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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2. 한국 문학의 역사와 갈래 이 시기 문학의 역사적 전개 양상과 갈래별 특질을 이해할 수 있다. 이 시기 문학의 주요 작품을 현대적 시각에서 감상할 수 있다. 이 시기 문학에서 한국 문학의 전통과 특질을 발견할 수 있다. 한국 문학의 연속성 문제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 중세에서 근대로의 이행기 문학 한문 문학과 국문 문학이 공존하던 중세 문학의 시기를 지나면 국문 문학만이 기록 문학으로 인정되는 근대 문학의 시기로 접어든다. 이러한 변화는 서서히 나타났으며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국문 문학의 비중과 위상이 높아지게 된다. 이런 변화의 시 기를‘이행기’라고 부른다.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시기의 이행기 문학은 한문 문 학, 국문 문학, 구비 문학이 공존한다는 점에서는 중세 문학의 성격에 가까우며, 작 가층이 확대되고 국문 문학의 비중이 커지며 근대적 가치관과 유사한 내용이 표현된 다는 점에서는 근대 문학에 가깝다. 조선 후기 문학의 전개 양상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의 충격은 조선 사회에 변화를 가져왔다. 문학에 있어 서는 작가층이 확대되고 국문 문학의 비중이 높아졌으 며 현실적인 문제를 다양한 양식으로 많이 다루게 되 었다. 중세 후기에 나타난 갈래들은 적지 않은 변화를 겪었다. 경기체가는 거의 소멸되었고, 시조와 가사는 형식·작가층·주제 등에서 변화를 보였다. 소설이 격적인 발달을 보인 것이 주목할 만하다. 조선 후기 소설 문학의 전개 국문 소설인‘홍길동전’ 등장한 이후, 다양한 유형의 소설이 나타났다. 전 란의 체험을 문학적으로 변용한‘임진록’ , ‘임경업전’ , ‘박씨전’과 같은 작품이 나타났고,‘조웅전’ ,‘소대성 전’ , ‘유충렬전’과 같은 군담 소설이 성행했다. 김만중 의‘구운몽’과‘사씨남정기’에이어서‘창선감의록’이나 ‘옥루몽’과 같이 문체와 짜임새를 잘 갖춘 작품들이 등 장하였으며, ‘완월회맹연’이나‘명주보월빙’과 같이 100여 권에 이르는 장편 소설도 창작되었다. 또한 ‘숙향전’이나‘홍계월전’과같이여성을주인공으로한 3 민화 ‘구운몽도’ 김만중의 ‘구운 몽’은 양소유라는 인물이 인생무상 을 깨닫는 내용으로 유교·불교· 도교 사상을 모두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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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 2 2. 한국 문학의 역사와 갈래

■ 이 시기 문학의 역사적 전개 양상과 갈래별 특질을 이해할 수 있다.

■ 이 시기 문학의 주요 작품을 현대적 시각에서 감상할 수 있다.

■ 이 시기 문학에서 한국 문학의 전통과 특질을 발견할 수 있다.

■ 한국 문학의 연속성 문제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

중세에서근대로의이행기문학

한문 문학과 국문 문학이 공존하던 중세 문학의 시기를 지나면 국문 문학만이 기록

문학으로 인정되는 근대 문학의 시기로 접어든다. 이러한 변화는 서서히 나타났으며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국문 문학의 비중과 위상이 높아지게 된다. 이런 변화의 시

기를‘이행기’라고 부른다.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시기의 이행기 문학은 한문 문

학, 국문 문학, 구비 문학이 공존한다는 점에서는 중세 문학의 성격에 가까우며, 작

가층이 확대되고 국문 문학의 비중이 커지며 근대적 가치관과 유사한 내용이 표현된

다는 점에서는 근대 문학에 가깝다.

조선 후기 문학의 전개 양상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의

충격은 조선 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문학에 있어

서는 작가층이 확대되고 국문 문학의 비중이 높아졌으

며 현실적인 문제를 다양한 양식으로 많이 다루게 되

었다. 중세 후기에 나타난 갈래들은 적지 않은 변화를

겪었다. 경기체가는 거의 소멸되었고, 시조와 가사는

형식·작가층·주제 등에서 변화를 보였다. 소설이 본

격적인 발달을 보인 것이 주목할 만하다.

조선 후기 소설 문학의 전개 국문 소설인‘홍길동전’

이 등장한 이후, 다양한 유형의 소설이 나타났다. 전

란의 체험을 문학적으로 변용한‘임진록’, ‘임경업전’,

‘박씨전’과 같은 작품이 나타났고, ‘조웅전’, ‘소대성

전’, ‘유충렬전’과 같은 군담 소설이 성행했다. 김만중

의‘구운몽’과‘사씨남정기’에 이어서‘창선감의록’이나

‘옥루몽’과 같이 문체와 짜임새를 잘 갖춘 작품들이 등

장하였으며, ‘완월회맹연’이나‘명주보월빙’과 같이

100여 권에 이르는 장편 소설도 창작되었다. 또한

‘숙향전’이나‘홍계월전’과 같이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3

민화‘구운몽도’김만중의‘구운

몽’은 양소유라는 인물이 인생무상

을 깨닫는 내용으로 유교·불교·

도교 사상을 모두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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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 3[3] 중세에서 근대로의 이행기 문학

작품도 성행하였으며, 판소리계 소설이나 우화 소설과 같이 현실을 비판하고 풍자하

는 작품도 나타났다.

당시 소설은 한문으로 쓰이기도 하고, 국문으로 쓰이기도 했는데, 어떤 것은 한문

본과 국문본이 공존하는 것도 있었다. 이것은 작가층과 독자층이 확대된 결과이다.

또한 소설은 인쇄본과 필사본이 공존했으며, 소설을 전문적으로 낭독해 주는 사람이

등장하기도 하였다.

시가 문학의 변화 시가 문학에서는 작가층이 확대되면서 양식도 변화되기 시작했다.

평시조에서 중장의 길이가 확대되면서 사설시조가 나타났고, 체험 또는 서사적 요소

가 담긴 내용을 다루면서 장편의 가사가 나타났다. 이와 같은 시조와 가사의 형식 변

화는 새로 등장한 작가층, 다양해진 제재, 미의식과 관련이 있다.

시조의 경우 중인 출신의 가객이 저자층으로 나타나기 시작하고 시조를 모아 가집

(歌集)으로 엮는 풍조가 나타났다. 이 시기에 출판된 전문 가객들의 가집으로는 김천

택의“청구영언”, 김수장의“해동가요”, 박효관과 안민영의“가곡원류”등이 있다. 가

사의 경우에는 여성 계층이 작가 또는 독자로서 활동했다는 점, 다양한 유형의 규방

가사(閨房歌辭)가 산출되었다는 점 등을 주목할 수 있다.

판소리와 구비 문학 이 시기에 민간에서는 설화나 민

요와 같은 구비 문학 작품이 널리 전승되었으며, 판소

리나 탈춤과 같은 공연 활동이 두드러지게 성장하였

다. 특히 서사 무가에서 기원한 것으로 알려진 판소리

12마당의 작품이 정리되고 유파가 형성되는 등의 성

장을 보였다. 고종 당시 신재효는 판소리를‘춘향가’,

‘심청가’, ‘수궁가’, ‘흥보가’, ‘적벽가’, ‘변강쇠가’의

여섯 마당으로 정리하였으며 여러 소리꾼들을 후원하

고 양성하였다.

한문 문학에서 나타난 변화 중세 문학의 특징이었던 한문 문학은 이 시기에도 여전

히 창작되고 향유되었다. 그렇지만 구체적인 전개 양상은 이전 시대와는 달리 변화되

고 있었다. 우선 작가층이 확대되어 사대부 이외의 여러 계층에서 작가가 탄생하였

다. 그 가운데 여성과 중인 계층의 활약이 두드러지는데, 특히 중인 계층의 작가들은

시사(詩社)를 결성하고 자신들의 시를 모은 시선집을 간행하기도 하였다. 또 다른 변

기산풍속도 소리 광대의 판소리 공

연. 독일함부르크민족학박물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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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는 현실 문제에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부류가 등장

한 것으로, 대표적인 인물로는 박지원, 홍대용, 정약

용, 김정희, 이용휴 등을 들 수 있다.

개화 계몽기 문학의 전개 양상 19세기 말에서 20세

기 초에 이르는 시기에 한국 문학에는 또 한 차례의

변화가 있었다. 동아시아 사회 전반에 서구 문화가

유입되면서 한국 문학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서구의

문학 이론과 작품이 소개되고,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

인 유학생 계층이 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한편

전 시대에서 이어진 전통적인 문학 갈래와 작가층도

유지되었는데, 대체적인 작품 경향은 시대적인 위기에 대한 인식과 위기 상황을 극복

하기 위한 노력을 담고 있다.

19세기 말 20세기 초 한문 문학의 상황 이 시기에는 국문(한글) 사용을 확대할 것을

주장하는 논의가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졌고, 한문 문학은 퇴조하여 마지막 시기를 맞

이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당시의 시대적 위기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한문 문학

작품이 여럿 나타난 점을 고려하면, 이 무렵에도 한문 문학은 문학사적인 의의를 유

지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의병 활동 등에서 잉태된 우국 문학(憂國文學)이

그러한데, 황현의‘절명시(絶命詩)’같은 작품은 오늘날에도 깊은 감동을 준다.

신체시와 신소설의 상황 새로운 작가층의 등장과 함께 새로운 형식의 문학이 나타나

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이 시기에는 신체시와 신소설이 등장했다. 그러나 신

체시와 신소설은 앞 시대 문학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갈래라기보다는 과도기적인 성

격을 지닌 갈래였다. 신체시의 대표작으로는 최남선의‘해에게서 소년에게’, 신소설의

대표작으로는 이해조의‘자유종’, ‘구마검’, 안국선의‘금수회의록’, 이인직의‘혈의

누’같은 작품을 그 예로 꼽을 수 있다. 이 작품들은 구습(舊習)의 타파와 개화사상의

고취 등의 내용을 다룸으로써 새로운 시대에 호응하는 내용을 지니고 있다.

1 1 4 2. 한국 문학의 역사와 갈래

박지원 조선 후기 학자이자 문인. 자유

분방하고 기발한 문체를 구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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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 5[3] 중세에서 근대로의 이행기 문학

이 단원에서는‘어이 못 오던다’, ‘소대성전’, ‘절명시’, ‘구마검’등의 작품을 학습하게

된다. 중세에서 근대로의 이행기라는 시기의 중세 문학적 특징과 근대 문학으로 가는 과

도기적 문학의 특징에 주목하며 각각의 작품을 살펴보도록 하자.

■ 다음은‘춘향전’에 대한 문학사적 평가를 담은 글이다. 이 글을 읽고 다음 활동을 해

보자.

(1) 이 글을 참고하여‘춘향전’이 중세에서 근대로 이행하는 시대의 특징을 보여 주는 점

이 무엇인지 지적해 보자.

(2) ‘춘향전’이 이행기 문학의 특징을 보여 주면서도 중세적인 가치를 전면적으로 부정하

고 있지는 않음을 시사하는 대목이 있는지 생각해 보자.

충신불사이군, 열녀불경이부. 이는 춘추시대 때 제나라 사람 왕촉의 말로서, 부녀를

집안에만 두고 독점하려는 욕망에서 출발한 것이었다. 그러나 남자에게는 이렇게 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이몽룡이 파리 목숨만도 못한 기생의 딸 춘향을 위하여

문과 급제하여 어사가 되기까지 사랑을 지켰다는 것도 그 시대의 압력이요, 연출하는

사람과 관중들의 요구였던 것이다. 당시의 엄격한 신분 제도에서는 계급을 초월하는

결혼을 생각할 수 없었으나, 이런 생각이 나왔다는 것은 사회 정세의 압력이 있었다는

것을 말해 준다. 그렇기 때문에 일개 기녀의 신분인 춘향이가 신임 부사 변학도 앞에

서 당돌하게 기녀의 인격을 주장하고 정절을 내세울 수 있었던 것이다.

- 김태준, ‘조선소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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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 6 2. 한국 문학의 역사와 갈래

‘어이 못 오던다’는 임을 기다리는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재치 있는 표현과 형식으로 표현한 사설시

조이다. 시조의 변모에 대해 생각하면서 작품을 감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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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 7[3] 중세에서 근대로의 이행기 문학

어이 못 오던다■

무 일로 못 오던다.

너 오 길 우희 무쇠로 성(城)을 고 성(城) 안헤 담 고 담 안헤란 집을

짓고 집 안헤란 두지■

노코 두지 안헤 궤(櫃)를 노코 궤(櫃) 안헤 너를 결박(結

縛) 여 노코 쌍(雙) 목■

외걸새■

에 용(龍)거북 물쇠■

로 수기수기■

갓더냐 네

어이 그리 아니 오던다.

이 셜흔 이여니 날 보라 올 리■

업스랴.

“진본 청구영언(靑丘永言)”

01 어이못오던다 작가미상

■ 오던다 오던가. ‘다’는 의문형

임.

■ 두지 뒤주. 쌀 같은 곡식을 담

아 두는 세간.

■ 쌍(雙) 목 걸쇠를 거는 구멍난

못.

■ 외걸새 문을 걸어 잠그고 빗장

으로 쓰는‘ㄱ’자 모양의 쇠.

■ 용(龍)거북 물쇠 용과 거북의

무늬를 새긴 자물쇠.

■수기수기 깊이깊이.

■ 리 하루가.

이 작품은 오랫동안 자신을 찾아오지 않는 임에 대한 원망의 심정을 재치 있게 표현한 사설시조이다. 중세에서 근대로

의 이행기에 나타난 사설시조의 특징적인 면모가 이 작품에는 잘 드러나는데, 작가층의 확대, 형식적 정형성의 변화, 미

의식의 변모 등과 같은 점을 그 사례로 들 수 있다.

시조는 3장 4음보의 형식을 갖고 있는 정형시이다. 이러한 정형성은 시조가 발생할 때의 작가층이 갖는 세계관이나

문학적 지향과 관련된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중세에서 근대로의 이행기에 이르면서 이러한 형식에 일부 변화가 나타

나는데, 그 결과로 중장의 길이가 늘어나면서 장형화된 사설시조가 발생하였다. 사설시조는 시조사에서 형식의 변화와

함께 미학적 성격의 변모 또한 가져왔다. 아정(雅正)한 격조를 지향하던 평시조에서 벗어나는‘일탈성’을 추구하게 되면서

시조가 가벼움이나 유희, 희화화와 같은 골계적인 요소 또한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참고| 사설시조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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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다음은 조선 전기의 시조 작품이다. ‘어이 못 오던다’와 비교하면서 작품을 감상하고,

다음 활동을 해 보자.

(1) 두 작품의화자가공통적으로노래한주제는무엇인가?

(2) 두 작품의화자의태도에는어떤차이가있는지살펴보자.

(3) 두 작품의작가가속한계층에는어떤차이가있을지, 그렇게생각한근거는무엇

인지설명해보자.

깊게이해하기

음이 어린 후(後)ㅣ니 일이 다 어리다.■

만중운산(萬重雲山)■에 어늬 님 오리마

지 닙 부 람에 행(幸)혀 © 가■

노라.

- 서경덕, “해동가요(海東歌謠)”

■어리다 어리석다. ■만중운산(萬重雲山) 겹겹이 싸인 깊은 산.

■ 가 그인가, 그 사람인가.

1 1 8 2. 한국 문학의 역사와 갈래

1 ‘어이 못 오던다’를 읽고, 다음 활동을 해 보자.

(1) 이 시의내용을장별로정리해보자.

(2) 이 시의화자가자신의상상을길게제시한이유는무엇일지말해보자.

다가서기

초장

중장

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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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 9[3] 중세에서 근대로의 이행기 문학

3 다음은 조선 후기의 시조 작품이다. ‘어이 못 오던다’와 비교하면서 작품을 감상하고,

다음 활동을 해 보자.

(1) 두 작품의형식상의공통점은무엇인가?

(2) 두 작품의 발상과 표현 방법에서 유사한 점은 무엇인지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이끌어낼수있는한국문학의특질은무엇인지말해보자.

4 ‘어이 못 오던다’를 감상하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활동을 해 보자.

(1) 이 시의시적화자의태도에대해자신의생각을정리해보자.

(2) 자신이이시의청자라고가정하고, 조건에맞추어이에대한답가를지어보자.

넓게생각하기

창(窓) 내고쟈 창(窓)을 내고쟈 이 내 가슴에

창(窓) 내고쟈.

고모장지■셰살장지

■들장지

■열장지

■암돌져

귀 수돌져귀 목걸새■크나큰 쟝도리로

바가 이내 가슴에 창(窓) 내고쟈.

잇다감 하 답답 제면 여다져 볼가 노라.

- 작가 미상

■고모장지 문의 일종. 장지는 방에 칸을 막아 끼운 미닫이. ■셰살장지 문살이 가는 장지문.

■들장지 들창문. 벽의 위쪽에 자그맣게 낸 창. ■열장지 열창문. 여닫을 수 있는 창의 총칭.

■ 목걸새 문을 걸어 잠그고 빗장으로 쓰는‘ㄱ’자 모양의 쇠.

조건| •중장에서 소재를 나열하는 표현은 그대로 사용할 것.

•중장의 길이는 현재의 길이를 참고할 것.

못 갔노라 못 갔노라 어찌하다 못 갔노라.

한 달이 서른 날이지만 하루가 없어 못 갔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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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 0 2. 한국 문학의 역사와 갈래

‘소대성전’은 영웅 소설로, 소설이 발달했던 중세에서 근대로의 이행기 시기에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끌

었던 작품 중 하나이다. 이 작품이 가진 영웅 소설적 면모와 대중적 인기의 이유에 대해 생각하면서 작품

을 감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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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 1[3] 중세에서 근대로의 이행기 문학

앞부분 줄거리

소대성은 병부상서 소양이 노년에 얻은 아들로, 원래 동해 용왕의 아들이었으나 비를 잘못

내린 죄로 적강(謫降)■하였다. 그는 어려서부터 재주가 뛰어났지만 일찍 부모를 잃고,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신세가 된다. 소양의 옛 친구인 이 승상은 삼남 이녀를 두었는데, 그 가운데 동

정호 용녀(龍女)가 적강하는 태몽을 꾸고 얻은 둘째 딸 이채봉은 재주가 뛰어났다. 이 승상은

소대성의 비범함을 알아보고, 집으로 데려와서 사위로 삼고자 한다. 이 승상의 부인 왕씨는 초

라한 소대성의 모습을 보고 이 혼인을 마땅치 않게 여기지만, 이채봉은 소대성의 재주를 알아

보고 아버지의 뜻을 받아들인다.

이로부터 승상이 택일(擇日)■

하여 혼례를 치르고자 하더니, 불과 대여섯 달

만에 승상이 우연히 병을 얻어 어떤 약도 효험이 없으니, 끝내 병석에서 일어

나지 못할 것을 알고 부인을 청하여 손을 잡고 말했다.

“내 병이 회복하기 어려운지라. 이제 나이 칠순이니 죽어도 한이 없으나, 다

만 여아의 혼사를 이루지 못하매 한이 깊도다. 이후로는 집안의 모든 일을

부인이 맡으실 것이니, 여아의 혼사를 그대로 치러서 황천(黃泉)■

에 가는 사

람의 한이 없게 하옵소서.”

또 소저를 불러 말하길,

“내 너의 혼사를 이루지 못하고 구천(九泉)■

에 돌아가니, 원한이 가슴에 맺혔

도다. 그러나 삼 년 후에 중헌에서 지은 글을 잊지 말라.■

너의 천성을 아나

니 달리 부탁할 말이 없노라.”

하시니, 이는 왕부인이 소생(蘇生)■

에게 뜻이 적음을 보시고 소저에게 당부하심

이요. 또 소생을 불러 말했다.

“사람의 목숨이 하늘에 달렸으니 이를 거역할 수 없도다. 그대를 만나 정회

를 다 펴지 못하고 황천을 향하노라. 여아의 일생이 군자■

에게 달렸으니 혹

부족한 일이 있어도 이 늙은이를 생각하여 버리지 말며, 세 아들이 혹 못난

02 소대성전(蘇大成傳) 작가미상

■ 적강(謫降) 신선이 잘못을 범

하여 인간 세상에 내려오거나 사람

으로 태어남.

■ 택일(擇日) 어떤 일을 치르거나

길을 떠나거나 할 때 운수가 좋은

날을 가려서 고름.

■황천(黃泉) 저승.

■ 구천(九泉) 땅속 깊은 밑바닥이

란 뜻으로, 죽은 뒤에 넋이 돌아가

는 곳을 이르는 말.

■ 삼 년 후에 중헌에서 지은 글을

잊지 말라. 앞부분에서 이 승상이

소대성과 이채봉을 중헌에 불러서

그 뜻과 재주를 담은 시를 쓰게 하

고, 이를 서로 바꾸어 갖게 하였

다. 즉, 이는 삼 년의 시간이 흐른

뒤에 소대성과 혼인하겠다던 뜻을

버리지 말라고 딸에게 부탁한 부분

이다.

■ 소생(蘇生) 여기서는 주인공인

소대성을 가리키는 말임.

■군자 여기서는 남편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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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 2 2. 한국 문학의 역사와 갈래

일을 하더라도 개의치 말며 백 년을 편히 지내라.”

이윽고 세상을 떠나시니 온 집안이 망극■

하여 곡소리가 진동하더라. 소생이

장례를 극진히 지내니 칭찬하지 않는 이 없더라.

이때 이 승상의 세 아들이 승상의 부고(訃告)■

를 듣고 밤낮으로 내려와 승상

영위(靈位)■

에 통곡할새, 소생이 조문■

을 전하니 이생 등■

이 알지 못하매 왕부인

께 묻자온대, 부인이 소생의 전후 이야기를 다한대 생 등이 들을 따름이라.

며칠 후 서당에 나와 위문할새, 소생이 이생 등을 보니 하나도 그 부친과 같

은 명감(明鑑)■

이 없는지라. 소생이 생각하되

‘승상이 세상을 버리시니, 뉘 대성을 알리오?’

하고, 이로부터 서책을 전폐(全廢)■

하고 의관을 폐하고 잠자기만 일삼더니, 승

상의 장례일이 되니 마지못하여 의관을 정제(整齊)■

하고 함께 장사를 극진히 지

내고 돌아와 서당에 눕고는 일어나지 아니하니, 왕부인이 일가에 자주 의논하

며 말하기를,

“소생의 거동이 지나치도다. 학업을 전폐하고 밤낮으로 잠자기만 숭상하니,

이러고서 어찌 공명을 바라리오? 여아의 혼사를 거절하고자 하나니, 너희들

의 소견■

은 어떠하뇨?”

아들들이 여쭈었다.

“이제 아버님이 아니 계셔 집안의 모든 일은 모친이 맡으실 것이니, 소자들

에게 하문(下問)■

하실 바가 아니로소이다. 또 소생을 잠깐 보니 단정한 선비

가 아니라 소저■

에게 욕될까 하나이다.”

부인이

“본래 빌어먹는 걸인을 승상이 취중(醉中)에 망령되이 허하신 바라. 너희들

은 소생을 내칠 꾀를 빨리 행하라.”

하셨다. 이생이 서당에 나가니 소생이 잠을 깊이 들었거늘, 이생이 흔들어 깨

05

10

15

20

■ 망극(罔極) 어버이나 임금에게

상서롭지 못한 일이 생기게 되어

지극히 슬픔.

■ 부고(訃告) 사람의 죽음을 알

림. 또는 그런 글.

■ 영위(靈位) 상가(喪家)에서 모시

는 혼백이나 신위.

■ 조문 남의 죽음에 대하여 슬퍼

하는 뜻을 드러내어 상주(喪主)를

위문함.

■ 이생 등 이 승상의 세 아들을

가리킨다.

■ 명감(明鑑) 뛰어난 안목과 식

견.

■ 전폐(全廢) 아주 그만둠. 또는

모두 없앰. 여기서는 전혀 책을 가

까이하지 않음의 뜻이다.

■ 정제(整齊) 격식에 맞게 차려

입고 매무시를 바르게 함.

■ 소견(所見) 어떤 일이나 사물을

살펴보고 가지게 되는 생각이나 의

견.

■ 하문(下問) 윗사람이 아랫사람

에게 물음.

■ 소저 ‘아가씨’를 한문투로 이르

는 말. 여기서는 이채봉을 가리킨

다.

‘소대성전’은 조선 후기에 큰 인기를 누렸던 소설이다. 이 작품이 얼마나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었는지는 소설의 주인공

인 소대성이 우리의 속담에도 등장한다는 점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속담에서 소대성은 흔히‘잠이 몹시 많은 사람’을

묘사하기 위해 활용되는데, ‘소대성이 모양으로 잠만 자나.’, ‘소대성이 이마빡 쳤나.’, ‘소대성이 점지를 했나.(북한 지

방 속담)’와 같은 것이 그 예가 된다. 박종화의 소설 가운데도‘소대성이 같은 잠꾸러기는 찾아 무얼 하려고?’와 같은 대

사가 나타난다.

참고|‘소대성전’과 관련된 속담

(112~143)160Ⅱ-2(3)수정 2011.11.2 12:42 PM 페이지122 mac01 T

1 2 3[3] 중세에서 근대로의 이행기 문학

워 마주 앉은 후에 이생 등이 말했다.

“선비가 학업을 전폐하고 잠자기를 숭상하니, 어찌 공명을 바라리오?”

소생이 대답하였다.

“공명은 호화로운 사람의 일이라. 선대인(先大人)■

의 은혜를 입사와 존문(尊

門)■

에 의탁(依託)■

하였으나, 숨은 근심이 있기로 자연 공명에 뜻이 없나이

다.”

이생 등이 말했다.

“장부의 행사가 아니로다. 어찌 근심으로 학업을 폐하리오?”

소생이 미소를 지으며 답하지 않거늘, 이생 등이 이어 말했다.

“이제 아버님이 아니 계시고, 우리가 경성에 돌아가면 소형(蘇兄)을 대접할

주인이 없사오니, 객의 마음이 무료할까 하나이다.”

소생은 생각이 창해(滄海)■

를 헤아리는지라, 어찌 진심을 모르리요. 그러나

공손히 대답하여 말하기를,

“의지할 데 없는 사람이 일이 년 의탁함도 감사하옵거니와, 선대인께옵서 하

신 금석 같은 언약이 있사옵기에 지금까지 있사옵거니와, 여러 형들의 인후■

하심을 바라나이다.”

이생 등이 말했다.

“비록 언약이 있사오나 삼 년은 아득하오니,■

소형이 객으로 지냄이 무료할까

함이로소이다.”

한참 동안 말을 주고받다가 내당에 들어와 부인께 소생이 하던 말을 여쭈니

부인이 크게 노하여 말하기를

“흉악한 놈이 혼사를 칭탁■

하다 우리를 욕함이라.”

하거늘, 장자인 태경이 말하기를

“제 스스로 온 바 아니요, 돌아가신 아버님께서 데려다가 지중(至重)한 언약

을 맺어 소생이 신의를 지키고 있거늘 무단히 내치면 남의 시비가 있을까

하나니, 일이 난처하오니 비밀한 계책이 아니면 도모하기 어려울까 하나이

다.”

이생 등이 말하기를

“큰형이 지모(智謀)■

가 뛰어나니, 계책을 도모할까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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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대인(先大人) 돌아가신 남의

아버지를 높여 이르는 말.

■ 존문(尊門) 남의 가문이나 집을

높여 이르는 말.

■ 의탁(依託) 어떤 것에 몸이나

마음을 의지하여 맡김.

■창해(滄海) 넓고 큰 바다.

■ 인후(仁厚)하다 어질고 후덕하

다.

■ 삼 년은 아득하오니 삼 년은

무척 먼 시간이오니. 소대성이 이

승상의 상을 마친 이후에야 승상의

딸인 이채봉과 혼인을 치를 수 있

기 때문에‘삼 년’의 시간을 이야기

한 것이다.

■ 칭탁 사정이 어떠하다고 핑계

를 댐.

■ 지모(智謀) 슬기로운 꾀. 지혜

와 계책.

(112~143)160Ⅱ-2(3)수정 2011.11.2 12:42 PM 페이지123 mac01 T

1 2 4 2. 한국 문학의 역사와 갈래

사위인 정생이 말하기를

“이제 천금으로 자객의 손을 얻을진대 남이 모르게 처치할 수 있으리라.”

하니, 부인이 말하기를

“이 방법이 가장 비밀하다.”

하고, 즉시 조영이란 자객을 불러 천금을 주고 소생의 수말(首末)■

을 이르니,

조영이 말하기를

“이는 어렵지 않은 일이라. 오늘 밤에 결단하리이다.”

하고 밤을 기다리더라.

이때 소생이 이생 등을 보내고 탄식하여 말했다.

“주인이 객을 싫어하니, 장차 어디로 향하리오?”

마음이 불안하여 책을 놓고 보더니, 홀연 광풍(狂風)■

이 창틈으로 들어와 생

이 쓴 관을 벗겨 공중에 솟았다가 방 가운데 떨어뜨리니, 생이 그 관을 태우

고 주역(周易)을 내어 점괘를 보니 괴이한 일이 눈앞에 보이는지라. 마음에 냉

소(冷笑)■

하고 촛불을 돋우고 밤새기를 기다리더니, 삼경(三更)■

이 지난 후에 방

안에 음산한 바람이 일어나거늘, 둔갑술을 베풀어 몸을 감추고 그 거동을 살

폈다. 자객이 비수를 들고 음산한 바람이 되어 문틈으로 들어와 두루 살피더

니, 인적이 없음을 보고 도로 밖으로 향하고자 하거늘, 생이 동쪽 벽의 촛불

아래에서 언연히■

불러 물었다.

“너는 어떠한 사람이건대, 이 깊은 밤에 칼을 들고 누구를 해치고자 하느

냐?”

조영이 그제야 소생인 줄 알고 칼춤을 추며 나가고자 하더니, 소생이 문득

간데없이 사라진지라. 조영이 의혹(疑惑)■

할 차에 생이 또한 서쪽 벽 촛불 아래

에서 언연히 크게 꾸짖어 말했다.

“무지한 필부(匹夫)■

야. 금은을 받고 몸을 돌아보지 아니하니, 어찌 가련치

아니하리오?”

조영이 대답하지 아니하고 생을 향하여 칼을 던지니, 촛불 아래에서 검광(劍

光)■

이 빛나더니 소생이 또한 간데없는지라. 조영이 촛불 그림자를 의지하며

주저하더니, 남쪽 벽 촛불 아래에 한 소년이 칠현금(七絃琴)■

을 무릎 위에 놓고

줄을 희롱하며 노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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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말(首末) 머리부터 발끝까지

의 모든 것. 여기서는 소대성에 대

한 모든 정보를 뜻한다.

■ 광풍(狂風) 미친 듯이 사납게

휘몰아치는 거센 바람.

■ 냉소(冷笑) 쌀쌀한 태도로 비

웃음.

■ 삼경(三更) 밤 열한 시에서 새

벽 한 시 사이.

■ 언연히 거드름을 피우며 거만

하게.

■ 의혹(疑惑) 의심하여 수상하게

여김.

■ 필부(匹夫) 신분이 낮고 보잘

것없는 사내. 보통의 사내.

■검광(劍光) 칼날의 빛.

■ 칠현금(七絃琴) 일곱 줄로 된

고대 현악기의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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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 5[3] 중세에서 근대로의 이행기 문학

전국(戰國)적 시절■

인가 풍진(風塵)■

도 요란하며,

초한(楚韓)적 천지런가 살기도 무궁하다.

홍문연■

잔치런가 칼춤은 무슨 일고.

패택(沛澤)■

에 잠긴 용이 구름을 얻었으며

초산의 모진 범이 바람을 일으켰도다.■

범증이 깨뜨린 구슬은 백설(白雪)이 되었도다.■

항장■

의 날랜 칼이 쓸 곳이 전혀 없다.

장량의 퉁소 소리 월하(月下)에 일어나니

장막 안에 잠든 패왕 혼백이 놀랐도다.■

음릉(陰陵) 좁은 길에 월색(月色)이 희미하니

오강(烏江) 너른 물에 수운(愁雲)이 적막하다.■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

도 강동을 못 가거든

필부 형경이야 역수를 건널소냐.■

거문고 한 곡조에 살별이 섞였으니

가련타 저 장사야, 갈 길이 어디매요.

멀고 먼 황천길에 조심하여 가거라.

가다가 깨치거든 오묘한 도(道)를 닦으라.

조영이 그 노래를 듣고 자세히 보니 이는 곧 소생이라. 조영이 마음에 헤아

리되

‘내 재주가 십 년을 공부한 것이니,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귀신도 헤아리지

못하더니, 오늘 칼을 두 번 허비(虛費)하여도 소생을 죽이지 못하고 또한 노

래로 나를 조롱하도다. 제 비록 장량이 퉁소로 팔천 명 장사를 흩어 버리던

비상한 계교를 행하여 나로 하여금 돌아가게 하고자 하거니와, 내 어찌 제

간사한 계교에 넘어가리오?’

하고 다시 칼을 들어서 던지니 칼 소리 울리되 소생은 간데없거늘, 조영이 칼

을 찾더니 소생이 비수■

를 들고 촛불 아래 나서며 꾸짖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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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戰國)적 시절 전국 시대.

춘추 시대 이후 진나라가 천하를

통일하기까지 여러 제후국이 패권

을 다투었던 동란기.

■ 풍진(風塵) 싸움터에서 일어나

는 티끌.

■ 홍문연 홍문(鴻門)의 연회. 초

왕 항우(項羽)가 한고조 유방(劉邦)

을 홍문으로 초청하여 죽이고자 하

였다.

■ 패택(沛澤) 한나라 고조 유방이

군사를 일으킨 곳. 패택에 잠긴 용

은 유방을 가리킨다.

■ 패택에 ~ 일으켰도다. 패택에

서 일어난 유방과 초나라에서 일어

난항우가천하를다툰일을말한다.

■ 범증(范增)이~ 되었도다. 범증

(范增)은 항우의 모사. 범증은 항

우에게 홍문의 잔치에서 유방을 죽

이라고 권하였으나, 항우는 이를

실행에 옮기지 못한다. 이에 범증

이 유방으로부터 받은 구슬을 칼로

깨뜨렸다고 한다.

■ 항장(項莊) 홍문의 잔치에서

유방을 죽이려 했던 장수.

■장량의퉁소 ~ 놀랐도다. 장량

은 유방의 모사. 패왕은 항우를 뜻

하는말. 항우와의싸움에서장량이

퉁소를 불자 항우의 군사들이 고향

생각에 달아나 흩어졌다고 한다.

■ 음릉좁은길에~ 적막하다. 음

릉(陰陵)은 항우의 군대가 패하여

길을잃은 곳이며, 오강(烏江)은 싸

움에 패한 항우가 자결한 곳이다.

■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

항우가 자신의 힘과 기세를 과시한

구절.

■ 필부 형경(荊卿)이야 역수(易水)

를 건널소냐. 형경은 유명한 자객

형가. 역수는 자객으로 떠나는 형

가가 출발한 곳.

■ 비수(匕首) 날이 예리하고 짧은

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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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 6 2. 한국 문학의 역사와 갈래

“처음에 너를 타일러 돌아가게 하고자 하였거늘, 네가 끝내 금은만 생각하

고 몸은 돌아보지 아니하니, 진실로 어린 강아지 맹호(猛虎)를 모르는도다.”

하고 말을 마침에 칼을 들어 조영을 치니 조영의 머리가 떨어지는지라. 소생

이 분한 마음을 이기지 못하여 칼을 들고 바로 내당에 들어가 이생 등을 모두

죽이고자 하다가, 돌이켜 생각하고 탄식하여 말했다.

“제 비록 무도(無道)하여■

원수가 되었으나, ‘차라리 남이 나를 배반하게 할

지언정 내가 남을 배반하지 않는다’고 하니, 이제 저들을 베어 분한 마음을

풀고자 하나 그렇게 한즉 어진 사람의 후사를 끊어지게 할지라. 아직은 피

하리라.”

하고 붓을 잡아 떠나가는 이별시를 벽 위에 붙였다.

주인의 은혜 무거움이여, 태산(泰山)이 가볍도다.■

객의 정이 깊음이여, 하해(河海)가 얕도다.

사람이 지음(知音)■

을 잃음이여, 의탁이 장구(長久)치 못하리로다.■

후손이 불초(不肖)■

함이여, 원수를 맺었도다.

자객의 보검이 촛불 아래 빛남이여, 목숨을 보전하여 천 리를 향하는도다.

아름다운 인연이 뜬구름 되었으니,

모르겠노라, 어느 날에 대성의 그림자가 이 집에 다시 이르리오.

쓰기를 다하매 붓을 던지고 짐을 메고 서당을 떠나니, 깊은 밤에 서천을 향

하니라.

이때 이생 등이 자객을 서당에 보내고 마음이 초조하여, 밤이 지난 후에 서

당에 나가 문틈으로 엿보니 한 주검이 방 가운데 거꾸러졌거늘, 처음에는 소

생인가 하여 기뻐하더니 자세히 본즉 이는 곧 조영이라. 이생 등이 놀라 주저

하다가 문득 벽 위를 보니 예전에 없던 글이 있거늘, 본즉 소생의 필적이라.

아주 나간다고 말하였으되 은근히 이생 등을 후일에 찾아올 뜻을 일렀으니,

도리어 뉘우침을 측량치 못하더라. 이생 등이 낙담하여 말했다.

“소생은 보통 사람이 아니라, 반드시 후환(後患)이 되리로다.”

정생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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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도(無道)하다 말이나 행동이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에 어긋

나서 막되다.

■ 태산(泰山)이 가볍도다. 태산이

가볍다고 느껴질 만큼 은혜가 무겁

다는 뜻이다.

■ 지음(知音) 마음이 서로 통하는

친한 벗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 의탁이 장구(長久)치 못하리로

다. 오랫동안 또는 영원히 의탁하

지는 못할 것이로다.

■ 불초(不肖) 아버지를 닮지 않았

다는 뜻으로, 못나고 어리석은 사

람을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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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 7[3] 중세에서 근대로의 이행기 문학

“그만이로다. 하릴없도다.■

말을 내되‘소생이 주인의 은혜를 잊고서 하직도

아니하고 무단히 나갔다’고 하면, 남이 우리를 불행히 알 것이요, 소저인들

부모의 은혜도 모르는 사람을 어찌 마음에 두리오?”

이생 등이 옳게 여겨 조영의 시신을 치우고 내당에 들어가, 소생이 조영을

죽이고 사라진 사연을 부인께 고하니, 부인이 또한 두려우나 소생이 나간 것

만은 기뻐하더라.

뒷부분 줄거리

소대성이 떠났다는 소식을 들은 채봉은, 어머니와 오빠들의 설득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은 소

대성과의 약속을 지키겠다고 결심한다. 소대성은 자신의 아버지가 중수한 절에 이르러서 노승

과 함께 불경과 병서를 익히며 지냈는데, 그동안 오랑캐의 침입으로 나라가 큰 위기에 빠지게

되었다. 소대성은 천문(天文)을 보고 나라의 위기를 짐작하고는 절을 떠나는데, 도중에 보검과

갑옷, 좋은 말을 얻어서 전장에 이른다. 소대성은 오랑캐 왕의 도술로 인해 위기에 빠지기도

했지만, 결국은 항복을 강요당하던 천자를 구하고 큰 공을 세운다. 노국 왕이 된 소대성은, 절

개를 지키던 이채봉을 맞아들여 혼인한다. 또한 소대성은 이채봉의 오빠들을 불러들여 잔치를

베풀고 지난 일을 잊고 화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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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릴없도다. 달리 어떻게 할

도리가 없도다.

이 작품은 작가와 창작 연대 미상의 국문 고전 소설로, 영웅 소설 또는 군담 소설의 대표적 작품으로 꼽힌다. 출간 횟

수나 이본의 다양함으로 볼 때 당대 대중에게 인기를 누렸던 작품임을 알 수 있다. 작품의 주인공인 소대성은 모습이나

태도에서 특징적인 면모를 보이는데, 이는‘소대성전’이 앞 시대 문학의 영웅의 형상을 수용하되 일정한 변용을 가한 결

과로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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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소대성전’은 영웅 소설로 분류되는 작품이다. 영웅 소설에서는 주인공의 일생을 전형

적인 형식으로 그려 내곤 한다. 교과서에 수록된 부분은 영웅의 일생 가운데 어디에 해당

하는지 말해 보자.

깊게이해하기

⇡ ⇡

고귀한 혈통을 지니고

태어났거나, 잉태나

출생이 비정상적임.

어려서부터 비범함.일찍 기아가 되거나

죽을 고비에 이름.

⇡⇡ ⇡구출되거나, 양육자의 도

움으로 위기에서 벗어남.

자라서 다시

위기에 부딪힘.

위기를 투쟁적으로

극복하고 승리자가 됨.

1 2 8 2. 한국 문학의 역사와 갈래

(이 승상이) 또 소생을 불러 말했다.

“사람의 목숨이 하늘에 달렸으니 이를 거역할 수 없도다. 그대를 만나 정회를 다 펴

지 못하고 황천을 향하노라. 여아의 일생이 군자에게 달렸으니 혹 부족한 일이 있

어도 이 늙은이를 생각하여 버리지 말며, 세 아들이 혹 못난 일을 하더라도 개의치

말며 백 년을 편히 지내라.”

이윽고 세상을 떠나시니 온 집안이 망극하여 곡소리가 진동하더라.

1 ‘소대성전’을 읽고, 다음 활동을 해 보자.

(1) 소대성과갈등을일으키는인물은누구이며, 그 원인은무엇인지말해보자.

(2) 다음은 이 승상이 소대성에게 유언을 하는 장면이다. 앞으로의 사건 전개의 복선

에해당하는부분은어느곳인지찾아보고, 그 이유를말해보자.

(3) 다음은 소대성이 이 승상의 집을 떠나면서 벽에 붙인 이별시의 한 부분이다. 이

구절이가리키는사건들은무엇인지구체적으로말해보자.

다가서기

사람이 지음(知音)을 잃음이여, 의탁이 장구(長久)치 못하리로다.

후손이 불초(不肖)함이여, 원수를 맺었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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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소대성전’을 오늘날의 관점에서 해석해 보자.

(1) 이 승상의 아들들에 대한 소대성의 행동이 바람직했는지 자신의 생각을 구체적으

로말해보자.

(2) 소대성과유사한유형의인물을오늘날의텔레비전드라마에서찾아보자.

넓게생각하기

3 다음은 조선 후기에‘소대성전’을 독자들이 수용한 방식에 대한 기록이다. 이를 읽고,

다음 활동을 해 보자.

1 2 9[3] 중세에서 근대로의 이행기 문학

(1) 이 글을 통해‘소대성전’의 작가가 작품 창작 시 염두에 둔 것은 무엇이었을지 짐

작해보자.

(2) 전기수는‘소대성전’의어느부분에서‘요전법’을쓰는것이가장적절할지교과서

의수록된부분에서찾아보자.

(가) 어떤 사람이 언문 소설을 가지고 와서, 나에게 긴 밤을 지새우는 데 도움이 된다

기에 그것을 보니 바로 인본(印本)■

인 소대성전이었다. 이 책은 서울의 담배 가게에서

부채를 치며 낭독하는 것이 아닌가? - 이옥, ‘봉성문여’중‘언패■’

(나) 전기수(傳奇 )는 동대문 밖에 살고 있었다. 그는 언문 소설을 구송했는데, ‘숙향

전’, ‘소대성전’, ‘심청전’, ‘설인귀전’등이었다. 매달 초하룻날은 첫째 다리 밑에서,

초이튿날은 둘째 다리 밑에서, 초사흘은 이현(梨峴)에서, 초나흘은 교동(校洞) 입구에

서, 초닷새는 대사동(大寺洞) 입구에서, 초엿새는 종루(鐘樓) 앞에다 자리를 정하곤

했다. 이렇게 올라갔다가 초이레부터는 도로 내려온다. 이처럼 아래에서 위로, 위에

서 다시 아래로 옮겨 한 달을 마친다. 다음 달에도 또 그렇게 했다. 소설을 읽는 솜씨

가 훌륭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곤 했다. 그는 대개 이야기가 한참 흥겨울

대목에 이르러서는 문득 멈추고 소리를 내지 않는다. 그러면 사람들은 다음 내용이

듣고 싶어서 서로들 다투어 돈을 던진다. 이것을 요전법(邀錢法)이라 했다.

- 조수삼, ‘추재기이’중‘전기수’

■인본(印本) 인쇄한 책. ■언패(諺稗) 언문으로 된 패관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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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명시’는 한문 문학의 마지막 세대인 황현의 작품이다. 작품에서 다룬 주제의 무게와 작가가 보인 현

실 인식의 날카로움에 주목하며 작품을 감상해 보자.

1 3 0 2. 한국 문학의 역사와 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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鳥獸哀鳴海岳嚬 새와 짐승은 슬피 울고 강산은 찡그리네.■

槿花世界已沈淪 무궁화 세계는 이미 사라지고 말았구나.

秋燈掩卷懷千古 가을 등불 아래 책 덮고 천고의 역사 생각하니,■

難作人間識字人 세상에서 글 아는 사람■

노릇하기 어렵구나.

“매천집(梅泉集)”

03 절명시(絶命詩) 황현

■새와 짐승은 ~ 찡그리네. 국권

을 빼앗긴 고통을 인간뿐 아니라

자연 또한 느끼고 있다고 한 표현

이다. 시인의 감정이 동물과 자연

에 투사된 것으로 볼 수 있다.

■ 가을등불~ 생각하니, 책에쓰

여 있는 역사를 머릿속에서 음미해

본다는 뜻이다. 과거를 돌이켜 보

면서 얻은 깨달음이 곧 결구(結句)

의‘글 아는 사람 노릇하기 어렵

다’는 것이다.

■ 글 아는 사람 원문은‘식자인

(識字人)’으로, 시의 핵심에 해당하

는 구절이다. 황현이 자기 자신을

지목한 구절로, 이 식자인의 노릇

을 하기 위해서 자결로 항의하는

방법을 택했다고 할 수 있다.

황현(黃玹, 1855~1910)

대한 제국 말기의 학자이며 시

인. 호는 매천(梅泉). 강위, 이건

창, 김택영과 함께 한말의 한문학

사대가(四大家)로 일컬어진다. 정치

에 참여하지 않고 고향에서 학문에

힘쓰며 역사를 기록하기도 하였다.

저서로“매천야록”, “매천집”등이

있다.

이 작품은 1910년 국권 피탈의 소식을 접하고 순절(殉節)한 매천 황현이 자결을 앞두고 쓴 네 편의 시 가운데 세 번째

수이다. 역사적인 고난에 대응하는 지식인의 자세에 대한 고뇌와 지식인의 책임을 실천하기 위한 굳은 의지를 찾아볼 수

있다.

1 3 1[3] 중세에서 근대로의 이행기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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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절명시’와 다음 글을 참고하여 아래의 활동을 해 보자.깊게이해하기

1910년 9월 일본이 마침내 대한 제국을

병탄■

하였다. 황현은 이 소식을 듣고는 먹지

도 마시지도 못하였다. 어느 날 저녁에‘절

명시’4수를 지어 두고, 자제들에게 남기는

편지를 썼다. 그 편지는 다음과 같다.

“나는 꼭 죽어야 할 의리는 없다. 그렇지

만 500년 동안 나라에서 선비를 길렀는

데도 그 나라가 망하는 날에 한 사람도 순절(殉節)하는 자가 없다면 어찌 비통한 일

이 아니겠는가. 나는 위로는 하늘의 떳떳한 도리를 저버리지 않고, 아래로는 평소

읽은 책을 저버리지 않을 것이다. 조용히 죽음에 임하니 참으로 통쾌하리라. 그러

니 너희들은 너무 슬퍼하지 말라.”

글을 다 쓰고 나서 황현은 독약을 가져와서 삼켰다.

날이 밝자 집안 사람들이 비로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깨달았다. 아우 황원이 달

려와서 보고 유언을 물었다. 황현은 말하기를

“다만 내가 쓴 것을 보면 될 것이다.”

하고서는, 웃으면서 말하였다.

“죽음이 그리 쉽지는 않구나. 내가 독약을 마시려 할 때, 입에서 뗀 것이 세 번이

네. 나는 이처럼 모자라네그려.”

얼마 지나지 않아 숨이 끊어지니, 이때 나이 56세였다.

- 김택영, ‘황현전’

■병탄(竝呑) 남의 재물이나 다른 나라의 영토를 한데 아울러서 제 것으로 만듦.

1 3 2 2. 한국 문학의 역사와 갈래

1 ‘절명시’를 읽고, 다음 활동을 해 보자.

(1) 당시의사회상황을빗대어표현한구절을찾고, 그 구체적인의미를말해보자.

(2) 이시의화자가자기를성찰하는매개체로삼은것은무엇인지이시에서찾아보자.

다가서기

매천 황현의‘절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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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서시’와‘절명시’의화자의태도를비교해보고유사한점을말해보자.

(2) 이 시와 절명시를 참고하여 자신이 생각하는‘지식인의 의무’란 무엇인지 짧은 글

로써보고, 친구들과의견을나누어보자.

3 다음은 윤동주의‘서시’이다. 이 시를 감상하고, 다음 활동을 해 보자.넓게생각하기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 윤동주, ‘서시(序詩)’

(1) 이 글에서‘절명시’의결구의내용을담고있는부분은어디인지찾아보자.

(2) 독자가‘절명시’를 읽고 현실을 대하는 시적 화자의 태도에 대해 어떻게 평가할

수있겠는지말해보자.

1 3 3[3] 중세에서 근대로의 이행기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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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마검’은 1908년“제국신문”에 연재된 이해조의 작품이다. 흔히‘신소설’로 일컬어지는 새로운 경향

의 소설 작품인‘구마검’을 과거의 소설과 비교하면서 작품을 감상해 보자.

1 3 4 2. 한국 문학의 역사와 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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