우려

하는 것이라 하겠다.

이렇게 전문가들은 물론 독자들, 정부, 해당 언

론사 등의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에, 과연 문화커

뮤니케이션부의 새로운 언론사 지원 제도의 예외

조항에 대해 유럽연합과 국사원의 법률적 해석은

어떻게 이루어질지 관심이 주목된다.

언론사 직접 지원 제도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문화커뮤니케이션부는 지난 5년간 인종주의, 반유대인주의와 같이

인종적 혐오와 폭력을 야기할 수 있는 내용을 보도한 잡지들에

대해서는 직접 지원에서 제외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참고문헌

Le Monde.fr, Sur les aides à la presse, « Valeurs actuelles » s’

oppose à Fleur Pellerin, 2015/11/20, http://www.lemonde.

fr/actualite-medias/article/2015/11/20/fleur-pellerin-et-

valeurs-actuelles-s-opposent-sur-le-terrain-des-aides-

a-la-presse_4814433_3236.html#7Y8OItZ5zd2YTA7q.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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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월드 와이드

JAPAN곽선영

도쿄대학 대학원 학제정보학부 박사과정

128 신문과방송 12 2015

지난 11월 6일, 일본 방송윤리/프로그램향상기구

(BPO)는 올 상반기 문제가 됐던 NHK의 시사프로

그램 ‘클로즈업 현대’의 ‘출자사기’ 편에 대한 위원

회 결정을 발표했다. 발표된 의견서에서 위원회는

중대한 “방송윤리 위반이 있었다”고 판단함과 동시

에, 이 프로그램과 관련해 여당 조사회가 방송사 관

계자를 불러 사정청취를 한 데 대해 방송

법이 보장하는 자율성을 침해하는 행위라

며 이례적으로 정치권을 비판했다. 이러한

BPO의 지적에 여당 자민당 측이 반발하고

나서면서, 일본 정부의 언론 개입이 다시금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방송윤리기구, “NHK 방송윤리 위반”

NHK가 매주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7시

30분부터 약 30분간 방송하는 ‘클로즈업

현대’는 지난 1993년 첫 방송 이래, 20년 넘

게 장수하고 있는 NHK의 대표 시사보도 프로그램

이다. 2014년 5월에 방송된 “추적 ‘출자사기’-표적

이 되는 종교법인” 편은 재정적으로 어려운 종교법

인이 다중채무자를 출가하게 해 호적상 이름을 바

꿔 주택 대출 사기의 온상이 되고 있는 실태를 고발

했다.

방송윤리기구, 정부의‘방송 자율성 침해’ 공개 비판

방송윤리 위반으로 비판을 받는 ‘클로즈업 현대’는 NHK가 20년이 넘게 방송하고 있는

NHK의 대표 시사보도 프로그램이다. ‘클로즈업 현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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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미디어 월드 와이드

프로그램이 방송된 지 10개월 후, 문제가 불거

졌다. 방송 중에 출자사기 브로커로 소개된 인물이

“나는 브로커가 아니라, 기자가 브로커를 연기하도

록 의뢰했다”고 주간지에 폭로하고, 지난 4월 1일

NHK에 정정방송을 요구했다. 이로 인해 방송 내용

조작 의혹이 떠오른 것이다. 이에, NHK는 4월 3일

사내에 자체적으로 조사위원회를 설치하고 프로그

램 관계자를 조사한 뒤 지난 4월 9일에 중간보고서

를, 28일에 최종보고서를 발표해 “과도한 연출”과

“실제 취재 과정과 동떨어진 편집”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는 한편, “사실의 날조로 이어지는 소위 ‘조

작’은 없었다”는 결론을 발표했다.

한편, NHK의 자체 조사와는 별개로 방송 윤리

관련 사안을 검토하는 방송윤리/프로그램향상기구

(BPO)도 관련 조사에 들어갔다. 지난 2003년, NHK

와 민방 각 사의 합의에 의해 설립된 제3자기구인

BPO는 방송윤리검증위원회, 청소년위원회, 방송

인권위원회 등 3개 위원회로 구성돼 있고, 각 위원

회 및 평의원회는 방송 사업자 임직원 이외의 인사

로 선임된다. 문제가 된 방송 내용과 관련해 BPO는

‘클로즈업 현대’의 해당 방송분과 함께 이 방송의 바

탕이 된 간사이 지역방송의 ‘간사이 열시선’(2014년

4월 방송)도 심의 대상에 포함하고, NHK 관계자뿐

아니라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브로커, 다중채무자와

의 면담을 통해 방송 내용과 제작 과정을 검증했다.

그 결과 11월 6일에 발표된 의견서에서는 대상이

된 두 편의 방송과 관련해, “정보 제공자에 의존한

안이한 취재” 및 “보도 프로그램에 허용되는 범위

를 벗어난 표현”으로 인해, 정확성이 현저하게 결여

된 정보를 전달했다며 “중대한 방송윤리 위반이 있

었다”고 판단했다.

정부의 방송 자율성 침해 논란

그런데 이번 위원회 의견서의 경우 프로그램 자체

의 내용뿐 아니라 방송의 자율성에 대한 유감을 보

고서에 상당한 분량을 할애해 표명했는데, 이로 인

해 문제가 정치권으로 확산됐다. 조작 의혹이 제

기되고 NHK의 중간보고서가 발표된 이후인 4월

17일 자민당의 정보통신전략위원회는 NHK 경영

간부를 불러 사정청취를 실시했고, NHK의 최종 보

고서가 발표된 4월 28일에는 다카이치 사나에 총

무상이 프로그램에 대해 서면으로 엄중주의를 내

렸다. 방송 내용을 문제 삼아 총무성이 문서로 엄중

주의를 내린 것은 2009년 이후, 총무상 명의로 엄중

주의가 주어진 것은 2007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며,

BPO는 NHK의 보고서가 발표된 당일, 겨우 몇 시

간 만에 엄중주의가 내려진 것은 이례적이라고 지

적했다.

BPO 방송윤리검증위원회의 가와바타 위원장은 “정부, 그것도

방송행정의 허가권을 갖고 있는 총무상이 지도를 내리는 것은 매우

큰 문제”라며, “방송법에는 정부 여당이 방송 내용에 간섭할 수 없도록

정해져 있는데 압력을 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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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신문과방송 12 2015

총무상은 엄중주의 처분의 이유를 사실에 기

반하지 않은 보도 및 자체 프로그램 기준에 저촉되

는 내용이 방송됐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방송법상

의 “사실을 왜곡하지 않을 것” 등을 그 근거로 제시

했다. 하지만 BPO는 의견서에서 이러한 조항은 방

송 사업자의 자체 규제를 위한 ‘윤리 규범’이며, 총

무상이 개별 프로그램의 내용에 개입하는 근거는

될 수 없다고 강력히 반박했다. 또 방송법에 규정된

‘방송의 불편부당’ ‘진실’ ‘자율’ 등의 원칙을 지켜야

하는 것은 정부 등의 공권력이고, 이들 조항은 정부

가 방송에 개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존재한다며, 정

부가 방송법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

론적으로 위원회는 “방송의 자유와 자율성을 지키

면서 방송 프로그램의 적절성을 담보하기 위해, 방

송 내용에 관해서는 국가나 정치가가 간섭할 것이

아니라, 방송 사업자의 자기규율 및 BPO를 통한 자

주적인 검증에 맡기는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것

을 정부 및 관계자에게 강력히 요구”했다.

위원회 결정 발표와 함께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BPO 방송윤리검증위원회의 가와바타 요시하루 위

원장은 “정부, 그것도 방송행정의 허가권을 갖고 있

는 총무상이 지도를 내리는 것은 매우 큰 문제”라

며, “방송법에는 정부 여당이 방송 내용에 간섭할

수 없도록 정해져 있는데 압력을 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와 같은 BPO의 지적에 대해 정부 여당 측에

서는 반발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다카이치 총무

상은 BPO 발표가 있던 당일 담화문을 내고 NHK

에 대한 행정지도에 관해, “방송 내용이 방송법에

저촉된다고 인정했기 때문에 방송법을 소관하는 입

장에서 필요한 대응을 취했다”고 설명하고, “NHK

는 공영방송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깊이 인식하고

방송법, 프로그램 기준 등을 준수하고 철저히 실행

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은 11월 9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총무상의 엄중주

의 처분과 관련해 “방송을 소관하는 입장에서 필요

한 대응을 취한 것”이라 밝혔다. 또, “BPO는 방송

을 편집할 때 지켜야 할 준수사항을 단순한 윤리 규

범이라고 해석하고 있다”며 오히려 “BPO가 방송법

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자민당의 다니

가키 사다카즈 간사장도 “보도의 자유가 있으니 조

작에 대해 입 다물고 있는 것이 좋다고는 생각지 않

는다”고 말하고 향후 비슷한 문제로 NHK나 민방

간부를 호출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런 일

이) 없을 거라고는 말할 수 없다”고 답했다.

다음날인 10일 아베 총리 역시 방송법 조항은

“단순한 윤리 규범이 아닌 법규이며, 법규에 위반하

기 때문에 해당 관청이 법에 입각해 대응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방송법의 ‘불편부당’ 등이 윤리 규범에

해당한다는 BPO의 의견에 반론을 제기하고, 자민

당 조사회의 사정청취가 정권의 압력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도 “NHK 예산을 승인할 책임이 있는 국회

의원이 사실 왜곡 여부를 논의하는 것은 지극히 당

조작 논란이 있었던 NHK 프로그램에 대해 방송윤리/프로그램향상기구

(BPO)는 “중대한 방송윤리 위반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동시에 여당 조사회가

방송사 관계자를 불러 사정청취를 한 것은 방송법이 보장하는 자율성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정치권을 비판했다. 조사 의견서를 발표하는 BPO의

기자회견 모습. / 사진 출처: NHK 뉴스워치9 화면 캡처. 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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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미디어 월드 와이드

연하다”며 정당성을 강조했다. 다카이치 총무상도

10일 기자회견에서 필요한 대응이었다고 재차 반론

하며 “구체적인 재발 방지 태세를 만들어 달라는 강

한 마음에서 서둘러 행정지도 문서를 작성했으며,

졸속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언론계, “언론 탄압” 우려 목소리

여당의 이러한 반응에 야당과 언론계는 BPO의 견

해를 지지하며 정부 여당을 비판했다. 민주당의

에다노 유키오 간사장은 9일, “문제가 있으면 BPO

가 시정하는 것이 보도, 표현의 자유에 대한 기본자

세”라며 “정부나 여당은 부적절하다고 생각되는 보

도에 대해 억압적이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

노우에 히로시 일본민간방송연맹(민방련) 회장은,

10일 열린 민방련 주최 행사의 인사말에서 “공권력

으로부터 독립해 방송계가 자주적으로 설치한 제

3자기관이라는 현재의 형태가 최선”이라며 BPO를

옹호하고, 보도 외압에 대해 “방송 사업자는 방송법

과 자체적으로 규정한 방송기준에 기반해 자주적

으로 판단해 방송한다”며 “취재, 보도의 자유를 존

중받아야 한다는 점을 확인해 두고 싶다”고 말했다.

이노우에 회장은 19일의 정례기자회견에서도 총무

성의 행정지도와 자민당의 사정청취를 비판했다.

일본민간방송노동조합연합회도 정부 여당의 반론

에 대해 “BPO에 대한 권력의 과잉반응이야말로 정

치 압력”이라고 항의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아사히

신문, 마이니치신문 등 중도-진보계 일간지도 BPO

의 비판을 지지하는 내용의 사설 및 기고문을 내고

가와바타 위원장의 인터뷰 기사를 게재하는 등, 현

정권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된 언론의 자유문제에 주

목하는 입장을 보였다. 한편, 보수계열인 요미우리

신문이 BPO의 정부 비판을 상대적으로 축소해 보

도하고 있는 점은 흥미롭다.

언론에 대한 아베 정권의 외압 의혹은 지난해부

터 거의 끊이지 않다시피 계속되고 있다. 올해 들어

서도 연초에는 뉴스 프로그램에서 하차한 출연자

가 정권의 외압을 생방송에서 폭로하면서 방송사

간부가 자민당의 사정청취에 불려가는 사건이 있

었다. 6월에는 오키나와 미군기지 문제가 난항을 겪

자 자민당 내 ‘문화예술간담회’가 오키나와 지역신

문의 보도를 문제 삼으며 “오키나와의 신문사를 망

하게 하자” “매스컴을 손보려면 광고 수입을 없애는

게 최고다”는 등의 망언을 퍼부어 오키나와의 신문

사가 언론 탄압이라며 항의성명을 내는 등 논란이

됐다. 이번에 정권의 언론 개입을 강도 높게 비난한

BPO에 대해서도 정권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일각에

서는 BPO를 해체하고 정권이 관여하기 쉬운 조직

으로 개편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설도 있다(아사

히신문 11월 7일 보도). 민방련 이노우에 회장이 인사

말에서 BPO 조직구성의 정당성을 강조한 것도 이

러한 분위기를 의식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지난 연말의 중의원 선거에서 아베 정권은 특정

정보보호법 강행 통과가 논란이 됐음에도 불구하

고, 야당을 큰 차이로 이기고 정권 연장에 성공했다.

언론에 대한 탄압과 안보법제 강행 통과 등 논란이

되는 행보를 계속하고 있는 배경에는 이처럼 선거

에서 대승을 거뒀던 자신감이 자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내년 7월에는 참의원 선거가 실시된다. 안

보법제 강행 통과로 정권에 대한 비판이 높아진 지

금, 선거 결과를 통해 아베 정권의 폭주에 제동을 걸

수 있을지 초점이 되고 있다.

참고문헌

NHK総合テレビ‘クローズアップ現代-出家詐欺’報道に関する意見,

http://www.bpo.gr.jp/?p=8322&meta_key=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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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신문과방송 12 2015

재단, 강원도와 지역언론 역량 강화 MOU체결

지자체와 언론인교육 첫 협업

재단은 지난 10월 27일 강원도청에서 ‘강원도내 지역

언론 역량 강화 및 도민 알권리 충족을 위한 공동 업

무협력 협약’을 체결하였다. 협약식에는 김병호 재단

이사장과 최문순 강원도지사 등이 참석했다. <사진>

협약 내용은 ▲강원지역 언론 역량강화 공동 협

력 ▲도민의 알권리 충족을 위한 지역언론 활성화

지원 ▲NIE(뉴스활용교육) 협력 ▲광고 대행 상호

협력 등이다.

이번 업무 협약 체결로 재단은 지역 언론인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방자치단체와 협업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재단은 지자체와의 첫 MOU

사례인 강원도와 협력하여 강원지역 언론인의 역량

강화를 위한 다양한 교육 과정을 개설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강원지역 언론인을 대상으로, 2018년

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국내·외 연수과

정이 10월 29일부터 진행 중이다.

재단 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