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에서 노동계 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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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회 l 263 프로슈머 거래 확산, 학교 태양광, ESCO(에너지절약전문기업) 등 에너지신산업 투자를 확대하고 2조원 규모의 전력신산업 펀 드를 조성해 신재생에너지, 전기차, 전기저장장치(ESS) 등 에너 지신산업 투자·기술개발·해외진출을 지원하는 한편, CO 2 집·저장(CCS), CCU 핵심기술 개발과 ESS 산업을 육성한다. 셋째, 주변국과의 환경협력을 더욱 강화해 가시적인 미세먼 지 저감성과를 거두고, 해외 환경시장 진출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넷째, 미세먼지 예보 정확도를 제고하기 위해 PM2.5의 측 정망을 PM10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확대(2016년 4월 152개소 →2018년 287개소)하고, 예보모델의 다양화 및 고도화를 추진 하는 한편 우리나라의 상황에 적합한 한국형 예보모델도 개발 하기로 했다. 전기요금 누진제 개선 정부는 한국전력공사가 이사회를 거쳐 제출한 주택용 누진 제 개편을 포함한 전기공급 약관 변경(안)을 관계부처 협의와 전기위원회 심의를 거쳐 12월 13일 최종 인가했다. 이번에 확정 된 누진제는 그동안 변화한 소비 패턴과 가구 분포를 반영해 기존 100kWh 단위로 나뉜 구간을 200kWh 단위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200kWh 이하인 1구간의 경우 기본요금은 가구당 910원이며 전력량 요금은 kWh당 93.3원이다. 201~400kWh인 2구간은 기본요금 1천600원, 전력량 요금 kWh당 187.9원이며, 3구간(400kWh 초과)은 기본요금 7천300원, 전력량 요금 kWh 당 280.6원이다. 이번 개편으로 가구당 전기요금은 연평균 11.6%, 여름과 겨 울엔 14.9%의 인하 효과가 기대된다. 평상시 월 350kWh를 사용하는 4인 가구의 경우 부가세 와 기반기금을 포함, 월 6만2천910원에서 5만5천80원으로 7 천380원 인하되고, 여름철 에어컨을 가동해 600~800kWh 를 사용한다 해도 이전보다 전기요금 부담이 크게 경감된 다. 600kWh 사용 시 21만7천350원에서 13만6천50원으로, 800kWh 사용했을 때에는 37만8천690원에서 19만9천860원으 로 줄어든다. 산업부는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와 병행해 ‘주택용 절전할인 제도’와 ‘슈퍼유저 제도’를 새로 도입했다. 절전할인 제도는 당월 사용량을 직전 2개년 같은 달과 비교 해 20% 이상 감축한 가구에 대해 당월 요금을 10% 할인해 주 는 제도다. 여름(7~8월)과 겨울(12~2월)에는 할인율이 15%로 올라간다. 슈퍼유저 제도는 여름(7~8월)과 겨울(12~2월)에 한 해 1천kWh를 초과하는 사용량에 대해 기존 최고 요율인 709.5 원/kWh을 적용하는 제도다. 아울러 희망 검침일 제도를 모든 가구로 확대하고, 2020년까 지 스마트계량기(AMI)를 조기 구축한다. 또 다가구 주택의 경우 희망 주택에 한해 가구별 계량기 설치를 한전이 지원한다. 주거용 오피스텔이 일반용이 아닌 주택용 요금으로 납부하 도록 분기별 1회 주기적으로 단속을 실시한다. 장기적으로는 주택용에도 계절·시간대별 차등요금제를 도입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강화할 예정이다.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과 더불어 사회적 배려 계층에 대한 할인도 확대한다. 기초생활수급자 등의 필수 사용량 보장 을 위해 할인금액을 현행 월 8천원에서 월 1만6천원으로 2배 증액한다. 다자녀와 대가족에 대해서는 할인율을 30%로 확대 하고, 출산가구에 대한 요금할인도 신설한다. 사회복지시설인 경로당, 복지회관, 어린이집 등에 대한 할인 율은 현행 20%에서 30%로 확대한다. 교육용 요금 할인도 확 대해 전국 1만2천여 초·중·고교의 전기요금을 20% 할인한 다. 2020년까지는 전국 3천400개 교에 학교 태양광 사업을 추 진, 전기요금 부담을 추가로 11% 경감해 준다. 유치원에도 동일 한 방식의 요금할인 혜택을 부여한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에너지저장장치(ESS), 신재생에너 지, 전기차 등 친환경 에너지설비 투자에 대해서는 약 2천억원 규모의 요금할인 특례 제도도 운영한다. 새로운 요금표는 2016 년 12월 1일부터 소급 적용했다. 전기구입비 연동제 등 중장기 제도개선 과제에 대해서는 2017년 중 국제컨설팅, 관계부처 협 의 등을 거쳐 추진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노 동 개 요 2016년 국내 노동계는 노동개혁 추진과 공공부문 성과연봉 제 시행, 현대자동차 장기 파업 등을 둘러싸고 정부와 노동계, 경영계의 갈등이 어느 해보다 격렬했다. 2015년에 이어 2016년에도 노정(勞政) 관계를 극도로 긴장 시킨 것은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 등 양대 지 침이었다. 정부는 노동시장의 선진화를 위해 양대 지침의 시 행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노동계는 노동시장의 유연화 로 ‘쉬운 해고’만 불러올 것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결국 한 국노총은 1월 19일 ‘9·15 노사정 대타협’ 파기와 노사정위원회 불참을 선언했고 정부도 사흘 뒤 ‘공정인사’ 및 ‘취업규칙 지침’ 이라는 이름으로 양대 지침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이후 노정 관계는 극한의 대립 구도로 치달았고 양측의 대화는 단절되고 말았다. 4월 총선 결과 노동계 출신 후보의 국회진출이 크게 늘자, 대정부 투쟁 강도를 높이던 노동계는 큰 힘을 얻게 됐다. 19대 총선에서 6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했던 한국노총은 20대 총선 에서 그 수를 9명으로 늘렸다. 민주노총 출신도 20대 총선에서 3명이나 당선됐고 민노총이 전략후보로 지지했던 후보들도 여 럿 당선됐다. 그 결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여소야대’ 구 도가 형성됐고 정부가 중요 국정과제로 추진한 노동개혁 법안 국회통과도 야당 의원들의 격렬한 반발로 무산됐다. 가을 들어서는 정부의 성과연봉제 추진에 반대하는 공공부 문 총파업이 들불처럼 번졌다. 철도·지하철 노조는 1994년 이후 22년 만에 공동 파업을 벌였고 철도파업은 72일이나 이어져 ‘최장기 파업’을 기록했 다. 금융, 의료, 에너지 등 국민생활과 밀접한 영역의 총파업도 잇따랐다.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최순실 게이트’로 불린 국정농단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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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 회 l 263

    프로슈머 거래 확산, 학교 태양광, ESCO(에너지절약전문기업)

    등 에너지신산업 투자를 확대하고 2조원 규모의 전력신산업 펀

    드를 조성해 신재생에너지, 전기차, 전기저장장치(ESS) 등 에너

    지신산업 투자·기술개발·해외진출을 지원하는 한편, CO2 포

    집·저장(CCS), CCU 핵심기술 개발과 ESS 산업을 육성한다.

    셋째, 주변국과의 환경협력을 더욱 강화해 가시적인 미세먼

    지 저감성과를 거두고, 해외 환경시장 진출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넷째, 미세먼지 예보 정확도를 제고하기 위해 PM2.5의 측

    정망을 PM10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확대(2016년 4월 152개소

    →2018년 287개소)하고, 예보모델의 다양화 및 고도화를 추진

    하는 한편 우리나라의 상황에 적합한 한국형 예보모델도 개발

    하기로 했다.

    ■ 전기요금 누진제 개선

    정부는 한국전력공사가 이사회를 거쳐 제출한 주택용 누진

    제 개편을 포함한 전기공급 약관 변경(안)을 관계부처 협의와

    전기위원회 심의를 거쳐 12월 13일 최종 인가했다. 이번에 확정

    된 누진제는 그동안 변화한 소비 패턴과 가구 분포를 반영해

    기존 100kWh 단위로 나뉜 구간을 200kWh 단위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200kWh 이하인 1구간의 경우 기본요금은 가구당

    910원이며 전력량 요금은 kWh당 93.3원이다. 201~400kWh인

    2구간은 기본요금 1천600원, 전력량 요금 kWh당 187.9원이며,

    3구간(400kWh 초과)은 기본요금 7천300원, 전력량 요금 kWh

    당 280.6원이다.

    이번 개편으로 가구당 전기요금은 연평균 11.6%, 여름과 겨

    울엔 14.9%의 인하 효과가 기대된다.

    평상시 월 350kWh를 사용하는 4인 가구의 경우 부가세

    와 기반기금을 포함, 월 6만2천910원에서 5만5천80원으로 7

    천380원 인하되고, 여름철 에어컨을 가동해 600~800kWh

    를 사용한다 해도 이전보다 전기요금 부담이 크게 경감된

    다. 600kWh 사용 시 21만7천350원에서 13만6천50원으로,

    800kWh 사용했을 때에는 37만8천690원에서 19만9천860원으

    로 줄어든다.

    산업부는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와 병행해 ‘주택용

    절전할인 제도’와 ‘슈퍼유저 제도’를 새로 도입했다.

    절전할인 제도는 당월 사용량을 직전 2개년 같은 달과 비교

    해 20% 이상 감축한 가구에 대해 당월 요금을 10% 할인해 주

    는 제도다. 여름(7~8월)과 겨울(12~2월)에는 할인율이 15%로

    올라간다. 슈퍼유저 제도는 여름(7~8월)과 겨울(12~2월)에 한

    해 1천kWh를 초과하는 사용량에 대해 기존 최고 요율인 709.5

    원/kWh을 적용하는 제도다.

    아울러 희망 검침일 제도를 모든 가구로 확대하고, 2020년까

    지 스마트계량기(AMI)를 조기 구축한다. 또 다가구 주택의 경우

    희망 주택에 한해 가구별 계량기 설치를 한전이 지원한다.

    주거용 오피스텔이 일반용이 아닌 주택용 요금으로 납부하

    도록 분기별 1회 주기적으로 단속을 실시한다. 장기적으로는

    주택용에도 계절·시간대별 차등요금제를 도입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강화할 예정이다.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과 더불어 사회적 배려 계층에

    대한 할인도 확대한다. 기초생활수급자 등의 필수 사용량 보장

    을 위해 할인금액을 현행 월 8천원에서 월 1만6천원으로 2배

    증액한다. 다자녀와 대가족에 대해서는 할인율을 30%로 확대

    하고, 출산가구에 대한 요금할인도 신설한다.

    사회복지시설인 경로당, 복지회관, 어린이집 등에 대한 할인

    율은 현행 20%에서 30%로 확대한다. 교육용 요금 할인도 확

    대해 전국 1만2천여 초·중·고교의 전기요금을 20% 할인한

    다. 2020년까지는 전국 3천400개 교에 학교 태양광 사업을 추

    진, 전기요금 부담을 추가로 11% 경감해 준다. 유치원에도 동일

    한 방식의 요금할인 혜택을 부여한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에너지저장장치(ESS), 신재생에너

    지, 전기차 등 친환경 에너지설비 투자에 대해서는 약 2천억원

    규모의 요금할인 특례 제도도 운영한다. 새로운 요금표는 2016

    년 12월 1일부터 소급 적용했다. 전기구입비 연동제 등 중장기

    제도개선 과제에 대해서는 2017년 중 국제컨설팅, 관계부처 협

    의 등을 거쳐 추진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노 동

    ■ 개 요

    2016년 국내 노동계는 노동개혁 추진과 공공부문 성과연봉

    제 시행, 현대자동차 장기 파업 등을 둘러싸고 정부와 노동계,

    경영계의 갈등이 어느 해보다 격렬했다.

    2015년에 이어 2016년에도 노정(勞政) 관계를 극도로 긴장

    시킨 것은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 등 양대 지

    침이었다. 정부는 노동시장의 선진화를 위해 양대 지침의 시

    행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노동계는 노동시장의 유연화

    로 ‘쉬운 해고’만 불러올 것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결국 한

    국노총은 1월 19일 ‘9·15 노사정 대타협’ 파기와 노사정위원회

    불참을 선언했고 정부도 사흘 뒤 ‘공정인사’ 및 ‘취업규칙 지침’

    이라는 이름으로 양대 지침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이후 노정

    관계는 극한의 대립 구도로 치달았고 양측의 대화는 단절되고

    말았다.

    4월 총선 결과 노동계 출신 후보의 국회진출이 크게 늘자,

    대정부 투쟁 강도를 높이던 노동계는 큰 힘을 얻게 됐다. 19대

    총선에서 6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했던 한국노총은 20대 총선

    에서 그 수를 9명으로 늘렸다. 민주노총 출신도 20대 총선에서

    3명이나 당선됐고 민노총이 전략후보로 지지했던 후보들도 여

    럿 당선됐다. 그 결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여소야대’ 구

    도가 형성됐고 정부가 중요 국정과제로 추진한 노동개혁 법안

    국회통과도 야당 의원들의 격렬한 반발로 무산됐다.

    가을 들어서는 정부의 성과연봉제 추진에 반대하는 공공부

    문 총파업이 들불처럼 번졌다.

    철도·지하철 노조는 1994년 이후 22년 만에 공동 파업을

    벌였고 철도파업은 72일이나 이어져 ‘최장기 파업’을 기록했

    다. 금융, 의료, 에너지 등 국민생활과 밀접한 영역의 총파업도

    잇따랐다.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최순실 게이트’로 불린 국정농단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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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 불거지면서 정부의 노동개혁 추진력은 급속히 약화했고 탄

    핵 정국이 전개되면서 노동개혁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도 식고

    말았다.

    ■ ‘양대 지침’ 시행으로 정부 · 노동계 첨예하게 갈등

    연초부터 정부와 노동계의 첨예한 갈등을 불러온 것은 ‘일

    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 등 양대 지침이었다.

    ‘일반해고’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하지

    못한다고 규정한 근로기준법 23조를 둘러싼 논쟁이다. 근로기

    준법은 근로자의 해고를 엄격하게 제한해 사측에서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는 방법을 ‘징계해고’와 ‘정리해고’ 두 가지로 제한

    했다.

    ‘징계해고’는 근로자가 횡령 등 개인적인 비리나 심각한 법

    규 위반을 저질렀을 경우 해고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정리해

    고’는 기업의 경영사정이 극도로 악화됐을 때 근로자의 대규모

    해고를 가능케 한 것이다.

    이와 달리 ‘일반해고’는 미국이나 유럽처럼 저성과자나 근무

    태도가 불량한 직원을 해고할 수 있도록 한 것을 말한다. 인력

    고령화로 인한 인건비 부담을 이유로 이 제도의 도입을 요구

    하는 재계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취업규칙은 채용, 인사, 해고 등과 관련된 사규를 말한다. 근

    로기준법은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간주되는 취업

    규칙 변경은 노조나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도록 규정했다.

    정부는 근로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취업규칙 변경이라도 ‘사회

    통념상 합리성’이 있는 경우 예외적으로 변경의 효력을 인정해

    야 한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사회통념상 합리성의 판단 기준으로는 ▲근로자의 불이익

    정도 ▲사용자 측의 변경 필요성 ▲변경된 취업규칙 내용의

    정당성 ▲다른 근로조건의 개선 여부 ▲노동조합 등과의 충분

    한 협의 노력 ▲동종 사항에 관한 국내 일반적인 상황 등 6가

    지를 제시했다.

    정부가 2015년 말부터 양대 지침의 시행 의지를 밝히자 노

    동계는 강력하게 반발했다. 일반해고가 ‘쉬운 해고’를 가능케

    하고 취업규칙 변경요건을 완화할 경우 임금피크제 등 사측이

    원하는 취업규칙을 마음대로 도입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결국 한국노총은 1월 19일 ‘9·15 노사정 대타협’ 파기와 노

    사정위원회 불참을 선언했다. 정부가 양대 지침으로 대타협을

    파기한 이상 노동계도 더 이상 노사정 대화를 지속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에 맞서 정부도 사흘 뒤인 1월 21일

    ‘공정인사’ 및 ‘취업규칙 지침’이라는 이름으로 양대 지침을 전

    격적으로 발표했고 노정 관계는 극한의 대립 구도로 치달았다.

    이후 고용부는 각 지방노동청 주도로 양대 지침의 현장 확

    산에 박차를 가했고 노동계는 야당 등 정치권과 연대해 집회,

    시위 등 반대투쟁을 맹렬하게 벌였다.

    ■ 20대 총선에서 노동계 출신 대약진…노동개혁은 ‘난항’

    정부의 양대 지침 시행 후 강력한 반대 투쟁을 천명한 노동

    계에 큰 힘을 실어준 것은 바로 4월 13일 치러진 20대 총선에

    서 노동계 출신 후보가 크게 약진한 사실이었다.

    19대 총선에서 6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했던 한국노총은 20

    대 총선에서 그 수를 9명으로 늘리는 기염을 토했다. 국회 입

    성에 성공한 한노총 출신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5명, 새누리당

    4명이다.

    금융노조 부위원장 출신인 민주당 김영주 의원은 지역구인

    서울 영등포갑을 수성하며 3선에 성공했다. 한노총 대외협력

    본부장 출신인 한정애 의원은 서울 강서병에 출마, 당선됐다.

    한노총 경기본부 부의장 출신인 김경협 의원은 부천 원미갑에

    서 재선에 성공했다. 한노총중앙연구원 연구위원 출신인 어기

    구 당선인은 19대 총선에 이어 재도전해 금배지를 달았다. 한

    노총 위원장 출신인 이용득 전 더민주 최고위원은 비례대표로

    금배지를 달았다.

    새누리당에서는 한노총 전 사무총장 출신인 김성태 의원이

    서울 강서을에서 당선돼 3선 고지에 올랐다. 장석춘 전 한노총

    위원장은 경북 구미을에서 당선됐고, 임이자 전 한노총 여성위

    원장과 문진국 전 한노총 위원장은 비례대표로 각각 금배지를

    달았다.

    민주노총 출신도 20대 총선에서 3명이나 당선됐다. 민노총

    이 전략후보로 지지했던 노회찬(창원 성산)·김종훈(울산 동

    구) 당선인도 금배지를 달았다. 여당의 텃밭이었던 울산에서는

    현대차 노조 조직국장 출신인 윤종오 전 울산 북구청장이 북

    구에서 당선됐다. 금속노조 사무처장 출신인 심상정 정의당 대

    표는 경기 고양갑에서 당선돼 3선 고지에 올랐다. 한국노동운

    동연구소 소장을 지낸 홍영표 의원은 인천 부평을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노동계 출신들이 대거 국회에 진출하면서 정부의 노동개혁

    추진은 험로를 걷게 됐다. 총선 후 구성된 국회 환경노동위원

    회는 새누리당 6명, 민주당 6명, 국민의당 2명, 정의당 1명 등

    ‘여소야대’로 구성됐다. 이들이 정부·여당의 노동개혁에 한사

    코 반대하면서 노동개혁 법안은 본회의 상정은커녕 상임위원

    회인 환경노동위원회마저 통과하지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연초 대국민담화에서 기간제법을 유보하

    는 대신 파견법·근로기준법·고용보험법·산재보험법 개정

    안 등 4대 노동개혁 법안을 통과시켜달라고 호소했지만 이마

    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 10월 17일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철도노조 조합원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성과연봉제 등에 반대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사 회 l 265

    ■ 공공부문 성과연봉제 · 현대차 장기 파업에 ‘秋鬪’ 가열

    2016년은 공공부문 성과연봉제, 현대자동차 임금협상, 조선

    업 구조조정 등을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면서 9∼10월 ‘추투’(秋

    鬪)가 격렬하게 벌어졌다.

    성과연봉제 시행을 공공부문 개혁의 핵심 과제로 삼은 정부

    는 성과연봉제 도입 기관에 경영평가 인센티브와 성과급을 주

    겠다고 독려했다. 그 결과 정부 권고안이 발표된 지 5개월 만

    인 2016년 6월 전체 120개 공공기관이 성과연봉제 도입을 완

    료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상당수 공공기관이 노조 동의 없이 이사

    회 의결만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 노동계는 근로기준법

    에 규정된 취업규칙 변경요건을 위반했다며 강력하게 반발했

    다. 결국, 9월 말부터 공공부문 파업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전국철도노조와 서울메트로노조, 서울지하철노조, 부산지하

    철노조 등 전국의 철도·지하철 노조가 9월 27일 연대 파업을

    시작했다. 철도·지하철 노조의 공동 파업은 1994년 6월 이후

    22년 만이었다. 철도파업은 12월 7일 코레일과 철도노조가 전

    격적인 열차운행 정상화에 합의하기까지 72일이나 이어져 ‘최

    장기 파업’을 기록했다.

    비슷한 시기에 금융, 의료, 에너지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영

    역의 총파업이 잇따랐고 상급단체인 한국노총과 민주노총도

    연대 파업과 집회로 이에 가세했다.

    현대자동차 노조도 사측과의 임금협상을 놓고 장기 파업을

    벌여 추투에 기름을 부었다. 7월 19일 시작한 파업은 23차례

    부분파업과 1차례 전면파업을 거쳐 9월 30일까지 이어졌다. 두

    달 넘게 이어지는 장기 파업에 정부는 긴급조정권 발동을 검

    토하기에 이르렀다.

    긴급조정권은 노동조합의 쟁의행위가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있거나 국민경제를 해칠 우려가 있을 때

    발동하는 조처를 말한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해당 노조는

    30일간 파업 또는 쟁의행위가 금지되며 중앙노동위원회가 조

    정을 개시한다.

    파업으로 현대차의 조업 피해도 컸다. 생산 차질 대수는 14

    만2천여 대에 달했고 생산 차질액은 약 3조1천억원에 이르렀

    다. 현대차 사상 최대 수준이었다.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검토와 장기 파업에 대한 비판 여

    론 고조에 현대차 노사는 다시 머리를 맞대고 협상을 벌였다.

    결국 10월 12일 2차 잠정합의안을 끌어냈고 14일 찬반투표가

    가결됐다. 기본급 7만2천원 인상, 성과급 및 격려금 350% +

    330만원, 전통시장 상품권 50만원, 주식 10주 지급, 조합원 17

    명 손해배상가압류 철회 등이 주요 내용이었다.

    ■ 노조 조직률 4년째 두 자릿수 유지…상급단체 미가맹 조합원 늘어

    고용노동부가 11월에 공개한 ‘2015년 전국 노동조합 조직현

    황’을 보면 노조 조직률은 10.2%로 2014년의 10.3% 대비 0.1%p

    감소했다. 노조 조직률은 전체 조합원 수를 전체 임금근로자

    수로 나눠 산출한다.

    전체 조합원 수는 193만8천 명으로 2014년의 190만5천 명

    대비 3만3천 명(1.7%) 증가했다. 노조에 가입할 수 있는 조직대

    상 임금근로자 수는 1천902만7천 명으로 2014년의 1천842만9

    천 명 대비 59만8천 명(3.2%) 늘었다. 조직대상 근로자 수는 전

    체 임금근로자 수 1천948만7천 명에서 공무원과 교원 중 노조

    가입이 제한되는 46만 명을 제외한 것이다.

    노조 조직률은 1989년 19.8%에 달하며 정점에 오른 뒤 하락

    세를 보이다 2010년 최초로 한 자릿수인 9.8%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2011년 복수노조 허용 등 영향으로 10.1%를 기록하면서

    10%대를 회복했고, 2012년 이후 10.3%를 유지해 오다가 2015

    년에는 10.2%로 다소 감소했다.

    노동조합 수는 5천794개로 2014년의 5천445개 대비 349개

    (6.4%) 증가했다. 한국노총 소속 노동조합은 2천372개(40.9%),

    민주노총 소속 373개(6.4%), 전국노총 소속 21개(0.4%), 상급단

    체에 소속되지 않은 미가맹 3천28개(52.3%) 등이었다.

    조합원 수를 보면 한국노총 소속 조합원이 전체 조합원

    의 43.5%인 84만3천442명을 차지해 가장 많았고 민주노총이

    32.8%인 63만6천249명으로 뒤를 이었다.

    한국노총은 2014년 대비 조합원 수가 268명(0.03%), 민주노

    총은 4천834명(0.76%) 감소했다. 미가맹 조합원은 23.0%인 44

    만5천603명을 차지했으며 2014년의 43만881명보다 3.4%인 1

    만4천722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미가맹 노조로

    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현대중공업, 한국수력원자력 노조 등

    이 있다.

    조직형태별로는 초기업노조 소속 조합원이 109만 명으로 전

    체 조합원 193만8천 명의 56.7%를 차지해 2014년의 56.5%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한국노총은 기업별노조 소속 조합원

    이 전체 조합원의 53.9%인 45만4천790명을 차지했으나, 민주

    노총은 초기업노조 소속이 전 조합원의 83.6%인 53만1천819명

    에 달했다.

    규모별로 보면 50명 미만 소규모 노조가 전체의 54.6%인 3

    천133개를 차지했으나 조합원 수는 2.6%인 4만9천986명에 그

    쳤다. 반면 조합원 1천 명 이상인 대형 노조는 4.2%인 243개에

    불과했으나, 조합원 수는 전체의 73.2%인 148만839명을 차지

    했다.

    부문별로는 민간 부문 노조 조직률이 9.1%, 공무원 부문 조

    직률이 66.3%, 교원부문 조직률이 14.6%로 나타났다. 민간 부

    문과 공무원 부문의 노조 조직률은 2014년보다 각각 높아졌고,

    교원 부문의 조직률도 2014년의 14.5%에서 14.6%로 높아졌다.

  • 266 l 사 회

    ■ 협약임금인상률 3.3%로 2015년보다 낮아져… ‘60세 정년’에 임금피크제 도입 급증

    2016년 12월 말 현재 상시근로자 100인 이상 사업장 1만738

    곳을 대상으로 조사된 임금결정 진도율은 86.7%인 9천312곳으

    로, 1만571곳 중 90.6%였던 2015년 대비 3.9% 감소했다.

    협약임금인상률은 임금총액 기준 3.3%로 2015년의 3.7%

    대비 0.4%포인트 감소했고, 통상임금 기준 4.2%로 2015년의

    4.7% 대비 0.5%포인트 낮아졌다.

    2016년부터 근로자 수 300명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을 시

    작으로 60세 정년제가 시행되면서 정부의 강력한 권고로 임금

    피크제를 도입하는 사업장이 급격히 늘어났다.

    정부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공공기관에는 경영평가 인

    센티브와 상생고용지원금을 주고 임금인상률을 차등 적용하

    겠다는 유인책을 내놨다. 이에 따라 전 공공기관 313곳이 임

    금피크제 도입을 완료해 2016년부터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

    갔다.

    30대 그룹도 주요 계열사 378곳 중 321곳인 84.9%가 임금

    피크제를 도입했다. 시중은행도 18곳 중 15곳인 83.3%가 임

    금피크제를 도입하는 등 공공기관과 대기업, 은행권 중심으

    로 빠르게 확산됐다. 다만, 중견·중소기업의 경우 60세 정

    년제가 300인 미만 사업장과 국가·지방자치단체로 확대되

    는 2017년부터 임금피크제 도입이 본격 추진될 것으로 예상

    된다.

    ■ 산재 사망사고 대부분 업종 감소…건설경기 호황에 건설업은 크게 늘어

    2016년 11월 말 현재 산업현장에서 작업 중 사고로 사망한

    근로자 수는 883명으로 2015년 동기에 비해 32명(3.8%) 증가

    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광업과 건설업을 제외한 대부분 업종에서 감

    소했으며, 특히 기타 사업 사망자가 20명(14.9%), 제조업 사망

    자가 20명(8.7%)으로 가장 크게 감소했다. 이어 임업도 5명(

    38.5%)으로 많이 감소했다. 그러나 건설업은 2015년 동기에 비

    해 73명(19.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사고사망자 증가의 주된

    요인이 됐다.

    유형별로 보면 떨어짐 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23명(7.5%)

    증가한 것을 비롯해 부딪힘(14명, 17.3%), 물체에 맞음(10명,

    20.4%) 등에 의한 사망재해가 증가했다. 반면에 끼임 사망자가

    16명(14.8%) 감소한 것을 비롯해 폭발·파열(9명, 40.9%), 교통

    사고(8명, 9.5%) 등에 의한 사망재해는 감소했다.

    건설업 분야의 사망재해가 증가한 것은 건설기성액 및 건

    설수주액이 역대 최대를 기록하며 건설 물량이 대폭 증가한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건설업을 제외한 대부분 업종에서 사망재해가 감소한 것은

    고위험 사업장에 대한 안전관리 강화, 원청업체의 하청업체 근

    로자 안전관리책임 확대,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에 대한 작업

    중지와 같은 강력한 제재 등 정부의 전방위 정책 효과 때문으

    로 풀이된다.

    ■ 취업자 수 증가 6년만에 최저치…청년실업률 9.8%로 사상 최고

    2016년 취업자 수

    는 2015년과 비교

    해 29만9천 명 늘어

    2010년 이후 6년 만

    에 최저치를 기록했

    다. 심각한 일자리 부

    족으로 청년 실업률

    은 9.8%를 기록, 사실

    상 역대 최고 수준으

    로 올라섰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취업자는 2천

    623만5천 명으로 2015

    년 대비 29만9천 명

    (1.2%) 증가했다. 하지

    만 취업자 증가 인원

    은 2014년 53만3천 명,

    2015년 33만7천 명에

    이어 3년 연속 감소 추

    세를 이어가고 있다.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9.8%로 1년

    전보다 0.6%포인트

    올랐다. 이는 1999년

    통계 기준이 변경된

    이후 가장 높은 수치

    다. 이전에는 구직기간이 일주일만 되면 실업자로 분류했으나,

    1999년 6월부터는 구직기간을 4주로 확대해 적용하고 있다.

    청년 실업률은 성별로 봐도 남자(10.9%)와 여자(8.8%) 모두

    역대 최고치였다. 이는 오랫동안 대학에 남거나 공무원 시험

    등을 준비하면서 ‘비경제활동인구’로 남아있던 청년들이 적극

    적으로 취업시장의 문을 두드렸지만, 취업의 문이 그만큼 넓어

    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016년 청년층 경제활동 인구는 2015년보다 8만5천 명 늘었

    지만, 취업자 수는 4만8천 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통계 조사

    시점에 1주일 이상 돈 버는 일을 한 사람이 취업자로 분류되는

    점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청년 실업자는 더 많을 수 있다.

    2016년 전체 실업률은 3.7%로 2010년(3.7%)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고용률(15세 이상 인구 중 취업자 비율)은 60.4%로 2015년

    대비 0.1%포인트 상승했다. 2010년 58.7%를 나타낸 이래 계속

    상승하는 추세다. 청년 고용률은 42.3%로 2015년 대비 0.8%포

    인트 올랐다.

    연령별로는 청년층보다 50∼60대 취업자의 증가폭이 컸다.

    2015년 15∼29세 취업자는 4만8천 명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60세 이상은 22만3천 명, 50대는 9만2천 명 증가했다. 30대와

    40대 취업자는 각각 3만6천 명, 2만9천 명 줄었다. 한국 사회

    가 고령화되면서 50세 이상 인구가 늘고 40대 이하는 줄어든

  • 사 회 l 267

    점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산업별로는 숙박 및 음식점업(9만8천 명, 4.5%),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8만2천 명, 4.6%), 공공행정·국방 및 사회

    보장행정(5만7천 명, 6.1%),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5만4

    천 명, 5.2%) 등에서 증가했다. 반면에 농림어업(-5만9천 명,

    -4.4%), 도매 및 소매업(-5만4천 명, -1.4%), 예술·스포츠·여

    가 관련 서비스업(-1만8천 명, -4.3%) 등에서 감소했다.

    종사상 지위별로는 임금근로자 중 상용근로자가 38만6천

    명(3.1%), 임시근로자가 1만8천 명(0.4%) 각각 증가했다. 일용

    근로자는 8만8천 명(-5.6%) 감소했다. 비임금근로자 중 자영

    업자는 7천 명(0.1%) 증가했으나, 무급가족종사자는 2만5천 명

    (-2.2%) 감소했다.

    직업별로는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12만1천 명, 2.3%), 사무

    종사자(12만 명, 2.7%), 서비스종사자(7만9천 명, 2.9%) 등은 증

    가했다. 농림어업숙련종사자(-5만1천 명, -4.1%), 관리자(-2만

    2천 명, -6.3%) 등은 감소했다.

    2016년 전체 실업률은 3.7%로 2010년(3.7%) 이후 5년 만에 가

    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연령별로는 40대, 50대 등에서 하락

    했으나, 25∼29세 등에서 상승해 2015년 대비 0.1%포인트 상승

    했다. 청년(15∼29세) 실업률은 9.8%, 청년 실업자는 43만5천 명

    으로 모두 2015년 대비 각각 0.6%포인트, 3만7천 명 증가했다.

    2016년 비경제활동인구는 1천616만9천 명으로 2015년 대비

    6만4천 명(0.4%) 증가했다. 활동상태별로 보면 재학·수강 등

    (-9만6천 명, -2.3%), 육아(-7만9천 명, -5.5%)에서 감소했으

    나, 연로(11만7천 명, 5.7%), 가사(4만9천 명, 0.8%), 쉬었음(3만6

    천 명, 2.3%) 등에서 증가했다.

    보건 · 의약

    ■ 정부, “바이오 헬스산업 적극 육성”…업계 · 의사단체 시각차

    외화내빈(外華內貧). 겉은 화려하나 속은 텅 비어 있다는 뜻

    이다. 실제로는 아무 것도 없으면서 겉모습만 요란한 모양을

    가리킨다. 2016년 우리나라 보건의료풍경을 둘러싼 양태가 바

    로 그러했다.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보건의료시스템이 곳곳에

    서 구멍을 드러내면서 국민생명까지 위협하는데, 보건의료 당

    국은 제 할 일에 집중하기보다는 본령에서 벗어난 엉뚱한 일

    을 하느라 의료자원을 허비했다.

    2015년 5월에 창궐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에 제

    대로 대처하지 못한 보건의료 당국은 감염병에 취약한 의료체

    계를 재정비하기도 버거운 상황에서 ‘바이오의료 산업발전’이

    란 망령에 사로잡혀 그러잖아도 빈약한 의료자원을 낭비했다.

    의료수출과 바이오제약 등에 대한 보건의료당국의 집착은

    집권 후반기로 접어든 박근혜 정부가 뭔가 구체적인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조급증이 낳은 결과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기조 아래 보건복지부는 2016년 초부터 바이오헬스케

    어산업을 키우겠다고 대대적으로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복지부는 2016년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1천500억원 규모

    의 헬스케어펀드를 신규로 조성해 총 4천350억원의 펀드 운용

    계획을 밝히고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허가받은 신약이나 해외

    에 진출하는 신약에 대해서는 건강보험에서 보험 약값을 책정

    할 때 우대해주기로 했다.

    또 희귀 난치성 질환 치료제의 허가 심사 기간을 줄이고, 안

    전성·유효성이 개선된 바이오 의약품을 신속 승인심사 대상

    으로 선정, 허가를 앞당겨주기로 해 안전하고 저렴한 의약품에

    대한 국민 요구에 귀를 기울이기보다는 국민이 낸 보험료로

    민간 제약기업의 개발이익을 보장해주는 데 더 신경을 썼다는

    비판을 받았다.

    ‘의료 해외진출 및 외국인환자 유치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

    라 외국인 대상의 의료기관 광고를 허용한 것은 제한적이나마

    환자 유인행위를 할 수 있게 길을 터 준 것이나 다름없다는 쓴

    소리가 뒤따랐다.

    또한 의사와 환자 간의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벽지·농어

    촌·원양선박 등으로 확대 시행하겠다고 했다. 원격의료는 아

    직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받지 못해 국내 의료계와 보건의료

    시민사회의 우려가 크다. 정부는 이를 통해 바이오헬스 분야의

    일자리 수를 76만 개로 확대하겠다고 큰소리쳤다.

    이런 계획을 내놓으면서 정부는 바이오·제약업계의 요청

    사항을 상당 부분 반영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소비자인 국

    민보다는 공급자인 기업의 목소리를 중시하는 게 아니냐는 오

    해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이를 위해 복지부는 2월 15일 식품의약품안전처·미래창조

    과학부·산업자원통상부·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부처와 서

    울대병원·대한병원협회 등 의료계, 한미약품·대웅제약 등

    제약업계, 한국보건산업진흥원·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등

    지원기관 등이 참여한 가운데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 민·관

    협의체’를 구성했다.

    ▲ 2월 16일 오전 서울 금천구 가산동 (주) 마크로젠 회의실에서 열린 바이오 헬스 산업 육성 민·관 협의체 제1차 회의에서 방문규 보건복지부 차관이 모두발언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제약과 의료기기 업계는 규제완화를 통한 산업

    성장을 기대하며 환영의 뜻을 보였지만,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

    단체와 보건의료시민사회, 야당에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의사협회는 “의료를 국민건강을 위한 게 아니라, 경제 산업

    적 측면으로만 해석하려는 정책은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거

    세게 반발했다. 의협은 보건의료를 사회보장 성격의 공공성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