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방패,’ 스몰렌스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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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기사1 2 시아 프스코프 지역 현지답사기를 본지에 게재한 것이 2011 3 월이니 벌써 2 년이 훌쩍 넘었다. 번에는 스몰렌스크( Смоленск) 방문기를 올린다. 프스코프와 스몰렌스크는 우리에게 모두 낯선 도시이다. 프스코프처럼 스몰렌스크도 한국에서 웬만큼 떨어진 도시도 아니고 모스크바에서 남서쪽으로 378km가야 나타나는 도시이다. 덕분에 스몰렌스크는 러시아 서쪽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벨라루스까 거리가 겨우 60km 밖에 되지 않는다. 프스코프처럼 스몰렌스크는 러시아 영토 최서단에 위치한 국경 하나인 것이다. 한국으로부터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 스몰렌스크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지닐까? 한국에서 스몰렌스크가 어떻게 알려져 있는가 알아보기 위해 인터넷을 한번 검색해 보았다. 스몰렌스크 관련하여 국내 언론에 주로 등장하는 내용은 2010 4 10 스몰렌스크 인근에서 레흐 카친스키(Lech Kaczyński) 폴란드 대통령 일행을 태운 비행기가 추락해 대통령 포함 폴란드 고위공직자 97 명이 사망했다 기사였다. 당시 폴란드 대통령과 정부 관료들은 1940 4 스몰렌스크 인근 카틴( Катын) 숲에서 2 2 명의 폴란드 엘리트들이 소련의 비밀경찰( НКВД) 의해 처형당한 사건 70 주년을 맞아 추모 행사에 참석하 위해 스몰렌스크 공항에 착륙하려던 참이었다. 한국 언론에 스몰렌스크와 연관되어 소개된 기사는 거의 없었다. 1) ‘러시아 인문공간의 한국적 재구성’이라는 주제로 HK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는 필자에게는 오히려 이렇 한국에 알려져 있지 않은 러시아 지방 도시들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왜냐하면 1) 본고는 연구노트 형태로 집필된 것으로 각주를 생략하였음. 추후 본고가 학술논문이나 저서의 일부로 사용될 경우 내용을 보완하고 각주를 추가할 것임. ‘러시아의 방패,’ 스몰렌스크를 다녀와서 1) 송 준 서 (한국외대 HK교수) 이번 특집기사 러시아 중앙연방관구를 가다러시아연구소 소속 HK인력 들이 작년에 러시아 중앙연방관구를 현지조사한 기행문을 담았습니다. 우리 에게 익숙하지 않은 블라디미르와 이바노보, 스몰렌스크 도시를 현지답사 편의 글은 러시아 지방연구의 지평을 단계 확대하는 선도적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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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기사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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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 프스코프 지역 현지답사기를 본지에 게재한 것이 2011년 3월이니 벌써 2년이 훌쩍 넘었다. 이

번에는 스몰렌스크(Смоленск) 방문기를 올린다. 프스코프와 스몰렌스크는 우리에게 모두 낯선

도시이다. 프스코프처럼 스몰렌스크도 한국에서 웬만큼 떨어진 도시도 아니고 모스크바에서 남서쪽으로

378km를 더 가야 나타나는 도시이다. 덕분에 스몰렌스크는 러시아 서쪽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벨라루스까

지 거리가 겨우 60km 밖에 되지 않는다. 프스코프처럼 스몰렌스크는 러시아 영토 최서단에 위치한 국경 도

시 중 하나인 것이다. 한국으로부터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 스몰렌스크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지닐까?

한국에서 스몰렌스크가 어떻게 알려져 있는가 알아보기 위해 인터넷을 한번 검색해 보았다. 스몰렌스크

와 관련하여 국내 언론에 주로 등장하는 내용은 2010년 4월 10월 스몰렌스크 인근에서 레흐 카친스키(Lech

Kaczyński) 폴란드 대통령 일행을 태운 비행기가 추락해 대통령 포함 폴란드 고위공직자 97명이 사망했다

는 기사였다. 당시 폴란드 대통령과 정부 관료들은 1940년 4월 스몰렌스크 인근 카틴(Катын) 숲에서 2만 2천

명의 폴란드 엘리트들이 소련의 비밀경찰(НКВД)에 의해 처형당한 사건 70주년을 맞아 추모 행사에 참석하

기 위해 스몰렌스크 공항에 착륙하려던 참이었다. 그 외 한국 언론에 스몰렌스크와 연관되어 소개된 기사는

거의 없었다. 1)

‘러시아 인문공간의 한국적 재구성’이라는 주제로 HK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는 필자에게는 오히려 이렇

게 한국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러시아 지방 도시들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왜냐하면

1) 본고는 연구노트 형태로 집필된 것으로 각주를 생략하였음. 추후 본고가 학술논문이나 저서의 일부로 사용될 경우 내용을 보완하고 각주를 추가할 것임.

‘러시아의 방패,’ 스몰렌스크를 다녀와서1)

송 준 서 (한국외대 HK교수)

이번 특집기사 “러시아 중앙연방관구를 가다”는 러시아연구소 소속 HK인력

들이 작년에 러시아 중앙연방관구를 현지조사한 기행문을 담았습니다. 우리

에게 익숙하지 않은 블라디미르와 이바노보, 스몰렌스크 세 도시를 현지답사

한 두 편의 글은 러시아 지방연구의 지평을 한 단계 확대하는 선도적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러시아 중앙연방관구를 가다

3

러시아를 하나의 단일체로 보고 조망하기보다는

다민족, 다문화 국가이며 9개의 시간대를 가진 광활

한 영토를 지닌 러시아를 지방의 관점에서 재구성

해 보는 것이 우리 한국외대 러시아연구소 HK사업

단의 주요 목표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자 그럼 스몰

렌스크가 어떤 도시인지 보기위해 현지로 떠나보

자.

2012년 11월 중순 필자는 모스크바에서 5시간 정

도의 기차여행 끝에 스몰렌스크에 도착했다. 인구

33만 명(2012년)의 도시로 인구 면에서 볼 때 우리

의 진주, 원주, 안동, 오산 등과 비슷한 규모이다. 러

시아 북서부에서 시작해 우크라이나를 거쳐 흑해

로 흘러드는 드네프르 강의 상류에 위치해 있는 도

시 스몰렌스크. 그 명칭의 기원에 대해서는 몇 가지

설이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널리 수용되고 있는 설

은 러시아 연대기에 등장하는 ‘바이킹으로부터 그

리스 인에게로 가는 길’(путь из варяг к греки)이

라는 구절과 직접 연관이 있다. 9세기경 스칸디나비

아 반도에 거점을 둔 바이킹들은 배를 타고 오늘날

의 상트페테르부르크 인근에 도착해 강을 타고 남

쪽으로 내려가서 흑해에 도달한 후, 바다를 건너 남

쪽에 위치한 그리스 문명권인 비잔틴제국에 도달

해서 교역활동을 한 후 다시 북으로 돌아갔다. 역으

로 비잔틴 제국이나 러시아 상인들도 남북으로 이

어지는 이 뱃길을 오가면서 중간에 위치한 도시에

서 자주 배를 수리하고 방수 처리를 위해 타르 칠을

했는데 바로 그곳이 오늘날의 스몰렌스크였다는

것이다. 따라서 타르라는 뜻의 러시아어인 ‘스몰라’

(смола)라는 말에서 바로 ‘스몰렌스크’라는 도시명

칭이 생겨났다고 한다.

‘러시아의 방패’

스몰렌스크라는 이름이 러시아 역사 기록에 최

초로 등장하는 해는 프스코프 보다 40년 정도 이른

862년으로 류릭이 스칸디나비아 반도로부터 노브

고로드에 와서 러시아 최초의 국가를 세웠다고 일

그림 1. 스몰렌스크를 관통하여 흐르는 드네프르 강. 오른 쪽 멀리 스몰렌스크의 명소인 성모승천 사원이 보인다. (필자 촬영)

그림 2. 스몰렌스크 성모승천 사원, 1677년 건립. (필자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