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없는세상 소식지 38호(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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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마포구 망원동 422-9번지 3층 [email protected] 02-6401-0514 38 기획기사 - 기업에 저항하기 어떻게 기업에 저항할 것인가 기업의 인권침해에 대응하기 -법제도와 국제규약을 바탕으로 기업에 저항하는 국내외 운동의 사례들 대한민국챔피온스리그, 그림 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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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전쟁없는세상 소식지 38호(2013년 8월)

서울시 마포구 망원동 422-9번지 3층 Peacewithoutwarorg 02-6401-0514

38

서 적

기획기사 - 기업에 저항하기

어떻게 기업에 저항할 것인가

기업의 인권침해에 대응하기

-법제도와 국제규약을 바탕으로

기업에 저항하는 국내외 운동의 사례들

대한민국챔피온스리그 그림 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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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t W

ar전쟁없는세상 38호 소식지

차례

발행처 전쟁없는세상발행일 2013년 8월 1일제호 전쟁없는세상 소식지 37호연락처 02-6401-0514주소 서울시 마포구 망원동 422-9번지 3층 (121-230)httpwwwwithoutwarorg peacewithoutwarorg

인쇄기획 한울타리 서울시 동대문구 제기2동 137-69(130-062)연락처 02-924-96412 팩스 02-927-5104

소식지를 내며 Editorial 1

평화주의자 노트 Essay

나를 휘두를 수 있는 힘을 쉽게 내주지 않는다는 것 2

병영국가 만들기rsquo에 저항하기-반 군사주의 국제 행동의 날 소식

9

나는 정의와 평화에 대한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다 13

기획기사 Special

Intro - 기업에 저항하기 19

어떻게 기업에 저항할 것인가 20

기업의 인권 침해에 대응하기 29

기업에 저항하는 국내외 운동의 사례들 37

리뷰-책amp영화 Review-BookampMovie

lsquo실패rsquo를 함께 읽는 일 42

기획연재 Series

게임과 평화 - 세계평화게임 49

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 확산탄 투자 철회 캠페인 경험 공유

54

가람이의 좌충우돌 세상읽기 19화 60

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 ldquo그건 저의 삶입니다rdquo 61

효웅의 꾸잉꾸잉 - 일베한테 일베식으로 맞짱 뜨기 66

재정보고 Report

후원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74

평화수감자들한테 편지 써 주세요

강정에서 제주해군기지 저지활동을 하다가 수감된 분들입니다

양윤모제주시 오라2동 161번지 301번 (690-162) - 제주교도소

김영재제주시 오라2동 161번지 435번 (690-162) - 제주교도소

송강호 제주시 오라2동 161번지 409번 (690-162) - 제주교도소

박도현제주시 오라2동 161번지 535번 (690-162) - 제주교도소

1소식지를 내며

소식지를 내며

지우 | 전쟁없는세상 운영위원

올여름 전쟁없는세상은 lsquo2013년 평화캠프 - 초심자를 위한 비폭

력 트레이닝rsquo을 진행합니다 이 작은 캠프가 한국 사회의 변혁을 위

한 전략적인 비폭력 투쟁의 씨앗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이번 소식지 기획기사는 lsquo기업에 저항하는 방법rsquo입니다 평화활동

가들이 싸워야 할 대상은 국가만 있는 게 아닙니다 제주해군기지를

건설하는 삼성물산이나 비인도무기인 확산탄을 생산하는 한화와 풍

산처럼 말이죠 평화운동뿐 아니라 노동운동과 생태운동 등 다른 사

회운동들도 국경을 넘나드는 자본의 권력에 맞서 분투하고 있습니

다 그런데 기업과 싸우는 것은 국가를 상대할 때와는 다릅니다 그래

서 전쟁없는세상은 다른 단체들과 함께 lsquo어떻게 기업에 저항할 것인

가rsquo라는 제목의 워크숍을 7월에 진행했습니다 워크숍에서 이야기

되었던 내용들을 중심으로 이번 호 기획기사를 구성하였습니다

그리고 지난 호 소식지에 실렸던 lsquo게임과 평화rsquo가 연재를 시작합니

다 게임을 통한 평화 만들기라는 야심찬 주제를 가지고 다양한 질문

들을 던져보고자 합니다 기대해주세요

2 3평화주의자 노트

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 내가 살아 왔던 태도가 어땠는지에 대

한 생각에까지 이르게 됐다 많은 순간 상대(구체적인 인물이기도 했

고 제도이기도 했던)에게 나를 휘두를 권한들을 내주면서 살아 왔다

는 걸 알게 됐다 그것들에 맞서 lsquo제대로rsquo 싸워 본 적이 없다는 것도

싸워 보기도 전에 lsquo어차피 힘들다rsquo며 냉소한 적이 많다는 것도 그

제야 새삼 알게 됐다 권리 권한 등을 되찾기 위해 어떻게 싸워야 할

지 나에게 그런 힘이 있기나 할지 모든 것이 막막하고 불안했지만

불안과 걱정들을 안고서라도 한 번 해보자고 마음먹게 되었다 아마

모두가 비슷한 마음이었을 것이다

막상 노조를 만들고 나니 개인적으로 티 나게 괴롭히거나 하는 일

은 (생각보다) 드물었다 상대가 어떻게 나올까를 끊임없이 계산하고

예측했던 것이 일정 정도 나의 망상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상대가 생

각보다 그렇게 강하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나의 망상 속에서 상대는

늘 나보다 강했다) 그동안 제한해 왔던 목소리를 조금씩 높여 가는

경험은 숨겨져 있던 나의 힘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그 자체로 소중한

경험이었다(물론 lsquo함께rsquo여서 가능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묘하게 위

축되는 일들도 늘어만 갔다 일방에게 독점되었던 기준과 권한에 문

제 제기하는 내(우리)가 부적응자 무능력자 괜한 열등감에 사로잡혀

사사건건 딴죽을 거는 사람처럼 비치지는 않을까 하는 조바심 때문이

었다 그리고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그 묘한 위축감을 조성하는 프

레임은 거의 매 순간 이용되었다

평화주의자 노트

나를 휘두를 수 있는 힘을 쉽게 내주지 않는다는 것

미선 | 출판노동자

관리자들과의 감정적 껄끄러움 그로 인한 불이익 인정받는 중심

으로부터의 전적인 배제helliphellip 노동조합을 처음 시작하려고 했을 때

솔직히 걱정되고 고민되었던 부분이었다(다른 분들은 어땠는지 잘은

모르겠다) 이제 겨우 lsquo신입rsquo이라는 꼬리표를 뗀 입장에서 업무지시

를 하고 결재를 하는 관리자들과 조합활동으로 인해 사이가 틀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은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lsquo기준rsquo이라는 것이 전적

으로 저들에게 있(다고 생각되)는 상황에서 마음만 먹으면 나를 충분

히 괴롭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저마다의 불안 속에서 갈팡질팡하던 가운데 이제는 노조를 준비

할지 말지 확실히 결정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순간이 있었다 생

각을 정리하기 위해 며칠간 끙끙대고 글을 썼던 기억이 난다 그간의

회사생활이 어땠는지 나는 왜 노조 활동을 하고 싶은 것인지 그렇

4 5평화주의자 노트

그로부터 몇 개월 후 SNS를 통한 노사 간 공방에서도 사측은 노조

원들을 lsquo일도 제대로 못하고 배우려는 의지도 없는rsquo 이로 빗대는 프

레임을 곧잘 활용하곤 했다 사태에 있어 전혀 핵심적인 문제가 아님

에도 자주 거론되었다는 것은 이 프레임이 대내외적으로 얼마나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지를 방증해 주었다 그리고 실제로 순간순간

lsquo내가 지금 일은 똑바로 하고 있나rsquo하는 의식이 올라와 위축되곤

했으니 임상적으로도() 효과가 확인된 셈이다

걸려들 수밖에 없는 덫 규율과 기준

선(線)을 구획하는 것은 자연도 신도 아닌 사소하고 우연한 권력

들이다 이 권력을 가시화해야 한다

― 정희진 ldquo배제되지 않기 위해 포함되길 거부하라rdquo 한겨레신

문 2013년 2월 1일

앞서 말한 식으로 상황을 지저분하게 만드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

다 일상적으로 구성원들을 압박할 수 있는 lsquo규율rsquo과 lsquo기준rsquo이라는

덫을 곳곳에 설치하면 된다 그리고 구성원들이 계속해서 그 기준을

달성하지 못하게 하고 이로 인한 심리적인 위축감을 느끼게 하면 된

다 우리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잦은 야근으로 탄력적인 출퇴근 시간

에 이미 몸이 맞추어져 있던 노동자들에게 어느 날부터 갑자기 (일방

적으로) 정시 출퇴근을 요구하고 하루에 교정을 30쪽 남짓 보던 노

기준lsquo미달rsquo들은 조용히 하라고

올 해 초 조합원들의 마음을 잠시나마 심하게 흔들어 놓은 사건이

있었다 연초에 갑작스레 이루어진 비조합원 중심의 승진을 두고 조

합 차원에서 문제 제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이에 대해 사측이 lsquo평

가rsquo라는 이름으로 인격적인 모멸감이 느껴질 만큼 가혹하게 조합원

들의 업무역량을 깎아내리는 글을 게시했던 것이다 현격한 업무역량

차이 때문에 비조합원들이 승진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이다

노조는 ldquo승진한 이들의 역량이 떨어진다rdquo는 식으로 문제 제기를 하

지 않았다 은연중에 그런 뉘앙스를 준 것은 아닌지 해당 문제 제기

를 몇 차례 거듭해서 읽어 봐도 그건 아니었다 노조가 문제의식을 느

끼고 견제하고자 했던 것이 사측의 일방적인 lsquo인사권 남용rsquo이었음

은 누가 봐도 자명한 일이었다 차라리 lsquo회사의 인사권은 노조가 침

범해서는 안 될 영역rsquo이라는 형식적인 답변만 왔더라면 나았을 것이

다 사측은 문제를 의도적으로 지저분하게 만들어 버렸다 간단히 말

해 ldquo자격도 안 되는 기준미달의 놈들이 기준에 문제 제기를 한다rdquo

는 것이었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간단하게 회사의 논리를 반박할 수

있었다 ldquo의도적인 오독으로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있으며 평가라는

이름으로 심각한 수준의 인격모독을 행하고 있다rdquo고 말이다 하지만

구성원들은 이미 상당한 심리적 충격과 위축감을 느낀 후였다(덧붙이

자면 사측은 예상대로() 여기에 대해 제대로 된 해명은 물론이고 단

한마디의 사과도 하지 않았다)

6 7평화주의자 노트

작은 것을 위한 분투가 필요한 이유

기존 규범을 문제 삼지 않고 그 안에서 약자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이중 메시지에 lsquo자발적으로rsquo 수갑을 채우는 행위다 사회

가 당연시하는 사유의 경로를 추적하는 것이 지성이고 운동이다

권력의 법칙을 해체(즉 인식)하지 않는 저항은 lsquo반칙rsquo lsquo불평불

만rsquo lsquo낙오자의 불복rsquo 심지어 lsquo역차별의 가해자rsquo라는 엉뚱한 비

난을 뒤집어쓴다 ― 정희진 같은 글

lsquo기준과 규율에 대한 승복이냐 불복이냐rsquo라는 이분법적 딜레마

를 넘어 이걸 누가 왜 정했는지를 묻는 것 모두가 동의하고 공감하

는 lsquo규칙rsquo(ne규율)을 다시 세우는 것 그리하여 일방적으로 정한 규

율과 처벌(보상)로 인해 발생하는 자기착취와 자기소모를 막아내는

것(표면적으로 행해지는 노동착취를 막아야 함은 물론이다) 우리의

노동조건을 바꾼다는 것은 이러한 과정을 전제에 두고 진행되어야 한

다는 걸 새삼 느낀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그것이 우

리를 배제하고 착취middot소모시킨다면 바꾸기 위해 분투해야만 한다는

것도 말이다

작은 것 하나에서 나를 휘두를 수 있는 권한을 쉽게 내주는 순간

프레임은 이미 저쪽에 유리하게 구성되는 듯하다 우리는 사소한 것

하나 내준 것이라 생각하지만 역으로 또 사소한 것 하나에도 쉽게 주

눅 들게 된다 이제 lsquo기준미달rsquo lsquo낙오자의 불복rsquo이라는 불명예와 그

동자들에게 앞으로 50쪽 이상씩을 보라고 하는 등 갑작스런 노동조

건의 변화가 있었다 그리하여 정시까지 출근을 못하는 노동자에게는

lsquo태도가 방만rsquo하다는 꼬리표가 붙여지고(사측의 당초 계획대로라면

분 단위의 임금도 삭감당하면서) 갑자기 늘어난 조업량에 문제를 제

기하면 lsquo회사의 경영난에 나 몰라라 하는 노동자rsquo라며 비난을 듣기에

이르렀다

이 규율과 기준에서 벗어나지 않도록(덫에 걸리지 않도록) 자신을

더 통제할 것인가 갈등을 감수하면서 이 규율과 기준 자체에 문제 제

기할 것인가 여기서 딜레마가 생긴다 한편으로는 나 역시 기준에서

크게 어긋나는 것 없이 잘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혹시나 내

가 이 기준에 부합할 능력이 부족해서이지는 않은지 스스로를 의심하

게 되기 때문이다 일견 내가 조금만 노력하면 별다른 갈등 없이 그

냥 넘어갈 수도 있을 것처럼 보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애초에 걸리는

놈들을 잡아내려 하는 선이 어디 유연하던가 한 달에 총합 10분 남

짓한 지각으로 관리자에게 불려가 lsquo경고rsquo를 받는가 하면 그게 누적

되어 경위서를 제출해야 했던 구성원도 생겨났다 눈 밖에 나면 정해

진 점심시간에서 2분 남짓하게 늦게 들어와도 허용되는 법이 없다

lsquo경고rsquo까지는 아니더라도 빈정거리는 상사의 핀잔을 감내해야 한

다 이 모든 게 lsquo부당rsquo하다는 생각은 들어도 입 밖으로 부당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누가 왜 정해 놓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칼같이

정해진 선이기 때문이다

8 9평화주의자 노트

로 인한 위축감을 넘어 나를 저들 멋대로 휘두를 수 있는 어느 것 하

나 쉽게 내주지 않는 데서 보람과 의미를 찾아보려 한다 저들이 작은

것 하나를 정하더라도 우리의 눈치를 보게 되고 노동자들 대하길 어

려워할수록 lsquo우리rsquo의 싸움은 성공한 게 될 것이다

현재도 그린비출판사 노동조합은 lsquo출퇴근기록rsquo을 둘러싼 문제로 1

년 넘게 싸우는 중이다 지금까지 그래 왔듯 쉽게 내주진 않을 것이

다^^

평화주의자 노트

요즘 MBC예능프로그램 lsquo일요일 일요일 밤에rsquo에서는 연예인들이

군대 체험을 하는 lt리얼 입대 프로젝트 ldquo진짜 사나이rdquogt라는 코너가

한창 방영 중이다 한국의 군사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까지 등

장해 군대에 적응해가는 모습을 보여 주며 lsquo군대를 다녀온 남자가 진

짜 남자rsquo라는 신화를 전국구 방송으로 유포시키고 있다 한국은 과거

에 전쟁을 준비하는 훈련을 교육 과정 속에 편입시켜 진행한 전력이

있다 남성들은 군복 비슷한 옷을 입고 총을 들고 훈련을 받고 여성

들은 붕대 싸매는 방법을 배웠다는 교련 과목은 이미 사라진 지 몇 년

이 지났지만 한국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아직도 병영 국가임을 더 공

고히 하는 lsquo교육rsquo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 6월 14일은 반군사주의 국제 행동의 날이었다 반군사

숲이아 | 전쟁없는세상 운영위원

lsquo병영국가 만들기rsquo에 저항하기-반군사주의 국제 행동의 날 소식

10 11평화주의자 노트

주의 국제 행동의 날은 전쟁저항자 인터내셔널 (War Resisterrsquo

s Internatoinal)에서 2013년부터 조직한 캠페인이다 반군사주의 국

제 행동의 날은 특히 교육과 연구에 있어 반군사주의를 요구하는 것

을 목표로 삼았다 전 세계 많은 곳에서 군은 교육제도에 상당한 존재

감와 영향력을 갖고 있다 이런 군의 존재와 영향력은 군대가 학교를

방문해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것에서 수업을 진행하는 것 모험 활동

을 운영하고 수업 자료를 지원하는 것까지 그리고 사관학교부터 군

사 연구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것에까지 이른다 군이 교육에 참여

하는 두 가지 주요 목적은 젊은 사람들을 군대로 끌어들이는 것과 함

께 정책의 도구로써 전쟁과 전쟁준비를 정상화시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균형 잡힌 논쟁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왜냐하면 분쟁 해결에

대한 대안적인 관점에는 군대처럼 똑같은 특권적인 접근이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군사연구는 많은 공립대학의 과학 공

학 기술 학과에서 이루어지는 연구에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이렇게

군대와 전쟁을 위한 연구들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한편 사회적으로 더

유용한 연구들은 뒷전이 되기 일쑤다

올해에는 남아프리카 독일 이스라엘 인도 등 최소 11곳이 넘는

나라에서 피켓팅 거리 연극 워크샵과 같은 여러 가지 다양한 활동이

펼쳐졌다

이스라엘에서는 뉴 프로파일(New Profile) 평화를 위한 여성 연

대 (Womenrsquos Coalition for Peace) 미국친우봉사회(American

Friends Service Committee )세 개 단체가 연대하여 텔아비브에서

교육영역의 군 개입을 시각화하는 거리 극장을 열었다 3일 동안 행

동이 이어진 독일에서는 6월 14일 언데드 복장을 입을 항의자들이 쾰

른에 있는 Herder 학교 앞에 나타났다 그들은 군대의 프로파간다를

전복시키는 내용을 담은 현수막를 들었다 이외에도 13일부터 15일

까지 가두 행진을 비롯하여 여러 활동이 있었다 남아프리카 요하네

스버그에서는 ldquo라스트 킹(The Last King of Scotland)rdquo 상영회가

열렸다 영화 상영 뒤에는 참가자들이 영화를 어떻게 느꼈고 그것이

현재와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관해 풍성한 토론이 벌어졌다 미국에

서는 워싱턴 시애틀에서 몇몇 단체들의 행동이 있었다 Garfield 고

등학교 앞에서 플랜카드와 피켓을 들었다 Garfield 고등학교는 지난

2005년 학부모 교사 학생 연합에서 신병모집관이 학교에서 환영받지

않는다고 언급했던 곳이다

한국에서는 올해 시작한 반군사주의 국제 행동의 날에 참여할 여

건이 되지 않아 지나쳤지만 다음 해 부터는 어떤 방식으로 참여 해

볼지 고민해 보면 좋겠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는 전쟁 lsquo기념rsquo

관으로 소풍을 가고 lsquo군기rsquo를 잡아 준다는 명목 아래 청소년들을 대

상으로 하는 무허가 해병대 캠프가 기승을 부리는 이 사회에서 교육

과 반군사주의를 고민하다보면 할 수 있는 행동들은 차고 넘쳐날 것

같다 미디어를 통해 학교 밖 교육 과정을 통해 우리는 여전히 군대

에 대한 잘못된 신화를 주입받고 있다 미디어의 영향력을 생각해 보

12 13평화주의자 노트

면 lt진짜 사나이gt가 방영하고 있을 때 나 혼자 보기 싫다고 TV채널

을 돌려 버리면 그만인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군사주의를 교육하며 군

대와 교육 학문 분야가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사회에 어떻게 함께 대

응하고 저항해 나갈 것인가 하는 고민이 필요하다 ldquo군대 갔다 와야

사람 된다rdquo는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사람을 한 순간에 사람이 아닌

존재로 만들어 버리는 무시무시한 말이 잘못되었다는 인식을 갖고 우

리 사회가 lt진짜 사나이gt와 같은 코너에 대해 경계할 수 있게 될 때

국방부와 관련된 과학 기술 연구 예산이 대신 교육이나 복지와 같은

곳에 쓰일 수 있을 때 병영 국가 만들기가 중단되는 때가 오기를 간

절히 고대해 본다 고등학교에서 단체로 갔던 해병대 캠프에서 다섯

명의 학생들이 죽음을 맞이하는 일은 더 이상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

전 세계에서 벌어진 반군사주의 행동의 날에 대한 더 자세한 상황

공유는 전쟁저항자 인터내셔널 리포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wwwwri-irgorgReportsDayOfAction

평화주의자 노트

현역입영예정일인 6월 24일 오후 2시 난 훈련소에 가지 않았다

나는 모든 억압과 착취 불평등과 부정의에 반대하는 사회주의자로서

의 신념에 따라 이런 결정을 내렸다 나는 이 소견서를 통해 내 신념

을 밝히고자 한다

교과서에선 모든 사람들에게 lsquo국방의 의무rsquo가 부과된다고 가르쳤

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형제와 가족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군

대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남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군대를 가야 한다고 말하고 군대에 가지 않는 것은 비겁한 일로 여긴

다 나 또한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겉모습만 봐선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어떤 것은 그 껍질

이 외부로부터 내용물을 보호하는 것처럼 보이기만 할 뿐 실제론 내

김무석 | 노동자연대학생그룹 활동가

나는 정의와 평화에 대한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다

14 15평화주의자 노트

용물을 가두기 위해 존재하는 것일 수도 있다

군대는 어떠한가 이 나라의 군대는 정말 평범한 민중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 아니면 평범한 민중을 억압하기 위해 존재하

는 것인가

나는 군대가 계급으로 나뉜 자본주의에서 소수 지배자가 다수 민중

을 억압하고 지배하기 위한 대표적인 억압 기구라고 생각한다

박정희의 군대는 1961년 516 군사정변을 일으켰다 1964년엔 베

트남 전쟁에 참전해서 미국의 민족 억압과 학살을 지원했다 1979년

10월 박정희의 유신독재에 항거해 부마항쟁이 벌어지자 군대는 대검

을 들고 민주주의를 외치는 시민들을 진압했다전두환 시절 군대는

1979년 1212 군사 반란을 일으켰고 1980년 517 쿠데타를 일으켰

다 518 광주 항쟁에서 발포해 시민들을 학살한 것도 이 나라의 군

대였다

이런 일들이 군사정권에서만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은 군사 정권이

끝난 뒤에도 군대의 역할이 크게 변하지 않은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3년 이 나라의 군대는 미국의 이라크 점령에

동원되었다 이 전쟁에서 미국은 수십만 명을 학살했고 2백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난민으로 만들었다 2006년 미군기지 이전에 반대한

평택 대추리의 주민들과 활동가들의 평화를 요구한 목소리는 군대의

군홧발에 무참히 짓밟혔다

강제로 동원되어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었던 사병들은 또 다른 희

생자들이었다 이처럼 군대는 평범한 민중의 이익과는 상관없이 소수

권력자들의 도구로 활용되어 왔다

지배계급의 도구

자본주의 체제의 권력자들이 군대를 이용한 목적은 두 가지였다

지배자들은 자국의 민중들을 억압하기 위한 수단으로 또한 타국과의

군사적 패권 경쟁을 위한 수단으로 군대를 이용했다

지배자들은 동의와 설득으로 지배를 유지하려고도 했지만 궁극적

으로는 군대 경찰 감옥과 같은 억압기구를 필요로 한다 군사정권

시절에는 이 폭력이 노골적으로 전면에 드러났다 이 나라에서 노동

자middot민중이 벌인 투쟁으로 이 억압기구들이 뒷켠으로 물러나긴 했다

그러나 평택 미군기지 이전 반대 시위 진압에 군대가 투입된 것이나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점거 파업에 경찰 특공대가 투입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지배자들은 결정적인 순간에 늘 폭력과 억압에 의존해 왔

지배자들은 지정학적 경쟁에서 우위에 서기 위해서도 군대를 활용

한다 베트남과 이라크에 파병된 군대는 미국의 점령과 학살을 도왔

고 이 나라의 지배자들은 파병을 통해 군사적 영향력을 높이려 했다

지배자들의 한미 동맹 전략은 지금도 전혀 변하지 않았다 박근혜 정

16 17평화주의자 노트

부는 첨단무기가 동원된 한미 합동군사훈련에 참가했고 미국이 중국

을 겨냥해 추진하고 있는 MD에 참여할 절차를 밟고 있다 MD 참여

는 이 나라가 미국과 중국의 군사적 갈등에 더 쉽게 휘말리는 위험천

만한 일이 될 수 있다 미국의 패권 강화의 발판이 될 제주해군기지는

건설 과정부터 주민들을 탄압해 lsquo제주해적기지rsquo라고 불렸다 주민과

활동가 성직자에게 가해지는 경찰들의 폭력은 용인됐고 여기에 저

항하는 사람들은 연행되고 벌금을 물고 구속되었다

난 이처럼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미국의 세계 패권 전략을 뒷받침

하고 자국의 민중을 억압하는 데 이용되는 이 나라의 군대에 입대하

기를 거부한다

무고한 젊은이들을 억압하고 희생시키는 군대

부와 권력을 독점한 권력자들은 소수이기 때문에 군대는 압도 다

수인 노동자와 민중의 자녀들로 구성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지배

계급은 군대를 통제하기 위하여 상명하복의 억압적 위계질서를 적용

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2013년 1월 30일 발표된 lsquo군 인권실태 연구

보고서rsquo에 따르면 85퍼센트의 응답자가 군대에서 구타당한 적이 있

다고 답했다 lsquo탈영 또는 자살하고 싶다rsquo는 생각이 들었다는 병사는

346퍼센트였으며 5년 간 실제로 자살한 군인의 숫자는 368명이었

최근 군대 내에서 가혹행위로 자살한 경우 국가유공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결정이 있었지만 이미 무고하게 희생된 젊은이들의 삶은 어

떤 것으로도 보상해줄 수 없다 lsquo국방의 의무rsquo를 준수하라고 앞장서

요구하는 권력자들은 역겹게도 정작 자신들의 자녀는 어떻게든 군대

에 보내지 않으려 한다 lt이제는 말할 수 있다gt의 lsquo신의 아들과의 전

쟁rsquo편(MBC2004)은 진짜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군대가 자신의

의무가 아니라는 것을 폭로했다

권력층과 부유층 예를 들면 재벌가의 병역 비리는 강력한 권력과

결탁되어 있기 때문에 건드릴 수 없었고 과거 광범위하게 이루어진

병역비리 군middot검 합동수사도 결국 내부 권력 -기무사와 군middot검찰-

이 좌절시켰다는 것이다

지배자들은 북한의 위협을 빌미로 군대와 안보 논리를 정당화해 왔

다 그러나 북한의 지배계급과 남한의 지배계급은 서로 적대적 경쟁

을 하면서도 서로의 존재를 정당화 해 왔다 반면 북한의 평범한 젊

은이들과 남한의 젊은이들은 그 과정에서 모두 희생되고 억압받는다

두 국가가 젊은이들을 군대에 동원하는 논리는 거울을 두고 마주보는

것 같이 똑같다 김정은 정권의 이해관계를 위해 젊은이들을 희생시

키는 군대와 박근혜 정권의 이해관계를 위해 젊은이들을 희생시키는

군대는 별로 다르지 않다

신념을 지키기

18 19기획기사 - 인트로

지금까지 평화주의적 종교적 정치적 신념에 의해서 병역을 거부

해 온 사람들이 1만 7천여 명에 이른다 각자의 신념은 달라도 그들

은 자신의 신념을 지키려고 감옥을 선택했다 나 또한 신념에 따른 행

동으로 감옥에 가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나는 감옥에

서 군대보다 더 큰 억압을 경험해야 한다는 것과 감옥에서 나온 뒤

에도 사회적 차별을 감내해야 한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따라서 lsquo감

옥을 선택한다rsquo는 것은 단지 군대인가 감옥인가 하는 선택을 넘어서

lsquo어떤 삶을 살 것인가rsquo하는 질문과 마주치는 과정일 수밖에 없었다

만약 내 삶의 목표가 이 체제가 강요하는 경쟁과 생존의 논리에 타

협한 삶을 사는 것이었다면 이런 선택을 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

러나 내 삶의 목표는 부조리와 모순에 가득 찬 이 사회의 변혁에 기여

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는 내 신념을 지키고 그에 따른 억압과 고통을

감내하는 선택을 할 수 있었다

나는 내가 겪을 모든 개인적 손해에도 불구하고 신념에 따라 이 나

라의 군대에 입대하길 거부한다

2013년 6월 25일 병역 거부를 선언하며

그동안 한국 사회운동은 주로 국가와 싸워왔습니다 덕분에 각 운

동영역에서 국가 기관을 상대하는 노하우는 많이 쌓여있습니다

법적으로는 어떤 절차를 활용할 수 있는지 국제적으로는 어떤 기

구들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지 국내에서 여론을 확산시키고 상

황을 알려내는 것은 어떻게 하면 좋은지 단체마다 나름의 방식들

이 있습니다

기업의 힘은 갈수록 거대해져 국가의 통제를 벗어나고 있습니

다과거에는 국가가 했던 나쁜 일들을 이제는 기업이 하고 있습니

다 국가는 그나마 선거 때 만이라도 국민들 눈치를 보거나 형식

적으로라도 주권자인 국민을 섬기는 척을 해야 하지만 기업은 다

릅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기업은 사회 곳곳에서 이윤 창출

을 위해 할 짓 못할 짓 가리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맞서는 우리의 운동은 아직 미약합니다 기업과 맞선

경험도 많지 않고 무얼 활용할 수 있는지 어떤 방법이 효과적인

지 알지 못합니다 이번 기획기사에서는 사회운동의 저항 상대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기업에 어떻게 하면 잘 맞설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담아봤습니다

기획기사 - 인트로

Intro-기업에 저항하기

20 21기획기사

기획기사

오리 | 전쟁없는세상 사무국

우리는 흔히 lsquo데모rsquo하면 비민주적 정부권력(법률 조직 시스템)에

저항하는 것을 떠올린다 하지만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비

단 우리가 우리 손으로 선출한 사람(기관)들에 의한 것만은 아니다

최근 기업들에 의한 횡포는 훨씬 심각해지고 있다 건강 안전 경제

적 안보 삶의 존재 자체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기업에는 나

의 가족 친구들처럼 좋은 사람들도 많이 일하고 있다 또 모든 기업

들이 개인들의 삶을 짓밟고 이윤을 착취하는 것도 아니다 가끔 나름

의 기준과 사회에 대한 사명감을 가지고 기업 활동을 하는 회사도 뉴

스에서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정말 대다수의 기업과 기업의 총수

들은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개인들을 희생시키는 일을 서슴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대의 (초국적)기업은 어떤 인간보다도 어떤

어떻게 기업에 저항할 것인가

정부보다도 더 큰 권력을 가지고 있다 그들이 작동되는 규칙은 오로

지 하나 lsquo이윤rsquo이다 삼성은 아직도 발암물질 노출에 따른 직업병과

업무연관성을 적극적으로 부인하고 있고 비인도적인 무기인 확산탄

을 만드는 한화와 풍산은 자신들은 정부에서 시키는 일이니까 한다며

왜 자기들 가지고 난리냐고 한다 현대중공업은 돈만 된다면 팔레스

타인 가옥을 부수는 것쯤은 별다른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는 것 같다

사실 지금처럼 기업을 향한 우리들의 행동이 절실한 적이 없다 이

미 전 세계에서는 우리 시대의 골리앗에 맞서는 근사한 행동들이 이

어지고 있고 어떤 경우는 골리앗을 상대로 작지만 아주 의미 있는 다

윗의 승리를 거두는 경우도 있었다 기업에 저항하는 운동은 20세기

중반기부터 시작되어 최근 수 십 년 간 노동조합 환경 사회정의 소

비자운동의 시민단체들에 의해 정교해졌다 기업에 저항하는 운동의

목표는 다양한 전략과 전술을 통해 기업의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이나

관행을 고발하여 기업이 이러한 행동이나 관행을 고치도록 하는 것이

다 단체들과 개인 활동가들은 기업에 저항하는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벌여왔으며 어떤 캠페인들은 수년간 지속되었고 다양한 결과를 낳았

다 보이콧 주주총회 행동 기업이미지 공격(기업브랜드에 초점을 맞

춘 접근방식 대중매체 이용) 등이 주로 이용되었던 전략들이고 최근

에는 기업들이 점차 초국적화 됨에 따라 기업감시 기업윤리 등등 기

업 연구 및 감시에 초점을 맞춘 소위 전문 NGO가 등장하고 정책 혹

은 법을 바꾸거나 도입하는 운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22 23기획기사

이렇게 운동이 발전하면서 이에 대응하는 기업의 양상도 계속 발전

해 왔다는 것은 별로 놀라울 것도 없는 사실이다 이른바 당근과 채찍

전략이라고 할 수 있는데 기업에 비판적인 활동을 벌이는 활동가들에

게 고소 고발을 남발하면서 한 편으론 자선 구호 사업에 대한 기업

의 기부를 강조하고 나무심고 우물파고 텔레비전 버스 잡지 등을

통해 떠들썩하게 자사 홍보영상을 내보내는 것이다 이들은 고가의

컨설팅 금액을 내고 노조활동가들과 지역운동가들을 어떻게 하면 말

려죽일까 전략을 고안하고 있다

우리가 기업에 저항하는 캠페인을 할 때 생각할 것은

- 기업은 사람이 아니다 사물 법인체이다

- 기업은 사적 소유물이 아니다 사람(대중)에 의해 사람(대중)에

복무하도록 창조된 것이다

- 기업은 권리를 갖지 않는다 권리를 갖는 것은 사람이다 기업은

lsquo기업에 어떻게 저항할 것인가rsquo 워크샵에 모인 사람들

오로지 사람들이 부여한 특권만을 가질 뿐이며 시민들은 이것을 다시

뺏을 수 있다

기업에 대항하기 위한 전략은 크게 두 가지

첫째는 데모(행동)를 조직하는 것

- 목표를 구체화 하기 우리는 한꺼번에 모든 걸 변화시킬 수 없

다 우리가 먼저 변화시키려고 하는 것은 무엇인가

- 우리 편 늘리기 어떻게 우리에 대한 지지를 확장해 나갈 것인

- 전략 세우기 우리의 힘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행동 고르기

둘째는 비지니스와 시장을 위한 공공의 규칙을 만드는 것

- 비즈니스와 시장에의 개입이 정당화 될 때는 언제인가 우리의

기본적인 인권을 지키고자 할 때 우리의 지갑을 지키고자 할 때 우

리의 안전을 지키고자 할 때 환경을 지키고자 할 때 노동자의 권리

를 보호하고자 할 때 시장원리가 도입되어야 할 때와 말아야 할 때에

관한 제한을 두어야만 할 때

- 어떻게 각종 규제 조치 공공의 이익에 복무하려 하는 기업들

에 금융혜택 주기 소비자운동의 활성화를 통한 기업 감시 정부가 기

업 통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 경우 사법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다 민사책임 형사책임 사기업vs공기업 여전히 뜨거운 논쟁의 대

상이나 의료 상수도 등의 우리 삶에 기본적인 부분들의 공공화 주장

- 세계화의 도전 우리의 운동 역시 어떻게 세계화 할 것인가

24 25기획기사

구체적으로는

- 기업의 돈줄을 죄기 민영화 반대middot시스템의 재사회화 지지 보

이콧middot지역상품(중소기업상품) 구매하기 기업에 대한 세금감면middot공

적자금 지원middot보조금 지급 등에 저항하기

- 선거민주주의 시스템 이용하기 기업이 선거자금을 대지 못하

도록 공공조달하기 기업의 이해를 대변하는 양당정치에서 벗어나기

유권자들의 손에 직접적인 결정권을 주는 주민발의middot국민투표 기업

의 권리와 정의를 제한하기 기업을 비호하는 법 철폐하기 지역사회

및 지역정부를 상대로 기업의 권리를 제한할 수 있는 현지 법령 만들

- 조직에 대한 공격 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미디어를 민주화시키

기 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대학들을 민주화시키기 국제적 기업화에

저항하기

- 노동자의 권리 주 30시간 노동제 불안전노동 철폐 등

- 인간의 얼굴을 한 기업의 쌩얼 까발리기

제2차 물전쟁 벡텔 VS 볼리비아 민중

1997년 세계은행은 볼리비아 정부가 가장 큰 도시 두 곳(El Alto

La Paz와 the city of Cochabamba)의 공공수자원시스템을 민영화

한다는 조건으로 물 인프라 구축을 위한 추가적인 원조를 제공하겠

다고 통지 1999년 9월 단 하나의 입찰자만으로 비밀리에 진행된 경

매에서 볼리비아 정부는 코차밤바(Cochabamba)의 상수도를 캘리

포니아의 초국적 엔지니어링 기업인 벡텔(Bechtel)에게 넘김 몇 주

내에 벡텔은 수도세를 50 이상 인상하였고 이는 코차밤바 물반란

(Cochabamba Water Revolt)이라 알려진 전 도시 반대저항을 촉발시

킴 2000년 4월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고 군대가 17세 소년 빅

토르 휴고 다자(Victor Hugo Daza)를 죽이고 100명 이상이 다치자

코차밤바 시민들은 물러서지 않았고 벡텔은 볼리비아를 떠나야만 했

음 18개월 후 벡텔과 공동투자자인 스페인 아벤고아(Abengoa)은 볼

리비아를 상대로 5000만 달러(한화 약 560억 원) 상당의 소송을 제

기 이후 4년 간 벡텔과 아벤고아는 계속되는 데모와 기업 이미지의

실추 5개 대륙으로부터 가해지는 공공의 요구 때문에 소송을 취하해

야만 했음 2006년 1월 19일 벡텔과 아벤고아의 대표단은 볼리비아

로 와서 2볼리비아노(한화 약 340원)의 일부지급으로 소송을 취하한

다는 합의서에 서명

캠페인의 당면한 목표는 간단 볼리비아 물소비자들이 벡텔에 수백

만 달러를 결제하도록 하지 않는 것 이것은 전략적 측면에서 애시당

초 벡텔-볼리비아 소송을 있게 한 세계은행의 정책 및 투자기관의 부

정의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것과 lsquo벡텔에 대항하는 투쟁을 이끈 그

룹rsquo(Coordinadora de Defensa del Agua y de la Vida)에 대한 지원

과 같은 더 넓은 목표를 포함하는 것 초기에 캠페인은 세계은행 재

판소에서 승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함 lsquo우리는 여론의 재

26 27기획기사

판소로 장소를 바꾸는 전략적 결정을 내렸다 NGO와 사회운동으로

서의 우리가 벡텔보다 더 큰 권력을 같는 곳이다 우리의 목표는 벡텔

이 항복하도록 설득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성공할 가능성이 더 많은

방법일 뿐만 아니라 성공하기에 더 나은 방법이었다 이것은 다른 많

은 기업들에 어떤 메시지를 전달한다 비록 너희가 세계은행의 재판

소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또 다른 전쟁을 준비하게 될

테니rsquo 벡텔과 같은 회사를 위한 규칙이 존재하는 재판소 대신 캠페

인은 결과에 대해 적은 통제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회사를 밀어 넣

은 셈 그 다음 단계는 소송을 계속 진행할지 포기할 지를 결정할 수

있는 회사의 의사결정자들을 알아보는 것 벡텔사는 네슬레나 나이

키 제너럴 일렉트릭과 다르게 보이콧을 할 수 있는 소비상품을 만들

지 않았음 비상장 회사이기 때문에 압력을 넣을 투자자도 존재하지

않음 그래서 캠페인은 CEO이자 회사 창업자의 증손자인 일리 벡텔

(Riley Bechtel)에게 초점을 맞추게 됨 캠페이너들은 그의 개인 메일

에 엄청난 양의 항의메일을 보내고 잡지 등을 통해 찾아낸 정보로 개

인으로서 그에 대한 프로필을 작성함 나중에 캠페인은 이 전략이 꽤

나 효과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됨 lsquo2볼리비아노에 사건을 합의보고

난 후 볼리비아 협상가가 얘기하기를 Riley Bechtel이 소송을 취하도

록 개인적으로 개입했다고 말했다rsquo

EOn의 스위치를 끄다 영국의 새로운 화석에너지에 대항한 투쟁

2006년 독일 에너지기업인 EOn은 새로운 화력발전소로 잉글랜

드 남동쪽 킹스노스(Kingsnorth) 화력발전소를 대체한다는 계획을

발표 2012년 건설을 시작해서 2015년 완공한다는 계획 기업의 타

이밍은 별로 좋지 않았는데 영국에서 풀뿌리 기후변화 운동이 빠르

게 성장하고 있었고 석탄을 태우는 새로운 거대한 시설은 그들이 영

국의 미래 에너지를 생각할 때 별로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았던 것 킹

스노스는 화력발전소에 대항하는 캠페인의 상징이 되었음 풀뿌리그

룹과 NGO들은 2년간의 캠페인을 벌임 캠페이너들은 온라인 선언

에서부터 대규모 시민불복종까지 다양한 행동들을 했고 어떤 행동에

서는 발전소를 완전히 폐쇄시키기도 하였음 2009년 말로 향하던 시

점 EOn은 Kingsnorth 발전소에 대한 계획을 보류하겠다 발표 영

국 정부는 lsquo이산화탄소 포집middot저장(전망이 밝은 미래 기술이나 현재

가동 중인 어떤 발전소에서도 성공적으로 이행된 적이 없음)rsquo 없이는

새로운 화력발전소 개발을 승인하지 않겠다고 발표

Kingsnorth 발전소의 확장을 막는 것은 핵심적이고 즉각적인 캠페

인의 목표 급속히 설장하고 있는 기후변화 운동과 기후변화에 대한

대중의 우려라는 맥락에서 Kingsnorth 캠페인은 또한 EOn과 같은

기업들이 벌어들이는 이윤이 바로 기후변화의 값을 치르는 것이라는

점을 부각시킴 캠페인은 기업을 직접적으로 상대한 대중 행동을 조

직했으나 영국 정부 또한 이차적인 목표였음 이 캠페인은 영국의 석

28 29기획기사

탄과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을 바꾸도록 하는 보다 커다

란 노력의 일부 또한 캠페인을 준비 중인 다른 화력발전소들이 더 있

었음 따라서 캠페인은 Kingsnorth 발전소가 지어지는 것을 막는 것

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프로젝트들도 더 이상 실행되지 못하게 하는

환경 관련 정책을 변화시키는 것이기도 했음 국가적인 에너지정책

에 더해 정부는 EOn의 계획을 승인하거나 거부할 권한을 갖고 있었

음 그리고 국가는 또한 영국에 lsquo이산화탄소 포집middot저장rsquo 시설을 짓

기 위해 에너지기업에 기금을 댈 수백만 달러 경쟁(EOn도 지원)을

담당하고 있기도 함 캠페인은 EOn의 계획에 대한 대중적인 반대를

구축하고 입증하는 운동의 중심 Camp for Climate Action이 그 시

기 내걸었던 것처럼 lsquo우리는 Kingsnorth 발전소의 건설을 중단시켜

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영국의 새로운 화력발전소를 중단시켜야 한

다 이것은 EOn을 중단시켜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들의 브랜드를

공략하라 그들의 작업을 방해하라 그리고 그들의 공급망을 겨냥하

라 우리는 EOn이 어디에서 활동하건 그들과 마주해야 한다rsquo 사

전 대책을 강구해 회사와 맞서는 것 이외에도 활동가들은 FA컵에 대

한 EOn의 스폰서쉽 대학에서 학생들을 모집하려는 EOn의 노력

Kingsnorth 발전소에 대한 여론을 환기하기 위해 가디언이 주최하는

기후변화회의에 대한 스폰서쉽 등 현존하는 기회들을 활용함

위 사례들은 lsquoThe Democracy Centerrsquo의 기업 캠페이너들을 위한 자료집 lsquoBeating Goliathrsquo의 자료 중 일부를 번역한 것임

이 글은 lsquo기업에 어떻게 저항할 것인가rsquo 워크숍에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황필규 변호사가 발표한 글과 내용을 정리한 글입니다

기획기사

1 인권의 초국가성과 다국적 기업

인권에 대해서 우리는 초국가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 인권은 네 가

지 측면에서 초국가적인 성격을 띤다

① 이슈의 초국가성 이주 난민 및 인신매매(국경과 국적이 한 국

가에 국한되지 않음) 다국적기업(활동 공간과 관련 주체) 등

② 구제수단의 초국가성 국내 구제절차 및 유엔인권기구 기타 국

제 인권기준에 입각한 구제 메커니즘 (유엔인권이사회 유엔인권조약

용석 | 전쟁없는세상 운영위원

기업의 인권 침해에 대응하기-법제도와 국제규약을 바탕으로

30 31기획기사

기구 OECD 다국적기업에 관한 가이드라인 등)

③ 인권 자체의 초국가성 국내아시아 법제 개선 및 소송 등에서

국제비교국내 인권법 연구조사의 필요성

④ 인권운동의 초국가성 국내아시아 공통 인권 이슈에 대한 공

동 대응 및 상호작용의 필요성

다국적 기업에 의한 인권 침해는 주로 가난한 나라들에서 일어나고

있다 다국적 기업의 공장이 있는 나라들은 대부분 국가의 기능이 약

하고 자원은 풍부하지만 독재자가 권력을 쥐고 있거나 무력충돌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국가 내 사법 시스템으로

인권 침해를 구제하기는 매우 어렵다

다국적 기업들이 일으키는 인권 문제는 노동 3권 무시 환경파괴

부정부패 강제(아동)노동 선주민의 권리 박탈 등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다국적 기업에게 국제인권기준을 강제할 국

제적 메커니즘은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다국적 기업과 해외 한국기

업의 현지 인권침해와 이에 대한 대응의 문제도 국내법 외국법 국제

사법 국제법 혹은 국제기준 등 모든 국내외 법제도가 적용되어야 하

고 국제적인 공동 활동이 필요한 전형적인 초국가적 인권 문제다

이 글에서는 인권의 초국가성을 바탕으로 다국적 기업에 의한 인

권침해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국내법과 국제법을 통한 방법들을 살펴

보고자 한다

2 국내 법제도의 활용

국내에서 다국적 기업이나 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저지른 인권

침해에 대응해서 취할 수 있는 법제도적인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

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는 것과 해당 기업에 대해서 민사적으로

책임을 묻는 것 그리고 형사적인 책임을 묻는 것이다

국가인권위 진정을 활용한 사례는 버마에서 가스개발사업 중에 한

국가스공사와 대우인터내셔널사의 인권침해에 대해 인권단체들이 국

가인권위에 진정한 사례(2008417)가 대표적이다

민사적인 책임은 그 기업이 연락사무소 혹은 지점일 때와 합작회

사거나 현지 법인일 때 대응 방식이 달라진다 연락사무소나 지점일

경우는 민사 소송을 하더라도 국제사법 절차에 따르지만 현지 법인

이나 합작회사일 경우에는 민법이 적용된다

인권침해를 한 기업이 다국적 기업의 현지 법인일 경우 현지 법인

은 법적으로 독립된 법인격이기 때문에 현지 법인의 잘못을 본사에

물을 수 없는 것이 법에서 원칙이지만 일정한 요건들을 충족시키면

본사에 민법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기업에 형사적인 책임을 묻는 일에 대해 살펴보자 형법 2조를 보

면 ldquo본법은 대한민국영역 내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과 외국인에게 적

용한다rdquo고 규정하여 속지주의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한편 형법

제3조는 ldquo본법은 대한민국영역 외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에게 적용한

32 33기획기사

다rdquo고 규정하여 속인주의를 보충적으로 채택하고 있다 속인주의로

접근하면 외국에서 인권침해 범죄를 저지른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을

형법으로 처리하기 쉬울 거 같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3 국제적 대응

OECD 다국적기업가이드라인(OECD Guidelines for Multinational

Enterprises)과 국내연락사무소(National Contact Point NCP) 이

의제기

OECD는 1976년 다국적 기업의 인권침해를 비롯한 비윤리적 활동

을 예방하고 침해에 대한 해결기준을 마련하기 위하여 lsquoOECD 다국

적기업 가이드라인rsquo을 제정한바 있다 이 가이드라인은 2001년 4차

개정시 다국적기업의 인권침해 등의 비윤리적 활동을 해결하기 위한

절차로서 이 가이드라인 승인국에 국내연락사무소(NCP National

Contact Point)를 두게 하였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 정부는 당시 산

업자원부 차관(현 지식경제부 제2차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외국인투

자실무위원회를 한국의 국내연락사무소로 지정하고 사무국을 산업

자원부 투자정책과(현 산업통상자원부 투자정책과)로 지정하였다

OECD 가이드라인은 제1부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 (개념 및 원칙

일반정책 정보공개 인권 고용 및 노사관계 환경 뇌물방지 소비

자 이익 과학 및 기술 경쟁 조세) 제2부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

이행절차(OECD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에 대한 이사회의 결정 절

차지침 이행절차에 관한 주석)으로 구성되어 있다 2011년 개정된

가이드라인은 인권에 관해 별도의 장을 두고 국제적으로 인정된 인권

프레임워크에 관한 소개 기업의 인권 존중 책임 국내법적 의무 등

인권에 관한 역할을 총 6가지로 규정하고 있다 이 개정된 가이드라

인은 유엔인권이사회의 기업과 인권 프레임워크 (보호 존중 구제)를

통합하고 세계인권선언 및 자유권middot사회권 규약 노동자 기본권에

관한 ILO 선언에서 설정한 권리를 존중할 것을 포괄적으로 천명하였

고 기업의 책임범주를 고용 및 노사관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공급

망(supply chain)을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에 관한 기업의 상당주의

의무(due diligence)를 강조하고 있다

lsquo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rsquo은 국내연락사무소의 활동을 위

한 핵심기준으로 기업계 노동계 NGO를 포함한 다른 이해당사자들

에게 가이드라인의 이행 및 국내연락사무소와 연관된 시설의 이용과

가이드라인을 홍보하도록 하는 가시성(Visibility) 이해관계자들의

접근을 촉진하도록 하는 접근용이성(Accessibility) 연락사무소 활동

결과의 대내외 공개를 뜻하는 투명성(Transparency) 일반대중이 연

락사무소에 관심을 갖을 수 있도록 그 소개를 적극적으로 해야 할 책

임성(Accountability)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연락사무소로

지정된 외국인투자실무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이 OECD 다국적기업 가

34 35기획기사

이드라인이 제시하는 핵심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형식적으로 운영

됨으로써 실제로 다국적 기업에 의한 인권침해를 예방하거나 구제하

는 역할을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유엔인권메커니즘 대응

유엔인권권고는 실체적인 측면에서 국내법적 효력을 가지는 국제

인권법에 근거한다 헌법에 의하여 체결middot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 따라서 유엔헌장

한국이 가입한 유엔인권조약 기타 인권 관련 조약 등과 관련 국제관

습법은 국내에서 직접적인 법적 효력을 가진다 따라서 이러한 국제

인권법은 인권과 관련하여 입법 사법 행정의 법적 근거가 되고 경

우에 따라서는 국내법을 해석하는 기준이 되거나 보완하는 역할을 수

행할 수도 있다1 예컨대 기존 법률 혹은 새로운 법률은 국제인권법과

배치되지 않도록 심사되고 국제인권법은 구체적인 재판규범으로 적

용된다 행정의 경우 국제인권법은 모든 행정작용의 기초가 될 뿐만

아니라 행정주체 혹은 공무원이 이를 어겼을 경우 국가배상 직무유

기 성실의무 위반 등 민형사상 책임과 법적 징계로 이어지게 된다

유엔인권권고는 절차적인 측면에서도 국내법적 효력을 가지는 국

1 황필규 ldquo국제인권기준에 비추어 본 한국 인권현실 유엔인권이사회 국가별 인권상황 정례검토 NGO보고서와 정부보고서 초안의 비교평가를 중심으로rdquo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법률가위원회 『2008년 제1차 인권세미나 국제인권현안과 국제인권법』 (2008 3 22) pp 1-2

제인권법에 근거한다 유엔인권이사회의 국가별 인권상황 정기검토

(UPR)와 특별절차의 경우 국내법적 효력을 가지는 유엔헌장 명문의

규정과 법적 기구인 유엔총회의 결의 등에 기초하고 있다 한편 인권

조약과 관련된 권고의 경우 권고의 주체인 조약기구의 구성과 임무

가 조약상 명문으로 규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그 권고가 이루어지

는 절차에 대하여도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다 따라서 국가보고서가

제출되고 유엔인권권고가 이루어지는 절차는 법률에 근거한 법적 절

차라고 볼 수 있다 유엔인권기구의 권고는 그 권고가 실체적middot절차

적 측면에서 국내에서 법적 구속력을 갖는 국제인권법의 명문의 규정

에 근거한다는 점에 비추어 곧바로 국내에서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

고 보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국내법과 명백히 배치되지 않는 한 충분

히 존중되고 그 취지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국내적으로 해석middot

적용되어야 한다2

유엔인권권고는 실체법middot절차법적으로 법률에 기초한 권고라는 점

외에도 lsquo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rsquo을 목적으로 하

는 헌법의 국제 협력 정신을 존중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국내적으로

이행되어야 한다 헌법재판소도 이러한 취지에서 유엔인권권고에 대

하여 설사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권고의 수용 권고의 이행 혹은

이행 노력의 약속은 국제법적으로는 조약에 의한 의무부담의 의사표

2 황필규 ldquo외국인의 인권과 차별금지rdquo 『인권과 정의』 제365호 (대한변호사협회 2007 1) p 49

36 37기획기사

시일 수 있다 유효한 모든 조약은 그 당사국을 구속하며 또한 당사국

에 의하여 성실하게 이행되어야 한다 어느 당사국도 조약의 불이행

에 대한 정당화의 방법으로 그 국내법 규정을 원용해서는 아니 된다

한편 이러한 약속은 국내법적으로는 법적 기관의 권고에 대한 의무부

담의 의사표시로서 행정작용의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비록 유엔인권

권고 자체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행정상 의사

표시에는 신뢰보호 원칙의 적용가능성 등 법적인 효과가 발생하게 된

다고 보아야 한다 한편 유엔인권권고가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등에

반영되는 경우 이는 행정계획의 일부로서의 법적 성질을 가지게 된

기획기사

기업과 국가는 다르다 둘의 가장 큰 차이는 그것의 주인이 누구이

냐 하는 데 있다 민주주의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다 비록 국가기구

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자는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을 장악한 소수의

엘리트일지 몰라도 적어도 헌법상 국가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렇다면 기업의 주인은 누구인가 주주 이사회 최고경영자

(CEO) 아니면 노동자 법적으로 주식회사의 주인은 회사 주식을 보

유한 주주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최고경영자나 이사회가 주주와 기

업을 지배하기도 한다 기업이 협동조합의 형태로 운영되거나 노조가

기업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 어쨌든 변함없는 사실

은 국가와 달리 기업의 주인은 아주 한정된 집단이라는 것이다

지우 | 전쟁없는세상 운영위원

기업에 저항하는 국내외 운동의 사례들

38 39기획기사

국정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물론 여기에도 lsquo시민권자rsquo라는 자

격 조건이 붙지만) 필요하다면 국가기관에 정보공개를 청구할 수도

있다 반면에 기업의 경영권은 외부자에게 불가침의 영역이며 기업에

관한 정보는 대부분 법에 의해 보호받는 lsquo보안사항rsquo이다 따라서 기

업에 저항하는 운동은 국가를 상대로 할 때와 다를 수밖에 없다 이

글에서는 국내외의 몇 가지 사례를 중심으로 기업에 저항하는 운동의

구체적인 방법들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소개할 것은 lsquo경제개

혁연대(구 참여연대 경제개혁

센터)rsquo의 소액주주운동이다

소액주주란 그 자체로는 중대

한 의사결정권을 갖기 어려울

만큼 낮은 지분의 주식을 소

유한 투자자를 의미한다 소액

주주운동은 취지는 대주주의 자의적인 경영을 감시해 투명하고 책임

있는 경영을 실현하는 데 있다 경영진의 불법행위에 대한 민middot형사

소송과 정부의 재벌middot금융정책에 대한 감시와 입법운동이 소액주주

운동의 주요 수단이다 1997년 제일은행을 시작으로 전개된 소액주

주운동은 삼성전자 SK텔레콤 현대중공업 등 핵심 재벌기업들을 상

대로 한 운동으로 발전해왔다

소액주주운동이 반드시 주주의 권익보호와 기업지배구조 개선만

경제개혁연대의 소액주주 운동

을 목적으로 할 필요는 없다 기업의 목적이 아무리 이윤 배당의 극대

화에 있다지만 그것이 주주들이 추구하는 가치의 전부는 아닐 것이

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소액주주운동은 보다 광범위한 사회적middot정치

적 운동의 수단으로 확대될 여지가 있다 미국의 사회운동가 알린스

키(Saul Alinsky)는 이러한 방법을 lsquo위임장 전술(proxy tactic)rsquo이라

고 불렀다 고용상의 차별철폐와 같은 공익이 이윤 극대화보다 더 중

요한 가치라고 여긴 주주들은 주주총회에서 자신의 주주권을 활동가

들에게 기꺼이 위임했고 이 전술은 1960년대 미국의 사회운동에 큰

획을 그었다

이처럼 기업의 직접적 이해관계자 혹은 내부자라 할지라도 사적인

이해관계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이와 관련하여 반도체 노동자

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lsquo반올림rsquo의 사례를 주목할 만하다 반도체

산업의 공정과 거기에 사용되는 물질 등은 기업의 내부정보인 데다가

전문 분야의 지식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활동가들이 사안에 접근하기

가 쉽지 않다 그래서 내부 조력자들의 제보가 운동이 큰 역할을 했다

고 한다 기업공시가 기업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공식

창구인 상황에서 내부 고발은 기업 감시의 없어서는 안 될 수단이다

lsquo좋은기업센터rsquo는 기업공시와 내부자 제보 외에도 지속가능성보고

서를 통해 기업을 감시하고 있다 지속가능성보고서란 기업이 지속가

능경영의 3대 축이라고 불리는 경제middot사회middot환경 분야의 지표를 공

개하는 보고서이다 기업공시처럼 의무화된 것은 아니지만 많은 대기

40 41기획기사

업이 국제 기준과 가이드라인에 따라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그중 가

장 널리 사용되는 기준이 글로벌 보고 계획(GRI)이다 운동은 지속가

능성보고서의 정보를 가지고 기업에 압력에 가할 수 있으며 보고서

에 누락된 사항이 있으면 이에 대한 설명을 요구할 수 있다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 관한 활동에는 어떤 게 있을까 lsquo국제

민주연대rsquo는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에 진출한 기업들의 노

동착취와 자원개발 문제에 관해 활동하고 있다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 대한 대응이 특히 어려운 이유는 기업과 정부 모두가 관심

이 없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대기업에나 적용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나마도 병원이나 학교를 지어주는 정도로

무마하려고 한다 한국 정부는 현지 주민과 노동자의 인권보다 자국

기업인의 이익 보호를 우선시하며 노조 탄압과 같은 문제는 해당 국

가에 떠넘긴다 관할권과 비용 문제 등으로 인해 사법 대응도 어렵다

하지만 해당 국가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기에 현지인들은 한국에서

의 연대를 절실히 요구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안은 지역적middot국제적

차원의 연대를 구축하여 해당 기업에 압력을 가하는 것이다 이는 외

국 정부나 국제기구의 힘을 빌린 것일 수도 있고 순수하게 비제도적

인 것일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상징적 시위나 보이콧과 같은 비

제도적 수단이 법적middot제도적 수단보다 효과적일 때도 있다 국가든

기업이든 권력의 궁극적 원천은 피지배민중에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고유한 경영권도 민중의 힘 앞에서는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

초국적기업의 횡포가 갈수록 심해지고 기업에 저항해야 할 사안이

점점 많아지는 상황에서 위와 같은 사례들과 방법에 대한 더 많은 연

구가 요구된다 한편 한국 사회는 기업에 대한 인식이 유달리 우호적

이고 기업에 저항하는 운동도 아직 대중에 친숙하지 않아 이에 대한

반발이 만만찮고 행동을 실행에 옮겼을 때 오히려 역효과가 나기도

한다 따라서 기업에 저항하는 국내외 운동의 사례들을 발굴하는 것

과 동시에 어떻게 하면 이러한 방법이 한국 사회에서 더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겠다

42 43리뷰-서평

리뷰-서평

양똘 | 출판노동자 + 전쟁없는세상 후원회원

lsquo실패rsquo를 함께 읽는 일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제목이다

나는 아나키스트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lsquo고백rsquo에 대해서는 좀 안다 제목에서

부터 알아챘어야 했는데 별 생각 없이

펼친 게 잘못이다 어떤 고백은 후회와

맞닿아 있다 하는 사람도 그렇지만 듣

는 사람에게도 그렇다 듣고 나서 후회

하는 고백들 듣지 말았어야 했는지도

모르는 이 책이 나한테 그랬다 아나키

스트에 대해 알기도 전에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부터 들어버렸고

나는 이제 아나키즘이라는 말을 들으면 반사적으로 이 고백이 생각날

것이다 고백은 처참했다 대단히 비극적인 드라마로서가 아니라 무

엇보다 비어 있어서 처참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나키즘에 대한 바

탕 지식이 있었다면 어려운 책들을 좀 읽어두었더라면 이 이야기가

다르게 읽혔을까 읽으면서 울 수도 있었을까 모르겠다 하지만 아

나키즘이라는 거대한 이념에 대해 알기 전에 어느 아나키스트 한 명

의 삶을 먼저 안다는 것 그 삶을 그럴듯한 평전이 아니라 허울 없는

자전적 만화로 lsquo고백 받는rsquo다는 것은 꽤 멋진 일이다 내가 만화 장

르에서 얻고자 하는 것은 주로 그런 부분이다 장황한 말들 삶을 포

장하려는 언어적인 관습들이 어느 정도 걷어내진 자리에 들어차는 것

은 침묵이다 침묵에서 고요한 진실을 읽어내는 것이 독자의 몫이고

이 만화도 역시나 그렇다 하는 얘기보다 안 하는 얘기가 훨씬 많다

서두가 왜 이렇게 주절주절 긴가 하면 이 책에 대해 서평이라고 쓸

만한 게 사실 별로 없기 때문이다 나도 고백을 좀 하고 가자면 독자

가 읽고 싶게 만들 만한 감상을 쓸 자신이 없다 하지만 느낀 것은 좀

있다 그 느낀 것이 너무 처량 맞은데 그게 또 lsquo진실rsquo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어 아이구 어떻게 되겠지 하고 시작한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안토니오 작가인 안토니오의 아들이 아버지의

수기를 보고 재구성한 형식인데 1인칭 시점을 택해 안토니오의 목소

리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그러니까 이것은 안토니오의 고백이면서

동시에 그의 고백이 아니기도 하다 안토니오 자신이었다면 이러한

자기 삶을 출판의 형태로 대중들에게 보일 수 없었을 거라고 짐작해

본다 자기 존재를 증명하려는 노력이 도리어 자기 존재를 부정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그는 아나키스트였지만 아나키스트의 고

44 45리뷰-서평

백은 그가 아나키스트가 아니었다고 말하고 있다 또는 아나키스트

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또는 모든 인간이 아나키스트라고

실제 그의 진심은 잘 모르겠다 이야기에서 lsquo나rsquo라고 하는 인물은

lsquo나rsquo가 아닌 것 같았기 때문에 그에게 물어볼 수도 없었다 이야기

내내 lsquo나rsquo가 lsquo나rsquo와 거리를 두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이것은 애초

설정 아들이 아버지 얘기를 대신 하고 있다는 전제를 잊어버리고 몰

입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진실로 lsquo나rsquo가 하는 얘기를 듣고 싶었다

그걸 기대하며 계속 읽어 나갔다

그렇다고 작가가 잘못했다는 것은 아니다 작가는 아버지를 lsquo나rsquo로

삼아 이 이야기를 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아버지는 요양시설에 갇

혀 있다가 자살을 했다 한번은 아들에게 죽여달라고 말한 적도 있다

아버지가 스스로 4층에서 뛰어내린 뒤에 아들은 아버지를 살려내야

만 했다 아버지의 구십 평생을 재구성한 이야기로 아버지가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아들로서 그렇게 해야 했을 것이다

아나키즘에 대해 몰라도 그것이 국가의 강제력을 원천부정 하는

것이고 막 혁명혁명 하는 것이고 짱돌을 들고 돌격하는 것이고 하

여튼 뭐 되게 센 거 라는 인상은 있었다 그런데 안토니오의 성격이

나 실제 삶은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땅을 늘리고 지켜내는 일

에만 관심이 있으며 폭력적이기까지 한 아버지와 형제들 사이에서 억

눌려 자랐다 지금 처한 곳이 지긋지긋하고 바보 같고 떠나고 싶었지

만 그래서 용감하게 시도도 했지만 실패했다 실패는 실패로 끝나지

않고 더 큰 것을 앗아갔다 유일한 친구의 죽음이 그것이었다 이러한

패턴의 실패는 그의 인생 전체에서 반복된다 혁명에 가담하고 lsquo납탄

동맹rsquo이라고 이름 붙인 동지들을 만나지만 혁명의 길은 실재하는 것

이기는 한지 아스라이 멀 뿐이고 가까이 잡히는 것은 오로지 동지의

죽음뿐이다 ldquo내 나이는 스물아홉이었다 청춘은 다 지났고 패배하

고 말았다는 자괴감이 들었다 당연하겠지만rdquo 스페인 피난민 행

렬에 끼어 프랑스의 생-시프리앵 해변으로 가면서 안토니오가 하는

생각이다 이때만 해도 나는 잠깐 힘을 냈다 이제 뭔가 반전이 펼쳐

지겠지 원래 해가 뜨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고들 하잖아 나 또한 지

금 스물아홉이고 청춘이 다 지났다는 그게 무엇인지 미처 먹어보지

도 못했다는 자각에 시달리고 있는 중이다 패배로 말할 것 같으면

그냥 맨날 하는 중이다 노동조합 활동이 그렇고 사람들과의 관계

일상생활 자아실현 거의 모든 면에서 그렇다 그래서 난 더더욱 저

구절에 희망을 걸었다 이제 진짜 아나키스트의 삶이 펼쳐지지 않겠

는가 그래야 이야기가 되지 않겠어

이 책은 자기계발서가 아니다 그 뒤로 펼쳐진 것은 전하고 비슷하

면서 동시에 전보다 더했다 갇혀 있다가 도망치고 다시 다른 곳에

갇히고 도망치고 그러는 사이사이 좋은 사람을 만나고 잃고 잃고

하는 식이었다 아 안토니오의 삶을 이렇게 간추려버리는 것이 정말

미안하다 근데 사실이 그렇다

해변에서 난민처럼 살다가 도망쳐 어느 농장에 강제로 보내진 안토

니오는 그 마을에서 자기 나이의 반도 안 되는 망아지 같은 여자애와

배가 맞아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안토니오는 이 시절이야말로 자기

46 47리뷰-서평

인생에서 가장 즐거웠던 시절이라고 단언한다 무려 lsquo행복rsquo이라는

낱말까지 써가면서 혁명의 이상과 가장 먼 곳에서 가장 행복했다는

것이 아니 그때만 유일하게 행복했다는 것이 뼈아프다 아마 그게 진

실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중반을 넘어가면서부터 lsquo추락rsquo은 본격화된다 그가 lsquo납

탄 동맹rsquo의 든든한 동지를 따라 lsquo사업rsquo에 발을 들이게 되기 때문이

다 돈이 엮이면 어떻게 흐르게 되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너무

지겹게 잘 알고 있다 그런 걸 이 만화에서까지 보고 싶지 않았는데

어쨌든 뛰어넘을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작가는 성실히 쓰고 있다

ldquo살아남으려면 체제에 맹목적으로 순응해야만 했다 단순히 지난

날의 이상을 버리면 되는 게 아니라 열렬한 신봉자가 되어야만 한다

는 것이다rdquo 세상을 뒤집어엎겠다는 큰 꿈만 버리고 lsquo보통rsquo으로 살

아가는 것은 가능하지 않았다 변절한 옛 동지들한테 뭐라고 할 것도

없이 안토니오는 속수무책으로 타락해간다 권력의 뒤통수를 치면서

자기가 권력을 꿰차고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를 두고 다른 욕망을 탐

하고 그러다 결국 자기도 뒤통수를 맞고 거지 신세가 된다 전복이니

혁명이니 하는 것은 꿈에서조차 등장하지 않고 lsquo속박rsquo을 견디지 못

하는 습성만 그놈의 lsquo아나키스트적인rsquo 것으로 남아서 그와 주변을 괴

롭힐 뿐이다

아 책이 채 반에 반도 남지 않았는데 안토니오는 예순 살이 되어

있었다 lsquo왕년에 혁명깨나 했지만 지금은 추한 빈털터리가 되어 아내

와도 끝내고 요양시설에 굴러들어온rsquo 예순 살이다 lsquo보통rsquo보다 못한

예순 살 나는 짜증이 나서 울고 싶었고 그만 읽을 뻔했다 하지만 끝

까지 읽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의 인생에서 마지막이자 유일한

lsquo승리rsquo는 그 뒤에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 승리가 자기 가슴에 붙어

실제로 내장을 갉아먹는 두더지를 떼어내버린 뒤에 스스로 스스로

의 죽음을 실행하는 것뿐이었다고 해도 그 과정을 꼭 지켜봐주었어

야 했다 왜냐하면 남 얘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오래전에 스페인

에서 살았다는 안토니오가 아무것도 개인을 억누르지 않는 자유로운

세상을 꿈꿨던 안토니오라는 사람이 대단하거나 멀게 느껴지지 않는

다 오히려 내가 내일도 마주치게 될 익숙한 사람들 중에 그 지친 얼

굴 하나하나에 안토니오가 보일 것 같다

제목에 속았다고 느꼈다 그런데 다 읽고 보니 작가는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 오히려 시작부터 진실을 말했다

ldquo그리고 또한 그분의 추락이 몇 초밖에 걸리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90년이라는 긴 시간이었다는 사실도 말이

다rdquo

이것은 lsquo추락rsquo에 관한 이야기라고 작가는 이미 알려주고 시작한

것이다 이것은 끝도 없는 추락의 이야기 이상을 가진 인간으로 태

어나서 실패하고 죽어간 이야기다 다시 말하지만 이 실패는 우리

모두가 나눠 먹고 있는 그 실패다 여기서 우리란 물론 우리 편을 말

한다 안토니오의 실패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 자기 가슴을

48 49기획연재-게임과 평화

뜯어먹는 두더지를 꿈에도 본 일이 없는 사람들 이 책이 음란하다고

lsquo청소년 유해매체rsquo 딱지를 붙인 사람들까지 말하는 것은 아니다 적

어도 lsquo우리rsquo는 안토니오라는 아나키스트의 아니 한 인간의 실패담

을 처음부터 끝까지 묵묵히 읽어갈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에도 불구하고 진짜 안토니오의 진짜 진실은

언제까지나 미지수로 남는다 그렇게 남겨야 한다 아무도 모르고 몰

라야만 하는 진실을 하나씩 가지고 있는 것이야말로 그가 그토록 되

고자 열망했던 lsquo개인rsquo일 것이기 때문이다 지우 | 전쟁없는세상 운영위원

게임을 통해 평화를 만드는 게 과연 가능할까 이 물음에 대한 답

을 대신하여 한 가지 게임을 소개하고자 한다

lsquo세계평화게임(World Peace Game)rsquo은 미국의 공립 초등학교 교

사 존 헌터(John Hunter)가 만든 대화형 게임이다 헌터는 1978년에

이 게임의 원형을 처음 만들었고 지금까지 세계를 돌아다니며 게임을

주최하고 있다 그의 활동은 lsquo세계평화와 4학년의 업적(World Peace

and Other 4th-Grade Achievements)rsquo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헌터는 2012년에 타임지가 선정한 교육

운동가 12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세계평화게임은 가로middot세로middot높이 4피트 크기의 4층짜리 아크릴

기획연재-게임과 평화

세계평화게임

50 51기획연재-게임과 평화

구조에서 진행되며 각 층은 바깥 우주와 대기 지표 해저를 상징한

다 거기에 경제력과 군사력이 서로 다른 4개 국가의 영토와 영공

육middot해middot공군 인공위성 잠수함 해저광산 등이 있다 (아무래도 이

아저씨가 숫자 4를 좋아하는 모양이다) 40여 명의 학생이 각국의 수

상 국무장관 국방장관 재무장관 감사원장 등을 맡아 내각을 구성

하고 역할 중에는 유엔이나 세계은행 무기상도 있다

게임의 목표는 이 가상세계에서 일어나는 민족 갈등 화학물질 누

출 핵 확산 물 분쟁 분리middot독립 운동 기근 동물의 멸종 지구온난

화와 같은 위기상황을 함께 해결하고 각국의 경제수준을 높이는 것

이다 학생들은 게임을 통해 권력과 파괴 전쟁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이해하고 장기적 계획과 전략을 세우는 법을 배운다

대화형(interactive) 게임이기에 엄밀하게 짜인 문서화된 규칙은 없

다 게임을 주도하는 것은 학생들이며 교사는 지켜보면서 상황을 정

세계평화게임을 하는 사람들

리하고 촉진하는 역할만 한다 헌터는 처음 교편을 잡았을 때 교사가

수업을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코 그래서는

안 된다는 믿음이 생겼다고 한다 그는 학생들의 집단지성이 자신보

다 훨씬 더 훌륭하다고 인정한다 헌터는 게임에서 실제로 일어난 몇

가지 흥미로운 사례를 소개한다

사례 1

한 학생이 가장 가난한 나라의 국방장관을 맡고 있었다 그 나라의

이웃에는 돈도 많고 기름도 풍부한 나라가 있었다 그런데 그 학생이

갑자기 수상의 명령도 어기고 인접국의 유전지역을 공격했다 학생은

그곳을 포위해 총 한 발 쏘지 않고 지역을 확보했다 인접국은 연료공

급이 차단되어 어떠한 군사행동도 취할 수 없었다 다른 아이들은 화

를 냈다

며칠 뒤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인접한 강대국이 전 세계를 점령

하기 위해 무력도발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학생은 사태의 추

이를 누구보다 먼저 파악하고 대규모 전쟁을 피하기 위해 소규모 전

쟁을 감행하는 냉철한 판단을 내렸던 것이다 학생들은 게임을 멈추

고 그의 판단이 옳았는지 조건에 따라 옳고 그름을 따져보는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사례 2

플라스틱 말로 표시되는 병사들이 전쟁에서 사망하면 군사령관이

52 53기획연재-게임과 평화

병사들의 가상의 부모에게 편지를 쓰는 시간을 가진다 한 번은 학생

의 제안으로 수업을 참관하던 학부모가 직접 편지를 읽게 되었다 편

지의 세 번째 줄을 읽으면서 학부모는 울음을 터뜨렸다 전투에서 병

사를 잃었다면 전쟁에서 승리해도 기쁘지 않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게

되었다 어떤 의미에서 모두가 전쟁에서 졌다는 사실을 말이다

사례 3

방과 후에 틈틈이 7주 동안 진행된 게임에서 세계은행의 재정정책

때문에 한 나라가 시작할 때보다 더 가난해졌다 (게임의 목표는 위기

상황을 해결하고 각국의 경제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게임을 마칠 시

간이 1분도 채 안 남았고 교실은 혼란에 빠졌다 소리를 지르거나 삿

대질을 하는 학생도 있었고 서류 뭉치를 흔들거나 교실을 뛰어다니

는 학생도 있었다

그때 한 학생이 종을 울리며 이렇게 말했다 ldquo세계은행이 모든 자

금을 끌어 모아서 모든 나라가 가난해졌습니다 지금 세계은행에는

6000억 달러가 있습니다 이 돈을 가난한 나라에 기부하려고 합니다

만약 그 나라가 이걸 수용하면 국가의 자산가치가 올라가고 그럼 우

리는 게임을 이기게 됩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rdquo 시간이 3초 정도

남았을 때였다 모두 그 나라의 수상만 바라보고 있었다 ldquo네rdquo 게임

은 이긴 것으로 끝났다

게임은 교과서와 다르다 게임에서 학습자는 lsquo평화란 무엇인가rsquo

라든지 lsquo평화를 어떻게 만드는가rsquo와 같이 주어진 문제에 대한 주어진

답을 저축하듯이 암기하지 않는다 문제를 만드는 것도 그에 대한 답

을 구성하는 것도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 자신과 동료들이다 이는 게

임의 본질이 바로 lsquo참여적 재현rsquo이라는 형식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

고 게임의 lsquo재미rsquo라는 요소가 이러한 참여를 유도한다 여기서 우리

는 맨 앞의 질문에 대한 모종의 답을 상상할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헌터의 말을 인용하며 글을 마친다

ldquo매 게임이 다릅니다 어떤 게임에서는 사회문제가 중요하고 어

떤 게임에서는 경제문제가 중요합니다 어떤 게임에서는 전쟁문제가

대두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부정하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그

게 인류의 현실이니까요 hellip 학생들은 무엇이 옳은 길인지 자기들만

의 방법으로 스스로 찾아냅니다 게임을 통해 저도 많은 것을 배웠습

니다 만약 학생들이 이 게임을 통해 비판적이고 창조적인 사고방식

을 배우고 세상을 이롭게 할 동력을 얻게 된다면 우리 모두를 구원할

지도 모릅니다 게임을 통해 배울 수만 있다면 말이죠rdquo

lsquo세계평화게임rsquo과 이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lsquo세계평화와 4학년의 업적rsquo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는 공식 페이지(httptheworldpeacegamecom)에서 얻을 수 있다

54 55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무기제로는 2013년 상반기 동안 13개 단체와 연대하여 국민연금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 캠페인은 확산탄과 같은 비

인도무기에 대한 금융기관의 투자가 중단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

으며 세부적으로는 ldquo1) 국민연금이 확산탄 생산기업인 한화 풍산에

투자를 철회한다rdquo ldquo2) 국민연금이 비인도무기 생산기업에 대한 투

자배재를 천명하는 윤리투자원칙을 제정한다rdquo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

왜 투자철회 캠페인인가 왜 국민연금인가

확산탄 캠페인에 있어 대상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확산탄의 수요자사용자인 국가이며 다른 한 축은 확산탄을 생산하는

박승호 | 무기제로 코디네이터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 경험 공유

기업들이다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캠페인의 요구가 확산탄을 전면적

으로 금지시키고 확산탄 오염지역을 정화하고 피해생존자들을 지원

하라는 것 등이 주를 이룬다면 기업을 대상으로 한 요구는 확산탄의

생산middot수출을 중단하라는 것이다

현재 한국 정부는 확산탄을 북한의 장사정포에 대응할 수 있는 핵

심전력으로 여기고 있으며 국제적인 확산탄 불법화 추세에도 불구하

고 확산탄을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무기제로는 국가를 대상으로 협약 가입을 촉구하는 캠페인보

다는 확산탄을 생산하는 기업이나 확산탄 생산을 지원하는 금융기관

에 대한 문제제기를 통해 확산탄에 대한 대중적 낙인화 효과를 불러

일으키는 것이 확산탄 금지운동에 더 효과적일 것이라 판단했다 하

지만 확산탄 생산기업인 한화와 풍산을 대상으로 어떤 캠페인을 벌여

도 이윤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기업이 윤리적인 비난만으로 핵심 사업

을 정리할 것 같지는 않았다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압박보다 더 효

과적인 방식은 바로 돈줄에 위협을 가하는 것이고 이 점에서 투자

철회 캠페인은 상대적으로 더 승산이 있는 캠페인이라는 판단이 있

었다 국민연금이 각각 한화 주식의 734(201112) 풍산 주식의

926(20129)를 보유하고 있는 확산탄 생산기업의 최대투자자라는

점 또 공적자금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있는 기관이라는 점 대

부분의 사람들이 월 일정액의 국민연금보험료 납부하고 있다는 점에

서 국민연금의 확산탄 투자 문제를 lsquo내 문제rsquo로 인식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국민연금이 투자철회 캠페인의 대상으로 결정되었다

56 57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무기제로의 과거 캠페인 경험을 통해서 볼 때 확산탄이 어떤 무기

인지 왜 확산탄이 금지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대중적 인식은 사실상

전무했다 확산탄이라는 특정한 무기를 금지하자는 캠페인의 슬로건

이 대중의 관심을 얻기 힘든 주제였다는 점에서 우리는 국민 대다

수가 자의든 타의든 월 일정액을 적립하고 있는 lsquo국민연금rsquo을 통해

lsquo당신의 돈이 국제적으로 금지된 무차별 살상무기를 만드는 데 쓰이

고 있다rsquo는 메시지를 전달해 사람들의 관심과 확산탄의 비인도성에

대한 낙인화를 동시에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해외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 사례

이번에 무기제로가 국민연금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을 진행한 것

은 해외에서 이미 성공적으로 진행된 투자철회 캠페인을 모델로 해서

기획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래에서는 무기제로가 참고했던 대

표적인 성공 사례 두 가지를 살펴보려 한다

- 네덜란드 연금기금 투자철회 사례

2007년 3월에 네덜란드 시사프로그램인 젬블라(Zembla)는 네덜란

드 유수의 연금기금이 확산탄 지뢰 등 비인도무기를 만드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 등 네덜란드 연금기금의 비윤리적 투자 문제

를 다룬 lsquoCluster bomb feelingrsquo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방영한

다 당시 방송을 통해 연기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게 된 대중의 분

노가 표출되면서 연기금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이 압력을 느끼게 되었

다 이에 다큐 제작 과정에 관여했던 시민단체인 팍스 크리스티(IKV

Pax Christi)는 다큐 방영 이후 연금 기관들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캠

페인을 시작하게 된다 금융기관들의 가장 큰 두려움이 ldquo사회적 이미

지 실추rdquo라는 점을 활용한 것인데 2011년 유럽 투자자들을 대상으

로 한 조사에서 거의 80의 투자자가 논란이 되는 무기에 대한 투자

가 명성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는 등 인식의

변화가 눈에 띄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2009년 팍스 크리스티는 페어핀(FairFin)과 공동으로 ldquo확산탄 세

계투자 공동의 책임rdquo 보고서를 발표했고 보고서 발표의 영향으로

연금 기금이나 금융기관들이 확산탄 생산기업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

는 사례가 발생한다 팍스 크리스티는 이뿐 아니라 정책 입안자들과

관계를 맺고 확산탄 투자 금지를 입법화하기에 나선다 2009년에 네

덜란드 의회가 확산탄 투자 금지 촉구 제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지

만 당시 과도 정부가 이를 거부했다 이후 확산탄금지협약 비준 등을

거치면서 상원에서 다시 한번 확산탄 투자 금지 제안이 상정되었고

2011년 말 정부가 이를 이행하기로 결정하면서 확산탄 투자 금지는

2013년 1월부터 효력을 발휘하게 되었다

주목할만한 점은 이 다큐가 방영되고 반향을 일으켰던 시점이 아직

확산탄금지협약이 체결되지 않은 시점이었다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경우는 다큐멘터리 방영으로 국민적 분노가 격화되면서 향후 확산탄

생산기업에 대한 연기금의 투자철회 결정뿐 아니라 네달란드가 확산

58 59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탄금지협약에 서명하는 등 확산탄을 전면적으로 금지시키는 데도 상

당한 영향을 미쳤다

- 영국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RBS) 투자 철회 사례

2011년 8월 앰네스티 영국지부가 팍스 크리스티 보고서를 바탕으

로 HSBC(홍콩middot상하이은행)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 등 주요 은행에

대한 투자 철회 캠페인(온라인 탄원)을 시작했다 캠페인 시작 1주일

만에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이 확산탄 투자를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밝

히게 된다 당시 이 은행은 앰네스티 회원들로부터 12000통의 이메

일을 받았으며 앰네스티가 진행하던 전국적인 광고 캠페인 등에 이

미지 손상을 두려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사례를 통해서 본 우리의 투자철회 캠페인

투자철회 캠페인은 기업들이 lsquo이미지rsquo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에

서 가능한 캠페인이다 위에서 다룬 두 사례는 각각 대중적인 영향력

을 가지고 있는 방송(네덜란드 시사프로그램 젬블라)과 시민단체(앰

네스티 영국지부)가 자국 금융기관(연금기금)이 국제적으로 큰 비난

을 받고 있는 비인도무기를 만드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으로 대중적인 단죄 또는 낙인화가 이루어지면서 자연스레

투자철회가 이어질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된 사례로 볼 수 있다 ldquo내

돈rdquo이 잔인한 무기를 만드는 데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림으로써 사

람들이 확산탄 문제를 ldquo내 문제rdquo로 인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

한 분위기가 형성되었을 때 해당 국가 내에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단체들이 이 문제를 공공의제로 만들어 냈고 이후 여론을 등에 업고

금융기관을 압박해 실제 투자철회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한국에서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진행된 캠페인은 아직 구체적인 성

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하지만 캠페인이 시작단계에 있으며 해외 사

례와 같이 대중적 영향력이 큰 매체가 이 문제를 다루는 등의 이슈 확

산의 계기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아직은 캠페인의 성과를 이야

기할 시점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또 대부분의 국가들이 확산탄금

지협약에 서명middot비준한 유럽의 경우와는 다르게 한국은 안보상의 이

유로 확산탄의 생산 배치를 고집하고 있으며 평화 무기 이슈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도도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 역시 감안해야 할 것이다

무기제로는 올해 12월 발표 예정인 ldquo확산탄 세계투자rdquo 보고서의

번역 발표 등 지속적 캠페인을 통해 국민연금의 확산탄 투자문제를

꾸준히 제기할 계획이며 적절한 타이밍에 대중적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내는 데 주력해 한화middot풍산에 대한 투자철회

및 확산탄에 대한 낙인화 등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참고httpstopclustermunitionsorghttpwwwstopexplosiveinvestmentsorghttpwzeroorg

60 61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기획연재-가람이의 좌충우돌 세상읽기

ldquo그건 저의 삶입니다rdquo

나름 | 전쟁없는세상 친구 + 스웨덴에서 공부하는 중

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ldquo대답하세요rdquo 아슬아슬하게 진행되던 그들의 대화 긴장이 최고

조에 이른다 대화가 중단되고 한 사람이 자리를 뜬다 그 사이 추궁

을 받던 이는 주위를 둘러본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고 어느 구석

자리에 멈춘다 시선이 고정된다 바로 자신에 관한 기사와 사진들을

발견한 것 벽에 빼곡히 붙어 있는 모습이 마치 수사 상황 같다 소리

를 쳤던 이가 돌아오고 그가 묻는다 ldquo이게 뭐죠rdquo ldquo그건 저의 일이

예요rdquo 추궁을 받던 이의 나직한 목소리 ldquo그건 저의 삶입니다rdquo 덴

마크 드라마 lt보운 (발음이 틀릴 수 있음)gt의 한 대목 덴마크 최초의

여성 총리를 그리고 있는 이 드라마는 첫 방영이 있고 1년 뒤 실제 여

성 총리가 등장하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문제의 대목은 이전 정부

에서 총리를 맡았던 여성이 선거를 앞두고 새로운 정당을 만들면서

시작된다 경제 정책을 담당할 인물을 영입했는데 옛소련의 간첩이었

62 63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대표의 측근이 검증을 하게 된다 이 측근은

소련 좌익 정당에서 일하다 자살한 여성에 대해 캐묻고 그 사람은 결

국 그 여성과의 관계를 비롯해 아픈 과거를 이야기하게 된다 이 장면

은 누군가의 삶에 대해 타인이 얼마나 쉽게 얘기하고 재단할 수 있는

지에 관해 생각하게 만든다 타인이 쉽게 말할 수 있는 그 무엇이 누

군가에게는 삶이요 상처다

누군가에게는

그렇다 타인에게는 그저 지시대로 하면 되는 일이 자신에게는 치

명적인 삶의 문제일 수 있다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 갈등의 연속이

다 최근 이 정도 수준은 아니지만 좀 복잡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주

제 넘게도 어떤 글을 외국어로 쓰고 있는데 유럽 학자와 미국 학자

사이에 끼어 고민이 된다 두 사람이 거의 정반대의 입장에서 글쓰기

에 관여하고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해 한 사람은 이쪽으로 가라고 하

는데 또 한 사람은 저쪽으로 가라고 한다 아직은 경력을 막 쌓기 시

작한 힘없는 나로서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다 두 사람 모

두 좋으신 분들이고 또 내게 중요한 역할을 할 분들이다 그런데 모

두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누구 장단에 맞춰야 할지 난감하

다 다른 점이 있다면 한 사람은 나의 가능성만을 보고 변함없는 신뢰

와 지지를 보여주었지만 또 한 사람은 그 정도는 아니라는 느낌 문

제는 나를 석연치 않게() 보는 듯한 이가 내 경력에서는 훨씬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나를 믿어주는 이의 방향에 맞

추기로 결정했는데 아무튼 쉽지 않은 문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깊이 고민하게 된 다른 문제가 있는데 바로

lsquo누구를 대상으로 이야기하는가rsquo에 관한 부분이다 어쩌다가 바다

건너에서 계속 있다 보니 나는 이쪽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야기를 해

오고 있다 이 사람들의 언어(주로 영어)로 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

는 이야기를 이 사람들 상황에 맞게 말이다 그런데hellip 이게 정말 내

가 원하는 일인가 잘 모르겠다 지금 굉장히 긴 분량의 또 다른 글을

쓰고 있는데 원래는 내가 비교적 잘 알고 있는 한국과 관련된 사건에

대해 얘기하려 했다 이 사건과 특별한 인연이 있고 관심도 많기 때문

이다 그런데 관계자는 특정 사건보다는 lsquo보편적인rsquo lsquo이론적rsquo 이야

기에 초점을 맞춰달라고 요구한다 그래야 이쪽 지역에서 읽히기 때

문이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이게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인가 내

가 정말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들은 누구인가 나는 누구를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는가 쉽게 답할 수 없는 물음들 그래도 나는 안다

적어도 당장은 먹고 사는 문제와 관련이 있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는 걸 물론 이런 고민은 나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바다건너에서

든 아니든)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누구나 살아가면서 어떤 식으

로든 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ldquo네가 행복해져야만helliprdquo

64 65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그런데 lsquo바다건너rsquo라는 부분에 뭔가 있는 것 같다 (나만의 착각

일 수 있지만) 외국에서 지내는 게 다른 사람들에게는 좀 괜찮게 보일

수 있지 않을까 뭔가 좀 있어 보이는 부끄럽지만 고백하건대 나 역

시 그런 생각을 전혀 안 했던 것은 아니다 뭔가 세련()된 것 같은

좀 달라보이는 어떤 면에서 (탈)식민 문제와 관련이 있다 그런데 직

접 생활하는 것은 역시 다르다 물론 철저히 나의 입장에서 그렇다는

이야기다 예컨대 자연환경도 좋고 구경갈 곳도 많은데 여행이나 휴

가를 가지 않느냐는 물음을 받곤 한다 그런데 가고 싶어도 일단 돈

이 없다(있어도 최대한 아껴야 한다) 방학 기간에 여기 저기 여행다

니는 유학생이나 현지인들 이야기를 들으면 나는 신기하기도 하고 부

럽기도 하다 에둘러 말하면 이 세상에 아름답거나 그렇지 않은 것은

없다 아름답게 느끼거나 그렇지 않게 느끼는 특정 맥락의 내가 있는

것이다 lt연애시대gt에도 나오지 않던가 ldquo네가 행복해져야만 이 세

상도 행복해진단다rdquo 그래서 서로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다 처음에

얘기한 드라마 장면 누구에게는 일이고 누구에게는 삶이다 뭔가를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될 이유

[나름대로 스웨덴 소식]

성소수자 탈의실 설치 (스웨덴 영문뉴스 lt로컬gt 2013 4 26)

스톡홀름에 있는 한 고등학교가 자신을 남성-여성으로 정체화하

지 않은 학생들을 위해 별도의 탈의실을 짓기로 했다 보도에 따르면

스웨덴에서는 첫 사례라고 한다 이 학교 학생위원회 관계자는 새로

운 탈의실은 사회의 젠더 규범에 불편해하는 학생들을 위한 것이라

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편 이 학교 선생님들은 수업 시간에 남성

(lsquo한rsquo)-여성(lsquo혼rsquo)을 넘어선 lsquo헨rsquo이라는 단어를 공식 사용하기도 하

고 학생들은 스톡홀름 성소수자 축제에 학생위원회 자격으로 참여한

첫 사례를 남기기도 했다

부유한 지역 적은 난민들 (스웨덴 국영 라디오 국제 2013 7

1)

스웨덴에서 예산이 많은 지역일수록 난민을 받는 데 소극적인 것으

로 나타났다 어느 일간지에 따르면 전국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 20

군데가 같은 수의 가장 부유한 지역들보다 5배 많은 난민을 받아들인

다고 한다 여기에 해당되는 부유한 지역들은 모두 현 정부의 보수 성

향 정당이 이끌어 가고 있다 이는 지난 5년 동안 스웨덴의 290개 지

역 단위를 비교한 결과다 관계자에 따르면 스웨덴 북쪽 지역으로 갈

수록 인구 부족 문제로 난민들이 환영을 받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66 67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효웅 | 병역거부자

일베한테 일베식으로 맞짱뜨기

일베충 종북게이다 좌빨 종북게이다

나님 네 다음 일베충

일베충 네 다음 종북게이

나님 나님이 종북게이라는 lsquo근거rsquo가 있음 주장하는 사람이 근거

를 제시해야 한다는 lsquo입증책임의 원칙rsquo도 모름 이 논리 종범아

일베충 요시 그럼 넌 내가 일베충이라는 근거는 있盧

나님 너한테 한 말 아니라 걍 혼잣말 한건데 내 발화의 지시대상

이 너라는 근거는 있盧

일베충 나한테 한 얘기잖아 이 종북게이야

나님 ㅇㅇ 인정 니 생긴 게 일베충같아서 일베충이라고 한 거임

얼굴에 써 있음

일베충 소설쓰지마라 ㅋㅋ 팩트 모르盧 내가 일베충이라는 팩트

를 대라 팩트를

나님 요시 니가 일베충이라는 lsquo최선의 설명으로서의 추론rsquo이라는

가설을 세워서 추론한 거임 나한테 종북게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lsquo현

상rsquo을 설명하기 위해서 너가 일베충이라는 lsquo가설rsquo을 세워 봤는데

ldquo니가 바로 일베충rdquo이기 때문에 ldquo따라서 나한테 종북게이라는 딱지

를 붙이는 것이다rdquo라는 현상이 아주 훌륭하게 설명력을 지닌 가설추

론이 되는 거임 원래 가설은 아무렇게나 세우는게 lsquo가설rsquo임 가설은

반증 가능성이 있는 게 당연하다고 포퍼가 그랬음 가설을 통해서 과

학과 범죄수사가 발전했음 만일 니가 일베충이 아니라면 너가 경쟁

가설을 주장하던가 내 추론에 문제가 있음을 제시하면 됨 왜 일베충

이라고 해서 찔림 도둑이 제 발 저림 일베충도 일베충이라는 말 듣

기가 부끄러움 너 포퍼가 누군지는 암

68 69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일베충 일베한다고 해서 다 무슨 사이코패스에 고인드립치는 패륜

아 인 줄 아냐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범하지 마라

나님 ㅋㅋㅋ요시 사이코패스에 패륜아라는 건 lsquo니가 한 말rsquo이고

lsquo니 생각rsquo임 내가 언제 너보고 사이코패스에 패륜아라고 했음 난

그냥 너가 일베한다는 lsquo사실rsquo을 진술문으로 말했을 뿐임 아 몰랐

네 너 사이코패스에 패륜아임

일베충 (ㅇㅂㅇ) 지금 일베충이라고 비하하는 거임 일베충이라는

말 자체에 비하가 있다

나님 자기들도 일베충이라고 자조적으로 비하하면서helliphellip

일베충 인권 좋아하는 감성팔이 인권쟁이들이 왜 우리의 인권은

도외시하는 거냐 북한 인권 군인 인권 일베충 인권

나님 일베충이 사람임 사람이 아니므니다

일베충 일베충도 사람이다 왜 사람이 아니냐

나님 lsquo일베충rsquo이라는 말은 일베를 하는 벌레라는 내포를 갖고 있

음 따라서 ldquo일베충은 벌레이다rdquo는 진리값이 항상 참인 분석명제이자

항진명제임 이 무식한 일베충아 그런데 ldquo일베충은 사람이다rdquo라고

한다면 그건 앞의 주어인 lsquo일베충rsquo에 이미 내포되어 있는 벌레라는

걸 부정하는 모순이 되는거임 이건 마치 ldquo삼각형은 동그라미이다rdquo

ldquo여성은 인간이 아니다rdquo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모순율에 어긋나

는 것임

일베충 (ㅇㅂㅇ) 인권 좋아하는 인권쟁이들이 우리들한테 인권이

없다니 역시 좌빨들은 이중성 쩌네 ㅋㅋㅋ모순 쩐다 위선자들 ㅋㅋ

ㅋㅋㅋ

나님 일베충이 그런 내포를 갖게 된 것은 공론장에서의 니들 행패

를 보고 내포가 그렇게 정해진 거임 억울하면 다시 태어나셈 근데

니가 인권이 뭔지는 아냐 어디 그래 lsquo인권rsquo의 정의가 뭐라고 생각

일베충 (ㅇㅂㅇ) 그건사전에 나와있다 ldquo사람이라면 누구나 누려

야할 권리rdquohelliphellip

나님 그런데 너님들은 왜 lsquo여성rsquo lsquo전라도rsquo 이런 사람들의 인권을

부정하고 비하하는 거임

일베충 일베라고 다 패륜아냐 성급한 일반화 모르盧 논리적 근

거를 대라

70 71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나님 아~그럼 여름 중에도 시원한 날이 며칠 있으니까 여름은 안

더운 거겠네 ㅋㅋㅋ 일베충 논리 보소 ㅋㅋㅋㅋ 너 말대로 일베의

lsquo모든rsquo회원이 그런 건 아닐 수도 있음 그러나 대다수가 그런 lsquo성

향rsquo을 갖고 있다면 성급한 일반화가 아니라 강한 통계적 귀납논증이

되는 거임 실지로 얼마 전 일베 게시물들의 키워드를 분석한 프로그

램 통계에 의하면 일베 사이트의 핵심 키워드들은 사회의 대다수 사

람들의 통념과 반대되는 게 맞는데 이 연가시야 사례가 많을수록

귀납논증은 강화되는 거고 너가 일반화라면 그렇지 않은 일베 회원

들이 더 많음을 니가 귀납적으로 논증을 해야 논파가 되는 거임 따라

서 ldquo일베충들은 대부분 사회적 낙오자에 학교에선 아싸고 생긴 건

베트남 쌀국수에 집에서 진격의 거인이나 보면서 연애 한 번 못해

보는 싸이코패스인데 사회적 약자들에 화풀이한다rdquo는 건 굉장히 강

한 귀납논증이 성립되는 거임 (ㅋㅋㅋ)

일베충 우리가 사회적 낙오자에 약자들에게 분풀이 한다는 팩트를

대라 팩트의 일베다 우리는 사실만을 얘기한다

나님 니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lsquo팩트rsquo에 대해서 너님들은 얼마나

알고 있음 너님 혹시 lsquo팩트rsquo가 뭔지는 암 사실과 사건 사태의 차

이점이 뭐임

일베충 0a 0

나님 ldquo쟤 성형수술했대rdquo ldquo너 전과자라며rdquo ldquo나 저번 시험에서

백점 맞았다~^^rdquo ldquo우리 집 50평이다 ^^rdquo ldquo우리 아들이 이번에 반

에서 1등했대요 호호호rdquo 이 문장들은 전부다 lsquo사실rsquo을 얘기하고 있

지만 이건 사실을 얘기하는 lsquo진술문rsquo이 아니라 비하하거나 잘난척

하는 lsquo행위rsquo를 하고 있는 lsquo수행문rsquo임 따라서 너님들이 이야기하고

있는 lsquo사실rsquo은 사실 해석과 반응 맥락에 따라서 굉장히 유동적인

것임 이처럼 사실인 척 위장하고 있는 문장들은 lsquo기술주의적 오류

(destriptive fallcy)rsquo임 또한 사실은 lsquo사물rsquo이 아니라 사물들의 연관

이라고 비트겐슈타인이 말한 것처럼 사실은 사실을 인식하고 말하는

사람의 주관에 달려있는 거임

일베충 전라도가 폭도였고 한국여자들이 성형하고 명품 밝히는 건

팩트다 이 멍청한 좌좀아 홍어들은 한반도를 떠나야하고 여자들은

삼일한(삼일에 한번씩 패야한다는 일베 용어)이라는 거다

나님 한국여성들의 명품 구매비율이나 성형비율이 높다는 lsquo사

실rsquo과 여성들을 패야한다는 lsquo당위rsquo가 어떤 관련이 있음 사실에서

어떻게 당위를 도출함 ldquo저 사람은 흑인이다rdquo라는 사실에서 ldquo따라

서 저 사람을 인종차별해야 한다rdquo라는 당위가 도출됨 ldquo너는 여자

다rdquo라는 사실로부터 ldquo따라서 너는 정숙해야한다rdquo라는 당위 도출되

지 않는 것처럼 이것 역시 철학자 GE 무어가 말한 lsquo자연주의적 오

류rsquo임 그러나 ldquo쟤 일베한다 따라서 박멸해야 한다rdquo는 만고산천에

72 73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불변하는 진리 이데아임 어디까지나 이런 논리나 철학은 사람한테

만 적용되므니다 이 살인 진드기야

일베충 (ㅇㅂㅇ) 광주사태가 홍어들 폭도였다는 거 역시 lsquo팩트rsquo

를 말한 거다 총들고 사람 죽이고 그게 잘한 거냐 이 씹선비야

나님 광주사태가 lsquo민주화운동rsquo이였다는건 공론장에서 의사소통적

논변에 근거한 합의를 통해 그 내포에 대한 일의적(一意的) 의미가 정

해진 사안임 너 혼자 민주화라는 용어를 lsquo홍어들의 폭동rsquo으로 재정

의하는 것은 이미 어느정도 사회적으로 통용된 내포를 너 혼자 바꿔

쓰는 lsquo은밀한 재정의의 오류rsquo이면서 동시에 lsquo자의적middot설득적 정의rsquo

인 거임 ldquo동성애자는 항문섹스만을 즐겨하는 에이즈 보균자이며 하

나님 앞에 죄인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rdquo라는 말이 동성애자에 대한

합의된 정의임 자기 혼자 쓰는 정의지 그리고 너희가 비하하는 전

라도 사람들은 전부다 폭도라던가 한국여자들은 명품에 성형에 환장

했다거나 하는 설명이 과학적이거나 팩트에 가까움 오히려 감정적

인 편견에 지나지 않는거 아님 통계 자료는 있음 논거 부재의 오

류 인신공격의 오류 은밀한 재정의의 오류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온갖 오류들의 향연임 이 애미 애비가 교육을 잘못시켜서 그 따위로

된 가정 교육 못 받은 일베충아

일베충 (ㅇㅂㅇ) 아아아아아우오오 씹선비 김치녀 홍어 홍어

나님 반사 ^^

일베충 (ㅇㅂㅇ) 우워워워좌좀 종북 좌빨 슨상님

나님 굴절 ^^

일베충 크어어어억 오유충 삼일한 김치녀 종특

나님 라고 말하는 놈 친일파 ^^

일베충 쩔뚜기 운지 하라보지 종북게이

나님 라고 말하는 놈 평생 쏠로 ^^

74

전쟁없는세상을 후원해 주신 분들

총 수입 총 지출 이월금 총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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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한 내역은 전쟁없는세상 홈페이지 lsquo망원동에서rsquo게시판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후원 회원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 부탁드립니다

가람 강돌 강민정 강성준 강소연 강은애 강은주 강지유 강진선 고동환 고은경

고태경 고희라 구종우 권순욱 권연재 권인숙 김경숙 김명섭 김미선 김미현 김민경

김민영 김박가온 김반지 김범준 김보미 김선미 김선옥 김선영 김성희 김세윤 김소현

김송이 김수용 김수정 김숙희 김영수 김영준 김영진 김영환 김영효 김용엽 김은주

김일애 김재홍 김주현 김준희 김중미 김지호 김태훈 김태환 김한보람 김현정 김훈태

김희석 김희순 꽁치 나동혁 나인희 날맹 노명래 덴마 류동훈 말식 명숙 문상현 문성호

문연정 박꽃님 박남식 박승호 박아름 박용희 박정경수 박지선 박창희 박채원 박태하

배사은 백가윤 보라 상우 서범석 설순일 소란 송명관 송병채 송준 송지혜 수하

숲이아 시와 신기현 신유아 신은재 신희권 아하 아침 아키오 안지환 양선화 양지혜

여문정 여옥 여은 여지우 염창근 오리 오성민오정록 오하린 오학준 우경환 우공

우완 우성섭 우지연 위양자 유은정 유현미 윤민순 윤정하 윤정화 윤지환 윤혜정

은국 은종복 은혜와평화교회 이갑수 이기영 이덕현 이비함 이상길 이선아

이선영 이선옥 이세현 이승규 이연희 이영롱 이용석 이재환 이준규 이준호 이현우

이희진 임재성 임태훈 장대환 장미희 장샤론 장정혜 장현진 전기화 전길수 전범준

전영욱 정상민 정우진 정인철 정주열 정출균 정혁 정현채 정혜윤 조명래 조은 조익진

조정의민 주관수 지은 진진 진현호 진흙 차명수 참새 채승우 최민아 최성진 타랑

편설란 하동기 하승우 한광주 한주훈 햄 홍수봉 홍수영 홍이 홍창욱 황명규 황예랑

2013년 5월1일 ~ 7월 31일

Page 2: 전쟁없는세상 소식지 38호(2013년 8월)

Wo

rld

Wit

ho

ut W

ar전쟁없는세상 38호 소식지

차례

발행처 전쟁없는세상발행일 2013년 8월 1일제호 전쟁없는세상 소식지 37호연락처 02-6401-0514주소 서울시 마포구 망원동 422-9번지 3층 (121-230)httpwwwwithoutwarorg peacewithoutwarorg

인쇄기획 한울타리 서울시 동대문구 제기2동 137-69(130-062)연락처 02-924-96412 팩스 02-927-5104

소식지를 내며 Editorial 1

평화주의자 노트 Essay

나를 휘두를 수 있는 힘을 쉽게 내주지 않는다는 것 2

병영국가 만들기rsquo에 저항하기-반 군사주의 국제 행동의 날 소식

9

나는 정의와 평화에 대한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다 13

기획기사 Special

Intro - 기업에 저항하기 19

어떻게 기업에 저항할 것인가 20

기업의 인권 침해에 대응하기 29

기업에 저항하는 국내외 운동의 사례들 37

리뷰-책amp영화 Review-BookampMovie

lsquo실패rsquo를 함께 읽는 일 42

기획연재 Series

게임과 평화 - 세계평화게임 49

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 확산탄 투자 철회 캠페인 경험 공유

54

가람이의 좌충우돌 세상읽기 19화 60

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 ldquo그건 저의 삶입니다rdquo 61

효웅의 꾸잉꾸잉 - 일베한테 일베식으로 맞짱 뜨기 66

재정보고 Report

후원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74

평화수감자들한테 편지 써 주세요

강정에서 제주해군기지 저지활동을 하다가 수감된 분들입니다

양윤모제주시 오라2동 161번지 301번 (690-162) - 제주교도소

김영재제주시 오라2동 161번지 435번 (690-162) - 제주교도소

송강호 제주시 오라2동 161번지 409번 (690-162) - 제주교도소

박도현제주시 오라2동 161번지 535번 (690-162) - 제주교도소

1소식지를 내며

소식지를 내며

지우 | 전쟁없는세상 운영위원

올여름 전쟁없는세상은 lsquo2013년 평화캠프 - 초심자를 위한 비폭

력 트레이닝rsquo을 진행합니다 이 작은 캠프가 한국 사회의 변혁을 위

한 전략적인 비폭력 투쟁의 씨앗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이번 소식지 기획기사는 lsquo기업에 저항하는 방법rsquo입니다 평화활동

가들이 싸워야 할 대상은 국가만 있는 게 아닙니다 제주해군기지를

건설하는 삼성물산이나 비인도무기인 확산탄을 생산하는 한화와 풍

산처럼 말이죠 평화운동뿐 아니라 노동운동과 생태운동 등 다른 사

회운동들도 국경을 넘나드는 자본의 권력에 맞서 분투하고 있습니

다 그런데 기업과 싸우는 것은 국가를 상대할 때와는 다릅니다 그래

서 전쟁없는세상은 다른 단체들과 함께 lsquo어떻게 기업에 저항할 것인

가rsquo라는 제목의 워크숍을 7월에 진행했습니다 워크숍에서 이야기

되었던 내용들을 중심으로 이번 호 기획기사를 구성하였습니다

그리고 지난 호 소식지에 실렸던 lsquo게임과 평화rsquo가 연재를 시작합니

다 게임을 통한 평화 만들기라는 야심찬 주제를 가지고 다양한 질문

들을 던져보고자 합니다 기대해주세요

2 3평화주의자 노트

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 내가 살아 왔던 태도가 어땠는지에 대

한 생각에까지 이르게 됐다 많은 순간 상대(구체적인 인물이기도 했

고 제도이기도 했던)에게 나를 휘두를 권한들을 내주면서 살아 왔다

는 걸 알게 됐다 그것들에 맞서 lsquo제대로rsquo 싸워 본 적이 없다는 것도

싸워 보기도 전에 lsquo어차피 힘들다rsquo며 냉소한 적이 많다는 것도 그

제야 새삼 알게 됐다 권리 권한 등을 되찾기 위해 어떻게 싸워야 할

지 나에게 그런 힘이 있기나 할지 모든 것이 막막하고 불안했지만

불안과 걱정들을 안고서라도 한 번 해보자고 마음먹게 되었다 아마

모두가 비슷한 마음이었을 것이다

막상 노조를 만들고 나니 개인적으로 티 나게 괴롭히거나 하는 일

은 (생각보다) 드물었다 상대가 어떻게 나올까를 끊임없이 계산하고

예측했던 것이 일정 정도 나의 망상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상대가 생

각보다 그렇게 강하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나의 망상 속에서 상대는

늘 나보다 강했다) 그동안 제한해 왔던 목소리를 조금씩 높여 가는

경험은 숨겨져 있던 나의 힘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그 자체로 소중한

경험이었다(물론 lsquo함께rsquo여서 가능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묘하게 위

축되는 일들도 늘어만 갔다 일방에게 독점되었던 기준과 권한에 문

제 제기하는 내(우리)가 부적응자 무능력자 괜한 열등감에 사로잡혀

사사건건 딴죽을 거는 사람처럼 비치지는 않을까 하는 조바심 때문이

었다 그리고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그 묘한 위축감을 조성하는 프

레임은 거의 매 순간 이용되었다

평화주의자 노트

나를 휘두를 수 있는 힘을 쉽게 내주지 않는다는 것

미선 | 출판노동자

관리자들과의 감정적 껄끄러움 그로 인한 불이익 인정받는 중심

으로부터의 전적인 배제helliphellip 노동조합을 처음 시작하려고 했을 때

솔직히 걱정되고 고민되었던 부분이었다(다른 분들은 어땠는지 잘은

모르겠다) 이제 겨우 lsquo신입rsquo이라는 꼬리표를 뗀 입장에서 업무지시

를 하고 결재를 하는 관리자들과 조합활동으로 인해 사이가 틀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은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lsquo기준rsquo이라는 것이 전적

으로 저들에게 있(다고 생각되)는 상황에서 마음만 먹으면 나를 충분

히 괴롭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저마다의 불안 속에서 갈팡질팡하던 가운데 이제는 노조를 준비

할지 말지 확실히 결정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순간이 있었다 생

각을 정리하기 위해 며칠간 끙끙대고 글을 썼던 기억이 난다 그간의

회사생활이 어땠는지 나는 왜 노조 활동을 하고 싶은 것인지 그렇

4 5평화주의자 노트

그로부터 몇 개월 후 SNS를 통한 노사 간 공방에서도 사측은 노조

원들을 lsquo일도 제대로 못하고 배우려는 의지도 없는rsquo 이로 빗대는 프

레임을 곧잘 활용하곤 했다 사태에 있어 전혀 핵심적인 문제가 아님

에도 자주 거론되었다는 것은 이 프레임이 대내외적으로 얼마나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지를 방증해 주었다 그리고 실제로 순간순간

lsquo내가 지금 일은 똑바로 하고 있나rsquo하는 의식이 올라와 위축되곤

했으니 임상적으로도() 효과가 확인된 셈이다

걸려들 수밖에 없는 덫 규율과 기준

선(線)을 구획하는 것은 자연도 신도 아닌 사소하고 우연한 권력

들이다 이 권력을 가시화해야 한다

― 정희진 ldquo배제되지 않기 위해 포함되길 거부하라rdquo 한겨레신

문 2013년 2월 1일

앞서 말한 식으로 상황을 지저분하게 만드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

다 일상적으로 구성원들을 압박할 수 있는 lsquo규율rsquo과 lsquo기준rsquo이라는

덫을 곳곳에 설치하면 된다 그리고 구성원들이 계속해서 그 기준을

달성하지 못하게 하고 이로 인한 심리적인 위축감을 느끼게 하면 된

다 우리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잦은 야근으로 탄력적인 출퇴근 시간

에 이미 몸이 맞추어져 있던 노동자들에게 어느 날부터 갑자기 (일방

적으로) 정시 출퇴근을 요구하고 하루에 교정을 30쪽 남짓 보던 노

기준lsquo미달rsquo들은 조용히 하라고

올 해 초 조합원들의 마음을 잠시나마 심하게 흔들어 놓은 사건이

있었다 연초에 갑작스레 이루어진 비조합원 중심의 승진을 두고 조

합 차원에서 문제 제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이에 대해 사측이 lsquo평

가rsquo라는 이름으로 인격적인 모멸감이 느껴질 만큼 가혹하게 조합원

들의 업무역량을 깎아내리는 글을 게시했던 것이다 현격한 업무역량

차이 때문에 비조합원들이 승진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이다

노조는 ldquo승진한 이들의 역량이 떨어진다rdquo는 식으로 문제 제기를 하

지 않았다 은연중에 그런 뉘앙스를 준 것은 아닌지 해당 문제 제기

를 몇 차례 거듭해서 읽어 봐도 그건 아니었다 노조가 문제의식을 느

끼고 견제하고자 했던 것이 사측의 일방적인 lsquo인사권 남용rsquo이었음

은 누가 봐도 자명한 일이었다 차라리 lsquo회사의 인사권은 노조가 침

범해서는 안 될 영역rsquo이라는 형식적인 답변만 왔더라면 나았을 것이

다 사측은 문제를 의도적으로 지저분하게 만들어 버렸다 간단히 말

해 ldquo자격도 안 되는 기준미달의 놈들이 기준에 문제 제기를 한다rdquo

는 것이었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간단하게 회사의 논리를 반박할 수

있었다 ldquo의도적인 오독으로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있으며 평가라는

이름으로 심각한 수준의 인격모독을 행하고 있다rdquo고 말이다 하지만

구성원들은 이미 상당한 심리적 충격과 위축감을 느낀 후였다(덧붙이

자면 사측은 예상대로() 여기에 대해 제대로 된 해명은 물론이고 단

한마디의 사과도 하지 않았다)

6 7평화주의자 노트

작은 것을 위한 분투가 필요한 이유

기존 규범을 문제 삼지 않고 그 안에서 약자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이중 메시지에 lsquo자발적으로rsquo 수갑을 채우는 행위다 사회

가 당연시하는 사유의 경로를 추적하는 것이 지성이고 운동이다

권력의 법칙을 해체(즉 인식)하지 않는 저항은 lsquo반칙rsquo lsquo불평불

만rsquo lsquo낙오자의 불복rsquo 심지어 lsquo역차별의 가해자rsquo라는 엉뚱한 비

난을 뒤집어쓴다 ― 정희진 같은 글

lsquo기준과 규율에 대한 승복이냐 불복이냐rsquo라는 이분법적 딜레마

를 넘어 이걸 누가 왜 정했는지를 묻는 것 모두가 동의하고 공감하

는 lsquo규칙rsquo(ne규율)을 다시 세우는 것 그리하여 일방적으로 정한 규

율과 처벌(보상)로 인해 발생하는 자기착취와 자기소모를 막아내는

것(표면적으로 행해지는 노동착취를 막아야 함은 물론이다) 우리의

노동조건을 바꾼다는 것은 이러한 과정을 전제에 두고 진행되어야 한

다는 걸 새삼 느낀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그것이 우

리를 배제하고 착취middot소모시킨다면 바꾸기 위해 분투해야만 한다는

것도 말이다

작은 것 하나에서 나를 휘두를 수 있는 권한을 쉽게 내주는 순간

프레임은 이미 저쪽에 유리하게 구성되는 듯하다 우리는 사소한 것

하나 내준 것이라 생각하지만 역으로 또 사소한 것 하나에도 쉽게 주

눅 들게 된다 이제 lsquo기준미달rsquo lsquo낙오자의 불복rsquo이라는 불명예와 그

동자들에게 앞으로 50쪽 이상씩을 보라고 하는 등 갑작스런 노동조

건의 변화가 있었다 그리하여 정시까지 출근을 못하는 노동자에게는

lsquo태도가 방만rsquo하다는 꼬리표가 붙여지고(사측의 당초 계획대로라면

분 단위의 임금도 삭감당하면서) 갑자기 늘어난 조업량에 문제를 제

기하면 lsquo회사의 경영난에 나 몰라라 하는 노동자rsquo라며 비난을 듣기에

이르렀다

이 규율과 기준에서 벗어나지 않도록(덫에 걸리지 않도록) 자신을

더 통제할 것인가 갈등을 감수하면서 이 규율과 기준 자체에 문제 제

기할 것인가 여기서 딜레마가 생긴다 한편으로는 나 역시 기준에서

크게 어긋나는 것 없이 잘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혹시나 내

가 이 기준에 부합할 능력이 부족해서이지는 않은지 스스로를 의심하

게 되기 때문이다 일견 내가 조금만 노력하면 별다른 갈등 없이 그

냥 넘어갈 수도 있을 것처럼 보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애초에 걸리는

놈들을 잡아내려 하는 선이 어디 유연하던가 한 달에 총합 10분 남

짓한 지각으로 관리자에게 불려가 lsquo경고rsquo를 받는가 하면 그게 누적

되어 경위서를 제출해야 했던 구성원도 생겨났다 눈 밖에 나면 정해

진 점심시간에서 2분 남짓하게 늦게 들어와도 허용되는 법이 없다

lsquo경고rsquo까지는 아니더라도 빈정거리는 상사의 핀잔을 감내해야 한

다 이 모든 게 lsquo부당rsquo하다는 생각은 들어도 입 밖으로 부당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누가 왜 정해 놓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칼같이

정해진 선이기 때문이다

8 9평화주의자 노트

로 인한 위축감을 넘어 나를 저들 멋대로 휘두를 수 있는 어느 것 하

나 쉽게 내주지 않는 데서 보람과 의미를 찾아보려 한다 저들이 작은

것 하나를 정하더라도 우리의 눈치를 보게 되고 노동자들 대하길 어

려워할수록 lsquo우리rsquo의 싸움은 성공한 게 될 것이다

현재도 그린비출판사 노동조합은 lsquo출퇴근기록rsquo을 둘러싼 문제로 1

년 넘게 싸우는 중이다 지금까지 그래 왔듯 쉽게 내주진 않을 것이

다^^

평화주의자 노트

요즘 MBC예능프로그램 lsquo일요일 일요일 밤에rsquo에서는 연예인들이

군대 체험을 하는 lt리얼 입대 프로젝트 ldquo진짜 사나이rdquogt라는 코너가

한창 방영 중이다 한국의 군사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까지 등

장해 군대에 적응해가는 모습을 보여 주며 lsquo군대를 다녀온 남자가 진

짜 남자rsquo라는 신화를 전국구 방송으로 유포시키고 있다 한국은 과거

에 전쟁을 준비하는 훈련을 교육 과정 속에 편입시켜 진행한 전력이

있다 남성들은 군복 비슷한 옷을 입고 총을 들고 훈련을 받고 여성

들은 붕대 싸매는 방법을 배웠다는 교련 과목은 이미 사라진 지 몇 년

이 지났지만 한국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아직도 병영 국가임을 더 공

고히 하는 lsquo교육rsquo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 6월 14일은 반군사주의 국제 행동의 날이었다 반군사

숲이아 | 전쟁없는세상 운영위원

lsquo병영국가 만들기rsquo에 저항하기-반군사주의 국제 행동의 날 소식

10 11평화주의자 노트

주의 국제 행동의 날은 전쟁저항자 인터내셔널 (War Resisterrsquo

s Internatoinal)에서 2013년부터 조직한 캠페인이다 반군사주의 국

제 행동의 날은 특히 교육과 연구에 있어 반군사주의를 요구하는 것

을 목표로 삼았다 전 세계 많은 곳에서 군은 교육제도에 상당한 존재

감와 영향력을 갖고 있다 이런 군의 존재와 영향력은 군대가 학교를

방문해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것에서 수업을 진행하는 것 모험 활동

을 운영하고 수업 자료를 지원하는 것까지 그리고 사관학교부터 군

사 연구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것에까지 이른다 군이 교육에 참여

하는 두 가지 주요 목적은 젊은 사람들을 군대로 끌어들이는 것과 함

께 정책의 도구로써 전쟁과 전쟁준비를 정상화시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균형 잡힌 논쟁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왜냐하면 분쟁 해결에

대한 대안적인 관점에는 군대처럼 똑같은 특권적인 접근이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군사연구는 많은 공립대학의 과학 공

학 기술 학과에서 이루어지는 연구에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이렇게

군대와 전쟁을 위한 연구들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한편 사회적으로 더

유용한 연구들은 뒷전이 되기 일쑤다

올해에는 남아프리카 독일 이스라엘 인도 등 최소 11곳이 넘는

나라에서 피켓팅 거리 연극 워크샵과 같은 여러 가지 다양한 활동이

펼쳐졌다

이스라엘에서는 뉴 프로파일(New Profile) 평화를 위한 여성 연

대 (Womenrsquos Coalition for Peace) 미국친우봉사회(American

Friends Service Committee )세 개 단체가 연대하여 텔아비브에서

교육영역의 군 개입을 시각화하는 거리 극장을 열었다 3일 동안 행

동이 이어진 독일에서는 6월 14일 언데드 복장을 입을 항의자들이 쾰

른에 있는 Herder 학교 앞에 나타났다 그들은 군대의 프로파간다를

전복시키는 내용을 담은 현수막를 들었다 이외에도 13일부터 15일

까지 가두 행진을 비롯하여 여러 활동이 있었다 남아프리카 요하네

스버그에서는 ldquo라스트 킹(The Last King of Scotland)rdquo 상영회가

열렸다 영화 상영 뒤에는 참가자들이 영화를 어떻게 느꼈고 그것이

현재와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관해 풍성한 토론이 벌어졌다 미국에

서는 워싱턴 시애틀에서 몇몇 단체들의 행동이 있었다 Garfield 고

등학교 앞에서 플랜카드와 피켓을 들었다 Garfield 고등학교는 지난

2005년 학부모 교사 학생 연합에서 신병모집관이 학교에서 환영받지

않는다고 언급했던 곳이다

한국에서는 올해 시작한 반군사주의 국제 행동의 날에 참여할 여

건이 되지 않아 지나쳤지만 다음 해 부터는 어떤 방식으로 참여 해

볼지 고민해 보면 좋겠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는 전쟁 lsquo기념rsquo

관으로 소풍을 가고 lsquo군기rsquo를 잡아 준다는 명목 아래 청소년들을 대

상으로 하는 무허가 해병대 캠프가 기승을 부리는 이 사회에서 교육

과 반군사주의를 고민하다보면 할 수 있는 행동들은 차고 넘쳐날 것

같다 미디어를 통해 학교 밖 교육 과정을 통해 우리는 여전히 군대

에 대한 잘못된 신화를 주입받고 있다 미디어의 영향력을 생각해 보

12 13평화주의자 노트

면 lt진짜 사나이gt가 방영하고 있을 때 나 혼자 보기 싫다고 TV채널

을 돌려 버리면 그만인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군사주의를 교육하며 군

대와 교육 학문 분야가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사회에 어떻게 함께 대

응하고 저항해 나갈 것인가 하는 고민이 필요하다 ldquo군대 갔다 와야

사람 된다rdquo는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사람을 한 순간에 사람이 아닌

존재로 만들어 버리는 무시무시한 말이 잘못되었다는 인식을 갖고 우

리 사회가 lt진짜 사나이gt와 같은 코너에 대해 경계할 수 있게 될 때

국방부와 관련된 과학 기술 연구 예산이 대신 교육이나 복지와 같은

곳에 쓰일 수 있을 때 병영 국가 만들기가 중단되는 때가 오기를 간

절히 고대해 본다 고등학교에서 단체로 갔던 해병대 캠프에서 다섯

명의 학생들이 죽음을 맞이하는 일은 더 이상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

전 세계에서 벌어진 반군사주의 행동의 날에 대한 더 자세한 상황

공유는 전쟁저항자 인터내셔널 리포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wwwwri-irgorgReportsDayOfAction

평화주의자 노트

현역입영예정일인 6월 24일 오후 2시 난 훈련소에 가지 않았다

나는 모든 억압과 착취 불평등과 부정의에 반대하는 사회주의자로서

의 신념에 따라 이런 결정을 내렸다 나는 이 소견서를 통해 내 신념

을 밝히고자 한다

교과서에선 모든 사람들에게 lsquo국방의 의무rsquo가 부과된다고 가르쳤

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형제와 가족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군

대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남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군대를 가야 한다고 말하고 군대에 가지 않는 것은 비겁한 일로 여긴

다 나 또한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겉모습만 봐선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어떤 것은 그 껍질

이 외부로부터 내용물을 보호하는 것처럼 보이기만 할 뿐 실제론 내

김무석 | 노동자연대학생그룹 활동가

나는 정의와 평화에 대한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다

14 15평화주의자 노트

용물을 가두기 위해 존재하는 것일 수도 있다

군대는 어떠한가 이 나라의 군대는 정말 평범한 민중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 아니면 평범한 민중을 억압하기 위해 존재하

는 것인가

나는 군대가 계급으로 나뉜 자본주의에서 소수 지배자가 다수 민중

을 억압하고 지배하기 위한 대표적인 억압 기구라고 생각한다

박정희의 군대는 1961년 516 군사정변을 일으켰다 1964년엔 베

트남 전쟁에 참전해서 미국의 민족 억압과 학살을 지원했다 1979년

10월 박정희의 유신독재에 항거해 부마항쟁이 벌어지자 군대는 대검

을 들고 민주주의를 외치는 시민들을 진압했다전두환 시절 군대는

1979년 1212 군사 반란을 일으켰고 1980년 517 쿠데타를 일으켰

다 518 광주 항쟁에서 발포해 시민들을 학살한 것도 이 나라의 군

대였다

이런 일들이 군사정권에서만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은 군사 정권이

끝난 뒤에도 군대의 역할이 크게 변하지 않은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3년 이 나라의 군대는 미국의 이라크 점령에

동원되었다 이 전쟁에서 미국은 수십만 명을 학살했고 2백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난민으로 만들었다 2006년 미군기지 이전에 반대한

평택 대추리의 주민들과 활동가들의 평화를 요구한 목소리는 군대의

군홧발에 무참히 짓밟혔다

강제로 동원되어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었던 사병들은 또 다른 희

생자들이었다 이처럼 군대는 평범한 민중의 이익과는 상관없이 소수

권력자들의 도구로 활용되어 왔다

지배계급의 도구

자본주의 체제의 권력자들이 군대를 이용한 목적은 두 가지였다

지배자들은 자국의 민중들을 억압하기 위한 수단으로 또한 타국과의

군사적 패권 경쟁을 위한 수단으로 군대를 이용했다

지배자들은 동의와 설득으로 지배를 유지하려고도 했지만 궁극적

으로는 군대 경찰 감옥과 같은 억압기구를 필요로 한다 군사정권

시절에는 이 폭력이 노골적으로 전면에 드러났다 이 나라에서 노동

자middot민중이 벌인 투쟁으로 이 억압기구들이 뒷켠으로 물러나긴 했다

그러나 평택 미군기지 이전 반대 시위 진압에 군대가 투입된 것이나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점거 파업에 경찰 특공대가 투입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지배자들은 결정적인 순간에 늘 폭력과 억압에 의존해 왔

지배자들은 지정학적 경쟁에서 우위에 서기 위해서도 군대를 활용

한다 베트남과 이라크에 파병된 군대는 미국의 점령과 학살을 도왔

고 이 나라의 지배자들은 파병을 통해 군사적 영향력을 높이려 했다

지배자들의 한미 동맹 전략은 지금도 전혀 변하지 않았다 박근혜 정

16 17평화주의자 노트

부는 첨단무기가 동원된 한미 합동군사훈련에 참가했고 미국이 중국

을 겨냥해 추진하고 있는 MD에 참여할 절차를 밟고 있다 MD 참여

는 이 나라가 미국과 중국의 군사적 갈등에 더 쉽게 휘말리는 위험천

만한 일이 될 수 있다 미국의 패권 강화의 발판이 될 제주해군기지는

건설 과정부터 주민들을 탄압해 lsquo제주해적기지rsquo라고 불렸다 주민과

활동가 성직자에게 가해지는 경찰들의 폭력은 용인됐고 여기에 저

항하는 사람들은 연행되고 벌금을 물고 구속되었다

난 이처럼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미국의 세계 패권 전략을 뒷받침

하고 자국의 민중을 억압하는 데 이용되는 이 나라의 군대에 입대하

기를 거부한다

무고한 젊은이들을 억압하고 희생시키는 군대

부와 권력을 독점한 권력자들은 소수이기 때문에 군대는 압도 다

수인 노동자와 민중의 자녀들로 구성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지배

계급은 군대를 통제하기 위하여 상명하복의 억압적 위계질서를 적용

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2013년 1월 30일 발표된 lsquo군 인권실태 연구

보고서rsquo에 따르면 85퍼센트의 응답자가 군대에서 구타당한 적이 있

다고 답했다 lsquo탈영 또는 자살하고 싶다rsquo는 생각이 들었다는 병사는

346퍼센트였으며 5년 간 실제로 자살한 군인의 숫자는 368명이었

최근 군대 내에서 가혹행위로 자살한 경우 국가유공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결정이 있었지만 이미 무고하게 희생된 젊은이들의 삶은 어

떤 것으로도 보상해줄 수 없다 lsquo국방의 의무rsquo를 준수하라고 앞장서

요구하는 권력자들은 역겹게도 정작 자신들의 자녀는 어떻게든 군대

에 보내지 않으려 한다 lt이제는 말할 수 있다gt의 lsquo신의 아들과의 전

쟁rsquo편(MBC2004)은 진짜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군대가 자신의

의무가 아니라는 것을 폭로했다

권력층과 부유층 예를 들면 재벌가의 병역 비리는 강력한 권력과

결탁되어 있기 때문에 건드릴 수 없었고 과거 광범위하게 이루어진

병역비리 군middot검 합동수사도 결국 내부 권력 -기무사와 군middot검찰-

이 좌절시켰다는 것이다

지배자들은 북한의 위협을 빌미로 군대와 안보 논리를 정당화해 왔

다 그러나 북한의 지배계급과 남한의 지배계급은 서로 적대적 경쟁

을 하면서도 서로의 존재를 정당화 해 왔다 반면 북한의 평범한 젊

은이들과 남한의 젊은이들은 그 과정에서 모두 희생되고 억압받는다

두 국가가 젊은이들을 군대에 동원하는 논리는 거울을 두고 마주보는

것 같이 똑같다 김정은 정권의 이해관계를 위해 젊은이들을 희생시

키는 군대와 박근혜 정권의 이해관계를 위해 젊은이들을 희생시키는

군대는 별로 다르지 않다

신념을 지키기

18 19기획기사 - 인트로

지금까지 평화주의적 종교적 정치적 신념에 의해서 병역을 거부

해 온 사람들이 1만 7천여 명에 이른다 각자의 신념은 달라도 그들

은 자신의 신념을 지키려고 감옥을 선택했다 나 또한 신념에 따른 행

동으로 감옥에 가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나는 감옥에

서 군대보다 더 큰 억압을 경험해야 한다는 것과 감옥에서 나온 뒤

에도 사회적 차별을 감내해야 한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따라서 lsquo감

옥을 선택한다rsquo는 것은 단지 군대인가 감옥인가 하는 선택을 넘어서

lsquo어떤 삶을 살 것인가rsquo하는 질문과 마주치는 과정일 수밖에 없었다

만약 내 삶의 목표가 이 체제가 강요하는 경쟁과 생존의 논리에 타

협한 삶을 사는 것이었다면 이런 선택을 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

러나 내 삶의 목표는 부조리와 모순에 가득 찬 이 사회의 변혁에 기여

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는 내 신념을 지키고 그에 따른 억압과 고통을

감내하는 선택을 할 수 있었다

나는 내가 겪을 모든 개인적 손해에도 불구하고 신념에 따라 이 나

라의 군대에 입대하길 거부한다

2013년 6월 25일 병역 거부를 선언하며

그동안 한국 사회운동은 주로 국가와 싸워왔습니다 덕분에 각 운

동영역에서 국가 기관을 상대하는 노하우는 많이 쌓여있습니다

법적으로는 어떤 절차를 활용할 수 있는지 국제적으로는 어떤 기

구들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지 국내에서 여론을 확산시키고 상

황을 알려내는 것은 어떻게 하면 좋은지 단체마다 나름의 방식들

이 있습니다

기업의 힘은 갈수록 거대해져 국가의 통제를 벗어나고 있습니

다과거에는 국가가 했던 나쁜 일들을 이제는 기업이 하고 있습니

다 국가는 그나마 선거 때 만이라도 국민들 눈치를 보거나 형식

적으로라도 주권자인 국민을 섬기는 척을 해야 하지만 기업은 다

릅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기업은 사회 곳곳에서 이윤 창출

을 위해 할 짓 못할 짓 가리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맞서는 우리의 운동은 아직 미약합니다 기업과 맞선

경험도 많지 않고 무얼 활용할 수 있는지 어떤 방법이 효과적인

지 알지 못합니다 이번 기획기사에서는 사회운동의 저항 상대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기업에 어떻게 하면 잘 맞설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담아봤습니다

기획기사 - 인트로

Intro-기업에 저항하기

20 21기획기사

기획기사

오리 | 전쟁없는세상 사무국

우리는 흔히 lsquo데모rsquo하면 비민주적 정부권력(법률 조직 시스템)에

저항하는 것을 떠올린다 하지만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비

단 우리가 우리 손으로 선출한 사람(기관)들에 의한 것만은 아니다

최근 기업들에 의한 횡포는 훨씬 심각해지고 있다 건강 안전 경제

적 안보 삶의 존재 자체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기업에는 나

의 가족 친구들처럼 좋은 사람들도 많이 일하고 있다 또 모든 기업

들이 개인들의 삶을 짓밟고 이윤을 착취하는 것도 아니다 가끔 나름

의 기준과 사회에 대한 사명감을 가지고 기업 활동을 하는 회사도 뉴

스에서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정말 대다수의 기업과 기업의 총수

들은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개인들을 희생시키는 일을 서슴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대의 (초국적)기업은 어떤 인간보다도 어떤

어떻게 기업에 저항할 것인가

정부보다도 더 큰 권력을 가지고 있다 그들이 작동되는 규칙은 오로

지 하나 lsquo이윤rsquo이다 삼성은 아직도 발암물질 노출에 따른 직업병과

업무연관성을 적극적으로 부인하고 있고 비인도적인 무기인 확산탄

을 만드는 한화와 풍산은 자신들은 정부에서 시키는 일이니까 한다며

왜 자기들 가지고 난리냐고 한다 현대중공업은 돈만 된다면 팔레스

타인 가옥을 부수는 것쯤은 별다른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는 것 같다

사실 지금처럼 기업을 향한 우리들의 행동이 절실한 적이 없다 이

미 전 세계에서는 우리 시대의 골리앗에 맞서는 근사한 행동들이 이

어지고 있고 어떤 경우는 골리앗을 상대로 작지만 아주 의미 있는 다

윗의 승리를 거두는 경우도 있었다 기업에 저항하는 운동은 20세기

중반기부터 시작되어 최근 수 십 년 간 노동조합 환경 사회정의 소

비자운동의 시민단체들에 의해 정교해졌다 기업에 저항하는 운동의

목표는 다양한 전략과 전술을 통해 기업의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이나

관행을 고발하여 기업이 이러한 행동이나 관행을 고치도록 하는 것이

다 단체들과 개인 활동가들은 기업에 저항하는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벌여왔으며 어떤 캠페인들은 수년간 지속되었고 다양한 결과를 낳았

다 보이콧 주주총회 행동 기업이미지 공격(기업브랜드에 초점을 맞

춘 접근방식 대중매체 이용) 등이 주로 이용되었던 전략들이고 최근

에는 기업들이 점차 초국적화 됨에 따라 기업감시 기업윤리 등등 기

업 연구 및 감시에 초점을 맞춘 소위 전문 NGO가 등장하고 정책 혹

은 법을 바꾸거나 도입하는 운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22 23기획기사

이렇게 운동이 발전하면서 이에 대응하는 기업의 양상도 계속 발전

해 왔다는 것은 별로 놀라울 것도 없는 사실이다 이른바 당근과 채찍

전략이라고 할 수 있는데 기업에 비판적인 활동을 벌이는 활동가들에

게 고소 고발을 남발하면서 한 편으론 자선 구호 사업에 대한 기업

의 기부를 강조하고 나무심고 우물파고 텔레비전 버스 잡지 등을

통해 떠들썩하게 자사 홍보영상을 내보내는 것이다 이들은 고가의

컨설팅 금액을 내고 노조활동가들과 지역운동가들을 어떻게 하면 말

려죽일까 전략을 고안하고 있다

우리가 기업에 저항하는 캠페인을 할 때 생각할 것은

- 기업은 사람이 아니다 사물 법인체이다

- 기업은 사적 소유물이 아니다 사람(대중)에 의해 사람(대중)에

복무하도록 창조된 것이다

- 기업은 권리를 갖지 않는다 권리를 갖는 것은 사람이다 기업은

lsquo기업에 어떻게 저항할 것인가rsquo 워크샵에 모인 사람들

오로지 사람들이 부여한 특권만을 가질 뿐이며 시민들은 이것을 다시

뺏을 수 있다

기업에 대항하기 위한 전략은 크게 두 가지

첫째는 데모(행동)를 조직하는 것

- 목표를 구체화 하기 우리는 한꺼번에 모든 걸 변화시킬 수 없

다 우리가 먼저 변화시키려고 하는 것은 무엇인가

- 우리 편 늘리기 어떻게 우리에 대한 지지를 확장해 나갈 것인

- 전략 세우기 우리의 힘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행동 고르기

둘째는 비지니스와 시장을 위한 공공의 규칙을 만드는 것

- 비즈니스와 시장에의 개입이 정당화 될 때는 언제인가 우리의

기본적인 인권을 지키고자 할 때 우리의 지갑을 지키고자 할 때 우

리의 안전을 지키고자 할 때 환경을 지키고자 할 때 노동자의 권리

를 보호하고자 할 때 시장원리가 도입되어야 할 때와 말아야 할 때에

관한 제한을 두어야만 할 때

- 어떻게 각종 규제 조치 공공의 이익에 복무하려 하는 기업들

에 금융혜택 주기 소비자운동의 활성화를 통한 기업 감시 정부가 기

업 통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 경우 사법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다 민사책임 형사책임 사기업vs공기업 여전히 뜨거운 논쟁의 대

상이나 의료 상수도 등의 우리 삶에 기본적인 부분들의 공공화 주장

- 세계화의 도전 우리의 운동 역시 어떻게 세계화 할 것인가

24 25기획기사

구체적으로는

- 기업의 돈줄을 죄기 민영화 반대middot시스템의 재사회화 지지 보

이콧middot지역상품(중소기업상품) 구매하기 기업에 대한 세금감면middot공

적자금 지원middot보조금 지급 등에 저항하기

- 선거민주주의 시스템 이용하기 기업이 선거자금을 대지 못하

도록 공공조달하기 기업의 이해를 대변하는 양당정치에서 벗어나기

유권자들의 손에 직접적인 결정권을 주는 주민발의middot국민투표 기업

의 권리와 정의를 제한하기 기업을 비호하는 법 철폐하기 지역사회

및 지역정부를 상대로 기업의 권리를 제한할 수 있는 현지 법령 만들

- 조직에 대한 공격 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미디어를 민주화시키

기 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대학들을 민주화시키기 국제적 기업화에

저항하기

- 노동자의 권리 주 30시간 노동제 불안전노동 철폐 등

- 인간의 얼굴을 한 기업의 쌩얼 까발리기

제2차 물전쟁 벡텔 VS 볼리비아 민중

1997년 세계은행은 볼리비아 정부가 가장 큰 도시 두 곳(El Alto

La Paz와 the city of Cochabamba)의 공공수자원시스템을 민영화

한다는 조건으로 물 인프라 구축을 위한 추가적인 원조를 제공하겠

다고 통지 1999년 9월 단 하나의 입찰자만으로 비밀리에 진행된 경

매에서 볼리비아 정부는 코차밤바(Cochabamba)의 상수도를 캘리

포니아의 초국적 엔지니어링 기업인 벡텔(Bechtel)에게 넘김 몇 주

내에 벡텔은 수도세를 50 이상 인상하였고 이는 코차밤바 물반란

(Cochabamba Water Revolt)이라 알려진 전 도시 반대저항을 촉발시

킴 2000년 4월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고 군대가 17세 소년 빅

토르 휴고 다자(Victor Hugo Daza)를 죽이고 100명 이상이 다치자

코차밤바 시민들은 물러서지 않았고 벡텔은 볼리비아를 떠나야만 했

음 18개월 후 벡텔과 공동투자자인 스페인 아벤고아(Abengoa)은 볼

리비아를 상대로 5000만 달러(한화 약 560억 원) 상당의 소송을 제

기 이후 4년 간 벡텔과 아벤고아는 계속되는 데모와 기업 이미지의

실추 5개 대륙으로부터 가해지는 공공의 요구 때문에 소송을 취하해

야만 했음 2006년 1월 19일 벡텔과 아벤고아의 대표단은 볼리비아

로 와서 2볼리비아노(한화 약 340원)의 일부지급으로 소송을 취하한

다는 합의서에 서명

캠페인의 당면한 목표는 간단 볼리비아 물소비자들이 벡텔에 수백

만 달러를 결제하도록 하지 않는 것 이것은 전략적 측면에서 애시당

초 벡텔-볼리비아 소송을 있게 한 세계은행의 정책 및 투자기관의 부

정의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것과 lsquo벡텔에 대항하는 투쟁을 이끈 그

룹rsquo(Coordinadora de Defensa del Agua y de la Vida)에 대한 지원

과 같은 더 넓은 목표를 포함하는 것 초기에 캠페인은 세계은행 재

판소에서 승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함 lsquo우리는 여론의 재

26 27기획기사

판소로 장소를 바꾸는 전략적 결정을 내렸다 NGO와 사회운동으로

서의 우리가 벡텔보다 더 큰 권력을 같는 곳이다 우리의 목표는 벡텔

이 항복하도록 설득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성공할 가능성이 더 많은

방법일 뿐만 아니라 성공하기에 더 나은 방법이었다 이것은 다른 많

은 기업들에 어떤 메시지를 전달한다 비록 너희가 세계은행의 재판

소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또 다른 전쟁을 준비하게 될

테니rsquo 벡텔과 같은 회사를 위한 규칙이 존재하는 재판소 대신 캠페

인은 결과에 대해 적은 통제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회사를 밀어 넣

은 셈 그 다음 단계는 소송을 계속 진행할지 포기할 지를 결정할 수

있는 회사의 의사결정자들을 알아보는 것 벡텔사는 네슬레나 나이

키 제너럴 일렉트릭과 다르게 보이콧을 할 수 있는 소비상품을 만들

지 않았음 비상장 회사이기 때문에 압력을 넣을 투자자도 존재하지

않음 그래서 캠페인은 CEO이자 회사 창업자의 증손자인 일리 벡텔

(Riley Bechtel)에게 초점을 맞추게 됨 캠페이너들은 그의 개인 메일

에 엄청난 양의 항의메일을 보내고 잡지 등을 통해 찾아낸 정보로 개

인으로서 그에 대한 프로필을 작성함 나중에 캠페인은 이 전략이 꽤

나 효과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됨 lsquo2볼리비아노에 사건을 합의보고

난 후 볼리비아 협상가가 얘기하기를 Riley Bechtel이 소송을 취하도

록 개인적으로 개입했다고 말했다rsquo

EOn의 스위치를 끄다 영국의 새로운 화석에너지에 대항한 투쟁

2006년 독일 에너지기업인 EOn은 새로운 화력발전소로 잉글랜

드 남동쪽 킹스노스(Kingsnorth) 화력발전소를 대체한다는 계획을

발표 2012년 건설을 시작해서 2015년 완공한다는 계획 기업의 타

이밍은 별로 좋지 않았는데 영국에서 풀뿌리 기후변화 운동이 빠르

게 성장하고 있었고 석탄을 태우는 새로운 거대한 시설은 그들이 영

국의 미래 에너지를 생각할 때 별로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았던 것 킹

스노스는 화력발전소에 대항하는 캠페인의 상징이 되었음 풀뿌리그

룹과 NGO들은 2년간의 캠페인을 벌임 캠페이너들은 온라인 선언

에서부터 대규모 시민불복종까지 다양한 행동들을 했고 어떤 행동에

서는 발전소를 완전히 폐쇄시키기도 하였음 2009년 말로 향하던 시

점 EOn은 Kingsnorth 발전소에 대한 계획을 보류하겠다 발표 영

국 정부는 lsquo이산화탄소 포집middot저장(전망이 밝은 미래 기술이나 현재

가동 중인 어떤 발전소에서도 성공적으로 이행된 적이 없음)rsquo 없이는

새로운 화력발전소 개발을 승인하지 않겠다고 발표

Kingsnorth 발전소의 확장을 막는 것은 핵심적이고 즉각적인 캠페

인의 목표 급속히 설장하고 있는 기후변화 운동과 기후변화에 대한

대중의 우려라는 맥락에서 Kingsnorth 캠페인은 또한 EOn과 같은

기업들이 벌어들이는 이윤이 바로 기후변화의 값을 치르는 것이라는

점을 부각시킴 캠페인은 기업을 직접적으로 상대한 대중 행동을 조

직했으나 영국 정부 또한 이차적인 목표였음 이 캠페인은 영국의 석

28 29기획기사

탄과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을 바꾸도록 하는 보다 커다

란 노력의 일부 또한 캠페인을 준비 중인 다른 화력발전소들이 더 있

었음 따라서 캠페인은 Kingsnorth 발전소가 지어지는 것을 막는 것

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프로젝트들도 더 이상 실행되지 못하게 하는

환경 관련 정책을 변화시키는 것이기도 했음 국가적인 에너지정책

에 더해 정부는 EOn의 계획을 승인하거나 거부할 권한을 갖고 있었

음 그리고 국가는 또한 영국에 lsquo이산화탄소 포집middot저장rsquo 시설을 짓

기 위해 에너지기업에 기금을 댈 수백만 달러 경쟁(EOn도 지원)을

담당하고 있기도 함 캠페인은 EOn의 계획에 대한 대중적인 반대를

구축하고 입증하는 운동의 중심 Camp for Climate Action이 그 시

기 내걸었던 것처럼 lsquo우리는 Kingsnorth 발전소의 건설을 중단시켜

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영국의 새로운 화력발전소를 중단시켜야 한

다 이것은 EOn을 중단시켜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들의 브랜드를

공략하라 그들의 작업을 방해하라 그리고 그들의 공급망을 겨냥하

라 우리는 EOn이 어디에서 활동하건 그들과 마주해야 한다rsquo 사

전 대책을 강구해 회사와 맞서는 것 이외에도 활동가들은 FA컵에 대

한 EOn의 스폰서쉽 대학에서 학생들을 모집하려는 EOn의 노력

Kingsnorth 발전소에 대한 여론을 환기하기 위해 가디언이 주최하는

기후변화회의에 대한 스폰서쉽 등 현존하는 기회들을 활용함

위 사례들은 lsquoThe Democracy Centerrsquo의 기업 캠페이너들을 위한 자료집 lsquoBeating Goliathrsquo의 자료 중 일부를 번역한 것임

이 글은 lsquo기업에 어떻게 저항할 것인가rsquo 워크숍에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황필규 변호사가 발표한 글과 내용을 정리한 글입니다

기획기사

1 인권의 초국가성과 다국적 기업

인권에 대해서 우리는 초국가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 인권은 네 가

지 측면에서 초국가적인 성격을 띤다

① 이슈의 초국가성 이주 난민 및 인신매매(국경과 국적이 한 국

가에 국한되지 않음) 다국적기업(활동 공간과 관련 주체) 등

② 구제수단의 초국가성 국내 구제절차 및 유엔인권기구 기타 국

제 인권기준에 입각한 구제 메커니즘 (유엔인권이사회 유엔인권조약

용석 | 전쟁없는세상 운영위원

기업의 인권 침해에 대응하기-법제도와 국제규약을 바탕으로

30 31기획기사

기구 OECD 다국적기업에 관한 가이드라인 등)

③ 인권 자체의 초국가성 국내아시아 법제 개선 및 소송 등에서

국제비교국내 인권법 연구조사의 필요성

④ 인권운동의 초국가성 국내아시아 공통 인권 이슈에 대한 공

동 대응 및 상호작용의 필요성

다국적 기업에 의한 인권 침해는 주로 가난한 나라들에서 일어나고

있다 다국적 기업의 공장이 있는 나라들은 대부분 국가의 기능이 약

하고 자원은 풍부하지만 독재자가 권력을 쥐고 있거나 무력충돌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국가 내 사법 시스템으로

인권 침해를 구제하기는 매우 어렵다

다국적 기업들이 일으키는 인권 문제는 노동 3권 무시 환경파괴

부정부패 강제(아동)노동 선주민의 권리 박탈 등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다국적 기업에게 국제인권기준을 강제할 국

제적 메커니즘은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다국적 기업과 해외 한국기

업의 현지 인권침해와 이에 대한 대응의 문제도 국내법 외국법 국제

사법 국제법 혹은 국제기준 등 모든 국내외 법제도가 적용되어야 하

고 국제적인 공동 활동이 필요한 전형적인 초국가적 인권 문제다

이 글에서는 인권의 초국가성을 바탕으로 다국적 기업에 의한 인

권침해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국내법과 국제법을 통한 방법들을 살펴

보고자 한다

2 국내 법제도의 활용

국내에서 다국적 기업이나 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저지른 인권

침해에 대응해서 취할 수 있는 법제도적인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

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는 것과 해당 기업에 대해서 민사적으로

책임을 묻는 것 그리고 형사적인 책임을 묻는 것이다

국가인권위 진정을 활용한 사례는 버마에서 가스개발사업 중에 한

국가스공사와 대우인터내셔널사의 인권침해에 대해 인권단체들이 국

가인권위에 진정한 사례(2008417)가 대표적이다

민사적인 책임은 그 기업이 연락사무소 혹은 지점일 때와 합작회

사거나 현지 법인일 때 대응 방식이 달라진다 연락사무소나 지점일

경우는 민사 소송을 하더라도 국제사법 절차에 따르지만 현지 법인

이나 합작회사일 경우에는 민법이 적용된다

인권침해를 한 기업이 다국적 기업의 현지 법인일 경우 현지 법인

은 법적으로 독립된 법인격이기 때문에 현지 법인의 잘못을 본사에

물을 수 없는 것이 법에서 원칙이지만 일정한 요건들을 충족시키면

본사에 민법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기업에 형사적인 책임을 묻는 일에 대해 살펴보자 형법 2조를 보

면 ldquo본법은 대한민국영역 내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과 외국인에게 적

용한다rdquo고 규정하여 속지주의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한편 형법

제3조는 ldquo본법은 대한민국영역 외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에게 적용한

32 33기획기사

다rdquo고 규정하여 속인주의를 보충적으로 채택하고 있다 속인주의로

접근하면 외국에서 인권침해 범죄를 저지른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을

형법으로 처리하기 쉬울 거 같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3 국제적 대응

OECD 다국적기업가이드라인(OECD Guidelines for Multinational

Enterprises)과 국내연락사무소(National Contact Point NCP) 이

의제기

OECD는 1976년 다국적 기업의 인권침해를 비롯한 비윤리적 활동

을 예방하고 침해에 대한 해결기준을 마련하기 위하여 lsquoOECD 다국

적기업 가이드라인rsquo을 제정한바 있다 이 가이드라인은 2001년 4차

개정시 다국적기업의 인권침해 등의 비윤리적 활동을 해결하기 위한

절차로서 이 가이드라인 승인국에 국내연락사무소(NCP National

Contact Point)를 두게 하였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 정부는 당시 산

업자원부 차관(현 지식경제부 제2차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외국인투

자실무위원회를 한국의 국내연락사무소로 지정하고 사무국을 산업

자원부 투자정책과(현 산업통상자원부 투자정책과)로 지정하였다

OECD 가이드라인은 제1부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 (개념 및 원칙

일반정책 정보공개 인권 고용 및 노사관계 환경 뇌물방지 소비

자 이익 과학 및 기술 경쟁 조세) 제2부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

이행절차(OECD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에 대한 이사회의 결정 절

차지침 이행절차에 관한 주석)으로 구성되어 있다 2011년 개정된

가이드라인은 인권에 관해 별도의 장을 두고 국제적으로 인정된 인권

프레임워크에 관한 소개 기업의 인권 존중 책임 국내법적 의무 등

인권에 관한 역할을 총 6가지로 규정하고 있다 이 개정된 가이드라

인은 유엔인권이사회의 기업과 인권 프레임워크 (보호 존중 구제)를

통합하고 세계인권선언 및 자유권middot사회권 규약 노동자 기본권에

관한 ILO 선언에서 설정한 권리를 존중할 것을 포괄적으로 천명하였

고 기업의 책임범주를 고용 및 노사관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공급

망(supply chain)을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에 관한 기업의 상당주의

의무(due diligence)를 강조하고 있다

lsquo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rsquo은 국내연락사무소의 활동을 위

한 핵심기준으로 기업계 노동계 NGO를 포함한 다른 이해당사자들

에게 가이드라인의 이행 및 국내연락사무소와 연관된 시설의 이용과

가이드라인을 홍보하도록 하는 가시성(Visibility) 이해관계자들의

접근을 촉진하도록 하는 접근용이성(Accessibility) 연락사무소 활동

결과의 대내외 공개를 뜻하는 투명성(Transparency) 일반대중이 연

락사무소에 관심을 갖을 수 있도록 그 소개를 적극적으로 해야 할 책

임성(Accountability)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연락사무소로

지정된 외국인투자실무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이 OECD 다국적기업 가

34 35기획기사

이드라인이 제시하는 핵심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형식적으로 운영

됨으로써 실제로 다국적 기업에 의한 인권침해를 예방하거나 구제하

는 역할을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유엔인권메커니즘 대응

유엔인권권고는 실체적인 측면에서 국내법적 효력을 가지는 국제

인권법에 근거한다 헌법에 의하여 체결middot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 따라서 유엔헌장

한국이 가입한 유엔인권조약 기타 인권 관련 조약 등과 관련 국제관

습법은 국내에서 직접적인 법적 효력을 가진다 따라서 이러한 국제

인권법은 인권과 관련하여 입법 사법 행정의 법적 근거가 되고 경

우에 따라서는 국내법을 해석하는 기준이 되거나 보완하는 역할을 수

행할 수도 있다1 예컨대 기존 법률 혹은 새로운 법률은 국제인권법과

배치되지 않도록 심사되고 국제인권법은 구체적인 재판규범으로 적

용된다 행정의 경우 국제인권법은 모든 행정작용의 기초가 될 뿐만

아니라 행정주체 혹은 공무원이 이를 어겼을 경우 국가배상 직무유

기 성실의무 위반 등 민형사상 책임과 법적 징계로 이어지게 된다

유엔인권권고는 절차적인 측면에서도 국내법적 효력을 가지는 국

1 황필규 ldquo국제인권기준에 비추어 본 한국 인권현실 유엔인권이사회 국가별 인권상황 정례검토 NGO보고서와 정부보고서 초안의 비교평가를 중심으로rdquo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법률가위원회 『2008년 제1차 인권세미나 국제인권현안과 국제인권법』 (2008 3 22) pp 1-2

제인권법에 근거한다 유엔인권이사회의 국가별 인권상황 정기검토

(UPR)와 특별절차의 경우 국내법적 효력을 가지는 유엔헌장 명문의

규정과 법적 기구인 유엔총회의 결의 등에 기초하고 있다 한편 인권

조약과 관련된 권고의 경우 권고의 주체인 조약기구의 구성과 임무

가 조약상 명문으로 규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그 권고가 이루어지

는 절차에 대하여도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다 따라서 국가보고서가

제출되고 유엔인권권고가 이루어지는 절차는 법률에 근거한 법적 절

차라고 볼 수 있다 유엔인권기구의 권고는 그 권고가 실체적middot절차

적 측면에서 국내에서 법적 구속력을 갖는 국제인권법의 명문의 규정

에 근거한다는 점에 비추어 곧바로 국내에서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

고 보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국내법과 명백히 배치되지 않는 한 충분

히 존중되고 그 취지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국내적으로 해석middot

적용되어야 한다2

유엔인권권고는 실체법middot절차법적으로 법률에 기초한 권고라는 점

외에도 lsquo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rsquo을 목적으로 하

는 헌법의 국제 협력 정신을 존중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국내적으로

이행되어야 한다 헌법재판소도 이러한 취지에서 유엔인권권고에 대

하여 설사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권고의 수용 권고의 이행 혹은

이행 노력의 약속은 국제법적으로는 조약에 의한 의무부담의 의사표

2 황필규 ldquo외국인의 인권과 차별금지rdquo 『인권과 정의』 제365호 (대한변호사협회 2007 1) p 49

36 37기획기사

시일 수 있다 유효한 모든 조약은 그 당사국을 구속하며 또한 당사국

에 의하여 성실하게 이행되어야 한다 어느 당사국도 조약의 불이행

에 대한 정당화의 방법으로 그 국내법 규정을 원용해서는 아니 된다

한편 이러한 약속은 국내법적으로는 법적 기관의 권고에 대한 의무부

담의 의사표시로서 행정작용의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비록 유엔인권

권고 자체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행정상 의사

표시에는 신뢰보호 원칙의 적용가능성 등 법적인 효과가 발생하게 된

다고 보아야 한다 한편 유엔인권권고가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등에

반영되는 경우 이는 행정계획의 일부로서의 법적 성질을 가지게 된

기획기사

기업과 국가는 다르다 둘의 가장 큰 차이는 그것의 주인이 누구이

냐 하는 데 있다 민주주의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다 비록 국가기구

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자는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을 장악한 소수의

엘리트일지 몰라도 적어도 헌법상 국가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렇다면 기업의 주인은 누구인가 주주 이사회 최고경영자

(CEO) 아니면 노동자 법적으로 주식회사의 주인은 회사 주식을 보

유한 주주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최고경영자나 이사회가 주주와 기

업을 지배하기도 한다 기업이 협동조합의 형태로 운영되거나 노조가

기업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 어쨌든 변함없는 사실

은 국가와 달리 기업의 주인은 아주 한정된 집단이라는 것이다

지우 | 전쟁없는세상 운영위원

기업에 저항하는 국내외 운동의 사례들

38 39기획기사

국정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물론 여기에도 lsquo시민권자rsquo라는 자

격 조건이 붙지만) 필요하다면 국가기관에 정보공개를 청구할 수도

있다 반면에 기업의 경영권은 외부자에게 불가침의 영역이며 기업에

관한 정보는 대부분 법에 의해 보호받는 lsquo보안사항rsquo이다 따라서 기

업에 저항하는 운동은 국가를 상대로 할 때와 다를 수밖에 없다 이

글에서는 국내외의 몇 가지 사례를 중심으로 기업에 저항하는 운동의

구체적인 방법들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소개할 것은 lsquo경제개

혁연대(구 참여연대 경제개혁

센터)rsquo의 소액주주운동이다

소액주주란 그 자체로는 중대

한 의사결정권을 갖기 어려울

만큼 낮은 지분의 주식을 소

유한 투자자를 의미한다 소액

주주운동은 취지는 대주주의 자의적인 경영을 감시해 투명하고 책임

있는 경영을 실현하는 데 있다 경영진의 불법행위에 대한 민middot형사

소송과 정부의 재벌middot금융정책에 대한 감시와 입법운동이 소액주주

운동의 주요 수단이다 1997년 제일은행을 시작으로 전개된 소액주

주운동은 삼성전자 SK텔레콤 현대중공업 등 핵심 재벌기업들을 상

대로 한 운동으로 발전해왔다

소액주주운동이 반드시 주주의 권익보호와 기업지배구조 개선만

경제개혁연대의 소액주주 운동

을 목적으로 할 필요는 없다 기업의 목적이 아무리 이윤 배당의 극대

화에 있다지만 그것이 주주들이 추구하는 가치의 전부는 아닐 것이

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소액주주운동은 보다 광범위한 사회적middot정치

적 운동의 수단으로 확대될 여지가 있다 미국의 사회운동가 알린스

키(Saul Alinsky)는 이러한 방법을 lsquo위임장 전술(proxy tactic)rsquo이라

고 불렀다 고용상의 차별철폐와 같은 공익이 이윤 극대화보다 더 중

요한 가치라고 여긴 주주들은 주주총회에서 자신의 주주권을 활동가

들에게 기꺼이 위임했고 이 전술은 1960년대 미국의 사회운동에 큰

획을 그었다

이처럼 기업의 직접적 이해관계자 혹은 내부자라 할지라도 사적인

이해관계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이와 관련하여 반도체 노동자

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lsquo반올림rsquo의 사례를 주목할 만하다 반도체

산업의 공정과 거기에 사용되는 물질 등은 기업의 내부정보인 데다가

전문 분야의 지식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활동가들이 사안에 접근하기

가 쉽지 않다 그래서 내부 조력자들의 제보가 운동이 큰 역할을 했다

고 한다 기업공시가 기업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공식

창구인 상황에서 내부 고발은 기업 감시의 없어서는 안 될 수단이다

lsquo좋은기업센터rsquo는 기업공시와 내부자 제보 외에도 지속가능성보고

서를 통해 기업을 감시하고 있다 지속가능성보고서란 기업이 지속가

능경영의 3대 축이라고 불리는 경제middot사회middot환경 분야의 지표를 공

개하는 보고서이다 기업공시처럼 의무화된 것은 아니지만 많은 대기

40 41기획기사

업이 국제 기준과 가이드라인에 따라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그중 가

장 널리 사용되는 기준이 글로벌 보고 계획(GRI)이다 운동은 지속가

능성보고서의 정보를 가지고 기업에 압력에 가할 수 있으며 보고서

에 누락된 사항이 있으면 이에 대한 설명을 요구할 수 있다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 관한 활동에는 어떤 게 있을까 lsquo국제

민주연대rsquo는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에 진출한 기업들의 노

동착취와 자원개발 문제에 관해 활동하고 있다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 대한 대응이 특히 어려운 이유는 기업과 정부 모두가 관심

이 없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대기업에나 적용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나마도 병원이나 학교를 지어주는 정도로

무마하려고 한다 한국 정부는 현지 주민과 노동자의 인권보다 자국

기업인의 이익 보호를 우선시하며 노조 탄압과 같은 문제는 해당 국

가에 떠넘긴다 관할권과 비용 문제 등으로 인해 사법 대응도 어렵다

하지만 해당 국가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기에 현지인들은 한국에서

의 연대를 절실히 요구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안은 지역적middot국제적

차원의 연대를 구축하여 해당 기업에 압력을 가하는 것이다 이는 외

국 정부나 국제기구의 힘을 빌린 것일 수도 있고 순수하게 비제도적

인 것일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상징적 시위나 보이콧과 같은 비

제도적 수단이 법적middot제도적 수단보다 효과적일 때도 있다 국가든

기업이든 권력의 궁극적 원천은 피지배민중에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고유한 경영권도 민중의 힘 앞에서는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

초국적기업의 횡포가 갈수록 심해지고 기업에 저항해야 할 사안이

점점 많아지는 상황에서 위와 같은 사례들과 방법에 대한 더 많은 연

구가 요구된다 한편 한국 사회는 기업에 대한 인식이 유달리 우호적

이고 기업에 저항하는 운동도 아직 대중에 친숙하지 않아 이에 대한

반발이 만만찮고 행동을 실행에 옮겼을 때 오히려 역효과가 나기도

한다 따라서 기업에 저항하는 국내외 운동의 사례들을 발굴하는 것

과 동시에 어떻게 하면 이러한 방법이 한국 사회에서 더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겠다

42 43리뷰-서평

리뷰-서평

양똘 | 출판노동자 + 전쟁없는세상 후원회원

lsquo실패rsquo를 함께 읽는 일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제목이다

나는 아나키스트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lsquo고백rsquo에 대해서는 좀 안다 제목에서

부터 알아챘어야 했는데 별 생각 없이

펼친 게 잘못이다 어떤 고백은 후회와

맞닿아 있다 하는 사람도 그렇지만 듣

는 사람에게도 그렇다 듣고 나서 후회

하는 고백들 듣지 말았어야 했는지도

모르는 이 책이 나한테 그랬다 아나키

스트에 대해 알기도 전에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부터 들어버렸고

나는 이제 아나키즘이라는 말을 들으면 반사적으로 이 고백이 생각날

것이다 고백은 처참했다 대단히 비극적인 드라마로서가 아니라 무

엇보다 비어 있어서 처참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나키즘에 대한 바

탕 지식이 있었다면 어려운 책들을 좀 읽어두었더라면 이 이야기가

다르게 읽혔을까 읽으면서 울 수도 있었을까 모르겠다 하지만 아

나키즘이라는 거대한 이념에 대해 알기 전에 어느 아나키스트 한 명

의 삶을 먼저 안다는 것 그 삶을 그럴듯한 평전이 아니라 허울 없는

자전적 만화로 lsquo고백 받는rsquo다는 것은 꽤 멋진 일이다 내가 만화 장

르에서 얻고자 하는 것은 주로 그런 부분이다 장황한 말들 삶을 포

장하려는 언어적인 관습들이 어느 정도 걷어내진 자리에 들어차는 것

은 침묵이다 침묵에서 고요한 진실을 읽어내는 것이 독자의 몫이고

이 만화도 역시나 그렇다 하는 얘기보다 안 하는 얘기가 훨씬 많다

서두가 왜 이렇게 주절주절 긴가 하면 이 책에 대해 서평이라고 쓸

만한 게 사실 별로 없기 때문이다 나도 고백을 좀 하고 가자면 독자

가 읽고 싶게 만들 만한 감상을 쓸 자신이 없다 하지만 느낀 것은 좀

있다 그 느낀 것이 너무 처량 맞은데 그게 또 lsquo진실rsquo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어 아이구 어떻게 되겠지 하고 시작한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안토니오 작가인 안토니오의 아들이 아버지의

수기를 보고 재구성한 형식인데 1인칭 시점을 택해 안토니오의 목소

리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그러니까 이것은 안토니오의 고백이면서

동시에 그의 고백이 아니기도 하다 안토니오 자신이었다면 이러한

자기 삶을 출판의 형태로 대중들에게 보일 수 없었을 거라고 짐작해

본다 자기 존재를 증명하려는 노력이 도리어 자기 존재를 부정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그는 아나키스트였지만 아나키스트의 고

44 45리뷰-서평

백은 그가 아나키스트가 아니었다고 말하고 있다 또는 아나키스트

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또는 모든 인간이 아나키스트라고

실제 그의 진심은 잘 모르겠다 이야기에서 lsquo나rsquo라고 하는 인물은

lsquo나rsquo가 아닌 것 같았기 때문에 그에게 물어볼 수도 없었다 이야기

내내 lsquo나rsquo가 lsquo나rsquo와 거리를 두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이것은 애초

설정 아들이 아버지 얘기를 대신 하고 있다는 전제를 잊어버리고 몰

입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진실로 lsquo나rsquo가 하는 얘기를 듣고 싶었다

그걸 기대하며 계속 읽어 나갔다

그렇다고 작가가 잘못했다는 것은 아니다 작가는 아버지를 lsquo나rsquo로

삼아 이 이야기를 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아버지는 요양시설에 갇

혀 있다가 자살을 했다 한번은 아들에게 죽여달라고 말한 적도 있다

아버지가 스스로 4층에서 뛰어내린 뒤에 아들은 아버지를 살려내야

만 했다 아버지의 구십 평생을 재구성한 이야기로 아버지가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아들로서 그렇게 해야 했을 것이다

아나키즘에 대해 몰라도 그것이 국가의 강제력을 원천부정 하는

것이고 막 혁명혁명 하는 것이고 짱돌을 들고 돌격하는 것이고 하

여튼 뭐 되게 센 거 라는 인상은 있었다 그런데 안토니오의 성격이

나 실제 삶은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땅을 늘리고 지켜내는 일

에만 관심이 있으며 폭력적이기까지 한 아버지와 형제들 사이에서 억

눌려 자랐다 지금 처한 곳이 지긋지긋하고 바보 같고 떠나고 싶었지

만 그래서 용감하게 시도도 했지만 실패했다 실패는 실패로 끝나지

않고 더 큰 것을 앗아갔다 유일한 친구의 죽음이 그것이었다 이러한

패턴의 실패는 그의 인생 전체에서 반복된다 혁명에 가담하고 lsquo납탄

동맹rsquo이라고 이름 붙인 동지들을 만나지만 혁명의 길은 실재하는 것

이기는 한지 아스라이 멀 뿐이고 가까이 잡히는 것은 오로지 동지의

죽음뿐이다 ldquo내 나이는 스물아홉이었다 청춘은 다 지났고 패배하

고 말았다는 자괴감이 들었다 당연하겠지만rdquo 스페인 피난민 행

렬에 끼어 프랑스의 생-시프리앵 해변으로 가면서 안토니오가 하는

생각이다 이때만 해도 나는 잠깐 힘을 냈다 이제 뭔가 반전이 펼쳐

지겠지 원래 해가 뜨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고들 하잖아 나 또한 지

금 스물아홉이고 청춘이 다 지났다는 그게 무엇인지 미처 먹어보지

도 못했다는 자각에 시달리고 있는 중이다 패배로 말할 것 같으면

그냥 맨날 하는 중이다 노동조합 활동이 그렇고 사람들과의 관계

일상생활 자아실현 거의 모든 면에서 그렇다 그래서 난 더더욱 저

구절에 희망을 걸었다 이제 진짜 아나키스트의 삶이 펼쳐지지 않겠

는가 그래야 이야기가 되지 않겠어

이 책은 자기계발서가 아니다 그 뒤로 펼쳐진 것은 전하고 비슷하

면서 동시에 전보다 더했다 갇혀 있다가 도망치고 다시 다른 곳에

갇히고 도망치고 그러는 사이사이 좋은 사람을 만나고 잃고 잃고

하는 식이었다 아 안토니오의 삶을 이렇게 간추려버리는 것이 정말

미안하다 근데 사실이 그렇다

해변에서 난민처럼 살다가 도망쳐 어느 농장에 강제로 보내진 안토

니오는 그 마을에서 자기 나이의 반도 안 되는 망아지 같은 여자애와

배가 맞아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안토니오는 이 시절이야말로 자기

46 47리뷰-서평

인생에서 가장 즐거웠던 시절이라고 단언한다 무려 lsquo행복rsquo이라는

낱말까지 써가면서 혁명의 이상과 가장 먼 곳에서 가장 행복했다는

것이 아니 그때만 유일하게 행복했다는 것이 뼈아프다 아마 그게 진

실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중반을 넘어가면서부터 lsquo추락rsquo은 본격화된다 그가 lsquo납

탄 동맹rsquo의 든든한 동지를 따라 lsquo사업rsquo에 발을 들이게 되기 때문이

다 돈이 엮이면 어떻게 흐르게 되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너무

지겹게 잘 알고 있다 그런 걸 이 만화에서까지 보고 싶지 않았는데

어쨌든 뛰어넘을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작가는 성실히 쓰고 있다

ldquo살아남으려면 체제에 맹목적으로 순응해야만 했다 단순히 지난

날의 이상을 버리면 되는 게 아니라 열렬한 신봉자가 되어야만 한다

는 것이다rdquo 세상을 뒤집어엎겠다는 큰 꿈만 버리고 lsquo보통rsquo으로 살

아가는 것은 가능하지 않았다 변절한 옛 동지들한테 뭐라고 할 것도

없이 안토니오는 속수무책으로 타락해간다 권력의 뒤통수를 치면서

자기가 권력을 꿰차고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를 두고 다른 욕망을 탐

하고 그러다 결국 자기도 뒤통수를 맞고 거지 신세가 된다 전복이니

혁명이니 하는 것은 꿈에서조차 등장하지 않고 lsquo속박rsquo을 견디지 못

하는 습성만 그놈의 lsquo아나키스트적인rsquo 것으로 남아서 그와 주변을 괴

롭힐 뿐이다

아 책이 채 반에 반도 남지 않았는데 안토니오는 예순 살이 되어

있었다 lsquo왕년에 혁명깨나 했지만 지금은 추한 빈털터리가 되어 아내

와도 끝내고 요양시설에 굴러들어온rsquo 예순 살이다 lsquo보통rsquo보다 못한

예순 살 나는 짜증이 나서 울고 싶었고 그만 읽을 뻔했다 하지만 끝

까지 읽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의 인생에서 마지막이자 유일한

lsquo승리rsquo는 그 뒤에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 승리가 자기 가슴에 붙어

실제로 내장을 갉아먹는 두더지를 떼어내버린 뒤에 스스로 스스로

의 죽음을 실행하는 것뿐이었다고 해도 그 과정을 꼭 지켜봐주었어

야 했다 왜냐하면 남 얘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오래전에 스페인

에서 살았다는 안토니오가 아무것도 개인을 억누르지 않는 자유로운

세상을 꿈꿨던 안토니오라는 사람이 대단하거나 멀게 느껴지지 않는

다 오히려 내가 내일도 마주치게 될 익숙한 사람들 중에 그 지친 얼

굴 하나하나에 안토니오가 보일 것 같다

제목에 속았다고 느꼈다 그런데 다 읽고 보니 작가는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 오히려 시작부터 진실을 말했다

ldquo그리고 또한 그분의 추락이 몇 초밖에 걸리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90년이라는 긴 시간이었다는 사실도 말이

다rdquo

이것은 lsquo추락rsquo에 관한 이야기라고 작가는 이미 알려주고 시작한

것이다 이것은 끝도 없는 추락의 이야기 이상을 가진 인간으로 태

어나서 실패하고 죽어간 이야기다 다시 말하지만 이 실패는 우리

모두가 나눠 먹고 있는 그 실패다 여기서 우리란 물론 우리 편을 말

한다 안토니오의 실패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 자기 가슴을

48 49기획연재-게임과 평화

뜯어먹는 두더지를 꿈에도 본 일이 없는 사람들 이 책이 음란하다고

lsquo청소년 유해매체rsquo 딱지를 붙인 사람들까지 말하는 것은 아니다 적

어도 lsquo우리rsquo는 안토니오라는 아나키스트의 아니 한 인간의 실패담

을 처음부터 끝까지 묵묵히 읽어갈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에도 불구하고 진짜 안토니오의 진짜 진실은

언제까지나 미지수로 남는다 그렇게 남겨야 한다 아무도 모르고 몰

라야만 하는 진실을 하나씩 가지고 있는 것이야말로 그가 그토록 되

고자 열망했던 lsquo개인rsquo일 것이기 때문이다 지우 | 전쟁없는세상 운영위원

게임을 통해 평화를 만드는 게 과연 가능할까 이 물음에 대한 답

을 대신하여 한 가지 게임을 소개하고자 한다

lsquo세계평화게임(World Peace Game)rsquo은 미국의 공립 초등학교 교

사 존 헌터(John Hunter)가 만든 대화형 게임이다 헌터는 1978년에

이 게임의 원형을 처음 만들었고 지금까지 세계를 돌아다니며 게임을

주최하고 있다 그의 활동은 lsquo세계평화와 4학년의 업적(World Peace

and Other 4th-Grade Achievements)rsquo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헌터는 2012년에 타임지가 선정한 교육

운동가 12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세계평화게임은 가로middot세로middot높이 4피트 크기의 4층짜리 아크릴

기획연재-게임과 평화

세계평화게임

50 51기획연재-게임과 평화

구조에서 진행되며 각 층은 바깥 우주와 대기 지표 해저를 상징한

다 거기에 경제력과 군사력이 서로 다른 4개 국가의 영토와 영공

육middot해middot공군 인공위성 잠수함 해저광산 등이 있다 (아무래도 이

아저씨가 숫자 4를 좋아하는 모양이다) 40여 명의 학생이 각국의 수

상 국무장관 국방장관 재무장관 감사원장 등을 맡아 내각을 구성

하고 역할 중에는 유엔이나 세계은행 무기상도 있다

게임의 목표는 이 가상세계에서 일어나는 민족 갈등 화학물질 누

출 핵 확산 물 분쟁 분리middot독립 운동 기근 동물의 멸종 지구온난

화와 같은 위기상황을 함께 해결하고 각국의 경제수준을 높이는 것

이다 학생들은 게임을 통해 권력과 파괴 전쟁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이해하고 장기적 계획과 전략을 세우는 법을 배운다

대화형(interactive) 게임이기에 엄밀하게 짜인 문서화된 규칙은 없

다 게임을 주도하는 것은 학생들이며 교사는 지켜보면서 상황을 정

세계평화게임을 하는 사람들

리하고 촉진하는 역할만 한다 헌터는 처음 교편을 잡았을 때 교사가

수업을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코 그래서는

안 된다는 믿음이 생겼다고 한다 그는 학생들의 집단지성이 자신보

다 훨씬 더 훌륭하다고 인정한다 헌터는 게임에서 실제로 일어난 몇

가지 흥미로운 사례를 소개한다

사례 1

한 학생이 가장 가난한 나라의 국방장관을 맡고 있었다 그 나라의

이웃에는 돈도 많고 기름도 풍부한 나라가 있었다 그런데 그 학생이

갑자기 수상의 명령도 어기고 인접국의 유전지역을 공격했다 학생은

그곳을 포위해 총 한 발 쏘지 않고 지역을 확보했다 인접국은 연료공

급이 차단되어 어떠한 군사행동도 취할 수 없었다 다른 아이들은 화

를 냈다

며칠 뒤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인접한 강대국이 전 세계를 점령

하기 위해 무력도발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학생은 사태의 추

이를 누구보다 먼저 파악하고 대규모 전쟁을 피하기 위해 소규모 전

쟁을 감행하는 냉철한 판단을 내렸던 것이다 학생들은 게임을 멈추

고 그의 판단이 옳았는지 조건에 따라 옳고 그름을 따져보는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사례 2

플라스틱 말로 표시되는 병사들이 전쟁에서 사망하면 군사령관이

52 53기획연재-게임과 평화

병사들의 가상의 부모에게 편지를 쓰는 시간을 가진다 한 번은 학생

의 제안으로 수업을 참관하던 학부모가 직접 편지를 읽게 되었다 편

지의 세 번째 줄을 읽으면서 학부모는 울음을 터뜨렸다 전투에서 병

사를 잃었다면 전쟁에서 승리해도 기쁘지 않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게

되었다 어떤 의미에서 모두가 전쟁에서 졌다는 사실을 말이다

사례 3

방과 후에 틈틈이 7주 동안 진행된 게임에서 세계은행의 재정정책

때문에 한 나라가 시작할 때보다 더 가난해졌다 (게임의 목표는 위기

상황을 해결하고 각국의 경제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게임을 마칠 시

간이 1분도 채 안 남았고 교실은 혼란에 빠졌다 소리를 지르거나 삿

대질을 하는 학생도 있었고 서류 뭉치를 흔들거나 교실을 뛰어다니

는 학생도 있었다

그때 한 학생이 종을 울리며 이렇게 말했다 ldquo세계은행이 모든 자

금을 끌어 모아서 모든 나라가 가난해졌습니다 지금 세계은행에는

6000억 달러가 있습니다 이 돈을 가난한 나라에 기부하려고 합니다

만약 그 나라가 이걸 수용하면 국가의 자산가치가 올라가고 그럼 우

리는 게임을 이기게 됩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rdquo 시간이 3초 정도

남았을 때였다 모두 그 나라의 수상만 바라보고 있었다 ldquo네rdquo 게임

은 이긴 것으로 끝났다

게임은 교과서와 다르다 게임에서 학습자는 lsquo평화란 무엇인가rsquo

라든지 lsquo평화를 어떻게 만드는가rsquo와 같이 주어진 문제에 대한 주어진

답을 저축하듯이 암기하지 않는다 문제를 만드는 것도 그에 대한 답

을 구성하는 것도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 자신과 동료들이다 이는 게

임의 본질이 바로 lsquo참여적 재현rsquo이라는 형식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

고 게임의 lsquo재미rsquo라는 요소가 이러한 참여를 유도한다 여기서 우리

는 맨 앞의 질문에 대한 모종의 답을 상상할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헌터의 말을 인용하며 글을 마친다

ldquo매 게임이 다릅니다 어떤 게임에서는 사회문제가 중요하고 어

떤 게임에서는 경제문제가 중요합니다 어떤 게임에서는 전쟁문제가

대두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부정하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그

게 인류의 현실이니까요 hellip 학생들은 무엇이 옳은 길인지 자기들만

의 방법으로 스스로 찾아냅니다 게임을 통해 저도 많은 것을 배웠습

니다 만약 학생들이 이 게임을 통해 비판적이고 창조적인 사고방식

을 배우고 세상을 이롭게 할 동력을 얻게 된다면 우리 모두를 구원할

지도 모릅니다 게임을 통해 배울 수만 있다면 말이죠rdquo

lsquo세계평화게임rsquo과 이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lsquo세계평화와 4학년의 업적rsquo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는 공식 페이지(httptheworldpeacegamecom)에서 얻을 수 있다

54 55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무기제로는 2013년 상반기 동안 13개 단체와 연대하여 국민연금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 캠페인은 확산탄과 같은 비

인도무기에 대한 금융기관의 투자가 중단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

으며 세부적으로는 ldquo1) 국민연금이 확산탄 생산기업인 한화 풍산에

투자를 철회한다rdquo ldquo2) 국민연금이 비인도무기 생산기업에 대한 투

자배재를 천명하는 윤리투자원칙을 제정한다rdquo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

왜 투자철회 캠페인인가 왜 국민연금인가

확산탄 캠페인에 있어 대상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확산탄의 수요자사용자인 국가이며 다른 한 축은 확산탄을 생산하는

박승호 | 무기제로 코디네이터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 경험 공유

기업들이다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캠페인의 요구가 확산탄을 전면적

으로 금지시키고 확산탄 오염지역을 정화하고 피해생존자들을 지원

하라는 것 등이 주를 이룬다면 기업을 대상으로 한 요구는 확산탄의

생산middot수출을 중단하라는 것이다

현재 한국 정부는 확산탄을 북한의 장사정포에 대응할 수 있는 핵

심전력으로 여기고 있으며 국제적인 확산탄 불법화 추세에도 불구하

고 확산탄을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무기제로는 국가를 대상으로 협약 가입을 촉구하는 캠페인보

다는 확산탄을 생산하는 기업이나 확산탄 생산을 지원하는 금융기관

에 대한 문제제기를 통해 확산탄에 대한 대중적 낙인화 효과를 불러

일으키는 것이 확산탄 금지운동에 더 효과적일 것이라 판단했다 하

지만 확산탄 생산기업인 한화와 풍산을 대상으로 어떤 캠페인을 벌여

도 이윤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기업이 윤리적인 비난만으로 핵심 사업

을 정리할 것 같지는 않았다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압박보다 더 효

과적인 방식은 바로 돈줄에 위협을 가하는 것이고 이 점에서 투자

철회 캠페인은 상대적으로 더 승산이 있는 캠페인이라는 판단이 있

었다 국민연금이 각각 한화 주식의 734(201112) 풍산 주식의

926(20129)를 보유하고 있는 확산탄 생산기업의 최대투자자라는

점 또 공적자금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있는 기관이라는 점 대

부분의 사람들이 월 일정액의 국민연금보험료 납부하고 있다는 점에

서 국민연금의 확산탄 투자 문제를 lsquo내 문제rsquo로 인식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국민연금이 투자철회 캠페인의 대상으로 결정되었다

56 57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무기제로의 과거 캠페인 경험을 통해서 볼 때 확산탄이 어떤 무기

인지 왜 확산탄이 금지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대중적 인식은 사실상

전무했다 확산탄이라는 특정한 무기를 금지하자는 캠페인의 슬로건

이 대중의 관심을 얻기 힘든 주제였다는 점에서 우리는 국민 대다

수가 자의든 타의든 월 일정액을 적립하고 있는 lsquo국민연금rsquo을 통해

lsquo당신의 돈이 국제적으로 금지된 무차별 살상무기를 만드는 데 쓰이

고 있다rsquo는 메시지를 전달해 사람들의 관심과 확산탄의 비인도성에

대한 낙인화를 동시에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해외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 사례

이번에 무기제로가 국민연금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을 진행한 것

은 해외에서 이미 성공적으로 진행된 투자철회 캠페인을 모델로 해서

기획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래에서는 무기제로가 참고했던 대

표적인 성공 사례 두 가지를 살펴보려 한다

- 네덜란드 연금기금 투자철회 사례

2007년 3월에 네덜란드 시사프로그램인 젬블라(Zembla)는 네덜란

드 유수의 연금기금이 확산탄 지뢰 등 비인도무기를 만드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 등 네덜란드 연금기금의 비윤리적 투자 문제

를 다룬 lsquoCluster bomb feelingrsquo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방영한

다 당시 방송을 통해 연기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게 된 대중의 분

노가 표출되면서 연기금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이 압력을 느끼게 되었

다 이에 다큐 제작 과정에 관여했던 시민단체인 팍스 크리스티(IKV

Pax Christi)는 다큐 방영 이후 연금 기관들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캠

페인을 시작하게 된다 금융기관들의 가장 큰 두려움이 ldquo사회적 이미

지 실추rdquo라는 점을 활용한 것인데 2011년 유럽 투자자들을 대상으

로 한 조사에서 거의 80의 투자자가 논란이 되는 무기에 대한 투자

가 명성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는 등 인식의

변화가 눈에 띄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2009년 팍스 크리스티는 페어핀(FairFin)과 공동으로 ldquo확산탄 세

계투자 공동의 책임rdquo 보고서를 발표했고 보고서 발표의 영향으로

연금 기금이나 금융기관들이 확산탄 생산기업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

는 사례가 발생한다 팍스 크리스티는 이뿐 아니라 정책 입안자들과

관계를 맺고 확산탄 투자 금지를 입법화하기에 나선다 2009년에 네

덜란드 의회가 확산탄 투자 금지 촉구 제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지

만 당시 과도 정부가 이를 거부했다 이후 확산탄금지협약 비준 등을

거치면서 상원에서 다시 한번 확산탄 투자 금지 제안이 상정되었고

2011년 말 정부가 이를 이행하기로 결정하면서 확산탄 투자 금지는

2013년 1월부터 효력을 발휘하게 되었다

주목할만한 점은 이 다큐가 방영되고 반향을 일으켰던 시점이 아직

확산탄금지협약이 체결되지 않은 시점이었다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경우는 다큐멘터리 방영으로 국민적 분노가 격화되면서 향후 확산탄

생산기업에 대한 연기금의 투자철회 결정뿐 아니라 네달란드가 확산

58 59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탄금지협약에 서명하는 등 확산탄을 전면적으로 금지시키는 데도 상

당한 영향을 미쳤다

- 영국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RBS) 투자 철회 사례

2011년 8월 앰네스티 영국지부가 팍스 크리스티 보고서를 바탕으

로 HSBC(홍콩middot상하이은행)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 등 주요 은행에

대한 투자 철회 캠페인(온라인 탄원)을 시작했다 캠페인 시작 1주일

만에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이 확산탄 투자를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밝

히게 된다 당시 이 은행은 앰네스티 회원들로부터 12000통의 이메

일을 받았으며 앰네스티가 진행하던 전국적인 광고 캠페인 등에 이

미지 손상을 두려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사례를 통해서 본 우리의 투자철회 캠페인

투자철회 캠페인은 기업들이 lsquo이미지rsquo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에

서 가능한 캠페인이다 위에서 다룬 두 사례는 각각 대중적인 영향력

을 가지고 있는 방송(네덜란드 시사프로그램 젬블라)과 시민단체(앰

네스티 영국지부)가 자국 금융기관(연금기금)이 국제적으로 큰 비난

을 받고 있는 비인도무기를 만드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으로 대중적인 단죄 또는 낙인화가 이루어지면서 자연스레

투자철회가 이어질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된 사례로 볼 수 있다 ldquo내

돈rdquo이 잔인한 무기를 만드는 데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림으로써 사

람들이 확산탄 문제를 ldquo내 문제rdquo로 인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

한 분위기가 형성되었을 때 해당 국가 내에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단체들이 이 문제를 공공의제로 만들어 냈고 이후 여론을 등에 업고

금융기관을 압박해 실제 투자철회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한국에서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진행된 캠페인은 아직 구체적인 성

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하지만 캠페인이 시작단계에 있으며 해외 사

례와 같이 대중적 영향력이 큰 매체가 이 문제를 다루는 등의 이슈 확

산의 계기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아직은 캠페인의 성과를 이야

기할 시점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또 대부분의 국가들이 확산탄금

지협약에 서명middot비준한 유럽의 경우와는 다르게 한국은 안보상의 이

유로 확산탄의 생산 배치를 고집하고 있으며 평화 무기 이슈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도도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 역시 감안해야 할 것이다

무기제로는 올해 12월 발표 예정인 ldquo확산탄 세계투자rdquo 보고서의

번역 발표 등 지속적 캠페인을 통해 국민연금의 확산탄 투자문제를

꾸준히 제기할 계획이며 적절한 타이밍에 대중적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내는 데 주력해 한화middot풍산에 대한 투자철회

및 확산탄에 대한 낙인화 등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참고httpstopclustermunitionsorghttpwwwstopexplosiveinvestmentsorghttpwzeroorg

60 61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기획연재-가람이의 좌충우돌 세상읽기

ldquo그건 저의 삶입니다rdquo

나름 | 전쟁없는세상 친구 + 스웨덴에서 공부하는 중

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ldquo대답하세요rdquo 아슬아슬하게 진행되던 그들의 대화 긴장이 최고

조에 이른다 대화가 중단되고 한 사람이 자리를 뜬다 그 사이 추궁

을 받던 이는 주위를 둘러본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고 어느 구석

자리에 멈춘다 시선이 고정된다 바로 자신에 관한 기사와 사진들을

발견한 것 벽에 빼곡히 붙어 있는 모습이 마치 수사 상황 같다 소리

를 쳤던 이가 돌아오고 그가 묻는다 ldquo이게 뭐죠rdquo ldquo그건 저의 일이

예요rdquo 추궁을 받던 이의 나직한 목소리 ldquo그건 저의 삶입니다rdquo 덴

마크 드라마 lt보운 (발음이 틀릴 수 있음)gt의 한 대목 덴마크 최초의

여성 총리를 그리고 있는 이 드라마는 첫 방영이 있고 1년 뒤 실제 여

성 총리가 등장하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문제의 대목은 이전 정부

에서 총리를 맡았던 여성이 선거를 앞두고 새로운 정당을 만들면서

시작된다 경제 정책을 담당할 인물을 영입했는데 옛소련의 간첩이었

62 63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대표의 측근이 검증을 하게 된다 이 측근은

소련 좌익 정당에서 일하다 자살한 여성에 대해 캐묻고 그 사람은 결

국 그 여성과의 관계를 비롯해 아픈 과거를 이야기하게 된다 이 장면

은 누군가의 삶에 대해 타인이 얼마나 쉽게 얘기하고 재단할 수 있는

지에 관해 생각하게 만든다 타인이 쉽게 말할 수 있는 그 무엇이 누

군가에게는 삶이요 상처다

누군가에게는

그렇다 타인에게는 그저 지시대로 하면 되는 일이 자신에게는 치

명적인 삶의 문제일 수 있다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 갈등의 연속이

다 최근 이 정도 수준은 아니지만 좀 복잡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주

제 넘게도 어떤 글을 외국어로 쓰고 있는데 유럽 학자와 미국 학자

사이에 끼어 고민이 된다 두 사람이 거의 정반대의 입장에서 글쓰기

에 관여하고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해 한 사람은 이쪽으로 가라고 하

는데 또 한 사람은 저쪽으로 가라고 한다 아직은 경력을 막 쌓기 시

작한 힘없는 나로서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다 두 사람 모

두 좋으신 분들이고 또 내게 중요한 역할을 할 분들이다 그런데 모

두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누구 장단에 맞춰야 할지 난감하

다 다른 점이 있다면 한 사람은 나의 가능성만을 보고 변함없는 신뢰

와 지지를 보여주었지만 또 한 사람은 그 정도는 아니라는 느낌 문

제는 나를 석연치 않게() 보는 듯한 이가 내 경력에서는 훨씬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나를 믿어주는 이의 방향에 맞

추기로 결정했는데 아무튼 쉽지 않은 문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깊이 고민하게 된 다른 문제가 있는데 바로

lsquo누구를 대상으로 이야기하는가rsquo에 관한 부분이다 어쩌다가 바다

건너에서 계속 있다 보니 나는 이쪽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야기를 해

오고 있다 이 사람들의 언어(주로 영어)로 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

는 이야기를 이 사람들 상황에 맞게 말이다 그런데hellip 이게 정말 내

가 원하는 일인가 잘 모르겠다 지금 굉장히 긴 분량의 또 다른 글을

쓰고 있는데 원래는 내가 비교적 잘 알고 있는 한국과 관련된 사건에

대해 얘기하려 했다 이 사건과 특별한 인연이 있고 관심도 많기 때문

이다 그런데 관계자는 특정 사건보다는 lsquo보편적인rsquo lsquo이론적rsquo 이야

기에 초점을 맞춰달라고 요구한다 그래야 이쪽 지역에서 읽히기 때

문이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이게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인가 내

가 정말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들은 누구인가 나는 누구를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는가 쉽게 답할 수 없는 물음들 그래도 나는 안다

적어도 당장은 먹고 사는 문제와 관련이 있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는 걸 물론 이런 고민은 나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바다건너에서

든 아니든)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누구나 살아가면서 어떤 식으

로든 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ldquo네가 행복해져야만helliprdquo

64 65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그런데 lsquo바다건너rsquo라는 부분에 뭔가 있는 것 같다 (나만의 착각

일 수 있지만) 외국에서 지내는 게 다른 사람들에게는 좀 괜찮게 보일

수 있지 않을까 뭔가 좀 있어 보이는 부끄럽지만 고백하건대 나 역

시 그런 생각을 전혀 안 했던 것은 아니다 뭔가 세련()된 것 같은

좀 달라보이는 어떤 면에서 (탈)식민 문제와 관련이 있다 그런데 직

접 생활하는 것은 역시 다르다 물론 철저히 나의 입장에서 그렇다는

이야기다 예컨대 자연환경도 좋고 구경갈 곳도 많은데 여행이나 휴

가를 가지 않느냐는 물음을 받곤 한다 그런데 가고 싶어도 일단 돈

이 없다(있어도 최대한 아껴야 한다) 방학 기간에 여기 저기 여행다

니는 유학생이나 현지인들 이야기를 들으면 나는 신기하기도 하고 부

럽기도 하다 에둘러 말하면 이 세상에 아름답거나 그렇지 않은 것은

없다 아름답게 느끼거나 그렇지 않게 느끼는 특정 맥락의 내가 있는

것이다 lt연애시대gt에도 나오지 않던가 ldquo네가 행복해져야만 이 세

상도 행복해진단다rdquo 그래서 서로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다 처음에

얘기한 드라마 장면 누구에게는 일이고 누구에게는 삶이다 뭔가를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될 이유

[나름대로 스웨덴 소식]

성소수자 탈의실 설치 (스웨덴 영문뉴스 lt로컬gt 2013 4 26)

스톡홀름에 있는 한 고등학교가 자신을 남성-여성으로 정체화하

지 않은 학생들을 위해 별도의 탈의실을 짓기로 했다 보도에 따르면

스웨덴에서는 첫 사례라고 한다 이 학교 학생위원회 관계자는 새로

운 탈의실은 사회의 젠더 규범에 불편해하는 학생들을 위한 것이라

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편 이 학교 선생님들은 수업 시간에 남성

(lsquo한rsquo)-여성(lsquo혼rsquo)을 넘어선 lsquo헨rsquo이라는 단어를 공식 사용하기도 하

고 학생들은 스톡홀름 성소수자 축제에 학생위원회 자격으로 참여한

첫 사례를 남기기도 했다

부유한 지역 적은 난민들 (스웨덴 국영 라디오 국제 2013 7

1)

스웨덴에서 예산이 많은 지역일수록 난민을 받는 데 소극적인 것으

로 나타났다 어느 일간지에 따르면 전국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 20

군데가 같은 수의 가장 부유한 지역들보다 5배 많은 난민을 받아들인

다고 한다 여기에 해당되는 부유한 지역들은 모두 현 정부의 보수 성

향 정당이 이끌어 가고 있다 이는 지난 5년 동안 스웨덴의 290개 지

역 단위를 비교한 결과다 관계자에 따르면 스웨덴 북쪽 지역으로 갈

수록 인구 부족 문제로 난민들이 환영을 받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66 67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효웅 | 병역거부자

일베한테 일베식으로 맞짱뜨기

일베충 종북게이다 좌빨 종북게이다

나님 네 다음 일베충

일베충 네 다음 종북게이

나님 나님이 종북게이라는 lsquo근거rsquo가 있음 주장하는 사람이 근거

를 제시해야 한다는 lsquo입증책임의 원칙rsquo도 모름 이 논리 종범아

일베충 요시 그럼 넌 내가 일베충이라는 근거는 있盧

나님 너한테 한 말 아니라 걍 혼잣말 한건데 내 발화의 지시대상

이 너라는 근거는 있盧

일베충 나한테 한 얘기잖아 이 종북게이야

나님 ㅇㅇ 인정 니 생긴 게 일베충같아서 일베충이라고 한 거임

얼굴에 써 있음

일베충 소설쓰지마라 ㅋㅋ 팩트 모르盧 내가 일베충이라는 팩트

를 대라 팩트를

나님 요시 니가 일베충이라는 lsquo최선의 설명으로서의 추론rsquo이라는

가설을 세워서 추론한 거임 나한테 종북게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lsquo현

상rsquo을 설명하기 위해서 너가 일베충이라는 lsquo가설rsquo을 세워 봤는데

ldquo니가 바로 일베충rdquo이기 때문에 ldquo따라서 나한테 종북게이라는 딱지

를 붙이는 것이다rdquo라는 현상이 아주 훌륭하게 설명력을 지닌 가설추

론이 되는 거임 원래 가설은 아무렇게나 세우는게 lsquo가설rsquo임 가설은

반증 가능성이 있는 게 당연하다고 포퍼가 그랬음 가설을 통해서 과

학과 범죄수사가 발전했음 만일 니가 일베충이 아니라면 너가 경쟁

가설을 주장하던가 내 추론에 문제가 있음을 제시하면 됨 왜 일베충

이라고 해서 찔림 도둑이 제 발 저림 일베충도 일베충이라는 말 듣

기가 부끄러움 너 포퍼가 누군지는 암

68 69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일베충 일베한다고 해서 다 무슨 사이코패스에 고인드립치는 패륜

아 인 줄 아냐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범하지 마라

나님 ㅋㅋㅋ요시 사이코패스에 패륜아라는 건 lsquo니가 한 말rsquo이고

lsquo니 생각rsquo임 내가 언제 너보고 사이코패스에 패륜아라고 했음 난

그냥 너가 일베한다는 lsquo사실rsquo을 진술문으로 말했을 뿐임 아 몰랐

네 너 사이코패스에 패륜아임

일베충 (ㅇㅂㅇ) 지금 일베충이라고 비하하는 거임 일베충이라는

말 자체에 비하가 있다

나님 자기들도 일베충이라고 자조적으로 비하하면서helliphellip

일베충 인권 좋아하는 감성팔이 인권쟁이들이 왜 우리의 인권은

도외시하는 거냐 북한 인권 군인 인권 일베충 인권

나님 일베충이 사람임 사람이 아니므니다

일베충 일베충도 사람이다 왜 사람이 아니냐

나님 lsquo일베충rsquo이라는 말은 일베를 하는 벌레라는 내포를 갖고 있

음 따라서 ldquo일베충은 벌레이다rdquo는 진리값이 항상 참인 분석명제이자

항진명제임 이 무식한 일베충아 그런데 ldquo일베충은 사람이다rdquo라고

한다면 그건 앞의 주어인 lsquo일베충rsquo에 이미 내포되어 있는 벌레라는

걸 부정하는 모순이 되는거임 이건 마치 ldquo삼각형은 동그라미이다rdquo

ldquo여성은 인간이 아니다rdquo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모순율에 어긋나

는 것임

일베충 (ㅇㅂㅇ) 인권 좋아하는 인권쟁이들이 우리들한테 인권이

없다니 역시 좌빨들은 이중성 쩌네 ㅋㅋㅋ모순 쩐다 위선자들 ㅋㅋ

ㅋㅋㅋ

나님 일베충이 그런 내포를 갖게 된 것은 공론장에서의 니들 행패

를 보고 내포가 그렇게 정해진 거임 억울하면 다시 태어나셈 근데

니가 인권이 뭔지는 아냐 어디 그래 lsquo인권rsquo의 정의가 뭐라고 생각

일베충 (ㅇㅂㅇ) 그건사전에 나와있다 ldquo사람이라면 누구나 누려

야할 권리rdquohelliphellip

나님 그런데 너님들은 왜 lsquo여성rsquo lsquo전라도rsquo 이런 사람들의 인권을

부정하고 비하하는 거임

일베충 일베라고 다 패륜아냐 성급한 일반화 모르盧 논리적 근

거를 대라

70 71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나님 아~그럼 여름 중에도 시원한 날이 며칠 있으니까 여름은 안

더운 거겠네 ㅋㅋㅋ 일베충 논리 보소 ㅋㅋㅋㅋ 너 말대로 일베의

lsquo모든rsquo회원이 그런 건 아닐 수도 있음 그러나 대다수가 그런 lsquo성

향rsquo을 갖고 있다면 성급한 일반화가 아니라 강한 통계적 귀납논증이

되는 거임 실지로 얼마 전 일베 게시물들의 키워드를 분석한 프로그

램 통계에 의하면 일베 사이트의 핵심 키워드들은 사회의 대다수 사

람들의 통념과 반대되는 게 맞는데 이 연가시야 사례가 많을수록

귀납논증은 강화되는 거고 너가 일반화라면 그렇지 않은 일베 회원

들이 더 많음을 니가 귀납적으로 논증을 해야 논파가 되는 거임 따라

서 ldquo일베충들은 대부분 사회적 낙오자에 학교에선 아싸고 생긴 건

베트남 쌀국수에 집에서 진격의 거인이나 보면서 연애 한 번 못해

보는 싸이코패스인데 사회적 약자들에 화풀이한다rdquo는 건 굉장히 강

한 귀납논증이 성립되는 거임 (ㅋㅋㅋ)

일베충 우리가 사회적 낙오자에 약자들에게 분풀이 한다는 팩트를

대라 팩트의 일베다 우리는 사실만을 얘기한다

나님 니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lsquo팩트rsquo에 대해서 너님들은 얼마나

알고 있음 너님 혹시 lsquo팩트rsquo가 뭔지는 암 사실과 사건 사태의 차

이점이 뭐임

일베충 0a 0

나님 ldquo쟤 성형수술했대rdquo ldquo너 전과자라며rdquo ldquo나 저번 시험에서

백점 맞았다~^^rdquo ldquo우리 집 50평이다 ^^rdquo ldquo우리 아들이 이번에 반

에서 1등했대요 호호호rdquo 이 문장들은 전부다 lsquo사실rsquo을 얘기하고 있

지만 이건 사실을 얘기하는 lsquo진술문rsquo이 아니라 비하하거나 잘난척

하는 lsquo행위rsquo를 하고 있는 lsquo수행문rsquo임 따라서 너님들이 이야기하고

있는 lsquo사실rsquo은 사실 해석과 반응 맥락에 따라서 굉장히 유동적인

것임 이처럼 사실인 척 위장하고 있는 문장들은 lsquo기술주의적 오류

(destriptive fallcy)rsquo임 또한 사실은 lsquo사물rsquo이 아니라 사물들의 연관

이라고 비트겐슈타인이 말한 것처럼 사실은 사실을 인식하고 말하는

사람의 주관에 달려있는 거임

일베충 전라도가 폭도였고 한국여자들이 성형하고 명품 밝히는 건

팩트다 이 멍청한 좌좀아 홍어들은 한반도를 떠나야하고 여자들은

삼일한(삼일에 한번씩 패야한다는 일베 용어)이라는 거다

나님 한국여성들의 명품 구매비율이나 성형비율이 높다는 lsquo사

실rsquo과 여성들을 패야한다는 lsquo당위rsquo가 어떤 관련이 있음 사실에서

어떻게 당위를 도출함 ldquo저 사람은 흑인이다rdquo라는 사실에서 ldquo따라

서 저 사람을 인종차별해야 한다rdquo라는 당위가 도출됨 ldquo너는 여자

다rdquo라는 사실로부터 ldquo따라서 너는 정숙해야한다rdquo라는 당위 도출되

지 않는 것처럼 이것 역시 철학자 GE 무어가 말한 lsquo자연주의적 오

류rsquo임 그러나 ldquo쟤 일베한다 따라서 박멸해야 한다rdquo는 만고산천에

72 73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불변하는 진리 이데아임 어디까지나 이런 논리나 철학은 사람한테

만 적용되므니다 이 살인 진드기야

일베충 (ㅇㅂㅇ) 광주사태가 홍어들 폭도였다는 거 역시 lsquo팩트rsquo

를 말한 거다 총들고 사람 죽이고 그게 잘한 거냐 이 씹선비야

나님 광주사태가 lsquo민주화운동rsquo이였다는건 공론장에서 의사소통적

논변에 근거한 합의를 통해 그 내포에 대한 일의적(一意的) 의미가 정

해진 사안임 너 혼자 민주화라는 용어를 lsquo홍어들의 폭동rsquo으로 재정

의하는 것은 이미 어느정도 사회적으로 통용된 내포를 너 혼자 바꿔

쓰는 lsquo은밀한 재정의의 오류rsquo이면서 동시에 lsquo자의적middot설득적 정의rsquo

인 거임 ldquo동성애자는 항문섹스만을 즐겨하는 에이즈 보균자이며 하

나님 앞에 죄인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rdquo라는 말이 동성애자에 대한

합의된 정의임 자기 혼자 쓰는 정의지 그리고 너희가 비하하는 전

라도 사람들은 전부다 폭도라던가 한국여자들은 명품에 성형에 환장

했다거나 하는 설명이 과학적이거나 팩트에 가까움 오히려 감정적

인 편견에 지나지 않는거 아님 통계 자료는 있음 논거 부재의 오

류 인신공격의 오류 은밀한 재정의의 오류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온갖 오류들의 향연임 이 애미 애비가 교육을 잘못시켜서 그 따위로

된 가정 교육 못 받은 일베충아

일베충 (ㅇㅂㅇ) 아아아아아우오오 씹선비 김치녀 홍어 홍어

나님 반사 ^^

일베충 (ㅇㅂㅇ) 우워워워좌좀 종북 좌빨 슨상님

나님 굴절 ^^

일베충 크어어어억 오유충 삼일한 김치녀 종특

나님 라고 말하는 놈 친일파 ^^

일베충 쩔뚜기 운지 하라보지 종북게이

나님 라고 말하는 놈 평생 쏠로 ^^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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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사은 백가윤 보라 상우 서범석 설순일 소란 송명관 송병채 송준 송지혜 수하

숲이아 시와 신기현 신유아 신은재 신희권 아하 아침 아키오 안지환 양선화 양지혜

여문정 여옥 여은 여지우 염창근 오리 오성민오정록 오하린 오학준 우경환 우공

우완 우성섭 우지연 위양자 유은정 유현미 윤민순 윤정하 윤정화 윤지환 윤혜정

은국 은종복 은혜와평화교회 이갑수 이기영 이덕현 이비함 이상길 이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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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욱 정상민 정우진 정인철 정주열 정출균 정혁 정현채 정혜윤 조명래 조은 조익진

조정의민 주관수 지은 진진 진현호 진흙 차명수 참새 채승우 최민아 최성진 타랑

편설란 하동기 하승우 한광주 한주훈 햄 홍수봉 홍수영 홍이 홍창욱 황명규 황예랑

2013년 5월1일 ~ 7월 31일

Page 3: 전쟁없는세상 소식지 38호(2013년 8월)

1소식지를 내며

소식지를 내며

지우 | 전쟁없는세상 운영위원

올여름 전쟁없는세상은 lsquo2013년 평화캠프 - 초심자를 위한 비폭

력 트레이닝rsquo을 진행합니다 이 작은 캠프가 한국 사회의 변혁을 위

한 전략적인 비폭력 투쟁의 씨앗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이번 소식지 기획기사는 lsquo기업에 저항하는 방법rsquo입니다 평화활동

가들이 싸워야 할 대상은 국가만 있는 게 아닙니다 제주해군기지를

건설하는 삼성물산이나 비인도무기인 확산탄을 생산하는 한화와 풍

산처럼 말이죠 평화운동뿐 아니라 노동운동과 생태운동 등 다른 사

회운동들도 국경을 넘나드는 자본의 권력에 맞서 분투하고 있습니

다 그런데 기업과 싸우는 것은 국가를 상대할 때와는 다릅니다 그래

서 전쟁없는세상은 다른 단체들과 함께 lsquo어떻게 기업에 저항할 것인

가rsquo라는 제목의 워크숍을 7월에 진행했습니다 워크숍에서 이야기

되었던 내용들을 중심으로 이번 호 기획기사를 구성하였습니다

그리고 지난 호 소식지에 실렸던 lsquo게임과 평화rsquo가 연재를 시작합니

다 게임을 통한 평화 만들기라는 야심찬 주제를 가지고 다양한 질문

들을 던져보고자 합니다 기대해주세요

2 3평화주의자 노트

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 내가 살아 왔던 태도가 어땠는지에 대

한 생각에까지 이르게 됐다 많은 순간 상대(구체적인 인물이기도 했

고 제도이기도 했던)에게 나를 휘두를 권한들을 내주면서 살아 왔다

는 걸 알게 됐다 그것들에 맞서 lsquo제대로rsquo 싸워 본 적이 없다는 것도

싸워 보기도 전에 lsquo어차피 힘들다rsquo며 냉소한 적이 많다는 것도 그

제야 새삼 알게 됐다 권리 권한 등을 되찾기 위해 어떻게 싸워야 할

지 나에게 그런 힘이 있기나 할지 모든 것이 막막하고 불안했지만

불안과 걱정들을 안고서라도 한 번 해보자고 마음먹게 되었다 아마

모두가 비슷한 마음이었을 것이다

막상 노조를 만들고 나니 개인적으로 티 나게 괴롭히거나 하는 일

은 (생각보다) 드물었다 상대가 어떻게 나올까를 끊임없이 계산하고

예측했던 것이 일정 정도 나의 망상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상대가 생

각보다 그렇게 강하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나의 망상 속에서 상대는

늘 나보다 강했다) 그동안 제한해 왔던 목소리를 조금씩 높여 가는

경험은 숨겨져 있던 나의 힘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그 자체로 소중한

경험이었다(물론 lsquo함께rsquo여서 가능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묘하게 위

축되는 일들도 늘어만 갔다 일방에게 독점되었던 기준과 권한에 문

제 제기하는 내(우리)가 부적응자 무능력자 괜한 열등감에 사로잡혀

사사건건 딴죽을 거는 사람처럼 비치지는 않을까 하는 조바심 때문이

었다 그리고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그 묘한 위축감을 조성하는 프

레임은 거의 매 순간 이용되었다

평화주의자 노트

나를 휘두를 수 있는 힘을 쉽게 내주지 않는다는 것

미선 | 출판노동자

관리자들과의 감정적 껄끄러움 그로 인한 불이익 인정받는 중심

으로부터의 전적인 배제helliphellip 노동조합을 처음 시작하려고 했을 때

솔직히 걱정되고 고민되었던 부분이었다(다른 분들은 어땠는지 잘은

모르겠다) 이제 겨우 lsquo신입rsquo이라는 꼬리표를 뗀 입장에서 업무지시

를 하고 결재를 하는 관리자들과 조합활동으로 인해 사이가 틀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은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lsquo기준rsquo이라는 것이 전적

으로 저들에게 있(다고 생각되)는 상황에서 마음만 먹으면 나를 충분

히 괴롭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저마다의 불안 속에서 갈팡질팡하던 가운데 이제는 노조를 준비

할지 말지 확실히 결정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순간이 있었다 생

각을 정리하기 위해 며칠간 끙끙대고 글을 썼던 기억이 난다 그간의

회사생활이 어땠는지 나는 왜 노조 활동을 하고 싶은 것인지 그렇

4 5평화주의자 노트

그로부터 몇 개월 후 SNS를 통한 노사 간 공방에서도 사측은 노조

원들을 lsquo일도 제대로 못하고 배우려는 의지도 없는rsquo 이로 빗대는 프

레임을 곧잘 활용하곤 했다 사태에 있어 전혀 핵심적인 문제가 아님

에도 자주 거론되었다는 것은 이 프레임이 대내외적으로 얼마나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지를 방증해 주었다 그리고 실제로 순간순간

lsquo내가 지금 일은 똑바로 하고 있나rsquo하는 의식이 올라와 위축되곤

했으니 임상적으로도() 효과가 확인된 셈이다

걸려들 수밖에 없는 덫 규율과 기준

선(線)을 구획하는 것은 자연도 신도 아닌 사소하고 우연한 권력

들이다 이 권력을 가시화해야 한다

― 정희진 ldquo배제되지 않기 위해 포함되길 거부하라rdquo 한겨레신

문 2013년 2월 1일

앞서 말한 식으로 상황을 지저분하게 만드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

다 일상적으로 구성원들을 압박할 수 있는 lsquo규율rsquo과 lsquo기준rsquo이라는

덫을 곳곳에 설치하면 된다 그리고 구성원들이 계속해서 그 기준을

달성하지 못하게 하고 이로 인한 심리적인 위축감을 느끼게 하면 된

다 우리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잦은 야근으로 탄력적인 출퇴근 시간

에 이미 몸이 맞추어져 있던 노동자들에게 어느 날부터 갑자기 (일방

적으로) 정시 출퇴근을 요구하고 하루에 교정을 30쪽 남짓 보던 노

기준lsquo미달rsquo들은 조용히 하라고

올 해 초 조합원들의 마음을 잠시나마 심하게 흔들어 놓은 사건이

있었다 연초에 갑작스레 이루어진 비조합원 중심의 승진을 두고 조

합 차원에서 문제 제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이에 대해 사측이 lsquo평

가rsquo라는 이름으로 인격적인 모멸감이 느껴질 만큼 가혹하게 조합원

들의 업무역량을 깎아내리는 글을 게시했던 것이다 현격한 업무역량

차이 때문에 비조합원들이 승진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이다

노조는 ldquo승진한 이들의 역량이 떨어진다rdquo는 식으로 문제 제기를 하

지 않았다 은연중에 그런 뉘앙스를 준 것은 아닌지 해당 문제 제기

를 몇 차례 거듭해서 읽어 봐도 그건 아니었다 노조가 문제의식을 느

끼고 견제하고자 했던 것이 사측의 일방적인 lsquo인사권 남용rsquo이었음

은 누가 봐도 자명한 일이었다 차라리 lsquo회사의 인사권은 노조가 침

범해서는 안 될 영역rsquo이라는 형식적인 답변만 왔더라면 나았을 것이

다 사측은 문제를 의도적으로 지저분하게 만들어 버렸다 간단히 말

해 ldquo자격도 안 되는 기준미달의 놈들이 기준에 문제 제기를 한다rdquo

는 것이었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간단하게 회사의 논리를 반박할 수

있었다 ldquo의도적인 오독으로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있으며 평가라는

이름으로 심각한 수준의 인격모독을 행하고 있다rdquo고 말이다 하지만

구성원들은 이미 상당한 심리적 충격과 위축감을 느낀 후였다(덧붙이

자면 사측은 예상대로() 여기에 대해 제대로 된 해명은 물론이고 단

한마디의 사과도 하지 않았다)

6 7평화주의자 노트

작은 것을 위한 분투가 필요한 이유

기존 규범을 문제 삼지 않고 그 안에서 약자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이중 메시지에 lsquo자발적으로rsquo 수갑을 채우는 행위다 사회

가 당연시하는 사유의 경로를 추적하는 것이 지성이고 운동이다

권력의 법칙을 해체(즉 인식)하지 않는 저항은 lsquo반칙rsquo lsquo불평불

만rsquo lsquo낙오자의 불복rsquo 심지어 lsquo역차별의 가해자rsquo라는 엉뚱한 비

난을 뒤집어쓴다 ― 정희진 같은 글

lsquo기준과 규율에 대한 승복이냐 불복이냐rsquo라는 이분법적 딜레마

를 넘어 이걸 누가 왜 정했는지를 묻는 것 모두가 동의하고 공감하

는 lsquo규칙rsquo(ne규율)을 다시 세우는 것 그리하여 일방적으로 정한 규

율과 처벌(보상)로 인해 발생하는 자기착취와 자기소모를 막아내는

것(표면적으로 행해지는 노동착취를 막아야 함은 물론이다) 우리의

노동조건을 바꾼다는 것은 이러한 과정을 전제에 두고 진행되어야 한

다는 걸 새삼 느낀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그것이 우

리를 배제하고 착취middot소모시킨다면 바꾸기 위해 분투해야만 한다는

것도 말이다

작은 것 하나에서 나를 휘두를 수 있는 권한을 쉽게 내주는 순간

프레임은 이미 저쪽에 유리하게 구성되는 듯하다 우리는 사소한 것

하나 내준 것이라 생각하지만 역으로 또 사소한 것 하나에도 쉽게 주

눅 들게 된다 이제 lsquo기준미달rsquo lsquo낙오자의 불복rsquo이라는 불명예와 그

동자들에게 앞으로 50쪽 이상씩을 보라고 하는 등 갑작스런 노동조

건의 변화가 있었다 그리하여 정시까지 출근을 못하는 노동자에게는

lsquo태도가 방만rsquo하다는 꼬리표가 붙여지고(사측의 당초 계획대로라면

분 단위의 임금도 삭감당하면서) 갑자기 늘어난 조업량에 문제를 제

기하면 lsquo회사의 경영난에 나 몰라라 하는 노동자rsquo라며 비난을 듣기에

이르렀다

이 규율과 기준에서 벗어나지 않도록(덫에 걸리지 않도록) 자신을

더 통제할 것인가 갈등을 감수하면서 이 규율과 기준 자체에 문제 제

기할 것인가 여기서 딜레마가 생긴다 한편으로는 나 역시 기준에서

크게 어긋나는 것 없이 잘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혹시나 내

가 이 기준에 부합할 능력이 부족해서이지는 않은지 스스로를 의심하

게 되기 때문이다 일견 내가 조금만 노력하면 별다른 갈등 없이 그

냥 넘어갈 수도 있을 것처럼 보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애초에 걸리는

놈들을 잡아내려 하는 선이 어디 유연하던가 한 달에 총합 10분 남

짓한 지각으로 관리자에게 불려가 lsquo경고rsquo를 받는가 하면 그게 누적

되어 경위서를 제출해야 했던 구성원도 생겨났다 눈 밖에 나면 정해

진 점심시간에서 2분 남짓하게 늦게 들어와도 허용되는 법이 없다

lsquo경고rsquo까지는 아니더라도 빈정거리는 상사의 핀잔을 감내해야 한

다 이 모든 게 lsquo부당rsquo하다는 생각은 들어도 입 밖으로 부당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누가 왜 정해 놓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칼같이

정해진 선이기 때문이다

8 9평화주의자 노트

로 인한 위축감을 넘어 나를 저들 멋대로 휘두를 수 있는 어느 것 하

나 쉽게 내주지 않는 데서 보람과 의미를 찾아보려 한다 저들이 작은

것 하나를 정하더라도 우리의 눈치를 보게 되고 노동자들 대하길 어

려워할수록 lsquo우리rsquo의 싸움은 성공한 게 될 것이다

현재도 그린비출판사 노동조합은 lsquo출퇴근기록rsquo을 둘러싼 문제로 1

년 넘게 싸우는 중이다 지금까지 그래 왔듯 쉽게 내주진 않을 것이

다^^

평화주의자 노트

요즘 MBC예능프로그램 lsquo일요일 일요일 밤에rsquo에서는 연예인들이

군대 체험을 하는 lt리얼 입대 프로젝트 ldquo진짜 사나이rdquogt라는 코너가

한창 방영 중이다 한국의 군사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까지 등

장해 군대에 적응해가는 모습을 보여 주며 lsquo군대를 다녀온 남자가 진

짜 남자rsquo라는 신화를 전국구 방송으로 유포시키고 있다 한국은 과거

에 전쟁을 준비하는 훈련을 교육 과정 속에 편입시켜 진행한 전력이

있다 남성들은 군복 비슷한 옷을 입고 총을 들고 훈련을 받고 여성

들은 붕대 싸매는 방법을 배웠다는 교련 과목은 이미 사라진 지 몇 년

이 지났지만 한국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아직도 병영 국가임을 더 공

고히 하는 lsquo교육rsquo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 6월 14일은 반군사주의 국제 행동의 날이었다 반군사

숲이아 | 전쟁없는세상 운영위원

lsquo병영국가 만들기rsquo에 저항하기-반군사주의 국제 행동의 날 소식

10 11평화주의자 노트

주의 국제 행동의 날은 전쟁저항자 인터내셔널 (War Resisterrsquo

s Internatoinal)에서 2013년부터 조직한 캠페인이다 반군사주의 국

제 행동의 날은 특히 교육과 연구에 있어 반군사주의를 요구하는 것

을 목표로 삼았다 전 세계 많은 곳에서 군은 교육제도에 상당한 존재

감와 영향력을 갖고 있다 이런 군의 존재와 영향력은 군대가 학교를

방문해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것에서 수업을 진행하는 것 모험 활동

을 운영하고 수업 자료를 지원하는 것까지 그리고 사관학교부터 군

사 연구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것에까지 이른다 군이 교육에 참여

하는 두 가지 주요 목적은 젊은 사람들을 군대로 끌어들이는 것과 함

께 정책의 도구로써 전쟁과 전쟁준비를 정상화시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균형 잡힌 논쟁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왜냐하면 분쟁 해결에

대한 대안적인 관점에는 군대처럼 똑같은 특권적인 접근이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군사연구는 많은 공립대학의 과학 공

학 기술 학과에서 이루어지는 연구에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이렇게

군대와 전쟁을 위한 연구들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한편 사회적으로 더

유용한 연구들은 뒷전이 되기 일쑤다

올해에는 남아프리카 독일 이스라엘 인도 등 최소 11곳이 넘는

나라에서 피켓팅 거리 연극 워크샵과 같은 여러 가지 다양한 활동이

펼쳐졌다

이스라엘에서는 뉴 프로파일(New Profile) 평화를 위한 여성 연

대 (Womenrsquos Coalition for Peace) 미국친우봉사회(American

Friends Service Committee )세 개 단체가 연대하여 텔아비브에서

교육영역의 군 개입을 시각화하는 거리 극장을 열었다 3일 동안 행

동이 이어진 독일에서는 6월 14일 언데드 복장을 입을 항의자들이 쾰

른에 있는 Herder 학교 앞에 나타났다 그들은 군대의 프로파간다를

전복시키는 내용을 담은 현수막를 들었다 이외에도 13일부터 15일

까지 가두 행진을 비롯하여 여러 활동이 있었다 남아프리카 요하네

스버그에서는 ldquo라스트 킹(The Last King of Scotland)rdquo 상영회가

열렸다 영화 상영 뒤에는 참가자들이 영화를 어떻게 느꼈고 그것이

현재와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관해 풍성한 토론이 벌어졌다 미국에

서는 워싱턴 시애틀에서 몇몇 단체들의 행동이 있었다 Garfield 고

등학교 앞에서 플랜카드와 피켓을 들었다 Garfield 고등학교는 지난

2005년 학부모 교사 학생 연합에서 신병모집관이 학교에서 환영받지

않는다고 언급했던 곳이다

한국에서는 올해 시작한 반군사주의 국제 행동의 날에 참여할 여

건이 되지 않아 지나쳤지만 다음 해 부터는 어떤 방식으로 참여 해

볼지 고민해 보면 좋겠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는 전쟁 lsquo기념rsquo

관으로 소풍을 가고 lsquo군기rsquo를 잡아 준다는 명목 아래 청소년들을 대

상으로 하는 무허가 해병대 캠프가 기승을 부리는 이 사회에서 교육

과 반군사주의를 고민하다보면 할 수 있는 행동들은 차고 넘쳐날 것

같다 미디어를 통해 학교 밖 교육 과정을 통해 우리는 여전히 군대

에 대한 잘못된 신화를 주입받고 있다 미디어의 영향력을 생각해 보

12 13평화주의자 노트

면 lt진짜 사나이gt가 방영하고 있을 때 나 혼자 보기 싫다고 TV채널

을 돌려 버리면 그만인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군사주의를 교육하며 군

대와 교육 학문 분야가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사회에 어떻게 함께 대

응하고 저항해 나갈 것인가 하는 고민이 필요하다 ldquo군대 갔다 와야

사람 된다rdquo는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사람을 한 순간에 사람이 아닌

존재로 만들어 버리는 무시무시한 말이 잘못되었다는 인식을 갖고 우

리 사회가 lt진짜 사나이gt와 같은 코너에 대해 경계할 수 있게 될 때

국방부와 관련된 과학 기술 연구 예산이 대신 교육이나 복지와 같은

곳에 쓰일 수 있을 때 병영 국가 만들기가 중단되는 때가 오기를 간

절히 고대해 본다 고등학교에서 단체로 갔던 해병대 캠프에서 다섯

명의 학생들이 죽음을 맞이하는 일은 더 이상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

전 세계에서 벌어진 반군사주의 행동의 날에 대한 더 자세한 상황

공유는 전쟁저항자 인터내셔널 리포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wwwwri-irgorgReportsDayOfAction

평화주의자 노트

현역입영예정일인 6월 24일 오후 2시 난 훈련소에 가지 않았다

나는 모든 억압과 착취 불평등과 부정의에 반대하는 사회주의자로서

의 신념에 따라 이런 결정을 내렸다 나는 이 소견서를 통해 내 신념

을 밝히고자 한다

교과서에선 모든 사람들에게 lsquo국방의 의무rsquo가 부과된다고 가르쳤

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형제와 가족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군

대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남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군대를 가야 한다고 말하고 군대에 가지 않는 것은 비겁한 일로 여긴

다 나 또한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겉모습만 봐선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어떤 것은 그 껍질

이 외부로부터 내용물을 보호하는 것처럼 보이기만 할 뿐 실제론 내

김무석 | 노동자연대학생그룹 활동가

나는 정의와 평화에 대한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다

14 15평화주의자 노트

용물을 가두기 위해 존재하는 것일 수도 있다

군대는 어떠한가 이 나라의 군대는 정말 평범한 민중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 아니면 평범한 민중을 억압하기 위해 존재하

는 것인가

나는 군대가 계급으로 나뉜 자본주의에서 소수 지배자가 다수 민중

을 억압하고 지배하기 위한 대표적인 억압 기구라고 생각한다

박정희의 군대는 1961년 516 군사정변을 일으켰다 1964년엔 베

트남 전쟁에 참전해서 미국의 민족 억압과 학살을 지원했다 1979년

10월 박정희의 유신독재에 항거해 부마항쟁이 벌어지자 군대는 대검

을 들고 민주주의를 외치는 시민들을 진압했다전두환 시절 군대는

1979년 1212 군사 반란을 일으켰고 1980년 517 쿠데타를 일으켰

다 518 광주 항쟁에서 발포해 시민들을 학살한 것도 이 나라의 군

대였다

이런 일들이 군사정권에서만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은 군사 정권이

끝난 뒤에도 군대의 역할이 크게 변하지 않은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3년 이 나라의 군대는 미국의 이라크 점령에

동원되었다 이 전쟁에서 미국은 수십만 명을 학살했고 2백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난민으로 만들었다 2006년 미군기지 이전에 반대한

평택 대추리의 주민들과 활동가들의 평화를 요구한 목소리는 군대의

군홧발에 무참히 짓밟혔다

강제로 동원되어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었던 사병들은 또 다른 희

생자들이었다 이처럼 군대는 평범한 민중의 이익과는 상관없이 소수

권력자들의 도구로 활용되어 왔다

지배계급의 도구

자본주의 체제의 권력자들이 군대를 이용한 목적은 두 가지였다

지배자들은 자국의 민중들을 억압하기 위한 수단으로 또한 타국과의

군사적 패권 경쟁을 위한 수단으로 군대를 이용했다

지배자들은 동의와 설득으로 지배를 유지하려고도 했지만 궁극적

으로는 군대 경찰 감옥과 같은 억압기구를 필요로 한다 군사정권

시절에는 이 폭력이 노골적으로 전면에 드러났다 이 나라에서 노동

자middot민중이 벌인 투쟁으로 이 억압기구들이 뒷켠으로 물러나긴 했다

그러나 평택 미군기지 이전 반대 시위 진압에 군대가 투입된 것이나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점거 파업에 경찰 특공대가 투입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지배자들은 결정적인 순간에 늘 폭력과 억압에 의존해 왔

지배자들은 지정학적 경쟁에서 우위에 서기 위해서도 군대를 활용

한다 베트남과 이라크에 파병된 군대는 미국의 점령과 학살을 도왔

고 이 나라의 지배자들은 파병을 통해 군사적 영향력을 높이려 했다

지배자들의 한미 동맹 전략은 지금도 전혀 변하지 않았다 박근혜 정

16 17평화주의자 노트

부는 첨단무기가 동원된 한미 합동군사훈련에 참가했고 미국이 중국

을 겨냥해 추진하고 있는 MD에 참여할 절차를 밟고 있다 MD 참여

는 이 나라가 미국과 중국의 군사적 갈등에 더 쉽게 휘말리는 위험천

만한 일이 될 수 있다 미국의 패권 강화의 발판이 될 제주해군기지는

건설 과정부터 주민들을 탄압해 lsquo제주해적기지rsquo라고 불렸다 주민과

활동가 성직자에게 가해지는 경찰들의 폭력은 용인됐고 여기에 저

항하는 사람들은 연행되고 벌금을 물고 구속되었다

난 이처럼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미국의 세계 패권 전략을 뒷받침

하고 자국의 민중을 억압하는 데 이용되는 이 나라의 군대에 입대하

기를 거부한다

무고한 젊은이들을 억압하고 희생시키는 군대

부와 권력을 독점한 권력자들은 소수이기 때문에 군대는 압도 다

수인 노동자와 민중의 자녀들로 구성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지배

계급은 군대를 통제하기 위하여 상명하복의 억압적 위계질서를 적용

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2013년 1월 30일 발표된 lsquo군 인권실태 연구

보고서rsquo에 따르면 85퍼센트의 응답자가 군대에서 구타당한 적이 있

다고 답했다 lsquo탈영 또는 자살하고 싶다rsquo는 생각이 들었다는 병사는

346퍼센트였으며 5년 간 실제로 자살한 군인의 숫자는 368명이었

최근 군대 내에서 가혹행위로 자살한 경우 국가유공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결정이 있었지만 이미 무고하게 희생된 젊은이들의 삶은 어

떤 것으로도 보상해줄 수 없다 lsquo국방의 의무rsquo를 준수하라고 앞장서

요구하는 권력자들은 역겹게도 정작 자신들의 자녀는 어떻게든 군대

에 보내지 않으려 한다 lt이제는 말할 수 있다gt의 lsquo신의 아들과의 전

쟁rsquo편(MBC2004)은 진짜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군대가 자신의

의무가 아니라는 것을 폭로했다

권력층과 부유층 예를 들면 재벌가의 병역 비리는 강력한 권력과

결탁되어 있기 때문에 건드릴 수 없었고 과거 광범위하게 이루어진

병역비리 군middot검 합동수사도 결국 내부 권력 -기무사와 군middot검찰-

이 좌절시켰다는 것이다

지배자들은 북한의 위협을 빌미로 군대와 안보 논리를 정당화해 왔

다 그러나 북한의 지배계급과 남한의 지배계급은 서로 적대적 경쟁

을 하면서도 서로의 존재를 정당화 해 왔다 반면 북한의 평범한 젊

은이들과 남한의 젊은이들은 그 과정에서 모두 희생되고 억압받는다

두 국가가 젊은이들을 군대에 동원하는 논리는 거울을 두고 마주보는

것 같이 똑같다 김정은 정권의 이해관계를 위해 젊은이들을 희생시

키는 군대와 박근혜 정권의 이해관계를 위해 젊은이들을 희생시키는

군대는 별로 다르지 않다

신념을 지키기

18 19기획기사 - 인트로

지금까지 평화주의적 종교적 정치적 신념에 의해서 병역을 거부

해 온 사람들이 1만 7천여 명에 이른다 각자의 신념은 달라도 그들

은 자신의 신념을 지키려고 감옥을 선택했다 나 또한 신념에 따른 행

동으로 감옥에 가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나는 감옥에

서 군대보다 더 큰 억압을 경험해야 한다는 것과 감옥에서 나온 뒤

에도 사회적 차별을 감내해야 한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따라서 lsquo감

옥을 선택한다rsquo는 것은 단지 군대인가 감옥인가 하는 선택을 넘어서

lsquo어떤 삶을 살 것인가rsquo하는 질문과 마주치는 과정일 수밖에 없었다

만약 내 삶의 목표가 이 체제가 강요하는 경쟁과 생존의 논리에 타

협한 삶을 사는 것이었다면 이런 선택을 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

러나 내 삶의 목표는 부조리와 모순에 가득 찬 이 사회의 변혁에 기여

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는 내 신념을 지키고 그에 따른 억압과 고통을

감내하는 선택을 할 수 있었다

나는 내가 겪을 모든 개인적 손해에도 불구하고 신념에 따라 이 나

라의 군대에 입대하길 거부한다

2013년 6월 25일 병역 거부를 선언하며

그동안 한국 사회운동은 주로 국가와 싸워왔습니다 덕분에 각 운

동영역에서 국가 기관을 상대하는 노하우는 많이 쌓여있습니다

법적으로는 어떤 절차를 활용할 수 있는지 국제적으로는 어떤 기

구들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지 국내에서 여론을 확산시키고 상

황을 알려내는 것은 어떻게 하면 좋은지 단체마다 나름의 방식들

이 있습니다

기업의 힘은 갈수록 거대해져 국가의 통제를 벗어나고 있습니

다과거에는 국가가 했던 나쁜 일들을 이제는 기업이 하고 있습니

다 국가는 그나마 선거 때 만이라도 국민들 눈치를 보거나 형식

적으로라도 주권자인 국민을 섬기는 척을 해야 하지만 기업은 다

릅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기업은 사회 곳곳에서 이윤 창출

을 위해 할 짓 못할 짓 가리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맞서는 우리의 운동은 아직 미약합니다 기업과 맞선

경험도 많지 않고 무얼 활용할 수 있는지 어떤 방법이 효과적인

지 알지 못합니다 이번 기획기사에서는 사회운동의 저항 상대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기업에 어떻게 하면 잘 맞설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담아봤습니다

기획기사 - 인트로

Intro-기업에 저항하기

20 21기획기사

기획기사

오리 | 전쟁없는세상 사무국

우리는 흔히 lsquo데모rsquo하면 비민주적 정부권력(법률 조직 시스템)에

저항하는 것을 떠올린다 하지만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비

단 우리가 우리 손으로 선출한 사람(기관)들에 의한 것만은 아니다

최근 기업들에 의한 횡포는 훨씬 심각해지고 있다 건강 안전 경제

적 안보 삶의 존재 자체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기업에는 나

의 가족 친구들처럼 좋은 사람들도 많이 일하고 있다 또 모든 기업

들이 개인들의 삶을 짓밟고 이윤을 착취하는 것도 아니다 가끔 나름

의 기준과 사회에 대한 사명감을 가지고 기업 활동을 하는 회사도 뉴

스에서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정말 대다수의 기업과 기업의 총수

들은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개인들을 희생시키는 일을 서슴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대의 (초국적)기업은 어떤 인간보다도 어떤

어떻게 기업에 저항할 것인가

정부보다도 더 큰 권력을 가지고 있다 그들이 작동되는 규칙은 오로

지 하나 lsquo이윤rsquo이다 삼성은 아직도 발암물질 노출에 따른 직업병과

업무연관성을 적극적으로 부인하고 있고 비인도적인 무기인 확산탄

을 만드는 한화와 풍산은 자신들은 정부에서 시키는 일이니까 한다며

왜 자기들 가지고 난리냐고 한다 현대중공업은 돈만 된다면 팔레스

타인 가옥을 부수는 것쯤은 별다른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는 것 같다

사실 지금처럼 기업을 향한 우리들의 행동이 절실한 적이 없다 이

미 전 세계에서는 우리 시대의 골리앗에 맞서는 근사한 행동들이 이

어지고 있고 어떤 경우는 골리앗을 상대로 작지만 아주 의미 있는 다

윗의 승리를 거두는 경우도 있었다 기업에 저항하는 운동은 20세기

중반기부터 시작되어 최근 수 십 년 간 노동조합 환경 사회정의 소

비자운동의 시민단체들에 의해 정교해졌다 기업에 저항하는 운동의

목표는 다양한 전략과 전술을 통해 기업의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이나

관행을 고발하여 기업이 이러한 행동이나 관행을 고치도록 하는 것이

다 단체들과 개인 활동가들은 기업에 저항하는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벌여왔으며 어떤 캠페인들은 수년간 지속되었고 다양한 결과를 낳았

다 보이콧 주주총회 행동 기업이미지 공격(기업브랜드에 초점을 맞

춘 접근방식 대중매체 이용) 등이 주로 이용되었던 전략들이고 최근

에는 기업들이 점차 초국적화 됨에 따라 기업감시 기업윤리 등등 기

업 연구 및 감시에 초점을 맞춘 소위 전문 NGO가 등장하고 정책 혹

은 법을 바꾸거나 도입하는 운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22 23기획기사

이렇게 운동이 발전하면서 이에 대응하는 기업의 양상도 계속 발전

해 왔다는 것은 별로 놀라울 것도 없는 사실이다 이른바 당근과 채찍

전략이라고 할 수 있는데 기업에 비판적인 활동을 벌이는 활동가들에

게 고소 고발을 남발하면서 한 편으론 자선 구호 사업에 대한 기업

의 기부를 강조하고 나무심고 우물파고 텔레비전 버스 잡지 등을

통해 떠들썩하게 자사 홍보영상을 내보내는 것이다 이들은 고가의

컨설팅 금액을 내고 노조활동가들과 지역운동가들을 어떻게 하면 말

려죽일까 전략을 고안하고 있다

우리가 기업에 저항하는 캠페인을 할 때 생각할 것은

- 기업은 사람이 아니다 사물 법인체이다

- 기업은 사적 소유물이 아니다 사람(대중)에 의해 사람(대중)에

복무하도록 창조된 것이다

- 기업은 권리를 갖지 않는다 권리를 갖는 것은 사람이다 기업은

lsquo기업에 어떻게 저항할 것인가rsquo 워크샵에 모인 사람들

오로지 사람들이 부여한 특권만을 가질 뿐이며 시민들은 이것을 다시

뺏을 수 있다

기업에 대항하기 위한 전략은 크게 두 가지

첫째는 데모(행동)를 조직하는 것

- 목표를 구체화 하기 우리는 한꺼번에 모든 걸 변화시킬 수 없

다 우리가 먼저 변화시키려고 하는 것은 무엇인가

- 우리 편 늘리기 어떻게 우리에 대한 지지를 확장해 나갈 것인

- 전략 세우기 우리의 힘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행동 고르기

둘째는 비지니스와 시장을 위한 공공의 규칙을 만드는 것

- 비즈니스와 시장에의 개입이 정당화 될 때는 언제인가 우리의

기본적인 인권을 지키고자 할 때 우리의 지갑을 지키고자 할 때 우

리의 안전을 지키고자 할 때 환경을 지키고자 할 때 노동자의 권리

를 보호하고자 할 때 시장원리가 도입되어야 할 때와 말아야 할 때에

관한 제한을 두어야만 할 때

- 어떻게 각종 규제 조치 공공의 이익에 복무하려 하는 기업들

에 금융혜택 주기 소비자운동의 활성화를 통한 기업 감시 정부가 기

업 통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 경우 사법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다 민사책임 형사책임 사기업vs공기업 여전히 뜨거운 논쟁의 대

상이나 의료 상수도 등의 우리 삶에 기본적인 부분들의 공공화 주장

- 세계화의 도전 우리의 운동 역시 어떻게 세계화 할 것인가

24 25기획기사

구체적으로는

- 기업의 돈줄을 죄기 민영화 반대middot시스템의 재사회화 지지 보

이콧middot지역상품(중소기업상품) 구매하기 기업에 대한 세금감면middot공

적자금 지원middot보조금 지급 등에 저항하기

- 선거민주주의 시스템 이용하기 기업이 선거자금을 대지 못하

도록 공공조달하기 기업의 이해를 대변하는 양당정치에서 벗어나기

유권자들의 손에 직접적인 결정권을 주는 주민발의middot국민투표 기업

의 권리와 정의를 제한하기 기업을 비호하는 법 철폐하기 지역사회

및 지역정부를 상대로 기업의 권리를 제한할 수 있는 현지 법령 만들

- 조직에 대한 공격 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미디어를 민주화시키

기 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대학들을 민주화시키기 국제적 기업화에

저항하기

- 노동자의 권리 주 30시간 노동제 불안전노동 철폐 등

- 인간의 얼굴을 한 기업의 쌩얼 까발리기

제2차 물전쟁 벡텔 VS 볼리비아 민중

1997년 세계은행은 볼리비아 정부가 가장 큰 도시 두 곳(El Alto

La Paz와 the city of Cochabamba)의 공공수자원시스템을 민영화

한다는 조건으로 물 인프라 구축을 위한 추가적인 원조를 제공하겠

다고 통지 1999년 9월 단 하나의 입찰자만으로 비밀리에 진행된 경

매에서 볼리비아 정부는 코차밤바(Cochabamba)의 상수도를 캘리

포니아의 초국적 엔지니어링 기업인 벡텔(Bechtel)에게 넘김 몇 주

내에 벡텔은 수도세를 50 이상 인상하였고 이는 코차밤바 물반란

(Cochabamba Water Revolt)이라 알려진 전 도시 반대저항을 촉발시

킴 2000년 4월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고 군대가 17세 소년 빅

토르 휴고 다자(Victor Hugo Daza)를 죽이고 100명 이상이 다치자

코차밤바 시민들은 물러서지 않았고 벡텔은 볼리비아를 떠나야만 했

음 18개월 후 벡텔과 공동투자자인 스페인 아벤고아(Abengoa)은 볼

리비아를 상대로 5000만 달러(한화 약 560억 원) 상당의 소송을 제

기 이후 4년 간 벡텔과 아벤고아는 계속되는 데모와 기업 이미지의

실추 5개 대륙으로부터 가해지는 공공의 요구 때문에 소송을 취하해

야만 했음 2006년 1월 19일 벡텔과 아벤고아의 대표단은 볼리비아

로 와서 2볼리비아노(한화 약 340원)의 일부지급으로 소송을 취하한

다는 합의서에 서명

캠페인의 당면한 목표는 간단 볼리비아 물소비자들이 벡텔에 수백

만 달러를 결제하도록 하지 않는 것 이것은 전략적 측면에서 애시당

초 벡텔-볼리비아 소송을 있게 한 세계은행의 정책 및 투자기관의 부

정의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것과 lsquo벡텔에 대항하는 투쟁을 이끈 그

룹rsquo(Coordinadora de Defensa del Agua y de la Vida)에 대한 지원

과 같은 더 넓은 목표를 포함하는 것 초기에 캠페인은 세계은행 재

판소에서 승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함 lsquo우리는 여론의 재

26 27기획기사

판소로 장소를 바꾸는 전략적 결정을 내렸다 NGO와 사회운동으로

서의 우리가 벡텔보다 더 큰 권력을 같는 곳이다 우리의 목표는 벡텔

이 항복하도록 설득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성공할 가능성이 더 많은

방법일 뿐만 아니라 성공하기에 더 나은 방법이었다 이것은 다른 많

은 기업들에 어떤 메시지를 전달한다 비록 너희가 세계은행의 재판

소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또 다른 전쟁을 준비하게 될

테니rsquo 벡텔과 같은 회사를 위한 규칙이 존재하는 재판소 대신 캠페

인은 결과에 대해 적은 통제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회사를 밀어 넣

은 셈 그 다음 단계는 소송을 계속 진행할지 포기할 지를 결정할 수

있는 회사의 의사결정자들을 알아보는 것 벡텔사는 네슬레나 나이

키 제너럴 일렉트릭과 다르게 보이콧을 할 수 있는 소비상품을 만들

지 않았음 비상장 회사이기 때문에 압력을 넣을 투자자도 존재하지

않음 그래서 캠페인은 CEO이자 회사 창업자의 증손자인 일리 벡텔

(Riley Bechtel)에게 초점을 맞추게 됨 캠페이너들은 그의 개인 메일

에 엄청난 양의 항의메일을 보내고 잡지 등을 통해 찾아낸 정보로 개

인으로서 그에 대한 프로필을 작성함 나중에 캠페인은 이 전략이 꽤

나 효과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됨 lsquo2볼리비아노에 사건을 합의보고

난 후 볼리비아 협상가가 얘기하기를 Riley Bechtel이 소송을 취하도

록 개인적으로 개입했다고 말했다rsquo

EOn의 스위치를 끄다 영국의 새로운 화석에너지에 대항한 투쟁

2006년 독일 에너지기업인 EOn은 새로운 화력발전소로 잉글랜

드 남동쪽 킹스노스(Kingsnorth) 화력발전소를 대체한다는 계획을

발표 2012년 건설을 시작해서 2015년 완공한다는 계획 기업의 타

이밍은 별로 좋지 않았는데 영국에서 풀뿌리 기후변화 운동이 빠르

게 성장하고 있었고 석탄을 태우는 새로운 거대한 시설은 그들이 영

국의 미래 에너지를 생각할 때 별로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았던 것 킹

스노스는 화력발전소에 대항하는 캠페인의 상징이 되었음 풀뿌리그

룹과 NGO들은 2년간의 캠페인을 벌임 캠페이너들은 온라인 선언

에서부터 대규모 시민불복종까지 다양한 행동들을 했고 어떤 행동에

서는 발전소를 완전히 폐쇄시키기도 하였음 2009년 말로 향하던 시

점 EOn은 Kingsnorth 발전소에 대한 계획을 보류하겠다 발표 영

국 정부는 lsquo이산화탄소 포집middot저장(전망이 밝은 미래 기술이나 현재

가동 중인 어떤 발전소에서도 성공적으로 이행된 적이 없음)rsquo 없이는

새로운 화력발전소 개발을 승인하지 않겠다고 발표

Kingsnorth 발전소의 확장을 막는 것은 핵심적이고 즉각적인 캠페

인의 목표 급속히 설장하고 있는 기후변화 운동과 기후변화에 대한

대중의 우려라는 맥락에서 Kingsnorth 캠페인은 또한 EOn과 같은

기업들이 벌어들이는 이윤이 바로 기후변화의 값을 치르는 것이라는

점을 부각시킴 캠페인은 기업을 직접적으로 상대한 대중 행동을 조

직했으나 영국 정부 또한 이차적인 목표였음 이 캠페인은 영국의 석

28 29기획기사

탄과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을 바꾸도록 하는 보다 커다

란 노력의 일부 또한 캠페인을 준비 중인 다른 화력발전소들이 더 있

었음 따라서 캠페인은 Kingsnorth 발전소가 지어지는 것을 막는 것

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프로젝트들도 더 이상 실행되지 못하게 하는

환경 관련 정책을 변화시키는 것이기도 했음 국가적인 에너지정책

에 더해 정부는 EOn의 계획을 승인하거나 거부할 권한을 갖고 있었

음 그리고 국가는 또한 영국에 lsquo이산화탄소 포집middot저장rsquo 시설을 짓

기 위해 에너지기업에 기금을 댈 수백만 달러 경쟁(EOn도 지원)을

담당하고 있기도 함 캠페인은 EOn의 계획에 대한 대중적인 반대를

구축하고 입증하는 운동의 중심 Camp for Climate Action이 그 시

기 내걸었던 것처럼 lsquo우리는 Kingsnorth 발전소의 건설을 중단시켜

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영국의 새로운 화력발전소를 중단시켜야 한

다 이것은 EOn을 중단시켜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들의 브랜드를

공략하라 그들의 작업을 방해하라 그리고 그들의 공급망을 겨냥하

라 우리는 EOn이 어디에서 활동하건 그들과 마주해야 한다rsquo 사

전 대책을 강구해 회사와 맞서는 것 이외에도 활동가들은 FA컵에 대

한 EOn의 스폰서쉽 대학에서 학생들을 모집하려는 EOn의 노력

Kingsnorth 발전소에 대한 여론을 환기하기 위해 가디언이 주최하는

기후변화회의에 대한 스폰서쉽 등 현존하는 기회들을 활용함

위 사례들은 lsquoThe Democracy Centerrsquo의 기업 캠페이너들을 위한 자료집 lsquoBeating Goliathrsquo의 자료 중 일부를 번역한 것임

이 글은 lsquo기업에 어떻게 저항할 것인가rsquo 워크숍에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황필규 변호사가 발표한 글과 내용을 정리한 글입니다

기획기사

1 인권의 초국가성과 다국적 기업

인권에 대해서 우리는 초국가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 인권은 네 가

지 측면에서 초국가적인 성격을 띤다

① 이슈의 초국가성 이주 난민 및 인신매매(국경과 국적이 한 국

가에 국한되지 않음) 다국적기업(활동 공간과 관련 주체) 등

② 구제수단의 초국가성 국내 구제절차 및 유엔인권기구 기타 국

제 인권기준에 입각한 구제 메커니즘 (유엔인권이사회 유엔인권조약

용석 | 전쟁없는세상 운영위원

기업의 인권 침해에 대응하기-법제도와 국제규약을 바탕으로

30 31기획기사

기구 OECD 다국적기업에 관한 가이드라인 등)

③ 인권 자체의 초국가성 국내아시아 법제 개선 및 소송 등에서

국제비교국내 인권법 연구조사의 필요성

④ 인권운동의 초국가성 국내아시아 공통 인권 이슈에 대한 공

동 대응 및 상호작용의 필요성

다국적 기업에 의한 인권 침해는 주로 가난한 나라들에서 일어나고

있다 다국적 기업의 공장이 있는 나라들은 대부분 국가의 기능이 약

하고 자원은 풍부하지만 독재자가 권력을 쥐고 있거나 무력충돌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국가 내 사법 시스템으로

인권 침해를 구제하기는 매우 어렵다

다국적 기업들이 일으키는 인권 문제는 노동 3권 무시 환경파괴

부정부패 강제(아동)노동 선주민의 권리 박탈 등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다국적 기업에게 국제인권기준을 강제할 국

제적 메커니즘은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다국적 기업과 해외 한국기

업의 현지 인권침해와 이에 대한 대응의 문제도 국내법 외국법 국제

사법 국제법 혹은 국제기준 등 모든 국내외 법제도가 적용되어야 하

고 국제적인 공동 활동이 필요한 전형적인 초국가적 인권 문제다

이 글에서는 인권의 초국가성을 바탕으로 다국적 기업에 의한 인

권침해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국내법과 국제법을 통한 방법들을 살펴

보고자 한다

2 국내 법제도의 활용

국내에서 다국적 기업이나 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저지른 인권

침해에 대응해서 취할 수 있는 법제도적인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

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는 것과 해당 기업에 대해서 민사적으로

책임을 묻는 것 그리고 형사적인 책임을 묻는 것이다

국가인권위 진정을 활용한 사례는 버마에서 가스개발사업 중에 한

국가스공사와 대우인터내셔널사의 인권침해에 대해 인권단체들이 국

가인권위에 진정한 사례(2008417)가 대표적이다

민사적인 책임은 그 기업이 연락사무소 혹은 지점일 때와 합작회

사거나 현지 법인일 때 대응 방식이 달라진다 연락사무소나 지점일

경우는 민사 소송을 하더라도 국제사법 절차에 따르지만 현지 법인

이나 합작회사일 경우에는 민법이 적용된다

인권침해를 한 기업이 다국적 기업의 현지 법인일 경우 현지 법인

은 법적으로 독립된 법인격이기 때문에 현지 법인의 잘못을 본사에

물을 수 없는 것이 법에서 원칙이지만 일정한 요건들을 충족시키면

본사에 민법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기업에 형사적인 책임을 묻는 일에 대해 살펴보자 형법 2조를 보

면 ldquo본법은 대한민국영역 내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과 외국인에게 적

용한다rdquo고 규정하여 속지주의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한편 형법

제3조는 ldquo본법은 대한민국영역 외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에게 적용한

32 33기획기사

다rdquo고 규정하여 속인주의를 보충적으로 채택하고 있다 속인주의로

접근하면 외국에서 인권침해 범죄를 저지른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을

형법으로 처리하기 쉬울 거 같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3 국제적 대응

OECD 다국적기업가이드라인(OECD Guidelines for Multinational

Enterprises)과 국내연락사무소(National Contact Point NCP) 이

의제기

OECD는 1976년 다국적 기업의 인권침해를 비롯한 비윤리적 활동

을 예방하고 침해에 대한 해결기준을 마련하기 위하여 lsquoOECD 다국

적기업 가이드라인rsquo을 제정한바 있다 이 가이드라인은 2001년 4차

개정시 다국적기업의 인권침해 등의 비윤리적 활동을 해결하기 위한

절차로서 이 가이드라인 승인국에 국내연락사무소(NCP National

Contact Point)를 두게 하였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 정부는 당시 산

업자원부 차관(현 지식경제부 제2차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외국인투

자실무위원회를 한국의 국내연락사무소로 지정하고 사무국을 산업

자원부 투자정책과(현 산업통상자원부 투자정책과)로 지정하였다

OECD 가이드라인은 제1부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 (개념 및 원칙

일반정책 정보공개 인권 고용 및 노사관계 환경 뇌물방지 소비

자 이익 과학 및 기술 경쟁 조세) 제2부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

이행절차(OECD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에 대한 이사회의 결정 절

차지침 이행절차에 관한 주석)으로 구성되어 있다 2011년 개정된

가이드라인은 인권에 관해 별도의 장을 두고 국제적으로 인정된 인권

프레임워크에 관한 소개 기업의 인권 존중 책임 국내법적 의무 등

인권에 관한 역할을 총 6가지로 규정하고 있다 이 개정된 가이드라

인은 유엔인권이사회의 기업과 인권 프레임워크 (보호 존중 구제)를

통합하고 세계인권선언 및 자유권middot사회권 규약 노동자 기본권에

관한 ILO 선언에서 설정한 권리를 존중할 것을 포괄적으로 천명하였

고 기업의 책임범주를 고용 및 노사관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공급

망(supply chain)을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에 관한 기업의 상당주의

의무(due diligence)를 강조하고 있다

lsquo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rsquo은 국내연락사무소의 활동을 위

한 핵심기준으로 기업계 노동계 NGO를 포함한 다른 이해당사자들

에게 가이드라인의 이행 및 국내연락사무소와 연관된 시설의 이용과

가이드라인을 홍보하도록 하는 가시성(Visibility) 이해관계자들의

접근을 촉진하도록 하는 접근용이성(Accessibility) 연락사무소 활동

결과의 대내외 공개를 뜻하는 투명성(Transparency) 일반대중이 연

락사무소에 관심을 갖을 수 있도록 그 소개를 적극적으로 해야 할 책

임성(Accountability)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연락사무소로

지정된 외국인투자실무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이 OECD 다국적기업 가

34 35기획기사

이드라인이 제시하는 핵심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형식적으로 운영

됨으로써 실제로 다국적 기업에 의한 인권침해를 예방하거나 구제하

는 역할을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유엔인권메커니즘 대응

유엔인권권고는 실체적인 측면에서 국내법적 효력을 가지는 국제

인권법에 근거한다 헌법에 의하여 체결middot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 따라서 유엔헌장

한국이 가입한 유엔인권조약 기타 인권 관련 조약 등과 관련 국제관

습법은 국내에서 직접적인 법적 효력을 가진다 따라서 이러한 국제

인권법은 인권과 관련하여 입법 사법 행정의 법적 근거가 되고 경

우에 따라서는 국내법을 해석하는 기준이 되거나 보완하는 역할을 수

행할 수도 있다1 예컨대 기존 법률 혹은 새로운 법률은 국제인권법과

배치되지 않도록 심사되고 국제인권법은 구체적인 재판규범으로 적

용된다 행정의 경우 국제인권법은 모든 행정작용의 기초가 될 뿐만

아니라 행정주체 혹은 공무원이 이를 어겼을 경우 국가배상 직무유

기 성실의무 위반 등 민형사상 책임과 법적 징계로 이어지게 된다

유엔인권권고는 절차적인 측면에서도 국내법적 효력을 가지는 국

1 황필규 ldquo국제인권기준에 비추어 본 한국 인권현실 유엔인권이사회 국가별 인권상황 정례검토 NGO보고서와 정부보고서 초안의 비교평가를 중심으로rdquo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법률가위원회 『2008년 제1차 인권세미나 국제인권현안과 국제인권법』 (2008 3 22) pp 1-2

제인권법에 근거한다 유엔인권이사회의 국가별 인권상황 정기검토

(UPR)와 특별절차의 경우 국내법적 효력을 가지는 유엔헌장 명문의

규정과 법적 기구인 유엔총회의 결의 등에 기초하고 있다 한편 인권

조약과 관련된 권고의 경우 권고의 주체인 조약기구의 구성과 임무

가 조약상 명문으로 규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그 권고가 이루어지

는 절차에 대하여도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다 따라서 국가보고서가

제출되고 유엔인권권고가 이루어지는 절차는 법률에 근거한 법적 절

차라고 볼 수 있다 유엔인권기구의 권고는 그 권고가 실체적middot절차

적 측면에서 국내에서 법적 구속력을 갖는 국제인권법의 명문의 규정

에 근거한다는 점에 비추어 곧바로 국내에서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

고 보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국내법과 명백히 배치되지 않는 한 충분

히 존중되고 그 취지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국내적으로 해석middot

적용되어야 한다2

유엔인권권고는 실체법middot절차법적으로 법률에 기초한 권고라는 점

외에도 lsquo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rsquo을 목적으로 하

는 헌법의 국제 협력 정신을 존중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국내적으로

이행되어야 한다 헌법재판소도 이러한 취지에서 유엔인권권고에 대

하여 설사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권고의 수용 권고의 이행 혹은

이행 노력의 약속은 국제법적으로는 조약에 의한 의무부담의 의사표

2 황필규 ldquo외국인의 인권과 차별금지rdquo 『인권과 정의』 제365호 (대한변호사협회 2007 1) p 49

36 37기획기사

시일 수 있다 유효한 모든 조약은 그 당사국을 구속하며 또한 당사국

에 의하여 성실하게 이행되어야 한다 어느 당사국도 조약의 불이행

에 대한 정당화의 방법으로 그 국내법 규정을 원용해서는 아니 된다

한편 이러한 약속은 국내법적으로는 법적 기관의 권고에 대한 의무부

담의 의사표시로서 행정작용의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비록 유엔인권

권고 자체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행정상 의사

표시에는 신뢰보호 원칙의 적용가능성 등 법적인 효과가 발생하게 된

다고 보아야 한다 한편 유엔인권권고가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등에

반영되는 경우 이는 행정계획의 일부로서의 법적 성질을 가지게 된

기획기사

기업과 국가는 다르다 둘의 가장 큰 차이는 그것의 주인이 누구이

냐 하는 데 있다 민주주의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다 비록 국가기구

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자는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을 장악한 소수의

엘리트일지 몰라도 적어도 헌법상 국가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렇다면 기업의 주인은 누구인가 주주 이사회 최고경영자

(CEO) 아니면 노동자 법적으로 주식회사의 주인은 회사 주식을 보

유한 주주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최고경영자나 이사회가 주주와 기

업을 지배하기도 한다 기업이 협동조합의 형태로 운영되거나 노조가

기업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 어쨌든 변함없는 사실

은 국가와 달리 기업의 주인은 아주 한정된 집단이라는 것이다

지우 | 전쟁없는세상 운영위원

기업에 저항하는 국내외 운동의 사례들

38 39기획기사

국정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물론 여기에도 lsquo시민권자rsquo라는 자

격 조건이 붙지만) 필요하다면 국가기관에 정보공개를 청구할 수도

있다 반면에 기업의 경영권은 외부자에게 불가침의 영역이며 기업에

관한 정보는 대부분 법에 의해 보호받는 lsquo보안사항rsquo이다 따라서 기

업에 저항하는 운동은 국가를 상대로 할 때와 다를 수밖에 없다 이

글에서는 국내외의 몇 가지 사례를 중심으로 기업에 저항하는 운동의

구체적인 방법들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소개할 것은 lsquo경제개

혁연대(구 참여연대 경제개혁

센터)rsquo의 소액주주운동이다

소액주주란 그 자체로는 중대

한 의사결정권을 갖기 어려울

만큼 낮은 지분의 주식을 소

유한 투자자를 의미한다 소액

주주운동은 취지는 대주주의 자의적인 경영을 감시해 투명하고 책임

있는 경영을 실현하는 데 있다 경영진의 불법행위에 대한 민middot형사

소송과 정부의 재벌middot금융정책에 대한 감시와 입법운동이 소액주주

운동의 주요 수단이다 1997년 제일은행을 시작으로 전개된 소액주

주운동은 삼성전자 SK텔레콤 현대중공업 등 핵심 재벌기업들을 상

대로 한 운동으로 발전해왔다

소액주주운동이 반드시 주주의 권익보호와 기업지배구조 개선만

경제개혁연대의 소액주주 운동

을 목적으로 할 필요는 없다 기업의 목적이 아무리 이윤 배당의 극대

화에 있다지만 그것이 주주들이 추구하는 가치의 전부는 아닐 것이

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소액주주운동은 보다 광범위한 사회적middot정치

적 운동의 수단으로 확대될 여지가 있다 미국의 사회운동가 알린스

키(Saul Alinsky)는 이러한 방법을 lsquo위임장 전술(proxy tactic)rsquo이라

고 불렀다 고용상의 차별철폐와 같은 공익이 이윤 극대화보다 더 중

요한 가치라고 여긴 주주들은 주주총회에서 자신의 주주권을 활동가

들에게 기꺼이 위임했고 이 전술은 1960년대 미국의 사회운동에 큰

획을 그었다

이처럼 기업의 직접적 이해관계자 혹은 내부자라 할지라도 사적인

이해관계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이와 관련하여 반도체 노동자

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lsquo반올림rsquo의 사례를 주목할 만하다 반도체

산업의 공정과 거기에 사용되는 물질 등은 기업의 내부정보인 데다가

전문 분야의 지식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활동가들이 사안에 접근하기

가 쉽지 않다 그래서 내부 조력자들의 제보가 운동이 큰 역할을 했다

고 한다 기업공시가 기업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공식

창구인 상황에서 내부 고발은 기업 감시의 없어서는 안 될 수단이다

lsquo좋은기업센터rsquo는 기업공시와 내부자 제보 외에도 지속가능성보고

서를 통해 기업을 감시하고 있다 지속가능성보고서란 기업이 지속가

능경영의 3대 축이라고 불리는 경제middot사회middot환경 분야의 지표를 공

개하는 보고서이다 기업공시처럼 의무화된 것은 아니지만 많은 대기

40 41기획기사

업이 국제 기준과 가이드라인에 따라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그중 가

장 널리 사용되는 기준이 글로벌 보고 계획(GRI)이다 운동은 지속가

능성보고서의 정보를 가지고 기업에 압력에 가할 수 있으며 보고서

에 누락된 사항이 있으면 이에 대한 설명을 요구할 수 있다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 관한 활동에는 어떤 게 있을까 lsquo국제

민주연대rsquo는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에 진출한 기업들의 노

동착취와 자원개발 문제에 관해 활동하고 있다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 대한 대응이 특히 어려운 이유는 기업과 정부 모두가 관심

이 없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대기업에나 적용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나마도 병원이나 학교를 지어주는 정도로

무마하려고 한다 한국 정부는 현지 주민과 노동자의 인권보다 자국

기업인의 이익 보호를 우선시하며 노조 탄압과 같은 문제는 해당 국

가에 떠넘긴다 관할권과 비용 문제 등으로 인해 사법 대응도 어렵다

하지만 해당 국가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기에 현지인들은 한국에서

의 연대를 절실히 요구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안은 지역적middot국제적

차원의 연대를 구축하여 해당 기업에 압력을 가하는 것이다 이는 외

국 정부나 국제기구의 힘을 빌린 것일 수도 있고 순수하게 비제도적

인 것일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상징적 시위나 보이콧과 같은 비

제도적 수단이 법적middot제도적 수단보다 효과적일 때도 있다 국가든

기업이든 권력의 궁극적 원천은 피지배민중에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고유한 경영권도 민중의 힘 앞에서는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

초국적기업의 횡포가 갈수록 심해지고 기업에 저항해야 할 사안이

점점 많아지는 상황에서 위와 같은 사례들과 방법에 대한 더 많은 연

구가 요구된다 한편 한국 사회는 기업에 대한 인식이 유달리 우호적

이고 기업에 저항하는 운동도 아직 대중에 친숙하지 않아 이에 대한

반발이 만만찮고 행동을 실행에 옮겼을 때 오히려 역효과가 나기도

한다 따라서 기업에 저항하는 국내외 운동의 사례들을 발굴하는 것

과 동시에 어떻게 하면 이러한 방법이 한국 사회에서 더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겠다

42 43리뷰-서평

리뷰-서평

양똘 | 출판노동자 + 전쟁없는세상 후원회원

lsquo실패rsquo를 함께 읽는 일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제목이다

나는 아나키스트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lsquo고백rsquo에 대해서는 좀 안다 제목에서

부터 알아챘어야 했는데 별 생각 없이

펼친 게 잘못이다 어떤 고백은 후회와

맞닿아 있다 하는 사람도 그렇지만 듣

는 사람에게도 그렇다 듣고 나서 후회

하는 고백들 듣지 말았어야 했는지도

모르는 이 책이 나한테 그랬다 아나키

스트에 대해 알기도 전에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부터 들어버렸고

나는 이제 아나키즘이라는 말을 들으면 반사적으로 이 고백이 생각날

것이다 고백은 처참했다 대단히 비극적인 드라마로서가 아니라 무

엇보다 비어 있어서 처참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나키즘에 대한 바

탕 지식이 있었다면 어려운 책들을 좀 읽어두었더라면 이 이야기가

다르게 읽혔을까 읽으면서 울 수도 있었을까 모르겠다 하지만 아

나키즘이라는 거대한 이념에 대해 알기 전에 어느 아나키스트 한 명

의 삶을 먼저 안다는 것 그 삶을 그럴듯한 평전이 아니라 허울 없는

자전적 만화로 lsquo고백 받는rsquo다는 것은 꽤 멋진 일이다 내가 만화 장

르에서 얻고자 하는 것은 주로 그런 부분이다 장황한 말들 삶을 포

장하려는 언어적인 관습들이 어느 정도 걷어내진 자리에 들어차는 것

은 침묵이다 침묵에서 고요한 진실을 읽어내는 것이 독자의 몫이고

이 만화도 역시나 그렇다 하는 얘기보다 안 하는 얘기가 훨씬 많다

서두가 왜 이렇게 주절주절 긴가 하면 이 책에 대해 서평이라고 쓸

만한 게 사실 별로 없기 때문이다 나도 고백을 좀 하고 가자면 독자

가 읽고 싶게 만들 만한 감상을 쓸 자신이 없다 하지만 느낀 것은 좀

있다 그 느낀 것이 너무 처량 맞은데 그게 또 lsquo진실rsquo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어 아이구 어떻게 되겠지 하고 시작한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안토니오 작가인 안토니오의 아들이 아버지의

수기를 보고 재구성한 형식인데 1인칭 시점을 택해 안토니오의 목소

리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그러니까 이것은 안토니오의 고백이면서

동시에 그의 고백이 아니기도 하다 안토니오 자신이었다면 이러한

자기 삶을 출판의 형태로 대중들에게 보일 수 없었을 거라고 짐작해

본다 자기 존재를 증명하려는 노력이 도리어 자기 존재를 부정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그는 아나키스트였지만 아나키스트의 고

44 45리뷰-서평

백은 그가 아나키스트가 아니었다고 말하고 있다 또는 아나키스트

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또는 모든 인간이 아나키스트라고

실제 그의 진심은 잘 모르겠다 이야기에서 lsquo나rsquo라고 하는 인물은

lsquo나rsquo가 아닌 것 같았기 때문에 그에게 물어볼 수도 없었다 이야기

내내 lsquo나rsquo가 lsquo나rsquo와 거리를 두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이것은 애초

설정 아들이 아버지 얘기를 대신 하고 있다는 전제를 잊어버리고 몰

입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진실로 lsquo나rsquo가 하는 얘기를 듣고 싶었다

그걸 기대하며 계속 읽어 나갔다

그렇다고 작가가 잘못했다는 것은 아니다 작가는 아버지를 lsquo나rsquo로

삼아 이 이야기를 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아버지는 요양시설에 갇

혀 있다가 자살을 했다 한번은 아들에게 죽여달라고 말한 적도 있다

아버지가 스스로 4층에서 뛰어내린 뒤에 아들은 아버지를 살려내야

만 했다 아버지의 구십 평생을 재구성한 이야기로 아버지가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아들로서 그렇게 해야 했을 것이다

아나키즘에 대해 몰라도 그것이 국가의 강제력을 원천부정 하는

것이고 막 혁명혁명 하는 것이고 짱돌을 들고 돌격하는 것이고 하

여튼 뭐 되게 센 거 라는 인상은 있었다 그런데 안토니오의 성격이

나 실제 삶은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땅을 늘리고 지켜내는 일

에만 관심이 있으며 폭력적이기까지 한 아버지와 형제들 사이에서 억

눌려 자랐다 지금 처한 곳이 지긋지긋하고 바보 같고 떠나고 싶었지

만 그래서 용감하게 시도도 했지만 실패했다 실패는 실패로 끝나지

않고 더 큰 것을 앗아갔다 유일한 친구의 죽음이 그것이었다 이러한

패턴의 실패는 그의 인생 전체에서 반복된다 혁명에 가담하고 lsquo납탄

동맹rsquo이라고 이름 붙인 동지들을 만나지만 혁명의 길은 실재하는 것

이기는 한지 아스라이 멀 뿐이고 가까이 잡히는 것은 오로지 동지의

죽음뿐이다 ldquo내 나이는 스물아홉이었다 청춘은 다 지났고 패배하

고 말았다는 자괴감이 들었다 당연하겠지만rdquo 스페인 피난민 행

렬에 끼어 프랑스의 생-시프리앵 해변으로 가면서 안토니오가 하는

생각이다 이때만 해도 나는 잠깐 힘을 냈다 이제 뭔가 반전이 펼쳐

지겠지 원래 해가 뜨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고들 하잖아 나 또한 지

금 스물아홉이고 청춘이 다 지났다는 그게 무엇인지 미처 먹어보지

도 못했다는 자각에 시달리고 있는 중이다 패배로 말할 것 같으면

그냥 맨날 하는 중이다 노동조합 활동이 그렇고 사람들과의 관계

일상생활 자아실현 거의 모든 면에서 그렇다 그래서 난 더더욱 저

구절에 희망을 걸었다 이제 진짜 아나키스트의 삶이 펼쳐지지 않겠

는가 그래야 이야기가 되지 않겠어

이 책은 자기계발서가 아니다 그 뒤로 펼쳐진 것은 전하고 비슷하

면서 동시에 전보다 더했다 갇혀 있다가 도망치고 다시 다른 곳에

갇히고 도망치고 그러는 사이사이 좋은 사람을 만나고 잃고 잃고

하는 식이었다 아 안토니오의 삶을 이렇게 간추려버리는 것이 정말

미안하다 근데 사실이 그렇다

해변에서 난민처럼 살다가 도망쳐 어느 농장에 강제로 보내진 안토

니오는 그 마을에서 자기 나이의 반도 안 되는 망아지 같은 여자애와

배가 맞아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안토니오는 이 시절이야말로 자기

46 47리뷰-서평

인생에서 가장 즐거웠던 시절이라고 단언한다 무려 lsquo행복rsquo이라는

낱말까지 써가면서 혁명의 이상과 가장 먼 곳에서 가장 행복했다는

것이 아니 그때만 유일하게 행복했다는 것이 뼈아프다 아마 그게 진

실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중반을 넘어가면서부터 lsquo추락rsquo은 본격화된다 그가 lsquo납

탄 동맹rsquo의 든든한 동지를 따라 lsquo사업rsquo에 발을 들이게 되기 때문이

다 돈이 엮이면 어떻게 흐르게 되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너무

지겹게 잘 알고 있다 그런 걸 이 만화에서까지 보고 싶지 않았는데

어쨌든 뛰어넘을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작가는 성실히 쓰고 있다

ldquo살아남으려면 체제에 맹목적으로 순응해야만 했다 단순히 지난

날의 이상을 버리면 되는 게 아니라 열렬한 신봉자가 되어야만 한다

는 것이다rdquo 세상을 뒤집어엎겠다는 큰 꿈만 버리고 lsquo보통rsquo으로 살

아가는 것은 가능하지 않았다 변절한 옛 동지들한테 뭐라고 할 것도

없이 안토니오는 속수무책으로 타락해간다 권력의 뒤통수를 치면서

자기가 권력을 꿰차고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를 두고 다른 욕망을 탐

하고 그러다 결국 자기도 뒤통수를 맞고 거지 신세가 된다 전복이니

혁명이니 하는 것은 꿈에서조차 등장하지 않고 lsquo속박rsquo을 견디지 못

하는 습성만 그놈의 lsquo아나키스트적인rsquo 것으로 남아서 그와 주변을 괴

롭힐 뿐이다

아 책이 채 반에 반도 남지 않았는데 안토니오는 예순 살이 되어

있었다 lsquo왕년에 혁명깨나 했지만 지금은 추한 빈털터리가 되어 아내

와도 끝내고 요양시설에 굴러들어온rsquo 예순 살이다 lsquo보통rsquo보다 못한

예순 살 나는 짜증이 나서 울고 싶었고 그만 읽을 뻔했다 하지만 끝

까지 읽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의 인생에서 마지막이자 유일한

lsquo승리rsquo는 그 뒤에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 승리가 자기 가슴에 붙어

실제로 내장을 갉아먹는 두더지를 떼어내버린 뒤에 스스로 스스로

의 죽음을 실행하는 것뿐이었다고 해도 그 과정을 꼭 지켜봐주었어

야 했다 왜냐하면 남 얘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오래전에 스페인

에서 살았다는 안토니오가 아무것도 개인을 억누르지 않는 자유로운

세상을 꿈꿨던 안토니오라는 사람이 대단하거나 멀게 느껴지지 않는

다 오히려 내가 내일도 마주치게 될 익숙한 사람들 중에 그 지친 얼

굴 하나하나에 안토니오가 보일 것 같다

제목에 속았다고 느꼈다 그런데 다 읽고 보니 작가는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 오히려 시작부터 진실을 말했다

ldquo그리고 또한 그분의 추락이 몇 초밖에 걸리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90년이라는 긴 시간이었다는 사실도 말이

다rdquo

이것은 lsquo추락rsquo에 관한 이야기라고 작가는 이미 알려주고 시작한

것이다 이것은 끝도 없는 추락의 이야기 이상을 가진 인간으로 태

어나서 실패하고 죽어간 이야기다 다시 말하지만 이 실패는 우리

모두가 나눠 먹고 있는 그 실패다 여기서 우리란 물론 우리 편을 말

한다 안토니오의 실패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 자기 가슴을

48 49기획연재-게임과 평화

뜯어먹는 두더지를 꿈에도 본 일이 없는 사람들 이 책이 음란하다고

lsquo청소년 유해매체rsquo 딱지를 붙인 사람들까지 말하는 것은 아니다 적

어도 lsquo우리rsquo는 안토니오라는 아나키스트의 아니 한 인간의 실패담

을 처음부터 끝까지 묵묵히 읽어갈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에도 불구하고 진짜 안토니오의 진짜 진실은

언제까지나 미지수로 남는다 그렇게 남겨야 한다 아무도 모르고 몰

라야만 하는 진실을 하나씩 가지고 있는 것이야말로 그가 그토록 되

고자 열망했던 lsquo개인rsquo일 것이기 때문이다 지우 | 전쟁없는세상 운영위원

게임을 통해 평화를 만드는 게 과연 가능할까 이 물음에 대한 답

을 대신하여 한 가지 게임을 소개하고자 한다

lsquo세계평화게임(World Peace Game)rsquo은 미국의 공립 초등학교 교

사 존 헌터(John Hunter)가 만든 대화형 게임이다 헌터는 1978년에

이 게임의 원형을 처음 만들었고 지금까지 세계를 돌아다니며 게임을

주최하고 있다 그의 활동은 lsquo세계평화와 4학년의 업적(World Peace

and Other 4th-Grade Achievements)rsquo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헌터는 2012년에 타임지가 선정한 교육

운동가 12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세계평화게임은 가로middot세로middot높이 4피트 크기의 4층짜리 아크릴

기획연재-게임과 평화

세계평화게임

50 51기획연재-게임과 평화

구조에서 진행되며 각 층은 바깥 우주와 대기 지표 해저를 상징한

다 거기에 경제력과 군사력이 서로 다른 4개 국가의 영토와 영공

육middot해middot공군 인공위성 잠수함 해저광산 등이 있다 (아무래도 이

아저씨가 숫자 4를 좋아하는 모양이다) 40여 명의 학생이 각국의 수

상 국무장관 국방장관 재무장관 감사원장 등을 맡아 내각을 구성

하고 역할 중에는 유엔이나 세계은행 무기상도 있다

게임의 목표는 이 가상세계에서 일어나는 민족 갈등 화학물질 누

출 핵 확산 물 분쟁 분리middot독립 운동 기근 동물의 멸종 지구온난

화와 같은 위기상황을 함께 해결하고 각국의 경제수준을 높이는 것

이다 학생들은 게임을 통해 권력과 파괴 전쟁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이해하고 장기적 계획과 전략을 세우는 법을 배운다

대화형(interactive) 게임이기에 엄밀하게 짜인 문서화된 규칙은 없

다 게임을 주도하는 것은 학생들이며 교사는 지켜보면서 상황을 정

세계평화게임을 하는 사람들

리하고 촉진하는 역할만 한다 헌터는 처음 교편을 잡았을 때 교사가

수업을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코 그래서는

안 된다는 믿음이 생겼다고 한다 그는 학생들의 집단지성이 자신보

다 훨씬 더 훌륭하다고 인정한다 헌터는 게임에서 실제로 일어난 몇

가지 흥미로운 사례를 소개한다

사례 1

한 학생이 가장 가난한 나라의 국방장관을 맡고 있었다 그 나라의

이웃에는 돈도 많고 기름도 풍부한 나라가 있었다 그런데 그 학생이

갑자기 수상의 명령도 어기고 인접국의 유전지역을 공격했다 학생은

그곳을 포위해 총 한 발 쏘지 않고 지역을 확보했다 인접국은 연료공

급이 차단되어 어떠한 군사행동도 취할 수 없었다 다른 아이들은 화

를 냈다

며칠 뒤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인접한 강대국이 전 세계를 점령

하기 위해 무력도발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학생은 사태의 추

이를 누구보다 먼저 파악하고 대규모 전쟁을 피하기 위해 소규모 전

쟁을 감행하는 냉철한 판단을 내렸던 것이다 학생들은 게임을 멈추

고 그의 판단이 옳았는지 조건에 따라 옳고 그름을 따져보는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사례 2

플라스틱 말로 표시되는 병사들이 전쟁에서 사망하면 군사령관이

52 53기획연재-게임과 평화

병사들의 가상의 부모에게 편지를 쓰는 시간을 가진다 한 번은 학생

의 제안으로 수업을 참관하던 학부모가 직접 편지를 읽게 되었다 편

지의 세 번째 줄을 읽으면서 학부모는 울음을 터뜨렸다 전투에서 병

사를 잃었다면 전쟁에서 승리해도 기쁘지 않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게

되었다 어떤 의미에서 모두가 전쟁에서 졌다는 사실을 말이다

사례 3

방과 후에 틈틈이 7주 동안 진행된 게임에서 세계은행의 재정정책

때문에 한 나라가 시작할 때보다 더 가난해졌다 (게임의 목표는 위기

상황을 해결하고 각국의 경제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게임을 마칠 시

간이 1분도 채 안 남았고 교실은 혼란에 빠졌다 소리를 지르거나 삿

대질을 하는 학생도 있었고 서류 뭉치를 흔들거나 교실을 뛰어다니

는 학생도 있었다

그때 한 학생이 종을 울리며 이렇게 말했다 ldquo세계은행이 모든 자

금을 끌어 모아서 모든 나라가 가난해졌습니다 지금 세계은행에는

6000억 달러가 있습니다 이 돈을 가난한 나라에 기부하려고 합니다

만약 그 나라가 이걸 수용하면 국가의 자산가치가 올라가고 그럼 우

리는 게임을 이기게 됩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rdquo 시간이 3초 정도

남았을 때였다 모두 그 나라의 수상만 바라보고 있었다 ldquo네rdquo 게임

은 이긴 것으로 끝났다

게임은 교과서와 다르다 게임에서 학습자는 lsquo평화란 무엇인가rsquo

라든지 lsquo평화를 어떻게 만드는가rsquo와 같이 주어진 문제에 대한 주어진

답을 저축하듯이 암기하지 않는다 문제를 만드는 것도 그에 대한 답

을 구성하는 것도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 자신과 동료들이다 이는 게

임의 본질이 바로 lsquo참여적 재현rsquo이라는 형식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

고 게임의 lsquo재미rsquo라는 요소가 이러한 참여를 유도한다 여기서 우리

는 맨 앞의 질문에 대한 모종의 답을 상상할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헌터의 말을 인용하며 글을 마친다

ldquo매 게임이 다릅니다 어떤 게임에서는 사회문제가 중요하고 어

떤 게임에서는 경제문제가 중요합니다 어떤 게임에서는 전쟁문제가

대두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부정하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그

게 인류의 현실이니까요 hellip 학생들은 무엇이 옳은 길인지 자기들만

의 방법으로 스스로 찾아냅니다 게임을 통해 저도 많은 것을 배웠습

니다 만약 학생들이 이 게임을 통해 비판적이고 창조적인 사고방식

을 배우고 세상을 이롭게 할 동력을 얻게 된다면 우리 모두를 구원할

지도 모릅니다 게임을 통해 배울 수만 있다면 말이죠rdquo

lsquo세계평화게임rsquo과 이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lsquo세계평화와 4학년의 업적rsquo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는 공식 페이지(httptheworldpeacegamecom)에서 얻을 수 있다

54 55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무기제로는 2013년 상반기 동안 13개 단체와 연대하여 국민연금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 캠페인은 확산탄과 같은 비

인도무기에 대한 금융기관의 투자가 중단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

으며 세부적으로는 ldquo1) 국민연금이 확산탄 생산기업인 한화 풍산에

투자를 철회한다rdquo ldquo2) 국민연금이 비인도무기 생산기업에 대한 투

자배재를 천명하는 윤리투자원칙을 제정한다rdquo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

왜 투자철회 캠페인인가 왜 국민연금인가

확산탄 캠페인에 있어 대상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확산탄의 수요자사용자인 국가이며 다른 한 축은 확산탄을 생산하는

박승호 | 무기제로 코디네이터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 경험 공유

기업들이다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캠페인의 요구가 확산탄을 전면적

으로 금지시키고 확산탄 오염지역을 정화하고 피해생존자들을 지원

하라는 것 등이 주를 이룬다면 기업을 대상으로 한 요구는 확산탄의

생산middot수출을 중단하라는 것이다

현재 한국 정부는 확산탄을 북한의 장사정포에 대응할 수 있는 핵

심전력으로 여기고 있으며 국제적인 확산탄 불법화 추세에도 불구하

고 확산탄을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무기제로는 국가를 대상으로 협약 가입을 촉구하는 캠페인보

다는 확산탄을 생산하는 기업이나 확산탄 생산을 지원하는 금융기관

에 대한 문제제기를 통해 확산탄에 대한 대중적 낙인화 효과를 불러

일으키는 것이 확산탄 금지운동에 더 효과적일 것이라 판단했다 하

지만 확산탄 생산기업인 한화와 풍산을 대상으로 어떤 캠페인을 벌여

도 이윤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기업이 윤리적인 비난만으로 핵심 사업

을 정리할 것 같지는 않았다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압박보다 더 효

과적인 방식은 바로 돈줄에 위협을 가하는 것이고 이 점에서 투자

철회 캠페인은 상대적으로 더 승산이 있는 캠페인이라는 판단이 있

었다 국민연금이 각각 한화 주식의 734(201112) 풍산 주식의

926(20129)를 보유하고 있는 확산탄 생산기업의 최대투자자라는

점 또 공적자금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있는 기관이라는 점 대

부분의 사람들이 월 일정액의 국민연금보험료 납부하고 있다는 점에

서 국민연금의 확산탄 투자 문제를 lsquo내 문제rsquo로 인식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국민연금이 투자철회 캠페인의 대상으로 결정되었다

56 57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무기제로의 과거 캠페인 경험을 통해서 볼 때 확산탄이 어떤 무기

인지 왜 확산탄이 금지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대중적 인식은 사실상

전무했다 확산탄이라는 특정한 무기를 금지하자는 캠페인의 슬로건

이 대중의 관심을 얻기 힘든 주제였다는 점에서 우리는 국민 대다

수가 자의든 타의든 월 일정액을 적립하고 있는 lsquo국민연금rsquo을 통해

lsquo당신의 돈이 국제적으로 금지된 무차별 살상무기를 만드는 데 쓰이

고 있다rsquo는 메시지를 전달해 사람들의 관심과 확산탄의 비인도성에

대한 낙인화를 동시에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해외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 사례

이번에 무기제로가 국민연금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을 진행한 것

은 해외에서 이미 성공적으로 진행된 투자철회 캠페인을 모델로 해서

기획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래에서는 무기제로가 참고했던 대

표적인 성공 사례 두 가지를 살펴보려 한다

- 네덜란드 연금기금 투자철회 사례

2007년 3월에 네덜란드 시사프로그램인 젬블라(Zembla)는 네덜란

드 유수의 연금기금이 확산탄 지뢰 등 비인도무기를 만드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 등 네덜란드 연금기금의 비윤리적 투자 문제

를 다룬 lsquoCluster bomb feelingrsquo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방영한

다 당시 방송을 통해 연기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게 된 대중의 분

노가 표출되면서 연기금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이 압력을 느끼게 되었

다 이에 다큐 제작 과정에 관여했던 시민단체인 팍스 크리스티(IKV

Pax Christi)는 다큐 방영 이후 연금 기관들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캠

페인을 시작하게 된다 금융기관들의 가장 큰 두려움이 ldquo사회적 이미

지 실추rdquo라는 점을 활용한 것인데 2011년 유럽 투자자들을 대상으

로 한 조사에서 거의 80의 투자자가 논란이 되는 무기에 대한 투자

가 명성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는 등 인식의

변화가 눈에 띄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2009년 팍스 크리스티는 페어핀(FairFin)과 공동으로 ldquo확산탄 세

계투자 공동의 책임rdquo 보고서를 발표했고 보고서 발표의 영향으로

연금 기금이나 금융기관들이 확산탄 생산기업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

는 사례가 발생한다 팍스 크리스티는 이뿐 아니라 정책 입안자들과

관계를 맺고 확산탄 투자 금지를 입법화하기에 나선다 2009년에 네

덜란드 의회가 확산탄 투자 금지 촉구 제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지

만 당시 과도 정부가 이를 거부했다 이후 확산탄금지협약 비준 등을

거치면서 상원에서 다시 한번 확산탄 투자 금지 제안이 상정되었고

2011년 말 정부가 이를 이행하기로 결정하면서 확산탄 투자 금지는

2013년 1월부터 효력을 발휘하게 되었다

주목할만한 점은 이 다큐가 방영되고 반향을 일으켰던 시점이 아직

확산탄금지협약이 체결되지 않은 시점이었다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경우는 다큐멘터리 방영으로 국민적 분노가 격화되면서 향후 확산탄

생산기업에 대한 연기금의 투자철회 결정뿐 아니라 네달란드가 확산

58 59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탄금지협약에 서명하는 등 확산탄을 전면적으로 금지시키는 데도 상

당한 영향을 미쳤다

- 영국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RBS) 투자 철회 사례

2011년 8월 앰네스티 영국지부가 팍스 크리스티 보고서를 바탕으

로 HSBC(홍콩middot상하이은행)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 등 주요 은행에

대한 투자 철회 캠페인(온라인 탄원)을 시작했다 캠페인 시작 1주일

만에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이 확산탄 투자를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밝

히게 된다 당시 이 은행은 앰네스티 회원들로부터 12000통의 이메

일을 받았으며 앰네스티가 진행하던 전국적인 광고 캠페인 등에 이

미지 손상을 두려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사례를 통해서 본 우리의 투자철회 캠페인

투자철회 캠페인은 기업들이 lsquo이미지rsquo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에

서 가능한 캠페인이다 위에서 다룬 두 사례는 각각 대중적인 영향력

을 가지고 있는 방송(네덜란드 시사프로그램 젬블라)과 시민단체(앰

네스티 영국지부)가 자국 금융기관(연금기금)이 국제적으로 큰 비난

을 받고 있는 비인도무기를 만드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으로 대중적인 단죄 또는 낙인화가 이루어지면서 자연스레

투자철회가 이어질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된 사례로 볼 수 있다 ldquo내

돈rdquo이 잔인한 무기를 만드는 데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림으로써 사

람들이 확산탄 문제를 ldquo내 문제rdquo로 인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

한 분위기가 형성되었을 때 해당 국가 내에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단체들이 이 문제를 공공의제로 만들어 냈고 이후 여론을 등에 업고

금융기관을 압박해 실제 투자철회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한국에서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진행된 캠페인은 아직 구체적인 성

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하지만 캠페인이 시작단계에 있으며 해외 사

례와 같이 대중적 영향력이 큰 매체가 이 문제를 다루는 등의 이슈 확

산의 계기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아직은 캠페인의 성과를 이야

기할 시점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또 대부분의 국가들이 확산탄금

지협약에 서명middot비준한 유럽의 경우와는 다르게 한국은 안보상의 이

유로 확산탄의 생산 배치를 고집하고 있으며 평화 무기 이슈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도도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 역시 감안해야 할 것이다

무기제로는 올해 12월 발표 예정인 ldquo확산탄 세계투자rdquo 보고서의

번역 발표 등 지속적 캠페인을 통해 국민연금의 확산탄 투자문제를

꾸준히 제기할 계획이며 적절한 타이밍에 대중적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내는 데 주력해 한화middot풍산에 대한 투자철회

및 확산탄에 대한 낙인화 등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참고httpstopclustermunitionsorghttpwwwstopexplosiveinvestmentsorghttpwzeroorg

60 61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기획연재-가람이의 좌충우돌 세상읽기

ldquo그건 저의 삶입니다rdquo

나름 | 전쟁없는세상 친구 + 스웨덴에서 공부하는 중

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ldquo대답하세요rdquo 아슬아슬하게 진행되던 그들의 대화 긴장이 최고

조에 이른다 대화가 중단되고 한 사람이 자리를 뜬다 그 사이 추궁

을 받던 이는 주위를 둘러본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고 어느 구석

자리에 멈춘다 시선이 고정된다 바로 자신에 관한 기사와 사진들을

발견한 것 벽에 빼곡히 붙어 있는 모습이 마치 수사 상황 같다 소리

를 쳤던 이가 돌아오고 그가 묻는다 ldquo이게 뭐죠rdquo ldquo그건 저의 일이

예요rdquo 추궁을 받던 이의 나직한 목소리 ldquo그건 저의 삶입니다rdquo 덴

마크 드라마 lt보운 (발음이 틀릴 수 있음)gt의 한 대목 덴마크 최초의

여성 총리를 그리고 있는 이 드라마는 첫 방영이 있고 1년 뒤 실제 여

성 총리가 등장하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문제의 대목은 이전 정부

에서 총리를 맡았던 여성이 선거를 앞두고 새로운 정당을 만들면서

시작된다 경제 정책을 담당할 인물을 영입했는데 옛소련의 간첩이었

62 63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대표의 측근이 검증을 하게 된다 이 측근은

소련 좌익 정당에서 일하다 자살한 여성에 대해 캐묻고 그 사람은 결

국 그 여성과의 관계를 비롯해 아픈 과거를 이야기하게 된다 이 장면

은 누군가의 삶에 대해 타인이 얼마나 쉽게 얘기하고 재단할 수 있는

지에 관해 생각하게 만든다 타인이 쉽게 말할 수 있는 그 무엇이 누

군가에게는 삶이요 상처다

누군가에게는

그렇다 타인에게는 그저 지시대로 하면 되는 일이 자신에게는 치

명적인 삶의 문제일 수 있다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 갈등의 연속이

다 최근 이 정도 수준은 아니지만 좀 복잡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주

제 넘게도 어떤 글을 외국어로 쓰고 있는데 유럽 학자와 미국 학자

사이에 끼어 고민이 된다 두 사람이 거의 정반대의 입장에서 글쓰기

에 관여하고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해 한 사람은 이쪽으로 가라고 하

는데 또 한 사람은 저쪽으로 가라고 한다 아직은 경력을 막 쌓기 시

작한 힘없는 나로서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다 두 사람 모

두 좋으신 분들이고 또 내게 중요한 역할을 할 분들이다 그런데 모

두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누구 장단에 맞춰야 할지 난감하

다 다른 점이 있다면 한 사람은 나의 가능성만을 보고 변함없는 신뢰

와 지지를 보여주었지만 또 한 사람은 그 정도는 아니라는 느낌 문

제는 나를 석연치 않게() 보는 듯한 이가 내 경력에서는 훨씬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나를 믿어주는 이의 방향에 맞

추기로 결정했는데 아무튼 쉽지 않은 문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깊이 고민하게 된 다른 문제가 있는데 바로

lsquo누구를 대상으로 이야기하는가rsquo에 관한 부분이다 어쩌다가 바다

건너에서 계속 있다 보니 나는 이쪽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야기를 해

오고 있다 이 사람들의 언어(주로 영어)로 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

는 이야기를 이 사람들 상황에 맞게 말이다 그런데hellip 이게 정말 내

가 원하는 일인가 잘 모르겠다 지금 굉장히 긴 분량의 또 다른 글을

쓰고 있는데 원래는 내가 비교적 잘 알고 있는 한국과 관련된 사건에

대해 얘기하려 했다 이 사건과 특별한 인연이 있고 관심도 많기 때문

이다 그런데 관계자는 특정 사건보다는 lsquo보편적인rsquo lsquo이론적rsquo 이야

기에 초점을 맞춰달라고 요구한다 그래야 이쪽 지역에서 읽히기 때

문이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이게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인가 내

가 정말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들은 누구인가 나는 누구를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는가 쉽게 답할 수 없는 물음들 그래도 나는 안다

적어도 당장은 먹고 사는 문제와 관련이 있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는 걸 물론 이런 고민은 나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바다건너에서

든 아니든)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누구나 살아가면서 어떤 식으

로든 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ldquo네가 행복해져야만helliprdquo

64 65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그런데 lsquo바다건너rsquo라는 부분에 뭔가 있는 것 같다 (나만의 착각

일 수 있지만) 외국에서 지내는 게 다른 사람들에게는 좀 괜찮게 보일

수 있지 않을까 뭔가 좀 있어 보이는 부끄럽지만 고백하건대 나 역

시 그런 생각을 전혀 안 했던 것은 아니다 뭔가 세련()된 것 같은

좀 달라보이는 어떤 면에서 (탈)식민 문제와 관련이 있다 그런데 직

접 생활하는 것은 역시 다르다 물론 철저히 나의 입장에서 그렇다는

이야기다 예컨대 자연환경도 좋고 구경갈 곳도 많은데 여행이나 휴

가를 가지 않느냐는 물음을 받곤 한다 그런데 가고 싶어도 일단 돈

이 없다(있어도 최대한 아껴야 한다) 방학 기간에 여기 저기 여행다

니는 유학생이나 현지인들 이야기를 들으면 나는 신기하기도 하고 부

럽기도 하다 에둘러 말하면 이 세상에 아름답거나 그렇지 않은 것은

없다 아름답게 느끼거나 그렇지 않게 느끼는 특정 맥락의 내가 있는

것이다 lt연애시대gt에도 나오지 않던가 ldquo네가 행복해져야만 이 세

상도 행복해진단다rdquo 그래서 서로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다 처음에

얘기한 드라마 장면 누구에게는 일이고 누구에게는 삶이다 뭔가를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될 이유

[나름대로 스웨덴 소식]

성소수자 탈의실 설치 (스웨덴 영문뉴스 lt로컬gt 2013 4 26)

스톡홀름에 있는 한 고등학교가 자신을 남성-여성으로 정체화하

지 않은 학생들을 위해 별도의 탈의실을 짓기로 했다 보도에 따르면

스웨덴에서는 첫 사례라고 한다 이 학교 학생위원회 관계자는 새로

운 탈의실은 사회의 젠더 규범에 불편해하는 학생들을 위한 것이라

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편 이 학교 선생님들은 수업 시간에 남성

(lsquo한rsquo)-여성(lsquo혼rsquo)을 넘어선 lsquo헨rsquo이라는 단어를 공식 사용하기도 하

고 학생들은 스톡홀름 성소수자 축제에 학생위원회 자격으로 참여한

첫 사례를 남기기도 했다

부유한 지역 적은 난민들 (스웨덴 국영 라디오 국제 2013 7

1)

스웨덴에서 예산이 많은 지역일수록 난민을 받는 데 소극적인 것으

로 나타났다 어느 일간지에 따르면 전국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 20

군데가 같은 수의 가장 부유한 지역들보다 5배 많은 난민을 받아들인

다고 한다 여기에 해당되는 부유한 지역들은 모두 현 정부의 보수 성

향 정당이 이끌어 가고 있다 이는 지난 5년 동안 스웨덴의 290개 지

역 단위를 비교한 결과다 관계자에 따르면 스웨덴 북쪽 지역으로 갈

수록 인구 부족 문제로 난민들이 환영을 받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66 67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효웅 | 병역거부자

일베한테 일베식으로 맞짱뜨기

일베충 종북게이다 좌빨 종북게이다

나님 네 다음 일베충

일베충 네 다음 종북게이

나님 나님이 종북게이라는 lsquo근거rsquo가 있음 주장하는 사람이 근거

를 제시해야 한다는 lsquo입증책임의 원칙rsquo도 모름 이 논리 종범아

일베충 요시 그럼 넌 내가 일베충이라는 근거는 있盧

나님 너한테 한 말 아니라 걍 혼잣말 한건데 내 발화의 지시대상

이 너라는 근거는 있盧

일베충 나한테 한 얘기잖아 이 종북게이야

나님 ㅇㅇ 인정 니 생긴 게 일베충같아서 일베충이라고 한 거임

얼굴에 써 있음

일베충 소설쓰지마라 ㅋㅋ 팩트 모르盧 내가 일베충이라는 팩트

를 대라 팩트를

나님 요시 니가 일베충이라는 lsquo최선의 설명으로서의 추론rsquo이라는

가설을 세워서 추론한 거임 나한테 종북게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lsquo현

상rsquo을 설명하기 위해서 너가 일베충이라는 lsquo가설rsquo을 세워 봤는데

ldquo니가 바로 일베충rdquo이기 때문에 ldquo따라서 나한테 종북게이라는 딱지

를 붙이는 것이다rdquo라는 현상이 아주 훌륭하게 설명력을 지닌 가설추

론이 되는 거임 원래 가설은 아무렇게나 세우는게 lsquo가설rsquo임 가설은

반증 가능성이 있는 게 당연하다고 포퍼가 그랬음 가설을 통해서 과

학과 범죄수사가 발전했음 만일 니가 일베충이 아니라면 너가 경쟁

가설을 주장하던가 내 추론에 문제가 있음을 제시하면 됨 왜 일베충

이라고 해서 찔림 도둑이 제 발 저림 일베충도 일베충이라는 말 듣

기가 부끄러움 너 포퍼가 누군지는 암

68 69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일베충 일베한다고 해서 다 무슨 사이코패스에 고인드립치는 패륜

아 인 줄 아냐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범하지 마라

나님 ㅋㅋㅋ요시 사이코패스에 패륜아라는 건 lsquo니가 한 말rsquo이고

lsquo니 생각rsquo임 내가 언제 너보고 사이코패스에 패륜아라고 했음 난

그냥 너가 일베한다는 lsquo사실rsquo을 진술문으로 말했을 뿐임 아 몰랐

네 너 사이코패스에 패륜아임

일베충 (ㅇㅂㅇ) 지금 일베충이라고 비하하는 거임 일베충이라는

말 자체에 비하가 있다

나님 자기들도 일베충이라고 자조적으로 비하하면서helliphellip

일베충 인권 좋아하는 감성팔이 인권쟁이들이 왜 우리의 인권은

도외시하는 거냐 북한 인권 군인 인권 일베충 인권

나님 일베충이 사람임 사람이 아니므니다

일베충 일베충도 사람이다 왜 사람이 아니냐

나님 lsquo일베충rsquo이라는 말은 일베를 하는 벌레라는 내포를 갖고 있

음 따라서 ldquo일베충은 벌레이다rdquo는 진리값이 항상 참인 분석명제이자

항진명제임 이 무식한 일베충아 그런데 ldquo일베충은 사람이다rdquo라고

한다면 그건 앞의 주어인 lsquo일베충rsquo에 이미 내포되어 있는 벌레라는

걸 부정하는 모순이 되는거임 이건 마치 ldquo삼각형은 동그라미이다rdquo

ldquo여성은 인간이 아니다rdquo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모순율에 어긋나

는 것임

일베충 (ㅇㅂㅇ) 인권 좋아하는 인권쟁이들이 우리들한테 인권이

없다니 역시 좌빨들은 이중성 쩌네 ㅋㅋㅋ모순 쩐다 위선자들 ㅋㅋ

ㅋㅋㅋ

나님 일베충이 그런 내포를 갖게 된 것은 공론장에서의 니들 행패

를 보고 내포가 그렇게 정해진 거임 억울하면 다시 태어나셈 근데

니가 인권이 뭔지는 아냐 어디 그래 lsquo인권rsquo의 정의가 뭐라고 생각

일베충 (ㅇㅂㅇ) 그건사전에 나와있다 ldquo사람이라면 누구나 누려

야할 권리rdquohelliphellip

나님 그런데 너님들은 왜 lsquo여성rsquo lsquo전라도rsquo 이런 사람들의 인권을

부정하고 비하하는 거임

일베충 일베라고 다 패륜아냐 성급한 일반화 모르盧 논리적 근

거를 대라

70 71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나님 아~그럼 여름 중에도 시원한 날이 며칠 있으니까 여름은 안

더운 거겠네 ㅋㅋㅋ 일베충 논리 보소 ㅋㅋㅋㅋ 너 말대로 일베의

lsquo모든rsquo회원이 그런 건 아닐 수도 있음 그러나 대다수가 그런 lsquo성

향rsquo을 갖고 있다면 성급한 일반화가 아니라 강한 통계적 귀납논증이

되는 거임 실지로 얼마 전 일베 게시물들의 키워드를 분석한 프로그

램 통계에 의하면 일베 사이트의 핵심 키워드들은 사회의 대다수 사

람들의 통념과 반대되는 게 맞는데 이 연가시야 사례가 많을수록

귀납논증은 강화되는 거고 너가 일반화라면 그렇지 않은 일베 회원

들이 더 많음을 니가 귀납적으로 논증을 해야 논파가 되는 거임 따라

서 ldquo일베충들은 대부분 사회적 낙오자에 학교에선 아싸고 생긴 건

베트남 쌀국수에 집에서 진격의 거인이나 보면서 연애 한 번 못해

보는 싸이코패스인데 사회적 약자들에 화풀이한다rdquo는 건 굉장히 강

한 귀납논증이 성립되는 거임 (ㅋㅋㅋ)

일베충 우리가 사회적 낙오자에 약자들에게 분풀이 한다는 팩트를

대라 팩트의 일베다 우리는 사실만을 얘기한다

나님 니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lsquo팩트rsquo에 대해서 너님들은 얼마나

알고 있음 너님 혹시 lsquo팩트rsquo가 뭔지는 암 사실과 사건 사태의 차

이점이 뭐임

일베충 0a 0

나님 ldquo쟤 성형수술했대rdquo ldquo너 전과자라며rdquo ldquo나 저번 시험에서

백점 맞았다~^^rdquo ldquo우리 집 50평이다 ^^rdquo ldquo우리 아들이 이번에 반

에서 1등했대요 호호호rdquo 이 문장들은 전부다 lsquo사실rsquo을 얘기하고 있

지만 이건 사실을 얘기하는 lsquo진술문rsquo이 아니라 비하하거나 잘난척

하는 lsquo행위rsquo를 하고 있는 lsquo수행문rsquo임 따라서 너님들이 이야기하고

있는 lsquo사실rsquo은 사실 해석과 반응 맥락에 따라서 굉장히 유동적인

것임 이처럼 사실인 척 위장하고 있는 문장들은 lsquo기술주의적 오류

(destriptive fallcy)rsquo임 또한 사실은 lsquo사물rsquo이 아니라 사물들의 연관

이라고 비트겐슈타인이 말한 것처럼 사실은 사실을 인식하고 말하는

사람의 주관에 달려있는 거임

일베충 전라도가 폭도였고 한국여자들이 성형하고 명품 밝히는 건

팩트다 이 멍청한 좌좀아 홍어들은 한반도를 떠나야하고 여자들은

삼일한(삼일에 한번씩 패야한다는 일베 용어)이라는 거다

나님 한국여성들의 명품 구매비율이나 성형비율이 높다는 lsquo사

실rsquo과 여성들을 패야한다는 lsquo당위rsquo가 어떤 관련이 있음 사실에서

어떻게 당위를 도출함 ldquo저 사람은 흑인이다rdquo라는 사실에서 ldquo따라

서 저 사람을 인종차별해야 한다rdquo라는 당위가 도출됨 ldquo너는 여자

다rdquo라는 사실로부터 ldquo따라서 너는 정숙해야한다rdquo라는 당위 도출되

지 않는 것처럼 이것 역시 철학자 GE 무어가 말한 lsquo자연주의적 오

류rsquo임 그러나 ldquo쟤 일베한다 따라서 박멸해야 한다rdquo는 만고산천에

72 73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불변하는 진리 이데아임 어디까지나 이런 논리나 철학은 사람한테

만 적용되므니다 이 살인 진드기야

일베충 (ㅇㅂㅇ) 광주사태가 홍어들 폭도였다는 거 역시 lsquo팩트rsquo

를 말한 거다 총들고 사람 죽이고 그게 잘한 거냐 이 씹선비야

나님 광주사태가 lsquo민주화운동rsquo이였다는건 공론장에서 의사소통적

논변에 근거한 합의를 통해 그 내포에 대한 일의적(一意的) 의미가 정

해진 사안임 너 혼자 민주화라는 용어를 lsquo홍어들의 폭동rsquo으로 재정

의하는 것은 이미 어느정도 사회적으로 통용된 내포를 너 혼자 바꿔

쓰는 lsquo은밀한 재정의의 오류rsquo이면서 동시에 lsquo자의적middot설득적 정의rsquo

인 거임 ldquo동성애자는 항문섹스만을 즐겨하는 에이즈 보균자이며 하

나님 앞에 죄인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rdquo라는 말이 동성애자에 대한

합의된 정의임 자기 혼자 쓰는 정의지 그리고 너희가 비하하는 전

라도 사람들은 전부다 폭도라던가 한국여자들은 명품에 성형에 환장

했다거나 하는 설명이 과학적이거나 팩트에 가까움 오히려 감정적

인 편견에 지나지 않는거 아님 통계 자료는 있음 논거 부재의 오

류 인신공격의 오류 은밀한 재정의의 오류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온갖 오류들의 향연임 이 애미 애비가 교육을 잘못시켜서 그 따위로

된 가정 교육 못 받은 일베충아

일베충 (ㅇㅂㅇ) 아아아아아우오오 씹선비 김치녀 홍어 홍어

나님 반사 ^^

일베충 (ㅇㅂㅇ) 우워워워좌좀 종북 좌빨 슨상님

나님 굴절 ^^

일베충 크어어어억 오유충 삼일한 김치녀 종특

나님 라고 말하는 놈 친일파 ^^

일베충 쩔뚜기 운지 하라보지 종북게이

나님 라고 말하는 놈 평생 쏠로 ^^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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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사은 백가윤 보라 상우 서범석 설순일 소란 송명관 송병채 송준 송지혜 수하

숲이아 시와 신기현 신유아 신은재 신희권 아하 아침 아키오 안지환 양선화 양지혜

여문정 여옥 여은 여지우 염창근 오리 오성민오정록 오하린 오학준 우경환 우공

우완 우성섭 우지연 위양자 유은정 유현미 윤민순 윤정하 윤정화 윤지환 윤혜정

은국 은종복 은혜와평화교회 이갑수 이기영 이덕현 이비함 이상길 이선아

이선영 이선옥 이세현 이승규 이연희 이영롱 이용석 이재환 이준규 이준호 이현우

이희진 임재성 임태훈 장대환 장미희 장샤론 장정혜 장현진 전기화 전길수 전범준

전영욱 정상민 정우진 정인철 정주열 정출균 정혁 정현채 정혜윤 조명래 조은 조익진

조정의민 주관수 지은 진진 진현호 진흙 차명수 참새 채승우 최민아 최성진 타랑

편설란 하동기 하승우 한광주 한주훈 햄 홍수봉 홍수영 홍이 홍창욱 황명규 황예랑

2013년 5월1일 ~ 7월 31일

Page 4: 전쟁없는세상 소식지 38호(2013년 8월)

2 3평화주의자 노트

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 내가 살아 왔던 태도가 어땠는지에 대

한 생각에까지 이르게 됐다 많은 순간 상대(구체적인 인물이기도 했

고 제도이기도 했던)에게 나를 휘두를 권한들을 내주면서 살아 왔다

는 걸 알게 됐다 그것들에 맞서 lsquo제대로rsquo 싸워 본 적이 없다는 것도

싸워 보기도 전에 lsquo어차피 힘들다rsquo며 냉소한 적이 많다는 것도 그

제야 새삼 알게 됐다 권리 권한 등을 되찾기 위해 어떻게 싸워야 할

지 나에게 그런 힘이 있기나 할지 모든 것이 막막하고 불안했지만

불안과 걱정들을 안고서라도 한 번 해보자고 마음먹게 되었다 아마

모두가 비슷한 마음이었을 것이다

막상 노조를 만들고 나니 개인적으로 티 나게 괴롭히거나 하는 일

은 (생각보다) 드물었다 상대가 어떻게 나올까를 끊임없이 계산하고

예측했던 것이 일정 정도 나의 망상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상대가 생

각보다 그렇게 강하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나의 망상 속에서 상대는

늘 나보다 강했다) 그동안 제한해 왔던 목소리를 조금씩 높여 가는

경험은 숨겨져 있던 나의 힘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그 자체로 소중한

경험이었다(물론 lsquo함께rsquo여서 가능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묘하게 위

축되는 일들도 늘어만 갔다 일방에게 독점되었던 기준과 권한에 문

제 제기하는 내(우리)가 부적응자 무능력자 괜한 열등감에 사로잡혀

사사건건 딴죽을 거는 사람처럼 비치지는 않을까 하는 조바심 때문이

었다 그리고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그 묘한 위축감을 조성하는 프

레임은 거의 매 순간 이용되었다

평화주의자 노트

나를 휘두를 수 있는 힘을 쉽게 내주지 않는다는 것

미선 | 출판노동자

관리자들과의 감정적 껄끄러움 그로 인한 불이익 인정받는 중심

으로부터의 전적인 배제helliphellip 노동조합을 처음 시작하려고 했을 때

솔직히 걱정되고 고민되었던 부분이었다(다른 분들은 어땠는지 잘은

모르겠다) 이제 겨우 lsquo신입rsquo이라는 꼬리표를 뗀 입장에서 업무지시

를 하고 결재를 하는 관리자들과 조합활동으로 인해 사이가 틀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은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lsquo기준rsquo이라는 것이 전적

으로 저들에게 있(다고 생각되)는 상황에서 마음만 먹으면 나를 충분

히 괴롭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저마다의 불안 속에서 갈팡질팡하던 가운데 이제는 노조를 준비

할지 말지 확실히 결정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순간이 있었다 생

각을 정리하기 위해 며칠간 끙끙대고 글을 썼던 기억이 난다 그간의

회사생활이 어땠는지 나는 왜 노조 활동을 하고 싶은 것인지 그렇

4 5평화주의자 노트

그로부터 몇 개월 후 SNS를 통한 노사 간 공방에서도 사측은 노조

원들을 lsquo일도 제대로 못하고 배우려는 의지도 없는rsquo 이로 빗대는 프

레임을 곧잘 활용하곤 했다 사태에 있어 전혀 핵심적인 문제가 아님

에도 자주 거론되었다는 것은 이 프레임이 대내외적으로 얼마나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지를 방증해 주었다 그리고 실제로 순간순간

lsquo내가 지금 일은 똑바로 하고 있나rsquo하는 의식이 올라와 위축되곤

했으니 임상적으로도() 효과가 확인된 셈이다

걸려들 수밖에 없는 덫 규율과 기준

선(線)을 구획하는 것은 자연도 신도 아닌 사소하고 우연한 권력

들이다 이 권력을 가시화해야 한다

― 정희진 ldquo배제되지 않기 위해 포함되길 거부하라rdquo 한겨레신

문 2013년 2월 1일

앞서 말한 식으로 상황을 지저분하게 만드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

다 일상적으로 구성원들을 압박할 수 있는 lsquo규율rsquo과 lsquo기준rsquo이라는

덫을 곳곳에 설치하면 된다 그리고 구성원들이 계속해서 그 기준을

달성하지 못하게 하고 이로 인한 심리적인 위축감을 느끼게 하면 된

다 우리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잦은 야근으로 탄력적인 출퇴근 시간

에 이미 몸이 맞추어져 있던 노동자들에게 어느 날부터 갑자기 (일방

적으로) 정시 출퇴근을 요구하고 하루에 교정을 30쪽 남짓 보던 노

기준lsquo미달rsquo들은 조용히 하라고

올 해 초 조합원들의 마음을 잠시나마 심하게 흔들어 놓은 사건이

있었다 연초에 갑작스레 이루어진 비조합원 중심의 승진을 두고 조

합 차원에서 문제 제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이에 대해 사측이 lsquo평

가rsquo라는 이름으로 인격적인 모멸감이 느껴질 만큼 가혹하게 조합원

들의 업무역량을 깎아내리는 글을 게시했던 것이다 현격한 업무역량

차이 때문에 비조합원들이 승진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이다

노조는 ldquo승진한 이들의 역량이 떨어진다rdquo는 식으로 문제 제기를 하

지 않았다 은연중에 그런 뉘앙스를 준 것은 아닌지 해당 문제 제기

를 몇 차례 거듭해서 읽어 봐도 그건 아니었다 노조가 문제의식을 느

끼고 견제하고자 했던 것이 사측의 일방적인 lsquo인사권 남용rsquo이었음

은 누가 봐도 자명한 일이었다 차라리 lsquo회사의 인사권은 노조가 침

범해서는 안 될 영역rsquo이라는 형식적인 답변만 왔더라면 나았을 것이

다 사측은 문제를 의도적으로 지저분하게 만들어 버렸다 간단히 말

해 ldquo자격도 안 되는 기준미달의 놈들이 기준에 문제 제기를 한다rdquo

는 것이었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간단하게 회사의 논리를 반박할 수

있었다 ldquo의도적인 오독으로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있으며 평가라는

이름으로 심각한 수준의 인격모독을 행하고 있다rdquo고 말이다 하지만

구성원들은 이미 상당한 심리적 충격과 위축감을 느낀 후였다(덧붙이

자면 사측은 예상대로() 여기에 대해 제대로 된 해명은 물론이고 단

한마디의 사과도 하지 않았다)

6 7평화주의자 노트

작은 것을 위한 분투가 필요한 이유

기존 규범을 문제 삼지 않고 그 안에서 약자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이중 메시지에 lsquo자발적으로rsquo 수갑을 채우는 행위다 사회

가 당연시하는 사유의 경로를 추적하는 것이 지성이고 운동이다

권력의 법칙을 해체(즉 인식)하지 않는 저항은 lsquo반칙rsquo lsquo불평불

만rsquo lsquo낙오자의 불복rsquo 심지어 lsquo역차별의 가해자rsquo라는 엉뚱한 비

난을 뒤집어쓴다 ― 정희진 같은 글

lsquo기준과 규율에 대한 승복이냐 불복이냐rsquo라는 이분법적 딜레마

를 넘어 이걸 누가 왜 정했는지를 묻는 것 모두가 동의하고 공감하

는 lsquo규칙rsquo(ne규율)을 다시 세우는 것 그리하여 일방적으로 정한 규

율과 처벌(보상)로 인해 발생하는 자기착취와 자기소모를 막아내는

것(표면적으로 행해지는 노동착취를 막아야 함은 물론이다) 우리의

노동조건을 바꾼다는 것은 이러한 과정을 전제에 두고 진행되어야 한

다는 걸 새삼 느낀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그것이 우

리를 배제하고 착취middot소모시킨다면 바꾸기 위해 분투해야만 한다는

것도 말이다

작은 것 하나에서 나를 휘두를 수 있는 권한을 쉽게 내주는 순간

프레임은 이미 저쪽에 유리하게 구성되는 듯하다 우리는 사소한 것

하나 내준 것이라 생각하지만 역으로 또 사소한 것 하나에도 쉽게 주

눅 들게 된다 이제 lsquo기준미달rsquo lsquo낙오자의 불복rsquo이라는 불명예와 그

동자들에게 앞으로 50쪽 이상씩을 보라고 하는 등 갑작스런 노동조

건의 변화가 있었다 그리하여 정시까지 출근을 못하는 노동자에게는

lsquo태도가 방만rsquo하다는 꼬리표가 붙여지고(사측의 당초 계획대로라면

분 단위의 임금도 삭감당하면서) 갑자기 늘어난 조업량에 문제를 제

기하면 lsquo회사의 경영난에 나 몰라라 하는 노동자rsquo라며 비난을 듣기에

이르렀다

이 규율과 기준에서 벗어나지 않도록(덫에 걸리지 않도록) 자신을

더 통제할 것인가 갈등을 감수하면서 이 규율과 기준 자체에 문제 제

기할 것인가 여기서 딜레마가 생긴다 한편으로는 나 역시 기준에서

크게 어긋나는 것 없이 잘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혹시나 내

가 이 기준에 부합할 능력이 부족해서이지는 않은지 스스로를 의심하

게 되기 때문이다 일견 내가 조금만 노력하면 별다른 갈등 없이 그

냥 넘어갈 수도 있을 것처럼 보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애초에 걸리는

놈들을 잡아내려 하는 선이 어디 유연하던가 한 달에 총합 10분 남

짓한 지각으로 관리자에게 불려가 lsquo경고rsquo를 받는가 하면 그게 누적

되어 경위서를 제출해야 했던 구성원도 생겨났다 눈 밖에 나면 정해

진 점심시간에서 2분 남짓하게 늦게 들어와도 허용되는 법이 없다

lsquo경고rsquo까지는 아니더라도 빈정거리는 상사의 핀잔을 감내해야 한

다 이 모든 게 lsquo부당rsquo하다는 생각은 들어도 입 밖으로 부당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누가 왜 정해 놓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칼같이

정해진 선이기 때문이다

8 9평화주의자 노트

로 인한 위축감을 넘어 나를 저들 멋대로 휘두를 수 있는 어느 것 하

나 쉽게 내주지 않는 데서 보람과 의미를 찾아보려 한다 저들이 작은

것 하나를 정하더라도 우리의 눈치를 보게 되고 노동자들 대하길 어

려워할수록 lsquo우리rsquo의 싸움은 성공한 게 될 것이다

현재도 그린비출판사 노동조합은 lsquo출퇴근기록rsquo을 둘러싼 문제로 1

년 넘게 싸우는 중이다 지금까지 그래 왔듯 쉽게 내주진 않을 것이

다^^

평화주의자 노트

요즘 MBC예능프로그램 lsquo일요일 일요일 밤에rsquo에서는 연예인들이

군대 체험을 하는 lt리얼 입대 프로젝트 ldquo진짜 사나이rdquogt라는 코너가

한창 방영 중이다 한국의 군사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까지 등

장해 군대에 적응해가는 모습을 보여 주며 lsquo군대를 다녀온 남자가 진

짜 남자rsquo라는 신화를 전국구 방송으로 유포시키고 있다 한국은 과거

에 전쟁을 준비하는 훈련을 교육 과정 속에 편입시켜 진행한 전력이

있다 남성들은 군복 비슷한 옷을 입고 총을 들고 훈련을 받고 여성

들은 붕대 싸매는 방법을 배웠다는 교련 과목은 이미 사라진 지 몇 년

이 지났지만 한국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아직도 병영 국가임을 더 공

고히 하는 lsquo교육rsquo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 6월 14일은 반군사주의 국제 행동의 날이었다 반군사

숲이아 | 전쟁없는세상 운영위원

lsquo병영국가 만들기rsquo에 저항하기-반군사주의 국제 행동의 날 소식

10 11평화주의자 노트

주의 국제 행동의 날은 전쟁저항자 인터내셔널 (War Resisterrsquo

s Internatoinal)에서 2013년부터 조직한 캠페인이다 반군사주의 국

제 행동의 날은 특히 교육과 연구에 있어 반군사주의를 요구하는 것

을 목표로 삼았다 전 세계 많은 곳에서 군은 교육제도에 상당한 존재

감와 영향력을 갖고 있다 이런 군의 존재와 영향력은 군대가 학교를

방문해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것에서 수업을 진행하는 것 모험 활동

을 운영하고 수업 자료를 지원하는 것까지 그리고 사관학교부터 군

사 연구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것에까지 이른다 군이 교육에 참여

하는 두 가지 주요 목적은 젊은 사람들을 군대로 끌어들이는 것과 함

께 정책의 도구로써 전쟁과 전쟁준비를 정상화시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균형 잡힌 논쟁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왜냐하면 분쟁 해결에

대한 대안적인 관점에는 군대처럼 똑같은 특권적인 접근이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군사연구는 많은 공립대학의 과학 공

학 기술 학과에서 이루어지는 연구에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이렇게

군대와 전쟁을 위한 연구들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한편 사회적으로 더

유용한 연구들은 뒷전이 되기 일쑤다

올해에는 남아프리카 독일 이스라엘 인도 등 최소 11곳이 넘는

나라에서 피켓팅 거리 연극 워크샵과 같은 여러 가지 다양한 활동이

펼쳐졌다

이스라엘에서는 뉴 프로파일(New Profile) 평화를 위한 여성 연

대 (Womenrsquos Coalition for Peace) 미국친우봉사회(American

Friends Service Committee )세 개 단체가 연대하여 텔아비브에서

교육영역의 군 개입을 시각화하는 거리 극장을 열었다 3일 동안 행

동이 이어진 독일에서는 6월 14일 언데드 복장을 입을 항의자들이 쾰

른에 있는 Herder 학교 앞에 나타났다 그들은 군대의 프로파간다를

전복시키는 내용을 담은 현수막를 들었다 이외에도 13일부터 15일

까지 가두 행진을 비롯하여 여러 활동이 있었다 남아프리카 요하네

스버그에서는 ldquo라스트 킹(The Last King of Scotland)rdquo 상영회가

열렸다 영화 상영 뒤에는 참가자들이 영화를 어떻게 느꼈고 그것이

현재와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관해 풍성한 토론이 벌어졌다 미국에

서는 워싱턴 시애틀에서 몇몇 단체들의 행동이 있었다 Garfield 고

등학교 앞에서 플랜카드와 피켓을 들었다 Garfield 고등학교는 지난

2005년 학부모 교사 학생 연합에서 신병모집관이 학교에서 환영받지

않는다고 언급했던 곳이다

한국에서는 올해 시작한 반군사주의 국제 행동의 날에 참여할 여

건이 되지 않아 지나쳤지만 다음 해 부터는 어떤 방식으로 참여 해

볼지 고민해 보면 좋겠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는 전쟁 lsquo기념rsquo

관으로 소풍을 가고 lsquo군기rsquo를 잡아 준다는 명목 아래 청소년들을 대

상으로 하는 무허가 해병대 캠프가 기승을 부리는 이 사회에서 교육

과 반군사주의를 고민하다보면 할 수 있는 행동들은 차고 넘쳐날 것

같다 미디어를 통해 학교 밖 교육 과정을 통해 우리는 여전히 군대

에 대한 잘못된 신화를 주입받고 있다 미디어의 영향력을 생각해 보

12 13평화주의자 노트

면 lt진짜 사나이gt가 방영하고 있을 때 나 혼자 보기 싫다고 TV채널

을 돌려 버리면 그만인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군사주의를 교육하며 군

대와 교육 학문 분야가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사회에 어떻게 함께 대

응하고 저항해 나갈 것인가 하는 고민이 필요하다 ldquo군대 갔다 와야

사람 된다rdquo는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사람을 한 순간에 사람이 아닌

존재로 만들어 버리는 무시무시한 말이 잘못되었다는 인식을 갖고 우

리 사회가 lt진짜 사나이gt와 같은 코너에 대해 경계할 수 있게 될 때

국방부와 관련된 과학 기술 연구 예산이 대신 교육이나 복지와 같은

곳에 쓰일 수 있을 때 병영 국가 만들기가 중단되는 때가 오기를 간

절히 고대해 본다 고등학교에서 단체로 갔던 해병대 캠프에서 다섯

명의 학생들이 죽음을 맞이하는 일은 더 이상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

전 세계에서 벌어진 반군사주의 행동의 날에 대한 더 자세한 상황

공유는 전쟁저항자 인터내셔널 리포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wwwwri-irgorgReportsDayOfAction

평화주의자 노트

현역입영예정일인 6월 24일 오후 2시 난 훈련소에 가지 않았다

나는 모든 억압과 착취 불평등과 부정의에 반대하는 사회주의자로서

의 신념에 따라 이런 결정을 내렸다 나는 이 소견서를 통해 내 신념

을 밝히고자 한다

교과서에선 모든 사람들에게 lsquo국방의 의무rsquo가 부과된다고 가르쳤

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형제와 가족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군

대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남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군대를 가야 한다고 말하고 군대에 가지 않는 것은 비겁한 일로 여긴

다 나 또한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겉모습만 봐선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어떤 것은 그 껍질

이 외부로부터 내용물을 보호하는 것처럼 보이기만 할 뿐 실제론 내

김무석 | 노동자연대학생그룹 활동가

나는 정의와 평화에 대한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다

14 15평화주의자 노트

용물을 가두기 위해 존재하는 것일 수도 있다

군대는 어떠한가 이 나라의 군대는 정말 평범한 민중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 아니면 평범한 민중을 억압하기 위해 존재하

는 것인가

나는 군대가 계급으로 나뉜 자본주의에서 소수 지배자가 다수 민중

을 억압하고 지배하기 위한 대표적인 억압 기구라고 생각한다

박정희의 군대는 1961년 516 군사정변을 일으켰다 1964년엔 베

트남 전쟁에 참전해서 미국의 민족 억압과 학살을 지원했다 1979년

10월 박정희의 유신독재에 항거해 부마항쟁이 벌어지자 군대는 대검

을 들고 민주주의를 외치는 시민들을 진압했다전두환 시절 군대는

1979년 1212 군사 반란을 일으켰고 1980년 517 쿠데타를 일으켰

다 518 광주 항쟁에서 발포해 시민들을 학살한 것도 이 나라의 군

대였다

이런 일들이 군사정권에서만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은 군사 정권이

끝난 뒤에도 군대의 역할이 크게 변하지 않은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3년 이 나라의 군대는 미국의 이라크 점령에

동원되었다 이 전쟁에서 미국은 수십만 명을 학살했고 2백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난민으로 만들었다 2006년 미군기지 이전에 반대한

평택 대추리의 주민들과 활동가들의 평화를 요구한 목소리는 군대의

군홧발에 무참히 짓밟혔다

강제로 동원되어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었던 사병들은 또 다른 희

생자들이었다 이처럼 군대는 평범한 민중의 이익과는 상관없이 소수

권력자들의 도구로 활용되어 왔다

지배계급의 도구

자본주의 체제의 권력자들이 군대를 이용한 목적은 두 가지였다

지배자들은 자국의 민중들을 억압하기 위한 수단으로 또한 타국과의

군사적 패권 경쟁을 위한 수단으로 군대를 이용했다

지배자들은 동의와 설득으로 지배를 유지하려고도 했지만 궁극적

으로는 군대 경찰 감옥과 같은 억압기구를 필요로 한다 군사정권

시절에는 이 폭력이 노골적으로 전면에 드러났다 이 나라에서 노동

자middot민중이 벌인 투쟁으로 이 억압기구들이 뒷켠으로 물러나긴 했다

그러나 평택 미군기지 이전 반대 시위 진압에 군대가 투입된 것이나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점거 파업에 경찰 특공대가 투입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지배자들은 결정적인 순간에 늘 폭력과 억압에 의존해 왔

지배자들은 지정학적 경쟁에서 우위에 서기 위해서도 군대를 활용

한다 베트남과 이라크에 파병된 군대는 미국의 점령과 학살을 도왔

고 이 나라의 지배자들은 파병을 통해 군사적 영향력을 높이려 했다

지배자들의 한미 동맹 전략은 지금도 전혀 변하지 않았다 박근혜 정

16 17평화주의자 노트

부는 첨단무기가 동원된 한미 합동군사훈련에 참가했고 미국이 중국

을 겨냥해 추진하고 있는 MD에 참여할 절차를 밟고 있다 MD 참여

는 이 나라가 미국과 중국의 군사적 갈등에 더 쉽게 휘말리는 위험천

만한 일이 될 수 있다 미국의 패권 강화의 발판이 될 제주해군기지는

건설 과정부터 주민들을 탄압해 lsquo제주해적기지rsquo라고 불렸다 주민과

활동가 성직자에게 가해지는 경찰들의 폭력은 용인됐고 여기에 저

항하는 사람들은 연행되고 벌금을 물고 구속되었다

난 이처럼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미국의 세계 패권 전략을 뒷받침

하고 자국의 민중을 억압하는 데 이용되는 이 나라의 군대에 입대하

기를 거부한다

무고한 젊은이들을 억압하고 희생시키는 군대

부와 권력을 독점한 권력자들은 소수이기 때문에 군대는 압도 다

수인 노동자와 민중의 자녀들로 구성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지배

계급은 군대를 통제하기 위하여 상명하복의 억압적 위계질서를 적용

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2013년 1월 30일 발표된 lsquo군 인권실태 연구

보고서rsquo에 따르면 85퍼센트의 응답자가 군대에서 구타당한 적이 있

다고 답했다 lsquo탈영 또는 자살하고 싶다rsquo는 생각이 들었다는 병사는

346퍼센트였으며 5년 간 실제로 자살한 군인의 숫자는 368명이었

최근 군대 내에서 가혹행위로 자살한 경우 국가유공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결정이 있었지만 이미 무고하게 희생된 젊은이들의 삶은 어

떤 것으로도 보상해줄 수 없다 lsquo국방의 의무rsquo를 준수하라고 앞장서

요구하는 권력자들은 역겹게도 정작 자신들의 자녀는 어떻게든 군대

에 보내지 않으려 한다 lt이제는 말할 수 있다gt의 lsquo신의 아들과의 전

쟁rsquo편(MBC2004)은 진짜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군대가 자신의

의무가 아니라는 것을 폭로했다

권력층과 부유층 예를 들면 재벌가의 병역 비리는 강력한 권력과

결탁되어 있기 때문에 건드릴 수 없었고 과거 광범위하게 이루어진

병역비리 군middot검 합동수사도 결국 내부 권력 -기무사와 군middot검찰-

이 좌절시켰다는 것이다

지배자들은 북한의 위협을 빌미로 군대와 안보 논리를 정당화해 왔

다 그러나 북한의 지배계급과 남한의 지배계급은 서로 적대적 경쟁

을 하면서도 서로의 존재를 정당화 해 왔다 반면 북한의 평범한 젊

은이들과 남한의 젊은이들은 그 과정에서 모두 희생되고 억압받는다

두 국가가 젊은이들을 군대에 동원하는 논리는 거울을 두고 마주보는

것 같이 똑같다 김정은 정권의 이해관계를 위해 젊은이들을 희생시

키는 군대와 박근혜 정권의 이해관계를 위해 젊은이들을 희생시키는

군대는 별로 다르지 않다

신념을 지키기

18 19기획기사 - 인트로

지금까지 평화주의적 종교적 정치적 신념에 의해서 병역을 거부

해 온 사람들이 1만 7천여 명에 이른다 각자의 신념은 달라도 그들

은 자신의 신념을 지키려고 감옥을 선택했다 나 또한 신념에 따른 행

동으로 감옥에 가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나는 감옥에

서 군대보다 더 큰 억압을 경험해야 한다는 것과 감옥에서 나온 뒤

에도 사회적 차별을 감내해야 한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따라서 lsquo감

옥을 선택한다rsquo는 것은 단지 군대인가 감옥인가 하는 선택을 넘어서

lsquo어떤 삶을 살 것인가rsquo하는 질문과 마주치는 과정일 수밖에 없었다

만약 내 삶의 목표가 이 체제가 강요하는 경쟁과 생존의 논리에 타

협한 삶을 사는 것이었다면 이런 선택을 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

러나 내 삶의 목표는 부조리와 모순에 가득 찬 이 사회의 변혁에 기여

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는 내 신념을 지키고 그에 따른 억압과 고통을

감내하는 선택을 할 수 있었다

나는 내가 겪을 모든 개인적 손해에도 불구하고 신념에 따라 이 나

라의 군대에 입대하길 거부한다

2013년 6월 25일 병역 거부를 선언하며

그동안 한국 사회운동은 주로 국가와 싸워왔습니다 덕분에 각 운

동영역에서 국가 기관을 상대하는 노하우는 많이 쌓여있습니다

법적으로는 어떤 절차를 활용할 수 있는지 국제적으로는 어떤 기

구들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지 국내에서 여론을 확산시키고 상

황을 알려내는 것은 어떻게 하면 좋은지 단체마다 나름의 방식들

이 있습니다

기업의 힘은 갈수록 거대해져 국가의 통제를 벗어나고 있습니

다과거에는 국가가 했던 나쁜 일들을 이제는 기업이 하고 있습니

다 국가는 그나마 선거 때 만이라도 국민들 눈치를 보거나 형식

적으로라도 주권자인 국민을 섬기는 척을 해야 하지만 기업은 다

릅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기업은 사회 곳곳에서 이윤 창출

을 위해 할 짓 못할 짓 가리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맞서는 우리의 운동은 아직 미약합니다 기업과 맞선

경험도 많지 않고 무얼 활용할 수 있는지 어떤 방법이 효과적인

지 알지 못합니다 이번 기획기사에서는 사회운동의 저항 상대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기업에 어떻게 하면 잘 맞설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담아봤습니다

기획기사 - 인트로

Intro-기업에 저항하기

20 21기획기사

기획기사

오리 | 전쟁없는세상 사무국

우리는 흔히 lsquo데모rsquo하면 비민주적 정부권력(법률 조직 시스템)에

저항하는 것을 떠올린다 하지만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비

단 우리가 우리 손으로 선출한 사람(기관)들에 의한 것만은 아니다

최근 기업들에 의한 횡포는 훨씬 심각해지고 있다 건강 안전 경제

적 안보 삶의 존재 자체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기업에는 나

의 가족 친구들처럼 좋은 사람들도 많이 일하고 있다 또 모든 기업

들이 개인들의 삶을 짓밟고 이윤을 착취하는 것도 아니다 가끔 나름

의 기준과 사회에 대한 사명감을 가지고 기업 활동을 하는 회사도 뉴

스에서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정말 대다수의 기업과 기업의 총수

들은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개인들을 희생시키는 일을 서슴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대의 (초국적)기업은 어떤 인간보다도 어떤

어떻게 기업에 저항할 것인가

정부보다도 더 큰 권력을 가지고 있다 그들이 작동되는 규칙은 오로

지 하나 lsquo이윤rsquo이다 삼성은 아직도 발암물질 노출에 따른 직업병과

업무연관성을 적극적으로 부인하고 있고 비인도적인 무기인 확산탄

을 만드는 한화와 풍산은 자신들은 정부에서 시키는 일이니까 한다며

왜 자기들 가지고 난리냐고 한다 현대중공업은 돈만 된다면 팔레스

타인 가옥을 부수는 것쯤은 별다른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는 것 같다

사실 지금처럼 기업을 향한 우리들의 행동이 절실한 적이 없다 이

미 전 세계에서는 우리 시대의 골리앗에 맞서는 근사한 행동들이 이

어지고 있고 어떤 경우는 골리앗을 상대로 작지만 아주 의미 있는 다

윗의 승리를 거두는 경우도 있었다 기업에 저항하는 운동은 20세기

중반기부터 시작되어 최근 수 십 년 간 노동조합 환경 사회정의 소

비자운동의 시민단체들에 의해 정교해졌다 기업에 저항하는 운동의

목표는 다양한 전략과 전술을 통해 기업의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이나

관행을 고발하여 기업이 이러한 행동이나 관행을 고치도록 하는 것이

다 단체들과 개인 활동가들은 기업에 저항하는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벌여왔으며 어떤 캠페인들은 수년간 지속되었고 다양한 결과를 낳았

다 보이콧 주주총회 행동 기업이미지 공격(기업브랜드에 초점을 맞

춘 접근방식 대중매체 이용) 등이 주로 이용되었던 전략들이고 최근

에는 기업들이 점차 초국적화 됨에 따라 기업감시 기업윤리 등등 기

업 연구 및 감시에 초점을 맞춘 소위 전문 NGO가 등장하고 정책 혹

은 법을 바꾸거나 도입하는 운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22 23기획기사

이렇게 운동이 발전하면서 이에 대응하는 기업의 양상도 계속 발전

해 왔다는 것은 별로 놀라울 것도 없는 사실이다 이른바 당근과 채찍

전략이라고 할 수 있는데 기업에 비판적인 활동을 벌이는 활동가들에

게 고소 고발을 남발하면서 한 편으론 자선 구호 사업에 대한 기업

의 기부를 강조하고 나무심고 우물파고 텔레비전 버스 잡지 등을

통해 떠들썩하게 자사 홍보영상을 내보내는 것이다 이들은 고가의

컨설팅 금액을 내고 노조활동가들과 지역운동가들을 어떻게 하면 말

려죽일까 전략을 고안하고 있다

우리가 기업에 저항하는 캠페인을 할 때 생각할 것은

- 기업은 사람이 아니다 사물 법인체이다

- 기업은 사적 소유물이 아니다 사람(대중)에 의해 사람(대중)에

복무하도록 창조된 것이다

- 기업은 권리를 갖지 않는다 권리를 갖는 것은 사람이다 기업은

lsquo기업에 어떻게 저항할 것인가rsquo 워크샵에 모인 사람들

오로지 사람들이 부여한 특권만을 가질 뿐이며 시민들은 이것을 다시

뺏을 수 있다

기업에 대항하기 위한 전략은 크게 두 가지

첫째는 데모(행동)를 조직하는 것

- 목표를 구체화 하기 우리는 한꺼번에 모든 걸 변화시킬 수 없

다 우리가 먼저 변화시키려고 하는 것은 무엇인가

- 우리 편 늘리기 어떻게 우리에 대한 지지를 확장해 나갈 것인

- 전략 세우기 우리의 힘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행동 고르기

둘째는 비지니스와 시장을 위한 공공의 규칙을 만드는 것

- 비즈니스와 시장에의 개입이 정당화 될 때는 언제인가 우리의

기본적인 인권을 지키고자 할 때 우리의 지갑을 지키고자 할 때 우

리의 안전을 지키고자 할 때 환경을 지키고자 할 때 노동자의 권리

를 보호하고자 할 때 시장원리가 도입되어야 할 때와 말아야 할 때에

관한 제한을 두어야만 할 때

- 어떻게 각종 규제 조치 공공의 이익에 복무하려 하는 기업들

에 금융혜택 주기 소비자운동의 활성화를 통한 기업 감시 정부가 기

업 통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 경우 사법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다 민사책임 형사책임 사기업vs공기업 여전히 뜨거운 논쟁의 대

상이나 의료 상수도 등의 우리 삶에 기본적인 부분들의 공공화 주장

- 세계화의 도전 우리의 운동 역시 어떻게 세계화 할 것인가

24 25기획기사

구체적으로는

- 기업의 돈줄을 죄기 민영화 반대middot시스템의 재사회화 지지 보

이콧middot지역상품(중소기업상품) 구매하기 기업에 대한 세금감면middot공

적자금 지원middot보조금 지급 등에 저항하기

- 선거민주주의 시스템 이용하기 기업이 선거자금을 대지 못하

도록 공공조달하기 기업의 이해를 대변하는 양당정치에서 벗어나기

유권자들의 손에 직접적인 결정권을 주는 주민발의middot국민투표 기업

의 권리와 정의를 제한하기 기업을 비호하는 법 철폐하기 지역사회

및 지역정부를 상대로 기업의 권리를 제한할 수 있는 현지 법령 만들

- 조직에 대한 공격 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미디어를 민주화시키

기 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대학들을 민주화시키기 국제적 기업화에

저항하기

- 노동자의 권리 주 30시간 노동제 불안전노동 철폐 등

- 인간의 얼굴을 한 기업의 쌩얼 까발리기

제2차 물전쟁 벡텔 VS 볼리비아 민중

1997년 세계은행은 볼리비아 정부가 가장 큰 도시 두 곳(El Alto

La Paz와 the city of Cochabamba)의 공공수자원시스템을 민영화

한다는 조건으로 물 인프라 구축을 위한 추가적인 원조를 제공하겠

다고 통지 1999년 9월 단 하나의 입찰자만으로 비밀리에 진행된 경

매에서 볼리비아 정부는 코차밤바(Cochabamba)의 상수도를 캘리

포니아의 초국적 엔지니어링 기업인 벡텔(Bechtel)에게 넘김 몇 주

내에 벡텔은 수도세를 50 이상 인상하였고 이는 코차밤바 물반란

(Cochabamba Water Revolt)이라 알려진 전 도시 반대저항을 촉발시

킴 2000년 4월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고 군대가 17세 소년 빅

토르 휴고 다자(Victor Hugo Daza)를 죽이고 100명 이상이 다치자

코차밤바 시민들은 물러서지 않았고 벡텔은 볼리비아를 떠나야만 했

음 18개월 후 벡텔과 공동투자자인 스페인 아벤고아(Abengoa)은 볼

리비아를 상대로 5000만 달러(한화 약 560억 원) 상당의 소송을 제

기 이후 4년 간 벡텔과 아벤고아는 계속되는 데모와 기업 이미지의

실추 5개 대륙으로부터 가해지는 공공의 요구 때문에 소송을 취하해

야만 했음 2006년 1월 19일 벡텔과 아벤고아의 대표단은 볼리비아

로 와서 2볼리비아노(한화 약 340원)의 일부지급으로 소송을 취하한

다는 합의서에 서명

캠페인의 당면한 목표는 간단 볼리비아 물소비자들이 벡텔에 수백

만 달러를 결제하도록 하지 않는 것 이것은 전략적 측면에서 애시당

초 벡텔-볼리비아 소송을 있게 한 세계은행의 정책 및 투자기관의 부

정의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것과 lsquo벡텔에 대항하는 투쟁을 이끈 그

룹rsquo(Coordinadora de Defensa del Agua y de la Vida)에 대한 지원

과 같은 더 넓은 목표를 포함하는 것 초기에 캠페인은 세계은행 재

판소에서 승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함 lsquo우리는 여론의 재

26 27기획기사

판소로 장소를 바꾸는 전략적 결정을 내렸다 NGO와 사회운동으로

서의 우리가 벡텔보다 더 큰 권력을 같는 곳이다 우리의 목표는 벡텔

이 항복하도록 설득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성공할 가능성이 더 많은

방법일 뿐만 아니라 성공하기에 더 나은 방법이었다 이것은 다른 많

은 기업들에 어떤 메시지를 전달한다 비록 너희가 세계은행의 재판

소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또 다른 전쟁을 준비하게 될

테니rsquo 벡텔과 같은 회사를 위한 규칙이 존재하는 재판소 대신 캠페

인은 결과에 대해 적은 통제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회사를 밀어 넣

은 셈 그 다음 단계는 소송을 계속 진행할지 포기할 지를 결정할 수

있는 회사의 의사결정자들을 알아보는 것 벡텔사는 네슬레나 나이

키 제너럴 일렉트릭과 다르게 보이콧을 할 수 있는 소비상품을 만들

지 않았음 비상장 회사이기 때문에 압력을 넣을 투자자도 존재하지

않음 그래서 캠페인은 CEO이자 회사 창업자의 증손자인 일리 벡텔

(Riley Bechtel)에게 초점을 맞추게 됨 캠페이너들은 그의 개인 메일

에 엄청난 양의 항의메일을 보내고 잡지 등을 통해 찾아낸 정보로 개

인으로서 그에 대한 프로필을 작성함 나중에 캠페인은 이 전략이 꽤

나 효과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됨 lsquo2볼리비아노에 사건을 합의보고

난 후 볼리비아 협상가가 얘기하기를 Riley Bechtel이 소송을 취하도

록 개인적으로 개입했다고 말했다rsquo

EOn의 스위치를 끄다 영국의 새로운 화석에너지에 대항한 투쟁

2006년 독일 에너지기업인 EOn은 새로운 화력발전소로 잉글랜

드 남동쪽 킹스노스(Kingsnorth) 화력발전소를 대체한다는 계획을

발표 2012년 건설을 시작해서 2015년 완공한다는 계획 기업의 타

이밍은 별로 좋지 않았는데 영국에서 풀뿌리 기후변화 운동이 빠르

게 성장하고 있었고 석탄을 태우는 새로운 거대한 시설은 그들이 영

국의 미래 에너지를 생각할 때 별로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았던 것 킹

스노스는 화력발전소에 대항하는 캠페인의 상징이 되었음 풀뿌리그

룹과 NGO들은 2년간의 캠페인을 벌임 캠페이너들은 온라인 선언

에서부터 대규모 시민불복종까지 다양한 행동들을 했고 어떤 행동에

서는 발전소를 완전히 폐쇄시키기도 하였음 2009년 말로 향하던 시

점 EOn은 Kingsnorth 발전소에 대한 계획을 보류하겠다 발표 영

국 정부는 lsquo이산화탄소 포집middot저장(전망이 밝은 미래 기술이나 현재

가동 중인 어떤 발전소에서도 성공적으로 이행된 적이 없음)rsquo 없이는

새로운 화력발전소 개발을 승인하지 않겠다고 발표

Kingsnorth 발전소의 확장을 막는 것은 핵심적이고 즉각적인 캠페

인의 목표 급속히 설장하고 있는 기후변화 운동과 기후변화에 대한

대중의 우려라는 맥락에서 Kingsnorth 캠페인은 또한 EOn과 같은

기업들이 벌어들이는 이윤이 바로 기후변화의 값을 치르는 것이라는

점을 부각시킴 캠페인은 기업을 직접적으로 상대한 대중 행동을 조

직했으나 영국 정부 또한 이차적인 목표였음 이 캠페인은 영국의 석

28 29기획기사

탄과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을 바꾸도록 하는 보다 커다

란 노력의 일부 또한 캠페인을 준비 중인 다른 화력발전소들이 더 있

었음 따라서 캠페인은 Kingsnorth 발전소가 지어지는 것을 막는 것

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프로젝트들도 더 이상 실행되지 못하게 하는

환경 관련 정책을 변화시키는 것이기도 했음 국가적인 에너지정책

에 더해 정부는 EOn의 계획을 승인하거나 거부할 권한을 갖고 있었

음 그리고 국가는 또한 영국에 lsquo이산화탄소 포집middot저장rsquo 시설을 짓

기 위해 에너지기업에 기금을 댈 수백만 달러 경쟁(EOn도 지원)을

담당하고 있기도 함 캠페인은 EOn의 계획에 대한 대중적인 반대를

구축하고 입증하는 운동의 중심 Camp for Climate Action이 그 시

기 내걸었던 것처럼 lsquo우리는 Kingsnorth 발전소의 건설을 중단시켜

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영국의 새로운 화력발전소를 중단시켜야 한

다 이것은 EOn을 중단시켜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들의 브랜드를

공략하라 그들의 작업을 방해하라 그리고 그들의 공급망을 겨냥하

라 우리는 EOn이 어디에서 활동하건 그들과 마주해야 한다rsquo 사

전 대책을 강구해 회사와 맞서는 것 이외에도 활동가들은 FA컵에 대

한 EOn의 스폰서쉽 대학에서 학생들을 모집하려는 EOn의 노력

Kingsnorth 발전소에 대한 여론을 환기하기 위해 가디언이 주최하는

기후변화회의에 대한 스폰서쉽 등 현존하는 기회들을 활용함

위 사례들은 lsquoThe Democracy Centerrsquo의 기업 캠페이너들을 위한 자료집 lsquoBeating Goliathrsquo의 자료 중 일부를 번역한 것임

이 글은 lsquo기업에 어떻게 저항할 것인가rsquo 워크숍에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황필규 변호사가 발표한 글과 내용을 정리한 글입니다

기획기사

1 인권의 초국가성과 다국적 기업

인권에 대해서 우리는 초국가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 인권은 네 가

지 측면에서 초국가적인 성격을 띤다

① 이슈의 초국가성 이주 난민 및 인신매매(국경과 국적이 한 국

가에 국한되지 않음) 다국적기업(활동 공간과 관련 주체) 등

② 구제수단의 초국가성 국내 구제절차 및 유엔인권기구 기타 국

제 인권기준에 입각한 구제 메커니즘 (유엔인권이사회 유엔인권조약

용석 | 전쟁없는세상 운영위원

기업의 인권 침해에 대응하기-법제도와 국제규약을 바탕으로

30 31기획기사

기구 OECD 다국적기업에 관한 가이드라인 등)

③ 인권 자체의 초국가성 국내아시아 법제 개선 및 소송 등에서

국제비교국내 인권법 연구조사의 필요성

④ 인권운동의 초국가성 국내아시아 공통 인권 이슈에 대한 공

동 대응 및 상호작용의 필요성

다국적 기업에 의한 인권 침해는 주로 가난한 나라들에서 일어나고

있다 다국적 기업의 공장이 있는 나라들은 대부분 국가의 기능이 약

하고 자원은 풍부하지만 독재자가 권력을 쥐고 있거나 무력충돌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국가 내 사법 시스템으로

인권 침해를 구제하기는 매우 어렵다

다국적 기업들이 일으키는 인권 문제는 노동 3권 무시 환경파괴

부정부패 강제(아동)노동 선주민의 권리 박탈 등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다국적 기업에게 국제인권기준을 강제할 국

제적 메커니즘은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다국적 기업과 해외 한국기

업의 현지 인권침해와 이에 대한 대응의 문제도 국내법 외국법 국제

사법 국제법 혹은 국제기준 등 모든 국내외 법제도가 적용되어야 하

고 국제적인 공동 활동이 필요한 전형적인 초국가적 인권 문제다

이 글에서는 인권의 초국가성을 바탕으로 다국적 기업에 의한 인

권침해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국내법과 국제법을 통한 방법들을 살펴

보고자 한다

2 국내 법제도의 활용

국내에서 다국적 기업이나 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저지른 인권

침해에 대응해서 취할 수 있는 법제도적인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

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는 것과 해당 기업에 대해서 민사적으로

책임을 묻는 것 그리고 형사적인 책임을 묻는 것이다

국가인권위 진정을 활용한 사례는 버마에서 가스개발사업 중에 한

국가스공사와 대우인터내셔널사의 인권침해에 대해 인권단체들이 국

가인권위에 진정한 사례(2008417)가 대표적이다

민사적인 책임은 그 기업이 연락사무소 혹은 지점일 때와 합작회

사거나 현지 법인일 때 대응 방식이 달라진다 연락사무소나 지점일

경우는 민사 소송을 하더라도 국제사법 절차에 따르지만 현지 법인

이나 합작회사일 경우에는 민법이 적용된다

인권침해를 한 기업이 다국적 기업의 현지 법인일 경우 현지 법인

은 법적으로 독립된 법인격이기 때문에 현지 법인의 잘못을 본사에

물을 수 없는 것이 법에서 원칙이지만 일정한 요건들을 충족시키면

본사에 민법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기업에 형사적인 책임을 묻는 일에 대해 살펴보자 형법 2조를 보

면 ldquo본법은 대한민국영역 내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과 외국인에게 적

용한다rdquo고 규정하여 속지주의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한편 형법

제3조는 ldquo본법은 대한민국영역 외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에게 적용한

32 33기획기사

다rdquo고 규정하여 속인주의를 보충적으로 채택하고 있다 속인주의로

접근하면 외국에서 인권침해 범죄를 저지른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을

형법으로 처리하기 쉬울 거 같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3 국제적 대응

OECD 다국적기업가이드라인(OECD Guidelines for Multinational

Enterprises)과 국내연락사무소(National Contact Point NCP) 이

의제기

OECD는 1976년 다국적 기업의 인권침해를 비롯한 비윤리적 활동

을 예방하고 침해에 대한 해결기준을 마련하기 위하여 lsquoOECD 다국

적기업 가이드라인rsquo을 제정한바 있다 이 가이드라인은 2001년 4차

개정시 다국적기업의 인권침해 등의 비윤리적 활동을 해결하기 위한

절차로서 이 가이드라인 승인국에 국내연락사무소(NCP National

Contact Point)를 두게 하였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 정부는 당시 산

업자원부 차관(현 지식경제부 제2차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외국인투

자실무위원회를 한국의 국내연락사무소로 지정하고 사무국을 산업

자원부 투자정책과(현 산업통상자원부 투자정책과)로 지정하였다

OECD 가이드라인은 제1부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 (개념 및 원칙

일반정책 정보공개 인권 고용 및 노사관계 환경 뇌물방지 소비

자 이익 과학 및 기술 경쟁 조세) 제2부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

이행절차(OECD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에 대한 이사회의 결정 절

차지침 이행절차에 관한 주석)으로 구성되어 있다 2011년 개정된

가이드라인은 인권에 관해 별도의 장을 두고 국제적으로 인정된 인권

프레임워크에 관한 소개 기업의 인권 존중 책임 국내법적 의무 등

인권에 관한 역할을 총 6가지로 규정하고 있다 이 개정된 가이드라

인은 유엔인권이사회의 기업과 인권 프레임워크 (보호 존중 구제)를

통합하고 세계인권선언 및 자유권middot사회권 규약 노동자 기본권에

관한 ILO 선언에서 설정한 권리를 존중할 것을 포괄적으로 천명하였

고 기업의 책임범주를 고용 및 노사관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공급

망(supply chain)을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에 관한 기업의 상당주의

의무(due diligence)를 강조하고 있다

lsquo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rsquo은 국내연락사무소의 활동을 위

한 핵심기준으로 기업계 노동계 NGO를 포함한 다른 이해당사자들

에게 가이드라인의 이행 및 국내연락사무소와 연관된 시설의 이용과

가이드라인을 홍보하도록 하는 가시성(Visibility) 이해관계자들의

접근을 촉진하도록 하는 접근용이성(Accessibility) 연락사무소 활동

결과의 대내외 공개를 뜻하는 투명성(Transparency) 일반대중이 연

락사무소에 관심을 갖을 수 있도록 그 소개를 적극적으로 해야 할 책

임성(Accountability)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연락사무소로

지정된 외국인투자실무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이 OECD 다국적기업 가

34 35기획기사

이드라인이 제시하는 핵심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형식적으로 운영

됨으로써 실제로 다국적 기업에 의한 인권침해를 예방하거나 구제하

는 역할을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유엔인권메커니즘 대응

유엔인권권고는 실체적인 측면에서 국내법적 효력을 가지는 국제

인권법에 근거한다 헌법에 의하여 체결middot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 따라서 유엔헌장

한국이 가입한 유엔인권조약 기타 인권 관련 조약 등과 관련 국제관

습법은 국내에서 직접적인 법적 효력을 가진다 따라서 이러한 국제

인권법은 인권과 관련하여 입법 사법 행정의 법적 근거가 되고 경

우에 따라서는 국내법을 해석하는 기준이 되거나 보완하는 역할을 수

행할 수도 있다1 예컨대 기존 법률 혹은 새로운 법률은 국제인권법과

배치되지 않도록 심사되고 국제인권법은 구체적인 재판규범으로 적

용된다 행정의 경우 국제인권법은 모든 행정작용의 기초가 될 뿐만

아니라 행정주체 혹은 공무원이 이를 어겼을 경우 국가배상 직무유

기 성실의무 위반 등 민형사상 책임과 법적 징계로 이어지게 된다

유엔인권권고는 절차적인 측면에서도 국내법적 효력을 가지는 국

1 황필규 ldquo국제인권기준에 비추어 본 한국 인권현실 유엔인권이사회 국가별 인권상황 정례검토 NGO보고서와 정부보고서 초안의 비교평가를 중심으로rdquo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법률가위원회 『2008년 제1차 인권세미나 국제인권현안과 국제인권법』 (2008 3 22) pp 1-2

제인권법에 근거한다 유엔인권이사회의 국가별 인권상황 정기검토

(UPR)와 특별절차의 경우 국내법적 효력을 가지는 유엔헌장 명문의

규정과 법적 기구인 유엔총회의 결의 등에 기초하고 있다 한편 인권

조약과 관련된 권고의 경우 권고의 주체인 조약기구의 구성과 임무

가 조약상 명문으로 규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그 권고가 이루어지

는 절차에 대하여도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다 따라서 국가보고서가

제출되고 유엔인권권고가 이루어지는 절차는 법률에 근거한 법적 절

차라고 볼 수 있다 유엔인권기구의 권고는 그 권고가 실체적middot절차

적 측면에서 국내에서 법적 구속력을 갖는 국제인권법의 명문의 규정

에 근거한다는 점에 비추어 곧바로 국내에서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

고 보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국내법과 명백히 배치되지 않는 한 충분

히 존중되고 그 취지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국내적으로 해석middot

적용되어야 한다2

유엔인권권고는 실체법middot절차법적으로 법률에 기초한 권고라는 점

외에도 lsquo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rsquo을 목적으로 하

는 헌법의 국제 협력 정신을 존중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국내적으로

이행되어야 한다 헌법재판소도 이러한 취지에서 유엔인권권고에 대

하여 설사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권고의 수용 권고의 이행 혹은

이행 노력의 약속은 국제법적으로는 조약에 의한 의무부담의 의사표

2 황필규 ldquo외국인의 인권과 차별금지rdquo 『인권과 정의』 제365호 (대한변호사협회 2007 1) p 49

36 37기획기사

시일 수 있다 유효한 모든 조약은 그 당사국을 구속하며 또한 당사국

에 의하여 성실하게 이행되어야 한다 어느 당사국도 조약의 불이행

에 대한 정당화의 방법으로 그 국내법 규정을 원용해서는 아니 된다

한편 이러한 약속은 국내법적으로는 법적 기관의 권고에 대한 의무부

담의 의사표시로서 행정작용의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비록 유엔인권

권고 자체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행정상 의사

표시에는 신뢰보호 원칙의 적용가능성 등 법적인 효과가 발생하게 된

다고 보아야 한다 한편 유엔인권권고가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등에

반영되는 경우 이는 행정계획의 일부로서의 법적 성질을 가지게 된

기획기사

기업과 국가는 다르다 둘의 가장 큰 차이는 그것의 주인이 누구이

냐 하는 데 있다 민주주의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다 비록 국가기구

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자는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을 장악한 소수의

엘리트일지 몰라도 적어도 헌법상 국가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렇다면 기업의 주인은 누구인가 주주 이사회 최고경영자

(CEO) 아니면 노동자 법적으로 주식회사의 주인은 회사 주식을 보

유한 주주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최고경영자나 이사회가 주주와 기

업을 지배하기도 한다 기업이 협동조합의 형태로 운영되거나 노조가

기업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 어쨌든 변함없는 사실

은 국가와 달리 기업의 주인은 아주 한정된 집단이라는 것이다

지우 | 전쟁없는세상 운영위원

기업에 저항하는 국내외 운동의 사례들

38 39기획기사

국정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물론 여기에도 lsquo시민권자rsquo라는 자

격 조건이 붙지만) 필요하다면 국가기관에 정보공개를 청구할 수도

있다 반면에 기업의 경영권은 외부자에게 불가침의 영역이며 기업에

관한 정보는 대부분 법에 의해 보호받는 lsquo보안사항rsquo이다 따라서 기

업에 저항하는 운동은 국가를 상대로 할 때와 다를 수밖에 없다 이

글에서는 국내외의 몇 가지 사례를 중심으로 기업에 저항하는 운동의

구체적인 방법들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소개할 것은 lsquo경제개

혁연대(구 참여연대 경제개혁

센터)rsquo의 소액주주운동이다

소액주주란 그 자체로는 중대

한 의사결정권을 갖기 어려울

만큼 낮은 지분의 주식을 소

유한 투자자를 의미한다 소액

주주운동은 취지는 대주주의 자의적인 경영을 감시해 투명하고 책임

있는 경영을 실현하는 데 있다 경영진의 불법행위에 대한 민middot형사

소송과 정부의 재벌middot금융정책에 대한 감시와 입법운동이 소액주주

운동의 주요 수단이다 1997년 제일은행을 시작으로 전개된 소액주

주운동은 삼성전자 SK텔레콤 현대중공업 등 핵심 재벌기업들을 상

대로 한 운동으로 발전해왔다

소액주주운동이 반드시 주주의 권익보호와 기업지배구조 개선만

경제개혁연대의 소액주주 운동

을 목적으로 할 필요는 없다 기업의 목적이 아무리 이윤 배당의 극대

화에 있다지만 그것이 주주들이 추구하는 가치의 전부는 아닐 것이

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소액주주운동은 보다 광범위한 사회적middot정치

적 운동의 수단으로 확대될 여지가 있다 미국의 사회운동가 알린스

키(Saul Alinsky)는 이러한 방법을 lsquo위임장 전술(proxy tactic)rsquo이라

고 불렀다 고용상의 차별철폐와 같은 공익이 이윤 극대화보다 더 중

요한 가치라고 여긴 주주들은 주주총회에서 자신의 주주권을 활동가

들에게 기꺼이 위임했고 이 전술은 1960년대 미국의 사회운동에 큰

획을 그었다

이처럼 기업의 직접적 이해관계자 혹은 내부자라 할지라도 사적인

이해관계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이와 관련하여 반도체 노동자

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lsquo반올림rsquo의 사례를 주목할 만하다 반도체

산업의 공정과 거기에 사용되는 물질 등은 기업의 내부정보인 데다가

전문 분야의 지식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활동가들이 사안에 접근하기

가 쉽지 않다 그래서 내부 조력자들의 제보가 운동이 큰 역할을 했다

고 한다 기업공시가 기업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공식

창구인 상황에서 내부 고발은 기업 감시의 없어서는 안 될 수단이다

lsquo좋은기업센터rsquo는 기업공시와 내부자 제보 외에도 지속가능성보고

서를 통해 기업을 감시하고 있다 지속가능성보고서란 기업이 지속가

능경영의 3대 축이라고 불리는 경제middot사회middot환경 분야의 지표를 공

개하는 보고서이다 기업공시처럼 의무화된 것은 아니지만 많은 대기

40 41기획기사

업이 국제 기준과 가이드라인에 따라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그중 가

장 널리 사용되는 기준이 글로벌 보고 계획(GRI)이다 운동은 지속가

능성보고서의 정보를 가지고 기업에 압력에 가할 수 있으며 보고서

에 누락된 사항이 있으면 이에 대한 설명을 요구할 수 있다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 관한 활동에는 어떤 게 있을까 lsquo국제

민주연대rsquo는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에 진출한 기업들의 노

동착취와 자원개발 문제에 관해 활동하고 있다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 대한 대응이 특히 어려운 이유는 기업과 정부 모두가 관심

이 없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대기업에나 적용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나마도 병원이나 학교를 지어주는 정도로

무마하려고 한다 한국 정부는 현지 주민과 노동자의 인권보다 자국

기업인의 이익 보호를 우선시하며 노조 탄압과 같은 문제는 해당 국

가에 떠넘긴다 관할권과 비용 문제 등으로 인해 사법 대응도 어렵다

하지만 해당 국가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기에 현지인들은 한국에서

의 연대를 절실히 요구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안은 지역적middot국제적

차원의 연대를 구축하여 해당 기업에 압력을 가하는 것이다 이는 외

국 정부나 국제기구의 힘을 빌린 것일 수도 있고 순수하게 비제도적

인 것일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상징적 시위나 보이콧과 같은 비

제도적 수단이 법적middot제도적 수단보다 효과적일 때도 있다 국가든

기업이든 권력의 궁극적 원천은 피지배민중에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고유한 경영권도 민중의 힘 앞에서는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

초국적기업의 횡포가 갈수록 심해지고 기업에 저항해야 할 사안이

점점 많아지는 상황에서 위와 같은 사례들과 방법에 대한 더 많은 연

구가 요구된다 한편 한국 사회는 기업에 대한 인식이 유달리 우호적

이고 기업에 저항하는 운동도 아직 대중에 친숙하지 않아 이에 대한

반발이 만만찮고 행동을 실행에 옮겼을 때 오히려 역효과가 나기도

한다 따라서 기업에 저항하는 국내외 운동의 사례들을 발굴하는 것

과 동시에 어떻게 하면 이러한 방법이 한국 사회에서 더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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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서평

양똘 | 출판노동자 + 전쟁없는세상 후원회원

lsquo실패rsquo를 함께 읽는 일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제목이다

나는 아나키스트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lsquo고백rsquo에 대해서는 좀 안다 제목에서

부터 알아챘어야 했는데 별 생각 없이

펼친 게 잘못이다 어떤 고백은 후회와

맞닿아 있다 하는 사람도 그렇지만 듣

는 사람에게도 그렇다 듣고 나서 후회

하는 고백들 듣지 말았어야 했는지도

모르는 이 책이 나한테 그랬다 아나키

스트에 대해 알기도 전에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부터 들어버렸고

나는 이제 아나키즘이라는 말을 들으면 반사적으로 이 고백이 생각날

것이다 고백은 처참했다 대단히 비극적인 드라마로서가 아니라 무

엇보다 비어 있어서 처참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나키즘에 대한 바

탕 지식이 있었다면 어려운 책들을 좀 읽어두었더라면 이 이야기가

다르게 읽혔을까 읽으면서 울 수도 있었을까 모르겠다 하지만 아

나키즘이라는 거대한 이념에 대해 알기 전에 어느 아나키스트 한 명

의 삶을 먼저 안다는 것 그 삶을 그럴듯한 평전이 아니라 허울 없는

자전적 만화로 lsquo고백 받는rsquo다는 것은 꽤 멋진 일이다 내가 만화 장

르에서 얻고자 하는 것은 주로 그런 부분이다 장황한 말들 삶을 포

장하려는 언어적인 관습들이 어느 정도 걷어내진 자리에 들어차는 것

은 침묵이다 침묵에서 고요한 진실을 읽어내는 것이 독자의 몫이고

이 만화도 역시나 그렇다 하는 얘기보다 안 하는 얘기가 훨씬 많다

서두가 왜 이렇게 주절주절 긴가 하면 이 책에 대해 서평이라고 쓸

만한 게 사실 별로 없기 때문이다 나도 고백을 좀 하고 가자면 독자

가 읽고 싶게 만들 만한 감상을 쓸 자신이 없다 하지만 느낀 것은 좀

있다 그 느낀 것이 너무 처량 맞은데 그게 또 lsquo진실rsquo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어 아이구 어떻게 되겠지 하고 시작한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안토니오 작가인 안토니오의 아들이 아버지의

수기를 보고 재구성한 형식인데 1인칭 시점을 택해 안토니오의 목소

리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그러니까 이것은 안토니오의 고백이면서

동시에 그의 고백이 아니기도 하다 안토니오 자신이었다면 이러한

자기 삶을 출판의 형태로 대중들에게 보일 수 없었을 거라고 짐작해

본다 자기 존재를 증명하려는 노력이 도리어 자기 존재를 부정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그는 아나키스트였지만 아나키스트의 고

44 45리뷰-서평

백은 그가 아나키스트가 아니었다고 말하고 있다 또는 아나키스트

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또는 모든 인간이 아나키스트라고

실제 그의 진심은 잘 모르겠다 이야기에서 lsquo나rsquo라고 하는 인물은

lsquo나rsquo가 아닌 것 같았기 때문에 그에게 물어볼 수도 없었다 이야기

내내 lsquo나rsquo가 lsquo나rsquo와 거리를 두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이것은 애초

설정 아들이 아버지 얘기를 대신 하고 있다는 전제를 잊어버리고 몰

입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진실로 lsquo나rsquo가 하는 얘기를 듣고 싶었다

그걸 기대하며 계속 읽어 나갔다

그렇다고 작가가 잘못했다는 것은 아니다 작가는 아버지를 lsquo나rsquo로

삼아 이 이야기를 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아버지는 요양시설에 갇

혀 있다가 자살을 했다 한번은 아들에게 죽여달라고 말한 적도 있다

아버지가 스스로 4층에서 뛰어내린 뒤에 아들은 아버지를 살려내야

만 했다 아버지의 구십 평생을 재구성한 이야기로 아버지가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아들로서 그렇게 해야 했을 것이다

아나키즘에 대해 몰라도 그것이 국가의 강제력을 원천부정 하는

것이고 막 혁명혁명 하는 것이고 짱돌을 들고 돌격하는 것이고 하

여튼 뭐 되게 센 거 라는 인상은 있었다 그런데 안토니오의 성격이

나 실제 삶은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땅을 늘리고 지켜내는 일

에만 관심이 있으며 폭력적이기까지 한 아버지와 형제들 사이에서 억

눌려 자랐다 지금 처한 곳이 지긋지긋하고 바보 같고 떠나고 싶었지

만 그래서 용감하게 시도도 했지만 실패했다 실패는 실패로 끝나지

않고 더 큰 것을 앗아갔다 유일한 친구의 죽음이 그것이었다 이러한

패턴의 실패는 그의 인생 전체에서 반복된다 혁명에 가담하고 lsquo납탄

동맹rsquo이라고 이름 붙인 동지들을 만나지만 혁명의 길은 실재하는 것

이기는 한지 아스라이 멀 뿐이고 가까이 잡히는 것은 오로지 동지의

죽음뿐이다 ldquo내 나이는 스물아홉이었다 청춘은 다 지났고 패배하

고 말았다는 자괴감이 들었다 당연하겠지만rdquo 스페인 피난민 행

렬에 끼어 프랑스의 생-시프리앵 해변으로 가면서 안토니오가 하는

생각이다 이때만 해도 나는 잠깐 힘을 냈다 이제 뭔가 반전이 펼쳐

지겠지 원래 해가 뜨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고들 하잖아 나 또한 지

금 스물아홉이고 청춘이 다 지났다는 그게 무엇인지 미처 먹어보지

도 못했다는 자각에 시달리고 있는 중이다 패배로 말할 것 같으면

그냥 맨날 하는 중이다 노동조합 활동이 그렇고 사람들과의 관계

일상생활 자아실현 거의 모든 면에서 그렇다 그래서 난 더더욱 저

구절에 희망을 걸었다 이제 진짜 아나키스트의 삶이 펼쳐지지 않겠

는가 그래야 이야기가 되지 않겠어

이 책은 자기계발서가 아니다 그 뒤로 펼쳐진 것은 전하고 비슷하

면서 동시에 전보다 더했다 갇혀 있다가 도망치고 다시 다른 곳에

갇히고 도망치고 그러는 사이사이 좋은 사람을 만나고 잃고 잃고

하는 식이었다 아 안토니오의 삶을 이렇게 간추려버리는 것이 정말

미안하다 근데 사실이 그렇다

해변에서 난민처럼 살다가 도망쳐 어느 농장에 강제로 보내진 안토

니오는 그 마을에서 자기 나이의 반도 안 되는 망아지 같은 여자애와

배가 맞아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안토니오는 이 시절이야말로 자기

46 47리뷰-서평

인생에서 가장 즐거웠던 시절이라고 단언한다 무려 lsquo행복rsquo이라는

낱말까지 써가면서 혁명의 이상과 가장 먼 곳에서 가장 행복했다는

것이 아니 그때만 유일하게 행복했다는 것이 뼈아프다 아마 그게 진

실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중반을 넘어가면서부터 lsquo추락rsquo은 본격화된다 그가 lsquo납

탄 동맹rsquo의 든든한 동지를 따라 lsquo사업rsquo에 발을 들이게 되기 때문이

다 돈이 엮이면 어떻게 흐르게 되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너무

지겹게 잘 알고 있다 그런 걸 이 만화에서까지 보고 싶지 않았는데

어쨌든 뛰어넘을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작가는 성실히 쓰고 있다

ldquo살아남으려면 체제에 맹목적으로 순응해야만 했다 단순히 지난

날의 이상을 버리면 되는 게 아니라 열렬한 신봉자가 되어야만 한다

는 것이다rdquo 세상을 뒤집어엎겠다는 큰 꿈만 버리고 lsquo보통rsquo으로 살

아가는 것은 가능하지 않았다 변절한 옛 동지들한테 뭐라고 할 것도

없이 안토니오는 속수무책으로 타락해간다 권력의 뒤통수를 치면서

자기가 권력을 꿰차고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를 두고 다른 욕망을 탐

하고 그러다 결국 자기도 뒤통수를 맞고 거지 신세가 된다 전복이니

혁명이니 하는 것은 꿈에서조차 등장하지 않고 lsquo속박rsquo을 견디지 못

하는 습성만 그놈의 lsquo아나키스트적인rsquo 것으로 남아서 그와 주변을 괴

롭힐 뿐이다

아 책이 채 반에 반도 남지 않았는데 안토니오는 예순 살이 되어

있었다 lsquo왕년에 혁명깨나 했지만 지금은 추한 빈털터리가 되어 아내

와도 끝내고 요양시설에 굴러들어온rsquo 예순 살이다 lsquo보통rsquo보다 못한

예순 살 나는 짜증이 나서 울고 싶었고 그만 읽을 뻔했다 하지만 끝

까지 읽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의 인생에서 마지막이자 유일한

lsquo승리rsquo는 그 뒤에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 승리가 자기 가슴에 붙어

실제로 내장을 갉아먹는 두더지를 떼어내버린 뒤에 스스로 스스로

의 죽음을 실행하는 것뿐이었다고 해도 그 과정을 꼭 지켜봐주었어

야 했다 왜냐하면 남 얘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오래전에 스페인

에서 살았다는 안토니오가 아무것도 개인을 억누르지 않는 자유로운

세상을 꿈꿨던 안토니오라는 사람이 대단하거나 멀게 느껴지지 않는

다 오히려 내가 내일도 마주치게 될 익숙한 사람들 중에 그 지친 얼

굴 하나하나에 안토니오가 보일 것 같다

제목에 속았다고 느꼈다 그런데 다 읽고 보니 작가는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 오히려 시작부터 진실을 말했다

ldquo그리고 또한 그분의 추락이 몇 초밖에 걸리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90년이라는 긴 시간이었다는 사실도 말이

다rdquo

이것은 lsquo추락rsquo에 관한 이야기라고 작가는 이미 알려주고 시작한

것이다 이것은 끝도 없는 추락의 이야기 이상을 가진 인간으로 태

어나서 실패하고 죽어간 이야기다 다시 말하지만 이 실패는 우리

모두가 나눠 먹고 있는 그 실패다 여기서 우리란 물론 우리 편을 말

한다 안토니오의 실패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 자기 가슴을

48 49기획연재-게임과 평화

뜯어먹는 두더지를 꿈에도 본 일이 없는 사람들 이 책이 음란하다고

lsquo청소년 유해매체rsquo 딱지를 붙인 사람들까지 말하는 것은 아니다 적

어도 lsquo우리rsquo는 안토니오라는 아나키스트의 아니 한 인간의 실패담

을 처음부터 끝까지 묵묵히 읽어갈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에도 불구하고 진짜 안토니오의 진짜 진실은

언제까지나 미지수로 남는다 그렇게 남겨야 한다 아무도 모르고 몰

라야만 하는 진실을 하나씩 가지고 있는 것이야말로 그가 그토록 되

고자 열망했던 lsquo개인rsquo일 것이기 때문이다 지우 | 전쟁없는세상 운영위원

게임을 통해 평화를 만드는 게 과연 가능할까 이 물음에 대한 답

을 대신하여 한 가지 게임을 소개하고자 한다

lsquo세계평화게임(World Peace Game)rsquo은 미국의 공립 초등학교 교

사 존 헌터(John Hunter)가 만든 대화형 게임이다 헌터는 1978년에

이 게임의 원형을 처음 만들었고 지금까지 세계를 돌아다니며 게임을

주최하고 있다 그의 활동은 lsquo세계평화와 4학년의 업적(World Peace

and Other 4th-Grade Achievements)rsquo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헌터는 2012년에 타임지가 선정한 교육

운동가 12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세계평화게임은 가로middot세로middot높이 4피트 크기의 4층짜리 아크릴

기획연재-게임과 평화

세계평화게임

50 51기획연재-게임과 평화

구조에서 진행되며 각 층은 바깥 우주와 대기 지표 해저를 상징한

다 거기에 경제력과 군사력이 서로 다른 4개 국가의 영토와 영공

육middot해middot공군 인공위성 잠수함 해저광산 등이 있다 (아무래도 이

아저씨가 숫자 4를 좋아하는 모양이다) 40여 명의 학생이 각국의 수

상 국무장관 국방장관 재무장관 감사원장 등을 맡아 내각을 구성

하고 역할 중에는 유엔이나 세계은행 무기상도 있다

게임의 목표는 이 가상세계에서 일어나는 민족 갈등 화학물질 누

출 핵 확산 물 분쟁 분리middot독립 운동 기근 동물의 멸종 지구온난

화와 같은 위기상황을 함께 해결하고 각국의 경제수준을 높이는 것

이다 학생들은 게임을 통해 권력과 파괴 전쟁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이해하고 장기적 계획과 전략을 세우는 법을 배운다

대화형(interactive) 게임이기에 엄밀하게 짜인 문서화된 규칙은 없

다 게임을 주도하는 것은 학생들이며 교사는 지켜보면서 상황을 정

세계평화게임을 하는 사람들

리하고 촉진하는 역할만 한다 헌터는 처음 교편을 잡았을 때 교사가

수업을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코 그래서는

안 된다는 믿음이 생겼다고 한다 그는 학생들의 집단지성이 자신보

다 훨씬 더 훌륭하다고 인정한다 헌터는 게임에서 실제로 일어난 몇

가지 흥미로운 사례를 소개한다

사례 1

한 학생이 가장 가난한 나라의 국방장관을 맡고 있었다 그 나라의

이웃에는 돈도 많고 기름도 풍부한 나라가 있었다 그런데 그 학생이

갑자기 수상의 명령도 어기고 인접국의 유전지역을 공격했다 학생은

그곳을 포위해 총 한 발 쏘지 않고 지역을 확보했다 인접국은 연료공

급이 차단되어 어떠한 군사행동도 취할 수 없었다 다른 아이들은 화

를 냈다

며칠 뒤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인접한 강대국이 전 세계를 점령

하기 위해 무력도발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학생은 사태의 추

이를 누구보다 먼저 파악하고 대규모 전쟁을 피하기 위해 소규모 전

쟁을 감행하는 냉철한 판단을 내렸던 것이다 학생들은 게임을 멈추

고 그의 판단이 옳았는지 조건에 따라 옳고 그름을 따져보는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사례 2

플라스틱 말로 표시되는 병사들이 전쟁에서 사망하면 군사령관이

52 53기획연재-게임과 평화

병사들의 가상의 부모에게 편지를 쓰는 시간을 가진다 한 번은 학생

의 제안으로 수업을 참관하던 학부모가 직접 편지를 읽게 되었다 편

지의 세 번째 줄을 읽으면서 학부모는 울음을 터뜨렸다 전투에서 병

사를 잃었다면 전쟁에서 승리해도 기쁘지 않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게

되었다 어떤 의미에서 모두가 전쟁에서 졌다는 사실을 말이다

사례 3

방과 후에 틈틈이 7주 동안 진행된 게임에서 세계은행의 재정정책

때문에 한 나라가 시작할 때보다 더 가난해졌다 (게임의 목표는 위기

상황을 해결하고 각국의 경제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게임을 마칠 시

간이 1분도 채 안 남았고 교실은 혼란에 빠졌다 소리를 지르거나 삿

대질을 하는 학생도 있었고 서류 뭉치를 흔들거나 교실을 뛰어다니

는 학생도 있었다

그때 한 학생이 종을 울리며 이렇게 말했다 ldquo세계은행이 모든 자

금을 끌어 모아서 모든 나라가 가난해졌습니다 지금 세계은행에는

6000억 달러가 있습니다 이 돈을 가난한 나라에 기부하려고 합니다

만약 그 나라가 이걸 수용하면 국가의 자산가치가 올라가고 그럼 우

리는 게임을 이기게 됩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rdquo 시간이 3초 정도

남았을 때였다 모두 그 나라의 수상만 바라보고 있었다 ldquo네rdquo 게임

은 이긴 것으로 끝났다

게임은 교과서와 다르다 게임에서 학습자는 lsquo평화란 무엇인가rsquo

라든지 lsquo평화를 어떻게 만드는가rsquo와 같이 주어진 문제에 대한 주어진

답을 저축하듯이 암기하지 않는다 문제를 만드는 것도 그에 대한 답

을 구성하는 것도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 자신과 동료들이다 이는 게

임의 본질이 바로 lsquo참여적 재현rsquo이라는 형식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

고 게임의 lsquo재미rsquo라는 요소가 이러한 참여를 유도한다 여기서 우리

는 맨 앞의 질문에 대한 모종의 답을 상상할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헌터의 말을 인용하며 글을 마친다

ldquo매 게임이 다릅니다 어떤 게임에서는 사회문제가 중요하고 어

떤 게임에서는 경제문제가 중요합니다 어떤 게임에서는 전쟁문제가

대두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부정하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그

게 인류의 현실이니까요 hellip 학생들은 무엇이 옳은 길인지 자기들만

의 방법으로 스스로 찾아냅니다 게임을 통해 저도 많은 것을 배웠습

니다 만약 학생들이 이 게임을 통해 비판적이고 창조적인 사고방식

을 배우고 세상을 이롭게 할 동력을 얻게 된다면 우리 모두를 구원할

지도 모릅니다 게임을 통해 배울 수만 있다면 말이죠rdquo

lsquo세계평화게임rsquo과 이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lsquo세계평화와 4학년의 업적rsquo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는 공식 페이지(httptheworldpeacegamecom)에서 얻을 수 있다

54 55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무기제로는 2013년 상반기 동안 13개 단체와 연대하여 국민연금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 캠페인은 확산탄과 같은 비

인도무기에 대한 금융기관의 투자가 중단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

으며 세부적으로는 ldquo1) 국민연금이 확산탄 생산기업인 한화 풍산에

투자를 철회한다rdquo ldquo2) 국민연금이 비인도무기 생산기업에 대한 투

자배재를 천명하는 윤리투자원칙을 제정한다rdquo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

왜 투자철회 캠페인인가 왜 국민연금인가

확산탄 캠페인에 있어 대상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확산탄의 수요자사용자인 국가이며 다른 한 축은 확산탄을 생산하는

박승호 | 무기제로 코디네이터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 경험 공유

기업들이다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캠페인의 요구가 확산탄을 전면적

으로 금지시키고 확산탄 오염지역을 정화하고 피해생존자들을 지원

하라는 것 등이 주를 이룬다면 기업을 대상으로 한 요구는 확산탄의

생산middot수출을 중단하라는 것이다

현재 한국 정부는 확산탄을 북한의 장사정포에 대응할 수 있는 핵

심전력으로 여기고 있으며 국제적인 확산탄 불법화 추세에도 불구하

고 확산탄을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무기제로는 국가를 대상으로 협약 가입을 촉구하는 캠페인보

다는 확산탄을 생산하는 기업이나 확산탄 생산을 지원하는 금융기관

에 대한 문제제기를 통해 확산탄에 대한 대중적 낙인화 효과를 불러

일으키는 것이 확산탄 금지운동에 더 효과적일 것이라 판단했다 하

지만 확산탄 생산기업인 한화와 풍산을 대상으로 어떤 캠페인을 벌여

도 이윤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기업이 윤리적인 비난만으로 핵심 사업

을 정리할 것 같지는 않았다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압박보다 더 효

과적인 방식은 바로 돈줄에 위협을 가하는 것이고 이 점에서 투자

철회 캠페인은 상대적으로 더 승산이 있는 캠페인이라는 판단이 있

었다 국민연금이 각각 한화 주식의 734(201112) 풍산 주식의

926(20129)를 보유하고 있는 확산탄 생산기업의 최대투자자라는

점 또 공적자금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있는 기관이라는 점 대

부분의 사람들이 월 일정액의 국민연금보험료 납부하고 있다는 점에

서 국민연금의 확산탄 투자 문제를 lsquo내 문제rsquo로 인식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국민연금이 투자철회 캠페인의 대상으로 결정되었다

56 57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무기제로의 과거 캠페인 경험을 통해서 볼 때 확산탄이 어떤 무기

인지 왜 확산탄이 금지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대중적 인식은 사실상

전무했다 확산탄이라는 특정한 무기를 금지하자는 캠페인의 슬로건

이 대중의 관심을 얻기 힘든 주제였다는 점에서 우리는 국민 대다

수가 자의든 타의든 월 일정액을 적립하고 있는 lsquo국민연금rsquo을 통해

lsquo당신의 돈이 국제적으로 금지된 무차별 살상무기를 만드는 데 쓰이

고 있다rsquo는 메시지를 전달해 사람들의 관심과 확산탄의 비인도성에

대한 낙인화를 동시에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해외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 사례

이번에 무기제로가 국민연금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을 진행한 것

은 해외에서 이미 성공적으로 진행된 투자철회 캠페인을 모델로 해서

기획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래에서는 무기제로가 참고했던 대

표적인 성공 사례 두 가지를 살펴보려 한다

- 네덜란드 연금기금 투자철회 사례

2007년 3월에 네덜란드 시사프로그램인 젬블라(Zembla)는 네덜란

드 유수의 연금기금이 확산탄 지뢰 등 비인도무기를 만드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 등 네덜란드 연금기금의 비윤리적 투자 문제

를 다룬 lsquoCluster bomb feelingrsquo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방영한

다 당시 방송을 통해 연기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게 된 대중의 분

노가 표출되면서 연기금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이 압력을 느끼게 되었

다 이에 다큐 제작 과정에 관여했던 시민단체인 팍스 크리스티(IKV

Pax Christi)는 다큐 방영 이후 연금 기관들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캠

페인을 시작하게 된다 금융기관들의 가장 큰 두려움이 ldquo사회적 이미

지 실추rdquo라는 점을 활용한 것인데 2011년 유럽 투자자들을 대상으

로 한 조사에서 거의 80의 투자자가 논란이 되는 무기에 대한 투자

가 명성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는 등 인식의

변화가 눈에 띄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2009년 팍스 크리스티는 페어핀(FairFin)과 공동으로 ldquo확산탄 세

계투자 공동의 책임rdquo 보고서를 발표했고 보고서 발표의 영향으로

연금 기금이나 금융기관들이 확산탄 생산기업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

는 사례가 발생한다 팍스 크리스티는 이뿐 아니라 정책 입안자들과

관계를 맺고 확산탄 투자 금지를 입법화하기에 나선다 2009년에 네

덜란드 의회가 확산탄 투자 금지 촉구 제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지

만 당시 과도 정부가 이를 거부했다 이후 확산탄금지협약 비준 등을

거치면서 상원에서 다시 한번 확산탄 투자 금지 제안이 상정되었고

2011년 말 정부가 이를 이행하기로 결정하면서 확산탄 투자 금지는

2013년 1월부터 효력을 발휘하게 되었다

주목할만한 점은 이 다큐가 방영되고 반향을 일으켰던 시점이 아직

확산탄금지협약이 체결되지 않은 시점이었다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경우는 다큐멘터리 방영으로 국민적 분노가 격화되면서 향후 확산탄

생산기업에 대한 연기금의 투자철회 결정뿐 아니라 네달란드가 확산

58 59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탄금지협약에 서명하는 등 확산탄을 전면적으로 금지시키는 데도 상

당한 영향을 미쳤다

- 영국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RBS) 투자 철회 사례

2011년 8월 앰네스티 영국지부가 팍스 크리스티 보고서를 바탕으

로 HSBC(홍콩middot상하이은행)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 등 주요 은행에

대한 투자 철회 캠페인(온라인 탄원)을 시작했다 캠페인 시작 1주일

만에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이 확산탄 투자를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밝

히게 된다 당시 이 은행은 앰네스티 회원들로부터 12000통의 이메

일을 받았으며 앰네스티가 진행하던 전국적인 광고 캠페인 등에 이

미지 손상을 두려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사례를 통해서 본 우리의 투자철회 캠페인

투자철회 캠페인은 기업들이 lsquo이미지rsquo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에

서 가능한 캠페인이다 위에서 다룬 두 사례는 각각 대중적인 영향력

을 가지고 있는 방송(네덜란드 시사프로그램 젬블라)과 시민단체(앰

네스티 영국지부)가 자국 금융기관(연금기금)이 국제적으로 큰 비난

을 받고 있는 비인도무기를 만드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으로 대중적인 단죄 또는 낙인화가 이루어지면서 자연스레

투자철회가 이어질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된 사례로 볼 수 있다 ldquo내

돈rdquo이 잔인한 무기를 만드는 데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림으로써 사

람들이 확산탄 문제를 ldquo내 문제rdquo로 인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

한 분위기가 형성되었을 때 해당 국가 내에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단체들이 이 문제를 공공의제로 만들어 냈고 이후 여론을 등에 업고

금융기관을 압박해 실제 투자철회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한국에서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진행된 캠페인은 아직 구체적인 성

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하지만 캠페인이 시작단계에 있으며 해외 사

례와 같이 대중적 영향력이 큰 매체가 이 문제를 다루는 등의 이슈 확

산의 계기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아직은 캠페인의 성과를 이야

기할 시점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또 대부분의 국가들이 확산탄금

지협약에 서명middot비준한 유럽의 경우와는 다르게 한국은 안보상의 이

유로 확산탄의 생산 배치를 고집하고 있으며 평화 무기 이슈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도도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 역시 감안해야 할 것이다

무기제로는 올해 12월 발표 예정인 ldquo확산탄 세계투자rdquo 보고서의

번역 발표 등 지속적 캠페인을 통해 국민연금의 확산탄 투자문제를

꾸준히 제기할 계획이며 적절한 타이밍에 대중적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내는 데 주력해 한화middot풍산에 대한 투자철회

및 확산탄에 대한 낙인화 등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참고httpstopclustermunitionsorghttpwwwstopexplosiveinvestmentsorghttpwzeroorg

60 61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기획연재-가람이의 좌충우돌 세상읽기

ldquo그건 저의 삶입니다rdquo

나름 | 전쟁없는세상 친구 + 스웨덴에서 공부하는 중

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ldquo대답하세요rdquo 아슬아슬하게 진행되던 그들의 대화 긴장이 최고

조에 이른다 대화가 중단되고 한 사람이 자리를 뜬다 그 사이 추궁

을 받던 이는 주위를 둘러본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고 어느 구석

자리에 멈춘다 시선이 고정된다 바로 자신에 관한 기사와 사진들을

발견한 것 벽에 빼곡히 붙어 있는 모습이 마치 수사 상황 같다 소리

를 쳤던 이가 돌아오고 그가 묻는다 ldquo이게 뭐죠rdquo ldquo그건 저의 일이

예요rdquo 추궁을 받던 이의 나직한 목소리 ldquo그건 저의 삶입니다rdquo 덴

마크 드라마 lt보운 (발음이 틀릴 수 있음)gt의 한 대목 덴마크 최초의

여성 총리를 그리고 있는 이 드라마는 첫 방영이 있고 1년 뒤 실제 여

성 총리가 등장하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문제의 대목은 이전 정부

에서 총리를 맡았던 여성이 선거를 앞두고 새로운 정당을 만들면서

시작된다 경제 정책을 담당할 인물을 영입했는데 옛소련의 간첩이었

62 63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대표의 측근이 검증을 하게 된다 이 측근은

소련 좌익 정당에서 일하다 자살한 여성에 대해 캐묻고 그 사람은 결

국 그 여성과의 관계를 비롯해 아픈 과거를 이야기하게 된다 이 장면

은 누군가의 삶에 대해 타인이 얼마나 쉽게 얘기하고 재단할 수 있는

지에 관해 생각하게 만든다 타인이 쉽게 말할 수 있는 그 무엇이 누

군가에게는 삶이요 상처다

누군가에게는

그렇다 타인에게는 그저 지시대로 하면 되는 일이 자신에게는 치

명적인 삶의 문제일 수 있다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 갈등의 연속이

다 최근 이 정도 수준은 아니지만 좀 복잡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주

제 넘게도 어떤 글을 외국어로 쓰고 있는데 유럽 학자와 미국 학자

사이에 끼어 고민이 된다 두 사람이 거의 정반대의 입장에서 글쓰기

에 관여하고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해 한 사람은 이쪽으로 가라고 하

는데 또 한 사람은 저쪽으로 가라고 한다 아직은 경력을 막 쌓기 시

작한 힘없는 나로서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다 두 사람 모

두 좋으신 분들이고 또 내게 중요한 역할을 할 분들이다 그런데 모

두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누구 장단에 맞춰야 할지 난감하

다 다른 점이 있다면 한 사람은 나의 가능성만을 보고 변함없는 신뢰

와 지지를 보여주었지만 또 한 사람은 그 정도는 아니라는 느낌 문

제는 나를 석연치 않게() 보는 듯한 이가 내 경력에서는 훨씬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나를 믿어주는 이의 방향에 맞

추기로 결정했는데 아무튼 쉽지 않은 문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깊이 고민하게 된 다른 문제가 있는데 바로

lsquo누구를 대상으로 이야기하는가rsquo에 관한 부분이다 어쩌다가 바다

건너에서 계속 있다 보니 나는 이쪽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야기를 해

오고 있다 이 사람들의 언어(주로 영어)로 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

는 이야기를 이 사람들 상황에 맞게 말이다 그런데hellip 이게 정말 내

가 원하는 일인가 잘 모르겠다 지금 굉장히 긴 분량의 또 다른 글을

쓰고 있는데 원래는 내가 비교적 잘 알고 있는 한국과 관련된 사건에

대해 얘기하려 했다 이 사건과 특별한 인연이 있고 관심도 많기 때문

이다 그런데 관계자는 특정 사건보다는 lsquo보편적인rsquo lsquo이론적rsquo 이야

기에 초점을 맞춰달라고 요구한다 그래야 이쪽 지역에서 읽히기 때

문이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이게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인가 내

가 정말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들은 누구인가 나는 누구를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는가 쉽게 답할 수 없는 물음들 그래도 나는 안다

적어도 당장은 먹고 사는 문제와 관련이 있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는 걸 물론 이런 고민은 나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바다건너에서

든 아니든)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누구나 살아가면서 어떤 식으

로든 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ldquo네가 행복해져야만helliprdquo

64 65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그런데 lsquo바다건너rsquo라는 부분에 뭔가 있는 것 같다 (나만의 착각

일 수 있지만) 외국에서 지내는 게 다른 사람들에게는 좀 괜찮게 보일

수 있지 않을까 뭔가 좀 있어 보이는 부끄럽지만 고백하건대 나 역

시 그런 생각을 전혀 안 했던 것은 아니다 뭔가 세련()된 것 같은

좀 달라보이는 어떤 면에서 (탈)식민 문제와 관련이 있다 그런데 직

접 생활하는 것은 역시 다르다 물론 철저히 나의 입장에서 그렇다는

이야기다 예컨대 자연환경도 좋고 구경갈 곳도 많은데 여행이나 휴

가를 가지 않느냐는 물음을 받곤 한다 그런데 가고 싶어도 일단 돈

이 없다(있어도 최대한 아껴야 한다) 방학 기간에 여기 저기 여행다

니는 유학생이나 현지인들 이야기를 들으면 나는 신기하기도 하고 부

럽기도 하다 에둘러 말하면 이 세상에 아름답거나 그렇지 않은 것은

없다 아름답게 느끼거나 그렇지 않게 느끼는 특정 맥락의 내가 있는

것이다 lt연애시대gt에도 나오지 않던가 ldquo네가 행복해져야만 이 세

상도 행복해진단다rdquo 그래서 서로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다 처음에

얘기한 드라마 장면 누구에게는 일이고 누구에게는 삶이다 뭔가를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될 이유

[나름대로 스웨덴 소식]

성소수자 탈의실 설치 (스웨덴 영문뉴스 lt로컬gt 2013 4 26)

스톡홀름에 있는 한 고등학교가 자신을 남성-여성으로 정체화하

지 않은 학생들을 위해 별도의 탈의실을 짓기로 했다 보도에 따르면

스웨덴에서는 첫 사례라고 한다 이 학교 학생위원회 관계자는 새로

운 탈의실은 사회의 젠더 규범에 불편해하는 학생들을 위한 것이라

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편 이 학교 선생님들은 수업 시간에 남성

(lsquo한rsquo)-여성(lsquo혼rsquo)을 넘어선 lsquo헨rsquo이라는 단어를 공식 사용하기도 하

고 학생들은 스톡홀름 성소수자 축제에 학생위원회 자격으로 참여한

첫 사례를 남기기도 했다

부유한 지역 적은 난민들 (스웨덴 국영 라디오 국제 2013 7

1)

스웨덴에서 예산이 많은 지역일수록 난민을 받는 데 소극적인 것으

로 나타났다 어느 일간지에 따르면 전국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 20

군데가 같은 수의 가장 부유한 지역들보다 5배 많은 난민을 받아들인

다고 한다 여기에 해당되는 부유한 지역들은 모두 현 정부의 보수 성

향 정당이 이끌어 가고 있다 이는 지난 5년 동안 스웨덴의 290개 지

역 단위를 비교한 결과다 관계자에 따르면 스웨덴 북쪽 지역으로 갈

수록 인구 부족 문제로 난민들이 환영을 받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66 67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효웅 | 병역거부자

일베한테 일베식으로 맞짱뜨기

일베충 종북게이다 좌빨 종북게이다

나님 네 다음 일베충

일베충 네 다음 종북게이

나님 나님이 종북게이라는 lsquo근거rsquo가 있음 주장하는 사람이 근거

를 제시해야 한다는 lsquo입증책임의 원칙rsquo도 모름 이 논리 종범아

일베충 요시 그럼 넌 내가 일베충이라는 근거는 있盧

나님 너한테 한 말 아니라 걍 혼잣말 한건데 내 발화의 지시대상

이 너라는 근거는 있盧

일베충 나한테 한 얘기잖아 이 종북게이야

나님 ㅇㅇ 인정 니 생긴 게 일베충같아서 일베충이라고 한 거임

얼굴에 써 있음

일베충 소설쓰지마라 ㅋㅋ 팩트 모르盧 내가 일베충이라는 팩트

를 대라 팩트를

나님 요시 니가 일베충이라는 lsquo최선의 설명으로서의 추론rsquo이라는

가설을 세워서 추론한 거임 나한테 종북게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lsquo현

상rsquo을 설명하기 위해서 너가 일베충이라는 lsquo가설rsquo을 세워 봤는데

ldquo니가 바로 일베충rdquo이기 때문에 ldquo따라서 나한테 종북게이라는 딱지

를 붙이는 것이다rdquo라는 현상이 아주 훌륭하게 설명력을 지닌 가설추

론이 되는 거임 원래 가설은 아무렇게나 세우는게 lsquo가설rsquo임 가설은

반증 가능성이 있는 게 당연하다고 포퍼가 그랬음 가설을 통해서 과

학과 범죄수사가 발전했음 만일 니가 일베충이 아니라면 너가 경쟁

가설을 주장하던가 내 추론에 문제가 있음을 제시하면 됨 왜 일베충

이라고 해서 찔림 도둑이 제 발 저림 일베충도 일베충이라는 말 듣

기가 부끄러움 너 포퍼가 누군지는 암

68 69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일베충 일베한다고 해서 다 무슨 사이코패스에 고인드립치는 패륜

아 인 줄 아냐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범하지 마라

나님 ㅋㅋㅋ요시 사이코패스에 패륜아라는 건 lsquo니가 한 말rsquo이고

lsquo니 생각rsquo임 내가 언제 너보고 사이코패스에 패륜아라고 했음 난

그냥 너가 일베한다는 lsquo사실rsquo을 진술문으로 말했을 뿐임 아 몰랐

네 너 사이코패스에 패륜아임

일베충 (ㅇㅂㅇ) 지금 일베충이라고 비하하는 거임 일베충이라는

말 자체에 비하가 있다

나님 자기들도 일베충이라고 자조적으로 비하하면서helliphellip

일베충 인권 좋아하는 감성팔이 인권쟁이들이 왜 우리의 인권은

도외시하는 거냐 북한 인권 군인 인권 일베충 인권

나님 일베충이 사람임 사람이 아니므니다

일베충 일베충도 사람이다 왜 사람이 아니냐

나님 lsquo일베충rsquo이라는 말은 일베를 하는 벌레라는 내포를 갖고 있

음 따라서 ldquo일베충은 벌레이다rdquo는 진리값이 항상 참인 분석명제이자

항진명제임 이 무식한 일베충아 그런데 ldquo일베충은 사람이다rdquo라고

한다면 그건 앞의 주어인 lsquo일베충rsquo에 이미 내포되어 있는 벌레라는

걸 부정하는 모순이 되는거임 이건 마치 ldquo삼각형은 동그라미이다rdquo

ldquo여성은 인간이 아니다rdquo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모순율에 어긋나

는 것임

일베충 (ㅇㅂㅇ) 인권 좋아하는 인권쟁이들이 우리들한테 인권이

없다니 역시 좌빨들은 이중성 쩌네 ㅋㅋㅋ모순 쩐다 위선자들 ㅋㅋ

ㅋㅋㅋ

나님 일베충이 그런 내포를 갖게 된 것은 공론장에서의 니들 행패

를 보고 내포가 그렇게 정해진 거임 억울하면 다시 태어나셈 근데

니가 인권이 뭔지는 아냐 어디 그래 lsquo인권rsquo의 정의가 뭐라고 생각

일베충 (ㅇㅂㅇ) 그건사전에 나와있다 ldquo사람이라면 누구나 누려

야할 권리rdquohelliphellip

나님 그런데 너님들은 왜 lsquo여성rsquo lsquo전라도rsquo 이런 사람들의 인권을

부정하고 비하하는 거임

일베충 일베라고 다 패륜아냐 성급한 일반화 모르盧 논리적 근

거를 대라

70 71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나님 아~그럼 여름 중에도 시원한 날이 며칠 있으니까 여름은 안

더운 거겠네 ㅋㅋㅋ 일베충 논리 보소 ㅋㅋㅋㅋ 너 말대로 일베의

lsquo모든rsquo회원이 그런 건 아닐 수도 있음 그러나 대다수가 그런 lsquo성

향rsquo을 갖고 있다면 성급한 일반화가 아니라 강한 통계적 귀납논증이

되는 거임 실지로 얼마 전 일베 게시물들의 키워드를 분석한 프로그

램 통계에 의하면 일베 사이트의 핵심 키워드들은 사회의 대다수 사

람들의 통념과 반대되는 게 맞는데 이 연가시야 사례가 많을수록

귀납논증은 강화되는 거고 너가 일반화라면 그렇지 않은 일베 회원

들이 더 많음을 니가 귀납적으로 논증을 해야 논파가 되는 거임 따라

서 ldquo일베충들은 대부분 사회적 낙오자에 학교에선 아싸고 생긴 건

베트남 쌀국수에 집에서 진격의 거인이나 보면서 연애 한 번 못해

보는 싸이코패스인데 사회적 약자들에 화풀이한다rdquo는 건 굉장히 강

한 귀납논증이 성립되는 거임 (ㅋㅋㅋ)

일베충 우리가 사회적 낙오자에 약자들에게 분풀이 한다는 팩트를

대라 팩트의 일베다 우리는 사실만을 얘기한다

나님 니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lsquo팩트rsquo에 대해서 너님들은 얼마나

알고 있음 너님 혹시 lsquo팩트rsquo가 뭔지는 암 사실과 사건 사태의 차

이점이 뭐임

일베충 0a 0

나님 ldquo쟤 성형수술했대rdquo ldquo너 전과자라며rdquo ldquo나 저번 시험에서

백점 맞았다~^^rdquo ldquo우리 집 50평이다 ^^rdquo ldquo우리 아들이 이번에 반

에서 1등했대요 호호호rdquo 이 문장들은 전부다 lsquo사실rsquo을 얘기하고 있

지만 이건 사실을 얘기하는 lsquo진술문rsquo이 아니라 비하하거나 잘난척

하는 lsquo행위rsquo를 하고 있는 lsquo수행문rsquo임 따라서 너님들이 이야기하고

있는 lsquo사실rsquo은 사실 해석과 반응 맥락에 따라서 굉장히 유동적인

것임 이처럼 사실인 척 위장하고 있는 문장들은 lsquo기술주의적 오류

(destriptive fallcy)rsquo임 또한 사실은 lsquo사물rsquo이 아니라 사물들의 연관

이라고 비트겐슈타인이 말한 것처럼 사실은 사실을 인식하고 말하는

사람의 주관에 달려있는 거임

일베충 전라도가 폭도였고 한국여자들이 성형하고 명품 밝히는 건

팩트다 이 멍청한 좌좀아 홍어들은 한반도를 떠나야하고 여자들은

삼일한(삼일에 한번씩 패야한다는 일베 용어)이라는 거다

나님 한국여성들의 명품 구매비율이나 성형비율이 높다는 lsquo사

실rsquo과 여성들을 패야한다는 lsquo당위rsquo가 어떤 관련이 있음 사실에서

어떻게 당위를 도출함 ldquo저 사람은 흑인이다rdquo라는 사실에서 ldquo따라

서 저 사람을 인종차별해야 한다rdquo라는 당위가 도출됨 ldquo너는 여자

다rdquo라는 사실로부터 ldquo따라서 너는 정숙해야한다rdquo라는 당위 도출되

지 않는 것처럼 이것 역시 철학자 GE 무어가 말한 lsquo자연주의적 오

류rsquo임 그러나 ldquo쟤 일베한다 따라서 박멸해야 한다rdquo는 만고산천에

72 73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불변하는 진리 이데아임 어디까지나 이런 논리나 철학은 사람한테

만 적용되므니다 이 살인 진드기야

일베충 (ㅇㅂㅇ) 광주사태가 홍어들 폭도였다는 거 역시 lsquo팩트rsquo

를 말한 거다 총들고 사람 죽이고 그게 잘한 거냐 이 씹선비야

나님 광주사태가 lsquo민주화운동rsquo이였다는건 공론장에서 의사소통적

논변에 근거한 합의를 통해 그 내포에 대한 일의적(一意的) 의미가 정

해진 사안임 너 혼자 민주화라는 용어를 lsquo홍어들의 폭동rsquo으로 재정

의하는 것은 이미 어느정도 사회적으로 통용된 내포를 너 혼자 바꿔

쓰는 lsquo은밀한 재정의의 오류rsquo이면서 동시에 lsquo자의적middot설득적 정의rsquo

인 거임 ldquo동성애자는 항문섹스만을 즐겨하는 에이즈 보균자이며 하

나님 앞에 죄인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rdquo라는 말이 동성애자에 대한

합의된 정의임 자기 혼자 쓰는 정의지 그리고 너희가 비하하는 전

라도 사람들은 전부다 폭도라던가 한국여자들은 명품에 성형에 환장

했다거나 하는 설명이 과학적이거나 팩트에 가까움 오히려 감정적

인 편견에 지나지 않는거 아님 통계 자료는 있음 논거 부재의 오

류 인신공격의 오류 은밀한 재정의의 오류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온갖 오류들의 향연임 이 애미 애비가 교육을 잘못시켜서 그 따위로

된 가정 교육 못 받은 일베충아

일베충 (ㅇㅂㅇ) 아아아아아우오오 씹선비 김치녀 홍어 홍어

나님 반사 ^^

일베충 (ㅇㅂㅇ) 우워워워좌좀 종북 좌빨 슨상님

나님 굴절 ^^

일베충 크어어어억 오유충 삼일한 김치녀 종특

나님 라고 말하는 놈 친일파 ^^

일베충 쩔뚜기 운지 하라보지 종북게이

나님 라고 말하는 놈 평생 쏠로 ^^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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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석 김희순 꽁치 나동혁 나인희 날맹 노명래 덴마 류동훈 말식 명숙 문상현 문성호

문연정 박꽃님 박남식 박승호 박아름 박용희 박정경수 박지선 박창희 박채원 박태하

배사은 백가윤 보라 상우 서범석 설순일 소란 송명관 송병채 송준 송지혜 수하

숲이아 시와 신기현 신유아 신은재 신희권 아하 아침 아키오 안지환 양선화 양지혜

여문정 여옥 여은 여지우 염창근 오리 오성민오정록 오하린 오학준 우경환 우공

우완 우성섭 우지연 위양자 유은정 유현미 윤민순 윤정하 윤정화 윤지환 윤혜정

은국 은종복 은혜와평화교회 이갑수 이기영 이덕현 이비함 이상길 이선아

이선영 이선옥 이세현 이승규 이연희 이영롱 이용석 이재환 이준규 이준호 이현우

이희진 임재성 임태훈 장대환 장미희 장샤론 장정혜 장현진 전기화 전길수 전범준

전영욱 정상민 정우진 정인철 정주열 정출균 정혁 정현채 정혜윤 조명래 조은 조익진

조정의민 주관수 지은 진진 진현호 진흙 차명수 참새 채승우 최민아 최성진 타랑

편설란 하동기 하승우 한광주 한주훈 햄 홍수봉 홍수영 홍이 홍창욱 황명규 황예랑

2013년 5월1일 ~ 7월 31일

Page 5: 전쟁없는세상 소식지 38호(2013년 8월)

4 5평화주의자 노트

그로부터 몇 개월 후 SNS를 통한 노사 간 공방에서도 사측은 노조

원들을 lsquo일도 제대로 못하고 배우려는 의지도 없는rsquo 이로 빗대는 프

레임을 곧잘 활용하곤 했다 사태에 있어 전혀 핵심적인 문제가 아님

에도 자주 거론되었다는 것은 이 프레임이 대내외적으로 얼마나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지를 방증해 주었다 그리고 실제로 순간순간

lsquo내가 지금 일은 똑바로 하고 있나rsquo하는 의식이 올라와 위축되곤

했으니 임상적으로도() 효과가 확인된 셈이다

걸려들 수밖에 없는 덫 규율과 기준

선(線)을 구획하는 것은 자연도 신도 아닌 사소하고 우연한 권력

들이다 이 권력을 가시화해야 한다

― 정희진 ldquo배제되지 않기 위해 포함되길 거부하라rdquo 한겨레신

문 2013년 2월 1일

앞서 말한 식으로 상황을 지저분하게 만드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

다 일상적으로 구성원들을 압박할 수 있는 lsquo규율rsquo과 lsquo기준rsquo이라는

덫을 곳곳에 설치하면 된다 그리고 구성원들이 계속해서 그 기준을

달성하지 못하게 하고 이로 인한 심리적인 위축감을 느끼게 하면 된

다 우리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잦은 야근으로 탄력적인 출퇴근 시간

에 이미 몸이 맞추어져 있던 노동자들에게 어느 날부터 갑자기 (일방

적으로) 정시 출퇴근을 요구하고 하루에 교정을 30쪽 남짓 보던 노

기준lsquo미달rsquo들은 조용히 하라고

올 해 초 조합원들의 마음을 잠시나마 심하게 흔들어 놓은 사건이

있었다 연초에 갑작스레 이루어진 비조합원 중심의 승진을 두고 조

합 차원에서 문제 제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이에 대해 사측이 lsquo평

가rsquo라는 이름으로 인격적인 모멸감이 느껴질 만큼 가혹하게 조합원

들의 업무역량을 깎아내리는 글을 게시했던 것이다 현격한 업무역량

차이 때문에 비조합원들이 승진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이다

노조는 ldquo승진한 이들의 역량이 떨어진다rdquo는 식으로 문제 제기를 하

지 않았다 은연중에 그런 뉘앙스를 준 것은 아닌지 해당 문제 제기

를 몇 차례 거듭해서 읽어 봐도 그건 아니었다 노조가 문제의식을 느

끼고 견제하고자 했던 것이 사측의 일방적인 lsquo인사권 남용rsquo이었음

은 누가 봐도 자명한 일이었다 차라리 lsquo회사의 인사권은 노조가 침

범해서는 안 될 영역rsquo이라는 형식적인 답변만 왔더라면 나았을 것이

다 사측은 문제를 의도적으로 지저분하게 만들어 버렸다 간단히 말

해 ldquo자격도 안 되는 기준미달의 놈들이 기준에 문제 제기를 한다rdquo

는 것이었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간단하게 회사의 논리를 반박할 수

있었다 ldquo의도적인 오독으로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있으며 평가라는

이름으로 심각한 수준의 인격모독을 행하고 있다rdquo고 말이다 하지만

구성원들은 이미 상당한 심리적 충격과 위축감을 느낀 후였다(덧붙이

자면 사측은 예상대로() 여기에 대해 제대로 된 해명은 물론이고 단

한마디의 사과도 하지 않았다)

6 7평화주의자 노트

작은 것을 위한 분투가 필요한 이유

기존 규범을 문제 삼지 않고 그 안에서 약자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이중 메시지에 lsquo자발적으로rsquo 수갑을 채우는 행위다 사회

가 당연시하는 사유의 경로를 추적하는 것이 지성이고 운동이다

권력의 법칙을 해체(즉 인식)하지 않는 저항은 lsquo반칙rsquo lsquo불평불

만rsquo lsquo낙오자의 불복rsquo 심지어 lsquo역차별의 가해자rsquo라는 엉뚱한 비

난을 뒤집어쓴다 ― 정희진 같은 글

lsquo기준과 규율에 대한 승복이냐 불복이냐rsquo라는 이분법적 딜레마

를 넘어 이걸 누가 왜 정했는지를 묻는 것 모두가 동의하고 공감하

는 lsquo규칙rsquo(ne규율)을 다시 세우는 것 그리하여 일방적으로 정한 규

율과 처벌(보상)로 인해 발생하는 자기착취와 자기소모를 막아내는

것(표면적으로 행해지는 노동착취를 막아야 함은 물론이다) 우리의

노동조건을 바꾼다는 것은 이러한 과정을 전제에 두고 진행되어야 한

다는 걸 새삼 느낀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그것이 우

리를 배제하고 착취middot소모시킨다면 바꾸기 위해 분투해야만 한다는

것도 말이다

작은 것 하나에서 나를 휘두를 수 있는 권한을 쉽게 내주는 순간

프레임은 이미 저쪽에 유리하게 구성되는 듯하다 우리는 사소한 것

하나 내준 것이라 생각하지만 역으로 또 사소한 것 하나에도 쉽게 주

눅 들게 된다 이제 lsquo기준미달rsquo lsquo낙오자의 불복rsquo이라는 불명예와 그

동자들에게 앞으로 50쪽 이상씩을 보라고 하는 등 갑작스런 노동조

건의 변화가 있었다 그리하여 정시까지 출근을 못하는 노동자에게는

lsquo태도가 방만rsquo하다는 꼬리표가 붙여지고(사측의 당초 계획대로라면

분 단위의 임금도 삭감당하면서) 갑자기 늘어난 조업량에 문제를 제

기하면 lsquo회사의 경영난에 나 몰라라 하는 노동자rsquo라며 비난을 듣기에

이르렀다

이 규율과 기준에서 벗어나지 않도록(덫에 걸리지 않도록) 자신을

더 통제할 것인가 갈등을 감수하면서 이 규율과 기준 자체에 문제 제

기할 것인가 여기서 딜레마가 생긴다 한편으로는 나 역시 기준에서

크게 어긋나는 것 없이 잘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혹시나 내

가 이 기준에 부합할 능력이 부족해서이지는 않은지 스스로를 의심하

게 되기 때문이다 일견 내가 조금만 노력하면 별다른 갈등 없이 그

냥 넘어갈 수도 있을 것처럼 보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애초에 걸리는

놈들을 잡아내려 하는 선이 어디 유연하던가 한 달에 총합 10분 남

짓한 지각으로 관리자에게 불려가 lsquo경고rsquo를 받는가 하면 그게 누적

되어 경위서를 제출해야 했던 구성원도 생겨났다 눈 밖에 나면 정해

진 점심시간에서 2분 남짓하게 늦게 들어와도 허용되는 법이 없다

lsquo경고rsquo까지는 아니더라도 빈정거리는 상사의 핀잔을 감내해야 한

다 이 모든 게 lsquo부당rsquo하다는 생각은 들어도 입 밖으로 부당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누가 왜 정해 놓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칼같이

정해진 선이기 때문이다

8 9평화주의자 노트

로 인한 위축감을 넘어 나를 저들 멋대로 휘두를 수 있는 어느 것 하

나 쉽게 내주지 않는 데서 보람과 의미를 찾아보려 한다 저들이 작은

것 하나를 정하더라도 우리의 눈치를 보게 되고 노동자들 대하길 어

려워할수록 lsquo우리rsquo의 싸움은 성공한 게 될 것이다

현재도 그린비출판사 노동조합은 lsquo출퇴근기록rsquo을 둘러싼 문제로 1

년 넘게 싸우는 중이다 지금까지 그래 왔듯 쉽게 내주진 않을 것이

다^^

평화주의자 노트

요즘 MBC예능프로그램 lsquo일요일 일요일 밤에rsquo에서는 연예인들이

군대 체험을 하는 lt리얼 입대 프로젝트 ldquo진짜 사나이rdquogt라는 코너가

한창 방영 중이다 한국의 군사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까지 등

장해 군대에 적응해가는 모습을 보여 주며 lsquo군대를 다녀온 남자가 진

짜 남자rsquo라는 신화를 전국구 방송으로 유포시키고 있다 한국은 과거

에 전쟁을 준비하는 훈련을 교육 과정 속에 편입시켜 진행한 전력이

있다 남성들은 군복 비슷한 옷을 입고 총을 들고 훈련을 받고 여성

들은 붕대 싸매는 방법을 배웠다는 교련 과목은 이미 사라진 지 몇 년

이 지났지만 한국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아직도 병영 국가임을 더 공

고히 하는 lsquo교육rsquo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 6월 14일은 반군사주의 국제 행동의 날이었다 반군사

숲이아 | 전쟁없는세상 운영위원

lsquo병영국가 만들기rsquo에 저항하기-반군사주의 국제 행동의 날 소식

10 11평화주의자 노트

주의 국제 행동의 날은 전쟁저항자 인터내셔널 (War Resisterrsquo

s Internatoinal)에서 2013년부터 조직한 캠페인이다 반군사주의 국

제 행동의 날은 특히 교육과 연구에 있어 반군사주의를 요구하는 것

을 목표로 삼았다 전 세계 많은 곳에서 군은 교육제도에 상당한 존재

감와 영향력을 갖고 있다 이런 군의 존재와 영향력은 군대가 학교를

방문해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것에서 수업을 진행하는 것 모험 활동

을 운영하고 수업 자료를 지원하는 것까지 그리고 사관학교부터 군

사 연구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것에까지 이른다 군이 교육에 참여

하는 두 가지 주요 목적은 젊은 사람들을 군대로 끌어들이는 것과 함

께 정책의 도구로써 전쟁과 전쟁준비를 정상화시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균형 잡힌 논쟁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왜냐하면 분쟁 해결에

대한 대안적인 관점에는 군대처럼 똑같은 특권적인 접근이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군사연구는 많은 공립대학의 과학 공

학 기술 학과에서 이루어지는 연구에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이렇게

군대와 전쟁을 위한 연구들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한편 사회적으로 더

유용한 연구들은 뒷전이 되기 일쑤다

올해에는 남아프리카 독일 이스라엘 인도 등 최소 11곳이 넘는

나라에서 피켓팅 거리 연극 워크샵과 같은 여러 가지 다양한 활동이

펼쳐졌다

이스라엘에서는 뉴 프로파일(New Profile) 평화를 위한 여성 연

대 (Womenrsquos Coalition for Peace) 미국친우봉사회(American

Friends Service Committee )세 개 단체가 연대하여 텔아비브에서

교육영역의 군 개입을 시각화하는 거리 극장을 열었다 3일 동안 행

동이 이어진 독일에서는 6월 14일 언데드 복장을 입을 항의자들이 쾰

른에 있는 Herder 학교 앞에 나타났다 그들은 군대의 프로파간다를

전복시키는 내용을 담은 현수막를 들었다 이외에도 13일부터 15일

까지 가두 행진을 비롯하여 여러 활동이 있었다 남아프리카 요하네

스버그에서는 ldquo라스트 킹(The Last King of Scotland)rdquo 상영회가

열렸다 영화 상영 뒤에는 참가자들이 영화를 어떻게 느꼈고 그것이

현재와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관해 풍성한 토론이 벌어졌다 미국에

서는 워싱턴 시애틀에서 몇몇 단체들의 행동이 있었다 Garfield 고

등학교 앞에서 플랜카드와 피켓을 들었다 Garfield 고등학교는 지난

2005년 학부모 교사 학생 연합에서 신병모집관이 학교에서 환영받지

않는다고 언급했던 곳이다

한국에서는 올해 시작한 반군사주의 국제 행동의 날에 참여할 여

건이 되지 않아 지나쳤지만 다음 해 부터는 어떤 방식으로 참여 해

볼지 고민해 보면 좋겠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는 전쟁 lsquo기념rsquo

관으로 소풍을 가고 lsquo군기rsquo를 잡아 준다는 명목 아래 청소년들을 대

상으로 하는 무허가 해병대 캠프가 기승을 부리는 이 사회에서 교육

과 반군사주의를 고민하다보면 할 수 있는 행동들은 차고 넘쳐날 것

같다 미디어를 통해 학교 밖 교육 과정을 통해 우리는 여전히 군대

에 대한 잘못된 신화를 주입받고 있다 미디어의 영향력을 생각해 보

12 13평화주의자 노트

면 lt진짜 사나이gt가 방영하고 있을 때 나 혼자 보기 싫다고 TV채널

을 돌려 버리면 그만인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군사주의를 교육하며 군

대와 교육 학문 분야가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사회에 어떻게 함께 대

응하고 저항해 나갈 것인가 하는 고민이 필요하다 ldquo군대 갔다 와야

사람 된다rdquo는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사람을 한 순간에 사람이 아닌

존재로 만들어 버리는 무시무시한 말이 잘못되었다는 인식을 갖고 우

리 사회가 lt진짜 사나이gt와 같은 코너에 대해 경계할 수 있게 될 때

국방부와 관련된 과학 기술 연구 예산이 대신 교육이나 복지와 같은

곳에 쓰일 수 있을 때 병영 국가 만들기가 중단되는 때가 오기를 간

절히 고대해 본다 고등학교에서 단체로 갔던 해병대 캠프에서 다섯

명의 학생들이 죽음을 맞이하는 일은 더 이상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

전 세계에서 벌어진 반군사주의 행동의 날에 대한 더 자세한 상황

공유는 전쟁저항자 인터내셔널 리포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wwwwri-irgorgReportsDayOfAction

평화주의자 노트

현역입영예정일인 6월 24일 오후 2시 난 훈련소에 가지 않았다

나는 모든 억압과 착취 불평등과 부정의에 반대하는 사회주의자로서

의 신념에 따라 이런 결정을 내렸다 나는 이 소견서를 통해 내 신념

을 밝히고자 한다

교과서에선 모든 사람들에게 lsquo국방의 의무rsquo가 부과된다고 가르쳤

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형제와 가족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군

대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남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군대를 가야 한다고 말하고 군대에 가지 않는 것은 비겁한 일로 여긴

다 나 또한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겉모습만 봐선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어떤 것은 그 껍질

이 외부로부터 내용물을 보호하는 것처럼 보이기만 할 뿐 실제론 내

김무석 | 노동자연대학생그룹 활동가

나는 정의와 평화에 대한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다

14 15평화주의자 노트

용물을 가두기 위해 존재하는 것일 수도 있다

군대는 어떠한가 이 나라의 군대는 정말 평범한 민중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 아니면 평범한 민중을 억압하기 위해 존재하

는 것인가

나는 군대가 계급으로 나뉜 자본주의에서 소수 지배자가 다수 민중

을 억압하고 지배하기 위한 대표적인 억압 기구라고 생각한다

박정희의 군대는 1961년 516 군사정변을 일으켰다 1964년엔 베

트남 전쟁에 참전해서 미국의 민족 억압과 학살을 지원했다 1979년

10월 박정희의 유신독재에 항거해 부마항쟁이 벌어지자 군대는 대검

을 들고 민주주의를 외치는 시민들을 진압했다전두환 시절 군대는

1979년 1212 군사 반란을 일으켰고 1980년 517 쿠데타를 일으켰

다 518 광주 항쟁에서 발포해 시민들을 학살한 것도 이 나라의 군

대였다

이런 일들이 군사정권에서만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은 군사 정권이

끝난 뒤에도 군대의 역할이 크게 변하지 않은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3년 이 나라의 군대는 미국의 이라크 점령에

동원되었다 이 전쟁에서 미국은 수십만 명을 학살했고 2백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난민으로 만들었다 2006년 미군기지 이전에 반대한

평택 대추리의 주민들과 활동가들의 평화를 요구한 목소리는 군대의

군홧발에 무참히 짓밟혔다

강제로 동원되어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었던 사병들은 또 다른 희

생자들이었다 이처럼 군대는 평범한 민중의 이익과는 상관없이 소수

권력자들의 도구로 활용되어 왔다

지배계급의 도구

자본주의 체제의 권력자들이 군대를 이용한 목적은 두 가지였다

지배자들은 자국의 민중들을 억압하기 위한 수단으로 또한 타국과의

군사적 패권 경쟁을 위한 수단으로 군대를 이용했다

지배자들은 동의와 설득으로 지배를 유지하려고도 했지만 궁극적

으로는 군대 경찰 감옥과 같은 억압기구를 필요로 한다 군사정권

시절에는 이 폭력이 노골적으로 전면에 드러났다 이 나라에서 노동

자middot민중이 벌인 투쟁으로 이 억압기구들이 뒷켠으로 물러나긴 했다

그러나 평택 미군기지 이전 반대 시위 진압에 군대가 투입된 것이나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점거 파업에 경찰 특공대가 투입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지배자들은 결정적인 순간에 늘 폭력과 억압에 의존해 왔

지배자들은 지정학적 경쟁에서 우위에 서기 위해서도 군대를 활용

한다 베트남과 이라크에 파병된 군대는 미국의 점령과 학살을 도왔

고 이 나라의 지배자들은 파병을 통해 군사적 영향력을 높이려 했다

지배자들의 한미 동맹 전략은 지금도 전혀 변하지 않았다 박근혜 정

16 17평화주의자 노트

부는 첨단무기가 동원된 한미 합동군사훈련에 참가했고 미국이 중국

을 겨냥해 추진하고 있는 MD에 참여할 절차를 밟고 있다 MD 참여

는 이 나라가 미국과 중국의 군사적 갈등에 더 쉽게 휘말리는 위험천

만한 일이 될 수 있다 미국의 패권 강화의 발판이 될 제주해군기지는

건설 과정부터 주민들을 탄압해 lsquo제주해적기지rsquo라고 불렸다 주민과

활동가 성직자에게 가해지는 경찰들의 폭력은 용인됐고 여기에 저

항하는 사람들은 연행되고 벌금을 물고 구속되었다

난 이처럼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미국의 세계 패권 전략을 뒷받침

하고 자국의 민중을 억압하는 데 이용되는 이 나라의 군대에 입대하

기를 거부한다

무고한 젊은이들을 억압하고 희생시키는 군대

부와 권력을 독점한 권력자들은 소수이기 때문에 군대는 압도 다

수인 노동자와 민중의 자녀들로 구성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지배

계급은 군대를 통제하기 위하여 상명하복의 억압적 위계질서를 적용

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2013년 1월 30일 발표된 lsquo군 인권실태 연구

보고서rsquo에 따르면 85퍼센트의 응답자가 군대에서 구타당한 적이 있

다고 답했다 lsquo탈영 또는 자살하고 싶다rsquo는 생각이 들었다는 병사는

346퍼센트였으며 5년 간 실제로 자살한 군인의 숫자는 368명이었

최근 군대 내에서 가혹행위로 자살한 경우 국가유공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결정이 있었지만 이미 무고하게 희생된 젊은이들의 삶은 어

떤 것으로도 보상해줄 수 없다 lsquo국방의 의무rsquo를 준수하라고 앞장서

요구하는 권력자들은 역겹게도 정작 자신들의 자녀는 어떻게든 군대

에 보내지 않으려 한다 lt이제는 말할 수 있다gt의 lsquo신의 아들과의 전

쟁rsquo편(MBC2004)은 진짜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군대가 자신의

의무가 아니라는 것을 폭로했다

권력층과 부유층 예를 들면 재벌가의 병역 비리는 강력한 권력과

결탁되어 있기 때문에 건드릴 수 없었고 과거 광범위하게 이루어진

병역비리 군middot검 합동수사도 결국 내부 권력 -기무사와 군middot검찰-

이 좌절시켰다는 것이다

지배자들은 북한의 위협을 빌미로 군대와 안보 논리를 정당화해 왔

다 그러나 북한의 지배계급과 남한의 지배계급은 서로 적대적 경쟁

을 하면서도 서로의 존재를 정당화 해 왔다 반면 북한의 평범한 젊

은이들과 남한의 젊은이들은 그 과정에서 모두 희생되고 억압받는다

두 국가가 젊은이들을 군대에 동원하는 논리는 거울을 두고 마주보는

것 같이 똑같다 김정은 정권의 이해관계를 위해 젊은이들을 희생시

키는 군대와 박근혜 정권의 이해관계를 위해 젊은이들을 희생시키는

군대는 별로 다르지 않다

신념을 지키기

18 19기획기사 - 인트로

지금까지 평화주의적 종교적 정치적 신념에 의해서 병역을 거부

해 온 사람들이 1만 7천여 명에 이른다 각자의 신념은 달라도 그들

은 자신의 신념을 지키려고 감옥을 선택했다 나 또한 신념에 따른 행

동으로 감옥에 가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나는 감옥에

서 군대보다 더 큰 억압을 경험해야 한다는 것과 감옥에서 나온 뒤

에도 사회적 차별을 감내해야 한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따라서 lsquo감

옥을 선택한다rsquo는 것은 단지 군대인가 감옥인가 하는 선택을 넘어서

lsquo어떤 삶을 살 것인가rsquo하는 질문과 마주치는 과정일 수밖에 없었다

만약 내 삶의 목표가 이 체제가 강요하는 경쟁과 생존의 논리에 타

협한 삶을 사는 것이었다면 이런 선택을 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

러나 내 삶의 목표는 부조리와 모순에 가득 찬 이 사회의 변혁에 기여

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는 내 신념을 지키고 그에 따른 억압과 고통을

감내하는 선택을 할 수 있었다

나는 내가 겪을 모든 개인적 손해에도 불구하고 신념에 따라 이 나

라의 군대에 입대하길 거부한다

2013년 6월 25일 병역 거부를 선언하며

그동안 한국 사회운동은 주로 국가와 싸워왔습니다 덕분에 각 운

동영역에서 국가 기관을 상대하는 노하우는 많이 쌓여있습니다

법적으로는 어떤 절차를 활용할 수 있는지 국제적으로는 어떤 기

구들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지 국내에서 여론을 확산시키고 상

황을 알려내는 것은 어떻게 하면 좋은지 단체마다 나름의 방식들

이 있습니다

기업의 힘은 갈수록 거대해져 국가의 통제를 벗어나고 있습니

다과거에는 국가가 했던 나쁜 일들을 이제는 기업이 하고 있습니

다 국가는 그나마 선거 때 만이라도 국민들 눈치를 보거나 형식

적으로라도 주권자인 국민을 섬기는 척을 해야 하지만 기업은 다

릅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기업은 사회 곳곳에서 이윤 창출

을 위해 할 짓 못할 짓 가리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맞서는 우리의 운동은 아직 미약합니다 기업과 맞선

경험도 많지 않고 무얼 활용할 수 있는지 어떤 방법이 효과적인

지 알지 못합니다 이번 기획기사에서는 사회운동의 저항 상대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기업에 어떻게 하면 잘 맞설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담아봤습니다

기획기사 - 인트로

Intro-기업에 저항하기

20 21기획기사

기획기사

오리 | 전쟁없는세상 사무국

우리는 흔히 lsquo데모rsquo하면 비민주적 정부권력(법률 조직 시스템)에

저항하는 것을 떠올린다 하지만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비

단 우리가 우리 손으로 선출한 사람(기관)들에 의한 것만은 아니다

최근 기업들에 의한 횡포는 훨씬 심각해지고 있다 건강 안전 경제

적 안보 삶의 존재 자체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기업에는 나

의 가족 친구들처럼 좋은 사람들도 많이 일하고 있다 또 모든 기업

들이 개인들의 삶을 짓밟고 이윤을 착취하는 것도 아니다 가끔 나름

의 기준과 사회에 대한 사명감을 가지고 기업 활동을 하는 회사도 뉴

스에서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정말 대다수의 기업과 기업의 총수

들은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개인들을 희생시키는 일을 서슴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대의 (초국적)기업은 어떤 인간보다도 어떤

어떻게 기업에 저항할 것인가

정부보다도 더 큰 권력을 가지고 있다 그들이 작동되는 규칙은 오로

지 하나 lsquo이윤rsquo이다 삼성은 아직도 발암물질 노출에 따른 직업병과

업무연관성을 적극적으로 부인하고 있고 비인도적인 무기인 확산탄

을 만드는 한화와 풍산은 자신들은 정부에서 시키는 일이니까 한다며

왜 자기들 가지고 난리냐고 한다 현대중공업은 돈만 된다면 팔레스

타인 가옥을 부수는 것쯤은 별다른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는 것 같다

사실 지금처럼 기업을 향한 우리들의 행동이 절실한 적이 없다 이

미 전 세계에서는 우리 시대의 골리앗에 맞서는 근사한 행동들이 이

어지고 있고 어떤 경우는 골리앗을 상대로 작지만 아주 의미 있는 다

윗의 승리를 거두는 경우도 있었다 기업에 저항하는 운동은 20세기

중반기부터 시작되어 최근 수 십 년 간 노동조합 환경 사회정의 소

비자운동의 시민단체들에 의해 정교해졌다 기업에 저항하는 운동의

목표는 다양한 전략과 전술을 통해 기업의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이나

관행을 고발하여 기업이 이러한 행동이나 관행을 고치도록 하는 것이

다 단체들과 개인 활동가들은 기업에 저항하는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벌여왔으며 어떤 캠페인들은 수년간 지속되었고 다양한 결과를 낳았

다 보이콧 주주총회 행동 기업이미지 공격(기업브랜드에 초점을 맞

춘 접근방식 대중매체 이용) 등이 주로 이용되었던 전략들이고 최근

에는 기업들이 점차 초국적화 됨에 따라 기업감시 기업윤리 등등 기

업 연구 및 감시에 초점을 맞춘 소위 전문 NGO가 등장하고 정책 혹

은 법을 바꾸거나 도입하는 운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22 23기획기사

이렇게 운동이 발전하면서 이에 대응하는 기업의 양상도 계속 발전

해 왔다는 것은 별로 놀라울 것도 없는 사실이다 이른바 당근과 채찍

전략이라고 할 수 있는데 기업에 비판적인 활동을 벌이는 활동가들에

게 고소 고발을 남발하면서 한 편으론 자선 구호 사업에 대한 기업

의 기부를 강조하고 나무심고 우물파고 텔레비전 버스 잡지 등을

통해 떠들썩하게 자사 홍보영상을 내보내는 것이다 이들은 고가의

컨설팅 금액을 내고 노조활동가들과 지역운동가들을 어떻게 하면 말

려죽일까 전략을 고안하고 있다

우리가 기업에 저항하는 캠페인을 할 때 생각할 것은

- 기업은 사람이 아니다 사물 법인체이다

- 기업은 사적 소유물이 아니다 사람(대중)에 의해 사람(대중)에

복무하도록 창조된 것이다

- 기업은 권리를 갖지 않는다 권리를 갖는 것은 사람이다 기업은

lsquo기업에 어떻게 저항할 것인가rsquo 워크샵에 모인 사람들

오로지 사람들이 부여한 특권만을 가질 뿐이며 시민들은 이것을 다시

뺏을 수 있다

기업에 대항하기 위한 전략은 크게 두 가지

첫째는 데모(행동)를 조직하는 것

- 목표를 구체화 하기 우리는 한꺼번에 모든 걸 변화시킬 수 없

다 우리가 먼저 변화시키려고 하는 것은 무엇인가

- 우리 편 늘리기 어떻게 우리에 대한 지지를 확장해 나갈 것인

- 전략 세우기 우리의 힘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행동 고르기

둘째는 비지니스와 시장을 위한 공공의 규칙을 만드는 것

- 비즈니스와 시장에의 개입이 정당화 될 때는 언제인가 우리의

기본적인 인권을 지키고자 할 때 우리의 지갑을 지키고자 할 때 우

리의 안전을 지키고자 할 때 환경을 지키고자 할 때 노동자의 권리

를 보호하고자 할 때 시장원리가 도입되어야 할 때와 말아야 할 때에

관한 제한을 두어야만 할 때

- 어떻게 각종 규제 조치 공공의 이익에 복무하려 하는 기업들

에 금융혜택 주기 소비자운동의 활성화를 통한 기업 감시 정부가 기

업 통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 경우 사법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다 민사책임 형사책임 사기업vs공기업 여전히 뜨거운 논쟁의 대

상이나 의료 상수도 등의 우리 삶에 기본적인 부분들의 공공화 주장

- 세계화의 도전 우리의 운동 역시 어떻게 세계화 할 것인가

24 25기획기사

구체적으로는

- 기업의 돈줄을 죄기 민영화 반대middot시스템의 재사회화 지지 보

이콧middot지역상품(중소기업상품) 구매하기 기업에 대한 세금감면middot공

적자금 지원middot보조금 지급 등에 저항하기

- 선거민주주의 시스템 이용하기 기업이 선거자금을 대지 못하

도록 공공조달하기 기업의 이해를 대변하는 양당정치에서 벗어나기

유권자들의 손에 직접적인 결정권을 주는 주민발의middot국민투표 기업

의 권리와 정의를 제한하기 기업을 비호하는 법 철폐하기 지역사회

및 지역정부를 상대로 기업의 권리를 제한할 수 있는 현지 법령 만들

- 조직에 대한 공격 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미디어를 민주화시키

기 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대학들을 민주화시키기 국제적 기업화에

저항하기

- 노동자의 권리 주 30시간 노동제 불안전노동 철폐 등

- 인간의 얼굴을 한 기업의 쌩얼 까발리기

제2차 물전쟁 벡텔 VS 볼리비아 민중

1997년 세계은행은 볼리비아 정부가 가장 큰 도시 두 곳(El Alto

La Paz와 the city of Cochabamba)의 공공수자원시스템을 민영화

한다는 조건으로 물 인프라 구축을 위한 추가적인 원조를 제공하겠

다고 통지 1999년 9월 단 하나의 입찰자만으로 비밀리에 진행된 경

매에서 볼리비아 정부는 코차밤바(Cochabamba)의 상수도를 캘리

포니아의 초국적 엔지니어링 기업인 벡텔(Bechtel)에게 넘김 몇 주

내에 벡텔은 수도세를 50 이상 인상하였고 이는 코차밤바 물반란

(Cochabamba Water Revolt)이라 알려진 전 도시 반대저항을 촉발시

킴 2000년 4월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고 군대가 17세 소년 빅

토르 휴고 다자(Victor Hugo Daza)를 죽이고 100명 이상이 다치자

코차밤바 시민들은 물러서지 않았고 벡텔은 볼리비아를 떠나야만 했

음 18개월 후 벡텔과 공동투자자인 스페인 아벤고아(Abengoa)은 볼

리비아를 상대로 5000만 달러(한화 약 560억 원) 상당의 소송을 제

기 이후 4년 간 벡텔과 아벤고아는 계속되는 데모와 기업 이미지의

실추 5개 대륙으로부터 가해지는 공공의 요구 때문에 소송을 취하해

야만 했음 2006년 1월 19일 벡텔과 아벤고아의 대표단은 볼리비아

로 와서 2볼리비아노(한화 약 340원)의 일부지급으로 소송을 취하한

다는 합의서에 서명

캠페인의 당면한 목표는 간단 볼리비아 물소비자들이 벡텔에 수백

만 달러를 결제하도록 하지 않는 것 이것은 전략적 측면에서 애시당

초 벡텔-볼리비아 소송을 있게 한 세계은행의 정책 및 투자기관의 부

정의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것과 lsquo벡텔에 대항하는 투쟁을 이끈 그

룹rsquo(Coordinadora de Defensa del Agua y de la Vida)에 대한 지원

과 같은 더 넓은 목표를 포함하는 것 초기에 캠페인은 세계은행 재

판소에서 승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함 lsquo우리는 여론의 재

26 27기획기사

판소로 장소를 바꾸는 전략적 결정을 내렸다 NGO와 사회운동으로

서의 우리가 벡텔보다 더 큰 권력을 같는 곳이다 우리의 목표는 벡텔

이 항복하도록 설득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성공할 가능성이 더 많은

방법일 뿐만 아니라 성공하기에 더 나은 방법이었다 이것은 다른 많

은 기업들에 어떤 메시지를 전달한다 비록 너희가 세계은행의 재판

소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또 다른 전쟁을 준비하게 될

테니rsquo 벡텔과 같은 회사를 위한 규칙이 존재하는 재판소 대신 캠페

인은 결과에 대해 적은 통제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회사를 밀어 넣

은 셈 그 다음 단계는 소송을 계속 진행할지 포기할 지를 결정할 수

있는 회사의 의사결정자들을 알아보는 것 벡텔사는 네슬레나 나이

키 제너럴 일렉트릭과 다르게 보이콧을 할 수 있는 소비상품을 만들

지 않았음 비상장 회사이기 때문에 압력을 넣을 투자자도 존재하지

않음 그래서 캠페인은 CEO이자 회사 창업자의 증손자인 일리 벡텔

(Riley Bechtel)에게 초점을 맞추게 됨 캠페이너들은 그의 개인 메일

에 엄청난 양의 항의메일을 보내고 잡지 등을 통해 찾아낸 정보로 개

인으로서 그에 대한 프로필을 작성함 나중에 캠페인은 이 전략이 꽤

나 효과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됨 lsquo2볼리비아노에 사건을 합의보고

난 후 볼리비아 협상가가 얘기하기를 Riley Bechtel이 소송을 취하도

록 개인적으로 개입했다고 말했다rsquo

EOn의 스위치를 끄다 영국의 새로운 화석에너지에 대항한 투쟁

2006년 독일 에너지기업인 EOn은 새로운 화력발전소로 잉글랜

드 남동쪽 킹스노스(Kingsnorth) 화력발전소를 대체한다는 계획을

발표 2012년 건설을 시작해서 2015년 완공한다는 계획 기업의 타

이밍은 별로 좋지 않았는데 영국에서 풀뿌리 기후변화 운동이 빠르

게 성장하고 있었고 석탄을 태우는 새로운 거대한 시설은 그들이 영

국의 미래 에너지를 생각할 때 별로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았던 것 킹

스노스는 화력발전소에 대항하는 캠페인의 상징이 되었음 풀뿌리그

룹과 NGO들은 2년간의 캠페인을 벌임 캠페이너들은 온라인 선언

에서부터 대규모 시민불복종까지 다양한 행동들을 했고 어떤 행동에

서는 발전소를 완전히 폐쇄시키기도 하였음 2009년 말로 향하던 시

점 EOn은 Kingsnorth 발전소에 대한 계획을 보류하겠다 발표 영

국 정부는 lsquo이산화탄소 포집middot저장(전망이 밝은 미래 기술이나 현재

가동 중인 어떤 발전소에서도 성공적으로 이행된 적이 없음)rsquo 없이는

새로운 화력발전소 개발을 승인하지 않겠다고 발표

Kingsnorth 발전소의 확장을 막는 것은 핵심적이고 즉각적인 캠페

인의 목표 급속히 설장하고 있는 기후변화 운동과 기후변화에 대한

대중의 우려라는 맥락에서 Kingsnorth 캠페인은 또한 EOn과 같은

기업들이 벌어들이는 이윤이 바로 기후변화의 값을 치르는 것이라는

점을 부각시킴 캠페인은 기업을 직접적으로 상대한 대중 행동을 조

직했으나 영국 정부 또한 이차적인 목표였음 이 캠페인은 영국의 석

28 29기획기사

탄과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을 바꾸도록 하는 보다 커다

란 노력의 일부 또한 캠페인을 준비 중인 다른 화력발전소들이 더 있

었음 따라서 캠페인은 Kingsnorth 발전소가 지어지는 것을 막는 것

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프로젝트들도 더 이상 실행되지 못하게 하는

환경 관련 정책을 변화시키는 것이기도 했음 국가적인 에너지정책

에 더해 정부는 EOn의 계획을 승인하거나 거부할 권한을 갖고 있었

음 그리고 국가는 또한 영국에 lsquo이산화탄소 포집middot저장rsquo 시설을 짓

기 위해 에너지기업에 기금을 댈 수백만 달러 경쟁(EOn도 지원)을

담당하고 있기도 함 캠페인은 EOn의 계획에 대한 대중적인 반대를

구축하고 입증하는 운동의 중심 Camp for Climate Action이 그 시

기 내걸었던 것처럼 lsquo우리는 Kingsnorth 발전소의 건설을 중단시켜

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영국의 새로운 화력발전소를 중단시켜야 한

다 이것은 EOn을 중단시켜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들의 브랜드를

공략하라 그들의 작업을 방해하라 그리고 그들의 공급망을 겨냥하

라 우리는 EOn이 어디에서 활동하건 그들과 마주해야 한다rsquo 사

전 대책을 강구해 회사와 맞서는 것 이외에도 활동가들은 FA컵에 대

한 EOn의 스폰서쉽 대학에서 학생들을 모집하려는 EOn의 노력

Kingsnorth 발전소에 대한 여론을 환기하기 위해 가디언이 주최하는

기후변화회의에 대한 스폰서쉽 등 현존하는 기회들을 활용함

위 사례들은 lsquoThe Democracy Centerrsquo의 기업 캠페이너들을 위한 자료집 lsquoBeating Goliathrsquo의 자료 중 일부를 번역한 것임

이 글은 lsquo기업에 어떻게 저항할 것인가rsquo 워크숍에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황필규 변호사가 발표한 글과 내용을 정리한 글입니다

기획기사

1 인권의 초국가성과 다국적 기업

인권에 대해서 우리는 초국가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 인권은 네 가

지 측면에서 초국가적인 성격을 띤다

① 이슈의 초국가성 이주 난민 및 인신매매(국경과 국적이 한 국

가에 국한되지 않음) 다국적기업(활동 공간과 관련 주체) 등

② 구제수단의 초국가성 국내 구제절차 및 유엔인권기구 기타 국

제 인권기준에 입각한 구제 메커니즘 (유엔인권이사회 유엔인권조약

용석 | 전쟁없는세상 운영위원

기업의 인권 침해에 대응하기-법제도와 국제규약을 바탕으로

30 31기획기사

기구 OECD 다국적기업에 관한 가이드라인 등)

③ 인권 자체의 초국가성 국내아시아 법제 개선 및 소송 등에서

국제비교국내 인권법 연구조사의 필요성

④ 인권운동의 초국가성 국내아시아 공통 인권 이슈에 대한 공

동 대응 및 상호작용의 필요성

다국적 기업에 의한 인권 침해는 주로 가난한 나라들에서 일어나고

있다 다국적 기업의 공장이 있는 나라들은 대부분 국가의 기능이 약

하고 자원은 풍부하지만 독재자가 권력을 쥐고 있거나 무력충돌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국가 내 사법 시스템으로

인권 침해를 구제하기는 매우 어렵다

다국적 기업들이 일으키는 인권 문제는 노동 3권 무시 환경파괴

부정부패 강제(아동)노동 선주민의 권리 박탈 등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다국적 기업에게 국제인권기준을 강제할 국

제적 메커니즘은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다국적 기업과 해외 한국기

업의 현지 인권침해와 이에 대한 대응의 문제도 국내법 외국법 국제

사법 국제법 혹은 국제기준 등 모든 국내외 법제도가 적용되어야 하

고 국제적인 공동 활동이 필요한 전형적인 초국가적 인권 문제다

이 글에서는 인권의 초국가성을 바탕으로 다국적 기업에 의한 인

권침해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국내법과 국제법을 통한 방법들을 살펴

보고자 한다

2 국내 법제도의 활용

국내에서 다국적 기업이나 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저지른 인권

침해에 대응해서 취할 수 있는 법제도적인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

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는 것과 해당 기업에 대해서 민사적으로

책임을 묻는 것 그리고 형사적인 책임을 묻는 것이다

국가인권위 진정을 활용한 사례는 버마에서 가스개발사업 중에 한

국가스공사와 대우인터내셔널사의 인권침해에 대해 인권단체들이 국

가인권위에 진정한 사례(2008417)가 대표적이다

민사적인 책임은 그 기업이 연락사무소 혹은 지점일 때와 합작회

사거나 현지 법인일 때 대응 방식이 달라진다 연락사무소나 지점일

경우는 민사 소송을 하더라도 국제사법 절차에 따르지만 현지 법인

이나 합작회사일 경우에는 민법이 적용된다

인권침해를 한 기업이 다국적 기업의 현지 법인일 경우 현지 법인

은 법적으로 독립된 법인격이기 때문에 현지 법인의 잘못을 본사에

물을 수 없는 것이 법에서 원칙이지만 일정한 요건들을 충족시키면

본사에 민법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기업에 형사적인 책임을 묻는 일에 대해 살펴보자 형법 2조를 보

면 ldquo본법은 대한민국영역 내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과 외국인에게 적

용한다rdquo고 규정하여 속지주의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한편 형법

제3조는 ldquo본법은 대한민국영역 외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에게 적용한

32 33기획기사

다rdquo고 규정하여 속인주의를 보충적으로 채택하고 있다 속인주의로

접근하면 외국에서 인권침해 범죄를 저지른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을

형법으로 처리하기 쉬울 거 같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3 국제적 대응

OECD 다국적기업가이드라인(OECD Guidelines for Multinational

Enterprises)과 국내연락사무소(National Contact Point NCP) 이

의제기

OECD는 1976년 다국적 기업의 인권침해를 비롯한 비윤리적 활동

을 예방하고 침해에 대한 해결기준을 마련하기 위하여 lsquoOECD 다국

적기업 가이드라인rsquo을 제정한바 있다 이 가이드라인은 2001년 4차

개정시 다국적기업의 인권침해 등의 비윤리적 활동을 해결하기 위한

절차로서 이 가이드라인 승인국에 국내연락사무소(NCP National

Contact Point)를 두게 하였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 정부는 당시 산

업자원부 차관(현 지식경제부 제2차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외국인투

자실무위원회를 한국의 국내연락사무소로 지정하고 사무국을 산업

자원부 투자정책과(현 산업통상자원부 투자정책과)로 지정하였다

OECD 가이드라인은 제1부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 (개념 및 원칙

일반정책 정보공개 인권 고용 및 노사관계 환경 뇌물방지 소비

자 이익 과학 및 기술 경쟁 조세) 제2부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

이행절차(OECD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에 대한 이사회의 결정 절

차지침 이행절차에 관한 주석)으로 구성되어 있다 2011년 개정된

가이드라인은 인권에 관해 별도의 장을 두고 국제적으로 인정된 인권

프레임워크에 관한 소개 기업의 인권 존중 책임 국내법적 의무 등

인권에 관한 역할을 총 6가지로 규정하고 있다 이 개정된 가이드라

인은 유엔인권이사회의 기업과 인권 프레임워크 (보호 존중 구제)를

통합하고 세계인권선언 및 자유권middot사회권 규약 노동자 기본권에

관한 ILO 선언에서 설정한 권리를 존중할 것을 포괄적으로 천명하였

고 기업의 책임범주를 고용 및 노사관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공급

망(supply chain)을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에 관한 기업의 상당주의

의무(due diligence)를 강조하고 있다

lsquo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rsquo은 국내연락사무소의 활동을 위

한 핵심기준으로 기업계 노동계 NGO를 포함한 다른 이해당사자들

에게 가이드라인의 이행 및 국내연락사무소와 연관된 시설의 이용과

가이드라인을 홍보하도록 하는 가시성(Visibility) 이해관계자들의

접근을 촉진하도록 하는 접근용이성(Accessibility) 연락사무소 활동

결과의 대내외 공개를 뜻하는 투명성(Transparency) 일반대중이 연

락사무소에 관심을 갖을 수 있도록 그 소개를 적극적으로 해야 할 책

임성(Accountability)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연락사무소로

지정된 외국인투자실무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이 OECD 다국적기업 가

34 35기획기사

이드라인이 제시하는 핵심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형식적으로 운영

됨으로써 실제로 다국적 기업에 의한 인권침해를 예방하거나 구제하

는 역할을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유엔인권메커니즘 대응

유엔인권권고는 실체적인 측면에서 국내법적 효력을 가지는 국제

인권법에 근거한다 헌법에 의하여 체결middot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 따라서 유엔헌장

한국이 가입한 유엔인권조약 기타 인권 관련 조약 등과 관련 국제관

습법은 국내에서 직접적인 법적 효력을 가진다 따라서 이러한 국제

인권법은 인권과 관련하여 입법 사법 행정의 법적 근거가 되고 경

우에 따라서는 국내법을 해석하는 기준이 되거나 보완하는 역할을 수

행할 수도 있다1 예컨대 기존 법률 혹은 새로운 법률은 국제인권법과

배치되지 않도록 심사되고 국제인권법은 구체적인 재판규범으로 적

용된다 행정의 경우 국제인권법은 모든 행정작용의 기초가 될 뿐만

아니라 행정주체 혹은 공무원이 이를 어겼을 경우 국가배상 직무유

기 성실의무 위반 등 민형사상 책임과 법적 징계로 이어지게 된다

유엔인권권고는 절차적인 측면에서도 국내법적 효력을 가지는 국

1 황필규 ldquo국제인권기준에 비추어 본 한국 인권현실 유엔인권이사회 국가별 인권상황 정례검토 NGO보고서와 정부보고서 초안의 비교평가를 중심으로rdquo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법률가위원회 『2008년 제1차 인권세미나 국제인권현안과 국제인권법』 (2008 3 22) pp 1-2

제인권법에 근거한다 유엔인권이사회의 국가별 인권상황 정기검토

(UPR)와 특별절차의 경우 국내법적 효력을 가지는 유엔헌장 명문의

규정과 법적 기구인 유엔총회의 결의 등에 기초하고 있다 한편 인권

조약과 관련된 권고의 경우 권고의 주체인 조약기구의 구성과 임무

가 조약상 명문으로 규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그 권고가 이루어지

는 절차에 대하여도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다 따라서 국가보고서가

제출되고 유엔인권권고가 이루어지는 절차는 법률에 근거한 법적 절

차라고 볼 수 있다 유엔인권기구의 권고는 그 권고가 실체적middot절차

적 측면에서 국내에서 법적 구속력을 갖는 국제인권법의 명문의 규정

에 근거한다는 점에 비추어 곧바로 국내에서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

고 보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국내법과 명백히 배치되지 않는 한 충분

히 존중되고 그 취지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국내적으로 해석middot

적용되어야 한다2

유엔인권권고는 실체법middot절차법적으로 법률에 기초한 권고라는 점

외에도 lsquo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rsquo을 목적으로 하

는 헌법의 국제 협력 정신을 존중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국내적으로

이행되어야 한다 헌법재판소도 이러한 취지에서 유엔인권권고에 대

하여 설사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권고의 수용 권고의 이행 혹은

이행 노력의 약속은 국제법적으로는 조약에 의한 의무부담의 의사표

2 황필규 ldquo외국인의 인권과 차별금지rdquo 『인권과 정의』 제365호 (대한변호사협회 2007 1) p 49

36 37기획기사

시일 수 있다 유효한 모든 조약은 그 당사국을 구속하며 또한 당사국

에 의하여 성실하게 이행되어야 한다 어느 당사국도 조약의 불이행

에 대한 정당화의 방법으로 그 국내법 규정을 원용해서는 아니 된다

한편 이러한 약속은 국내법적으로는 법적 기관의 권고에 대한 의무부

담의 의사표시로서 행정작용의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비록 유엔인권

권고 자체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행정상 의사

표시에는 신뢰보호 원칙의 적용가능성 등 법적인 효과가 발생하게 된

다고 보아야 한다 한편 유엔인권권고가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등에

반영되는 경우 이는 행정계획의 일부로서의 법적 성질을 가지게 된

기획기사

기업과 국가는 다르다 둘의 가장 큰 차이는 그것의 주인이 누구이

냐 하는 데 있다 민주주의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다 비록 국가기구

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자는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을 장악한 소수의

엘리트일지 몰라도 적어도 헌법상 국가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렇다면 기업의 주인은 누구인가 주주 이사회 최고경영자

(CEO) 아니면 노동자 법적으로 주식회사의 주인은 회사 주식을 보

유한 주주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최고경영자나 이사회가 주주와 기

업을 지배하기도 한다 기업이 협동조합의 형태로 운영되거나 노조가

기업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 어쨌든 변함없는 사실

은 국가와 달리 기업의 주인은 아주 한정된 집단이라는 것이다

지우 | 전쟁없는세상 운영위원

기업에 저항하는 국내외 운동의 사례들

38 39기획기사

국정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물론 여기에도 lsquo시민권자rsquo라는 자

격 조건이 붙지만) 필요하다면 국가기관에 정보공개를 청구할 수도

있다 반면에 기업의 경영권은 외부자에게 불가침의 영역이며 기업에

관한 정보는 대부분 법에 의해 보호받는 lsquo보안사항rsquo이다 따라서 기

업에 저항하는 운동은 국가를 상대로 할 때와 다를 수밖에 없다 이

글에서는 국내외의 몇 가지 사례를 중심으로 기업에 저항하는 운동의

구체적인 방법들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소개할 것은 lsquo경제개

혁연대(구 참여연대 경제개혁

센터)rsquo의 소액주주운동이다

소액주주란 그 자체로는 중대

한 의사결정권을 갖기 어려울

만큼 낮은 지분의 주식을 소

유한 투자자를 의미한다 소액

주주운동은 취지는 대주주의 자의적인 경영을 감시해 투명하고 책임

있는 경영을 실현하는 데 있다 경영진의 불법행위에 대한 민middot형사

소송과 정부의 재벌middot금융정책에 대한 감시와 입법운동이 소액주주

운동의 주요 수단이다 1997년 제일은행을 시작으로 전개된 소액주

주운동은 삼성전자 SK텔레콤 현대중공업 등 핵심 재벌기업들을 상

대로 한 운동으로 발전해왔다

소액주주운동이 반드시 주주의 권익보호와 기업지배구조 개선만

경제개혁연대의 소액주주 운동

을 목적으로 할 필요는 없다 기업의 목적이 아무리 이윤 배당의 극대

화에 있다지만 그것이 주주들이 추구하는 가치의 전부는 아닐 것이

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소액주주운동은 보다 광범위한 사회적middot정치

적 운동의 수단으로 확대될 여지가 있다 미국의 사회운동가 알린스

키(Saul Alinsky)는 이러한 방법을 lsquo위임장 전술(proxy tactic)rsquo이라

고 불렀다 고용상의 차별철폐와 같은 공익이 이윤 극대화보다 더 중

요한 가치라고 여긴 주주들은 주주총회에서 자신의 주주권을 활동가

들에게 기꺼이 위임했고 이 전술은 1960년대 미국의 사회운동에 큰

획을 그었다

이처럼 기업의 직접적 이해관계자 혹은 내부자라 할지라도 사적인

이해관계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이와 관련하여 반도체 노동자

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lsquo반올림rsquo의 사례를 주목할 만하다 반도체

산업의 공정과 거기에 사용되는 물질 등은 기업의 내부정보인 데다가

전문 분야의 지식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활동가들이 사안에 접근하기

가 쉽지 않다 그래서 내부 조력자들의 제보가 운동이 큰 역할을 했다

고 한다 기업공시가 기업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공식

창구인 상황에서 내부 고발은 기업 감시의 없어서는 안 될 수단이다

lsquo좋은기업센터rsquo는 기업공시와 내부자 제보 외에도 지속가능성보고

서를 통해 기업을 감시하고 있다 지속가능성보고서란 기업이 지속가

능경영의 3대 축이라고 불리는 경제middot사회middot환경 분야의 지표를 공

개하는 보고서이다 기업공시처럼 의무화된 것은 아니지만 많은 대기

40 41기획기사

업이 국제 기준과 가이드라인에 따라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그중 가

장 널리 사용되는 기준이 글로벌 보고 계획(GRI)이다 운동은 지속가

능성보고서의 정보를 가지고 기업에 압력에 가할 수 있으며 보고서

에 누락된 사항이 있으면 이에 대한 설명을 요구할 수 있다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 관한 활동에는 어떤 게 있을까 lsquo국제

민주연대rsquo는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에 진출한 기업들의 노

동착취와 자원개발 문제에 관해 활동하고 있다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 대한 대응이 특히 어려운 이유는 기업과 정부 모두가 관심

이 없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대기업에나 적용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나마도 병원이나 학교를 지어주는 정도로

무마하려고 한다 한국 정부는 현지 주민과 노동자의 인권보다 자국

기업인의 이익 보호를 우선시하며 노조 탄압과 같은 문제는 해당 국

가에 떠넘긴다 관할권과 비용 문제 등으로 인해 사법 대응도 어렵다

하지만 해당 국가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기에 현지인들은 한국에서

의 연대를 절실히 요구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안은 지역적middot국제적

차원의 연대를 구축하여 해당 기업에 압력을 가하는 것이다 이는 외

국 정부나 국제기구의 힘을 빌린 것일 수도 있고 순수하게 비제도적

인 것일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상징적 시위나 보이콧과 같은 비

제도적 수단이 법적middot제도적 수단보다 효과적일 때도 있다 국가든

기업이든 권력의 궁극적 원천은 피지배민중에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고유한 경영권도 민중의 힘 앞에서는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

초국적기업의 횡포가 갈수록 심해지고 기업에 저항해야 할 사안이

점점 많아지는 상황에서 위와 같은 사례들과 방법에 대한 더 많은 연

구가 요구된다 한편 한국 사회는 기업에 대한 인식이 유달리 우호적

이고 기업에 저항하는 운동도 아직 대중에 친숙하지 않아 이에 대한

반발이 만만찮고 행동을 실행에 옮겼을 때 오히려 역효과가 나기도

한다 따라서 기업에 저항하는 국내외 운동의 사례들을 발굴하는 것

과 동시에 어떻게 하면 이러한 방법이 한국 사회에서 더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겠다

42 43리뷰-서평

리뷰-서평

양똘 | 출판노동자 + 전쟁없는세상 후원회원

lsquo실패rsquo를 함께 읽는 일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제목이다

나는 아나키스트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lsquo고백rsquo에 대해서는 좀 안다 제목에서

부터 알아챘어야 했는데 별 생각 없이

펼친 게 잘못이다 어떤 고백은 후회와

맞닿아 있다 하는 사람도 그렇지만 듣

는 사람에게도 그렇다 듣고 나서 후회

하는 고백들 듣지 말았어야 했는지도

모르는 이 책이 나한테 그랬다 아나키

스트에 대해 알기도 전에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부터 들어버렸고

나는 이제 아나키즘이라는 말을 들으면 반사적으로 이 고백이 생각날

것이다 고백은 처참했다 대단히 비극적인 드라마로서가 아니라 무

엇보다 비어 있어서 처참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나키즘에 대한 바

탕 지식이 있었다면 어려운 책들을 좀 읽어두었더라면 이 이야기가

다르게 읽혔을까 읽으면서 울 수도 있었을까 모르겠다 하지만 아

나키즘이라는 거대한 이념에 대해 알기 전에 어느 아나키스트 한 명

의 삶을 먼저 안다는 것 그 삶을 그럴듯한 평전이 아니라 허울 없는

자전적 만화로 lsquo고백 받는rsquo다는 것은 꽤 멋진 일이다 내가 만화 장

르에서 얻고자 하는 것은 주로 그런 부분이다 장황한 말들 삶을 포

장하려는 언어적인 관습들이 어느 정도 걷어내진 자리에 들어차는 것

은 침묵이다 침묵에서 고요한 진실을 읽어내는 것이 독자의 몫이고

이 만화도 역시나 그렇다 하는 얘기보다 안 하는 얘기가 훨씬 많다

서두가 왜 이렇게 주절주절 긴가 하면 이 책에 대해 서평이라고 쓸

만한 게 사실 별로 없기 때문이다 나도 고백을 좀 하고 가자면 독자

가 읽고 싶게 만들 만한 감상을 쓸 자신이 없다 하지만 느낀 것은 좀

있다 그 느낀 것이 너무 처량 맞은데 그게 또 lsquo진실rsquo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어 아이구 어떻게 되겠지 하고 시작한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안토니오 작가인 안토니오의 아들이 아버지의

수기를 보고 재구성한 형식인데 1인칭 시점을 택해 안토니오의 목소

리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그러니까 이것은 안토니오의 고백이면서

동시에 그의 고백이 아니기도 하다 안토니오 자신이었다면 이러한

자기 삶을 출판의 형태로 대중들에게 보일 수 없었을 거라고 짐작해

본다 자기 존재를 증명하려는 노력이 도리어 자기 존재를 부정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그는 아나키스트였지만 아나키스트의 고

44 45리뷰-서평

백은 그가 아나키스트가 아니었다고 말하고 있다 또는 아나키스트

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또는 모든 인간이 아나키스트라고

실제 그의 진심은 잘 모르겠다 이야기에서 lsquo나rsquo라고 하는 인물은

lsquo나rsquo가 아닌 것 같았기 때문에 그에게 물어볼 수도 없었다 이야기

내내 lsquo나rsquo가 lsquo나rsquo와 거리를 두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이것은 애초

설정 아들이 아버지 얘기를 대신 하고 있다는 전제를 잊어버리고 몰

입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진실로 lsquo나rsquo가 하는 얘기를 듣고 싶었다

그걸 기대하며 계속 읽어 나갔다

그렇다고 작가가 잘못했다는 것은 아니다 작가는 아버지를 lsquo나rsquo로

삼아 이 이야기를 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아버지는 요양시설에 갇

혀 있다가 자살을 했다 한번은 아들에게 죽여달라고 말한 적도 있다

아버지가 스스로 4층에서 뛰어내린 뒤에 아들은 아버지를 살려내야

만 했다 아버지의 구십 평생을 재구성한 이야기로 아버지가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아들로서 그렇게 해야 했을 것이다

아나키즘에 대해 몰라도 그것이 국가의 강제력을 원천부정 하는

것이고 막 혁명혁명 하는 것이고 짱돌을 들고 돌격하는 것이고 하

여튼 뭐 되게 센 거 라는 인상은 있었다 그런데 안토니오의 성격이

나 실제 삶은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땅을 늘리고 지켜내는 일

에만 관심이 있으며 폭력적이기까지 한 아버지와 형제들 사이에서 억

눌려 자랐다 지금 처한 곳이 지긋지긋하고 바보 같고 떠나고 싶었지

만 그래서 용감하게 시도도 했지만 실패했다 실패는 실패로 끝나지

않고 더 큰 것을 앗아갔다 유일한 친구의 죽음이 그것이었다 이러한

패턴의 실패는 그의 인생 전체에서 반복된다 혁명에 가담하고 lsquo납탄

동맹rsquo이라고 이름 붙인 동지들을 만나지만 혁명의 길은 실재하는 것

이기는 한지 아스라이 멀 뿐이고 가까이 잡히는 것은 오로지 동지의

죽음뿐이다 ldquo내 나이는 스물아홉이었다 청춘은 다 지났고 패배하

고 말았다는 자괴감이 들었다 당연하겠지만rdquo 스페인 피난민 행

렬에 끼어 프랑스의 생-시프리앵 해변으로 가면서 안토니오가 하는

생각이다 이때만 해도 나는 잠깐 힘을 냈다 이제 뭔가 반전이 펼쳐

지겠지 원래 해가 뜨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고들 하잖아 나 또한 지

금 스물아홉이고 청춘이 다 지났다는 그게 무엇인지 미처 먹어보지

도 못했다는 자각에 시달리고 있는 중이다 패배로 말할 것 같으면

그냥 맨날 하는 중이다 노동조합 활동이 그렇고 사람들과의 관계

일상생활 자아실현 거의 모든 면에서 그렇다 그래서 난 더더욱 저

구절에 희망을 걸었다 이제 진짜 아나키스트의 삶이 펼쳐지지 않겠

는가 그래야 이야기가 되지 않겠어

이 책은 자기계발서가 아니다 그 뒤로 펼쳐진 것은 전하고 비슷하

면서 동시에 전보다 더했다 갇혀 있다가 도망치고 다시 다른 곳에

갇히고 도망치고 그러는 사이사이 좋은 사람을 만나고 잃고 잃고

하는 식이었다 아 안토니오의 삶을 이렇게 간추려버리는 것이 정말

미안하다 근데 사실이 그렇다

해변에서 난민처럼 살다가 도망쳐 어느 농장에 강제로 보내진 안토

니오는 그 마을에서 자기 나이의 반도 안 되는 망아지 같은 여자애와

배가 맞아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안토니오는 이 시절이야말로 자기

46 47리뷰-서평

인생에서 가장 즐거웠던 시절이라고 단언한다 무려 lsquo행복rsquo이라는

낱말까지 써가면서 혁명의 이상과 가장 먼 곳에서 가장 행복했다는

것이 아니 그때만 유일하게 행복했다는 것이 뼈아프다 아마 그게 진

실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중반을 넘어가면서부터 lsquo추락rsquo은 본격화된다 그가 lsquo납

탄 동맹rsquo의 든든한 동지를 따라 lsquo사업rsquo에 발을 들이게 되기 때문이

다 돈이 엮이면 어떻게 흐르게 되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너무

지겹게 잘 알고 있다 그런 걸 이 만화에서까지 보고 싶지 않았는데

어쨌든 뛰어넘을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작가는 성실히 쓰고 있다

ldquo살아남으려면 체제에 맹목적으로 순응해야만 했다 단순히 지난

날의 이상을 버리면 되는 게 아니라 열렬한 신봉자가 되어야만 한다

는 것이다rdquo 세상을 뒤집어엎겠다는 큰 꿈만 버리고 lsquo보통rsquo으로 살

아가는 것은 가능하지 않았다 변절한 옛 동지들한테 뭐라고 할 것도

없이 안토니오는 속수무책으로 타락해간다 권력의 뒤통수를 치면서

자기가 권력을 꿰차고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를 두고 다른 욕망을 탐

하고 그러다 결국 자기도 뒤통수를 맞고 거지 신세가 된다 전복이니

혁명이니 하는 것은 꿈에서조차 등장하지 않고 lsquo속박rsquo을 견디지 못

하는 습성만 그놈의 lsquo아나키스트적인rsquo 것으로 남아서 그와 주변을 괴

롭힐 뿐이다

아 책이 채 반에 반도 남지 않았는데 안토니오는 예순 살이 되어

있었다 lsquo왕년에 혁명깨나 했지만 지금은 추한 빈털터리가 되어 아내

와도 끝내고 요양시설에 굴러들어온rsquo 예순 살이다 lsquo보통rsquo보다 못한

예순 살 나는 짜증이 나서 울고 싶었고 그만 읽을 뻔했다 하지만 끝

까지 읽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의 인생에서 마지막이자 유일한

lsquo승리rsquo는 그 뒤에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 승리가 자기 가슴에 붙어

실제로 내장을 갉아먹는 두더지를 떼어내버린 뒤에 스스로 스스로

의 죽음을 실행하는 것뿐이었다고 해도 그 과정을 꼭 지켜봐주었어

야 했다 왜냐하면 남 얘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오래전에 스페인

에서 살았다는 안토니오가 아무것도 개인을 억누르지 않는 자유로운

세상을 꿈꿨던 안토니오라는 사람이 대단하거나 멀게 느껴지지 않는

다 오히려 내가 내일도 마주치게 될 익숙한 사람들 중에 그 지친 얼

굴 하나하나에 안토니오가 보일 것 같다

제목에 속았다고 느꼈다 그런데 다 읽고 보니 작가는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 오히려 시작부터 진실을 말했다

ldquo그리고 또한 그분의 추락이 몇 초밖에 걸리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90년이라는 긴 시간이었다는 사실도 말이

다rdquo

이것은 lsquo추락rsquo에 관한 이야기라고 작가는 이미 알려주고 시작한

것이다 이것은 끝도 없는 추락의 이야기 이상을 가진 인간으로 태

어나서 실패하고 죽어간 이야기다 다시 말하지만 이 실패는 우리

모두가 나눠 먹고 있는 그 실패다 여기서 우리란 물론 우리 편을 말

한다 안토니오의 실패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 자기 가슴을

48 49기획연재-게임과 평화

뜯어먹는 두더지를 꿈에도 본 일이 없는 사람들 이 책이 음란하다고

lsquo청소년 유해매체rsquo 딱지를 붙인 사람들까지 말하는 것은 아니다 적

어도 lsquo우리rsquo는 안토니오라는 아나키스트의 아니 한 인간의 실패담

을 처음부터 끝까지 묵묵히 읽어갈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에도 불구하고 진짜 안토니오의 진짜 진실은

언제까지나 미지수로 남는다 그렇게 남겨야 한다 아무도 모르고 몰

라야만 하는 진실을 하나씩 가지고 있는 것이야말로 그가 그토록 되

고자 열망했던 lsquo개인rsquo일 것이기 때문이다 지우 | 전쟁없는세상 운영위원

게임을 통해 평화를 만드는 게 과연 가능할까 이 물음에 대한 답

을 대신하여 한 가지 게임을 소개하고자 한다

lsquo세계평화게임(World Peace Game)rsquo은 미국의 공립 초등학교 교

사 존 헌터(John Hunter)가 만든 대화형 게임이다 헌터는 1978년에

이 게임의 원형을 처음 만들었고 지금까지 세계를 돌아다니며 게임을

주최하고 있다 그의 활동은 lsquo세계평화와 4학년의 업적(World Peace

and Other 4th-Grade Achievements)rsquo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헌터는 2012년에 타임지가 선정한 교육

운동가 12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세계평화게임은 가로middot세로middot높이 4피트 크기의 4층짜리 아크릴

기획연재-게임과 평화

세계평화게임

50 51기획연재-게임과 평화

구조에서 진행되며 각 층은 바깥 우주와 대기 지표 해저를 상징한

다 거기에 경제력과 군사력이 서로 다른 4개 국가의 영토와 영공

육middot해middot공군 인공위성 잠수함 해저광산 등이 있다 (아무래도 이

아저씨가 숫자 4를 좋아하는 모양이다) 40여 명의 학생이 각국의 수

상 국무장관 국방장관 재무장관 감사원장 등을 맡아 내각을 구성

하고 역할 중에는 유엔이나 세계은행 무기상도 있다

게임의 목표는 이 가상세계에서 일어나는 민족 갈등 화학물질 누

출 핵 확산 물 분쟁 분리middot독립 운동 기근 동물의 멸종 지구온난

화와 같은 위기상황을 함께 해결하고 각국의 경제수준을 높이는 것

이다 학생들은 게임을 통해 권력과 파괴 전쟁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이해하고 장기적 계획과 전략을 세우는 법을 배운다

대화형(interactive) 게임이기에 엄밀하게 짜인 문서화된 규칙은 없

다 게임을 주도하는 것은 학생들이며 교사는 지켜보면서 상황을 정

세계평화게임을 하는 사람들

리하고 촉진하는 역할만 한다 헌터는 처음 교편을 잡았을 때 교사가

수업을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코 그래서는

안 된다는 믿음이 생겼다고 한다 그는 학생들의 집단지성이 자신보

다 훨씬 더 훌륭하다고 인정한다 헌터는 게임에서 실제로 일어난 몇

가지 흥미로운 사례를 소개한다

사례 1

한 학생이 가장 가난한 나라의 국방장관을 맡고 있었다 그 나라의

이웃에는 돈도 많고 기름도 풍부한 나라가 있었다 그런데 그 학생이

갑자기 수상의 명령도 어기고 인접국의 유전지역을 공격했다 학생은

그곳을 포위해 총 한 발 쏘지 않고 지역을 확보했다 인접국은 연료공

급이 차단되어 어떠한 군사행동도 취할 수 없었다 다른 아이들은 화

를 냈다

며칠 뒤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인접한 강대국이 전 세계를 점령

하기 위해 무력도발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학생은 사태의 추

이를 누구보다 먼저 파악하고 대규모 전쟁을 피하기 위해 소규모 전

쟁을 감행하는 냉철한 판단을 내렸던 것이다 학생들은 게임을 멈추

고 그의 판단이 옳았는지 조건에 따라 옳고 그름을 따져보는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사례 2

플라스틱 말로 표시되는 병사들이 전쟁에서 사망하면 군사령관이

52 53기획연재-게임과 평화

병사들의 가상의 부모에게 편지를 쓰는 시간을 가진다 한 번은 학생

의 제안으로 수업을 참관하던 학부모가 직접 편지를 읽게 되었다 편

지의 세 번째 줄을 읽으면서 학부모는 울음을 터뜨렸다 전투에서 병

사를 잃었다면 전쟁에서 승리해도 기쁘지 않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게

되었다 어떤 의미에서 모두가 전쟁에서 졌다는 사실을 말이다

사례 3

방과 후에 틈틈이 7주 동안 진행된 게임에서 세계은행의 재정정책

때문에 한 나라가 시작할 때보다 더 가난해졌다 (게임의 목표는 위기

상황을 해결하고 각국의 경제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게임을 마칠 시

간이 1분도 채 안 남았고 교실은 혼란에 빠졌다 소리를 지르거나 삿

대질을 하는 학생도 있었고 서류 뭉치를 흔들거나 교실을 뛰어다니

는 학생도 있었다

그때 한 학생이 종을 울리며 이렇게 말했다 ldquo세계은행이 모든 자

금을 끌어 모아서 모든 나라가 가난해졌습니다 지금 세계은행에는

6000억 달러가 있습니다 이 돈을 가난한 나라에 기부하려고 합니다

만약 그 나라가 이걸 수용하면 국가의 자산가치가 올라가고 그럼 우

리는 게임을 이기게 됩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rdquo 시간이 3초 정도

남았을 때였다 모두 그 나라의 수상만 바라보고 있었다 ldquo네rdquo 게임

은 이긴 것으로 끝났다

게임은 교과서와 다르다 게임에서 학습자는 lsquo평화란 무엇인가rsquo

라든지 lsquo평화를 어떻게 만드는가rsquo와 같이 주어진 문제에 대한 주어진

답을 저축하듯이 암기하지 않는다 문제를 만드는 것도 그에 대한 답

을 구성하는 것도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 자신과 동료들이다 이는 게

임의 본질이 바로 lsquo참여적 재현rsquo이라는 형식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

고 게임의 lsquo재미rsquo라는 요소가 이러한 참여를 유도한다 여기서 우리

는 맨 앞의 질문에 대한 모종의 답을 상상할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헌터의 말을 인용하며 글을 마친다

ldquo매 게임이 다릅니다 어떤 게임에서는 사회문제가 중요하고 어

떤 게임에서는 경제문제가 중요합니다 어떤 게임에서는 전쟁문제가

대두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부정하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그

게 인류의 현실이니까요 hellip 학생들은 무엇이 옳은 길인지 자기들만

의 방법으로 스스로 찾아냅니다 게임을 통해 저도 많은 것을 배웠습

니다 만약 학생들이 이 게임을 통해 비판적이고 창조적인 사고방식

을 배우고 세상을 이롭게 할 동력을 얻게 된다면 우리 모두를 구원할

지도 모릅니다 게임을 통해 배울 수만 있다면 말이죠rdquo

lsquo세계평화게임rsquo과 이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lsquo세계평화와 4학년의 업적rsquo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는 공식 페이지(httptheworldpeacegamecom)에서 얻을 수 있다

54 55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무기제로는 2013년 상반기 동안 13개 단체와 연대하여 국민연금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 캠페인은 확산탄과 같은 비

인도무기에 대한 금융기관의 투자가 중단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

으며 세부적으로는 ldquo1) 국민연금이 확산탄 생산기업인 한화 풍산에

투자를 철회한다rdquo ldquo2) 국민연금이 비인도무기 생산기업에 대한 투

자배재를 천명하는 윤리투자원칙을 제정한다rdquo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

왜 투자철회 캠페인인가 왜 국민연금인가

확산탄 캠페인에 있어 대상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확산탄의 수요자사용자인 국가이며 다른 한 축은 확산탄을 생산하는

박승호 | 무기제로 코디네이터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 경험 공유

기업들이다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캠페인의 요구가 확산탄을 전면적

으로 금지시키고 확산탄 오염지역을 정화하고 피해생존자들을 지원

하라는 것 등이 주를 이룬다면 기업을 대상으로 한 요구는 확산탄의

생산middot수출을 중단하라는 것이다

현재 한국 정부는 확산탄을 북한의 장사정포에 대응할 수 있는 핵

심전력으로 여기고 있으며 국제적인 확산탄 불법화 추세에도 불구하

고 확산탄을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무기제로는 국가를 대상으로 협약 가입을 촉구하는 캠페인보

다는 확산탄을 생산하는 기업이나 확산탄 생산을 지원하는 금융기관

에 대한 문제제기를 통해 확산탄에 대한 대중적 낙인화 효과를 불러

일으키는 것이 확산탄 금지운동에 더 효과적일 것이라 판단했다 하

지만 확산탄 생산기업인 한화와 풍산을 대상으로 어떤 캠페인을 벌여

도 이윤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기업이 윤리적인 비난만으로 핵심 사업

을 정리할 것 같지는 않았다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압박보다 더 효

과적인 방식은 바로 돈줄에 위협을 가하는 것이고 이 점에서 투자

철회 캠페인은 상대적으로 더 승산이 있는 캠페인이라는 판단이 있

었다 국민연금이 각각 한화 주식의 734(201112) 풍산 주식의

926(20129)를 보유하고 있는 확산탄 생산기업의 최대투자자라는

점 또 공적자금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있는 기관이라는 점 대

부분의 사람들이 월 일정액의 국민연금보험료 납부하고 있다는 점에

서 국민연금의 확산탄 투자 문제를 lsquo내 문제rsquo로 인식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국민연금이 투자철회 캠페인의 대상으로 결정되었다

56 57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무기제로의 과거 캠페인 경험을 통해서 볼 때 확산탄이 어떤 무기

인지 왜 확산탄이 금지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대중적 인식은 사실상

전무했다 확산탄이라는 특정한 무기를 금지하자는 캠페인의 슬로건

이 대중의 관심을 얻기 힘든 주제였다는 점에서 우리는 국민 대다

수가 자의든 타의든 월 일정액을 적립하고 있는 lsquo국민연금rsquo을 통해

lsquo당신의 돈이 국제적으로 금지된 무차별 살상무기를 만드는 데 쓰이

고 있다rsquo는 메시지를 전달해 사람들의 관심과 확산탄의 비인도성에

대한 낙인화를 동시에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해외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 사례

이번에 무기제로가 국민연금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을 진행한 것

은 해외에서 이미 성공적으로 진행된 투자철회 캠페인을 모델로 해서

기획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래에서는 무기제로가 참고했던 대

표적인 성공 사례 두 가지를 살펴보려 한다

- 네덜란드 연금기금 투자철회 사례

2007년 3월에 네덜란드 시사프로그램인 젬블라(Zembla)는 네덜란

드 유수의 연금기금이 확산탄 지뢰 등 비인도무기를 만드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 등 네덜란드 연금기금의 비윤리적 투자 문제

를 다룬 lsquoCluster bomb feelingrsquo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방영한

다 당시 방송을 통해 연기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게 된 대중의 분

노가 표출되면서 연기금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이 압력을 느끼게 되었

다 이에 다큐 제작 과정에 관여했던 시민단체인 팍스 크리스티(IKV

Pax Christi)는 다큐 방영 이후 연금 기관들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캠

페인을 시작하게 된다 금융기관들의 가장 큰 두려움이 ldquo사회적 이미

지 실추rdquo라는 점을 활용한 것인데 2011년 유럽 투자자들을 대상으

로 한 조사에서 거의 80의 투자자가 논란이 되는 무기에 대한 투자

가 명성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는 등 인식의

변화가 눈에 띄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2009년 팍스 크리스티는 페어핀(FairFin)과 공동으로 ldquo확산탄 세

계투자 공동의 책임rdquo 보고서를 발표했고 보고서 발표의 영향으로

연금 기금이나 금융기관들이 확산탄 생산기업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

는 사례가 발생한다 팍스 크리스티는 이뿐 아니라 정책 입안자들과

관계를 맺고 확산탄 투자 금지를 입법화하기에 나선다 2009년에 네

덜란드 의회가 확산탄 투자 금지 촉구 제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지

만 당시 과도 정부가 이를 거부했다 이후 확산탄금지협약 비준 등을

거치면서 상원에서 다시 한번 확산탄 투자 금지 제안이 상정되었고

2011년 말 정부가 이를 이행하기로 결정하면서 확산탄 투자 금지는

2013년 1월부터 효력을 발휘하게 되었다

주목할만한 점은 이 다큐가 방영되고 반향을 일으켰던 시점이 아직

확산탄금지협약이 체결되지 않은 시점이었다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경우는 다큐멘터리 방영으로 국민적 분노가 격화되면서 향후 확산탄

생산기업에 대한 연기금의 투자철회 결정뿐 아니라 네달란드가 확산

58 59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탄금지협약에 서명하는 등 확산탄을 전면적으로 금지시키는 데도 상

당한 영향을 미쳤다

- 영국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RBS) 투자 철회 사례

2011년 8월 앰네스티 영국지부가 팍스 크리스티 보고서를 바탕으

로 HSBC(홍콩middot상하이은행)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 등 주요 은행에

대한 투자 철회 캠페인(온라인 탄원)을 시작했다 캠페인 시작 1주일

만에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이 확산탄 투자를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밝

히게 된다 당시 이 은행은 앰네스티 회원들로부터 12000통의 이메

일을 받았으며 앰네스티가 진행하던 전국적인 광고 캠페인 등에 이

미지 손상을 두려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사례를 통해서 본 우리의 투자철회 캠페인

투자철회 캠페인은 기업들이 lsquo이미지rsquo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에

서 가능한 캠페인이다 위에서 다룬 두 사례는 각각 대중적인 영향력

을 가지고 있는 방송(네덜란드 시사프로그램 젬블라)과 시민단체(앰

네스티 영국지부)가 자국 금융기관(연금기금)이 국제적으로 큰 비난

을 받고 있는 비인도무기를 만드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으로 대중적인 단죄 또는 낙인화가 이루어지면서 자연스레

투자철회가 이어질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된 사례로 볼 수 있다 ldquo내

돈rdquo이 잔인한 무기를 만드는 데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림으로써 사

람들이 확산탄 문제를 ldquo내 문제rdquo로 인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

한 분위기가 형성되었을 때 해당 국가 내에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단체들이 이 문제를 공공의제로 만들어 냈고 이후 여론을 등에 업고

금융기관을 압박해 실제 투자철회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한국에서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진행된 캠페인은 아직 구체적인 성

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하지만 캠페인이 시작단계에 있으며 해외 사

례와 같이 대중적 영향력이 큰 매체가 이 문제를 다루는 등의 이슈 확

산의 계기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아직은 캠페인의 성과를 이야

기할 시점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또 대부분의 국가들이 확산탄금

지협약에 서명middot비준한 유럽의 경우와는 다르게 한국은 안보상의 이

유로 확산탄의 생산 배치를 고집하고 있으며 평화 무기 이슈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도도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 역시 감안해야 할 것이다

무기제로는 올해 12월 발표 예정인 ldquo확산탄 세계투자rdquo 보고서의

번역 발표 등 지속적 캠페인을 통해 국민연금의 확산탄 투자문제를

꾸준히 제기할 계획이며 적절한 타이밍에 대중적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내는 데 주력해 한화middot풍산에 대한 투자철회

및 확산탄에 대한 낙인화 등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참고httpstopclustermunitionsorghttpwwwstopexplosiveinvestmentsorghttpwzeroorg

60 61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기획연재-가람이의 좌충우돌 세상읽기

ldquo그건 저의 삶입니다rdquo

나름 | 전쟁없는세상 친구 + 스웨덴에서 공부하는 중

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ldquo대답하세요rdquo 아슬아슬하게 진행되던 그들의 대화 긴장이 최고

조에 이른다 대화가 중단되고 한 사람이 자리를 뜬다 그 사이 추궁

을 받던 이는 주위를 둘러본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고 어느 구석

자리에 멈춘다 시선이 고정된다 바로 자신에 관한 기사와 사진들을

발견한 것 벽에 빼곡히 붙어 있는 모습이 마치 수사 상황 같다 소리

를 쳤던 이가 돌아오고 그가 묻는다 ldquo이게 뭐죠rdquo ldquo그건 저의 일이

예요rdquo 추궁을 받던 이의 나직한 목소리 ldquo그건 저의 삶입니다rdquo 덴

마크 드라마 lt보운 (발음이 틀릴 수 있음)gt의 한 대목 덴마크 최초의

여성 총리를 그리고 있는 이 드라마는 첫 방영이 있고 1년 뒤 실제 여

성 총리가 등장하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문제의 대목은 이전 정부

에서 총리를 맡았던 여성이 선거를 앞두고 새로운 정당을 만들면서

시작된다 경제 정책을 담당할 인물을 영입했는데 옛소련의 간첩이었

62 63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대표의 측근이 검증을 하게 된다 이 측근은

소련 좌익 정당에서 일하다 자살한 여성에 대해 캐묻고 그 사람은 결

국 그 여성과의 관계를 비롯해 아픈 과거를 이야기하게 된다 이 장면

은 누군가의 삶에 대해 타인이 얼마나 쉽게 얘기하고 재단할 수 있는

지에 관해 생각하게 만든다 타인이 쉽게 말할 수 있는 그 무엇이 누

군가에게는 삶이요 상처다

누군가에게는

그렇다 타인에게는 그저 지시대로 하면 되는 일이 자신에게는 치

명적인 삶의 문제일 수 있다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 갈등의 연속이

다 최근 이 정도 수준은 아니지만 좀 복잡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주

제 넘게도 어떤 글을 외국어로 쓰고 있는데 유럽 학자와 미국 학자

사이에 끼어 고민이 된다 두 사람이 거의 정반대의 입장에서 글쓰기

에 관여하고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해 한 사람은 이쪽으로 가라고 하

는데 또 한 사람은 저쪽으로 가라고 한다 아직은 경력을 막 쌓기 시

작한 힘없는 나로서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다 두 사람 모

두 좋으신 분들이고 또 내게 중요한 역할을 할 분들이다 그런데 모

두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누구 장단에 맞춰야 할지 난감하

다 다른 점이 있다면 한 사람은 나의 가능성만을 보고 변함없는 신뢰

와 지지를 보여주었지만 또 한 사람은 그 정도는 아니라는 느낌 문

제는 나를 석연치 않게() 보는 듯한 이가 내 경력에서는 훨씬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나를 믿어주는 이의 방향에 맞

추기로 결정했는데 아무튼 쉽지 않은 문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깊이 고민하게 된 다른 문제가 있는데 바로

lsquo누구를 대상으로 이야기하는가rsquo에 관한 부분이다 어쩌다가 바다

건너에서 계속 있다 보니 나는 이쪽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야기를 해

오고 있다 이 사람들의 언어(주로 영어)로 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

는 이야기를 이 사람들 상황에 맞게 말이다 그런데hellip 이게 정말 내

가 원하는 일인가 잘 모르겠다 지금 굉장히 긴 분량의 또 다른 글을

쓰고 있는데 원래는 내가 비교적 잘 알고 있는 한국과 관련된 사건에

대해 얘기하려 했다 이 사건과 특별한 인연이 있고 관심도 많기 때문

이다 그런데 관계자는 특정 사건보다는 lsquo보편적인rsquo lsquo이론적rsquo 이야

기에 초점을 맞춰달라고 요구한다 그래야 이쪽 지역에서 읽히기 때

문이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이게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인가 내

가 정말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들은 누구인가 나는 누구를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는가 쉽게 답할 수 없는 물음들 그래도 나는 안다

적어도 당장은 먹고 사는 문제와 관련이 있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는 걸 물론 이런 고민은 나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바다건너에서

든 아니든)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누구나 살아가면서 어떤 식으

로든 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ldquo네가 행복해져야만helliprdquo

64 65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그런데 lsquo바다건너rsquo라는 부분에 뭔가 있는 것 같다 (나만의 착각

일 수 있지만) 외국에서 지내는 게 다른 사람들에게는 좀 괜찮게 보일

수 있지 않을까 뭔가 좀 있어 보이는 부끄럽지만 고백하건대 나 역

시 그런 생각을 전혀 안 했던 것은 아니다 뭔가 세련()된 것 같은

좀 달라보이는 어떤 면에서 (탈)식민 문제와 관련이 있다 그런데 직

접 생활하는 것은 역시 다르다 물론 철저히 나의 입장에서 그렇다는

이야기다 예컨대 자연환경도 좋고 구경갈 곳도 많은데 여행이나 휴

가를 가지 않느냐는 물음을 받곤 한다 그런데 가고 싶어도 일단 돈

이 없다(있어도 최대한 아껴야 한다) 방학 기간에 여기 저기 여행다

니는 유학생이나 현지인들 이야기를 들으면 나는 신기하기도 하고 부

럽기도 하다 에둘러 말하면 이 세상에 아름답거나 그렇지 않은 것은

없다 아름답게 느끼거나 그렇지 않게 느끼는 특정 맥락의 내가 있는

것이다 lt연애시대gt에도 나오지 않던가 ldquo네가 행복해져야만 이 세

상도 행복해진단다rdquo 그래서 서로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다 처음에

얘기한 드라마 장면 누구에게는 일이고 누구에게는 삶이다 뭔가를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될 이유

[나름대로 스웨덴 소식]

성소수자 탈의실 설치 (스웨덴 영문뉴스 lt로컬gt 2013 4 26)

스톡홀름에 있는 한 고등학교가 자신을 남성-여성으로 정체화하

지 않은 학생들을 위해 별도의 탈의실을 짓기로 했다 보도에 따르면

스웨덴에서는 첫 사례라고 한다 이 학교 학생위원회 관계자는 새로

운 탈의실은 사회의 젠더 규범에 불편해하는 학생들을 위한 것이라

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편 이 학교 선생님들은 수업 시간에 남성

(lsquo한rsquo)-여성(lsquo혼rsquo)을 넘어선 lsquo헨rsquo이라는 단어를 공식 사용하기도 하

고 학생들은 스톡홀름 성소수자 축제에 학생위원회 자격으로 참여한

첫 사례를 남기기도 했다

부유한 지역 적은 난민들 (스웨덴 국영 라디오 국제 2013 7

1)

스웨덴에서 예산이 많은 지역일수록 난민을 받는 데 소극적인 것으

로 나타났다 어느 일간지에 따르면 전국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 20

군데가 같은 수의 가장 부유한 지역들보다 5배 많은 난민을 받아들인

다고 한다 여기에 해당되는 부유한 지역들은 모두 현 정부의 보수 성

향 정당이 이끌어 가고 있다 이는 지난 5년 동안 스웨덴의 290개 지

역 단위를 비교한 결과다 관계자에 따르면 스웨덴 북쪽 지역으로 갈

수록 인구 부족 문제로 난민들이 환영을 받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66 67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효웅 | 병역거부자

일베한테 일베식으로 맞짱뜨기

일베충 종북게이다 좌빨 종북게이다

나님 네 다음 일베충

일베충 네 다음 종북게이

나님 나님이 종북게이라는 lsquo근거rsquo가 있음 주장하는 사람이 근거

를 제시해야 한다는 lsquo입증책임의 원칙rsquo도 모름 이 논리 종범아

일베충 요시 그럼 넌 내가 일베충이라는 근거는 있盧

나님 너한테 한 말 아니라 걍 혼잣말 한건데 내 발화의 지시대상

이 너라는 근거는 있盧

일베충 나한테 한 얘기잖아 이 종북게이야

나님 ㅇㅇ 인정 니 생긴 게 일베충같아서 일베충이라고 한 거임

얼굴에 써 있음

일베충 소설쓰지마라 ㅋㅋ 팩트 모르盧 내가 일베충이라는 팩트

를 대라 팩트를

나님 요시 니가 일베충이라는 lsquo최선의 설명으로서의 추론rsquo이라는

가설을 세워서 추론한 거임 나한테 종북게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lsquo현

상rsquo을 설명하기 위해서 너가 일베충이라는 lsquo가설rsquo을 세워 봤는데

ldquo니가 바로 일베충rdquo이기 때문에 ldquo따라서 나한테 종북게이라는 딱지

를 붙이는 것이다rdquo라는 현상이 아주 훌륭하게 설명력을 지닌 가설추

론이 되는 거임 원래 가설은 아무렇게나 세우는게 lsquo가설rsquo임 가설은

반증 가능성이 있는 게 당연하다고 포퍼가 그랬음 가설을 통해서 과

학과 범죄수사가 발전했음 만일 니가 일베충이 아니라면 너가 경쟁

가설을 주장하던가 내 추론에 문제가 있음을 제시하면 됨 왜 일베충

이라고 해서 찔림 도둑이 제 발 저림 일베충도 일베충이라는 말 듣

기가 부끄러움 너 포퍼가 누군지는 암

68 69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일베충 일베한다고 해서 다 무슨 사이코패스에 고인드립치는 패륜

아 인 줄 아냐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범하지 마라

나님 ㅋㅋㅋ요시 사이코패스에 패륜아라는 건 lsquo니가 한 말rsquo이고

lsquo니 생각rsquo임 내가 언제 너보고 사이코패스에 패륜아라고 했음 난

그냥 너가 일베한다는 lsquo사실rsquo을 진술문으로 말했을 뿐임 아 몰랐

네 너 사이코패스에 패륜아임

일베충 (ㅇㅂㅇ) 지금 일베충이라고 비하하는 거임 일베충이라는

말 자체에 비하가 있다

나님 자기들도 일베충이라고 자조적으로 비하하면서helliphellip

일베충 인권 좋아하는 감성팔이 인권쟁이들이 왜 우리의 인권은

도외시하는 거냐 북한 인권 군인 인권 일베충 인권

나님 일베충이 사람임 사람이 아니므니다

일베충 일베충도 사람이다 왜 사람이 아니냐

나님 lsquo일베충rsquo이라는 말은 일베를 하는 벌레라는 내포를 갖고 있

음 따라서 ldquo일베충은 벌레이다rdquo는 진리값이 항상 참인 분석명제이자

항진명제임 이 무식한 일베충아 그런데 ldquo일베충은 사람이다rdquo라고

한다면 그건 앞의 주어인 lsquo일베충rsquo에 이미 내포되어 있는 벌레라는

걸 부정하는 모순이 되는거임 이건 마치 ldquo삼각형은 동그라미이다rdquo

ldquo여성은 인간이 아니다rdquo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모순율에 어긋나

는 것임

일베충 (ㅇㅂㅇ) 인권 좋아하는 인권쟁이들이 우리들한테 인권이

없다니 역시 좌빨들은 이중성 쩌네 ㅋㅋㅋ모순 쩐다 위선자들 ㅋㅋ

ㅋㅋㅋ

나님 일베충이 그런 내포를 갖게 된 것은 공론장에서의 니들 행패

를 보고 내포가 그렇게 정해진 거임 억울하면 다시 태어나셈 근데

니가 인권이 뭔지는 아냐 어디 그래 lsquo인권rsquo의 정의가 뭐라고 생각

일베충 (ㅇㅂㅇ) 그건사전에 나와있다 ldquo사람이라면 누구나 누려

야할 권리rdquohelliphellip

나님 그런데 너님들은 왜 lsquo여성rsquo lsquo전라도rsquo 이런 사람들의 인권을

부정하고 비하하는 거임

일베충 일베라고 다 패륜아냐 성급한 일반화 모르盧 논리적 근

거를 대라

70 71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나님 아~그럼 여름 중에도 시원한 날이 며칠 있으니까 여름은 안

더운 거겠네 ㅋㅋㅋ 일베충 논리 보소 ㅋㅋㅋㅋ 너 말대로 일베의

lsquo모든rsquo회원이 그런 건 아닐 수도 있음 그러나 대다수가 그런 lsquo성

향rsquo을 갖고 있다면 성급한 일반화가 아니라 강한 통계적 귀납논증이

되는 거임 실지로 얼마 전 일베 게시물들의 키워드를 분석한 프로그

램 통계에 의하면 일베 사이트의 핵심 키워드들은 사회의 대다수 사

람들의 통념과 반대되는 게 맞는데 이 연가시야 사례가 많을수록

귀납논증은 강화되는 거고 너가 일반화라면 그렇지 않은 일베 회원

들이 더 많음을 니가 귀납적으로 논증을 해야 논파가 되는 거임 따라

서 ldquo일베충들은 대부분 사회적 낙오자에 학교에선 아싸고 생긴 건

베트남 쌀국수에 집에서 진격의 거인이나 보면서 연애 한 번 못해

보는 싸이코패스인데 사회적 약자들에 화풀이한다rdquo는 건 굉장히 강

한 귀납논증이 성립되는 거임 (ㅋㅋㅋ)

일베충 우리가 사회적 낙오자에 약자들에게 분풀이 한다는 팩트를

대라 팩트의 일베다 우리는 사실만을 얘기한다

나님 니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lsquo팩트rsquo에 대해서 너님들은 얼마나

알고 있음 너님 혹시 lsquo팩트rsquo가 뭔지는 암 사실과 사건 사태의 차

이점이 뭐임

일베충 0a 0

나님 ldquo쟤 성형수술했대rdquo ldquo너 전과자라며rdquo ldquo나 저번 시험에서

백점 맞았다~^^rdquo ldquo우리 집 50평이다 ^^rdquo ldquo우리 아들이 이번에 반

에서 1등했대요 호호호rdquo 이 문장들은 전부다 lsquo사실rsquo을 얘기하고 있

지만 이건 사실을 얘기하는 lsquo진술문rsquo이 아니라 비하하거나 잘난척

하는 lsquo행위rsquo를 하고 있는 lsquo수행문rsquo임 따라서 너님들이 이야기하고

있는 lsquo사실rsquo은 사실 해석과 반응 맥락에 따라서 굉장히 유동적인

것임 이처럼 사실인 척 위장하고 있는 문장들은 lsquo기술주의적 오류

(destriptive fallcy)rsquo임 또한 사실은 lsquo사물rsquo이 아니라 사물들의 연관

이라고 비트겐슈타인이 말한 것처럼 사실은 사실을 인식하고 말하는

사람의 주관에 달려있는 거임

일베충 전라도가 폭도였고 한국여자들이 성형하고 명품 밝히는 건

팩트다 이 멍청한 좌좀아 홍어들은 한반도를 떠나야하고 여자들은

삼일한(삼일에 한번씩 패야한다는 일베 용어)이라는 거다

나님 한국여성들의 명품 구매비율이나 성형비율이 높다는 lsquo사

실rsquo과 여성들을 패야한다는 lsquo당위rsquo가 어떤 관련이 있음 사실에서

어떻게 당위를 도출함 ldquo저 사람은 흑인이다rdquo라는 사실에서 ldquo따라

서 저 사람을 인종차별해야 한다rdquo라는 당위가 도출됨 ldquo너는 여자

다rdquo라는 사실로부터 ldquo따라서 너는 정숙해야한다rdquo라는 당위 도출되

지 않는 것처럼 이것 역시 철학자 GE 무어가 말한 lsquo자연주의적 오

류rsquo임 그러나 ldquo쟤 일베한다 따라서 박멸해야 한다rdquo는 만고산천에

72 73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불변하는 진리 이데아임 어디까지나 이런 논리나 철학은 사람한테

만 적용되므니다 이 살인 진드기야

일베충 (ㅇㅂㅇ) 광주사태가 홍어들 폭도였다는 거 역시 lsquo팩트rsquo

를 말한 거다 총들고 사람 죽이고 그게 잘한 거냐 이 씹선비야

나님 광주사태가 lsquo민주화운동rsquo이였다는건 공론장에서 의사소통적

논변에 근거한 합의를 통해 그 내포에 대한 일의적(一意的) 의미가 정

해진 사안임 너 혼자 민주화라는 용어를 lsquo홍어들의 폭동rsquo으로 재정

의하는 것은 이미 어느정도 사회적으로 통용된 내포를 너 혼자 바꿔

쓰는 lsquo은밀한 재정의의 오류rsquo이면서 동시에 lsquo자의적middot설득적 정의rsquo

인 거임 ldquo동성애자는 항문섹스만을 즐겨하는 에이즈 보균자이며 하

나님 앞에 죄인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rdquo라는 말이 동성애자에 대한

합의된 정의임 자기 혼자 쓰는 정의지 그리고 너희가 비하하는 전

라도 사람들은 전부다 폭도라던가 한국여자들은 명품에 성형에 환장

했다거나 하는 설명이 과학적이거나 팩트에 가까움 오히려 감정적

인 편견에 지나지 않는거 아님 통계 자료는 있음 논거 부재의 오

류 인신공격의 오류 은밀한 재정의의 오류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온갖 오류들의 향연임 이 애미 애비가 교육을 잘못시켜서 그 따위로

된 가정 교육 못 받은 일베충아

일베충 (ㅇㅂㅇ) 아아아아아우오오 씹선비 김치녀 홍어 홍어

나님 반사 ^^

일베충 (ㅇㅂㅇ) 우워워워좌좀 종북 좌빨 슨상님

나님 굴절 ^^

일베충 크어어어억 오유충 삼일한 김치녀 종특

나님 라고 말하는 놈 친일파 ^^

일베충 쩔뚜기 운지 하라보지 종북게이

나님 라고 말하는 놈 평생 쏠로 ^^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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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연정 박꽃님 박남식 박승호 박아름 박용희 박정경수 박지선 박창희 박채원 박태하

배사은 백가윤 보라 상우 서범석 설순일 소란 송명관 송병채 송준 송지혜 수하

숲이아 시와 신기현 신유아 신은재 신희권 아하 아침 아키오 안지환 양선화 양지혜

여문정 여옥 여은 여지우 염창근 오리 오성민오정록 오하린 오학준 우경환 우공

우완 우성섭 우지연 위양자 유은정 유현미 윤민순 윤정하 윤정화 윤지환 윤혜정

은국 은종복 은혜와평화교회 이갑수 이기영 이덕현 이비함 이상길 이선아

이선영 이선옥 이세현 이승규 이연희 이영롱 이용석 이재환 이준규 이준호 이현우

이희진 임재성 임태훈 장대환 장미희 장샤론 장정혜 장현진 전기화 전길수 전범준

전영욱 정상민 정우진 정인철 정주열 정출균 정혁 정현채 정혜윤 조명래 조은 조익진

조정의민 주관수 지은 진진 진현호 진흙 차명수 참새 채승우 최민아 최성진 타랑

편설란 하동기 하승우 한광주 한주훈 햄 홍수봉 홍수영 홍이 홍창욱 황명규 황예랑

2013년 5월1일 ~ 7월 31일

Page 6: 전쟁없는세상 소식지 38호(2013년 8월)

6 7평화주의자 노트

작은 것을 위한 분투가 필요한 이유

기존 규범을 문제 삼지 않고 그 안에서 약자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이중 메시지에 lsquo자발적으로rsquo 수갑을 채우는 행위다 사회

가 당연시하는 사유의 경로를 추적하는 것이 지성이고 운동이다

권력의 법칙을 해체(즉 인식)하지 않는 저항은 lsquo반칙rsquo lsquo불평불

만rsquo lsquo낙오자의 불복rsquo 심지어 lsquo역차별의 가해자rsquo라는 엉뚱한 비

난을 뒤집어쓴다 ― 정희진 같은 글

lsquo기준과 규율에 대한 승복이냐 불복이냐rsquo라는 이분법적 딜레마

를 넘어 이걸 누가 왜 정했는지를 묻는 것 모두가 동의하고 공감하

는 lsquo규칙rsquo(ne규율)을 다시 세우는 것 그리하여 일방적으로 정한 규

율과 처벌(보상)로 인해 발생하는 자기착취와 자기소모를 막아내는

것(표면적으로 행해지는 노동착취를 막아야 함은 물론이다) 우리의

노동조건을 바꾼다는 것은 이러한 과정을 전제에 두고 진행되어야 한

다는 걸 새삼 느낀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그것이 우

리를 배제하고 착취middot소모시킨다면 바꾸기 위해 분투해야만 한다는

것도 말이다

작은 것 하나에서 나를 휘두를 수 있는 권한을 쉽게 내주는 순간

프레임은 이미 저쪽에 유리하게 구성되는 듯하다 우리는 사소한 것

하나 내준 것이라 생각하지만 역으로 또 사소한 것 하나에도 쉽게 주

눅 들게 된다 이제 lsquo기준미달rsquo lsquo낙오자의 불복rsquo이라는 불명예와 그

동자들에게 앞으로 50쪽 이상씩을 보라고 하는 등 갑작스런 노동조

건의 변화가 있었다 그리하여 정시까지 출근을 못하는 노동자에게는

lsquo태도가 방만rsquo하다는 꼬리표가 붙여지고(사측의 당초 계획대로라면

분 단위의 임금도 삭감당하면서) 갑자기 늘어난 조업량에 문제를 제

기하면 lsquo회사의 경영난에 나 몰라라 하는 노동자rsquo라며 비난을 듣기에

이르렀다

이 규율과 기준에서 벗어나지 않도록(덫에 걸리지 않도록) 자신을

더 통제할 것인가 갈등을 감수하면서 이 규율과 기준 자체에 문제 제

기할 것인가 여기서 딜레마가 생긴다 한편으로는 나 역시 기준에서

크게 어긋나는 것 없이 잘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혹시나 내

가 이 기준에 부합할 능력이 부족해서이지는 않은지 스스로를 의심하

게 되기 때문이다 일견 내가 조금만 노력하면 별다른 갈등 없이 그

냥 넘어갈 수도 있을 것처럼 보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애초에 걸리는

놈들을 잡아내려 하는 선이 어디 유연하던가 한 달에 총합 10분 남

짓한 지각으로 관리자에게 불려가 lsquo경고rsquo를 받는가 하면 그게 누적

되어 경위서를 제출해야 했던 구성원도 생겨났다 눈 밖에 나면 정해

진 점심시간에서 2분 남짓하게 늦게 들어와도 허용되는 법이 없다

lsquo경고rsquo까지는 아니더라도 빈정거리는 상사의 핀잔을 감내해야 한

다 이 모든 게 lsquo부당rsquo하다는 생각은 들어도 입 밖으로 부당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누가 왜 정해 놓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칼같이

정해진 선이기 때문이다

8 9평화주의자 노트

로 인한 위축감을 넘어 나를 저들 멋대로 휘두를 수 있는 어느 것 하

나 쉽게 내주지 않는 데서 보람과 의미를 찾아보려 한다 저들이 작은

것 하나를 정하더라도 우리의 눈치를 보게 되고 노동자들 대하길 어

려워할수록 lsquo우리rsquo의 싸움은 성공한 게 될 것이다

현재도 그린비출판사 노동조합은 lsquo출퇴근기록rsquo을 둘러싼 문제로 1

년 넘게 싸우는 중이다 지금까지 그래 왔듯 쉽게 내주진 않을 것이

다^^

평화주의자 노트

요즘 MBC예능프로그램 lsquo일요일 일요일 밤에rsquo에서는 연예인들이

군대 체험을 하는 lt리얼 입대 프로젝트 ldquo진짜 사나이rdquogt라는 코너가

한창 방영 중이다 한국의 군사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까지 등

장해 군대에 적응해가는 모습을 보여 주며 lsquo군대를 다녀온 남자가 진

짜 남자rsquo라는 신화를 전국구 방송으로 유포시키고 있다 한국은 과거

에 전쟁을 준비하는 훈련을 교육 과정 속에 편입시켜 진행한 전력이

있다 남성들은 군복 비슷한 옷을 입고 총을 들고 훈련을 받고 여성

들은 붕대 싸매는 방법을 배웠다는 교련 과목은 이미 사라진 지 몇 년

이 지났지만 한국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아직도 병영 국가임을 더 공

고히 하는 lsquo교육rsquo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 6월 14일은 반군사주의 국제 행동의 날이었다 반군사

숲이아 | 전쟁없는세상 운영위원

lsquo병영국가 만들기rsquo에 저항하기-반군사주의 국제 행동의 날 소식

10 11평화주의자 노트

주의 국제 행동의 날은 전쟁저항자 인터내셔널 (War Resisterrsquo

s Internatoinal)에서 2013년부터 조직한 캠페인이다 반군사주의 국

제 행동의 날은 특히 교육과 연구에 있어 반군사주의를 요구하는 것

을 목표로 삼았다 전 세계 많은 곳에서 군은 교육제도에 상당한 존재

감와 영향력을 갖고 있다 이런 군의 존재와 영향력은 군대가 학교를

방문해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것에서 수업을 진행하는 것 모험 활동

을 운영하고 수업 자료를 지원하는 것까지 그리고 사관학교부터 군

사 연구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것에까지 이른다 군이 교육에 참여

하는 두 가지 주요 목적은 젊은 사람들을 군대로 끌어들이는 것과 함

께 정책의 도구로써 전쟁과 전쟁준비를 정상화시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균형 잡힌 논쟁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왜냐하면 분쟁 해결에

대한 대안적인 관점에는 군대처럼 똑같은 특권적인 접근이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군사연구는 많은 공립대학의 과학 공

학 기술 학과에서 이루어지는 연구에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이렇게

군대와 전쟁을 위한 연구들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한편 사회적으로 더

유용한 연구들은 뒷전이 되기 일쑤다

올해에는 남아프리카 독일 이스라엘 인도 등 최소 11곳이 넘는

나라에서 피켓팅 거리 연극 워크샵과 같은 여러 가지 다양한 활동이

펼쳐졌다

이스라엘에서는 뉴 프로파일(New Profile) 평화를 위한 여성 연

대 (Womenrsquos Coalition for Peace) 미국친우봉사회(American

Friends Service Committee )세 개 단체가 연대하여 텔아비브에서

교육영역의 군 개입을 시각화하는 거리 극장을 열었다 3일 동안 행

동이 이어진 독일에서는 6월 14일 언데드 복장을 입을 항의자들이 쾰

른에 있는 Herder 학교 앞에 나타났다 그들은 군대의 프로파간다를

전복시키는 내용을 담은 현수막를 들었다 이외에도 13일부터 15일

까지 가두 행진을 비롯하여 여러 활동이 있었다 남아프리카 요하네

스버그에서는 ldquo라스트 킹(The Last King of Scotland)rdquo 상영회가

열렸다 영화 상영 뒤에는 참가자들이 영화를 어떻게 느꼈고 그것이

현재와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관해 풍성한 토론이 벌어졌다 미국에

서는 워싱턴 시애틀에서 몇몇 단체들의 행동이 있었다 Garfield 고

등학교 앞에서 플랜카드와 피켓을 들었다 Garfield 고등학교는 지난

2005년 학부모 교사 학생 연합에서 신병모집관이 학교에서 환영받지

않는다고 언급했던 곳이다

한국에서는 올해 시작한 반군사주의 국제 행동의 날에 참여할 여

건이 되지 않아 지나쳤지만 다음 해 부터는 어떤 방식으로 참여 해

볼지 고민해 보면 좋겠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는 전쟁 lsquo기념rsquo

관으로 소풍을 가고 lsquo군기rsquo를 잡아 준다는 명목 아래 청소년들을 대

상으로 하는 무허가 해병대 캠프가 기승을 부리는 이 사회에서 교육

과 반군사주의를 고민하다보면 할 수 있는 행동들은 차고 넘쳐날 것

같다 미디어를 통해 학교 밖 교육 과정을 통해 우리는 여전히 군대

에 대한 잘못된 신화를 주입받고 있다 미디어의 영향력을 생각해 보

12 13평화주의자 노트

면 lt진짜 사나이gt가 방영하고 있을 때 나 혼자 보기 싫다고 TV채널

을 돌려 버리면 그만인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군사주의를 교육하며 군

대와 교육 학문 분야가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사회에 어떻게 함께 대

응하고 저항해 나갈 것인가 하는 고민이 필요하다 ldquo군대 갔다 와야

사람 된다rdquo는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사람을 한 순간에 사람이 아닌

존재로 만들어 버리는 무시무시한 말이 잘못되었다는 인식을 갖고 우

리 사회가 lt진짜 사나이gt와 같은 코너에 대해 경계할 수 있게 될 때

국방부와 관련된 과학 기술 연구 예산이 대신 교육이나 복지와 같은

곳에 쓰일 수 있을 때 병영 국가 만들기가 중단되는 때가 오기를 간

절히 고대해 본다 고등학교에서 단체로 갔던 해병대 캠프에서 다섯

명의 학생들이 죽음을 맞이하는 일은 더 이상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

전 세계에서 벌어진 반군사주의 행동의 날에 대한 더 자세한 상황

공유는 전쟁저항자 인터내셔널 리포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wwwwri-irgorgReportsDayOfAction

평화주의자 노트

현역입영예정일인 6월 24일 오후 2시 난 훈련소에 가지 않았다

나는 모든 억압과 착취 불평등과 부정의에 반대하는 사회주의자로서

의 신념에 따라 이런 결정을 내렸다 나는 이 소견서를 통해 내 신념

을 밝히고자 한다

교과서에선 모든 사람들에게 lsquo국방의 의무rsquo가 부과된다고 가르쳤

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형제와 가족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군

대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남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군대를 가야 한다고 말하고 군대에 가지 않는 것은 비겁한 일로 여긴

다 나 또한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겉모습만 봐선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어떤 것은 그 껍질

이 외부로부터 내용물을 보호하는 것처럼 보이기만 할 뿐 실제론 내

김무석 | 노동자연대학생그룹 활동가

나는 정의와 평화에 대한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다

14 15평화주의자 노트

용물을 가두기 위해 존재하는 것일 수도 있다

군대는 어떠한가 이 나라의 군대는 정말 평범한 민중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 아니면 평범한 민중을 억압하기 위해 존재하

는 것인가

나는 군대가 계급으로 나뉜 자본주의에서 소수 지배자가 다수 민중

을 억압하고 지배하기 위한 대표적인 억압 기구라고 생각한다

박정희의 군대는 1961년 516 군사정변을 일으켰다 1964년엔 베

트남 전쟁에 참전해서 미국의 민족 억압과 학살을 지원했다 1979년

10월 박정희의 유신독재에 항거해 부마항쟁이 벌어지자 군대는 대검

을 들고 민주주의를 외치는 시민들을 진압했다전두환 시절 군대는

1979년 1212 군사 반란을 일으켰고 1980년 517 쿠데타를 일으켰

다 518 광주 항쟁에서 발포해 시민들을 학살한 것도 이 나라의 군

대였다

이런 일들이 군사정권에서만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은 군사 정권이

끝난 뒤에도 군대의 역할이 크게 변하지 않은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3년 이 나라의 군대는 미국의 이라크 점령에

동원되었다 이 전쟁에서 미국은 수십만 명을 학살했고 2백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난민으로 만들었다 2006년 미군기지 이전에 반대한

평택 대추리의 주민들과 활동가들의 평화를 요구한 목소리는 군대의

군홧발에 무참히 짓밟혔다

강제로 동원되어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었던 사병들은 또 다른 희

생자들이었다 이처럼 군대는 평범한 민중의 이익과는 상관없이 소수

권력자들의 도구로 활용되어 왔다

지배계급의 도구

자본주의 체제의 권력자들이 군대를 이용한 목적은 두 가지였다

지배자들은 자국의 민중들을 억압하기 위한 수단으로 또한 타국과의

군사적 패권 경쟁을 위한 수단으로 군대를 이용했다

지배자들은 동의와 설득으로 지배를 유지하려고도 했지만 궁극적

으로는 군대 경찰 감옥과 같은 억압기구를 필요로 한다 군사정권

시절에는 이 폭력이 노골적으로 전면에 드러났다 이 나라에서 노동

자middot민중이 벌인 투쟁으로 이 억압기구들이 뒷켠으로 물러나긴 했다

그러나 평택 미군기지 이전 반대 시위 진압에 군대가 투입된 것이나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점거 파업에 경찰 특공대가 투입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지배자들은 결정적인 순간에 늘 폭력과 억압에 의존해 왔

지배자들은 지정학적 경쟁에서 우위에 서기 위해서도 군대를 활용

한다 베트남과 이라크에 파병된 군대는 미국의 점령과 학살을 도왔

고 이 나라의 지배자들은 파병을 통해 군사적 영향력을 높이려 했다

지배자들의 한미 동맹 전략은 지금도 전혀 변하지 않았다 박근혜 정

16 17평화주의자 노트

부는 첨단무기가 동원된 한미 합동군사훈련에 참가했고 미국이 중국

을 겨냥해 추진하고 있는 MD에 참여할 절차를 밟고 있다 MD 참여

는 이 나라가 미국과 중국의 군사적 갈등에 더 쉽게 휘말리는 위험천

만한 일이 될 수 있다 미국의 패권 강화의 발판이 될 제주해군기지는

건설 과정부터 주민들을 탄압해 lsquo제주해적기지rsquo라고 불렸다 주민과

활동가 성직자에게 가해지는 경찰들의 폭력은 용인됐고 여기에 저

항하는 사람들은 연행되고 벌금을 물고 구속되었다

난 이처럼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미국의 세계 패권 전략을 뒷받침

하고 자국의 민중을 억압하는 데 이용되는 이 나라의 군대에 입대하

기를 거부한다

무고한 젊은이들을 억압하고 희생시키는 군대

부와 권력을 독점한 권력자들은 소수이기 때문에 군대는 압도 다

수인 노동자와 민중의 자녀들로 구성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지배

계급은 군대를 통제하기 위하여 상명하복의 억압적 위계질서를 적용

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2013년 1월 30일 발표된 lsquo군 인권실태 연구

보고서rsquo에 따르면 85퍼센트의 응답자가 군대에서 구타당한 적이 있

다고 답했다 lsquo탈영 또는 자살하고 싶다rsquo는 생각이 들었다는 병사는

346퍼센트였으며 5년 간 실제로 자살한 군인의 숫자는 368명이었

최근 군대 내에서 가혹행위로 자살한 경우 국가유공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결정이 있었지만 이미 무고하게 희생된 젊은이들의 삶은 어

떤 것으로도 보상해줄 수 없다 lsquo국방의 의무rsquo를 준수하라고 앞장서

요구하는 권력자들은 역겹게도 정작 자신들의 자녀는 어떻게든 군대

에 보내지 않으려 한다 lt이제는 말할 수 있다gt의 lsquo신의 아들과의 전

쟁rsquo편(MBC2004)은 진짜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군대가 자신의

의무가 아니라는 것을 폭로했다

권력층과 부유층 예를 들면 재벌가의 병역 비리는 강력한 권력과

결탁되어 있기 때문에 건드릴 수 없었고 과거 광범위하게 이루어진

병역비리 군middot검 합동수사도 결국 내부 권력 -기무사와 군middot검찰-

이 좌절시켰다는 것이다

지배자들은 북한의 위협을 빌미로 군대와 안보 논리를 정당화해 왔

다 그러나 북한의 지배계급과 남한의 지배계급은 서로 적대적 경쟁

을 하면서도 서로의 존재를 정당화 해 왔다 반면 북한의 평범한 젊

은이들과 남한의 젊은이들은 그 과정에서 모두 희생되고 억압받는다

두 국가가 젊은이들을 군대에 동원하는 논리는 거울을 두고 마주보는

것 같이 똑같다 김정은 정권의 이해관계를 위해 젊은이들을 희생시

키는 군대와 박근혜 정권의 이해관계를 위해 젊은이들을 희생시키는

군대는 별로 다르지 않다

신념을 지키기

18 19기획기사 - 인트로

지금까지 평화주의적 종교적 정치적 신념에 의해서 병역을 거부

해 온 사람들이 1만 7천여 명에 이른다 각자의 신념은 달라도 그들

은 자신의 신념을 지키려고 감옥을 선택했다 나 또한 신념에 따른 행

동으로 감옥에 가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나는 감옥에

서 군대보다 더 큰 억압을 경험해야 한다는 것과 감옥에서 나온 뒤

에도 사회적 차별을 감내해야 한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따라서 lsquo감

옥을 선택한다rsquo는 것은 단지 군대인가 감옥인가 하는 선택을 넘어서

lsquo어떤 삶을 살 것인가rsquo하는 질문과 마주치는 과정일 수밖에 없었다

만약 내 삶의 목표가 이 체제가 강요하는 경쟁과 생존의 논리에 타

협한 삶을 사는 것이었다면 이런 선택을 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

러나 내 삶의 목표는 부조리와 모순에 가득 찬 이 사회의 변혁에 기여

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는 내 신념을 지키고 그에 따른 억압과 고통을

감내하는 선택을 할 수 있었다

나는 내가 겪을 모든 개인적 손해에도 불구하고 신념에 따라 이 나

라의 군대에 입대하길 거부한다

2013년 6월 25일 병역 거부를 선언하며

그동안 한국 사회운동은 주로 국가와 싸워왔습니다 덕분에 각 운

동영역에서 국가 기관을 상대하는 노하우는 많이 쌓여있습니다

법적으로는 어떤 절차를 활용할 수 있는지 국제적으로는 어떤 기

구들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지 국내에서 여론을 확산시키고 상

황을 알려내는 것은 어떻게 하면 좋은지 단체마다 나름의 방식들

이 있습니다

기업의 힘은 갈수록 거대해져 국가의 통제를 벗어나고 있습니

다과거에는 국가가 했던 나쁜 일들을 이제는 기업이 하고 있습니

다 국가는 그나마 선거 때 만이라도 국민들 눈치를 보거나 형식

적으로라도 주권자인 국민을 섬기는 척을 해야 하지만 기업은 다

릅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기업은 사회 곳곳에서 이윤 창출

을 위해 할 짓 못할 짓 가리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맞서는 우리의 운동은 아직 미약합니다 기업과 맞선

경험도 많지 않고 무얼 활용할 수 있는지 어떤 방법이 효과적인

지 알지 못합니다 이번 기획기사에서는 사회운동의 저항 상대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기업에 어떻게 하면 잘 맞설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담아봤습니다

기획기사 - 인트로

Intro-기업에 저항하기

20 21기획기사

기획기사

오리 | 전쟁없는세상 사무국

우리는 흔히 lsquo데모rsquo하면 비민주적 정부권력(법률 조직 시스템)에

저항하는 것을 떠올린다 하지만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비

단 우리가 우리 손으로 선출한 사람(기관)들에 의한 것만은 아니다

최근 기업들에 의한 횡포는 훨씬 심각해지고 있다 건강 안전 경제

적 안보 삶의 존재 자체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기업에는 나

의 가족 친구들처럼 좋은 사람들도 많이 일하고 있다 또 모든 기업

들이 개인들의 삶을 짓밟고 이윤을 착취하는 것도 아니다 가끔 나름

의 기준과 사회에 대한 사명감을 가지고 기업 활동을 하는 회사도 뉴

스에서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정말 대다수의 기업과 기업의 총수

들은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개인들을 희생시키는 일을 서슴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대의 (초국적)기업은 어떤 인간보다도 어떤

어떻게 기업에 저항할 것인가

정부보다도 더 큰 권력을 가지고 있다 그들이 작동되는 규칙은 오로

지 하나 lsquo이윤rsquo이다 삼성은 아직도 발암물질 노출에 따른 직업병과

업무연관성을 적극적으로 부인하고 있고 비인도적인 무기인 확산탄

을 만드는 한화와 풍산은 자신들은 정부에서 시키는 일이니까 한다며

왜 자기들 가지고 난리냐고 한다 현대중공업은 돈만 된다면 팔레스

타인 가옥을 부수는 것쯤은 별다른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는 것 같다

사실 지금처럼 기업을 향한 우리들의 행동이 절실한 적이 없다 이

미 전 세계에서는 우리 시대의 골리앗에 맞서는 근사한 행동들이 이

어지고 있고 어떤 경우는 골리앗을 상대로 작지만 아주 의미 있는 다

윗의 승리를 거두는 경우도 있었다 기업에 저항하는 운동은 20세기

중반기부터 시작되어 최근 수 십 년 간 노동조합 환경 사회정의 소

비자운동의 시민단체들에 의해 정교해졌다 기업에 저항하는 운동의

목표는 다양한 전략과 전술을 통해 기업의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이나

관행을 고발하여 기업이 이러한 행동이나 관행을 고치도록 하는 것이

다 단체들과 개인 활동가들은 기업에 저항하는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벌여왔으며 어떤 캠페인들은 수년간 지속되었고 다양한 결과를 낳았

다 보이콧 주주총회 행동 기업이미지 공격(기업브랜드에 초점을 맞

춘 접근방식 대중매체 이용) 등이 주로 이용되었던 전략들이고 최근

에는 기업들이 점차 초국적화 됨에 따라 기업감시 기업윤리 등등 기

업 연구 및 감시에 초점을 맞춘 소위 전문 NGO가 등장하고 정책 혹

은 법을 바꾸거나 도입하는 운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22 23기획기사

이렇게 운동이 발전하면서 이에 대응하는 기업의 양상도 계속 발전

해 왔다는 것은 별로 놀라울 것도 없는 사실이다 이른바 당근과 채찍

전략이라고 할 수 있는데 기업에 비판적인 활동을 벌이는 활동가들에

게 고소 고발을 남발하면서 한 편으론 자선 구호 사업에 대한 기업

의 기부를 강조하고 나무심고 우물파고 텔레비전 버스 잡지 등을

통해 떠들썩하게 자사 홍보영상을 내보내는 것이다 이들은 고가의

컨설팅 금액을 내고 노조활동가들과 지역운동가들을 어떻게 하면 말

려죽일까 전략을 고안하고 있다

우리가 기업에 저항하는 캠페인을 할 때 생각할 것은

- 기업은 사람이 아니다 사물 법인체이다

- 기업은 사적 소유물이 아니다 사람(대중)에 의해 사람(대중)에

복무하도록 창조된 것이다

- 기업은 권리를 갖지 않는다 권리를 갖는 것은 사람이다 기업은

lsquo기업에 어떻게 저항할 것인가rsquo 워크샵에 모인 사람들

오로지 사람들이 부여한 특권만을 가질 뿐이며 시민들은 이것을 다시

뺏을 수 있다

기업에 대항하기 위한 전략은 크게 두 가지

첫째는 데모(행동)를 조직하는 것

- 목표를 구체화 하기 우리는 한꺼번에 모든 걸 변화시킬 수 없

다 우리가 먼저 변화시키려고 하는 것은 무엇인가

- 우리 편 늘리기 어떻게 우리에 대한 지지를 확장해 나갈 것인

- 전략 세우기 우리의 힘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행동 고르기

둘째는 비지니스와 시장을 위한 공공의 규칙을 만드는 것

- 비즈니스와 시장에의 개입이 정당화 될 때는 언제인가 우리의

기본적인 인권을 지키고자 할 때 우리의 지갑을 지키고자 할 때 우

리의 안전을 지키고자 할 때 환경을 지키고자 할 때 노동자의 권리

를 보호하고자 할 때 시장원리가 도입되어야 할 때와 말아야 할 때에

관한 제한을 두어야만 할 때

- 어떻게 각종 규제 조치 공공의 이익에 복무하려 하는 기업들

에 금융혜택 주기 소비자운동의 활성화를 통한 기업 감시 정부가 기

업 통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 경우 사법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다 민사책임 형사책임 사기업vs공기업 여전히 뜨거운 논쟁의 대

상이나 의료 상수도 등의 우리 삶에 기본적인 부분들의 공공화 주장

- 세계화의 도전 우리의 운동 역시 어떻게 세계화 할 것인가

24 25기획기사

구체적으로는

- 기업의 돈줄을 죄기 민영화 반대middot시스템의 재사회화 지지 보

이콧middot지역상품(중소기업상품) 구매하기 기업에 대한 세금감면middot공

적자금 지원middot보조금 지급 등에 저항하기

- 선거민주주의 시스템 이용하기 기업이 선거자금을 대지 못하

도록 공공조달하기 기업의 이해를 대변하는 양당정치에서 벗어나기

유권자들의 손에 직접적인 결정권을 주는 주민발의middot국민투표 기업

의 권리와 정의를 제한하기 기업을 비호하는 법 철폐하기 지역사회

및 지역정부를 상대로 기업의 권리를 제한할 수 있는 현지 법령 만들

- 조직에 대한 공격 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미디어를 민주화시키

기 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대학들을 민주화시키기 국제적 기업화에

저항하기

- 노동자의 권리 주 30시간 노동제 불안전노동 철폐 등

- 인간의 얼굴을 한 기업의 쌩얼 까발리기

제2차 물전쟁 벡텔 VS 볼리비아 민중

1997년 세계은행은 볼리비아 정부가 가장 큰 도시 두 곳(El Alto

La Paz와 the city of Cochabamba)의 공공수자원시스템을 민영화

한다는 조건으로 물 인프라 구축을 위한 추가적인 원조를 제공하겠

다고 통지 1999년 9월 단 하나의 입찰자만으로 비밀리에 진행된 경

매에서 볼리비아 정부는 코차밤바(Cochabamba)의 상수도를 캘리

포니아의 초국적 엔지니어링 기업인 벡텔(Bechtel)에게 넘김 몇 주

내에 벡텔은 수도세를 50 이상 인상하였고 이는 코차밤바 물반란

(Cochabamba Water Revolt)이라 알려진 전 도시 반대저항을 촉발시

킴 2000년 4월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고 군대가 17세 소년 빅

토르 휴고 다자(Victor Hugo Daza)를 죽이고 100명 이상이 다치자

코차밤바 시민들은 물러서지 않았고 벡텔은 볼리비아를 떠나야만 했

음 18개월 후 벡텔과 공동투자자인 스페인 아벤고아(Abengoa)은 볼

리비아를 상대로 5000만 달러(한화 약 560억 원) 상당의 소송을 제

기 이후 4년 간 벡텔과 아벤고아는 계속되는 데모와 기업 이미지의

실추 5개 대륙으로부터 가해지는 공공의 요구 때문에 소송을 취하해

야만 했음 2006년 1월 19일 벡텔과 아벤고아의 대표단은 볼리비아

로 와서 2볼리비아노(한화 약 340원)의 일부지급으로 소송을 취하한

다는 합의서에 서명

캠페인의 당면한 목표는 간단 볼리비아 물소비자들이 벡텔에 수백

만 달러를 결제하도록 하지 않는 것 이것은 전략적 측면에서 애시당

초 벡텔-볼리비아 소송을 있게 한 세계은행의 정책 및 투자기관의 부

정의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것과 lsquo벡텔에 대항하는 투쟁을 이끈 그

룹rsquo(Coordinadora de Defensa del Agua y de la Vida)에 대한 지원

과 같은 더 넓은 목표를 포함하는 것 초기에 캠페인은 세계은행 재

판소에서 승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함 lsquo우리는 여론의 재

26 27기획기사

판소로 장소를 바꾸는 전략적 결정을 내렸다 NGO와 사회운동으로

서의 우리가 벡텔보다 더 큰 권력을 같는 곳이다 우리의 목표는 벡텔

이 항복하도록 설득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성공할 가능성이 더 많은

방법일 뿐만 아니라 성공하기에 더 나은 방법이었다 이것은 다른 많

은 기업들에 어떤 메시지를 전달한다 비록 너희가 세계은행의 재판

소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또 다른 전쟁을 준비하게 될

테니rsquo 벡텔과 같은 회사를 위한 규칙이 존재하는 재판소 대신 캠페

인은 결과에 대해 적은 통제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회사를 밀어 넣

은 셈 그 다음 단계는 소송을 계속 진행할지 포기할 지를 결정할 수

있는 회사의 의사결정자들을 알아보는 것 벡텔사는 네슬레나 나이

키 제너럴 일렉트릭과 다르게 보이콧을 할 수 있는 소비상품을 만들

지 않았음 비상장 회사이기 때문에 압력을 넣을 투자자도 존재하지

않음 그래서 캠페인은 CEO이자 회사 창업자의 증손자인 일리 벡텔

(Riley Bechtel)에게 초점을 맞추게 됨 캠페이너들은 그의 개인 메일

에 엄청난 양의 항의메일을 보내고 잡지 등을 통해 찾아낸 정보로 개

인으로서 그에 대한 프로필을 작성함 나중에 캠페인은 이 전략이 꽤

나 효과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됨 lsquo2볼리비아노에 사건을 합의보고

난 후 볼리비아 협상가가 얘기하기를 Riley Bechtel이 소송을 취하도

록 개인적으로 개입했다고 말했다rsquo

EOn의 스위치를 끄다 영국의 새로운 화석에너지에 대항한 투쟁

2006년 독일 에너지기업인 EOn은 새로운 화력발전소로 잉글랜

드 남동쪽 킹스노스(Kingsnorth) 화력발전소를 대체한다는 계획을

발표 2012년 건설을 시작해서 2015년 완공한다는 계획 기업의 타

이밍은 별로 좋지 않았는데 영국에서 풀뿌리 기후변화 운동이 빠르

게 성장하고 있었고 석탄을 태우는 새로운 거대한 시설은 그들이 영

국의 미래 에너지를 생각할 때 별로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았던 것 킹

스노스는 화력발전소에 대항하는 캠페인의 상징이 되었음 풀뿌리그

룹과 NGO들은 2년간의 캠페인을 벌임 캠페이너들은 온라인 선언

에서부터 대규모 시민불복종까지 다양한 행동들을 했고 어떤 행동에

서는 발전소를 완전히 폐쇄시키기도 하였음 2009년 말로 향하던 시

점 EOn은 Kingsnorth 발전소에 대한 계획을 보류하겠다 발표 영

국 정부는 lsquo이산화탄소 포집middot저장(전망이 밝은 미래 기술이나 현재

가동 중인 어떤 발전소에서도 성공적으로 이행된 적이 없음)rsquo 없이는

새로운 화력발전소 개발을 승인하지 않겠다고 발표

Kingsnorth 발전소의 확장을 막는 것은 핵심적이고 즉각적인 캠페

인의 목표 급속히 설장하고 있는 기후변화 운동과 기후변화에 대한

대중의 우려라는 맥락에서 Kingsnorth 캠페인은 또한 EOn과 같은

기업들이 벌어들이는 이윤이 바로 기후변화의 값을 치르는 것이라는

점을 부각시킴 캠페인은 기업을 직접적으로 상대한 대중 행동을 조

직했으나 영국 정부 또한 이차적인 목표였음 이 캠페인은 영국의 석

28 29기획기사

탄과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을 바꾸도록 하는 보다 커다

란 노력의 일부 또한 캠페인을 준비 중인 다른 화력발전소들이 더 있

었음 따라서 캠페인은 Kingsnorth 발전소가 지어지는 것을 막는 것

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프로젝트들도 더 이상 실행되지 못하게 하는

환경 관련 정책을 변화시키는 것이기도 했음 국가적인 에너지정책

에 더해 정부는 EOn의 계획을 승인하거나 거부할 권한을 갖고 있었

음 그리고 국가는 또한 영국에 lsquo이산화탄소 포집middot저장rsquo 시설을 짓

기 위해 에너지기업에 기금을 댈 수백만 달러 경쟁(EOn도 지원)을

담당하고 있기도 함 캠페인은 EOn의 계획에 대한 대중적인 반대를

구축하고 입증하는 운동의 중심 Camp for Climate Action이 그 시

기 내걸었던 것처럼 lsquo우리는 Kingsnorth 발전소의 건설을 중단시켜

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영국의 새로운 화력발전소를 중단시켜야 한

다 이것은 EOn을 중단시켜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들의 브랜드를

공략하라 그들의 작업을 방해하라 그리고 그들의 공급망을 겨냥하

라 우리는 EOn이 어디에서 활동하건 그들과 마주해야 한다rsquo 사

전 대책을 강구해 회사와 맞서는 것 이외에도 활동가들은 FA컵에 대

한 EOn의 스폰서쉽 대학에서 학생들을 모집하려는 EOn의 노력

Kingsnorth 발전소에 대한 여론을 환기하기 위해 가디언이 주최하는

기후변화회의에 대한 스폰서쉽 등 현존하는 기회들을 활용함

위 사례들은 lsquoThe Democracy Centerrsquo의 기업 캠페이너들을 위한 자료집 lsquoBeating Goliathrsquo의 자료 중 일부를 번역한 것임

이 글은 lsquo기업에 어떻게 저항할 것인가rsquo 워크숍에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황필규 변호사가 발표한 글과 내용을 정리한 글입니다

기획기사

1 인권의 초국가성과 다국적 기업

인권에 대해서 우리는 초국가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 인권은 네 가

지 측면에서 초국가적인 성격을 띤다

① 이슈의 초국가성 이주 난민 및 인신매매(국경과 국적이 한 국

가에 국한되지 않음) 다국적기업(활동 공간과 관련 주체) 등

② 구제수단의 초국가성 국내 구제절차 및 유엔인권기구 기타 국

제 인권기준에 입각한 구제 메커니즘 (유엔인권이사회 유엔인권조약

용석 | 전쟁없는세상 운영위원

기업의 인권 침해에 대응하기-법제도와 국제규약을 바탕으로

30 31기획기사

기구 OECD 다국적기업에 관한 가이드라인 등)

③ 인권 자체의 초국가성 국내아시아 법제 개선 및 소송 등에서

국제비교국내 인권법 연구조사의 필요성

④ 인권운동의 초국가성 국내아시아 공통 인권 이슈에 대한 공

동 대응 및 상호작용의 필요성

다국적 기업에 의한 인권 침해는 주로 가난한 나라들에서 일어나고

있다 다국적 기업의 공장이 있는 나라들은 대부분 국가의 기능이 약

하고 자원은 풍부하지만 독재자가 권력을 쥐고 있거나 무력충돌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국가 내 사법 시스템으로

인권 침해를 구제하기는 매우 어렵다

다국적 기업들이 일으키는 인권 문제는 노동 3권 무시 환경파괴

부정부패 강제(아동)노동 선주민의 권리 박탈 등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다국적 기업에게 국제인권기준을 강제할 국

제적 메커니즘은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다국적 기업과 해외 한국기

업의 현지 인권침해와 이에 대한 대응의 문제도 국내법 외국법 국제

사법 국제법 혹은 국제기준 등 모든 국내외 법제도가 적용되어야 하

고 국제적인 공동 활동이 필요한 전형적인 초국가적 인권 문제다

이 글에서는 인권의 초국가성을 바탕으로 다국적 기업에 의한 인

권침해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국내법과 국제법을 통한 방법들을 살펴

보고자 한다

2 국내 법제도의 활용

국내에서 다국적 기업이나 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저지른 인권

침해에 대응해서 취할 수 있는 법제도적인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

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는 것과 해당 기업에 대해서 민사적으로

책임을 묻는 것 그리고 형사적인 책임을 묻는 것이다

국가인권위 진정을 활용한 사례는 버마에서 가스개발사업 중에 한

국가스공사와 대우인터내셔널사의 인권침해에 대해 인권단체들이 국

가인권위에 진정한 사례(2008417)가 대표적이다

민사적인 책임은 그 기업이 연락사무소 혹은 지점일 때와 합작회

사거나 현지 법인일 때 대응 방식이 달라진다 연락사무소나 지점일

경우는 민사 소송을 하더라도 국제사법 절차에 따르지만 현지 법인

이나 합작회사일 경우에는 민법이 적용된다

인권침해를 한 기업이 다국적 기업의 현지 법인일 경우 현지 법인

은 법적으로 독립된 법인격이기 때문에 현지 법인의 잘못을 본사에

물을 수 없는 것이 법에서 원칙이지만 일정한 요건들을 충족시키면

본사에 민법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기업에 형사적인 책임을 묻는 일에 대해 살펴보자 형법 2조를 보

면 ldquo본법은 대한민국영역 내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과 외국인에게 적

용한다rdquo고 규정하여 속지주의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한편 형법

제3조는 ldquo본법은 대한민국영역 외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에게 적용한

32 33기획기사

다rdquo고 규정하여 속인주의를 보충적으로 채택하고 있다 속인주의로

접근하면 외국에서 인권침해 범죄를 저지른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을

형법으로 처리하기 쉬울 거 같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3 국제적 대응

OECD 다국적기업가이드라인(OECD Guidelines for Multinational

Enterprises)과 국내연락사무소(National Contact Point NCP) 이

의제기

OECD는 1976년 다국적 기업의 인권침해를 비롯한 비윤리적 활동

을 예방하고 침해에 대한 해결기준을 마련하기 위하여 lsquoOECD 다국

적기업 가이드라인rsquo을 제정한바 있다 이 가이드라인은 2001년 4차

개정시 다국적기업의 인권침해 등의 비윤리적 활동을 해결하기 위한

절차로서 이 가이드라인 승인국에 국내연락사무소(NCP National

Contact Point)를 두게 하였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 정부는 당시 산

업자원부 차관(현 지식경제부 제2차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외국인투

자실무위원회를 한국의 국내연락사무소로 지정하고 사무국을 산업

자원부 투자정책과(현 산업통상자원부 투자정책과)로 지정하였다

OECD 가이드라인은 제1부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 (개념 및 원칙

일반정책 정보공개 인권 고용 및 노사관계 환경 뇌물방지 소비

자 이익 과학 및 기술 경쟁 조세) 제2부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

이행절차(OECD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에 대한 이사회의 결정 절

차지침 이행절차에 관한 주석)으로 구성되어 있다 2011년 개정된

가이드라인은 인권에 관해 별도의 장을 두고 국제적으로 인정된 인권

프레임워크에 관한 소개 기업의 인권 존중 책임 국내법적 의무 등

인권에 관한 역할을 총 6가지로 규정하고 있다 이 개정된 가이드라

인은 유엔인권이사회의 기업과 인권 프레임워크 (보호 존중 구제)를

통합하고 세계인권선언 및 자유권middot사회권 규약 노동자 기본권에

관한 ILO 선언에서 설정한 권리를 존중할 것을 포괄적으로 천명하였

고 기업의 책임범주를 고용 및 노사관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공급

망(supply chain)을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에 관한 기업의 상당주의

의무(due diligence)를 강조하고 있다

lsquo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rsquo은 국내연락사무소의 활동을 위

한 핵심기준으로 기업계 노동계 NGO를 포함한 다른 이해당사자들

에게 가이드라인의 이행 및 국내연락사무소와 연관된 시설의 이용과

가이드라인을 홍보하도록 하는 가시성(Visibility) 이해관계자들의

접근을 촉진하도록 하는 접근용이성(Accessibility) 연락사무소 활동

결과의 대내외 공개를 뜻하는 투명성(Transparency) 일반대중이 연

락사무소에 관심을 갖을 수 있도록 그 소개를 적극적으로 해야 할 책

임성(Accountability)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연락사무소로

지정된 외국인투자실무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이 OECD 다국적기업 가

34 35기획기사

이드라인이 제시하는 핵심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형식적으로 운영

됨으로써 실제로 다국적 기업에 의한 인권침해를 예방하거나 구제하

는 역할을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유엔인권메커니즘 대응

유엔인권권고는 실체적인 측면에서 국내법적 효력을 가지는 국제

인권법에 근거한다 헌법에 의하여 체결middot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 따라서 유엔헌장

한국이 가입한 유엔인권조약 기타 인권 관련 조약 등과 관련 국제관

습법은 국내에서 직접적인 법적 효력을 가진다 따라서 이러한 국제

인권법은 인권과 관련하여 입법 사법 행정의 법적 근거가 되고 경

우에 따라서는 국내법을 해석하는 기준이 되거나 보완하는 역할을 수

행할 수도 있다1 예컨대 기존 법률 혹은 새로운 법률은 국제인권법과

배치되지 않도록 심사되고 국제인권법은 구체적인 재판규범으로 적

용된다 행정의 경우 국제인권법은 모든 행정작용의 기초가 될 뿐만

아니라 행정주체 혹은 공무원이 이를 어겼을 경우 국가배상 직무유

기 성실의무 위반 등 민형사상 책임과 법적 징계로 이어지게 된다

유엔인권권고는 절차적인 측면에서도 국내법적 효력을 가지는 국

1 황필규 ldquo국제인권기준에 비추어 본 한국 인권현실 유엔인권이사회 국가별 인권상황 정례검토 NGO보고서와 정부보고서 초안의 비교평가를 중심으로rdquo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법률가위원회 『2008년 제1차 인권세미나 국제인권현안과 국제인권법』 (2008 3 22) pp 1-2

제인권법에 근거한다 유엔인권이사회의 국가별 인권상황 정기검토

(UPR)와 특별절차의 경우 국내법적 효력을 가지는 유엔헌장 명문의

규정과 법적 기구인 유엔총회의 결의 등에 기초하고 있다 한편 인권

조약과 관련된 권고의 경우 권고의 주체인 조약기구의 구성과 임무

가 조약상 명문으로 규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그 권고가 이루어지

는 절차에 대하여도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다 따라서 국가보고서가

제출되고 유엔인권권고가 이루어지는 절차는 법률에 근거한 법적 절

차라고 볼 수 있다 유엔인권기구의 권고는 그 권고가 실체적middot절차

적 측면에서 국내에서 법적 구속력을 갖는 국제인권법의 명문의 규정

에 근거한다는 점에 비추어 곧바로 국내에서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

고 보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국내법과 명백히 배치되지 않는 한 충분

히 존중되고 그 취지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국내적으로 해석middot

적용되어야 한다2

유엔인권권고는 실체법middot절차법적으로 법률에 기초한 권고라는 점

외에도 lsquo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rsquo을 목적으로 하

는 헌법의 국제 협력 정신을 존중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국내적으로

이행되어야 한다 헌법재판소도 이러한 취지에서 유엔인권권고에 대

하여 설사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권고의 수용 권고의 이행 혹은

이행 노력의 약속은 국제법적으로는 조약에 의한 의무부담의 의사표

2 황필규 ldquo외국인의 인권과 차별금지rdquo 『인권과 정의』 제365호 (대한변호사협회 2007 1) p 49

36 37기획기사

시일 수 있다 유효한 모든 조약은 그 당사국을 구속하며 또한 당사국

에 의하여 성실하게 이행되어야 한다 어느 당사국도 조약의 불이행

에 대한 정당화의 방법으로 그 국내법 규정을 원용해서는 아니 된다

한편 이러한 약속은 국내법적으로는 법적 기관의 권고에 대한 의무부

담의 의사표시로서 행정작용의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비록 유엔인권

권고 자체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행정상 의사

표시에는 신뢰보호 원칙의 적용가능성 등 법적인 효과가 발생하게 된

다고 보아야 한다 한편 유엔인권권고가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등에

반영되는 경우 이는 행정계획의 일부로서의 법적 성질을 가지게 된

기획기사

기업과 국가는 다르다 둘의 가장 큰 차이는 그것의 주인이 누구이

냐 하는 데 있다 민주주의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다 비록 국가기구

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자는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을 장악한 소수의

엘리트일지 몰라도 적어도 헌법상 국가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렇다면 기업의 주인은 누구인가 주주 이사회 최고경영자

(CEO) 아니면 노동자 법적으로 주식회사의 주인은 회사 주식을 보

유한 주주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최고경영자나 이사회가 주주와 기

업을 지배하기도 한다 기업이 협동조합의 형태로 운영되거나 노조가

기업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 어쨌든 변함없는 사실

은 국가와 달리 기업의 주인은 아주 한정된 집단이라는 것이다

지우 | 전쟁없는세상 운영위원

기업에 저항하는 국내외 운동의 사례들

38 39기획기사

국정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물론 여기에도 lsquo시민권자rsquo라는 자

격 조건이 붙지만) 필요하다면 국가기관에 정보공개를 청구할 수도

있다 반면에 기업의 경영권은 외부자에게 불가침의 영역이며 기업에

관한 정보는 대부분 법에 의해 보호받는 lsquo보안사항rsquo이다 따라서 기

업에 저항하는 운동은 국가를 상대로 할 때와 다를 수밖에 없다 이

글에서는 국내외의 몇 가지 사례를 중심으로 기업에 저항하는 운동의

구체적인 방법들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소개할 것은 lsquo경제개

혁연대(구 참여연대 경제개혁

센터)rsquo의 소액주주운동이다

소액주주란 그 자체로는 중대

한 의사결정권을 갖기 어려울

만큼 낮은 지분의 주식을 소

유한 투자자를 의미한다 소액

주주운동은 취지는 대주주의 자의적인 경영을 감시해 투명하고 책임

있는 경영을 실현하는 데 있다 경영진의 불법행위에 대한 민middot형사

소송과 정부의 재벌middot금융정책에 대한 감시와 입법운동이 소액주주

운동의 주요 수단이다 1997년 제일은행을 시작으로 전개된 소액주

주운동은 삼성전자 SK텔레콤 현대중공업 등 핵심 재벌기업들을 상

대로 한 운동으로 발전해왔다

소액주주운동이 반드시 주주의 권익보호와 기업지배구조 개선만

경제개혁연대의 소액주주 운동

을 목적으로 할 필요는 없다 기업의 목적이 아무리 이윤 배당의 극대

화에 있다지만 그것이 주주들이 추구하는 가치의 전부는 아닐 것이

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소액주주운동은 보다 광범위한 사회적middot정치

적 운동의 수단으로 확대될 여지가 있다 미국의 사회운동가 알린스

키(Saul Alinsky)는 이러한 방법을 lsquo위임장 전술(proxy tactic)rsquo이라

고 불렀다 고용상의 차별철폐와 같은 공익이 이윤 극대화보다 더 중

요한 가치라고 여긴 주주들은 주주총회에서 자신의 주주권을 활동가

들에게 기꺼이 위임했고 이 전술은 1960년대 미국의 사회운동에 큰

획을 그었다

이처럼 기업의 직접적 이해관계자 혹은 내부자라 할지라도 사적인

이해관계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이와 관련하여 반도체 노동자

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lsquo반올림rsquo의 사례를 주목할 만하다 반도체

산업의 공정과 거기에 사용되는 물질 등은 기업의 내부정보인 데다가

전문 분야의 지식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활동가들이 사안에 접근하기

가 쉽지 않다 그래서 내부 조력자들의 제보가 운동이 큰 역할을 했다

고 한다 기업공시가 기업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공식

창구인 상황에서 내부 고발은 기업 감시의 없어서는 안 될 수단이다

lsquo좋은기업센터rsquo는 기업공시와 내부자 제보 외에도 지속가능성보고

서를 통해 기업을 감시하고 있다 지속가능성보고서란 기업이 지속가

능경영의 3대 축이라고 불리는 경제middot사회middot환경 분야의 지표를 공

개하는 보고서이다 기업공시처럼 의무화된 것은 아니지만 많은 대기

40 41기획기사

업이 국제 기준과 가이드라인에 따라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그중 가

장 널리 사용되는 기준이 글로벌 보고 계획(GRI)이다 운동은 지속가

능성보고서의 정보를 가지고 기업에 압력에 가할 수 있으며 보고서

에 누락된 사항이 있으면 이에 대한 설명을 요구할 수 있다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 관한 활동에는 어떤 게 있을까 lsquo국제

민주연대rsquo는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에 진출한 기업들의 노

동착취와 자원개발 문제에 관해 활동하고 있다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 대한 대응이 특히 어려운 이유는 기업과 정부 모두가 관심

이 없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대기업에나 적용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나마도 병원이나 학교를 지어주는 정도로

무마하려고 한다 한국 정부는 현지 주민과 노동자의 인권보다 자국

기업인의 이익 보호를 우선시하며 노조 탄압과 같은 문제는 해당 국

가에 떠넘긴다 관할권과 비용 문제 등으로 인해 사법 대응도 어렵다

하지만 해당 국가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기에 현지인들은 한국에서

의 연대를 절실히 요구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안은 지역적middot국제적

차원의 연대를 구축하여 해당 기업에 압력을 가하는 것이다 이는 외

국 정부나 국제기구의 힘을 빌린 것일 수도 있고 순수하게 비제도적

인 것일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상징적 시위나 보이콧과 같은 비

제도적 수단이 법적middot제도적 수단보다 효과적일 때도 있다 국가든

기업이든 권력의 궁극적 원천은 피지배민중에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고유한 경영권도 민중의 힘 앞에서는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

초국적기업의 횡포가 갈수록 심해지고 기업에 저항해야 할 사안이

점점 많아지는 상황에서 위와 같은 사례들과 방법에 대한 더 많은 연

구가 요구된다 한편 한국 사회는 기업에 대한 인식이 유달리 우호적

이고 기업에 저항하는 운동도 아직 대중에 친숙하지 않아 이에 대한

반발이 만만찮고 행동을 실행에 옮겼을 때 오히려 역효과가 나기도

한다 따라서 기업에 저항하는 국내외 운동의 사례들을 발굴하는 것

과 동시에 어떻게 하면 이러한 방법이 한국 사회에서 더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겠다

42 43리뷰-서평

리뷰-서평

양똘 | 출판노동자 + 전쟁없는세상 후원회원

lsquo실패rsquo를 함께 읽는 일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제목이다

나는 아나키스트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lsquo고백rsquo에 대해서는 좀 안다 제목에서

부터 알아챘어야 했는데 별 생각 없이

펼친 게 잘못이다 어떤 고백은 후회와

맞닿아 있다 하는 사람도 그렇지만 듣

는 사람에게도 그렇다 듣고 나서 후회

하는 고백들 듣지 말았어야 했는지도

모르는 이 책이 나한테 그랬다 아나키

스트에 대해 알기도 전에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부터 들어버렸고

나는 이제 아나키즘이라는 말을 들으면 반사적으로 이 고백이 생각날

것이다 고백은 처참했다 대단히 비극적인 드라마로서가 아니라 무

엇보다 비어 있어서 처참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나키즘에 대한 바

탕 지식이 있었다면 어려운 책들을 좀 읽어두었더라면 이 이야기가

다르게 읽혔을까 읽으면서 울 수도 있었을까 모르겠다 하지만 아

나키즘이라는 거대한 이념에 대해 알기 전에 어느 아나키스트 한 명

의 삶을 먼저 안다는 것 그 삶을 그럴듯한 평전이 아니라 허울 없는

자전적 만화로 lsquo고백 받는rsquo다는 것은 꽤 멋진 일이다 내가 만화 장

르에서 얻고자 하는 것은 주로 그런 부분이다 장황한 말들 삶을 포

장하려는 언어적인 관습들이 어느 정도 걷어내진 자리에 들어차는 것

은 침묵이다 침묵에서 고요한 진실을 읽어내는 것이 독자의 몫이고

이 만화도 역시나 그렇다 하는 얘기보다 안 하는 얘기가 훨씬 많다

서두가 왜 이렇게 주절주절 긴가 하면 이 책에 대해 서평이라고 쓸

만한 게 사실 별로 없기 때문이다 나도 고백을 좀 하고 가자면 독자

가 읽고 싶게 만들 만한 감상을 쓸 자신이 없다 하지만 느낀 것은 좀

있다 그 느낀 것이 너무 처량 맞은데 그게 또 lsquo진실rsquo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어 아이구 어떻게 되겠지 하고 시작한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안토니오 작가인 안토니오의 아들이 아버지의

수기를 보고 재구성한 형식인데 1인칭 시점을 택해 안토니오의 목소

리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그러니까 이것은 안토니오의 고백이면서

동시에 그의 고백이 아니기도 하다 안토니오 자신이었다면 이러한

자기 삶을 출판의 형태로 대중들에게 보일 수 없었을 거라고 짐작해

본다 자기 존재를 증명하려는 노력이 도리어 자기 존재를 부정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그는 아나키스트였지만 아나키스트의 고

44 45리뷰-서평

백은 그가 아나키스트가 아니었다고 말하고 있다 또는 아나키스트

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또는 모든 인간이 아나키스트라고

실제 그의 진심은 잘 모르겠다 이야기에서 lsquo나rsquo라고 하는 인물은

lsquo나rsquo가 아닌 것 같았기 때문에 그에게 물어볼 수도 없었다 이야기

내내 lsquo나rsquo가 lsquo나rsquo와 거리를 두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이것은 애초

설정 아들이 아버지 얘기를 대신 하고 있다는 전제를 잊어버리고 몰

입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진실로 lsquo나rsquo가 하는 얘기를 듣고 싶었다

그걸 기대하며 계속 읽어 나갔다

그렇다고 작가가 잘못했다는 것은 아니다 작가는 아버지를 lsquo나rsquo로

삼아 이 이야기를 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아버지는 요양시설에 갇

혀 있다가 자살을 했다 한번은 아들에게 죽여달라고 말한 적도 있다

아버지가 스스로 4층에서 뛰어내린 뒤에 아들은 아버지를 살려내야

만 했다 아버지의 구십 평생을 재구성한 이야기로 아버지가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아들로서 그렇게 해야 했을 것이다

아나키즘에 대해 몰라도 그것이 국가의 강제력을 원천부정 하는

것이고 막 혁명혁명 하는 것이고 짱돌을 들고 돌격하는 것이고 하

여튼 뭐 되게 센 거 라는 인상은 있었다 그런데 안토니오의 성격이

나 실제 삶은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땅을 늘리고 지켜내는 일

에만 관심이 있으며 폭력적이기까지 한 아버지와 형제들 사이에서 억

눌려 자랐다 지금 처한 곳이 지긋지긋하고 바보 같고 떠나고 싶었지

만 그래서 용감하게 시도도 했지만 실패했다 실패는 실패로 끝나지

않고 더 큰 것을 앗아갔다 유일한 친구의 죽음이 그것이었다 이러한

패턴의 실패는 그의 인생 전체에서 반복된다 혁명에 가담하고 lsquo납탄

동맹rsquo이라고 이름 붙인 동지들을 만나지만 혁명의 길은 실재하는 것

이기는 한지 아스라이 멀 뿐이고 가까이 잡히는 것은 오로지 동지의

죽음뿐이다 ldquo내 나이는 스물아홉이었다 청춘은 다 지났고 패배하

고 말았다는 자괴감이 들었다 당연하겠지만rdquo 스페인 피난민 행

렬에 끼어 프랑스의 생-시프리앵 해변으로 가면서 안토니오가 하는

생각이다 이때만 해도 나는 잠깐 힘을 냈다 이제 뭔가 반전이 펼쳐

지겠지 원래 해가 뜨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고들 하잖아 나 또한 지

금 스물아홉이고 청춘이 다 지났다는 그게 무엇인지 미처 먹어보지

도 못했다는 자각에 시달리고 있는 중이다 패배로 말할 것 같으면

그냥 맨날 하는 중이다 노동조합 활동이 그렇고 사람들과의 관계

일상생활 자아실현 거의 모든 면에서 그렇다 그래서 난 더더욱 저

구절에 희망을 걸었다 이제 진짜 아나키스트의 삶이 펼쳐지지 않겠

는가 그래야 이야기가 되지 않겠어

이 책은 자기계발서가 아니다 그 뒤로 펼쳐진 것은 전하고 비슷하

면서 동시에 전보다 더했다 갇혀 있다가 도망치고 다시 다른 곳에

갇히고 도망치고 그러는 사이사이 좋은 사람을 만나고 잃고 잃고

하는 식이었다 아 안토니오의 삶을 이렇게 간추려버리는 것이 정말

미안하다 근데 사실이 그렇다

해변에서 난민처럼 살다가 도망쳐 어느 농장에 강제로 보내진 안토

니오는 그 마을에서 자기 나이의 반도 안 되는 망아지 같은 여자애와

배가 맞아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안토니오는 이 시절이야말로 자기

46 47리뷰-서평

인생에서 가장 즐거웠던 시절이라고 단언한다 무려 lsquo행복rsquo이라는

낱말까지 써가면서 혁명의 이상과 가장 먼 곳에서 가장 행복했다는

것이 아니 그때만 유일하게 행복했다는 것이 뼈아프다 아마 그게 진

실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중반을 넘어가면서부터 lsquo추락rsquo은 본격화된다 그가 lsquo납

탄 동맹rsquo의 든든한 동지를 따라 lsquo사업rsquo에 발을 들이게 되기 때문이

다 돈이 엮이면 어떻게 흐르게 되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너무

지겹게 잘 알고 있다 그런 걸 이 만화에서까지 보고 싶지 않았는데

어쨌든 뛰어넘을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작가는 성실히 쓰고 있다

ldquo살아남으려면 체제에 맹목적으로 순응해야만 했다 단순히 지난

날의 이상을 버리면 되는 게 아니라 열렬한 신봉자가 되어야만 한다

는 것이다rdquo 세상을 뒤집어엎겠다는 큰 꿈만 버리고 lsquo보통rsquo으로 살

아가는 것은 가능하지 않았다 변절한 옛 동지들한테 뭐라고 할 것도

없이 안토니오는 속수무책으로 타락해간다 권력의 뒤통수를 치면서

자기가 권력을 꿰차고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를 두고 다른 욕망을 탐

하고 그러다 결국 자기도 뒤통수를 맞고 거지 신세가 된다 전복이니

혁명이니 하는 것은 꿈에서조차 등장하지 않고 lsquo속박rsquo을 견디지 못

하는 습성만 그놈의 lsquo아나키스트적인rsquo 것으로 남아서 그와 주변을 괴

롭힐 뿐이다

아 책이 채 반에 반도 남지 않았는데 안토니오는 예순 살이 되어

있었다 lsquo왕년에 혁명깨나 했지만 지금은 추한 빈털터리가 되어 아내

와도 끝내고 요양시설에 굴러들어온rsquo 예순 살이다 lsquo보통rsquo보다 못한

예순 살 나는 짜증이 나서 울고 싶었고 그만 읽을 뻔했다 하지만 끝

까지 읽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의 인생에서 마지막이자 유일한

lsquo승리rsquo는 그 뒤에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 승리가 자기 가슴에 붙어

실제로 내장을 갉아먹는 두더지를 떼어내버린 뒤에 스스로 스스로

의 죽음을 실행하는 것뿐이었다고 해도 그 과정을 꼭 지켜봐주었어

야 했다 왜냐하면 남 얘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오래전에 스페인

에서 살았다는 안토니오가 아무것도 개인을 억누르지 않는 자유로운

세상을 꿈꿨던 안토니오라는 사람이 대단하거나 멀게 느껴지지 않는

다 오히려 내가 내일도 마주치게 될 익숙한 사람들 중에 그 지친 얼

굴 하나하나에 안토니오가 보일 것 같다

제목에 속았다고 느꼈다 그런데 다 읽고 보니 작가는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 오히려 시작부터 진실을 말했다

ldquo그리고 또한 그분의 추락이 몇 초밖에 걸리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90년이라는 긴 시간이었다는 사실도 말이

다rdquo

이것은 lsquo추락rsquo에 관한 이야기라고 작가는 이미 알려주고 시작한

것이다 이것은 끝도 없는 추락의 이야기 이상을 가진 인간으로 태

어나서 실패하고 죽어간 이야기다 다시 말하지만 이 실패는 우리

모두가 나눠 먹고 있는 그 실패다 여기서 우리란 물론 우리 편을 말

한다 안토니오의 실패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 자기 가슴을

48 49기획연재-게임과 평화

뜯어먹는 두더지를 꿈에도 본 일이 없는 사람들 이 책이 음란하다고

lsquo청소년 유해매체rsquo 딱지를 붙인 사람들까지 말하는 것은 아니다 적

어도 lsquo우리rsquo는 안토니오라는 아나키스트의 아니 한 인간의 실패담

을 처음부터 끝까지 묵묵히 읽어갈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에도 불구하고 진짜 안토니오의 진짜 진실은

언제까지나 미지수로 남는다 그렇게 남겨야 한다 아무도 모르고 몰

라야만 하는 진실을 하나씩 가지고 있는 것이야말로 그가 그토록 되

고자 열망했던 lsquo개인rsquo일 것이기 때문이다 지우 | 전쟁없는세상 운영위원

게임을 통해 평화를 만드는 게 과연 가능할까 이 물음에 대한 답

을 대신하여 한 가지 게임을 소개하고자 한다

lsquo세계평화게임(World Peace Game)rsquo은 미국의 공립 초등학교 교

사 존 헌터(John Hunter)가 만든 대화형 게임이다 헌터는 1978년에

이 게임의 원형을 처음 만들었고 지금까지 세계를 돌아다니며 게임을

주최하고 있다 그의 활동은 lsquo세계평화와 4학년의 업적(World Peace

and Other 4th-Grade Achievements)rsquo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헌터는 2012년에 타임지가 선정한 교육

운동가 12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세계평화게임은 가로middot세로middot높이 4피트 크기의 4층짜리 아크릴

기획연재-게임과 평화

세계평화게임

50 51기획연재-게임과 평화

구조에서 진행되며 각 층은 바깥 우주와 대기 지표 해저를 상징한

다 거기에 경제력과 군사력이 서로 다른 4개 국가의 영토와 영공

육middot해middot공군 인공위성 잠수함 해저광산 등이 있다 (아무래도 이

아저씨가 숫자 4를 좋아하는 모양이다) 40여 명의 학생이 각국의 수

상 국무장관 국방장관 재무장관 감사원장 등을 맡아 내각을 구성

하고 역할 중에는 유엔이나 세계은행 무기상도 있다

게임의 목표는 이 가상세계에서 일어나는 민족 갈등 화학물질 누

출 핵 확산 물 분쟁 분리middot독립 운동 기근 동물의 멸종 지구온난

화와 같은 위기상황을 함께 해결하고 각국의 경제수준을 높이는 것

이다 학생들은 게임을 통해 권력과 파괴 전쟁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이해하고 장기적 계획과 전략을 세우는 법을 배운다

대화형(interactive) 게임이기에 엄밀하게 짜인 문서화된 규칙은 없

다 게임을 주도하는 것은 학생들이며 교사는 지켜보면서 상황을 정

세계평화게임을 하는 사람들

리하고 촉진하는 역할만 한다 헌터는 처음 교편을 잡았을 때 교사가

수업을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코 그래서는

안 된다는 믿음이 생겼다고 한다 그는 학생들의 집단지성이 자신보

다 훨씬 더 훌륭하다고 인정한다 헌터는 게임에서 실제로 일어난 몇

가지 흥미로운 사례를 소개한다

사례 1

한 학생이 가장 가난한 나라의 국방장관을 맡고 있었다 그 나라의

이웃에는 돈도 많고 기름도 풍부한 나라가 있었다 그런데 그 학생이

갑자기 수상의 명령도 어기고 인접국의 유전지역을 공격했다 학생은

그곳을 포위해 총 한 발 쏘지 않고 지역을 확보했다 인접국은 연료공

급이 차단되어 어떠한 군사행동도 취할 수 없었다 다른 아이들은 화

를 냈다

며칠 뒤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인접한 강대국이 전 세계를 점령

하기 위해 무력도발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학생은 사태의 추

이를 누구보다 먼저 파악하고 대규모 전쟁을 피하기 위해 소규모 전

쟁을 감행하는 냉철한 판단을 내렸던 것이다 학생들은 게임을 멈추

고 그의 판단이 옳았는지 조건에 따라 옳고 그름을 따져보는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사례 2

플라스틱 말로 표시되는 병사들이 전쟁에서 사망하면 군사령관이

52 53기획연재-게임과 평화

병사들의 가상의 부모에게 편지를 쓰는 시간을 가진다 한 번은 학생

의 제안으로 수업을 참관하던 학부모가 직접 편지를 읽게 되었다 편

지의 세 번째 줄을 읽으면서 학부모는 울음을 터뜨렸다 전투에서 병

사를 잃었다면 전쟁에서 승리해도 기쁘지 않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게

되었다 어떤 의미에서 모두가 전쟁에서 졌다는 사실을 말이다

사례 3

방과 후에 틈틈이 7주 동안 진행된 게임에서 세계은행의 재정정책

때문에 한 나라가 시작할 때보다 더 가난해졌다 (게임의 목표는 위기

상황을 해결하고 각국의 경제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게임을 마칠 시

간이 1분도 채 안 남았고 교실은 혼란에 빠졌다 소리를 지르거나 삿

대질을 하는 학생도 있었고 서류 뭉치를 흔들거나 교실을 뛰어다니

는 학생도 있었다

그때 한 학생이 종을 울리며 이렇게 말했다 ldquo세계은행이 모든 자

금을 끌어 모아서 모든 나라가 가난해졌습니다 지금 세계은행에는

6000억 달러가 있습니다 이 돈을 가난한 나라에 기부하려고 합니다

만약 그 나라가 이걸 수용하면 국가의 자산가치가 올라가고 그럼 우

리는 게임을 이기게 됩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rdquo 시간이 3초 정도

남았을 때였다 모두 그 나라의 수상만 바라보고 있었다 ldquo네rdquo 게임

은 이긴 것으로 끝났다

게임은 교과서와 다르다 게임에서 학습자는 lsquo평화란 무엇인가rsquo

라든지 lsquo평화를 어떻게 만드는가rsquo와 같이 주어진 문제에 대한 주어진

답을 저축하듯이 암기하지 않는다 문제를 만드는 것도 그에 대한 답

을 구성하는 것도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 자신과 동료들이다 이는 게

임의 본질이 바로 lsquo참여적 재현rsquo이라는 형식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

고 게임의 lsquo재미rsquo라는 요소가 이러한 참여를 유도한다 여기서 우리

는 맨 앞의 질문에 대한 모종의 답을 상상할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헌터의 말을 인용하며 글을 마친다

ldquo매 게임이 다릅니다 어떤 게임에서는 사회문제가 중요하고 어

떤 게임에서는 경제문제가 중요합니다 어떤 게임에서는 전쟁문제가

대두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부정하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그

게 인류의 현실이니까요 hellip 학생들은 무엇이 옳은 길인지 자기들만

의 방법으로 스스로 찾아냅니다 게임을 통해 저도 많은 것을 배웠습

니다 만약 학생들이 이 게임을 통해 비판적이고 창조적인 사고방식

을 배우고 세상을 이롭게 할 동력을 얻게 된다면 우리 모두를 구원할

지도 모릅니다 게임을 통해 배울 수만 있다면 말이죠rdquo

lsquo세계평화게임rsquo과 이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lsquo세계평화와 4학년의 업적rsquo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는 공식 페이지(httptheworldpeacegamecom)에서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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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무기제로는 2013년 상반기 동안 13개 단체와 연대하여 국민연금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 캠페인은 확산탄과 같은 비

인도무기에 대한 금융기관의 투자가 중단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

으며 세부적으로는 ldquo1) 국민연금이 확산탄 생산기업인 한화 풍산에

투자를 철회한다rdquo ldquo2) 국민연금이 비인도무기 생산기업에 대한 투

자배재를 천명하는 윤리투자원칙을 제정한다rdquo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

왜 투자철회 캠페인인가 왜 국민연금인가

확산탄 캠페인에 있어 대상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확산탄의 수요자사용자인 국가이며 다른 한 축은 확산탄을 생산하는

박승호 | 무기제로 코디네이터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 경험 공유

기업들이다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캠페인의 요구가 확산탄을 전면적

으로 금지시키고 확산탄 오염지역을 정화하고 피해생존자들을 지원

하라는 것 등이 주를 이룬다면 기업을 대상으로 한 요구는 확산탄의

생산middot수출을 중단하라는 것이다

현재 한국 정부는 확산탄을 북한의 장사정포에 대응할 수 있는 핵

심전력으로 여기고 있으며 국제적인 확산탄 불법화 추세에도 불구하

고 확산탄을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무기제로는 국가를 대상으로 협약 가입을 촉구하는 캠페인보

다는 확산탄을 생산하는 기업이나 확산탄 생산을 지원하는 금융기관

에 대한 문제제기를 통해 확산탄에 대한 대중적 낙인화 효과를 불러

일으키는 것이 확산탄 금지운동에 더 효과적일 것이라 판단했다 하

지만 확산탄 생산기업인 한화와 풍산을 대상으로 어떤 캠페인을 벌여

도 이윤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기업이 윤리적인 비난만으로 핵심 사업

을 정리할 것 같지는 않았다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압박보다 더 효

과적인 방식은 바로 돈줄에 위협을 가하는 것이고 이 점에서 투자

철회 캠페인은 상대적으로 더 승산이 있는 캠페인이라는 판단이 있

었다 국민연금이 각각 한화 주식의 734(201112) 풍산 주식의

926(20129)를 보유하고 있는 확산탄 생산기업의 최대투자자라는

점 또 공적자금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있는 기관이라는 점 대

부분의 사람들이 월 일정액의 국민연금보험료 납부하고 있다는 점에

서 국민연금의 확산탄 투자 문제를 lsquo내 문제rsquo로 인식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국민연금이 투자철회 캠페인의 대상으로 결정되었다

56 57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무기제로의 과거 캠페인 경험을 통해서 볼 때 확산탄이 어떤 무기

인지 왜 확산탄이 금지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대중적 인식은 사실상

전무했다 확산탄이라는 특정한 무기를 금지하자는 캠페인의 슬로건

이 대중의 관심을 얻기 힘든 주제였다는 점에서 우리는 국민 대다

수가 자의든 타의든 월 일정액을 적립하고 있는 lsquo국민연금rsquo을 통해

lsquo당신의 돈이 국제적으로 금지된 무차별 살상무기를 만드는 데 쓰이

고 있다rsquo는 메시지를 전달해 사람들의 관심과 확산탄의 비인도성에

대한 낙인화를 동시에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해외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 사례

이번에 무기제로가 국민연금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을 진행한 것

은 해외에서 이미 성공적으로 진행된 투자철회 캠페인을 모델로 해서

기획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래에서는 무기제로가 참고했던 대

표적인 성공 사례 두 가지를 살펴보려 한다

- 네덜란드 연금기금 투자철회 사례

2007년 3월에 네덜란드 시사프로그램인 젬블라(Zembla)는 네덜란

드 유수의 연금기금이 확산탄 지뢰 등 비인도무기를 만드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 등 네덜란드 연금기금의 비윤리적 투자 문제

를 다룬 lsquoCluster bomb feelingrsquo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방영한

다 당시 방송을 통해 연기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게 된 대중의 분

노가 표출되면서 연기금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이 압력을 느끼게 되었

다 이에 다큐 제작 과정에 관여했던 시민단체인 팍스 크리스티(IKV

Pax Christi)는 다큐 방영 이후 연금 기관들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캠

페인을 시작하게 된다 금융기관들의 가장 큰 두려움이 ldquo사회적 이미

지 실추rdquo라는 점을 활용한 것인데 2011년 유럽 투자자들을 대상으

로 한 조사에서 거의 80의 투자자가 논란이 되는 무기에 대한 투자

가 명성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는 등 인식의

변화가 눈에 띄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2009년 팍스 크리스티는 페어핀(FairFin)과 공동으로 ldquo확산탄 세

계투자 공동의 책임rdquo 보고서를 발표했고 보고서 발표의 영향으로

연금 기금이나 금융기관들이 확산탄 생산기업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

는 사례가 발생한다 팍스 크리스티는 이뿐 아니라 정책 입안자들과

관계를 맺고 확산탄 투자 금지를 입법화하기에 나선다 2009년에 네

덜란드 의회가 확산탄 투자 금지 촉구 제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지

만 당시 과도 정부가 이를 거부했다 이후 확산탄금지협약 비준 등을

거치면서 상원에서 다시 한번 확산탄 투자 금지 제안이 상정되었고

2011년 말 정부가 이를 이행하기로 결정하면서 확산탄 투자 금지는

2013년 1월부터 효력을 발휘하게 되었다

주목할만한 점은 이 다큐가 방영되고 반향을 일으켰던 시점이 아직

확산탄금지협약이 체결되지 않은 시점이었다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경우는 다큐멘터리 방영으로 국민적 분노가 격화되면서 향후 확산탄

생산기업에 대한 연기금의 투자철회 결정뿐 아니라 네달란드가 확산

58 59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탄금지협약에 서명하는 등 확산탄을 전면적으로 금지시키는 데도 상

당한 영향을 미쳤다

- 영국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RBS) 투자 철회 사례

2011년 8월 앰네스티 영국지부가 팍스 크리스티 보고서를 바탕으

로 HSBC(홍콩middot상하이은행)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 등 주요 은행에

대한 투자 철회 캠페인(온라인 탄원)을 시작했다 캠페인 시작 1주일

만에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이 확산탄 투자를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밝

히게 된다 당시 이 은행은 앰네스티 회원들로부터 12000통의 이메

일을 받았으며 앰네스티가 진행하던 전국적인 광고 캠페인 등에 이

미지 손상을 두려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사례를 통해서 본 우리의 투자철회 캠페인

투자철회 캠페인은 기업들이 lsquo이미지rsquo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에

서 가능한 캠페인이다 위에서 다룬 두 사례는 각각 대중적인 영향력

을 가지고 있는 방송(네덜란드 시사프로그램 젬블라)과 시민단체(앰

네스티 영국지부)가 자국 금융기관(연금기금)이 국제적으로 큰 비난

을 받고 있는 비인도무기를 만드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으로 대중적인 단죄 또는 낙인화가 이루어지면서 자연스레

투자철회가 이어질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된 사례로 볼 수 있다 ldquo내

돈rdquo이 잔인한 무기를 만드는 데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림으로써 사

람들이 확산탄 문제를 ldquo내 문제rdquo로 인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

한 분위기가 형성되었을 때 해당 국가 내에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단체들이 이 문제를 공공의제로 만들어 냈고 이후 여론을 등에 업고

금융기관을 압박해 실제 투자철회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한국에서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진행된 캠페인은 아직 구체적인 성

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하지만 캠페인이 시작단계에 있으며 해외 사

례와 같이 대중적 영향력이 큰 매체가 이 문제를 다루는 등의 이슈 확

산의 계기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아직은 캠페인의 성과를 이야

기할 시점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또 대부분의 국가들이 확산탄금

지협약에 서명middot비준한 유럽의 경우와는 다르게 한국은 안보상의 이

유로 확산탄의 생산 배치를 고집하고 있으며 평화 무기 이슈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도도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 역시 감안해야 할 것이다

무기제로는 올해 12월 발표 예정인 ldquo확산탄 세계투자rdquo 보고서의

번역 발표 등 지속적 캠페인을 통해 국민연금의 확산탄 투자문제를

꾸준히 제기할 계획이며 적절한 타이밍에 대중적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내는 데 주력해 한화middot풍산에 대한 투자철회

및 확산탄에 대한 낙인화 등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참고httpstopclustermunitionsorghttpwwwstopexplosiveinvestmentsorghttpwzeroorg

60 61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기획연재-가람이의 좌충우돌 세상읽기

ldquo그건 저의 삶입니다rdquo

나름 | 전쟁없는세상 친구 + 스웨덴에서 공부하는 중

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ldquo대답하세요rdquo 아슬아슬하게 진행되던 그들의 대화 긴장이 최고

조에 이른다 대화가 중단되고 한 사람이 자리를 뜬다 그 사이 추궁

을 받던 이는 주위를 둘러본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고 어느 구석

자리에 멈춘다 시선이 고정된다 바로 자신에 관한 기사와 사진들을

발견한 것 벽에 빼곡히 붙어 있는 모습이 마치 수사 상황 같다 소리

를 쳤던 이가 돌아오고 그가 묻는다 ldquo이게 뭐죠rdquo ldquo그건 저의 일이

예요rdquo 추궁을 받던 이의 나직한 목소리 ldquo그건 저의 삶입니다rdquo 덴

마크 드라마 lt보운 (발음이 틀릴 수 있음)gt의 한 대목 덴마크 최초의

여성 총리를 그리고 있는 이 드라마는 첫 방영이 있고 1년 뒤 실제 여

성 총리가 등장하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문제의 대목은 이전 정부

에서 총리를 맡았던 여성이 선거를 앞두고 새로운 정당을 만들면서

시작된다 경제 정책을 담당할 인물을 영입했는데 옛소련의 간첩이었

62 63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대표의 측근이 검증을 하게 된다 이 측근은

소련 좌익 정당에서 일하다 자살한 여성에 대해 캐묻고 그 사람은 결

국 그 여성과의 관계를 비롯해 아픈 과거를 이야기하게 된다 이 장면

은 누군가의 삶에 대해 타인이 얼마나 쉽게 얘기하고 재단할 수 있는

지에 관해 생각하게 만든다 타인이 쉽게 말할 수 있는 그 무엇이 누

군가에게는 삶이요 상처다

누군가에게는

그렇다 타인에게는 그저 지시대로 하면 되는 일이 자신에게는 치

명적인 삶의 문제일 수 있다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 갈등의 연속이

다 최근 이 정도 수준은 아니지만 좀 복잡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주

제 넘게도 어떤 글을 외국어로 쓰고 있는데 유럽 학자와 미국 학자

사이에 끼어 고민이 된다 두 사람이 거의 정반대의 입장에서 글쓰기

에 관여하고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해 한 사람은 이쪽으로 가라고 하

는데 또 한 사람은 저쪽으로 가라고 한다 아직은 경력을 막 쌓기 시

작한 힘없는 나로서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다 두 사람 모

두 좋으신 분들이고 또 내게 중요한 역할을 할 분들이다 그런데 모

두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누구 장단에 맞춰야 할지 난감하

다 다른 점이 있다면 한 사람은 나의 가능성만을 보고 변함없는 신뢰

와 지지를 보여주었지만 또 한 사람은 그 정도는 아니라는 느낌 문

제는 나를 석연치 않게() 보는 듯한 이가 내 경력에서는 훨씬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나를 믿어주는 이의 방향에 맞

추기로 결정했는데 아무튼 쉽지 않은 문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깊이 고민하게 된 다른 문제가 있는데 바로

lsquo누구를 대상으로 이야기하는가rsquo에 관한 부분이다 어쩌다가 바다

건너에서 계속 있다 보니 나는 이쪽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야기를 해

오고 있다 이 사람들의 언어(주로 영어)로 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

는 이야기를 이 사람들 상황에 맞게 말이다 그런데hellip 이게 정말 내

가 원하는 일인가 잘 모르겠다 지금 굉장히 긴 분량의 또 다른 글을

쓰고 있는데 원래는 내가 비교적 잘 알고 있는 한국과 관련된 사건에

대해 얘기하려 했다 이 사건과 특별한 인연이 있고 관심도 많기 때문

이다 그런데 관계자는 특정 사건보다는 lsquo보편적인rsquo lsquo이론적rsquo 이야

기에 초점을 맞춰달라고 요구한다 그래야 이쪽 지역에서 읽히기 때

문이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이게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인가 내

가 정말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들은 누구인가 나는 누구를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는가 쉽게 답할 수 없는 물음들 그래도 나는 안다

적어도 당장은 먹고 사는 문제와 관련이 있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는 걸 물론 이런 고민은 나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바다건너에서

든 아니든)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누구나 살아가면서 어떤 식으

로든 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ldquo네가 행복해져야만helliprdquo

64 65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그런데 lsquo바다건너rsquo라는 부분에 뭔가 있는 것 같다 (나만의 착각

일 수 있지만) 외국에서 지내는 게 다른 사람들에게는 좀 괜찮게 보일

수 있지 않을까 뭔가 좀 있어 보이는 부끄럽지만 고백하건대 나 역

시 그런 생각을 전혀 안 했던 것은 아니다 뭔가 세련()된 것 같은

좀 달라보이는 어떤 면에서 (탈)식민 문제와 관련이 있다 그런데 직

접 생활하는 것은 역시 다르다 물론 철저히 나의 입장에서 그렇다는

이야기다 예컨대 자연환경도 좋고 구경갈 곳도 많은데 여행이나 휴

가를 가지 않느냐는 물음을 받곤 한다 그런데 가고 싶어도 일단 돈

이 없다(있어도 최대한 아껴야 한다) 방학 기간에 여기 저기 여행다

니는 유학생이나 현지인들 이야기를 들으면 나는 신기하기도 하고 부

럽기도 하다 에둘러 말하면 이 세상에 아름답거나 그렇지 않은 것은

없다 아름답게 느끼거나 그렇지 않게 느끼는 특정 맥락의 내가 있는

것이다 lt연애시대gt에도 나오지 않던가 ldquo네가 행복해져야만 이 세

상도 행복해진단다rdquo 그래서 서로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다 처음에

얘기한 드라마 장면 누구에게는 일이고 누구에게는 삶이다 뭔가를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될 이유

[나름대로 스웨덴 소식]

성소수자 탈의실 설치 (스웨덴 영문뉴스 lt로컬gt 2013 4 26)

스톡홀름에 있는 한 고등학교가 자신을 남성-여성으로 정체화하

지 않은 학생들을 위해 별도의 탈의실을 짓기로 했다 보도에 따르면

스웨덴에서는 첫 사례라고 한다 이 학교 학생위원회 관계자는 새로

운 탈의실은 사회의 젠더 규범에 불편해하는 학생들을 위한 것이라

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편 이 학교 선생님들은 수업 시간에 남성

(lsquo한rsquo)-여성(lsquo혼rsquo)을 넘어선 lsquo헨rsquo이라는 단어를 공식 사용하기도 하

고 학생들은 스톡홀름 성소수자 축제에 학생위원회 자격으로 참여한

첫 사례를 남기기도 했다

부유한 지역 적은 난민들 (스웨덴 국영 라디오 국제 2013 7

1)

스웨덴에서 예산이 많은 지역일수록 난민을 받는 데 소극적인 것으

로 나타났다 어느 일간지에 따르면 전국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 20

군데가 같은 수의 가장 부유한 지역들보다 5배 많은 난민을 받아들인

다고 한다 여기에 해당되는 부유한 지역들은 모두 현 정부의 보수 성

향 정당이 이끌어 가고 있다 이는 지난 5년 동안 스웨덴의 290개 지

역 단위를 비교한 결과다 관계자에 따르면 스웨덴 북쪽 지역으로 갈

수록 인구 부족 문제로 난민들이 환영을 받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66 67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효웅 | 병역거부자

일베한테 일베식으로 맞짱뜨기

일베충 종북게이다 좌빨 종북게이다

나님 네 다음 일베충

일베충 네 다음 종북게이

나님 나님이 종북게이라는 lsquo근거rsquo가 있음 주장하는 사람이 근거

를 제시해야 한다는 lsquo입증책임의 원칙rsquo도 모름 이 논리 종범아

일베충 요시 그럼 넌 내가 일베충이라는 근거는 있盧

나님 너한테 한 말 아니라 걍 혼잣말 한건데 내 발화의 지시대상

이 너라는 근거는 있盧

일베충 나한테 한 얘기잖아 이 종북게이야

나님 ㅇㅇ 인정 니 생긴 게 일베충같아서 일베충이라고 한 거임

얼굴에 써 있음

일베충 소설쓰지마라 ㅋㅋ 팩트 모르盧 내가 일베충이라는 팩트

를 대라 팩트를

나님 요시 니가 일베충이라는 lsquo최선의 설명으로서의 추론rsquo이라는

가설을 세워서 추론한 거임 나한테 종북게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lsquo현

상rsquo을 설명하기 위해서 너가 일베충이라는 lsquo가설rsquo을 세워 봤는데

ldquo니가 바로 일베충rdquo이기 때문에 ldquo따라서 나한테 종북게이라는 딱지

를 붙이는 것이다rdquo라는 현상이 아주 훌륭하게 설명력을 지닌 가설추

론이 되는 거임 원래 가설은 아무렇게나 세우는게 lsquo가설rsquo임 가설은

반증 가능성이 있는 게 당연하다고 포퍼가 그랬음 가설을 통해서 과

학과 범죄수사가 발전했음 만일 니가 일베충이 아니라면 너가 경쟁

가설을 주장하던가 내 추론에 문제가 있음을 제시하면 됨 왜 일베충

이라고 해서 찔림 도둑이 제 발 저림 일베충도 일베충이라는 말 듣

기가 부끄러움 너 포퍼가 누군지는 암

68 69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일베충 일베한다고 해서 다 무슨 사이코패스에 고인드립치는 패륜

아 인 줄 아냐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범하지 마라

나님 ㅋㅋㅋ요시 사이코패스에 패륜아라는 건 lsquo니가 한 말rsquo이고

lsquo니 생각rsquo임 내가 언제 너보고 사이코패스에 패륜아라고 했음 난

그냥 너가 일베한다는 lsquo사실rsquo을 진술문으로 말했을 뿐임 아 몰랐

네 너 사이코패스에 패륜아임

일베충 (ㅇㅂㅇ) 지금 일베충이라고 비하하는 거임 일베충이라는

말 자체에 비하가 있다

나님 자기들도 일베충이라고 자조적으로 비하하면서helliphellip

일베충 인권 좋아하는 감성팔이 인권쟁이들이 왜 우리의 인권은

도외시하는 거냐 북한 인권 군인 인권 일베충 인권

나님 일베충이 사람임 사람이 아니므니다

일베충 일베충도 사람이다 왜 사람이 아니냐

나님 lsquo일베충rsquo이라는 말은 일베를 하는 벌레라는 내포를 갖고 있

음 따라서 ldquo일베충은 벌레이다rdquo는 진리값이 항상 참인 분석명제이자

항진명제임 이 무식한 일베충아 그런데 ldquo일베충은 사람이다rdquo라고

한다면 그건 앞의 주어인 lsquo일베충rsquo에 이미 내포되어 있는 벌레라는

걸 부정하는 모순이 되는거임 이건 마치 ldquo삼각형은 동그라미이다rdquo

ldquo여성은 인간이 아니다rdquo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모순율에 어긋나

는 것임

일베충 (ㅇㅂㅇ) 인권 좋아하는 인권쟁이들이 우리들한테 인권이

없다니 역시 좌빨들은 이중성 쩌네 ㅋㅋㅋ모순 쩐다 위선자들 ㅋㅋ

ㅋㅋㅋ

나님 일베충이 그런 내포를 갖게 된 것은 공론장에서의 니들 행패

를 보고 내포가 그렇게 정해진 거임 억울하면 다시 태어나셈 근데

니가 인권이 뭔지는 아냐 어디 그래 lsquo인권rsquo의 정의가 뭐라고 생각

일베충 (ㅇㅂㅇ) 그건사전에 나와있다 ldquo사람이라면 누구나 누려

야할 권리rdquohelliphellip

나님 그런데 너님들은 왜 lsquo여성rsquo lsquo전라도rsquo 이런 사람들의 인권을

부정하고 비하하는 거임

일베충 일베라고 다 패륜아냐 성급한 일반화 모르盧 논리적 근

거를 대라

70 71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나님 아~그럼 여름 중에도 시원한 날이 며칠 있으니까 여름은 안

더운 거겠네 ㅋㅋㅋ 일베충 논리 보소 ㅋㅋㅋㅋ 너 말대로 일베의

lsquo모든rsquo회원이 그런 건 아닐 수도 있음 그러나 대다수가 그런 lsquo성

향rsquo을 갖고 있다면 성급한 일반화가 아니라 강한 통계적 귀납논증이

되는 거임 실지로 얼마 전 일베 게시물들의 키워드를 분석한 프로그

램 통계에 의하면 일베 사이트의 핵심 키워드들은 사회의 대다수 사

람들의 통념과 반대되는 게 맞는데 이 연가시야 사례가 많을수록

귀납논증은 강화되는 거고 너가 일반화라면 그렇지 않은 일베 회원

들이 더 많음을 니가 귀납적으로 논증을 해야 논파가 되는 거임 따라

서 ldquo일베충들은 대부분 사회적 낙오자에 학교에선 아싸고 생긴 건

베트남 쌀국수에 집에서 진격의 거인이나 보면서 연애 한 번 못해

보는 싸이코패스인데 사회적 약자들에 화풀이한다rdquo는 건 굉장히 강

한 귀납논증이 성립되는 거임 (ㅋㅋㅋ)

일베충 우리가 사회적 낙오자에 약자들에게 분풀이 한다는 팩트를

대라 팩트의 일베다 우리는 사실만을 얘기한다

나님 니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lsquo팩트rsquo에 대해서 너님들은 얼마나

알고 있음 너님 혹시 lsquo팩트rsquo가 뭔지는 암 사실과 사건 사태의 차

이점이 뭐임

일베충 0a 0

나님 ldquo쟤 성형수술했대rdquo ldquo너 전과자라며rdquo ldquo나 저번 시험에서

백점 맞았다~^^rdquo ldquo우리 집 50평이다 ^^rdquo ldquo우리 아들이 이번에 반

에서 1등했대요 호호호rdquo 이 문장들은 전부다 lsquo사실rsquo을 얘기하고 있

지만 이건 사실을 얘기하는 lsquo진술문rsquo이 아니라 비하하거나 잘난척

하는 lsquo행위rsquo를 하고 있는 lsquo수행문rsquo임 따라서 너님들이 이야기하고

있는 lsquo사실rsquo은 사실 해석과 반응 맥락에 따라서 굉장히 유동적인

것임 이처럼 사실인 척 위장하고 있는 문장들은 lsquo기술주의적 오류

(destriptive fallcy)rsquo임 또한 사실은 lsquo사물rsquo이 아니라 사물들의 연관

이라고 비트겐슈타인이 말한 것처럼 사실은 사실을 인식하고 말하는

사람의 주관에 달려있는 거임

일베충 전라도가 폭도였고 한국여자들이 성형하고 명품 밝히는 건

팩트다 이 멍청한 좌좀아 홍어들은 한반도를 떠나야하고 여자들은

삼일한(삼일에 한번씩 패야한다는 일베 용어)이라는 거다

나님 한국여성들의 명품 구매비율이나 성형비율이 높다는 lsquo사

실rsquo과 여성들을 패야한다는 lsquo당위rsquo가 어떤 관련이 있음 사실에서

어떻게 당위를 도출함 ldquo저 사람은 흑인이다rdquo라는 사실에서 ldquo따라

서 저 사람을 인종차별해야 한다rdquo라는 당위가 도출됨 ldquo너는 여자

다rdquo라는 사실로부터 ldquo따라서 너는 정숙해야한다rdquo라는 당위 도출되

지 않는 것처럼 이것 역시 철학자 GE 무어가 말한 lsquo자연주의적 오

류rsquo임 그러나 ldquo쟤 일베한다 따라서 박멸해야 한다rdquo는 만고산천에

72 73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불변하는 진리 이데아임 어디까지나 이런 논리나 철학은 사람한테

만 적용되므니다 이 살인 진드기야

일베충 (ㅇㅂㅇ) 광주사태가 홍어들 폭도였다는 거 역시 lsquo팩트rsquo

를 말한 거다 총들고 사람 죽이고 그게 잘한 거냐 이 씹선비야

나님 광주사태가 lsquo민주화운동rsquo이였다는건 공론장에서 의사소통적

논변에 근거한 합의를 통해 그 내포에 대한 일의적(一意的) 의미가 정

해진 사안임 너 혼자 민주화라는 용어를 lsquo홍어들의 폭동rsquo으로 재정

의하는 것은 이미 어느정도 사회적으로 통용된 내포를 너 혼자 바꿔

쓰는 lsquo은밀한 재정의의 오류rsquo이면서 동시에 lsquo자의적middot설득적 정의rsquo

인 거임 ldquo동성애자는 항문섹스만을 즐겨하는 에이즈 보균자이며 하

나님 앞에 죄인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rdquo라는 말이 동성애자에 대한

합의된 정의임 자기 혼자 쓰는 정의지 그리고 너희가 비하하는 전

라도 사람들은 전부다 폭도라던가 한국여자들은 명품에 성형에 환장

했다거나 하는 설명이 과학적이거나 팩트에 가까움 오히려 감정적

인 편견에 지나지 않는거 아님 통계 자료는 있음 논거 부재의 오

류 인신공격의 오류 은밀한 재정의의 오류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온갖 오류들의 향연임 이 애미 애비가 교육을 잘못시켜서 그 따위로

된 가정 교육 못 받은 일베충아

일베충 (ㅇㅂㅇ) 아아아아아우오오 씹선비 김치녀 홍어 홍어

나님 반사 ^^

일베충 (ㅇㅂㅇ) 우워워워좌좀 종북 좌빨 슨상님

나님 굴절 ^^

일베충 크어어어억 오유충 삼일한 김치녀 종특

나님 라고 말하는 놈 친일파 ^^

일베충 쩔뚜기 운지 하라보지 종북게이

나님 라고 말하는 놈 평생 쏠로 ^^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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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의민 주관수 지은 진진 진현호 진흙 차명수 참새 채승우 최민아 최성진 타랑

편설란 하동기 하승우 한광주 한주훈 햄 홍수봉 홍수영 홍이 홍창욱 황명규 황예랑

2013년 5월1일 ~ 7월 31일

Page 7: 전쟁없는세상 소식지 38호(2013년 8월)

8 9평화주의자 노트

로 인한 위축감을 넘어 나를 저들 멋대로 휘두를 수 있는 어느 것 하

나 쉽게 내주지 않는 데서 보람과 의미를 찾아보려 한다 저들이 작은

것 하나를 정하더라도 우리의 눈치를 보게 되고 노동자들 대하길 어

려워할수록 lsquo우리rsquo의 싸움은 성공한 게 될 것이다

현재도 그린비출판사 노동조합은 lsquo출퇴근기록rsquo을 둘러싼 문제로 1

년 넘게 싸우는 중이다 지금까지 그래 왔듯 쉽게 내주진 않을 것이

다^^

평화주의자 노트

요즘 MBC예능프로그램 lsquo일요일 일요일 밤에rsquo에서는 연예인들이

군대 체험을 하는 lt리얼 입대 프로젝트 ldquo진짜 사나이rdquogt라는 코너가

한창 방영 중이다 한국의 군사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까지 등

장해 군대에 적응해가는 모습을 보여 주며 lsquo군대를 다녀온 남자가 진

짜 남자rsquo라는 신화를 전국구 방송으로 유포시키고 있다 한국은 과거

에 전쟁을 준비하는 훈련을 교육 과정 속에 편입시켜 진행한 전력이

있다 남성들은 군복 비슷한 옷을 입고 총을 들고 훈련을 받고 여성

들은 붕대 싸매는 방법을 배웠다는 교련 과목은 이미 사라진 지 몇 년

이 지났지만 한국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아직도 병영 국가임을 더 공

고히 하는 lsquo교육rsquo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 6월 14일은 반군사주의 국제 행동의 날이었다 반군사

숲이아 | 전쟁없는세상 운영위원

lsquo병영국가 만들기rsquo에 저항하기-반군사주의 국제 행동의 날 소식

10 11평화주의자 노트

주의 국제 행동의 날은 전쟁저항자 인터내셔널 (War Resisterrsquo

s Internatoinal)에서 2013년부터 조직한 캠페인이다 반군사주의 국

제 행동의 날은 특히 교육과 연구에 있어 반군사주의를 요구하는 것

을 목표로 삼았다 전 세계 많은 곳에서 군은 교육제도에 상당한 존재

감와 영향력을 갖고 있다 이런 군의 존재와 영향력은 군대가 학교를

방문해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것에서 수업을 진행하는 것 모험 활동

을 운영하고 수업 자료를 지원하는 것까지 그리고 사관학교부터 군

사 연구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것에까지 이른다 군이 교육에 참여

하는 두 가지 주요 목적은 젊은 사람들을 군대로 끌어들이는 것과 함

께 정책의 도구로써 전쟁과 전쟁준비를 정상화시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균형 잡힌 논쟁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왜냐하면 분쟁 해결에

대한 대안적인 관점에는 군대처럼 똑같은 특권적인 접근이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군사연구는 많은 공립대학의 과학 공

학 기술 학과에서 이루어지는 연구에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이렇게

군대와 전쟁을 위한 연구들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한편 사회적으로 더

유용한 연구들은 뒷전이 되기 일쑤다

올해에는 남아프리카 독일 이스라엘 인도 등 최소 11곳이 넘는

나라에서 피켓팅 거리 연극 워크샵과 같은 여러 가지 다양한 활동이

펼쳐졌다

이스라엘에서는 뉴 프로파일(New Profile) 평화를 위한 여성 연

대 (Womenrsquos Coalition for Peace) 미국친우봉사회(American

Friends Service Committee )세 개 단체가 연대하여 텔아비브에서

교육영역의 군 개입을 시각화하는 거리 극장을 열었다 3일 동안 행

동이 이어진 독일에서는 6월 14일 언데드 복장을 입을 항의자들이 쾰

른에 있는 Herder 학교 앞에 나타났다 그들은 군대의 프로파간다를

전복시키는 내용을 담은 현수막를 들었다 이외에도 13일부터 15일

까지 가두 행진을 비롯하여 여러 활동이 있었다 남아프리카 요하네

스버그에서는 ldquo라스트 킹(The Last King of Scotland)rdquo 상영회가

열렸다 영화 상영 뒤에는 참가자들이 영화를 어떻게 느꼈고 그것이

현재와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관해 풍성한 토론이 벌어졌다 미국에

서는 워싱턴 시애틀에서 몇몇 단체들의 행동이 있었다 Garfield 고

등학교 앞에서 플랜카드와 피켓을 들었다 Garfield 고등학교는 지난

2005년 학부모 교사 학생 연합에서 신병모집관이 학교에서 환영받지

않는다고 언급했던 곳이다

한국에서는 올해 시작한 반군사주의 국제 행동의 날에 참여할 여

건이 되지 않아 지나쳤지만 다음 해 부터는 어떤 방식으로 참여 해

볼지 고민해 보면 좋겠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는 전쟁 lsquo기념rsquo

관으로 소풍을 가고 lsquo군기rsquo를 잡아 준다는 명목 아래 청소년들을 대

상으로 하는 무허가 해병대 캠프가 기승을 부리는 이 사회에서 교육

과 반군사주의를 고민하다보면 할 수 있는 행동들은 차고 넘쳐날 것

같다 미디어를 통해 학교 밖 교육 과정을 통해 우리는 여전히 군대

에 대한 잘못된 신화를 주입받고 있다 미디어의 영향력을 생각해 보

12 13평화주의자 노트

면 lt진짜 사나이gt가 방영하고 있을 때 나 혼자 보기 싫다고 TV채널

을 돌려 버리면 그만인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군사주의를 교육하며 군

대와 교육 학문 분야가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사회에 어떻게 함께 대

응하고 저항해 나갈 것인가 하는 고민이 필요하다 ldquo군대 갔다 와야

사람 된다rdquo는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사람을 한 순간에 사람이 아닌

존재로 만들어 버리는 무시무시한 말이 잘못되었다는 인식을 갖고 우

리 사회가 lt진짜 사나이gt와 같은 코너에 대해 경계할 수 있게 될 때

국방부와 관련된 과학 기술 연구 예산이 대신 교육이나 복지와 같은

곳에 쓰일 수 있을 때 병영 국가 만들기가 중단되는 때가 오기를 간

절히 고대해 본다 고등학교에서 단체로 갔던 해병대 캠프에서 다섯

명의 학생들이 죽음을 맞이하는 일은 더 이상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

전 세계에서 벌어진 반군사주의 행동의 날에 대한 더 자세한 상황

공유는 전쟁저항자 인터내셔널 리포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wwwwri-irgorgReportsDayOfAction

평화주의자 노트

현역입영예정일인 6월 24일 오후 2시 난 훈련소에 가지 않았다

나는 모든 억압과 착취 불평등과 부정의에 반대하는 사회주의자로서

의 신념에 따라 이런 결정을 내렸다 나는 이 소견서를 통해 내 신념

을 밝히고자 한다

교과서에선 모든 사람들에게 lsquo국방의 의무rsquo가 부과된다고 가르쳤

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형제와 가족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군

대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남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군대를 가야 한다고 말하고 군대에 가지 않는 것은 비겁한 일로 여긴

다 나 또한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겉모습만 봐선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어떤 것은 그 껍질

이 외부로부터 내용물을 보호하는 것처럼 보이기만 할 뿐 실제론 내

김무석 | 노동자연대학생그룹 활동가

나는 정의와 평화에 대한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다

14 15평화주의자 노트

용물을 가두기 위해 존재하는 것일 수도 있다

군대는 어떠한가 이 나라의 군대는 정말 평범한 민중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 아니면 평범한 민중을 억압하기 위해 존재하

는 것인가

나는 군대가 계급으로 나뉜 자본주의에서 소수 지배자가 다수 민중

을 억압하고 지배하기 위한 대표적인 억압 기구라고 생각한다

박정희의 군대는 1961년 516 군사정변을 일으켰다 1964년엔 베

트남 전쟁에 참전해서 미국의 민족 억압과 학살을 지원했다 1979년

10월 박정희의 유신독재에 항거해 부마항쟁이 벌어지자 군대는 대검

을 들고 민주주의를 외치는 시민들을 진압했다전두환 시절 군대는

1979년 1212 군사 반란을 일으켰고 1980년 517 쿠데타를 일으켰

다 518 광주 항쟁에서 발포해 시민들을 학살한 것도 이 나라의 군

대였다

이런 일들이 군사정권에서만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은 군사 정권이

끝난 뒤에도 군대의 역할이 크게 변하지 않은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3년 이 나라의 군대는 미국의 이라크 점령에

동원되었다 이 전쟁에서 미국은 수십만 명을 학살했고 2백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난민으로 만들었다 2006년 미군기지 이전에 반대한

평택 대추리의 주민들과 활동가들의 평화를 요구한 목소리는 군대의

군홧발에 무참히 짓밟혔다

강제로 동원되어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었던 사병들은 또 다른 희

생자들이었다 이처럼 군대는 평범한 민중의 이익과는 상관없이 소수

권력자들의 도구로 활용되어 왔다

지배계급의 도구

자본주의 체제의 권력자들이 군대를 이용한 목적은 두 가지였다

지배자들은 자국의 민중들을 억압하기 위한 수단으로 또한 타국과의

군사적 패권 경쟁을 위한 수단으로 군대를 이용했다

지배자들은 동의와 설득으로 지배를 유지하려고도 했지만 궁극적

으로는 군대 경찰 감옥과 같은 억압기구를 필요로 한다 군사정권

시절에는 이 폭력이 노골적으로 전면에 드러났다 이 나라에서 노동

자middot민중이 벌인 투쟁으로 이 억압기구들이 뒷켠으로 물러나긴 했다

그러나 평택 미군기지 이전 반대 시위 진압에 군대가 투입된 것이나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점거 파업에 경찰 특공대가 투입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지배자들은 결정적인 순간에 늘 폭력과 억압에 의존해 왔

지배자들은 지정학적 경쟁에서 우위에 서기 위해서도 군대를 활용

한다 베트남과 이라크에 파병된 군대는 미국의 점령과 학살을 도왔

고 이 나라의 지배자들은 파병을 통해 군사적 영향력을 높이려 했다

지배자들의 한미 동맹 전략은 지금도 전혀 변하지 않았다 박근혜 정

16 17평화주의자 노트

부는 첨단무기가 동원된 한미 합동군사훈련에 참가했고 미국이 중국

을 겨냥해 추진하고 있는 MD에 참여할 절차를 밟고 있다 MD 참여

는 이 나라가 미국과 중국의 군사적 갈등에 더 쉽게 휘말리는 위험천

만한 일이 될 수 있다 미국의 패권 강화의 발판이 될 제주해군기지는

건설 과정부터 주민들을 탄압해 lsquo제주해적기지rsquo라고 불렸다 주민과

활동가 성직자에게 가해지는 경찰들의 폭력은 용인됐고 여기에 저

항하는 사람들은 연행되고 벌금을 물고 구속되었다

난 이처럼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미국의 세계 패권 전략을 뒷받침

하고 자국의 민중을 억압하는 데 이용되는 이 나라의 군대에 입대하

기를 거부한다

무고한 젊은이들을 억압하고 희생시키는 군대

부와 권력을 독점한 권력자들은 소수이기 때문에 군대는 압도 다

수인 노동자와 민중의 자녀들로 구성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지배

계급은 군대를 통제하기 위하여 상명하복의 억압적 위계질서를 적용

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2013년 1월 30일 발표된 lsquo군 인권실태 연구

보고서rsquo에 따르면 85퍼센트의 응답자가 군대에서 구타당한 적이 있

다고 답했다 lsquo탈영 또는 자살하고 싶다rsquo는 생각이 들었다는 병사는

346퍼센트였으며 5년 간 실제로 자살한 군인의 숫자는 368명이었

최근 군대 내에서 가혹행위로 자살한 경우 국가유공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결정이 있었지만 이미 무고하게 희생된 젊은이들의 삶은 어

떤 것으로도 보상해줄 수 없다 lsquo국방의 의무rsquo를 준수하라고 앞장서

요구하는 권력자들은 역겹게도 정작 자신들의 자녀는 어떻게든 군대

에 보내지 않으려 한다 lt이제는 말할 수 있다gt의 lsquo신의 아들과의 전

쟁rsquo편(MBC2004)은 진짜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군대가 자신의

의무가 아니라는 것을 폭로했다

권력층과 부유층 예를 들면 재벌가의 병역 비리는 강력한 권력과

결탁되어 있기 때문에 건드릴 수 없었고 과거 광범위하게 이루어진

병역비리 군middot검 합동수사도 결국 내부 권력 -기무사와 군middot검찰-

이 좌절시켰다는 것이다

지배자들은 북한의 위협을 빌미로 군대와 안보 논리를 정당화해 왔

다 그러나 북한의 지배계급과 남한의 지배계급은 서로 적대적 경쟁

을 하면서도 서로의 존재를 정당화 해 왔다 반면 북한의 평범한 젊

은이들과 남한의 젊은이들은 그 과정에서 모두 희생되고 억압받는다

두 국가가 젊은이들을 군대에 동원하는 논리는 거울을 두고 마주보는

것 같이 똑같다 김정은 정권의 이해관계를 위해 젊은이들을 희생시

키는 군대와 박근혜 정권의 이해관계를 위해 젊은이들을 희생시키는

군대는 별로 다르지 않다

신념을 지키기

18 19기획기사 - 인트로

지금까지 평화주의적 종교적 정치적 신념에 의해서 병역을 거부

해 온 사람들이 1만 7천여 명에 이른다 각자의 신념은 달라도 그들

은 자신의 신념을 지키려고 감옥을 선택했다 나 또한 신념에 따른 행

동으로 감옥에 가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나는 감옥에

서 군대보다 더 큰 억압을 경험해야 한다는 것과 감옥에서 나온 뒤

에도 사회적 차별을 감내해야 한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따라서 lsquo감

옥을 선택한다rsquo는 것은 단지 군대인가 감옥인가 하는 선택을 넘어서

lsquo어떤 삶을 살 것인가rsquo하는 질문과 마주치는 과정일 수밖에 없었다

만약 내 삶의 목표가 이 체제가 강요하는 경쟁과 생존의 논리에 타

협한 삶을 사는 것이었다면 이런 선택을 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

러나 내 삶의 목표는 부조리와 모순에 가득 찬 이 사회의 변혁에 기여

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는 내 신념을 지키고 그에 따른 억압과 고통을

감내하는 선택을 할 수 있었다

나는 내가 겪을 모든 개인적 손해에도 불구하고 신념에 따라 이 나

라의 군대에 입대하길 거부한다

2013년 6월 25일 병역 거부를 선언하며

그동안 한국 사회운동은 주로 국가와 싸워왔습니다 덕분에 각 운

동영역에서 국가 기관을 상대하는 노하우는 많이 쌓여있습니다

법적으로는 어떤 절차를 활용할 수 있는지 국제적으로는 어떤 기

구들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지 국내에서 여론을 확산시키고 상

황을 알려내는 것은 어떻게 하면 좋은지 단체마다 나름의 방식들

이 있습니다

기업의 힘은 갈수록 거대해져 국가의 통제를 벗어나고 있습니

다과거에는 국가가 했던 나쁜 일들을 이제는 기업이 하고 있습니

다 국가는 그나마 선거 때 만이라도 국민들 눈치를 보거나 형식

적으로라도 주권자인 국민을 섬기는 척을 해야 하지만 기업은 다

릅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기업은 사회 곳곳에서 이윤 창출

을 위해 할 짓 못할 짓 가리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맞서는 우리의 운동은 아직 미약합니다 기업과 맞선

경험도 많지 않고 무얼 활용할 수 있는지 어떤 방법이 효과적인

지 알지 못합니다 이번 기획기사에서는 사회운동의 저항 상대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기업에 어떻게 하면 잘 맞설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담아봤습니다

기획기사 - 인트로

Intro-기업에 저항하기

20 21기획기사

기획기사

오리 | 전쟁없는세상 사무국

우리는 흔히 lsquo데모rsquo하면 비민주적 정부권력(법률 조직 시스템)에

저항하는 것을 떠올린다 하지만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비

단 우리가 우리 손으로 선출한 사람(기관)들에 의한 것만은 아니다

최근 기업들에 의한 횡포는 훨씬 심각해지고 있다 건강 안전 경제

적 안보 삶의 존재 자체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기업에는 나

의 가족 친구들처럼 좋은 사람들도 많이 일하고 있다 또 모든 기업

들이 개인들의 삶을 짓밟고 이윤을 착취하는 것도 아니다 가끔 나름

의 기준과 사회에 대한 사명감을 가지고 기업 활동을 하는 회사도 뉴

스에서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정말 대다수의 기업과 기업의 총수

들은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개인들을 희생시키는 일을 서슴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대의 (초국적)기업은 어떤 인간보다도 어떤

어떻게 기업에 저항할 것인가

정부보다도 더 큰 권력을 가지고 있다 그들이 작동되는 규칙은 오로

지 하나 lsquo이윤rsquo이다 삼성은 아직도 발암물질 노출에 따른 직업병과

업무연관성을 적극적으로 부인하고 있고 비인도적인 무기인 확산탄

을 만드는 한화와 풍산은 자신들은 정부에서 시키는 일이니까 한다며

왜 자기들 가지고 난리냐고 한다 현대중공업은 돈만 된다면 팔레스

타인 가옥을 부수는 것쯤은 별다른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는 것 같다

사실 지금처럼 기업을 향한 우리들의 행동이 절실한 적이 없다 이

미 전 세계에서는 우리 시대의 골리앗에 맞서는 근사한 행동들이 이

어지고 있고 어떤 경우는 골리앗을 상대로 작지만 아주 의미 있는 다

윗의 승리를 거두는 경우도 있었다 기업에 저항하는 운동은 20세기

중반기부터 시작되어 최근 수 십 년 간 노동조합 환경 사회정의 소

비자운동의 시민단체들에 의해 정교해졌다 기업에 저항하는 운동의

목표는 다양한 전략과 전술을 통해 기업의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이나

관행을 고발하여 기업이 이러한 행동이나 관행을 고치도록 하는 것이

다 단체들과 개인 활동가들은 기업에 저항하는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벌여왔으며 어떤 캠페인들은 수년간 지속되었고 다양한 결과를 낳았

다 보이콧 주주총회 행동 기업이미지 공격(기업브랜드에 초점을 맞

춘 접근방식 대중매체 이용) 등이 주로 이용되었던 전략들이고 최근

에는 기업들이 점차 초국적화 됨에 따라 기업감시 기업윤리 등등 기

업 연구 및 감시에 초점을 맞춘 소위 전문 NGO가 등장하고 정책 혹

은 법을 바꾸거나 도입하는 운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22 23기획기사

이렇게 운동이 발전하면서 이에 대응하는 기업의 양상도 계속 발전

해 왔다는 것은 별로 놀라울 것도 없는 사실이다 이른바 당근과 채찍

전략이라고 할 수 있는데 기업에 비판적인 활동을 벌이는 활동가들에

게 고소 고발을 남발하면서 한 편으론 자선 구호 사업에 대한 기업

의 기부를 강조하고 나무심고 우물파고 텔레비전 버스 잡지 등을

통해 떠들썩하게 자사 홍보영상을 내보내는 것이다 이들은 고가의

컨설팅 금액을 내고 노조활동가들과 지역운동가들을 어떻게 하면 말

려죽일까 전략을 고안하고 있다

우리가 기업에 저항하는 캠페인을 할 때 생각할 것은

- 기업은 사람이 아니다 사물 법인체이다

- 기업은 사적 소유물이 아니다 사람(대중)에 의해 사람(대중)에

복무하도록 창조된 것이다

- 기업은 권리를 갖지 않는다 권리를 갖는 것은 사람이다 기업은

lsquo기업에 어떻게 저항할 것인가rsquo 워크샵에 모인 사람들

오로지 사람들이 부여한 특권만을 가질 뿐이며 시민들은 이것을 다시

뺏을 수 있다

기업에 대항하기 위한 전략은 크게 두 가지

첫째는 데모(행동)를 조직하는 것

- 목표를 구체화 하기 우리는 한꺼번에 모든 걸 변화시킬 수 없

다 우리가 먼저 변화시키려고 하는 것은 무엇인가

- 우리 편 늘리기 어떻게 우리에 대한 지지를 확장해 나갈 것인

- 전략 세우기 우리의 힘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행동 고르기

둘째는 비지니스와 시장을 위한 공공의 규칙을 만드는 것

- 비즈니스와 시장에의 개입이 정당화 될 때는 언제인가 우리의

기본적인 인권을 지키고자 할 때 우리의 지갑을 지키고자 할 때 우

리의 안전을 지키고자 할 때 환경을 지키고자 할 때 노동자의 권리

를 보호하고자 할 때 시장원리가 도입되어야 할 때와 말아야 할 때에

관한 제한을 두어야만 할 때

- 어떻게 각종 규제 조치 공공의 이익에 복무하려 하는 기업들

에 금융혜택 주기 소비자운동의 활성화를 통한 기업 감시 정부가 기

업 통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 경우 사법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다 민사책임 형사책임 사기업vs공기업 여전히 뜨거운 논쟁의 대

상이나 의료 상수도 등의 우리 삶에 기본적인 부분들의 공공화 주장

- 세계화의 도전 우리의 운동 역시 어떻게 세계화 할 것인가

24 25기획기사

구체적으로는

- 기업의 돈줄을 죄기 민영화 반대middot시스템의 재사회화 지지 보

이콧middot지역상품(중소기업상품) 구매하기 기업에 대한 세금감면middot공

적자금 지원middot보조금 지급 등에 저항하기

- 선거민주주의 시스템 이용하기 기업이 선거자금을 대지 못하

도록 공공조달하기 기업의 이해를 대변하는 양당정치에서 벗어나기

유권자들의 손에 직접적인 결정권을 주는 주민발의middot국민투표 기업

의 권리와 정의를 제한하기 기업을 비호하는 법 철폐하기 지역사회

및 지역정부를 상대로 기업의 권리를 제한할 수 있는 현지 법령 만들

- 조직에 대한 공격 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미디어를 민주화시키

기 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대학들을 민주화시키기 국제적 기업화에

저항하기

- 노동자의 권리 주 30시간 노동제 불안전노동 철폐 등

- 인간의 얼굴을 한 기업의 쌩얼 까발리기

제2차 물전쟁 벡텔 VS 볼리비아 민중

1997년 세계은행은 볼리비아 정부가 가장 큰 도시 두 곳(El Alto

La Paz와 the city of Cochabamba)의 공공수자원시스템을 민영화

한다는 조건으로 물 인프라 구축을 위한 추가적인 원조를 제공하겠

다고 통지 1999년 9월 단 하나의 입찰자만으로 비밀리에 진행된 경

매에서 볼리비아 정부는 코차밤바(Cochabamba)의 상수도를 캘리

포니아의 초국적 엔지니어링 기업인 벡텔(Bechtel)에게 넘김 몇 주

내에 벡텔은 수도세를 50 이상 인상하였고 이는 코차밤바 물반란

(Cochabamba Water Revolt)이라 알려진 전 도시 반대저항을 촉발시

킴 2000년 4월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고 군대가 17세 소년 빅

토르 휴고 다자(Victor Hugo Daza)를 죽이고 100명 이상이 다치자

코차밤바 시민들은 물러서지 않았고 벡텔은 볼리비아를 떠나야만 했

음 18개월 후 벡텔과 공동투자자인 스페인 아벤고아(Abengoa)은 볼

리비아를 상대로 5000만 달러(한화 약 560억 원) 상당의 소송을 제

기 이후 4년 간 벡텔과 아벤고아는 계속되는 데모와 기업 이미지의

실추 5개 대륙으로부터 가해지는 공공의 요구 때문에 소송을 취하해

야만 했음 2006년 1월 19일 벡텔과 아벤고아의 대표단은 볼리비아

로 와서 2볼리비아노(한화 약 340원)의 일부지급으로 소송을 취하한

다는 합의서에 서명

캠페인의 당면한 목표는 간단 볼리비아 물소비자들이 벡텔에 수백

만 달러를 결제하도록 하지 않는 것 이것은 전략적 측면에서 애시당

초 벡텔-볼리비아 소송을 있게 한 세계은행의 정책 및 투자기관의 부

정의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것과 lsquo벡텔에 대항하는 투쟁을 이끈 그

룹rsquo(Coordinadora de Defensa del Agua y de la Vida)에 대한 지원

과 같은 더 넓은 목표를 포함하는 것 초기에 캠페인은 세계은행 재

판소에서 승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함 lsquo우리는 여론의 재

26 27기획기사

판소로 장소를 바꾸는 전략적 결정을 내렸다 NGO와 사회운동으로

서의 우리가 벡텔보다 더 큰 권력을 같는 곳이다 우리의 목표는 벡텔

이 항복하도록 설득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성공할 가능성이 더 많은

방법일 뿐만 아니라 성공하기에 더 나은 방법이었다 이것은 다른 많

은 기업들에 어떤 메시지를 전달한다 비록 너희가 세계은행의 재판

소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또 다른 전쟁을 준비하게 될

테니rsquo 벡텔과 같은 회사를 위한 규칙이 존재하는 재판소 대신 캠페

인은 결과에 대해 적은 통제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회사를 밀어 넣

은 셈 그 다음 단계는 소송을 계속 진행할지 포기할 지를 결정할 수

있는 회사의 의사결정자들을 알아보는 것 벡텔사는 네슬레나 나이

키 제너럴 일렉트릭과 다르게 보이콧을 할 수 있는 소비상품을 만들

지 않았음 비상장 회사이기 때문에 압력을 넣을 투자자도 존재하지

않음 그래서 캠페인은 CEO이자 회사 창업자의 증손자인 일리 벡텔

(Riley Bechtel)에게 초점을 맞추게 됨 캠페이너들은 그의 개인 메일

에 엄청난 양의 항의메일을 보내고 잡지 등을 통해 찾아낸 정보로 개

인으로서 그에 대한 프로필을 작성함 나중에 캠페인은 이 전략이 꽤

나 효과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됨 lsquo2볼리비아노에 사건을 합의보고

난 후 볼리비아 협상가가 얘기하기를 Riley Bechtel이 소송을 취하도

록 개인적으로 개입했다고 말했다rsquo

EOn의 스위치를 끄다 영국의 새로운 화석에너지에 대항한 투쟁

2006년 독일 에너지기업인 EOn은 새로운 화력발전소로 잉글랜

드 남동쪽 킹스노스(Kingsnorth) 화력발전소를 대체한다는 계획을

발표 2012년 건설을 시작해서 2015년 완공한다는 계획 기업의 타

이밍은 별로 좋지 않았는데 영국에서 풀뿌리 기후변화 운동이 빠르

게 성장하고 있었고 석탄을 태우는 새로운 거대한 시설은 그들이 영

국의 미래 에너지를 생각할 때 별로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았던 것 킹

스노스는 화력발전소에 대항하는 캠페인의 상징이 되었음 풀뿌리그

룹과 NGO들은 2년간의 캠페인을 벌임 캠페이너들은 온라인 선언

에서부터 대규모 시민불복종까지 다양한 행동들을 했고 어떤 행동에

서는 발전소를 완전히 폐쇄시키기도 하였음 2009년 말로 향하던 시

점 EOn은 Kingsnorth 발전소에 대한 계획을 보류하겠다 발표 영

국 정부는 lsquo이산화탄소 포집middot저장(전망이 밝은 미래 기술이나 현재

가동 중인 어떤 발전소에서도 성공적으로 이행된 적이 없음)rsquo 없이는

새로운 화력발전소 개발을 승인하지 않겠다고 발표

Kingsnorth 발전소의 확장을 막는 것은 핵심적이고 즉각적인 캠페

인의 목표 급속히 설장하고 있는 기후변화 운동과 기후변화에 대한

대중의 우려라는 맥락에서 Kingsnorth 캠페인은 또한 EOn과 같은

기업들이 벌어들이는 이윤이 바로 기후변화의 값을 치르는 것이라는

점을 부각시킴 캠페인은 기업을 직접적으로 상대한 대중 행동을 조

직했으나 영국 정부 또한 이차적인 목표였음 이 캠페인은 영국의 석

28 29기획기사

탄과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을 바꾸도록 하는 보다 커다

란 노력의 일부 또한 캠페인을 준비 중인 다른 화력발전소들이 더 있

었음 따라서 캠페인은 Kingsnorth 발전소가 지어지는 것을 막는 것

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프로젝트들도 더 이상 실행되지 못하게 하는

환경 관련 정책을 변화시키는 것이기도 했음 국가적인 에너지정책

에 더해 정부는 EOn의 계획을 승인하거나 거부할 권한을 갖고 있었

음 그리고 국가는 또한 영국에 lsquo이산화탄소 포집middot저장rsquo 시설을 짓

기 위해 에너지기업에 기금을 댈 수백만 달러 경쟁(EOn도 지원)을

담당하고 있기도 함 캠페인은 EOn의 계획에 대한 대중적인 반대를

구축하고 입증하는 운동의 중심 Camp for Climate Action이 그 시

기 내걸었던 것처럼 lsquo우리는 Kingsnorth 발전소의 건설을 중단시켜

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영국의 새로운 화력발전소를 중단시켜야 한

다 이것은 EOn을 중단시켜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들의 브랜드를

공략하라 그들의 작업을 방해하라 그리고 그들의 공급망을 겨냥하

라 우리는 EOn이 어디에서 활동하건 그들과 마주해야 한다rsquo 사

전 대책을 강구해 회사와 맞서는 것 이외에도 활동가들은 FA컵에 대

한 EOn의 스폰서쉽 대학에서 학생들을 모집하려는 EOn의 노력

Kingsnorth 발전소에 대한 여론을 환기하기 위해 가디언이 주최하는

기후변화회의에 대한 스폰서쉽 등 현존하는 기회들을 활용함

위 사례들은 lsquoThe Democracy Centerrsquo의 기업 캠페이너들을 위한 자료집 lsquoBeating Goliathrsquo의 자료 중 일부를 번역한 것임

이 글은 lsquo기업에 어떻게 저항할 것인가rsquo 워크숍에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황필규 변호사가 발표한 글과 내용을 정리한 글입니다

기획기사

1 인권의 초국가성과 다국적 기업

인권에 대해서 우리는 초국가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 인권은 네 가

지 측면에서 초국가적인 성격을 띤다

① 이슈의 초국가성 이주 난민 및 인신매매(국경과 국적이 한 국

가에 국한되지 않음) 다국적기업(활동 공간과 관련 주체) 등

② 구제수단의 초국가성 국내 구제절차 및 유엔인권기구 기타 국

제 인권기준에 입각한 구제 메커니즘 (유엔인권이사회 유엔인권조약

용석 | 전쟁없는세상 운영위원

기업의 인권 침해에 대응하기-법제도와 국제규약을 바탕으로

30 31기획기사

기구 OECD 다국적기업에 관한 가이드라인 등)

③ 인권 자체의 초국가성 국내아시아 법제 개선 및 소송 등에서

국제비교국내 인권법 연구조사의 필요성

④ 인권운동의 초국가성 국내아시아 공통 인권 이슈에 대한 공

동 대응 및 상호작용의 필요성

다국적 기업에 의한 인권 침해는 주로 가난한 나라들에서 일어나고

있다 다국적 기업의 공장이 있는 나라들은 대부분 국가의 기능이 약

하고 자원은 풍부하지만 독재자가 권력을 쥐고 있거나 무력충돌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국가 내 사법 시스템으로

인권 침해를 구제하기는 매우 어렵다

다국적 기업들이 일으키는 인권 문제는 노동 3권 무시 환경파괴

부정부패 강제(아동)노동 선주민의 권리 박탈 등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다국적 기업에게 국제인권기준을 강제할 국

제적 메커니즘은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다국적 기업과 해외 한국기

업의 현지 인권침해와 이에 대한 대응의 문제도 국내법 외국법 국제

사법 국제법 혹은 국제기준 등 모든 국내외 법제도가 적용되어야 하

고 국제적인 공동 활동이 필요한 전형적인 초국가적 인권 문제다

이 글에서는 인권의 초국가성을 바탕으로 다국적 기업에 의한 인

권침해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국내법과 국제법을 통한 방법들을 살펴

보고자 한다

2 국내 법제도의 활용

국내에서 다국적 기업이나 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저지른 인권

침해에 대응해서 취할 수 있는 법제도적인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

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는 것과 해당 기업에 대해서 민사적으로

책임을 묻는 것 그리고 형사적인 책임을 묻는 것이다

국가인권위 진정을 활용한 사례는 버마에서 가스개발사업 중에 한

국가스공사와 대우인터내셔널사의 인권침해에 대해 인권단체들이 국

가인권위에 진정한 사례(2008417)가 대표적이다

민사적인 책임은 그 기업이 연락사무소 혹은 지점일 때와 합작회

사거나 현지 법인일 때 대응 방식이 달라진다 연락사무소나 지점일

경우는 민사 소송을 하더라도 국제사법 절차에 따르지만 현지 법인

이나 합작회사일 경우에는 민법이 적용된다

인권침해를 한 기업이 다국적 기업의 현지 법인일 경우 현지 법인

은 법적으로 독립된 법인격이기 때문에 현지 법인의 잘못을 본사에

물을 수 없는 것이 법에서 원칙이지만 일정한 요건들을 충족시키면

본사에 민법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기업에 형사적인 책임을 묻는 일에 대해 살펴보자 형법 2조를 보

면 ldquo본법은 대한민국영역 내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과 외국인에게 적

용한다rdquo고 규정하여 속지주의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한편 형법

제3조는 ldquo본법은 대한민국영역 외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에게 적용한

32 33기획기사

다rdquo고 규정하여 속인주의를 보충적으로 채택하고 있다 속인주의로

접근하면 외국에서 인권침해 범죄를 저지른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을

형법으로 처리하기 쉬울 거 같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3 국제적 대응

OECD 다국적기업가이드라인(OECD Guidelines for Multinational

Enterprises)과 국내연락사무소(National Contact Point NCP) 이

의제기

OECD는 1976년 다국적 기업의 인권침해를 비롯한 비윤리적 활동

을 예방하고 침해에 대한 해결기준을 마련하기 위하여 lsquoOECD 다국

적기업 가이드라인rsquo을 제정한바 있다 이 가이드라인은 2001년 4차

개정시 다국적기업의 인권침해 등의 비윤리적 활동을 해결하기 위한

절차로서 이 가이드라인 승인국에 국내연락사무소(NCP National

Contact Point)를 두게 하였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 정부는 당시 산

업자원부 차관(현 지식경제부 제2차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외국인투

자실무위원회를 한국의 국내연락사무소로 지정하고 사무국을 산업

자원부 투자정책과(현 산업통상자원부 투자정책과)로 지정하였다

OECD 가이드라인은 제1부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 (개념 및 원칙

일반정책 정보공개 인권 고용 및 노사관계 환경 뇌물방지 소비

자 이익 과학 및 기술 경쟁 조세) 제2부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

이행절차(OECD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에 대한 이사회의 결정 절

차지침 이행절차에 관한 주석)으로 구성되어 있다 2011년 개정된

가이드라인은 인권에 관해 별도의 장을 두고 국제적으로 인정된 인권

프레임워크에 관한 소개 기업의 인권 존중 책임 국내법적 의무 등

인권에 관한 역할을 총 6가지로 규정하고 있다 이 개정된 가이드라

인은 유엔인권이사회의 기업과 인권 프레임워크 (보호 존중 구제)를

통합하고 세계인권선언 및 자유권middot사회권 규약 노동자 기본권에

관한 ILO 선언에서 설정한 권리를 존중할 것을 포괄적으로 천명하였

고 기업의 책임범주를 고용 및 노사관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공급

망(supply chain)을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에 관한 기업의 상당주의

의무(due diligence)를 강조하고 있다

lsquo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rsquo은 국내연락사무소의 활동을 위

한 핵심기준으로 기업계 노동계 NGO를 포함한 다른 이해당사자들

에게 가이드라인의 이행 및 국내연락사무소와 연관된 시설의 이용과

가이드라인을 홍보하도록 하는 가시성(Visibility) 이해관계자들의

접근을 촉진하도록 하는 접근용이성(Accessibility) 연락사무소 활동

결과의 대내외 공개를 뜻하는 투명성(Transparency) 일반대중이 연

락사무소에 관심을 갖을 수 있도록 그 소개를 적극적으로 해야 할 책

임성(Accountability)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연락사무소로

지정된 외국인투자실무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이 OECD 다국적기업 가

34 35기획기사

이드라인이 제시하는 핵심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형식적으로 운영

됨으로써 실제로 다국적 기업에 의한 인권침해를 예방하거나 구제하

는 역할을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유엔인권메커니즘 대응

유엔인권권고는 실체적인 측면에서 국내법적 효력을 가지는 국제

인권법에 근거한다 헌법에 의하여 체결middot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 따라서 유엔헌장

한국이 가입한 유엔인권조약 기타 인권 관련 조약 등과 관련 국제관

습법은 국내에서 직접적인 법적 효력을 가진다 따라서 이러한 국제

인권법은 인권과 관련하여 입법 사법 행정의 법적 근거가 되고 경

우에 따라서는 국내법을 해석하는 기준이 되거나 보완하는 역할을 수

행할 수도 있다1 예컨대 기존 법률 혹은 새로운 법률은 국제인권법과

배치되지 않도록 심사되고 국제인권법은 구체적인 재판규범으로 적

용된다 행정의 경우 국제인권법은 모든 행정작용의 기초가 될 뿐만

아니라 행정주체 혹은 공무원이 이를 어겼을 경우 국가배상 직무유

기 성실의무 위반 등 민형사상 책임과 법적 징계로 이어지게 된다

유엔인권권고는 절차적인 측면에서도 국내법적 효력을 가지는 국

1 황필규 ldquo국제인권기준에 비추어 본 한국 인권현실 유엔인권이사회 국가별 인권상황 정례검토 NGO보고서와 정부보고서 초안의 비교평가를 중심으로rdquo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법률가위원회 『2008년 제1차 인권세미나 국제인권현안과 국제인권법』 (2008 3 22) pp 1-2

제인권법에 근거한다 유엔인권이사회의 국가별 인권상황 정기검토

(UPR)와 특별절차의 경우 국내법적 효력을 가지는 유엔헌장 명문의

규정과 법적 기구인 유엔총회의 결의 등에 기초하고 있다 한편 인권

조약과 관련된 권고의 경우 권고의 주체인 조약기구의 구성과 임무

가 조약상 명문으로 규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그 권고가 이루어지

는 절차에 대하여도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다 따라서 국가보고서가

제출되고 유엔인권권고가 이루어지는 절차는 법률에 근거한 법적 절

차라고 볼 수 있다 유엔인권기구의 권고는 그 권고가 실체적middot절차

적 측면에서 국내에서 법적 구속력을 갖는 국제인권법의 명문의 규정

에 근거한다는 점에 비추어 곧바로 국내에서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

고 보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국내법과 명백히 배치되지 않는 한 충분

히 존중되고 그 취지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국내적으로 해석middot

적용되어야 한다2

유엔인권권고는 실체법middot절차법적으로 법률에 기초한 권고라는 점

외에도 lsquo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rsquo을 목적으로 하

는 헌법의 국제 협력 정신을 존중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국내적으로

이행되어야 한다 헌법재판소도 이러한 취지에서 유엔인권권고에 대

하여 설사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권고의 수용 권고의 이행 혹은

이행 노력의 약속은 국제법적으로는 조약에 의한 의무부담의 의사표

2 황필규 ldquo외국인의 인권과 차별금지rdquo 『인권과 정의』 제365호 (대한변호사협회 2007 1) p 49

36 37기획기사

시일 수 있다 유효한 모든 조약은 그 당사국을 구속하며 또한 당사국

에 의하여 성실하게 이행되어야 한다 어느 당사국도 조약의 불이행

에 대한 정당화의 방법으로 그 국내법 규정을 원용해서는 아니 된다

한편 이러한 약속은 국내법적으로는 법적 기관의 권고에 대한 의무부

담의 의사표시로서 행정작용의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비록 유엔인권

권고 자체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행정상 의사

표시에는 신뢰보호 원칙의 적용가능성 등 법적인 효과가 발생하게 된

다고 보아야 한다 한편 유엔인권권고가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등에

반영되는 경우 이는 행정계획의 일부로서의 법적 성질을 가지게 된

기획기사

기업과 국가는 다르다 둘의 가장 큰 차이는 그것의 주인이 누구이

냐 하는 데 있다 민주주의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다 비록 국가기구

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자는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을 장악한 소수의

엘리트일지 몰라도 적어도 헌법상 국가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렇다면 기업의 주인은 누구인가 주주 이사회 최고경영자

(CEO) 아니면 노동자 법적으로 주식회사의 주인은 회사 주식을 보

유한 주주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최고경영자나 이사회가 주주와 기

업을 지배하기도 한다 기업이 협동조합의 형태로 운영되거나 노조가

기업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 어쨌든 변함없는 사실

은 국가와 달리 기업의 주인은 아주 한정된 집단이라는 것이다

지우 | 전쟁없는세상 운영위원

기업에 저항하는 국내외 운동의 사례들

38 39기획기사

국정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물론 여기에도 lsquo시민권자rsquo라는 자

격 조건이 붙지만) 필요하다면 국가기관에 정보공개를 청구할 수도

있다 반면에 기업의 경영권은 외부자에게 불가침의 영역이며 기업에

관한 정보는 대부분 법에 의해 보호받는 lsquo보안사항rsquo이다 따라서 기

업에 저항하는 운동은 국가를 상대로 할 때와 다를 수밖에 없다 이

글에서는 국내외의 몇 가지 사례를 중심으로 기업에 저항하는 운동의

구체적인 방법들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소개할 것은 lsquo경제개

혁연대(구 참여연대 경제개혁

센터)rsquo의 소액주주운동이다

소액주주란 그 자체로는 중대

한 의사결정권을 갖기 어려울

만큼 낮은 지분의 주식을 소

유한 투자자를 의미한다 소액

주주운동은 취지는 대주주의 자의적인 경영을 감시해 투명하고 책임

있는 경영을 실현하는 데 있다 경영진의 불법행위에 대한 민middot형사

소송과 정부의 재벌middot금융정책에 대한 감시와 입법운동이 소액주주

운동의 주요 수단이다 1997년 제일은행을 시작으로 전개된 소액주

주운동은 삼성전자 SK텔레콤 현대중공업 등 핵심 재벌기업들을 상

대로 한 운동으로 발전해왔다

소액주주운동이 반드시 주주의 권익보호와 기업지배구조 개선만

경제개혁연대의 소액주주 운동

을 목적으로 할 필요는 없다 기업의 목적이 아무리 이윤 배당의 극대

화에 있다지만 그것이 주주들이 추구하는 가치의 전부는 아닐 것이

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소액주주운동은 보다 광범위한 사회적middot정치

적 운동의 수단으로 확대될 여지가 있다 미국의 사회운동가 알린스

키(Saul Alinsky)는 이러한 방법을 lsquo위임장 전술(proxy tactic)rsquo이라

고 불렀다 고용상의 차별철폐와 같은 공익이 이윤 극대화보다 더 중

요한 가치라고 여긴 주주들은 주주총회에서 자신의 주주권을 활동가

들에게 기꺼이 위임했고 이 전술은 1960년대 미국의 사회운동에 큰

획을 그었다

이처럼 기업의 직접적 이해관계자 혹은 내부자라 할지라도 사적인

이해관계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이와 관련하여 반도체 노동자

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lsquo반올림rsquo의 사례를 주목할 만하다 반도체

산업의 공정과 거기에 사용되는 물질 등은 기업의 내부정보인 데다가

전문 분야의 지식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활동가들이 사안에 접근하기

가 쉽지 않다 그래서 내부 조력자들의 제보가 운동이 큰 역할을 했다

고 한다 기업공시가 기업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공식

창구인 상황에서 내부 고발은 기업 감시의 없어서는 안 될 수단이다

lsquo좋은기업센터rsquo는 기업공시와 내부자 제보 외에도 지속가능성보고

서를 통해 기업을 감시하고 있다 지속가능성보고서란 기업이 지속가

능경영의 3대 축이라고 불리는 경제middot사회middot환경 분야의 지표를 공

개하는 보고서이다 기업공시처럼 의무화된 것은 아니지만 많은 대기

40 41기획기사

업이 국제 기준과 가이드라인에 따라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그중 가

장 널리 사용되는 기준이 글로벌 보고 계획(GRI)이다 운동은 지속가

능성보고서의 정보를 가지고 기업에 압력에 가할 수 있으며 보고서

에 누락된 사항이 있으면 이에 대한 설명을 요구할 수 있다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 관한 활동에는 어떤 게 있을까 lsquo국제

민주연대rsquo는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에 진출한 기업들의 노

동착취와 자원개발 문제에 관해 활동하고 있다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 대한 대응이 특히 어려운 이유는 기업과 정부 모두가 관심

이 없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대기업에나 적용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나마도 병원이나 학교를 지어주는 정도로

무마하려고 한다 한국 정부는 현지 주민과 노동자의 인권보다 자국

기업인의 이익 보호를 우선시하며 노조 탄압과 같은 문제는 해당 국

가에 떠넘긴다 관할권과 비용 문제 등으로 인해 사법 대응도 어렵다

하지만 해당 국가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기에 현지인들은 한국에서

의 연대를 절실히 요구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안은 지역적middot국제적

차원의 연대를 구축하여 해당 기업에 압력을 가하는 것이다 이는 외

국 정부나 국제기구의 힘을 빌린 것일 수도 있고 순수하게 비제도적

인 것일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상징적 시위나 보이콧과 같은 비

제도적 수단이 법적middot제도적 수단보다 효과적일 때도 있다 국가든

기업이든 권력의 궁극적 원천은 피지배민중에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고유한 경영권도 민중의 힘 앞에서는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

초국적기업의 횡포가 갈수록 심해지고 기업에 저항해야 할 사안이

점점 많아지는 상황에서 위와 같은 사례들과 방법에 대한 더 많은 연

구가 요구된다 한편 한국 사회는 기업에 대한 인식이 유달리 우호적

이고 기업에 저항하는 운동도 아직 대중에 친숙하지 않아 이에 대한

반발이 만만찮고 행동을 실행에 옮겼을 때 오히려 역효과가 나기도

한다 따라서 기업에 저항하는 국내외 운동의 사례들을 발굴하는 것

과 동시에 어떻게 하면 이러한 방법이 한국 사회에서 더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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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서평

양똘 | 출판노동자 + 전쟁없는세상 후원회원

lsquo실패rsquo를 함께 읽는 일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제목이다

나는 아나키스트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lsquo고백rsquo에 대해서는 좀 안다 제목에서

부터 알아챘어야 했는데 별 생각 없이

펼친 게 잘못이다 어떤 고백은 후회와

맞닿아 있다 하는 사람도 그렇지만 듣

는 사람에게도 그렇다 듣고 나서 후회

하는 고백들 듣지 말았어야 했는지도

모르는 이 책이 나한테 그랬다 아나키

스트에 대해 알기도 전에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부터 들어버렸고

나는 이제 아나키즘이라는 말을 들으면 반사적으로 이 고백이 생각날

것이다 고백은 처참했다 대단히 비극적인 드라마로서가 아니라 무

엇보다 비어 있어서 처참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나키즘에 대한 바

탕 지식이 있었다면 어려운 책들을 좀 읽어두었더라면 이 이야기가

다르게 읽혔을까 읽으면서 울 수도 있었을까 모르겠다 하지만 아

나키즘이라는 거대한 이념에 대해 알기 전에 어느 아나키스트 한 명

의 삶을 먼저 안다는 것 그 삶을 그럴듯한 평전이 아니라 허울 없는

자전적 만화로 lsquo고백 받는rsquo다는 것은 꽤 멋진 일이다 내가 만화 장

르에서 얻고자 하는 것은 주로 그런 부분이다 장황한 말들 삶을 포

장하려는 언어적인 관습들이 어느 정도 걷어내진 자리에 들어차는 것

은 침묵이다 침묵에서 고요한 진실을 읽어내는 것이 독자의 몫이고

이 만화도 역시나 그렇다 하는 얘기보다 안 하는 얘기가 훨씬 많다

서두가 왜 이렇게 주절주절 긴가 하면 이 책에 대해 서평이라고 쓸

만한 게 사실 별로 없기 때문이다 나도 고백을 좀 하고 가자면 독자

가 읽고 싶게 만들 만한 감상을 쓸 자신이 없다 하지만 느낀 것은 좀

있다 그 느낀 것이 너무 처량 맞은데 그게 또 lsquo진실rsquo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어 아이구 어떻게 되겠지 하고 시작한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안토니오 작가인 안토니오의 아들이 아버지의

수기를 보고 재구성한 형식인데 1인칭 시점을 택해 안토니오의 목소

리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그러니까 이것은 안토니오의 고백이면서

동시에 그의 고백이 아니기도 하다 안토니오 자신이었다면 이러한

자기 삶을 출판의 형태로 대중들에게 보일 수 없었을 거라고 짐작해

본다 자기 존재를 증명하려는 노력이 도리어 자기 존재를 부정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그는 아나키스트였지만 아나키스트의 고

44 45리뷰-서평

백은 그가 아나키스트가 아니었다고 말하고 있다 또는 아나키스트

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또는 모든 인간이 아나키스트라고

실제 그의 진심은 잘 모르겠다 이야기에서 lsquo나rsquo라고 하는 인물은

lsquo나rsquo가 아닌 것 같았기 때문에 그에게 물어볼 수도 없었다 이야기

내내 lsquo나rsquo가 lsquo나rsquo와 거리를 두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이것은 애초

설정 아들이 아버지 얘기를 대신 하고 있다는 전제를 잊어버리고 몰

입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진실로 lsquo나rsquo가 하는 얘기를 듣고 싶었다

그걸 기대하며 계속 읽어 나갔다

그렇다고 작가가 잘못했다는 것은 아니다 작가는 아버지를 lsquo나rsquo로

삼아 이 이야기를 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아버지는 요양시설에 갇

혀 있다가 자살을 했다 한번은 아들에게 죽여달라고 말한 적도 있다

아버지가 스스로 4층에서 뛰어내린 뒤에 아들은 아버지를 살려내야

만 했다 아버지의 구십 평생을 재구성한 이야기로 아버지가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아들로서 그렇게 해야 했을 것이다

아나키즘에 대해 몰라도 그것이 국가의 강제력을 원천부정 하는

것이고 막 혁명혁명 하는 것이고 짱돌을 들고 돌격하는 것이고 하

여튼 뭐 되게 센 거 라는 인상은 있었다 그런데 안토니오의 성격이

나 실제 삶은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땅을 늘리고 지켜내는 일

에만 관심이 있으며 폭력적이기까지 한 아버지와 형제들 사이에서 억

눌려 자랐다 지금 처한 곳이 지긋지긋하고 바보 같고 떠나고 싶었지

만 그래서 용감하게 시도도 했지만 실패했다 실패는 실패로 끝나지

않고 더 큰 것을 앗아갔다 유일한 친구의 죽음이 그것이었다 이러한

패턴의 실패는 그의 인생 전체에서 반복된다 혁명에 가담하고 lsquo납탄

동맹rsquo이라고 이름 붙인 동지들을 만나지만 혁명의 길은 실재하는 것

이기는 한지 아스라이 멀 뿐이고 가까이 잡히는 것은 오로지 동지의

죽음뿐이다 ldquo내 나이는 스물아홉이었다 청춘은 다 지났고 패배하

고 말았다는 자괴감이 들었다 당연하겠지만rdquo 스페인 피난민 행

렬에 끼어 프랑스의 생-시프리앵 해변으로 가면서 안토니오가 하는

생각이다 이때만 해도 나는 잠깐 힘을 냈다 이제 뭔가 반전이 펼쳐

지겠지 원래 해가 뜨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고들 하잖아 나 또한 지

금 스물아홉이고 청춘이 다 지났다는 그게 무엇인지 미처 먹어보지

도 못했다는 자각에 시달리고 있는 중이다 패배로 말할 것 같으면

그냥 맨날 하는 중이다 노동조합 활동이 그렇고 사람들과의 관계

일상생활 자아실현 거의 모든 면에서 그렇다 그래서 난 더더욱 저

구절에 희망을 걸었다 이제 진짜 아나키스트의 삶이 펼쳐지지 않겠

는가 그래야 이야기가 되지 않겠어

이 책은 자기계발서가 아니다 그 뒤로 펼쳐진 것은 전하고 비슷하

면서 동시에 전보다 더했다 갇혀 있다가 도망치고 다시 다른 곳에

갇히고 도망치고 그러는 사이사이 좋은 사람을 만나고 잃고 잃고

하는 식이었다 아 안토니오의 삶을 이렇게 간추려버리는 것이 정말

미안하다 근데 사실이 그렇다

해변에서 난민처럼 살다가 도망쳐 어느 농장에 강제로 보내진 안토

니오는 그 마을에서 자기 나이의 반도 안 되는 망아지 같은 여자애와

배가 맞아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안토니오는 이 시절이야말로 자기

46 47리뷰-서평

인생에서 가장 즐거웠던 시절이라고 단언한다 무려 lsquo행복rsquo이라는

낱말까지 써가면서 혁명의 이상과 가장 먼 곳에서 가장 행복했다는

것이 아니 그때만 유일하게 행복했다는 것이 뼈아프다 아마 그게 진

실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중반을 넘어가면서부터 lsquo추락rsquo은 본격화된다 그가 lsquo납

탄 동맹rsquo의 든든한 동지를 따라 lsquo사업rsquo에 발을 들이게 되기 때문이

다 돈이 엮이면 어떻게 흐르게 되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너무

지겹게 잘 알고 있다 그런 걸 이 만화에서까지 보고 싶지 않았는데

어쨌든 뛰어넘을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작가는 성실히 쓰고 있다

ldquo살아남으려면 체제에 맹목적으로 순응해야만 했다 단순히 지난

날의 이상을 버리면 되는 게 아니라 열렬한 신봉자가 되어야만 한다

는 것이다rdquo 세상을 뒤집어엎겠다는 큰 꿈만 버리고 lsquo보통rsquo으로 살

아가는 것은 가능하지 않았다 변절한 옛 동지들한테 뭐라고 할 것도

없이 안토니오는 속수무책으로 타락해간다 권력의 뒤통수를 치면서

자기가 권력을 꿰차고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를 두고 다른 욕망을 탐

하고 그러다 결국 자기도 뒤통수를 맞고 거지 신세가 된다 전복이니

혁명이니 하는 것은 꿈에서조차 등장하지 않고 lsquo속박rsquo을 견디지 못

하는 습성만 그놈의 lsquo아나키스트적인rsquo 것으로 남아서 그와 주변을 괴

롭힐 뿐이다

아 책이 채 반에 반도 남지 않았는데 안토니오는 예순 살이 되어

있었다 lsquo왕년에 혁명깨나 했지만 지금은 추한 빈털터리가 되어 아내

와도 끝내고 요양시설에 굴러들어온rsquo 예순 살이다 lsquo보통rsquo보다 못한

예순 살 나는 짜증이 나서 울고 싶었고 그만 읽을 뻔했다 하지만 끝

까지 읽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의 인생에서 마지막이자 유일한

lsquo승리rsquo는 그 뒤에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 승리가 자기 가슴에 붙어

실제로 내장을 갉아먹는 두더지를 떼어내버린 뒤에 스스로 스스로

의 죽음을 실행하는 것뿐이었다고 해도 그 과정을 꼭 지켜봐주었어

야 했다 왜냐하면 남 얘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오래전에 스페인

에서 살았다는 안토니오가 아무것도 개인을 억누르지 않는 자유로운

세상을 꿈꿨던 안토니오라는 사람이 대단하거나 멀게 느껴지지 않는

다 오히려 내가 내일도 마주치게 될 익숙한 사람들 중에 그 지친 얼

굴 하나하나에 안토니오가 보일 것 같다

제목에 속았다고 느꼈다 그런데 다 읽고 보니 작가는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 오히려 시작부터 진실을 말했다

ldquo그리고 또한 그분의 추락이 몇 초밖에 걸리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90년이라는 긴 시간이었다는 사실도 말이

다rdquo

이것은 lsquo추락rsquo에 관한 이야기라고 작가는 이미 알려주고 시작한

것이다 이것은 끝도 없는 추락의 이야기 이상을 가진 인간으로 태

어나서 실패하고 죽어간 이야기다 다시 말하지만 이 실패는 우리

모두가 나눠 먹고 있는 그 실패다 여기서 우리란 물론 우리 편을 말

한다 안토니오의 실패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 자기 가슴을

48 49기획연재-게임과 평화

뜯어먹는 두더지를 꿈에도 본 일이 없는 사람들 이 책이 음란하다고

lsquo청소년 유해매체rsquo 딱지를 붙인 사람들까지 말하는 것은 아니다 적

어도 lsquo우리rsquo는 안토니오라는 아나키스트의 아니 한 인간의 실패담

을 처음부터 끝까지 묵묵히 읽어갈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에도 불구하고 진짜 안토니오의 진짜 진실은

언제까지나 미지수로 남는다 그렇게 남겨야 한다 아무도 모르고 몰

라야만 하는 진실을 하나씩 가지고 있는 것이야말로 그가 그토록 되

고자 열망했던 lsquo개인rsquo일 것이기 때문이다 지우 | 전쟁없는세상 운영위원

게임을 통해 평화를 만드는 게 과연 가능할까 이 물음에 대한 답

을 대신하여 한 가지 게임을 소개하고자 한다

lsquo세계평화게임(World Peace Game)rsquo은 미국의 공립 초등학교 교

사 존 헌터(John Hunter)가 만든 대화형 게임이다 헌터는 1978년에

이 게임의 원형을 처음 만들었고 지금까지 세계를 돌아다니며 게임을

주최하고 있다 그의 활동은 lsquo세계평화와 4학년의 업적(World Peace

and Other 4th-Grade Achievements)rsquo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헌터는 2012년에 타임지가 선정한 교육

운동가 12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세계평화게임은 가로middot세로middot높이 4피트 크기의 4층짜리 아크릴

기획연재-게임과 평화

세계평화게임

50 51기획연재-게임과 평화

구조에서 진행되며 각 층은 바깥 우주와 대기 지표 해저를 상징한

다 거기에 경제력과 군사력이 서로 다른 4개 국가의 영토와 영공

육middot해middot공군 인공위성 잠수함 해저광산 등이 있다 (아무래도 이

아저씨가 숫자 4를 좋아하는 모양이다) 40여 명의 학생이 각국의 수

상 국무장관 국방장관 재무장관 감사원장 등을 맡아 내각을 구성

하고 역할 중에는 유엔이나 세계은행 무기상도 있다

게임의 목표는 이 가상세계에서 일어나는 민족 갈등 화학물질 누

출 핵 확산 물 분쟁 분리middot독립 운동 기근 동물의 멸종 지구온난

화와 같은 위기상황을 함께 해결하고 각국의 경제수준을 높이는 것

이다 학생들은 게임을 통해 권력과 파괴 전쟁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이해하고 장기적 계획과 전략을 세우는 법을 배운다

대화형(interactive) 게임이기에 엄밀하게 짜인 문서화된 규칙은 없

다 게임을 주도하는 것은 학생들이며 교사는 지켜보면서 상황을 정

세계평화게임을 하는 사람들

리하고 촉진하는 역할만 한다 헌터는 처음 교편을 잡았을 때 교사가

수업을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코 그래서는

안 된다는 믿음이 생겼다고 한다 그는 학생들의 집단지성이 자신보

다 훨씬 더 훌륭하다고 인정한다 헌터는 게임에서 실제로 일어난 몇

가지 흥미로운 사례를 소개한다

사례 1

한 학생이 가장 가난한 나라의 국방장관을 맡고 있었다 그 나라의

이웃에는 돈도 많고 기름도 풍부한 나라가 있었다 그런데 그 학생이

갑자기 수상의 명령도 어기고 인접국의 유전지역을 공격했다 학생은

그곳을 포위해 총 한 발 쏘지 않고 지역을 확보했다 인접국은 연료공

급이 차단되어 어떠한 군사행동도 취할 수 없었다 다른 아이들은 화

를 냈다

며칠 뒤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인접한 강대국이 전 세계를 점령

하기 위해 무력도발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학생은 사태의 추

이를 누구보다 먼저 파악하고 대규모 전쟁을 피하기 위해 소규모 전

쟁을 감행하는 냉철한 판단을 내렸던 것이다 학생들은 게임을 멈추

고 그의 판단이 옳았는지 조건에 따라 옳고 그름을 따져보는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사례 2

플라스틱 말로 표시되는 병사들이 전쟁에서 사망하면 군사령관이

52 53기획연재-게임과 평화

병사들의 가상의 부모에게 편지를 쓰는 시간을 가진다 한 번은 학생

의 제안으로 수업을 참관하던 학부모가 직접 편지를 읽게 되었다 편

지의 세 번째 줄을 읽으면서 학부모는 울음을 터뜨렸다 전투에서 병

사를 잃었다면 전쟁에서 승리해도 기쁘지 않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게

되었다 어떤 의미에서 모두가 전쟁에서 졌다는 사실을 말이다

사례 3

방과 후에 틈틈이 7주 동안 진행된 게임에서 세계은행의 재정정책

때문에 한 나라가 시작할 때보다 더 가난해졌다 (게임의 목표는 위기

상황을 해결하고 각국의 경제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게임을 마칠 시

간이 1분도 채 안 남았고 교실은 혼란에 빠졌다 소리를 지르거나 삿

대질을 하는 학생도 있었고 서류 뭉치를 흔들거나 교실을 뛰어다니

는 학생도 있었다

그때 한 학생이 종을 울리며 이렇게 말했다 ldquo세계은행이 모든 자

금을 끌어 모아서 모든 나라가 가난해졌습니다 지금 세계은행에는

6000억 달러가 있습니다 이 돈을 가난한 나라에 기부하려고 합니다

만약 그 나라가 이걸 수용하면 국가의 자산가치가 올라가고 그럼 우

리는 게임을 이기게 됩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rdquo 시간이 3초 정도

남았을 때였다 모두 그 나라의 수상만 바라보고 있었다 ldquo네rdquo 게임

은 이긴 것으로 끝났다

게임은 교과서와 다르다 게임에서 학습자는 lsquo평화란 무엇인가rsquo

라든지 lsquo평화를 어떻게 만드는가rsquo와 같이 주어진 문제에 대한 주어진

답을 저축하듯이 암기하지 않는다 문제를 만드는 것도 그에 대한 답

을 구성하는 것도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 자신과 동료들이다 이는 게

임의 본질이 바로 lsquo참여적 재현rsquo이라는 형식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

고 게임의 lsquo재미rsquo라는 요소가 이러한 참여를 유도한다 여기서 우리

는 맨 앞의 질문에 대한 모종의 답을 상상할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헌터의 말을 인용하며 글을 마친다

ldquo매 게임이 다릅니다 어떤 게임에서는 사회문제가 중요하고 어

떤 게임에서는 경제문제가 중요합니다 어떤 게임에서는 전쟁문제가

대두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부정하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그

게 인류의 현실이니까요 hellip 학생들은 무엇이 옳은 길인지 자기들만

의 방법으로 스스로 찾아냅니다 게임을 통해 저도 많은 것을 배웠습

니다 만약 학생들이 이 게임을 통해 비판적이고 창조적인 사고방식

을 배우고 세상을 이롭게 할 동력을 얻게 된다면 우리 모두를 구원할

지도 모릅니다 게임을 통해 배울 수만 있다면 말이죠rdquo

lsquo세계평화게임rsquo과 이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lsquo세계평화와 4학년의 업적rsquo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는 공식 페이지(httptheworldpeacegamecom)에서 얻을 수 있다

54 55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무기제로는 2013년 상반기 동안 13개 단체와 연대하여 국민연금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 캠페인은 확산탄과 같은 비

인도무기에 대한 금융기관의 투자가 중단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

으며 세부적으로는 ldquo1) 국민연금이 확산탄 생산기업인 한화 풍산에

투자를 철회한다rdquo ldquo2) 국민연금이 비인도무기 생산기업에 대한 투

자배재를 천명하는 윤리투자원칙을 제정한다rdquo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

왜 투자철회 캠페인인가 왜 국민연금인가

확산탄 캠페인에 있어 대상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확산탄의 수요자사용자인 국가이며 다른 한 축은 확산탄을 생산하는

박승호 | 무기제로 코디네이터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 경험 공유

기업들이다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캠페인의 요구가 확산탄을 전면적

으로 금지시키고 확산탄 오염지역을 정화하고 피해생존자들을 지원

하라는 것 등이 주를 이룬다면 기업을 대상으로 한 요구는 확산탄의

생산middot수출을 중단하라는 것이다

현재 한국 정부는 확산탄을 북한의 장사정포에 대응할 수 있는 핵

심전력으로 여기고 있으며 국제적인 확산탄 불법화 추세에도 불구하

고 확산탄을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무기제로는 국가를 대상으로 협약 가입을 촉구하는 캠페인보

다는 확산탄을 생산하는 기업이나 확산탄 생산을 지원하는 금융기관

에 대한 문제제기를 통해 확산탄에 대한 대중적 낙인화 효과를 불러

일으키는 것이 확산탄 금지운동에 더 효과적일 것이라 판단했다 하

지만 확산탄 생산기업인 한화와 풍산을 대상으로 어떤 캠페인을 벌여

도 이윤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기업이 윤리적인 비난만으로 핵심 사업

을 정리할 것 같지는 않았다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압박보다 더 효

과적인 방식은 바로 돈줄에 위협을 가하는 것이고 이 점에서 투자

철회 캠페인은 상대적으로 더 승산이 있는 캠페인이라는 판단이 있

었다 국민연금이 각각 한화 주식의 734(201112) 풍산 주식의

926(20129)를 보유하고 있는 확산탄 생산기업의 최대투자자라는

점 또 공적자금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있는 기관이라는 점 대

부분의 사람들이 월 일정액의 국민연금보험료 납부하고 있다는 점에

서 국민연금의 확산탄 투자 문제를 lsquo내 문제rsquo로 인식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국민연금이 투자철회 캠페인의 대상으로 결정되었다

56 57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무기제로의 과거 캠페인 경험을 통해서 볼 때 확산탄이 어떤 무기

인지 왜 확산탄이 금지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대중적 인식은 사실상

전무했다 확산탄이라는 특정한 무기를 금지하자는 캠페인의 슬로건

이 대중의 관심을 얻기 힘든 주제였다는 점에서 우리는 국민 대다

수가 자의든 타의든 월 일정액을 적립하고 있는 lsquo국민연금rsquo을 통해

lsquo당신의 돈이 국제적으로 금지된 무차별 살상무기를 만드는 데 쓰이

고 있다rsquo는 메시지를 전달해 사람들의 관심과 확산탄의 비인도성에

대한 낙인화를 동시에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해외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 사례

이번에 무기제로가 국민연금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을 진행한 것

은 해외에서 이미 성공적으로 진행된 투자철회 캠페인을 모델로 해서

기획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래에서는 무기제로가 참고했던 대

표적인 성공 사례 두 가지를 살펴보려 한다

- 네덜란드 연금기금 투자철회 사례

2007년 3월에 네덜란드 시사프로그램인 젬블라(Zembla)는 네덜란

드 유수의 연금기금이 확산탄 지뢰 등 비인도무기를 만드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 등 네덜란드 연금기금의 비윤리적 투자 문제

를 다룬 lsquoCluster bomb feelingrsquo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방영한

다 당시 방송을 통해 연기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게 된 대중의 분

노가 표출되면서 연기금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이 압력을 느끼게 되었

다 이에 다큐 제작 과정에 관여했던 시민단체인 팍스 크리스티(IKV

Pax Christi)는 다큐 방영 이후 연금 기관들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캠

페인을 시작하게 된다 금융기관들의 가장 큰 두려움이 ldquo사회적 이미

지 실추rdquo라는 점을 활용한 것인데 2011년 유럽 투자자들을 대상으

로 한 조사에서 거의 80의 투자자가 논란이 되는 무기에 대한 투자

가 명성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는 등 인식의

변화가 눈에 띄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2009년 팍스 크리스티는 페어핀(FairFin)과 공동으로 ldquo확산탄 세

계투자 공동의 책임rdquo 보고서를 발표했고 보고서 발표의 영향으로

연금 기금이나 금융기관들이 확산탄 생산기업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

는 사례가 발생한다 팍스 크리스티는 이뿐 아니라 정책 입안자들과

관계를 맺고 확산탄 투자 금지를 입법화하기에 나선다 2009년에 네

덜란드 의회가 확산탄 투자 금지 촉구 제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지

만 당시 과도 정부가 이를 거부했다 이후 확산탄금지협약 비준 등을

거치면서 상원에서 다시 한번 확산탄 투자 금지 제안이 상정되었고

2011년 말 정부가 이를 이행하기로 결정하면서 확산탄 투자 금지는

2013년 1월부터 효력을 발휘하게 되었다

주목할만한 점은 이 다큐가 방영되고 반향을 일으켰던 시점이 아직

확산탄금지협약이 체결되지 않은 시점이었다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경우는 다큐멘터리 방영으로 국민적 분노가 격화되면서 향후 확산탄

생산기업에 대한 연기금의 투자철회 결정뿐 아니라 네달란드가 확산

58 59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탄금지협약에 서명하는 등 확산탄을 전면적으로 금지시키는 데도 상

당한 영향을 미쳤다

- 영국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RBS) 투자 철회 사례

2011년 8월 앰네스티 영국지부가 팍스 크리스티 보고서를 바탕으

로 HSBC(홍콩middot상하이은행)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 등 주요 은행에

대한 투자 철회 캠페인(온라인 탄원)을 시작했다 캠페인 시작 1주일

만에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이 확산탄 투자를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밝

히게 된다 당시 이 은행은 앰네스티 회원들로부터 12000통의 이메

일을 받았으며 앰네스티가 진행하던 전국적인 광고 캠페인 등에 이

미지 손상을 두려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사례를 통해서 본 우리의 투자철회 캠페인

투자철회 캠페인은 기업들이 lsquo이미지rsquo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에

서 가능한 캠페인이다 위에서 다룬 두 사례는 각각 대중적인 영향력

을 가지고 있는 방송(네덜란드 시사프로그램 젬블라)과 시민단체(앰

네스티 영국지부)가 자국 금융기관(연금기금)이 국제적으로 큰 비난

을 받고 있는 비인도무기를 만드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으로 대중적인 단죄 또는 낙인화가 이루어지면서 자연스레

투자철회가 이어질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된 사례로 볼 수 있다 ldquo내

돈rdquo이 잔인한 무기를 만드는 데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림으로써 사

람들이 확산탄 문제를 ldquo내 문제rdquo로 인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

한 분위기가 형성되었을 때 해당 국가 내에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단체들이 이 문제를 공공의제로 만들어 냈고 이후 여론을 등에 업고

금융기관을 압박해 실제 투자철회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한국에서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진행된 캠페인은 아직 구체적인 성

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하지만 캠페인이 시작단계에 있으며 해외 사

례와 같이 대중적 영향력이 큰 매체가 이 문제를 다루는 등의 이슈 확

산의 계기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아직은 캠페인의 성과를 이야

기할 시점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또 대부분의 국가들이 확산탄금

지협약에 서명middot비준한 유럽의 경우와는 다르게 한국은 안보상의 이

유로 확산탄의 생산 배치를 고집하고 있으며 평화 무기 이슈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도도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 역시 감안해야 할 것이다

무기제로는 올해 12월 발표 예정인 ldquo확산탄 세계투자rdquo 보고서의

번역 발표 등 지속적 캠페인을 통해 국민연금의 확산탄 투자문제를

꾸준히 제기할 계획이며 적절한 타이밍에 대중적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내는 데 주력해 한화middot풍산에 대한 투자철회

및 확산탄에 대한 낙인화 등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참고httpstopclustermunitionsorghttpwwwstopexplosiveinvestmentsorghttpwzeroorg

60 61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기획연재-가람이의 좌충우돌 세상읽기

ldquo그건 저의 삶입니다rdquo

나름 | 전쟁없는세상 친구 + 스웨덴에서 공부하는 중

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ldquo대답하세요rdquo 아슬아슬하게 진행되던 그들의 대화 긴장이 최고

조에 이른다 대화가 중단되고 한 사람이 자리를 뜬다 그 사이 추궁

을 받던 이는 주위를 둘러본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고 어느 구석

자리에 멈춘다 시선이 고정된다 바로 자신에 관한 기사와 사진들을

발견한 것 벽에 빼곡히 붙어 있는 모습이 마치 수사 상황 같다 소리

를 쳤던 이가 돌아오고 그가 묻는다 ldquo이게 뭐죠rdquo ldquo그건 저의 일이

예요rdquo 추궁을 받던 이의 나직한 목소리 ldquo그건 저의 삶입니다rdquo 덴

마크 드라마 lt보운 (발음이 틀릴 수 있음)gt의 한 대목 덴마크 최초의

여성 총리를 그리고 있는 이 드라마는 첫 방영이 있고 1년 뒤 실제 여

성 총리가 등장하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문제의 대목은 이전 정부

에서 총리를 맡았던 여성이 선거를 앞두고 새로운 정당을 만들면서

시작된다 경제 정책을 담당할 인물을 영입했는데 옛소련의 간첩이었

62 63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대표의 측근이 검증을 하게 된다 이 측근은

소련 좌익 정당에서 일하다 자살한 여성에 대해 캐묻고 그 사람은 결

국 그 여성과의 관계를 비롯해 아픈 과거를 이야기하게 된다 이 장면

은 누군가의 삶에 대해 타인이 얼마나 쉽게 얘기하고 재단할 수 있는

지에 관해 생각하게 만든다 타인이 쉽게 말할 수 있는 그 무엇이 누

군가에게는 삶이요 상처다

누군가에게는

그렇다 타인에게는 그저 지시대로 하면 되는 일이 자신에게는 치

명적인 삶의 문제일 수 있다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 갈등의 연속이

다 최근 이 정도 수준은 아니지만 좀 복잡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주

제 넘게도 어떤 글을 외국어로 쓰고 있는데 유럽 학자와 미국 학자

사이에 끼어 고민이 된다 두 사람이 거의 정반대의 입장에서 글쓰기

에 관여하고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해 한 사람은 이쪽으로 가라고 하

는데 또 한 사람은 저쪽으로 가라고 한다 아직은 경력을 막 쌓기 시

작한 힘없는 나로서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다 두 사람 모

두 좋으신 분들이고 또 내게 중요한 역할을 할 분들이다 그런데 모

두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누구 장단에 맞춰야 할지 난감하

다 다른 점이 있다면 한 사람은 나의 가능성만을 보고 변함없는 신뢰

와 지지를 보여주었지만 또 한 사람은 그 정도는 아니라는 느낌 문

제는 나를 석연치 않게() 보는 듯한 이가 내 경력에서는 훨씬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나를 믿어주는 이의 방향에 맞

추기로 결정했는데 아무튼 쉽지 않은 문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깊이 고민하게 된 다른 문제가 있는데 바로

lsquo누구를 대상으로 이야기하는가rsquo에 관한 부분이다 어쩌다가 바다

건너에서 계속 있다 보니 나는 이쪽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야기를 해

오고 있다 이 사람들의 언어(주로 영어)로 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

는 이야기를 이 사람들 상황에 맞게 말이다 그런데hellip 이게 정말 내

가 원하는 일인가 잘 모르겠다 지금 굉장히 긴 분량의 또 다른 글을

쓰고 있는데 원래는 내가 비교적 잘 알고 있는 한국과 관련된 사건에

대해 얘기하려 했다 이 사건과 특별한 인연이 있고 관심도 많기 때문

이다 그런데 관계자는 특정 사건보다는 lsquo보편적인rsquo lsquo이론적rsquo 이야

기에 초점을 맞춰달라고 요구한다 그래야 이쪽 지역에서 읽히기 때

문이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이게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인가 내

가 정말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들은 누구인가 나는 누구를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는가 쉽게 답할 수 없는 물음들 그래도 나는 안다

적어도 당장은 먹고 사는 문제와 관련이 있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는 걸 물론 이런 고민은 나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바다건너에서

든 아니든)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누구나 살아가면서 어떤 식으

로든 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ldquo네가 행복해져야만helliprdquo

64 65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그런데 lsquo바다건너rsquo라는 부분에 뭔가 있는 것 같다 (나만의 착각

일 수 있지만) 외국에서 지내는 게 다른 사람들에게는 좀 괜찮게 보일

수 있지 않을까 뭔가 좀 있어 보이는 부끄럽지만 고백하건대 나 역

시 그런 생각을 전혀 안 했던 것은 아니다 뭔가 세련()된 것 같은

좀 달라보이는 어떤 면에서 (탈)식민 문제와 관련이 있다 그런데 직

접 생활하는 것은 역시 다르다 물론 철저히 나의 입장에서 그렇다는

이야기다 예컨대 자연환경도 좋고 구경갈 곳도 많은데 여행이나 휴

가를 가지 않느냐는 물음을 받곤 한다 그런데 가고 싶어도 일단 돈

이 없다(있어도 최대한 아껴야 한다) 방학 기간에 여기 저기 여행다

니는 유학생이나 현지인들 이야기를 들으면 나는 신기하기도 하고 부

럽기도 하다 에둘러 말하면 이 세상에 아름답거나 그렇지 않은 것은

없다 아름답게 느끼거나 그렇지 않게 느끼는 특정 맥락의 내가 있는

것이다 lt연애시대gt에도 나오지 않던가 ldquo네가 행복해져야만 이 세

상도 행복해진단다rdquo 그래서 서로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다 처음에

얘기한 드라마 장면 누구에게는 일이고 누구에게는 삶이다 뭔가를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될 이유

[나름대로 스웨덴 소식]

성소수자 탈의실 설치 (스웨덴 영문뉴스 lt로컬gt 2013 4 26)

스톡홀름에 있는 한 고등학교가 자신을 남성-여성으로 정체화하

지 않은 학생들을 위해 별도의 탈의실을 짓기로 했다 보도에 따르면

스웨덴에서는 첫 사례라고 한다 이 학교 학생위원회 관계자는 새로

운 탈의실은 사회의 젠더 규범에 불편해하는 학생들을 위한 것이라

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편 이 학교 선생님들은 수업 시간에 남성

(lsquo한rsquo)-여성(lsquo혼rsquo)을 넘어선 lsquo헨rsquo이라는 단어를 공식 사용하기도 하

고 학생들은 스톡홀름 성소수자 축제에 학생위원회 자격으로 참여한

첫 사례를 남기기도 했다

부유한 지역 적은 난민들 (스웨덴 국영 라디오 국제 2013 7

1)

스웨덴에서 예산이 많은 지역일수록 난민을 받는 데 소극적인 것으

로 나타났다 어느 일간지에 따르면 전국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 20

군데가 같은 수의 가장 부유한 지역들보다 5배 많은 난민을 받아들인

다고 한다 여기에 해당되는 부유한 지역들은 모두 현 정부의 보수 성

향 정당이 이끌어 가고 있다 이는 지난 5년 동안 스웨덴의 290개 지

역 단위를 비교한 결과다 관계자에 따르면 스웨덴 북쪽 지역으로 갈

수록 인구 부족 문제로 난민들이 환영을 받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66 67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효웅 | 병역거부자

일베한테 일베식으로 맞짱뜨기

일베충 종북게이다 좌빨 종북게이다

나님 네 다음 일베충

일베충 네 다음 종북게이

나님 나님이 종북게이라는 lsquo근거rsquo가 있음 주장하는 사람이 근거

를 제시해야 한다는 lsquo입증책임의 원칙rsquo도 모름 이 논리 종범아

일베충 요시 그럼 넌 내가 일베충이라는 근거는 있盧

나님 너한테 한 말 아니라 걍 혼잣말 한건데 내 발화의 지시대상

이 너라는 근거는 있盧

일베충 나한테 한 얘기잖아 이 종북게이야

나님 ㅇㅇ 인정 니 생긴 게 일베충같아서 일베충이라고 한 거임

얼굴에 써 있음

일베충 소설쓰지마라 ㅋㅋ 팩트 모르盧 내가 일베충이라는 팩트

를 대라 팩트를

나님 요시 니가 일베충이라는 lsquo최선의 설명으로서의 추론rsquo이라는

가설을 세워서 추론한 거임 나한테 종북게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lsquo현

상rsquo을 설명하기 위해서 너가 일베충이라는 lsquo가설rsquo을 세워 봤는데

ldquo니가 바로 일베충rdquo이기 때문에 ldquo따라서 나한테 종북게이라는 딱지

를 붙이는 것이다rdquo라는 현상이 아주 훌륭하게 설명력을 지닌 가설추

론이 되는 거임 원래 가설은 아무렇게나 세우는게 lsquo가설rsquo임 가설은

반증 가능성이 있는 게 당연하다고 포퍼가 그랬음 가설을 통해서 과

학과 범죄수사가 발전했음 만일 니가 일베충이 아니라면 너가 경쟁

가설을 주장하던가 내 추론에 문제가 있음을 제시하면 됨 왜 일베충

이라고 해서 찔림 도둑이 제 발 저림 일베충도 일베충이라는 말 듣

기가 부끄러움 너 포퍼가 누군지는 암

68 69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일베충 일베한다고 해서 다 무슨 사이코패스에 고인드립치는 패륜

아 인 줄 아냐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범하지 마라

나님 ㅋㅋㅋ요시 사이코패스에 패륜아라는 건 lsquo니가 한 말rsquo이고

lsquo니 생각rsquo임 내가 언제 너보고 사이코패스에 패륜아라고 했음 난

그냥 너가 일베한다는 lsquo사실rsquo을 진술문으로 말했을 뿐임 아 몰랐

네 너 사이코패스에 패륜아임

일베충 (ㅇㅂㅇ) 지금 일베충이라고 비하하는 거임 일베충이라는

말 자체에 비하가 있다

나님 자기들도 일베충이라고 자조적으로 비하하면서helliphellip

일베충 인권 좋아하는 감성팔이 인권쟁이들이 왜 우리의 인권은

도외시하는 거냐 북한 인권 군인 인권 일베충 인권

나님 일베충이 사람임 사람이 아니므니다

일베충 일베충도 사람이다 왜 사람이 아니냐

나님 lsquo일베충rsquo이라는 말은 일베를 하는 벌레라는 내포를 갖고 있

음 따라서 ldquo일베충은 벌레이다rdquo는 진리값이 항상 참인 분석명제이자

항진명제임 이 무식한 일베충아 그런데 ldquo일베충은 사람이다rdquo라고

한다면 그건 앞의 주어인 lsquo일베충rsquo에 이미 내포되어 있는 벌레라는

걸 부정하는 모순이 되는거임 이건 마치 ldquo삼각형은 동그라미이다rdquo

ldquo여성은 인간이 아니다rdquo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모순율에 어긋나

는 것임

일베충 (ㅇㅂㅇ) 인권 좋아하는 인권쟁이들이 우리들한테 인권이

없다니 역시 좌빨들은 이중성 쩌네 ㅋㅋㅋ모순 쩐다 위선자들 ㅋㅋ

ㅋㅋㅋ

나님 일베충이 그런 내포를 갖게 된 것은 공론장에서의 니들 행패

를 보고 내포가 그렇게 정해진 거임 억울하면 다시 태어나셈 근데

니가 인권이 뭔지는 아냐 어디 그래 lsquo인권rsquo의 정의가 뭐라고 생각

일베충 (ㅇㅂㅇ) 그건사전에 나와있다 ldquo사람이라면 누구나 누려

야할 권리rdquohelliphellip

나님 그런데 너님들은 왜 lsquo여성rsquo lsquo전라도rsquo 이런 사람들의 인권을

부정하고 비하하는 거임

일베충 일베라고 다 패륜아냐 성급한 일반화 모르盧 논리적 근

거를 대라

70 71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나님 아~그럼 여름 중에도 시원한 날이 며칠 있으니까 여름은 안

더운 거겠네 ㅋㅋㅋ 일베충 논리 보소 ㅋㅋㅋㅋ 너 말대로 일베의

lsquo모든rsquo회원이 그런 건 아닐 수도 있음 그러나 대다수가 그런 lsquo성

향rsquo을 갖고 있다면 성급한 일반화가 아니라 강한 통계적 귀납논증이

되는 거임 실지로 얼마 전 일베 게시물들의 키워드를 분석한 프로그

램 통계에 의하면 일베 사이트의 핵심 키워드들은 사회의 대다수 사

람들의 통념과 반대되는 게 맞는데 이 연가시야 사례가 많을수록

귀납논증은 강화되는 거고 너가 일반화라면 그렇지 않은 일베 회원

들이 더 많음을 니가 귀납적으로 논증을 해야 논파가 되는 거임 따라

서 ldquo일베충들은 대부분 사회적 낙오자에 학교에선 아싸고 생긴 건

베트남 쌀국수에 집에서 진격의 거인이나 보면서 연애 한 번 못해

보는 싸이코패스인데 사회적 약자들에 화풀이한다rdquo는 건 굉장히 강

한 귀납논증이 성립되는 거임 (ㅋㅋㅋ)

일베충 우리가 사회적 낙오자에 약자들에게 분풀이 한다는 팩트를

대라 팩트의 일베다 우리는 사실만을 얘기한다

나님 니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lsquo팩트rsquo에 대해서 너님들은 얼마나

알고 있음 너님 혹시 lsquo팩트rsquo가 뭔지는 암 사실과 사건 사태의 차

이점이 뭐임

일베충 0a 0

나님 ldquo쟤 성형수술했대rdquo ldquo너 전과자라며rdquo ldquo나 저번 시험에서

백점 맞았다~^^rdquo ldquo우리 집 50평이다 ^^rdquo ldquo우리 아들이 이번에 반

에서 1등했대요 호호호rdquo 이 문장들은 전부다 lsquo사실rsquo을 얘기하고 있

지만 이건 사실을 얘기하는 lsquo진술문rsquo이 아니라 비하하거나 잘난척

하는 lsquo행위rsquo를 하고 있는 lsquo수행문rsquo임 따라서 너님들이 이야기하고

있는 lsquo사실rsquo은 사실 해석과 반응 맥락에 따라서 굉장히 유동적인

것임 이처럼 사실인 척 위장하고 있는 문장들은 lsquo기술주의적 오류

(destriptive fallcy)rsquo임 또한 사실은 lsquo사물rsquo이 아니라 사물들의 연관

이라고 비트겐슈타인이 말한 것처럼 사실은 사실을 인식하고 말하는

사람의 주관에 달려있는 거임

일베충 전라도가 폭도였고 한국여자들이 성형하고 명품 밝히는 건

팩트다 이 멍청한 좌좀아 홍어들은 한반도를 떠나야하고 여자들은

삼일한(삼일에 한번씩 패야한다는 일베 용어)이라는 거다

나님 한국여성들의 명품 구매비율이나 성형비율이 높다는 lsquo사

실rsquo과 여성들을 패야한다는 lsquo당위rsquo가 어떤 관련이 있음 사실에서

어떻게 당위를 도출함 ldquo저 사람은 흑인이다rdquo라는 사실에서 ldquo따라

서 저 사람을 인종차별해야 한다rdquo라는 당위가 도출됨 ldquo너는 여자

다rdquo라는 사실로부터 ldquo따라서 너는 정숙해야한다rdquo라는 당위 도출되

지 않는 것처럼 이것 역시 철학자 GE 무어가 말한 lsquo자연주의적 오

류rsquo임 그러나 ldquo쟤 일베한다 따라서 박멸해야 한다rdquo는 만고산천에

72 73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불변하는 진리 이데아임 어디까지나 이런 논리나 철학은 사람한테

만 적용되므니다 이 살인 진드기야

일베충 (ㅇㅂㅇ) 광주사태가 홍어들 폭도였다는 거 역시 lsquo팩트rsquo

를 말한 거다 총들고 사람 죽이고 그게 잘한 거냐 이 씹선비야

나님 광주사태가 lsquo민주화운동rsquo이였다는건 공론장에서 의사소통적

논변에 근거한 합의를 통해 그 내포에 대한 일의적(一意的) 의미가 정

해진 사안임 너 혼자 민주화라는 용어를 lsquo홍어들의 폭동rsquo으로 재정

의하는 것은 이미 어느정도 사회적으로 통용된 내포를 너 혼자 바꿔

쓰는 lsquo은밀한 재정의의 오류rsquo이면서 동시에 lsquo자의적middot설득적 정의rsquo

인 거임 ldquo동성애자는 항문섹스만을 즐겨하는 에이즈 보균자이며 하

나님 앞에 죄인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rdquo라는 말이 동성애자에 대한

합의된 정의임 자기 혼자 쓰는 정의지 그리고 너희가 비하하는 전

라도 사람들은 전부다 폭도라던가 한국여자들은 명품에 성형에 환장

했다거나 하는 설명이 과학적이거나 팩트에 가까움 오히려 감정적

인 편견에 지나지 않는거 아님 통계 자료는 있음 논거 부재의 오

류 인신공격의 오류 은밀한 재정의의 오류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온갖 오류들의 향연임 이 애미 애비가 교육을 잘못시켜서 그 따위로

된 가정 교육 못 받은 일베충아

일베충 (ㅇㅂㅇ) 아아아아아우오오 씹선비 김치녀 홍어 홍어

나님 반사 ^^

일베충 (ㅇㅂㅇ) 우워워워좌좀 종북 좌빨 슨상님

나님 굴절 ^^

일베충 크어어어억 오유충 삼일한 김치녀 종특

나님 라고 말하는 놈 친일파 ^^

일베충 쩔뚜기 운지 하라보지 종북게이

나님 라고 말하는 놈 평생 쏠로 ^^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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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설란 하동기 하승우 한광주 한주훈 햄 홍수봉 홍수영 홍이 홍창욱 황명규 황예랑

2013년 5월1일 ~ 7월 31일

Page 8: 전쟁없는세상 소식지 38호(2013년 8월)

10 11평화주의자 노트

주의 국제 행동의 날은 전쟁저항자 인터내셔널 (War Resisterrsquo

s Internatoinal)에서 2013년부터 조직한 캠페인이다 반군사주의 국

제 행동의 날은 특히 교육과 연구에 있어 반군사주의를 요구하는 것

을 목표로 삼았다 전 세계 많은 곳에서 군은 교육제도에 상당한 존재

감와 영향력을 갖고 있다 이런 군의 존재와 영향력은 군대가 학교를

방문해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것에서 수업을 진행하는 것 모험 활동

을 운영하고 수업 자료를 지원하는 것까지 그리고 사관학교부터 군

사 연구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것에까지 이른다 군이 교육에 참여

하는 두 가지 주요 목적은 젊은 사람들을 군대로 끌어들이는 것과 함

께 정책의 도구로써 전쟁과 전쟁준비를 정상화시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균형 잡힌 논쟁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왜냐하면 분쟁 해결에

대한 대안적인 관점에는 군대처럼 똑같은 특권적인 접근이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군사연구는 많은 공립대학의 과학 공

학 기술 학과에서 이루어지는 연구에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이렇게

군대와 전쟁을 위한 연구들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한편 사회적으로 더

유용한 연구들은 뒷전이 되기 일쑤다

올해에는 남아프리카 독일 이스라엘 인도 등 최소 11곳이 넘는

나라에서 피켓팅 거리 연극 워크샵과 같은 여러 가지 다양한 활동이

펼쳐졌다

이스라엘에서는 뉴 프로파일(New Profile) 평화를 위한 여성 연

대 (Womenrsquos Coalition for Peace) 미국친우봉사회(American

Friends Service Committee )세 개 단체가 연대하여 텔아비브에서

교육영역의 군 개입을 시각화하는 거리 극장을 열었다 3일 동안 행

동이 이어진 독일에서는 6월 14일 언데드 복장을 입을 항의자들이 쾰

른에 있는 Herder 학교 앞에 나타났다 그들은 군대의 프로파간다를

전복시키는 내용을 담은 현수막를 들었다 이외에도 13일부터 15일

까지 가두 행진을 비롯하여 여러 활동이 있었다 남아프리카 요하네

스버그에서는 ldquo라스트 킹(The Last King of Scotland)rdquo 상영회가

열렸다 영화 상영 뒤에는 참가자들이 영화를 어떻게 느꼈고 그것이

현재와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관해 풍성한 토론이 벌어졌다 미국에

서는 워싱턴 시애틀에서 몇몇 단체들의 행동이 있었다 Garfield 고

등학교 앞에서 플랜카드와 피켓을 들었다 Garfield 고등학교는 지난

2005년 학부모 교사 학생 연합에서 신병모집관이 학교에서 환영받지

않는다고 언급했던 곳이다

한국에서는 올해 시작한 반군사주의 국제 행동의 날에 참여할 여

건이 되지 않아 지나쳤지만 다음 해 부터는 어떤 방식으로 참여 해

볼지 고민해 보면 좋겠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는 전쟁 lsquo기념rsquo

관으로 소풍을 가고 lsquo군기rsquo를 잡아 준다는 명목 아래 청소년들을 대

상으로 하는 무허가 해병대 캠프가 기승을 부리는 이 사회에서 교육

과 반군사주의를 고민하다보면 할 수 있는 행동들은 차고 넘쳐날 것

같다 미디어를 통해 학교 밖 교육 과정을 통해 우리는 여전히 군대

에 대한 잘못된 신화를 주입받고 있다 미디어의 영향력을 생각해 보

12 13평화주의자 노트

면 lt진짜 사나이gt가 방영하고 있을 때 나 혼자 보기 싫다고 TV채널

을 돌려 버리면 그만인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군사주의를 교육하며 군

대와 교육 학문 분야가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사회에 어떻게 함께 대

응하고 저항해 나갈 것인가 하는 고민이 필요하다 ldquo군대 갔다 와야

사람 된다rdquo는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사람을 한 순간에 사람이 아닌

존재로 만들어 버리는 무시무시한 말이 잘못되었다는 인식을 갖고 우

리 사회가 lt진짜 사나이gt와 같은 코너에 대해 경계할 수 있게 될 때

국방부와 관련된 과학 기술 연구 예산이 대신 교육이나 복지와 같은

곳에 쓰일 수 있을 때 병영 국가 만들기가 중단되는 때가 오기를 간

절히 고대해 본다 고등학교에서 단체로 갔던 해병대 캠프에서 다섯

명의 학생들이 죽음을 맞이하는 일은 더 이상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

전 세계에서 벌어진 반군사주의 행동의 날에 대한 더 자세한 상황

공유는 전쟁저항자 인터내셔널 리포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wwwwri-irgorgReportsDayOfAction

평화주의자 노트

현역입영예정일인 6월 24일 오후 2시 난 훈련소에 가지 않았다

나는 모든 억압과 착취 불평등과 부정의에 반대하는 사회주의자로서

의 신념에 따라 이런 결정을 내렸다 나는 이 소견서를 통해 내 신념

을 밝히고자 한다

교과서에선 모든 사람들에게 lsquo국방의 의무rsquo가 부과된다고 가르쳤

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형제와 가족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군

대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남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군대를 가야 한다고 말하고 군대에 가지 않는 것은 비겁한 일로 여긴

다 나 또한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겉모습만 봐선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어떤 것은 그 껍질

이 외부로부터 내용물을 보호하는 것처럼 보이기만 할 뿐 실제론 내

김무석 | 노동자연대학생그룹 활동가

나는 정의와 평화에 대한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다

14 15평화주의자 노트

용물을 가두기 위해 존재하는 것일 수도 있다

군대는 어떠한가 이 나라의 군대는 정말 평범한 민중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 아니면 평범한 민중을 억압하기 위해 존재하

는 것인가

나는 군대가 계급으로 나뉜 자본주의에서 소수 지배자가 다수 민중

을 억압하고 지배하기 위한 대표적인 억압 기구라고 생각한다

박정희의 군대는 1961년 516 군사정변을 일으켰다 1964년엔 베

트남 전쟁에 참전해서 미국의 민족 억압과 학살을 지원했다 1979년

10월 박정희의 유신독재에 항거해 부마항쟁이 벌어지자 군대는 대검

을 들고 민주주의를 외치는 시민들을 진압했다전두환 시절 군대는

1979년 1212 군사 반란을 일으켰고 1980년 517 쿠데타를 일으켰

다 518 광주 항쟁에서 발포해 시민들을 학살한 것도 이 나라의 군

대였다

이런 일들이 군사정권에서만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은 군사 정권이

끝난 뒤에도 군대의 역할이 크게 변하지 않은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3년 이 나라의 군대는 미국의 이라크 점령에

동원되었다 이 전쟁에서 미국은 수십만 명을 학살했고 2백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난민으로 만들었다 2006년 미군기지 이전에 반대한

평택 대추리의 주민들과 활동가들의 평화를 요구한 목소리는 군대의

군홧발에 무참히 짓밟혔다

강제로 동원되어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었던 사병들은 또 다른 희

생자들이었다 이처럼 군대는 평범한 민중의 이익과는 상관없이 소수

권력자들의 도구로 활용되어 왔다

지배계급의 도구

자본주의 체제의 권력자들이 군대를 이용한 목적은 두 가지였다

지배자들은 자국의 민중들을 억압하기 위한 수단으로 또한 타국과의

군사적 패권 경쟁을 위한 수단으로 군대를 이용했다

지배자들은 동의와 설득으로 지배를 유지하려고도 했지만 궁극적

으로는 군대 경찰 감옥과 같은 억압기구를 필요로 한다 군사정권

시절에는 이 폭력이 노골적으로 전면에 드러났다 이 나라에서 노동

자middot민중이 벌인 투쟁으로 이 억압기구들이 뒷켠으로 물러나긴 했다

그러나 평택 미군기지 이전 반대 시위 진압에 군대가 투입된 것이나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점거 파업에 경찰 특공대가 투입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지배자들은 결정적인 순간에 늘 폭력과 억압에 의존해 왔

지배자들은 지정학적 경쟁에서 우위에 서기 위해서도 군대를 활용

한다 베트남과 이라크에 파병된 군대는 미국의 점령과 학살을 도왔

고 이 나라의 지배자들은 파병을 통해 군사적 영향력을 높이려 했다

지배자들의 한미 동맹 전략은 지금도 전혀 변하지 않았다 박근혜 정

16 17평화주의자 노트

부는 첨단무기가 동원된 한미 합동군사훈련에 참가했고 미국이 중국

을 겨냥해 추진하고 있는 MD에 참여할 절차를 밟고 있다 MD 참여

는 이 나라가 미국과 중국의 군사적 갈등에 더 쉽게 휘말리는 위험천

만한 일이 될 수 있다 미국의 패권 강화의 발판이 될 제주해군기지는

건설 과정부터 주민들을 탄압해 lsquo제주해적기지rsquo라고 불렸다 주민과

활동가 성직자에게 가해지는 경찰들의 폭력은 용인됐고 여기에 저

항하는 사람들은 연행되고 벌금을 물고 구속되었다

난 이처럼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미국의 세계 패권 전략을 뒷받침

하고 자국의 민중을 억압하는 데 이용되는 이 나라의 군대에 입대하

기를 거부한다

무고한 젊은이들을 억압하고 희생시키는 군대

부와 권력을 독점한 권력자들은 소수이기 때문에 군대는 압도 다

수인 노동자와 민중의 자녀들로 구성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지배

계급은 군대를 통제하기 위하여 상명하복의 억압적 위계질서를 적용

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2013년 1월 30일 발표된 lsquo군 인권실태 연구

보고서rsquo에 따르면 85퍼센트의 응답자가 군대에서 구타당한 적이 있

다고 답했다 lsquo탈영 또는 자살하고 싶다rsquo는 생각이 들었다는 병사는

346퍼센트였으며 5년 간 실제로 자살한 군인의 숫자는 368명이었

최근 군대 내에서 가혹행위로 자살한 경우 국가유공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결정이 있었지만 이미 무고하게 희생된 젊은이들의 삶은 어

떤 것으로도 보상해줄 수 없다 lsquo국방의 의무rsquo를 준수하라고 앞장서

요구하는 권력자들은 역겹게도 정작 자신들의 자녀는 어떻게든 군대

에 보내지 않으려 한다 lt이제는 말할 수 있다gt의 lsquo신의 아들과의 전

쟁rsquo편(MBC2004)은 진짜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군대가 자신의

의무가 아니라는 것을 폭로했다

권력층과 부유층 예를 들면 재벌가의 병역 비리는 강력한 권력과

결탁되어 있기 때문에 건드릴 수 없었고 과거 광범위하게 이루어진

병역비리 군middot검 합동수사도 결국 내부 권력 -기무사와 군middot검찰-

이 좌절시켰다는 것이다

지배자들은 북한의 위협을 빌미로 군대와 안보 논리를 정당화해 왔

다 그러나 북한의 지배계급과 남한의 지배계급은 서로 적대적 경쟁

을 하면서도 서로의 존재를 정당화 해 왔다 반면 북한의 평범한 젊

은이들과 남한의 젊은이들은 그 과정에서 모두 희생되고 억압받는다

두 국가가 젊은이들을 군대에 동원하는 논리는 거울을 두고 마주보는

것 같이 똑같다 김정은 정권의 이해관계를 위해 젊은이들을 희생시

키는 군대와 박근혜 정권의 이해관계를 위해 젊은이들을 희생시키는

군대는 별로 다르지 않다

신념을 지키기

18 19기획기사 - 인트로

지금까지 평화주의적 종교적 정치적 신념에 의해서 병역을 거부

해 온 사람들이 1만 7천여 명에 이른다 각자의 신념은 달라도 그들

은 자신의 신념을 지키려고 감옥을 선택했다 나 또한 신념에 따른 행

동으로 감옥에 가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나는 감옥에

서 군대보다 더 큰 억압을 경험해야 한다는 것과 감옥에서 나온 뒤

에도 사회적 차별을 감내해야 한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따라서 lsquo감

옥을 선택한다rsquo는 것은 단지 군대인가 감옥인가 하는 선택을 넘어서

lsquo어떤 삶을 살 것인가rsquo하는 질문과 마주치는 과정일 수밖에 없었다

만약 내 삶의 목표가 이 체제가 강요하는 경쟁과 생존의 논리에 타

협한 삶을 사는 것이었다면 이런 선택을 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

러나 내 삶의 목표는 부조리와 모순에 가득 찬 이 사회의 변혁에 기여

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는 내 신념을 지키고 그에 따른 억압과 고통을

감내하는 선택을 할 수 있었다

나는 내가 겪을 모든 개인적 손해에도 불구하고 신념에 따라 이 나

라의 군대에 입대하길 거부한다

2013년 6월 25일 병역 거부를 선언하며

그동안 한국 사회운동은 주로 국가와 싸워왔습니다 덕분에 각 운

동영역에서 국가 기관을 상대하는 노하우는 많이 쌓여있습니다

법적으로는 어떤 절차를 활용할 수 있는지 국제적으로는 어떤 기

구들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지 국내에서 여론을 확산시키고 상

황을 알려내는 것은 어떻게 하면 좋은지 단체마다 나름의 방식들

이 있습니다

기업의 힘은 갈수록 거대해져 국가의 통제를 벗어나고 있습니

다과거에는 국가가 했던 나쁜 일들을 이제는 기업이 하고 있습니

다 국가는 그나마 선거 때 만이라도 국민들 눈치를 보거나 형식

적으로라도 주권자인 국민을 섬기는 척을 해야 하지만 기업은 다

릅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기업은 사회 곳곳에서 이윤 창출

을 위해 할 짓 못할 짓 가리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맞서는 우리의 운동은 아직 미약합니다 기업과 맞선

경험도 많지 않고 무얼 활용할 수 있는지 어떤 방법이 효과적인

지 알지 못합니다 이번 기획기사에서는 사회운동의 저항 상대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기업에 어떻게 하면 잘 맞설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담아봤습니다

기획기사 - 인트로

Intro-기업에 저항하기

20 21기획기사

기획기사

오리 | 전쟁없는세상 사무국

우리는 흔히 lsquo데모rsquo하면 비민주적 정부권력(법률 조직 시스템)에

저항하는 것을 떠올린다 하지만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비

단 우리가 우리 손으로 선출한 사람(기관)들에 의한 것만은 아니다

최근 기업들에 의한 횡포는 훨씬 심각해지고 있다 건강 안전 경제

적 안보 삶의 존재 자체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기업에는 나

의 가족 친구들처럼 좋은 사람들도 많이 일하고 있다 또 모든 기업

들이 개인들의 삶을 짓밟고 이윤을 착취하는 것도 아니다 가끔 나름

의 기준과 사회에 대한 사명감을 가지고 기업 활동을 하는 회사도 뉴

스에서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정말 대다수의 기업과 기업의 총수

들은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개인들을 희생시키는 일을 서슴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대의 (초국적)기업은 어떤 인간보다도 어떤

어떻게 기업에 저항할 것인가

정부보다도 더 큰 권력을 가지고 있다 그들이 작동되는 규칙은 오로

지 하나 lsquo이윤rsquo이다 삼성은 아직도 발암물질 노출에 따른 직업병과

업무연관성을 적극적으로 부인하고 있고 비인도적인 무기인 확산탄

을 만드는 한화와 풍산은 자신들은 정부에서 시키는 일이니까 한다며

왜 자기들 가지고 난리냐고 한다 현대중공업은 돈만 된다면 팔레스

타인 가옥을 부수는 것쯤은 별다른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는 것 같다

사실 지금처럼 기업을 향한 우리들의 행동이 절실한 적이 없다 이

미 전 세계에서는 우리 시대의 골리앗에 맞서는 근사한 행동들이 이

어지고 있고 어떤 경우는 골리앗을 상대로 작지만 아주 의미 있는 다

윗의 승리를 거두는 경우도 있었다 기업에 저항하는 운동은 20세기

중반기부터 시작되어 최근 수 십 년 간 노동조합 환경 사회정의 소

비자운동의 시민단체들에 의해 정교해졌다 기업에 저항하는 운동의

목표는 다양한 전략과 전술을 통해 기업의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이나

관행을 고발하여 기업이 이러한 행동이나 관행을 고치도록 하는 것이

다 단체들과 개인 활동가들은 기업에 저항하는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벌여왔으며 어떤 캠페인들은 수년간 지속되었고 다양한 결과를 낳았

다 보이콧 주주총회 행동 기업이미지 공격(기업브랜드에 초점을 맞

춘 접근방식 대중매체 이용) 등이 주로 이용되었던 전략들이고 최근

에는 기업들이 점차 초국적화 됨에 따라 기업감시 기업윤리 등등 기

업 연구 및 감시에 초점을 맞춘 소위 전문 NGO가 등장하고 정책 혹

은 법을 바꾸거나 도입하는 운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22 23기획기사

이렇게 운동이 발전하면서 이에 대응하는 기업의 양상도 계속 발전

해 왔다는 것은 별로 놀라울 것도 없는 사실이다 이른바 당근과 채찍

전략이라고 할 수 있는데 기업에 비판적인 활동을 벌이는 활동가들에

게 고소 고발을 남발하면서 한 편으론 자선 구호 사업에 대한 기업

의 기부를 강조하고 나무심고 우물파고 텔레비전 버스 잡지 등을

통해 떠들썩하게 자사 홍보영상을 내보내는 것이다 이들은 고가의

컨설팅 금액을 내고 노조활동가들과 지역운동가들을 어떻게 하면 말

려죽일까 전략을 고안하고 있다

우리가 기업에 저항하는 캠페인을 할 때 생각할 것은

- 기업은 사람이 아니다 사물 법인체이다

- 기업은 사적 소유물이 아니다 사람(대중)에 의해 사람(대중)에

복무하도록 창조된 것이다

- 기업은 권리를 갖지 않는다 권리를 갖는 것은 사람이다 기업은

lsquo기업에 어떻게 저항할 것인가rsquo 워크샵에 모인 사람들

오로지 사람들이 부여한 특권만을 가질 뿐이며 시민들은 이것을 다시

뺏을 수 있다

기업에 대항하기 위한 전략은 크게 두 가지

첫째는 데모(행동)를 조직하는 것

- 목표를 구체화 하기 우리는 한꺼번에 모든 걸 변화시킬 수 없

다 우리가 먼저 변화시키려고 하는 것은 무엇인가

- 우리 편 늘리기 어떻게 우리에 대한 지지를 확장해 나갈 것인

- 전략 세우기 우리의 힘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행동 고르기

둘째는 비지니스와 시장을 위한 공공의 규칙을 만드는 것

- 비즈니스와 시장에의 개입이 정당화 될 때는 언제인가 우리의

기본적인 인권을 지키고자 할 때 우리의 지갑을 지키고자 할 때 우

리의 안전을 지키고자 할 때 환경을 지키고자 할 때 노동자의 권리

를 보호하고자 할 때 시장원리가 도입되어야 할 때와 말아야 할 때에

관한 제한을 두어야만 할 때

- 어떻게 각종 규제 조치 공공의 이익에 복무하려 하는 기업들

에 금융혜택 주기 소비자운동의 활성화를 통한 기업 감시 정부가 기

업 통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 경우 사법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다 민사책임 형사책임 사기업vs공기업 여전히 뜨거운 논쟁의 대

상이나 의료 상수도 등의 우리 삶에 기본적인 부분들의 공공화 주장

- 세계화의 도전 우리의 운동 역시 어떻게 세계화 할 것인가

24 25기획기사

구체적으로는

- 기업의 돈줄을 죄기 민영화 반대middot시스템의 재사회화 지지 보

이콧middot지역상품(중소기업상품) 구매하기 기업에 대한 세금감면middot공

적자금 지원middot보조금 지급 등에 저항하기

- 선거민주주의 시스템 이용하기 기업이 선거자금을 대지 못하

도록 공공조달하기 기업의 이해를 대변하는 양당정치에서 벗어나기

유권자들의 손에 직접적인 결정권을 주는 주민발의middot국민투표 기업

의 권리와 정의를 제한하기 기업을 비호하는 법 철폐하기 지역사회

및 지역정부를 상대로 기업의 권리를 제한할 수 있는 현지 법령 만들

- 조직에 대한 공격 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미디어를 민주화시키

기 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대학들을 민주화시키기 국제적 기업화에

저항하기

- 노동자의 권리 주 30시간 노동제 불안전노동 철폐 등

- 인간의 얼굴을 한 기업의 쌩얼 까발리기

제2차 물전쟁 벡텔 VS 볼리비아 민중

1997년 세계은행은 볼리비아 정부가 가장 큰 도시 두 곳(El Alto

La Paz와 the city of Cochabamba)의 공공수자원시스템을 민영화

한다는 조건으로 물 인프라 구축을 위한 추가적인 원조를 제공하겠

다고 통지 1999년 9월 단 하나의 입찰자만으로 비밀리에 진행된 경

매에서 볼리비아 정부는 코차밤바(Cochabamba)의 상수도를 캘리

포니아의 초국적 엔지니어링 기업인 벡텔(Bechtel)에게 넘김 몇 주

내에 벡텔은 수도세를 50 이상 인상하였고 이는 코차밤바 물반란

(Cochabamba Water Revolt)이라 알려진 전 도시 반대저항을 촉발시

킴 2000년 4월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고 군대가 17세 소년 빅

토르 휴고 다자(Victor Hugo Daza)를 죽이고 100명 이상이 다치자

코차밤바 시민들은 물러서지 않았고 벡텔은 볼리비아를 떠나야만 했

음 18개월 후 벡텔과 공동투자자인 스페인 아벤고아(Abengoa)은 볼

리비아를 상대로 5000만 달러(한화 약 560억 원) 상당의 소송을 제

기 이후 4년 간 벡텔과 아벤고아는 계속되는 데모와 기업 이미지의

실추 5개 대륙으로부터 가해지는 공공의 요구 때문에 소송을 취하해

야만 했음 2006년 1월 19일 벡텔과 아벤고아의 대표단은 볼리비아

로 와서 2볼리비아노(한화 약 340원)의 일부지급으로 소송을 취하한

다는 합의서에 서명

캠페인의 당면한 목표는 간단 볼리비아 물소비자들이 벡텔에 수백

만 달러를 결제하도록 하지 않는 것 이것은 전략적 측면에서 애시당

초 벡텔-볼리비아 소송을 있게 한 세계은행의 정책 및 투자기관의 부

정의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것과 lsquo벡텔에 대항하는 투쟁을 이끈 그

룹rsquo(Coordinadora de Defensa del Agua y de la Vida)에 대한 지원

과 같은 더 넓은 목표를 포함하는 것 초기에 캠페인은 세계은행 재

판소에서 승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함 lsquo우리는 여론의 재

26 27기획기사

판소로 장소를 바꾸는 전략적 결정을 내렸다 NGO와 사회운동으로

서의 우리가 벡텔보다 더 큰 권력을 같는 곳이다 우리의 목표는 벡텔

이 항복하도록 설득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성공할 가능성이 더 많은

방법일 뿐만 아니라 성공하기에 더 나은 방법이었다 이것은 다른 많

은 기업들에 어떤 메시지를 전달한다 비록 너희가 세계은행의 재판

소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또 다른 전쟁을 준비하게 될

테니rsquo 벡텔과 같은 회사를 위한 규칙이 존재하는 재판소 대신 캠페

인은 결과에 대해 적은 통제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회사를 밀어 넣

은 셈 그 다음 단계는 소송을 계속 진행할지 포기할 지를 결정할 수

있는 회사의 의사결정자들을 알아보는 것 벡텔사는 네슬레나 나이

키 제너럴 일렉트릭과 다르게 보이콧을 할 수 있는 소비상품을 만들

지 않았음 비상장 회사이기 때문에 압력을 넣을 투자자도 존재하지

않음 그래서 캠페인은 CEO이자 회사 창업자의 증손자인 일리 벡텔

(Riley Bechtel)에게 초점을 맞추게 됨 캠페이너들은 그의 개인 메일

에 엄청난 양의 항의메일을 보내고 잡지 등을 통해 찾아낸 정보로 개

인으로서 그에 대한 프로필을 작성함 나중에 캠페인은 이 전략이 꽤

나 효과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됨 lsquo2볼리비아노에 사건을 합의보고

난 후 볼리비아 협상가가 얘기하기를 Riley Bechtel이 소송을 취하도

록 개인적으로 개입했다고 말했다rsquo

EOn의 스위치를 끄다 영국의 새로운 화석에너지에 대항한 투쟁

2006년 독일 에너지기업인 EOn은 새로운 화력발전소로 잉글랜

드 남동쪽 킹스노스(Kingsnorth) 화력발전소를 대체한다는 계획을

발표 2012년 건설을 시작해서 2015년 완공한다는 계획 기업의 타

이밍은 별로 좋지 않았는데 영국에서 풀뿌리 기후변화 운동이 빠르

게 성장하고 있었고 석탄을 태우는 새로운 거대한 시설은 그들이 영

국의 미래 에너지를 생각할 때 별로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았던 것 킹

스노스는 화력발전소에 대항하는 캠페인의 상징이 되었음 풀뿌리그

룹과 NGO들은 2년간의 캠페인을 벌임 캠페이너들은 온라인 선언

에서부터 대규모 시민불복종까지 다양한 행동들을 했고 어떤 행동에

서는 발전소를 완전히 폐쇄시키기도 하였음 2009년 말로 향하던 시

점 EOn은 Kingsnorth 발전소에 대한 계획을 보류하겠다 발표 영

국 정부는 lsquo이산화탄소 포집middot저장(전망이 밝은 미래 기술이나 현재

가동 중인 어떤 발전소에서도 성공적으로 이행된 적이 없음)rsquo 없이는

새로운 화력발전소 개발을 승인하지 않겠다고 발표

Kingsnorth 발전소의 확장을 막는 것은 핵심적이고 즉각적인 캠페

인의 목표 급속히 설장하고 있는 기후변화 운동과 기후변화에 대한

대중의 우려라는 맥락에서 Kingsnorth 캠페인은 또한 EOn과 같은

기업들이 벌어들이는 이윤이 바로 기후변화의 값을 치르는 것이라는

점을 부각시킴 캠페인은 기업을 직접적으로 상대한 대중 행동을 조

직했으나 영국 정부 또한 이차적인 목표였음 이 캠페인은 영국의 석

28 29기획기사

탄과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을 바꾸도록 하는 보다 커다

란 노력의 일부 또한 캠페인을 준비 중인 다른 화력발전소들이 더 있

었음 따라서 캠페인은 Kingsnorth 발전소가 지어지는 것을 막는 것

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프로젝트들도 더 이상 실행되지 못하게 하는

환경 관련 정책을 변화시키는 것이기도 했음 국가적인 에너지정책

에 더해 정부는 EOn의 계획을 승인하거나 거부할 권한을 갖고 있었

음 그리고 국가는 또한 영국에 lsquo이산화탄소 포집middot저장rsquo 시설을 짓

기 위해 에너지기업에 기금을 댈 수백만 달러 경쟁(EOn도 지원)을

담당하고 있기도 함 캠페인은 EOn의 계획에 대한 대중적인 반대를

구축하고 입증하는 운동의 중심 Camp for Climate Action이 그 시

기 내걸었던 것처럼 lsquo우리는 Kingsnorth 발전소의 건설을 중단시켜

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영국의 새로운 화력발전소를 중단시켜야 한

다 이것은 EOn을 중단시켜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들의 브랜드를

공략하라 그들의 작업을 방해하라 그리고 그들의 공급망을 겨냥하

라 우리는 EOn이 어디에서 활동하건 그들과 마주해야 한다rsquo 사

전 대책을 강구해 회사와 맞서는 것 이외에도 활동가들은 FA컵에 대

한 EOn의 스폰서쉽 대학에서 학생들을 모집하려는 EOn의 노력

Kingsnorth 발전소에 대한 여론을 환기하기 위해 가디언이 주최하는

기후변화회의에 대한 스폰서쉽 등 현존하는 기회들을 활용함

위 사례들은 lsquoThe Democracy Centerrsquo의 기업 캠페이너들을 위한 자료집 lsquoBeating Goliathrsquo의 자료 중 일부를 번역한 것임

이 글은 lsquo기업에 어떻게 저항할 것인가rsquo 워크숍에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황필규 변호사가 발표한 글과 내용을 정리한 글입니다

기획기사

1 인권의 초국가성과 다국적 기업

인권에 대해서 우리는 초국가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 인권은 네 가

지 측면에서 초국가적인 성격을 띤다

① 이슈의 초국가성 이주 난민 및 인신매매(국경과 국적이 한 국

가에 국한되지 않음) 다국적기업(활동 공간과 관련 주체) 등

② 구제수단의 초국가성 국내 구제절차 및 유엔인권기구 기타 국

제 인권기준에 입각한 구제 메커니즘 (유엔인권이사회 유엔인권조약

용석 | 전쟁없는세상 운영위원

기업의 인권 침해에 대응하기-법제도와 국제규약을 바탕으로

30 31기획기사

기구 OECD 다국적기업에 관한 가이드라인 등)

③ 인권 자체의 초국가성 국내아시아 법제 개선 및 소송 등에서

국제비교국내 인권법 연구조사의 필요성

④ 인권운동의 초국가성 국내아시아 공통 인권 이슈에 대한 공

동 대응 및 상호작용의 필요성

다국적 기업에 의한 인권 침해는 주로 가난한 나라들에서 일어나고

있다 다국적 기업의 공장이 있는 나라들은 대부분 국가의 기능이 약

하고 자원은 풍부하지만 독재자가 권력을 쥐고 있거나 무력충돌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국가 내 사법 시스템으로

인권 침해를 구제하기는 매우 어렵다

다국적 기업들이 일으키는 인권 문제는 노동 3권 무시 환경파괴

부정부패 강제(아동)노동 선주민의 권리 박탈 등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다국적 기업에게 국제인권기준을 강제할 국

제적 메커니즘은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다국적 기업과 해외 한국기

업의 현지 인권침해와 이에 대한 대응의 문제도 국내법 외국법 국제

사법 국제법 혹은 국제기준 등 모든 국내외 법제도가 적용되어야 하

고 국제적인 공동 활동이 필요한 전형적인 초국가적 인권 문제다

이 글에서는 인권의 초국가성을 바탕으로 다국적 기업에 의한 인

권침해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국내법과 국제법을 통한 방법들을 살펴

보고자 한다

2 국내 법제도의 활용

국내에서 다국적 기업이나 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저지른 인권

침해에 대응해서 취할 수 있는 법제도적인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

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는 것과 해당 기업에 대해서 민사적으로

책임을 묻는 것 그리고 형사적인 책임을 묻는 것이다

국가인권위 진정을 활용한 사례는 버마에서 가스개발사업 중에 한

국가스공사와 대우인터내셔널사의 인권침해에 대해 인권단체들이 국

가인권위에 진정한 사례(2008417)가 대표적이다

민사적인 책임은 그 기업이 연락사무소 혹은 지점일 때와 합작회

사거나 현지 법인일 때 대응 방식이 달라진다 연락사무소나 지점일

경우는 민사 소송을 하더라도 국제사법 절차에 따르지만 현지 법인

이나 합작회사일 경우에는 민법이 적용된다

인권침해를 한 기업이 다국적 기업의 현지 법인일 경우 현지 법인

은 법적으로 독립된 법인격이기 때문에 현지 법인의 잘못을 본사에

물을 수 없는 것이 법에서 원칙이지만 일정한 요건들을 충족시키면

본사에 민법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기업에 형사적인 책임을 묻는 일에 대해 살펴보자 형법 2조를 보

면 ldquo본법은 대한민국영역 내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과 외국인에게 적

용한다rdquo고 규정하여 속지주의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한편 형법

제3조는 ldquo본법은 대한민국영역 외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에게 적용한

32 33기획기사

다rdquo고 규정하여 속인주의를 보충적으로 채택하고 있다 속인주의로

접근하면 외국에서 인권침해 범죄를 저지른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을

형법으로 처리하기 쉬울 거 같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3 국제적 대응

OECD 다국적기업가이드라인(OECD Guidelines for Multinational

Enterprises)과 국내연락사무소(National Contact Point NCP) 이

의제기

OECD는 1976년 다국적 기업의 인권침해를 비롯한 비윤리적 활동

을 예방하고 침해에 대한 해결기준을 마련하기 위하여 lsquoOECD 다국

적기업 가이드라인rsquo을 제정한바 있다 이 가이드라인은 2001년 4차

개정시 다국적기업의 인권침해 등의 비윤리적 활동을 해결하기 위한

절차로서 이 가이드라인 승인국에 국내연락사무소(NCP National

Contact Point)를 두게 하였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 정부는 당시 산

업자원부 차관(현 지식경제부 제2차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외국인투

자실무위원회를 한국의 국내연락사무소로 지정하고 사무국을 산업

자원부 투자정책과(현 산업통상자원부 투자정책과)로 지정하였다

OECD 가이드라인은 제1부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 (개념 및 원칙

일반정책 정보공개 인권 고용 및 노사관계 환경 뇌물방지 소비

자 이익 과학 및 기술 경쟁 조세) 제2부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

이행절차(OECD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에 대한 이사회의 결정 절

차지침 이행절차에 관한 주석)으로 구성되어 있다 2011년 개정된

가이드라인은 인권에 관해 별도의 장을 두고 국제적으로 인정된 인권

프레임워크에 관한 소개 기업의 인권 존중 책임 국내법적 의무 등

인권에 관한 역할을 총 6가지로 규정하고 있다 이 개정된 가이드라

인은 유엔인권이사회의 기업과 인권 프레임워크 (보호 존중 구제)를

통합하고 세계인권선언 및 자유권middot사회권 규약 노동자 기본권에

관한 ILO 선언에서 설정한 권리를 존중할 것을 포괄적으로 천명하였

고 기업의 책임범주를 고용 및 노사관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공급

망(supply chain)을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에 관한 기업의 상당주의

의무(due diligence)를 강조하고 있다

lsquo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rsquo은 국내연락사무소의 활동을 위

한 핵심기준으로 기업계 노동계 NGO를 포함한 다른 이해당사자들

에게 가이드라인의 이행 및 국내연락사무소와 연관된 시설의 이용과

가이드라인을 홍보하도록 하는 가시성(Visibility) 이해관계자들의

접근을 촉진하도록 하는 접근용이성(Accessibility) 연락사무소 활동

결과의 대내외 공개를 뜻하는 투명성(Transparency) 일반대중이 연

락사무소에 관심을 갖을 수 있도록 그 소개를 적극적으로 해야 할 책

임성(Accountability)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연락사무소로

지정된 외국인투자실무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이 OECD 다국적기업 가

34 35기획기사

이드라인이 제시하는 핵심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형식적으로 운영

됨으로써 실제로 다국적 기업에 의한 인권침해를 예방하거나 구제하

는 역할을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유엔인권메커니즘 대응

유엔인권권고는 실체적인 측면에서 국내법적 효력을 가지는 국제

인권법에 근거한다 헌법에 의하여 체결middot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 따라서 유엔헌장

한국이 가입한 유엔인권조약 기타 인권 관련 조약 등과 관련 국제관

습법은 국내에서 직접적인 법적 효력을 가진다 따라서 이러한 국제

인권법은 인권과 관련하여 입법 사법 행정의 법적 근거가 되고 경

우에 따라서는 국내법을 해석하는 기준이 되거나 보완하는 역할을 수

행할 수도 있다1 예컨대 기존 법률 혹은 새로운 법률은 국제인권법과

배치되지 않도록 심사되고 국제인권법은 구체적인 재판규범으로 적

용된다 행정의 경우 국제인권법은 모든 행정작용의 기초가 될 뿐만

아니라 행정주체 혹은 공무원이 이를 어겼을 경우 국가배상 직무유

기 성실의무 위반 등 민형사상 책임과 법적 징계로 이어지게 된다

유엔인권권고는 절차적인 측면에서도 국내법적 효력을 가지는 국

1 황필규 ldquo국제인권기준에 비추어 본 한국 인권현실 유엔인권이사회 국가별 인권상황 정례검토 NGO보고서와 정부보고서 초안의 비교평가를 중심으로rdquo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법률가위원회 『2008년 제1차 인권세미나 국제인권현안과 국제인권법』 (2008 3 22) pp 1-2

제인권법에 근거한다 유엔인권이사회의 국가별 인권상황 정기검토

(UPR)와 특별절차의 경우 국내법적 효력을 가지는 유엔헌장 명문의

규정과 법적 기구인 유엔총회의 결의 등에 기초하고 있다 한편 인권

조약과 관련된 권고의 경우 권고의 주체인 조약기구의 구성과 임무

가 조약상 명문으로 규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그 권고가 이루어지

는 절차에 대하여도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다 따라서 국가보고서가

제출되고 유엔인권권고가 이루어지는 절차는 법률에 근거한 법적 절

차라고 볼 수 있다 유엔인권기구의 권고는 그 권고가 실체적middot절차

적 측면에서 국내에서 법적 구속력을 갖는 국제인권법의 명문의 규정

에 근거한다는 점에 비추어 곧바로 국내에서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

고 보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국내법과 명백히 배치되지 않는 한 충분

히 존중되고 그 취지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국내적으로 해석middot

적용되어야 한다2

유엔인권권고는 실체법middot절차법적으로 법률에 기초한 권고라는 점

외에도 lsquo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rsquo을 목적으로 하

는 헌법의 국제 협력 정신을 존중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국내적으로

이행되어야 한다 헌법재판소도 이러한 취지에서 유엔인권권고에 대

하여 설사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권고의 수용 권고의 이행 혹은

이행 노력의 약속은 국제법적으로는 조약에 의한 의무부담의 의사표

2 황필규 ldquo외국인의 인권과 차별금지rdquo 『인권과 정의』 제365호 (대한변호사협회 2007 1) p 49

36 37기획기사

시일 수 있다 유효한 모든 조약은 그 당사국을 구속하며 또한 당사국

에 의하여 성실하게 이행되어야 한다 어느 당사국도 조약의 불이행

에 대한 정당화의 방법으로 그 국내법 규정을 원용해서는 아니 된다

한편 이러한 약속은 국내법적으로는 법적 기관의 권고에 대한 의무부

담의 의사표시로서 행정작용의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비록 유엔인권

권고 자체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행정상 의사

표시에는 신뢰보호 원칙의 적용가능성 등 법적인 효과가 발생하게 된

다고 보아야 한다 한편 유엔인권권고가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등에

반영되는 경우 이는 행정계획의 일부로서의 법적 성질을 가지게 된

기획기사

기업과 국가는 다르다 둘의 가장 큰 차이는 그것의 주인이 누구이

냐 하는 데 있다 민주주의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다 비록 국가기구

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자는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을 장악한 소수의

엘리트일지 몰라도 적어도 헌법상 국가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렇다면 기업의 주인은 누구인가 주주 이사회 최고경영자

(CEO) 아니면 노동자 법적으로 주식회사의 주인은 회사 주식을 보

유한 주주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최고경영자나 이사회가 주주와 기

업을 지배하기도 한다 기업이 협동조합의 형태로 운영되거나 노조가

기업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 어쨌든 변함없는 사실

은 국가와 달리 기업의 주인은 아주 한정된 집단이라는 것이다

지우 | 전쟁없는세상 운영위원

기업에 저항하는 국내외 운동의 사례들

38 39기획기사

국정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물론 여기에도 lsquo시민권자rsquo라는 자

격 조건이 붙지만) 필요하다면 국가기관에 정보공개를 청구할 수도

있다 반면에 기업의 경영권은 외부자에게 불가침의 영역이며 기업에

관한 정보는 대부분 법에 의해 보호받는 lsquo보안사항rsquo이다 따라서 기

업에 저항하는 운동은 국가를 상대로 할 때와 다를 수밖에 없다 이

글에서는 국내외의 몇 가지 사례를 중심으로 기업에 저항하는 운동의

구체적인 방법들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소개할 것은 lsquo경제개

혁연대(구 참여연대 경제개혁

센터)rsquo의 소액주주운동이다

소액주주란 그 자체로는 중대

한 의사결정권을 갖기 어려울

만큼 낮은 지분의 주식을 소

유한 투자자를 의미한다 소액

주주운동은 취지는 대주주의 자의적인 경영을 감시해 투명하고 책임

있는 경영을 실현하는 데 있다 경영진의 불법행위에 대한 민middot형사

소송과 정부의 재벌middot금융정책에 대한 감시와 입법운동이 소액주주

운동의 주요 수단이다 1997년 제일은행을 시작으로 전개된 소액주

주운동은 삼성전자 SK텔레콤 현대중공업 등 핵심 재벌기업들을 상

대로 한 운동으로 발전해왔다

소액주주운동이 반드시 주주의 권익보호와 기업지배구조 개선만

경제개혁연대의 소액주주 운동

을 목적으로 할 필요는 없다 기업의 목적이 아무리 이윤 배당의 극대

화에 있다지만 그것이 주주들이 추구하는 가치의 전부는 아닐 것이

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소액주주운동은 보다 광범위한 사회적middot정치

적 운동의 수단으로 확대될 여지가 있다 미국의 사회운동가 알린스

키(Saul Alinsky)는 이러한 방법을 lsquo위임장 전술(proxy tactic)rsquo이라

고 불렀다 고용상의 차별철폐와 같은 공익이 이윤 극대화보다 더 중

요한 가치라고 여긴 주주들은 주주총회에서 자신의 주주권을 활동가

들에게 기꺼이 위임했고 이 전술은 1960년대 미국의 사회운동에 큰

획을 그었다

이처럼 기업의 직접적 이해관계자 혹은 내부자라 할지라도 사적인

이해관계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이와 관련하여 반도체 노동자

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lsquo반올림rsquo의 사례를 주목할 만하다 반도체

산업의 공정과 거기에 사용되는 물질 등은 기업의 내부정보인 데다가

전문 분야의 지식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활동가들이 사안에 접근하기

가 쉽지 않다 그래서 내부 조력자들의 제보가 운동이 큰 역할을 했다

고 한다 기업공시가 기업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공식

창구인 상황에서 내부 고발은 기업 감시의 없어서는 안 될 수단이다

lsquo좋은기업센터rsquo는 기업공시와 내부자 제보 외에도 지속가능성보고

서를 통해 기업을 감시하고 있다 지속가능성보고서란 기업이 지속가

능경영의 3대 축이라고 불리는 경제middot사회middot환경 분야의 지표를 공

개하는 보고서이다 기업공시처럼 의무화된 것은 아니지만 많은 대기

40 41기획기사

업이 국제 기준과 가이드라인에 따라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그중 가

장 널리 사용되는 기준이 글로벌 보고 계획(GRI)이다 운동은 지속가

능성보고서의 정보를 가지고 기업에 압력에 가할 수 있으며 보고서

에 누락된 사항이 있으면 이에 대한 설명을 요구할 수 있다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 관한 활동에는 어떤 게 있을까 lsquo국제

민주연대rsquo는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에 진출한 기업들의 노

동착취와 자원개발 문제에 관해 활동하고 있다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 대한 대응이 특히 어려운 이유는 기업과 정부 모두가 관심

이 없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대기업에나 적용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나마도 병원이나 학교를 지어주는 정도로

무마하려고 한다 한국 정부는 현지 주민과 노동자의 인권보다 자국

기업인의 이익 보호를 우선시하며 노조 탄압과 같은 문제는 해당 국

가에 떠넘긴다 관할권과 비용 문제 등으로 인해 사법 대응도 어렵다

하지만 해당 국가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기에 현지인들은 한국에서

의 연대를 절실히 요구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안은 지역적middot국제적

차원의 연대를 구축하여 해당 기업에 압력을 가하는 것이다 이는 외

국 정부나 국제기구의 힘을 빌린 것일 수도 있고 순수하게 비제도적

인 것일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상징적 시위나 보이콧과 같은 비

제도적 수단이 법적middot제도적 수단보다 효과적일 때도 있다 국가든

기업이든 권력의 궁극적 원천은 피지배민중에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고유한 경영권도 민중의 힘 앞에서는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

초국적기업의 횡포가 갈수록 심해지고 기업에 저항해야 할 사안이

점점 많아지는 상황에서 위와 같은 사례들과 방법에 대한 더 많은 연

구가 요구된다 한편 한국 사회는 기업에 대한 인식이 유달리 우호적

이고 기업에 저항하는 운동도 아직 대중에 친숙하지 않아 이에 대한

반발이 만만찮고 행동을 실행에 옮겼을 때 오히려 역효과가 나기도

한다 따라서 기업에 저항하는 국내외 운동의 사례들을 발굴하는 것

과 동시에 어떻게 하면 이러한 방법이 한국 사회에서 더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겠다

42 43리뷰-서평

리뷰-서평

양똘 | 출판노동자 + 전쟁없는세상 후원회원

lsquo실패rsquo를 함께 읽는 일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제목이다

나는 아나키스트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lsquo고백rsquo에 대해서는 좀 안다 제목에서

부터 알아챘어야 했는데 별 생각 없이

펼친 게 잘못이다 어떤 고백은 후회와

맞닿아 있다 하는 사람도 그렇지만 듣

는 사람에게도 그렇다 듣고 나서 후회

하는 고백들 듣지 말았어야 했는지도

모르는 이 책이 나한테 그랬다 아나키

스트에 대해 알기도 전에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부터 들어버렸고

나는 이제 아나키즘이라는 말을 들으면 반사적으로 이 고백이 생각날

것이다 고백은 처참했다 대단히 비극적인 드라마로서가 아니라 무

엇보다 비어 있어서 처참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나키즘에 대한 바

탕 지식이 있었다면 어려운 책들을 좀 읽어두었더라면 이 이야기가

다르게 읽혔을까 읽으면서 울 수도 있었을까 모르겠다 하지만 아

나키즘이라는 거대한 이념에 대해 알기 전에 어느 아나키스트 한 명

의 삶을 먼저 안다는 것 그 삶을 그럴듯한 평전이 아니라 허울 없는

자전적 만화로 lsquo고백 받는rsquo다는 것은 꽤 멋진 일이다 내가 만화 장

르에서 얻고자 하는 것은 주로 그런 부분이다 장황한 말들 삶을 포

장하려는 언어적인 관습들이 어느 정도 걷어내진 자리에 들어차는 것

은 침묵이다 침묵에서 고요한 진실을 읽어내는 것이 독자의 몫이고

이 만화도 역시나 그렇다 하는 얘기보다 안 하는 얘기가 훨씬 많다

서두가 왜 이렇게 주절주절 긴가 하면 이 책에 대해 서평이라고 쓸

만한 게 사실 별로 없기 때문이다 나도 고백을 좀 하고 가자면 독자

가 읽고 싶게 만들 만한 감상을 쓸 자신이 없다 하지만 느낀 것은 좀

있다 그 느낀 것이 너무 처량 맞은데 그게 또 lsquo진실rsquo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어 아이구 어떻게 되겠지 하고 시작한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안토니오 작가인 안토니오의 아들이 아버지의

수기를 보고 재구성한 형식인데 1인칭 시점을 택해 안토니오의 목소

리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그러니까 이것은 안토니오의 고백이면서

동시에 그의 고백이 아니기도 하다 안토니오 자신이었다면 이러한

자기 삶을 출판의 형태로 대중들에게 보일 수 없었을 거라고 짐작해

본다 자기 존재를 증명하려는 노력이 도리어 자기 존재를 부정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그는 아나키스트였지만 아나키스트의 고

44 45리뷰-서평

백은 그가 아나키스트가 아니었다고 말하고 있다 또는 아나키스트

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또는 모든 인간이 아나키스트라고

실제 그의 진심은 잘 모르겠다 이야기에서 lsquo나rsquo라고 하는 인물은

lsquo나rsquo가 아닌 것 같았기 때문에 그에게 물어볼 수도 없었다 이야기

내내 lsquo나rsquo가 lsquo나rsquo와 거리를 두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이것은 애초

설정 아들이 아버지 얘기를 대신 하고 있다는 전제를 잊어버리고 몰

입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진실로 lsquo나rsquo가 하는 얘기를 듣고 싶었다

그걸 기대하며 계속 읽어 나갔다

그렇다고 작가가 잘못했다는 것은 아니다 작가는 아버지를 lsquo나rsquo로

삼아 이 이야기를 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아버지는 요양시설에 갇

혀 있다가 자살을 했다 한번은 아들에게 죽여달라고 말한 적도 있다

아버지가 스스로 4층에서 뛰어내린 뒤에 아들은 아버지를 살려내야

만 했다 아버지의 구십 평생을 재구성한 이야기로 아버지가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아들로서 그렇게 해야 했을 것이다

아나키즘에 대해 몰라도 그것이 국가의 강제력을 원천부정 하는

것이고 막 혁명혁명 하는 것이고 짱돌을 들고 돌격하는 것이고 하

여튼 뭐 되게 센 거 라는 인상은 있었다 그런데 안토니오의 성격이

나 실제 삶은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땅을 늘리고 지켜내는 일

에만 관심이 있으며 폭력적이기까지 한 아버지와 형제들 사이에서 억

눌려 자랐다 지금 처한 곳이 지긋지긋하고 바보 같고 떠나고 싶었지

만 그래서 용감하게 시도도 했지만 실패했다 실패는 실패로 끝나지

않고 더 큰 것을 앗아갔다 유일한 친구의 죽음이 그것이었다 이러한

패턴의 실패는 그의 인생 전체에서 반복된다 혁명에 가담하고 lsquo납탄

동맹rsquo이라고 이름 붙인 동지들을 만나지만 혁명의 길은 실재하는 것

이기는 한지 아스라이 멀 뿐이고 가까이 잡히는 것은 오로지 동지의

죽음뿐이다 ldquo내 나이는 스물아홉이었다 청춘은 다 지났고 패배하

고 말았다는 자괴감이 들었다 당연하겠지만rdquo 스페인 피난민 행

렬에 끼어 프랑스의 생-시프리앵 해변으로 가면서 안토니오가 하는

생각이다 이때만 해도 나는 잠깐 힘을 냈다 이제 뭔가 반전이 펼쳐

지겠지 원래 해가 뜨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고들 하잖아 나 또한 지

금 스물아홉이고 청춘이 다 지났다는 그게 무엇인지 미처 먹어보지

도 못했다는 자각에 시달리고 있는 중이다 패배로 말할 것 같으면

그냥 맨날 하는 중이다 노동조합 활동이 그렇고 사람들과의 관계

일상생활 자아실현 거의 모든 면에서 그렇다 그래서 난 더더욱 저

구절에 희망을 걸었다 이제 진짜 아나키스트의 삶이 펼쳐지지 않겠

는가 그래야 이야기가 되지 않겠어

이 책은 자기계발서가 아니다 그 뒤로 펼쳐진 것은 전하고 비슷하

면서 동시에 전보다 더했다 갇혀 있다가 도망치고 다시 다른 곳에

갇히고 도망치고 그러는 사이사이 좋은 사람을 만나고 잃고 잃고

하는 식이었다 아 안토니오의 삶을 이렇게 간추려버리는 것이 정말

미안하다 근데 사실이 그렇다

해변에서 난민처럼 살다가 도망쳐 어느 농장에 강제로 보내진 안토

니오는 그 마을에서 자기 나이의 반도 안 되는 망아지 같은 여자애와

배가 맞아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안토니오는 이 시절이야말로 자기

46 47리뷰-서평

인생에서 가장 즐거웠던 시절이라고 단언한다 무려 lsquo행복rsquo이라는

낱말까지 써가면서 혁명의 이상과 가장 먼 곳에서 가장 행복했다는

것이 아니 그때만 유일하게 행복했다는 것이 뼈아프다 아마 그게 진

실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중반을 넘어가면서부터 lsquo추락rsquo은 본격화된다 그가 lsquo납

탄 동맹rsquo의 든든한 동지를 따라 lsquo사업rsquo에 발을 들이게 되기 때문이

다 돈이 엮이면 어떻게 흐르게 되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너무

지겹게 잘 알고 있다 그런 걸 이 만화에서까지 보고 싶지 않았는데

어쨌든 뛰어넘을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작가는 성실히 쓰고 있다

ldquo살아남으려면 체제에 맹목적으로 순응해야만 했다 단순히 지난

날의 이상을 버리면 되는 게 아니라 열렬한 신봉자가 되어야만 한다

는 것이다rdquo 세상을 뒤집어엎겠다는 큰 꿈만 버리고 lsquo보통rsquo으로 살

아가는 것은 가능하지 않았다 변절한 옛 동지들한테 뭐라고 할 것도

없이 안토니오는 속수무책으로 타락해간다 권력의 뒤통수를 치면서

자기가 권력을 꿰차고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를 두고 다른 욕망을 탐

하고 그러다 결국 자기도 뒤통수를 맞고 거지 신세가 된다 전복이니

혁명이니 하는 것은 꿈에서조차 등장하지 않고 lsquo속박rsquo을 견디지 못

하는 습성만 그놈의 lsquo아나키스트적인rsquo 것으로 남아서 그와 주변을 괴

롭힐 뿐이다

아 책이 채 반에 반도 남지 않았는데 안토니오는 예순 살이 되어

있었다 lsquo왕년에 혁명깨나 했지만 지금은 추한 빈털터리가 되어 아내

와도 끝내고 요양시설에 굴러들어온rsquo 예순 살이다 lsquo보통rsquo보다 못한

예순 살 나는 짜증이 나서 울고 싶었고 그만 읽을 뻔했다 하지만 끝

까지 읽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의 인생에서 마지막이자 유일한

lsquo승리rsquo는 그 뒤에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 승리가 자기 가슴에 붙어

실제로 내장을 갉아먹는 두더지를 떼어내버린 뒤에 스스로 스스로

의 죽음을 실행하는 것뿐이었다고 해도 그 과정을 꼭 지켜봐주었어

야 했다 왜냐하면 남 얘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오래전에 스페인

에서 살았다는 안토니오가 아무것도 개인을 억누르지 않는 자유로운

세상을 꿈꿨던 안토니오라는 사람이 대단하거나 멀게 느껴지지 않는

다 오히려 내가 내일도 마주치게 될 익숙한 사람들 중에 그 지친 얼

굴 하나하나에 안토니오가 보일 것 같다

제목에 속았다고 느꼈다 그런데 다 읽고 보니 작가는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 오히려 시작부터 진실을 말했다

ldquo그리고 또한 그분의 추락이 몇 초밖에 걸리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90년이라는 긴 시간이었다는 사실도 말이

다rdquo

이것은 lsquo추락rsquo에 관한 이야기라고 작가는 이미 알려주고 시작한

것이다 이것은 끝도 없는 추락의 이야기 이상을 가진 인간으로 태

어나서 실패하고 죽어간 이야기다 다시 말하지만 이 실패는 우리

모두가 나눠 먹고 있는 그 실패다 여기서 우리란 물론 우리 편을 말

한다 안토니오의 실패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 자기 가슴을

48 49기획연재-게임과 평화

뜯어먹는 두더지를 꿈에도 본 일이 없는 사람들 이 책이 음란하다고

lsquo청소년 유해매체rsquo 딱지를 붙인 사람들까지 말하는 것은 아니다 적

어도 lsquo우리rsquo는 안토니오라는 아나키스트의 아니 한 인간의 실패담

을 처음부터 끝까지 묵묵히 읽어갈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에도 불구하고 진짜 안토니오의 진짜 진실은

언제까지나 미지수로 남는다 그렇게 남겨야 한다 아무도 모르고 몰

라야만 하는 진실을 하나씩 가지고 있는 것이야말로 그가 그토록 되

고자 열망했던 lsquo개인rsquo일 것이기 때문이다 지우 | 전쟁없는세상 운영위원

게임을 통해 평화를 만드는 게 과연 가능할까 이 물음에 대한 답

을 대신하여 한 가지 게임을 소개하고자 한다

lsquo세계평화게임(World Peace Game)rsquo은 미국의 공립 초등학교 교

사 존 헌터(John Hunter)가 만든 대화형 게임이다 헌터는 1978년에

이 게임의 원형을 처음 만들었고 지금까지 세계를 돌아다니며 게임을

주최하고 있다 그의 활동은 lsquo세계평화와 4학년의 업적(World Peace

and Other 4th-Grade Achievements)rsquo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헌터는 2012년에 타임지가 선정한 교육

운동가 12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세계평화게임은 가로middot세로middot높이 4피트 크기의 4층짜리 아크릴

기획연재-게임과 평화

세계평화게임

50 51기획연재-게임과 평화

구조에서 진행되며 각 층은 바깥 우주와 대기 지표 해저를 상징한

다 거기에 경제력과 군사력이 서로 다른 4개 국가의 영토와 영공

육middot해middot공군 인공위성 잠수함 해저광산 등이 있다 (아무래도 이

아저씨가 숫자 4를 좋아하는 모양이다) 40여 명의 학생이 각국의 수

상 국무장관 국방장관 재무장관 감사원장 등을 맡아 내각을 구성

하고 역할 중에는 유엔이나 세계은행 무기상도 있다

게임의 목표는 이 가상세계에서 일어나는 민족 갈등 화학물질 누

출 핵 확산 물 분쟁 분리middot독립 운동 기근 동물의 멸종 지구온난

화와 같은 위기상황을 함께 해결하고 각국의 경제수준을 높이는 것

이다 학생들은 게임을 통해 권력과 파괴 전쟁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이해하고 장기적 계획과 전략을 세우는 법을 배운다

대화형(interactive) 게임이기에 엄밀하게 짜인 문서화된 규칙은 없

다 게임을 주도하는 것은 학생들이며 교사는 지켜보면서 상황을 정

세계평화게임을 하는 사람들

리하고 촉진하는 역할만 한다 헌터는 처음 교편을 잡았을 때 교사가

수업을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코 그래서는

안 된다는 믿음이 생겼다고 한다 그는 학생들의 집단지성이 자신보

다 훨씬 더 훌륭하다고 인정한다 헌터는 게임에서 실제로 일어난 몇

가지 흥미로운 사례를 소개한다

사례 1

한 학생이 가장 가난한 나라의 국방장관을 맡고 있었다 그 나라의

이웃에는 돈도 많고 기름도 풍부한 나라가 있었다 그런데 그 학생이

갑자기 수상의 명령도 어기고 인접국의 유전지역을 공격했다 학생은

그곳을 포위해 총 한 발 쏘지 않고 지역을 확보했다 인접국은 연료공

급이 차단되어 어떠한 군사행동도 취할 수 없었다 다른 아이들은 화

를 냈다

며칠 뒤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인접한 강대국이 전 세계를 점령

하기 위해 무력도발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학생은 사태의 추

이를 누구보다 먼저 파악하고 대규모 전쟁을 피하기 위해 소규모 전

쟁을 감행하는 냉철한 판단을 내렸던 것이다 학생들은 게임을 멈추

고 그의 판단이 옳았는지 조건에 따라 옳고 그름을 따져보는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사례 2

플라스틱 말로 표시되는 병사들이 전쟁에서 사망하면 군사령관이

52 53기획연재-게임과 평화

병사들의 가상의 부모에게 편지를 쓰는 시간을 가진다 한 번은 학생

의 제안으로 수업을 참관하던 학부모가 직접 편지를 읽게 되었다 편

지의 세 번째 줄을 읽으면서 학부모는 울음을 터뜨렸다 전투에서 병

사를 잃었다면 전쟁에서 승리해도 기쁘지 않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게

되었다 어떤 의미에서 모두가 전쟁에서 졌다는 사실을 말이다

사례 3

방과 후에 틈틈이 7주 동안 진행된 게임에서 세계은행의 재정정책

때문에 한 나라가 시작할 때보다 더 가난해졌다 (게임의 목표는 위기

상황을 해결하고 각국의 경제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게임을 마칠 시

간이 1분도 채 안 남았고 교실은 혼란에 빠졌다 소리를 지르거나 삿

대질을 하는 학생도 있었고 서류 뭉치를 흔들거나 교실을 뛰어다니

는 학생도 있었다

그때 한 학생이 종을 울리며 이렇게 말했다 ldquo세계은행이 모든 자

금을 끌어 모아서 모든 나라가 가난해졌습니다 지금 세계은행에는

6000억 달러가 있습니다 이 돈을 가난한 나라에 기부하려고 합니다

만약 그 나라가 이걸 수용하면 국가의 자산가치가 올라가고 그럼 우

리는 게임을 이기게 됩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rdquo 시간이 3초 정도

남았을 때였다 모두 그 나라의 수상만 바라보고 있었다 ldquo네rdquo 게임

은 이긴 것으로 끝났다

게임은 교과서와 다르다 게임에서 학습자는 lsquo평화란 무엇인가rsquo

라든지 lsquo평화를 어떻게 만드는가rsquo와 같이 주어진 문제에 대한 주어진

답을 저축하듯이 암기하지 않는다 문제를 만드는 것도 그에 대한 답

을 구성하는 것도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 자신과 동료들이다 이는 게

임의 본질이 바로 lsquo참여적 재현rsquo이라는 형식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

고 게임의 lsquo재미rsquo라는 요소가 이러한 참여를 유도한다 여기서 우리

는 맨 앞의 질문에 대한 모종의 답을 상상할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헌터의 말을 인용하며 글을 마친다

ldquo매 게임이 다릅니다 어떤 게임에서는 사회문제가 중요하고 어

떤 게임에서는 경제문제가 중요합니다 어떤 게임에서는 전쟁문제가

대두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부정하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그

게 인류의 현실이니까요 hellip 학생들은 무엇이 옳은 길인지 자기들만

의 방법으로 스스로 찾아냅니다 게임을 통해 저도 많은 것을 배웠습

니다 만약 학생들이 이 게임을 통해 비판적이고 창조적인 사고방식

을 배우고 세상을 이롭게 할 동력을 얻게 된다면 우리 모두를 구원할

지도 모릅니다 게임을 통해 배울 수만 있다면 말이죠rdquo

lsquo세계평화게임rsquo과 이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lsquo세계평화와 4학년의 업적rsquo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는 공식 페이지(httptheworldpeacegamecom)에서 얻을 수 있다

54 55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무기제로는 2013년 상반기 동안 13개 단체와 연대하여 국민연금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 캠페인은 확산탄과 같은 비

인도무기에 대한 금융기관의 투자가 중단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

으며 세부적으로는 ldquo1) 국민연금이 확산탄 생산기업인 한화 풍산에

투자를 철회한다rdquo ldquo2) 국민연금이 비인도무기 생산기업에 대한 투

자배재를 천명하는 윤리투자원칙을 제정한다rdquo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

왜 투자철회 캠페인인가 왜 국민연금인가

확산탄 캠페인에 있어 대상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확산탄의 수요자사용자인 국가이며 다른 한 축은 확산탄을 생산하는

박승호 | 무기제로 코디네이터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 경험 공유

기업들이다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캠페인의 요구가 확산탄을 전면적

으로 금지시키고 확산탄 오염지역을 정화하고 피해생존자들을 지원

하라는 것 등이 주를 이룬다면 기업을 대상으로 한 요구는 확산탄의

생산middot수출을 중단하라는 것이다

현재 한국 정부는 확산탄을 북한의 장사정포에 대응할 수 있는 핵

심전력으로 여기고 있으며 국제적인 확산탄 불법화 추세에도 불구하

고 확산탄을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무기제로는 국가를 대상으로 협약 가입을 촉구하는 캠페인보

다는 확산탄을 생산하는 기업이나 확산탄 생산을 지원하는 금융기관

에 대한 문제제기를 통해 확산탄에 대한 대중적 낙인화 효과를 불러

일으키는 것이 확산탄 금지운동에 더 효과적일 것이라 판단했다 하

지만 확산탄 생산기업인 한화와 풍산을 대상으로 어떤 캠페인을 벌여

도 이윤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기업이 윤리적인 비난만으로 핵심 사업

을 정리할 것 같지는 않았다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압박보다 더 효

과적인 방식은 바로 돈줄에 위협을 가하는 것이고 이 점에서 투자

철회 캠페인은 상대적으로 더 승산이 있는 캠페인이라는 판단이 있

었다 국민연금이 각각 한화 주식의 734(201112) 풍산 주식의

926(20129)를 보유하고 있는 확산탄 생산기업의 최대투자자라는

점 또 공적자금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있는 기관이라는 점 대

부분의 사람들이 월 일정액의 국민연금보험료 납부하고 있다는 점에

서 국민연금의 확산탄 투자 문제를 lsquo내 문제rsquo로 인식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국민연금이 투자철회 캠페인의 대상으로 결정되었다

56 57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무기제로의 과거 캠페인 경험을 통해서 볼 때 확산탄이 어떤 무기

인지 왜 확산탄이 금지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대중적 인식은 사실상

전무했다 확산탄이라는 특정한 무기를 금지하자는 캠페인의 슬로건

이 대중의 관심을 얻기 힘든 주제였다는 점에서 우리는 국민 대다

수가 자의든 타의든 월 일정액을 적립하고 있는 lsquo국민연금rsquo을 통해

lsquo당신의 돈이 국제적으로 금지된 무차별 살상무기를 만드는 데 쓰이

고 있다rsquo는 메시지를 전달해 사람들의 관심과 확산탄의 비인도성에

대한 낙인화를 동시에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해외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 사례

이번에 무기제로가 국민연금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을 진행한 것

은 해외에서 이미 성공적으로 진행된 투자철회 캠페인을 모델로 해서

기획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래에서는 무기제로가 참고했던 대

표적인 성공 사례 두 가지를 살펴보려 한다

- 네덜란드 연금기금 투자철회 사례

2007년 3월에 네덜란드 시사프로그램인 젬블라(Zembla)는 네덜란

드 유수의 연금기금이 확산탄 지뢰 등 비인도무기를 만드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 등 네덜란드 연금기금의 비윤리적 투자 문제

를 다룬 lsquoCluster bomb feelingrsquo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방영한

다 당시 방송을 통해 연기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게 된 대중의 분

노가 표출되면서 연기금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이 압력을 느끼게 되었

다 이에 다큐 제작 과정에 관여했던 시민단체인 팍스 크리스티(IKV

Pax Christi)는 다큐 방영 이후 연금 기관들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캠

페인을 시작하게 된다 금융기관들의 가장 큰 두려움이 ldquo사회적 이미

지 실추rdquo라는 점을 활용한 것인데 2011년 유럽 투자자들을 대상으

로 한 조사에서 거의 80의 투자자가 논란이 되는 무기에 대한 투자

가 명성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는 등 인식의

변화가 눈에 띄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2009년 팍스 크리스티는 페어핀(FairFin)과 공동으로 ldquo확산탄 세

계투자 공동의 책임rdquo 보고서를 발표했고 보고서 발표의 영향으로

연금 기금이나 금융기관들이 확산탄 생산기업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

는 사례가 발생한다 팍스 크리스티는 이뿐 아니라 정책 입안자들과

관계를 맺고 확산탄 투자 금지를 입법화하기에 나선다 2009년에 네

덜란드 의회가 확산탄 투자 금지 촉구 제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지

만 당시 과도 정부가 이를 거부했다 이후 확산탄금지협약 비준 등을

거치면서 상원에서 다시 한번 확산탄 투자 금지 제안이 상정되었고

2011년 말 정부가 이를 이행하기로 결정하면서 확산탄 투자 금지는

2013년 1월부터 효력을 발휘하게 되었다

주목할만한 점은 이 다큐가 방영되고 반향을 일으켰던 시점이 아직

확산탄금지협약이 체결되지 않은 시점이었다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경우는 다큐멘터리 방영으로 국민적 분노가 격화되면서 향후 확산탄

생산기업에 대한 연기금의 투자철회 결정뿐 아니라 네달란드가 확산

58 59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탄금지협약에 서명하는 등 확산탄을 전면적으로 금지시키는 데도 상

당한 영향을 미쳤다

- 영국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RBS) 투자 철회 사례

2011년 8월 앰네스티 영국지부가 팍스 크리스티 보고서를 바탕으

로 HSBC(홍콩middot상하이은행)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 등 주요 은행에

대한 투자 철회 캠페인(온라인 탄원)을 시작했다 캠페인 시작 1주일

만에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이 확산탄 투자를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밝

히게 된다 당시 이 은행은 앰네스티 회원들로부터 12000통의 이메

일을 받았으며 앰네스티가 진행하던 전국적인 광고 캠페인 등에 이

미지 손상을 두려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사례를 통해서 본 우리의 투자철회 캠페인

투자철회 캠페인은 기업들이 lsquo이미지rsquo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에

서 가능한 캠페인이다 위에서 다룬 두 사례는 각각 대중적인 영향력

을 가지고 있는 방송(네덜란드 시사프로그램 젬블라)과 시민단체(앰

네스티 영국지부)가 자국 금융기관(연금기금)이 국제적으로 큰 비난

을 받고 있는 비인도무기를 만드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으로 대중적인 단죄 또는 낙인화가 이루어지면서 자연스레

투자철회가 이어질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된 사례로 볼 수 있다 ldquo내

돈rdquo이 잔인한 무기를 만드는 데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림으로써 사

람들이 확산탄 문제를 ldquo내 문제rdquo로 인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

한 분위기가 형성되었을 때 해당 국가 내에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단체들이 이 문제를 공공의제로 만들어 냈고 이후 여론을 등에 업고

금융기관을 압박해 실제 투자철회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한국에서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진행된 캠페인은 아직 구체적인 성

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하지만 캠페인이 시작단계에 있으며 해외 사

례와 같이 대중적 영향력이 큰 매체가 이 문제를 다루는 등의 이슈 확

산의 계기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아직은 캠페인의 성과를 이야

기할 시점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또 대부분의 국가들이 확산탄금

지협약에 서명middot비준한 유럽의 경우와는 다르게 한국은 안보상의 이

유로 확산탄의 생산 배치를 고집하고 있으며 평화 무기 이슈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도도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 역시 감안해야 할 것이다

무기제로는 올해 12월 발표 예정인 ldquo확산탄 세계투자rdquo 보고서의

번역 발표 등 지속적 캠페인을 통해 국민연금의 확산탄 투자문제를

꾸준히 제기할 계획이며 적절한 타이밍에 대중적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내는 데 주력해 한화middot풍산에 대한 투자철회

및 확산탄에 대한 낙인화 등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참고httpstopclustermunitionsorghttpwwwstopexplosiveinvestmentsorghttpwzeroorg

60 61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기획연재-가람이의 좌충우돌 세상읽기

ldquo그건 저의 삶입니다rdquo

나름 | 전쟁없는세상 친구 + 스웨덴에서 공부하는 중

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ldquo대답하세요rdquo 아슬아슬하게 진행되던 그들의 대화 긴장이 최고

조에 이른다 대화가 중단되고 한 사람이 자리를 뜬다 그 사이 추궁

을 받던 이는 주위를 둘러본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고 어느 구석

자리에 멈춘다 시선이 고정된다 바로 자신에 관한 기사와 사진들을

발견한 것 벽에 빼곡히 붙어 있는 모습이 마치 수사 상황 같다 소리

를 쳤던 이가 돌아오고 그가 묻는다 ldquo이게 뭐죠rdquo ldquo그건 저의 일이

예요rdquo 추궁을 받던 이의 나직한 목소리 ldquo그건 저의 삶입니다rdquo 덴

마크 드라마 lt보운 (발음이 틀릴 수 있음)gt의 한 대목 덴마크 최초의

여성 총리를 그리고 있는 이 드라마는 첫 방영이 있고 1년 뒤 실제 여

성 총리가 등장하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문제의 대목은 이전 정부

에서 총리를 맡았던 여성이 선거를 앞두고 새로운 정당을 만들면서

시작된다 경제 정책을 담당할 인물을 영입했는데 옛소련의 간첩이었

62 63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대표의 측근이 검증을 하게 된다 이 측근은

소련 좌익 정당에서 일하다 자살한 여성에 대해 캐묻고 그 사람은 결

국 그 여성과의 관계를 비롯해 아픈 과거를 이야기하게 된다 이 장면

은 누군가의 삶에 대해 타인이 얼마나 쉽게 얘기하고 재단할 수 있는

지에 관해 생각하게 만든다 타인이 쉽게 말할 수 있는 그 무엇이 누

군가에게는 삶이요 상처다

누군가에게는

그렇다 타인에게는 그저 지시대로 하면 되는 일이 자신에게는 치

명적인 삶의 문제일 수 있다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 갈등의 연속이

다 최근 이 정도 수준은 아니지만 좀 복잡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주

제 넘게도 어떤 글을 외국어로 쓰고 있는데 유럽 학자와 미국 학자

사이에 끼어 고민이 된다 두 사람이 거의 정반대의 입장에서 글쓰기

에 관여하고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해 한 사람은 이쪽으로 가라고 하

는데 또 한 사람은 저쪽으로 가라고 한다 아직은 경력을 막 쌓기 시

작한 힘없는 나로서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다 두 사람 모

두 좋으신 분들이고 또 내게 중요한 역할을 할 분들이다 그런데 모

두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누구 장단에 맞춰야 할지 난감하

다 다른 점이 있다면 한 사람은 나의 가능성만을 보고 변함없는 신뢰

와 지지를 보여주었지만 또 한 사람은 그 정도는 아니라는 느낌 문

제는 나를 석연치 않게() 보는 듯한 이가 내 경력에서는 훨씬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나를 믿어주는 이의 방향에 맞

추기로 결정했는데 아무튼 쉽지 않은 문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깊이 고민하게 된 다른 문제가 있는데 바로

lsquo누구를 대상으로 이야기하는가rsquo에 관한 부분이다 어쩌다가 바다

건너에서 계속 있다 보니 나는 이쪽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야기를 해

오고 있다 이 사람들의 언어(주로 영어)로 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

는 이야기를 이 사람들 상황에 맞게 말이다 그런데hellip 이게 정말 내

가 원하는 일인가 잘 모르겠다 지금 굉장히 긴 분량의 또 다른 글을

쓰고 있는데 원래는 내가 비교적 잘 알고 있는 한국과 관련된 사건에

대해 얘기하려 했다 이 사건과 특별한 인연이 있고 관심도 많기 때문

이다 그런데 관계자는 특정 사건보다는 lsquo보편적인rsquo lsquo이론적rsquo 이야

기에 초점을 맞춰달라고 요구한다 그래야 이쪽 지역에서 읽히기 때

문이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이게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인가 내

가 정말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들은 누구인가 나는 누구를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는가 쉽게 답할 수 없는 물음들 그래도 나는 안다

적어도 당장은 먹고 사는 문제와 관련이 있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는 걸 물론 이런 고민은 나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바다건너에서

든 아니든)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누구나 살아가면서 어떤 식으

로든 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ldquo네가 행복해져야만helliprdquo

64 65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그런데 lsquo바다건너rsquo라는 부분에 뭔가 있는 것 같다 (나만의 착각

일 수 있지만) 외국에서 지내는 게 다른 사람들에게는 좀 괜찮게 보일

수 있지 않을까 뭔가 좀 있어 보이는 부끄럽지만 고백하건대 나 역

시 그런 생각을 전혀 안 했던 것은 아니다 뭔가 세련()된 것 같은

좀 달라보이는 어떤 면에서 (탈)식민 문제와 관련이 있다 그런데 직

접 생활하는 것은 역시 다르다 물론 철저히 나의 입장에서 그렇다는

이야기다 예컨대 자연환경도 좋고 구경갈 곳도 많은데 여행이나 휴

가를 가지 않느냐는 물음을 받곤 한다 그런데 가고 싶어도 일단 돈

이 없다(있어도 최대한 아껴야 한다) 방학 기간에 여기 저기 여행다

니는 유학생이나 현지인들 이야기를 들으면 나는 신기하기도 하고 부

럽기도 하다 에둘러 말하면 이 세상에 아름답거나 그렇지 않은 것은

없다 아름답게 느끼거나 그렇지 않게 느끼는 특정 맥락의 내가 있는

것이다 lt연애시대gt에도 나오지 않던가 ldquo네가 행복해져야만 이 세

상도 행복해진단다rdquo 그래서 서로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다 처음에

얘기한 드라마 장면 누구에게는 일이고 누구에게는 삶이다 뭔가를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될 이유

[나름대로 스웨덴 소식]

성소수자 탈의실 설치 (스웨덴 영문뉴스 lt로컬gt 2013 4 26)

스톡홀름에 있는 한 고등학교가 자신을 남성-여성으로 정체화하

지 않은 학생들을 위해 별도의 탈의실을 짓기로 했다 보도에 따르면

스웨덴에서는 첫 사례라고 한다 이 학교 학생위원회 관계자는 새로

운 탈의실은 사회의 젠더 규범에 불편해하는 학생들을 위한 것이라

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편 이 학교 선생님들은 수업 시간에 남성

(lsquo한rsquo)-여성(lsquo혼rsquo)을 넘어선 lsquo헨rsquo이라는 단어를 공식 사용하기도 하

고 학생들은 스톡홀름 성소수자 축제에 학생위원회 자격으로 참여한

첫 사례를 남기기도 했다

부유한 지역 적은 난민들 (스웨덴 국영 라디오 국제 2013 7

1)

스웨덴에서 예산이 많은 지역일수록 난민을 받는 데 소극적인 것으

로 나타났다 어느 일간지에 따르면 전국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 20

군데가 같은 수의 가장 부유한 지역들보다 5배 많은 난민을 받아들인

다고 한다 여기에 해당되는 부유한 지역들은 모두 현 정부의 보수 성

향 정당이 이끌어 가고 있다 이는 지난 5년 동안 스웨덴의 290개 지

역 단위를 비교한 결과다 관계자에 따르면 스웨덴 북쪽 지역으로 갈

수록 인구 부족 문제로 난민들이 환영을 받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66 67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효웅 | 병역거부자

일베한테 일베식으로 맞짱뜨기

일베충 종북게이다 좌빨 종북게이다

나님 네 다음 일베충

일베충 네 다음 종북게이

나님 나님이 종북게이라는 lsquo근거rsquo가 있음 주장하는 사람이 근거

를 제시해야 한다는 lsquo입증책임의 원칙rsquo도 모름 이 논리 종범아

일베충 요시 그럼 넌 내가 일베충이라는 근거는 있盧

나님 너한테 한 말 아니라 걍 혼잣말 한건데 내 발화의 지시대상

이 너라는 근거는 있盧

일베충 나한테 한 얘기잖아 이 종북게이야

나님 ㅇㅇ 인정 니 생긴 게 일베충같아서 일베충이라고 한 거임

얼굴에 써 있음

일베충 소설쓰지마라 ㅋㅋ 팩트 모르盧 내가 일베충이라는 팩트

를 대라 팩트를

나님 요시 니가 일베충이라는 lsquo최선의 설명으로서의 추론rsquo이라는

가설을 세워서 추론한 거임 나한테 종북게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lsquo현

상rsquo을 설명하기 위해서 너가 일베충이라는 lsquo가설rsquo을 세워 봤는데

ldquo니가 바로 일베충rdquo이기 때문에 ldquo따라서 나한테 종북게이라는 딱지

를 붙이는 것이다rdquo라는 현상이 아주 훌륭하게 설명력을 지닌 가설추

론이 되는 거임 원래 가설은 아무렇게나 세우는게 lsquo가설rsquo임 가설은

반증 가능성이 있는 게 당연하다고 포퍼가 그랬음 가설을 통해서 과

학과 범죄수사가 발전했음 만일 니가 일베충이 아니라면 너가 경쟁

가설을 주장하던가 내 추론에 문제가 있음을 제시하면 됨 왜 일베충

이라고 해서 찔림 도둑이 제 발 저림 일베충도 일베충이라는 말 듣

기가 부끄러움 너 포퍼가 누군지는 암

68 69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일베충 일베한다고 해서 다 무슨 사이코패스에 고인드립치는 패륜

아 인 줄 아냐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범하지 마라

나님 ㅋㅋㅋ요시 사이코패스에 패륜아라는 건 lsquo니가 한 말rsquo이고

lsquo니 생각rsquo임 내가 언제 너보고 사이코패스에 패륜아라고 했음 난

그냥 너가 일베한다는 lsquo사실rsquo을 진술문으로 말했을 뿐임 아 몰랐

네 너 사이코패스에 패륜아임

일베충 (ㅇㅂㅇ) 지금 일베충이라고 비하하는 거임 일베충이라는

말 자체에 비하가 있다

나님 자기들도 일베충이라고 자조적으로 비하하면서helliphellip

일베충 인권 좋아하는 감성팔이 인권쟁이들이 왜 우리의 인권은

도외시하는 거냐 북한 인권 군인 인권 일베충 인권

나님 일베충이 사람임 사람이 아니므니다

일베충 일베충도 사람이다 왜 사람이 아니냐

나님 lsquo일베충rsquo이라는 말은 일베를 하는 벌레라는 내포를 갖고 있

음 따라서 ldquo일베충은 벌레이다rdquo는 진리값이 항상 참인 분석명제이자

항진명제임 이 무식한 일베충아 그런데 ldquo일베충은 사람이다rdquo라고

한다면 그건 앞의 주어인 lsquo일베충rsquo에 이미 내포되어 있는 벌레라는

걸 부정하는 모순이 되는거임 이건 마치 ldquo삼각형은 동그라미이다rdquo

ldquo여성은 인간이 아니다rdquo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모순율에 어긋나

는 것임

일베충 (ㅇㅂㅇ) 인권 좋아하는 인권쟁이들이 우리들한테 인권이

없다니 역시 좌빨들은 이중성 쩌네 ㅋㅋㅋ모순 쩐다 위선자들 ㅋㅋ

ㅋㅋㅋ

나님 일베충이 그런 내포를 갖게 된 것은 공론장에서의 니들 행패

를 보고 내포가 그렇게 정해진 거임 억울하면 다시 태어나셈 근데

니가 인권이 뭔지는 아냐 어디 그래 lsquo인권rsquo의 정의가 뭐라고 생각

일베충 (ㅇㅂㅇ) 그건사전에 나와있다 ldquo사람이라면 누구나 누려

야할 권리rdquohelliphellip

나님 그런데 너님들은 왜 lsquo여성rsquo lsquo전라도rsquo 이런 사람들의 인권을

부정하고 비하하는 거임

일베충 일베라고 다 패륜아냐 성급한 일반화 모르盧 논리적 근

거를 대라

70 71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나님 아~그럼 여름 중에도 시원한 날이 며칠 있으니까 여름은 안

더운 거겠네 ㅋㅋㅋ 일베충 논리 보소 ㅋㅋㅋㅋ 너 말대로 일베의

lsquo모든rsquo회원이 그런 건 아닐 수도 있음 그러나 대다수가 그런 lsquo성

향rsquo을 갖고 있다면 성급한 일반화가 아니라 강한 통계적 귀납논증이

되는 거임 실지로 얼마 전 일베 게시물들의 키워드를 분석한 프로그

램 통계에 의하면 일베 사이트의 핵심 키워드들은 사회의 대다수 사

람들의 통념과 반대되는 게 맞는데 이 연가시야 사례가 많을수록

귀납논증은 강화되는 거고 너가 일반화라면 그렇지 않은 일베 회원

들이 더 많음을 니가 귀납적으로 논증을 해야 논파가 되는 거임 따라

서 ldquo일베충들은 대부분 사회적 낙오자에 학교에선 아싸고 생긴 건

베트남 쌀국수에 집에서 진격의 거인이나 보면서 연애 한 번 못해

보는 싸이코패스인데 사회적 약자들에 화풀이한다rdquo는 건 굉장히 강

한 귀납논증이 성립되는 거임 (ㅋㅋㅋ)

일베충 우리가 사회적 낙오자에 약자들에게 분풀이 한다는 팩트를

대라 팩트의 일베다 우리는 사실만을 얘기한다

나님 니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lsquo팩트rsquo에 대해서 너님들은 얼마나

알고 있음 너님 혹시 lsquo팩트rsquo가 뭔지는 암 사실과 사건 사태의 차

이점이 뭐임

일베충 0a 0

나님 ldquo쟤 성형수술했대rdquo ldquo너 전과자라며rdquo ldquo나 저번 시험에서

백점 맞았다~^^rdquo ldquo우리 집 50평이다 ^^rdquo ldquo우리 아들이 이번에 반

에서 1등했대요 호호호rdquo 이 문장들은 전부다 lsquo사실rsquo을 얘기하고 있

지만 이건 사실을 얘기하는 lsquo진술문rsquo이 아니라 비하하거나 잘난척

하는 lsquo행위rsquo를 하고 있는 lsquo수행문rsquo임 따라서 너님들이 이야기하고

있는 lsquo사실rsquo은 사실 해석과 반응 맥락에 따라서 굉장히 유동적인

것임 이처럼 사실인 척 위장하고 있는 문장들은 lsquo기술주의적 오류

(destriptive fallcy)rsquo임 또한 사실은 lsquo사물rsquo이 아니라 사물들의 연관

이라고 비트겐슈타인이 말한 것처럼 사실은 사실을 인식하고 말하는

사람의 주관에 달려있는 거임

일베충 전라도가 폭도였고 한국여자들이 성형하고 명품 밝히는 건

팩트다 이 멍청한 좌좀아 홍어들은 한반도를 떠나야하고 여자들은

삼일한(삼일에 한번씩 패야한다는 일베 용어)이라는 거다

나님 한국여성들의 명품 구매비율이나 성형비율이 높다는 lsquo사

실rsquo과 여성들을 패야한다는 lsquo당위rsquo가 어떤 관련이 있음 사실에서

어떻게 당위를 도출함 ldquo저 사람은 흑인이다rdquo라는 사실에서 ldquo따라

서 저 사람을 인종차별해야 한다rdquo라는 당위가 도출됨 ldquo너는 여자

다rdquo라는 사실로부터 ldquo따라서 너는 정숙해야한다rdquo라는 당위 도출되

지 않는 것처럼 이것 역시 철학자 GE 무어가 말한 lsquo자연주의적 오

류rsquo임 그러나 ldquo쟤 일베한다 따라서 박멸해야 한다rdquo는 만고산천에

72 73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불변하는 진리 이데아임 어디까지나 이런 논리나 철학은 사람한테

만 적용되므니다 이 살인 진드기야

일베충 (ㅇㅂㅇ) 광주사태가 홍어들 폭도였다는 거 역시 lsquo팩트rsquo

를 말한 거다 총들고 사람 죽이고 그게 잘한 거냐 이 씹선비야

나님 광주사태가 lsquo민주화운동rsquo이였다는건 공론장에서 의사소통적

논변에 근거한 합의를 통해 그 내포에 대한 일의적(一意的) 의미가 정

해진 사안임 너 혼자 민주화라는 용어를 lsquo홍어들의 폭동rsquo으로 재정

의하는 것은 이미 어느정도 사회적으로 통용된 내포를 너 혼자 바꿔

쓰는 lsquo은밀한 재정의의 오류rsquo이면서 동시에 lsquo자의적middot설득적 정의rsquo

인 거임 ldquo동성애자는 항문섹스만을 즐겨하는 에이즈 보균자이며 하

나님 앞에 죄인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rdquo라는 말이 동성애자에 대한

합의된 정의임 자기 혼자 쓰는 정의지 그리고 너희가 비하하는 전

라도 사람들은 전부다 폭도라던가 한국여자들은 명품에 성형에 환장

했다거나 하는 설명이 과학적이거나 팩트에 가까움 오히려 감정적

인 편견에 지나지 않는거 아님 통계 자료는 있음 논거 부재의 오

류 인신공격의 오류 은밀한 재정의의 오류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온갖 오류들의 향연임 이 애미 애비가 교육을 잘못시켜서 그 따위로

된 가정 교육 못 받은 일베충아

일베충 (ㅇㅂㅇ) 아아아아아우오오 씹선비 김치녀 홍어 홍어

나님 반사 ^^

일베충 (ㅇㅂㅇ) 우워워워좌좀 종북 좌빨 슨상님

나님 굴절 ^^

일베충 크어어어억 오유충 삼일한 김치녀 종특

나님 라고 말하는 놈 친일파 ^^

일베충 쩔뚜기 운지 하라보지 종북게이

나님 라고 말하는 놈 평생 쏠로 ^^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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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국 은종복 은혜와평화교회 이갑수 이기영 이덕현 이비함 이상길 이선아

이선영 이선옥 이세현 이승규 이연희 이영롱 이용석 이재환 이준규 이준호 이현우

이희진 임재성 임태훈 장대환 장미희 장샤론 장정혜 장현진 전기화 전길수 전범준

전영욱 정상민 정우진 정인철 정주열 정출균 정혁 정현채 정혜윤 조명래 조은 조익진

조정의민 주관수 지은 진진 진현호 진흙 차명수 참새 채승우 최민아 최성진 타랑

편설란 하동기 하승우 한광주 한주훈 햄 홍수봉 홍수영 홍이 홍창욱 황명규 황예랑

2013년 5월1일 ~ 7월 31일

Page 9: 전쟁없는세상 소식지 38호(2013년 8월)

12 13평화주의자 노트

면 lt진짜 사나이gt가 방영하고 있을 때 나 혼자 보기 싫다고 TV채널

을 돌려 버리면 그만인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군사주의를 교육하며 군

대와 교육 학문 분야가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사회에 어떻게 함께 대

응하고 저항해 나갈 것인가 하는 고민이 필요하다 ldquo군대 갔다 와야

사람 된다rdquo는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사람을 한 순간에 사람이 아닌

존재로 만들어 버리는 무시무시한 말이 잘못되었다는 인식을 갖고 우

리 사회가 lt진짜 사나이gt와 같은 코너에 대해 경계할 수 있게 될 때

국방부와 관련된 과학 기술 연구 예산이 대신 교육이나 복지와 같은

곳에 쓰일 수 있을 때 병영 국가 만들기가 중단되는 때가 오기를 간

절히 고대해 본다 고등학교에서 단체로 갔던 해병대 캠프에서 다섯

명의 학생들이 죽음을 맞이하는 일은 더 이상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

전 세계에서 벌어진 반군사주의 행동의 날에 대한 더 자세한 상황

공유는 전쟁저항자 인터내셔널 리포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wwwwri-irgorgReportsDayOfAction

평화주의자 노트

현역입영예정일인 6월 24일 오후 2시 난 훈련소에 가지 않았다

나는 모든 억압과 착취 불평등과 부정의에 반대하는 사회주의자로서

의 신념에 따라 이런 결정을 내렸다 나는 이 소견서를 통해 내 신념

을 밝히고자 한다

교과서에선 모든 사람들에게 lsquo국방의 의무rsquo가 부과된다고 가르쳤

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형제와 가족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군

대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남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군대를 가야 한다고 말하고 군대에 가지 않는 것은 비겁한 일로 여긴

다 나 또한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겉모습만 봐선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어떤 것은 그 껍질

이 외부로부터 내용물을 보호하는 것처럼 보이기만 할 뿐 실제론 내

김무석 | 노동자연대학생그룹 활동가

나는 정의와 평화에 대한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다

14 15평화주의자 노트

용물을 가두기 위해 존재하는 것일 수도 있다

군대는 어떠한가 이 나라의 군대는 정말 평범한 민중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 아니면 평범한 민중을 억압하기 위해 존재하

는 것인가

나는 군대가 계급으로 나뉜 자본주의에서 소수 지배자가 다수 민중

을 억압하고 지배하기 위한 대표적인 억압 기구라고 생각한다

박정희의 군대는 1961년 516 군사정변을 일으켰다 1964년엔 베

트남 전쟁에 참전해서 미국의 민족 억압과 학살을 지원했다 1979년

10월 박정희의 유신독재에 항거해 부마항쟁이 벌어지자 군대는 대검

을 들고 민주주의를 외치는 시민들을 진압했다전두환 시절 군대는

1979년 1212 군사 반란을 일으켰고 1980년 517 쿠데타를 일으켰

다 518 광주 항쟁에서 발포해 시민들을 학살한 것도 이 나라의 군

대였다

이런 일들이 군사정권에서만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은 군사 정권이

끝난 뒤에도 군대의 역할이 크게 변하지 않은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3년 이 나라의 군대는 미국의 이라크 점령에

동원되었다 이 전쟁에서 미국은 수십만 명을 학살했고 2백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난민으로 만들었다 2006년 미군기지 이전에 반대한

평택 대추리의 주민들과 활동가들의 평화를 요구한 목소리는 군대의

군홧발에 무참히 짓밟혔다

강제로 동원되어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었던 사병들은 또 다른 희

생자들이었다 이처럼 군대는 평범한 민중의 이익과는 상관없이 소수

권력자들의 도구로 활용되어 왔다

지배계급의 도구

자본주의 체제의 권력자들이 군대를 이용한 목적은 두 가지였다

지배자들은 자국의 민중들을 억압하기 위한 수단으로 또한 타국과의

군사적 패권 경쟁을 위한 수단으로 군대를 이용했다

지배자들은 동의와 설득으로 지배를 유지하려고도 했지만 궁극적

으로는 군대 경찰 감옥과 같은 억압기구를 필요로 한다 군사정권

시절에는 이 폭력이 노골적으로 전면에 드러났다 이 나라에서 노동

자middot민중이 벌인 투쟁으로 이 억압기구들이 뒷켠으로 물러나긴 했다

그러나 평택 미군기지 이전 반대 시위 진압에 군대가 투입된 것이나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점거 파업에 경찰 특공대가 투입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지배자들은 결정적인 순간에 늘 폭력과 억압에 의존해 왔

지배자들은 지정학적 경쟁에서 우위에 서기 위해서도 군대를 활용

한다 베트남과 이라크에 파병된 군대는 미국의 점령과 학살을 도왔

고 이 나라의 지배자들은 파병을 통해 군사적 영향력을 높이려 했다

지배자들의 한미 동맹 전략은 지금도 전혀 변하지 않았다 박근혜 정

16 17평화주의자 노트

부는 첨단무기가 동원된 한미 합동군사훈련에 참가했고 미국이 중국

을 겨냥해 추진하고 있는 MD에 참여할 절차를 밟고 있다 MD 참여

는 이 나라가 미국과 중국의 군사적 갈등에 더 쉽게 휘말리는 위험천

만한 일이 될 수 있다 미국의 패권 강화의 발판이 될 제주해군기지는

건설 과정부터 주민들을 탄압해 lsquo제주해적기지rsquo라고 불렸다 주민과

활동가 성직자에게 가해지는 경찰들의 폭력은 용인됐고 여기에 저

항하는 사람들은 연행되고 벌금을 물고 구속되었다

난 이처럼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미국의 세계 패권 전략을 뒷받침

하고 자국의 민중을 억압하는 데 이용되는 이 나라의 군대에 입대하

기를 거부한다

무고한 젊은이들을 억압하고 희생시키는 군대

부와 권력을 독점한 권력자들은 소수이기 때문에 군대는 압도 다

수인 노동자와 민중의 자녀들로 구성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지배

계급은 군대를 통제하기 위하여 상명하복의 억압적 위계질서를 적용

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2013년 1월 30일 발표된 lsquo군 인권실태 연구

보고서rsquo에 따르면 85퍼센트의 응답자가 군대에서 구타당한 적이 있

다고 답했다 lsquo탈영 또는 자살하고 싶다rsquo는 생각이 들었다는 병사는

346퍼센트였으며 5년 간 실제로 자살한 군인의 숫자는 368명이었

최근 군대 내에서 가혹행위로 자살한 경우 국가유공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결정이 있었지만 이미 무고하게 희생된 젊은이들의 삶은 어

떤 것으로도 보상해줄 수 없다 lsquo국방의 의무rsquo를 준수하라고 앞장서

요구하는 권력자들은 역겹게도 정작 자신들의 자녀는 어떻게든 군대

에 보내지 않으려 한다 lt이제는 말할 수 있다gt의 lsquo신의 아들과의 전

쟁rsquo편(MBC2004)은 진짜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군대가 자신의

의무가 아니라는 것을 폭로했다

권력층과 부유층 예를 들면 재벌가의 병역 비리는 강력한 권력과

결탁되어 있기 때문에 건드릴 수 없었고 과거 광범위하게 이루어진

병역비리 군middot검 합동수사도 결국 내부 권력 -기무사와 군middot검찰-

이 좌절시켰다는 것이다

지배자들은 북한의 위협을 빌미로 군대와 안보 논리를 정당화해 왔

다 그러나 북한의 지배계급과 남한의 지배계급은 서로 적대적 경쟁

을 하면서도 서로의 존재를 정당화 해 왔다 반면 북한의 평범한 젊

은이들과 남한의 젊은이들은 그 과정에서 모두 희생되고 억압받는다

두 국가가 젊은이들을 군대에 동원하는 논리는 거울을 두고 마주보는

것 같이 똑같다 김정은 정권의 이해관계를 위해 젊은이들을 희생시

키는 군대와 박근혜 정권의 이해관계를 위해 젊은이들을 희생시키는

군대는 별로 다르지 않다

신념을 지키기

18 19기획기사 - 인트로

지금까지 평화주의적 종교적 정치적 신념에 의해서 병역을 거부

해 온 사람들이 1만 7천여 명에 이른다 각자의 신념은 달라도 그들

은 자신의 신념을 지키려고 감옥을 선택했다 나 또한 신념에 따른 행

동으로 감옥에 가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나는 감옥에

서 군대보다 더 큰 억압을 경험해야 한다는 것과 감옥에서 나온 뒤

에도 사회적 차별을 감내해야 한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따라서 lsquo감

옥을 선택한다rsquo는 것은 단지 군대인가 감옥인가 하는 선택을 넘어서

lsquo어떤 삶을 살 것인가rsquo하는 질문과 마주치는 과정일 수밖에 없었다

만약 내 삶의 목표가 이 체제가 강요하는 경쟁과 생존의 논리에 타

협한 삶을 사는 것이었다면 이런 선택을 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

러나 내 삶의 목표는 부조리와 모순에 가득 찬 이 사회의 변혁에 기여

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는 내 신념을 지키고 그에 따른 억압과 고통을

감내하는 선택을 할 수 있었다

나는 내가 겪을 모든 개인적 손해에도 불구하고 신념에 따라 이 나

라의 군대에 입대하길 거부한다

2013년 6월 25일 병역 거부를 선언하며

그동안 한국 사회운동은 주로 국가와 싸워왔습니다 덕분에 각 운

동영역에서 국가 기관을 상대하는 노하우는 많이 쌓여있습니다

법적으로는 어떤 절차를 활용할 수 있는지 국제적으로는 어떤 기

구들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지 국내에서 여론을 확산시키고 상

황을 알려내는 것은 어떻게 하면 좋은지 단체마다 나름의 방식들

이 있습니다

기업의 힘은 갈수록 거대해져 국가의 통제를 벗어나고 있습니

다과거에는 국가가 했던 나쁜 일들을 이제는 기업이 하고 있습니

다 국가는 그나마 선거 때 만이라도 국민들 눈치를 보거나 형식

적으로라도 주권자인 국민을 섬기는 척을 해야 하지만 기업은 다

릅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기업은 사회 곳곳에서 이윤 창출

을 위해 할 짓 못할 짓 가리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맞서는 우리의 운동은 아직 미약합니다 기업과 맞선

경험도 많지 않고 무얼 활용할 수 있는지 어떤 방법이 효과적인

지 알지 못합니다 이번 기획기사에서는 사회운동의 저항 상대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기업에 어떻게 하면 잘 맞설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담아봤습니다

기획기사 - 인트로

Intro-기업에 저항하기

20 21기획기사

기획기사

오리 | 전쟁없는세상 사무국

우리는 흔히 lsquo데모rsquo하면 비민주적 정부권력(법률 조직 시스템)에

저항하는 것을 떠올린다 하지만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비

단 우리가 우리 손으로 선출한 사람(기관)들에 의한 것만은 아니다

최근 기업들에 의한 횡포는 훨씬 심각해지고 있다 건강 안전 경제

적 안보 삶의 존재 자체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기업에는 나

의 가족 친구들처럼 좋은 사람들도 많이 일하고 있다 또 모든 기업

들이 개인들의 삶을 짓밟고 이윤을 착취하는 것도 아니다 가끔 나름

의 기준과 사회에 대한 사명감을 가지고 기업 활동을 하는 회사도 뉴

스에서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정말 대다수의 기업과 기업의 총수

들은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개인들을 희생시키는 일을 서슴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대의 (초국적)기업은 어떤 인간보다도 어떤

어떻게 기업에 저항할 것인가

정부보다도 더 큰 권력을 가지고 있다 그들이 작동되는 규칙은 오로

지 하나 lsquo이윤rsquo이다 삼성은 아직도 발암물질 노출에 따른 직업병과

업무연관성을 적극적으로 부인하고 있고 비인도적인 무기인 확산탄

을 만드는 한화와 풍산은 자신들은 정부에서 시키는 일이니까 한다며

왜 자기들 가지고 난리냐고 한다 현대중공업은 돈만 된다면 팔레스

타인 가옥을 부수는 것쯤은 별다른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는 것 같다

사실 지금처럼 기업을 향한 우리들의 행동이 절실한 적이 없다 이

미 전 세계에서는 우리 시대의 골리앗에 맞서는 근사한 행동들이 이

어지고 있고 어떤 경우는 골리앗을 상대로 작지만 아주 의미 있는 다

윗의 승리를 거두는 경우도 있었다 기업에 저항하는 운동은 20세기

중반기부터 시작되어 최근 수 십 년 간 노동조합 환경 사회정의 소

비자운동의 시민단체들에 의해 정교해졌다 기업에 저항하는 운동의

목표는 다양한 전략과 전술을 통해 기업의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이나

관행을 고발하여 기업이 이러한 행동이나 관행을 고치도록 하는 것이

다 단체들과 개인 활동가들은 기업에 저항하는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벌여왔으며 어떤 캠페인들은 수년간 지속되었고 다양한 결과를 낳았

다 보이콧 주주총회 행동 기업이미지 공격(기업브랜드에 초점을 맞

춘 접근방식 대중매체 이용) 등이 주로 이용되었던 전략들이고 최근

에는 기업들이 점차 초국적화 됨에 따라 기업감시 기업윤리 등등 기

업 연구 및 감시에 초점을 맞춘 소위 전문 NGO가 등장하고 정책 혹

은 법을 바꾸거나 도입하는 운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22 23기획기사

이렇게 운동이 발전하면서 이에 대응하는 기업의 양상도 계속 발전

해 왔다는 것은 별로 놀라울 것도 없는 사실이다 이른바 당근과 채찍

전략이라고 할 수 있는데 기업에 비판적인 활동을 벌이는 활동가들에

게 고소 고발을 남발하면서 한 편으론 자선 구호 사업에 대한 기업

의 기부를 강조하고 나무심고 우물파고 텔레비전 버스 잡지 등을

통해 떠들썩하게 자사 홍보영상을 내보내는 것이다 이들은 고가의

컨설팅 금액을 내고 노조활동가들과 지역운동가들을 어떻게 하면 말

려죽일까 전략을 고안하고 있다

우리가 기업에 저항하는 캠페인을 할 때 생각할 것은

- 기업은 사람이 아니다 사물 법인체이다

- 기업은 사적 소유물이 아니다 사람(대중)에 의해 사람(대중)에

복무하도록 창조된 것이다

- 기업은 권리를 갖지 않는다 권리를 갖는 것은 사람이다 기업은

lsquo기업에 어떻게 저항할 것인가rsquo 워크샵에 모인 사람들

오로지 사람들이 부여한 특권만을 가질 뿐이며 시민들은 이것을 다시

뺏을 수 있다

기업에 대항하기 위한 전략은 크게 두 가지

첫째는 데모(행동)를 조직하는 것

- 목표를 구체화 하기 우리는 한꺼번에 모든 걸 변화시킬 수 없

다 우리가 먼저 변화시키려고 하는 것은 무엇인가

- 우리 편 늘리기 어떻게 우리에 대한 지지를 확장해 나갈 것인

- 전략 세우기 우리의 힘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행동 고르기

둘째는 비지니스와 시장을 위한 공공의 규칙을 만드는 것

- 비즈니스와 시장에의 개입이 정당화 될 때는 언제인가 우리의

기본적인 인권을 지키고자 할 때 우리의 지갑을 지키고자 할 때 우

리의 안전을 지키고자 할 때 환경을 지키고자 할 때 노동자의 권리

를 보호하고자 할 때 시장원리가 도입되어야 할 때와 말아야 할 때에

관한 제한을 두어야만 할 때

- 어떻게 각종 규제 조치 공공의 이익에 복무하려 하는 기업들

에 금융혜택 주기 소비자운동의 활성화를 통한 기업 감시 정부가 기

업 통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 경우 사법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다 민사책임 형사책임 사기업vs공기업 여전히 뜨거운 논쟁의 대

상이나 의료 상수도 등의 우리 삶에 기본적인 부분들의 공공화 주장

- 세계화의 도전 우리의 운동 역시 어떻게 세계화 할 것인가

24 25기획기사

구체적으로는

- 기업의 돈줄을 죄기 민영화 반대middot시스템의 재사회화 지지 보

이콧middot지역상품(중소기업상품) 구매하기 기업에 대한 세금감면middot공

적자금 지원middot보조금 지급 등에 저항하기

- 선거민주주의 시스템 이용하기 기업이 선거자금을 대지 못하

도록 공공조달하기 기업의 이해를 대변하는 양당정치에서 벗어나기

유권자들의 손에 직접적인 결정권을 주는 주민발의middot국민투표 기업

의 권리와 정의를 제한하기 기업을 비호하는 법 철폐하기 지역사회

및 지역정부를 상대로 기업의 권리를 제한할 수 있는 현지 법령 만들

- 조직에 대한 공격 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미디어를 민주화시키

기 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대학들을 민주화시키기 국제적 기업화에

저항하기

- 노동자의 권리 주 30시간 노동제 불안전노동 철폐 등

- 인간의 얼굴을 한 기업의 쌩얼 까발리기

제2차 물전쟁 벡텔 VS 볼리비아 민중

1997년 세계은행은 볼리비아 정부가 가장 큰 도시 두 곳(El Alto

La Paz와 the city of Cochabamba)의 공공수자원시스템을 민영화

한다는 조건으로 물 인프라 구축을 위한 추가적인 원조를 제공하겠

다고 통지 1999년 9월 단 하나의 입찰자만으로 비밀리에 진행된 경

매에서 볼리비아 정부는 코차밤바(Cochabamba)의 상수도를 캘리

포니아의 초국적 엔지니어링 기업인 벡텔(Bechtel)에게 넘김 몇 주

내에 벡텔은 수도세를 50 이상 인상하였고 이는 코차밤바 물반란

(Cochabamba Water Revolt)이라 알려진 전 도시 반대저항을 촉발시

킴 2000년 4월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고 군대가 17세 소년 빅

토르 휴고 다자(Victor Hugo Daza)를 죽이고 100명 이상이 다치자

코차밤바 시민들은 물러서지 않았고 벡텔은 볼리비아를 떠나야만 했

음 18개월 후 벡텔과 공동투자자인 스페인 아벤고아(Abengoa)은 볼

리비아를 상대로 5000만 달러(한화 약 560억 원) 상당의 소송을 제

기 이후 4년 간 벡텔과 아벤고아는 계속되는 데모와 기업 이미지의

실추 5개 대륙으로부터 가해지는 공공의 요구 때문에 소송을 취하해

야만 했음 2006년 1월 19일 벡텔과 아벤고아의 대표단은 볼리비아

로 와서 2볼리비아노(한화 약 340원)의 일부지급으로 소송을 취하한

다는 합의서에 서명

캠페인의 당면한 목표는 간단 볼리비아 물소비자들이 벡텔에 수백

만 달러를 결제하도록 하지 않는 것 이것은 전략적 측면에서 애시당

초 벡텔-볼리비아 소송을 있게 한 세계은행의 정책 및 투자기관의 부

정의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것과 lsquo벡텔에 대항하는 투쟁을 이끈 그

룹rsquo(Coordinadora de Defensa del Agua y de la Vida)에 대한 지원

과 같은 더 넓은 목표를 포함하는 것 초기에 캠페인은 세계은행 재

판소에서 승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함 lsquo우리는 여론의 재

26 27기획기사

판소로 장소를 바꾸는 전략적 결정을 내렸다 NGO와 사회운동으로

서의 우리가 벡텔보다 더 큰 권력을 같는 곳이다 우리의 목표는 벡텔

이 항복하도록 설득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성공할 가능성이 더 많은

방법일 뿐만 아니라 성공하기에 더 나은 방법이었다 이것은 다른 많

은 기업들에 어떤 메시지를 전달한다 비록 너희가 세계은행의 재판

소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또 다른 전쟁을 준비하게 될

테니rsquo 벡텔과 같은 회사를 위한 규칙이 존재하는 재판소 대신 캠페

인은 결과에 대해 적은 통제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회사를 밀어 넣

은 셈 그 다음 단계는 소송을 계속 진행할지 포기할 지를 결정할 수

있는 회사의 의사결정자들을 알아보는 것 벡텔사는 네슬레나 나이

키 제너럴 일렉트릭과 다르게 보이콧을 할 수 있는 소비상품을 만들

지 않았음 비상장 회사이기 때문에 압력을 넣을 투자자도 존재하지

않음 그래서 캠페인은 CEO이자 회사 창업자의 증손자인 일리 벡텔

(Riley Bechtel)에게 초점을 맞추게 됨 캠페이너들은 그의 개인 메일

에 엄청난 양의 항의메일을 보내고 잡지 등을 통해 찾아낸 정보로 개

인으로서 그에 대한 프로필을 작성함 나중에 캠페인은 이 전략이 꽤

나 효과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됨 lsquo2볼리비아노에 사건을 합의보고

난 후 볼리비아 협상가가 얘기하기를 Riley Bechtel이 소송을 취하도

록 개인적으로 개입했다고 말했다rsquo

EOn의 스위치를 끄다 영국의 새로운 화석에너지에 대항한 투쟁

2006년 독일 에너지기업인 EOn은 새로운 화력발전소로 잉글랜

드 남동쪽 킹스노스(Kingsnorth) 화력발전소를 대체한다는 계획을

발표 2012년 건설을 시작해서 2015년 완공한다는 계획 기업의 타

이밍은 별로 좋지 않았는데 영국에서 풀뿌리 기후변화 운동이 빠르

게 성장하고 있었고 석탄을 태우는 새로운 거대한 시설은 그들이 영

국의 미래 에너지를 생각할 때 별로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았던 것 킹

스노스는 화력발전소에 대항하는 캠페인의 상징이 되었음 풀뿌리그

룹과 NGO들은 2년간의 캠페인을 벌임 캠페이너들은 온라인 선언

에서부터 대규모 시민불복종까지 다양한 행동들을 했고 어떤 행동에

서는 발전소를 완전히 폐쇄시키기도 하였음 2009년 말로 향하던 시

점 EOn은 Kingsnorth 발전소에 대한 계획을 보류하겠다 발표 영

국 정부는 lsquo이산화탄소 포집middot저장(전망이 밝은 미래 기술이나 현재

가동 중인 어떤 발전소에서도 성공적으로 이행된 적이 없음)rsquo 없이는

새로운 화력발전소 개발을 승인하지 않겠다고 발표

Kingsnorth 발전소의 확장을 막는 것은 핵심적이고 즉각적인 캠페

인의 목표 급속히 설장하고 있는 기후변화 운동과 기후변화에 대한

대중의 우려라는 맥락에서 Kingsnorth 캠페인은 또한 EOn과 같은

기업들이 벌어들이는 이윤이 바로 기후변화의 값을 치르는 것이라는

점을 부각시킴 캠페인은 기업을 직접적으로 상대한 대중 행동을 조

직했으나 영국 정부 또한 이차적인 목표였음 이 캠페인은 영국의 석

28 29기획기사

탄과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을 바꾸도록 하는 보다 커다

란 노력의 일부 또한 캠페인을 준비 중인 다른 화력발전소들이 더 있

었음 따라서 캠페인은 Kingsnorth 발전소가 지어지는 것을 막는 것

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프로젝트들도 더 이상 실행되지 못하게 하는

환경 관련 정책을 변화시키는 것이기도 했음 국가적인 에너지정책

에 더해 정부는 EOn의 계획을 승인하거나 거부할 권한을 갖고 있었

음 그리고 국가는 또한 영국에 lsquo이산화탄소 포집middot저장rsquo 시설을 짓

기 위해 에너지기업에 기금을 댈 수백만 달러 경쟁(EOn도 지원)을

담당하고 있기도 함 캠페인은 EOn의 계획에 대한 대중적인 반대를

구축하고 입증하는 운동의 중심 Camp for Climate Action이 그 시

기 내걸었던 것처럼 lsquo우리는 Kingsnorth 발전소의 건설을 중단시켜

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영국의 새로운 화력발전소를 중단시켜야 한

다 이것은 EOn을 중단시켜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들의 브랜드를

공략하라 그들의 작업을 방해하라 그리고 그들의 공급망을 겨냥하

라 우리는 EOn이 어디에서 활동하건 그들과 마주해야 한다rsquo 사

전 대책을 강구해 회사와 맞서는 것 이외에도 활동가들은 FA컵에 대

한 EOn의 스폰서쉽 대학에서 학생들을 모집하려는 EOn의 노력

Kingsnorth 발전소에 대한 여론을 환기하기 위해 가디언이 주최하는

기후변화회의에 대한 스폰서쉽 등 현존하는 기회들을 활용함

위 사례들은 lsquoThe Democracy Centerrsquo의 기업 캠페이너들을 위한 자료집 lsquoBeating Goliathrsquo의 자료 중 일부를 번역한 것임

이 글은 lsquo기업에 어떻게 저항할 것인가rsquo 워크숍에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황필규 변호사가 발표한 글과 내용을 정리한 글입니다

기획기사

1 인권의 초국가성과 다국적 기업

인권에 대해서 우리는 초국가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 인권은 네 가

지 측면에서 초국가적인 성격을 띤다

① 이슈의 초국가성 이주 난민 및 인신매매(국경과 국적이 한 국

가에 국한되지 않음) 다국적기업(활동 공간과 관련 주체) 등

② 구제수단의 초국가성 국내 구제절차 및 유엔인권기구 기타 국

제 인권기준에 입각한 구제 메커니즘 (유엔인권이사회 유엔인권조약

용석 | 전쟁없는세상 운영위원

기업의 인권 침해에 대응하기-법제도와 국제규약을 바탕으로

30 31기획기사

기구 OECD 다국적기업에 관한 가이드라인 등)

③ 인권 자체의 초국가성 국내아시아 법제 개선 및 소송 등에서

국제비교국내 인권법 연구조사의 필요성

④ 인권운동의 초국가성 국내아시아 공통 인권 이슈에 대한 공

동 대응 및 상호작용의 필요성

다국적 기업에 의한 인권 침해는 주로 가난한 나라들에서 일어나고

있다 다국적 기업의 공장이 있는 나라들은 대부분 국가의 기능이 약

하고 자원은 풍부하지만 독재자가 권력을 쥐고 있거나 무력충돌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국가 내 사법 시스템으로

인권 침해를 구제하기는 매우 어렵다

다국적 기업들이 일으키는 인권 문제는 노동 3권 무시 환경파괴

부정부패 강제(아동)노동 선주민의 권리 박탈 등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다국적 기업에게 국제인권기준을 강제할 국

제적 메커니즘은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다국적 기업과 해외 한국기

업의 현지 인권침해와 이에 대한 대응의 문제도 국내법 외국법 국제

사법 국제법 혹은 국제기준 등 모든 국내외 법제도가 적용되어야 하

고 국제적인 공동 활동이 필요한 전형적인 초국가적 인권 문제다

이 글에서는 인권의 초국가성을 바탕으로 다국적 기업에 의한 인

권침해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국내법과 국제법을 통한 방법들을 살펴

보고자 한다

2 국내 법제도의 활용

국내에서 다국적 기업이나 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저지른 인권

침해에 대응해서 취할 수 있는 법제도적인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

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는 것과 해당 기업에 대해서 민사적으로

책임을 묻는 것 그리고 형사적인 책임을 묻는 것이다

국가인권위 진정을 활용한 사례는 버마에서 가스개발사업 중에 한

국가스공사와 대우인터내셔널사의 인권침해에 대해 인권단체들이 국

가인권위에 진정한 사례(2008417)가 대표적이다

민사적인 책임은 그 기업이 연락사무소 혹은 지점일 때와 합작회

사거나 현지 법인일 때 대응 방식이 달라진다 연락사무소나 지점일

경우는 민사 소송을 하더라도 국제사법 절차에 따르지만 현지 법인

이나 합작회사일 경우에는 민법이 적용된다

인권침해를 한 기업이 다국적 기업의 현지 법인일 경우 현지 법인

은 법적으로 독립된 법인격이기 때문에 현지 법인의 잘못을 본사에

물을 수 없는 것이 법에서 원칙이지만 일정한 요건들을 충족시키면

본사에 민법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기업에 형사적인 책임을 묻는 일에 대해 살펴보자 형법 2조를 보

면 ldquo본법은 대한민국영역 내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과 외국인에게 적

용한다rdquo고 규정하여 속지주의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한편 형법

제3조는 ldquo본법은 대한민국영역 외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에게 적용한

32 33기획기사

다rdquo고 규정하여 속인주의를 보충적으로 채택하고 있다 속인주의로

접근하면 외국에서 인권침해 범죄를 저지른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을

형법으로 처리하기 쉬울 거 같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3 국제적 대응

OECD 다국적기업가이드라인(OECD Guidelines for Multinational

Enterprises)과 국내연락사무소(National Contact Point NCP) 이

의제기

OECD는 1976년 다국적 기업의 인권침해를 비롯한 비윤리적 활동

을 예방하고 침해에 대한 해결기준을 마련하기 위하여 lsquoOECD 다국

적기업 가이드라인rsquo을 제정한바 있다 이 가이드라인은 2001년 4차

개정시 다국적기업의 인권침해 등의 비윤리적 활동을 해결하기 위한

절차로서 이 가이드라인 승인국에 국내연락사무소(NCP National

Contact Point)를 두게 하였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 정부는 당시 산

업자원부 차관(현 지식경제부 제2차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외국인투

자실무위원회를 한국의 국내연락사무소로 지정하고 사무국을 산업

자원부 투자정책과(현 산업통상자원부 투자정책과)로 지정하였다

OECD 가이드라인은 제1부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 (개념 및 원칙

일반정책 정보공개 인권 고용 및 노사관계 환경 뇌물방지 소비

자 이익 과학 및 기술 경쟁 조세) 제2부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

이행절차(OECD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에 대한 이사회의 결정 절

차지침 이행절차에 관한 주석)으로 구성되어 있다 2011년 개정된

가이드라인은 인권에 관해 별도의 장을 두고 국제적으로 인정된 인권

프레임워크에 관한 소개 기업의 인권 존중 책임 국내법적 의무 등

인권에 관한 역할을 총 6가지로 규정하고 있다 이 개정된 가이드라

인은 유엔인권이사회의 기업과 인권 프레임워크 (보호 존중 구제)를

통합하고 세계인권선언 및 자유권middot사회권 규약 노동자 기본권에

관한 ILO 선언에서 설정한 권리를 존중할 것을 포괄적으로 천명하였

고 기업의 책임범주를 고용 및 노사관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공급

망(supply chain)을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에 관한 기업의 상당주의

의무(due diligence)를 강조하고 있다

lsquo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rsquo은 국내연락사무소의 활동을 위

한 핵심기준으로 기업계 노동계 NGO를 포함한 다른 이해당사자들

에게 가이드라인의 이행 및 국내연락사무소와 연관된 시설의 이용과

가이드라인을 홍보하도록 하는 가시성(Visibility) 이해관계자들의

접근을 촉진하도록 하는 접근용이성(Accessibility) 연락사무소 활동

결과의 대내외 공개를 뜻하는 투명성(Transparency) 일반대중이 연

락사무소에 관심을 갖을 수 있도록 그 소개를 적극적으로 해야 할 책

임성(Accountability)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연락사무소로

지정된 외국인투자실무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이 OECD 다국적기업 가

34 35기획기사

이드라인이 제시하는 핵심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형식적으로 운영

됨으로써 실제로 다국적 기업에 의한 인권침해를 예방하거나 구제하

는 역할을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유엔인권메커니즘 대응

유엔인권권고는 실체적인 측면에서 국내법적 효력을 가지는 국제

인권법에 근거한다 헌법에 의하여 체결middot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 따라서 유엔헌장

한국이 가입한 유엔인권조약 기타 인권 관련 조약 등과 관련 국제관

습법은 국내에서 직접적인 법적 효력을 가진다 따라서 이러한 국제

인권법은 인권과 관련하여 입법 사법 행정의 법적 근거가 되고 경

우에 따라서는 국내법을 해석하는 기준이 되거나 보완하는 역할을 수

행할 수도 있다1 예컨대 기존 법률 혹은 새로운 법률은 국제인권법과

배치되지 않도록 심사되고 국제인권법은 구체적인 재판규범으로 적

용된다 행정의 경우 국제인권법은 모든 행정작용의 기초가 될 뿐만

아니라 행정주체 혹은 공무원이 이를 어겼을 경우 국가배상 직무유

기 성실의무 위반 등 민형사상 책임과 법적 징계로 이어지게 된다

유엔인권권고는 절차적인 측면에서도 국내법적 효력을 가지는 국

1 황필규 ldquo국제인권기준에 비추어 본 한국 인권현실 유엔인권이사회 국가별 인권상황 정례검토 NGO보고서와 정부보고서 초안의 비교평가를 중심으로rdquo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법률가위원회 『2008년 제1차 인권세미나 국제인권현안과 국제인권법』 (2008 3 22) pp 1-2

제인권법에 근거한다 유엔인권이사회의 국가별 인권상황 정기검토

(UPR)와 특별절차의 경우 국내법적 효력을 가지는 유엔헌장 명문의

규정과 법적 기구인 유엔총회의 결의 등에 기초하고 있다 한편 인권

조약과 관련된 권고의 경우 권고의 주체인 조약기구의 구성과 임무

가 조약상 명문으로 규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그 권고가 이루어지

는 절차에 대하여도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다 따라서 국가보고서가

제출되고 유엔인권권고가 이루어지는 절차는 법률에 근거한 법적 절

차라고 볼 수 있다 유엔인권기구의 권고는 그 권고가 실체적middot절차

적 측면에서 국내에서 법적 구속력을 갖는 국제인권법의 명문의 규정

에 근거한다는 점에 비추어 곧바로 국내에서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

고 보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국내법과 명백히 배치되지 않는 한 충분

히 존중되고 그 취지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국내적으로 해석middot

적용되어야 한다2

유엔인권권고는 실체법middot절차법적으로 법률에 기초한 권고라는 점

외에도 lsquo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rsquo을 목적으로 하

는 헌법의 국제 협력 정신을 존중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국내적으로

이행되어야 한다 헌법재판소도 이러한 취지에서 유엔인권권고에 대

하여 설사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권고의 수용 권고의 이행 혹은

이행 노력의 약속은 국제법적으로는 조약에 의한 의무부담의 의사표

2 황필규 ldquo외국인의 인권과 차별금지rdquo 『인권과 정의』 제365호 (대한변호사협회 2007 1) p 49

36 37기획기사

시일 수 있다 유효한 모든 조약은 그 당사국을 구속하며 또한 당사국

에 의하여 성실하게 이행되어야 한다 어느 당사국도 조약의 불이행

에 대한 정당화의 방법으로 그 국내법 규정을 원용해서는 아니 된다

한편 이러한 약속은 국내법적으로는 법적 기관의 권고에 대한 의무부

담의 의사표시로서 행정작용의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비록 유엔인권

권고 자체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행정상 의사

표시에는 신뢰보호 원칙의 적용가능성 등 법적인 효과가 발생하게 된

다고 보아야 한다 한편 유엔인권권고가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등에

반영되는 경우 이는 행정계획의 일부로서의 법적 성질을 가지게 된

기획기사

기업과 국가는 다르다 둘의 가장 큰 차이는 그것의 주인이 누구이

냐 하는 데 있다 민주주의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다 비록 국가기구

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자는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을 장악한 소수의

엘리트일지 몰라도 적어도 헌법상 국가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렇다면 기업의 주인은 누구인가 주주 이사회 최고경영자

(CEO) 아니면 노동자 법적으로 주식회사의 주인은 회사 주식을 보

유한 주주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최고경영자나 이사회가 주주와 기

업을 지배하기도 한다 기업이 협동조합의 형태로 운영되거나 노조가

기업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 어쨌든 변함없는 사실

은 국가와 달리 기업의 주인은 아주 한정된 집단이라는 것이다

지우 | 전쟁없는세상 운영위원

기업에 저항하는 국내외 운동의 사례들

38 39기획기사

국정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물론 여기에도 lsquo시민권자rsquo라는 자

격 조건이 붙지만) 필요하다면 국가기관에 정보공개를 청구할 수도

있다 반면에 기업의 경영권은 외부자에게 불가침의 영역이며 기업에

관한 정보는 대부분 법에 의해 보호받는 lsquo보안사항rsquo이다 따라서 기

업에 저항하는 운동은 국가를 상대로 할 때와 다를 수밖에 없다 이

글에서는 국내외의 몇 가지 사례를 중심으로 기업에 저항하는 운동의

구체적인 방법들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소개할 것은 lsquo경제개

혁연대(구 참여연대 경제개혁

센터)rsquo의 소액주주운동이다

소액주주란 그 자체로는 중대

한 의사결정권을 갖기 어려울

만큼 낮은 지분의 주식을 소

유한 투자자를 의미한다 소액

주주운동은 취지는 대주주의 자의적인 경영을 감시해 투명하고 책임

있는 경영을 실현하는 데 있다 경영진의 불법행위에 대한 민middot형사

소송과 정부의 재벌middot금융정책에 대한 감시와 입법운동이 소액주주

운동의 주요 수단이다 1997년 제일은행을 시작으로 전개된 소액주

주운동은 삼성전자 SK텔레콤 현대중공업 등 핵심 재벌기업들을 상

대로 한 운동으로 발전해왔다

소액주주운동이 반드시 주주의 권익보호와 기업지배구조 개선만

경제개혁연대의 소액주주 운동

을 목적으로 할 필요는 없다 기업의 목적이 아무리 이윤 배당의 극대

화에 있다지만 그것이 주주들이 추구하는 가치의 전부는 아닐 것이

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소액주주운동은 보다 광범위한 사회적middot정치

적 운동의 수단으로 확대될 여지가 있다 미국의 사회운동가 알린스

키(Saul Alinsky)는 이러한 방법을 lsquo위임장 전술(proxy tactic)rsquo이라

고 불렀다 고용상의 차별철폐와 같은 공익이 이윤 극대화보다 더 중

요한 가치라고 여긴 주주들은 주주총회에서 자신의 주주권을 활동가

들에게 기꺼이 위임했고 이 전술은 1960년대 미국의 사회운동에 큰

획을 그었다

이처럼 기업의 직접적 이해관계자 혹은 내부자라 할지라도 사적인

이해관계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이와 관련하여 반도체 노동자

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lsquo반올림rsquo의 사례를 주목할 만하다 반도체

산업의 공정과 거기에 사용되는 물질 등은 기업의 내부정보인 데다가

전문 분야의 지식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활동가들이 사안에 접근하기

가 쉽지 않다 그래서 내부 조력자들의 제보가 운동이 큰 역할을 했다

고 한다 기업공시가 기업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공식

창구인 상황에서 내부 고발은 기업 감시의 없어서는 안 될 수단이다

lsquo좋은기업센터rsquo는 기업공시와 내부자 제보 외에도 지속가능성보고

서를 통해 기업을 감시하고 있다 지속가능성보고서란 기업이 지속가

능경영의 3대 축이라고 불리는 경제middot사회middot환경 분야의 지표를 공

개하는 보고서이다 기업공시처럼 의무화된 것은 아니지만 많은 대기

40 41기획기사

업이 국제 기준과 가이드라인에 따라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그중 가

장 널리 사용되는 기준이 글로벌 보고 계획(GRI)이다 운동은 지속가

능성보고서의 정보를 가지고 기업에 압력에 가할 수 있으며 보고서

에 누락된 사항이 있으면 이에 대한 설명을 요구할 수 있다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 관한 활동에는 어떤 게 있을까 lsquo국제

민주연대rsquo는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에 진출한 기업들의 노

동착취와 자원개발 문제에 관해 활동하고 있다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 대한 대응이 특히 어려운 이유는 기업과 정부 모두가 관심

이 없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대기업에나 적용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나마도 병원이나 학교를 지어주는 정도로

무마하려고 한다 한국 정부는 현지 주민과 노동자의 인권보다 자국

기업인의 이익 보호를 우선시하며 노조 탄압과 같은 문제는 해당 국

가에 떠넘긴다 관할권과 비용 문제 등으로 인해 사법 대응도 어렵다

하지만 해당 국가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기에 현지인들은 한국에서

의 연대를 절실히 요구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안은 지역적middot국제적

차원의 연대를 구축하여 해당 기업에 압력을 가하는 것이다 이는 외

국 정부나 국제기구의 힘을 빌린 것일 수도 있고 순수하게 비제도적

인 것일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상징적 시위나 보이콧과 같은 비

제도적 수단이 법적middot제도적 수단보다 효과적일 때도 있다 국가든

기업이든 권력의 궁극적 원천은 피지배민중에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고유한 경영권도 민중의 힘 앞에서는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

초국적기업의 횡포가 갈수록 심해지고 기업에 저항해야 할 사안이

점점 많아지는 상황에서 위와 같은 사례들과 방법에 대한 더 많은 연

구가 요구된다 한편 한국 사회는 기업에 대한 인식이 유달리 우호적

이고 기업에 저항하는 운동도 아직 대중에 친숙하지 않아 이에 대한

반발이 만만찮고 행동을 실행에 옮겼을 때 오히려 역효과가 나기도

한다 따라서 기업에 저항하는 국내외 운동의 사례들을 발굴하는 것

과 동시에 어떻게 하면 이러한 방법이 한국 사회에서 더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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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서평

양똘 | 출판노동자 + 전쟁없는세상 후원회원

lsquo실패rsquo를 함께 읽는 일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제목이다

나는 아나키스트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lsquo고백rsquo에 대해서는 좀 안다 제목에서

부터 알아챘어야 했는데 별 생각 없이

펼친 게 잘못이다 어떤 고백은 후회와

맞닿아 있다 하는 사람도 그렇지만 듣

는 사람에게도 그렇다 듣고 나서 후회

하는 고백들 듣지 말았어야 했는지도

모르는 이 책이 나한테 그랬다 아나키

스트에 대해 알기도 전에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부터 들어버렸고

나는 이제 아나키즘이라는 말을 들으면 반사적으로 이 고백이 생각날

것이다 고백은 처참했다 대단히 비극적인 드라마로서가 아니라 무

엇보다 비어 있어서 처참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나키즘에 대한 바

탕 지식이 있었다면 어려운 책들을 좀 읽어두었더라면 이 이야기가

다르게 읽혔을까 읽으면서 울 수도 있었을까 모르겠다 하지만 아

나키즘이라는 거대한 이념에 대해 알기 전에 어느 아나키스트 한 명

의 삶을 먼저 안다는 것 그 삶을 그럴듯한 평전이 아니라 허울 없는

자전적 만화로 lsquo고백 받는rsquo다는 것은 꽤 멋진 일이다 내가 만화 장

르에서 얻고자 하는 것은 주로 그런 부분이다 장황한 말들 삶을 포

장하려는 언어적인 관습들이 어느 정도 걷어내진 자리에 들어차는 것

은 침묵이다 침묵에서 고요한 진실을 읽어내는 것이 독자의 몫이고

이 만화도 역시나 그렇다 하는 얘기보다 안 하는 얘기가 훨씬 많다

서두가 왜 이렇게 주절주절 긴가 하면 이 책에 대해 서평이라고 쓸

만한 게 사실 별로 없기 때문이다 나도 고백을 좀 하고 가자면 독자

가 읽고 싶게 만들 만한 감상을 쓸 자신이 없다 하지만 느낀 것은 좀

있다 그 느낀 것이 너무 처량 맞은데 그게 또 lsquo진실rsquo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어 아이구 어떻게 되겠지 하고 시작한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안토니오 작가인 안토니오의 아들이 아버지의

수기를 보고 재구성한 형식인데 1인칭 시점을 택해 안토니오의 목소

리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그러니까 이것은 안토니오의 고백이면서

동시에 그의 고백이 아니기도 하다 안토니오 자신이었다면 이러한

자기 삶을 출판의 형태로 대중들에게 보일 수 없었을 거라고 짐작해

본다 자기 존재를 증명하려는 노력이 도리어 자기 존재를 부정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그는 아나키스트였지만 아나키스트의 고

44 45리뷰-서평

백은 그가 아나키스트가 아니었다고 말하고 있다 또는 아나키스트

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또는 모든 인간이 아나키스트라고

실제 그의 진심은 잘 모르겠다 이야기에서 lsquo나rsquo라고 하는 인물은

lsquo나rsquo가 아닌 것 같았기 때문에 그에게 물어볼 수도 없었다 이야기

내내 lsquo나rsquo가 lsquo나rsquo와 거리를 두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이것은 애초

설정 아들이 아버지 얘기를 대신 하고 있다는 전제를 잊어버리고 몰

입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진실로 lsquo나rsquo가 하는 얘기를 듣고 싶었다

그걸 기대하며 계속 읽어 나갔다

그렇다고 작가가 잘못했다는 것은 아니다 작가는 아버지를 lsquo나rsquo로

삼아 이 이야기를 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아버지는 요양시설에 갇

혀 있다가 자살을 했다 한번은 아들에게 죽여달라고 말한 적도 있다

아버지가 스스로 4층에서 뛰어내린 뒤에 아들은 아버지를 살려내야

만 했다 아버지의 구십 평생을 재구성한 이야기로 아버지가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아들로서 그렇게 해야 했을 것이다

아나키즘에 대해 몰라도 그것이 국가의 강제력을 원천부정 하는

것이고 막 혁명혁명 하는 것이고 짱돌을 들고 돌격하는 것이고 하

여튼 뭐 되게 센 거 라는 인상은 있었다 그런데 안토니오의 성격이

나 실제 삶은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땅을 늘리고 지켜내는 일

에만 관심이 있으며 폭력적이기까지 한 아버지와 형제들 사이에서 억

눌려 자랐다 지금 처한 곳이 지긋지긋하고 바보 같고 떠나고 싶었지

만 그래서 용감하게 시도도 했지만 실패했다 실패는 실패로 끝나지

않고 더 큰 것을 앗아갔다 유일한 친구의 죽음이 그것이었다 이러한

패턴의 실패는 그의 인생 전체에서 반복된다 혁명에 가담하고 lsquo납탄

동맹rsquo이라고 이름 붙인 동지들을 만나지만 혁명의 길은 실재하는 것

이기는 한지 아스라이 멀 뿐이고 가까이 잡히는 것은 오로지 동지의

죽음뿐이다 ldquo내 나이는 스물아홉이었다 청춘은 다 지났고 패배하

고 말았다는 자괴감이 들었다 당연하겠지만rdquo 스페인 피난민 행

렬에 끼어 프랑스의 생-시프리앵 해변으로 가면서 안토니오가 하는

생각이다 이때만 해도 나는 잠깐 힘을 냈다 이제 뭔가 반전이 펼쳐

지겠지 원래 해가 뜨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고들 하잖아 나 또한 지

금 스물아홉이고 청춘이 다 지났다는 그게 무엇인지 미처 먹어보지

도 못했다는 자각에 시달리고 있는 중이다 패배로 말할 것 같으면

그냥 맨날 하는 중이다 노동조합 활동이 그렇고 사람들과의 관계

일상생활 자아실현 거의 모든 면에서 그렇다 그래서 난 더더욱 저

구절에 희망을 걸었다 이제 진짜 아나키스트의 삶이 펼쳐지지 않겠

는가 그래야 이야기가 되지 않겠어

이 책은 자기계발서가 아니다 그 뒤로 펼쳐진 것은 전하고 비슷하

면서 동시에 전보다 더했다 갇혀 있다가 도망치고 다시 다른 곳에

갇히고 도망치고 그러는 사이사이 좋은 사람을 만나고 잃고 잃고

하는 식이었다 아 안토니오의 삶을 이렇게 간추려버리는 것이 정말

미안하다 근데 사실이 그렇다

해변에서 난민처럼 살다가 도망쳐 어느 농장에 강제로 보내진 안토

니오는 그 마을에서 자기 나이의 반도 안 되는 망아지 같은 여자애와

배가 맞아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안토니오는 이 시절이야말로 자기

46 47리뷰-서평

인생에서 가장 즐거웠던 시절이라고 단언한다 무려 lsquo행복rsquo이라는

낱말까지 써가면서 혁명의 이상과 가장 먼 곳에서 가장 행복했다는

것이 아니 그때만 유일하게 행복했다는 것이 뼈아프다 아마 그게 진

실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중반을 넘어가면서부터 lsquo추락rsquo은 본격화된다 그가 lsquo납

탄 동맹rsquo의 든든한 동지를 따라 lsquo사업rsquo에 발을 들이게 되기 때문이

다 돈이 엮이면 어떻게 흐르게 되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너무

지겹게 잘 알고 있다 그런 걸 이 만화에서까지 보고 싶지 않았는데

어쨌든 뛰어넘을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작가는 성실히 쓰고 있다

ldquo살아남으려면 체제에 맹목적으로 순응해야만 했다 단순히 지난

날의 이상을 버리면 되는 게 아니라 열렬한 신봉자가 되어야만 한다

는 것이다rdquo 세상을 뒤집어엎겠다는 큰 꿈만 버리고 lsquo보통rsquo으로 살

아가는 것은 가능하지 않았다 변절한 옛 동지들한테 뭐라고 할 것도

없이 안토니오는 속수무책으로 타락해간다 권력의 뒤통수를 치면서

자기가 권력을 꿰차고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를 두고 다른 욕망을 탐

하고 그러다 결국 자기도 뒤통수를 맞고 거지 신세가 된다 전복이니

혁명이니 하는 것은 꿈에서조차 등장하지 않고 lsquo속박rsquo을 견디지 못

하는 습성만 그놈의 lsquo아나키스트적인rsquo 것으로 남아서 그와 주변을 괴

롭힐 뿐이다

아 책이 채 반에 반도 남지 않았는데 안토니오는 예순 살이 되어

있었다 lsquo왕년에 혁명깨나 했지만 지금은 추한 빈털터리가 되어 아내

와도 끝내고 요양시설에 굴러들어온rsquo 예순 살이다 lsquo보통rsquo보다 못한

예순 살 나는 짜증이 나서 울고 싶었고 그만 읽을 뻔했다 하지만 끝

까지 읽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의 인생에서 마지막이자 유일한

lsquo승리rsquo는 그 뒤에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 승리가 자기 가슴에 붙어

실제로 내장을 갉아먹는 두더지를 떼어내버린 뒤에 스스로 스스로

의 죽음을 실행하는 것뿐이었다고 해도 그 과정을 꼭 지켜봐주었어

야 했다 왜냐하면 남 얘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오래전에 스페인

에서 살았다는 안토니오가 아무것도 개인을 억누르지 않는 자유로운

세상을 꿈꿨던 안토니오라는 사람이 대단하거나 멀게 느껴지지 않는

다 오히려 내가 내일도 마주치게 될 익숙한 사람들 중에 그 지친 얼

굴 하나하나에 안토니오가 보일 것 같다

제목에 속았다고 느꼈다 그런데 다 읽고 보니 작가는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 오히려 시작부터 진실을 말했다

ldquo그리고 또한 그분의 추락이 몇 초밖에 걸리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90년이라는 긴 시간이었다는 사실도 말이

다rdquo

이것은 lsquo추락rsquo에 관한 이야기라고 작가는 이미 알려주고 시작한

것이다 이것은 끝도 없는 추락의 이야기 이상을 가진 인간으로 태

어나서 실패하고 죽어간 이야기다 다시 말하지만 이 실패는 우리

모두가 나눠 먹고 있는 그 실패다 여기서 우리란 물론 우리 편을 말

한다 안토니오의 실패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 자기 가슴을

48 49기획연재-게임과 평화

뜯어먹는 두더지를 꿈에도 본 일이 없는 사람들 이 책이 음란하다고

lsquo청소년 유해매체rsquo 딱지를 붙인 사람들까지 말하는 것은 아니다 적

어도 lsquo우리rsquo는 안토니오라는 아나키스트의 아니 한 인간의 실패담

을 처음부터 끝까지 묵묵히 읽어갈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에도 불구하고 진짜 안토니오의 진짜 진실은

언제까지나 미지수로 남는다 그렇게 남겨야 한다 아무도 모르고 몰

라야만 하는 진실을 하나씩 가지고 있는 것이야말로 그가 그토록 되

고자 열망했던 lsquo개인rsquo일 것이기 때문이다 지우 | 전쟁없는세상 운영위원

게임을 통해 평화를 만드는 게 과연 가능할까 이 물음에 대한 답

을 대신하여 한 가지 게임을 소개하고자 한다

lsquo세계평화게임(World Peace Game)rsquo은 미국의 공립 초등학교 교

사 존 헌터(John Hunter)가 만든 대화형 게임이다 헌터는 1978년에

이 게임의 원형을 처음 만들었고 지금까지 세계를 돌아다니며 게임을

주최하고 있다 그의 활동은 lsquo세계평화와 4학년의 업적(World Peace

and Other 4th-Grade Achievements)rsquo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헌터는 2012년에 타임지가 선정한 교육

운동가 12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세계평화게임은 가로middot세로middot높이 4피트 크기의 4층짜리 아크릴

기획연재-게임과 평화

세계평화게임

50 51기획연재-게임과 평화

구조에서 진행되며 각 층은 바깥 우주와 대기 지표 해저를 상징한

다 거기에 경제력과 군사력이 서로 다른 4개 국가의 영토와 영공

육middot해middot공군 인공위성 잠수함 해저광산 등이 있다 (아무래도 이

아저씨가 숫자 4를 좋아하는 모양이다) 40여 명의 학생이 각국의 수

상 국무장관 국방장관 재무장관 감사원장 등을 맡아 내각을 구성

하고 역할 중에는 유엔이나 세계은행 무기상도 있다

게임의 목표는 이 가상세계에서 일어나는 민족 갈등 화학물질 누

출 핵 확산 물 분쟁 분리middot독립 운동 기근 동물의 멸종 지구온난

화와 같은 위기상황을 함께 해결하고 각국의 경제수준을 높이는 것

이다 학생들은 게임을 통해 권력과 파괴 전쟁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이해하고 장기적 계획과 전략을 세우는 법을 배운다

대화형(interactive) 게임이기에 엄밀하게 짜인 문서화된 규칙은 없

다 게임을 주도하는 것은 학생들이며 교사는 지켜보면서 상황을 정

세계평화게임을 하는 사람들

리하고 촉진하는 역할만 한다 헌터는 처음 교편을 잡았을 때 교사가

수업을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코 그래서는

안 된다는 믿음이 생겼다고 한다 그는 학생들의 집단지성이 자신보

다 훨씬 더 훌륭하다고 인정한다 헌터는 게임에서 실제로 일어난 몇

가지 흥미로운 사례를 소개한다

사례 1

한 학생이 가장 가난한 나라의 국방장관을 맡고 있었다 그 나라의

이웃에는 돈도 많고 기름도 풍부한 나라가 있었다 그런데 그 학생이

갑자기 수상의 명령도 어기고 인접국의 유전지역을 공격했다 학생은

그곳을 포위해 총 한 발 쏘지 않고 지역을 확보했다 인접국은 연료공

급이 차단되어 어떠한 군사행동도 취할 수 없었다 다른 아이들은 화

를 냈다

며칠 뒤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인접한 강대국이 전 세계를 점령

하기 위해 무력도발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학생은 사태의 추

이를 누구보다 먼저 파악하고 대규모 전쟁을 피하기 위해 소규모 전

쟁을 감행하는 냉철한 판단을 내렸던 것이다 학생들은 게임을 멈추

고 그의 판단이 옳았는지 조건에 따라 옳고 그름을 따져보는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사례 2

플라스틱 말로 표시되는 병사들이 전쟁에서 사망하면 군사령관이

52 53기획연재-게임과 평화

병사들의 가상의 부모에게 편지를 쓰는 시간을 가진다 한 번은 학생

의 제안으로 수업을 참관하던 학부모가 직접 편지를 읽게 되었다 편

지의 세 번째 줄을 읽으면서 학부모는 울음을 터뜨렸다 전투에서 병

사를 잃었다면 전쟁에서 승리해도 기쁘지 않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게

되었다 어떤 의미에서 모두가 전쟁에서 졌다는 사실을 말이다

사례 3

방과 후에 틈틈이 7주 동안 진행된 게임에서 세계은행의 재정정책

때문에 한 나라가 시작할 때보다 더 가난해졌다 (게임의 목표는 위기

상황을 해결하고 각국의 경제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게임을 마칠 시

간이 1분도 채 안 남았고 교실은 혼란에 빠졌다 소리를 지르거나 삿

대질을 하는 학생도 있었고 서류 뭉치를 흔들거나 교실을 뛰어다니

는 학생도 있었다

그때 한 학생이 종을 울리며 이렇게 말했다 ldquo세계은행이 모든 자

금을 끌어 모아서 모든 나라가 가난해졌습니다 지금 세계은행에는

6000억 달러가 있습니다 이 돈을 가난한 나라에 기부하려고 합니다

만약 그 나라가 이걸 수용하면 국가의 자산가치가 올라가고 그럼 우

리는 게임을 이기게 됩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rdquo 시간이 3초 정도

남았을 때였다 모두 그 나라의 수상만 바라보고 있었다 ldquo네rdquo 게임

은 이긴 것으로 끝났다

게임은 교과서와 다르다 게임에서 학습자는 lsquo평화란 무엇인가rsquo

라든지 lsquo평화를 어떻게 만드는가rsquo와 같이 주어진 문제에 대한 주어진

답을 저축하듯이 암기하지 않는다 문제를 만드는 것도 그에 대한 답

을 구성하는 것도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 자신과 동료들이다 이는 게

임의 본질이 바로 lsquo참여적 재현rsquo이라는 형식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

고 게임의 lsquo재미rsquo라는 요소가 이러한 참여를 유도한다 여기서 우리

는 맨 앞의 질문에 대한 모종의 답을 상상할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헌터의 말을 인용하며 글을 마친다

ldquo매 게임이 다릅니다 어떤 게임에서는 사회문제가 중요하고 어

떤 게임에서는 경제문제가 중요합니다 어떤 게임에서는 전쟁문제가

대두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부정하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그

게 인류의 현실이니까요 hellip 학생들은 무엇이 옳은 길인지 자기들만

의 방법으로 스스로 찾아냅니다 게임을 통해 저도 많은 것을 배웠습

니다 만약 학생들이 이 게임을 통해 비판적이고 창조적인 사고방식

을 배우고 세상을 이롭게 할 동력을 얻게 된다면 우리 모두를 구원할

지도 모릅니다 게임을 통해 배울 수만 있다면 말이죠rdquo

lsquo세계평화게임rsquo과 이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lsquo세계평화와 4학년의 업적rsquo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는 공식 페이지(httptheworldpeacegamecom)에서 얻을 수 있다

54 55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무기제로는 2013년 상반기 동안 13개 단체와 연대하여 국민연금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 캠페인은 확산탄과 같은 비

인도무기에 대한 금융기관의 투자가 중단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

으며 세부적으로는 ldquo1) 국민연금이 확산탄 생산기업인 한화 풍산에

투자를 철회한다rdquo ldquo2) 국민연금이 비인도무기 생산기업에 대한 투

자배재를 천명하는 윤리투자원칙을 제정한다rdquo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

왜 투자철회 캠페인인가 왜 국민연금인가

확산탄 캠페인에 있어 대상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확산탄의 수요자사용자인 국가이며 다른 한 축은 확산탄을 생산하는

박승호 | 무기제로 코디네이터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 경험 공유

기업들이다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캠페인의 요구가 확산탄을 전면적

으로 금지시키고 확산탄 오염지역을 정화하고 피해생존자들을 지원

하라는 것 등이 주를 이룬다면 기업을 대상으로 한 요구는 확산탄의

생산middot수출을 중단하라는 것이다

현재 한국 정부는 확산탄을 북한의 장사정포에 대응할 수 있는 핵

심전력으로 여기고 있으며 국제적인 확산탄 불법화 추세에도 불구하

고 확산탄을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무기제로는 국가를 대상으로 협약 가입을 촉구하는 캠페인보

다는 확산탄을 생산하는 기업이나 확산탄 생산을 지원하는 금융기관

에 대한 문제제기를 통해 확산탄에 대한 대중적 낙인화 효과를 불러

일으키는 것이 확산탄 금지운동에 더 효과적일 것이라 판단했다 하

지만 확산탄 생산기업인 한화와 풍산을 대상으로 어떤 캠페인을 벌여

도 이윤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기업이 윤리적인 비난만으로 핵심 사업

을 정리할 것 같지는 않았다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압박보다 더 효

과적인 방식은 바로 돈줄에 위협을 가하는 것이고 이 점에서 투자

철회 캠페인은 상대적으로 더 승산이 있는 캠페인이라는 판단이 있

었다 국민연금이 각각 한화 주식의 734(201112) 풍산 주식의

926(20129)를 보유하고 있는 확산탄 생산기업의 최대투자자라는

점 또 공적자금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있는 기관이라는 점 대

부분의 사람들이 월 일정액의 국민연금보험료 납부하고 있다는 점에

서 국민연금의 확산탄 투자 문제를 lsquo내 문제rsquo로 인식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국민연금이 투자철회 캠페인의 대상으로 결정되었다

56 57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무기제로의 과거 캠페인 경험을 통해서 볼 때 확산탄이 어떤 무기

인지 왜 확산탄이 금지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대중적 인식은 사실상

전무했다 확산탄이라는 특정한 무기를 금지하자는 캠페인의 슬로건

이 대중의 관심을 얻기 힘든 주제였다는 점에서 우리는 국민 대다

수가 자의든 타의든 월 일정액을 적립하고 있는 lsquo국민연금rsquo을 통해

lsquo당신의 돈이 국제적으로 금지된 무차별 살상무기를 만드는 데 쓰이

고 있다rsquo는 메시지를 전달해 사람들의 관심과 확산탄의 비인도성에

대한 낙인화를 동시에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해외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 사례

이번에 무기제로가 국민연금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을 진행한 것

은 해외에서 이미 성공적으로 진행된 투자철회 캠페인을 모델로 해서

기획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래에서는 무기제로가 참고했던 대

표적인 성공 사례 두 가지를 살펴보려 한다

- 네덜란드 연금기금 투자철회 사례

2007년 3월에 네덜란드 시사프로그램인 젬블라(Zembla)는 네덜란

드 유수의 연금기금이 확산탄 지뢰 등 비인도무기를 만드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 등 네덜란드 연금기금의 비윤리적 투자 문제

를 다룬 lsquoCluster bomb feelingrsquo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방영한

다 당시 방송을 통해 연기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게 된 대중의 분

노가 표출되면서 연기금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이 압력을 느끼게 되었

다 이에 다큐 제작 과정에 관여했던 시민단체인 팍스 크리스티(IKV

Pax Christi)는 다큐 방영 이후 연금 기관들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캠

페인을 시작하게 된다 금융기관들의 가장 큰 두려움이 ldquo사회적 이미

지 실추rdquo라는 점을 활용한 것인데 2011년 유럽 투자자들을 대상으

로 한 조사에서 거의 80의 투자자가 논란이 되는 무기에 대한 투자

가 명성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는 등 인식의

변화가 눈에 띄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2009년 팍스 크리스티는 페어핀(FairFin)과 공동으로 ldquo확산탄 세

계투자 공동의 책임rdquo 보고서를 발표했고 보고서 발표의 영향으로

연금 기금이나 금융기관들이 확산탄 생산기업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

는 사례가 발생한다 팍스 크리스티는 이뿐 아니라 정책 입안자들과

관계를 맺고 확산탄 투자 금지를 입법화하기에 나선다 2009년에 네

덜란드 의회가 확산탄 투자 금지 촉구 제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지

만 당시 과도 정부가 이를 거부했다 이후 확산탄금지협약 비준 등을

거치면서 상원에서 다시 한번 확산탄 투자 금지 제안이 상정되었고

2011년 말 정부가 이를 이행하기로 결정하면서 확산탄 투자 금지는

2013년 1월부터 효력을 발휘하게 되었다

주목할만한 점은 이 다큐가 방영되고 반향을 일으켰던 시점이 아직

확산탄금지협약이 체결되지 않은 시점이었다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경우는 다큐멘터리 방영으로 국민적 분노가 격화되면서 향후 확산탄

생산기업에 대한 연기금의 투자철회 결정뿐 아니라 네달란드가 확산

58 59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탄금지협약에 서명하는 등 확산탄을 전면적으로 금지시키는 데도 상

당한 영향을 미쳤다

- 영국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RBS) 투자 철회 사례

2011년 8월 앰네스티 영국지부가 팍스 크리스티 보고서를 바탕으

로 HSBC(홍콩middot상하이은행)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 등 주요 은행에

대한 투자 철회 캠페인(온라인 탄원)을 시작했다 캠페인 시작 1주일

만에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이 확산탄 투자를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밝

히게 된다 당시 이 은행은 앰네스티 회원들로부터 12000통의 이메

일을 받았으며 앰네스티가 진행하던 전국적인 광고 캠페인 등에 이

미지 손상을 두려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사례를 통해서 본 우리의 투자철회 캠페인

투자철회 캠페인은 기업들이 lsquo이미지rsquo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에

서 가능한 캠페인이다 위에서 다룬 두 사례는 각각 대중적인 영향력

을 가지고 있는 방송(네덜란드 시사프로그램 젬블라)과 시민단체(앰

네스티 영국지부)가 자국 금융기관(연금기금)이 국제적으로 큰 비난

을 받고 있는 비인도무기를 만드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으로 대중적인 단죄 또는 낙인화가 이루어지면서 자연스레

투자철회가 이어질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된 사례로 볼 수 있다 ldquo내

돈rdquo이 잔인한 무기를 만드는 데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림으로써 사

람들이 확산탄 문제를 ldquo내 문제rdquo로 인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

한 분위기가 형성되었을 때 해당 국가 내에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단체들이 이 문제를 공공의제로 만들어 냈고 이후 여론을 등에 업고

금융기관을 압박해 실제 투자철회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한국에서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진행된 캠페인은 아직 구체적인 성

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하지만 캠페인이 시작단계에 있으며 해외 사

례와 같이 대중적 영향력이 큰 매체가 이 문제를 다루는 등의 이슈 확

산의 계기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아직은 캠페인의 성과를 이야

기할 시점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또 대부분의 국가들이 확산탄금

지협약에 서명middot비준한 유럽의 경우와는 다르게 한국은 안보상의 이

유로 확산탄의 생산 배치를 고집하고 있으며 평화 무기 이슈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도도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 역시 감안해야 할 것이다

무기제로는 올해 12월 발표 예정인 ldquo확산탄 세계투자rdquo 보고서의

번역 발표 등 지속적 캠페인을 통해 국민연금의 확산탄 투자문제를

꾸준히 제기할 계획이며 적절한 타이밍에 대중적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내는 데 주력해 한화middot풍산에 대한 투자철회

및 확산탄에 대한 낙인화 등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참고httpstopclustermunitionsorghttpwwwstopexplosiveinvestmentsorghttpwzeroorg

60 61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기획연재-가람이의 좌충우돌 세상읽기

ldquo그건 저의 삶입니다rdquo

나름 | 전쟁없는세상 친구 + 스웨덴에서 공부하는 중

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ldquo대답하세요rdquo 아슬아슬하게 진행되던 그들의 대화 긴장이 최고

조에 이른다 대화가 중단되고 한 사람이 자리를 뜬다 그 사이 추궁

을 받던 이는 주위를 둘러본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고 어느 구석

자리에 멈춘다 시선이 고정된다 바로 자신에 관한 기사와 사진들을

발견한 것 벽에 빼곡히 붙어 있는 모습이 마치 수사 상황 같다 소리

를 쳤던 이가 돌아오고 그가 묻는다 ldquo이게 뭐죠rdquo ldquo그건 저의 일이

예요rdquo 추궁을 받던 이의 나직한 목소리 ldquo그건 저의 삶입니다rdquo 덴

마크 드라마 lt보운 (발음이 틀릴 수 있음)gt의 한 대목 덴마크 최초의

여성 총리를 그리고 있는 이 드라마는 첫 방영이 있고 1년 뒤 실제 여

성 총리가 등장하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문제의 대목은 이전 정부

에서 총리를 맡았던 여성이 선거를 앞두고 새로운 정당을 만들면서

시작된다 경제 정책을 담당할 인물을 영입했는데 옛소련의 간첩이었

62 63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대표의 측근이 검증을 하게 된다 이 측근은

소련 좌익 정당에서 일하다 자살한 여성에 대해 캐묻고 그 사람은 결

국 그 여성과의 관계를 비롯해 아픈 과거를 이야기하게 된다 이 장면

은 누군가의 삶에 대해 타인이 얼마나 쉽게 얘기하고 재단할 수 있는

지에 관해 생각하게 만든다 타인이 쉽게 말할 수 있는 그 무엇이 누

군가에게는 삶이요 상처다

누군가에게는

그렇다 타인에게는 그저 지시대로 하면 되는 일이 자신에게는 치

명적인 삶의 문제일 수 있다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 갈등의 연속이

다 최근 이 정도 수준은 아니지만 좀 복잡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주

제 넘게도 어떤 글을 외국어로 쓰고 있는데 유럽 학자와 미국 학자

사이에 끼어 고민이 된다 두 사람이 거의 정반대의 입장에서 글쓰기

에 관여하고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해 한 사람은 이쪽으로 가라고 하

는데 또 한 사람은 저쪽으로 가라고 한다 아직은 경력을 막 쌓기 시

작한 힘없는 나로서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다 두 사람 모

두 좋으신 분들이고 또 내게 중요한 역할을 할 분들이다 그런데 모

두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누구 장단에 맞춰야 할지 난감하

다 다른 점이 있다면 한 사람은 나의 가능성만을 보고 변함없는 신뢰

와 지지를 보여주었지만 또 한 사람은 그 정도는 아니라는 느낌 문

제는 나를 석연치 않게() 보는 듯한 이가 내 경력에서는 훨씬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나를 믿어주는 이의 방향에 맞

추기로 결정했는데 아무튼 쉽지 않은 문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깊이 고민하게 된 다른 문제가 있는데 바로

lsquo누구를 대상으로 이야기하는가rsquo에 관한 부분이다 어쩌다가 바다

건너에서 계속 있다 보니 나는 이쪽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야기를 해

오고 있다 이 사람들의 언어(주로 영어)로 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

는 이야기를 이 사람들 상황에 맞게 말이다 그런데hellip 이게 정말 내

가 원하는 일인가 잘 모르겠다 지금 굉장히 긴 분량의 또 다른 글을

쓰고 있는데 원래는 내가 비교적 잘 알고 있는 한국과 관련된 사건에

대해 얘기하려 했다 이 사건과 특별한 인연이 있고 관심도 많기 때문

이다 그런데 관계자는 특정 사건보다는 lsquo보편적인rsquo lsquo이론적rsquo 이야

기에 초점을 맞춰달라고 요구한다 그래야 이쪽 지역에서 읽히기 때

문이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이게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인가 내

가 정말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들은 누구인가 나는 누구를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는가 쉽게 답할 수 없는 물음들 그래도 나는 안다

적어도 당장은 먹고 사는 문제와 관련이 있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는 걸 물론 이런 고민은 나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바다건너에서

든 아니든)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누구나 살아가면서 어떤 식으

로든 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ldquo네가 행복해져야만helliprdquo

64 65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그런데 lsquo바다건너rsquo라는 부분에 뭔가 있는 것 같다 (나만의 착각

일 수 있지만) 외국에서 지내는 게 다른 사람들에게는 좀 괜찮게 보일

수 있지 않을까 뭔가 좀 있어 보이는 부끄럽지만 고백하건대 나 역

시 그런 생각을 전혀 안 했던 것은 아니다 뭔가 세련()된 것 같은

좀 달라보이는 어떤 면에서 (탈)식민 문제와 관련이 있다 그런데 직

접 생활하는 것은 역시 다르다 물론 철저히 나의 입장에서 그렇다는

이야기다 예컨대 자연환경도 좋고 구경갈 곳도 많은데 여행이나 휴

가를 가지 않느냐는 물음을 받곤 한다 그런데 가고 싶어도 일단 돈

이 없다(있어도 최대한 아껴야 한다) 방학 기간에 여기 저기 여행다

니는 유학생이나 현지인들 이야기를 들으면 나는 신기하기도 하고 부

럽기도 하다 에둘러 말하면 이 세상에 아름답거나 그렇지 않은 것은

없다 아름답게 느끼거나 그렇지 않게 느끼는 특정 맥락의 내가 있는

것이다 lt연애시대gt에도 나오지 않던가 ldquo네가 행복해져야만 이 세

상도 행복해진단다rdquo 그래서 서로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다 처음에

얘기한 드라마 장면 누구에게는 일이고 누구에게는 삶이다 뭔가를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될 이유

[나름대로 스웨덴 소식]

성소수자 탈의실 설치 (스웨덴 영문뉴스 lt로컬gt 2013 4 26)

스톡홀름에 있는 한 고등학교가 자신을 남성-여성으로 정체화하

지 않은 학생들을 위해 별도의 탈의실을 짓기로 했다 보도에 따르면

스웨덴에서는 첫 사례라고 한다 이 학교 학생위원회 관계자는 새로

운 탈의실은 사회의 젠더 규범에 불편해하는 학생들을 위한 것이라

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편 이 학교 선생님들은 수업 시간에 남성

(lsquo한rsquo)-여성(lsquo혼rsquo)을 넘어선 lsquo헨rsquo이라는 단어를 공식 사용하기도 하

고 학생들은 스톡홀름 성소수자 축제에 학생위원회 자격으로 참여한

첫 사례를 남기기도 했다

부유한 지역 적은 난민들 (스웨덴 국영 라디오 국제 2013 7

1)

스웨덴에서 예산이 많은 지역일수록 난민을 받는 데 소극적인 것으

로 나타났다 어느 일간지에 따르면 전국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 20

군데가 같은 수의 가장 부유한 지역들보다 5배 많은 난민을 받아들인

다고 한다 여기에 해당되는 부유한 지역들은 모두 현 정부의 보수 성

향 정당이 이끌어 가고 있다 이는 지난 5년 동안 스웨덴의 290개 지

역 단위를 비교한 결과다 관계자에 따르면 스웨덴 북쪽 지역으로 갈

수록 인구 부족 문제로 난민들이 환영을 받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66 67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효웅 | 병역거부자

일베한테 일베식으로 맞짱뜨기

일베충 종북게이다 좌빨 종북게이다

나님 네 다음 일베충

일베충 네 다음 종북게이

나님 나님이 종북게이라는 lsquo근거rsquo가 있음 주장하는 사람이 근거

를 제시해야 한다는 lsquo입증책임의 원칙rsquo도 모름 이 논리 종범아

일베충 요시 그럼 넌 내가 일베충이라는 근거는 있盧

나님 너한테 한 말 아니라 걍 혼잣말 한건데 내 발화의 지시대상

이 너라는 근거는 있盧

일베충 나한테 한 얘기잖아 이 종북게이야

나님 ㅇㅇ 인정 니 생긴 게 일베충같아서 일베충이라고 한 거임

얼굴에 써 있음

일베충 소설쓰지마라 ㅋㅋ 팩트 모르盧 내가 일베충이라는 팩트

를 대라 팩트를

나님 요시 니가 일베충이라는 lsquo최선의 설명으로서의 추론rsquo이라는

가설을 세워서 추론한 거임 나한테 종북게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lsquo현

상rsquo을 설명하기 위해서 너가 일베충이라는 lsquo가설rsquo을 세워 봤는데

ldquo니가 바로 일베충rdquo이기 때문에 ldquo따라서 나한테 종북게이라는 딱지

를 붙이는 것이다rdquo라는 현상이 아주 훌륭하게 설명력을 지닌 가설추

론이 되는 거임 원래 가설은 아무렇게나 세우는게 lsquo가설rsquo임 가설은

반증 가능성이 있는 게 당연하다고 포퍼가 그랬음 가설을 통해서 과

학과 범죄수사가 발전했음 만일 니가 일베충이 아니라면 너가 경쟁

가설을 주장하던가 내 추론에 문제가 있음을 제시하면 됨 왜 일베충

이라고 해서 찔림 도둑이 제 발 저림 일베충도 일베충이라는 말 듣

기가 부끄러움 너 포퍼가 누군지는 암

68 69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일베충 일베한다고 해서 다 무슨 사이코패스에 고인드립치는 패륜

아 인 줄 아냐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범하지 마라

나님 ㅋㅋㅋ요시 사이코패스에 패륜아라는 건 lsquo니가 한 말rsquo이고

lsquo니 생각rsquo임 내가 언제 너보고 사이코패스에 패륜아라고 했음 난

그냥 너가 일베한다는 lsquo사실rsquo을 진술문으로 말했을 뿐임 아 몰랐

네 너 사이코패스에 패륜아임

일베충 (ㅇㅂㅇ) 지금 일베충이라고 비하하는 거임 일베충이라는

말 자체에 비하가 있다

나님 자기들도 일베충이라고 자조적으로 비하하면서helliphellip

일베충 인권 좋아하는 감성팔이 인권쟁이들이 왜 우리의 인권은

도외시하는 거냐 북한 인권 군인 인권 일베충 인권

나님 일베충이 사람임 사람이 아니므니다

일베충 일베충도 사람이다 왜 사람이 아니냐

나님 lsquo일베충rsquo이라는 말은 일베를 하는 벌레라는 내포를 갖고 있

음 따라서 ldquo일베충은 벌레이다rdquo는 진리값이 항상 참인 분석명제이자

항진명제임 이 무식한 일베충아 그런데 ldquo일베충은 사람이다rdquo라고

한다면 그건 앞의 주어인 lsquo일베충rsquo에 이미 내포되어 있는 벌레라는

걸 부정하는 모순이 되는거임 이건 마치 ldquo삼각형은 동그라미이다rdquo

ldquo여성은 인간이 아니다rdquo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모순율에 어긋나

는 것임

일베충 (ㅇㅂㅇ) 인권 좋아하는 인권쟁이들이 우리들한테 인권이

없다니 역시 좌빨들은 이중성 쩌네 ㅋㅋㅋ모순 쩐다 위선자들 ㅋㅋ

ㅋㅋㅋ

나님 일베충이 그런 내포를 갖게 된 것은 공론장에서의 니들 행패

를 보고 내포가 그렇게 정해진 거임 억울하면 다시 태어나셈 근데

니가 인권이 뭔지는 아냐 어디 그래 lsquo인권rsquo의 정의가 뭐라고 생각

일베충 (ㅇㅂㅇ) 그건사전에 나와있다 ldquo사람이라면 누구나 누려

야할 권리rdquohelliphellip

나님 그런데 너님들은 왜 lsquo여성rsquo lsquo전라도rsquo 이런 사람들의 인권을

부정하고 비하하는 거임

일베충 일베라고 다 패륜아냐 성급한 일반화 모르盧 논리적 근

거를 대라

70 71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나님 아~그럼 여름 중에도 시원한 날이 며칠 있으니까 여름은 안

더운 거겠네 ㅋㅋㅋ 일베충 논리 보소 ㅋㅋㅋㅋ 너 말대로 일베의

lsquo모든rsquo회원이 그런 건 아닐 수도 있음 그러나 대다수가 그런 lsquo성

향rsquo을 갖고 있다면 성급한 일반화가 아니라 강한 통계적 귀납논증이

되는 거임 실지로 얼마 전 일베 게시물들의 키워드를 분석한 프로그

램 통계에 의하면 일베 사이트의 핵심 키워드들은 사회의 대다수 사

람들의 통념과 반대되는 게 맞는데 이 연가시야 사례가 많을수록

귀납논증은 강화되는 거고 너가 일반화라면 그렇지 않은 일베 회원

들이 더 많음을 니가 귀납적으로 논증을 해야 논파가 되는 거임 따라

서 ldquo일베충들은 대부분 사회적 낙오자에 학교에선 아싸고 생긴 건

베트남 쌀국수에 집에서 진격의 거인이나 보면서 연애 한 번 못해

보는 싸이코패스인데 사회적 약자들에 화풀이한다rdquo는 건 굉장히 강

한 귀납논증이 성립되는 거임 (ㅋㅋㅋ)

일베충 우리가 사회적 낙오자에 약자들에게 분풀이 한다는 팩트를

대라 팩트의 일베다 우리는 사실만을 얘기한다

나님 니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lsquo팩트rsquo에 대해서 너님들은 얼마나

알고 있음 너님 혹시 lsquo팩트rsquo가 뭔지는 암 사실과 사건 사태의 차

이점이 뭐임

일베충 0a 0

나님 ldquo쟤 성형수술했대rdquo ldquo너 전과자라며rdquo ldquo나 저번 시험에서

백점 맞았다~^^rdquo ldquo우리 집 50평이다 ^^rdquo ldquo우리 아들이 이번에 반

에서 1등했대요 호호호rdquo 이 문장들은 전부다 lsquo사실rsquo을 얘기하고 있

지만 이건 사실을 얘기하는 lsquo진술문rsquo이 아니라 비하하거나 잘난척

하는 lsquo행위rsquo를 하고 있는 lsquo수행문rsquo임 따라서 너님들이 이야기하고

있는 lsquo사실rsquo은 사실 해석과 반응 맥락에 따라서 굉장히 유동적인

것임 이처럼 사실인 척 위장하고 있는 문장들은 lsquo기술주의적 오류

(destriptive fallcy)rsquo임 또한 사실은 lsquo사물rsquo이 아니라 사물들의 연관

이라고 비트겐슈타인이 말한 것처럼 사실은 사실을 인식하고 말하는

사람의 주관에 달려있는 거임

일베충 전라도가 폭도였고 한국여자들이 성형하고 명품 밝히는 건

팩트다 이 멍청한 좌좀아 홍어들은 한반도를 떠나야하고 여자들은

삼일한(삼일에 한번씩 패야한다는 일베 용어)이라는 거다

나님 한국여성들의 명품 구매비율이나 성형비율이 높다는 lsquo사

실rsquo과 여성들을 패야한다는 lsquo당위rsquo가 어떤 관련이 있음 사실에서

어떻게 당위를 도출함 ldquo저 사람은 흑인이다rdquo라는 사실에서 ldquo따라

서 저 사람을 인종차별해야 한다rdquo라는 당위가 도출됨 ldquo너는 여자

다rdquo라는 사실로부터 ldquo따라서 너는 정숙해야한다rdquo라는 당위 도출되

지 않는 것처럼 이것 역시 철학자 GE 무어가 말한 lsquo자연주의적 오

류rsquo임 그러나 ldquo쟤 일베한다 따라서 박멸해야 한다rdquo는 만고산천에

72 73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불변하는 진리 이데아임 어디까지나 이런 논리나 철학은 사람한테

만 적용되므니다 이 살인 진드기야

일베충 (ㅇㅂㅇ) 광주사태가 홍어들 폭도였다는 거 역시 lsquo팩트rsquo

를 말한 거다 총들고 사람 죽이고 그게 잘한 거냐 이 씹선비야

나님 광주사태가 lsquo민주화운동rsquo이였다는건 공론장에서 의사소통적

논변에 근거한 합의를 통해 그 내포에 대한 일의적(一意的) 의미가 정

해진 사안임 너 혼자 민주화라는 용어를 lsquo홍어들의 폭동rsquo으로 재정

의하는 것은 이미 어느정도 사회적으로 통용된 내포를 너 혼자 바꿔

쓰는 lsquo은밀한 재정의의 오류rsquo이면서 동시에 lsquo자의적middot설득적 정의rsquo

인 거임 ldquo동성애자는 항문섹스만을 즐겨하는 에이즈 보균자이며 하

나님 앞에 죄인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rdquo라는 말이 동성애자에 대한

합의된 정의임 자기 혼자 쓰는 정의지 그리고 너희가 비하하는 전

라도 사람들은 전부다 폭도라던가 한국여자들은 명품에 성형에 환장

했다거나 하는 설명이 과학적이거나 팩트에 가까움 오히려 감정적

인 편견에 지나지 않는거 아님 통계 자료는 있음 논거 부재의 오

류 인신공격의 오류 은밀한 재정의의 오류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온갖 오류들의 향연임 이 애미 애비가 교육을 잘못시켜서 그 따위로

된 가정 교육 못 받은 일베충아

일베충 (ㅇㅂㅇ) 아아아아아우오오 씹선비 김치녀 홍어 홍어

나님 반사 ^^

일베충 (ㅇㅂㅇ) 우워워워좌좀 종북 좌빨 슨상님

나님 굴절 ^^

일베충 크어어어억 오유충 삼일한 김치녀 종특

나님 라고 말하는 놈 친일파 ^^

일베충 쩔뚜기 운지 하라보지 종북게이

나님 라고 말하는 놈 평생 쏠로 ^^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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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문정 여옥 여은 여지우 염창근 오리 오성민오정록 오하린 오학준 우경환 우공

우완 우성섭 우지연 위양자 유은정 유현미 윤민순 윤정하 윤정화 윤지환 윤혜정

은국 은종복 은혜와평화교회 이갑수 이기영 이덕현 이비함 이상길 이선아

이선영 이선옥 이세현 이승규 이연희 이영롱 이용석 이재환 이준규 이준호 이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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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의민 주관수 지은 진진 진현호 진흙 차명수 참새 채승우 최민아 최성진 타랑

편설란 하동기 하승우 한광주 한주훈 햄 홍수봉 홍수영 홍이 홍창욱 황명규 황예랑

2013년 5월1일 ~ 7월 31일

Page 10: 전쟁없는세상 소식지 38호(2013년 8월)

14 15평화주의자 노트

용물을 가두기 위해 존재하는 것일 수도 있다

군대는 어떠한가 이 나라의 군대는 정말 평범한 민중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 아니면 평범한 민중을 억압하기 위해 존재하

는 것인가

나는 군대가 계급으로 나뉜 자본주의에서 소수 지배자가 다수 민중

을 억압하고 지배하기 위한 대표적인 억압 기구라고 생각한다

박정희의 군대는 1961년 516 군사정변을 일으켰다 1964년엔 베

트남 전쟁에 참전해서 미국의 민족 억압과 학살을 지원했다 1979년

10월 박정희의 유신독재에 항거해 부마항쟁이 벌어지자 군대는 대검

을 들고 민주주의를 외치는 시민들을 진압했다전두환 시절 군대는

1979년 1212 군사 반란을 일으켰고 1980년 517 쿠데타를 일으켰

다 518 광주 항쟁에서 발포해 시민들을 학살한 것도 이 나라의 군

대였다

이런 일들이 군사정권에서만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은 군사 정권이

끝난 뒤에도 군대의 역할이 크게 변하지 않은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3년 이 나라의 군대는 미국의 이라크 점령에

동원되었다 이 전쟁에서 미국은 수십만 명을 학살했고 2백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난민으로 만들었다 2006년 미군기지 이전에 반대한

평택 대추리의 주민들과 활동가들의 평화를 요구한 목소리는 군대의

군홧발에 무참히 짓밟혔다

강제로 동원되어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었던 사병들은 또 다른 희

생자들이었다 이처럼 군대는 평범한 민중의 이익과는 상관없이 소수

권력자들의 도구로 활용되어 왔다

지배계급의 도구

자본주의 체제의 권력자들이 군대를 이용한 목적은 두 가지였다

지배자들은 자국의 민중들을 억압하기 위한 수단으로 또한 타국과의

군사적 패권 경쟁을 위한 수단으로 군대를 이용했다

지배자들은 동의와 설득으로 지배를 유지하려고도 했지만 궁극적

으로는 군대 경찰 감옥과 같은 억압기구를 필요로 한다 군사정권

시절에는 이 폭력이 노골적으로 전면에 드러났다 이 나라에서 노동

자middot민중이 벌인 투쟁으로 이 억압기구들이 뒷켠으로 물러나긴 했다

그러나 평택 미군기지 이전 반대 시위 진압에 군대가 투입된 것이나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점거 파업에 경찰 특공대가 투입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지배자들은 결정적인 순간에 늘 폭력과 억압에 의존해 왔

지배자들은 지정학적 경쟁에서 우위에 서기 위해서도 군대를 활용

한다 베트남과 이라크에 파병된 군대는 미국의 점령과 학살을 도왔

고 이 나라의 지배자들은 파병을 통해 군사적 영향력을 높이려 했다

지배자들의 한미 동맹 전략은 지금도 전혀 변하지 않았다 박근혜 정

16 17평화주의자 노트

부는 첨단무기가 동원된 한미 합동군사훈련에 참가했고 미국이 중국

을 겨냥해 추진하고 있는 MD에 참여할 절차를 밟고 있다 MD 참여

는 이 나라가 미국과 중국의 군사적 갈등에 더 쉽게 휘말리는 위험천

만한 일이 될 수 있다 미국의 패권 강화의 발판이 될 제주해군기지는

건설 과정부터 주민들을 탄압해 lsquo제주해적기지rsquo라고 불렸다 주민과

활동가 성직자에게 가해지는 경찰들의 폭력은 용인됐고 여기에 저

항하는 사람들은 연행되고 벌금을 물고 구속되었다

난 이처럼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미국의 세계 패권 전략을 뒷받침

하고 자국의 민중을 억압하는 데 이용되는 이 나라의 군대에 입대하

기를 거부한다

무고한 젊은이들을 억압하고 희생시키는 군대

부와 권력을 독점한 권력자들은 소수이기 때문에 군대는 압도 다

수인 노동자와 민중의 자녀들로 구성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지배

계급은 군대를 통제하기 위하여 상명하복의 억압적 위계질서를 적용

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2013년 1월 30일 발표된 lsquo군 인권실태 연구

보고서rsquo에 따르면 85퍼센트의 응답자가 군대에서 구타당한 적이 있

다고 답했다 lsquo탈영 또는 자살하고 싶다rsquo는 생각이 들었다는 병사는

346퍼센트였으며 5년 간 실제로 자살한 군인의 숫자는 368명이었

최근 군대 내에서 가혹행위로 자살한 경우 국가유공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결정이 있었지만 이미 무고하게 희생된 젊은이들의 삶은 어

떤 것으로도 보상해줄 수 없다 lsquo국방의 의무rsquo를 준수하라고 앞장서

요구하는 권력자들은 역겹게도 정작 자신들의 자녀는 어떻게든 군대

에 보내지 않으려 한다 lt이제는 말할 수 있다gt의 lsquo신의 아들과의 전

쟁rsquo편(MBC2004)은 진짜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군대가 자신의

의무가 아니라는 것을 폭로했다

권력층과 부유층 예를 들면 재벌가의 병역 비리는 강력한 권력과

결탁되어 있기 때문에 건드릴 수 없었고 과거 광범위하게 이루어진

병역비리 군middot검 합동수사도 결국 내부 권력 -기무사와 군middot검찰-

이 좌절시켰다는 것이다

지배자들은 북한의 위협을 빌미로 군대와 안보 논리를 정당화해 왔

다 그러나 북한의 지배계급과 남한의 지배계급은 서로 적대적 경쟁

을 하면서도 서로의 존재를 정당화 해 왔다 반면 북한의 평범한 젊

은이들과 남한의 젊은이들은 그 과정에서 모두 희생되고 억압받는다

두 국가가 젊은이들을 군대에 동원하는 논리는 거울을 두고 마주보는

것 같이 똑같다 김정은 정권의 이해관계를 위해 젊은이들을 희생시

키는 군대와 박근혜 정권의 이해관계를 위해 젊은이들을 희생시키는

군대는 별로 다르지 않다

신념을 지키기

18 19기획기사 - 인트로

지금까지 평화주의적 종교적 정치적 신념에 의해서 병역을 거부

해 온 사람들이 1만 7천여 명에 이른다 각자의 신념은 달라도 그들

은 자신의 신념을 지키려고 감옥을 선택했다 나 또한 신념에 따른 행

동으로 감옥에 가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나는 감옥에

서 군대보다 더 큰 억압을 경험해야 한다는 것과 감옥에서 나온 뒤

에도 사회적 차별을 감내해야 한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따라서 lsquo감

옥을 선택한다rsquo는 것은 단지 군대인가 감옥인가 하는 선택을 넘어서

lsquo어떤 삶을 살 것인가rsquo하는 질문과 마주치는 과정일 수밖에 없었다

만약 내 삶의 목표가 이 체제가 강요하는 경쟁과 생존의 논리에 타

협한 삶을 사는 것이었다면 이런 선택을 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

러나 내 삶의 목표는 부조리와 모순에 가득 찬 이 사회의 변혁에 기여

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는 내 신념을 지키고 그에 따른 억압과 고통을

감내하는 선택을 할 수 있었다

나는 내가 겪을 모든 개인적 손해에도 불구하고 신념에 따라 이 나

라의 군대에 입대하길 거부한다

2013년 6월 25일 병역 거부를 선언하며

그동안 한국 사회운동은 주로 국가와 싸워왔습니다 덕분에 각 운

동영역에서 국가 기관을 상대하는 노하우는 많이 쌓여있습니다

법적으로는 어떤 절차를 활용할 수 있는지 국제적으로는 어떤 기

구들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지 국내에서 여론을 확산시키고 상

황을 알려내는 것은 어떻게 하면 좋은지 단체마다 나름의 방식들

이 있습니다

기업의 힘은 갈수록 거대해져 국가의 통제를 벗어나고 있습니

다과거에는 국가가 했던 나쁜 일들을 이제는 기업이 하고 있습니

다 국가는 그나마 선거 때 만이라도 국민들 눈치를 보거나 형식

적으로라도 주권자인 국민을 섬기는 척을 해야 하지만 기업은 다

릅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기업은 사회 곳곳에서 이윤 창출

을 위해 할 짓 못할 짓 가리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맞서는 우리의 운동은 아직 미약합니다 기업과 맞선

경험도 많지 않고 무얼 활용할 수 있는지 어떤 방법이 효과적인

지 알지 못합니다 이번 기획기사에서는 사회운동의 저항 상대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기업에 어떻게 하면 잘 맞설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담아봤습니다

기획기사 - 인트로

Intro-기업에 저항하기

20 21기획기사

기획기사

오리 | 전쟁없는세상 사무국

우리는 흔히 lsquo데모rsquo하면 비민주적 정부권력(법률 조직 시스템)에

저항하는 것을 떠올린다 하지만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비

단 우리가 우리 손으로 선출한 사람(기관)들에 의한 것만은 아니다

최근 기업들에 의한 횡포는 훨씬 심각해지고 있다 건강 안전 경제

적 안보 삶의 존재 자체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기업에는 나

의 가족 친구들처럼 좋은 사람들도 많이 일하고 있다 또 모든 기업

들이 개인들의 삶을 짓밟고 이윤을 착취하는 것도 아니다 가끔 나름

의 기준과 사회에 대한 사명감을 가지고 기업 활동을 하는 회사도 뉴

스에서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정말 대다수의 기업과 기업의 총수

들은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개인들을 희생시키는 일을 서슴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대의 (초국적)기업은 어떤 인간보다도 어떤

어떻게 기업에 저항할 것인가

정부보다도 더 큰 권력을 가지고 있다 그들이 작동되는 규칙은 오로

지 하나 lsquo이윤rsquo이다 삼성은 아직도 발암물질 노출에 따른 직업병과

업무연관성을 적극적으로 부인하고 있고 비인도적인 무기인 확산탄

을 만드는 한화와 풍산은 자신들은 정부에서 시키는 일이니까 한다며

왜 자기들 가지고 난리냐고 한다 현대중공업은 돈만 된다면 팔레스

타인 가옥을 부수는 것쯤은 별다른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는 것 같다

사실 지금처럼 기업을 향한 우리들의 행동이 절실한 적이 없다 이

미 전 세계에서는 우리 시대의 골리앗에 맞서는 근사한 행동들이 이

어지고 있고 어떤 경우는 골리앗을 상대로 작지만 아주 의미 있는 다

윗의 승리를 거두는 경우도 있었다 기업에 저항하는 운동은 20세기

중반기부터 시작되어 최근 수 십 년 간 노동조합 환경 사회정의 소

비자운동의 시민단체들에 의해 정교해졌다 기업에 저항하는 운동의

목표는 다양한 전략과 전술을 통해 기업의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이나

관행을 고발하여 기업이 이러한 행동이나 관행을 고치도록 하는 것이

다 단체들과 개인 활동가들은 기업에 저항하는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벌여왔으며 어떤 캠페인들은 수년간 지속되었고 다양한 결과를 낳았

다 보이콧 주주총회 행동 기업이미지 공격(기업브랜드에 초점을 맞

춘 접근방식 대중매체 이용) 등이 주로 이용되었던 전략들이고 최근

에는 기업들이 점차 초국적화 됨에 따라 기업감시 기업윤리 등등 기

업 연구 및 감시에 초점을 맞춘 소위 전문 NGO가 등장하고 정책 혹

은 법을 바꾸거나 도입하는 운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22 23기획기사

이렇게 운동이 발전하면서 이에 대응하는 기업의 양상도 계속 발전

해 왔다는 것은 별로 놀라울 것도 없는 사실이다 이른바 당근과 채찍

전략이라고 할 수 있는데 기업에 비판적인 활동을 벌이는 활동가들에

게 고소 고발을 남발하면서 한 편으론 자선 구호 사업에 대한 기업

의 기부를 강조하고 나무심고 우물파고 텔레비전 버스 잡지 등을

통해 떠들썩하게 자사 홍보영상을 내보내는 것이다 이들은 고가의

컨설팅 금액을 내고 노조활동가들과 지역운동가들을 어떻게 하면 말

려죽일까 전략을 고안하고 있다

우리가 기업에 저항하는 캠페인을 할 때 생각할 것은

- 기업은 사람이 아니다 사물 법인체이다

- 기업은 사적 소유물이 아니다 사람(대중)에 의해 사람(대중)에

복무하도록 창조된 것이다

- 기업은 권리를 갖지 않는다 권리를 갖는 것은 사람이다 기업은

lsquo기업에 어떻게 저항할 것인가rsquo 워크샵에 모인 사람들

오로지 사람들이 부여한 특권만을 가질 뿐이며 시민들은 이것을 다시

뺏을 수 있다

기업에 대항하기 위한 전략은 크게 두 가지

첫째는 데모(행동)를 조직하는 것

- 목표를 구체화 하기 우리는 한꺼번에 모든 걸 변화시킬 수 없

다 우리가 먼저 변화시키려고 하는 것은 무엇인가

- 우리 편 늘리기 어떻게 우리에 대한 지지를 확장해 나갈 것인

- 전략 세우기 우리의 힘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행동 고르기

둘째는 비지니스와 시장을 위한 공공의 규칙을 만드는 것

- 비즈니스와 시장에의 개입이 정당화 될 때는 언제인가 우리의

기본적인 인권을 지키고자 할 때 우리의 지갑을 지키고자 할 때 우

리의 안전을 지키고자 할 때 환경을 지키고자 할 때 노동자의 권리

를 보호하고자 할 때 시장원리가 도입되어야 할 때와 말아야 할 때에

관한 제한을 두어야만 할 때

- 어떻게 각종 규제 조치 공공의 이익에 복무하려 하는 기업들

에 금융혜택 주기 소비자운동의 활성화를 통한 기업 감시 정부가 기

업 통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 경우 사법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다 민사책임 형사책임 사기업vs공기업 여전히 뜨거운 논쟁의 대

상이나 의료 상수도 등의 우리 삶에 기본적인 부분들의 공공화 주장

- 세계화의 도전 우리의 운동 역시 어떻게 세계화 할 것인가

24 25기획기사

구체적으로는

- 기업의 돈줄을 죄기 민영화 반대middot시스템의 재사회화 지지 보

이콧middot지역상품(중소기업상품) 구매하기 기업에 대한 세금감면middot공

적자금 지원middot보조금 지급 등에 저항하기

- 선거민주주의 시스템 이용하기 기업이 선거자금을 대지 못하

도록 공공조달하기 기업의 이해를 대변하는 양당정치에서 벗어나기

유권자들의 손에 직접적인 결정권을 주는 주민발의middot국민투표 기업

의 권리와 정의를 제한하기 기업을 비호하는 법 철폐하기 지역사회

및 지역정부를 상대로 기업의 권리를 제한할 수 있는 현지 법령 만들

- 조직에 대한 공격 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미디어를 민주화시키

기 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대학들을 민주화시키기 국제적 기업화에

저항하기

- 노동자의 권리 주 30시간 노동제 불안전노동 철폐 등

- 인간의 얼굴을 한 기업의 쌩얼 까발리기

제2차 물전쟁 벡텔 VS 볼리비아 민중

1997년 세계은행은 볼리비아 정부가 가장 큰 도시 두 곳(El Alto

La Paz와 the city of Cochabamba)의 공공수자원시스템을 민영화

한다는 조건으로 물 인프라 구축을 위한 추가적인 원조를 제공하겠

다고 통지 1999년 9월 단 하나의 입찰자만으로 비밀리에 진행된 경

매에서 볼리비아 정부는 코차밤바(Cochabamba)의 상수도를 캘리

포니아의 초국적 엔지니어링 기업인 벡텔(Bechtel)에게 넘김 몇 주

내에 벡텔은 수도세를 50 이상 인상하였고 이는 코차밤바 물반란

(Cochabamba Water Revolt)이라 알려진 전 도시 반대저항을 촉발시

킴 2000년 4월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고 군대가 17세 소년 빅

토르 휴고 다자(Victor Hugo Daza)를 죽이고 100명 이상이 다치자

코차밤바 시민들은 물러서지 않았고 벡텔은 볼리비아를 떠나야만 했

음 18개월 후 벡텔과 공동투자자인 스페인 아벤고아(Abengoa)은 볼

리비아를 상대로 5000만 달러(한화 약 560억 원) 상당의 소송을 제

기 이후 4년 간 벡텔과 아벤고아는 계속되는 데모와 기업 이미지의

실추 5개 대륙으로부터 가해지는 공공의 요구 때문에 소송을 취하해

야만 했음 2006년 1월 19일 벡텔과 아벤고아의 대표단은 볼리비아

로 와서 2볼리비아노(한화 약 340원)의 일부지급으로 소송을 취하한

다는 합의서에 서명

캠페인의 당면한 목표는 간단 볼리비아 물소비자들이 벡텔에 수백

만 달러를 결제하도록 하지 않는 것 이것은 전략적 측면에서 애시당

초 벡텔-볼리비아 소송을 있게 한 세계은행의 정책 및 투자기관의 부

정의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것과 lsquo벡텔에 대항하는 투쟁을 이끈 그

룹rsquo(Coordinadora de Defensa del Agua y de la Vida)에 대한 지원

과 같은 더 넓은 목표를 포함하는 것 초기에 캠페인은 세계은행 재

판소에서 승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함 lsquo우리는 여론의 재

26 27기획기사

판소로 장소를 바꾸는 전략적 결정을 내렸다 NGO와 사회운동으로

서의 우리가 벡텔보다 더 큰 권력을 같는 곳이다 우리의 목표는 벡텔

이 항복하도록 설득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성공할 가능성이 더 많은

방법일 뿐만 아니라 성공하기에 더 나은 방법이었다 이것은 다른 많

은 기업들에 어떤 메시지를 전달한다 비록 너희가 세계은행의 재판

소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또 다른 전쟁을 준비하게 될

테니rsquo 벡텔과 같은 회사를 위한 규칙이 존재하는 재판소 대신 캠페

인은 결과에 대해 적은 통제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회사를 밀어 넣

은 셈 그 다음 단계는 소송을 계속 진행할지 포기할 지를 결정할 수

있는 회사의 의사결정자들을 알아보는 것 벡텔사는 네슬레나 나이

키 제너럴 일렉트릭과 다르게 보이콧을 할 수 있는 소비상품을 만들

지 않았음 비상장 회사이기 때문에 압력을 넣을 투자자도 존재하지

않음 그래서 캠페인은 CEO이자 회사 창업자의 증손자인 일리 벡텔

(Riley Bechtel)에게 초점을 맞추게 됨 캠페이너들은 그의 개인 메일

에 엄청난 양의 항의메일을 보내고 잡지 등을 통해 찾아낸 정보로 개

인으로서 그에 대한 프로필을 작성함 나중에 캠페인은 이 전략이 꽤

나 효과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됨 lsquo2볼리비아노에 사건을 합의보고

난 후 볼리비아 협상가가 얘기하기를 Riley Bechtel이 소송을 취하도

록 개인적으로 개입했다고 말했다rsquo

EOn의 스위치를 끄다 영국의 새로운 화석에너지에 대항한 투쟁

2006년 독일 에너지기업인 EOn은 새로운 화력발전소로 잉글랜

드 남동쪽 킹스노스(Kingsnorth) 화력발전소를 대체한다는 계획을

발표 2012년 건설을 시작해서 2015년 완공한다는 계획 기업의 타

이밍은 별로 좋지 않았는데 영국에서 풀뿌리 기후변화 운동이 빠르

게 성장하고 있었고 석탄을 태우는 새로운 거대한 시설은 그들이 영

국의 미래 에너지를 생각할 때 별로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았던 것 킹

스노스는 화력발전소에 대항하는 캠페인의 상징이 되었음 풀뿌리그

룹과 NGO들은 2년간의 캠페인을 벌임 캠페이너들은 온라인 선언

에서부터 대규모 시민불복종까지 다양한 행동들을 했고 어떤 행동에

서는 발전소를 완전히 폐쇄시키기도 하였음 2009년 말로 향하던 시

점 EOn은 Kingsnorth 발전소에 대한 계획을 보류하겠다 발표 영

국 정부는 lsquo이산화탄소 포집middot저장(전망이 밝은 미래 기술이나 현재

가동 중인 어떤 발전소에서도 성공적으로 이행된 적이 없음)rsquo 없이는

새로운 화력발전소 개발을 승인하지 않겠다고 발표

Kingsnorth 발전소의 확장을 막는 것은 핵심적이고 즉각적인 캠페

인의 목표 급속히 설장하고 있는 기후변화 운동과 기후변화에 대한

대중의 우려라는 맥락에서 Kingsnorth 캠페인은 또한 EOn과 같은

기업들이 벌어들이는 이윤이 바로 기후변화의 값을 치르는 것이라는

점을 부각시킴 캠페인은 기업을 직접적으로 상대한 대중 행동을 조

직했으나 영국 정부 또한 이차적인 목표였음 이 캠페인은 영국의 석

28 29기획기사

탄과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을 바꾸도록 하는 보다 커다

란 노력의 일부 또한 캠페인을 준비 중인 다른 화력발전소들이 더 있

었음 따라서 캠페인은 Kingsnorth 발전소가 지어지는 것을 막는 것

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프로젝트들도 더 이상 실행되지 못하게 하는

환경 관련 정책을 변화시키는 것이기도 했음 국가적인 에너지정책

에 더해 정부는 EOn의 계획을 승인하거나 거부할 권한을 갖고 있었

음 그리고 국가는 또한 영국에 lsquo이산화탄소 포집middot저장rsquo 시설을 짓

기 위해 에너지기업에 기금을 댈 수백만 달러 경쟁(EOn도 지원)을

담당하고 있기도 함 캠페인은 EOn의 계획에 대한 대중적인 반대를

구축하고 입증하는 운동의 중심 Camp for Climate Action이 그 시

기 내걸었던 것처럼 lsquo우리는 Kingsnorth 발전소의 건설을 중단시켜

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영국의 새로운 화력발전소를 중단시켜야 한

다 이것은 EOn을 중단시켜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들의 브랜드를

공략하라 그들의 작업을 방해하라 그리고 그들의 공급망을 겨냥하

라 우리는 EOn이 어디에서 활동하건 그들과 마주해야 한다rsquo 사

전 대책을 강구해 회사와 맞서는 것 이외에도 활동가들은 FA컵에 대

한 EOn의 스폰서쉽 대학에서 학생들을 모집하려는 EOn의 노력

Kingsnorth 발전소에 대한 여론을 환기하기 위해 가디언이 주최하는

기후변화회의에 대한 스폰서쉽 등 현존하는 기회들을 활용함

위 사례들은 lsquoThe Democracy Centerrsquo의 기업 캠페이너들을 위한 자료집 lsquoBeating Goliathrsquo의 자료 중 일부를 번역한 것임

이 글은 lsquo기업에 어떻게 저항할 것인가rsquo 워크숍에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황필규 변호사가 발표한 글과 내용을 정리한 글입니다

기획기사

1 인권의 초국가성과 다국적 기업

인권에 대해서 우리는 초국가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 인권은 네 가

지 측면에서 초국가적인 성격을 띤다

① 이슈의 초국가성 이주 난민 및 인신매매(국경과 국적이 한 국

가에 국한되지 않음) 다국적기업(활동 공간과 관련 주체) 등

② 구제수단의 초국가성 국내 구제절차 및 유엔인권기구 기타 국

제 인권기준에 입각한 구제 메커니즘 (유엔인권이사회 유엔인권조약

용석 | 전쟁없는세상 운영위원

기업의 인권 침해에 대응하기-법제도와 국제규약을 바탕으로

30 31기획기사

기구 OECD 다국적기업에 관한 가이드라인 등)

③ 인권 자체의 초국가성 국내아시아 법제 개선 및 소송 등에서

국제비교국내 인권법 연구조사의 필요성

④ 인권운동의 초국가성 국내아시아 공통 인권 이슈에 대한 공

동 대응 및 상호작용의 필요성

다국적 기업에 의한 인권 침해는 주로 가난한 나라들에서 일어나고

있다 다국적 기업의 공장이 있는 나라들은 대부분 국가의 기능이 약

하고 자원은 풍부하지만 독재자가 권력을 쥐고 있거나 무력충돌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국가 내 사법 시스템으로

인권 침해를 구제하기는 매우 어렵다

다국적 기업들이 일으키는 인권 문제는 노동 3권 무시 환경파괴

부정부패 강제(아동)노동 선주민의 권리 박탈 등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다국적 기업에게 국제인권기준을 강제할 국

제적 메커니즘은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다국적 기업과 해외 한국기

업의 현지 인권침해와 이에 대한 대응의 문제도 국내법 외국법 국제

사법 국제법 혹은 국제기준 등 모든 국내외 법제도가 적용되어야 하

고 국제적인 공동 활동이 필요한 전형적인 초국가적 인권 문제다

이 글에서는 인권의 초국가성을 바탕으로 다국적 기업에 의한 인

권침해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국내법과 국제법을 통한 방법들을 살펴

보고자 한다

2 국내 법제도의 활용

국내에서 다국적 기업이나 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저지른 인권

침해에 대응해서 취할 수 있는 법제도적인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

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는 것과 해당 기업에 대해서 민사적으로

책임을 묻는 것 그리고 형사적인 책임을 묻는 것이다

국가인권위 진정을 활용한 사례는 버마에서 가스개발사업 중에 한

국가스공사와 대우인터내셔널사의 인권침해에 대해 인권단체들이 국

가인권위에 진정한 사례(2008417)가 대표적이다

민사적인 책임은 그 기업이 연락사무소 혹은 지점일 때와 합작회

사거나 현지 법인일 때 대응 방식이 달라진다 연락사무소나 지점일

경우는 민사 소송을 하더라도 국제사법 절차에 따르지만 현지 법인

이나 합작회사일 경우에는 민법이 적용된다

인권침해를 한 기업이 다국적 기업의 현지 법인일 경우 현지 법인

은 법적으로 독립된 법인격이기 때문에 현지 법인의 잘못을 본사에

물을 수 없는 것이 법에서 원칙이지만 일정한 요건들을 충족시키면

본사에 민법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기업에 형사적인 책임을 묻는 일에 대해 살펴보자 형법 2조를 보

면 ldquo본법은 대한민국영역 내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과 외국인에게 적

용한다rdquo고 규정하여 속지주의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한편 형법

제3조는 ldquo본법은 대한민국영역 외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에게 적용한

32 33기획기사

다rdquo고 규정하여 속인주의를 보충적으로 채택하고 있다 속인주의로

접근하면 외국에서 인권침해 범죄를 저지른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을

형법으로 처리하기 쉬울 거 같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3 국제적 대응

OECD 다국적기업가이드라인(OECD Guidelines for Multinational

Enterprises)과 국내연락사무소(National Contact Point NCP) 이

의제기

OECD는 1976년 다국적 기업의 인권침해를 비롯한 비윤리적 활동

을 예방하고 침해에 대한 해결기준을 마련하기 위하여 lsquoOECD 다국

적기업 가이드라인rsquo을 제정한바 있다 이 가이드라인은 2001년 4차

개정시 다국적기업의 인권침해 등의 비윤리적 활동을 해결하기 위한

절차로서 이 가이드라인 승인국에 국내연락사무소(NCP National

Contact Point)를 두게 하였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 정부는 당시 산

업자원부 차관(현 지식경제부 제2차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외국인투

자실무위원회를 한국의 국내연락사무소로 지정하고 사무국을 산업

자원부 투자정책과(현 산업통상자원부 투자정책과)로 지정하였다

OECD 가이드라인은 제1부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 (개념 및 원칙

일반정책 정보공개 인권 고용 및 노사관계 환경 뇌물방지 소비

자 이익 과학 및 기술 경쟁 조세) 제2부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

이행절차(OECD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에 대한 이사회의 결정 절

차지침 이행절차에 관한 주석)으로 구성되어 있다 2011년 개정된

가이드라인은 인권에 관해 별도의 장을 두고 국제적으로 인정된 인권

프레임워크에 관한 소개 기업의 인권 존중 책임 국내법적 의무 등

인권에 관한 역할을 총 6가지로 규정하고 있다 이 개정된 가이드라

인은 유엔인권이사회의 기업과 인권 프레임워크 (보호 존중 구제)를

통합하고 세계인권선언 및 자유권middot사회권 규약 노동자 기본권에

관한 ILO 선언에서 설정한 권리를 존중할 것을 포괄적으로 천명하였

고 기업의 책임범주를 고용 및 노사관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공급

망(supply chain)을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에 관한 기업의 상당주의

의무(due diligence)를 강조하고 있다

lsquo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rsquo은 국내연락사무소의 활동을 위

한 핵심기준으로 기업계 노동계 NGO를 포함한 다른 이해당사자들

에게 가이드라인의 이행 및 국내연락사무소와 연관된 시설의 이용과

가이드라인을 홍보하도록 하는 가시성(Visibility) 이해관계자들의

접근을 촉진하도록 하는 접근용이성(Accessibility) 연락사무소 활동

결과의 대내외 공개를 뜻하는 투명성(Transparency) 일반대중이 연

락사무소에 관심을 갖을 수 있도록 그 소개를 적극적으로 해야 할 책

임성(Accountability)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연락사무소로

지정된 외국인투자실무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이 OECD 다국적기업 가

34 35기획기사

이드라인이 제시하는 핵심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형식적으로 운영

됨으로써 실제로 다국적 기업에 의한 인권침해를 예방하거나 구제하

는 역할을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유엔인권메커니즘 대응

유엔인권권고는 실체적인 측면에서 국내법적 효력을 가지는 국제

인권법에 근거한다 헌법에 의하여 체결middot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 따라서 유엔헌장

한국이 가입한 유엔인권조약 기타 인권 관련 조약 등과 관련 국제관

습법은 국내에서 직접적인 법적 효력을 가진다 따라서 이러한 국제

인권법은 인권과 관련하여 입법 사법 행정의 법적 근거가 되고 경

우에 따라서는 국내법을 해석하는 기준이 되거나 보완하는 역할을 수

행할 수도 있다1 예컨대 기존 법률 혹은 새로운 법률은 국제인권법과

배치되지 않도록 심사되고 국제인권법은 구체적인 재판규범으로 적

용된다 행정의 경우 국제인권법은 모든 행정작용의 기초가 될 뿐만

아니라 행정주체 혹은 공무원이 이를 어겼을 경우 국가배상 직무유

기 성실의무 위반 등 민형사상 책임과 법적 징계로 이어지게 된다

유엔인권권고는 절차적인 측면에서도 국내법적 효력을 가지는 국

1 황필규 ldquo국제인권기준에 비추어 본 한국 인권현실 유엔인권이사회 국가별 인권상황 정례검토 NGO보고서와 정부보고서 초안의 비교평가를 중심으로rdquo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법률가위원회 『2008년 제1차 인권세미나 국제인권현안과 국제인권법』 (2008 3 22) pp 1-2

제인권법에 근거한다 유엔인권이사회의 국가별 인권상황 정기검토

(UPR)와 특별절차의 경우 국내법적 효력을 가지는 유엔헌장 명문의

규정과 법적 기구인 유엔총회의 결의 등에 기초하고 있다 한편 인권

조약과 관련된 권고의 경우 권고의 주체인 조약기구의 구성과 임무

가 조약상 명문으로 규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그 권고가 이루어지

는 절차에 대하여도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다 따라서 국가보고서가

제출되고 유엔인권권고가 이루어지는 절차는 법률에 근거한 법적 절

차라고 볼 수 있다 유엔인권기구의 권고는 그 권고가 실체적middot절차

적 측면에서 국내에서 법적 구속력을 갖는 국제인권법의 명문의 규정

에 근거한다는 점에 비추어 곧바로 국내에서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

고 보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국내법과 명백히 배치되지 않는 한 충분

히 존중되고 그 취지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국내적으로 해석middot

적용되어야 한다2

유엔인권권고는 실체법middot절차법적으로 법률에 기초한 권고라는 점

외에도 lsquo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rsquo을 목적으로 하

는 헌법의 국제 협력 정신을 존중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국내적으로

이행되어야 한다 헌법재판소도 이러한 취지에서 유엔인권권고에 대

하여 설사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권고의 수용 권고의 이행 혹은

이행 노력의 약속은 국제법적으로는 조약에 의한 의무부담의 의사표

2 황필규 ldquo외국인의 인권과 차별금지rdquo 『인권과 정의』 제365호 (대한변호사협회 2007 1) p 49

36 37기획기사

시일 수 있다 유효한 모든 조약은 그 당사국을 구속하며 또한 당사국

에 의하여 성실하게 이행되어야 한다 어느 당사국도 조약의 불이행

에 대한 정당화의 방법으로 그 국내법 규정을 원용해서는 아니 된다

한편 이러한 약속은 국내법적으로는 법적 기관의 권고에 대한 의무부

담의 의사표시로서 행정작용의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비록 유엔인권

권고 자체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행정상 의사

표시에는 신뢰보호 원칙의 적용가능성 등 법적인 효과가 발생하게 된

다고 보아야 한다 한편 유엔인권권고가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등에

반영되는 경우 이는 행정계획의 일부로서의 법적 성질을 가지게 된

기획기사

기업과 국가는 다르다 둘의 가장 큰 차이는 그것의 주인이 누구이

냐 하는 데 있다 민주주의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다 비록 국가기구

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자는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을 장악한 소수의

엘리트일지 몰라도 적어도 헌법상 국가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렇다면 기업의 주인은 누구인가 주주 이사회 최고경영자

(CEO) 아니면 노동자 법적으로 주식회사의 주인은 회사 주식을 보

유한 주주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최고경영자나 이사회가 주주와 기

업을 지배하기도 한다 기업이 협동조합의 형태로 운영되거나 노조가

기업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 어쨌든 변함없는 사실

은 국가와 달리 기업의 주인은 아주 한정된 집단이라는 것이다

지우 | 전쟁없는세상 운영위원

기업에 저항하는 국내외 운동의 사례들

38 39기획기사

국정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물론 여기에도 lsquo시민권자rsquo라는 자

격 조건이 붙지만) 필요하다면 국가기관에 정보공개를 청구할 수도

있다 반면에 기업의 경영권은 외부자에게 불가침의 영역이며 기업에

관한 정보는 대부분 법에 의해 보호받는 lsquo보안사항rsquo이다 따라서 기

업에 저항하는 운동은 국가를 상대로 할 때와 다를 수밖에 없다 이

글에서는 국내외의 몇 가지 사례를 중심으로 기업에 저항하는 운동의

구체적인 방법들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소개할 것은 lsquo경제개

혁연대(구 참여연대 경제개혁

센터)rsquo의 소액주주운동이다

소액주주란 그 자체로는 중대

한 의사결정권을 갖기 어려울

만큼 낮은 지분의 주식을 소

유한 투자자를 의미한다 소액

주주운동은 취지는 대주주의 자의적인 경영을 감시해 투명하고 책임

있는 경영을 실현하는 데 있다 경영진의 불법행위에 대한 민middot형사

소송과 정부의 재벌middot금융정책에 대한 감시와 입법운동이 소액주주

운동의 주요 수단이다 1997년 제일은행을 시작으로 전개된 소액주

주운동은 삼성전자 SK텔레콤 현대중공업 등 핵심 재벌기업들을 상

대로 한 운동으로 발전해왔다

소액주주운동이 반드시 주주의 권익보호와 기업지배구조 개선만

경제개혁연대의 소액주주 운동

을 목적으로 할 필요는 없다 기업의 목적이 아무리 이윤 배당의 극대

화에 있다지만 그것이 주주들이 추구하는 가치의 전부는 아닐 것이

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소액주주운동은 보다 광범위한 사회적middot정치

적 운동의 수단으로 확대될 여지가 있다 미국의 사회운동가 알린스

키(Saul Alinsky)는 이러한 방법을 lsquo위임장 전술(proxy tactic)rsquo이라

고 불렀다 고용상의 차별철폐와 같은 공익이 이윤 극대화보다 더 중

요한 가치라고 여긴 주주들은 주주총회에서 자신의 주주권을 활동가

들에게 기꺼이 위임했고 이 전술은 1960년대 미국의 사회운동에 큰

획을 그었다

이처럼 기업의 직접적 이해관계자 혹은 내부자라 할지라도 사적인

이해관계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이와 관련하여 반도체 노동자

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lsquo반올림rsquo의 사례를 주목할 만하다 반도체

산업의 공정과 거기에 사용되는 물질 등은 기업의 내부정보인 데다가

전문 분야의 지식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활동가들이 사안에 접근하기

가 쉽지 않다 그래서 내부 조력자들의 제보가 운동이 큰 역할을 했다

고 한다 기업공시가 기업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공식

창구인 상황에서 내부 고발은 기업 감시의 없어서는 안 될 수단이다

lsquo좋은기업센터rsquo는 기업공시와 내부자 제보 외에도 지속가능성보고

서를 통해 기업을 감시하고 있다 지속가능성보고서란 기업이 지속가

능경영의 3대 축이라고 불리는 경제middot사회middot환경 분야의 지표를 공

개하는 보고서이다 기업공시처럼 의무화된 것은 아니지만 많은 대기

40 41기획기사

업이 국제 기준과 가이드라인에 따라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그중 가

장 널리 사용되는 기준이 글로벌 보고 계획(GRI)이다 운동은 지속가

능성보고서의 정보를 가지고 기업에 압력에 가할 수 있으며 보고서

에 누락된 사항이 있으면 이에 대한 설명을 요구할 수 있다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 관한 활동에는 어떤 게 있을까 lsquo국제

민주연대rsquo는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에 진출한 기업들의 노

동착취와 자원개발 문제에 관해 활동하고 있다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 대한 대응이 특히 어려운 이유는 기업과 정부 모두가 관심

이 없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대기업에나 적용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나마도 병원이나 학교를 지어주는 정도로

무마하려고 한다 한국 정부는 현지 주민과 노동자의 인권보다 자국

기업인의 이익 보호를 우선시하며 노조 탄압과 같은 문제는 해당 국

가에 떠넘긴다 관할권과 비용 문제 등으로 인해 사법 대응도 어렵다

하지만 해당 국가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기에 현지인들은 한국에서

의 연대를 절실히 요구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안은 지역적middot국제적

차원의 연대를 구축하여 해당 기업에 압력을 가하는 것이다 이는 외

국 정부나 국제기구의 힘을 빌린 것일 수도 있고 순수하게 비제도적

인 것일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상징적 시위나 보이콧과 같은 비

제도적 수단이 법적middot제도적 수단보다 효과적일 때도 있다 국가든

기업이든 권력의 궁극적 원천은 피지배민중에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고유한 경영권도 민중의 힘 앞에서는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

초국적기업의 횡포가 갈수록 심해지고 기업에 저항해야 할 사안이

점점 많아지는 상황에서 위와 같은 사례들과 방법에 대한 더 많은 연

구가 요구된다 한편 한국 사회는 기업에 대한 인식이 유달리 우호적

이고 기업에 저항하는 운동도 아직 대중에 친숙하지 않아 이에 대한

반발이 만만찮고 행동을 실행에 옮겼을 때 오히려 역효과가 나기도

한다 따라서 기업에 저항하는 국내외 운동의 사례들을 발굴하는 것

과 동시에 어떻게 하면 이러한 방법이 한국 사회에서 더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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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서평

양똘 | 출판노동자 + 전쟁없는세상 후원회원

lsquo실패rsquo를 함께 읽는 일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제목이다

나는 아나키스트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lsquo고백rsquo에 대해서는 좀 안다 제목에서

부터 알아챘어야 했는데 별 생각 없이

펼친 게 잘못이다 어떤 고백은 후회와

맞닿아 있다 하는 사람도 그렇지만 듣

는 사람에게도 그렇다 듣고 나서 후회

하는 고백들 듣지 말았어야 했는지도

모르는 이 책이 나한테 그랬다 아나키

스트에 대해 알기도 전에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부터 들어버렸고

나는 이제 아나키즘이라는 말을 들으면 반사적으로 이 고백이 생각날

것이다 고백은 처참했다 대단히 비극적인 드라마로서가 아니라 무

엇보다 비어 있어서 처참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나키즘에 대한 바

탕 지식이 있었다면 어려운 책들을 좀 읽어두었더라면 이 이야기가

다르게 읽혔을까 읽으면서 울 수도 있었을까 모르겠다 하지만 아

나키즘이라는 거대한 이념에 대해 알기 전에 어느 아나키스트 한 명

의 삶을 먼저 안다는 것 그 삶을 그럴듯한 평전이 아니라 허울 없는

자전적 만화로 lsquo고백 받는rsquo다는 것은 꽤 멋진 일이다 내가 만화 장

르에서 얻고자 하는 것은 주로 그런 부분이다 장황한 말들 삶을 포

장하려는 언어적인 관습들이 어느 정도 걷어내진 자리에 들어차는 것

은 침묵이다 침묵에서 고요한 진실을 읽어내는 것이 독자의 몫이고

이 만화도 역시나 그렇다 하는 얘기보다 안 하는 얘기가 훨씬 많다

서두가 왜 이렇게 주절주절 긴가 하면 이 책에 대해 서평이라고 쓸

만한 게 사실 별로 없기 때문이다 나도 고백을 좀 하고 가자면 독자

가 읽고 싶게 만들 만한 감상을 쓸 자신이 없다 하지만 느낀 것은 좀

있다 그 느낀 것이 너무 처량 맞은데 그게 또 lsquo진실rsquo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어 아이구 어떻게 되겠지 하고 시작한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안토니오 작가인 안토니오의 아들이 아버지의

수기를 보고 재구성한 형식인데 1인칭 시점을 택해 안토니오의 목소

리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그러니까 이것은 안토니오의 고백이면서

동시에 그의 고백이 아니기도 하다 안토니오 자신이었다면 이러한

자기 삶을 출판의 형태로 대중들에게 보일 수 없었을 거라고 짐작해

본다 자기 존재를 증명하려는 노력이 도리어 자기 존재를 부정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그는 아나키스트였지만 아나키스트의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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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은 그가 아나키스트가 아니었다고 말하고 있다 또는 아나키스트

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또는 모든 인간이 아나키스트라고

실제 그의 진심은 잘 모르겠다 이야기에서 lsquo나rsquo라고 하는 인물은

lsquo나rsquo가 아닌 것 같았기 때문에 그에게 물어볼 수도 없었다 이야기

내내 lsquo나rsquo가 lsquo나rsquo와 거리를 두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이것은 애초

설정 아들이 아버지 얘기를 대신 하고 있다는 전제를 잊어버리고 몰

입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진실로 lsquo나rsquo가 하는 얘기를 듣고 싶었다

그걸 기대하며 계속 읽어 나갔다

그렇다고 작가가 잘못했다는 것은 아니다 작가는 아버지를 lsquo나rsquo로

삼아 이 이야기를 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아버지는 요양시설에 갇

혀 있다가 자살을 했다 한번은 아들에게 죽여달라고 말한 적도 있다

아버지가 스스로 4층에서 뛰어내린 뒤에 아들은 아버지를 살려내야

만 했다 아버지의 구십 평생을 재구성한 이야기로 아버지가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아들로서 그렇게 해야 했을 것이다

아나키즘에 대해 몰라도 그것이 국가의 강제력을 원천부정 하는

것이고 막 혁명혁명 하는 것이고 짱돌을 들고 돌격하는 것이고 하

여튼 뭐 되게 센 거 라는 인상은 있었다 그런데 안토니오의 성격이

나 실제 삶은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땅을 늘리고 지켜내는 일

에만 관심이 있으며 폭력적이기까지 한 아버지와 형제들 사이에서 억

눌려 자랐다 지금 처한 곳이 지긋지긋하고 바보 같고 떠나고 싶었지

만 그래서 용감하게 시도도 했지만 실패했다 실패는 실패로 끝나지

않고 더 큰 것을 앗아갔다 유일한 친구의 죽음이 그것이었다 이러한

패턴의 실패는 그의 인생 전체에서 반복된다 혁명에 가담하고 lsquo납탄

동맹rsquo이라고 이름 붙인 동지들을 만나지만 혁명의 길은 실재하는 것

이기는 한지 아스라이 멀 뿐이고 가까이 잡히는 것은 오로지 동지의

죽음뿐이다 ldquo내 나이는 스물아홉이었다 청춘은 다 지났고 패배하

고 말았다는 자괴감이 들었다 당연하겠지만rdquo 스페인 피난민 행

렬에 끼어 프랑스의 생-시프리앵 해변으로 가면서 안토니오가 하는

생각이다 이때만 해도 나는 잠깐 힘을 냈다 이제 뭔가 반전이 펼쳐

지겠지 원래 해가 뜨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고들 하잖아 나 또한 지

금 스물아홉이고 청춘이 다 지났다는 그게 무엇인지 미처 먹어보지

도 못했다는 자각에 시달리고 있는 중이다 패배로 말할 것 같으면

그냥 맨날 하는 중이다 노동조합 활동이 그렇고 사람들과의 관계

일상생활 자아실현 거의 모든 면에서 그렇다 그래서 난 더더욱 저

구절에 희망을 걸었다 이제 진짜 아나키스트의 삶이 펼쳐지지 않겠

는가 그래야 이야기가 되지 않겠어

이 책은 자기계발서가 아니다 그 뒤로 펼쳐진 것은 전하고 비슷하

면서 동시에 전보다 더했다 갇혀 있다가 도망치고 다시 다른 곳에

갇히고 도망치고 그러는 사이사이 좋은 사람을 만나고 잃고 잃고

하는 식이었다 아 안토니오의 삶을 이렇게 간추려버리는 것이 정말

미안하다 근데 사실이 그렇다

해변에서 난민처럼 살다가 도망쳐 어느 농장에 강제로 보내진 안토

니오는 그 마을에서 자기 나이의 반도 안 되는 망아지 같은 여자애와

배가 맞아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안토니오는 이 시절이야말로 자기

46 47리뷰-서평

인생에서 가장 즐거웠던 시절이라고 단언한다 무려 lsquo행복rsquo이라는

낱말까지 써가면서 혁명의 이상과 가장 먼 곳에서 가장 행복했다는

것이 아니 그때만 유일하게 행복했다는 것이 뼈아프다 아마 그게 진

실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중반을 넘어가면서부터 lsquo추락rsquo은 본격화된다 그가 lsquo납

탄 동맹rsquo의 든든한 동지를 따라 lsquo사업rsquo에 발을 들이게 되기 때문이

다 돈이 엮이면 어떻게 흐르게 되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너무

지겹게 잘 알고 있다 그런 걸 이 만화에서까지 보고 싶지 않았는데

어쨌든 뛰어넘을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작가는 성실히 쓰고 있다

ldquo살아남으려면 체제에 맹목적으로 순응해야만 했다 단순히 지난

날의 이상을 버리면 되는 게 아니라 열렬한 신봉자가 되어야만 한다

는 것이다rdquo 세상을 뒤집어엎겠다는 큰 꿈만 버리고 lsquo보통rsquo으로 살

아가는 것은 가능하지 않았다 변절한 옛 동지들한테 뭐라고 할 것도

없이 안토니오는 속수무책으로 타락해간다 권력의 뒤통수를 치면서

자기가 권력을 꿰차고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를 두고 다른 욕망을 탐

하고 그러다 결국 자기도 뒤통수를 맞고 거지 신세가 된다 전복이니

혁명이니 하는 것은 꿈에서조차 등장하지 않고 lsquo속박rsquo을 견디지 못

하는 습성만 그놈의 lsquo아나키스트적인rsquo 것으로 남아서 그와 주변을 괴

롭힐 뿐이다

아 책이 채 반에 반도 남지 않았는데 안토니오는 예순 살이 되어

있었다 lsquo왕년에 혁명깨나 했지만 지금은 추한 빈털터리가 되어 아내

와도 끝내고 요양시설에 굴러들어온rsquo 예순 살이다 lsquo보통rsquo보다 못한

예순 살 나는 짜증이 나서 울고 싶었고 그만 읽을 뻔했다 하지만 끝

까지 읽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의 인생에서 마지막이자 유일한

lsquo승리rsquo는 그 뒤에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 승리가 자기 가슴에 붙어

실제로 내장을 갉아먹는 두더지를 떼어내버린 뒤에 스스로 스스로

의 죽음을 실행하는 것뿐이었다고 해도 그 과정을 꼭 지켜봐주었어

야 했다 왜냐하면 남 얘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오래전에 스페인

에서 살았다는 안토니오가 아무것도 개인을 억누르지 않는 자유로운

세상을 꿈꿨던 안토니오라는 사람이 대단하거나 멀게 느껴지지 않는

다 오히려 내가 내일도 마주치게 될 익숙한 사람들 중에 그 지친 얼

굴 하나하나에 안토니오가 보일 것 같다

제목에 속았다고 느꼈다 그런데 다 읽고 보니 작가는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 오히려 시작부터 진실을 말했다

ldquo그리고 또한 그분의 추락이 몇 초밖에 걸리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90년이라는 긴 시간이었다는 사실도 말이

다rdquo

이것은 lsquo추락rsquo에 관한 이야기라고 작가는 이미 알려주고 시작한

것이다 이것은 끝도 없는 추락의 이야기 이상을 가진 인간으로 태

어나서 실패하고 죽어간 이야기다 다시 말하지만 이 실패는 우리

모두가 나눠 먹고 있는 그 실패다 여기서 우리란 물론 우리 편을 말

한다 안토니오의 실패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 자기 가슴을

48 49기획연재-게임과 평화

뜯어먹는 두더지를 꿈에도 본 일이 없는 사람들 이 책이 음란하다고

lsquo청소년 유해매체rsquo 딱지를 붙인 사람들까지 말하는 것은 아니다 적

어도 lsquo우리rsquo는 안토니오라는 아나키스트의 아니 한 인간의 실패담

을 처음부터 끝까지 묵묵히 읽어갈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에도 불구하고 진짜 안토니오의 진짜 진실은

언제까지나 미지수로 남는다 그렇게 남겨야 한다 아무도 모르고 몰

라야만 하는 진실을 하나씩 가지고 있는 것이야말로 그가 그토록 되

고자 열망했던 lsquo개인rsquo일 것이기 때문이다 지우 | 전쟁없는세상 운영위원

게임을 통해 평화를 만드는 게 과연 가능할까 이 물음에 대한 답

을 대신하여 한 가지 게임을 소개하고자 한다

lsquo세계평화게임(World Peace Game)rsquo은 미국의 공립 초등학교 교

사 존 헌터(John Hunter)가 만든 대화형 게임이다 헌터는 1978년에

이 게임의 원형을 처음 만들었고 지금까지 세계를 돌아다니며 게임을

주최하고 있다 그의 활동은 lsquo세계평화와 4학년의 업적(World Peace

and Other 4th-Grade Achievements)rsquo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헌터는 2012년에 타임지가 선정한 교육

운동가 12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세계평화게임은 가로middot세로middot높이 4피트 크기의 4층짜리 아크릴

기획연재-게임과 평화

세계평화게임

50 51기획연재-게임과 평화

구조에서 진행되며 각 층은 바깥 우주와 대기 지표 해저를 상징한

다 거기에 경제력과 군사력이 서로 다른 4개 국가의 영토와 영공

육middot해middot공군 인공위성 잠수함 해저광산 등이 있다 (아무래도 이

아저씨가 숫자 4를 좋아하는 모양이다) 40여 명의 학생이 각국의 수

상 국무장관 국방장관 재무장관 감사원장 등을 맡아 내각을 구성

하고 역할 중에는 유엔이나 세계은행 무기상도 있다

게임의 목표는 이 가상세계에서 일어나는 민족 갈등 화학물질 누

출 핵 확산 물 분쟁 분리middot독립 운동 기근 동물의 멸종 지구온난

화와 같은 위기상황을 함께 해결하고 각국의 경제수준을 높이는 것

이다 학생들은 게임을 통해 권력과 파괴 전쟁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이해하고 장기적 계획과 전략을 세우는 법을 배운다

대화형(interactive) 게임이기에 엄밀하게 짜인 문서화된 규칙은 없

다 게임을 주도하는 것은 학생들이며 교사는 지켜보면서 상황을 정

세계평화게임을 하는 사람들

리하고 촉진하는 역할만 한다 헌터는 처음 교편을 잡았을 때 교사가

수업을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코 그래서는

안 된다는 믿음이 생겼다고 한다 그는 학생들의 집단지성이 자신보

다 훨씬 더 훌륭하다고 인정한다 헌터는 게임에서 실제로 일어난 몇

가지 흥미로운 사례를 소개한다

사례 1

한 학생이 가장 가난한 나라의 국방장관을 맡고 있었다 그 나라의

이웃에는 돈도 많고 기름도 풍부한 나라가 있었다 그런데 그 학생이

갑자기 수상의 명령도 어기고 인접국의 유전지역을 공격했다 학생은

그곳을 포위해 총 한 발 쏘지 않고 지역을 확보했다 인접국은 연료공

급이 차단되어 어떠한 군사행동도 취할 수 없었다 다른 아이들은 화

를 냈다

며칠 뒤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인접한 강대국이 전 세계를 점령

하기 위해 무력도발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학생은 사태의 추

이를 누구보다 먼저 파악하고 대규모 전쟁을 피하기 위해 소규모 전

쟁을 감행하는 냉철한 판단을 내렸던 것이다 학생들은 게임을 멈추

고 그의 판단이 옳았는지 조건에 따라 옳고 그름을 따져보는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사례 2

플라스틱 말로 표시되는 병사들이 전쟁에서 사망하면 군사령관이

52 53기획연재-게임과 평화

병사들의 가상의 부모에게 편지를 쓰는 시간을 가진다 한 번은 학생

의 제안으로 수업을 참관하던 학부모가 직접 편지를 읽게 되었다 편

지의 세 번째 줄을 읽으면서 학부모는 울음을 터뜨렸다 전투에서 병

사를 잃었다면 전쟁에서 승리해도 기쁘지 않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게

되었다 어떤 의미에서 모두가 전쟁에서 졌다는 사실을 말이다

사례 3

방과 후에 틈틈이 7주 동안 진행된 게임에서 세계은행의 재정정책

때문에 한 나라가 시작할 때보다 더 가난해졌다 (게임의 목표는 위기

상황을 해결하고 각국의 경제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게임을 마칠 시

간이 1분도 채 안 남았고 교실은 혼란에 빠졌다 소리를 지르거나 삿

대질을 하는 학생도 있었고 서류 뭉치를 흔들거나 교실을 뛰어다니

는 학생도 있었다

그때 한 학생이 종을 울리며 이렇게 말했다 ldquo세계은행이 모든 자

금을 끌어 모아서 모든 나라가 가난해졌습니다 지금 세계은행에는

6000억 달러가 있습니다 이 돈을 가난한 나라에 기부하려고 합니다

만약 그 나라가 이걸 수용하면 국가의 자산가치가 올라가고 그럼 우

리는 게임을 이기게 됩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rdquo 시간이 3초 정도

남았을 때였다 모두 그 나라의 수상만 바라보고 있었다 ldquo네rdquo 게임

은 이긴 것으로 끝났다

게임은 교과서와 다르다 게임에서 학습자는 lsquo평화란 무엇인가rsquo

라든지 lsquo평화를 어떻게 만드는가rsquo와 같이 주어진 문제에 대한 주어진

답을 저축하듯이 암기하지 않는다 문제를 만드는 것도 그에 대한 답

을 구성하는 것도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 자신과 동료들이다 이는 게

임의 본질이 바로 lsquo참여적 재현rsquo이라는 형식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

고 게임의 lsquo재미rsquo라는 요소가 이러한 참여를 유도한다 여기서 우리

는 맨 앞의 질문에 대한 모종의 답을 상상할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헌터의 말을 인용하며 글을 마친다

ldquo매 게임이 다릅니다 어떤 게임에서는 사회문제가 중요하고 어

떤 게임에서는 경제문제가 중요합니다 어떤 게임에서는 전쟁문제가

대두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부정하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그

게 인류의 현실이니까요 hellip 학생들은 무엇이 옳은 길인지 자기들만

의 방법으로 스스로 찾아냅니다 게임을 통해 저도 많은 것을 배웠습

니다 만약 학생들이 이 게임을 통해 비판적이고 창조적인 사고방식

을 배우고 세상을 이롭게 할 동력을 얻게 된다면 우리 모두를 구원할

지도 모릅니다 게임을 통해 배울 수만 있다면 말이죠rdquo

lsquo세계평화게임rsquo과 이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lsquo세계평화와 4학년의 업적rsquo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는 공식 페이지(httptheworldpeacegamecom)에서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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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무기제로는 2013년 상반기 동안 13개 단체와 연대하여 국민연금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 캠페인은 확산탄과 같은 비

인도무기에 대한 금융기관의 투자가 중단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

으며 세부적으로는 ldquo1) 국민연금이 확산탄 생산기업인 한화 풍산에

투자를 철회한다rdquo ldquo2) 국민연금이 비인도무기 생산기업에 대한 투

자배재를 천명하는 윤리투자원칙을 제정한다rdquo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

왜 투자철회 캠페인인가 왜 국민연금인가

확산탄 캠페인에 있어 대상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확산탄의 수요자사용자인 국가이며 다른 한 축은 확산탄을 생산하는

박승호 | 무기제로 코디네이터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 경험 공유

기업들이다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캠페인의 요구가 확산탄을 전면적

으로 금지시키고 확산탄 오염지역을 정화하고 피해생존자들을 지원

하라는 것 등이 주를 이룬다면 기업을 대상으로 한 요구는 확산탄의

생산middot수출을 중단하라는 것이다

현재 한국 정부는 확산탄을 북한의 장사정포에 대응할 수 있는 핵

심전력으로 여기고 있으며 국제적인 확산탄 불법화 추세에도 불구하

고 확산탄을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무기제로는 국가를 대상으로 협약 가입을 촉구하는 캠페인보

다는 확산탄을 생산하는 기업이나 확산탄 생산을 지원하는 금융기관

에 대한 문제제기를 통해 확산탄에 대한 대중적 낙인화 효과를 불러

일으키는 것이 확산탄 금지운동에 더 효과적일 것이라 판단했다 하

지만 확산탄 생산기업인 한화와 풍산을 대상으로 어떤 캠페인을 벌여

도 이윤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기업이 윤리적인 비난만으로 핵심 사업

을 정리할 것 같지는 않았다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압박보다 더 효

과적인 방식은 바로 돈줄에 위협을 가하는 것이고 이 점에서 투자

철회 캠페인은 상대적으로 더 승산이 있는 캠페인이라는 판단이 있

었다 국민연금이 각각 한화 주식의 734(201112) 풍산 주식의

926(20129)를 보유하고 있는 확산탄 생산기업의 최대투자자라는

점 또 공적자금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있는 기관이라는 점 대

부분의 사람들이 월 일정액의 국민연금보험료 납부하고 있다는 점에

서 국민연금의 확산탄 투자 문제를 lsquo내 문제rsquo로 인식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국민연금이 투자철회 캠페인의 대상으로 결정되었다

56 57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무기제로의 과거 캠페인 경험을 통해서 볼 때 확산탄이 어떤 무기

인지 왜 확산탄이 금지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대중적 인식은 사실상

전무했다 확산탄이라는 특정한 무기를 금지하자는 캠페인의 슬로건

이 대중의 관심을 얻기 힘든 주제였다는 점에서 우리는 국민 대다

수가 자의든 타의든 월 일정액을 적립하고 있는 lsquo국민연금rsquo을 통해

lsquo당신의 돈이 국제적으로 금지된 무차별 살상무기를 만드는 데 쓰이

고 있다rsquo는 메시지를 전달해 사람들의 관심과 확산탄의 비인도성에

대한 낙인화를 동시에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해외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 사례

이번에 무기제로가 국민연금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을 진행한 것

은 해외에서 이미 성공적으로 진행된 투자철회 캠페인을 모델로 해서

기획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래에서는 무기제로가 참고했던 대

표적인 성공 사례 두 가지를 살펴보려 한다

- 네덜란드 연금기금 투자철회 사례

2007년 3월에 네덜란드 시사프로그램인 젬블라(Zembla)는 네덜란

드 유수의 연금기금이 확산탄 지뢰 등 비인도무기를 만드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 등 네덜란드 연금기금의 비윤리적 투자 문제

를 다룬 lsquoCluster bomb feelingrsquo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방영한

다 당시 방송을 통해 연기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게 된 대중의 분

노가 표출되면서 연기금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이 압력을 느끼게 되었

다 이에 다큐 제작 과정에 관여했던 시민단체인 팍스 크리스티(IKV

Pax Christi)는 다큐 방영 이후 연금 기관들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캠

페인을 시작하게 된다 금융기관들의 가장 큰 두려움이 ldquo사회적 이미

지 실추rdquo라는 점을 활용한 것인데 2011년 유럽 투자자들을 대상으

로 한 조사에서 거의 80의 투자자가 논란이 되는 무기에 대한 투자

가 명성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는 등 인식의

변화가 눈에 띄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2009년 팍스 크리스티는 페어핀(FairFin)과 공동으로 ldquo확산탄 세

계투자 공동의 책임rdquo 보고서를 발표했고 보고서 발표의 영향으로

연금 기금이나 금융기관들이 확산탄 생산기업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

는 사례가 발생한다 팍스 크리스티는 이뿐 아니라 정책 입안자들과

관계를 맺고 확산탄 투자 금지를 입법화하기에 나선다 2009년에 네

덜란드 의회가 확산탄 투자 금지 촉구 제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지

만 당시 과도 정부가 이를 거부했다 이후 확산탄금지협약 비준 등을

거치면서 상원에서 다시 한번 확산탄 투자 금지 제안이 상정되었고

2011년 말 정부가 이를 이행하기로 결정하면서 확산탄 투자 금지는

2013년 1월부터 효력을 발휘하게 되었다

주목할만한 점은 이 다큐가 방영되고 반향을 일으켰던 시점이 아직

확산탄금지협약이 체결되지 않은 시점이었다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경우는 다큐멘터리 방영으로 국민적 분노가 격화되면서 향후 확산탄

생산기업에 대한 연기금의 투자철회 결정뿐 아니라 네달란드가 확산

58 59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탄금지협약에 서명하는 등 확산탄을 전면적으로 금지시키는 데도 상

당한 영향을 미쳤다

- 영국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RBS) 투자 철회 사례

2011년 8월 앰네스티 영국지부가 팍스 크리스티 보고서를 바탕으

로 HSBC(홍콩middot상하이은행)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 등 주요 은행에

대한 투자 철회 캠페인(온라인 탄원)을 시작했다 캠페인 시작 1주일

만에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이 확산탄 투자를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밝

히게 된다 당시 이 은행은 앰네스티 회원들로부터 12000통의 이메

일을 받았으며 앰네스티가 진행하던 전국적인 광고 캠페인 등에 이

미지 손상을 두려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사례를 통해서 본 우리의 투자철회 캠페인

투자철회 캠페인은 기업들이 lsquo이미지rsquo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에

서 가능한 캠페인이다 위에서 다룬 두 사례는 각각 대중적인 영향력

을 가지고 있는 방송(네덜란드 시사프로그램 젬블라)과 시민단체(앰

네스티 영국지부)가 자국 금융기관(연금기금)이 국제적으로 큰 비난

을 받고 있는 비인도무기를 만드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으로 대중적인 단죄 또는 낙인화가 이루어지면서 자연스레

투자철회가 이어질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된 사례로 볼 수 있다 ldquo내

돈rdquo이 잔인한 무기를 만드는 데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림으로써 사

람들이 확산탄 문제를 ldquo내 문제rdquo로 인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

한 분위기가 형성되었을 때 해당 국가 내에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단체들이 이 문제를 공공의제로 만들어 냈고 이후 여론을 등에 업고

금융기관을 압박해 실제 투자철회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한국에서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진행된 캠페인은 아직 구체적인 성

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하지만 캠페인이 시작단계에 있으며 해외 사

례와 같이 대중적 영향력이 큰 매체가 이 문제를 다루는 등의 이슈 확

산의 계기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아직은 캠페인의 성과를 이야

기할 시점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또 대부분의 국가들이 확산탄금

지협약에 서명middot비준한 유럽의 경우와는 다르게 한국은 안보상의 이

유로 확산탄의 생산 배치를 고집하고 있으며 평화 무기 이슈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도도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 역시 감안해야 할 것이다

무기제로는 올해 12월 발표 예정인 ldquo확산탄 세계투자rdquo 보고서의

번역 발표 등 지속적 캠페인을 통해 국민연금의 확산탄 투자문제를

꾸준히 제기할 계획이며 적절한 타이밍에 대중적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내는 데 주력해 한화middot풍산에 대한 투자철회

및 확산탄에 대한 낙인화 등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참고httpstopclustermunitionsorghttpwwwstopexplosiveinvestmentsorghttpwzeroorg

60 61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기획연재-가람이의 좌충우돌 세상읽기

ldquo그건 저의 삶입니다rdquo

나름 | 전쟁없는세상 친구 + 스웨덴에서 공부하는 중

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ldquo대답하세요rdquo 아슬아슬하게 진행되던 그들의 대화 긴장이 최고

조에 이른다 대화가 중단되고 한 사람이 자리를 뜬다 그 사이 추궁

을 받던 이는 주위를 둘러본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고 어느 구석

자리에 멈춘다 시선이 고정된다 바로 자신에 관한 기사와 사진들을

발견한 것 벽에 빼곡히 붙어 있는 모습이 마치 수사 상황 같다 소리

를 쳤던 이가 돌아오고 그가 묻는다 ldquo이게 뭐죠rdquo ldquo그건 저의 일이

예요rdquo 추궁을 받던 이의 나직한 목소리 ldquo그건 저의 삶입니다rdquo 덴

마크 드라마 lt보운 (발음이 틀릴 수 있음)gt의 한 대목 덴마크 최초의

여성 총리를 그리고 있는 이 드라마는 첫 방영이 있고 1년 뒤 실제 여

성 총리가 등장하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문제의 대목은 이전 정부

에서 총리를 맡았던 여성이 선거를 앞두고 새로운 정당을 만들면서

시작된다 경제 정책을 담당할 인물을 영입했는데 옛소련의 간첩이었

62 63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대표의 측근이 검증을 하게 된다 이 측근은

소련 좌익 정당에서 일하다 자살한 여성에 대해 캐묻고 그 사람은 결

국 그 여성과의 관계를 비롯해 아픈 과거를 이야기하게 된다 이 장면

은 누군가의 삶에 대해 타인이 얼마나 쉽게 얘기하고 재단할 수 있는

지에 관해 생각하게 만든다 타인이 쉽게 말할 수 있는 그 무엇이 누

군가에게는 삶이요 상처다

누군가에게는

그렇다 타인에게는 그저 지시대로 하면 되는 일이 자신에게는 치

명적인 삶의 문제일 수 있다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 갈등의 연속이

다 최근 이 정도 수준은 아니지만 좀 복잡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주

제 넘게도 어떤 글을 외국어로 쓰고 있는데 유럽 학자와 미국 학자

사이에 끼어 고민이 된다 두 사람이 거의 정반대의 입장에서 글쓰기

에 관여하고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해 한 사람은 이쪽으로 가라고 하

는데 또 한 사람은 저쪽으로 가라고 한다 아직은 경력을 막 쌓기 시

작한 힘없는 나로서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다 두 사람 모

두 좋으신 분들이고 또 내게 중요한 역할을 할 분들이다 그런데 모

두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누구 장단에 맞춰야 할지 난감하

다 다른 점이 있다면 한 사람은 나의 가능성만을 보고 변함없는 신뢰

와 지지를 보여주었지만 또 한 사람은 그 정도는 아니라는 느낌 문

제는 나를 석연치 않게() 보는 듯한 이가 내 경력에서는 훨씬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나를 믿어주는 이의 방향에 맞

추기로 결정했는데 아무튼 쉽지 않은 문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깊이 고민하게 된 다른 문제가 있는데 바로

lsquo누구를 대상으로 이야기하는가rsquo에 관한 부분이다 어쩌다가 바다

건너에서 계속 있다 보니 나는 이쪽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야기를 해

오고 있다 이 사람들의 언어(주로 영어)로 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

는 이야기를 이 사람들 상황에 맞게 말이다 그런데hellip 이게 정말 내

가 원하는 일인가 잘 모르겠다 지금 굉장히 긴 분량의 또 다른 글을

쓰고 있는데 원래는 내가 비교적 잘 알고 있는 한국과 관련된 사건에

대해 얘기하려 했다 이 사건과 특별한 인연이 있고 관심도 많기 때문

이다 그런데 관계자는 특정 사건보다는 lsquo보편적인rsquo lsquo이론적rsquo 이야

기에 초점을 맞춰달라고 요구한다 그래야 이쪽 지역에서 읽히기 때

문이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이게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인가 내

가 정말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들은 누구인가 나는 누구를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는가 쉽게 답할 수 없는 물음들 그래도 나는 안다

적어도 당장은 먹고 사는 문제와 관련이 있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는 걸 물론 이런 고민은 나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바다건너에서

든 아니든)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누구나 살아가면서 어떤 식으

로든 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ldquo네가 행복해져야만helliprdquo

64 65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그런데 lsquo바다건너rsquo라는 부분에 뭔가 있는 것 같다 (나만의 착각

일 수 있지만) 외국에서 지내는 게 다른 사람들에게는 좀 괜찮게 보일

수 있지 않을까 뭔가 좀 있어 보이는 부끄럽지만 고백하건대 나 역

시 그런 생각을 전혀 안 했던 것은 아니다 뭔가 세련()된 것 같은

좀 달라보이는 어떤 면에서 (탈)식민 문제와 관련이 있다 그런데 직

접 생활하는 것은 역시 다르다 물론 철저히 나의 입장에서 그렇다는

이야기다 예컨대 자연환경도 좋고 구경갈 곳도 많은데 여행이나 휴

가를 가지 않느냐는 물음을 받곤 한다 그런데 가고 싶어도 일단 돈

이 없다(있어도 최대한 아껴야 한다) 방학 기간에 여기 저기 여행다

니는 유학생이나 현지인들 이야기를 들으면 나는 신기하기도 하고 부

럽기도 하다 에둘러 말하면 이 세상에 아름답거나 그렇지 않은 것은

없다 아름답게 느끼거나 그렇지 않게 느끼는 특정 맥락의 내가 있는

것이다 lt연애시대gt에도 나오지 않던가 ldquo네가 행복해져야만 이 세

상도 행복해진단다rdquo 그래서 서로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다 처음에

얘기한 드라마 장면 누구에게는 일이고 누구에게는 삶이다 뭔가를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될 이유

[나름대로 스웨덴 소식]

성소수자 탈의실 설치 (스웨덴 영문뉴스 lt로컬gt 2013 4 26)

스톡홀름에 있는 한 고등학교가 자신을 남성-여성으로 정체화하

지 않은 학생들을 위해 별도의 탈의실을 짓기로 했다 보도에 따르면

스웨덴에서는 첫 사례라고 한다 이 학교 학생위원회 관계자는 새로

운 탈의실은 사회의 젠더 규범에 불편해하는 학생들을 위한 것이라

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편 이 학교 선생님들은 수업 시간에 남성

(lsquo한rsquo)-여성(lsquo혼rsquo)을 넘어선 lsquo헨rsquo이라는 단어를 공식 사용하기도 하

고 학생들은 스톡홀름 성소수자 축제에 학생위원회 자격으로 참여한

첫 사례를 남기기도 했다

부유한 지역 적은 난민들 (스웨덴 국영 라디오 국제 2013 7

1)

스웨덴에서 예산이 많은 지역일수록 난민을 받는 데 소극적인 것으

로 나타났다 어느 일간지에 따르면 전국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 20

군데가 같은 수의 가장 부유한 지역들보다 5배 많은 난민을 받아들인

다고 한다 여기에 해당되는 부유한 지역들은 모두 현 정부의 보수 성

향 정당이 이끌어 가고 있다 이는 지난 5년 동안 스웨덴의 290개 지

역 단위를 비교한 결과다 관계자에 따르면 스웨덴 북쪽 지역으로 갈

수록 인구 부족 문제로 난민들이 환영을 받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66 67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효웅 | 병역거부자

일베한테 일베식으로 맞짱뜨기

일베충 종북게이다 좌빨 종북게이다

나님 네 다음 일베충

일베충 네 다음 종북게이

나님 나님이 종북게이라는 lsquo근거rsquo가 있음 주장하는 사람이 근거

를 제시해야 한다는 lsquo입증책임의 원칙rsquo도 모름 이 논리 종범아

일베충 요시 그럼 넌 내가 일베충이라는 근거는 있盧

나님 너한테 한 말 아니라 걍 혼잣말 한건데 내 발화의 지시대상

이 너라는 근거는 있盧

일베충 나한테 한 얘기잖아 이 종북게이야

나님 ㅇㅇ 인정 니 생긴 게 일베충같아서 일베충이라고 한 거임

얼굴에 써 있음

일베충 소설쓰지마라 ㅋㅋ 팩트 모르盧 내가 일베충이라는 팩트

를 대라 팩트를

나님 요시 니가 일베충이라는 lsquo최선의 설명으로서의 추론rsquo이라는

가설을 세워서 추론한 거임 나한테 종북게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lsquo현

상rsquo을 설명하기 위해서 너가 일베충이라는 lsquo가설rsquo을 세워 봤는데

ldquo니가 바로 일베충rdquo이기 때문에 ldquo따라서 나한테 종북게이라는 딱지

를 붙이는 것이다rdquo라는 현상이 아주 훌륭하게 설명력을 지닌 가설추

론이 되는 거임 원래 가설은 아무렇게나 세우는게 lsquo가설rsquo임 가설은

반증 가능성이 있는 게 당연하다고 포퍼가 그랬음 가설을 통해서 과

학과 범죄수사가 발전했음 만일 니가 일베충이 아니라면 너가 경쟁

가설을 주장하던가 내 추론에 문제가 있음을 제시하면 됨 왜 일베충

이라고 해서 찔림 도둑이 제 발 저림 일베충도 일베충이라는 말 듣

기가 부끄러움 너 포퍼가 누군지는 암

68 69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일베충 일베한다고 해서 다 무슨 사이코패스에 고인드립치는 패륜

아 인 줄 아냐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범하지 마라

나님 ㅋㅋㅋ요시 사이코패스에 패륜아라는 건 lsquo니가 한 말rsquo이고

lsquo니 생각rsquo임 내가 언제 너보고 사이코패스에 패륜아라고 했음 난

그냥 너가 일베한다는 lsquo사실rsquo을 진술문으로 말했을 뿐임 아 몰랐

네 너 사이코패스에 패륜아임

일베충 (ㅇㅂㅇ) 지금 일베충이라고 비하하는 거임 일베충이라는

말 자체에 비하가 있다

나님 자기들도 일베충이라고 자조적으로 비하하면서helliphellip

일베충 인권 좋아하는 감성팔이 인권쟁이들이 왜 우리의 인권은

도외시하는 거냐 북한 인권 군인 인권 일베충 인권

나님 일베충이 사람임 사람이 아니므니다

일베충 일베충도 사람이다 왜 사람이 아니냐

나님 lsquo일베충rsquo이라는 말은 일베를 하는 벌레라는 내포를 갖고 있

음 따라서 ldquo일베충은 벌레이다rdquo는 진리값이 항상 참인 분석명제이자

항진명제임 이 무식한 일베충아 그런데 ldquo일베충은 사람이다rdquo라고

한다면 그건 앞의 주어인 lsquo일베충rsquo에 이미 내포되어 있는 벌레라는

걸 부정하는 모순이 되는거임 이건 마치 ldquo삼각형은 동그라미이다rdquo

ldquo여성은 인간이 아니다rdquo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모순율에 어긋나

는 것임

일베충 (ㅇㅂㅇ) 인권 좋아하는 인권쟁이들이 우리들한테 인권이

없다니 역시 좌빨들은 이중성 쩌네 ㅋㅋㅋ모순 쩐다 위선자들 ㅋㅋ

ㅋㅋㅋ

나님 일베충이 그런 내포를 갖게 된 것은 공론장에서의 니들 행패

를 보고 내포가 그렇게 정해진 거임 억울하면 다시 태어나셈 근데

니가 인권이 뭔지는 아냐 어디 그래 lsquo인권rsquo의 정의가 뭐라고 생각

일베충 (ㅇㅂㅇ) 그건사전에 나와있다 ldquo사람이라면 누구나 누려

야할 권리rdquohelliphellip

나님 그런데 너님들은 왜 lsquo여성rsquo lsquo전라도rsquo 이런 사람들의 인권을

부정하고 비하하는 거임

일베충 일베라고 다 패륜아냐 성급한 일반화 모르盧 논리적 근

거를 대라

70 71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나님 아~그럼 여름 중에도 시원한 날이 며칠 있으니까 여름은 안

더운 거겠네 ㅋㅋㅋ 일베충 논리 보소 ㅋㅋㅋㅋ 너 말대로 일베의

lsquo모든rsquo회원이 그런 건 아닐 수도 있음 그러나 대다수가 그런 lsquo성

향rsquo을 갖고 있다면 성급한 일반화가 아니라 강한 통계적 귀납논증이

되는 거임 실지로 얼마 전 일베 게시물들의 키워드를 분석한 프로그

램 통계에 의하면 일베 사이트의 핵심 키워드들은 사회의 대다수 사

람들의 통념과 반대되는 게 맞는데 이 연가시야 사례가 많을수록

귀납논증은 강화되는 거고 너가 일반화라면 그렇지 않은 일베 회원

들이 더 많음을 니가 귀납적으로 논증을 해야 논파가 되는 거임 따라

서 ldquo일베충들은 대부분 사회적 낙오자에 학교에선 아싸고 생긴 건

베트남 쌀국수에 집에서 진격의 거인이나 보면서 연애 한 번 못해

보는 싸이코패스인데 사회적 약자들에 화풀이한다rdquo는 건 굉장히 강

한 귀납논증이 성립되는 거임 (ㅋㅋㅋ)

일베충 우리가 사회적 낙오자에 약자들에게 분풀이 한다는 팩트를

대라 팩트의 일베다 우리는 사실만을 얘기한다

나님 니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lsquo팩트rsquo에 대해서 너님들은 얼마나

알고 있음 너님 혹시 lsquo팩트rsquo가 뭔지는 암 사실과 사건 사태의 차

이점이 뭐임

일베충 0a 0

나님 ldquo쟤 성형수술했대rdquo ldquo너 전과자라며rdquo ldquo나 저번 시험에서

백점 맞았다~^^rdquo ldquo우리 집 50평이다 ^^rdquo ldquo우리 아들이 이번에 반

에서 1등했대요 호호호rdquo 이 문장들은 전부다 lsquo사실rsquo을 얘기하고 있

지만 이건 사실을 얘기하는 lsquo진술문rsquo이 아니라 비하하거나 잘난척

하는 lsquo행위rsquo를 하고 있는 lsquo수행문rsquo임 따라서 너님들이 이야기하고

있는 lsquo사실rsquo은 사실 해석과 반응 맥락에 따라서 굉장히 유동적인

것임 이처럼 사실인 척 위장하고 있는 문장들은 lsquo기술주의적 오류

(destriptive fallcy)rsquo임 또한 사실은 lsquo사물rsquo이 아니라 사물들의 연관

이라고 비트겐슈타인이 말한 것처럼 사실은 사실을 인식하고 말하는

사람의 주관에 달려있는 거임

일베충 전라도가 폭도였고 한국여자들이 성형하고 명품 밝히는 건

팩트다 이 멍청한 좌좀아 홍어들은 한반도를 떠나야하고 여자들은

삼일한(삼일에 한번씩 패야한다는 일베 용어)이라는 거다

나님 한국여성들의 명품 구매비율이나 성형비율이 높다는 lsquo사

실rsquo과 여성들을 패야한다는 lsquo당위rsquo가 어떤 관련이 있음 사실에서

어떻게 당위를 도출함 ldquo저 사람은 흑인이다rdquo라는 사실에서 ldquo따라

서 저 사람을 인종차별해야 한다rdquo라는 당위가 도출됨 ldquo너는 여자

다rdquo라는 사실로부터 ldquo따라서 너는 정숙해야한다rdquo라는 당위 도출되

지 않는 것처럼 이것 역시 철학자 GE 무어가 말한 lsquo자연주의적 오

류rsquo임 그러나 ldquo쟤 일베한다 따라서 박멸해야 한다rdquo는 만고산천에

72 73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불변하는 진리 이데아임 어디까지나 이런 논리나 철학은 사람한테

만 적용되므니다 이 살인 진드기야

일베충 (ㅇㅂㅇ) 광주사태가 홍어들 폭도였다는 거 역시 lsquo팩트rsquo

를 말한 거다 총들고 사람 죽이고 그게 잘한 거냐 이 씹선비야

나님 광주사태가 lsquo민주화운동rsquo이였다는건 공론장에서 의사소통적

논변에 근거한 합의를 통해 그 내포에 대한 일의적(一意的) 의미가 정

해진 사안임 너 혼자 민주화라는 용어를 lsquo홍어들의 폭동rsquo으로 재정

의하는 것은 이미 어느정도 사회적으로 통용된 내포를 너 혼자 바꿔

쓰는 lsquo은밀한 재정의의 오류rsquo이면서 동시에 lsquo자의적middot설득적 정의rsquo

인 거임 ldquo동성애자는 항문섹스만을 즐겨하는 에이즈 보균자이며 하

나님 앞에 죄인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rdquo라는 말이 동성애자에 대한

합의된 정의임 자기 혼자 쓰는 정의지 그리고 너희가 비하하는 전

라도 사람들은 전부다 폭도라던가 한국여자들은 명품에 성형에 환장

했다거나 하는 설명이 과학적이거나 팩트에 가까움 오히려 감정적

인 편견에 지나지 않는거 아님 통계 자료는 있음 논거 부재의 오

류 인신공격의 오류 은밀한 재정의의 오류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온갖 오류들의 향연임 이 애미 애비가 교육을 잘못시켜서 그 따위로

된 가정 교육 못 받은 일베충아

일베충 (ㅇㅂㅇ) 아아아아아우오오 씹선비 김치녀 홍어 홍어

나님 반사 ^^

일베충 (ㅇㅂㅇ) 우워워워좌좀 종북 좌빨 슨상님

나님 굴절 ^^

일베충 크어어어억 오유충 삼일한 김치녀 종특

나님 라고 말하는 놈 친일파 ^^

일베충 쩔뚜기 운지 하라보지 종북게이

나님 라고 말하는 놈 평생 쏠로 ^^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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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욱 정상민 정우진 정인철 정주열 정출균 정혁 정현채 정혜윤 조명래 조은 조익진

조정의민 주관수 지은 진진 진현호 진흙 차명수 참새 채승우 최민아 최성진 타랑

편설란 하동기 하승우 한광주 한주훈 햄 홍수봉 홍수영 홍이 홍창욱 황명규 황예랑

2013년 5월1일 ~ 7월 31일

Page 11: 전쟁없는세상 소식지 38호(2013년 8월)

16 17평화주의자 노트

부는 첨단무기가 동원된 한미 합동군사훈련에 참가했고 미국이 중국

을 겨냥해 추진하고 있는 MD에 참여할 절차를 밟고 있다 MD 참여

는 이 나라가 미국과 중국의 군사적 갈등에 더 쉽게 휘말리는 위험천

만한 일이 될 수 있다 미국의 패권 강화의 발판이 될 제주해군기지는

건설 과정부터 주민들을 탄압해 lsquo제주해적기지rsquo라고 불렸다 주민과

활동가 성직자에게 가해지는 경찰들의 폭력은 용인됐고 여기에 저

항하는 사람들은 연행되고 벌금을 물고 구속되었다

난 이처럼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미국의 세계 패권 전략을 뒷받침

하고 자국의 민중을 억압하는 데 이용되는 이 나라의 군대에 입대하

기를 거부한다

무고한 젊은이들을 억압하고 희생시키는 군대

부와 권력을 독점한 권력자들은 소수이기 때문에 군대는 압도 다

수인 노동자와 민중의 자녀들로 구성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지배

계급은 군대를 통제하기 위하여 상명하복의 억압적 위계질서를 적용

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2013년 1월 30일 발표된 lsquo군 인권실태 연구

보고서rsquo에 따르면 85퍼센트의 응답자가 군대에서 구타당한 적이 있

다고 답했다 lsquo탈영 또는 자살하고 싶다rsquo는 생각이 들었다는 병사는

346퍼센트였으며 5년 간 실제로 자살한 군인의 숫자는 368명이었

최근 군대 내에서 가혹행위로 자살한 경우 국가유공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결정이 있었지만 이미 무고하게 희생된 젊은이들의 삶은 어

떤 것으로도 보상해줄 수 없다 lsquo국방의 의무rsquo를 준수하라고 앞장서

요구하는 권력자들은 역겹게도 정작 자신들의 자녀는 어떻게든 군대

에 보내지 않으려 한다 lt이제는 말할 수 있다gt의 lsquo신의 아들과의 전

쟁rsquo편(MBC2004)은 진짜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군대가 자신의

의무가 아니라는 것을 폭로했다

권력층과 부유층 예를 들면 재벌가의 병역 비리는 강력한 권력과

결탁되어 있기 때문에 건드릴 수 없었고 과거 광범위하게 이루어진

병역비리 군middot검 합동수사도 결국 내부 권력 -기무사와 군middot검찰-

이 좌절시켰다는 것이다

지배자들은 북한의 위협을 빌미로 군대와 안보 논리를 정당화해 왔

다 그러나 북한의 지배계급과 남한의 지배계급은 서로 적대적 경쟁

을 하면서도 서로의 존재를 정당화 해 왔다 반면 북한의 평범한 젊

은이들과 남한의 젊은이들은 그 과정에서 모두 희생되고 억압받는다

두 국가가 젊은이들을 군대에 동원하는 논리는 거울을 두고 마주보는

것 같이 똑같다 김정은 정권의 이해관계를 위해 젊은이들을 희생시

키는 군대와 박근혜 정권의 이해관계를 위해 젊은이들을 희생시키는

군대는 별로 다르지 않다

신념을 지키기

18 19기획기사 - 인트로

지금까지 평화주의적 종교적 정치적 신념에 의해서 병역을 거부

해 온 사람들이 1만 7천여 명에 이른다 각자의 신념은 달라도 그들

은 자신의 신념을 지키려고 감옥을 선택했다 나 또한 신념에 따른 행

동으로 감옥에 가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나는 감옥에

서 군대보다 더 큰 억압을 경험해야 한다는 것과 감옥에서 나온 뒤

에도 사회적 차별을 감내해야 한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따라서 lsquo감

옥을 선택한다rsquo는 것은 단지 군대인가 감옥인가 하는 선택을 넘어서

lsquo어떤 삶을 살 것인가rsquo하는 질문과 마주치는 과정일 수밖에 없었다

만약 내 삶의 목표가 이 체제가 강요하는 경쟁과 생존의 논리에 타

협한 삶을 사는 것이었다면 이런 선택을 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

러나 내 삶의 목표는 부조리와 모순에 가득 찬 이 사회의 변혁에 기여

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는 내 신념을 지키고 그에 따른 억압과 고통을

감내하는 선택을 할 수 있었다

나는 내가 겪을 모든 개인적 손해에도 불구하고 신념에 따라 이 나

라의 군대에 입대하길 거부한다

2013년 6월 25일 병역 거부를 선언하며

그동안 한국 사회운동은 주로 국가와 싸워왔습니다 덕분에 각 운

동영역에서 국가 기관을 상대하는 노하우는 많이 쌓여있습니다

법적으로는 어떤 절차를 활용할 수 있는지 국제적으로는 어떤 기

구들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지 국내에서 여론을 확산시키고 상

황을 알려내는 것은 어떻게 하면 좋은지 단체마다 나름의 방식들

이 있습니다

기업의 힘은 갈수록 거대해져 국가의 통제를 벗어나고 있습니

다과거에는 국가가 했던 나쁜 일들을 이제는 기업이 하고 있습니

다 국가는 그나마 선거 때 만이라도 국민들 눈치를 보거나 형식

적으로라도 주권자인 국민을 섬기는 척을 해야 하지만 기업은 다

릅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기업은 사회 곳곳에서 이윤 창출

을 위해 할 짓 못할 짓 가리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맞서는 우리의 운동은 아직 미약합니다 기업과 맞선

경험도 많지 않고 무얼 활용할 수 있는지 어떤 방법이 효과적인

지 알지 못합니다 이번 기획기사에서는 사회운동의 저항 상대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기업에 어떻게 하면 잘 맞설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담아봤습니다

기획기사 - 인트로

Intro-기업에 저항하기

20 21기획기사

기획기사

오리 | 전쟁없는세상 사무국

우리는 흔히 lsquo데모rsquo하면 비민주적 정부권력(법률 조직 시스템)에

저항하는 것을 떠올린다 하지만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비

단 우리가 우리 손으로 선출한 사람(기관)들에 의한 것만은 아니다

최근 기업들에 의한 횡포는 훨씬 심각해지고 있다 건강 안전 경제

적 안보 삶의 존재 자체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기업에는 나

의 가족 친구들처럼 좋은 사람들도 많이 일하고 있다 또 모든 기업

들이 개인들의 삶을 짓밟고 이윤을 착취하는 것도 아니다 가끔 나름

의 기준과 사회에 대한 사명감을 가지고 기업 활동을 하는 회사도 뉴

스에서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정말 대다수의 기업과 기업의 총수

들은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개인들을 희생시키는 일을 서슴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대의 (초국적)기업은 어떤 인간보다도 어떤

어떻게 기업에 저항할 것인가

정부보다도 더 큰 권력을 가지고 있다 그들이 작동되는 규칙은 오로

지 하나 lsquo이윤rsquo이다 삼성은 아직도 발암물질 노출에 따른 직업병과

업무연관성을 적극적으로 부인하고 있고 비인도적인 무기인 확산탄

을 만드는 한화와 풍산은 자신들은 정부에서 시키는 일이니까 한다며

왜 자기들 가지고 난리냐고 한다 현대중공업은 돈만 된다면 팔레스

타인 가옥을 부수는 것쯤은 별다른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는 것 같다

사실 지금처럼 기업을 향한 우리들의 행동이 절실한 적이 없다 이

미 전 세계에서는 우리 시대의 골리앗에 맞서는 근사한 행동들이 이

어지고 있고 어떤 경우는 골리앗을 상대로 작지만 아주 의미 있는 다

윗의 승리를 거두는 경우도 있었다 기업에 저항하는 운동은 20세기

중반기부터 시작되어 최근 수 십 년 간 노동조합 환경 사회정의 소

비자운동의 시민단체들에 의해 정교해졌다 기업에 저항하는 운동의

목표는 다양한 전략과 전술을 통해 기업의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이나

관행을 고발하여 기업이 이러한 행동이나 관행을 고치도록 하는 것이

다 단체들과 개인 활동가들은 기업에 저항하는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벌여왔으며 어떤 캠페인들은 수년간 지속되었고 다양한 결과를 낳았

다 보이콧 주주총회 행동 기업이미지 공격(기업브랜드에 초점을 맞

춘 접근방식 대중매체 이용) 등이 주로 이용되었던 전략들이고 최근

에는 기업들이 점차 초국적화 됨에 따라 기업감시 기업윤리 등등 기

업 연구 및 감시에 초점을 맞춘 소위 전문 NGO가 등장하고 정책 혹

은 법을 바꾸거나 도입하는 운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22 23기획기사

이렇게 운동이 발전하면서 이에 대응하는 기업의 양상도 계속 발전

해 왔다는 것은 별로 놀라울 것도 없는 사실이다 이른바 당근과 채찍

전략이라고 할 수 있는데 기업에 비판적인 활동을 벌이는 활동가들에

게 고소 고발을 남발하면서 한 편으론 자선 구호 사업에 대한 기업

의 기부를 강조하고 나무심고 우물파고 텔레비전 버스 잡지 등을

통해 떠들썩하게 자사 홍보영상을 내보내는 것이다 이들은 고가의

컨설팅 금액을 내고 노조활동가들과 지역운동가들을 어떻게 하면 말

려죽일까 전략을 고안하고 있다

우리가 기업에 저항하는 캠페인을 할 때 생각할 것은

- 기업은 사람이 아니다 사물 법인체이다

- 기업은 사적 소유물이 아니다 사람(대중)에 의해 사람(대중)에

복무하도록 창조된 것이다

- 기업은 권리를 갖지 않는다 권리를 갖는 것은 사람이다 기업은

lsquo기업에 어떻게 저항할 것인가rsquo 워크샵에 모인 사람들

오로지 사람들이 부여한 특권만을 가질 뿐이며 시민들은 이것을 다시

뺏을 수 있다

기업에 대항하기 위한 전략은 크게 두 가지

첫째는 데모(행동)를 조직하는 것

- 목표를 구체화 하기 우리는 한꺼번에 모든 걸 변화시킬 수 없

다 우리가 먼저 변화시키려고 하는 것은 무엇인가

- 우리 편 늘리기 어떻게 우리에 대한 지지를 확장해 나갈 것인

- 전략 세우기 우리의 힘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행동 고르기

둘째는 비지니스와 시장을 위한 공공의 규칙을 만드는 것

- 비즈니스와 시장에의 개입이 정당화 될 때는 언제인가 우리의

기본적인 인권을 지키고자 할 때 우리의 지갑을 지키고자 할 때 우

리의 안전을 지키고자 할 때 환경을 지키고자 할 때 노동자의 권리

를 보호하고자 할 때 시장원리가 도입되어야 할 때와 말아야 할 때에

관한 제한을 두어야만 할 때

- 어떻게 각종 규제 조치 공공의 이익에 복무하려 하는 기업들

에 금융혜택 주기 소비자운동의 활성화를 통한 기업 감시 정부가 기

업 통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 경우 사법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다 민사책임 형사책임 사기업vs공기업 여전히 뜨거운 논쟁의 대

상이나 의료 상수도 등의 우리 삶에 기본적인 부분들의 공공화 주장

- 세계화의 도전 우리의 운동 역시 어떻게 세계화 할 것인가

24 25기획기사

구체적으로는

- 기업의 돈줄을 죄기 민영화 반대middot시스템의 재사회화 지지 보

이콧middot지역상품(중소기업상품) 구매하기 기업에 대한 세금감면middot공

적자금 지원middot보조금 지급 등에 저항하기

- 선거민주주의 시스템 이용하기 기업이 선거자금을 대지 못하

도록 공공조달하기 기업의 이해를 대변하는 양당정치에서 벗어나기

유권자들의 손에 직접적인 결정권을 주는 주민발의middot국민투표 기업

의 권리와 정의를 제한하기 기업을 비호하는 법 철폐하기 지역사회

및 지역정부를 상대로 기업의 권리를 제한할 수 있는 현지 법령 만들

- 조직에 대한 공격 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미디어를 민주화시키

기 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대학들을 민주화시키기 국제적 기업화에

저항하기

- 노동자의 권리 주 30시간 노동제 불안전노동 철폐 등

- 인간의 얼굴을 한 기업의 쌩얼 까발리기

제2차 물전쟁 벡텔 VS 볼리비아 민중

1997년 세계은행은 볼리비아 정부가 가장 큰 도시 두 곳(El Alto

La Paz와 the city of Cochabamba)의 공공수자원시스템을 민영화

한다는 조건으로 물 인프라 구축을 위한 추가적인 원조를 제공하겠

다고 통지 1999년 9월 단 하나의 입찰자만으로 비밀리에 진행된 경

매에서 볼리비아 정부는 코차밤바(Cochabamba)의 상수도를 캘리

포니아의 초국적 엔지니어링 기업인 벡텔(Bechtel)에게 넘김 몇 주

내에 벡텔은 수도세를 50 이상 인상하였고 이는 코차밤바 물반란

(Cochabamba Water Revolt)이라 알려진 전 도시 반대저항을 촉발시

킴 2000년 4월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고 군대가 17세 소년 빅

토르 휴고 다자(Victor Hugo Daza)를 죽이고 100명 이상이 다치자

코차밤바 시민들은 물러서지 않았고 벡텔은 볼리비아를 떠나야만 했

음 18개월 후 벡텔과 공동투자자인 스페인 아벤고아(Abengoa)은 볼

리비아를 상대로 5000만 달러(한화 약 560억 원) 상당의 소송을 제

기 이후 4년 간 벡텔과 아벤고아는 계속되는 데모와 기업 이미지의

실추 5개 대륙으로부터 가해지는 공공의 요구 때문에 소송을 취하해

야만 했음 2006년 1월 19일 벡텔과 아벤고아의 대표단은 볼리비아

로 와서 2볼리비아노(한화 약 340원)의 일부지급으로 소송을 취하한

다는 합의서에 서명

캠페인의 당면한 목표는 간단 볼리비아 물소비자들이 벡텔에 수백

만 달러를 결제하도록 하지 않는 것 이것은 전략적 측면에서 애시당

초 벡텔-볼리비아 소송을 있게 한 세계은행의 정책 및 투자기관의 부

정의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것과 lsquo벡텔에 대항하는 투쟁을 이끈 그

룹rsquo(Coordinadora de Defensa del Agua y de la Vida)에 대한 지원

과 같은 더 넓은 목표를 포함하는 것 초기에 캠페인은 세계은행 재

판소에서 승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함 lsquo우리는 여론의 재

26 27기획기사

판소로 장소를 바꾸는 전략적 결정을 내렸다 NGO와 사회운동으로

서의 우리가 벡텔보다 더 큰 권력을 같는 곳이다 우리의 목표는 벡텔

이 항복하도록 설득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성공할 가능성이 더 많은

방법일 뿐만 아니라 성공하기에 더 나은 방법이었다 이것은 다른 많

은 기업들에 어떤 메시지를 전달한다 비록 너희가 세계은행의 재판

소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또 다른 전쟁을 준비하게 될

테니rsquo 벡텔과 같은 회사를 위한 규칙이 존재하는 재판소 대신 캠페

인은 결과에 대해 적은 통제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회사를 밀어 넣

은 셈 그 다음 단계는 소송을 계속 진행할지 포기할 지를 결정할 수

있는 회사의 의사결정자들을 알아보는 것 벡텔사는 네슬레나 나이

키 제너럴 일렉트릭과 다르게 보이콧을 할 수 있는 소비상품을 만들

지 않았음 비상장 회사이기 때문에 압력을 넣을 투자자도 존재하지

않음 그래서 캠페인은 CEO이자 회사 창업자의 증손자인 일리 벡텔

(Riley Bechtel)에게 초점을 맞추게 됨 캠페이너들은 그의 개인 메일

에 엄청난 양의 항의메일을 보내고 잡지 등을 통해 찾아낸 정보로 개

인으로서 그에 대한 프로필을 작성함 나중에 캠페인은 이 전략이 꽤

나 효과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됨 lsquo2볼리비아노에 사건을 합의보고

난 후 볼리비아 협상가가 얘기하기를 Riley Bechtel이 소송을 취하도

록 개인적으로 개입했다고 말했다rsquo

EOn의 스위치를 끄다 영국의 새로운 화석에너지에 대항한 투쟁

2006년 독일 에너지기업인 EOn은 새로운 화력발전소로 잉글랜

드 남동쪽 킹스노스(Kingsnorth) 화력발전소를 대체한다는 계획을

발표 2012년 건설을 시작해서 2015년 완공한다는 계획 기업의 타

이밍은 별로 좋지 않았는데 영국에서 풀뿌리 기후변화 운동이 빠르

게 성장하고 있었고 석탄을 태우는 새로운 거대한 시설은 그들이 영

국의 미래 에너지를 생각할 때 별로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았던 것 킹

스노스는 화력발전소에 대항하는 캠페인의 상징이 되었음 풀뿌리그

룹과 NGO들은 2년간의 캠페인을 벌임 캠페이너들은 온라인 선언

에서부터 대규모 시민불복종까지 다양한 행동들을 했고 어떤 행동에

서는 발전소를 완전히 폐쇄시키기도 하였음 2009년 말로 향하던 시

점 EOn은 Kingsnorth 발전소에 대한 계획을 보류하겠다 발표 영

국 정부는 lsquo이산화탄소 포집middot저장(전망이 밝은 미래 기술이나 현재

가동 중인 어떤 발전소에서도 성공적으로 이행된 적이 없음)rsquo 없이는

새로운 화력발전소 개발을 승인하지 않겠다고 발표

Kingsnorth 발전소의 확장을 막는 것은 핵심적이고 즉각적인 캠페

인의 목표 급속히 설장하고 있는 기후변화 운동과 기후변화에 대한

대중의 우려라는 맥락에서 Kingsnorth 캠페인은 또한 EOn과 같은

기업들이 벌어들이는 이윤이 바로 기후변화의 값을 치르는 것이라는

점을 부각시킴 캠페인은 기업을 직접적으로 상대한 대중 행동을 조

직했으나 영국 정부 또한 이차적인 목표였음 이 캠페인은 영국의 석

28 29기획기사

탄과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을 바꾸도록 하는 보다 커다

란 노력의 일부 또한 캠페인을 준비 중인 다른 화력발전소들이 더 있

었음 따라서 캠페인은 Kingsnorth 발전소가 지어지는 것을 막는 것

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프로젝트들도 더 이상 실행되지 못하게 하는

환경 관련 정책을 변화시키는 것이기도 했음 국가적인 에너지정책

에 더해 정부는 EOn의 계획을 승인하거나 거부할 권한을 갖고 있었

음 그리고 국가는 또한 영국에 lsquo이산화탄소 포집middot저장rsquo 시설을 짓

기 위해 에너지기업에 기금을 댈 수백만 달러 경쟁(EOn도 지원)을

담당하고 있기도 함 캠페인은 EOn의 계획에 대한 대중적인 반대를

구축하고 입증하는 운동의 중심 Camp for Climate Action이 그 시

기 내걸었던 것처럼 lsquo우리는 Kingsnorth 발전소의 건설을 중단시켜

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영국의 새로운 화력발전소를 중단시켜야 한

다 이것은 EOn을 중단시켜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들의 브랜드를

공략하라 그들의 작업을 방해하라 그리고 그들의 공급망을 겨냥하

라 우리는 EOn이 어디에서 활동하건 그들과 마주해야 한다rsquo 사

전 대책을 강구해 회사와 맞서는 것 이외에도 활동가들은 FA컵에 대

한 EOn의 스폰서쉽 대학에서 학생들을 모집하려는 EOn의 노력

Kingsnorth 발전소에 대한 여론을 환기하기 위해 가디언이 주최하는

기후변화회의에 대한 스폰서쉽 등 현존하는 기회들을 활용함

위 사례들은 lsquoThe Democracy Centerrsquo의 기업 캠페이너들을 위한 자료집 lsquoBeating Goliathrsquo의 자료 중 일부를 번역한 것임

이 글은 lsquo기업에 어떻게 저항할 것인가rsquo 워크숍에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황필규 변호사가 발표한 글과 내용을 정리한 글입니다

기획기사

1 인권의 초국가성과 다국적 기업

인권에 대해서 우리는 초국가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 인권은 네 가

지 측면에서 초국가적인 성격을 띤다

① 이슈의 초국가성 이주 난민 및 인신매매(국경과 국적이 한 국

가에 국한되지 않음) 다국적기업(활동 공간과 관련 주체) 등

② 구제수단의 초국가성 국내 구제절차 및 유엔인권기구 기타 국

제 인권기준에 입각한 구제 메커니즘 (유엔인권이사회 유엔인권조약

용석 | 전쟁없는세상 운영위원

기업의 인권 침해에 대응하기-법제도와 국제규약을 바탕으로

30 31기획기사

기구 OECD 다국적기업에 관한 가이드라인 등)

③ 인권 자체의 초국가성 국내아시아 법제 개선 및 소송 등에서

국제비교국내 인권법 연구조사의 필요성

④ 인권운동의 초국가성 국내아시아 공통 인권 이슈에 대한 공

동 대응 및 상호작용의 필요성

다국적 기업에 의한 인권 침해는 주로 가난한 나라들에서 일어나고

있다 다국적 기업의 공장이 있는 나라들은 대부분 국가의 기능이 약

하고 자원은 풍부하지만 독재자가 권력을 쥐고 있거나 무력충돌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국가 내 사법 시스템으로

인권 침해를 구제하기는 매우 어렵다

다국적 기업들이 일으키는 인권 문제는 노동 3권 무시 환경파괴

부정부패 강제(아동)노동 선주민의 권리 박탈 등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다국적 기업에게 국제인권기준을 강제할 국

제적 메커니즘은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다국적 기업과 해외 한국기

업의 현지 인권침해와 이에 대한 대응의 문제도 국내법 외국법 국제

사법 국제법 혹은 국제기준 등 모든 국내외 법제도가 적용되어야 하

고 국제적인 공동 활동이 필요한 전형적인 초국가적 인권 문제다

이 글에서는 인권의 초국가성을 바탕으로 다국적 기업에 의한 인

권침해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국내법과 국제법을 통한 방법들을 살펴

보고자 한다

2 국내 법제도의 활용

국내에서 다국적 기업이나 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저지른 인권

침해에 대응해서 취할 수 있는 법제도적인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

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는 것과 해당 기업에 대해서 민사적으로

책임을 묻는 것 그리고 형사적인 책임을 묻는 것이다

국가인권위 진정을 활용한 사례는 버마에서 가스개발사업 중에 한

국가스공사와 대우인터내셔널사의 인권침해에 대해 인권단체들이 국

가인권위에 진정한 사례(2008417)가 대표적이다

민사적인 책임은 그 기업이 연락사무소 혹은 지점일 때와 합작회

사거나 현지 법인일 때 대응 방식이 달라진다 연락사무소나 지점일

경우는 민사 소송을 하더라도 국제사법 절차에 따르지만 현지 법인

이나 합작회사일 경우에는 민법이 적용된다

인권침해를 한 기업이 다국적 기업의 현지 법인일 경우 현지 법인

은 법적으로 독립된 법인격이기 때문에 현지 법인의 잘못을 본사에

물을 수 없는 것이 법에서 원칙이지만 일정한 요건들을 충족시키면

본사에 민법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기업에 형사적인 책임을 묻는 일에 대해 살펴보자 형법 2조를 보

면 ldquo본법은 대한민국영역 내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과 외국인에게 적

용한다rdquo고 규정하여 속지주의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한편 형법

제3조는 ldquo본법은 대한민국영역 외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에게 적용한

32 33기획기사

다rdquo고 규정하여 속인주의를 보충적으로 채택하고 있다 속인주의로

접근하면 외국에서 인권침해 범죄를 저지른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을

형법으로 처리하기 쉬울 거 같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3 국제적 대응

OECD 다국적기업가이드라인(OECD Guidelines for Multinational

Enterprises)과 국내연락사무소(National Contact Point NCP) 이

의제기

OECD는 1976년 다국적 기업의 인권침해를 비롯한 비윤리적 활동

을 예방하고 침해에 대한 해결기준을 마련하기 위하여 lsquoOECD 다국

적기업 가이드라인rsquo을 제정한바 있다 이 가이드라인은 2001년 4차

개정시 다국적기업의 인권침해 등의 비윤리적 활동을 해결하기 위한

절차로서 이 가이드라인 승인국에 국내연락사무소(NCP National

Contact Point)를 두게 하였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 정부는 당시 산

업자원부 차관(현 지식경제부 제2차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외국인투

자실무위원회를 한국의 국내연락사무소로 지정하고 사무국을 산업

자원부 투자정책과(현 산업통상자원부 투자정책과)로 지정하였다

OECD 가이드라인은 제1부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 (개념 및 원칙

일반정책 정보공개 인권 고용 및 노사관계 환경 뇌물방지 소비

자 이익 과학 및 기술 경쟁 조세) 제2부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

이행절차(OECD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에 대한 이사회의 결정 절

차지침 이행절차에 관한 주석)으로 구성되어 있다 2011년 개정된

가이드라인은 인권에 관해 별도의 장을 두고 국제적으로 인정된 인권

프레임워크에 관한 소개 기업의 인권 존중 책임 국내법적 의무 등

인권에 관한 역할을 총 6가지로 규정하고 있다 이 개정된 가이드라

인은 유엔인권이사회의 기업과 인권 프레임워크 (보호 존중 구제)를

통합하고 세계인권선언 및 자유권middot사회권 규약 노동자 기본권에

관한 ILO 선언에서 설정한 권리를 존중할 것을 포괄적으로 천명하였

고 기업의 책임범주를 고용 및 노사관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공급

망(supply chain)을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에 관한 기업의 상당주의

의무(due diligence)를 강조하고 있다

lsquo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rsquo은 국내연락사무소의 활동을 위

한 핵심기준으로 기업계 노동계 NGO를 포함한 다른 이해당사자들

에게 가이드라인의 이행 및 국내연락사무소와 연관된 시설의 이용과

가이드라인을 홍보하도록 하는 가시성(Visibility) 이해관계자들의

접근을 촉진하도록 하는 접근용이성(Accessibility) 연락사무소 활동

결과의 대내외 공개를 뜻하는 투명성(Transparency) 일반대중이 연

락사무소에 관심을 갖을 수 있도록 그 소개를 적극적으로 해야 할 책

임성(Accountability)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연락사무소로

지정된 외국인투자실무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이 OECD 다국적기업 가

34 35기획기사

이드라인이 제시하는 핵심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형식적으로 운영

됨으로써 실제로 다국적 기업에 의한 인권침해를 예방하거나 구제하

는 역할을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유엔인권메커니즘 대응

유엔인권권고는 실체적인 측면에서 국내법적 효력을 가지는 국제

인권법에 근거한다 헌법에 의하여 체결middot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 따라서 유엔헌장

한국이 가입한 유엔인권조약 기타 인권 관련 조약 등과 관련 국제관

습법은 국내에서 직접적인 법적 효력을 가진다 따라서 이러한 국제

인권법은 인권과 관련하여 입법 사법 행정의 법적 근거가 되고 경

우에 따라서는 국내법을 해석하는 기준이 되거나 보완하는 역할을 수

행할 수도 있다1 예컨대 기존 법률 혹은 새로운 법률은 국제인권법과

배치되지 않도록 심사되고 국제인권법은 구체적인 재판규범으로 적

용된다 행정의 경우 국제인권법은 모든 행정작용의 기초가 될 뿐만

아니라 행정주체 혹은 공무원이 이를 어겼을 경우 국가배상 직무유

기 성실의무 위반 등 민형사상 책임과 법적 징계로 이어지게 된다

유엔인권권고는 절차적인 측면에서도 국내법적 효력을 가지는 국

1 황필규 ldquo국제인권기준에 비추어 본 한국 인권현실 유엔인권이사회 국가별 인권상황 정례검토 NGO보고서와 정부보고서 초안의 비교평가를 중심으로rdquo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법률가위원회 『2008년 제1차 인권세미나 국제인권현안과 국제인권법』 (2008 3 22) pp 1-2

제인권법에 근거한다 유엔인권이사회의 국가별 인권상황 정기검토

(UPR)와 특별절차의 경우 국내법적 효력을 가지는 유엔헌장 명문의

규정과 법적 기구인 유엔총회의 결의 등에 기초하고 있다 한편 인권

조약과 관련된 권고의 경우 권고의 주체인 조약기구의 구성과 임무

가 조약상 명문으로 규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그 권고가 이루어지

는 절차에 대하여도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다 따라서 국가보고서가

제출되고 유엔인권권고가 이루어지는 절차는 법률에 근거한 법적 절

차라고 볼 수 있다 유엔인권기구의 권고는 그 권고가 실체적middot절차

적 측면에서 국내에서 법적 구속력을 갖는 국제인권법의 명문의 규정

에 근거한다는 점에 비추어 곧바로 국내에서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

고 보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국내법과 명백히 배치되지 않는 한 충분

히 존중되고 그 취지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국내적으로 해석middot

적용되어야 한다2

유엔인권권고는 실체법middot절차법적으로 법률에 기초한 권고라는 점

외에도 lsquo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rsquo을 목적으로 하

는 헌법의 국제 협력 정신을 존중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국내적으로

이행되어야 한다 헌법재판소도 이러한 취지에서 유엔인권권고에 대

하여 설사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권고의 수용 권고의 이행 혹은

이행 노력의 약속은 국제법적으로는 조약에 의한 의무부담의 의사표

2 황필규 ldquo외국인의 인권과 차별금지rdquo 『인권과 정의』 제365호 (대한변호사협회 2007 1) p 49

36 37기획기사

시일 수 있다 유효한 모든 조약은 그 당사국을 구속하며 또한 당사국

에 의하여 성실하게 이행되어야 한다 어느 당사국도 조약의 불이행

에 대한 정당화의 방법으로 그 국내법 규정을 원용해서는 아니 된다

한편 이러한 약속은 국내법적으로는 법적 기관의 권고에 대한 의무부

담의 의사표시로서 행정작용의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비록 유엔인권

권고 자체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행정상 의사

표시에는 신뢰보호 원칙의 적용가능성 등 법적인 효과가 발생하게 된

다고 보아야 한다 한편 유엔인권권고가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등에

반영되는 경우 이는 행정계획의 일부로서의 법적 성질을 가지게 된

기획기사

기업과 국가는 다르다 둘의 가장 큰 차이는 그것의 주인이 누구이

냐 하는 데 있다 민주주의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다 비록 국가기구

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자는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을 장악한 소수의

엘리트일지 몰라도 적어도 헌법상 국가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렇다면 기업의 주인은 누구인가 주주 이사회 최고경영자

(CEO) 아니면 노동자 법적으로 주식회사의 주인은 회사 주식을 보

유한 주주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최고경영자나 이사회가 주주와 기

업을 지배하기도 한다 기업이 협동조합의 형태로 운영되거나 노조가

기업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 어쨌든 변함없는 사실

은 국가와 달리 기업의 주인은 아주 한정된 집단이라는 것이다

지우 | 전쟁없는세상 운영위원

기업에 저항하는 국내외 운동의 사례들

38 39기획기사

국정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물론 여기에도 lsquo시민권자rsquo라는 자

격 조건이 붙지만) 필요하다면 국가기관에 정보공개를 청구할 수도

있다 반면에 기업의 경영권은 외부자에게 불가침의 영역이며 기업에

관한 정보는 대부분 법에 의해 보호받는 lsquo보안사항rsquo이다 따라서 기

업에 저항하는 운동은 국가를 상대로 할 때와 다를 수밖에 없다 이

글에서는 국내외의 몇 가지 사례를 중심으로 기업에 저항하는 운동의

구체적인 방법들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소개할 것은 lsquo경제개

혁연대(구 참여연대 경제개혁

센터)rsquo의 소액주주운동이다

소액주주란 그 자체로는 중대

한 의사결정권을 갖기 어려울

만큼 낮은 지분의 주식을 소

유한 투자자를 의미한다 소액

주주운동은 취지는 대주주의 자의적인 경영을 감시해 투명하고 책임

있는 경영을 실현하는 데 있다 경영진의 불법행위에 대한 민middot형사

소송과 정부의 재벌middot금융정책에 대한 감시와 입법운동이 소액주주

운동의 주요 수단이다 1997년 제일은행을 시작으로 전개된 소액주

주운동은 삼성전자 SK텔레콤 현대중공업 등 핵심 재벌기업들을 상

대로 한 운동으로 발전해왔다

소액주주운동이 반드시 주주의 권익보호와 기업지배구조 개선만

경제개혁연대의 소액주주 운동

을 목적으로 할 필요는 없다 기업의 목적이 아무리 이윤 배당의 극대

화에 있다지만 그것이 주주들이 추구하는 가치의 전부는 아닐 것이

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소액주주운동은 보다 광범위한 사회적middot정치

적 운동의 수단으로 확대될 여지가 있다 미국의 사회운동가 알린스

키(Saul Alinsky)는 이러한 방법을 lsquo위임장 전술(proxy tactic)rsquo이라

고 불렀다 고용상의 차별철폐와 같은 공익이 이윤 극대화보다 더 중

요한 가치라고 여긴 주주들은 주주총회에서 자신의 주주권을 활동가

들에게 기꺼이 위임했고 이 전술은 1960년대 미국의 사회운동에 큰

획을 그었다

이처럼 기업의 직접적 이해관계자 혹은 내부자라 할지라도 사적인

이해관계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이와 관련하여 반도체 노동자

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lsquo반올림rsquo의 사례를 주목할 만하다 반도체

산업의 공정과 거기에 사용되는 물질 등은 기업의 내부정보인 데다가

전문 분야의 지식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활동가들이 사안에 접근하기

가 쉽지 않다 그래서 내부 조력자들의 제보가 운동이 큰 역할을 했다

고 한다 기업공시가 기업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공식

창구인 상황에서 내부 고발은 기업 감시의 없어서는 안 될 수단이다

lsquo좋은기업센터rsquo는 기업공시와 내부자 제보 외에도 지속가능성보고

서를 통해 기업을 감시하고 있다 지속가능성보고서란 기업이 지속가

능경영의 3대 축이라고 불리는 경제middot사회middot환경 분야의 지표를 공

개하는 보고서이다 기업공시처럼 의무화된 것은 아니지만 많은 대기

40 41기획기사

업이 국제 기준과 가이드라인에 따라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그중 가

장 널리 사용되는 기준이 글로벌 보고 계획(GRI)이다 운동은 지속가

능성보고서의 정보를 가지고 기업에 압력에 가할 수 있으며 보고서

에 누락된 사항이 있으면 이에 대한 설명을 요구할 수 있다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 관한 활동에는 어떤 게 있을까 lsquo국제

민주연대rsquo는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에 진출한 기업들의 노

동착취와 자원개발 문제에 관해 활동하고 있다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 대한 대응이 특히 어려운 이유는 기업과 정부 모두가 관심

이 없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대기업에나 적용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나마도 병원이나 학교를 지어주는 정도로

무마하려고 한다 한국 정부는 현지 주민과 노동자의 인권보다 자국

기업인의 이익 보호를 우선시하며 노조 탄압과 같은 문제는 해당 국

가에 떠넘긴다 관할권과 비용 문제 등으로 인해 사법 대응도 어렵다

하지만 해당 국가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기에 현지인들은 한국에서

의 연대를 절실히 요구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안은 지역적middot국제적

차원의 연대를 구축하여 해당 기업에 압력을 가하는 것이다 이는 외

국 정부나 국제기구의 힘을 빌린 것일 수도 있고 순수하게 비제도적

인 것일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상징적 시위나 보이콧과 같은 비

제도적 수단이 법적middot제도적 수단보다 효과적일 때도 있다 국가든

기업이든 권력의 궁극적 원천은 피지배민중에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고유한 경영권도 민중의 힘 앞에서는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

초국적기업의 횡포가 갈수록 심해지고 기업에 저항해야 할 사안이

점점 많아지는 상황에서 위와 같은 사례들과 방법에 대한 더 많은 연

구가 요구된다 한편 한국 사회는 기업에 대한 인식이 유달리 우호적

이고 기업에 저항하는 운동도 아직 대중에 친숙하지 않아 이에 대한

반발이 만만찮고 행동을 실행에 옮겼을 때 오히려 역효과가 나기도

한다 따라서 기업에 저항하는 국내외 운동의 사례들을 발굴하는 것

과 동시에 어떻게 하면 이러한 방법이 한국 사회에서 더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겠다

42 43리뷰-서평

리뷰-서평

양똘 | 출판노동자 + 전쟁없는세상 후원회원

lsquo실패rsquo를 함께 읽는 일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제목이다

나는 아나키스트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lsquo고백rsquo에 대해서는 좀 안다 제목에서

부터 알아챘어야 했는데 별 생각 없이

펼친 게 잘못이다 어떤 고백은 후회와

맞닿아 있다 하는 사람도 그렇지만 듣

는 사람에게도 그렇다 듣고 나서 후회

하는 고백들 듣지 말았어야 했는지도

모르는 이 책이 나한테 그랬다 아나키

스트에 대해 알기도 전에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부터 들어버렸고

나는 이제 아나키즘이라는 말을 들으면 반사적으로 이 고백이 생각날

것이다 고백은 처참했다 대단히 비극적인 드라마로서가 아니라 무

엇보다 비어 있어서 처참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나키즘에 대한 바

탕 지식이 있었다면 어려운 책들을 좀 읽어두었더라면 이 이야기가

다르게 읽혔을까 읽으면서 울 수도 있었을까 모르겠다 하지만 아

나키즘이라는 거대한 이념에 대해 알기 전에 어느 아나키스트 한 명

의 삶을 먼저 안다는 것 그 삶을 그럴듯한 평전이 아니라 허울 없는

자전적 만화로 lsquo고백 받는rsquo다는 것은 꽤 멋진 일이다 내가 만화 장

르에서 얻고자 하는 것은 주로 그런 부분이다 장황한 말들 삶을 포

장하려는 언어적인 관습들이 어느 정도 걷어내진 자리에 들어차는 것

은 침묵이다 침묵에서 고요한 진실을 읽어내는 것이 독자의 몫이고

이 만화도 역시나 그렇다 하는 얘기보다 안 하는 얘기가 훨씬 많다

서두가 왜 이렇게 주절주절 긴가 하면 이 책에 대해 서평이라고 쓸

만한 게 사실 별로 없기 때문이다 나도 고백을 좀 하고 가자면 독자

가 읽고 싶게 만들 만한 감상을 쓸 자신이 없다 하지만 느낀 것은 좀

있다 그 느낀 것이 너무 처량 맞은데 그게 또 lsquo진실rsquo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어 아이구 어떻게 되겠지 하고 시작한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안토니오 작가인 안토니오의 아들이 아버지의

수기를 보고 재구성한 형식인데 1인칭 시점을 택해 안토니오의 목소

리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그러니까 이것은 안토니오의 고백이면서

동시에 그의 고백이 아니기도 하다 안토니오 자신이었다면 이러한

자기 삶을 출판의 형태로 대중들에게 보일 수 없었을 거라고 짐작해

본다 자기 존재를 증명하려는 노력이 도리어 자기 존재를 부정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그는 아나키스트였지만 아나키스트의 고

44 45리뷰-서평

백은 그가 아나키스트가 아니었다고 말하고 있다 또는 아나키스트

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또는 모든 인간이 아나키스트라고

실제 그의 진심은 잘 모르겠다 이야기에서 lsquo나rsquo라고 하는 인물은

lsquo나rsquo가 아닌 것 같았기 때문에 그에게 물어볼 수도 없었다 이야기

내내 lsquo나rsquo가 lsquo나rsquo와 거리를 두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이것은 애초

설정 아들이 아버지 얘기를 대신 하고 있다는 전제를 잊어버리고 몰

입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진실로 lsquo나rsquo가 하는 얘기를 듣고 싶었다

그걸 기대하며 계속 읽어 나갔다

그렇다고 작가가 잘못했다는 것은 아니다 작가는 아버지를 lsquo나rsquo로

삼아 이 이야기를 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아버지는 요양시설에 갇

혀 있다가 자살을 했다 한번은 아들에게 죽여달라고 말한 적도 있다

아버지가 스스로 4층에서 뛰어내린 뒤에 아들은 아버지를 살려내야

만 했다 아버지의 구십 평생을 재구성한 이야기로 아버지가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아들로서 그렇게 해야 했을 것이다

아나키즘에 대해 몰라도 그것이 국가의 강제력을 원천부정 하는

것이고 막 혁명혁명 하는 것이고 짱돌을 들고 돌격하는 것이고 하

여튼 뭐 되게 센 거 라는 인상은 있었다 그런데 안토니오의 성격이

나 실제 삶은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땅을 늘리고 지켜내는 일

에만 관심이 있으며 폭력적이기까지 한 아버지와 형제들 사이에서 억

눌려 자랐다 지금 처한 곳이 지긋지긋하고 바보 같고 떠나고 싶었지

만 그래서 용감하게 시도도 했지만 실패했다 실패는 실패로 끝나지

않고 더 큰 것을 앗아갔다 유일한 친구의 죽음이 그것이었다 이러한

패턴의 실패는 그의 인생 전체에서 반복된다 혁명에 가담하고 lsquo납탄

동맹rsquo이라고 이름 붙인 동지들을 만나지만 혁명의 길은 실재하는 것

이기는 한지 아스라이 멀 뿐이고 가까이 잡히는 것은 오로지 동지의

죽음뿐이다 ldquo내 나이는 스물아홉이었다 청춘은 다 지났고 패배하

고 말았다는 자괴감이 들었다 당연하겠지만rdquo 스페인 피난민 행

렬에 끼어 프랑스의 생-시프리앵 해변으로 가면서 안토니오가 하는

생각이다 이때만 해도 나는 잠깐 힘을 냈다 이제 뭔가 반전이 펼쳐

지겠지 원래 해가 뜨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고들 하잖아 나 또한 지

금 스물아홉이고 청춘이 다 지났다는 그게 무엇인지 미처 먹어보지

도 못했다는 자각에 시달리고 있는 중이다 패배로 말할 것 같으면

그냥 맨날 하는 중이다 노동조합 활동이 그렇고 사람들과의 관계

일상생활 자아실현 거의 모든 면에서 그렇다 그래서 난 더더욱 저

구절에 희망을 걸었다 이제 진짜 아나키스트의 삶이 펼쳐지지 않겠

는가 그래야 이야기가 되지 않겠어

이 책은 자기계발서가 아니다 그 뒤로 펼쳐진 것은 전하고 비슷하

면서 동시에 전보다 더했다 갇혀 있다가 도망치고 다시 다른 곳에

갇히고 도망치고 그러는 사이사이 좋은 사람을 만나고 잃고 잃고

하는 식이었다 아 안토니오의 삶을 이렇게 간추려버리는 것이 정말

미안하다 근데 사실이 그렇다

해변에서 난민처럼 살다가 도망쳐 어느 농장에 강제로 보내진 안토

니오는 그 마을에서 자기 나이의 반도 안 되는 망아지 같은 여자애와

배가 맞아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안토니오는 이 시절이야말로 자기

46 47리뷰-서평

인생에서 가장 즐거웠던 시절이라고 단언한다 무려 lsquo행복rsquo이라는

낱말까지 써가면서 혁명의 이상과 가장 먼 곳에서 가장 행복했다는

것이 아니 그때만 유일하게 행복했다는 것이 뼈아프다 아마 그게 진

실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중반을 넘어가면서부터 lsquo추락rsquo은 본격화된다 그가 lsquo납

탄 동맹rsquo의 든든한 동지를 따라 lsquo사업rsquo에 발을 들이게 되기 때문이

다 돈이 엮이면 어떻게 흐르게 되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너무

지겹게 잘 알고 있다 그런 걸 이 만화에서까지 보고 싶지 않았는데

어쨌든 뛰어넘을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작가는 성실히 쓰고 있다

ldquo살아남으려면 체제에 맹목적으로 순응해야만 했다 단순히 지난

날의 이상을 버리면 되는 게 아니라 열렬한 신봉자가 되어야만 한다

는 것이다rdquo 세상을 뒤집어엎겠다는 큰 꿈만 버리고 lsquo보통rsquo으로 살

아가는 것은 가능하지 않았다 변절한 옛 동지들한테 뭐라고 할 것도

없이 안토니오는 속수무책으로 타락해간다 권력의 뒤통수를 치면서

자기가 권력을 꿰차고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를 두고 다른 욕망을 탐

하고 그러다 결국 자기도 뒤통수를 맞고 거지 신세가 된다 전복이니

혁명이니 하는 것은 꿈에서조차 등장하지 않고 lsquo속박rsquo을 견디지 못

하는 습성만 그놈의 lsquo아나키스트적인rsquo 것으로 남아서 그와 주변을 괴

롭힐 뿐이다

아 책이 채 반에 반도 남지 않았는데 안토니오는 예순 살이 되어

있었다 lsquo왕년에 혁명깨나 했지만 지금은 추한 빈털터리가 되어 아내

와도 끝내고 요양시설에 굴러들어온rsquo 예순 살이다 lsquo보통rsquo보다 못한

예순 살 나는 짜증이 나서 울고 싶었고 그만 읽을 뻔했다 하지만 끝

까지 읽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의 인생에서 마지막이자 유일한

lsquo승리rsquo는 그 뒤에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 승리가 자기 가슴에 붙어

실제로 내장을 갉아먹는 두더지를 떼어내버린 뒤에 스스로 스스로

의 죽음을 실행하는 것뿐이었다고 해도 그 과정을 꼭 지켜봐주었어

야 했다 왜냐하면 남 얘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오래전에 스페인

에서 살았다는 안토니오가 아무것도 개인을 억누르지 않는 자유로운

세상을 꿈꿨던 안토니오라는 사람이 대단하거나 멀게 느껴지지 않는

다 오히려 내가 내일도 마주치게 될 익숙한 사람들 중에 그 지친 얼

굴 하나하나에 안토니오가 보일 것 같다

제목에 속았다고 느꼈다 그런데 다 읽고 보니 작가는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 오히려 시작부터 진실을 말했다

ldquo그리고 또한 그분의 추락이 몇 초밖에 걸리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90년이라는 긴 시간이었다는 사실도 말이

다rdquo

이것은 lsquo추락rsquo에 관한 이야기라고 작가는 이미 알려주고 시작한

것이다 이것은 끝도 없는 추락의 이야기 이상을 가진 인간으로 태

어나서 실패하고 죽어간 이야기다 다시 말하지만 이 실패는 우리

모두가 나눠 먹고 있는 그 실패다 여기서 우리란 물론 우리 편을 말

한다 안토니오의 실패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 자기 가슴을

48 49기획연재-게임과 평화

뜯어먹는 두더지를 꿈에도 본 일이 없는 사람들 이 책이 음란하다고

lsquo청소년 유해매체rsquo 딱지를 붙인 사람들까지 말하는 것은 아니다 적

어도 lsquo우리rsquo는 안토니오라는 아나키스트의 아니 한 인간의 실패담

을 처음부터 끝까지 묵묵히 읽어갈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에도 불구하고 진짜 안토니오의 진짜 진실은

언제까지나 미지수로 남는다 그렇게 남겨야 한다 아무도 모르고 몰

라야만 하는 진실을 하나씩 가지고 있는 것이야말로 그가 그토록 되

고자 열망했던 lsquo개인rsquo일 것이기 때문이다 지우 | 전쟁없는세상 운영위원

게임을 통해 평화를 만드는 게 과연 가능할까 이 물음에 대한 답

을 대신하여 한 가지 게임을 소개하고자 한다

lsquo세계평화게임(World Peace Game)rsquo은 미국의 공립 초등학교 교

사 존 헌터(John Hunter)가 만든 대화형 게임이다 헌터는 1978년에

이 게임의 원형을 처음 만들었고 지금까지 세계를 돌아다니며 게임을

주최하고 있다 그의 활동은 lsquo세계평화와 4학년의 업적(World Peace

and Other 4th-Grade Achievements)rsquo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헌터는 2012년에 타임지가 선정한 교육

운동가 12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세계평화게임은 가로middot세로middot높이 4피트 크기의 4층짜리 아크릴

기획연재-게임과 평화

세계평화게임

50 51기획연재-게임과 평화

구조에서 진행되며 각 층은 바깥 우주와 대기 지표 해저를 상징한

다 거기에 경제력과 군사력이 서로 다른 4개 국가의 영토와 영공

육middot해middot공군 인공위성 잠수함 해저광산 등이 있다 (아무래도 이

아저씨가 숫자 4를 좋아하는 모양이다) 40여 명의 학생이 각국의 수

상 국무장관 국방장관 재무장관 감사원장 등을 맡아 내각을 구성

하고 역할 중에는 유엔이나 세계은행 무기상도 있다

게임의 목표는 이 가상세계에서 일어나는 민족 갈등 화학물질 누

출 핵 확산 물 분쟁 분리middot독립 운동 기근 동물의 멸종 지구온난

화와 같은 위기상황을 함께 해결하고 각국의 경제수준을 높이는 것

이다 학생들은 게임을 통해 권력과 파괴 전쟁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이해하고 장기적 계획과 전략을 세우는 법을 배운다

대화형(interactive) 게임이기에 엄밀하게 짜인 문서화된 규칙은 없

다 게임을 주도하는 것은 학생들이며 교사는 지켜보면서 상황을 정

세계평화게임을 하는 사람들

리하고 촉진하는 역할만 한다 헌터는 처음 교편을 잡았을 때 교사가

수업을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코 그래서는

안 된다는 믿음이 생겼다고 한다 그는 학생들의 집단지성이 자신보

다 훨씬 더 훌륭하다고 인정한다 헌터는 게임에서 실제로 일어난 몇

가지 흥미로운 사례를 소개한다

사례 1

한 학생이 가장 가난한 나라의 국방장관을 맡고 있었다 그 나라의

이웃에는 돈도 많고 기름도 풍부한 나라가 있었다 그런데 그 학생이

갑자기 수상의 명령도 어기고 인접국의 유전지역을 공격했다 학생은

그곳을 포위해 총 한 발 쏘지 않고 지역을 확보했다 인접국은 연료공

급이 차단되어 어떠한 군사행동도 취할 수 없었다 다른 아이들은 화

를 냈다

며칠 뒤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인접한 강대국이 전 세계를 점령

하기 위해 무력도발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학생은 사태의 추

이를 누구보다 먼저 파악하고 대규모 전쟁을 피하기 위해 소규모 전

쟁을 감행하는 냉철한 판단을 내렸던 것이다 학생들은 게임을 멈추

고 그의 판단이 옳았는지 조건에 따라 옳고 그름을 따져보는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사례 2

플라스틱 말로 표시되는 병사들이 전쟁에서 사망하면 군사령관이

52 53기획연재-게임과 평화

병사들의 가상의 부모에게 편지를 쓰는 시간을 가진다 한 번은 학생

의 제안으로 수업을 참관하던 학부모가 직접 편지를 읽게 되었다 편

지의 세 번째 줄을 읽으면서 학부모는 울음을 터뜨렸다 전투에서 병

사를 잃었다면 전쟁에서 승리해도 기쁘지 않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게

되었다 어떤 의미에서 모두가 전쟁에서 졌다는 사실을 말이다

사례 3

방과 후에 틈틈이 7주 동안 진행된 게임에서 세계은행의 재정정책

때문에 한 나라가 시작할 때보다 더 가난해졌다 (게임의 목표는 위기

상황을 해결하고 각국의 경제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게임을 마칠 시

간이 1분도 채 안 남았고 교실은 혼란에 빠졌다 소리를 지르거나 삿

대질을 하는 학생도 있었고 서류 뭉치를 흔들거나 교실을 뛰어다니

는 학생도 있었다

그때 한 학생이 종을 울리며 이렇게 말했다 ldquo세계은행이 모든 자

금을 끌어 모아서 모든 나라가 가난해졌습니다 지금 세계은행에는

6000억 달러가 있습니다 이 돈을 가난한 나라에 기부하려고 합니다

만약 그 나라가 이걸 수용하면 국가의 자산가치가 올라가고 그럼 우

리는 게임을 이기게 됩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rdquo 시간이 3초 정도

남았을 때였다 모두 그 나라의 수상만 바라보고 있었다 ldquo네rdquo 게임

은 이긴 것으로 끝났다

게임은 교과서와 다르다 게임에서 학습자는 lsquo평화란 무엇인가rsquo

라든지 lsquo평화를 어떻게 만드는가rsquo와 같이 주어진 문제에 대한 주어진

답을 저축하듯이 암기하지 않는다 문제를 만드는 것도 그에 대한 답

을 구성하는 것도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 자신과 동료들이다 이는 게

임의 본질이 바로 lsquo참여적 재현rsquo이라는 형식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

고 게임의 lsquo재미rsquo라는 요소가 이러한 참여를 유도한다 여기서 우리

는 맨 앞의 질문에 대한 모종의 답을 상상할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헌터의 말을 인용하며 글을 마친다

ldquo매 게임이 다릅니다 어떤 게임에서는 사회문제가 중요하고 어

떤 게임에서는 경제문제가 중요합니다 어떤 게임에서는 전쟁문제가

대두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부정하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그

게 인류의 현실이니까요 hellip 학생들은 무엇이 옳은 길인지 자기들만

의 방법으로 스스로 찾아냅니다 게임을 통해 저도 많은 것을 배웠습

니다 만약 학생들이 이 게임을 통해 비판적이고 창조적인 사고방식

을 배우고 세상을 이롭게 할 동력을 얻게 된다면 우리 모두를 구원할

지도 모릅니다 게임을 통해 배울 수만 있다면 말이죠rdquo

lsquo세계평화게임rsquo과 이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lsquo세계평화와 4학년의 업적rsquo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는 공식 페이지(httptheworldpeacegamecom)에서 얻을 수 있다

54 55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무기제로는 2013년 상반기 동안 13개 단체와 연대하여 국민연금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 캠페인은 확산탄과 같은 비

인도무기에 대한 금융기관의 투자가 중단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

으며 세부적으로는 ldquo1) 국민연금이 확산탄 생산기업인 한화 풍산에

투자를 철회한다rdquo ldquo2) 국민연금이 비인도무기 생산기업에 대한 투

자배재를 천명하는 윤리투자원칙을 제정한다rdquo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

왜 투자철회 캠페인인가 왜 국민연금인가

확산탄 캠페인에 있어 대상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확산탄의 수요자사용자인 국가이며 다른 한 축은 확산탄을 생산하는

박승호 | 무기제로 코디네이터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 경험 공유

기업들이다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캠페인의 요구가 확산탄을 전면적

으로 금지시키고 확산탄 오염지역을 정화하고 피해생존자들을 지원

하라는 것 등이 주를 이룬다면 기업을 대상으로 한 요구는 확산탄의

생산middot수출을 중단하라는 것이다

현재 한국 정부는 확산탄을 북한의 장사정포에 대응할 수 있는 핵

심전력으로 여기고 있으며 국제적인 확산탄 불법화 추세에도 불구하

고 확산탄을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무기제로는 국가를 대상으로 협약 가입을 촉구하는 캠페인보

다는 확산탄을 생산하는 기업이나 확산탄 생산을 지원하는 금융기관

에 대한 문제제기를 통해 확산탄에 대한 대중적 낙인화 효과를 불러

일으키는 것이 확산탄 금지운동에 더 효과적일 것이라 판단했다 하

지만 확산탄 생산기업인 한화와 풍산을 대상으로 어떤 캠페인을 벌여

도 이윤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기업이 윤리적인 비난만으로 핵심 사업

을 정리할 것 같지는 않았다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압박보다 더 효

과적인 방식은 바로 돈줄에 위협을 가하는 것이고 이 점에서 투자

철회 캠페인은 상대적으로 더 승산이 있는 캠페인이라는 판단이 있

었다 국민연금이 각각 한화 주식의 734(201112) 풍산 주식의

926(20129)를 보유하고 있는 확산탄 생산기업의 최대투자자라는

점 또 공적자금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있는 기관이라는 점 대

부분의 사람들이 월 일정액의 국민연금보험료 납부하고 있다는 점에

서 국민연금의 확산탄 투자 문제를 lsquo내 문제rsquo로 인식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국민연금이 투자철회 캠페인의 대상으로 결정되었다

56 57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무기제로의 과거 캠페인 경험을 통해서 볼 때 확산탄이 어떤 무기

인지 왜 확산탄이 금지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대중적 인식은 사실상

전무했다 확산탄이라는 특정한 무기를 금지하자는 캠페인의 슬로건

이 대중의 관심을 얻기 힘든 주제였다는 점에서 우리는 국민 대다

수가 자의든 타의든 월 일정액을 적립하고 있는 lsquo국민연금rsquo을 통해

lsquo당신의 돈이 국제적으로 금지된 무차별 살상무기를 만드는 데 쓰이

고 있다rsquo는 메시지를 전달해 사람들의 관심과 확산탄의 비인도성에

대한 낙인화를 동시에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해외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 사례

이번에 무기제로가 국민연금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을 진행한 것

은 해외에서 이미 성공적으로 진행된 투자철회 캠페인을 모델로 해서

기획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래에서는 무기제로가 참고했던 대

표적인 성공 사례 두 가지를 살펴보려 한다

- 네덜란드 연금기금 투자철회 사례

2007년 3월에 네덜란드 시사프로그램인 젬블라(Zembla)는 네덜란

드 유수의 연금기금이 확산탄 지뢰 등 비인도무기를 만드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 등 네덜란드 연금기금의 비윤리적 투자 문제

를 다룬 lsquoCluster bomb feelingrsquo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방영한

다 당시 방송을 통해 연기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게 된 대중의 분

노가 표출되면서 연기금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이 압력을 느끼게 되었

다 이에 다큐 제작 과정에 관여했던 시민단체인 팍스 크리스티(IKV

Pax Christi)는 다큐 방영 이후 연금 기관들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캠

페인을 시작하게 된다 금융기관들의 가장 큰 두려움이 ldquo사회적 이미

지 실추rdquo라는 점을 활용한 것인데 2011년 유럽 투자자들을 대상으

로 한 조사에서 거의 80의 투자자가 논란이 되는 무기에 대한 투자

가 명성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는 등 인식의

변화가 눈에 띄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2009년 팍스 크리스티는 페어핀(FairFin)과 공동으로 ldquo확산탄 세

계투자 공동의 책임rdquo 보고서를 발표했고 보고서 발표의 영향으로

연금 기금이나 금융기관들이 확산탄 생산기업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

는 사례가 발생한다 팍스 크리스티는 이뿐 아니라 정책 입안자들과

관계를 맺고 확산탄 투자 금지를 입법화하기에 나선다 2009년에 네

덜란드 의회가 확산탄 투자 금지 촉구 제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지

만 당시 과도 정부가 이를 거부했다 이후 확산탄금지협약 비준 등을

거치면서 상원에서 다시 한번 확산탄 투자 금지 제안이 상정되었고

2011년 말 정부가 이를 이행하기로 결정하면서 확산탄 투자 금지는

2013년 1월부터 효력을 발휘하게 되었다

주목할만한 점은 이 다큐가 방영되고 반향을 일으켰던 시점이 아직

확산탄금지협약이 체결되지 않은 시점이었다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경우는 다큐멘터리 방영으로 국민적 분노가 격화되면서 향후 확산탄

생산기업에 대한 연기금의 투자철회 결정뿐 아니라 네달란드가 확산

58 59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탄금지협약에 서명하는 등 확산탄을 전면적으로 금지시키는 데도 상

당한 영향을 미쳤다

- 영국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RBS) 투자 철회 사례

2011년 8월 앰네스티 영국지부가 팍스 크리스티 보고서를 바탕으

로 HSBC(홍콩middot상하이은행)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 등 주요 은행에

대한 투자 철회 캠페인(온라인 탄원)을 시작했다 캠페인 시작 1주일

만에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이 확산탄 투자를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밝

히게 된다 당시 이 은행은 앰네스티 회원들로부터 12000통의 이메

일을 받았으며 앰네스티가 진행하던 전국적인 광고 캠페인 등에 이

미지 손상을 두려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사례를 통해서 본 우리의 투자철회 캠페인

투자철회 캠페인은 기업들이 lsquo이미지rsquo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에

서 가능한 캠페인이다 위에서 다룬 두 사례는 각각 대중적인 영향력

을 가지고 있는 방송(네덜란드 시사프로그램 젬블라)과 시민단체(앰

네스티 영국지부)가 자국 금융기관(연금기금)이 국제적으로 큰 비난

을 받고 있는 비인도무기를 만드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으로 대중적인 단죄 또는 낙인화가 이루어지면서 자연스레

투자철회가 이어질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된 사례로 볼 수 있다 ldquo내

돈rdquo이 잔인한 무기를 만드는 데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림으로써 사

람들이 확산탄 문제를 ldquo내 문제rdquo로 인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

한 분위기가 형성되었을 때 해당 국가 내에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단체들이 이 문제를 공공의제로 만들어 냈고 이후 여론을 등에 업고

금융기관을 압박해 실제 투자철회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한국에서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진행된 캠페인은 아직 구체적인 성

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하지만 캠페인이 시작단계에 있으며 해외 사

례와 같이 대중적 영향력이 큰 매체가 이 문제를 다루는 등의 이슈 확

산의 계기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아직은 캠페인의 성과를 이야

기할 시점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또 대부분의 국가들이 확산탄금

지협약에 서명middot비준한 유럽의 경우와는 다르게 한국은 안보상의 이

유로 확산탄의 생산 배치를 고집하고 있으며 평화 무기 이슈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도도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 역시 감안해야 할 것이다

무기제로는 올해 12월 발표 예정인 ldquo확산탄 세계투자rdquo 보고서의

번역 발표 등 지속적 캠페인을 통해 국민연금의 확산탄 투자문제를

꾸준히 제기할 계획이며 적절한 타이밍에 대중적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내는 데 주력해 한화middot풍산에 대한 투자철회

및 확산탄에 대한 낙인화 등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참고httpstopclustermunitionsorghttpwwwstopexplosiveinvestmentsorghttpwzeroorg

60 61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기획연재-가람이의 좌충우돌 세상읽기

ldquo그건 저의 삶입니다rdquo

나름 | 전쟁없는세상 친구 + 스웨덴에서 공부하는 중

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ldquo대답하세요rdquo 아슬아슬하게 진행되던 그들의 대화 긴장이 최고

조에 이른다 대화가 중단되고 한 사람이 자리를 뜬다 그 사이 추궁

을 받던 이는 주위를 둘러본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고 어느 구석

자리에 멈춘다 시선이 고정된다 바로 자신에 관한 기사와 사진들을

발견한 것 벽에 빼곡히 붙어 있는 모습이 마치 수사 상황 같다 소리

를 쳤던 이가 돌아오고 그가 묻는다 ldquo이게 뭐죠rdquo ldquo그건 저의 일이

예요rdquo 추궁을 받던 이의 나직한 목소리 ldquo그건 저의 삶입니다rdquo 덴

마크 드라마 lt보운 (발음이 틀릴 수 있음)gt의 한 대목 덴마크 최초의

여성 총리를 그리고 있는 이 드라마는 첫 방영이 있고 1년 뒤 실제 여

성 총리가 등장하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문제의 대목은 이전 정부

에서 총리를 맡았던 여성이 선거를 앞두고 새로운 정당을 만들면서

시작된다 경제 정책을 담당할 인물을 영입했는데 옛소련의 간첩이었

62 63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대표의 측근이 검증을 하게 된다 이 측근은

소련 좌익 정당에서 일하다 자살한 여성에 대해 캐묻고 그 사람은 결

국 그 여성과의 관계를 비롯해 아픈 과거를 이야기하게 된다 이 장면

은 누군가의 삶에 대해 타인이 얼마나 쉽게 얘기하고 재단할 수 있는

지에 관해 생각하게 만든다 타인이 쉽게 말할 수 있는 그 무엇이 누

군가에게는 삶이요 상처다

누군가에게는

그렇다 타인에게는 그저 지시대로 하면 되는 일이 자신에게는 치

명적인 삶의 문제일 수 있다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 갈등의 연속이

다 최근 이 정도 수준은 아니지만 좀 복잡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주

제 넘게도 어떤 글을 외국어로 쓰고 있는데 유럽 학자와 미국 학자

사이에 끼어 고민이 된다 두 사람이 거의 정반대의 입장에서 글쓰기

에 관여하고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해 한 사람은 이쪽으로 가라고 하

는데 또 한 사람은 저쪽으로 가라고 한다 아직은 경력을 막 쌓기 시

작한 힘없는 나로서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다 두 사람 모

두 좋으신 분들이고 또 내게 중요한 역할을 할 분들이다 그런데 모

두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누구 장단에 맞춰야 할지 난감하

다 다른 점이 있다면 한 사람은 나의 가능성만을 보고 변함없는 신뢰

와 지지를 보여주었지만 또 한 사람은 그 정도는 아니라는 느낌 문

제는 나를 석연치 않게() 보는 듯한 이가 내 경력에서는 훨씬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나를 믿어주는 이의 방향에 맞

추기로 결정했는데 아무튼 쉽지 않은 문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깊이 고민하게 된 다른 문제가 있는데 바로

lsquo누구를 대상으로 이야기하는가rsquo에 관한 부분이다 어쩌다가 바다

건너에서 계속 있다 보니 나는 이쪽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야기를 해

오고 있다 이 사람들의 언어(주로 영어)로 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

는 이야기를 이 사람들 상황에 맞게 말이다 그런데hellip 이게 정말 내

가 원하는 일인가 잘 모르겠다 지금 굉장히 긴 분량의 또 다른 글을

쓰고 있는데 원래는 내가 비교적 잘 알고 있는 한국과 관련된 사건에

대해 얘기하려 했다 이 사건과 특별한 인연이 있고 관심도 많기 때문

이다 그런데 관계자는 특정 사건보다는 lsquo보편적인rsquo lsquo이론적rsquo 이야

기에 초점을 맞춰달라고 요구한다 그래야 이쪽 지역에서 읽히기 때

문이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이게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인가 내

가 정말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들은 누구인가 나는 누구를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는가 쉽게 답할 수 없는 물음들 그래도 나는 안다

적어도 당장은 먹고 사는 문제와 관련이 있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는 걸 물론 이런 고민은 나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바다건너에서

든 아니든)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누구나 살아가면서 어떤 식으

로든 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ldquo네가 행복해져야만helliprdquo

64 65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그런데 lsquo바다건너rsquo라는 부분에 뭔가 있는 것 같다 (나만의 착각

일 수 있지만) 외국에서 지내는 게 다른 사람들에게는 좀 괜찮게 보일

수 있지 않을까 뭔가 좀 있어 보이는 부끄럽지만 고백하건대 나 역

시 그런 생각을 전혀 안 했던 것은 아니다 뭔가 세련()된 것 같은

좀 달라보이는 어떤 면에서 (탈)식민 문제와 관련이 있다 그런데 직

접 생활하는 것은 역시 다르다 물론 철저히 나의 입장에서 그렇다는

이야기다 예컨대 자연환경도 좋고 구경갈 곳도 많은데 여행이나 휴

가를 가지 않느냐는 물음을 받곤 한다 그런데 가고 싶어도 일단 돈

이 없다(있어도 최대한 아껴야 한다) 방학 기간에 여기 저기 여행다

니는 유학생이나 현지인들 이야기를 들으면 나는 신기하기도 하고 부

럽기도 하다 에둘러 말하면 이 세상에 아름답거나 그렇지 않은 것은

없다 아름답게 느끼거나 그렇지 않게 느끼는 특정 맥락의 내가 있는

것이다 lt연애시대gt에도 나오지 않던가 ldquo네가 행복해져야만 이 세

상도 행복해진단다rdquo 그래서 서로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다 처음에

얘기한 드라마 장면 누구에게는 일이고 누구에게는 삶이다 뭔가를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될 이유

[나름대로 스웨덴 소식]

성소수자 탈의실 설치 (스웨덴 영문뉴스 lt로컬gt 2013 4 26)

스톡홀름에 있는 한 고등학교가 자신을 남성-여성으로 정체화하

지 않은 학생들을 위해 별도의 탈의실을 짓기로 했다 보도에 따르면

스웨덴에서는 첫 사례라고 한다 이 학교 학생위원회 관계자는 새로

운 탈의실은 사회의 젠더 규범에 불편해하는 학생들을 위한 것이라

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편 이 학교 선생님들은 수업 시간에 남성

(lsquo한rsquo)-여성(lsquo혼rsquo)을 넘어선 lsquo헨rsquo이라는 단어를 공식 사용하기도 하

고 학생들은 스톡홀름 성소수자 축제에 학생위원회 자격으로 참여한

첫 사례를 남기기도 했다

부유한 지역 적은 난민들 (스웨덴 국영 라디오 국제 2013 7

1)

스웨덴에서 예산이 많은 지역일수록 난민을 받는 데 소극적인 것으

로 나타났다 어느 일간지에 따르면 전국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 20

군데가 같은 수의 가장 부유한 지역들보다 5배 많은 난민을 받아들인

다고 한다 여기에 해당되는 부유한 지역들은 모두 현 정부의 보수 성

향 정당이 이끌어 가고 있다 이는 지난 5년 동안 스웨덴의 290개 지

역 단위를 비교한 결과다 관계자에 따르면 스웨덴 북쪽 지역으로 갈

수록 인구 부족 문제로 난민들이 환영을 받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66 67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효웅 | 병역거부자

일베한테 일베식으로 맞짱뜨기

일베충 종북게이다 좌빨 종북게이다

나님 네 다음 일베충

일베충 네 다음 종북게이

나님 나님이 종북게이라는 lsquo근거rsquo가 있음 주장하는 사람이 근거

를 제시해야 한다는 lsquo입증책임의 원칙rsquo도 모름 이 논리 종범아

일베충 요시 그럼 넌 내가 일베충이라는 근거는 있盧

나님 너한테 한 말 아니라 걍 혼잣말 한건데 내 발화의 지시대상

이 너라는 근거는 있盧

일베충 나한테 한 얘기잖아 이 종북게이야

나님 ㅇㅇ 인정 니 생긴 게 일베충같아서 일베충이라고 한 거임

얼굴에 써 있음

일베충 소설쓰지마라 ㅋㅋ 팩트 모르盧 내가 일베충이라는 팩트

를 대라 팩트를

나님 요시 니가 일베충이라는 lsquo최선의 설명으로서의 추론rsquo이라는

가설을 세워서 추론한 거임 나한테 종북게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lsquo현

상rsquo을 설명하기 위해서 너가 일베충이라는 lsquo가설rsquo을 세워 봤는데

ldquo니가 바로 일베충rdquo이기 때문에 ldquo따라서 나한테 종북게이라는 딱지

를 붙이는 것이다rdquo라는 현상이 아주 훌륭하게 설명력을 지닌 가설추

론이 되는 거임 원래 가설은 아무렇게나 세우는게 lsquo가설rsquo임 가설은

반증 가능성이 있는 게 당연하다고 포퍼가 그랬음 가설을 통해서 과

학과 범죄수사가 발전했음 만일 니가 일베충이 아니라면 너가 경쟁

가설을 주장하던가 내 추론에 문제가 있음을 제시하면 됨 왜 일베충

이라고 해서 찔림 도둑이 제 발 저림 일베충도 일베충이라는 말 듣

기가 부끄러움 너 포퍼가 누군지는 암

68 69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일베충 일베한다고 해서 다 무슨 사이코패스에 고인드립치는 패륜

아 인 줄 아냐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범하지 마라

나님 ㅋㅋㅋ요시 사이코패스에 패륜아라는 건 lsquo니가 한 말rsquo이고

lsquo니 생각rsquo임 내가 언제 너보고 사이코패스에 패륜아라고 했음 난

그냥 너가 일베한다는 lsquo사실rsquo을 진술문으로 말했을 뿐임 아 몰랐

네 너 사이코패스에 패륜아임

일베충 (ㅇㅂㅇ) 지금 일베충이라고 비하하는 거임 일베충이라는

말 자체에 비하가 있다

나님 자기들도 일베충이라고 자조적으로 비하하면서helliphellip

일베충 인권 좋아하는 감성팔이 인권쟁이들이 왜 우리의 인권은

도외시하는 거냐 북한 인권 군인 인권 일베충 인권

나님 일베충이 사람임 사람이 아니므니다

일베충 일베충도 사람이다 왜 사람이 아니냐

나님 lsquo일베충rsquo이라는 말은 일베를 하는 벌레라는 내포를 갖고 있

음 따라서 ldquo일베충은 벌레이다rdquo는 진리값이 항상 참인 분석명제이자

항진명제임 이 무식한 일베충아 그런데 ldquo일베충은 사람이다rdquo라고

한다면 그건 앞의 주어인 lsquo일베충rsquo에 이미 내포되어 있는 벌레라는

걸 부정하는 모순이 되는거임 이건 마치 ldquo삼각형은 동그라미이다rdquo

ldquo여성은 인간이 아니다rdquo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모순율에 어긋나

는 것임

일베충 (ㅇㅂㅇ) 인권 좋아하는 인권쟁이들이 우리들한테 인권이

없다니 역시 좌빨들은 이중성 쩌네 ㅋㅋㅋ모순 쩐다 위선자들 ㅋㅋ

ㅋㅋㅋ

나님 일베충이 그런 내포를 갖게 된 것은 공론장에서의 니들 행패

를 보고 내포가 그렇게 정해진 거임 억울하면 다시 태어나셈 근데

니가 인권이 뭔지는 아냐 어디 그래 lsquo인권rsquo의 정의가 뭐라고 생각

일베충 (ㅇㅂㅇ) 그건사전에 나와있다 ldquo사람이라면 누구나 누려

야할 권리rdquohelliphellip

나님 그런데 너님들은 왜 lsquo여성rsquo lsquo전라도rsquo 이런 사람들의 인권을

부정하고 비하하는 거임

일베충 일베라고 다 패륜아냐 성급한 일반화 모르盧 논리적 근

거를 대라

70 71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나님 아~그럼 여름 중에도 시원한 날이 며칠 있으니까 여름은 안

더운 거겠네 ㅋㅋㅋ 일베충 논리 보소 ㅋㅋㅋㅋ 너 말대로 일베의

lsquo모든rsquo회원이 그런 건 아닐 수도 있음 그러나 대다수가 그런 lsquo성

향rsquo을 갖고 있다면 성급한 일반화가 아니라 강한 통계적 귀납논증이

되는 거임 실지로 얼마 전 일베 게시물들의 키워드를 분석한 프로그

램 통계에 의하면 일베 사이트의 핵심 키워드들은 사회의 대다수 사

람들의 통념과 반대되는 게 맞는데 이 연가시야 사례가 많을수록

귀납논증은 강화되는 거고 너가 일반화라면 그렇지 않은 일베 회원

들이 더 많음을 니가 귀납적으로 논증을 해야 논파가 되는 거임 따라

서 ldquo일베충들은 대부분 사회적 낙오자에 학교에선 아싸고 생긴 건

베트남 쌀국수에 집에서 진격의 거인이나 보면서 연애 한 번 못해

보는 싸이코패스인데 사회적 약자들에 화풀이한다rdquo는 건 굉장히 강

한 귀납논증이 성립되는 거임 (ㅋㅋㅋ)

일베충 우리가 사회적 낙오자에 약자들에게 분풀이 한다는 팩트를

대라 팩트의 일베다 우리는 사실만을 얘기한다

나님 니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lsquo팩트rsquo에 대해서 너님들은 얼마나

알고 있음 너님 혹시 lsquo팩트rsquo가 뭔지는 암 사실과 사건 사태의 차

이점이 뭐임

일베충 0a 0

나님 ldquo쟤 성형수술했대rdquo ldquo너 전과자라며rdquo ldquo나 저번 시험에서

백점 맞았다~^^rdquo ldquo우리 집 50평이다 ^^rdquo ldquo우리 아들이 이번에 반

에서 1등했대요 호호호rdquo 이 문장들은 전부다 lsquo사실rsquo을 얘기하고 있

지만 이건 사실을 얘기하는 lsquo진술문rsquo이 아니라 비하하거나 잘난척

하는 lsquo행위rsquo를 하고 있는 lsquo수행문rsquo임 따라서 너님들이 이야기하고

있는 lsquo사실rsquo은 사실 해석과 반응 맥락에 따라서 굉장히 유동적인

것임 이처럼 사실인 척 위장하고 있는 문장들은 lsquo기술주의적 오류

(destriptive fallcy)rsquo임 또한 사실은 lsquo사물rsquo이 아니라 사물들의 연관

이라고 비트겐슈타인이 말한 것처럼 사실은 사실을 인식하고 말하는

사람의 주관에 달려있는 거임

일베충 전라도가 폭도였고 한국여자들이 성형하고 명품 밝히는 건

팩트다 이 멍청한 좌좀아 홍어들은 한반도를 떠나야하고 여자들은

삼일한(삼일에 한번씩 패야한다는 일베 용어)이라는 거다

나님 한국여성들의 명품 구매비율이나 성형비율이 높다는 lsquo사

실rsquo과 여성들을 패야한다는 lsquo당위rsquo가 어떤 관련이 있음 사실에서

어떻게 당위를 도출함 ldquo저 사람은 흑인이다rdquo라는 사실에서 ldquo따라

서 저 사람을 인종차별해야 한다rdquo라는 당위가 도출됨 ldquo너는 여자

다rdquo라는 사실로부터 ldquo따라서 너는 정숙해야한다rdquo라는 당위 도출되

지 않는 것처럼 이것 역시 철학자 GE 무어가 말한 lsquo자연주의적 오

류rsquo임 그러나 ldquo쟤 일베한다 따라서 박멸해야 한다rdquo는 만고산천에

72 73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불변하는 진리 이데아임 어디까지나 이런 논리나 철학은 사람한테

만 적용되므니다 이 살인 진드기야

일베충 (ㅇㅂㅇ) 광주사태가 홍어들 폭도였다는 거 역시 lsquo팩트rsquo

를 말한 거다 총들고 사람 죽이고 그게 잘한 거냐 이 씹선비야

나님 광주사태가 lsquo민주화운동rsquo이였다는건 공론장에서 의사소통적

논변에 근거한 합의를 통해 그 내포에 대한 일의적(一意的) 의미가 정

해진 사안임 너 혼자 민주화라는 용어를 lsquo홍어들의 폭동rsquo으로 재정

의하는 것은 이미 어느정도 사회적으로 통용된 내포를 너 혼자 바꿔

쓰는 lsquo은밀한 재정의의 오류rsquo이면서 동시에 lsquo자의적middot설득적 정의rsquo

인 거임 ldquo동성애자는 항문섹스만을 즐겨하는 에이즈 보균자이며 하

나님 앞에 죄인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rdquo라는 말이 동성애자에 대한

합의된 정의임 자기 혼자 쓰는 정의지 그리고 너희가 비하하는 전

라도 사람들은 전부다 폭도라던가 한국여자들은 명품에 성형에 환장

했다거나 하는 설명이 과학적이거나 팩트에 가까움 오히려 감정적

인 편견에 지나지 않는거 아님 통계 자료는 있음 논거 부재의 오

류 인신공격의 오류 은밀한 재정의의 오류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온갖 오류들의 향연임 이 애미 애비가 교육을 잘못시켜서 그 따위로

된 가정 교육 못 받은 일베충아

일베충 (ㅇㅂㅇ) 아아아아아우오오 씹선비 김치녀 홍어 홍어

나님 반사 ^^

일베충 (ㅇㅂㅇ) 우워워워좌좀 종북 좌빨 슨상님

나님 굴절 ^^

일베충 크어어어억 오유충 삼일한 김치녀 종특

나님 라고 말하는 놈 친일파 ^^

일베충 쩔뚜기 운지 하라보지 종북게이

나님 라고 말하는 놈 평생 쏠로 ^^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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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의민 주관수 지은 진진 진현호 진흙 차명수 참새 채승우 최민아 최성진 타랑

편설란 하동기 하승우 한광주 한주훈 햄 홍수봉 홍수영 홍이 홍창욱 황명규 황예랑

2013년 5월1일 ~ 7월 31일

Page 12: 전쟁없는세상 소식지 38호(2013년 8월)

18 19기획기사 - 인트로

지금까지 평화주의적 종교적 정치적 신념에 의해서 병역을 거부

해 온 사람들이 1만 7천여 명에 이른다 각자의 신념은 달라도 그들

은 자신의 신념을 지키려고 감옥을 선택했다 나 또한 신념에 따른 행

동으로 감옥에 가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나는 감옥에

서 군대보다 더 큰 억압을 경험해야 한다는 것과 감옥에서 나온 뒤

에도 사회적 차별을 감내해야 한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따라서 lsquo감

옥을 선택한다rsquo는 것은 단지 군대인가 감옥인가 하는 선택을 넘어서

lsquo어떤 삶을 살 것인가rsquo하는 질문과 마주치는 과정일 수밖에 없었다

만약 내 삶의 목표가 이 체제가 강요하는 경쟁과 생존의 논리에 타

협한 삶을 사는 것이었다면 이런 선택을 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

러나 내 삶의 목표는 부조리와 모순에 가득 찬 이 사회의 변혁에 기여

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는 내 신념을 지키고 그에 따른 억압과 고통을

감내하는 선택을 할 수 있었다

나는 내가 겪을 모든 개인적 손해에도 불구하고 신념에 따라 이 나

라의 군대에 입대하길 거부한다

2013년 6월 25일 병역 거부를 선언하며

그동안 한국 사회운동은 주로 국가와 싸워왔습니다 덕분에 각 운

동영역에서 국가 기관을 상대하는 노하우는 많이 쌓여있습니다

법적으로는 어떤 절차를 활용할 수 있는지 국제적으로는 어떤 기

구들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지 국내에서 여론을 확산시키고 상

황을 알려내는 것은 어떻게 하면 좋은지 단체마다 나름의 방식들

이 있습니다

기업의 힘은 갈수록 거대해져 국가의 통제를 벗어나고 있습니

다과거에는 국가가 했던 나쁜 일들을 이제는 기업이 하고 있습니

다 국가는 그나마 선거 때 만이라도 국민들 눈치를 보거나 형식

적으로라도 주권자인 국민을 섬기는 척을 해야 하지만 기업은 다

릅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기업은 사회 곳곳에서 이윤 창출

을 위해 할 짓 못할 짓 가리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맞서는 우리의 운동은 아직 미약합니다 기업과 맞선

경험도 많지 않고 무얼 활용할 수 있는지 어떤 방법이 효과적인

지 알지 못합니다 이번 기획기사에서는 사회운동의 저항 상대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기업에 어떻게 하면 잘 맞설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담아봤습니다

기획기사 - 인트로

Intro-기업에 저항하기

20 21기획기사

기획기사

오리 | 전쟁없는세상 사무국

우리는 흔히 lsquo데모rsquo하면 비민주적 정부권력(법률 조직 시스템)에

저항하는 것을 떠올린다 하지만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비

단 우리가 우리 손으로 선출한 사람(기관)들에 의한 것만은 아니다

최근 기업들에 의한 횡포는 훨씬 심각해지고 있다 건강 안전 경제

적 안보 삶의 존재 자체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기업에는 나

의 가족 친구들처럼 좋은 사람들도 많이 일하고 있다 또 모든 기업

들이 개인들의 삶을 짓밟고 이윤을 착취하는 것도 아니다 가끔 나름

의 기준과 사회에 대한 사명감을 가지고 기업 활동을 하는 회사도 뉴

스에서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정말 대다수의 기업과 기업의 총수

들은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개인들을 희생시키는 일을 서슴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대의 (초국적)기업은 어떤 인간보다도 어떤

어떻게 기업에 저항할 것인가

정부보다도 더 큰 권력을 가지고 있다 그들이 작동되는 규칙은 오로

지 하나 lsquo이윤rsquo이다 삼성은 아직도 발암물질 노출에 따른 직업병과

업무연관성을 적극적으로 부인하고 있고 비인도적인 무기인 확산탄

을 만드는 한화와 풍산은 자신들은 정부에서 시키는 일이니까 한다며

왜 자기들 가지고 난리냐고 한다 현대중공업은 돈만 된다면 팔레스

타인 가옥을 부수는 것쯤은 별다른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는 것 같다

사실 지금처럼 기업을 향한 우리들의 행동이 절실한 적이 없다 이

미 전 세계에서는 우리 시대의 골리앗에 맞서는 근사한 행동들이 이

어지고 있고 어떤 경우는 골리앗을 상대로 작지만 아주 의미 있는 다

윗의 승리를 거두는 경우도 있었다 기업에 저항하는 운동은 20세기

중반기부터 시작되어 최근 수 십 년 간 노동조합 환경 사회정의 소

비자운동의 시민단체들에 의해 정교해졌다 기업에 저항하는 운동의

목표는 다양한 전략과 전술을 통해 기업의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이나

관행을 고발하여 기업이 이러한 행동이나 관행을 고치도록 하는 것이

다 단체들과 개인 활동가들은 기업에 저항하는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벌여왔으며 어떤 캠페인들은 수년간 지속되었고 다양한 결과를 낳았

다 보이콧 주주총회 행동 기업이미지 공격(기업브랜드에 초점을 맞

춘 접근방식 대중매체 이용) 등이 주로 이용되었던 전략들이고 최근

에는 기업들이 점차 초국적화 됨에 따라 기업감시 기업윤리 등등 기

업 연구 및 감시에 초점을 맞춘 소위 전문 NGO가 등장하고 정책 혹

은 법을 바꾸거나 도입하는 운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22 23기획기사

이렇게 운동이 발전하면서 이에 대응하는 기업의 양상도 계속 발전

해 왔다는 것은 별로 놀라울 것도 없는 사실이다 이른바 당근과 채찍

전략이라고 할 수 있는데 기업에 비판적인 활동을 벌이는 활동가들에

게 고소 고발을 남발하면서 한 편으론 자선 구호 사업에 대한 기업

의 기부를 강조하고 나무심고 우물파고 텔레비전 버스 잡지 등을

통해 떠들썩하게 자사 홍보영상을 내보내는 것이다 이들은 고가의

컨설팅 금액을 내고 노조활동가들과 지역운동가들을 어떻게 하면 말

려죽일까 전략을 고안하고 있다

우리가 기업에 저항하는 캠페인을 할 때 생각할 것은

- 기업은 사람이 아니다 사물 법인체이다

- 기업은 사적 소유물이 아니다 사람(대중)에 의해 사람(대중)에

복무하도록 창조된 것이다

- 기업은 권리를 갖지 않는다 권리를 갖는 것은 사람이다 기업은

lsquo기업에 어떻게 저항할 것인가rsquo 워크샵에 모인 사람들

오로지 사람들이 부여한 특권만을 가질 뿐이며 시민들은 이것을 다시

뺏을 수 있다

기업에 대항하기 위한 전략은 크게 두 가지

첫째는 데모(행동)를 조직하는 것

- 목표를 구체화 하기 우리는 한꺼번에 모든 걸 변화시킬 수 없

다 우리가 먼저 변화시키려고 하는 것은 무엇인가

- 우리 편 늘리기 어떻게 우리에 대한 지지를 확장해 나갈 것인

- 전략 세우기 우리의 힘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행동 고르기

둘째는 비지니스와 시장을 위한 공공의 규칙을 만드는 것

- 비즈니스와 시장에의 개입이 정당화 될 때는 언제인가 우리의

기본적인 인권을 지키고자 할 때 우리의 지갑을 지키고자 할 때 우

리의 안전을 지키고자 할 때 환경을 지키고자 할 때 노동자의 권리

를 보호하고자 할 때 시장원리가 도입되어야 할 때와 말아야 할 때에

관한 제한을 두어야만 할 때

- 어떻게 각종 규제 조치 공공의 이익에 복무하려 하는 기업들

에 금융혜택 주기 소비자운동의 활성화를 통한 기업 감시 정부가 기

업 통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 경우 사법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다 민사책임 형사책임 사기업vs공기업 여전히 뜨거운 논쟁의 대

상이나 의료 상수도 등의 우리 삶에 기본적인 부분들의 공공화 주장

- 세계화의 도전 우리의 운동 역시 어떻게 세계화 할 것인가

24 25기획기사

구체적으로는

- 기업의 돈줄을 죄기 민영화 반대middot시스템의 재사회화 지지 보

이콧middot지역상품(중소기업상품) 구매하기 기업에 대한 세금감면middot공

적자금 지원middot보조금 지급 등에 저항하기

- 선거민주주의 시스템 이용하기 기업이 선거자금을 대지 못하

도록 공공조달하기 기업의 이해를 대변하는 양당정치에서 벗어나기

유권자들의 손에 직접적인 결정권을 주는 주민발의middot국민투표 기업

의 권리와 정의를 제한하기 기업을 비호하는 법 철폐하기 지역사회

및 지역정부를 상대로 기업의 권리를 제한할 수 있는 현지 법령 만들

- 조직에 대한 공격 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미디어를 민주화시키

기 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대학들을 민주화시키기 국제적 기업화에

저항하기

- 노동자의 권리 주 30시간 노동제 불안전노동 철폐 등

- 인간의 얼굴을 한 기업의 쌩얼 까발리기

제2차 물전쟁 벡텔 VS 볼리비아 민중

1997년 세계은행은 볼리비아 정부가 가장 큰 도시 두 곳(El Alto

La Paz와 the city of Cochabamba)의 공공수자원시스템을 민영화

한다는 조건으로 물 인프라 구축을 위한 추가적인 원조를 제공하겠

다고 통지 1999년 9월 단 하나의 입찰자만으로 비밀리에 진행된 경

매에서 볼리비아 정부는 코차밤바(Cochabamba)의 상수도를 캘리

포니아의 초국적 엔지니어링 기업인 벡텔(Bechtel)에게 넘김 몇 주

내에 벡텔은 수도세를 50 이상 인상하였고 이는 코차밤바 물반란

(Cochabamba Water Revolt)이라 알려진 전 도시 반대저항을 촉발시

킴 2000년 4월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고 군대가 17세 소년 빅

토르 휴고 다자(Victor Hugo Daza)를 죽이고 100명 이상이 다치자

코차밤바 시민들은 물러서지 않았고 벡텔은 볼리비아를 떠나야만 했

음 18개월 후 벡텔과 공동투자자인 스페인 아벤고아(Abengoa)은 볼

리비아를 상대로 5000만 달러(한화 약 560억 원) 상당의 소송을 제

기 이후 4년 간 벡텔과 아벤고아는 계속되는 데모와 기업 이미지의

실추 5개 대륙으로부터 가해지는 공공의 요구 때문에 소송을 취하해

야만 했음 2006년 1월 19일 벡텔과 아벤고아의 대표단은 볼리비아

로 와서 2볼리비아노(한화 약 340원)의 일부지급으로 소송을 취하한

다는 합의서에 서명

캠페인의 당면한 목표는 간단 볼리비아 물소비자들이 벡텔에 수백

만 달러를 결제하도록 하지 않는 것 이것은 전략적 측면에서 애시당

초 벡텔-볼리비아 소송을 있게 한 세계은행의 정책 및 투자기관의 부

정의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것과 lsquo벡텔에 대항하는 투쟁을 이끈 그

룹rsquo(Coordinadora de Defensa del Agua y de la Vida)에 대한 지원

과 같은 더 넓은 목표를 포함하는 것 초기에 캠페인은 세계은행 재

판소에서 승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함 lsquo우리는 여론의 재

26 27기획기사

판소로 장소를 바꾸는 전략적 결정을 내렸다 NGO와 사회운동으로

서의 우리가 벡텔보다 더 큰 권력을 같는 곳이다 우리의 목표는 벡텔

이 항복하도록 설득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성공할 가능성이 더 많은

방법일 뿐만 아니라 성공하기에 더 나은 방법이었다 이것은 다른 많

은 기업들에 어떤 메시지를 전달한다 비록 너희가 세계은행의 재판

소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또 다른 전쟁을 준비하게 될

테니rsquo 벡텔과 같은 회사를 위한 규칙이 존재하는 재판소 대신 캠페

인은 결과에 대해 적은 통제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회사를 밀어 넣

은 셈 그 다음 단계는 소송을 계속 진행할지 포기할 지를 결정할 수

있는 회사의 의사결정자들을 알아보는 것 벡텔사는 네슬레나 나이

키 제너럴 일렉트릭과 다르게 보이콧을 할 수 있는 소비상품을 만들

지 않았음 비상장 회사이기 때문에 압력을 넣을 투자자도 존재하지

않음 그래서 캠페인은 CEO이자 회사 창업자의 증손자인 일리 벡텔

(Riley Bechtel)에게 초점을 맞추게 됨 캠페이너들은 그의 개인 메일

에 엄청난 양의 항의메일을 보내고 잡지 등을 통해 찾아낸 정보로 개

인으로서 그에 대한 프로필을 작성함 나중에 캠페인은 이 전략이 꽤

나 효과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됨 lsquo2볼리비아노에 사건을 합의보고

난 후 볼리비아 협상가가 얘기하기를 Riley Bechtel이 소송을 취하도

록 개인적으로 개입했다고 말했다rsquo

EOn의 스위치를 끄다 영국의 새로운 화석에너지에 대항한 투쟁

2006년 독일 에너지기업인 EOn은 새로운 화력발전소로 잉글랜

드 남동쪽 킹스노스(Kingsnorth) 화력발전소를 대체한다는 계획을

발표 2012년 건설을 시작해서 2015년 완공한다는 계획 기업의 타

이밍은 별로 좋지 않았는데 영국에서 풀뿌리 기후변화 운동이 빠르

게 성장하고 있었고 석탄을 태우는 새로운 거대한 시설은 그들이 영

국의 미래 에너지를 생각할 때 별로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았던 것 킹

스노스는 화력발전소에 대항하는 캠페인의 상징이 되었음 풀뿌리그

룹과 NGO들은 2년간의 캠페인을 벌임 캠페이너들은 온라인 선언

에서부터 대규모 시민불복종까지 다양한 행동들을 했고 어떤 행동에

서는 발전소를 완전히 폐쇄시키기도 하였음 2009년 말로 향하던 시

점 EOn은 Kingsnorth 발전소에 대한 계획을 보류하겠다 발표 영

국 정부는 lsquo이산화탄소 포집middot저장(전망이 밝은 미래 기술이나 현재

가동 중인 어떤 발전소에서도 성공적으로 이행된 적이 없음)rsquo 없이는

새로운 화력발전소 개발을 승인하지 않겠다고 발표

Kingsnorth 발전소의 확장을 막는 것은 핵심적이고 즉각적인 캠페

인의 목표 급속히 설장하고 있는 기후변화 운동과 기후변화에 대한

대중의 우려라는 맥락에서 Kingsnorth 캠페인은 또한 EOn과 같은

기업들이 벌어들이는 이윤이 바로 기후변화의 값을 치르는 것이라는

점을 부각시킴 캠페인은 기업을 직접적으로 상대한 대중 행동을 조

직했으나 영국 정부 또한 이차적인 목표였음 이 캠페인은 영국의 석

28 29기획기사

탄과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을 바꾸도록 하는 보다 커다

란 노력의 일부 또한 캠페인을 준비 중인 다른 화력발전소들이 더 있

었음 따라서 캠페인은 Kingsnorth 발전소가 지어지는 것을 막는 것

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프로젝트들도 더 이상 실행되지 못하게 하는

환경 관련 정책을 변화시키는 것이기도 했음 국가적인 에너지정책

에 더해 정부는 EOn의 계획을 승인하거나 거부할 권한을 갖고 있었

음 그리고 국가는 또한 영국에 lsquo이산화탄소 포집middot저장rsquo 시설을 짓

기 위해 에너지기업에 기금을 댈 수백만 달러 경쟁(EOn도 지원)을

담당하고 있기도 함 캠페인은 EOn의 계획에 대한 대중적인 반대를

구축하고 입증하는 운동의 중심 Camp for Climate Action이 그 시

기 내걸었던 것처럼 lsquo우리는 Kingsnorth 발전소의 건설을 중단시켜

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영국의 새로운 화력발전소를 중단시켜야 한

다 이것은 EOn을 중단시켜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들의 브랜드를

공략하라 그들의 작업을 방해하라 그리고 그들의 공급망을 겨냥하

라 우리는 EOn이 어디에서 활동하건 그들과 마주해야 한다rsquo 사

전 대책을 강구해 회사와 맞서는 것 이외에도 활동가들은 FA컵에 대

한 EOn의 스폰서쉽 대학에서 학생들을 모집하려는 EOn의 노력

Kingsnorth 발전소에 대한 여론을 환기하기 위해 가디언이 주최하는

기후변화회의에 대한 스폰서쉽 등 현존하는 기회들을 활용함

위 사례들은 lsquoThe Democracy Centerrsquo의 기업 캠페이너들을 위한 자료집 lsquoBeating Goliathrsquo의 자료 중 일부를 번역한 것임

이 글은 lsquo기업에 어떻게 저항할 것인가rsquo 워크숍에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황필규 변호사가 발표한 글과 내용을 정리한 글입니다

기획기사

1 인권의 초국가성과 다국적 기업

인권에 대해서 우리는 초국가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 인권은 네 가

지 측면에서 초국가적인 성격을 띤다

① 이슈의 초국가성 이주 난민 및 인신매매(국경과 국적이 한 국

가에 국한되지 않음) 다국적기업(활동 공간과 관련 주체) 등

② 구제수단의 초국가성 국내 구제절차 및 유엔인권기구 기타 국

제 인권기준에 입각한 구제 메커니즘 (유엔인권이사회 유엔인권조약

용석 | 전쟁없는세상 운영위원

기업의 인권 침해에 대응하기-법제도와 국제규약을 바탕으로

30 31기획기사

기구 OECD 다국적기업에 관한 가이드라인 등)

③ 인권 자체의 초국가성 국내아시아 법제 개선 및 소송 등에서

국제비교국내 인권법 연구조사의 필요성

④ 인권운동의 초국가성 국내아시아 공통 인권 이슈에 대한 공

동 대응 및 상호작용의 필요성

다국적 기업에 의한 인권 침해는 주로 가난한 나라들에서 일어나고

있다 다국적 기업의 공장이 있는 나라들은 대부분 국가의 기능이 약

하고 자원은 풍부하지만 독재자가 권력을 쥐고 있거나 무력충돌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국가 내 사법 시스템으로

인권 침해를 구제하기는 매우 어렵다

다국적 기업들이 일으키는 인권 문제는 노동 3권 무시 환경파괴

부정부패 강제(아동)노동 선주민의 권리 박탈 등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다국적 기업에게 국제인권기준을 강제할 국

제적 메커니즘은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다국적 기업과 해외 한국기

업의 현지 인권침해와 이에 대한 대응의 문제도 국내법 외국법 국제

사법 국제법 혹은 국제기준 등 모든 국내외 법제도가 적용되어야 하

고 국제적인 공동 활동이 필요한 전형적인 초국가적 인권 문제다

이 글에서는 인권의 초국가성을 바탕으로 다국적 기업에 의한 인

권침해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국내법과 국제법을 통한 방법들을 살펴

보고자 한다

2 국내 법제도의 활용

국내에서 다국적 기업이나 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저지른 인권

침해에 대응해서 취할 수 있는 법제도적인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

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는 것과 해당 기업에 대해서 민사적으로

책임을 묻는 것 그리고 형사적인 책임을 묻는 것이다

국가인권위 진정을 활용한 사례는 버마에서 가스개발사업 중에 한

국가스공사와 대우인터내셔널사의 인권침해에 대해 인권단체들이 국

가인권위에 진정한 사례(2008417)가 대표적이다

민사적인 책임은 그 기업이 연락사무소 혹은 지점일 때와 합작회

사거나 현지 법인일 때 대응 방식이 달라진다 연락사무소나 지점일

경우는 민사 소송을 하더라도 국제사법 절차에 따르지만 현지 법인

이나 합작회사일 경우에는 민법이 적용된다

인권침해를 한 기업이 다국적 기업의 현지 법인일 경우 현지 법인

은 법적으로 독립된 법인격이기 때문에 현지 법인의 잘못을 본사에

물을 수 없는 것이 법에서 원칙이지만 일정한 요건들을 충족시키면

본사에 민법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기업에 형사적인 책임을 묻는 일에 대해 살펴보자 형법 2조를 보

면 ldquo본법은 대한민국영역 내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과 외국인에게 적

용한다rdquo고 규정하여 속지주의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한편 형법

제3조는 ldquo본법은 대한민국영역 외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에게 적용한

32 33기획기사

다rdquo고 규정하여 속인주의를 보충적으로 채택하고 있다 속인주의로

접근하면 외국에서 인권침해 범죄를 저지른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을

형법으로 처리하기 쉬울 거 같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3 국제적 대응

OECD 다국적기업가이드라인(OECD Guidelines for Multinational

Enterprises)과 국내연락사무소(National Contact Point NCP) 이

의제기

OECD는 1976년 다국적 기업의 인권침해를 비롯한 비윤리적 활동

을 예방하고 침해에 대한 해결기준을 마련하기 위하여 lsquoOECD 다국

적기업 가이드라인rsquo을 제정한바 있다 이 가이드라인은 2001년 4차

개정시 다국적기업의 인권침해 등의 비윤리적 활동을 해결하기 위한

절차로서 이 가이드라인 승인국에 국내연락사무소(NCP National

Contact Point)를 두게 하였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 정부는 당시 산

업자원부 차관(현 지식경제부 제2차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외국인투

자실무위원회를 한국의 국내연락사무소로 지정하고 사무국을 산업

자원부 투자정책과(현 산업통상자원부 투자정책과)로 지정하였다

OECD 가이드라인은 제1부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 (개념 및 원칙

일반정책 정보공개 인권 고용 및 노사관계 환경 뇌물방지 소비

자 이익 과학 및 기술 경쟁 조세) 제2부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

이행절차(OECD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에 대한 이사회의 결정 절

차지침 이행절차에 관한 주석)으로 구성되어 있다 2011년 개정된

가이드라인은 인권에 관해 별도의 장을 두고 국제적으로 인정된 인권

프레임워크에 관한 소개 기업의 인권 존중 책임 국내법적 의무 등

인권에 관한 역할을 총 6가지로 규정하고 있다 이 개정된 가이드라

인은 유엔인권이사회의 기업과 인권 프레임워크 (보호 존중 구제)를

통합하고 세계인권선언 및 자유권middot사회권 규약 노동자 기본권에

관한 ILO 선언에서 설정한 권리를 존중할 것을 포괄적으로 천명하였

고 기업의 책임범주를 고용 및 노사관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공급

망(supply chain)을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에 관한 기업의 상당주의

의무(due diligence)를 강조하고 있다

lsquo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rsquo은 국내연락사무소의 활동을 위

한 핵심기준으로 기업계 노동계 NGO를 포함한 다른 이해당사자들

에게 가이드라인의 이행 및 국내연락사무소와 연관된 시설의 이용과

가이드라인을 홍보하도록 하는 가시성(Visibility) 이해관계자들의

접근을 촉진하도록 하는 접근용이성(Accessibility) 연락사무소 활동

결과의 대내외 공개를 뜻하는 투명성(Transparency) 일반대중이 연

락사무소에 관심을 갖을 수 있도록 그 소개를 적극적으로 해야 할 책

임성(Accountability)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연락사무소로

지정된 외국인투자실무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이 OECD 다국적기업 가

34 35기획기사

이드라인이 제시하는 핵심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형식적으로 운영

됨으로써 실제로 다국적 기업에 의한 인권침해를 예방하거나 구제하

는 역할을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유엔인권메커니즘 대응

유엔인권권고는 실체적인 측면에서 국내법적 효력을 가지는 국제

인권법에 근거한다 헌법에 의하여 체결middot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 따라서 유엔헌장

한국이 가입한 유엔인권조약 기타 인권 관련 조약 등과 관련 국제관

습법은 국내에서 직접적인 법적 효력을 가진다 따라서 이러한 국제

인권법은 인권과 관련하여 입법 사법 행정의 법적 근거가 되고 경

우에 따라서는 국내법을 해석하는 기준이 되거나 보완하는 역할을 수

행할 수도 있다1 예컨대 기존 법률 혹은 새로운 법률은 국제인권법과

배치되지 않도록 심사되고 국제인권법은 구체적인 재판규범으로 적

용된다 행정의 경우 국제인권법은 모든 행정작용의 기초가 될 뿐만

아니라 행정주체 혹은 공무원이 이를 어겼을 경우 국가배상 직무유

기 성실의무 위반 등 민형사상 책임과 법적 징계로 이어지게 된다

유엔인권권고는 절차적인 측면에서도 국내법적 효력을 가지는 국

1 황필규 ldquo국제인권기준에 비추어 본 한국 인권현실 유엔인권이사회 국가별 인권상황 정례검토 NGO보고서와 정부보고서 초안의 비교평가를 중심으로rdquo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법률가위원회 『2008년 제1차 인권세미나 국제인권현안과 국제인권법』 (2008 3 22) pp 1-2

제인권법에 근거한다 유엔인권이사회의 국가별 인권상황 정기검토

(UPR)와 특별절차의 경우 국내법적 효력을 가지는 유엔헌장 명문의

규정과 법적 기구인 유엔총회의 결의 등에 기초하고 있다 한편 인권

조약과 관련된 권고의 경우 권고의 주체인 조약기구의 구성과 임무

가 조약상 명문으로 규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그 권고가 이루어지

는 절차에 대하여도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다 따라서 국가보고서가

제출되고 유엔인권권고가 이루어지는 절차는 법률에 근거한 법적 절

차라고 볼 수 있다 유엔인권기구의 권고는 그 권고가 실체적middot절차

적 측면에서 국내에서 법적 구속력을 갖는 국제인권법의 명문의 규정

에 근거한다는 점에 비추어 곧바로 국내에서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

고 보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국내법과 명백히 배치되지 않는 한 충분

히 존중되고 그 취지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국내적으로 해석middot

적용되어야 한다2

유엔인권권고는 실체법middot절차법적으로 법률에 기초한 권고라는 점

외에도 lsquo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rsquo을 목적으로 하

는 헌법의 국제 협력 정신을 존중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국내적으로

이행되어야 한다 헌법재판소도 이러한 취지에서 유엔인권권고에 대

하여 설사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권고의 수용 권고의 이행 혹은

이행 노력의 약속은 국제법적으로는 조약에 의한 의무부담의 의사표

2 황필규 ldquo외국인의 인권과 차별금지rdquo 『인권과 정의』 제365호 (대한변호사협회 2007 1) p 49

36 37기획기사

시일 수 있다 유효한 모든 조약은 그 당사국을 구속하며 또한 당사국

에 의하여 성실하게 이행되어야 한다 어느 당사국도 조약의 불이행

에 대한 정당화의 방법으로 그 국내법 규정을 원용해서는 아니 된다

한편 이러한 약속은 국내법적으로는 법적 기관의 권고에 대한 의무부

담의 의사표시로서 행정작용의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비록 유엔인권

권고 자체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행정상 의사

표시에는 신뢰보호 원칙의 적용가능성 등 법적인 효과가 발생하게 된

다고 보아야 한다 한편 유엔인권권고가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등에

반영되는 경우 이는 행정계획의 일부로서의 법적 성질을 가지게 된

기획기사

기업과 국가는 다르다 둘의 가장 큰 차이는 그것의 주인이 누구이

냐 하는 데 있다 민주주의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다 비록 국가기구

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자는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을 장악한 소수의

엘리트일지 몰라도 적어도 헌법상 국가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렇다면 기업의 주인은 누구인가 주주 이사회 최고경영자

(CEO) 아니면 노동자 법적으로 주식회사의 주인은 회사 주식을 보

유한 주주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최고경영자나 이사회가 주주와 기

업을 지배하기도 한다 기업이 협동조합의 형태로 운영되거나 노조가

기업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 어쨌든 변함없는 사실

은 국가와 달리 기업의 주인은 아주 한정된 집단이라는 것이다

지우 | 전쟁없는세상 운영위원

기업에 저항하는 국내외 운동의 사례들

38 39기획기사

국정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물론 여기에도 lsquo시민권자rsquo라는 자

격 조건이 붙지만) 필요하다면 국가기관에 정보공개를 청구할 수도

있다 반면에 기업의 경영권은 외부자에게 불가침의 영역이며 기업에

관한 정보는 대부분 법에 의해 보호받는 lsquo보안사항rsquo이다 따라서 기

업에 저항하는 운동은 국가를 상대로 할 때와 다를 수밖에 없다 이

글에서는 국내외의 몇 가지 사례를 중심으로 기업에 저항하는 운동의

구체적인 방법들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소개할 것은 lsquo경제개

혁연대(구 참여연대 경제개혁

센터)rsquo의 소액주주운동이다

소액주주란 그 자체로는 중대

한 의사결정권을 갖기 어려울

만큼 낮은 지분의 주식을 소

유한 투자자를 의미한다 소액

주주운동은 취지는 대주주의 자의적인 경영을 감시해 투명하고 책임

있는 경영을 실현하는 데 있다 경영진의 불법행위에 대한 민middot형사

소송과 정부의 재벌middot금융정책에 대한 감시와 입법운동이 소액주주

운동의 주요 수단이다 1997년 제일은행을 시작으로 전개된 소액주

주운동은 삼성전자 SK텔레콤 현대중공업 등 핵심 재벌기업들을 상

대로 한 운동으로 발전해왔다

소액주주운동이 반드시 주주의 권익보호와 기업지배구조 개선만

경제개혁연대의 소액주주 운동

을 목적으로 할 필요는 없다 기업의 목적이 아무리 이윤 배당의 극대

화에 있다지만 그것이 주주들이 추구하는 가치의 전부는 아닐 것이

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소액주주운동은 보다 광범위한 사회적middot정치

적 운동의 수단으로 확대될 여지가 있다 미국의 사회운동가 알린스

키(Saul Alinsky)는 이러한 방법을 lsquo위임장 전술(proxy tactic)rsquo이라

고 불렀다 고용상의 차별철폐와 같은 공익이 이윤 극대화보다 더 중

요한 가치라고 여긴 주주들은 주주총회에서 자신의 주주권을 활동가

들에게 기꺼이 위임했고 이 전술은 1960년대 미국의 사회운동에 큰

획을 그었다

이처럼 기업의 직접적 이해관계자 혹은 내부자라 할지라도 사적인

이해관계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이와 관련하여 반도체 노동자

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lsquo반올림rsquo의 사례를 주목할 만하다 반도체

산업의 공정과 거기에 사용되는 물질 등은 기업의 내부정보인 데다가

전문 분야의 지식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활동가들이 사안에 접근하기

가 쉽지 않다 그래서 내부 조력자들의 제보가 운동이 큰 역할을 했다

고 한다 기업공시가 기업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공식

창구인 상황에서 내부 고발은 기업 감시의 없어서는 안 될 수단이다

lsquo좋은기업센터rsquo는 기업공시와 내부자 제보 외에도 지속가능성보고

서를 통해 기업을 감시하고 있다 지속가능성보고서란 기업이 지속가

능경영의 3대 축이라고 불리는 경제middot사회middot환경 분야의 지표를 공

개하는 보고서이다 기업공시처럼 의무화된 것은 아니지만 많은 대기

40 41기획기사

업이 국제 기준과 가이드라인에 따라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그중 가

장 널리 사용되는 기준이 글로벌 보고 계획(GRI)이다 운동은 지속가

능성보고서의 정보를 가지고 기업에 압력에 가할 수 있으며 보고서

에 누락된 사항이 있으면 이에 대한 설명을 요구할 수 있다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 관한 활동에는 어떤 게 있을까 lsquo국제

민주연대rsquo는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에 진출한 기업들의 노

동착취와 자원개발 문제에 관해 활동하고 있다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 대한 대응이 특히 어려운 이유는 기업과 정부 모두가 관심

이 없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대기업에나 적용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나마도 병원이나 학교를 지어주는 정도로

무마하려고 한다 한국 정부는 현지 주민과 노동자의 인권보다 자국

기업인의 이익 보호를 우선시하며 노조 탄압과 같은 문제는 해당 국

가에 떠넘긴다 관할권과 비용 문제 등으로 인해 사법 대응도 어렵다

하지만 해당 국가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기에 현지인들은 한국에서

의 연대를 절실히 요구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안은 지역적middot국제적

차원의 연대를 구축하여 해당 기업에 압력을 가하는 것이다 이는 외

국 정부나 국제기구의 힘을 빌린 것일 수도 있고 순수하게 비제도적

인 것일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상징적 시위나 보이콧과 같은 비

제도적 수단이 법적middot제도적 수단보다 효과적일 때도 있다 국가든

기업이든 권력의 궁극적 원천은 피지배민중에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고유한 경영권도 민중의 힘 앞에서는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

초국적기업의 횡포가 갈수록 심해지고 기업에 저항해야 할 사안이

점점 많아지는 상황에서 위와 같은 사례들과 방법에 대한 더 많은 연

구가 요구된다 한편 한국 사회는 기업에 대한 인식이 유달리 우호적

이고 기업에 저항하는 운동도 아직 대중에 친숙하지 않아 이에 대한

반발이 만만찮고 행동을 실행에 옮겼을 때 오히려 역효과가 나기도

한다 따라서 기업에 저항하는 국내외 운동의 사례들을 발굴하는 것

과 동시에 어떻게 하면 이러한 방법이 한국 사회에서 더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겠다

42 43리뷰-서평

리뷰-서평

양똘 | 출판노동자 + 전쟁없는세상 후원회원

lsquo실패rsquo를 함께 읽는 일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제목이다

나는 아나키스트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lsquo고백rsquo에 대해서는 좀 안다 제목에서

부터 알아챘어야 했는데 별 생각 없이

펼친 게 잘못이다 어떤 고백은 후회와

맞닿아 있다 하는 사람도 그렇지만 듣

는 사람에게도 그렇다 듣고 나서 후회

하는 고백들 듣지 말았어야 했는지도

모르는 이 책이 나한테 그랬다 아나키

스트에 대해 알기도 전에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부터 들어버렸고

나는 이제 아나키즘이라는 말을 들으면 반사적으로 이 고백이 생각날

것이다 고백은 처참했다 대단히 비극적인 드라마로서가 아니라 무

엇보다 비어 있어서 처참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나키즘에 대한 바

탕 지식이 있었다면 어려운 책들을 좀 읽어두었더라면 이 이야기가

다르게 읽혔을까 읽으면서 울 수도 있었을까 모르겠다 하지만 아

나키즘이라는 거대한 이념에 대해 알기 전에 어느 아나키스트 한 명

의 삶을 먼저 안다는 것 그 삶을 그럴듯한 평전이 아니라 허울 없는

자전적 만화로 lsquo고백 받는rsquo다는 것은 꽤 멋진 일이다 내가 만화 장

르에서 얻고자 하는 것은 주로 그런 부분이다 장황한 말들 삶을 포

장하려는 언어적인 관습들이 어느 정도 걷어내진 자리에 들어차는 것

은 침묵이다 침묵에서 고요한 진실을 읽어내는 것이 독자의 몫이고

이 만화도 역시나 그렇다 하는 얘기보다 안 하는 얘기가 훨씬 많다

서두가 왜 이렇게 주절주절 긴가 하면 이 책에 대해 서평이라고 쓸

만한 게 사실 별로 없기 때문이다 나도 고백을 좀 하고 가자면 독자

가 읽고 싶게 만들 만한 감상을 쓸 자신이 없다 하지만 느낀 것은 좀

있다 그 느낀 것이 너무 처량 맞은데 그게 또 lsquo진실rsquo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어 아이구 어떻게 되겠지 하고 시작한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안토니오 작가인 안토니오의 아들이 아버지의

수기를 보고 재구성한 형식인데 1인칭 시점을 택해 안토니오의 목소

리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그러니까 이것은 안토니오의 고백이면서

동시에 그의 고백이 아니기도 하다 안토니오 자신이었다면 이러한

자기 삶을 출판의 형태로 대중들에게 보일 수 없었을 거라고 짐작해

본다 자기 존재를 증명하려는 노력이 도리어 자기 존재를 부정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그는 아나키스트였지만 아나키스트의 고

44 45리뷰-서평

백은 그가 아나키스트가 아니었다고 말하고 있다 또는 아나키스트

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또는 모든 인간이 아나키스트라고

실제 그의 진심은 잘 모르겠다 이야기에서 lsquo나rsquo라고 하는 인물은

lsquo나rsquo가 아닌 것 같았기 때문에 그에게 물어볼 수도 없었다 이야기

내내 lsquo나rsquo가 lsquo나rsquo와 거리를 두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이것은 애초

설정 아들이 아버지 얘기를 대신 하고 있다는 전제를 잊어버리고 몰

입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진실로 lsquo나rsquo가 하는 얘기를 듣고 싶었다

그걸 기대하며 계속 읽어 나갔다

그렇다고 작가가 잘못했다는 것은 아니다 작가는 아버지를 lsquo나rsquo로

삼아 이 이야기를 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아버지는 요양시설에 갇

혀 있다가 자살을 했다 한번은 아들에게 죽여달라고 말한 적도 있다

아버지가 스스로 4층에서 뛰어내린 뒤에 아들은 아버지를 살려내야

만 했다 아버지의 구십 평생을 재구성한 이야기로 아버지가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아들로서 그렇게 해야 했을 것이다

아나키즘에 대해 몰라도 그것이 국가의 강제력을 원천부정 하는

것이고 막 혁명혁명 하는 것이고 짱돌을 들고 돌격하는 것이고 하

여튼 뭐 되게 센 거 라는 인상은 있었다 그런데 안토니오의 성격이

나 실제 삶은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땅을 늘리고 지켜내는 일

에만 관심이 있으며 폭력적이기까지 한 아버지와 형제들 사이에서 억

눌려 자랐다 지금 처한 곳이 지긋지긋하고 바보 같고 떠나고 싶었지

만 그래서 용감하게 시도도 했지만 실패했다 실패는 실패로 끝나지

않고 더 큰 것을 앗아갔다 유일한 친구의 죽음이 그것이었다 이러한

패턴의 실패는 그의 인생 전체에서 반복된다 혁명에 가담하고 lsquo납탄

동맹rsquo이라고 이름 붙인 동지들을 만나지만 혁명의 길은 실재하는 것

이기는 한지 아스라이 멀 뿐이고 가까이 잡히는 것은 오로지 동지의

죽음뿐이다 ldquo내 나이는 스물아홉이었다 청춘은 다 지났고 패배하

고 말았다는 자괴감이 들었다 당연하겠지만rdquo 스페인 피난민 행

렬에 끼어 프랑스의 생-시프리앵 해변으로 가면서 안토니오가 하는

생각이다 이때만 해도 나는 잠깐 힘을 냈다 이제 뭔가 반전이 펼쳐

지겠지 원래 해가 뜨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고들 하잖아 나 또한 지

금 스물아홉이고 청춘이 다 지났다는 그게 무엇인지 미처 먹어보지

도 못했다는 자각에 시달리고 있는 중이다 패배로 말할 것 같으면

그냥 맨날 하는 중이다 노동조합 활동이 그렇고 사람들과의 관계

일상생활 자아실현 거의 모든 면에서 그렇다 그래서 난 더더욱 저

구절에 희망을 걸었다 이제 진짜 아나키스트의 삶이 펼쳐지지 않겠

는가 그래야 이야기가 되지 않겠어

이 책은 자기계발서가 아니다 그 뒤로 펼쳐진 것은 전하고 비슷하

면서 동시에 전보다 더했다 갇혀 있다가 도망치고 다시 다른 곳에

갇히고 도망치고 그러는 사이사이 좋은 사람을 만나고 잃고 잃고

하는 식이었다 아 안토니오의 삶을 이렇게 간추려버리는 것이 정말

미안하다 근데 사실이 그렇다

해변에서 난민처럼 살다가 도망쳐 어느 농장에 강제로 보내진 안토

니오는 그 마을에서 자기 나이의 반도 안 되는 망아지 같은 여자애와

배가 맞아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안토니오는 이 시절이야말로 자기

46 47리뷰-서평

인생에서 가장 즐거웠던 시절이라고 단언한다 무려 lsquo행복rsquo이라는

낱말까지 써가면서 혁명의 이상과 가장 먼 곳에서 가장 행복했다는

것이 아니 그때만 유일하게 행복했다는 것이 뼈아프다 아마 그게 진

실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중반을 넘어가면서부터 lsquo추락rsquo은 본격화된다 그가 lsquo납

탄 동맹rsquo의 든든한 동지를 따라 lsquo사업rsquo에 발을 들이게 되기 때문이

다 돈이 엮이면 어떻게 흐르게 되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너무

지겹게 잘 알고 있다 그런 걸 이 만화에서까지 보고 싶지 않았는데

어쨌든 뛰어넘을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작가는 성실히 쓰고 있다

ldquo살아남으려면 체제에 맹목적으로 순응해야만 했다 단순히 지난

날의 이상을 버리면 되는 게 아니라 열렬한 신봉자가 되어야만 한다

는 것이다rdquo 세상을 뒤집어엎겠다는 큰 꿈만 버리고 lsquo보통rsquo으로 살

아가는 것은 가능하지 않았다 변절한 옛 동지들한테 뭐라고 할 것도

없이 안토니오는 속수무책으로 타락해간다 권력의 뒤통수를 치면서

자기가 권력을 꿰차고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를 두고 다른 욕망을 탐

하고 그러다 결국 자기도 뒤통수를 맞고 거지 신세가 된다 전복이니

혁명이니 하는 것은 꿈에서조차 등장하지 않고 lsquo속박rsquo을 견디지 못

하는 습성만 그놈의 lsquo아나키스트적인rsquo 것으로 남아서 그와 주변을 괴

롭힐 뿐이다

아 책이 채 반에 반도 남지 않았는데 안토니오는 예순 살이 되어

있었다 lsquo왕년에 혁명깨나 했지만 지금은 추한 빈털터리가 되어 아내

와도 끝내고 요양시설에 굴러들어온rsquo 예순 살이다 lsquo보통rsquo보다 못한

예순 살 나는 짜증이 나서 울고 싶었고 그만 읽을 뻔했다 하지만 끝

까지 읽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의 인생에서 마지막이자 유일한

lsquo승리rsquo는 그 뒤에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 승리가 자기 가슴에 붙어

실제로 내장을 갉아먹는 두더지를 떼어내버린 뒤에 스스로 스스로

의 죽음을 실행하는 것뿐이었다고 해도 그 과정을 꼭 지켜봐주었어

야 했다 왜냐하면 남 얘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오래전에 스페인

에서 살았다는 안토니오가 아무것도 개인을 억누르지 않는 자유로운

세상을 꿈꿨던 안토니오라는 사람이 대단하거나 멀게 느껴지지 않는

다 오히려 내가 내일도 마주치게 될 익숙한 사람들 중에 그 지친 얼

굴 하나하나에 안토니오가 보일 것 같다

제목에 속았다고 느꼈다 그런데 다 읽고 보니 작가는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 오히려 시작부터 진실을 말했다

ldquo그리고 또한 그분의 추락이 몇 초밖에 걸리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90년이라는 긴 시간이었다는 사실도 말이

다rdquo

이것은 lsquo추락rsquo에 관한 이야기라고 작가는 이미 알려주고 시작한

것이다 이것은 끝도 없는 추락의 이야기 이상을 가진 인간으로 태

어나서 실패하고 죽어간 이야기다 다시 말하지만 이 실패는 우리

모두가 나눠 먹고 있는 그 실패다 여기서 우리란 물론 우리 편을 말

한다 안토니오의 실패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 자기 가슴을

48 49기획연재-게임과 평화

뜯어먹는 두더지를 꿈에도 본 일이 없는 사람들 이 책이 음란하다고

lsquo청소년 유해매체rsquo 딱지를 붙인 사람들까지 말하는 것은 아니다 적

어도 lsquo우리rsquo는 안토니오라는 아나키스트의 아니 한 인간의 실패담

을 처음부터 끝까지 묵묵히 읽어갈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에도 불구하고 진짜 안토니오의 진짜 진실은

언제까지나 미지수로 남는다 그렇게 남겨야 한다 아무도 모르고 몰

라야만 하는 진실을 하나씩 가지고 있는 것이야말로 그가 그토록 되

고자 열망했던 lsquo개인rsquo일 것이기 때문이다 지우 | 전쟁없는세상 운영위원

게임을 통해 평화를 만드는 게 과연 가능할까 이 물음에 대한 답

을 대신하여 한 가지 게임을 소개하고자 한다

lsquo세계평화게임(World Peace Game)rsquo은 미국의 공립 초등학교 교

사 존 헌터(John Hunter)가 만든 대화형 게임이다 헌터는 1978년에

이 게임의 원형을 처음 만들었고 지금까지 세계를 돌아다니며 게임을

주최하고 있다 그의 활동은 lsquo세계평화와 4학년의 업적(World Peace

and Other 4th-Grade Achievements)rsquo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헌터는 2012년에 타임지가 선정한 교육

운동가 12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세계평화게임은 가로middot세로middot높이 4피트 크기의 4층짜리 아크릴

기획연재-게임과 평화

세계평화게임

50 51기획연재-게임과 평화

구조에서 진행되며 각 층은 바깥 우주와 대기 지표 해저를 상징한

다 거기에 경제력과 군사력이 서로 다른 4개 국가의 영토와 영공

육middot해middot공군 인공위성 잠수함 해저광산 등이 있다 (아무래도 이

아저씨가 숫자 4를 좋아하는 모양이다) 40여 명의 학생이 각국의 수

상 국무장관 국방장관 재무장관 감사원장 등을 맡아 내각을 구성

하고 역할 중에는 유엔이나 세계은행 무기상도 있다

게임의 목표는 이 가상세계에서 일어나는 민족 갈등 화학물질 누

출 핵 확산 물 분쟁 분리middot독립 운동 기근 동물의 멸종 지구온난

화와 같은 위기상황을 함께 해결하고 각국의 경제수준을 높이는 것

이다 학생들은 게임을 통해 권력과 파괴 전쟁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이해하고 장기적 계획과 전략을 세우는 법을 배운다

대화형(interactive) 게임이기에 엄밀하게 짜인 문서화된 규칙은 없

다 게임을 주도하는 것은 학생들이며 교사는 지켜보면서 상황을 정

세계평화게임을 하는 사람들

리하고 촉진하는 역할만 한다 헌터는 처음 교편을 잡았을 때 교사가

수업을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코 그래서는

안 된다는 믿음이 생겼다고 한다 그는 학생들의 집단지성이 자신보

다 훨씬 더 훌륭하다고 인정한다 헌터는 게임에서 실제로 일어난 몇

가지 흥미로운 사례를 소개한다

사례 1

한 학생이 가장 가난한 나라의 국방장관을 맡고 있었다 그 나라의

이웃에는 돈도 많고 기름도 풍부한 나라가 있었다 그런데 그 학생이

갑자기 수상의 명령도 어기고 인접국의 유전지역을 공격했다 학생은

그곳을 포위해 총 한 발 쏘지 않고 지역을 확보했다 인접국은 연료공

급이 차단되어 어떠한 군사행동도 취할 수 없었다 다른 아이들은 화

를 냈다

며칠 뒤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인접한 강대국이 전 세계를 점령

하기 위해 무력도발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학생은 사태의 추

이를 누구보다 먼저 파악하고 대규모 전쟁을 피하기 위해 소규모 전

쟁을 감행하는 냉철한 판단을 내렸던 것이다 학생들은 게임을 멈추

고 그의 판단이 옳았는지 조건에 따라 옳고 그름을 따져보는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사례 2

플라스틱 말로 표시되는 병사들이 전쟁에서 사망하면 군사령관이

52 53기획연재-게임과 평화

병사들의 가상의 부모에게 편지를 쓰는 시간을 가진다 한 번은 학생

의 제안으로 수업을 참관하던 학부모가 직접 편지를 읽게 되었다 편

지의 세 번째 줄을 읽으면서 학부모는 울음을 터뜨렸다 전투에서 병

사를 잃었다면 전쟁에서 승리해도 기쁘지 않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게

되었다 어떤 의미에서 모두가 전쟁에서 졌다는 사실을 말이다

사례 3

방과 후에 틈틈이 7주 동안 진행된 게임에서 세계은행의 재정정책

때문에 한 나라가 시작할 때보다 더 가난해졌다 (게임의 목표는 위기

상황을 해결하고 각국의 경제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게임을 마칠 시

간이 1분도 채 안 남았고 교실은 혼란에 빠졌다 소리를 지르거나 삿

대질을 하는 학생도 있었고 서류 뭉치를 흔들거나 교실을 뛰어다니

는 학생도 있었다

그때 한 학생이 종을 울리며 이렇게 말했다 ldquo세계은행이 모든 자

금을 끌어 모아서 모든 나라가 가난해졌습니다 지금 세계은행에는

6000억 달러가 있습니다 이 돈을 가난한 나라에 기부하려고 합니다

만약 그 나라가 이걸 수용하면 국가의 자산가치가 올라가고 그럼 우

리는 게임을 이기게 됩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rdquo 시간이 3초 정도

남았을 때였다 모두 그 나라의 수상만 바라보고 있었다 ldquo네rdquo 게임

은 이긴 것으로 끝났다

게임은 교과서와 다르다 게임에서 학습자는 lsquo평화란 무엇인가rsquo

라든지 lsquo평화를 어떻게 만드는가rsquo와 같이 주어진 문제에 대한 주어진

답을 저축하듯이 암기하지 않는다 문제를 만드는 것도 그에 대한 답

을 구성하는 것도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 자신과 동료들이다 이는 게

임의 본질이 바로 lsquo참여적 재현rsquo이라는 형식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

고 게임의 lsquo재미rsquo라는 요소가 이러한 참여를 유도한다 여기서 우리

는 맨 앞의 질문에 대한 모종의 답을 상상할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헌터의 말을 인용하며 글을 마친다

ldquo매 게임이 다릅니다 어떤 게임에서는 사회문제가 중요하고 어

떤 게임에서는 경제문제가 중요합니다 어떤 게임에서는 전쟁문제가

대두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부정하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그

게 인류의 현실이니까요 hellip 학생들은 무엇이 옳은 길인지 자기들만

의 방법으로 스스로 찾아냅니다 게임을 통해 저도 많은 것을 배웠습

니다 만약 학생들이 이 게임을 통해 비판적이고 창조적인 사고방식

을 배우고 세상을 이롭게 할 동력을 얻게 된다면 우리 모두를 구원할

지도 모릅니다 게임을 통해 배울 수만 있다면 말이죠rdquo

lsquo세계평화게임rsquo과 이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lsquo세계평화와 4학년의 업적rsquo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는 공식 페이지(httptheworldpeacegamecom)에서 얻을 수 있다

54 55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무기제로는 2013년 상반기 동안 13개 단체와 연대하여 국민연금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 캠페인은 확산탄과 같은 비

인도무기에 대한 금융기관의 투자가 중단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

으며 세부적으로는 ldquo1) 국민연금이 확산탄 생산기업인 한화 풍산에

투자를 철회한다rdquo ldquo2) 국민연금이 비인도무기 생산기업에 대한 투

자배재를 천명하는 윤리투자원칙을 제정한다rdquo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

왜 투자철회 캠페인인가 왜 국민연금인가

확산탄 캠페인에 있어 대상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확산탄의 수요자사용자인 국가이며 다른 한 축은 확산탄을 생산하는

박승호 | 무기제로 코디네이터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 경험 공유

기업들이다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캠페인의 요구가 확산탄을 전면적

으로 금지시키고 확산탄 오염지역을 정화하고 피해생존자들을 지원

하라는 것 등이 주를 이룬다면 기업을 대상으로 한 요구는 확산탄의

생산middot수출을 중단하라는 것이다

현재 한국 정부는 확산탄을 북한의 장사정포에 대응할 수 있는 핵

심전력으로 여기고 있으며 국제적인 확산탄 불법화 추세에도 불구하

고 확산탄을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무기제로는 국가를 대상으로 협약 가입을 촉구하는 캠페인보

다는 확산탄을 생산하는 기업이나 확산탄 생산을 지원하는 금융기관

에 대한 문제제기를 통해 확산탄에 대한 대중적 낙인화 효과를 불러

일으키는 것이 확산탄 금지운동에 더 효과적일 것이라 판단했다 하

지만 확산탄 생산기업인 한화와 풍산을 대상으로 어떤 캠페인을 벌여

도 이윤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기업이 윤리적인 비난만으로 핵심 사업

을 정리할 것 같지는 않았다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압박보다 더 효

과적인 방식은 바로 돈줄에 위협을 가하는 것이고 이 점에서 투자

철회 캠페인은 상대적으로 더 승산이 있는 캠페인이라는 판단이 있

었다 국민연금이 각각 한화 주식의 734(201112) 풍산 주식의

926(20129)를 보유하고 있는 확산탄 생산기업의 최대투자자라는

점 또 공적자금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있는 기관이라는 점 대

부분의 사람들이 월 일정액의 국민연금보험료 납부하고 있다는 점에

서 국민연금의 확산탄 투자 문제를 lsquo내 문제rsquo로 인식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국민연금이 투자철회 캠페인의 대상으로 결정되었다

56 57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무기제로의 과거 캠페인 경험을 통해서 볼 때 확산탄이 어떤 무기

인지 왜 확산탄이 금지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대중적 인식은 사실상

전무했다 확산탄이라는 특정한 무기를 금지하자는 캠페인의 슬로건

이 대중의 관심을 얻기 힘든 주제였다는 점에서 우리는 국민 대다

수가 자의든 타의든 월 일정액을 적립하고 있는 lsquo국민연금rsquo을 통해

lsquo당신의 돈이 국제적으로 금지된 무차별 살상무기를 만드는 데 쓰이

고 있다rsquo는 메시지를 전달해 사람들의 관심과 확산탄의 비인도성에

대한 낙인화를 동시에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해외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 사례

이번에 무기제로가 국민연금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을 진행한 것

은 해외에서 이미 성공적으로 진행된 투자철회 캠페인을 모델로 해서

기획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래에서는 무기제로가 참고했던 대

표적인 성공 사례 두 가지를 살펴보려 한다

- 네덜란드 연금기금 투자철회 사례

2007년 3월에 네덜란드 시사프로그램인 젬블라(Zembla)는 네덜란

드 유수의 연금기금이 확산탄 지뢰 등 비인도무기를 만드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 등 네덜란드 연금기금의 비윤리적 투자 문제

를 다룬 lsquoCluster bomb feelingrsquo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방영한

다 당시 방송을 통해 연기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게 된 대중의 분

노가 표출되면서 연기금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이 압력을 느끼게 되었

다 이에 다큐 제작 과정에 관여했던 시민단체인 팍스 크리스티(IKV

Pax Christi)는 다큐 방영 이후 연금 기관들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캠

페인을 시작하게 된다 금융기관들의 가장 큰 두려움이 ldquo사회적 이미

지 실추rdquo라는 점을 활용한 것인데 2011년 유럽 투자자들을 대상으

로 한 조사에서 거의 80의 투자자가 논란이 되는 무기에 대한 투자

가 명성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는 등 인식의

변화가 눈에 띄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2009년 팍스 크리스티는 페어핀(FairFin)과 공동으로 ldquo확산탄 세

계투자 공동의 책임rdquo 보고서를 발표했고 보고서 발표의 영향으로

연금 기금이나 금융기관들이 확산탄 생산기업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

는 사례가 발생한다 팍스 크리스티는 이뿐 아니라 정책 입안자들과

관계를 맺고 확산탄 투자 금지를 입법화하기에 나선다 2009년에 네

덜란드 의회가 확산탄 투자 금지 촉구 제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지

만 당시 과도 정부가 이를 거부했다 이후 확산탄금지협약 비준 등을

거치면서 상원에서 다시 한번 확산탄 투자 금지 제안이 상정되었고

2011년 말 정부가 이를 이행하기로 결정하면서 확산탄 투자 금지는

2013년 1월부터 효력을 발휘하게 되었다

주목할만한 점은 이 다큐가 방영되고 반향을 일으켰던 시점이 아직

확산탄금지협약이 체결되지 않은 시점이었다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경우는 다큐멘터리 방영으로 국민적 분노가 격화되면서 향후 확산탄

생산기업에 대한 연기금의 투자철회 결정뿐 아니라 네달란드가 확산

58 59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탄금지협약에 서명하는 등 확산탄을 전면적으로 금지시키는 데도 상

당한 영향을 미쳤다

- 영국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RBS) 투자 철회 사례

2011년 8월 앰네스티 영국지부가 팍스 크리스티 보고서를 바탕으

로 HSBC(홍콩middot상하이은행)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 등 주요 은행에

대한 투자 철회 캠페인(온라인 탄원)을 시작했다 캠페인 시작 1주일

만에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이 확산탄 투자를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밝

히게 된다 당시 이 은행은 앰네스티 회원들로부터 12000통의 이메

일을 받았으며 앰네스티가 진행하던 전국적인 광고 캠페인 등에 이

미지 손상을 두려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사례를 통해서 본 우리의 투자철회 캠페인

투자철회 캠페인은 기업들이 lsquo이미지rsquo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에

서 가능한 캠페인이다 위에서 다룬 두 사례는 각각 대중적인 영향력

을 가지고 있는 방송(네덜란드 시사프로그램 젬블라)과 시민단체(앰

네스티 영국지부)가 자국 금융기관(연금기금)이 국제적으로 큰 비난

을 받고 있는 비인도무기를 만드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으로 대중적인 단죄 또는 낙인화가 이루어지면서 자연스레

투자철회가 이어질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된 사례로 볼 수 있다 ldquo내

돈rdquo이 잔인한 무기를 만드는 데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림으로써 사

람들이 확산탄 문제를 ldquo내 문제rdquo로 인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

한 분위기가 형성되었을 때 해당 국가 내에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단체들이 이 문제를 공공의제로 만들어 냈고 이후 여론을 등에 업고

금융기관을 압박해 실제 투자철회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한국에서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진행된 캠페인은 아직 구체적인 성

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하지만 캠페인이 시작단계에 있으며 해외 사

례와 같이 대중적 영향력이 큰 매체가 이 문제를 다루는 등의 이슈 확

산의 계기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아직은 캠페인의 성과를 이야

기할 시점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또 대부분의 국가들이 확산탄금

지협약에 서명middot비준한 유럽의 경우와는 다르게 한국은 안보상의 이

유로 확산탄의 생산 배치를 고집하고 있으며 평화 무기 이슈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도도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 역시 감안해야 할 것이다

무기제로는 올해 12월 발표 예정인 ldquo확산탄 세계투자rdquo 보고서의

번역 발표 등 지속적 캠페인을 통해 국민연금의 확산탄 투자문제를

꾸준히 제기할 계획이며 적절한 타이밍에 대중적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내는 데 주력해 한화middot풍산에 대한 투자철회

및 확산탄에 대한 낙인화 등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참고httpstopclustermunitionsorghttpwwwstopexplosiveinvestmentsorghttpwzeroorg

60 61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기획연재-가람이의 좌충우돌 세상읽기

ldquo그건 저의 삶입니다rdquo

나름 | 전쟁없는세상 친구 + 스웨덴에서 공부하는 중

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ldquo대답하세요rdquo 아슬아슬하게 진행되던 그들의 대화 긴장이 최고

조에 이른다 대화가 중단되고 한 사람이 자리를 뜬다 그 사이 추궁

을 받던 이는 주위를 둘러본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고 어느 구석

자리에 멈춘다 시선이 고정된다 바로 자신에 관한 기사와 사진들을

발견한 것 벽에 빼곡히 붙어 있는 모습이 마치 수사 상황 같다 소리

를 쳤던 이가 돌아오고 그가 묻는다 ldquo이게 뭐죠rdquo ldquo그건 저의 일이

예요rdquo 추궁을 받던 이의 나직한 목소리 ldquo그건 저의 삶입니다rdquo 덴

마크 드라마 lt보운 (발음이 틀릴 수 있음)gt의 한 대목 덴마크 최초의

여성 총리를 그리고 있는 이 드라마는 첫 방영이 있고 1년 뒤 실제 여

성 총리가 등장하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문제의 대목은 이전 정부

에서 총리를 맡았던 여성이 선거를 앞두고 새로운 정당을 만들면서

시작된다 경제 정책을 담당할 인물을 영입했는데 옛소련의 간첩이었

62 63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대표의 측근이 검증을 하게 된다 이 측근은

소련 좌익 정당에서 일하다 자살한 여성에 대해 캐묻고 그 사람은 결

국 그 여성과의 관계를 비롯해 아픈 과거를 이야기하게 된다 이 장면

은 누군가의 삶에 대해 타인이 얼마나 쉽게 얘기하고 재단할 수 있는

지에 관해 생각하게 만든다 타인이 쉽게 말할 수 있는 그 무엇이 누

군가에게는 삶이요 상처다

누군가에게는

그렇다 타인에게는 그저 지시대로 하면 되는 일이 자신에게는 치

명적인 삶의 문제일 수 있다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 갈등의 연속이

다 최근 이 정도 수준은 아니지만 좀 복잡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주

제 넘게도 어떤 글을 외국어로 쓰고 있는데 유럽 학자와 미국 학자

사이에 끼어 고민이 된다 두 사람이 거의 정반대의 입장에서 글쓰기

에 관여하고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해 한 사람은 이쪽으로 가라고 하

는데 또 한 사람은 저쪽으로 가라고 한다 아직은 경력을 막 쌓기 시

작한 힘없는 나로서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다 두 사람 모

두 좋으신 분들이고 또 내게 중요한 역할을 할 분들이다 그런데 모

두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누구 장단에 맞춰야 할지 난감하

다 다른 점이 있다면 한 사람은 나의 가능성만을 보고 변함없는 신뢰

와 지지를 보여주었지만 또 한 사람은 그 정도는 아니라는 느낌 문

제는 나를 석연치 않게() 보는 듯한 이가 내 경력에서는 훨씬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나를 믿어주는 이의 방향에 맞

추기로 결정했는데 아무튼 쉽지 않은 문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깊이 고민하게 된 다른 문제가 있는데 바로

lsquo누구를 대상으로 이야기하는가rsquo에 관한 부분이다 어쩌다가 바다

건너에서 계속 있다 보니 나는 이쪽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야기를 해

오고 있다 이 사람들의 언어(주로 영어)로 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

는 이야기를 이 사람들 상황에 맞게 말이다 그런데hellip 이게 정말 내

가 원하는 일인가 잘 모르겠다 지금 굉장히 긴 분량의 또 다른 글을

쓰고 있는데 원래는 내가 비교적 잘 알고 있는 한국과 관련된 사건에

대해 얘기하려 했다 이 사건과 특별한 인연이 있고 관심도 많기 때문

이다 그런데 관계자는 특정 사건보다는 lsquo보편적인rsquo lsquo이론적rsquo 이야

기에 초점을 맞춰달라고 요구한다 그래야 이쪽 지역에서 읽히기 때

문이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이게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인가 내

가 정말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들은 누구인가 나는 누구를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는가 쉽게 답할 수 없는 물음들 그래도 나는 안다

적어도 당장은 먹고 사는 문제와 관련이 있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는 걸 물론 이런 고민은 나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바다건너에서

든 아니든)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누구나 살아가면서 어떤 식으

로든 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ldquo네가 행복해져야만helliprdquo

64 65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그런데 lsquo바다건너rsquo라는 부분에 뭔가 있는 것 같다 (나만의 착각

일 수 있지만) 외국에서 지내는 게 다른 사람들에게는 좀 괜찮게 보일

수 있지 않을까 뭔가 좀 있어 보이는 부끄럽지만 고백하건대 나 역

시 그런 생각을 전혀 안 했던 것은 아니다 뭔가 세련()된 것 같은

좀 달라보이는 어떤 면에서 (탈)식민 문제와 관련이 있다 그런데 직

접 생활하는 것은 역시 다르다 물론 철저히 나의 입장에서 그렇다는

이야기다 예컨대 자연환경도 좋고 구경갈 곳도 많은데 여행이나 휴

가를 가지 않느냐는 물음을 받곤 한다 그런데 가고 싶어도 일단 돈

이 없다(있어도 최대한 아껴야 한다) 방학 기간에 여기 저기 여행다

니는 유학생이나 현지인들 이야기를 들으면 나는 신기하기도 하고 부

럽기도 하다 에둘러 말하면 이 세상에 아름답거나 그렇지 않은 것은

없다 아름답게 느끼거나 그렇지 않게 느끼는 특정 맥락의 내가 있는

것이다 lt연애시대gt에도 나오지 않던가 ldquo네가 행복해져야만 이 세

상도 행복해진단다rdquo 그래서 서로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다 처음에

얘기한 드라마 장면 누구에게는 일이고 누구에게는 삶이다 뭔가를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될 이유

[나름대로 스웨덴 소식]

성소수자 탈의실 설치 (스웨덴 영문뉴스 lt로컬gt 2013 4 26)

스톡홀름에 있는 한 고등학교가 자신을 남성-여성으로 정체화하

지 않은 학생들을 위해 별도의 탈의실을 짓기로 했다 보도에 따르면

스웨덴에서는 첫 사례라고 한다 이 학교 학생위원회 관계자는 새로

운 탈의실은 사회의 젠더 규범에 불편해하는 학생들을 위한 것이라

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편 이 학교 선생님들은 수업 시간에 남성

(lsquo한rsquo)-여성(lsquo혼rsquo)을 넘어선 lsquo헨rsquo이라는 단어를 공식 사용하기도 하

고 학생들은 스톡홀름 성소수자 축제에 학생위원회 자격으로 참여한

첫 사례를 남기기도 했다

부유한 지역 적은 난민들 (스웨덴 국영 라디오 국제 2013 7

1)

스웨덴에서 예산이 많은 지역일수록 난민을 받는 데 소극적인 것으

로 나타났다 어느 일간지에 따르면 전국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 20

군데가 같은 수의 가장 부유한 지역들보다 5배 많은 난민을 받아들인

다고 한다 여기에 해당되는 부유한 지역들은 모두 현 정부의 보수 성

향 정당이 이끌어 가고 있다 이는 지난 5년 동안 스웨덴의 290개 지

역 단위를 비교한 결과다 관계자에 따르면 스웨덴 북쪽 지역으로 갈

수록 인구 부족 문제로 난민들이 환영을 받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66 67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효웅 | 병역거부자

일베한테 일베식으로 맞짱뜨기

일베충 종북게이다 좌빨 종북게이다

나님 네 다음 일베충

일베충 네 다음 종북게이

나님 나님이 종북게이라는 lsquo근거rsquo가 있음 주장하는 사람이 근거

를 제시해야 한다는 lsquo입증책임의 원칙rsquo도 모름 이 논리 종범아

일베충 요시 그럼 넌 내가 일베충이라는 근거는 있盧

나님 너한테 한 말 아니라 걍 혼잣말 한건데 내 발화의 지시대상

이 너라는 근거는 있盧

일베충 나한테 한 얘기잖아 이 종북게이야

나님 ㅇㅇ 인정 니 생긴 게 일베충같아서 일베충이라고 한 거임

얼굴에 써 있음

일베충 소설쓰지마라 ㅋㅋ 팩트 모르盧 내가 일베충이라는 팩트

를 대라 팩트를

나님 요시 니가 일베충이라는 lsquo최선의 설명으로서의 추론rsquo이라는

가설을 세워서 추론한 거임 나한테 종북게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lsquo현

상rsquo을 설명하기 위해서 너가 일베충이라는 lsquo가설rsquo을 세워 봤는데

ldquo니가 바로 일베충rdquo이기 때문에 ldquo따라서 나한테 종북게이라는 딱지

를 붙이는 것이다rdquo라는 현상이 아주 훌륭하게 설명력을 지닌 가설추

론이 되는 거임 원래 가설은 아무렇게나 세우는게 lsquo가설rsquo임 가설은

반증 가능성이 있는 게 당연하다고 포퍼가 그랬음 가설을 통해서 과

학과 범죄수사가 발전했음 만일 니가 일베충이 아니라면 너가 경쟁

가설을 주장하던가 내 추론에 문제가 있음을 제시하면 됨 왜 일베충

이라고 해서 찔림 도둑이 제 발 저림 일베충도 일베충이라는 말 듣

기가 부끄러움 너 포퍼가 누군지는 암

68 69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일베충 일베한다고 해서 다 무슨 사이코패스에 고인드립치는 패륜

아 인 줄 아냐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범하지 마라

나님 ㅋㅋㅋ요시 사이코패스에 패륜아라는 건 lsquo니가 한 말rsquo이고

lsquo니 생각rsquo임 내가 언제 너보고 사이코패스에 패륜아라고 했음 난

그냥 너가 일베한다는 lsquo사실rsquo을 진술문으로 말했을 뿐임 아 몰랐

네 너 사이코패스에 패륜아임

일베충 (ㅇㅂㅇ) 지금 일베충이라고 비하하는 거임 일베충이라는

말 자체에 비하가 있다

나님 자기들도 일베충이라고 자조적으로 비하하면서helliphellip

일베충 인권 좋아하는 감성팔이 인권쟁이들이 왜 우리의 인권은

도외시하는 거냐 북한 인권 군인 인권 일베충 인권

나님 일베충이 사람임 사람이 아니므니다

일베충 일베충도 사람이다 왜 사람이 아니냐

나님 lsquo일베충rsquo이라는 말은 일베를 하는 벌레라는 내포를 갖고 있

음 따라서 ldquo일베충은 벌레이다rdquo는 진리값이 항상 참인 분석명제이자

항진명제임 이 무식한 일베충아 그런데 ldquo일베충은 사람이다rdquo라고

한다면 그건 앞의 주어인 lsquo일베충rsquo에 이미 내포되어 있는 벌레라는

걸 부정하는 모순이 되는거임 이건 마치 ldquo삼각형은 동그라미이다rdquo

ldquo여성은 인간이 아니다rdquo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모순율에 어긋나

는 것임

일베충 (ㅇㅂㅇ) 인권 좋아하는 인권쟁이들이 우리들한테 인권이

없다니 역시 좌빨들은 이중성 쩌네 ㅋㅋㅋ모순 쩐다 위선자들 ㅋㅋ

ㅋㅋㅋ

나님 일베충이 그런 내포를 갖게 된 것은 공론장에서의 니들 행패

를 보고 내포가 그렇게 정해진 거임 억울하면 다시 태어나셈 근데

니가 인권이 뭔지는 아냐 어디 그래 lsquo인권rsquo의 정의가 뭐라고 생각

일베충 (ㅇㅂㅇ) 그건사전에 나와있다 ldquo사람이라면 누구나 누려

야할 권리rdquohelliphellip

나님 그런데 너님들은 왜 lsquo여성rsquo lsquo전라도rsquo 이런 사람들의 인권을

부정하고 비하하는 거임

일베충 일베라고 다 패륜아냐 성급한 일반화 모르盧 논리적 근

거를 대라

70 71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나님 아~그럼 여름 중에도 시원한 날이 며칠 있으니까 여름은 안

더운 거겠네 ㅋㅋㅋ 일베충 논리 보소 ㅋㅋㅋㅋ 너 말대로 일베의

lsquo모든rsquo회원이 그런 건 아닐 수도 있음 그러나 대다수가 그런 lsquo성

향rsquo을 갖고 있다면 성급한 일반화가 아니라 강한 통계적 귀납논증이

되는 거임 실지로 얼마 전 일베 게시물들의 키워드를 분석한 프로그

램 통계에 의하면 일베 사이트의 핵심 키워드들은 사회의 대다수 사

람들의 통념과 반대되는 게 맞는데 이 연가시야 사례가 많을수록

귀납논증은 강화되는 거고 너가 일반화라면 그렇지 않은 일베 회원

들이 더 많음을 니가 귀납적으로 논증을 해야 논파가 되는 거임 따라

서 ldquo일베충들은 대부분 사회적 낙오자에 학교에선 아싸고 생긴 건

베트남 쌀국수에 집에서 진격의 거인이나 보면서 연애 한 번 못해

보는 싸이코패스인데 사회적 약자들에 화풀이한다rdquo는 건 굉장히 강

한 귀납논증이 성립되는 거임 (ㅋㅋㅋ)

일베충 우리가 사회적 낙오자에 약자들에게 분풀이 한다는 팩트를

대라 팩트의 일베다 우리는 사실만을 얘기한다

나님 니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lsquo팩트rsquo에 대해서 너님들은 얼마나

알고 있음 너님 혹시 lsquo팩트rsquo가 뭔지는 암 사실과 사건 사태의 차

이점이 뭐임

일베충 0a 0

나님 ldquo쟤 성형수술했대rdquo ldquo너 전과자라며rdquo ldquo나 저번 시험에서

백점 맞았다~^^rdquo ldquo우리 집 50평이다 ^^rdquo ldquo우리 아들이 이번에 반

에서 1등했대요 호호호rdquo 이 문장들은 전부다 lsquo사실rsquo을 얘기하고 있

지만 이건 사실을 얘기하는 lsquo진술문rsquo이 아니라 비하하거나 잘난척

하는 lsquo행위rsquo를 하고 있는 lsquo수행문rsquo임 따라서 너님들이 이야기하고

있는 lsquo사실rsquo은 사실 해석과 반응 맥락에 따라서 굉장히 유동적인

것임 이처럼 사실인 척 위장하고 있는 문장들은 lsquo기술주의적 오류

(destriptive fallcy)rsquo임 또한 사실은 lsquo사물rsquo이 아니라 사물들의 연관

이라고 비트겐슈타인이 말한 것처럼 사실은 사실을 인식하고 말하는

사람의 주관에 달려있는 거임

일베충 전라도가 폭도였고 한국여자들이 성형하고 명품 밝히는 건

팩트다 이 멍청한 좌좀아 홍어들은 한반도를 떠나야하고 여자들은

삼일한(삼일에 한번씩 패야한다는 일베 용어)이라는 거다

나님 한국여성들의 명품 구매비율이나 성형비율이 높다는 lsquo사

실rsquo과 여성들을 패야한다는 lsquo당위rsquo가 어떤 관련이 있음 사실에서

어떻게 당위를 도출함 ldquo저 사람은 흑인이다rdquo라는 사실에서 ldquo따라

서 저 사람을 인종차별해야 한다rdquo라는 당위가 도출됨 ldquo너는 여자

다rdquo라는 사실로부터 ldquo따라서 너는 정숙해야한다rdquo라는 당위 도출되

지 않는 것처럼 이것 역시 철학자 GE 무어가 말한 lsquo자연주의적 오

류rsquo임 그러나 ldquo쟤 일베한다 따라서 박멸해야 한다rdquo는 만고산천에

72 73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불변하는 진리 이데아임 어디까지나 이런 논리나 철학은 사람한테

만 적용되므니다 이 살인 진드기야

일베충 (ㅇㅂㅇ) 광주사태가 홍어들 폭도였다는 거 역시 lsquo팩트rsquo

를 말한 거다 총들고 사람 죽이고 그게 잘한 거냐 이 씹선비야

나님 광주사태가 lsquo민주화운동rsquo이였다는건 공론장에서 의사소통적

논변에 근거한 합의를 통해 그 내포에 대한 일의적(一意的) 의미가 정

해진 사안임 너 혼자 민주화라는 용어를 lsquo홍어들의 폭동rsquo으로 재정

의하는 것은 이미 어느정도 사회적으로 통용된 내포를 너 혼자 바꿔

쓰는 lsquo은밀한 재정의의 오류rsquo이면서 동시에 lsquo자의적middot설득적 정의rsquo

인 거임 ldquo동성애자는 항문섹스만을 즐겨하는 에이즈 보균자이며 하

나님 앞에 죄인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rdquo라는 말이 동성애자에 대한

합의된 정의임 자기 혼자 쓰는 정의지 그리고 너희가 비하하는 전

라도 사람들은 전부다 폭도라던가 한국여자들은 명품에 성형에 환장

했다거나 하는 설명이 과학적이거나 팩트에 가까움 오히려 감정적

인 편견에 지나지 않는거 아님 통계 자료는 있음 논거 부재의 오

류 인신공격의 오류 은밀한 재정의의 오류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온갖 오류들의 향연임 이 애미 애비가 교육을 잘못시켜서 그 따위로

된 가정 교육 못 받은 일베충아

일베충 (ㅇㅂㅇ) 아아아아아우오오 씹선비 김치녀 홍어 홍어

나님 반사 ^^

일베충 (ㅇㅂㅇ) 우워워워좌좀 종북 좌빨 슨상님

나님 굴절 ^^

일베충 크어어어억 오유충 삼일한 김치녀 종특

나님 라고 말하는 놈 친일파 ^^

일베충 쩔뚜기 운지 하라보지 종북게이

나님 라고 말하는 놈 평생 쏠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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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아 시와 신기현 신유아 신은재 신희권 아하 아침 아키오 안지환 양선화 양지혜

여문정 여옥 여은 여지우 염창근 오리 오성민오정록 오하린 오학준 우경환 우공

우완 우성섭 우지연 위양자 유은정 유현미 윤민순 윤정하 윤정화 윤지환 윤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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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영 이선옥 이세현 이승규 이연희 이영롱 이용석 이재환 이준규 이준호 이현우

이희진 임재성 임태훈 장대환 장미희 장샤론 장정혜 장현진 전기화 전길수 전범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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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의민 주관수 지은 진진 진현호 진흙 차명수 참새 채승우 최민아 최성진 타랑

편설란 하동기 하승우 한광주 한주훈 햄 홍수봉 홍수영 홍이 홍창욱 황명규 황예랑

2013년 5월1일 ~ 7월 31일

Page 13: 전쟁없는세상 소식지 38호(2013년 8월)

20 21기획기사

기획기사

오리 | 전쟁없는세상 사무국

우리는 흔히 lsquo데모rsquo하면 비민주적 정부권력(법률 조직 시스템)에

저항하는 것을 떠올린다 하지만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비

단 우리가 우리 손으로 선출한 사람(기관)들에 의한 것만은 아니다

최근 기업들에 의한 횡포는 훨씬 심각해지고 있다 건강 안전 경제

적 안보 삶의 존재 자체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기업에는 나

의 가족 친구들처럼 좋은 사람들도 많이 일하고 있다 또 모든 기업

들이 개인들의 삶을 짓밟고 이윤을 착취하는 것도 아니다 가끔 나름

의 기준과 사회에 대한 사명감을 가지고 기업 활동을 하는 회사도 뉴

스에서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정말 대다수의 기업과 기업의 총수

들은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개인들을 희생시키는 일을 서슴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대의 (초국적)기업은 어떤 인간보다도 어떤

어떻게 기업에 저항할 것인가

정부보다도 더 큰 권력을 가지고 있다 그들이 작동되는 규칙은 오로

지 하나 lsquo이윤rsquo이다 삼성은 아직도 발암물질 노출에 따른 직업병과

업무연관성을 적극적으로 부인하고 있고 비인도적인 무기인 확산탄

을 만드는 한화와 풍산은 자신들은 정부에서 시키는 일이니까 한다며

왜 자기들 가지고 난리냐고 한다 현대중공업은 돈만 된다면 팔레스

타인 가옥을 부수는 것쯤은 별다른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는 것 같다

사실 지금처럼 기업을 향한 우리들의 행동이 절실한 적이 없다 이

미 전 세계에서는 우리 시대의 골리앗에 맞서는 근사한 행동들이 이

어지고 있고 어떤 경우는 골리앗을 상대로 작지만 아주 의미 있는 다

윗의 승리를 거두는 경우도 있었다 기업에 저항하는 운동은 20세기

중반기부터 시작되어 최근 수 십 년 간 노동조합 환경 사회정의 소

비자운동의 시민단체들에 의해 정교해졌다 기업에 저항하는 운동의

목표는 다양한 전략과 전술을 통해 기업의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이나

관행을 고발하여 기업이 이러한 행동이나 관행을 고치도록 하는 것이

다 단체들과 개인 활동가들은 기업에 저항하는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벌여왔으며 어떤 캠페인들은 수년간 지속되었고 다양한 결과를 낳았

다 보이콧 주주총회 행동 기업이미지 공격(기업브랜드에 초점을 맞

춘 접근방식 대중매체 이용) 등이 주로 이용되었던 전략들이고 최근

에는 기업들이 점차 초국적화 됨에 따라 기업감시 기업윤리 등등 기

업 연구 및 감시에 초점을 맞춘 소위 전문 NGO가 등장하고 정책 혹

은 법을 바꾸거나 도입하는 운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22 23기획기사

이렇게 운동이 발전하면서 이에 대응하는 기업의 양상도 계속 발전

해 왔다는 것은 별로 놀라울 것도 없는 사실이다 이른바 당근과 채찍

전략이라고 할 수 있는데 기업에 비판적인 활동을 벌이는 활동가들에

게 고소 고발을 남발하면서 한 편으론 자선 구호 사업에 대한 기업

의 기부를 강조하고 나무심고 우물파고 텔레비전 버스 잡지 등을

통해 떠들썩하게 자사 홍보영상을 내보내는 것이다 이들은 고가의

컨설팅 금액을 내고 노조활동가들과 지역운동가들을 어떻게 하면 말

려죽일까 전략을 고안하고 있다

우리가 기업에 저항하는 캠페인을 할 때 생각할 것은

- 기업은 사람이 아니다 사물 법인체이다

- 기업은 사적 소유물이 아니다 사람(대중)에 의해 사람(대중)에

복무하도록 창조된 것이다

- 기업은 권리를 갖지 않는다 권리를 갖는 것은 사람이다 기업은

lsquo기업에 어떻게 저항할 것인가rsquo 워크샵에 모인 사람들

오로지 사람들이 부여한 특권만을 가질 뿐이며 시민들은 이것을 다시

뺏을 수 있다

기업에 대항하기 위한 전략은 크게 두 가지

첫째는 데모(행동)를 조직하는 것

- 목표를 구체화 하기 우리는 한꺼번에 모든 걸 변화시킬 수 없

다 우리가 먼저 변화시키려고 하는 것은 무엇인가

- 우리 편 늘리기 어떻게 우리에 대한 지지를 확장해 나갈 것인

- 전략 세우기 우리의 힘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행동 고르기

둘째는 비지니스와 시장을 위한 공공의 규칙을 만드는 것

- 비즈니스와 시장에의 개입이 정당화 될 때는 언제인가 우리의

기본적인 인권을 지키고자 할 때 우리의 지갑을 지키고자 할 때 우

리의 안전을 지키고자 할 때 환경을 지키고자 할 때 노동자의 권리

를 보호하고자 할 때 시장원리가 도입되어야 할 때와 말아야 할 때에

관한 제한을 두어야만 할 때

- 어떻게 각종 규제 조치 공공의 이익에 복무하려 하는 기업들

에 금융혜택 주기 소비자운동의 활성화를 통한 기업 감시 정부가 기

업 통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 경우 사법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다 민사책임 형사책임 사기업vs공기업 여전히 뜨거운 논쟁의 대

상이나 의료 상수도 등의 우리 삶에 기본적인 부분들의 공공화 주장

- 세계화의 도전 우리의 운동 역시 어떻게 세계화 할 것인가

24 25기획기사

구체적으로는

- 기업의 돈줄을 죄기 민영화 반대middot시스템의 재사회화 지지 보

이콧middot지역상품(중소기업상품) 구매하기 기업에 대한 세금감면middot공

적자금 지원middot보조금 지급 등에 저항하기

- 선거민주주의 시스템 이용하기 기업이 선거자금을 대지 못하

도록 공공조달하기 기업의 이해를 대변하는 양당정치에서 벗어나기

유권자들의 손에 직접적인 결정권을 주는 주민발의middot국민투표 기업

의 권리와 정의를 제한하기 기업을 비호하는 법 철폐하기 지역사회

및 지역정부를 상대로 기업의 권리를 제한할 수 있는 현지 법령 만들

- 조직에 대한 공격 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미디어를 민주화시키

기 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대학들을 민주화시키기 국제적 기업화에

저항하기

- 노동자의 권리 주 30시간 노동제 불안전노동 철폐 등

- 인간의 얼굴을 한 기업의 쌩얼 까발리기

제2차 물전쟁 벡텔 VS 볼리비아 민중

1997년 세계은행은 볼리비아 정부가 가장 큰 도시 두 곳(El Alto

La Paz와 the city of Cochabamba)의 공공수자원시스템을 민영화

한다는 조건으로 물 인프라 구축을 위한 추가적인 원조를 제공하겠

다고 통지 1999년 9월 단 하나의 입찰자만으로 비밀리에 진행된 경

매에서 볼리비아 정부는 코차밤바(Cochabamba)의 상수도를 캘리

포니아의 초국적 엔지니어링 기업인 벡텔(Bechtel)에게 넘김 몇 주

내에 벡텔은 수도세를 50 이상 인상하였고 이는 코차밤바 물반란

(Cochabamba Water Revolt)이라 알려진 전 도시 반대저항을 촉발시

킴 2000년 4월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고 군대가 17세 소년 빅

토르 휴고 다자(Victor Hugo Daza)를 죽이고 100명 이상이 다치자

코차밤바 시민들은 물러서지 않았고 벡텔은 볼리비아를 떠나야만 했

음 18개월 후 벡텔과 공동투자자인 스페인 아벤고아(Abengoa)은 볼

리비아를 상대로 5000만 달러(한화 약 560억 원) 상당의 소송을 제

기 이후 4년 간 벡텔과 아벤고아는 계속되는 데모와 기업 이미지의

실추 5개 대륙으로부터 가해지는 공공의 요구 때문에 소송을 취하해

야만 했음 2006년 1월 19일 벡텔과 아벤고아의 대표단은 볼리비아

로 와서 2볼리비아노(한화 약 340원)의 일부지급으로 소송을 취하한

다는 합의서에 서명

캠페인의 당면한 목표는 간단 볼리비아 물소비자들이 벡텔에 수백

만 달러를 결제하도록 하지 않는 것 이것은 전략적 측면에서 애시당

초 벡텔-볼리비아 소송을 있게 한 세계은행의 정책 및 투자기관의 부

정의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것과 lsquo벡텔에 대항하는 투쟁을 이끈 그

룹rsquo(Coordinadora de Defensa del Agua y de la Vida)에 대한 지원

과 같은 더 넓은 목표를 포함하는 것 초기에 캠페인은 세계은행 재

판소에서 승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함 lsquo우리는 여론의 재

26 27기획기사

판소로 장소를 바꾸는 전략적 결정을 내렸다 NGO와 사회운동으로

서의 우리가 벡텔보다 더 큰 권력을 같는 곳이다 우리의 목표는 벡텔

이 항복하도록 설득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성공할 가능성이 더 많은

방법일 뿐만 아니라 성공하기에 더 나은 방법이었다 이것은 다른 많

은 기업들에 어떤 메시지를 전달한다 비록 너희가 세계은행의 재판

소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또 다른 전쟁을 준비하게 될

테니rsquo 벡텔과 같은 회사를 위한 규칙이 존재하는 재판소 대신 캠페

인은 결과에 대해 적은 통제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회사를 밀어 넣

은 셈 그 다음 단계는 소송을 계속 진행할지 포기할 지를 결정할 수

있는 회사의 의사결정자들을 알아보는 것 벡텔사는 네슬레나 나이

키 제너럴 일렉트릭과 다르게 보이콧을 할 수 있는 소비상품을 만들

지 않았음 비상장 회사이기 때문에 압력을 넣을 투자자도 존재하지

않음 그래서 캠페인은 CEO이자 회사 창업자의 증손자인 일리 벡텔

(Riley Bechtel)에게 초점을 맞추게 됨 캠페이너들은 그의 개인 메일

에 엄청난 양의 항의메일을 보내고 잡지 등을 통해 찾아낸 정보로 개

인으로서 그에 대한 프로필을 작성함 나중에 캠페인은 이 전략이 꽤

나 효과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됨 lsquo2볼리비아노에 사건을 합의보고

난 후 볼리비아 협상가가 얘기하기를 Riley Bechtel이 소송을 취하도

록 개인적으로 개입했다고 말했다rsquo

EOn의 스위치를 끄다 영국의 새로운 화석에너지에 대항한 투쟁

2006년 독일 에너지기업인 EOn은 새로운 화력발전소로 잉글랜

드 남동쪽 킹스노스(Kingsnorth) 화력발전소를 대체한다는 계획을

발표 2012년 건설을 시작해서 2015년 완공한다는 계획 기업의 타

이밍은 별로 좋지 않았는데 영국에서 풀뿌리 기후변화 운동이 빠르

게 성장하고 있었고 석탄을 태우는 새로운 거대한 시설은 그들이 영

국의 미래 에너지를 생각할 때 별로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았던 것 킹

스노스는 화력발전소에 대항하는 캠페인의 상징이 되었음 풀뿌리그

룹과 NGO들은 2년간의 캠페인을 벌임 캠페이너들은 온라인 선언

에서부터 대규모 시민불복종까지 다양한 행동들을 했고 어떤 행동에

서는 발전소를 완전히 폐쇄시키기도 하였음 2009년 말로 향하던 시

점 EOn은 Kingsnorth 발전소에 대한 계획을 보류하겠다 발표 영

국 정부는 lsquo이산화탄소 포집middot저장(전망이 밝은 미래 기술이나 현재

가동 중인 어떤 발전소에서도 성공적으로 이행된 적이 없음)rsquo 없이는

새로운 화력발전소 개발을 승인하지 않겠다고 발표

Kingsnorth 발전소의 확장을 막는 것은 핵심적이고 즉각적인 캠페

인의 목표 급속히 설장하고 있는 기후변화 운동과 기후변화에 대한

대중의 우려라는 맥락에서 Kingsnorth 캠페인은 또한 EOn과 같은

기업들이 벌어들이는 이윤이 바로 기후변화의 값을 치르는 것이라는

점을 부각시킴 캠페인은 기업을 직접적으로 상대한 대중 행동을 조

직했으나 영국 정부 또한 이차적인 목표였음 이 캠페인은 영국의 석

28 29기획기사

탄과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을 바꾸도록 하는 보다 커다

란 노력의 일부 또한 캠페인을 준비 중인 다른 화력발전소들이 더 있

었음 따라서 캠페인은 Kingsnorth 발전소가 지어지는 것을 막는 것

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프로젝트들도 더 이상 실행되지 못하게 하는

환경 관련 정책을 변화시키는 것이기도 했음 국가적인 에너지정책

에 더해 정부는 EOn의 계획을 승인하거나 거부할 권한을 갖고 있었

음 그리고 국가는 또한 영국에 lsquo이산화탄소 포집middot저장rsquo 시설을 짓

기 위해 에너지기업에 기금을 댈 수백만 달러 경쟁(EOn도 지원)을

담당하고 있기도 함 캠페인은 EOn의 계획에 대한 대중적인 반대를

구축하고 입증하는 운동의 중심 Camp for Climate Action이 그 시

기 내걸었던 것처럼 lsquo우리는 Kingsnorth 발전소의 건설을 중단시켜

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영국의 새로운 화력발전소를 중단시켜야 한

다 이것은 EOn을 중단시켜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들의 브랜드를

공략하라 그들의 작업을 방해하라 그리고 그들의 공급망을 겨냥하

라 우리는 EOn이 어디에서 활동하건 그들과 마주해야 한다rsquo 사

전 대책을 강구해 회사와 맞서는 것 이외에도 활동가들은 FA컵에 대

한 EOn의 스폰서쉽 대학에서 학생들을 모집하려는 EOn의 노력

Kingsnorth 발전소에 대한 여론을 환기하기 위해 가디언이 주최하는

기후변화회의에 대한 스폰서쉽 등 현존하는 기회들을 활용함

위 사례들은 lsquoThe Democracy Centerrsquo의 기업 캠페이너들을 위한 자료집 lsquoBeating Goliathrsquo의 자료 중 일부를 번역한 것임

이 글은 lsquo기업에 어떻게 저항할 것인가rsquo 워크숍에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황필규 변호사가 발표한 글과 내용을 정리한 글입니다

기획기사

1 인권의 초국가성과 다국적 기업

인권에 대해서 우리는 초국가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 인권은 네 가

지 측면에서 초국가적인 성격을 띤다

① 이슈의 초국가성 이주 난민 및 인신매매(국경과 국적이 한 국

가에 국한되지 않음) 다국적기업(활동 공간과 관련 주체) 등

② 구제수단의 초국가성 국내 구제절차 및 유엔인권기구 기타 국

제 인권기준에 입각한 구제 메커니즘 (유엔인권이사회 유엔인권조약

용석 | 전쟁없는세상 운영위원

기업의 인권 침해에 대응하기-법제도와 국제규약을 바탕으로

30 31기획기사

기구 OECD 다국적기업에 관한 가이드라인 등)

③ 인권 자체의 초국가성 국내아시아 법제 개선 및 소송 등에서

국제비교국내 인권법 연구조사의 필요성

④ 인권운동의 초국가성 국내아시아 공통 인권 이슈에 대한 공

동 대응 및 상호작용의 필요성

다국적 기업에 의한 인권 침해는 주로 가난한 나라들에서 일어나고

있다 다국적 기업의 공장이 있는 나라들은 대부분 국가의 기능이 약

하고 자원은 풍부하지만 독재자가 권력을 쥐고 있거나 무력충돌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국가 내 사법 시스템으로

인권 침해를 구제하기는 매우 어렵다

다국적 기업들이 일으키는 인권 문제는 노동 3권 무시 환경파괴

부정부패 강제(아동)노동 선주민의 권리 박탈 등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다국적 기업에게 국제인권기준을 강제할 국

제적 메커니즘은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다국적 기업과 해외 한국기

업의 현지 인권침해와 이에 대한 대응의 문제도 국내법 외국법 국제

사법 국제법 혹은 국제기준 등 모든 국내외 법제도가 적용되어야 하

고 국제적인 공동 활동이 필요한 전형적인 초국가적 인권 문제다

이 글에서는 인권의 초국가성을 바탕으로 다국적 기업에 의한 인

권침해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국내법과 국제법을 통한 방법들을 살펴

보고자 한다

2 국내 법제도의 활용

국내에서 다국적 기업이나 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저지른 인권

침해에 대응해서 취할 수 있는 법제도적인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

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는 것과 해당 기업에 대해서 민사적으로

책임을 묻는 것 그리고 형사적인 책임을 묻는 것이다

국가인권위 진정을 활용한 사례는 버마에서 가스개발사업 중에 한

국가스공사와 대우인터내셔널사의 인권침해에 대해 인권단체들이 국

가인권위에 진정한 사례(2008417)가 대표적이다

민사적인 책임은 그 기업이 연락사무소 혹은 지점일 때와 합작회

사거나 현지 법인일 때 대응 방식이 달라진다 연락사무소나 지점일

경우는 민사 소송을 하더라도 국제사법 절차에 따르지만 현지 법인

이나 합작회사일 경우에는 민법이 적용된다

인권침해를 한 기업이 다국적 기업의 현지 법인일 경우 현지 법인

은 법적으로 독립된 법인격이기 때문에 현지 법인의 잘못을 본사에

물을 수 없는 것이 법에서 원칙이지만 일정한 요건들을 충족시키면

본사에 민법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기업에 형사적인 책임을 묻는 일에 대해 살펴보자 형법 2조를 보

면 ldquo본법은 대한민국영역 내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과 외국인에게 적

용한다rdquo고 규정하여 속지주의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한편 형법

제3조는 ldquo본법은 대한민국영역 외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에게 적용한

32 33기획기사

다rdquo고 규정하여 속인주의를 보충적으로 채택하고 있다 속인주의로

접근하면 외국에서 인권침해 범죄를 저지른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을

형법으로 처리하기 쉬울 거 같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3 국제적 대응

OECD 다국적기업가이드라인(OECD Guidelines for Multinational

Enterprises)과 국내연락사무소(National Contact Point NCP) 이

의제기

OECD는 1976년 다국적 기업의 인권침해를 비롯한 비윤리적 활동

을 예방하고 침해에 대한 해결기준을 마련하기 위하여 lsquoOECD 다국

적기업 가이드라인rsquo을 제정한바 있다 이 가이드라인은 2001년 4차

개정시 다국적기업의 인권침해 등의 비윤리적 활동을 해결하기 위한

절차로서 이 가이드라인 승인국에 국내연락사무소(NCP National

Contact Point)를 두게 하였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 정부는 당시 산

업자원부 차관(현 지식경제부 제2차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외국인투

자실무위원회를 한국의 국내연락사무소로 지정하고 사무국을 산업

자원부 투자정책과(현 산업통상자원부 투자정책과)로 지정하였다

OECD 가이드라인은 제1부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 (개념 및 원칙

일반정책 정보공개 인권 고용 및 노사관계 환경 뇌물방지 소비

자 이익 과학 및 기술 경쟁 조세) 제2부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

이행절차(OECD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에 대한 이사회의 결정 절

차지침 이행절차에 관한 주석)으로 구성되어 있다 2011년 개정된

가이드라인은 인권에 관해 별도의 장을 두고 국제적으로 인정된 인권

프레임워크에 관한 소개 기업의 인권 존중 책임 국내법적 의무 등

인권에 관한 역할을 총 6가지로 규정하고 있다 이 개정된 가이드라

인은 유엔인권이사회의 기업과 인권 프레임워크 (보호 존중 구제)를

통합하고 세계인권선언 및 자유권middot사회권 규약 노동자 기본권에

관한 ILO 선언에서 설정한 권리를 존중할 것을 포괄적으로 천명하였

고 기업의 책임범주를 고용 및 노사관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공급

망(supply chain)을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에 관한 기업의 상당주의

의무(due diligence)를 강조하고 있다

lsquo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rsquo은 국내연락사무소의 활동을 위

한 핵심기준으로 기업계 노동계 NGO를 포함한 다른 이해당사자들

에게 가이드라인의 이행 및 국내연락사무소와 연관된 시설의 이용과

가이드라인을 홍보하도록 하는 가시성(Visibility) 이해관계자들의

접근을 촉진하도록 하는 접근용이성(Accessibility) 연락사무소 활동

결과의 대내외 공개를 뜻하는 투명성(Transparency) 일반대중이 연

락사무소에 관심을 갖을 수 있도록 그 소개를 적극적으로 해야 할 책

임성(Accountability)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연락사무소로

지정된 외국인투자실무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이 OECD 다국적기업 가

34 35기획기사

이드라인이 제시하는 핵심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형식적으로 운영

됨으로써 실제로 다국적 기업에 의한 인권침해를 예방하거나 구제하

는 역할을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유엔인권메커니즘 대응

유엔인권권고는 실체적인 측면에서 국내법적 효력을 가지는 국제

인권법에 근거한다 헌법에 의하여 체결middot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 따라서 유엔헌장

한국이 가입한 유엔인권조약 기타 인권 관련 조약 등과 관련 국제관

습법은 국내에서 직접적인 법적 효력을 가진다 따라서 이러한 국제

인권법은 인권과 관련하여 입법 사법 행정의 법적 근거가 되고 경

우에 따라서는 국내법을 해석하는 기준이 되거나 보완하는 역할을 수

행할 수도 있다1 예컨대 기존 법률 혹은 새로운 법률은 국제인권법과

배치되지 않도록 심사되고 국제인권법은 구체적인 재판규범으로 적

용된다 행정의 경우 국제인권법은 모든 행정작용의 기초가 될 뿐만

아니라 행정주체 혹은 공무원이 이를 어겼을 경우 국가배상 직무유

기 성실의무 위반 등 민형사상 책임과 법적 징계로 이어지게 된다

유엔인권권고는 절차적인 측면에서도 국내법적 효력을 가지는 국

1 황필규 ldquo국제인권기준에 비추어 본 한국 인권현실 유엔인권이사회 국가별 인권상황 정례검토 NGO보고서와 정부보고서 초안의 비교평가를 중심으로rdquo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법률가위원회 『2008년 제1차 인권세미나 국제인권현안과 국제인권법』 (2008 3 22) pp 1-2

제인권법에 근거한다 유엔인권이사회의 국가별 인권상황 정기검토

(UPR)와 특별절차의 경우 국내법적 효력을 가지는 유엔헌장 명문의

규정과 법적 기구인 유엔총회의 결의 등에 기초하고 있다 한편 인권

조약과 관련된 권고의 경우 권고의 주체인 조약기구의 구성과 임무

가 조약상 명문으로 규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그 권고가 이루어지

는 절차에 대하여도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다 따라서 국가보고서가

제출되고 유엔인권권고가 이루어지는 절차는 법률에 근거한 법적 절

차라고 볼 수 있다 유엔인권기구의 권고는 그 권고가 실체적middot절차

적 측면에서 국내에서 법적 구속력을 갖는 국제인권법의 명문의 규정

에 근거한다는 점에 비추어 곧바로 국내에서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

고 보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국내법과 명백히 배치되지 않는 한 충분

히 존중되고 그 취지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국내적으로 해석middot

적용되어야 한다2

유엔인권권고는 실체법middot절차법적으로 법률에 기초한 권고라는 점

외에도 lsquo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rsquo을 목적으로 하

는 헌법의 국제 협력 정신을 존중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국내적으로

이행되어야 한다 헌법재판소도 이러한 취지에서 유엔인권권고에 대

하여 설사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권고의 수용 권고의 이행 혹은

이행 노력의 약속은 국제법적으로는 조약에 의한 의무부담의 의사표

2 황필규 ldquo외국인의 인권과 차별금지rdquo 『인권과 정의』 제365호 (대한변호사협회 2007 1) p 49

36 37기획기사

시일 수 있다 유효한 모든 조약은 그 당사국을 구속하며 또한 당사국

에 의하여 성실하게 이행되어야 한다 어느 당사국도 조약의 불이행

에 대한 정당화의 방법으로 그 국내법 규정을 원용해서는 아니 된다

한편 이러한 약속은 국내법적으로는 법적 기관의 권고에 대한 의무부

담의 의사표시로서 행정작용의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비록 유엔인권

권고 자체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행정상 의사

표시에는 신뢰보호 원칙의 적용가능성 등 법적인 효과가 발생하게 된

다고 보아야 한다 한편 유엔인권권고가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등에

반영되는 경우 이는 행정계획의 일부로서의 법적 성질을 가지게 된

기획기사

기업과 국가는 다르다 둘의 가장 큰 차이는 그것의 주인이 누구이

냐 하는 데 있다 민주주의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다 비록 국가기구

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자는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을 장악한 소수의

엘리트일지 몰라도 적어도 헌법상 국가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렇다면 기업의 주인은 누구인가 주주 이사회 최고경영자

(CEO) 아니면 노동자 법적으로 주식회사의 주인은 회사 주식을 보

유한 주주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최고경영자나 이사회가 주주와 기

업을 지배하기도 한다 기업이 협동조합의 형태로 운영되거나 노조가

기업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 어쨌든 변함없는 사실

은 국가와 달리 기업의 주인은 아주 한정된 집단이라는 것이다

지우 | 전쟁없는세상 운영위원

기업에 저항하는 국내외 운동의 사례들

38 39기획기사

국정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물론 여기에도 lsquo시민권자rsquo라는 자

격 조건이 붙지만) 필요하다면 국가기관에 정보공개를 청구할 수도

있다 반면에 기업의 경영권은 외부자에게 불가침의 영역이며 기업에

관한 정보는 대부분 법에 의해 보호받는 lsquo보안사항rsquo이다 따라서 기

업에 저항하는 운동은 국가를 상대로 할 때와 다를 수밖에 없다 이

글에서는 국내외의 몇 가지 사례를 중심으로 기업에 저항하는 운동의

구체적인 방법들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소개할 것은 lsquo경제개

혁연대(구 참여연대 경제개혁

센터)rsquo의 소액주주운동이다

소액주주란 그 자체로는 중대

한 의사결정권을 갖기 어려울

만큼 낮은 지분의 주식을 소

유한 투자자를 의미한다 소액

주주운동은 취지는 대주주의 자의적인 경영을 감시해 투명하고 책임

있는 경영을 실현하는 데 있다 경영진의 불법행위에 대한 민middot형사

소송과 정부의 재벌middot금융정책에 대한 감시와 입법운동이 소액주주

운동의 주요 수단이다 1997년 제일은행을 시작으로 전개된 소액주

주운동은 삼성전자 SK텔레콤 현대중공업 등 핵심 재벌기업들을 상

대로 한 운동으로 발전해왔다

소액주주운동이 반드시 주주의 권익보호와 기업지배구조 개선만

경제개혁연대의 소액주주 운동

을 목적으로 할 필요는 없다 기업의 목적이 아무리 이윤 배당의 극대

화에 있다지만 그것이 주주들이 추구하는 가치의 전부는 아닐 것이

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소액주주운동은 보다 광범위한 사회적middot정치

적 운동의 수단으로 확대될 여지가 있다 미국의 사회운동가 알린스

키(Saul Alinsky)는 이러한 방법을 lsquo위임장 전술(proxy tactic)rsquo이라

고 불렀다 고용상의 차별철폐와 같은 공익이 이윤 극대화보다 더 중

요한 가치라고 여긴 주주들은 주주총회에서 자신의 주주권을 활동가

들에게 기꺼이 위임했고 이 전술은 1960년대 미국의 사회운동에 큰

획을 그었다

이처럼 기업의 직접적 이해관계자 혹은 내부자라 할지라도 사적인

이해관계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이와 관련하여 반도체 노동자

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lsquo반올림rsquo의 사례를 주목할 만하다 반도체

산업의 공정과 거기에 사용되는 물질 등은 기업의 내부정보인 데다가

전문 분야의 지식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활동가들이 사안에 접근하기

가 쉽지 않다 그래서 내부 조력자들의 제보가 운동이 큰 역할을 했다

고 한다 기업공시가 기업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공식

창구인 상황에서 내부 고발은 기업 감시의 없어서는 안 될 수단이다

lsquo좋은기업센터rsquo는 기업공시와 내부자 제보 외에도 지속가능성보고

서를 통해 기업을 감시하고 있다 지속가능성보고서란 기업이 지속가

능경영의 3대 축이라고 불리는 경제middot사회middot환경 분야의 지표를 공

개하는 보고서이다 기업공시처럼 의무화된 것은 아니지만 많은 대기

40 41기획기사

업이 국제 기준과 가이드라인에 따라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그중 가

장 널리 사용되는 기준이 글로벌 보고 계획(GRI)이다 운동은 지속가

능성보고서의 정보를 가지고 기업에 압력에 가할 수 있으며 보고서

에 누락된 사항이 있으면 이에 대한 설명을 요구할 수 있다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 관한 활동에는 어떤 게 있을까 lsquo국제

민주연대rsquo는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에 진출한 기업들의 노

동착취와 자원개발 문제에 관해 활동하고 있다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 대한 대응이 특히 어려운 이유는 기업과 정부 모두가 관심

이 없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대기업에나 적용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나마도 병원이나 학교를 지어주는 정도로

무마하려고 한다 한국 정부는 현지 주민과 노동자의 인권보다 자국

기업인의 이익 보호를 우선시하며 노조 탄압과 같은 문제는 해당 국

가에 떠넘긴다 관할권과 비용 문제 등으로 인해 사법 대응도 어렵다

하지만 해당 국가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기에 현지인들은 한국에서

의 연대를 절실히 요구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안은 지역적middot국제적

차원의 연대를 구축하여 해당 기업에 압력을 가하는 것이다 이는 외

국 정부나 국제기구의 힘을 빌린 것일 수도 있고 순수하게 비제도적

인 것일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상징적 시위나 보이콧과 같은 비

제도적 수단이 법적middot제도적 수단보다 효과적일 때도 있다 국가든

기업이든 권력의 궁극적 원천은 피지배민중에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고유한 경영권도 민중의 힘 앞에서는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

초국적기업의 횡포가 갈수록 심해지고 기업에 저항해야 할 사안이

점점 많아지는 상황에서 위와 같은 사례들과 방법에 대한 더 많은 연

구가 요구된다 한편 한국 사회는 기업에 대한 인식이 유달리 우호적

이고 기업에 저항하는 운동도 아직 대중에 친숙하지 않아 이에 대한

반발이 만만찮고 행동을 실행에 옮겼을 때 오히려 역효과가 나기도

한다 따라서 기업에 저항하는 국내외 운동의 사례들을 발굴하는 것

과 동시에 어떻게 하면 이러한 방법이 한국 사회에서 더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겠다

42 43리뷰-서평

리뷰-서평

양똘 | 출판노동자 + 전쟁없는세상 후원회원

lsquo실패rsquo를 함께 읽는 일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제목이다

나는 아나키스트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lsquo고백rsquo에 대해서는 좀 안다 제목에서

부터 알아챘어야 했는데 별 생각 없이

펼친 게 잘못이다 어떤 고백은 후회와

맞닿아 있다 하는 사람도 그렇지만 듣

는 사람에게도 그렇다 듣고 나서 후회

하는 고백들 듣지 말았어야 했는지도

모르는 이 책이 나한테 그랬다 아나키

스트에 대해 알기도 전에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부터 들어버렸고

나는 이제 아나키즘이라는 말을 들으면 반사적으로 이 고백이 생각날

것이다 고백은 처참했다 대단히 비극적인 드라마로서가 아니라 무

엇보다 비어 있어서 처참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나키즘에 대한 바

탕 지식이 있었다면 어려운 책들을 좀 읽어두었더라면 이 이야기가

다르게 읽혔을까 읽으면서 울 수도 있었을까 모르겠다 하지만 아

나키즘이라는 거대한 이념에 대해 알기 전에 어느 아나키스트 한 명

의 삶을 먼저 안다는 것 그 삶을 그럴듯한 평전이 아니라 허울 없는

자전적 만화로 lsquo고백 받는rsquo다는 것은 꽤 멋진 일이다 내가 만화 장

르에서 얻고자 하는 것은 주로 그런 부분이다 장황한 말들 삶을 포

장하려는 언어적인 관습들이 어느 정도 걷어내진 자리에 들어차는 것

은 침묵이다 침묵에서 고요한 진실을 읽어내는 것이 독자의 몫이고

이 만화도 역시나 그렇다 하는 얘기보다 안 하는 얘기가 훨씬 많다

서두가 왜 이렇게 주절주절 긴가 하면 이 책에 대해 서평이라고 쓸

만한 게 사실 별로 없기 때문이다 나도 고백을 좀 하고 가자면 독자

가 읽고 싶게 만들 만한 감상을 쓸 자신이 없다 하지만 느낀 것은 좀

있다 그 느낀 것이 너무 처량 맞은데 그게 또 lsquo진실rsquo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어 아이구 어떻게 되겠지 하고 시작한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안토니오 작가인 안토니오의 아들이 아버지의

수기를 보고 재구성한 형식인데 1인칭 시점을 택해 안토니오의 목소

리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그러니까 이것은 안토니오의 고백이면서

동시에 그의 고백이 아니기도 하다 안토니오 자신이었다면 이러한

자기 삶을 출판의 형태로 대중들에게 보일 수 없었을 거라고 짐작해

본다 자기 존재를 증명하려는 노력이 도리어 자기 존재를 부정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그는 아나키스트였지만 아나키스트의 고

44 45리뷰-서평

백은 그가 아나키스트가 아니었다고 말하고 있다 또는 아나키스트

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또는 모든 인간이 아나키스트라고

실제 그의 진심은 잘 모르겠다 이야기에서 lsquo나rsquo라고 하는 인물은

lsquo나rsquo가 아닌 것 같았기 때문에 그에게 물어볼 수도 없었다 이야기

내내 lsquo나rsquo가 lsquo나rsquo와 거리를 두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이것은 애초

설정 아들이 아버지 얘기를 대신 하고 있다는 전제를 잊어버리고 몰

입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진실로 lsquo나rsquo가 하는 얘기를 듣고 싶었다

그걸 기대하며 계속 읽어 나갔다

그렇다고 작가가 잘못했다는 것은 아니다 작가는 아버지를 lsquo나rsquo로

삼아 이 이야기를 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아버지는 요양시설에 갇

혀 있다가 자살을 했다 한번은 아들에게 죽여달라고 말한 적도 있다

아버지가 스스로 4층에서 뛰어내린 뒤에 아들은 아버지를 살려내야

만 했다 아버지의 구십 평생을 재구성한 이야기로 아버지가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아들로서 그렇게 해야 했을 것이다

아나키즘에 대해 몰라도 그것이 국가의 강제력을 원천부정 하는

것이고 막 혁명혁명 하는 것이고 짱돌을 들고 돌격하는 것이고 하

여튼 뭐 되게 센 거 라는 인상은 있었다 그런데 안토니오의 성격이

나 실제 삶은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땅을 늘리고 지켜내는 일

에만 관심이 있으며 폭력적이기까지 한 아버지와 형제들 사이에서 억

눌려 자랐다 지금 처한 곳이 지긋지긋하고 바보 같고 떠나고 싶었지

만 그래서 용감하게 시도도 했지만 실패했다 실패는 실패로 끝나지

않고 더 큰 것을 앗아갔다 유일한 친구의 죽음이 그것이었다 이러한

패턴의 실패는 그의 인생 전체에서 반복된다 혁명에 가담하고 lsquo납탄

동맹rsquo이라고 이름 붙인 동지들을 만나지만 혁명의 길은 실재하는 것

이기는 한지 아스라이 멀 뿐이고 가까이 잡히는 것은 오로지 동지의

죽음뿐이다 ldquo내 나이는 스물아홉이었다 청춘은 다 지났고 패배하

고 말았다는 자괴감이 들었다 당연하겠지만rdquo 스페인 피난민 행

렬에 끼어 프랑스의 생-시프리앵 해변으로 가면서 안토니오가 하는

생각이다 이때만 해도 나는 잠깐 힘을 냈다 이제 뭔가 반전이 펼쳐

지겠지 원래 해가 뜨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고들 하잖아 나 또한 지

금 스물아홉이고 청춘이 다 지났다는 그게 무엇인지 미처 먹어보지

도 못했다는 자각에 시달리고 있는 중이다 패배로 말할 것 같으면

그냥 맨날 하는 중이다 노동조합 활동이 그렇고 사람들과의 관계

일상생활 자아실현 거의 모든 면에서 그렇다 그래서 난 더더욱 저

구절에 희망을 걸었다 이제 진짜 아나키스트의 삶이 펼쳐지지 않겠

는가 그래야 이야기가 되지 않겠어

이 책은 자기계발서가 아니다 그 뒤로 펼쳐진 것은 전하고 비슷하

면서 동시에 전보다 더했다 갇혀 있다가 도망치고 다시 다른 곳에

갇히고 도망치고 그러는 사이사이 좋은 사람을 만나고 잃고 잃고

하는 식이었다 아 안토니오의 삶을 이렇게 간추려버리는 것이 정말

미안하다 근데 사실이 그렇다

해변에서 난민처럼 살다가 도망쳐 어느 농장에 강제로 보내진 안토

니오는 그 마을에서 자기 나이의 반도 안 되는 망아지 같은 여자애와

배가 맞아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안토니오는 이 시절이야말로 자기

46 47리뷰-서평

인생에서 가장 즐거웠던 시절이라고 단언한다 무려 lsquo행복rsquo이라는

낱말까지 써가면서 혁명의 이상과 가장 먼 곳에서 가장 행복했다는

것이 아니 그때만 유일하게 행복했다는 것이 뼈아프다 아마 그게 진

실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중반을 넘어가면서부터 lsquo추락rsquo은 본격화된다 그가 lsquo납

탄 동맹rsquo의 든든한 동지를 따라 lsquo사업rsquo에 발을 들이게 되기 때문이

다 돈이 엮이면 어떻게 흐르게 되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너무

지겹게 잘 알고 있다 그런 걸 이 만화에서까지 보고 싶지 않았는데

어쨌든 뛰어넘을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작가는 성실히 쓰고 있다

ldquo살아남으려면 체제에 맹목적으로 순응해야만 했다 단순히 지난

날의 이상을 버리면 되는 게 아니라 열렬한 신봉자가 되어야만 한다

는 것이다rdquo 세상을 뒤집어엎겠다는 큰 꿈만 버리고 lsquo보통rsquo으로 살

아가는 것은 가능하지 않았다 변절한 옛 동지들한테 뭐라고 할 것도

없이 안토니오는 속수무책으로 타락해간다 권력의 뒤통수를 치면서

자기가 권력을 꿰차고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를 두고 다른 욕망을 탐

하고 그러다 결국 자기도 뒤통수를 맞고 거지 신세가 된다 전복이니

혁명이니 하는 것은 꿈에서조차 등장하지 않고 lsquo속박rsquo을 견디지 못

하는 습성만 그놈의 lsquo아나키스트적인rsquo 것으로 남아서 그와 주변을 괴

롭힐 뿐이다

아 책이 채 반에 반도 남지 않았는데 안토니오는 예순 살이 되어

있었다 lsquo왕년에 혁명깨나 했지만 지금은 추한 빈털터리가 되어 아내

와도 끝내고 요양시설에 굴러들어온rsquo 예순 살이다 lsquo보통rsquo보다 못한

예순 살 나는 짜증이 나서 울고 싶었고 그만 읽을 뻔했다 하지만 끝

까지 읽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의 인생에서 마지막이자 유일한

lsquo승리rsquo는 그 뒤에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 승리가 자기 가슴에 붙어

실제로 내장을 갉아먹는 두더지를 떼어내버린 뒤에 스스로 스스로

의 죽음을 실행하는 것뿐이었다고 해도 그 과정을 꼭 지켜봐주었어

야 했다 왜냐하면 남 얘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오래전에 스페인

에서 살았다는 안토니오가 아무것도 개인을 억누르지 않는 자유로운

세상을 꿈꿨던 안토니오라는 사람이 대단하거나 멀게 느껴지지 않는

다 오히려 내가 내일도 마주치게 될 익숙한 사람들 중에 그 지친 얼

굴 하나하나에 안토니오가 보일 것 같다

제목에 속았다고 느꼈다 그런데 다 읽고 보니 작가는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 오히려 시작부터 진실을 말했다

ldquo그리고 또한 그분의 추락이 몇 초밖에 걸리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90년이라는 긴 시간이었다는 사실도 말이

다rdquo

이것은 lsquo추락rsquo에 관한 이야기라고 작가는 이미 알려주고 시작한

것이다 이것은 끝도 없는 추락의 이야기 이상을 가진 인간으로 태

어나서 실패하고 죽어간 이야기다 다시 말하지만 이 실패는 우리

모두가 나눠 먹고 있는 그 실패다 여기서 우리란 물론 우리 편을 말

한다 안토니오의 실패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 자기 가슴을

48 49기획연재-게임과 평화

뜯어먹는 두더지를 꿈에도 본 일이 없는 사람들 이 책이 음란하다고

lsquo청소년 유해매체rsquo 딱지를 붙인 사람들까지 말하는 것은 아니다 적

어도 lsquo우리rsquo는 안토니오라는 아나키스트의 아니 한 인간의 실패담

을 처음부터 끝까지 묵묵히 읽어갈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에도 불구하고 진짜 안토니오의 진짜 진실은

언제까지나 미지수로 남는다 그렇게 남겨야 한다 아무도 모르고 몰

라야만 하는 진실을 하나씩 가지고 있는 것이야말로 그가 그토록 되

고자 열망했던 lsquo개인rsquo일 것이기 때문이다 지우 | 전쟁없는세상 운영위원

게임을 통해 평화를 만드는 게 과연 가능할까 이 물음에 대한 답

을 대신하여 한 가지 게임을 소개하고자 한다

lsquo세계평화게임(World Peace Game)rsquo은 미국의 공립 초등학교 교

사 존 헌터(John Hunter)가 만든 대화형 게임이다 헌터는 1978년에

이 게임의 원형을 처음 만들었고 지금까지 세계를 돌아다니며 게임을

주최하고 있다 그의 활동은 lsquo세계평화와 4학년의 업적(World Peace

and Other 4th-Grade Achievements)rsquo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헌터는 2012년에 타임지가 선정한 교육

운동가 12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세계평화게임은 가로middot세로middot높이 4피트 크기의 4층짜리 아크릴

기획연재-게임과 평화

세계평화게임

50 51기획연재-게임과 평화

구조에서 진행되며 각 층은 바깥 우주와 대기 지표 해저를 상징한

다 거기에 경제력과 군사력이 서로 다른 4개 국가의 영토와 영공

육middot해middot공군 인공위성 잠수함 해저광산 등이 있다 (아무래도 이

아저씨가 숫자 4를 좋아하는 모양이다) 40여 명의 학생이 각국의 수

상 국무장관 국방장관 재무장관 감사원장 등을 맡아 내각을 구성

하고 역할 중에는 유엔이나 세계은행 무기상도 있다

게임의 목표는 이 가상세계에서 일어나는 민족 갈등 화학물질 누

출 핵 확산 물 분쟁 분리middot독립 운동 기근 동물의 멸종 지구온난

화와 같은 위기상황을 함께 해결하고 각국의 경제수준을 높이는 것

이다 학생들은 게임을 통해 권력과 파괴 전쟁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이해하고 장기적 계획과 전략을 세우는 법을 배운다

대화형(interactive) 게임이기에 엄밀하게 짜인 문서화된 규칙은 없

다 게임을 주도하는 것은 학생들이며 교사는 지켜보면서 상황을 정

세계평화게임을 하는 사람들

리하고 촉진하는 역할만 한다 헌터는 처음 교편을 잡았을 때 교사가

수업을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코 그래서는

안 된다는 믿음이 생겼다고 한다 그는 학생들의 집단지성이 자신보

다 훨씬 더 훌륭하다고 인정한다 헌터는 게임에서 실제로 일어난 몇

가지 흥미로운 사례를 소개한다

사례 1

한 학생이 가장 가난한 나라의 국방장관을 맡고 있었다 그 나라의

이웃에는 돈도 많고 기름도 풍부한 나라가 있었다 그런데 그 학생이

갑자기 수상의 명령도 어기고 인접국의 유전지역을 공격했다 학생은

그곳을 포위해 총 한 발 쏘지 않고 지역을 확보했다 인접국은 연료공

급이 차단되어 어떠한 군사행동도 취할 수 없었다 다른 아이들은 화

를 냈다

며칠 뒤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인접한 강대국이 전 세계를 점령

하기 위해 무력도발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학생은 사태의 추

이를 누구보다 먼저 파악하고 대규모 전쟁을 피하기 위해 소규모 전

쟁을 감행하는 냉철한 판단을 내렸던 것이다 학생들은 게임을 멈추

고 그의 판단이 옳았는지 조건에 따라 옳고 그름을 따져보는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사례 2

플라스틱 말로 표시되는 병사들이 전쟁에서 사망하면 군사령관이

52 53기획연재-게임과 평화

병사들의 가상의 부모에게 편지를 쓰는 시간을 가진다 한 번은 학생

의 제안으로 수업을 참관하던 학부모가 직접 편지를 읽게 되었다 편

지의 세 번째 줄을 읽으면서 학부모는 울음을 터뜨렸다 전투에서 병

사를 잃었다면 전쟁에서 승리해도 기쁘지 않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게

되었다 어떤 의미에서 모두가 전쟁에서 졌다는 사실을 말이다

사례 3

방과 후에 틈틈이 7주 동안 진행된 게임에서 세계은행의 재정정책

때문에 한 나라가 시작할 때보다 더 가난해졌다 (게임의 목표는 위기

상황을 해결하고 각국의 경제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게임을 마칠 시

간이 1분도 채 안 남았고 교실은 혼란에 빠졌다 소리를 지르거나 삿

대질을 하는 학생도 있었고 서류 뭉치를 흔들거나 교실을 뛰어다니

는 학생도 있었다

그때 한 학생이 종을 울리며 이렇게 말했다 ldquo세계은행이 모든 자

금을 끌어 모아서 모든 나라가 가난해졌습니다 지금 세계은행에는

6000억 달러가 있습니다 이 돈을 가난한 나라에 기부하려고 합니다

만약 그 나라가 이걸 수용하면 국가의 자산가치가 올라가고 그럼 우

리는 게임을 이기게 됩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rdquo 시간이 3초 정도

남았을 때였다 모두 그 나라의 수상만 바라보고 있었다 ldquo네rdquo 게임

은 이긴 것으로 끝났다

게임은 교과서와 다르다 게임에서 학습자는 lsquo평화란 무엇인가rsquo

라든지 lsquo평화를 어떻게 만드는가rsquo와 같이 주어진 문제에 대한 주어진

답을 저축하듯이 암기하지 않는다 문제를 만드는 것도 그에 대한 답

을 구성하는 것도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 자신과 동료들이다 이는 게

임의 본질이 바로 lsquo참여적 재현rsquo이라는 형식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

고 게임의 lsquo재미rsquo라는 요소가 이러한 참여를 유도한다 여기서 우리

는 맨 앞의 질문에 대한 모종의 답을 상상할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헌터의 말을 인용하며 글을 마친다

ldquo매 게임이 다릅니다 어떤 게임에서는 사회문제가 중요하고 어

떤 게임에서는 경제문제가 중요합니다 어떤 게임에서는 전쟁문제가

대두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부정하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그

게 인류의 현실이니까요 hellip 학생들은 무엇이 옳은 길인지 자기들만

의 방법으로 스스로 찾아냅니다 게임을 통해 저도 많은 것을 배웠습

니다 만약 학생들이 이 게임을 통해 비판적이고 창조적인 사고방식

을 배우고 세상을 이롭게 할 동력을 얻게 된다면 우리 모두를 구원할

지도 모릅니다 게임을 통해 배울 수만 있다면 말이죠rdquo

lsquo세계평화게임rsquo과 이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lsquo세계평화와 4학년의 업적rsquo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는 공식 페이지(httptheworldpeacegamecom)에서 얻을 수 있다

54 55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무기제로는 2013년 상반기 동안 13개 단체와 연대하여 국민연금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 캠페인은 확산탄과 같은 비

인도무기에 대한 금융기관의 투자가 중단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

으며 세부적으로는 ldquo1) 국민연금이 확산탄 생산기업인 한화 풍산에

투자를 철회한다rdquo ldquo2) 국민연금이 비인도무기 생산기업에 대한 투

자배재를 천명하는 윤리투자원칙을 제정한다rdquo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

왜 투자철회 캠페인인가 왜 국민연금인가

확산탄 캠페인에 있어 대상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확산탄의 수요자사용자인 국가이며 다른 한 축은 확산탄을 생산하는

박승호 | 무기제로 코디네이터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 경험 공유

기업들이다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캠페인의 요구가 확산탄을 전면적

으로 금지시키고 확산탄 오염지역을 정화하고 피해생존자들을 지원

하라는 것 등이 주를 이룬다면 기업을 대상으로 한 요구는 확산탄의

생산middot수출을 중단하라는 것이다

현재 한국 정부는 확산탄을 북한의 장사정포에 대응할 수 있는 핵

심전력으로 여기고 있으며 국제적인 확산탄 불법화 추세에도 불구하

고 확산탄을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무기제로는 국가를 대상으로 협약 가입을 촉구하는 캠페인보

다는 확산탄을 생산하는 기업이나 확산탄 생산을 지원하는 금융기관

에 대한 문제제기를 통해 확산탄에 대한 대중적 낙인화 효과를 불러

일으키는 것이 확산탄 금지운동에 더 효과적일 것이라 판단했다 하

지만 확산탄 생산기업인 한화와 풍산을 대상으로 어떤 캠페인을 벌여

도 이윤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기업이 윤리적인 비난만으로 핵심 사업

을 정리할 것 같지는 않았다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압박보다 더 효

과적인 방식은 바로 돈줄에 위협을 가하는 것이고 이 점에서 투자

철회 캠페인은 상대적으로 더 승산이 있는 캠페인이라는 판단이 있

었다 국민연금이 각각 한화 주식의 734(201112) 풍산 주식의

926(20129)를 보유하고 있는 확산탄 생산기업의 최대투자자라는

점 또 공적자금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있는 기관이라는 점 대

부분의 사람들이 월 일정액의 국민연금보험료 납부하고 있다는 점에

서 국민연금의 확산탄 투자 문제를 lsquo내 문제rsquo로 인식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국민연금이 투자철회 캠페인의 대상으로 결정되었다

56 57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무기제로의 과거 캠페인 경험을 통해서 볼 때 확산탄이 어떤 무기

인지 왜 확산탄이 금지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대중적 인식은 사실상

전무했다 확산탄이라는 특정한 무기를 금지하자는 캠페인의 슬로건

이 대중의 관심을 얻기 힘든 주제였다는 점에서 우리는 국민 대다

수가 자의든 타의든 월 일정액을 적립하고 있는 lsquo국민연금rsquo을 통해

lsquo당신의 돈이 국제적으로 금지된 무차별 살상무기를 만드는 데 쓰이

고 있다rsquo는 메시지를 전달해 사람들의 관심과 확산탄의 비인도성에

대한 낙인화를 동시에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해외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 사례

이번에 무기제로가 국민연금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을 진행한 것

은 해외에서 이미 성공적으로 진행된 투자철회 캠페인을 모델로 해서

기획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래에서는 무기제로가 참고했던 대

표적인 성공 사례 두 가지를 살펴보려 한다

- 네덜란드 연금기금 투자철회 사례

2007년 3월에 네덜란드 시사프로그램인 젬블라(Zembla)는 네덜란

드 유수의 연금기금이 확산탄 지뢰 등 비인도무기를 만드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 등 네덜란드 연금기금의 비윤리적 투자 문제

를 다룬 lsquoCluster bomb feelingrsquo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방영한

다 당시 방송을 통해 연기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게 된 대중의 분

노가 표출되면서 연기금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이 압력을 느끼게 되었

다 이에 다큐 제작 과정에 관여했던 시민단체인 팍스 크리스티(IKV

Pax Christi)는 다큐 방영 이후 연금 기관들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캠

페인을 시작하게 된다 금융기관들의 가장 큰 두려움이 ldquo사회적 이미

지 실추rdquo라는 점을 활용한 것인데 2011년 유럽 투자자들을 대상으

로 한 조사에서 거의 80의 투자자가 논란이 되는 무기에 대한 투자

가 명성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는 등 인식의

변화가 눈에 띄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2009년 팍스 크리스티는 페어핀(FairFin)과 공동으로 ldquo확산탄 세

계투자 공동의 책임rdquo 보고서를 발표했고 보고서 발표의 영향으로

연금 기금이나 금융기관들이 확산탄 생산기업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

는 사례가 발생한다 팍스 크리스티는 이뿐 아니라 정책 입안자들과

관계를 맺고 확산탄 투자 금지를 입법화하기에 나선다 2009년에 네

덜란드 의회가 확산탄 투자 금지 촉구 제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지

만 당시 과도 정부가 이를 거부했다 이후 확산탄금지협약 비준 등을

거치면서 상원에서 다시 한번 확산탄 투자 금지 제안이 상정되었고

2011년 말 정부가 이를 이행하기로 결정하면서 확산탄 투자 금지는

2013년 1월부터 효력을 발휘하게 되었다

주목할만한 점은 이 다큐가 방영되고 반향을 일으켰던 시점이 아직

확산탄금지협약이 체결되지 않은 시점이었다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경우는 다큐멘터리 방영으로 국민적 분노가 격화되면서 향후 확산탄

생산기업에 대한 연기금의 투자철회 결정뿐 아니라 네달란드가 확산

58 59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탄금지협약에 서명하는 등 확산탄을 전면적으로 금지시키는 데도 상

당한 영향을 미쳤다

- 영국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RBS) 투자 철회 사례

2011년 8월 앰네스티 영국지부가 팍스 크리스티 보고서를 바탕으

로 HSBC(홍콩middot상하이은행)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 등 주요 은행에

대한 투자 철회 캠페인(온라인 탄원)을 시작했다 캠페인 시작 1주일

만에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이 확산탄 투자를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밝

히게 된다 당시 이 은행은 앰네스티 회원들로부터 12000통의 이메

일을 받았으며 앰네스티가 진행하던 전국적인 광고 캠페인 등에 이

미지 손상을 두려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사례를 통해서 본 우리의 투자철회 캠페인

투자철회 캠페인은 기업들이 lsquo이미지rsquo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에

서 가능한 캠페인이다 위에서 다룬 두 사례는 각각 대중적인 영향력

을 가지고 있는 방송(네덜란드 시사프로그램 젬블라)과 시민단체(앰

네스티 영국지부)가 자국 금융기관(연금기금)이 국제적으로 큰 비난

을 받고 있는 비인도무기를 만드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으로 대중적인 단죄 또는 낙인화가 이루어지면서 자연스레

투자철회가 이어질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된 사례로 볼 수 있다 ldquo내

돈rdquo이 잔인한 무기를 만드는 데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림으로써 사

람들이 확산탄 문제를 ldquo내 문제rdquo로 인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

한 분위기가 형성되었을 때 해당 국가 내에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단체들이 이 문제를 공공의제로 만들어 냈고 이후 여론을 등에 업고

금융기관을 압박해 실제 투자철회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한국에서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진행된 캠페인은 아직 구체적인 성

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하지만 캠페인이 시작단계에 있으며 해외 사

례와 같이 대중적 영향력이 큰 매체가 이 문제를 다루는 등의 이슈 확

산의 계기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아직은 캠페인의 성과를 이야

기할 시점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또 대부분의 국가들이 확산탄금

지협약에 서명middot비준한 유럽의 경우와는 다르게 한국은 안보상의 이

유로 확산탄의 생산 배치를 고집하고 있으며 평화 무기 이슈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도도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 역시 감안해야 할 것이다

무기제로는 올해 12월 발표 예정인 ldquo확산탄 세계투자rdquo 보고서의

번역 발표 등 지속적 캠페인을 통해 국민연금의 확산탄 투자문제를

꾸준히 제기할 계획이며 적절한 타이밍에 대중적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내는 데 주력해 한화middot풍산에 대한 투자철회

및 확산탄에 대한 낙인화 등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참고httpstopclustermunitionsorghttpwwwstopexplosiveinvestmentsorghttpwzeroorg

60 61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기획연재-가람이의 좌충우돌 세상읽기

ldquo그건 저의 삶입니다rdquo

나름 | 전쟁없는세상 친구 + 스웨덴에서 공부하는 중

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ldquo대답하세요rdquo 아슬아슬하게 진행되던 그들의 대화 긴장이 최고

조에 이른다 대화가 중단되고 한 사람이 자리를 뜬다 그 사이 추궁

을 받던 이는 주위를 둘러본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고 어느 구석

자리에 멈춘다 시선이 고정된다 바로 자신에 관한 기사와 사진들을

발견한 것 벽에 빼곡히 붙어 있는 모습이 마치 수사 상황 같다 소리

를 쳤던 이가 돌아오고 그가 묻는다 ldquo이게 뭐죠rdquo ldquo그건 저의 일이

예요rdquo 추궁을 받던 이의 나직한 목소리 ldquo그건 저의 삶입니다rdquo 덴

마크 드라마 lt보운 (발음이 틀릴 수 있음)gt의 한 대목 덴마크 최초의

여성 총리를 그리고 있는 이 드라마는 첫 방영이 있고 1년 뒤 실제 여

성 총리가 등장하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문제의 대목은 이전 정부

에서 총리를 맡았던 여성이 선거를 앞두고 새로운 정당을 만들면서

시작된다 경제 정책을 담당할 인물을 영입했는데 옛소련의 간첩이었

62 63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대표의 측근이 검증을 하게 된다 이 측근은

소련 좌익 정당에서 일하다 자살한 여성에 대해 캐묻고 그 사람은 결

국 그 여성과의 관계를 비롯해 아픈 과거를 이야기하게 된다 이 장면

은 누군가의 삶에 대해 타인이 얼마나 쉽게 얘기하고 재단할 수 있는

지에 관해 생각하게 만든다 타인이 쉽게 말할 수 있는 그 무엇이 누

군가에게는 삶이요 상처다

누군가에게는

그렇다 타인에게는 그저 지시대로 하면 되는 일이 자신에게는 치

명적인 삶의 문제일 수 있다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 갈등의 연속이

다 최근 이 정도 수준은 아니지만 좀 복잡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주

제 넘게도 어떤 글을 외국어로 쓰고 있는데 유럽 학자와 미국 학자

사이에 끼어 고민이 된다 두 사람이 거의 정반대의 입장에서 글쓰기

에 관여하고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해 한 사람은 이쪽으로 가라고 하

는데 또 한 사람은 저쪽으로 가라고 한다 아직은 경력을 막 쌓기 시

작한 힘없는 나로서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다 두 사람 모

두 좋으신 분들이고 또 내게 중요한 역할을 할 분들이다 그런데 모

두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누구 장단에 맞춰야 할지 난감하

다 다른 점이 있다면 한 사람은 나의 가능성만을 보고 변함없는 신뢰

와 지지를 보여주었지만 또 한 사람은 그 정도는 아니라는 느낌 문

제는 나를 석연치 않게() 보는 듯한 이가 내 경력에서는 훨씬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나를 믿어주는 이의 방향에 맞

추기로 결정했는데 아무튼 쉽지 않은 문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깊이 고민하게 된 다른 문제가 있는데 바로

lsquo누구를 대상으로 이야기하는가rsquo에 관한 부분이다 어쩌다가 바다

건너에서 계속 있다 보니 나는 이쪽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야기를 해

오고 있다 이 사람들의 언어(주로 영어)로 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

는 이야기를 이 사람들 상황에 맞게 말이다 그런데hellip 이게 정말 내

가 원하는 일인가 잘 모르겠다 지금 굉장히 긴 분량의 또 다른 글을

쓰고 있는데 원래는 내가 비교적 잘 알고 있는 한국과 관련된 사건에

대해 얘기하려 했다 이 사건과 특별한 인연이 있고 관심도 많기 때문

이다 그런데 관계자는 특정 사건보다는 lsquo보편적인rsquo lsquo이론적rsquo 이야

기에 초점을 맞춰달라고 요구한다 그래야 이쪽 지역에서 읽히기 때

문이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이게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인가 내

가 정말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들은 누구인가 나는 누구를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는가 쉽게 답할 수 없는 물음들 그래도 나는 안다

적어도 당장은 먹고 사는 문제와 관련이 있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는 걸 물론 이런 고민은 나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바다건너에서

든 아니든)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누구나 살아가면서 어떤 식으

로든 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ldquo네가 행복해져야만helliprdquo

64 65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그런데 lsquo바다건너rsquo라는 부분에 뭔가 있는 것 같다 (나만의 착각

일 수 있지만) 외국에서 지내는 게 다른 사람들에게는 좀 괜찮게 보일

수 있지 않을까 뭔가 좀 있어 보이는 부끄럽지만 고백하건대 나 역

시 그런 생각을 전혀 안 했던 것은 아니다 뭔가 세련()된 것 같은

좀 달라보이는 어떤 면에서 (탈)식민 문제와 관련이 있다 그런데 직

접 생활하는 것은 역시 다르다 물론 철저히 나의 입장에서 그렇다는

이야기다 예컨대 자연환경도 좋고 구경갈 곳도 많은데 여행이나 휴

가를 가지 않느냐는 물음을 받곤 한다 그런데 가고 싶어도 일단 돈

이 없다(있어도 최대한 아껴야 한다) 방학 기간에 여기 저기 여행다

니는 유학생이나 현지인들 이야기를 들으면 나는 신기하기도 하고 부

럽기도 하다 에둘러 말하면 이 세상에 아름답거나 그렇지 않은 것은

없다 아름답게 느끼거나 그렇지 않게 느끼는 특정 맥락의 내가 있는

것이다 lt연애시대gt에도 나오지 않던가 ldquo네가 행복해져야만 이 세

상도 행복해진단다rdquo 그래서 서로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다 처음에

얘기한 드라마 장면 누구에게는 일이고 누구에게는 삶이다 뭔가를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될 이유

[나름대로 스웨덴 소식]

성소수자 탈의실 설치 (스웨덴 영문뉴스 lt로컬gt 2013 4 26)

스톡홀름에 있는 한 고등학교가 자신을 남성-여성으로 정체화하

지 않은 학생들을 위해 별도의 탈의실을 짓기로 했다 보도에 따르면

스웨덴에서는 첫 사례라고 한다 이 학교 학생위원회 관계자는 새로

운 탈의실은 사회의 젠더 규범에 불편해하는 학생들을 위한 것이라

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편 이 학교 선생님들은 수업 시간에 남성

(lsquo한rsquo)-여성(lsquo혼rsquo)을 넘어선 lsquo헨rsquo이라는 단어를 공식 사용하기도 하

고 학생들은 스톡홀름 성소수자 축제에 학생위원회 자격으로 참여한

첫 사례를 남기기도 했다

부유한 지역 적은 난민들 (스웨덴 국영 라디오 국제 2013 7

1)

스웨덴에서 예산이 많은 지역일수록 난민을 받는 데 소극적인 것으

로 나타났다 어느 일간지에 따르면 전국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 20

군데가 같은 수의 가장 부유한 지역들보다 5배 많은 난민을 받아들인

다고 한다 여기에 해당되는 부유한 지역들은 모두 현 정부의 보수 성

향 정당이 이끌어 가고 있다 이는 지난 5년 동안 스웨덴의 290개 지

역 단위를 비교한 결과다 관계자에 따르면 스웨덴 북쪽 지역으로 갈

수록 인구 부족 문제로 난민들이 환영을 받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66 67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효웅 | 병역거부자

일베한테 일베식으로 맞짱뜨기

일베충 종북게이다 좌빨 종북게이다

나님 네 다음 일베충

일베충 네 다음 종북게이

나님 나님이 종북게이라는 lsquo근거rsquo가 있음 주장하는 사람이 근거

를 제시해야 한다는 lsquo입증책임의 원칙rsquo도 모름 이 논리 종범아

일베충 요시 그럼 넌 내가 일베충이라는 근거는 있盧

나님 너한테 한 말 아니라 걍 혼잣말 한건데 내 발화의 지시대상

이 너라는 근거는 있盧

일베충 나한테 한 얘기잖아 이 종북게이야

나님 ㅇㅇ 인정 니 생긴 게 일베충같아서 일베충이라고 한 거임

얼굴에 써 있음

일베충 소설쓰지마라 ㅋㅋ 팩트 모르盧 내가 일베충이라는 팩트

를 대라 팩트를

나님 요시 니가 일베충이라는 lsquo최선의 설명으로서의 추론rsquo이라는

가설을 세워서 추론한 거임 나한테 종북게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lsquo현

상rsquo을 설명하기 위해서 너가 일베충이라는 lsquo가설rsquo을 세워 봤는데

ldquo니가 바로 일베충rdquo이기 때문에 ldquo따라서 나한테 종북게이라는 딱지

를 붙이는 것이다rdquo라는 현상이 아주 훌륭하게 설명력을 지닌 가설추

론이 되는 거임 원래 가설은 아무렇게나 세우는게 lsquo가설rsquo임 가설은

반증 가능성이 있는 게 당연하다고 포퍼가 그랬음 가설을 통해서 과

학과 범죄수사가 발전했음 만일 니가 일베충이 아니라면 너가 경쟁

가설을 주장하던가 내 추론에 문제가 있음을 제시하면 됨 왜 일베충

이라고 해서 찔림 도둑이 제 발 저림 일베충도 일베충이라는 말 듣

기가 부끄러움 너 포퍼가 누군지는 암

68 69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일베충 일베한다고 해서 다 무슨 사이코패스에 고인드립치는 패륜

아 인 줄 아냐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범하지 마라

나님 ㅋㅋㅋ요시 사이코패스에 패륜아라는 건 lsquo니가 한 말rsquo이고

lsquo니 생각rsquo임 내가 언제 너보고 사이코패스에 패륜아라고 했음 난

그냥 너가 일베한다는 lsquo사실rsquo을 진술문으로 말했을 뿐임 아 몰랐

네 너 사이코패스에 패륜아임

일베충 (ㅇㅂㅇ) 지금 일베충이라고 비하하는 거임 일베충이라는

말 자체에 비하가 있다

나님 자기들도 일베충이라고 자조적으로 비하하면서helliphellip

일베충 인권 좋아하는 감성팔이 인권쟁이들이 왜 우리의 인권은

도외시하는 거냐 북한 인권 군인 인권 일베충 인권

나님 일베충이 사람임 사람이 아니므니다

일베충 일베충도 사람이다 왜 사람이 아니냐

나님 lsquo일베충rsquo이라는 말은 일베를 하는 벌레라는 내포를 갖고 있

음 따라서 ldquo일베충은 벌레이다rdquo는 진리값이 항상 참인 분석명제이자

항진명제임 이 무식한 일베충아 그런데 ldquo일베충은 사람이다rdquo라고

한다면 그건 앞의 주어인 lsquo일베충rsquo에 이미 내포되어 있는 벌레라는

걸 부정하는 모순이 되는거임 이건 마치 ldquo삼각형은 동그라미이다rdquo

ldquo여성은 인간이 아니다rdquo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모순율에 어긋나

는 것임

일베충 (ㅇㅂㅇ) 인권 좋아하는 인권쟁이들이 우리들한테 인권이

없다니 역시 좌빨들은 이중성 쩌네 ㅋㅋㅋ모순 쩐다 위선자들 ㅋㅋ

ㅋㅋㅋ

나님 일베충이 그런 내포를 갖게 된 것은 공론장에서의 니들 행패

를 보고 내포가 그렇게 정해진 거임 억울하면 다시 태어나셈 근데

니가 인권이 뭔지는 아냐 어디 그래 lsquo인권rsquo의 정의가 뭐라고 생각

일베충 (ㅇㅂㅇ) 그건사전에 나와있다 ldquo사람이라면 누구나 누려

야할 권리rdquohelliphellip

나님 그런데 너님들은 왜 lsquo여성rsquo lsquo전라도rsquo 이런 사람들의 인권을

부정하고 비하하는 거임

일베충 일베라고 다 패륜아냐 성급한 일반화 모르盧 논리적 근

거를 대라

70 71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나님 아~그럼 여름 중에도 시원한 날이 며칠 있으니까 여름은 안

더운 거겠네 ㅋㅋㅋ 일베충 논리 보소 ㅋㅋㅋㅋ 너 말대로 일베의

lsquo모든rsquo회원이 그런 건 아닐 수도 있음 그러나 대다수가 그런 lsquo성

향rsquo을 갖고 있다면 성급한 일반화가 아니라 강한 통계적 귀납논증이

되는 거임 실지로 얼마 전 일베 게시물들의 키워드를 분석한 프로그

램 통계에 의하면 일베 사이트의 핵심 키워드들은 사회의 대다수 사

람들의 통념과 반대되는 게 맞는데 이 연가시야 사례가 많을수록

귀납논증은 강화되는 거고 너가 일반화라면 그렇지 않은 일베 회원

들이 더 많음을 니가 귀납적으로 논증을 해야 논파가 되는 거임 따라

서 ldquo일베충들은 대부분 사회적 낙오자에 학교에선 아싸고 생긴 건

베트남 쌀국수에 집에서 진격의 거인이나 보면서 연애 한 번 못해

보는 싸이코패스인데 사회적 약자들에 화풀이한다rdquo는 건 굉장히 강

한 귀납논증이 성립되는 거임 (ㅋㅋㅋ)

일베충 우리가 사회적 낙오자에 약자들에게 분풀이 한다는 팩트를

대라 팩트의 일베다 우리는 사실만을 얘기한다

나님 니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lsquo팩트rsquo에 대해서 너님들은 얼마나

알고 있음 너님 혹시 lsquo팩트rsquo가 뭔지는 암 사실과 사건 사태의 차

이점이 뭐임

일베충 0a 0

나님 ldquo쟤 성형수술했대rdquo ldquo너 전과자라며rdquo ldquo나 저번 시험에서

백점 맞았다~^^rdquo ldquo우리 집 50평이다 ^^rdquo ldquo우리 아들이 이번에 반

에서 1등했대요 호호호rdquo 이 문장들은 전부다 lsquo사실rsquo을 얘기하고 있

지만 이건 사실을 얘기하는 lsquo진술문rsquo이 아니라 비하하거나 잘난척

하는 lsquo행위rsquo를 하고 있는 lsquo수행문rsquo임 따라서 너님들이 이야기하고

있는 lsquo사실rsquo은 사실 해석과 반응 맥락에 따라서 굉장히 유동적인

것임 이처럼 사실인 척 위장하고 있는 문장들은 lsquo기술주의적 오류

(destriptive fallcy)rsquo임 또한 사실은 lsquo사물rsquo이 아니라 사물들의 연관

이라고 비트겐슈타인이 말한 것처럼 사실은 사실을 인식하고 말하는

사람의 주관에 달려있는 거임

일베충 전라도가 폭도였고 한국여자들이 성형하고 명품 밝히는 건

팩트다 이 멍청한 좌좀아 홍어들은 한반도를 떠나야하고 여자들은

삼일한(삼일에 한번씩 패야한다는 일베 용어)이라는 거다

나님 한국여성들의 명품 구매비율이나 성형비율이 높다는 lsquo사

실rsquo과 여성들을 패야한다는 lsquo당위rsquo가 어떤 관련이 있음 사실에서

어떻게 당위를 도출함 ldquo저 사람은 흑인이다rdquo라는 사실에서 ldquo따라

서 저 사람을 인종차별해야 한다rdquo라는 당위가 도출됨 ldquo너는 여자

다rdquo라는 사실로부터 ldquo따라서 너는 정숙해야한다rdquo라는 당위 도출되

지 않는 것처럼 이것 역시 철학자 GE 무어가 말한 lsquo자연주의적 오

류rsquo임 그러나 ldquo쟤 일베한다 따라서 박멸해야 한다rdquo는 만고산천에

72 73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불변하는 진리 이데아임 어디까지나 이런 논리나 철학은 사람한테

만 적용되므니다 이 살인 진드기야

일베충 (ㅇㅂㅇ) 광주사태가 홍어들 폭도였다는 거 역시 lsquo팩트rsquo

를 말한 거다 총들고 사람 죽이고 그게 잘한 거냐 이 씹선비야

나님 광주사태가 lsquo민주화운동rsquo이였다는건 공론장에서 의사소통적

논변에 근거한 합의를 통해 그 내포에 대한 일의적(一意的) 의미가 정

해진 사안임 너 혼자 민주화라는 용어를 lsquo홍어들의 폭동rsquo으로 재정

의하는 것은 이미 어느정도 사회적으로 통용된 내포를 너 혼자 바꿔

쓰는 lsquo은밀한 재정의의 오류rsquo이면서 동시에 lsquo자의적middot설득적 정의rsquo

인 거임 ldquo동성애자는 항문섹스만을 즐겨하는 에이즈 보균자이며 하

나님 앞에 죄인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rdquo라는 말이 동성애자에 대한

합의된 정의임 자기 혼자 쓰는 정의지 그리고 너희가 비하하는 전

라도 사람들은 전부다 폭도라던가 한국여자들은 명품에 성형에 환장

했다거나 하는 설명이 과학적이거나 팩트에 가까움 오히려 감정적

인 편견에 지나지 않는거 아님 통계 자료는 있음 논거 부재의 오

류 인신공격의 오류 은밀한 재정의의 오류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온갖 오류들의 향연임 이 애미 애비가 교육을 잘못시켜서 그 따위로

된 가정 교육 못 받은 일베충아

일베충 (ㅇㅂㅇ) 아아아아아우오오 씹선비 김치녀 홍어 홍어

나님 반사 ^^

일베충 (ㅇㅂㅇ) 우워워워좌좀 종북 좌빨 슨상님

나님 굴절 ^^

일베충 크어어어억 오유충 삼일한 김치녀 종특

나님 라고 말하는 놈 친일파 ^^

일베충 쩔뚜기 운지 하라보지 종북게이

나님 라고 말하는 놈 평생 쏠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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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아 시와 신기현 신유아 신은재 신희권 아하 아침 아키오 안지환 양선화 양지혜

여문정 여옥 여은 여지우 염창근 오리 오성민오정록 오하린 오학준 우경환 우공

우완 우성섭 우지연 위양자 유은정 유현미 윤민순 윤정하 윤정화 윤지환 윤혜정

은국 은종복 은혜와평화교회 이갑수 이기영 이덕현 이비함 이상길 이선아

이선영 이선옥 이세현 이승규 이연희 이영롱 이용석 이재환 이준규 이준호 이현우

이희진 임재성 임태훈 장대환 장미희 장샤론 장정혜 장현진 전기화 전길수 전범준

전영욱 정상민 정우진 정인철 정주열 정출균 정혁 정현채 정혜윤 조명래 조은 조익진

조정의민 주관수 지은 진진 진현호 진흙 차명수 참새 채승우 최민아 최성진 타랑

편설란 하동기 하승우 한광주 한주훈 햄 홍수봉 홍수영 홍이 홍창욱 황명규 황예랑

2013년 5월1일 ~ 7월 31일

Page 14: 전쟁없는세상 소식지 38호(2013년 8월)

22 23기획기사

이렇게 운동이 발전하면서 이에 대응하는 기업의 양상도 계속 발전

해 왔다는 것은 별로 놀라울 것도 없는 사실이다 이른바 당근과 채찍

전략이라고 할 수 있는데 기업에 비판적인 활동을 벌이는 활동가들에

게 고소 고발을 남발하면서 한 편으론 자선 구호 사업에 대한 기업

의 기부를 강조하고 나무심고 우물파고 텔레비전 버스 잡지 등을

통해 떠들썩하게 자사 홍보영상을 내보내는 것이다 이들은 고가의

컨설팅 금액을 내고 노조활동가들과 지역운동가들을 어떻게 하면 말

려죽일까 전략을 고안하고 있다

우리가 기업에 저항하는 캠페인을 할 때 생각할 것은

- 기업은 사람이 아니다 사물 법인체이다

- 기업은 사적 소유물이 아니다 사람(대중)에 의해 사람(대중)에

복무하도록 창조된 것이다

- 기업은 권리를 갖지 않는다 권리를 갖는 것은 사람이다 기업은

lsquo기업에 어떻게 저항할 것인가rsquo 워크샵에 모인 사람들

오로지 사람들이 부여한 특권만을 가질 뿐이며 시민들은 이것을 다시

뺏을 수 있다

기업에 대항하기 위한 전략은 크게 두 가지

첫째는 데모(행동)를 조직하는 것

- 목표를 구체화 하기 우리는 한꺼번에 모든 걸 변화시킬 수 없

다 우리가 먼저 변화시키려고 하는 것은 무엇인가

- 우리 편 늘리기 어떻게 우리에 대한 지지를 확장해 나갈 것인

- 전략 세우기 우리의 힘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행동 고르기

둘째는 비지니스와 시장을 위한 공공의 규칙을 만드는 것

- 비즈니스와 시장에의 개입이 정당화 될 때는 언제인가 우리의

기본적인 인권을 지키고자 할 때 우리의 지갑을 지키고자 할 때 우

리의 안전을 지키고자 할 때 환경을 지키고자 할 때 노동자의 권리

를 보호하고자 할 때 시장원리가 도입되어야 할 때와 말아야 할 때에

관한 제한을 두어야만 할 때

- 어떻게 각종 규제 조치 공공의 이익에 복무하려 하는 기업들

에 금융혜택 주기 소비자운동의 활성화를 통한 기업 감시 정부가 기

업 통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 경우 사법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다 민사책임 형사책임 사기업vs공기업 여전히 뜨거운 논쟁의 대

상이나 의료 상수도 등의 우리 삶에 기본적인 부분들의 공공화 주장

- 세계화의 도전 우리의 운동 역시 어떻게 세계화 할 것인가

24 25기획기사

구체적으로는

- 기업의 돈줄을 죄기 민영화 반대middot시스템의 재사회화 지지 보

이콧middot지역상품(중소기업상품) 구매하기 기업에 대한 세금감면middot공

적자금 지원middot보조금 지급 등에 저항하기

- 선거민주주의 시스템 이용하기 기업이 선거자금을 대지 못하

도록 공공조달하기 기업의 이해를 대변하는 양당정치에서 벗어나기

유권자들의 손에 직접적인 결정권을 주는 주민발의middot국민투표 기업

의 권리와 정의를 제한하기 기업을 비호하는 법 철폐하기 지역사회

및 지역정부를 상대로 기업의 권리를 제한할 수 있는 현지 법령 만들

- 조직에 대한 공격 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미디어를 민주화시키

기 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대학들을 민주화시키기 국제적 기업화에

저항하기

- 노동자의 권리 주 30시간 노동제 불안전노동 철폐 등

- 인간의 얼굴을 한 기업의 쌩얼 까발리기

제2차 물전쟁 벡텔 VS 볼리비아 민중

1997년 세계은행은 볼리비아 정부가 가장 큰 도시 두 곳(El Alto

La Paz와 the city of Cochabamba)의 공공수자원시스템을 민영화

한다는 조건으로 물 인프라 구축을 위한 추가적인 원조를 제공하겠

다고 통지 1999년 9월 단 하나의 입찰자만으로 비밀리에 진행된 경

매에서 볼리비아 정부는 코차밤바(Cochabamba)의 상수도를 캘리

포니아의 초국적 엔지니어링 기업인 벡텔(Bechtel)에게 넘김 몇 주

내에 벡텔은 수도세를 50 이상 인상하였고 이는 코차밤바 물반란

(Cochabamba Water Revolt)이라 알려진 전 도시 반대저항을 촉발시

킴 2000년 4월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고 군대가 17세 소년 빅

토르 휴고 다자(Victor Hugo Daza)를 죽이고 100명 이상이 다치자

코차밤바 시민들은 물러서지 않았고 벡텔은 볼리비아를 떠나야만 했

음 18개월 후 벡텔과 공동투자자인 스페인 아벤고아(Abengoa)은 볼

리비아를 상대로 5000만 달러(한화 약 560억 원) 상당의 소송을 제

기 이후 4년 간 벡텔과 아벤고아는 계속되는 데모와 기업 이미지의

실추 5개 대륙으로부터 가해지는 공공의 요구 때문에 소송을 취하해

야만 했음 2006년 1월 19일 벡텔과 아벤고아의 대표단은 볼리비아

로 와서 2볼리비아노(한화 약 340원)의 일부지급으로 소송을 취하한

다는 합의서에 서명

캠페인의 당면한 목표는 간단 볼리비아 물소비자들이 벡텔에 수백

만 달러를 결제하도록 하지 않는 것 이것은 전략적 측면에서 애시당

초 벡텔-볼리비아 소송을 있게 한 세계은행의 정책 및 투자기관의 부

정의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것과 lsquo벡텔에 대항하는 투쟁을 이끈 그

룹rsquo(Coordinadora de Defensa del Agua y de la Vida)에 대한 지원

과 같은 더 넓은 목표를 포함하는 것 초기에 캠페인은 세계은행 재

판소에서 승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함 lsquo우리는 여론의 재

26 27기획기사

판소로 장소를 바꾸는 전략적 결정을 내렸다 NGO와 사회운동으로

서의 우리가 벡텔보다 더 큰 권력을 같는 곳이다 우리의 목표는 벡텔

이 항복하도록 설득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성공할 가능성이 더 많은

방법일 뿐만 아니라 성공하기에 더 나은 방법이었다 이것은 다른 많

은 기업들에 어떤 메시지를 전달한다 비록 너희가 세계은행의 재판

소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또 다른 전쟁을 준비하게 될

테니rsquo 벡텔과 같은 회사를 위한 규칙이 존재하는 재판소 대신 캠페

인은 결과에 대해 적은 통제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회사를 밀어 넣

은 셈 그 다음 단계는 소송을 계속 진행할지 포기할 지를 결정할 수

있는 회사의 의사결정자들을 알아보는 것 벡텔사는 네슬레나 나이

키 제너럴 일렉트릭과 다르게 보이콧을 할 수 있는 소비상품을 만들

지 않았음 비상장 회사이기 때문에 압력을 넣을 투자자도 존재하지

않음 그래서 캠페인은 CEO이자 회사 창업자의 증손자인 일리 벡텔

(Riley Bechtel)에게 초점을 맞추게 됨 캠페이너들은 그의 개인 메일

에 엄청난 양의 항의메일을 보내고 잡지 등을 통해 찾아낸 정보로 개

인으로서 그에 대한 프로필을 작성함 나중에 캠페인은 이 전략이 꽤

나 효과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됨 lsquo2볼리비아노에 사건을 합의보고

난 후 볼리비아 협상가가 얘기하기를 Riley Bechtel이 소송을 취하도

록 개인적으로 개입했다고 말했다rsquo

EOn의 스위치를 끄다 영국의 새로운 화석에너지에 대항한 투쟁

2006년 독일 에너지기업인 EOn은 새로운 화력발전소로 잉글랜

드 남동쪽 킹스노스(Kingsnorth) 화력발전소를 대체한다는 계획을

발표 2012년 건설을 시작해서 2015년 완공한다는 계획 기업의 타

이밍은 별로 좋지 않았는데 영국에서 풀뿌리 기후변화 운동이 빠르

게 성장하고 있었고 석탄을 태우는 새로운 거대한 시설은 그들이 영

국의 미래 에너지를 생각할 때 별로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았던 것 킹

스노스는 화력발전소에 대항하는 캠페인의 상징이 되었음 풀뿌리그

룹과 NGO들은 2년간의 캠페인을 벌임 캠페이너들은 온라인 선언

에서부터 대규모 시민불복종까지 다양한 행동들을 했고 어떤 행동에

서는 발전소를 완전히 폐쇄시키기도 하였음 2009년 말로 향하던 시

점 EOn은 Kingsnorth 발전소에 대한 계획을 보류하겠다 발표 영

국 정부는 lsquo이산화탄소 포집middot저장(전망이 밝은 미래 기술이나 현재

가동 중인 어떤 발전소에서도 성공적으로 이행된 적이 없음)rsquo 없이는

새로운 화력발전소 개발을 승인하지 않겠다고 발표

Kingsnorth 발전소의 확장을 막는 것은 핵심적이고 즉각적인 캠페

인의 목표 급속히 설장하고 있는 기후변화 운동과 기후변화에 대한

대중의 우려라는 맥락에서 Kingsnorth 캠페인은 또한 EOn과 같은

기업들이 벌어들이는 이윤이 바로 기후변화의 값을 치르는 것이라는

점을 부각시킴 캠페인은 기업을 직접적으로 상대한 대중 행동을 조

직했으나 영국 정부 또한 이차적인 목표였음 이 캠페인은 영국의 석

28 29기획기사

탄과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을 바꾸도록 하는 보다 커다

란 노력의 일부 또한 캠페인을 준비 중인 다른 화력발전소들이 더 있

었음 따라서 캠페인은 Kingsnorth 발전소가 지어지는 것을 막는 것

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프로젝트들도 더 이상 실행되지 못하게 하는

환경 관련 정책을 변화시키는 것이기도 했음 국가적인 에너지정책

에 더해 정부는 EOn의 계획을 승인하거나 거부할 권한을 갖고 있었

음 그리고 국가는 또한 영국에 lsquo이산화탄소 포집middot저장rsquo 시설을 짓

기 위해 에너지기업에 기금을 댈 수백만 달러 경쟁(EOn도 지원)을

담당하고 있기도 함 캠페인은 EOn의 계획에 대한 대중적인 반대를

구축하고 입증하는 운동의 중심 Camp for Climate Action이 그 시

기 내걸었던 것처럼 lsquo우리는 Kingsnorth 발전소의 건설을 중단시켜

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영국의 새로운 화력발전소를 중단시켜야 한

다 이것은 EOn을 중단시켜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들의 브랜드를

공략하라 그들의 작업을 방해하라 그리고 그들의 공급망을 겨냥하

라 우리는 EOn이 어디에서 활동하건 그들과 마주해야 한다rsquo 사

전 대책을 강구해 회사와 맞서는 것 이외에도 활동가들은 FA컵에 대

한 EOn의 스폰서쉽 대학에서 학생들을 모집하려는 EOn의 노력

Kingsnorth 발전소에 대한 여론을 환기하기 위해 가디언이 주최하는

기후변화회의에 대한 스폰서쉽 등 현존하는 기회들을 활용함

위 사례들은 lsquoThe Democracy Centerrsquo의 기업 캠페이너들을 위한 자료집 lsquoBeating Goliathrsquo의 자료 중 일부를 번역한 것임

이 글은 lsquo기업에 어떻게 저항할 것인가rsquo 워크숍에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황필규 변호사가 발표한 글과 내용을 정리한 글입니다

기획기사

1 인권의 초국가성과 다국적 기업

인권에 대해서 우리는 초국가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 인권은 네 가

지 측면에서 초국가적인 성격을 띤다

① 이슈의 초국가성 이주 난민 및 인신매매(국경과 국적이 한 국

가에 국한되지 않음) 다국적기업(활동 공간과 관련 주체) 등

② 구제수단의 초국가성 국내 구제절차 및 유엔인권기구 기타 국

제 인권기준에 입각한 구제 메커니즘 (유엔인권이사회 유엔인권조약

용석 | 전쟁없는세상 운영위원

기업의 인권 침해에 대응하기-법제도와 국제규약을 바탕으로

30 31기획기사

기구 OECD 다국적기업에 관한 가이드라인 등)

③ 인권 자체의 초국가성 국내아시아 법제 개선 및 소송 등에서

국제비교국내 인권법 연구조사의 필요성

④ 인권운동의 초국가성 국내아시아 공통 인권 이슈에 대한 공

동 대응 및 상호작용의 필요성

다국적 기업에 의한 인권 침해는 주로 가난한 나라들에서 일어나고

있다 다국적 기업의 공장이 있는 나라들은 대부분 국가의 기능이 약

하고 자원은 풍부하지만 독재자가 권력을 쥐고 있거나 무력충돌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국가 내 사법 시스템으로

인권 침해를 구제하기는 매우 어렵다

다국적 기업들이 일으키는 인권 문제는 노동 3권 무시 환경파괴

부정부패 강제(아동)노동 선주민의 권리 박탈 등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다국적 기업에게 국제인권기준을 강제할 국

제적 메커니즘은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다국적 기업과 해외 한국기

업의 현지 인권침해와 이에 대한 대응의 문제도 국내법 외국법 국제

사법 국제법 혹은 국제기준 등 모든 국내외 법제도가 적용되어야 하

고 국제적인 공동 활동이 필요한 전형적인 초국가적 인권 문제다

이 글에서는 인권의 초국가성을 바탕으로 다국적 기업에 의한 인

권침해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국내법과 국제법을 통한 방법들을 살펴

보고자 한다

2 국내 법제도의 활용

국내에서 다국적 기업이나 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저지른 인권

침해에 대응해서 취할 수 있는 법제도적인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

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는 것과 해당 기업에 대해서 민사적으로

책임을 묻는 것 그리고 형사적인 책임을 묻는 것이다

국가인권위 진정을 활용한 사례는 버마에서 가스개발사업 중에 한

국가스공사와 대우인터내셔널사의 인권침해에 대해 인권단체들이 국

가인권위에 진정한 사례(2008417)가 대표적이다

민사적인 책임은 그 기업이 연락사무소 혹은 지점일 때와 합작회

사거나 현지 법인일 때 대응 방식이 달라진다 연락사무소나 지점일

경우는 민사 소송을 하더라도 국제사법 절차에 따르지만 현지 법인

이나 합작회사일 경우에는 민법이 적용된다

인권침해를 한 기업이 다국적 기업의 현지 법인일 경우 현지 법인

은 법적으로 독립된 법인격이기 때문에 현지 법인의 잘못을 본사에

물을 수 없는 것이 법에서 원칙이지만 일정한 요건들을 충족시키면

본사에 민법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기업에 형사적인 책임을 묻는 일에 대해 살펴보자 형법 2조를 보

면 ldquo본법은 대한민국영역 내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과 외국인에게 적

용한다rdquo고 규정하여 속지주의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한편 형법

제3조는 ldquo본법은 대한민국영역 외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에게 적용한

32 33기획기사

다rdquo고 규정하여 속인주의를 보충적으로 채택하고 있다 속인주의로

접근하면 외국에서 인권침해 범죄를 저지른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을

형법으로 처리하기 쉬울 거 같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3 국제적 대응

OECD 다국적기업가이드라인(OECD Guidelines for Multinational

Enterprises)과 국내연락사무소(National Contact Point NCP) 이

의제기

OECD는 1976년 다국적 기업의 인권침해를 비롯한 비윤리적 활동

을 예방하고 침해에 대한 해결기준을 마련하기 위하여 lsquoOECD 다국

적기업 가이드라인rsquo을 제정한바 있다 이 가이드라인은 2001년 4차

개정시 다국적기업의 인권침해 등의 비윤리적 활동을 해결하기 위한

절차로서 이 가이드라인 승인국에 국내연락사무소(NCP National

Contact Point)를 두게 하였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 정부는 당시 산

업자원부 차관(현 지식경제부 제2차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외국인투

자실무위원회를 한국의 국내연락사무소로 지정하고 사무국을 산업

자원부 투자정책과(현 산업통상자원부 투자정책과)로 지정하였다

OECD 가이드라인은 제1부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 (개념 및 원칙

일반정책 정보공개 인권 고용 및 노사관계 환경 뇌물방지 소비

자 이익 과학 및 기술 경쟁 조세) 제2부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

이행절차(OECD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에 대한 이사회의 결정 절

차지침 이행절차에 관한 주석)으로 구성되어 있다 2011년 개정된

가이드라인은 인권에 관해 별도의 장을 두고 국제적으로 인정된 인권

프레임워크에 관한 소개 기업의 인권 존중 책임 국내법적 의무 등

인권에 관한 역할을 총 6가지로 규정하고 있다 이 개정된 가이드라

인은 유엔인권이사회의 기업과 인권 프레임워크 (보호 존중 구제)를

통합하고 세계인권선언 및 자유권middot사회권 규약 노동자 기본권에

관한 ILO 선언에서 설정한 권리를 존중할 것을 포괄적으로 천명하였

고 기업의 책임범주를 고용 및 노사관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공급

망(supply chain)을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에 관한 기업의 상당주의

의무(due diligence)를 강조하고 있다

lsquo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rsquo은 국내연락사무소의 활동을 위

한 핵심기준으로 기업계 노동계 NGO를 포함한 다른 이해당사자들

에게 가이드라인의 이행 및 국내연락사무소와 연관된 시설의 이용과

가이드라인을 홍보하도록 하는 가시성(Visibility) 이해관계자들의

접근을 촉진하도록 하는 접근용이성(Accessibility) 연락사무소 활동

결과의 대내외 공개를 뜻하는 투명성(Transparency) 일반대중이 연

락사무소에 관심을 갖을 수 있도록 그 소개를 적극적으로 해야 할 책

임성(Accountability)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연락사무소로

지정된 외국인투자실무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이 OECD 다국적기업 가

34 35기획기사

이드라인이 제시하는 핵심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형식적으로 운영

됨으로써 실제로 다국적 기업에 의한 인권침해를 예방하거나 구제하

는 역할을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유엔인권메커니즘 대응

유엔인권권고는 실체적인 측면에서 국내법적 효력을 가지는 국제

인권법에 근거한다 헌법에 의하여 체결middot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 따라서 유엔헌장

한국이 가입한 유엔인권조약 기타 인권 관련 조약 등과 관련 국제관

습법은 국내에서 직접적인 법적 효력을 가진다 따라서 이러한 국제

인권법은 인권과 관련하여 입법 사법 행정의 법적 근거가 되고 경

우에 따라서는 국내법을 해석하는 기준이 되거나 보완하는 역할을 수

행할 수도 있다1 예컨대 기존 법률 혹은 새로운 법률은 국제인권법과

배치되지 않도록 심사되고 국제인권법은 구체적인 재판규범으로 적

용된다 행정의 경우 국제인권법은 모든 행정작용의 기초가 될 뿐만

아니라 행정주체 혹은 공무원이 이를 어겼을 경우 국가배상 직무유

기 성실의무 위반 등 민형사상 책임과 법적 징계로 이어지게 된다

유엔인권권고는 절차적인 측면에서도 국내법적 효력을 가지는 국

1 황필규 ldquo국제인권기준에 비추어 본 한국 인권현실 유엔인권이사회 국가별 인권상황 정례검토 NGO보고서와 정부보고서 초안의 비교평가를 중심으로rdquo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법률가위원회 『2008년 제1차 인권세미나 국제인권현안과 국제인권법』 (2008 3 22) pp 1-2

제인권법에 근거한다 유엔인권이사회의 국가별 인권상황 정기검토

(UPR)와 특별절차의 경우 국내법적 효력을 가지는 유엔헌장 명문의

규정과 법적 기구인 유엔총회의 결의 등에 기초하고 있다 한편 인권

조약과 관련된 권고의 경우 권고의 주체인 조약기구의 구성과 임무

가 조약상 명문으로 규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그 권고가 이루어지

는 절차에 대하여도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다 따라서 국가보고서가

제출되고 유엔인권권고가 이루어지는 절차는 법률에 근거한 법적 절

차라고 볼 수 있다 유엔인권기구의 권고는 그 권고가 실체적middot절차

적 측면에서 국내에서 법적 구속력을 갖는 국제인권법의 명문의 규정

에 근거한다는 점에 비추어 곧바로 국내에서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

고 보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국내법과 명백히 배치되지 않는 한 충분

히 존중되고 그 취지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국내적으로 해석middot

적용되어야 한다2

유엔인권권고는 실체법middot절차법적으로 법률에 기초한 권고라는 점

외에도 lsquo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rsquo을 목적으로 하

는 헌법의 국제 협력 정신을 존중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국내적으로

이행되어야 한다 헌법재판소도 이러한 취지에서 유엔인권권고에 대

하여 설사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권고의 수용 권고의 이행 혹은

이행 노력의 약속은 국제법적으로는 조약에 의한 의무부담의 의사표

2 황필규 ldquo외국인의 인권과 차별금지rdquo 『인권과 정의』 제365호 (대한변호사협회 2007 1) p 49

36 37기획기사

시일 수 있다 유효한 모든 조약은 그 당사국을 구속하며 또한 당사국

에 의하여 성실하게 이행되어야 한다 어느 당사국도 조약의 불이행

에 대한 정당화의 방법으로 그 국내법 규정을 원용해서는 아니 된다

한편 이러한 약속은 국내법적으로는 법적 기관의 권고에 대한 의무부

담의 의사표시로서 행정작용의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비록 유엔인권

권고 자체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행정상 의사

표시에는 신뢰보호 원칙의 적용가능성 등 법적인 효과가 발생하게 된

다고 보아야 한다 한편 유엔인권권고가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등에

반영되는 경우 이는 행정계획의 일부로서의 법적 성질을 가지게 된

기획기사

기업과 국가는 다르다 둘의 가장 큰 차이는 그것의 주인이 누구이

냐 하는 데 있다 민주주의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다 비록 국가기구

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자는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을 장악한 소수의

엘리트일지 몰라도 적어도 헌법상 국가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렇다면 기업의 주인은 누구인가 주주 이사회 최고경영자

(CEO) 아니면 노동자 법적으로 주식회사의 주인은 회사 주식을 보

유한 주주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최고경영자나 이사회가 주주와 기

업을 지배하기도 한다 기업이 협동조합의 형태로 운영되거나 노조가

기업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 어쨌든 변함없는 사실

은 국가와 달리 기업의 주인은 아주 한정된 집단이라는 것이다

지우 | 전쟁없는세상 운영위원

기업에 저항하는 국내외 운동의 사례들

38 39기획기사

국정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물론 여기에도 lsquo시민권자rsquo라는 자

격 조건이 붙지만) 필요하다면 국가기관에 정보공개를 청구할 수도

있다 반면에 기업의 경영권은 외부자에게 불가침의 영역이며 기업에

관한 정보는 대부분 법에 의해 보호받는 lsquo보안사항rsquo이다 따라서 기

업에 저항하는 운동은 국가를 상대로 할 때와 다를 수밖에 없다 이

글에서는 국내외의 몇 가지 사례를 중심으로 기업에 저항하는 운동의

구체적인 방법들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소개할 것은 lsquo경제개

혁연대(구 참여연대 경제개혁

센터)rsquo의 소액주주운동이다

소액주주란 그 자체로는 중대

한 의사결정권을 갖기 어려울

만큼 낮은 지분의 주식을 소

유한 투자자를 의미한다 소액

주주운동은 취지는 대주주의 자의적인 경영을 감시해 투명하고 책임

있는 경영을 실현하는 데 있다 경영진의 불법행위에 대한 민middot형사

소송과 정부의 재벌middot금융정책에 대한 감시와 입법운동이 소액주주

운동의 주요 수단이다 1997년 제일은행을 시작으로 전개된 소액주

주운동은 삼성전자 SK텔레콤 현대중공업 등 핵심 재벌기업들을 상

대로 한 운동으로 발전해왔다

소액주주운동이 반드시 주주의 권익보호와 기업지배구조 개선만

경제개혁연대의 소액주주 운동

을 목적으로 할 필요는 없다 기업의 목적이 아무리 이윤 배당의 극대

화에 있다지만 그것이 주주들이 추구하는 가치의 전부는 아닐 것이

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소액주주운동은 보다 광범위한 사회적middot정치

적 운동의 수단으로 확대될 여지가 있다 미국의 사회운동가 알린스

키(Saul Alinsky)는 이러한 방법을 lsquo위임장 전술(proxy tactic)rsquo이라

고 불렀다 고용상의 차별철폐와 같은 공익이 이윤 극대화보다 더 중

요한 가치라고 여긴 주주들은 주주총회에서 자신의 주주권을 활동가

들에게 기꺼이 위임했고 이 전술은 1960년대 미국의 사회운동에 큰

획을 그었다

이처럼 기업의 직접적 이해관계자 혹은 내부자라 할지라도 사적인

이해관계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이와 관련하여 반도체 노동자

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lsquo반올림rsquo의 사례를 주목할 만하다 반도체

산업의 공정과 거기에 사용되는 물질 등은 기업의 내부정보인 데다가

전문 분야의 지식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활동가들이 사안에 접근하기

가 쉽지 않다 그래서 내부 조력자들의 제보가 운동이 큰 역할을 했다

고 한다 기업공시가 기업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공식

창구인 상황에서 내부 고발은 기업 감시의 없어서는 안 될 수단이다

lsquo좋은기업센터rsquo는 기업공시와 내부자 제보 외에도 지속가능성보고

서를 통해 기업을 감시하고 있다 지속가능성보고서란 기업이 지속가

능경영의 3대 축이라고 불리는 경제middot사회middot환경 분야의 지표를 공

개하는 보고서이다 기업공시처럼 의무화된 것은 아니지만 많은 대기

40 41기획기사

업이 국제 기준과 가이드라인에 따라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그중 가

장 널리 사용되는 기준이 글로벌 보고 계획(GRI)이다 운동은 지속가

능성보고서의 정보를 가지고 기업에 압력에 가할 수 있으며 보고서

에 누락된 사항이 있으면 이에 대한 설명을 요구할 수 있다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 관한 활동에는 어떤 게 있을까 lsquo국제

민주연대rsquo는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에 진출한 기업들의 노

동착취와 자원개발 문제에 관해 활동하고 있다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 대한 대응이 특히 어려운 이유는 기업과 정부 모두가 관심

이 없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대기업에나 적용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나마도 병원이나 학교를 지어주는 정도로

무마하려고 한다 한국 정부는 현지 주민과 노동자의 인권보다 자국

기업인의 이익 보호를 우선시하며 노조 탄압과 같은 문제는 해당 국

가에 떠넘긴다 관할권과 비용 문제 등으로 인해 사법 대응도 어렵다

하지만 해당 국가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기에 현지인들은 한국에서

의 연대를 절실히 요구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안은 지역적middot국제적

차원의 연대를 구축하여 해당 기업에 압력을 가하는 것이다 이는 외

국 정부나 국제기구의 힘을 빌린 것일 수도 있고 순수하게 비제도적

인 것일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상징적 시위나 보이콧과 같은 비

제도적 수단이 법적middot제도적 수단보다 효과적일 때도 있다 국가든

기업이든 권력의 궁극적 원천은 피지배민중에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고유한 경영권도 민중의 힘 앞에서는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

초국적기업의 횡포가 갈수록 심해지고 기업에 저항해야 할 사안이

점점 많아지는 상황에서 위와 같은 사례들과 방법에 대한 더 많은 연

구가 요구된다 한편 한국 사회는 기업에 대한 인식이 유달리 우호적

이고 기업에 저항하는 운동도 아직 대중에 친숙하지 않아 이에 대한

반발이 만만찮고 행동을 실행에 옮겼을 때 오히려 역효과가 나기도

한다 따라서 기업에 저항하는 국내외 운동의 사례들을 발굴하는 것

과 동시에 어떻게 하면 이러한 방법이 한국 사회에서 더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겠다

42 43리뷰-서평

리뷰-서평

양똘 | 출판노동자 + 전쟁없는세상 후원회원

lsquo실패rsquo를 함께 읽는 일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제목이다

나는 아나키스트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lsquo고백rsquo에 대해서는 좀 안다 제목에서

부터 알아챘어야 했는데 별 생각 없이

펼친 게 잘못이다 어떤 고백은 후회와

맞닿아 있다 하는 사람도 그렇지만 듣

는 사람에게도 그렇다 듣고 나서 후회

하는 고백들 듣지 말았어야 했는지도

모르는 이 책이 나한테 그랬다 아나키

스트에 대해 알기도 전에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부터 들어버렸고

나는 이제 아나키즘이라는 말을 들으면 반사적으로 이 고백이 생각날

것이다 고백은 처참했다 대단히 비극적인 드라마로서가 아니라 무

엇보다 비어 있어서 처참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나키즘에 대한 바

탕 지식이 있었다면 어려운 책들을 좀 읽어두었더라면 이 이야기가

다르게 읽혔을까 읽으면서 울 수도 있었을까 모르겠다 하지만 아

나키즘이라는 거대한 이념에 대해 알기 전에 어느 아나키스트 한 명

의 삶을 먼저 안다는 것 그 삶을 그럴듯한 평전이 아니라 허울 없는

자전적 만화로 lsquo고백 받는rsquo다는 것은 꽤 멋진 일이다 내가 만화 장

르에서 얻고자 하는 것은 주로 그런 부분이다 장황한 말들 삶을 포

장하려는 언어적인 관습들이 어느 정도 걷어내진 자리에 들어차는 것

은 침묵이다 침묵에서 고요한 진실을 읽어내는 것이 독자의 몫이고

이 만화도 역시나 그렇다 하는 얘기보다 안 하는 얘기가 훨씬 많다

서두가 왜 이렇게 주절주절 긴가 하면 이 책에 대해 서평이라고 쓸

만한 게 사실 별로 없기 때문이다 나도 고백을 좀 하고 가자면 독자

가 읽고 싶게 만들 만한 감상을 쓸 자신이 없다 하지만 느낀 것은 좀

있다 그 느낀 것이 너무 처량 맞은데 그게 또 lsquo진실rsquo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어 아이구 어떻게 되겠지 하고 시작한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안토니오 작가인 안토니오의 아들이 아버지의

수기를 보고 재구성한 형식인데 1인칭 시점을 택해 안토니오의 목소

리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그러니까 이것은 안토니오의 고백이면서

동시에 그의 고백이 아니기도 하다 안토니오 자신이었다면 이러한

자기 삶을 출판의 형태로 대중들에게 보일 수 없었을 거라고 짐작해

본다 자기 존재를 증명하려는 노력이 도리어 자기 존재를 부정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그는 아나키스트였지만 아나키스트의 고

44 45리뷰-서평

백은 그가 아나키스트가 아니었다고 말하고 있다 또는 아나키스트

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또는 모든 인간이 아나키스트라고

실제 그의 진심은 잘 모르겠다 이야기에서 lsquo나rsquo라고 하는 인물은

lsquo나rsquo가 아닌 것 같았기 때문에 그에게 물어볼 수도 없었다 이야기

내내 lsquo나rsquo가 lsquo나rsquo와 거리를 두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이것은 애초

설정 아들이 아버지 얘기를 대신 하고 있다는 전제를 잊어버리고 몰

입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진실로 lsquo나rsquo가 하는 얘기를 듣고 싶었다

그걸 기대하며 계속 읽어 나갔다

그렇다고 작가가 잘못했다는 것은 아니다 작가는 아버지를 lsquo나rsquo로

삼아 이 이야기를 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아버지는 요양시설에 갇

혀 있다가 자살을 했다 한번은 아들에게 죽여달라고 말한 적도 있다

아버지가 스스로 4층에서 뛰어내린 뒤에 아들은 아버지를 살려내야

만 했다 아버지의 구십 평생을 재구성한 이야기로 아버지가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아들로서 그렇게 해야 했을 것이다

아나키즘에 대해 몰라도 그것이 국가의 강제력을 원천부정 하는

것이고 막 혁명혁명 하는 것이고 짱돌을 들고 돌격하는 것이고 하

여튼 뭐 되게 센 거 라는 인상은 있었다 그런데 안토니오의 성격이

나 실제 삶은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땅을 늘리고 지켜내는 일

에만 관심이 있으며 폭력적이기까지 한 아버지와 형제들 사이에서 억

눌려 자랐다 지금 처한 곳이 지긋지긋하고 바보 같고 떠나고 싶었지

만 그래서 용감하게 시도도 했지만 실패했다 실패는 실패로 끝나지

않고 더 큰 것을 앗아갔다 유일한 친구의 죽음이 그것이었다 이러한

패턴의 실패는 그의 인생 전체에서 반복된다 혁명에 가담하고 lsquo납탄

동맹rsquo이라고 이름 붙인 동지들을 만나지만 혁명의 길은 실재하는 것

이기는 한지 아스라이 멀 뿐이고 가까이 잡히는 것은 오로지 동지의

죽음뿐이다 ldquo내 나이는 스물아홉이었다 청춘은 다 지났고 패배하

고 말았다는 자괴감이 들었다 당연하겠지만rdquo 스페인 피난민 행

렬에 끼어 프랑스의 생-시프리앵 해변으로 가면서 안토니오가 하는

생각이다 이때만 해도 나는 잠깐 힘을 냈다 이제 뭔가 반전이 펼쳐

지겠지 원래 해가 뜨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고들 하잖아 나 또한 지

금 스물아홉이고 청춘이 다 지났다는 그게 무엇인지 미처 먹어보지

도 못했다는 자각에 시달리고 있는 중이다 패배로 말할 것 같으면

그냥 맨날 하는 중이다 노동조합 활동이 그렇고 사람들과의 관계

일상생활 자아실현 거의 모든 면에서 그렇다 그래서 난 더더욱 저

구절에 희망을 걸었다 이제 진짜 아나키스트의 삶이 펼쳐지지 않겠

는가 그래야 이야기가 되지 않겠어

이 책은 자기계발서가 아니다 그 뒤로 펼쳐진 것은 전하고 비슷하

면서 동시에 전보다 더했다 갇혀 있다가 도망치고 다시 다른 곳에

갇히고 도망치고 그러는 사이사이 좋은 사람을 만나고 잃고 잃고

하는 식이었다 아 안토니오의 삶을 이렇게 간추려버리는 것이 정말

미안하다 근데 사실이 그렇다

해변에서 난민처럼 살다가 도망쳐 어느 농장에 강제로 보내진 안토

니오는 그 마을에서 자기 나이의 반도 안 되는 망아지 같은 여자애와

배가 맞아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안토니오는 이 시절이야말로 자기

46 47리뷰-서평

인생에서 가장 즐거웠던 시절이라고 단언한다 무려 lsquo행복rsquo이라는

낱말까지 써가면서 혁명의 이상과 가장 먼 곳에서 가장 행복했다는

것이 아니 그때만 유일하게 행복했다는 것이 뼈아프다 아마 그게 진

실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중반을 넘어가면서부터 lsquo추락rsquo은 본격화된다 그가 lsquo납

탄 동맹rsquo의 든든한 동지를 따라 lsquo사업rsquo에 발을 들이게 되기 때문이

다 돈이 엮이면 어떻게 흐르게 되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너무

지겹게 잘 알고 있다 그런 걸 이 만화에서까지 보고 싶지 않았는데

어쨌든 뛰어넘을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작가는 성실히 쓰고 있다

ldquo살아남으려면 체제에 맹목적으로 순응해야만 했다 단순히 지난

날의 이상을 버리면 되는 게 아니라 열렬한 신봉자가 되어야만 한다

는 것이다rdquo 세상을 뒤집어엎겠다는 큰 꿈만 버리고 lsquo보통rsquo으로 살

아가는 것은 가능하지 않았다 변절한 옛 동지들한테 뭐라고 할 것도

없이 안토니오는 속수무책으로 타락해간다 권력의 뒤통수를 치면서

자기가 권력을 꿰차고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를 두고 다른 욕망을 탐

하고 그러다 결국 자기도 뒤통수를 맞고 거지 신세가 된다 전복이니

혁명이니 하는 것은 꿈에서조차 등장하지 않고 lsquo속박rsquo을 견디지 못

하는 습성만 그놈의 lsquo아나키스트적인rsquo 것으로 남아서 그와 주변을 괴

롭힐 뿐이다

아 책이 채 반에 반도 남지 않았는데 안토니오는 예순 살이 되어

있었다 lsquo왕년에 혁명깨나 했지만 지금은 추한 빈털터리가 되어 아내

와도 끝내고 요양시설에 굴러들어온rsquo 예순 살이다 lsquo보통rsquo보다 못한

예순 살 나는 짜증이 나서 울고 싶었고 그만 읽을 뻔했다 하지만 끝

까지 읽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의 인생에서 마지막이자 유일한

lsquo승리rsquo는 그 뒤에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 승리가 자기 가슴에 붙어

실제로 내장을 갉아먹는 두더지를 떼어내버린 뒤에 스스로 스스로

의 죽음을 실행하는 것뿐이었다고 해도 그 과정을 꼭 지켜봐주었어

야 했다 왜냐하면 남 얘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오래전에 스페인

에서 살았다는 안토니오가 아무것도 개인을 억누르지 않는 자유로운

세상을 꿈꿨던 안토니오라는 사람이 대단하거나 멀게 느껴지지 않는

다 오히려 내가 내일도 마주치게 될 익숙한 사람들 중에 그 지친 얼

굴 하나하나에 안토니오가 보일 것 같다

제목에 속았다고 느꼈다 그런데 다 읽고 보니 작가는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 오히려 시작부터 진실을 말했다

ldquo그리고 또한 그분의 추락이 몇 초밖에 걸리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90년이라는 긴 시간이었다는 사실도 말이

다rdquo

이것은 lsquo추락rsquo에 관한 이야기라고 작가는 이미 알려주고 시작한

것이다 이것은 끝도 없는 추락의 이야기 이상을 가진 인간으로 태

어나서 실패하고 죽어간 이야기다 다시 말하지만 이 실패는 우리

모두가 나눠 먹고 있는 그 실패다 여기서 우리란 물론 우리 편을 말

한다 안토니오의 실패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 자기 가슴을

48 49기획연재-게임과 평화

뜯어먹는 두더지를 꿈에도 본 일이 없는 사람들 이 책이 음란하다고

lsquo청소년 유해매체rsquo 딱지를 붙인 사람들까지 말하는 것은 아니다 적

어도 lsquo우리rsquo는 안토니오라는 아나키스트의 아니 한 인간의 실패담

을 처음부터 끝까지 묵묵히 읽어갈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에도 불구하고 진짜 안토니오의 진짜 진실은

언제까지나 미지수로 남는다 그렇게 남겨야 한다 아무도 모르고 몰

라야만 하는 진실을 하나씩 가지고 있는 것이야말로 그가 그토록 되

고자 열망했던 lsquo개인rsquo일 것이기 때문이다 지우 | 전쟁없는세상 운영위원

게임을 통해 평화를 만드는 게 과연 가능할까 이 물음에 대한 답

을 대신하여 한 가지 게임을 소개하고자 한다

lsquo세계평화게임(World Peace Game)rsquo은 미국의 공립 초등학교 교

사 존 헌터(John Hunter)가 만든 대화형 게임이다 헌터는 1978년에

이 게임의 원형을 처음 만들었고 지금까지 세계를 돌아다니며 게임을

주최하고 있다 그의 활동은 lsquo세계평화와 4학년의 업적(World Peace

and Other 4th-Grade Achievements)rsquo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헌터는 2012년에 타임지가 선정한 교육

운동가 12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세계평화게임은 가로middot세로middot높이 4피트 크기의 4층짜리 아크릴

기획연재-게임과 평화

세계평화게임

50 51기획연재-게임과 평화

구조에서 진행되며 각 층은 바깥 우주와 대기 지표 해저를 상징한

다 거기에 경제력과 군사력이 서로 다른 4개 국가의 영토와 영공

육middot해middot공군 인공위성 잠수함 해저광산 등이 있다 (아무래도 이

아저씨가 숫자 4를 좋아하는 모양이다) 40여 명의 학생이 각국의 수

상 국무장관 국방장관 재무장관 감사원장 등을 맡아 내각을 구성

하고 역할 중에는 유엔이나 세계은행 무기상도 있다

게임의 목표는 이 가상세계에서 일어나는 민족 갈등 화학물질 누

출 핵 확산 물 분쟁 분리middot독립 운동 기근 동물의 멸종 지구온난

화와 같은 위기상황을 함께 해결하고 각국의 경제수준을 높이는 것

이다 학생들은 게임을 통해 권력과 파괴 전쟁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이해하고 장기적 계획과 전략을 세우는 법을 배운다

대화형(interactive) 게임이기에 엄밀하게 짜인 문서화된 규칙은 없

다 게임을 주도하는 것은 학생들이며 교사는 지켜보면서 상황을 정

세계평화게임을 하는 사람들

리하고 촉진하는 역할만 한다 헌터는 처음 교편을 잡았을 때 교사가

수업을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코 그래서는

안 된다는 믿음이 생겼다고 한다 그는 학생들의 집단지성이 자신보

다 훨씬 더 훌륭하다고 인정한다 헌터는 게임에서 실제로 일어난 몇

가지 흥미로운 사례를 소개한다

사례 1

한 학생이 가장 가난한 나라의 국방장관을 맡고 있었다 그 나라의

이웃에는 돈도 많고 기름도 풍부한 나라가 있었다 그런데 그 학생이

갑자기 수상의 명령도 어기고 인접국의 유전지역을 공격했다 학생은

그곳을 포위해 총 한 발 쏘지 않고 지역을 확보했다 인접국은 연료공

급이 차단되어 어떠한 군사행동도 취할 수 없었다 다른 아이들은 화

를 냈다

며칠 뒤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인접한 강대국이 전 세계를 점령

하기 위해 무력도발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학생은 사태의 추

이를 누구보다 먼저 파악하고 대규모 전쟁을 피하기 위해 소규모 전

쟁을 감행하는 냉철한 판단을 내렸던 것이다 학생들은 게임을 멈추

고 그의 판단이 옳았는지 조건에 따라 옳고 그름을 따져보는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사례 2

플라스틱 말로 표시되는 병사들이 전쟁에서 사망하면 군사령관이

52 53기획연재-게임과 평화

병사들의 가상의 부모에게 편지를 쓰는 시간을 가진다 한 번은 학생

의 제안으로 수업을 참관하던 학부모가 직접 편지를 읽게 되었다 편

지의 세 번째 줄을 읽으면서 학부모는 울음을 터뜨렸다 전투에서 병

사를 잃었다면 전쟁에서 승리해도 기쁘지 않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게

되었다 어떤 의미에서 모두가 전쟁에서 졌다는 사실을 말이다

사례 3

방과 후에 틈틈이 7주 동안 진행된 게임에서 세계은행의 재정정책

때문에 한 나라가 시작할 때보다 더 가난해졌다 (게임의 목표는 위기

상황을 해결하고 각국의 경제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게임을 마칠 시

간이 1분도 채 안 남았고 교실은 혼란에 빠졌다 소리를 지르거나 삿

대질을 하는 학생도 있었고 서류 뭉치를 흔들거나 교실을 뛰어다니

는 학생도 있었다

그때 한 학생이 종을 울리며 이렇게 말했다 ldquo세계은행이 모든 자

금을 끌어 모아서 모든 나라가 가난해졌습니다 지금 세계은행에는

6000억 달러가 있습니다 이 돈을 가난한 나라에 기부하려고 합니다

만약 그 나라가 이걸 수용하면 국가의 자산가치가 올라가고 그럼 우

리는 게임을 이기게 됩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rdquo 시간이 3초 정도

남았을 때였다 모두 그 나라의 수상만 바라보고 있었다 ldquo네rdquo 게임

은 이긴 것으로 끝났다

게임은 교과서와 다르다 게임에서 학습자는 lsquo평화란 무엇인가rsquo

라든지 lsquo평화를 어떻게 만드는가rsquo와 같이 주어진 문제에 대한 주어진

답을 저축하듯이 암기하지 않는다 문제를 만드는 것도 그에 대한 답

을 구성하는 것도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 자신과 동료들이다 이는 게

임의 본질이 바로 lsquo참여적 재현rsquo이라는 형식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

고 게임의 lsquo재미rsquo라는 요소가 이러한 참여를 유도한다 여기서 우리

는 맨 앞의 질문에 대한 모종의 답을 상상할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헌터의 말을 인용하며 글을 마친다

ldquo매 게임이 다릅니다 어떤 게임에서는 사회문제가 중요하고 어

떤 게임에서는 경제문제가 중요합니다 어떤 게임에서는 전쟁문제가

대두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부정하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그

게 인류의 현실이니까요 hellip 학생들은 무엇이 옳은 길인지 자기들만

의 방법으로 스스로 찾아냅니다 게임을 통해 저도 많은 것을 배웠습

니다 만약 학생들이 이 게임을 통해 비판적이고 창조적인 사고방식

을 배우고 세상을 이롭게 할 동력을 얻게 된다면 우리 모두를 구원할

지도 모릅니다 게임을 통해 배울 수만 있다면 말이죠rdquo

lsquo세계평화게임rsquo과 이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lsquo세계평화와 4학년의 업적rsquo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는 공식 페이지(httptheworldpeacegamecom)에서 얻을 수 있다

54 55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무기제로는 2013년 상반기 동안 13개 단체와 연대하여 국민연금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 캠페인은 확산탄과 같은 비

인도무기에 대한 금융기관의 투자가 중단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

으며 세부적으로는 ldquo1) 국민연금이 확산탄 생산기업인 한화 풍산에

투자를 철회한다rdquo ldquo2) 국민연금이 비인도무기 생산기업에 대한 투

자배재를 천명하는 윤리투자원칙을 제정한다rdquo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

왜 투자철회 캠페인인가 왜 국민연금인가

확산탄 캠페인에 있어 대상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확산탄의 수요자사용자인 국가이며 다른 한 축은 확산탄을 생산하는

박승호 | 무기제로 코디네이터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 경험 공유

기업들이다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캠페인의 요구가 확산탄을 전면적

으로 금지시키고 확산탄 오염지역을 정화하고 피해생존자들을 지원

하라는 것 등이 주를 이룬다면 기업을 대상으로 한 요구는 확산탄의

생산middot수출을 중단하라는 것이다

현재 한국 정부는 확산탄을 북한의 장사정포에 대응할 수 있는 핵

심전력으로 여기고 있으며 국제적인 확산탄 불법화 추세에도 불구하

고 확산탄을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무기제로는 국가를 대상으로 협약 가입을 촉구하는 캠페인보

다는 확산탄을 생산하는 기업이나 확산탄 생산을 지원하는 금융기관

에 대한 문제제기를 통해 확산탄에 대한 대중적 낙인화 효과를 불러

일으키는 것이 확산탄 금지운동에 더 효과적일 것이라 판단했다 하

지만 확산탄 생산기업인 한화와 풍산을 대상으로 어떤 캠페인을 벌여

도 이윤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기업이 윤리적인 비난만으로 핵심 사업

을 정리할 것 같지는 않았다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압박보다 더 효

과적인 방식은 바로 돈줄에 위협을 가하는 것이고 이 점에서 투자

철회 캠페인은 상대적으로 더 승산이 있는 캠페인이라는 판단이 있

었다 국민연금이 각각 한화 주식의 734(201112) 풍산 주식의

926(20129)를 보유하고 있는 확산탄 생산기업의 최대투자자라는

점 또 공적자금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있는 기관이라는 점 대

부분의 사람들이 월 일정액의 국민연금보험료 납부하고 있다는 점에

서 국민연금의 확산탄 투자 문제를 lsquo내 문제rsquo로 인식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국민연금이 투자철회 캠페인의 대상으로 결정되었다

56 57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무기제로의 과거 캠페인 경험을 통해서 볼 때 확산탄이 어떤 무기

인지 왜 확산탄이 금지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대중적 인식은 사실상

전무했다 확산탄이라는 특정한 무기를 금지하자는 캠페인의 슬로건

이 대중의 관심을 얻기 힘든 주제였다는 점에서 우리는 국민 대다

수가 자의든 타의든 월 일정액을 적립하고 있는 lsquo국민연금rsquo을 통해

lsquo당신의 돈이 국제적으로 금지된 무차별 살상무기를 만드는 데 쓰이

고 있다rsquo는 메시지를 전달해 사람들의 관심과 확산탄의 비인도성에

대한 낙인화를 동시에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해외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 사례

이번에 무기제로가 국민연금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을 진행한 것

은 해외에서 이미 성공적으로 진행된 투자철회 캠페인을 모델로 해서

기획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래에서는 무기제로가 참고했던 대

표적인 성공 사례 두 가지를 살펴보려 한다

- 네덜란드 연금기금 투자철회 사례

2007년 3월에 네덜란드 시사프로그램인 젬블라(Zembla)는 네덜란

드 유수의 연금기금이 확산탄 지뢰 등 비인도무기를 만드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 등 네덜란드 연금기금의 비윤리적 투자 문제

를 다룬 lsquoCluster bomb feelingrsquo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방영한

다 당시 방송을 통해 연기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게 된 대중의 분

노가 표출되면서 연기금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이 압력을 느끼게 되었

다 이에 다큐 제작 과정에 관여했던 시민단체인 팍스 크리스티(IKV

Pax Christi)는 다큐 방영 이후 연금 기관들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캠

페인을 시작하게 된다 금융기관들의 가장 큰 두려움이 ldquo사회적 이미

지 실추rdquo라는 점을 활용한 것인데 2011년 유럽 투자자들을 대상으

로 한 조사에서 거의 80의 투자자가 논란이 되는 무기에 대한 투자

가 명성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는 등 인식의

변화가 눈에 띄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2009년 팍스 크리스티는 페어핀(FairFin)과 공동으로 ldquo확산탄 세

계투자 공동의 책임rdquo 보고서를 발표했고 보고서 발표의 영향으로

연금 기금이나 금융기관들이 확산탄 생산기업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

는 사례가 발생한다 팍스 크리스티는 이뿐 아니라 정책 입안자들과

관계를 맺고 확산탄 투자 금지를 입법화하기에 나선다 2009년에 네

덜란드 의회가 확산탄 투자 금지 촉구 제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지

만 당시 과도 정부가 이를 거부했다 이후 확산탄금지협약 비준 등을

거치면서 상원에서 다시 한번 확산탄 투자 금지 제안이 상정되었고

2011년 말 정부가 이를 이행하기로 결정하면서 확산탄 투자 금지는

2013년 1월부터 효력을 발휘하게 되었다

주목할만한 점은 이 다큐가 방영되고 반향을 일으켰던 시점이 아직

확산탄금지협약이 체결되지 않은 시점이었다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경우는 다큐멘터리 방영으로 국민적 분노가 격화되면서 향후 확산탄

생산기업에 대한 연기금의 투자철회 결정뿐 아니라 네달란드가 확산

58 59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탄금지협약에 서명하는 등 확산탄을 전면적으로 금지시키는 데도 상

당한 영향을 미쳤다

- 영국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RBS) 투자 철회 사례

2011년 8월 앰네스티 영국지부가 팍스 크리스티 보고서를 바탕으

로 HSBC(홍콩middot상하이은행)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 등 주요 은행에

대한 투자 철회 캠페인(온라인 탄원)을 시작했다 캠페인 시작 1주일

만에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이 확산탄 투자를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밝

히게 된다 당시 이 은행은 앰네스티 회원들로부터 12000통의 이메

일을 받았으며 앰네스티가 진행하던 전국적인 광고 캠페인 등에 이

미지 손상을 두려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사례를 통해서 본 우리의 투자철회 캠페인

투자철회 캠페인은 기업들이 lsquo이미지rsquo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에

서 가능한 캠페인이다 위에서 다룬 두 사례는 각각 대중적인 영향력

을 가지고 있는 방송(네덜란드 시사프로그램 젬블라)과 시민단체(앰

네스티 영국지부)가 자국 금융기관(연금기금)이 국제적으로 큰 비난

을 받고 있는 비인도무기를 만드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으로 대중적인 단죄 또는 낙인화가 이루어지면서 자연스레

투자철회가 이어질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된 사례로 볼 수 있다 ldquo내

돈rdquo이 잔인한 무기를 만드는 데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림으로써 사

람들이 확산탄 문제를 ldquo내 문제rdquo로 인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

한 분위기가 형성되었을 때 해당 국가 내에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단체들이 이 문제를 공공의제로 만들어 냈고 이후 여론을 등에 업고

금융기관을 압박해 실제 투자철회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한국에서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진행된 캠페인은 아직 구체적인 성

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하지만 캠페인이 시작단계에 있으며 해외 사

례와 같이 대중적 영향력이 큰 매체가 이 문제를 다루는 등의 이슈 확

산의 계기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아직은 캠페인의 성과를 이야

기할 시점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또 대부분의 국가들이 확산탄금

지협약에 서명middot비준한 유럽의 경우와는 다르게 한국은 안보상의 이

유로 확산탄의 생산 배치를 고집하고 있으며 평화 무기 이슈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도도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 역시 감안해야 할 것이다

무기제로는 올해 12월 발표 예정인 ldquo확산탄 세계투자rdquo 보고서의

번역 발표 등 지속적 캠페인을 통해 국민연금의 확산탄 투자문제를

꾸준히 제기할 계획이며 적절한 타이밍에 대중적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내는 데 주력해 한화middot풍산에 대한 투자철회

및 확산탄에 대한 낙인화 등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참고httpstopclustermunitionsorghttpwwwstopexplosiveinvestmentsorghttpwzeroorg

60 61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기획연재-가람이의 좌충우돌 세상읽기

ldquo그건 저의 삶입니다rdquo

나름 | 전쟁없는세상 친구 + 스웨덴에서 공부하는 중

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ldquo대답하세요rdquo 아슬아슬하게 진행되던 그들의 대화 긴장이 최고

조에 이른다 대화가 중단되고 한 사람이 자리를 뜬다 그 사이 추궁

을 받던 이는 주위를 둘러본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고 어느 구석

자리에 멈춘다 시선이 고정된다 바로 자신에 관한 기사와 사진들을

발견한 것 벽에 빼곡히 붙어 있는 모습이 마치 수사 상황 같다 소리

를 쳤던 이가 돌아오고 그가 묻는다 ldquo이게 뭐죠rdquo ldquo그건 저의 일이

예요rdquo 추궁을 받던 이의 나직한 목소리 ldquo그건 저의 삶입니다rdquo 덴

마크 드라마 lt보운 (발음이 틀릴 수 있음)gt의 한 대목 덴마크 최초의

여성 총리를 그리고 있는 이 드라마는 첫 방영이 있고 1년 뒤 실제 여

성 총리가 등장하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문제의 대목은 이전 정부

에서 총리를 맡았던 여성이 선거를 앞두고 새로운 정당을 만들면서

시작된다 경제 정책을 담당할 인물을 영입했는데 옛소련의 간첩이었

62 63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대표의 측근이 검증을 하게 된다 이 측근은

소련 좌익 정당에서 일하다 자살한 여성에 대해 캐묻고 그 사람은 결

국 그 여성과의 관계를 비롯해 아픈 과거를 이야기하게 된다 이 장면

은 누군가의 삶에 대해 타인이 얼마나 쉽게 얘기하고 재단할 수 있는

지에 관해 생각하게 만든다 타인이 쉽게 말할 수 있는 그 무엇이 누

군가에게는 삶이요 상처다

누군가에게는

그렇다 타인에게는 그저 지시대로 하면 되는 일이 자신에게는 치

명적인 삶의 문제일 수 있다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 갈등의 연속이

다 최근 이 정도 수준은 아니지만 좀 복잡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주

제 넘게도 어떤 글을 외국어로 쓰고 있는데 유럽 학자와 미국 학자

사이에 끼어 고민이 된다 두 사람이 거의 정반대의 입장에서 글쓰기

에 관여하고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해 한 사람은 이쪽으로 가라고 하

는데 또 한 사람은 저쪽으로 가라고 한다 아직은 경력을 막 쌓기 시

작한 힘없는 나로서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다 두 사람 모

두 좋으신 분들이고 또 내게 중요한 역할을 할 분들이다 그런데 모

두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누구 장단에 맞춰야 할지 난감하

다 다른 점이 있다면 한 사람은 나의 가능성만을 보고 변함없는 신뢰

와 지지를 보여주었지만 또 한 사람은 그 정도는 아니라는 느낌 문

제는 나를 석연치 않게() 보는 듯한 이가 내 경력에서는 훨씬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나를 믿어주는 이의 방향에 맞

추기로 결정했는데 아무튼 쉽지 않은 문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깊이 고민하게 된 다른 문제가 있는데 바로

lsquo누구를 대상으로 이야기하는가rsquo에 관한 부분이다 어쩌다가 바다

건너에서 계속 있다 보니 나는 이쪽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야기를 해

오고 있다 이 사람들의 언어(주로 영어)로 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

는 이야기를 이 사람들 상황에 맞게 말이다 그런데hellip 이게 정말 내

가 원하는 일인가 잘 모르겠다 지금 굉장히 긴 분량의 또 다른 글을

쓰고 있는데 원래는 내가 비교적 잘 알고 있는 한국과 관련된 사건에

대해 얘기하려 했다 이 사건과 특별한 인연이 있고 관심도 많기 때문

이다 그런데 관계자는 특정 사건보다는 lsquo보편적인rsquo lsquo이론적rsquo 이야

기에 초점을 맞춰달라고 요구한다 그래야 이쪽 지역에서 읽히기 때

문이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이게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인가 내

가 정말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들은 누구인가 나는 누구를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는가 쉽게 답할 수 없는 물음들 그래도 나는 안다

적어도 당장은 먹고 사는 문제와 관련이 있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는 걸 물론 이런 고민은 나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바다건너에서

든 아니든)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누구나 살아가면서 어떤 식으

로든 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ldquo네가 행복해져야만helliprdquo

64 65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그런데 lsquo바다건너rsquo라는 부분에 뭔가 있는 것 같다 (나만의 착각

일 수 있지만) 외국에서 지내는 게 다른 사람들에게는 좀 괜찮게 보일

수 있지 않을까 뭔가 좀 있어 보이는 부끄럽지만 고백하건대 나 역

시 그런 생각을 전혀 안 했던 것은 아니다 뭔가 세련()된 것 같은

좀 달라보이는 어떤 면에서 (탈)식민 문제와 관련이 있다 그런데 직

접 생활하는 것은 역시 다르다 물론 철저히 나의 입장에서 그렇다는

이야기다 예컨대 자연환경도 좋고 구경갈 곳도 많은데 여행이나 휴

가를 가지 않느냐는 물음을 받곤 한다 그런데 가고 싶어도 일단 돈

이 없다(있어도 최대한 아껴야 한다) 방학 기간에 여기 저기 여행다

니는 유학생이나 현지인들 이야기를 들으면 나는 신기하기도 하고 부

럽기도 하다 에둘러 말하면 이 세상에 아름답거나 그렇지 않은 것은

없다 아름답게 느끼거나 그렇지 않게 느끼는 특정 맥락의 내가 있는

것이다 lt연애시대gt에도 나오지 않던가 ldquo네가 행복해져야만 이 세

상도 행복해진단다rdquo 그래서 서로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다 처음에

얘기한 드라마 장면 누구에게는 일이고 누구에게는 삶이다 뭔가를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될 이유

[나름대로 스웨덴 소식]

성소수자 탈의실 설치 (스웨덴 영문뉴스 lt로컬gt 2013 4 26)

스톡홀름에 있는 한 고등학교가 자신을 남성-여성으로 정체화하

지 않은 학생들을 위해 별도의 탈의실을 짓기로 했다 보도에 따르면

스웨덴에서는 첫 사례라고 한다 이 학교 학생위원회 관계자는 새로

운 탈의실은 사회의 젠더 규범에 불편해하는 학생들을 위한 것이라

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편 이 학교 선생님들은 수업 시간에 남성

(lsquo한rsquo)-여성(lsquo혼rsquo)을 넘어선 lsquo헨rsquo이라는 단어를 공식 사용하기도 하

고 학생들은 스톡홀름 성소수자 축제에 학생위원회 자격으로 참여한

첫 사례를 남기기도 했다

부유한 지역 적은 난민들 (스웨덴 국영 라디오 국제 2013 7

1)

스웨덴에서 예산이 많은 지역일수록 난민을 받는 데 소극적인 것으

로 나타났다 어느 일간지에 따르면 전국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 20

군데가 같은 수의 가장 부유한 지역들보다 5배 많은 난민을 받아들인

다고 한다 여기에 해당되는 부유한 지역들은 모두 현 정부의 보수 성

향 정당이 이끌어 가고 있다 이는 지난 5년 동안 스웨덴의 290개 지

역 단위를 비교한 결과다 관계자에 따르면 스웨덴 북쪽 지역으로 갈

수록 인구 부족 문제로 난민들이 환영을 받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66 67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효웅 | 병역거부자

일베한테 일베식으로 맞짱뜨기

일베충 종북게이다 좌빨 종북게이다

나님 네 다음 일베충

일베충 네 다음 종북게이

나님 나님이 종북게이라는 lsquo근거rsquo가 있음 주장하는 사람이 근거

를 제시해야 한다는 lsquo입증책임의 원칙rsquo도 모름 이 논리 종범아

일베충 요시 그럼 넌 내가 일베충이라는 근거는 있盧

나님 너한테 한 말 아니라 걍 혼잣말 한건데 내 발화의 지시대상

이 너라는 근거는 있盧

일베충 나한테 한 얘기잖아 이 종북게이야

나님 ㅇㅇ 인정 니 생긴 게 일베충같아서 일베충이라고 한 거임

얼굴에 써 있음

일베충 소설쓰지마라 ㅋㅋ 팩트 모르盧 내가 일베충이라는 팩트

를 대라 팩트를

나님 요시 니가 일베충이라는 lsquo최선의 설명으로서의 추론rsquo이라는

가설을 세워서 추론한 거임 나한테 종북게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lsquo현

상rsquo을 설명하기 위해서 너가 일베충이라는 lsquo가설rsquo을 세워 봤는데

ldquo니가 바로 일베충rdquo이기 때문에 ldquo따라서 나한테 종북게이라는 딱지

를 붙이는 것이다rdquo라는 현상이 아주 훌륭하게 설명력을 지닌 가설추

론이 되는 거임 원래 가설은 아무렇게나 세우는게 lsquo가설rsquo임 가설은

반증 가능성이 있는 게 당연하다고 포퍼가 그랬음 가설을 통해서 과

학과 범죄수사가 발전했음 만일 니가 일베충이 아니라면 너가 경쟁

가설을 주장하던가 내 추론에 문제가 있음을 제시하면 됨 왜 일베충

이라고 해서 찔림 도둑이 제 발 저림 일베충도 일베충이라는 말 듣

기가 부끄러움 너 포퍼가 누군지는 암

68 69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일베충 일베한다고 해서 다 무슨 사이코패스에 고인드립치는 패륜

아 인 줄 아냐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범하지 마라

나님 ㅋㅋㅋ요시 사이코패스에 패륜아라는 건 lsquo니가 한 말rsquo이고

lsquo니 생각rsquo임 내가 언제 너보고 사이코패스에 패륜아라고 했음 난

그냥 너가 일베한다는 lsquo사실rsquo을 진술문으로 말했을 뿐임 아 몰랐

네 너 사이코패스에 패륜아임

일베충 (ㅇㅂㅇ) 지금 일베충이라고 비하하는 거임 일베충이라는

말 자체에 비하가 있다

나님 자기들도 일베충이라고 자조적으로 비하하면서helliphellip

일베충 인권 좋아하는 감성팔이 인권쟁이들이 왜 우리의 인권은

도외시하는 거냐 북한 인권 군인 인권 일베충 인권

나님 일베충이 사람임 사람이 아니므니다

일베충 일베충도 사람이다 왜 사람이 아니냐

나님 lsquo일베충rsquo이라는 말은 일베를 하는 벌레라는 내포를 갖고 있

음 따라서 ldquo일베충은 벌레이다rdquo는 진리값이 항상 참인 분석명제이자

항진명제임 이 무식한 일베충아 그런데 ldquo일베충은 사람이다rdquo라고

한다면 그건 앞의 주어인 lsquo일베충rsquo에 이미 내포되어 있는 벌레라는

걸 부정하는 모순이 되는거임 이건 마치 ldquo삼각형은 동그라미이다rdquo

ldquo여성은 인간이 아니다rdquo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모순율에 어긋나

는 것임

일베충 (ㅇㅂㅇ) 인권 좋아하는 인권쟁이들이 우리들한테 인권이

없다니 역시 좌빨들은 이중성 쩌네 ㅋㅋㅋ모순 쩐다 위선자들 ㅋㅋ

ㅋㅋㅋ

나님 일베충이 그런 내포를 갖게 된 것은 공론장에서의 니들 행패

를 보고 내포가 그렇게 정해진 거임 억울하면 다시 태어나셈 근데

니가 인권이 뭔지는 아냐 어디 그래 lsquo인권rsquo의 정의가 뭐라고 생각

일베충 (ㅇㅂㅇ) 그건사전에 나와있다 ldquo사람이라면 누구나 누려

야할 권리rdquohelliphellip

나님 그런데 너님들은 왜 lsquo여성rsquo lsquo전라도rsquo 이런 사람들의 인권을

부정하고 비하하는 거임

일베충 일베라고 다 패륜아냐 성급한 일반화 모르盧 논리적 근

거를 대라

70 71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나님 아~그럼 여름 중에도 시원한 날이 며칠 있으니까 여름은 안

더운 거겠네 ㅋㅋㅋ 일베충 논리 보소 ㅋㅋㅋㅋ 너 말대로 일베의

lsquo모든rsquo회원이 그런 건 아닐 수도 있음 그러나 대다수가 그런 lsquo성

향rsquo을 갖고 있다면 성급한 일반화가 아니라 강한 통계적 귀납논증이

되는 거임 실지로 얼마 전 일베 게시물들의 키워드를 분석한 프로그

램 통계에 의하면 일베 사이트의 핵심 키워드들은 사회의 대다수 사

람들의 통념과 반대되는 게 맞는데 이 연가시야 사례가 많을수록

귀납논증은 강화되는 거고 너가 일반화라면 그렇지 않은 일베 회원

들이 더 많음을 니가 귀납적으로 논증을 해야 논파가 되는 거임 따라

서 ldquo일베충들은 대부분 사회적 낙오자에 학교에선 아싸고 생긴 건

베트남 쌀국수에 집에서 진격의 거인이나 보면서 연애 한 번 못해

보는 싸이코패스인데 사회적 약자들에 화풀이한다rdquo는 건 굉장히 강

한 귀납논증이 성립되는 거임 (ㅋㅋㅋ)

일베충 우리가 사회적 낙오자에 약자들에게 분풀이 한다는 팩트를

대라 팩트의 일베다 우리는 사실만을 얘기한다

나님 니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lsquo팩트rsquo에 대해서 너님들은 얼마나

알고 있음 너님 혹시 lsquo팩트rsquo가 뭔지는 암 사실과 사건 사태의 차

이점이 뭐임

일베충 0a 0

나님 ldquo쟤 성형수술했대rdquo ldquo너 전과자라며rdquo ldquo나 저번 시험에서

백점 맞았다~^^rdquo ldquo우리 집 50평이다 ^^rdquo ldquo우리 아들이 이번에 반

에서 1등했대요 호호호rdquo 이 문장들은 전부다 lsquo사실rsquo을 얘기하고 있

지만 이건 사실을 얘기하는 lsquo진술문rsquo이 아니라 비하하거나 잘난척

하는 lsquo행위rsquo를 하고 있는 lsquo수행문rsquo임 따라서 너님들이 이야기하고

있는 lsquo사실rsquo은 사실 해석과 반응 맥락에 따라서 굉장히 유동적인

것임 이처럼 사실인 척 위장하고 있는 문장들은 lsquo기술주의적 오류

(destriptive fallcy)rsquo임 또한 사실은 lsquo사물rsquo이 아니라 사물들의 연관

이라고 비트겐슈타인이 말한 것처럼 사실은 사실을 인식하고 말하는

사람의 주관에 달려있는 거임

일베충 전라도가 폭도였고 한국여자들이 성형하고 명품 밝히는 건

팩트다 이 멍청한 좌좀아 홍어들은 한반도를 떠나야하고 여자들은

삼일한(삼일에 한번씩 패야한다는 일베 용어)이라는 거다

나님 한국여성들의 명품 구매비율이나 성형비율이 높다는 lsquo사

실rsquo과 여성들을 패야한다는 lsquo당위rsquo가 어떤 관련이 있음 사실에서

어떻게 당위를 도출함 ldquo저 사람은 흑인이다rdquo라는 사실에서 ldquo따라

서 저 사람을 인종차별해야 한다rdquo라는 당위가 도출됨 ldquo너는 여자

다rdquo라는 사실로부터 ldquo따라서 너는 정숙해야한다rdquo라는 당위 도출되

지 않는 것처럼 이것 역시 철학자 GE 무어가 말한 lsquo자연주의적 오

류rsquo임 그러나 ldquo쟤 일베한다 따라서 박멸해야 한다rdquo는 만고산천에

72 73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불변하는 진리 이데아임 어디까지나 이런 논리나 철학은 사람한테

만 적용되므니다 이 살인 진드기야

일베충 (ㅇㅂㅇ) 광주사태가 홍어들 폭도였다는 거 역시 lsquo팩트rsquo

를 말한 거다 총들고 사람 죽이고 그게 잘한 거냐 이 씹선비야

나님 광주사태가 lsquo민주화운동rsquo이였다는건 공론장에서 의사소통적

논변에 근거한 합의를 통해 그 내포에 대한 일의적(一意的) 의미가 정

해진 사안임 너 혼자 민주화라는 용어를 lsquo홍어들의 폭동rsquo으로 재정

의하는 것은 이미 어느정도 사회적으로 통용된 내포를 너 혼자 바꿔

쓰는 lsquo은밀한 재정의의 오류rsquo이면서 동시에 lsquo자의적middot설득적 정의rsquo

인 거임 ldquo동성애자는 항문섹스만을 즐겨하는 에이즈 보균자이며 하

나님 앞에 죄인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rdquo라는 말이 동성애자에 대한

합의된 정의임 자기 혼자 쓰는 정의지 그리고 너희가 비하하는 전

라도 사람들은 전부다 폭도라던가 한국여자들은 명품에 성형에 환장

했다거나 하는 설명이 과학적이거나 팩트에 가까움 오히려 감정적

인 편견에 지나지 않는거 아님 통계 자료는 있음 논거 부재의 오

류 인신공격의 오류 은밀한 재정의의 오류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온갖 오류들의 향연임 이 애미 애비가 교육을 잘못시켜서 그 따위로

된 가정 교육 못 받은 일베충아

일베충 (ㅇㅂㅇ) 아아아아아우오오 씹선비 김치녀 홍어 홍어

나님 반사 ^^

일베충 (ㅇㅂㅇ) 우워워워좌좀 종북 좌빨 슨상님

나님 굴절 ^^

일베충 크어어어억 오유충 삼일한 김치녀 종특

나님 라고 말하는 놈 친일파 ^^

일베충 쩔뚜기 운지 하라보지 종북게이

나님 라고 말하는 놈 평생 쏠로 ^^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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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사은 백가윤 보라 상우 서범석 설순일 소란 송명관 송병채 송준 송지혜 수하

숲이아 시와 신기현 신유아 신은재 신희권 아하 아침 아키오 안지환 양선화 양지혜

여문정 여옥 여은 여지우 염창근 오리 오성민오정록 오하린 오학준 우경환 우공

우완 우성섭 우지연 위양자 유은정 유현미 윤민순 윤정하 윤정화 윤지환 윤혜정

은국 은종복 은혜와평화교회 이갑수 이기영 이덕현 이비함 이상길 이선아

이선영 이선옥 이세현 이승규 이연희 이영롱 이용석 이재환 이준규 이준호 이현우

이희진 임재성 임태훈 장대환 장미희 장샤론 장정혜 장현진 전기화 전길수 전범준

전영욱 정상민 정우진 정인철 정주열 정출균 정혁 정현채 정혜윤 조명래 조은 조익진

조정의민 주관수 지은 진진 진현호 진흙 차명수 참새 채승우 최민아 최성진 타랑

편설란 하동기 하승우 한광주 한주훈 햄 홍수봉 홍수영 홍이 홍창욱 황명규 황예랑

2013년 5월1일 ~ 7월 31일

Page 15: 전쟁없는세상 소식지 38호(2013년 8월)

24 25기획기사

구체적으로는

- 기업의 돈줄을 죄기 민영화 반대middot시스템의 재사회화 지지 보

이콧middot지역상품(중소기업상품) 구매하기 기업에 대한 세금감면middot공

적자금 지원middot보조금 지급 등에 저항하기

- 선거민주주의 시스템 이용하기 기업이 선거자금을 대지 못하

도록 공공조달하기 기업의 이해를 대변하는 양당정치에서 벗어나기

유권자들의 손에 직접적인 결정권을 주는 주민발의middot국민투표 기업

의 권리와 정의를 제한하기 기업을 비호하는 법 철폐하기 지역사회

및 지역정부를 상대로 기업의 권리를 제한할 수 있는 현지 법령 만들

- 조직에 대한 공격 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미디어를 민주화시키

기 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대학들을 민주화시키기 국제적 기업화에

저항하기

- 노동자의 권리 주 30시간 노동제 불안전노동 철폐 등

- 인간의 얼굴을 한 기업의 쌩얼 까발리기

제2차 물전쟁 벡텔 VS 볼리비아 민중

1997년 세계은행은 볼리비아 정부가 가장 큰 도시 두 곳(El Alto

La Paz와 the city of Cochabamba)의 공공수자원시스템을 민영화

한다는 조건으로 물 인프라 구축을 위한 추가적인 원조를 제공하겠

다고 통지 1999년 9월 단 하나의 입찰자만으로 비밀리에 진행된 경

매에서 볼리비아 정부는 코차밤바(Cochabamba)의 상수도를 캘리

포니아의 초국적 엔지니어링 기업인 벡텔(Bechtel)에게 넘김 몇 주

내에 벡텔은 수도세를 50 이상 인상하였고 이는 코차밤바 물반란

(Cochabamba Water Revolt)이라 알려진 전 도시 반대저항을 촉발시

킴 2000년 4월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고 군대가 17세 소년 빅

토르 휴고 다자(Victor Hugo Daza)를 죽이고 100명 이상이 다치자

코차밤바 시민들은 물러서지 않았고 벡텔은 볼리비아를 떠나야만 했

음 18개월 후 벡텔과 공동투자자인 스페인 아벤고아(Abengoa)은 볼

리비아를 상대로 5000만 달러(한화 약 560억 원) 상당의 소송을 제

기 이후 4년 간 벡텔과 아벤고아는 계속되는 데모와 기업 이미지의

실추 5개 대륙으로부터 가해지는 공공의 요구 때문에 소송을 취하해

야만 했음 2006년 1월 19일 벡텔과 아벤고아의 대표단은 볼리비아

로 와서 2볼리비아노(한화 약 340원)의 일부지급으로 소송을 취하한

다는 합의서에 서명

캠페인의 당면한 목표는 간단 볼리비아 물소비자들이 벡텔에 수백

만 달러를 결제하도록 하지 않는 것 이것은 전략적 측면에서 애시당

초 벡텔-볼리비아 소송을 있게 한 세계은행의 정책 및 투자기관의 부

정의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것과 lsquo벡텔에 대항하는 투쟁을 이끈 그

룹rsquo(Coordinadora de Defensa del Agua y de la Vida)에 대한 지원

과 같은 더 넓은 목표를 포함하는 것 초기에 캠페인은 세계은행 재

판소에서 승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함 lsquo우리는 여론의 재

26 27기획기사

판소로 장소를 바꾸는 전략적 결정을 내렸다 NGO와 사회운동으로

서의 우리가 벡텔보다 더 큰 권력을 같는 곳이다 우리의 목표는 벡텔

이 항복하도록 설득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성공할 가능성이 더 많은

방법일 뿐만 아니라 성공하기에 더 나은 방법이었다 이것은 다른 많

은 기업들에 어떤 메시지를 전달한다 비록 너희가 세계은행의 재판

소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또 다른 전쟁을 준비하게 될

테니rsquo 벡텔과 같은 회사를 위한 규칙이 존재하는 재판소 대신 캠페

인은 결과에 대해 적은 통제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회사를 밀어 넣

은 셈 그 다음 단계는 소송을 계속 진행할지 포기할 지를 결정할 수

있는 회사의 의사결정자들을 알아보는 것 벡텔사는 네슬레나 나이

키 제너럴 일렉트릭과 다르게 보이콧을 할 수 있는 소비상품을 만들

지 않았음 비상장 회사이기 때문에 압력을 넣을 투자자도 존재하지

않음 그래서 캠페인은 CEO이자 회사 창업자의 증손자인 일리 벡텔

(Riley Bechtel)에게 초점을 맞추게 됨 캠페이너들은 그의 개인 메일

에 엄청난 양의 항의메일을 보내고 잡지 등을 통해 찾아낸 정보로 개

인으로서 그에 대한 프로필을 작성함 나중에 캠페인은 이 전략이 꽤

나 효과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됨 lsquo2볼리비아노에 사건을 합의보고

난 후 볼리비아 협상가가 얘기하기를 Riley Bechtel이 소송을 취하도

록 개인적으로 개입했다고 말했다rsquo

EOn의 스위치를 끄다 영국의 새로운 화석에너지에 대항한 투쟁

2006년 독일 에너지기업인 EOn은 새로운 화력발전소로 잉글랜

드 남동쪽 킹스노스(Kingsnorth) 화력발전소를 대체한다는 계획을

발표 2012년 건설을 시작해서 2015년 완공한다는 계획 기업의 타

이밍은 별로 좋지 않았는데 영국에서 풀뿌리 기후변화 운동이 빠르

게 성장하고 있었고 석탄을 태우는 새로운 거대한 시설은 그들이 영

국의 미래 에너지를 생각할 때 별로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았던 것 킹

스노스는 화력발전소에 대항하는 캠페인의 상징이 되었음 풀뿌리그

룹과 NGO들은 2년간의 캠페인을 벌임 캠페이너들은 온라인 선언

에서부터 대규모 시민불복종까지 다양한 행동들을 했고 어떤 행동에

서는 발전소를 완전히 폐쇄시키기도 하였음 2009년 말로 향하던 시

점 EOn은 Kingsnorth 발전소에 대한 계획을 보류하겠다 발표 영

국 정부는 lsquo이산화탄소 포집middot저장(전망이 밝은 미래 기술이나 현재

가동 중인 어떤 발전소에서도 성공적으로 이행된 적이 없음)rsquo 없이는

새로운 화력발전소 개발을 승인하지 않겠다고 발표

Kingsnorth 발전소의 확장을 막는 것은 핵심적이고 즉각적인 캠페

인의 목표 급속히 설장하고 있는 기후변화 운동과 기후변화에 대한

대중의 우려라는 맥락에서 Kingsnorth 캠페인은 또한 EOn과 같은

기업들이 벌어들이는 이윤이 바로 기후변화의 값을 치르는 것이라는

점을 부각시킴 캠페인은 기업을 직접적으로 상대한 대중 행동을 조

직했으나 영국 정부 또한 이차적인 목표였음 이 캠페인은 영국의 석

28 29기획기사

탄과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을 바꾸도록 하는 보다 커다

란 노력의 일부 또한 캠페인을 준비 중인 다른 화력발전소들이 더 있

었음 따라서 캠페인은 Kingsnorth 발전소가 지어지는 것을 막는 것

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프로젝트들도 더 이상 실행되지 못하게 하는

환경 관련 정책을 변화시키는 것이기도 했음 국가적인 에너지정책

에 더해 정부는 EOn의 계획을 승인하거나 거부할 권한을 갖고 있었

음 그리고 국가는 또한 영국에 lsquo이산화탄소 포집middot저장rsquo 시설을 짓

기 위해 에너지기업에 기금을 댈 수백만 달러 경쟁(EOn도 지원)을

담당하고 있기도 함 캠페인은 EOn의 계획에 대한 대중적인 반대를

구축하고 입증하는 운동의 중심 Camp for Climate Action이 그 시

기 내걸었던 것처럼 lsquo우리는 Kingsnorth 발전소의 건설을 중단시켜

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영국의 새로운 화력발전소를 중단시켜야 한

다 이것은 EOn을 중단시켜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들의 브랜드를

공략하라 그들의 작업을 방해하라 그리고 그들의 공급망을 겨냥하

라 우리는 EOn이 어디에서 활동하건 그들과 마주해야 한다rsquo 사

전 대책을 강구해 회사와 맞서는 것 이외에도 활동가들은 FA컵에 대

한 EOn의 스폰서쉽 대학에서 학생들을 모집하려는 EOn의 노력

Kingsnorth 발전소에 대한 여론을 환기하기 위해 가디언이 주최하는

기후변화회의에 대한 스폰서쉽 등 현존하는 기회들을 활용함

위 사례들은 lsquoThe Democracy Centerrsquo의 기업 캠페이너들을 위한 자료집 lsquoBeating Goliathrsquo의 자료 중 일부를 번역한 것임

이 글은 lsquo기업에 어떻게 저항할 것인가rsquo 워크숍에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황필규 변호사가 발표한 글과 내용을 정리한 글입니다

기획기사

1 인권의 초국가성과 다국적 기업

인권에 대해서 우리는 초국가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 인권은 네 가

지 측면에서 초국가적인 성격을 띤다

① 이슈의 초국가성 이주 난민 및 인신매매(국경과 국적이 한 국

가에 국한되지 않음) 다국적기업(활동 공간과 관련 주체) 등

② 구제수단의 초국가성 국내 구제절차 및 유엔인권기구 기타 국

제 인권기준에 입각한 구제 메커니즘 (유엔인권이사회 유엔인권조약

용석 | 전쟁없는세상 운영위원

기업의 인권 침해에 대응하기-법제도와 국제규약을 바탕으로

30 31기획기사

기구 OECD 다국적기업에 관한 가이드라인 등)

③ 인권 자체의 초국가성 국내아시아 법제 개선 및 소송 등에서

국제비교국내 인권법 연구조사의 필요성

④ 인권운동의 초국가성 국내아시아 공통 인권 이슈에 대한 공

동 대응 및 상호작용의 필요성

다국적 기업에 의한 인권 침해는 주로 가난한 나라들에서 일어나고

있다 다국적 기업의 공장이 있는 나라들은 대부분 국가의 기능이 약

하고 자원은 풍부하지만 독재자가 권력을 쥐고 있거나 무력충돌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국가 내 사법 시스템으로

인권 침해를 구제하기는 매우 어렵다

다국적 기업들이 일으키는 인권 문제는 노동 3권 무시 환경파괴

부정부패 강제(아동)노동 선주민의 권리 박탈 등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다국적 기업에게 국제인권기준을 강제할 국

제적 메커니즘은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다국적 기업과 해외 한국기

업의 현지 인권침해와 이에 대한 대응의 문제도 국내법 외국법 국제

사법 국제법 혹은 국제기준 등 모든 국내외 법제도가 적용되어야 하

고 국제적인 공동 활동이 필요한 전형적인 초국가적 인권 문제다

이 글에서는 인권의 초국가성을 바탕으로 다국적 기업에 의한 인

권침해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국내법과 국제법을 통한 방법들을 살펴

보고자 한다

2 국내 법제도의 활용

국내에서 다국적 기업이나 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저지른 인권

침해에 대응해서 취할 수 있는 법제도적인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

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는 것과 해당 기업에 대해서 민사적으로

책임을 묻는 것 그리고 형사적인 책임을 묻는 것이다

국가인권위 진정을 활용한 사례는 버마에서 가스개발사업 중에 한

국가스공사와 대우인터내셔널사의 인권침해에 대해 인권단체들이 국

가인권위에 진정한 사례(2008417)가 대표적이다

민사적인 책임은 그 기업이 연락사무소 혹은 지점일 때와 합작회

사거나 현지 법인일 때 대응 방식이 달라진다 연락사무소나 지점일

경우는 민사 소송을 하더라도 국제사법 절차에 따르지만 현지 법인

이나 합작회사일 경우에는 민법이 적용된다

인권침해를 한 기업이 다국적 기업의 현지 법인일 경우 현지 법인

은 법적으로 독립된 법인격이기 때문에 현지 법인의 잘못을 본사에

물을 수 없는 것이 법에서 원칙이지만 일정한 요건들을 충족시키면

본사에 민법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기업에 형사적인 책임을 묻는 일에 대해 살펴보자 형법 2조를 보

면 ldquo본법은 대한민국영역 내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과 외국인에게 적

용한다rdquo고 규정하여 속지주의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한편 형법

제3조는 ldquo본법은 대한민국영역 외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에게 적용한

32 33기획기사

다rdquo고 규정하여 속인주의를 보충적으로 채택하고 있다 속인주의로

접근하면 외국에서 인권침해 범죄를 저지른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을

형법으로 처리하기 쉬울 거 같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3 국제적 대응

OECD 다국적기업가이드라인(OECD Guidelines for Multinational

Enterprises)과 국내연락사무소(National Contact Point NCP) 이

의제기

OECD는 1976년 다국적 기업의 인권침해를 비롯한 비윤리적 활동

을 예방하고 침해에 대한 해결기준을 마련하기 위하여 lsquoOECD 다국

적기업 가이드라인rsquo을 제정한바 있다 이 가이드라인은 2001년 4차

개정시 다국적기업의 인권침해 등의 비윤리적 활동을 해결하기 위한

절차로서 이 가이드라인 승인국에 국내연락사무소(NCP National

Contact Point)를 두게 하였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 정부는 당시 산

업자원부 차관(현 지식경제부 제2차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외국인투

자실무위원회를 한국의 국내연락사무소로 지정하고 사무국을 산업

자원부 투자정책과(현 산업통상자원부 투자정책과)로 지정하였다

OECD 가이드라인은 제1부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 (개념 및 원칙

일반정책 정보공개 인권 고용 및 노사관계 환경 뇌물방지 소비

자 이익 과학 및 기술 경쟁 조세) 제2부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

이행절차(OECD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에 대한 이사회의 결정 절

차지침 이행절차에 관한 주석)으로 구성되어 있다 2011년 개정된

가이드라인은 인권에 관해 별도의 장을 두고 국제적으로 인정된 인권

프레임워크에 관한 소개 기업의 인권 존중 책임 국내법적 의무 등

인권에 관한 역할을 총 6가지로 규정하고 있다 이 개정된 가이드라

인은 유엔인권이사회의 기업과 인권 프레임워크 (보호 존중 구제)를

통합하고 세계인권선언 및 자유권middot사회권 규약 노동자 기본권에

관한 ILO 선언에서 설정한 권리를 존중할 것을 포괄적으로 천명하였

고 기업의 책임범주를 고용 및 노사관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공급

망(supply chain)을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에 관한 기업의 상당주의

의무(due diligence)를 강조하고 있다

lsquo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rsquo은 국내연락사무소의 활동을 위

한 핵심기준으로 기업계 노동계 NGO를 포함한 다른 이해당사자들

에게 가이드라인의 이행 및 국내연락사무소와 연관된 시설의 이용과

가이드라인을 홍보하도록 하는 가시성(Visibility) 이해관계자들의

접근을 촉진하도록 하는 접근용이성(Accessibility) 연락사무소 활동

결과의 대내외 공개를 뜻하는 투명성(Transparency) 일반대중이 연

락사무소에 관심을 갖을 수 있도록 그 소개를 적극적으로 해야 할 책

임성(Accountability)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연락사무소로

지정된 외국인투자실무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이 OECD 다국적기업 가

34 35기획기사

이드라인이 제시하는 핵심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형식적으로 운영

됨으로써 실제로 다국적 기업에 의한 인권침해를 예방하거나 구제하

는 역할을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유엔인권메커니즘 대응

유엔인권권고는 실체적인 측면에서 국내법적 효력을 가지는 국제

인권법에 근거한다 헌법에 의하여 체결middot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 따라서 유엔헌장

한국이 가입한 유엔인권조약 기타 인권 관련 조약 등과 관련 국제관

습법은 국내에서 직접적인 법적 효력을 가진다 따라서 이러한 국제

인권법은 인권과 관련하여 입법 사법 행정의 법적 근거가 되고 경

우에 따라서는 국내법을 해석하는 기준이 되거나 보완하는 역할을 수

행할 수도 있다1 예컨대 기존 법률 혹은 새로운 법률은 국제인권법과

배치되지 않도록 심사되고 국제인권법은 구체적인 재판규범으로 적

용된다 행정의 경우 국제인권법은 모든 행정작용의 기초가 될 뿐만

아니라 행정주체 혹은 공무원이 이를 어겼을 경우 국가배상 직무유

기 성실의무 위반 등 민형사상 책임과 법적 징계로 이어지게 된다

유엔인권권고는 절차적인 측면에서도 국내법적 효력을 가지는 국

1 황필규 ldquo국제인권기준에 비추어 본 한국 인권현실 유엔인권이사회 국가별 인권상황 정례검토 NGO보고서와 정부보고서 초안의 비교평가를 중심으로rdquo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법률가위원회 『2008년 제1차 인권세미나 국제인권현안과 국제인권법』 (2008 3 22) pp 1-2

제인권법에 근거한다 유엔인권이사회의 국가별 인권상황 정기검토

(UPR)와 특별절차의 경우 국내법적 효력을 가지는 유엔헌장 명문의

규정과 법적 기구인 유엔총회의 결의 등에 기초하고 있다 한편 인권

조약과 관련된 권고의 경우 권고의 주체인 조약기구의 구성과 임무

가 조약상 명문으로 규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그 권고가 이루어지

는 절차에 대하여도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다 따라서 국가보고서가

제출되고 유엔인권권고가 이루어지는 절차는 법률에 근거한 법적 절

차라고 볼 수 있다 유엔인권기구의 권고는 그 권고가 실체적middot절차

적 측면에서 국내에서 법적 구속력을 갖는 국제인권법의 명문의 규정

에 근거한다는 점에 비추어 곧바로 국내에서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

고 보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국내법과 명백히 배치되지 않는 한 충분

히 존중되고 그 취지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국내적으로 해석middot

적용되어야 한다2

유엔인권권고는 실체법middot절차법적으로 법률에 기초한 권고라는 점

외에도 lsquo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rsquo을 목적으로 하

는 헌법의 국제 협력 정신을 존중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국내적으로

이행되어야 한다 헌법재판소도 이러한 취지에서 유엔인권권고에 대

하여 설사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권고의 수용 권고의 이행 혹은

이행 노력의 약속은 국제법적으로는 조약에 의한 의무부담의 의사표

2 황필규 ldquo외국인의 인권과 차별금지rdquo 『인권과 정의』 제365호 (대한변호사협회 2007 1) p 49

36 37기획기사

시일 수 있다 유효한 모든 조약은 그 당사국을 구속하며 또한 당사국

에 의하여 성실하게 이행되어야 한다 어느 당사국도 조약의 불이행

에 대한 정당화의 방법으로 그 국내법 규정을 원용해서는 아니 된다

한편 이러한 약속은 국내법적으로는 법적 기관의 권고에 대한 의무부

담의 의사표시로서 행정작용의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비록 유엔인권

권고 자체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행정상 의사

표시에는 신뢰보호 원칙의 적용가능성 등 법적인 효과가 발생하게 된

다고 보아야 한다 한편 유엔인권권고가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등에

반영되는 경우 이는 행정계획의 일부로서의 법적 성질을 가지게 된

기획기사

기업과 국가는 다르다 둘의 가장 큰 차이는 그것의 주인이 누구이

냐 하는 데 있다 민주주의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다 비록 국가기구

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자는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을 장악한 소수의

엘리트일지 몰라도 적어도 헌법상 국가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렇다면 기업의 주인은 누구인가 주주 이사회 최고경영자

(CEO) 아니면 노동자 법적으로 주식회사의 주인은 회사 주식을 보

유한 주주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최고경영자나 이사회가 주주와 기

업을 지배하기도 한다 기업이 협동조합의 형태로 운영되거나 노조가

기업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 어쨌든 변함없는 사실

은 국가와 달리 기업의 주인은 아주 한정된 집단이라는 것이다

지우 | 전쟁없는세상 운영위원

기업에 저항하는 국내외 운동의 사례들

38 39기획기사

국정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물론 여기에도 lsquo시민권자rsquo라는 자

격 조건이 붙지만) 필요하다면 국가기관에 정보공개를 청구할 수도

있다 반면에 기업의 경영권은 외부자에게 불가침의 영역이며 기업에

관한 정보는 대부분 법에 의해 보호받는 lsquo보안사항rsquo이다 따라서 기

업에 저항하는 운동은 국가를 상대로 할 때와 다를 수밖에 없다 이

글에서는 국내외의 몇 가지 사례를 중심으로 기업에 저항하는 운동의

구체적인 방법들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소개할 것은 lsquo경제개

혁연대(구 참여연대 경제개혁

센터)rsquo의 소액주주운동이다

소액주주란 그 자체로는 중대

한 의사결정권을 갖기 어려울

만큼 낮은 지분의 주식을 소

유한 투자자를 의미한다 소액

주주운동은 취지는 대주주의 자의적인 경영을 감시해 투명하고 책임

있는 경영을 실현하는 데 있다 경영진의 불법행위에 대한 민middot형사

소송과 정부의 재벌middot금융정책에 대한 감시와 입법운동이 소액주주

운동의 주요 수단이다 1997년 제일은행을 시작으로 전개된 소액주

주운동은 삼성전자 SK텔레콤 현대중공업 등 핵심 재벌기업들을 상

대로 한 운동으로 발전해왔다

소액주주운동이 반드시 주주의 권익보호와 기업지배구조 개선만

경제개혁연대의 소액주주 운동

을 목적으로 할 필요는 없다 기업의 목적이 아무리 이윤 배당의 극대

화에 있다지만 그것이 주주들이 추구하는 가치의 전부는 아닐 것이

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소액주주운동은 보다 광범위한 사회적middot정치

적 운동의 수단으로 확대될 여지가 있다 미국의 사회운동가 알린스

키(Saul Alinsky)는 이러한 방법을 lsquo위임장 전술(proxy tactic)rsquo이라

고 불렀다 고용상의 차별철폐와 같은 공익이 이윤 극대화보다 더 중

요한 가치라고 여긴 주주들은 주주총회에서 자신의 주주권을 활동가

들에게 기꺼이 위임했고 이 전술은 1960년대 미국의 사회운동에 큰

획을 그었다

이처럼 기업의 직접적 이해관계자 혹은 내부자라 할지라도 사적인

이해관계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이와 관련하여 반도체 노동자

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lsquo반올림rsquo의 사례를 주목할 만하다 반도체

산업의 공정과 거기에 사용되는 물질 등은 기업의 내부정보인 데다가

전문 분야의 지식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활동가들이 사안에 접근하기

가 쉽지 않다 그래서 내부 조력자들의 제보가 운동이 큰 역할을 했다

고 한다 기업공시가 기업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공식

창구인 상황에서 내부 고발은 기업 감시의 없어서는 안 될 수단이다

lsquo좋은기업센터rsquo는 기업공시와 내부자 제보 외에도 지속가능성보고

서를 통해 기업을 감시하고 있다 지속가능성보고서란 기업이 지속가

능경영의 3대 축이라고 불리는 경제middot사회middot환경 분야의 지표를 공

개하는 보고서이다 기업공시처럼 의무화된 것은 아니지만 많은 대기

40 41기획기사

업이 국제 기준과 가이드라인에 따라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그중 가

장 널리 사용되는 기준이 글로벌 보고 계획(GRI)이다 운동은 지속가

능성보고서의 정보를 가지고 기업에 압력에 가할 수 있으며 보고서

에 누락된 사항이 있으면 이에 대한 설명을 요구할 수 있다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 관한 활동에는 어떤 게 있을까 lsquo국제

민주연대rsquo는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에 진출한 기업들의 노

동착취와 자원개발 문제에 관해 활동하고 있다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 대한 대응이 특히 어려운 이유는 기업과 정부 모두가 관심

이 없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대기업에나 적용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나마도 병원이나 학교를 지어주는 정도로

무마하려고 한다 한국 정부는 현지 주민과 노동자의 인권보다 자국

기업인의 이익 보호를 우선시하며 노조 탄압과 같은 문제는 해당 국

가에 떠넘긴다 관할권과 비용 문제 등으로 인해 사법 대응도 어렵다

하지만 해당 국가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기에 현지인들은 한국에서

의 연대를 절실히 요구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안은 지역적middot국제적

차원의 연대를 구축하여 해당 기업에 압력을 가하는 것이다 이는 외

국 정부나 국제기구의 힘을 빌린 것일 수도 있고 순수하게 비제도적

인 것일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상징적 시위나 보이콧과 같은 비

제도적 수단이 법적middot제도적 수단보다 효과적일 때도 있다 국가든

기업이든 권력의 궁극적 원천은 피지배민중에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고유한 경영권도 민중의 힘 앞에서는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

초국적기업의 횡포가 갈수록 심해지고 기업에 저항해야 할 사안이

점점 많아지는 상황에서 위와 같은 사례들과 방법에 대한 더 많은 연

구가 요구된다 한편 한국 사회는 기업에 대한 인식이 유달리 우호적

이고 기업에 저항하는 운동도 아직 대중에 친숙하지 않아 이에 대한

반발이 만만찮고 행동을 실행에 옮겼을 때 오히려 역효과가 나기도

한다 따라서 기업에 저항하는 국내외 운동의 사례들을 발굴하는 것

과 동시에 어떻게 하면 이러한 방법이 한국 사회에서 더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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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똘 | 출판노동자 + 전쟁없는세상 후원회원

lsquo실패rsquo를 함께 읽는 일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제목이다

나는 아나키스트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lsquo고백rsquo에 대해서는 좀 안다 제목에서

부터 알아챘어야 했는데 별 생각 없이

펼친 게 잘못이다 어떤 고백은 후회와

맞닿아 있다 하는 사람도 그렇지만 듣

는 사람에게도 그렇다 듣고 나서 후회

하는 고백들 듣지 말았어야 했는지도

모르는 이 책이 나한테 그랬다 아나키

스트에 대해 알기도 전에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부터 들어버렸고

나는 이제 아나키즘이라는 말을 들으면 반사적으로 이 고백이 생각날

것이다 고백은 처참했다 대단히 비극적인 드라마로서가 아니라 무

엇보다 비어 있어서 처참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나키즘에 대한 바

탕 지식이 있었다면 어려운 책들을 좀 읽어두었더라면 이 이야기가

다르게 읽혔을까 읽으면서 울 수도 있었을까 모르겠다 하지만 아

나키즘이라는 거대한 이념에 대해 알기 전에 어느 아나키스트 한 명

의 삶을 먼저 안다는 것 그 삶을 그럴듯한 평전이 아니라 허울 없는

자전적 만화로 lsquo고백 받는rsquo다는 것은 꽤 멋진 일이다 내가 만화 장

르에서 얻고자 하는 것은 주로 그런 부분이다 장황한 말들 삶을 포

장하려는 언어적인 관습들이 어느 정도 걷어내진 자리에 들어차는 것

은 침묵이다 침묵에서 고요한 진실을 읽어내는 것이 독자의 몫이고

이 만화도 역시나 그렇다 하는 얘기보다 안 하는 얘기가 훨씬 많다

서두가 왜 이렇게 주절주절 긴가 하면 이 책에 대해 서평이라고 쓸

만한 게 사실 별로 없기 때문이다 나도 고백을 좀 하고 가자면 독자

가 읽고 싶게 만들 만한 감상을 쓸 자신이 없다 하지만 느낀 것은 좀

있다 그 느낀 것이 너무 처량 맞은데 그게 또 lsquo진실rsquo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어 아이구 어떻게 되겠지 하고 시작한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안토니오 작가인 안토니오의 아들이 아버지의

수기를 보고 재구성한 형식인데 1인칭 시점을 택해 안토니오의 목소

리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그러니까 이것은 안토니오의 고백이면서

동시에 그의 고백이 아니기도 하다 안토니오 자신이었다면 이러한

자기 삶을 출판의 형태로 대중들에게 보일 수 없었을 거라고 짐작해

본다 자기 존재를 증명하려는 노력이 도리어 자기 존재를 부정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그는 아나키스트였지만 아나키스트의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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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은 그가 아나키스트가 아니었다고 말하고 있다 또는 아나키스트

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또는 모든 인간이 아나키스트라고

실제 그의 진심은 잘 모르겠다 이야기에서 lsquo나rsquo라고 하는 인물은

lsquo나rsquo가 아닌 것 같았기 때문에 그에게 물어볼 수도 없었다 이야기

내내 lsquo나rsquo가 lsquo나rsquo와 거리를 두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이것은 애초

설정 아들이 아버지 얘기를 대신 하고 있다는 전제를 잊어버리고 몰

입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진실로 lsquo나rsquo가 하는 얘기를 듣고 싶었다

그걸 기대하며 계속 읽어 나갔다

그렇다고 작가가 잘못했다는 것은 아니다 작가는 아버지를 lsquo나rsquo로

삼아 이 이야기를 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아버지는 요양시설에 갇

혀 있다가 자살을 했다 한번은 아들에게 죽여달라고 말한 적도 있다

아버지가 스스로 4층에서 뛰어내린 뒤에 아들은 아버지를 살려내야

만 했다 아버지의 구십 평생을 재구성한 이야기로 아버지가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아들로서 그렇게 해야 했을 것이다

아나키즘에 대해 몰라도 그것이 국가의 강제력을 원천부정 하는

것이고 막 혁명혁명 하는 것이고 짱돌을 들고 돌격하는 것이고 하

여튼 뭐 되게 센 거 라는 인상은 있었다 그런데 안토니오의 성격이

나 실제 삶은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땅을 늘리고 지켜내는 일

에만 관심이 있으며 폭력적이기까지 한 아버지와 형제들 사이에서 억

눌려 자랐다 지금 처한 곳이 지긋지긋하고 바보 같고 떠나고 싶었지

만 그래서 용감하게 시도도 했지만 실패했다 실패는 실패로 끝나지

않고 더 큰 것을 앗아갔다 유일한 친구의 죽음이 그것이었다 이러한

패턴의 실패는 그의 인생 전체에서 반복된다 혁명에 가담하고 lsquo납탄

동맹rsquo이라고 이름 붙인 동지들을 만나지만 혁명의 길은 실재하는 것

이기는 한지 아스라이 멀 뿐이고 가까이 잡히는 것은 오로지 동지의

죽음뿐이다 ldquo내 나이는 스물아홉이었다 청춘은 다 지났고 패배하

고 말았다는 자괴감이 들었다 당연하겠지만rdquo 스페인 피난민 행

렬에 끼어 프랑스의 생-시프리앵 해변으로 가면서 안토니오가 하는

생각이다 이때만 해도 나는 잠깐 힘을 냈다 이제 뭔가 반전이 펼쳐

지겠지 원래 해가 뜨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고들 하잖아 나 또한 지

금 스물아홉이고 청춘이 다 지났다는 그게 무엇인지 미처 먹어보지

도 못했다는 자각에 시달리고 있는 중이다 패배로 말할 것 같으면

그냥 맨날 하는 중이다 노동조합 활동이 그렇고 사람들과의 관계

일상생활 자아실현 거의 모든 면에서 그렇다 그래서 난 더더욱 저

구절에 희망을 걸었다 이제 진짜 아나키스트의 삶이 펼쳐지지 않겠

는가 그래야 이야기가 되지 않겠어

이 책은 자기계발서가 아니다 그 뒤로 펼쳐진 것은 전하고 비슷하

면서 동시에 전보다 더했다 갇혀 있다가 도망치고 다시 다른 곳에

갇히고 도망치고 그러는 사이사이 좋은 사람을 만나고 잃고 잃고

하는 식이었다 아 안토니오의 삶을 이렇게 간추려버리는 것이 정말

미안하다 근데 사실이 그렇다

해변에서 난민처럼 살다가 도망쳐 어느 농장에 강제로 보내진 안토

니오는 그 마을에서 자기 나이의 반도 안 되는 망아지 같은 여자애와

배가 맞아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안토니오는 이 시절이야말로 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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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가장 즐거웠던 시절이라고 단언한다 무려 lsquo행복rsquo이라는

낱말까지 써가면서 혁명의 이상과 가장 먼 곳에서 가장 행복했다는

것이 아니 그때만 유일하게 행복했다는 것이 뼈아프다 아마 그게 진

실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중반을 넘어가면서부터 lsquo추락rsquo은 본격화된다 그가 lsquo납

탄 동맹rsquo의 든든한 동지를 따라 lsquo사업rsquo에 발을 들이게 되기 때문이

다 돈이 엮이면 어떻게 흐르게 되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너무

지겹게 잘 알고 있다 그런 걸 이 만화에서까지 보고 싶지 않았는데

어쨌든 뛰어넘을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작가는 성실히 쓰고 있다

ldquo살아남으려면 체제에 맹목적으로 순응해야만 했다 단순히 지난

날의 이상을 버리면 되는 게 아니라 열렬한 신봉자가 되어야만 한다

는 것이다rdquo 세상을 뒤집어엎겠다는 큰 꿈만 버리고 lsquo보통rsquo으로 살

아가는 것은 가능하지 않았다 변절한 옛 동지들한테 뭐라고 할 것도

없이 안토니오는 속수무책으로 타락해간다 권력의 뒤통수를 치면서

자기가 권력을 꿰차고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를 두고 다른 욕망을 탐

하고 그러다 결국 자기도 뒤통수를 맞고 거지 신세가 된다 전복이니

혁명이니 하는 것은 꿈에서조차 등장하지 않고 lsquo속박rsquo을 견디지 못

하는 습성만 그놈의 lsquo아나키스트적인rsquo 것으로 남아서 그와 주변을 괴

롭힐 뿐이다

아 책이 채 반에 반도 남지 않았는데 안토니오는 예순 살이 되어

있었다 lsquo왕년에 혁명깨나 했지만 지금은 추한 빈털터리가 되어 아내

와도 끝내고 요양시설에 굴러들어온rsquo 예순 살이다 lsquo보통rsquo보다 못한

예순 살 나는 짜증이 나서 울고 싶었고 그만 읽을 뻔했다 하지만 끝

까지 읽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의 인생에서 마지막이자 유일한

lsquo승리rsquo는 그 뒤에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 승리가 자기 가슴에 붙어

실제로 내장을 갉아먹는 두더지를 떼어내버린 뒤에 스스로 스스로

의 죽음을 실행하는 것뿐이었다고 해도 그 과정을 꼭 지켜봐주었어

야 했다 왜냐하면 남 얘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오래전에 스페인

에서 살았다는 안토니오가 아무것도 개인을 억누르지 않는 자유로운

세상을 꿈꿨던 안토니오라는 사람이 대단하거나 멀게 느껴지지 않는

다 오히려 내가 내일도 마주치게 될 익숙한 사람들 중에 그 지친 얼

굴 하나하나에 안토니오가 보일 것 같다

제목에 속았다고 느꼈다 그런데 다 읽고 보니 작가는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 오히려 시작부터 진실을 말했다

ldquo그리고 또한 그분의 추락이 몇 초밖에 걸리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90년이라는 긴 시간이었다는 사실도 말이

다rdquo

이것은 lsquo추락rsquo에 관한 이야기라고 작가는 이미 알려주고 시작한

것이다 이것은 끝도 없는 추락의 이야기 이상을 가진 인간으로 태

어나서 실패하고 죽어간 이야기다 다시 말하지만 이 실패는 우리

모두가 나눠 먹고 있는 그 실패다 여기서 우리란 물론 우리 편을 말

한다 안토니오의 실패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 자기 가슴을

48 49기획연재-게임과 평화

뜯어먹는 두더지를 꿈에도 본 일이 없는 사람들 이 책이 음란하다고

lsquo청소년 유해매체rsquo 딱지를 붙인 사람들까지 말하는 것은 아니다 적

어도 lsquo우리rsquo는 안토니오라는 아나키스트의 아니 한 인간의 실패담

을 처음부터 끝까지 묵묵히 읽어갈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에도 불구하고 진짜 안토니오의 진짜 진실은

언제까지나 미지수로 남는다 그렇게 남겨야 한다 아무도 모르고 몰

라야만 하는 진실을 하나씩 가지고 있는 것이야말로 그가 그토록 되

고자 열망했던 lsquo개인rsquo일 것이기 때문이다 지우 | 전쟁없는세상 운영위원

게임을 통해 평화를 만드는 게 과연 가능할까 이 물음에 대한 답

을 대신하여 한 가지 게임을 소개하고자 한다

lsquo세계평화게임(World Peace Game)rsquo은 미국의 공립 초등학교 교

사 존 헌터(John Hunter)가 만든 대화형 게임이다 헌터는 1978년에

이 게임의 원형을 처음 만들었고 지금까지 세계를 돌아다니며 게임을

주최하고 있다 그의 활동은 lsquo세계평화와 4학년의 업적(World Peace

and Other 4th-Grade Achievements)rsquo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헌터는 2012년에 타임지가 선정한 교육

운동가 12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세계평화게임은 가로middot세로middot높이 4피트 크기의 4층짜리 아크릴

기획연재-게임과 평화

세계평화게임

50 51기획연재-게임과 평화

구조에서 진행되며 각 층은 바깥 우주와 대기 지표 해저를 상징한

다 거기에 경제력과 군사력이 서로 다른 4개 국가의 영토와 영공

육middot해middot공군 인공위성 잠수함 해저광산 등이 있다 (아무래도 이

아저씨가 숫자 4를 좋아하는 모양이다) 40여 명의 학생이 각국의 수

상 국무장관 국방장관 재무장관 감사원장 등을 맡아 내각을 구성

하고 역할 중에는 유엔이나 세계은행 무기상도 있다

게임의 목표는 이 가상세계에서 일어나는 민족 갈등 화학물질 누

출 핵 확산 물 분쟁 분리middot독립 운동 기근 동물의 멸종 지구온난

화와 같은 위기상황을 함께 해결하고 각국의 경제수준을 높이는 것

이다 학생들은 게임을 통해 권력과 파괴 전쟁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이해하고 장기적 계획과 전략을 세우는 법을 배운다

대화형(interactive) 게임이기에 엄밀하게 짜인 문서화된 규칙은 없

다 게임을 주도하는 것은 학생들이며 교사는 지켜보면서 상황을 정

세계평화게임을 하는 사람들

리하고 촉진하는 역할만 한다 헌터는 처음 교편을 잡았을 때 교사가

수업을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코 그래서는

안 된다는 믿음이 생겼다고 한다 그는 학생들의 집단지성이 자신보

다 훨씬 더 훌륭하다고 인정한다 헌터는 게임에서 실제로 일어난 몇

가지 흥미로운 사례를 소개한다

사례 1

한 학생이 가장 가난한 나라의 국방장관을 맡고 있었다 그 나라의

이웃에는 돈도 많고 기름도 풍부한 나라가 있었다 그런데 그 학생이

갑자기 수상의 명령도 어기고 인접국의 유전지역을 공격했다 학생은

그곳을 포위해 총 한 발 쏘지 않고 지역을 확보했다 인접국은 연료공

급이 차단되어 어떠한 군사행동도 취할 수 없었다 다른 아이들은 화

를 냈다

며칠 뒤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인접한 강대국이 전 세계를 점령

하기 위해 무력도발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학생은 사태의 추

이를 누구보다 먼저 파악하고 대규모 전쟁을 피하기 위해 소규모 전

쟁을 감행하는 냉철한 판단을 내렸던 것이다 학생들은 게임을 멈추

고 그의 판단이 옳았는지 조건에 따라 옳고 그름을 따져보는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사례 2

플라스틱 말로 표시되는 병사들이 전쟁에서 사망하면 군사령관이

52 53기획연재-게임과 평화

병사들의 가상의 부모에게 편지를 쓰는 시간을 가진다 한 번은 학생

의 제안으로 수업을 참관하던 학부모가 직접 편지를 읽게 되었다 편

지의 세 번째 줄을 읽으면서 학부모는 울음을 터뜨렸다 전투에서 병

사를 잃었다면 전쟁에서 승리해도 기쁘지 않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게

되었다 어떤 의미에서 모두가 전쟁에서 졌다는 사실을 말이다

사례 3

방과 후에 틈틈이 7주 동안 진행된 게임에서 세계은행의 재정정책

때문에 한 나라가 시작할 때보다 더 가난해졌다 (게임의 목표는 위기

상황을 해결하고 각국의 경제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게임을 마칠 시

간이 1분도 채 안 남았고 교실은 혼란에 빠졌다 소리를 지르거나 삿

대질을 하는 학생도 있었고 서류 뭉치를 흔들거나 교실을 뛰어다니

는 학생도 있었다

그때 한 학생이 종을 울리며 이렇게 말했다 ldquo세계은행이 모든 자

금을 끌어 모아서 모든 나라가 가난해졌습니다 지금 세계은행에는

6000억 달러가 있습니다 이 돈을 가난한 나라에 기부하려고 합니다

만약 그 나라가 이걸 수용하면 국가의 자산가치가 올라가고 그럼 우

리는 게임을 이기게 됩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rdquo 시간이 3초 정도

남았을 때였다 모두 그 나라의 수상만 바라보고 있었다 ldquo네rdquo 게임

은 이긴 것으로 끝났다

게임은 교과서와 다르다 게임에서 학습자는 lsquo평화란 무엇인가rsquo

라든지 lsquo평화를 어떻게 만드는가rsquo와 같이 주어진 문제에 대한 주어진

답을 저축하듯이 암기하지 않는다 문제를 만드는 것도 그에 대한 답

을 구성하는 것도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 자신과 동료들이다 이는 게

임의 본질이 바로 lsquo참여적 재현rsquo이라는 형식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

고 게임의 lsquo재미rsquo라는 요소가 이러한 참여를 유도한다 여기서 우리

는 맨 앞의 질문에 대한 모종의 답을 상상할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헌터의 말을 인용하며 글을 마친다

ldquo매 게임이 다릅니다 어떤 게임에서는 사회문제가 중요하고 어

떤 게임에서는 경제문제가 중요합니다 어떤 게임에서는 전쟁문제가

대두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부정하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그

게 인류의 현실이니까요 hellip 학생들은 무엇이 옳은 길인지 자기들만

의 방법으로 스스로 찾아냅니다 게임을 통해 저도 많은 것을 배웠습

니다 만약 학생들이 이 게임을 통해 비판적이고 창조적인 사고방식

을 배우고 세상을 이롭게 할 동력을 얻게 된다면 우리 모두를 구원할

지도 모릅니다 게임을 통해 배울 수만 있다면 말이죠rdquo

lsquo세계평화게임rsquo과 이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lsquo세계평화와 4학년의 업적rsquo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는 공식 페이지(httptheworldpeacegamecom)에서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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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무기제로는 2013년 상반기 동안 13개 단체와 연대하여 국민연금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 캠페인은 확산탄과 같은 비

인도무기에 대한 금융기관의 투자가 중단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

으며 세부적으로는 ldquo1) 국민연금이 확산탄 생산기업인 한화 풍산에

투자를 철회한다rdquo ldquo2) 국민연금이 비인도무기 생산기업에 대한 투

자배재를 천명하는 윤리투자원칙을 제정한다rdquo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

왜 투자철회 캠페인인가 왜 국민연금인가

확산탄 캠페인에 있어 대상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확산탄의 수요자사용자인 국가이며 다른 한 축은 확산탄을 생산하는

박승호 | 무기제로 코디네이터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 경험 공유

기업들이다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캠페인의 요구가 확산탄을 전면적

으로 금지시키고 확산탄 오염지역을 정화하고 피해생존자들을 지원

하라는 것 등이 주를 이룬다면 기업을 대상으로 한 요구는 확산탄의

생산middot수출을 중단하라는 것이다

현재 한국 정부는 확산탄을 북한의 장사정포에 대응할 수 있는 핵

심전력으로 여기고 있으며 국제적인 확산탄 불법화 추세에도 불구하

고 확산탄을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무기제로는 국가를 대상으로 협약 가입을 촉구하는 캠페인보

다는 확산탄을 생산하는 기업이나 확산탄 생산을 지원하는 금융기관

에 대한 문제제기를 통해 확산탄에 대한 대중적 낙인화 효과를 불러

일으키는 것이 확산탄 금지운동에 더 효과적일 것이라 판단했다 하

지만 확산탄 생산기업인 한화와 풍산을 대상으로 어떤 캠페인을 벌여

도 이윤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기업이 윤리적인 비난만으로 핵심 사업

을 정리할 것 같지는 않았다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압박보다 더 효

과적인 방식은 바로 돈줄에 위협을 가하는 것이고 이 점에서 투자

철회 캠페인은 상대적으로 더 승산이 있는 캠페인이라는 판단이 있

었다 국민연금이 각각 한화 주식의 734(201112) 풍산 주식의

926(20129)를 보유하고 있는 확산탄 생산기업의 최대투자자라는

점 또 공적자금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있는 기관이라는 점 대

부분의 사람들이 월 일정액의 국민연금보험료 납부하고 있다는 점에

서 국민연금의 확산탄 투자 문제를 lsquo내 문제rsquo로 인식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국민연금이 투자철회 캠페인의 대상으로 결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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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제로의 과거 캠페인 경험을 통해서 볼 때 확산탄이 어떤 무기

인지 왜 확산탄이 금지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대중적 인식은 사실상

전무했다 확산탄이라는 특정한 무기를 금지하자는 캠페인의 슬로건

이 대중의 관심을 얻기 힘든 주제였다는 점에서 우리는 국민 대다

수가 자의든 타의든 월 일정액을 적립하고 있는 lsquo국민연금rsquo을 통해

lsquo당신의 돈이 국제적으로 금지된 무차별 살상무기를 만드는 데 쓰이

고 있다rsquo는 메시지를 전달해 사람들의 관심과 확산탄의 비인도성에

대한 낙인화를 동시에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해외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 사례

이번에 무기제로가 국민연금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을 진행한 것

은 해외에서 이미 성공적으로 진행된 투자철회 캠페인을 모델로 해서

기획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래에서는 무기제로가 참고했던 대

표적인 성공 사례 두 가지를 살펴보려 한다

- 네덜란드 연금기금 투자철회 사례

2007년 3월에 네덜란드 시사프로그램인 젬블라(Zembla)는 네덜란

드 유수의 연금기금이 확산탄 지뢰 등 비인도무기를 만드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 등 네덜란드 연금기금의 비윤리적 투자 문제

를 다룬 lsquoCluster bomb feelingrsquo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방영한

다 당시 방송을 통해 연기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게 된 대중의 분

노가 표출되면서 연기금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이 압력을 느끼게 되었

다 이에 다큐 제작 과정에 관여했던 시민단체인 팍스 크리스티(IKV

Pax Christi)는 다큐 방영 이후 연금 기관들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캠

페인을 시작하게 된다 금융기관들의 가장 큰 두려움이 ldquo사회적 이미

지 실추rdquo라는 점을 활용한 것인데 2011년 유럽 투자자들을 대상으

로 한 조사에서 거의 80의 투자자가 논란이 되는 무기에 대한 투자

가 명성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는 등 인식의

변화가 눈에 띄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2009년 팍스 크리스티는 페어핀(FairFin)과 공동으로 ldquo확산탄 세

계투자 공동의 책임rdquo 보고서를 발표했고 보고서 발표의 영향으로

연금 기금이나 금융기관들이 확산탄 생산기업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

는 사례가 발생한다 팍스 크리스티는 이뿐 아니라 정책 입안자들과

관계를 맺고 확산탄 투자 금지를 입법화하기에 나선다 2009년에 네

덜란드 의회가 확산탄 투자 금지 촉구 제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지

만 당시 과도 정부가 이를 거부했다 이후 확산탄금지협약 비준 등을

거치면서 상원에서 다시 한번 확산탄 투자 금지 제안이 상정되었고

2011년 말 정부가 이를 이행하기로 결정하면서 확산탄 투자 금지는

2013년 1월부터 효력을 발휘하게 되었다

주목할만한 점은 이 다큐가 방영되고 반향을 일으켰던 시점이 아직

확산탄금지협약이 체결되지 않은 시점이었다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경우는 다큐멘터리 방영으로 국민적 분노가 격화되면서 향후 확산탄

생산기업에 대한 연기금의 투자철회 결정뿐 아니라 네달란드가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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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금지협약에 서명하는 등 확산탄을 전면적으로 금지시키는 데도 상

당한 영향을 미쳤다

- 영국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RBS) 투자 철회 사례

2011년 8월 앰네스티 영국지부가 팍스 크리스티 보고서를 바탕으

로 HSBC(홍콩middot상하이은행)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 등 주요 은행에

대한 투자 철회 캠페인(온라인 탄원)을 시작했다 캠페인 시작 1주일

만에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이 확산탄 투자를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밝

히게 된다 당시 이 은행은 앰네스티 회원들로부터 12000통의 이메

일을 받았으며 앰네스티가 진행하던 전국적인 광고 캠페인 등에 이

미지 손상을 두려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사례를 통해서 본 우리의 투자철회 캠페인

투자철회 캠페인은 기업들이 lsquo이미지rsquo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에

서 가능한 캠페인이다 위에서 다룬 두 사례는 각각 대중적인 영향력

을 가지고 있는 방송(네덜란드 시사프로그램 젬블라)과 시민단체(앰

네스티 영국지부)가 자국 금융기관(연금기금)이 국제적으로 큰 비난

을 받고 있는 비인도무기를 만드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으로 대중적인 단죄 또는 낙인화가 이루어지면서 자연스레

투자철회가 이어질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된 사례로 볼 수 있다 ldquo내

돈rdquo이 잔인한 무기를 만드는 데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림으로써 사

람들이 확산탄 문제를 ldquo내 문제rdquo로 인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

한 분위기가 형성되었을 때 해당 국가 내에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단체들이 이 문제를 공공의제로 만들어 냈고 이후 여론을 등에 업고

금융기관을 압박해 실제 투자철회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한국에서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진행된 캠페인은 아직 구체적인 성

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하지만 캠페인이 시작단계에 있으며 해외 사

례와 같이 대중적 영향력이 큰 매체가 이 문제를 다루는 등의 이슈 확

산의 계기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아직은 캠페인의 성과를 이야

기할 시점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또 대부분의 국가들이 확산탄금

지협약에 서명middot비준한 유럽의 경우와는 다르게 한국은 안보상의 이

유로 확산탄의 생산 배치를 고집하고 있으며 평화 무기 이슈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도도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 역시 감안해야 할 것이다

무기제로는 올해 12월 발표 예정인 ldquo확산탄 세계투자rdquo 보고서의

번역 발표 등 지속적 캠페인을 통해 국민연금의 확산탄 투자문제를

꾸준히 제기할 계획이며 적절한 타이밍에 대중적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내는 데 주력해 한화middot풍산에 대한 투자철회

및 확산탄에 대한 낙인화 등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참고httpstopclustermunitionsorghttpwwwstopexplosiveinvestmentsorghttpwzeroorg

60 61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기획연재-가람이의 좌충우돌 세상읽기

ldquo그건 저의 삶입니다rdquo

나름 | 전쟁없는세상 친구 + 스웨덴에서 공부하는 중

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ldquo대답하세요rdquo 아슬아슬하게 진행되던 그들의 대화 긴장이 최고

조에 이른다 대화가 중단되고 한 사람이 자리를 뜬다 그 사이 추궁

을 받던 이는 주위를 둘러본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고 어느 구석

자리에 멈춘다 시선이 고정된다 바로 자신에 관한 기사와 사진들을

발견한 것 벽에 빼곡히 붙어 있는 모습이 마치 수사 상황 같다 소리

를 쳤던 이가 돌아오고 그가 묻는다 ldquo이게 뭐죠rdquo ldquo그건 저의 일이

예요rdquo 추궁을 받던 이의 나직한 목소리 ldquo그건 저의 삶입니다rdquo 덴

마크 드라마 lt보운 (발음이 틀릴 수 있음)gt의 한 대목 덴마크 최초의

여성 총리를 그리고 있는 이 드라마는 첫 방영이 있고 1년 뒤 실제 여

성 총리가 등장하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문제의 대목은 이전 정부

에서 총리를 맡았던 여성이 선거를 앞두고 새로운 정당을 만들면서

시작된다 경제 정책을 담당할 인물을 영입했는데 옛소련의 간첩이었

62 63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대표의 측근이 검증을 하게 된다 이 측근은

소련 좌익 정당에서 일하다 자살한 여성에 대해 캐묻고 그 사람은 결

국 그 여성과의 관계를 비롯해 아픈 과거를 이야기하게 된다 이 장면

은 누군가의 삶에 대해 타인이 얼마나 쉽게 얘기하고 재단할 수 있는

지에 관해 생각하게 만든다 타인이 쉽게 말할 수 있는 그 무엇이 누

군가에게는 삶이요 상처다

누군가에게는

그렇다 타인에게는 그저 지시대로 하면 되는 일이 자신에게는 치

명적인 삶의 문제일 수 있다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 갈등의 연속이

다 최근 이 정도 수준은 아니지만 좀 복잡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주

제 넘게도 어떤 글을 외국어로 쓰고 있는데 유럽 학자와 미국 학자

사이에 끼어 고민이 된다 두 사람이 거의 정반대의 입장에서 글쓰기

에 관여하고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해 한 사람은 이쪽으로 가라고 하

는데 또 한 사람은 저쪽으로 가라고 한다 아직은 경력을 막 쌓기 시

작한 힘없는 나로서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다 두 사람 모

두 좋으신 분들이고 또 내게 중요한 역할을 할 분들이다 그런데 모

두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누구 장단에 맞춰야 할지 난감하

다 다른 점이 있다면 한 사람은 나의 가능성만을 보고 변함없는 신뢰

와 지지를 보여주었지만 또 한 사람은 그 정도는 아니라는 느낌 문

제는 나를 석연치 않게() 보는 듯한 이가 내 경력에서는 훨씬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나를 믿어주는 이의 방향에 맞

추기로 결정했는데 아무튼 쉽지 않은 문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깊이 고민하게 된 다른 문제가 있는데 바로

lsquo누구를 대상으로 이야기하는가rsquo에 관한 부분이다 어쩌다가 바다

건너에서 계속 있다 보니 나는 이쪽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야기를 해

오고 있다 이 사람들의 언어(주로 영어)로 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

는 이야기를 이 사람들 상황에 맞게 말이다 그런데hellip 이게 정말 내

가 원하는 일인가 잘 모르겠다 지금 굉장히 긴 분량의 또 다른 글을

쓰고 있는데 원래는 내가 비교적 잘 알고 있는 한국과 관련된 사건에

대해 얘기하려 했다 이 사건과 특별한 인연이 있고 관심도 많기 때문

이다 그런데 관계자는 특정 사건보다는 lsquo보편적인rsquo lsquo이론적rsquo 이야

기에 초점을 맞춰달라고 요구한다 그래야 이쪽 지역에서 읽히기 때

문이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이게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인가 내

가 정말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들은 누구인가 나는 누구를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는가 쉽게 답할 수 없는 물음들 그래도 나는 안다

적어도 당장은 먹고 사는 문제와 관련이 있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는 걸 물론 이런 고민은 나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바다건너에서

든 아니든)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누구나 살아가면서 어떤 식으

로든 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ldquo네가 행복해져야만helliprdquo

64 65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그런데 lsquo바다건너rsquo라는 부분에 뭔가 있는 것 같다 (나만의 착각

일 수 있지만) 외국에서 지내는 게 다른 사람들에게는 좀 괜찮게 보일

수 있지 않을까 뭔가 좀 있어 보이는 부끄럽지만 고백하건대 나 역

시 그런 생각을 전혀 안 했던 것은 아니다 뭔가 세련()된 것 같은

좀 달라보이는 어떤 면에서 (탈)식민 문제와 관련이 있다 그런데 직

접 생활하는 것은 역시 다르다 물론 철저히 나의 입장에서 그렇다는

이야기다 예컨대 자연환경도 좋고 구경갈 곳도 많은데 여행이나 휴

가를 가지 않느냐는 물음을 받곤 한다 그런데 가고 싶어도 일단 돈

이 없다(있어도 최대한 아껴야 한다) 방학 기간에 여기 저기 여행다

니는 유학생이나 현지인들 이야기를 들으면 나는 신기하기도 하고 부

럽기도 하다 에둘러 말하면 이 세상에 아름답거나 그렇지 않은 것은

없다 아름답게 느끼거나 그렇지 않게 느끼는 특정 맥락의 내가 있는

것이다 lt연애시대gt에도 나오지 않던가 ldquo네가 행복해져야만 이 세

상도 행복해진단다rdquo 그래서 서로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다 처음에

얘기한 드라마 장면 누구에게는 일이고 누구에게는 삶이다 뭔가를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될 이유

[나름대로 스웨덴 소식]

성소수자 탈의실 설치 (스웨덴 영문뉴스 lt로컬gt 2013 4 26)

스톡홀름에 있는 한 고등학교가 자신을 남성-여성으로 정체화하

지 않은 학생들을 위해 별도의 탈의실을 짓기로 했다 보도에 따르면

스웨덴에서는 첫 사례라고 한다 이 학교 학생위원회 관계자는 새로

운 탈의실은 사회의 젠더 규범에 불편해하는 학생들을 위한 것이라

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편 이 학교 선생님들은 수업 시간에 남성

(lsquo한rsquo)-여성(lsquo혼rsquo)을 넘어선 lsquo헨rsquo이라는 단어를 공식 사용하기도 하

고 학생들은 스톡홀름 성소수자 축제에 학생위원회 자격으로 참여한

첫 사례를 남기기도 했다

부유한 지역 적은 난민들 (스웨덴 국영 라디오 국제 2013 7

1)

스웨덴에서 예산이 많은 지역일수록 난민을 받는 데 소극적인 것으

로 나타났다 어느 일간지에 따르면 전국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 20

군데가 같은 수의 가장 부유한 지역들보다 5배 많은 난민을 받아들인

다고 한다 여기에 해당되는 부유한 지역들은 모두 현 정부의 보수 성

향 정당이 이끌어 가고 있다 이는 지난 5년 동안 스웨덴의 290개 지

역 단위를 비교한 결과다 관계자에 따르면 스웨덴 북쪽 지역으로 갈

수록 인구 부족 문제로 난민들이 환영을 받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66 67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효웅 | 병역거부자

일베한테 일베식으로 맞짱뜨기

일베충 종북게이다 좌빨 종북게이다

나님 네 다음 일베충

일베충 네 다음 종북게이

나님 나님이 종북게이라는 lsquo근거rsquo가 있음 주장하는 사람이 근거

를 제시해야 한다는 lsquo입증책임의 원칙rsquo도 모름 이 논리 종범아

일베충 요시 그럼 넌 내가 일베충이라는 근거는 있盧

나님 너한테 한 말 아니라 걍 혼잣말 한건데 내 발화의 지시대상

이 너라는 근거는 있盧

일베충 나한테 한 얘기잖아 이 종북게이야

나님 ㅇㅇ 인정 니 생긴 게 일베충같아서 일베충이라고 한 거임

얼굴에 써 있음

일베충 소설쓰지마라 ㅋㅋ 팩트 모르盧 내가 일베충이라는 팩트

를 대라 팩트를

나님 요시 니가 일베충이라는 lsquo최선의 설명으로서의 추론rsquo이라는

가설을 세워서 추론한 거임 나한테 종북게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lsquo현

상rsquo을 설명하기 위해서 너가 일베충이라는 lsquo가설rsquo을 세워 봤는데

ldquo니가 바로 일베충rdquo이기 때문에 ldquo따라서 나한테 종북게이라는 딱지

를 붙이는 것이다rdquo라는 현상이 아주 훌륭하게 설명력을 지닌 가설추

론이 되는 거임 원래 가설은 아무렇게나 세우는게 lsquo가설rsquo임 가설은

반증 가능성이 있는 게 당연하다고 포퍼가 그랬음 가설을 통해서 과

학과 범죄수사가 발전했음 만일 니가 일베충이 아니라면 너가 경쟁

가설을 주장하던가 내 추론에 문제가 있음을 제시하면 됨 왜 일베충

이라고 해서 찔림 도둑이 제 발 저림 일베충도 일베충이라는 말 듣

기가 부끄러움 너 포퍼가 누군지는 암

68 69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일베충 일베한다고 해서 다 무슨 사이코패스에 고인드립치는 패륜

아 인 줄 아냐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범하지 마라

나님 ㅋㅋㅋ요시 사이코패스에 패륜아라는 건 lsquo니가 한 말rsquo이고

lsquo니 생각rsquo임 내가 언제 너보고 사이코패스에 패륜아라고 했음 난

그냥 너가 일베한다는 lsquo사실rsquo을 진술문으로 말했을 뿐임 아 몰랐

네 너 사이코패스에 패륜아임

일베충 (ㅇㅂㅇ) 지금 일베충이라고 비하하는 거임 일베충이라는

말 자체에 비하가 있다

나님 자기들도 일베충이라고 자조적으로 비하하면서helliphellip

일베충 인권 좋아하는 감성팔이 인권쟁이들이 왜 우리의 인권은

도외시하는 거냐 북한 인권 군인 인권 일베충 인권

나님 일베충이 사람임 사람이 아니므니다

일베충 일베충도 사람이다 왜 사람이 아니냐

나님 lsquo일베충rsquo이라는 말은 일베를 하는 벌레라는 내포를 갖고 있

음 따라서 ldquo일베충은 벌레이다rdquo는 진리값이 항상 참인 분석명제이자

항진명제임 이 무식한 일베충아 그런데 ldquo일베충은 사람이다rdquo라고

한다면 그건 앞의 주어인 lsquo일베충rsquo에 이미 내포되어 있는 벌레라는

걸 부정하는 모순이 되는거임 이건 마치 ldquo삼각형은 동그라미이다rdquo

ldquo여성은 인간이 아니다rdquo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모순율에 어긋나

는 것임

일베충 (ㅇㅂㅇ) 인권 좋아하는 인권쟁이들이 우리들한테 인권이

없다니 역시 좌빨들은 이중성 쩌네 ㅋㅋㅋ모순 쩐다 위선자들 ㅋㅋ

ㅋㅋㅋ

나님 일베충이 그런 내포를 갖게 된 것은 공론장에서의 니들 행패

를 보고 내포가 그렇게 정해진 거임 억울하면 다시 태어나셈 근데

니가 인권이 뭔지는 아냐 어디 그래 lsquo인권rsquo의 정의가 뭐라고 생각

일베충 (ㅇㅂㅇ) 그건사전에 나와있다 ldquo사람이라면 누구나 누려

야할 권리rdquohelliphellip

나님 그런데 너님들은 왜 lsquo여성rsquo lsquo전라도rsquo 이런 사람들의 인권을

부정하고 비하하는 거임

일베충 일베라고 다 패륜아냐 성급한 일반화 모르盧 논리적 근

거를 대라

70 71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나님 아~그럼 여름 중에도 시원한 날이 며칠 있으니까 여름은 안

더운 거겠네 ㅋㅋㅋ 일베충 논리 보소 ㅋㅋㅋㅋ 너 말대로 일베의

lsquo모든rsquo회원이 그런 건 아닐 수도 있음 그러나 대다수가 그런 lsquo성

향rsquo을 갖고 있다면 성급한 일반화가 아니라 강한 통계적 귀납논증이

되는 거임 실지로 얼마 전 일베 게시물들의 키워드를 분석한 프로그

램 통계에 의하면 일베 사이트의 핵심 키워드들은 사회의 대다수 사

람들의 통념과 반대되는 게 맞는데 이 연가시야 사례가 많을수록

귀납논증은 강화되는 거고 너가 일반화라면 그렇지 않은 일베 회원

들이 더 많음을 니가 귀납적으로 논증을 해야 논파가 되는 거임 따라

서 ldquo일베충들은 대부분 사회적 낙오자에 학교에선 아싸고 생긴 건

베트남 쌀국수에 집에서 진격의 거인이나 보면서 연애 한 번 못해

보는 싸이코패스인데 사회적 약자들에 화풀이한다rdquo는 건 굉장히 강

한 귀납논증이 성립되는 거임 (ㅋㅋㅋ)

일베충 우리가 사회적 낙오자에 약자들에게 분풀이 한다는 팩트를

대라 팩트의 일베다 우리는 사실만을 얘기한다

나님 니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lsquo팩트rsquo에 대해서 너님들은 얼마나

알고 있음 너님 혹시 lsquo팩트rsquo가 뭔지는 암 사실과 사건 사태의 차

이점이 뭐임

일베충 0a 0

나님 ldquo쟤 성형수술했대rdquo ldquo너 전과자라며rdquo ldquo나 저번 시험에서

백점 맞았다~^^rdquo ldquo우리 집 50평이다 ^^rdquo ldquo우리 아들이 이번에 반

에서 1등했대요 호호호rdquo 이 문장들은 전부다 lsquo사실rsquo을 얘기하고 있

지만 이건 사실을 얘기하는 lsquo진술문rsquo이 아니라 비하하거나 잘난척

하는 lsquo행위rsquo를 하고 있는 lsquo수행문rsquo임 따라서 너님들이 이야기하고

있는 lsquo사실rsquo은 사실 해석과 반응 맥락에 따라서 굉장히 유동적인

것임 이처럼 사실인 척 위장하고 있는 문장들은 lsquo기술주의적 오류

(destriptive fallcy)rsquo임 또한 사실은 lsquo사물rsquo이 아니라 사물들의 연관

이라고 비트겐슈타인이 말한 것처럼 사실은 사실을 인식하고 말하는

사람의 주관에 달려있는 거임

일베충 전라도가 폭도였고 한국여자들이 성형하고 명품 밝히는 건

팩트다 이 멍청한 좌좀아 홍어들은 한반도를 떠나야하고 여자들은

삼일한(삼일에 한번씩 패야한다는 일베 용어)이라는 거다

나님 한국여성들의 명품 구매비율이나 성형비율이 높다는 lsquo사

실rsquo과 여성들을 패야한다는 lsquo당위rsquo가 어떤 관련이 있음 사실에서

어떻게 당위를 도출함 ldquo저 사람은 흑인이다rdquo라는 사실에서 ldquo따라

서 저 사람을 인종차별해야 한다rdquo라는 당위가 도출됨 ldquo너는 여자

다rdquo라는 사실로부터 ldquo따라서 너는 정숙해야한다rdquo라는 당위 도출되

지 않는 것처럼 이것 역시 철학자 GE 무어가 말한 lsquo자연주의적 오

류rsquo임 그러나 ldquo쟤 일베한다 따라서 박멸해야 한다rdquo는 만고산천에

72 73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불변하는 진리 이데아임 어디까지나 이런 논리나 철학은 사람한테

만 적용되므니다 이 살인 진드기야

일베충 (ㅇㅂㅇ) 광주사태가 홍어들 폭도였다는 거 역시 lsquo팩트rsquo

를 말한 거다 총들고 사람 죽이고 그게 잘한 거냐 이 씹선비야

나님 광주사태가 lsquo민주화운동rsquo이였다는건 공론장에서 의사소통적

논변에 근거한 합의를 통해 그 내포에 대한 일의적(一意的) 의미가 정

해진 사안임 너 혼자 민주화라는 용어를 lsquo홍어들의 폭동rsquo으로 재정

의하는 것은 이미 어느정도 사회적으로 통용된 내포를 너 혼자 바꿔

쓰는 lsquo은밀한 재정의의 오류rsquo이면서 동시에 lsquo자의적middot설득적 정의rsquo

인 거임 ldquo동성애자는 항문섹스만을 즐겨하는 에이즈 보균자이며 하

나님 앞에 죄인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rdquo라는 말이 동성애자에 대한

합의된 정의임 자기 혼자 쓰는 정의지 그리고 너희가 비하하는 전

라도 사람들은 전부다 폭도라던가 한국여자들은 명품에 성형에 환장

했다거나 하는 설명이 과학적이거나 팩트에 가까움 오히려 감정적

인 편견에 지나지 않는거 아님 통계 자료는 있음 논거 부재의 오

류 인신공격의 오류 은밀한 재정의의 오류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온갖 오류들의 향연임 이 애미 애비가 교육을 잘못시켜서 그 따위로

된 가정 교육 못 받은 일베충아

일베충 (ㅇㅂㅇ) 아아아아아우오오 씹선비 김치녀 홍어 홍어

나님 반사 ^^

일베충 (ㅇㅂㅇ) 우워워워좌좀 종북 좌빨 슨상님

나님 굴절 ^^

일베충 크어어어억 오유충 삼일한 김치녀 종특

나님 라고 말하는 놈 친일파 ^^

일베충 쩔뚜기 운지 하라보지 종북게이

나님 라고 말하는 놈 평생 쏠로 ^^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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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욱 정상민 정우진 정인철 정주열 정출균 정혁 정현채 정혜윤 조명래 조은 조익진

조정의민 주관수 지은 진진 진현호 진흙 차명수 참새 채승우 최민아 최성진 타랑

편설란 하동기 하승우 한광주 한주훈 햄 홍수봉 홍수영 홍이 홍창욱 황명규 황예랑

2013년 5월1일 ~ 7월 31일

Page 16: 전쟁없는세상 소식지 38호(2013년 8월)

26 27기획기사

판소로 장소를 바꾸는 전략적 결정을 내렸다 NGO와 사회운동으로

서의 우리가 벡텔보다 더 큰 권력을 같는 곳이다 우리의 목표는 벡텔

이 항복하도록 설득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성공할 가능성이 더 많은

방법일 뿐만 아니라 성공하기에 더 나은 방법이었다 이것은 다른 많

은 기업들에 어떤 메시지를 전달한다 비록 너희가 세계은행의 재판

소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또 다른 전쟁을 준비하게 될

테니rsquo 벡텔과 같은 회사를 위한 규칙이 존재하는 재판소 대신 캠페

인은 결과에 대해 적은 통제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회사를 밀어 넣

은 셈 그 다음 단계는 소송을 계속 진행할지 포기할 지를 결정할 수

있는 회사의 의사결정자들을 알아보는 것 벡텔사는 네슬레나 나이

키 제너럴 일렉트릭과 다르게 보이콧을 할 수 있는 소비상품을 만들

지 않았음 비상장 회사이기 때문에 압력을 넣을 투자자도 존재하지

않음 그래서 캠페인은 CEO이자 회사 창업자의 증손자인 일리 벡텔

(Riley Bechtel)에게 초점을 맞추게 됨 캠페이너들은 그의 개인 메일

에 엄청난 양의 항의메일을 보내고 잡지 등을 통해 찾아낸 정보로 개

인으로서 그에 대한 프로필을 작성함 나중에 캠페인은 이 전략이 꽤

나 효과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됨 lsquo2볼리비아노에 사건을 합의보고

난 후 볼리비아 협상가가 얘기하기를 Riley Bechtel이 소송을 취하도

록 개인적으로 개입했다고 말했다rsquo

EOn의 스위치를 끄다 영국의 새로운 화석에너지에 대항한 투쟁

2006년 독일 에너지기업인 EOn은 새로운 화력발전소로 잉글랜

드 남동쪽 킹스노스(Kingsnorth) 화력발전소를 대체한다는 계획을

발표 2012년 건설을 시작해서 2015년 완공한다는 계획 기업의 타

이밍은 별로 좋지 않았는데 영국에서 풀뿌리 기후변화 운동이 빠르

게 성장하고 있었고 석탄을 태우는 새로운 거대한 시설은 그들이 영

국의 미래 에너지를 생각할 때 별로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았던 것 킹

스노스는 화력발전소에 대항하는 캠페인의 상징이 되었음 풀뿌리그

룹과 NGO들은 2년간의 캠페인을 벌임 캠페이너들은 온라인 선언

에서부터 대규모 시민불복종까지 다양한 행동들을 했고 어떤 행동에

서는 발전소를 완전히 폐쇄시키기도 하였음 2009년 말로 향하던 시

점 EOn은 Kingsnorth 발전소에 대한 계획을 보류하겠다 발표 영

국 정부는 lsquo이산화탄소 포집middot저장(전망이 밝은 미래 기술이나 현재

가동 중인 어떤 발전소에서도 성공적으로 이행된 적이 없음)rsquo 없이는

새로운 화력발전소 개발을 승인하지 않겠다고 발표

Kingsnorth 발전소의 확장을 막는 것은 핵심적이고 즉각적인 캠페

인의 목표 급속히 설장하고 있는 기후변화 운동과 기후변화에 대한

대중의 우려라는 맥락에서 Kingsnorth 캠페인은 또한 EOn과 같은

기업들이 벌어들이는 이윤이 바로 기후변화의 값을 치르는 것이라는

점을 부각시킴 캠페인은 기업을 직접적으로 상대한 대중 행동을 조

직했으나 영국 정부 또한 이차적인 목표였음 이 캠페인은 영국의 석

28 29기획기사

탄과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을 바꾸도록 하는 보다 커다

란 노력의 일부 또한 캠페인을 준비 중인 다른 화력발전소들이 더 있

었음 따라서 캠페인은 Kingsnorth 발전소가 지어지는 것을 막는 것

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프로젝트들도 더 이상 실행되지 못하게 하는

환경 관련 정책을 변화시키는 것이기도 했음 국가적인 에너지정책

에 더해 정부는 EOn의 계획을 승인하거나 거부할 권한을 갖고 있었

음 그리고 국가는 또한 영국에 lsquo이산화탄소 포집middot저장rsquo 시설을 짓

기 위해 에너지기업에 기금을 댈 수백만 달러 경쟁(EOn도 지원)을

담당하고 있기도 함 캠페인은 EOn의 계획에 대한 대중적인 반대를

구축하고 입증하는 운동의 중심 Camp for Climate Action이 그 시

기 내걸었던 것처럼 lsquo우리는 Kingsnorth 발전소의 건설을 중단시켜

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영국의 새로운 화력발전소를 중단시켜야 한

다 이것은 EOn을 중단시켜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들의 브랜드를

공략하라 그들의 작업을 방해하라 그리고 그들의 공급망을 겨냥하

라 우리는 EOn이 어디에서 활동하건 그들과 마주해야 한다rsquo 사

전 대책을 강구해 회사와 맞서는 것 이외에도 활동가들은 FA컵에 대

한 EOn의 스폰서쉽 대학에서 학생들을 모집하려는 EOn의 노력

Kingsnorth 발전소에 대한 여론을 환기하기 위해 가디언이 주최하는

기후변화회의에 대한 스폰서쉽 등 현존하는 기회들을 활용함

위 사례들은 lsquoThe Democracy Centerrsquo의 기업 캠페이너들을 위한 자료집 lsquoBeating Goliathrsquo의 자료 중 일부를 번역한 것임

이 글은 lsquo기업에 어떻게 저항할 것인가rsquo 워크숍에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황필규 변호사가 발표한 글과 내용을 정리한 글입니다

기획기사

1 인권의 초국가성과 다국적 기업

인권에 대해서 우리는 초국가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 인권은 네 가

지 측면에서 초국가적인 성격을 띤다

① 이슈의 초국가성 이주 난민 및 인신매매(국경과 국적이 한 국

가에 국한되지 않음) 다국적기업(활동 공간과 관련 주체) 등

② 구제수단의 초국가성 국내 구제절차 및 유엔인권기구 기타 국

제 인권기준에 입각한 구제 메커니즘 (유엔인권이사회 유엔인권조약

용석 | 전쟁없는세상 운영위원

기업의 인권 침해에 대응하기-법제도와 국제규약을 바탕으로

30 31기획기사

기구 OECD 다국적기업에 관한 가이드라인 등)

③ 인권 자체의 초국가성 국내아시아 법제 개선 및 소송 등에서

국제비교국내 인권법 연구조사의 필요성

④ 인권운동의 초국가성 국내아시아 공통 인권 이슈에 대한 공

동 대응 및 상호작용의 필요성

다국적 기업에 의한 인권 침해는 주로 가난한 나라들에서 일어나고

있다 다국적 기업의 공장이 있는 나라들은 대부분 국가의 기능이 약

하고 자원은 풍부하지만 독재자가 권력을 쥐고 있거나 무력충돌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국가 내 사법 시스템으로

인권 침해를 구제하기는 매우 어렵다

다국적 기업들이 일으키는 인권 문제는 노동 3권 무시 환경파괴

부정부패 강제(아동)노동 선주민의 권리 박탈 등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다국적 기업에게 국제인권기준을 강제할 국

제적 메커니즘은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다국적 기업과 해외 한국기

업의 현지 인권침해와 이에 대한 대응의 문제도 국내법 외국법 국제

사법 국제법 혹은 국제기준 등 모든 국내외 법제도가 적용되어야 하

고 국제적인 공동 활동이 필요한 전형적인 초국가적 인권 문제다

이 글에서는 인권의 초국가성을 바탕으로 다국적 기업에 의한 인

권침해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국내법과 국제법을 통한 방법들을 살펴

보고자 한다

2 국내 법제도의 활용

국내에서 다국적 기업이나 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저지른 인권

침해에 대응해서 취할 수 있는 법제도적인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

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는 것과 해당 기업에 대해서 민사적으로

책임을 묻는 것 그리고 형사적인 책임을 묻는 것이다

국가인권위 진정을 활용한 사례는 버마에서 가스개발사업 중에 한

국가스공사와 대우인터내셔널사의 인권침해에 대해 인권단체들이 국

가인권위에 진정한 사례(2008417)가 대표적이다

민사적인 책임은 그 기업이 연락사무소 혹은 지점일 때와 합작회

사거나 현지 법인일 때 대응 방식이 달라진다 연락사무소나 지점일

경우는 민사 소송을 하더라도 국제사법 절차에 따르지만 현지 법인

이나 합작회사일 경우에는 민법이 적용된다

인권침해를 한 기업이 다국적 기업의 현지 법인일 경우 현지 법인

은 법적으로 독립된 법인격이기 때문에 현지 법인의 잘못을 본사에

물을 수 없는 것이 법에서 원칙이지만 일정한 요건들을 충족시키면

본사에 민법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기업에 형사적인 책임을 묻는 일에 대해 살펴보자 형법 2조를 보

면 ldquo본법은 대한민국영역 내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과 외국인에게 적

용한다rdquo고 규정하여 속지주의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한편 형법

제3조는 ldquo본법은 대한민국영역 외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에게 적용한

32 33기획기사

다rdquo고 규정하여 속인주의를 보충적으로 채택하고 있다 속인주의로

접근하면 외국에서 인권침해 범죄를 저지른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을

형법으로 처리하기 쉬울 거 같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3 국제적 대응

OECD 다국적기업가이드라인(OECD Guidelines for Multinational

Enterprises)과 국내연락사무소(National Contact Point NCP) 이

의제기

OECD는 1976년 다국적 기업의 인권침해를 비롯한 비윤리적 활동

을 예방하고 침해에 대한 해결기준을 마련하기 위하여 lsquoOECD 다국

적기업 가이드라인rsquo을 제정한바 있다 이 가이드라인은 2001년 4차

개정시 다국적기업의 인권침해 등의 비윤리적 활동을 해결하기 위한

절차로서 이 가이드라인 승인국에 국내연락사무소(NCP National

Contact Point)를 두게 하였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 정부는 당시 산

업자원부 차관(현 지식경제부 제2차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외국인투

자실무위원회를 한국의 국내연락사무소로 지정하고 사무국을 산업

자원부 투자정책과(현 산업통상자원부 투자정책과)로 지정하였다

OECD 가이드라인은 제1부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 (개념 및 원칙

일반정책 정보공개 인권 고용 및 노사관계 환경 뇌물방지 소비

자 이익 과학 및 기술 경쟁 조세) 제2부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

이행절차(OECD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에 대한 이사회의 결정 절

차지침 이행절차에 관한 주석)으로 구성되어 있다 2011년 개정된

가이드라인은 인권에 관해 별도의 장을 두고 국제적으로 인정된 인권

프레임워크에 관한 소개 기업의 인권 존중 책임 국내법적 의무 등

인권에 관한 역할을 총 6가지로 규정하고 있다 이 개정된 가이드라

인은 유엔인권이사회의 기업과 인권 프레임워크 (보호 존중 구제)를

통합하고 세계인권선언 및 자유권middot사회권 규약 노동자 기본권에

관한 ILO 선언에서 설정한 권리를 존중할 것을 포괄적으로 천명하였

고 기업의 책임범주를 고용 및 노사관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공급

망(supply chain)을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에 관한 기업의 상당주의

의무(due diligence)를 강조하고 있다

lsquo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rsquo은 국내연락사무소의 활동을 위

한 핵심기준으로 기업계 노동계 NGO를 포함한 다른 이해당사자들

에게 가이드라인의 이행 및 국내연락사무소와 연관된 시설의 이용과

가이드라인을 홍보하도록 하는 가시성(Visibility) 이해관계자들의

접근을 촉진하도록 하는 접근용이성(Accessibility) 연락사무소 활동

결과의 대내외 공개를 뜻하는 투명성(Transparency) 일반대중이 연

락사무소에 관심을 갖을 수 있도록 그 소개를 적극적으로 해야 할 책

임성(Accountability)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연락사무소로

지정된 외국인투자실무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이 OECD 다국적기업 가

34 35기획기사

이드라인이 제시하는 핵심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형식적으로 운영

됨으로써 실제로 다국적 기업에 의한 인권침해를 예방하거나 구제하

는 역할을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유엔인권메커니즘 대응

유엔인권권고는 실체적인 측면에서 국내법적 효력을 가지는 국제

인권법에 근거한다 헌법에 의하여 체결middot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 따라서 유엔헌장

한국이 가입한 유엔인권조약 기타 인권 관련 조약 등과 관련 국제관

습법은 국내에서 직접적인 법적 효력을 가진다 따라서 이러한 국제

인권법은 인권과 관련하여 입법 사법 행정의 법적 근거가 되고 경

우에 따라서는 국내법을 해석하는 기준이 되거나 보완하는 역할을 수

행할 수도 있다1 예컨대 기존 법률 혹은 새로운 법률은 국제인권법과

배치되지 않도록 심사되고 국제인권법은 구체적인 재판규범으로 적

용된다 행정의 경우 국제인권법은 모든 행정작용의 기초가 될 뿐만

아니라 행정주체 혹은 공무원이 이를 어겼을 경우 국가배상 직무유

기 성실의무 위반 등 민형사상 책임과 법적 징계로 이어지게 된다

유엔인권권고는 절차적인 측면에서도 국내법적 효력을 가지는 국

1 황필규 ldquo국제인권기준에 비추어 본 한국 인권현실 유엔인권이사회 국가별 인권상황 정례검토 NGO보고서와 정부보고서 초안의 비교평가를 중심으로rdquo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법률가위원회 『2008년 제1차 인권세미나 국제인권현안과 국제인권법』 (2008 3 22) pp 1-2

제인권법에 근거한다 유엔인권이사회의 국가별 인권상황 정기검토

(UPR)와 특별절차의 경우 국내법적 효력을 가지는 유엔헌장 명문의

규정과 법적 기구인 유엔총회의 결의 등에 기초하고 있다 한편 인권

조약과 관련된 권고의 경우 권고의 주체인 조약기구의 구성과 임무

가 조약상 명문으로 규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그 권고가 이루어지

는 절차에 대하여도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다 따라서 국가보고서가

제출되고 유엔인권권고가 이루어지는 절차는 법률에 근거한 법적 절

차라고 볼 수 있다 유엔인권기구의 권고는 그 권고가 실체적middot절차

적 측면에서 국내에서 법적 구속력을 갖는 국제인권법의 명문의 규정

에 근거한다는 점에 비추어 곧바로 국내에서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

고 보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국내법과 명백히 배치되지 않는 한 충분

히 존중되고 그 취지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국내적으로 해석middot

적용되어야 한다2

유엔인권권고는 실체법middot절차법적으로 법률에 기초한 권고라는 점

외에도 lsquo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rsquo을 목적으로 하

는 헌법의 국제 협력 정신을 존중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국내적으로

이행되어야 한다 헌법재판소도 이러한 취지에서 유엔인권권고에 대

하여 설사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권고의 수용 권고의 이행 혹은

이행 노력의 약속은 국제법적으로는 조약에 의한 의무부담의 의사표

2 황필규 ldquo외국인의 인권과 차별금지rdquo 『인권과 정의』 제365호 (대한변호사협회 2007 1) p 49

36 37기획기사

시일 수 있다 유효한 모든 조약은 그 당사국을 구속하며 또한 당사국

에 의하여 성실하게 이행되어야 한다 어느 당사국도 조약의 불이행

에 대한 정당화의 방법으로 그 국내법 규정을 원용해서는 아니 된다

한편 이러한 약속은 국내법적으로는 법적 기관의 권고에 대한 의무부

담의 의사표시로서 행정작용의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비록 유엔인권

권고 자체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행정상 의사

표시에는 신뢰보호 원칙의 적용가능성 등 법적인 효과가 발생하게 된

다고 보아야 한다 한편 유엔인권권고가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등에

반영되는 경우 이는 행정계획의 일부로서의 법적 성질을 가지게 된

기획기사

기업과 국가는 다르다 둘의 가장 큰 차이는 그것의 주인이 누구이

냐 하는 데 있다 민주주의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다 비록 국가기구

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자는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을 장악한 소수의

엘리트일지 몰라도 적어도 헌법상 국가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렇다면 기업의 주인은 누구인가 주주 이사회 최고경영자

(CEO) 아니면 노동자 법적으로 주식회사의 주인은 회사 주식을 보

유한 주주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최고경영자나 이사회가 주주와 기

업을 지배하기도 한다 기업이 협동조합의 형태로 운영되거나 노조가

기업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 어쨌든 변함없는 사실

은 국가와 달리 기업의 주인은 아주 한정된 집단이라는 것이다

지우 | 전쟁없는세상 운영위원

기업에 저항하는 국내외 운동의 사례들

38 39기획기사

국정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물론 여기에도 lsquo시민권자rsquo라는 자

격 조건이 붙지만) 필요하다면 국가기관에 정보공개를 청구할 수도

있다 반면에 기업의 경영권은 외부자에게 불가침의 영역이며 기업에

관한 정보는 대부분 법에 의해 보호받는 lsquo보안사항rsquo이다 따라서 기

업에 저항하는 운동은 국가를 상대로 할 때와 다를 수밖에 없다 이

글에서는 국내외의 몇 가지 사례를 중심으로 기업에 저항하는 운동의

구체적인 방법들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소개할 것은 lsquo경제개

혁연대(구 참여연대 경제개혁

센터)rsquo의 소액주주운동이다

소액주주란 그 자체로는 중대

한 의사결정권을 갖기 어려울

만큼 낮은 지분의 주식을 소

유한 투자자를 의미한다 소액

주주운동은 취지는 대주주의 자의적인 경영을 감시해 투명하고 책임

있는 경영을 실현하는 데 있다 경영진의 불법행위에 대한 민middot형사

소송과 정부의 재벌middot금융정책에 대한 감시와 입법운동이 소액주주

운동의 주요 수단이다 1997년 제일은행을 시작으로 전개된 소액주

주운동은 삼성전자 SK텔레콤 현대중공업 등 핵심 재벌기업들을 상

대로 한 운동으로 발전해왔다

소액주주운동이 반드시 주주의 권익보호와 기업지배구조 개선만

경제개혁연대의 소액주주 운동

을 목적으로 할 필요는 없다 기업의 목적이 아무리 이윤 배당의 극대

화에 있다지만 그것이 주주들이 추구하는 가치의 전부는 아닐 것이

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소액주주운동은 보다 광범위한 사회적middot정치

적 운동의 수단으로 확대될 여지가 있다 미국의 사회운동가 알린스

키(Saul Alinsky)는 이러한 방법을 lsquo위임장 전술(proxy tactic)rsquo이라

고 불렀다 고용상의 차별철폐와 같은 공익이 이윤 극대화보다 더 중

요한 가치라고 여긴 주주들은 주주총회에서 자신의 주주권을 활동가

들에게 기꺼이 위임했고 이 전술은 1960년대 미국의 사회운동에 큰

획을 그었다

이처럼 기업의 직접적 이해관계자 혹은 내부자라 할지라도 사적인

이해관계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이와 관련하여 반도체 노동자

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lsquo반올림rsquo의 사례를 주목할 만하다 반도체

산업의 공정과 거기에 사용되는 물질 등은 기업의 내부정보인 데다가

전문 분야의 지식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활동가들이 사안에 접근하기

가 쉽지 않다 그래서 내부 조력자들의 제보가 운동이 큰 역할을 했다

고 한다 기업공시가 기업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공식

창구인 상황에서 내부 고발은 기업 감시의 없어서는 안 될 수단이다

lsquo좋은기업센터rsquo는 기업공시와 내부자 제보 외에도 지속가능성보고

서를 통해 기업을 감시하고 있다 지속가능성보고서란 기업이 지속가

능경영의 3대 축이라고 불리는 경제middot사회middot환경 분야의 지표를 공

개하는 보고서이다 기업공시처럼 의무화된 것은 아니지만 많은 대기

40 41기획기사

업이 국제 기준과 가이드라인에 따라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그중 가

장 널리 사용되는 기준이 글로벌 보고 계획(GRI)이다 운동은 지속가

능성보고서의 정보를 가지고 기업에 압력에 가할 수 있으며 보고서

에 누락된 사항이 있으면 이에 대한 설명을 요구할 수 있다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 관한 활동에는 어떤 게 있을까 lsquo국제

민주연대rsquo는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에 진출한 기업들의 노

동착취와 자원개발 문제에 관해 활동하고 있다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 대한 대응이 특히 어려운 이유는 기업과 정부 모두가 관심

이 없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대기업에나 적용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나마도 병원이나 학교를 지어주는 정도로

무마하려고 한다 한국 정부는 현지 주민과 노동자의 인권보다 자국

기업인의 이익 보호를 우선시하며 노조 탄압과 같은 문제는 해당 국

가에 떠넘긴다 관할권과 비용 문제 등으로 인해 사법 대응도 어렵다

하지만 해당 국가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기에 현지인들은 한국에서

의 연대를 절실히 요구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안은 지역적middot국제적

차원의 연대를 구축하여 해당 기업에 압력을 가하는 것이다 이는 외

국 정부나 국제기구의 힘을 빌린 것일 수도 있고 순수하게 비제도적

인 것일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상징적 시위나 보이콧과 같은 비

제도적 수단이 법적middot제도적 수단보다 효과적일 때도 있다 국가든

기업이든 권력의 궁극적 원천은 피지배민중에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고유한 경영권도 민중의 힘 앞에서는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

초국적기업의 횡포가 갈수록 심해지고 기업에 저항해야 할 사안이

점점 많아지는 상황에서 위와 같은 사례들과 방법에 대한 더 많은 연

구가 요구된다 한편 한국 사회는 기업에 대한 인식이 유달리 우호적

이고 기업에 저항하는 운동도 아직 대중에 친숙하지 않아 이에 대한

반발이 만만찮고 행동을 실행에 옮겼을 때 오히려 역효과가 나기도

한다 따라서 기업에 저항하는 국내외 운동의 사례들을 발굴하는 것

과 동시에 어떻게 하면 이러한 방법이 한국 사회에서 더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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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서평

양똘 | 출판노동자 + 전쟁없는세상 후원회원

lsquo실패rsquo를 함께 읽는 일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제목이다

나는 아나키스트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lsquo고백rsquo에 대해서는 좀 안다 제목에서

부터 알아챘어야 했는데 별 생각 없이

펼친 게 잘못이다 어떤 고백은 후회와

맞닿아 있다 하는 사람도 그렇지만 듣

는 사람에게도 그렇다 듣고 나서 후회

하는 고백들 듣지 말았어야 했는지도

모르는 이 책이 나한테 그랬다 아나키

스트에 대해 알기도 전에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부터 들어버렸고

나는 이제 아나키즘이라는 말을 들으면 반사적으로 이 고백이 생각날

것이다 고백은 처참했다 대단히 비극적인 드라마로서가 아니라 무

엇보다 비어 있어서 처참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나키즘에 대한 바

탕 지식이 있었다면 어려운 책들을 좀 읽어두었더라면 이 이야기가

다르게 읽혔을까 읽으면서 울 수도 있었을까 모르겠다 하지만 아

나키즘이라는 거대한 이념에 대해 알기 전에 어느 아나키스트 한 명

의 삶을 먼저 안다는 것 그 삶을 그럴듯한 평전이 아니라 허울 없는

자전적 만화로 lsquo고백 받는rsquo다는 것은 꽤 멋진 일이다 내가 만화 장

르에서 얻고자 하는 것은 주로 그런 부분이다 장황한 말들 삶을 포

장하려는 언어적인 관습들이 어느 정도 걷어내진 자리에 들어차는 것

은 침묵이다 침묵에서 고요한 진실을 읽어내는 것이 독자의 몫이고

이 만화도 역시나 그렇다 하는 얘기보다 안 하는 얘기가 훨씬 많다

서두가 왜 이렇게 주절주절 긴가 하면 이 책에 대해 서평이라고 쓸

만한 게 사실 별로 없기 때문이다 나도 고백을 좀 하고 가자면 독자

가 읽고 싶게 만들 만한 감상을 쓸 자신이 없다 하지만 느낀 것은 좀

있다 그 느낀 것이 너무 처량 맞은데 그게 또 lsquo진실rsquo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어 아이구 어떻게 되겠지 하고 시작한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안토니오 작가인 안토니오의 아들이 아버지의

수기를 보고 재구성한 형식인데 1인칭 시점을 택해 안토니오의 목소

리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그러니까 이것은 안토니오의 고백이면서

동시에 그의 고백이 아니기도 하다 안토니오 자신이었다면 이러한

자기 삶을 출판의 형태로 대중들에게 보일 수 없었을 거라고 짐작해

본다 자기 존재를 증명하려는 노력이 도리어 자기 존재를 부정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그는 아나키스트였지만 아나키스트의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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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은 그가 아나키스트가 아니었다고 말하고 있다 또는 아나키스트

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또는 모든 인간이 아나키스트라고

실제 그의 진심은 잘 모르겠다 이야기에서 lsquo나rsquo라고 하는 인물은

lsquo나rsquo가 아닌 것 같았기 때문에 그에게 물어볼 수도 없었다 이야기

내내 lsquo나rsquo가 lsquo나rsquo와 거리를 두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이것은 애초

설정 아들이 아버지 얘기를 대신 하고 있다는 전제를 잊어버리고 몰

입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진실로 lsquo나rsquo가 하는 얘기를 듣고 싶었다

그걸 기대하며 계속 읽어 나갔다

그렇다고 작가가 잘못했다는 것은 아니다 작가는 아버지를 lsquo나rsquo로

삼아 이 이야기를 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아버지는 요양시설에 갇

혀 있다가 자살을 했다 한번은 아들에게 죽여달라고 말한 적도 있다

아버지가 스스로 4층에서 뛰어내린 뒤에 아들은 아버지를 살려내야

만 했다 아버지의 구십 평생을 재구성한 이야기로 아버지가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아들로서 그렇게 해야 했을 것이다

아나키즘에 대해 몰라도 그것이 국가의 강제력을 원천부정 하는

것이고 막 혁명혁명 하는 것이고 짱돌을 들고 돌격하는 것이고 하

여튼 뭐 되게 센 거 라는 인상은 있었다 그런데 안토니오의 성격이

나 실제 삶은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땅을 늘리고 지켜내는 일

에만 관심이 있으며 폭력적이기까지 한 아버지와 형제들 사이에서 억

눌려 자랐다 지금 처한 곳이 지긋지긋하고 바보 같고 떠나고 싶었지

만 그래서 용감하게 시도도 했지만 실패했다 실패는 실패로 끝나지

않고 더 큰 것을 앗아갔다 유일한 친구의 죽음이 그것이었다 이러한

패턴의 실패는 그의 인생 전체에서 반복된다 혁명에 가담하고 lsquo납탄

동맹rsquo이라고 이름 붙인 동지들을 만나지만 혁명의 길은 실재하는 것

이기는 한지 아스라이 멀 뿐이고 가까이 잡히는 것은 오로지 동지의

죽음뿐이다 ldquo내 나이는 스물아홉이었다 청춘은 다 지났고 패배하

고 말았다는 자괴감이 들었다 당연하겠지만rdquo 스페인 피난민 행

렬에 끼어 프랑스의 생-시프리앵 해변으로 가면서 안토니오가 하는

생각이다 이때만 해도 나는 잠깐 힘을 냈다 이제 뭔가 반전이 펼쳐

지겠지 원래 해가 뜨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고들 하잖아 나 또한 지

금 스물아홉이고 청춘이 다 지났다는 그게 무엇인지 미처 먹어보지

도 못했다는 자각에 시달리고 있는 중이다 패배로 말할 것 같으면

그냥 맨날 하는 중이다 노동조합 활동이 그렇고 사람들과의 관계

일상생활 자아실현 거의 모든 면에서 그렇다 그래서 난 더더욱 저

구절에 희망을 걸었다 이제 진짜 아나키스트의 삶이 펼쳐지지 않겠

는가 그래야 이야기가 되지 않겠어

이 책은 자기계발서가 아니다 그 뒤로 펼쳐진 것은 전하고 비슷하

면서 동시에 전보다 더했다 갇혀 있다가 도망치고 다시 다른 곳에

갇히고 도망치고 그러는 사이사이 좋은 사람을 만나고 잃고 잃고

하는 식이었다 아 안토니오의 삶을 이렇게 간추려버리는 것이 정말

미안하다 근데 사실이 그렇다

해변에서 난민처럼 살다가 도망쳐 어느 농장에 강제로 보내진 안토

니오는 그 마을에서 자기 나이의 반도 안 되는 망아지 같은 여자애와

배가 맞아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안토니오는 이 시절이야말로 자기

46 47리뷰-서평

인생에서 가장 즐거웠던 시절이라고 단언한다 무려 lsquo행복rsquo이라는

낱말까지 써가면서 혁명의 이상과 가장 먼 곳에서 가장 행복했다는

것이 아니 그때만 유일하게 행복했다는 것이 뼈아프다 아마 그게 진

실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중반을 넘어가면서부터 lsquo추락rsquo은 본격화된다 그가 lsquo납

탄 동맹rsquo의 든든한 동지를 따라 lsquo사업rsquo에 발을 들이게 되기 때문이

다 돈이 엮이면 어떻게 흐르게 되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너무

지겹게 잘 알고 있다 그런 걸 이 만화에서까지 보고 싶지 않았는데

어쨌든 뛰어넘을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작가는 성실히 쓰고 있다

ldquo살아남으려면 체제에 맹목적으로 순응해야만 했다 단순히 지난

날의 이상을 버리면 되는 게 아니라 열렬한 신봉자가 되어야만 한다

는 것이다rdquo 세상을 뒤집어엎겠다는 큰 꿈만 버리고 lsquo보통rsquo으로 살

아가는 것은 가능하지 않았다 변절한 옛 동지들한테 뭐라고 할 것도

없이 안토니오는 속수무책으로 타락해간다 권력의 뒤통수를 치면서

자기가 권력을 꿰차고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를 두고 다른 욕망을 탐

하고 그러다 결국 자기도 뒤통수를 맞고 거지 신세가 된다 전복이니

혁명이니 하는 것은 꿈에서조차 등장하지 않고 lsquo속박rsquo을 견디지 못

하는 습성만 그놈의 lsquo아나키스트적인rsquo 것으로 남아서 그와 주변을 괴

롭힐 뿐이다

아 책이 채 반에 반도 남지 않았는데 안토니오는 예순 살이 되어

있었다 lsquo왕년에 혁명깨나 했지만 지금은 추한 빈털터리가 되어 아내

와도 끝내고 요양시설에 굴러들어온rsquo 예순 살이다 lsquo보통rsquo보다 못한

예순 살 나는 짜증이 나서 울고 싶었고 그만 읽을 뻔했다 하지만 끝

까지 읽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의 인생에서 마지막이자 유일한

lsquo승리rsquo는 그 뒤에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 승리가 자기 가슴에 붙어

실제로 내장을 갉아먹는 두더지를 떼어내버린 뒤에 스스로 스스로

의 죽음을 실행하는 것뿐이었다고 해도 그 과정을 꼭 지켜봐주었어

야 했다 왜냐하면 남 얘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오래전에 스페인

에서 살았다는 안토니오가 아무것도 개인을 억누르지 않는 자유로운

세상을 꿈꿨던 안토니오라는 사람이 대단하거나 멀게 느껴지지 않는

다 오히려 내가 내일도 마주치게 될 익숙한 사람들 중에 그 지친 얼

굴 하나하나에 안토니오가 보일 것 같다

제목에 속았다고 느꼈다 그런데 다 읽고 보니 작가는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 오히려 시작부터 진실을 말했다

ldquo그리고 또한 그분의 추락이 몇 초밖에 걸리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90년이라는 긴 시간이었다는 사실도 말이

다rdquo

이것은 lsquo추락rsquo에 관한 이야기라고 작가는 이미 알려주고 시작한

것이다 이것은 끝도 없는 추락의 이야기 이상을 가진 인간으로 태

어나서 실패하고 죽어간 이야기다 다시 말하지만 이 실패는 우리

모두가 나눠 먹고 있는 그 실패다 여기서 우리란 물론 우리 편을 말

한다 안토니오의 실패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 자기 가슴을

48 49기획연재-게임과 평화

뜯어먹는 두더지를 꿈에도 본 일이 없는 사람들 이 책이 음란하다고

lsquo청소년 유해매체rsquo 딱지를 붙인 사람들까지 말하는 것은 아니다 적

어도 lsquo우리rsquo는 안토니오라는 아나키스트의 아니 한 인간의 실패담

을 처음부터 끝까지 묵묵히 읽어갈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에도 불구하고 진짜 안토니오의 진짜 진실은

언제까지나 미지수로 남는다 그렇게 남겨야 한다 아무도 모르고 몰

라야만 하는 진실을 하나씩 가지고 있는 것이야말로 그가 그토록 되

고자 열망했던 lsquo개인rsquo일 것이기 때문이다 지우 | 전쟁없는세상 운영위원

게임을 통해 평화를 만드는 게 과연 가능할까 이 물음에 대한 답

을 대신하여 한 가지 게임을 소개하고자 한다

lsquo세계평화게임(World Peace Game)rsquo은 미국의 공립 초등학교 교

사 존 헌터(John Hunter)가 만든 대화형 게임이다 헌터는 1978년에

이 게임의 원형을 처음 만들었고 지금까지 세계를 돌아다니며 게임을

주최하고 있다 그의 활동은 lsquo세계평화와 4학년의 업적(World Peace

and Other 4th-Grade Achievements)rsquo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헌터는 2012년에 타임지가 선정한 교육

운동가 12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세계평화게임은 가로middot세로middot높이 4피트 크기의 4층짜리 아크릴

기획연재-게임과 평화

세계평화게임

50 51기획연재-게임과 평화

구조에서 진행되며 각 층은 바깥 우주와 대기 지표 해저를 상징한

다 거기에 경제력과 군사력이 서로 다른 4개 국가의 영토와 영공

육middot해middot공군 인공위성 잠수함 해저광산 등이 있다 (아무래도 이

아저씨가 숫자 4를 좋아하는 모양이다) 40여 명의 학생이 각국의 수

상 국무장관 국방장관 재무장관 감사원장 등을 맡아 내각을 구성

하고 역할 중에는 유엔이나 세계은행 무기상도 있다

게임의 목표는 이 가상세계에서 일어나는 민족 갈등 화학물질 누

출 핵 확산 물 분쟁 분리middot독립 운동 기근 동물의 멸종 지구온난

화와 같은 위기상황을 함께 해결하고 각국의 경제수준을 높이는 것

이다 학생들은 게임을 통해 권력과 파괴 전쟁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이해하고 장기적 계획과 전략을 세우는 법을 배운다

대화형(interactive) 게임이기에 엄밀하게 짜인 문서화된 규칙은 없

다 게임을 주도하는 것은 학생들이며 교사는 지켜보면서 상황을 정

세계평화게임을 하는 사람들

리하고 촉진하는 역할만 한다 헌터는 처음 교편을 잡았을 때 교사가

수업을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코 그래서는

안 된다는 믿음이 생겼다고 한다 그는 학생들의 집단지성이 자신보

다 훨씬 더 훌륭하다고 인정한다 헌터는 게임에서 실제로 일어난 몇

가지 흥미로운 사례를 소개한다

사례 1

한 학생이 가장 가난한 나라의 국방장관을 맡고 있었다 그 나라의

이웃에는 돈도 많고 기름도 풍부한 나라가 있었다 그런데 그 학생이

갑자기 수상의 명령도 어기고 인접국의 유전지역을 공격했다 학생은

그곳을 포위해 총 한 발 쏘지 않고 지역을 확보했다 인접국은 연료공

급이 차단되어 어떠한 군사행동도 취할 수 없었다 다른 아이들은 화

를 냈다

며칠 뒤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인접한 강대국이 전 세계를 점령

하기 위해 무력도발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학생은 사태의 추

이를 누구보다 먼저 파악하고 대규모 전쟁을 피하기 위해 소규모 전

쟁을 감행하는 냉철한 판단을 내렸던 것이다 학생들은 게임을 멈추

고 그의 판단이 옳았는지 조건에 따라 옳고 그름을 따져보는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사례 2

플라스틱 말로 표시되는 병사들이 전쟁에서 사망하면 군사령관이

52 53기획연재-게임과 평화

병사들의 가상의 부모에게 편지를 쓰는 시간을 가진다 한 번은 학생

의 제안으로 수업을 참관하던 학부모가 직접 편지를 읽게 되었다 편

지의 세 번째 줄을 읽으면서 학부모는 울음을 터뜨렸다 전투에서 병

사를 잃었다면 전쟁에서 승리해도 기쁘지 않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게

되었다 어떤 의미에서 모두가 전쟁에서 졌다는 사실을 말이다

사례 3

방과 후에 틈틈이 7주 동안 진행된 게임에서 세계은행의 재정정책

때문에 한 나라가 시작할 때보다 더 가난해졌다 (게임의 목표는 위기

상황을 해결하고 각국의 경제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게임을 마칠 시

간이 1분도 채 안 남았고 교실은 혼란에 빠졌다 소리를 지르거나 삿

대질을 하는 학생도 있었고 서류 뭉치를 흔들거나 교실을 뛰어다니

는 학생도 있었다

그때 한 학생이 종을 울리며 이렇게 말했다 ldquo세계은행이 모든 자

금을 끌어 모아서 모든 나라가 가난해졌습니다 지금 세계은행에는

6000억 달러가 있습니다 이 돈을 가난한 나라에 기부하려고 합니다

만약 그 나라가 이걸 수용하면 국가의 자산가치가 올라가고 그럼 우

리는 게임을 이기게 됩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rdquo 시간이 3초 정도

남았을 때였다 모두 그 나라의 수상만 바라보고 있었다 ldquo네rdquo 게임

은 이긴 것으로 끝났다

게임은 교과서와 다르다 게임에서 학습자는 lsquo평화란 무엇인가rsquo

라든지 lsquo평화를 어떻게 만드는가rsquo와 같이 주어진 문제에 대한 주어진

답을 저축하듯이 암기하지 않는다 문제를 만드는 것도 그에 대한 답

을 구성하는 것도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 자신과 동료들이다 이는 게

임의 본질이 바로 lsquo참여적 재현rsquo이라는 형식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

고 게임의 lsquo재미rsquo라는 요소가 이러한 참여를 유도한다 여기서 우리

는 맨 앞의 질문에 대한 모종의 답을 상상할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헌터의 말을 인용하며 글을 마친다

ldquo매 게임이 다릅니다 어떤 게임에서는 사회문제가 중요하고 어

떤 게임에서는 경제문제가 중요합니다 어떤 게임에서는 전쟁문제가

대두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부정하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그

게 인류의 현실이니까요 hellip 학생들은 무엇이 옳은 길인지 자기들만

의 방법으로 스스로 찾아냅니다 게임을 통해 저도 많은 것을 배웠습

니다 만약 학생들이 이 게임을 통해 비판적이고 창조적인 사고방식

을 배우고 세상을 이롭게 할 동력을 얻게 된다면 우리 모두를 구원할

지도 모릅니다 게임을 통해 배울 수만 있다면 말이죠rdquo

lsquo세계평화게임rsquo과 이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lsquo세계평화와 4학년의 업적rsquo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는 공식 페이지(httptheworldpeacegamecom)에서 얻을 수 있다

54 55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무기제로는 2013년 상반기 동안 13개 단체와 연대하여 국민연금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 캠페인은 확산탄과 같은 비

인도무기에 대한 금융기관의 투자가 중단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

으며 세부적으로는 ldquo1) 국민연금이 확산탄 생산기업인 한화 풍산에

투자를 철회한다rdquo ldquo2) 국민연금이 비인도무기 생산기업에 대한 투

자배재를 천명하는 윤리투자원칙을 제정한다rdquo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

왜 투자철회 캠페인인가 왜 국민연금인가

확산탄 캠페인에 있어 대상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확산탄의 수요자사용자인 국가이며 다른 한 축은 확산탄을 생산하는

박승호 | 무기제로 코디네이터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 경험 공유

기업들이다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캠페인의 요구가 확산탄을 전면적

으로 금지시키고 확산탄 오염지역을 정화하고 피해생존자들을 지원

하라는 것 등이 주를 이룬다면 기업을 대상으로 한 요구는 확산탄의

생산middot수출을 중단하라는 것이다

현재 한국 정부는 확산탄을 북한의 장사정포에 대응할 수 있는 핵

심전력으로 여기고 있으며 국제적인 확산탄 불법화 추세에도 불구하

고 확산탄을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무기제로는 국가를 대상으로 협약 가입을 촉구하는 캠페인보

다는 확산탄을 생산하는 기업이나 확산탄 생산을 지원하는 금융기관

에 대한 문제제기를 통해 확산탄에 대한 대중적 낙인화 효과를 불러

일으키는 것이 확산탄 금지운동에 더 효과적일 것이라 판단했다 하

지만 확산탄 생산기업인 한화와 풍산을 대상으로 어떤 캠페인을 벌여

도 이윤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기업이 윤리적인 비난만으로 핵심 사업

을 정리할 것 같지는 않았다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압박보다 더 효

과적인 방식은 바로 돈줄에 위협을 가하는 것이고 이 점에서 투자

철회 캠페인은 상대적으로 더 승산이 있는 캠페인이라는 판단이 있

었다 국민연금이 각각 한화 주식의 734(201112) 풍산 주식의

926(20129)를 보유하고 있는 확산탄 생산기업의 최대투자자라는

점 또 공적자금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있는 기관이라는 점 대

부분의 사람들이 월 일정액의 국민연금보험료 납부하고 있다는 점에

서 국민연금의 확산탄 투자 문제를 lsquo내 문제rsquo로 인식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국민연금이 투자철회 캠페인의 대상으로 결정되었다

56 57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무기제로의 과거 캠페인 경험을 통해서 볼 때 확산탄이 어떤 무기

인지 왜 확산탄이 금지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대중적 인식은 사실상

전무했다 확산탄이라는 특정한 무기를 금지하자는 캠페인의 슬로건

이 대중의 관심을 얻기 힘든 주제였다는 점에서 우리는 국민 대다

수가 자의든 타의든 월 일정액을 적립하고 있는 lsquo국민연금rsquo을 통해

lsquo당신의 돈이 국제적으로 금지된 무차별 살상무기를 만드는 데 쓰이

고 있다rsquo는 메시지를 전달해 사람들의 관심과 확산탄의 비인도성에

대한 낙인화를 동시에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해외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 사례

이번에 무기제로가 국민연금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을 진행한 것

은 해외에서 이미 성공적으로 진행된 투자철회 캠페인을 모델로 해서

기획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래에서는 무기제로가 참고했던 대

표적인 성공 사례 두 가지를 살펴보려 한다

- 네덜란드 연금기금 투자철회 사례

2007년 3월에 네덜란드 시사프로그램인 젬블라(Zembla)는 네덜란

드 유수의 연금기금이 확산탄 지뢰 등 비인도무기를 만드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 등 네덜란드 연금기금의 비윤리적 투자 문제

를 다룬 lsquoCluster bomb feelingrsquo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방영한

다 당시 방송을 통해 연기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게 된 대중의 분

노가 표출되면서 연기금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이 압력을 느끼게 되었

다 이에 다큐 제작 과정에 관여했던 시민단체인 팍스 크리스티(IKV

Pax Christi)는 다큐 방영 이후 연금 기관들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캠

페인을 시작하게 된다 금융기관들의 가장 큰 두려움이 ldquo사회적 이미

지 실추rdquo라는 점을 활용한 것인데 2011년 유럽 투자자들을 대상으

로 한 조사에서 거의 80의 투자자가 논란이 되는 무기에 대한 투자

가 명성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는 등 인식의

변화가 눈에 띄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2009년 팍스 크리스티는 페어핀(FairFin)과 공동으로 ldquo확산탄 세

계투자 공동의 책임rdquo 보고서를 발표했고 보고서 발표의 영향으로

연금 기금이나 금융기관들이 확산탄 생산기업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

는 사례가 발생한다 팍스 크리스티는 이뿐 아니라 정책 입안자들과

관계를 맺고 확산탄 투자 금지를 입법화하기에 나선다 2009년에 네

덜란드 의회가 확산탄 투자 금지 촉구 제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지

만 당시 과도 정부가 이를 거부했다 이후 확산탄금지협약 비준 등을

거치면서 상원에서 다시 한번 확산탄 투자 금지 제안이 상정되었고

2011년 말 정부가 이를 이행하기로 결정하면서 확산탄 투자 금지는

2013년 1월부터 효력을 발휘하게 되었다

주목할만한 점은 이 다큐가 방영되고 반향을 일으켰던 시점이 아직

확산탄금지협약이 체결되지 않은 시점이었다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경우는 다큐멘터리 방영으로 국민적 분노가 격화되면서 향후 확산탄

생산기업에 대한 연기금의 투자철회 결정뿐 아니라 네달란드가 확산

58 59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탄금지협약에 서명하는 등 확산탄을 전면적으로 금지시키는 데도 상

당한 영향을 미쳤다

- 영국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RBS) 투자 철회 사례

2011년 8월 앰네스티 영국지부가 팍스 크리스티 보고서를 바탕으

로 HSBC(홍콩middot상하이은행)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 등 주요 은행에

대한 투자 철회 캠페인(온라인 탄원)을 시작했다 캠페인 시작 1주일

만에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이 확산탄 투자를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밝

히게 된다 당시 이 은행은 앰네스티 회원들로부터 12000통의 이메

일을 받았으며 앰네스티가 진행하던 전국적인 광고 캠페인 등에 이

미지 손상을 두려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사례를 통해서 본 우리의 투자철회 캠페인

투자철회 캠페인은 기업들이 lsquo이미지rsquo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에

서 가능한 캠페인이다 위에서 다룬 두 사례는 각각 대중적인 영향력

을 가지고 있는 방송(네덜란드 시사프로그램 젬블라)과 시민단체(앰

네스티 영국지부)가 자국 금융기관(연금기금)이 국제적으로 큰 비난

을 받고 있는 비인도무기를 만드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으로 대중적인 단죄 또는 낙인화가 이루어지면서 자연스레

투자철회가 이어질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된 사례로 볼 수 있다 ldquo내

돈rdquo이 잔인한 무기를 만드는 데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림으로써 사

람들이 확산탄 문제를 ldquo내 문제rdquo로 인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

한 분위기가 형성되었을 때 해당 국가 내에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단체들이 이 문제를 공공의제로 만들어 냈고 이후 여론을 등에 업고

금융기관을 압박해 실제 투자철회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한국에서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진행된 캠페인은 아직 구체적인 성

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하지만 캠페인이 시작단계에 있으며 해외 사

례와 같이 대중적 영향력이 큰 매체가 이 문제를 다루는 등의 이슈 확

산의 계기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아직은 캠페인의 성과를 이야

기할 시점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또 대부분의 국가들이 확산탄금

지협약에 서명middot비준한 유럽의 경우와는 다르게 한국은 안보상의 이

유로 확산탄의 생산 배치를 고집하고 있으며 평화 무기 이슈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도도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 역시 감안해야 할 것이다

무기제로는 올해 12월 발표 예정인 ldquo확산탄 세계투자rdquo 보고서의

번역 발표 등 지속적 캠페인을 통해 국민연금의 확산탄 투자문제를

꾸준히 제기할 계획이며 적절한 타이밍에 대중적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내는 데 주력해 한화middot풍산에 대한 투자철회

및 확산탄에 대한 낙인화 등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참고httpstopclustermunitionsorghttpwwwstopexplosiveinvestmentsorghttpwzeroorg

60 61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기획연재-가람이의 좌충우돌 세상읽기

ldquo그건 저의 삶입니다rdquo

나름 | 전쟁없는세상 친구 + 스웨덴에서 공부하는 중

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ldquo대답하세요rdquo 아슬아슬하게 진행되던 그들의 대화 긴장이 최고

조에 이른다 대화가 중단되고 한 사람이 자리를 뜬다 그 사이 추궁

을 받던 이는 주위를 둘러본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고 어느 구석

자리에 멈춘다 시선이 고정된다 바로 자신에 관한 기사와 사진들을

발견한 것 벽에 빼곡히 붙어 있는 모습이 마치 수사 상황 같다 소리

를 쳤던 이가 돌아오고 그가 묻는다 ldquo이게 뭐죠rdquo ldquo그건 저의 일이

예요rdquo 추궁을 받던 이의 나직한 목소리 ldquo그건 저의 삶입니다rdquo 덴

마크 드라마 lt보운 (발음이 틀릴 수 있음)gt의 한 대목 덴마크 최초의

여성 총리를 그리고 있는 이 드라마는 첫 방영이 있고 1년 뒤 실제 여

성 총리가 등장하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문제의 대목은 이전 정부

에서 총리를 맡았던 여성이 선거를 앞두고 새로운 정당을 만들면서

시작된다 경제 정책을 담당할 인물을 영입했는데 옛소련의 간첩이었

62 63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대표의 측근이 검증을 하게 된다 이 측근은

소련 좌익 정당에서 일하다 자살한 여성에 대해 캐묻고 그 사람은 결

국 그 여성과의 관계를 비롯해 아픈 과거를 이야기하게 된다 이 장면

은 누군가의 삶에 대해 타인이 얼마나 쉽게 얘기하고 재단할 수 있는

지에 관해 생각하게 만든다 타인이 쉽게 말할 수 있는 그 무엇이 누

군가에게는 삶이요 상처다

누군가에게는

그렇다 타인에게는 그저 지시대로 하면 되는 일이 자신에게는 치

명적인 삶의 문제일 수 있다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 갈등의 연속이

다 최근 이 정도 수준은 아니지만 좀 복잡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주

제 넘게도 어떤 글을 외국어로 쓰고 있는데 유럽 학자와 미국 학자

사이에 끼어 고민이 된다 두 사람이 거의 정반대의 입장에서 글쓰기

에 관여하고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해 한 사람은 이쪽으로 가라고 하

는데 또 한 사람은 저쪽으로 가라고 한다 아직은 경력을 막 쌓기 시

작한 힘없는 나로서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다 두 사람 모

두 좋으신 분들이고 또 내게 중요한 역할을 할 분들이다 그런데 모

두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누구 장단에 맞춰야 할지 난감하

다 다른 점이 있다면 한 사람은 나의 가능성만을 보고 변함없는 신뢰

와 지지를 보여주었지만 또 한 사람은 그 정도는 아니라는 느낌 문

제는 나를 석연치 않게() 보는 듯한 이가 내 경력에서는 훨씬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나를 믿어주는 이의 방향에 맞

추기로 결정했는데 아무튼 쉽지 않은 문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깊이 고민하게 된 다른 문제가 있는데 바로

lsquo누구를 대상으로 이야기하는가rsquo에 관한 부분이다 어쩌다가 바다

건너에서 계속 있다 보니 나는 이쪽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야기를 해

오고 있다 이 사람들의 언어(주로 영어)로 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

는 이야기를 이 사람들 상황에 맞게 말이다 그런데hellip 이게 정말 내

가 원하는 일인가 잘 모르겠다 지금 굉장히 긴 분량의 또 다른 글을

쓰고 있는데 원래는 내가 비교적 잘 알고 있는 한국과 관련된 사건에

대해 얘기하려 했다 이 사건과 특별한 인연이 있고 관심도 많기 때문

이다 그런데 관계자는 특정 사건보다는 lsquo보편적인rsquo lsquo이론적rsquo 이야

기에 초점을 맞춰달라고 요구한다 그래야 이쪽 지역에서 읽히기 때

문이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이게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인가 내

가 정말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들은 누구인가 나는 누구를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는가 쉽게 답할 수 없는 물음들 그래도 나는 안다

적어도 당장은 먹고 사는 문제와 관련이 있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는 걸 물론 이런 고민은 나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바다건너에서

든 아니든)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누구나 살아가면서 어떤 식으

로든 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ldquo네가 행복해져야만helliprdquo

64 65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그런데 lsquo바다건너rsquo라는 부분에 뭔가 있는 것 같다 (나만의 착각

일 수 있지만) 외국에서 지내는 게 다른 사람들에게는 좀 괜찮게 보일

수 있지 않을까 뭔가 좀 있어 보이는 부끄럽지만 고백하건대 나 역

시 그런 생각을 전혀 안 했던 것은 아니다 뭔가 세련()된 것 같은

좀 달라보이는 어떤 면에서 (탈)식민 문제와 관련이 있다 그런데 직

접 생활하는 것은 역시 다르다 물론 철저히 나의 입장에서 그렇다는

이야기다 예컨대 자연환경도 좋고 구경갈 곳도 많은데 여행이나 휴

가를 가지 않느냐는 물음을 받곤 한다 그런데 가고 싶어도 일단 돈

이 없다(있어도 최대한 아껴야 한다) 방학 기간에 여기 저기 여행다

니는 유학생이나 현지인들 이야기를 들으면 나는 신기하기도 하고 부

럽기도 하다 에둘러 말하면 이 세상에 아름답거나 그렇지 않은 것은

없다 아름답게 느끼거나 그렇지 않게 느끼는 특정 맥락의 내가 있는

것이다 lt연애시대gt에도 나오지 않던가 ldquo네가 행복해져야만 이 세

상도 행복해진단다rdquo 그래서 서로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다 처음에

얘기한 드라마 장면 누구에게는 일이고 누구에게는 삶이다 뭔가를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될 이유

[나름대로 스웨덴 소식]

성소수자 탈의실 설치 (스웨덴 영문뉴스 lt로컬gt 2013 4 26)

스톡홀름에 있는 한 고등학교가 자신을 남성-여성으로 정체화하

지 않은 학생들을 위해 별도의 탈의실을 짓기로 했다 보도에 따르면

스웨덴에서는 첫 사례라고 한다 이 학교 학생위원회 관계자는 새로

운 탈의실은 사회의 젠더 규범에 불편해하는 학생들을 위한 것이라

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편 이 학교 선생님들은 수업 시간에 남성

(lsquo한rsquo)-여성(lsquo혼rsquo)을 넘어선 lsquo헨rsquo이라는 단어를 공식 사용하기도 하

고 학생들은 스톡홀름 성소수자 축제에 학생위원회 자격으로 참여한

첫 사례를 남기기도 했다

부유한 지역 적은 난민들 (스웨덴 국영 라디오 국제 2013 7

1)

스웨덴에서 예산이 많은 지역일수록 난민을 받는 데 소극적인 것으

로 나타났다 어느 일간지에 따르면 전국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 20

군데가 같은 수의 가장 부유한 지역들보다 5배 많은 난민을 받아들인

다고 한다 여기에 해당되는 부유한 지역들은 모두 현 정부의 보수 성

향 정당이 이끌어 가고 있다 이는 지난 5년 동안 스웨덴의 290개 지

역 단위를 비교한 결과다 관계자에 따르면 스웨덴 북쪽 지역으로 갈

수록 인구 부족 문제로 난민들이 환영을 받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66 67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효웅 | 병역거부자

일베한테 일베식으로 맞짱뜨기

일베충 종북게이다 좌빨 종북게이다

나님 네 다음 일베충

일베충 네 다음 종북게이

나님 나님이 종북게이라는 lsquo근거rsquo가 있음 주장하는 사람이 근거

를 제시해야 한다는 lsquo입증책임의 원칙rsquo도 모름 이 논리 종범아

일베충 요시 그럼 넌 내가 일베충이라는 근거는 있盧

나님 너한테 한 말 아니라 걍 혼잣말 한건데 내 발화의 지시대상

이 너라는 근거는 있盧

일베충 나한테 한 얘기잖아 이 종북게이야

나님 ㅇㅇ 인정 니 생긴 게 일베충같아서 일베충이라고 한 거임

얼굴에 써 있음

일베충 소설쓰지마라 ㅋㅋ 팩트 모르盧 내가 일베충이라는 팩트

를 대라 팩트를

나님 요시 니가 일베충이라는 lsquo최선의 설명으로서의 추론rsquo이라는

가설을 세워서 추론한 거임 나한테 종북게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lsquo현

상rsquo을 설명하기 위해서 너가 일베충이라는 lsquo가설rsquo을 세워 봤는데

ldquo니가 바로 일베충rdquo이기 때문에 ldquo따라서 나한테 종북게이라는 딱지

를 붙이는 것이다rdquo라는 현상이 아주 훌륭하게 설명력을 지닌 가설추

론이 되는 거임 원래 가설은 아무렇게나 세우는게 lsquo가설rsquo임 가설은

반증 가능성이 있는 게 당연하다고 포퍼가 그랬음 가설을 통해서 과

학과 범죄수사가 발전했음 만일 니가 일베충이 아니라면 너가 경쟁

가설을 주장하던가 내 추론에 문제가 있음을 제시하면 됨 왜 일베충

이라고 해서 찔림 도둑이 제 발 저림 일베충도 일베충이라는 말 듣

기가 부끄러움 너 포퍼가 누군지는 암

68 69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일베충 일베한다고 해서 다 무슨 사이코패스에 고인드립치는 패륜

아 인 줄 아냐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범하지 마라

나님 ㅋㅋㅋ요시 사이코패스에 패륜아라는 건 lsquo니가 한 말rsquo이고

lsquo니 생각rsquo임 내가 언제 너보고 사이코패스에 패륜아라고 했음 난

그냥 너가 일베한다는 lsquo사실rsquo을 진술문으로 말했을 뿐임 아 몰랐

네 너 사이코패스에 패륜아임

일베충 (ㅇㅂㅇ) 지금 일베충이라고 비하하는 거임 일베충이라는

말 자체에 비하가 있다

나님 자기들도 일베충이라고 자조적으로 비하하면서helliphellip

일베충 인권 좋아하는 감성팔이 인권쟁이들이 왜 우리의 인권은

도외시하는 거냐 북한 인권 군인 인권 일베충 인권

나님 일베충이 사람임 사람이 아니므니다

일베충 일베충도 사람이다 왜 사람이 아니냐

나님 lsquo일베충rsquo이라는 말은 일베를 하는 벌레라는 내포를 갖고 있

음 따라서 ldquo일베충은 벌레이다rdquo는 진리값이 항상 참인 분석명제이자

항진명제임 이 무식한 일베충아 그런데 ldquo일베충은 사람이다rdquo라고

한다면 그건 앞의 주어인 lsquo일베충rsquo에 이미 내포되어 있는 벌레라는

걸 부정하는 모순이 되는거임 이건 마치 ldquo삼각형은 동그라미이다rdquo

ldquo여성은 인간이 아니다rdquo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모순율에 어긋나

는 것임

일베충 (ㅇㅂㅇ) 인권 좋아하는 인권쟁이들이 우리들한테 인권이

없다니 역시 좌빨들은 이중성 쩌네 ㅋㅋㅋ모순 쩐다 위선자들 ㅋㅋ

ㅋㅋㅋ

나님 일베충이 그런 내포를 갖게 된 것은 공론장에서의 니들 행패

를 보고 내포가 그렇게 정해진 거임 억울하면 다시 태어나셈 근데

니가 인권이 뭔지는 아냐 어디 그래 lsquo인권rsquo의 정의가 뭐라고 생각

일베충 (ㅇㅂㅇ) 그건사전에 나와있다 ldquo사람이라면 누구나 누려

야할 권리rdquohelliphellip

나님 그런데 너님들은 왜 lsquo여성rsquo lsquo전라도rsquo 이런 사람들의 인권을

부정하고 비하하는 거임

일베충 일베라고 다 패륜아냐 성급한 일반화 모르盧 논리적 근

거를 대라

70 71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나님 아~그럼 여름 중에도 시원한 날이 며칠 있으니까 여름은 안

더운 거겠네 ㅋㅋㅋ 일베충 논리 보소 ㅋㅋㅋㅋ 너 말대로 일베의

lsquo모든rsquo회원이 그런 건 아닐 수도 있음 그러나 대다수가 그런 lsquo성

향rsquo을 갖고 있다면 성급한 일반화가 아니라 강한 통계적 귀납논증이

되는 거임 실지로 얼마 전 일베 게시물들의 키워드를 분석한 프로그

램 통계에 의하면 일베 사이트의 핵심 키워드들은 사회의 대다수 사

람들의 통념과 반대되는 게 맞는데 이 연가시야 사례가 많을수록

귀납논증은 강화되는 거고 너가 일반화라면 그렇지 않은 일베 회원

들이 더 많음을 니가 귀납적으로 논증을 해야 논파가 되는 거임 따라

서 ldquo일베충들은 대부분 사회적 낙오자에 학교에선 아싸고 생긴 건

베트남 쌀국수에 집에서 진격의 거인이나 보면서 연애 한 번 못해

보는 싸이코패스인데 사회적 약자들에 화풀이한다rdquo는 건 굉장히 강

한 귀납논증이 성립되는 거임 (ㅋㅋㅋ)

일베충 우리가 사회적 낙오자에 약자들에게 분풀이 한다는 팩트를

대라 팩트의 일베다 우리는 사실만을 얘기한다

나님 니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lsquo팩트rsquo에 대해서 너님들은 얼마나

알고 있음 너님 혹시 lsquo팩트rsquo가 뭔지는 암 사실과 사건 사태의 차

이점이 뭐임

일베충 0a 0

나님 ldquo쟤 성형수술했대rdquo ldquo너 전과자라며rdquo ldquo나 저번 시험에서

백점 맞았다~^^rdquo ldquo우리 집 50평이다 ^^rdquo ldquo우리 아들이 이번에 반

에서 1등했대요 호호호rdquo 이 문장들은 전부다 lsquo사실rsquo을 얘기하고 있

지만 이건 사실을 얘기하는 lsquo진술문rsquo이 아니라 비하하거나 잘난척

하는 lsquo행위rsquo를 하고 있는 lsquo수행문rsquo임 따라서 너님들이 이야기하고

있는 lsquo사실rsquo은 사실 해석과 반응 맥락에 따라서 굉장히 유동적인

것임 이처럼 사실인 척 위장하고 있는 문장들은 lsquo기술주의적 오류

(destriptive fallcy)rsquo임 또한 사실은 lsquo사물rsquo이 아니라 사물들의 연관

이라고 비트겐슈타인이 말한 것처럼 사실은 사실을 인식하고 말하는

사람의 주관에 달려있는 거임

일베충 전라도가 폭도였고 한국여자들이 성형하고 명품 밝히는 건

팩트다 이 멍청한 좌좀아 홍어들은 한반도를 떠나야하고 여자들은

삼일한(삼일에 한번씩 패야한다는 일베 용어)이라는 거다

나님 한국여성들의 명품 구매비율이나 성형비율이 높다는 lsquo사

실rsquo과 여성들을 패야한다는 lsquo당위rsquo가 어떤 관련이 있음 사실에서

어떻게 당위를 도출함 ldquo저 사람은 흑인이다rdquo라는 사실에서 ldquo따라

서 저 사람을 인종차별해야 한다rdquo라는 당위가 도출됨 ldquo너는 여자

다rdquo라는 사실로부터 ldquo따라서 너는 정숙해야한다rdquo라는 당위 도출되

지 않는 것처럼 이것 역시 철학자 GE 무어가 말한 lsquo자연주의적 오

류rsquo임 그러나 ldquo쟤 일베한다 따라서 박멸해야 한다rdquo는 만고산천에

72 73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불변하는 진리 이데아임 어디까지나 이런 논리나 철학은 사람한테

만 적용되므니다 이 살인 진드기야

일베충 (ㅇㅂㅇ) 광주사태가 홍어들 폭도였다는 거 역시 lsquo팩트rsquo

를 말한 거다 총들고 사람 죽이고 그게 잘한 거냐 이 씹선비야

나님 광주사태가 lsquo민주화운동rsquo이였다는건 공론장에서 의사소통적

논변에 근거한 합의를 통해 그 내포에 대한 일의적(一意的) 의미가 정

해진 사안임 너 혼자 민주화라는 용어를 lsquo홍어들의 폭동rsquo으로 재정

의하는 것은 이미 어느정도 사회적으로 통용된 내포를 너 혼자 바꿔

쓰는 lsquo은밀한 재정의의 오류rsquo이면서 동시에 lsquo자의적middot설득적 정의rsquo

인 거임 ldquo동성애자는 항문섹스만을 즐겨하는 에이즈 보균자이며 하

나님 앞에 죄인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rdquo라는 말이 동성애자에 대한

합의된 정의임 자기 혼자 쓰는 정의지 그리고 너희가 비하하는 전

라도 사람들은 전부다 폭도라던가 한국여자들은 명품에 성형에 환장

했다거나 하는 설명이 과학적이거나 팩트에 가까움 오히려 감정적

인 편견에 지나지 않는거 아님 통계 자료는 있음 논거 부재의 오

류 인신공격의 오류 은밀한 재정의의 오류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온갖 오류들의 향연임 이 애미 애비가 교육을 잘못시켜서 그 따위로

된 가정 교육 못 받은 일베충아

일베충 (ㅇㅂㅇ) 아아아아아우오오 씹선비 김치녀 홍어 홍어

나님 반사 ^^

일베충 (ㅇㅂㅇ) 우워워워좌좀 종북 좌빨 슨상님

나님 굴절 ^^

일베충 크어어어억 오유충 삼일한 김치녀 종특

나님 라고 말하는 놈 친일파 ^^

일베충 쩔뚜기 운지 하라보지 종북게이

나님 라고 말하는 놈 평생 쏠로 ^^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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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완 우성섭 우지연 위양자 유은정 유현미 윤민순 윤정하 윤정화 윤지환 윤혜정

은국 은종복 은혜와평화교회 이갑수 이기영 이덕현 이비함 이상길 이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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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욱 정상민 정우진 정인철 정주열 정출균 정혁 정현채 정혜윤 조명래 조은 조익진

조정의민 주관수 지은 진진 진현호 진흙 차명수 참새 채승우 최민아 최성진 타랑

편설란 하동기 하승우 한광주 한주훈 햄 홍수봉 홍수영 홍이 홍창욱 황명규 황예랑

2013년 5월1일 ~ 7월 31일

Page 17: 전쟁없는세상 소식지 38호(2013년 8월)

28 29기획기사

탄과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을 바꾸도록 하는 보다 커다

란 노력의 일부 또한 캠페인을 준비 중인 다른 화력발전소들이 더 있

었음 따라서 캠페인은 Kingsnorth 발전소가 지어지는 것을 막는 것

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프로젝트들도 더 이상 실행되지 못하게 하는

환경 관련 정책을 변화시키는 것이기도 했음 국가적인 에너지정책

에 더해 정부는 EOn의 계획을 승인하거나 거부할 권한을 갖고 있었

음 그리고 국가는 또한 영국에 lsquo이산화탄소 포집middot저장rsquo 시설을 짓

기 위해 에너지기업에 기금을 댈 수백만 달러 경쟁(EOn도 지원)을

담당하고 있기도 함 캠페인은 EOn의 계획에 대한 대중적인 반대를

구축하고 입증하는 운동의 중심 Camp for Climate Action이 그 시

기 내걸었던 것처럼 lsquo우리는 Kingsnorth 발전소의 건설을 중단시켜

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영국의 새로운 화력발전소를 중단시켜야 한

다 이것은 EOn을 중단시켜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들의 브랜드를

공략하라 그들의 작업을 방해하라 그리고 그들의 공급망을 겨냥하

라 우리는 EOn이 어디에서 활동하건 그들과 마주해야 한다rsquo 사

전 대책을 강구해 회사와 맞서는 것 이외에도 활동가들은 FA컵에 대

한 EOn의 스폰서쉽 대학에서 학생들을 모집하려는 EOn의 노력

Kingsnorth 발전소에 대한 여론을 환기하기 위해 가디언이 주최하는

기후변화회의에 대한 스폰서쉽 등 현존하는 기회들을 활용함

위 사례들은 lsquoThe Democracy Centerrsquo의 기업 캠페이너들을 위한 자료집 lsquoBeating Goliathrsquo의 자료 중 일부를 번역한 것임

이 글은 lsquo기업에 어떻게 저항할 것인가rsquo 워크숍에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황필규 변호사가 발표한 글과 내용을 정리한 글입니다

기획기사

1 인권의 초국가성과 다국적 기업

인권에 대해서 우리는 초국가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 인권은 네 가

지 측면에서 초국가적인 성격을 띤다

① 이슈의 초국가성 이주 난민 및 인신매매(국경과 국적이 한 국

가에 국한되지 않음) 다국적기업(활동 공간과 관련 주체) 등

② 구제수단의 초국가성 국내 구제절차 및 유엔인권기구 기타 국

제 인권기준에 입각한 구제 메커니즘 (유엔인권이사회 유엔인권조약

용석 | 전쟁없는세상 운영위원

기업의 인권 침해에 대응하기-법제도와 국제규약을 바탕으로

30 31기획기사

기구 OECD 다국적기업에 관한 가이드라인 등)

③ 인권 자체의 초국가성 국내아시아 법제 개선 및 소송 등에서

국제비교국내 인권법 연구조사의 필요성

④ 인권운동의 초국가성 국내아시아 공통 인권 이슈에 대한 공

동 대응 및 상호작용의 필요성

다국적 기업에 의한 인권 침해는 주로 가난한 나라들에서 일어나고

있다 다국적 기업의 공장이 있는 나라들은 대부분 국가의 기능이 약

하고 자원은 풍부하지만 독재자가 권력을 쥐고 있거나 무력충돌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국가 내 사법 시스템으로

인권 침해를 구제하기는 매우 어렵다

다국적 기업들이 일으키는 인권 문제는 노동 3권 무시 환경파괴

부정부패 강제(아동)노동 선주민의 권리 박탈 등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다국적 기업에게 국제인권기준을 강제할 국

제적 메커니즘은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다국적 기업과 해외 한국기

업의 현지 인권침해와 이에 대한 대응의 문제도 국내법 외국법 국제

사법 국제법 혹은 국제기준 등 모든 국내외 법제도가 적용되어야 하

고 국제적인 공동 활동이 필요한 전형적인 초국가적 인권 문제다

이 글에서는 인권의 초국가성을 바탕으로 다국적 기업에 의한 인

권침해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국내법과 국제법을 통한 방법들을 살펴

보고자 한다

2 국내 법제도의 활용

국내에서 다국적 기업이나 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저지른 인권

침해에 대응해서 취할 수 있는 법제도적인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

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는 것과 해당 기업에 대해서 민사적으로

책임을 묻는 것 그리고 형사적인 책임을 묻는 것이다

국가인권위 진정을 활용한 사례는 버마에서 가스개발사업 중에 한

국가스공사와 대우인터내셔널사의 인권침해에 대해 인권단체들이 국

가인권위에 진정한 사례(2008417)가 대표적이다

민사적인 책임은 그 기업이 연락사무소 혹은 지점일 때와 합작회

사거나 현지 법인일 때 대응 방식이 달라진다 연락사무소나 지점일

경우는 민사 소송을 하더라도 국제사법 절차에 따르지만 현지 법인

이나 합작회사일 경우에는 민법이 적용된다

인권침해를 한 기업이 다국적 기업의 현지 법인일 경우 현지 법인

은 법적으로 독립된 법인격이기 때문에 현지 법인의 잘못을 본사에

물을 수 없는 것이 법에서 원칙이지만 일정한 요건들을 충족시키면

본사에 민법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기업에 형사적인 책임을 묻는 일에 대해 살펴보자 형법 2조를 보

면 ldquo본법은 대한민국영역 내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과 외국인에게 적

용한다rdquo고 규정하여 속지주의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한편 형법

제3조는 ldquo본법은 대한민국영역 외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에게 적용한

32 33기획기사

다rdquo고 규정하여 속인주의를 보충적으로 채택하고 있다 속인주의로

접근하면 외국에서 인권침해 범죄를 저지른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을

형법으로 처리하기 쉬울 거 같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3 국제적 대응

OECD 다국적기업가이드라인(OECD Guidelines for Multinational

Enterprises)과 국내연락사무소(National Contact Point NCP) 이

의제기

OECD는 1976년 다국적 기업의 인권침해를 비롯한 비윤리적 활동

을 예방하고 침해에 대한 해결기준을 마련하기 위하여 lsquoOECD 다국

적기업 가이드라인rsquo을 제정한바 있다 이 가이드라인은 2001년 4차

개정시 다국적기업의 인권침해 등의 비윤리적 활동을 해결하기 위한

절차로서 이 가이드라인 승인국에 국내연락사무소(NCP National

Contact Point)를 두게 하였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 정부는 당시 산

업자원부 차관(현 지식경제부 제2차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외국인투

자실무위원회를 한국의 국내연락사무소로 지정하고 사무국을 산업

자원부 투자정책과(현 산업통상자원부 투자정책과)로 지정하였다

OECD 가이드라인은 제1부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 (개념 및 원칙

일반정책 정보공개 인권 고용 및 노사관계 환경 뇌물방지 소비

자 이익 과학 및 기술 경쟁 조세) 제2부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

이행절차(OECD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에 대한 이사회의 결정 절

차지침 이행절차에 관한 주석)으로 구성되어 있다 2011년 개정된

가이드라인은 인권에 관해 별도의 장을 두고 국제적으로 인정된 인권

프레임워크에 관한 소개 기업의 인권 존중 책임 국내법적 의무 등

인권에 관한 역할을 총 6가지로 규정하고 있다 이 개정된 가이드라

인은 유엔인권이사회의 기업과 인권 프레임워크 (보호 존중 구제)를

통합하고 세계인권선언 및 자유권middot사회권 규약 노동자 기본권에

관한 ILO 선언에서 설정한 권리를 존중할 것을 포괄적으로 천명하였

고 기업의 책임범주를 고용 및 노사관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공급

망(supply chain)을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에 관한 기업의 상당주의

의무(due diligence)를 강조하고 있다

lsquo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rsquo은 국내연락사무소의 활동을 위

한 핵심기준으로 기업계 노동계 NGO를 포함한 다른 이해당사자들

에게 가이드라인의 이행 및 국내연락사무소와 연관된 시설의 이용과

가이드라인을 홍보하도록 하는 가시성(Visibility) 이해관계자들의

접근을 촉진하도록 하는 접근용이성(Accessibility) 연락사무소 활동

결과의 대내외 공개를 뜻하는 투명성(Transparency) 일반대중이 연

락사무소에 관심을 갖을 수 있도록 그 소개를 적극적으로 해야 할 책

임성(Accountability)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연락사무소로

지정된 외국인투자실무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이 OECD 다국적기업 가

34 35기획기사

이드라인이 제시하는 핵심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형식적으로 운영

됨으로써 실제로 다국적 기업에 의한 인권침해를 예방하거나 구제하

는 역할을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유엔인권메커니즘 대응

유엔인권권고는 실체적인 측면에서 국내법적 효력을 가지는 국제

인권법에 근거한다 헌법에 의하여 체결middot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 따라서 유엔헌장

한국이 가입한 유엔인권조약 기타 인권 관련 조약 등과 관련 국제관

습법은 국내에서 직접적인 법적 효력을 가진다 따라서 이러한 국제

인권법은 인권과 관련하여 입법 사법 행정의 법적 근거가 되고 경

우에 따라서는 국내법을 해석하는 기준이 되거나 보완하는 역할을 수

행할 수도 있다1 예컨대 기존 법률 혹은 새로운 법률은 국제인권법과

배치되지 않도록 심사되고 국제인권법은 구체적인 재판규범으로 적

용된다 행정의 경우 국제인권법은 모든 행정작용의 기초가 될 뿐만

아니라 행정주체 혹은 공무원이 이를 어겼을 경우 국가배상 직무유

기 성실의무 위반 등 민형사상 책임과 법적 징계로 이어지게 된다

유엔인권권고는 절차적인 측면에서도 국내법적 효력을 가지는 국

1 황필규 ldquo국제인권기준에 비추어 본 한국 인권현실 유엔인권이사회 국가별 인권상황 정례검토 NGO보고서와 정부보고서 초안의 비교평가를 중심으로rdquo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법률가위원회 『2008년 제1차 인권세미나 국제인권현안과 국제인권법』 (2008 3 22) pp 1-2

제인권법에 근거한다 유엔인권이사회의 국가별 인권상황 정기검토

(UPR)와 특별절차의 경우 국내법적 효력을 가지는 유엔헌장 명문의

규정과 법적 기구인 유엔총회의 결의 등에 기초하고 있다 한편 인권

조약과 관련된 권고의 경우 권고의 주체인 조약기구의 구성과 임무

가 조약상 명문으로 규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그 권고가 이루어지

는 절차에 대하여도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다 따라서 국가보고서가

제출되고 유엔인권권고가 이루어지는 절차는 법률에 근거한 법적 절

차라고 볼 수 있다 유엔인권기구의 권고는 그 권고가 실체적middot절차

적 측면에서 국내에서 법적 구속력을 갖는 국제인권법의 명문의 규정

에 근거한다는 점에 비추어 곧바로 국내에서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

고 보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국내법과 명백히 배치되지 않는 한 충분

히 존중되고 그 취지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국내적으로 해석middot

적용되어야 한다2

유엔인권권고는 실체법middot절차법적으로 법률에 기초한 권고라는 점

외에도 lsquo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rsquo을 목적으로 하

는 헌법의 국제 협력 정신을 존중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국내적으로

이행되어야 한다 헌법재판소도 이러한 취지에서 유엔인권권고에 대

하여 설사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권고의 수용 권고의 이행 혹은

이행 노력의 약속은 국제법적으로는 조약에 의한 의무부담의 의사표

2 황필규 ldquo외국인의 인권과 차별금지rdquo 『인권과 정의』 제365호 (대한변호사협회 2007 1) p 49

36 37기획기사

시일 수 있다 유효한 모든 조약은 그 당사국을 구속하며 또한 당사국

에 의하여 성실하게 이행되어야 한다 어느 당사국도 조약의 불이행

에 대한 정당화의 방법으로 그 국내법 규정을 원용해서는 아니 된다

한편 이러한 약속은 국내법적으로는 법적 기관의 권고에 대한 의무부

담의 의사표시로서 행정작용의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비록 유엔인권

권고 자체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행정상 의사

표시에는 신뢰보호 원칙의 적용가능성 등 법적인 효과가 발생하게 된

다고 보아야 한다 한편 유엔인권권고가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등에

반영되는 경우 이는 행정계획의 일부로서의 법적 성질을 가지게 된

기획기사

기업과 국가는 다르다 둘의 가장 큰 차이는 그것의 주인이 누구이

냐 하는 데 있다 민주주의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다 비록 국가기구

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자는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을 장악한 소수의

엘리트일지 몰라도 적어도 헌법상 국가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렇다면 기업의 주인은 누구인가 주주 이사회 최고경영자

(CEO) 아니면 노동자 법적으로 주식회사의 주인은 회사 주식을 보

유한 주주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최고경영자나 이사회가 주주와 기

업을 지배하기도 한다 기업이 협동조합의 형태로 운영되거나 노조가

기업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 어쨌든 변함없는 사실

은 국가와 달리 기업의 주인은 아주 한정된 집단이라는 것이다

지우 | 전쟁없는세상 운영위원

기업에 저항하는 국내외 운동의 사례들

38 39기획기사

국정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물론 여기에도 lsquo시민권자rsquo라는 자

격 조건이 붙지만) 필요하다면 국가기관에 정보공개를 청구할 수도

있다 반면에 기업의 경영권은 외부자에게 불가침의 영역이며 기업에

관한 정보는 대부분 법에 의해 보호받는 lsquo보안사항rsquo이다 따라서 기

업에 저항하는 운동은 국가를 상대로 할 때와 다를 수밖에 없다 이

글에서는 국내외의 몇 가지 사례를 중심으로 기업에 저항하는 운동의

구체적인 방법들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소개할 것은 lsquo경제개

혁연대(구 참여연대 경제개혁

센터)rsquo의 소액주주운동이다

소액주주란 그 자체로는 중대

한 의사결정권을 갖기 어려울

만큼 낮은 지분의 주식을 소

유한 투자자를 의미한다 소액

주주운동은 취지는 대주주의 자의적인 경영을 감시해 투명하고 책임

있는 경영을 실현하는 데 있다 경영진의 불법행위에 대한 민middot형사

소송과 정부의 재벌middot금융정책에 대한 감시와 입법운동이 소액주주

운동의 주요 수단이다 1997년 제일은행을 시작으로 전개된 소액주

주운동은 삼성전자 SK텔레콤 현대중공업 등 핵심 재벌기업들을 상

대로 한 운동으로 발전해왔다

소액주주운동이 반드시 주주의 권익보호와 기업지배구조 개선만

경제개혁연대의 소액주주 운동

을 목적으로 할 필요는 없다 기업의 목적이 아무리 이윤 배당의 극대

화에 있다지만 그것이 주주들이 추구하는 가치의 전부는 아닐 것이

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소액주주운동은 보다 광범위한 사회적middot정치

적 운동의 수단으로 확대될 여지가 있다 미국의 사회운동가 알린스

키(Saul Alinsky)는 이러한 방법을 lsquo위임장 전술(proxy tactic)rsquo이라

고 불렀다 고용상의 차별철폐와 같은 공익이 이윤 극대화보다 더 중

요한 가치라고 여긴 주주들은 주주총회에서 자신의 주주권을 활동가

들에게 기꺼이 위임했고 이 전술은 1960년대 미국의 사회운동에 큰

획을 그었다

이처럼 기업의 직접적 이해관계자 혹은 내부자라 할지라도 사적인

이해관계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이와 관련하여 반도체 노동자

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lsquo반올림rsquo의 사례를 주목할 만하다 반도체

산업의 공정과 거기에 사용되는 물질 등은 기업의 내부정보인 데다가

전문 분야의 지식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활동가들이 사안에 접근하기

가 쉽지 않다 그래서 내부 조력자들의 제보가 운동이 큰 역할을 했다

고 한다 기업공시가 기업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공식

창구인 상황에서 내부 고발은 기업 감시의 없어서는 안 될 수단이다

lsquo좋은기업센터rsquo는 기업공시와 내부자 제보 외에도 지속가능성보고

서를 통해 기업을 감시하고 있다 지속가능성보고서란 기업이 지속가

능경영의 3대 축이라고 불리는 경제middot사회middot환경 분야의 지표를 공

개하는 보고서이다 기업공시처럼 의무화된 것은 아니지만 많은 대기

40 41기획기사

업이 국제 기준과 가이드라인에 따라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그중 가

장 널리 사용되는 기준이 글로벌 보고 계획(GRI)이다 운동은 지속가

능성보고서의 정보를 가지고 기업에 압력에 가할 수 있으며 보고서

에 누락된 사항이 있으면 이에 대한 설명을 요구할 수 있다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 관한 활동에는 어떤 게 있을까 lsquo국제

민주연대rsquo는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에 진출한 기업들의 노

동착취와 자원개발 문제에 관해 활동하고 있다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 대한 대응이 특히 어려운 이유는 기업과 정부 모두가 관심

이 없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대기업에나 적용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나마도 병원이나 학교를 지어주는 정도로

무마하려고 한다 한국 정부는 현지 주민과 노동자의 인권보다 자국

기업인의 이익 보호를 우선시하며 노조 탄압과 같은 문제는 해당 국

가에 떠넘긴다 관할권과 비용 문제 등으로 인해 사법 대응도 어렵다

하지만 해당 국가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기에 현지인들은 한국에서

의 연대를 절실히 요구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안은 지역적middot국제적

차원의 연대를 구축하여 해당 기업에 압력을 가하는 것이다 이는 외

국 정부나 국제기구의 힘을 빌린 것일 수도 있고 순수하게 비제도적

인 것일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상징적 시위나 보이콧과 같은 비

제도적 수단이 법적middot제도적 수단보다 효과적일 때도 있다 국가든

기업이든 권력의 궁극적 원천은 피지배민중에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고유한 경영권도 민중의 힘 앞에서는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

초국적기업의 횡포가 갈수록 심해지고 기업에 저항해야 할 사안이

점점 많아지는 상황에서 위와 같은 사례들과 방법에 대한 더 많은 연

구가 요구된다 한편 한국 사회는 기업에 대한 인식이 유달리 우호적

이고 기업에 저항하는 운동도 아직 대중에 친숙하지 않아 이에 대한

반발이 만만찮고 행동을 실행에 옮겼을 때 오히려 역효과가 나기도

한다 따라서 기업에 저항하는 국내외 운동의 사례들을 발굴하는 것

과 동시에 어떻게 하면 이러한 방법이 한국 사회에서 더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겠다

42 43리뷰-서평

리뷰-서평

양똘 | 출판노동자 + 전쟁없는세상 후원회원

lsquo실패rsquo를 함께 읽는 일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제목이다

나는 아나키스트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lsquo고백rsquo에 대해서는 좀 안다 제목에서

부터 알아챘어야 했는데 별 생각 없이

펼친 게 잘못이다 어떤 고백은 후회와

맞닿아 있다 하는 사람도 그렇지만 듣

는 사람에게도 그렇다 듣고 나서 후회

하는 고백들 듣지 말았어야 했는지도

모르는 이 책이 나한테 그랬다 아나키

스트에 대해 알기도 전에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부터 들어버렸고

나는 이제 아나키즘이라는 말을 들으면 반사적으로 이 고백이 생각날

것이다 고백은 처참했다 대단히 비극적인 드라마로서가 아니라 무

엇보다 비어 있어서 처참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나키즘에 대한 바

탕 지식이 있었다면 어려운 책들을 좀 읽어두었더라면 이 이야기가

다르게 읽혔을까 읽으면서 울 수도 있었을까 모르겠다 하지만 아

나키즘이라는 거대한 이념에 대해 알기 전에 어느 아나키스트 한 명

의 삶을 먼저 안다는 것 그 삶을 그럴듯한 평전이 아니라 허울 없는

자전적 만화로 lsquo고백 받는rsquo다는 것은 꽤 멋진 일이다 내가 만화 장

르에서 얻고자 하는 것은 주로 그런 부분이다 장황한 말들 삶을 포

장하려는 언어적인 관습들이 어느 정도 걷어내진 자리에 들어차는 것

은 침묵이다 침묵에서 고요한 진실을 읽어내는 것이 독자의 몫이고

이 만화도 역시나 그렇다 하는 얘기보다 안 하는 얘기가 훨씬 많다

서두가 왜 이렇게 주절주절 긴가 하면 이 책에 대해 서평이라고 쓸

만한 게 사실 별로 없기 때문이다 나도 고백을 좀 하고 가자면 독자

가 읽고 싶게 만들 만한 감상을 쓸 자신이 없다 하지만 느낀 것은 좀

있다 그 느낀 것이 너무 처량 맞은데 그게 또 lsquo진실rsquo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어 아이구 어떻게 되겠지 하고 시작한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안토니오 작가인 안토니오의 아들이 아버지의

수기를 보고 재구성한 형식인데 1인칭 시점을 택해 안토니오의 목소

리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그러니까 이것은 안토니오의 고백이면서

동시에 그의 고백이 아니기도 하다 안토니오 자신이었다면 이러한

자기 삶을 출판의 형태로 대중들에게 보일 수 없었을 거라고 짐작해

본다 자기 존재를 증명하려는 노력이 도리어 자기 존재를 부정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그는 아나키스트였지만 아나키스트의 고

44 45리뷰-서평

백은 그가 아나키스트가 아니었다고 말하고 있다 또는 아나키스트

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또는 모든 인간이 아나키스트라고

실제 그의 진심은 잘 모르겠다 이야기에서 lsquo나rsquo라고 하는 인물은

lsquo나rsquo가 아닌 것 같았기 때문에 그에게 물어볼 수도 없었다 이야기

내내 lsquo나rsquo가 lsquo나rsquo와 거리를 두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이것은 애초

설정 아들이 아버지 얘기를 대신 하고 있다는 전제를 잊어버리고 몰

입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진실로 lsquo나rsquo가 하는 얘기를 듣고 싶었다

그걸 기대하며 계속 읽어 나갔다

그렇다고 작가가 잘못했다는 것은 아니다 작가는 아버지를 lsquo나rsquo로

삼아 이 이야기를 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아버지는 요양시설에 갇

혀 있다가 자살을 했다 한번은 아들에게 죽여달라고 말한 적도 있다

아버지가 스스로 4층에서 뛰어내린 뒤에 아들은 아버지를 살려내야

만 했다 아버지의 구십 평생을 재구성한 이야기로 아버지가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아들로서 그렇게 해야 했을 것이다

아나키즘에 대해 몰라도 그것이 국가의 강제력을 원천부정 하는

것이고 막 혁명혁명 하는 것이고 짱돌을 들고 돌격하는 것이고 하

여튼 뭐 되게 센 거 라는 인상은 있었다 그런데 안토니오의 성격이

나 실제 삶은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땅을 늘리고 지켜내는 일

에만 관심이 있으며 폭력적이기까지 한 아버지와 형제들 사이에서 억

눌려 자랐다 지금 처한 곳이 지긋지긋하고 바보 같고 떠나고 싶었지

만 그래서 용감하게 시도도 했지만 실패했다 실패는 실패로 끝나지

않고 더 큰 것을 앗아갔다 유일한 친구의 죽음이 그것이었다 이러한

패턴의 실패는 그의 인생 전체에서 반복된다 혁명에 가담하고 lsquo납탄

동맹rsquo이라고 이름 붙인 동지들을 만나지만 혁명의 길은 실재하는 것

이기는 한지 아스라이 멀 뿐이고 가까이 잡히는 것은 오로지 동지의

죽음뿐이다 ldquo내 나이는 스물아홉이었다 청춘은 다 지났고 패배하

고 말았다는 자괴감이 들었다 당연하겠지만rdquo 스페인 피난민 행

렬에 끼어 프랑스의 생-시프리앵 해변으로 가면서 안토니오가 하는

생각이다 이때만 해도 나는 잠깐 힘을 냈다 이제 뭔가 반전이 펼쳐

지겠지 원래 해가 뜨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고들 하잖아 나 또한 지

금 스물아홉이고 청춘이 다 지났다는 그게 무엇인지 미처 먹어보지

도 못했다는 자각에 시달리고 있는 중이다 패배로 말할 것 같으면

그냥 맨날 하는 중이다 노동조합 활동이 그렇고 사람들과의 관계

일상생활 자아실현 거의 모든 면에서 그렇다 그래서 난 더더욱 저

구절에 희망을 걸었다 이제 진짜 아나키스트의 삶이 펼쳐지지 않겠

는가 그래야 이야기가 되지 않겠어

이 책은 자기계발서가 아니다 그 뒤로 펼쳐진 것은 전하고 비슷하

면서 동시에 전보다 더했다 갇혀 있다가 도망치고 다시 다른 곳에

갇히고 도망치고 그러는 사이사이 좋은 사람을 만나고 잃고 잃고

하는 식이었다 아 안토니오의 삶을 이렇게 간추려버리는 것이 정말

미안하다 근데 사실이 그렇다

해변에서 난민처럼 살다가 도망쳐 어느 농장에 강제로 보내진 안토

니오는 그 마을에서 자기 나이의 반도 안 되는 망아지 같은 여자애와

배가 맞아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안토니오는 이 시절이야말로 자기

46 47리뷰-서평

인생에서 가장 즐거웠던 시절이라고 단언한다 무려 lsquo행복rsquo이라는

낱말까지 써가면서 혁명의 이상과 가장 먼 곳에서 가장 행복했다는

것이 아니 그때만 유일하게 행복했다는 것이 뼈아프다 아마 그게 진

실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중반을 넘어가면서부터 lsquo추락rsquo은 본격화된다 그가 lsquo납

탄 동맹rsquo의 든든한 동지를 따라 lsquo사업rsquo에 발을 들이게 되기 때문이

다 돈이 엮이면 어떻게 흐르게 되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너무

지겹게 잘 알고 있다 그런 걸 이 만화에서까지 보고 싶지 않았는데

어쨌든 뛰어넘을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작가는 성실히 쓰고 있다

ldquo살아남으려면 체제에 맹목적으로 순응해야만 했다 단순히 지난

날의 이상을 버리면 되는 게 아니라 열렬한 신봉자가 되어야만 한다

는 것이다rdquo 세상을 뒤집어엎겠다는 큰 꿈만 버리고 lsquo보통rsquo으로 살

아가는 것은 가능하지 않았다 변절한 옛 동지들한테 뭐라고 할 것도

없이 안토니오는 속수무책으로 타락해간다 권력의 뒤통수를 치면서

자기가 권력을 꿰차고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를 두고 다른 욕망을 탐

하고 그러다 결국 자기도 뒤통수를 맞고 거지 신세가 된다 전복이니

혁명이니 하는 것은 꿈에서조차 등장하지 않고 lsquo속박rsquo을 견디지 못

하는 습성만 그놈의 lsquo아나키스트적인rsquo 것으로 남아서 그와 주변을 괴

롭힐 뿐이다

아 책이 채 반에 반도 남지 않았는데 안토니오는 예순 살이 되어

있었다 lsquo왕년에 혁명깨나 했지만 지금은 추한 빈털터리가 되어 아내

와도 끝내고 요양시설에 굴러들어온rsquo 예순 살이다 lsquo보통rsquo보다 못한

예순 살 나는 짜증이 나서 울고 싶었고 그만 읽을 뻔했다 하지만 끝

까지 읽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의 인생에서 마지막이자 유일한

lsquo승리rsquo는 그 뒤에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 승리가 자기 가슴에 붙어

실제로 내장을 갉아먹는 두더지를 떼어내버린 뒤에 스스로 스스로

의 죽음을 실행하는 것뿐이었다고 해도 그 과정을 꼭 지켜봐주었어

야 했다 왜냐하면 남 얘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오래전에 스페인

에서 살았다는 안토니오가 아무것도 개인을 억누르지 않는 자유로운

세상을 꿈꿨던 안토니오라는 사람이 대단하거나 멀게 느껴지지 않는

다 오히려 내가 내일도 마주치게 될 익숙한 사람들 중에 그 지친 얼

굴 하나하나에 안토니오가 보일 것 같다

제목에 속았다고 느꼈다 그런데 다 읽고 보니 작가는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 오히려 시작부터 진실을 말했다

ldquo그리고 또한 그분의 추락이 몇 초밖에 걸리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90년이라는 긴 시간이었다는 사실도 말이

다rdquo

이것은 lsquo추락rsquo에 관한 이야기라고 작가는 이미 알려주고 시작한

것이다 이것은 끝도 없는 추락의 이야기 이상을 가진 인간으로 태

어나서 실패하고 죽어간 이야기다 다시 말하지만 이 실패는 우리

모두가 나눠 먹고 있는 그 실패다 여기서 우리란 물론 우리 편을 말

한다 안토니오의 실패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 자기 가슴을

48 49기획연재-게임과 평화

뜯어먹는 두더지를 꿈에도 본 일이 없는 사람들 이 책이 음란하다고

lsquo청소년 유해매체rsquo 딱지를 붙인 사람들까지 말하는 것은 아니다 적

어도 lsquo우리rsquo는 안토니오라는 아나키스트의 아니 한 인간의 실패담

을 처음부터 끝까지 묵묵히 읽어갈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에도 불구하고 진짜 안토니오의 진짜 진실은

언제까지나 미지수로 남는다 그렇게 남겨야 한다 아무도 모르고 몰

라야만 하는 진실을 하나씩 가지고 있는 것이야말로 그가 그토록 되

고자 열망했던 lsquo개인rsquo일 것이기 때문이다 지우 | 전쟁없는세상 운영위원

게임을 통해 평화를 만드는 게 과연 가능할까 이 물음에 대한 답

을 대신하여 한 가지 게임을 소개하고자 한다

lsquo세계평화게임(World Peace Game)rsquo은 미국의 공립 초등학교 교

사 존 헌터(John Hunter)가 만든 대화형 게임이다 헌터는 1978년에

이 게임의 원형을 처음 만들었고 지금까지 세계를 돌아다니며 게임을

주최하고 있다 그의 활동은 lsquo세계평화와 4학년의 업적(World Peace

and Other 4th-Grade Achievements)rsquo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헌터는 2012년에 타임지가 선정한 교육

운동가 12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세계평화게임은 가로middot세로middot높이 4피트 크기의 4층짜리 아크릴

기획연재-게임과 평화

세계평화게임

50 51기획연재-게임과 평화

구조에서 진행되며 각 층은 바깥 우주와 대기 지표 해저를 상징한

다 거기에 경제력과 군사력이 서로 다른 4개 국가의 영토와 영공

육middot해middot공군 인공위성 잠수함 해저광산 등이 있다 (아무래도 이

아저씨가 숫자 4를 좋아하는 모양이다) 40여 명의 학생이 각국의 수

상 국무장관 국방장관 재무장관 감사원장 등을 맡아 내각을 구성

하고 역할 중에는 유엔이나 세계은행 무기상도 있다

게임의 목표는 이 가상세계에서 일어나는 민족 갈등 화학물질 누

출 핵 확산 물 분쟁 분리middot독립 운동 기근 동물의 멸종 지구온난

화와 같은 위기상황을 함께 해결하고 각국의 경제수준을 높이는 것

이다 학생들은 게임을 통해 권력과 파괴 전쟁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이해하고 장기적 계획과 전략을 세우는 법을 배운다

대화형(interactive) 게임이기에 엄밀하게 짜인 문서화된 규칙은 없

다 게임을 주도하는 것은 학생들이며 교사는 지켜보면서 상황을 정

세계평화게임을 하는 사람들

리하고 촉진하는 역할만 한다 헌터는 처음 교편을 잡았을 때 교사가

수업을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코 그래서는

안 된다는 믿음이 생겼다고 한다 그는 학생들의 집단지성이 자신보

다 훨씬 더 훌륭하다고 인정한다 헌터는 게임에서 실제로 일어난 몇

가지 흥미로운 사례를 소개한다

사례 1

한 학생이 가장 가난한 나라의 국방장관을 맡고 있었다 그 나라의

이웃에는 돈도 많고 기름도 풍부한 나라가 있었다 그런데 그 학생이

갑자기 수상의 명령도 어기고 인접국의 유전지역을 공격했다 학생은

그곳을 포위해 총 한 발 쏘지 않고 지역을 확보했다 인접국은 연료공

급이 차단되어 어떠한 군사행동도 취할 수 없었다 다른 아이들은 화

를 냈다

며칠 뒤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인접한 강대국이 전 세계를 점령

하기 위해 무력도발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학생은 사태의 추

이를 누구보다 먼저 파악하고 대규모 전쟁을 피하기 위해 소규모 전

쟁을 감행하는 냉철한 판단을 내렸던 것이다 학생들은 게임을 멈추

고 그의 판단이 옳았는지 조건에 따라 옳고 그름을 따져보는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사례 2

플라스틱 말로 표시되는 병사들이 전쟁에서 사망하면 군사령관이

52 53기획연재-게임과 평화

병사들의 가상의 부모에게 편지를 쓰는 시간을 가진다 한 번은 학생

의 제안으로 수업을 참관하던 학부모가 직접 편지를 읽게 되었다 편

지의 세 번째 줄을 읽으면서 학부모는 울음을 터뜨렸다 전투에서 병

사를 잃었다면 전쟁에서 승리해도 기쁘지 않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게

되었다 어떤 의미에서 모두가 전쟁에서 졌다는 사실을 말이다

사례 3

방과 후에 틈틈이 7주 동안 진행된 게임에서 세계은행의 재정정책

때문에 한 나라가 시작할 때보다 더 가난해졌다 (게임의 목표는 위기

상황을 해결하고 각국의 경제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게임을 마칠 시

간이 1분도 채 안 남았고 교실은 혼란에 빠졌다 소리를 지르거나 삿

대질을 하는 학생도 있었고 서류 뭉치를 흔들거나 교실을 뛰어다니

는 학생도 있었다

그때 한 학생이 종을 울리며 이렇게 말했다 ldquo세계은행이 모든 자

금을 끌어 모아서 모든 나라가 가난해졌습니다 지금 세계은행에는

6000억 달러가 있습니다 이 돈을 가난한 나라에 기부하려고 합니다

만약 그 나라가 이걸 수용하면 국가의 자산가치가 올라가고 그럼 우

리는 게임을 이기게 됩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rdquo 시간이 3초 정도

남았을 때였다 모두 그 나라의 수상만 바라보고 있었다 ldquo네rdquo 게임

은 이긴 것으로 끝났다

게임은 교과서와 다르다 게임에서 학습자는 lsquo평화란 무엇인가rsquo

라든지 lsquo평화를 어떻게 만드는가rsquo와 같이 주어진 문제에 대한 주어진

답을 저축하듯이 암기하지 않는다 문제를 만드는 것도 그에 대한 답

을 구성하는 것도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 자신과 동료들이다 이는 게

임의 본질이 바로 lsquo참여적 재현rsquo이라는 형식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

고 게임의 lsquo재미rsquo라는 요소가 이러한 참여를 유도한다 여기서 우리

는 맨 앞의 질문에 대한 모종의 답을 상상할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헌터의 말을 인용하며 글을 마친다

ldquo매 게임이 다릅니다 어떤 게임에서는 사회문제가 중요하고 어

떤 게임에서는 경제문제가 중요합니다 어떤 게임에서는 전쟁문제가

대두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부정하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그

게 인류의 현실이니까요 hellip 학생들은 무엇이 옳은 길인지 자기들만

의 방법으로 스스로 찾아냅니다 게임을 통해 저도 많은 것을 배웠습

니다 만약 학생들이 이 게임을 통해 비판적이고 창조적인 사고방식

을 배우고 세상을 이롭게 할 동력을 얻게 된다면 우리 모두를 구원할

지도 모릅니다 게임을 통해 배울 수만 있다면 말이죠rdquo

lsquo세계평화게임rsquo과 이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lsquo세계평화와 4학년의 업적rsquo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는 공식 페이지(httptheworldpeacegamecom)에서 얻을 수 있다

54 55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무기제로는 2013년 상반기 동안 13개 단체와 연대하여 국민연금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 캠페인은 확산탄과 같은 비

인도무기에 대한 금융기관의 투자가 중단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

으며 세부적으로는 ldquo1) 국민연금이 확산탄 생산기업인 한화 풍산에

투자를 철회한다rdquo ldquo2) 국민연금이 비인도무기 생산기업에 대한 투

자배재를 천명하는 윤리투자원칙을 제정한다rdquo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

왜 투자철회 캠페인인가 왜 국민연금인가

확산탄 캠페인에 있어 대상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확산탄의 수요자사용자인 국가이며 다른 한 축은 확산탄을 생산하는

박승호 | 무기제로 코디네이터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 경험 공유

기업들이다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캠페인의 요구가 확산탄을 전면적

으로 금지시키고 확산탄 오염지역을 정화하고 피해생존자들을 지원

하라는 것 등이 주를 이룬다면 기업을 대상으로 한 요구는 확산탄의

생산middot수출을 중단하라는 것이다

현재 한국 정부는 확산탄을 북한의 장사정포에 대응할 수 있는 핵

심전력으로 여기고 있으며 국제적인 확산탄 불법화 추세에도 불구하

고 확산탄을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무기제로는 국가를 대상으로 협약 가입을 촉구하는 캠페인보

다는 확산탄을 생산하는 기업이나 확산탄 생산을 지원하는 금융기관

에 대한 문제제기를 통해 확산탄에 대한 대중적 낙인화 효과를 불러

일으키는 것이 확산탄 금지운동에 더 효과적일 것이라 판단했다 하

지만 확산탄 생산기업인 한화와 풍산을 대상으로 어떤 캠페인을 벌여

도 이윤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기업이 윤리적인 비난만으로 핵심 사업

을 정리할 것 같지는 않았다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압박보다 더 효

과적인 방식은 바로 돈줄에 위협을 가하는 것이고 이 점에서 투자

철회 캠페인은 상대적으로 더 승산이 있는 캠페인이라는 판단이 있

었다 국민연금이 각각 한화 주식의 734(201112) 풍산 주식의

926(20129)를 보유하고 있는 확산탄 생산기업의 최대투자자라는

점 또 공적자금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있는 기관이라는 점 대

부분의 사람들이 월 일정액의 국민연금보험료 납부하고 있다는 점에

서 국민연금의 확산탄 투자 문제를 lsquo내 문제rsquo로 인식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국민연금이 투자철회 캠페인의 대상으로 결정되었다

56 57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무기제로의 과거 캠페인 경험을 통해서 볼 때 확산탄이 어떤 무기

인지 왜 확산탄이 금지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대중적 인식은 사실상

전무했다 확산탄이라는 특정한 무기를 금지하자는 캠페인의 슬로건

이 대중의 관심을 얻기 힘든 주제였다는 점에서 우리는 국민 대다

수가 자의든 타의든 월 일정액을 적립하고 있는 lsquo국민연금rsquo을 통해

lsquo당신의 돈이 국제적으로 금지된 무차별 살상무기를 만드는 데 쓰이

고 있다rsquo는 메시지를 전달해 사람들의 관심과 확산탄의 비인도성에

대한 낙인화를 동시에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해외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 사례

이번에 무기제로가 국민연금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을 진행한 것

은 해외에서 이미 성공적으로 진행된 투자철회 캠페인을 모델로 해서

기획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래에서는 무기제로가 참고했던 대

표적인 성공 사례 두 가지를 살펴보려 한다

- 네덜란드 연금기금 투자철회 사례

2007년 3월에 네덜란드 시사프로그램인 젬블라(Zembla)는 네덜란

드 유수의 연금기금이 확산탄 지뢰 등 비인도무기를 만드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 등 네덜란드 연금기금의 비윤리적 투자 문제

를 다룬 lsquoCluster bomb feelingrsquo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방영한

다 당시 방송을 통해 연기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게 된 대중의 분

노가 표출되면서 연기금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이 압력을 느끼게 되었

다 이에 다큐 제작 과정에 관여했던 시민단체인 팍스 크리스티(IKV

Pax Christi)는 다큐 방영 이후 연금 기관들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캠

페인을 시작하게 된다 금융기관들의 가장 큰 두려움이 ldquo사회적 이미

지 실추rdquo라는 점을 활용한 것인데 2011년 유럽 투자자들을 대상으

로 한 조사에서 거의 80의 투자자가 논란이 되는 무기에 대한 투자

가 명성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는 등 인식의

변화가 눈에 띄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2009년 팍스 크리스티는 페어핀(FairFin)과 공동으로 ldquo확산탄 세

계투자 공동의 책임rdquo 보고서를 발표했고 보고서 발표의 영향으로

연금 기금이나 금융기관들이 확산탄 생산기업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

는 사례가 발생한다 팍스 크리스티는 이뿐 아니라 정책 입안자들과

관계를 맺고 확산탄 투자 금지를 입법화하기에 나선다 2009년에 네

덜란드 의회가 확산탄 투자 금지 촉구 제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지

만 당시 과도 정부가 이를 거부했다 이후 확산탄금지협약 비준 등을

거치면서 상원에서 다시 한번 확산탄 투자 금지 제안이 상정되었고

2011년 말 정부가 이를 이행하기로 결정하면서 확산탄 투자 금지는

2013년 1월부터 효력을 발휘하게 되었다

주목할만한 점은 이 다큐가 방영되고 반향을 일으켰던 시점이 아직

확산탄금지협약이 체결되지 않은 시점이었다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경우는 다큐멘터리 방영으로 국민적 분노가 격화되면서 향후 확산탄

생산기업에 대한 연기금의 투자철회 결정뿐 아니라 네달란드가 확산

58 59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탄금지협약에 서명하는 등 확산탄을 전면적으로 금지시키는 데도 상

당한 영향을 미쳤다

- 영국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RBS) 투자 철회 사례

2011년 8월 앰네스티 영국지부가 팍스 크리스티 보고서를 바탕으

로 HSBC(홍콩middot상하이은행)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 등 주요 은행에

대한 투자 철회 캠페인(온라인 탄원)을 시작했다 캠페인 시작 1주일

만에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이 확산탄 투자를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밝

히게 된다 당시 이 은행은 앰네스티 회원들로부터 12000통의 이메

일을 받았으며 앰네스티가 진행하던 전국적인 광고 캠페인 등에 이

미지 손상을 두려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사례를 통해서 본 우리의 투자철회 캠페인

투자철회 캠페인은 기업들이 lsquo이미지rsquo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에

서 가능한 캠페인이다 위에서 다룬 두 사례는 각각 대중적인 영향력

을 가지고 있는 방송(네덜란드 시사프로그램 젬블라)과 시민단체(앰

네스티 영국지부)가 자국 금융기관(연금기금)이 국제적으로 큰 비난

을 받고 있는 비인도무기를 만드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으로 대중적인 단죄 또는 낙인화가 이루어지면서 자연스레

투자철회가 이어질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된 사례로 볼 수 있다 ldquo내

돈rdquo이 잔인한 무기를 만드는 데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림으로써 사

람들이 확산탄 문제를 ldquo내 문제rdquo로 인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

한 분위기가 형성되었을 때 해당 국가 내에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단체들이 이 문제를 공공의제로 만들어 냈고 이후 여론을 등에 업고

금융기관을 압박해 실제 투자철회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한국에서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진행된 캠페인은 아직 구체적인 성

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하지만 캠페인이 시작단계에 있으며 해외 사

례와 같이 대중적 영향력이 큰 매체가 이 문제를 다루는 등의 이슈 확

산의 계기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아직은 캠페인의 성과를 이야

기할 시점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또 대부분의 국가들이 확산탄금

지협약에 서명middot비준한 유럽의 경우와는 다르게 한국은 안보상의 이

유로 확산탄의 생산 배치를 고집하고 있으며 평화 무기 이슈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도도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 역시 감안해야 할 것이다

무기제로는 올해 12월 발표 예정인 ldquo확산탄 세계투자rdquo 보고서의

번역 발표 등 지속적 캠페인을 통해 국민연금의 확산탄 투자문제를

꾸준히 제기할 계획이며 적절한 타이밍에 대중적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내는 데 주력해 한화middot풍산에 대한 투자철회

및 확산탄에 대한 낙인화 등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참고httpstopclustermunitionsorghttpwwwstopexplosiveinvestmentsorghttpwzeroorg

60 61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기획연재-가람이의 좌충우돌 세상읽기

ldquo그건 저의 삶입니다rdquo

나름 | 전쟁없는세상 친구 + 스웨덴에서 공부하는 중

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ldquo대답하세요rdquo 아슬아슬하게 진행되던 그들의 대화 긴장이 최고

조에 이른다 대화가 중단되고 한 사람이 자리를 뜬다 그 사이 추궁

을 받던 이는 주위를 둘러본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고 어느 구석

자리에 멈춘다 시선이 고정된다 바로 자신에 관한 기사와 사진들을

발견한 것 벽에 빼곡히 붙어 있는 모습이 마치 수사 상황 같다 소리

를 쳤던 이가 돌아오고 그가 묻는다 ldquo이게 뭐죠rdquo ldquo그건 저의 일이

예요rdquo 추궁을 받던 이의 나직한 목소리 ldquo그건 저의 삶입니다rdquo 덴

마크 드라마 lt보운 (발음이 틀릴 수 있음)gt의 한 대목 덴마크 최초의

여성 총리를 그리고 있는 이 드라마는 첫 방영이 있고 1년 뒤 실제 여

성 총리가 등장하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문제의 대목은 이전 정부

에서 총리를 맡았던 여성이 선거를 앞두고 새로운 정당을 만들면서

시작된다 경제 정책을 담당할 인물을 영입했는데 옛소련의 간첩이었

62 63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대표의 측근이 검증을 하게 된다 이 측근은

소련 좌익 정당에서 일하다 자살한 여성에 대해 캐묻고 그 사람은 결

국 그 여성과의 관계를 비롯해 아픈 과거를 이야기하게 된다 이 장면

은 누군가의 삶에 대해 타인이 얼마나 쉽게 얘기하고 재단할 수 있는

지에 관해 생각하게 만든다 타인이 쉽게 말할 수 있는 그 무엇이 누

군가에게는 삶이요 상처다

누군가에게는

그렇다 타인에게는 그저 지시대로 하면 되는 일이 자신에게는 치

명적인 삶의 문제일 수 있다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 갈등의 연속이

다 최근 이 정도 수준은 아니지만 좀 복잡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주

제 넘게도 어떤 글을 외국어로 쓰고 있는데 유럽 학자와 미국 학자

사이에 끼어 고민이 된다 두 사람이 거의 정반대의 입장에서 글쓰기

에 관여하고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해 한 사람은 이쪽으로 가라고 하

는데 또 한 사람은 저쪽으로 가라고 한다 아직은 경력을 막 쌓기 시

작한 힘없는 나로서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다 두 사람 모

두 좋으신 분들이고 또 내게 중요한 역할을 할 분들이다 그런데 모

두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누구 장단에 맞춰야 할지 난감하

다 다른 점이 있다면 한 사람은 나의 가능성만을 보고 변함없는 신뢰

와 지지를 보여주었지만 또 한 사람은 그 정도는 아니라는 느낌 문

제는 나를 석연치 않게() 보는 듯한 이가 내 경력에서는 훨씬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나를 믿어주는 이의 방향에 맞

추기로 결정했는데 아무튼 쉽지 않은 문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깊이 고민하게 된 다른 문제가 있는데 바로

lsquo누구를 대상으로 이야기하는가rsquo에 관한 부분이다 어쩌다가 바다

건너에서 계속 있다 보니 나는 이쪽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야기를 해

오고 있다 이 사람들의 언어(주로 영어)로 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

는 이야기를 이 사람들 상황에 맞게 말이다 그런데hellip 이게 정말 내

가 원하는 일인가 잘 모르겠다 지금 굉장히 긴 분량의 또 다른 글을

쓰고 있는데 원래는 내가 비교적 잘 알고 있는 한국과 관련된 사건에

대해 얘기하려 했다 이 사건과 특별한 인연이 있고 관심도 많기 때문

이다 그런데 관계자는 특정 사건보다는 lsquo보편적인rsquo lsquo이론적rsquo 이야

기에 초점을 맞춰달라고 요구한다 그래야 이쪽 지역에서 읽히기 때

문이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이게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인가 내

가 정말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들은 누구인가 나는 누구를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는가 쉽게 답할 수 없는 물음들 그래도 나는 안다

적어도 당장은 먹고 사는 문제와 관련이 있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는 걸 물론 이런 고민은 나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바다건너에서

든 아니든)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누구나 살아가면서 어떤 식으

로든 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ldquo네가 행복해져야만helliprdquo

64 65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그런데 lsquo바다건너rsquo라는 부분에 뭔가 있는 것 같다 (나만의 착각

일 수 있지만) 외국에서 지내는 게 다른 사람들에게는 좀 괜찮게 보일

수 있지 않을까 뭔가 좀 있어 보이는 부끄럽지만 고백하건대 나 역

시 그런 생각을 전혀 안 했던 것은 아니다 뭔가 세련()된 것 같은

좀 달라보이는 어떤 면에서 (탈)식민 문제와 관련이 있다 그런데 직

접 생활하는 것은 역시 다르다 물론 철저히 나의 입장에서 그렇다는

이야기다 예컨대 자연환경도 좋고 구경갈 곳도 많은데 여행이나 휴

가를 가지 않느냐는 물음을 받곤 한다 그런데 가고 싶어도 일단 돈

이 없다(있어도 최대한 아껴야 한다) 방학 기간에 여기 저기 여행다

니는 유학생이나 현지인들 이야기를 들으면 나는 신기하기도 하고 부

럽기도 하다 에둘러 말하면 이 세상에 아름답거나 그렇지 않은 것은

없다 아름답게 느끼거나 그렇지 않게 느끼는 특정 맥락의 내가 있는

것이다 lt연애시대gt에도 나오지 않던가 ldquo네가 행복해져야만 이 세

상도 행복해진단다rdquo 그래서 서로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다 처음에

얘기한 드라마 장면 누구에게는 일이고 누구에게는 삶이다 뭔가를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될 이유

[나름대로 스웨덴 소식]

성소수자 탈의실 설치 (스웨덴 영문뉴스 lt로컬gt 2013 4 26)

스톡홀름에 있는 한 고등학교가 자신을 남성-여성으로 정체화하

지 않은 학생들을 위해 별도의 탈의실을 짓기로 했다 보도에 따르면

스웨덴에서는 첫 사례라고 한다 이 학교 학생위원회 관계자는 새로

운 탈의실은 사회의 젠더 규범에 불편해하는 학생들을 위한 것이라

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편 이 학교 선생님들은 수업 시간에 남성

(lsquo한rsquo)-여성(lsquo혼rsquo)을 넘어선 lsquo헨rsquo이라는 단어를 공식 사용하기도 하

고 학생들은 스톡홀름 성소수자 축제에 학생위원회 자격으로 참여한

첫 사례를 남기기도 했다

부유한 지역 적은 난민들 (스웨덴 국영 라디오 국제 2013 7

1)

스웨덴에서 예산이 많은 지역일수록 난민을 받는 데 소극적인 것으

로 나타났다 어느 일간지에 따르면 전국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 20

군데가 같은 수의 가장 부유한 지역들보다 5배 많은 난민을 받아들인

다고 한다 여기에 해당되는 부유한 지역들은 모두 현 정부의 보수 성

향 정당이 이끌어 가고 있다 이는 지난 5년 동안 스웨덴의 290개 지

역 단위를 비교한 결과다 관계자에 따르면 스웨덴 북쪽 지역으로 갈

수록 인구 부족 문제로 난민들이 환영을 받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66 67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효웅 | 병역거부자

일베한테 일베식으로 맞짱뜨기

일베충 종북게이다 좌빨 종북게이다

나님 네 다음 일베충

일베충 네 다음 종북게이

나님 나님이 종북게이라는 lsquo근거rsquo가 있음 주장하는 사람이 근거

를 제시해야 한다는 lsquo입증책임의 원칙rsquo도 모름 이 논리 종범아

일베충 요시 그럼 넌 내가 일베충이라는 근거는 있盧

나님 너한테 한 말 아니라 걍 혼잣말 한건데 내 발화의 지시대상

이 너라는 근거는 있盧

일베충 나한테 한 얘기잖아 이 종북게이야

나님 ㅇㅇ 인정 니 생긴 게 일베충같아서 일베충이라고 한 거임

얼굴에 써 있음

일베충 소설쓰지마라 ㅋㅋ 팩트 모르盧 내가 일베충이라는 팩트

를 대라 팩트를

나님 요시 니가 일베충이라는 lsquo최선의 설명으로서의 추론rsquo이라는

가설을 세워서 추론한 거임 나한테 종북게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lsquo현

상rsquo을 설명하기 위해서 너가 일베충이라는 lsquo가설rsquo을 세워 봤는데

ldquo니가 바로 일베충rdquo이기 때문에 ldquo따라서 나한테 종북게이라는 딱지

를 붙이는 것이다rdquo라는 현상이 아주 훌륭하게 설명력을 지닌 가설추

론이 되는 거임 원래 가설은 아무렇게나 세우는게 lsquo가설rsquo임 가설은

반증 가능성이 있는 게 당연하다고 포퍼가 그랬음 가설을 통해서 과

학과 범죄수사가 발전했음 만일 니가 일베충이 아니라면 너가 경쟁

가설을 주장하던가 내 추론에 문제가 있음을 제시하면 됨 왜 일베충

이라고 해서 찔림 도둑이 제 발 저림 일베충도 일베충이라는 말 듣

기가 부끄러움 너 포퍼가 누군지는 암

68 69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일베충 일베한다고 해서 다 무슨 사이코패스에 고인드립치는 패륜

아 인 줄 아냐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범하지 마라

나님 ㅋㅋㅋ요시 사이코패스에 패륜아라는 건 lsquo니가 한 말rsquo이고

lsquo니 생각rsquo임 내가 언제 너보고 사이코패스에 패륜아라고 했음 난

그냥 너가 일베한다는 lsquo사실rsquo을 진술문으로 말했을 뿐임 아 몰랐

네 너 사이코패스에 패륜아임

일베충 (ㅇㅂㅇ) 지금 일베충이라고 비하하는 거임 일베충이라는

말 자체에 비하가 있다

나님 자기들도 일베충이라고 자조적으로 비하하면서helliphellip

일베충 인권 좋아하는 감성팔이 인권쟁이들이 왜 우리의 인권은

도외시하는 거냐 북한 인권 군인 인권 일베충 인권

나님 일베충이 사람임 사람이 아니므니다

일베충 일베충도 사람이다 왜 사람이 아니냐

나님 lsquo일베충rsquo이라는 말은 일베를 하는 벌레라는 내포를 갖고 있

음 따라서 ldquo일베충은 벌레이다rdquo는 진리값이 항상 참인 분석명제이자

항진명제임 이 무식한 일베충아 그런데 ldquo일베충은 사람이다rdquo라고

한다면 그건 앞의 주어인 lsquo일베충rsquo에 이미 내포되어 있는 벌레라는

걸 부정하는 모순이 되는거임 이건 마치 ldquo삼각형은 동그라미이다rdquo

ldquo여성은 인간이 아니다rdquo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모순율에 어긋나

는 것임

일베충 (ㅇㅂㅇ) 인권 좋아하는 인권쟁이들이 우리들한테 인권이

없다니 역시 좌빨들은 이중성 쩌네 ㅋㅋㅋ모순 쩐다 위선자들 ㅋㅋ

ㅋㅋㅋ

나님 일베충이 그런 내포를 갖게 된 것은 공론장에서의 니들 행패

를 보고 내포가 그렇게 정해진 거임 억울하면 다시 태어나셈 근데

니가 인권이 뭔지는 아냐 어디 그래 lsquo인권rsquo의 정의가 뭐라고 생각

일베충 (ㅇㅂㅇ) 그건사전에 나와있다 ldquo사람이라면 누구나 누려

야할 권리rdquohelliphellip

나님 그런데 너님들은 왜 lsquo여성rsquo lsquo전라도rsquo 이런 사람들의 인권을

부정하고 비하하는 거임

일베충 일베라고 다 패륜아냐 성급한 일반화 모르盧 논리적 근

거를 대라

70 71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나님 아~그럼 여름 중에도 시원한 날이 며칠 있으니까 여름은 안

더운 거겠네 ㅋㅋㅋ 일베충 논리 보소 ㅋㅋㅋㅋ 너 말대로 일베의

lsquo모든rsquo회원이 그런 건 아닐 수도 있음 그러나 대다수가 그런 lsquo성

향rsquo을 갖고 있다면 성급한 일반화가 아니라 강한 통계적 귀납논증이

되는 거임 실지로 얼마 전 일베 게시물들의 키워드를 분석한 프로그

램 통계에 의하면 일베 사이트의 핵심 키워드들은 사회의 대다수 사

람들의 통념과 반대되는 게 맞는데 이 연가시야 사례가 많을수록

귀납논증은 강화되는 거고 너가 일반화라면 그렇지 않은 일베 회원

들이 더 많음을 니가 귀납적으로 논증을 해야 논파가 되는 거임 따라

서 ldquo일베충들은 대부분 사회적 낙오자에 학교에선 아싸고 생긴 건

베트남 쌀국수에 집에서 진격의 거인이나 보면서 연애 한 번 못해

보는 싸이코패스인데 사회적 약자들에 화풀이한다rdquo는 건 굉장히 강

한 귀납논증이 성립되는 거임 (ㅋㅋㅋ)

일베충 우리가 사회적 낙오자에 약자들에게 분풀이 한다는 팩트를

대라 팩트의 일베다 우리는 사실만을 얘기한다

나님 니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lsquo팩트rsquo에 대해서 너님들은 얼마나

알고 있음 너님 혹시 lsquo팩트rsquo가 뭔지는 암 사실과 사건 사태의 차

이점이 뭐임

일베충 0a 0

나님 ldquo쟤 성형수술했대rdquo ldquo너 전과자라며rdquo ldquo나 저번 시험에서

백점 맞았다~^^rdquo ldquo우리 집 50평이다 ^^rdquo ldquo우리 아들이 이번에 반

에서 1등했대요 호호호rdquo 이 문장들은 전부다 lsquo사실rsquo을 얘기하고 있

지만 이건 사실을 얘기하는 lsquo진술문rsquo이 아니라 비하하거나 잘난척

하는 lsquo행위rsquo를 하고 있는 lsquo수행문rsquo임 따라서 너님들이 이야기하고

있는 lsquo사실rsquo은 사실 해석과 반응 맥락에 따라서 굉장히 유동적인

것임 이처럼 사실인 척 위장하고 있는 문장들은 lsquo기술주의적 오류

(destriptive fallcy)rsquo임 또한 사실은 lsquo사물rsquo이 아니라 사물들의 연관

이라고 비트겐슈타인이 말한 것처럼 사실은 사실을 인식하고 말하는

사람의 주관에 달려있는 거임

일베충 전라도가 폭도였고 한국여자들이 성형하고 명품 밝히는 건

팩트다 이 멍청한 좌좀아 홍어들은 한반도를 떠나야하고 여자들은

삼일한(삼일에 한번씩 패야한다는 일베 용어)이라는 거다

나님 한국여성들의 명품 구매비율이나 성형비율이 높다는 lsquo사

실rsquo과 여성들을 패야한다는 lsquo당위rsquo가 어떤 관련이 있음 사실에서

어떻게 당위를 도출함 ldquo저 사람은 흑인이다rdquo라는 사실에서 ldquo따라

서 저 사람을 인종차별해야 한다rdquo라는 당위가 도출됨 ldquo너는 여자

다rdquo라는 사실로부터 ldquo따라서 너는 정숙해야한다rdquo라는 당위 도출되

지 않는 것처럼 이것 역시 철학자 GE 무어가 말한 lsquo자연주의적 오

류rsquo임 그러나 ldquo쟤 일베한다 따라서 박멸해야 한다rdquo는 만고산천에

72 73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불변하는 진리 이데아임 어디까지나 이런 논리나 철학은 사람한테

만 적용되므니다 이 살인 진드기야

일베충 (ㅇㅂㅇ) 광주사태가 홍어들 폭도였다는 거 역시 lsquo팩트rsquo

를 말한 거다 총들고 사람 죽이고 그게 잘한 거냐 이 씹선비야

나님 광주사태가 lsquo민주화운동rsquo이였다는건 공론장에서 의사소통적

논변에 근거한 합의를 통해 그 내포에 대한 일의적(一意的) 의미가 정

해진 사안임 너 혼자 민주화라는 용어를 lsquo홍어들의 폭동rsquo으로 재정

의하는 것은 이미 어느정도 사회적으로 통용된 내포를 너 혼자 바꿔

쓰는 lsquo은밀한 재정의의 오류rsquo이면서 동시에 lsquo자의적middot설득적 정의rsquo

인 거임 ldquo동성애자는 항문섹스만을 즐겨하는 에이즈 보균자이며 하

나님 앞에 죄인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rdquo라는 말이 동성애자에 대한

합의된 정의임 자기 혼자 쓰는 정의지 그리고 너희가 비하하는 전

라도 사람들은 전부다 폭도라던가 한국여자들은 명품에 성형에 환장

했다거나 하는 설명이 과학적이거나 팩트에 가까움 오히려 감정적

인 편견에 지나지 않는거 아님 통계 자료는 있음 논거 부재의 오

류 인신공격의 오류 은밀한 재정의의 오류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온갖 오류들의 향연임 이 애미 애비가 교육을 잘못시켜서 그 따위로

된 가정 교육 못 받은 일베충아

일베충 (ㅇㅂㅇ) 아아아아아우오오 씹선비 김치녀 홍어 홍어

나님 반사 ^^

일베충 (ㅇㅂㅇ) 우워워워좌좀 종북 좌빨 슨상님

나님 굴절 ^^

일베충 크어어어억 오유충 삼일한 김치녀 종특

나님 라고 말하는 놈 친일파 ^^

일베충 쩔뚜기 운지 하라보지 종북게이

나님 라고 말하는 놈 평생 쏠로 ^^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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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욱 정상민 정우진 정인철 정주열 정출균 정혁 정현채 정혜윤 조명래 조은 조익진

조정의민 주관수 지은 진진 진현호 진흙 차명수 참새 채승우 최민아 최성진 타랑

편설란 하동기 하승우 한광주 한주훈 햄 홍수봉 홍수영 홍이 홍창욱 황명규 황예랑

2013년 5월1일 ~ 7월 31일

Page 18: 전쟁없는세상 소식지 38호(2013년 8월)

30 31기획기사

기구 OECD 다국적기업에 관한 가이드라인 등)

③ 인권 자체의 초국가성 국내아시아 법제 개선 및 소송 등에서

국제비교국내 인권법 연구조사의 필요성

④ 인권운동의 초국가성 국내아시아 공통 인권 이슈에 대한 공

동 대응 및 상호작용의 필요성

다국적 기업에 의한 인권 침해는 주로 가난한 나라들에서 일어나고

있다 다국적 기업의 공장이 있는 나라들은 대부분 국가의 기능이 약

하고 자원은 풍부하지만 독재자가 권력을 쥐고 있거나 무력충돌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국가 내 사법 시스템으로

인권 침해를 구제하기는 매우 어렵다

다국적 기업들이 일으키는 인권 문제는 노동 3권 무시 환경파괴

부정부패 강제(아동)노동 선주민의 권리 박탈 등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다국적 기업에게 국제인권기준을 강제할 국

제적 메커니즘은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다국적 기업과 해외 한국기

업의 현지 인권침해와 이에 대한 대응의 문제도 국내법 외국법 국제

사법 국제법 혹은 국제기준 등 모든 국내외 법제도가 적용되어야 하

고 국제적인 공동 활동이 필요한 전형적인 초국가적 인권 문제다

이 글에서는 인권의 초국가성을 바탕으로 다국적 기업에 의한 인

권침해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국내법과 국제법을 통한 방법들을 살펴

보고자 한다

2 국내 법제도의 활용

국내에서 다국적 기업이나 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저지른 인권

침해에 대응해서 취할 수 있는 법제도적인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

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는 것과 해당 기업에 대해서 민사적으로

책임을 묻는 것 그리고 형사적인 책임을 묻는 것이다

국가인권위 진정을 활용한 사례는 버마에서 가스개발사업 중에 한

국가스공사와 대우인터내셔널사의 인권침해에 대해 인권단체들이 국

가인권위에 진정한 사례(2008417)가 대표적이다

민사적인 책임은 그 기업이 연락사무소 혹은 지점일 때와 합작회

사거나 현지 법인일 때 대응 방식이 달라진다 연락사무소나 지점일

경우는 민사 소송을 하더라도 국제사법 절차에 따르지만 현지 법인

이나 합작회사일 경우에는 민법이 적용된다

인권침해를 한 기업이 다국적 기업의 현지 법인일 경우 현지 법인

은 법적으로 독립된 법인격이기 때문에 현지 법인의 잘못을 본사에

물을 수 없는 것이 법에서 원칙이지만 일정한 요건들을 충족시키면

본사에 민법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기업에 형사적인 책임을 묻는 일에 대해 살펴보자 형법 2조를 보

면 ldquo본법은 대한민국영역 내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과 외국인에게 적

용한다rdquo고 규정하여 속지주의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한편 형법

제3조는 ldquo본법은 대한민국영역 외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에게 적용한

32 33기획기사

다rdquo고 규정하여 속인주의를 보충적으로 채택하고 있다 속인주의로

접근하면 외국에서 인권침해 범죄를 저지른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을

형법으로 처리하기 쉬울 거 같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3 국제적 대응

OECD 다국적기업가이드라인(OECD Guidelines for Multinational

Enterprises)과 국내연락사무소(National Contact Point NCP) 이

의제기

OECD는 1976년 다국적 기업의 인권침해를 비롯한 비윤리적 활동

을 예방하고 침해에 대한 해결기준을 마련하기 위하여 lsquoOECD 다국

적기업 가이드라인rsquo을 제정한바 있다 이 가이드라인은 2001년 4차

개정시 다국적기업의 인권침해 등의 비윤리적 활동을 해결하기 위한

절차로서 이 가이드라인 승인국에 국내연락사무소(NCP National

Contact Point)를 두게 하였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 정부는 당시 산

업자원부 차관(현 지식경제부 제2차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외국인투

자실무위원회를 한국의 국내연락사무소로 지정하고 사무국을 산업

자원부 투자정책과(현 산업통상자원부 투자정책과)로 지정하였다

OECD 가이드라인은 제1부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 (개념 및 원칙

일반정책 정보공개 인권 고용 및 노사관계 환경 뇌물방지 소비

자 이익 과학 및 기술 경쟁 조세) 제2부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

이행절차(OECD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에 대한 이사회의 결정 절

차지침 이행절차에 관한 주석)으로 구성되어 있다 2011년 개정된

가이드라인은 인권에 관해 별도의 장을 두고 국제적으로 인정된 인권

프레임워크에 관한 소개 기업의 인권 존중 책임 국내법적 의무 등

인권에 관한 역할을 총 6가지로 규정하고 있다 이 개정된 가이드라

인은 유엔인권이사회의 기업과 인권 프레임워크 (보호 존중 구제)를

통합하고 세계인권선언 및 자유권middot사회권 규약 노동자 기본권에

관한 ILO 선언에서 설정한 권리를 존중할 것을 포괄적으로 천명하였

고 기업의 책임범주를 고용 및 노사관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공급

망(supply chain)을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에 관한 기업의 상당주의

의무(due diligence)를 강조하고 있다

lsquo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rsquo은 국내연락사무소의 활동을 위

한 핵심기준으로 기업계 노동계 NGO를 포함한 다른 이해당사자들

에게 가이드라인의 이행 및 국내연락사무소와 연관된 시설의 이용과

가이드라인을 홍보하도록 하는 가시성(Visibility) 이해관계자들의

접근을 촉진하도록 하는 접근용이성(Accessibility) 연락사무소 활동

결과의 대내외 공개를 뜻하는 투명성(Transparency) 일반대중이 연

락사무소에 관심을 갖을 수 있도록 그 소개를 적극적으로 해야 할 책

임성(Accountability)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연락사무소로

지정된 외국인투자실무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이 OECD 다국적기업 가

34 35기획기사

이드라인이 제시하는 핵심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형식적으로 운영

됨으로써 실제로 다국적 기업에 의한 인권침해를 예방하거나 구제하

는 역할을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유엔인권메커니즘 대응

유엔인권권고는 실체적인 측면에서 국내법적 효력을 가지는 국제

인권법에 근거한다 헌법에 의하여 체결middot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 따라서 유엔헌장

한국이 가입한 유엔인권조약 기타 인권 관련 조약 등과 관련 국제관

습법은 국내에서 직접적인 법적 효력을 가진다 따라서 이러한 국제

인권법은 인권과 관련하여 입법 사법 행정의 법적 근거가 되고 경

우에 따라서는 국내법을 해석하는 기준이 되거나 보완하는 역할을 수

행할 수도 있다1 예컨대 기존 법률 혹은 새로운 법률은 국제인권법과

배치되지 않도록 심사되고 국제인권법은 구체적인 재판규범으로 적

용된다 행정의 경우 국제인권법은 모든 행정작용의 기초가 될 뿐만

아니라 행정주체 혹은 공무원이 이를 어겼을 경우 국가배상 직무유

기 성실의무 위반 등 민형사상 책임과 법적 징계로 이어지게 된다

유엔인권권고는 절차적인 측면에서도 국내법적 효력을 가지는 국

1 황필규 ldquo국제인권기준에 비추어 본 한국 인권현실 유엔인권이사회 국가별 인권상황 정례검토 NGO보고서와 정부보고서 초안의 비교평가를 중심으로rdquo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법률가위원회 『2008년 제1차 인권세미나 국제인권현안과 국제인권법』 (2008 3 22) pp 1-2

제인권법에 근거한다 유엔인권이사회의 국가별 인권상황 정기검토

(UPR)와 특별절차의 경우 국내법적 효력을 가지는 유엔헌장 명문의

규정과 법적 기구인 유엔총회의 결의 등에 기초하고 있다 한편 인권

조약과 관련된 권고의 경우 권고의 주체인 조약기구의 구성과 임무

가 조약상 명문으로 규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그 권고가 이루어지

는 절차에 대하여도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다 따라서 국가보고서가

제출되고 유엔인권권고가 이루어지는 절차는 법률에 근거한 법적 절

차라고 볼 수 있다 유엔인권기구의 권고는 그 권고가 실체적middot절차

적 측면에서 국내에서 법적 구속력을 갖는 국제인권법의 명문의 규정

에 근거한다는 점에 비추어 곧바로 국내에서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

고 보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국내법과 명백히 배치되지 않는 한 충분

히 존중되고 그 취지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국내적으로 해석middot

적용되어야 한다2

유엔인권권고는 실체법middot절차법적으로 법률에 기초한 권고라는 점

외에도 lsquo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rsquo을 목적으로 하

는 헌법의 국제 협력 정신을 존중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국내적으로

이행되어야 한다 헌법재판소도 이러한 취지에서 유엔인권권고에 대

하여 설사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권고의 수용 권고의 이행 혹은

이행 노력의 약속은 국제법적으로는 조약에 의한 의무부담의 의사표

2 황필규 ldquo외국인의 인권과 차별금지rdquo 『인권과 정의』 제365호 (대한변호사협회 2007 1) p 49

36 37기획기사

시일 수 있다 유효한 모든 조약은 그 당사국을 구속하며 또한 당사국

에 의하여 성실하게 이행되어야 한다 어느 당사국도 조약의 불이행

에 대한 정당화의 방법으로 그 국내법 규정을 원용해서는 아니 된다

한편 이러한 약속은 국내법적으로는 법적 기관의 권고에 대한 의무부

담의 의사표시로서 행정작용의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비록 유엔인권

권고 자체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행정상 의사

표시에는 신뢰보호 원칙의 적용가능성 등 법적인 효과가 발생하게 된

다고 보아야 한다 한편 유엔인권권고가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등에

반영되는 경우 이는 행정계획의 일부로서의 법적 성질을 가지게 된

기획기사

기업과 국가는 다르다 둘의 가장 큰 차이는 그것의 주인이 누구이

냐 하는 데 있다 민주주의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다 비록 국가기구

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자는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을 장악한 소수의

엘리트일지 몰라도 적어도 헌법상 국가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렇다면 기업의 주인은 누구인가 주주 이사회 최고경영자

(CEO) 아니면 노동자 법적으로 주식회사의 주인은 회사 주식을 보

유한 주주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최고경영자나 이사회가 주주와 기

업을 지배하기도 한다 기업이 협동조합의 형태로 운영되거나 노조가

기업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 어쨌든 변함없는 사실

은 국가와 달리 기업의 주인은 아주 한정된 집단이라는 것이다

지우 | 전쟁없는세상 운영위원

기업에 저항하는 국내외 운동의 사례들

38 39기획기사

국정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물론 여기에도 lsquo시민권자rsquo라는 자

격 조건이 붙지만) 필요하다면 국가기관에 정보공개를 청구할 수도

있다 반면에 기업의 경영권은 외부자에게 불가침의 영역이며 기업에

관한 정보는 대부분 법에 의해 보호받는 lsquo보안사항rsquo이다 따라서 기

업에 저항하는 운동은 국가를 상대로 할 때와 다를 수밖에 없다 이

글에서는 국내외의 몇 가지 사례를 중심으로 기업에 저항하는 운동의

구체적인 방법들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소개할 것은 lsquo경제개

혁연대(구 참여연대 경제개혁

센터)rsquo의 소액주주운동이다

소액주주란 그 자체로는 중대

한 의사결정권을 갖기 어려울

만큼 낮은 지분의 주식을 소

유한 투자자를 의미한다 소액

주주운동은 취지는 대주주의 자의적인 경영을 감시해 투명하고 책임

있는 경영을 실현하는 데 있다 경영진의 불법행위에 대한 민middot형사

소송과 정부의 재벌middot금융정책에 대한 감시와 입법운동이 소액주주

운동의 주요 수단이다 1997년 제일은행을 시작으로 전개된 소액주

주운동은 삼성전자 SK텔레콤 현대중공업 등 핵심 재벌기업들을 상

대로 한 운동으로 발전해왔다

소액주주운동이 반드시 주주의 권익보호와 기업지배구조 개선만

경제개혁연대의 소액주주 운동

을 목적으로 할 필요는 없다 기업의 목적이 아무리 이윤 배당의 극대

화에 있다지만 그것이 주주들이 추구하는 가치의 전부는 아닐 것이

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소액주주운동은 보다 광범위한 사회적middot정치

적 운동의 수단으로 확대될 여지가 있다 미국의 사회운동가 알린스

키(Saul Alinsky)는 이러한 방법을 lsquo위임장 전술(proxy tactic)rsquo이라

고 불렀다 고용상의 차별철폐와 같은 공익이 이윤 극대화보다 더 중

요한 가치라고 여긴 주주들은 주주총회에서 자신의 주주권을 활동가

들에게 기꺼이 위임했고 이 전술은 1960년대 미국의 사회운동에 큰

획을 그었다

이처럼 기업의 직접적 이해관계자 혹은 내부자라 할지라도 사적인

이해관계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이와 관련하여 반도체 노동자

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lsquo반올림rsquo의 사례를 주목할 만하다 반도체

산업의 공정과 거기에 사용되는 물질 등은 기업의 내부정보인 데다가

전문 분야의 지식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활동가들이 사안에 접근하기

가 쉽지 않다 그래서 내부 조력자들의 제보가 운동이 큰 역할을 했다

고 한다 기업공시가 기업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공식

창구인 상황에서 내부 고발은 기업 감시의 없어서는 안 될 수단이다

lsquo좋은기업센터rsquo는 기업공시와 내부자 제보 외에도 지속가능성보고

서를 통해 기업을 감시하고 있다 지속가능성보고서란 기업이 지속가

능경영의 3대 축이라고 불리는 경제middot사회middot환경 분야의 지표를 공

개하는 보고서이다 기업공시처럼 의무화된 것은 아니지만 많은 대기

40 41기획기사

업이 국제 기준과 가이드라인에 따라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그중 가

장 널리 사용되는 기준이 글로벌 보고 계획(GRI)이다 운동은 지속가

능성보고서의 정보를 가지고 기업에 압력에 가할 수 있으며 보고서

에 누락된 사항이 있으면 이에 대한 설명을 요구할 수 있다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 관한 활동에는 어떤 게 있을까 lsquo국제

민주연대rsquo는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에 진출한 기업들의 노

동착취와 자원개발 문제에 관해 활동하고 있다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 대한 대응이 특히 어려운 이유는 기업과 정부 모두가 관심

이 없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대기업에나 적용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나마도 병원이나 학교를 지어주는 정도로

무마하려고 한다 한국 정부는 현지 주민과 노동자의 인권보다 자국

기업인의 이익 보호를 우선시하며 노조 탄압과 같은 문제는 해당 국

가에 떠넘긴다 관할권과 비용 문제 등으로 인해 사법 대응도 어렵다

하지만 해당 국가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기에 현지인들은 한국에서

의 연대를 절실히 요구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안은 지역적middot국제적

차원의 연대를 구축하여 해당 기업에 압력을 가하는 것이다 이는 외

국 정부나 국제기구의 힘을 빌린 것일 수도 있고 순수하게 비제도적

인 것일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상징적 시위나 보이콧과 같은 비

제도적 수단이 법적middot제도적 수단보다 효과적일 때도 있다 국가든

기업이든 권력의 궁극적 원천은 피지배민중에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고유한 경영권도 민중의 힘 앞에서는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

초국적기업의 횡포가 갈수록 심해지고 기업에 저항해야 할 사안이

점점 많아지는 상황에서 위와 같은 사례들과 방법에 대한 더 많은 연

구가 요구된다 한편 한국 사회는 기업에 대한 인식이 유달리 우호적

이고 기업에 저항하는 운동도 아직 대중에 친숙하지 않아 이에 대한

반발이 만만찮고 행동을 실행에 옮겼을 때 오히려 역효과가 나기도

한다 따라서 기업에 저항하는 국내외 운동의 사례들을 발굴하는 것

과 동시에 어떻게 하면 이러한 방법이 한국 사회에서 더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겠다

42 43리뷰-서평

리뷰-서평

양똘 | 출판노동자 + 전쟁없는세상 후원회원

lsquo실패rsquo를 함께 읽는 일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제목이다

나는 아나키스트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lsquo고백rsquo에 대해서는 좀 안다 제목에서

부터 알아챘어야 했는데 별 생각 없이

펼친 게 잘못이다 어떤 고백은 후회와

맞닿아 있다 하는 사람도 그렇지만 듣

는 사람에게도 그렇다 듣고 나서 후회

하는 고백들 듣지 말았어야 했는지도

모르는 이 책이 나한테 그랬다 아나키

스트에 대해 알기도 전에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부터 들어버렸고

나는 이제 아나키즘이라는 말을 들으면 반사적으로 이 고백이 생각날

것이다 고백은 처참했다 대단히 비극적인 드라마로서가 아니라 무

엇보다 비어 있어서 처참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나키즘에 대한 바

탕 지식이 있었다면 어려운 책들을 좀 읽어두었더라면 이 이야기가

다르게 읽혔을까 읽으면서 울 수도 있었을까 모르겠다 하지만 아

나키즘이라는 거대한 이념에 대해 알기 전에 어느 아나키스트 한 명

의 삶을 먼저 안다는 것 그 삶을 그럴듯한 평전이 아니라 허울 없는

자전적 만화로 lsquo고백 받는rsquo다는 것은 꽤 멋진 일이다 내가 만화 장

르에서 얻고자 하는 것은 주로 그런 부분이다 장황한 말들 삶을 포

장하려는 언어적인 관습들이 어느 정도 걷어내진 자리에 들어차는 것

은 침묵이다 침묵에서 고요한 진실을 읽어내는 것이 독자의 몫이고

이 만화도 역시나 그렇다 하는 얘기보다 안 하는 얘기가 훨씬 많다

서두가 왜 이렇게 주절주절 긴가 하면 이 책에 대해 서평이라고 쓸

만한 게 사실 별로 없기 때문이다 나도 고백을 좀 하고 가자면 독자

가 읽고 싶게 만들 만한 감상을 쓸 자신이 없다 하지만 느낀 것은 좀

있다 그 느낀 것이 너무 처량 맞은데 그게 또 lsquo진실rsquo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어 아이구 어떻게 되겠지 하고 시작한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안토니오 작가인 안토니오의 아들이 아버지의

수기를 보고 재구성한 형식인데 1인칭 시점을 택해 안토니오의 목소

리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그러니까 이것은 안토니오의 고백이면서

동시에 그의 고백이 아니기도 하다 안토니오 자신이었다면 이러한

자기 삶을 출판의 형태로 대중들에게 보일 수 없었을 거라고 짐작해

본다 자기 존재를 증명하려는 노력이 도리어 자기 존재를 부정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그는 아나키스트였지만 아나키스트의 고

44 45리뷰-서평

백은 그가 아나키스트가 아니었다고 말하고 있다 또는 아나키스트

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또는 모든 인간이 아나키스트라고

실제 그의 진심은 잘 모르겠다 이야기에서 lsquo나rsquo라고 하는 인물은

lsquo나rsquo가 아닌 것 같았기 때문에 그에게 물어볼 수도 없었다 이야기

내내 lsquo나rsquo가 lsquo나rsquo와 거리를 두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이것은 애초

설정 아들이 아버지 얘기를 대신 하고 있다는 전제를 잊어버리고 몰

입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진실로 lsquo나rsquo가 하는 얘기를 듣고 싶었다

그걸 기대하며 계속 읽어 나갔다

그렇다고 작가가 잘못했다는 것은 아니다 작가는 아버지를 lsquo나rsquo로

삼아 이 이야기를 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아버지는 요양시설에 갇

혀 있다가 자살을 했다 한번은 아들에게 죽여달라고 말한 적도 있다

아버지가 스스로 4층에서 뛰어내린 뒤에 아들은 아버지를 살려내야

만 했다 아버지의 구십 평생을 재구성한 이야기로 아버지가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아들로서 그렇게 해야 했을 것이다

아나키즘에 대해 몰라도 그것이 국가의 강제력을 원천부정 하는

것이고 막 혁명혁명 하는 것이고 짱돌을 들고 돌격하는 것이고 하

여튼 뭐 되게 센 거 라는 인상은 있었다 그런데 안토니오의 성격이

나 실제 삶은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땅을 늘리고 지켜내는 일

에만 관심이 있으며 폭력적이기까지 한 아버지와 형제들 사이에서 억

눌려 자랐다 지금 처한 곳이 지긋지긋하고 바보 같고 떠나고 싶었지

만 그래서 용감하게 시도도 했지만 실패했다 실패는 실패로 끝나지

않고 더 큰 것을 앗아갔다 유일한 친구의 죽음이 그것이었다 이러한

패턴의 실패는 그의 인생 전체에서 반복된다 혁명에 가담하고 lsquo납탄

동맹rsquo이라고 이름 붙인 동지들을 만나지만 혁명의 길은 실재하는 것

이기는 한지 아스라이 멀 뿐이고 가까이 잡히는 것은 오로지 동지의

죽음뿐이다 ldquo내 나이는 스물아홉이었다 청춘은 다 지났고 패배하

고 말았다는 자괴감이 들었다 당연하겠지만rdquo 스페인 피난민 행

렬에 끼어 프랑스의 생-시프리앵 해변으로 가면서 안토니오가 하는

생각이다 이때만 해도 나는 잠깐 힘을 냈다 이제 뭔가 반전이 펼쳐

지겠지 원래 해가 뜨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고들 하잖아 나 또한 지

금 스물아홉이고 청춘이 다 지났다는 그게 무엇인지 미처 먹어보지

도 못했다는 자각에 시달리고 있는 중이다 패배로 말할 것 같으면

그냥 맨날 하는 중이다 노동조합 활동이 그렇고 사람들과의 관계

일상생활 자아실현 거의 모든 면에서 그렇다 그래서 난 더더욱 저

구절에 희망을 걸었다 이제 진짜 아나키스트의 삶이 펼쳐지지 않겠

는가 그래야 이야기가 되지 않겠어

이 책은 자기계발서가 아니다 그 뒤로 펼쳐진 것은 전하고 비슷하

면서 동시에 전보다 더했다 갇혀 있다가 도망치고 다시 다른 곳에

갇히고 도망치고 그러는 사이사이 좋은 사람을 만나고 잃고 잃고

하는 식이었다 아 안토니오의 삶을 이렇게 간추려버리는 것이 정말

미안하다 근데 사실이 그렇다

해변에서 난민처럼 살다가 도망쳐 어느 농장에 강제로 보내진 안토

니오는 그 마을에서 자기 나이의 반도 안 되는 망아지 같은 여자애와

배가 맞아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안토니오는 이 시절이야말로 자기

46 47리뷰-서평

인생에서 가장 즐거웠던 시절이라고 단언한다 무려 lsquo행복rsquo이라는

낱말까지 써가면서 혁명의 이상과 가장 먼 곳에서 가장 행복했다는

것이 아니 그때만 유일하게 행복했다는 것이 뼈아프다 아마 그게 진

실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중반을 넘어가면서부터 lsquo추락rsquo은 본격화된다 그가 lsquo납

탄 동맹rsquo의 든든한 동지를 따라 lsquo사업rsquo에 발을 들이게 되기 때문이

다 돈이 엮이면 어떻게 흐르게 되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너무

지겹게 잘 알고 있다 그런 걸 이 만화에서까지 보고 싶지 않았는데

어쨌든 뛰어넘을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작가는 성실히 쓰고 있다

ldquo살아남으려면 체제에 맹목적으로 순응해야만 했다 단순히 지난

날의 이상을 버리면 되는 게 아니라 열렬한 신봉자가 되어야만 한다

는 것이다rdquo 세상을 뒤집어엎겠다는 큰 꿈만 버리고 lsquo보통rsquo으로 살

아가는 것은 가능하지 않았다 변절한 옛 동지들한테 뭐라고 할 것도

없이 안토니오는 속수무책으로 타락해간다 권력의 뒤통수를 치면서

자기가 권력을 꿰차고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를 두고 다른 욕망을 탐

하고 그러다 결국 자기도 뒤통수를 맞고 거지 신세가 된다 전복이니

혁명이니 하는 것은 꿈에서조차 등장하지 않고 lsquo속박rsquo을 견디지 못

하는 습성만 그놈의 lsquo아나키스트적인rsquo 것으로 남아서 그와 주변을 괴

롭힐 뿐이다

아 책이 채 반에 반도 남지 않았는데 안토니오는 예순 살이 되어

있었다 lsquo왕년에 혁명깨나 했지만 지금은 추한 빈털터리가 되어 아내

와도 끝내고 요양시설에 굴러들어온rsquo 예순 살이다 lsquo보통rsquo보다 못한

예순 살 나는 짜증이 나서 울고 싶었고 그만 읽을 뻔했다 하지만 끝

까지 읽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의 인생에서 마지막이자 유일한

lsquo승리rsquo는 그 뒤에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 승리가 자기 가슴에 붙어

실제로 내장을 갉아먹는 두더지를 떼어내버린 뒤에 스스로 스스로

의 죽음을 실행하는 것뿐이었다고 해도 그 과정을 꼭 지켜봐주었어

야 했다 왜냐하면 남 얘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오래전에 스페인

에서 살았다는 안토니오가 아무것도 개인을 억누르지 않는 자유로운

세상을 꿈꿨던 안토니오라는 사람이 대단하거나 멀게 느껴지지 않는

다 오히려 내가 내일도 마주치게 될 익숙한 사람들 중에 그 지친 얼

굴 하나하나에 안토니오가 보일 것 같다

제목에 속았다고 느꼈다 그런데 다 읽고 보니 작가는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 오히려 시작부터 진실을 말했다

ldquo그리고 또한 그분의 추락이 몇 초밖에 걸리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90년이라는 긴 시간이었다는 사실도 말이

다rdquo

이것은 lsquo추락rsquo에 관한 이야기라고 작가는 이미 알려주고 시작한

것이다 이것은 끝도 없는 추락의 이야기 이상을 가진 인간으로 태

어나서 실패하고 죽어간 이야기다 다시 말하지만 이 실패는 우리

모두가 나눠 먹고 있는 그 실패다 여기서 우리란 물론 우리 편을 말

한다 안토니오의 실패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 자기 가슴을

48 49기획연재-게임과 평화

뜯어먹는 두더지를 꿈에도 본 일이 없는 사람들 이 책이 음란하다고

lsquo청소년 유해매체rsquo 딱지를 붙인 사람들까지 말하는 것은 아니다 적

어도 lsquo우리rsquo는 안토니오라는 아나키스트의 아니 한 인간의 실패담

을 처음부터 끝까지 묵묵히 읽어갈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에도 불구하고 진짜 안토니오의 진짜 진실은

언제까지나 미지수로 남는다 그렇게 남겨야 한다 아무도 모르고 몰

라야만 하는 진실을 하나씩 가지고 있는 것이야말로 그가 그토록 되

고자 열망했던 lsquo개인rsquo일 것이기 때문이다 지우 | 전쟁없는세상 운영위원

게임을 통해 평화를 만드는 게 과연 가능할까 이 물음에 대한 답

을 대신하여 한 가지 게임을 소개하고자 한다

lsquo세계평화게임(World Peace Game)rsquo은 미국의 공립 초등학교 교

사 존 헌터(John Hunter)가 만든 대화형 게임이다 헌터는 1978년에

이 게임의 원형을 처음 만들었고 지금까지 세계를 돌아다니며 게임을

주최하고 있다 그의 활동은 lsquo세계평화와 4학년의 업적(World Peace

and Other 4th-Grade Achievements)rsquo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헌터는 2012년에 타임지가 선정한 교육

운동가 12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세계평화게임은 가로middot세로middot높이 4피트 크기의 4층짜리 아크릴

기획연재-게임과 평화

세계평화게임

50 51기획연재-게임과 평화

구조에서 진행되며 각 층은 바깥 우주와 대기 지표 해저를 상징한

다 거기에 경제력과 군사력이 서로 다른 4개 국가의 영토와 영공

육middot해middot공군 인공위성 잠수함 해저광산 등이 있다 (아무래도 이

아저씨가 숫자 4를 좋아하는 모양이다) 40여 명의 학생이 각국의 수

상 국무장관 국방장관 재무장관 감사원장 등을 맡아 내각을 구성

하고 역할 중에는 유엔이나 세계은행 무기상도 있다

게임의 목표는 이 가상세계에서 일어나는 민족 갈등 화학물질 누

출 핵 확산 물 분쟁 분리middot독립 운동 기근 동물의 멸종 지구온난

화와 같은 위기상황을 함께 해결하고 각국의 경제수준을 높이는 것

이다 학생들은 게임을 통해 권력과 파괴 전쟁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이해하고 장기적 계획과 전략을 세우는 법을 배운다

대화형(interactive) 게임이기에 엄밀하게 짜인 문서화된 규칙은 없

다 게임을 주도하는 것은 학생들이며 교사는 지켜보면서 상황을 정

세계평화게임을 하는 사람들

리하고 촉진하는 역할만 한다 헌터는 처음 교편을 잡았을 때 교사가

수업을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코 그래서는

안 된다는 믿음이 생겼다고 한다 그는 학생들의 집단지성이 자신보

다 훨씬 더 훌륭하다고 인정한다 헌터는 게임에서 실제로 일어난 몇

가지 흥미로운 사례를 소개한다

사례 1

한 학생이 가장 가난한 나라의 국방장관을 맡고 있었다 그 나라의

이웃에는 돈도 많고 기름도 풍부한 나라가 있었다 그런데 그 학생이

갑자기 수상의 명령도 어기고 인접국의 유전지역을 공격했다 학생은

그곳을 포위해 총 한 발 쏘지 않고 지역을 확보했다 인접국은 연료공

급이 차단되어 어떠한 군사행동도 취할 수 없었다 다른 아이들은 화

를 냈다

며칠 뒤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인접한 강대국이 전 세계를 점령

하기 위해 무력도발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학생은 사태의 추

이를 누구보다 먼저 파악하고 대규모 전쟁을 피하기 위해 소규모 전

쟁을 감행하는 냉철한 판단을 내렸던 것이다 학생들은 게임을 멈추

고 그의 판단이 옳았는지 조건에 따라 옳고 그름을 따져보는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사례 2

플라스틱 말로 표시되는 병사들이 전쟁에서 사망하면 군사령관이

52 53기획연재-게임과 평화

병사들의 가상의 부모에게 편지를 쓰는 시간을 가진다 한 번은 학생

의 제안으로 수업을 참관하던 학부모가 직접 편지를 읽게 되었다 편

지의 세 번째 줄을 읽으면서 학부모는 울음을 터뜨렸다 전투에서 병

사를 잃었다면 전쟁에서 승리해도 기쁘지 않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게

되었다 어떤 의미에서 모두가 전쟁에서 졌다는 사실을 말이다

사례 3

방과 후에 틈틈이 7주 동안 진행된 게임에서 세계은행의 재정정책

때문에 한 나라가 시작할 때보다 더 가난해졌다 (게임의 목표는 위기

상황을 해결하고 각국의 경제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게임을 마칠 시

간이 1분도 채 안 남았고 교실은 혼란에 빠졌다 소리를 지르거나 삿

대질을 하는 학생도 있었고 서류 뭉치를 흔들거나 교실을 뛰어다니

는 학생도 있었다

그때 한 학생이 종을 울리며 이렇게 말했다 ldquo세계은행이 모든 자

금을 끌어 모아서 모든 나라가 가난해졌습니다 지금 세계은행에는

6000억 달러가 있습니다 이 돈을 가난한 나라에 기부하려고 합니다

만약 그 나라가 이걸 수용하면 국가의 자산가치가 올라가고 그럼 우

리는 게임을 이기게 됩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rdquo 시간이 3초 정도

남았을 때였다 모두 그 나라의 수상만 바라보고 있었다 ldquo네rdquo 게임

은 이긴 것으로 끝났다

게임은 교과서와 다르다 게임에서 학습자는 lsquo평화란 무엇인가rsquo

라든지 lsquo평화를 어떻게 만드는가rsquo와 같이 주어진 문제에 대한 주어진

답을 저축하듯이 암기하지 않는다 문제를 만드는 것도 그에 대한 답

을 구성하는 것도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 자신과 동료들이다 이는 게

임의 본질이 바로 lsquo참여적 재현rsquo이라는 형식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

고 게임의 lsquo재미rsquo라는 요소가 이러한 참여를 유도한다 여기서 우리

는 맨 앞의 질문에 대한 모종의 답을 상상할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헌터의 말을 인용하며 글을 마친다

ldquo매 게임이 다릅니다 어떤 게임에서는 사회문제가 중요하고 어

떤 게임에서는 경제문제가 중요합니다 어떤 게임에서는 전쟁문제가

대두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부정하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그

게 인류의 현실이니까요 hellip 학생들은 무엇이 옳은 길인지 자기들만

의 방법으로 스스로 찾아냅니다 게임을 통해 저도 많은 것을 배웠습

니다 만약 학생들이 이 게임을 통해 비판적이고 창조적인 사고방식

을 배우고 세상을 이롭게 할 동력을 얻게 된다면 우리 모두를 구원할

지도 모릅니다 게임을 통해 배울 수만 있다면 말이죠rdquo

lsquo세계평화게임rsquo과 이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lsquo세계평화와 4학년의 업적rsquo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는 공식 페이지(httptheworldpeacegamecom)에서 얻을 수 있다

54 55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무기제로는 2013년 상반기 동안 13개 단체와 연대하여 국민연금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 캠페인은 확산탄과 같은 비

인도무기에 대한 금융기관의 투자가 중단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

으며 세부적으로는 ldquo1) 국민연금이 확산탄 생산기업인 한화 풍산에

투자를 철회한다rdquo ldquo2) 국민연금이 비인도무기 생산기업에 대한 투

자배재를 천명하는 윤리투자원칙을 제정한다rdquo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

왜 투자철회 캠페인인가 왜 국민연금인가

확산탄 캠페인에 있어 대상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확산탄의 수요자사용자인 국가이며 다른 한 축은 확산탄을 생산하는

박승호 | 무기제로 코디네이터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 경험 공유

기업들이다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캠페인의 요구가 확산탄을 전면적

으로 금지시키고 확산탄 오염지역을 정화하고 피해생존자들을 지원

하라는 것 등이 주를 이룬다면 기업을 대상으로 한 요구는 확산탄의

생산middot수출을 중단하라는 것이다

현재 한국 정부는 확산탄을 북한의 장사정포에 대응할 수 있는 핵

심전력으로 여기고 있으며 국제적인 확산탄 불법화 추세에도 불구하

고 확산탄을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무기제로는 국가를 대상으로 협약 가입을 촉구하는 캠페인보

다는 확산탄을 생산하는 기업이나 확산탄 생산을 지원하는 금융기관

에 대한 문제제기를 통해 확산탄에 대한 대중적 낙인화 효과를 불러

일으키는 것이 확산탄 금지운동에 더 효과적일 것이라 판단했다 하

지만 확산탄 생산기업인 한화와 풍산을 대상으로 어떤 캠페인을 벌여

도 이윤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기업이 윤리적인 비난만으로 핵심 사업

을 정리할 것 같지는 않았다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압박보다 더 효

과적인 방식은 바로 돈줄에 위협을 가하는 것이고 이 점에서 투자

철회 캠페인은 상대적으로 더 승산이 있는 캠페인이라는 판단이 있

었다 국민연금이 각각 한화 주식의 734(201112) 풍산 주식의

926(20129)를 보유하고 있는 확산탄 생산기업의 최대투자자라는

점 또 공적자금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있는 기관이라는 점 대

부분의 사람들이 월 일정액의 국민연금보험료 납부하고 있다는 점에

서 국민연금의 확산탄 투자 문제를 lsquo내 문제rsquo로 인식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국민연금이 투자철회 캠페인의 대상으로 결정되었다

56 57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무기제로의 과거 캠페인 경험을 통해서 볼 때 확산탄이 어떤 무기

인지 왜 확산탄이 금지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대중적 인식은 사실상

전무했다 확산탄이라는 특정한 무기를 금지하자는 캠페인의 슬로건

이 대중의 관심을 얻기 힘든 주제였다는 점에서 우리는 국민 대다

수가 자의든 타의든 월 일정액을 적립하고 있는 lsquo국민연금rsquo을 통해

lsquo당신의 돈이 국제적으로 금지된 무차별 살상무기를 만드는 데 쓰이

고 있다rsquo는 메시지를 전달해 사람들의 관심과 확산탄의 비인도성에

대한 낙인화를 동시에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해외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 사례

이번에 무기제로가 국민연금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을 진행한 것

은 해외에서 이미 성공적으로 진행된 투자철회 캠페인을 모델로 해서

기획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래에서는 무기제로가 참고했던 대

표적인 성공 사례 두 가지를 살펴보려 한다

- 네덜란드 연금기금 투자철회 사례

2007년 3월에 네덜란드 시사프로그램인 젬블라(Zembla)는 네덜란

드 유수의 연금기금이 확산탄 지뢰 등 비인도무기를 만드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 등 네덜란드 연금기금의 비윤리적 투자 문제

를 다룬 lsquoCluster bomb feelingrsquo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방영한

다 당시 방송을 통해 연기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게 된 대중의 분

노가 표출되면서 연기금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이 압력을 느끼게 되었

다 이에 다큐 제작 과정에 관여했던 시민단체인 팍스 크리스티(IKV

Pax Christi)는 다큐 방영 이후 연금 기관들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캠

페인을 시작하게 된다 금융기관들의 가장 큰 두려움이 ldquo사회적 이미

지 실추rdquo라는 점을 활용한 것인데 2011년 유럽 투자자들을 대상으

로 한 조사에서 거의 80의 투자자가 논란이 되는 무기에 대한 투자

가 명성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는 등 인식의

변화가 눈에 띄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2009년 팍스 크리스티는 페어핀(FairFin)과 공동으로 ldquo확산탄 세

계투자 공동의 책임rdquo 보고서를 발표했고 보고서 발표의 영향으로

연금 기금이나 금융기관들이 확산탄 생산기업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

는 사례가 발생한다 팍스 크리스티는 이뿐 아니라 정책 입안자들과

관계를 맺고 확산탄 투자 금지를 입법화하기에 나선다 2009년에 네

덜란드 의회가 확산탄 투자 금지 촉구 제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지

만 당시 과도 정부가 이를 거부했다 이후 확산탄금지협약 비준 등을

거치면서 상원에서 다시 한번 확산탄 투자 금지 제안이 상정되었고

2011년 말 정부가 이를 이행하기로 결정하면서 확산탄 투자 금지는

2013년 1월부터 효력을 발휘하게 되었다

주목할만한 점은 이 다큐가 방영되고 반향을 일으켰던 시점이 아직

확산탄금지협약이 체결되지 않은 시점이었다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경우는 다큐멘터리 방영으로 국민적 분노가 격화되면서 향후 확산탄

생산기업에 대한 연기금의 투자철회 결정뿐 아니라 네달란드가 확산

58 59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탄금지협약에 서명하는 등 확산탄을 전면적으로 금지시키는 데도 상

당한 영향을 미쳤다

- 영국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RBS) 투자 철회 사례

2011년 8월 앰네스티 영국지부가 팍스 크리스티 보고서를 바탕으

로 HSBC(홍콩middot상하이은행)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 등 주요 은행에

대한 투자 철회 캠페인(온라인 탄원)을 시작했다 캠페인 시작 1주일

만에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이 확산탄 투자를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밝

히게 된다 당시 이 은행은 앰네스티 회원들로부터 12000통의 이메

일을 받았으며 앰네스티가 진행하던 전국적인 광고 캠페인 등에 이

미지 손상을 두려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사례를 통해서 본 우리의 투자철회 캠페인

투자철회 캠페인은 기업들이 lsquo이미지rsquo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에

서 가능한 캠페인이다 위에서 다룬 두 사례는 각각 대중적인 영향력

을 가지고 있는 방송(네덜란드 시사프로그램 젬블라)과 시민단체(앰

네스티 영국지부)가 자국 금융기관(연금기금)이 국제적으로 큰 비난

을 받고 있는 비인도무기를 만드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으로 대중적인 단죄 또는 낙인화가 이루어지면서 자연스레

투자철회가 이어질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된 사례로 볼 수 있다 ldquo내

돈rdquo이 잔인한 무기를 만드는 데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림으로써 사

람들이 확산탄 문제를 ldquo내 문제rdquo로 인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

한 분위기가 형성되었을 때 해당 국가 내에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단체들이 이 문제를 공공의제로 만들어 냈고 이후 여론을 등에 업고

금융기관을 압박해 실제 투자철회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한국에서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진행된 캠페인은 아직 구체적인 성

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하지만 캠페인이 시작단계에 있으며 해외 사

례와 같이 대중적 영향력이 큰 매체가 이 문제를 다루는 등의 이슈 확

산의 계기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아직은 캠페인의 성과를 이야

기할 시점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또 대부분의 국가들이 확산탄금

지협약에 서명middot비준한 유럽의 경우와는 다르게 한국은 안보상의 이

유로 확산탄의 생산 배치를 고집하고 있으며 평화 무기 이슈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도도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 역시 감안해야 할 것이다

무기제로는 올해 12월 발표 예정인 ldquo확산탄 세계투자rdquo 보고서의

번역 발표 등 지속적 캠페인을 통해 국민연금의 확산탄 투자문제를

꾸준히 제기할 계획이며 적절한 타이밍에 대중적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내는 데 주력해 한화middot풍산에 대한 투자철회

및 확산탄에 대한 낙인화 등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참고httpstopclustermunitionsorghttpwwwstopexplosiveinvestmentsorghttpwzeroorg

60 61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기획연재-가람이의 좌충우돌 세상읽기

ldquo그건 저의 삶입니다rdquo

나름 | 전쟁없는세상 친구 + 스웨덴에서 공부하는 중

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ldquo대답하세요rdquo 아슬아슬하게 진행되던 그들의 대화 긴장이 최고

조에 이른다 대화가 중단되고 한 사람이 자리를 뜬다 그 사이 추궁

을 받던 이는 주위를 둘러본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고 어느 구석

자리에 멈춘다 시선이 고정된다 바로 자신에 관한 기사와 사진들을

발견한 것 벽에 빼곡히 붙어 있는 모습이 마치 수사 상황 같다 소리

를 쳤던 이가 돌아오고 그가 묻는다 ldquo이게 뭐죠rdquo ldquo그건 저의 일이

예요rdquo 추궁을 받던 이의 나직한 목소리 ldquo그건 저의 삶입니다rdquo 덴

마크 드라마 lt보운 (발음이 틀릴 수 있음)gt의 한 대목 덴마크 최초의

여성 총리를 그리고 있는 이 드라마는 첫 방영이 있고 1년 뒤 실제 여

성 총리가 등장하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문제의 대목은 이전 정부

에서 총리를 맡았던 여성이 선거를 앞두고 새로운 정당을 만들면서

시작된다 경제 정책을 담당할 인물을 영입했는데 옛소련의 간첩이었

62 63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대표의 측근이 검증을 하게 된다 이 측근은

소련 좌익 정당에서 일하다 자살한 여성에 대해 캐묻고 그 사람은 결

국 그 여성과의 관계를 비롯해 아픈 과거를 이야기하게 된다 이 장면

은 누군가의 삶에 대해 타인이 얼마나 쉽게 얘기하고 재단할 수 있는

지에 관해 생각하게 만든다 타인이 쉽게 말할 수 있는 그 무엇이 누

군가에게는 삶이요 상처다

누군가에게는

그렇다 타인에게는 그저 지시대로 하면 되는 일이 자신에게는 치

명적인 삶의 문제일 수 있다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 갈등의 연속이

다 최근 이 정도 수준은 아니지만 좀 복잡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주

제 넘게도 어떤 글을 외국어로 쓰고 있는데 유럽 학자와 미국 학자

사이에 끼어 고민이 된다 두 사람이 거의 정반대의 입장에서 글쓰기

에 관여하고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해 한 사람은 이쪽으로 가라고 하

는데 또 한 사람은 저쪽으로 가라고 한다 아직은 경력을 막 쌓기 시

작한 힘없는 나로서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다 두 사람 모

두 좋으신 분들이고 또 내게 중요한 역할을 할 분들이다 그런데 모

두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누구 장단에 맞춰야 할지 난감하

다 다른 점이 있다면 한 사람은 나의 가능성만을 보고 변함없는 신뢰

와 지지를 보여주었지만 또 한 사람은 그 정도는 아니라는 느낌 문

제는 나를 석연치 않게() 보는 듯한 이가 내 경력에서는 훨씬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나를 믿어주는 이의 방향에 맞

추기로 결정했는데 아무튼 쉽지 않은 문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깊이 고민하게 된 다른 문제가 있는데 바로

lsquo누구를 대상으로 이야기하는가rsquo에 관한 부분이다 어쩌다가 바다

건너에서 계속 있다 보니 나는 이쪽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야기를 해

오고 있다 이 사람들의 언어(주로 영어)로 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

는 이야기를 이 사람들 상황에 맞게 말이다 그런데hellip 이게 정말 내

가 원하는 일인가 잘 모르겠다 지금 굉장히 긴 분량의 또 다른 글을

쓰고 있는데 원래는 내가 비교적 잘 알고 있는 한국과 관련된 사건에

대해 얘기하려 했다 이 사건과 특별한 인연이 있고 관심도 많기 때문

이다 그런데 관계자는 특정 사건보다는 lsquo보편적인rsquo lsquo이론적rsquo 이야

기에 초점을 맞춰달라고 요구한다 그래야 이쪽 지역에서 읽히기 때

문이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이게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인가 내

가 정말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들은 누구인가 나는 누구를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는가 쉽게 답할 수 없는 물음들 그래도 나는 안다

적어도 당장은 먹고 사는 문제와 관련이 있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는 걸 물론 이런 고민은 나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바다건너에서

든 아니든)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누구나 살아가면서 어떤 식으

로든 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ldquo네가 행복해져야만helliprdquo

64 65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그런데 lsquo바다건너rsquo라는 부분에 뭔가 있는 것 같다 (나만의 착각

일 수 있지만) 외국에서 지내는 게 다른 사람들에게는 좀 괜찮게 보일

수 있지 않을까 뭔가 좀 있어 보이는 부끄럽지만 고백하건대 나 역

시 그런 생각을 전혀 안 했던 것은 아니다 뭔가 세련()된 것 같은

좀 달라보이는 어떤 면에서 (탈)식민 문제와 관련이 있다 그런데 직

접 생활하는 것은 역시 다르다 물론 철저히 나의 입장에서 그렇다는

이야기다 예컨대 자연환경도 좋고 구경갈 곳도 많은데 여행이나 휴

가를 가지 않느냐는 물음을 받곤 한다 그런데 가고 싶어도 일단 돈

이 없다(있어도 최대한 아껴야 한다) 방학 기간에 여기 저기 여행다

니는 유학생이나 현지인들 이야기를 들으면 나는 신기하기도 하고 부

럽기도 하다 에둘러 말하면 이 세상에 아름답거나 그렇지 않은 것은

없다 아름답게 느끼거나 그렇지 않게 느끼는 특정 맥락의 내가 있는

것이다 lt연애시대gt에도 나오지 않던가 ldquo네가 행복해져야만 이 세

상도 행복해진단다rdquo 그래서 서로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다 처음에

얘기한 드라마 장면 누구에게는 일이고 누구에게는 삶이다 뭔가를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될 이유

[나름대로 스웨덴 소식]

성소수자 탈의실 설치 (스웨덴 영문뉴스 lt로컬gt 2013 4 26)

스톡홀름에 있는 한 고등학교가 자신을 남성-여성으로 정체화하

지 않은 학생들을 위해 별도의 탈의실을 짓기로 했다 보도에 따르면

스웨덴에서는 첫 사례라고 한다 이 학교 학생위원회 관계자는 새로

운 탈의실은 사회의 젠더 규범에 불편해하는 학생들을 위한 것이라

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편 이 학교 선생님들은 수업 시간에 남성

(lsquo한rsquo)-여성(lsquo혼rsquo)을 넘어선 lsquo헨rsquo이라는 단어를 공식 사용하기도 하

고 학생들은 스톡홀름 성소수자 축제에 학생위원회 자격으로 참여한

첫 사례를 남기기도 했다

부유한 지역 적은 난민들 (스웨덴 국영 라디오 국제 2013 7

1)

스웨덴에서 예산이 많은 지역일수록 난민을 받는 데 소극적인 것으

로 나타났다 어느 일간지에 따르면 전국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 20

군데가 같은 수의 가장 부유한 지역들보다 5배 많은 난민을 받아들인

다고 한다 여기에 해당되는 부유한 지역들은 모두 현 정부의 보수 성

향 정당이 이끌어 가고 있다 이는 지난 5년 동안 스웨덴의 290개 지

역 단위를 비교한 결과다 관계자에 따르면 스웨덴 북쪽 지역으로 갈

수록 인구 부족 문제로 난민들이 환영을 받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66 67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효웅 | 병역거부자

일베한테 일베식으로 맞짱뜨기

일베충 종북게이다 좌빨 종북게이다

나님 네 다음 일베충

일베충 네 다음 종북게이

나님 나님이 종북게이라는 lsquo근거rsquo가 있음 주장하는 사람이 근거

를 제시해야 한다는 lsquo입증책임의 원칙rsquo도 모름 이 논리 종범아

일베충 요시 그럼 넌 내가 일베충이라는 근거는 있盧

나님 너한테 한 말 아니라 걍 혼잣말 한건데 내 발화의 지시대상

이 너라는 근거는 있盧

일베충 나한테 한 얘기잖아 이 종북게이야

나님 ㅇㅇ 인정 니 생긴 게 일베충같아서 일베충이라고 한 거임

얼굴에 써 있음

일베충 소설쓰지마라 ㅋㅋ 팩트 모르盧 내가 일베충이라는 팩트

를 대라 팩트를

나님 요시 니가 일베충이라는 lsquo최선의 설명으로서의 추론rsquo이라는

가설을 세워서 추론한 거임 나한테 종북게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lsquo현

상rsquo을 설명하기 위해서 너가 일베충이라는 lsquo가설rsquo을 세워 봤는데

ldquo니가 바로 일베충rdquo이기 때문에 ldquo따라서 나한테 종북게이라는 딱지

를 붙이는 것이다rdquo라는 현상이 아주 훌륭하게 설명력을 지닌 가설추

론이 되는 거임 원래 가설은 아무렇게나 세우는게 lsquo가설rsquo임 가설은

반증 가능성이 있는 게 당연하다고 포퍼가 그랬음 가설을 통해서 과

학과 범죄수사가 발전했음 만일 니가 일베충이 아니라면 너가 경쟁

가설을 주장하던가 내 추론에 문제가 있음을 제시하면 됨 왜 일베충

이라고 해서 찔림 도둑이 제 발 저림 일베충도 일베충이라는 말 듣

기가 부끄러움 너 포퍼가 누군지는 암

68 69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일베충 일베한다고 해서 다 무슨 사이코패스에 고인드립치는 패륜

아 인 줄 아냐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범하지 마라

나님 ㅋㅋㅋ요시 사이코패스에 패륜아라는 건 lsquo니가 한 말rsquo이고

lsquo니 생각rsquo임 내가 언제 너보고 사이코패스에 패륜아라고 했음 난

그냥 너가 일베한다는 lsquo사실rsquo을 진술문으로 말했을 뿐임 아 몰랐

네 너 사이코패스에 패륜아임

일베충 (ㅇㅂㅇ) 지금 일베충이라고 비하하는 거임 일베충이라는

말 자체에 비하가 있다

나님 자기들도 일베충이라고 자조적으로 비하하면서helliphellip

일베충 인권 좋아하는 감성팔이 인권쟁이들이 왜 우리의 인권은

도외시하는 거냐 북한 인권 군인 인권 일베충 인권

나님 일베충이 사람임 사람이 아니므니다

일베충 일베충도 사람이다 왜 사람이 아니냐

나님 lsquo일베충rsquo이라는 말은 일베를 하는 벌레라는 내포를 갖고 있

음 따라서 ldquo일베충은 벌레이다rdquo는 진리값이 항상 참인 분석명제이자

항진명제임 이 무식한 일베충아 그런데 ldquo일베충은 사람이다rdquo라고

한다면 그건 앞의 주어인 lsquo일베충rsquo에 이미 내포되어 있는 벌레라는

걸 부정하는 모순이 되는거임 이건 마치 ldquo삼각형은 동그라미이다rdquo

ldquo여성은 인간이 아니다rdquo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모순율에 어긋나

는 것임

일베충 (ㅇㅂㅇ) 인권 좋아하는 인권쟁이들이 우리들한테 인권이

없다니 역시 좌빨들은 이중성 쩌네 ㅋㅋㅋ모순 쩐다 위선자들 ㅋㅋ

ㅋㅋㅋ

나님 일베충이 그런 내포를 갖게 된 것은 공론장에서의 니들 행패

를 보고 내포가 그렇게 정해진 거임 억울하면 다시 태어나셈 근데

니가 인권이 뭔지는 아냐 어디 그래 lsquo인권rsquo의 정의가 뭐라고 생각

일베충 (ㅇㅂㅇ) 그건사전에 나와있다 ldquo사람이라면 누구나 누려

야할 권리rdquohelliphellip

나님 그런데 너님들은 왜 lsquo여성rsquo lsquo전라도rsquo 이런 사람들의 인권을

부정하고 비하하는 거임

일베충 일베라고 다 패륜아냐 성급한 일반화 모르盧 논리적 근

거를 대라

70 71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나님 아~그럼 여름 중에도 시원한 날이 며칠 있으니까 여름은 안

더운 거겠네 ㅋㅋㅋ 일베충 논리 보소 ㅋㅋㅋㅋ 너 말대로 일베의

lsquo모든rsquo회원이 그런 건 아닐 수도 있음 그러나 대다수가 그런 lsquo성

향rsquo을 갖고 있다면 성급한 일반화가 아니라 강한 통계적 귀납논증이

되는 거임 실지로 얼마 전 일베 게시물들의 키워드를 분석한 프로그

램 통계에 의하면 일베 사이트의 핵심 키워드들은 사회의 대다수 사

람들의 통념과 반대되는 게 맞는데 이 연가시야 사례가 많을수록

귀납논증은 강화되는 거고 너가 일반화라면 그렇지 않은 일베 회원

들이 더 많음을 니가 귀납적으로 논증을 해야 논파가 되는 거임 따라

서 ldquo일베충들은 대부분 사회적 낙오자에 학교에선 아싸고 생긴 건

베트남 쌀국수에 집에서 진격의 거인이나 보면서 연애 한 번 못해

보는 싸이코패스인데 사회적 약자들에 화풀이한다rdquo는 건 굉장히 강

한 귀납논증이 성립되는 거임 (ㅋㅋㅋ)

일베충 우리가 사회적 낙오자에 약자들에게 분풀이 한다는 팩트를

대라 팩트의 일베다 우리는 사실만을 얘기한다

나님 니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lsquo팩트rsquo에 대해서 너님들은 얼마나

알고 있음 너님 혹시 lsquo팩트rsquo가 뭔지는 암 사실과 사건 사태의 차

이점이 뭐임

일베충 0a 0

나님 ldquo쟤 성형수술했대rdquo ldquo너 전과자라며rdquo ldquo나 저번 시험에서

백점 맞았다~^^rdquo ldquo우리 집 50평이다 ^^rdquo ldquo우리 아들이 이번에 반

에서 1등했대요 호호호rdquo 이 문장들은 전부다 lsquo사실rsquo을 얘기하고 있

지만 이건 사실을 얘기하는 lsquo진술문rsquo이 아니라 비하하거나 잘난척

하는 lsquo행위rsquo를 하고 있는 lsquo수행문rsquo임 따라서 너님들이 이야기하고

있는 lsquo사실rsquo은 사실 해석과 반응 맥락에 따라서 굉장히 유동적인

것임 이처럼 사실인 척 위장하고 있는 문장들은 lsquo기술주의적 오류

(destriptive fallcy)rsquo임 또한 사실은 lsquo사물rsquo이 아니라 사물들의 연관

이라고 비트겐슈타인이 말한 것처럼 사실은 사실을 인식하고 말하는

사람의 주관에 달려있는 거임

일베충 전라도가 폭도였고 한국여자들이 성형하고 명품 밝히는 건

팩트다 이 멍청한 좌좀아 홍어들은 한반도를 떠나야하고 여자들은

삼일한(삼일에 한번씩 패야한다는 일베 용어)이라는 거다

나님 한국여성들의 명품 구매비율이나 성형비율이 높다는 lsquo사

실rsquo과 여성들을 패야한다는 lsquo당위rsquo가 어떤 관련이 있음 사실에서

어떻게 당위를 도출함 ldquo저 사람은 흑인이다rdquo라는 사실에서 ldquo따라

서 저 사람을 인종차별해야 한다rdquo라는 당위가 도출됨 ldquo너는 여자

다rdquo라는 사실로부터 ldquo따라서 너는 정숙해야한다rdquo라는 당위 도출되

지 않는 것처럼 이것 역시 철학자 GE 무어가 말한 lsquo자연주의적 오

류rsquo임 그러나 ldquo쟤 일베한다 따라서 박멸해야 한다rdquo는 만고산천에

72 73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불변하는 진리 이데아임 어디까지나 이런 논리나 철학은 사람한테

만 적용되므니다 이 살인 진드기야

일베충 (ㅇㅂㅇ) 광주사태가 홍어들 폭도였다는 거 역시 lsquo팩트rsquo

를 말한 거다 총들고 사람 죽이고 그게 잘한 거냐 이 씹선비야

나님 광주사태가 lsquo민주화운동rsquo이였다는건 공론장에서 의사소통적

논변에 근거한 합의를 통해 그 내포에 대한 일의적(一意的) 의미가 정

해진 사안임 너 혼자 민주화라는 용어를 lsquo홍어들의 폭동rsquo으로 재정

의하는 것은 이미 어느정도 사회적으로 통용된 내포를 너 혼자 바꿔

쓰는 lsquo은밀한 재정의의 오류rsquo이면서 동시에 lsquo자의적middot설득적 정의rsquo

인 거임 ldquo동성애자는 항문섹스만을 즐겨하는 에이즈 보균자이며 하

나님 앞에 죄인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rdquo라는 말이 동성애자에 대한

합의된 정의임 자기 혼자 쓰는 정의지 그리고 너희가 비하하는 전

라도 사람들은 전부다 폭도라던가 한국여자들은 명품에 성형에 환장

했다거나 하는 설명이 과학적이거나 팩트에 가까움 오히려 감정적

인 편견에 지나지 않는거 아님 통계 자료는 있음 논거 부재의 오

류 인신공격의 오류 은밀한 재정의의 오류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온갖 오류들의 향연임 이 애미 애비가 교육을 잘못시켜서 그 따위로

된 가정 교육 못 받은 일베충아

일베충 (ㅇㅂㅇ) 아아아아아우오오 씹선비 김치녀 홍어 홍어

나님 반사 ^^

일베충 (ㅇㅂㅇ) 우워워워좌좀 종북 좌빨 슨상님

나님 굴절 ^^

일베충 크어어어억 오유충 삼일한 김치녀 종특

나님 라고 말하는 놈 친일파 ^^

일베충 쩔뚜기 운지 하라보지 종북게이

나님 라고 말하는 놈 평생 쏠로 ^^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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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연정 박꽃님 박남식 박승호 박아름 박용희 박정경수 박지선 박창희 박채원 박태하

배사은 백가윤 보라 상우 서범석 설순일 소란 송명관 송병채 송준 송지혜 수하

숲이아 시와 신기현 신유아 신은재 신희권 아하 아침 아키오 안지환 양선화 양지혜

여문정 여옥 여은 여지우 염창근 오리 오성민오정록 오하린 오학준 우경환 우공

우완 우성섭 우지연 위양자 유은정 유현미 윤민순 윤정하 윤정화 윤지환 윤혜정

은국 은종복 은혜와평화교회 이갑수 이기영 이덕현 이비함 이상길 이선아

이선영 이선옥 이세현 이승규 이연희 이영롱 이용석 이재환 이준규 이준호 이현우

이희진 임재성 임태훈 장대환 장미희 장샤론 장정혜 장현진 전기화 전길수 전범준

전영욱 정상민 정우진 정인철 정주열 정출균 정혁 정현채 정혜윤 조명래 조은 조익진

조정의민 주관수 지은 진진 진현호 진흙 차명수 참새 채승우 최민아 최성진 타랑

편설란 하동기 하승우 한광주 한주훈 햄 홍수봉 홍수영 홍이 홍창욱 황명규 황예랑

2013년 5월1일 ~ 7월 31일

Page 19: 전쟁없는세상 소식지 38호(2013년 8월)

32 33기획기사

다rdquo고 규정하여 속인주의를 보충적으로 채택하고 있다 속인주의로

접근하면 외국에서 인권침해 범죄를 저지른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을

형법으로 처리하기 쉬울 거 같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3 국제적 대응

OECD 다국적기업가이드라인(OECD Guidelines for Multinational

Enterprises)과 국내연락사무소(National Contact Point NCP) 이

의제기

OECD는 1976년 다국적 기업의 인권침해를 비롯한 비윤리적 활동

을 예방하고 침해에 대한 해결기준을 마련하기 위하여 lsquoOECD 다국

적기업 가이드라인rsquo을 제정한바 있다 이 가이드라인은 2001년 4차

개정시 다국적기업의 인권침해 등의 비윤리적 활동을 해결하기 위한

절차로서 이 가이드라인 승인국에 국내연락사무소(NCP National

Contact Point)를 두게 하였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 정부는 당시 산

업자원부 차관(현 지식경제부 제2차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외국인투

자실무위원회를 한국의 국내연락사무소로 지정하고 사무국을 산업

자원부 투자정책과(현 산업통상자원부 투자정책과)로 지정하였다

OECD 가이드라인은 제1부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 (개념 및 원칙

일반정책 정보공개 인권 고용 및 노사관계 환경 뇌물방지 소비

자 이익 과학 및 기술 경쟁 조세) 제2부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

이행절차(OECD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에 대한 이사회의 결정 절

차지침 이행절차에 관한 주석)으로 구성되어 있다 2011년 개정된

가이드라인은 인권에 관해 별도의 장을 두고 국제적으로 인정된 인권

프레임워크에 관한 소개 기업의 인권 존중 책임 국내법적 의무 등

인권에 관한 역할을 총 6가지로 규정하고 있다 이 개정된 가이드라

인은 유엔인권이사회의 기업과 인권 프레임워크 (보호 존중 구제)를

통합하고 세계인권선언 및 자유권middot사회권 규약 노동자 기본권에

관한 ILO 선언에서 설정한 권리를 존중할 것을 포괄적으로 천명하였

고 기업의 책임범주를 고용 및 노사관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공급

망(supply chain)을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에 관한 기업의 상당주의

의무(due diligence)를 강조하고 있다

lsquo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rsquo은 국내연락사무소의 활동을 위

한 핵심기준으로 기업계 노동계 NGO를 포함한 다른 이해당사자들

에게 가이드라인의 이행 및 국내연락사무소와 연관된 시설의 이용과

가이드라인을 홍보하도록 하는 가시성(Visibility) 이해관계자들의

접근을 촉진하도록 하는 접근용이성(Accessibility) 연락사무소 활동

결과의 대내외 공개를 뜻하는 투명성(Transparency) 일반대중이 연

락사무소에 관심을 갖을 수 있도록 그 소개를 적극적으로 해야 할 책

임성(Accountability)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연락사무소로

지정된 외국인투자실무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이 OECD 다국적기업 가

34 35기획기사

이드라인이 제시하는 핵심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형식적으로 운영

됨으로써 실제로 다국적 기업에 의한 인권침해를 예방하거나 구제하

는 역할을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유엔인권메커니즘 대응

유엔인권권고는 실체적인 측면에서 국내법적 효력을 가지는 국제

인권법에 근거한다 헌법에 의하여 체결middot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 따라서 유엔헌장

한국이 가입한 유엔인권조약 기타 인권 관련 조약 등과 관련 국제관

습법은 국내에서 직접적인 법적 효력을 가진다 따라서 이러한 국제

인권법은 인권과 관련하여 입법 사법 행정의 법적 근거가 되고 경

우에 따라서는 국내법을 해석하는 기준이 되거나 보완하는 역할을 수

행할 수도 있다1 예컨대 기존 법률 혹은 새로운 법률은 국제인권법과

배치되지 않도록 심사되고 국제인권법은 구체적인 재판규범으로 적

용된다 행정의 경우 국제인권법은 모든 행정작용의 기초가 될 뿐만

아니라 행정주체 혹은 공무원이 이를 어겼을 경우 국가배상 직무유

기 성실의무 위반 등 민형사상 책임과 법적 징계로 이어지게 된다

유엔인권권고는 절차적인 측면에서도 국내법적 효력을 가지는 국

1 황필규 ldquo국제인권기준에 비추어 본 한국 인권현실 유엔인권이사회 국가별 인권상황 정례검토 NGO보고서와 정부보고서 초안의 비교평가를 중심으로rdquo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법률가위원회 『2008년 제1차 인권세미나 국제인권현안과 국제인권법』 (2008 3 22) pp 1-2

제인권법에 근거한다 유엔인권이사회의 국가별 인권상황 정기검토

(UPR)와 특별절차의 경우 국내법적 효력을 가지는 유엔헌장 명문의

규정과 법적 기구인 유엔총회의 결의 등에 기초하고 있다 한편 인권

조약과 관련된 권고의 경우 권고의 주체인 조약기구의 구성과 임무

가 조약상 명문으로 규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그 권고가 이루어지

는 절차에 대하여도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다 따라서 국가보고서가

제출되고 유엔인권권고가 이루어지는 절차는 법률에 근거한 법적 절

차라고 볼 수 있다 유엔인권기구의 권고는 그 권고가 실체적middot절차

적 측면에서 국내에서 법적 구속력을 갖는 국제인권법의 명문의 규정

에 근거한다는 점에 비추어 곧바로 국내에서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

고 보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국내법과 명백히 배치되지 않는 한 충분

히 존중되고 그 취지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국내적으로 해석middot

적용되어야 한다2

유엔인권권고는 실체법middot절차법적으로 법률에 기초한 권고라는 점

외에도 lsquo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rsquo을 목적으로 하

는 헌법의 국제 협력 정신을 존중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국내적으로

이행되어야 한다 헌법재판소도 이러한 취지에서 유엔인권권고에 대

하여 설사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권고의 수용 권고의 이행 혹은

이행 노력의 약속은 국제법적으로는 조약에 의한 의무부담의 의사표

2 황필규 ldquo외국인의 인권과 차별금지rdquo 『인권과 정의』 제365호 (대한변호사협회 2007 1) p 49

36 37기획기사

시일 수 있다 유효한 모든 조약은 그 당사국을 구속하며 또한 당사국

에 의하여 성실하게 이행되어야 한다 어느 당사국도 조약의 불이행

에 대한 정당화의 방법으로 그 국내법 규정을 원용해서는 아니 된다

한편 이러한 약속은 국내법적으로는 법적 기관의 권고에 대한 의무부

담의 의사표시로서 행정작용의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비록 유엔인권

권고 자체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행정상 의사

표시에는 신뢰보호 원칙의 적용가능성 등 법적인 효과가 발생하게 된

다고 보아야 한다 한편 유엔인권권고가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등에

반영되는 경우 이는 행정계획의 일부로서의 법적 성질을 가지게 된

기획기사

기업과 국가는 다르다 둘의 가장 큰 차이는 그것의 주인이 누구이

냐 하는 데 있다 민주주의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다 비록 국가기구

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자는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을 장악한 소수의

엘리트일지 몰라도 적어도 헌법상 국가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렇다면 기업의 주인은 누구인가 주주 이사회 최고경영자

(CEO) 아니면 노동자 법적으로 주식회사의 주인은 회사 주식을 보

유한 주주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최고경영자나 이사회가 주주와 기

업을 지배하기도 한다 기업이 협동조합의 형태로 운영되거나 노조가

기업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 어쨌든 변함없는 사실

은 국가와 달리 기업의 주인은 아주 한정된 집단이라는 것이다

지우 | 전쟁없는세상 운영위원

기업에 저항하는 국내외 운동의 사례들

38 39기획기사

국정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물론 여기에도 lsquo시민권자rsquo라는 자

격 조건이 붙지만) 필요하다면 국가기관에 정보공개를 청구할 수도

있다 반면에 기업의 경영권은 외부자에게 불가침의 영역이며 기업에

관한 정보는 대부분 법에 의해 보호받는 lsquo보안사항rsquo이다 따라서 기

업에 저항하는 운동은 국가를 상대로 할 때와 다를 수밖에 없다 이

글에서는 국내외의 몇 가지 사례를 중심으로 기업에 저항하는 운동의

구체적인 방법들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소개할 것은 lsquo경제개

혁연대(구 참여연대 경제개혁

센터)rsquo의 소액주주운동이다

소액주주란 그 자체로는 중대

한 의사결정권을 갖기 어려울

만큼 낮은 지분의 주식을 소

유한 투자자를 의미한다 소액

주주운동은 취지는 대주주의 자의적인 경영을 감시해 투명하고 책임

있는 경영을 실현하는 데 있다 경영진의 불법행위에 대한 민middot형사

소송과 정부의 재벌middot금융정책에 대한 감시와 입법운동이 소액주주

운동의 주요 수단이다 1997년 제일은행을 시작으로 전개된 소액주

주운동은 삼성전자 SK텔레콤 현대중공업 등 핵심 재벌기업들을 상

대로 한 운동으로 발전해왔다

소액주주운동이 반드시 주주의 권익보호와 기업지배구조 개선만

경제개혁연대의 소액주주 운동

을 목적으로 할 필요는 없다 기업의 목적이 아무리 이윤 배당의 극대

화에 있다지만 그것이 주주들이 추구하는 가치의 전부는 아닐 것이

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소액주주운동은 보다 광범위한 사회적middot정치

적 운동의 수단으로 확대될 여지가 있다 미국의 사회운동가 알린스

키(Saul Alinsky)는 이러한 방법을 lsquo위임장 전술(proxy tactic)rsquo이라

고 불렀다 고용상의 차별철폐와 같은 공익이 이윤 극대화보다 더 중

요한 가치라고 여긴 주주들은 주주총회에서 자신의 주주권을 활동가

들에게 기꺼이 위임했고 이 전술은 1960년대 미국의 사회운동에 큰

획을 그었다

이처럼 기업의 직접적 이해관계자 혹은 내부자라 할지라도 사적인

이해관계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이와 관련하여 반도체 노동자

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lsquo반올림rsquo의 사례를 주목할 만하다 반도체

산업의 공정과 거기에 사용되는 물질 등은 기업의 내부정보인 데다가

전문 분야의 지식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활동가들이 사안에 접근하기

가 쉽지 않다 그래서 내부 조력자들의 제보가 운동이 큰 역할을 했다

고 한다 기업공시가 기업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공식

창구인 상황에서 내부 고발은 기업 감시의 없어서는 안 될 수단이다

lsquo좋은기업센터rsquo는 기업공시와 내부자 제보 외에도 지속가능성보고

서를 통해 기업을 감시하고 있다 지속가능성보고서란 기업이 지속가

능경영의 3대 축이라고 불리는 경제middot사회middot환경 분야의 지표를 공

개하는 보고서이다 기업공시처럼 의무화된 것은 아니지만 많은 대기

40 41기획기사

업이 국제 기준과 가이드라인에 따라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그중 가

장 널리 사용되는 기준이 글로벌 보고 계획(GRI)이다 운동은 지속가

능성보고서의 정보를 가지고 기업에 압력에 가할 수 있으며 보고서

에 누락된 사항이 있으면 이에 대한 설명을 요구할 수 있다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 관한 활동에는 어떤 게 있을까 lsquo국제

민주연대rsquo는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에 진출한 기업들의 노

동착취와 자원개발 문제에 관해 활동하고 있다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 대한 대응이 특히 어려운 이유는 기업과 정부 모두가 관심

이 없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대기업에나 적용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나마도 병원이나 학교를 지어주는 정도로

무마하려고 한다 한국 정부는 현지 주민과 노동자의 인권보다 자국

기업인의 이익 보호를 우선시하며 노조 탄압과 같은 문제는 해당 국

가에 떠넘긴다 관할권과 비용 문제 등으로 인해 사법 대응도 어렵다

하지만 해당 국가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기에 현지인들은 한국에서

의 연대를 절실히 요구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안은 지역적middot국제적

차원의 연대를 구축하여 해당 기업에 압력을 가하는 것이다 이는 외

국 정부나 국제기구의 힘을 빌린 것일 수도 있고 순수하게 비제도적

인 것일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상징적 시위나 보이콧과 같은 비

제도적 수단이 법적middot제도적 수단보다 효과적일 때도 있다 국가든

기업이든 권력의 궁극적 원천은 피지배민중에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고유한 경영권도 민중의 힘 앞에서는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

초국적기업의 횡포가 갈수록 심해지고 기업에 저항해야 할 사안이

점점 많아지는 상황에서 위와 같은 사례들과 방법에 대한 더 많은 연

구가 요구된다 한편 한국 사회는 기업에 대한 인식이 유달리 우호적

이고 기업에 저항하는 운동도 아직 대중에 친숙하지 않아 이에 대한

반발이 만만찮고 행동을 실행에 옮겼을 때 오히려 역효과가 나기도

한다 따라서 기업에 저항하는 국내외 운동의 사례들을 발굴하는 것

과 동시에 어떻게 하면 이러한 방법이 한국 사회에서 더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겠다

42 43리뷰-서평

리뷰-서평

양똘 | 출판노동자 + 전쟁없는세상 후원회원

lsquo실패rsquo를 함께 읽는 일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제목이다

나는 아나키스트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lsquo고백rsquo에 대해서는 좀 안다 제목에서

부터 알아챘어야 했는데 별 생각 없이

펼친 게 잘못이다 어떤 고백은 후회와

맞닿아 있다 하는 사람도 그렇지만 듣

는 사람에게도 그렇다 듣고 나서 후회

하는 고백들 듣지 말았어야 했는지도

모르는 이 책이 나한테 그랬다 아나키

스트에 대해 알기도 전에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부터 들어버렸고

나는 이제 아나키즘이라는 말을 들으면 반사적으로 이 고백이 생각날

것이다 고백은 처참했다 대단히 비극적인 드라마로서가 아니라 무

엇보다 비어 있어서 처참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나키즘에 대한 바

탕 지식이 있었다면 어려운 책들을 좀 읽어두었더라면 이 이야기가

다르게 읽혔을까 읽으면서 울 수도 있었을까 모르겠다 하지만 아

나키즘이라는 거대한 이념에 대해 알기 전에 어느 아나키스트 한 명

의 삶을 먼저 안다는 것 그 삶을 그럴듯한 평전이 아니라 허울 없는

자전적 만화로 lsquo고백 받는rsquo다는 것은 꽤 멋진 일이다 내가 만화 장

르에서 얻고자 하는 것은 주로 그런 부분이다 장황한 말들 삶을 포

장하려는 언어적인 관습들이 어느 정도 걷어내진 자리에 들어차는 것

은 침묵이다 침묵에서 고요한 진실을 읽어내는 것이 독자의 몫이고

이 만화도 역시나 그렇다 하는 얘기보다 안 하는 얘기가 훨씬 많다

서두가 왜 이렇게 주절주절 긴가 하면 이 책에 대해 서평이라고 쓸

만한 게 사실 별로 없기 때문이다 나도 고백을 좀 하고 가자면 독자

가 읽고 싶게 만들 만한 감상을 쓸 자신이 없다 하지만 느낀 것은 좀

있다 그 느낀 것이 너무 처량 맞은데 그게 또 lsquo진실rsquo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어 아이구 어떻게 되겠지 하고 시작한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안토니오 작가인 안토니오의 아들이 아버지의

수기를 보고 재구성한 형식인데 1인칭 시점을 택해 안토니오의 목소

리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그러니까 이것은 안토니오의 고백이면서

동시에 그의 고백이 아니기도 하다 안토니오 자신이었다면 이러한

자기 삶을 출판의 형태로 대중들에게 보일 수 없었을 거라고 짐작해

본다 자기 존재를 증명하려는 노력이 도리어 자기 존재를 부정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그는 아나키스트였지만 아나키스트의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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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은 그가 아나키스트가 아니었다고 말하고 있다 또는 아나키스트

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또는 모든 인간이 아나키스트라고

실제 그의 진심은 잘 모르겠다 이야기에서 lsquo나rsquo라고 하는 인물은

lsquo나rsquo가 아닌 것 같았기 때문에 그에게 물어볼 수도 없었다 이야기

내내 lsquo나rsquo가 lsquo나rsquo와 거리를 두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이것은 애초

설정 아들이 아버지 얘기를 대신 하고 있다는 전제를 잊어버리고 몰

입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진실로 lsquo나rsquo가 하는 얘기를 듣고 싶었다

그걸 기대하며 계속 읽어 나갔다

그렇다고 작가가 잘못했다는 것은 아니다 작가는 아버지를 lsquo나rsquo로

삼아 이 이야기를 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아버지는 요양시설에 갇

혀 있다가 자살을 했다 한번은 아들에게 죽여달라고 말한 적도 있다

아버지가 스스로 4층에서 뛰어내린 뒤에 아들은 아버지를 살려내야

만 했다 아버지의 구십 평생을 재구성한 이야기로 아버지가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아들로서 그렇게 해야 했을 것이다

아나키즘에 대해 몰라도 그것이 국가의 강제력을 원천부정 하는

것이고 막 혁명혁명 하는 것이고 짱돌을 들고 돌격하는 것이고 하

여튼 뭐 되게 센 거 라는 인상은 있었다 그런데 안토니오의 성격이

나 실제 삶은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땅을 늘리고 지켜내는 일

에만 관심이 있으며 폭력적이기까지 한 아버지와 형제들 사이에서 억

눌려 자랐다 지금 처한 곳이 지긋지긋하고 바보 같고 떠나고 싶었지

만 그래서 용감하게 시도도 했지만 실패했다 실패는 실패로 끝나지

않고 더 큰 것을 앗아갔다 유일한 친구의 죽음이 그것이었다 이러한

패턴의 실패는 그의 인생 전체에서 반복된다 혁명에 가담하고 lsquo납탄

동맹rsquo이라고 이름 붙인 동지들을 만나지만 혁명의 길은 실재하는 것

이기는 한지 아스라이 멀 뿐이고 가까이 잡히는 것은 오로지 동지의

죽음뿐이다 ldquo내 나이는 스물아홉이었다 청춘은 다 지났고 패배하

고 말았다는 자괴감이 들었다 당연하겠지만rdquo 스페인 피난민 행

렬에 끼어 프랑스의 생-시프리앵 해변으로 가면서 안토니오가 하는

생각이다 이때만 해도 나는 잠깐 힘을 냈다 이제 뭔가 반전이 펼쳐

지겠지 원래 해가 뜨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고들 하잖아 나 또한 지

금 스물아홉이고 청춘이 다 지났다는 그게 무엇인지 미처 먹어보지

도 못했다는 자각에 시달리고 있는 중이다 패배로 말할 것 같으면

그냥 맨날 하는 중이다 노동조합 활동이 그렇고 사람들과의 관계

일상생활 자아실현 거의 모든 면에서 그렇다 그래서 난 더더욱 저

구절에 희망을 걸었다 이제 진짜 아나키스트의 삶이 펼쳐지지 않겠

는가 그래야 이야기가 되지 않겠어

이 책은 자기계발서가 아니다 그 뒤로 펼쳐진 것은 전하고 비슷하

면서 동시에 전보다 더했다 갇혀 있다가 도망치고 다시 다른 곳에

갇히고 도망치고 그러는 사이사이 좋은 사람을 만나고 잃고 잃고

하는 식이었다 아 안토니오의 삶을 이렇게 간추려버리는 것이 정말

미안하다 근데 사실이 그렇다

해변에서 난민처럼 살다가 도망쳐 어느 농장에 강제로 보내진 안토

니오는 그 마을에서 자기 나이의 반도 안 되는 망아지 같은 여자애와

배가 맞아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안토니오는 이 시절이야말로 자기

46 47리뷰-서평

인생에서 가장 즐거웠던 시절이라고 단언한다 무려 lsquo행복rsquo이라는

낱말까지 써가면서 혁명의 이상과 가장 먼 곳에서 가장 행복했다는

것이 아니 그때만 유일하게 행복했다는 것이 뼈아프다 아마 그게 진

실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중반을 넘어가면서부터 lsquo추락rsquo은 본격화된다 그가 lsquo납

탄 동맹rsquo의 든든한 동지를 따라 lsquo사업rsquo에 발을 들이게 되기 때문이

다 돈이 엮이면 어떻게 흐르게 되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너무

지겹게 잘 알고 있다 그런 걸 이 만화에서까지 보고 싶지 않았는데

어쨌든 뛰어넘을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작가는 성실히 쓰고 있다

ldquo살아남으려면 체제에 맹목적으로 순응해야만 했다 단순히 지난

날의 이상을 버리면 되는 게 아니라 열렬한 신봉자가 되어야만 한다

는 것이다rdquo 세상을 뒤집어엎겠다는 큰 꿈만 버리고 lsquo보통rsquo으로 살

아가는 것은 가능하지 않았다 변절한 옛 동지들한테 뭐라고 할 것도

없이 안토니오는 속수무책으로 타락해간다 권력의 뒤통수를 치면서

자기가 권력을 꿰차고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를 두고 다른 욕망을 탐

하고 그러다 결국 자기도 뒤통수를 맞고 거지 신세가 된다 전복이니

혁명이니 하는 것은 꿈에서조차 등장하지 않고 lsquo속박rsquo을 견디지 못

하는 습성만 그놈의 lsquo아나키스트적인rsquo 것으로 남아서 그와 주변을 괴

롭힐 뿐이다

아 책이 채 반에 반도 남지 않았는데 안토니오는 예순 살이 되어

있었다 lsquo왕년에 혁명깨나 했지만 지금은 추한 빈털터리가 되어 아내

와도 끝내고 요양시설에 굴러들어온rsquo 예순 살이다 lsquo보통rsquo보다 못한

예순 살 나는 짜증이 나서 울고 싶었고 그만 읽을 뻔했다 하지만 끝

까지 읽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의 인생에서 마지막이자 유일한

lsquo승리rsquo는 그 뒤에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 승리가 자기 가슴에 붙어

실제로 내장을 갉아먹는 두더지를 떼어내버린 뒤에 스스로 스스로

의 죽음을 실행하는 것뿐이었다고 해도 그 과정을 꼭 지켜봐주었어

야 했다 왜냐하면 남 얘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오래전에 스페인

에서 살았다는 안토니오가 아무것도 개인을 억누르지 않는 자유로운

세상을 꿈꿨던 안토니오라는 사람이 대단하거나 멀게 느껴지지 않는

다 오히려 내가 내일도 마주치게 될 익숙한 사람들 중에 그 지친 얼

굴 하나하나에 안토니오가 보일 것 같다

제목에 속았다고 느꼈다 그런데 다 읽고 보니 작가는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 오히려 시작부터 진실을 말했다

ldquo그리고 또한 그분의 추락이 몇 초밖에 걸리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90년이라는 긴 시간이었다는 사실도 말이

다rdquo

이것은 lsquo추락rsquo에 관한 이야기라고 작가는 이미 알려주고 시작한

것이다 이것은 끝도 없는 추락의 이야기 이상을 가진 인간으로 태

어나서 실패하고 죽어간 이야기다 다시 말하지만 이 실패는 우리

모두가 나눠 먹고 있는 그 실패다 여기서 우리란 물론 우리 편을 말

한다 안토니오의 실패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 자기 가슴을

48 49기획연재-게임과 평화

뜯어먹는 두더지를 꿈에도 본 일이 없는 사람들 이 책이 음란하다고

lsquo청소년 유해매체rsquo 딱지를 붙인 사람들까지 말하는 것은 아니다 적

어도 lsquo우리rsquo는 안토니오라는 아나키스트의 아니 한 인간의 실패담

을 처음부터 끝까지 묵묵히 읽어갈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에도 불구하고 진짜 안토니오의 진짜 진실은

언제까지나 미지수로 남는다 그렇게 남겨야 한다 아무도 모르고 몰

라야만 하는 진실을 하나씩 가지고 있는 것이야말로 그가 그토록 되

고자 열망했던 lsquo개인rsquo일 것이기 때문이다 지우 | 전쟁없는세상 운영위원

게임을 통해 평화를 만드는 게 과연 가능할까 이 물음에 대한 답

을 대신하여 한 가지 게임을 소개하고자 한다

lsquo세계평화게임(World Peace Game)rsquo은 미국의 공립 초등학교 교

사 존 헌터(John Hunter)가 만든 대화형 게임이다 헌터는 1978년에

이 게임의 원형을 처음 만들었고 지금까지 세계를 돌아다니며 게임을

주최하고 있다 그의 활동은 lsquo세계평화와 4학년의 업적(World Peace

and Other 4th-Grade Achievements)rsquo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헌터는 2012년에 타임지가 선정한 교육

운동가 12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세계평화게임은 가로middot세로middot높이 4피트 크기의 4층짜리 아크릴

기획연재-게임과 평화

세계평화게임

50 51기획연재-게임과 평화

구조에서 진행되며 각 층은 바깥 우주와 대기 지표 해저를 상징한

다 거기에 경제력과 군사력이 서로 다른 4개 국가의 영토와 영공

육middot해middot공군 인공위성 잠수함 해저광산 등이 있다 (아무래도 이

아저씨가 숫자 4를 좋아하는 모양이다) 40여 명의 학생이 각국의 수

상 국무장관 국방장관 재무장관 감사원장 등을 맡아 내각을 구성

하고 역할 중에는 유엔이나 세계은행 무기상도 있다

게임의 목표는 이 가상세계에서 일어나는 민족 갈등 화학물질 누

출 핵 확산 물 분쟁 분리middot독립 운동 기근 동물의 멸종 지구온난

화와 같은 위기상황을 함께 해결하고 각국의 경제수준을 높이는 것

이다 학생들은 게임을 통해 권력과 파괴 전쟁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이해하고 장기적 계획과 전략을 세우는 법을 배운다

대화형(interactive) 게임이기에 엄밀하게 짜인 문서화된 규칙은 없

다 게임을 주도하는 것은 학생들이며 교사는 지켜보면서 상황을 정

세계평화게임을 하는 사람들

리하고 촉진하는 역할만 한다 헌터는 처음 교편을 잡았을 때 교사가

수업을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코 그래서는

안 된다는 믿음이 생겼다고 한다 그는 학생들의 집단지성이 자신보

다 훨씬 더 훌륭하다고 인정한다 헌터는 게임에서 실제로 일어난 몇

가지 흥미로운 사례를 소개한다

사례 1

한 학생이 가장 가난한 나라의 국방장관을 맡고 있었다 그 나라의

이웃에는 돈도 많고 기름도 풍부한 나라가 있었다 그런데 그 학생이

갑자기 수상의 명령도 어기고 인접국의 유전지역을 공격했다 학생은

그곳을 포위해 총 한 발 쏘지 않고 지역을 확보했다 인접국은 연료공

급이 차단되어 어떠한 군사행동도 취할 수 없었다 다른 아이들은 화

를 냈다

며칠 뒤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인접한 강대국이 전 세계를 점령

하기 위해 무력도발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학생은 사태의 추

이를 누구보다 먼저 파악하고 대규모 전쟁을 피하기 위해 소규모 전

쟁을 감행하는 냉철한 판단을 내렸던 것이다 학생들은 게임을 멈추

고 그의 판단이 옳았는지 조건에 따라 옳고 그름을 따져보는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사례 2

플라스틱 말로 표시되는 병사들이 전쟁에서 사망하면 군사령관이

52 53기획연재-게임과 평화

병사들의 가상의 부모에게 편지를 쓰는 시간을 가진다 한 번은 학생

의 제안으로 수업을 참관하던 학부모가 직접 편지를 읽게 되었다 편

지의 세 번째 줄을 읽으면서 학부모는 울음을 터뜨렸다 전투에서 병

사를 잃었다면 전쟁에서 승리해도 기쁘지 않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게

되었다 어떤 의미에서 모두가 전쟁에서 졌다는 사실을 말이다

사례 3

방과 후에 틈틈이 7주 동안 진행된 게임에서 세계은행의 재정정책

때문에 한 나라가 시작할 때보다 더 가난해졌다 (게임의 목표는 위기

상황을 해결하고 각국의 경제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게임을 마칠 시

간이 1분도 채 안 남았고 교실은 혼란에 빠졌다 소리를 지르거나 삿

대질을 하는 학생도 있었고 서류 뭉치를 흔들거나 교실을 뛰어다니

는 학생도 있었다

그때 한 학생이 종을 울리며 이렇게 말했다 ldquo세계은행이 모든 자

금을 끌어 모아서 모든 나라가 가난해졌습니다 지금 세계은행에는

6000억 달러가 있습니다 이 돈을 가난한 나라에 기부하려고 합니다

만약 그 나라가 이걸 수용하면 국가의 자산가치가 올라가고 그럼 우

리는 게임을 이기게 됩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rdquo 시간이 3초 정도

남았을 때였다 모두 그 나라의 수상만 바라보고 있었다 ldquo네rdquo 게임

은 이긴 것으로 끝났다

게임은 교과서와 다르다 게임에서 학습자는 lsquo평화란 무엇인가rsquo

라든지 lsquo평화를 어떻게 만드는가rsquo와 같이 주어진 문제에 대한 주어진

답을 저축하듯이 암기하지 않는다 문제를 만드는 것도 그에 대한 답

을 구성하는 것도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 자신과 동료들이다 이는 게

임의 본질이 바로 lsquo참여적 재현rsquo이라는 형식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

고 게임의 lsquo재미rsquo라는 요소가 이러한 참여를 유도한다 여기서 우리

는 맨 앞의 질문에 대한 모종의 답을 상상할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헌터의 말을 인용하며 글을 마친다

ldquo매 게임이 다릅니다 어떤 게임에서는 사회문제가 중요하고 어

떤 게임에서는 경제문제가 중요합니다 어떤 게임에서는 전쟁문제가

대두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부정하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그

게 인류의 현실이니까요 hellip 학생들은 무엇이 옳은 길인지 자기들만

의 방법으로 스스로 찾아냅니다 게임을 통해 저도 많은 것을 배웠습

니다 만약 학생들이 이 게임을 통해 비판적이고 창조적인 사고방식

을 배우고 세상을 이롭게 할 동력을 얻게 된다면 우리 모두를 구원할

지도 모릅니다 게임을 통해 배울 수만 있다면 말이죠rdquo

lsquo세계평화게임rsquo과 이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lsquo세계평화와 4학년의 업적rsquo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는 공식 페이지(httptheworldpeacegamecom)에서 얻을 수 있다

54 55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무기제로는 2013년 상반기 동안 13개 단체와 연대하여 국민연금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 캠페인은 확산탄과 같은 비

인도무기에 대한 금융기관의 투자가 중단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

으며 세부적으로는 ldquo1) 국민연금이 확산탄 생산기업인 한화 풍산에

투자를 철회한다rdquo ldquo2) 국민연금이 비인도무기 생산기업에 대한 투

자배재를 천명하는 윤리투자원칙을 제정한다rdquo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

왜 투자철회 캠페인인가 왜 국민연금인가

확산탄 캠페인에 있어 대상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확산탄의 수요자사용자인 국가이며 다른 한 축은 확산탄을 생산하는

박승호 | 무기제로 코디네이터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 경험 공유

기업들이다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캠페인의 요구가 확산탄을 전면적

으로 금지시키고 확산탄 오염지역을 정화하고 피해생존자들을 지원

하라는 것 등이 주를 이룬다면 기업을 대상으로 한 요구는 확산탄의

생산middot수출을 중단하라는 것이다

현재 한국 정부는 확산탄을 북한의 장사정포에 대응할 수 있는 핵

심전력으로 여기고 있으며 국제적인 확산탄 불법화 추세에도 불구하

고 확산탄을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무기제로는 국가를 대상으로 협약 가입을 촉구하는 캠페인보

다는 확산탄을 생산하는 기업이나 확산탄 생산을 지원하는 금융기관

에 대한 문제제기를 통해 확산탄에 대한 대중적 낙인화 효과를 불러

일으키는 것이 확산탄 금지운동에 더 효과적일 것이라 판단했다 하

지만 확산탄 생산기업인 한화와 풍산을 대상으로 어떤 캠페인을 벌여

도 이윤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기업이 윤리적인 비난만으로 핵심 사업

을 정리할 것 같지는 않았다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압박보다 더 효

과적인 방식은 바로 돈줄에 위협을 가하는 것이고 이 점에서 투자

철회 캠페인은 상대적으로 더 승산이 있는 캠페인이라는 판단이 있

었다 국민연금이 각각 한화 주식의 734(201112) 풍산 주식의

926(20129)를 보유하고 있는 확산탄 생산기업의 최대투자자라는

점 또 공적자금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있는 기관이라는 점 대

부분의 사람들이 월 일정액의 국민연금보험료 납부하고 있다는 점에

서 국민연금의 확산탄 투자 문제를 lsquo내 문제rsquo로 인식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국민연금이 투자철회 캠페인의 대상으로 결정되었다

56 57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무기제로의 과거 캠페인 경험을 통해서 볼 때 확산탄이 어떤 무기

인지 왜 확산탄이 금지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대중적 인식은 사실상

전무했다 확산탄이라는 특정한 무기를 금지하자는 캠페인의 슬로건

이 대중의 관심을 얻기 힘든 주제였다는 점에서 우리는 국민 대다

수가 자의든 타의든 월 일정액을 적립하고 있는 lsquo국민연금rsquo을 통해

lsquo당신의 돈이 국제적으로 금지된 무차별 살상무기를 만드는 데 쓰이

고 있다rsquo는 메시지를 전달해 사람들의 관심과 확산탄의 비인도성에

대한 낙인화를 동시에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해외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 사례

이번에 무기제로가 국민연금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을 진행한 것

은 해외에서 이미 성공적으로 진행된 투자철회 캠페인을 모델로 해서

기획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래에서는 무기제로가 참고했던 대

표적인 성공 사례 두 가지를 살펴보려 한다

- 네덜란드 연금기금 투자철회 사례

2007년 3월에 네덜란드 시사프로그램인 젬블라(Zembla)는 네덜란

드 유수의 연금기금이 확산탄 지뢰 등 비인도무기를 만드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 등 네덜란드 연금기금의 비윤리적 투자 문제

를 다룬 lsquoCluster bomb feelingrsquo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방영한

다 당시 방송을 통해 연기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게 된 대중의 분

노가 표출되면서 연기금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이 압력을 느끼게 되었

다 이에 다큐 제작 과정에 관여했던 시민단체인 팍스 크리스티(IKV

Pax Christi)는 다큐 방영 이후 연금 기관들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캠

페인을 시작하게 된다 금융기관들의 가장 큰 두려움이 ldquo사회적 이미

지 실추rdquo라는 점을 활용한 것인데 2011년 유럽 투자자들을 대상으

로 한 조사에서 거의 80의 투자자가 논란이 되는 무기에 대한 투자

가 명성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는 등 인식의

변화가 눈에 띄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2009년 팍스 크리스티는 페어핀(FairFin)과 공동으로 ldquo확산탄 세

계투자 공동의 책임rdquo 보고서를 발표했고 보고서 발표의 영향으로

연금 기금이나 금융기관들이 확산탄 생산기업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

는 사례가 발생한다 팍스 크리스티는 이뿐 아니라 정책 입안자들과

관계를 맺고 확산탄 투자 금지를 입법화하기에 나선다 2009년에 네

덜란드 의회가 확산탄 투자 금지 촉구 제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지

만 당시 과도 정부가 이를 거부했다 이후 확산탄금지협약 비준 등을

거치면서 상원에서 다시 한번 확산탄 투자 금지 제안이 상정되었고

2011년 말 정부가 이를 이행하기로 결정하면서 확산탄 투자 금지는

2013년 1월부터 효력을 발휘하게 되었다

주목할만한 점은 이 다큐가 방영되고 반향을 일으켰던 시점이 아직

확산탄금지협약이 체결되지 않은 시점이었다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경우는 다큐멘터리 방영으로 국민적 분노가 격화되면서 향후 확산탄

생산기업에 대한 연기금의 투자철회 결정뿐 아니라 네달란드가 확산

58 59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탄금지협약에 서명하는 등 확산탄을 전면적으로 금지시키는 데도 상

당한 영향을 미쳤다

- 영국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RBS) 투자 철회 사례

2011년 8월 앰네스티 영국지부가 팍스 크리스티 보고서를 바탕으

로 HSBC(홍콩middot상하이은행)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 등 주요 은행에

대한 투자 철회 캠페인(온라인 탄원)을 시작했다 캠페인 시작 1주일

만에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이 확산탄 투자를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밝

히게 된다 당시 이 은행은 앰네스티 회원들로부터 12000통의 이메

일을 받았으며 앰네스티가 진행하던 전국적인 광고 캠페인 등에 이

미지 손상을 두려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사례를 통해서 본 우리의 투자철회 캠페인

투자철회 캠페인은 기업들이 lsquo이미지rsquo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에

서 가능한 캠페인이다 위에서 다룬 두 사례는 각각 대중적인 영향력

을 가지고 있는 방송(네덜란드 시사프로그램 젬블라)과 시민단체(앰

네스티 영국지부)가 자국 금융기관(연금기금)이 국제적으로 큰 비난

을 받고 있는 비인도무기를 만드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으로 대중적인 단죄 또는 낙인화가 이루어지면서 자연스레

투자철회가 이어질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된 사례로 볼 수 있다 ldquo내

돈rdquo이 잔인한 무기를 만드는 데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림으로써 사

람들이 확산탄 문제를 ldquo내 문제rdquo로 인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

한 분위기가 형성되었을 때 해당 국가 내에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단체들이 이 문제를 공공의제로 만들어 냈고 이후 여론을 등에 업고

금융기관을 압박해 실제 투자철회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한국에서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진행된 캠페인은 아직 구체적인 성

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하지만 캠페인이 시작단계에 있으며 해외 사

례와 같이 대중적 영향력이 큰 매체가 이 문제를 다루는 등의 이슈 확

산의 계기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아직은 캠페인의 성과를 이야

기할 시점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또 대부분의 국가들이 확산탄금

지협약에 서명middot비준한 유럽의 경우와는 다르게 한국은 안보상의 이

유로 확산탄의 생산 배치를 고집하고 있으며 평화 무기 이슈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도도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 역시 감안해야 할 것이다

무기제로는 올해 12월 발표 예정인 ldquo확산탄 세계투자rdquo 보고서의

번역 발표 등 지속적 캠페인을 통해 국민연금의 확산탄 투자문제를

꾸준히 제기할 계획이며 적절한 타이밍에 대중적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내는 데 주력해 한화middot풍산에 대한 투자철회

및 확산탄에 대한 낙인화 등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참고httpstopclustermunitionsorghttpwwwstopexplosiveinvestmentsorghttpwzeroorg

60 61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기획연재-가람이의 좌충우돌 세상읽기

ldquo그건 저의 삶입니다rdquo

나름 | 전쟁없는세상 친구 + 스웨덴에서 공부하는 중

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ldquo대답하세요rdquo 아슬아슬하게 진행되던 그들의 대화 긴장이 최고

조에 이른다 대화가 중단되고 한 사람이 자리를 뜬다 그 사이 추궁

을 받던 이는 주위를 둘러본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고 어느 구석

자리에 멈춘다 시선이 고정된다 바로 자신에 관한 기사와 사진들을

발견한 것 벽에 빼곡히 붙어 있는 모습이 마치 수사 상황 같다 소리

를 쳤던 이가 돌아오고 그가 묻는다 ldquo이게 뭐죠rdquo ldquo그건 저의 일이

예요rdquo 추궁을 받던 이의 나직한 목소리 ldquo그건 저의 삶입니다rdquo 덴

마크 드라마 lt보운 (발음이 틀릴 수 있음)gt의 한 대목 덴마크 최초의

여성 총리를 그리고 있는 이 드라마는 첫 방영이 있고 1년 뒤 실제 여

성 총리가 등장하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문제의 대목은 이전 정부

에서 총리를 맡았던 여성이 선거를 앞두고 새로운 정당을 만들면서

시작된다 경제 정책을 담당할 인물을 영입했는데 옛소련의 간첩이었

62 63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대표의 측근이 검증을 하게 된다 이 측근은

소련 좌익 정당에서 일하다 자살한 여성에 대해 캐묻고 그 사람은 결

국 그 여성과의 관계를 비롯해 아픈 과거를 이야기하게 된다 이 장면

은 누군가의 삶에 대해 타인이 얼마나 쉽게 얘기하고 재단할 수 있는

지에 관해 생각하게 만든다 타인이 쉽게 말할 수 있는 그 무엇이 누

군가에게는 삶이요 상처다

누군가에게는

그렇다 타인에게는 그저 지시대로 하면 되는 일이 자신에게는 치

명적인 삶의 문제일 수 있다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 갈등의 연속이

다 최근 이 정도 수준은 아니지만 좀 복잡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주

제 넘게도 어떤 글을 외국어로 쓰고 있는데 유럽 학자와 미국 학자

사이에 끼어 고민이 된다 두 사람이 거의 정반대의 입장에서 글쓰기

에 관여하고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해 한 사람은 이쪽으로 가라고 하

는데 또 한 사람은 저쪽으로 가라고 한다 아직은 경력을 막 쌓기 시

작한 힘없는 나로서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다 두 사람 모

두 좋으신 분들이고 또 내게 중요한 역할을 할 분들이다 그런데 모

두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누구 장단에 맞춰야 할지 난감하

다 다른 점이 있다면 한 사람은 나의 가능성만을 보고 변함없는 신뢰

와 지지를 보여주었지만 또 한 사람은 그 정도는 아니라는 느낌 문

제는 나를 석연치 않게() 보는 듯한 이가 내 경력에서는 훨씬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나를 믿어주는 이의 방향에 맞

추기로 결정했는데 아무튼 쉽지 않은 문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깊이 고민하게 된 다른 문제가 있는데 바로

lsquo누구를 대상으로 이야기하는가rsquo에 관한 부분이다 어쩌다가 바다

건너에서 계속 있다 보니 나는 이쪽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야기를 해

오고 있다 이 사람들의 언어(주로 영어)로 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

는 이야기를 이 사람들 상황에 맞게 말이다 그런데hellip 이게 정말 내

가 원하는 일인가 잘 모르겠다 지금 굉장히 긴 분량의 또 다른 글을

쓰고 있는데 원래는 내가 비교적 잘 알고 있는 한국과 관련된 사건에

대해 얘기하려 했다 이 사건과 특별한 인연이 있고 관심도 많기 때문

이다 그런데 관계자는 특정 사건보다는 lsquo보편적인rsquo lsquo이론적rsquo 이야

기에 초점을 맞춰달라고 요구한다 그래야 이쪽 지역에서 읽히기 때

문이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이게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인가 내

가 정말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들은 누구인가 나는 누구를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는가 쉽게 답할 수 없는 물음들 그래도 나는 안다

적어도 당장은 먹고 사는 문제와 관련이 있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는 걸 물론 이런 고민은 나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바다건너에서

든 아니든)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누구나 살아가면서 어떤 식으

로든 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ldquo네가 행복해져야만helliprdquo

64 65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그런데 lsquo바다건너rsquo라는 부분에 뭔가 있는 것 같다 (나만의 착각

일 수 있지만) 외국에서 지내는 게 다른 사람들에게는 좀 괜찮게 보일

수 있지 않을까 뭔가 좀 있어 보이는 부끄럽지만 고백하건대 나 역

시 그런 생각을 전혀 안 했던 것은 아니다 뭔가 세련()된 것 같은

좀 달라보이는 어떤 면에서 (탈)식민 문제와 관련이 있다 그런데 직

접 생활하는 것은 역시 다르다 물론 철저히 나의 입장에서 그렇다는

이야기다 예컨대 자연환경도 좋고 구경갈 곳도 많은데 여행이나 휴

가를 가지 않느냐는 물음을 받곤 한다 그런데 가고 싶어도 일단 돈

이 없다(있어도 최대한 아껴야 한다) 방학 기간에 여기 저기 여행다

니는 유학생이나 현지인들 이야기를 들으면 나는 신기하기도 하고 부

럽기도 하다 에둘러 말하면 이 세상에 아름답거나 그렇지 않은 것은

없다 아름답게 느끼거나 그렇지 않게 느끼는 특정 맥락의 내가 있는

것이다 lt연애시대gt에도 나오지 않던가 ldquo네가 행복해져야만 이 세

상도 행복해진단다rdquo 그래서 서로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다 처음에

얘기한 드라마 장면 누구에게는 일이고 누구에게는 삶이다 뭔가를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될 이유

[나름대로 스웨덴 소식]

성소수자 탈의실 설치 (스웨덴 영문뉴스 lt로컬gt 2013 4 26)

스톡홀름에 있는 한 고등학교가 자신을 남성-여성으로 정체화하

지 않은 학생들을 위해 별도의 탈의실을 짓기로 했다 보도에 따르면

스웨덴에서는 첫 사례라고 한다 이 학교 학생위원회 관계자는 새로

운 탈의실은 사회의 젠더 규범에 불편해하는 학생들을 위한 것이라

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편 이 학교 선생님들은 수업 시간에 남성

(lsquo한rsquo)-여성(lsquo혼rsquo)을 넘어선 lsquo헨rsquo이라는 단어를 공식 사용하기도 하

고 학생들은 스톡홀름 성소수자 축제에 학생위원회 자격으로 참여한

첫 사례를 남기기도 했다

부유한 지역 적은 난민들 (스웨덴 국영 라디오 국제 2013 7

1)

스웨덴에서 예산이 많은 지역일수록 난민을 받는 데 소극적인 것으

로 나타났다 어느 일간지에 따르면 전국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 20

군데가 같은 수의 가장 부유한 지역들보다 5배 많은 난민을 받아들인

다고 한다 여기에 해당되는 부유한 지역들은 모두 현 정부의 보수 성

향 정당이 이끌어 가고 있다 이는 지난 5년 동안 스웨덴의 290개 지

역 단위를 비교한 결과다 관계자에 따르면 스웨덴 북쪽 지역으로 갈

수록 인구 부족 문제로 난민들이 환영을 받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66 67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효웅 | 병역거부자

일베한테 일베식으로 맞짱뜨기

일베충 종북게이다 좌빨 종북게이다

나님 네 다음 일베충

일베충 네 다음 종북게이

나님 나님이 종북게이라는 lsquo근거rsquo가 있음 주장하는 사람이 근거

를 제시해야 한다는 lsquo입증책임의 원칙rsquo도 모름 이 논리 종범아

일베충 요시 그럼 넌 내가 일베충이라는 근거는 있盧

나님 너한테 한 말 아니라 걍 혼잣말 한건데 내 발화의 지시대상

이 너라는 근거는 있盧

일베충 나한테 한 얘기잖아 이 종북게이야

나님 ㅇㅇ 인정 니 생긴 게 일베충같아서 일베충이라고 한 거임

얼굴에 써 있음

일베충 소설쓰지마라 ㅋㅋ 팩트 모르盧 내가 일베충이라는 팩트

를 대라 팩트를

나님 요시 니가 일베충이라는 lsquo최선의 설명으로서의 추론rsquo이라는

가설을 세워서 추론한 거임 나한테 종북게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lsquo현

상rsquo을 설명하기 위해서 너가 일베충이라는 lsquo가설rsquo을 세워 봤는데

ldquo니가 바로 일베충rdquo이기 때문에 ldquo따라서 나한테 종북게이라는 딱지

를 붙이는 것이다rdquo라는 현상이 아주 훌륭하게 설명력을 지닌 가설추

론이 되는 거임 원래 가설은 아무렇게나 세우는게 lsquo가설rsquo임 가설은

반증 가능성이 있는 게 당연하다고 포퍼가 그랬음 가설을 통해서 과

학과 범죄수사가 발전했음 만일 니가 일베충이 아니라면 너가 경쟁

가설을 주장하던가 내 추론에 문제가 있음을 제시하면 됨 왜 일베충

이라고 해서 찔림 도둑이 제 발 저림 일베충도 일베충이라는 말 듣

기가 부끄러움 너 포퍼가 누군지는 암

68 69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일베충 일베한다고 해서 다 무슨 사이코패스에 고인드립치는 패륜

아 인 줄 아냐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범하지 마라

나님 ㅋㅋㅋ요시 사이코패스에 패륜아라는 건 lsquo니가 한 말rsquo이고

lsquo니 생각rsquo임 내가 언제 너보고 사이코패스에 패륜아라고 했음 난

그냥 너가 일베한다는 lsquo사실rsquo을 진술문으로 말했을 뿐임 아 몰랐

네 너 사이코패스에 패륜아임

일베충 (ㅇㅂㅇ) 지금 일베충이라고 비하하는 거임 일베충이라는

말 자체에 비하가 있다

나님 자기들도 일베충이라고 자조적으로 비하하면서helliphellip

일베충 인권 좋아하는 감성팔이 인권쟁이들이 왜 우리의 인권은

도외시하는 거냐 북한 인권 군인 인권 일베충 인권

나님 일베충이 사람임 사람이 아니므니다

일베충 일베충도 사람이다 왜 사람이 아니냐

나님 lsquo일베충rsquo이라는 말은 일베를 하는 벌레라는 내포를 갖고 있

음 따라서 ldquo일베충은 벌레이다rdquo는 진리값이 항상 참인 분석명제이자

항진명제임 이 무식한 일베충아 그런데 ldquo일베충은 사람이다rdquo라고

한다면 그건 앞의 주어인 lsquo일베충rsquo에 이미 내포되어 있는 벌레라는

걸 부정하는 모순이 되는거임 이건 마치 ldquo삼각형은 동그라미이다rdquo

ldquo여성은 인간이 아니다rdquo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모순율에 어긋나

는 것임

일베충 (ㅇㅂㅇ) 인권 좋아하는 인권쟁이들이 우리들한테 인권이

없다니 역시 좌빨들은 이중성 쩌네 ㅋㅋㅋ모순 쩐다 위선자들 ㅋㅋ

ㅋㅋㅋ

나님 일베충이 그런 내포를 갖게 된 것은 공론장에서의 니들 행패

를 보고 내포가 그렇게 정해진 거임 억울하면 다시 태어나셈 근데

니가 인권이 뭔지는 아냐 어디 그래 lsquo인권rsquo의 정의가 뭐라고 생각

일베충 (ㅇㅂㅇ) 그건사전에 나와있다 ldquo사람이라면 누구나 누려

야할 권리rdquohelliphellip

나님 그런데 너님들은 왜 lsquo여성rsquo lsquo전라도rsquo 이런 사람들의 인권을

부정하고 비하하는 거임

일베충 일베라고 다 패륜아냐 성급한 일반화 모르盧 논리적 근

거를 대라

70 71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나님 아~그럼 여름 중에도 시원한 날이 며칠 있으니까 여름은 안

더운 거겠네 ㅋㅋㅋ 일베충 논리 보소 ㅋㅋㅋㅋ 너 말대로 일베의

lsquo모든rsquo회원이 그런 건 아닐 수도 있음 그러나 대다수가 그런 lsquo성

향rsquo을 갖고 있다면 성급한 일반화가 아니라 강한 통계적 귀납논증이

되는 거임 실지로 얼마 전 일베 게시물들의 키워드를 분석한 프로그

램 통계에 의하면 일베 사이트의 핵심 키워드들은 사회의 대다수 사

람들의 통념과 반대되는 게 맞는데 이 연가시야 사례가 많을수록

귀납논증은 강화되는 거고 너가 일반화라면 그렇지 않은 일베 회원

들이 더 많음을 니가 귀납적으로 논증을 해야 논파가 되는 거임 따라

서 ldquo일베충들은 대부분 사회적 낙오자에 학교에선 아싸고 생긴 건

베트남 쌀국수에 집에서 진격의 거인이나 보면서 연애 한 번 못해

보는 싸이코패스인데 사회적 약자들에 화풀이한다rdquo는 건 굉장히 강

한 귀납논증이 성립되는 거임 (ㅋㅋㅋ)

일베충 우리가 사회적 낙오자에 약자들에게 분풀이 한다는 팩트를

대라 팩트의 일베다 우리는 사실만을 얘기한다

나님 니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lsquo팩트rsquo에 대해서 너님들은 얼마나

알고 있음 너님 혹시 lsquo팩트rsquo가 뭔지는 암 사실과 사건 사태의 차

이점이 뭐임

일베충 0a 0

나님 ldquo쟤 성형수술했대rdquo ldquo너 전과자라며rdquo ldquo나 저번 시험에서

백점 맞았다~^^rdquo ldquo우리 집 50평이다 ^^rdquo ldquo우리 아들이 이번에 반

에서 1등했대요 호호호rdquo 이 문장들은 전부다 lsquo사실rsquo을 얘기하고 있

지만 이건 사실을 얘기하는 lsquo진술문rsquo이 아니라 비하하거나 잘난척

하는 lsquo행위rsquo를 하고 있는 lsquo수행문rsquo임 따라서 너님들이 이야기하고

있는 lsquo사실rsquo은 사실 해석과 반응 맥락에 따라서 굉장히 유동적인

것임 이처럼 사실인 척 위장하고 있는 문장들은 lsquo기술주의적 오류

(destriptive fallcy)rsquo임 또한 사실은 lsquo사물rsquo이 아니라 사물들의 연관

이라고 비트겐슈타인이 말한 것처럼 사실은 사실을 인식하고 말하는

사람의 주관에 달려있는 거임

일베충 전라도가 폭도였고 한국여자들이 성형하고 명품 밝히는 건

팩트다 이 멍청한 좌좀아 홍어들은 한반도를 떠나야하고 여자들은

삼일한(삼일에 한번씩 패야한다는 일베 용어)이라는 거다

나님 한국여성들의 명품 구매비율이나 성형비율이 높다는 lsquo사

실rsquo과 여성들을 패야한다는 lsquo당위rsquo가 어떤 관련이 있음 사실에서

어떻게 당위를 도출함 ldquo저 사람은 흑인이다rdquo라는 사실에서 ldquo따라

서 저 사람을 인종차별해야 한다rdquo라는 당위가 도출됨 ldquo너는 여자

다rdquo라는 사실로부터 ldquo따라서 너는 정숙해야한다rdquo라는 당위 도출되

지 않는 것처럼 이것 역시 철학자 GE 무어가 말한 lsquo자연주의적 오

류rsquo임 그러나 ldquo쟤 일베한다 따라서 박멸해야 한다rdquo는 만고산천에

72 73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불변하는 진리 이데아임 어디까지나 이런 논리나 철학은 사람한테

만 적용되므니다 이 살인 진드기야

일베충 (ㅇㅂㅇ) 광주사태가 홍어들 폭도였다는 거 역시 lsquo팩트rsquo

를 말한 거다 총들고 사람 죽이고 그게 잘한 거냐 이 씹선비야

나님 광주사태가 lsquo민주화운동rsquo이였다는건 공론장에서 의사소통적

논변에 근거한 합의를 통해 그 내포에 대한 일의적(一意的) 의미가 정

해진 사안임 너 혼자 민주화라는 용어를 lsquo홍어들의 폭동rsquo으로 재정

의하는 것은 이미 어느정도 사회적으로 통용된 내포를 너 혼자 바꿔

쓰는 lsquo은밀한 재정의의 오류rsquo이면서 동시에 lsquo자의적middot설득적 정의rsquo

인 거임 ldquo동성애자는 항문섹스만을 즐겨하는 에이즈 보균자이며 하

나님 앞에 죄인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rdquo라는 말이 동성애자에 대한

합의된 정의임 자기 혼자 쓰는 정의지 그리고 너희가 비하하는 전

라도 사람들은 전부다 폭도라던가 한국여자들은 명품에 성형에 환장

했다거나 하는 설명이 과학적이거나 팩트에 가까움 오히려 감정적

인 편견에 지나지 않는거 아님 통계 자료는 있음 논거 부재의 오

류 인신공격의 오류 은밀한 재정의의 오류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온갖 오류들의 향연임 이 애미 애비가 교육을 잘못시켜서 그 따위로

된 가정 교육 못 받은 일베충아

일베충 (ㅇㅂㅇ) 아아아아아우오오 씹선비 김치녀 홍어 홍어

나님 반사 ^^

일베충 (ㅇㅂㅇ) 우워워워좌좀 종북 좌빨 슨상님

나님 굴절 ^^

일베충 크어어어억 오유충 삼일한 김치녀 종특

나님 라고 말하는 놈 친일파 ^^

일베충 쩔뚜기 운지 하라보지 종북게이

나님 라고 말하는 놈 평생 쏠로 ^^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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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완 우성섭 우지연 위양자 유은정 유현미 윤민순 윤정하 윤정화 윤지환 윤혜정

은국 은종복 은혜와평화교회 이갑수 이기영 이덕현 이비함 이상길 이선아

이선영 이선옥 이세현 이승규 이연희 이영롱 이용석 이재환 이준규 이준호 이현우

이희진 임재성 임태훈 장대환 장미희 장샤론 장정혜 장현진 전기화 전길수 전범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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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의민 주관수 지은 진진 진현호 진흙 차명수 참새 채승우 최민아 최성진 타랑

편설란 하동기 하승우 한광주 한주훈 햄 홍수봉 홍수영 홍이 홍창욱 황명규 황예랑

2013년 5월1일 ~ 7월 31일

Page 20: 전쟁없는세상 소식지 38호(2013년 8월)

34 35기획기사

이드라인이 제시하는 핵심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형식적으로 운영

됨으로써 실제로 다국적 기업에 의한 인권침해를 예방하거나 구제하

는 역할을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유엔인권메커니즘 대응

유엔인권권고는 실체적인 측면에서 국내법적 효력을 가지는 국제

인권법에 근거한다 헌법에 의하여 체결middot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 따라서 유엔헌장

한국이 가입한 유엔인권조약 기타 인권 관련 조약 등과 관련 국제관

습법은 국내에서 직접적인 법적 효력을 가진다 따라서 이러한 국제

인권법은 인권과 관련하여 입법 사법 행정의 법적 근거가 되고 경

우에 따라서는 국내법을 해석하는 기준이 되거나 보완하는 역할을 수

행할 수도 있다1 예컨대 기존 법률 혹은 새로운 법률은 국제인권법과

배치되지 않도록 심사되고 국제인권법은 구체적인 재판규범으로 적

용된다 행정의 경우 국제인권법은 모든 행정작용의 기초가 될 뿐만

아니라 행정주체 혹은 공무원이 이를 어겼을 경우 국가배상 직무유

기 성실의무 위반 등 민형사상 책임과 법적 징계로 이어지게 된다

유엔인권권고는 절차적인 측면에서도 국내법적 효력을 가지는 국

1 황필규 ldquo국제인권기준에 비추어 본 한국 인권현실 유엔인권이사회 국가별 인권상황 정례검토 NGO보고서와 정부보고서 초안의 비교평가를 중심으로rdquo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법률가위원회 『2008년 제1차 인권세미나 국제인권현안과 국제인권법』 (2008 3 22) pp 1-2

제인권법에 근거한다 유엔인권이사회의 국가별 인권상황 정기검토

(UPR)와 특별절차의 경우 국내법적 효력을 가지는 유엔헌장 명문의

규정과 법적 기구인 유엔총회의 결의 등에 기초하고 있다 한편 인권

조약과 관련된 권고의 경우 권고의 주체인 조약기구의 구성과 임무

가 조약상 명문으로 규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그 권고가 이루어지

는 절차에 대하여도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다 따라서 국가보고서가

제출되고 유엔인권권고가 이루어지는 절차는 법률에 근거한 법적 절

차라고 볼 수 있다 유엔인권기구의 권고는 그 권고가 실체적middot절차

적 측면에서 국내에서 법적 구속력을 갖는 국제인권법의 명문의 규정

에 근거한다는 점에 비추어 곧바로 국내에서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

고 보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국내법과 명백히 배치되지 않는 한 충분

히 존중되고 그 취지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국내적으로 해석middot

적용되어야 한다2

유엔인권권고는 실체법middot절차법적으로 법률에 기초한 권고라는 점

외에도 lsquo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rsquo을 목적으로 하

는 헌법의 국제 협력 정신을 존중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국내적으로

이행되어야 한다 헌법재판소도 이러한 취지에서 유엔인권권고에 대

하여 설사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권고의 수용 권고의 이행 혹은

이행 노력의 약속은 국제법적으로는 조약에 의한 의무부담의 의사표

2 황필규 ldquo외국인의 인권과 차별금지rdquo 『인권과 정의』 제365호 (대한변호사협회 2007 1) p 49

36 37기획기사

시일 수 있다 유효한 모든 조약은 그 당사국을 구속하며 또한 당사국

에 의하여 성실하게 이행되어야 한다 어느 당사국도 조약의 불이행

에 대한 정당화의 방법으로 그 국내법 규정을 원용해서는 아니 된다

한편 이러한 약속은 국내법적으로는 법적 기관의 권고에 대한 의무부

담의 의사표시로서 행정작용의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비록 유엔인권

권고 자체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행정상 의사

표시에는 신뢰보호 원칙의 적용가능성 등 법적인 효과가 발생하게 된

다고 보아야 한다 한편 유엔인권권고가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등에

반영되는 경우 이는 행정계획의 일부로서의 법적 성질을 가지게 된

기획기사

기업과 국가는 다르다 둘의 가장 큰 차이는 그것의 주인이 누구이

냐 하는 데 있다 민주주의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다 비록 국가기구

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자는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을 장악한 소수의

엘리트일지 몰라도 적어도 헌법상 국가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렇다면 기업의 주인은 누구인가 주주 이사회 최고경영자

(CEO) 아니면 노동자 법적으로 주식회사의 주인은 회사 주식을 보

유한 주주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최고경영자나 이사회가 주주와 기

업을 지배하기도 한다 기업이 협동조합의 형태로 운영되거나 노조가

기업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 어쨌든 변함없는 사실

은 국가와 달리 기업의 주인은 아주 한정된 집단이라는 것이다

지우 | 전쟁없는세상 운영위원

기업에 저항하는 국내외 운동의 사례들

38 39기획기사

국정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물론 여기에도 lsquo시민권자rsquo라는 자

격 조건이 붙지만) 필요하다면 국가기관에 정보공개를 청구할 수도

있다 반면에 기업의 경영권은 외부자에게 불가침의 영역이며 기업에

관한 정보는 대부분 법에 의해 보호받는 lsquo보안사항rsquo이다 따라서 기

업에 저항하는 운동은 국가를 상대로 할 때와 다를 수밖에 없다 이

글에서는 국내외의 몇 가지 사례를 중심으로 기업에 저항하는 운동의

구체적인 방법들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소개할 것은 lsquo경제개

혁연대(구 참여연대 경제개혁

센터)rsquo의 소액주주운동이다

소액주주란 그 자체로는 중대

한 의사결정권을 갖기 어려울

만큼 낮은 지분의 주식을 소

유한 투자자를 의미한다 소액

주주운동은 취지는 대주주의 자의적인 경영을 감시해 투명하고 책임

있는 경영을 실현하는 데 있다 경영진의 불법행위에 대한 민middot형사

소송과 정부의 재벌middot금융정책에 대한 감시와 입법운동이 소액주주

운동의 주요 수단이다 1997년 제일은행을 시작으로 전개된 소액주

주운동은 삼성전자 SK텔레콤 현대중공업 등 핵심 재벌기업들을 상

대로 한 운동으로 발전해왔다

소액주주운동이 반드시 주주의 권익보호와 기업지배구조 개선만

경제개혁연대의 소액주주 운동

을 목적으로 할 필요는 없다 기업의 목적이 아무리 이윤 배당의 극대

화에 있다지만 그것이 주주들이 추구하는 가치의 전부는 아닐 것이

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소액주주운동은 보다 광범위한 사회적middot정치

적 운동의 수단으로 확대될 여지가 있다 미국의 사회운동가 알린스

키(Saul Alinsky)는 이러한 방법을 lsquo위임장 전술(proxy tactic)rsquo이라

고 불렀다 고용상의 차별철폐와 같은 공익이 이윤 극대화보다 더 중

요한 가치라고 여긴 주주들은 주주총회에서 자신의 주주권을 활동가

들에게 기꺼이 위임했고 이 전술은 1960년대 미국의 사회운동에 큰

획을 그었다

이처럼 기업의 직접적 이해관계자 혹은 내부자라 할지라도 사적인

이해관계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이와 관련하여 반도체 노동자

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lsquo반올림rsquo의 사례를 주목할 만하다 반도체

산업의 공정과 거기에 사용되는 물질 등은 기업의 내부정보인 데다가

전문 분야의 지식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활동가들이 사안에 접근하기

가 쉽지 않다 그래서 내부 조력자들의 제보가 운동이 큰 역할을 했다

고 한다 기업공시가 기업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공식

창구인 상황에서 내부 고발은 기업 감시의 없어서는 안 될 수단이다

lsquo좋은기업센터rsquo는 기업공시와 내부자 제보 외에도 지속가능성보고

서를 통해 기업을 감시하고 있다 지속가능성보고서란 기업이 지속가

능경영의 3대 축이라고 불리는 경제middot사회middot환경 분야의 지표를 공

개하는 보고서이다 기업공시처럼 의무화된 것은 아니지만 많은 대기

40 41기획기사

업이 국제 기준과 가이드라인에 따라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그중 가

장 널리 사용되는 기준이 글로벌 보고 계획(GRI)이다 운동은 지속가

능성보고서의 정보를 가지고 기업에 압력에 가할 수 있으며 보고서

에 누락된 사항이 있으면 이에 대한 설명을 요구할 수 있다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 관한 활동에는 어떤 게 있을까 lsquo국제

민주연대rsquo는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에 진출한 기업들의 노

동착취와 자원개발 문제에 관해 활동하고 있다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 대한 대응이 특히 어려운 이유는 기업과 정부 모두가 관심

이 없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대기업에나 적용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나마도 병원이나 학교를 지어주는 정도로

무마하려고 한다 한국 정부는 현지 주민과 노동자의 인권보다 자국

기업인의 이익 보호를 우선시하며 노조 탄압과 같은 문제는 해당 국

가에 떠넘긴다 관할권과 비용 문제 등으로 인해 사법 대응도 어렵다

하지만 해당 국가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기에 현지인들은 한국에서

의 연대를 절실히 요구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안은 지역적middot국제적

차원의 연대를 구축하여 해당 기업에 압력을 가하는 것이다 이는 외

국 정부나 국제기구의 힘을 빌린 것일 수도 있고 순수하게 비제도적

인 것일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상징적 시위나 보이콧과 같은 비

제도적 수단이 법적middot제도적 수단보다 효과적일 때도 있다 국가든

기업이든 권력의 궁극적 원천은 피지배민중에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고유한 경영권도 민중의 힘 앞에서는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

초국적기업의 횡포가 갈수록 심해지고 기업에 저항해야 할 사안이

점점 많아지는 상황에서 위와 같은 사례들과 방법에 대한 더 많은 연

구가 요구된다 한편 한국 사회는 기업에 대한 인식이 유달리 우호적

이고 기업에 저항하는 운동도 아직 대중에 친숙하지 않아 이에 대한

반발이 만만찮고 행동을 실행에 옮겼을 때 오히려 역효과가 나기도

한다 따라서 기업에 저항하는 국내외 운동의 사례들을 발굴하는 것

과 동시에 어떻게 하면 이러한 방법이 한국 사회에서 더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겠다

42 43리뷰-서평

리뷰-서평

양똘 | 출판노동자 + 전쟁없는세상 후원회원

lsquo실패rsquo를 함께 읽는 일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제목이다

나는 아나키스트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lsquo고백rsquo에 대해서는 좀 안다 제목에서

부터 알아챘어야 했는데 별 생각 없이

펼친 게 잘못이다 어떤 고백은 후회와

맞닿아 있다 하는 사람도 그렇지만 듣

는 사람에게도 그렇다 듣고 나서 후회

하는 고백들 듣지 말았어야 했는지도

모르는 이 책이 나한테 그랬다 아나키

스트에 대해 알기도 전에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부터 들어버렸고

나는 이제 아나키즘이라는 말을 들으면 반사적으로 이 고백이 생각날

것이다 고백은 처참했다 대단히 비극적인 드라마로서가 아니라 무

엇보다 비어 있어서 처참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나키즘에 대한 바

탕 지식이 있었다면 어려운 책들을 좀 읽어두었더라면 이 이야기가

다르게 읽혔을까 읽으면서 울 수도 있었을까 모르겠다 하지만 아

나키즘이라는 거대한 이념에 대해 알기 전에 어느 아나키스트 한 명

의 삶을 먼저 안다는 것 그 삶을 그럴듯한 평전이 아니라 허울 없는

자전적 만화로 lsquo고백 받는rsquo다는 것은 꽤 멋진 일이다 내가 만화 장

르에서 얻고자 하는 것은 주로 그런 부분이다 장황한 말들 삶을 포

장하려는 언어적인 관습들이 어느 정도 걷어내진 자리에 들어차는 것

은 침묵이다 침묵에서 고요한 진실을 읽어내는 것이 독자의 몫이고

이 만화도 역시나 그렇다 하는 얘기보다 안 하는 얘기가 훨씬 많다

서두가 왜 이렇게 주절주절 긴가 하면 이 책에 대해 서평이라고 쓸

만한 게 사실 별로 없기 때문이다 나도 고백을 좀 하고 가자면 독자

가 읽고 싶게 만들 만한 감상을 쓸 자신이 없다 하지만 느낀 것은 좀

있다 그 느낀 것이 너무 처량 맞은데 그게 또 lsquo진실rsquo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어 아이구 어떻게 되겠지 하고 시작한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안토니오 작가인 안토니오의 아들이 아버지의

수기를 보고 재구성한 형식인데 1인칭 시점을 택해 안토니오의 목소

리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그러니까 이것은 안토니오의 고백이면서

동시에 그의 고백이 아니기도 하다 안토니오 자신이었다면 이러한

자기 삶을 출판의 형태로 대중들에게 보일 수 없었을 거라고 짐작해

본다 자기 존재를 증명하려는 노력이 도리어 자기 존재를 부정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그는 아나키스트였지만 아나키스트의 고

44 45리뷰-서평

백은 그가 아나키스트가 아니었다고 말하고 있다 또는 아나키스트

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또는 모든 인간이 아나키스트라고

실제 그의 진심은 잘 모르겠다 이야기에서 lsquo나rsquo라고 하는 인물은

lsquo나rsquo가 아닌 것 같았기 때문에 그에게 물어볼 수도 없었다 이야기

내내 lsquo나rsquo가 lsquo나rsquo와 거리를 두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이것은 애초

설정 아들이 아버지 얘기를 대신 하고 있다는 전제를 잊어버리고 몰

입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진실로 lsquo나rsquo가 하는 얘기를 듣고 싶었다

그걸 기대하며 계속 읽어 나갔다

그렇다고 작가가 잘못했다는 것은 아니다 작가는 아버지를 lsquo나rsquo로

삼아 이 이야기를 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아버지는 요양시설에 갇

혀 있다가 자살을 했다 한번은 아들에게 죽여달라고 말한 적도 있다

아버지가 스스로 4층에서 뛰어내린 뒤에 아들은 아버지를 살려내야

만 했다 아버지의 구십 평생을 재구성한 이야기로 아버지가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아들로서 그렇게 해야 했을 것이다

아나키즘에 대해 몰라도 그것이 국가의 강제력을 원천부정 하는

것이고 막 혁명혁명 하는 것이고 짱돌을 들고 돌격하는 것이고 하

여튼 뭐 되게 센 거 라는 인상은 있었다 그런데 안토니오의 성격이

나 실제 삶은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땅을 늘리고 지켜내는 일

에만 관심이 있으며 폭력적이기까지 한 아버지와 형제들 사이에서 억

눌려 자랐다 지금 처한 곳이 지긋지긋하고 바보 같고 떠나고 싶었지

만 그래서 용감하게 시도도 했지만 실패했다 실패는 실패로 끝나지

않고 더 큰 것을 앗아갔다 유일한 친구의 죽음이 그것이었다 이러한

패턴의 실패는 그의 인생 전체에서 반복된다 혁명에 가담하고 lsquo납탄

동맹rsquo이라고 이름 붙인 동지들을 만나지만 혁명의 길은 실재하는 것

이기는 한지 아스라이 멀 뿐이고 가까이 잡히는 것은 오로지 동지의

죽음뿐이다 ldquo내 나이는 스물아홉이었다 청춘은 다 지났고 패배하

고 말았다는 자괴감이 들었다 당연하겠지만rdquo 스페인 피난민 행

렬에 끼어 프랑스의 생-시프리앵 해변으로 가면서 안토니오가 하는

생각이다 이때만 해도 나는 잠깐 힘을 냈다 이제 뭔가 반전이 펼쳐

지겠지 원래 해가 뜨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고들 하잖아 나 또한 지

금 스물아홉이고 청춘이 다 지났다는 그게 무엇인지 미처 먹어보지

도 못했다는 자각에 시달리고 있는 중이다 패배로 말할 것 같으면

그냥 맨날 하는 중이다 노동조합 활동이 그렇고 사람들과의 관계

일상생활 자아실현 거의 모든 면에서 그렇다 그래서 난 더더욱 저

구절에 희망을 걸었다 이제 진짜 아나키스트의 삶이 펼쳐지지 않겠

는가 그래야 이야기가 되지 않겠어

이 책은 자기계발서가 아니다 그 뒤로 펼쳐진 것은 전하고 비슷하

면서 동시에 전보다 더했다 갇혀 있다가 도망치고 다시 다른 곳에

갇히고 도망치고 그러는 사이사이 좋은 사람을 만나고 잃고 잃고

하는 식이었다 아 안토니오의 삶을 이렇게 간추려버리는 것이 정말

미안하다 근데 사실이 그렇다

해변에서 난민처럼 살다가 도망쳐 어느 농장에 강제로 보내진 안토

니오는 그 마을에서 자기 나이의 반도 안 되는 망아지 같은 여자애와

배가 맞아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안토니오는 이 시절이야말로 자기

46 47리뷰-서평

인생에서 가장 즐거웠던 시절이라고 단언한다 무려 lsquo행복rsquo이라는

낱말까지 써가면서 혁명의 이상과 가장 먼 곳에서 가장 행복했다는

것이 아니 그때만 유일하게 행복했다는 것이 뼈아프다 아마 그게 진

실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중반을 넘어가면서부터 lsquo추락rsquo은 본격화된다 그가 lsquo납

탄 동맹rsquo의 든든한 동지를 따라 lsquo사업rsquo에 발을 들이게 되기 때문이

다 돈이 엮이면 어떻게 흐르게 되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너무

지겹게 잘 알고 있다 그런 걸 이 만화에서까지 보고 싶지 않았는데

어쨌든 뛰어넘을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작가는 성실히 쓰고 있다

ldquo살아남으려면 체제에 맹목적으로 순응해야만 했다 단순히 지난

날의 이상을 버리면 되는 게 아니라 열렬한 신봉자가 되어야만 한다

는 것이다rdquo 세상을 뒤집어엎겠다는 큰 꿈만 버리고 lsquo보통rsquo으로 살

아가는 것은 가능하지 않았다 변절한 옛 동지들한테 뭐라고 할 것도

없이 안토니오는 속수무책으로 타락해간다 권력의 뒤통수를 치면서

자기가 권력을 꿰차고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를 두고 다른 욕망을 탐

하고 그러다 결국 자기도 뒤통수를 맞고 거지 신세가 된다 전복이니

혁명이니 하는 것은 꿈에서조차 등장하지 않고 lsquo속박rsquo을 견디지 못

하는 습성만 그놈의 lsquo아나키스트적인rsquo 것으로 남아서 그와 주변을 괴

롭힐 뿐이다

아 책이 채 반에 반도 남지 않았는데 안토니오는 예순 살이 되어

있었다 lsquo왕년에 혁명깨나 했지만 지금은 추한 빈털터리가 되어 아내

와도 끝내고 요양시설에 굴러들어온rsquo 예순 살이다 lsquo보통rsquo보다 못한

예순 살 나는 짜증이 나서 울고 싶었고 그만 읽을 뻔했다 하지만 끝

까지 읽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의 인생에서 마지막이자 유일한

lsquo승리rsquo는 그 뒤에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 승리가 자기 가슴에 붙어

실제로 내장을 갉아먹는 두더지를 떼어내버린 뒤에 스스로 스스로

의 죽음을 실행하는 것뿐이었다고 해도 그 과정을 꼭 지켜봐주었어

야 했다 왜냐하면 남 얘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오래전에 스페인

에서 살았다는 안토니오가 아무것도 개인을 억누르지 않는 자유로운

세상을 꿈꿨던 안토니오라는 사람이 대단하거나 멀게 느껴지지 않는

다 오히려 내가 내일도 마주치게 될 익숙한 사람들 중에 그 지친 얼

굴 하나하나에 안토니오가 보일 것 같다

제목에 속았다고 느꼈다 그런데 다 읽고 보니 작가는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 오히려 시작부터 진실을 말했다

ldquo그리고 또한 그분의 추락이 몇 초밖에 걸리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90년이라는 긴 시간이었다는 사실도 말이

다rdquo

이것은 lsquo추락rsquo에 관한 이야기라고 작가는 이미 알려주고 시작한

것이다 이것은 끝도 없는 추락의 이야기 이상을 가진 인간으로 태

어나서 실패하고 죽어간 이야기다 다시 말하지만 이 실패는 우리

모두가 나눠 먹고 있는 그 실패다 여기서 우리란 물론 우리 편을 말

한다 안토니오의 실패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 자기 가슴을

48 49기획연재-게임과 평화

뜯어먹는 두더지를 꿈에도 본 일이 없는 사람들 이 책이 음란하다고

lsquo청소년 유해매체rsquo 딱지를 붙인 사람들까지 말하는 것은 아니다 적

어도 lsquo우리rsquo는 안토니오라는 아나키스트의 아니 한 인간의 실패담

을 처음부터 끝까지 묵묵히 읽어갈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에도 불구하고 진짜 안토니오의 진짜 진실은

언제까지나 미지수로 남는다 그렇게 남겨야 한다 아무도 모르고 몰

라야만 하는 진실을 하나씩 가지고 있는 것이야말로 그가 그토록 되

고자 열망했던 lsquo개인rsquo일 것이기 때문이다 지우 | 전쟁없는세상 운영위원

게임을 통해 평화를 만드는 게 과연 가능할까 이 물음에 대한 답

을 대신하여 한 가지 게임을 소개하고자 한다

lsquo세계평화게임(World Peace Game)rsquo은 미국의 공립 초등학교 교

사 존 헌터(John Hunter)가 만든 대화형 게임이다 헌터는 1978년에

이 게임의 원형을 처음 만들었고 지금까지 세계를 돌아다니며 게임을

주최하고 있다 그의 활동은 lsquo세계평화와 4학년의 업적(World Peace

and Other 4th-Grade Achievements)rsquo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헌터는 2012년에 타임지가 선정한 교육

운동가 12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세계평화게임은 가로middot세로middot높이 4피트 크기의 4층짜리 아크릴

기획연재-게임과 평화

세계평화게임

50 51기획연재-게임과 평화

구조에서 진행되며 각 층은 바깥 우주와 대기 지표 해저를 상징한

다 거기에 경제력과 군사력이 서로 다른 4개 국가의 영토와 영공

육middot해middot공군 인공위성 잠수함 해저광산 등이 있다 (아무래도 이

아저씨가 숫자 4를 좋아하는 모양이다) 40여 명의 학생이 각국의 수

상 국무장관 국방장관 재무장관 감사원장 등을 맡아 내각을 구성

하고 역할 중에는 유엔이나 세계은행 무기상도 있다

게임의 목표는 이 가상세계에서 일어나는 민족 갈등 화학물질 누

출 핵 확산 물 분쟁 분리middot독립 운동 기근 동물의 멸종 지구온난

화와 같은 위기상황을 함께 해결하고 각국의 경제수준을 높이는 것

이다 학생들은 게임을 통해 권력과 파괴 전쟁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이해하고 장기적 계획과 전략을 세우는 법을 배운다

대화형(interactive) 게임이기에 엄밀하게 짜인 문서화된 규칙은 없

다 게임을 주도하는 것은 학생들이며 교사는 지켜보면서 상황을 정

세계평화게임을 하는 사람들

리하고 촉진하는 역할만 한다 헌터는 처음 교편을 잡았을 때 교사가

수업을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코 그래서는

안 된다는 믿음이 생겼다고 한다 그는 학생들의 집단지성이 자신보

다 훨씬 더 훌륭하다고 인정한다 헌터는 게임에서 실제로 일어난 몇

가지 흥미로운 사례를 소개한다

사례 1

한 학생이 가장 가난한 나라의 국방장관을 맡고 있었다 그 나라의

이웃에는 돈도 많고 기름도 풍부한 나라가 있었다 그런데 그 학생이

갑자기 수상의 명령도 어기고 인접국의 유전지역을 공격했다 학생은

그곳을 포위해 총 한 발 쏘지 않고 지역을 확보했다 인접국은 연료공

급이 차단되어 어떠한 군사행동도 취할 수 없었다 다른 아이들은 화

를 냈다

며칠 뒤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인접한 강대국이 전 세계를 점령

하기 위해 무력도발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학생은 사태의 추

이를 누구보다 먼저 파악하고 대규모 전쟁을 피하기 위해 소규모 전

쟁을 감행하는 냉철한 판단을 내렸던 것이다 학생들은 게임을 멈추

고 그의 판단이 옳았는지 조건에 따라 옳고 그름을 따져보는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사례 2

플라스틱 말로 표시되는 병사들이 전쟁에서 사망하면 군사령관이

52 53기획연재-게임과 평화

병사들의 가상의 부모에게 편지를 쓰는 시간을 가진다 한 번은 학생

의 제안으로 수업을 참관하던 학부모가 직접 편지를 읽게 되었다 편

지의 세 번째 줄을 읽으면서 학부모는 울음을 터뜨렸다 전투에서 병

사를 잃었다면 전쟁에서 승리해도 기쁘지 않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게

되었다 어떤 의미에서 모두가 전쟁에서 졌다는 사실을 말이다

사례 3

방과 후에 틈틈이 7주 동안 진행된 게임에서 세계은행의 재정정책

때문에 한 나라가 시작할 때보다 더 가난해졌다 (게임의 목표는 위기

상황을 해결하고 각국의 경제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게임을 마칠 시

간이 1분도 채 안 남았고 교실은 혼란에 빠졌다 소리를 지르거나 삿

대질을 하는 학생도 있었고 서류 뭉치를 흔들거나 교실을 뛰어다니

는 학생도 있었다

그때 한 학생이 종을 울리며 이렇게 말했다 ldquo세계은행이 모든 자

금을 끌어 모아서 모든 나라가 가난해졌습니다 지금 세계은행에는

6000억 달러가 있습니다 이 돈을 가난한 나라에 기부하려고 합니다

만약 그 나라가 이걸 수용하면 국가의 자산가치가 올라가고 그럼 우

리는 게임을 이기게 됩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rdquo 시간이 3초 정도

남았을 때였다 모두 그 나라의 수상만 바라보고 있었다 ldquo네rdquo 게임

은 이긴 것으로 끝났다

게임은 교과서와 다르다 게임에서 학습자는 lsquo평화란 무엇인가rsquo

라든지 lsquo평화를 어떻게 만드는가rsquo와 같이 주어진 문제에 대한 주어진

답을 저축하듯이 암기하지 않는다 문제를 만드는 것도 그에 대한 답

을 구성하는 것도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 자신과 동료들이다 이는 게

임의 본질이 바로 lsquo참여적 재현rsquo이라는 형식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

고 게임의 lsquo재미rsquo라는 요소가 이러한 참여를 유도한다 여기서 우리

는 맨 앞의 질문에 대한 모종의 답을 상상할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헌터의 말을 인용하며 글을 마친다

ldquo매 게임이 다릅니다 어떤 게임에서는 사회문제가 중요하고 어

떤 게임에서는 경제문제가 중요합니다 어떤 게임에서는 전쟁문제가

대두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부정하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그

게 인류의 현실이니까요 hellip 학생들은 무엇이 옳은 길인지 자기들만

의 방법으로 스스로 찾아냅니다 게임을 통해 저도 많은 것을 배웠습

니다 만약 학생들이 이 게임을 통해 비판적이고 창조적인 사고방식

을 배우고 세상을 이롭게 할 동력을 얻게 된다면 우리 모두를 구원할

지도 모릅니다 게임을 통해 배울 수만 있다면 말이죠rdquo

lsquo세계평화게임rsquo과 이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lsquo세계평화와 4학년의 업적rsquo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는 공식 페이지(httptheworldpeacegamecom)에서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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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무기제로는 2013년 상반기 동안 13개 단체와 연대하여 국민연금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 캠페인은 확산탄과 같은 비

인도무기에 대한 금융기관의 투자가 중단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

으며 세부적으로는 ldquo1) 국민연금이 확산탄 생산기업인 한화 풍산에

투자를 철회한다rdquo ldquo2) 국민연금이 비인도무기 생산기업에 대한 투

자배재를 천명하는 윤리투자원칙을 제정한다rdquo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

왜 투자철회 캠페인인가 왜 국민연금인가

확산탄 캠페인에 있어 대상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확산탄의 수요자사용자인 국가이며 다른 한 축은 확산탄을 생산하는

박승호 | 무기제로 코디네이터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 경험 공유

기업들이다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캠페인의 요구가 확산탄을 전면적

으로 금지시키고 확산탄 오염지역을 정화하고 피해생존자들을 지원

하라는 것 등이 주를 이룬다면 기업을 대상으로 한 요구는 확산탄의

생산middot수출을 중단하라는 것이다

현재 한국 정부는 확산탄을 북한의 장사정포에 대응할 수 있는 핵

심전력으로 여기고 있으며 국제적인 확산탄 불법화 추세에도 불구하

고 확산탄을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무기제로는 국가를 대상으로 협약 가입을 촉구하는 캠페인보

다는 확산탄을 생산하는 기업이나 확산탄 생산을 지원하는 금융기관

에 대한 문제제기를 통해 확산탄에 대한 대중적 낙인화 효과를 불러

일으키는 것이 확산탄 금지운동에 더 효과적일 것이라 판단했다 하

지만 확산탄 생산기업인 한화와 풍산을 대상으로 어떤 캠페인을 벌여

도 이윤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기업이 윤리적인 비난만으로 핵심 사업

을 정리할 것 같지는 않았다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압박보다 더 효

과적인 방식은 바로 돈줄에 위협을 가하는 것이고 이 점에서 투자

철회 캠페인은 상대적으로 더 승산이 있는 캠페인이라는 판단이 있

었다 국민연금이 각각 한화 주식의 734(201112) 풍산 주식의

926(20129)를 보유하고 있는 확산탄 생산기업의 최대투자자라는

점 또 공적자금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있는 기관이라는 점 대

부분의 사람들이 월 일정액의 국민연금보험료 납부하고 있다는 점에

서 국민연금의 확산탄 투자 문제를 lsquo내 문제rsquo로 인식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국민연금이 투자철회 캠페인의 대상으로 결정되었다

56 57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무기제로의 과거 캠페인 경험을 통해서 볼 때 확산탄이 어떤 무기

인지 왜 확산탄이 금지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대중적 인식은 사실상

전무했다 확산탄이라는 특정한 무기를 금지하자는 캠페인의 슬로건

이 대중의 관심을 얻기 힘든 주제였다는 점에서 우리는 국민 대다

수가 자의든 타의든 월 일정액을 적립하고 있는 lsquo국민연금rsquo을 통해

lsquo당신의 돈이 국제적으로 금지된 무차별 살상무기를 만드는 데 쓰이

고 있다rsquo는 메시지를 전달해 사람들의 관심과 확산탄의 비인도성에

대한 낙인화를 동시에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해외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 사례

이번에 무기제로가 국민연금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을 진행한 것

은 해외에서 이미 성공적으로 진행된 투자철회 캠페인을 모델로 해서

기획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래에서는 무기제로가 참고했던 대

표적인 성공 사례 두 가지를 살펴보려 한다

- 네덜란드 연금기금 투자철회 사례

2007년 3월에 네덜란드 시사프로그램인 젬블라(Zembla)는 네덜란

드 유수의 연금기금이 확산탄 지뢰 등 비인도무기를 만드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 등 네덜란드 연금기금의 비윤리적 투자 문제

를 다룬 lsquoCluster bomb feelingrsquo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방영한

다 당시 방송을 통해 연기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게 된 대중의 분

노가 표출되면서 연기금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이 압력을 느끼게 되었

다 이에 다큐 제작 과정에 관여했던 시민단체인 팍스 크리스티(IKV

Pax Christi)는 다큐 방영 이후 연금 기관들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캠

페인을 시작하게 된다 금융기관들의 가장 큰 두려움이 ldquo사회적 이미

지 실추rdquo라는 점을 활용한 것인데 2011년 유럽 투자자들을 대상으

로 한 조사에서 거의 80의 투자자가 논란이 되는 무기에 대한 투자

가 명성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는 등 인식의

변화가 눈에 띄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2009년 팍스 크리스티는 페어핀(FairFin)과 공동으로 ldquo확산탄 세

계투자 공동의 책임rdquo 보고서를 발표했고 보고서 발표의 영향으로

연금 기금이나 금융기관들이 확산탄 생산기업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

는 사례가 발생한다 팍스 크리스티는 이뿐 아니라 정책 입안자들과

관계를 맺고 확산탄 투자 금지를 입법화하기에 나선다 2009년에 네

덜란드 의회가 확산탄 투자 금지 촉구 제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지

만 당시 과도 정부가 이를 거부했다 이후 확산탄금지협약 비준 등을

거치면서 상원에서 다시 한번 확산탄 투자 금지 제안이 상정되었고

2011년 말 정부가 이를 이행하기로 결정하면서 확산탄 투자 금지는

2013년 1월부터 효력을 발휘하게 되었다

주목할만한 점은 이 다큐가 방영되고 반향을 일으켰던 시점이 아직

확산탄금지협약이 체결되지 않은 시점이었다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경우는 다큐멘터리 방영으로 국민적 분노가 격화되면서 향후 확산탄

생산기업에 대한 연기금의 투자철회 결정뿐 아니라 네달란드가 확산

58 59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탄금지협약에 서명하는 등 확산탄을 전면적으로 금지시키는 데도 상

당한 영향을 미쳤다

- 영국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RBS) 투자 철회 사례

2011년 8월 앰네스티 영국지부가 팍스 크리스티 보고서를 바탕으

로 HSBC(홍콩middot상하이은행)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 등 주요 은행에

대한 투자 철회 캠페인(온라인 탄원)을 시작했다 캠페인 시작 1주일

만에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이 확산탄 투자를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밝

히게 된다 당시 이 은행은 앰네스티 회원들로부터 12000통의 이메

일을 받았으며 앰네스티가 진행하던 전국적인 광고 캠페인 등에 이

미지 손상을 두려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사례를 통해서 본 우리의 투자철회 캠페인

투자철회 캠페인은 기업들이 lsquo이미지rsquo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에

서 가능한 캠페인이다 위에서 다룬 두 사례는 각각 대중적인 영향력

을 가지고 있는 방송(네덜란드 시사프로그램 젬블라)과 시민단체(앰

네스티 영국지부)가 자국 금융기관(연금기금)이 국제적으로 큰 비난

을 받고 있는 비인도무기를 만드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으로 대중적인 단죄 또는 낙인화가 이루어지면서 자연스레

투자철회가 이어질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된 사례로 볼 수 있다 ldquo내

돈rdquo이 잔인한 무기를 만드는 데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림으로써 사

람들이 확산탄 문제를 ldquo내 문제rdquo로 인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

한 분위기가 형성되었을 때 해당 국가 내에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단체들이 이 문제를 공공의제로 만들어 냈고 이후 여론을 등에 업고

금융기관을 압박해 실제 투자철회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한국에서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진행된 캠페인은 아직 구체적인 성

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하지만 캠페인이 시작단계에 있으며 해외 사

례와 같이 대중적 영향력이 큰 매체가 이 문제를 다루는 등의 이슈 확

산의 계기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아직은 캠페인의 성과를 이야

기할 시점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또 대부분의 국가들이 확산탄금

지협약에 서명middot비준한 유럽의 경우와는 다르게 한국은 안보상의 이

유로 확산탄의 생산 배치를 고집하고 있으며 평화 무기 이슈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도도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 역시 감안해야 할 것이다

무기제로는 올해 12월 발표 예정인 ldquo확산탄 세계투자rdquo 보고서의

번역 발표 등 지속적 캠페인을 통해 국민연금의 확산탄 투자문제를

꾸준히 제기할 계획이며 적절한 타이밍에 대중적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내는 데 주력해 한화middot풍산에 대한 투자철회

및 확산탄에 대한 낙인화 등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참고httpstopclustermunitionsorghttpwwwstopexplosiveinvestmentsorghttpwzeroorg

60 61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기획연재-가람이의 좌충우돌 세상읽기

ldquo그건 저의 삶입니다rdquo

나름 | 전쟁없는세상 친구 + 스웨덴에서 공부하는 중

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ldquo대답하세요rdquo 아슬아슬하게 진행되던 그들의 대화 긴장이 최고

조에 이른다 대화가 중단되고 한 사람이 자리를 뜬다 그 사이 추궁

을 받던 이는 주위를 둘러본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고 어느 구석

자리에 멈춘다 시선이 고정된다 바로 자신에 관한 기사와 사진들을

발견한 것 벽에 빼곡히 붙어 있는 모습이 마치 수사 상황 같다 소리

를 쳤던 이가 돌아오고 그가 묻는다 ldquo이게 뭐죠rdquo ldquo그건 저의 일이

예요rdquo 추궁을 받던 이의 나직한 목소리 ldquo그건 저의 삶입니다rdquo 덴

마크 드라마 lt보운 (발음이 틀릴 수 있음)gt의 한 대목 덴마크 최초의

여성 총리를 그리고 있는 이 드라마는 첫 방영이 있고 1년 뒤 실제 여

성 총리가 등장하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문제의 대목은 이전 정부

에서 총리를 맡았던 여성이 선거를 앞두고 새로운 정당을 만들면서

시작된다 경제 정책을 담당할 인물을 영입했는데 옛소련의 간첩이었

62 63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대표의 측근이 검증을 하게 된다 이 측근은

소련 좌익 정당에서 일하다 자살한 여성에 대해 캐묻고 그 사람은 결

국 그 여성과의 관계를 비롯해 아픈 과거를 이야기하게 된다 이 장면

은 누군가의 삶에 대해 타인이 얼마나 쉽게 얘기하고 재단할 수 있는

지에 관해 생각하게 만든다 타인이 쉽게 말할 수 있는 그 무엇이 누

군가에게는 삶이요 상처다

누군가에게는

그렇다 타인에게는 그저 지시대로 하면 되는 일이 자신에게는 치

명적인 삶의 문제일 수 있다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 갈등의 연속이

다 최근 이 정도 수준은 아니지만 좀 복잡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주

제 넘게도 어떤 글을 외국어로 쓰고 있는데 유럽 학자와 미국 학자

사이에 끼어 고민이 된다 두 사람이 거의 정반대의 입장에서 글쓰기

에 관여하고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해 한 사람은 이쪽으로 가라고 하

는데 또 한 사람은 저쪽으로 가라고 한다 아직은 경력을 막 쌓기 시

작한 힘없는 나로서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다 두 사람 모

두 좋으신 분들이고 또 내게 중요한 역할을 할 분들이다 그런데 모

두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누구 장단에 맞춰야 할지 난감하

다 다른 점이 있다면 한 사람은 나의 가능성만을 보고 변함없는 신뢰

와 지지를 보여주었지만 또 한 사람은 그 정도는 아니라는 느낌 문

제는 나를 석연치 않게() 보는 듯한 이가 내 경력에서는 훨씬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나를 믿어주는 이의 방향에 맞

추기로 결정했는데 아무튼 쉽지 않은 문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깊이 고민하게 된 다른 문제가 있는데 바로

lsquo누구를 대상으로 이야기하는가rsquo에 관한 부분이다 어쩌다가 바다

건너에서 계속 있다 보니 나는 이쪽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야기를 해

오고 있다 이 사람들의 언어(주로 영어)로 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

는 이야기를 이 사람들 상황에 맞게 말이다 그런데hellip 이게 정말 내

가 원하는 일인가 잘 모르겠다 지금 굉장히 긴 분량의 또 다른 글을

쓰고 있는데 원래는 내가 비교적 잘 알고 있는 한국과 관련된 사건에

대해 얘기하려 했다 이 사건과 특별한 인연이 있고 관심도 많기 때문

이다 그런데 관계자는 특정 사건보다는 lsquo보편적인rsquo lsquo이론적rsquo 이야

기에 초점을 맞춰달라고 요구한다 그래야 이쪽 지역에서 읽히기 때

문이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이게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인가 내

가 정말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들은 누구인가 나는 누구를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는가 쉽게 답할 수 없는 물음들 그래도 나는 안다

적어도 당장은 먹고 사는 문제와 관련이 있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는 걸 물론 이런 고민은 나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바다건너에서

든 아니든)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누구나 살아가면서 어떤 식으

로든 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ldquo네가 행복해져야만helliprdquo

64 65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그런데 lsquo바다건너rsquo라는 부분에 뭔가 있는 것 같다 (나만의 착각

일 수 있지만) 외국에서 지내는 게 다른 사람들에게는 좀 괜찮게 보일

수 있지 않을까 뭔가 좀 있어 보이는 부끄럽지만 고백하건대 나 역

시 그런 생각을 전혀 안 했던 것은 아니다 뭔가 세련()된 것 같은

좀 달라보이는 어떤 면에서 (탈)식민 문제와 관련이 있다 그런데 직

접 생활하는 것은 역시 다르다 물론 철저히 나의 입장에서 그렇다는

이야기다 예컨대 자연환경도 좋고 구경갈 곳도 많은데 여행이나 휴

가를 가지 않느냐는 물음을 받곤 한다 그런데 가고 싶어도 일단 돈

이 없다(있어도 최대한 아껴야 한다) 방학 기간에 여기 저기 여행다

니는 유학생이나 현지인들 이야기를 들으면 나는 신기하기도 하고 부

럽기도 하다 에둘러 말하면 이 세상에 아름답거나 그렇지 않은 것은

없다 아름답게 느끼거나 그렇지 않게 느끼는 특정 맥락의 내가 있는

것이다 lt연애시대gt에도 나오지 않던가 ldquo네가 행복해져야만 이 세

상도 행복해진단다rdquo 그래서 서로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다 처음에

얘기한 드라마 장면 누구에게는 일이고 누구에게는 삶이다 뭔가를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될 이유

[나름대로 스웨덴 소식]

성소수자 탈의실 설치 (스웨덴 영문뉴스 lt로컬gt 2013 4 26)

스톡홀름에 있는 한 고등학교가 자신을 남성-여성으로 정체화하

지 않은 학생들을 위해 별도의 탈의실을 짓기로 했다 보도에 따르면

스웨덴에서는 첫 사례라고 한다 이 학교 학생위원회 관계자는 새로

운 탈의실은 사회의 젠더 규범에 불편해하는 학생들을 위한 것이라

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편 이 학교 선생님들은 수업 시간에 남성

(lsquo한rsquo)-여성(lsquo혼rsquo)을 넘어선 lsquo헨rsquo이라는 단어를 공식 사용하기도 하

고 학생들은 스톡홀름 성소수자 축제에 학생위원회 자격으로 참여한

첫 사례를 남기기도 했다

부유한 지역 적은 난민들 (스웨덴 국영 라디오 국제 2013 7

1)

스웨덴에서 예산이 많은 지역일수록 난민을 받는 데 소극적인 것으

로 나타났다 어느 일간지에 따르면 전국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 20

군데가 같은 수의 가장 부유한 지역들보다 5배 많은 난민을 받아들인

다고 한다 여기에 해당되는 부유한 지역들은 모두 현 정부의 보수 성

향 정당이 이끌어 가고 있다 이는 지난 5년 동안 스웨덴의 290개 지

역 단위를 비교한 결과다 관계자에 따르면 스웨덴 북쪽 지역으로 갈

수록 인구 부족 문제로 난민들이 환영을 받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66 67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효웅 | 병역거부자

일베한테 일베식으로 맞짱뜨기

일베충 종북게이다 좌빨 종북게이다

나님 네 다음 일베충

일베충 네 다음 종북게이

나님 나님이 종북게이라는 lsquo근거rsquo가 있음 주장하는 사람이 근거

를 제시해야 한다는 lsquo입증책임의 원칙rsquo도 모름 이 논리 종범아

일베충 요시 그럼 넌 내가 일베충이라는 근거는 있盧

나님 너한테 한 말 아니라 걍 혼잣말 한건데 내 발화의 지시대상

이 너라는 근거는 있盧

일베충 나한테 한 얘기잖아 이 종북게이야

나님 ㅇㅇ 인정 니 생긴 게 일베충같아서 일베충이라고 한 거임

얼굴에 써 있음

일베충 소설쓰지마라 ㅋㅋ 팩트 모르盧 내가 일베충이라는 팩트

를 대라 팩트를

나님 요시 니가 일베충이라는 lsquo최선의 설명으로서의 추론rsquo이라는

가설을 세워서 추론한 거임 나한테 종북게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lsquo현

상rsquo을 설명하기 위해서 너가 일베충이라는 lsquo가설rsquo을 세워 봤는데

ldquo니가 바로 일베충rdquo이기 때문에 ldquo따라서 나한테 종북게이라는 딱지

를 붙이는 것이다rdquo라는 현상이 아주 훌륭하게 설명력을 지닌 가설추

론이 되는 거임 원래 가설은 아무렇게나 세우는게 lsquo가설rsquo임 가설은

반증 가능성이 있는 게 당연하다고 포퍼가 그랬음 가설을 통해서 과

학과 범죄수사가 발전했음 만일 니가 일베충이 아니라면 너가 경쟁

가설을 주장하던가 내 추론에 문제가 있음을 제시하면 됨 왜 일베충

이라고 해서 찔림 도둑이 제 발 저림 일베충도 일베충이라는 말 듣

기가 부끄러움 너 포퍼가 누군지는 암

68 69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일베충 일베한다고 해서 다 무슨 사이코패스에 고인드립치는 패륜

아 인 줄 아냐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범하지 마라

나님 ㅋㅋㅋ요시 사이코패스에 패륜아라는 건 lsquo니가 한 말rsquo이고

lsquo니 생각rsquo임 내가 언제 너보고 사이코패스에 패륜아라고 했음 난

그냥 너가 일베한다는 lsquo사실rsquo을 진술문으로 말했을 뿐임 아 몰랐

네 너 사이코패스에 패륜아임

일베충 (ㅇㅂㅇ) 지금 일베충이라고 비하하는 거임 일베충이라는

말 자체에 비하가 있다

나님 자기들도 일베충이라고 자조적으로 비하하면서helliphellip

일베충 인권 좋아하는 감성팔이 인권쟁이들이 왜 우리의 인권은

도외시하는 거냐 북한 인권 군인 인권 일베충 인권

나님 일베충이 사람임 사람이 아니므니다

일베충 일베충도 사람이다 왜 사람이 아니냐

나님 lsquo일베충rsquo이라는 말은 일베를 하는 벌레라는 내포를 갖고 있

음 따라서 ldquo일베충은 벌레이다rdquo는 진리값이 항상 참인 분석명제이자

항진명제임 이 무식한 일베충아 그런데 ldquo일베충은 사람이다rdquo라고

한다면 그건 앞의 주어인 lsquo일베충rsquo에 이미 내포되어 있는 벌레라는

걸 부정하는 모순이 되는거임 이건 마치 ldquo삼각형은 동그라미이다rdquo

ldquo여성은 인간이 아니다rdquo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모순율에 어긋나

는 것임

일베충 (ㅇㅂㅇ) 인권 좋아하는 인권쟁이들이 우리들한테 인권이

없다니 역시 좌빨들은 이중성 쩌네 ㅋㅋㅋ모순 쩐다 위선자들 ㅋㅋ

ㅋㅋㅋ

나님 일베충이 그런 내포를 갖게 된 것은 공론장에서의 니들 행패

를 보고 내포가 그렇게 정해진 거임 억울하면 다시 태어나셈 근데

니가 인권이 뭔지는 아냐 어디 그래 lsquo인권rsquo의 정의가 뭐라고 생각

일베충 (ㅇㅂㅇ) 그건사전에 나와있다 ldquo사람이라면 누구나 누려

야할 권리rdquohelliphellip

나님 그런데 너님들은 왜 lsquo여성rsquo lsquo전라도rsquo 이런 사람들의 인권을

부정하고 비하하는 거임

일베충 일베라고 다 패륜아냐 성급한 일반화 모르盧 논리적 근

거를 대라

70 71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나님 아~그럼 여름 중에도 시원한 날이 며칠 있으니까 여름은 안

더운 거겠네 ㅋㅋㅋ 일베충 논리 보소 ㅋㅋㅋㅋ 너 말대로 일베의

lsquo모든rsquo회원이 그런 건 아닐 수도 있음 그러나 대다수가 그런 lsquo성

향rsquo을 갖고 있다면 성급한 일반화가 아니라 강한 통계적 귀납논증이

되는 거임 실지로 얼마 전 일베 게시물들의 키워드를 분석한 프로그

램 통계에 의하면 일베 사이트의 핵심 키워드들은 사회의 대다수 사

람들의 통념과 반대되는 게 맞는데 이 연가시야 사례가 많을수록

귀납논증은 강화되는 거고 너가 일반화라면 그렇지 않은 일베 회원

들이 더 많음을 니가 귀납적으로 논증을 해야 논파가 되는 거임 따라

서 ldquo일베충들은 대부분 사회적 낙오자에 학교에선 아싸고 생긴 건

베트남 쌀국수에 집에서 진격의 거인이나 보면서 연애 한 번 못해

보는 싸이코패스인데 사회적 약자들에 화풀이한다rdquo는 건 굉장히 강

한 귀납논증이 성립되는 거임 (ㅋㅋㅋ)

일베충 우리가 사회적 낙오자에 약자들에게 분풀이 한다는 팩트를

대라 팩트의 일베다 우리는 사실만을 얘기한다

나님 니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lsquo팩트rsquo에 대해서 너님들은 얼마나

알고 있음 너님 혹시 lsquo팩트rsquo가 뭔지는 암 사실과 사건 사태의 차

이점이 뭐임

일베충 0a 0

나님 ldquo쟤 성형수술했대rdquo ldquo너 전과자라며rdquo ldquo나 저번 시험에서

백점 맞았다~^^rdquo ldquo우리 집 50평이다 ^^rdquo ldquo우리 아들이 이번에 반

에서 1등했대요 호호호rdquo 이 문장들은 전부다 lsquo사실rsquo을 얘기하고 있

지만 이건 사실을 얘기하는 lsquo진술문rsquo이 아니라 비하하거나 잘난척

하는 lsquo행위rsquo를 하고 있는 lsquo수행문rsquo임 따라서 너님들이 이야기하고

있는 lsquo사실rsquo은 사실 해석과 반응 맥락에 따라서 굉장히 유동적인

것임 이처럼 사실인 척 위장하고 있는 문장들은 lsquo기술주의적 오류

(destriptive fallcy)rsquo임 또한 사실은 lsquo사물rsquo이 아니라 사물들의 연관

이라고 비트겐슈타인이 말한 것처럼 사실은 사실을 인식하고 말하는

사람의 주관에 달려있는 거임

일베충 전라도가 폭도였고 한국여자들이 성형하고 명품 밝히는 건

팩트다 이 멍청한 좌좀아 홍어들은 한반도를 떠나야하고 여자들은

삼일한(삼일에 한번씩 패야한다는 일베 용어)이라는 거다

나님 한국여성들의 명품 구매비율이나 성형비율이 높다는 lsquo사

실rsquo과 여성들을 패야한다는 lsquo당위rsquo가 어떤 관련이 있음 사실에서

어떻게 당위를 도출함 ldquo저 사람은 흑인이다rdquo라는 사실에서 ldquo따라

서 저 사람을 인종차별해야 한다rdquo라는 당위가 도출됨 ldquo너는 여자

다rdquo라는 사실로부터 ldquo따라서 너는 정숙해야한다rdquo라는 당위 도출되

지 않는 것처럼 이것 역시 철학자 GE 무어가 말한 lsquo자연주의적 오

류rsquo임 그러나 ldquo쟤 일베한다 따라서 박멸해야 한다rdquo는 만고산천에

72 73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불변하는 진리 이데아임 어디까지나 이런 논리나 철학은 사람한테

만 적용되므니다 이 살인 진드기야

일베충 (ㅇㅂㅇ) 광주사태가 홍어들 폭도였다는 거 역시 lsquo팩트rsquo

를 말한 거다 총들고 사람 죽이고 그게 잘한 거냐 이 씹선비야

나님 광주사태가 lsquo민주화운동rsquo이였다는건 공론장에서 의사소통적

논변에 근거한 합의를 통해 그 내포에 대한 일의적(一意的) 의미가 정

해진 사안임 너 혼자 민주화라는 용어를 lsquo홍어들의 폭동rsquo으로 재정

의하는 것은 이미 어느정도 사회적으로 통용된 내포를 너 혼자 바꿔

쓰는 lsquo은밀한 재정의의 오류rsquo이면서 동시에 lsquo자의적middot설득적 정의rsquo

인 거임 ldquo동성애자는 항문섹스만을 즐겨하는 에이즈 보균자이며 하

나님 앞에 죄인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rdquo라는 말이 동성애자에 대한

합의된 정의임 자기 혼자 쓰는 정의지 그리고 너희가 비하하는 전

라도 사람들은 전부다 폭도라던가 한국여자들은 명품에 성형에 환장

했다거나 하는 설명이 과학적이거나 팩트에 가까움 오히려 감정적

인 편견에 지나지 않는거 아님 통계 자료는 있음 논거 부재의 오

류 인신공격의 오류 은밀한 재정의의 오류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온갖 오류들의 향연임 이 애미 애비가 교육을 잘못시켜서 그 따위로

된 가정 교육 못 받은 일베충아

일베충 (ㅇㅂㅇ) 아아아아아우오오 씹선비 김치녀 홍어 홍어

나님 반사 ^^

일베충 (ㅇㅂㅇ) 우워워워좌좀 종북 좌빨 슨상님

나님 굴절 ^^

일베충 크어어어억 오유충 삼일한 김치녀 종특

나님 라고 말하는 놈 친일파 ^^

일베충 쩔뚜기 운지 하라보지 종북게이

나님 라고 말하는 놈 평생 쏠로 ^^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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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욱 정상민 정우진 정인철 정주열 정출균 정혁 정현채 정혜윤 조명래 조은 조익진

조정의민 주관수 지은 진진 진현호 진흙 차명수 참새 채승우 최민아 최성진 타랑

편설란 하동기 하승우 한광주 한주훈 햄 홍수봉 홍수영 홍이 홍창욱 황명규 황예랑

2013년 5월1일 ~ 7월 31일

Page 21: 전쟁없는세상 소식지 38호(2013년 8월)

36 37기획기사

시일 수 있다 유효한 모든 조약은 그 당사국을 구속하며 또한 당사국

에 의하여 성실하게 이행되어야 한다 어느 당사국도 조약의 불이행

에 대한 정당화의 방법으로 그 국내법 규정을 원용해서는 아니 된다

한편 이러한 약속은 국내법적으로는 법적 기관의 권고에 대한 의무부

담의 의사표시로서 행정작용의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비록 유엔인권

권고 자체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행정상 의사

표시에는 신뢰보호 원칙의 적용가능성 등 법적인 효과가 발생하게 된

다고 보아야 한다 한편 유엔인권권고가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등에

반영되는 경우 이는 행정계획의 일부로서의 법적 성질을 가지게 된

기획기사

기업과 국가는 다르다 둘의 가장 큰 차이는 그것의 주인이 누구이

냐 하는 데 있다 민주주의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다 비록 국가기구

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자는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을 장악한 소수의

엘리트일지 몰라도 적어도 헌법상 국가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렇다면 기업의 주인은 누구인가 주주 이사회 최고경영자

(CEO) 아니면 노동자 법적으로 주식회사의 주인은 회사 주식을 보

유한 주주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최고경영자나 이사회가 주주와 기

업을 지배하기도 한다 기업이 협동조합의 형태로 운영되거나 노조가

기업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 어쨌든 변함없는 사실

은 국가와 달리 기업의 주인은 아주 한정된 집단이라는 것이다

지우 | 전쟁없는세상 운영위원

기업에 저항하는 국내외 운동의 사례들

38 39기획기사

국정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물론 여기에도 lsquo시민권자rsquo라는 자

격 조건이 붙지만) 필요하다면 국가기관에 정보공개를 청구할 수도

있다 반면에 기업의 경영권은 외부자에게 불가침의 영역이며 기업에

관한 정보는 대부분 법에 의해 보호받는 lsquo보안사항rsquo이다 따라서 기

업에 저항하는 운동은 국가를 상대로 할 때와 다를 수밖에 없다 이

글에서는 국내외의 몇 가지 사례를 중심으로 기업에 저항하는 운동의

구체적인 방법들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소개할 것은 lsquo경제개

혁연대(구 참여연대 경제개혁

센터)rsquo의 소액주주운동이다

소액주주란 그 자체로는 중대

한 의사결정권을 갖기 어려울

만큼 낮은 지분의 주식을 소

유한 투자자를 의미한다 소액

주주운동은 취지는 대주주의 자의적인 경영을 감시해 투명하고 책임

있는 경영을 실현하는 데 있다 경영진의 불법행위에 대한 민middot형사

소송과 정부의 재벌middot금융정책에 대한 감시와 입법운동이 소액주주

운동의 주요 수단이다 1997년 제일은행을 시작으로 전개된 소액주

주운동은 삼성전자 SK텔레콤 현대중공업 등 핵심 재벌기업들을 상

대로 한 운동으로 발전해왔다

소액주주운동이 반드시 주주의 권익보호와 기업지배구조 개선만

경제개혁연대의 소액주주 운동

을 목적으로 할 필요는 없다 기업의 목적이 아무리 이윤 배당의 극대

화에 있다지만 그것이 주주들이 추구하는 가치의 전부는 아닐 것이

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소액주주운동은 보다 광범위한 사회적middot정치

적 운동의 수단으로 확대될 여지가 있다 미국의 사회운동가 알린스

키(Saul Alinsky)는 이러한 방법을 lsquo위임장 전술(proxy tactic)rsquo이라

고 불렀다 고용상의 차별철폐와 같은 공익이 이윤 극대화보다 더 중

요한 가치라고 여긴 주주들은 주주총회에서 자신의 주주권을 활동가

들에게 기꺼이 위임했고 이 전술은 1960년대 미국의 사회운동에 큰

획을 그었다

이처럼 기업의 직접적 이해관계자 혹은 내부자라 할지라도 사적인

이해관계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이와 관련하여 반도체 노동자

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lsquo반올림rsquo의 사례를 주목할 만하다 반도체

산업의 공정과 거기에 사용되는 물질 등은 기업의 내부정보인 데다가

전문 분야의 지식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활동가들이 사안에 접근하기

가 쉽지 않다 그래서 내부 조력자들의 제보가 운동이 큰 역할을 했다

고 한다 기업공시가 기업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공식

창구인 상황에서 내부 고발은 기업 감시의 없어서는 안 될 수단이다

lsquo좋은기업센터rsquo는 기업공시와 내부자 제보 외에도 지속가능성보고

서를 통해 기업을 감시하고 있다 지속가능성보고서란 기업이 지속가

능경영의 3대 축이라고 불리는 경제middot사회middot환경 분야의 지표를 공

개하는 보고서이다 기업공시처럼 의무화된 것은 아니지만 많은 대기

40 41기획기사

업이 국제 기준과 가이드라인에 따라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그중 가

장 널리 사용되는 기준이 글로벌 보고 계획(GRI)이다 운동은 지속가

능성보고서의 정보를 가지고 기업에 압력에 가할 수 있으며 보고서

에 누락된 사항이 있으면 이에 대한 설명을 요구할 수 있다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 관한 활동에는 어떤 게 있을까 lsquo국제

민주연대rsquo는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에 진출한 기업들의 노

동착취와 자원개발 문제에 관해 활동하고 있다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 대한 대응이 특히 어려운 이유는 기업과 정부 모두가 관심

이 없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대기업에나 적용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나마도 병원이나 학교를 지어주는 정도로

무마하려고 한다 한국 정부는 현지 주민과 노동자의 인권보다 자국

기업인의 이익 보호를 우선시하며 노조 탄압과 같은 문제는 해당 국

가에 떠넘긴다 관할권과 비용 문제 등으로 인해 사법 대응도 어렵다

하지만 해당 국가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기에 현지인들은 한국에서

의 연대를 절실히 요구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안은 지역적middot국제적

차원의 연대를 구축하여 해당 기업에 압력을 가하는 것이다 이는 외

국 정부나 국제기구의 힘을 빌린 것일 수도 있고 순수하게 비제도적

인 것일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상징적 시위나 보이콧과 같은 비

제도적 수단이 법적middot제도적 수단보다 효과적일 때도 있다 국가든

기업이든 권력의 궁극적 원천은 피지배민중에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고유한 경영권도 민중의 힘 앞에서는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

초국적기업의 횡포가 갈수록 심해지고 기업에 저항해야 할 사안이

점점 많아지는 상황에서 위와 같은 사례들과 방법에 대한 더 많은 연

구가 요구된다 한편 한국 사회는 기업에 대한 인식이 유달리 우호적

이고 기업에 저항하는 운동도 아직 대중에 친숙하지 않아 이에 대한

반발이 만만찮고 행동을 실행에 옮겼을 때 오히려 역효과가 나기도

한다 따라서 기업에 저항하는 국내외 운동의 사례들을 발굴하는 것

과 동시에 어떻게 하면 이러한 방법이 한국 사회에서 더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겠다

42 43리뷰-서평

리뷰-서평

양똘 | 출판노동자 + 전쟁없는세상 후원회원

lsquo실패rsquo를 함께 읽는 일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제목이다

나는 아나키스트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lsquo고백rsquo에 대해서는 좀 안다 제목에서

부터 알아챘어야 했는데 별 생각 없이

펼친 게 잘못이다 어떤 고백은 후회와

맞닿아 있다 하는 사람도 그렇지만 듣

는 사람에게도 그렇다 듣고 나서 후회

하는 고백들 듣지 말았어야 했는지도

모르는 이 책이 나한테 그랬다 아나키

스트에 대해 알기도 전에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부터 들어버렸고

나는 이제 아나키즘이라는 말을 들으면 반사적으로 이 고백이 생각날

것이다 고백은 처참했다 대단히 비극적인 드라마로서가 아니라 무

엇보다 비어 있어서 처참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나키즘에 대한 바

탕 지식이 있었다면 어려운 책들을 좀 읽어두었더라면 이 이야기가

다르게 읽혔을까 읽으면서 울 수도 있었을까 모르겠다 하지만 아

나키즘이라는 거대한 이념에 대해 알기 전에 어느 아나키스트 한 명

의 삶을 먼저 안다는 것 그 삶을 그럴듯한 평전이 아니라 허울 없는

자전적 만화로 lsquo고백 받는rsquo다는 것은 꽤 멋진 일이다 내가 만화 장

르에서 얻고자 하는 것은 주로 그런 부분이다 장황한 말들 삶을 포

장하려는 언어적인 관습들이 어느 정도 걷어내진 자리에 들어차는 것

은 침묵이다 침묵에서 고요한 진실을 읽어내는 것이 독자의 몫이고

이 만화도 역시나 그렇다 하는 얘기보다 안 하는 얘기가 훨씬 많다

서두가 왜 이렇게 주절주절 긴가 하면 이 책에 대해 서평이라고 쓸

만한 게 사실 별로 없기 때문이다 나도 고백을 좀 하고 가자면 독자

가 읽고 싶게 만들 만한 감상을 쓸 자신이 없다 하지만 느낀 것은 좀

있다 그 느낀 것이 너무 처량 맞은데 그게 또 lsquo진실rsquo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어 아이구 어떻게 되겠지 하고 시작한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안토니오 작가인 안토니오의 아들이 아버지의

수기를 보고 재구성한 형식인데 1인칭 시점을 택해 안토니오의 목소

리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그러니까 이것은 안토니오의 고백이면서

동시에 그의 고백이 아니기도 하다 안토니오 자신이었다면 이러한

자기 삶을 출판의 형태로 대중들에게 보일 수 없었을 거라고 짐작해

본다 자기 존재를 증명하려는 노력이 도리어 자기 존재를 부정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그는 아나키스트였지만 아나키스트의 고

44 45리뷰-서평

백은 그가 아나키스트가 아니었다고 말하고 있다 또는 아나키스트

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또는 모든 인간이 아나키스트라고

실제 그의 진심은 잘 모르겠다 이야기에서 lsquo나rsquo라고 하는 인물은

lsquo나rsquo가 아닌 것 같았기 때문에 그에게 물어볼 수도 없었다 이야기

내내 lsquo나rsquo가 lsquo나rsquo와 거리를 두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이것은 애초

설정 아들이 아버지 얘기를 대신 하고 있다는 전제를 잊어버리고 몰

입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진실로 lsquo나rsquo가 하는 얘기를 듣고 싶었다

그걸 기대하며 계속 읽어 나갔다

그렇다고 작가가 잘못했다는 것은 아니다 작가는 아버지를 lsquo나rsquo로

삼아 이 이야기를 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아버지는 요양시설에 갇

혀 있다가 자살을 했다 한번은 아들에게 죽여달라고 말한 적도 있다

아버지가 스스로 4층에서 뛰어내린 뒤에 아들은 아버지를 살려내야

만 했다 아버지의 구십 평생을 재구성한 이야기로 아버지가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아들로서 그렇게 해야 했을 것이다

아나키즘에 대해 몰라도 그것이 국가의 강제력을 원천부정 하는

것이고 막 혁명혁명 하는 것이고 짱돌을 들고 돌격하는 것이고 하

여튼 뭐 되게 센 거 라는 인상은 있었다 그런데 안토니오의 성격이

나 실제 삶은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땅을 늘리고 지켜내는 일

에만 관심이 있으며 폭력적이기까지 한 아버지와 형제들 사이에서 억

눌려 자랐다 지금 처한 곳이 지긋지긋하고 바보 같고 떠나고 싶었지

만 그래서 용감하게 시도도 했지만 실패했다 실패는 실패로 끝나지

않고 더 큰 것을 앗아갔다 유일한 친구의 죽음이 그것이었다 이러한

패턴의 실패는 그의 인생 전체에서 반복된다 혁명에 가담하고 lsquo납탄

동맹rsquo이라고 이름 붙인 동지들을 만나지만 혁명의 길은 실재하는 것

이기는 한지 아스라이 멀 뿐이고 가까이 잡히는 것은 오로지 동지의

죽음뿐이다 ldquo내 나이는 스물아홉이었다 청춘은 다 지났고 패배하

고 말았다는 자괴감이 들었다 당연하겠지만rdquo 스페인 피난민 행

렬에 끼어 프랑스의 생-시프리앵 해변으로 가면서 안토니오가 하는

생각이다 이때만 해도 나는 잠깐 힘을 냈다 이제 뭔가 반전이 펼쳐

지겠지 원래 해가 뜨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고들 하잖아 나 또한 지

금 스물아홉이고 청춘이 다 지났다는 그게 무엇인지 미처 먹어보지

도 못했다는 자각에 시달리고 있는 중이다 패배로 말할 것 같으면

그냥 맨날 하는 중이다 노동조합 활동이 그렇고 사람들과의 관계

일상생활 자아실현 거의 모든 면에서 그렇다 그래서 난 더더욱 저

구절에 희망을 걸었다 이제 진짜 아나키스트의 삶이 펼쳐지지 않겠

는가 그래야 이야기가 되지 않겠어

이 책은 자기계발서가 아니다 그 뒤로 펼쳐진 것은 전하고 비슷하

면서 동시에 전보다 더했다 갇혀 있다가 도망치고 다시 다른 곳에

갇히고 도망치고 그러는 사이사이 좋은 사람을 만나고 잃고 잃고

하는 식이었다 아 안토니오의 삶을 이렇게 간추려버리는 것이 정말

미안하다 근데 사실이 그렇다

해변에서 난민처럼 살다가 도망쳐 어느 농장에 강제로 보내진 안토

니오는 그 마을에서 자기 나이의 반도 안 되는 망아지 같은 여자애와

배가 맞아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안토니오는 이 시절이야말로 자기

46 47리뷰-서평

인생에서 가장 즐거웠던 시절이라고 단언한다 무려 lsquo행복rsquo이라는

낱말까지 써가면서 혁명의 이상과 가장 먼 곳에서 가장 행복했다는

것이 아니 그때만 유일하게 행복했다는 것이 뼈아프다 아마 그게 진

실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중반을 넘어가면서부터 lsquo추락rsquo은 본격화된다 그가 lsquo납

탄 동맹rsquo의 든든한 동지를 따라 lsquo사업rsquo에 발을 들이게 되기 때문이

다 돈이 엮이면 어떻게 흐르게 되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너무

지겹게 잘 알고 있다 그런 걸 이 만화에서까지 보고 싶지 않았는데

어쨌든 뛰어넘을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작가는 성실히 쓰고 있다

ldquo살아남으려면 체제에 맹목적으로 순응해야만 했다 단순히 지난

날의 이상을 버리면 되는 게 아니라 열렬한 신봉자가 되어야만 한다

는 것이다rdquo 세상을 뒤집어엎겠다는 큰 꿈만 버리고 lsquo보통rsquo으로 살

아가는 것은 가능하지 않았다 변절한 옛 동지들한테 뭐라고 할 것도

없이 안토니오는 속수무책으로 타락해간다 권력의 뒤통수를 치면서

자기가 권력을 꿰차고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를 두고 다른 욕망을 탐

하고 그러다 결국 자기도 뒤통수를 맞고 거지 신세가 된다 전복이니

혁명이니 하는 것은 꿈에서조차 등장하지 않고 lsquo속박rsquo을 견디지 못

하는 습성만 그놈의 lsquo아나키스트적인rsquo 것으로 남아서 그와 주변을 괴

롭힐 뿐이다

아 책이 채 반에 반도 남지 않았는데 안토니오는 예순 살이 되어

있었다 lsquo왕년에 혁명깨나 했지만 지금은 추한 빈털터리가 되어 아내

와도 끝내고 요양시설에 굴러들어온rsquo 예순 살이다 lsquo보통rsquo보다 못한

예순 살 나는 짜증이 나서 울고 싶었고 그만 읽을 뻔했다 하지만 끝

까지 읽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의 인생에서 마지막이자 유일한

lsquo승리rsquo는 그 뒤에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 승리가 자기 가슴에 붙어

실제로 내장을 갉아먹는 두더지를 떼어내버린 뒤에 스스로 스스로

의 죽음을 실행하는 것뿐이었다고 해도 그 과정을 꼭 지켜봐주었어

야 했다 왜냐하면 남 얘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오래전에 스페인

에서 살았다는 안토니오가 아무것도 개인을 억누르지 않는 자유로운

세상을 꿈꿨던 안토니오라는 사람이 대단하거나 멀게 느껴지지 않는

다 오히려 내가 내일도 마주치게 될 익숙한 사람들 중에 그 지친 얼

굴 하나하나에 안토니오가 보일 것 같다

제목에 속았다고 느꼈다 그런데 다 읽고 보니 작가는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 오히려 시작부터 진실을 말했다

ldquo그리고 또한 그분의 추락이 몇 초밖에 걸리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90년이라는 긴 시간이었다는 사실도 말이

다rdquo

이것은 lsquo추락rsquo에 관한 이야기라고 작가는 이미 알려주고 시작한

것이다 이것은 끝도 없는 추락의 이야기 이상을 가진 인간으로 태

어나서 실패하고 죽어간 이야기다 다시 말하지만 이 실패는 우리

모두가 나눠 먹고 있는 그 실패다 여기서 우리란 물론 우리 편을 말

한다 안토니오의 실패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 자기 가슴을

48 49기획연재-게임과 평화

뜯어먹는 두더지를 꿈에도 본 일이 없는 사람들 이 책이 음란하다고

lsquo청소년 유해매체rsquo 딱지를 붙인 사람들까지 말하는 것은 아니다 적

어도 lsquo우리rsquo는 안토니오라는 아나키스트의 아니 한 인간의 실패담

을 처음부터 끝까지 묵묵히 읽어갈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에도 불구하고 진짜 안토니오의 진짜 진실은

언제까지나 미지수로 남는다 그렇게 남겨야 한다 아무도 모르고 몰

라야만 하는 진실을 하나씩 가지고 있는 것이야말로 그가 그토록 되

고자 열망했던 lsquo개인rsquo일 것이기 때문이다 지우 | 전쟁없는세상 운영위원

게임을 통해 평화를 만드는 게 과연 가능할까 이 물음에 대한 답

을 대신하여 한 가지 게임을 소개하고자 한다

lsquo세계평화게임(World Peace Game)rsquo은 미국의 공립 초등학교 교

사 존 헌터(John Hunter)가 만든 대화형 게임이다 헌터는 1978년에

이 게임의 원형을 처음 만들었고 지금까지 세계를 돌아다니며 게임을

주최하고 있다 그의 활동은 lsquo세계평화와 4학년의 업적(World Peace

and Other 4th-Grade Achievements)rsquo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헌터는 2012년에 타임지가 선정한 교육

운동가 12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세계평화게임은 가로middot세로middot높이 4피트 크기의 4층짜리 아크릴

기획연재-게임과 평화

세계평화게임

50 51기획연재-게임과 평화

구조에서 진행되며 각 층은 바깥 우주와 대기 지표 해저를 상징한

다 거기에 경제력과 군사력이 서로 다른 4개 국가의 영토와 영공

육middot해middot공군 인공위성 잠수함 해저광산 등이 있다 (아무래도 이

아저씨가 숫자 4를 좋아하는 모양이다) 40여 명의 학생이 각국의 수

상 국무장관 국방장관 재무장관 감사원장 등을 맡아 내각을 구성

하고 역할 중에는 유엔이나 세계은행 무기상도 있다

게임의 목표는 이 가상세계에서 일어나는 민족 갈등 화학물질 누

출 핵 확산 물 분쟁 분리middot독립 운동 기근 동물의 멸종 지구온난

화와 같은 위기상황을 함께 해결하고 각국의 경제수준을 높이는 것

이다 학생들은 게임을 통해 권력과 파괴 전쟁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이해하고 장기적 계획과 전략을 세우는 법을 배운다

대화형(interactive) 게임이기에 엄밀하게 짜인 문서화된 규칙은 없

다 게임을 주도하는 것은 학생들이며 교사는 지켜보면서 상황을 정

세계평화게임을 하는 사람들

리하고 촉진하는 역할만 한다 헌터는 처음 교편을 잡았을 때 교사가

수업을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코 그래서는

안 된다는 믿음이 생겼다고 한다 그는 학생들의 집단지성이 자신보

다 훨씬 더 훌륭하다고 인정한다 헌터는 게임에서 실제로 일어난 몇

가지 흥미로운 사례를 소개한다

사례 1

한 학생이 가장 가난한 나라의 국방장관을 맡고 있었다 그 나라의

이웃에는 돈도 많고 기름도 풍부한 나라가 있었다 그런데 그 학생이

갑자기 수상의 명령도 어기고 인접국의 유전지역을 공격했다 학생은

그곳을 포위해 총 한 발 쏘지 않고 지역을 확보했다 인접국은 연료공

급이 차단되어 어떠한 군사행동도 취할 수 없었다 다른 아이들은 화

를 냈다

며칠 뒤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인접한 강대국이 전 세계를 점령

하기 위해 무력도발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학생은 사태의 추

이를 누구보다 먼저 파악하고 대규모 전쟁을 피하기 위해 소규모 전

쟁을 감행하는 냉철한 판단을 내렸던 것이다 학생들은 게임을 멈추

고 그의 판단이 옳았는지 조건에 따라 옳고 그름을 따져보는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사례 2

플라스틱 말로 표시되는 병사들이 전쟁에서 사망하면 군사령관이

52 53기획연재-게임과 평화

병사들의 가상의 부모에게 편지를 쓰는 시간을 가진다 한 번은 학생

의 제안으로 수업을 참관하던 학부모가 직접 편지를 읽게 되었다 편

지의 세 번째 줄을 읽으면서 학부모는 울음을 터뜨렸다 전투에서 병

사를 잃었다면 전쟁에서 승리해도 기쁘지 않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게

되었다 어떤 의미에서 모두가 전쟁에서 졌다는 사실을 말이다

사례 3

방과 후에 틈틈이 7주 동안 진행된 게임에서 세계은행의 재정정책

때문에 한 나라가 시작할 때보다 더 가난해졌다 (게임의 목표는 위기

상황을 해결하고 각국의 경제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게임을 마칠 시

간이 1분도 채 안 남았고 교실은 혼란에 빠졌다 소리를 지르거나 삿

대질을 하는 학생도 있었고 서류 뭉치를 흔들거나 교실을 뛰어다니

는 학생도 있었다

그때 한 학생이 종을 울리며 이렇게 말했다 ldquo세계은행이 모든 자

금을 끌어 모아서 모든 나라가 가난해졌습니다 지금 세계은행에는

6000억 달러가 있습니다 이 돈을 가난한 나라에 기부하려고 합니다

만약 그 나라가 이걸 수용하면 국가의 자산가치가 올라가고 그럼 우

리는 게임을 이기게 됩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rdquo 시간이 3초 정도

남았을 때였다 모두 그 나라의 수상만 바라보고 있었다 ldquo네rdquo 게임

은 이긴 것으로 끝났다

게임은 교과서와 다르다 게임에서 학습자는 lsquo평화란 무엇인가rsquo

라든지 lsquo평화를 어떻게 만드는가rsquo와 같이 주어진 문제에 대한 주어진

답을 저축하듯이 암기하지 않는다 문제를 만드는 것도 그에 대한 답

을 구성하는 것도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 자신과 동료들이다 이는 게

임의 본질이 바로 lsquo참여적 재현rsquo이라는 형식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

고 게임의 lsquo재미rsquo라는 요소가 이러한 참여를 유도한다 여기서 우리

는 맨 앞의 질문에 대한 모종의 답을 상상할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헌터의 말을 인용하며 글을 마친다

ldquo매 게임이 다릅니다 어떤 게임에서는 사회문제가 중요하고 어

떤 게임에서는 경제문제가 중요합니다 어떤 게임에서는 전쟁문제가

대두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부정하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그

게 인류의 현실이니까요 hellip 학생들은 무엇이 옳은 길인지 자기들만

의 방법으로 스스로 찾아냅니다 게임을 통해 저도 많은 것을 배웠습

니다 만약 학생들이 이 게임을 통해 비판적이고 창조적인 사고방식

을 배우고 세상을 이롭게 할 동력을 얻게 된다면 우리 모두를 구원할

지도 모릅니다 게임을 통해 배울 수만 있다면 말이죠rdquo

lsquo세계평화게임rsquo과 이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lsquo세계평화와 4학년의 업적rsquo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는 공식 페이지(httptheworldpeacegamecom)에서 얻을 수 있다

54 55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무기제로는 2013년 상반기 동안 13개 단체와 연대하여 국민연금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 캠페인은 확산탄과 같은 비

인도무기에 대한 금융기관의 투자가 중단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

으며 세부적으로는 ldquo1) 국민연금이 확산탄 생산기업인 한화 풍산에

투자를 철회한다rdquo ldquo2) 국민연금이 비인도무기 생산기업에 대한 투

자배재를 천명하는 윤리투자원칙을 제정한다rdquo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

왜 투자철회 캠페인인가 왜 국민연금인가

확산탄 캠페인에 있어 대상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확산탄의 수요자사용자인 국가이며 다른 한 축은 확산탄을 생산하는

박승호 | 무기제로 코디네이터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 경험 공유

기업들이다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캠페인의 요구가 확산탄을 전면적

으로 금지시키고 확산탄 오염지역을 정화하고 피해생존자들을 지원

하라는 것 등이 주를 이룬다면 기업을 대상으로 한 요구는 확산탄의

생산middot수출을 중단하라는 것이다

현재 한국 정부는 확산탄을 북한의 장사정포에 대응할 수 있는 핵

심전력으로 여기고 있으며 국제적인 확산탄 불법화 추세에도 불구하

고 확산탄을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무기제로는 국가를 대상으로 협약 가입을 촉구하는 캠페인보

다는 확산탄을 생산하는 기업이나 확산탄 생산을 지원하는 금융기관

에 대한 문제제기를 통해 확산탄에 대한 대중적 낙인화 효과를 불러

일으키는 것이 확산탄 금지운동에 더 효과적일 것이라 판단했다 하

지만 확산탄 생산기업인 한화와 풍산을 대상으로 어떤 캠페인을 벌여

도 이윤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기업이 윤리적인 비난만으로 핵심 사업

을 정리할 것 같지는 않았다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압박보다 더 효

과적인 방식은 바로 돈줄에 위협을 가하는 것이고 이 점에서 투자

철회 캠페인은 상대적으로 더 승산이 있는 캠페인이라는 판단이 있

었다 국민연금이 각각 한화 주식의 734(201112) 풍산 주식의

926(20129)를 보유하고 있는 확산탄 생산기업의 최대투자자라는

점 또 공적자금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있는 기관이라는 점 대

부분의 사람들이 월 일정액의 국민연금보험료 납부하고 있다는 점에

서 국민연금의 확산탄 투자 문제를 lsquo내 문제rsquo로 인식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국민연금이 투자철회 캠페인의 대상으로 결정되었다

56 57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무기제로의 과거 캠페인 경험을 통해서 볼 때 확산탄이 어떤 무기

인지 왜 확산탄이 금지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대중적 인식은 사실상

전무했다 확산탄이라는 특정한 무기를 금지하자는 캠페인의 슬로건

이 대중의 관심을 얻기 힘든 주제였다는 점에서 우리는 국민 대다

수가 자의든 타의든 월 일정액을 적립하고 있는 lsquo국민연금rsquo을 통해

lsquo당신의 돈이 국제적으로 금지된 무차별 살상무기를 만드는 데 쓰이

고 있다rsquo는 메시지를 전달해 사람들의 관심과 확산탄의 비인도성에

대한 낙인화를 동시에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해외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 사례

이번에 무기제로가 국민연금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을 진행한 것

은 해외에서 이미 성공적으로 진행된 투자철회 캠페인을 모델로 해서

기획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래에서는 무기제로가 참고했던 대

표적인 성공 사례 두 가지를 살펴보려 한다

- 네덜란드 연금기금 투자철회 사례

2007년 3월에 네덜란드 시사프로그램인 젬블라(Zembla)는 네덜란

드 유수의 연금기금이 확산탄 지뢰 등 비인도무기를 만드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 등 네덜란드 연금기금의 비윤리적 투자 문제

를 다룬 lsquoCluster bomb feelingrsquo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방영한

다 당시 방송을 통해 연기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게 된 대중의 분

노가 표출되면서 연기금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이 압력을 느끼게 되었

다 이에 다큐 제작 과정에 관여했던 시민단체인 팍스 크리스티(IKV

Pax Christi)는 다큐 방영 이후 연금 기관들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캠

페인을 시작하게 된다 금융기관들의 가장 큰 두려움이 ldquo사회적 이미

지 실추rdquo라는 점을 활용한 것인데 2011년 유럽 투자자들을 대상으

로 한 조사에서 거의 80의 투자자가 논란이 되는 무기에 대한 투자

가 명성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는 등 인식의

변화가 눈에 띄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2009년 팍스 크리스티는 페어핀(FairFin)과 공동으로 ldquo확산탄 세

계투자 공동의 책임rdquo 보고서를 발표했고 보고서 발표의 영향으로

연금 기금이나 금융기관들이 확산탄 생산기업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

는 사례가 발생한다 팍스 크리스티는 이뿐 아니라 정책 입안자들과

관계를 맺고 확산탄 투자 금지를 입법화하기에 나선다 2009년에 네

덜란드 의회가 확산탄 투자 금지 촉구 제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지

만 당시 과도 정부가 이를 거부했다 이후 확산탄금지협약 비준 등을

거치면서 상원에서 다시 한번 확산탄 투자 금지 제안이 상정되었고

2011년 말 정부가 이를 이행하기로 결정하면서 확산탄 투자 금지는

2013년 1월부터 효력을 발휘하게 되었다

주목할만한 점은 이 다큐가 방영되고 반향을 일으켰던 시점이 아직

확산탄금지협약이 체결되지 않은 시점이었다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경우는 다큐멘터리 방영으로 국민적 분노가 격화되면서 향후 확산탄

생산기업에 대한 연기금의 투자철회 결정뿐 아니라 네달란드가 확산

58 59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탄금지협약에 서명하는 등 확산탄을 전면적으로 금지시키는 데도 상

당한 영향을 미쳤다

- 영국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RBS) 투자 철회 사례

2011년 8월 앰네스티 영국지부가 팍스 크리스티 보고서를 바탕으

로 HSBC(홍콩middot상하이은행)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 등 주요 은행에

대한 투자 철회 캠페인(온라인 탄원)을 시작했다 캠페인 시작 1주일

만에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이 확산탄 투자를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밝

히게 된다 당시 이 은행은 앰네스티 회원들로부터 12000통의 이메

일을 받았으며 앰네스티가 진행하던 전국적인 광고 캠페인 등에 이

미지 손상을 두려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사례를 통해서 본 우리의 투자철회 캠페인

투자철회 캠페인은 기업들이 lsquo이미지rsquo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에

서 가능한 캠페인이다 위에서 다룬 두 사례는 각각 대중적인 영향력

을 가지고 있는 방송(네덜란드 시사프로그램 젬블라)과 시민단체(앰

네스티 영국지부)가 자국 금융기관(연금기금)이 국제적으로 큰 비난

을 받고 있는 비인도무기를 만드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으로 대중적인 단죄 또는 낙인화가 이루어지면서 자연스레

투자철회가 이어질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된 사례로 볼 수 있다 ldquo내

돈rdquo이 잔인한 무기를 만드는 데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림으로써 사

람들이 확산탄 문제를 ldquo내 문제rdquo로 인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

한 분위기가 형성되었을 때 해당 국가 내에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단체들이 이 문제를 공공의제로 만들어 냈고 이후 여론을 등에 업고

금융기관을 압박해 실제 투자철회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한국에서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진행된 캠페인은 아직 구체적인 성

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하지만 캠페인이 시작단계에 있으며 해외 사

례와 같이 대중적 영향력이 큰 매체가 이 문제를 다루는 등의 이슈 확

산의 계기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아직은 캠페인의 성과를 이야

기할 시점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또 대부분의 국가들이 확산탄금

지협약에 서명middot비준한 유럽의 경우와는 다르게 한국은 안보상의 이

유로 확산탄의 생산 배치를 고집하고 있으며 평화 무기 이슈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도도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 역시 감안해야 할 것이다

무기제로는 올해 12월 발표 예정인 ldquo확산탄 세계투자rdquo 보고서의

번역 발표 등 지속적 캠페인을 통해 국민연금의 확산탄 투자문제를

꾸준히 제기할 계획이며 적절한 타이밍에 대중적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내는 데 주력해 한화middot풍산에 대한 투자철회

및 확산탄에 대한 낙인화 등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참고httpstopclustermunitionsorghttpwwwstopexplosiveinvestmentsorghttpwzeroorg

60 61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기획연재-가람이의 좌충우돌 세상읽기

ldquo그건 저의 삶입니다rdquo

나름 | 전쟁없는세상 친구 + 스웨덴에서 공부하는 중

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ldquo대답하세요rdquo 아슬아슬하게 진행되던 그들의 대화 긴장이 최고

조에 이른다 대화가 중단되고 한 사람이 자리를 뜬다 그 사이 추궁

을 받던 이는 주위를 둘러본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고 어느 구석

자리에 멈춘다 시선이 고정된다 바로 자신에 관한 기사와 사진들을

발견한 것 벽에 빼곡히 붙어 있는 모습이 마치 수사 상황 같다 소리

를 쳤던 이가 돌아오고 그가 묻는다 ldquo이게 뭐죠rdquo ldquo그건 저의 일이

예요rdquo 추궁을 받던 이의 나직한 목소리 ldquo그건 저의 삶입니다rdquo 덴

마크 드라마 lt보운 (발음이 틀릴 수 있음)gt의 한 대목 덴마크 최초의

여성 총리를 그리고 있는 이 드라마는 첫 방영이 있고 1년 뒤 실제 여

성 총리가 등장하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문제의 대목은 이전 정부

에서 총리를 맡았던 여성이 선거를 앞두고 새로운 정당을 만들면서

시작된다 경제 정책을 담당할 인물을 영입했는데 옛소련의 간첩이었

62 63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대표의 측근이 검증을 하게 된다 이 측근은

소련 좌익 정당에서 일하다 자살한 여성에 대해 캐묻고 그 사람은 결

국 그 여성과의 관계를 비롯해 아픈 과거를 이야기하게 된다 이 장면

은 누군가의 삶에 대해 타인이 얼마나 쉽게 얘기하고 재단할 수 있는

지에 관해 생각하게 만든다 타인이 쉽게 말할 수 있는 그 무엇이 누

군가에게는 삶이요 상처다

누군가에게는

그렇다 타인에게는 그저 지시대로 하면 되는 일이 자신에게는 치

명적인 삶의 문제일 수 있다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 갈등의 연속이

다 최근 이 정도 수준은 아니지만 좀 복잡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주

제 넘게도 어떤 글을 외국어로 쓰고 있는데 유럽 학자와 미국 학자

사이에 끼어 고민이 된다 두 사람이 거의 정반대의 입장에서 글쓰기

에 관여하고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해 한 사람은 이쪽으로 가라고 하

는데 또 한 사람은 저쪽으로 가라고 한다 아직은 경력을 막 쌓기 시

작한 힘없는 나로서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다 두 사람 모

두 좋으신 분들이고 또 내게 중요한 역할을 할 분들이다 그런데 모

두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누구 장단에 맞춰야 할지 난감하

다 다른 점이 있다면 한 사람은 나의 가능성만을 보고 변함없는 신뢰

와 지지를 보여주었지만 또 한 사람은 그 정도는 아니라는 느낌 문

제는 나를 석연치 않게() 보는 듯한 이가 내 경력에서는 훨씬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나를 믿어주는 이의 방향에 맞

추기로 결정했는데 아무튼 쉽지 않은 문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깊이 고민하게 된 다른 문제가 있는데 바로

lsquo누구를 대상으로 이야기하는가rsquo에 관한 부분이다 어쩌다가 바다

건너에서 계속 있다 보니 나는 이쪽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야기를 해

오고 있다 이 사람들의 언어(주로 영어)로 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

는 이야기를 이 사람들 상황에 맞게 말이다 그런데hellip 이게 정말 내

가 원하는 일인가 잘 모르겠다 지금 굉장히 긴 분량의 또 다른 글을

쓰고 있는데 원래는 내가 비교적 잘 알고 있는 한국과 관련된 사건에

대해 얘기하려 했다 이 사건과 특별한 인연이 있고 관심도 많기 때문

이다 그런데 관계자는 특정 사건보다는 lsquo보편적인rsquo lsquo이론적rsquo 이야

기에 초점을 맞춰달라고 요구한다 그래야 이쪽 지역에서 읽히기 때

문이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이게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인가 내

가 정말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들은 누구인가 나는 누구를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는가 쉽게 답할 수 없는 물음들 그래도 나는 안다

적어도 당장은 먹고 사는 문제와 관련이 있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는 걸 물론 이런 고민은 나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바다건너에서

든 아니든)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누구나 살아가면서 어떤 식으

로든 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ldquo네가 행복해져야만helliprdquo

64 65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그런데 lsquo바다건너rsquo라는 부분에 뭔가 있는 것 같다 (나만의 착각

일 수 있지만) 외국에서 지내는 게 다른 사람들에게는 좀 괜찮게 보일

수 있지 않을까 뭔가 좀 있어 보이는 부끄럽지만 고백하건대 나 역

시 그런 생각을 전혀 안 했던 것은 아니다 뭔가 세련()된 것 같은

좀 달라보이는 어떤 면에서 (탈)식민 문제와 관련이 있다 그런데 직

접 생활하는 것은 역시 다르다 물론 철저히 나의 입장에서 그렇다는

이야기다 예컨대 자연환경도 좋고 구경갈 곳도 많은데 여행이나 휴

가를 가지 않느냐는 물음을 받곤 한다 그런데 가고 싶어도 일단 돈

이 없다(있어도 최대한 아껴야 한다) 방학 기간에 여기 저기 여행다

니는 유학생이나 현지인들 이야기를 들으면 나는 신기하기도 하고 부

럽기도 하다 에둘러 말하면 이 세상에 아름답거나 그렇지 않은 것은

없다 아름답게 느끼거나 그렇지 않게 느끼는 특정 맥락의 내가 있는

것이다 lt연애시대gt에도 나오지 않던가 ldquo네가 행복해져야만 이 세

상도 행복해진단다rdquo 그래서 서로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다 처음에

얘기한 드라마 장면 누구에게는 일이고 누구에게는 삶이다 뭔가를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될 이유

[나름대로 스웨덴 소식]

성소수자 탈의실 설치 (스웨덴 영문뉴스 lt로컬gt 2013 4 26)

스톡홀름에 있는 한 고등학교가 자신을 남성-여성으로 정체화하

지 않은 학생들을 위해 별도의 탈의실을 짓기로 했다 보도에 따르면

스웨덴에서는 첫 사례라고 한다 이 학교 학생위원회 관계자는 새로

운 탈의실은 사회의 젠더 규범에 불편해하는 학생들을 위한 것이라

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편 이 학교 선생님들은 수업 시간에 남성

(lsquo한rsquo)-여성(lsquo혼rsquo)을 넘어선 lsquo헨rsquo이라는 단어를 공식 사용하기도 하

고 학생들은 스톡홀름 성소수자 축제에 학생위원회 자격으로 참여한

첫 사례를 남기기도 했다

부유한 지역 적은 난민들 (스웨덴 국영 라디오 국제 2013 7

1)

스웨덴에서 예산이 많은 지역일수록 난민을 받는 데 소극적인 것으

로 나타났다 어느 일간지에 따르면 전국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 20

군데가 같은 수의 가장 부유한 지역들보다 5배 많은 난민을 받아들인

다고 한다 여기에 해당되는 부유한 지역들은 모두 현 정부의 보수 성

향 정당이 이끌어 가고 있다 이는 지난 5년 동안 스웨덴의 290개 지

역 단위를 비교한 결과다 관계자에 따르면 스웨덴 북쪽 지역으로 갈

수록 인구 부족 문제로 난민들이 환영을 받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66 67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효웅 | 병역거부자

일베한테 일베식으로 맞짱뜨기

일베충 종북게이다 좌빨 종북게이다

나님 네 다음 일베충

일베충 네 다음 종북게이

나님 나님이 종북게이라는 lsquo근거rsquo가 있음 주장하는 사람이 근거

를 제시해야 한다는 lsquo입증책임의 원칙rsquo도 모름 이 논리 종범아

일베충 요시 그럼 넌 내가 일베충이라는 근거는 있盧

나님 너한테 한 말 아니라 걍 혼잣말 한건데 내 발화의 지시대상

이 너라는 근거는 있盧

일베충 나한테 한 얘기잖아 이 종북게이야

나님 ㅇㅇ 인정 니 생긴 게 일베충같아서 일베충이라고 한 거임

얼굴에 써 있음

일베충 소설쓰지마라 ㅋㅋ 팩트 모르盧 내가 일베충이라는 팩트

를 대라 팩트를

나님 요시 니가 일베충이라는 lsquo최선의 설명으로서의 추론rsquo이라는

가설을 세워서 추론한 거임 나한테 종북게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lsquo현

상rsquo을 설명하기 위해서 너가 일베충이라는 lsquo가설rsquo을 세워 봤는데

ldquo니가 바로 일베충rdquo이기 때문에 ldquo따라서 나한테 종북게이라는 딱지

를 붙이는 것이다rdquo라는 현상이 아주 훌륭하게 설명력을 지닌 가설추

론이 되는 거임 원래 가설은 아무렇게나 세우는게 lsquo가설rsquo임 가설은

반증 가능성이 있는 게 당연하다고 포퍼가 그랬음 가설을 통해서 과

학과 범죄수사가 발전했음 만일 니가 일베충이 아니라면 너가 경쟁

가설을 주장하던가 내 추론에 문제가 있음을 제시하면 됨 왜 일베충

이라고 해서 찔림 도둑이 제 발 저림 일베충도 일베충이라는 말 듣

기가 부끄러움 너 포퍼가 누군지는 암

68 69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일베충 일베한다고 해서 다 무슨 사이코패스에 고인드립치는 패륜

아 인 줄 아냐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범하지 마라

나님 ㅋㅋㅋ요시 사이코패스에 패륜아라는 건 lsquo니가 한 말rsquo이고

lsquo니 생각rsquo임 내가 언제 너보고 사이코패스에 패륜아라고 했음 난

그냥 너가 일베한다는 lsquo사실rsquo을 진술문으로 말했을 뿐임 아 몰랐

네 너 사이코패스에 패륜아임

일베충 (ㅇㅂㅇ) 지금 일베충이라고 비하하는 거임 일베충이라는

말 자체에 비하가 있다

나님 자기들도 일베충이라고 자조적으로 비하하면서helliphellip

일베충 인권 좋아하는 감성팔이 인권쟁이들이 왜 우리의 인권은

도외시하는 거냐 북한 인권 군인 인권 일베충 인권

나님 일베충이 사람임 사람이 아니므니다

일베충 일베충도 사람이다 왜 사람이 아니냐

나님 lsquo일베충rsquo이라는 말은 일베를 하는 벌레라는 내포를 갖고 있

음 따라서 ldquo일베충은 벌레이다rdquo는 진리값이 항상 참인 분석명제이자

항진명제임 이 무식한 일베충아 그런데 ldquo일베충은 사람이다rdquo라고

한다면 그건 앞의 주어인 lsquo일베충rsquo에 이미 내포되어 있는 벌레라는

걸 부정하는 모순이 되는거임 이건 마치 ldquo삼각형은 동그라미이다rdquo

ldquo여성은 인간이 아니다rdquo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모순율에 어긋나

는 것임

일베충 (ㅇㅂㅇ) 인권 좋아하는 인권쟁이들이 우리들한테 인권이

없다니 역시 좌빨들은 이중성 쩌네 ㅋㅋㅋ모순 쩐다 위선자들 ㅋㅋ

ㅋㅋㅋ

나님 일베충이 그런 내포를 갖게 된 것은 공론장에서의 니들 행패

를 보고 내포가 그렇게 정해진 거임 억울하면 다시 태어나셈 근데

니가 인권이 뭔지는 아냐 어디 그래 lsquo인권rsquo의 정의가 뭐라고 생각

일베충 (ㅇㅂㅇ) 그건사전에 나와있다 ldquo사람이라면 누구나 누려

야할 권리rdquohelliphellip

나님 그런데 너님들은 왜 lsquo여성rsquo lsquo전라도rsquo 이런 사람들의 인권을

부정하고 비하하는 거임

일베충 일베라고 다 패륜아냐 성급한 일반화 모르盧 논리적 근

거를 대라

70 71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나님 아~그럼 여름 중에도 시원한 날이 며칠 있으니까 여름은 안

더운 거겠네 ㅋㅋㅋ 일베충 논리 보소 ㅋㅋㅋㅋ 너 말대로 일베의

lsquo모든rsquo회원이 그런 건 아닐 수도 있음 그러나 대다수가 그런 lsquo성

향rsquo을 갖고 있다면 성급한 일반화가 아니라 강한 통계적 귀납논증이

되는 거임 실지로 얼마 전 일베 게시물들의 키워드를 분석한 프로그

램 통계에 의하면 일베 사이트의 핵심 키워드들은 사회의 대다수 사

람들의 통념과 반대되는 게 맞는데 이 연가시야 사례가 많을수록

귀납논증은 강화되는 거고 너가 일반화라면 그렇지 않은 일베 회원

들이 더 많음을 니가 귀납적으로 논증을 해야 논파가 되는 거임 따라

서 ldquo일베충들은 대부분 사회적 낙오자에 학교에선 아싸고 생긴 건

베트남 쌀국수에 집에서 진격의 거인이나 보면서 연애 한 번 못해

보는 싸이코패스인데 사회적 약자들에 화풀이한다rdquo는 건 굉장히 강

한 귀납논증이 성립되는 거임 (ㅋㅋㅋ)

일베충 우리가 사회적 낙오자에 약자들에게 분풀이 한다는 팩트를

대라 팩트의 일베다 우리는 사실만을 얘기한다

나님 니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lsquo팩트rsquo에 대해서 너님들은 얼마나

알고 있음 너님 혹시 lsquo팩트rsquo가 뭔지는 암 사실과 사건 사태의 차

이점이 뭐임

일베충 0a 0

나님 ldquo쟤 성형수술했대rdquo ldquo너 전과자라며rdquo ldquo나 저번 시험에서

백점 맞았다~^^rdquo ldquo우리 집 50평이다 ^^rdquo ldquo우리 아들이 이번에 반

에서 1등했대요 호호호rdquo 이 문장들은 전부다 lsquo사실rsquo을 얘기하고 있

지만 이건 사실을 얘기하는 lsquo진술문rsquo이 아니라 비하하거나 잘난척

하는 lsquo행위rsquo를 하고 있는 lsquo수행문rsquo임 따라서 너님들이 이야기하고

있는 lsquo사실rsquo은 사실 해석과 반응 맥락에 따라서 굉장히 유동적인

것임 이처럼 사실인 척 위장하고 있는 문장들은 lsquo기술주의적 오류

(destriptive fallcy)rsquo임 또한 사실은 lsquo사물rsquo이 아니라 사물들의 연관

이라고 비트겐슈타인이 말한 것처럼 사실은 사실을 인식하고 말하는

사람의 주관에 달려있는 거임

일베충 전라도가 폭도였고 한국여자들이 성형하고 명품 밝히는 건

팩트다 이 멍청한 좌좀아 홍어들은 한반도를 떠나야하고 여자들은

삼일한(삼일에 한번씩 패야한다는 일베 용어)이라는 거다

나님 한국여성들의 명품 구매비율이나 성형비율이 높다는 lsquo사

실rsquo과 여성들을 패야한다는 lsquo당위rsquo가 어떤 관련이 있음 사실에서

어떻게 당위를 도출함 ldquo저 사람은 흑인이다rdquo라는 사실에서 ldquo따라

서 저 사람을 인종차별해야 한다rdquo라는 당위가 도출됨 ldquo너는 여자

다rdquo라는 사실로부터 ldquo따라서 너는 정숙해야한다rdquo라는 당위 도출되

지 않는 것처럼 이것 역시 철학자 GE 무어가 말한 lsquo자연주의적 오

류rsquo임 그러나 ldquo쟤 일베한다 따라서 박멸해야 한다rdquo는 만고산천에

72 73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불변하는 진리 이데아임 어디까지나 이런 논리나 철학은 사람한테

만 적용되므니다 이 살인 진드기야

일베충 (ㅇㅂㅇ) 광주사태가 홍어들 폭도였다는 거 역시 lsquo팩트rsquo

를 말한 거다 총들고 사람 죽이고 그게 잘한 거냐 이 씹선비야

나님 광주사태가 lsquo민주화운동rsquo이였다는건 공론장에서 의사소통적

논변에 근거한 합의를 통해 그 내포에 대한 일의적(一意的) 의미가 정

해진 사안임 너 혼자 민주화라는 용어를 lsquo홍어들의 폭동rsquo으로 재정

의하는 것은 이미 어느정도 사회적으로 통용된 내포를 너 혼자 바꿔

쓰는 lsquo은밀한 재정의의 오류rsquo이면서 동시에 lsquo자의적middot설득적 정의rsquo

인 거임 ldquo동성애자는 항문섹스만을 즐겨하는 에이즈 보균자이며 하

나님 앞에 죄인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rdquo라는 말이 동성애자에 대한

합의된 정의임 자기 혼자 쓰는 정의지 그리고 너희가 비하하는 전

라도 사람들은 전부다 폭도라던가 한국여자들은 명품에 성형에 환장

했다거나 하는 설명이 과학적이거나 팩트에 가까움 오히려 감정적

인 편견에 지나지 않는거 아님 통계 자료는 있음 논거 부재의 오

류 인신공격의 오류 은밀한 재정의의 오류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온갖 오류들의 향연임 이 애미 애비가 교육을 잘못시켜서 그 따위로

된 가정 교육 못 받은 일베충아

일베충 (ㅇㅂㅇ) 아아아아아우오오 씹선비 김치녀 홍어 홍어

나님 반사 ^^

일베충 (ㅇㅂㅇ) 우워워워좌좀 종북 좌빨 슨상님

나님 굴절 ^^

일베충 크어어어억 오유충 삼일한 김치녀 종특

나님 라고 말하는 놈 친일파 ^^

일베충 쩔뚜기 운지 하라보지 종북게이

나님 라고 말하는 놈 평생 쏠로 ^^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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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완 우성섭 우지연 위양자 유은정 유현미 윤민순 윤정하 윤정화 윤지환 윤혜정

은국 은종복 은혜와평화교회 이갑수 이기영 이덕현 이비함 이상길 이선아

이선영 이선옥 이세현 이승규 이연희 이영롱 이용석 이재환 이준규 이준호 이현우

이희진 임재성 임태훈 장대환 장미희 장샤론 장정혜 장현진 전기화 전길수 전범준

전영욱 정상민 정우진 정인철 정주열 정출균 정혁 정현채 정혜윤 조명래 조은 조익진

조정의민 주관수 지은 진진 진현호 진흙 차명수 참새 채승우 최민아 최성진 타랑

편설란 하동기 하승우 한광주 한주훈 햄 홍수봉 홍수영 홍이 홍창욱 황명규 황예랑

2013년 5월1일 ~ 7월 31일

Page 22: 전쟁없는세상 소식지 38호(2013년 8월)

38 39기획기사

국정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물론 여기에도 lsquo시민권자rsquo라는 자

격 조건이 붙지만) 필요하다면 국가기관에 정보공개를 청구할 수도

있다 반면에 기업의 경영권은 외부자에게 불가침의 영역이며 기업에

관한 정보는 대부분 법에 의해 보호받는 lsquo보안사항rsquo이다 따라서 기

업에 저항하는 운동은 국가를 상대로 할 때와 다를 수밖에 없다 이

글에서는 국내외의 몇 가지 사례를 중심으로 기업에 저항하는 운동의

구체적인 방법들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소개할 것은 lsquo경제개

혁연대(구 참여연대 경제개혁

센터)rsquo의 소액주주운동이다

소액주주란 그 자체로는 중대

한 의사결정권을 갖기 어려울

만큼 낮은 지분의 주식을 소

유한 투자자를 의미한다 소액

주주운동은 취지는 대주주의 자의적인 경영을 감시해 투명하고 책임

있는 경영을 실현하는 데 있다 경영진의 불법행위에 대한 민middot형사

소송과 정부의 재벌middot금융정책에 대한 감시와 입법운동이 소액주주

운동의 주요 수단이다 1997년 제일은행을 시작으로 전개된 소액주

주운동은 삼성전자 SK텔레콤 현대중공업 등 핵심 재벌기업들을 상

대로 한 운동으로 발전해왔다

소액주주운동이 반드시 주주의 권익보호와 기업지배구조 개선만

경제개혁연대의 소액주주 운동

을 목적으로 할 필요는 없다 기업의 목적이 아무리 이윤 배당의 극대

화에 있다지만 그것이 주주들이 추구하는 가치의 전부는 아닐 것이

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소액주주운동은 보다 광범위한 사회적middot정치

적 운동의 수단으로 확대될 여지가 있다 미국의 사회운동가 알린스

키(Saul Alinsky)는 이러한 방법을 lsquo위임장 전술(proxy tactic)rsquo이라

고 불렀다 고용상의 차별철폐와 같은 공익이 이윤 극대화보다 더 중

요한 가치라고 여긴 주주들은 주주총회에서 자신의 주주권을 활동가

들에게 기꺼이 위임했고 이 전술은 1960년대 미국의 사회운동에 큰

획을 그었다

이처럼 기업의 직접적 이해관계자 혹은 내부자라 할지라도 사적인

이해관계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이와 관련하여 반도체 노동자

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lsquo반올림rsquo의 사례를 주목할 만하다 반도체

산업의 공정과 거기에 사용되는 물질 등은 기업의 내부정보인 데다가

전문 분야의 지식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활동가들이 사안에 접근하기

가 쉽지 않다 그래서 내부 조력자들의 제보가 운동이 큰 역할을 했다

고 한다 기업공시가 기업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공식

창구인 상황에서 내부 고발은 기업 감시의 없어서는 안 될 수단이다

lsquo좋은기업센터rsquo는 기업공시와 내부자 제보 외에도 지속가능성보고

서를 통해 기업을 감시하고 있다 지속가능성보고서란 기업이 지속가

능경영의 3대 축이라고 불리는 경제middot사회middot환경 분야의 지표를 공

개하는 보고서이다 기업공시처럼 의무화된 것은 아니지만 많은 대기

40 41기획기사

업이 국제 기준과 가이드라인에 따라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그중 가

장 널리 사용되는 기준이 글로벌 보고 계획(GRI)이다 운동은 지속가

능성보고서의 정보를 가지고 기업에 압력에 가할 수 있으며 보고서

에 누락된 사항이 있으면 이에 대한 설명을 요구할 수 있다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 관한 활동에는 어떤 게 있을까 lsquo국제

민주연대rsquo는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에 진출한 기업들의 노

동착취와 자원개발 문제에 관해 활동하고 있다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 대한 대응이 특히 어려운 이유는 기업과 정부 모두가 관심

이 없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대기업에나 적용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나마도 병원이나 학교를 지어주는 정도로

무마하려고 한다 한국 정부는 현지 주민과 노동자의 인권보다 자국

기업인의 이익 보호를 우선시하며 노조 탄압과 같은 문제는 해당 국

가에 떠넘긴다 관할권과 비용 문제 등으로 인해 사법 대응도 어렵다

하지만 해당 국가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기에 현지인들은 한국에서

의 연대를 절실히 요구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안은 지역적middot국제적

차원의 연대를 구축하여 해당 기업에 압력을 가하는 것이다 이는 외

국 정부나 국제기구의 힘을 빌린 것일 수도 있고 순수하게 비제도적

인 것일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상징적 시위나 보이콧과 같은 비

제도적 수단이 법적middot제도적 수단보다 효과적일 때도 있다 국가든

기업이든 권력의 궁극적 원천은 피지배민중에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고유한 경영권도 민중의 힘 앞에서는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

초국적기업의 횡포가 갈수록 심해지고 기업에 저항해야 할 사안이

점점 많아지는 상황에서 위와 같은 사례들과 방법에 대한 더 많은 연

구가 요구된다 한편 한국 사회는 기업에 대한 인식이 유달리 우호적

이고 기업에 저항하는 운동도 아직 대중에 친숙하지 않아 이에 대한

반발이 만만찮고 행동을 실행에 옮겼을 때 오히려 역효과가 나기도

한다 따라서 기업에 저항하는 국내외 운동의 사례들을 발굴하는 것

과 동시에 어떻게 하면 이러한 방법이 한국 사회에서 더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겠다

42 43리뷰-서평

리뷰-서평

양똘 | 출판노동자 + 전쟁없는세상 후원회원

lsquo실패rsquo를 함께 읽는 일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제목이다

나는 아나키스트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lsquo고백rsquo에 대해서는 좀 안다 제목에서

부터 알아챘어야 했는데 별 생각 없이

펼친 게 잘못이다 어떤 고백은 후회와

맞닿아 있다 하는 사람도 그렇지만 듣

는 사람에게도 그렇다 듣고 나서 후회

하는 고백들 듣지 말았어야 했는지도

모르는 이 책이 나한테 그랬다 아나키

스트에 대해 알기도 전에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부터 들어버렸고

나는 이제 아나키즘이라는 말을 들으면 반사적으로 이 고백이 생각날

것이다 고백은 처참했다 대단히 비극적인 드라마로서가 아니라 무

엇보다 비어 있어서 처참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나키즘에 대한 바

탕 지식이 있었다면 어려운 책들을 좀 읽어두었더라면 이 이야기가

다르게 읽혔을까 읽으면서 울 수도 있었을까 모르겠다 하지만 아

나키즘이라는 거대한 이념에 대해 알기 전에 어느 아나키스트 한 명

의 삶을 먼저 안다는 것 그 삶을 그럴듯한 평전이 아니라 허울 없는

자전적 만화로 lsquo고백 받는rsquo다는 것은 꽤 멋진 일이다 내가 만화 장

르에서 얻고자 하는 것은 주로 그런 부분이다 장황한 말들 삶을 포

장하려는 언어적인 관습들이 어느 정도 걷어내진 자리에 들어차는 것

은 침묵이다 침묵에서 고요한 진실을 읽어내는 것이 독자의 몫이고

이 만화도 역시나 그렇다 하는 얘기보다 안 하는 얘기가 훨씬 많다

서두가 왜 이렇게 주절주절 긴가 하면 이 책에 대해 서평이라고 쓸

만한 게 사실 별로 없기 때문이다 나도 고백을 좀 하고 가자면 독자

가 읽고 싶게 만들 만한 감상을 쓸 자신이 없다 하지만 느낀 것은 좀

있다 그 느낀 것이 너무 처량 맞은데 그게 또 lsquo진실rsquo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어 아이구 어떻게 되겠지 하고 시작한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안토니오 작가인 안토니오의 아들이 아버지의

수기를 보고 재구성한 형식인데 1인칭 시점을 택해 안토니오의 목소

리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그러니까 이것은 안토니오의 고백이면서

동시에 그의 고백이 아니기도 하다 안토니오 자신이었다면 이러한

자기 삶을 출판의 형태로 대중들에게 보일 수 없었을 거라고 짐작해

본다 자기 존재를 증명하려는 노력이 도리어 자기 존재를 부정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그는 아나키스트였지만 아나키스트의 고

44 45리뷰-서평

백은 그가 아나키스트가 아니었다고 말하고 있다 또는 아나키스트

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또는 모든 인간이 아나키스트라고

실제 그의 진심은 잘 모르겠다 이야기에서 lsquo나rsquo라고 하는 인물은

lsquo나rsquo가 아닌 것 같았기 때문에 그에게 물어볼 수도 없었다 이야기

내내 lsquo나rsquo가 lsquo나rsquo와 거리를 두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이것은 애초

설정 아들이 아버지 얘기를 대신 하고 있다는 전제를 잊어버리고 몰

입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진실로 lsquo나rsquo가 하는 얘기를 듣고 싶었다

그걸 기대하며 계속 읽어 나갔다

그렇다고 작가가 잘못했다는 것은 아니다 작가는 아버지를 lsquo나rsquo로

삼아 이 이야기를 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아버지는 요양시설에 갇

혀 있다가 자살을 했다 한번은 아들에게 죽여달라고 말한 적도 있다

아버지가 스스로 4층에서 뛰어내린 뒤에 아들은 아버지를 살려내야

만 했다 아버지의 구십 평생을 재구성한 이야기로 아버지가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아들로서 그렇게 해야 했을 것이다

아나키즘에 대해 몰라도 그것이 국가의 강제력을 원천부정 하는

것이고 막 혁명혁명 하는 것이고 짱돌을 들고 돌격하는 것이고 하

여튼 뭐 되게 센 거 라는 인상은 있었다 그런데 안토니오의 성격이

나 실제 삶은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땅을 늘리고 지켜내는 일

에만 관심이 있으며 폭력적이기까지 한 아버지와 형제들 사이에서 억

눌려 자랐다 지금 처한 곳이 지긋지긋하고 바보 같고 떠나고 싶었지

만 그래서 용감하게 시도도 했지만 실패했다 실패는 실패로 끝나지

않고 더 큰 것을 앗아갔다 유일한 친구의 죽음이 그것이었다 이러한

패턴의 실패는 그의 인생 전체에서 반복된다 혁명에 가담하고 lsquo납탄

동맹rsquo이라고 이름 붙인 동지들을 만나지만 혁명의 길은 실재하는 것

이기는 한지 아스라이 멀 뿐이고 가까이 잡히는 것은 오로지 동지의

죽음뿐이다 ldquo내 나이는 스물아홉이었다 청춘은 다 지났고 패배하

고 말았다는 자괴감이 들었다 당연하겠지만rdquo 스페인 피난민 행

렬에 끼어 프랑스의 생-시프리앵 해변으로 가면서 안토니오가 하는

생각이다 이때만 해도 나는 잠깐 힘을 냈다 이제 뭔가 반전이 펼쳐

지겠지 원래 해가 뜨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고들 하잖아 나 또한 지

금 스물아홉이고 청춘이 다 지났다는 그게 무엇인지 미처 먹어보지

도 못했다는 자각에 시달리고 있는 중이다 패배로 말할 것 같으면

그냥 맨날 하는 중이다 노동조합 활동이 그렇고 사람들과의 관계

일상생활 자아실현 거의 모든 면에서 그렇다 그래서 난 더더욱 저

구절에 희망을 걸었다 이제 진짜 아나키스트의 삶이 펼쳐지지 않겠

는가 그래야 이야기가 되지 않겠어

이 책은 자기계발서가 아니다 그 뒤로 펼쳐진 것은 전하고 비슷하

면서 동시에 전보다 더했다 갇혀 있다가 도망치고 다시 다른 곳에

갇히고 도망치고 그러는 사이사이 좋은 사람을 만나고 잃고 잃고

하는 식이었다 아 안토니오의 삶을 이렇게 간추려버리는 것이 정말

미안하다 근데 사실이 그렇다

해변에서 난민처럼 살다가 도망쳐 어느 농장에 강제로 보내진 안토

니오는 그 마을에서 자기 나이의 반도 안 되는 망아지 같은 여자애와

배가 맞아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안토니오는 이 시절이야말로 자기

46 47리뷰-서평

인생에서 가장 즐거웠던 시절이라고 단언한다 무려 lsquo행복rsquo이라는

낱말까지 써가면서 혁명의 이상과 가장 먼 곳에서 가장 행복했다는

것이 아니 그때만 유일하게 행복했다는 것이 뼈아프다 아마 그게 진

실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중반을 넘어가면서부터 lsquo추락rsquo은 본격화된다 그가 lsquo납

탄 동맹rsquo의 든든한 동지를 따라 lsquo사업rsquo에 발을 들이게 되기 때문이

다 돈이 엮이면 어떻게 흐르게 되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너무

지겹게 잘 알고 있다 그런 걸 이 만화에서까지 보고 싶지 않았는데

어쨌든 뛰어넘을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작가는 성실히 쓰고 있다

ldquo살아남으려면 체제에 맹목적으로 순응해야만 했다 단순히 지난

날의 이상을 버리면 되는 게 아니라 열렬한 신봉자가 되어야만 한다

는 것이다rdquo 세상을 뒤집어엎겠다는 큰 꿈만 버리고 lsquo보통rsquo으로 살

아가는 것은 가능하지 않았다 변절한 옛 동지들한테 뭐라고 할 것도

없이 안토니오는 속수무책으로 타락해간다 권력의 뒤통수를 치면서

자기가 권력을 꿰차고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를 두고 다른 욕망을 탐

하고 그러다 결국 자기도 뒤통수를 맞고 거지 신세가 된다 전복이니

혁명이니 하는 것은 꿈에서조차 등장하지 않고 lsquo속박rsquo을 견디지 못

하는 습성만 그놈의 lsquo아나키스트적인rsquo 것으로 남아서 그와 주변을 괴

롭힐 뿐이다

아 책이 채 반에 반도 남지 않았는데 안토니오는 예순 살이 되어

있었다 lsquo왕년에 혁명깨나 했지만 지금은 추한 빈털터리가 되어 아내

와도 끝내고 요양시설에 굴러들어온rsquo 예순 살이다 lsquo보통rsquo보다 못한

예순 살 나는 짜증이 나서 울고 싶었고 그만 읽을 뻔했다 하지만 끝

까지 읽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의 인생에서 마지막이자 유일한

lsquo승리rsquo는 그 뒤에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 승리가 자기 가슴에 붙어

실제로 내장을 갉아먹는 두더지를 떼어내버린 뒤에 스스로 스스로

의 죽음을 실행하는 것뿐이었다고 해도 그 과정을 꼭 지켜봐주었어

야 했다 왜냐하면 남 얘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오래전에 스페인

에서 살았다는 안토니오가 아무것도 개인을 억누르지 않는 자유로운

세상을 꿈꿨던 안토니오라는 사람이 대단하거나 멀게 느껴지지 않는

다 오히려 내가 내일도 마주치게 될 익숙한 사람들 중에 그 지친 얼

굴 하나하나에 안토니오가 보일 것 같다

제목에 속았다고 느꼈다 그런데 다 읽고 보니 작가는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 오히려 시작부터 진실을 말했다

ldquo그리고 또한 그분의 추락이 몇 초밖에 걸리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90년이라는 긴 시간이었다는 사실도 말이

다rdquo

이것은 lsquo추락rsquo에 관한 이야기라고 작가는 이미 알려주고 시작한

것이다 이것은 끝도 없는 추락의 이야기 이상을 가진 인간으로 태

어나서 실패하고 죽어간 이야기다 다시 말하지만 이 실패는 우리

모두가 나눠 먹고 있는 그 실패다 여기서 우리란 물론 우리 편을 말

한다 안토니오의 실패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 자기 가슴을

48 49기획연재-게임과 평화

뜯어먹는 두더지를 꿈에도 본 일이 없는 사람들 이 책이 음란하다고

lsquo청소년 유해매체rsquo 딱지를 붙인 사람들까지 말하는 것은 아니다 적

어도 lsquo우리rsquo는 안토니오라는 아나키스트의 아니 한 인간의 실패담

을 처음부터 끝까지 묵묵히 읽어갈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에도 불구하고 진짜 안토니오의 진짜 진실은

언제까지나 미지수로 남는다 그렇게 남겨야 한다 아무도 모르고 몰

라야만 하는 진실을 하나씩 가지고 있는 것이야말로 그가 그토록 되

고자 열망했던 lsquo개인rsquo일 것이기 때문이다 지우 | 전쟁없는세상 운영위원

게임을 통해 평화를 만드는 게 과연 가능할까 이 물음에 대한 답

을 대신하여 한 가지 게임을 소개하고자 한다

lsquo세계평화게임(World Peace Game)rsquo은 미국의 공립 초등학교 교

사 존 헌터(John Hunter)가 만든 대화형 게임이다 헌터는 1978년에

이 게임의 원형을 처음 만들었고 지금까지 세계를 돌아다니며 게임을

주최하고 있다 그의 활동은 lsquo세계평화와 4학년의 업적(World Peace

and Other 4th-Grade Achievements)rsquo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헌터는 2012년에 타임지가 선정한 교육

운동가 12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세계평화게임은 가로middot세로middot높이 4피트 크기의 4층짜리 아크릴

기획연재-게임과 평화

세계평화게임

50 51기획연재-게임과 평화

구조에서 진행되며 각 층은 바깥 우주와 대기 지표 해저를 상징한

다 거기에 경제력과 군사력이 서로 다른 4개 국가의 영토와 영공

육middot해middot공군 인공위성 잠수함 해저광산 등이 있다 (아무래도 이

아저씨가 숫자 4를 좋아하는 모양이다) 40여 명의 학생이 각국의 수

상 국무장관 국방장관 재무장관 감사원장 등을 맡아 내각을 구성

하고 역할 중에는 유엔이나 세계은행 무기상도 있다

게임의 목표는 이 가상세계에서 일어나는 민족 갈등 화학물질 누

출 핵 확산 물 분쟁 분리middot독립 운동 기근 동물의 멸종 지구온난

화와 같은 위기상황을 함께 해결하고 각국의 경제수준을 높이는 것

이다 학생들은 게임을 통해 권력과 파괴 전쟁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이해하고 장기적 계획과 전략을 세우는 법을 배운다

대화형(interactive) 게임이기에 엄밀하게 짜인 문서화된 규칙은 없

다 게임을 주도하는 것은 학생들이며 교사는 지켜보면서 상황을 정

세계평화게임을 하는 사람들

리하고 촉진하는 역할만 한다 헌터는 처음 교편을 잡았을 때 교사가

수업을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코 그래서는

안 된다는 믿음이 생겼다고 한다 그는 학생들의 집단지성이 자신보

다 훨씬 더 훌륭하다고 인정한다 헌터는 게임에서 실제로 일어난 몇

가지 흥미로운 사례를 소개한다

사례 1

한 학생이 가장 가난한 나라의 국방장관을 맡고 있었다 그 나라의

이웃에는 돈도 많고 기름도 풍부한 나라가 있었다 그런데 그 학생이

갑자기 수상의 명령도 어기고 인접국의 유전지역을 공격했다 학생은

그곳을 포위해 총 한 발 쏘지 않고 지역을 확보했다 인접국은 연료공

급이 차단되어 어떠한 군사행동도 취할 수 없었다 다른 아이들은 화

를 냈다

며칠 뒤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인접한 강대국이 전 세계를 점령

하기 위해 무력도발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학생은 사태의 추

이를 누구보다 먼저 파악하고 대규모 전쟁을 피하기 위해 소규모 전

쟁을 감행하는 냉철한 판단을 내렸던 것이다 학생들은 게임을 멈추

고 그의 판단이 옳았는지 조건에 따라 옳고 그름을 따져보는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사례 2

플라스틱 말로 표시되는 병사들이 전쟁에서 사망하면 군사령관이

52 53기획연재-게임과 평화

병사들의 가상의 부모에게 편지를 쓰는 시간을 가진다 한 번은 학생

의 제안으로 수업을 참관하던 학부모가 직접 편지를 읽게 되었다 편

지의 세 번째 줄을 읽으면서 학부모는 울음을 터뜨렸다 전투에서 병

사를 잃었다면 전쟁에서 승리해도 기쁘지 않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게

되었다 어떤 의미에서 모두가 전쟁에서 졌다는 사실을 말이다

사례 3

방과 후에 틈틈이 7주 동안 진행된 게임에서 세계은행의 재정정책

때문에 한 나라가 시작할 때보다 더 가난해졌다 (게임의 목표는 위기

상황을 해결하고 각국의 경제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게임을 마칠 시

간이 1분도 채 안 남았고 교실은 혼란에 빠졌다 소리를 지르거나 삿

대질을 하는 학생도 있었고 서류 뭉치를 흔들거나 교실을 뛰어다니

는 학생도 있었다

그때 한 학생이 종을 울리며 이렇게 말했다 ldquo세계은행이 모든 자

금을 끌어 모아서 모든 나라가 가난해졌습니다 지금 세계은행에는

6000억 달러가 있습니다 이 돈을 가난한 나라에 기부하려고 합니다

만약 그 나라가 이걸 수용하면 국가의 자산가치가 올라가고 그럼 우

리는 게임을 이기게 됩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rdquo 시간이 3초 정도

남았을 때였다 모두 그 나라의 수상만 바라보고 있었다 ldquo네rdquo 게임

은 이긴 것으로 끝났다

게임은 교과서와 다르다 게임에서 학습자는 lsquo평화란 무엇인가rsquo

라든지 lsquo평화를 어떻게 만드는가rsquo와 같이 주어진 문제에 대한 주어진

답을 저축하듯이 암기하지 않는다 문제를 만드는 것도 그에 대한 답

을 구성하는 것도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 자신과 동료들이다 이는 게

임의 본질이 바로 lsquo참여적 재현rsquo이라는 형식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

고 게임의 lsquo재미rsquo라는 요소가 이러한 참여를 유도한다 여기서 우리

는 맨 앞의 질문에 대한 모종의 답을 상상할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헌터의 말을 인용하며 글을 마친다

ldquo매 게임이 다릅니다 어떤 게임에서는 사회문제가 중요하고 어

떤 게임에서는 경제문제가 중요합니다 어떤 게임에서는 전쟁문제가

대두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부정하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그

게 인류의 현실이니까요 hellip 학생들은 무엇이 옳은 길인지 자기들만

의 방법으로 스스로 찾아냅니다 게임을 통해 저도 많은 것을 배웠습

니다 만약 학생들이 이 게임을 통해 비판적이고 창조적인 사고방식

을 배우고 세상을 이롭게 할 동력을 얻게 된다면 우리 모두를 구원할

지도 모릅니다 게임을 통해 배울 수만 있다면 말이죠rdquo

lsquo세계평화게임rsquo과 이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lsquo세계평화와 4학년의 업적rsquo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는 공식 페이지(httptheworldpeacegamecom)에서 얻을 수 있다

54 55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무기제로는 2013년 상반기 동안 13개 단체와 연대하여 국민연금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 캠페인은 확산탄과 같은 비

인도무기에 대한 금융기관의 투자가 중단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

으며 세부적으로는 ldquo1) 국민연금이 확산탄 생산기업인 한화 풍산에

투자를 철회한다rdquo ldquo2) 국민연금이 비인도무기 생산기업에 대한 투

자배재를 천명하는 윤리투자원칙을 제정한다rdquo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

왜 투자철회 캠페인인가 왜 국민연금인가

확산탄 캠페인에 있어 대상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확산탄의 수요자사용자인 국가이며 다른 한 축은 확산탄을 생산하는

박승호 | 무기제로 코디네이터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 경험 공유

기업들이다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캠페인의 요구가 확산탄을 전면적

으로 금지시키고 확산탄 오염지역을 정화하고 피해생존자들을 지원

하라는 것 등이 주를 이룬다면 기업을 대상으로 한 요구는 확산탄의

생산middot수출을 중단하라는 것이다

현재 한국 정부는 확산탄을 북한의 장사정포에 대응할 수 있는 핵

심전력으로 여기고 있으며 국제적인 확산탄 불법화 추세에도 불구하

고 확산탄을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무기제로는 국가를 대상으로 협약 가입을 촉구하는 캠페인보

다는 확산탄을 생산하는 기업이나 확산탄 생산을 지원하는 금융기관

에 대한 문제제기를 통해 확산탄에 대한 대중적 낙인화 효과를 불러

일으키는 것이 확산탄 금지운동에 더 효과적일 것이라 판단했다 하

지만 확산탄 생산기업인 한화와 풍산을 대상으로 어떤 캠페인을 벌여

도 이윤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기업이 윤리적인 비난만으로 핵심 사업

을 정리할 것 같지는 않았다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압박보다 더 효

과적인 방식은 바로 돈줄에 위협을 가하는 것이고 이 점에서 투자

철회 캠페인은 상대적으로 더 승산이 있는 캠페인이라는 판단이 있

었다 국민연금이 각각 한화 주식의 734(201112) 풍산 주식의

926(20129)를 보유하고 있는 확산탄 생산기업의 최대투자자라는

점 또 공적자금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있는 기관이라는 점 대

부분의 사람들이 월 일정액의 국민연금보험료 납부하고 있다는 점에

서 국민연금의 확산탄 투자 문제를 lsquo내 문제rsquo로 인식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국민연금이 투자철회 캠페인의 대상으로 결정되었다

56 57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무기제로의 과거 캠페인 경험을 통해서 볼 때 확산탄이 어떤 무기

인지 왜 확산탄이 금지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대중적 인식은 사실상

전무했다 확산탄이라는 특정한 무기를 금지하자는 캠페인의 슬로건

이 대중의 관심을 얻기 힘든 주제였다는 점에서 우리는 국민 대다

수가 자의든 타의든 월 일정액을 적립하고 있는 lsquo국민연금rsquo을 통해

lsquo당신의 돈이 국제적으로 금지된 무차별 살상무기를 만드는 데 쓰이

고 있다rsquo는 메시지를 전달해 사람들의 관심과 확산탄의 비인도성에

대한 낙인화를 동시에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해외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 사례

이번에 무기제로가 국민연금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을 진행한 것

은 해외에서 이미 성공적으로 진행된 투자철회 캠페인을 모델로 해서

기획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래에서는 무기제로가 참고했던 대

표적인 성공 사례 두 가지를 살펴보려 한다

- 네덜란드 연금기금 투자철회 사례

2007년 3월에 네덜란드 시사프로그램인 젬블라(Zembla)는 네덜란

드 유수의 연금기금이 확산탄 지뢰 등 비인도무기를 만드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 등 네덜란드 연금기금의 비윤리적 투자 문제

를 다룬 lsquoCluster bomb feelingrsquo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방영한

다 당시 방송을 통해 연기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게 된 대중의 분

노가 표출되면서 연기금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이 압력을 느끼게 되었

다 이에 다큐 제작 과정에 관여했던 시민단체인 팍스 크리스티(IKV

Pax Christi)는 다큐 방영 이후 연금 기관들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캠

페인을 시작하게 된다 금융기관들의 가장 큰 두려움이 ldquo사회적 이미

지 실추rdquo라는 점을 활용한 것인데 2011년 유럽 투자자들을 대상으

로 한 조사에서 거의 80의 투자자가 논란이 되는 무기에 대한 투자

가 명성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는 등 인식의

변화가 눈에 띄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2009년 팍스 크리스티는 페어핀(FairFin)과 공동으로 ldquo확산탄 세

계투자 공동의 책임rdquo 보고서를 발표했고 보고서 발표의 영향으로

연금 기금이나 금융기관들이 확산탄 생산기업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

는 사례가 발생한다 팍스 크리스티는 이뿐 아니라 정책 입안자들과

관계를 맺고 확산탄 투자 금지를 입법화하기에 나선다 2009년에 네

덜란드 의회가 확산탄 투자 금지 촉구 제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지

만 당시 과도 정부가 이를 거부했다 이후 확산탄금지협약 비준 등을

거치면서 상원에서 다시 한번 확산탄 투자 금지 제안이 상정되었고

2011년 말 정부가 이를 이행하기로 결정하면서 확산탄 투자 금지는

2013년 1월부터 효력을 발휘하게 되었다

주목할만한 점은 이 다큐가 방영되고 반향을 일으켰던 시점이 아직

확산탄금지협약이 체결되지 않은 시점이었다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경우는 다큐멘터리 방영으로 국민적 분노가 격화되면서 향후 확산탄

생산기업에 대한 연기금의 투자철회 결정뿐 아니라 네달란드가 확산

58 59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탄금지협약에 서명하는 등 확산탄을 전면적으로 금지시키는 데도 상

당한 영향을 미쳤다

- 영국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RBS) 투자 철회 사례

2011년 8월 앰네스티 영국지부가 팍스 크리스티 보고서를 바탕으

로 HSBC(홍콩middot상하이은행)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 등 주요 은행에

대한 투자 철회 캠페인(온라인 탄원)을 시작했다 캠페인 시작 1주일

만에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이 확산탄 투자를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밝

히게 된다 당시 이 은행은 앰네스티 회원들로부터 12000통의 이메

일을 받았으며 앰네스티가 진행하던 전국적인 광고 캠페인 등에 이

미지 손상을 두려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사례를 통해서 본 우리의 투자철회 캠페인

투자철회 캠페인은 기업들이 lsquo이미지rsquo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에

서 가능한 캠페인이다 위에서 다룬 두 사례는 각각 대중적인 영향력

을 가지고 있는 방송(네덜란드 시사프로그램 젬블라)과 시민단체(앰

네스티 영국지부)가 자국 금융기관(연금기금)이 국제적으로 큰 비난

을 받고 있는 비인도무기를 만드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으로 대중적인 단죄 또는 낙인화가 이루어지면서 자연스레

투자철회가 이어질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된 사례로 볼 수 있다 ldquo내

돈rdquo이 잔인한 무기를 만드는 데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림으로써 사

람들이 확산탄 문제를 ldquo내 문제rdquo로 인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

한 분위기가 형성되었을 때 해당 국가 내에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단체들이 이 문제를 공공의제로 만들어 냈고 이후 여론을 등에 업고

금융기관을 압박해 실제 투자철회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한국에서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진행된 캠페인은 아직 구체적인 성

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하지만 캠페인이 시작단계에 있으며 해외 사

례와 같이 대중적 영향력이 큰 매체가 이 문제를 다루는 등의 이슈 확

산의 계기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아직은 캠페인의 성과를 이야

기할 시점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또 대부분의 국가들이 확산탄금

지협약에 서명middot비준한 유럽의 경우와는 다르게 한국은 안보상의 이

유로 확산탄의 생산 배치를 고집하고 있으며 평화 무기 이슈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도도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 역시 감안해야 할 것이다

무기제로는 올해 12월 발표 예정인 ldquo확산탄 세계투자rdquo 보고서의

번역 발표 등 지속적 캠페인을 통해 국민연금의 확산탄 투자문제를

꾸준히 제기할 계획이며 적절한 타이밍에 대중적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내는 데 주력해 한화middot풍산에 대한 투자철회

및 확산탄에 대한 낙인화 등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참고httpstopclustermunitionsorghttpwwwstopexplosiveinvestmentsorghttpwzeroorg

60 61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기획연재-가람이의 좌충우돌 세상읽기

ldquo그건 저의 삶입니다rdquo

나름 | 전쟁없는세상 친구 + 스웨덴에서 공부하는 중

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ldquo대답하세요rdquo 아슬아슬하게 진행되던 그들의 대화 긴장이 최고

조에 이른다 대화가 중단되고 한 사람이 자리를 뜬다 그 사이 추궁

을 받던 이는 주위를 둘러본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고 어느 구석

자리에 멈춘다 시선이 고정된다 바로 자신에 관한 기사와 사진들을

발견한 것 벽에 빼곡히 붙어 있는 모습이 마치 수사 상황 같다 소리

를 쳤던 이가 돌아오고 그가 묻는다 ldquo이게 뭐죠rdquo ldquo그건 저의 일이

예요rdquo 추궁을 받던 이의 나직한 목소리 ldquo그건 저의 삶입니다rdquo 덴

마크 드라마 lt보운 (발음이 틀릴 수 있음)gt의 한 대목 덴마크 최초의

여성 총리를 그리고 있는 이 드라마는 첫 방영이 있고 1년 뒤 실제 여

성 총리가 등장하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문제의 대목은 이전 정부

에서 총리를 맡았던 여성이 선거를 앞두고 새로운 정당을 만들면서

시작된다 경제 정책을 담당할 인물을 영입했는데 옛소련의 간첩이었

62 63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대표의 측근이 검증을 하게 된다 이 측근은

소련 좌익 정당에서 일하다 자살한 여성에 대해 캐묻고 그 사람은 결

국 그 여성과의 관계를 비롯해 아픈 과거를 이야기하게 된다 이 장면

은 누군가의 삶에 대해 타인이 얼마나 쉽게 얘기하고 재단할 수 있는

지에 관해 생각하게 만든다 타인이 쉽게 말할 수 있는 그 무엇이 누

군가에게는 삶이요 상처다

누군가에게는

그렇다 타인에게는 그저 지시대로 하면 되는 일이 자신에게는 치

명적인 삶의 문제일 수 있다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 갈등의 연속이

다 최근 이 정도 수준은 아니지만 좀 복잡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주

제 넘게도 어떤 글을 외국어로 쓰고 있는데 유럽 학자와 미국 학자

사이에 끼어 고민이 된다 두 사람이 거의 정반대의 입장에서 글쓰기

에 관여하고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해 한 사람은 이쪽으로 가라고 하

는데 또 한 사람은 저쪽으로 가라고 한다 아직은 경력을 막 쌓기 시

작한 힘없는 나로서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다 두 사람 모

두 좋으신 분들이고 또 내게 중요한 역할을 할 분들이다 그런데 모

두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누구 장단에 맞춰야 할지 난감하

다 다른 점이 있다면 한 사람은 나의 가능성만을 보고 변함없는 신뢰

와 지지를 보여주었지만 또 한 사람은 그 정도는 아니라는 느낌 문

제는 나를 석연치 않게() 보는 듯한 이가 내 경력에서는 훨씬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나를 믿어주는 이의 방향에 맞

추기로 결정했는데 아무튼 쉽지 않은 문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깊이 고민하게 된 다른 문제가 있는데 바로

lsquo누구를 대상으로 이야기하는가rsquo에 관한 부분이다 어쩌다가 바다

건너에서 계속 있다 보니 나는 이쪽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야기를 해

오고 있다 이 사람들의 언어(주로 영어)로 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

는 이야기를 이 사람들 상황에 맞게 말이다 그런데hellip 이게 정말 내

가 원하는 일인가 잘 모르겠다 지금 굉장히 긴 분량의 또 다른 글을

쓰고 있는데 원래는 내가 비교적 잘 알고 있는 한국과 관련된 사건에

대해 얘기하려 했다 이 사건과 특별한 인연이 있고 관심도 많기 때문

이다 그런데 관계자는 특정 사건보다는 lsquo보편적인rsquo lsquo이론적rsquo 이야

기에 초점을 맞춰달라고 요구한다 그래야 이쪽 지역에서 읽히기 때

문이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이게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인가 내

가 정말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들은 누구인가 나는 누구를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는가 쉽게 답할 수 없는 물음들 그래도 나는 안다

적어도 당장은 먹고 사는 문제와 관련이 있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는 걸 물론 이런 고민은 나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바다건너에서

든 아니든)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누구나 살아가면서 어떤 식으

로든 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ldquo네가 행복해져야만helliprdquo

64 65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그런데 lsquo바다건너rsquo라는 부분에 뭔가 있는 것 같다 (나만의 착각

일 수 있지만) 외국에서 지내는 게 다른 사람들에게는 좀 괜찮게 보일

수 있지 않을까 뭔가 좀 있어 보이는 부끄럽지만 고백하건대 나 역

시 그런 생각을 전혀 안 했던 것은 아니다 뭔가 세련()된 것 같은

좀 달라보이는 어떤 면에서 (탈)식민 문제와 관련이 있다 그런데 직

접 생활하는 것은 역시 다르다 물론 철저히 나의 입장에서 그렇다는

이야기다 예컨대 자연환경도 좋고 구경갈 곳도 많은데 여행이나 휴

가를 가지 않느냐는 물음을 받곤 한다 그런데 가고 싶어도 일단 돈

이 없다(있어도 최대한 아껴야 한다) 방학 기간에 여기 저기 여행다

니는 유학생이나 현지인들 이야기를 들으면 나는 신기하기도 하고 부

럽기도 하다 에둘러 말하면 이 세상에 아름답거나 그렇지 않은 것은

없다 아름답게 느끼거나 그렇지 않게 느끼는 특정 맥락의 내가 있는

것이다 lt연애시대gt에도 나오지 않던가 ldquo네가 행복해져야만 이 세

상도 행복해진단다rdquo 그래서 서로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다 처음에

얘기한 드라마 장면 누구에게는 일이고 누구에게는 삶이다 뭔가를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될 이유

[나름대로 스웨덴 소식]

성소수자 탈의실 설치 (스웨덴 영문뉴스 lt로컬gt 2013 4 26)

스톡홀름에 있는 한 고등학교가 자신을 남성-여성으로 정체화하

지 않은 학생들을 위해 별도의 탈의실을 짓기로 했다 보도에 따르면

스웨덴에서는 첫 사례라고 한다 이 학교 학생위원회 관계자는 새로

운 탈의실은 사회의 젠더 규범에 불편해하는 학생들을 위한 것이라

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편 이 학교 선생님들은 수업 시간에 남성

(lsquo한rsquo)-여성(lsquo혼rsquo)을 넘어선 lsquo헨rsquo이라는 단어를 공식 사용하기도 하

고 학생들은 스톡홀름 성소수자 축제에 학생위원회 자격으로 참여한

첫 사례를 남기기도 했다

부유한 지역 적은 난민들 (스웨덴 국영 라디오 국제 2013 7

1)

스웨덴에서 예산이 많은 지역일수록 난민을 받는 데 소극적인 것으

로 나타났다 어느 일간지에 따르면 전국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 20

군데가 같은 수의 가장 부유한 지역들보다 5배 많은 난민을 받아들인

다고 한다 여기에 해당되는 부유한 지역들은 모두 현 정부의 보수 성

향 정당이 이끌어 가고 있다 이는 지난 5년 동안 스웨덴의 290개 지

역 단위를 비교한 결과다 관계자에 따르면 스웨덴 북쪽 지역으로 갈

수록 인구 부족 문제로 난민들이 환영을 받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66 67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효웅 | 병역거부자

일베한테 일베식으로 맞짱뜨기

일베충 종북게이다 좌빨 종북게이다

나님 네 다음 일베충

일베충 네 다음 종북게이

나님 나님이 종북게이라는 lsquo근거rsquo가 있음 주장하는 사람이 근거

를 제시해야 한다는 lsquo입증책임의 원칙rsquo도 모름 이 논리 종범아

일베충 요시 그럼 넌 내가 일베충이라는 근거는 있盧

나님 너한테 한 말 아니라 걍 혼잣말 한건데 내 발화의 지시대상

이 너라는 근거는 있盧

일베충 나한테 한 얘기잖아 이 종북게이야

나님 ㅇㅇ 인정 니 생긴 게 일베충같아서 일베충이라고 한 거임

얼굴에 써 있음

일베충 소설쓰지마라 ㅋㅋ 팩트 모르盧 내가 일베충이라는 팩트

를 대라 팩트를

나님 요시 니가 일베충이라는 lsquo최선의 설명으로서의 추론rsquo이라는

가설을 세워서 추론한 거임 나한테 종북게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lsquo현

상rsquo을 설명하기 위해서 너가 일베충이라는 lsquo가설rsquo을 세워 봤는데

ldquo니가 바로 일베충rdquo이기 때문에 ldquo따라서 나한테 종북게이라는 딱지

를 붙이는 것이다rdquo라는 현상이 아주 훌륭하게 설명력을 지닌 가설추

론이 되는 거임 원래 가설은 아무렇게나 세우는게 lsquo가설rsquo임 가설은

반증 가능성이 있는 게 당연하다고 포퍼가 그랬음 가설을 통해서 과

학과 범죄수사가 발전했음 만일 니가 일베충이 아니라면 너가 경쟁

가설을 주장하던가 내 추론에 문제가 있음을 제시하면 됨 왜 일베충

이라고 해서 찔림 도둑이 제 발 저림 일베충도 일베충이라는 말 듣

기가 부끄러움 너 포퍼가 누군지는 암

68 69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일베충 일베한다고 해서 다 무슨 사이코패스에 고인드립치는 패륜

아 인 줄 아냐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범하지 마라

나님 ㅋㅋㅋ요시 사이코패스에 패륜아라는 건 lsquo니가 한 말rsquo이고

lsquo니 생각rsquo임 내가 언제 너보고 사이코패스에 패륜아라고 했음 난

그냥 너가 일베한다는 lsquo사실rsquo을 진술문으로 말했을 뿐임 아 몰랐

네 너 사이코패스에 패륜아임

일베충 (ㅇㅂㅇ) 지금 일베충이라고 비하하는 거임 일베충이라는

말 자체에 비하가 있다

나님 자기들도 일베충이라고 자조적으로 비하하면서helliphellip

일베충 인권 좋아하는 감성팔이 인권쟁이들이 왜 우리의 인권은

도외시하는 거냐 북한 인권 군인 인권 일베충 인권

나님 일베충이 사람임 사람이 아니므니다

일베충 일베충도 사람이다 왜 사람이 아니냐

나님 lsquo일베충rsquo이라는 말은 일베를 하는 벌레라는 내포를 갖고 있

음 따라서 ldquo일베충은 벌레이다rdquo는 진리값이 항상 참인 분석명제이자

항진명제임 이 무식한 일베충아 그런데 ldquo일베충은 사람이다rdquo라고

한다면 그건 앞의 주어인 lsquo일베충rsquo에 이미 내포되어 있는 벌레라는

걸 부정하는 모순이 되는거임 이건 마치 ldquo삼각형은 동그라미이다rdquo

ldquo여성은 인간이 아니다rdquo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모순율에 어긋나

는 것임

일베충 (ㅇㅂㅇ) 인권 좋아하는 인권쟁이들이 우리들한테 인권이

없다니 역시 좌빨들은 이중성 쩌네 ㅋㅋㅋ모순 쩐다 위선자들 ㅋㅋ

ㅋㅋㅋ

나님 일베충이 그런 내포를 갖게 된 것은 공론장에서의 니들 행패

를 보고 내포가 그렇게 정해진 거임 억울하면 다시 태어나셈 근데

니가 인권이 뭔지는 아냐 어디 그래 lsquo인권rsquo의 정의가 뭐라고 생각

일베충 (ㅇㅂㅇ) 그건사전에 나와있다 ldquo사람이라면 누구나 누려

야할 권리rdquohelliphellip

나님 그런데 너님들은 왜 lsquo여성rsquo lsquo전라도rsquo 이런 사람들의 인권을

부정하고 비하하는 거임

일베충 일베라고 다 패륜아냐 성급한 일반화 모르盧 논리적 근

거를 대라

70 71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나님 아~그럼 여름 중에도 시원한 날이 며칠 있으니까 여름은 안

더운 거겠네 ㅋㅋㅋ 일베충 논리 보소 ㅋㅋㅋㅋ 너 말대로 일베의

lsquo모든rsquo회원이 그런 건 아닐 수도 있음 그러나 대다수가 그런 lsquo성

향rsquo을 갖고 있다면 성급한 일반화가 아니라 강한 통계적 귀납논증이

되는 거임 실지로 얼마 전 일베 게시물들의 키워드를 분석한 프로그

램 통계에 의하면 일베 사이트의 핵심 키워드들은 사회의 대다수 사

람들의 통념과 반대되는 게 맞는데 이 연가시야 사례가 많을수록

귀납논증은 강화되는 거고 너가 일반화라면 그렇지 않은 일베 회원

들이 더 많음을 니가 귀납적으로 논증을 해야 논파가 되는 거임 따라

서 ldquo일베충들은 대부분 사회적 낙오자에 학교에선 아싸고 생긴 건

베트남 쌀국수에 집에서 진격의 거인이나 보면서 연애 한 번 못해

보는 싸이코패스인데 사회적 약자들에 화풀이한다rdquo는 건 굉장히 강

한 귀납논증이 성립되는 거임 (ㅋㅋㅋ)

일베충 우리가 사회적 낙오자에 약자들에게 분풀이 한다는 팩트를

대라 팩트의 일베다 우리는 사실만을 얘기한다

나님 니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lsquo팩트rsquo에 대해서 너님들은 얼마나

알고 있음 너님 혹시 lsquo팩트rsquo가 뭔지는 암 사실과 사건 사태의 차

이점이 뭐임

일베충 0a 0

나님 ldquo쟤 성형수술했대rdquo ldquo너 전과자라며rdquo ldquo나 저번 시험에서

백점 맞았다~^^rdquo ldquo우리 집 50평이다 ^^rdquo ldquo우리 아들이 이번에 반

에서 1등했대요 호호호rdquo 이 문장들은 전부다 lsquo사실rsquo을 얘기하고 있

지만 이건 사실을 얘기하는 lsquo진술문rsquo이 아니라 비하하거나 잘난척

하는 lsquo행위rsquo를 하고 있는 lsquo수행문rsquo임 따라서 너님들이 이야기하고

있는 lsquo사실rsquo은 사실 해석과 반응 맥락에 따라서 굉장히 유동적인

것임 이처럼 사실인 척 위장하고 있는 문장들은 lsquo기술주의적 오류

(destriptive fallcy)rsquo임 또한 사실은 lsquo사물rsquo이 아니라 사물들의 연관

이라고 비트겐슈타인이 말한 것처럼 사실은 사실을 인식하고 말하는

사람의 주관에 달려있는 거임

일베충 전라도가 폭도였고 한국여자들이 성형하고 명품 밝히는 건

팩트다 이 멍청한 좌좀아 홍어들은 한반도를 떠나야하고 여자들은

삼일한(삼일에 한번씩 패야한다는 일베 용어)이라는 거다

나님 한국여성들의 명품 구매비율이나 성형비율이 높다는 lsquo사

실rsquo과 여성들을 패야한다는 lsquo당위rsquo가 어떤 관련이 있음 사실에서

어떻게 당위를 도출함 ldquo저 사람은 흑인이다rdquo라는 사실에서 ldquo따라

서 저 사람을 인종차별해야 한다rdquo라는 당위가 도출됨 ldquo너는 여자

다rdquo라는 사실로부터 ldquo따라서 너는 정숙해야한다rdquo라는 당위 도출되

지 않는 것처럼 이것 역시 철학자 GE 무어가 말한 lsquo자연주의적 오

류rsquo임 그러나 ldquo쟤 일베한다 따라서 박멸해야 한다rdquo는 만고산천에

72 73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불변하는 진리 이데아임 어디까지나 이런 논리나 철학은 사람한테

만 적용되므니다 이 살인 진드기야

일베충 (ㅇㅂㅇ) 광주사태가 홍어들 폭도였다는 거 역시 lsquo팩트rsquo

를 말한 거다 총들고 사람 죽이고 그게 잘한 거냐 이 씹선비야

나님 광주사태가 lsquo민주화운동rsquo이였다는건 공론장에서 의사소통적

논변에 근거한 합의를 통해 그 내포에 대한 일의적(一意的) 의미가 정

해진 사안임 너 혼자 민주화라는 용어를 lsquo홍어들의 폭동rsquo으로 재정

의하는 것은 이미 어느정도 사회적으로 통용된 내포를 너 혼자 바꿔

쓰는 lsquo은밀한 재정의의 오류rsquo이면서 동시에 lsquo자의적middot설득적 정의rsquo

인 거임 ldquo동성애자는 항문섹스만을 즐겨하는 에이즈 보균자이며 하

나님 앞에 죄인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rdquo라는 말이 동성애자에 대한

합의된 정의임 자기 혼자 쓰는 정의지 그리고 너희가 비하하는 전

라도 사람들은 전부다 폭도라던가 한국여자들은 명품에 성형에 환장

했다거나 하는 설명이 과학적이거나 팩트에 가까움 오히려 감정적

인 편견에 지나지 않는거 아님 통계 자료는 있음 논거 부재의 오

류 인신공격의 오류 은밀한 재정의의 오류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온갖 오류들의 향연임 이 애미 애비가 교육을 잘못시켜서 그 따위로

된 가정 교육 못 받은 일베충아

일베충 (ㅇㅂㅇ) 아아아아아우오오 씹선비 김치녀 홍어 홍어

나님 반사 ^^

일베충 (ㅇㅂㅇ) 우워워워좌좀 종북 좌빨 슨상님

나님 굴절 ^^

일베충 크어어어억 오유충 삼일한 김치녀 종특

나님 라고 말하는 놈 친일파 ^^

일베충 쩔뚜기 운지 하라보지 종북게이

나님 라고 말하는 놈 평생 쏠로 ^^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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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의민 주관수 지은 진진 진현호 진흙 차명수 참새 채승우 최민아 최성진 타랑

편설란 하동기 하승우 한광주 한주훈 햄 홍수봉 홍수영 홍이 홍창욱 황명규 황예랑

2013년 5월1일 ~ 7월 31일

Page 23: 전쟁없는세상 소식지 38호(2013년 8월)

40 41기획기사

업이 국제 기준과 가이드라인에 따라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그중 가

장 널리 사용되는 기준이 글로벌 보고 계획(GRI)이다 운동은 지속가

능성보고서의 정보를 가지고 기업에 압력에 가할 수 있으며 보고서

에 누락된 사항이 있으면 이에 대한 설명을 요구할 수 있다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 관한 활동에는 어떤 게 있을까 lsquo국제

민주연대rsquo는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에 진출한 기업들의 노

동착취와 자원개발 문제에 관해 활동하고 있다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 대한 대응이 특히 어려운 이유는 기업과 정부 모두가 관심

이 없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대기업에나 적용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나마도 병원이나 학교를 지어주는 정도로

무마하려고 한다 한국 정부는 현지 주민과 노동자의 인권보다 자국

기업인의 이익 보호를 우선시하며 노조 탄압과 같은 문제는 해당 국

가에 떠넘긴다 관할권과 비용 문제 등으로 인해 사법 대응도 어렵다

하지만 해당 국가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기에 현지인들은 한국에서

의 연대를 절실히 요구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안은 지역적middot국제적

차원의 연대를 구축하여 해당 기업에 압력을 가하는 것이다 이는 외

국 정부나 국제기구의 힘을 빌린 것일 수도 있고 순수하게 비제도적

인 것일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상징적 시위나 보이콧과 같은 비

제도적 수단이 법적middot제도적 수단보다 효과적일 때도 있다 국가든

기업이든 권력의 궁극적 원천은 피지배민중에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고유한 경영권도 민중의 힘 앞에서는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

초국적기업의 횡포가 갈수록 심해지고 기업에 저항해야 할 사안이

점점 많아지는 상황에서 위와 같은 사례들과 방법에 대한 더 많은 연

구가 요구된다 한편 한국 사회는 기업에 대한 인식이 유달리 우호적

이고 기업에 저항하는 운동도 아직 대중에 친숙하지 않아 이에 대한

반발이 만만찮고 행동을 실행에 옮겼을 때 오히려 역효과가 나기도

한다 따라서 기업에 저항하는 국내외 운동의 사례들을 발굴하는 것

과 동시에 어떻게 하면 이러한 방법이 한국 사회에서 더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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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서평

양똘 | 출판노동자 + 전쟁없는세상 후원회원

lsquo실패rsquo를 함께 읽는 일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제목이다

나는 아나키스트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lsquo고백rsquo에 대해서는 좀 안다 제목에서

부터 알아챘어야 했는데 별 생각 없이

펼친 게 잘못이다 어떤 고백은 후회와

맞닿아 있다 하는 사람도 그렇지만 듣

는 사람에게도 그렇다 듣고 나서 후회

하는 고백들 듣지 말았어야 했는지도

모르는 이 책이 나한테 그랬다 아나키

스트에 대해 알기도 전에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부터 들어버렸고

나는 이제 아나키즘이라는 말을 들으면 반사적으로 이 고백이 생각날

것이다 고백은 처참했다 대단히 비극적인 드라마로서가 아니라 무

엇보다 비어 있어서 처참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나키즘에 대한 바

탕 지식이 있었다면 어려운 책들을 좀 읽어두었더라면 이 이야기가

다르게 읽혔을까 읽으면서 울 수도 있었을까 모르겠다 하지만 아

나키즘이라는 거대한 이념에 대해 알기 전에 어느 아나키스트 한 명

의 삶을 먼저 안다는 것 그 삶을 그럴듯한 평전이 아니라 허울 없는

자전적 만화로 lsquo고백 받는rsquo다는 것은 꽤 멋진 일이다 내가 만화 장

르에서 얻고자 하는 것은 주로 그런 부분이다 장황한 말들 삶을 포

장하려는 언어적인 관습들이 어느 정도 걷어내진 자리에 들어차는 것

은 침묵이다 침묵에서 고요한 진실을 읽어내는 것이 독자의 몫이고

이 만화도 역시나 그렇다 하는 얘기보다 안 하는 얘기가 훨씬 많다

서두가 왜 이렇게 주절주절 긴가 하면 이 책에 대해 서평이라고 쓸

만한 게 사실 별로 없기 때문이다 나도 고백을 좀 하고 가자면 독자

가 읽고 싶게 만들 만한 감상을 쓸 자신이 없다 하지만 느낀 것은 좀

있다 그 느낀 것이 너무 처량 맞은데 그게 또 lsquo진실rsquo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어 아이구 어떻게 되겠지 하고 시작한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안토니오 작가인 안토니오의 아들이 아버지의

수기를 보고 재구성한 형식인데 1인칭 시점을 택해 안토니오의 목소

리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그러니까 이것은 안토니오의 고백이면서

동시에 그의 고백이 아니기도 하다 안토니오 자신이었다면 이러한

자기 삶을 출판의 형태로 대중들에게 보일 수 없었을 거라고 짐작해

본다 자기 존재를 증명하려는 노력이 도리어 자기 존재를 부정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그는 아나키스트였지만 아나키스트의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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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은 그가 아나키스트가 아니었다고 말하고 있다 또는 아나키스트

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또는 모든 인간이 아나키스트라고

실제 그의 진심은 잘 모르겠다 이야기에서 lsquo나rsquo라고 하는 인물은

lsquo나rsquo가 아닌 것 같았기 때문에 그에게 물어볼 수도 없었다 이야기

내내 lsquo나rsquo가 lsquo나rsquo와 거리를 두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이것은 애초

설정 아들이 아버지 얘기를 대신 하고 있다는 전제를 잊어버리고 몰

입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진실로 lsquo나rsquo가 하는 얘기를 듣고 싶었다

그걸 기대하며 계속 읽어 나갔다

그렇다고 작가가 잘못했다는 것은 아니다 작가는 아버지를 lsquo나rsquo로

삼아 이 이야기를 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아버지는 요양시설에 갇

혀 있다가 자살을 했다 한번은 아들에게 죽여달라고 말한 적도 있다

아버지가 스스로 4층에서 뛰어내린 뒤에 아들은 아버지를 살려내야

만 했다 아버지의 구십 평생을 재구성한 이야기로 아버지가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아들로서 그렇게 해야 했을 것이다

아나키즘에 대해 몰라도 그것이 국가의 강제력을 원천부정 하는

것이고 막 혁명혁명 하는 것이고 짱돌을 들고 돌격하는 것이고 하

여튼 뭐 되게 센 거 라는 인상은 있었다 그런데 안토니오의 성격이

나 실제 삶은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땅을 늘리고 지켜내는 일

에만 관심이 있으며 폭력적이기까지 한 아버지와 형제들 사이에서 억

눌려 자랐다 지금 처한 곳이 지긋지긋하고 바보 같고 떠나고 싶었지

만 그래서 용감하게 시도도 했지만 실패했다 실패는 실패로 끝나지

않고 더 큰 것을 앗아갔다 유일한 친구의 죽음이 그것이었다 이러한

패턴의 실패는 그의 인생 전체에서 반복된다 혁명에 가담하고 lsquo납탄

동맹rsquo이라고 이름 붙인 동지들을 만나지만 혁명의 길은 실재하는 것

이기는 한지 아스라이 멀 뿐이고 가까이 잡히는 것은 오로지 동지의

죽음뿐이다 ldquo내 나이는 스물아홉이었다 청춘은 다 지났고 패배하

고 말았다는 자괴감이 들었다 당연하겠지만rdquo 스페인 피난민 행

렬에 끼어 프랑스의 생-시프리앵 해변으로 가면서 안토니오가 하는

생각이다 이때만 해도 나는 잠깐 힘을 냈다 이제 뭔가 반전이 펼쳐

지겠지 원래 해가 뜨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고들 하잖아 나 또한 지

금 스물아홉이고 청춘이 다 지났다는 그게 무엇인지 미처 먹어보지

도 못했다는 자각에 시달리고 있는 중이다 패배로 말할 것 같으면

그냥 맨날 하는 중이다 노동조합 활동이 그렇고 사람들과의 관계

일상생활 자아실현 거의 모든 면에서 그렇다 그래서 난 더더욱 저

구절에 희망을 걸었다 이제 진짜 아나키스트의 삶이 펼쳐지지 않겠

는가 그래야 이야기가 되지 않겠어

이 책은 자기계발서가 아니다 그 뒤로 펼쳐진 것은 전하고 비슷하

면서 동시에 전보다 더했다 갇혀 있다가 도망치고 다시 다른 곳에

갇히고 도망치고 그러는 사이사이 좋은 사람을 만나고 잃고 잃고

하는 식이었다 아 안토니오의 삶을 이렇게 간추려버리는 것이 정말

미안하다 근데 사실이 그렇다

해변에서 난민처럼 살다가 도망쳐 어느 농장에 강제로 보내진 안토

니오는 그 마을에서 자기 나이의 반도 안 되는 망아지 같은 여자애와

배가 맞아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안토니오는 이 시절이야말로 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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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가장 즐거웠던 시절이라고 단언한다 무려 lsquo행복rsquo이라는

낱말까지 써가면서 혁명의 이상과 가장 먼 곳에서 가장 행복했다는

것이 아니 그때만 유일하게 행복했다는 것이 뼈아프다 아마 그게 진

실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중반을 넘어가면서부터 lsquo추락rsquo은 본격화된다 그가 lsquo납

탄 동맹rsquo의 든든한 동지를 따라 lsquo사업rsquo에 발을 들이게 되기 때문이

다 돈이 엮이면 어떻게 흐르게 되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너무

지겹게 잘 알고 있다 그런 걸 이 만화에서까지 보고 싶지 않았는데

어쨌든 뛰어넘을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작가는 성실히 쓰고 있다

ldquo살아남으려면 체제에 맹목적으로 순응해야만 했다 단순히 지난

날의 이상을 버리면 되는 게 아니라 열렬한 신봉자가 되어야만 한다

는 것이다rdquo 세상을 뒤집어엎겠다는 큰 꿈만 버리고 lsquo보통rsquo으로 살

아가는 것은 가능하지 않았다 변절한 옛 동지들한테 뭐라고 할 것도

없이 안토니오는 속수무책으로 타락해간다 권력의 뒤통수를 치면서

자기가 권력을 꿰차고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를 두고 다른 욕망을 탐

하고 그러다 결국 자기도 뒤통수를 맞고 거지 신세가 된다 전복이니

혁명이니 하는 것은 꿈에서조차 등장하지 않고 lsquo속박rsquo을 견디지 못

하는 습성만 그놈의 lsquo아나키스트적인rsquo 것으로 남아서 그와 주변을 괴

롭힐 뿐이다

아 책이 채 반에 반도 남지 않았는데 안토니오는 예순 살이 되어

있었다 lsquo왕년에 혁명깨나 했지만 지금은 추한 빈털터리가 되어 아내

와도 끝내고 요양시설에 굴러들어온rsquo 예순 살이다 lsquo보통rsquo보다 못한

예순 살 나는 짜증이 나서 울고 싶었고 그만 읽을 뻔했다 하지만 끝

까지 읽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의 인생에서 마지막이자 유일한

lsquo승리rsquo는 그 뒤에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 승리가 자기 가슴에 붙어

실제로 내장을 갉아먹는 두더지를 떼어내버린 뒤에 스스로 스스로

의 죽음을 실행하는 것뿐이었다고 해도 그 과정을 꼭 지켜봐주었어

야 했다 왜냐하면 남 얘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오래전에 스페인

에서 살았다는 안토니오가 아무것도 개인을 억누르지 않는 자유로운

세상을 꿈꿨던 안토니오라는 사람이 대단하거나 멀게 느껴지지 않는

다 오히려 내가 내일도 마주치게 될 익숙한 사람들 중에 그 지친 얼

굴 하나하나에 안토니오가 보일 것 같다

제목에 속았다고 느꼈다 그런데 다 읽고 보니 작가는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 오히려 시작부터 진실을 말했다

ldquo그리고 또한 그분의 추락이 몇 초밖에 걸리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90년이라는 긴 시간이었다는 사실도 말이

다rdquo

이것은 lsquo추락rsquo에 관한 이야기라고 작가는 이미 알려주고 시작한

것이다 이것은 끝도 없는 추락의 이야기 이상을 가진 인간으로 태

어나서 실패하고 죽어간 이야기다 다시 말하지만 이 실패는 우리

모두가 나눠 먹고 있는 그 실패다 여기서 우리란 물론 우리 편을 말

한다 안토니오의 실패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 자기 가슴을

48 49기획연재-게임과 평화

뜯어먹는 두더지를 꿈에도 본 일이 없는 사람들 이 책이 음란하다고

lsquo청소년 유해매체rsquo 딱지를 붙인 사람들까지 말하는 것은 아니다 적

어도 lsquo우리rsquo는 안토니오라는 아나키스트의 아니 한 인간의 실패담

을 처음부터 끝까지 묵묵히 읽어갈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에도 불구하고 진짜 안토니오의 진짜 진실은

언제까지나 미지수로 남는다 그렇게 남겨야 한다 아무도 모르고 몰

라야만 하는 진실을 하나씩 가지고 있는 것이야말로 그가 그토록 되

고자 열망했던 lsquo개인rsquo일 것이기 때문이다 지우 | 전쟁없는세상 운영위원

게임을 통해 평화를 만드는 게 과연 가능할까 이 물음에 대한 답

을 대신하여 한 가지 게임을 소개하고자 한다

lsquo세계평화게임(World Peace Game)rsquo은 미국의 공립 초등학교 교

사 존 헌터(John Hunter)가 만든 대화형 게임이다 헌터는 1978년에

이 게임의 원형을 처음 만들었고 지금까지 세계를 돌아다니며 게임을

주최하고 있다 그의 활동은 lsquo세계평화와 4학년의 업적(World Peace

and Other 4th-Grade Achievements)rsquo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헌터는 2012년에 타임지가 선정한 교육

운동가 12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세계평화게임은 가로middot세로middot높이 4피트 크기의 4층짜리 아크릴

기획연재-게임과 평화

세계평화게임

50 51기획연재-게임과 평화

구조에서 진행되며 각 층은 바깥 우주와 대기 지표 해저를 상징한

다 거기에 경제력과 군사력이 서로 다른 4개 국가의 영토와 영공

육middot해middot공군 인공위성 잠수함 해저광산 등이 있다 (아무래도 이

아저씨가 숫자 4를 좋아하는 모양이다) 40여 명의 학생이 각국의 수

상 국무장관 국방장관 재무장관 감사원장 등을 맡아 내각을 구성

하고 역할 중에는 유엔이나 세계은행 무기상도 있다

게임의 목표는 이 가상세계에서 일어나는 민족 갈등 화학물질 누

출 핵 확산 물 분쟁 분리middot독립 운동 기근 동물의 멸종 지구온난

화와 같은 위기상황을 함께 해결하고 각국의 경제수준을 높이는 것

이다 학생들은 게임을 통해 권력과 파괴 전쟁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이해하고 장기적 계획과 전략을 세우는 법을 배운다

대화형(interactive) 게임이기에 엄밀하게 짜인 문서화된 규칙은 없

다 게임을 주도하는 것은 학생들이며 교사는 지켜보면서 상황을 정

세계평화게임을 하는 사람들

리하고 촉진하는 역할만 한다 헌터는 처음 교편을 잡았을 때 교사가

수업을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코 그래서는

안 된다는 믿음이 생겼다고 한다 그는 학생들의 집단지성이 자신보

다 훨씬 더 훌륭하다고 인정한다 헌터는 게임에서 실제로 일어난 몇

가지 흥미로운 사례를 소개한다

사례 1

한 학생이 가장 가난한 나라의 국방장관을 맡고 있었다 그 나라의

이웃에는 돈도 많고 기름도 풍부한 나라가 있었다 그런데 그 학생이

갑자기 수상의 명령도 어기고 인접국의 유전지역을 공격했다 학생은

그곳을 포위해 총 한 발 쏘지 않고 지역을 확보했다 인접국은 연료공

급이 차단되어 어떠한 군사행동도 취할 수 없었다 다른 아이들은 화

를 냈다

며칠 뒤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인접한 강대국이 전 세계를 점령

하기 위해 무력도발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학생은 사태의 추

이를 누구보다 먼저 파악하고 대규모 전쟁을 피하기 위해 소규모 전

쟁을 감행하는 냉철한 판단을 내렸던 것이다 학생들은 게임을 멈추

고 그의 판단이 옳았는지 조건에 따라 옳고 그름을 따져보는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사례 2

플라스틱 말로 표시되는 병사들이 전쟁에서 사망하면 군사령관이

52 53기획연재-게임과 평화

병사들의 가상의 부모에게 편지를 쓰는 시간을 가진다 한 번은 학생

의 제안으로 수업을 참관하던 학부모가 직접 편지를 읽게 되었다 편

지의 세 번째 줄을 읽으면서 학부모는 울음을 터뜨렸다 전투에서 병

사를 잃었다면 전쟁에서 승리해도 기쁘지 않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게

되었다 어떤 의미에서 모두가 전쟁에서 졌다는 사실을 말이다

사례 3

방과 후에 틈틈이 7주 동안 진행된 게임에서 세계은행의 재정정책

때문에 한 나라가 시작할 때보다 더 가난해졌다 (게임의 목표는 위기

상황을 해결하고 각국의 경제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게임을 마칠 시

간이 1분도 채 안 남았고 교실은 혼란에 빠졌다 소리를 지르거나 삿

대질을 하는 학생도 있었고 서류 뭉치를 흔들거나 교실을 뛰어다니

는 학생도 있었다

그때 한 학생이 종을 울리며 이렇게 말했다 ldquo세계은행이 모든 자

금을 끌어 모아서 모든 나라가 가난해졌습니다 지금 세계은행에는

6000억 달러가 있습니다 이 돈을 가난한 나라에 기부하려고 합니다

만약 그 나라가 이걸 수용하면 국가의 자산가치가 올라가고 그럼 우

리는 게임을 이기게 됩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rdquo 시간이 3초 정도

남았을 때였다 모두 그 나라의 수상만 바라보고 있었다 ldquo네rdquo 게임

은 이긴 것으로 끝났다

게임은 교과서와 다르다 게임에서 학습자는 lsquo평화란 무엇인가rsquo

라든지 lsquo평화를 어떻게 만드는가rsquo와 같이 주어진 문제에 대한 주어진

답을 저축하듯이 암기하지 않는다 문제를 만드는 것도 그에 대한 답

을 구성하는 것도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 자신과 동료들이다 이는 게

임의 본질이 바로 lsquo참여적 재현rsquo이라는 형식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

고 게임의 lsquo재미rsquo라는 요소가 이러한 참여를 유도한다 여기서 우리

는 맨 앞의 질문에 대한 모종의 답을 상상할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헌터의 말을 인용하며 글을 마친다

ldquo매 게임이 다릅니다 어떤 게임에서는 사회문제가 중요하고 어

떤 게임에서는 경제문제가 중요합니다 어떤 게임에서는 전쟁문제가

대두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부정하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그

게 인류의 현실이니까요 hellip 학생들은 무엇이 옳은 길인지 자기들만

의 방법으로 스스로 찾아냅니다 게임을 통해 저도 많은 것을 배웠습

니다 만약 학생들이 이 게임을 통해 비판적이고 창조적인 사고방식

을 배우고 세상을 이롭게 할 동력을 얻게 된다면 우리 모두를 구원할

지도 모릅니다 게임을 통해 배울 수만 있다면 말이죠rdquo

lsquo세계평화게임rsquo과 이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lsquo세계평화와 4학년의 업적rsquo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는 공식 페이지(httptheworldpeacegamecom)에서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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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무기제로는 2013년 상반기 동안 13개 단체와 연대하여 국민연금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 캠페인은 확산탄과 같은 비

인도무기에 대한 금융기관의 투자가 중단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

으며 세부적으로는 ldquo1) 국민연금이 확산탄 생산기업인 한화 풍산에

투자를 철회한다rdquo ldquo2) 국민연금이 비인도무기 생산기업에 대한 투

자배재를 천명하는 윤리투자원칙을 제정한다rdquo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

왜 투자철회 캠페인인가 왜 국민연금인가

확산탄 캠페인에 있어 대상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확산탄의 수요자사용자인 국가이며 다른 한 축은 확산탄을 생산하는

박승호 | 무기제로 코디네이터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 경험 공유

기업들이다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캠페인의 요구가 확산탄을 전면적

으로 금지시키고 확산탄 오염지역을 정화하고 피해생존자들을 지원

하라는 것 등이 주를 이룬다면 기업을 대상으로 한 요구는 확산탄의

생산middot수출을 중단하라는 것이다

현재 한국 정부는 확산탄을 북한의 장사정포에 대응할 수 있는 핵

심전력으로 여기고 있으며 국제적인 확산탄 불법화 추세에도 불구하

고 확산탄을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무기제로는 국가를 대상으로 협약 가입을 촉구하는 캠페인보

다는 확산탄을 생산하는 기업이나 확산탄 생산을 지원하는 금융기관

에 대한 문제제기를 통해 확산탄에 대한 대중적 낙인화 효과를 불러

일으키는 것이 확산탄 금지운동에 더 효과적일 것이라 판단했다 하

지만 확산탄 생산기업인 한화와 풍산을 대상으로 어떤 캠페인을 벌여

도 이윤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기업이 윤리적인 비난만으로 핵심 사업

을 정리할 것 같지는 않았다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압박보다 더 효

과적인 방식은 바로 돈줄에 위협을 가하는 것이고 이 점에서 투자

철회 캠페인은 상대적으로 더 승산이 있는 캠페인이라는 판단이 있

었다 국민연금이 각각 한화 주식의 734(201112) 풍산 주식의

926(20129)를 보유하고 있는 확산탄 생산기업의 최대투자자라는

점 또 공적자금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있는 기관이라는 점 대

부분의 사람들이 월 일정액의 국민연금보험료 납부하고 있다는 점에

서 국민연금의 확산탄 투자 문제를 lsquo내 문제rsquo로 인식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국민연금이 투자철회 캠페인의 대상으로 결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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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제로의 과거 캠페인 경험을 통해서 볼 때 확산탄이 어떤 무기

인지 왜 확산탄이 금지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대중적 인식은 사실상

전무했다 확산탄이라는 특정한 무기를 금지하자는 캠페인의 슬로건

이 대중의 관심을 얻기 힘든 주제였다는 점에서 우리는 국민 대다

수가 자의든 타의든 월 일정액을 적립하고 있는 lsquo국민연금rsquo을 통해

lsquo당신의 돈이 국제적으로 금지된 무차별 살상무기를 만드는 데 쓰이

고 있다rsquo는 메시지를 전달해 사람들의 관심과 확산탄의 비인도성에

대한 낙인화를 동시에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해외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 사례

이번에 무기제로가 국민연금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을 진행한 것

은 해외에서 이미 성공적으로 진행된 투자철회 캠페인을 모델로 해서

기획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래에서는 무기제로가 참고했던 대

표적인 성공 사례 두 가지를 살펴보려 한다

- 네덜란드 연금기금 투자철회 사례

2007년 3월에 네덜란드 시사프로그램인 젬블라(Zembla)는 네덜란

드 유수의 연금기금이 확산탄 지뢰 등 비인도무기를 만드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 등 네덜란드 연금기금의 비윤리적 투자 문제

를 다룬 lsquoCluster bomb feelingrsquo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방영한

다 당시 방송을 통해 연기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게 된 대중의 분

노가 표출되면서 연기금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이 압력을 느끼게 되었

다 이에 다큐 제작 과정에 관여했던 시민단체인 팍스 크리스티(IKV

Pax Christi)는 다큐 방영 이후 연금 기관들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캠

페인을 시작하게 된다 금융기관들의 가장 큰 두려움이 ldquo사회적 이미

지 실추rdquo라는 점을 활용한 것인데 2011년 유럽 투자자들을 대상으

로 한 조사에서 거의 80의 투자자가 논란이 되는 무기에 대한 투자

가 명성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는 등 인식의

변화가 눈에 띄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2009년 팍스 크리스티는 페어핀(FairFin)과 공동으로 ldquo확산탄 세

계투자 공동의 책임rdquo 보고서를 발표했고 보고서 발표의 영향으로

연금 기금이나 금융기관들이 확산탄 생산기업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

는 사례가 발생한다 팍스 크리스티는 이뿐 아니라 정책 입안자들과

관계를 맺고 확산탄 투자 금지를 입법화하기에 나선다 2009년에 네

덜란드 의회가 확산탄 투자 금지 촉구 제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지

만 당시 과도 정부가 이를 거부했다 이후 확산탄금지협약 비준 등을

거치면서 상원에서 다시 한번 확산탄 투자 금지 제안이 상정되었고

2011년 말 정부가 이를 이행하기로 결정하면서 확산탄 투자 금지는

2013년 1월부터 효력을 발휘하게 되었다

주목할만한 점은 이 다큐가 방영되고 반향을 일으켰던 시점이 아직

확산탄금지협약이 체결되지 않은 시점이었다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경우는 다큐멘터리 방영으로 국민적 분노가 격화되면서 향후 확산탄

생산기업에 대한 연기금의 투자철회 결정뿐 아니라 네달란드가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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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금지협약에 서명하는 등 확산탄을 전면적으로 금지시키는 데도 상

당한 영향을 미쳤다

- 영국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RBS) 투자 철회 사례

2011년 8월 앰네스티 영국지부가 팍스 크리스티 보고서를 바탕으

로 HSBC(홍콩middot상하이은행)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 등 주요 은행에

대한 투자 철회 캠페인(온라인 탄원)을 시작했다 캠페인 시작 1주일

만에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이 확산탄 투자를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밝

히게 된다 당시 이 은행은 앰네스티 회원들로부터 12000통의 이메

일을 받았으며 앰네스티가 진행하던 전국적인 광고 캠페인 등에 이

미지 손상을 두려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사례를 통해서 본 우리의 투자철회 캠페인

투자철회 캠페인은 기업들이 lsquo이미지rsquo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에

서 가능한 캠페인이다 위에서 다룬 두 사례는 각각 대중적인 영향력

을 가지고 있는 방송(네덜란드 시사프로그램 젬블라)과 시민단체(앰

네스티 영국지부)가 자국 금융기관(연금기금)이 국제적으로 큰 비난

을 받고 있는 비인도무기를 만드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으로 대중적인 단죄 또는 낙인화가 이루어지면서 자연스레

투자철회가 이어질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된 사례로 볼 수 있다 ldquo내

돈rdquo이 잔인한 무기를 만드는 데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림으로써 사

람들이 확산탄 문제를 ldquo내 문제rdquo로 인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

한 분위기가 형성되었을 때 해당 국가 내에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단체들이 이 문제를 공공의제로 만들어 냈고 이후 여론을 등에 업고

금융기관을 압박해 실제 투자철회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한국에서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진행된 캠페인은 아직 구체적인 성

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하지만 캠페인이 시작단계에 있으며 해외 사

례와 같이 대중적 영향력이 큰 매체가 이 문제를 다루는 등의 이슈 확

산의 계기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아직은 캠페인의 성과를 이야

기할 시점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또 대부분의 국가들이 확산탄금

지협약에 서명middot비준한 유럽의 경우와는 다르게 한국은 안보상의 이

유로 확산탄의 생산 배치를 고집하고 있으며 평화 무기 이슈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도도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 역시 감안해야 할 것이다

무기제로는 올해 12월 발표 예정인 ldquo확산탄 세계투자rdquo 보고서의

번역 발표 등 지속적 캠페인을 통해 국민연금의 확산탄 투자문제를

꾸준히 제기할 계획이며 적절한 타이밍에 대중적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내는 데 주력해 한화middot풍산에 대한 투자철회

및 확산탄에 대한 낙인화 등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참고httpstopclustermunitionsorghttpwwwstopexplosiveinvestmentsorghttpwzeroorg

60 61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기획연재-가람이의 좌충우돌 세상읽기

ldquo그건 저의 삶입니다rdquo

나름 | 전쟁없는세상 친구 + 스웨덴에서 공부하는 중

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ldquo대답하세요rdquo 아슬아슬하게 진행되던 그들의 대화 긴장이 최고

조에 이른다 대화가 중단되고 한 사람이 자리를 뜬다 그 사이 추궁

을 받던 이는 주위를 둘러본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고 어느 구석

자리에 멈춘다 시선이 고정된다 바로 자신에 관한 기사와 사진들을

발견한 것 벽에 빼곡히 붙어 있는 모습이 마치 수사 상황 같다 소리

를 쳤던 이가 돌아오고 그가 묻는다 ldquo이게 뭐죠rdquo ldquo그건 저의 일이

예요rdquo 추궁을 받던 이의 나직한 목소리 ldquo그건 저의 삶입니다rdquo 덴

마크 드라마 lt보운 (발음이 틀릴 수 있음)gt의 한 대목 덴마크 최초의

여성 총리를 그리고 있는 이 드라마는 첫 방영이 있고 1년 뒤 실제 여

성 총리가 등장하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문제의 대목은 이전 정부

에서 총리를 맡았던 여성이 선거를 앞두고 새로운 정당을 만들면서

시작된다 경제 정책을 담당할 인물을 영입했는데 옛소련의 간첩이었

62 63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대표의 측근이 검증을 하게 된다 이 측근은

소련 좌익 정당에서 일하다 자살한 여성에 대해 캐묻고 그 사람은 결

국 그 여성과의 관계를 비롯해 아픈 과거를 이야기하게 된다 이 장면

은 누군가의 삶에 대해 타인이 얼마나 쉽게 얘기하고 재단할 수 있는

지에 관해 생각하게 만든다 타인이 쉽게 말할 수 있는 그 무엇이 누

군가에게는 삶이요 상처다

누군가에게는

그렇다 타인에게는 그저 지시대로 하면 되는 일이 자신에게는 치

명적인 삶의 문제일 수 있다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 갈등의 연속이

다 최근 이 정도 수준은 아니지만 좀 복잡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주

제 넘게도 어떤 글을 외국어로 쓰고 있는데 유럽 학자와 미국 학자

사이에 끼어 고민이 된다 두 사람이 거의 정반대의 입장에서 글쓰기

에 관여하고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해 한 사람은 이쪽으로 가라고 하

는데 또 한 사람은 저쪽으로 가라고 한다 아직은 경력을 막 쌓기 시

작한 힘없는 나로서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다 두 사람 모

두 좋으신 분들이고 또 내게 중요한 역할을 할 분들이다 그런데 모

두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누구 장단에 맞춰야 할지 난감하

다 다른 점이 있다면 한 사람은 나의 가능성만을 보고 변함없는 신뢰

와 지지를 보여주었지만 또 한 사람은 그 정도는 아니라는 느낌 문

제는 나를 석연치 않게() 보는 듯한 이가 내 경력에서는 훨씬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나를 믿어주는 이의 방향에 맞

추기로 결정했는데 아무튼 쉽지 않은 문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깊이 고민하게 된 다른 문제가 있는데 바로

lsquo누구를 대상으로 이야기하는가rsquo에 관한 부분이다 어쩌다가 바다

건너에서 계속 있다 보니 나는 이쪽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야기를 해

오고 있다 이 사람들의 언어(주로 영어)로 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

는 이야기를 이 사람들 상황에 맞게 말이다 그런데hellip 이게 정말 내

가 원하는 일인가 잘 모르겠다 지금 굉장히 긴 분량의 또 다른 글을

쓰고 있는데 원래는 내가 비교적 잘 알고 있는 한국과 관련된 사건에

대해 얘기하려 했다 이 사건과 특별한 인연이 있고 관심도 많기 때문

이다 그런데 관계자는 특정 사건보다는 lsquo보편적인rsquo lsquo이론적rsquo 이야

기에 초점을 맞춰달라고 요구한다 그래야 이쪽 지역에서 읽히기 때

문이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이게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인가 내

가 정말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들은 누구인가 나는 누구를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는가 쉽게 답할 수 없는 물음들 그래도 나는 안다

적어도 당장은 먹고 사는 문제와 관련이 있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는 걸 물론 이런 고민은 나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바다건너에서

든 아니든)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누구나 살아가면서 어떤 식으

로든 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ldquo네가 행복해져야만helliprdquo

64 65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그런데 lsquo바다건너rsquo라는 부분에 뭔가 있는 것 같다 (나만의 착각

일 수 있지만) 외국에서 지내는 게 다른 사람들에게는 좀 괜찮게 보일

수 있지 않을까 뭔가 좀 있어 보이는 부끄럽지만 고백하건대 나 역

시 그런 생각을 전혀 안 했던 것은 아니다 뭔가 세련()된 것 같은

좀 달라보이는 어떤 면에서 (탈)식민 문제와 관련이 있다 그런데 직

접 생활하는 것은 역시 다르다 물론 철저히 나의 입장에서 그렇다는

이야기다 예컨대 자연환경도 좋고 구경갈 곳도 많은데 여행이나 휴

가를 가지 않느냐는 물음을 받곤 한다 그런데 가고 싶어도 일단 돈

이 없다(있어도 최대한 아껴야 한다) 방학 기간에 여기 저기 여행다

니는 유학생이나 현지인들 이야기를 들으면 나는 신기하기도 하고 부

럽기도 하다 에둘러 말하면 이 세상에 아름답거나 그렇지 않은 것은

없다 아름답게 느끼거나 그렇지 않게 느끼는 특정 맥락의 내가 있는

것이다 lt연애시대gt에도 나오지 않던가 ldquo네가 행복해져야만 이 세

상도 행복해진단다rdquo 그래서 서로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다 처음에

얘기한 드라마 장면 누구에게는 일이고 누구에게는 삶이다 뭔가를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될 이유

[나름대로 스웨덴 소식]

성소수자 탈의실 설치 (스웨덴 영문뉴스 lt로컬gt 2013 4 26)

스톡홀름에 있는 한 고등학교가 자신을 남성-여성으로 정체화하

지 않은 학생들을 위해 별도의 탈의실을 짓기로 했다 보도에 따르면

스웨덴에서는 첫 사례라고 한다 이 학교 학생위원회 관계자는 새로

운 탈의실은 사회의 젠더 규범에 불편해하는 학생들을 위한 것이라

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편 이 학교 선생님들은 수업 시간에 남성

(lsquo한rsquo)-여성(lsquo혼rsquo)을 넘어선 lsquo헨rsquo이라는 단어를 공식 사용하기도 하

고 학생들은 스톡홀름 성소수자 축제에 학생위원회 자격으로 참여한

첫 사례를 남기기도 했다

부유한 지역 적은 난민들 (스웨덴 국영 라디오 국제 2013 7

1)

스웨덴에서 예산이 많은 지역일수록 난민을 받는 데 소극적인 것으

로 나타났다 어느 일간지에 따르면 전국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 20

군데가 같은 수의 가장 부유한 지역들보다 5배 많은 난민을 받아들인

다고 한다 여기에 해당되는 부유한 지역들은 모두 현 정부의 보수 성

향 정당이 이끌어 가고 있다 이는 지난 5년 동안 스웨덴의 290개 지

역 단위를 비교한 결과다 관계자에 따르면 스웨덴 북쪽 지역으로 갈

수록 인구 부족 문제로 난민들이 환영을 받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66 67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효웅 | 병역거부자

일베한테 일베식으로 맞짱뜨기

일베충 종북게이다 좌빨 종북게이다

나님 네 다음 일베충

일베충 네 다음 종북게이

나님 나님이 종북게이라는 lsquo근거rsquo가 있음 주장하는 사람이 근거

를 제시해야 한다는 lsquo입증책임의 원칙rsquo도 모름 이 논리 종범아

일베충 요시 그럼 넌 내가 일베충이라는 근거는 있盧

나님 너한테 한 말 아니라 걍 혼잣말 한건데 내 발화의 지시대상

이 너라는 근거는 있盧

일베충 나한테 한 얘기잖아 이 종북게이야

나님 ㅇㅇ 인정 니 생긴 게 일베충같아서 일베충이라고 한 거임

얼굴에 써 있음

일베충 소설쓰지마라 ㅋㅋ 팩트 모르盧 내가 일베충이라는 팩트

를 대라 팩트를

나님 요시 니가 일베충이라는 lsquo최선의 설명으로서의 추론rsquo이라는

가설을 세워서 추론한 거임 나한테 종북게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lsquo현

상rsquo을 설명하기 위해서 너가 일베충이라는 lsquo가설rsquo을 세워 봤는데

ldquo니가 바로 일베충rdquo이기 때문에 ldquo따라서 나한테 종북게이라는 딱지

를 붙이는 것이다rdquo라는 현상이 아주 훌륭하게 설명력을 지닌 가설추

론이 되는 거임 원래 가설은 아무렇게나 세우는게 lsquo가설rsquo임 가설은

반증 가능성이 있는 게 당연하다고 포퍼가 그랬음 가설을 통해서 과

학과 범죄수사가 발전했음 만일 니가 일베충이 아니라면 너가 경쟁

가설을 주장하던가 내 추론에 문제가 있음을 제시하면 됨 왜 일베충

이라고 해서 찔림 도둑이 제 발 저림 일베충도 일베충이라는 말 듣

기가 부끄러움 너 포퍼가 누군지는 암

68 69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일베충 일베한다고 해서 다 무슨 사이코패스에 고인드립치는 패륜

아 인 줄 아냐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범하지 마라

나님 ㅋㅋㅋ요시 사이코패스에 패륜아라는 건 lsquo니가 한 말rsquo이고

lsquo니 생각rsquo임 내가 언제 너보고 사이코패스에 패륜아라고 했음 난

그냥 너가 일베한다는 lsquo사실rsquo을 진술문으로 말했을 뿐임 아 몰랐

네 너 사이코패스에 패륜아임

일베충 (ㅇㅂㅇ) 지금 일베충이라고 비하하는 거임 일베충이라는

말 자체에 비하가 있다

나님 자기들도 일베충이라고 자조적으로 비하하면서helliphellip

일베충 인권 좋아하는 감성팔이 인권쟁이들이 왜 우리의 인권은

도외시하는 거냐 북한 인권 군인 인권 일베충 인권

나님 일베충이 사람임 사람이 아니므니다

일베충 일베충도 사람이다 왜 사람이 아니냐

나님 lsquo일베충rsquo이라는 말은 일베를 하는 벌레라는 내포를 갖고 있

음 따라서 ldquo일베충은 벌레이다rdquo는 진리값이 항상 참인 분석명제이자

항진명제임 이 무식한 일베충아 그런데 ldquo일베충은 사람이다rdquo라고

한다면 그건 앞의 주어인 lsquo일베충rsquo에 이미 내포되어 있는 벌레라는

걸 부정하는 모순이 되는거임 이건 마치 ldquo삼각형은 동그라미이다rdquo

ldquo여성은 인간이 아니다rdquo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모순율에 어긋나

는 것임

일베충 (ㅇㅂㅇ) 인권 좋아하는 인권쟁이들이 우리들한테 인권이

없다니 역시 좌빨들은 이중성 쩌네 ㅋㅋㅋ모순 쩐다 위선자들 ㅋㅋ

ㅋㅋㅋ

나님 일베충이 그런 내포를 갖게 된 것은 공론장에서의 니들 행패

를 보고 내포가 그렇게 정해진 거임 억울하면 다시 태어나셈 근데

니가 인권이 뭔지는 아냐 어디 그래 lsquo인권rsquo의 정의가 뭐라고 생각

일베충 (ㅇㅂㅇ) 그건사전에 나와있다 ldquo사람이라면 누구나 누려

야할 권리rdquohelliphellip

나님 그런데 너님들은 왜 lsquo여성rsquo lsquo전라도rsquo 이런 사람들의 인권을

부정하고 비하하는 거임

일베충 일베라고 다 패륜아냐 성급한 일반화 모르盧 논리적 근

거를 대라

70 71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나님 아~그럼 여름 중에도 시원한 날이 며칠 있으니까 여름은 안

더운 거겠네 ㅋㅋㅋ 일베충 논리 보소 ㅋㅋㅋㅋ 너 말대로 일베의

lsquo모든rsquo회원이 그런 건 아닐 수도 있음 그러나 대다수가 그런 lsquo성

향rsquo을 갖고 있다면 성급한 일반화가 아니라 강한 통계적 귀납논증이

되는 거임 실지로 얼마 전 일베 게시물들의 키워드를 분석한 프로그

램 통계에 의하면 일베 사이트의 핵심 키워드들은 사회의 대다수 사

람들의 통념과 반대되는 게 맞는데 이 연가시야 사례가 많을수록

귀납논증은 강화되는 거고 너가 일반화라면 그렇지 않은 일베 회원

들이 더 많음을 니가 귀납적으로 논증을 해야 논파가 되는 거임 따라

서 ldquo일베충들은 대부분 사회적 낙오자에 학교에선 아싸고 생긴 건

베트남 쌀국수에 집에서 진격의 거인이나 보면서 연애 한 번 못해

보는 싸이코패스인데 사회적 약자들에 화풀이한다rdquo는 건 굉장히 강

한 귀납논증이 성립되는 거임 (ㅋㅋㅋ)

일베충 우리가 사회적 낙오자에 약자들에게 분풀이 한다는 팩트를

대라 팩트의 일베다 우리는 사실만을 얘기한다

나님 니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lsquo팩트rsquo에 대해서 너님들은 얼마나

알고 있음 너님 혹시 lsquo팩트rsquo가 뭔지는 암 사실과 사건 사태의 차

이점이 뭐임

일베충 0a 0

나님 ldquo쟤 성형수술했대rdquo ldquo너 전과자라며rdquo ldquo나 저번 시험에서

백점 맞았다~^^rdquo ldquo우리 집 50평이다 ^^rdquo ldquo우리 아들이 이번에 반

에서 1등했대요 호호호rdquo 이 문장들은 전부다 lsquo사실rsquo을 얘기하고 있

지만 이건 사실을 얘기하는 lsquo진술문rsquo이 아니라 비하하거나 잘난척

하는 lsquo행위rsquo를 하고 있는 lsquo수행문rsquo임 따라서 너님들이 이야기하고

있는 lsquo사실rsquo은 사실 해석과 반응 맥락에 따라서 굉장히 유동적인

것임 이처럼 사실인 척 위장하고 있는 문장들은 lsquo기술주의적 오류

(destriptive fallcy)rsquo임 또한 사실은 lsquo사물rsquo이 아니라 사물들의 연관

이라고 비트겐슈타인이 말한 것처럼 사실은 사실을 인식하고 말하는

사람의 주관에 달려있는 거임

일베충 전라도가 폭도였고 한국여자들이 성형하고 명품 밝히는 건

팩트다 이 멍청한 좌좀아 홍어들은 한반도를 떠나야하고 여자들은

삼일한(삼일에 한번씩 패야한다는 일베 용어)이라는 거다

나님 한국여성들의 명품 구매비율이나 성형비율이 높다는 lsquo사

실rsquo과 여성들을 패야한다는 lsquo당위rsquo가 어떤 관련이 있음 사실에서

어떻게 당위를 도출함 ldquo저 사람은 흑인이다rdquo라는 사실에서 ldquo따라

서 저 사람을 인종차별해야 한다rdquo라는 당위가 도출됨 ldquo너는 여자

다rdquo라는 사실로부터 ldquo따라서 너는 정숙해야한다rdquo라는 당위 도출되

지 않는 것처럼 이것 역시 철학자 GE 무어가 말한 lsquo자연주의적 오

류rsquo임 그러나 ldquo쟤 일베한다 따라서 박멸해야 한다rdquo는 만고산천에

72 73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불변하는 진리 이데아임 어디까지나 이런 논리나 철학은 사람한테

만 적용되므니다 이 살인 진드기야

일베충 (ㅇㅂㅇ) 광주사태가 홍어들 폭도였다는 거 역시 lsquo팩트rsquo

를 말한 거다 총들고 사람 죽이고 그게 잘한 거냐 이 씹선비야

나님 광주사태가 lsquo민주화운동rsquo이였다는건 공론장에서 의사소통적

논변에 근거한 합의를 통해 그 내포에 대한 일의적(一意的) 의미가 정

해진 사안임 너 혼자 민주화라는 용어를 lsquo홍어들의 폭동rsquo으로 재정

의하는 것은 이미 어느정도 사회적으로 통용된 내포를 너 혼자 바꿔

쓰는 lsquo은밀한 재정의의 오류rsquo이면서 동시에 lsquo자의적middot설득적 정의rsquo

인 거임 ldquo동성애자는 항문섹스만을 즐겨하는 에이즈 보균자이며 하

나님 앞에 죄인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rdquo라는 말이 동성애자에 대한

합의된 정의임 자기 혼자 쓰는 정의지 그리고 너희가 비하하는 전

라도 사람들은 전부다 폭도라던가 한국여자들은 명품에 성형에 환장

했다거나 하는 설명이 과학적이거나 팩트에 가까움 오히려 감정적

인 편견에 지나지 않는거 아님 통계 자료는 있음 논거 부재의 오

류 인신공격의 오류 은밀한 재정의의 오류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온갖 오류들의 향연임 이 애미 애비가 교육을 잘못시켜서 그 따위로

된 가정 교육 못 받은 일베충아

일베충 (ㅇㅂㅇ) 아아아아아우오오 씹선비 김치녀 홍어 홍어

나님 반사 ^^

일베충 (ㅇㅂㅇ) 우워워워좌좀 종북 좌빨 슨상님

나님 굴절 ^^

일베충 크어어어억 오유충 삼일한 김치녀 종특

나님 라고 말하는 놈 친일파 ^^

일베충 쩔뚜기 운지 하라보지 종북게이

나님 라고 말하는 놈 평생 쏠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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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문정 여옥 여은 여지우 염창근 오리 오성민오정록 오하린 오학준 우경환 우공

우완 우성섭 우지연 위양자 유은정 유현미 윤민순 윤정하 윤정화 윤지환 윤혜정

은국 은종복 은혜와평화교회 이갑수 이기영 이덕현 이비함 이상길 이선아

이선영 이선옥 이세현 이승규 이연희 이영롱 이용석 이재환 이준규 이준호 이현우

이희진 임재성 임태훈 장대환 장미희 장샤론 장정혜 장현진 전기화 전길수 전범준

전영욱 정상민 정우진 정인철 정주열 정출균 정혁 정현채 정혜윤 조명래 조은 조익진

조정의민 주관수 지은 진진 진현호 진흙 차명수 참새 채승우 최민아 최성진 타랑

편설란 하동기 하승우 한광주 한주훈 햄 홍수봉 홍수영 홍이 홍창욱 황명규 황예랑

2013년 5월1일 ~ 7월 31일

Page 24: 전쟁없는세상 소식지 38호(2013년 8월)

42 43리뷰-서평

리뷰-서평

양똘 | 출판노동자 + 전쟁없는세상 후원회원

lsquo실패rsquo를 함께 읽는 일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제목이다

나는 아나키스트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lsquo고백rsquo에 대해서는 좀 안다 제목에서

부터 알아챘어야 했는데 별 생각 없이

펼친 게 잘못이다 어떤 고백은 후회와

맞닿아 있다 하는 사람도 그렇지만 듣

는 사람에게도 그렇다 듣고 나서 후회

하는 고백들 듣지 말았어야 했는지도

모르는 이 책이 나한테 그랬다 아나키

스트에 대해 알기도 전에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부터 들어버렸고

나는 이제 아나키즘이라는 말을 들으면 반사적으로 이 고백이 생각날

것이다 고백은 처참했다 대단히 비극적인 드라마로서가 아니라 무

엇보다 비어 있어서 처참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나키즘에 대한 바

탕 지식이 있었다면 어려운 책들을 좀 읽어두었더라면 이 이야기가

다르게 읽혔을까 읽으면서 울 수도 있었을까 모르겠다 하지만 아

나키즘이라는 거대한 이념에 대해 알기 전에 어느 아나키스트 한 명

의 삶을 먼저 안다는 것 그 삶을 그럴듯한 평전이 아니라 허울 없는

자전적 만화로 lsquo고백 받는rsquo다는 것은 꽤 멋진 일이다 내가 만화 장

르에서 얻고자 하는 것은 주로 그런 부분이다 장황한 말들 삶을 포

장하려는 언어적인 관습들이 어느 정도 걷어내진 자리에 들어차는 것

은 침묵이다 침묵에서 고요한 진실을 읽어내는 것이 독자의 몫이고

이 만화도 역시나 그렇다 하는 얘기보다 안 하는 얘기가 훨씬 많다

서두가 왜 이렇게 주절주절 긴가 하면 이 책에 대해 서평이라고 쓸

만한 게 사실 별로 없기 때문이다 나도 고백을 좀 하고 가자면 독자

가 읽고 싶게 만들 만한 감상을 쓸 자신이 없다 하지만 느낀 것은 좀

있다 그 느낀 것이 너무 처량 맞은데 그게 또 lsquo진실rsquo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어 아이구 어떻게 되겠지 하고 시작한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안토니오 작가인 안토니오의 아들이 아버지의

수기를 보고 재구성한 형식인데 1인칭 시점을 택해 안토니오의 목소

리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그러니까 이것은 안토니오의 고백이면서

동시에 그의 고백이 아니기도 하다 안토니오 자신이었다면 이러한

자기 삶을 출판의 형태로 대중들에게 보일 수 없었을 거라고 짐작해

본다 자기 존재를 증명하려는 노력이 도리어 자기 존재를 부정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그는 아나키스트였지만 아나키스트의 고

44 45리뷰-서평

백은 그가 아나키스트가 아니었다고 말하고 있다 또는 아나키스트

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또는 모든 인간이 아나키스트라고

실제 그의 진심은 잘 모르겠다 이야기에서 lsquo나rsquo라고 하는 인물은

lsquo나rsquo가 아닌 것 같았기 때문에 그에게 물어볼 수도 없었다 이야기

내내 lsquo나rsquo가 lsquo나rsquo와 거리를 두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이것은 애초

설정 아들이 아버지 얘기를 대신 하고 있다는 전제를 잊어버리고 몰

입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진실로 lsquo나rsquo가 하는 얘기를 듣고 싶었다

그걸 기대하며 계속 읽어 나갔다

그렇다고 작가가 잘못했다는 것은 아니다 작가는 아버지를 lsquo나rsquo로

삼아 이 이야기를 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아버지는 요양시설에 갇

혀 있다가 자살을 했다 한번은 아들에게 죽여달라고 말한 적도 있다

아버지가 스스로 4층에서 뛰어내린 뒤에 아들은 아버지를 살려내야

만 했다 아버지의 구십 평생을 재구성한 이야기로 아버지가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아들로서 그렇게 해야 했을 것이다

아나키즘에 대해 몰라도 그것이 국가의 강제력을 원천부정 하는

것이고 막 혁명혁명 하는 것이고 짱돌을 들고 돌격하는 것이고 하

여튼 뭐 되게 센 거 라는 인상은 있었다 그런데 안토니오의 성격이

나 실제 삶은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땅을 늘리고 지켜내는 일

에만 관심이 있으며 폭력적이기까지 한 아버지와 형제들 사이에서 억

눌려 자랐다 지금 처한 곳이 지긋지긋하고 바보 같고 떠나고 싶었지

만 그래서 용감하게 시도도 했지만 실패했다 실패는 실패로 끝나지

않고 더 큰 것을 앗아갔다 유일한 친구의 죽음이 그것이었다 이러한

패턴의 실패는 그의 인생 전체에서 반복된다 혁명에 가담하고 lsquo납탄

동맹rsquo이라고 이름 붙인 동지들을 만나지만 혁명의 길은 실재하는 것

이기는 한지 아스라이 멀 뿐이고 가까이 잡히는 것은 오로지 동지의

죽음뿐이다 ldquo내 나이는 스물아홉이었다 청춘은 다 지났고 패배하

고 말았다는 자괴감이 들었다 당연하겠지만rdquo 스페인 피난민 행

렬에 끼어 프랑스의 생-시프리앵 해변으로 가면서 안토니오가 하는

생각이다 이때만 해도 나는 잠깐 힘을 냈다 이제 뭔가 반전이 펼쳐

지겠지 원래 해가 뜨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고들 하잖아 나 또한 지

금 스물아홉이고 청춘이 다 지났다는 그게 무엇인지 미처 먹어보지

도 못했다는 자각에 시달리고 있는 중이다 패배로 말할 것 같으면

그냥 맨날 하는 중이다 노동조합 활동이 그렇고 사람들과의 관계

일상생활 자아실현 거의 모든 면에서 그렇다 그래서 난 더더욱 저

구절에 희망을 걸었다 이제 진짜 아나키스트의 삶이 펼쳐지지 않겠

는가 그래야 이야기가 되지 않겠어

이 책은 자기계발서가 아니다 그 뒤로 펼쳐진 것은 전하고 비슷하

면서 동시에 전보다 더했다 갇혀 있다가 도망치고 다시 다른 곳에

갇히고 도망치고 그러는 사이사이 좋은 사람을 만나고 잃고 잃고

하는 식이었다 아 안토니오의 삶을 이렇게 간추려버리는 것이 정말

미안하다 근데 사실이 그렇다

해변에서 난민처럼 살다가 도망쳐 어느 농장에 강제로 보내진 안토

니오는 그 마을에서 자기 나이의 반도 안 되는 망아지 같은 여자애와

배가 맞아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안토니오는 이 시절이야말로 자기

46 47리뷰-서평

인생에서 가장 즐거웠던 시절이라고 단언한다 무려 lsquo행복rsquo이라는

낱말까지 써가면서 혁명의 이상과 가장 먼 곳에서 가장 행복했다는

것이 아니 그때만 유일하게 행복했다는 것이 뼈아프다 아마 그게 진

실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중반을 넘어가면서부터 lsquo추락rsquo은 본격화된다 그가 lsquo납

탄 동맹rsquo의 든든한 동지를 따라 lsquo사업rsquo에 발을 들이게 되기 때문이

다 돈이 엮이면 어떻게 흐르게 되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너무

지겹게 잘 알고 있다 그런 걸 이 만화에서까지 보고 싶지 않았는데

어쨌든 뛰어넘을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작가는 성실히 쓰고 있다

ldquo살아남으려면 체제에 맹목적으로 순응해야만 했다 단순히 지난

날의 이상을 버리면 되는 게 아니라 열렬한 신봉자가 되어야만 한다

는 것이다rdquo 세상을 뒤집어엎겠다는 큰 꿈만 버리고 lsquo보통rsquo으로 살

아가는 것은 가능하지 않았다 변절한 옛 동지들한테 뭐라고 할 것도

없이 안토니오는 속수무책으로 타락해간다 권력의 뒤통수를 치면서

자기가 권력을 꿰차고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를 두고 다른 욕망을 탐

하고 그러다 결국 자기도 뒤통수를 맞고 거지 신세가 된다 전복이니

혁명이니 하는 것은 꿈에서조차 등장하지 않고 lsquo속박rsquo을 견디지 못

하는 습성만 그놈의 lsquo아나키스트적인rsquo 것으로 남아서 그와 주변을 괴

롭힐 뿐이다

아 책이 채 반에 반도 남지 않았는데 안토니오는 예순 살이 되어

있었다 lsquo왕년에 혁명깨나 했지만 지금은 추한 빈털터리가 되어 아내

와도 끝내고 요양시설에 굴러들어온rsquo 예순 살이다 lsquo보통rsquo보다 못한

예순 살 나는 짜증이 나서 울고 싶었고 그만 읽을 뻔했다 하지만 끝

까지 읽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의 인생에서 마지막이자 유일한

lsquo승리rsquo는 그 뒤에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 승리가 자기 가슴에 붙어

실제로 내장을 갉아먹는 두더지를 떼어내버린 뒤에 스스로 스스로

의 죽음을 실행하는 것뿐이었다고 해도 그 과정을 꼭 지켜봐주었어

야 했다 왜냐하면 남 얘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오래전에 스페인

에서 살았다는 안토니오가 아무것도 개인을 억누르지 않는 자유로운

세상을 꿈꿨던 안토니오라는 사람이 대단하거나 멀게 느껴지지 않는

다 오히려 내가 내일도 마주치게 될 익숙한 사람들 중에 그 지친 얼

굴 하나하나에 안토니오가 보일 것 같다

제목에 속았다고 느꼈다 그런데 다 읽고 보니 작가는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 오히려 시작부터 진실을 말했다

ldquo그리고 또한 그분의 추락이 몇 초밖에 걸리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90년이라는 긴 시간이었다는 사실도 말이

다rdquo

이것은 lsquo추락rsquo에 관한 이야기라고 작가는 이미 알려주고 시작한

것이다 이것은 끝도 없는 추락의 이야기 이상을 가진 인간으로 태

어나서 실패하고 죽어간 이야기다 다시 말하지만 이 실패는 우리

모두가 나눠 먹고 있는 그 실패다 여기서 우리란 물론 우리 편을 말

한다 안토니오의 실패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 자기 가슴을

48 49기획연재-게임과 평화

뜯어먹는 두더지를 꿈에도 본 일이 없는 사람들 이 책이 음란하다고

lsquo청소년 유해매체rsquo 딱지를 붙인 사람들까지 말하는 것은 아니다 적

어도 lsquo우리rsquo는 안토니오라는 아나키스트의 아니 한 인간의 실패담

을 처음부터 끝까지 묵묵히 읽어갈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에도 불구하고 진짜 안토니오의 진짜 진실은

언제까지나 미지수로 남는다 그렇게 남겨야 한다 아무도 모르고 몰

라야만 하는 진실을 하나씩 가지고 있는 것이야말로 그가 그토록 되

고자 열망했던 lsquo개인rsquo일 것이기 때문이다 지우 | 전쟁없는세상 운영위원

게임을 통해 평화를 만드는 게 과연 가능할까 이 물음에 대한 답

을 대신하여 한 가지 게임을 소개하고자 한다

lsquo세계평화게임(World Peace Game)rsquo은 미국의 공립 초등학교 교

사 존 헌터(John Hunter)가 만든 대화형 게임이다 헌터는 1978년에

이 게임의 원형을 처음 만들었고 지금까지 세계를 돌아다니며 게임을

주최하고 있다 그의 활동은 lsquo세계평화와 4학년의 업적(World Peace

and Other 4th-Grade Achievements)rsquo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헌터는 2012년에 타임지가 선정한 교육

운동가 12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세계평화게임은 가로middot세로middot높이 4피트 크기의 4층짜리 아크릴

기획연재-게임과 평화

세계평화게임

50 51기획연재-게임과 평화

구조에서 진행되며 각 층은 바깥 우주와 대기 지표 해저를 상징한

다 거기에 경제력과 군사력이 서로 다른 4개 국가의 영토와 영공

육middot해middot공군 인공위성 잠수함 해저광산 등이 있다 (아무래도 이

아저씨가 숫자 4를 좋아하는 모양이다) 40여 명의 학생이 각국의 수

상 국무장관 국방장관 재무장관 감사원장 등을 맡아 내각을 구성

하고 역할 중에는 유엔이나 세계은행 무기상도 있다

게임의 목표는 이 가상세계에서 일어나는 민족 갈등 화학물질 누

출 핵 확산 물 분쟁 분리middot독립 운동 기근 동물의 멸종 지구온난

화와 같은 위기상황을 함께 해결하고 각국의 경제수준을 높이는 것

이다 학생들은 게임을 통해 권력과 파괴 전쟁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이해하고 장기적 계획과 전략을 세우는 법을 배운다

대화형(interactive) 게임이기에 엄밀하게 짜인 문서화된 규칙은 없

다 게임을 주도하는 것은 학생들이며 교사는 지켜보면서 상황을 정

세계평화게임을 하는 사람들

리하고 촉진하는 역할만 한다 헌터는 처음 교편을 잡았을 때 교사가

수업을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코 그래서는

안 된다는 믿음이 생겼다고 한다 그는 학생들의 집단지성이 자신보

다 훨씬 더 훌륭하다고 인정한다 헌터는 게임에서 실제로 일어난 몇

가지 흥미로운 사례를 소개한다

사례 1

한 학생이 가장 가난한 나라의 국방장관을 맡고 있었다 그 나라의

이웃에는 돈도 많고 기름도 풍부한 나라가 있었다 그런데 그 학생이

갑자기 수상의 명령도 어기고 인접국의 유전지역을 공격했다 학생은

그곳을 포위해 총 한 발 쏘지 않고 지역을 확보했다 인접국은 연료공

급이 차단되어 어떠한 군사행동도 취할 수 없었다 다른 아이들은 화

를 냈다

며칠 뒤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인접한 강대국이 전 세계를 점령

하기 위해 무력도발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학생은 사태의 추

이를 누구보다 먼저 파악하고 대규모 전쟁을 피하기 위해 소규모 전

쟁을 감행하는 냉철한 판단을 내렸던 것이다 학생들은 게임을 멈추

고 그의 판단이 옳았는지 조건에 따라 옳고 그름을 따져보는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사례 2

플라스틱 말로 표시되는 병사들이 전쟁에서 사망하면 군사령관이

52 53기획연재-게임과 평화

병사들의 가상의 부모에게 편지를 쓰는 시간을 가진다 한 번은 학생

의 제안으로 수업을 참관하던 학부모가 직접 편지를 읽게 되었다 편

지의 세 번째 줄을 읽으면서 학부모는 울음을 터뜨렸다 전투에서 병

사를 잃었다면 전쟁에서 승리해도 기쁘지 않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게

되었다 어떤 의미에서 모두가 전쟁에서 졌다는 사실을 말이다

사례 3

방과 후에 틈틈이 7주 동안 진행된 게임에서 세계은행의 재정정책

때문에 한 나라가 시작할 때보다 더 가난해졌다 (게임의 목표는 위기

상황을 해결하고 각국의 경제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게임을 마칠 시

간이 1분도 채 안 남았고 교실은 혼란에 빠졌다 소리를 지르거나 삿

대질을 하는 학생도 있었고 서류 뭉치를 흔들거나 교실을 뛰어다니

는 학생도 있었다

그때 한 학생이 종을 울리며 이렇게 말했다 ldquo세계은행이 모든 자

금을 끌어 모아서 모든 나라가 가난해졌습니다 지금 세계은행에는

6000억 달러가 있습니다 이 돈을 가난한 나라에 기부하려고 합니다

만약 그 나라가 이걸 수용하면 국가의 자산가치가 올라가고 그럼 우

리는 게임을 이기게 됩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rdquo 시간이 3초 정도

남았을 때였다 모두 그 나라의 수상만 바라보고 있었다 ldquo네rdquo 게임

은 이긴 것으로 끝났다

게임은 교과서와 다르다 게임에서 학습자는 lsquo평화란 무엇인가rsquo

라든지 lsquo평화를 어떻게 만드는가rsquo와 같이 주어진 문제에 대한 주어진

답을 저축하듯이 암기하지 않는다 문제를 만드는 것도 그에 대한 답

을 구성하는 것도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 자신과 동료들이다 이는 게

임의 본질이 바로 lsquo참여적 재현rsquo이라는 형식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

고 게임의 lsquo재미rsquo라는 요소가 이러한 참여를 유도한다 여기서 우리

는 맨 앞의 질문에 대한 모종의 답을 상상할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헌터의 말을 인용하며 글을 마친다

ldquo매 게임이 다릅니다 어떤 게임에서는 사회문제가 중요하고 어

떤 게임에서는 경제문제가 중요합니다 어떤 게임에서는 전쟁문제가

대두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부정하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그

게 인류의 현실이니까요 hellip 학생들은 무엇이 옳은 길인지 자기들만

의 방법으로 스스로 찾아냅니다 게임을 통해 저도 많은 것을 배웠습

니다 만약 학생들이 이 게임을 통해 비판적이고 창조적인 사고방식

을 배우고 세상을 이롭게 할 동력을 얻게 된다면 우리 모두를 구원할

지도 모릅니다 게임을 통해 배울 수만 있다면 말이죠rdquo

lsquo세계평화게임rsquo과 이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lsquo세계평화와 4학년의 업적rsquo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는 공식 페이지(httptheworldpeacegamecom)에서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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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무기제로는 2013년 상반기 동안 13개 단체와 연대하여 국민연금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 캠페인은 확산탄과 같은 비

인도무기에 대한 금융기관의 투자가 중단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

으며 세부적으로는 ldquo1) 국민연금이 확산탄 생산기업인 한화 풍산에

투자를 철회한다rdquo ldquo2) 국민연금이 비인도무기 생산기업에 대한 투

자배재를 천명하는 윤리투자원칙을 제정한다rdquo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

왜 투자철회 캠페인인가 왜 국민연금인가

확산탄 캠페인에 있어 대상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확산탄의 수요자사용자인 국가이며 다른 한 축은 확산탄을 생산하는

박승호 | 무기제로 코디네이터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 경험 공유

기업들이다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캠페인의 요구가 확산탄을 전면적

으로 금지시키고 확산탄 오염지역을 정화하고 피해생존자들을 지원

하라는 것 등이 주를 이룬다면 기업을 대상으로 한 요구는 확산탄의

생산middot수출을 중단하라는 것이다

현재 한국 정부는 확산탄을 북한의 장사정포에 대응할 수 있는 핵

심전력으로 여기고 있으며 국제적인 확산탄 불법화 추세에도 불구하

고 확산탄을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무기제로는 국가를 대상으로 협약 가입을 촉구하는 캠페인보

다는 확산탄을 생산하는 기업이나 확산탄 생산을 지원하는 금융기관

에 대한 문제제기를 통해 확산탄에 대한 대중적 낙인화 효과를 불러

일으키는 것이 확산탄 금지운동에 더 효과적일 것이라 판단했다 하

지만 확산탄 생산기업인 한화와 풍산을 대상으로 어떤 캠페인을 벌여

도 이윤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기업이 윤리적인 비난만으로 핵심 사업

을 정리할 것 같지는 않았다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압박보다 더 효

과적인 방식은 바로 돈줄에 위협을 가하는 것이고 이 점에서 투자

철회 캠페인은 상대적으로 더 승산이 있는 캠페인이라는 판단이 있

었다 국민연금이 각각 한화 주식의 734(201112) 풍산 주식의

926(20129)를 보유하고 있는 확산탄 생산기업의 최대투자자라는

점 또 공적자금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있는 기관이라는 점 대

부분의 사람들이 월 일정액의 국민연금보험료 납부하고 있다는 점에

서 국민연금의 확산탄 투자 문제를 lsquo내 문제rsquo로 인식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국민연금이 투자철회 캠페인의 대상으로 결정되었다

56 57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무기제로의 과거 캠페인 경험을 통해서 볼 때 확산탄이 어떤 무기

인지 왜 확산탄이 금지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대중적 인식은 사실상

전무했다 확산탄이라는 특정한 무기를 금지하자는 캠페인의 슬로건

이 대중의 관심을 얻기 힘든 주제였다는 점에서 우리는 국민 대다

수가 자의든 타의든 월 일정액을 적립하고 있는 lsquo국민연금rsquo을 통해

lsquo당신의 돈이 국제적으로 금지된 무차별 살상무기를 만드는 데 쓰이

고 있다rsquo는 메시지를 전달해 사람들의 관심과 확산탄의 비인도성에

대한 낙인화를 동시에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해외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 사례

이번에 무기제로가 국민연금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을 진행한 것

은 해외에서 이미 성공적으로 진행된 투자철회 캠페인을 모델로 해서

기획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래에서는 무기제로가 참고했던 대

표적인 성공 사례 두 가지를 살펴보려 한다

- 네덜란드 연금기금 투자철회 사례

2007년 3월에 네덜란드 시사프로그램인 젬블라(Zembla)는 네덜란

드 유수의 연금기금이 확산탄 지뢰 등 비인도무기를 만드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 등 네덜란드 연금기금의 비윤리적 투자 문제

를 다룬 lsquoCluster bomb feelingrsquo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방영한

다 당시 방송을 통해 연기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게 된 대중의 분

노가 표출되면서 연기금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이 압력을 느끼게 되었

다 이에 다큐 제작 과정에 관여했던 시민단체인 팍스 크리스티(IKV

Pax Christi)는 다큐 방영 이후 연금 기관들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캠

페인을 시작하게 된다 금융기관들의 가장 큰 두려움이 ldquo사회적 이미

지 실추rdquo라는 점을 활용한 것인데 2011년 유럽 투자자들을 대상으

로 한 조사에서 거의 80의 투자자가 논란이 되는 무기에 대한 투자

가 명성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는 등 인식의

변화가 눈에 띄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2009년 팍스 크리스티는 페어핀(FairFin)과 공동으로 ldquo확산탄 세

계투자 공동의 책임rdquo 보고서를 발표했고 보고서 발표의 영향으로

연금 기금이나 금융기관들이 확산탄 생산기업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

는 사례가 발생한다 팍스 크리스티는 이뿐 아니라 정책 입안자들과

관계를 맺고 확산탄 투자 금지를 입법화하기에 나선다 2009년에 네

덜란드 의회가 확산탄 투자 금지 촉구 제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지

만 당시 과도 정부가 이를 거부했다 이후 확산탄금지협약 비준 등을

거치면서 상원에서 다시 한번 확산탄 투자 금지 제안이 상정되었고

2011년 말 정부가 이를 이행하기로 결정하면서 확산탄 투자 금지는

2013년 1월부터 효력을 발휘하게 되었다

주목할만한 점은 이 다큐가 방영되고 반향을 일으켰던 시점이 아직

확산탄금지협약이 체결되지 않은 시점이었다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경우는 다큐멘터리 방영으로 국민적 분노가 격화되면서 향후 확산탄

생산기업에 대한 연기금의 투자철회 결정뿐 아니라 네달란드가 확산

58 59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탄금지협약에 서명하는 등 확산탄을 전면적으로 금지시키는 데도 상

당한 영향을 미쳤다

- 영국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RBS) 투자 철회 사례

2011년 8월 앰네스티 영국지부가 팍스 크리스티 보고서를 바탕으

로 HSBC(홍콩middot상하이은행)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 등 주요 은행에

대한 투자 철회 캠페인(온라인 탄원)을 시작했다 캠페인 시작 1주일

만에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이 확산탄 투자를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밝

히게 된다 당시 이 은행은 앰네스티 회원들로부터 12000통의 이메

일을 받았으며 앰네스티가 진행하던 전국적인 광고 캠페인 등에 이

미지 손상을 두려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사례를 통해서 본 우리의 투자철회 캠페인

투자철회 캠페인은 기업들이 lsquo이미지rsquo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에

서 가능한 캠페인이다 위에서 다룬 두 사례는 각각 대중적인 영향력

을 가지고 있는 방송(네덜란드 시사프로그램 젬블라)과 시민단체(앰

네스티 영국지부)가 자국 금융기관(연금기금)이 국제적으로 큰 비난

을 받고 있는 비인도무기를 만드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으로 대중적인 단죄 또는 낙인화가 이루어지면서 자연스레

투자철회가 이어질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된 사례로 볼 수 있다 ldquo내

돈rdquo이 잔인한 무기를 만드는 데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림으로써 사

람들이 확산탄 문제를 ldquo내 문제rdquo로 인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

한 분위기가 형성되었을 때 해당 국가 내에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단체들이 이 문제를 공공의제로 만들어 냈고 이후 여론을 등에 업고

금융기관을 압박해 실제 투자철회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한국에서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진행된 캠페인은 아직 구체적인 성

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하지만 캠페인이 시작단계에 있으며 해외 사

례와 같이 대중적 영향력이 큰 매체가 이 문제를 다루는 등의 이슈 확

산의 계기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아직은 캠페인의 성과를 이야

기할 시점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또 대부분의 국가들이 확산탄금

지협약에 서명middot비준한 유럽의 경우와는 다르게 한국은 안보상의 이

유로 확산탄의 생산 배치를 고집하고 있으며 평화 무기 이슈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도도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 역시 감안해야 할 것이다

무기제로는 올해 12월 발표 예정인 ldquo확산탄 세계투자rdquo 보고서의

번역 발표 등 지속적 캠페인을 통해 국민연금의 확산탄 투자문제를

꾸준히 제기할 계획이며 적절한 타이밍에 대중적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내는 데 주력해 한화middot풍산에 대한 투자철회

및 확산탄에 대한 낙인화 등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참고httpstopclustermunitionsorghttpwwwstopexplosiveinvestmentsorghttpwzeroorg

60 61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기획연재-가람이의 좌충우돌 세상읽기

ldquo그건 저의 삶입니다rdquo

나름 | 전쟁없는세상 친구 + 스웨덴에서 공부하는 중

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ldquo대답하세요rdquo 아슬아슬하게 진행되던 그들의 대화 긴장이 최고

조에 이른다 대화가 중단되고 한 사람이 자리를 뜬다 그 사이 추궁

을 받던 이는 주위를 둘러본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고 어느 구석

자리에 멈춘다 시선이 고정된다 바로 자신에 관한 기사와 사진들을

발견한 것 벽에 빼곡히 붙어 있는 모습이 마치 수사 상황 같다 소리

를 쳤던 이가 돌아오고 그가 묻는다 ldquo이게 뭐죠rdquo ldquo그건 저의 일이

예요rdquo 추궁을 받던 이의 나직한 목소리 ldquo그건 저의 삶입니다rdquo 덴

마크 드라마 lt보운 (발음이 틀릴 수 있음)gt의 한 대목 덴마크 최초의

여성 총리를 그리고 있는 이 드라마는 첫 방영이 있고 1년 뒤 실제 여

성 총리가 등장하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문제의 대목은 이전 정부

에서 총리를 맡았던 여성이 선거를 앞두고 새로운 정당을 만들면서

시작된다 경제 정책을 담당할 인물을 영입했는데 옛소련의 간첩이었

62 63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대표의 측근이 검증을 하게 된다 이 측근은

소련 좌익 정당에서 일하다 자살한 여성에 대해 캐묻고 그 사람은 결

국 그 여성과의 관계를 비롯해 아픈 과거를 이야기하게 된다 이 장면

은 누군가의 삶에 대해 타인이 얼마나 쉽게 얘기하고 재단할 수 있는

지에 관해 생각하게 만든다 타인이 쉽게 말할 수 있는 그 무엇이 누

군가에게는 삶이요 상처다

누군가에게는

그렇다 타인에게는 그저 지시대로 하면 되는 일이 자신에게는 치

명적인 삶의 문제일 수 있다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 갈등의 연속이

다 최근 이 정도 수준은 아니지만 좀 복잡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주

제 넘게도 어떤 글을 외국어로 쓰고 있는데 유럽 학자와 미국 학자

사이에 끼어 고민이 된다 두 사람이 거의 정반대의 입장에서 글쓰기

에 관여하고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해 한 사람은 이쪽으로 가라고 하

는데 또 한 사람은 저쪽으로 가라고 한다 아직은 경력을 막 쌓기 시

작한 힘없는 나로서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다 두 사람 모

두 좋으신 분들이고 또 내게 중요한 역할을 할 분들이다 그런데 모

두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누구 장단에 맞춰야 할지 난감하

다 다른 점이 있다면 한 사람은 나의 가능성만을 보고 변함없는 신뢰

와 지지를 보여주었지만 또 한 사람은 그 정도는 아니라는 느낌 문

제는 나를 석연치 않게() 보는 듯한 이가 내 경력에서는 훨씬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나를 믿어주는 이의 방향에 맞

추기로 결정했는데 아무튼 쉽지 않은 문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깊이 고민하게 된 다른 문제가 있는데 바로

lsquo누구를 대상으로 이야기하는가rsquo에 관한 부분이다 어쩌다가 바다

건너에서 계속 있다 보니 나는 이쪽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야기를 해

오고 있다 이 사람들의 언어(주로 영어)로 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

는 이야기를 이 사람들 상황에 맞게 말이다 그런데hellip 이게 정말 내

가 원하는 일인가 잘 모르겠다 지금 굉장히 긴 분량의 또 다른 글을

쓰고 있는데 원래는 내가 비교적 잘 알고 있는 한국과 관련된 사건에

대해 얘기하려 했다 이 사건과 특별한 인연이 있고 관심도 많기 때문

이다 그런데 관계자는 특정 사건보다는 lsquo보편적인rsquo lsquo이론적rsquo 이야

기에 초점을 맞춰달라고 요구한다 그래야 이쪽 지역에서 읽히기 때

문이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이게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인가 내

가 정말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들은 누구인가 나는 누구를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는가 쉽게 답할 수 없는 물음들 그래도 나는 안다

적어도 당장은 먹고 사는 문제와 관련이 있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는 걸 물론 이런 고민은 나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바다건너에서

든 아니든)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누구나 살아가면서 어떤 식으

로든 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ldquo네가 행복해져야만helliprdquo

64 65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그런데 lsquo바다건너rsquo라는 부분에 뭔가 있는 것 같다 (나만의 착각

일 수 있지만) 외국에서 지내는 게 다른 사람들에게는 좀 괜찮게 보일

수 있지 않을까 뭔가 좀 있어 보이는 부끄럽지만 고백하건대 나 역

시 그런 생각을 전혀 안 했던 것은 아니다 뭔가 세련()된 것 같은

좀 달라보이는 어떤 면에서 (탈)식민 문제와 관련이 있다 그런데 직

접 생활하는 것은 역시 다르다 물론 철저히 나의 입장에서 그렇다는

이야기다 예컨대 자연환경도 좋고 구경갈 곳도 많은데 여행이나 휴

가를 가지 않느냐는 물음을 받곤 한다 그런데 가고 싶어도 일단 돈

이 없다(있어도 최대한 아껴야 한다) 방학 기간에 여기 저기 여행다

니는 유학생이나 현지인들 이야기를 들으면 나는 신기하기도 하고 부

럽기도 하다 에둘러 말하면 이 세상에 아름답거나 그렇지 않은 것은

없다 아름답게 느끼거나 그렇지 않게 느끼는 특정 맥락의 내가 있는

것이다 lt연애시대gt에도 나오지 않던가 ldquo네가 행복해져야만 이 세

상도 행복해진단다rdquo 그래서 서로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다 처음에

얘기한 드라마 장면 누구에게는 일이고 누구에게는 삶이다 뭔가를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될 이유

[나름대로 스웨덴 소식]

성소수자 탈의실 설치 (스웨덴 영문뉴스 lt로컬gt 2013 4 26)

스톡홀름에 있는 한 고등학교가 자신을 남성-여성으로 정체화하

지 않은 학생들을 위해 별도의 탈의실을 짓기로 했다 보도에 따르면

스웨덴에서는 첫 사례라고 한다 이 학교 학생위원회 관계자는 새로

운 탈의실은 사회의 젠더 규범에 불편해하는 학생들을 위한 것이라

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편 이 학교 선생님들은 수업 시간에 남성

(lsquo한rsquo)-여성(lsquo혼rsquo)을 넘어선 lsquo헨rsquo이라는 단어를 공식 사용하기도 하

고 학생들은 스톡홀름 성소수자 축제에 학생위원회 자격으로 참여한

첫 사례를 남기기도 했다

부유한 지역 적은 난민들 (스웨덴 국영 라디오 국제 2013 7

1)

스웨덴에서 예산이 많은 지역일수록 난민을 받는 데 소극적인 것으

로 나타났다 어느 일간지에 따르면 전국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 20

군데가 같은 수의 가장 부유한 지역들보다 5배 많은 난민을 받아들인

다고 한다 여기에 해당되는 부유한 지역들은 모두 현 정부의 보수 성

향 정당이 이끌어 가고 있다 이는 지난 5년 동안 스웨덴의 290개 지

역 단위를 비교한 결과다 관계자에 따르면 스웨덴 북쪽 지역으로 갈

수록 인구 부족 문제로 난민들이 환영을 받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66 67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효웅 | 병역거부자

일베한테 일베식으로 맞짱뜨기

일베충 종북게이다 좌빨 종북게이다

나님 네 다음 일베충

일베충 네 다음 종북게이

나님 나님이 종북게이라는 lsquo근거rsquo가 있음 주장하는 사람이 근거

를 제시해야 한다는 lsquo입증책임의 원칙rsquo도 모름 이 논리 종범아

일베충 요시 그럼 넌 내가 일베충이라는 근거는 있盧

나님 너한테 한 말 아니라 걍 혼잣말 한건데 내 발화의 지시대상

이 너라는 근거는 있盧

일베충 나한테 한 얘기잖아 이 종북게이야

나님 ㅇㅇ 인정 니 생긴 게 일베충같아서 일베충이라고 한 거임

얼굴에 써 있음

일베충 소설쓰지마라 ㅋㅋ 팩트 모르盧 내가 일베충이라는 팩트

를 대라 팩트를

나님 요시 니가 일베충이라는 lsquo최선의 설명으로서의 추론rsquo이라는

가설을 세워서 추론한 거임 나한테 종북게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lsquo현

상rsquo을 설명하기 위해서 너가 일베충이라는 lsquo가설rsquo을 세워 봤는데

ldquo니가 바로 일베충rdquo이기 때문에 ldquo따라서 나한테 종북게이라는 딱지

를 붙이는 것이다rdquo라는 현상이 아주 훌륭하게 설명력을 지닌 가설추

론이 되는 거임 원래 가설은 아무렇게나 세우는게 lsquo가설rsquo임 가설은

반증 가능성이 있는 게 당연하다고 포퍼가 그랬음 가설을 통해서 과

학과 범죄수사가 발전했음 만일 니가 일베충이 아니라면 너가 경쟁

가설을 주장하던가 내 추론에 문제가 있음을 제시하면 됨 왜 일베충

이라고 해서 찔림 도둑이 제 발 저림 일베충도 일베충이라는 말 듣

기가 부끄러움 너 포퍼가 누군지는 암

68 69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일베충 일베한다고 해서 다 무슨 사이코패스에 고인드립치는 패륜

아 인 줄 아냐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범하지 마라

나님 ㅋㅋㅋ요시 사이코패스에 패륜아라는 건 lsquo니가 한 말rsquo이고

lsquo니 생각rsquo임 내가 언제 너보고 사이코패스에 패륜아라고 했음 난

그냥 너가 일베한다는 lsquo사실rsquo을 진술문으로 말했을 뿐임 아 몰랐

네 너 사이코패스에 패륜아임

일베충 (ㅇㅂㅇ) 지금 일베충이라고 비하하는 거임 일베충이라는

말 자체에 비하가 있다

나님 자기들도 일베충이라고 자조적으로 비하하면서helliphellip

일베충 인권 좋아하는 감성팔이 인권쟁이들이 왜 우리의 인권은

도외시하는 거냐 북한 인권 군인 인권 일베충 인권

나님 일베충이 사람임 사람이 아니므니다

일베충 일베충도 사람이다 왜 사람이 아니냐

나님 lsquo일베충rsquo이라는 말은 일베를 하는 벌레라는 내포를 갖고 있

음 따라서 ldquo일베충은 벌레이다rdquo는 진리값이 항상 참인 분석명제이자

항진명제임 이 무식한 일베충아 그런데 ldquo일베충은 사람이다rdquo라고

한다면 그건 앞의 주어인 lsquo일베충rsquo에 이미 내포되어 있는 벌레라는

걸 부정하는 모순이 되는거임 이건 마치 ldquo삼각형은 동그라미이다rdquo

ldquo여성은 인간이 아니다rdquo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모순율에 어긋나

는 것임

일베충 (ㅇㅂㅇ) 인권 좋아하는 인권쟁이들이 우리들한테 인권이

없다니 역시 좌빨들은 이중성 쩌네 ㅋㅋㅋ모순 쩐다 위선자들 ㅋㅋ

ㅋㅋㅋ

나님 일베충이 그런 내포를 갖게 된 것은 공론장에서의 니들 행패

를 보고 내포가 그렇게 정해진 거임 억울하면 다시 태어나셈 근데

니가 인권이 뭔지는 아냐 어디 그래 lsquo인권rsquo의 정의가 뭐라고 생각

일베충 (ㅇㅂㅇ) 그건사전에 나와있다 ldquo사람이라면 누구나 누려

야할 권리rdquohelliphellip

나님 그런데 너님들은 왜 lsquo여성rsquo lsquo전라도rsquo 이런 사람들의 인권을

부정하고 비하하는 거임

일베충 일베라고 다 패륜아냐 성급한 일반화 모르盧 논리적 근

거를 대라

70 71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나님 아~그럼 여름 중에도 시원한 날이 며칠 있으니까 여름은 안

더운 거겠네 ㅋㅋㅋ 일베충 논리 보소 ㅋㅋㅋㅋ 너 말대로 일베의

lsquo모든rsquo회원이 그런 건 아닐 수도 있음 그러나 대다수가 그런 lsquo성

향rsquo을 갖고 있다면 성급한 일반화가 아니라 강한 통계적 귀납논증이

되는 거임 실지로 얼마 전 일베 게시물들의 키워드를 분석한 프로그

램 통계에 의하면 일베 사이트의 핵심 키워드들은 사회의 대다수 사

람들의 통념과 반대되는 게 맞는데 이 연가시야 사례가 많을수록

귀납논증은 강화되는 거고 너가 일반화라면 그렇지 않은 일베 회원

들이 더 많음을 니가 귀납적으로 논증을 해야 논파가 되는 거임 따라

서 ldquo일베충들은 대부분 사회적 낙오자에 학교에선 아싸고 생긴 건

베트남 쌀국수에 집에서 진격의 거인이나 보면서 연애 한 번 못해

보는 싸이코패스인데 사회적 약자들에 화풀이한다rdquo는 건 굉장히 강

한 귀납논증이 성립되는 거임 (ㅋㅋㅋ)

일베충 우리가 사회적 낙오자에 약자들에게 분풀이 한다는 팩트를

대라 팩트의 일베다 우리는 사실만을 얘기한다

나님 니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lsquo팩트rsquo에 대해서 너님들은 얼마나

알고 있음 너님 혹시 lsquo팩트rsquo가 뭔지는 암 사실과 사건 사태의 차

이점이 뭐임

일베충 0a 0

나님 ldquo쟤 성형수술했대rdquo ldquo너 전과자라며rdquo ldquo나 저번 시험에서

백점 맞았다~^^rdquo ldquo우리 집 50평이다 ^^rdquo ldquo우리 아들이 이번에 반

에서 1등했대요 호호호rdquo 이 문장들은 전부다 lsquo사실rsquo을 얘기하고 있

지만 이건 사실을 얘기하는 lsquo진술문rsquo이 아니라 비하하거나 잘난척

하는 lsquo행위rsquo를 하고 있는 lsquo수행문rsquo임 따라서 너님들이 이야기하고

있는 lsquo사실rsquo은 사실 해석과 반응 맥락에 따라서 굉장히 유동적인

것임 이처럼 사실인 척 위장하고 있는 문장들은 lsquo기술주의적 오류

(destriptive fallcy)rsquo임 또한 사실은 lsquo사물rsquo이 아니라 사물들의 연관

이라고 비트겐슈타인이 말한 것처럼 사실은 사실을 인식하고 말하는

사람의 주관에 달려있는 거임

일베충 전라도가 폭도였고 한국여자들이 성형하고 명품 밝히는 건

팩트다 이 멍청한 좌좀아 홍어들은 한반도를 떠나야하고 여자들은

삼일한(삼일에 한번씩 패야한다는 일베 용어)이라는 거다

나님 한국여성들의 명품 구매비율이나 성형비율이 높다는 lsquo사

실rsquo과 여성들을 패야한다는 lsquo당위rsquo가 어떤 관련이 있음 사실에서

어떻게 당위를 도출함 ldquo저 사람은 흑인이다rdquo라는 사실에서 ldquo따라

서 저 사람을 인종차별해야 한다rdquo라는 당위가 도출됨 ldquo너는 여자

다rdquo라는 사실로부터 ldquo따라서 너는 정숙해야한다rdquo라는 당위 도출되

지 않는 것처럼 이것 역시 철학자 GE 무어가 말한 lsquo자연주의적 오

류rsquo임 그러나 ldquo쟤 일베한다 따라서 박멸해야 한다rdquo는 만고산천에

72 73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불변하는 진리 이데아임 어디까지나 이런 논리나 철학은 사람한테

만 적용되므니다 이 살인 진드기야

일베충 (ㅇㅂㅇ) 광주사태가 홍어들 폭도였다는 거 역시 lsquo팩트rsquo

를 말한 거다 총들고 사람 죽이고 그게 잘한 거냐 이 씹선비야

나님 광주사태가 lsquo민주화운동rsquo이였다는건 공론장에서 의사소통적

논변에 근거한 합의를 통해 그 내포에 대한 일의적(一意的) 의미가 정

해진 사안임 너 혼자 민주화라는 용어를 lsquo홍어들의 폭동rsquo으로 재정

의하는 것은 이미 어느정도 사회적으로 통용된 내포를 너 혼자 바꿔

쓰는 lsquo은밀한 재정의의 오류rsquo이면서 동시에 lsquo자의적middot설득적 정의rsquo

인 거임 ldquo동성애자는 항문섹스만을 즐겨하는 에이즈 보균자이며 하

나님 앞에 죄인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rdquo라는 말이 동성애자에 대한

합의된 정의임 자기 혼자 쓰는 정의지 그리고 너희가 비하하는 전

라도 사람들은 전부다 폭도라던가 한국여자들은 명품에 성형에 환장

했다거나 하는 설명이 과학적이거나 팩트에 가까움 오히려 감정적

인 편견에 지나지 않는거 아님 통계 자료는 있음 논거 부재의 오

류 인신공격의 오류 은밀한 재정의의 오류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온갖 오류들의 향연임 이 애미 애비가 교육을 잘못시켜서 그 따위로

된 가정 교육 못 받은 일베충아

일베충 (ㅇㅂㅇ) 아아아아아우오오 씹선비 김치녀 홍어 홍어

나님 반사 ^^

일베충 (ㅇㅂㅇ) 우워워워좌좀 종북 좌빨 슨상님

나님 굴절 ^^

일베충 크어어어억 오유충 삼일한 김치녀 종특

나님 라고 말하는 놈 친일파 ^^

일베충 쩔뚜기 운지 하라보지 종북게이

나님 라고 말하는 놈 평생 쏠로 ^^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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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완 우성섭 우지연 위양자 유은정 유현미 윤민순 윤정하 윤정화 윤지환 윤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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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설란 하동기 하승우 한광주 한주훈 햄 홍수봉 홍수영 홍이 홍창욱 황명규 황예랑

2013년 5월1일 ~ 7월 31일

Page 25: 전쟁없는세상 소식지 38호(2013년 8월)

44 45리뷰-서평

백은 그가 아나키스트가 아니었다고 말하고 있다 또는 아나키스트

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또는 모든 인간이 아나키스트라고

실제 그의 진심은 잘 모르겠다 이야기에서 lsquo나rsquo라고 하는 인물은

lsquo나rsquo가 아닌 것 같았기 때문에 그에게 물어볼 수도 없었다 이야기

내내 lsquo나rsquo가 lsquo나rsquo와 거리를 두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이것은 애초

설정 아들이 아버지 얘기를 대신 하고 있다는 전제를 잊어버리고 몰

입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진실로 lsquo나rsquo가 하는 얘기를 듣고 싶었다

그걸 기대하며 계속 읽어 나갔다

그렇다고 작가가 잘못했다는 것은 아니다 작가는 아버지를 lsquo나rsquo로

삼아 이 이야기를 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아버지는 요양시설에 갇

혀 있다가 자살을 했다 한번은 아들에게 죽여달라고 말한 적도 있다

아버지가 스스로 4층에서 뛰어내린 뒤에 아들은 아버지를 살려내야

만 했다 아버지의 구십 평생을 재구성한 이야기로 아버지가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아들로서 그렇게 해야 했을 것이다

아나키즘에 대해 몰라도 그것이 국가의 강제력을 원천부정 하는

것이고 막 혁명혁명 하는 것이고 짱돌을 들고 돌격하는 것이고 하

여튼 뭐 되게 센 거 라는 인상은 있었다 그런데 안토니오의 성격이

나 실제 삶은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땅을 늘리고 지켜내는 일

에만 관심이 있으며 폭력적이기까지 한 아버지와 형제들 사이에서 억

눌려 자랐다 지금 처한 곳이 지긋지긋하고 바보 같고 떠나고 싶었지

만 그래서 용감하게 시도도 했지만 실패했다 실패는 실패로 끝나지

않고 더 큰 것을 앗아갔다 유일한 친구의 죽음이 그것이었다 이러한

패턴의 실패는 그의 인생 전체에서 반복된다 혁명에 가담하고 lsquo납탄

동맹rsquo이라고 이름 붙인 동지들을 만나지만 혁명의 길은 실재하는 것

이기는 한지 아스라이 멀 뿐이고 가까이 잡히는 것은 오로지 동지의

죽음뿐이다 ldquo내 나이는 스물아홉이었다 청춘은 다 지났고 패배하

고 말았다는 자괴감이 들었다 당연하겠지만rdquo 스페인 피난민 행

렬에 끼어 프랑스의 생-시프리앵 해변으로 가면서 안토니오가 하는

생각이다 이때만 해도 나는 잠깐 힘을 냈다 이제 뭔가 반전이 펼쳐

지겠지 원래 해가 뜨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고들 하잖아 나 또한 지

금 스물아홉이고 청춘이 다 지났다는 그게 무엇인지 미처 먹어보지

도 못했다는 자각에 시달리고 있는 중이다 패배로 말할 것 같으면

그냥 맨날 하는 중이다 노동조합 활동이 그렇고 사람들과의 관계

일상생활 자아실현 거의 모든 면에서 그렇다 그래서 난 더더욱 저

구절에 희망을 걸었다 이제 진짜 아나키스트의 삶이 펼쳐지지 않겠

는가 그래야 이야기가 되지 않겠어

이 책은 자기계발서가 아니다 그 뒤로 펼쳐진 것은 전하고 비슷하

면서 동시에 전보다 더했다 갇혀 있다가 도망치고 다시 다른 곳에

갇히고 도망치고 그러는 사이사이 좋은 사람을 만나고 잃고 잃고

하는 식이었다 아 안토니오의 삶을 이렇게 간추려버리는 것이 정말

미안하다 근데 사실이 그렇다

해변에서 난민처럼 살다가 도망쳐 어느 농장에 강제로 보내진 안토

니오는 그 마을에서 자기 나이의 반도 안 되는 망아지 같은 여자애와

배가 맞아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안토니오는 이 시절이야말로 자기

46 47리뷰-서평

인생에서 가장 즐거웠던 시절이라고 단언한다 무려 lsquo행복rsquo이라는

낱말까지 써가면서 혁명의 이상과 가장 먼 곳에서 가장 행복했다는

것이 아니 그때만 유일하게 행복했다는 것이 뼈아프다 아마 그게 진

실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중반을 넘어가면서부터 lsquo추락rsquo은 본격화된다 그가 lsquo납

탄 동맹rsquo의 든든한 동지를 따라 lsquo사업rsquo에 발을 들이게 되기 때문이

다 돈이 엮이면 어떻게 흐르게 되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너무

지겹게 잘 알고 있다 그런 걸 이 만화에서까지 보고 싶지 않았는데

어쨌든 뛰어넘을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작가는 성실히 쓰고 있다

ldquo살아남으려면 체제에 맹목적으로 순응해야만 했다 단순히 지난

날의 이상을 버리면 되는 게 아니라 열렬한 신봉자가 되어야만 한다

는 것이다rdquo 세상을 뒤집어엎겠다는 큰 꿈만 버리고 lsquo보통rsquo으로 살

아가는 것은 가능하지 않았다 변절한 옛 동지들한테 뭐라고 할 것도

없이 안토니오는 속수무책으로 타락해간다 권력의 뒤통수를 치면서

자기가 권력을 꿰차고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를 두고 다른 욕망을 탐

하고 그러다 결국 자기도 뒤통수를 맞고 거지 신세가 된다 전복이니

혁명이니 하는 것은 꿈에서조차 등장하지 않고 lsquo속박rsquo을 견디지 못

하는 습성만 그놈의 lsquo아나키스트적인rsquo 것으로 남아서 그와 주변을 괴

롭힐 뿐이다

아 책이 채 반에 반도 남지 않았는데 안토니오는 예순 살이 되어

있었다 lsquo왕년에 혁명깨나 했지만 지금은 추한 빈털터리가 되어 아내

와도 끝내고 요양시설에 굴러들어온rsquo 예순 살이다 lsquo보통rsquo보다 못한

예순 살 나는 짜증이 나서 울고 싶었고 그만 읽을 뻔했다 하지만 끝

까지 읽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의 인생에서 마지막이자 유일한

lsquo승리rsquo는 그 뒤에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 승리가 자기 가슴에 붙어

실제로 내장을 갉아먹는 두더지를 떼어내버린 뒤에 스스로 스스로

의 죽음을 실행하는 것뿐이었다고 해도 그 과정을 꼭 지켜봐주었어

야 했다 왜냐하면 남 얘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오래전에 스페인

에서 살았다는 안토니오가 아무것도 개인을 억누르지 않는 자유로운

세상을 꿈꿨던 안토니오라는 사람이 대단하거나 멀게 느껴지지 않는

다 오히려 내가 내일도 마주치게 될 익숙한 사람들 중에 그 지친 얼

굴 하나하나에 안토니오가 보일 것 같다

제목에 속았다고 느꼈다 그런데 다 읽고 보니 작가는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 오히려 시작부터 진실을 말했다

ldquo그리고 또한 그분의 추락이 몇 초밖에 걸리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90년이라는 긴 시간이었다는 사실도 말이

다rdquo

이것은 lsquo추락rsquo에 관한 이야기라고 작가는 이미 알려주고 시작한

것이다 이것은 끝도 없는 추락의 이야기 이상을 가진 인간으로 태

어나서 실패하고 죽어간 이야기다 다시 말하지만 이 실패는 우리

모두가 나눠 먹고 있는 그 실패다 여기서 우리란 물론 우리 편을 말

한다 안토니오의 실패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 자기 가슴을

48 49기획연재-게임과 평화

뜯어먹는 두더지를 꿈에도 본 일이 없는 사람들 이 책이 음란하다고

lsquo청소년 유해매체rsquo 딱지를 붙인 사람들까지 말하는 것은 아니다 적

어도 lsquo우리rsquo는 안토니오라는 아나키스트의 아니 한 인간의 실패담

을 처음부터 끝까지 묵묵히 읽어갈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에도 불구하고 진짜 안토니오의 진짜 진실은

언제까지나 미지수로 남는다 그렇게 남겨야 한다 아무도 모르고 몰

라야만 하는 진실을 하나씩 가지고 있는 것이야말로 그가 그토록 되

고자 열망했던 lsquo개인rsquo일 것이기 때문이다 지우 | 전쟁없는세상 운영위원

게임을 통해 평화를 만드는 게 과연 가능할까 이 물음에 대한 답

을 대신하여 한 가지 게임을 소개하고자 한다

lsquo세계평화게임(World Peace Game)rsquo은 미국의 공립 초등학교 교

사 존 헌터(John Hunter)가 만든 대화형 게임이다 헌터는 1978년에

이 게임의 원형을 처음 만들었고 지금까지 세계를 돌아다니며 게임을

주최하고 있다 그의 활동은 lsquo세계평화와 4학년의 업적(World Peace

and Other 4th-Grade Achievements)rsquo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헌터는 2012년에 타임지가 선정한 교육

운동가 12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세계평화게임은 가로middot세로middot높이 4피트 크기의 4층짜리 아크릴

기획연재-게임과 평화

세계평화게임

50 51기획연재-게임과 평화

구조에서 진행되며 각 층은 바깥 우주와 대기 지표 해저를 상징한

다 거기에 경제력과 군사력이 서로 다른 4개 국가의 영토와 영공

육middot해middot공군 인공위성 잠수함 해저광산 등이 있다 (아무래도 이

아저씨가 숫자 4를 좋아하는 모양이다) 40여 명의 학생이 각국의 수

상 국무장관 국방장관 재무장관 감사원장 등을 맡아 내각을 구성

하고 역할 중에는 유엔이나 세계은행 무기상도 있다

게임의 목표는 이 가상세계에서 일어나는 민족 갈등 화학물질 누

출 핵 확산 물 분쟁 분리middot독립 운동 기근 동물의 멸종 지구온난

화와 같은 위기상황을 함께 해결하고 각국의 경제수준을 높이는 것

이다 학생들은 게임을 통해 권력과 파괴 전쟁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이해하고 장기적 계획과 전략을 세우는 법을 배운다

대화형(interactive) 게임이기에 엄밀하게 짜인 문서화된 규칙은 없

다 게임을 주도하는 것은 학생들이며 교사는 지켜보면서 상황을 정

세계평화게임을 하는 사람들

리하고 촉진하는 역할만 한다 헌터는 처음 교편을 잡았을 때 교사가

수업을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코 그래서는

안 된다는 믿음이 생겼다고 한다 그는 학생들의 집단지성이 자신보

다 훨씬 더 훌륭하다고 인정한다 헌터는 게임에서 실제로 일어난 몇

가지 흥미로운 사례를 소개한다

사례 1

한 학생이 가장 가난한 나라의 국방장관을 맡고 있었다 그 나라의

이웃에는 돈도 많고 기름도 풍부한 나라가 있었다 그런데 그 학생이

갑자기 수상의 명령도 어기고 인접국의 유전지역을 공격했다 학생은

그곳을 포위해 총 한 발 쏘지 않고 지역을 확보했다 인접국은 연료공

급이 차단되어 어떠한 군사행동도 취할 수 없었다 다른 아이들은 화

를 냈다

며칠 뒤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인접한 강대국이 전 세계를 점령

하기 위해 무력도발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학생은 사태의 추

이를 누구보다 먼저 파악하고 대규모 전쟁을 피하기 위해 소규모 전

쟁을 감행하는 냉철한 판단을 내렸던 것이다 학생들은 게임을 멈추

고 그의 판단이 옳았는지 조건에 따라 옳고 그름을 따져보는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사례 2

플라스틱 말로 표시되는 병사들이 전쟁에서 사망하면 군사령관이

52 53기획연재-게임과 평화

병사들의 가상의 부모에게 편지를 쓰는 시간을 가진다 한 번은 학생

의 제안으로 수업을 참관하던 학부모가 직접 편지를 읽게 되었다 편

지의 세 번째 줄을 읽으면서 학부모는 울음을 터뜨렸다 전투에서 병

사를 잃었다면 전쟁에서 승리해도 기쁘지 않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게

되었다 어떤 의미에서 모두가 전쟁에서 졌다는 사실을 말이다

사례 3

방과 후에 틈틈이 7주 동안 진행된 게임에서 세계은행의 재정정책

때문에 한 나라가 시작할 때보다 더 가난해졌다 (게임의 목표는 위기

상황을 해결하고 각국의 경제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게임을 마칠 시

간이 1분도 채 안 남았고 교실은 혼란에 빠졌다 소리를 지르거나 삿

대질을 하는 학생도 있었고 서류 뭉치를 흔들거나 교실을 뛰어다니

는 학생도 있었다

그때 한 학생이 종을 울리며 이렇게 말했다 ldquo세계은행이 모든 자

금을 끌어 모아서 모든 나라가 가난해졌습니다 지금 세계은행에는

6000억 달러가 있습니다 이 돈을 가난한 나라에 기부하려고 합니다

만약 그 나라가 이걸 수용하면 국가의 자산가치가 올라가고 그럼 우

리는 게임을 이기게 됩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rdquo 시간이 3초 정도

남았을 때였다 모두 그 나라의 수상만 바라보고 있었다 ldquo네rdquo 게임

은 이긴 것으로 끝났다

게임은 교과서와 다르다 게임에서 학습자는 lsquo평화란 무엇인가rsquo

라든지 lsquo평화를 어떻게 만드는가rsquo와 같이 주어진 문제에 대한 주어진

답을 저축하듯이 암기하지 않는다 문제를 만드는 것도 그에 대한 답

을 구성하는 것도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 자신과 동료들이다 이는 게

임의 본질이 바로 lsquo참여적 재현rsquo이라는 형식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

고 게임의 lsquo재미rsquo라는 요소가 이러한 참여를 유도한다 여기서 우리

는 맨 앞의 질문에 대한 모종의 답을 상상할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헌터의 말을 인용하며 글을 마친다

ldquo매 게임이 다릅니다 어떤 게임에서는 사회문제가 중요하고 어

떤 게임에서는 경제문제가 중요합니다 어떤 게임에서는 전쟁문제가

대두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부정하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그

게 인류의 현실이니까요 hellip 학생들은 무엇이 옳은 길인지 자기들만

의 방법으로 스스로 찾아냅니다 게임을 통해 저도 많은 것을 배웠습

니다 만약 학생들이 이 게임을 통해 비판적이고 창조적인 사고방식

을 배우고 세상을 이롭게 할 동력을 얻게 된다면 우리 모두를 구원할

지도 모릅니다 게임을 통해 배울 수만 있다면 말이죠rdquo

lsquo세계평화게임rsquo과 이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lsquo세계평화와 4학년의 업적rsquo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는 공식 페이지(httptheworldpeacegamecom)에서 얻을 수 있다

54 55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무기제로는 2013년 상반기 동안 13개 단체와 연대하여 국민연금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 캠페인은 확산탄과 같은 비

인도무기에 대한 금융기관의 투자가 중단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

으며 세부적으로는 ldquo1) 국민연금이 확산탄 생산기업인 한화 풍산에

투자를 철회한다rdquo ldquo2) 국민연금이 비인도무기 생산기업에 대한 투

자배재를 천명하는 윤리투자원칙을 제정한다rdquo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

왜 투자철회 캠페인인가 왜 국민연금인가

확산탄 캠페인에 있어 대상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확산탄의 수요자사용자인 국가이며 다른 한 축은 확산탄을 생산하는

박승호 | 무기제로 코디네이터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 경험 공유

기업들이다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캠페인의 요구가 확산탄을 전면적

으로 금지시키고 확산탄 오염지역을 정화하고 피해생존자들을 지원

하라는 것 등이 주를 이룬다면 기업을 대상으로 한 요구는 확산탄의

생산middot수출을 중단하라는 것이다

현재 한국 정부는 확산탄을 북한의 장사정포에 대응할 수 있는 핵

심전력으로 여기고 있으며 국제적인 확산탄 불법화 추세에도 불구하

고 확산탄을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무기제로는 국가를 대상으로 협약 가입을 촉구하는 캠페인보

다는 확산탄을 생산하는 기업이나 확산탄 생산을 지원하는 금융기관

에 대한 문제제기를 통해 확산탄에 대한 대중적 낙인화 효과를 불러

일으키는 것이 확산탄 금지운동에 더 효과적일 것이라 판단했다 하

지만 확산탄 생산기업인 한화와 풍산을 대상으로 어떤 캠페인을 벌여

도 이윤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기업이 윤리적인 비난만으로 핵심 사업

을 정리할 것 같지는 않았다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압박보다 더 효

과적인 방식은 바로 돈줄에 위협을 가하는 것이고 이 점에서 투자

철회 캠페인은 상대적으로 더 승산이 있는 캠페인이라는 판단이 있

었다 국민연금이 각각 한화 주식의 734(201112) 풍산 주식의

926(20129)를 보유하고 있는 확산탄 생산기업의 최대투자자라는

점 또 공적자금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있는 기관이라는 점 대

부분의 사람들이 월 일정액의 국민연금보험료 납부하고 있다는 점에

서 국민연금의 확산탄 투자 문제를 lsquo내 문제rsquo로 인식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국민연금이 투자철회 캠페인의 대상으로 결정되었다

56 57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무기제로의 과거 캠페인 경험을 통해서 볼 때 확산탄이 어떤 무기

인지 왜 확산탄이 금지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대중적 인식은 사실상

전무했다 확산탄이라는 특정한 무기를 금지하자는 캠페인의 슬로건

이 대중의 관심을 얻기 힘든 주제였다는 점에서 우리는 국민 대다

수가 자의든 타의든 월 일정액을 적립하고 있는 lsquo국민연금rsquo을 통해

lsquo당신의 돈이 국제적으로 금지된 무차별 살상무기를 만드는 데 쓰이

고 있다rsquo는 메시지를 전달해 사람들의 관심과 확산탄의 비인도성에

대한 낙인화를 동시에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해외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 사례

이번에 무기제로가 국민연금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을 진행한 것

은 해외에서 이미 성공적으로 진행된 투자철회 캠페인을 모델로 해서

기획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래에서는 무기제로가 참고했던 대

표적인 성공 사례 두 가지를 살펴보려 한다

- 네덜란드 연금기금 투자철회 사례

2007년 3월에 네덜란드 시사프로그램인 젬블라(Zembla)는 네덜란

드 유수의 연금기금이 확산탄 지뢰 등 비인도무기를 만드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 등 네덜란드 연금기금의 비윤리적 투자 문제

를 다룬 lsquoCluster bomb feelingrsquo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방영한

다 당시 방송을 통해 연기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게 된 대중의 분

노가 표출되면서 연기금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이 압력을 느끼게 되었

다 이에 다큐 제작 과정에 관여했던 시민단체인 팍스 크리스티(IKV

Pax Christi)는 다큐 방영 이후 연금 기관들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캠

페인을 시작하게 된다 금융기관들의 가장 큰 두려움이 ldquo사회적 이미

지 실추rdquo라는 점을 활용한 것인데 2011년 유럽 투자자들을 대상으

로 한 조사에서 거의 80의 투자자가 논란이 되는 무기에 대한 투자

가 명성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는 등 인식의

변화가 눈에 띄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2009년 팍스 크리스티는 페어핀(FairFin)과 공동으로 ldquo확산탄 세

계투자 공동의 책임rdquo 보고서를 발표했고 보고서 발표의 영향으로

연금 기금이나 금융기관들이 확산탄 생산기업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

는 사례가 발생한다 팍스 크리스티는 이뿐 아니라 정책 입안자들과

관계를 맺고 확산탄 투자 금지를 입법화하기에 나선다 2009년에 네

덜란드 의회가 확산탄 투자 금지 촉구 제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지

만 당시 과도 정부가 이를 거부했다 이후 확산탄금지협약 비준 등을

거치면서 상원에서 다시 한번 확산탄 투자 금지 제안이 상정되었고

2011년 말 정부가 이를 이행하기로 결정하면서 확산탄 투자 금지는

2013년 1월부터 효력을 발휘하게 되었다

주목할만한 점은 이 다큐가 방영되고 반향을 일으켰던 시점이 아직

확산탄금지협약이 체결되지 않은 시점이었다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경우는 다큐멘터리 방영으로 국민적 분노가 격화되면서 향후 확산탄

생산기업에 대한 연기금의 투자철회 결정뿐 아니라 네달란드가 확산

58 59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탄금지협약에 서명하는 등 확산탄을 전면적으로 금지시키는 데도 상

당한 영향을 미쳤다

- 영국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RBS) 투자 철회 사례

2011년 8월 앰네스티 영국지부가 팍스 크리스티 보고서를 바탕으

로 HSBC(홍콩middot상하이은행)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 등 주요 은행에

대한 투자 철회 캠페인(온라인 탄원)을 시작했다 캠페인 시작 1주일

만에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이 확산탄 투자를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밝

히게 된다 당시 이 은행은 앰네스티 회원들로부터 12000통의 이메

일을 받았으며 앰네스티가 진행하던 전국적인 광고 캠페인 등에 이

미지 손상을 두려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사례를 통해서 본 우리의 투자철회 캠페인

투자철회 캠페인은 기업들이 lsquo이미지rsquo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에

서 가능한 캠페인이다 위에서 다룬 두 사례는 각각 대중적인 영향력

을 가지고 있는 방송(네덜란드 시사프로그램 젬블라)과 시민단체(앰

네스티 영국지부)가 자국 금융기관(연금기금)이 국제적으로 큰 비난

을 받고 있는 비인도무기를 만드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으로 대중적인 단죄 또는 낙인화가 이루어지면서 자연스레

투자철회가 이어질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된 사례로 볼 수 있다 ldquo내

돈rdquo이 잔인한 무기를 만드는 데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림으로써 사

람들이 확산탄 문제를 ldquo내 문제rdquo로 인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

한 분위기가 형성되었을 때 해당 국가 내에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단체들이 이 문제를 공공의제로 만들어 냈고 이후 여론을 등에 업고

금융기관을 압박해 실제 투자철회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한국에서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진행된 캠페인은 아직 구체적인 성

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하지만 캠페인이 시작단계에 있으며 해외 사

례와 같이 대중적 영향력이 큰 매체가 이 문제를 다루는 등의 이슈 확

산의 계기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아직은 캠페인의 성과를 이야

기할 시점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또 대부분의 국가들이 확산탄금

지협약에 서명middot비준한 유럽의 경우와는 다르게 한국은 안보상의 이

유로 확산탄의 생산 배치를 고집하고 있으며 평화 무기 이슈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도도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 역시 감안해야 할 것이다

무기제로는 올해 12월 발표 예정인 ldquo확산탄 세계투자rdquo 보고서의

번역 발표 등 지속적 캠페인을 통해 국민연금의 확산탄 투자문제를

꾸준히 제기할 계획이며 적절한 타이밍에 대중적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내는 데 주력해 한화middot풍산에 대한 투자철회

및 확산탄에 대한 낙인화 등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참고httpstopclustermunitionsorghttpwwwstopexplosiveinvestmentsorghttpwzeroorg

60 61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기획연재-가람이의 좌충우돌 세상읽기

ldquo그건 저의 삶입니다rdquo

나름 | 전쟁없는세상 친구 + 스웨덴에서 공부하는 중

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ldquo대답하세요rdquo 아슬아슬하게 진행되던 그들의 대화 긴장이 최고

조에 이른다 대화가 중단되고 한 사람이 자리를 뜬다 그 사이 추궁

을 받던 이는 주위를 둘러본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고 어느 구석

자리에 멈춘다 시선이 고정된다 바로 자신에 관한 기사와 사진들을

발견한 것 벽에 빼곡히 붙어 있는 모습이 마치 수사 상황 같다 소리

를 쳤던 이가 돌아오고 그가 묻는다 ldquo이게 뭐죠rdquo ldquo그건 저의 일이

예요rdquo 추궁을 받던 이의 나직한 목소리 ldquo그건 저의 삶입니다rdquo 덴

마크 드라마 lt보운 (발음이 틀릴 수 있음)gt의 한 대목 덴마크 최초의

여성 총리를 그리고 있는 이 드라마는 첫 방영이 있고 1년 뒤 실제 여

성 총리가 등장하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문제의 대목은 이전 정부

에서 총리를 맡았던 여성이 선거를 앞두고 새로운 정당을 만들면서

시작된다 경제 정책을 담당할 인물을 영입했는데 옛소련의 간첩이었

62 63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대표의 측근이 검증을 하게 된다 이 측근은

소련 좌익 정당에서 일하다 자살한 여성에 대해 캐묻고 그 사람은 결

국 그 여성과의 관계를 비롯해 아픈 과거를 이야기하게 된다 이 장면

은 누군가의 삶에 대해 타인이 얼마나 쉽게 얘기하고 재단할 수 있는

지에 관해 생각하게 만든다 타인이 쉽게 말할 수 있는 그 무엇이 누

군가에게는 삶이요 상처다

누군가에게는

그렇다 타인에게는 그저 지시대로 하면 되는 일이 자신에게는 치

명적인 삶의 문제일 수 있다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 갈등의 연속이

다 최근 이 정도 수준은 아니지만 좀 복잡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주

제 넘게도 어떤 글을 외국어로 쓰고 있는데 유럽 학자와 미국 학자

사이에 끼어 고민이 된다 두 사람이 거의 정반대의 입장에서 글쓰기

에 관여하고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해 한 사람은 이쪽으로 가라고 하

는데 또 한 사람은 저쪽으로 가라고 한다 아직은 경력을 막 쌓기 시

작한 힘없는 나로서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다 두 사람 모

두 좋으신 분들이고 또 내게 중요한 역할을 할 분들이다 그런데 모

두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누구 장단에 맞춰야 할지 난감하

다 다른 점이 있다면 한 사람은 나의 가능성만을 보고 변함없는 신뢰

와 지지를 보여주었지만 또 한 사람은 그 정도는 아니라는 느낌 문

제는 나를 석연치 않게() 보는 듯한 이가 내 경력에서는 훨씬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나를 믿어주는 이의 방향에 맞

추기로 결정했는데 아무튼 쉽지 않은 문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깊이 고민하게 된 다른 문제가 있는데 바로

lsquo누구를 대상으로 이야기하는가rsquo에 관한 부분이다 어쩌다가 바다

건너에서 계속 있다 보니 나는 이쪽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야기를 해

오고 있다 이 사람들의 언어(주로 영어)로 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

는 이야기를 이 사람들 상황에 맞게 말이다 그런데hellip 이게 정말 내

가 원하는 일인가 잘 모르겠다 지금 굉장히 긴 분량의 또 다른 글을

쓰고 있는데 원래는 내가 비교적 잘 알고 있는 한국과 관련된 사건에

대해 얘기하려 했다 이 사건과 특별한 인연이 있고 관심도 많기 때문

이다 그런데 관계자는 특정 사건보다는 lsquo보편적인rsquo lsquo이론적rsquo 이야

기에 초점을 맞춰달라고 요구한다 그래야 이쪽 지역에서 읽히기 때

문이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이게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인가 내

가 정말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들은 누구인가 나는 누구를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는가 쉽게 답할 수 없는 물음들 그래도 나는 안다

적어도 당장은 먹고 사는 문제와 관련이 있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는 걸 물론 이런 고민은 나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바다건너에서

든 아니든)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누구나 살아가면서 어떤 식으

로든 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ldquo네가 행복해져야만helliprdquo

64 65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그런데 lsquo바다건너rsquo라는 부분에 뭔가 있는 것 같다 (나만의 착각

일 수 있지만) 외국에서 지내는 게 다른 사람들에게는 좀 괜찮게 보일

수 있지 않을까 뭔가 좀 있어 보이는 부끄럽지만 고백하건대 나 역

시 그런 생각을 전혀 안 했던 것은 아니다 뭔가 세련()된 것 같은

좀 달라보이는 어떤 면에서 (탈)식민 문제와 관련이 있다 그런데 직

접 생활하는 것은 역시 다르다 물론 철저히 나의 입장에서 그렇다는

이야기다 예컨대 자연환경도 좋고 구경갈 곳도 많은데 여행이나 휴

가를 가지 않느냐는 물음을 받곤 한다 그런데 가고 싶어도 일단 돈

이 없다(있어도 최대한 아껴야 한다) 방학 기간에 여기 저기 여행다

니는 유학생이나 현지인들 이야기를 들으면 나는 신기하기도 하고 부

럽기도 하다 에둘러 말하면 이 세상에 아름답거나 그렇지 않은 것은

없다 아름답게 느끼거나 그렇지 않게 느끼는 특정 맥락의 내가 있는

것이다 lt연애시대gt에도 나오지 않던가 ldquo네가 행복해져야만 이 세

상도 행복해진단다rdquo 그래서 서로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다 처음에

얘기한 드라마 장면 누구에게는 일이고 누구에게는 삶이다 뭔가를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될 이유

[나름대로 스웨덴 소식]

성소수자 탈의실 설치 (스웨덴 영문뉴스 lt로컬gt 2013 4 26)

스톡홀름에 있는 한 고등학교가 자신을 남성-여성으로 정체화하

지 않은 학생들을 위해 별도의 탈의실을 짓기로 했다 보도에 따르면

스웨덴에서는 첫 사례라고 한다 이 학교 학생위원회 관계자는 새로

운 탈의실은 사회의 젠더 규범에 불편해하는 학생들을 위한 것이라

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편 이 학교 선생님들은 수업 시간에 남성

(lsquo한rsquo)-여성(lsquo혼rsquo)을 넘어선 lsquo헨rsquo이라는 단어를 공식 사용하기도 하

고 학생들은 스톡홀름 성소수자 축제에 학생위원회 자격으로 참여한

첫 사례를 남기기도 했다

부유한 지역 적은 난민들 (스웨덴 국영 라디오 국제 2013 7

1)

스웨덴에서 예산이 많은 지역일수록 난민을 받는 데 소극적인 것으

로 나타났다 어느 일간지에 따르면 전국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 20

군데가 같은 수의 가장 부유한 지역들보다 5배 많은 난민을 받아들인

다고 한다 여기에 해당되는 부유한 지역들은 모두 현 정부의 보수 성

향 정당이 이끌어 가고 있다 이는 지난 5년 동안 스웨덴의 290개 지

역 단위를 비교한 결과다 관계자에 따르면 스웨덴 북쪽 지역으로 갈

수록 인구 부족 문제로 난민들이 환영을 받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66 67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효웅 | 병역거부자

일베한테 일베식으로 맞짱뜨기

일베충 종북게이다 좌빨 종북게이다

나님 네 다음 일베충

일베충 네 다음 종북게이

나님 나님이 종북게이라는 lsquo근거rsquo가 있음 주장하는 사람이 근거

를 제시해야 한다는 lsquo입증책임의 원칙rsquo도 모름 이 논리 종범아

일베충 요시 그럼 넌 내가 일베충이라는 근거는 있盧

나님 너한테 한 말 아니라 걍 혼잣말 한건데 내 발화의 지시대상

이 너라는 근거는 있盧

일베충 나한테 한 얘기잖아 이 종북게이야

나님 ㅇㅇ 인정 니 생긴 게 일베충같아서 일베충이라고 한 거임

얼굴에 써 있음

일베충 소설쓰지마라 ㅋㅋ 팩트 모르盧 내가 일베충이라는 팩트

를 대라 팩트를

나님 요시 니가 일베충이라는 lsquo최선의 설명으로서의 추론rsquo이라는

가설을 세워서 추론한 거임 나한테 종북게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lsquo현

상rsquo을 설명하기 위해서 너가 일베충이라는 lsquo가설rsquo을 세워 봤는데

ldquo니가 바로 일베충rdquo이기 때문에 ldquo따라서 나한테 종북게이라는 딱지

를 붙이는 것이다rdquo라는 현상이 아주 훌륭하게 설명력을 지닌 가설추

론이 되는 거임 원래 가설은 아무렇게나 세우는게 lsquo가설rsquo임 가설은

반증 가능성이 있는 게 당연하다고 포퍼가 그랬음 가설을 통해서 과

학과 범죄수사가 발전했음 만일 니가 일베충이 아니라면 너가 경쟁

가설을 주장하던가 내 추론에 문제가 있음을 제시하면 됨 왜 일베충

이라고 해서 찔림 도둑이 제 발 저림 일베충도 일베충이라는 말 듣

기가 부끄러움 너 포퍼가 누군지는 암

68 69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일베충 일베한다고 해서 다 무슨 사이코패스에 고인드립치는 패륜

아 인 줄 아냐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범하지 마라

나님 ㅋㅋㅋ요시 사이코패스에 패륜아라는 건 lsquo니가 한 말rsquo이고

lsquo니 생각rsquo임 내가 언제 너보고 사이코패스에 패륜아라고 했음 난

그냥 너가 일베한다는 lsquo사실rsquo을 진술문으로 말했을 뿐임 아 몰랐

네 너 사이코패스에 패륜아임

일베충 (ㅇㅂㅇ) 지금 일베충이라고 비하하는 거임 일베충이라는

말 자체에 비하가 있다

나님 자기들도 일베충이라고 자조적으로 비하하면서helliphellip

일베충 인권 좋아하는 감성팔이 인권쟁이들이 왜 우리의 인권은

도외시하는 거냐 북한 인권 군인 인권 일베충 인권

나님 일베충이 사람임 사람이 아니므니다

일베충 일베충도 사람이다 왜 사람이 아니냐

나님 lsquo일베충rsquo이라는 말은 일베를 하는 벌레라는 내포를 갖고 있

음 따라서 ldquo일베충은 벌레이다rdquo는 진리값이 항상 참인 분석명제이자

항진명제임 이 무식한 일베충아 그런데 ldquo일베충은 사람이다rdquo라고

한다면 그건 앞의 주어인 lsquo일베충rsquo에 이미 내포되어 있는 벌레라는

걸 부정하는 모순이 되는거임 이건 마치 ldquo삼각형은 동그라미이다rdquo

ldquo여성은 인간이 아니다rdquo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모순율에 어긋나

는 것임

일베충 (ㅇㅂㅇ) 인권 좋아하는 인권쟁이들이 우리들한테 인권이

없다니 역시 좌빨들은 이중성 쩌네 ㅋㅋㅋ모순 쩐다 위선자들 ㅋㅋ

ㅋㅋㅋ

나님 일베충이 그런 내포를 갖게 된 것은 공론장에서의 니들 행패

를 보고 내포가 그렇게 정해진 거임 억울하면 다시 태어나셈 근데

니가 인권이 뭔지는 아냐 어디 그래 lsquo인권rsquo의 정의가 뭐라고 생각

일베충 (ㅇㅂㅇ) 그건사전에 나와있다 ldquo사람이라면 누구나 누려

야할 권리rdquohelliphellip

나님 그런데 너님들은 왜 lsquo여성rsquo lsquo전라도rsquo 이런 사람들의 인권을

부정하고 비하하는 거임

일베충 일베라고 다 패륜아냐 성급한 일반화 모르盧 논리적 근

거를 대라

70 71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나님 아~그럼 여름 중에도 시원한 날이 며칠 있으니까 여름은 안

더운 거겠네 ㅋㅋㅋ 일베충 논리 보소 ㅋㅋㅋㅋ 너 말대로 일베의

lsquo모든rsquo회원이 그런 건 아닐 수도 있음 그러나 대다수가 그런 lsquo성

향rsquo을 갖고 있다면 성급한 일반화가 아니라 강한 통계적 귀납논증이

되는 거임 실지로 얼마 전 일베 게시물들의 키워드를 분석한 프로그

램 통계에 의하면 일베 사이트의 핵심 키워드들은 사회의 대다수 사

람들의 통념과 반대되는 게 맞는데 이 연가시야 사례가 많을수록

귀납논증은 강화되는 거고 너가 일반화라면 그렇지 않은 일베 회원

들이 더 많음을 니가 귀납적으로 논증을 해야 논파가 되는 거임 따라

서 ldquo일베충들은 대부분 사회적 낙오자에 학교에선 아싸고 생긴 건

베트남 쌀국수에 집에서 진격의 거인이나 보면서 연애 한 번 못해

보는 싸이코패스인데 사회적 약자들에 화풀이한다rdquo는 건 굉장히 강

한 귀납논증이 성립되는 거임 (ㅋㅋㅋ)

일베충 우리가 사회적 낙오자에 약자들에게 분풀이 한다는 팩트를

대라 팩트의 일베다 우리는 사실만을 얘기한다

나님 니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lsquo팩트rsquo에 대해서 너님들은 얼마나

알고 있음 너님 혹시 lsquo팩트rsquo가 뭔지는 암 사실과 사건 사태의 차

이점이 뭐임

일베충 0a 0

나님 ldquo쟤 성형수술했대rdquo ldquo너 전과자라며rdquo ldquo나 저번 시험에서

백점 맞았다~^^rdquo ldquo우리 집 50평이다 ^^rdquo ldquo우리 아들이 이번에 반

에서 1등했대요 호호호rdquo 이 문장들은 전부다 lsquo사실rsquo을 얘기하고 있

지만 이건 사실을 얘기하는 lsquo진술문rsquo이 아니라 비하하거나 잘난척

하는 lsquo행위rsquo를 하고 있는 lsquo수행문rsquo임 따라서 너님들이 이야기하고

있는 lsquo사실rsquo은 사실 해석과 반응 맥락에 따라서 굉장히 유동적인

것임 이처럼 사실인 척 위장하고 있는 문장들은 lsquo기술주의적 오류

(destriptive fallcy)rsquo임 또한 사실은 lsquo사물rsquo이 아니라 사물들의 연관

이라고 비트겐슈타인이 말한 것처럼 사실은 사실을 인식하고 말하는

사람의 주관에 달려있는 거임

일베충 전라도가 폭도였고 한국여자들이 성형하고 명품 밝히는 건

팩트다 이 멍청한 좌좀아 홍어들은 한반도를 떠나야하고 여자들은

삼일한(삼일에 한번씩 패야한다는 일베 용어)이라는 거다

나님 한국여성들의 명품 구매비율이나 성형비율이 높다는 lsquo사

실rsquo과 여성들을 패야한다는 lsquo당위rsquo가 어떤 관련이 있음 사실에서

어떻게 당위를 도출함 ldquo저 사람은 흑인이다rdquo라는 사실에서 ldquo따라

서 저 사람을 인종차별해야 한다rdquo라는 당위가 도출됨 ldquo너는 여자

다rdquo라는 사실로부터 ldquo따라서 너는 정숙해야한다rdquo라는 당위 도출되

지 않는 것처럼 이것 역시 철학자 GE 무어가 말한 lsquo자연주의적 오

류rsquo임 그러나 ldquo쟤 일베한다 따라서 박멸해야 한다rdquo는 만고산천에

72 73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불변하는 진리 이데아임 어디까지나 이런 논리나 철학은 사람한테

만 적용되므니다 이 살인 진드기야

일베충 (ㅇㅂㅇ) 광주사태가 홍어들 폭도였다는 거 역시 lsquo팩트rsquo

를 말한 거다 총들고 사람 죽이고 그게 잘한 거냐 이 씹선비야

나님 광주사태가 lsquo민주화운동rsquo이였다는건 공론장에서 의사소통적

논변에 근거한 합의를 통해 그 내포에 대한 일의적(一意的) 의미가 정

해진 사안임 너 혼자 민주화라는 용어를 lsquo홍어들의 폭동rsquo으로 재정

의하는 것은 이미 어느정도 사회적으로 통용된 내포를 너 혼자 바꿔

쓰는 lsquo은밀한 재정의의 오류rsquo이면서 동시에 lsquo자의적middot설득적 정의rsquo

인 거임 ldquo동성애자는 항문섹스만을 즐겨하는 에이즈 보균자이며 하

나님 앞에 죄인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rdquo라는 말이 동성애자에 대한

합의된 정의임 자기 혼자 쓰는 정의지 그리고 너희가 비하하는 전

라도 사람들은 전부다 폭도라던가 한국여자들은 명품에 성형에 환장

했다거나 하는 설명이 과학적이거나 팩트에 가까움 오히려 감정적

인 편견에 지나지 않는거 아님 통계 자료는 있음 논거 부재의 오

류 인신공격의 오류 은밀한 재정의의 오류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온갖 오류들의 향연임 이 애미 애비가 교육을 잘못시켜서 그 따위로

된 가정 교육 못 받은 일베충아

일베충 (ㅇㅂㅇ) 아아아아아우오오 씹선비 김치녀 홍어 홍어

나님 반사 ^^

일베충 (ㅇㅂㅇ) 우워워워좌좀 종북 좌빨 슨상님

나님 굴절 ^^

일베충 크어어어억 오유충 삼일한 김치녀 종특

나님 라고 말하는 놈 친일파 ^^

일베충 쩔뚜기 운지 하라보지 종북게이

나님 라고 말하는 놈 평생 쏠로 ^^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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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사은 백가윤 보라 상우 서범석 설순일 소란 송명관 송병채 송준 송지혜 수하

숲이아 시와 신기현 신유아 신은재 신희권 아하 아침 아키오 안지환 양선화 양지혜

여문정 여옥 여은 여지우 염창근 오리 오성민오정록 오하린 오학준 우경환 우공

우완 우성섭 우지연 위양자 유은정 유현미 윤민순 윤정하 윤정화 윤지환 윤혜정

은국 은종복 은혜와평화교회 이갑수 이기영 이덕현 이비함 이상길 이선아

이선영 이선옥 이세현 이승규 이연희 이영롱 이용석 이재환 이준규 이준호 이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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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욱 정상민 정우진 정인철 정주열 정출균 정혁 정현채 정혜윤 조명래 조은 조익진

조정의민 주관수 지은 진진 진현호 진흙 차명수 참새 채승우 최민아 최성진 타랑

편설란 하동기 하승우 한광주 한주훈 햄 홍수봉 홍수영 홍이 홍창욱 황명규 황예랑

2013년 5월1일 ~ 7월 31일

Page 26: 전쟁없는세상 소식지 38호(2013년 8월)

46 47리뷰-서평

인생에서 가장 즐거웠던 시절이라고 단언한다 무려 lsquo행복rsquo이라는

낱말까지 써가면서 혁명의 이상과 가장 먼 곳에서 가장 행복했다는

것이 아니 그때만 유일하게 행복했다는 것이 뼈아프다 아마 그게 진

실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중반을 넘어가면서부터 lsquo추락rsquo은 본격화된다 그가 lsquo납

탄 동맹rsquo의 든든한 동지를 따라 lsquo사업rsquo에 발을 들이게 되기 때문이

다 돈이 엮이면 어떻게 흐르게 되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너무

지겹게 잘 알고 있다 그런 걸 이 만화에서까지 보고 싶지 않았는데

어쨌든 뛰어넘을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작가는 성실히 쓰고 있다

ldquo살아남으려면 체제에 맹목적으로 순응해야만 했다 단순히 지난

날의 이상을 버리면 되는 게 아니라 열렬한 신봉자가 되어야만 한다

는 것이다rdquo 세상을 뒤집어엎겠다는 큰 꿈만 버리고 lsquo보통rsquo으로 살

아가는 것은 가능하지 않았다 변절한 옛 동지들한테 뭐라고 할 것도

없이 안토니오는 속수무책으로 타락해간다 권력의 뒤통수를 치면서

자기가 권력을 꿰차고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를 두고 다른 욕망을 탐

하고 그러다 결국 자기도 뒤통수를 맞고 거지 신세가 된다 전복이니

혁명이니 하는 것은 꿈에서조차 등장하지 않고 lsquo속박rsquo을 견디지 못

하는 습성만 그놈의 lsquo아나키스트적인rsquo 것으로 남아서 그와 주변을 괴

롭힐 뿐이다

아 책이 채 반에 반도 남지 않았는데 안토니오는 예순 살이 되어

있었다 lsquo왕년에 혁명깨나 했지만 지금은 추한 빈털터리가 되어 아내

와도 끝내고 요양시설에 굴러들어온rsquo 예순 살이다 lsquo보통rsquo보다 못한

예순 살 나는 짜증이 나서 울고 싶었고 그만 읽을 뻔했다 하지만 끝

까지 읽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의 인생에서 마지막이자 유일한

lsquo승리rsquo는 그 뒤에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 승리가 자기 가슴에 붙어

실제로 내장을 갉아먹는 두더지를 떼어내버린 뒤에 스스로 스스로

의 죽음을 실행하는 것뿐이었다고 해도 그 과정을 꼭 지켜봐주었어

야 했다 왜냐하면 남 얘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오래전에 스페인

에서 살았다는 안토니오가 아무것도 개인을 억누르지 않는 자유로운

세상을 꿈꿨던 안토니오라는 사람이 대단하거나 멀게 느껴지지 않는

다 오히려 내가 내일도 마주치게 될 익숙한 사람들 중에 그 지친 얼

굴 하나하나에 안토니오가 보일 것 같다

제목에 속았다고 느꼈다 그런데 다 읽고 보니 작가는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 오히려 시작부터 진실을 말했다

ldquo그리고 또한 그분의 추락이 몇 초밖에 걸리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90년이라는 긴 시간이었다는 사실도 말이

다rdquo

이것은 lsquo추락rsquo에 관한 이야기라고 작가는 이미 알려주고 시작한

것이다 이것은 끝도 없는 추락의 이야기 이상을 가진 인간으로 태

어나서 실패하고 죽어간 이야기다 다시 말하지만 이 실패는 우리

모두가 나눠 먹고 있는 그 실패다 여기서 우리란 물론 우리 편을 말

한다 안토니오의 실패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 자기 가슴을

48 49기획연재-게임과 평화

뜯어먹는 두더지를 꿈에도 본 일이 없는 사람들 이 책이 음란하다고

lsquo청소년 유해매체rsquo 딱지를 붙인 사람들까지 말하는 것은 아니다 적

어도 lsquo우리rsquo는 안토니오라는 아나키스트의 아니 한 인간의 실패담

을 처음부터 끝까지 묵묵히 읽어갈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에도 불구하고 진짜 안토니오의 진짜 진실은

언제까지나 미지수로 남는다 그렇게 남겨야 한다 아무도 모르고 몰

라야만 하는 진실을 하나씩 가지고 있는 것이야말로 그가 그토록 되

고자 열망했던 lsquo개인rsquo일 것이기 때문이다 지우 | 전쟁없는세상 운영위원

게임을 통해 평화를 만드는 게 과연 가능할까 이 물음에 대한 답

을 대신하여 한 가지 게임을 소개하고자 한다

lsquo세계평화게임(World Peace Game)rsquo은 미국의 공립 초등학교 교

사 존 헌터(John Hunter)가 만든 대화형 게임이다 헌터는 1978년에

이 게임의 원형을 처음 만들었고 지금까지 세계를 돌아다니며 게임을

주최하고 있다 그의 활동은 lsquo세계평화와 4학년의 업적(World Peace

and Other 4th-Grade Achievements)rsquo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헌터는 2012년에 타임지가 선정한 교육

운동가 12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세계평화게임은 가로middot세로middot높이 4피트 크기의 4층짜리 아크릴

기획연재-게임과 평화

세계평화게임

50 51기획연재-게임과 평화

구조에서 진행되며 각 층은 바깥 우주와 대기 지표 해저를 상징한

다 거기에 경제력과 군사력이 서로 다른 4개 국가의 영토와 영공

육middot해middot공군 인공위성 잠수함 해저광산 등이 있다 (아무래도 이

아저씨가 숫자 4를 좋아하는 모양이다) 40여 명의 학생이 각국의 수

상 국무장관 국방장관 재무장관 감사원장 등을 맡아 내각을 구성

하고 역할 중에는 유엔이나 세계은행 무기상도 있다

게임의 목표는 이 가상세계에서 일어나는 민족 갈등 화학물질 누

출 핵 확산 물 분쟁 분리middot독립 운동 기근 동물의 멸종 지구온난

화와 같은 위기상황을 함께 해결하고 각국의 경제수준을 높이는 것

이다 학생들은 게임을 통해 권력과 파괴 전쟁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이해하고 장기적 계획과 전략을 세우는 법을 배운다

대화형(interactive) 게임이기에 엄밀하게 짜인 문서화된 규칙은 없

다 게임을 주도하는 것은 학생들이며 교사는 지켜보면서 상황을 정

세계평화게임을 하는 사람들

리하고 촉진하는 역할만 한다 헌터는 처음 교편을 잡았을 때 교사가

수업을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코 그래서는

안 된다는 믿음이 생겼다고 한다 그는 학생들의 집단지성이 자신보

다 훨씬 더 훌륭하다고 인정한다 헌터는 게임에서 실제로 일어난 몇

가지 흥미로운 사례를 소개한다

사례 1

한 학생이 가장 가난한 나라의 국방장관을 맡고 있었다 그 나라의

이웃에는 돈도 많고 기름도 풍부한 나라가 있었다 그런데 그 학생이

갑자기 수상의 명령도 어기고 인접국의 유전지역을 공격했다 학생은

그곳을 포위해 총 한 발 쏘지 않고 지역을 확보했다 인접국은 연료공

급이 차단되어 어떠한 군사행동도 취할 수 없었다 다른 아이들은 화

를 냈다

며칠 뒤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인접한 강대국이 전 세계를 점령

하기 위해 무력도발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학생은 사태의 추

이를 누구보다 먼저 파악하고 대규모 전쟁을 피하기 위해 소규모 전

쟁을 감행하는 냉철한 판단을 내렸던 것이다 학생들은 게임을 멈추

고 그의 판단이 옳았는지 조건에 따라 옳고 그름을 따져보는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사례 2

플라스틱 말로 표시되는 병사들이 전쟁에서 사망하면 군사령관이

52 53기획연재-게임과 평화

병사들의 가상의 부모에게 편지를 쓰는 시간을 가진다 한 번은 학생

의 제안으로 수업을 참관하던 학부모가 직접 편지를 읽게 되었다 편

지의 세 번째 줄을 읽으면서 학부모는 울음을 터뜨렸다 전투에서 병

사를 잃었다면 전쟁에서 승리해도 기쁘지 않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게

되었다 어떤 의미에서 모두가 전쟁에서 졌다는 사실을 말이다

사례 3

방과 후에 틈틈이 7주 동안 진행된 게임에서 세계은행의 재정정책

때문에 한 나라가 시작할 때보다 더 가난해졌다 (게임의 목표는 위기

상황을 해결하고 각국의 경제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게임을 마칠 시

간이 1분도 채 안 남았고 교실은 혼란에 빠졌다 소리를 지르거나 삿

대질을 하는 학생도 있었고 서류 뭉치를 흔들거나 교실을 뛰어다니

는 학생도 있었다

그때 한 학생이 종을 울리며 이렇게 말했다 ldquo세계은행이 모든 자

금을 끌어 모아서 모든 나라가 가난해졌습니다 지금 세계은행에는

6000억 달러가 있습니다 이 돈을 가난한 나라에 기부하려고 합니다

만약 그 나라가 이걸 수용하면 국가의 자산가치가 올라가고 그럼 우

리는 게임을 이기게 됩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rdquo 시간이 3초 정도

남았을 때였다 모두 그 나라의 수상만 바라보고 있었다 ldquo네rdquo 게임

은 이긴 것으로 끝났다

게임은 교과서와 다르다 게임에서 학습자는 lsquo평화란 무엇인가rsquo

라든지 lsquo평화를 어떻게 만드는가rsquo와 같이 주어진 문제에 대한 주어진

답을 저축하듯이 암기하지 않는다 문제를 만드는 것도 그에 대한 답

을 구성하는 것도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 자신과 동료들이다 이는 게

임의 본질이 바로 lsquo참여적 재현rsquo이라는 형식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

고 게임의 lsquo재미rsquo라는 요소가 이러한 참여를 유도한다 여기서 우리

는 맨 앞의 질문에 대한 모종의 답을 상상할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헌터의 말을 인용하며 글을 마친다

ldquo매 게임이 다릅니다 어떤 게임에서는 사회문제가 중요하고 어

떤 게임에서는 경제문제가 중요합니다 어떤 게임에서는 전쟁문제가

대두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부정하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그

게 인류의 현실이니까요 hellip 학생들은 무엇이 옳은 길인지 자기들만

의 방법으로 스스로 찾아냅니다 게임을 통해 저도 많은 것을 배웠습

니다 만약 학생들이 이 게임을 통해 비판적이고 창조적인 사고방식

을 배우고 세상을 이롭게 할 동력을 얻게 된다면 우리 모두를 구원할

지도 모릅니다 게임을 통해 배울 수만 있다면 말이죠rdquo

lsquo세계평화게임rsquo과 이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lsquo세계평화와 4학년의 업적rsquo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는 공식 페이지(httptheworldpeacegamecom)에서 얻을 수 있다

54 55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무기제로는 2013년 상반기 동안 13개 단체와 연대하여 국민연금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 캠페인은 확산탄과 같은 비

인도무기에 대한 금융기관의 투자가 중단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

으며 세부적으로는 ldquo1) 국민연금이 확산탄 생산기업인 한화 풍산에

투자를 철회한다rdquo ldquo2) 국민연금이 비인도무기 생산기업에 대한 투

자배재를 천명하는 윤리투자원칙을 제정한다rdquo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

왜 투자철회 캠페인인가 왜 국민연금인가

확산탄 캠페인에 있어 대상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확산탄의 수요자사용자인 국가이며 다른 한 축은 확산탄을 생산하는

박승호 | 무기제로 코디네이터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 경험 공유

기업들이다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캠페인의 요구가 확산탄을 전면적

으로 금지시키고 확산탄 오염지역을 정화하고 피해생존자들을 지원

하라는 것 등이 주를 이룬다면 기업을 대상으로 한 요구는 확산탄의

생산middot수출을 중단하라는 것이다

현재 한국 정부는 확산탄을 북한의 장사정포에 대응할 수 있는 핵

심전력으로 여기고 있으며 국제적인 확산탄 불법화 추세에도 불구하

고 확산탄을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무기제로는 국가를 대상으로 협약 가입을 촉구하는 캠페인보

다는 확산탄을 생산하는 기업이나 확산탄 생산을 지원하는 금융기관

에 대한 문제제기를 통해 확산탄에 대한 대중적 낙인화 효과를 불러

일으키는 것이 확산탄 금지운동에 더 효과적일 것이라 판단했다 하

지만 확산탄 생산기업인 한화와 풍산을 대상으로 어떤 캠페인을 벌여

도 이윤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기업이 윤리적인 비난만으로 핵심 사업

을 정리할 것 같지는 않았다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압박보다 더 효

과적인 방식은 바로 돈줄에 위협을 가하는 것이고 이 점에서 투자

철회 캠페인은 상대적으로 더 승산이 있는 캠페인이라는 판단이 있

었다 국민연금이 각각 한화 주식의 734(201112) 풍산 주식의

926(20129)를 보유하고 있는 확산탄 생산기업의 최대투자자라는

점 또 공적자금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있는 기관이라는 점 대

부분의 사람들이 월 일정액의 국민연금보험료 납부하고 있다는 점에

서 국민연금의 확산탄 투자 문제를 lsquo내 문제rsquo로 인식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국민연금이 투자철회 캠페인의 대상으로 결정되었다

56 57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무기제로의 과거 캠페인 경험을 통해서 볼 때 확산탄이 어떤 무기

인지 왜 확산탄이 금지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대중적 인식은 사실상

전무했다 확산탄이라는 특정한 무기를 금지하자는 캠페인의 슬로건

이 대중의 관심을 얻기 힘든 주제였다는 점에서 우리는 국민 대다

수가 자의든 타의든 월 일정액을 적립하고 있는 lsquo국민연금rsquo을 통해

lsquo당신의 돈이 국제적으로 금지된 무차별 살상무기를 만드는 데 쓰이

고 있다rsquo는 메시지를 전달해 사람들의 관심과 확산탄의 비인도성에

대한 낙인화를 동시에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해외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 사례

이번에 무기제로가 국민연금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을 진행한 것

은 해외에서 이미 성공적으로 진행된 투자철회 캠페인을 모델로 해서

기획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래에서는 무기제로가 참고했던 대

표적인 성공 사례 두 가지를 살펴보려 한다

- 네덜란드 연금기금 투자철회 사례

2007년 3월에 네덜란드 시사프로그램인 젬블라(Zembla)는 네덜란

드 유수의 연금기금이 확산탄 지뢰 등 비인도무기를 만드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 등 네덜란드 연금기금의 비윤리적 투자 문제

를 다룬 lsquoCluster bomb feelingrsquo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방영한

다 당시 방송을 통해 연기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게 된 대중의 분

노가 표출되면서 연기금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이 압력을 느끼게 되었

다 이에 다큐 제작 과정에 관여했던 시민단체인 팍스 크리스티(IKV

Pax Christi)는 다큐 방영 이후 연금 기관들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캠

페인을 시작하게 된다 금융기관들의 가장 큰 두려움이 ldquo사회적 이미

지 실추rdquo라는 점을 활용한 것인데 2011년 유럽 투자자들을 대상으

로 한 조사에서 거의 80의 투자자가 논란이 되는 무기에 대한 투자

가 명성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는 등 인식의

변화가 눈에 띄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2009년 팍스 크리스티는 페어핀(FairFin)과 공동으로 ldquo확산탄 세

계투자 공동의 책임rdquo 보고서를 발표했고 보고서 발표의 영향으로

연금 기금이나 금융기관들이 확산탄 생산기업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

는 사례가 발생한다 팍스 크리스티는 이뿐 아니라 정책 입안자들과

관계를 맺고 확산탄 투자 금지를 입법화하기에 나선다 2009년에 네

덜란드 의회가 확산탄 투자 금지 촉구 제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지

만 당시 과도 정부가 이를 거부했다 이후 확산탄금지협약 비준 등을

거치면서 상원에서 다시 한번 확산탄 투자 금지 제안이 상정되었고

2011년 말 정부가 이를 이행하기로 결정하면서 확산탄 투자 금지는

2013년 1월부터 효력을 발휘하게 되었다

주목할만한 점은 이 다큐가 방영되고 반향을 일으켰던 시점이 아직

확산탄금지협약이 체결되지 않은 시점이었다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경우는 다큐멘터리 방영으로 국민적 분노가 격화되면서 향후 확산탄

생산기업에 대한 연기금의 투자철회 결정뿐 아니라 네달란드가 확산

58 59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탄금지협약에 서명하는 등 확산탄을 전면적으로 금지시키는 데도 상

당한 영향을 미쳤다

- 영국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RBS) 투자 철회 사례

2011년 8월 앰네스티 영국지부가 팍스 크리스티 보고서를 바탕으

로 HSBC(홍콩middot상하이은행)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 등 주요 은행에

대한 투자 철회 캠페인(온라인 탄원)을 시작했다 캠페인 시작 1주일

만에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이 확산탄 투자를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밝

히게 된다 당시 이 은행은 앰네스티 회원들로부터 12000통의 이메

일을 받았으며 앰네스티가 진행하던 전국적인 광고 캠페인 등에 이

미지 손상을 두려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사례를 통해서 본 우리의 투자철회 캠페인

투자철회 캠페인은 기업들이 lsquo이미지rsquo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에

서 가능한 캠페인이다 위에서 다룬 두 사례는 각각 대중적인 영향력

을 가지고 있는 방송(네덜란드 시사프로그램 젬블라)과 시민단체(앰

네스티 영국지부)가 자국 금융기관(연금기금)이 국제적으로 큰 비난

을 받고 있는 비인도무기를 만드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으로 대중적인 단죄 또는 낙인화가 이루어지면서 자연스레

투자철회가 이어질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된 사례로 볼 수 있다 ldquo내

돈rdquo이 잔인한 무기를 만드는 데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림으로써 사

람들이 확산탄 문제를 ldquo내 문제rdquo로 인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

한 분위기가 형성되었을 때 해당 국가 내에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단체들이 이 문제를 공공의제로 만들어 냈고 이후 여론을 등에 업고

금융기관을 압박해 실제 투자철회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한국에서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진행된 캠페인은 아직 구체적인 성

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하지만 캠페인이 시작단계에 있으며 해외 사

례와 같이 대중적 영향력이 큰 매체가 이 문제를 다루는 등의 이슈 확

산의 계기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아직은 캠페인의 성과를 이야

기할 시점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또 대부분의 국가들이 확산탄금

지협약에 서명middot비준한 유럽의 경우와는 다르게 한국은 안보상의 이

유로 확산탄의 생산 배치를 고집하고 있으며 평화 무기 이슈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도도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 역시 감안해야 할 것이다

무기제로는 올해 12월 발표 예정인 ldquo확산탄 세계투자rdquo 보고서의

번역 발표 등 지속적 캠페인을 통해 국민연금의 확산탄 투자문제를

꾸준히 제기할 계획이며 적절한 타이밍에 대중적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내는 데 주력해 한화middot풍산에 대한 투자철회

및 확산탄에 대한 낙인화 등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참고httpstopclustermunitionsorghttpwwwstopexplosiveinvestmentsorghttpwzeroorg

60 61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기획연재-가람이의 좌충우돌 세상읽기

ldquo그건 저의 삶입니다rdquo

나름 | 전쟁없는세상 친구 + 스웨덴에서 공부하는 중

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ldquo대답하세요rdquo 아슬아슬하게 진행되던 그들의 대화 긴장이 최고

조에 이른다 대화가 중단되고 한 사람이 자리를 뜬다 그 사이 추궁

을 받던 이는 주위를 둘러본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고 어느 구석

자리에 멈춘다 시선이 고정된다 바로 자신에 관한 기사와 사진들을

발견한 것 벽에 빼곡히 붙어 있는 모습이 마치 수사 상황 같다 소리

를 쳤던 이가 돌아오고 그가 묻는다 ldquo이게 뭐죠rdquo ldquo그건 저의 일이

예요rdquo 추궁을 받던 이의 나직한 목소리 ldquo그건 저의 삶입니다rdquo 덴

마크 드라마 lt보운 (발음이 틀릴 수 있음)gt의 한 대목 덴마크 최초의

여성 총리를 그리고 있는 이 드라마는 첫 방영이 있고 1년 뒤 실제 여

성 총리가 등장하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문제의 대목은 이전 정부

에서 총리를 맡았던 여성이 선거를 앞두고 새로운 정당을 만들면서

시작된다 경제 정책을 담당할 인물을 영입했는데 옛소련의 간첩이었

62 63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대표의 측근이 검증을 하게 된다 이 측근은

소련 좌익 정당에서 일하다 자살한 여성에 대해 캐묻고 그 사람은 결

국 그 여성과의 관계를 비롯해 아픈 과거를 이야기하게 된다 이 장면

은 누군가의 삶에 대해 타인이 얼마나 쉽게 얘기하고 재단할 수 있는

지에 관해 생각하게 만든다 타인이 쉽게 말할 수 있는 그 무엇이 누

군가에게는 삶이요 상처다

누군가에게는

그렇다 타인에게는 그저 지시대로 하면 되는 일이 자신에게는 치

명적인 삶의 문제일 수 있다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 갈등의 연속이

다 최근 이 정도 수준은 아니지만 좀 복잡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주

제 넘게도 어떤 글을 외국어로 쓰고 있는데 유럽 학자와 미국 학자

사이에 끼어 고민이 된다 두 사람이 거의 정반대의 입장에서 글쓰기

에 관여하고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해 한 사람은 이쪽으로 가라고 하

는데 또 한 사람은 저쪽으로 가라고 한다 아직은 경력을 막 쌓기 시

작한 힘없는 나로서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다 두 사람 모

두 좋으신 분들이고 또 내게 중요한 역할을 할 분들이다 그런데 모

두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누구 장단에 맞춰야 할지 난감하

다 다른 점이 있다면 한 사람은 나의 가능성만을 보고 변함없는 신뢰

와 지지를 보여주었지만 또 한 사람은 그 정도는 아니라는 느낌 문

제는 나를 석연치 않게() 보는 듯한 이가 내 경력에서는 훨씬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나를 믿어주는 이의 방향에 맞

추기로 결정했는데 아무튼 쉽지 않은 문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깊이 고민하게 된 다른 문제가 있는데 바로

lsquo누구를 대상으로 이야기하는가rsquo에 관한 부분이다 어쩌다가 바다

건너에서 계속 있다 보니 나는 이쪽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야기를 해

오고 있다 이 사람들의 언어(주로 영어)로 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

는 이야기를 이 사람들 상황에 맞게 말이다 그런데hellip 이게 정말 내

가 원하는 일인가 잘 모르겠다 지금 굉장히 긴 분량의 또 다른 글을

쓰고 있는데 원래는 내가 비교적 잘 알고 있는 한국과 관련된 사건에

대해 얘기하려 했다 이 사건과 특별한 인연이 있고 관심도 많기 때문

이다 그런데 관계자는 특정 사건보다는 lsquo보편적인rsquo lsquo이론적rsquo 이야

기에 초점을 맞춰달라고 요구한다 그래야 이쪽 지역에서 읽히기 때

문이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이게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인가 내

가 정말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들은 누구인가 나는 누구를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는가 쉽게 답할 수 없는 물음들 그래도 나는 안다

적어도 당장은 먹고 사는 문제와 관련이 있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는 걸 물론 이런 고민은 나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바다건너에서

든 아니든)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누구나 살아가면서 어떤 식으

로든 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ldquo네가 행복해져야만helliprdquo

64 65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그런데 lsquo바다건너rsquo라는 부분에 뭔가 있는 것 같다 (나만의 착각

일 수 있지만) 외국에서 지내는 게 다른 사람들에게는 좀 괜찮게 보일

수 있지 않을까 뭔가 좀 있어 보이는 부끄럽지만 고백하건대 나 역

시 그런 생각을 전혀 안 했던 것은 아니다 뭔가 세련()된 것 같은

좀 달라보이는 어떤 면에서 (탈)식민 문제와 관련이 있다 그런데 직

접 생활하는 것은 역시 다르다 물론 철저히 나의 입장에서 그렇다는

이야기다 예컨대 자연환경도 좋고 구경갈 곳도 많은데 여행이나 휴

가를 가지 않느냐는 물음을 받곤 한다 그런데 가고 싶어도 일단 돈

이 없다(있어도 최대한 아껴야 한다) 방학 기간에 여기 저기 여행다

니는 유학생이나 현지인들 이야기를 들으면 나는 신기하기도 하고 부

럽기도 하다 에둘러 말하면 이 세상에 아름답거나 그렇지 않은 것은

없다 아름답게 느끼거나 그렇지 않게 느끼는 특정 맥락의 내가 있는

것이다 lt연애시대gt에도 나오지 않던가 ldquo네가 행복해져야만 이 세

상도 행복해진단다rdquo 그래서 서로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다 처음에

얘기한 드라마 장면 누구에게는 일이고 누구에게는 삶이다 뭔가를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될 이유

[나름대로 스웨덴 소식]

성소수자 탈의실 설치 (스웨덴 영문뉴스 lt로컬gt 2013 4 26)

스톡홀름에 있는 한 고등학교가 자신을 남성-여성으로 정체화하

지 않은 학생들을 위해 별도의 탈의실을 짓기로 했다 보도에 따르면

스웨덴에서는 첫 사례라고 한다 이 학교 학생위원회 관계자는 새로

운 탈의실은 사회의 젠더 규범에 불편해하는 학생들을 위한 것이라

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편 이 학교 선생님들은 수업 시간에 남성

(lsquo한rsquo)-여성(lsquo혼rsquo)을 넘어선 lsquo헨rsquo이라는 단어를 공식 사용하기도 하

고 학생들은 스톡홀름 성소수자 축제에 학생위원회 자격으로 참여한

첫 사례를 남기기도 했다

부유한 지역 적은 난민들 (스웨덴 국영 라디오 국제 2013 7

1)

스웨덴에서 예산이 많은 지역일수록 난민을 받는 데 소극적인 것으

로 나타났다 어느 일간지에 따르면 전국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 20

군데가 같은 수의 가장 부유한 지역들보다 5배 많은 난민을 받아들인

다고 한다 여기에 해당되는 부유한 지역들은 모두 현 정부의 보수 성

향 정당이 이끌어 가고 있다 이는 지난 5년 동안 스웨덴의 290개 지

역 단위를 비교한 결과다 관계자에 따르면 스웨덴 북쪽 지역으로 갈

수록 인구 부족 문제로 난민들이 환영을 받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66 67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효웅 | 병역거부자

일베한테 일베식으로 맞짱뜨기

일베충 종북게이다 좌빨 종북게이다

나님 네 다음 일베충

일베충 네 다음 종북게이

나님 나님이 종북게이라는 lsquo근거rsquo가 있음 주장하는 사람이 근거

를 제시해야 한다는 lsquo입증책임의 원칙rsquo도 모름 이 논리 종범아

일베충 요시 그럼 넌 내가 일베충이라는 근거는 있盧

나님 너한테 한 말 아니라 걍 혼잣말 한건데 내 발화의 지시대상

이 너라는 근거는 있盧

일베충 나한테 한 얘기잖아 이 종북게이야

나님 ㅇㅇ 인정 니 생긴 게 일베충같아서 일베충이라고 한 거임

얼굴에 써 있음

일베충 소설쓰지마라 ㅋㅋ 팩트 모르盧 내가 일베충이라는 팩트

를 대라 팩트를

나님 요시 니가 일베충이라는 lsquo최선의 설명으로서의 추론rsquo이라는

가설을 세워서 추론한 거임 나한테 종북게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lsquo현

상rsquo을 설명하기 위해서 너가 일베충이라는 lsquo가설rsquo을 세워 봤는데

ldquo니가 바로 일베충rdquo이기 때문에 ldquo따라서 나한테 종북게이라는 딱지

를 붙이는 것이다rdquo라는 현상이 아주 훌륭하게 설명력을 지닌 가설추

론이 되는 거임 원래 가설은 아무렇게나 세우는게 lsquo가설rsquo임 가설은

반증 가능성이 있는 게 당연하다고 포퍼가 그랬음 가설을 통해서 과

학과 범죄수사가 발전했음 만일 니가 일베충이 아니라면 너가 경쟁

가설을 주장하던가 내 추론에 문제가 있음을 제시하면 됨 왜 일베충

이라고 해서 찔림 도둑이 제 발 저림 일베충도 일베충이라는 말 듣

기가 부끄러움 너 포퍼가 누군지는 암

68 69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일베충 일베한다고 해서 다 무슨 사이코패스에 고인드립치는 패륜

아 인 줄 아냐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범하지 마라

나님 ㅋㅋㅋ요시 사이코패스에 패륜아라는 건 lsquo니가 한 말rsquo이고

lsquo니 생각rsquo임 내가 언제 너보고 사이코패스에 패륜아라고 했음 난

그냥 너가 일베한다는 lsquo사실rsquo을 진술문으로 말했을 뿐임 아 몰랐

네 너 사이코패스에 패륜아임

일베충 (ㅇㅂㅇ) 지금 일베충이라고 비하하는 거임 일베충이라는

말 자체에 비하가 있다

나님 자기들도 일베충이라고 자조적으로 비하하면서helliphellip

일베충 인권 좋아하는 감성팔이 인권쟁이들이 왜 우리의 인권은

도외시하는 거냐 북한 인권 군인 인권 일베충 인권

나님 일베충이 사람임 사람이 아니므니다

일베충 일베충도 사람이다 왜 사람이 아니냐

나님 lsquo일베충rsquo이라는 말은 일베를 하는 벌레라는 내포를 갖고 있

음 따라서 ldquo일베충은 벌레이다rdquo는 진리값이 항상 참인 분석명제이자

항진명제임 이 무식한 일베충아 그런데 ldquo일베충은 사람이다rdquo라고

한다면 그건 앞의 주어인 lsquo일베충rsquo에 이미 내포되어 있는 벌레라는

걸 부정하는 모순이 되는거임 이건 마치 ldquo삼각형은 동그라미이다rdquo

ldquo여성은 인간이 아니다rdquo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모순율에 어긋나

는 것임

일베충 (ㅇㅂㅇ) 인권 좋아하는 인권쟁이들이 우리들한테 인권이

없다니 역시 좌빨들은 이중성 쩌네 ㅋㅋㅋ모순 쩐다 위선자들 ㅋㅋ

ㅋㅋㅋ

나님 일베충이 그런 내포를 갖게 된 것은 공론장에서의 니들 행패

를 보고 내포가 그렇게 정해진 거임 억울하면 다시 태어나셈 근데

니가 인권이 뭔지는 아냐 어디 그래 lsquo인권rsquo의 정의가 뭐라고 생각

일베충 (ㅇㅂㅇ) 그건사전에 나와있다 ldquo사람이라면 누구나 누려

야할 권리rdquohelliphellip

나님 그런데 너님들은 왜 lsquo여성rsquo lsquo전라도rsquo 이런 사람들의 인권을

부정하고 비하하는 거임

일베충 일베라고 다 패륜아냐 성급한 일반화 모르盧 논리적 근

거를 대라

70 71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나님 아~그럼 여름 중에도 시원한 날이 며칠 있으니까 여름은 안

더운 거겠네 ㅋㅋㅋ 일베충 논리 보소 ㅋㅋㅋㅋ 너 말대로 일베의

lsquo모든rsquo회원이 그런 건 아닐 수도 있음 그러나 대다수가 그런 lsquo성

향rsquo을 갖고 있다면 성급한 일반화가 아니라 강한 통계적 귀납논증이

되는 거임 실지로 얼마 전 일베 게시물들의 키워드를 분석한 프로그

램 통계에 의하면 일베 사이트의 핵심 키워드들은 사회의 대다수 사

람들의 통념과 반대되는 게 맞는데 이 연가시야 사례가 많을수록

귀납논증은 강화되는 거고 너가 일반화라면 그렇지 않은 일베 회원

들이 더 많음을 니가 귀납적으로 논증을 해야 논파가 되는 거임 따라

서 ldquo일베충들은 대부분 사회적 낙오자에 학교에선 아싸고 생긴 건

베트남 쌀국수에 집에서 진격의 거인이나 보면서 연애 한 번 못해

보는 싸이코패스인데 사회적 약자들에 화풀이한다rdquo는 건 굉장히 강

한 귀납논증이 성립되는 거임 (ㅋㅋㅋ)

일베충 우리가 사회적 낙오자에 약자들에게 분풀이 한다는 팩트를

대라 팩트의 일베다 우리는 사실만을 얘기한다

나님 니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lsquo팩트rsquo에 대해서 너님들은 얼마나

알고 있음 너님 혹시 lsquo팩트rsquo가 뭔지는 암 사실과 사건 사태의 차

이점이 뭐임

일베충 0a 0

나님 ldquo쟤 성형수술했대rdquo ldquo너 전과자라며rdquo ldquo나 저번 시험에서

백점 맞았다~^^rdquo ldquo우리 집 50평이다 ^^rdquo ldquo우리 아들이 이번에 반

에서 1등했대요 호호호rdquo 이 문장들은 전부다 lsquo사실rsquo을 얘기하고 있

지만 이건 사실을 얘기하는 lsquo진술문rsquo이 아니라 비하하거나 잘난척

하는 lsquo행위rsquo를 하고 있는 lsquo수행문rsquo임 따라서 너님들이 이야기하고

있는 lsquo사실rsquo은 사실 해석과 반응 맥락에 따라서 굉장히 유동적인

것임 이처럼 사실인 척 위장하고 있는 문장들은 lsquo기술주의적 오류

(destriptive fallcy)rsquo임 또한 사실은 lsquo사물rsquo이 아니라 사물들의 연관

이라고 비트겐슈타인이 말한 것처럼 사실은 사실을 인식하고 말하는

사람의 주관에 달려있는 거임

일베충 전라도가 폭도였고 한국여자들이 성형하고 명품 밝히는 건

팩트다 이 멍청한 좌좀아 홍어들은 한반도를 떠나야하고 여자들은

삼일한(삼일에 한번씩 패야한다는 일베 용어)이라는 거다

나님 한국여성들의 명품 구매비율이나 성형비율이 높다는 lsquo사

실rsquo과 여성들을 패야한다는 lsquo당위rsquo가 어떤 관련이 있음 사실에서

어떻게 당위를 도출함 ldquo저 사람은 흑인이다rdquo라는 사실에서 ldquo따라

서 저 사람을 인종차별해야 한다rdquo라는 당위가 도출됨 ldquo너는 여자

다rdquo라는 사실로부터 ldquo따라서 너는 정숙해야한다rdquo라는 당위 도출되

지 않는 것처럼 이것 역시 철학자 GE 무어가 말한 lsquo자연주의적 오

류rsquo임 그러나 ldquo쟤 일베한다 따라서 박멸해야 한다rdquo는 만고산천에

72 73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불변하는 진리 이데아임 어디까지나 이런 논리나 철학은 사람한테

만 적용되므니다 이 살인 진드기야

일베충 (ㅇㅂㅇ) 광주사태가 홍어들 폭도였다는 거 역시 lsquo팩트rsquo

를 말한 거다 총들고 사람 죽이고 그게 잘한 거냐 이 씹선비야

나님 광주사태가 lsquo민주화운동rsquo이였다는건 공론장에서 의사소통적

논변에 근거한 합의를 통해 그 내포에 대한 일의적(一意的) 의미가 정

해진 사안임 너 혼자 민주화라는 용어를 lsquo홍어들의 폭동rsquo으로 재정

의하는 것은 이미 어느정도 사회적으로 통용된 내포를 너 혼자 바꿔

쓰는 lsquo은밀한 재정의의 오류rsquo이면서 동시에 lsquo자의적middot설득적 정의rsquo

인 거임 ldquo동성애자는 항문섹스만을 즐겨하는 에이즈 보균자이며 하

나님 앞에 죄인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rdquo라는 말이 동성애자에 대한

합의된 정의임 자기 혼자 쓰는 정의지 그리고 너희가 비하하는 전

라도 사람들은 전부다 폭도라던가 한국여자들은 명품에 성형에 환장

했다거나 하는 설명이 과학적이거나 팩트에 가까움 오히려 감정적

인 편견에 지나지 않는거 아님 통계 자료는 있음 논거 부재의 오

류 인신공격의 오류 은밀한 재정의의 오류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온갖 오류들의 향연임 이 애미 애비가 교육을 잘못시켜서 그 따위로

된 가정 교육 못 받은 일베충아

일베충 (ㅇㅂㅇ) 아아아아아우오오 씹선비 김치녀 홍어 홍어

나님 반사 ^^

일베충 (ㅇㅂㅇ) 우워워워좌좀 종북 좌빨 슨상님

나님 굴절 ^^

일베충 크어어어억 오유충 삼일한 김치녀 종특

나님 라고 말하는 놈 친일파 ^^

일베충 쩔뚜기 운지 하라보지 종북게이

나님 라고 말하는 놈 평생 쏠로 ^^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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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아 시와 신기현 신유아 신은재 신희권 아하 아침 아키오 안지환 양선화 양지혜

여문정 여옥 여은 여지우 염창근 오리 오성민오정록 오하린 오학준 우경환 우공

우완 우성섭 우지연 위양자 유은정 유현미 윤민순 윤정하 윤정화 윤지환 윤혜정

은국 은종복 은혜와평화교회 이갑수 이기영 이덕현 이비함 이상길 이선아

이선영 이선옥 이세현 이승규 이연희 이영롱 이용석 이재환 이준규 이준호 이현우

이희진 임재성 임태훈 장대환 장미희 장샤론 장정혜 장현진 전기화 전길수 전범준

전영욱 정상민 정우진 정인철 정주열 정출균 정혁 정현채 정혜윤 조명래 조은 조익진

조정의민 주관수 지은 진진 진현호 진흙 차명수 참새 채승우 최민아 최성진 타랑

편설란 하동기 하승우 한광주 한주훈 햄 홍수봉 홍수영 홍이 홍창욱 황명규 황예랑

2013년 5월1일 ~ 7월 31일

Page 27: 전쟁없는세상 소식지 38호(2013년 8월)

48 49기획연재-게임과 평화

뜯어먹는 두더지를 꿈에도 본 일이 없는 사람들 이 책이 음란하다고

lsquo청소년 유해매체rsquo 딱지를 붙인 사람들까지 말하는 것은 아니다 적

어도 lsquo우리rsquo는 안토니오라는 아나키스트의 아니 한 인간의 실패담

을 처음부터 끝까지 묵묵히 읽어갈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에도 불구하고 진짜 안토니오의 진짜 진실은

언제까지나 미지수로 남는다 그렇게 남겨야 한다 아무도 모르고 몰

라야만 하는 진실을 하나씩 가지고 있는 것이야말로 그가 그토록 되

고자 열망했던 lsquo개인rsquo일 것이기 때문이다 지우 | 전쟁없는세상 운영위원

게임을 통해 평화를 만드는 게 과연 가능할까 이 물음에 대한 답

을 대신하여 한 가지 게임을 소개하고자 한다

lsquo세계평화게임(World Peace Game)rsquo은 미국의 공립 초등학교 교

사 존 헌터(John Hunter)가 만든 대화형 게임이다 헌터는 1978년에

이 게임의 원형을 처음 만들었고 지금까지 세계를 돌아다니며 게임을

주최하고 있다 그의 활동은 lsquo세계평화와 4학년의 업적(World Peace

and Other 4th-Grade Achievements)rsquo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헌터는 2012년에 타임지가 선정한 교육

운동가 12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세계평화게임은 가로middot세로middot높이 4피트 크기의 4층짜리 아크릴

기획연재-게임과 평화

세계평화게임

50 51기획연재-게임과 평화

구조에서 진행되며 각 층은 바깥 우주와 대기 지표 해저를 상징한

다 거기에 경제력과 군사력이 서로 다른 4개 국가의 영토와 영공

육middot해middot공군 인공위성 잠수함 해저광산 등이 있다 (아무래도 이

아저씨가 숫자 4를 좋아하는 모양이다) 40여 명의 학생이 각국의 수

상 국무장관 국방장관 재무장관 감사원장 등을 맡아 내각을 구성

하고 역할 중에는 유엔이나 세계은행 무기상도 있다

게임의 목표는 이 가상세계에서 일어나는 민족 갈등 화학물질 누

출 핵 확산 물 분쟁 분리middot독립 운동 기근 동물의 멸종 지구온난

화와 같은 위기상황을 함께 해결하고 각국의 경제수준을 높이는 것

이다 학생들은 게임을 통해 권력과 파괴 전쟁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이해하고 장기적 계획과 전략을 세우는 법을 배운다

대화형(interactive) 게임이기에 엄밀하게 짜인 문서화된 규칙은 없

다 게임을 주도하는 것은 학생들이며 교사는 지켜보면서 상황을 정

세계평화게임을 하는 사람들

리하고 촉진하는 역할만 한다 헌터는 처음 교편을 잡았을 때 교사가

수업을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코 그래서는

안 된다는 믿음이 생겼다고 한다 그는 학생들의 집단지성이 자신보

다 훨씬 더 훌륭하다고 인정한다 헌터는 게임에서 실제로 일어난 몇

가지 흥미로운 사례를 소개한다

사례 1

한 학생이 가장 가난한 나라의 국방장관을 맡고 있었다 그 나라의

이웃에는 돈도 많고 기름도 풍부한 나라가 있었다 그런데 그 학생이

갑자기 수상의 명령도 어기고 인접국의 유전지역을 공격했다 학생은

그곳을 포위해 총 한 발 쏘지 않고 지역을 확보했다 인접국은 연료공

급이 차단되어 어떠한 군사행동도 취할 수 없었다 다른 아이들은 화

를 냈다

며칠 뒤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인접한 강대국이 전 세계를 점령

하기 위해 무력도발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학생은 사태의 추

이를 누구보다 먼저 파악하고 대규모 전쟁을 피하기 위해 소규모 전

쟁을 감행하는 냉철한 판단을 내렸던 것이다 학생들은 게임을 멈추

고 그의 판단이 옳았는지 조건에 따라 옳고 그름을 따져보는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사례 2

플라스틱 말로 표시되는 병사들이 전쟁에서 사망하면 군사령관이

52 53기획연재-게임과 평화

병사들의 가상의 부모에게 편지를 쓰는 시간을 가진다 한 번은 학생

의 제안으로 수업을 참관하던 학부모가 직접 편지를 읽게 되었다 편

지의 세 번째 줄을 읽으면서 학부모는 울음을 터뜨렸다 전투에서 병

사를 잃었다면 전쟁에서 승리해도 기쁘지 않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게

되었다 어떤 의미에서 모두가 전쟁에서 졌다는 사실을 말이다

사례 3

방과 후에 틈틈이 7주 동안 진행된 게임에서 세계은행의 재정정책

때문에 한 나라가 시작할 때보다 더 가난해졌다 (게임의 목표는 위기

상황을 해결하고 각국의 경제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게임을 마칠 시

간이 1분도 채 안 남았고 교실은 혼란에 빠졌다 소리를 지르거나 삿

대질을 하는 학생도 있었고 서류 뭉치를 흔들거나 교실을 뛰어다니

는 학생도 있었다

그때 한 학생이 종을 울리며 이렇게 말했다 ldquo세계은행이 모든 자

금을 끌어 모아서 모든 나라가 가난해졌습니다 지금 세계은행에는

6000억 달러가 있습니다 이 돈을 가난한 나라에 기부하려고 합니다

만약 그 나라가 이걸 수용하면 국가의 자산가치가 올라가고 그럼 우

리는 게임을 이기게 됩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rdquo 시간이 3초 정도

남았을 때였다 모두 그 나라의 수상만 바라보고 있었다 ldquo네rdquo 게임

은 이긴 것으로 끝났다

게임은 교과서와 다르다 게임에서 학습자는 lsquo평화란 무엇인가rsquo

라든지 lsquo평화를 어떻게 만드는가rsquo와 같이 주어진 문제에 대한 주어진

답을 저축하듯이 암기하지 않는다 문제를 만드는 것도 그에 대한 답

을 구성하는 것도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 자신과 동료들이다 이는 게

임의 본질이 바로 lsquo참여적 재현rsquo이라는 형식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

고 게임의 lsquo재미rsquo라는 요소가 이러한 참여를 유도한다 여기서 우리

는 맨 앞의 질문에 대한 모종의 답을 상상할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헌터의 말을 인용하며 글을 마친다

ldquo매 게임이 다릅니다 어떤 게임에서는 사회문제가 중요하고 어

떤 게임에서는 경제문제가 중요합니다 어떤 게임에서는 전쟁문제가

대두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부정하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그

게 인류의 현실이니까요 hellip 학생들은 무엇이 옳은 길인지 자기들만

의 방법으로 스스로 찾아냅니다 게임을 통해 저도 많은 것을 배웠습

니다 만약 학생들이 이 게임을 통해 비판적이고 창조적인 사고방식

을 배우고 세상을 이롭게 할 동력을 얻게 된다면 우리 모두를 구원할

지도 모릅니다 게임을 통해 배울 수만 있다면 말이죠rdquo

lsquo세계평화게임rsquo과 이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lsquo세계평화와 4학년의 업적rsquo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는 공식 페이지(httptheworldpeacegamecom)에서 얻을 수 있다

54 55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무기제로는 2013년 상반기 동안 13개 단체와 연대하여 국민연금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 캠페인은 확산탄과 같은 비

인도무기에 대한 금융기관의 투자가 중단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

으며 세부적으로는 ldquo1) 국민연금이 확산탄 생산기업인 한화 풍산에

투자를 철회한다rdquo ldquo2) 국민연금이 비인도무기 생산기업에 대한 투

자배재를 천명하는 윤리투자원칙을 제정한다rdquo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

왜 투자철회 캠페인인가 왜 국민연금인가

확산탄 캠페인에 있어 대상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확산탄의 수요자사용자인 국가이며 다른 한 축은 확산탄을 생산하는

박승호 | 무기제로 코디네이터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 경험 공유

기업들이다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캠페인의 요구가 확산탄을 전면적

으로 금지시키고 확산탄 오염지역을 정화하고 피해생존자들을 지원

하라는 것 등이 주를 이룬다면 기업을 대상으로 한 요구는 확산탄의

생산middot수출을 중단하라는 것이다

현재 한국 정부는 확산탄을 북한의 장사정포에 대응할 수 있는 핵

심전력으로 여기고 있으며 국제적인 확산탄 불법화 추세에도 불구하

고 확산탄을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무기제로는 국가를 대상으로 협약 가입을 촉구하는 캠페인보

다는 확산탄을 생산하는 기업이나 확산탄 생산을 지원하는 금융기관

에 대한 문제제기를 통해 확산탄에 대한 대중적 낙인화 효과를 불러

일으키는 것이 확산탄 금지운동에 더 효과적일 것이라 판단했다 하

지만 확산탄 생산기업인 한화와 풍산을 대상으로 어떤 캠페인을 벌여

도 이윤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기업이 윤리적인 비난만으로 핵심 사업

을 정리할 것 같지는 않았다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압박보다 더 효

과적인 방식은 바로 돈줄에 위협을 가하는 것이고 이 점에서 투자

철회 캠페인은 상대적으로 더 승산이 있는 캠페인이라는 판단이 있

었다 국민연금이 각각 한화 주식의 734(201112) 풍산 주식의

926(20129)를 보유하고 있는 확산탄 생산기업의 최대투자자라는

점 또 공적자금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있는 기관이라는 점 대

부분의 사람들이 월 일정액의 국민연금보험료 납부하고 있다는 점에

서 국민연금의 확산탄 투자 문제를 lsquo내 문제rsquo로 인식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국민연금이 투자철회 캠페인의 대상으로 결정되었다

56 57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무기제로의 과거 캠페인 경험을 통해서 볼 때 확산탄이 어떤 무기

인지 왜 확산탄이 금지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대중적 인식은 사실상

전무했다 확산탄이라는 특정한 무기를 금지하자는 캠페인의 슬로건

이 대중의 관심을 얻기 힘든 주제였다는 점에서 우리는 국민 대다

수가 자의든 타의든 월 일정액을 적립하고 있는 lsquo국민연금rsquo을 통해

lsquo당신의 돈이 국제적으로 금지된 무차별 살상무기를 만드는 데 쓰이

고 있다rsquo는 메시지를 전달해 사람들의 관심과 확산탄의 비인도성에

대한 낙인화를 동시에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해외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 사례

이번에 무기제로가 국민연금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을 진행한 것

은 해외에서 이미 성공적으로 진행된 투자철회 캠페인을 모델로 해서

기획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래에서는 무기제로가 참고했던 대

표적인 성공 사례 두 가지를 살펴보려 한다

- 네덜란드 연금기금 투자철회 사례

2007년 3월에 네덜란드 시사프로그램인 젬블라(Zembla)는 네덜란

드 유수의 연금기금이 확산탄 지뢰 등 비인도무기를 만드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 등 네덜란드 연금기금의 비윤리적 투자 문제

를 다룬 lsquoCluster bomb feelingrsquo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방영한

다 당시 방송을 통해 연기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게 된 대중의 분

노가 표출되면서 연기금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이 압력을 느끼게 되었

다 이에 다큐 제작 과정에 관여했던 시민단체인 팍스 크리스티(IKV

Pax Christi)는 다큐 방영 이후 연금 기관들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캠

페인을 시작하게 된다 금융기관들의 가장 큰 두려움이 ldquo사회적 이미

지 실추rdquo라는 점을 활용한 것인데 2011년 유럽 투자자들을 대상으

로 한 조사에서 거의 80의 투자자가 논란이 되는 무기에 대한 투자

가 명성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는 등 인식의

변화가 눈에 띄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2009년 팍스 크리스티는 페어핀(FairFin)과 공동으로 ldquo확산탄 세

계투자 공동의 책임rdquo 보고서를 발표했고 보고서 발표의 영향으로

연금 기금이나 금융기관들이 확산탄 생산기업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

는 사례가 발생한다 팍스 크리스티는 이뿐 아니라 정책 입안자들과

관계를 맺고 확산탄 투자 금지를 입법화하기에 나선다 2009년에 네

덜란드 의회가 확산탄 투자 금지 촉구 제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지

만 당시 과도 정부가 이를 거부했다 이후 확산탄금지협약 비준 등을

거치면서 상원에서 다시 한번 확산탄 투자 금지 제안이 상정되었고

2011년 말 정부가 이를 이행하기로 결정하면서 확산탄 투자 금지는

2013년 1월부터 효력을 발휘하게 되었다

주목할만한 점은 이 다큐가 방영되고 반향을 일으켰던 시점이 아직

확산탄금지협약이 체결되지 않은 시점이었다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경우는 다큐멘터리 방영으로 국민적 분노가 격화되면서 향후 확산탄

생산기업에 대한 연기금의 투자철회 결정뿐 아니라 네달란드가 확산

58 59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탄금지협약에 서명하는 등 확산탄을 전면적으로 금지시키는 데도 상

당한 영향을 미쳤다

- 영국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RBS) 투자 철회 사례

2011년 8월 앰네스티 영국지부가 팍스 크리스티 보고서를 바탕으

로 HSBC(홍콩middot상하이은행)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 등 주요 은행에

대한 투자 철회 캠페인(온라인 탄원)을 시작했다 캠페인 시작 1주일

만에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이 확산탄 투자를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밝

히게 된다 당시 이 은행은 앰네스티 회원들로부터 12000통의 이메

일을 받았으며 앰네스티가 진행하던 전국적인 광고 캠페인 등에 이

미지 손상을 두려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사례를 통해서 본 우리의 투자철회 캠페인

투자철회 캠페인은 기업들이 lsquo이미지rsquo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에

서 가능한 캠페인이다 위에서 다룬 두 사례는 각각 대중적인 영향력

을 가지고 있는 방송(네덜란드 시사프로그램 젬블라)과 시민단체(앰

네스티 영국지부)가 자국 금융기관(연금기금)이 국제적으로 큰 비난

을 받고 있는 비인도무기를 만드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으로 대중적인 단죄 또는 낙인화가 이루어지면서 자연스레

투자철회가 이어질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된 사례로 볼 수 있다 ldquo내

돈rdquo이 잔인한 무기를 만드는 데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림으로써 사

람들이 확산탄 문제를 ldquo내 문제rdquo로 인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

한 분위기가 형성되었을 때 해당 국가 내에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단체들이 이 문제를 공공의제로 만들어 냈고 이후 여론을 등에 업고

금융기관을 압박해 실제 투자철회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한국에서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진행된 캠페인은 아직 구체적인 성

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하지만 캠페인이 시작단계에 있으며 해외 사

례와 같이 대중적 영향력이 큰 매체가 이 문제를 다루는 등의 이슈 확

산의 계기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아직은 캠페인의 성과를 이야

기할 시점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또 대부분의 국가들이 확산탄금

지협약에 서명middot비준한 유럽의 경우와는 다르게 한국은 안보상의 이

유로 확산탄의 생산 배치를 고집하고 있으며 평화 무기 이슈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도도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 역시 감안해야 할 것이다

무기제로는 올해 12월 발표 예정인 ldquo확산탄 세계투자rdquo 보고서의

번역 발표 등 지속적 캠페인을 통해 국민연금의 확산탄 투자문제를

꾸준히 제기할 계획이며 적절한 타이밍에 대중적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내는 데 주력해 한화middot풍산에 대한 투자철회

및 확산탄에 대한 낙인화 등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참고httpstopclustermunitionsorghttpwwwstopexplosiveinvestmentsorghttpwzeroorg

60 61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기획연재-가람이의 좌충우돌 세상읽기

ldquo그건 저의 삶입니다rdquo

나름 | 전쟁없는세상 친구 + 스웨덴에서 공부하는 중

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ldquo대답하세요rdquo 아슬아슬하게 진행되던 그들의 대화 긴장이 최고

조에 이른다 대화가 중단되고 한 사람이 자리를 뜬다 그 사이 추궁

을 받던 이는 주위를 둘러본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고 어느 구석

자리에 멈춘다 시선이 고정된다 바로 자신에 관한 기사와 사진들을

발견한 것 벽에 빼곡히 붙어 있는 모습이 마치 수사 상황 같다 소리

를 쳤던 이가 돌아오고 그가 묻는다 ldquo이게 뭐죠rdquo ldquo그건 저의 일이

예요rdquo 추궁을 받던 이의 나직한 목소리 ldquo그건 저의 삶입니다rdquo 덴

마크 드라마 lt보운 (발음이 틀릴 수 있음)gt의 한 대목 덴마크 최초의

여성 총리를 그리고 있는 이 드라마는 첫 방영이 있고 1년 뒤 실제 여

성 총리가 등장하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문제의 대목은 이전 정부

에서 총리를 맡았던 여성이 선거를 앞두고 새로운 정당을 만들면서

시작된다 경제 정책을 담당할 인물을 영입했는데 옛소련의 간첩이었

62 63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대표의 측근이 검증을 하게 된다 이 측근은

소련 좌익 정당에서 일하다 자살한 여성에 대해 캐묻고 그 사람은 결

국 그 여성과의 관계를 비롯해 아픈 과거를 이야기하게 된다 이 장면

은 누군가의 삶에 대해 타인이 얼마나 쉽게 얘기하고 재단할 수 있는

지에 관해 생각하게 만든다 타인이 쉽게 말할 수 있는 그 무엇이 누

군가에게는 삶이요 상처다

누군가에게는

그렇다 타인에게는 그저 지시대로 하면 되는 일이 자신에게는 치

명적인 삶의 문제일 수 있다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 갈등의 연속이

다 최근 이 정도 수준은 아니지만 좀 복잡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주

제 넘게도 어떤 글을 외국어로 쓰고 있는데 유럽 학자와 미국 학자

사이에 끼어 고민이 된다 두 사람이 거의 정반대의 입장에서 글쓰기

에 관여하고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해 한 사람은 이쪽으로 가라고 하

는데 또 한 사람은 저쪽으로 가라고 한다 아직은 경력을 막 쌓기 시

작한 힘없는 나로서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다 두 사람 모

두 좋으신 분들이고 또 내게 중요한 역할을 할 분들이다 그런데 모

두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누구 장단에 맞춰야 할지 난감하

다 다른 점이 있다면 한 사람은 나의 가능성만을 보고 변함없는 신뢰

와 지지를 보여주었지만 또 한 사람은 그 정도는 아니라는 느낌 문

제는 나를 석연치 않게() 보는 듯한 이가 내 경력에서는 훨씬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나를 믿어주는 이의 방향에 맞

추기로 결정했는데 아무튼 쉽지 않은 문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깊이 고민하게 된 다른 문제가 있는데 바로

lsquo누구를 대상으로 이야기하는가rsquo에 관한 부분이다 어쩌다가 바다

건너에서 계속 있다 보니 나는 이쪽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야기를 해

오고 있다 이 사람들의 언어(주로 영어)로 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

는 이야기를 이 사람들 상황에 맞게 말이다 그런데hellip 이게 정말 내

가 원하는 일인가 잘 모르겠다 지금 굉장히 긴 분량의 또 다른 글을

쓰고 있는데 원래는 내가 비교적 잘 알고 있는 한국과 관련된 사건에

대해 얘기하려 했다 이 사건과 특별한 인연이 있고 관심도 많기 때문

이다 그런데 관계자는 특정 사건보다는 lsquo보편적인rsquo lsquo이론적rsquo 이야

기에 초점을 맞춰달라고 요구한다 그래야 이쪽 지역에서 읽히기 때

문이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이게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인가 내

가 정말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들은 누구인가 나는 누구를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는가 쉽게 답할 수 없는 물음들 그래도 나는 안다

적어도 당장은 먹고 사는 문제와 관련이 있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는 걸 물론 이런 고민은 나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바다건너에서

든 아니든)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누구나 살아가면서 어떤 식으

로든 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ldquo네가 행복해져야만helliprdquo

64 65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그런데 lsquo바다건너rsquo라는 부분에 뭔가 있는 것 같다 (나만의 착각

일 수 있지만) 외국에서 지내는 게 다른 사람들에게는 좀 괜찮게 보일

수 있지 않을까 뭔가 좀 있어 보이는 부끄럽지만 고백하건대 나 역

시 그런 생각을 전혀 안 했던 것은 아니다 뭔가 세련()된 것 같은

좀 달라보이는 어떤 면에서 (탈)식민 문제와 관련이 있다 그런데 직

접 생활하는 것은 역시 다르다 물론 철저히 나의 입장에서 그렇다는

이야기다 예컨대 자연환경도 좋고 구경갈 곳도 많은데 여행이나 휴

가를 가지 않느냐는 물음을 받곤 한다 그런데 가고 싶어도 일단 돈

이 없다(있어도 최대한 아껴야 한다) 방학 기간에 여기 저기 여행다

니는 유학생이나 현지인들 이야기를 들으면 나는 신기하기도 하고 부

럽기도 하다 에둘러 말하면 이 세상에 아름답거나 그렇지 않은 것은

없다 아름답게 느끼거나 그렇지 않게 느끼는 특정 맥락의 내가 있는

것이다 lt연애시대gt에도 나오지 않던가 ldquo네가 행복해져야만 이 세

상도 행복해진단다rdquo 그래서 서로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다 처음에

얘기한 드라마 장면 누구에게는 일이고 누구에게는 삶이다 뭔가를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될 이유

[나름대로 스웨덴 소식]

성소수자 탈의실 설치 (스웨덴 영문뉴스 lt로컬gt 2013 4 26)

스톡홀름에 있는 한 고등학교가 자신을 남성-여성으로 정체화하

지 않은 학생들을 위해 별도의 탈의실을 짓기로 했다 보도에 따르면

스웨덴에서는 첫 사례라고 한다 이 학교 학생위원회 관계자는 새로

운 탈의실은 사회의 젠더 규범에 불편해하는 학생들을 위한 것이라

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편 이 학교 선생님들은 수업 시간에 남성

(lsquo한rsquo)-여성(lsquo혼rsquo)을 넘어선 lsquo헨rsquo이라는 단어를 공식 사용하기도 하

고 학생들은 스톡홀름 성소수자 축제에 학생위원회 자격으로 참여한

첫 사례를 남기기도 했다

부유한 지역 적은 난민들 (스웨덴 국영 라디오 국제 2013 7

1)

스웨덴에서 예산이 많은 지역일수록 난민을 받는 데 소극적인 것으

로 나타났다 어느 일간지에 따르면 전국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 20

군데가 같은 수의 가장 부유한 지역들보다 5배 많은 난민을 받아들인

다고 한다 여기에 해당되는 부유한 지역들은 모두 현 정부의 보수 성

향 정당이 이끌어 가고 있다 이는 지난 5년 동안 스웨덴의 290개 지

역 단위를 비교한 결과다 관계자에 따르면 스웨덴 북쪽 지역으로 갈

수록 인구 부족 문제로 난민들이 환영을 받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66 67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효웅 | 병역거부자

일베한테 일베식으로 맞짱뜨기

일베충 종북게이다 좌빨 종북게이다

나님 네 다음 일베충

일베충 네 다음 종북게이

나님 나님이 종북게이라는 lsquo근거rsquo가 있음 주장하는 사람이 근거

를 제시해야 한다는 lsquo입증책임의 원칙rsquo도 모름 이 논리 종범아

일베충 요시 그럼 넌 내가 일베충이라는 근거는 있盧

나님 너한테 한 말 아니라 걍 혼잣말 한건데 내 발화의 지시대상

이 너라는 근거는 있盧

일베충 나한테 한 얘기잖아 이 종북게이야

나님 ㅇㅇ 인정 니 생긴 게 일베충같아서 일베충이라고 한 거임

얼굴에 써 있음

일베충 소설쓰지마라 ㅋㅋ 팩트 모르盧 내가 일베충이라는 팩트

를 대라 팩트를

나님 요시 니가 일베충이라는 lsquo최선의 설명으로서의 추론rsquo이라는

가설을 세워서 추론한 거임 나한테 종북게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lsquo현

상rsquo을 설명하기 위해서 너가 일베충이라는 lsquo가설rsquo을 세워 봤는데

ldquo니가 바로 일베충rdquo이기 때문에 ldquo따라서 나한테 종북게이라는 딱지

를 붙이는 것이다rdquo라는 현상이 아주 훌륭하게 설명력을 지닌 가설추

론이 되는 거임 원래 가설은 아무렇게나 세우는게 lsquo가설rsquo임 가설은

반증 가능성이 있는 게 당연하다고 포퍼가 그랬음 가설을 통해서 과

학과 범죄수사가 발전했음 만일 니가 일베충이 아니라면 너가 경쟁

가설을 주장하던가 내 추론에 문제가 있음을 제시하면 됨 왜 일베충

이라고 해서 찔림 도둑이 제 발 저림 일베충도 일베충이라는 말 듣

기가 부끄러움 너 포퍼가 누군지는 암

68 69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일베충 일베한다고 해서 다 무슨 사이코패스에 고인드립치는 패륜

아 인 줄 아냐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범하지 마라

나님 ㅋㅋㅋ요시 사이코패스에 패륜아라는 건 lsquo니가 한 말rsquo이고

lsquo니 생각rsquo임 내가 언제 너보고 사이코패스에 패륜아라고 했음 난

그냥 너가 일베한다는 lsquo사실rsquo을 진술문으로 말했을 뿐임 아 몰랐

네 너 사이코패스에 패륜아임

일베충 (ㅇㅂㅇ) 지금 일베충이라고 비하하는 거임 일베충이라는

말 자체에 비하가 있다

나님 자기들도 일베충이라고 자조적으로 비하하면서helliphellip

일베충 인권 좋아하는 감성팔이 인권쟁이들이 왜 우리의 인권은

도외시하는 거냐 북한 인권 군인 인권 일베충 인권

나님 일베충이 사람임 사람이 아니므니다

일베충 일베충도 사람이다 왜 사람이 아니냐

나님 lsquo일베충rsquo이라는 말은 일베를 하는 벌레라는 내포를 갖고 있

음 따라서 ldquo일베충은 벌레이다rdquo는 진리값이 항상 참인 분석명제이자

항진명제임 이 무식한 일베충아 그런데 ldquo일베충은 사람이다rdquo라고

한다면 그건 앞의 주어인 lsquo일베충rsquo에 이미 내포되어 있는 벌레라는

걸 부정하는 모순이 되는거임 이건 마치 ldquo삼각형은 동그라미이다rdquo

ldquo여성은 인간이 아니다rdquo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모순율에 어긋나

는 것임

일베충 (ㅇㅂㅇ) 인권 좋아하는 인권쟁이들이 우리들한테 인권이

없다니 역시 좌빨들은 이중성 쩌네 ㅋㅋㅋ모순 쩐다 위선자들 ㅋㅋ

ㅋㅋㅋ

나님 일베충이 그런 내포를 갖게 된 것은 공론장에서의 니들 행패

를 보고 내포가 그렇게 정해진 거임 억울하면 다시 태어나셈 근데

니가 인권이 뭔지는 아냐 어디 그래 lsquo인권rsquo의 정의가 뭐라고 생각

일베충 (ㅇㅂㅇ) 그건사전에 나와있다 ldquo사람이라면 누구나 누려

야할 권리rdquohelliphellip

나님 그런데 너님들은 왜 lsquo여성rsquo lsquo전라도rsquo 이런 사람들의 인권을

부정하고 비하하는 거임

일베충 일베라고 다 패륜아냐 성급한 일반화 모르盧 논리적 근

거를 대라

70 71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나님 아~그럼 여름 중에도 시원한 날이 며칠 있으니까 여름은 안

더운 거겠네 ㅋㅋㅋ 일베충 논리 보소 ㅋㅋㅋㅋ 너 말대로 일베의

lsquo모든rsquo회원이 그런 건 아닐 수도 있음 그러나 대다수가 그런 lsquo성

향rsquo을 갖고 있다면 성급한 일반화가 아니라 강한 통계적 귀납논증이

되는 거임 실지로 얼마 전 일베 게시물들의 키워드를 분석한 프로그

램 통계에 의하면 일베 사이트의 핵심 키워드들은 사회의 대다수 사

람들의 통념과 반대되는 게 맞는데 이 연가시야 사례가 많을수록

귀납논증은 강화되는 거고 너가 일반화라면 그렇지 않은 일베 회원

들이 더 많음을 니가 귀납적으로 논증을 해야 논파가 되는 거임 따라

서 ldquo일베충들은 대부분 사회적 낙오자에 학교에선 아싸고 생긴 건

베트남 쌀국수에 집에서 진격의 거인이나 보면서 연애 한 번 못해

보는 싸이코패스인데 사회적 약자들에 화풀이한다rdquo는 건 굉장히 강

한 귀납논증이 성립되는 거임 (ㅋㅋㅋ)

일베충 우리가 사회적 낙오자에 약자들에게 분풀이 한다는 팩트를

대라 팩트의 일베다 우리는 사실만을 얘기한다

나님 니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lsquo팩트rsquo에 대해서 너님들은 얼마나

알고 있음 너님 혹시 lsquo팩트rsquo가 뭔지는 암 사실과 사건 사태의 차

이점이 뭐임

일베충 0a 0

나님 ldquo쟤 성형수술했대rdquo ldquo너 전과자라며rdquo ldquo나 저번 시험에서

백점 맞았다~^^rdquo ldquo우리 집 50평이다 ^^rdquo ldquo우리 아들이 이번에 반

에서 1등했대요 호호호rdquo 이 문장들은 전부다 lsquo사실rsquo을 얘기하고 있

지만 이건 사실을 얘기하는 lsquo진술문rsquo이 아니라 비하하거나 잘난척

하는 lsquo행위rsquo를 하고 있는 lsquo수행문rsquo임 따라서 너님들이 이야기하고

있는 lsquo사실rsquo은 사실 해석과 반응 맥락에 따라서 굉장히 유동적인

것임 이처럼 사실인 척 위장하고 있는 문장들은 lsquo기술주의적 오류

(destriptive fallcy)rsquo임 또한 사실은 lsquo사물rsquo이 아니라 사물들의 연관

이라고 비트겐슈타인이 말한 것처럼 사실은 사실을 인식하고 말하는

사람의 주관에 달려있는 거임

일베충 전라도가 폭도였고 한국여자들이 성형하고 명품 밝히는 건

팩트다 이 멍청한 좌좀아 홍어들은 한반도를 떠나야하고 여자들은

삼일한(삼일에 한번씩 패야한다는 일베 용어)이라는 거다

나님 한국여성들의 명품 구매비율이나 성형비율이 높다는 lsquo사

실rsquo과 여성들을 패야한다는 lsquo당위rsquo가 어떤 관련이 있음 사실에서

어떻게 당위를 도출함 ldquo저 사람은 흑인이다rdquo라는 사실에서 ldquo따라

서 저 사람을 인종차별해야 한다rdquo라는 당위가 도출됨 ldquo너는 여자

다rdquo라는 사실로부터 ldquo따라서 너는 정숙해야한다rdquo라는 당위 도출되

지 않는 것처럼 이것 역시 철학자 GE 무어가 말한 lsquo자연주의적 오

류rsquo임 그러나 ldquo쟤 일베한다 따라서 박멸해야 한다rdquo는 만고산천에

72 73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불변하는 진리 이데아임 어디까지나 이런 논리나 철학은 사람한테

만 적용되므니다 이 살인 진드기야

일베충 (ㅇㅂㅇ) 광주사태가 홍어들 폭도였다는 거 역시 lsquo팩트rsquo

를 말한 거다 총들고 사람 죽이고 그게 잘한 거냐 이 씹선비야

나님 광주사태가 lsquo민주화운동rsquo이였다는건 공론장에서 의사소통적

논변에 근거한 합의를 통해 그 내포에 대한 일의적(一意的) 의미가 정

해진 사안임 너 혼자 민주화라는 용어를 lsquo홍어들의 폭동rsquo으로 재정

의하는 것은 이미 어느정도 사회적으로 통용된 내포를 너 혼자 바꿔

쓰는 lsquo은밀한 재정의의 오류rsquo이면서 동시에 lsquo자의적middot설득적 정의rsquo

인 거임 ldquo동성애자는 항문섹스만을 즐겨하는 에이즈 보균자이며 하

나님 앞에 죄인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rdquo라는 말이 동성애자에 대한

합의된 정의임 자기 혼자 쓰는 정의지 그리고 너희가 비하하는 전

라도 사람들은 전부다 폭도라던가 한국여자들은 명품에 성형에 환장

했다거나 하는 설명이 과학적이거나 팩트에 가까움 오히려 감정적

인 편견에 지나지 않는거 아님 통계 자료는 있음 논거 부재의 오

류 인신공격의 오류 은밀한 재정의의 오류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온갖 오류들의 향연임 이 애미 애비가 교육을 잘못시켜서 그 따위로

된 가정 교육 못 받은 일베충아

일베충 (ㅇㅂㅇ) 아아아아아우오오 씹선비 김치녀 홍어 홍어

나님 반사 ^^

일베충 (ㅇㅂㅇ) 우워워워좌좀 종북 좌빨 슨상님

나님 굴절 ^^

일베충 크어어어억 오유충 삼일한 김치녀 종특

나님 라고 말하는 놈 친일파 ^^

일베충 쩔뚜기 운지 하라보지 종북게이

나님 라고 말하는 놈 평생 쏠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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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습니다 후원 회원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 부탁드립니다

가람 강돌 강민정 강성준 강소연 강은애 강은주 강지유 강진선 고동환 고은경

고태경 고희라 구종우 권순욱 권연재 권인숙 김경숙 김명섭 김미선 김미현 김민경

김민영 김박가온 김반지 김범준 김보미 김선미 김선옥 김선영 김성희 김세윤 김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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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석 김희순 꽁치 나동혁 나인희 날맹 노명래 덴마 류동훈 말식 명숙 문상현 문성호

문연정 박꽃님 박남식 박승호 박아름 박용희 박정경수 박지선 박창희 박채원 박태하

배사은 백가윤 보라 상우 서범석 설순일 소란 송명관 송병채 송준 송지혜 수하

숲이아 시와 신기현 신유아 신은재 신희권 아하 아침 아키오 안지환 양선화 양지혜

여문정 여옥 여은 여지우 염창근 오리 오성민오정록 오하린 오학준 우경환 우공

우완 우성섭 우지연 위양자 유은정 유현미 윤민순 윤정하 윤정화 윤지환 윤혜정

은국 은종복 은혜와평화교회 이갑수 이기영 이덕현 이비함 이상길 이선아

이선영 이선옥 이세현 이승규 이연희 이영롱 이용석 이재환 이준규 이준호 이현우

이희진 임재성 임태훈 장대환 장미희 장샤론 장정혜 장현진 전기화 전길수 전범준

전영욱 정상민 정우진 정인철 정주열 정출균 정혁 정현채 정혜윤 조명래 조은 조익진

조정의민 주관수 지은 진진 진현호 진흙 차명수 참새 채승우 최민아 최성진 타랑

편설란 하동기 하승우 한광주 한주훈 햄 홍수봉 홍수영 홍이 홍창욱 황명규 황예랑

2013년 5월1일 ~ 7월 31일

Page 28: 전쟁없는세상 소식지 38호(2013년 8월)

50 51기획연재-게임과 평화

구조에서 진행되며 각 층은 바깥 우주와 대기 지표 해저를 상징한

다 거기에 경제력과 군사력이 서로 다른 4개 국가의 영토와 영공

육middot해middot공군 인공위성 잠수함 해저광산 등이 있다 (아무래도 이

아저씨가 숫자 4를 좋아하는 모양이다) 40여 명의 학생이 각국의 수

상 국무장관 국방장관 재무장관 감사원장 등을 맡아 내각을 구성

하고 역할 중에는 유엔이나 세계은행 무기상도 있다

게임의 목표는 이 가상세계에서 일어나는 민족 갈등 화학물질 누

출 핵 확산 물 분쟁 분리middot독립 운동 기근 동물의 멸종 지구온난

화와 같은 위기상황을 함께 해결하고 각국의 경제수준을 높이는 것

이다 학생들은 게임을 통해 권력과 파괴 전쟁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이해하고 장기적 계획과 전략을 세우는 법을 배운다

대화형(interactive) 게임이기에 엄밀하게 짜인 문서화된 규칙은 없

다 게임을 주도하는 것은 학생들이며 교사는 지켜보면서 상황을 정

세계평화게임을 하는 사람들

리하고 촉진하는 역할만 한다 헌터는 처음 교편을 잡았을 때 교사가

수업을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코 그래서는

안 된다는 믿음이 생겼다고 한다 그는 학생들의 집단지성이 자신보

다 훨씬 더 훌륭하다고 인정한다 헌터는 게임에서 실제로 일어난 몇

가지 흥미로운 사례를 소개한다

사례 1

한 학생이 가장 가난한 나라의 국방장관을 맡고 있었다 그 나라의

이웃에는 돈도 많고 기름도 풍부한 나라가 있었다 그런데 그 학생이

갑자기 수상의 명령도 어기고 인접국의 유전지역을 공격했다 학생은

그곳을 포위해 총 한 발 쏘지 않고 지역을 확보했다 인접국은 연료공

급이 차단되어 어떠한 군사행동도 취할 수 없었다 다른 아이들은 화

를 냈다

며칠 뒤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인접한 강대국이 전 세계를 점령

하기 위해 무력도발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학생은 사태의 추

이를 누구보다 먼저 파악하고 대규모 전쟁을 피하기 위해 소규모 전

쟁을 감행하는 냉철한 판단을 내렸던 것이다 학생들은 게임을 멈추

고 그의 판단이 옳았는지 조건에 따라 옳고 그름을 따져보는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사례 2

플라스틱 말로 표시되는 병사들이 전쟁에서 사망하면 군사령관이

52 53기획연재-게임과 평화

병사들의 가상의 부모에게 편지를 쓰는 시간을 가진다 한 번은 학생

의 제안으로 수업을 참관하던 학부모가 직접 편지를 읽게 되었다 편

지의 세 번째 줄을 읽으면서 학부모는 울음을 터뜨렸다 전투에서 병

사를 잃었다면 전쟁에서 승리해도 기쁘지 않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게

되었다 어떤 의미에서 모두가 전쟁에서 졌다는 사실을 말이다

사례 3

방과 후에 틈틈이 7주 동안 진행된 게임에서 세계은행의 재정정책

때문에 한 나라가 시작할 때보다 더 가난해졌다 (게임의 목표는 위기

상황을 해결하고 각국의 경제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게임을 마칠 시

간이 1분도 채 안 남았고 교실은 혼란에 빠졌다 소리를 지르거나 삿

대질을 하는 학생도 있었고 서류 뭉치를 흔들거나 교실을 뛰어다니

는 학생도 있었다

그때 한 학생이 종을 울리며 이렇게 말했다 ldquo세계은행이 모든 자

금을 끌어 모아서 모든 나라가 가난해졌습니다 지금 세계은행에는

6000억 달러가 있습니다 이 돈을 가난한 나라에 기부하려고 합니다

만약 그 나라가 이걸 수용하면 국가의 자산가치가 올라가고 그럼 우

리는 게임을 이기게 됩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rdquo 시간이 3초 정도

남았을 때였다 모두 그 나라의 수상만 바라보고 있었다 ldquo네rdquo 게임

은 이긴 것으로 끝났다

게임은 교과서와 다르다 게임에서 학습자는 lsquo평화란 무엇인가rsquo

라든지 lsquo평화를 어떻게 만드는가rsquo와 같이 주어진 문제에 대한 주어진

답을 저축하듯이 암기하지 않는다 문제를 만드는 것도 그에 대한 답

을 구성하는 것도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 자신과 동료들이다 이는 게

임의 본질이 바로 lsquo참여적 재현rsquo이라는 형식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

고 게임의 lsquo재미rsquo라는 요소가 이러한 참여를 유도한다 여기서 우리

는 맨 앞의 질문에 대한 모종의 답을 상상할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헌터의 말을 인용하며 글을 마친다

ldquo매 게임이 다릅니다 어떤 게임에서는 사회문제가 중요하고 어

떤 게임에서는 경제문제가 중요합니다 어떤 게임에서는 전쟁문제가

대두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부정하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그

게 인류의 현실이니까요 hellip 학생들은 무엇이 옳은 길인지 자기들만

의 방법으로 스스로 찾아냅니다 게임을 통해 저도 많은 것을 배웠습

니다 만약 학생들이 이 게임을 통해 비판적이고 창조적인 사고방식

을 배우고 세상을 이롭게 할 동력을 얻게 된다면 우리 모두를 구원할

지도 모릅니다 게임을 통해 배울 수만 있다면 말이죠rdquo

lsquo세계평화게임rsquo과 이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lsquo세계평화와 4학년의 업적rsquo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는 공식 페이지(httptheworldpeacegamecom)에서 얻을 수 있다

54 55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무기제로는 2013년 상반기 동안 13개 단체와 연대하여 국민연금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 캠페인은 확산탄과 같은 비

인도무기에 대한 금융기관의 투자가 중단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

으며 세부적으로는 ldquo1) 국민연금이 확산탄 생산기업인 한화 풍산에

투자를 철회한다rdquo ldquo2) 국민연금이 비인도무기 생산기업에 대한 투

자배재를 천명하는 윤리투자원칙을 제정한다rdquo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

왜 투자철회 캠페인인가 왜 국민연금인가

확산탄 캠페인에 있어 대상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확산탄의 수요자사용자인 국가이며 다른 한 축은 확산탄을 생산하는

박승호 | 무기제로 코디네이터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 경험 공유

기업들이다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캠페인의 요구가 확산탄을 전면적

으로 금지시키고 확산탄 오염지역을 정화하고 피해생존자들을 지원

하라는 것 등이 주를 이룬다면 기업을 대상으로 한 요구는 확산탄의

생산middot수출을 중단하라는 것이다

현재 한국 정부는 확산탄을 북한의 장사정포에 대응할 수 있는 핵

심전력으로 여기고 있으며 국제적인 확산탄 불법화 추세에도 불구하

고 확산탄을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무기제로는 국가를 대상으로 협약 가입을 촉구하는 캠페인보

다는 확산탄을 생산하는 기업이나 확산탄 생산을 지원하는 금융기관

에 대한 문제제기를 통해 확산탄에 대한 대중적 낙인화 효과를 불러

일으키는 것이 확산탄 금지운동에 더 효과적일 것이라 판단했다 하

지만 확산탄 생산기업인 한화와 풍산을 대상으로 어떤 캠페인을 벌여

도 이윤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기업이 윤리적인 비난만으로 핵심 사업

을 정리할 것 같지는 않았다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압박보다 더 효

과적인 방식은 바로 돈줄에 위협을 가하는 것이고 이 점에서 투자

철회 캠페인은 상대적으로 더 승산이 있는 캠페인이라는 판단이 있

었다 국민연금이 각각 한화 주식의 734(201112) 풍산 주식의

926(20129)를 보유하고 있는 확산탄 생산기업의 최대투자자라는

점 또 공적자금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있는 기관이라는 점 대

부분의 사람들이 월 일정액의 국민연금보험료 납부하고 있다는 점에

서 국민연금의 확산탄 투자 문제를 lsquo내 문제rsquo로 인식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국민연금이 투자철회 캠페인의 대상으로 결정되었다

56 57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무기제로의 과거 캠페인 경험을 통해서 볼 때 확산탄이 어떤 무기

인지 왜 확산탄이 금지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대중적 인식은 사실상

전무했다 확산탄이라는 특정한 무기를 금지하자는 캠페인의 슬로건

이 대중의 관심을 얻기 힘든 주제였다는 점에서 우리는 국민 대다

수가 자의든 타의든 월 일정액을 적립하고 있는 lsquo국민연금rsquo을 통해

lsquo당신의 돈이 국제적으로 금지된 무차별 살상무기를 만드는 데 쓰이

고 있다rsquo는 메시지를 전달해 사람들의 관심과 확산탄의 비인도성에

대한 낙인화를 동시에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해외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 사례

이번에 무기제로가 국민연금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을 진행한 것

은 해외에서 이미 성공적으로 진행된 투자철회 캠페인을 모델로 해서

기획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래에서는 무기제로가 참고했던 대

표적인 성공 사례 두 가지를 살펴보려 한다

- 네덜란드 연금기금 투자철회 사례

2007년 3월에 네덜란드 시사프로그램인 젬블라(Zembla)는 네덜란

드 유수의 연금기금이 확산탄 지뢰 등 비인도무기를 만드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 등 네덜란드 연금기금의 비윤리적 투자 문제

를 다룬 lsquoCluster bomb feelingrsquo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방영한

다 당시 방송을 통해 연기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게 된 대중의 분

노가 표출되면서 연기금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이 압력을 느끼게 되었

다 이에 다큐 제작 과정에 관여했던 시민단체인 팍스 크리스티(IKV

Pax Christi)는 다큐 방영 이후 연금 기관들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캠

페인을 시작하게 된다 금융기관들의 가장 큰 두려움이 ldquo사회적 이미

지 실추rdquo라는 점을 활용한 것인데 2011년 유럽 투자자들을 대상으

로 한 조사에서 거의 80의 투자자가 논란이 되는 무기에 대한 투자

가 명성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는 등 인식의

변화가 눈에 띄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2009년 팍스 크리스티는 페어핀(FairFin)과 공동으로 ldquo확산탄 세

계투자 공동의 책임rdquo 보고서를 발표했고 보고서 발표의 영향으로

연금 기금이나 금융기관들이 확산탄 생산기업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

는 사례가 발생한다 팍스 크리스티는 이뿐 아니라 정책 입안자들과

관계를 맺고 확산탄 투자 금지를 입법화하기에 나선다 2009년에 네

덜란드 의회가 확산탄 투자 금지 촉구 제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지

만 당시 과도 정부가 이를 거부했다 이후 확산탄금지협약 비준 등을

거치면서 상원에서 다시 한번 확산탄 투자 금지 제안이 상정되었고

2011년 말 정부가 이를 이행하기로 결정하면서 확산탄 투자 금지는

2013년 1월부터 효력을 발휘하게 되었다

주목할만한 점은 이 다큐가 방영되고 반향을 일으켰던 시점이 아직

확산탄금지협약이 체결되지 않은 시점이었다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경우는 다큐멘터리 방영으로 국민적 분노가 격화되면서 향후 확산탄

생산기업에 대한 연기금의 투자철회 결정뿐 아니라 네달란드가 확산

58 59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탄금지협약에 서명하는 등 확산탄을 전면적으로 금지시키는 데도 상

당한 영향을 미쳤다

- 영국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RBS) 투자 철회 사례

2011년 8월 앰네스티 영국지부가 팍스 크리스티 보고서를 바탕으

로 HSBC(홍콩middot상하이은행)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 등 주요 은행에

대한 투자 철회 캠페인(온라인 탄원)을 시작했다 캠페인 시작 1주일

만에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이 확산탄 투자를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밝

히게 된다 당시 이 은행은 앰네스티 회원들로부터 12000통의 이메

일을 받았으며 앰네스티가 진행하던 전국적인 광고 캠페인 등에 이

미지 손상을 두려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사례를 통해서 본 우리의 투자철회 캠페인

투자철회 캠페인은 기업들이 lsquo이미지rsquo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에

서 가능한 캠페인이다 위에서 다룬 두 사례는 각각 대중적인 영향력

을 가지고 있는 방송(네덜란드 시사프로그램 젬블라)과 시민단체(앰

네스티 영국지부)가 자국 금융기관(연금기금)이 국제적으로 큰 비난

을 받고 있는 비인도무기를 만드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으로 대중적인 단죄 또는 낙인화가 이루어지면서 자연스레

투자철회가 이어질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된 사례로 볼 수 있다 ldquo내

돈rdquo이 잔인한 무기를 만드는 데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림으로써 사

람들이 확산탄 문제를 ldquo내 문제rdquo로 인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

한 분위기가 형성되었을 때 해당 국가 내에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단체들이 이 문제를 공공의제로 만들어 냈고 이후 여론을 등에 업고

금융기관을 압박해 실제 투자철회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한국에서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진행된 캠페인은 아직 구체적인 성

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하지만 캠페인이 시작단계에 있으며 해외 사

례와 같이 대중적 영향력이 큰 매체가 이 문제를 다루는 등의 이슈 확

산의 계기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아직은 캠페인의 성과를 이야

기할 시점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또 대부분의 국가들이 확산탄금

지협약에 서명middot비준한 유럽의 경우와는 다르게 한국은 안보상의 이

유로 확산탄의 생산 배치를 고집하고 있으며 평화 무기 이슈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도도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 역시 감안해야 할 것이다

무기제로는 올해 12월 발표 예정인 ldquo확산탄 세계투자rdquo 보고서의

번역 발표 등 지속적 캠페인을 통해 국민연금의 확산탄 투자문제를

꾸준히 제기할 계획이며 적절한 타이밍에 대중적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내는 데 주력해 한화middot풍산에 대한 투자철회

및 확산탄에 대한 낙인화 등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참고httpstopclustermunitionsorghttpwwwstopexplosiveinvestmentsorghttpwzeroorg

60 61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기획연재-가람이의 좌충우돌 세상읽기

ldquo그건 저의 삶입니다rdquo

나름 | 전쟁없는세상 친구 + 스웨덴에서 공부하는 중

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ldquo대답하세요rdquo 아슬아슬하게 진행되던 그들의 대화 긴장이 최고

조에 이른다 대화가 중단되고 한 사람이 자리를 뜬다 그 사이 추궁

을 받던 이는 주위를 둘러본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고 어느 구석

자리에 멈춘다 시선이 고정된다 바로 자신에 관한 기사와 사진들을

발견한 것 벽에 빼곡히 붙어 있는 모습이 마치 수사 상황 같다 소리

를 쳤던 이가 돌아오고 그가 묻는다 ldquo이게 뭐죠rdquo ldquo그건 저의 일이

예요rdquo 추궁을 받던 이의 나직한 목소리 ldquo그건 저의 삶입니다rdquo 덴

마크 드라마 lt보운 (발음이 틀릴 수 있음)gt의 한 대목 덴마크 최초의

여성 총리를 그리고 있는 이 드라마는 첫 방영이 있고 1년 뒤 실제 여

성 총리가 등장하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문제의 대목은 이전 정부

에서 총리를 맡았던 여성이 선거를 앞두고 새로운 정당을 만들면서

시작된다 경제 정책을 담당할 인물을 영입했는데 옛소련의 간첩이었

62 63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대표의 측근이 검증을 하게 된다 이 측근은

소련 좌익 정당에서 일하다 자살한 여성에 대해 캐묻고 그 사람은 결

국 그 여성과의 관계를 비롯해 아픈 과거를 이야기하게 된다 이 장면

은 누군가의 삶에 대해 타인이 얼마나 쉽게 얘기하고 재단할 수 있는

지에 관해 생각하게 만든다 타인이 쉽게 말할 수 있는 그 무엇이 누

군가에게는 삶이요 상처다

누군가에게는

그렇다 타인에게는 그저 지시대로 하면 되는 일이 자신에게는 치

명적인 삶의 문제일 수 있다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 갈등의 연속이

다 최근 이 정도 수준은 아니지만 좀 복잡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주

제 넘게도 어떤 글을 외국어로 쓰고 있는데 유럽 학자와 미국 학자

사이에 끼어 고민이 된다 두 사람이 거의 정반대의 입장에서 글쓰기

에 관여하고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해 한 사람은 이쪽으로 가라고 하

는데 또 한 사람은 저쪽으로 가라고 한다 아직은 경력을 막 쌓기 시

작한 힘없는 나로서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다 두 사람 모

두 좋으신 분들이고 또 내게 중요한 역할을 할 분들이다 그런데 모

두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누구 장단에 맞춰야 할지 난감하

다 다른 점이 있다면 한 사람은 나의 가능성만을 보고 변함없는 신뢰

와 지지를 보여주었지만 또 한 사람은 그 정도는 아니라는 느낌 문

제는 나를 석연치 않게() 보는 듯한 이가 내 경력에서는 훨씬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나를 믿어주는 이의 방향에 맞

추기로 결정했는데 아무튼 쉽지 않은 문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깊이 고민하게 된 다른 문제가 있는데 바로

lsquo누구를 대상으로 이야기하는가rsquo에 관한 부분이다 어쩌다가 바다

건너에서 계속 있다 보니 나는 이쪽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야기를 해

오고 있다 이 사람들의 언어(주로 영어)로 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

는 이야기를 이 사람들 상황에 맞게 말이다 그런데hellip 이게 정말 내

가 원하는 일인가 잘 모르겠다 지금 굉장히 긴 분량의 또 다른 글을

쓰고 있는데 원래는 내가 비교적 잘 알고 있는 한국과 관련된 사건에

대해 얘기하려 했다 이 사건과 특별한 인연이 있고 관심도 많기 때문

이다 그런데 관계자는 특정 사건보다는 lsquo보편적인rsquo lsquo이론적rsquo 이야

기에 초점을 맞춰달라고 요구한다 그래야 이쪽 지역에서 읽히기 때

문이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이게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인가 내

가 정말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들은 누구인가 나는 누구를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는가 쉽게 답할 수 없는 물음들 그래도 나는 안다

적어도 당장은 먹고 사는 문제와 관련이 있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는 걸 물론 이런 고민은 나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바다건너에서

든 아니든)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누구나 살아가면서 어떤 식으

로든 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ldquo네가 행복해져야만helliprdquo

64 65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그런데 lsquo바다건너rsquo라는 부분에 뭔가 있는 것 같다 (나만의 착각

일 수 있지만) 외국에서 지내는 게 다른 사람들에게는 좀 괜찮게 보일

수 있지 않을까 뭔가 좀 있어 보이는 부끄럽지만 고백하건대 나 역

시 그런 생각을 전혀 안 했던 것은 아니다 뭔가 세련()된 것 같은

좀 달라보이는 어떤 면에서 (탈)식민 문제와 관련이 있다 그런데 직

접 생활하는 것은 역시 다르다 물론 철저히 나의 입장에서 그렇다는

이야기다 예컨대 자연환경도 좋고 구경갈 곳도 많은데 여행이나 휴

가를 가지 않느냐는 물음을 받곤 한다 그런데 가고 싶어도 일단 돈

이 없다(있어도 최대한 아껴야 한다) 방학 기간에 여기 저기 여행다

니는 유학생이나 현지인들 이야기를 들으면 나는 신기하기도 하고 부

럽기도 하다 에둘러 말하면 이 세상에 아름답거나 그렇지 않은 것은

없다 아름답게 느끼거나 그렇지 않게 느끼는 특정 맥락의 내가 있는

것이다 lt연애시대gt에도 나오지 않던가 ldquo네가 행복해져야만 이 세

상도 행복해진단다rdquo 그래서 서로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다 처음에

얘기한 드라마 장면 누구에게는 일이고 누구에게는 삶이다 뭔가를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될 이유

[나름대로 스웨덴 소식]

성소수자 탈의실 설치 (스웨덴 영문뉴스 lt로컬gt 2013 4 26)

스톡홀름에 있는 한 고등학교가 자신을 남성-여성으로 정체화하

지 않은 학생들을 위해 별도의 탈의실을 짓기로 했다 보도에 따르면

스웨덴에서는 첫 사례라고 한다 이 학교 학생위원회 관계자는 새로

운 탈의실은 사회의 젠더 규범에 불편해하는 학생들을 위한 것이라

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편 이 학교 선생님들은 수업 시간에 남성

(lsquo한rsquo)-여성(lsquo혼rsquo)을 넘어선 lsquo헨rsquo이라는 단어를 공식 사용하기도 하

고 학생들은 스톡홀름 성소수자 축제에 학생위원회 자격으로 참여한

첫 사례를 남기기도 했다

부유한 지역 적은 난민들 (스웨덴 국영 라디오 국제 2013 7

1)

스웨덴에서 예산이 많은 지역일수록 난민을 받는 데 소극적인 것으

로 나타났다 어느 일간지에 따르면 전국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 20

군데가 같은 수의 가장 부유한 지역들보다 5배 많은 난민을 받아들인

다고 한다 여기에 해당되는 부유한 지역들은 모두 현 정부의 보수 성

향 정당이 이끌어 가고 있다 이는 지난 5년 동안 스웨덴의 290개 지

역 단위를 비교한 결과다 관계자에 따르면 스웨덴 북쪽 지역으로 갈

수록 인구 부족 문제로 난민들이 환영을 받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66 67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효웅 | 병역거부자

일베한테 일베식으로 맞짱뜨기

일베충 종북게이다 좌빨 종북게이다

나님 네 다음 일베충

일베충 네 다음 종북게이

나님 나님이 종북게이라는 lsquo근거rsquo가 있음 주장하는 사람이 근거

를 제시해야 한다는 lsquo입증책임의 원칙rsquo도 모름 이 논리 종범아

일베충 요시 그럼 넌 내가 일베충이라는 근거는 있盧

나님 너한테 한 말 아니라 걍 혼잣말 한건데 내 발화의 지시대상

이 너라는 근거는 있盧

일베충 나한테 한 얘기잖아 이 종북게이야

나님 ㅇㅇ 인정 니 생긴 게 일베충같아서 일베충이라고 한 거임

얼굴에 써 있음

일베충 소설쓰지마라 ㅋㅋ 팩트 모르盧 내가 일베충이라는 팩트

를 대라 팩트를

나님 요시 니가 일베충이라는 lsquo최선의 설명으로서의 추론rsquo이라는

가설을 세워서 추론한 거임 나한테 종북게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lsquo현

상rsquo을 설명하기 위해서 너가 일베충이라는 lsquo가설rsquo을 세워 봤는데

ldquo니가 바로 일베충rdquo이기 때문에 ldquo따라서 나한테 종북게이라는 딱지

를 붙이는 것이다rdquo라는 현상이 아주 훌륭하게 설명력을 지닌 가설추

론이 되는 거임 원래 가설은 아무렇게나 세우는게 lsquo가설rsquo임 가설은

반증 가능성이 있는 게 당연하다고 포퍼가 그랬음 가설을 통해서 과

학과 범죄수사가 발전했음 만일 니가 일베충이 아니라면 너가 경쟁

가설을 주장하던가 내 추론에 문제가 있음을 제시하면 됨 왜 일베충

이라고 해서 찔림 도둑이 제 발 저림 일베충도 일베충이라는 말 듣

기가 부끄러움 너 포퍼가 누군지는 암

68 69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일베충 일베한다고 해서 다 무슨 사이코패스에 고인드립치는 패륜

아 인 줄 아냐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범하지 마라

나님 ㅋㅋㅋ요시 사이코패스에 패륜아라는 건 lsquo니가 한 말rsquo이고

lsquo니 생각rsquo임 내가 언제 너보고 사이코패스에 패륜아라고 했음 난

그냥 너가 일베한다는 lsquo사실rsquo을 진술문으로 말했을 뿐임 아 몰랐

네 너 사이코패스에 패륜아임

일베충 (ㅇㅂㅇ) 지금 일베충이라고 비하하는 거임 일베충이라는

말 자체에 비하가 있다

나님 자기들도 일베충이라고 자조적으로 비하하면서helliphellip

일베충 인권 좋아하는 감성팔이 인권쟁이들이 왜 우리의 인권은

도외시하는 거냐 북한 인권 군인 인권 일베충 인권

나님 일베충이 사람임 사람이 아니므니다

일베충 일베충도 사람이다 왜 사람이 아니냐

나님 lsquo일베충rsquo이라는 말은 일베를 하는 벌레라는 내포를 갖고 있

음 따라서 ldquo일베충은 벌레이다rdquo는 진리값이 항상 참인 분석명제이자

항진명제임 이 무식한 일베충아 그런데 ldquo일베충은 사람이다rdquo라고

한다면 그건 앞의 주어인 lsquo일베충rsquo에 이미 내포되어 있는 벌레라는

걸 부정하는 모순이 되는거임 이건 마치 ldquo삼각형은 동그라미이다rdquo

ldquo여성은 인간이 아니다rdquo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모순율에 어긋나

는 것임

일베충 (ㅇㅂㅇ) 인권 좋아하는 인권쟁이들이 우리들한테 인권이

없다니 역시 좌빨들은 이중성 쩌네 ㅋㅋㅋ모순 쩐다 위선자들 ㅋㅋ

ㅋㅋㅋ

나님 일베충이 그런 내포를 갖게 된 것은 공론장에서의 니들 행패

를 보고 내포가 그렇게 정해진 거임 억울하면 다시 태어나셈 근데

니가 인권이 뭔지는 아냐 어디 그래 lsquo인권rsquo의 정의가 뭐라고 생각

일베충 (ㅇㅂㅇ) 그건사전에 나와있다 ldquo사람이라면 누구나 누려

야할 권리rdquohelliphellip

나님 그런데 너님들은 왜 lsquo여성rsquo lsquo전라도rsquo 이런 사람들의 인권을

부정하고 비하하는 거임

일베충 일베라고 다 패륜아냐 성급한 일반화 모르盧 논리적 근

거를 대라

70 71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나님 아~그럼 여름 중에도 시원한 날이 며칠 있으니까 여름은 안

더운 거겠네 ㅋㅋㅋ 일베충 논리 보소 ㅋㅋㅋㅋ 너 말대로 일베의

lsquo모든rsquo회원이 그런 건 아닐 수도 있음 그러나 대다수가 그런 lsquo성

향rsquo을 갖고 있다면 성급한 일반화가 아니라 강한 통계적 귀납논증이

되는 거임 실지로 얼마 전 일베 게시물들의 키워드를 분석한 프로그

램 통계에 의하면 일베 사이트의 핵심 키워드들은 사회의 대다수 사

람들의 통념과 반대되는 게 맞는데 이 연가시야 사례가 많을수록

귀납논증은 강화되는 거고 너가 일반화라면 그렇지 않은 일베 회원

들이 더 많음을 니가 귀납적으로 논증을 해야 논파가 되는 거임 따라

서 ldquo일베충들은 대부분 사회적 낙오자에 학교에선 아싸고 생긴 건

베트남 쌀국수에 집에서 진격의 거인이나 보면서 연애 한 번 못해

보는 싸이코패스인데 사회적 약자들에 화풀이한다rdquo는 건 굉장히 강

한 귀납논증이 성립되는 거임 (ㅋㅋㅋ)

일베충 우리가 사회적 낙오자에 약자들에게 분풀이 한다는 팩트를

대라 팩트의 일베다 우리는 사실만을 얘기한다

나님 니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lsquo팩트rsquo에 대해서 너님들은 얼마나

알고 있음 너님 혹시 lsquo팩트rsquo가 뭔지는 암 사실과 사건 사태의 차

이점이 뭐임

일베충 0a 0

나님 ldquo쟤 성형수술했대rdquo ldquo너 전과자라며rdquo ldquo나 저번 시험에서

백점 맞았다~^^rdquo ldquo우리 집 50평이다 ^^rdquo ldquo우리 아들이 이번에 반

에서 1등했대요 호호호rdquo 이 문장들은 전부다 lsquo사실rsquo을 얘기하고 있

지만 이건 사실을 얘기하는 lsquo진술문rsquo이 아니라 비하하거나 잘난척

하는 lsquo행위rsquo를 하고 있는 lsquo수행문rsquo임 따라서 너님들이 이야기하고

있는 lsquo사실rsquo은 사실 해석과 반응 맥락에 따라서 굉장히 유동적인

것임 이처럼 사실인 척 위장하고 있는 문장들은 lsquo기술주의적 오류

(destriptive fallcy)rsquo임 또한 사실은 lsquo사물rsquo이 아니라 사물들의 연관

이라고 비트겐슈타인이 말한 것처럼 사실은 사실을 인식하고 말하는

사람의 주관에 달려있는 거임

일베충 전라도가 폭도였고 한국여자들이 성형하고 명품 밝히는 건

팩트다 이 멍청한 좌좀아 홍어들은 한반도를 떠나야하고 여자들은

삼일한(삼일에 한번씩 패야한다는 일베 용어)이라는 거다

나님 한국여성들의 명품 구매비율이나 성형비율이 높다는 lsquo사

실rsquo과 여성들을 패야한다는 lsquo당위rsquo가 어떤 관련이 있음 사실에서

어떻게 당위를 도출함 ldquo저 사람은 흑인이다rdquo라는 사실에서 ldquo따라

서 저 사람을 인종차별해야 한다rdquo라는 당위가 도출됨 ldquo너는 여자

다rdquo라는 사실로부터 ldquo따라서 너는 정숙해야한다rdquo라는 당위 도출되

지 않는 것처럼 이것 역시 철학자 GE 무어가 말한 lsquo자연주의적 오

류rsquo임 그러나 ldquo쟤 일베한다 따라서 박멸해야 한다rdquo는 만고산천에

72 73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불변하는 진리 이데아임 어디까지나 이런 논리나 철학은 사람한테

만 적용되므니다 이 살인 진드기야

일베충 (ㅇㅂㅇ) 광주사태가 홍어들 폭도였다는 거 역시 lsquo팩트rsquo

를 말한 거다 총들고 사람 죽이고 그게 잘한 거냐 이 씹선비야

나님 광주사태가 lsquo민주화운동rsquo이였다는건 공론장에서 의사소통적

논변에 근거한 합의를 통해 그 내포에 대한 일의적(一意的) 의미가 정

해진 사안임 너 혼자 민주화라는 용어를 lsquo홍어들의 폭동rsquo으로 재정

의하는 것은 이미 어느정도 사회적으로 통용된 내포를 너 혼자 바꿔

쓰는 lsquo은밀한 재정의의 오류rsquo이면서 동시에 lsquo자의적middot설득적 정의rsquo

인 거임 ldquo동성애자는 항문섹스만을 즐겨하는 에이즈 보균자이며 하

나님 앞에 죄인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rdquo라는 말이 동성애자에 대한

합의된 정의임 자기 혼자 쓰는 정의지 그리고 너희가 비하하는 전

라도 사람들은 전부다 폭도라던가 한국여자들은 명품에 성형에 환장

했다거나 하는 설명이 과학적이거나 팩트에 가까움 오히려 감정적

인 편견에 지나지 않는거 아님 통계 자료는 있음 논거 부재의 오

류 인신공격의 오류 은밀한 재정의의 오류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온갖 오류들의 향연임 이 애미 애비가 교육을 잘못시켜서 그 따위로

된 가정 교육 못 받은 일베충아

일베충 (ㅇㅂㅇ) 아아아아아우오오 씹선비 김치녀 홍어 홍어

나님 반사 ^^

일베충 (ㅇㅂㅇ) 우워워워좌좀 종북 좌빨 슨상님

나님 굴절 ^^

일베충 크어어어억 오유충 삼일한 김치녀 종특

나님 라고 말하는 놈 친일파 ^^

일베충 쩔뚜기 운지 하라보지 종북게이

나님 라고 말하는 놈 평생 쏠로 ^^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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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사은 백가윤 보라 상우 서범석 설순일 소란 송명관 송병채 송준 송지혜 수하

숲이아 시와 신기현 신유아 신은재 신희권 아하 아침 아키오 안지환 양선화 양지혜

여문정 여옥 여은 여지우 염창근 오리 오성민오정록 오하린 오학준 우경환 우공

우완 우성섭 우지연 위양자 유은정 유현미 윤민순 윤정하 윤정화 윤지환 윤혜정

은국 은종복 은혜와평화교회 이갑수 이기영 이덕현 이비함 이상길 이선아

이선영 이선옥 이세현 이승규 이연희 이영롱 이용석 이재환 이준규 이준호 이현우

이희진 임재성 임태훈 장대환 장미희 장샤론 장정혜 장현진 전기화 전길수 전범준

전영욱 정상민 정우진 정인철 정주열 정출균 정혁 정현채 정혜윤 조명래 조은 조익진

조정의민 주관수 지은 진진 진현호 진흙 차명수 참새 채승우 최민아 최성진 타랑

편설란 하동기 하승우 한광주 한주훈 햄 홍수봉 홍수영 홍이 홍창욱 황명규 황예랑

2013년 5월1일 ~ 7월 31일

Page 29: 전쟁없는세상 소식지 38호(2013년 8월)

52 53기획연재-게임과 평화

병사들의 가상의 부모에게 편지를 쓰는 시간을 가진다 한 번은 학생

의 제안으로 수업을 참관하던 학부모가 직접 편지를 읽게 되었다 편

지의 세 번째 줄을 읽으면서 학부모는 울음을 터뜨렸다 전투에서 병

사를 잃었다면 전쟁에서 승리해도 기쁘지 않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게

되었다 어떤 의미에서 모두가 전쟁에서 졌다는 사실을 말이다

사례 3

방과 후에 틈틈이 7주 동안 진행된 게임에서 세계은행의 재정정책

때문에 한 나라가 시작할 때보다 더 가난해졌다 (게임의 목표는 위기

상황을 해결하고 각국의 경제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게임을 마칠 시

간이 1분도 채 안 남았고 교실은 혼란에 빠졌다 소리를 지르거나 삿

대질을 하는 학생도 있었고 서류 뭉치를 흔들거나 교실을 뛰어다니

는 학생도 있었다

그때 한 학생이 종을 울리며 이렇게 말했다 ldquo세계은행이 모든 자

금을 끌어 모아서 모든 나라가 가난해졌습니다 지금 세계은행에는

6000억 달러가 있습니다 이 돈을 가난한 나라에 기부하려고 합니다

만약 그 나라가 이걸 수용하면 국가의 자산가치가 올라가고 그럼 우

리는 게임을 이기게 됩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rdquo 시간이 3초 정도

남았을 때였다 모두 그 나라의 수상만 바라보고 있었다 ldquo네rdquo 게임

은 이긴 것으로 끝났다

게임은 교과서와 다르다 게임에서 학습자는 lsquo평화란 무엇인가rsquo

라든지 lsquo평화를 어떻게 만드는가rsquo와 같이 주어진 문제에 대한 주어진

답을 저축하듯이 암기하지 않는다 문제를 만드는 것도 그에 대한 답

을 구성하는 것도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 자신과 동료들이다 이는 게

임의 본질이 바로 lsquo참여적 재현rsquo이라는 형식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

고 게임의 lsquo재미rsquo라는 요소가 이러한 참여를 유도한다 여기서 우리

는 맨 앞의 질문에 대한 모종의 답을 상상할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헌터의 말을 인용하며 글을 마친다

ldquo매 게임이 다릅니다 어떤 게임에서는 사회문제가 중요하고 어

떤 게임에서는 경제문제가 중요합니다 어떤 게임에서는 전쟁문제가

대두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부정하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그

게 인류의 현실이니까요 hellip 학생들은 무엇이 옳은 길인지 자기들만

의 방법으로 스스로 찾아냅니다 게임을 통해 저도 많은 것을 배웠습

니다 만약 학생들이 이 게임을 통해 비판적이고 창조적인 사고방식

을 배우고 세상을 이롭게 할 동력을 얻게 된다면 우리 모두를 구원할

지도 모릅니다 게임을 통해 배울 수만 있다면 말이죠rdquo

lsquo세계평화게임rsquo과 이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lsquo세계평화와 4학년의 업적rsquo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는 공식 페이지(httptheworldpeacegamecom)에서 얻을 수 있다

54 55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무기제로는 2013년 상반기 동안 13개 단체와 연대하여 국민연금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 캠페인은 확산탄과 같은 비

인도무기에 대한 금융기관의 투자가 중단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

으며 세부적으로는 ldquo1) 국민연금이 확산탄 생산기업인 한화 풍산에

투자를 철회한다rdquo ldquo2) 국민연금이 비인도무기 생산기업에 대한 투

자배재를 천명하는 윤리투자원칙을 제정한다rdquo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

왜 투자철회 캠페인인가 왜 국민연금인가

확산탄 캠페인에 있어 대상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확산탄의 수요자사용자인 국가이며 다른 한 축은 확산탄을 생산하는

박승호 | 무기제로 코디네이터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 경험 공유

기업들이다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캠페인의 요구가 확산탄을 전면적

으로 금지시키고 확산탄 오염지역을 정화하고 피해생존자들을 지원

하라는 것 등이 주를 이룬다면 기업을 대상으로 한 요구는 확산탄의

생산middot수출을 중단하라는 것이다

현재 한국 정부는 확산탄을 북한의 장사정포에 대응할 수 있는 핵

심전력으로 여기고 있으며 국제적인 확산탄 불법화 추세에도 불구하

고 확산탄을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무기제로는 국가를 대상으로 협약 가입을 촉구하는 캠페인보

다는 확산탄을 생산하는 기업이나 확산탄 생산을 지원하는 금융기관

에 대한 문제제기를 통해 확산탄에 대한 대중적 낙인화 효과를 불러

일으키는 것이 확산탄 금지운동에 더 효과적일 것이라 판단했다 하

지만 확산탄 생산기업인 한화와 풍산을 대상으로 어떤 캠페인을 벌여

도 이윤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기업이 윤리적인 비난만으로 핵심 사업

을 정리할 것 같지는 않았다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압박보다 더 효

과적인 방식은 바로 돈줄에 위협을 가하는 것이고 이 점에서 투자

철회 캠페인은 상대적으로 더 승산이 있는 캠페인이라는 판단이 있

었다 국민연금이 각각 한화 주식의 734(201112) 풍산 주식의

926(20129)를 보유하고 있는 확산탄 생산기업의 최대투자자라는

점 또 공적자금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있는 기관이라는 점 대

부분의 사람들이 월 일정액의 국민연금보험료 납부하고 있다는 점에

서 국민연금의 확산탄 투자 문제를 lsquo내 문제rsquo로 인식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국민연금이 투자철회 캠페인의 대상으로 결정되었다

56 57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무기제로의 과거 캠페인 경험을 통해서 볼 때 확산탄이 어떤 무기

인지 왜 확산탄이 금지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대중적 인식은 사실상

전무했다 확산탄이라는 특정한 무기를 금지하자는 캠페인의 슬로건

이 대중의 관심을 얻기 힘든 주제였다는 점에서 우리는 국민 대다

수가 자의든 타의든 월 일정액을 적립하고 있는 lsquo국민연금rsquo을 통해

lsquo당신의 돈이 국제적으로 금지된 무차별 살상무기를 만드는 데 쓰이

고 있다rsquo는 메시지를 전달해 사람들의 관심과 확산탄의 비인도성에

대한 낙인화를 동시에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해외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 사례

이번에 무기제로가 국민연금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을 진행한 것

은 해외에서 이미 성공적으로 진행된 투자철회 캠페인을 모델로 해서

기획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래에서는 무기제로가 참고했던 대

표적인 성공 사례 두 가지를 살펴보려 한다

- 네덜란드 연금기금 투자철회 사례

2007년 3월에 네덜란드 시사프로그램인 젬블라(Zembla)는 네덜란

드 유수의 연금기금이 확산탄 지뢰 등 비인도무기를 만드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 등 네덜란드 연금기금의 비윤리적 투자 문제

를 다룬 lsquoCluster bomb feelingrsquo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방영한

다 당시 방송을 통해 연기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게 된 대중의 분

노가 표출되면서 연기금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이 압력을 느끼게 되었

다 이에 다큐 제작 과정에 관여했던 시민단체인 팍스 크리스티(IKV

Pax Christi)는 다큐 방영 이후 연금 기관들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캠

페인을 시작하게 된다 금융기관들의 가장 큰 두려움이 ldquo사회적 이미

지 실추rdquo라는 점을 활용한 것인데 2011년 유럽 투자자들을 대상으

로 한 조사에서 거의 80의 투자자가 논란이 되는 무기에 대한 투자

가 명성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는 등 인식의

변화가 눈에 띄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2009년 팍스 크리스티는 페어핀(FairFin)과 공동으로 ldquo확산탄 세

계투자 공동의 책임rdquo 보고서를 발표했고 보고서 발표의 영향으로

연금 기금이나 금융기관들이 확산탄 생산기업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

는 사례가 발생한다 팍스 크리스티는 이뿐 아니라 정책 입안자들과

관계를 맺고 확산탄 투자 금지를 입법화하기에 나선다 2009년에 네

덜란드 의회가 확산탄 투자 금지 촉구 제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지

만 당시 과도 정부가 이를 거부했다 이후 확산탄금지협약 비준 등을

거치면서 상원에서 다시 한번 확산탄 투자 금지 제안이 상정되었고

2011년 말 정부가 이를 이행하기로 결정하면서 확산탄 투자 금지는

2013년 1월부터 효력을 발휘하게 되었다

주목할만한 점은 이 다큐가 방영되고 반향을 일으켰던 시점이 아직

확산탄금지협약이 체결되지 않은 시점이었다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경우는 다큐멘터리 방영으로 국민적 분노가 격화되면서 향후 확산탄

생산기업에 대한 연기금의 투자철회 결정뿐 아니라 네달란드가 확산

58 59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탄금지협약에 서명하는 등 확산탄을 전면적으로 금지시키는 데도 상

당한 영향을 미쳤다

- 영국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RBS) 투자 철회 사례

2011년 8월 앰네스티 영국지부가 팍스 크리스티 보고서를 바탕으

로 HSBC(홍콩middot상하이은행)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 등 주요 은행에

대한 투자 철회 캠페인(온라인 탄원)을 시작했다 캠페인 시작 1주일

만에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이 확산탄 투자를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밝

히게 된다 당시 이 은행은 앰네스티 회원들로부터 12000통의 이메

일을 받았으며 앰네스티가 진행하던 전국적인 광고 캠페인 등에 이

미지 손상을 두려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사례를 통해서 본 우리의 투자철회 캠페인

투자철회 캠페인은 기업들이 lsquo이미지rsquo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에

서 가능한 캠페인이다 위에서 다룬 두 사례는 각각 대중적인 영향력

을 가지고 있는 방송(네덜란드 시사프로그램 젬블라)과 시민단체(앰

네스티 영국지부)가 자국 금융기관(연금기금)이 국제적으로 큰 비난

을 받고 있는 비인도무기를 만드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으로 대중적인 단죄 또는 낙인화가 이루어지면서 자연스레

투자철회가 이어질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된 사례로 볼 수 있다 ldquo내

돈rdquo이 잔인한 무기를 만드는 데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림으로써 사

람들이 확산탄 문제를 ldquo내 문제rdquo로 인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

한 분위기가 형성되었을 때 해당 국가 내에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단체들이 이 문제를 공공의제로 만들어 냈고 이후 여론을 등에 업고

금융기관을 압박해 실제 투자철회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한국에서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진행된 캠페인은 아직 구체적인 성

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하지만 캠페인이 시작단계에 있으며 해외 사

례와 같이 대중적 영향력이 큰 매체가 이 문제를 다루는 등의 이슈 확

산의 계기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아직은 캠페인의 성과를 이야

기할 시점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또 대부분의 국가들이 확산탄금

지협약에 서명middot비준한 유럽의 경우와는 다르게 한국은 안보상의 이

유로 확산탄의 생산 배치를 고집하고 있으며 평화 무기 이슈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도도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 역시 감안해야 할 것이다

무기제로는 올해 12월 발표 예정인 ldquo확산탄 세계투자rdquo 보고서의

번역 발표 등 지속적 캠페인을 통해 국민연금의 확산탄 투자문제를

꾸준히 제기할 계획이며 적절한 타이밍에 대중적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내는 데 주력해 한화middot풍산에 대한 투자철회

및 확산탄에 대한 낙인화 등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참고httpstopclustermunitionsorghttpwwwstopexplosiveinvestmentsorghttpwzeroorg

60 61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기획연재-가람이의 좌충우돌 세상읽기

ldquo그건 저의 삶입니다rdquo

나름 | 전쟁없는세상 친구 + 스웨덴에서 공부하는 중

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ldquo대답하세요rdquo 아슬아슬하게 진행되던 그들의 대화 긴장이 최고

조에 이른다 대화가 중단되고 한 사람이 자리를 뜬다 그 사이 추궁

을 받던 이는 주위를 둘러본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고 어느 구석

자리에 멈춘다 시선이 고정된다 바로 자신에 관한 기사와 사진들을

발견한 것 벽에 빼곡히 붙어 있는 모습이 마치 수사 상황 같다 소리

를 쳤던 이가 돌아오고 그가 묻는다 ldquo이게 뭐죠rdquo ldquo그건 저의 일이

예요rdquo 추궁을 받던 이의 나직한 목소리 ldquo그건 저의 삶입니다rdquo 덴

마크 드라마 lt보운 (발음이 틀릴 수 있음)gt의 한 대목 덴마크 최초의

여성 총리를 그리고 있는 이 드라마는 첫 방영이 있고 1년 뒤 실제 여

성 총리가 등장하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문제의 대목은 이전 정부

에서 총리를 맡았던 여성이 선거를 앞두고 새로운 정당을 만들면서

시작된다 경제 정책을 담당할 인물을 영입했는데 옛소련의 간첩이었

62 63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대표의 측근이 검증을 하게 된다 이 측근은

소련 좌익 정당에서 일하다 자살한 여성에 대해 캐묻고 그 사람은 결

국 그 여성과의 관계를 비롯해 아픈 과거를 이야기하게 된다 이 장면

은 누군가의 삶에 대해 타인이 얼마나 쉽게 얘기하고 재단할 수 있는

지에 관해 생각하게 만든다 타인이 쉽게 말할 수 있는 그 무엇이 누

군가에게는 삶이요 상처다

누군가에게는

그렇다 타인에게는 그저 지시대로 하면 되는 일이 자신에게는 치

명적인 삶의 문제일 수 있다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 갈등의 연속이

다 최근 이 정도 수준은 아니지만 좀 복잡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주

제 넘게도 어떤 글을 외국어로 쓰고 있는데 유럽 학자와 미국 학자

사이에 끼어 고민이 된다 두 사람이 거의 정반대의 입장에서 글쓰기

에 관여하고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해 한 사람은 이쪽으로 가라고 하

는데 또 한 사람은 저쪽으로 가라고 한다 아직은 경력을 막 쌓기 시

작한 힘없는 나로서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다 두 사람 모

두 좋으신 분들이고 또 내게 중요한 역할을 할 분들이다 그런데 모

두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누구 장단에 맞춰야 할지 난감하

다 다른 점이 있다면 한 사람은 나의 가능성만을 보고 변함없는 신뢰

와 지지를 보여주었지만 또 한 사람은 그 정도는 아니라는 느낌 문

제는 나를 석연치 않게() 보는 듯한 이가 내 경력에서는 훨씬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나를 믿어주는 이의 방향에 맞

추기로 결정했는데 아무튼 쉽지 않은 문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깊이 고민하게 된 다른 문제가 있는데 바로

lsquo누구를 대상으로 이야기하는가rsquo에 관한 부분이다 어쩌다가 바다

건너에서 계속 있다 보니 나는 이쪽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야기를 해

오고 있다 이 사람들의 언어(주로 영어)로 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

는 이야기를 이 사람들 상황에 맞게 말이다 그런데hellip 이게 정말 내

가 원하는 일인가 잘 모르겠다 지금 굉장히 긴 분량의 또 다른 글을

쓰고 있는데 원래는 내가 비교적 잘 알고 있는 한국과 관련된 사건에

대해 얘기하려 했다 이 사건과 특별한 인연이 있고 관심도 많기 때문

이다 그런데 관계자는 특정 사건보다는 lsquo보편적인rsquo lsquo이론적rsquo 이야

기에 초점을 맞춰달라고 요구한다 그래야 이쪽 지역에서 읽히기 때

문이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이게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인가 내

가 정말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들은 누구인가 나는 누구를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는가 쉽게 답할 수 없는 물음들 그래도 나는 안다

적어도 당장은 먹고 사는 문제와 관련이 있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는 걸 물론 이런 고민은 나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바다건너에서

든 아니든)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누구나 살아가면서 어떤 식으

로든 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ldquo네가 행복해져야만helliprdquo

64 65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그런데 lsquo바다건너rsquo라는 부분에 뭔가 있는 것 같다 (나만의 착각

일 수 있지만) 외국에서 지내는 게 다른 사람들에게는 좀 괜찮게 보일

수 있지 않을까 뭔가 좀 있어 보이는 부끄럽지만 고백하건대 나 역

시 그런 생각을 전혀 안 했던 것은 아니다 뭔가 세련()된 것 같은

좀 달라보이는 어떤 면에서 (탈)식민 문제와 관련이 있다 그런데 직

접 생활하는 것은 역시 다르다 물론 철저히 나의 입장에서 그렇다는

이야기다 예컨대 자연환경도 좋고 구경갈 곳도 많은데 여행이나 휴

가를 가지 않느냐는 물음을 받곤 한다 그런데 가고 싶어도 일단 돈

이 없다(있어도 최대한 아껴야 한다) 방학 기간에 여기 저기 여행다

니는 유학생이나 현지인들 이야기를 들으면 나는 신기하기도 하고 부

럽기도 하다 에둘러 말하면 이 세상에 아름답거나 그렇지 않은 것은

없다 아름답게 느끼거나 그렇지 않게 느끼는 특정 맥락의 내가 있는

것이다 lt연애시대gt에도 나오지 않던가 ldquo네가 행복해져야만 이 세

상도 행복해진단다rdquo 그래서 서로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다 처음에

얘기한 드라마 장면 누구에게는 일이고 누구에게는 삶이다 뭔가를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될 이유

[나름대로 스웨덴 소식]

성소수자 탈의실 설치 (스웨덴 영문뉴스 lt로컬gt 2013 4 26)

스톡홀름에 있는 한 고등학교가 자신을 남성-여성으로 정체화하

지 않은 학생들을 위해 별도의 탈의실을 짓기로 했다 보도에 따르면

스웨덴에서는 첫 사례라고 한다 이 학교 학생위원회 관계자는 새로

운 탈의실은 사회의 젠더 규범에 불편해하는 학생들을 위한 것이라

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편 이 학교 선생님들은 수업 시간에 남성

(lsquo한rsquo)-여성(lsquo혼rsquo)을 넘어선 lsquo헨rsquo이라는 단어를 공식 사용하기도 하

고 학생들은 스톡홀름 성소수자 축제에 학생위원회 자격으로 참여한

첫 사례를 남기기도 했다

부유한 지역 적은 난민들 (스웨덴 국영 라디오 국제 2013 7

1)

스웨덴에서 예산이 많은 지역일수록 난민을 받는 데 소극적인 것으

로 나타났다 어느 일간지에 따르면 전국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 20

군데가 같은 수의 가장 부유한 지역들보다 5배 많은 난민을 받아들인

다고 한다 여기에 해당되는 부유한 지역들은 모두 현 정부의 보수 성

향 정당이 이끌어 가고 있다 이는 지난 5년 동안 스웨덴의 290개 지

역 단위를 비교한 결과다 관계자에 따르면 스웨덴 북쪽 지역으로 갈

수록 인구 부족 문제로 난민들이 환영을 받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66 67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효웅 | 병역거부자

일베한테 일베식으로 맞짱뜨기

일베충 종북게이다 좌빨 종북게이다

나님 네 다음 일베충

일베충 네 다음 종북게이

나님 나님이 종북게이라는 lsquo근거rsquo가 있음 주장하는 사람이 근거

를 제시해야 한다는 lsquo입증책임의 원칙rsquo도 모름 이 논리 종범아

일베충 요시 그럼 넌 내가 일베충이라는 근거는 있盧

나님 너한테 한 말 아니라 걍 혼잣말 한건데 내 발화의 지시대상

이 너라는 근거는 있盧

일베충 나한테 한 얘기잖아 이 종북게이야

나님 ㅇㅇ 인정 니 생긴 게 일베충같아서 일베충이라고 한 거임

얼굴에 써 있음

일베충 소설쓰지마라 ㅋㅋ 팩트 모르盧 내가 일베충이라는 팩트

를 대라 팩트를

나님 요시 니가 일베충이라는 lsquo최선의 설명으로서의 추론rsquo이라는

가설을 세워서 추론한 거임 나한테 종북게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lsquo현

상rsquo을 설명하기 위해서 너가 일베충이라는 lsquo가설rsquo을 세워 봤는데

ldquo니가 바로 일베충rdquo이기 때문에 ldquo따라서 나한테 종북게이라는 딱지

를 붙이는 것이다rdquo라는 현상이 아주 훌륭하게 설명력을 지닌 가설추

론이 되는 거임 원래 가설은 아무렇게나 세우는게 lsquo가설rsquo임 가설은

반증 가능성이 있는 게 당연하다고 포퍼가 그랬음 가설을 통해서 과

학과 범죄수사가 발전했음 만일 니가 일베충이 아니라면 너가 경쟁

가설을 주장하던가 내 추론에 문제가 있음을 제시하면 됨 왜 일베충

이라고 해서 찔림 도둑이 제 발 저림 일베충도 일베충이라는 말 듣

기가 부끄러움 너 포퍼가 누군지는 암

68 69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일베충 일베한다고 해서 다 무슨 사이코패스에 고인드립치는 패륜

아 인 줄 아냐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범하지 마라

나님 ㅋㅋㅋ요시 사이코패스에 패륜아라는 건 lsquo니가 한 말rsquo이고

lsquo니 생각rsquo임 내가 언제 너보고 사이코패스에 패륜아라고 했음 난

그냥 너가 일베한다는 lsquo사실rsquo을 진술문으로 말했을 뿐임 아 몰랐

네 너 사이코패스에 패륜아임

일베충 (ㅇㅂㅇ) 지금 일베충이라고 비하하는 거임 일베충이라는

말 자체에 비하가 있다

나님 자기들도 일베충이라고 자조적으로 비하하면서helliphellip

일베충 인권 좋아하는 감성팔이 인권쟁이들이 왜 우리의 인권은

도외시하는 거냐 북한 인권 군인 인권 일베충 인권

나님 일베충이 사람임 사람이 아니므니다

일베충 일베충도 사람이다 왜 사람이 아니냐

나님 lsquo일베충rsquo이라는 말은 일베를 하는 벌레라는 내포를 갖고 있

음 따라서 ldquo일베충은 벌레이다rdquo는 진리값이 항상 참인 분석명제이자

항진명제임 이 무식한 일베충아 그런데 ldquo일베충은 사람이다rdquo라고

한다면 그건 앞의 주어인 lsquo일베충rsquo에 이미 내포되어 있는 벌레라는

걸 부정하는 모순이 되는거임 이건 마치 ldquo삼각형은 동그라미이다rdquo

ldquo여성은 인간이 아니다rdquo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모순율에 어긋나

는 것임

일베충 (ㅇㅂㅇ) 인권 좋아하는 인권쟁이들이 우리들한테 인권이

없다니 역시 좌빨들은 이중성 쩌네 ㅋㅋㅋ모순 쩐다 위선자들 ㅋㅋ

ㅋㅋㅋ

나님 일베충이 그런 내포를 갖게 된 것은 공론장에서의 니들 행패

를 보고 내포가 그렇게 정해진 거임 억울하면 다시 태어나셈 근데

니가 인권이 뭔지는 아냐 어디 그래 lsquo인권rsquo의 정의가 뭐라고 생각

일베충 (ㅇㅂㅇ) 그건사전에 나와있다 ldquo사람이라면 누구나 누려

야할 권리rdquohelliphellip

나님 그런데 너님들은 왜 lsquo여성rsquo lsquo전라도rsquo 이런 사람들의 인권을

부정하고 비하하는 거임

일베충 일베라고 다 패륜아냐 성급한 일반화 모르盧 논리적 근

거를 대라

70 71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나님 아~그럼 여름 중에도 시원한 날이 며칠 있으니까 여름은 안

더운 거겠네 ㅋㅋㅋ 일베충 논리 보소 ㅋㅋㅋㅋ 너 말대로 일베의

lsquo모든rsquo회원이 그런 건 아닐 수도 있음 그러나 대다수가 그런 lsquo성

향rsquo을 갖고 있다면 성급한 일반화가 아니라 강한 통계적 귀납논증이

되는 거임 실지로 얼마 전 일베 게시물들의 키워드를 분석한 프로그

램 통계에 의하면 일베 사이트의 핵심 키워드들은 사회의 대다수 사

람들의 통념과 반대되는 게 맞는데 이 연가시야 사례가 많을수록

귀납논증은 강화되는 거고 너가 일반화라면 그렇지 않은 일베 회원

들이 더 많음을 니가 귀납적으로 논증을 해야 논파가 되는 거임 따라

서 ldquo일베충들은 대부분 사회적 낙오자에 학교에선 아싸고 생긴 건

베트남 쌀국수에 집에서 진격의 거인이나 보면서 연애 한 번 못해

보는 싸이코패스인데 사회적 약자들에 화풀이한다rdquo는 건 굉장히 강

한 귀납논증이 성립되는 거임 (ㅋㅋㅋ)

일베충 우리가 사회적 낙오자에 약자들에게 분풀이 한다는 팩트를

대라 팩트의 일베다 우리는 사실만을 얘기한다

나님 니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lsquo팩트rsquo에 대해서 너님들은 얼마나

알고 있음 너님 혹시 lsquo팩트rsquo가 뭔지는 암 사실과 사건 사태의 차

이점이 뭐임

일베충 0a 0

나님 ldquo쟤 성형수술했대rdquo ldquo너 전과자라며rdquo ldquo나 저번 시험에서

백점 맞았다~^^rdquo ldquo우리 집 50평이다 ^^rdquo ldquo우리 아들이 이번에 반

에서 1등했대요 호호호rdquo 이 문장들은 전부다 lsquo사실rsquo을 얘기하고 있

지만 이건 사실을 얘기하는 lsquo진술문rsquo이 아니라 비하하거나 잘난척

하는 lsquo행위rsquo를 하고 있는 lsquo수행문rsquo임 따라서 너님들이 이야기하고

있는 lsquo사실rsquo은 사실 해석과 반응 맥락에 따라서 굉장히 유동적인

것임 이처럼 사실인 척 위장하고 있는 문장들은 lsquo기술주의적 오류

(destriptive fallcy)rsquo임 또한 사실은 lsquo사물rsquo이 아니라 사물들의 연관

이라고 비트겐슈타인이 말한 것처럼 사실은 사실을 인식하고 말하는

사람의 주관에 달려있는 거임

일베충 전라도가 폭도였고 한국여자들이 성형하고 명품 밝히는 건

팩트다 이 멍청한 좌좀아 홍어들은 한반도를 떠나야하고 여자들은

삼일한(삼일에 한번씩 패야한다는 일베 용어)이라는 거다

나님 한국여성들의 명품 구매비율이나 성형비율이 높다는 lsquo사

실rsquo과 여성들을 패야한다는 lsquo당위rsquo가 어떤 관련이 있음 사실에서

어떻게 당위를 도출함 ldquo저 사람은 흑인이다rdquo라는 사실에서 ldquo따라

서 저 사람을 인종차별해야 한다rdquo라는 당위가 도출됨 ldquo너는 여자

다rdquo라는 사실로부터 ldquo따라서 너는 정숙해야한다rdquo라는 당위 도출되

지 않는 것처럼 이것 역시 철학자 GE 무어가 말한 lsquo자연주의적 오

류rsquo임 그러나 ldquo쟤 일베한다 따라서 박멸해야 한다rdquo는 만고산천에

72 73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불변하는 진리 이데아임 어디까지나 이런 논리나 철학은 사람한테

만 적용되므니다 이 살인 진드기야

일베충 (ㅇㅂㅇ) 광주사태가 홍어들 폭도였다는 거 역시 lsquo팩트rsquo

를 말한 거다 총들고 사람 죽이고 그게 잘한 거냐 이 씹선비야

나님 광주사태가 lsquo민주화운동rsquo이였다는건 공론장에서 의사소통적

논변에 근거한 합의를 통해 그 내포에 대한 일의적(一意的) 의미가 정

해진 사안임 너 혼자 민주화라는 용어를 lsquo홍어들의 폭동rsquo으로 재정

의하는 것은 이미 어느정도 사회적으로 통용된 내포를 너 혼자 바꿔

쓰는 lsquo은밀한 재정의의 오류rsquo이면서 동시에 lsquo자의적middot설득적 정의rsquo

인 거임 ldquo동성애자는 항문섹스만을 즐겨하는 에이즈 보균자이며 하

나님 앞에 죄인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rdquo라는 말이 동성애자에 대한

합의된 정의임 자기 혼자 쓰는 정의지 그리고 너희가 비하하는 전

라도 사람들은 전부다 폭도라던가 한국여자들은 명품에 성형에 환장

했다거나 하는 설명이 과학적이거나 팩트에 가까움 오히려 감정적

인 편견에 지나지 않는거 아님 통계 자료는 있음 논거 부재의 오

류 인신공격의 오류 은밀한 재정의의 오류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온갖 오류들의 향연임 이 애미 애비가 교육을 잘못시켜서 그 따위로

된 가정 교육 못 받은 일베충아

일베충 (ㅇㅂㅇ) 아아아아아우오오 씹선비 김치녀 홍어 홍어

나님 반사 ^^

일베충 (ㅇㅂㅇ) 우워워워좌좀 종북 좌빨 슨상님

나님 굴절 ^^

일베충 크어어어억 오유충 삼일한 김치녀 종특

나님 라고 말하는 놈 친일파 ^^

일베충 쩔뚜기 운지 하라보지 종북게이

나님 라고 말하는 놈 평생 쏠로 ^^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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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문정 여옥 여은 여지우 염창근 오리 오성민오정록 오하린 오학준 우경환 우공

우완 우성섭 우지연 위양자 유은정 유현미 윤민순 윤정하 윤정화 윤지환 윤혜정

은국 은종복 은혜와평화교회 이갑수 이기영 이덕현 이비함 이상길 이선아

이선영 이선옥 이세현 이승규 이연희 이영롱 이용석 이재환 이준규 이준호 이현우

이희진 임재성 임태훈 장대환 장미희 장샤론 장정혜 장현진 전기화 전길수 전범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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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의민 주관수 지은 진진 진현호 진흙 차명수 참새 채승우 최민아 최성진 타랑

편설란 하동기 하승우 한광주 한주훈 햄 홍수봉 홍수영 홍이 홍창욱 황명규 황예랑

2013년 5월1일 ~ 7월 31일

Page 30: 전쟁없는세상 소식지 38호(2013년 8월)

54 55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무기제로는 2013년 상반기 동안 13개 단체와 연대하여 국민연금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 캠페인은 확산탄과 같은 비

인도무기에 대한 금융기관의 투자가 중단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

으며 세부적으로는 ldquo1) 국민연금이 확산탄 생산기업인 한화 풍산에

투자를 철회한다rdquo ldquo2) 국민연금이 비인도무기 생산기업에 대한 투

자배재를 천명하는 윤리투자원칙을 제정한다rdquo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

왜 투자철회 캠페인인가 왜 국민연금인가

확산탄 캠페인에 있어 대상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확산탄의 수요자사용자인 국가이며 다른 한 축은 확산탄을 생산하는

박승호 | 무기제로 코디네이터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 경험 공유

기업들이다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캠페인의 요구가 확산탄을 전면적

으로 금지시키고 확산탄 오염지역을 정화하고 피해생존자들을 지원

하라는 것 등이 주를 이룬다면 기업을 대상으로 한 요구는 확산탄의

생산middot수출을 중단하라는 것이다

현재 한국 정부는 확산탄을 북한의 장사정포에 대응할 수 있는 핵

심전력으로 여기고 있으며 국제적인 확산탄 불법화 추세에도 불구하

고 확산탄을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무기제로는 국가를 대상으로 협약 가입을 촉구하는 캠페인보

다는 확산탄을 생산하는 기업이나 확산탄 생산을 지원하는 금융기관

에 대한 문제제기를 통해 확산탄에 대한 대중적 낙인화 효과를 불러

일으키는 것이 확산탄 금지운동에 더 효과적일 것이라 판단했다 하

지만 확산탄 생산기업인 한화와 풍산을 대상으로 어떤 캠페인을 벌여

도 이윤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기업이 윤리적인 비난만으로 핵심 사업

을 정리할 것 같지는 않았다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압박보다 더 효

과적인 방식은 바로 돈줄에 위협을 가하는 것이고 이 점에서 투자

철회 캠페인은 상대적으로 더 승산이 있는 캠페인이라는 판단이 있

었다 국민연금이 각각 한화 주식의 734(201112) 풍산 주식의

926(20129)를 보유하고 있는 확산탄 생산기업의 최대투자자라는

점 또 공적자금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있는 기관이라는 점 대

부분의 사람들이 월 일정액의 국민연금보험료 납부하고 있다는 점에

서 국민연금의 확산탄 투자 문제를 lsquo내 문제rsquo로 인식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국민연금이 투자철회 캠페인의 대상으로 결정되었다

56 57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무기제로의 과거 캠페인 경험을 통해서 볼 때 확산탄이 어떤 무기

인지 왜 확산탄이 금지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대중적 인식은 사실상

전무했다 확산탄이라는 특정한 무기를 금지하자는 캠페인의 슬로건

이 대중의 관심을 얻기 힘든 주제였다는 점에서 우리는 국민 대다

수가 자의든 타의든 월 일정액을 적립하고 있는 lsquo국민연금rsquo을 통해

lsquo당신의 돈이 국제적으로 금지된 무차별 살상무기를 만드는 데 쓰이

고 있다rsquo는 메시지를 전달해 사람들의 관심과 확산탄의 비인도성에

대한 낙인화를 동시에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해외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 사례

이번에 무기제로가 국민연금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을 진행한 것

은 해외에서 이미 성공적으로 진행된 투자철회 캠페인을 모델로 해서

기획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래에서는 무기제로가 참고했던 대

표적인 성공 사례 두 가지를 살펴보려 한다

- 네덜란드 연금기금 투자철회 사례

2007년 3월에 네덜란드 시사프로그램인 젬블라(Zembla)는 네덜란

드 유수의 연금기금이 확산탄 지뢰 등 비인도무기를 만드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 등 네덜란드 연금기금의 비윤리적 투자 문제

를 다룬 lsquoCluster bomb feelingrsquo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방영한

다 당시 방송을 통해 연기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게 된 대중의 분

노가 표출되면서 연기금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이 압력을 느끼게 되었

다 이에 다큐 제작 과정에 관여했던 시민단체인 팍스 크리스티(IKV

Pax Christi)는 다큐 방영 이후 연금 기관들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캠

페인을 시작하게 된다 금융기관들의 가장 큰 두려움이 ldquo사회적 이미

지 실추rdquo라는 점을 활용한 것인데 2011년 유럽 투자자들을 대상으

로 한 조사에서 거의 80의 투자자가 논란이 되는 무기에 대한 투자

가 명성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는 등 인식의

변화가 눈에 띄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2009년 팍스 크리스티는 페어핀(FairFin)과 공동으로 ldquo확산탄 세

계투자 공동의 책임rdquo 보고서를 발표했고 보고서 발표의 영향으로

연금 기금이나 금융기관들이 확산탄 생산기업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

는 사례가 발생한다 팍스 크리스티는 이뿐 아니라 정책 입안자들과

관계를 맺고 확산탄 투자 금지를 입법화하기에 나선다 2009년에 네

덜란드 의회가 확산탄 투자 금지 촉구 제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지

만 당시 과도 정부가 이를 거부했다 이후 확산탄금지협약 비준 등을

거치면서 상원에서 다시 한번 확산탄 투자 금지 제안이 상정되었고

2011년 말 정부가 이를 이행하기로 결정하면서 확산탄 투자 금지는

2013년 1월부터 효력을 발휘하게 되었다

주목할만한 점은 이 다큐가 방영되고 반향을 일으켰던 시점이 아직

확산탄금지협약이 체결되지 않은 시점이었다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경우는 다큐멘터리 방영으로 국민적 분노가 격화되면서 향후 확산탄

생산기업에 대한 연기금의 투자철회 결정뿐 아니라 네달란드가 확산

58 59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탄금지협약에 서명하는 등 확산탄을 전면적으로 금지시키는 데도 상

당한 영향을 미쳤다

- 영국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RBS) 투자 철회 사례

2011년 8월 앰네스티 영국지부가 팍스 크리스티 보고서를 바탕으

로 HSBC(홍콩middot상하이은행)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 등 주요 은행에

대한 투자 철회 캠페인(온라인 탄원)을 시작했다 캠페인 시작 1주일

만에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이 확산탄 투자를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밝

히게 된다 당시 이 은행은 앰네스티 회원들로부터 12000통의 이메

일을 받았으며 앰네스티가 진행하던 전국적인 광고 캠페인 등에 이

미지 손상을 두려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사례를 통해서 본 우리의 투자철회 캠페인

투자철회 캠페인은 기업들이 lsquo이미지rsquo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에

서 가능한 캠페인이다 위에서 다룬 두 사례는 각각 대중적인 영향력

을 가지고 있는 방송(네덜란드 시사프로그램 젬블라)과 시민단체(앰

네스티 영국지부)가 자국 금융기관(연금기금)이 국제적으로 큰 비난

을 받고 있는 비인도무기를 만드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으로 대중적인 단죄 또는 낙인화가 이루어지면서 자연스레

투자철회가 이어질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된 사례로 볼 수 있다 ldquo내

돈rdquo이 잔인한 무기를 만드는 데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림으로써 사

람들이 확산탄 문제를 ldquo내 문제rdquo로 인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

한 분위기가 형성되었을 때 해당 국가 내에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단체들이 이 문제를 공공의제로 만들어 냈고 이후 여론을 등에 업고

금융기관을 압박해 실제 투자철회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한국에서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진행된 캠페인은 아직 구체적인 성

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하지만 캠페인이 시작단계에 있으며 해외 사

례와 같이 대중적 영향력이 큰 매체가 이 문제를 다루는 등의 이슈 확

산의 계기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아직은 캠페인의 성과를 이야

기할 시점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또 대부분의 국가들이 확산탄금

지협약에 서명middot비준한 유럽의 경우와는 다르게 한국은 안보상의 이

유로 확산탄의 생산 배치를 고집하고 있으며 평화 무기 이슈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도도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 역시 감안해야 할 것이다

무기제로는 올해 12월 발표 예정인 ldquo확산탄 세계투자rdquo 보고서의

번역 발표 등 지속적 캠페인을 통해 국민연금의 확산탄 투자문제를

꾸준히 제기할 계획이며 적절한 타이밍에 대중적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내는 데 주력해 한화middot풍산에 대한 투자철회

및 확산탄에 대한 낙인화 등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참고httpstopclustermunitionsorghttpwwwstopexplosiveinvestmentsorghttpwzeroorg

60 61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기획연재-가람이의 좌충우돌 세상읽기

ldquo그건 저의 삶입니다rdquo

나름 | 전쟁없는세상 친구 + 스웨덴에서 공부하는 중

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ldquo대답하세요rdquo 아슬아슬하게 진행되던 그들의 대화 긴장이 최고

조에 이른다 대화가 중단되고 한 사람이 자리를 뜬다 그 사이 추궁

을 받던 이는 주위를 둘러본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고 어느 구석

자리에 멈춘다 시선이 고정된다 바로 자신에 관한 기사와 사진들을

발견한 것 벽에 빼곡히 붙어 있는 모습이 마치 수사 상황 같다 소리

를 쳤던 이가 돌아오고 그가 묻는다 ldquo이게 뭐죠rdquo ldquo그건 저의 일이

예요rdquo 추궁을 받던 이의 나직한 목소리 ldquo그건 저의 삶입니다rdquo 덴

마크 드라마 lt보운 (발음이 틀릴 수 있음)gt의 한 대목 덴마크 최초의

여성 총리를 그리고 있는 이 드라마는 첫 방영이 있고 1년 뒤 실제 여

성 총리가 등장하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문제의 대목은 이전 정부

에서 총리를 맡았던 여성이 선거를 앞두고 새로운 정당을 만들면서

시작된다 경제 정책을 담당할 인물을 영입했는데 옛소련의 간첩이었

62 63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대표의 측근이 검증을 하게 된다 이 측근은

소련 좌익 정당에서 일하다 자살한 여성에 대해 캐묻고 그 사람은 결

국 그 여성과의 관계를 비롯해 아픈 과거를 이야기하게 된다 이 장면

은 누군가의 삶에 대해 타인이 얼마나 쉽게 얘기하고 재단할 수 있는

지에 관해 생각하게 만든다 타인이 쉽게 말할 수 있는 그 무엇이 누

군가에게는 삶이요 상처다

누군가에게는

그렇다 타인에게는 그저 지시대로 하면 되는 일이 자신에게는 치

명적인 삶의 문제일 수 있다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 갈등의 연속이

다 최근 이 정도 수준은 아니지만 좀 복잡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주

제 넘게도 어떤 글을 외국어로 쓰고 있는데 유럽 학자와 미국 학자

사이에 끼어 고민이 된다 두 사람이 거의 정반대의 입장에서 글쓰기

에 관여하고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해 한 사람은 이쪽으로 가라고 하

는데 또 한 사람은 저쪽으로 가라고 한다 아직은 경력을 막 쌓기 시

작한 힘없는 나로서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다 두 사람 모

두 좋으신 분들이고 또 내게 중요한 역할을 할 분들이다 그런데 모

두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누구 장단에 맞춰야 할지 난감하

다 다른 점이 있다면 한 사람은 나의 가능성만을 보고 변함없는 신뢰

와 지지를 보여주었지만 또 한 사람은 그 정도는 아니라는 느낌 문

제는 나를 석연치 않게() 보는 듯한 이가 내 경력에서는 훨씬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나를 믿어주는 이의 방향에 맞

추기로 결정했는데 아무튼 쉽지 않은 문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깊이 고민하게 된 다른 문제가 있는데 바로

lsquo누구를 대상으로 이야기하는가rsquo에 관한 부분이다 어쩌다가 바다

건너에서 계속 있다 보니 나는 이쪽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야기를 해

오고 있다 이 사람들의 언어(주로 영어)로 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

는 이야기를 이 사람들 상황에 맞게 말이다 그런데hellip 이게 정말 내

가 원하는 일인가 잘 모르겠다 지금 굉장히 긴 분량의 또 다른 글을

쓰고 있는데 원래는 내가 비교적 잘 알고 있는 한국과 관련된 사건에

대해 얘기하려 했다 이 사건과 특별한 인연이 있고 관심도 많기 때문

이다 그런데 관계자는 특정 사건보다는 lsquo보편적인rsquo lsquo이론적rsquo 이야

기에 초점을 맞춰달라고 요구한다 그래야 이쪽 지역에서 읽히기 때

문이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이게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인가 내

가 정말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들은 누구인가 나는 누구를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는가 쉽게 답할 수 없는 물음들 그래도 나는 안다

적어도 당장은 먹고 사는 문제와 관련이 있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는 걸 물론 이런 고민은 나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바다건너에서

든 아니든)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누구나 살아가면서 어떤 식으

로든 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ldquo네가 행복해져야만helliprdquo

64 65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그런데 lsquo바다건너rsquo라는 부분에 뭔가 있는 것 같다 (나만의 착각

일 수 있지만) 외국에서 지내는 게 다른 사람들에게는 좀 괜찮게 보일

수 있지 않을까 뭔가 좀 있어 보이는 부끄럽지만 고백하건대 나 역

시 그런 생각을 전혀 안 했던 것은 아니다 뭔가 세련()된 것 같은

좀 달라보이는 어떤 면에서 (탈)식민 문제와 관련이 있다 그런데 직

접 생활하는 것은 역시 다르다 물론 철저히 나의 입장에서 그렇다는

이야기다 예컨대 자연환경도 좋고 구경갈 곳도 많은데 여행이나 휴

가를 가지 않느냐는 물음을 받곤 한다 그런데 가고 싶어도 일단 돈

이 없다(있어도 최대한 아껴야 한다) 방학 기간에 여기 저기 여행다

니는 유학생이나 현지인들 이야기를 들으면 나는 신기하기도 하고 부

럽기도 하다 에둘러 말하면 이 세상에 아름답거나 그렇지 않은 것은

없다 아름답게 느끼거나 그렇지 않게 느끼는 특정 맥락의 내가 있는

것이다 lt연애시대gt에도 나오지 않던가 ldquo네가 행복해져야만 이 세

상도 행복해진단다rdquo 그래서 서로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다 처음에

얘기한 드라마 장면 누구에게는 일이고 누구에게는 삶이다 뭔가를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될 이유

[나름대로 스웨덴 소식]

성소수자 탈의실 설치 (스웨덴 영문뉴스 lt로컬gt 2013 4 26)

스톡홀름에 있는 한 고등학교가 자신을 남성-여성으로 정체화하

지 않은 학생들을 위해 별도의 탈의실을 짓기로 했다 보도에 따르면

스웨덴에서는 첫 사례라고 한다 이 학교 학생위원회 관계자는 새로

운 탈의실은 사회의 젠더 규범에 불편해하는 학생들을 위한 것이라

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편 이 학교 선생님들은 수업 시간에 남성

(lsquo한rsquo)-여성(lsquo혼rsquo)을 넘어선 lsquo헨rsquo이라는 단어를 공식 사용하기도 하

고 학생들은 스톡홀름 성소수자 축제에 학생위원회 자격으로 참여한

첫 사례를 남기기도 했다

부유한 지역 적은 난민들 (스웨덴 국영 라디오 국제 2013 7

1)

스웨덴에서 예산이 많은 지역일수록 난민을 받는 데 소극적인 것으

로 나타났다 어느 일간지에 따르면 전국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 20

군데가 같은 수의 가장 부유한 지역들보다 5배 많은 난민을 받아들인

다고 한다 여기에 해당되는 부유한 지역들은 모두 현 정부의 보수 성

향 정당이 이끌어 가고 있다 이는 지난 5년 동안 스웨덴의 290개 지

역 단위를 비교한 결과다 관계자에 따르면 스웨덴 북쪽 지역으로 갈

수록 인구 부족 문제로 난민들이 환영을 받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66 67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효웅 | 병역거부자

일베한테 일베식으로 맞짱뜨기

일베충 종북게이다 좌빨 종북게이다

나님 네 다음 일베충

일베충 네 다음 종북게이

나님 나님이 종북게이라는 lsquo근거rsquo가 있음 주장하는 사람이 근거

를 제시해야 한다는 lsquo입증책임의 원칙rsquo도 모름 이 논리 종범아

일베충 요시 그럼 넌 내가 일베충이라는 근거는 있盧

나님 너한테 한 말 아니라 걍 혼잣말 한건데 내 발화의 지시대상

이 너라는 근거는 있盧

일베충 나한테 한 얘기잖아 이 종북게이야

나님 ㅇㅇ 인정 니 생긴 게 일베충같아서 일베충이라고 한 거임

얼굴에 써 있음

일베충 소설쓰지마라 ㅋㅋ 팩트 모르盧 내가 일베충이라는 팩트

를 대라 팩트를

나님 요시 니가 일베충이라는 lsquo최선의 설명으로서의 추론rsquo이라는

가설을 세워서 추론한 거임 나한테 종북게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lsquo현

상rsquo을 설명하기 위해서 너가 일베충이라는 lsquo가설rsquo을 세워 봤는데

ldquo니가 바로 일베충rdquo이기 때문에 ldquo따라서 나한테 종북게이라는 딱지

를 붙이는 것이다rdquo라는 현상이 아주 훌륭하게 설명력을 지닌 가설추

론이 되는 거임 원래 가설은 아무렇게나 세우는게 lsquo가설rsquo임 가설은

반증 가능성이 있는 게 당연하다고 포퍼가 그랬음 가설을 통해서 과

학과 범죄수사가 발전했음 만일 니가 일베충이 아니라면 너가 경쟁

가설을 주장하던가 내 추론에 문제가 있음을 제시하면 됨 왜 일베충

이라고 해서 찔림 도둑이 제 발 저림 일베충도 일베충이라는 말 듣

기가 부끄러움 너 포퍼가 누군지는 암

68 69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일베충 일베한다고 해서 다 무슨 사이코패스에 고인드립치는 패륜

아 인 줄 아냐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범하지 마라

나님 ㅋㅋㅋ요시 사이코패스에 패륜아라는 건 lsquo니가 한 말rsquo이고

lsquo니 생각rsquo임 내가 언제 너보고 사이코패스에 패륜아라고 했음 난

그냥 너가 일베한다는 lsquo사실rsquo을 진술문으로 말했을 뿐임 아 몰랐

네 너 사이코패스에 패륜아임

일베충 (ㅇㅂㅇ) 지금 일베충이라고 비하하는 거임 일베충이라는

말 자체에 비하가 있다

나님 자기들도 일베충이라고 자조적으로 비하하면서helliphellip

일베충 인권 좋아하는 감성팔이 인권쟁이들이 왜 우리의 인권은

도외시하는 거냐 북한 인권 군인 인권 일베충 인권

나님 일베충이 사람임 사람이 아니므니다

일베충 일베충도 사람이다 왜 사람이 아니냐

나님 lsquo일베충rsquo이라는 말은 일베를 하는 벌레라는 내포를 갖고 있

음 따라서 ldquo일베충은 벌레이다rdquo는 진리값이 항상 참인 분석명제이자

항진명제임 이 무식한 일베충아 그런데 ldquo일베충은 사람이다rdquo라고

한다면 그건 앞의 주어인 lsquo일베충rsquo에 이미 내포되어 있는 벌레라는

걸 부정하는 모순이 되는거임 이건 마치 ldquo삼각형은 동그라미이다rdquo

ldquo여성은 인간이 아니다rdquo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모순율에 어긋나

는 것임

일베충 (ㅇㅂㅇ) 인권 좋아하는 인권쟁이들이 우리들한테 인권이

없다니 역시 좌빨들은 이중성 쩌네 ㅋㅋㅋ모순 쩐다 위선자들 ㅋㅋ

ㅋㅋㅋ

나님 일베충이 그런 내포를 갖게 된 것은 공론장에서의 니들 행패

를 보고 내포가 그렇게 정해진 거임 억울하면 다시 태어나셈 근데

니가 인권이 뭔지는 아냐 어디 그래 lsquo인권rsquo의 정의가 뭐라고 생각

일베충 (ㅇㅂㅇ) 그건사전에 나와있다 ldquo사람이라면 누구나 누려

야할 권리rdquohelliphellip

나님 그런데 너님들은 왜 lsquo여성rsquo lsquo전라도rsquo 이런 사람들의 인권을

부정하고 비하하는 거임

일베충 일베라고 다 패륜아냐 성급한 일반화 모르盧 논리적 근

거를 대라

70 71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나님 아~그럼 여름 중에도 시원한 날이 며칠 있으니까 여름은 안

더운 거겠네 ㅋㅋㅋ 일베충 논리 보소 ㅋㅋㅋㅋ 너 말대로 일베의

lsquo모든rsquo회원이 그런 건 아닐 수도 있음 그러나 대다수가 그런 lsquo성

향rsquo을 갖고 있다면 성급한 일반화가 아니라 강한 통계적 귀납논증이

되는 거임 실지로 얼마 전 일베 게시물들의 키워드를 분석한 프로그

램 통계에 의하면 일베 사이트의 핵심 키워드들은 사회의 대다수 사

람들의 통념과 반대되는 게 맞는데 이 연가시야 사례가 많을수록

귀납논증은 강화되는 거고 너가 일반화라면 그렇지 않은 일베 회원

들이 더 많음을 니가 귀납적으로 논증을 해야 논파가 되는 거임 따라

서 ldquo일베충들은 대부분 사회적 낙오자에 학교에선 아싸고 생긴 건

베트남 쌀국수에 집에서 진격의 거인이나 보면서 연애 한 번 못해

보는 싸이코패스인데 사회적 약자들에 화풀이한다rdquo는 건 굉장히 강

한 귀납논증이 성립되는 거임 (ㅋㅋㅋ)

일베충 우리가 사회적 낙오자에 약자들에게 분풀이 한다는 팩트를

대라 팩트의 일베다 우리는 사실만을 얘기한다

나님 니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lsquo팩트rsquo에 대해서 너님들은 얼마나

알고 있음 너님 혹시 lsquo팩트rsquo가 뭔지는 암 사실과 사건 사태의 차

이점이 뭐임

일베충 0a 0

나님 ldquo쟤 성형수술했대rdquo ldquo너 전과자라며rdquo ldquo나 저번 시험에서

백점 맞았다~^^rdquo ldquo우리 집 50평이다 ^^rdquo ldquo우리 아들이 이번에 반

에서 1등했대요 호호호rdquo 이 문장들은 전부다 lsquo사실rsquo을 얘기하고 있

지만 이건 사실을 얘기하는 lsquo진술문rsquo이 아니라 비하하거나 잘난척

하는 lsquo행위rsquo를 하고 있는 lsquo수행문rsquo임 따라서 너님들이 이야기하고

있는 lsquo사실rsquo은 사실 해석과 반응 맥락에 따라서 굉장히 유동적인

것임 이처럼 사실인 척 위장하고 있는 문장들은 lsquo기술주의적 오류

(destriptive fallcy)rsquo임 또한 사실은 lsquo사물rsquo이 아니라 사물들의 연관

이라고 비트겐슈타인이 말한 것처럼 사실은 사실을 인식하고 말하는

사람의 주관에 달려있는 거임

일베충 전라도가 폭도였고 한국여자들이 성형하고 명품 밝히는 건

팩트다 이 멍청한 좌좀아 홍어들은 한반도를 떠나야하고 여자들은

삼일한(삼일에 한번씩 패야한다는 일베 용어)이라는 거다

나님 한국여성들의 명품 구매비율이나 성형비율이 높다는 lsquo사

실rsquo과 여성들을 패야한다는 lsquo당위rsquo가 어떤 관련이 있음 사실에서

어떻게 당위를 도출함 ldquo저 사람은 흑인이다rdquo라는 사실에서 ldquo따라

서 저 사람을 인종차별해야 한다rdquo라는 당위가 도출됨 ldquo너는 여자

다rdquo라는 사실로부터 ldquo따라서 너는 정숙해야한다rdquo라는 당위 도출되

지 않는 것처럼 이것 역시 철학자 GE 무어가 말한 lsquo자연주의적 오

류rsquo임 그러나 ldquo쟤 일베한다 따라서 박멸해야 한다rdquo는 만고산천에

72 73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불변하는 진리 이데아임 어디까지나 이런 논리나 철학은 사람한테

만 적용되므니다 이 살인 진드기야

일베충 (ㅇㅂㅇ) 광주사태가 홍어들 폭도였다는 거 역시 lsquo팩트rsquo

를 말한 거다 총들고 사람 죽이고 그게 잘한 거냐 이 씹선비야

나님 광주사태가 lsquo민주화운동rsquo이였다는건 공론장에서 의사소통적

논변에 근거한 합의를 통해 그 내포에 대한 일의적(一意的) 의미가 정

해진 사안임 너 혼자 민주화라는 용어를 lsquo홍어들의 폭동rsquo으로 재정

의하는 것은 이미 어느정도 사회적으로 통용된 내포를 너 혼자 바꿔

쓰는 lsquo은밀한 재정의의 오류rsquo이면서 동시에 lsquo자의적middot설득적 정의rsquo

인 거임 ldquo동성애자는 항문섹스만을 즐겨하는 에이즈 보균자이며 하

나님 앞에 죄인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rdquo라는 말이 동성애자에 대한

합의된 정의임 자기 혼자 쓰는 정의지 그리고 너희가 비하하는 전

라도 사람들은 전부다 폭도라던가 한국여자들은 명품에 성형에 환장

했다거나 하는 설명이 과학적이거나 팩트에 가까움 오히려 감정적

인 편견에 지나지 않는거 아님 통계 자료는 있음 논거 부재의 오

류 인신공격의 오류 은밀한 재정의의 오류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온갖 오류들의 향연임 이 애미 애비가 교육을 잘못시켜서 그 따위로

된 가정 교육 못 받은 일베충아

일베충 (ㅇㅂㅇ) 아아아아아우오오 씹선비 김치녀 홍어 홍어

나님 반사 ^^

일베충 (ㅇㅂㅇ) 우워워워좌좀 종북 좌빨 슨상님

나님 굴절 ^^

일베충 크어어어억 오유충 삼일한 김치녀 종특

나님 라고 말하는 놈 친일파 ^^

일베충 쩔뚜기 운지 하라보지 종북게이

나님 라고 말하는 놈 평생 쏠로 ^^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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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아 시와 신기현 신유아 신은재 신희권 아하 아침 아키오 안지환 양선화 양지혜

여문정 여옥 여은 여지우 염창근 오리 오성민오정록 오하린 오학준 우경환 우공

우완 우성섭 우지연 위양자 유은정 유현미 윤민순 윤정하 윤정화 윤지환 윤혜정

은국 은종복 은혜와평화교회 이갑수 이기영 이덕현 이비함 이상길 이선아

이선영 이선옥 이세현 이승규 이연희 이영롱 이용석 이재환 이준규 이준호 이현우

이희진 임재성 임태훈 장대환 장미희 장샤론 장정혜 장현진 전기화 전길수 전범준

전영욱 정상민 정우진 정인철 정주열 정출균 정혁 정현채 정혜윤 조명래 조은 조익진

조정의민 주관수 지은 진진 진현호 진흙 차명수 참새 채승우 최민아 최성진 타랑

편설란 하동기 하승우 한광주 한주훈 햄 홍수봉 홍수영 홍이 홍창욱 황명규 황예랑

2013년 5월1일 ~ 7월 31일

Page 31: 전쟁없는세상 소식지 38호(2013년 8월)

56 57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무기제로의 과거 캠페인 경험을 통해서 볼 때 확산탄이 어떤 무기

인지 왜 확산탄이 금지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대중적 인식은 사실상

전무했다 확산탄이라는 특정한 무기를 금지하자는 캠페인의 슬로건

이 대중의 관심을 얻기 힘든 주제였다는 점에서 우리는 국민 대다

수가 자의든 타의든 월 일정액을 적립하고 있는 lsquo국민연금rsquo을 통해

lsquo당신의 돈이 국제적으로 금지된 무차별 살상무기를 만드는 데 쓰이

고 있다rsquo는 메시지를 전달해 사람들의 관심과 확산탄의 비인도성에

대한 낙인화를 동시에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해외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 사례

이번에 무기제로가 국민연금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을 진행한 것

은 해외에서 이미 성공적으로 진행된 투자철회 캠페인을 모델로 해서

기획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래에서는 무기제로가 참고했던 대

표적인 성공 사례 두 가지를 살펴보려 한다

- 네덜란드 연금기금 투자철회 사례

2007년 3월에 네덜란드 시사프로그램인 젬블라(Zembla)는 네덜란

드 유수의 연금기금이 확산탄 지뢰 등 비인도무기를 만드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 등 네덜란드 연금기금의 비윤리적 투자 문제

를 다룬 lsquoCluster bomb feelingrsquo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방영한

다 당시 방송을 통해 연기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게 된 대중의 분

노가 표출되면서 연기금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이 압력을 느끼게 되었

다 이에 다큐 제작 과정에 관여했던 시민단체인 팍스 크리스티(IKV

Pax Christi)는 다큐 방영 이후 연금 기관들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캠

페인을 시작하게 된다 금융기관들의 가장 큰 두려움이 ldquo사회적 이미

지 실추rdquo라는 점을 활용한 것인데 2011년 유럽 투자자들을 대상으

로 한 조사에서 거의 80의 투자자가 논란이 되는 무기에 대한 투자

가 명성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는 등 인식의

변화가 눈에 띄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2009년 팍스 크리스티는 페어핀(FairFin)과 공동으로 ldquo확산탄 세

계투자 공동의 책임rdquo 보고서를 발표했고 보고서 발표의 영향으로

연금 기금이나 금융기관들이 확산탄 생산기업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

는 사례가 발생한다 팍스 크리스티는 이뿐 아니라 정책 입안자들과

관계를 맺고 확산탄 투자 금지를 입법화하기에 나선다 2009년에 네

덜란드 의회가 확산탄 투자 금지 촉구 제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지

만 당시 과도 정부가 이를 거부했다 이후 확산탄금지협약 비준 등을

거치면서 상원에서 다시 한번 확산탄 투자 금지 제안이 상정되었고

2011년 말 정부가 이를 이행하기로 결정하면서 확산탄 투자 금지는

2013년 1월부터 효력을 발휘하게 되었다

주목할만한 점은 이 다큐가 방영되고 반향을 일으켰던 시점이 아직

확산탄금지협약이 체결되지 않은 시점이었다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경우는 다큐멘터리 방영으로 국민적 분노가 격화되면서 향후 확산탄

생산기업에 대한 연기금의 투자철회 결정뿐 아니라 네달란드가 확산

58 59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탄금지협약에 서명하는 등 확산탄을 전면적으로 금지시키는 데도 상

당한 영향을 미쳤다

- 영국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RBS) 투자 철회 사례

2011년 8월 앰네스티 영국지부가 팍스 크리스티 보고서를 바탕으

로 HSBC(홍콩middot상하이은행)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 등 주요 은행에

대한 투자 철회 캠페인(온라인 탄원)을 시작했다 캠페인 시작 1주일

만에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이 확산탄 투자를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밝

히게 된다 당시 이 은행은 앰네스티 회원들로부터 12000통의 이메

일을 받았으며 앰네스티가 진행하던 전국적인 광고 캠페인 등에 이

미지 손상을 두려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사례를 통해서 본 우리의 투자철회 캠페인

투자철회 캠페인은 기업들이 lsquo이미지rsquo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에

서 가능한 캠페인이다 위에서 다룬 두 사례는 각각 대중적인 영향력

을 가지고 있는 방송(네덜란드 시사프로그램 젬블라)과 시민단체(앰

네스티 영국지부)가 자국 금융기관(연금기금)이 국제적으로 큰 비난

을 받고 있는 비인도무기를 만드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으로 대중적인 단죄 또는 낙인화가 이루어지면서 자연스레

투자철회가 이어질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된 사례로 볼 수 있다 ldquo내

돈rdquo이 잔인한 무기를 만드는 데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림으로써 사

람들이 확산탄 문제를 ldquo내 문제rdquo로 인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

한 분위기가 형성되었을 때 해당 국가 내에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단체들이 이 문제를 공공의제로 만들어 냈고 이후 여론을 등에 업고

금융기관을 압박해 실제 투자철회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한국에서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진행된 캠페인은 아직 구체적인 성

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하지만 캠페인이 시작단계에 있으며 해외 사

례와 같이 대중적 영향력이 큰 매체가 이 문제를 다루는 등의 이슈 확

산의 계기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아직은 캠페인의 성과를 이야

기할 시점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또 대부분의 국가들이 확산탄금

지협약에 서명middot비준한 유럽의 경우와는 다르게 한국은 안보상의 이

유로 확산탄의 생산 배치를 고집하고 있으며 평화 무기 이슈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도도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 역시 감안해야 할 것이다

무기제로는 올해 12월 발표 예정인 ldquo확산탄 세계투자rdquo 보고서의

번역 발표 등 지속적 캠페인을 통해 국민연금의 확산탄 투자문제를

꾸준히 제기할 계획이며 적절한 타이밍에 대중적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내는 데 주력해 한화middot풍산에 대한 투자철회

및 확산탄에 대한 낙인화 등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참고httpstopclustermunitionsorghttpwwwstopexplosiveinvestmentsorghttpwzeroorg

60 61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기획연재-가람이의 좌충우돌 세상읽기

ldquo그건 저의 삶입니다rdquo

나름 | 전쟁없는세상 친구 + 스웨덴에서 공부하는 중

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ldquo대답하세요rdquo 아슬아슬하게 진행되던 그들의 대화 긴장이 최고

조에 이른다 대화가 중단되고 한 사람이 자리를 뜬다 그 사이 추궁

을 받던 이는 주위를 둘러본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고 어느 구석

자리에 멈춘다 시선이 고정된다 바로 자신에 관한 기사와 사진들을

발견한 것 벽에 빼곡히 붙어 있는 모습이 마치 수사 상황 같다 소리

를 쳤던 이가 돌아오고 그가 묻는다 ldquo이게 뭐죠rdquo ldquo그건 저의 일이

예요rdquo 추궁을 받던 이의 나직한 목소리 ldquo그건 저의 삶입니다rdquo 덴

마크 드라마 lt보운 (발음이 틀릴 수 있음)gt의 한 대목 덴마크 최초의

여성 총리를 그리고 있는 이 드라마는 첫 방영이 있고 1년 뒤 실제 여

성 총리가 등장하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문제의 대목은 이전 정부

에서 총리를 맡았던 여성이 선거를 앞두고 새로운 정당을 만들면서

시작된다 경제 정책을 담당할 인물을 영입했는데 옛소련의 간첩이었

62 63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대표의 측근이 검증을 하게 된다 이 측근은

소련 좌익 정당에서 일하다 자살한 여성에 대해 캐묻고 그 사람은 결

국 그 여성과의 관계를 비롯해 아픈 과거를 이야기하게 된다 이 장면

은 누군가의 삶에 대해 타인이 얼마나 쉽게 얘기하고 재단할 수 있는

지에 관해 생각하게 만든다 타인이 쉽게 말할 수 있는 그 무엇이 누

군가에게는 삶이요 상처다

누군가에게는

그렇다 타인에게는 그저 지시대로 하면 되는 일이 자신에게는 치

명적인 삶의 문제일 수 있다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 갈등의 연속이

다 최근 이 정도 수준은 아니지만 좀 복잡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주

제 넘게도 어떤 글을 외국어로 쓰고 있는데 유럽 학자와 미국 학자

사이에 끼어 고민이 된다 두 사람이 거의 정반대의 입장에서 글쓰기

에 관여하고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해 한 사람은 이쪽으로 가라고 하

는데 또 한 사람은 저쪽으로 가라고 한다 아직은 경력을 막 쌓기 시

작한 힘없는 나로서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다 두 사람 모

두 좋으신 분들이고 또 내게 중요한 역할을 할 분들이다 그런데 모

두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누구 장단에 맞춰야 할지 난감하

다 다른 점이 있다면 한 사람은 나의 가능성만을 보고 변함없는 신뢰

와 지지를 보여주었지만 또 한 사람은 그 정도는 아니라는 느낌 문

제는 나를 석연치 않게() 보는 듯한 이가 내 경력에서는 훨씬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나를 믿어주는 이의 방향에 맞

추기로 결정했는데 아무튼 쉽지 않은 문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깊이 고민하게 된 다른 문제가 있는데 바로

lsquo누구를 대상으로 이야기하는가rsquo에 관한 부분이다 어쩌다가 바다

건너에서 계속 있다 보니 나는 이쪽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야기를 해

오고 있다 이 사람들의 언어(주로 영어)로 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

는 이야기를 이 사람들 상황에 맞게 말이다 그런데hellip 이게 정말 내

가 원하는 일인가 잘 모르겠다 지금 굉장히 긴 분량의 또 다른 글을

쓰고 있는데 원래는 내가 비교적 잘 알고 있는 한국과 관련된 사건에

대해 얘기하려 했다 이 사건과 특별한 인연이 있고 관심도 많기 때문

이다 그런데 관계자는 특정 사건보다는 lsquo보편적인rsquo lsquo이론적rsquo 이야

기에 초점을 맞춰달라고 요구한다 그래야 이쪽 지역에서 읽히기 때

문이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이게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인가 내

가 정말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들은 누구인가 나는 누구를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는가 쉽게 답할 수 없는 물음들 그래도 나는 안다

적어도 당장은 먹고 사는 문제와 관련이 있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는 걸 물론 이런 고민은 나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바다건너에서

든 아니든)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누구나 살아가면서 어떤 식으

로든 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ldquo네가 행복해져야만helliprdquo

64 65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그런데 lsquo바다건너rsquo라는 부분에 뭔가 있는 것 같다 (나만의 착각

일 수 있지만) 외국에서 지내는 게 다른 사람들에게는 좀 괜찮게 보일

수 있지 않을까 뭔가 좀 있어 보이는 부끄럽지만 고백하건대 나 역

시 그런 생각을 전혀 안 했던 것은 아니다 뭔가 세련()된 것 같은

좀 달라보이는 어떤 면에서 (탈)식민 문제와 관련이 있다 그런데 직

접 생활하는 것은 역시 다르다 물론 철저히 나의 입장에서 그렇다는

이야기다 예컨대 자연환경도 좋고 구경갈 곳도 많은데 여행이나 휴

가를 가지 않느냐는 물음을 받곤 한다 그런데 가고 싶어도 일단 돈

이 없다(있어도 최대한 아껴야 한다) 방학 기간에 여기 저기 여행다

니는 유학생이나 현지인들 이야기를 들으면 나는 신기하기도 하고 부

럽기도 하다 에둘러 말하면 이 세상에 아름답거나 그렇지 않은 것은

없다 아름답게 느끼거나 그렇지 않게 느끼는 특정 맥락의 내가 있는

것이다 lt연애시대gt에도 나오지 않던가 ldquo네가 행복해져야만 이 세

상도 행복해진단다rdquo 그래서 서로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다 처음에

얘기한 드라마 장면 누구에게는 일이고 누구에게는 삶이다 뭔가를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될 이유

[나름대로 스웨덴 소식]

성소수자 탈의실 설치 (스웨덴 영문뉴스 lt로컬gt 2013 4 26)

스톡홀름에 있는 한 고등학교가 자신을 남성-여성으로 정체화하

지 않은 학생들을 위해 별도의 탈의실을 짓기로 했다 보도에 따르면

스웨덴에서는 첫 사례라고 한다 이 학교 학생위원회 관계자는 새로

운 탈의실은 사회의 젠더 규범에 불편해하는 학생들을 위한 것이라

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편 이 학교 선생님들은 수업 시간에 남성

(lsquo한rsquo)-여성(lsquo혼rsquo)을 넘어선 lsquo헨rsquo이라는 단어를 공식 사용하기도 하

고 학생들은 스톡홀름 성소수자 축제에 학생위원회 자격으로 참여한

첫 사례를 남기기도 했다

부유한 지역 적은 난민들 (스웨덴 국영 라디오 국제 2013 7

1)

스웨덴에서 예산이 많은 지역일수록 난민을 받는 데 소극적인 것으

로 나타났다 어느 일간지에 따르면 전국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 20

군데가 같은 수의 가장 부유한 지역들보다 5배 많은 난민을 받아들인

다고 한다 여기에 해당되는 부유한 지역들은 모두 현 정부의 보수 성

향 정당이 이끌어 가고 있다 이는 지난 5년 동안 스웨덴의 290개 지

역 단위를 비교한 결과다 관계자에 따르면 스웨덴 북쪽 지역으로 갈

수록 인구 부족 문제로 난민들이 환영을 받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66 67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효웅 | 병역거부자

일베한테 일베식으로 맞짱뜨기

일베충 종북게이다 좌빨 종북게이다

나님 네 다음 일베충

일베충 네 다음 종북게이

나님 나님이 종북게이라는 lsquo근거rsquo가 있음 주장하는 사람이 근거

를 제시해야 한다는 lsquo입증책임의 원칙rsquo도 모름 이 논리 종범아

일베충 요시 그럼 넌 내가 일베충이라는 근거는 있盧

나님 너한테 한 말 아니라 걍 혼잣말 한건데 내 발화의 지시대상

이 너라는 근거는 있盧

일베충 나한테 한 얘기잖아 이 종북게이야

나님 ㅇㅇ 인정 니 생긴 게 일베충같아서 일베충이라고 한 거임

얼굴에 써 있음

일베충 소설쓰지마라 ㅋㅋ 팩트 모르盧 내가 일베충이라는 팩트

를 대라 팩트를

나님 요시 니가 일베충이라는 lsquo최선의 설명으로서의 추론rsquo이라는

가설을 세워서 추론한 거임 나한테 종북게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lsquo현

상rsquo을 설명하기 위해서 너가 일베충이라는 lsquo가설rsquo을 세워 봤는데

ldquo니가 바로 일베충rdquo이기 때문에 ldquo따라서 나한테 종북게이라는 딱지

를 붙이는 것이다rdquo라는 현상이 아주 훌륭하게 설명력을 지닌 가설추

론이 되는 거임 원래 가설은 아무렇게나 세우는게 lsquo가설rsquo임 가설은

반증 가능성이 있는 게 당연하다고 포퍼가 그랬음 가설을 통해서 과

학과 범죄수사가 발전했음 만일 니가 일베충이 아니라면 너가 경쟁

가설을 주장하던가 내 추론에 문제가 있음을 제시하면 됨 왜 일베충

이라고 해서 찔림 도둑이 제 발 저림 일베충도 일베충이라는 말 듣

기가 부끄러움 너 포퍼가 누군지는 암

68 69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일베충 일베한다고 해서 다 무슨 사이코패스에 고인드립치는 패륜

아 인 줄 아냐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범하지 마라

나님 ㅋㅋㅋ요시 사이코패스에 패륜아라는 건 lsquo니가 한 말rsquo이고

lsquo니 생각rsquo임 내가 언제 너보고 사이코패스에 패륜아라고 했음 난

그냥 너가 일베한다는 lsquo사실rsquo을 진술문으로 말했을 뿐임 아 몰랐

네 너 사이코패스에 패륜아임

일베충 (ㅇㅂㅇ) 지금 일베충이라고 비하하는 거임 일베충이라는

말 자체에 비하가 있다

나님 자기들도 일베충이라고 자조적으로 비하하면서helliphellip

일베충 인권 좋아하는 감성팔이 인권쟁이들이 왜 우리의 인권은

도외시하는 거냐 북한 인권 군인 인권 일베충 인권

나님 일베충이 사람임 사람이 아니므니다

일베충 일베충도 사람이다 왜 사람이 아니냐

나님 lsquo일베충rsquo이라는 말은 일베를 하는 벌레라는 내포를 갖고 있

음 따라서 ldquo일베충은 벌레이다rdquo는 진리값이 항상 참인 분석명제이자

항진명제임 이 무식한 일베충아 그런데 ldquo일베충은 사람이다rdquo라고

한다면 그건 앞의 주어인 lsquo일베충rsquo에 이미 내포되어 있는 벌레라는

걸 부정하는 모순이 되는거임 이건 마치 ldquo삼각형은 동그라미이다rdquo

ldquo여성은 인간이 아니다rdquo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모순율에 어긋나

는 것임

일베충 (ㅇㅂㅇ) 인권 좋아하는 인권쟁이들이 우리들한테 인권이

없다니 역시 좌빨들은 이중성 쩌네 ㅋㅋㅋ모순 쩐다 위선자들 ㅋㅋ

ㅋㅋㅋ

나님 일베충이 그런 내포를 갖게 된 것은 공론장에서의 니들 행패

를 보고 내포가 그렇게 정해진 거임 억울하면 다시 태어나셈 근데

니가 인권이 뭔지는 아냐 어디 그래 lsquo인권rsquo의 정의가 뭐라고 생각

일베충 (ㅇㅂㅇ) 그건사전에 나와있다 ldquo사람이라면 누구나 누려

야할 권리rdquohelliphellip

나님 그런데 너님들은 왜 lsquo여성rsquo lsquo전라도rsquo 이런 사람들의 인권을

부정하고 비하하는 거임

일베충 일베라고 다 패륜아냐 성급한 일반화 모르盧 논리적 근

거를 대라

70 71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나님 아~그럼 여름 중에도 시원한 날이 며칠 있으니까 여름은 안

더운 거겠네 ㅋㅋㅋ 일베충 논리 보소 ㅋㅋㅋㅋ 너 말대로 일베의

lsquo모든rsquo회원이 그런 건 아닐 수도 있음 그러나 대다수가 그런 lsquo성

향rsquo을 갖고 있다면 성급한 일반화가 아니라 강한 통계적 귀납논증이

되는 거임 실지로 얼마 전 일베 게시물들의 키워드를 분석한 프로그

램 통계에 의하면 일베 사이트의 핵심 키워드들은 사회의 대다수 사

람들의 통념과 반대되는 게 맞는데 이 연가시야 사례가 많을수록

귀납논증은 강화되는 거고 너가 일반화라면 그렇지 않은 일베 회원

들이 더 많음을 니가 귀납적으로 논증을 해야 논파가 되는 거임 따라

서 ldquo일베충들은 대부분 사회적 낙오자에 학교에선 아싸고 생긴 건

베트남 쌀국수에 집에서 진격의 거인이나 보면서 연애 한 번 못해

보는 싸이코패스인데 사회적 약자들에 화풀이한다rdquo는 건 굉장히 강

한 귀납논증이 성립되는 거임 (ㅋㅋㅋ)

일베충 우리가 사회적 낙오자에 약자들에게 분풀이 한다는 팩트를

대라 팩트의 일베다 우리는 사실만을 얘기한다

나님 니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lsquo팩트rsquo에 대해서 너님들은 얼마나

알고 있음 너님 혹시 lsquo팩트rsquo가 뭔지는 암 사실과 사건 사태의 차

이점이 뭐임

일베충 0a 0

나님 ldquo쟤 성형수술했대rdquo ldquo너 전과자라며rdquo ldquo나 저번 시험에서

백점 맞았다~^^rdquo ldquo우리 집 50평이다 ^^rdquo ldquo우리 아들이 이번에 반

에서 1등했대요 호호호rdquo 이 문장들은 전부다 lsquo사실rsquo을 얘기하고 있

지만 이건 사실을 얘기하는 lsquo진술문rsquo이 아니라 비하하거나 잘난척

하는 lsquo행위rsquo를 하고 있는 lsquo수행문rsquo임 따라서 너님들이 이야기하고

있는 lsquo사실rsquo은 사실 해석과 반응 맥락에 따라서 굉장히 유동적인

것임 이처럼 사실인 척 위장하고 있는 문장들은 lsquo기술주의적 오류

(destriptive fallcy)rsquo임 또한 사실은 lsquo사물rsquo이 아니라 사물들의 연관

이라고 비트겐슈타인이 말한 것처럼 사실은 사실을 인식하고 말하는

사람의 주관에 달려있는 거임

일베충 전라도가 폭도였고 한국여자들이 성형하고 명품 밝히는 건

팩트다 이 멍청한 좌좀아 홍어들은 한반도를 떠나야하고 여자들은

삼일한(삼일에 한번씩 패야한다는 일베 용어)이라는 거다

나님 한국여성들의 명품 구매비율이나 성형비율이 높다는 lsquo사

실rsquo과 여성들을 패야한다는 lsquo당위rsquo가 어떤 관련이 있음 사실에서

어떻게 당위를 도출함 ldquo저 사람은 흑인이다rdquo라는 사실에서 ldquo따라

서 저 사람을 인종차별해야 한다rdquo라는 당위가 도출됨 ldquo너는 여자

다rdquo라는 사실로부터 ldquo따라서 너는 정숙해야한다rdquo라는 당위 도출되

지 않는 것처럼 이것 역시 철학자 GE 무어가 말한 lsquo자연주의적 오

류rsquo임 그러나 ldquo쟤 일베한다 따라서 박멸해야 한다rdquo는 만고산천에

72 73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불변하는 진리 이데아임 어디까지나 이런 논리나 철학은 사람한테

만 적용되므니다 이 살인 진드기야

일베충 (ㅇㅂㅇ) 광주사태가 홍어들 폭도였다는 거 역시 lsquo팩트rsquo

를 말한 거다 총들고 사람 죽이고 그게 잘한 거냐 이 씹선비야

나님 광주사태가 lsquo민주화운동rsquo이였다는건 공론장에서 의사소통적

논변에 근거한 합의를 통해 그 내포에 대한 일의적(一意的) 의미가 정

해진 사안임 너 혼자 민주화라는 용어를 lsquo홍어들의 폭동rsquo으로 재정

의하는 것은 이미 어느정도 사회적으로 통용된 내포를 너 혼자 바꿔

쓰는 lsquo은밀한 재정의의 오류rsquo이면서 동시에 lsquo자의적middot설득적 정의rsquo

인 거임 ldquo동성애자는 항문섹스만을 즐겨하는 에이즈 보균자이며 하

나님 앞에 죄인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rdquo라는 말이 동성애자에 대한

합의된 정의임 자기 혼자 쓰는 정의지 그리고 너희가 비하하는 전

라도 사람들은 전부다 폭도라던가 한국여자들은 명품에 성형에 환장

했다거나 하는 설명이 과학적이거나 팩트에 가까움 오히려 감정적

인 편견에 지나지 않는거 아님 통계 자료는 있음 논거 부재의 오

류 인신공격의 오류 은밀한 재정의의 오류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온갖 오류들의 향연임 이 애미 애비가 교육을 잘못시켜서 그 따위로

된 가정 교육 못 받은 일베충아

일베충 (ㅇㅂㅇ) 아아아아아우오오 씹선비 김치녀 홍어 홍어

나님 반사 ^^

일베충 (ㅇㅂㅇ) 우워워워좌좀 종북 좌빨 슨상님

나님 굴절 ^^

일베충 크어어어억 오유충 삼일한 김치녀 종특

나님 라고 말하는 놈 친일파 ^^

일베충 쩔뚜기 운지 하라보지 종북게이

나님 라고 말하는 놈 평생 쏠로 ^^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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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아 시와 신기현 신유아 신은재 신희권 아하 아침 아키오 안지환 양선화 양지혜

여문정 여옥 여은 여지우 염창근 오리 오성민오정록 오하린 오학준 우경환 우공

우완 우성섭 우지연 위양자 유은정 유현미 윤민순 윤정하 윤정화 윤지환 윤혜정

은국 은종복 은혜와평화교회 이갑수 이기영 이덕현 이비함 이상길 이선아

이선영 이선옥 이세현 이승규 이연희 이영롱 이용석 이재환 이준규 이준호 이현우

이희진 임재성 임태훈 장대환 장미희 장샤론 장정혜 장현진 전기화 전길수 전범준

전영욱 정상민 정우진 정인철 정주열 정출균 정혁 정현채 정혜윤 조명래 조은 조익진

조정의민 주관수 지은 진진 진현호 진흙 차명수 참새 채승우 최민아 최성진 타랑

편설란 하동기 하승우 한광주 한주훈 햄 홍수봉 홍수영 홍이 홍창욱 황명규 황예랑

2013년 5월1일 ~ 7월 31일

Page 32: 전쟁없는세상 소식지 38호(2013년 8월)

58 59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탄금지협약에 서명하는 등 확산탄을 전면적으로 금지시키는 데도 상

당한 영향을 미쳤다

- 영국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RBS) 투자 철회 사례

2011년 8월 앰네스티 영국지부가 팍스 크리스티 보고서를 바탕으

로 HSBC(홍콩middot상하이은행)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 등 주요 은행에

대한 투자 철회 캠페인(온라인 탄원)을 시작했다 캠페인 시작 1주일

만에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이 확산탄 투자를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밝

히게 된다 당시 이 은행은 앰네스티 회원들로부터 12000통의 이메

일을 받았으며 앰네스티가 진행하던 전국적인 광고 캠페인 등에 이

미지 손상을 두려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사례를 통해서 본 우리의 투자철회 캠페인

투자철회 캠페인은 기업들이 lsquo이미지rsquo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에

서 가능한 캠페인이다 위에서 다룬 두 사례는 각각 대중적인 영향력

을 가지고 있는 방송(네덜란드 시사프로그램 젬블라)과 시민단체(앰

네스티 영국지부)가 자국 금융기관(연금기금)이 국제적으로 큰 비난

을 받고 있는 비인도무기를 만드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으로 대중적인 단죄 또는 낙인화가 이루어지면서 자연스레

투자철회가 이어질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된 사례로 볼 수 있다 ldquo내

돈rdquo이 잔인한 무기를 만드는 데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림으로써 사

람들이 확산탄 문제를 ldquo내 문제rdquo로 인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

한 분위기가 형성되었을 때 해당 국가 내에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단체들이 이 문제를 공공의제로 만들어 냈고 이후 여론을 등에 업고

금융기관을 압박해 실제 투자철회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한국에서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진행된 캠페인은 아직 구체적인 성

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하지만 캠페인이 시작단계에 있으며 해외 사

례와 같이 대중적 영향력이 큰 매체가 이 문제를 다루는 등의 이슈 확

산의 계기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아직은 캠페인의 성과를 이야

기할 시점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또 대부분의 국가들이 확산탄금

지협약에 서명middot비준한 유럽의 경우와는 다르게 한국은 안보상의 이

유로 확산탄의 생산 배치를 고집하고 있으며 평화 무기 이슈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도도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 역시 감안해야 할 것이다

무기제로는 올해 12월 발표 예정인 ldquo확산탄 세계투자rdquo 보고서의

번역 발표 등 지속적 캠페인을 통해 국민연금의 확산탄 투자문제를

꾸준히 제기할 계획이며 적절한 타이밍에 대중적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내는 데 주력해 한화middot풍산에 대한 투자철회

및 확산탄에 대한 낙인화 등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참고httpstopclustermunitionsorghttpwwwstopexplosiveinvestmentsorghttpwzeroorg

60 61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기획연재-가람이의 좌충우돌 세상읽기

ldquo그건 저의 삶입니다rdquo

나름 | 전쟁없는세상 친구 + 스웨덴에서 공부하는 중

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ldquo대답하세요rdquo 아슬아슬하게 진행되던 그들의 대화 긴장이 최고

조에 이른다 대화가 중단되고 한 사람이 자리를 뜬다 그 사이 추궁

을 받던 이는 주위를 둘러본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고 어느 구석

자리에 멈춘다 시선이 고정된다 바로 자신에 관한 기사와 사진들을

발견한 것 벽에 빼곡히 붙어 있는 모습이 마치 수사 상황 같다 소리

를 쳤던 이가 돌아오고 그가 묻는다 ldquo이게 뭐죠rdquo ldquo그건 저의 일이

예요rdquo 추궁을 받던 이의 나직한 목소리 ldquo그건 저의 삶입니다rdquo 덴

마크 드라마 lt보운 (발음이 틀릴 수 있음)gt의 한 대목 덴마크 최초의

여성 총리를 그리고 있는 이 드라마는 첫 방영이 있고 1년 뒤 실제 여

성 총리가 등장하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문제의 대목은 이전 정부

에서 총리를 맡았던 여성이 선거를 앞두고 새로운 정당을 만들면서

시작된다 경제 정책을 담당할 인물을 영입했는데 옛소련의 간첩이었

62 63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대표의 측근이 검증을 하게 된다 이 측근은

소련 좌익 정당에서 일하다 자살한 여성에 대해 캐묻고 그 사람은 결

국 그 여성과의 관계를 비롯해 아픈 과거를 이야기하게 된다 이 장면

은 누군가의 삶에 대해 타인이 얼마나 쉽게 얘기하고 재단할 수 있는

지에 관해 생각하게 만든다 타인이 쉽게 말할 수 있는 그 무엇이 누

군가에게는 삶이요 상처다

누군가에게는

그렇다 타인에게는 그저 지시대로 하면 되는 일이 자신에게는 치

명적인 삶의 문제일 수 있다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 갈등의 연속이

다 최근 이 정도 수준은 아니지만 좀 복잡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주

제 넘게도 어떤 글을 외국어로 쓰고 있는데 유럽 학자와 미국 학자

사이에 끼어 고민이 된다 두 사람이 거의 정반대의 입장에서 글쓰기

에 관여하고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해 한 사람은 이쪽으로 가라고 하

는데 또 한 사람은 저쪽으로 가라고 한다 아직은 경력을 막 쌓기 시

작한 힘없는 나로서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다 두 사람 모

두 좋으신 분들이고 또 내게 중요한 역할을 할 분들이다 그런데 모

두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누구 장단에 맞춰야 할지 난감하

다 다른 점이 있다면 한 사람은 나의 가능성만을 보고 변함없는 신뢰

와 지지를 보여주었지만 또 한 사람은 그 정도는 아니라는 느낌 문

제는 나를 석연치 않게() 보는 듯한 이가 내 경력에서는 훨씬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나를 믿어주는 이의 방향에 맞

추기로 결정했는데 아무튼 쉽지 않은 문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깊이 고민하게 된 다른 문제가 있는데 바로

lsquo누구를 대상으로 이야기하는가rsquo에 관한 부분이다 어쩌다가 바다

건너에서 계속 있다 보니 나는 이쪽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야기를 해

오고 있다 이 사람들의 언어(주로 영어)로 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

는 이야기를 이 사람들 상황에 맞게 말이다 그런데hellip 이게 정말 내

가 원하는 일인가 잘 모르겠다 지금 굉장히 긴 분량의 또 다른 글을

쓰고 있는데 원래는 내가 비교적 잘 알고 있는 한국과 관련된 사건에

대해 얘기하려 했다 이 사건과 특별한 인연이 있고 관심도 많기 때문

이다 그런데 관계자는 특정 사건보다는 lsquo보편적인rsquo lsquo이론적rsquo 이야

기에 초점을 맞춰달라고 요구한다 그래야 이쪽 지역에서 읽히기 때

문이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이게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인가 내

가 정말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들은 누구인가 나는 누구를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는가 쉽게 답할 수 없는 물음들 그래도 나는 안다

적어도 당장은 먹고 사는 문제와 관련이 있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는 걸 물론 이런 고민은 나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바다건너에서

든 아니든)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누구나 살아가면서 어떤 식으

로든 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ldquo네가 행복해져야만helliprdquo

64 65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그런데 lsquo바다건너rsquo라는 부분에 뭔가 있는 것 같다 (나만의 착각

일 수 있지만) 외국에서 지내는 게 다른 사람들에게는 좀 괜찮게 보일

수 있지 않을까 뭔가 좀 있어 보이는 부끄럽지만 고백하건대 나 역

시 그런 생각을 전혀 안 했던 것은 아니다 뭔가 세련()된 것 같은

좀 달라보이는 어떤 면에서 (탈)식민 문제와 관련이 있다 그런데 직

접 생활하는 것은 역시 다르다 물론 철저히 나의 입장에서 그렇다는

이야기다 예컨대 자연환경도 좋고 구경갈 곳도 많은데 여행이나 휴

가를 가지 않느냐는 물음을 받곤 한다 그런데 가고 싶어도 일단 돈

이 없다(있어도 최대한 아껴야 한다) 방학 기간에 여기 저기 여행다

니는 유학생이나 현지인들 이야기를 들으면 나는 신기하기도 하고 부

럽기도 하다 에둘러 말하면 이 세상에 아름답거나 그렇지 않은 것은

없다 아름답게 느끼거나 그렇지 않게 느끼는 특정 맥락의 내가 있는

것이다 lt연애시대gt에도 나오지 않던가 ldquo네가 행복해져야만 이 세

상도 행복해진단다rdquo 그래서 서로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다 처음에

얘기한 드라마 장면 누구에게는 일이고 누구에게는 삶이다 뭔가를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될 이유

[나름대로 스웨덴 소식]

성소수자 탈의실 설치 (스웨덴 영문뉴스 lt로컬gt 2013 4 26)

스톡홀름에 있는 한 고등학교가 자신을 남성-여성으로 정체화하

지 않은 학생들을 위해 별도의 탈의실을 짓기로 했다 보도에 따르면

스웨덴에서는 첫 사례라고 한다 이 학교 학생위원회 관계자는 새로

운 탈의실은 사회의 젠더 규범에 불편해하는 학생들을 위한 것이라

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편 이 학교 선생님들은 수업 시간에 남성

(lsquo한rsquo)-여성(lsquo혼rsquo)을 넘어선 lsquo헨rsquo이라는 단어를 공식 사용하기도 하

고 학생들은 스톡홀름 성소수자 축제에 학생위원회 자격으로 참여한

첫 사례를 남기기도 했다

부유한 지역 적은 난민들 (스웨덴 국영 라디오 국제 2013 7

1)

스웨덴에서 예산이 많은 지역일수록 난민을 받는 데 소극적인 것으

로 나타났다 어느 일간지에 따르면 전국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 20

군데가 같은 수의 가장 부유한 지역들보다 5배 많은 난민을 받아들인

다고 한다 여기에 해당되는 부유한 지역들은 모두 현 정부의 보수 성

향 정당이 이끌어 가고 있다 이는 지난 5년 동안 스웨덴의 290개 지

역 단위를 비교한 결과다 관계자에 따르면 스웨덴 북쪽 지역으로 갈

수록 인구 부족 문제로 난민들이 환영을 받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66 67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효웅 | 병역거부자

일베한테 일베식으로 맞짱뜨기

일베충 종북게이다 좌빨 종북게이다

나님 네 다음 일베충

일베충 네 다음 종북게이

나님 나님이 종북게이라는 lsquo근거rsquo가 있음 주장하는 사람이 근거

를 제시해야 한다는 lsquo입증책임의 원칙rsquo도 모름 이 논리 종범아

일베충 요시 그럼 넌 내가 일베충이라는 근거는 있盧

나님 너한테 한 말 아니라 걍 혼잣말 한건데 내 발화의 지시대상

이 너라는 근거는 있盧

일베충 나한테 한 얘기잖아 이 종북게이야

나님 ㅇㅇ 인정 니 생긴 게 일베충같아서 일베충이라고 한 거임

얼굴에 써 있음

일베충 소설쓰지마라 ㅋㅋ 팩트 모르盧 내가 일베충이라는 팩트

를 대라 팩트를

나님 요시 니가 일베충이라는 lsquo최선의 설명으로서의 추론rsquo이라는

가설을 세워서 추론한 거임 나한테 종북게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lsquo현

상rsquo을 설명하기 위해서 너가 일베충이라는 lsquo가설rsquo을 세워 봤는데

ldquo니가 바로 일베충rdquo이기 때문에 ldquo따라서 나한테 종북게이라는 딱지

를 붙이는 것이다rdquo라는 현상이 아주 훌륭하게 설명력을 지닌 가설추

론이 되는 거임 원래 가설은 아무렇게나 세우는게 lsquo가설rsquo임 가설은

반증 가능성이 있는 게 당연하다고 포퍼가 그랬음 가설을 통해서 과

학과 범죄수사가 발전했음 만일 니가 일베충이 아니라면 너가 경쟁

가설을 주장하던가 내 추론에 문제가 있음을 제시하면 됨 왜 일베충

이라고 해서 찔림 도둑이 제 발 저림 일베충도 일베충이라는 말 듣

기가 부끄러움 너 포퍼가 누군지는 암

68 69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일베충 일베한다고 해서 다 무슨 사이코패스에 고인드립치는 패륜

아 인 줄 아냐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범하지 마라

나님 ㅋㅋㅋ요시 사이코패스에 패륜아라는 건 lsquo니가 한 말rsquo이고

lsquo니 생각rsquo임 내가 언제 너보고 사이코패스에 패륜아라고 했음 난

그냥 너가 일베한다는 lsquo사실rsquo을 진술문으로 말했을 뿐임 아 몰랐

네 너 사이코패스에 패륜아임

일베충 (ㅇㅂㅇ) 지금 일베충이라고 비하하는 거임 일베충이라는

말 자체에 비하가 있다

나님 자기들도 일베충이라고 자조적으로 비하하면서helliphellip

일베충 인권 좋아하는 감성팔이 인권쟁이들이 왜 우리의 인권은

도외시하는 거냐 북한 인권 군인 인권 일베충 인권

나님 일베충이 사람임 사람이 아니므니다

일베충 일베충도 사람이다 왜 사람이 아니냐

나님 lsquo일베충rsquo이라는 말은 일베를 하는 벌레라는 내포를 갖고 있

음 따라서 ldquo일베충은 벌레이다rdquo는 진리값이 항상 참인 분석명제이자

항진명제임 이 무식한 일베충아 그런데 ldquo일베충은 사람이다rdquo라고

한다면 그건 앞의 주어인 lsquo일베충rsquo에 이미 내포되어 있는 벌레라는

걸 부정하는 모순이 되는거임 이건 마치 ldquo삼각형은 동그라미이다rdquo

ldquo여성은 인간이 아니다rdquo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모순율에 어긋나

는 것임

일베충 (ㅇㅂㅇ) 인권 좋아하는 인권쟁이들이 우리들한테 인권이

없다니 역시 좌빨들은 이중성 쩌네 ㅋㅋㅋ모순 쩐다 위선자들 ㅋㅋ

ㅋㅋㅋ

나님 일베충이 그런 내포를 갖게 된 것은 공론장에서의 니들 행패

를 보고 내포가 그렇게 정해진 거임 억울하면 다시 태어나셈 근데

니가 인권이 뭔지는 아냐 어디 그래 lsquo인권rsquo의 정의가 뭐라고 생각

일베충 (ㅇㅂㅇ) 그건사전에 나와있다 ldquo사람이라면 누구나 누려

야할 권리rdquohelliphellip

나님 그런데 너님들은 왜 lsquo여성rsquo lsquo전라도rsquo 이런 사람들의 인권을

부정하고 비하하는 거임

일베충 일베라고 다 패륜아냐 성급한 일반화 모르盧 논리적 근

거를 대라

70 71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나님 아~그럼 여름 중에도 시원한 날이 며칠 있으니까 여름은 안

더운 거겠네 ㅋㅋㅋ 일베충 논리 보소 ㅋㅋㅋㅋ 너 말대로 일베의

lsquo모든rsquo회원이 그런 건 아닐 수도 있음 그러나 대다수가 그런 lsquo성

향rsquo을 갖고 있다면 성급한 일반화가 아니라 강한 통계적 귀납논증이

되는 거임 실지로 얼마 전 일베 게시물들의 키워드를 분석한 프로그

램 통계에 의하면 일베 사이트의 핵심 키워드들은 사회의 대다수 사

람들의 통념과 반대되는 게 맞는데 이 연가시야 사례가 많을수록

귀납논증은 강화되는 거고 너가 일반화라면 그렇지 않은 일베 회원

들이 더 많음을 니가 귀납적으로 논증을 해야 논파가 되는 거임 따라

서 ldquo일베충들은 대부분 사회적 낙오자에 학교에선 아싸고 생긴 건

베트남 쌀국수에 집에서 진격의 거인이나 보면서 연애 한 번 못해

보는 싸이코패스인데 사회적 약자들에 화풀이한다rdquo는 건 굉장히 강

한 귀납논증이 성립되는 거임 (ㅋㅋㅋ)

일베충 우리가 사회적 낙오자에 약자들에게 분풀이 한다는 팩트를

대라 팩트의 일베다 우리는 사실만을 얘기한다

나님 니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lsquo팩트rsquo에 대해서 너님들은 얼마나

알고 있음 너님 혹시 lsquo팩트rsquo가 뭔지는 암 사실과 사건 사태의 차

이점이 뭐임

일베충 0a 0

나님 ldquo쟤 성형수술했대rdquo ldquo너 전과자라며rdquo ldquo나 저번 시험에서

백점 맞았다~^^rdquo ldquo우리 집 50평이다 ^^rdquo ldquo우리 아들이 이번에 반

에서 1등했대요 호호호rdquo 이 문장들은 전부다 lsquo사실rsquo을 얘기하고 있

지만 이건 사실을 얘기하는 lsquo진술문rsquo이 아니라 비하하거나 잘난척

하는 lsquo행위rsquo를 하고 있는 lsquo수행문rsquo임 따라서 너님들이 이야기하고

있는 lsquo사실rsquo은 사실 해석과 반응 맥락에 따라서 굉장히 유동적인

것임 이처럼 사실인 척 위장하고 있는 문장들은 lsquo기술주의적 오류

(destriptive fallcy)rsquo임 또한 사실은 lsquo사물rsquo이 아니라 사물들의 연관

이라고 비트겐슈타인이 말한 것처럼 사실은 사실을 인식하고 말하는

사람의 주관에 달려있는 거임

일베충 전라도가 폭도였고 한국여자들이 성형하고 명품 밝히는 건

팩트다 이 멍청한 좌좀아 홍어들은 한반도를 떠나야하고 여자들은

삼일한(삼일에 한번씩 패야한다는 일베 용어)이라는 거다

나님 한국여성들의 명품 구매비율이나 성형비율이 높다는 lsquo사

실rsquo과 여성들을 패야한다는 lsquo당위rsquo가 어떤 관련이 있음 사실에서

어떻게 당위를 도출함 ldquo저 사람은 흑인이다rdquo라는 사실에서 ldquo따라

서 저 사람을 인종차별해야 한다rdquo라는 당위가 도출됨 ldquo너는 여자

다rdquo라는 사실로부터 ldquo따라서 너는 정숙해야한다rdquo라는 당위 도출되

지 않는 것처럼 이것 역시 철학자 GE 무어가 말한 lsquo자연주의적 오

류rsquo임 그러나 ldquo쟤 일베한다 따라서 박멸해야 한다rdquo는 만고산천에

72 73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불변하는 진리 이데아임 어디까지나 이런 논리나 철학은 사람한테

만 적용되므니다 이 살인 진드기야

일베충 (ㅇㅂㅇ) 광주사태가 홍어들 폭도였다는 거 역시 lsquo팩트rsquo

를 말한 거다 총들고 사람 죽이고 그게 잘한 거냐 이 씹선비야

나님 광주사태가 lsquo민주화운동rsquo이였다는건 공론장에서 의사소통적

논변에 근거한 합의를 통해 그 내포에 대한 일의적(一意的) 의미가 정

해진 사안임 너 혼자 민주화라는 용어를 lsquo홍어들의 폭동rsquo으로 재정

의하는 것은 이미 어느정도 사회적으로 통용된 내포를 너 혼자 바꿔

쓰는 lsquo은밀한 재정의의 오류rsquo이면서 동시에 lsquo자의적middot설득적 정의rsquo

인 거임 ldquo동성애자는 항문섹스만을 즐겨하는 에이즈 보균자이며 하

나님 앞에 죄인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rdquo라는 말이 동성애자에 대한

합의된 정의임 자기 혼자 쓰는 정의지 그리고 너희가 비하하는 전

라도 사람들은 전부다 폭도라던가 한국여자들은 명품에 성형에 환장

했다거나 하는 설명이 과학적이거나 팩트에 가까움 오히려 감정적

인 편견에 지나지 않는거 아님 통계 자료는 있음 논거 부재의 오

류 인신공격의 오류 은밀한 재정의의 오류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온갖 오류들의 향연임 이 애미 애비가 교육을 잘못시켜서 그 따위로

된 가정 교육 못 받은 일베충아

일베충 (ㅇㅂㅇ) 아아아아아우오오 씹선비 김치녀 홍어 홍어

나님 반사 ^^

일베충 (ㅇㅂㅇ) 우워워워좌좀 종북 좌빨 슨상님

나님 굴절 ^^

일베충 크어어어억 오유충 삼일한 김치녀 종특

나님 라고 말하는 놈 친일파 ^^

일베충 쩔뚜기 운지 하라보지 종북게이

나님 라고 말하는 놈 평생 쏠로 ^^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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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아 시와 신기현 신유아 신은재 신희권 아하 아침 아키오 안지환 양선화 양지혜

여문정 여옥 여은 여지우 염창근 오리 오성민오정록 오하린 오학준 우경환 우공

우완 우성섭 우지연 위양자 유은정 유현미 윤민순 윤정하 윤정화 윤지환 윤혜정

은국 은종복 은혜와평화교회 이갑수 이기영 이덕현 이비함 이상길 이선아

이선영 이선옥 이세현 이승규 이연희 이영롱 이용석 이재환 이준규 이준호 이현우

이희진 임재성 임태훈 장대환 장미희 장샤론 장정혜 장현진 전기화 전길수 전범준

전영욱 정상민 정우진 정인철 정주열 정출균 정혁 정현채 정혜윤 조명래 조은 조익진

조정의민 주관수 지은 진진 진현호 진흙 차명수 참새 채승우 최민아 최성진 타랑

편설란 하동기 하승우 한광주 한주훈 햄 홍수봉 홍수영 홍이 홍창욱 황명규 황예랑

2013년 5월1일 ~ 7월 31일

Page 33: 전쟁없는세상 소식지 38호(2013년 8월)

60 61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기획연재-가람이의 좌충우돌 세상읽기

ldquo그건 저의 삶입니다rdquo

나름 | 전쟁없는세상 친구 + 스웨덴에서 공부하는 중

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ldquo대답하세요rdquo 아슬아슬하게 진행되던 그들의 대화 긴장이 최고

조에 이른다 대화가 중단되고 한 사람이 자리를 뜬다 그 사이 추궁

을 받던 이는 주위를 둘러본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고 어느 구석

자리에 멈춘다 시선이 고정된다 바로 자신에 관한 기사와 사진들을

발견한 것 벽에 빼곡히 붙어 있는 모습이 마치 수사 상황 같다 소리

를 쳤던 이가 돌아오고 그가 묻는다 ldquo이게 뭐죠rdquo ldquo그건 저의 일이

예요rdquo 추궁을 받던 이의 나직한 목소리 ldquo그건 저의 삶입니다rdquo 덴

마크 드라마 lt보운 (발음이 틀릴 수 있음)gt의 한 대목 덴마크 최초의

여성 총리를 그리고 있는 이 드라마는 첫 방영이 있고 1년 뒤 실제 여

성 총리가 등장하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문제의 대목은 이전 정부

에서 총리를 맡았던 여성이 선거를 앞두고 새로운 정당을 만들면서

시작된다 경제 정책을 담당할 인물을 영입했는데 옛소련의 간첩이었

62 63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대표의 측근이 검증을 하게 된다 이 측근은

소련 좌익 정당에서 일하다 자살한 여성에 대해 캐묻고 그 사람은 결

국 그 여성과의 관계를 비롯해 아픈 과거를 이야기하게 된다 이 장면

은 누군가의 삶에 대해 타인이 얼마나 쉽게 얘기하고 재단할 수 있는

지에 관해 생각하게 만든다 타인이 쉽게 말할 수 있는 그 무엇이 누

군가에게는 삶이요 상처다

누군가에게는

그렇다 타인에게는 그저 지시대로 하면 되는 일이 자신에게는 치

명적인 삶의 문제일 수 있다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 갈등의 연속이

다 최근 이 정도 수준은 아니지만 좀 복잡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주

제 넘게도 어떤 글을 외국어로 쓰고 있는데 유럽 학자와 미국 학자

사이에 끼어 고민이 된다 두 사람이 거의 정반대의 입장에서 글쓰기

에 관여하고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해 한 사람은 이쪽으로 가라고 하

는데 또 한 사람은 저쪽으로 가라고 한다 아직은 경력을 막 쌓기 시

작한 힘없는 나로서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다 두 사람 모

두 좋으신 분들이고 또 내게 중요한 역할을 할 분들이다 그런데 모

두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누구 장단에 맞춰야 할지 난감하

다 다른 점이 있다면 한 사람은 나의 가능성만을 보고 변함없는 신뢰

와 지지를 보여주었지만 또 한 사람은 그 정도는 아니라는 느낌 문

제는 나를 석연치 않게() 보는 듯한 이가 내 경력에서는 훨씬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나를 믿어주는 이의 방향에 맞

추기로 결정했는데 아무튼 쉽지 않은 문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깊이 고민하게 된 다른 문제가 있는데 바로

lsquo누구를 대상으로 이야기하는가rsquo에 관한 부분이다 어쩌다가 바다

건너에서 계속 있다 보니 나는 이쪽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야기를 해

오고 있다 이 사람들의 언어(주로 영어)로 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

는 이야기를 이 사람들 상황에 맞게 말이다 그런데hellip 이게 정말 내

가 원하는 일인가 잘 모르겠다 지금 굉장히 긴 분량의 또 다른 글을

쓰고 있는데 원래는 내가 비교적 잘 알고 있는 한국과 관련된 사건에

대해 얘기하려 했다 이 사건과 특별한 인연이 있고 관심도 많기 때문

이다 그런데 관계자는 특정 사건보다는 lsquo보편적인rsquo lsquo이론적rsquo 이야

기에 초점을 맞춰달라고 요구한다 그래야 이쪽 지역에서 읽히기 때

문이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이게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인가 내

가 정말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들은 누구인가 나는 누구를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는가 쉽게 답할 수 없는 물음들 그래도 나는 안다

적어도 당장은 먹고 사는 문제와 관련이 있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는 걸 물론 이런 고민은 나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바다건너에서

든 아니든)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누구나 살아가면서 어떤 식으

로든 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ldquo네가 행복해져야만helliprdquo

64 65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그런데 lsquo바다건너rsquo라는 부분에 뭔가 있는 것 같다 (나만의 착각

일 수 있지만) 외국에서 지내는 게 다른 사람들에게는 좀 괜찮게 보일

수 있지 않을까 뭔가 좀 있어 보이는 부끄럽지만 고백하건대 나 역

시 그런 생각을 전혀 안 했던 것은 아니다 뭔가 세련()된 것 같은

좀 달라보이는 어떤 면에서 (탈)식민 문제와 관련이 있다 그런데 직

접 생활하는 것은 역시 다르다 물론 철저히 나의 입장에서 그렇다는

이야기다 예컨대 자연환경도 좋고 구경갈 곳도 많은데 여행이나 휴

가를 가지 않느냐는 물음을 받곤 한다 그런데 가고 싶어도 일단 돈

이 없다(있어도 최대한 아껴야 한다) 방학 기간에 여기 저기 여행다

니는 유학생이나 현지인들 이야기를 들으면 나는 신기하기도 하고 부

럽기도 하다 에둘러 말하면 이 세상에 아름답거나 그렇지 않은 것은

없다 아름답게 느끼거나 그렇지 않게 느끼는 특정 맥락의 내가 있는

것이다 lt연애시대gt에도 나오지 않던가 ldquo네가 행복해져야만 이 세

상도 행복해진단다rdquo 그래서 서로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다 처음에

얘기한 드라마 장면 누구에게는 일이고 누구에게는 삶이다 뭔가를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될 이유

[나름대로 스웨덴 소식]

성소수자 탈의실 설치 (스웨덴 영문뉴스 lt로컬gt 2013 4 26)

스톡홀름에 있는 한 고등학교가 자신을 남성-여성으로 정체화하

지 않은 학생들을 위해 별도의 탈의실을 짓기로 했다 보도에 따르면

스웨덴에서는 첫 사례라고 한다 이 학교 학생위원회 관계자는 새로

운 탈의실은 사회의 젠더 규범에 불편해하는 학생들을 위한 것이라

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편 이 학교 선생님들은 수업 시간에 남성

(lsquo한rsquo)-여성(lsquo혼rsquo)을 넘어선 lsquo헨rsquo이라는 단어를 공식 사용하기도 하

고 학생들은 스톡홀름 성소수자 축제에 학생위원회 자격으로 참여한

첫 사례를 남기기도 했다

부유한 지역 적은 난민들 (스웨덴 국영 라디오 국제 2013 7

1)

스웨덴에서 예산이 많은 지역일수록 난민을 받는 데 소극적인 것으

로 나타났다 어느 일간지에 따르면 전국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 20

군데가 같은 수의 가장 부유한 지역들보다 5배 많은 난민을 받아들인

다고 한다 여기에 해당되는 부유한 지역들은 모두 현 정부의 보수 성

향 정당이 이끌어 가고 있다 이는 지난 5년 동안 스웨덴의 290개 지

역 단위를 비교한 결과다 관계자에 따르면 스웨덴 북쪽 지역으로 갈

수록 인구 부족 문제로 난민들이 환영을 받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66 67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효웅 | 병역거부자

일베한테 일베식으로 맞짱뜨기

일베충 종북게이다 좌빨 종북게이다

나님 네 다음 일베충

일베충 네 다음 종북게이

나님 나님이 종북게이라는 lsquo근거rsquo가 있음 주장하는 사람이 근거

를 제시해야 한다는 lsquo입증책임의 원칙rsquo도 모름 이 논리 종범아

일베충 요시 그럼 넌 내가 일베충이라는 근거는 있盧

나님 너한테 한 말 아니라 걍 혼잣말 한건데 내 발화의 지시대상

이 너라는 근거는 있盧

일베충 나한테 한 얘기잖아 이 종북게이야

나님 ㅇㅇ 인정 니 생긴 게 일베충같아서 일베충이라고 한 거임

얼굴에 써 있음

일베충 소설쓰지마라 ㅋㅋ 팩트 모르盧 내가 일베충이라는 팩트

를 대라 팩트를

나님 요시 니가 일베충이라는 lsquo최선의 설명으로서의 추론rsquo이라는

가설을 세워서 추론한 거임 나한테 종북게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lsquo현

상rsquo을 설명하기 위해서 너가 일베충이라는 lsquo가설rsquo을 세워 봤는데

ldquo니가 바로 일베충rdquo이기 때문에 ldquo따라서 나한테 종북게이라는 딱지

를 붙이는 것이다rdquo라는 현상이 아주 훌륭하게 설명력을 지닌 가설추

론이 되는 거임 원래 가설은 아무렇게나 세우는게 lsquo가설rsquo임 가설은

반증 가능성이 있는 게 당연하다고 포퍼가 그랬음 가설을 통해서 과

학과 범죄수사가 발전했음 만일 니가 일베충이 아니라면 너가 경쟁

가설을 주장하던가 내 추론에 문제가 있음을 제시하면 됨 왜 일베충

이라고 해서 찔림 도둑이 제 발 저림 일베충도 일베충이라는 말 듣

기가 부끄러움 너 포퍼가 누군지는 암

68 69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일베충 일베한다고 해서 다 무슨 사이코패스에 고인드립치는 패륜

아 인 줄 아냐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범하지 마라

나님 ㅋㅋㅋ요시 사이코패스에 패륜아라는 건 lsquo니가 한 말rsquo이고

lsquo니 생각rsquo임 내가 언제 너보고 사이코패스에 패륜아라고 했음 난

그냥 너가 일베한다는 lsquo사실rsquo을 진술문으로 말했을 뿐임 아 몰랐

네 너 사이코패스에 패륜아임

일베충 (ㅇㅂㅇ) 지금 일베충이라고 비하하는 거임 일베충이라는

말 자체에 비하가 있다

나님 자기들도 일베충이라고 자조적으로 비하하면서helliphellip

일베충 인권 좋아하는 감성팔이 인권쟁이들이 왜 우리의 인권은

도외시하는 거냐 북한 인권 군인 인권 일베충 인권

나님 일베충이 사람임 사람이 아니므니다

일베충 일베충도 사람이다 왜 사람이 아니냐

나님 lsquo일베충rsquo이라는 말은 일베를 하는 벌레라는 내포를 갖고 있

음 따라서 ldquo일베충은 벌레이다rdquo는 진리값이 항상 참인 분석명제이자

항진명제임 이 무식한 일베충아 그런데 ldquo일베충은 사람이다rdquo라고

한다면 그건 앞의 주어인 lsquo일베충rsquo에 이미 내포되어 있는 벌레라는

걸 부정하는 모순이 되는거임 이건 마치 ldquo삼각형은 동그라미이다rdquo

ldquo여성은 인간이 아니다rdquo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모순율에 어긋나

는 것임

일베충 (ㅇㅂㅇ) 인권 좋아하는 인권쟁이들이 우리들한테 인권이

없다니 역시 좌빨들은 이중성 쩌네 ㅋㅋㅋ모순 쩐다 위선자들 ㅋㅋ

ㅋㅋㅋ

나님 일베충이 그런 내포를 갖게 된 것은 공론장에서의 니들 행패

를 보고 내포가 그렇게 정해진 거임 억울하면 다시 태어나셈 근데

니가 인권이 뭔지는 아냐 어디 그래 lsquo인권rsquo의 정의가 뭐라고 생각

일베충 (ㅇㅂㅇ) 그건사전에 나와있다 ldquo사람이라면 누구나 누려

야할 권리rdquohelliphell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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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하고 비하하는 거임

일베충 일베라고 다 패륜아냐 성급한 일반화 모르盧 논리적 근

거를 대라

70 71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나님 아~그럼 여름 중에도 시원한 날이 며칠 있으니까 여름은 안

더운 거겠네 ㅋㅋㅋ 일베충 논리 보소 ㅋㅋㅋㅋ 너 말대로 일베의

lsquo모든rsquo회원이 그런 건 아닐 수도 있음 그러나 대다수가 그런 lsquo성

향rsquo을 갖고 있다면 성급한 일반화가 아니라 강한 통계적 귀납논증이

되는 거임 실지로 얼마 전 일베 게시물들의 키워드를 분석한 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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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들의 통념과 반대되는 게 맞는데 이 연가시야 사례가 많을수록

귀납논증은 강화되는 거고 너가 일반화라면 그렇지 않은 일베 회원

들이 더 많음을 니가 귀납적으로 논증을 해야 논파가 되는 거임 따라

서 ldquo일베충들은 대부분 사회적 낙오자에 학교에선 아싸고 생긴 건

베트남 쌀국수에 집에서 진격의 거인이나 보면서 연애 한 번 못해

보는 싸이코패스인데 사회적 약자들에 화풀이한다rdquo는 건 굉장히 강

한 귀납논증이 성립되는 거임 (ㅋㅋㅋ)

일베충 우리가 사회적 낙오자에 약자들에게 분풀이 한다는 팩트를

대라 팩트의 일베다 우리는 사실만을 얘기한다

나님 니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lsquo팩트rsquo에 대해서 너님들은 얼마나

알고 있음 너님 혹시 lsquo팩트rsquo가 뭔지는 암 사실과 사건 사태의 차

이점이 뭐임

일베충 0a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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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점 맞았다~^^rdquo ldquo우리 집 50평이다 ^^rdquo ldquo우리 아들이 이번에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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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만 이건 사실을 얘기하는 lsquo진술문rsquo이 아니라 비하하거나 잘난척

하는 lsquo행위rsquo를 하고 있는 lsquo수행문rsquo임 따라서 너님들이 이야기하고

있는 lsquo사실rsquo은 사실 해석과 반응 맥락에 따라서 굉장히 유동적인

것임 이처럼 사실인 척 위장하고 있는 문장들은 lsquo기술주의적 오류

(destriptive fallcy)rsquo임 또한 사실은 lsquo사물rsquo이 아니라 사물들의 연관

이라고 비트겐슈타인이 말한 것처럼 사실은 사실을 인식하고 말하는

사람의 주관에 달려있는 거임

일베충 전라도가 폭도였고 한국여자들이 성형하고 명품 밝히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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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한(삼일에 한번씩 패야한다는 일베 용어)이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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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rsquo과 여성들을 패야한다는 lsquo당위rsquo가 어떤 관련이 있음 사실에서

어떻게 당위를 도출함 ldquo저 사람은 흑인이다rdquo라는 사실에서 ldquo따라

서 저 사람을 인종차별해야 한다rdquo라는 당위가 도출됨 ldquo너는 여자

다rdquo라는 사실로부터 ldquo따라서 너는 정숙해야한다rdquo라는 당위 도출되

지 않는 것처럼 이것 역시 철학자 GE 무어가 말한 lsquo자연주의적 오

류rsquo임 그러나 ldquo쟤 일베한다 따라서 박멸해야 한다rdquo는 만고산천에

72 73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불변하는 진리 이데아임 어디까지나 이런 논리나 철학은 사람한테

만 적용되므니다 이 살인 진드기야

일베충 (ㅇㅂㅇ) 광주사태가 홍어들 폭도였다는 거 역시 lsquo팩트rsquo

를 말한 거다 총들고 사람 죽이고 그게 잘한 거냐 이 씹선비야

나님 광주사태가 lsquo민주화운동rsquo이였다는건 공론장에서 의사소통적

논변에 근거한 합의를 통해 그 내포에 대한 일의적(一意的) 의미가 정

해진 사안임 너 혼자 민주화라는 용어를 lsquo홍어들의 폭동rsquo으로 재정

의하는 것은 이미 어느정도 사회적으로 통용된 내포를 너 혼자 바꿔

쓰는 lsquo은밀한 재정의의 오류rsquo이면서 동시에 lsquo자의적middot설득적 정의rsquo

인 거임 ldquo동성애자는 항문섹스만을 즐겨하는 에이즈 보균자이며 하

나님 앞에 죄인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rdquo라는 말이 동성애자에 대한

합의된 정의임 자기 혼자 쓰는 정의지 그리고 너희가 비하하는 전

라도 사람들은 전부다 폭도라던가 한국여자들은 명품에 성형에 환장

했다거나 하는 설명이 과학적이거나 팩트에 가까움 오히려 감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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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인신공격의 오류 은밀한 재정의의 오류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온갖 오류들의 향연임 이 애미 애비가 교육을 잘못시켜서 그 따위로

된 가정 교육 못 받은 일베충아

일베충 (ㅇㅂㅇ) 아아아아아우오오 씹선비 김치녀 홍어 홍어

나님 반사 ^^

일베충 (ㅇㅂㅇ) 우워워워좌좀 종북 좌빨 슨상님

나님 굴절 ^^

일베충 크어어어억 오유충 삼일한 김치녀 종특

나님 라고 말하는 놈 친일파 ^^

일베충 쩔뚜기 운지 하라보지 종북게이

나님 라고 말하는 놈 평생 쏠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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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1일 ~ 7월 31일

Page 34: 전쟁없는세상 소식지 38호(2013년 8월)

62 63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대표의 측근이 검증을 하게 된다 이 측근은

소련 좌익 정당에서 일하다 자살한 여성에 대해 캐묻고 그 사람은 결

국 그 여성과의 관계를 비롯해 아픈 과거를 이야기하게 된다 이 장면

은 누군가의 삶에 대해 타인이 얼마나 쉽게 얘기하고 재단할 수 있는

지에 관해 생각하게 만든다 타인이 쉽게 말할 수 있는 그 무엇이 누

군가에게는 삶이요 상처다

누군가에게는

그렇다 타인에게는 그저 지시대로 하면 되는 일이 자신에게는 치

명적인 삶의 문제일 수 있다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 갈등의 연속이

다 최근 이 정도 수준은 아니지만 좀 복잡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주

제 넘게도 어떤 글을 외국어로 쓰고 있는데 유럽 학자와 미국 학자

사이에 끼어 고민이 된다 두 사람이 거의 정반대의 입장에서 글쓰기

에 관여하고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해 한 사람은 이쪽으로 가라고 하

는데 또 한 사람은 저쪽으로 가라고 한다 아직은 경력을 막 쌓기 시

작한 힘없는 나로서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다 두 사람 모

두 좋으신 분들이고 또 내게 중요한 역할을 할 분들이다 그런데 모

두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누구 장단에 맞춰야 할지 난감하

다 다른 점이 있다면 한 사람은 나의 가능성만을 보고 변함없는 신뢰

와 지지를 보여주었지만 또 한 사람은 그 정도는 아니라는 느낌 문

제는 나를 석연치 않게() 보는 듯한 이가 내 경력에서는 훨씬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나를 믿어주는 이의 방향에 맞

추기로 결정했는데 아무튼 쉽지 않은 문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깊이 고민하게 된 다른 문제가 있는데 바로

lsquo누구를 대상으로 이야기하는가rsquo에 관한 부분이다 어쩌다가 바다

건너에서 계속 있다 보니 나는 이쪽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야기를 해

오고 있다 이 사람들의 언어(주로 영어)로 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

는 이야기를 이 사람들 상황에 맞게 말이다 그런데hellip 이게 정말 내

가 원하는 일인가 잘 모르겠다 지금 굉장히 긴 분량의 또 다른 글을

쓰고 있는데 원래는 내가 비교적 잘 알고 있는 한국과 관련된 사건에

대해 얘기하려 했다 이 사건과 특별한 인연이 있고 관심도 많기 때문

이다 그런데 관계자는 특정 사건보다는 lsquo보편적인rsquo lsquo이론적rsquo 이야

기에 초점을 맞춰달라고 요구한다 그래야 이쪽 지역에서 읽히기 때

문이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이게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인가 내

가 정말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들은 누구인가 나는 누구를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는가 쉽게 답할 수 없는 물음들 그래도 나는 안다

적어도 당장은 먹고 사는 문제와 관련이 있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는 걸 물론 이런 고민은 나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바다건너에서

든 아니든)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누구나 살아가면서 어떤 식으

로든 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ldquo네가 행복해져야만helliprdquo

64 65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그런데 lsquo바다건너rsquo라는 부분에 뭔가 있는 것 같다 (나만의 착각

일 수 있지만) 외국에서 지내는 게 다른 사람들에게는 좀 괜찮게 보일

수 있지 않을까 뭔가 좀 있어 보이는 부끄럽지만 고백하건대 나 역

시 그런 생각을 전혀 안 했던 것은 아니다 뭔가 세련()된 것 같은

좀 달라보이는 어떤 면에서 (탈)식민 문제와 관련이 있다 그런데 직

접 생활하는 것은 역시 다르다 물론 철저히 나의 입장에서 그렇다는

이야기다 예컨대 자연환경도 좋고 구경갈 곳도 많은데 여행이나 휴

가를 가지 않느냐는 물음을 받곤 한다 그런데 가고 싶어도 일단 돈

이 없다(있어도 최대한 아껴야 한다) 방학 기간에 여기 저기 여행다

니는 유학생이나 현지인들 이야기를 들으면 나는 신기하기도 하고 부

럽기도 하다 에둘러 말하면 이 세상에 아름답거나 그렇지 않은 것은

없다 아름답게 느끼거나 그렇지 않게 느끼는 특정 맥락의 내가 있는

것이다 lt연애시대gt에도 나오지 않던가 ldquo네가 행복해져야만 이 세

상도 행복해진단다rdquo 그래서 서로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다 처음에

얘기한 드라마 장면 누구에게는 일이고 누구에게는 삶이다 뭔가를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될 이유

[나름대로 스웨덴 소식]

성소수자 탈의실 설치 (스웨덴 영문뉴스 lt로컬gt 2013 4 26)

스톡홀름에 있는 한 고등학교가 자신을 남성-여성으로 정체화하

지 않은 학생들을 위해 별도의 탈의실을 짓기로 했다 보도에 따르면

스웨덴에서는 첫 사례라고 한다 이 학교 학생위원회 관계자는 새로

운 탈의실은 사회의 젠더 규범에 불편해하는 학생들을 위한 것이라

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편 이 학교 선생님들은 수업 시간에 남성

(lsquo한rsquo)-여성(lsquo혼rsquo)을 넘어선 lsquo헨rsquo이라는 단어를 공식 사용하기도 하

고 학생들은 스톡홀름 성소수자 축제에 학생위원회 자격으로 참여한

첫 사례를 남기기도 했다

부유한 지역 적은 난민들 (스웨덴 국영 라디오 국제 2013 7

1)

스웨덴에서 예산이 많은 지역일수록 난민을 받는 데 소극적인 것으

로 나타났다 어느 일간지에 따르면 전국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 20

군데가 같은 수의 가장 부유한 지역들보다 5배 많은 난민을 받아들인

다고 한다 여기에 해당되는 부유한 지역들은 모두 현 정부의 보수 성

향 정당이 이끌어 가고 있다 이는 지난 5년 동안 스웨덴의 290개 지

역 단위를 비교한 결과다 관계자에 따르면 스웨덴 북쪽 지역으로 갈

수록 인구 부족 문제로 난민들이 환영을 받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66 67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효웅 | 병역거부자

일베한테 일베식으로 맞짱뜨기

일베충 종북게이다 좌빨 종북게이다

나님 네 다음 일베충

일베충 네 다음 종북게이

나님 나님이 종북게이라는 lsquo근거rsquo가 있음 주장하는 사람이 근거

를 제시해야 한다는 lsquo입증책임의 원칙rsquo도 모름 이 논리 종범아

일베충 요시 그럼 넌 내가 일베충이라는 근거는 있盧

나님 너한테 한 말 아니라 걍 혼잣말 한건데 내 발화의 지시대상

이 너라는 근거는 있盧

일베충 나한테 한 얘기잖아 이 종북게이야

나님 ㅇㅇ 인정 니 생긴 게 일베충같아서 일베충이라고 한 거임

얼굴에 써 있음

일베충 소설쓰지마라 ㅋㅋ 팩트 모르盧 내가 일베충이라는 팩트

를 대라 팩트를

나님 요시 니가 일베충이라는 lsquo최선의 설명으로서의 추론rsquo이라는

가설을 세워서 추론한 거임 나한테 종북게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lsquo현

상rsquo을 설명하기 위해서 너가 일베충이라는 lsquo가설rsquo을 세워 봤는데

ldquo니가 바로 일베충rdquo이기 때문에 ldquo따라서 나한테 종북게이라는 딱지

를 붙이는 것이다rdquo라는 현상이 아주 훌륭하게 설명력을 지닌 가설추

론이 되는 거임 원래 가설은 아무렇게나 세우는게 lsquo가설rsquo임 가설은

반증 가능성이 있는 게 당연하다고 포퍼가 그랬음 가설을 통해서 과

학과 범죄수사가 발전했음 만일 니가 일베충이 아니라면 너가 경쟁

가설을 주장하던가 내 추론에 문제가 있음을 제시하면 됨 왜 일베충

이라고 해서 찔림 도둑이 제 발 저림 일베충도 일베충이라는 말 듣

기가 부끄러움 너 포퍼가 누군지는 암

68 69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일베충 일베한다고 해서 다 무슨 사이코패스에 고인드립치는 패륜

아 인 줄 아냐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범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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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너가 일베한다는 lsquo사실rsquo을 진술문으로 말했을 뿐임 아 몰랐

네 너 사이코패스에 패륜아임

일베충 (ㅇㅂㅇ) 지금 일베충이라고 비하하는 거임 일베충이라는

말 자체에 비하가 있다

나님 자기들도 일베충이라고 자조적으로 비하하면서helliphellip

일베충 인권 좋아하는 감성팔이 인권쟁이들이 왜 우리의 인권은

도외시하는 거냐 북한 인권 군인 인권 일베충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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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베충 일베충도 사람이다 왜 사람이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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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다면 그건 앞의 주어인 lsquo일베충rsquo에 이미 내포되어 있는 벌레라는

걸 부정하는 모순이 되는거임 이건 마치 ldquo삼각형은 동그라미이다rd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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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것임

일베충 (ㅇㅂㅇ) 인권 좋아하는 인권쟁이들이 우리들한테 인권이

없다니 역시 좌빨들은 이중성 쩌네 ㅋㅋㅋ모순 쩐다 위선자들 ㅋㅋ

ㅋㅋㅋ

나님 일베충이 그런 내포를 갖게 된 것은 공론장에서의 니들 행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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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인권이 뭔지는 아냐 어디 그래 lsquo인권rsquo의 정의가 뭐라고 생각

일베충 (ㅇㅂㅇ) 그건사전에 나와있다 ldquo사람이라면 누구나 누려

야할 권리rdquohelliphellip

나님 그런데 너님들은 왜 lsquo여성rsquo lsquo전라도rsquo 이런 사람들의 인권을

부정하고 비하하는 거임

일베충 일베라고 다 패륜아냐 성급한 일반화 모르盧 논리적 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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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71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나님 아~그럼 여름 중에도 시원한 날이 며칠 있으니까 여름은 안

더운 거겠네 ㅋㅋㅋ 일베충 논리 보소 ㅋㅋㅋㅋ 너 말대로 일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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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rsquo을 갖고 있다면 성급한 일반화가 아니라 강한 통계적 귀납논증이

되는 거임 실지로 얼마 전 일베 게시물들의 키워드를 분석한 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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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들의 통념과 반대되는 게 맞는데 이 연가시야 사례가 많을수록

귀납논증은 강화되는 거고 너가 일반화라면 그렇지 않은 일베 회원

들이 더 많음을 니가 귀납적으로 논증을 해야 논파가 되는 거임 따라

서 ldquo일베충들은 대부분 사회적 낙오자에 학교에선 아싸고 생긴 건

베트남 쌀국수에 집에서 진격의 거인이나 보면서 연애 한 번 못해

보는 싸이코패스인데 사회적 약자들에 화풀이한다rdquo는 건 굉장히 강

한 귀납논증이 성립되는 거임 (ㅋㅋㅋ)

일베충 우리가 사회적 낙오자에 약자들에게 분풀이 한다는 팩트를

대라 팩트의 일베다 우리는 사실만을 얘기한다

나님 니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lsquo팩트rsquo에 대해서 너님들은 얼마나

알고 있음 너님 혹시 lsquo팩트rsquo가 뭔지는 암 사실과 사건 사태의 차

이점이 뭐임

일베충 0a 0

나님 ldquo쟤 성형수술했대rdquo ldquo너 전과자라며rdquo ldquo나 저번 시험에서

백점 맞았다~^^rdquo ldquo우리 집 50평이다 ^^rdquo ldquo우리 아들이 이번에 반

에서 1등했대요 호호호rdquo 이 문장들은 전부다 lsquo사실rsquo을 얘기하고 있

지만 이건 사실을 얘기하는 lsquo진술문rsquo이 아니라 비하하거나 잘난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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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lsquo사실rsquo은 사실 해석과 반응 맥락에 따라서 굉장히 유동적인

것임 이처럼 사실인 척 위장하고 있는 문장들은 lsquo기술주의적 오류

(destriptive fallcy)rsquo임 또한 사실은 lsquo사물rsquo이 아니라 사물들의 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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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rsquo과 여성들을 패야한다는 lsquo당위rsquo가 어떤 관련이 있음 사실에서

어떻게 당위를 도출함 ldquo저 사람은 흑인이다rdquo라는 사실에서 ldquo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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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73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불변하는 진리 이데아임 어디까지나 이런 논리나 철학은 사람한테

만 적용되므니다 이 살인 진드기야

일베충 (ㅇㅂㅇ) 광주사태가 홍어들 폭도였다는 거 역시 lsquo팩트rsquo

를 말한 거다 총들고 사람 죽이고 그게 잘한 거냐 이 씹선비야

나님 광주사태가 lsquo민주화운동rsquo이였다는건 공론장에서 의사소통적

논변에 근거한 합의를 통해 그 내포에 대한 일의적(一意的) 의미가 정

해진 사안임 너 혼자 민주화라는 용어를 lsquo홍어들의 폭동rsquo으로 재정

의하는 것은 이미 어느정도 사회적으로 통용된 내포를 너 혼자 바꿔

쓰는 lsquo은밀한 재정의의 오류rsquo이면서 동시에 lsquo자의적middot설득적 정의rsquo

인 거임 ldquo동성애자는 항문섹스만을 즐겨하는 에이즈 보균자이며 하

나님 앞에 죄인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rdquo라는 말이 동성애자에 대한

합의된 정의임 자기 혼자 쓰는 정의지 그리고 너희가 비하하는 전

라도 사람들은 전부다 폭도라던가 한국여자들은 명품에 성형에 환장

했다거나 하는 설명이 과학적이거나 팩트에 가까움 오히려 감정적

인 편견에 지나지 않는거 아님 통계 자료는 있음 논거 부재의 오

류 인신공격의 오류 은밀한 재정의의 오류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온갖 오류들의 향연임 이 애미 애비가 교육을 잘못시켜서 그 따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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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태경 고희라 구종우 권순욱 권연재 권인숙 김경숙 김명섭 김미선 김미현 김민경

김민영 김박가온 김반지 김범준 김보미 김선미 김선옥 김선영 김성희 김세윤 김소현

김송이 김수용 김수정 김숙희 김영수 김영준 김영진 김영환 김영효 김용엽 김은주

김일애 김재홍 김주현 김준희 김중미 김지호 김태훈 김태환 김한보람 김현정 김훈태

김희석 김희순 꽁치 나동혁 나인희 날맹 노명래 덴마 류동훈 말식 명숙 문상현 문성호

문연정 박꽃님 박남식 박승호 박아름 박용희 박정경수 박지선 박창희 박채원 박태하

배사은 백가윤 보라 상우 서범석 설순일 소란 송명관 송병채 송준 송지혜 수하

숲이아 시와 신기현 신유아 신은재 신희권 아하 아침 아키오 안지환 양선화 양지혜

여문정 여옥 여은 여지우 염창근 오리 오성민오정록 오하린 오학준 우경환 우공

우완 우성섭 우지연 위양자 유은정 유현미 윤민순 윤정하 윤정화 윤지환 윤혜정

은국 은종복 은혜와평화교회 이갑수 이기영 이덕현 이비함 이상길 이선아

이선영 이선옥 이세현 이승규 이연희 이영롱 이용석 이재환 이준규 이준호 이현우

이희진 임재성 임태훈 장대환 장미희 장샤론 장정혜 장현진 전기화 전길수 전범준

전영욱 정상민 정우진 정인철 정주열 정출균 정혁 정현채 정혜윤 조명래 조은 조익진

조정의민 주관수 지은 진진 진현호 진흙 차명수 참새 채승우 최민아 최성진 타랑

편설란 하동기 하승우 한광주 한주훈 햄 홍수봉 홍수영 홍이 홍창욱 황명규 황예랑

2013년 5월1일 ~ 7월 31일

Page 35: 전쟁없는세상 소식지 38호(2013년 8월)

64 65기획연재-나름의 바다 건너 일기

그런데 lsquo바다건너rsquo라는 부분에 뭔가 있는 것 같다 (나만의 착각

일 수 있지만) 외국에서 지내는 게 다른 사람들에게는 좀 괜찮게 보일

수 있지 않을까 뭔가 좀 있어 보이는 부끄럽지만 고백하건대 나 역

시 그런 생각을 전혀 안 했던 것은 아니다 뭔가 세련()된 것 같은

좀 달라보이는 어떤 면에서 (탈)식민 문제와 관련이 있다 그런데 직

접 생활하는 것은 역시 다르다 물론 철저히 나의 입장에서 그렇다는

이야기다 예컨대 자연환경도 좋고 구경갈 곳도 많은데 여행이나 휴

가를 가지 않느냐는 물음을 받곤 한다 그런데 가고 싶어도 일단 돈

이 없다(있어도 최대한 아껴야 한다) 방학 기간에 여기 저기 여행다

니는 유학생이나 현지인들 이야기를 들으면 나는 신기하기도 하고 부

럽기도 하다 에둘러 말하면 이 세상에 아름답거나 그렇지 않은 것은

없다 아름답게 느끼거나 그렇지 않게 느끼는 특정 맥락의 내가 있는

것이다 lt연애시대gt에도 나오지 않던가 ldquo네가 행복해져야만 이 세

상도 행복해진단다rdquo 그래서 서로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다 처음에

얘기한 드라마 장면 누구에게는 일이고 누구에게는 삶이다 뭔가를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될 이유

[나름대로 스웨덴 소식]

성소수자 탈의실 설치 (스웨덴 영문뉴스 lt로컬gt 2013 4 26)

스톡홀름에 있는 한 고등학교가 자신을 남성-여성으로 정체화하

지 않은 학생들을 위해 별도의 탈의실을 짓기로 했다 보도에 따르면

스웨덴에서는 첫 사례라고 한다 이 학교 학생위원회 관계자는 새로

운 탈의실은 사회의 젠더 규범에 불편해하는 학생들을 위한 것이라

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편 이 학교 선생님들은 수업 시간에 남성

(lsquo한rsquo)-여성(lsquo혼rsquo)을 넘어선 lsquo헨rsquo이라는 단어를 공식 사용하기도 하

고 학생들은 스톡홀름 성소수자 축제에 학생위원회 자격으로 참여한

첫 사례를 남기기도 했다

부유한 지역 적은 난민들 (스웨덴 국영 라디오 국제 2013 7

1)

스웨덴에서 예산이 많은 지역일수록 난민을 받는 데 소극적인 것으

로 나타났다 어느 일간지에 따르면 전국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 20

군데가 같은 수의 가장 부유한 지역들보다 5배 많은 난민을 받아들인

다고 한다 여기에 해당되는 부유한 지역들은 모두 현 정부의 보수 성

향 정당이 이끌어 가고 있다 이는 지난 5년 동안 스웨덴의 290개 지

역 단위를 비교한 결과다 관계자에 따르면 스웨덴 북쪽 지역으로 갈

수록 인구 부족 문제로 난민들이 환영을 받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66 67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효웅 | 병역거부자

일베한테 일베식으로 맞짱뜨기

일베충 종북게이다 좌빨 종북게이다

나님 네 다음 일베충

일베충 네 다음 종북게이

나님 나님이 종북게이라는 lsquo근거rsquo가 있음 주장하는 사람이 근거

를 제시해야 한다는 lsquo입증책임의 원칙rsquo도 모름 이 논리 종범아

일베충 요시 그럼 넌 내가 일베충이라는 근거는 있盧

나님 너한테 한 말 아니라 걍 혼잣말 한건데 내 발화의 지시대상

이 너라는 근거는 있盧

일베충 나한테 한 얘기잖아 이 종북게이야

나님 ㅇㅇ 인정 니 생긴 게 일베충같아서 일베충이라고 한 거임

얼굴에 써 있음

일베충 소설쓰지마라 ㅋㅋ 팩트 모르盧 내가 일베충이라는 팩트

를 대라 팩트를

나님 요시 니가 일베충이라는 lsquo최선의 설명으로서의 추론rsquo이라는

가설을 세워서 추론한 거임 나한테 종북게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lsquo현

상rsquo을 설명하기 위해서 너가 일베충이라는 lsquo가설rsquo을 세워 봤는데

ldquo니가 바로 일베충rdquo이기 때문에 ldquo따라서 나한테 종북게이라는 딱지

를 붙이는 것이다rdquo라는 현상이 아주 훌륭하게 설명력을 지닌 가설추

론이 되는 거임 원래 가설은 아무렇게나 세우는게 lsquo가설rsquo임 가설은

반증 가능성이 있는 게 당연하다고 포퍼가 그랬음 가설을 통해서 과

학과 범죄수사가 발전했음 만일 니가 일베충이 아니라면 너가 경쟁

가설을 주장하던가 내 추론에 문제가 있음을 제시하면 됨 왜 일베충

이라고 해서 찔림 도둑이 제 발 저림 일베충도 일베충이라는 말 듣

기가 부끄러움 너 포퍼가 누군지는 암

68 69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일베충 일베한다고 해서 다 무슨 사이코패스에 고인드립치는 패륜

아 인 줄 아냐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범하지 마라

나님 ㅋㅋㅋ요시 사이코패스에 패륜아라는 건 lsquo니가 한 말rsquo이고

lsquo니 생각rsquo임 내가 언제 너보고 사이코패스에 패륜아라고 했음 난

그냥 너가 일베한다는 lsquo사실rsquo을 진술문으로 말했을 뿐임 아 몰랐

네 너 사이코패스에 패륜아임

일베충 (ㅇㅂㅇ) 지금 일베충이라고 비하하는 거임 일베충이라는

말 자체에 비하가 있다

나님 자기들도 일베충이라고 자조적으로 비하하면서helliphellip

일베충 인권 좋아하는 감성팔이 인권쟁이들이 왜 우리의 인권은

도외시하는 거냐 북한 인권 군인 인권 일베충 인권

나님 일베충이 사람임 사람이 아니므니다

일베충 일베충도 사람이다 왜 사람이 아니냐

나님 lsquo일베충rsquo이라는 말은 일베를 하는 벌레라는 내포를 갖고 있

음 따라서 ldquo일베충은 벌레이다rdquo는 진리값이 항상 참인 분석명제이자

항진명제임 이 무식한 일베충아 그런데 ldquo일베충은 사람이다rdquo라고

한다면 그건 앞의 주어인 lsquo일베충rsquo에 이미 내포되어 있는 벌레라는

걸 부정하는 모순이 되는거임 이건 마치 ldquo삼각형은 동그라미이다rdquo

ldquo여성은 인간이 아니다rdquo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모순율에 어긋나

는 것임

일베충 (ㅇㅂㅇ) 인권 좋아하는 인권쟁이들이 우리들한테 인권이

없다니 역시 좌빨들은 이중성 쩌네 ㅋㅋㅋ모순 쩐다 위선자들 ㅋㅋ

ㅋㅋㅋ

나님 일베충이 그런 내포를 갖게 된 것은 공론장에서의 니들 행패

를 보고 내포가 그렇게 정해진 거임 억울하면 다시 태어나셈 근데

니가 인권이 뭔지는 아냐 어디 그래 lsquo인권rsquo의 정의가 뭐라고 생각

일베충 (ㅇㅂㅇ) 그건사전에 나와있다 ldquo사람이라면 누구나 누려

야할 권리rdquohelliphellip

나님 그런데 너님들은 왜 lsquo여성rsquo lsquo전라도rsquo 이런 사람들의 인권을

부정하고 비하하는 거임

일베충 일베라고 다 패륜아냐 성급한 일반화 모르盧 논리적 근

거를 대라

70 71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나님 아~그럼 여름 중에도 시원한 날이 며칠 있으니까 여름은 안

더운 거겠네 ㅋㅋㅋ 일베충 논리 보소 ㅋㅋㅋㅋ 너 말대로 일베의

lsquo모든rsquo회원이 그런 건 아닐 수도 있음 그러나 대다수가 그런 lsquo성

향rsquo을 갖고 있다면 성급한 일반화가 아니라 강한 통계적 귀납논증이

되는 거임 실지로 얼마 전 일베 게시물들의 키워드를 분석한 프로그

램 통계에 의하면 일베 사이트의 핵심 키워드들은 사회의 대다수 사

람들의 통념과 반대되는 게 맞는데 이 연가시야 사례가 많을수록

귀납논증은 강화되는 거고 너가 일반화라면 그렇지 않은 일베 회원

들이 더 많음을 니가 귀납적으로 논증을 해야 논파가 되는 거임 따라

서 ldquo일베충들은 대부분 사회적 낙오자에 학교에선 아싸고 생긴 건

베트남 쌀국수에 집에서 진격의 거인이나 보면서 연애 한 번 못해

보는 싸이코패스인데 사회적 약자들에 화풀이한다rdquo는 건 굉장히 강

한 귀납논증이 성립되는 거임 (ㅋㅋㅋ)

일베충 우리가 사회적 낙오자에 약자들에게 분풀이 한다는 팩트를

대라 팩트의 일베다 우리는 사실만을 얘기한다

나님 니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lsquo팩트rsquo에 대해서 너님들은 얼마나

알고 있음 너님 혹시 lsquo팩트rsquo가 뭔지는 암 사실과 사건 사태의 차

이점이 뭐임

일베충 0a 0

나님 ldquo쟤 성형수술했대rdquo ldquo너 전과자라며rdquo ldquo나 저번 시험에서

백점 맞았다~^^rdquo ldquo우리 집 50평이다 ^^rdquo ldquo우리 아들이 이번에 반

에서 1등했대요 호호호rdquo 이 문장들은 전부다 lsquo사실rsquo을 얘기하고 있

지만 이건 사실을 얘기하는 lsquo진술문rsquo이 아니라 비하하거나 잘난척

하는 lsquo행위rsquo를 하고 있는 lsquo수행문rsquo임 따라서 너님들이 이야기하고

있는 lsquo사실rsquo은 사실 해석과 반응 맥락에 따라서 굉장히 유동적인

것임 이처럼 사실인 척 위장하고 있는 문장들은 lsquo기술주의적 오류

(destriptive fallcy)rsquo임 또한 사실은 lsquo사물rsquo이 아니라 사물들의 연관

이라고 비트겐슈타인이 말한 것처럼 사실은 사실을 인식하고 말하는

사람의 주관에 달려있는 거임

일베충 전라도가 폭도였고 한국여자들이 성형하고 명품 밝히는 건

팩트다 이 멍청한 좌좀아 홍어들은 한반도를 떠나야하고 여자들은

삼일한(삼일에 한번씩 패야한다는 일베 용어)이라는 거다

나님 한국여성들의 명품 구매비율이나 성형비율이 높다는 lsquo사

실rsquo과 여성들을 패야한다는 lsquo당위rsquo가 어떤 관련이 있음 사실에서

어떻게 당위를 도출함 ldquo저 사람은 흑인이다rdquo라는 사실에서 ldquo따라

서 저 사람을 인종차별해야 한다rdquo라는 당위가 도출됨 ldquo너는 여자

다rdquo라는 사실로부터 ldquo따라서 너는 정숙해야한다rdquo라는 당위 도출되

지 않는 것처럼 이것 역시 철학자 GE 무어가 말한 lsquo자연주의적 오

류rsquo임 그러나 ldquo쟤 일베한다 따라서 박멸해야 한다rdquo는 만고산천에

72 73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불변하는 진리 이데아임 어디까지나 이런 논리나 철학은 사람한테

만 적용되므니다 이 살인 진드기야

일베충 (ㅇㅂㅇ) 광주사태가 홍어들 폭도였다는 거 역시 lsquo팩트rsquo

를 말한 거다 총들고 사람 죽이고 그게 잘한 거냐 이 씹선비야

나님 광주사태가 lsquo민주화운동rsquo이였다는건 공론장에서 의사소통적

논변에 근거한 합의를 통해 그 내포에 대한 일의적(一意的) 의미가 정

해진 사안임 너 혼자 민주화라는 용어를 lsquo홍어들의 폭동rsquo으로 재정

의하는 것은 이미 어느정도 사회적으로 통용된 내포를 너 혼자 바꿔

쓰는 lsquo은밀한 재정의의 오류rsquo이면서 동시에 lsquo자의적middot설득적 정의rsquo

인 거임 ldquo동성애자는 항문섹스만을 즐겨하는 에이즈 보균자이며 하

나님 앞에 죄인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rdquo라는 말이 동성애자에 대한

합의된 정의임 자기 혼자 쓰는 정의지 그리고 너희가 비하하는 전

라도 사람들은 전부다 폭도라던가 한국여자들은 명품에 성형에 환장

했다거나 하는 설명이 과학적이거나 팩트에 가까움 오히려 감정적

인 편견에 지나지 않는거 아님 통계 자료는 있음 논거 부재의 오

류 인신공격의 오류 은밀한 재정의의 오류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온갖 오류들의 향연임 이 애미 애비가 교육을 잘못시켜서 그 따위로

된 가정 교육 못 받은 일베충아

일베충 (ㅇㅂㅇ) 아아아아아우오오 씹선비 김치녀 홍어 홍어

나님 반사 ^^

일베충 (ㅇㅂㅇ) 우워워워좌좀 종북 좌빨 슨상님

나님 굴절 ^^

일베충 크어어어억 오유충 삼일한 김치녀 종특

나님 라고 말하는 놈 친일파 ^^

일베충 쩔뚜기 운지 하라보지 종북게이

나님 라고 말하는 놈 평생 쏠로 ^^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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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석 김희순 꽁치 나동혁 나인희 날맹 노명래 덴마 류동훈 말식 명숙 문상현 문성호

문연정 박꽃님 박남식 박승호 박아름 박용희 박정경수 박지선 박창희 박채원 박태하

배사은 백가윤 보라 상우 서범석 설순일 소란 송명관 송병채 송준 송지혜 수하

숲이아 시와 신기현 신유아 신은재 신희권 아하 아침 아키오 안지환 양선화 양지혜

여문정 여옥 여은 여지우 염창근 오리 오성민오정록 오하린 오학준 우경환 우공

우완 우성섭 우지연 위양자 유은정 유현미 윤민순 윤정하 윤정화 윤지환 윤혜정

은국 은종복 은혜와평화교회 이갑수 이기영 이덕현 이비함 이상길 이선아

이선영 이선옥 이세현 이승규 이연희 이영롱 이용석 이재환 이준규 이준호 이현우

이희진 임재성 임태훈 장대환 장미희 장샤론 장정혜 장현진 전기화 전길수 전범준

전영욱 정상민 정우진 정인철 정주열 정출균 정혁 정현채 정혜윤 조명래 조은 조익진

조정의민 주관수 지은 진진 진현호 진흙 차명수 참새 채승우 최민아 최성진 타랑

편설란 하동기 하승우 한광주 한주훈 햄 홍수봉 홍수영 홍이 홍창욱 황명규 황예랑

2013년 5월1일 ~ 7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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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67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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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웅 | 병역거부자

일베한테 일베식으로 맞짱뜨기

일베충 종북게이다 좌빨 종북게이다

나님 네 다음 일베충

일베충 네 다음 종북게이

나님 나님이 종북게이라는 lsquo근거rsquo가 있음 주장하는 사람이 근거

를 제시해야 한다는 lsquo입증책임의 원칙rsquo도 모름 이 논리 종범아

일베충 요시 그럼 넌 내가 일베충이라는 근거는 있盧

나님 너한테 한 말 아니라 걍 혼잣말 한건데 내 발화의 지시대상

이 너라는 근거는 있盧

일베충 나한테 한 얘기잖아 이 종북게이야

나님 ㅇㅇ 인정 니 생긴 게 일베충같아서 일베충이라고 한 거임

얼굴에 써 있음

일베충 소설쓰지마라 ㅋㅋ 팩트 모르盧 내가 일베충이라는 팩트

를 대라 팩트를

나님 요시 니가 일베충이라는 lsquo최선의 설명으로서의 추론rsquo이라는

가설을 세워서 추론한 거임 나한테 종북게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lsquo현

상rsquo을 설명하기 위해서 너가 일베충이라는 lsquo가설rsquo을 세워 봤는데

ldquo니가 바로 일베충rdquo이기 때문에 ldquo따라서 나한테 종북게이라는 딱지

를 붙이는 것이다rdquo라는 현상이 아주 훌륭하게 설명력을 지닌 가설추

론이 되는 거임 원래 가설은 아무렇게나 세우는게 lsquo가설rsquo임 가설은

반증 가능성이 있는 게 당연하다고 포퍼가 그랬음 가설을 통해서 과

학과 범죄수사가 발전했음 만일 니가 일베충이 아니라면 너가 경쟁

가설을 주장하던가 내 추론에 문제가 있음을 제시하면 됨 왜 일베충

이라고 해서 찔림 도둑이 제 발 저림 일베충도 일베충이라는 말 듣

기가 부끄러움 너 포퍼가 누군지는 암

68 69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일베충 일베한다고 해서 다 무슨 사이코패스에 고인드립치는 패륜

아 인 줄 아냐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범하지 마라

나님 ㅋㅋㅋ요시 사이코패스에 패륜아라는 건 lsquo니가 한 말rsquo이고

lsquo니 생각rsquo임 내가 언제 너보고 사이코패스에 패륜아라고 했음 난

그냥 너가 일베한다는 lsquo사실rsquo을 진술문으로 말했을 뿐임 아 몰랐

네 너 사이코패스에 패륜아임

일베충 (ㅇㅂㅇ) 지금 일베충이라고 비하하는 거임 일베충이라는

말 자체에 비하가 있다

나님 자기들도 일베충이라고 자조적으로 비하하면서helliphellip

일베충 인권 좋아하는 감성팔이 인권쟁이들이 왜 우리의 인권은

도외시하는 거냐 북한 인권 군인 인권 일베충 인권

나님 일베충이 사람임 사람이 아니므니다

일베충 일베충도 사람이다 왜 사람이 아니냐

나님 lsquo일베충rsquo이라는 말은 일베를 하는 벌레라는 내포를 갖고 있

음 따라서 ldquo일베충은 벌레이다rdquo는 진리값이 항상 참인 분석명제이자

항진명제임 이 무식한 일베충아 그런데 ldquo일베충은 사람이다rdquo라고

한다면 그건 앞의 주어인 lsquo일베충rsquo에 이미 내포되어 있는 벌레라는

걸 부정하는 모순이 되는거임 이건 마치 ldquo삼각형은 동그라미이다rdquo

ldquo여성은 인간이 아니다rdquo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모순율에 어긋나

는 것임

일베충 (ㅇㅂㅇ) 인권 좋아하는 인권쟁이들이 우리들한테 인권이

없다니 역시 좌빨들은 이중성 쩌네 ㅋㅋㅋ모순 쩐다 위선자들 ㅋㅋ

ㅋㅋㅋ

나님 일베충이 그런 내포를 갖게 된 것은 공론장에서의 니들 행패

를 보고 내포가 그렇게 정해진 거임 억울하면 다시 태어나셈 근데

니가 인권이 뭔지는 아냐 어디 그래 lsquo인권rsquo의 정의가 뭐라고 생각

일베충 (ㅇㅂㅇ) 그건사전에 나와있다 ldquo사람이라면 누구나 누려

야할 권리rdquohelliphellip

나님 그런데 너님들은 왜 lsquo여성rsquo lsquo전라도rsquo 이런 사람들의 인권을

부정하고 비하하는 거임

일베충 일베라고 다 패륜아냐 성급한 일반화 모르盧 논리적 근

거를 대라

70 71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나님 아~그럼 여름 중에도 시원한 날이 며칠 있으니까 여름은 안

더운 거겠네 ㅋㅋㅋ 일베충 논리 보소 ㅋㅋㅋㅋ 너 말대로 일베의

lsquo모든rsquo회원이 그런 건 아닐 수도 있음 그러나 대다수가 그런 lsquo성

향rsquo을 갖고 있다면 성급한 일반화가 아니라 강한 통계적 귀납논증이

되는 거임 실지로 얼마 전 일베 게시물들의 키워드를 분석한 프로그

램 통계에 의하면 일베 사이트의 핵심 키워드들은 사회의 대다수 사

람들의 통념과 반대되는 게 맞는데 이 연가시야 사례가 많을수록

귀납논증은 강화되는 거고 너가 일반화라면 그렇지 않은 일베 회원

들이 더 많음을 니가 귀납적으로 논증을 해야 논파가 되는 거임 따라

서 ldquo일베충들은 대부분 사회적 낙오자에 학교에선 아싸고 생긴 건

베트남 쌀국수에 집에서 진격의 거인이나 보면서 연애 한 번 못해

보는 싸이코패스인데 사회적 약자들에 화풀이한다rdquo는 건 굉장히 강

한 귀납논증이 성립되는 거임 (ㅋㅋㅋ)

일베충 우리가 사회적 낙오자에 약자들에게 분풀이 한다는 팩트를

대라 팩트의 일베다 우리는 사실만을 얘기한다

나님 니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lsquo팩트rsquo에 대해서 너님들은 얼마나

알고 있음 너님 혹시 lsquo팩트rsquo가 뭔지는 암 사실과 사건 사태의 차

이점이 뭐임

일베충 0a 0

나님 ldquo쟤 성형수술했대rdquo ldquo너 전과자라며rdquo ldquo나 저번 시험에서

백점 맞았다~^^rdquo ldquo우리 집 50평이다 ^^rdquo ldquo우리 아들이 이번에 반

에서 1등했대요 호호호rdquo 이 문장들은 전부다 lsquo사실rsquo을 얘기하고 있

지만 이건 사실을 얘기하는 lsquo진술문rsquo이 아니라 비하하거나 잘난척

하는 lsquo행위rsquo를 하고 있는 lsquo수행문rsquo임 따라서 너님들이 이야기하고

있는 lsquo사실rsquo은 사실 해석과 반응 맥락에 따라서 굉장히 유동적인

것임 이처럼 사실인 척 위장하고 있는 문장들은 lsquo기술주의적 오류

(destriptive fallcy)rsquo임 또한 사실은 lsquo사물rsquo이 아니라 사물들의 연관

이라고 비트겐슈타인이 말한 것처럼 사실은 사실을 인식하고 말하는

사람의 주관에 달려있는 거임

일베충 전라도가 폭도였고 한국여자들이 성형하고 명품 밝히는 건

팩트다 이 멍청한 좌좀아 홍어들은 한반도를 떠나야하고 여자들은

삼일한(삼일에 한번씩 패야한다는 일베 용어)이라는 거다

나님 한국여성들의 명품 구매비율이나 성형비율이 높다는 lsquo사

실rsquo과 여성들을 패야한다는 lsquo당위rsquo가 어떤 관련이 있음 사실에서

어떻게 당위를 도출함 ldquo저 사람은 흑인이다rdquo라는 사실에서 ldquo따라

서 저 사람을 인종차별해야 한다rdquo라는 당위가 도출됨 ldquo너는 여자

다rdquo라는 사실로부터 ldquo따라서 너는 정숙해야한다rdquo라는 당위 도출되

지 않는 것처럼 이것 역시 철학자 GE 무어가 말한 lsquo자연주의적 오

류rsquo임 그러나 ldquo쟤 일베한다 따라서 박멸해야 한다rdquo는 만고산천에

72 73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불변하는 진리 이데아임 어디까지나 이런 논리나 철학은 사람한테

만 적용되므니다 이 살인 진드기야

일베충 (ㅇㅂㅇ) 광주사태가 홍어들 폭도였다는 거 역시 lsquo팩트rsquo

를 말한 거다 총들고 사람 죽이고 그게 잘한 거냐 이 씹선비야

나님 광주사태가 lsquo민주화운동rsquo이였다는건 공론장에서 의사소통적

논변에 근거한 합의를 통해 그 내포에 대한 일의적(一意的) 의미가 정

해진 사안임 너 혼자 민주화라는 용어를 lsquo홍어들의 폭동rsquo으로 재정

의하는 것은 이미 어느정도 사회적으로 통용된 내포를 너 혼자 바꿔

쓰는 lsquo은밀한 재정의의 오류rsquo이면서 동시에 lsquo자의적middot설득적 정의rsquo

인 거임 ldquo동성애자는 항문섹스만을 즐겨하는 에이즈 보균자이며 하

나님 앞에 죄인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rdquo라는 말이 동성애자에 대한

합의된 정의임 자기 혼자 쓰는 정의지 그리고 너희가 비하하는 전

라도 사람들은 전부다 폭도라던가 한국여자들은 명품에 성형에 환장

했다거나 하는 설명이 과학적이거나 팩트에 가까움 오히려 감정적

인 편견에 지나지 않는거 아님 통계 자료는 있음 논거 부재의 오

류 인신공격의 오류 은밀한 재정의의 오류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온갖 오류들의 향연임 이 애미 애비가 교육을 잘못시켜서 그 따위로

된 가정 교육 못 받은 일베충아

일베충 (ㅇㅂㅇ) 아아아아아우오오 씹선비 김치녀 홍어 홍어

나님 반사 ^^

일베충 (ㅇㅂㅇ) 우워워워좌좀 종북 좌빨 슨상님

나님 굴절 ^^

일베충 크어어어억 오유충 삼일한 김치녀 종특

나님 라고 말하는 놈 친일파 ^^

일베충 쩔뚜기 운지 하라보지 종북게이

나님 라고 말하는 놈 평생 쏠로 ^^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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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람 강돌 강민정 강성준 강소연 강은애 강은주 강지유 강진선 고동환 고은경

고태경 고희라 구종우 권순욱 권연재 권인숙 김경숙 김명섭 김미선 김미현 김민경

김민영 김박가온 김반지 김범준 김보미 김선미 김선옥 김선영 김성희 김세윤 김소현

김송이 김수용 김수정 김숙희 김영수 김영준 김영진 김영환 김영효 김용엽 김은주

김일애 김재홍 김주현 김준희 김중미 김지호 김태훈 김태환 김한보람 김현정 김훈태

김희석 김희순 꽁치 나동혁 나인희 날맹 노명래 덴마 류동훈 말식 명숙 문상현 문성호

문연정 박꽃님 박남식 박승호 박아름 박용희 박정경수 박지선 박창희 박채원 박태하

배사은 백가윤 보라 상우 서범석 설순일 소란 송명관 송병채 송준 송지혜 수하

숲이아 시와 신기현 신유아 신은재 신희권 아하 아침 아키오 안지환 양선화 양지혜

여문정 여옥 여은 여지우 염창근 오리 오성민오정록 오하린 오학준 우경환 우공

우완 우성섭 우지연 위양자 유은정 유현미 윤민순 윤정하 윤정화 윤지환 윤혜정

은국 은종복 은혜와평화교회 이갑수 이기영 이덕현 이비함 이상길 이선아

이선영 이선옥 이세현 이승규 이연희 이영롱 이용석 이재환 이준규 이준호 이현우

이희진 임재성 임태훈 장대환 장미희 장샤론 장정혜 장현진 전기화 전길수 전범준

전영욱 정상민 정우진 정인철 정주열 정출균 정혁 정현채 정혜윤 조명래 조은 조익진

조정의민 주관수 지은 진진 진현호 진흙 차명수 참새 채승우 최민아 최성진 타랑

편설란 하동기 하승우 한광주 한주훈 햄 홍수봉 홍수영 홍이 홍창욱 황명규 황예랑

2013년 5월1일 ~ 7월 31일

Page 37: 전쟁없는세상 소식지 38호(2013년 8월)

68 69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일베충 일베한다고 해서 다 무슨 사이코패스에 고인드립치는 패륜

아 인 줄 아냐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범하지 마라

나님 ㅋㅋㅋ요시 사이코패스에 패륜아라는 건 lsquo니가 한 말rsquo이고

lsquo니 생각rsquo임 내가 언제 너보고 사이코패스에 패륜아라고 했음 난

그냥 너가 일베한다는 lsquo사실rsquo을 진술문으로 말했을 뿐임 아 몰랐

네 너 사이코패스에 패륜아임

일베충 (ㅇㅂㅇ) 지금 일베충이라고 비하하는 거임 일베충이라는

말 자체에 비하가 있다

나님 자기들도 일베충이라고 자조적으로 비하하면서helliphellip

일베충 인권 좋아하는 감성팔이 인권쟁이들이 왜 우리의 인권은

도외시하는 거냐 북한 인권 군인 인권 일베충 인권

나님 일베충이 사람임 사람이 아니므니다

일베충 일베충도 사람이다 왜 사람이 아니냐

나님 lsquo일베충rsquo이라는 말은 일베를 하는 벌레라는 내포를 갖고 있

음 따라서 ldquo일베충은 벌레이다rdquo는 진리값이 항상 참인 분석명제이자

항진명제임 이 무식한 일베충아 그런데 ldquo일베충은 사람이다rdquo라고

한다면 그건 앞의 주어인 lsquo일베충rsquo에 이미 내포되어 있는 벌레라는

걸 부정하는 모순이 되는거임 이건 마치 ldquo삼각형은 동그라미이다rdquo

ldquo여성은 인간이 아니다rdquo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모순율에 어긋나

는 것임

일베충 (ㅇㅂㅇ) 인권 좋아하는 인권쟁이들이 우리들한테 인권이

없다니 역시 좌빨들은 이중성 쩌네 ㅋㅋㅋ모순 쩐다 위선자들 ㅋㅋ

ㅋㅋㅋ

나님 일베충이 그런 내포를 갖게 된 것은 공론장에서의 니들 행패

를 보고 내포가 그렇게 정해진 거임 억울하면 다시 태어나셈 근데

니가 인권이 뭔지는 아냐 어디 그래 lsquo인권rsquo의 정의가 뭐라고 생각

일베충 (ㅇㅂㅇ) 그건사전에 나와있다 ldquo사람이라면 누구나 누려

야할 권리rdquohelliphellip

나님 그런데 너님들은 왜 lsquo여성rsquo lsquo전라도rsquo 이런 사람들의 인권을

부정하고 비하하는 거임

일베충 일베라고 다 패륜아냐 성급한 일반화 모르盧 논리적 근

거를 대라

70 71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나님 아~그럼 여름 중에도 시원한 날이 며칠 있으니까 여름은 안

더운 거겠네 ㅋㅋㅋ 일베충 논리 보소 ㅋㅋㅋㅋ 너 말대로 일베의

lsquo모든rsquo회원이 그런 건 아닐 수도 있음 그러나 대다수가 그런 lsquo성

향rsquo을 갖고 있다면 성급한 일반화가 아니라 강한 통계적 귀납논증이

되는 거임 실지로 얼마 전 일베 게시물들의 키워드를 분석한 프로그

램 통계에 의하면 일베 사이트의 핵심 키워드들은 사회의 대다수 사

람들의 통념과 반대되는 게 맞는데 이 연가시야 사례가 많을수록

귀납논증은 강화되는 거고 너가 일반화라면 그렇지 않은 일베 회원

들이 더 많음을 니가 귀납적으로 논증을 해야 논파가 되는 거임 따라

서 ldquo일베충들은 대부분 사회적 낙오자에 학교에선 아싸고 생긴 건

베트남 쌀국수에 집에서 진격의 거인이나 보면서 연애 한 번 못해

보는 싸이코패스인데 사회적 약자들에 화풀이한다rdquo는 건 굉장히 강

한 귀납논증이 성립되는 거임 (ㅋㅋㅋ)

일베충 우리가 사회적 낙오자에 약자들에게 분풀이 한다는 팩트를

대라 팩트의 일베다 우리는 사실만을 얘기한다

나님 니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lsquo팩트rsquo에 대해서 너님들은 얼마나

알고 있음 너님 혹시 lsquo팩트rsquo가 뭔지는 암 사실과 사건 사태의 차

이점이 뭐임

일베충 0a 0

나님 ldquo쟤 성형수술했대rdquo ldquo너 전과자라며rdquo ldquo나 저번 시험에서

백점 맞았다~^^rdquo ldquo우리 집 50평이다 ^^rdquo ldquo우리 아들이 이번에 반

에서 1등했대요 호호호rdquo 이 문장들은 전부다 lsquo사실rsquo을 얘기하고 있

지만 이건 사실을 얘기하는 lsquo진술문rsquo이 아니라 비하하거나 잘난척

하는 lsquo행위rsquo를 하고 있는 lsquo수행문rsquo임 따라서 너님들이 이야기하고

있는 lsquo사실rsquo은 사실 해석과 반응 맥락에 따라서 굉장히 유동적인

것임 이처럼 사실인 척 위장하고 있는 문장들은 lsquo기술주의적 오류

(destriptive fallcy)rsquo임 또한 사실은 lsquo사물rsquo이 아니라 사물들의 연관

이라고 비트겐슈타인이 말한 것처럼 사실은 사실을 인식하고 말하는

사람의 주관에 달려있는 거임

일베충 전라도가 폭도였고 한국여자들이 성형하고 명품 밝히는 건

팩트다 이 멍청한 좌좀아 홍어들은 한반도를 떠나야하고 여자들은

삼일한(삼일에 한번씩 패야한다는 일베 용어)이라는 거다

나님 한국여성들의 명품 구매비율이나 성형비율이 높다는 lsquo사

실rsquo과 여성들을 패야한다는 lsquo당위rsquo가 어떤 관련이 있음 사실에서

어떻게 당위를 도출함 ldquo저 사람은 흑인이다rdquo라는 사실에서 ldquo따라

서 저 사람을 인종차별해야 한다rdquo라는 당위가 도출됨 ldquo너는 여자

다rdquo라는 사실로부터 ldquo따라서 너는 정숙해야한다rdquo라는 당위 도출되

지 않는 것처럼 이것 역시 철학자 GE 무어가 말한 lsquo자연주의적 오

류rsquo임 그러나 ldquo쟤 일베한다 따라서 박멸해야 한다rdquo는 만고산천에

72 73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불변하는 진리 이데아임 어디까지나 이런 논리나 철학은 사람한테

만 적용되므니다 이 살인 진드기야

일베충 (ㅇㅂㅇ) 광주사태가 홍어들 폭도였다는 거 역시 lsquo팩트rsquo

를 말한 거다 총들고 사람 죽이고 그게 잘한 거냐 이 씹선비야

나님 광주사태가 lsquo민주화운동rsquo이였다는건 공론장에서 의사소통적

논변에 근거한 합의를 통해 그 내포에 대한 일의적(一意的) 의미가 정

해진 사안임 너 혼자 민주화라는 용어를 lsquo홍어들의 폭동rsquo으로 재정

의하는 것은 이미 어느정도 사회적으로 통용된 내포를 너 혼자 바꿔

쓰는 lsquo은밀한 재정의의 오류rsquo이면서 동시에 lsquo자의적middot설득적 정의rsquo

인 거임 ldquo동성애자는 항문섹스만을 즐겨하는 에이즈 보균자이며 하

나님 앞에 죄인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rdquo라는 말이 동성애자에 대한

합의된 정의임 자기 혼자 쓰는 정의지 그리고 너희가 비하하는 전

라도 사람들은 전부다 폭도라던가 한국여자들은 명품에 성형에 환장

했다거나 하는 설명이 과학적이거나 팩트에 가까움 오히려 감정적

인 편견에 지나지 않는거 아님 통계 자료는 있음 논거 부재의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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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태경 고희라 구종우 권순욱 권연재 권인숙 김경숙 김명섭 김미선 김미현 김민경

김민영 김박가온 김반지 김범준 김보미 김선미 김선옥 김선영 김성희 김세윤 김소현

김송이 김수용 김수정 김숙희 김영수 김영준 김영진 김영환 김영효 김용엽 김은주

김일애 김재홍 김주현 김준희 김중미 김지호 김태훈 김태환 김한보람 김현정 김훈태

김희석 김희순 꽁치 나동혁 나인희 날맹 노명래 덴마 류동훈 말식 명숙 문상현 문성호

문연정 박꽃님 박남식 박승호 박아름 박용희 박정경수 박지선 박창희 박채원 박태하

배사은 백가윤 보라 상우 서범석 설순일 소란 송명관 송병채 송준 송지혜 수하

숲이아 시와 신기현 신유아 신은재 신희권 아하 아침 아키오 안지환 양선화 양지혜

여문정 여옥 여은 여지우 염창근 오리 오성민오정록 오하린 오학준 우경환 우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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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국 은종복 은혜와평화교회 이갑수 이기영 이덕현 이비함 이상길 이선아

이선영 이선옥 이세현 이승규 이연희 이영롱 이용석 이재환 이준규 이준호 이현우

이희진 임재성 임태훈 장대환 장미희 장샤론 장정혜 장현진 전기화 전길수 전범준

전영욱 정상민 정우진 정인철 정주열 정출균 정혁 정현채 정혜윤 조명래 조은 조익진

조정의민 주관수 지은 진진 진현호 진흙 차명수 참새 채승우 최민아 최성진 타랑

편설란 하동기 하승우 한광주 한주훈 햄 홍수봉 홍수영 홍이 홍창욱 황명규 황예랑

2013년 5월1일 ~ 7월 31일

Page 38: 전쟁없는세상 소식지 38호(2013년 8월)

70 71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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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납논증은 강화되는 거고 너가 일반화라면 그렇지 않은 일베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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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베충 우리가 사회적 낙오자에 약자들에게 분풀이 한다는 팩트를

대라 팩트의 일베다 우리는 사실만을 얘기한다

나님 니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lsquo팩트rsquo에 대해서 너님들은 얼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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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만 이건 사실을 얘기하는 lsquo진술문rsquo이 아니라 비하하거나 잘난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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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rdquo라는 사실로부터 ldquo따라서 너는 정숙해야한다rdquo라는 당위 도출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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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영 김박가온 김반지 김범준 김보미 김선미 김선옥 김선영 김성희 김세윤 김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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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연정 박꽃님 박남식 박승호 박아름 박용희 박정경수 박지선 박창희 박채원 박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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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문정 여옥 여은 여지우 염창근 오리 오성민오정록 오하린 오학준 우경환 우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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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국 은종복 은혜와평화교회 이갑수 이기영 이덕현 이비함 이상길 이선아

이선영 이선옥 이세현 이승규 이연희 이영롱 이용석 이재환 이준규 이준호 이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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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의민 주관수 지은 진진 진현호 진흙 차명수 참새 채승우 최민아 최성진 타랑

편설란 하동기 하승우 한광주 한주훈 햄 홍수봉 홍수영 홍이 홍창욱 황명규 황예랑

2013년 5월1일 ~ 7월 31일

Page 39: 전쟁없는세상 소식지 38호(2013년 8월)

72 73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불변하는 진리 이데아임 어디까지나 이런 논리나 철학은 사람한테

만 적용되므니다 이 살인 진드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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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님 광주사태가 lsquo민주화운동rsquo이였다는건 공론장에서 의사소통적

논변에 근거한 합의를 통해 그 내포에 대한 일의적(一意的) 의미가 정

해진 사안임 너 혼자 민주화라는 용어를 lsquo홍어들의 폭동rsquo으로 재정

의하는 것은 이미 어느정도 사회적으로 통용된 내포를 너 혼자 바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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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거임 ldquo동성애자는 항문섹스만을 즐겨하는 에이즈 보균자이며 하

나님 앞에 죄인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rdquo라는 말이 동성애자에 대한

합의된 정의임 자기 혼자 쓰는 정의지 그리고 너희가 비하하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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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편견에 지나지 않는거 아님 통계 자료는 있음 논거 부재의 오

류 인신공격의 오류 은밀한 재정의의 오류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온갖 오류들의 향연임 이 애미 애비가 교육을 잘못시켜서 그 따위로

된 가정 교육 못 받은 일베충아

일베충 (ㅇㅂㅇ) 아아아아아우오오 씹선비 김치녀 홍어 홍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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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연정 박꽃님 박남식 박승호 박아름 박용희 박정경수 박지선 박창희 박채원 박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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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아 시와 신기현 신유아 신은재 신희권 아하 아침 아키오 안지환 양선화 양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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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국 은종복 은혜와평화교회 이갑수 이기영 이덕현 이비함 이상길 이선아

이선영 이선옥 이세현 이승규 이연희 이영롱 이용석 이재환 이준규 이준호 이현우

이희진 임재성 임태훈 장대환 장미희 장샤론 장정혜 장현진 전기화 전길수 전범준

전영욱 정상민 정우진 정인철 정주열 정출균 정혁 정현채 정혜윤 조명래 조은 조익진

조정의민 주관수 지은 진진 진현호 진흙 차명수 참새 채승우 최민아 최성진 타랑

편설란 하동기 하승우 한광주 한주훈 햄 홍수봉 홍수영 홍이 홍창욱 황명규 황예랑

2013년 5월1일 ~ 7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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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태경 고희라 구종우 권순욱 권연재 권인숙 김경숙 김명섭 김미선 김미현 김민경

김민영 김박가온 김반지 김범준 김보미 김선미 김선옥 김선영 김성희 김세윤 김소현

김송이 김수용 김수정 김숙희 김영수 김영준 김영진 김영환 김영효 김용엽 김은주

김일애 김재홍 김주현 김준희 김중미 김지호 김태훈 김태환 김한보람 김현정 김훈태

김희석 김희순 꽁치 나동혁 나인희 날맹 노명래 덴마 류동훈 말식 명숙 문상현 문성호

문연정 박꽃님 박남식 박승호 박아름 박용희 박정경수 박지선 박창희 박채원 박태하

배사은 백가윤 보라 상우 서범석 설순일 소란 송명관 송병채 송준 송지혜 수하

숲이아 시와 신기현 신유아 신은재 신희권 아하 아침 아키오 안지환 양선화 양지혜

여문정 여옥 여은 여지우 염창근 오리 오성민오정록 오하린 오학준 우경환 우공

우완 우성섭 우지연 위양자 유은정 유현미 윤민순 윤정하 윤정화 윤지환 윤혜정

은국 은종복 은혜와평화교회 이갑수 이기영 이덕현 이비함 이상길 이선아

이선영 이선옥 이세현 이승규 이연희 이영롱 이용석 이재환 이준규 이준호 이현우

이희진 임재성 임태훈 장대환 장미희 장샤론 장정혜 장현진 전기화 전길수 전범준

전영욱 정상민 정우진 정인철 정주열 정출균 정혁 정현채 정혜윤 조명래 조은 조익진

조정의민 주관수 지은 진진 진현호 진흙 차명수 참새 채승우 최민아 최성진 타랑

편설란 하동기 하승우 한광주 한주훈 햄 홍수봉 홍수영 홍이 홍창욱 황명규 황예랑

2013년 5월1일 ~ 7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