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 눈앞에 펼쳐지는 마술 같은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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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물로 가는 자동차? 상상 속에서만 생각했던 일들이 실제 일어날지 도 모른다. 맹물은 아니어도 사탕수수로 가는 자동차는 이미 달리고 있 다. 앞장에서도 언급했던 브라질은 적도가 지나는 바로 아래 나라이기 때문에 많은 식물이 빨리 자라고 특히 사탕수수가 많이 재배되고 있다. 도시를 벗어나면 온 지역이 녹색이다. 사탕수수가 있는 농장은 너무 넓어서 여기에서 한번 길을 잃어버리면 그 속에서 평생을 헤매고 다녀 야 될 것만 같다. 이 사탕수수를 원료로 쓰는 자동차가 지금 브라질에서 달리고 있다. 사탕수수는 강변의 갈대처럼 크게 자란다. 태양과 물만 있으면 된다. 태 양빛이야 어디든 있으니 결국 사탕수수는 저절로 자란다고 생각하면 31 2 눈앞에 펼쳐지는 마술 같은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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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1 2 눈앞에 펼쳐지는 마술 같은 세상

맹물로 가는 자동차? 상상 속에서만 생각했던 일들이 실제 일어날지

도 모른다. 맹물은 아니어도 사탕수수로 가는 자동차는 이미 달리고 있

다. 앞장에서도 언급했던 브라질은 적도가 지나는 바로 아래 나라이기

때문에 많은 식물이 빨리 자라고 특히 사탕수수가 많이 재배되고 있다.

도시를 벗어나면 온 지역이 녹색이다. 사탕수수가 있는 농장은 너무

넓어서 여기에서 한번 길을 잃어버리면 그 속에서 평생을 헤매고 다녀

야 될 것만 같다.

이 사탕수수를 원료로 쓰는 자동차가 지금 브라질에서 달리고 있다.

사탕수수는 강변의 갈대처럼 크게 자란다. 태양과 물만 있으면 된다. 태

양빛이야 어디든 있으니 결국 사탕수수는 저절로 자란다고 생각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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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눈앞에 펼쳐지는 마술 같은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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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다.

결국 이를 원료로 이용하는 자동차는 어쩌면 맹물로 간다고 할 수 있

다. 사탕수수 같은 식물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

는 예이다.

사탕수수처럼 식물은 태양에너지를 이용한다. 식물은 물, 이산화탄

소와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광합성*을 한다. 그 결과 식물은 성장하고 열

매를 맺는다. 특히 지구온난화의 주원인으로 알려진 이산화탄소를 이

용하니 식물은 지구 생태환경 보전에‘일등공신’이다. 우리가 식물을

키우는 것은 어떻게 보면 태양에너지를 다른 형태로 저장시키는 것이

된다. 또 그 식물을 이용해 에너지를 생산한다는 것은 식물에 저장된 태

양에너지를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또 다른 형태의 에너지로 바꾸는 것

으로 생각하면 된다.

브라질 정부는 현재 휘발유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관용 차량은 100%

에탄올을 연료로 사용한다. 일반 차량은 많은 경우 에탄올이 10% 첨가

된 휘발유를 사용한다. 또 브라질은 에탄올 생산 면에서 세계 1위, 에탄

올 수출도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브라질의 그 많은 에탄올은 어디에서 생산이 될까? 석유처럼 땅에서

뽑아 올릴까? 아니다. 브라질 에탄올의 원산지는 바로 사탕수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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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에는 사탕수수로부터 설탕(sugar)을 얻고, 이것을 미생물*을 이

용해 발효시켜 에탄올을 얻는다.

최근에는 사탕수수에서 설탕을 짜고 남는 사탕수수 대(bagasse)로부

터도 에탄올을 만들려는 기술을 연구 중이다. 이렇게 되면 사탕수수를

하나도 버리지 않고 유용하게 쓸 수 있게 된다. 사탕수수 대는 주성분이

셀룰로오스(cellulose)*이다. 셀룰로오스를 분해하면 포도당(glucose)*

이 얻어지고 이것을 미생물을 이용해 발효시키면 에탄올이 얻어진다.

미국도 오래전부터 옥수수에서 에탄올을 추출하고 있다. 옥수수는

주성분이 전분(starch)*으로서 분해하면 포도당이 된다. 이 포도당을 미

생물을 이용해 발효시키면 에탄올이 얻어진다. 에탄올을 가솔린에 10%

첨가한 가소홀(gasohol: gasoline과 alcohol의 복합어)을 자동차 연료로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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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탕수수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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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원유 수입국이다. 미국 내에서도 원유가 생산되지만 수입하

는 양이 훨씬 많다. 이 때문에 미국은 넓은 땅에서 얻어지는 농업 생산

물인 옥수수를 이용해 에탄올을 생산하여 휘발유의 일부를 대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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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주유소에서사용하는바이오에탄올이10% 함유된E10 가솔린

<출처: 미나의 Funfun 필리핀. http://blog.daum.net/funfunpp/433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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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에는 이렇게 에탄올을 만들면 가솔린보다 비쌌다. 그럼에도 미

국 정부는 원유 수입량을 줄이고 농민을 보호하기 위해 세제 혜택을 주

면서까지 에탄올 생산을 권장했다.

동남아시아에는 우리나라의 고구마와 유사한 타피오카(tapioca) 또

는 카사바(cassava)가 있다. 주성분은 전분이기에 적절히 분해하면 포

도당이 되고, 이것을 미생물을 이용해 발효하면 에탄올을 얻을 수 있다.

필리핀과 태국에서는 휘발유에 에탄올을 의무적으로 첨가해 사용하도

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에탄올 생산 공장이 많다. 그러나 대부분 술을 만드는 공

장이다. 에탄올을 자동차 연료용으로 본격적으로 생산하는 곳은 아직

까지 없다. 우리나라는 원유 전부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원유 수입

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에탄올 생산과 휘발유 첨가는 아직 시험 단

계이다. 이 점에서는 필리핀이나 태국보다 뒤처져 있다.

술을 만드는 원료는 쌀, 고구마, 타피오카인데 이들은 모두 전분이

주성분이다. 옥수수를 원료로 하여 에탄올을 생산하다 보니 결과적으

로 옥수수 가격이 인상되었다.

옥수수는 가축 사료로 사용되고, 아프리카의 가난한 이들에게 식량

으로도 지원되는데 옥수수 가격이 오르니 축산농가에서 어려움을 호소

하고 있다. 당연히 가난한 이들에 대한 식량 지원도 줄어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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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 이르자 전 세계 많은 이들이 식량자원을 에너지화하지 말

자는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중국은 동북부에 광활한 옥수수 밭이 있다. 그래서 한때 중국 정부도

옥수수로부터 에탄올 생산을 적극 검토한 바 있다. 그러나 옥수수는 중

국 내에서도 식량, 사료용으로 사용해야 하므로 에탄올 생산에 식량자

원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목질계 바

이오매스를 이용해 에탄올을 생산하는 것이다. 이른바 2세대 바이오에

탄올이 그것이다.

목질계 바이오매스에 해당하는 것은 나무, 폐농산물, 폐가구, 풀, 볏

짚 등이다. 풀 중에는 억새, 갈대 종류가 성장이 빠르고 셀룰로오스 함

량이 높아 대량 재배하는 기술이 현재 연구 중에 있다. 또 볏짚, 옥수숫

대, 사탕수수대 등으로부터 에탄올을 생산하는 기술도 본격적으로 개

발되고 있다.

일본의 세계적인 도요타 자동차는 볏짚으로부터 에탄올을 시험 생

산하고 있는데, 사탕수수로부터 에탄올을 생산하는 것과 비교하여 가

격 면에서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에탄올 생산기술이 계

속 발전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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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지 않아 셀룰로오스 자원 또는 목질계 바이오매스로부터 에탄올

을 생산하는 공장이 많이 건설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우리나라도 인도네시아에 셀룰로오스가 주성분인 폐농산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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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억새재배시험단지(유 제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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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터 에탄올을 생산하기 위한 시험공장(pilot plant)을 건설하고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도 2년 전, 식량이 아닌 작물로서 바이오에탄올을 얻어

내는‘거대억새’를 개발했다. 거대억새는 키 4m에 굵기가 약 1cm로 일

반 억새보다 두 배 이상 크고 말렸을 때 중량도 50% 이상 적다.

거대억새 1ha에서 약 14,600ℓ의 친환경 에너지인 바이오에탄올이 생

산될 수 있다. 유채보다 약 10배, 에 비해서도 약 4배나 높은 생산가

능량이다.

또 단맛 나는 수수, 단수수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단수수는

어디서든 쉽게 재배할 수 있는 데다 에탄올 생산에 중요한 당도가 포도

보다 높아서 생산효율도 좋다. 특히 줄기의 즙을 짜서 그 안의 당을 발

효시키기만 하면 에탄올을 생산할 수 있어 경제적이다.

3.5m 정도 되는 이런 단수수 2그루면 에탄올 60ml를 만들 수 있고,

이 양이면 휘발유 대신 차에 넣었을 때 1km를 달릴 수 있다. 20만 헥타

르 정도 재배할 경우 연간 국내에서 소비되는 휘발유의 8%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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