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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8월 26일 월요일 정년교수 인터뷰 7
인문대(14동)에 위치한 최갑수 교수(서양사학과)
의 연구실은 떠날 준비가 한창인 듯 미처 꾸리지 못
한 짐으로 가득했다. 특히 민주주의와 관련한 수많
은 책은 활발한 사회 운동가로서 최 교수의 모습을
짐작하게 했다. 1983년에 서울대에 부임한 그는 “학
교를 떠나는 것이 아직 실감이 안 난다”라며 퇴임
소감을 밝혔다.
Q. 학생으로서, 그리고 교수로서 서울대에 있으면
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A. 나는 관악 캠퍼스의 첫 졸업생이다. 황량한 관악
캠퍼스에 처음 온 1975년은 박정희 독재가 가장 극
에 달했던 해였다. 그 해에 김상민 열사의 할복 자살
이 도화선이 된 ‘5·22 시위’를 동기들과 함께 주도했
던 것이 가장 잊기 어려운 사건이다.
교수가 되고 나서는 1987년 1월 박종철 열사의 사
망 후 교수 동조 시위에 참여했던 일이 기억에 남는
다. 교수들은 시위에 직접적으로 참여하기 어려워
연구실의 불을 껐다가 한 시간 뒤에 다시 켜는 항의
퍼포먼스를 했다. 그 외에 학생들과 함께 했던 서울
대 법인화 반대 운동도 인상에 깊이 남는다.
Q. 서양사 중에서 특히 프랑스사를 공부하게 된
계기와 프랑스사에서 배울 점은?
A. 처음부터 프랑스사를 공부해야겠다는 마음은 없
었다. 대신 민족주의, 사회주의 등의 특정 주제에 관
심이 많았다. 그런데 이런 주제는 결과적으로 ‘자유
를 상실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평등한 사회를 만들
것인가?’라는 프랑스 혁명의 정신과 맞닿아있었다.
그래서 교수가 된 이후에는 프랑스 혁명과 근대 국
가 형성 문제에 천착하며 프랑스사를 공부하게 됐다.
프랑스사는 크게 3가지 점에서 매력이 있다. 국가
형성 과정의 전형적인 경로를 보여준다는 점, 프랑
스 혁명 등 근대 세계에서 인간 해방의 적극적 계기
가 됐다는 점, 마지막으로 정치적 근대성의 경로 중
하나인 민주공화국의 경로를 잘 보여준다는 점이다.
그래서 프랑스사는 우리 사회를 비추는 중요한 거울
역할을 한다. 특히 균형 잡힌 공동체성은 우리 사회
가 프랑스사에서 배워야 하는 가치다.
Q. 마지막으로 서울대에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서울대는 이제 단순한 학문 공동체 이상의 역할
을 하고 있다. 그래서 사회 외부와 소통할 수 있는
접점을 만드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하지만 서울
대는 사회와 호흡하는 능력이 약하다. 또한 내부적
으로도 그리 민주적이지 않은데, 법인화 이후로 불
안한 구조가 더욱 강화됐기 때문이다. 즉, 조직 내부
의 공감 능력이 결여돼 있다는 것이다. 민주적 소통
구조가 약하면 자기 개혁을 하지 못하는 조직이 될
수 있다.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시대적 변화에 대응
하지 못하고 뒤처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현재 서
울대는 당면한 문제에 대해 내부적으로 합의해 답을
내놓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
면 반드시 내부적 소통을 위한 장치를 잘 정비해야
할 것이다. 서울대가 문제의식을 갖고 강한 자기 개
혁 의지를 가져야 함을 힘줘 당부하고 싶다.
마지막 당부를 남기는 최갑수 교수의 얼굴에는 진
심어린 걱정과 결연한 의지가 엿보였다. 학자로서,
선생으로서, 그리고 사회 운동가로서 모두가 함께
호흡하는 사회를 꿈꿨던 그의 삶이 그려지는 순간이
었다.
황예정 기자 [email protected]
사진: 박소윤 기자 [email protected]
사회와 함께 호흡하는 서울대를 향해
정년교수 인터뷰 | 정년을 맞이한 교수들의 회고와 후학에게 전하는 말
이번 정년교수 인터뷰는 정년퇴임을 맞은 교수 중 인터뷰를
사양하거나 연락이 닿지 않은 교수를 제외한 11명을 대상으로 진행했습니다.
삽화: 홍해인 기자 [email protected]
최갑수 교수서양사학과
인문대학
사회과학대학
지난달 5일 햇볕이 잘 드는 연구실에서 김완진 교
수(경제학부)를 만났다. 그는 게임이론과 합리성 등
미시경제이론을 연구했다. 더불어 김 교수는 그의
수업을 듣지 않은 경제학부 학생이 없다는 말이 있
을 만큼 꾸준히 강의해왔다. 그는 “1989년에 교수
로 부임해 올해로 딱 30년이 됐다”라며 “끝날 때가
되니 시원섭섭하다”라고 퇴임 소감을 밝혔다.
Q. 경제학자로서 어떤 가치를 추구했는가?
A. 경제학자로서 좋은 사회란 무엇인가에 관한 문
제의식을 잃지 않으려 했다. 학부 때 마르크스 경제
학을 공부하며 좋은 사회와 공정한 분배에 대해 고
민했고, 석사를 마치고 경제이론이 앞선 질문에 답
해주는 좋은 도구임을 깨달았다. 그렇게 지금껏 경
제이론을 매개로 만나는 분배적 정의와 수학을 연
구해왔다. 경제이론에 기반을 둔 수학적 분석이 공
정한 사회란 무엇인지 탐구하는 데 굉장히 중요하
다는 인식이 30년간 연구를 이어온 동력이다.
요즘의 경제학은 어떤 사회가 좋은지 고민하기보
다 이론적 연구와 기술적 문제에만 치중한 감이 있
다. 경제학자라면 ‘뜨거운 가슴과 냉철한 이성’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전자가 경시되고 후자
만이 강조되는 것 같다. 경제학은 본래 윤리학과 정
치철학에서 출발한 학문이다. 경제학이 현실사회에
관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뜨거운 가슴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 학부 교육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학부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A. 입학관리본부장과 교무처장이라는 본부 보직을
수행하면서 대학교육의 발전을 위해 학부 교육 체제
가 바뀌어야 한다고 느꼈다. 현재 학부 교육은 전공
교육 중심으로 이뤄지고 그 운영이 철저히 학과 교
수들에게 위임돼 있다. 학부 교육이 이러한 전공 위
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폭넓은 교양 교육을 바탕으로
전공 간의 벽을 낮춘 학제적 교육으로 변화해야 한
다. 이를 통해 많은 학생이 자신의 전공 분야를 넘어
서 폭넓게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이
런 맥락에서 교무처장직에 임할 때 복수전공, 부전
공을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기도 했다. 학부 교육의
목표와 방향을 큰 틀에서 재검토해 학부 교육을 종
합적이고 체계적으로 기획해야 한다.
Q. 후학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새로운 학문을 접할 때 설렘과 지적 호기심을 느
껴야 계속해서 공부할 의욕이 생긴다. 요즘엔 지적
호기심이 많고 공부하기 좋아하는 학생이 별로 없
다. 학생들은 고등학교 때까지 하기 싫어도 공부를
해야 했고 학점과 취업 같은 현실적인 문제에 시달
려 학문의 즐거움을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지적 호
기심을 식욕에 비유하자면, 식욕이 왕성해야 할 대
학생이 과식으로 체해 식욕을 잃은 상태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상태가 계속되면 대학의 목적 자체가
희석된다. 대학에 다니는 동안 학생들이 학문의 즐
거움에 빠져들어 학업에 흥미를 느꼈으면 한다.
퇴임 후 계획을 묻자 김 교수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라면서도 “평생 해온 연구를 계속하는 것이 과
제”라며 학문을 향한 열정을 내비쳤다. 그는 온화한
미소와 함께 “교수 생활 중 만난 모든 이들에게 고맙
다는 말을 하고 싶다”라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박지민 기자 [email protected]
사진: 원가영 기자 [email protected]
뜨거운 가슴으로 이론 너머의 사회를 보라
김완진 교수경제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