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l)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s-space.snu.ac.kr/bitstream/10371/96895/1/22_2_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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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문화연구 제22집 2호 (2016) pp 291~328 서울대학교 비교문화연구소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인도의 한국인 장기여행자들을 중심으로
1)
이민영
본 연구의 목적은 오늘날 한국 젊은이들의 장기여행을 lsquo헬(hell)조선rsquo 담론
과 연결시켜 파악하고 관광이나 이주 관련 개념으로 설명하기 힘든 lsquo탈조선rsquo
현상 및 그 이후의 삶의 변화를 새로운 이동성을 중심으로 살펴보는 것이다
본 연구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이러한 여행을 하는 사람들은 주로 한국
의 사회구조와 문화에 불만을 가진 청년들이다 둘째 탈조선 여행의 이동 경
로는 계급에 따라 분화되어 나타나는데 특히 중하류층 청년들은 한국이나 선
진국에서의 노동-개발도상국에서의 장기체류를 반복한다 셋째 이들이 주요
한 장기체류지인 인도에서 추구하는 목표는 휴식 치유 자아 찾기를 통한 lsquo헬
조선 해독rsquo이다 넷째 이들이 여행을 마친 후 나타나는 삶의 변화로는 lsquo집rsquo의
의미 변화 및 이동성 증가가 있다 이 현상은 전 지구적 이동성의 증가 관광과
이주의 경계가 흐려지는 추세 청년들이 노동시장 진입을 비롯하여 점점 더
사회로부터 배제되고 있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현실 등이 맞물려 나타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본 연구는 한국 사회에서의 이탈자들에 대한 성찰 및
전 지구적인 새로운 이동 패턴에 대한 이론 구축에 기여할 것이다
lt주요개념gt 헬조선 장기여행 관광 이주 라이프스타일 이주 라이프스타
일 여행자 라이프스타일 이동성
이 논문은 연구자의 석사학위 논문 중 1 3 5장의 일부를 대폭 수정 새로운 논의들을 추가하여
재구성한 것이다 유익한 논평을 해주신 심사위원 세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서울대학교 인류학과 박사과정 수료
292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1 서론
본 연구의 목적은 오늘날 한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급증하고 있는 장기여
행 현상을 lsquo헬(hell)조선rsquo 담론과 연결시켜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으로
파악하고 관광이나 이주 관련 개념으로 설명하기 힘든 lsquo탈조선rsquo 현상 및
그 이후의 삶의 변화를 새로운 이동성을 중심으로 살펴보는 것이다
먼저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청년들의 장기여행 현상이 어떤 면에서 새롭
고 문제적인지 파악하기 위해서는 ldquo왜 그렇게 오래 돌아다니냐rdquo라는 연구자
의 질문에 대한 다음 여행자의 대답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집에 가기 싫어서요 요즘에 이런 애들 많아요 동남아에서 만난 애들 거의 다
이렇던데요 집에 3~4년씩 안 들어간 애들 많아요 주로 호주에 워킹 홀리데이1)
로 나와서 돈 많이 벌고 여행하고 집에 가기 싫으니까 돈 좀 더 벌어서 동남아
를 여행하고 그러는 거죠 뉴질랜드 3개월 한 뒤에는 독일 프랑스 워킹 홀리데
이 제도도 올해부터 생겼는데 그걸 해볼까 생각도 해요
당시 28세였던 현정(여)에게 이 대답을 들은 것은 2011년 초반이었다
연구자는 그즈음부터 동남아나 인도에서 만난 젊은 장기여행자들에게서 비
슷한 이야기들을 반복적으로 들을 수 있었다 이들은 호주 같은 선진국에서
워킹 홀리데이로 육체노동을 해서 돈을 벌고 돈이 모이면 물가가 저렴한
인도나 태국 같은 곳에서 장기체류2)한다고 했다 몇 년이 지나도 집에 가지
않고 외국을 떠돌지만 관광이 좋아서가 아니라 한국에서의 삶에 대해 지극
1) 워킹 홀리데이(working holiday) 워킹 홀리데이 협정 체결국 국민들이 상대방 체결국을 방문
하여 일정 기간 동안 관광과 취업을 병행함으로써 그 나라의 문화와 생활을 체험하면서 학습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이다 워킹 홀리데이 비자는 통상 12개월 동안 체류를 허용한다
2) 여행이 이동과 체류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라는 점 그리고 실질적으로 장기여행자들이 일부
장소들은 빠르게 지나치고 일부 장소들에서만 장기체류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장기체류는
장기여행에 포함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일반적으로 장기여행 장기
여행자라는 표현을 쓰되 특정 장소에서 오래 체류한다는 뜻을 강조할 때에만 장기체류라고
쓰기로 한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293
히 비관적이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 때문에 자신이
인간적인 삶을 살 수 없다고 인식하였으며 그러한 인식의 연장선상에서 장
기여행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불만을 토로하였다
과거에도 동남아나 인도에서 많은 한국인 장기여행자들을 볼 수 있었지
만 그들은 요즘 젊은이들처럼 가난하지 않았다 1990년대 배낭여행 문화를
이끌었던 당시 대학생들은 몇 달만 과외 선생으로 일해도 등록금과 방학
때의 여행비를 쉽게 벌 수 있었고 졸업과 동시에 괜찮은 일자리를 구할
수 있었다 당시에도 장기간 외국을 떠도는 여행자들이 있었지만 한국 사회
의 구조적 문제보다는 신비주의적 세계를 추구하거나 모험을 좋아한다는
개인적인 이유가 더 강하게 작용했다 이때의 여행문화에 익숙한 한국인 기
성세대들에게 현정처럼 외국을 떠돌아다니는 젊은 장기여행자들이 증가하
고 있다는 것은 상당히 충격적이고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일 것이다
여행업에 종사하는 여행인솔자들은 lsquo요즘 애들rsquo의 이러한 여행이 lsquo진짜
여행rsquo이 아니라고 못마땅해 했다 985172세계일주 무전여행기985173(김찬삼 1962)나
985172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985173(한비야 1996)을 읽고 1990년대부터
유럽 배낭여행을 경험했던 이들에게 lsquo진짜 여행rsquo은 젊은이의 lsquo헝그리
(hungry) 정신rsquo으로 용감하게 세상을 탐험하고 힘든 상황에서 자신을 극기
(克己)하며 성장하는 모험으로 그려지기 때문일 것이다 한편 태국 방콕의
카오산로드3)에서 만난 건설회사를 은퇴했다는 60대 여행자는 연구자에게
ldquo젊은 사람들이 외국에 나오면 발전된 문물을 보고 배워서 나라 발전에 보
탬이 돼야 하는데 이렇게 목적 없이 놀고만 있으면 나라는 어떡하나rdquo 하고
탄식하기도 했다 1970년대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일하며 외화를 벌었던
산업역군들에게 해외여행의 이상형은 더 나은 국가를 만들기 위해 부지런히
견문을 넓히는 학습 활동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기성세대들의 시각에
서 볼 때 한국 청년들의 이상적인 글로벌 경험은 미국 일본 호주 같은
3) 카오산로드(Khao San Road) 태국 방콕 시내에 있는 여행자들의 거리 1960년대 이후 전
세계 곳곳으로 향하는 배낭여행자들이 다음 목적지로 가기 전 비행기표를 사고 휴식하고
정보를 모으기 위해 모여온 곳으로 저렴한 숙소 식당 여행사 등이 집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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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으로 어학연수나 워킹 홀리데이라는 이름으로 떠나는 교육 이주(또
는 교육 관광)나 노동 이주일 것이다 언론에서도 이러한 경험들을 글로벌
시대 청년의 통과의례 혹은 자기계발 과정으로 그려내면서 그 속에 담긴
청년들의 열기와 패기 진취성들을 부각시켜온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기성세대의 시각에서 볼 때 이 글의 서두에서 언급한 오늘날 한국
젊은이들의 장기여행 현상은 다음과 같은 의문을 낳을 것이다 도대체 이렇
게 목적 없이 한국 바깥을 오래 여행하는 청년들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
까 이들은 어떤 사람들이며 장기간 어떤 곳들을 돌아다닐까 이들은 왜
선진국을 두고 특히 인도 같은 개발도상국에서 장기체류하는 것일까 여행
이 끝난 후 이들의 삶은 어떻게 변화할까 본 연구는 현정과 같은 젊은이들
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여 이러한 질문에 답하고자 한다
이처럼 장기여행 및 장기체류에 대한 입체적인 탐구를 위해서는 관광
(tourism)과 이주(migration) 개념 그리고 이 두 가지가 뒤섞여 나타나는
혼종적인 현상에 대한 연구들을 참고할 수 있다 먼저 관광은 ldquo개인이 다시
돌아올 목적으로 거주지를 떠나 다른 나라 다른 지역의 관광대상을 보고
듣고 이해하고 즐기는 여가활동의 한 형태rdquo(한국관광학회 2009 30)4)라는
정의에서 볼 수 있듯 다시 돌아올 목적 및 즐거움 추구라는 성격이 분명한
보다 좁은 범위의 이동 현상에 대한 개념이다 반면 이주는 과거에는 송출국
과 목적국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이동으로 정의되었으나 최근에는 ldquo이주자
의 생애 전체에 걸쳐 전개되며 후속 세대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장기적인
과정rdquo(Castles and Miller 2003[2013] 52)으로 확장되었고 더 넓은 범위의
이동 현상으로도 확장될 가능성이 있는 개념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 연구에서 제기한 질문들은 주로 이주 연구의 흐름
속에서 바라볼 수 있다 먼저 카슬과 러(Castles and Miller 2003[2013])
가 현대를 이주의 시대(the age of migration)로 명명하고 전 지구적인 이주
4) 관광에 대한 정의에는 경제적 관점 사회문화적 관점 여가활동 관점 시스템적 관점 등 각각
의 관점을 강조한 여러 가지 버전이 있는데 이 글에서는 한국관광학회에서 발간한 2009년판
985172관광학 총론985173에 수록된 정의를 이용하기로 한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295
의 역사와 형태 근본적인 원인과 과정 그 영향에 대해 정리하고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오늘날의 이주를 이해하는 데 있어 전지구화는 중요한 배경
이 되며 한편으로 이주를 유발하고 이주의 방향과 형태를 변화시킨다(ibid
109) 한편 최근의 국제이주는 단순히 한 사회에서 다른 사회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둘 이상의 장소에서 반복되는 중요한 연계를 유지하는 초국가
적(transnational)인 면모를 가진다는 것도 여러 학자들에 의해 밝혀진 사실
이다(Schiller Basch and Blanc-Szanton 1992a 1992b Kearney 1995
Portes Guarnizo and Landolt 1999 Vertovec 1999) 본 연구에서는 이러
한 시각들을 적용하여 한국 청년들의 장기여행을 전지구화의 산물이며 동
시에 한국 인도 태국 호주 등의 여러 장소와의 연계를 갖는 초국가적인
현상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그러나 초국가적 이주에 대한 카슬과 러(Castles and Miller 2003)를
비롯한 많은 연구들은 주로 보다 높은 임금 더 나은 취업 기회 직업능력의
향상과 같은 경제적 이유로 인해 더 나은 선진국으로 이동하는 노동이주를
다룬다는 점에서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현상을 온전히 해석하기는 힘들다
는 한계점을 안고 있다 그 핵심적인 문제 첫 번째는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
으로의 이동이라는 방향성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 두 번째는 장
기적으로 혹은 영구적으로 이동한다는 이주라는 개념에는 장기여행의 현실
을 담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첫 번째 문제점인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의 이동이라는 새로운 방향
성에 대해 잘 설명해주는 개념이 바로 라이프스타일 이주(lifestyle
migration)이다 라이프스타일 이주 현상을 개념적으로 정리한 벤슨과 오라
일리는 다양한 이주 현상들을 lsquo라이프스타일 이주rsquo라는 단일 현상으로 파악
하자고 주장하였다(Benson and OReilly 2009) 이들이 언급한 라이프스타
일 이주는 북유럽 사람들이 스페인 몰타 이태리 포르투갈 그리스 터키
등지로 영국인과 네덜란드인이 프랑스로 북미인들이 멕시코로 이주하는
현상 그리고 유럽인과 미국인들이 크로아티아에서 두 번째 집을 가지는 현
상 또한 이러한 현상들 일부에 대한 용어인 은퇴 이주 레저 이주 반도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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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집 갖기 어메니티(amenity) 이주5) 계절 이주 등의 현상을 총괄하는
개념이다 이들에 의하면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는 파트타임이나 풀타임으
로 영구적으로 혹은 한시적으로 생활비용과혹은 땅값이 더 저렴한 나라로
삶의 질로 느슨하게 정의되는 어떤 다양한 이유로 움직이고 있는 상대적으
로 부유한 개인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OReilly and Benson 2009) 라이프
스타일 이주자들이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의 근본적인 특징은 일과 삶의
균형 다시 맞추기 삶의 질 향상 제약에서의 자유 등이며 이런 새로운 방향
설정 전략을 통해 이주자들은 더 나은 삶을 추구한다 라이프스타일 이주자
들은 여행을 다니면서 자신의 선호를 파악한 뒤 이주할 곳을 정하는 즉
관광에서 정보를 얻는 이동성(tourism-informed mobility)(Williams and
Hall 2000)을 어느 정도 보여주지만 라이프스타일 이주라는 개념은 북유럽
에서 남프랑스로 영국에서 스페인으로 이주하는 것처럼 주로 한 번의 이동
에 대한 것이다(Benson and OReilly 2009) 라이프스타일 이주라는 개념
은 과거의 이주 개념에 비하면 그 외연이 확장되었으나 여전히 고전적인
이주 개념에서는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며 따라서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더
유동적인 이동성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포착하지 못한다
이주의 개념이 확장되어가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본 연구에서 주
목하는 장기여행을 다루기 힘들다는 두 번째 문제의식이 이 지점에서 나타
난다 이 문제의식에 공명하는 개념 두 가지가 바로 라이프스타일 여행
(lifestyle travel)와 라이프스타일 이동성(lifestyle mobility)이다 코헨
(Cohen 2010 2011)에 의하면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는 일시적인 혹은 정상
적 삶에서의 일탈로서의 휴가가 아니라 기약 없는 여행을 추구하는 사람으
로 정의된다 일반적인 의미의 관광자(tourist)6)와 여행자(traveler)가 여행
이 끝난 후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간다면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는 이러한 귀
환을 거부하며 여행을 삶의 규범이자 방식으로 변형시킨다 라이프스타일
5) 경제적 이유보다는 환경적 사회적 이유로 시골 공동체 등의 지역으로 이동하는 이주
6) lsquotouristrsquo는 일반적으로 lsquo관광객rsquo으로 번역되어 왔으나 최근에는 lsquo손님rsquo 개념을 포함한 lsquo관광
객rsquo보다는 중립적인 느낌의 lsquo관광자rsquo라는 번역을 이용하자는 움직임이 있으며 이 글에서는
이에 따른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297
여행자는 친구들을 방문하거나 가족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원래의 집으로
짧게 돌아가거나 여행비를 벌거나 여행 경험을 반추하기 위해 고국으로 잠
시 돌아갈 수는 있지만 경력이나 집보다는 여행에 헌신한다
한편 라이프스타일 이동성이라는 개념은 점차 이주와 여행의 경계가 모
호해지는 전 지구적인 변화 속에서 인간의 이동을 이민이나 관광에 한정지
어 생각하지 않고 그 이동성 자체에 주목하자는 새로운 이동성 패러다임
(Sheller and Urry 2006 Urry 2007)에서 비롯한다 최근 전 지구적으로
이민과 관광 사이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사회과학에서 주로 분리되어 연구
되어 오던 이 두 개념의 상호연결성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두 현상
을 함께 연구해야 한다는 점이 지적되어 왔는데(Williams and Hall 2000
OReilly 2003) 라이프스타일 이주가 그 한 가지 시도였지만 이주 개념의
한계를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했다 이후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것처럼 라이
프스타일 이주에 비해 더 유동적이고 지속적이며 역동적이고 다중적인 과
정을 가진 장기여행의 이동성 자체에 주목하기 위해 등장한 개념이 바로
라이프스타일 이동성이다 이 개념은 라이프스타일 선택으로서의 이동성을
강조하는데 일회적인 한 방향으로의 이동을 강조하는 이주 그리고 집으로
돌아간다는 가정을 가진 관광이라는 개념과 달리 원래 집으로 돌아갈 의도
를 전제하지 않는다 출발점으로의 귀환 혹은 이동 과정 중 어느 다른 점으
로의 이동 모두가 라이프스타일 이동성의 일부분이 될 수 있다 라이프스타
일 이동성은 반드시 돌아가야 할 하나의 lsquo집rsquo이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흐르면서 돌아가고거나 다시 방문할 복수의 lsquo집들rsquo이 있을 수 있다고 보며
결국 지속적인 이동을 다룬다 이렇게 증가된 이동성은 다중의 소속장소를
만들면서 초국가성을 보일 수 있다(Cohen Duncan and Thulemark 2013)
본 연구는 국경을 넘는 인간의 이동에 대한 이러한 이론들을 중심으로
한국 청년들의 장기여행 현상의 특징과 배경을 입체적으로 분석해보고 향
후에 어떻게 이론적 보완이 가능한지 그 가능성 또한 제시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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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연구 대상 및 방법
본 연구의 핵심적인 장소는 인도의 리시케쉬(Rishikesh)라는 소도시이다
인도는 한국 청년들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장기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들르
고 또 오랫동안 체류하는 대표적인 나라이다 넓은 인도 중에서도 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장소는 lsquo세계 요가의 수도rsquo로 불리는 리시케쉬 티베트 망명
정부의 수도로서 달라이 라마에게 설법을 듣고 티베트 불교와 문화를 배울
수 있는 다람살라(Dharamsala) 인도 전통음악 및 종교의 중심지 바라나시
(Varanasi) 히피 문화와 트랜스 음악의 성지인 고아(Goa) 사막 위의 힌두
성지 푸쉬카르(Pushkar) 등이다 많은 장기여행자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
을 배우거나 분위기가 좋다는 이유로 이 장소들 중 한 곳에 수개월씩 머물
기를 반복한다
본 연구에서 장기여행자들을 연구하기 위한 최적의 장소로 리시케쉬를
선정한 이유는 전 세계에서 온 장기여행자들이 수개월씩 함께 공동체적인
생활을 하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리시케쉬는 세계 요가의 수도로 불릴 만큼
다양한 요가 수행처가 있을 뿐 아니라 인도의 전통의학인 아유르베다 의학
자연요법 마사지 레이키(Reiki) 등 보완대체의학과 뉴에이지(New Age)
계열의 다양한 프로그램들과 상품들이 판매되고 있어 진지한 장기여행자들
이 많다 연구자는 리시케쉬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인기 있는 아쉬람7)과
게스트하우스에서 묵으면서 요가 수업과 다양한 뉴에이지 수업에 참가하는
한편 외국인들이 모이는 식당과 주변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한국 청년들을
만나 이들의 삶과 여행 패턴에 대한 조사를 수행하였다
본 연구의 핵심이 되는 자료는 연구자가 석사논문을 작성하기 위해 2010
년 12월에서 2월 그리고 2011년 9월에서 12월 두 차례에 걸쳐 총 약 4개월
간 참여관찰 설문지 조사 면접 및 문헌 조사의 방법으로 리시케쉬에서 수
7) 아쉬람(ashram) 인도의 수행공동체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299
행한 현장연구에 기반한다 한편 연구자는 석사논문 작성 후에도 2012년
12월에서 1월 2014년 7월에서 8월 두 차례에 걸쳐 총 2개월간 리시케쉬에
머무르면서 후속 연구를 하였으며 리시케쉬에서 만난 사람들과 계속 페이
스북(Facebook)을 통해 소통하였다 이를 통해 이들의 귀국 후의 일상생활
과 크고 작은 여행 수년간의 삶의 변화를 더 길고 더 넓은 시간적 공간적
흐름 속에서 관찰할 수 있었다 이 중에는 페이스북 채팅과 한국에서의 만남
을 통해 근황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온 연구대상자들도 있다 이러한 후
속 연구는 본 연구의 관점을 발전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인도는 지구상의 그 어느 관광지들보다 장기여행자들이 많이 모이며 함
께 lsquo진하게rsquo 어울리면서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덕분에
심층면접을 하지 않은 사람들의 여행 패턴도 쉽게 알 수 있었지만 특히
라뽀를 형성한 사람들에게는 공식적인 심층면접을 통해 이들의 한국에서의
삶은 어떠하였는지 인도와 리시케쉬를 방문하기까지의 이동 루트는 어떠한
지 리시케쉬를 찾게 된 이유와 이곳에서의 활동은 어떠한지 이후의 이동
계획과 lsquo집rsquo과의 관계는 어떻게 변화되는지 등을 심도 깊게 질문하였으며
이들의 생애사를 최대한 수집하였다 이렇게 연구자가 리시케쉬에서 공식적
으로 심층면접한 사람 중 한국인은 총 11명이었다 이들의 부모 및 본인의
사회경제적 위치를 고려할 때 대부분은 중하류층 서민으로 분류할 수 있었
다 lt표 1gt은 공식적으로 심층면접한 한국인 11명의 나이 학력 주요 직업
과 월 소득을 담고 있는데 안정된 직장을 가진 적이 있었던 사람은 드물며
특히 20대 4명은 모두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월 70만 원~130만
원을 벌었다는 사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인도의 장기여행자들을 입체적인 시각으로 이해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된 경험으로는 연구자가 다양한 여행 방식을 직접 체험한 것 시간적
으로 넓은 범위에 걸쳐 인도 여행을 한 것 그리고 다양한 문화권 출신의
여행자들을 만난 것을 들 수 있다 연구자는 2010년 12월에 20일짜리 인도
단체 배낭여행을 인솔했으며 1990년대 중후반부터 5차례의 인도 개인 배낭
여행 동남아를 비롯하여 장기여행자들이 모이는 수많은 장소로의 개인 배
300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이름 나이 성별 학력 주요 직업 월소득
희경 49 여 대졸대기업 비서(12년)rarr자영업(2년)rarr프리
랜서
연일 45 남 석사 파트타임(포장마차 고시원 총무hellip) 거의 없음(불규칙)
달희 42 여 석사 전업 인테리어 디자이너(10년 이상)rarr
프리랜서 인테리어 디자이너420만 원rarr
병철 41 남 대졸 학원강사 무대감독 연출 파트타임(음
식배달)rarr액세서리 제작 판매
rarr120만 원
(불규칙)
지연 33 여 대졸 호텔 이벤트 코디네이터 호텔 인스펙터 2700 USD
유정 33 여전문대졸
(2년)
상담사(35년)rarr호주 워킹홀리데이rarr상
담사(25년)150만 원
인혜 30 여 대졸 컴퓨터 프로그래머(6년) 280만 원
영수 29 남 고졸 파트타임(서빙 가게 판매원 학원 실
장hellip)90만 원(불규칙)
관욱 26 남 대학생 파트타임(사무 보조 식당 서비스) 250만 원(불규칙)
승은 26 여전문대졸
(2년)
파트타임(빵공장 노동 전화상담원
조사원 요리강사 요가강사hellip)70만 원(불규칙)
은숙 23 여전문대졸
(3년)파트타임(식당) 130만 원
lt표 1gt 공식적 심층면접 대상자의 나이 주요 직업 월소득
낭여행 호주 목화농장에서의 노동을 통해 수많은 한국 청년들을 만났다
본 연구 중에는 공식적으로 심층면접한 17개 국적 50명을 포함한 다양한
외국인들과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이는 한국인들의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바라보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또한 인터넷을 이용한 의사소통도 도움이 되었는데 특히 수시로 소식을
업데이트하고 쉽게 인맥 관리를 할 수 있었던 페이스북의 역할이 컸다 항상
이동 중인 여행자들을 연구하기 위해 인터넷을 활용하는 이러한 연구방법은
린(Lean 2013)의 연구방법과도 상통한다 그는 여행을 통해 변화된 사람들
의 이동성을 이해하기 위해 자신이 실제로 여행하는 한편 자신이 직접 만나
기 힘든 사람들도 연구하기 위해 수차례씩의 이메일 인터뷰를 거치고 웹사
이트를 개설하여 넓은 범위의 참여자들과도 다양하게 상호작용한 바 있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01
린이 밝힌 것처럼 연구자도 연구대상자들이 실제로 거주하는 물리적 공간보
다 가상공간이 종종 더 접근성이 좋고 더 깊이 있는 인터뷰를 할 수 있음을
경험했다 이렇게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포함한 다현지적 접근은 이동 중인
사람들과 이동성의 연구에 적합한 방법이었다
3 헬(hell)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인도에서 만난 한국 청년들에게 왜 여행을 떠났냐고 물어본 결과 대부분
비슷한 답을 얻을 수 있었는데 한마디로 정리하면 한국은 희망이 없고 비
인간적인 삶에 지쳐서 탈출했다는 것이었다 이 장에서는 이들의 한국에 대
한 이러한 인식을 구체적으로 살펴본 후 어떤 점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헬(hell)조선 담론과 공명하고 있는지를 파악해본다 그리고 이들의 여
행을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1) 한국의 사회구조와 문화에 대한 불만
이 절에서는 청년들이 한국에서의 삶 속에서 어떤 지점에 불만을 가졌는
지부터 살펴본다 다음 사례들은 청년들이 취직이 되지 않고 취직이 되어도
소모품처럼 쥐어짜이다가 망가지기 직전에 스스로 그만두고 나왔다는 이야
기이다 이는 오늘날 청년들이 노동시장 및 사회보장제도 등 사회로부터 배
제되고 있는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현실(박수
명 2013)이 어떻게 개인에게 체험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청년들의 첫 번째 불만은 사람을 소위 lsquo스펙rsquo8)과 물질적 성취로만 판단하
는 한국 문화에 대한 것이다 2011년은 lsquo헬조선 탈출rsquo 혹은 lsquo탈조선rsquo이라는
말이 없던 시절이었지만 영수(2011년 당시 29세 남)는 외국인 친구들이
8) specification(세부적 자격요건)의 줄임말로 신상명세 등 사람이나 사물의 기본적인
능력을 나타내는 단어이다
302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ldquo왜 리시케쉬에 왔냐rdquo고 질문할 때마다 ldquo한국에서 탈출하기 위해서(to
escape from Korea)rdquo라고 대답하였다 고졸이 최종 학력인 영수의 삶에서
한국을 탈출해야 하는 맥락은 다음과 같이 나타난다
외국 가고 싶었어요 한국에 있는 게 갑갑했어요 스트레스 너무 받고 당장 내
세울 게 하나도 없으니까 경험은 많지만 자격증이 없으니까 [친구가] 여자들이
마지막에 너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너가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야
하고 말을 해줬어요 그 말이 사실이었어요 가진 게 아무것도 없었어요 직업도
돈도 없고 공부를 많이 한 것도 아니고 성과 낸 것도 없고 그래서 여자들이 널
떠나는 거라고 왜 외국을 나가고 싶었냐면 한국에 있는 게 너무 힘든 거예요
뭘 해야 될지 모르겠고 헬스장에서 일하려니까 마음이 너무 갑갑하고
여기서 영수에게 한국은 경험이나 능력보다는 자격증 직업 돈 학력과
같은 스펙과 물질적 성취로만 사람을 평가하는 곳이다 영수는 자신이 다양
한 경험이 있고 어떤 일이든 하기만 하면 남들보다 잘하며 사람들에게 항
상 인기가 많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호텔업계 와인업계 마술업계 연기업계 외식업계 체육업계 등
에서 아르바이트를 전전했을 뿐 안정된 직업을 가진 일이 없었다 영수는
이것을 한국 사회의 부조리함 때문으로 해석했다 와인업계에서 일하기 힘
들었던 것은 ldquo이상하게 한국은 나이 제한이 심해서rdquo 그리고 연기자가 되기
를 포기한 것은 ldquo한국에서는 모든 연기자는 돈을 찔러주고 들어가야 하고rdquo
ldquoPD 라인 작가 라인 주연급은 기획사에서 어주는 애들만 되기 때문rdquo이
다 즉 영수에게 한국은 부당하고 불공정한 관행이 횡행하는 곳이며 열심
히 노력해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없는 갑갑한 공간이었다 영수가 인도에서
요가 강사 자격증을 취득하려는 것은 이러한 희망 없는 한국을 벗어나 외국
에서 요가를 가르치면서 살기 위함이었다
두 번째는 취직이 되지 않는 현실이다 대학 졸업 후 몇 년간 노력했으나
결국 취직을 포기한 승은(2011년 당시 26세 여)은 인도에 오기 전까지 항상
짜증이 나 있는 상태 불만이 있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03
모든 게 다 짜증이 났던 것 같아요 내가 왜 이러고 있나 이런 거 왜냐하면
아무도 본인의 미래를 그렇게 상상하진 않잖아요 내가 상상했던 미래와 너무 다
르게 가고 있고 전 스무 살만 되면 모든 게 다 내 뜻대로 할 수 있고 모든 게
다 잘 될 거라고 막연한hellip 어른들이 항상 그러잖아요 스무 살만 돼라 근데 스무
살 돼도 별다른 게 없죠 대학 졸업해도 별 다른 게 없지 그 과 선택한 것도 단
지 취업 때문에 선택한 건데 내가 좋아하고 가고 싶었던 과를 포기하면서까지
간 건데
승은은 어차피 취업도 안 되는데 원하는 전공을 포기하고 딴 과에 가게
만들었던 어른들을 원망했다 승은은 ldquo자잘자잘 알바도 대충대충 하고 마트
계산원 알바도 해주고rdquo 살았지만 지루했다 ldquo내색은 별로 안 했지만 짜증나
고 취업도 잘 안 되고 어디론가 좀 떠나고 싶었고 새로운 거 느끼고rdquo 싶었
고 엄마가 ldquo새로운 걸 했으면 하는 눈치rdquo를 주는 것이 괴로웠다 이처럼
취업이 되지 않는 것이 본인의 책임이 아니고 본인도 괴로운 상황에서 가족
과 주변 사람들의 눈치까지 봐야 하는 현실이 부담스러워 탈조선했다고 하
였다
세 번째는 죽도록 과로해야 하는 한국의 노동 문화이다 인혜(2011년 당
시 29세 여)는 한국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했다 월~목요일에는 밤
9~10시까지 늘 야근을 했고 가끔 밤샘도 했다 몸이 점점 나빠졌다 스트레
스를 받으면 ldquo데굴데굴 구를 정도rdquo로 위가 아프곤 했으며 ldquo옷에 스치면
뼈마디까지 아팠다rdquo 아파서 회사를 일주일씩 쉬기도 하다가 결국 1년 8개
월만에 회사를 그만두었다 1년간 쉬려고 했지만 ldquo6개월 이상 놀면 거지를
못 면한다rdquo는 지인의 충고에 겁이 났고 스스로도 ldquo백수 되는 거 아닌가rdquo
싶어 슬슬 불안해졌다 결국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4개월 만에 또 취직했
지만 새 회사는 일이 더 힘들었다 인혜는 ldquo남들은 잘 하는데 나도 버텨보
자rdquo 하고 오기를 부리며 3년간 다녔지만 ldquo과장 이상 가면 버티기 힘들겠구
나rdquo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와중에 친구가 호주에 간다고 하자 ldquo1초도 고
민하지 않고rdquo ldquo나도 가rdquo 하고 말해버렸다 그 후 정보를 모으다가 행로를
변경하여 필리핀 보라카이로 어학연수를 떠났고 동남아와 인도까지 장기여
304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행하게 되었다
인혜는 ldquo이때까지 교육받고 살아온 게 늘 뭔가 하고 있어야 하고 한국
사회에서는 특히나 늘 일하고 있어야 하니까rdquo 아무리 아파도 마음 놓고 쉰
적이 없다고 하였다 평생 남의 시선을 신경 쓰면서 살아온 인혜는 탈조선
수개월 후 ldquo이제는 회사 복귀할 생각이 전혀 없어요 이젠 치열하게 살고
싶지 않아요 돈을 조금 벌더라도 조용히 평화롭게 내 시간 많이 가지고
내가 흥미 있는 부분을 전문적으로 발전시키고 싶어요rdquo라고 잘라 말했다
네 번째는 불합리한 조직문화이다 달희(2011년 당시 42세 여)는 중국에
서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일했다 앞 사례의 인혜처럼 너무 과로하여 각종
병을 달고 살다가 인도로 와서 장기체류하면서 요가를 배웠다 그러다가 한
국에서 수개월씩 일을 하고 인도로 돌아오기를 몇 번 반복했는데 그 중간
에 다녔던 회사의 획일적인 조직문화는 견딜 수 없이 피곤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삶의 방식까지 비슷해지지 않고서는 함께 일하는 게 거
의 불가능에 가까워 24시간 중에서 14시간 이상을 함께 있다 보면 세끼 밥을 같
이 먹어야 하고 세끼 밥을 같이 먹으니까 메뉴에 있어서도 그렇고 노는 시간조
차 함께 해야 하고 자는 것도 같은 숙소에서 자야 하는 경우가 있고 평소에 하는
모든 얘기 심지어 간식도 같이 먹어야 하고 너무나 많은 부분을 같이 해야 하기
때문에 나만 너무 다른 삶의 방식을 가지고 있으면 그들에게 배척당하지 그런
모든 것들 때문에 일도 같이 하기 싫어지는 거지
많은 한국 청년들이 달희처럼 조직에서 ldquo왜 너만 그렇게 다르게 행동하
냐rdquo는 눈치를 받았던 경험을 갖고 있으며 개성과 다양성을 억압하는 이러
한 한국적인 조직문화를 지긋지긋해 했다
지금까지 살펴본 이러한 불만들은 한국 청년들이 외국으로 나오게 된 주
요한 계기가 되며 최근 유행하는 헬조선 담론과도 잘 공명한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05
2) 헬조선 담론과 장기여행
이 절에서는 헬조선 담론이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청년들의
장기여행을 이와 연결시켜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으로 바라보고자 한
다
lsquo헬조선rsquo은 2015년 한국을 가장 뜨겁게 달군 신조어 중 하나로 인터넷
사이트 lsquo디시인사이드rsquo의 역사 갤러리에서 처음 사용되고 주식 갤러리에서
본격적으로 활용되다가 광범위하게 퍼져나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헬조선은
오늘날의 한국을 전근대적 계급제 사회였던 조선에 빗대는 단어로 자기비
하적인 조소가 담겨 있어 기성세대에게는 불편하게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 단어에는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급격히 심화되고 있는 불평등 및 계급격
차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 의식이 배어 있으며 여기에서 파생된 lsquo탈조선(헬
조선 탈출)rsquo이라는 단어에는 이 나라가 싫고 차라리 다른 곳으로 떠나고
싶다는 청년들의 절절한 외침이 담겨 있다 이러한 단어들이 특히 청년들의
공감을 얻어 급속도로 퍼져나가고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는 현상에 주목해
야 하는 이유는 이 단어가 오늘날의 한국에 대한 사회적 인식 이로 인한
실천 그 결과로서의 사회변동을 더 잘 살펴볼 수 있는 렌즈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탈조선 현상은 통계적으로도 증명된다 헤럴드경제가 미 시민권
공개포럼 사이트인 아이작 브룩 소사이어티에 올라온 자료9)를 인용한 기사
에 의하면 한국은 전 세계 경제 강국들 가운데 해외 이민을 떠난 뒤 모국의
국적을 포기하는 비율이 가장 높다10)(헤럴드경제 2014년 4월 28일자) 더
충격적인 것은 아직 이민을 실행하지 못해 이 통계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9) 2012년 5월 23일 Eric이라는 필자가 2002~2010년 각 아시아 나라별 통계청 자료를 인용하여
아이작 브룩 소사이어티에 올린 글이다(The Isaac Brock Society 2012년 5월 23일)
10) 이 기사에 의하면 뉴질랜드는 인구 10만 명당 45명 홍콩은 25명 대만은 152명 싱가포르는
431명인데 비해 한국은 1680명으로 비교 대상 국가 중에서 압도적으로 많다 가까운 일본
(89명)과 비교하면 20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이 기사는 ldquo한국은 국적을 상실하는 사람이 연간
25000명으로 귀화자보다 많은 유일한 아시아의 선진국rdquo이라고 분석했다
306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이민을 갈 의향을 가졌거나 준비 중인 사람들은 더 많다는 자료이다 뉴시스
가 온라인 취업포털 lsquo사람인rsquo에서 2015년 11월 성인남녀 1655명을 대상으
로 이민 의향을 조사한 결과11)를 분석한 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786
가 ldquo이민을 갈 수 있다면 가고 싶다rdquo고 답했다 한국을 떠나고 싶은 가장
큰 이유로 응답자들은 lsquo일에 쫓기는 것보다 삶의 여유가 필요해서rsquo(564
복수응답)를 꼽았으며 lsquo대체로 근로조건이 열악해서rsquo(527) lsquo소득의 불평
등 문제가 심해서rsquo(474) lsquo직업 및 노후에 대한 불안감이 커서rsquo(474)
lsquo경쟁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싫어서rsquo(463) lsquo국가가 국민을 보호해주지 않
아서rsquo(444) lsquo해외의 선진 복지제도를 누리고 싶어서rsquo(307) 등의 응답
이 뒤를 이었다 실제로 응답자들의 479는 현재 이민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민국을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복지(412)였고
이어 문화(175) 일자리 여부(131) 소득수준(67) 기후 등 환경
(58) 등이 고려 대상이었다(뉴시스 2016년 1월 18일자)
이러한 통계자료 뒤에 숨어 있는 헬조선에 대한 젊은이들의 구체적인
인식과 실천은 lsquo헬조선rsquo이라는 사이트12)에서 볼 수 있다 이 사이트의 게시
판에는 ldquo내가 헬조선을 증오하게 된 이유rdquo ldquo생존이 목표가 되어버린 헬조
선rdquo ldquo금수저13)들이 똥수저에게 게으르다 훈계하는 이유rdquo ldquo기업업자들이
니들이 낸 세금을 털어먹는 방법rdquo ldquo헬조선에 충성한 자의 최후(빡침주의)rdquo
ldquo한국인은 그 사람 아버지 직업=그 사람 수준rdquo 등 한국 사회를 비판 풍자하
는 글들이 올라온다 이 게시물들을 보면 청년들이 한국을 지옥에 빗대어
헬조선이라 부르는 이유가 생존하기도 힘들 만큼 빡빡한 현실 고착화된 사
회구조적 불평등과 부정부패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청년들은 이 사이트에서
구체적인 탈조선 방법을 공유하기도 한다 용접이나 배관 컴퓨터 등의 기술
11) 이민 의향은 연령대별로는 30대(821)의 응답률이 가장 높았고 20대(80) 40대(724)
50대 이상(59) 순이었다 이민을 가고 싶은 나라 1위는 캐나다(168)였고 호주(16)
뉴질랜드(108) 미국(96) 독일(95) 스웨덴(69) 일본(63) 핀란드(49) 스위
스(47) 등의 순이었다(사람인 2016년 1월 18일자)
12) 사이트 이름은 lsquo헬조선rsquo이지만 URL 주소는 wwwhellkoreacom이다
13) 사람을 가진 자산에 따라 금수저 은수저 동수저 흙수저 등으로 나누는 lsquo수저계급론 담론은
2015년부터 lsquo헬조선 담론과 함께 한국 사회의 현실을 고발하는 담론으로 크게 유행했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07
을 배워 미국 캐나다 호주 등의 선진국으로 이민 가는 방법에 대한 질문과
답 체험사례도 올라온다
그러나 위에서 인용한 것처럼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선진국으로의 이민만
을 탈조선이라고 할 수는 없다 현실적으로 선진국으로의 이민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높은 영어 점수와 자격증 경력 등의 스펙 및혹은 통장 잔고 증명
이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현실에 좌절한 젊은이들 중에는 일단
한국을 떠나 있기 위해 혹은 영어도 공부하고 스펙을 쌓을 자금도 마련하기
위해 워킹 홀리데이와 같이 노동을 포함한 장기여행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
가 많다 이 글의 서두에서 인용한 현정의 사례처럼 여러 선진국에서의 워
킹 홀리데이와 인도 동남아에서의 장기체류를 반복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점에서 미디어에 재현되는 것처럼 목적지를 명확하게 정하고 필요
한 자격요건을 획득하여 이민이라는 과업을 완수하는 사례는 오늘날 증가하
고 있는 헬조선 탈출 현상 중 극히 일부라고 할 수 있다 본 연구의 연구대상
자들이 가졌던 한국에 대한 불만이 헬조선 담론과 유사하며 이러한 헬조선
을 탈출하는 방법으로 장기여행을 택했다는 점에서 이들의 실천을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혹은 탈조선 여행으로 부르고자 한다 이러한 탈조선
여행 현상을 총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성공한 이민 사례에만 주목하는
시각에서 벗어나 다양한 이동 경로와 복잡한 과정 모두를 탈조선 실천의
일부로 보고 그 새로운 이동성의 양상을 파악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4 탈조선 여행의 이동 양상
이 장에서는 탈조선 여행의 이동 경로와 복잡한 과정을 구체적으로 파악
하고 그것이 계급에 따라 분화되어 있음을 보인 후 특히 중하류층 청년들
이 어떻게 선진국에서의 노동-개발도상국에서의 여행을 반복하는지를 살펴
본다
308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1) 계급에 따른 이동 경로의 분화
먼저 헬조선 탈출이 계급과는 상관없이 수많은 한국 청년들에게 공감되
는 꿈이라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 2015년에 솔직한 제목과 내용으로 크게
주목 받았던 소설의 일부분을 살펴보자
왜 한국을 떠났느냐 두 마디로 요약하면 한국이 싫어서지 세 마디로 줄이
면 여기서는 못 살겠어서 무턱대고 욕하진 말아줘 내가 태어난 나라라도 싫어
할 수는 있는 거잖아 (10쪽) hellip 이제 내가 호주로 가는 건 한국이 싫어서가 아
니라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야 아직 행복해지는 방법은 잘 모르겠지만 호주에
서 더 쉽게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는 직감이 들었어 (161쪽) hellip 나더러 왜 조국
을 사랑하지 않느냐고 하던데 조국도 나를 사랑하지 않았거든 솔직히 나라는 존
재에 무관심했잖아 나라가 나를 먹여주고 입혀주고 지켜줬다고 하는데 나도 법
지키고 교육받고 세금 내고 할 건 다 했어 (170쪽)
- 장강명(2015) 985172한국이 싫어서985173 중에서
이 소설은 한국에서 자신의 미래를 비관하는 20대 후반의 여성이 회사를
그만두고 호주로 이민을 떠난 사정을 들려주는 대화 형식의 이야기이다 주
인공은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를 다녔던 평범한 20대 청춘이다 주인공은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했지만 이 나라에서는 행복하지 않았고 결국 한국
이 싫어서 선진국인 호주로 떠났다고 말한다 이러한 주인공의 사연은 한국
의 대표적인 신문사의 사회부 등에서 기자로 일했던 저자가 치 한 취재를
바탕으로 그려낸 가장 사실적이면서도 평균적인 탈조선의 꿈이라 할 수 있
다
평범한 주인공이 이런 실천을 하는 모습에서 볼 수 있듯 헬조선 탈출은
한국 청년들에게 널리 퍼져 있는 욕망이며 한 인터뷰 대상자의 말을 빌리자
면 ldquo요즘 모여서 얘기하면 태반은 탈조선을 꿈꾼다rdquo 그러나 다 함께 꾸는
꿈도 각자의 계급과 이용 가능한 자원에 따라 실천 가능한 형태가 정해지는
것이 현실이다 가족의 자본과 본인의 학력자본이 높은 중상류층 출신 청년
들은 선진국에서 교환학생-유학을 거친 후 한국 혹은 선진국에서의 취업-선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09
진국으로의 이민이라는 경로를 많이 취하는 반면 자본이 부족한 중하류층
청년들은 한국 혹은 호주 뉴질랜드 등의 서구 선진국에서 노동하여 돈을
번 후 인도 태국 등의 아시아 개발도상국에서 장기여행을 하는 패턴을 반
복하는 이원화된 구조가 나타났다
이 글에서는 중하류층 청년들의 탈조선 현실에 초점을 맞출 것이지
만 더 입체적인 비교를 위해 잠시 중상류층의 사례를 살펴보자 화장품을
사거나 식도락 여행을 위해 종종 일본에 가는 진희(2016년 현재 24세 여)는
한국에서 태어난 것을 한탄하며 탈조선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는 대
학생이다 진희는 양친 모두가 안정된 직업을 갖고 있고 매년 2~4주씩 4인
가족이 해외로 자유여행을 갈 정도의 경제적 문화적 자본을 갖추고 있는
중산층이며 한국 최고의 학벌을 취득하는 등 모든 면에서 부족함이 없는데
왜 탈조선을 원할까 이러한 연구자의 질문에 진희는 ldquo객관적인 지표는 그
렇긴 한데 주관적인 느낌의 차원에서 가망이 없다고 많이 느낀다rdquo ldquo제가
언제든 비정규직이 될 수 있고 밑바닥으로 떨어지는 거 순식간일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rdquo고 답했다 진희는 대학에서도 좋은 학점을 4년 내내 받으며
성공적인 궤도를 달려왔다 그러나 ldquo학벌주의 사회와 경쟁적인 분위기와 과
도한 학습노동rdquo이 너무나 힘들었고 ldquo헬조선 때문에 소중한 청소년기 성장
기가 박탈당했다는 억울함과 분노가 있다rdquo고 하였다 ldquo고등학교 들어가면서
부터는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꼼짝없이 야자(야간자율학습)rdquo를 하였고
대학에 한 번에 붙어야 ldquo이 다시 겪고 싶지 않은 끔찍한 시간rdquo을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아 점심 식사 저녁 식사를 모두 포기하고 간식으로 대충 때우
며 인강(인터넷 강의)을 들었다 진희는 스스로 ldquo자기착취의 주체rdquo가 되어
ldquo모든 에너지와 시간 등등을 싸그리 수단화해서rdquo ldquo학습노동rdquo에만 매달렸다
고 회고한다 진희의 사례는 한국에서는 성공적인 궤도를 달리고 있는 것처
럼 보이는 청년들도 경쟁적인 사회 분위기에 질려 탈조선을 희망할 수 있다
는 것을 보여준다
진희는 중학교 때 985172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985173(홍세화 1995)라는 책을 읽
었는데 프랑스의 교육제도와 사회보장제도 하에서는 ldquo한국처럼 젊어서도
310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일에 찌들어 살고 노후 걱정하고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게 부러웠고rdquo ldquo나는
어쩌다 우연히 한국에 태어났을 뿐인데 왜 그런 우연한 국적에 발목 잡혀서
힘들게 살아야 하나rdquo 하고 생각했다 대학 시절에는 프랑스어를 배운 후 1학
기 동안 프랑스로 교환학생을 다녀왔다 졸업 후에는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대학원을 다닐 계획이다 진희처럼 부모의 지원으로 좋은 학벌을 취득하고
빨리 탈조선의 방법과 방향을 정하며 대학을 다니면서도 노동에 매달리지
않고 공부에만 몰입할 수 있고 덕분에 외국어라는 유용한 자원을 효율적으
로 습득한 경우 ldquo탈조선 방식으로 유학을 택하는 것rdquo이 가능하다
한국에는 진희와 같은 중상류층 젊은이들이 많이 있으며 이들은 주로
유럽이나 북미의 선진국에서 교환학생이나 유학을 통해 장기체류하는 경로
를 취한다 중상류층 중 인도에서 장기체류하는 경우는 요가나 명상을 깊이
배우려는 목적에서가 대부분이며 인도를 찾는다 해도 그 이후의 삶은 앞으
로 서술할 중하류층 청년들과 크게 다르다 스스로를 ldquo금수저rdquo라고 말하지
만 인도에서 몇 번 장기체류를 했던 지연(2016년 현재 38세 여)의 경우가
그런 독특한 사례이다 아버지가 의사이고 어머니는 교양 있는 주부인 집안
에서 자라며 음악을 전공했던 지연은 이렇게 얘기했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유학을 가는 게 당연한 코스였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그렇
게 생각했었고 어느 날 문득 심한 회의가 들었고 내가 재능이 아무리 많고 아무
리 열심히 해서 유학 갔다 오고 교수가 된다 한들 작은 방에서 하루 종일 나 같
은 아이들 가르치며 햇빛도 보지 못하고 썩은 얼굴로 살겠구나 돈이나 명예가
있으면 뭐하나 인간 삶의 질이 엉망이겠구나
ldquo한국에 있으면 무엇을 해도 마찬가지rdquo일 것이라고 생각한 지연은 부모
의 후원을 받아 독일로 가서 고등학교를 다녔고 스위스에서 대학을 졸업했
다 졸업 후에는 ldquo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그 사회에서 사는 게 너무 끔찍
하게rdquo 느껴져서 태국에서 7년 가까이 직장 생활을 하였고 요가를 배웠다
지연은 고등학교 때부터 탈조선하여 계속 외국에서 지냈으며 영어와 독일
어를 유창하게 구사했지만 한국적인 삶의 방식과 성공을 요구하는 부모와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1
끝없이 충돌했다 몸은 한국에서 벗어나 있더라도 한국과 가족 등의 끈으로
묶여 있는 한 마음은 한국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결국 몇 번의 대형 충돌
을 거친 뒤 매년 인도에서 수개월씩 체류하며 마음만은 탈조선한 상태로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위의 두 사례를 보면 한국에서는 남들이 모두 부러워할 만큼 많은 자본을
가진 20대 중반의 젊은이도 스스로를 금수저라 인식하는 30대 후반의 젊은
이도 ldquo젊어서도 일에 찌들어 살고 노후 걱정rdquo해야 하는 삶 경쟁이 극심한
한국에서 사는 것을 끔찍하게 인식하며 탈조선을 꿈꾸고 실천한다는 사실
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중상류층 출신인 이들에게는 부모가 가진 자원과
그 도움으로 획득한 자신의 문화자본 덕분에 탈조선의 실천이 상대적으로
쉬운 것도 사실이다
2) 중하류층 청년들의 노동-장기여행 반복
그렇다면 중하류층 젊은이들의 탈조선 여행 이동 루트는 어떠할까 이
글의 서두에서 현정이 말한 대로 많은 청년들이 호주에서 수 개월간 일을
해서 한국에서보다 많은 돈을 벌고 그 돈으로 호주 동남아 인도를 여행한
다 그리고 돈이 떨어지면 다시 호주 혹은 다른 워킹 홀리데이 국가로 가서
돈을 벌고 다시 그 돈으로 아시아 국가들을 여행한다
리시케쉬에서 만난 한국 청년 중 가장 길게 여행 중인 현정의 구체적인
이동 경로는 다음과 같다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했던 현정은 졸업 후 ldquo취직
이 되지 않아rdquo 인도를 3개월간 여행했다 그 후 호주에 워킹 홀리데이로
가서 1년간 일한 뒤 동남아를 장기여행 했다 그 후 다시 호주에 워킹 홀리
데이로 가서 또 1년간 일했고 그 후에는 다시 동남아를 장기여행한 후 인도
에 왔다 비자가 만료되자 네팔에서 2개월간 머문 뒤 새 비자를 받아 다시
인도에 왔고 리시케쉬에서 1개월짜리 강사 트레이닝 코스를 마쳤다 현정
은 한동안 요가 수련을 한 후 뉴질랜드에 워킹 홀리데이로 갈 예정이다
312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6년 이상 계속 외국을 떠돌고 있는 셈이었다
현정의 부연설명처럼 수 년 전부터 동남아에는 ldquo집에 3~4년씩 안 들어간
애들rdquo ldquo집에 가기 싫은 애들rdquo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배낭여행 중에는 이런
청년들을 쉽게 만날 수 있으며 여행 중에 만나는 사람들 그리고 워킹 홀리
데이 안내서 동남아 여행기 블로그 페이스북 등을 통해 이들에 대한 간접
적인 이야기도 수없이 들을 수 있다
현정처럼 한국에 거의 들어오지 않고 쭉 여행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중간중간에 한국에 들어와 회사를 다니며 돈을 모은 뒤 다시 나가는 경우도
있다 주로 쉽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자격증을 가진 경우인데 유정(2011
년 당시 32세 여)의 경우 2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청소년 상담사 자격증을
딴 후 3년 반 동안 회사를 다녔다 그 후 호주로 1년간 워킹 홀리데이를
나갔다가 들어와서 다시 1년간 회사를 다녔다 그 후 캐나다로 워킹 홀리데
이를 가려고 신청했다가 떨어진 후 장기여행을 준비하다가 다시 취직했고
1년 반 동안 일하다가 장기여행을 시작했다 이번 여행은 현재 10개월째인
데 동남아에서 수 개월간 쉬고 단동에서 15개월간 자원봉사를 하고 운남
성에서 15개월간 태극권을 배운 후 다시 15개월간 동남아와 인도를 여행
했고 인도에서 2개월간 요가를 배운 후 육로로 이집트까지 여행할 예정이
다
현정 유정과 같은 청년들의 생애사를 들어보면 학벌이나 학력 자격증
부모의 직업 등 많은 면에서 내세울 것도 도움 받을 네트워크도 없었으며
자신의 힘으로 삶을 헤쳐 나갔다 3장에서 살펴본 것처럼 가진 것이 없다
보니 존중받지 못했거나 취직이 되지 않아 주변의 눈치를 봐야 했으며 죽
도록 과로하거나 불합리한 조직문화에 시달리면서도 노동을 하며 살아야
했다 현정처럼 차라리 선진국에서 육체노동을 하며 돈을 많이 벌거나 유정
처럼 ldquo죽었다 생각하고rdquo 한국에서 1년 정도 일을 하고 나면 쉬고 싶고 그새
망가진 몸을 고치고 싶고 자신이 누구인지 천천히 생각도 해보고 싶어진다
전 세계적으로 볼 때 한정된 돈으로 오랜 시간을 보내며 이러한 목적을
추구할 수 있는 최적의 여행지는 인도로 알려져 있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3
5 인도에서의 헬조선 해독 활동
이 장에서는 한국 청년들이 인도에서 장기체류하면서 추구하는 목표가
휴식 치유 자아 찾기를 통한 lsquo헬조선 해독(解毒)rsquo임을 보인 후 인도가 이런
활동을 하기 좋은 이유는 무엇인지 알아본다
먼저 탈조선하여 인도에 온 청년들이 가장 많이 추구하는 활동인 휴식
치유 자아 찾기가 어떠한 맥락에서 나타나는지를 다음 사례들을 통해 살펴
보자
달희는 리시케쉬에 왜 왔냐는 연구자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ldquo나는
여기가 쉴 수 있는 곳일 거란 기대를 가지고 처음에 왔어요 밖으로의 여행
이 아니라 내 안으로의 여행 내가 처음에 인도를 선택하면서 내 마음속으로
되뇌었던 것이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이 말을 계속 했었어요rdquo
달희는 휴식과 자아 찾기를 위해 인도에 왔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것은
과로할 수밖에 없는 직장생활 그로 인해 병든 몸을 치유하는 것과 접한
관계를 갖고 있었다 달희에 의하면 이러한 욕망을 갖게 된 것은 회사 생활
을 하면서 ldquo착취당하면서도 표현도 못 하고 그렇다고 부하 직원들을 쥐어
짤 성격도 안 되고 해서 아주 화병 같은 게 단단히 들고 몸도 너무 고단해서
망가졌기rdquo 때문이다 30세 무렵에는 교통사고가 나서 구안와사(口眼喎斜)
즉 입이 한쪽으로 돌아가는 증상이 왔다 그러나 달희는 여전히 일을 하였
고 계속 일을 하다 유방섬유선종 자궁근종 무릎middot발목 등의 원인불명 통증
척추측만증 두통 소화불량 관절 통증 등을 앓게 되었다 결국 41세에는
더 이상 회사를 다닐 수 없어 요가를 하면서 몸을 고치기 위해 리시케쉬로
오게 되었다
달희의 생애사에서 보이는 것처럼 과로 심신의 질환 자아를 잃었고 왜
사는지 모르겠다는 느낌이 긴 하게 엮여 나타나다가 탈조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한국인 장기여행자들에게 흔한 서사이다 인도의 장기여행자 중 보기
드물게 성공적인 궤도를 달리는 듯했지만 역시 같은 이유로 탈조선한 다음
314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대학생의 사례도 이를 잘 보여준다
관욱(2011년 당시 26세 남)은 서울의 일류 공과대학의 4학년이었다 관
욱은 4학년 여름까지 취직을 위해 인턴 과정을 밟고 있었고 취직 시험에서
최종 면접을 몇 개 남겨둔 상태였다 고등학교 때 985172지구별 여행자985173(류시화
2002)를 읽은 이후 막연히 배낭여행을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가지고 있었지만 주변 사람들은 다들 대학원에 가거나 빨리 취직하는 분위
기였고 해외에 간다고 해도 유럽으로 아니면 유명 대학의 프로그램이나
어학연수에 가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계속 고민하다가 전자공학 전공자에
대한 수요가 많아 취업 걱정이 없다는 점 지금 못 가면 40~50대 때 후회할
것 같다는 점 회사에 한 번 들어가면 회사를 그만두지 않는 한 6개월짜리
여행은 할 수 없다는 점을 생각했다 관욱은 취업 준비를 모두 그만두고
면접도 포기하고 여름 내내 육체노동을 하면서 인도 여행 자금을 모았다
관욱은 늘 아침밥만 먹고 점심 저녁은 굶으면서 공부했다 전공 5~6개 과목
의 시험이 매 학기 각각 4번씩이나 있고 프로그램 프로젝트를 2개씩 하다
보니 항상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관욱은 ldquo어쩌면 스트레스 받는데 의식
못 했을 수도 있었다rdquo고 회고한다 관욱은 ldquo한국에서는 시험이나 프로젝트
가 늘 마음에 있었고rdquo 회사 면접을 보면서는 ldquo연봉보다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rdquo 하는 고민에 계속 마음이 무거웠다 그러
다가 인도에 오기 전에 몸이 아파 병원에 들렀고 놀랍게도 20대 중반의
나이에 위궤양 빈혈 고혈압 진단을 받았다 관욱은 인도에 오게 된 계
기를 다음과 같이 털어놓았다
한편으로 기대한 바는 한국 문화에서 떨어져 있고 싶었어요 어떤 사회적 자
아 그렇게 형성된 자아가 너무 세서 내 내면의 목소리라는 걸 들어볼 생각도 안
하고 들어보지도 못했어요 작은 거라도 그래서 여기서 나가보면 내가 직접 느껴
볼 수 있지 않을까 절실히 필요하면서도 내 내면의 목소리 이런 게 너무 피상적
으로 느껴졌었죠
관욱이 인도로 탈조선하면서 가장 바란 것은 한국 문화 사회적 자아에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5
매몰된 내면의 목소리를 찾는 것 즉 자아 찾기였으며 이것은 망가진 몸을
치유하고 휴식을 취하는 것과 접하게 엮여서 나타났다 관욱은 한국에서
는 성공을 향한 길을 안정적으로 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진정으
로 원하는 일을 하지 못하고 몸의 요구나 내면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바쁘게
살아야 하는 한국 문화에 순응하며 살아오다가 문득 몸이 망가진 것을 발견
했다 관욱은 연구자와 나눈 대화 속에서 ldquo쉬고 싶다rdquo는 표현을 끝없이 계속
했다 가이드북에서 리시케쉬 부분을 펼쳤을 때 ldquo락쉬만줄라에 노을 지는
장면 사진이 나왔는데 이것을 보고 여기서는 여유롭게 시간을 가져도 좋겠
다 한국에선 잘 못 가지는 시간이니까rdquo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였으며
오기 전에 ldquo가서 어떤 식으로든 순간을 즐길 수 있음 그럴 수 있기만 하면
좋겠다rdquo 하고 생각했다고 하였다 리시케쉬에 도착해서는 ldquo여기서는 순간을
한 번 그렇게 지내보자 한국에선 걱정이 너무 많으니까 시험이나 프로젝트
가 늘 마음에 있으니까 여기선 햇볕 산책 다 해보자rdquo 하고 결심했다고 하였
다
이처럼 많은 한국 청년들이 휴식에 대한 갈망을 표현하였다 이번 여행의
목적을 묻는 연구자에게 유정은 이렇게 대답했다 ldquo계속 다니면서 나를 더
들여다보는 거죠 나는 누구인가 10대 때 고민했던 거 다시 한 번 그래서
이렇게 좀 다니면서 생각 좀 많이 하면서 그래서 좀 스스로 좀 내면적으로
좀 강해졌음 좋겠다 그리고 현실에서 탈피하고 싶고 그게 좀 안 돼요 일만
하면 일만 생각해요rdquo
유정 또한 탈조선의 계기를 ldquo나를 들여다보는 것rdquo 즉 자아 찾기라고 얘기
하고 있으며 그것을 현실 탈피와 내면이 강해지는 것과 연결시키고 있다
유정은 한국에서 회사 문화의 불합리함 인간관계에 의한 스트레스로 폭식
증 소화불량 단기간에 25kg이라는 급격한 체중 증가 그리고 이로 인한
무릎 허리 목의 통증에 시달렸다 그래서 휴식과 치유가 절실하여 탈조선
하게 되었고 몇 달간 푹 쉰 뒤에는 ldquo다시 사회에 돌아갔을 때 그런 스트레스
나 이런 것들에 대해서 사람관계에서 오는 것들은 내가 좀 커트할 수 있는
사람rdquo이 되고 싶어 요가를 시작했다고 하였다
316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위의 사례들이 보여주는 바처럼 한국 청년들이 헬조선을 탈출하는 이유
는 휴식 치유 자아 찾기를 통한 헬조선 해독이 너무나 절실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활동을 다른 곳도 아니고 인도에서 하는 것일까
앞의 사례에서 달희는 휴식 자아 찾기의 욕망을 인도에서 추구하게 된
이유로 ldquo인도는 한국에서 지내는 것보다 한 달에 쓰는 생활비가 더 적을
거라는 생각rdquo ldquo일을 하지 않고 요가만 하면서 먹고 자고 할 수 있고rdquo ldquo인도
는 요가의 본고장이기 때문이라는 믿음rdquo이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다른
사람들이 인도에 온 계기도 대부분 이와 비슷하다
달희가 말한 것처럼 이러한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저렴한 물가이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유럽이나 미국에서 장기체류를 하지
않는 핵심 원인은 물가가 비싸 오래 머물 수가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 최대
한 많은 것을 볼 수 있도록 하루하루 빡빡한 일정을 짜고 꼭 필요한 날수만
큼만 머물게 되는 이런 선진국으로는 휴식을 취하러 가지 못한다 그러나
인도 리시케쉬에서는 300~500달러만 있으면 한 달간 깔끔한 싱글룸에서
묵으며 최고의 요가 수업을 받고 여유롭게 식사와 간식을 즐기며 지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좋은 자연환경과 문화적 매력까지 있다 리시케쉬는 갠지
스강과 히말라야 산맥이 만나는 성지로서 자연환경이 아름답고 요가의 본
고장답게 훌륭한 요가 수업들이 많이 있다 달희의 말처럼 ldquo요가만 하면서
먹고 자고 할 수 있는rdquo 최적의 환경인 것이다 이러한 환경은 여행 가이드북
과 여행자들이 남긴 여행기에도 잘 기술되어 있으며 실제로 놀라운 치유의
효과를 낳는다 이러한 소문은 수많은 여행자들을 유혹한다
이처럼 개발도상국에서 장기체류하는 선진국의 여행자들에 대해 그러한
이동의 핵심 원인이 더 나은 삶의 질을 위한 것이라고 보고 개념화한 것이
바로 라이프스타일 이주이다 인도에 대한 사례 연구로는 바라나시의 서구
인 장기체류자들을 참여관찰하면서 이들을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로 보고 그
라이프스타일의 특징을 분석한 코펠라(Korpela 2009)의 연구가 있다 바라
나시는 인도 악기를 배우는 장기체류자들이 집해 있는 곳인데 코펠라에
의하면 이들은 대부분 인도 악기를 연주하고 요가와 명상 자선사업을 하며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7
엄청난 시간을 친구들과 어울리는 데 쓴다 이들의 삶은 느리고 빡빡한 매
일의 일정이 없으며 물질적 소유는 적고 현재를 즐길 시간이 많다 코펠라
는 이들이 가능한 곳에서 더 나은 삶을 찾으며 물가가 싸고 영적sdot예술적
의미와 결부된 곳에서 더 나은 삶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이용하는 것이라
고 해석하였다
인도의 장기체류자들이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이동하는 방향성은
이렇게 해석할 수 있겠으나 문제는 라이프스타일 이주라는 개념은 이들이
고국에서 인도로 한 번 이주한 다음 영구히 정착한다는 인상을 준다는 것이
다 그러나 사실 인도의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들은 대부분 3~6개월짜리 관광
자 비자로 인도에 장기체류하는 여행자들이며 비자를 갱신하기 위해 이웃
나라를 방문하거나 돈을 벌거나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자주 고국으
로 귀국한다 또한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헬조선 탈출 여행자들은 이 글의
서두에서 보았던 것처럼 호주 등 선진국에서의 노동 다른 동남아 국가들에
서의 여행 등 다양한 이동 루트를 거친다
이처럼 오랜 기간 다양한 장소들을 떠돌다 보면 이들의 탈조선 여행 이후
의 삶은 어떻게 변화할까
6 탈조선 여행 이후의 삶의 변화
이 장에서는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을 했던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이들에게 나타나는 lsquo집rsquo의 의미 변화를 살펴본
뒤 이들의 이동성을 라이프스타일 여행 및 라이프스타일 이동성이라는 개
념과 연결 지어 살펴본다
1) lsquo집rsquo의 의미 변화
탈조선하여 떠도는 사람들에게 집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왜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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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돌아다니냐는 연구자의 질문에 현정은 이 글의 서두에 인용한 것처럼
ldquo집에 가기 싫어서요rdquo라는 답과 함께 이제는 집이 불편하다는 말까지 했다
ldquo이제 집에 가도 제가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닌 것 같아요 불편해요 그래서
또 나오고요 엄마가 밥을 하루에 3번씩 해주시는데 처음에 빵만 하루에
3번 먹으면 속이 거북한 그 느낌처럼 밥에서 그런 느낌이 나던데요rdquo
현정의 말은 2가지 생각해볼 문제를 남긴다 첫 번째는 한국 사람인 현정
이 밥을 먹으면 속이 거북하다는 지점이다 지금은 약간 옅어지기는 했지만
한국의 해외여행 역사상 언제나 여행 경험담의 중요한 부분이 되어왔던 것
은 며칠만 외국을 여행해도 김치와 된장찌개가 그립고 한국인이라면 역시
밥을 먹어야 힘이 난다는 정서 그리고 한국인을 만나서 김치에 소주를 함께
먹으며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공유했던 정겨운 경험 등이다 이와 비교
할 때 현정과 같은 청년들에게서는 지금까지 한국인에게 lsquo밥rsquo으로 체화되어
있던 한국적 정서와 정체성이 옅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한국적 정서와 정체성이 옅어지는 것은 공간적으로도 체험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이 두 번째 지점 즉 ldquo집에 가도 제가 있어야 할 자리
가 아닌 것rdquo처럼 불편하고 그래서 또 외국으로 나간다는 말이다 과거 많은
한국인 여행자들은 lsquo나의 집rsquo 그리고 이를 확장한 lsquo내 나라rsquo가 세상에서 가
장 편안한 곳이라고들 이야기해왔으며 여행작가 한비야처럼 여러 언어를
구사하고 외국여행을 많이 한 사람도 틈날 때마다 집과 고국에 대한 그리움
을 토로하곤 했다 이처럼 집과 고국은 한 사회적 인간의 근원이자 지향점으
로 체화되어 있었고 그것이 당연하게 여겨져 왔으나 오늘날 현정과 같은
젊은이들은 여기서 불편함을 느끼고 탈출까지 감행한다 이러한 인식은 달
희의 말에서도 잘 드러난다 달희는 요가 연습 도중에 갑자기 눈물이 나서
소품실에 들어가 울다 나온 적이 여러 번 있었다 나중에 연구자가 이유를
물어보자 ldquo집에 가면 할 일도 없고 가고 싶지 않아서rdquo 울었다고 하였다
달희는 ldquo한국에 있으면 내일 할 일뿐만 아니라 그 동안 해왔던 일과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rdquo며 부담감을 드러냈다
이처럼 탈조선 여행자들에게 가족들이 사는 집 그리고 고국은 점점 불편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9
한 곳이 되어가며 잠시 돈을 벌거나 비자를 연장하기 위해 혹은 의료 혜택
을 받기 위해서와 같은 실용적인 목적을 위해 들르는 곳으로 변화되어 간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이들은 지속적으로 떠돌거나 고국을 주 거주지
로 하면서도 외국을 계속 돌아다니는 이동성이 증대된 삶을 살게 된다
2) 이동성의 증가
헬조선 탈출 이후 현정처럼 노동과 장기체류라는 순환을 지속적으로 반
복하며 계속 장기여행 중인 사람도 있지만 장기여행을 끝낸 후 한 장소에
정착하여 사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다면 장기여행을 끝낸 후 탈조선 여행자
들의 삶은 어떻게 변화되며 어떠한 새로운 특징이 나타날까 본 연구에서
는 다음 2가지 패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 번째 패턴은 요가와 같이 특정한 활동을 중심으로 증가된 이동성과
직업적 경력을 연결시키는 것이다 달희의 경우 요가를 배우기 위해 수년째
한국-인도를 오가다가 도중에 결심하고 요가 강사가 되었다 연구자와 만났
을 당시 달희는 인도에 3번 왔던 상태였다 수개월씩 여러 장소에서 각기
다른 요가를 배우기를 3년간 반복하다가 2012년 7월부터는 3년간 쭉 방콕
에서 머물며 강사 트레이닝 코스를 밟았다 2015년에는 귀국하여 요가 강사
자리를 알아보는 한편 지속으로 태국 인도 등에서 요가 워크숍에 참석하고
있다
이처럼 헬조선 탈출 여행자 중 요가 수련자들은 리시케쉬를 포함하여
요가를 배우거나 수련할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하는 삶의 방식을 유지한다
계절과 선호하는 강사의 존재 여부 등 다양한 조건에 맞추어 인도 내에서
이동하기도 하고 요가의 새로운 내용이나 전수 방식을 외국의 강사에게 배
울 수 있거나 또 다른 머물기 좋은 장소가 발견되면 인도를 벗어나 다른
나라로 이동하기도 한다 서구인들에 비하면 한국인의 이동 범위는 좀 더
아시아 위주로 한정되어 있는데 주로 한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지내다가 가
320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끔 태국 등 동남아 국가의 요가 센터나 요가 워크숍에 참여하는 형태이다
물론 이동 중간중간에 워킹 홀리데이로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일하거나 한
국에서 일하며 여행 자금을 단기간에 마련하기도 한다
요가 수련자들이 이처럼 계속 요가를 배우며 이동하는 것은 더 나은 요가
강사가 되도록 하는 이동성 자본(mobility capital)(Bell 2013 24)으로 기능
할 수도 있다 벨은 끊임없이 돌아다니는 음악 연주자들을 라이프스타일 여
행자로 분류하면서 이들이 경제적 부 대신 개인적sdot직업적 풍요로움 등의
형태로 이동성 자본을 획득하였으며 이들이 영원히 혹은 가장 중요하게
닻을 내리는 것은 한 지리적 장소가 아니라 그들의 일이라고 분석한 바 있
다 이들의 이동성은 전문적 수련의 일부가 되며 이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이처럼 이동성이 성공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것은 요가 강사들
에게도 마찬가지인데 요가의 기원지인 인도에서 유명한 스승에게 배웠다는
것은 그 요가 강사의 진정성과 정통성 그리고 그 결과로서의 지식을 보증하
는 상징으로도 기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렇게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는
요가 수련자들은 더 나은 삶의 방식을 찾기 위해 여행하는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라기보다는 여행 자체가 삶의 방식인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라는 개념
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동 중인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에 대해 연구한 얼스킨과 앤더슨에 의
하면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에게 초기의 이동성은 집에서 탈출하거나 사회
적 압력과 기대를 피하기 위해 추구될 수 있지만 점점 자아 창조라는 의제
를 중심으로 하게 된다(Erskine and Anderson 2013 140-141) 요가 수련
자들도 초기에는 한국을 탈출하는 것이 목적이었다가 나중에는 점점 더 나
은 요가 수련자가 되는 데 집중한다는 점은 이런 특징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의 증가된 이동성이 이후의 삶을 변화시키는 두 번째 패턴은 첫 번째
패턴과 겹칠 수도 있는데 장기여행에서 귀국하여 한국이 주거주지가 되더
라도 마음만은 계속 탈조선 상태에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계속
단기여행을 다니는 식으로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면서 직업 인간관계를 이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1
전과는 다르게 조직하기도 한다 지연의 경우 귀국 후 외국인과 결혼했고
요가 강사가 되어 일 년에 보통 2~3회씩 일본 동남아 등지로 요가 워크숍을
가는 한편 1~2개월씩은 인도에서 요가를 수련한다 지연은 ldquo호주나 유럽
캐나다 같은 곳은 도시여도 자연이 있고 여유가 있고 비슷한 가치관을 중요
시하는 사람들 속에서 살고 싶은데 한국에선 뭐 하나 충족시켜주는 게 없는rdquo
현실에 대해 불평하였다 그러면서 ldquo기존 회사를 그만두고 요가만 하는 걸
로 결정한 것rdquo ldquo원치 않는 정신적 스트레스 관계 이런 걸 최대한 만들지
않는 쪽으로 생활반경을 컨트롤하는 것rdquo은 ldquo최대한 이 헬조선의 영향을 받
지 않는 생활rdquo을 영위하기 위함이며 ldquo이젠 제가 사는 방식을 바꿔서 제
생활반경만큼은 헬조선이 안 되도록 말뚝 박고 공간확보를 한 것 같다rdquo고
말했다
본 연구의 대상자들 중 아직 선진국으로의 이주에 성공한 사례는 없지만
이렇게 이동성을 증대시킨 삶을 사는 사례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7 결론
본 연구에서는 오늘날 한국 젊은이들의 장기여행 현상을 헬조선 담론과
연결시키고 그 동안의 관광이나 이주 개념으로 설명되지 않던 부분들을 이
동성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하였다
본 연구에서 발견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 젊은이들의 장기여행
은 한국의 사회구조와 문화에 대한 불만을 가진 청년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며 헬조선 담론을 잘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
기여행 혹은 탈조선 여행으로 부를 수 있다 둘째 탈조선 여행의 이동 경로
는 계급에 따라 이원화되어 나타난다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장기여행은 중
하류층 청년들이 한국이나 선진국에서의 노동-개발도상국에서의 장기체류
를 반복하는 양상으로 나타났다 셋째 헬조선 탈출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오래 머무는 인도에서 주로 추구하는 목표는 휴식 치유 자아 찾기를 통한
322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헬조선 해독 활동이라 할 수 있다 넷째 이들이 탈조선 여행을 마친 후 나타
나는 삶의 변화로는 집의 의미가 변화하고 이동성이 증가하는 패턴을 들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크게는 전 지구적 이동성의 증가 관광과 이주의 경계가
흐려지는 추세 오늘날 청년들이 노동시장 진입을 비롯하여 점점 더 사회로
부터 배제되고 있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현실 등이 맞물려 나타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이후에 나타나는
개인적sdot사회적 변화는 인류학적으로 아주 흥미로운 현상일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이론화를 위해서는 앞으로 다음 지점들에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이다
첫 번째는 탈조선 여행자 혹은 탈조선 여행에서 얻은 이동성 자본을 직업
으로 전환시킨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이 나이가 들어도 계속 그러한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서구에는 60대
70대 노인 중에도 그런 사람들이 많지만 이는 복지제도가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90년대 이후 증가한 한국의 장기여행자들 중에서는 아무리 lsquo자유
로운 영혼rsquo의 소유자라 해도 부모가 나이 들기 시작하면 자식이 병원비를
부담해야 하고 자신의 노후대책을 직접 마련해야 되기 때문에 당장의 생계
유지에 급급한 생활인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과거의 장기여행과는
달리 오늘날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은 한국에서의 직업적 기반이나
경력을 쌓지 못한 청년들의 여행이며 강력한 구심력을 가진 한국에서의 탈
출이다 따라서 이들이 한국으로 돌아와 생활인이 되는 것이 힘들다면 대안
적으로 어떠한 직업적 가족적 삶이 가능할 것인가
두 번째는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에 라이프스타일이라는 개념을 연
결시킬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연구자는 본문에서 탈조선 여행자들에 대
해 현존하는 개념 중 가장 가까운 라이프스타일 여행자 및 라이프스타일
이동성에 기대어 설명하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사실 라이프스타일은 소비를
중심으로 하는 개념이라는 점에서 생존을 위해 탈출한 사회에서 배제된
청년들을 분류 혹은 설명할 수 있는 명칭이 될 수 있는지 어떠한 다른 개념
으로 보완 확장이 가능한지는 향후 중요한 연구과제라 하겠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3
이러한 지점들에 유념하여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양상 및 그 결과
를 탐구하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의 이탈자들에 대한 성찰적 연구가 되는
것은 물론 전 지구적인 인간의 이동에 대한 새로운 이론을 확립하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다
논문접수일 2016년 5월 31일 논문심사일 2016년 7월 2일 게재확정일 2016년 7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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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7
ltKey conceptsgt Hell-Joseon long-term travel tourism migration lifestyle
migration lifestyle traveler lifestyle mobility
Long-term Travel as lsquoEscape from Hell-Joseon
A Research about Korean Travelers in India
Lee Minyoung14)
This research connects Korean young mens long-term travel with the
ldquoHell-Joseonrdquo discourse popular in Korea nowadays and explores the
so called lsquoescape from Hell-Joseonrsquo phenomenon and changes of their
lives after the trips with the concept of mobility since tourism and
migration cant explain it well A participant observation in India found
that the Korean long-term travelers are characteristic as the followings
1) Long-term travel is popular among the youth who complains about
the social structure and culture of Korea and their travel reflects the
ldquoHell-Joseonrdquo discourse So we can call this travel as escape from
Hell-Joseon 2) The travel routes of are differentiated according to the
class This research mainly deals with the circulation route of doing
physical labor in developed countries and relaxing in developing
countries popular among the lower middle class 3) Most of the travelers
often stay in India for a long time and their main purpose is
detoxification from Hell-Joseon through relaxation healing and
searching for the self 4) After they finish the long-term travel the
PhD Candidate Department of Anthropology Seoul National University
328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meaning of home is changed and their mobility is increased That
phenomenon seems to be entangled with the increasing global mobility
the blurring trend between tourism and migration and the structural
problem which excludes young men from entering the labor market and
the society in Korea Researching the backgrounds aspects and results
of escape from Hell-Joseon will be a reflective study about Korean
society and help to construct new theories about global movement of
people
292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1 서론
본 연구의 목적은 오늘날 한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급증하고 있는 장기여
행 현상을 lsquo헬(hell)조선rsquo 담론과 연결시켜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으로
파악하고 관광이나 이주 관련 개념으로 설명하기 힘든 lsquo탈조선rsquo 현상 및
그 이후의 삶의 변화를 새로운 이동성을 중심으로 살펴보는 것이다
먼저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청년들의 장기여행 현상이 어떤 면에서 새롭
고 문제적인지 파악하기 위해서는 ldquo왜 그렇게 오래 돌아다니냐rdquo라는 연구자
의 질문에 대한 다음 여행자의 대답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집에 가기 싫어서요 요즘에 이런 애들 많아요 동남아에서 만난 애들 거의 다
이렇던데요 집에 3~4년씩 안 들어간 애들 많아요 주로 호주에 워킹 홀리데이1)
로 나와서 돈 많이 벌고 여행하고 집에 가기 싫으니까 돈 좀 더 벌어서 동남아
를 여행하고 그러는 거죠 뉴질랜드 3개월 한 뒤에는 독일 프랑스 워킹 홀리데
이 제도도 올해부터 생겼는데 그걸 해볼까 생각도 해요
당시 28세였던 현정(여)에게 이 대답을 들은 것은 2011년 초반이었다
연구자는 그즈음부터 동남아나 인도에서 만난 젊은 장기여행자들에게서 비
슷한 이야기들을 반복적으로 들을 수 있었다 이들은 호주 같은 선진국에서
워킹 홀리데이로 육체노동을 해서 돈을 벌고 돈이 모이면 물가가 저렴한
인도나 태국 같은 곳에서 장기체류2)한다고 했다 몇 년이 지나도 집에 가지
않고 외국을 떠돌지만 관광이 좋아서가 아니라 한국에서의 삶에 대해 지극
1) 워킹 홀리데이(working holiday) 워킹 홀리데이 협정 체결국 국민들이 상대방 체결국을 방문
하여 일정 기간 동안 관광과 취업을 병행함으로써 그 나라의 문화와 생활을 체험하면서 학습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이다 워킹 홀리데이 비자는 통상 12개월 동안 체류를 허용한다
2) 여행이 이동과 체류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라는 점 그리고 실질적으로 장기여행자들이 일부
장소들은 빠르게 지나치고 일부 장소들에서만 장기체류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장기체류는
장기여행에 포함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일반적으로 장기여행 장기
여행자라는 표현을 쓰되 특정 장소에서 오래 체류한다는 뜻을 강조할 때에만 장기체류라고
쓰기로 한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293
히 비관적이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 때문에 자신이
인간적인 삶을 살 수 없다고 인식하였으며 그러한 인식의 연장선상에서 장
기여행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불만을 토로하였다
과거에도 동남아나 인도에서 많은 한국인 장기여행자들을 볼 수 있었지
만 그들은 요즘 젊은이들처럼 가난하지 않았다 1990년대 배낭여행 문화를
이끌었던 당시 대학생들은 몇 달만 과외 선생으로 일해도 등록금과 방학
때의 여행비를 쉽게 벌 수 있었고 졸업과 동시에 괜찮은 일자리를 구할
수 있었다 당시에도 장기간 외국을 떠도는 여행자들이 있었지만 한국 사회
의 구조적 문제보다는 신비주의적 세계를 추구하거나 모험을 좋아한다는
개인적인 이유가 더 강하게 작용했다 이때의 여행문화에 익숙한 한국인 기
성세대들에게 현정처럼 외국을 떠돌아다니는 젊은 장기여행자들이 증가하
고 있다는 것은 상당히 충격적이고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일 것이다
여행업에 종사하는 여행인솔자들은 lsquo요즘 애들rsquo의 이러한 여행이 lsquo진짜
여행rsquo이 아니라고 못마땅해 했다 985172세계일주 무전여행기985173(김찬삼 1962)나
985172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985173(한비야 1996)을 읽고 1990년대부터
유럽 배낭여행을 경험했던 이들에게 lsquo진짜 여행rsquo은 젊은이의 lsquo헝그리
(hungry) 정신rsquo으로 용감하게 세상을 탐험하고 힘든 상황에서 자신을 극기
(克己)하며 성장하는 모험으로 그려지기 때문일 것이다 한편 태국 방콕의
카오산로드3)에서 만난 건설회사를 은퇴했다는 60대 여행자는 연구자에게
ldquo젊은 사람들이 외국에 나오면 발전된 문물을 보고 배워서 나라 발전에 보
탬이 돼야 하는데 이렇게 목적 없이 놀고만 있으면 나라는 어떡하나rdquo 하고
탄식하기도 했다 1970년대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일하며 외화를 벌었던
산업역군들에게 해외여행의 이상형은 더 나은 국가를 만들기 위해 부지런히
견문을 넓히는 학습 활동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기성세대들의 시각에
서 볼 때 한국 청년들의 이상적인 글로벌 경험은 미국 일본 호주 같은
3) 카오산로드(Khao San Road) 태국 방콕 시내에 있는 여행자들의 거리 1960년대 이후 전
세계 곳곳으로 향하는 배낭여행자들이 다음 목적지로 가기 전 비행기표를 사고 휴식하고
정보를 모으기 위해 모여온 곳으로 저렴한 숙소 식당 여행사 등이 집해 있다
294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선진국으로 어학연수나 워킹 홀리데이라는 이름으로 떠나는 교육 이주(또
는 교육 관광)나 노동 이주일 것이다 언론에서도 이러한 경험들을 글로벌
시대 청년의 통과의례 혹은 자기계발 과정으로 그려내면서 그 속에 담긴
청년들의 열기와 패기 진취성들을 부각시켜온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기성세대의 시각에서 볼 때 이 글의 서두에서 언급한 오늘날 한국
젊은이들의 장기여행 현상은 다음과 같은 의문을 낳을 것이다 도대체 이렇
게 목적 없이 한국 바깥을 오래 여행하는 청년들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
까 이들은 어떤 사람들이며 장기간 어떤 곳들을 돌아다닐까 이들은 왜
선진국을 두고 특히 인도 같은 개발도상국에서 장기체류하는 것일까 여행
이 끝난 후 이들의 삶은 어떻게 변화할까 본 연구는 현정과 같은 젊은이들
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여 이러한 질문에 답하고자 한다
이처럼 장기여행 및 장기체류에 대한 입체적인 탐구를 위해서는 관광
(tourism)과 이주(migration) 개념 그리고 이 두 가지가 뒤섞여 나타나는
혼종적인 현상에 대한 연구들을 참고할 수 있다 먼저 관광은 ldquo개인이 다시
돌아올 목적으로 거주지를 떠나 다른 나라 다른 지역의 관광대상을 보고
듣고 이해하고 즐기는 여가활동의 한 형태rdquo(한국관광학회 2009 30)4)라는
정의에서 볼 수 있듯 다시 돌아올 목적 및 즐거움 추구라는 성격이 분명한
보다 좁은 범위의 이동 현상에 대한 개념이다 반면 이주는 과거에는 송출국
과 목적국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이동으로 정의되었으나 최근에는 ldquo이주자
의 생애 전체에 걸쳐 전개되며 후속 세대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장기적인
과정rdquo(Castles and Miller 2003[2013] 52)으로 확장되었고 더 넓은 범위의
이동 현상으로도 확장될 가능성이 있는 개념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 연구에서 제기한 질문들은 주로 이주 연구의 흐름
속에서 바라볼 수 있다 먼저 카슬과 러(Castles and Miller 2003[2013])
가 현대를 이주의 시대(the age of migration)로 명명하고 전 지구적인 이주
4) 관광에 대한 정의에는 경제적 관점 사회문화적 관점 여가활동 관점 시스템적 관점 등 각각
의 관점을 강조한 여러 가지 버전이 있는데 이 글에서는 한국관광학회에서 발간한 2009년판
985172관광학 총론985173에 수록된 정의를 이용하기로 한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295
의 역사와 형태 근본적인 원인과 과정 그 영향에 대해 정리하고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오늘날의 이주를 이해하는 데 있어 전지구화는 중요한 배경
이 되며 한편으로 이주를 유발하고 이주의 방향과 형태를 변화시킨다(ibid
109) 한편 최근의 국제이주는 단순히 한 사회에서 다른 사회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둘 이상의 장소에서 반복되는 중요한 연계를 유지하는 초국가
적(transnational)인 면모를 가진다는 것도 여러 학자들에 의해 밝혀진 사실
이다(Schiller Basch and Blanc-Szanton 1992a 1992b Kearney 1995
Portes Guarnizo and Landolt 1999 Vertovec 1999) 본 연구에서는 이러
한 시각들을 적용하여 한국 청년들의 장기여행을 전지구화의 산물이며 동
시에 한국 인도 태국 호주 등의 여러 장소와의 연계를 갖는 초국가적인
현상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그러나 초국가적 이주에 대한 카슬과 러(Castles and Miller 2003)를
비롯한 많은 연구들은 주로 보다 높은 임금 더 나은 취업 기회 직업능력의
향상과 같은 경제적 이유로 인해 더 나은 선진국으로 이동하는 노동이주를
다룬다는 점에서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현상을 온전히 해석하기는 힘들다
는 한계점을 안고 있다 그 핵심적인 문제 첫 번째는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
으로의 이동이라는 방향성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 두 번째는 장
기적으로 혹은 영구적으로 이동한다는 이주라는 개념에는 장기여행의 현실
을 담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첫 번째 문제점인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의 이동이라는 새로운 방향
성에 대해 잘 설명해주는 개념이 바로 라이프스타일 이주(lifestyle
migration)이다 라이프스타일 이주 현상을 개념적으로 정리한 벤슨과 오라
일리는 다양한 이주 현상들을 lsquo라이프스타일 이주rsquo라는 단일 현상으로 파악
하자고 주장하였다(Benson and OReilly 2009) 이들이 언급한 라이프스타
일 이주는 북유럽 사람들이 스페인 몰타 이태리 포르투갈 그리스 터키
등지로 영국인과 네덜란드인이 프랑스로 북미인들이 멕시코로 이주하는
현상 그리고 유럽인과 미국인들이 크로아티아에서 두 번째 집을 가지는 현
상 또한 이러한 현상들 일부에 대한 용어인 은퇴 이주 레저 이주 반도시화
296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제2의 집 갖기 어메니티(amenity) 이주5) 계절 이주 등의 현상을 총괄하는
개념이다 이들에 의하면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는 파트타임이나 풀타임으
로 영구적으로 혹은 한시적으로 생활비용과혹은 땅값이 더 저렴한 나라로
삶의 질로 느슨하게 정의되는 어떤 다양한 이유로 움직이고 있는 상대적으
로 부유한 개인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OReilly and Benson 2009) 라이프
스타일 이주자들이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의 근본적인 특징은 일과 삶의
균형 다시 맞추기 삶의 질 향상 제약에서의 자유 등이며 이런 새로운 방향
설정 전략을 통해 이주자들은 더 나은 삶을 추구한다 라이프스타일 이주자
들은 여행을 다니면서 자신의 선호를 파악한 뒤 이주할 곳을 정하는 즉
관광에서 정보를 얻는 이동성(tourism-informed mobility)(Williams and
Hall 2000)을 어느 정도 보여주지만 라이프스타일 이주라는 개념은 북유럽
에서 남프랑스로 영국에서 스페인으로 이주하는 것처럼 주로 한 번의 이동
에 대한 것이다(Benson and OReilly 2009) 라이프스타일 이주라는 개념
은 과거의 이주 개념에 비하면 그 외연이 확장되었으나 여전히 고전적인
이주 개념에서는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며 따라서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더
유동적인 이동성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포착하지 못한다
이주의 개념이 확장되어가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본 연구에서 주
목하는 장기여행을 다루기 힘들다는 두 번째 문제의식이 이 지점에서 나타
난다 이 문제의식에 공명하는 개념 두 가지가 바로 라이프스타일 여행
(lifestyle travel)와 라이프스타일 이동성(lifestyle mobility)이다 코헨
(Cohen 2010 2011)에 의하면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는 일시적인 혹은 정상
적 삶에서의 일탈로서의 휴가가 아니라 기약 없는 여행을 추구하는 사람으
로 정의된다 일반적인 의미의 관광자(tourist)6)와 여행자(traveler)가 여행
이 끝난 후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간다면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는 이러한 귀
환을 거부하며 여행을 삶의 규범이자 방식으로 변형시킨다 라이프스타일
5) 경제적 이유보다는 환경적 사회적 이유로 시골 공동체 등의 지역으로 이동하는 이주
6) lsquotouristrsquo는 일반적으로 lsquo관광객rsquo으로 번역되어 왔으나 최근에는 lsquo손님rsquo 개념을 포함한 lsquo관광
객rsquo보다는 중립적인 느낌의 lsquo관광자rsquo라는 번역을 이용하자는 움직임이 있으며 이 글에서는
이에 따른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297
여행자는 친구들을 방문하거나 가족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원래의 집으로
짧게 돌아가거나 여행비를 벌거나 여행 경험을 반추하기 위해 고국으로 잠
시 돌아갈 수는 있지만 경력이나 집보다는 여행에 헌신한다
한편 라이프스타일 이동성이라는 개념은 점차 이주와 여행의 경계가 모
호해지는 전 지구적인 변화 속에서 인간의 이동을 이민이나 관광에 한정지
어 생각하지 않고 그 이동성 자체에 주목하자는 새로운 이동성 패러다임
(Sheller and Urry 2006 Urry 2007)에서 비롯한다 최근 전 지구적으로
이민과 관광 사이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사회과학에서 주로 분리되어 연구
되어 오던 이 두 개념의 상호연결성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두 현상
을 함께 연구해야 한다는 점이 지적되어 왔는데(Williams and Hall 2000
OReilly 2003) 라이프스타일 이주가 그 한 가지 시도였지만 이주 개념의
한계를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했다 이후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것처럼 라이
프스타일 이주에 비해 더 유동적이고 지속적이며 역동적이고 다중적인 과
정을 가진 장기여행의 이동성 자체에 주목하기 위해 등장한 개념이 바로
라이프스타일 이동성이다 이 개념은 라이프스타일 선택으로서의 이동성을
강조하는데 일회적인 한 방향으로의 이동을 강조하는 이주 그리고 집으로
돌아간다는 가정을 가진 관광이라는 개념과 달리 원래 집으로 돌아갈 의도
를 전제하지 않는다 출발점으로의 귀환 혹은 이동 과정 중 어느 다른 점으
로의 이동 모두가 라이프스타일 이동성의 일부분이 될 수 있다 라이프스타
일 이동성은 반드시 돌아가야 할 하나의 lsquo집rsquo이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흐르면서 돌아가고거나 다시 방문할 복수의 lsquo집들rsquo이 있을 수 있다고 보며
결국 지속적인 이동을 다룬다 이렇게 증가된 이동성은 다중의 소속장소를
만들면서 초국가성을 보일 수 있다(Cohen Duncan and Thulemark 2013)
본 연구는 국경을 넘는 인간의 이동에 대한 이러한 이론들을 중심으로
한국 청년들의 장기여행 현상의 특징과 배경을 입체적으로 분석해보고 향
후에 어떻게 이론적 보완이 가능한지 그 가능성 또한 제시해보고자 한다
298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2 연구 대상 및 방법
본 연구의 핵심적인 장소는 인도의 리시케쉬(Rishikesh)라는 소도시이다
인도는 한국 청년들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장기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들르
고 또 오랫동안 체류하는 대표적인 나라이다 넓은 인도 중에서도 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장소는 lsquo세계 요가의 수도rsquo로 불리는 리시케쉬 티베트 망명
정부의 수도로서 달라이 라마에게 설법을 듣고 티베트 불교와 문화를 배울
수 있는 다람살라(Dharamsala) 인도 전통음악 및 종교의 중심지 바라나시
(Varanasi) 히피 문화와 트랜스 음악의 성지인 고아(Goa) 사막 위의 힌두
성지 푸쉬카르(Pushkar) 등이다 많은 장기여행자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
을 배우거나 분위기가 좋다는 이유로 이 장소들 중 한 곳에 수개월씩 머물
기를 반복한다
본 연구에서 장기여행자들을 연구하기 위한 최적의 장소로 리시케쉬를
선정한 이유는 전 세계에서 온 장기여행자들이 수개월씩 함께 공동체적인
생활을 하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리시케쉬는 세계 요가의 수도로 불릴 만큼
다양한 요가 수행처가 있을 뿐 아니라 인도의 전통의학인 아유르베다 의학
자연요법 마사지 레이키(Reiki) 등 보완대체의학과 뉴에이지(New Age)
계열의 다양한 프로그램들과 상품들이 판매되고 있어 진지한 장기여행자들
이 많다 연구자는 리시케쉬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인기 있는 아쉬람7)과
게스트하우스에서 묵으면서 요가 수업과 다양한 뉴에이지 수업에 참가하는
한편 외국인들이 모이는 식당과 주변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한국 청년들을
만나 이들의 삶과 여행 패턴에 대한 조사를 수행하였다
본 연구의 핵심이 되는 자료는 연구자가 석사논문을 작성하기 위해 2010
년 12월에서 2월 그리고 2011년 9월에서 12월 두 차례에 걸쳐 총 약 4개월
간 참여관찰 설문지 조사 면접 및 문헌 조사의 방법으로 리시케쉬에서 수
7) 아쉬람(ashram) 인도의 수행공동체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299
행한 현장연구에 기반한다 한편 연구자는 석사논문 작성 후에도 2012년
12월에서 1월 2014년 7월에서 8월 두 차례에 걸쳐 총 2개월간 리시케쉬에
머무르면서 후속 연구를 하였으며 리시케쉬에서 만난 사람들과 계속 페이
스북(Facebook)을 통해 소통하였다 이를 통해 이들의 귀국 후의 일상생활
과 크고 작은 여행 수년간의 삶의 변화를 더 길고 더 넓은 시간적 공간적
흐름 속에서 관찰할 수 있었다 이 중에는 페이스북 채팅과 한국에서의 만남
을 통해 근황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온 연구대상자들도 있다 이러한 후
속 연구는 본 연구의 관점을 발전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인도는 지구상의 그 어느 관광지들보다 장기여행자들이 많이 모이며 함
께 lsquo진하게rsquo 어울리면서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덕분에
심층면접을 하지 않은 사람들의 여행 패턴도 쉽게 알 수 있었지만 특히
라뽀를 형성한 사람들에게는 공식적인 심층면접을 통해 이들의 한국에서의
삶은 어떠하였는지 인도와 리시케쉬를 방문하기까지의 이동 루트는 어떠한
지 리시케쉬를 찾게 된 이유와 이곳에서의 활동은 어떠한지 이후의 이동
계획과 lsquo집rsquo과의 관계는 어떻게 변화되는지 등을 심도 깊게 질문하였으며
이들의 생애사를 최대한 수집하였다 이렇게 연구자가 리시케쉬에서 공식적
으로 심층면접한 사람 중 한국인은 총 11명이었다 이들의 부모 및 본인의
사회경제적 위치를 고려할 때 대부분은 중하류층 서민으로 분류할 수 있었
다 lt표 1gt은 공식적으로 심층면접한 한국인 11명의 나이 학력 주요 직업
과 월 소득을 담고 있는데 안정된 직장을 가진 적이 있었던 사람은 드물며
특히 20대 4명은 모두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월 70만 원~130만
원을 벌었다는 사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인도의 장기여행자들을 입체적인 시각으로 이해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된 경험으로는 연구자가 다양한 여행 방식을 직접 체험한 것 시간적
으로 넓은 범위에 걸쳐 인도 여행을 한 것 그리고 다양한 문화권 출신의
여행자들을 만난 것을 들 수 있다 연구자는 2010년 12월에 20일짜리 인도
단체 배낭여행을 인솔했으며 1990년대 중후반부터 5차례의 인도 개인 배낭
여행 동남아를 비롯하여 장기여행자들이 모이는 수많은 장소로의 개인 배
300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이름 나이 성별 학력 주요 직업 월소득
희경 49 여 대졸대기업 비서(12년)rarr자영업(2년)rarr프리
랜서
연일 45 남 석사 파트타임(포장마차 고시원 총무hellip) 거의 없음(불규칙)
달희 42 여 석사 전업 인테리어 디자이너(10년 이상)rarr
프리랜서 인테리어 디자이너420만 원rarr
병철 41 남 대졸 학원강사 무대감독 연출 파트타임(음
식배달)rarr액세서리 제작 판매
rarr120만 원
(불규칙)
지연 33 여 대졸 호텔 이벤트 코디네이터 호텔 인스펙터 2700 USD
유정 33 여전문대졸
(2년)
상담사(35년)rarr호주 워킹홀리데이rarr상
담사(25년)150만 원
인혜 30 여 대졸 컴퓨터 프로그래머(6년) 280만 원
영수 29 남 고졸 파트타임(서빙 가게 판매원 학원 실
장hellip)90만 원(불규칙)
관욱 26 남 대학생 파트타임(사무 보조 식당 서비스) 250만 원(불규칙)
승은 26 여전문대졸
(2년)
파트타임(빵공장 노동 전화상담원
조사원 요리강사 요가강사hellip)70만 원(불규칙)
은숙 23 여전문대졸
(3년)파트타임(식당) 130만 원
lt표 1gt 공식적 심층면접 대상자의 나이 주요 직업 월소득
낭여행 호주 목화농장에서의 노동을 통해 수많은 한국 청년들을 만났다
본 연구 중에는 공식적으로 심층면접한 17개 국적 50명을 포함한 다양한
외국인들과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이는 한국인들의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바라보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또한 인터넷을 이용한 의사소통도 도움이 되었는데 특히 수시로 소식을
업데이트하고 쉽게 인맥 관리를 할 수 있었던 페이스북의 역할이 컸다 항상
이동 중인 여행자들을 연구하기 위해 인터넷을 활용하는 이러한 연구방법은
린(Lean 2013)의 연구방법과도 상통한다 그는 여행을 통해 변화된 사람들
의 이동성을 이해하기 위해 자신이 실제로 여행하는 한편 자신이 직접 만나
기 힘든 사람들도 연구하기 위해 수차례씩의 이메일 인터뷰를 거치고 웹사
이트를 개설하여 넓은 범위의 참여자들과도 다양하게 상호작용한 바 있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01
린이 밝힌 것처럼 연구자도 연구대상자들이 실제로 거주하는 물리적 공간보
다 가상공간이 종종 더 접근성이 좋고 더 깊이 있는 인터뷰를 할 수 있음을
경험했다 이렇게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포함한 다현지적 접근은 이동 중인
사람들과 이동성의 연구에 적합한 방법이었다
3 헬(hell)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인도에서 만난 한국 청년들에게 왜 여행을 떠났냐고 물어본 결과 대부분
비슷한 답을 얻을 수 있었는데 한마디로 정리하면 한국은 희망이 없고 비
인간적인 삶에 지쳐서 탈출했다는 것이었다 이 장에서는 이들의 한국에 대
한 이러한 인식을 구체적으로 살펴본 후 어떤 점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헬(hell)조선 담론과 공명하고 있는지를 파악해본다 그리고 이들의 여
행을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1) 한국의 사회구조와 문화에 대한 불만
이 절에서는 청년들이 한국에서의 삶 속에서 어떤 지점에 불만을 가졌는
지부터 살펴본다 다음 사례들은 청년들이 취직이 되지 않고 취직이 되어도
소모품처럼 쥐어짜이다가 망가지기 직전에 스스로 그만두고 나왔다는 이야
기이다 이는 오늘날 청년들이 노동시장 및 사회보장제도 등 사회로부터 배
제되고 있는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현실(박수
명 2013)이 어떻게 개인에게 체험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청년들의 첫 번째 불만은 사람을 소위 lsquo스펙rsquo8)과 물질적 성취로만 판단하
는 한국 문화에 대한 것이다 2011년은 lsquo헬조선 탈출rsquo 혹은 lsquo탈조선rsquo이라는
말이 없던 시절이었지만 영수(2011년 당시 29세 남)는 외국인 친구들이
8) specification(세부적 자격요건)의 줄임말로 신상명세 등 사람이나 사물의 기본적인
능력을 나타내는 단어이다
302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ldquo왜 리시케쉬에 왔냐rdquo고 질문할 때마다 ldquo한국에서 탈출하기 위해서(to
escape from Korea)rdquo라고 대답하였다 고졸이 최종 학력인 영수의 삶에서
한국을 탈출해야 하는 맥락은 다음과 같이 나타난다
외국 가고 싶었어요 한국에 있는 게 갑갑했어요 스트레스 너무 받고 당장 내
세울 게 하나도 없으니까 경험은 많지만 자격증이 없으니까 [친구가] 여자들이
마지막에 너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너가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야
하고 말을 해줬어요 그 말이 사실이었어요 가진 게 아무것도 없었어요 직업도
돈도 없고 공부를 많이 한 것도 아니고 성과 낸 것도 없고 그래서 여자들이 널
떠나는 거라고 왜 외국을 나가고 싶었냐면 한국에 있는 게 너무 힘든 거예요
뭘 해야 될지 모르겠고 헬스장에서 일하려니까 마음이 너무 갑갑하고
여기서 영수에게 한국은 경험이나 능력보다는 자격증 직업 돈 학력과
같은 스펙과 물질적 성취로만 사람을 평가하는 곳이다 영수는 자신이 다양
한 경험이 있고 어떤 일이든 하기만 하면 남들보다 잘하며 사람들에게 항
상 인기가 많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호텔업계 와인업계 마술업계 연기업계 외식업계 체육업계 등
에서 아르바이트를 전전했을 뿐 안정된 직업을 가진 일이 없었다 영수는
이것을 한국 사회의 부조리함 때문으로 해석했다 와인업계에서 일하기 힘
들었던 것은 ldquo이상하게 한국은 나이 제한이 심해서rdquo 그리고 연기자가 되기
를 포기한 것은 ldquo한국에서는 모든 연기자는 돈을 찔러주고 들어가야 하고rdquo
ldquoPD 라인 작가 라인 주연급은 기획사에서 어주는 애들만 되기 때문rdquo이
다 즉 영수에게 한국은 부당하고 불공정한 관행이 횡행하는 곳이며 열심
히 노력해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없는 갑갑한 공간이었다 영수가 인도에서
요가 강사 자격증을 취득하려는 것은 이러한 희망 없는 한국을 벗어나 외국
에서 요가를 가르치면서 살기 위함이었다
두 번째는 취직이 되지 않는 현실이다 대학 졸업 후 몇 년간 노력했으나
결국 취직을 포기한 승은(2011년 당시 26세 여)은 인도에 오기 전까지 항상
짜증이 나 있는 상태 불만이 있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03
모든 게 다 짜증이 났던 것 같아요 내가 왜 이러고 있나 이런 거 왜냐하면
아무도 본인의 미래를 그렇게 상상하진 않잖아요 내가 상상했던 미래와 너무 다
르게 가고 있고 전 스무 살만 되면 모든 게 다 내 뜻대로 할 수 있고 모든 게
다 잘 될 거라고 막연한hellip 어른들이 항상 그러잖아요 스무 살만 돼라 근데 스무
살 돼도 별다른 게 없죠 대학 졸업해도 별 다른 게 없지 그 과 선택한 것도 단
지 취업 때문에 선택한 건데 내가 좋아하고 가고 싶었던 과를 포기하면서까지
간 건데
승은은 어차피 취업도 안 되는데 원하는 전공을 포기하고 딴 과에 가게
만들었던 어른들을 원망했다 승은은 ldquo자잘자잘 알바도 대충대충 하고 마트
계산원 알바도 해주고rdquo 살았지만 지루했다 ldquo내색은 별로 안 했지만 짜증나
고 취업도 잘 안 되고 어디론가 좀 떠나고 싶었고 새로운 거 느끼고rdquo 싶었
고 엄마가 ldquo새로운 걸 했으면 하는 눈치rdquo를 주는 것이 괴로웠다 이처럼
취업이 되지 않는 것이 본인의 책임이 아니고 본인도 괴로운 상황에서 가족
과 주변 사람들의 눈치까지 봐야 하는 현실이 부담스러워 탈조선했다고 하
였다
세 번째는 죽도록 과로해야 하는 한국의 노동 문화이다 인혜(2011년 당
시 29세 여)는 한국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했다 월~목요일에는 밤
9~10시까지 늘 야근을 했고 가끔 밤샘도 했다 몸이 점점 나빠졌다 스트레
스를 받으면 ldquo데굴데굴 구를 정도rdquo로 위가 아프곤 했으며 ldquo옷에 스치면
뼈마디까지 아팠다rdquo 아파서 회사를 일주일씩 쉬기도 하다가 결국 1년 8개
월만에 회사를 그만두었다 1년간 쉬려고 했지만 ldquo6개월 이상 놀면 거지를
못 면한다rdquo는 지인의 충고에 겁이 났고 스스로도 ldquo백수 되는 거 아닌가rdquo
싶어 슬슬 불안해졌다 결국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4개월 만에 또 취직했
지만 새 회사는 일이 더 힘들었다 인혜는 ldquo남들은 잘 하는데 나도 버텨보
자rdquo 하고 오기를 부리며 3년간 다녔지만 ldquo과장 이상 가면 버티기 힘들겠구
나rdquo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와중에 친구가 호주에 간다고 하자 ldquo1초도 고
민하지 않고rdquo ldquo나도 가rdquo 하고 말해버렸다 그 후 정보를 모으다가 행로를
변경하여 필리핀 보라카이로 어학연수를 떠났고 동남아와 인도까지 장기여
304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행하게 되었다
인혜는 ldquo이때까지 교육받고 살아온 게 늘 뭔가 하고 있어야 하고 한국
사회에서는 특히나 늘 일하고 있어야 하니까rdquo 아무리 아파도 마음 놓고 쉰
적이 없다고 하였다 평생 남의 시선을 신경 쓰면서 살아온 인혜는 탈조선
수개월 후 ldquo이제는 회사 복귀할 생각이 전혀 없어요 이젠 치열하게 살고
싶지 않아요 돈을 조금 벌더라도 조용히 평화롭게 내 시간 많이 가지고
내가 흥미 있는 부분을 전문적으로 발전시키고 싶어요rdquo라고 잘라 말했다
네 번째는 불합리한 조직문화이다 달희(2011년 당시 42세 여)는 중국에
서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일했다 앞 사례의 인혜처럼 너무 과로하여 각종
병을 달고 살다가 인도로 와서 장기체류하면서 요가를 배웠다 그러다가 한
국에서 수개월씩 일을 하고 인도로 돌아오기를 몇 번 반복했는데 그 중간
에 다녔던 회사의 획일적인 조직문화는 견딜 수 없이 피곤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삶의 방식까지 비슷해지지 않고서는 함께 일하는 게 거
의 불가능에 가까워 24시간 중에서 14시간 이상을 함께 있다 보면 세끼 밥을 같
이 먹어야 하고 세끼 밥을 같이 먹으니까 메뉴에 있어서도 그렇고 노는 시간조
차 함께 해야 하고 자는 것도 같은 숙소에서 자야 하는 경우가 있고 평소에 하는
모든 얘기 심지어 간식도 같이 먹어야 하고 너무나 많은 부분을 같이 해야 하기
때문에 나만 너무 다른 삶의 방식을 가지고 있으면 그들에게 배척당하지 그런
모든 것들 때문에 일도 같이 하기 싫어지는 거지
많은 한국 청년들이 달희처럼 조직에서 ldquo왜 너만 그렇게 다르게 행동하
냐rdquo는 눈치를 받았던 경험을 갖고 있으며 개성과 다양성을 억압하는 이러
한 한국적인 조직문화를 지긋지긋해 했다
지금까지 살펴본 이러한 불만들은 한국 청년들이 외국으로 나오게 된 주
요한 계기가 되며 최근 유행하는 헬조선 담론과도 잘 공명한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05
2) 헬조선 담론과 장기여행
이 절에서는 헬조선 담론이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청년들의
장기여행을 이와 연결시켜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으로 바라보고자 한
다
lsquo헬조선rsquo은 2015년 한국을 가장 뜨겁게 달군 신조어 중 하나로 인터넷
사이트 lsquo디시인사이드rsquo의 역사 갤러리에서 처음 사용되고 주식 갤러리에서
본격적으로 활용되다가 광범위하게 퍼져나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헬조선은
오늘날의 한국을 전근대적 계급제 사회였던 조선에 빗대는 단어로 자기비
하적인 조소가 담겨 있어 기성세대에게는 불편하게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 단어에는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급격히 심화되고 있는 불평등 및 계급격
차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 의식이 배어 있으며 여기에서 파생된 lsquo탈조선(헬
조선 탈출)rsquo이라는 단어에는 이 나라가 싫고 차라리 다른 곳으로 떠나고
싶다는 청년들의 절절한 외침이 담겨 있다 이러한 단어들이 특히 청년들의
공감을 얻어 급속도로 퍼져나가고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는 현상에 주목해
야 하는 이유는 이 단어가 오늘날의 한국에 대한 사회적 인식 이로 인한
실천 그 결과로서의 사회변동을 더 잘 살펴볼 수 있는 렌즈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탈조선 현상은 통계적으로도 증명된다 헤럴드경제가 미 시민권
공개포럼 사이트인 아이작 브룩 소사이어티에 올라온 자료9)를 인용한 기사
에 의하면 한국은 전 세계 경제 강국들 가운데 해외 이민을 떠난 뒤 모국의
국적을 포기하는 비율이 가장 높다10)(헤럴드경제 2014년 4월 28일자) 더
충격적인 것은 아직 이민을 실행하지 못해 이 통계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9) 2012년 5월 23일 Eric이라는 필자가 2002~2010년 각 아시아 나라별 통계청 자료를 인용하여
아이작 브룩 소사이어티에 올린 글이다(The Isaac Brock Society 2012년 5월 23일)
10) 이 기사에 의하면 뉴질랜드는 인구 10만 명당 45명 홍콩은 25명 대만은 152명 싱가포르는
431명인데 비해 한국은 1680명으로 비교 대상 국가 중에서 압도적으로 많다 가까운 일본
(89명)과 비교하면 20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이 기사는 ldquo한국은 국적을 상실하는 사람이 연간
25000명으로 귀화자보다 많은 유일한 아시아의 선진국rdquo이라고 분석했다
306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이민을 갈 의향을 가졌거나 준비 중인 사람들은 더 많다는 자료이다 뉴시스
가 온라인 취업포털 lsquo사람인rsquo에서 2015년 11월 성인남녀 1655명을 대상으
로 이민 의향을 조사한 결과11)를 분석한 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786
가 ldquo이민을 갈 수 있다면 가고 싶다rdquo고 답했다 한국을 떠나고 싶은 가장
큰 이유로 응답자들은 lsquo일에 쫓기는 것보다 삶의 여유가 필요해서rsquo(564
복수응답)를 꼽았으며 lsquo대체로 근로조건이 열악해서rsquo(527) lsquo소득의 불평
등 문제가 심해서rsquo(474) lsquo직업 및 노후에 대한 불안감이 커서rsquo(474)
lsquo경쟁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싫어서rsquo(463) lsquo국가가 국민을 보호해주지 않
아서rsquo(444) lsquo해외의 선진 복지제도를 누리고 싶어서rsquo(307) 등의 응답
이 뒤를 이었다 실제로 응답자들의 479는 현재 이민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민국을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복지(412)였고
이어 문화(175) 일자리 여부(131) 소득수준(67) 기후 등 환경
(58) 등이 고려 대상이었다(뉴시스 2016년 1월 18일자)
이러한 통계자료 뒤에 숨어 있는 헬조선에 대한 젊은이들의 구체적인
인식과 실천은 lsquo헬조선rsquo이라는 사이트12)에서 볼 수 있다 이 사이트의 게시
판에는 ldquo내가 헬조선을 증오하게 된 이유rdquo ldquo생존이 목표가 되어버린 헬조
선rdquo ldquo금수저13)들이 똥수저에게 게으르다 훈계하는 이유rdquo ldquo기업업자들이
니들이 낸 세금을 털어먹는 방법rdquo ldquo헬조선에 충성한 자의 최후(빡침주의)rdquo
ldquo한국인은 그 사람 아버지 직업=그 사람 수준rdquo 등 한국 사회를 비판 풍자하
는 글들이 올라온다 이 게시물들을 보면 청년들이 한국을 지옥에 빗대어
헬조선이라 부르는 이유가 생존하기도 힘들 만큼 빡빡한 현실 고착화된 사
회구조적 불평등과 부정부패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청년들은 이 사이트에서
구체적인 탈조선 방법을 공유하기도 한다 용접이나 배관 컴퓨터 등의 기술
11) 이민 의향은 연령대별로는 30대(821)의 응답률이 가장 높았고 20대(80) 40대(724)
50대 이상(59) 순이었다 이민을 가고 싶은 나라 1위는 캐나다(168)였고 호주(16)
뉴질랜드(108) 미국(96) 독일(95) 스웨덴(69) 일본(63) 핀란드(49) 스위
스(47) 등의 순이었다(사람인 2016년 1월 18일자)
12) 사이트 이름은 lsquo헬조선rsquo이지만 URL 주소는 wwwhellkoreacom이다
13) 사람을 가진 자산에 따라 금수저 은수저 동수저 흙수저 등으로 나누는 lsquo수저계급론 담론은
2015년부터 lsquo헬조선 담론과 함께 한국 사회의 현실을 고발하는 담론으로 크게 유행했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07
을 배워 미국 캐나다 호주 등의 선진국으로 이민 가는 방법에 대한 질문과
답 체험사례도 올라온다
그러나 위에서 인용한 것처럼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선진국으로의 이민만
을 탈조선이라고 할 수는 없다 현실적으로 선진국으로의 이민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높은 영어 점수와 자격증 경력 등의 스펙 및혹은 통장 잔고 증명
이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현실에 좌절한 젊은이들 중에는 일단
한국을 떠나 있기 위해 혹은 영어도 공부하고 스펙을 쌓을 자금도 마련하기
위해 워킹 홀리데이와 같이 노동을 포함한 장기여행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
가 많다 이 글의 서두에서 인용한 현정의 사례처럼 여러 선진국에서의 워
킹 홀리데이와 인도 동남아에서의 장기체류를 반복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점에서 미디어에 재현되는 것처럼 목적지를 명확하게 정하고 필요
한 자격요건을 획득하여 이민이라는 과업을 완수하는 사례는 오늘날 증가하
고 있는 헬조선 탈출 현상 중 극히 일부라고 할 수 있다 본 연구의 연구대상
자들이 가졌던 한국에 대한 불만이 헬조선 담론과 유사하며 이러한 헬조선
을 탈출하는 방법으로 장기여행을 택했다는 점에서 이들의 실천을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혹은 탈조선 여행으로 부르고자 한다 이러한 탈조선
여행 현상을 총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성공한 이민 사례에만 주목하는
시각에서 벗어나 다양한 이동 경로와 복잡한 과정 모두를 탈조선 실천의
일부로 보고 그 새로운 이동성의 양상을 파악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4 탈조선 여행의 이동 양상
이 장에서는 탈조선 여행의 이동 경로와 복잡한 과정을 구체적으로 파악
하고 그것이 계급에 따라 분화되어 있음을 보인 후 특히 중하류층 청년들
이 어떻게 선진국에서의 노동-개발도상국에서의 여행을 반복하는지를 살펴
본다
308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1) 계급에 따른 이동 경로의 분화
먼저 헬조선 탈출이 계급과는 상관없이 수많은 한국 청년들에게 공감되
는 꿈이라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 2015년에 솔직한 제목과 내용으로 크게
주목 받았던 소설의 일부분을 살펴보자
왜 한국을 떠났느냐 두 마디로 요약하면 한국이 싫어서지 세 마디로 줄이
면 여기서는 못 살겠어서 무턱대고 욕하진 말아줘 내가 태어난 나라라도 싫어
할 수는 있는 거잖아 (10쪽) hellip 이제 내가 호주로 가는 건 한국이 싫어서가 아
니라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야 아직 행복해지는 방법은 잘 모르겠지만 호주에
서 더 쉽게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는 직감이 들었어 (161쪽) hellip 나더러 왜 조국
을 사랑하지 않느냐고 하던데 조국도 나를 사랑하지 않았거든 솔직히 나라는 존
재에 무관심했잖아 나라가 나를 먹여주고 입혀주고 지켜줬다고 하는데 나도 법
지키고 교육받고 세금 내고 할 건 다 했어 (170쪽)
- 장강명(2015) 985172한국이 싫어서985173 중에서
이 소설은 한국에서 자신의 미래를 비관하는 20대 후반의 여성이 회사를
그만두고 호주로 이민을 떠난 사정을 들려주는 대화 형식의 이야기이다 주
인공은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를 다녔던 평범한 20대 청춘이다 주인공은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했지만 이 나라에서는 행복하지 않았고 결국 한국
이 싫어서 선진국인 호주로 떠났다고 말한다 이러한 주인공의 사연은 한국
의 대표적인 신문사의 사회부 등에서 기자로 일했던 저자가 치 한 취재를
바탕으로 그려낸 가장 사실적이면서도 평균적인 탈조선의 꿈이라 할 수 있
다
평범한 주인공이 이런 실천을 하는 모습에서 볼 수 있듯 헬조선 탈출은
한국 청년들에게 널리 퍼져 있는 욕망이며 한 인터뷰 대상자의 말을 빌리자
면 ldquo요즘 모여서 얘기하면 태반은 탈조선을 꿈꾼다rdquo 그러나 다 함께 꾸는
꿈도 각자의 계급과 이용 가능한 자원에 따라 실천 가능한 형태가 정해지는
것이 현실이다 가족의 자본과 본인의 학력자본이 높은 중상류층 출신 청년
들은 선진국에서 교환학생-유학을 거친 후 한국 혹은 선진국에서의 취업-선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09
진국으로의 이민이라는 경로를 많이 취하는 반면 자본이 부족한 중하류층
청년들은 한국 혹은 호주 뉴질랜드 등의 서구 선진국에서 노동하여 돈을
번 후 인도 태국 등의 아시아 개발도상국에서 장기여행을 하는 패턴을 반
복하는 이원화된 구조가 나타났다
이 글에서는 중하류층 청년들의 탈조선 현실에 초점을 맞출 것이지
만 더 입체적인 비교를 위해 잠시 중상류층의 사례를 살펴보자 화장품을
사거나 식도락 여행을 위해 종종 일본에 가는 진희(2016년 현재 24세 여)는
한국에서 태어난 것을 한탄하며 탈조선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는 대
학생이다 진희는 양친 모두가 안정된 직업을 갖고 있고 매년 2~4주씩 4인
가족이 해외로 자유여행을 갈 정도의 경제적 문화적 자본을 갖추고 있는
중산층이며 한국 최고의 학벌을 취득하는 등 모든 면에서 부족함이 없는데
왜 탈조선을 원할까 이러한 연구자의 질문에 진희는 ldquo객관적인 지표는 그
렇긴 한데 주관적인 느낌의 차원에서 가망이 없다고 많이 느낀다rdquo ldquo제가
언제든 비정규직이 될 수 있고 밑바닥으로 떨어지는 거 순식간일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rdquo고 답했다 진희는 대학에서도 좋은 학점을 4년 내내 받으며
성공적인 궤도를 달려왔다 그러나 ldquo학벌주의 사회와 경쟁적인 분위기와 과
도한 학습노동rdquo이 너무나 힘들었고 ldquo헬조선 때문에 소중한 청소년기 성장
기가 박탈당했다는 억울함과 분노가 있다rdquo고 하였다 ldquo고등학교 들어가면서
부터는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꼼짝없이 야자(야간자율학습)rdquo를 하였고
대학에 한 번에 붙어야 ldquo이 다시 겪고 싶지 않은 끔찍한 시간rdquo을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아 점심 식사 저녁 식사를 모두 포기하고 간식으로 대충 때우
며 인강(인터넷 강의)을 들었다 진희는 스스로 ldquo자기착취의 주체rdquo가 되어
ldquo모든 에너지와 시간 등등을 싸그리 수단화해서rdquo ldquo학습노동rdquo에만 매달렸다
고 회고한다 진희의 사례는 한국에서는 성공적인 궤도를 달리고 있는 것처
럼 보이는 청년들도 경쟁적인 사회 분위기에 질려 탈조선을 희망할 수 있다
는 것을 보여준다
진희는 중학교 때 985172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985173(홍세화 1995)라는 책을 읽
었는데 프랑스의 교육제도와 사회보장제도 하에서는 ldquo한국처럼 젊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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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 찌들어 살고 노후 걱정하고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게 부러웠고rdquo ldquo나는
어쩌다 우연히 한국에 태어났을 뿐인데 왜 그런 우연한 국적에 발목 잡혀서
힘들게 살아야 하나rdquo 하고 생각했다 대학 시절에는 프랑스어를 배운 후 1학
기 동안 프랑스로 교환학생을 다녀왔다 졸업 후에는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대학원을 다닐 계획이다 진희처럼 부모의 지원으로 좋은 학벌을 취득하고
빨리 탈조선의 방법과 방향을 정하며 대학을 다니면서도 노동에 매달리지
않고 공부에만 몰입할 수 있고 덕분에 외국어라는 유용한 자원을 효율적으
로 습득한 경우 ldquo탈조선 방식으로 유학을 택하는 것rdquo이 가능하다
한국에는 진희와 같은 중상류층 젊은이들이 많이 있으며 이들은 주로
유럽이나 북미의 선진국에서 교환학생이나 유학을 통해 장기체류하는 경로
를 취한다 중상류층 중 인도에서 장기체류하는 경우는 요가나 명상을 깊이
배우려는 목적에서가 대부분이며 인도를 찾는다 해도 그 이후의 삶은 앞으
로 서술할 중하류층 청년들과 크게 다르다 스스로를 ldquo금수저rdquo라고 말하지
만 인도에서 몇 번 장기체류를 했던 지연(2016년 현재 38세 여)의 경우가
그런 독특한 사례이다 아버지가 의사이고 어머니는 교양 있는 주부인 집안
에서 자라며 음악을 전공했던 지연은 이렇게 얘기했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유학을 가는 게 당연한 코스였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그렇
게 생각했었고 어느 날 문득 심한 회의가 들었고 내가 재능이 아무리 많고 아무
리 열심히 해서 유학 갔다 오고 교수가 된다 한들 작은 방에서 하루 종일 나 같
은 아이들 가르치며 햇빛도 보지 못하고 썩은 얼굴로 살겠구나 돈이나 명예가
있으면 뭐하나 인간 삶의 질이 엉망이겠구나
ldquo한국에 있으면 무엇을 해도 마찬가지rdquo일 것이라고 생각한 지연은 부모
의 후원을 받아 독일로 가서 고등학교를 다녔고 스위스에서 대학을 졸업했
다 졸업 후에는 ldquo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그 사회에서 사는 게 너무 끔찍
하게rdquo 느껴져서 태국에서 7년 가까이 직장 생활을 하였고 요가를 배웠다
지연은 고등학교 때부터 탈조선하여 계속 외국에서 지냈으며 영어와 독일
어를 유창하게 구사했지만 한국적인 삶의 방식과 성공을 요구하는 부모와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1
끝없이 충돌했다 몸은 한국에서 벗어나 있더라도 한국과 가족 등의 끈으로
묶여 있는 한 마음은 한국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결국 몇 번의 대형 충돌
을 거친 뒤 매년 인도에서 수개월씩 체류하며 마음만은 탈조선한 상태로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위의 두 사례를 보면 한국에서는 남들이 모두 부러워할 만큼 많은 자본을
가진 20대 중반의 젊은이도 스스로를 금수저라 인식하는 30대 후반의 젊은
이도 ldquo젊어서도 일에 찌들어 살고 노후 걱정rdquo해야 하는 삶 경쟁이 극심한
한국에서 사는 것을 끔찍하게 인식하며 탈조선을 꿈꾸고 실천한다는 사실
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중상류층 출신인 이들에게는 부모가 가진 자원과
그 도움으로 획득한 자신의 문화자본 덕분에 탈조선의 실천이 상대적으로
쉬운 것도 사실이다
2) 중하류층 청년들의 노동-장기여행 반복
그렇다면 중하류층 젊은이들의 탈조선 여행 이동 루트는 어떠할까 이
글의 서두에서 현정이 말한 대로 많은 청년들이 호주에서 수 개월간 일을
해서 한국에서보다 많은 돈을 벌고 그 돈으로 호주 동남아 인도를 여행한
다 그리고 돈이 떨어지면 다시 호주 혹은 다른 워킹 홀리데이 국가로 가서
돈을 벌고 다시 그 돈으로 아시아 국가들을 여행한다
리시케쉬에서 만난 한국 청년 중 가장 길게 여행 중인 현정의 구체적인
이동 경로는 다음과 같다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했던 현정은 졸업 후 ldquo취직
이 되지 않아rdquo 인도를 3개월간 여행했다 그 후 호주에 워킹 홀리데이로
가서 1년간 일한 뒤 동남아를 장기여행 했다 그 후 다시 호주에 워킹 홀리
데이로 가서 또 1년간 일했고 그 후에는 다시 동남아를 장기여행한 후 인도
에 왔다 비자가 만료되자 네팔에서 2개월간 머문 뒤 새 비자를 받아 다시
인도에 왔고 리시케쉬에서 1개월짜리 강사 트레이닝 코스를 마쳤다 현정
은 한동안 요가 수련을 한 후 뉴질랜드에 워킹 홀리데이로 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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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이상 계속 외국을 떠돌고 있는 셈이었다
현정의 부연설명처럼 수 년 전부터 동남아에는 ldquo집에 3~4년씩 안 들어간
애들rdquo ldquo집에 가기 싫은 애들rdquo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배낭여행 중에는 이런
청년들을 쉽게 만날 수 있으며 여행 중에 만나는 사람들 그리고 워킹 홀리
데이 안내서 동남아 여행기 블로그 페이스북 등을 통해 이들에 대한 간접
적인 이야기도 수없이 들을 수 있다
현정처럼 한국에 거의 들어오지 않고 쭉 여행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중간중간에 한국에 들어와 회사를 다니며 돈을 모은 뒤 다시 나가는 경우도
있다 주로 쉽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자격증을 가진 경우인데 유정(2011
년 당시 32세 여)의 경우 2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청소년 상담사 자격증을
딴 후 3년 반 동안 회사를 다녔다 그 후 호주로 1년간 워킹 홀리데이를
나갔다가 들어와서 다시 1년간 회사를 다녔다 그 후 캐나다로 워킹 홀리데
이를 가려고 신청했다가 떨어진 후 장기여행을 준비하다가 다시 취직했고
1년 반 동안 일하다가 장기여행을 시작했다 이번 여행은 현재 10개월째인
데 동남아에서 수 개월간 쉬고 단동에서 15개월간 자원봉사를 하고 운남
성에서 15개월간 태극권을 배운 후 다시 15개월간 동남아와 인도를 여행
했고 인도에서 2개월간 요가를 배운 후 육로로 이집트까지 여행할 예정이
다
현정 유정과 같은 청년들의 생애사를 들어보면 학벌이나 학력 자격증
부모의 직업 등 많은 면에서 내세울 것도 도움 받을 네트워크도 없었으며
자신의 힘으로 삶을 헤쳐 나갔다 3장에서 살펴본 것처럼 가진 것이 없다
보니 존중받지 못했거나 취직이 되지 않아 주변의 눈치를 봐야 했으며 죽
도록 과로하거나 불합리한 조직문화에 시달리면서도 노동을 하며 살아야
했다 현정처럼 차라리 선진국에서 육체노동을 하며 돈을 많이 벌거나 유정
처럼 ldquo죽었다 생각하고rdquo 한국에서 1년 정도 일을 하고 나면 쉬고 싶고 그새
망가진 몸을 고치고 싶고 자신이 누구인지 천천히 생각도 해보고 싶어진다
전 세계적으로 볼 때 한정된 돈으로 오랜 시간을 보내며 이러한 목적을
추구할 수 있는 최적의 여행지는 인도로 알려져 있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3
5 인도에서의 헬조선 해독 활동
이 장에서는 한국 청년들이 인도에서 장기체류하면서 추구하는 목표가
휴식 치유 자아 찾기를 통한 lsquo헬조선 해독(解毒)rsquo임을 보인 후 인도가 이런
활동을 하기 좋은 이유는 무엇인지 알아본다
먼저 탈조선하여 인도에 온 청년들이 가장 많이 추구하는 활동인 휴식
치유 자아 찾기가 어떠한 맥락에서 나타나는지를 다음 사례들을 통해 살펴
보자
달희는 리시케쉬에 왜 왔냐는 연구자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ldquo나는
여기가 쉴 수 있는 곳일 거란 기대를 가지고 처음에 왔어요 밖으로의 여행
이 아니라 내 안으로의 여행 내가 처음에 인도를 선택하면서 내 마음속으로
되뇌었던 것이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이 말을 계속 했었어요rdquo
달희는 휴식과 자아 찾기를 위해 인도에 왔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것은
과로할 수밖에 없는 직장생활 그로 인해 병든 몸을 치유하는 것과 접한
관계를 갖고 있었다 달희에 의하면 이러한 욕망을 갖게 된 것은 회사 생활
을 하면서 ldquo착취당하면서도 표현도 못 하고 그렇다고 부하 직원들을 쥐어
짤 성격도 안 되고 해서 아주 화병 같은 게 단단히 들고 몸도 너무 고단해서
망가졌기rdquo 때문이다 30세 무렵에는 교통사고가 나서 구안와사(口眼喎斜)
즉 입이 한쪽으로 돌아가는 증상이 왔다 그러나 달희는 여전히 일을 하였
고 계속 일을 하다 유방섬유선종 자궁근종 무릎middot발목 등의 원인불명 통증
척추측만증 두통 소화불량 관절 통증 등을 앓게 되었다 결국 41세에는
더 이상 회사를 다닐 수 없어 요가를 하면서 몸을 고치기 위해 리시케쉬로
오게 되었다
달희의 생애사에서 보이는 것처럼 과로 심신의 질환 자아를 잃었고 왜
사는지 모르겠다는 느낌이 긴 하게 엮여 나타나다가 탈조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한국인 장기여행자들에게 흔한 서사이다 인도의 장기여행자 중 보기
드물게 성공적인 궤도를 달리는 듯했지만 역시 같은 이유로 탈조선한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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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의 사례도 이를 잘 보여준다
관욱(2011년 당시 26세 남)은 서울의 일류 공과대학의 4학년이었다 관
욱은 4학년 여름까지 취직을 위해 인턴 과정을 밟고 있었고 취직 시험에서
최종 면접을 몇 개 남겨둔 상태였다 고등학교 때 985172지구별 여행자985173(류시화
2002)를 읽은 이후 막연히 배낭여행을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가지고 있었지만 주변 사람들은 다들 대학원에 가거나 빨리 취직하는 분위
기였고 해외에 간다고 해도 유럽으로 아니면 유명 대학의 프로그램이나
어학연수에 가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계속 고민하다가 전자공학 전공자에
대한 수요가 많아 취업 걱정이 없다는 점 지금 못 가면 40~50대 때 후회할
것 같다는 점 회사에 한 번 들어가면 회사를 그만두지 않는 한 6개월짜리
여행은 할 수 없다는 점을 생각했다 관욱은 취업 준비를 모두 그만두고
면접도 포기하고 여름 내내 육체노동을 하면서 인도 여행 자금을 모았다
관욱은 늘 아침밥만 먹고 점심 저녁은 굶으면서 공부했다 전공 5~6개 과목
의 시험이 매 학기 각각 4번씩이나 있고 프로그램 프로젝트를 2개씩 하다
보니 항상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관욱은 ldquo어쩌면 스트레스 받는데 의식
못 했을 수도 있었다rdquo고 회고한다 관욱은 ldquo한국에서는 시험이나 프로젝트
가 늘 마음에 있었고rdquo 회사 면접을 보면서는 ldquo연봉보다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rdquo 하는 고민에 계속 마음이 무거웠다 그러
다가 인도에 오기 전에 몸이 아파 병원에 들렀고 놀랍게도 20대 중반의
나이에 위궤양 빈혈 고혈압 진단을 받았다 관욱은 인도에 오게 된 계
기를 다음과 같이 털어놓았다
한편으로 기대한 바는 한국 문화에서 떨어져 있고 싶었어요 어떤 사회적 자
아 그렇게 형성된 자아가 너무 세서 내 내면의 목소리라는 걸 들어볼 생각도 안
하고 들어보지도 못했어요 작은 거라도 그래서 여기서 나가보면 내가 직접 느껴
볼 수 있지 않을까 절실히 필요하면서도 내 내면의 목소리 이런 게 너무 피상적
으로 느껴졌었죠
관욱이 인도로 탈조선하면서 가장 바란 것은 한국 문화 사회적 자아에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5
매몰된 내면의 목소리를 찾는 것 즉 자아 찾기였으며 이것은 망가진 몸을
치유하고 휴식을 취하는 것과 접하게 엮여서 나타났다 관욱은 한국에서
는 성공을 향한 길을 안정적으로 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진정으
로 원하는 일을 하지 못하고 몸의 요구나 내면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바쁘게
살아야 하는 한국 문화에 순응하며 살아오다가 문득 몸이 망가진 것을 발견
했다 관욱은 연구자와 나눈 대화 속에서 ldquo쉬고 싶다rdquo는 표현을 끝없이 계속
했다 가이드북에서 리시케쉬 부분을 펼쳤을 때 ldquo락쉬만줄라에 노을 지는
장면 사진이 나왔는데 이것을 보고 여기서는 여유롭게 시간을 가져도 좋겠
다 한국에선 잘 못 가지는 시간이니까rdquo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였으며
오기 전에 ldquo가서 어떤 식으로든 순간을 즐길 수 있음 그럴 수 있기만 하면
좋겠다rdquo 하고 생각했다고 하였다 리시케쉬에 도착해서는 ldquo여기서는 순간을
한 번 그렇게 지내보자 한국에선 걱정이 너무 많으니까 시험이나 프로젝트
가 늘 마음에 있으니까 여기선 햇볕 산책 다 해보자rdquo 하고 결심했다고 하였
다
이처럼 많은 한국 청년들이 휴식에 대한 갈망을 표현하였다 이번 여행의
목적을 묻는 연구자에게 유정은 이렇게 대답했다 ldquo계속 다니면서 나를 더
들여다보는 거죠 나는 누구인가 10대 때 고민했던 거 다시 한 번 그래서
이렇게 좀 다니면서 생각 좀 많이 하면서 그래서 좀 스스로 좀 내면적으로
좀 강해졌음 좋겠다 그리고 현실에서 탈피하고 싶고 그게 좀 안 돼요 일만
하면 일만 생각해요rdquo
유정 또한 탈조선의 계기를 ldquo나를 들여다보는 것rdquo 즉 자아 찾기라고 얘기
하고 있으며 그것을 현실 탈피와 내면이 강해지는 것과 연결시키고 있다
유정은 한국에서 회사 문화의 불합리함 인간관계에 의한 스트레스로 폭식
증 소화불량 단기간에 25kg이라는 급격한 체중 증가 그리고 이로 인한
무릎 허리 목의 통증에 시달렸다 그래서 휴식과 치유가 절실하여 탈조선
하게 되었고 몇 달간 푹 쉰 뒤에는 ldquo다시 사회에 돌아갔을 때 그런 스트레스
나 이런 것들에 대해서 사람관계에서 오는 것들은 내가 좀 커트할 수 있는
사람rdquo이 되고 싶어 요가를 시작했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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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례들이 보여주는 바처럼 한국 청년들이 헬조선을 탈출하는 이유
는 휴식 치유 자아 찾기를 통한 헬조선 해독이 너무나 절실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활동을 다른 곳도 아니고 인도에서 하는 것일까
앞의 사례에서 달희는 휴식 자아 찾기의 욕망을 인도에서 추구하게 된
이유로 ldquo인도는 한국에서 지내는 것보다 한 달에 쓰는 생활비가 더 적을
거라는 생각rdquo ldquo일을 하지 않고 요가만 하면서 먹고 자고 할 수 있고rdquo ldquo인도
는 요가의 본고장이기 때문이라는 믿음rdquo이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다른
사람들이 인도에 온 계기도 대부분 이와 비슷하다
달희가 말한 것처럼 이러한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저렴한 물가이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유럽이나 미국에서 장기체류를 하지
않는 핵심 원인은 물가가 비싸 오래 머물 수가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 최대
한 많은 것을 볼 수 있도록 하루하루 빡빡한 일정을 짜고 꼭 필요한 날수만
큼만 머물게 되는 이런 선진국으로는 휴식을 취하러 가지 못한다 그러나
인도 리시케쉬에서는 300~500달러만 있으면 한 달간 깔끔한 싱글룸에서
묵으며 최고의 요가 수업을 받고 여유롭게 식사와 간식을 즐기며 지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좋은 자연환경과 문화적 매력까지 있다 리시케쉬는 갠지
스강과 히말라야 산맥이 만나는 성지로서 자연환경이 아름답고 요가의 본
고장답게 훌륭한 요가 수업들이 많이 있다 달희의 말처럼 ldquo요가만 하면서
먹고 자고 할 수 있는rdquo 최적의 환경인 것이다 이러한 환경은 여행 가이드북
과 여행자들이 남긴 여행기에도 잘 기술되어 있으며 실제로 놀라운 치유의
효과를 낳는다 이러한 소문은 수많은 여행자들을 유혹한다
이처럼 개발도상국에서 장기체류하는 선진국의 여행자들에 대해 그러한
이동의 핵심 원인이 더 나은 삶의 질을 위한 것이라고 보고 개념화한 것이
바로 라이프스타일 이주이다 인도에 대한 사례 연구로는 바라나시의 서구
인 장기체류자들을 참여관찰하면서 이들을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로 보고 그
라이프스타일의 특징을 분석한 코펠라(Korpela 2009)의 연구가 있다 바라
나시는 인도 악기를 배우는 장기체류자들이 집해 있는 곳인데 코펠라에
의하면 이들은 대부분 인도 악기를 연주하고 요가와 명상 자선사업을 하며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7
엄청난 시간을 친구들과 어울리는 데 쓴다 이들의 삶은 느리고 빡빡한 매
일의 일정이 없으며 물질적 소유는 적고 현재를 즐길 시간이 많다 코펠라
는 이들이 가능한 곳에서 더 나은 삶을 찾으며 물가가 싸고 영적sdot예술적
의미와 결부된 곳에서 더 나은 삶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이용하는 것이라
고 해석하였다
인도의 장기체류자들이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이동하는 방향성은
이렇게 해석할 수 있겠으나 문제는 라이프스타일 이주라는 개념은 이들이
고국에서 인도로 한 번 이주한 다음 영구히 정착한다는 인상을 준다는 것이
다 그러나 사실 인도의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들은 대부분 3~6개월짜리 관광
자 비자로 인도에 장기체류하는 여행자들이며 비자를 갱신하기 위해 이웃
나라를 방문하거나 돈을 벌거나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자주 고국으
로 귀국한다 또한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헬조선 탈출 여행자들은 이 글의
서두에서 보았던 것처럼 호주 등 선진국에서의 노동 다른 동남아 국가들에
서의 여행 등 다양한 이동 루트를 거친다
이처럼 오랜 기간 다양한 장소들을 떠돌다 보면 이들의 탈조선 여행 이후
의 삶은 어떻게 변화할까
6 탈조선 여행 이후의 삶의 변화
이 장에서는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을 했던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이들에게 나타나는 lsquo집rsquo의 의미 변화를 살펴본
뒤 이들의 이동성을 라이프스타일 여행 및 라이프스타일 이동성이라는 개
념과 연결 지어 살펴본다
1) lsquo집rsquo의 의미 변화
탈조선하여 떠도는 사람들에게 집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왜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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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돌아다니냐는 연구자의 질문에 현정은 이 글의 서두에 인용한 것처럼
ldquo집에 가기 싫어서요rdquo라는 답과 함께 이제는 집이 불편하다는 말까지 했다
ldquo이제 집에 가도 제가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닌 것 같아요 불편해요 그래서
또 나오고요 엄마가 밥을 하루에 3번씩 해주시는데 처음에 빵만 하루에
3번 먹으면 속이 거북한 그 느낌처럼 밥에서 그런 느낌이 나던데요rdquo
현정의 말은 2가지 생각해볼 문제를 남긴다 첫 번째는 한국 사람인 현정
이 밥을 먹으면 속이 거북하다는 지점이다 지금은 약간 옅어지기는 했지만
한국의 해외여행 역사상 언제나 여행 경험담의 중요한 부분이 되어왔던 것
은 며칠만 외국을 여행해도 김치와 된장찌개가 그립고 한국인이라면 역시
밥을 먹어야 힘이 난다는 정서 그리고 한국인을 만나서 김치에 소주를 함께
먹으며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공유했던 정겨운 경험 등이다 이와 비교
할 때 현정과 같은 청년들에게서는 지금까지 한국인에게 lsquo밥rsquo으로 체화되어
있던 한국적 정서와 정체성이 옅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한국적 정서와 정체성이 옅어지는 것은 공간적으로도 체험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이 두 번째 지점 즉 ldquo집에 가도 제가 있어야 할 자리
가 아닌 것rdquo처럼 불편하고 그래서 또 외국으로 나간다는 말이다 과거 많은
한국인 여행자들은 lsquo나의 집rsquo 그리고 이를 확장한 lsquo내 나라rsquo가 세상에서 가
장 편안한 곳이라고들 이야기해왔으며 여행작가 한비야처럼 여러 언어를
구사하고 외국여행을 많이 한 사람도 틈날 때마다 집과 고국에 대한 그리움
을 토로하곤 했다 이처럼 집과 고국은 한 사회적 인간의 근원이자 지향점으
로 체화되어 있었고 그것이 당연하게 여겨져 왔으나 오늘날 현정과 같은
젊은이들은 여기서 불편함을 느끼고 탈출까지 감행한다 이러한 인식은 달
희의 말에서도 잘 드러난다 달희는 요가 연습 도중에 갑자기 눈물이 나서
소품실에 들어가 울다 나온 적이 여러 번 있었다 나중에 연구자가 이유를
물어보자 ldquo집에 가면 할 일도 없고 가고 싶지 않아서rdquo 울었다고 하였다
달희는 ldquo한국에 있으면 내일 할 일뿐만 아니라 그 동안 해왔던 일과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rdquo며 부담감을 드러냈다
이처럼 탈조선 여행자들에게 가족들이 사는 집 그리고 고국은 점점 불편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9
한 곳이 되어가며 잠시 돈을 벌거나 비자를 연장하기 위해 혹은 의료 혜택
을 받기 위해서와 같은 실용적인 목적을 위해 들르는 곳으로 변화되어 간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이들은 지속적으로 떠돌거나 고국을 주 거주지
로 하면서도 외국을 계속 돌아다니는 이동성이 증대된 삶을 살게 된다
2) 이동성의 증가
헬조선 탈출 이후 현정처럼 노동과 장기체류라는 순환을 지속적으로 반
복하며 계속 장기여행 중인 사람도 있지만 장기여행을 끝낸 후 한 장소에
정착하여 사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다면 장기여행을 끝낸 후 탈조선 여행자
들의 삶은 어떻게 변화되며 어떠한 새로운 특징이 나타날까 본 연구에서
는 다음 2가지 패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 번째 패턴은 요가와 같이 특정한 활동을 중심으로 증가된 이동성과
직업적 경력을 연결시키는 것이다 달희의 경우 요가를 배우기 위해 수년째
한국-인도를 오가다가 도중에 결심하고 요가 강사가 되었다 연구자와 만났
을 당시 달희는 인도에 3번 왔던 상태였다 수개월씩 여러 장소에서 각기
다른 요가를 배우기를 3년간 반복하다가 2012년 7월부터는 3년간 쭉 방콕
에서 머물며 강사 트레이닝 코스를 밟았다 2015년에는 귀국하여 요가 강사
자리를 알아보는 한편 지속으로 태국 인도 등에서 요가 워크숍에 참석하고
있다
이처럼 헬조선 탈출 여행자 중 요가 수련자들은 리시케쉬를 포함하여
요가를 배우거나 수련할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하는 삶의 방식을 유지한다
계절과 선호하는 강사의 존재 여부 등 다양한 조건에 맞추어 인도 내에서
이동하기도 하고 요가의 새로운 내용이나 전수 방식을 외국의 강사에게 배
울 수 있거나 또 다른 머물기 좋은 장소가 발견되면 인도를 벗어나 다른
나라로 이동하기도 한다 서구인들에 비하면 한국인의 이동 범위는 좀 더
아시아 위주로 한정되어 있는데 주로 한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지내다가 가
320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끔 태국 등 동남아 국가의 요가 센터나 요가 워크숍에 참여하는 형태이다
물론 이동 중간중간에 워킹 홀리데이로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일하거나 한
국에서 일하며 여행 자금을 단기간에 마련하기도 한다
요가 수련자들이 이처럼 계속 요가를 배우며 이동하는 것은 더 나은 요가
강사가 되도록 하는 이동성 자본(mobility capital)(Bell 2013 24)으로 기능
할 수도 있다 벨은 끊임없이 돌아다니는 음악 연주자들을 라이프스타일 여
행자로 분류하면서 이들이 경제적 부 대신 개인적sdot직업적 풍요로움 등의
형태로 이동성 자본을 획득하였으며 이들이 영원히 혹은 가장 중요하게
닻을 내리는 것은 한 지리적 장소가 아니라 그들의 일이라고 분석한 바 있
다 이들의 이동성은 전문적 수련의 일부가 되며 이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이처럼 이동성이 성공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것은 요가 강사들
에게도 마찬가지인데 요가의 기원지인 인도에서 유명한 스승에게 배웠다는
것은 그 요가 강사의 진정성과 정통성 그리고 그 결과로서의 지식을 보증하
는 상징으로도 기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렇게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는
요가 수련자들은 더 나은 삶의 방식을 찾기 위해 여행하는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라기보다는 여행 자체가 삶의 방식인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라는 개념
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동 중인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에 대해 연구한 얼스킨과 앤더슨에 의
하면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에게 초기의 이동성은 집에서 탈출하거나 사회
적 압력과 기대를 피하기 위해 추구될 수 있지만 점점 자아 창조라는 의제
를 중심으로 하게 된다(Erskine and Anderson 2013 140-141) 요가 수련
자들도 초기에는 한국을 탈출하는 것이 목적이었다가 나중에는 점점 더 나
은 요가 수련자가 되는 데 집중한다는 점은 이런 특징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의 증가된 이동성이 이후의 삶을 변화시키는 두 번째 패턴은 첫 번째
패턴과 겹칠 수도 있는데 장기여행에서 귀국하여 한국이 주거주지가 되더
라도 마음만은 계속 탈조선 상태에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계속
단기여행을 다니는 식으로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면서 직업 인간관계를 이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1
전과는 다르게 조직하기도 한다 지연의 경우 귀국 후 외국인과 결혼했고
요가 강사가 되어 일 년에 보통 2~3회씩 일본 동남아 등지로 요가 워크숍을
가는 한편 1~2개월씩은 인도에서 요가를 수련한다 지연은 ldquo호주나 유럽
캐나다 같은 곳은 도시여도 자연이 있고 여유가 있고 비슷한 가치관을 중요
시하는 사람들 속에서 살고 싶은데 한국에선 뭐 하나 충족시켜주는 게 없는rdquo
현실에 대해 불평하였다 그러면서 ldquo기존 회사를 그만두고 요가만 하는 걸
로 결정한 것rdquo ldquo원치 않는 정신적 스트레스 관계 이런 걸 최대한 만들지
않는 쪽으로 생활반경을 컨트롤하는 것rdquo은 ldquo최대한 이 헬조선의 영향을 받
지 않는 생활rdquo을 영위하기 위함이며 ldquo이젠 제가 사는 방식을 바꿔서 제
생활반경만큼은 헬조선이 안 되도록 말뚝 박고 공간확보를 한 것 같다rdquo고
말했다
본 연구의 대상자들 중 아직 선진국으로의 이주에 성공한 사례는 없지만
이렇게 이동성을 증대시킨 삶을 사는 사례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7 결론
본 연구에서는 오늘날 한국 젊은이들의 장기여행 현상을 헬조선 담론과
연결시키고 그 동안의 관광이나 이주 개념으로 설명되지 않던 부분들을 이
동성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하였다
본 연구에서 발견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 젊은이들의 장기여행
은 한국의 사회구조와 문화에 대한 불만을 가진 청년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며 헬조선 담론을 잘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
기여행 혹은 탈조선 여행으로 부를 수 있다 둘째 탈조선 여행의 이동 경로
는 계급에 따라 이원화되어 나타난다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장기여행은 중
하류층 청년들이 한국이나 선진국에서의 노동-개발도상국에서의 장기체류
를 반복하는 양상으로 나타났다 셋째 헬조선 탈출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오래 머무는 인도에서 주로 추구하는 목표는 휴식 치유 자아 찾기를 통한
322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헬조선 해독 활동이라 할 수 있다 넷째 이들이 탈조선 여행을 마친 후 나타
나는 삶의 변화로는 집의 의미가 변화하고 이동성이 증가하는 패턴을 들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크게는 전 지구적 이동성의 증가 관광과 이주의 경계가
흐려지는 추세 오늘날 청년들이 노동시장 진입을 비롯하여 점점 더 사회로
부터 배제되고 있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현실 등이 맞물려 나타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이후에 나타나는
개인적sdot사회적 변화는 인류학적으로 아주 흥미로운 현상일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이론화를 위해서는 앞으로 다음 지점들에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이다
첫 번째는 탈조선 여행자 혹은 탈조선 여행에서 얻은 이동성 자본을 직업
으로 전환시킨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이 나이가 들어도 계속 그러한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서구에는 60대
70대 노인 중에도 그런 사람들이 많지만 이는 복지제도가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90년대 이후 증가한 한국의 장기여행자들 중에서는 아무리 lsquo자유
로운 영혼rsquo의 소유자라 해도 부모가 나이 들기 시작하면 자식이 병원비를
부담해야 하고 자신의 노후대책을 직접 마련해야 되기 때문에 당장의 생계
유지에 급급한 생활인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과거의 장기여행과는
달리 오늘날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은 한국에서의 직업적 기반이나
경력을 쌓지 못한 청년들의 여행이며 강력한 구심력을 가진 한국에서의 탈
출이다 따라서 이들이 한국으로 돌아와 생활인이 되는 것이 힘들다면 대안
적으로 어떠한 직업적 가족적 삶이 가능할 것인가
두 번째는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에 라이프스타일이라는 개념을 연
결시킬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연구자는 본문에서 탈조선 여행자들에 대
해 현존하는 개념 중 가장 가까운 라이프스타일 여행자 및 라이프스타일
이동성에 기대어 설명하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사실 라이프스타일은 소비를
중심으로 하는 개념이라는 점에서 생존을 위해 탈출한 사회에서 배제된
청년들을 분류 혹은 설명할 수 있는 명칭이 될 수 있는지 어떠한 다른 개념
으로 보완 확장이 가능한지는 향후 중요한 연구과제라 하겠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3
이러한 지점들에 유념하여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양상 및 그 결과
를 탐구하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의 이탈자들에 대한 성찰적 연구가 되는
것은 물론 전 지구적인 인간의 이동에 대한 새로운 이론을 확립하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다
논문접수일 2016년 5월 31일 논문심사일 2016년 7월 2일 게재확정일 2016년 7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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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Key conceptsgt Hell-Joseon long-term travel tourism migration lifestyle
migration lifestyle traveler lifestyle mobility
Long-term Travel as lsquoEscape from Hell-Joseon
A Research about Korean Travelers in India
Lee Minyoung14)
This research connects Korean young mens long-term travel with the
ldquoHell-Joseonrdquo discourse popular in Korea nowadays and explores the
so called lsquoescape from Hell-Joseonrsquo phenomenon and changes of their
lives after the trips with the concept of mobility since tourism and
migration cant explain it well A participant observation in India found
that the Korean long-term travelers are characteristic as the followings
1) Long-term travel is popular among the youth who complains about
the social structure and culture of Korea and their travel reflects the
ldquoHell-Joseonrdquo discourse So we can call this travel as escape from
Hell-Joseon 2) The travel routes of are differentiated according to the
class This research mainly deals with the circulation route of doing
physical labor in developed countries and relaxing in developing
countries popular among the lower middle class 3) Most of the travelers
often stay in India for a long time and their main purpose is
detoxification from Hell-Joseon through relaxation healing and
searching for the self 4) After they finish the long-term travel the
PhD Candidate Department of Anthropology Seoul National University
328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meaning of home is changed and their mobility is increased That
phenomenon seems to be entangled with the increasing global mobility
the blurring trend between tourism and migration and the structural
problem which excludes young men from entering the labor market and
the society in Korea Researching the backgrounds aspects and results
of escape from Hell-Joseon will be a reflective study about Korean
society and help to construct new theories about global movement of
people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293
히 비관적이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 때문에 자신이
인간적인 삶을 살 수 없다고 인식하였으며 그러한 인식의 연장선상에서 장
기여행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불만을 토로하였다
과거에도 동남아나 인도에서 많은 한국인 장기여행자들을 볼 수 있었지
만 그들은 요즘 젊은이들처럼 가난하지 않았다 1990년대 배낭여행 문화를
이끌었던 당시 대학생들은 몇 달만 과외 선생으로 일해도 등록금과 방학
때의 여행비를 쉽게 벌 수 있었고 졸업과 동시에 괜찮은 일자리를 구할
수 있었다 당시에도 장기간 외국을 떠도는 여행자들이 있었지만 한국 사회
의 구조적 문제보다는 신비주의적 세계를 추구하거나 모험을 좋아한다는
개인적인 이유가 더 강하게 작용했다 이때의 여행문화에 익숙한 한국인 기
성세대들에게 현정처럼 외국을 떠돌아다니는 젊은 장기여행자들이 증가하
고 있다는 것은 상당히 충격적이고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일 것이다
여행업에 종사하는 여행인솔자들은 lsquo요즘 애들rsquo의 이러한 여행이 lsquo진짜
여행rsquo이 아니라고 못마땅해 했다 985172세계일주 무전여행기985173(김찬삼 1962)나
985172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985173(한비야 1996)을 읽고 1990년대부터
유럽 배낭여행을 경험했던 이들에게 lsquo진짜 여행rsquo은 젊은이의 lsquo헝그리
(hungry) 정신rsquo으로 용감하게 세상을 탐험하고 힘든 상황에서 자신을 극기
(克己)하며 성장하는 모험으로 그려지기 때문일 것이다 한편 태국 방콕의
카오산로드3)에서 만난 건설회사를 은퇴했다는 60대 여행자는 연구자에게
ldquo젊은 사람들이 외국에 나오면 발전된 문물을 보고 배워서 나라 발전에 보
탬이 돼야 하는데 이렇게 목적 없이 놀고만 있으면 나라는 어떡하나rdquo 하고
탄식하기도 했다 1970년대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일하며 외화를 벌었던
산업역군들에게 해외여행의 이상형은 더 나은 국가를 만들기 위해 부지런히
견문을 넓히는 학습 활동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기성세대들의 시각에
서 볼 때 한국 청년들의 이상적인 글로벌 경험은 미국 일본 호주 같은
3) 카오산로드(Khao San Road) 태국 방콕 시내에 있는 여행자들의 거리 1960년대 이후 전
세계 곳곳으로 향하는 배낭여행자들이 다음 목적지로 가기 전 비행기표를 사고 휴식하고
정보를 모으기 위해 모여온 곳으로 저렴한 숙소 식당 여행사 등이 집해 있다
294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선진국으로 어학연수나 워킹 홀리데이라는 이름으로 떠나는 교육 이주(또
는 교육 관광)나 노동 이주일 것이다 언론에서도 이러한 경험들을 글로벌
시대 청년의 통과의례 혹은 자기계발 과정으로 그려내면서 그 속에 담긴
청년들의 열기와 패기 진취성들을 부각시켜온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기성세대의 시각에서 볼 때 이 글의 서두에서 언급한 오늘날 한국
젊은이들의 장기여행 현상은 다음과 같은 의문을 낳을 것이다 도대체 이렇
게 목적 없이 한국 바깥을 오래 여행하는 청년들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
까 이들은 어떤 사람들이며 장기간 어떤 곳들을 돌아다닐까 이들은 왜
선진국을 두고 특히 인도 같은 개발도상국에서 장기체류하는 것일까 여행
이 끝난 후 이들의 삶은 어떻게 변화할까 본 연구는 현정과 같은 젊은이들
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여 이러한 질문에 답하고자 한다
이처럼 장기여행 및 장기체류에 대한 입체적인 탐구를 위해서는 관광
(tourism)과 이주(migration) 개념 그리고 이 두 가지가 뒤섞여 나타나는
혼종적인 현상에 대한 연구들을 참고할 수 있다 먼저 관광은 ldquo개인이 다시
돌아올 목적으로 거주지를 떠나 다른 나라 다른 지역의 관광대상을 보고
듣고 이해하고 즐기는 여가활동의 한 형태rdquo(한국관광학회 2009 30)4)라는
정의에서 볼 수 있듯 다시 돌아올 목적 및 즐거움 추구라는 성격이 분명한
보다 좁은 범위의 이동 현상에 대한 개념이다 반면 이주는 과거에는 송출국
과 목적국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이동으로 정의되었으나 최근에는 ldquo이주자
의 생애 전체에 걸쳐 전개되며 후속 세대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장기적인
과정rdquo(Castles and Miller 2003[2013] 52)으로 확장되었고 더 넓은 범위의
이동 현상으로도 확장될 가능성이 있는 개념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 연구에서 제기한 질문들은 주로 이주 연구의 흐름
속에서 바라볼 수 있다 먼저 카슬과 러(Castles and Miller 2003[2013])
가 현대를 이주의 시대(the age of migration)로 명명하고 전 지구적인 이주
4) 관광에 대한 정의에는 경제적 관점 사회문화적 관점 여가활동 관점 시스템적 관점 등 각각
의 관점을 강조한 여러 가지 버전이 있는데 이 글에서는 한국관광학회에서 발간한 2009년판
985172관광학 총론985173에 수록된 정의를 이용하기로 한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295
의 역사와 형태 근본적인 원인과 과정 그 영향에 대해 정리하고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오늘날의 이주를 이해하는 데 있어 전지구화는 중요한 배경
이 되며 한편으로 이주를 유발하고 이주의 방향과 형태를 변화시킨다(ibid
109) 한편 최근의 국제이주는 단순히 한 사회에서 다른 사회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둘 이상의 장소에서 반복되는 중요한 연계를 유지하는 초국가
적(transnational)인 면모를 가진다는 것도 여러 학자들에 의해 밝혀진 사실
이다(Schiller Basch and Blanc-Szanton 1992a 1992b Kearney 1995
Portes Guarnizo and Landolt 1999 Vertovec 1999) 본 연구에서는 이러
한 시각들을 적용하여 한국 청년들의 장기여행을 전지구화의 산물이며 동
시에 한국 인도 태국 호주 등의 여러 장소와의 연계를 갖는 초국가적인
현상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그러나 초국가적 이주에 대한 카슬과 러(Castles and Miller 2003)를
비롯한 많은 연구들은 주로 보다 높은 임금 더 나은 취업 기회 직업능력의
향상과 같은 경제적 이유로 인해 더 나은 선진국으로 이동하는 노동이주를
다룬다는 점에서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현상을 온전히 해석하기는 힘들다
는 한계점을 안고 있다 그 핵심적인 문제 첫 번째는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
으로의 이동이라는 방향성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 두 번째는 장
기적으로 혹은 영구적으로 이동한다는 이주라는 개념에는 장기여행의 현실
을 담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첫 번째 문제점인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의 이동이라는 새로운 방향
성에 대해 잘 설명해주는 개념이 바로 라이프스타일 이주(lifestyle
migration)이다 라이프스타일 이주 현상을 개념적으로 정리한 벤슨과 오라
일리는 다양한 이주 현상들을 lsquo라이프스타일 이주rsquo라는 단일 현상으로 파악
하자고 주장하였다(Benson and OReilly 2009) 이들이 언급한 라이프스타
일 이주는 북유럽 사람들이 스페인 몰타 이태리 포르투갈 그리스 터키
등지로 영국인과 네덜란드인이 프랑스로 북미인들이 멕시코로 이주하는
현상 그리고 유럽인과 미국인들이 크로아티아에서 두 번째 집을 가지는 현
상 또한 이러한 현상들 일부에 대한 용어인 은퇴 이주 레저 이주 반도시화
296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제2의 집 갖기 어메니티(amenity) 이주5) 계절 이주 등의 현상을 총괄하는
개념이다 이들에 의하면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는 파트타임이나 풀타임으
로 영구적으로 혹은 한시적으로 생활비용과혹은 땅값이 더 저렴한 나라로
삶의 질로 느슨하게 정의되는 어떤 다양한 이유로 움직이고 있는 상대적으
로 부유한 개인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OReilly and Benson 2009) 라이프
스타일 이주자들이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의 근본적인 특징은 일과 삶의
균형 다시 맞추기 삶의 질 향상 제약에서의 자유 등이며 이런 새로운 방향
설정 전략을 통해 이주자들은 더 나은 삶을 추구한다 라이프스타일 이주자
들은 여행을 다니면서 자신의 선호를 파악한 뒤 이주할 곳을 정하는 즉
관광에서 정보를 얻는 이동성(tourism-informed mobility)(Williams and
Hall 2000)을 어느 정도 보여주지만 라이프스타일 이주라는 개념은 북유럽
에서 남프랑스로 영국에서 스페인으로 이주하는 것처럼 주로 한 번의 이동
에 대한 것이다(Benson and OReilly 2009) 라이프스타일 이주라는 개념
은 과거의 이주 개념에 비하면 그 외연이 확장되었으나 여전히 고전적인
이주 개념에서는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며 따라서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더
유동적인 이동성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포착하지 못한다
이주의 개념이 확장되어가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본 연구에서 주
목하는 장기여행을 다루기 힘들다는 두 번째 문제의식이 이 지점에서 나타
난다 이 문제의식에 공명하는 개념 두 가지가 바로 라이프스타일 여행
(lifestyle travel)와 라이프스타일 이동성(lifestyle mobility)이다 코헨
(Cohen 2010 2011)에 의하면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는 일시적인 혹은 정상
적 삶에서의 일탈로서의 휴가가 아니라 기약 없는 여행을 추구하는 사람으
로 정의된다 일반적인 의미의 관광자(tourist)6)와 여행자(traveler)가 여행
이 끝난 후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간다면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는 이러한 귀
환을 거부하며 여행을 삶의 규범이자 방식으로 변형시킨다 라이프스타일
5) 경제적 이유보다는 환경적 사회적 이유로 시골 공동체 등의 지역으로 이동하는 이주
6) lsquotouristrsquo는 일반적으로 lsquo관광객rsquo으로 번역되어 왔으나 최근에는 lsquo손님rsquo 개념을 포함한 lsquo관광
객rsquo보다는 중립적인 느낌의 lsquo관광자rsquo라는 번역을 이용하자는 움직임이 있으며 이 글에서는
이에 따른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297
여행자는 친구들을 방문하거나 가족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원래의 집으로
짧게 돌아가거나 여행비를 벌거나 여행 경험을 반추하기 위해 고국으로 잠
시 돌아갈 수는 있지만 경력이나 집보다는 여행에 헌신한다
한편 라이프스타일 이동성이라는 개념은 점차 이주와 여행의 경계가 모
호해지는 전 지구적인 변화 속에서 인간의 이동을 이민이나 관광에 한정지
어 생각하지 않고 그 이동성 자체에 주목하자는 새로운 이동성 패러다임
(Sheller and Urry 2006 Urry 2007)에서 비롯한다 최근 전 지구적으로
이민과 관광 사이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사회과학에서 주로 분리되어 연구
되어 오던 이 두 개념의 상호연결성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두 현상
을 함께 연구해야 한다는 점이 지적되어 왔는데(Williams and Hall 2000
OReilly 2003) 라이프스타일 이주가 그 한 가지 시도였지만 이주 개념의
한계를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했다 이후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것처럼 라이
프스타일 이주에 비해 더 유동적이고 지속적이며 역동적이고 다중적인 과
정을 가진 장기여행의 이동성 자체에 주목하기 위해 등장한 개념이 바로
라이프스타일 이동성이다 이 개념은 라이프스타일 선택으로서의 이동성을
강조하는데 일회적인 한 방향으로의 이동을 강조하는 이주 그리고 집으로
돌아간다는 가정을 가진 관광이라는 개념과 달리 원래 집으로 돌아갈 의도
를 전제하지 않는다 출발점으로의 귀환 혹은 이동 과정 중 어느 다른 점으
로의 이동 모두가 라이프스타일 이동성의 일부분이 될 수 있다 라이프스타
일 이동성은 반드시 돌아가야 할 하나의 lsquo집rsquo이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흐르면서 돌아가고거나 다시 방문할 복수의 lsquo집들rsquo이 있을 수 있다고 보며
결국 지속적인 이동을 다룬다 이렇게 증가된 이동성은 다중의 소속장소를
만들면서 초국가성을 보일 수 있다(Cohen Duncan and Thulemark 2013)
본 연구는 국경을 넘는 인간의 이동에 대한 이러한 이론들을 중심으로
한국 청년들의 장기여행 현상의 특징과 배경을 입체적으로 분석해보고 향
후에 어떻게 이론적 보완이 가능한지 그 가능성 또한 제시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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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연구 대상 및 방법
본 연구의 핵심적인 장소는 인도의 리시케쉬(Rishikesh)라는 소도시이다
인도는 한국 청년들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장기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들르
고 또 오랫동안 체류하는 대표적인 나라이다 넓은 인도 중에서도 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장소는 lsquo세계 요가의 수도rsquo로 불리는 리시케쉬 티베트 망명
정부의 수도로서 달라이 라마에게 설법을 듣고 티베트 불교와 문화를 배울
수 있는 다람살라(Dharamsala) 인도 전통음악 및 종교의 중심지 바라나시
(Varanasi) 히피 문화와 트랜스 음악의 성지인 고아(Goa) 사막 위의 힌두
성지 푸쉬카르(Pushkar) 등이다 많은 장기여행자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
을 배우거나 분위기가 좋다는 이유로 이 장소들 중 한 곳에 수개월씩 머물
기를 반복한다
본 연구에서 장기여행자들을 연구하기 위한 최적의 장소로 리시케쉬를
선정한 이유는 전 세계에서 온 장기여행자들이 수개월씩 함께 공동체적인
생활을 하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리시케쉬는 세계 요가의 수도로 불릴 만큼
다양한 요가 수행처가 있을 뿐 아니라 인도의 전통의학인 아유르베다 의학
자연요법 마사지 레이키(Reiki) 등 보완대체의학과 뉴에이지(New Age)
계열의 다양한 프로그램들과 상품들이 판매되고 있어 진지한 장기여행자들
이 많다 연구자는 리시케쉬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인기 있는 아쉬람7)과
게스트하우스에서 묵으면서 요가 수업과 다양한 뉴에이지 수업에 참가하는
한편 외국인들이 모이는 식당과 주변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한국 청년들을
만나 이들의 삶과 여행 패턴에 대한 조사를 수행하였다
본 연구의 핵심이 되는 자료는 연구자가 석사논문을 작성하기 위해 2010
년 12월에서 2월 그리고 2011년 9월에서 12월 두 차례에 걸쳐 총 약 4개월
간 참여관찰 설문지 조사 면접 및 문헌 조사의 방법으로 리시케쉬에서 수
7) 아쉬람(ashram) 인도의 수행공동체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299
행한 현장연구에 기반한다 한편 연구자는 석사논문 작성 후에도 2012년
12월에서 1월 2014년 7월에서 8월 두 차례에 걸쳐 총 2개월간 리시케쉬에
머무르면서 후속 연구를 하였으며 리시케쉬에서 만난 사람들과 계속 페이
스북(Facebook)을 통해 소통하였다 이를 통해 이들의 귀국 후의 일상생활
과 크고 작은 여행 수년간의 삶의 변화를 더 길고 더 넓은 시간적 공간적
흐름 속에서 관찰할 수 있었다 이 중에는 페이스북 채팅과 한국에서의 만남
을 통해 근황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온 연구대상자들도 있다 이러한 후
속 연구는 본 연구의 관점을 발전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인도는 지구상의 그 어느 관광지들보다 장기여행자들이 많이 모이며 함
께 lsquo진하게rsquo 어울리면서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덕분에
심층면접을 하지 않은 사람들의 여행 패턴도 쉽게 알 수 있었지만 특히
라뽀를 형성한 사람들에게는 공식적인 심층면접을 통해 이들의 한국에서의
삶은 어떠하였는지 인도와 리시케쉬를 방문하기까지의 이동 루트는 어떠한
지 리시케쉬를 찾게 된 이유와 이곳에서의 활동은 어떠한지 이후의 이동
계획과 lsquo집rsquo과의 관계는 어떻게 변화되는지 등을 심도 깊게 질문하였으며
이들의 생애사를 최대한 수집하였다 이렇게 연구자가 리시케쉬에서 공식적
으로 심층면접한 사람 중 한국인은 총 11명이었다 이들의 부모 및 본인의
사회경제적 위치를 고려할 때 대부분은 중하류층 서민으로 분류할 수 있었
다 lt표 1gt은 공식적으로 심층면접한 한국인 11명의 나이 학력 주요 직업
과 월 소득을 담고 있는데 안정된 직장을 가진 적이 있었던 사람은 드물며
특히 20대 4명은 모두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월 70만 원~130만
원을 벌었다는 사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인도의 장기여행자들을 입체적인 시각으로 이해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된 경험으로는 연구자가 다양한 여행 방식을 직접 체험한 것 시간적
으로 넓은 범위에 걸쳐 인도 여행을 한 것 그리고 다양한 문화권 출신의
여행자들을 만난 것을 들 수 있다 연구자는 2010년 12월에 20일짜리 인도
단체 배낭여행을 인솔했으며 1990년대 중후반부터 5차례의 인도 개인 배낭
여행 동남아를 비롯하여 장기여행자들이 모이는 수많은 장소로의 개인 배
300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이름 나이 성별 학력 주요 직업 월소득
희경 49 여 대졸대기업 비서(12년)rarr자영업(2년)rarr프리
랜서
연일 45 남 석사 파트타임(포장마차 고시원 총무hellip) 거의 없음(불규칙)
달희 42 여 석사 전업 인테리어 디자이너(10년 이상)rarr
프리랜서 인테리어 디자이너420만 원rarr
병철 41 남 대졸 학원강사 무대감독 연출 파트타임(음
식배달)rarr액세서리 제작 판매
rarr120만 원
(불규칙)
지연 33 여 대졸 호텔 이벤트 코디네이터 호텔 인스펙터 2700 USD
유정 33 여전문대졸
(2년)
상담사(35년)rarr호주 워킹홀리데이rarr상
담사(25년)150만 원
인혜 30 여 대졸 컴퓨터 프로그래머(6년) 280만 원
영수 29 남 고졸 파트타임(서빙 가게 판매원 학원 실
장hellip)90만 원(불규칙)
관욱 26 남 대학생 파트타임(사무 보조 식당 서비스) 250만 원(불규칙)
승은 26 여전문대졸
(2년)
파트타임(빵공장 노동 전화상담원
조사원 요리강사 요가강사hellip)70만 원(불규칙)
은숙 23 여전문대졸
(3년)파트타임(식당) 130만 원
lt표 1gt 공식적 심층면접 대상자의 나이 주요 직업 월소득
낭여행 호주 목화농장에서의 노동을 통해 수많은 한국 청년들을 만났다
본 연구 중에는 공식적으로 심층면접한 17개 국적 50명을 포함한 다양한
외국인들과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이는 한국인들의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바라보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또한 인터넷을 이용한 의사소통도 도움이 되었는데 특히 수시로 소식을
업데이트하고 쉽게 인맥 관리를 할 수 있었던 페이스북의 역할이 컸다 항상
이동 중인 여행자들을 연구하기 위해 인터넷을 활용하는 이러한 연구방법은
린(Lean 2013)의 연구방법과도 상통한다 그는 여행을 통해 변화된 사람들
의 이동성을 이해하기 위해 자신이 실제로 여행하는 한편 자신이 직접 만나
기 힘든 사람들도 연구하기 위해 수차례씩의 이메일 인터뷰를 거치고 웹사
이트를 개설하여 넓은 범위의 참여자들과도 다양하게 상호작용한 바 있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01
린이 밝힌 것처럼 연구자도 연구대상자들이 실제로 거주하는 물리적 공간보
다 가상공간이 종종 더 접근성이 좋고 더 깊이 있는 인터뷰를 할 수 있음을
경험했다 이렇게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포함한 다현지적 접근은 이동 중인
사람들과 이동성의 연구에 적합한 방법이었다
3 헬(hell)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인도에서 만난 한국 청년들에게 왜 여행을 떠났냐고 물어본 결과 대부분
비슷한 답을 얻을 수 있었는데 한마디로 정리하면 한국은 희망이 없고 비
인간적인 삶에 지쳐서 탈출했다는 것이었다 이 장에서는 이들의 한국에 대
한 이러한 인식을 구체적으로 살펴본 후 어떤 점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헬(hell)조선 담론과 공명하고 있는지를 파악해본다 그리고 이들의 여
행을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1) 한국의 사회구조와 문화에 대한 불만
이 절에서는 청년들이 한국에서의 삶 속에서 어떤 지점에 불만을 가졌는
지부터 살펴본다 다음 사례들은 청년들이 취직이 되지 않고 취직이 되어도
소모품처럼 쥐어짜이다가 망가지기 직전에 스스로 그만두고 나왔다는 이야
기이다 이는 오늘날 청년들이 노동시장 및 사회보장제도 등 사회로부터 배
제되고 있는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현실(박수
명 2013)이 어떻게 개인에게 체험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청년들의 첫 번째 불만은 사람을 소위 lsquo스펙rsquo8)과 물질적 성취로만 판단하
는 한국 문화에 대한 것이다 2011년은 lsquo헬조선 탈출rsquo 혹은 lsquo탈조선rsquo이라는
말이 없던 시절이었지만 영수(2011년 당시 29세 남)는 외국인 친구들이
8) specification(세부적 자격요건)의 줄임말로 신상명세 등 사람이나 사물의 기본적인
능력을 나타내는 단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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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dquo왜 리시케쉬에 왔냐rdquo고 질문할 때마다 ldquo한국에서 탈출하기 위해서(to
escape from Korea)rdquo라고 대답하였다 고졸이 최종 학력인 영수의 삶에서
한국을 탈출해야 하는 맥락은 다음과 같이 나타난다
외국 가고 싶었어요 한국에 있는 게 갑갑했어요 스트레스 너무 받고 당장 내
세울 게 하나도 없으니까 경험은 많지만 자격증이 없으니까 [친구가] 여자들이
마지막에 너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너가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야
하고 말을 해줬어요 그 말이 사실이었어요 가진 게 아무것도 없었어요 직업도
돈도 없고 공부를 많이 한 것도 아니고 성과 낸 것도 없고 그래서 여자들이 널
떠나는 거라고 왜 외국을 나가고 싶었냐면 한국에 있는 게 너무 힘든 거예요
뭘 해야 될지 모르겠고 헬스장에서 일하려니까 마음이 너무 갑갑하고
여기서 영수에게 한국은 경험이나 능력보다는 자격증 직업 돈 학력과
같은 스펙과 물질적 성취로만 사람을 평가하는 곳이다 영수는 자신이 다양
한 경험이 있고 어떤 일이든 하기만 하면 남들보다 잘하며 사람들에게 항
상 인기가 많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호텔업계 와인업계 마술업계 연기업계 외식업계 체육업계 등
에서 아르바이트를 전전했을 뿐 안정된 직업을 가진 일이 없었다 영수는
이것을 한국 사회의 부조리함 때문으로 해석했다 와인업계에서 일하기 힘
들었던 것은 ldquo이상하게 한국은 나이 제한이 심해서rdquo 그리고 연기자가 되기
를 포기한 것은 ldquo한국에서는 모든 연기자는 돈을 찔러주고 들어가야 하고rdquo
ldquoPD 라인 작가 라인 주연급은 기획사에서 어주는 애들만 되기 때문rdquo이
다 즉 영수에게 한국은 부당하고 불공정한 관행이 횡행하는 곳이며 열심
히 노력해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없는 갑갑한 공간이었다 영수가 인도에서
요가 강사 자격증을 취득하려는 것은 이러한 희망 없는 한국을 벗어나 외국
에서 요가를 가르치면서 살기 위함이었다
두 번째는 취직이 되지 않는 현실이다 대학 졸업 후 몇 년간 노력했으나
결국 취직을 포기한 승은(2011년 당시 26세 여)은 인도에 오기 전까지 항상
짜증이 나 있는 상태 불만이 있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03
모든 게 다 짜증이 났던 것 같아요 내가 왜 이러고 있나 이런 거 왜냐하면
아무도 본인의 미래를 그렇게 상상하진 않잖아요 내가 상상했던 미래와 너무 다
르게 가고 있고 전 스무 살만 되면 모든 게 다 내 뜻대로 할 수 있고 모든 게
다 잘 될 거라고 막연한hellip 어른들이 항상 그러잖아요 스무 살만 돼라 근데 스무
살 돼도 별다른 게 없죠 대학 졸업해도 별 다른 게 없지 그 과 선택한 것도 단
지 취업 때문에 선택한 건데 내가 좋아하고 가고 싶었던 과를 포기하면서까지
간 건데
승은은 어차피 취업도 안 되는데 원하는 전공을 포기하고 딴 과에 가게
만들었던 어른들을 원망했다 승은은 ldquo자잘자잘 알바도 대충대충 하고 마트
계산원 알바도 해주고rdquo 살았지만 지루했다 ldquo내색은 별로 안 했지만 짜증나
고 취업도 잘 안 되고 어디론가 좀 떠나고 싶었고 새로운 거 느끼고rdquo 싶었
고 엄마가 ldquo새로운 걸 했으면 하는 눈치rdquo를 주는 것이 괴로웠다 이처럼
취업이 되지 않는 것이 본인의 책임이 아니고 본인도 괴로운 상황에서 가족
과 주변 사람들의 눈치까지 봐야 하는 현실이 부담스러워 탈조선했다고 하
였다
세 번째는 죽도록 과로해야 하는 한국의 노동 문화이다 인혜(2011년 당
시 29세 여)는 한국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했다 월~목요일에는 밤
9~10시까지 늘 야근을 했고 가끔 밤샘도 했다 몸이 점점 나빠졌다 스트레
스를 받으면 ldquo데굴데굴 구를 정도rdquo로 위가 아프곤 했으며 ldquo옷에 스치면
뼈마디까지 아팠다rdquo 아파서 회사를 일주일씩 쉬기도 하다가 결국 1년 8개
월만에 회사를 그만두었다 1년간 쉬려고 했지만 ldquo6개월 이상 놀면 거지를
못 면한다rdquo는 지인의 충고에 겁이 났고 스스로도 ldquo백수 되는 거 아닌가rdquo
싶어 슬슬 불안해졌다 결국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4개월 만에 또 취직했
지만 새 회사는 일이 더 힘들었다 인혜는 ldquo남들은 잘 하는데 나도 버텨보
자rdquo 하고 오기를 부리며 3년간 다녔지만 ldquo과장 이상 가면 버티기 힘들겠구
나rdquo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와중에 친구가 호주에 간다고 하자 ldquo1초도 고
민하지 않고rdquo ldquo나도 가rdquo 하고 말해버렸다 그 후 정보를 모으다가 행로를
변경하여 필리핀 보라카이로 어학연수를 떠났고 동남아와 인도까지 장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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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하게 되었다
인혜는 ldquo이때까지 교육받고 살아온 게 늘 뭔가 하고 있어야 하고 한국
사회에서는 특히나 늘 일하고 있어야 하니까rdquo 아무리 아파도 마음 놓고 쉰
적이 없다고 하였다 평생 남의 시선을 신경 쓰면서 살아온 인혜는 탈조선
수개월 후 ldquo이제는 회사 복귀할 생각이 전혀 없어요 이젠 치열하게 살고
싶지 않아요 돈을 조금 벌더라도 조용히 평화롭게 내 시간 많이 가지고
내가 흥미 있는 부분을 전문적으로 발전시키고 싶어요rdquo라고 잘라 말했다
네 번째는 불합리한 조직문화이다 달희(2011년 당시 42세 여)는 중국에
서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일했다 앞 사례의 인혜처럼 너무 과로하여 각종
병을 달고 살다가 인도로 와서 장기체류하면서 요가를 배웠다 그러다가 한
국에서 수개월씩 일을 하고 인도로 돌아오기를 몇 번 반복했는데 그 중간
에 다녔던 회사의 획일적인 조직문화는 견딜 수 없이 피곤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삶의 방식까지 비슷해지지 않고서는 함께 일하는 게 거
의 불가능에 가까워 24시간 중에서 14시간 이상을 함께 있다 보면 세끼 밥을 같
이 먹어야 하고 세끼 밥을 같이 먹으니까 메뉴에 있어서도 그렇고 노는 시간조
차 함께 해야 하고 자는 것도 같은 숙소에서 자야 하는 경우가 있고 평소에 하는
모든 얘기 심지어 간식도 같이 먹어야 하고 너무나 많은 부분을 같이 해야 하기
때문에 나만 너무 다른 삶의 방식을 가지고 있으면 그들에게 배척당하지 그런
모든 것들 때문에 일도 같이 하기 싫어지는 거지
많은 한국 청년들이 달희처럼 조직에서 ldquo왜 너만 그렇게 다르게 행동하
냐rdquo는 눈치를 받았던 경험을 갖고 있으며 개성과 다양성을 억압하는 이러
한 한국적인 조직문화를 지긋지긋해 했다
지금까지 살펴본 이러한 불만들은 한국 청년들이 외국으로 나오게 된 주
요한 계기가 되며 최근 유행하는 헬조선 담론과도 잘 공명한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05
2) 헬조선 담론과 장기여행
이 절에서는 헬조선 담론이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청년들의
장기여행을 이와 연결시켜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으로 바라보고자 한
다
lsquo헬조선rsquo은 2015년 한국을 가장 뜨겁게 달군 신조어 중 하나로 인터넷
사이트 lsquo디시인사이드rsquo의 역사 갤러리에서 처음 사용되고 주식 갤러리에서
본격적으로 활용되다가 광범위하게 퍼져나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헬조선은
오늘날의 한국을 전근대적 계급제 사회였던 조선에 빗대는 단어로 자기비
하적인 조소가 담겨 있어 기성세대에게는 불편하게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 단어에는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급격히 심화되고 있는 불평등 및 계급격
차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 의식이 배어 있으며 여기에서 파생된 lsquo탈조선(헬
조선 탈출)rsquo이라는 단어에는 이 나라가 싫고 차라리 다른 곳으로 떠나고
싶다는 청년들의 절절한 외침이 담겨 있다 이러한 단어들이 특히 청년들의
공감을 얻어 급속도로 퍼져나가고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는 현상에 주목해
야 하는 이유는 이 단어가 오늘날의 한국에 대한 사회적 인식 이로 인한
실천 그 결과로서의 사회변동을 더 잘 살펴볼 수 있는 렌즈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탈조선 현상은 통계적으로도 증명된다 헤럴드경제가 미 시민권
공개포럼 사이트인 아이작 브룩 소사이어티에 올라온 자료9)를 인용한 기사
에 의하면 한국은 전 세계 경제 강국들 가운데 해외 이민을 떠난 뒤 모국의
국적을 포기하는 비율이 가장 높다10)(헤럴드경제 2014년 4월 28일자) 더
충격적인 것은 아직 이민을 실행하지 못해 이 통계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9) 2012년 5월 23일 Eric이라는 필자가 2002~2010년 각 아시아 나라별 통계청 자료를 인용하여
아이작 브룩 소사이어티에 올린 글이다(The Isaac Brock Society 2012년 5월 23일)
10) 이 기사에 의하면 뉴질랜드는 인구 10만 명당 45명 홍콩은 25명 대만은 152명 싱가포르는
431명인데 비해 한국은 1680명으로 비교 대상 국가 중에서 압도적으로 많다 가까운 일본
(89명)과 비교하면 20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이 기사는 ldquo한국은 국적을 상실하는 사람이 연간
25000명으로 귀화자보다 많은 유일한 아시아의 선진국rdquo이라고 분석했다
306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이민을 갈 의향을 가졌거나 준비 중인 사람들은 더 많다는 자료이다 뉴시스
가 온라인 취업포털 lsquo사람인rsquo에서 2015년 11월 성인남녀 1655명을 대상으
로 이민 의향을 조사한 결과11)를 분석한 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786
가 ldquo이민을 갈 수 있다면 가고 싶다rdquo고 답했다 한국을 떠나고 싶은 가장
큰 이유로 응답자들은 lsquo일에 쫓기는 것보다 삶의 여유가 필요해서rsquo(564
복수응답)를 꼽았으며 lsquo대체로 근로조건이 열악해서rsquo(527) lsquo소득의 불평
등 문제가 심해서rsquo(474) lsquo직업 및 노후에 대한 불안감이 커서rsquo(474)
lsquo경쟁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싫어서rsquo(463) lsquo국가가 국민을 보호해주지 않
아서rsquo(444) lsquo해외의 선진 복지제도를 누리고 싶어서rsquo(307) 등의 응답
이 뒤를 이었다 실제로 응답자들의 479는 현재 이민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민국을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복지(412)였고
이어 문화(175) 일자리 여부(131) 소득수준(67) 기후 등 환경
(58) 등이 고려 대상이었다(뉴시스 2016년 1월 18일자)
이러한 통계자료 뒤에 숨어 있는 헬조선에 대한 젊은이들의 구체적인
인식과 실천은 lsquo헬조선rsquo이라는 사이트12)에서 볼 수 있다 이 사이트의 게시
판에는 ldquo내가 헬조선을 증오하게 된 이유rdquo ldquo생존이 목표가 되어버린 헬조
선rdquo ldquo금수저13)들이 똥수저에게 게으르다 훈계하는 이유rdquo ldquo기업업자들이
니들이 낸 세금을 털어먹는 방법rdquo ldquo헬조선에 충성한 자의 최후(빡침주의)rdquo
ldquo한국인은 그 사람 아버지 직업=그 사람 수준rdquo 등 한국 사회를 비판 풍자하
는 글들이 올라온다 이 게시물들을 보면 청년들이 한국을 지옥에 빗대어
헬조선이라 부르는 이유가 생존하기도 힘들 만큼 빡빡한 현실 고착화된 사
회구조적 불평등과 부정부패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청년들은 이 사이트에서
구체적인 탈조선 방법을 공유하기도 한다 용접이나 배관 컴퓨터 등의 기술
11) 이민 의향은 연령대별로는 30대(821)의 응답률이 가장 높았고 20대(80) 40대(724)
50대 이상(59) 순이었다 이민을 가고 싶은 나라 1위는 캐나다(168)였고 호주(16)
뉴질랜드(108) 미국(96) 독일(95) 스웨덴(69) 일본(63) 핀란드(49) 스위
스(47) 등의 순이었다(사람인 2016년 1월 18일자)
12) 사이트 이름은 lsquo헬조선rsquo이지만 URL 주소는 wwwhellkoreacom이다
13) 사람을 가진 자산에 따라 금수저 은수저 동수저 흙수저 등으로 나누는 lsquo수저계급론 담론은
2015년부터 lsquo헬조선 담론과 함께 한국 사회의 현실을 고발하는 담론으로 크게 유행했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07
을 배워 미국 캐나다 호주 등의 선진국으로 이민 가는 방법에 대한 질문과
답 체험사례도 올라온다
그러나 위에서 인용한 것처럼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선진국으로의 이민만
을 탈조선이라고 할 수는 없다 현실적으로 선진국으로의 이민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높은 영어 점수와 자격증 경력 등의 스펙 및혹은 통장 잔고 증명
이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현실에 좌절한 젊은이들 중에는 일단
한국을 떠나 있기 위해 혹은 영어도 공부하고 스펙을 쌓을 자금도 마련하기
위해 워킹 홀리데이와 같이 노동을 포함한 장기여행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
가 많다 이 글의 서두에서 인용한 현정의 사례처럼 여러 선진국에서의 워
킹 홀리데이와 인도 동남아에서의 장기체류를 반복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점에서 미디어에 재현되는 것처럼 목적지를 명확하게 정하고 필요
한 자격요건을 획득하여 이민이라는 과업을 완수하는 사례는 오늘날 증가하
고 있는 헬조선 탈출 현상 중 극히 일부라고 할 수 있다 본 연구의 연구대상
자들이 가졌던 한국에 대한 불만이 헬조선 담론과 유사하며 이러한 헬조선
을 탈출하는 방법으로 장기여행을 택했다는 점에서 이들의 실천을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혹은 탈조선 여행으로 부르고자 한다 이러한 탈조선
여행 현상을 총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성공한 이민 사례에만 주목하는
시각에서 벗어나 다양한 이동 경로와 복잡한 과정 모두를 탈조선 실천의
일부로 보고 그 새로운 이동성의 양상을 파악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4 탈조선 여행의 이동 양상
이 장에서는 탈조선 여행의 이동 경로와 복잡한 과정을 구체적으로 파악
하고 그것이 계급에 따라 분화되어 있음을 보인 후 특히 중하류층 청년들
이 어떻게 선진국에서의 노동-개발도상국에서의 여행을 반복하는지를 살펴
본다
308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1) 계급에 따른 이동 경로의 분화
먼저 헬조선 탈출이 계급과는 상관없이 수많은 한국 청년들에게 공감되
는 꿈이라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 2015년에 솔직한 제목과 내용으로 크게
주목 받았던 소설의 일부분을 살펴보자
왜 한국을 떠났느냐 두 마디로 요약하면 한국이 싫어서지 세 마디로 줄이
면 여기서는 못 살겠어서 무턱대고 욕하진 말아줘 내가 태어난 나라라도 싫어
할 수는 있는 거잖아 (10쪽) hellip 이제 내가 호주로 가는 건 한국이 싫어서가 아
니라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야 아직 행복해지는 방법은 잘 모르겠지만 호주에
서 더 쉽게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는 직감이 들었어 (161쪽) hellip 나더러 왜 조국
을 사랑하지 않느냐고 하던데 조국도 나를 사랑하지 않았거든 솔직히 나라는 존
재에 무관심했잖아 나라가 나를 먹여주고 입혀주고 지켜줬다고 하는데 나도 법
지키고 교육받고 세금 내고 할 건 다 했어 (170쪽)
- 장강명(2015) 985172한국이 싫어서985173 중에서
이 소설은 한국에서 자신의 미래를 비관하는 20대 후반의 여성이 회사를
그만두고 호주로 이민을 떠난 사정을 들려주는 대화 형식의 이야기이다 주
인공은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를 다녔던 평범한 20대 청춘이다 주인공은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했지만 이 나라에서는 행복하지 않았고 결국 한국
이 싫어서 선진국인 호주로 떠났다고 말한다 이러한 주인공의 사연은 한국
의 대표적인 신문사의 사회부 등에서 기자로 일했던 저자가 치 한 취재를
바탕으로 그려낸 가장 사실적이면서도 평균적인 탈조선의 꿈이라 할 수 있
다
평범한 주인공이 이런 실천을 하는 모습에서 볼 수 있듯 헬조선 탈출은
한국 청년들에게 널리 퍼져 있는 욕망이며 한 인터뷰 대상자의 말을 빌리자
면 ldquo요즘 모여서 얘기하면 태반은 탈조선을 꿈꾼다rdquo 그러나 다 함께 꾸는
꿈도 각자의 계급과 이용 가능한 자원에 따라 실천 가능한 형태가 정해지는
것이 현실이다 가족의 자본과 본인의 학력자본이 높은 중상류층 출신 청년
들은 선진국에서 교환학생-유학을 거친 후 한국 혹은 선진국에서의 취업-선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09
진국으로의 이민이라는 경로를 많이 취하는 반면 자본이 부족한 중하류층
청년들은 한국 혹은 호주 뉴질랜드 등의 서구 선진국에서 노동하여 돈을
번 후 인도 태국 등의 아시아 개발도상국에서 장기여행을 하는 패턴을 반
복하는 이원화된 구조가 나타났다
이 글에서는 중하류층 청년들의 탈조선 현실에 초점을 맞출 것이지
만 더 입체적인 비교를 위해 잠시 중상류층의 사례를 살펴보자 화장품을
사거나 식도락 여행을 위해 종종 일본에 가는 진희(2016년 현재 24세 여)는
한국에서 태어난 것을 한탄하며 탈조선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는 대
학생이다 진희는 양친 모두가 안정된 직업을 갖고 있고 매년 2~4주씩 4인
가족이 해외로 자유여행을 갈 정도의 경제적 문화적 자본을 갖추고 있는
중산층이며 한국 최고의 학벌을 취득하는 등 모든 면에서 부족함이 없는데
왜 탈조선을 원할까 이러한 연구자의 질문에 진희는 ldquo객관적인 지표는 그
렇긴 한데 주관적인 느낌의 차원에서 가망이 없다고 많이 느낀다rdquo ldquo제가
언제든 비정규직이 될 수 있고 밑바닥으로 떨어지는 거 순식간일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rdquo고 답했다 진희는 대학에서도 좋은 학점을 4년 내내 받으며
성공적인 궤도를 달려왔다 그러나 ldquo학벌주의 사회와 경쟁적인 분위기와 과
도한 학습노동rdquo이 너무나 힘들었고 ldquo헬조선 때문에 소중한 청소년기 성장
기가 박탈당했다는 억울함과 분노가 있다rdquo고 하였다 ldquo고등학교 들어가면서
부터는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꼼짝없이 야자(야간자율학습)rdquo를 하였고
대학에 한 번에 붙어야 ldquo이 다시 겪고 싶지 않은 끔찍한 시간rdquo을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아 점심 식사 저녁 식사를 모두 포기하고 간식으로 대충 때우
며 인강(인터넷 강의)을 들었다 진희는 스스로 ldquo자기착취의 주체rdquo가 되어
ldquo모든 에너지와 시간 등등을 싸그리 수단화해서rdquo ldquo학습노동rdquo에만 매달렸다
고 회고한다 진희의 사례는 한국에서는 성공적인 궤도를 달리고 있는 것처
럼 보이는 청년들도 경쟁적인 사회 분위기에 질려 탈조선을 희망할 수 있다
는 것을 보여준다
진희는 중학교 때 985172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985173(홍세화 1995)라는 책을 읽
었는데 프랑스의 교육제도와 사회보장제도 하에서는 ldquo한국처럼 젊어서도
310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일에 찌들어 살고 노후 걱정하고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게 부러웠고rdquo ldquo나는
어쩌다 우연히 한국에 태어났을 뿐인데 왜 그런 우연한 국적에 발목 잡혀서
힘들게 살아야 하나rdquo 하고 생각했다 대학 시절에는 프랑스어를 배운 후 1학
기 동안 프랑스로 교환학생을 다녀왔다 졸업 후에는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대학원을 다닐 계획이다 진희처럼 부모의 지원으로 좋은 학벌을 취득하고
빨리 탈조선의 방법과 방향을 정하며 대학을 다니면서도 노동에 매달리지
않고 공부에만 몰입할 수 있고 덕분에 외국어라는 유용한 자원을 효율적으
로 습득한 경우 ldquo탈조선 방식으로 유학을 택하는 것rdquo이 가능하다
한국에는 진희와 같은 중상류층 젊은이들이 많이 있으며 이들은 주로
유럽이나 북미의 선진국에서 교환학생이나 유학을 통해 장기체류하는 경로
를 취한다 중상류층 중 인도에서 장기체류하는 경우는 요가나 명상을 깊이
배우려는 목적에서가 대부분이며 인도를 찾는다 해도 그 이후의 삶은 앞으
로 서술할 중하류층 청년들과 크게 다르다 스스로를 ldquo금수저rdquo라고 말하지
만 인도에서 몇 번 장기체류를 했던 지연(2016년 현재 38세 여)의 경우가
그런 독특한 사례이다 아버지가 의사이고 어머니는 교양 있는 주부인 집안
에서 자라며 음악을 전공했던 지연은 이렇게 얘기했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유학을 가는 게 당연한 코스였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그렇
게 생각했었고 어느 날 문득 심한 회의가 들었고 내가 재능이 아무리 많고 아무
리 열심히 해서 유학 갔다 오고 교수가 된다 한들 작은 방에서 하루 종일 나 같
은 아이들 가르치며 햇빛도 보지 못하고 썩은 얼굴로 살겠구나 돈이나 명예가
있으면 뭐하나 인간 삶의 질이 엉망이겠구나
ldquo한국에 있으면 무엇을 해도 마찬가지rdquo일 것이라고 생각한 지연은 부모
의 후원을 받아 독일로 가서 고등학교를 다녔고 스위스에서 대학을 졸업했
다 졸업 후에는 ldquo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그 사회에서 사는 게 너무 끔찍
하게rdquo 느껴져서 태국에서 7년 가까이 직장 생활을 하였고 요가를 배웠다
지연은 고등학교 때부터 탈조선하여 계속 외국에서 지냈으며 영어와 독일
어를 유창하게 구사했지만 한국적인 삶의 방식과 성공을 요구하는 부모와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1
끝없이 충돌했다 몸은 한국에서 벗어나 있더라도 한국과 가족 등의 끈으로
묶여 있는 한 마음은 한국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결국 몇 번의 대형 충돌
을 거친 뒤 매년 인도에서 수개월씩 체류하며 마음만은 탈조선한 상태로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위의 두 사례를 보면 한국에서는 남들이 모두 부러워할 만큼 많은 자본을
가진 20대 중반의 젊은이도 스스로를 금수저라 인식하는 30대 후반의 젊은
이도 ldquo젊어서도 일에 찌들어 살고 노후 걱정rdquo해야 하는 삶 경쟁이 극심한
한국에서 사는 것을 끔찍하게 인식하며 탈조선을 꿈꾸고 실천한다는 사실
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중상류층 출신인 이들에게는 부모가 가진 자원과
그 도움으로 획득한 자신의 문화자본 덕분에 탈조선의 실천이 상대적으로
쉬운 것도 사실이다
2) 중하류층 청년들의 노동-장기여행 반복
그렇다면 중하류층 젊은이들의 탈조선 여행 이동 루트는 어떠할까 이
글의 서두에서 현정이 말한 대로 많은 청년들이 호주에서 수 개월간 일을
해서 한국에서보다 많은 돈을 벌고 그 돈으로 호주 동남아 인도를 여행한
다 그리고 돈이 떨어지면 다시 호주 혹은 다른 워킹 홀리데이 국가로 가서
돈을 벌고 다시 그 돈으로 아시아 국가들을 여행한다
리시케쉬에서 만난 한국 청년 중 가장 길게 여행 중인 현정의 구체적인
이동 경로는 다음과 같다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했던 현정은 졸업 후 ldquo취직
이 되지 않아rdquo 인도를 3개월간 여행했다 그 후 호주에 워킹 홀리데이로
가서 1년간 일한 뒤 동남아를 장기여행 했다 그 후 다시 호주에 워킹 홀리
데이로 가서 또 1년간 일했고 그 후에는 다시 동남아를 장기여행한 후 인도
에 왔다 비자가 만료되자 네팔에서 2개월간 머문 뒤 새 비자를 받아 다시
인도에 왔고 리시케쉬에서 1개월짜리 강사 트레이닝 코스를 마쳤다 현정
은 한동안 요가 수련을 한 후 뉴질랜드에 워킹 홀리데이로 갈 예정이다
312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6년 이상 계속 외국을 떠돌고 있는 셈이었다
현정의 부연설명처럼 수 년 전부터 동남아에는 ldquo집에 3~4년씩 안 들어간
애들rdquo ldquo집에 가기 싫은 애들rdquo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배낭여행 중에는 이런
청년들을 쉽게 만날 수 있으며 여행 중에 만나는 사람들 그리고 워킹 홀리
데이 안내서 동남아 여행기 블로그 페이스북 등을 통해 이들에 대한 간접
적인 이야기도 수없이 들을 수 있다
현정처럼 한국에 거의 들어오지 않고 쭉 여행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중간중간에 한국에 들어와 회사를 다니며 돈을 모은 뒤 다시 나가는 경우도
있다 주로 쉽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자격증을 가진 경우인데 유정(2011
년 당시 32세 여)의 경우 2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청소년 상담사 자격증을
딴 후 3년 반 동안 회사를 다녔다 그 후 호주로 1년간 워킹 홀리데이를
나갔다가 들어와서 다시 1년간 회사를 다녔다 그 후 캐나다로 워킹 홀리데
이를 가려고 신청했다가 떨어진 후 장기여행을 준비하다가 다시 취직했고
1년 반 동안 일하다가 장기여행을 시작했다 이번 여행은 현재 10개월째인
데 동남아에서 수 개월간 쉬고 단동에서 15개월간 자원봉사를 하고 운남
성에서 15개월간 태극권을 배운 후 다시 15개월간 동남아와 인도를 여행
했고 인도에서 2개월간 요가를 배운 후 육로로 이집트까지 여행할 예정이
다
현정 유정과 같은 청년들의 생애사를 들어보면 학벌이나 학력 자격증
부모의 직업 등 많은 면에서 내세울 것도 도움 받을 네트워크도 없었으며
자신의 힘으로 삶을 헤쳐 나갔다 3장에서 살펴본 것처럼 가진 것이 없다
보니 존중받지 못했거나 취직이 되지 않아 주변의 눈치를 봐야 했으며 죽
도록 과로하거나 불합리한 조직문화에 시달리면서도 노동을 하며 살아야
했다 현정처럼 차라리 선진국에서 육체노동을 하며 돈을 많이 벌거나 유정
처럼 ldquo죽었다 생각하고rdquo 한국에서 1년 정도 일을 하고 나면 쉬고 싶고 그새
망가진 몸을 고치고 싶고 자신이 누구인지 천천히 생각도 해보고 싶어진다
전 세계적으로 볼 때 한정된 돈으로 오랜 시간을 보내며 이러한 목적을
추구할 수 있는 최적의 여행지는 인도로 알려져 있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3
5 인도에서의 헬조선 해독 활동
이 장에서는 한국 청년들이 인도에서 장기체류하면서 추구하는 목표가
휴식 치유 자아 찾기를 통한 lsquo헬조선 해독(解毒)rsquo임을 보인 후 인도가 이런
활동을 하기 좋은 이유는 무엇인지 알아본다
먼저 탈조선하여 인도에 온 청년들이 가장 많이 추구하는 활동인 휴식
치유 자아 찾기가 어떠한 맥락에서 나타나는지를 다음 사례들을 통해 살펴
보자
달희는 리시케쉬에 왜 왔냐는 연구자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ldquo나는
여기가 쉴 수 있는 곳일 거란 기대를 가지고 처음에 왔어요 밖으로의 여행
이 아니라 내 안으로의 여행 내가 처음에 인도를 선택하면서 내 마음속으로
되뇌었던 것이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이 말을 계속 했었어요rdquo
달희는 휴식과 자아 찾기를 위해 인도에 왔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것은
과로할 수밖에 없는 직장생활 그로 인해 병든 몸을 치유하는 것과 접한
관계를 갖고 있었다 달희에 의하면 이러한 욕망을 갖게 된 것은 회사 생활
을 하면서 ldquo착취당하면서도 표현도 못 하고 그렇다고 부하 직원들을 쥐어
짤 성격도 안 되고 해서 아주 화병 같은 게 단단히 들고 몸도 너무 고단해서
망가졌기rdquo 때문이다 30세 무렵에는 교통사고가 나서 구안와사(口眼喎斜)
즉 입이 한쪽으로 돌아가는 증상이 왔다 그러나 달희는 여전히 일을 하였
고 계속 일을 하다 유방섬유선종 자궁근종 무릎middot발목 등의 원인불명 통증
척추측만증 두통 소화불량 관절 통증 등을 앓게 되었다 결국 41세에는
더 이상 회사를 다닐 수 없어 요가를 하면서 몸을 고치기 위해 리시케쉬로
오게 되었다
달희의 생애사에서 보이는 것처럼 과로 심신의 질환 자아를 잃었고 왜
사는지 모르겠다는 느낌이 긴 하게 엮여 나타나다가 탈조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한국인 장기여행자들에게 흔한 서사이다 인도의 장기여행자 중 보기
드물게 성공적인 궤도를 달리는 듯했지만 역시 같은 이유로 탈조선한 다음
314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대학생의 사례도 이를 잘 보여준다
관욱(2011년 당시 26세 남)은 서울의 일류 공과대학의 4학년이었다 관
욱은 4학년 여름까지 취직을 위해 인턴 과정을 밟고 있었고 취직 시험에서
최종 면접을 몇 개 남겨둔 상태였다 고등학교 때 985172지구별 여행자985173(류시화
2002)를 읽은 이후 막연히 배낭여행을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가지고 있었지만 주변 사람들은 다들 대학원에 가거나 빨리 취직하는 분위
기였고 해외에 간다고 해도 유럽으로 아니면 유명 대학의 프로그램이나
어학연수에 가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계속 고민하다가 전자공학 전공자에
대한 수요가 많아 취업 걱정이 없다는 점 지금 못 가면 40~50대 때 후회할
것 같다는 점 회사에 한 번 들어가면 회사를 그만두지 않는 한 6개월짜리
여행은 할 수 없다는 점을 생각했다 관욱은 취업 준비를 모두 그만두고
면접도 포기하고 여름 내내 육체노동을 하면서 인도 여행 자금을 모았다
관욱은 늘 아침밥만 먹고 점심 저녁은 굶으면서 공부했다 전공 5~6개 과목
의 시험이 매 학기 각각 4번씩이나 있고 프로그램 프로젝트를 2개씩 하다
보니 항상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관욱은 ldquo어쩌면 스트레스 받는데 의식
못 했을 수도 있었다rdquo고 회고한다 관욱은 ldquo한국에서는 시험이나 프로젝트
가 늘 마음에 있었고rdquo 회사 면접을 보면서는 ldquo연봉보다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rdquo 하는 고민에 계속 마음이 무거웠다 그러
다가 인도에 오기 전에 몸이 아파 병원에 들렀고 놀랍게도 20대 중반의
나이에 위궤양 빈혈 고혈압 진단을 받았다 관욱은 인도에 오게 된 계
기를 다음과 같이 털어놓았다
한편으로 기대한 바는 한국 문화에서 떨어져 있고 싶었어요 어떤 사회적 자
아 그렇게 형성된 자아가 너무 세서 내 내면의 목소리라는 걸 들어볼 생각도 안
하고 들어보지도 못했어요 작은 거라도 그래서 여기서 나가보면 내가 직접 느껴
볼 수 있지 않을까 절실히 필요하면서도 내 내면의 목소리 이런 게 너무 피상적
으로 느껴졌었죠
관욱이 인도로 탈조선하면서 가장 바란 것은 한국 문화 사회적 자아에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5
매몰된 내면의 목소리를 찾는 것 즉 자아 찾기였으며 이것은 망가진 몸을
치유하고 휴식을 취하는 것과 접하게 엮여서 나타났다 관욱은 한국에서
는 성공을 향한 길을 안정적으로 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진정으
로 원하는 일을 하지 못하고 몸의 요구나 내면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바쁘게
살아야 하는 한국 문화에 순응하며 살아오다가 문득 몸이 망가진 것을 발견
했다 관욱은 연구자와 나눈 대화 속에서 ldquo쉬고 싶다rdquo는 표현을 끝없이 계속
했다 가이드북에서 리시케쉬 부분을 펼쳤을 때 ldquo락쉬만줄라에 노을 지는
장면 사진이 나왔는데 이것을 보고 여기서는 여유롭게 시간을 가져도 좋겠
다 한국에선 잘 못 가지는 시간이니까rdquo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였으며
오기 전에 ldquo가서 어떤 식으로든 순간을 즐길 수 있음 그럴 수 있기만 하면
좋겠다rdquo 하고 생각했다고 하였다 리시케쉬에 도착해서는 ldquo여기서는 순간을
한 번 그렇게 지내보자 한국에선 걱정이 너무 많으니까 시험이나 프로젝트
가 늘 마음에 있으니까 여기선 햇볕 산책 다 해보자rdquo 하고 결심했다고 하였
다
이처럼 많은 한국 청년들이 휴식에 대한 갈망을 표현하였다 이번 여행의
목적을 묻는 연구자에게 유정은 이렇게 대답했다 ldquo계속 다니면서 나를 더
들여다보는 거죠 나는 누구인가 10대 때 고민했던 거 다시 한 번 그래서
이렇게 좀 다니면서 생각 좀 많이 하면서 그래서 좀 스스로 좀 내면적으로
좀 강해졌음 좋겠다 그리고 현실에서 탈피하고 싶고 그게 좀 안 돼요 일만
하면 일만 생각해요rdquo
유정 또한 탈조선의 계기를 ldquo나를 들여다보는 것rdquo 즉 자아 찾기라고 얘기
하고 있으며 그것을 현실 탈피와 내면이 강해지는 것과 연결시키고 있다
유정은 한국에서 회사 문화의 불합리함 인간관계에 의한 스트레스로 폭식
증 소화불량 단기간에 25kg이라는 급격한 체중 증가 그리고 이로 인한
무릎 허리 목의 통증에 시달렸다 그래서 휴식과 치유가 절실하여 탈조선
하게 되었고 몇 달간 푹 쉰 뒤에는 ldquo다시 사회에 돌아갔을 때 그런 스트레스
나 이런 것들에 대해서 사람관계에서 오는 것들은 내가 좀 커트할 수 있는
사람rdquo이 되고 싶어 요가를 시작했다고 하였다
316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위의 사례들이 보여주는 바처럼 한국 청년들이 헬조선을 탈출하는 이유
는 휴식 치유 자아 찾기를 통한 헬조선 해독이 너무나 절실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활동을 다른 곳도 아니고 인도에서 하는 것일까
앞의 사례에서 달희는 휴식 자아 찾기의 욕망을 인도에서 추구하게 된
이유로 ldquo인도는 한국에서 지내는 것보다 한 달에 쓰는 생활비가 더 적을
거라는 생각rdquo ldquo일을 하지 않고 요가만 하면서 먹고 자고 할 수 있고rdquo ldquo인도
는 요가의 본고장이기 때문이라는 믿음rdquo이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다른
사람들이 인도에 온 계기도 대부분 이와 비슷하다
달희가 말한 것처럼 이러한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저렴한 물가이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유럽이나 미국에서 장기체류를 하지
않는 핵심 원인은 물가가 비싸 오래 머물 수가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 최대
한 많은 것을 볼 수 있도록 하루하루 빡빡한 일정을 짜고 꼭 필요한 날수만
큼만 머물게 되는 이런 선진국으로는 휴식을 취하러 가지 못한다 그러나
인도 리시케쉬에서는 300~500달러만 있으면 한 달간 깔끔한 싱글룸에서
묵으며 최고의 요가 수업을 받고 여유롭게 식사와 간식을 즐기며 지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좋은 자연환경과 문화적 매력까지 있다 리시케쉬는 갠지
스강과 히말라야 산맥이 만나는 성지로서 자연환경이 아름답고 요가의 본
고장답게 훌륭한 요가 수업들이 많이 있다 달희의 말처럼 ldquo요가만 하면서
먹고 자고 할 수 있는rdquo 최적의 환경인 것이다 이러한 환경은 여행 가이드북
과 여행자들이 남긴 여행기에도 잘 기술되어 있으며 실제로 놀라운 치유의
효과를 낳는다 이러한 소문은 수많은 여행자들을 유혹한다
이처럼 개발도상국에서 장기체류하는 선진국의 여행자들에 대해 그러한
이동의 핵심 원인이 더 나은 삶의 질을 위한 것이라고 보고 개념화한 것이
바로 라이프스타일 이주이다 인도에 대한 사례 연구로는 바라나시의 서구
인 장기체류자들을 참여관찰하면서 이들을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로 보고 그
라이프스타일의 특징을 분석한 코펠라(Korpela 2009)의 연구가 있다 바라
나시는 인도 악기를 배우는 장기체류자들이 집해 있는 곳인데 코펠라에
의하면 이들은 대부분 인도 악기를 연주하고 요가와 명상 자선사업을 하며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7
엄청난 시간을 친구들과 어울리는 데 쓴다 이들의 삶은 느리고 빡빡한 매
일의 일정이 없으며 물질적 소유는 적고 현재를 즐길 시간이 많다 코펠라
는 이들이 가능한 곳에서 더 나은 삶을 찾으며 물가가 싸고 영적sdot예술적
의미와 결부된 곳에서 더 나은 삶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이용하는 것이라
고 해석하였다
인도의 장기체류자들이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이동하는 방향성은
이렇게 해석할 수 있겠으나 문제는 라이프스타일 이주라는 개념은 이들이
고국에서 인도로 한 번 이주한 다음 영구히 정착한다는 인상을 준다는 것이
다 그러나 사실 인도의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들은 대부분 3~6개월짜리 관광
자 비자로 인도에 장기체류하는 여행자들이며 비자를 갱신하기 위해 이웃
나라를 방문하거나 돈을 벌거나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자주 고국으
로 귀국한다 또한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헬조선 탈출 여행자들은 이 글의
서두에서 보았던 것처럼 호주 등 선진국에서의 노동 다른 동남아 국가들에
서의 여행 등 다양한 이동 루트를 거친다
이처럼 오랜 기간 다양한 장소들을 떠돌다 보면 이들의 탈조선 여행 이후
의 삶은 어떻게 변화할까
6 탈조선 여행 이후의 삶의 변화
이 장에서는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을 했던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이들에게 나타나는 lsquo집rsquo의 의미 변화를 살펴본
뒤 이들의 이동성을 라이프스타일 여행 및 라이프스타일 이동성이라는 개
념과 연결 지어 살펴본다
1) lsquo집rsquo의 의미 변화
탈조선하여 떠도는 사람들에게 집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왜 그렇게
318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오래 돌아다니냐는 연구자의 질문에 현정은 이 글의 서두에 인용한 것처럼
ldquo집에 가기 싫어서요rdquo라는 답과 함께 이제는 집이 불편하다는 말까지 했다
ldquo이제 집에 가도 제가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닌 것 같아요 불편해요 그래서
또 나오고요 엄마가 밥을 하루에 3번씩 해주시는데 처음에 빵만 하루에
3번 먹으면 속이 거북한 그 느낌처럼 밥에서 그런 느낌이 나던데요rdquo
현정의 말은 2가지 생각해볼 문제를 남긴다 첫 번째는 한국 사람인 현정
이 밥을 먹으면 속이 거북하다는 지점이다 지금은 약간 옅어지기는 했지만
한국의 해외여행 역사상 언제나 여행 경험담의 중요한 부분이 되어왔던 것
은 며칠만 외국을 여행해도 김치와 된장찌개가 그립고 한국인이라면 역시
밥을 먹어야 힘이 난다는 정서 그리고 한국인을 만나서 김치에 소주를 함께
먹으며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공유했던 정겨운 경험 등이다 이와 비교
할 때 현정과 같은 청년들에게서는 지금까지 한국인에게 lsquo밥rsquo으로 체화되어
있던 한국적 정서와 정체성이 옅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한국적 정서와 정체성이 옅어지는 것은 공간적으로도 체험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이 두 번째 지점 즉 ldquo집에 가도 제가 있어야 할 자리
가 아닌 것rdquo처럼 불편하고 그래서 또 외국으로 나간다는 말이다 과거 많은
한국인 여행자들은 lsquo나의 집rsquo 그리고 이를 확장한 lsquo내 나라rsquo가 세상에서 가
장 편안한 곳이라고들 이야기해왔으며 여행작가 한비야처럼 여러 언어를
구사하고 외국여행을 많이 한 사람도 틈날 때마다 집과 고국에 대한 그리움
을 토로하곤 했다 이처럼 집과 고국은 한 사회적 인간의 근원이자 지향점으
로 체화되어 있었고 그것이 당연하게 여겨져 왔으나 오늘날 현정과 같은
젊은이들은 여기서 불편함을 느끼고 탈출까지 감행한다 이러한 인식은 달
희의 말에서도 잘 드러난다 달희는 요가 연습 도중에 갑자기 눈물이 나서
소품실에 들어가 울다 나온 적이 여러 번 있었다 나중에 연구자가 이유를
물어보자 ldquo집에 가면 할 일도 없고 가고 싶지 않아서rdquo 울었다고 하였다
달희는 ldquo한국에 있으면 내일 할 일뿐만 아니라 그 동안 해왔던 일과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rdquo며 부담감을 드러냈다
이처럼 탈조선 여행자들에게 가족들이 사는 집 그리고 고국은 점점 불편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9
한 곳이 되어가며 잠시 돈을 벌거나 비자를 연장하기 위해 혹은 의료 혜택
을 받기 위해서와 같은 실용적인 목적을 위해 들르는 곳으로 변화되어 간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이들은 지속적으로 떠돌거나 고국을 주 거주지
로 하면서도 외국을 계속 돌아다니는 이동성이 증대된 삶을 살게 된다
2) 이동성의 증가
헬조선 탈출 이후 현정처럼 노동과 장기체류라는 순환을 지속적으로 반
복하며 계속 장기여행 중인 사람도 있지만 장기여행을 끝낸 후 한 장소에
정착하여 사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다면 장기여행을 끝낸 후 탈조선 여행자
들의 삶은 어떻게 변화되며 어떠한 새로운 특징이 나타날까 본 연구에서
는 다음 2가지 패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 번째 패턴은 요가와 같이 특정한 활동을 중심으로 증가된 이동성과
직업적 경력을 연결시키는 것이다 달희의 경우 요가를 배우기 위해 수년째
한국-인도를 오가다가 도중에 결심하고 요가 강사가 되었다 연구자와 만났
을 당시 달희는 인도에 3번 왔던 상태였다 수개월씩 여러 장소에서 각기
다른 요가를 배우기를 3년간 반복하다가 2012년 7월부터는 3년간 쭉 방콕
에서 머물며 강사 트레이닝 코스를 밟았다 2015년에는 귀국하여 요가 강사
자리를 알아보는 한편 지속으로 태국 인도 등에서 요가 워크숍에 참석하고
있다
이처럼 헬조선 탈출 여행자 중 요가 수련자들은 리시케쉬를 포함하여
요가를 배우거나 수련할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하는 삶의 방식을 유지한다
계절과 선호하는 강사의 존재 여부 등 다양한 조건에 맞추어 인도 내에서
이동하기도 하고 요가의 새로운 내용이나 전수 방식을 외국의 강사에게 배
울 수 있거나 또 다른 머물기 좋은 장소가 발견되면 인도를 벗어나 다른
나라로 이동하기도 한다 서구인들에 비하면 한국인의 이동 범위는 좀 더
아시아 위주로 한정되어 있는데 주로 한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지내다가 가
320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끔 태국 등 동남아 국가의 요가 센터나 요가 워크숍에 참여하는 형태이다
물론 이동 중간중간에 워킹 홀리데이로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일하거나 한
국에서 일하며 여행 자금을 단기간에 마련하기도 한다
요가 수련자들이 이처럼 계속 요가를 배우며 이동하는 것은 더 나은 요가
강사가 되도록 하는 이동성 자본(mobility capital)(Bell 2013 24)으로 기능
할 수도 있다 벨은 끊임없이 돌아다니는 음악 연주자들을 라이프스타일 여
행자로 분류하면서 이들이 경제적 부 대신 개인적sdot직업적 풍요로움 등의
형태로 이동성 자본을 획득하였으며 이들이 영원히 혹은 가장 중요하게
닻을 내리는 것은 한 지리적 장소가 아니라 그들의 일이라고 분석한 바 있
다 이들의 이동성은 전문적 수련의 일부가 되며 이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이처럼 이동성이 성공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것은 요가 강사들
에게도 마찬가지인데 요가의 기원지인 인도에서 유명한 스승에게 배웠다는
것은 그 요가 강사의 진정성과 정통성 그리고 그 결과로서의 지식을 보증하
는 상징으로도 기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렇게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는
요가 수련자들은 더 나은 삶의 방식을 찾기 위해 여행하는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라기보다는 여행 자체가 삶의 방식인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라는 개념
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동 중인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에 대해 연구한 얼스킨과 앤더슨에 의
하면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에게 초기의 이동성은 집에서 탈출하거나 사회
적 압력과 기대를 피하기 위해 추구될 수 있지만 점점 자아 창조라는 의제
를 중심으로 하게 된다(Erskine and Anderson 2013 140-141) 요가 수련
자들도 초기에는 한국을 탈출하는 것이 목적이었다가 나중에는 점점 더 나
은 요가 수련자가 되는 데 집중한다는 점은 이런 특징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의 증가된 이동성이 이후의 삶을 변화시키는 두 번째 패턴은 첫 번째
패턴과 겹칠 수도 있는데 장기여행에서 귀국하여 한국이 주거주지가 되더
라도 마음만은 계속 탈조선 상태에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계속
단기여행을 다니는 식으로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면서 직업 인간관계를 이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1
전과는 다르게 조직하기도 한다 지연의 경우 귀국 후 외국인과 결혼했고
요가 강사가 되어 일 년에 보통 2~3회씩 일본 동남아 등지로 요가 워크숍을
가는 한편 1~2개월씩은 인도에서 요가를 수련한다 지연은 ldquo호주나 유럽
캐나다 같은 곳은 도시여도 자연이 있고 여유가 있고 비슷한 가치관을 중요
시하는 사람들 속에서 살고 싶은데 한국에선 뭐 하나 충족시켜주는 게 없는rdquo
현실에 대해 불평하였다 그러면서 ldquo기존 회사를 그만두고 요가만 하는 걸
로 결정한 것rdquo ldquo원치 않는 정신적 스트레스 관계 이런 걸 최대한 만들지
않는 쪽으로 생활반경을 컨트롤하는 것rdquo은 ldquo최대한 이 헬조선의 영향을 받
지 않는 생활rdquo을 영위하기 위함이며 ldquo이젠 제가 사는 방식을 바꿔서 제
생활반경만큼은 헬조선이 안 되도록 말뚝 박고 공간확보를 한 것 같다rdquo고
말했다
본 연구의 대상자들 중 아직 선진국으로의 이주에 성공한 사례는 없지만
이렇게 이동성을 증대시킨 삶을 사는 사례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7 결론
본 연구에서는 오늘날 한국 젊은이들의 장기여행 현상을 헬조선 담론과
연결시키고 그 동안의 관광이나 이주 개념으로 설명되지 않던 부분들을 이
동성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하였다
본 연구에서 발견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 젊은이들의 장기여행
은 한국의 사회구조와 문화에 대한 불만을 가진 청년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며 헬조선 담론을 잘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
기여행 혹은 탈조선 여행으로 부를 수 있다 둘째 탈조선 여행의 이동 경로
는 계급에 따라 이원화되어 나타난다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장기여행은 중
하류층 청년들이 한국이나 선진국에서의 노동-개발도상국에서의 장기체류
를 반복하는 양상으로 나타났다 셋째 헬조선 탈출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오래 머무는 인도에서 주로 추구하는 목표는 휴식 치유 자아 찾기를 통한
322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헬조선 해독 활동이라 할 수 있다 넷째 이들이 탈조선 여행을 마친 후 나타
나는 삶의 변화로는 집의 의미가 변화하고 이동성이 증가하는 패턴을 들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크게는 전 지구적 이동성의 증가 관광과 이주의 경계가
흐려지는 추세 오늘날 청년들이 노동시장 진입을 비롯하여 점점 더 사회로
부터 배제되고 있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현실 등이 맞물려 나타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이후에 나타나는
개인적sdot사회적 변화는 인류학적으로 아주 흥미로운 현상일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이론화를 위해서는 앞으로 다음 지점들에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이다
첫 번째는 탈조선 여행자 혹은 탈조선 여행에서 얻은 이동성 자본을 직업
으로 전환시킨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이 나이가 들어도 계속 그러한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서구에는 60대
70대 노인 중에도 그런 사람들이 많지만 이는 복지제도가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90년대 이후 증가한 한국의 장기여행자들 중에서는 아무리 lsquo자유
로운 영혼rsquo의 소유자라 해도 부모가 나이 들기 시작하면 자식이 병원비를
부담해야 하고 자신의 노후대책을 직접 마련해야 되기 때문에 당장의 생계
유지에 급급한 생활인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과거의 장기여행과는
달리 오늘날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은 한국에서의 직업적 기반이나
경력을 쌓지 못한 청년들의 여행이며 강력한 구심력을 가진 한국에서의 탈
출이다 따라서 이들이 한국으로 돌아와 생활인이 되는 것이 힘들다면 대안
적으로 어떠한 직업적 가족적 삶이 가능할 것인가
두 번째는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에 라이프스타일이라는 개념을 연
결시킬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연구자는 본문에서 탈조선 여행자들에 대
해 현존하는 개념 중 가장 가까운 라이프스타일 여행자 및 라이프스타일
이동성에 기대어 설명하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사실 라이프스타일은 소비를
중심으로 하는 개념이라는 점에서 생존을 위해 탈출한 사회에서 배제된
청년들을 분류 혹은 설명할 수 있는 명칭이 될 수 있는지 어떠한 다른 개념
으로 보완 확장이 가능한지는 향후 중요한 연구과제라 하겠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3
이러한 지점들에 유념하여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양상 및 그 결과
를 탐구하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의 이탈자들에 대한 성찰적 연구가 되는
것은 물론 전 지구적인 인간의 이동에 대한 새로운 이론을 확립하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다
논문접수일 2016년 5월 31일 논문심사일 2016년 7월 2일 게재확정일 2016년 7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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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7
ltKey conceptsgt Hell-Joseon long-term travel tourism migration lifestyle
migration lifestyle traveler lifestyle mobility
Long-term Travel as lsquoEscape from Hell-Joseon
A Research about Korean Travelers in India
Lee Minyoung14)
This research connects Korean young mens long-term travel with the
ldquoHell-Joseonrdquo discourse popular in Korea nowadays and explores the
so called lsquoescape from Hell-Joseonrsquo phenomenon and changes of their
lives after the trips with the concept of mobility since tourism and
migration cant explain it well A participant observation in India found
that the Korean long-term travelers are characteristic as the followings
1) Long-term travel is popular among the youth who complains about
the social structure and culture of Korea and their travel reflects the
ldquoHell-Joseonrdquo discourse So we can call this travel as escape from
Hell-Joseon 2) The travel routes of are differentiated according to the
class This research mainly deals with the circulation route of doing
physical labor in developed countries and relaxing in developing
countries popular among the lower middle class 3) Most of the travelers
often stay in India for a long time and their main purpose is
detoxification from Hell-Joseon through relaxation healing and
searching for the self 4) After they finish the long-term travel the
PhD Candidate Department of Anthropology Seoul National University
328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meaning of home is changed and their mobility is increased That
phenomenon seems to be entangled with the increasing global mobility
the blurring trend between tourism and migration and the structural
problem which excludes young men from entering the labor market and
the society in Korea Researching the backgrounds aspects and results
of escape from Hell-Joseon will be a reflective study about Korean
society and help to construct new theories about global movement of
people
294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선진국으로 어학연수나 워킹 홀리데이라는 이름으로 떠나는 교육 이주(또
는 교육 관광)나 노동 이주일 것이다 언론에서도 이러한 경험들을 글로벌
시대 청년의 통과의례 혹은 자기계발 과정으로 그려내면서 그 속에 담긴
청년들의 열기와 패기 진취성들을 부각시켜온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기성세대의 시각에서 볼 때 이 글의 서두에서 언급한 오늘날 한국
젊은이들의 장기여행 현상은 다음과 같은 의문을 낳을 것이다 도대체 이렇
게 목적 없이 한국 바깥을 오래 여행하는 청년들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
까 이들은 어떤 사람들이며 장기간 어떤 곳들을 돌아다닐까 이들은 왜
선진국을 두고 특히 인도 같은 개발도상국에서 장기체류하는 것일까 여행
이 끝난 후 이들의 삶은 어떻게 변화할까 본 연구는 현정과 같은 젊은이들
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여 이러한 질문에 답하고자 한다
이처럼 장기여행 및 장기체류에 대한 입체적인 탐구를 위해서는 관광
(tourism)과 이주(migration) 개념 그리고 이 두 가지가 뒤섞여 나타나는
혼종적인 현상에 대한 연구들을 참고할 수 있다 먼저 관광은 ldquo개인이 다시
돌아올 목적으로 거주지를 떠나 다른 나라 다른 지역의 관광대상을 보고
듣고 이해하고 즐기는 여가활동의 한 형태rdquo(한국관광학회 2009 30)4)라는
정의에서 볼 수 있듯 다시 돌아올 목적 및 즐거움 추구라는 성격이 분명한
보다 좁은 범위의 이동 현상에 대한 개념이다 반면 이주는 과거에는 송출국
과 목적국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이동으로 정의되었으나 최근에는 ldquo이주자
의 생애 전체에 걸쳐 전개되며 후속 세대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장기적인
과정rdquo(Castles and Miller 2003[2013] 52)으로 확장되었고 더 넓은 범위의
이동 현상으로도 확장될 가능성이 있는 개념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 연구에서 제기한 질문들은 주로 이주 연구의 흐름
속에서 바라볼 수 있다 먼저 카슬과 러(Castles and Miller 2003[2013])
가 현대를 이주의 시대(the age of migration)로 명명하고 전 지구적인 이주
4) 관광에 대한 정의에는 경제적 관점 사회문화적 관점 여가활동 관점 시스템적 관점 등 각각
의 관점을 강조한 여러 가지 버전이 있는데 이 글에서는 한국관광학회에서 발간한 2009년판
985172관광학 총론985173에 수록된 정의를 이용하기로 한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295
의 역사와 형태 근본적인 원인과 과정 그 영향에 대해 정리하고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오늘날의 이주를 이해하는 데 있어 전지구화는 중요한 배경
이 되며 한편으로 이주를 유발하고 이주의 방향과 형태를 변화시킨다(ibid
109) 한편 최근의 국제이주는 단순히 한 사회에서 다른 사회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둘 이상의 장소에서 반복되는 중요한 연계를 유지하는 초국가
적(transnational)인 면모를 가진다는 것도 여러 학자들에 의해 밝혀진 사실
이다(Schiller Basch and Blanc-Szanton 1992a 1992b Kearney 1995
Portes Guarnizo and Landolt 1999 Vertovec 1999) 본 연구에서는 이러
한 시각들을 적용하여 한국 청년들의 장기여행을 전지구화의 산물이며 동
시에 한국 인도 태국 호주 등의 여러 장소와의 연계를 갖는 초국가적인
현상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그러나 초국가적 이주에 대한 카슬과 러(Castles and Miller 2003)를
비롯한 많은 연구들은 주로 보다 높은 임금 더 나은 취업 기회 직업능력의
향상과 같은 경제적 이유로 인해 더 나은 선진국으로 이동하는 노동이주를
다룬다는 점에서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현상을 온전히 해석하기는 힘들다
는 한계점을 안고 있다 그 핵심적인 문제 첫 번째는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
으로의 이동이라는 방향성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 두 번째는 장
기적으로 혹은 영구적으로 이동한다는 이주라는 개념에는 장기여행의 현실
을 담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첫 번째 문제점인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의 이동이라는 새로운 방향
성에 대해 잘 설명해주는 개념이 바로 라이프스타일 이주(lifestyle
migration)이다 라이프스타일 이주 현상을 개념적으로 정리한 벤슨과 오라
일리는 다양한 이주 현상들을 lsquo라이프스타일 이주rsquo라는 단일 현상으로 파악
하자고 주장하였다(Benson and OReilly 2009) 이들이 언급한 라이프스타
일 이주는 북유럽 사람들이 스페인 몰타 이태리 포르투갈 그리스 터키
등지로 영국인과 네덜란드인이 프랑스로 북미인들이 멕시코로 이주하는
현상 그리고 유럽인과 미국인들이 크로아티아에서 두 번째 집을 가지는 현
상 또한 이러한 현상들 일부에 대한 용어인 은퇴 이주 레저 이주 반도시화
296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제2의 집 갖기 어메니티(amenity) 이주5) 계절 이주 등의 현상을 총괄하는
개념이다 이들에 의하면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는 파트타임이나 풀타임으
로 영구적으로 혹은 한시적으로 생활비용과혹은 땅값이 더 저렴한 나라로
삶의 질로 느슨하게 정의되는 어떤 다양한 이유로 움직이고 있는 상대적으
로 부유한 개인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OReilly and Benson 2009) 라이프
스타일 이주자들이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의 근본적인 특징은 일과 삶의
균형 다시 맞추기 삶의 질 향상 제약에서의 자유 등이며 이런 새로운 방향
설정 전략을 통해 이주자들은 더 나은 삶을 추구한다 라이프스타일 이주자
들은 여행을 다니면서 자신의 선호를 파악한 뒤 이주할 곳을 정하는 즉
관광에서 정보를 얻는 이동성(tourism-informed mobility)(Williams and
Hall 2000)을 어느 정도 보여주지만 라이프스타일 이주라는 개념은 북유럽
에서 남프랑스로 영국에서 스페인으로 이주하는 것처럼 주로 한 번의 이동
에 대한 것이다(Benson and OReilly 2009) 라이프스타일 이주라는 개념
은 과거의 이주 개념에 비하면 그 외연이 확장되었으나 여전히 고전적인
이주 개념에서는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며 따라서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더
유동적인 이동성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포착하지 못한다
이주의 개념이 확장되어가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본 연구에서 주
목하는 장기여행을 다루기 힘들다는 두 번째 문제의식이 이 지점에서 나타
난다 이 문제의식에 공명하는 개념 두 가지가 바로 라이프스타일 여행
(lifestyle travel)와 라이프스타일 이동성(lifestyle mobility)이다 코헨
(Cohen 2010 2011)에 의하면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는 일시적인 혹은 정상
적 삶에서의 일탈로서의 휴가가 아니라 기약 없는 여행을 추구하는 사람으
로 정의된다 일반적인 의미의 관광자(tourist)6)와 여행자(traveler)가 여행
이 끝난 후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간다면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는 이러한 귀
환을 거부하며 여행을 삶의 규범이자 방식으로 변형시킨다 라이프스타일
5) 경제적 이유보다는 환경적 사회적 이유로 시골 공동체 등의 지역으로 이동하는 이주
6) lsquotouristrsquo는 일반적으로 lsquo관광객rsquo으로 번역되어 왔으나 최근에는 lsquo손님rsquo 개념을 포함한 lsquo관광
객rsquo보다는 중립적인 느낌의 lsquo관광자rsquo라는 번역을 이용하자는 움직임이 있으며 이 글에서는
이에 따른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297
여행자는 친구들을 방문하거나 가족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원래의 집으로
짧게 돌아가거나 여행비를 벌거나 여행 경험을 반추하기 위해 고국으로 잠
시 돌아갈 수는 있지만 경력이나 집보다는 여행에 헌신한다
한편 라이프스타일 이동성이라는 개념은 점차 이주와 여행의 경계가 모
호해지는 전 지구적인 변화 속에서 인간의 이동을 이민이나 관광에 한정지
어 생각하지 않고 그 이동성 자체에 주목하자는 새로운 이동성 패러다임
(Sheller and Urry 2006 Urry 2007)에서 비롯한다 최근 전 지구적으로
이민과 관광 사이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사회과학에서 주로 분리되어 연구
되어 오던 이 두 개념의 상호연결성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두 현상
을 함께 연구해야 한다는 점이 지적되어 왔는데(Williams and Hall 2000
OReilly 2003) 라이프스타일 이주가 그 한 가지 시도였지만 이주 개념의
한계를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했다 이후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것처럼 라이
프스타일 이주에 비해 더 유동적이고 지속적이며 역동적이고 다중적인 과
정을 가진 장기여행의 이동성 자체에 주목하기 위해 등장한 개념이 바로
라이프스타일 이동성이다 이 개념은 라이프스타일 선택으로서의 이동성을
강조하는데 일회적인 한 방향으로의 이동을 강조하는 이주 그리고 집으로
돌아간다는 가정을 가진 관광이라는 개념과 달리 원래 집으로 돌아갈 의도
를 전제하지 않는다 출발점으로의 귀환 혹은 이동 과정 중 어느 다른 점으
로의 이동 모두가 라이프스타일 이동성의 일부분이 될 수 있다 라이프스타
일 이동성은 반드시 돌아가야 할 하나의 lsquo집rsquo이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흐르면서 돌아가고거나 다시 방문할 복수의 lsquo집들rsquo이 있을 수 있다고 보며
결국 지속적인 이동을 다룬다 이렇게 증가된 이동성은 다중의 소속장소를
만들면서 초국가성을 보일 수 있다(Cohen Duncan and Thulemark 2013)
본 연구는 국경을 넘는 인간의 이동에 대한 이러한 이론들을 중심으로
한국 청년들의 장기여행 현상의 특징과 배경을 입체적으로 분석해보고 향
후에 어떻게 이론적 보완이 가능한지 그 가능성 또한 제시해보고자 한다
298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2 연구 대상 및 방법
본 연구의 핵심적인 장소는 인도의 리시케쉬(Rishikesh)라는 소도시이다
인도는 한국 청년들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장기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들르
고 또 오랫동안 체류하는 대표적인 나라이다 넓은 인도 중에서도 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장소는 lsquo세계 요가의 수도rsquo로 불리는 리시케쉬 티베트 망명
정부의 수도로서 달라이 라마에게 설법을 듣고 티베트 불교와 문화를 배울
수 있는 다람살라(Dharamsala) 인도 전통음악 및 종교의 중심지 바라나시
(Varanasi) 히피 문화와 트랜스 음악의 성지인 고아(Goa) 사막 위의 힌두
성지 푸쉬카르(Pushkar) 등이다 많은 장기여행자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
을 배우거나 분위기가 좋다는 이유로 이 장소들 중 한 곳에 수개월씩 머물
기를 반복한다
본 연구에서 장기여행자들을 연구하기 위한 최적의 장소로 리시케쉬를
선정한 이유는 전 세계에서 온 장기여행자들이 수개월씩 함께 공동체적인
생활을 하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리시케쉬는 세계 요가의 수도로 불릴 만큼
다양한 요가 수행처가 있을 뿐 아니라 인도의 전통의학인 아유르베다 의학
자연요법 마사지 레이키(Reiki) 등 보완대체의학과 뉴에이지(New Age)
계열의 다양한 프로그램들과 상품들이 판매되고 있어 진지한 장기여행자들
이 많다 연구자는 리시케쉬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인기 있는 아쉬람7)과
게스트하우스에서 묵으면서 요가 수업과 다양한 뉴에이지 수업에 참가하는
한편 외국인들이 모이는 식당과 주변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한국 청년들을
만나 이들의 삶과 여행 패턴에 대한 조사를 수행하였다
본 연구의 핵심이 되는 자료는 연구자가 석사논문을 작성하기 위해 2010
년 12월에서 2월 그리고 2011년 9월에서 12월 두 차례에 걸쳐 총 약 4개월
간 참여관찰 설문지 조사 면접 및 문헌 조사의 방법으로 리시케쉬에서 수
7) 아쉬람(ashram) 인도의 수행공동체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299
행한 현장연구에 기반한다 한편 연구자는 석사논문 작성 후에도 2012년
12월에서 1월 2014년 7월에서 8월 두 차례에 걸쳐 총 2개월간 리시케쉬에
머무르면서 후속 연구를 하였으며 리시케쉬에서 만난 사람들과 계속 페이
스북(Facebook)을 통해 소통하였다 이를 통해 이들의 귀국 후의 일상생활
과 크고 작은 여행 수년간의 삶의 변화를 더 길고 더 넓은 시간적 공간적
흐름 속에서 관찰할 수 있었다 이 중에는 페이스북 채팅과 한국에서의 만남
을 통해 근황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온 연구대상자들도 있다 이러한 후
속 연구는 본 연구의 관점을 발전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인도는 지구상의 그 어느 관광지들보다 장기여행자들이 많이 모이며 함
께 lsquo진하게rsquo 어울리면서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덕분에
심층면접을 하지 않은 사람들의 여행 패턴도 쉽게 알 수 있었지만 특히
라뽀를 형성한 사람들에게는 공식적인 심층면접을 통해 이들의 한국에서의
삶은 어떠하였는지 인도와 리시케쉬를 방문하기까지의 이동 루트는 어떠한
지 리시케쉬를 찾게 된 이유와 이곳에서의 활동은 어떠한지 이후의 이동
계획과 lsquo집rsquo과의 관계는 어떻게 변화되는지 등을 심도 깊게 질문하였으며
이들의 생애사를 최대한 수집하였다 이렇게 연구자가 리시케쉬에서 공식적
으로 심층면접한 사람 중 한국인은 총 11명이었다 이들의 부모 및 본인의
사회경제적 위치를 고려할 때 대부분은 중하류층 서민으로 분류할 수 있었
다 lt표 1gt은 공식적으로 심층면접한 한국인 11명의 나이 학력 주요 직업
과 월 소득을 담고 있는데 안정된 직장을 가진 적이 있었던 사람은 드물며
특히 20대 4명은 모두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월 70만 원~130만
원을 벌었다는 사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인도의 장기여행자들을 입체적인 시각으로 이해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된 경험으로는 연구자가 다양한 여행 방식을 직접 체험한 것 시간적
으로 넓은 범위에 걸쳐 인도 여행을 한 것 그리고 다양한 문화권 출신의
여행자들을 만난 것을 들 수 있다 연구자는 2010년 12월에 20일짜리 인도
단체 배낭여행을 인솔했으며 1990년대 중후반부터 5차례의 인도 개인 배낭
여행 동남아를 비롯하여 장기여행자들이 모이는 수많은 장소로의 개인 배
300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이름 나이 성별 학력 주요 직업 월소득
희경 49 여 대졸대기업 비서(12년)rarr자영업(2년)rarr프리
랜서
연일 45 남 석사 파트타임(포장마차 고시원 총무hellip) 거의 없음(불규칙)
달희 42 여 석사 전업 인테리어 디자이너(10년 이상)rarr
프리랜서 인테리어 디자이너420만 원rarr
병철 41 남 대졸 학원강사 무대감독 연출 파트타임(음
식배달)rarr액세서리 제작 판매
rarr120만 원
(불규칙)
지연 33 여 대졸 호텔 이벤트 코디네이터 호텔 인스펙터 2700 USD
유정 33 여전문대졸
(2년)
상담사(35년)rarr호주 워킹홀리데이rarr상
담사(25년)150만 원
인혜 30 여 대졸 컴퓨터 프로그래머(6년) 280만 원
영수 29 남 고졸 파트타임(서빙 가게 판매원 학원 실
장hellip)90만 원(불규칙)
관욱 26 남 대학생 파트타임(사무 보조 식당 서비스) 250만 원(불규칙)
승은 26 여전문대졸
(2년)
파트타임(빵공장 노동 전화상담원
조사원 요리강사 요가강사hellip)70만 원(불규칙)
은숙 23 여전문대졸
(3년)파트타임(식당) 130만 원
lt표 1gt 공식적 심층면접 대상자의 나이 주요 직업 월소득
낭여행 호주 목화농장에서의 노동을 통해 수많은 한국 청년들을 만났다
본 연구 중에는 공식적으로 심층면접한 17개 국적 50명을 포함한 다양한
외국인들과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이는 한국인들의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바라보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또한 인터넷을 이용한 의사소통도 도움이 되었는데 특히 수시로 소식을
업데이트하고 쉽게 인맥 관리를 할 수 있었던 페이스북의 역할이 컸다 항상
이동 중인 여행자들을 연구하기 위해 인터넷을 활용하는 이러한 연구방법은
린(Lean 2013)의 연구방법과도 상통한다 그는 여행을 통해 변화된 사람들
의 이동성을 이해하기 위해 자신이 실제로 여행하는 한편 자신이 직접 만나
기 힘든 사람들도 연구하기 위해 수차례씩의 이메일 인터뷰를 거치고 웹사
이트를 개설하여 넓은 범위의 참여자들과도 다양하게 상호작용한 바 있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01
린이 밝힌 것처럼 연구자도 연구대상자들이 실제로 거주하는 물리적 공간보
다 가상공간이 종종 더 접근성이 좋고 더 깊이 있는 인터뷰를 할 수 있음을
경험했다 이렇게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포함한 다현지적 접근은 이동 중인
사람들과 이동성의 연구에 적합한 방법이었다
3 헬(hell)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인도에서 만난 한국 청년들에게 왜 여행을 떠났냐고 물어본 결과 대부분
비슷한 답을 얻을 수 있었는데 한마디로 정리하면 한국은 희망이 없고 비
인간적인 삶에 지쳐서 탈출했다는 것이었다 이 장에서는 이들의 한국에 대
한 이러한 인식을 구체적으로 살펴본 후 어떤 점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헬(hell)조선 담론과 공명하고 있는지를 파악해본다 그리고 이들의 여
행을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1) 한국의 사회구조와 문화에 대한 불만
이 절에서는 청년들이 한국에서의 삶 속에서 어떤 지점에 불만을 가졌는
지부터 살펴본다 다음 사례들은 청년들이 취직이 되지 않고 취직이 되어도
소모품처럼 쥐어짜이다가 망가지기 직전에 스스로 그만두고 나왔다는 이야
기이다 이는 오늘날 청년들이 노동시장 및 사회보장제도 등 사회로부터 배
제되고 있는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현실(박수
명 2013)이 어떻게 개인에게 체험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청년들의 첫 번째 불만은 사람을 소위 lsquo스펙rsquo8)과 물질적 성취로만 판단하
는 한국 문화에 대한 것이다 2011년은 lsquo헬조선 탈출rsquo 혹은 lsquo탈조선rsquo이라는
말이 없던 시절이었지만 영수(2011년 당시 29세 남)는 외국인 친구들이
8) specification(세부적 자격요건)의 줄임말로 신상명세 등 사람이나 사물의 기본적인
능력을 나타내는 단어이다
302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ldquo왜 리시케쉬에 왔냐rdquo고 질문할 때마다 ldquo한국에서 탈출하기 위해서(to
escape from Korea)rdquo라고 대답하였다 고졸이 최종 학력인 영수의 삶에서
한국을 탈출해야 하는 맥락은 다음과 같이 나타난다
외국 가고 싶었어요 한국에 있는 게 갑갑했어요 스트레스 너무 받고 당장 내
세울 게 하나도 없으니까 경험은 많지만 자격증이 없으니까 [친구가] 여자들이
마지막에 너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너가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야
하고 말을 해줬어요 그 말이 사실이었어요 가진 게 아무것도 없었어요 직업도
돈도 없고 공부를 많이 한 것도 아니고 성과 낸 것도 없고 그래서 여자들이 널
떠나는 거라고 왜 외국을 나가고 싶었냐면 한국에 있는 게 너무 힘든 거예요
뭘 해야 될지 모르겠고 헬스장에서 일하려니까 마음이 너무 갑갑하고
여기서 영수에게 한국은 경험이나 능력보다는 자격증 직업 돈 학력과
같은 스펙과 물질적 성취로만 사람을 평가하는 곳이다 영수는 자신이 다양
한 경험이 있고 어떤 일이든 하기만 하면 남들보다 잘하며 사람들에게 항
상 인기가 많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호텔업계 와인업계 마술업계 연기업계 외식업계 체육업계 등
에서 아르바이트를 전전했을 뿐 안정된 직업을 가진 일이 없었다 영수는
이것을 한국 사회의 부조리함 때문으로 해석했다 와인업계에서 일하기 힘
들었던 것은 ldquo이상하게 한국은 나이 제한이 심해서rdquo 그리고 연기자가 되기
를 포기한 것은 ldquo한국에서는 모든 연기자는 돈을 찔러주고 들어가야 하고rdquo
ldquoPD 라인 작가 라인 주연급은 기획사에서 어주는 애들만 되기 때문rdquo이
다 즉 영수에게 한국은 부당하고 불공정한 관행이 횡행하는 곳이며 열심
히 노력해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없는 갑갑한 공간이었다 영수가 인도에서
요가 강사 자격증을 취득하려는 것은 이러한 희망 없는 한국을 벗어나 외국
에서 요가를 가르치면서 살기 위함이었다
두 번째는 취직이 되지 않는 현실이다 대학 졸업 후 몇 년간 노력했으나
결국 취직을 포기한 승은(2011년 당시 26세 여)은 인도에 오기 전까지 항상
짜증이 나 있는 상태 불만이 있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03
모든 게 다 짜증이 났던 것 같아요 내가 왜 이러고 있나 이런 거 왜냐하면
아무도 본인의 미래를 그렇게 상상하진 않잖아요 내가 상상했던 미래와 너무 다
르게 가고 있고 전 스무 살만 되면 모든 게 다 내 뜻대로 할 수 있고 모든 게
다 잘 될 거라고 막연한hellip 어른들이 항상 그러잖아요 스무 살만 돼라 근데 스무
살 돼도 별다른 게 없죠 대학 졸업해도 별 다른 게 없지 그 과 선택한 것도 단
지 취업 때문에 선택한 건데 내가 좋아하고 가고 싶었던 과를 포기하면서까지
간 건데
승은은 어차피 취업도 안 되는데 원하는 전공을 포기하고 딴 과에 가게
만들었던 어른들을 원망했다 승은은 ldquo자잘자잘 알바도 대충대충 하고 마트
계산원 알바도 해주고rdquo 살았지만 지루했다 ldquo내색은 별로 안 했지만 짜증나
고 취업도 잘 안 되고 어디론가 좀 떠나고 싶었고 새로운 거 느끼고rdquo 싶었
고 엄마가 ldquo새로운 걸 했으면 하는 눈치rdquo를 주는 것이 괴로웠다 이처럼
취업이 되지 않는 것이 본인의 책임이 아니고 본인도 괴로운 상황에서 가족
과 주변 사람들의 눈치까지 봐야 하는 현실이 부담스러워 탈조선했다고 하
였다
세 번째는 죽도록 과로해야 하는 한국의 노동 문화이다 인혜(2011년 당
시 29세 여)는 한국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했다 월~목요일에는 밤
9~10시까지 늘 야근을 했고 가끔 밤샘도 했다 몸이 점점 나빠졌다 스트레
스를 받으면 ldquo데굴데굴 구를 정도rdquo로 위가 아프곤 했으며 ldquo옷에 스치면
뼈마디까지 아팠다rdquo 아파서 회사를 일주일씩 쉬기도 하다가 결국 1년 8개
월만에 회사를 그만두었다 1년간 쉬려고 했지만 ldquo6개월 이상 놀면 거지를
못 면한다rdquo는 지인의 충고에 겁이 났고 스스로도 ldquo백수 되는 거 아닌가rdquo
싶어 슬슬 불안해졌다 결국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4개월 만에 또 취직했
지만 새 회사는 일이 더 힘들었다 인혜는 ldquo남들은 잘 하는데 나도 버텨보
자rdquo 하고 오기를 부리며 3년간 다녔지만 ldquo과장 이상 가면 버티기 힘들겠구
나rdquo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와중에 친구가 호주에 간다고 하자 ldquo1초도 고
민하지 않고rdquo ldquo나도 가rdquo 하고 말해버렸다 그 후 정보를 모으다가 행로를
변경하여 필리핀 보라카이로 어학연수를 떠났고 동남아와 인도까지 장기여
304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행하게 되었다
인혜는 ldquo이때까지 교육받고 살아온 게 늘 뭔가 하고 있어야 하고 한국
사회에서는 특히나 늘 일하고 있어야 하니까rdquo 아무리 아파도 마음 놓고 쉰
적이 없다고 하였다 평생 남의 시선을 신경 쓰면서 살아온 인혜는 탈조선
수개월 후 ldquo이제는 회사 복귀할 생각이 전혀 없어요 이젠 치열하게 살고
싶지 않아요 돈을 조금 벌더라도 조용히 평화롭게 내 시간 많이 가지고
내가 흥미 있는 부분을 전문적으로 발전시키고 싶어요rdquo라고 잘라 말했다
네 번째는 불합리한 조직문화이다 달희(2011년 당시 42세 여)는 중국에
서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일했다 앞 사례의 인혜처럼 너무 과로하여 각종
병을 달고 살다가 인도로 와서 장기체류하면서 요가를 배웠다 그러다가 한
국에서 수개월씩 일을 하고 인도로 돌아오기를 몇 번 반복했는데 그 중간
에 다녔던 회사의 획일적인 조직문화는 견딜 수 없이 피곤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삶의 방식까지 비슷해지지 않고서는 함께 일하는 게 거
의 불가능에 가까워 24시간 중에서 14시간 이상을 함께 있다 보면 세끼 밥을 같
이 먹어야 하고 세끼 밥을 같이 먹으니까 메뉴에 있어서도 그렇고 노는 시간조
차 함께 해야 하고 자는 것도 같은 숙소에서 자야 하는 경우가 있고 평소에 하는
모든 얘기 심지어 간식도 같이 먹어야 하고 너무나 많은 부분을 같이 해야 하기
때문에 나만 너무 다른 삶의 방식을 가지고 있으면 그들에게 배척당하지 그런
모든 것들 때문에 일도 같이 하기 싫어지는 거지
많은 한국 청년들이 달희처럼 조직에서 ldquo왜 너만 그렇게 다르게 행동하
냐rdquo는 눈치를 받았던 경험을 갖고 있으며 개성과 다양성을 억압하는 이러
한 한국적인 조직문화를 지긋지긋해 했다
지금까지 살펴본 이러한 불만들은 한국 청년들이 외국으로 나오게 된 주
요한 계기가 되며 최근 유행하는 헬조선 담론과도 잘 공명한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05
2) 헬조선 담론과 장기여행
이 절에서는 헬조선 담론이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청년들의
장기여행을 이와 연결시켜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으로 바라보고자 한
다
lsquo헬조선rsquo은 2015년 한국을 가장 뜨겁게 달군 신조어 중 하나로 인터넷
사이트 lsquo디시인사이드rsquo의 역사 갤러리에서 처음 사용되고 주식 갤러리에서
본격적으로 활용되다가 광범위하게 퍼져나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헬조선은
오늘날의 한국을 전근대적 계급제 사회였던 조선에 빗대는 단어로 자기비
하적인 조소가 담겨 있어 기성세대에게는 불편하게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 단어에는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급격히 심화되고 있는 불평등 및 계급격
차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 의식이 배어 있으며 여기에서 파생된 lsquo탈조선(헬
조선 탈출)rsquo이라는 단어에는 이 나라가 싫고 차라리 다른 곳으로 떠나고
싶다는 청년들의 절절한 외침이 담겨 있다 이러한 단어들이 특히 청년들의
공감을 얻어 급속도로 퍼져나가고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는 현상에 주목해
야 하는 이유는 이 단어가 오늘날의 한국에 대한 사회적 인식 이로 인한
실천 그 결과로서의 사회변동을 더 잘 살펴볼 수 있는 렌즈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탈조선 현상은 통계적으로도 증명된다 헤럴드경제가 미 시민권
공개포럼 사이트인 아이작 브룩 소사이어티에 올라온 자료9)를 인용한 기사
에 의하면 한국은 전 세계 경제 강국들 가운데 해외 이민을 떠난 뒤 모국의
국적을 포기하는 비율이 가장 높다10)(헤럴드경제 2014년 4월 28일자) 더
충격적인 것은 아직 이민을 실행하지 못해 이 통계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9) 2012년 5월 23일 Eric이라는 필자가 2002~2010년 각 아시아 나라별 통계청 자료를 인용하여
아이작 브룩 소사이어티에 올린 글이다(The Isaac Brock Society 2012년 5월 23일)
10) 이 기사에 의하면 뉴질랜드는 인구 10만 명당 45명 홍콩은 25명 대만은 152명 싱가포르는
431명인데 비해 한국은 1680명으로 비교 대상 국가 중에서 압도적으로 많다 가까운 일본
(89명)과 비교하면 20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이 기사는 ldquo한국은 국적을 상실하는 사람이 연간
25000명으로 귀화자보다 많은 유일한 아시아의 선진국rdquo이라고 분석했다
306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이민을 갈 의향을 가졌거나 준비 중인 사람들은 더 많다는 자료이다 뉴시스
가 온라인 취업포털 lsquo사람인rsquo에서 2015년 11월 성인남녀 1655명을 대상으
로 이민 의향을 조사한 결과11)를 분석한 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786
가 ldquo이민을 갈 수 있다면 가고 싶다rdquo고 답했다 한국을 떠나고 싶은 가장
큰 이유로 응답자들은 lsquo일에 쫓기는 것보다 삶의 여유가 필요해서rsquo(564
복수응답)를 꼽았으며 lsquo대체로 근로조건이 열악해서rsquo(527) lsquo소득의 불평
등 문제가 심해서rsquo(474) lsquo직업 및 노후에 대한 불안감이 커서rsquo(474)
lsquo경쟁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싫어서rsquo(463) lsquo국가가 국민을 보호해주지 않
아서rsquo(444) lsquo해외의 선진 복지제도를 누리고 싶어서rsquo(307) 등의 응답
이 뒤를 이었다 실제로 응답자들의 479는 현재 이민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민국을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복지(412)였고
이어 문화(175) 일자리 여부(131) 소득수준(67) 기후 등 환경
(58) 등이 고려 대상이었다(뉴시스 2016년 1월 18일자)
이러한 통계자료 뒤에 숨어 있는 헬조선에 대한 젊은이들의 구체적인
인식과 실천은 lsquo헬조선rsquo이라는 사이트12)에서 볼 수 있다 이 사이트의 게시
판에는 ldquo내가 헬조선을 증오하게 된 이유rdquo ldquo생존이 목표가 되어버린 헬조
선rdquo ldquo금수저13)들이 똥수저에게 게으르다 훈계하는 이유rdquo ldquo기업업자들이
니들이 낸 세금을 털어먹는 방법rdquo ldquo헬조선에 충성한 자의 최후(빡침주의)rdquo
ldquo한국인은 그 사람 아버지 직업=그 사람 수준rdquo 등 한국 사회를 비판 풍자하
는 글들이 올라온다 이 게시물들을 보면 청년들이 한국을 지옥에 빗대어
헬조선이라 부르는 이유가 생존하기도 힘들 만큼 빡빡한 현실 고착화된 사
회구조적 불평등과 부정부패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청년들은 이 사이트에서
구체적인 탈조선 방법을 공유하기도 한다 용접이나 배관 컴퓨터 등의 기술
11) 이민 의향은 연령대별로는 30대(821)의 응답률이 가장 높았고 20대(80) 40대(724)
50대 이상(59) 순이었다 이민을 가고 싶은 나라 1위는 캐나다(168)였고 호주(16)
뉴질랜드(108) 미국(96) 독일(95) 스웨덴(69) 일본(63) 핀란드(49) 스위
스(47) 등의 순이었다(사람인 2016년 1월 18일자)
12) 사이트 이름은 lsquo헬조선rsquo이지만 URL 주소는 wwwhellkoreacom이다
13) 사람을 가진 자산에 따라 금수저 은수저 동수저 흙수저 등으로 나누는 lsquo수저계급론 담론은
2015년부터 lsquo헬조선 담론과 함께 한국 사회의 현실을 고발하는 담론으로 크게 유행했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07
을 배워 미국 캐나다 호주 등의 선진국으로 이민 가는 방법에 대한 질문과
답 체험사례도 올라온다
그러나 위에서 인용한 것처럼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선진국으로의 이민만
을 탈조선이라고 할 수는 없다 현실적으로 선진국으로의 이민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높은 영어 점수와 자격증 경력 등의 스펙 및혹은 통장 잔고 증명
이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현실에 좌절한 젊은이들 중에는 일단
한국을 떠나 있기 위해 혹은 영어도 공부하고 스펙을 쌓을 자금도 마련하기
위해 워킹 홀리데이와 같이 노동을 포함한 장기여행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
가 많다 이 글의 서두에서 인용한 현정의 사례처럼 여러 선진국에서의 워
킹 홀리데이와 인도 동남아에서의 장기체류를 반복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점에서 미디어에 재현되는 것처럼 목적지를 명확하게 정하고 필요
한 자격요건을 획득하여 이민이라는 과업을 완수하는 사례는 오늘날 증가하
고 있는 헬조선 탈출 현상 중 극히 일부라고 할 수 있다 본 연구의 연구대상
자들이 가졌던 한국에 대한 불만이 헬조선 담론과 유사하며 이러한 헬조선
을 탈출하는 방법으로 장기여행을 택했다는 점에서 이들의 실천을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혹은 탈조선 여행으로 부르고자 한다 이러한 탈조선
여행 현상을 총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성공한 이민 사례에만 주목하는
시각에서 벗어나 다양한 이동 경로와 복잡한 과정 모두를 탈조선 실천의
일부로 보고 그 새로운 이동성의 양상을 파악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4 탈조선 여행의 이동 양상
이 장에서는 탈조선 여행의 이동 경로와 복잡한 과정을 구체적으로 파악
하고 그것이 계급에 따라 분화되어 있음을 보인 후 특히 중하류층 청년들
이 어떻게 선진국에서의 노동-개발도상국에서의 여행을 반복하는지를 살펴
본다
308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1) 계급에 따른 이동 경로의 분화
먼저 헬조선 탈출이 계급과는 상관없이 수많은 한국 청년들에게 공감되
는 꿈이라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 2015년에 솔직한 제목과 내용으로 크게
주목 받았던 소설의 일부분을 살펴보자
왜 한국을 떠났느냐 두 마디로 요약하면 한국이 싫어서지 세 마디로 줄이
면 여기서는 못 살겠어서 무턱대고 욕하진 말아줘 내가 태어난 나라라도 싫어
할 수는 있는 거잖아 (10쪽) hellip 이제 내가 호주로 가는 건 한국이 싫어서가 아
니라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야 아직 행복해지는 방법은 잘 모르겠지만 호주에
서 더 쉽게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는 직감이 들었어 (161쪽) hellip 나더러 왜 조국
을 사랑하지 않느냐고 하던데 조국도 나를 사랑하지 않았거든 솔직히 나라는 존
재에 무관심했잖아 나라가 나를 먹여주고 입혀주고 지켜줬다고 하는데 나도 법
지키고 교육받고 세금 내고 할 건 다 했어 (170쪽)
- 장강명(2015) 985172한국이 싫어서985173 중에서
이 소설은 한국에서 자신의 미래를 비관하는 20대 후반의 여성이 회사를
그만두고 호주로 이민을 떠난 사정을 들려주는 대화 형식의 이야기이다 주
인공은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를 다녔던 평범한 20대 청춘이다 주인공은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했지만 이 나라에서는 행복하지 않았고 결국 한국
이 싫어서 선진국인 호주로 떠났다고 말한다 이러한 주인공의 사연은 한국
의 대표적인 신문사의 사회부 등에서 기자로 일했던 저자가 치 한 취재를
바탕으로 그려낸 가장 사실적이면서도 평균적인 탈조선의 꿈이라 할 수 있
다
평범한 주인공이 이런 실천을 하는 모습에서 볼 수 있듯 헬조선 탈출은
한국 청년들에게 널리 퍼져 있는 욕망이며 한 인터뷰 대상자의 말을 빌리자
면 ldquo요즘 모여서 얘기하면 태반은 탈조선을 꿈꾼다rdquo 그러나 다 함께 꾸는
꿈도 각자의 계급과 이용 가능한 자원에 따라 실천 가능한 형태가 정해지는
것이 현실이다 가족의 자본과 본인의 학력자본이 높은 중상류층 출신 청년
들은 선진국에서 교환학생-유학을 거친 후 한국 혹은 선진국에서의 취업-선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09
진국으로의 이민이라는 경로를 많이 취하는 반면 자본이 부족한 중하류층
청년들은 한국 혹은 호주 뉴질랜드 등의 서구 선진국에서 노동하여 돈을
번 후 인도 태국 등의 아시아 개발도상국에서 장기여행을 하는 패턴을 반
복하는 이원화된 구조가 나타났다
이 글에서는 중하류층 청년들의 탈조선 현실에 초점을 맞출 것이지
만 더 입체적인 비교를 위해 잠시 중상류층의 사례를 살펴보자 화장품을
사거나 식도락 여행을 위해 종종 일본에 가는 진희(2016년 현재 24세 여)는
한국에서 태어난 것을 한탄하며 탈조선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는 대
학생이다 진희는 양친 모두가 안정된 직업을 갖고 있고 매년 2~4주씩 4인
가족이 해외로 자유여행을 갈 정도의 경제적 문화적 자본을 갖추고 있는
중산층이며 한국 최고의 학벌을 취득하는 등 모든 면에서 부족함이 없는데
왜 탈조선을 원할까 이러한 연구자의 질문에 진희는 ldquo객관적인 지표는 그
렇긴 한데 주관적인 느낌의 차원에서 가망이 없다고 많이 느낀다rdquo ldquo제가
언제든 비정규직이 될 수 있고 밑바닥으로 떨어지는 거 순식간일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rdquo고 답했다 진희는 대학에서도 좋은 학점을 4년 내내 받으며
성공적인 궤도를 달려왔다 그러나 ldquo학벌주의 사회와 경쟁적인 분위기와 과
도한 학습노동rdquo이 너무나 힘들었고 ldquo헬조선 때문에 소중한 청소년기 성장
기가 박탈당했다는 억울함과 분노가 있다rdquo고 하였다 ldquo고등학교 들어가면서
부터는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꼼짝없이 야자(야간자율학습)rdquo를 하였고
대학에 한 번에 붙어야 ldquo이 다시 겪고 싶지 않은 끔찍한 시간rdquo을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아 점심 식사 저녁 식사를 모두 포기하고 간식으로 대충 때우
며 인강(인터넷 강의)을 들었다 진희는 스스로 ldquo자기착취의 주체rdquo가 되어
ldquo모든 에너지와 시간 등등을 싸그리 수단화해서rdquo ldquo학습노동rdquo에만 매달렸다
고 회고한다 진희의 사례는 한국에서는 성공적인 궤도를 달리고 있는 것처
럼 보이는 청년들도 경쟁적인 사회 분위기에 질려 탈조선을 희망할 수 있다
는 것을 보여준다
진희는 중학교 때 985172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985173(홍세화 1995)라는 책을 읽
었는데 프랑스의 교육제도와 사회보장제도 하에서는 ldquo한국처럼 젊어서도
310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일에 찌들어 살고 노후 걱정하고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게 부러웠고rdquo ldquo나는
어쩌다 우연히 한국에 태어났을 뿐인데 왜 그런 우연한 국적에 발목 잡혀서
힘들게 살아야 하나rdquo 하고 생각했다 대학 시절에는 프랑스어를 배운 후 1학
기 동안 프랑스로 교환학생을 다녀왔다 졸업 후에는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대학원을 다닐 계획이다 진희처럼 부모의 지원으로 좋은 학벌을 취득하고
빨리 탈조선의 방법과 방향을 정하며 대학을 다니면서도 노동에 매달리지
않고 공부에만 몰입할 수 있고 덕분에 외국어라는 유용한 자원을 효율적으
로 습득한 경우 ldquo탈조선 방식으로 유학을 택하는 것rdquo이 가능하다
한국에는 진희와 같은 중상류층 젊은이들이 많이 있으며 이들은 주로
유럽이나 북미의 선진국에서 교환학생이나 유학을 통해 장기체류하는 경로
를 취한다 중상류층 중 인도에서 장기체류하는 경우는 요가나 명상을 깊이
배우려는 목적에서가 대부분이며 인도를 찾는다 해도 그 이후의 삶은 앞으
로 서술할 중하류층 청년들과 크게 다르다 스스로를 ldquo금수저rdquo라고 말하지
만 인도에서 몇 번 장기체류를 했던 지연(2016년 현재 38세 여)의 경우가
그런 독특한 사례이다 아버지가 의사이고 어머니는 교양 있는 주부인 집안
에서 자라며 음악을 전공했던 지연은 이렇게 얘기했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유학을 가는 게 당연한 코스였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그렇
게 생각했었고 어느 날 문득 심한 회의가 들었고 내가 재능이 아무리 많고 아무
리 열심히 해서 유학 갔다 오고 교수가 된다 한들 작은 방에서 하루 종일 나 같
은 아이들 가르치며 햇빛도 보지 못하고 썩은 얼굴로 살겠구나 돈이나 명예가
있으면 뭐하나 인간 삶의 질이 엉망이겠구나
ldquo한국에 있으면 무엇을 해도 마찬가지rdquo일 것이라고 생각한 지연은 부모
의 후원을 받아 독일로 가서 고등학교를 다녔고 스위스에서 대학을 졸업했
다 졸업 후에는 ldquo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그 사회에서 사는 게 너무 끔찍
하게rdquo 느껴져서 태국에서 7년 가까이 직장 생활을 하였고 요가를 배웠다
지연은 고등학교 때부터 탈조선하여 계속 외국에서 지냈으며 영어와 독일
어를 유창하게 구사했지만 한국적인 삶의 방식과 성공을 요구하는 부모와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1
끝없이 충돌했다 몸은 한국에서 벗어나 있더라도 한국과 가족 등의 끈으로
묶여 있는 한 마음은 한국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결국 몇 번의 대형 충돌
을 거친 뒤 매년 인도에서 수개월씩 체류하며 마음만은 탈조선한 상태로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위의 두 사례를 보면 한국에서는 남들이 모두 부러워할 만큼 많은 자본을
가진 20대 중반의 젊은이도 스스로를 금수저라 인식하는 30대 후반의 젊은
이도 ldquo젊어서도 일에 찌들어 살고 노후 걱정rdquo해야 하는 삶 경쟁이 극심한
한국에서 사는 것을 끔찍하게 인식하며 탈조선을 꿈꾸고 실천한다는 사실
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중상류층 출신인 이들에게는 부모가 가진 자원과
그 도움으로 획득한 자신의 문화자본 덕분에 탈조선의 실천이 상대적으로
쉬운 것도 사실이다
2) 중하류층 청년들의 노동-장기여행 반복
그렇다면 중하류층 젊은이들의 탈조선 여행 이동 루트는 어떠할까 이
글의 서두에서 현정이 말한 대로 많은 청년들이 호주에서 수 개월간 일을
해서 한국에서보다 많은 돈을 벌고 그 돈으로 호주 동남아 인도를 여행한
다 그리고 돈이 떨어지면 다시 호주 혹은 다른 워킹 홀리데이 국가로 가서
돈을 벌고 다시 그 돈으로 아시아 국가들을 여행한다
리시케쉬에서 만난 한국 청년 중 가장 길게 여행 중인 현정의 구체적인
이동 경로는 다음과 같다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했던 현정은 졸업 후 ldquo취직
이 되지 않아rdquo 인도를 3개월간 여행했다 그 후 호주에 워킹 홀리데이로
가서 1년간 일한 뒤 동남아를 장기여행 했다 그 후 다시 호주에 워킹 홀리
데이로 가서 또 1년간 일했고 그 후에는 다시 동남아를 장기여행한 후 인도
에 왔다 비자가 만료되자 네팔에서 2개월간 머문 뒤 새 비자를 받아 다시
인도에 왔고 리시케쉬에서 1개월짜리 강사 트레이닝 코스를 마쳤다 현정
은 한동안 요가 수련을 한 후 뉴질랜드에 워킹 홀리데이로 갈 예정이다
312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6년 이상 계속 외국을 떠돌고 있는 셈이었다
현정의 부연설명처럼 수 년 전부터 동남아에는 ldquo집에 3~4년씩 안 들어간
애들rdquo ldquo집에 가기 싫은 애들rdquo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배낭여행 중에는 이런
청년들을 쉽게 만날 수 있으며 여행 중에 만나는 사람들 그리고 워킹 홀리
데이 안내서 동남아 여행기 블로그 페이스북 등을 통해 이들에 대한 간접
적인 이야기도 수없이 들을 수 있다
현정처럼 한국에 거의 들어오지 않고 쭉 여행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중간중간에 한국에 들어와 회사를 다니며 돈을 모은 뒤 다시 나가는 경우도
있다 주로 쉽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자격증을 가진 경우인데 유정(2011
년 당시 32세 여)의 경우 2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청소년 상담사 자격증을
딴 후 3년 반 동안 회사를 다녔다 그 후 호주로 1년간 워킹 홀리데이를
나갔다가 들어와서 다시 1년간 회사를 다녔다 그 후 캐나다로 워킹 홀리데
이를 가려고 신청했다가 떨어진 후 장기여행을 준비하다가 다시 취직했고
1년 반 동안 일하다가 장기여행을 시작했다 이번 여행은 현재 10개월째인
데 동남아에서 수 개월간 쉬고 단동에서 15개월간 자원봉사를 하고 운남
성에서 15개월간 태극권을 배운 후 다시 15개월간 동남아와 인도를 여행
했고 인도에서 2개월간 요가를 배운 후 육로로 이집트까지 여행할 예정이
다
현정 유정과 같은 청년들의 생애사를 들어보면 학벌이나 학력 자격증
부모의 직업 등 많은 면에서 내세울 것도 도움 받을 네트워크도 없었으며
자신의 힘으로 삶을 헤쳐 나갔다 3장에서 살펴본 것처럼 가진 것이 없다
보니 존중받지 못했거나 취직이 되지 않아 주변의 눈치를 봐야 했으며 죽
도록 과로하거나 불합리한 조직문화에 시달리면서도 노동을 하며 살아야
했다 현정처럼 차라리 선진국에서 육체노동을 하며 돈을 많이 벌거나 유정
처럼 ldquo죽었다 생각하고rdquo 한국에서 1년 정도 일을 하고 나면 쉬고 싶고 그새
망가진 몸을 고치고 싶고 자신이 누구인지 천천히 생각도 해보고 싶어진다
전 세계적으로 볼 때 한정된 돈으로 오랜 시간을 보내며 이러한 목적을
추구할 수 있는 최적의 여행지는 인도로 알려져 있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3
5 인도에서의 헬조선 해독 활동
이 장에서는 한국 청년들이 인도에서 장기체류하면서 추구하는 목표가
휴식 치유 자아 찾기를 통한 lsquo헬조선 해독(解毒)rsquo임을 보인 후 인도가 이런
활동을 하기 좋은 이유는 무엇인지 알아본다
먼저 탈조선하여 인도에 온 청년들이 가장 많이 추구하는 활동인 휴식
치유 자아 찾기가 어떠한 맥락에서 나타나는지를 다음 사례들을 통해 살펴
보자
달희는 리시케쉬에 왜 왔냐는 연구자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ldquo나는
여기가 쉴 수 있는 곳일 거란 기대를 가지고 처음에 왔어요 밖으로의 여행
이 아니라 내 안으로의 여행 내가 처음에 인도를 선택하면서 내 마음속으로
되뇌었던 것이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이 말을 계속 했었어요rdquo
달희는 휴식과 자아 찾기를 위해 인도에 왔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것은
과로할 수밖에 없는 직장생활 그로 인해 병든 몸을 치유하는 것과 접한
관계를 갖고 있었다 달희에 의하면 이러한 욕망을 갖게 된 것은 회사 생활
을 하면서 ldquo착취당하면서도 표현도 못 하고 그렇다고 부하 직원들을 쥐어
짤 성격도 안 되고 해서 아주 화병 같은 게 단단히 들고 몸도 너무 고단해서
망가졌기rdquo 때문이다 30세 무렵에는 교통사고가 나서 구안와사(口眼喎斜)
즉 입이 한쪽으로 돌아가는 증상이 왔다 그러나 달희는 여전히 일을 하였
고 계속 일을 하다 유방섬유선종 자궁근종 무릎middot발목 등의 원인불명 통증
척추측만증 두통 소화불량 관절 통증 등을 앓게 되었다 결국 41세에는
더 이상 회사를 다닐 수 없어 요가를 하면서 몸을 고치기 위해 리시케쉬로
오게 되었다
달희의 생애사에서 보이는 것처럼 과로 심신의 질환 자아를 잃었고 왜
사는지 모르겠다는 느낌이 긴 하게 엮여 나타나다가 탈조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한국인 장기여행자들에게 흔한 서사이다 인도의 장기여행자 중 보기
드물게 성공적인 궤도를 달리는 듯했지만 역시 같은 이유로 탈조선한 다음
314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대학생의 사례도 이를 잘 보여준다
관욱(2011년 당시 26세 남)은 서울의 일류 공과대학의 4학년이었다 관
욱은 4학년 여름까지 취직을 위해 인턴 과정을 밟고 있었고 취직 시험에서
최종 면접을 몇 개 남겨둔 상태였다 고등학교 때 985172지구별 여행자985173(류시화
2002)를 읽은 이후 막연히 배낭여행을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가지고 있었지만 주변 사람들은 다들 대학원에 가거나 빨리 취직하는 분위
기였고 해외에 간다고 해도 유럽으로 아니면 유명 대학의 프로그램이나
어학연수에 가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계속 고민하다가 전자공학 전공자에
대한 수요가 많아 취업 걱정이 없다는 점 지금 못 가면 40~50대 때 후회할
것 같다는 점 회사에 한 번 들어가면 회사를 그만두지 않는 한 6개월짜리
여행은 할 수 없다는 점을 생각했다 관욱은 취업 준비를 모두 그만두고
면접도 포기하고 여름 내내 육체노동을 하면서 인도 여행 자금을 모았다
관욱은 늘 아침밥만 먹고 점심 저녁은 굶으면서 공부했다 전공 5~6개 과목
의 시험이 매 학기 각각 4번씩이나 있고 프로그램 프로젝트를 2개씩 하다
보니 항상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관욱은 ldquo어쩌면 스트레스 받는데 의식
못 했을 수도 있었다rdquo고 회고한다 관욱은 ldquo한국에서는 시험이나 프로젝트
가 늘 마음에 있었고rdquo 회사 면접을 보면서는 ldquo연봉보다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rdquo 하는 고민에 계속 마음이 무거웠다 그러
다가 인도에 오기 전에 몸이 아파 병원에 들렀고 놀랍게도 20대 중반의
나이에 위궤양 빈혈 고혈압 진단을 받았다 관욱은 인도에 오게 된 계
기를 다음과 같이 털어놓았다
한편으로 기대한 바는 한국 문화에서 떨어져 있고 싶었어요 어떤 사회적 자
아 그렇게 형성된 자아가 너무 세서 내 내면의 목소리라는 걸 들어볼 생각도 안
하고 들어보지도 못했어요 작은 거라도 그래서 여기서 나가보면 내가 직접 느껴
볼 수 있지 않을까 절실히 필요하면서도 내 내면의 목소리 이런 게 너무 피상적
으로 느껴졌었죠
관욱이 인도로 탈조선하면서 가장 바란 것은 한국 문화 사회적 자아에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5
매몰된 내면의 목소리를 찾는 것 즉 자아 찾기였으며 이것은 망가진 몸을
치유하고 휴식을 취하는 것과 접하게 엮여서 나타났다 관욱은 한국에서
는 성공을 향한 길을 안정적으로 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진정으
로 원하는 일을 하지 못하고 몸의 요구나 내면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바쁘게
살아야 하는 한국 문화에 순응하며 살아오다가 문득 몸이 망가진 것을 발견
했다 관욱은 연구자와 나눈 대화 속에서 ldquo쉬고 싶다rdquo는 표현을 끝없이 계속
했다 가이드북에서 리시케쉬 부분을 펼쳤을 때 ldquo락쉬만줄라에 노을 지는
장면 사진이 나왔는데 이것을 보고 여기서는 여유롭게 시간을 가져도 좋겠
다 한국에선 잘 못 가지는 시간이니까rdquo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였으며
오기 전에 ldquo가서 어떤 식으로든 순간을 즐길 수 있음 그럴 수 있기만 하면
좋겠다rdquo 하고 생각했다고 하였다 리시케쉬에 도착해서는 ldquo여기서는 순간을
한 번 그렇게 지내보자 한국에선 걱정이 너무 많으니까 시험이나 프로젝트
가 늘 마음에 있으니까 여기선 햇볕 산책 다 해보자rdquo 하고 결심했다고 하였
다
이처럼 많은 한국 청년들이 휴식에 대한 갈망을 표현하였다 이번 여행의
목적을 묻는 연구자에게 유정은 이렇게 대답했다 ldquo계속 다니면서 나를 더
들여다보는 거죠 나는 누구인가 10대 때 고민했던 거 다시 한 번 그래서
이렇게 좀 다니면서 생각 좀 많이 하면서 그래서 좀 스스로 좀 내면적으로
좀 강해졌음 좋겠다 그리고 현실에서 탈피하고 싶고 그게 좀 안 돼요 일만
하면 일만 생각해요rdquo
유정 또한 탈조선의 계기를 ldquo나를 들여다보는 것rdquo 즉 자아 찾기라고 얘기
하고 있으며 그것을 현실 탈피와 내면이 강해지는 것과 연결시키고 있다
유정은 한국에서 회사 문화의 불합리함 인간관계에 의한 스트레스로 폭식
증 소화불량 단기간에 25kg이라는 급격한 체중 증가 그리고 이로 인한
무릎 허리 목의 통증에 시달렸다 그래서 휴식과 치유가 절실하여 탈조선
하게 되었고 몇 달간 푹 쉰 뒤에는 ldquo다시 사회에 돌아갔을 때 그런 스트레스
나 이런 것들에 대해서 사람관계에서 오는 것들은 내가 좀 커트할 수 있는
사람rdquo이 되고 싶어 요가를 시작했다고 하였다
316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위의 사례들이 보여주는 바처럼 한국 청년들이 헬조선을 탈출하는 이유
는 휴식 치유 자아 찾기를 통한 헬조선 해독이 너무나 절실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활동을 다른 곳도 아니고 인도에서 하는 것일까
앞의 사례에서 달희는 휴식 자아 찾기의 욕망을 인도에서 추구하게 된
이유로 ldquo인도는 한국에서 지내는 것보다 한 달에 쓰는 생활비가 더 적을
거라는 생각rdquo ldquo일을 하지 않고 요가만 하면서 먹고 자고 할 수 있고rdquo ldquo인도
는 요가의 본고장이기 때문이라는 믿음rdquo이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다른
사람들이 인도에 온 계기도 대부분 이와 비슷하다
달희가 말한 것처럼 이러한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저렴한 물가이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유럽이나 미국에서 장기체류를 하지
않는 핵심 원인은 물가가 비싸 오래 머물 수가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 최대
한 많은 것을 볼 수 있도록 하루하루 빡빡한 일정을 짜고 꼭 필요한 날수만
큼만 머물게 되는 이런 선진국으로는 휴식을 취하러 가지 못한다 그러나
인도 리시케쉬에서는 300~500달러만 있으면 한 달간 깔끔한 싱글룸에서
묵으며 최고의 요가 수업을 받고 여유롭게 식사와 간식을 즐기며 지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좋은 자연환경과 문화적 매력까지 있다 리시케쉬는 갠지
스강과 히말라야 산맥이 만나는 성지로서 자연환경이 아름답고 요가의 본
고장답게 훌륭한 요가 수업들이 많이 있다 달희의 말처럼 ldquo요가만 하면서
먹고 자고 할 수 있는rdquo 최적의 환경인 것이다 이러한 환경은 여행 가이드북
과 여행자들이 남긴 여행기에도 잘 기술되어 있으며 실제로 놀라운 치유의
효과를 낳는다 이러한 소문은 수많은 여행자들을 유혹한다
이처럼 개발도상국에서 장기체류하는 선진국의 여행자들에 대해 그러한
이동의 핵심 원인이 더 나은 삶의 질을 위한 것이라고 보고 개념화한 것이
바로 라이프스타일 이주이다 인도에 대한 사례 연구로는 바라나시의 서구
인 장기체류자들을 참여관찰하면서 이들을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로 보고 그
라이프스타일의 특징을 분석한 코펠라(Korpela 2009)의 연구가 있다 바라
나시는 인도 악기를 배우는 장기체류자들이 집해 있는 곳인데 코펠라에
의하면 이들은 대부분 인도 악기를 연주하고 요가와 명상 자선사업을 하며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7
엄청난 시간을 친구들과 어울리는 데 쓴다 이들의 삶은 느리고 빡빡한 매
일의 일정이 없으며 물질적 소유는 적고 현재를 즐길 시간이 많다 코펠라
는 이들이 가능한 곳에서 더 나은 삶을 찾으며 물가가 싸고 영적sdot예술적
의미와 결부된 곳에서 더 나은 삶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이용하는 것이라
고 해석하였다
인도의 장기체류자들이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이동하는 방향성은
이렇게 해석할 수 있겠으나 문제는 라이프스타일 이주라는 개념은 이들이
고국에서 인도로 한 번 이주한 다음 영구히 정착한다는 인상을 준다는 것이
다 그러나 사실 인도의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들은 대부분 3~6개월짜리 관광
자 비자로 인도에 장기체류하는 여행자들이며 비자를 갱신하기 위해 이웃
나라를 방문하거나 돈을 벌거나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자주 고국으
로 귀국한다 또한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헬조선 탈출 여행자들은 이 글의
서두에서 보았던 것처럼 호주 등 선진국에서의 노동 다른 동남아 국가들에
서의 여행 등 다양한 이동 루트를 거친다
이처럼 오랜 기간 다양한 장소들을 떠돌다 보면 이들의 탈조선 여행 이후
의 삶은 어떻게 변화할까
6 탈조선 여행 이후의 삶의 변화
이 장에서는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을 했던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이들에게 나타나는 lsquo집rsquo의 의미 변화를 살펴본
뒤 이들의 이동성을 라이프스타일 여행 및 라이프스타일 이동성이라는 개
념과 연결 지어 살펴본다
1) lsquo집rsquo의 의미 변화
탈조선하여 떠도는 사람들에게 집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왜 그렇게
318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오래 돌아다니냐는 연구자의 질문에 현정은 이 글의 서두에 인용한 것처럼
ldquo집에 가기 싫어서요rdquo라는 답과 함께 이제는 집이 불편하다는 말까지 했다
ldquo이제 집에 가도 제가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닌 것 같아요 불편해요 그래서
또 나오고요 엄마가 밥을 하루에 3번씩 해주시는데 처음에 빵만 하루에
3번 먹으면 속이 거북한 그 느낌처럼 밥에서 그런 느낌이 나던데요rdquo
현정의 말은 2가지 생각해볼 문제를 남긴다 첫 번째는 한국 사람인 현정
이 밥을 먹으면 속이 거북하다는 지점이다 지금은 약간 옅어지기는 했지만
한국의 해외여행 역사상 언제나 여행 경험담의 중요한 부분이 되어왔던 것
은 며칠만 외국을 여행해도 김치와 된장찌개가 그립고 한국인이라면 역시
밥을 먹어야 힘이 난다는 정서 그리고 한국인을 만나서 김치에 소주를 함께
먹으며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공유했던 정겨운 경험 등이다 이와 비교
할 때 현정과 같은 청년들에게서는 지금까지 한국인에게 lsquo밥rsquo으로 체화되어
있던 한국적 정서와 정체성이 옅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한국적 정서와 정체성이 옅어지는 것은 공간적으로도 체험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이 두 번째 지점 즉 ldquo집에 가도 제가 있어야 할 자리
가 아닌 것rdquo처럼 불편하고 그래서 또 외국으로 나간다는 말이다 과거 많은
한국인 여행자들은 lsquo나의 집rsquo 그리고 이를 확장한 lsquo내 나라rsquo가 세상에서 가
장 편안한 곳이라고들 이야기해왔으며 여행작가 한비야처럼 여러 언어를
구사하고 외국여행을 많이 한 사람도 틈날 때마다 집과 고국에 대한 그리움
을 토로하곤 했다 이처럼 집과 고국은 한 사회적 인간의 근원이자 지향점으
로 체화되어 있었고 그것이 당연하게 여겨져 왔으나 오늘날 현정과 같은
젊은이들은 여기서 불편함을 느끼고 탈출까지 감행한다 이러한 인식은 달
희의 말에서도 잘 드러난다 달희는 요가 연습 도중에 갑자기 눈물이 나서
소품실에 들어가 울다 나온 적이 여러 번 있었다 나중에 연구자가 이유를
물어보자 ldquo집에 가면 할 일도 없고 가고 싶지 않아서rdquo 울었다고 하였다
달희는 ldquo한국에 있으면 내일 할 일뿐만 아니라 그 동안 해왔던 일과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rdquo며 부담감을 드러냈다
이처럼 탈조선 여행자들에게 가족들이 사는 집 그리고 고국은 점점 불편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9
한 곳이 되어가며 잠시 돈을 벌거나 비자를 연장하기 위해 혹은 의료 혜택
을 받기 위해서와 같은 실용적인 목적을 위해 들르는 곳으로 변화되어 간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이들은 지속적으로 떠돌거나 고국을 주 거주지
로 하면서도 외국을 계속 돌아다니는 이동성이 증대된 삶을 살게 된다
2) 이동성의 증가
헬조선 탈출 이후 현정처럼 노동과 장기체류라는 순환을 지속적으로 반
복하며 계속 장기여행 중인 사람도 있지만 장기여행을 끝낸 후 한 장소에
정착하여 사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다면 장기여행을 끝낸 후 탈조선 여행자
들의 삶은 어떻게 변화되며 어떠한 새로운 특징이 나타날까 본 연구에서
는 다음 2가지 패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 번째 패턴은 요가와 같이 특정한 활동을 중심으로 증가된 이동성과
직업적 경력을 연결시키는 것이다 달희의 경우 요가를 배우기 위해 수년째
한국-인도를 오가다가 도중에 결심하고 요가 강사가 되었다 연구자와 만났
을 당시 달희는 인도에 3번 왔던 상태였다 수개월씩 여러 장소에서 각기
다른 요가를 배우기를 3년간 반복하다가 2012년 7월부터는 3년간 쭉 방콕
에서 머물며 강사 트레이닝 코스를 밟았다 2015년에는 귀국하여 요가 강사
자리를 알아보는 한편 지속으로 태국 인도 등에서 요가 워크숍에 참석하고
있다
이처럼 헬조선 탈출 여행자 중 요가 수련자들은 리시케쉬를 포함하여
요가를 배우거나 수련할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하는 삶의 방식을 유지한다
계절과 선호하는 강사의 존재 여부 등 다양한 조건에 맞추어 인도 내에서
이동하기도 하고 요가의 새로운 내용이나 전수 방식을 외국의 강사에게 배
울 수 있거나 또 다른 머물기 좋은 장소가 발견되면 인도를 벗어나 다른
나라로 이동하기도 한다 서구인들에 비하면 한국인의 이동 범위는 좀 더
아시아 위주로 한정되어 있는데 주로 한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지내다가 가
320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끔 태국 등 동남아 국가의 요가 센터나 요가 워크숍에 참여하는 형태이다
물론 이동 중간중간에 워킹 홀리데이로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일하거나 한
국에서 일하며 여행 자금을 단기간에 마련하기도 한다
요가 수련자들이 이처럼 계속 요가를 배우며 이동하는 것은 더 나은 요가
강사가 되도록 하는 이동성 자본(mobility capital)(Bell 2013 24)으로 기능
할 수도 있다 벨은 끊임없이 돌아다니는 음악 연주자들을 라이프스타일 여
행자로 분류하면서 이들이 경제적 부 대신 개인적sdot직업적 풍요로움 등의
형태로 이동성 자본을 획득하였으며 이들이 영원히 혹은 가장 중요하게
닻을 내리는 것은 한 지리적 장소가 아니라 그들의 일이라고 분석한 바 있
다 이들의 이동성은 전문적 수련의 일부가 되며 이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이처럼 이동성이 성공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것은 요가 강사들
에게도 마찬가지인데 요가의 기원지인 인도에서 유명한 스승에게 배웠다는
것은 그 요가 강사의 진정성과 정통성 그리고 그 결과로서의 지식을 보증하
는 상징으로도 기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렇게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는
요가 수련자들은 더 나은 삶의 방식을 찾기 위해 여행하는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라기보다는 여행 자체가 삶의 방식인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라는 개념
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동 중인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에 대해 연구한 얼스킨과 앤더슨에 의
하면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에게 초기의 이동성은 집에서 탈출하거나 사회
적 압력과 기대를 피하기 위해 추구될 수 있지만 점점 자아 창조라는 의제
를 중심으로 하게 된다(Erskine and Anderson 2013 140-141) 요가 수련
자들도 초기에는 한국을 탈출하는 것이 목적이었다가 나중에는 점점 더 나
은 요가 수련자가 되는 데 집중한다는 점은 이런 특징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의 증가된 이동성이 이후의 삶을 변화시키는 두 번째 패턴은 첫 번째
패턴과 겹칠 수도 있는데 장기여행에서 귀국하여 한국이 주거주지가 되더
라도 마음만은 계속 탈조선 상태에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계속
단기여행을 다니는 식으로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면서 직업 인간관계를 이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1
전과는 다르게 조직하기도 한다 지연의 경우 귀국 후 외국인과 결혼했고
요가 강사가 되어 일 년에 보통 2~3회씩 일본 동남아 등지로 요가 워크숍을
가는 한편 1~2개월씩은 인도에서 요가를 수련한다 지연은 ldquo호주나 유럽
캐나다 같은 곳은 도시여도 자연이 있고 여유가 있고 비슷한 가치관을 중요
시하는 사람들 속에서 살고 싶은데 한국에선 뭐 하나 충족시켜주는 게 없는rdquo
현실에 대해 불평하였다 그러면서 ldquo기존 회사를 그만두고 요가만 하는 걸
로 결정한 것rdquo ldquo원치 않는 정신적 스트레스 관계 이런 걸 최대한 만들지
않는 쪽으로 생활반경을 컨트롤하는 것rdquo은 ldquo최대한 이 헬조선의 영향을 받
지 않는 생활rdquo을 영위하기 위함이며 ldquo이젠 제가 사는 방식을 바꿔서 제
생활반경만큼은 헬조선이 안 되도록 말뚝 박고 공간확보를 한 것 같다rdquo고
말했다
본 연구의 대상자들 중 아직 선진국으로의 이주에 성공한 사례는 없지만
이렇게 이동성을 증대시킨 삶을 사는 사례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7 결론
본 연구에서는 오늘날 한국 젊은이들의 장기여행 현상을 헬조선 담론과
연결시키고 그 동안의 관광이나 이주 개념으로 설명되지 않던 부분들을 이
동성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하였다
본 연구에서 발견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 젊은이들의 장기여행
은 한국의 사회구조와 문화에 대한 불만을 가진 청년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며 헬조선 담론을 잘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
기여행 혹은 탈조선 여행으로 부를 수 있다 둘째 탈조선 여행의 이동 경로
는 계급에 따라 이원화되어 나타난다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장기여행은 중
하류층 청년들이 한국이나 선진국에서의 노동-개발도상국에서의 장기체류
를 반복하는 양상으로 나타났다 셋째 헬조선 탈출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오래 머무는 인도에서 주로 추구하는 목표는 휴식 치유 자아 찾기를 통한
322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헬조선 해독 활동이라 할 수 있다 넷째 이들이 탈조선 여행을 마친 후 나타
나는 삶의 변화로는 집의 의미가 변화하고 이동성이 증가하는 패턴을 들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크게는 전 지구적 이동성의 증가 관광과 이주의 경계가
흐려지는 추세 오늘날 청년들이 노동시장 진입을 비롯하여 점점 더 사회로
부터 배제되고 있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현실 등이 맞물려 나타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이후에 나타나는
개인적sdot사회적 변화는 인류학적으로 아주 흥미로운 현상일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이론화를 위해서는 앞으로 다음 지점들에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이다
첫 번째는 탈조선 여행자 혹은 탈조선 여행에서 얻은 이동성 자본을 직업
으로 전환시킨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이 나이가 들어도 계속 그러한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서구에는 60대
70대 노인 중에도 그런 사람들이 많지만 이는 복지제도가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90년대 이후 증가한 한국의 장기여행자들 중에서는 아무리 lsquo자유
로운 영혼rsquo의 소유자라 해도 부모가 나이 들기 시작하면 자식이 병원비를
부담해야 하고 자신의 노후대책을 직접 마련해야 되기 때문에 당장의 생계
유지에 급급한 생활인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과거의 장기여행과는
달리 오늘날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은 한국에서의 직업적 기반이나
경력을 쌓지 못한 청년들의 여행이며 강력한 구심력을 가진 한국에서의 탈
출이다 따라서 이들이 한국으로 돌아와 생활인이 되는 것이 힘들다면 대안
적으로 어떠한 직업적 가족적 삶이 가능할 것인가
두 번째는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에 라이프스타일이라는 개념을 연
결시킬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연구자는 본문에서 탈조선 여행자들에 대
해 현존하는 개념 중 가장 가까운 라이프스타일 여행자 및 라이프스타일
이동성에 기대어 설명하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사실 라이프스타일은 소비를
중심으로 하는 개념이라는 점에서 생존을 위해 탈출한 사회에서 배제된
청년들을 분류 혹은 설명할 수 있는 명칭이 될 수 있는지 어떠한 다른 개념
으로 보완 확장이 가능한지는 향후 중요한 연구과제라 하겠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3
이러한 지점들에 유념하여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양상 및 그 결과
를 탐구하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의 이탈자들에 대한 성찰적 연구가 되는
것은 물론 전 지구적인 인간의 이동에 대한 새로운 이론을 확립하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다
논문접수일 2016년 5월 31일 논문심사일 2016년 7월 2일 게재확정일 2016년 7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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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7
ltKey conceptsgt Hell-Joseon long-term travel tourism migration lifestyle
migration lifestyle traveler lifestyle mobility
Long-term Travel as lsquoEscape from Hell-Joseon
A Research about Korean Travelers in India
Lee Minyoung14)
This research connects Korean young mens long-term travel with the
ldquoHell-Joseonrdquo discourse popular in Korea nowadays and explores the
so called lsquoescape from Hell-Joseonrsquo phenomenon and changes of their
lives after the trips with the concept of mobility since tourism and
migration cant explain it well A participant observation in India found
that the Korean long-term travelers are characteristic as the followings
1) Long-term travel is popular among the youth who complains about
the social structure and culture of Korea and their travel reflects the
ldquoHell-Joseonrdquo discourse So we can call this travel as escape from
Hell-Joseon 2) The travel routes of are differentiated according to the
class This research mainly deals with the circulation route of doing
physical labor in developed countries and relaxing in developing
countries popular among the lower middle class 3) Most of the travelers
often stay in India for a long time and their main purpose is
detoxification from Hell-Joseon through relaxation healing and
searching for the self 4) After they finish the long-term travel the
PhD Candidate Department of Anthropology Seoul National University
328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meaning of home is changed and their mobility is increased That
phenomenon seems to be entangled with the increasing global mobility
the blurring trend between tourism and migration and the structural
problem which excludes young men from entering the labor market and
the society in Korea Researching the backgrounds aspects and results
of escape from Hell-Joseon will be a reflective study about Korean
society and help to construct new theories about global movement of
people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295
의 역사와 형태 근본적인 원인과 과정 그 영향에 대해 정리하고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오늘날의 이주를 이해하는 데 있어 전지구화는 중요한 배경
이 되며 한편으로 이주를 유발하고 이주의 방향과 형태를 변화시킨다(ibid
109) 한편 최근의 국제이주는 단순히 한 사회에서 다른 사회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둘 이상의 장소에서 반복되는 중요한 연계를 유지하는 초국가
적(transnational)인 면모를 가진다는 것도 여러 학자들에 의해 밝혀진 사실
이다(Schiller Basch and Blanc-Szanton 1992a 1992b Kearney 1995
Portes Guarnizo and Landolt 1999 Vertovec 1999) 본 연구에서는 이러
한 시각들을 적용하여 한국 청년들의 장기여행을 전지구화의 산물이며 동
시에 한국 인도 태국 호주 등의 여러 장소와의 연계를 갖는 초국가적인
현상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그러나 초국가적 이주에 대한 카슬과 러(Castles and Miller 2003)를
비롯한 많은 연구들은 주로 보다 높은 임금 더 나은 취업 기회 직업능력의
향상과 같은 경제적 이유로 인해 더 나은 선진국으로 이동하는 노동이주를
다룬다는 점에서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현상을 온전히 해석하기는 힘들다
는 한계점을 안고 있다 그 핵심적인 문제 첫 번째는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
으로의 이동이라는 방향성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 두 번째는 장
기적으로 혹은 영구적으로 이동한다는 이주라는 개념에는 장기여행의 현실
을 담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첫 번째 문제점인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의 이동이라는 새로운 방향
성에 대해 잘 설명해주는 개념이 바로 라이프스타일 이주(lifestyle
migration)이다 라이프스타일 이주 현상을 개념적으로 정리한 벤슨과 오라
일리는 다양한 이주 현상들을 lsquo라이프스타일 이주rsquo라는 단일 현상으로 파악
하자고 주장하였다(Benson and OReilly 2009) 이들이 언급한 라이프스타
일 이주는 북유럽 사람들이 스페인 몰타 이태리 포르투갈 그리스 터키
등지로 영국인과 네덜란드인이 프랑스로 북미인들이 멕시코로 이주하는
현상 그리고 유럽인과 미국인들이 크로아티아에서 두 번째 집을 가지는 현
상 또한 이러한 현상들 일부에 대한 용어인 은퇴 이주 레저 이주 반도시화
296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제2의 집 갖기 어메니티(amenity) 이주5) 계절 이주 등의 현상을 총괄하는
개념이다 이들에 의하면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는 파트타임이나 풀타임으
로 영구적으로 혹은 한시적으로 생활비용과혹은 땅값이 더 저렴한 나라로
삶의 질로 느슨하게 정의되는 어떤 다양한 이유로 움직이고 있는 상대적으
로 부유한 개인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OReilly and Benson 2009) 라이프
스타일 이주자들이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의 근본적인 특징은 일과 삶의
균형 다시 맞추기 삶의 질 향상 제약에서의 자유 등이며 이런 새로운 방향
설정 전략을 통해 이주자들은 더 나은 삶을 추구한다 라이프스타일 이주자
들은 여행을 다니면서 자신의 선호를 파악한 뒤 이주할 곳을 정하는 즉
관광에서 정보를 얻는 이동성(tourism-informed mobility)(Williams and
Hall 2000)을 어느 정도 보여주지만 라이프스타일 이주라는 개념은 북유럽
에서 남프랑스로 영국에서 스페인으로 이주하는 것처럼 주로 한 번의 이동
에 대한 것이다(Benson and OReilly 2009) 라이프스타일 이주라는 개념
은 과거의 이주 개념에 비하면 그 외연이 확장되었으나 여전히 고전적인
이주 개념에서는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며 따라서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더
유동적인 이동성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포착하지 못한다
이주의 개념이 확장되어가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본 연구에서 주
목하는 장기여행을 다루기 힘들다는 두 번째 문제의식이 이 지점에서 나타
난다 이 문제의식에 공명하는 개념 두 가지가 바로 라이프스타일 여행
(lifestyle travel)와 라이프스타일 이동성(lifestyle mobility)이다 코헨
(Cohen 2010 2011)에 의하면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는 일시적인 혹은 정상
적 삶에서의 일탈로서의 휴가가 아니라 기약 없는 여행을 추구하는 사람으
로 정의된다 일반적인 의미의 관광자(tourist)6)와 여행자(traveler)가 여행
이 끝난 후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간다면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는 이러한 귀
환을 거부하며 여행을 삶의 규범이자 방식으로 변형시킨다 라이프스타일
5) 경제적 이유보다는 환경적 사회적 이유로 시골 공동체 등의 지역으로 이동하는 이주
6) lsquotouristrsquo는 일반적으로 lsquo관광객rsquo으로 번역되어 왔으나 최근에는 lsquo손님rsquo 개념을 포함한 lsquo관광
객rsquo보다는 중립적인 느낌의 lsquo관광자rsquo라는 번역을 이용하자는 움직임이 있으며 이 글에서는
이에 따른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297
여행자는 친구들을 방문하거나 가족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원래의 집으로
짧게 돌아가거나 여행비를 벌거나 여행 경험을 반추하기 위해 고국으로 잠
시 돌아갈 수는 있지만 경력이나 집보다는 여행에 헌신한다
한편 라이프스타일 이동성이라는 개념은 점차 이주와 여행의 경계가 모
호해지는 전 지구적인 변화 속에서 인간의 이동을 이민이나 관광에 한정지
어 생각하지 않고 그 이동성 자체에 주목하자는 새로운 이동성 패러다임
(Sheller and Urry 2006 Urry 2007)에서 비롯한다 최근 전 지구적으로
이민과 관광 사이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사회과학에서 주로 분리되어 연구
되어 오던 이 두 개념의 상호연결성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두 현상
을 함께 연구해야 한다는 점이 지적되어 왔는데(Williams and Hall 2000
OReilly 2003) 라이프스타일 이주가 그 한 가지 시도였지만 이주 개념의
한계를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했다 이후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것처럼 라이
프스타일 이주에 비해 더 유동적이고 지속적이며 역동적이고 다중적인 과
정을 가진 장기여행의 이동성 자체에 주목하기 위해 등장한 개념이 바로
라이프스타일 이동성이다 이 개념은 라이프스타일 선택으로서의 이동성을
강조하는데 일회적인 한 방향으로의 이동을 강조하는 이주 그리고 집으로
돌아간다는 가정을 가진 관광이라는 개념과 달리 원래 집으로 돌아갈 의도
를 전제하지 않는다 출발점으로의 귀환 혹은 이동 과정 중 어느 다른 점으
로의 이동 모두가 라이프스타일 이동성의 일부분이 될 수 있다 라이프스타
일 이동성은 반드시 돌아가야 할 하나의 lsquo집rsquo이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흐르면서 돌아가고거나 다시 방문할 복수의 lsquo집들rsquo이 있을 수 있다고 보며
결국 지속적인 이동을 다룬다 이렇게 증가된 이동성은 다중의 소속장소를
만들면서 초국가성을 보일 수 있다(Cohen Duncan and Thulemark 2013)
본 연구는 국경을 넘는 인간의 이동에 대한 이러한 이론들을 중심으로
한국 청년들의 장기여행 현상의 특징과 배경을 입체적으로 분석해보고 향
후에 어떻게 이론적 보완이 가능한지 그 가능성 또한 제시해보고자 한다
298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2 연구 대상 및 방법
본 연구의 핵심적인 장소는 인도의 리시케쉬(Rishikesh)라는 소도시이다
인도는 한국 청년들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장기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들르
고 또 오랫동안 체류하는 대표적인 나라이다 넓은 인도 중에서도 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장소는 lsquo세계 요가의 수도rsquo로 불리는 리시케쉬 티베트 망명
정부의 수도로서 달라이 라마에게 설법을 듣고 티베트 불교와 문화를 배울
수 있는 다람살라(Dharamsala) 인도 전통음악 및 종교의 중심지 바라나시
(Varanasi) 히피 문화와 트랜스 음악의 성지인 고아(Goa) 사막 위의 힌두
성지 푸쉬카르(Pushkar) 등이다 많은 장기여행자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
을 배우거나 분위기가 좋다는 이유로 이 장소들 중 한 곳에 수개월씩 머물
기를 반복한다
본 연구에서 장기여행자들을 연구하기 위한 최적의 장소로 리시케쉬를
선정한 이유는 전 세계에서 온 장기여행자들이 수개월씩 함께 공동체적인
생활을 하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리시케쉬는 세계 요가의 수도로 불릴 만큼
다양한 요가 수행처가 있을 뿐 아니라 인도의 전통의학인 아유르베다 의학
자연요법 마사지 레이키(Reiki) 등 보완대체의학과 뉴에이지(New Age)
계열의 다양한 프로그램들과 상품들이 판매되고 있어 진지한 장기여행자들
이 많다 연구자는 리시케쉬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인기 있는 아쉬람7)과
게스트하우스에서 묵으면서 요가 수업과 다양한 뉴에이지 수업에 참가하는
한편 외국인들이 모이는 식당과 주변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한국 청년들을
만나 이들의 삶과 여행 패턴에 대한 조사를 수행하였다
본 연구의 핵심이 되는 자료는 연구자가 석사논문을 작성하기 위해 2010
년 12월에서 2월 그리고 2011년 9월에서 12월 두 차례에 걸쳐 총 약 4개월
간 참여관찰 설문지 조사 면접 및 문헌 조사의 방법으로 리시케쉬에서 수
7) 아쉬람(ashram) 인도의 수행공동체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299
행한 현장연구에 기반한다 한편 연구자는 석사논문 작성 후에도 2012년
12월에서 1월 2014년 7월에서 8월 두 차례에 걸쳐 총 2개월간 리시케쉬에
머무르면서 후속 연구를 하였으며 리시케쉬에서 만난 사람들과 계속 페이
스북(Facebook)을 통해 소통하였다 이를 통해 이들의 귀국 후의 일상생활
과 크고 작은 여행 수년간의 삶의 변화를 더 길고 더 넓은 시간적 공간적
흐름 속에서 관찰할 수 있었다 이 중에는 페이스북 채팅과 한국에서의 만남
을 통해 근황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온 연구대상자들도 있다 이러한 후
속 연구는 본 연구의 관점을 발전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인도는 지구상의 그 어느 관광지들보다 장기여행자들이 많이 모이며 함
께 lsquo진하게rsquo 어울리면서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덕분에
심층면접을 하지 않은 사람들의 여행 패턴도 쉽게 알 수 있었지만 특히
라뽀를 형성한 사람들에게는 공식적인 심층면접을 통해 이들의 한국에서의
삶은 어떠하였는지 인도와 리시케쉬를 방문하기까지의 이동 루트는 어떠한
지 리시케쉬를 찾게 된 이유와 이곳에서의 활동은 어떠한지 이후의 이동
계획과 lsquo집rsquo과의 관계는 어떻게 변화되는지 등을 심도 깊게 질문하였으며
이들의 생애사를 최대한 수집하였다 이렇게 연구자가 리시케쉬에서 공식적
으로 심층면접한 사람 중 한국인은 총 11명이었다 이들의 부모 및 본인의
사회경제적 위치를 고려할 때 대부분은 중하류층 서민으로 분류할 수 있었
다 lt표 1gt은 공식적으로 심층면접한 한국인 11명의 나이 학력 주요 직업
과 월 소득을 담고 있는데 안정된 직장을 가진 적이 있었던 사람은 드물며
특히 20대 4명은 모두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월 70만 원~130만
원을 벌었다는 사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인도의 장기여행자들을 입체적인 시각으로 이해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된 경험으로는 연구자가 다양한 여행 방식을 직접 체험한 것 시간적
으로 넓은 범위에 걸쳐 인도 여행을 한 것 그리고 다양한 문화권 출신의
여행자들을 만난 것을 들 수 있다 연구자는 2010년 12월에 20일짜리 인도
단체 배낭여행을 인솔했으며 1990년대 중후반부터 5차례의 인도 개인 배낭
여행 동남아를 비롯하여 장기여행자들이 모이는 수많은 장소로의 개인 배
300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이름 나이 성별 학력 주요 직업 월소득
희경 49 여 대졸대기업 비서(12년)rarr자영업(2년)rarr프리
랜서
연일 45 남 석사 파트타임(포장마차 고시원 총무hellip) 거의 없음(불규칙)
달희 42 여 석사 전업 인테리어 디자이너(10년 이상)rarr
프리랜서 인테리어 디자이너420만 원rarr
병철 41 남 대졸 학원강사 무대감독 연출 파트타임(음
식배달)rarr액세서리 제작 판매
rarr120만 원
(불규칙)
지연 33 여 대졸 호텔 이벤트 코디네이터 호텔 인스펙터 2700 USD
유정 33 여전문대졸
(2년)
상담사(35년)rarr호주 워킹홀리데이rarr상
담사(25년)150만 원
인혜 30 여 대졸 컴퓨터 프로그래머(6년) 280만 원
영수 29 남 고졸 파트타임(서빙 가게 판매원 학원 실
장hellip)90만 원(불규칙)
관욱 26 남 대학생 파트타임(사무 보조 식당 서비스) 250만 원(불규칙)
승은 26 여전문대졸
(2년)
파트타임(빵공장 노동 전화상담원
조사원 요리강사 요가강사hellip)70만 원(불규칙)
은숙 23 여전문대졸
(3년)파트타임(식당) 130만 원
lt표 1gt 공식적 심층면접 대상자의 나이 주요 직업 월소득
낭여행 호주 목화농장에서의 노동을 통해 수많은 한국 청년들을 만났다
본 연구 중에는 공식적으로 심층면접한 17개 국적 50명을 포함한 다양한
외국인들과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이는 한국인들의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바라보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또한 인터넷을 이용한 의사소통도 도움이 되었는데 특히 수시로 소식을
업데이트하고 쉽게 인맥 관리를 할 수 있었던 페이스북의 역할이 컸다 항상
이동 중인 여행자들을 연구하기 위해 인터넷을 활용하는 이러한 연구방법은
린(Lean 2013)의 연구방법과도 상통한다 그는 여행을 통해 변화된 사람들
의 이동성을 이해하기 위해 자신이 실제로 여행하는 한편 자신이 직접 만나
기 힘든 사람들도 연구하기 위해 수차례씩의 이메일 인터뷰를 거치고 웹사
이트를 개설하여 넓은 범위의 참여자들과도 다양하게 상호작용한 바 있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01
린이 밝힌 것처럼 연구자도 연구대상자들이 실제로 거주하는 물리적 공간보
다 가상공간이 종종 더 접근성이 좋고 더 깊이 있는 인터뷰를 할 수 있음을
경험했다 이렇게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포함한 다현지적 접근은 이동 중인
사람들과 이동성의 연구에 적합한 방법이었다
3 헬(hell)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인도에서 만난 한국 청년들에게 왜 여행을 떠났냐고 물어본 결과 대부분
비슷한 답을 얻을 수 있었는데 한마디로 정리하면 한국은 희망이 없고 비
인간적인 삶에 지쳐서 탈출했다는 것이었다 이 장에서는 이들의 한국에 대
한 이러한 인식을 구체적으로 살펴본 후 어떤 점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헬(hell)조선 담론과 공명하고 있는지를 파악해본다 그리고 이들의 여
행을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1) 한국의 사회구조와 문화에 대한 불만
이 절에서는 청년들이 한국에서의 삶 속에서 어떤 지점에 불만을 가졌는
지부터 살펴본다 다음 사례들은 청년들이 취직이 되지 않고 취직이 되어도
소모품처럼 쥐어짜이다가 망가지기 직전에 스스로 그만두고 나왔다는 이야
기이다 이는 오늘날 청년들이 노동시장 및 사회보장제도 등 사회로부터 배
제되고 있는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현실(박수
명 2013)이 어떻게 개인에게 체험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청년들의 첫 번째 불만은 사람을 소위 lsquo스펙rsquo8)과 물질적 성취로만 판단하
는 한국 문화에 대한 것이다 2011년은 lsquo헬조선 탈출rsquo 혹은 lsquo탈조선rsquo이라는
말이 없던 시절이었지만 영수(2011년 당시 29세 남)는 외국인 친구들이
8) specification(세부적 자격요건)의 줄임말로 신상명세 등 사람이나 사물의 기본적인
능력을 나타내는 단어이다
302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ldquo왜 리시케쉬에 왔냐rdquo고 질문할 때마다 ldquo한국에서 탈출하기 위해서(to
escape from Korea)rdquo라고 대답하였다 고졸이 최종 학력인 영수의 삶에서
한국을 탈출해야 하는 맥락은 다음과 같이 나타난다
외국 가고 싶었어요 한국에 있는 게 갑갑했어요 스트레스 너무 받고 당장 내
세울 게 하나도 없으니까 경험은 많지만 자격증이 없으니까 [친구가] 여자들이
마지막에 너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너가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야
하고 말을 해줬어요 그 말이 사실이었어요 가진 게 아무것도 없었어요 직업도
돈도 없고 공부를 많이 한 것도 아니고 성과 낸 것도 없고 그래서 여자들이 널
떠나는 거라고 왜 외국을 나가고 싶었냐면 한국에 있는 게 너무 힘든 거예요
뭘 해야 될지 모르겠고 헬스장에서 일하려니까 마음이 너무 갑갑하고
여기서 영수에게 한국은 경험이나 능력보다는 자격증 직업 돈 학력과
같은 스펙과 물질적 성취로만 사람을 평가하는 곳이다 영수는 자신이 다양
한 경험이 있고 어떤 일이든 하기만 하면 남들보다 잘하며 사람들에게 항
상 인기가 많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호텔업계 와인업계 마술업계 연기업계 외식업계 체육업계 등
에서 아르바이트를 전전했을 뿐 안정된 직업을 가진 일이 없었다 영수는
이것을 한국 사회의 부조리함 때문으로 해석했다 와인업계에서 일하기 힘
들었던 것은 ldquo이상하게 한국은 나이 제한이 심해서rdquo 그리고 연기자가 되기
를 포기한 것은 ldquo한국에서는 모든 연기자는 돈을 찔러주고 들어가야 하고rdquo
ldquoPD 라인 작가 라인 주연급은 기획사에서 어주는 애들만 되기 때문rdquo이
다 즉 영수에게 한국은 부당하고 불공정한 관행이 횡행하는 곳이며 열심
히 노력해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없는 갑갑한 공간이었다 영수가 인도에서
요가 강사 자격증을 취득하려는 것은 이러한 희망 없는 한국을 벗어나 외국
에서 요가를 가르치면서 살기 위함이었다
두 번째는 취직이 되지 않는 현실이다 대학 졸업 후 몇 년간 노력했으나
결국 취직을 포기한 승은(2011년 당시 26세 여)은 인도에 오기 전까지 항상
짜증이 나 있는 상태 불만이 있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03
모든 게 다 짜증이 났던 것 같아요 내가 왜 이러고 있나 이런 거 왜냐하면
아무도 본인의 미래를 그렇게 상상하진 않잖아요 내가 상상했던 미래와 너무 다
르게 가고 있고 전 스무 살만 되면 모든 게 다 내 뜻대로 할 수 있고 모든 게
다 잘 될 거라고 막연한hellip 어른들이 항상 그러잖아요 스무 살만 돼라 근데 스무
살 돼도 별다른 게 없죠 대학 졸업해도 별 다른 게 없지 그 과 선택한 것도 단
지 취업 때문에 선택한 건데 내가 좋아하고 가고 싶었던 과를 포기하면서까지
간 건데
승은은 어차피 취업도 안 되는데 원하는 전공을 포기하고 딴 과에 가게
만들었던 어른들을 원망했다 승은은 ldquo자잘자잘 알바도 대충대충 하고 마트
계산원 알바도 해주고rdquo 살았지만 지루했다 ldquo내색은 별로 안 했지만 짜증나
고 취업도 잘 안 되고 어디론가 좀 떠나고 싶었고 새로운 거 느끼고rdquo 싶었
고 엄마가 ldquo새로운 걸 했으면 하는 눈치rdquo를 주는 것이 괴로웠다 이처럼
취업이 되지 않는 것이 본인의 책임이 아니고 본인도 괴로운 상황에서 가족
과 주변 사람들의 눈치까지 봐야 하는 현실이 부담스러워 탈조선했다고 하
였다
세 번째는 죽도록 과로해야 하는 한국의 노동 문화이다 인혜(2011년 당
시 29세 여)는 한국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했다 월~목요일에는 밤
9~10시까지 늘 야근을 했고 가끔 밤샘도 했다 몸이 점점 나빠졌다 스트레
스를 받으면 ldquo데굴데굴 구를 정도rdquo로 위가 아프곤 했으며 ldquo옷에 스치면
뼈마디까지 아팠다rdquo 아파서 회사를 일주일씩 쉬기도 하다가 결국 1년 8개
월만에 회사를 그만두었다 1년간 쉬려고 했지만 ldquo6개월 이상 놀면 거지를
못 면한다rdquo는 지인의 충고에 겁이 났고 스스로도 ldquo백수 되는 거 아닌가rdquo
싶어 슬슬 불안해졌다 결국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4개월 만에 또 취직했
지만 새 회사는 일이 더 힘들었다 인혜는 ldquo남들은 잘 하는데 나도 버텨보
자rdquo 하고 오기를 부리며 3년간 다녔지만 ldquo과장 이상 가면 버티기 힘들겠구
나rdquo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와중에 친구가 호주에 간다고 하자 ldquo1초도 고
민하지 않고rdquo ldquo나도 가rdquo 하고 말해버렸다 그 후 정보를 모으다가 행로를
변경하여 필리핀 보라카이로 어학연수를 떠났고 동남아와 인도까지 장기여
304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행하게 되었다
인혜는 ldquo이때까지 교육받고 살아온 게 늘 뭔가 하고 있어야 하고 한국
사회에서는 특히나 늘 일하고 있어야 하니까rdquo 아무리 아파도 마음 놓고 쉰
적이 없다고 하였다 평생 남의 시선을 신경 쓰면서 살아온 인혜는 탈조선
수개월 후 ldquo이제는 회사 복귀할 생각이 전혀 없어요 이젠 치열하게 살고
싶지 않아요 돈을 조금 벌더라도 조용히 평화롭게 내 시간 많이 가지고
내가 흥미 있는 부분을 전문적으로 발전시키고 싶어요rdquo라고 잘라 말했다
네 번째는 불합리한 조직문화이다 달희(2011년 당시 42세 여)는 중국에
서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일했다 앞 사례의 인혜처럼 너무 과로하여 각종
병을 달고 살다가 인도로 와서 장기체류하면서 요가를 배웠다 그러다가 한
국에서 수개월씩 일을 하고 인도로 돌아오기를 몇 번 반복했는데 그 중간
에 다녔던 회사의 획일적인 조직문화는 견딜 수 없이 피곤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삶의 방식까지 비슷해지지 않고서는 함께 일하는 게 거
의 불가능에 가까워 24시간 중에서 14시간 이상을 함께 있다 보면 세끼 밥을 같
이 먹어야 하고 세끼 밥을 같이 먹으니까 메뉴에 있어서도 그렇고 노는 시간조
차 함께 해야 하고 자는 것도 같은 숙소에서 자야 하는 경우가 있고 평소에 하는
모든 얘기 심지어 간식도 같이 먹어야 하고 너무나 많은 부분을 같이 해야 하기
때문에 나만 너무 다른 삶의 방식을 가지고 있으면 그들에게 배척당하지 그런
모든 것들 때문에 일도 같이 하기 싫어지는 거지
많은 한국 청년들이 달희처럼 조직에서 ldquo왜 너만 그렇게 다르게 행동하
냐rdquo는 눈치를 받았던 경험을 갖고 있으며 개성과 다양성을 억압하는 이러
한 한국적인 조직문화를 지긋지긋해 했다
지금까지 살펴본 이러한 불만들은 한국 청년들이 외국으로 나오게 된 주
요한 계기가 되며 최근 유행하는 헬조선 담론과도 잘 공명한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05
2) 헬조선 담론과 장기여행
이 절에서는 헬조선 담론이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청년들의
장기여행을 이와 연결시켜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으로 바라보고자 한
다
lsquo헬조선rsquo은 2015년 한국을 가장 뜨겁게 달군 신조어 중 하나로 인터넷
사이트 lsquo디시인사이드rsquo의 역사 갤러리에서 처음 사용되고 주식 갤러리에서
본격적으로 활용되다가 광범위하게 퍼져나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헬조선은
오늘날의 한국을 전근대적 계급제 사회였던 조선에 빗대는 단어로 자기비
하적인 조소가 담겨 있어 기성세대에게는 불편하게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 단어에는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급격히 심화되고 있는 불평등 및 계급격
차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 의식이 배어 있으며 여기에서 파생된 lsquo탈조선(헬
조선 탈출)rsquo이라는 단어에는 이 나라가 싫고 차라리 다른 곳으로 떠나고
싶다는 청년들의 절절한 외침이 담겨 있다 이러한 단어들이 특히 청년들의
공감을 얻어 급속도로 퍼져나가고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는 현상에 주목해
야 하는 이유는 이 단어가 오늘날의 한국에 대한 사회적 인식 이로 인한
실천 그 결과로서의 사회변동을 더 잘 살펴볼 수 있는 렌즈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탈조선 현상은 통계적으로도 증명된다 헤럴드경제가 미 시민권
공개포럼 사이트인 아이작 브룩 소사이어티에 올라온 자료9)를 인용한 기사
에 의하면 한국은 전 세계 경제 강국들 가운데 해외 이민을 떠난 뒤 모국의
국적을 포기하는 비율이 가장 높다10)(헤럴드경제 2014년 4월 28일자) 더
충격적인 것은 아직 이민을 실행하지 못해 이 통계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9) 2012년 5월 23일 Eric이라는 필자가 2002~2010년 각 아시아 나라별 통계청 자료를 인용하여
아이작 브룩 소사이어티에 올린 글이다(The Isaac Brock Society 2012년 5월 23일)
10) 이 기사에 의하면 뉴질랜드는 인구 10만 명당 45명 홍콩은 25명 대만은 152명 싱가포르는
431명인데 비해 한국은 1680명으로 비교 대상 국가 중에서 압도적으로 많다 가까운 일본
(89명)과 비교하면 20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이 기사는 ldquo한국은 국적을 상실하는 사람이 연간
25000명으로 귀화자보다 많은 유일한 아시아의 선진국rdquo이라고 분석했다
306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이민을 갈 의향을 가졌거나 준비 중인 사람들은 더 많다는 자료이다 뉴시스
가 온라인 취업포털 lsquo사람인rsquo에서 2015년 11월 성인남녀 1655명을 대상으
로 이민 의향을 조사한 결과11)를 분석한 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786
가 ldquo이민을 갈 수 있다면 가고 싶다rdquo고 답했다 한국을 떠나고 싶은 가장
큰 이유로 응답자들은 lsquo일에 쫓기는 것보다 삶의 여유가 필요해서rsquo(564
복수응답)를 꼽았으며 lsquo대체로 근로조건이 열악해서rsquo(527) lsquo소득의 불평
등 문제가 심해서rsquo(474) lsquo직업 및 노후에 대한 불안감이 커서rsquo(474)
lsquo경쟁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싫어서rsquo(463) lsquo국가가 국민을 보호해주지 않
아서rsquo(444) lsquo해외의 선진 복지제도를 누리고 싶어서rsquo(307) 등의 응답
이 뒤를 이었다 실제로 응답자들의 479는 현재 이민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민국을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복지(412)였고
이어 문화(175) 일자리 여부(131) 소득수준(67) 기후 등 환경
(58) 등이 고려 대상이었다(뉴시스 2016년 1월 18일자)
이러한 통계자료 뒤에 숨어 있는 헬조선에 대한 젊은이들의 구체적인
인식과 실천은 lsquo헬조선rsquo이라는 사이트12)에서 볼 수 있다 이 사이트의 게시
판에는 ldquo내가 헬조선을 증오하게 된 이유rdquo ldquo생존이 목표가 되어버린 헬조
선rdquo ldquo금수저13)들이 똥수저에게 게으르다 훈계하는 이유rdquo ldquo기업업자들이
니들이 낸 세금을 털어먹는 방법rdquo ldquo헬조선에 충성한 자의 최후(빡침주의)rdquo
ldquo한국인은 그 사람 아버지 직업=그 사람 수준rdquo 등 한국 사회를 비판 풍자하
는 글들이 올라온다 이 게시물들을 보면 청년들이 한국을 지옥에 빗대어
헬조선이라 부르는 이유가 생존하기도 힘들 만큼 빡빡한 현실 고착화된 사
회구조적 불평등과 부정부패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청년들은 이 사이트에서
구체적인 탈조선 방법을 공유하기도 한다 용접이나 배관 컴퓨터 등의 기술
11) 이민 의향은 연령대별로는 30대(821)의 응답률이 가장 높았고 20대(80) 40대(724)
50대 이상(59) 순이었다 이민을 가고 싶은 나라 1위는 캐나다(168)였고 호주(16)
뉴질랜드(108) 미국(96) 독일(95) 스웨덴(69) 일본(63) 핀란드(49) 스위
스(47) 등의 순이었다(사람인 2016년 1월 18일자)
12) 사이트 이름은 lsquo헬조선rsquo이지만 URL 주소는 wwwhellkoreacom이다
13) 사람을 가진 자산에 따라 금수저 은수저 동수저 흙수저 등으로 나누는 lsquo수저계급론 담론은
2015년부터 lsquo헬조선 담론과 함께 한국 사회의 현실을 고발하는 담론으로 크게 유행했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07
을 배워 미국 캐나다 호주 등의 선진국으로 이민 가는 방법에 대한 질문과
답 체험사례도 올라온다
그러나 위에서 인용한 것처럼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선진국으로의 이민만
을 탈조선이라고 할 수는 없다 현실적으로 선진국으로의 이민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높은 영어 점수와 자격증 경력 등의 스펙 및혹은 통장 잔고 증명
이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현실에 좌절한 젊은이들 중에는 일단
한국을 떠나 있기 위해 혹은 영어도 공부하고 스펙을 쌓을 자금도 마련하기
위해 워킹 홀리데이와 같이 노동을 포함한 장기여행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
가 많다 이 글의 서두에서 인용한 현정의 사례처럼 여러 선진국에서의 워
킹 홀리데이와 인도 동남아에서의 장기체류를 반복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점에서 미디어에 재현되는 것처럼 목적지를 명확하게 정하고 필요
한 자격요건을 획득하여 이민이라는 과업을 완수하는 사례는 오늘날 증가하
고 있는 헬조선 탈출 현상 중 극히 일부라고 할 수 있다 본 연구의 연구대상
자들이 가졌던 한국에 대한 불만이 헬조선 담론과 유사하며 이러한 헬조선
을 탈출하는 방법으로 장기여행을 택했다는 점에서 이들의 실천을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혹은 탈조선 여행으로 부르고자 한다 이러한 탈조선
여행 현상을 총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성공한 이민 사례에만 주목하는
시각에서 벗어나 다양한 이동 경로와 복잡한 과정 모두를 탈조선 실천의
일부로 보고 그 새로운 이동성의 양상을 파악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4 탈조선 여행의 이동 양상
이 장에서는 탈조선 여행의 이동 경로와 복잡한 과정을 구체적으로 파악
하고 그것이 계급에 따라 분화되어 있음을 보인 후 특히 중하류층 청년들
이 어떻게 선진국에서의 노동-개발도상국에서의 여행을 반복하는지를 살펴
본다
308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1) 계급에 따른 이동 경로의 분화
먼저 헬조선 탈출이 계급과는 상관없이 수많은 한국 청년들에게 공감되
는 꿈이라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 2015년에 솔직한 제목과 내용으로 크게
주목 받았던 소설의 일부분을 살펴보자
왜 한국을 떠났느냐 두 마디로 요약하면 한국이 싫어서지 세 마디로 줄이
면 여기서는 못 살겠어서 무턱대고 욕하진 말아줘 내가 태어난 나라라도 싫어
할 수는 있는 거잖아 (10쪽) hellip 이제 내가 호주로 가는 건 한국이 싫어서가 아
니라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야 아직 행복해지는 방법은 잘 모르겠지만 호주에
서 더 쉽게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는 직감이 들었어 (161쪽) hellip 나더러 왜 조국
을 사랑하지 않느냐고 하던데 조국도 나를 사랑하지 않았거든 솔직히 나라는 존
재에 무관심했잖아 나라가 나를 먹여주고 입혀주고 지켜줬다고 하는데 나도 법
지키고 교육받고 세금 내고 할 건 다 했어 (170쪽)
- 장강명(2015) 985172한국이 싫어서985173 중에서
이 소설은 한국에서 자신의 미래를 비관하는 20대 후반의 여성이 회사를
그만두고 호주로 이민을 떠난 사정을 들려주는 대화 형식의 이야기이다 주
인공은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를 다녔던 평범한 20대 청춘이다 주인공은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했지만 이 나라에서는 행복하지 않았고 결국 한국
이 싫어서 선진국인 호주로 떠났다고 말한다 이러한 주인공의 사연은 한국
의 대표적인 신문사의 사회부 등에서 기자로 일했던 저자가 치 한 취재를
바탕으로 그려낸 가장 사실적이면서도 평균적인 탈조선의 꿈이라 할 수 있
다
평범한 주인공이 이런 실천을 하는 모습에서 볼 수 있듯 헬조선 탈출은
한국 청년들에게 널리 퍼져 있는 욕망이며 한 인터뷰 대상자의 말을 빌리자
면 ldquo요즘 모여서 얘기하면 태반은 탈조선을 꿈꾼다rdquo 그러나 다 함께 꾸는
꿈도 각자의 계급과 이용 가능한 자원에 따라 실천 가능한 형태가 정해지는
것이 현실이다 가족의 자본과 본인의 학력자본이 높은 중상류층 출신 청년
들은 선진국에서 교환학생-유학을 거친 후 한국 혹은 선진국에서의 취업-선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09
진국으로의 이민이라는 경로를 많이 취하는 반면 자본이 부족한 중하류층
청년들은 한국 혹은 호주 뉴질랜드 등의 서구 선진국에서 노동하여 돈을
번 후 인도 태국 등의 아시아 개발도상국에서 장기여행을 하는 패턴을 반
복하는 이원화된 구조가 나타났다
이 글에서는 중하류층 청년들의 탈조선 현실에 초점을 맞출 것이지
만 더 입체적인 비교를 위해 잠시 중상류층의 사례를 살펴보자 화장품을
사거나 식도락 여행을 위해 종종 일본에 가는 진희(2016년 현재 24세 여)는
한국에서 태어난 것을 한탄하며 탈조선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는 대
학생이다 진희는 양친 모두가 안정된 직업을 갖고 있고 매년 2~4주씩 4인
가족이 해외로 자유여행을 갈 정도의 경제적 문화적 자본을 갖추고 있는
중산층이며 한국 최고의 학벌을 취득하는 등 모든 면에서 부족함이 없는데
왜 탈조선을 원할까 이러한 연구자의 질문에 진희는 ldquo객관적인 지표는 그
렇긴 한데 주관적인 느낌의 차원에서 가망이 없다고 많이 느낀다rdquo ldquo제가
언제든 비정규직이 될 수 있고 밑바닥으로 떨어지는 거 순식간일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rdquo고 답했다 진희는 대학에서도 좋은 학점을 4년 내내 받으며
성공적인 궤도를 달려왔다 그러나 ldquo학벌주의 사회와 경쟁적인 분위기와 과
도한 학습노동rdquo이 너무나 힘들었고 ldquo헬조선 때문에 소중한 청소년기 성장
기가 박탈당했다는 억울함과 분노가 있다rdquo고 하였다 ldquo고등학교 들어가면서
부터는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꼼짝없이 야자(야간자율학습)rdquo를 하였고
대학에 한 번에 붙어야 ldquo이 다시 겪고 싶지 않은 끔찍한 시간rdquo을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아 점심 식사 저녁 식사를 모두 포기하고 간식으로 대충 때우
며 인강(인터넷 강의)을 들었다 진희는 스스로 ldquo자기착취의 주체rdquo가 되어
ldquo모든 에너지와 시간 등등을 싸그리 수단화해서rdquo ldquo학습노동rdquo에만 매달렸다
고 회고한다 진희의 사례는 한국에서는 성공적인 궤도를 달리고 있는 것처
럼 보이는 청년들도 경쟁적인 사회 분위기에 질려 탈조선을 희망할 수 있다
는 것을 보여준다
진희는 중학교 때 985172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985173(홍세화 1995)라는 책을 읽
었는데 프랑스의 교육제도와 사회보장제도 하에서는 ldquo한국처럼 젊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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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 찌들어 살고 노후 걱정하고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게 부러웠고rdquo ldquo나는
어쩌다 우연히 한국에 태어났을 뿐인데 왜 그런 우연한 국적에 발목 잡혀서
힘들게 살아야 하나rdquo 하고 생각했다 대학 시절에는 프랑스어를 배운 후 1학
기 동안 프랑스로 교환학생을 다녀왔다 졸업 후에는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대학원을 다닐 계획이다 진희처럼 부모의 지원으로 좋은 학벌을 취득하고
빨리 탈조선의 방법과 방향을 정하며 대학을 다니면서도 노동에 매달리지
않고 공부에만 몰입할 수 있고 덕분에 외국어라는 유용한 자원을 효율적으
로 습득한 경우 ldquo탈조선 방식으로 유학을 택하는 것rdquo이 가능하다
한국에는 진희와 같은 중상류층 젊은이들이 많이 있으며 이들은 주로
유럽이나 북미의 선진국에서 교환학생이나 유학을 통해 장기체류하는 경로
를 취한다 중상류층 중 인도에서 장기체류하는 경우는 요가나 명상을 깊이
배우려는 목적에서가 대부분이며 인도를 찾는다 해도 그 이후의 삶은 앞으
로 서술할 중하류층 청년들과 크게 다르다 스스로를 ldquo금수저rdquo라고 말하지
만 인도에서 몇 번 장기체류를 했던 지연(2016년 현재 38세 여)의 경우가
그런 독특한 사례이다 아버지가 의사이고 어머니는 교양 있는 주부인 집안
에서 자라며 음악을 전공했던 지연은 이렇게 얘기했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유학을 가는 게 당연한 코스였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그렇
게 생각했었고 어느 날 문득 심한 회의가 들었고 내가 재능이 아무리 많고 아무
리 열심히 해서 유학 갔다 오고 교수가 된다 한들 작은 방에서 하루 종일 나 같
은 아이들 가르치며 햇빛도 보지 못하고 썩은 얼굴로 살겠구나 돈이나 명예가
있으면 뭐하나 인간 삶의 질이 엉망이겠구나
ldquo한국에 있으면 무엇을 해도 마찬가지rdquo일 것이라고 생각한 지연은 부모
의 후원을 받아 독일로 가서 고등학교를 다녔고 스위스에서 대학을 졸업했
다 졸업 후에는 ldquo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그 사회에서 사는 게 너무 끔찍
하게rdquo 느껴져서 태국에서 7년 가까이 직장 생활을 하였고 요가를 배웠다
지연은 고등학교 때부터 탈조선하여 계속 외국에서 지냈으며 영어와 독일
어를 유창하게 구사했지만 한국적인 삶의 방식과 성공을 요구하는 부모와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1
끝없이 충돌했다 몸은 한국에서 벗어나 있더라도 한국과 가족 등의 끈으로
묶여 있는 한 마음은 한국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결국 몇 번의 대형 충돌
을 거친 뒤 매년 인도에서 수개월씩 체류하며 마음만은 탈조선한 상태로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위의 두 사례를 보면 한국에서는 남들이 모두 부러워할 만큼 많은 자본을
가진 20대 중반의 젊은이도 스스로를 금수저라 인식하는 30대 후반의 젊은
이도 ldquo젊어서도 일에 찌들어 살고 노후 걱정rdquo해야 하는 삶 경쟁이 극심한
한국에서 사는 것을 끔찍하게 인식하며 탈조선을 꿈꾸고 실천한다는 사실
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중상류층 출신인 이들에게는 부모가 가진 자원과
그 도움으로 획득한 자신의 문화자본 덕분에 탈조선의 실천이 상대적으로
쉬운 것도 사실이다
2) 중하류층 청년들의 노동-장기여행 반복
그렇다면 중하류층 젊은이들의 탈조선 여행 이동 루트는 어떠할까 이
글의 서두에서 현정이 말한 대로 많은 청년들이 호주에서 수 개월간 일을
해서 한국에서보다 많은 돈을 벌고 그 돈으로 호주 동남아 인도를 여행한
다 그리고 돈이 떨어지면 다시 호주 혹은 다른 워킹 홀리데이 국가로 가서
돈을 벌고 다시 그 돈으로 아시아 국가들을 여행한다
리시케쉬에서 만난 한국 청년 중 가장 길게 여행 중인 현정의 구체적인
이동 경로는 다음과 같다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했던 현정은 졸업 후 ldquo취직
이 되지 않아rdquo 인도를 3개월간 여행했다 그 후 호주에 워킹 홀리데이로
가서 1년간 일한 뒤 동남아를 장기여행 했다 그 후 다시 호주에 워킹 홀리
데이로 가서 또 1년간 일했고 그 후에는 다시 동남아를 장기여행한 후 인도
에 왔다 비자가 만료되자 네팔에서 2개월간 머문 뒤 새 비자를 받아 다시
인도에 왔고 리시케쉬에서 1개월짜리 강사 트레이닝 코스를 마쳤다 현정
은 한동안 요가 수련을 한 후 뉴질랜드에 워킹 홀리데이로 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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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이상 계속 외국을 떠돌고 있는 셈이었다
현정의 부연설명처럼 수 년 전부터 동남아에는 ldquo집에 3~4년씩 안 들어간
애들rdquo ldquo집에 가기 싫은 애들rdquo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배낭여행 중에는 이런
청년들을 쉽게 만날 수 있으며 여행 중에 만나는 사람들 그리고 워킹 홀리
데이 안내서 동남아 여행기 블로그 페이스북 등을 통해 이들에 대한 간접
적인 이야기도 수없이 들을 수 있다
현정처럼 한국에 거의 들어오지 않고 쭉 여행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중간중간에 한국에 들어와 회사를 다니며 돈을 모은 뒤 다시 나가는 경우도
있다 주로 쉽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자격증을 가진 경우인데 유정(2011
년 당시 32세 여)의 경우 2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청소년 상담사 자격증을
딴 후 3년 반 동안 회사를 다녔다 그 후 호주로 1년간 워킹 홀리데이를
나갔다가 들어와서 다시 1년간 회사를 다녔다 그 후 캐나다로 워킹 홀리데
이를 가려고 신청했다가 떨어진 후 장기여행을 준비하다가 다시 취직했고
1년 반 동안 일하다가 장기여행을 시작했다 이번 여행은 현재 10개월째인
데 동남아에서 수 개월간 쉬고 단동에서 15개월간 자원봉사를 하고 운남
성에서 15개월간 태극권을 배운 후 다시 15개월간 동남아와 인도를 여행
했고 인도에서 2개월간 요가를 배운 후 육로로 이집트까지 여행할 예정이
다
현정 유정과 같은 청년들의 생애사를 들어보면 학벌이나 학력 자격증
부모의 직업 등 많은 면에서 내세울 것도 도움 받을 네트워크도 없었으며
자신의 힘으로 삶을 헤쳐 나갔다 3장에서 살펴본 것처럼 가진 것이 없다
보니 존중받지 못했거나 취직이 되지 않아 주변의 눈치를 봐야 했으며 죽
도록 과로하거나 불합리한 조직문화에 시달리면서도 노동을 하며 살아야
했다 현정처럼 차라리 선진국에서 육체노동을 하며 돈을 많이 벌거나 유정
처럼 ldquo죽었다 생각하고rdquo 한국에서 1년 정도 일을 하고 나면 쉬고 싶고 그새
망가진 몸을 고치고 싶고 자신이 누구인지 천천히 생각도 해보고 싶어진다
전 세계적으로 볼 때 한정된 돈으로 오랜 시간을 보내며 이러한 목적을
추구할 수 있는 최적의 여행지는 인도로 알려져 있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3
5 인도에서의 헬조선 해독 활동
이 장에서는 한국 청년들이 인도에서 장기체류하면서 추구하는 목표가
휴식 치유 자아 찾기를 통한 lsquo헬조선 해독(解毒)rsquo임을 보인 후 인도가 이런
활동을 하기 좋은 이유는 무엇인지 알아본다
먼저 탈조선하여 인도에 온 청년들이 가장 많이 추구하는 활동인 휴식
치유 자아 찾기가 어떠한 맥락에서 나타나는지를 다음 사례들을 통해 살펴
보자
달희는 리시케쉬에 왜 왔냐는 연구자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ldquo나는
여기가 쉴 수 있는 곳일 거란 기대를 가지고 처음에 왔어요 밖으로의 여행
이 아니라 내 안으로의 여행 내가 처음에 인도를 선택하면서 내 마음속으로
되뇌었던 것이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이 말을 계속 했었어요rdquo
달희는 휴식과 자아 찾기를 위해 인도에 왔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것은
과로할 수밖에 없는 직장생활 그로 인해 병든 몸을 치유하는 것과 접한
관계를 갖고 있었다 달희에 의하면 이러한 욕망을 갖게 된 것은 회사 생활
을 하면서 ldquo착취당하면서도 표현도 못 하고 그렇다고 부하 직원들을 쥐어
짤 성격도 안 되고 해서 아주 화병 같은 게 단단히 들고 몸도 너무 고단해서
망가졌기rdquo 때문이다 30세 무렵에는 교통사고가 나서 구안와사(口眼喎斜)
즉 입이 한쪽으로 돌아가는 증상이 왔다 그러나 달희는 여전히 일을 하였
고 계속 일을 하다 유방섬유선종 자궁근종 무릎middot발목 등의 원인불명 통증
척추측만증 두통 소화불량 관절 통증 등을 앓게 되었다 결국 41세에는
더 이상 회사를 다닐 수 없어 요가를 하면서 몸을 고치기 위해 리시케쉬로
오게 되었다
달희의 생애사에서 보이는 것처럼 과로 심신의 질환 자아를 잃었고 왜
사는지 모르겠다는 느낌이 긴 하게 엮여 나타나다가 탈조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한국인 장기여행자들에게 흔한 서사이다 인도의 장기여행자 중 보기
드물게 성공적인 궤도를 달리는 듯했지만 역시 같은 이유로 탈조선한 다음
314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대학생의 사례도 이를 잘 보여준다
관욱(2011년 당시 26세 남)은 서울의 일류 공과대학의 4학년이었다 관
욱은 4학년 여름까지 취직을 위해 인턴 과정을 밟고 있었고 취직 시험에서
최종 면접을 몇 개 남겨둔 상태였다 고등학교 때 985172지구별 여행자985173(류시화
2002)를 읽은 이후 막연히 배낭여행을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가지고 있었지만 주변 사람들은 다들 대학원에 가거나 빨리 취직하는 분위
기였고 해외에 간다고 해도 유럽으로 아니면 유명 대학의 프로그램이나
어학연수에 가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계속 고민하다가 전자공학 전공자에
대한 수요가 많아 취업 걱정이 없다는 점 지금 못 가면 40~50대 때 후회할
것 같다는 점 회사에 한 번 들어가면 회사를 그만두지 않는 한 6개월짜리
여행은 할 수 없다는 점을 생각했다 관욱은 취업 준비를 모두 그만두고
면접도 포기하고 여름 내내 육체노동을 하면서 인도 여행 자금을 모았다
관욱은 늘 아침밥만 먹고 점심 저녁은 굶으면서 공부했다 전공 5~6개 과목
의 시험이 매 학기 각각 4번씩이나 있고 프로그램 프로젝트를 2개씩 하다
보니 항상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관욱은 ldquo어쩌면 스트레스 받는데 의식
못 했을 수도 있었다rdquo고 회고한다 관욱은 ldquo한국에서는 시험이나 프로젝트
가 늘 마음에 있었고rdquo 회사 면접을 보면서는 ldquo연봉보다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rdquo 하는 고민에 계속 마음이 무거웠다 그러
다가 인도에 오기 전에 몸이 아파 병원에 들렀고 놀랍게도 20대 중반의
나이에 위궤양 빈혈 고혈압 진단을 받았다 관욱은 인도에 오게 된 계
기를 다음과 같이 털어놓았다
한편으로 기대한 바는 한국 문화에서 떨어져 있고 싶었어요 어떤 사회적 자
아 그렇게 형성된 자아가 너무 세서 내 내면의 목소리라는 걸 들어볼 생각도 안
하고 들어보지도 못했어요 작은 거라도 그래서 여기서 나가보면 내가 직접 느껴
볼 수 있지 않을까 절실히 필요하면서도 내 내면의 목소리 이런 게 너무 피상적
으로 느껴졌었죠
관욱이 인도로 탈조선하면서 가장 바란 것은 한국 문화 사회적 자아에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5
매몰된 내면의 목소리를 찾는 것 즉 자아 찾기였으며 이것은 망가진 몸을
치유하고 휴식을 취하는 것과 접하게 엮여서 나타났다 관욱은 한국에서
는 성공을 향한 길을 안정적으로 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진정으
로 원하는 일을 하지 못하고 몸의 요구나 내면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바쁘게
살아야 하는 한국 문화에 순응하며 살아오다가 문득 몸이 망가진 것을 발견
했다 관욱은 연구자와 나눈 대화 속에서 ldquo쉬고 싶다rdquo는 표현을 끝없이 계속
했다 가이드북에서 리시케쉬 부분을 펼쳤을 때 ldquo락쉬만줄라에 노을 지는
장면 사진이 나왔는데 이것을 보고 여기서는 여유롭게 시간을 가져도 좋겠
다 한국에선 잘 못 가지는 시간이니까rdquo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였으며
오기 전에 ldquo가서 어떤 식으로든 순간을 즐길 수 있음 그럴 수 있기만 하면
좋겠다rdquo 하고 생각했다고 하였다 리시케쉬에 도착해서는 ldquo여기서는 순간을
한 번 그렇게 지내보자 한국에선 걱정이 너무 많으니까 시험이나 프로젝트
가 늘 마음에 있으니까 여기선 햇볕 산책 다 해보자rdquo 하고 결심했다고 하였
다
이처럼 많은 한국 청년들이 휴식에 대한 갈망을 표현하였다 이번 여행의
목적을 묻는 연구자에게 유정은 이렇게 대답했다 ldquo계속 다니면서 나를 더
들여다보는 거죠 나는 누구인가 10대 때 고민했던 거 다시 한 번 그래서
이렇게 좀 다니면서 생각 좀 많이 하면서 그래서 좀 스스로 좀 내면적으로
좀 강해졌음 좋겠다 그리고 현실에서 탈피하고 싶고 그게 좀 안 돼요 일만
하면 일만 생각해요rdquo
유정 또한 탈조선의 계기를 ldquo나를 들여다보는 것rdquo 즉 자아 찾기라고 얘기
하고 있으며 그것을 현실 탈피와 내면이 강해지는 것과 연결시키고 있다
유정은 한국에서 회사 문화의 불합리함 인간관계에 의한 스트레스로 폭식
증 소화불량 단기간에 25kg이라는 급격한 체중 증가 그리고 이로 인한
무릎 허리 목의 통증에 시달렸다 그래서 휴식과 치유가 절실하여 탈조선
하게 되었고 몇 달간 푹 쉰 뒤에는 ldquo다시 사회에 돌아갔을 때 그런 스트레스
나 이런 것들에 대해서 사람관계에서 오는 것들은 내가 좀 커트할 수 있는
사람rdquo이 되고 싶어 요가를 시작했다고 하였다
316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위의 사례들이 보여주는 바처럼 한국 청년들이 헬조선을 탈출하는 이유
는 휴식 치유 자아 찾기를 통한 헬조선 해독이 너무나 절실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활동을 다른 곳도 아니고 인도에서 하는 것일까
앞의 사례에서 달희는 휴식 자아 찾기의 욕망을 인도에서 추구하게 된
이유로 ldquo인도는 한국에서 지내는 것보다 한 달에 쓰는 생활비가 더 적을
거라는 생각rdquo ldquo일을 하지 않고 요가만 하면서 먹고 자고 할 수 있고rdquo ldquo인도
는 요가의 본고장이기 때문이라는 믿음rdquo이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다른
사람들이 인도에 온 계기도 대부분 이와 비슷하다
달희가 말한 것처럼 이러한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저렴한 물가이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유럽이나 미국에서 장기체류를 하지
않는 핵심 원인은 물가가 비싸 오래 머물 수가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 최대
한 많은 것을 볼 수 있도록 하루하루 빡빡한 일정을 짜고 꼭 필요한 날수만
큼만 머물게 되는 이런 선진국으로는 휴식을 취하러 가지 못한다 그러나
인도 리시케쉬에서는 300~500달러만 있으면 한 달간 깔끔한 싱글룸에서
묵으며 최고의 요가 수업을 받고 여유롭게 식사와 간식을 즐기며 지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좋은 자연환경과 문화적 매력까지 있다 리시케쉬는 갠지
스강과 히말라야 산맥이 만나는 성지로서 자연환경이 아름답고 요가의 본
고장답게 훌륭한 요가 수업들이 많이 있다 달희의 말처럼 ldquo요가만 하면서
먹고 자고 할 수 있는rdquo 최적의 환경인 것이다 이러한 환경은 여행 가이드북
과 여행자들이 남긴 여행기에도 잘 기술되어 있으며 실제로 놀라운 치유의
효과를 낳는다 이러한 소문은 수많은 여행자들을 유혹한다
이처럼 개발도상국에서 장기체류하는 선진국의 여행자들에 대해 그러한
이동의 핵심 원인이 더 나은 삶의 질을 위한 것이라고 보고 개념화한 것이
바로 라이프스타일 이주이다 인도에 대한 사례 연구로는 바라나시의 서구
인 장기체류자들을 참여관찰하면서 이들을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로 보고 그
라이프스타일의 특징을 분석한 코펠라(Korpela 2009)의 연구가 있다 바라
나시는 인도 악기를 배우는 장기체류자들이 집해 있는 곳인데 코펠라에
의하면 이들은 대부분 인도 악기를 연주하고 요가와 명상 자선사업을 하며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7
엄청난 시간을 친구들과 어울리는 데 쓴다 이들의 삶은 느리고 빡빡한 매
일의 일정이 없으며 물질적 소유는 적고 현재를 즐길 시간이 많다 코펠라
는 이들이 가능한 곳에서 더 나은 삶을 찾으며 물가가 싸고 영적sdot예술적
의미와 결부된 곳에서 더 나은 삶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이용하는 것이라
고 해석하였다
인도의 장기체류자들이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이동하는 방향성은
이렇게 해석할 수 있겠으나 문제는 라이프스타일 이주라는 개념은 이들이
고국에서 인도로 한 번 이주한 다음 영구히 정착한다는 인상을 준다는 것이
다 그러나 사실 인도의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들은 대부분 3~6개월짜리 관광
자 비자로 인도에 장기체류하는 여행자들이며 비자를 갱신하기 위해 이웃
나라를 방문하거나 돈을 벌거나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자주 고국으
로 귀국한다 또한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헬조선 탈출 여행자들은 이 글의
서두에서 보았던 것처럼 호주 등 선진국에서의 노동 다른 동남아 국가들에
서의 여행 등 다양한 이동 루트를 거친다
이처럼 오랜 기간 다양한 장소들을 떠돌다 보면 이들의 탈조선 여행 이후
의 삶은 어떻게 변화할까
6 탈조선 여행 이후의 삶의 변화
이 장에서는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을 했던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이들에게 나타나는 lsquo집rsquo의 의미 변화를 살펴본
뒤 이들의 이동성을 라이프스타일 여행 및 라이프스타일 이동성이라는 개
념과 연결 지어 살펴본다
1) lsquo집rsquo의 의미 변화
탈조선하여 떠도는 사람들에게 집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왜 그렇게
318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오래 돌아다니냐는 연구자의 질문에 현정은 이 글의 서두에 인용한 것처럼
ldquo집에 가기 싫어서요rdquo라는 답과 함께 이제는 집이 불편하다는 말까지 했다
ldquo이제 집에 가도 제가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닌 것 같아요 불편해요 그래서
또 나오고요 엄마가 밥을 하루에 3번씩 해주시는데 처음에 빵만 하루에
3번 먹으면 속이 거북한 그 느낌처럼 밥에서 그런 느낌이 나던데요rdquo
현정의 말은 2가지 생각해볼 문제를 남긴다 첫 번째는 한국 사람인 현정
이 밥을 먹으면 속이 거북하다는 지점이다 지금은 약간 옅어지기는 했지만
한국의 해외여행 역사상 언제나 여행 경험담의 중요한 부분이 되어왔던 것
은 며칠만 외국을 여행해도 김치와 된장찌개가 그립고 한국인이라면 역시
밥을 먹어야 힘이 난다는 정서 그리고 한국인을 만나서 김치에 소주를 함께
먹으며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공유했던 정겨운 경험 등이다 이와 비교
할 때 현정과 같은 청년들에게서는 지금까지 한국인에게 lsquo밥rsquo으로 체화되어
있던 한국적 정서와 정체성이 옅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한국적 정서와 정체성이 옅어지는 것은 공간적으로도 체험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이 두 번째 지점 즉 ldquo집에 가도 제가 있어야 할 자리
가 아닌 것rdquo처럼 불편하고 그래서 또 외국으로 나간다는 말이다 과거 많은
한국인 여행자들은 lsquo나의 집rsquo 그리고 이를 확장한 lsquo내 나라rsquo가 세상에서 가
장 편안한 곳이라고들 이야기해왔으며 여행작가 한비야처럼 여러 언어를
구사하고 외국여행을 많이 한 사람도 틈날 때마다 집과 고국에 대한 그리움
을 토로하곤 했다 이처럼 집과 고국은 한 사회적 인간의 근원이자 지향점으
로 체화되어 있었고 그것이 당연하게 여겨져 왔으나 오늘날 현정과 같은
젊은이들은 여기서 불편함을 느끼고 탈출까지 감행한다 이러한 인식은 달
희의 말에서도 잘 드러난다 달희는 요가 연습 도중에 갑자기 눈물이 나서
소품실에 들어가 울다 나온 적이 여러 번 있었다 나중에 연구자가 이유를
물어보자 ldquo집에 가면 할 일도 없고 가고 싶지 않아서rdquo 울었다고 하였다
달희는 ldquo한국에 있으면 내일 할 일뿐만 아니라 그 동안 해왔던 일과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rdquo며 부담감을 드러냈다
이처럼 탈조선 여행자들에게 가족들이 사는 집 그리고 고국은 점점 불편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9
한 곳이 되어가며 잠시 돈을 벌거나 비자를 연장하기 위해 혹은 의료 혜택
을 받기 위해서와 같은 실용적인 목적을 위해 들르는 곳으로 변화되어 간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이들은 지속적으로 떠돌거나 고국을 주 거주지
로 하면서도 외국을 계속 돌아다니는 이동성이 증대된 삶을 살게 된다
2) 이동성의 증가
헬조선 탈출 이후 현정처럼 노동과 장기체류라는 순환을 지속적으로 반
복하며 계속 장기여행 중인 사람도 있지만 장기여행을 끝낸 후 한 장소에
정착하여 사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다면 장기여행을 끝낸 후 탈조선 여행자
들의 삶은 어떻게 변화되며 어떠한 새로운 특징이 나타날까 본 연구에서
는 다음 2가지 패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 번째 패턴은 요가와 같이 특정한 활동을 중심으로 증가된 이동성과
직업적 경력을 연결시키는 것이다 달희의 경우 요가를 배우기 위해 수년째
한국-인도를 오가다가 도중에 결심하고 요가 강사가 되었다 연구자와 만났
을 당시 달희는 인도에 3번 왔던 상태였다 수개월씩 여러 장소에서 각기
다른 요가를 배우기를 3년간 반복하다가 2012년 7월부터는 3년간 쭉 방콕
에서 머물며 강사 트레이닝 코스를 밟았다 2015년에는 귀국하여 요가 강사
자리를 알아보는 한편 지속으로 태국 인도 등에서 요가 워크숍에 참석하고
있다
이처럼 헬조선 탈출 여행자 중 요가 수련자들은 리시케쉬를 포함하여
요가를 배우거나 수련할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하는 삶의 방식을 유지한다
계절과 선호하는 강사의 존재 여부 등 다양한 조건에 맞추어 인도 내에서
이동하기도 하고 요가의 새로운 내용이나 전수 방식을 외국의 강사에게 배
울 수 있거나 또 다른 머물기 좋은 장소가 발견되면 인도를 벗어나 다른
나라로 이동하기도 한다 서구인들에 비하면 한국인의 이동 범위는 좀 더
아시아 위주로 한정되어 있는데 주로 한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지내다가 가
320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끔 태국 등 동남아 국가의 요가 센터나 요가 워크숍에 참여하는 형태이다
물론 이동 중간중간에 워킹 홀리데이로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일하거나 한
국에서 일하며 여행 자금을 단기간에 마련하기도 한다
요가 수련자들이 이처럼 계속 요가를 배우며 이동하는 것은 더 나은 요가
강사가 되도록 하는 이동성 자본(mobility capital)(Bell 2013 24)으로 기능
할 수도 있다 벨은 끊임없이 돌아다니는 음악 연주자들을 라이프스타일 여
행자로 분류하면서 이들이 경제적 부 대신 개인적sdot직업적 풍요로움 등의
형태로 이동성 자본을 획득하였으며 이들이 영원히 혹은 가장 중요하게
닻을 내리는 것은 한 지리적 장소가 아니라 그들의 일이라고 분석한 바 있
다 이들의 이동성은 전문적 수련의 일부가 되며 이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이처럼 이동성이 성공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것은 요가 강사들
에게도 마찬가지인데 요가의 기원지인 인도에서 유명한 스승에게 배웠다는
것은 그 요가 강사의 진정성과 정통성 그리고 그 결과로서의 지식을 보증하
는 상징으로도 기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렇게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는
요가 수련자들은 더 나은 삶의 방식을 찾기 위해 여행하는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라기보다는 여행 자체가 삶의 방식인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라는 개념
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동 중인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에 대해 연구한 얼스킨과 앤더슨에 의
하면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에게 초기의 이동성은 집에서 탈출하거나 사회
적 압력과 기대를 피하기 위해 추구될 수 있지만 점점 자아 창조라는 의제
를 중심으로 하게 된다(Erskine and Anderson 2013 140-141) 요가 수련
자들도 초기에는 한국을 탈출하는 것이 목적이었다가 나중에는 점점 더 나
은 요가 수련자가 되는 데 집중한다는 점은 이런 특징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의 증가된 이동성이 이후의 삶을 변화시키는 두 번째 패턴은 첫 번째
패턴과 겹칠 수도 있는데 장기여행에서 귀국하여 한국이 주거주지가 되더
라도 마음만은 계속 탈조선 상태에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계속
단기여행을 다니는 식으로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면서 직업 인간관계를 이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1
전과는 다르게 조직하기도 한다 지연의 경우 귀국 후 외국인과 결혼했고
요가 강사가 되어 일 년에 보통 2~3회씩 일본 동남아 등지로 요가 워크숍을
가는 한편 1~2개월씩은 인도에서 요가를 수련한다 지연은 ldquo호주나 유럽
캐나다 같은 곳은 도시여도 자연이 있고 여유가 있고 비슷한 가치관을 중요
시하는 사람들 속에서 살고 싶은데 한국에선 뭐 하나 충족시켜주는 게 없는rdquo
현실에 대해 불평하였다 그러면서 ldquo기존 회사를 그만두고 요가만 하는 걸
로 결정한 것rdquo ldquo원치 않는 정신적 스트레스 관계 이런 걸 최대한 만들지
않는 쪽으로 생활반경을 컨트롤하는 것rdquo은 ldquo최대한 이 헬조선의 영향을 받
지 않는 생활rdquo을 영위하기 위함이며 ldquo이젠 제가 사는 방식을 바꿔서 제
생활반경만큼은 헬조선이 안 되도록 말뚝 박고 공간확보를 한 것 같다rdquo고
말했다
본 연구의 대상자들 중 아직 선진국으로의 이주에 성공한 사례는 없지만
이렇게 이동성을 증대시킨 삶을 사는 사례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7 결론
본 연구에서는 오늘날 한국 젊은이들의 장기여행 현상을 헬조선 담론과
연결시키고 그 동안의 관광이나 이주 개념으로 설명되지 않던 부분들을 이
동성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하였다
본 연구에서 발견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 젊은이들의 장기여행
은 한국의 사회구조와 문화에 대한 불만을 가진 청년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며 헬조선 담론을 잘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
기여행 혹은 탈조선 여행으로 부를 수 있다 둘째 탈조선 여행의 이동 경로
는 계급에 따라 이원화되어 나타난다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장기여행은 중
하류층 청년들이 한국이나 선진국에서의 노동-개발도상국에서의 장기체류
를 반복하는 양상으로 나타났다 셋째 헬조선 탈출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오래 머무는 인도에서 주로 추구하는 목표는 휴식 치유 자아 찾기를 통한
322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헬조선 해독 활동이라 할 수 있다 넷째 이들이 탈조선 여행을 마친 후 나타
나는 삶의 변화로는 집의 의미가 변화하고 이동성이 증가하는 패턴을 들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크게는 전 지구적 이동성의 증가 관광과 이주의 경계가
흐려지는 추세 오늘날 청년들이 노동시장 진입을 비롯하여 점점 더 사회로
부터 배제되고 있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현실 등이 맞물려 나타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이후에 나타나는
개인적sdot사회적 변화는 인류학적으로 아주 흥미로운 현상일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이론화를 위해서는 앞으로 다음 지점들에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이다
첫 번째는 탈조선 여행자 혹은 탈조선 여행에서 얻은 이동성 자본을 직업
으로 전환시킨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이 나이가 들어도 계속 그러한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서구에는 60대
70대 노인 중에도 그런 사람들이 많지만 이는 복지제도가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90년대 이후 증가한 한국의 장기여행자들 중에서는 아무리 lsquo자유
로운 영혼rsquo의 소유자라 해도 부모가 나이 들기 시작하면 자식이 병원비를
부담해야 하고 자신의 노후대책을 직접 마련해야 되기 때문에 당장의 생계
유지에 급급한 생활인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과거의 장기여행과는
달리 오늘날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은 한국에서의 직업적 기반이나
경력을 쌓지 못한 청년들의 여행이며 강력한 구심력을 가진 한국에서의 탈
출이다 따라서 이들이 한국으로 돌아와 생활인이 되는 것이 힘들다면 대안
적으로 어떠한 직업적 가족적 삶이 가능할 것인가
두 번째는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에 라이프스타일이라는 개념을 연
결시킬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연구자는 본문에서 탈조선 여행자들에 대
해 현존하는 개념 중 가장 가까운 라이프스타일 여행자 및 라이프스타일
이동성에 기대어 설명하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사실 라이프스타일은 소비를
중심으로 하는 개념이라는 점에서 생존을 위해 탈출한 사회에서 배제된
청년들을 분류 혹은 설명할 수 있는 명칭이 될 수 있는지 어떠한 다른 개념
으로 보완 확장이 가능한지는 향후 중요한 연구과제라 하겠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3
이러한 지점들에 유념하여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양상 및 그 결과
를 탐구하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의 이탈자들에 대한 성찰적 연구가 되는
것은 물론 전 지구적인 인간의 이동에 대한 새로운 이론을 확립하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다
논문접수일 2016년 5월 31일 논문심사일 2016년 7월 2일 게재확정일 2016년 7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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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7
ltKey conceptsgt Hell-Joseon long-term travel tourism migration lifestyle
migration lifestyle traveler lifestyle mobility
Long-term Travel as lsquoEscape from Hell-Joseon
A Research about Korean Travelers in India
Lee Minyoung14)
This research connects Korean young mens long-term travel with the
ldquoHell-Joseonrdquo discourse popular in Korea nowadays and explores the
so called lsquoescape from Hell-Joseonrsquo phenomenon and changes of their
lives after the trips with the concept of mobility since tourism and
migration cant explain it well A participant observation in India found
that the Korean long-term travelers are characteristic as the followings
1) Long-term travel is popular among the youth who complains about
the social structure and culture of Korea and their travel reflects the
ldquoHell-Joseonrdquo discourse So we can call this travel as escape from
Hell-Joseon 2) The travel routes of are differentiated according to the
class This research mainly deals with the circulation route of doing
physical labor in developed countries and relaxing in developing
countries popular among the lower middle class 3) Most of the travelers
often stay in India for a long time and their main purpose is
detoxification from Hell-Joseon through relaxation healing and
searching for the self 4) After they finish the long-term travel the
PhD Candidate Department of Anthropology Seoul National University
328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meaning of home is changed and their mobility is increased That
phenomenon seems to be entangled with the increasing global mobility
the blurring trend between tourism and migration and the structural
problem which excludes young men from entering the labor market and
the society in Korea Researching the backgrounds aspects and results
of escape from Hell-Joseon will be a reflective study about Korean
society and help to construct new theories about global movement of
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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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집 갖기 어메니티(amenity) 이주5) 계절 이주 등의 현상을 총괄하는
개념이다 이들에 의하면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는 파트타임이나 풀타임으
로 영구적으로 혹은 한시적으로 생활비용과혹은 땅값이 더 저렴한 나라로
삶의 질로 느슨하게 정의되는 어떤 다양한 이유로 움직이고 있는 상대적으
로 부유한 개인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OReilly and Benson 2009) 라이프
스타일 이주자들이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의 근본적인 특징은 일과 삶의
균형 다시 맞추기 삶의 질 향상 제약에서의 자유 등이며 이런 새로운 방향
설정 전략을 통해 이주자들은 더 나은 삶을 추구한다 라이프스타일 이주자
들은 여행을 다니면서 자신의 선호를 파악한 뒤 이주할 곳을 정하는 즉
관광에서 정보를 얻는 이동성(tourism-informed mobility)(Williams and
Hall 2000)을 어느 정도 보여주지만 라이프스타일 이주라는 개념은 북유럽
에서 남프랑스로 영국에서 스페인으로 이주하는 것처럼 주로 한 번의 이동
에 대한 것이다(Benson and OReilly 2009) 라이프스타일 이주라는 개념
은 과거의 이주 개념에 비하면 그 외연이 확장되었으나 여전히 고전적인
이주 개념에서는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며 따라서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더
유동적인 이동성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포착하지 못한다
이주의 개념이 확장되어가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본 연구에서 주
목하는 장기여행을 다루기 힘들다는 두 번째 문제의식이 이 지점에서 나타
난다 이 문제의식에 공명하는 개념 두 가지가 바로 라이프스타일 여행
(lifestyle travel)와 라이프스타일 이동성(lifestyle mobility)이다 코헨
(Cohen 2010 2011)에 의하면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는 일시적인 혹은 정상
적 삶에서의 일탈로서의 휴가가 아니라 기약 없는 여행을 추구하는 사람으
로 정의된다 일반적인 의미의 관광자(tourist)6)와 여행자(traveler)가 여행
이 끝난 후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간다면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는 이러한 귀
환을 거부하며 여행을 삶의 규범이자 방식으로 변형시킨다 라이프스타일
5) 경제적 이유보다는 환경적 사회적 이유로 시골 공동체 등의 지역으로 이동하는 이주
6) lsquotouristrsquo는 일반적으로 lsquo관광객rsquo으로 번역되어 왔으나 최근에는 lsquo손님rsquo 개념을 포함한 lsquo관광
객rsquo보다는 중립적인 느낌의 lsquo관광자rsquo라는 번역을 이용하자는 움직임이 있으며 이 글에서는
이에 따른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297
여행자는 친구들을 방문하거나 가족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원래의 집으로
짧게 돌아가거나 여행비를 벌거나 여행 경험을 반추하기 위해 고국으로 잠
시 돌아갈 수는 있지만 경력이나 집보다는 여행에 헌신한다
한편 라이프스타일 이동성이라는 개념은 점차 이주와 여행의 경계가 모
호해지는 전 지구적인 변화 속에서 인간의 이동을 이민이나 관광에 한정지
어 생각하지 않고 그 이동성 자체에 주목하자는 새로운 이동성 패러다임
(Sheller and Urry 2006 Urry 2007)에서 비롯한다 최근 전 지구적으로
이민과 관광 사이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사회과학에서 주로 분리되어 연구
되어 오던 이 두 개념의 상호연결성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두 현상
을 함께 연구해야 한다는 점이 지적되어 왔는데(Williams and Hall 2000
OReilly 2003) 라이프스타일 이주가 그 한 가지 시도였지만 이주 개념의
한계를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했다 이후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것처럼 라이
프스타일 이주에 비해 더 유동적이고 지속적이며 역동적이고 다중적인 과
정을 가진 장기여행의 이동성 자체에 주목하기 위해 등장한 개념이 바로
라이프스타일 이동성이다 이 개념은 라이프스타일 선택으로서의 이동성을
강조하는데 일회적인 한 방향으로의 이동을 강조하는 이주 그리고 집으로
돌아간다는 가정을 가진 관광이라는 개념과 달리 원래 집으로 돌아갈 의도
를 전제하지 않는다 출발점으로의 귀환 혹은 이동 과정 중 어느 다른 점으
로의 이동 모두가 라이프스타일 이동성의 일부분이 될 수 있다 라이프스타
일 이동성은 반드시 돌아가야 할 하나의 lsquo집rsquo이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흐르면서 돌아가고거나 다시 방문할 복수의 lsquo집들rsquo이 있을 수 있다고 보며
결국 지속적인 이동을 다룬다 이렇게 증가된 이동성은 다중의 소속장소를
만들면서 초국가성을 보일 수 있다(Cohen Duncan and Thulemark 2013)
본 연구는 국경을 넘는 인간의 이동에 대한 이러한 이론들을 중심으로
한국 청년들의 장기여행 현상의 특징과 배경을 입체적으로 분석해보고 향
후에 어떻게 이론적 보완이 가능한지 그 가능성 또한 제시해보고자 한다
298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2 연구 대상 및 방법
본 연구의 핵심적인 장소는 인도의 리시케쉬(Rishikesh)라는 소도시이다
인도는 한국 청년들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장기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들르
고 또 오랫동안 체류하는 대표적인 나라이다 넓은 인도 중에서도 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장소는 lsquo세계 요가의 수도rsquo로 불리는 리시케쉬 티베트 망명
정부의 수도로서 달라이 라마에게 설법을 듣고 티베트 불교와 문화를 배울
수 있는 다람살라(Dharamsala) 인도 전통음악 및 종교의 중심지 바라나시
(Varanasi) 히피 문화와 트랜스 음악의 성지인 고아(Goa) 사막 위의 힌두
성지 푸쉬카르(Pushkar) 등이다 많은 장기여행자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
을 배우거나 분위기가 좋다는 이유로 이 장소들 중 한 곳에 수개월씩 머물
기를 반복한다
본 연구에서 장기여행자들을 연구하기 위한 최적의 장소로 리시케쉬를
선정한 이유는 전 세계에서 온 장기여행자들이 수개월씩 함께 공동체적인
생활을 하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리시케쉬는 세계 요가의 수도로 불릴 만큼
다양한 요가 수행처가 있을 뿐 아니라 인도의 전통의학인 아유르베다 의학
자연요법 마사지 레이키(Reiki) 등 보완대체의학과 뉴에이지(New Age)
계열의 다양한 프로그램들과 상품들이 판매되고 있어 진지한 장기여행자들
이 많다 연구자는 리시케쉬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인기 있는 아쉬람7)과
게스트하우스에서 묵으면서 요가 수업과 다양한 뉴에이지 수업에 참가하는
한편 외국인들이 모이는 식당과 주변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한국 청년들을
만나 이들의 삶과 여행 패턴에 대한 조사를 수행하였다
본 연구의 핵심이 되는 자료는 연구자가 석사논문을 작성하기 위해 2010
년 12월에서 2월 그리고 2011년 9월에서 12월 두 차례에 걸쳐 총 약 4개월
간 참여관찰 설문지 조사 면접 및 문헌 조사의 방법으로 리시케쉬에서 수
7) 아쉬람(ashram) 인도의 수행공동체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299
행한 현장연구에 기반한다 한편 연구자는 석사논문 작성 후에도 2012년
12월에서 1월 2014년 7월에서 8월 두 차례에 걸쳐 총 2개월간 리시케쉬에
머무르면서 후속 연구를 하였으며 리시케쉬에서 만난 사람들과 계속 페이
스북(Facebook)을 통해 소통하였다 이를 통해 이들의 귀국 후의 일상생활
과 크고 작은 여행 수년간의 삶의 변화를 더 길고 더 넓은 시간적 공간적
흐름 속에서 관찰할 수 있었다 이 중에는 페이스북 채팅과 한국에서의 만남
을 통해 근황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온 연구대상자들도 있다 이러한 후
속 연구는 본 연구의 관점을 발전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인도는 지구상의 그 어느 관광지들보다 장기여행자들이 많이 모이며 함
께 lsquo진하게rsquo 어울리면서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덕분에
심층면접을 하지 않은 사람들의 여행 패턴도 쉽게 알 수 있었지만 특히
라뽀를 형성한 사람들에게는 공식적인 심층면접을 통해 이들의 한국에서의
삶은 어떠하였는지 인도와 리시케쉬를 방문하기까지의 이동 루트는 어떠한
지 리시케쉬를 찾게 된 이유와 이곳에서의 활동은 어떠한지 이후의 이동
계획과 lsquo집rsquo과의 관계는 어떻게 변화되는지 등을 심도 깊게 질문하였으며
이들의 생애사를 최대한 수집하였다 이렇게 연구자가 리시케쉬에서 공식적
으로 심층면접한 사람 중 한국인은 총 11명이었다 이들의 부모 및 본인의
사회경제적 위치를 고려할 때 대부분은 중하류층 서민으로 분류할 수 있었
다 lt표 1gt은 공식적으로 심층면접한 한국인 11명의 나이 학력 주요 직업
과 월 소득을 담고 있는데 안정된 직장을 가진 적이 있었던 사람은 드물며
특히 20대 4명은 모두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월 70만 원~130만
원을 벌었다는 사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인도의 장기여행자들을 입체적인 시각으로 이해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된 경험으로는 연구자가 다양한 여행 방식을 직접 체험한 것 시간적
으로 넓은 범위에 걸쳐 인도 여행을 한 것 그리고 다양한 문화권 출신의
여행자들을 만난 것을 들 수 있다 연구자는 2010년 12월에 20일짜리 인도
단체 배낭여행을 인솔했으며 1990년대 중후반부터 5차례의 인도 개인 배낭
여행 동남아를 비롯하여 장기여행자들이 모이는 수많은 장소로의 개인 배
300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이름 나이 성별 학력 주요 직업 월소득
희경 49 여 대졸대기업 비서(12년)rarr자영업(2년)rarr프리
랜서
연일 45 남 석사 파트타임(포장마차 고시원 총무hellip) 거의 없음(불규칙)
달희 42 여 석사 전업 인테리어 디자이너(10년 이상)rarr
프리랜서 인테리어 디자이너420만 원rarr
병철 41 남 대졸 학원강사 무대감독 연출 파트타임(음
식배달)rarr액세서리 제작 판매
rarr120만 원
(불규칙)
지연 33 여 대졸 호텔 이벤트 코디네이터 호텔 인스펙터 2700 USD
유정 33 여전문대졸
(2년)
상담사(35년)rarr호주 워킹홀리데이rarr상
담사(25년)150만 원
인혜 30 여 대졸 컴퓨터 프로그래머(6년) 280만 원
영수 29 남 고졸 파트타임(서빙 가게 판매원 학원 실
장hellip)90만 원(불규칙)
관욱 26 남 대학생 파트타임(사무 보조 식당 서비스) 250만 원(불규칙)
승은 26 여전문대졸
(2년)
파트타임(빵공장 노동 전화상담원
조사원 요리강사 요가강사hellip)70만 원(불규칙)
은숙 23 여전문대졸
(3년)파트타임(식당) 130만 원
lt표 1gt 공식적 심층면접 대상자의 나이 주요 직업 월소득
낭여행 호주 목화농장에서의 노동을 통해 수많은 한국 청년들을 만났다
본 연구 중에는 공식적으로 심층면접한 17개 국적 50명을 포함한 다양한
외국인들과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이는 한국인들의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바라보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또한 인터넷을 이용한 의사소통도 도움이 되었는데 특히 수시로 소식을
업데이트하고 쉽게 인맥 관리를 할 수 있었던 페이스북의 역할이 컸다 항상
이동 중인 여행자들을 연구하기 위해 인터넷을 활용하는 이러한 연구방법은
린(Lean 2013)의 연구방법과도 상통한다 그는 여행을 통해 변화된 사람들
의 이동성을 이해하기 위해 자신이 실제로 여행하는 한편 자신이 직접 만나
기 힘든 사람들도 연구하기 위해 수차례씩의 이메일 인터뷰를 거치고 웹사
이트를 개설하여 넓은 범위의 참여자들과도 다양하게 상호작용한 바 있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01
린이 밝힌 것처럼 연구자도 연구대상자들이 실제로 거주하는 물리적 공간보
다 가상공간이 종종 더 접근성이 좋고 더 깊이 있는 인터뷰를 할 수 있음을
경험했다 이렇게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포함한 다현지적 접근은 이동 중인
사람들과 이동성의 연구에 적합한 방법이었다
3 헬(hell)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인도에서 만난 한국 청년들에게 왜 여행을 떠났냐고 물어본 결과 대부분
비슷한 답을 얻을 수 있었는데 한마디로 정리하면 한국은 희망이 없고 비
인간적인 삶에 지쳐서 탈출했다는 것이었다 이 장에서는 이들의 한국에 대
한 이러한 인식을 구체적으로 살펴본 후 어떤 점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헬(hell)조선 담론과 공명하고 있는지를 파악해본다 그리고 이들의 여
행을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1) 한국의 사회구조와 문화에 대한 불만
이 절에서는 청년들이 한국에서의 삶 속에서 어떤 지점에 불만을 가졌는
지부터 살펴본다 다음 사례들은 청년들이 취직이 되지 않고 취직이 되어도
소모품처럼 쥐어짜이다가 망가지기 직전에 스스로 그만두고 나왔다는 이야
기이다 이는 오늘날 청년들이 노동시장 및 사회보장제도 등 사회로부터 배
제되고 있는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현실(박수
명 2013)이 어떻게 개인에게 체험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청년들의 첫 번째 불만은 사람을 소위 lsquo스펙rsquo8)과 물질적 성취로만 판단하
는 한국 문화에 대한 것이다 2011년은 lsquo헬조선 탈출rsquo 혹은 lsquo탈조선rsquo이라는
말이 없던 시절이었지만 영수(2011년 당시 29세 남)는 외국인 친구들이
8) specification(세부적 자격요건)의 줄임말로 신상명세 등 사람이나 사물의 기본적인
능력을 나타내는 단어이다
302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ldquo왜 리시케쉬에 왔냐rdquo고 질문할 때마다 ldquo한국에서 탈출하기 위해서(to
escape from Korea)rdquo라고 대답하였다 고졸이 최종 학력인 영수의 삶에서
한국을 탈출해야 하는 맥락은 다음과 같이 나타난다
외국 가고 싶었어요 한국에 있는 게 갑갑했어요 스트레스 너무 받고 당장 내
세울 게 하나도 없으니까 경험은 많지만 자격증이 없으니까 [친구가] 여자들이
마지막에 너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너가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야
하고 말을 해줬어요 그 말이 사실이었어요 가진 게 아무것도 없었어요 직업도
돈도 없고 공부를 많이 한 것도 아니고 성과 낸 것도 없고 그래서 여자들이 널
떠나는 거라고 왜 외국을 나가고 싶었냐면 한국에 있는 게 너무 힘든 거예요
뭘 해야 될지 모르겠고 헬스장에서 일하려니까 마음이 너무 갑갑하고
여기서 영수에게 한국은 경험이나 능력보다는 자격증 직업 돈 학력과
같은 스펙과 물질적 성취로만 사람을 평가하는 곳이다 영수는 자신이 다양
한 경험이 있고 어떤 일이든 하기만 하면 남들보다 잘하며 사람들에게 항
상 인기가 많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호텔업계 와인업계 마술업계 연기업계 외식업계 체육업계 등
에서 아르바이트를 전전했을 뿐 안정된 직업을 가진 일이 없었다 영수는
이것을 한국 사회의 부조리함 때문으로 해석했다 와인업계에서 일하기 힘
들었던 것은 ldquo이상하게 한국은 나이 제한이 심해서rdquo 그리고 연기자가 되기
를 포기한 것은 ldquo한국에서는 모든 연기자는 돈을 찔러주고 들어가야 하고rdquo
ldquoPD 라인 작가 라인 주연급은 기획사에서 어주는 애들만 되기 때문rdquo이
다 즉 영수에게 한국은 부당하고 불공정한 관행이 횡행하는 곳이며 열심
히 노력해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없는 갑갑한 공간이었다 영수가 인도에서
요가 강사 자격증을 취득하려는 것은 이러한 희망 없는 한국을 벗어나 외국
에서 요가를 가르치면서 살기 위함이었다
두 번째는 취직이 되지 않는 현실이다 대학 졸업 후 몇 년간 노력했으나
결국 취직을 포기한 승은(2011년 당시 26세 여)은 인도에 오기 전까지 항상
짜증이 나 있는 상태 불만이 있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03
모든 게 다 짜증이 났던 것 같아요 내가 왜 이러고 있나 이런 거 왜냐하면
아무도 본인의 미래를 그렇게 상상하진 않잖아요 내가 상상했던 미래와 너무 다
르게 가고 있고 전 스무 살만 되면 모든 게 다 내 뜻대로 할 수 있고 모든 게
다 잘 될 거라고 막연한hellip 어른들이 항상 그러잖아요 스무 살만 돼라 근데 스무
살 돼도 별다른 게 없죠 대학 졸업해도 별 다른 게 없지 그 과 선택한 것도 단
지 취업 때문에 선택한 건데 내가 좋아하고 가고 싶었던 과를 포기하면서까지
간 건데
승은은 어차피 취업도 안 되는데 원하는 전공을 포기하고 딴 과에 가게
만들었던 어른들을 원망했다 승은은 ldquo자잘자잘 알바도 대충대충 하고 마트
계산원 알바도 해주고rdquo 살았지만 지루했다 ldquo내색은 별로 안 했지만 짜증나
고 취업도 잘 안 되고 어디론가 좀 떠나고 싶었고 새로운 거 느끼고rdquo 싶었
고 엄마가 ldquo새로운 걸 했으면 하는 눈치rdquo를 주는 것이 괴로웠다 이처럼
취업이 되지 않는 것이 본인의 책임이 아니고 본인도 괴로운 상황에서 가족
과 주변 사람들의 눈치까지 봐야 하는 현실이 부담스러워 탈조선했다고 하
였다
세 번째는 죽도록 과로해야 하는 한국의 노동 문화이다 인혜(2011년 당
시 29세 여)는 한국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했다 월~목요일에는 밤
9~10시까지 늘 야근을 했고 가끔 밤샘도 했다 몸이 점점 나빠졌다 스트레
스를 받으면 ldquo데굴데굴 구를 정도rdquo로 위가 아프곤 했으며 ldquo옷에 스치면
뼈마디까지 아팠다rdquo 아파서 회사를 일주일씩 쉬기도 하다가 결국 1년 8개
월만에 회사를 그만두었다 1년간 쉬려고 했지만 ldquo6개월 이상 놀면 거지를
못 면한다rdquo는 지인의 충고에 겁이 났고 스스로도 ldquo백수 되는 거 아닌가rdquo
싶어 슬슬 불안해졌다 결국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4개월 만에 또 취직했
지만 새 회사는 일이 더 힘들었다 인혜는 ldquo남들은 잘 하는데 나도 버텨보
자rdquo 하고 오기를 부리며 3년간 다녔지만 ldquo과장 이상 가면 버티기 힘들겠구
나rdquo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와중에 친구가 호주에 간다고 하자 ldquo1초도 고
민하지 않고rdquo ldquo나도 가rdquo 하고 말해버렸다 그 후 정보를 모으다가 행로를
변경하여 필리핀 보라카이로 어학연수를 떠났고 동남아와 인도까지 장기여
304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행하게 되었다
인혜는 ldquo이때까지 교육받고 살아온 게 늘 뭔가 하고 있어야 하고 한국
사회에서는 특히나 늘 일하고 있어야 하니까rdquo 아무리 아파도 마음 놓고 쉰
적이 없다고 하였다 평생 남의 시선을 신경 쓰면서 살아온 인혜는 탈조선
수개월 후 ldquo이제는 회사 복귀할 생각이 전혀 없어요 이젠 치열하게 살고
싶지 않아요 돈을 조금 벌더라도 조용히 평화롭게 내 시간 많이 가지고
내가 흥미 있는 부분을 전문적으로 발전시키고 싶어요rdquo라고 잘라 말했다
네 번째는 불합리한 조직문화이다 달희(2011년 당시 42세 여)는 중국에
서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일했다 앞 사례의 인혜처럼 너무 과로하여 각종
병을 달고 살다가 인도로 와서 장기체류하면서 요가를 배웠다 그러다가 한
국에서 수개월씩 일을 하고 인도로 돌아오기를 몇 번 반복했는데 그 중간
에 다녔던 회사의 획일적인 조직문화는 견딜 수 없이 피곤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삶의 방식까지 비슷해지지 않고서는 함께 일하는 게 거
의 불가능에 가까워 24시간 중에서 14시간 이상을 함께 있다 보면 세끼 밥을 같
이 먹어야 하고 세끼 밥을 같이 먹으니까 메뉴에 있어서도 그렇고 노는 시간조
차 함께 해야 하고 자는 것도 같은 숙소에서 자야 하는 경우가 있고 평소에 하는
모든 얘기 심지어 간식도 같이 먹어야 하고 너무나 많은 부분을 같이 해야 하기
때문에 나만 너무 다른 삶의 방식을 가지고 있으면 그들에게 배척당하지 그런
모든 것들 때문에 일도 같이 하기 싫어지는 거지
많은 한국 청년들이 달희처럼 조직에서 ldquo왜 너만 그렇게 다르게 행동하
냐rdquo는 눈치를 받았던 경험을 갖고 있으며 개성과 다양성을 억압하는 이러
한 한국적인 조직문화를 지긋지긋해 했다
지금까지 살펴본 이러한 불만들은 한국 청년들이 외국으로 나오게 된 주
요한 계기가 되며 최근 유행하는 헬조선 담론과도 잘 공명한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05
2) 헬조선 담론과 장기여행
이 절에서는 헬조선 담론이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청년들의
장기여행을 이와 연결시켜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으로 바라보고자 한
다
lsquo헬조선rsquo은 2015년 한국을 가장 뜨겁게 달군 신조어 중 하나로 인터넷
사이트 lsquo디시인사이드rsquo의 역사 갤러리에서 처음 사용되고 주식 갤러리에서
본격적으로 활용되다가 광범위하게 퍼져나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헬조선은
오늘날의 한국을 전근대적 계급제 사회였던 조선에 빗대는 단어로 자기비
하적인 조소가 담겨 있어 기성세대에게는 불편하게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 단어에는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급격히 심화되고 있는 불평등 및 계급격
차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 의식이 배어 있으며 여기에서 파생된 lsquo탈조선(헬
조선 탈출)rsquo이라는 단어에는 이 나라가 싫고 차라리 다른 곳으로 떠나고
싶다는 청년들의 절절한 외침이 담겨 있다 이러한 단어들이 특히 청년들의
공감을 얻어 급속도로 퍼져나가고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는 현상에 주목해
야 하는 이유는 이 단어가 오늘날의 한국에 대한 사회적 인식 이로 인한
실천 그 결과로서의 사회변동을 더 잘 살펴볼 수 있는 렌즈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탈조선 현상은 통계적으로도 증명된다 헤럴드경제가 미 시민권
공개포럼 사이트인 아이작 브룩 소사이어티에 올라온 자료9)를 인용한 기사
에 의하면 한국은 전 세계 경제 강국들 가운데 해외 이민을 떠난 뒤 모국의
국적을 포기하는 비율이 가장 높다10)(헤럴드경제 2014년 4월 28일자) 더
충격적인 것은 아직 이민을 실행하지 못해 이 통계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9) 2012년 5월 23일 Eric이라는 필자가 2002~2010년 각 아시아 나라별 통계청 자료를 인용하여
아이작 브룩 소사이어티에 올린 글이다(The Isaac Brock Society 2012년 5월 23일)
10) 이 기사에 의하면 뉴질랜드는 인구 10만 명당 45명 홍콩은 25명 대만은 152명 싱가포르는
431명인데 비해 한국은 1680명으로 비교 대상 국가 중에서 압도적으로 많다 가까운 일본
(89명)과 비교하면 20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이 기사는 ldquo한국은 국적을 상실하는 사람이 연간
25000명으로 귀화자보다 많은 유일한 아시아의 선진국rdquo이라고 분석했다
306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이민을 갈 의향을 가졌거나 준비 중인 사람들은 더 많다는 자료이다 뉴시스
가 온라인 취업포털 lsquo사람인rsquo에서 2015년 11월 성인남녀 1655명을 대상으
로 이민 의향을 조사한 결과11)를 분석한 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786
가 ldquo이민을 갈 수 있다면 가고 싶다rdquo고 답했다 한국을 떠나고 싶은 가장
큰 이유로 응답자들은 lsquo일에 쫓기는 것보다 삶의 여유가 필요해서rsquo(564
복수응답)를 꼽았으며 lsquo대체로 근로조건이 열악해서rsquo(527) lsquo소득의 불평
등 문제가 심해서rsquo(474) lsquo직업 및 노후에 대한 불안감이 커서rsquo(474)
lsquo경쟁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싫어서rsquo(463) lsquo국가가 국민을 보호해주지 않
아서rsquo(444) lsquo해외의 선진 복지제도를 누리고 싶어서rsquo(307) 등의 응답
이 뒤를 이었다 실제로 응답자들의 479는 현재 이민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민국을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복지(412)였고
이어 문화(175) 일자리 여부(131) 소득수준(67) 기후 등 환경
(58) 등이 고려 대상이었다(뉴시스 2016년 1월 18일자)
이러한 통계자료 뒤에 숨어 있는 헬조선에 대한 젊은이들의 구체적인
인식과 실천은 lsquo헬조선rsquo이라는 사이트12)에서 볼 수 있다 이 사이트의 게시
판에는 ldquo내가 헬조선을 증오하게 된 이유rdquo ldquo생존이 목표가 되어버린 헬조
선rdquo ldquo금수저13)들이 똥수저에게 게으르다 훈계하는 이유rdquo ldquo기업업자들이
니들이 낸 세금을 털어먹는 방법rdquo ldquo헬조선에 충성한 자의 최후(빡침주의)rdquo
ldquo한국인은 그 사람 아버지 직업=그 사람 수준rdquo 등 한국 사회를 비판 풍자하
는 글들이 올라온다 이 게시물들을 보면 청년들이 한국을 지옥에 빗대어
헬조선이라 부르는 이유가 생존하기도 힘들 만큼 빡빡한 현실 고착화된 사
회구조적 불평등과 부정부패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청년들은 이 사이트에서
구체적인 탈조선 방법을 공유하기도 한다 용접이나 배관 컴퓨터 등의 기술
11) 이민 의향은 연령대별로는 30대(821)의 응답률이 가장 높았고 20대(80) 40대(724)
50대 이상(59) 순이었다 이민을 가고 싶은 나라 1위는 캐나다(168)였고 호주(16)
뉴질랜드(108) 미국(96) 독일(95) 스웨덴(69) 일본(63) 핀란드(49) 스위
스(47) 등의 순이었다(사람인 2016년 1월 18일자)
12) 사이트 이름은 lsquo헬조선rsquo이지만 URL 주소는 wwwhellkoreacom이다
13) 사람을 가진 자산에 따라 금수저 은수저 동수저 흙수저 등으로 나누는 lsquo수저계급론 담론은
2015년부터 lsquo헬조선 담론과 함께 한국 사회의 현실을 고발하는 담론으로 크게 유행했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07
을 배워 미국 캐나다 호주 등의 선진국으로 이민 가는 방법에 대한 질문과
답 체험사례도 올라온다
그러나 위에서 인용한 것처럼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선진국으로의 이민만
을 탈조선이라고 할 수는 없다 현실적으로 선진국으로의 이민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높은 영어 점수와 자격증 경력 등의 스펙 및혹은 통장 잔고 증명
이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현실에 좌절한 젊은이들 중에는 일단
한국을 떠나 있기 위해 혹은 영어도 공부하고 스펙을 쌓을 자금도 마련하기
위해 워킹 홀리데이와 같이 노동을 포함한 장기여행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
가 많다 이 글의 서두에서 인용한 현정의 사례처럼 여러 선진국에서의 워
킹 홀리데이와 인도 동남아에서의 장기체류를 반복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점에서 미디어에 재현되는 것처럼 목적지를 명확하게 정하고 필요
한 자격요건을 획득하여 이민이라는 과업을 완수하는 사례는 오늘날 증가하
고 있는 헬조선 탈출 현상 중 극히 일부라고 할 수 있다 본 연구의 연구대상
자들이 가졌던 한국에 대한 불만이 헬조선 담론과 유사하며 이러한 헬조선
을 탈출하는 방법으로 장기여행을 택했다는 점에서 이들의 실천을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혹은 탈조선 여행으로 부르고자 한다 이러한 탈조선
여행 현상을 총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성공한 이민 사례에만 주목하는
시각에서 벗어나 다양한 이동 경로와 복잡한 과정 모두를 탈조선 실천의
일부로 보고 그 새로운 이동성의 양상을 파악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4 탈조선 여행의 이동 양상
이 장에서는 탈조선 여행의 이동 경로와 복잡한 과정을 구체적으로 파악
하고 그것이 계급에 따라 분화되어 있음을 보인 후 특히 중하류층 청년들
이 어떻게 선진국에서의 노동-개발도상국에서의 여행을 반복하는지를 살펴
본다
308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1) 계급에 따른 이동 경로의 분화
먼저 헬조선 탈출이 계급과는 상관없이 수많은 한국 청년들에게 공감되
는 꿈이라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 2015년에 솔직한 제목과 내용으로 크게
주목 받았던 소설의 일부분을 살펴보자
왜 한국을 떠났느냐 두 마디로 요약하면 한국이 싫어서지 세 마디로 줄이
면 여기서는 못 살겠어서 무턱대고 욕하진 말아줘 내가 태어난 나라라도 싫어
할 수는 있는 거잖아 (10쪽) hellip 이제 내가 호주로 가는 건 한국이 싫어서가 아
니라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야 아직 행복해지는 방법은 잘 모르겠지만 호주에
서 더 쉽게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는 직감이 들었어 (161쪽) hellip 나더러 왜 조국
을 사랑하지 않느냐고 하던데 조국도 나를 사랑하지 않았거든 솔직히 나라는 존
재에 무관심했잖아 나라가 나를 먹여주고 입혀주고 지켜줬다고 하는데 나도 법
지키고 교육받고 세금 내고 할 건 다 했어 (170쪽)
- 장강명(2015) 985172한국이 싫어서985173 중에서
이 소설은 한국에서 자신의 미래를 비관하는 20대 후반의 여성이 회사를
그만두고 호주로 이민을 떠난 사정을 들려주는 대화 형식의 이야기이다 주
인공은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를 다녔던 평범한 20대 청춘이다 주인공은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했지만 이 나라에서는 행복하지 않았고 결국 한국
이 싫어서 선진국인 호주로 떠났다고 말한다 이러한 주인공의 사연은 한국
의 대표적인 신문사의 사회부 등에서 기자로 일했던 저자가 치 한 취재를
바탕으로 그려낸 가장 사실적이면서도 평균적인 탈조선의 꿈이라 할 수 있
다
평범한 주인공이 이런 실천을 하는 모습에서 볼 수 있듯 헬조선 탈출은
한국 청년들에게 널리 퍼져 있는 욕망이며 한 인터뷰 대상자의 말을 빌리자
면 ldquo요즘 모여서 얘기하면 태반은 탈조선을 꿈꾼다rdquo 그러나 다 함께 꾸는
꿈도 각자의 계급과 이용 가능한 자원에 따라 실천 가능한 형태가 정해지는
것이 현실이다 가족의 자본과 본인의 학력자본이 높은 중상류층 출신 청년
들은 선진국에서 교환학생-유학을 거친 후 한국 혹은 선진국에서의 취업-선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09
진국으로의 이민이라는 경로를 많이 취하는 반면 자본이 부족한 중하류층
청년들은 한국 혹은 호주 뉴질랜드 등의 서구 선진국에서 노동하여 돈을
번 후 인도 태국 등의 아시아 개발도상국에서 장기여행을 하는 패턴을 반
복하는 이원화된 구조가 나타났다
이 글에서는 중하류층 청년들의 탈조선 현실에 초점을 맞출 것이지
만 더 입체적인 비교를 위해 잠시 중상류층의 사례를 살펴보자 화장품을
사거나 식도락 여행을 위해 종종 일본에 가는 진희(2016년 현재 24세 여)는
한국에서 태어난 것을 한탄하며 탈조선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는 대
학생이다 진희는 양친 모두가 안정된 직업을 갖고 있고 매년 2~4주씩 4인
가족이 해외로 자유여행을 갈 정도의 경제적 문화적 자본을 갖추고 있는
중산층이며 한국 최고의 학벌을 취득하는 등 모든 면에서 부족함이 없는데
왜 탈조선을 원할까 이러한 연구자의 질문에 진희는 ldquo객관적인 지표는 그
렇긴 한데 주관적인 느낌의 차원에서 가망이 없다고 많이 느낀다rdquo ldquo제가
언제든 비정규직이 될 수 있고 밑바닥으로 떨어지는 거 순식간일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rdquo고 답했다 진희는 대학에서도 좋은 학점을 4년 내내 받으며
성공적인 궤도를 달려왔다 그러나 ldquo학벌주의 사회와 경쟁적인 분위기와 과
도한 학습노동rdquo이 너무나 힘들었고 ldquo헬조선 때문에 소중한 청소년기 성장
기가 박탈당했다는 억울함과 분노가 있다rdquo고 하였다 ldquo고등학교 들어가면서
부터는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꼼짝없이 야자(야간자율학습)rdquo를 하였고
대학에 한 번에 붙어야 ldquo이 다시 겪고 싶지 않은 끔찍한 시간rdquo을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아 점심 식사 저녁 식사를 모두 포기하고 간식으로 대충 때우
며 인강(인터넷 강의)을 들었다 진희는 스스로 ldquo자기착취의 주체rdquo가 되어
ldquo모든 에너지와 시간 등등을 싸그리 수단화해서rdquo ldquo학습노동rdquo에만 매달렸다
고 회고한다 진희의 사례는 한국에서는 성공적인 궤도를 달리고 있는 것처
럼 보이는 청년들도 경쟁적인 사회 분위기에 질려 탈조선을 희망할 수 있다
는 것을 보여준다
진희는 중학교 때 985172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985173(홍세화 1995)라는 책을 읽
었는데 프랑스의 교육제도와 사회보장제도 하에서는 ldquo한국처럼 젊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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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 찌들어 살고 노후 걱정하고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게 부러웠고rdquo ldquo나는
어쩌다 우연히 한국에 태어났을 뿐인데 왜 그런 우연한 국적에 발목 잡혀서
힘들게 살아야 하나rdquo 하고 생각했다 대학 시절에는 프랑스어를 배운 후 1학
기 동안 프랑스로 교환학생을 다녀왔다 졸업 후에는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대학원을 다닐 계획이다 진희처럼 부모의 지원으로 좋은 학벌을 취득하고
빨리 탈조선의 방법과 방향을 정하며 대학을 다니면서도 노동에 매달리지
않고 공부에만 몰입할 수 있고 덕분에 외국어라는 유용한 자원을 효율적으
로 습득한 경우 ldquo탈조선 방식으로 유학을 택하는 것rdquo이 가능하다
한국에는 진희와 같은 중상류층 젊은이들이 많이 있으며 이들은 주로
유럽이나 북미의 선진국에서 교환학생이나 유학을 통해 장기체류하는 경로
를 취한다 중상류층 중 인도에서 장기체류하는 경우는 요가나 명상을 깊이
배우려는 목적에서가 대부분이며 인도를 찾는다 해도 그 이후의 삶은 앞으
로 서술할 중하류층 청년들과 크게 다르다 스스로를 ldquo금수저rdquo라고 말하지
만 인도에서 몇 번 장기체류를 했던 지연(2016년 현재 38세 여)의 경우가
그런 독특한 사례이다 아버지가 의사이고 어머니는 교양 있는 주부인 집안
에서 자라며 음악을 전공했던 지연은 이렇게 얘기했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유학을 가는 게 당연한 코스였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그렇
게 생각했었고 어느 날 문득 심한 회의가 들었고 내가 재능이 아무리 많고 아무
리 열심히 해서 유학 갔다 오고 교수가 된다 한들 작은 방에서 하루 종일 나 같
은 아이들 가르치며 햇빛도 보지 못하고 썩은 얼굴로 살겠구나 돈이나 명예가
있으면 뭐하나 인간 삶의 질이 엉망이겠구나
ldquo한국에 있으면 무엇을 해도 마찬가지rdquo일 것이라고 생각한 지연은 부모
의 후원을 받아 독일로 가서 고등학교를 다녔고 스위스에서 대학을 졸업했
다 졸업 후에는 ldquo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그 사회에서 사는 게 너무 끔찍
하게rdquo 느껴져서 태국에서 7년 가까이 직장 생활을 하였고 요가를 배웠다
지연은 고등학교 때부터 탈조선하여 계속 외국에서 지냈으며 영어와 독일
어를 유창하게 구사했지만 한국적인 삶의 방식과 성공을 요구하는 부모와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1
끝없이 충돌했다 몸은 한국에서 벗어나 있더라도 한국과 가족 등의 끈으로
묶여 있는 한 마음은 한국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결국 몇 번의 대형 충돌
을 거친 뒤 매년 인도에서 수개월씩 체류하며 마음만은 탈조선한 상태로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위의 두 사례를 보면 한국에서는 남들이 모두 부러워할 만큼 많은 자본을
가진 20대 중반의 젊은이도 스스로를 금수저라 인식하는 30대 후반의 젊은
이도 ldquo젊어서도 일에 찌들어 살고 노후 걱정rdquo해야 하는 삶 경쟁이 극심한
한국에서 사는 것을 끔찍하게 인식하며 탈조선을 꿈꾸고 실천한다는 사실
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중상류층 출신인 이들에게는 부모가 가진 자원과
그 도움으로 획득한 자신의 문화자본 덕분에 탈조선의 실천이 상대적으로
쉬운 것도 사실이다
2) 중하류층 청년들의 노동-장기여행 반복
그렇다면 중하류층 젊은이들의 탈조선 여행 이동 루트는 어떠할까 이
글의 서두에서 현정이 말한 대로 많은 청년들이 호주에서 수 개월간 일을
해서 한국에서보다 많은 돈을 벌고 그 돈으로 호주 동남아 인도를 여행한
다 그리고 돈이 떨어지면 다시 호주 혹은 다른 워킹 홀리데이 국가로 가서
돈을 벌고 다시 그 돈으로 아시아 국가들을 여행한다
리시케쉬에서 만난 한국 청년 중 가장 길게 여행 중인 현정의 구체적인
이동 경로는 다음과 같다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했던 현정은 졸업 후 ldquo취직
이 되지 않아rdquo 인도를 3개월간 여행했다 그 후 호주에 워킹 홀리데이로
가서 1년간 일한 뒤 동남아를 장기여행 했다 그 후 다시 호주에 워킹 홀리
데이로 가서 또 1년간 일했고 그 후에는 다시 동남아를 장기여행한 후 인도
에 왔다 비자가 만료되자 네팔에서 2개월간 머문 뒤 새 비자를 받아 다시
인도에 왔고 리시케쉬에서 1개월짜리 강사 트레이닝 코스를 마쳤다 현정
은 한동안 요가 수련을 한 후 뉴질랜드에 워킹 홀리데이로 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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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이상 계속 외국을 떠돌고 있는 셈이었다
현정의 부연설명처럼 수 년 전부터 동남아에는 ldquo집에 3~4년씩 안 들어간
애들rdquo ldquo집에 가기 싫은 애들rdquo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배낭여행 중에는 이런
청년들을 쉽게 만날 수 있으며 여행 중에 만나는 사람들 그리고 워킹 홀리
데이 안내서 동남아 여행기 블로그 페이스북 등을 통해 이들에 대한 간접
적인 이야기도 수없이 들을 수 있다
현정처럼 한국에 거의 들어오지 않고 쭉 여행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중간중간에 한국에 들어와 회사를 다니며 돈을 모은 뒤 다시 나가는 경우도
있다 주로 쉽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자격증을 가진 경우인데 유정(2011
년 당시 32세 여)의 경우 2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청소년 상담사 자격증을
딴 후 3년 반 동안 회사를 다녔다 그 후 호주로 1년간 워킹 홀리데이를
나갔다가 들어와서 다시 1년간 회사를 다녔다 그 후 캐나다로 워킹 홀리데
이를 가려고 신청했다가 떨어진 후 장기여행을 준비하다가 다시 취직했고
1년 반 동안 일하다가 장기여행을 시작했다 이번 여행은 현재 10개월째인
데 동남아에서 수 개월간 쉬고 단동에서 15개월간 자원봉사를 하고 운남
성에서 15개월간 태극권을 배운 후 다시 15개월간 동남아와 인도를 여행
했고 인도에서 2개월간 요가를 배운 후 육로로 이집트까지 여행할 예정이
다
현정 유정과 같은 청년들의 생애사를 들어보면 학벌이나 학력 자격증
부모의 직업 등 많은 면에서 내세울 것도 도움 받을 네트워크도 없었으며
자신의 힘으로 삶을 헤쳐 나갔다 3장에서 살펴본 것처럼 가진 것이 없다
보니 존중받지 못했거나 취직이 되지 않아 주변의 눈치를 봐야 했으며 죽
도록 과로하거나 불합리한 조직문화에 시달리면서도 노동을 하며 살아야
했다 현정처럼 차라리 선진국에서 육체노동을 하며 돈을 많이 벌거나 유정
처럼 ldquo죽었다 생각하고rdquo 한국에서 1년 정도 일을 하고 나면 쉬고 싶고 그새
망가진 몸을 고치고 싶고 자신이 누구인지 천천히 생각도 해보고 싶어진다
전 세계적으로 볼 때 한정된 돈으로 오랜 시간을 보내며 이러한 목적을
추구할 수 있는 최적의 여행지는 인도로 알려져 있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3
5 인도에서의 헬조선 해독 활동
이 장에서는 한국 청년들이 인도에서 장기체류하면서 추구하는 목표가
휴식 치유 자아 찾기를 통한 lsquo헬조선 해독(解毒)rsquo임을 보인 후 인도가 이런
활동을 하기 좋은 이유는 무엇인지 알아본다
먼저 탈조선하여 인도에 온 청년들이 가장 많이 추구하는 활동인 휴식
치유 자아 찾기가 어떠한 맥락에서 나타나는지를 다음 사례들을 통해 살펴
보자
달희는 리시케쉬에 왜 왔냐는 연구자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ldquo나는
여기가 쉴 수 있는 곳일 거란 기대를 가지고 처음에 왔어요 밖으로의 여행
이 아니라 내 안으로의 여행 내가 처음에 인도를 선택하면서 내 마음속으로
되뇌었던 것이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이 말을 계속 했었어요rdquo
달희는 휴식과 자아 찾기를 위해 인도에 왔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것은
과로할 수밖에 없는 직장생활 그로 인해 병든 몸을 치유하는 것과 접한
관계를 갖고 있었다 달희에 의하면 이러한 욕망을 갖게 된 것은 회사 생활
을 하면서 ldquo착취당하면서도 표현도 못 하고 그렇다고 부하 직원들을 쥐어
짤 성격도 안 되고 해서 아주 화병 같은 게 단단히 들고 몸도 너무 고단해서
망가졌기rdquo 때문이다 30세 무렵에는 교통사고가 나서 구안와사(口眼喎斜)
즉 입이 한쪽으로 돌아가는 증상이 왔다 그러나 달희는 여전히 일을 하였
고 계속 일을 하다 유방섬유선종 자궁근종 무릎middot발목 등의 원인불명 통증
척추측만증 두통 소화불량 관절 통증 등을 앓게 되었다 결국 41세에는
더 이상 회사를 다닐 수 없어 요가를 하면서 몸을 고치기 위해 리시케쉬로
오게 되었다
달희의 생애사에서 보이는 것처럼 과로 심신의 질환 자아를 잃었고 왜
사는지 모르겠다는 느낌이 긴 하게 엮여 나타나다가 탈조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한국인 장기여행자들에게 흔한 서사이다 인도의 장기여행자 중 보기
드물게 성공적인 궤도를 달리는 듯했지만 역시 같은 이유로 탈조선한 다음
314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대학생의 사례도 이를 잘 보여준다
관욱(2011년 당시 26세 남)은 서울의 일류 공과대학의 4학년이었다 관
욱은 4학년 여름까지 취직을 위해 인턴 과정을 밟고 있었고 취직 시험에서
최종 면접을 몇 개 남겨둔 상태였다 고등학교 때 985172지구별 여행자985173(류시화
2002)를 읽은 이후 막연히 배낭여행을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가지고 있었지만 주변 사람들은 다들 대학원에 가거나 빨리 취직하는 분위
기였고 해외에 간다고 해도 유럽으로 아니면 유명 대학의 프로그램이나
어학연수에 가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계속 고민하다가 전자공학 전공자에
대한 수요가 많아 취업 걱정이 없다는 점 지금 못 가면 40~50대 때 후회할
것 같다는 점 회사에 한 번 들어가면 회사를 그만두지 않는 한 6개월짜리
여행은 할 수 없다는 점을 생각했다 관욱은 취업 준비를 모두 그만두고
면접도 포기하고 여름 내내 육체노동을 하면서 인도 여행 자금을 모았다
관욱은 늘 아침밥만 먹고 점심 저녁은 굶으면서 공부했다 전공 5~6개 과목
의 시험이 매 학기 각각 4번씩이나 있고 프로그램 프로젝트를 2개씩 하다
보니 항상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관욱은 ldquo어쩌면 스트레스 받는데 의식
못 했을 수도 있었다rdquo고 회고한다 관욱은 ldquo한국에서는 시험이나 프로젝트
가 늘 마음에 있었고rdquo 회사 면접을 보면서는 ldquo연봉보다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rdquo 하는 고민에 계속 마음이 무거웠다 그러
다가 인도에 오기 전에 몸이 아파 병원에 들렀고 놀랍게도 20대 중반의
나이에 위궤양 빈혈 고혈압 진단을 받았다 관욱은 인도에 오게 된 계
기를 다음과 같이 털어놓았다
한편으로 기대한 바는 한국 문화에서 떨어져 있고 싶었어요 어떤 사회적 자
아 그렇게 형성된 자아가 너무 세서 내 내면의 목소리라는 걸 들어볼 생각도 안
하고 들어보지도 못했어요 작은 거라도 그래서 여기서 나가보면 내가 직접 느껴
볼 수 있지 않을까 절실히 필요하면서도 내 내면의 목소리 이런 게 너무 피상적
으로 느껴졌었죠
관욱이 인도로 탈조선하면서 가장 바란 것은 한국 문화 사회적 자아에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5
매몰된 내면의 목소리를 찾는 것 즉 자아 찾기였으며 이것은 망가진 몸을
치유하고 휴식을 취하는 것과 접하게 엮여서 나타났다 관욱은 한국에서
는 성공을 향한 길을 안정적으로 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진정으
로 원하는 일을 하지 못하고 몸의 요구나 내면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바쁘게
살아야 하는 한국 문화에 순응하며 살아오다가 문득 몸이 망가진 것을 발견
했다 관욱은 연구자와 나눈 대화 속에서 ldquo쉬고 싶다rdquo는 표현을 끝없이 계속
했다 가이드북에서 리시케쉬 부분을 펼쳤을 때 ldquo락쉬만줄라에 노을 지는
장면 사진이 나왔는데 이것을 보고 여기서는 여유롭게 시간을 가져도 좋겠
다 한국에선 잘 못 가지는 시간이니까rdquo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였으며
오기 전에 ldquo가서 어떤 식으로든 순간을 즐길 수 있음 그럴 수 있기만 하면
좋겠다rdquo 하고 생각했다고 하였다 리시케쉬에 도착해서는 ldquo여기서는 순간을
한 번 그렇게 지내보자 한국에선 걱정이 너무 많으니까 시험이나 프로젝트
가 늘 마음에 있으니까 여기선 햇볕 산책 다 해보자rdquo 하고 결심했다고 하였
다
이처럼 많은 한국 청년들이 휴식에 대한 갈망을 표현하였다 이번 여행의
목적을 묻는 연구자에게 유정은 이렇게 대답했다 ldquo계속 다니면서 나를 더
들여다보는 거죠 나는 누구인가 10대 때 고민했던 거 다시 한 번 그래서
이렇게 좀 다니면서 생각 좀 많이 하면서 그래서 좀 스스로 좀 내면적으로
좀 강해졌음 좋겠다 그리고 현실에서 탈피하고 싶고 그게 좀 안 돼요 일만
하면 일만 생각해요rdquo
유정 또한 탈조선의 계기를 ldquo나를 들여다보는 것rdquo 즉 자아 찾기라고 얘기
하고 있으며 그것을 현실 탈피와 내면이 강해지는 것과 연결시키고 있다
유정은 한국에서 회사 문화의 불합리함 인간관계에 의한 스트레스로 폭식
증 소화불량 단기간에 25kg이라는 급격한 체중 증가 그리고 이로 인한
무릎 허리 목의 통증에 시달렸다 그래서 휴식과 치유가 절실하여 탈조선
하게 되었고 몇 달간 푹 쉰 뒤에는 ldquo다시 사회에 돌아갔을 때 그런 스트레스
나 이런 것들에 대해서 사람관계에서 오는 것들은 내가 좀 커트할 수 있는
사람rdquo이 되고 싶어 요가를 시작했다고 하였다
316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위의 사례들이 보여주는 바처럼 한국 청년들이 헬조선을 탈출하는 이유
는 휴식 치유 자아 찾기를 통한 헬조선 해독이 너무나 절실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활동을 다른 곳도 아니고 인도에서 하는 것일까
앞의 사례에서 달희는 휴식 자아 찾기의 욕망을 인도에서 추구하게 된
이유로 ldquo인도는 한국에서 지내는 것보다 한 달에 쓰는 생활비가 더 적을
거라는 생각rdquo ldquo일을 하지 않고 요가만 하면서 먹고 자고 할 수 있고rdquo ldquo인도
는 요가의 본고장이기 때문이라는 믿음rdquo이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다른
사람들이 인도에 온 계기도 대부분 이와 비슷하다
달희가 말한 것처럼 이러한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저렴한 물가이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유럽이나 미국에서 장기체류를 하지
않는 핵심 원인은 물가가 비싸 오래 머물 수가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 최대
한 많은 것을 볼 수 있도록 하루하루 빡빡한 일정을 짜고 꼭 필요한 날수만
큼만 머물게 되는 이런 선진국으로는 휴식을 취하러 가지 못한다 그러나
인도 리시케쉬에서는 300~500달러만 있으면 한 달간 깔끔한 싱글룸에서
묵으며 최고의 요가 수업을 받고 여유롭게 식사와 간식을 즐기며 지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좋은 자연환경과 문화적 매력까지 있다 리시케쉬는 갠지
스강과 히말라야 산맥이 만나는 성지로서 자연환경이 아름답고 요가의 본
고장답게 훌륭한 요가 수업들이 많이 있다 달희의 말처럼 ldquo요가만 하면서
먹고 자고 할 수 있는rdquo 최적의 환경인 것이다 이러한 환경은 여행 가이드북
과 여행자들이 남긴 여행기에도 잘 기술되어 있으며 실제로 놀라운 치유의
효과를 낳는다 이러한 소문은 수많은 여행자들을 유혹한다
이처럼 개발도상국에서 장기체류하는 선진국의 여행자들에 대해 그러한
이동의 핵심 원인이 더 나은 삶의 질을 위한 것이라고 보고 개념화한 것이
바로 라이프스타일 이주이다 인도에 대한 사례 연구로는 바라나시의 서구
인 장기체류자들을 참여관찰하면서 이들을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로 보고 그
라이프스타일의 특징을 분석한 코펠라(Korpela 2009)의 연구가 있다 바라
나시는 인도 악기를 배우는 장기체류자들이 집해 있는 곳인데 코펠라에
의하면 이들은 대부분 인도 악기를 연주하고 요가와 명상 자선사업을 하며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7
엄청난 시간을 친구들과 어울리는 데 쓴다 이들의 삶은 느리고 빡빡한 매
일의 일정이 없으며 물질적 소유는 적고 현재를 즐길 시간이 많다 코펠라
는 이들이 가능한 곳에서 더 나은 삶을 찾으며 물가가 싸고 영적sdot예술적
의미와 결부된 곳에서 더 나은 삶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이용하는 것이라
고 해석하였다
인도의 장기체류자들이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이동하는 방향성은
이렇게 해석할 수 있겠으나 문제는 라이프스타일 이주라는 개념은 이들이
고국에서 인도로 한 번 이주한 다음 영구히 정착한다는 인상을 준다는 것이
다 그러나 사실 인도의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들은 대부분 3~6개월짜리 관광
자 비자로 인도에 장기체류하는 여행자들이며 비자를 갱신하기 위해 이웃
나라를 방문하거나 돈을 벌거나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자주 고국으
로 귀국한다 또한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헬조선 탈출 여행자들은 이 글의
서두에서 보았던 것처럼 호주 등 선진국에서의 노동 다른 동남아 국가들에
서의 여행 등 다양한 이동 루트를 거친다
이처럼 오랜 기간 다양한 장소들을 떠돌다 보면 이들의 탈조선 여행 이후
의 삶은 어떻게 변화할까
6 탈조선 여행 이후의 삶의 변화
이 장에서는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을 했던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이들에게 나타나는 lsquo집rsquo의 의미 변화를 살펴본
뒤 이들의 이동성을 라이프스타일 여행 및 라이프스타일 이동성이라는 개
념과 연결 지어 살펴본다
1) lsquo집rsquo의 의미 변화
탈조선하여 떠도는 사람들에게 집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왜 그렇게
318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오래 돌아다니냐는 연구자의 질문에 현정은 이 글의 서두에 인용한 것처럼
ldquo집에 가기 싫어서요rdquo라는 답과 함께 이제는 집이 불편하다는 말까지 했다
ldquo이제 집에 가도 제가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닌 것 같아요 불편해요 그래서
또 나오고요 엄마가 밥을 하루에 3번씩 해주시는데 처음에 빵만 하루에
3번 먹으면 속이 거북한 그 느낌처럼 밥에서 그런 느낌이 나던데요rdquo
현정의 말은 2가지 생각해볼 문제를 남긴다 첫 번째는 한국 사람인 현정
이 밥을 먹으면 속이 거북하다는 지점이다 지금은 약간 옅어지기는 했지만
한국의 해외여행 역사상 언제나 여행 경험담의 중요한 부분이 되어왔던 것
은 며칠만 외국을 여행해도 김치와 된장찌개가 그립고 한국인이라면 역시
밥을 먹어야 힘이 난다는 정서 그리고 한국인을 만나서 김치에 소주를 함께
먹으며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공유했던 정겨운 경험 등이다 이와 비교
할 때 현정과 같은 청년들에게서는 지금까지 한국인에게 lsquo밥rsquo으로 체화되어
있던 한국적 정서와 정체성이 옅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한국적 정서와 정체성이 옅어지는 것은 공간적으로도 체험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이 두 번째 지점 즉 ldquo집에 가도 제가 있어야 할 자리
가 아닌 것rdquo처럼 불편하고 그래서 또 외국으로 나간다는 말이다 과거 많은
한국인 여행자들은 lsquo나의 집rsquo 그리고 이를 확장한 lsquo내 나라rsquo가 세상에서 가
장 편안한 곳이라고들 이야기해왔으며 여행작가 한비야처럼 여러 언어를
구사하고 외국여행을 많이 한 사람도 틈날 때마다 집과 고국에 대한 그리움
을 토로하곤 했다 이처럼 집과 고국은 한 사회적 인간의 근원이자 지향점으
로 체화되어 있었고 그것이 당연하게 여겨져 왔으나 오늘날 현정과 같은
젊은이들은 여기서 불편함을 느끼고 탈출까지 감행한다 이러한 인식은 달
희의 말에서도 잘 드러난다 달희는 요가 연습 도중에 갑자기 눈물이 나서
소품실에 들어가 울다 나온 적이 여러 번 있었다 나중에 연구자가 이유를
물어보자 ldquo집에 가면 할 일도 없고 가고 싶지 않아서rdquo 울었다고 하였다
달희는 ldquo한국에 있으면 내일 할 일뿐만 아니라 그 동안 해왔던 일과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rdquo며 부담감을 드러냈다
이처럼 탈조선 여행자들에게 가족들이 사는 집 그리고 고국은 점점 불편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9
한 곳이 되어가며 잠시 돈을 벌거나 비자를 연장하기 위해 혹은 의료 혜택
을 받기 위해서와 같은 실용적인 목적을 위해 들르는 곳으로 변화되어 간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이들은 지속적으로 떠돌거나 고국을 주 거주지
로 하면서도 외국을 계속 돌아다니는 이동성이 증대된 삶을 살게 된다
2) 이동성의 증가
헬조선 탈출 이후 현정처럼 노동과 장기체류라는 순환을 지속적으로 반
복하며 계속 장기여행 중인 사람도 있지만 장기여행을 끝낸 후 한 장소에
정착하여 사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다면 장기여행을 끝낸 후 탈조선 여행자
들의 삶은 어떻게 변화되며 어떠한 새로운 특징이 나타날까 본 연구에서
는 다음 2가지 패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 번째 패턴은 요가와 같이 특정한 활동을 중심으로 증가된 이동성과
직업적 경력을 연결시키는 것이다 달희의 경우 요가를 배우기 위해 수년째
한국-인도를 오가다가 도중에 결심하고 요가 강사가 되었다 연구자와 만났
을 당시 달희는 인도에 3번 왔던 상태였다 수개월씩 여러 장소에서 각기
다른 요가를 배우기를 3년간 반복하다가 2012년 7월부터는 3년간 쭉 방콕
에서 머물며 강사 트레이닝 코스를 밟았다 2015년에는 귀국하여 요가 강사
자리를 알아보는 한편 지속으로 태국 인도 등에서 요가 워크숍에 참석하고
있다
이처럼 헬조선 탈출 여행자 중 요가 수련자들은 리시케쉬를 포함하여
요가를 배우거나 수련할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하는 삶의 방식을 유지한다
계절과 선호하는 강사의 존재 여부 등 다양한 조건에 맞추어 인도 내에서
이동하기도 하고 요가의 새로운 내용이나 전수 방식을 외국의 강사에게 배
울 수 있거나 또 다른 머물기 좋은 장소가 발견되면 인도를 벗어나 다른
나라로 이동하기도 한다 서구인들에 비하면 한국인의 이동 범위는 좀 더
아시아 위주로 한정되어 있는데 주로 한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지내다가 가
320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끔 태국 등 동남아 국가의 요가 센터나 요가 워크숍에 참여하는 형태이다
물론 이동 중간중간에 워킹 홀리데이로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일하거나 한
국에서 일하며 여행 자금을 단기간에 마련하기도 한다
요가 수련자들이 이처럼 계속 요가를 배우며 이동하는 것은 더 나은 요가
강사가 되도록 하는 이동성 자본(mobility capital)(Bell 2013 24)으로 기능
할 수도 있다 벨은 끊임없이 돌아다니는 음악 연주자들을 라이프스타일 여
행자로 분류하면서 이들이 경제적 부 대신 개인적sdot직업적 풍요로움 등의
형태로 이동성 자본을 획득하였으며 이들이 영원히 혹은 가장 중요하게
닻을 내리는 것은 한 지리적 장소가 아니라 그들의 일이라고 분석한 바 있
다 이들의 이동성은 전문적 수련의 일부가 되며 이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이처럼 이동성이 성공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것은 요가 강사들
에게도 마찬가지인데 요가의 기원지인 인도에서 유명한 스승에게 배웠다는
것은 그 요가 강사의 진정성과 정통성 그리고 그 결과로서의 지식을 보증하
는 상징으로도 기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렇게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는
요가 수련자들은 더 나은 삶의 방식을 찾기 위해 여행하는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라기보다는 여행 자체가 삶의 방식인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라는 개념
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동 중인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에 대해 연구한 얼스킨과 앤더슨에 의
하면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에게 초기의 이동성은 집에서 탈출하거나 사회
적 압력과 기대를 피하기 위해 추구될 수 있지만 점점 자아 창조라는 의제
를 중심으로 하게 된다(Erskine and Anderson 2013 140-141) 요가 수련
자들도 초기에는 한국을 탈출하는 것이 목적이었다가 나중에는 점점 더 나
은 요가 수련자가 되는 데 집중한다는 점은 이런 특징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의 증가된 이동성이 이후의 삶을 변화시키는 두 번째 패턴은 첫 번째
패턴과 겹칠 수도 있는데 장기여행에서 귀국하여 한국이 주거주지가 되더
라도 마음만은 계속 탈조선 상태에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계속
단기여행을 다니는 식으로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면서 직업 인간관계를 이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1
전과는 다르게 조직하기도 한다 지연의 경우 귀국 후 외국인과 결혼했고
요가 강사가 되어 일 년에 보통 2~3회씩 일본 동남아 등지로 요가 워크숍을
가는 한편 1~2개월씩은 인도에서 요가를 수련한다 지연은 ldquo호주나 유럽
캐나다 같은 곳은 도시여도 자연이 있고 여유가 있고 비슷한 가치관을 중요
시하는 사람들 속에서 살고 싶은데 한국에선 뭐 하나 충족시켜주는 게 없는rdquo
현실에 대해 불평하였다 그러면서 ldquo기존 회사를 그만두고 요가만 하는 걸
로 결정한 것rdquo ldquo원치 않는 정신적 스트레스 관계 이런 걸 최대한 만들지
않는 쪽으로 생활반경을 컨트롤하는 것rdquo은 ldquo최대한 이 헬조선의 영향을 받
지 않는 생활rdquo을 영위하기 위함이며 ldquo이젠 제가 사는 방식을 바꿔서 제
생활반경만큼은 헬조선이 안 되도록 말뚝 박고 공간확보를 한 것 같다rdquo고
말했다
본 연구의 대상자들 중 아직 선진국으로의 이주에 성공한 사례는 없지만
이렇게 이동성을 증대시킨 삶을 사는 사례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7 결론
본 연구에서는 오늘날 한국 젊은이들의 장기여행 현상을 헬조선 담론과
연결시키고 그 동안의 관광이나 이주 개념으로 설명되지 않던 부분들을 이
동성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하였다
본 연구에서 발견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 젊은이들의 장기여행
은 한국의 사회구조와 문화에 대한 불만을 가진 청년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며 헬조선 담론을 잘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
기여행 혹은 탈조선 여행으로 부를 수 있다 둘째 탈조선 여행의 이동 경로
는 계급에 따라 이원화되어 나타난다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장기여행은 중
하류층 청년들이 한국이나 선진국에서의 노동-개발도상국에서의 장기체류
를 반복하는 양상으로 나타났다 셋째 헬조선 탈출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오래 머무는 인도에서 주로 추구하는 목표는 휴식 치유 자아 찾기를 통한
322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헬조선 해독 활동이라 할 수 있다 넷째 이들이 탈조선 여행을 마친 후 나타
나는 삶의 변화로는 집의 의미가 변화하고 이동성이 증가하는 패턴을 들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크게는 전 지구적 이동성의 증가 관광과 이주의 경계가
흐려지는 추세 오늘날 청년들이 노동시장 진입을 비롯하여 점점 더 사회로
부터 배제되고 있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현실 등이 맞물려 나타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이후에 나타나는
개인적sdot사회적 변화는 인류학적으로 아주 흥미로운 현상일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이론화를 위해서는 앞으로 다음 지점들에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이다
첫 번째는 탈조선 여행자 혹은 탈조선 여행에서 얻은 이동성 자본을 직업
으로 전환시킨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이 나이가 들어도 계속 그러한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서구에는 60대
70대 노인 중에도 그런 사람들이 많지만 이는 복지제도가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90년대 이후 증가한 한국의 장기여행자들 중에서는 아무리 lsquo자유
로운 영혼rsquo의 소유자라 해도 부모가 나이 들기 시작하면 자식이 병원비를
부담해야 하고 자신의 노후대책을 직접 마련해야 되기 때문에 당장의 생계
유지에 급급한 생활인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과거의 장기여행과는
달리 오늘날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은 한국에서의 직업적 기반이나
경력을 쌓지 못한 청년들의 여행이며 강력한 구심력을 가진 한국에서의 탈
출이다 따라서 이들이 한국으로 돌아와 생활인이 되는 것이 힘들다면 대안
적으로 어떠한 직업적 가족적 삶이 가능할 것인가
두 번째는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에 라이프스타일이라는 개념을 연
결시킬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연구자는 본문에서 탈조선 여행자들에 대
해 현존하는 개념 중 가장 가까운 라이프스타일 여행자 및 라이프스타일
이동성에 기대어 설명하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사실 라이프스타일은 소비를
중심으로 하는 개념이라는 점에서 생존을 위해 탈출한 사회에서 배제된
청년들을 분류 혹은 설명할 수 있는 명칭이 될 수 있는지 어떠한 다른 개념
으로 보완 확장이 가능한지는 향후 중요한 연구과제라 하겠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3
이러한 지점들에 유념하여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양상 및 그 결과
를 탐구하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의 이탈자들에 대한 성찰적 연구가 되는
것은 물론 전 지구적인 인간의 이동에 대한 새로운 이론을 확립하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다
논문접수일 2016년 5월 31일 논문심사일 2016년 7월 2일 게재확정일 2016년 7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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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7
ltKey conceptsgt Hell-Joseon long-term travel tourism migration lifestyle
migration lifestyle traveler lifestyle mobility
Long-term Travel as lsquoEscape from Hell-Joseon
A Research about Korean Travelers in India
Lee Minyoung14)
This research connects Korean young mens long-term travel with the
ldquoHell-Joseonrdquo discourse popular in Korea nowadays and explores the
so called lsquoescape from Hell-Joseonrsquo phenomenon and changes of their
lives after the trips with the concept of mobility since tourism and
migration cant explain it well A participant observation in India found
that the Korean long-term travelers are characteristic as the followings
1) Long-term travel is popular among the youth who complains about
the social structure and culture of Korea and their travel reflects the
ldquoHell-Joseonrdquo discourse So we can call this travel as escape from
Hell-Joseon 2) The travel routes of are differentiated according to the
class This research mainly deals with the circulation route of doing
physical labor in developed countries and relaxing in developing
countries popular among the lower middle class 3) Most of the travelers
often stay in India for a long time and their main purpose is
detoxification from Hell-Joseon through relaxation healing and
searching for the self 4) After they finish the long-term travel the
PhD Candidate Department of Anthropology Seoul National Univers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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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aning of home is changed and their mobility is increased That
phenomenon seems to be entangled with the increasing global mobility
the blurring trend between tourism and migration and the structural
problem which excludes young men from entering the labor market and
the society in Korea Researching the backgrounds aspects and results
of escape from Hell-Joseon will be a reflective study about Korean
society and help to construct new theories about global movement of
people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297
여행자는 친구들을 방문하거나 가족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원래의 집으로
짧게 돌아가거나 여행비를 벌거나 여행 경험을 반추하기 위해 고국으로 잠
시 돌아갈 수는 있지만 경력이나 집보다는 여행에 헌신한다
한편 라이프스타일 이동성이라는 개념은 점차 이주와 여행의 경계가 모
호해지는 전 지구적인 변화 속에서 인간의 이동을 이민이나 관광에 한정지
어 생각하지 않고 그 이동성 자체에 주목하자는 새로운 이동성 패러다임
(Sheller and Urry 2006 Urry 2007)에서 비롯한다 최근 전 지구적으로
이민과 관광 사이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사회과학에서 주로 분리되어 연구
되어 오던 이 두 개념의 상호연결성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두 현상
을 함께 연구해야 한다는 점이 지적되어 왔는데(Williams and Hall 2000
OReilly 2003) 라이프스타일 이주가 그 한 가지 시도였지만 이주 개념의
한계를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했다 이후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것처럼 라이
프스타일 이주에 비해 더 유동적이고 지속적이며 역동적이고 다중적인 과
정을 가진 장기여행의 이동성 자체에 주목하기 위해 등장한 개념이 바로
라이프스타일 이동성이다 이 개념은 라이프스타일 선택으로서의 이동성을
강조하는데 일회적인 한 방향으로의 이동을 강조하는 이주 그리고 집으로
돌아간다는 가정을 가진 관광이라는 개념과 달리 원래 집으로 돌아갈 의도
를 전제하지 않는다 출발점으로의 귀환 혹은 이동 과정 중 어느 다른 점으
로의 이동 모두가 라이프스타일 이동성의 일부분이 될 수 있다 라이프스타
일 이동성은 반드시 돌아가야 할 하나의 lsquo집rsquo이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흐르면서 돌아가고거나 다시 방문할 복수의 lsquo집들rsquo이 있을 수 있다고 보며
결국 지속적인 이동을 다룬다 이렇게 증가된 이동성은 다중의 소속장소를
만들면서 초국가성을 보일 수 있다(Cohen Duncan and Thulemark 2013)
본 연구는 국경을 넘는 인간의 이동에 대한 이러한 이론들을 중심으로
한국 청년들의 장기여행 현상의 특징과 배경을 입체적으로 분석해보고 향
후에 어떻게 이론적 보완이 가능한지 그 가능성 또한 제시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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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연구 대상 및 방법
본 연구의 핵심적인 장소는 인도의 리시케쉬(Rishikesh)라는 소도시이다
인도는 한국 청년들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장기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들르
고 또 오랫동안 체류하는 대표적인 나라이다 넓은 인도 중에서도 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장소는 lsquo세계 요가의 수도rsquo로 불리는 리시케쉬 티베트 망명
정부의 수도로서 달라이 라마에게 설법을 듣고 티베트 불교와 문화를 배울
수 있는 다람살라(Dharamsala) 인도 전통음악 및 종교의 중심지 바라나시
(Varanasi) 히피 문화와 트랜스 음악의 성지인 고아(Goa) 사막 위의 힌두
성지 푸쉬카르(Pushkar) 등이다 많은 장기여행자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
을 배우거나 분위기가 좋다는 이유로 이 장소들 중 한 곳에 수개월씩 머물
기를 반복한다
본 연구에서 장기여행자들을 연구하기 위한 최적의 장소로 리시케쉬를
선정한 이유는 전 세계에서 온 장기여행자들이 수개월씩 함께 공동체적인
생활을 하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리시케쉬는 세계 요가의 수도로 불릴 만큼
다양한 요가 수행처가 있을 뿐 아니라 인도의 전통의학인 아유르베다 의학
자연요법 마사지 레이키(Reiki) 등 보완대체의학과 뉴에이지(New Age)
계열의 다양한 프로그램들과 상품들이 판매되고 있어 진지한 장기여행자들
이 많다 연구자는 리시케쉬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인기 있는 아쉬람7)과
게스트하우스에서 묵으면서 요가 수업과 다양한 뉴에이지 수업에 참가하는
한편 외국인들이 모이는 식당과 주변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한국 청년들을
만나 이들의 삶과 여행 패턴에 대한 조사를 수행하였다
본 연구의 핵심이 되는 자료는 연구자가 석사논문을 작성하기 위해 2010
년 12월에서 2월 그리고 2011년 9월에서 12월 두 차례에 걸쳐 총 약 4개월
간 참여관찰 설문지 조사 면접 및 문헌 조사의 방법으로 리시케쉬에서 수
7) 아쉬람(ashram) 인도의 수행공동체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299
행한 현장연구에 기반한다 한편 연구자는 석사논문 작성 후에도 2012년
12월에서 1월 2014년 7월에서 8월 두 차례에 걸쳐 총 2개월간 리시케쉬에
머무르면서 후속 연구를 하였으며 리시케쉬에서 만난 사람들과 계속 페이
스북(Facebook)을 통해 소통하였다 이를 통해 이들의 귀국 후의 일상생활
과 크고 작은 여행 수년간의 삶의 변화를 더 길고 더 넓은 시간적 공간적
흐름 속에서 관찰할 수 있었다 이 중에는 페이스북 채팅과 한국에서의 만남
을 통해 근황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온 연구대상자들도 있다 이러한 후
속 연구는 본 연구의 관점을 발전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인도는 지구상의 그 어느 관광지들보다 장기여행자들이 많이 모이며 함
께 lsquo진하게rsquo 어울리면서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덕분에
심층면접을 하지 않은 사람들의 여행 패턴도 쉽게 알 수 있었지만 특히
라뽀를 형성한 사람들에게는 공식적인 심층면접을 통해 이들의 한국에서의
삶은 어떠하였는지 인도와 리시케쉬를 방문하기까지의 이동 루트는 어떠한
지 리시케쉬를 찾게 된 이유와 이곳에서의 활동은 어떠한지 이후의 이동
계획과 lsquo집rsquo과의 관계는 어떻게 변화되는지 등을 심도 깊게 질문하였으며
이들의 생애사를 최대한 수집하였다 이렇게 연구자가 리시케쉬에서 공식적
으로 심층면접한 사람 중 한국인은 총 11명이었다 이들의 부모 및 본인의
사회경제적 위치를 고려할 때 대부분은 중하류층 서민으로 분류할 수 있었
다 lt표 1gt은 공식적으로 심층면접한 한국인 11명의 나이 학력 주요 직업
과 월 소득을 담고 있는데 안정된 직장을 가진 적이 있었던 사람은 드물며
특히 20대 4명은 모두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월 70만 원~130만
원을 벌었다는 사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인도의 장기여행자들을 입체적인 시각으로 이해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된 경험으로는 연구자가 다양한 여행 방식을 직접 체험한 것 시간적
으로 넓은 범위에 걸쳐 인도 여행을 한 것 그리고 다양한 문화권 출신의
여행자들을 만난 것을 들 수 있다 연구자는 2010년 12월에 20일짜리 인도
단체 배낭여행을 인솔했으며 1990년대 중후반부터 5차례의 인도 개인 배낭
여행 동남아를 비롯하여 장기여행자들이 모이는 수많은 장소로의 개인 배
300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이름 나이 성별 학력 주요 직업 월소득
희경 49 여 대졸대기업 비서(12년)rarr자영업(2년)rarr프리
랜서
연일 45 남 석사 파트타임(포장마차 고시원 총무hellip) 거의 없음(불규칙)
달희 42 여 석사 전업 인테리어 디자이너(10년 이상)rarr
프리랜서 인테리어 디자이너420만 원rarr
병철 41 남 대졸 학원강사 무대감독 연출 파트타임(음
식배달)rarr액세서리 제작 판매
rarr120만 원
(불규칙)
지연 33 여 대졸 호텔 이벤트 코디네이터 호텔 인스펙터 2700 USD
유정 33 여전문대졸
(2년)
상담사(35년)rarr호주 워킹홀리데이rarr상
담사(25년)150만 원
인혜 30 여 대졸 컴퓨터 프로그래머(6년) 280만 원
영수 29 남 고졸 파트타임(서빙 가게 판매원 학원 실
장hellip)90만 원(불규칙)
관욱 26 남 대학생 파트타임(사무 보조 식당 서비스) 250만 원(불규칙)
승은 26 여전문대졸
(2년)
파트타임(빵공장 노동 전화상담원
조사원 요리강사 요가강사hellip)70만 원(불규칙)
은숙 23 여전문대졸
(3년)파트타임(식당) 130만 원
lt표 1gt 공식적 심층면접 대상자의 나이 주요 직업 월소득
낭여행 호주 목화농장에서의 노동을 통해 수많은 한국 청년들을 만났다
본 연구 중에는 공식적으로 심층면접한 17개 국적 50명을 포함한 다양한
외국인들과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이는 한국인들의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바라보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또한 인터넷을 이용한 의사소통도 도움이 되었는데 특히 수시로 소식을
업데이트하고 쉽게 인맥 관리를 할 수 있었던 페이스북의 역할이 컸다 항상
이동 중인 여행자들을 연구하기 위해 인터넷을 활용하는 이러한 연구방법은
린(Lean 2013)의 연구방법과도 상통한다 그는 여행을 통해 변화된 사람들
의 이동성을 이해하기 위해 자신이 실제로 여행하는 한편 자신이 직접 만나
기 힘든 사람들도 연구하기 위해 수차례씩의 이메일 인터뷰를 거치고 웹사
이트를 개설하여 넓은 범위의 참여자들과도 다양하게 상호작용한 바 있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01
린이 밝힌 것처럼 연구자도 연구대상자들이 실제로 거주하는 물리적 공간보
다 가상공간이 종종 더 접근성이 좋고 더 깊이 있는 인터뷰를 할 수 있음을
경험했다 이렇게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포함한 다현지적 접근은 이동 중인
사람들과 이동성의 연구에 적합한 방법이었다
3 헬(hell)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인도에서 만난 한국 청년들에게 왜 여행을 떠났냐고 물어본 결과 대부분
비슷한 답을 얻을 수 있었는데 한마디로 정리하면 한국은 희망이 없고 비
인간적인 삶에 지쳐서 탈출했다는 것이었다 이 장에서는 이들의 한국에 대
한 이러한 인식을 구체적으로 살펴본 후 어떤 점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헬(hell)조선 담론과 공명하고 있는지를 파악해본다 그리고 이들의 여
행을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1) 한국의 사회구조와 문화에 대한 불만
이 절에서는 청년들이 한국에서의 삶 속에서 어떤 지점에 불만을 가졌는
지부터 살펴본다 다음 사례들은 청년들이 취직이 되지 않고 취직이 되어도
소모품처럼 쥐어짜이다가 망가지기 직전에 스스로 그만두고 나왔다는 이야
기이다 이는 오늘날 청년들이 노동시장 및 사회보장제도 등 사회로부터 배
제되고 있는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현실(박수
명 2013)이 어떻게 개인에게 체험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청년들의 첫 번째 불만은 사람을 소위 lsquo스펙rsquo8)과 물질적 성취로만 판단하
는 한국 문화에 대한 것이다 2011년은 lsquo헬조선 탈출rsquo 혹은 lsquo탈조선rsquo이라는
말이 없던 시절이었지만 영수(2011년 당시 29세 남)는 외국인 친구들이
8) specification(세부적 자격요건)의 줄임말로 신상명세 등 사람이나 사물의 기본적인
능력을 나타내는 단어이다
302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ldquo왜 리시케쉬에 왔냐rdquo고 질문할 때마다 ldquo한국에서 탈출하기 위해서(to
escape from Korea)rdquo라고 대답하였다 고졸이 최종 학력인 영수의 삶에서
한국을 탈출해야 하는 맥락은 다음과 같이 나타난다
외국 가고 싶었어요 한국에 있는 게 갑갑했어요 스트레스 너무 받고 당장 내
세울 게 하나도 없으니까 경험은 많지만 자격증이 없으니까 [친구가] 여자들이
마지막에 너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너가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야
하고 말을 해줬어요 그 말이 사실이었어요 가진 게 아무것도 없었어요 직업도
돈도 없고 공부를 많이 한 것도 아니고 성과 낸 것도 없고 그래서 여자들이 널
떠나는 거라고 왜 외국을 나가고 싶었냐면 한국에 있는 게 너무 힘든 거예요
뭘 해야 될지 모르겠고 헬스장에서 일하려니까 마음이 너무 갑갑하고
여기서 영수에게 한국은 경험이나 능력보다는 자격증 직업 돈 학력과
같은 스펙과 물질적 성취로만 사람을 평가하는 곳이다 영수는 자신이 다양
한 경험이 있고 어떤 일이든 하기만 하면 남들보다 잘하며 사람들에게 항
상 인기가 많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호텔업계 와인업계 마술업계 연기업계 외식업계 체육업계 등
에서 아르바이트를 전전했을 뿐 안정된 직업을 가진 일이 없었다 영수는
이것을 한국 사회의 부조리함 때문으로 해석했다 와인업계에서 일하기 힘
들었던 것은 ldquo이상하게 한국은 나이 제한이 심해서rdquo 그리고 연기자가 되기
를 포기한 것은 ldquo한국에서는 모든 연기자는 돈을 찔러주고 들어가야 하고rdquo
ldquoPD 라인 작가 라인 주연급은 기획사에서 어주는 애들만 되기 때문rdquo이
다 즉 영수에게 한국은 부당하고 불공정한 관행이 횡행하는 곳이며 열심
히 노력해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없는 갑갑한 공간이었다 영수가 인도에서
요가 강사 자격증을 취득하려는 것은 이러한 희망 없는 한국을 벗어나 외국
에서 요가를 가르치면서 살기 위함이었다
두 번째는 취직이 되지 않는 현실이다 대학 졸업 후 몇 년간 노력했으나
결국 취직을 포기한 승은(2011년 당시 26세 여)은 인도에 오기 전까지 항상
짜증이 나 있는 상태 불만이 있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03
모든 게 다 짜증이 났던 것 같아요 내가 왜 이러고 있나 이런 거 왜냐하면
아무도 본인의 미래를 그렇게 상상하진 않잖아요 내가 상상했던 미래와 너무 다
르게 가고 있고 전 스무 살만 되면 모든 게 다 내 뜻대로 할 수 있고 모든 게
다 잘 될 거라고 막연한hellip 어른들이 항상 그러잖아요 스무 살만 돼라 근데 스무
살 돼도 별다른 게 없죠 대학 졸업해도 별 다른 게 없지 그 과 선택한 것도 단
지 취업 때문에 선택한 건데 내가 좋아하고 가고 싶었던 과를 포기하면서까지
간 건데
승은은 어차피 취업도 안 되는데 원하는 전공을 포기하고 딴 과에 가게
만들었던 어른들을 원망했다 승은은 ldquo자잘자잘 알바도 대충대충 하고 마트
계산원 알바도 해주고rdquo 살았지만 지루했다 ldquo내색은 별로 안 했지만 짜증나
고 취업도 잘 안 되고 어디론가 좀 떠나고 싶었고 새로운 거 느끼고rdquo 싶었
고 엄마가 ldquo새로운 걸 했으면 하는 눈치rdquo를 주는 것이 괴로웠다 이처럼
취업이 되지 않는 것이 본인의 책임이 아니고 본인도 괴로운 상황에서 가족
과 주변 사람들의 눈치까지 봐야 하는 현실이 부담스러워 탈조선했다고 하
였다
세 번째는 죽도록 과로해야 하는 한국의 노동 문화이다 인혜(2011년 당
시 29세 여)는 한국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했다 월~목요일에는 밤
9~10시까지 늘 야근을 했고 가끔 밤샘도 했다 몸이 점점 나빠졌다 스트레
스를 받으면 ldquo데굴데굴 구를 정도rdquo로 위가 아프곤 했으며 ldquo옷에 스치면
뼈마디까지 아팠다rdquo 아파서 회사를 일주일씩 쉬기도 하다가 결국 1년 8개
월만에 회사를 그만두었다 1년간 쉬려고 했지만 ldquo6개월 이상 놀면 거지를
못 면한다rdquo는 지인의 충고에 겁이 났고 스스로도 ldquo백수 되는 거 아닌가rdquo
싶어 슬슬 불안해졌다 결국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4개월 만에 또 취직했
지만 새 회사는 일이 더 힘들었다 인혜는 ldquo남들은 잘 하는데 나도 버텨보
자rdquo 하고 오기를 부리며 3년간 다녔지만 ldquo과장 이상 가면 버티기 힘들겠구
나rdquo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와중에 친구가 호주에 간다고 하자 ldquo1초도 고
민하지 않고rdquo ldquo나도 가rdquo 하고 말해버렸다 그 후 정보를 모으다가 행로를
변경하여 필리핀 보라카이로 어학연수를 떠났고 동남아와 인도까지 장기여
304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행하게 되었다
인혜는 ldquo이때까지 교육받고 살아온 게 늘 뭔가 하고 있어야 하고 한국
사회에서는 특히나 늘 일하고 있어야 하니까rdquo 아무리 아파도 마음 놓고 쉰
적이 없다고 하였다 평생 남의 시선을 신경 쓰면서 살아온 인혜는 탈조선
수개월 후 ldquo이제는 회사 복귀할 생각이 전혀 없어요 이젠 치열하게 살고
싶지 않아요 돈을 조금 벌더라도 조용히 평화롭게 내 시간 많이 가지고
내가 흥미 있는 부분을 전문적으로 발전시키고 싶어요rdquo라고 잘라 말했다
네 번째는 불합리한 조직문화이다 달희(2011년 당시 42세 여)는 중국에
서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일했다 앞 사례의 인혜처럼 너무 과로하여 각종
병을 달고 살다가 인도로 와서 장기체류하면서 요가를 배웠다 그러다가 한
국에서 수개월씩 일을 하고 인도로 돌아오기를 몇 번 반복했는데 그 중간
에 다녔던 회사의 획일적인 조직문화는 견딜 수 없이 피곤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삶의 방식까지 비슷해지지 않고서는 함께 일하는 게 거
의 불가능에 가까워 24시간 중에서 14시간 이상을 함께 있다 보면 세끼 밥을 같
이 먹어야 하고 세끼 밥을 같이 먹으니까 메뉴에 있어서도 그렇고 노는 시간조
차 함께 해야 하고 자는 것도 같은 숙소에서 자야 하는 경우가 있고 평소에 하는
모든 얘기 심지어 간식도 같이 먹어야 하고 너무나 많은 부분을 같이 해야 하기
때문에 나만 너무 다른 삶의 방식을 가지고 있으면 그들에게 배척당하지 그런
모든 것들 때문에 일도 같이 하기 싫어지는 거지
많은 한국 청년들이 달희처럼 조직에서 ldquo왜 너만 그렇게 다르게 행동하
냐rdquo는 눈치를 받았던 경험을 갖고 있으며 개성과 다양성을 억압하는 이러
한 한국적인 조직문화를 지긋지긋해 했다
지금까지 살펴본 이러한 불만들은 한국 청년들이 외국으로 나오게 된 주
요한 계기가 되며 최근 유행하는 헬조선 담론과도 잘 공명한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05
2) 헬조선 담론과 장기여행
이 절에서는 헬조선 담론이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청년들의
장기여행을 이와 연결시켜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으로 바라보고자 한
다
lsquo헬조선rsquo은 2015년 한국을 가장 뜨겁게 달군 신조어 중 하나로 인터넷
사이트 lsquo디시인사이드rsquo의 역사 갤러리에서 처음 사용되고 주식 갤러리에서
본격적으로 활용되다가 광범위하게 퍼져나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헬조선은
오늘날의 한국을 전근대적 계급제 사회였던 조선에 빗대는 단어로 자기비
하적인 조소가 담겨 있어 기성세대에게는 불편하게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 단어에는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급격히 심화되고 있는 불평등 및 계급격
차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 의식이 배어 있으며 여기에서 파생된 lsquo탈조선(헬
조선 탈출)rsquo이라는 단어에는 이 나라가 싫고 차라리 다른 곳으로 떠나고
싶다는 청년들의 절절한 외침이 담겨 있다 이러한 단어들이 특히 청년들의
공감을 얻어 급속도로 퍼져나가고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는 현상에 주목해
야 하는 이유는 이 단어가 오늘날의 한국에 대한 사회적 인식 이로 인한
실천 그 결과로서의 사회변동을 더 잘 살펴볼 수 있는 렌즈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탈조선 현상은 통계적으로도 증명된다 헤럴드경제가 미 시민권
공개포럼 사이트인 아이작 브룩 소사이어티에 올라온 자료9)를 인용한 기사
에 의하면 한국은 전 세계 경제 강국들 가운데 해외 이민을 떠난 뒤 모국의
국적을 포기하는 비율이 가장 높다10)(헤럴드경제 2014년 4월 28일자) 더
충격적인 것은 아직 이민을 실행하지 못해 이 통계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9) 2012년 5월 23일 Eric이라는 필자가 2002~2010년 각 아시아 나라별 통계청 자료를 인용하여
아이작 브룩 소사이어티에 올린 글이다(The Isaac Brock Society 2012년 5월 23일)
10) 이 기사에 의하면 뉴질랜드는 인구 10만 명당 45명 홍콩은 25명 대만은 152명 싱가포르는
431명인데 비해 한국은 1680명으로 비교 대상 국가 중에서 압도적으로 많다 가까운 일본
(89명)과 비교하면 20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이 기사는 ldquo한국은 국적을 상실하는 사람이 연간
25000명으로 귀화자보다 많은 유일한 아시아의 선진국rdquo이라고 분석했다
306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이민을 갈 의향을 가졌거나 준비 중인 사람들은 더 많다는 자료이다 뉴시스
가 온라인 취업포털 lsquo사람인rsquo에서 2015년 11월 성인남녀 1655명을 대상으
로 이민 의향을 조사한 결과11)를 분석한 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786
가 ldquo이민을 갈 수 있다면 가고 싶다rdquo고 답했다 한국을 떠나고 싶은 가장
큰 이유로 응답자들은 lsquo일에 쫓기는 것보다 삶의 여유가 필요해서rsquo(564
복수응답)를 꼽았으며 lsquo대체로 근로조건이 열악해서rsquo(527) lsquo소득의 불평
등 문제가 심해서rsquo(474) lsquo직업 및 노후에 대한 불안감이 커서rsquo(474)
lsquo경쟁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싫어서rsquo(463) lsquo국가가 국민을 보호해주지 않
아서rsquo(444) lsquo해외의 선진 복지제도를 누리고 싶어서rsquo(307) 등의 응답
이 뒤를 이었다 실제로 응답자들의 479는 현재 이민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민국을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복지(412)였고
이어 문화(175) 일자리 여부(131) 소득수준(67) 기후 등 환경
(58) 등이 고려 대상이었다(뉴시스 2016년 1월 18일자)
이러한 통계자료 뒤에 숨어 있는 헬조선에 대한 젊은이들의 구체적인
인식과 실천은 lsquo헬조선rsquo이라는 사이트12)에서 볼 수 있다 이 사이트의 게시
판에는 ldquo내가 헬조선을 증오하게 된 이유rdquo ldquo생존이 목표가 되어버린 헬조
선rdquo ldquo금수저13)들이 똥수저에게 게으르다 훈계하는 이유rdquo ldquo기업업자들이
니들이 낸 세금을 털어먹는 방법rdquo ldquo헬조선에 충성한 자의 최후(빡침주의)rdquo
ldquo한국인은 그 사람 아버지 직업=그 사람 수준rdquo 등 한국 사회를 비판 풍자하
는 글들이 올라온다 이 게시물들을 보면 청년들이 한국을 지옥에 빗대어
헬조선이라 부르는 이유가 생존하기도 힘들 만큼 빡빡한 현실 고착화된 사
회구조적 불평등과 부정부패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청년들은 이 사이트에서
구체적인 탈조선 방법을 공유하기도 한다 용접이나 배관 컴퓨터 등의 기술
11) 이민 의향은 연령대별로는 30대(821)의 응답률이 가장 높았고 20대(80) 40대(724)
50대 이상(59) 순이었다 이민을 가고 싶은 나라 1위는 캐나다(168)였고 호주(16)
뉴질랜드(108) 미국(96) 독일(95) 스웨덴(69) 일본(63) 핀란드(49) 스위
스(47) 등의 순이었다(사람인 2016년 1월 18일자)
12) 사이트 이름은 lsquo헬조선rsquo이지만 URL 주소는 wwwhellkoreacom이다
13) 사람을 가진 자산에 따라 금수저 은수저 동수저 흙수저 등으로 나누는 lsquo수저계급론 담론은
2015년부터 lsquo헬조선 담론과 함께 한국 사회의 현실을 고발하는 담론으로 크게 유행했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07
을 배워 미국 캐나다 호주 등의 선진국으로 이민 가는 방법에 대한 질문과
답 체험사례도 올라온다
그러나 위에서 인용한 것처럼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선진국으로의 이민만
을 탈조선이라고 할 수는 없다 현실적으로 선진국으로의 이민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높은 영어 점수와 자격증 경력 등의 스펙 및혹은 통장 잔고 증명
이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현실에 좌절한 젊은이들 중에는 일단
한국을 떠나 있기 위해 혹은 영어도 공부하고 스펙을 쌓을 자금도 마련하기
위해 워킹 홀리데이와 같이 노동을 포함한 장기여행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
가 많다 이 글의 서두에서 인용한 현정의 사례처럼 여러 선진국에서의 워
킹 홀리데이와 인도 동남아에서의 장기체류를 반복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점에서 미디어에 재현되는 것처럼 목적지를 명확하게 정하고 필요
한 자격요건을 획득하여 이민이라는 과업을 완수하는 사례는 오늘날 증가하
고 있는 헬조선 탈출 현상 중 극히 일부라고 할 수 있다 본 연구의 연구대상
자들이 가졌던 한국에 대한 불만이 헬조선 담론과 유사하며 이러한 헬조선
을 탈출하는 방법으로 장기여행을 택했다는 점에서 이들의 실천을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혹은 탈조선 여행으로 부르고자 한다 이러한 탈조선
여행 현상을 총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성공한 이민 사례에만 주목하는
시각에서 벗어나 다양한 이동 경로와 복잡한 과정 모두를 탈조선 실천의
일부로 보고 그 새로운 이동성의 양상을 파악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4 탈조선 여행의 이동 양상
이 장에서는 탈조선 여행의 이동 경로와 복잡한 과정을 구체적으로 파악
하고 그것이 계급에 따라 분화되어 있음을 보인 후 특히 중하류층 청년들
이 어떻게 선진국에서의 노동-개발도상국에서의 여행을 반복하는지를 살펴
본다
308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1) 계급에 따른 이동 경로의 분화
먼저 헬조선 탈출이 계급과는 상관없이 수많은 한국 청년들에게 공감되
는 꿈이라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 2015년에 솔직한 제목과 내용으로 크게
주목 받았던 소설의 일부분을 살펴보자
왜 한국을 떠났느냐 두 마디로 요약하면 한국이 싫어서지 세 마디로 줄이
면 여기서는 못 살겠어서 무턱대고 욕하진 말아줘 내가 태어난 나라라도 싫어
할 수는 있는 거잖아 (10쪽) hellip 이제 내가 호주로 가는 건 한국이 싫어서가 아
니라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야 아직 행복해지는 방법은 잘 모르겠지만 호주에
서 더 쉽게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는 직감이 들었어 (161쪽) hellip 나더러 왜 조국
을 사랑하지 않느냐고 하던데 조국도 나를 사랑하지 않았거든 솔직히 나라는 존
재에 무관심했잖아 나라가 나를 먹여주고 입혀주고 지켜줬다고 하는데 나도 법
지키고 교육받고 세금 내고 할 건 다 했어 (170쪽)
- 장강명(2015) 985172한국이 싫어서985173 중에서
이 소설은 한국에서 자신의 미래를 비관하는 20대 후반의 여성이 회사를
그만두고 호주로 이민을 떠난 사정을 들려주는 대화 형식의 이야기이다 주
인공은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를 다녔던 평범한 20대 청춘이다 주인공은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했지만 이 나라에서는 행복하지 않았고 결국 한국
이 싫어서 선진국인 호주로 떠났다고 말한다 이러한 주인공의 사연은 한국
의 대표적인 신문사의 사회부 등에서 기자로 일했던 저자가 치 한 취재를
바탕으로 그려낸 가장 사실적이면서도 평균적인 탈조선의 꿈이라 할 수 있
다
평범한 주인공이 이런 실천을 하는 모습에서 볼 수 있듯 헬조선 탈출은
한국 청년들에게 널리 퍼져 있는 욕망이며 한 인터뷰 대상자의 말을 빌리자
면 ldquo요즘 모여서 얘기하면 태반은 탈조선을 꿈꾼다rdquo 그러나 다 함께 꾸는
꿈도 각자의 계급과 이용 가능한 자원에 따라 실천 가능한 형태가 정해지는
것이 현실이다 가족의 자본과 본인의 학력자본이 높은 중상류층 출신 청년
들은 선진국에서 교환학생-유학을 거친 후 한국 혹은 선진국에서의 취업-선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09
진국으로의 이민이라는 경로를 많이 취하는 반면 자본이 부족한 중하류층
청년들은 한국 혹은 호주 뉴질랜드 등의 서구 선진국에서 노동하여 돈을
번 후 인도 태국 등의 아시아 개발도상국에서 장기여행을 하는 패턴을 반
복하는 이원화된 구조가 나타났다
이 글에서는 중하류층 청년들의 탈조선 현실에 초점을 맞출 것이지
만 더 입체적인 비교를 위해 잠시 중상류층의 사례를 살펴보자 화장품을
사거나 식도락 여행을 위해 종종 일본에 가는 진희(2016년 현재 24세 여)는
한국에서 태어난 것을 한탄하며 탈조선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는 대
학생이다 진희는 양친 모두가 안정된 직업을 갖고 있고 매년 2~4주씩 4인
가족이 해외로 자유여행을 갈 정도의 경제적 문화적 자본을 갖추고 있는
중산층이며 한국 최고의 학벌을 취득하는 등 모든 면에서 부족함이 없는데
왜 탈조선을 원할까 이러한 연구자의 질문에 진희는 ldquo객관적인 지표는 그
렇긴 한데 주관적인 느낌의 차원에서 가망이 없다고 많이 느낀다rdquo ldquo제가
언제든 비정규직이 될 수 있고 밑바닥으로 떨어지는 거 순식간일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rdquo고 답했다 진희는 대학에서도 좋은 학점을 4년 내내 받으며
성공적인 궤도를 달려왔다 그러나 ldquo학벌주의 사회와 경쟁적인 분위기와 과
도한 학습노동rdquo이 너무나 힘들었고 ldquo헬조선 때문에 소중한 청소년기 성장
기가 박탈당했다는 억울함과 분노가 있다rdquo고 하였다 ldquo고등학교 들어가면서
부터는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꼼짝없이 야자(야간자율학습)rdquo를 하였고
대학에 한 번에 붙어야 ldquo이 다시 겪고 싶지 않은 끔찍한 시간rdquo을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아 점심 식사 저녁 식사를 모두 포기하고 간식으로 대충 때우
며 인강(인터넷 강의)을 들었다 진희는 스스로 ldquo자기착취의 주체rdquo가 되어
ldquo모든 에너지와 시간 등등을 싸그리 수단화해서rdquo ldquo학습노동rdquo에만 매달렸다
고 회고한다 진희의 사례는 한국에서는 성공적인 궤도를 달리고 있는 것처
럼 보이는 청년들도 경쟁적인 사회 분위기에 질려 탈조선을 희망할 수 있다
는 것을 보여준다
진희는 중학교 때 985172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985173(홍세화 1995)라는 책을 읽
었는데 프랑스의 교육제도와 사회보장제도 하에서는 ldquo한국처럼 젊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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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 찌들어 살고 노후 걱정하고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게 부러웠고rdquo ldquo나는
어쩌다 우연히 한국에 태어났을 뿐인데 왜 그런 우연한 국적에 발목 잡혀서
힘들게 살아야 하나rdquo 하고 생각했다 대학 시절에는 프랑스어를 배운 후 1학
기 동안 프랑스로 교환학생을 다녀왔다 졸업 후에는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대학원을 다닐 계획이다 진희처럼 부모의 지원으로 좋은 학벌을 취득하고
빨리 탈조선의 방법과 방향을 정하며 대학을 다니면서도 노동에 매달리지
않고 공부에만 몰입할 수 있고 덕분에 외국어라는 유용한 자원을 효율적으
로 습득한 경우 ldquo탈조선 방식으로 유학을 택하는 것rdquo이 가능하다
한국에는 진희와 같은 중상류층 젊은이들이 많이 있으며 이들은 주로
유럽이나 북미의 선진국에서 교환학생이나 유학을 통해 장기체류하는 경로
를 취한다 중상류층 중 인도에서 장기체류하는 경우는 요가나 명상을 깊이
배우려는 목적에서가 대부분이며 인도를 찾는다 해도 그 이후의 삶은 앞으
로 서술할 중하류층 청년들과 크게 다르다 스스로를 ldquo금수저rdquo라고 말하지
만 인도에서 몇 번 장기체류를 했던 지연(2016년 현재 38세 여)의 경우가
그런 독특한 사례이다 아버지가 의사이고 어머니는 교양 있는 주부인 집안
에서 자라며 음악을 전공했던 지연은 이렇게 얘기했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유학을 가는 게 당연한 코스였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그렇
게 생각했었고 어느 날 문득 심한 회의가 들었고 내가 재능이 아무리 많고 아무
리 열심히 해서 유학 갔다 오고 교수가 된다 한들 작은 방에서 하루 종일 나 같
은 아이들 가르치며 햇빛도 보지 못하고 썩은 얼굴로 살겠구나 돈이나 명예가
있으면 뭐하나 인간 삶의 질이 엉망이겠구나
ldquo한국에 있으면 무엇을 해도 마찬가지rdquo일 것이라고 생각한 지연은 부모
의 후원을 받아 독일로 가서 고등학교를 다녔고 스위스에서 대학을 졸업했
다 졸업 후에는 ldquo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그 사회에서 사는 게 너무 끔찍
하게rdquo 느껴져서 태국에서 7년 가까이 직장 생활을 하였고 요가를 배웠다
지연은 고등학교 때부터 탈조선하여 계속 외국에서 지냈으며 영어와 독일
어를 유창하게 구사했지만 한국적인 삶의 방식과 성공을 요구하는 부모와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1
끝없이 충돌했다 몸은 한국에서 벗어나 있더라도 한국과 가족 등의 끈으로
묶여 있는 한 마음은 한국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결국 몇 번의 대형 충돌
을 거친 뒤 매년 인도에서 수개월씩 체류하며 마음만은 탈조선한 상태로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위의 두 사례를 보면 한국에서는 남들이 모두 부러워할 만큼 많은 자본을
가진 20대 중반의 젊은이도 스스로를 금수저라 인식하는 30대 후반의 젊은
이도 ldquo젊어서도 일에 찌들어 살고 노후 걱정rdquo해야 하는 삶 경쟁이 극심한
한국에서 사는 것을 끔찍하게 인식하며 탈조선을 꿈꾸고 실천한다는 사실
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중상류층 출신인 이들에게는 부모가 가진 자원과
그 도움으로 획득한 자신의 문화자본 덕분에 탈조선의 실천이 상대적으로
쉬운 것도 사실이다
2) 중하류층 청년들의 노동-장기여행 반복
그렇다면 중하류층 젊은이들의 탈조선 여행 이동 루트는 어떠할까 이
글의 서두에서 현정이 말한 대로 많은 청년들이 호주에서 수 개월간 일을
해서 한국에서보다 많은 돈을 벌고 그 돈으로 호주 동남아 인도를 여행한
다 그리고 돈이 떨어지면 다시 호주 혹은 다른 워킹 홀리데이 국가로 가서
돈을 벌고 다시 그 돈으로 아시아 국가들을 여행한다
리시케쉬에서 만난 한국 청년 중 가장 길게 여행 중인 현정의 구체적인
이동 경로는 다음과 같다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했던 현정은 졸업 후 ldquo취직
이 되지 않아rdquo 인도를 3개월간 여행했다 그 후 호주에 워킹 홀리데이로
가서 1년간 일한 뒤 동남아를 장기여행 했다 그 후 다시 호주에 워킹 홀리
데이로 가서 또 1년간 일했고 그 후에는 다시 동남아를 장기여행한 후 인도
에 왔다 비자가 만료되자 네팔에서 2개월간 머문 뒤 새 비자를 받아 다시
인도에 왔고 리시케쉬에서 1개월짜리 강사 트레이닝 코스를 마쳤다 현정
은 한동안 요가 수련을 한 후 뉴질랜드에 워킹 홀리데이로 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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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이상 계속 외국을 떠돌고 있는 셈이었다
현정의 부연설명처럼 수 년 전부터 동남아에는 ldquo집에 3~4년씩 안 들어간
애들rdquo ldquo집에 가기 싫은 애들rdquo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배낭여행 중에는 이런
청년들을 쉽게 만날 수 있으며 여행 중에 만나는 사람들 그리고 워킹 홀리
데이 안내서 동남아 여행기 블로그 페이스북 등을 통해 이들에 대한 간접
적인 이야기도 수없이 들을 수 있다
현정처럼 한국에 거의 들어오지 않고 쭉 여행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중간중간에 한국에 들어와 회사를 다니며 돈을 모은 뒤 다시 나가는 경우도
있다 주로 쉽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자격증을 가진 경우인데 유정(2011
년 당시 32세 여)의 경우 2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청소년 상담사 자격증을
딴 후 3년 반 동안 회사를 다녔다 그 후 호주로 1년간 워킹 홀리데이를
나갔다가 들어와서 다시 1년간 회사를 다녔다 그 후 캐나다로 워킹 홀리데
이를 가려고 신청했다가 떨어진 후 장기여행을 준비하다가 다시 취직했고
1년 반 동안 일하다가 장기여행을 시작했다 이번 여행은 현재 10개월째인
데 동남아에서 수 개월간 쉬고 단동에서 15개월간 자원봉사를 하고 운남
성에서 15개월간 태극권을 배운 후 다시 15개월간 동남아와 인도를 여행
했고 인도에서 2개월간 요가를 배운 후 육로로 이집트까지 여행할 예정이
다
현정 유정과 같은 청년들의 생애사를 들어보면 학벌이나 학력 자격증
부모의 직업 등 많은 면에서 내세울 것도 도움 받을 네트워크도 없었으며
자신의 힘으로 삶을 헤쳐 나갔다 3장에서 살펴본 것처럼 가진 것이 없다
보니 존중받지 못했거나 취직이 되지 않아 주변의 눈치를 봐야 했으며 죽
도록 과로하거나 불합리한 조직문화에 시달리면서도 노동을 하며 살아야
했다 현정처럼 차라리 선진국에서 육체노동을 하며 돈을 많이 벌거나 유정
처럼 ldquo죽었다 생각하고rdquo 한국에서 1년 정도 일을 하고 나면 쉬고 싶고 그새
망가진 몸을 고치고 싶고 자신이 누구인지 천천히 생각도 해보고 싶어진다
전 세계적으로 볼 때 한정된 돈으로 오랜 시간을 보내며 이러한 목적을
추구할 수 있는 최적의 여행지는 인도로 알려져 있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3
5 인도에서의 헬조선 해독 활동
이 장에서는 한국 청년들이 인도에서 장기체류하면서 추구하는 목표가
휴식 치유 자아 찾기를 통한 lsquo헬조선 해독(解毒)rsquo임을 보인 후 인도가 이런
활동을 하기 좋은 이유는 무엇인지 알아본다
먼저 탈조선하여 인도에 온 청년들이 가장 많이 추구하는 활동인 휴식
치유 자아 찾기가 어떠한 맥락에서 나타나는지를 다음 사례들을 통해 살펴
보자
달희는 리시케쉬에 왜 왔냐는 연구자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ldquo나는
여기가 쉴 수 있는 곳일 거란 기대를 가지고 처음에 왔어요 밖으로의 여행
이 아니라 내 안으로의 여행 내가 처음에 인도를 선택하면서 내 마음속으로
되뇌었던 것이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이 말을 계속 했었어요rdquo
달희는 휴식과 자아 찾기를 위해 인도에 왔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것은
과로할 수밖에 없는 직장생활 그로 인해 병든 몸을 치유하는 것과 접한
관계를 갖고 있었다 달희에 의하면 이러한 욕망을 갖게 된 것은 회사 생활
을 하면서 ldquo착취당하면서도 표현도 못 하고 그렇다고 부하 직원들을 쥐어
짤 성격도 안 되고 해서 아주 화병 같은 게 단단히 들고 몸도 너무 고단해서
망가졌기rdquo 때문이다 30세 무렵에는 교통사고가 나서 구안와사(口眼喎斜)
즉 입이 한쪽으로 돌아가는 증상이 왔다 그러나 달희는 여전히 일을 하였
고 계속 일을 하다 유방섬유선종 자궁근종 무릎middot발목 등의 원인불명 통증
척추측만증 두통 소화불량 관절 통증 등을 앓게 되었다 결국 41세에는
더 이상 회사를 다닐 수 없어 요가를 하면서 몸을 고치기 위해 리시케쉬로
오게 되었다
달희의 생애사에서 보이는 것처럼 과로 심신의 질환 자아를 잃었고 왜
사는지 모르겠다는 느낌이 긴 하게 엮여 나타나다가 탈조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한국인 장기여행자들에게 흔한 서사이다 인도의 장기여행자 중 보기
드물게 성공적인 궤도를 달리는 듯했지만 역시 같은 이유로 탈조선한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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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의 사례도 이를 잘 보여준다
관욱(2011년 당시 26세 남)은 서울의 일류 공과대학의 4학년이었다 관
욱은 4학년 여름까지 취직을 위해 인턴 과정을 밟고 있었고 취직 시험에서
최종 면접을 몇 개 남겨둔 상태였다 고등학교 때 985172지구별 여행자985173(류시화
2002)를 읽은 이후 막연히 배낭여행을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가지고 있었지만 주변 사람들은 다들 대학원에 가거나 빨리 취직하는 분위
기였고 해외에 간다고 해도 유럽으로 아니면 유명 대학의 프로그램이나
어학연수에 가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계속 고민하다가 전자공학 전공자에
대한 수요가 많아 취업 걱정이 없다는 점 지금 못 가면 40~50대 때 후회할
것 같다는 점 회사에 한 번 들어가면 회사를 그만두지 않는 한 6개월짜리
여행은 할 수 없다는 점을 생각했다 관욱은 취업 준비를 모두 그만두고
면접도 포기하고 여름 내내 육체노동을 하면서 인도 여행 자금을 모았다
관욱은 늘 아침밥만 먹고 점심 저녁은 굶으면서 공부했다 전공 5~6개 과목
의 시험이 매 학기 각각 4번씩이나 있고 프로그램 프로젝트를 2개씩 하다
보니 항상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관욱은 ldquo어쩌면 스트레스 받는데 의식
못 했을 수도 있었다rdquo고 회고한다 관욱은 ldquo한국에서는 시험이나 프로젝트
가 늘 마음에 있었고rdquo 회사 면접을 보면서는 ldquo연봉보다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rdquo 하는 고민에 계속 마음이 무거웠다 그러
다가 인도에 오기 전에 몸이 아파 병원에 들렀고 놀랍게도 20대 중반의
나이에 위궤양 빈혈 고혈압 진단을 받았다 관욱은 인도에 오게 된 계
기를 다음과 같이 털어놓았다
한편으로 기대한 바는 한국 문화에서 떨어져 있고 싶었어요 어떤 사회적 자
아 그렇게 형성된 자아가 너무 세서 내 내면의 목소리라는 걸 들어볼 생각도 안
하고 들어보지도 못했어요 작은 거라도 그래서 여기서 나가보면 내가 직접 느껴
볼 수 있지 않을까 절실히 필요하면서도 내 내면의 목소리 이런 게 너무 피상적
으로 느껴졌었죠
관욱이 인도로 탈조선하면서 가장 바란 것은 한국 문화 사회적 자아에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5
매몰된 내면의 목소리를 찾는 것 즉 자아 찾기였으며 이것은 망가진 몸을
치유하고 휴식을 취하는 것과 접하게 엮여서 나타났다 관욱은 한국에서
는 성공을 향한 길을 안정적으로 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진정으
로 원하는 일을 하지 못하고 몸의 요구나 내면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바쁘게
살아야 하는 한국 문화에 순응하며 살아오다가 문득 몸이 망가진 것을 발견
했다 관욱은 연구자와 나눈 대화 속에서 ldquo쉬고 싶다rdquo는 표현을 끝없이 계속
했다 가이드북에서 리시케쉬 부분을 펼쳤을 때 ldquo락쉬만줄라에 노을 지는
장면 사진이 나왔는데 이것을 보고 여기서는 여유롭게 시간을 가져도 좋겠
다 한국에선 잘 못 가지는 시간이니까rdquo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였으며
오기 전에 ldquo가서 어떤 식으로든 순간을 즐길 수 있음 그럴 수 있기만 하면
좋겠다rdquo 하고 생각했다고 하였다 리시케쉬에 도착해서는 ldquo여기서는 순간을
한 번 그렇게 지내보자 한국에선 걱정이 너무 많으니까 시험이나 프로젝트
가 늘 마음에 있으니까 여기선 햇볕 산책 다 해보자rdquo 하고 결심했다고 하였
다
이처럼 많은 한국 청년들이 휴식에 대한 갈망을 표현하였다 이번 여행의
목적을 묻는 연구자에게 유정은 이렇게 대답했다 ldquo계속 다니면서 나를 더
들여다보는 거죠 나는 누구인가 10대 때 고민했던 거 다시 한 번 그래서
이렇게 좀 다니면서 생각 좀 많이 하면서 그래서 좀 스스로 좀 내면적으로
좀 강해졌음 좋겠다 그리고 현실에서 탈피하고 싶고 그게 좀 안 돼요 일만
하면 일만 생각해요rdquo
유정 또한 탈조선의 계기를 ldquo나를 들여다보는 것rdquo 즉 자아 찾기라고 얘기
하고 있으며 그것을 현실 탈피와 내면이 강해지는 것과 연결시키고 있다
유정은 한국에서 회사 문화의 불합리함 인간관계에 의한 스트레스로 폭식
증 소화불량 단기간에 25kg이라는 급격한 체중 증가 그리고 이로 인한
무릎 허리 목의 통증에 시달렸다 그래서 휴식과 치유가 절실하여 탈조선
하게 되었고 몇 달간 푹 쉰 뒤에는 ldquo다시 사회에 돌아갔을 때 그런 스트레스
나 이런 것들에 대해서 사람관계에서 오는 것들은 내가 좀 커트할 수 있는
사람rdquo이 되고 싶어 요가를 시작했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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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례들이 보여주는 바처럼 한국 청년들이 헬조선을 탈출하는 이유
는 휴식 치유 자아 찾기를 통한 헬조선 해독이 너무나 절실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활동을 다른 곳도 아니고 인도에서 하는 것일까
앞의 사례에서 달희는 휴식 자아 찾기의 욕망을 인도에서 추구하게 된
이유로 ldquo인도는 한국에서 지내는 것보다 한 달에 쓰는 생활비가 더 적을
거라는 생각rdquo ldquo일을 하지 않고 요가만 하면서 먹고 자고 할 수 있고rdquo ldquo인도
는 요가의 본고장이기 때문이라는 믿음rdquo이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다른
사람들이 인도에 온 계기도 대부분 이와 비슷하다
달희가 말한 것처럼 이러한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저렴한 물가이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유럽이나 미국에서 장기체류를 하지
않는 핵심 원인은 물가가 비싸 오래 머물 수가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 최대
한 많은 것을 볼 수 있도록 하루하루 빡빡한 일정을 짜고 꼭 필요한 날수만
큼만 머물게 되는 이런 선진국으로는 휴식을 취하러 가지 못한다 그러나
인도 리시케쉬에서는 300~500달러만 있으면 한 달간 깔끔한 싱글룸에서
묵으며 최고의 요가 수업을 받고 여유롭게 식사와 간식을 즐기며 지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좋은 자연환경과 문화적 매력까지 있다 리시케쉬는 갠지
스강과 히말라야 산맥이 만나는 성지로서 자연환경이 아름답고 요가의 본
고장답게 훌륭한 요가 수업들이 많이 있다 달희의 말처럼 ldquo요가만 하면서
먹고 자고 할 수 있는rdquo 최적의 환경인 것이다 이러한 환경은 여행 가이드북
과 여행자들이 남긴 여행기에도 잘 기술되어 있으며 실제로 놀라운 치유의
효과를 낳는다 이러한 소문은 수많은 여행자들을 유혹한다
이처럼 개발도상국에서 장기체류하는 선진국의 여행자들에 대해 그러한
이동의 핵심 원인이 더 나은 삶의 질을 위한 것이라고 보고 개념화한 것이
바로 라이프스타일 이주이다 인도에 대한 사례 연구로는 바라나시의 서구
인 장기체류자들을 참여관찰하면서 이들을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로 보고 그
라이프스타일의 특징을 분석한 코펠라(Korpela 2009)의 연구가 있다 바라
나시는 인도 악기를 배우는 장기체류자들이 집해 있는 곳인데 코펠라에
의하면 이들은 대부분 인도 악기를 연주하고 요가와 명상 자선사업을 하며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7
엄청난 시간을 친구들과 어울리는 데 쓴다 이들의 삶은 느리고 빡빡한 매
일의 일정이 없으며 물질적 소유는 적고 현재를 즐길 시간이 많다 코펠라
는 이들이 가능한 곳에서 더 나은 삶을 찾으며 물가가 싸고 영적sdot예술적
의미와 결부된 곳에서 더 나은 삶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이용하는 것이라
고 해석하였다
인도의 장기체류자들이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이동하는 방향성은
이렇게 해석할 수 있겠으나 문제는 라이프스타일 이주라는 개념은 이들이
고국에서 인도로 한 번 이주한 다음 영구히 정착한다는 인상을 준다는 것이
다 그러나 사실 인도의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들은 대부분 3~6개월짜리 관광
자 비자로 인도에 장기체류하는 여행자들이며 비자를 갱신하기 위해 이웃
나라를 방문하거나 돈을 벌거나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자주 고국으
로 귀국한다 또한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헬조선 탈출 여행자들은 이 글의
서두에서 보았던 것처럼 호주 등 선진국에서의 노동 다른 동남아 국가들에
서의 여행 등 다양한 이동 루트를 거친다
이처럼 오랜 기간 다양한 장소들을 떠돌다 보면 이들의 탈조선 여행 이후
의 삶은 어떻게 변화할까
6 탈조선 여행 이후의 삶의 변화
이 장에서는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을 했던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이들에게 나타나는 lsquo집rsquo의 의미 변화를 살펴본
뒤 이들의 이동성을 라이프스타일 여행 및 라이프스타일 이동성이라는 개
념과 연결 지어 살펴본다
1) lsquo집rsquo의 의미 변화
탈조선하여 떠도는 사람들에게 집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왜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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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돌아다니냐는 연구자의 질문에 현정은 이 글의 서두에 인용한 것처럼
ldquo집에 가기 싫어서요rdquo라는 답과 함께 이제는 집이 불편하다는 말까지 했다
ldquo이제 집에 가도 제가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닌 것 같아요 불편해요 그래서
또 나오고요 엄마가 밥을 하루에 3번씩 해주시는데 처음에 빵만 하루에
3번 먹으면 속이 거북한 그 느낌처럼 밥에서 그런 느낌이 나던데요rdquo
현정의 말은 2가지 생각해볼 문제를 남긴다 첫 번째는 한국 사람인 현정
이 밥을 먹으면 속이 거북하다는 지점이다 지금은 약간 옅어지기는 했지만
한국의 해외여행 역사상 언제나 여행 경험담의 중요한 부분이 되어왔던 것
은 며칠만 외국을 여행해도 김치와 된장찌개가 그립고 한국인이라면 역시
밥을 먹어야 힘이 난다는 정서 그리고 한국인을 만나서 김치에 소주를 함께
먹으며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공유했던 정겨운 경험 등이다 이와 비교
할 때 현정과 같은 청년들에게서는 지금까지 한국인에게 lsquo밥rsquo으로 체화되어
있던 한국적 정서와 정체성이 옅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한국적 정서와 정체성이 옅어지는 것은 공간적으로도 체험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이 두 번째 지점 즉 ldquo집에 가도 제가 있어야 할 자리
가 아닌 것rdquo처럼 불편하고 그래서 또 외국으로 나간다는 말이다 과거 많은
한국인 여행자들은 lsquo나의 집rsquo 그리고 이를 확장한 lsquo내 나라rsquo가 세상에서 가
장 편안한 곳이라고들 이야기해왔으며 여행작가 한비야처럼 여러 언어를
구사하고 외국여행을 많이 한 사람도 틈날 때마다 집과 고국에 대한 그리움
을 토로하곤 했다 이처럼 집과 고국은 한 사회적 인간의 근원이자 지향점으
로 체화되어 있었고 그것이 당연하게 여겨져 왔으나 오늘날 현정과 같은
젊은이들은 여기서 불편함을 느끼고 탈출까지 감행한다 이러한 인식은 달
희의 말에서도 잘 드러난다 달희는 요가 연습 도중에 갑자기 눈물이 나서
소품실에 들어가 울다 나온 적이 여러 번 있었다 나중에 연구자가 이유를
물어보자 ldquo집에 가면 할 일도 없고 가고 싶지 않아서rdquo 울었다고 하였다
달희는 ldquo한국에 있으면 내일 할 일뿐만 아니라 그 동안 해왔던 일과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rdquo며 부담감을 드러냈다
이처럼 탈조선 여행자들에게 가족들이 사는 집 그리고 고국은 점점 불편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9
한 곳이 되어가며 잠시 돈을 벌거나 비자를 연장하기 위해 혹은 의료 혜택
을 받기 위해서와 같은 실용적인 목적을 위해 들르는 곳으로 변화되어 간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이들은 지속적으로 떠돌거나 고국을 주 거주지
로 하면서도 외국을 계속 돌아다니는 이동성이 증대된 삶을 살게 된다
2) 이동성의 증가
헬조선 탈출 이후 현정처럼 노동과 장기체류라는 순환을 지속적으로 반
복하며 계속 장기여행 중인 사람도 있지만 장기여행을 끝낸 후 한 장소에
정착하여 사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다면 장기여행을 끝낸 후 탈조선 여행자
들의 삶은 어떻게 변화되며 어떠한 새로운 특징이 나타날까 본 연구에서
는 다음 2가지 패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 번째 패턴은 요가와 같이 특정한 활동을 중심으로 증가된 이동성과
직업적 경력을 연결시키는 것이다 달희의 경우 요가를 배우기 위해 수년째
한국-인도를 오가다가 도중에 결심하고 요가 강사가 되었다 연구자와 만났
을 당시 달희는 인도에 3번 왔던 상태였다 수개월씩 여러 장소에서 각기
다른 요가를 배우기를 3년간 반복하다가 2012년 7월부터는 3년간 쭉 방콕
에서 머물며 강사 트레이닝 코스를 밟았다 2015년에는 귀국하여 요가 강사
자리를 알아보는 한편 지속으로 태국 인도 등에서 요가 워크숍에 참석하고
있다
이처럼 헬조선 탈출 여행자 중 요가 수련자들은 리시케쉬를 포함하여
요가를 배우거나 수련할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하는 삶의 방식을 유지한다
계절과 선호하는 강사의 존재 여부 등 다양한 조건에 맞추어 인도 내에서
이동하기도 하고 요가의 새로운 내용이나 전수 방식을 외국의 강사에게 배
울 수 있거나 또 다른 머물기 좋은 장소가 발견되면 인도를 벗어나 다른
나라로 이동하기도 한다 서구인들에 비하면 한국인의 이동 범위는 좀 더
아시아 위주로 한정되어 있는데 주로 한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지내다가 가
320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끔 태국 등 동남아 국가의 요가 센터나 요가 워크숍에 참여하는 형태이다
물론 이동 중간중간에 워킹 홀리데이로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일하거나 한
국에서 일하며 여행 자금을 단기간에 마련하기도 한다
요가 수련자들이 이처럼 계속 요가를 배우며 이동하는 것은 더 나은 요가
강사가 되도록 하는 이동성 자본(mobility capital)(Bell 2013 24)으로 기능
할 수도 있다 벨은 끊임없이 돌아다니는 음악 연주자들을 라이프스타일 여
행자로 분류하면서 이들이 경제적 부 대신 개인적sdot직업적 풍요로움 등의
형태로 이동성 자본을 획득하였으며 이들이 영원히 혹은 가장 중요하게
닻을 내리는 것은 한 지리적 장소가 아니라 그들의 일이라고 분석한 바 있
다 이들의 이동성은 전문적 수련의 일부가 되며 이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이처럼 이동성이 성공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것은 요가 강사들
에게도 마찬가지인데 요가의 기원지인 인도에서 유명한 스승에게 배웠다는
것은 그 요가 강사의 진정성과 정통성 그리고 그 결과로서의 지식을 보증하
는 상징으로도 기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렇게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는
요가 수련자들은 더 나은 삶의 방식을 찾기 위해 여행하는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라기보다는 여행 자체가 삶의 방식인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라는 개념
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동 중인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에 대해 연구한 얼스킨과 앤더슨에 의
하면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에게 초기의 이동성은 집에서 탈출하거나 사회
적 압력과 기대를 피하기 위해 추구될 수 있지만 점점 자아 창조라는 의제
를 중심으로 하게 된다(Erskine and Anderson 2013 140-141) 요가 수련
자들도 초기에는 한국을 탈출하는 것이 목적이었다가 나중에는 점점 더 나
은 요가 수련자가 되는 데 집중한다는 점은 이런 특징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의 증가된 이동성이 이후의 삶을 변화시키는 두 번째 패턴은 첫 번째
패턴과 겹칠 수도 있는데 장기여행에서 귀국하여 한국이 주거주지가 되더
라도 마음만은 계속 탈조선 상태에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계속
단기여행을 다니는 식으로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면서 직업 인간관계를 이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1
전과는 다르게 조직하기도 한다 지연의 경우 귀국 후 외국인과 결혼했고
요가 강사가 되어 일 년에 보통 2~3회씩 일본 동남아 등지로 요가 워크숍을
가는 한편 1~2개월씩은 인도에서 요가를 수련한다 지연은 ldquo호주나 유럽
캐나다 같은 곳은 도시여도 자연이 있고 여유가 있고 비슷한 가치관을 중요
시하는 사람들 속에서 살고 싶은데 한국에선 뭐 하나 충족시켜주는 게 없는rdquo
현실에 대해 불평하였다 그러면서 ldquo기존 회사를 그만두고 요가만 하는 걸
로 결정한 것rdquo ldquo원치 않는 정신적 스트레스 관계 이런 걸 최대한 만들지
않는 쪽으로 생활반경을 컨트롤하는 것rdquo은 ldquo최대한 이 헬조선의 영향을 받
지 않는 생활rdquo을 영위하기 위함이며 ldquo이젠 제가 사는 방식을 바꿔서 제
생활반경만큼은 헬조선이 안 되도록 말뚝 박고 공간확보를 한 것 같다rdquo고
말했다
본 연구의 대상자들 중 아직 선진국으로의 이주에 성공한 사례는 없지만
이렇게 이동성을 증대시킨 삶을 사는 사례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7 결론
본 연구에서는 오늘날 한국 젊은이들의 장기여행 현상을 헬조선 담론과
연결시키고 그 동안의 관광이나 이주 개념으로 설명되지 않던 부분들을 이
동성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하였다
본 연구에서 발견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 젊은이들의 장기여행
은 한국의 사회구조와 문화에 대한 불만을 가진 청년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며 헬조선 담론을 잘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
기여행 혹은 탈조선 여행으로 부를 수 있다 둘째 탈조선 여행의 이동 경로
는 계급에 따라 이원화되어 나타난다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장기여행은 중
하류층 청년들이 한국이나 선진국에서의 노동-개발도상국에서의 장기체류
를 반복하는 양상으로 나타났다 셋째 헬조선 탈출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오래 머무는 인도에서 주로 추구하는 목표는 휴식 치유 자아 찾기를 통한
322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헬조선 해독 활동이라 할 수 있다 넷째 이들이 탈조선 여행을 마친 후 나타
나는 삶의 변화로는 집의 의미가 변화하고 이동성이 증가하는 패턴을 들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크게는 전 지구적 이동성의 증가 관광과 이주의 경계가
흐려지는 추세 오늘날 청년들이 노동시장 진입을 비롯하여 점점 더 사회로
부터 배제되고 있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현실 등이 맞물려 나타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이후에 나타나는
개인적sdot사회적 변화는 인류학적으로 아주 흥미로운 현상일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이론화를 위해서는 앞으로 다음 지점들에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이다
첫 번째는 탈조선 여행자 혹은 탈조선 여행에서 얻은 이동성 자본을 직업
으로 전환시킨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이 나이가 들어도 계속 그러한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서구에는 60대
70대 노인 중에도 그런 사람들이 많지만 이는 복지제도가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90년대 이후 증가한 한국의 장기여행자들 중에서는 아무리 lsquo자유
로운 영혼rsquo의 소유자라 해도 부모가 나이 들기 시작하면 자식이 병원비를
부담해야 하고 자신의 노후대책을 직접 마련해야 되기 때문에 당장의 생계
유지에 급급한 생활인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과거의 장기여행과는
달리 오늘날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은 한국에서의 직업적 기반이나
경력을 쌓지 못한 청년들의 여행이며 강력한 구심력을 가진 한국에서의 탈
출이다 따라서 이들이 한국으로 돌아와 생활인이 되는 것이 힘들다면 대안
적으로 어떠한 직업적 가족적 삶이 가능할 것인가
두 번째는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에 라이프스타일이라는 개념을 연
결시킬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연구자는 본문에서 탈조선 여행자들에 대
해 현존하는 개념 중 가장 가까운 라이프스타일 여행자 및 라이프스타일
이동성에 기대어 설명하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사실 라이프스타일은 소비를
중심으로 하는 개념이라는 점에서 생존을 위해 탈출한 사회에서 배제된
청년들을 분류 혹은 설명할 수 있는 명칭이 될 수 있는지 어떠한 다른 개념
으로 보완 확장이 가능한지는 향후 중요한 연구과제라 하겠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3
이러한 지점들에 유념하여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양상 및 그 결과
를 탐구하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의 이탈자들에 대한 성찰적 연구가 되는
것은 물론 전 지구적인 인간의 이동에 대한 새로운 이론을 확립하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다
논문접수일 2016년 5월 31일 논문심사일 2016년 7월 2일 게재확정일 2016년 7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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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7
ltKey conceptsgt Hell-Joseon long-term travel tourism migration lifestyle
migration lifestyle traveler lifestyle mobility
Long-term Travel as lsquoEscape from Hell-Joseon
A Research about Korean Travelers in India
Lee Minyoung14)
This research connects Korean young mens long-term travel with the
ldquoHell-Joseonrdquo discourse popular in Korea nowadays and explores the
so called lsquoescape from Hell-Joseonrsquo phenomenon and changes of their
lives after the trips with the concept of mobility since tourism and
migration cant explain it well A participant observation in India found
that the Korean long-term travelers are characteristic as the followings
1) Long-term travel is popular among the youth who complains about
the social structure and culture of Korea and their travel reflects the
ldquoHell-Joseonrdquo discourse So we can call this travel as escape from
Hell-Joseon 2) The travel routes of are differentiated according to the
class This research mainly deals with the circulation route of doing
physical labor in developed countries and relaxing in developing
countries popular among the lower middle class 3) Most of the travelers
often stay in India for a long time and their main purpose is
detoxification from Hell-Joseon through relaxation healing and
searching for the self 4) After they finish the long-term travel the
PhD Candidate Department of Anthropology Seoul National University
328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meaning of home is changed and their mobility is increased That
phenomenon seems to be entangled with the increasing global mobility
the blurring trend between tourism and migration and the structural
problem which excludes young men from entering the labor market and
the society in Korea Researching the backgrounds aspects and results
of escape from Hell-Joseon will be a reflective study about Korean
society and help to construct new theories about global movement of
people
298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2 연구 대상 및 방법
본 연구의 핵심적인 장소는 인도의 리시케쉬(Rishikesh)라는 소도시이다
인도는 한국 청년들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장기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들르
고 또 오랫동안 체류하는 대표적인 나라이다 넓은 인도 중에서도 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장소는 lsquo세계 요가의 수도rsquo로 불리는 리시케쉬 티베트 망명
정부의 수도로서 달라이 라마에게 설법을 듣고 티베트 불교와 문화를 배울
수 있는 다람살라(Dharamsala) 인도 전통음악 및 종교의 중심지 바라나시
(Varanasi) 히피 문화와 트랜스 음악의 성지인 고아(Goa) 사막 위의 힌두
성지 푸쉬카르(Pushkar) 등이다 많은 장기여행자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
을 배우거나 분위기가 좋다는 이유로 이 장소들 중 한 곳에 수개월씩 머물
기를 반복한다
본 연구에서 장기여행자들을 연구하기 위한 최적의 장소로 리시케쉬를
선정한 이유는 전 세계에서 온 장기여행자들이 수개월씩 함께 공동체적인
생활을 하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리시케쉬는 세계 요가의 수도로 불릴 만큼
다양한 요가 수행처가 있을 뿐 아니라 인도의 전통의학인 아유르베다 의학
자연요법 마사지 레이키(Reiki) 등 보완대체의학과 뉴에이지(New Age)
계열의 다양한 프로그램들과 상품들이 판매되고 있어 진지한 장기여행자들
이 많다 연구자는 리시케쉬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인기 있는 아쉬람7)과
게스트하우스에서 묵으면서 요가 수업과 다양한 뉴에이지 수업에 참가하는
한편 외국인들이 모이는 식당과 주변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한국 청년들을
만나 이들의 삶과 여행 패턴에 대한 조사를 수행하였다
본 연구의 핵심이 되는 자료는 연구자가 석사논문을 작성하기 위해 2010
년 12월에서 2월 그리고 2011년 9월에서 12월 두 차례에 걸쳐 총 약 4개월
간 참여관찰 설문지 조사 면접 및 문헌 조사의 방법으로 리시케쉬에서 수
7) 아쉬람(ashram) 인도의 수행공동체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299
행한 현장연구에 기반한다 한편 연구자는 석사논문 작성 후에도 2012년
12월에서 1월 2014년 7월에서 8월 두 차례에 걸쳐 총 2개월간 리시케쉬에
머무르면서 후속 연구를 하였으며 리시케쉬에서 만난 사람들과 계속 페이
스북(Facebook)을 통해 소통하였다 이를 통해 이들의 귀국 후의 일상생활
과 크고 작은 여행 수년간의 삶의 변화를 더 길고 더 넓은 시간적 공간적
흐름 속에서 관찰할 수 있었다 이 중에는 페이스북 채팅과 한국에서의 만남
을 통해 근황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온 연구대상자들도 있다 이러한 후
속 연구는 본 연구의 관점을 발전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인도는 지구상의 그 어느 관광지들보다 장기여행자들이 많이 모이며 함
께 lsquo진하게rsquo 어울리면서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덕분에
심층면접을 하지 않은 사람들의 여행 패턴도 쉽게 알 수 있었지만 특히
라뽀를 형성한 사람들에게는 공식적인 심층면접을 통해 이들의 한국에서의
삶은 어떠하였는지 인도와 리시케쉬를 방문하기까지의 이동 루트는 어떠한
지 리시케쉬를 찾게 된 이유와 이곳에서의 활동은 어떠한지 이후의 이동
계획과 lsquo집rsquo과의 관계는 어떻게 변화되는지 등을 심도 깊게 질문하였으며
이들의 생애사를 최대한 수집하였다 이렇게 연구자가 리시케쉬에서 공식적
으로 심층면접한 사람 중 한국인은 총 11명이었다 이들의 부모 및 본인의
사회경제적 위치를 고려할 때 대부분은 중하류층 서민으로 분류할 수 있었
다 lt표 1gt은 공식적으로 심층면접한 한국인 11명의 나이 학력 주요 직업
과 월 소득을 담고 있는데 안정된 직장을 가진 적이 있었던 사람은 드물며
특히 20대 4명은 모두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월 70만 원~130만
원을 벌었다는 사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인도의 장기여행자들을 입체적인 시각으로 이해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된 경험으로는 연구자가 다양한 여행 방식을 직접 체험한 것 시간적
으로 넓은 범위에 걸쳐 인도 여행을 한 것 그리고 다양한 문화권 출신의
여행자들을 만난 것을 들 수 있다 연구자는 2010년 12월에 20일짜리 인도
단체 배낭여행을 인솔했으며 1990년대 중후반부터 5차례의 인도 개인 배낭
여행 동남아를 비롯하여 장기여행자들이 모이는 수많은 장소로의 개인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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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나이 성별 학력 주요 직업 월소득
희경 49 여 대졸대기업 비서(12년)rarr자영업(2년)rarr프리
랜서
연일 45 남 석사 파트타임(포장마차 고시원 총무hellip) 거의 없음(불규칙)
달희 42 여 석사 전업 인테리어 디자이너(10년 이상)rarr
프리랜서 인테리어 디자이너420만 원rarr
병철 41 남 대졸 학원강사 무대감독 연출 파트타임(음
식배달)rarr액세서리 제작 판매
rarr120만 원
(불규칙)
지연 33 여 대졸 호텔 이벤트 코디네이터 호텔 인스펙터 2700 USD
유정 33 여전문대졸
(2년)
상담사(35년)rarr호주 워킹홀리데이rarr상
담사(25년)150만 원
인혜 30 여 대졸 컴퓨터 프로그래머(6년) 280만 원
영수 29 남 고졸 파트타임(서빙 가게 판매원 학원 실
장hellip)90만 원(불규칙)
관욱 26 남 대학생 파트타임(사무 보조 식당 서비스) 250만 원(불규칙)
승은 26 여전문대졸
(2년)
파트타임(빵공장 노동 전화상담원
조사원 요리강사 요가강사hellip)70만 원(불규칙)
은숙 23 여전문대졸
(3년)파트타임(식당) 130만 원
lt표 1gt 공식적 심층면접 대상자의 나이 주요 직업 월소득
낭여행 호주 목화농장에서의 노동을 통해 수많은 한국 청년들을 만났다
본 연구 중에는 공식적으로 심층면접한 17개 국적 50명을 포함한 다양한
외국인들과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이는 한국인들의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바라보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또한 인터넷을 이용한 의사소통도 도움이 되었는데 특히 수시로 소식을
업데이트하고 쉽게 인맥 관리를 할 수 있었던 페이스북의 역할이 컸다 항상
이동 중인 여행자들을 연구하기 위해 인터넷을 활용하는 이러한 연구방법은
린(Lean 2013)의 연구방법과도 상통한다 그는 여행을 통해 변화된 사람들
의 이동성을 이해하기 위해 자신이 실제로 여행하는 한편 자신이 직접 만나
기 힘든 사람들도 연구하기 위해 수차례씩의 이메일 인터뷰를 거치고 웹사
이트를 개설하여 넓은 범위의 참여자들과도 다양하게 상호작용한 바 있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01
린이 밝힌 것처럼 연구자도 연구대상자들이 실제로 거주하는 물리적 공간보
다 가상공간이 종종 더 접근성이 좋고 더 깊이 있는 인터뷰를 할 수 있음을
경험했다 이렇게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포함한 다현지적 접근은 이동 중인
사람들과 이동성의 연구에 적합한 방법이었다
3 헬(hell)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인도에서 만난 한국 청년들에게 왜 여행을 떠났냐고 물어본 결과 대부분
비슷한 답을 얻을 수 있었는데 한마디로 정리하면 한국은 희망이 없고 비
인간적인 삶에 지쳐서 탈출했다는 것이었다 이 장에서는 이들의 한국에 대
한 이러한 인식을 구체적으로 살펴본 후 어떤 점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헬(hell)조선 담론과 공명하고 있는지를 파악해본다 그리고 이들의 여
행을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1) 한국의 사회구조와 문화에 대한 불만
이 절에서는 청년들이 한국에서의 삶 속에서 어떤 지점에 불만을 가졌는
지부터 살펴본다 다음 사례들은 청년들이 취직이 되지 않고 취직이 되어도
소모품처럼 쥐어짜이다가 망가지기 직전에 스스로 그만두고 나왔다는 이야
기이다 이는 오늘날 청년들이 노동시장 및 사회보장제도 등 사회로부터 배
제되고 있는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현실(박수
명 2013)이 어떻게 개인에게 체험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청년들의 첫 번째 불만은 사람을 소위 lsquo스펙rsquo8)과 물질적 성취로만 판단하
는 한국 문화에 대한 것이다 2011년은 lsquo헬조선 탈출rsquo 혹은 lsquo탈조선rsquo이라는
말이 없던 시절이었지만 영수(2011년 당시 29세 남)는 외국인 친구들이
8) specification(세부적 자격요건)의 줄임말로 신상명세 등 사람이나 사물의 기본적인
능력을 나타내는 단어이다
302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ldquo왜 리시케쉬에 왔냐rdquo고 질문할 때마다 ldquo한국에서 탈출하기 위해서(to
escape from Korea)rdquo라고 대답하였다 고졸이 최종 학력인 영수의 삶에서
한국을 탈출해야 하는 맥락은 다음과 같이 나타난다
외국 가고 싶었어요 한국에 있는 게 갑갑했어요 스트레스 너무 받고 당장 내
세울 게 하나도 없으니까 경험은 많지만 자격증이 없으니까 [친구가] 여자들이
마지막에 너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너가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야
하고 말을 해줬어요 그 말이 사실이었어요 가진 게 아무것도 없었어요 직업도
돈도 없고 공부를 많이 한 것도 아니고 성과 낸 것도 없고 그래서 여자들이 널
떠나는 거라고 왜 외국을 나가고 싶었냐면 한국에 있는 게 너무 힘든 거예요
뭘 해야 될지 모르겠고 헬스장에서 일하려니까 마음이 너무 갑갑하고
여기서 영수에게 한국은 경험이나 능력보다는 자격증 직업 돈 학력과
같은 스펙과 물질적 성취로만 사람을 평가하는 곳이다 영수는 자신이 다양
한 경험이 있고 어떤 일이든 하기만 하면 남들보다 잘하며 사람들에게 항
상 인기가 많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호텔업계 와인업계 마술업계 연기업계 외식업계 체육업계 등
에서 아르바이트를 전전했을 뿐 안정된 직업을 가진 일이 없었다 영수는
이것을 한국 사회의 부조리함 때문으로 해석했다 와인업계에서 일하기 힘
들었던 것은 ldquo이상하게 한국은 나이 제한이 심해서rdquo 그리고 연기자가 되기
를 포기한 것은 ldquo한국에서는 모든 연기자는 돈을 찔러주고 들어가야 하고rdquo
ldquoPD 라인 작가 라인 주연급은 기획사에서 어주는 애들만 되기 때문rdquo이
다 즉 영수에게 한국은 부당하고 불공정한 관행이 횡행하는 곳이며 열심
히 노력해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없는 갑갑한 공간이었다 영수가 인도에서
요가 강사 자격증을 취득하려는 것은 이러한 희망 없는 한국을 벗어나 외국
에서 요가를 가르치면서 살기 위함이었다
두 번째는 취직이 되지 않는 현실이다 대학 졸업 후 몇 년간 노력했으나
결국 취직을 포기한 승은(2011년 당시 26세 여)은 인도에 오기 전까지 항상
짜증이 나 있는 상태 불만이 있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03
모든 게 다 짜증이 났던 것 같아요 내가 왜 이러고 있나 이런 거 왜냐하면
아무도 본인의 미래를 그렇게 상상하진 않잖아요 내가 상상했던 미래와 너무 다
르게 가고 있고 전 스무 살만 되면 모든 게 다 내 뜻대로 할 수 있고 모든 게
다 잘 될 거라고 막연한hellip 어른들이 항상 그러잖아요 스무 살만 돼라 근데 스무
살 돼도 별다른 게 없죠 대학 졸업해도 별 다른 게 없지 그 과 선택한 것도 단
지 취업 때문에 선택한 건데 내가 좋아하고 가고 싶었던 과를 포기하면서까지
간 건데
승은은 어차피 취업도 안 되는데 원하는 전공을 포기하고 딴 과에 가게
만들었던 어른들을 원망했다 승은은 ldquo자잘자잘 알바도 대충대충 하고 마트
계산원 알바도 해주고rdquo 살았지만 지루했다 ldquo내색은 별로 안 했지만 짜증나
고 취업도 잘 안 되고 어디론가 좀 떠나고 싶었고 새로운 거 느끼고rdquo 싶었
고 엄마가 ldquo새로운 걸 했으면 하는 눈치rdquo를 주는 것이 괴로웠다 이처럼
취업이 되지 않는 것이 본인의 책임이 아니고 본인도 괴로운 상황에서 가족
과 주변 사람들의 눈치까지 봐야 하는 현실이 부담스러워 탈조선했다고 하
였다
세 번째는 죽도록 과로해야 하는 한국의 노동 문화이다 인혜(2011년 당
시 29세 여)는 한국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했다 월~목요일에는 밤
9~10시까지 늘 야근을 했고 가끔 밤샘도 했다 몸이 점점 나빠졌다 스트레
스를 받으면 ldquo데굴데굴 구를 정도rdquo로 위가 아프곤 했으며 ldquo옷에 스치면
뼈마디까지 아팠다rdquo 아파서 회사를 일주일씩 쉬기도 하다가 결국 1년 8개
월만에 회사를 그만두었다 1년간 쉬려고 했지만 ldquo6개월 이상 놀면 거지를
못 면한다rdquo는 지인의 충고에 겁이 났고 스스로도 ldquo백수 되는 거 아닌가rdquo
싶어 슬슬 불안해졌다 결국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4개월 만에 또 취직했
지만 새 회사는 일이 더 힘들었다 인혜는 ldquo남들은 잘 하는데 나도 버텨보
자rdquo 하고 오기를 부리며 3년간 다녔지만 ldquo과장 이상 가면 버티기 힘들겠구
나rdquo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와중에 친구가 호주에 간다고 하자 ldquo1초도 고
민하지 않고rdquo ldquo나도 가rdquo 하고 말해버렸다 그 후 정보를 모으다가 행로를
변경하여 필리핀 보라카이로 어학연수를 떠났고 동남아와 인도까지 장기여
304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행하게 되었다
인혜는 ldquo이때까지 교육받고 살아온 게 늘 뭔가 하고 있어야 하고 한국
사회에서는 특히나 늘 일하고 있어야 하니까rdquo 아무리 아파도 마음 놓고 쉰
적이 없다고 하였다 평생 남의 시선을 신경 쓰면서 살아온 인혜는 탈조선
수개월 후 ldquo이제는 회사 복귀할 생각이 전혀 없어요 이젠 치열하게 살고
싶지 않아요 돈을 조금 벌더라도 조용히 평화롭게 내 시간 많이 가지고
내가 흥미 있는 부분을 전문적으로 발전시키고 싶어요rdquo라고 잘라 말했다
네 번째는 불합리한 조직문화이다 달희(2011년 당시 42세 여)는 중국에
서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일했다 앞 사례의 인혜처럼 너무 과로하여 각종
병을 달고 살다가 인도로 와서 장기체류하면서 요가를 배웠다 그러다가 한
국에서 수개월씩 일을 하고 인도로 돌아오기를 몇 번 반복했는데 그 중간
에 다녔던 회사의 획일적인 조직문화는 견딜 수 없이 피곤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삶의 방식까지 비슷해지지 않고서는 함께 일하는 게 거
의 불가능에 가까워 24시간 중에서 14시간 이상을 함께 있다 보면 세끼 밥을 같
이 먹어야 하고 세끼 밥을 같이 먹으니까 메뉴에 있어서도 그렇고 노는 시간조
차 함께 해야 하고 자는 것도 같은 숙소에서 자야 하는 경우가 있고 평소에 하는
모든 얘기 심지어 간식도 같이 먹어야 하고 너무나 많은 부분을 같이 해야 하기
때문에 나만 너무 다른 삶의 방식을 가지고 있으면 그들에게 배척당하지 그런
모든 것들 때문에 일도 같이 하기 싫어지는 거지
많은 한국 청년들이 달희처럼 조직에서 ldquo왜 너만 그렇게 다르게 행동하
냐rdquo는 눈치를 받았던 경험을 갖고 있으며 개성과 다양성을 억압하는 이러
한 한국적인 조직문화를 지긋지긋해 했다
지금까지 살펴본 이러한 불만들은 한국 청년들이 외국으로 나오게 된 주
요한 계기가 되며 최근 유행하는 헬조선 담론과도 잘 공명한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05
2) 헬조선 담론과 장기여행
이 절에서는 헬조선 담론이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청년들의
장기여행을 이와 연결시켜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으로 바라보고자 한
다
lsquo헬조선rsquo은 2015년 한국을 가장 뜨겁게 달군 신조어 중 하나로 인터넷
사이트 lsquo디시인사이드rsquo의 역사 갤러리에서 처음 사용되고 주식 갤러리에서
본격적으로 활용되다가 광범위하게 퍼져나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헬조선은
오늘날의 한국을 전근대적 계급제 사회였던 조선에 빗대는 단어로 자기비
하적인 조소가 담겨 있어 기성세대에게는 불편하게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 단어에는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급격히 심화되고 있는 불평등 및 계급격
차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 의식이 배어 있으며 여기에서 파생된 lsquo탈조선(헬
조선 탈출)rsquo이라는 단어에는 이 나라가 싫고 차라리 다른 곳으로 떠나고
싶다는 청년들의 절절한 외침이 담겨 있다 이러한 단어들이 특히 청년들의
공감을 얻어 급속도로 퍼져나가고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는 현상에 주목해
야 하는 이유는 이 단어가 오늘날의 한국에 대한 사회적 인식 이로 인한
실천 그 결과로서의 사회변동을 더 잘 살펴볼 수 있는 렌즈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탈조선 현상은 통계적으로도 증명된다 헤럴드경제가 미 시민권
공개포럼 사이트인 아이작 브룩 소사이어티에 올라온 자료9)를 인용한 기사
에 의하면 한국은 전 세계 경제 강국들 가운데 해외 이민을 떠난 뒤 모국의
국적을 포기하는 비율이 가장 높다10)(헤럴드경제 2014년 4월 28일자) 더
충격적인 것은 아직 이민을 실행하지 못해 이 통계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9) 2012년 5월 23일 Eric이라는 필자가 2002~2010년 각 아시아 나라별 통계청 자료를 인용하여
아이작 브룩 소사이어티에 올린 글이다(The Isaac Brock Society 2012년 5월 23일)
10) 이 기사에 의하면 뉴질랜드는 인구 10만 명당 45명 홍콩은 25명 대만은 152명 싱가포르는
431명인데 비해 한국은 1680명으로 비교 대상 국가 중에서 압도적으로 많다 가까운 일본
(89명)과 비교하면 20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이 기사는 ldquo한국은 국적을 상실하는 사람이 연간
25000명으로 귀화자보다 많은 유일한 아시아의 선진국rdquo이라고 분석했다
306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이민을 갈 의향을 가졌거나 준비 중인 사람들은 더 많다는 자료이다 뉴시스
가 온라인 취업포털 lsquo사람인rsquo에서 2015년 11월 성인남녀 1655명을 대상으
로 이민 의향을 조사한 결과11)를 분석한 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786
가 ldquo이민을 갈 수 있다면 가고 싶다rdquo고 답했다 한국을 떠나고 싶은 가장
큰 이유로 응답자들은 lsquo일에 쫓기는 것보다 삶의 여유가 필요해서rsquo(564
복수응답)를 꼽았으며 lsquo대체로 근로조건이 열악해서rsquo(527) lsquo소득의 불평
등 문제가 심해서rsquo(474) lsquo직업 및 노후에 대한 불안감이 커서rsquo(474)
lsquo경쟁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싫어서rsquo(463) lsquo국가가 국민을 보호해주지 않
아서rsquo(444) lsquo해외의 선진 복지제도를 누리고 싶어서rsquo(307) 등의 응답
이 뒤를 이었다 실제로 응답자들의 479는 현재 이민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민국을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복지(412)였고
이어 문화(175) 일자리 여부(131) 소득수준(67) 기후 등 환경
(58) 등이 고려 대상이었다(뉴시스 2016년 1월 18일자)
이러한 통계자료 뒤에 숨어 있는 헬조선에 대한 젊은이들의 구체적인
인식과 실천은 lsquo헬조선rsquo이라는 사이트12)에서 볼 수 있다 이 사이트의 게시
판에는 ldquo내가 헬조선을 증오하게 된 이유rdquo ldquo생존이 목표가 되어버린 헬조
선rdquo ldquo금수저13)들이 똥수저에게 게으르다 훈계하는 이유rdquo ldquo기업업자들이
니들이 낸 세금을 털어먹는 방법rdquo ldquo헬조선에 충성한 자의 최후(빡침주의)rdquo
ldquo한국인은 그 사람 아버지 직업=그 사람 수준rdquo 등 한국 사회를 비판 풍자하
는 글들이 올라온다 이 게시물들을 보면 청년들이 한국을 지옥에 빗대어
헬조선이라 부르는 이유가 생존하기도 힘들 만큼 빡빡한 현실 고착화된 사
회구조적 불평등과 부정부패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청년들은 이 사이트에서
구체적인 탈조선 방법을 공유하기도 한다 용접이나 배관 컴퓨터 등의 기술
11) 이민 의향은 연령대별로는 30대(821)의 응답률이 가장 높았고 20대(80) 40대(724)
50대 이상(59) 순이었다 이민을 가고 싶은 나라 1위는 캐나다(168)였고 호주(16)
뉴질랜드(108) 미국(96) 독일(95) 스웨덴(69) 일본(63) 핀란드(49) 스위
스(47) 등의 순이었다(사람인 2016년 1월 18일자)
12) 사이트 이름은 lsquo헬조선rsquo이지만 URL 주소는 wwwhellkoreacom이다
13) 사람을 가진 자산에 따라 금수저 은수저 동수저 흙수저 등으로 나누는 lsquo수저계급론 담론은
2015년부터 lsquo헬조선 담론과 함께 한국 사회의 현실을 고발하는 담론으로 크게 유행했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07
을 배워 미국 캐나다 호주 등의 선진국으로 이민 가는 방법에 대한 질문과
답 체험사례도 올라온다
그러나 위에서 인용한 것처럼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선진국으로의 이민만
을 탈조선이라고 할 수는 없다 현실적으로 선진국으로의 이민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높은 영어 점수와 자격증 경력 등의 스펙 및혹은 통장 잔고 증명
이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현실에 좌절한 젊은이들 중에는 일단
한국을 떠나 있기 위해 혹은 영어도 공부하고 스펙을 쌓을 자금도 마련하기
위해 워킹 홀리데이와 같이 노동을 포함한 장기여행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
가 많다 이 글의 서두에서 인용한 현정의 사례처럼 여러 선진국에서의 워
킹 홀리데이와 인도 동남아에서의 장기체류를 반복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점에서 미디어에 재현되는 것처럼 목적지를 명확하게 정하고 필요
한 자격요건을 획득하여 이민이라는 과업을 완수하는 사례는 오늘날 증가하
고 있는 헬조선 탈출 현상 중 극히 일부라고 할 수 있다 본 연구의 연구대상
자들이 가졌던 한국에 대한 불만이 헬조선 담론과 유사하며 이러한 헬조선
을 탈출하는 방법으로 장기여행을 택했다는 점에서 이들의 실천을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혹은 탈조선 여행으로 부르고자 한다 이러한 탈조선
여행 현상을 총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성공한 이민 사례에만 주목하는
시각에서 벗어나 다양한 이동 경로와 복잡한 과정 모두를 탈조선 실천의
일부로 보고 그 새로운 이동성의 양상을 파악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4 탈조선 여행의 이동 양상
이 장에서는 탈조선 여행의 이동 경로와 복잡한 과정을 구체적으로 파악
하고 그것이 계급에 따라 분화되어 있음을 보인 후 특히 중하류층 청년들
이 어떻게 선진국에서의 노동-개발도상국에서의 여행을 반복하는지를 살펴
본다
308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1) 계급에 따른 이동 경로의 분화
먼저 헬조선 탈출이 계급과는 상관없이 수많은 한국 청년들에게 공감되
는 꿈이라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 2015년에 솔직한 제목과 내용으로 크게
주목 받았던 소설의 일부분을 살펴보자
왜 한국을 떠났느냐 두 마디로 요약하면 한국이 싫어서지 세 마디로 줄이
면 여기서는 못 살겠어서 무턱대고 욕하진 말아줘 내가 태어난 나라라도 싫어
할 수는 있는 거잖아 (10쪽) hellip 이제 내가 호주로 가는 건 한국이 싫어서가 아
니라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야 아직 행복해지는 방법은 잘 모르겠지만 호주에
서 더 쉽게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는 직감이 들었어 (161쪽) hellip 나더러 왜 조국
을 사랑하지 않느냐고 하던데 조국도 나를 사랑하지 않았거든 솔직히 나라는 존
재에 무관심했잖아 나라가 나를 먹여주고 입혀주고 지켜줬다고 하는데 나도 법
지키고 교육받고 세금 내고 할 건 다 했어 (170쪽)
- 장강명(2015) 985172한국이 싫어서985173 중에서
이 소설은 한국에서 자신의 미래를 비관하는 20대 후반의 여성이 회사를
그만두고 호주로 이민을 떠난 사정을 들려주는 대화 형식의 이야기이다 주
인공은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를 다녔던 평범한 20대 청춘이다 주인공은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했지만 이 나라에서는 행복하지 않았고 결국 한국
이 싫어서 선진국인 호주로 떠났다고 말한다 이러한 주인공의 사연은 한국
의 대표적인 신문사의 사회부 등에서 기자로 일했던 저자가 치 한 취재를
바탕으로 그려낸 가장 사실적이면서도 평균적인 탈조선의 꿈이라 할 수 있
다
평범한 주인공이 이런 실천을 하는 모습에서 볼 수 있듯 헬조선 탈출은
한국 청년들에게 널리 퍼져 있는 욕망이며 한 인터뷰 대상자의 말을 빌리자
면 ldquo요즘 모여서 얘기하면 태반은 탈조선을 꿈꾼다rdquo 그러나 다 함께 꾸는
꿈도 각자의 계급과 이용 가능한 자원에 따라 실천 가능한 형태가 정해지는
것이 현실이다 가족의 자본과 본인의 학력자본이 높은 중상류층 출신 청년
들은 선진국에서 교환학생-유학을 거친 후 한국 혹은 선진국에서의 취업-선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09
진국으로의 이민이라는 경로를 많이 취하는 반면 자본이 부족한 중하류층
청년들은 한국 혹은 호주 뉴질랜드 등의 서구 선진국에서 노동하여 돈을
번 후 인도 태국 등의 아시아 개발도상국에서 장기여행을 하는 패턴을 반
복하는 이원화된 구조가 나타났다
이 글에서는 중하류층 청년들의 탈조선 현실에 초점을 맞출 것이지
만 더 입체적인 비교를 위해 잠시 중상류층의 사례를 살펴보자 화장품을
사거나 식도락 여행을 위해 종종 일본에 가는 진희(2016년 현재 24세 여)는
한국에서 태어난 것을 한탄하며 탈조선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는 대
학생이다 진희는 양친 모두가 안정된 직업을 갖고 있고 매년 2~4주씩 4인
가족이 해외로 자유여행을 갈 정도의 경제적 문화적 자본을 갖추고 있는
중산층이며 한국 최고의 학벌을 취득하는 등 모든 면에서 부족함이 없는데
왜 탈조선을 원할까 이러한 연구자의 질문에 진희는 ldquo객관적인 지표는 그
렇긴 한데 주관적인 느낌의 차원에서 가망이 없다고 많이 느낀다rdquo ldquo제가
언제든 비정규직이 될 수 있고 밑바닥으로 떨어지는 거 순식간일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rdquo고 답했다 진희는 대학에서도 좋은 학점을 4년 내내 받으며
성공적인 궤도를 달려왔다 그러나 ldquo학벌주의 사회와 경쟁적인 분위기와 과
도한 학습노동rdquo이 너무나 힘들었고 ldquo헬조선 때문에 소중한 청소년기 성장
기가 박탈당했다는 억울함과 분노가 있다rdquo고 하였다 ldquo고등학교 들어가면서
부터는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꼼짝없이 야자(야간자율학습)rdquo를 하였고
대학에 한 번에 붙어야 ldquo이 다시 겪고 싶지 않은 끔찍한 시간rdquo을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아 점심 식사 저녁 식사를 모두 포기하고 간식으로 대충 때우
며 인강(인터넷 강의)을 들었다 진희는 스스로 ldquo자기착취의 주체rdquo가 되어
ldquo모든 에너지와 시간 등등을 싸그리 수단화해서rdquo ldquo학습노동rdquo에만 매달렸다
고 회고한다 진희의 사례는 한국에서는 성공적인 궤도를 달리고 있는 것처
럼 보이는 청년들도 경쟁적인 사회 분위기에 질려 탈조선을 희망할 수 있다
는 것을 보여준다
진희는 중학교 때 985172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985173(홍세화 1995)라는 책을 읽
었는데 프랑스의 교육제도와 사회보장제도 하에서는 ldquo한국처럼 젊어서도
310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일에 찌들어 살고 노후 걱정하고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게 부러웠고rdquo ldquo나는
어쩌다 우연히 한국에 태어났을 뿐인데 왜 그런 우연한 국적에 발목 잡혀서
힘들게 살아야 하나rdquo 하고 생각했다 대학 시절에는 프랑스어를 배운 후 1학
기 동안 프랑스로 교환학생을 다녀왔다 졸업 후에는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대학원을 다닐 계획이다 진희처럼 부모의 지원으로 좋은 학벌을 취득하고
빨리 탈조선의 방법과 방향을 정하며 대학을 다니면서도 노동에 매달리지
않고 공부에만 몰입할 수 있고 덕분에 외국어라는 유용한 자원을 효율적으
로 습득한 경우 ldquo탈조선 방식으로 유학을 택하는 것rdquo이 가능하다
한국에는 진희와 같은 중상류층 젊은이들이 많이 있으며 이들은 주로
유럽이나 북미의 선진국에서 교환학생이나 유학을 통해 장기체류하는 경로
를 취한다 중상류층 중 인도에서 장기체류하는 경우는 요가나 명상을 깊이
배우려는 목적에서가 대부분이며 인도를 찾는다 해도 그 이후의 삶은 앞으
로 서술할 중하류층 청년들과 크게 다르다 스스로를 ldquo금수저rdquo라고 말하지
만 인도에서 몇 번 장기체류를 했던 지연(2016년 현재 38세 여)의 경우가
그런 독특한 사례이다 아버지가 의사이고 어머니는 교양 있는 주부인 집안
에서 자라며 음악을 전공했던 지연은 이렇게 얘기했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유학을 가는 게 당연한 코스였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그렇
게 생각했었고 어느 날 문득 심한 회의가 들었고 내가 재능이 아무리 많고 아무
리 열심히 해서 유학 갔다 오고 교수가 된다 한들 작은 방에서 하루 종일 나 같
은 아이들 가르치며 햇빛도 보지 못하고 썩은 얼굴로 살겠구나 돈이나 명예가
있으면 뭐하나 인간 삶의 질이 엉망이겠구나
ldquo한국에 있으면 무엇을 해도 마찬가지rdquo일 것이라고 생각한 지연은 부모
의 후원을 받아 독일로 가서 고등학교를 다녔고 스위스에서 대학을 졸업했
다 졸업 후에는 ldquo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그 사회에서 사는 게 너무 끔찍
하게rdquo 느껴져서 태국에서 7년 가까이 직장 생활을 하였고 요가를 배웠다
지연은 고등학교 때부터 탈조선하여 계속 외국에서 지냈으며 영어와 독일
어를 유창하게 구사했지만 한국적인 삶의 방식과 성공을 요구하는 부모와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1
끝없이 충돌했다 몸은 한국에서 벗어나 있더라도 한국과 가족 등의 끈으로
묶여 있는 한 마음은 한국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결국 몇 번의 대형 충돌
을 거친 뒤 매년 인도에서 수개월씩 체류하며 마음만은 탈조선한 상태로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위의 두 사례를 보면 한국에서는 남들이 모두 부러워할 만큼 많은 자본을
가진 20대 중반의 젊은이도 스스로를 금수저라 인식하는 30대 후반의 젊은
이도 ldquo젊어서도 일에 찌들어 살고 노후 걱정rdquo해야 하는 삶 경쟁이 극심한
한국에서 사는 것을 끔찍하게 인식하며 탈조선을 꿈꾸고 실천한다는 사실
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중상류층 출신인 이들에게는 부모가 가진 자원과
그 도움으로 획득한 자신의 문화자본 덕분에 탈조선의 실천이 상대적으로
쉬운 것도 사실이다
2) 중하류층 청년들의 노동-장기여행 반복
그렇다면 중하류층 젊은이들의 탈조선 여행 이동 루트는 어떠할까 이
글의 서두에서 현정이 말한 대로 많은 청년들이 호주에서 수 개월간 일을
해서 한국에서보다 많은 돈을 벌고 그 돈으로 호주 동남아 인도를 여행한
다 그리고 돈이 떨어지면 다시 호주 혹은 다른 워킹 홀리데이 국가로 가서
돈을 벌고 다시 그 돈으로 아시아 국가들을 여행한다
리시케쉬에서 만난 한국 청년 중 가장 길게 여행 중인 현정의 구체적인
이동 경로는 다음과 같다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했던 현정은 졸업 후 ldquo취직
이 되지 않아rdquo 인도를 3개월간 여행했다 그 후 호주에 워킹 홀리데이로
가서 1년간 일한 뒤 동남아를 장기여행 했다 그 후 다시 호주에 워킹 홀리
데이로 가서 또 1년간 일했고 그 후에는 다시 동남아를 장기여행한 후 인도
에 왔다 비자가 만료되자 네팔에서 2개월간 머문 뒤 새 비자를 받아 다시
인도에 왔고 리시케쉬에서 1개월짜리 강사 트레이닝 코스를 마쳤다 현정
은 한동안 요가 수련을 한 후 뉴질랜드에 워킹 홀리데이로 갈 예정이다
312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6년 이상 계속 외국을 떠돌고 있는 셈이었다
현정의 부연설명처럼 수 년 전부터 동남아에는 ldquo집에 3~4년씩 안 들어간
애들rdquo ldquo집에 가기 싫은 애들rdquo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배낭여행 중에는 이런
청년들을 쉽게 만날 수 있으며 여행 중에 만나는 사람들 그리고 워킹 홀리
데이 안내서 동남아 여행기 블로그 페이스북 등을 통해 이들에 대한 간접
적인 이야기도 수없이 들을 수 있다
현정처럼 한국에 거의 들어오지 않고 쭉 여행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중간중간에 한국에 들어와 회사를 다니며 돈을 모은 뒤 다시 나가는 경우도
있다 주로 쉽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자격증을 가진 경우인데 유정(2011
년 당시 32세 여)의 경우 2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청소년 상담사 자격증을
딴 후 3년 반 동안 회사를 다녔다 그 후 호주로 1년간 워킹 홀리데이를
나갔다가 들어와서 다시 1년간 회사를 다녔다 그 후 캐나다로 워킹 홀리데
이를 가려고 신청했다가 떨어진 후 장기여행을 준비하다가 다시 취직했고
1년 반 동안 일하다가 장기여행을 시작했다 이번 여행은 현재 10개월째인
데 동남아에서 수 개월간 쉬고 단동에서 15개월간 자원봉사를 하고 운남
성에서 15개월간 태극권을 배운 후 다시 15개월간 동남아와 인도를 여행
했고 인도에서 2개월간 요가를 배운 후 육로로 이집트까지 여행할 예정이
다
현정 유정과 같은 청년들의 생애사를 들어보면 학벌이나 학력 자격증
부모의 직업 등 많은 면에서 내세울 것도 도움 받을 네트워크도 없었으며
자신의 힘으로 삶을 헤쳐 나갔다 3장에서 살펴본 것처럼 가진 것이 없다
보니 존중받지 못했거나 취직이 되지 않아 주변의 눈치를 봐야 했으며 죽
도록 과로하거나 불합리한 조직문화에 시달리면서도 노동을 하며 살아야
했다 현정처럼 차라리 선진국에서 육체노동을 하며 돈을 많이 벌거나 유정
처럼 ldquo죽었다 생각하고rdquo 한국에서 1년 정도 일을 하고 나면 쉬고 싶고 그새
망가진 몸을 고치고 싶고 자신이 누구인지 천천히 생각도 해보고 싶어진다
전 세계적으로 볼 때 한정된 돈으로 오랜 시간을 보내며 이러한 목적을
추구할 수 있는 최적의 여행지는 인도로 알려져 있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3
5 인도에서의 헬조선 해독 활동
이 장에서는 한국 청년들이 인도에서 장기체류하면서 추구하는 목표가
휴식 치유 자아 찾기를 통한 lsquo헬조선 해독(解毒)rsquo임을 보인 후 인도가 이런
활동을 하기 좋은 이유는 무엇인지 알아본다
먼저 탈조선하여 인도에 온 청년들이 가장 많이 추구하는 활동인 휴식
치유 자아 찾기가 어떠한 맥락에서 나타나는지를 다음 사례들을 통해 살펴
보자
달희는 리시케쉬에 왜 왔냐는 연구자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ldquo나는
여기가 쉴 수 있는 곳일 거란 기대를 가지고 처음에 왔어요 밖으로의 여행
이 아니라 내 안으로의 여행 내가 처음에 인도를 선택하면서 내 마음속으로
되뇌었던 것이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이 말을 계속 했었어요rdquo
달희는 휴식과 자아 찾기를 위해 인도에 왔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것은
과로할 수밖에 없는 직장생활 그로 인해 병든 몸을 치유하는 것과 접한
관계를 갖고 있었다 달희에 의하면 이러한 욕망을 갖게 된 것은 회사 생활
을 하면서 ldquo착취당하면서도 표현도 못 하고 그렇다고 부하 직원들을 쥐어
짤 성격도 안 되고 해서 아주 화병 같은 게 단단히 들고 몸도 너무 고단해서
망가졌기rdquo 때문이다 30세 무렵에는 교통사고가 나서 구안와사(口眼喎斜)
즉 입이 한쪽으로 돌아가는 증상이 왔다 그러나 달희는 여전히 일을 하였
고 계속 일을 하다 유방섬유선종 자궁근종 무릎middot발목 등의 원인불명 통증
척추측만증 두통 소화불량 관절 통증 등을 앓게 되었다 결국 41세에는
더 이상 회사를 다닐 수 없어 요가를 하면서 몸을 고치기 위해 리시케쉬로
오게 되었다
달희의 생애사에서 보이는 것처럼 과로 심신의 질환 자아를 잃었고 왜
사는지 모르겠다는 느낌이 긴 하게 엮여 나타나다가 탈조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한국인 장기여행자들에게 흔한 서사이다 인도의 장기여행자 중 보기
드물게 성공적인 궤도를 달리는 듯했지만 역시 같은 이유로 탈조선한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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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의 사례도 이를 잘 보여준다
관욱(2011년 당시 26세 남)은 서울의 일류 공과대학의 4학년이었다 관
욱은 4학년 여름까지 취직을 위해 인턴 과정을 밟고 있었고 취직 시험에서
최종 면접을 몇 개 남겨둔 상태였다 고등학교 때 985172지구별 여행자985173(류시화
2002)를 읽은 이후 막연히 배낭여행을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가지고 있었지만 주변 사람들은 다들 대학원에 가거나 빨리 취직하는 분위
기였고 해외에 간다고 해도 유럽으로 아니면 유명 대학의 프로그램이나
어학연수에 가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계속 고민하다가 전자공학 전공자에
대한 수요가 많아 취업 걱정이 없다는 점 지금 못 가면 40~50대 때 후회할
것 같다는 점 회사에 한 번 들어가면 회사를 그만두지 않는 한 6개월짜리
여행은 할 수 없다는 점을 생각했다 관욱은 취업 준비를 모두 그만두고
면접도 포기하고 여름 내내 육체노동을 하면서 인도 여행 자금을 모았다
관욱은 늘 아침밥만 먹고 점심 저녁은 굶으면서 공부했다 전공 5~6개 과목
의 시험이 매 학기 각각 4번씩이나 있고 프로그램 프로젝트를 2개씩 하다
보니 항상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관욱은 ldquo어쩌면 스트레스 받는데 의식
못 했을 수도 있었다rdquo고 회고한다 관욱은 ldquo한국에서는 시험이나 프로젝트
가 늘 마음에 있었고rdquo 회사 면접을 보면서는 ldquo연봉보다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rdquo 하는 고민에 계속 마음이 무거웠다 그러
다가 인도에 오기 전에 몸이 아파 병원에 들렀고 놀랍게도 20대 중반의
나이에 위궤양 빈혈 고혈압 진단을 받았다 관욱은 인도에 오게 된 계
기를 다음과 같이 털어놓았다
한편으로 기대한 바는 한국 문화에서 떨어져 있고 싶었어요 어떤 사회적 자
아 그렇게 형성된 자아가 너무 세서 내 내면의 목소리라는 걸 들어볼 생각도 안
하고 들어보지도 못했어요 작은 거라도 그래서 여기서 나가보면 내가 직접 느껴
볼 수 있지 않을까 절실히 필요하면서도 내 내면의 목소리 이런 게 너무 피상적
으로 느껴졌었죠
관욱이 인도로 탈조선하면서 가장 바란 것은 한국 문화 사회적 자아에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5
매몰된 내면의 목소리를 찾는 것 즉 자아 찾기였으며 이것은 망가진 몸을
치유하고 휴식을 취하는 것과 접하게 엮여서 나타났다 관욱은 한국에서
는 성공을 향한 길을 안정적으로 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진정으
로 원하는 일을 하지 못하고 몸의 요구나 내면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바쁘게
살아야 하는 한국 문화에 순응하며 살아오다가 문득 몸이 망가진 것을 발견
했다 관욱은 연구자와 나눈 대화 속에서 ldquo쉬고 싶다rdquo는 표현을 끝없이 계속
했다 가이드북에서 리시케쉬 부분을 펼쳤을 때 ldquo락쉬만줄라에 노을 지는
장면 사진이 나왔는데 이것을 보고 여기서는 여유롭게 시간을 가져도 좋겠
다 한국에선 잘 못 가지는 시간이니까rdquo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였으며
오기 전에 ldquo가서 어떤 식으로든 순간을 즐길 수 있음 그럴 수 있기만 하면
좋겠다rdquo 하고 생각했다고 하였다 리시케쉬에 도착해서는 ldquo여기서는 순간을
한 번 그렇게 지내보자 한국에선 걱정이 너무 많으니까 시험이나 프로젝트
가 늘 마음에 있으니까 여기선 햇볕 산책 다 해보자rdquo 하고 결심했다고 하였
다
이처럼 많은 한국 청년들이 휴식에 대한 갈망을 표현하였다 이번 여행의
목적을 묻는 연구자에게 유정은 이렇게 대답했다 ldquo계속 다니면서 나를 더
들여다보는 거죠 나는 누구인가 10대 때 고민했던 거 다시 한 번 그래서
이렇게 좀 다니면서 생각 좀 많이 하면서 그래서 좀 스스로 좀 내면적으로
좀 강해졌음 좋겠다 그리고 현실에서 탈피하고 싶고 그게 좀 안 돼요 일만
하면 일만 생각해요rdquo
유정 또한 탈조선의 계기를 ldquo나를 들여다보는 것rdquo 즉 자아 찾기라고 얘기
하고 있으며 그것을 현실 탈피와 내면이 강해지는 것과 연결시키고 있다
유정은 한국에서 회사 문화의 불합리함 인간관계에 의한 스트레스로 폭식
증 소화불량 단기간에 25kg이라는 급격한 체중 증가 그리고 이로 인한
무릎 허리 목의 통증에 시달렸다 그래서 휴식과 치유가 절실하여 탈조선
하게 되었고 몇 달간 푹 쉰 뒤에는 ldquo다시 사회에 돌아갔을 때 그런 스트레스
나 이런 것들에 대해서 사람관계에서 오는 것들은 내가 좀 커트할 수 있는
사람rdquo이 되고 싶어 요가를 시작했다고 하였다
316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위의 사례들이 보여주는 바처럼 한국 청년들이 헬조선을 탈출하는 이유
는 휴식 치유 자아 찾기를 통한 헬조선 해독이 너무나 절실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활동을 다른 곳도 아니고 인도에서 하는 것일까
앞의 사례에서 달희는 휴식 자아 찾기의 욕망을 인도에서 추구하게 된
이유로 ldquo인도는 한국에서 지내는 것보다 한 달에 쓰는 생활비가 더 적을
거라는 생각rdquo ldquo일을 하지 않고 요가만 하면서 먹고 자고 할 수 있고rdquo ldquo인도
는 요가의 본고장이기 때문이라는 믿음rdquo이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다른
사람들이 인도에 온 계기도 대부분 이와 비슷하다
달희가 말한 것처럼 이러한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저렴한 물가이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유럽이나 미국에서 장기체류를 하지
않는 핵심 원인은 물가가 비싸 오래 머물 수가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 최대
한 많은 것을 볼 수 있도록 하루하루 빡빡한 일정을 짜고 꼭 필요한 날수만
큼만 머물게 되는 이런 선진국으로는 휴식을 취하러 가지 못한다 그러나
인도 리시케쉬에서는 300~500달러만 있으면 한 달간 깔끔한 싱글룸에서
묵으며 최고의 요가 수업을 받고 여유롭게 식사와 간식을 즐기며 지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좋은 자연환경과 문화적 매력까지 있다 리시케쉬는 갠지
스강과 히말라야 산맥이 만나는 성지로서 자연환경이 아름답고 요가의 본
고장답게 훌륭한 요가 수업들이 많이 있다 달희의 말처럼 ldquo요가만 하면서
먹고 자고 할 수 있는rdquo 최적의 환경인 것이다 이러한 환경은 여행 가이드북
과 여행자들이 남긴 여행기에도 잘 기술되어 있으며 실제로 놀라운 치유의
효과를 낳는다 이러한 소문은 수많은 여행자들을 유혹한다
이처럼 개발도상국에서 장기체류하는 선진국의 여행자들에 대해 그러한
이동의 핵심 원인이 더 나은 삶의 질을 위한 것이라고 보고 개념화한 것이
바로 라이프스타일 이주이다 인도에 대한 사례 연구로는 바라나시의 서구
인 장기체류자들을 참여관찰하면서 이들을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로 보고 그
라이프스타일의 특징을 분석한 코펠라(Korpela 2009)의 연구가 있다 바라
나시는 인도 악기를 배우는 장기체류자들이 집해 있는 곳인데 코펠라에
의하면 이들은 대부분 인도 악기를 연주하고 요가와 명상 자선사업을 하며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7
엄청난 시간을 친구들과 어울리는 데 쓴다 이들의 삶은 느리고 빡빡한 매
일의 일정이 없으며 물질적 소유는 적고 현재를 즐길 시간이 많다 코펠라
는 이들이 가능한 곳에서 더 나은 삶을 찾으며 물가가 싸고 영적sdot예술적
의미와 결부된 곳에서 더 나은 삶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이용하는 것이라
고 해석하였다
인도의 장기체류자들이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이동하는 방향성은
이렇게 해석할 수 있겠으나 문제는 라이프스타일 이주라는 개념은 이들이
고국에서 인도로 한 번 이주한 다음 영구히 정착한다는 인상을 준다는 것이
다 그러나 사실 인도의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들은 대부분 3~6개월짜리 관광
자 비자로 인도에 장기체류하는 여행자들이며 비자를 갱신하기 위해 이웃
나라를 방문하거나 돈을 벌거나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자주 고국으
로 귀국한다 또한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헬조선 탈출 여행자들은 이 글의
서두에서 보았던 것처럼 호주 등 선진국에서의 노동 다른 동남아 국가들에
서의 여행 등 다양한 이동 루트를 거친다
이처럼 오랜 기간 다양한 장소들을 떠돌다 보면 이들의 탈조선 여행 이후
의 삶은 어떻게 변화할까
6 탈조선 여행 이후의 삶의 변화
이 장에서는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을 했던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이들에게 나타나는 lsquo집rsquo의 의미 변화를 살펴본
뒤 이들의 이동성을 라이프스타일 여행 및 라이프스타일 이동성이라는 개
념과 연결 지어 살펴본다
1) lsquo집rsquo의 의미 변화
탈조선하여 떠도는 사람들에게 집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왜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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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돌아다니냐는 연구자의 질문에 현정은 이 글의 서두에 인용한 것처럼
ldquo집에 가기 싫어서요rdquo라는 답과 함께 이제는 집이 불편하다는 말까지 했다
ldquo이제 집에 가도 제가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닌 것 같아요 불편해요 그래서
또 나오고요 엄마가 밥을 하루에 3번씩 해주시는데 처음에 빵만 하루에
3번 먹으면 속이 거북한 그 느낌처럼 밥에서 그런 느낌이 나던데요rdquo
현정의 말은 2가지 생각해볼 문제를 남긴다 첫 번째는 한국 사람인 현정
이 밥을 먹으면 속이 거북하다는 지점이다 지금은 약간 옅어지기는 했지만
한국의 해외여행 역사상 언제나 여행 경험담의 중요한 부분이 되어왔던 것
은 며칠만 외국을 여행해도 김치와 된장찌개가 그립고 한국인이라면 역시
밥을 먹어야 힘이 난다는 정서 그리고 한국인을 만나서 김치에 소주를 함께
먹으며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공유했던 정겨운 경험 등이다 이와 비교
할 때 현정과 같은 청년들에게서는 지금까지 한국인에게 lsquo밥rsquo으로 체화되어
있던 한국적 정서와 정체성이 옅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한국적 정서와 정체성이 옅어지는 것은 공간적으로도 체험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이 두 번째 지점 즉 ldquo집에 가도 제가 있어야 할 자리
가 아닌 것rdquo처럼 불편하고 그래서 또 외국으로 나간다는 말이다 과거 많은
한국인 여행자들은 lsquo나의 집rsquo 그리고 이를 확장한 lsquo내 나라rsquo가 세상에서 가
장 편안한 곳이라고들 이야기해왔으며 여행작가 한비야처럼 여러 언어를
구사하고 외국여행을 많이 한 사람도 틈날 때마다 집과 고국에 대한 그리움
을 토로하곤 했다 이처럼 집과 고국은 한 사회적 인간의 근원이자 지향점으
로 체화되어 있었고 그것이 당연하게 여겨져 왔으나 오늘날 현정과 같은
젊은이들은 여기서 불편함을 느끼고 탈출까지 감행한다 이러한 인식은 달
희의 말에서도 잘 드러난다 달희는 요가 연습 도중에 갑자기 눈물이 나서
소품실에 들어가 울다 나온 적이 여러 번 있었다 나중에 연구자가 이유를
물어보자 ldquo집에 가면 할 일도 없고 가고 싶지 않아서rdquo 울었다고 하였다
달희는 ldquo한국에 있으면 내일 할 일뿐만 아니라 그 동안 해왔던 일과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rdquo며 부담감을 드러냈다
이처럼 탈조선 여행자들에게 가족들이 사는 집 그리고 고국은 점점 불편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9
한 곳이 되어가며 잠시 돈을 벌거나 비자를 연장하기 위해 혹은 의료 혜택
을 받기 위해서와 같은 실용적인 목적을 위해 들르는 곳으로 변화되어 간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이들은 지속적으로 떠돌거나 고국을 주 거주지
로 하면서도 외국을 계속 돌아다니는 이동성이 증대된 삶을 살게 된다
2) 이동성의 증가
헬조선 탈출 이후 현정처럼 노동과 장기체류라는 순환을 지속적으로 반
복하며 계속 장기여행 중인 사람도 있지만 장기여행을 끝낸 후 한 장소에
정착하여 사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다면 장기여행을 끝낸 후 탈조선 여행자
들의 삶은 어떻게 변화되며 어떠한 새로운 특징이 나타날까 본 연구에서
는 다음 2가지 패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 번째 패턴은 요가와 같이 특정한 활동을 중심으로 증가된 이동성과
직업적 경력을 연결시키는 것이다 달희의 경우 요가를 배우기 위해 수년째
한국-인도를 오가다가 도중에 결심하고 요가 강사가 되었다 연구자와 만났
을 당시 달희는 인도에 3번 왔던 상태였다 수개월씩 여러 장소에서 각기
다른 요가를 배우기를 3년간 반복하다가 2012년 7월부터는 3년간 쭉 방콕
에서 머물며 강사 트레이닝 코스를 밟았다 2015년에는 귀국하여 요가 강사
자리를 알아보는 한편 지속으로 태국 인도 등에서 요가 워크숍에 참석하고
있다
이처럼 헬조선 탈출 여행자 중 요가 수련자들은 리시케쉬를 포함하여
요가를 배우거나 수련할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하는 삶의 방식을 유지한다
계절과 선호하는 강사의 존재 여부 등 다양한 조건에 맞추어 인도 내에서
이동하기도 하고 요가의 새로운 내용이나 전수 방식을 외국의 강사에게 배
울 수 있거나 또 다른 머물기 좋은 장소가 발견되면 인도를 벗어나 다른
나라로 이동하기도 한다 서구인들에 비하면 한국인의 이동 범위는 좀 더
아시아 위주로 한정되어 있는데 주로 한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지내다가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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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 태국 등 동남아 국가의 요가 센터나 요가 워크숍에 참여하는 형태이다
물론 이동 중간중간에 워킹 홀리데이로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일하거나 한
국에서 일하며 여행 자금을 단기간에 마련하기도 한다
요가 수련자들이 이처럼 계속 요가를 배우며 이동하는 것은 더 나은 요가
강사가 되도록 하는 이동성 자본(mobility capital)(Bell 2013 24)으로 기능
할 수도 있다 벨은 끊임없이 돌아다니는 음악 연주자들을 라이프스타일 여
행자로 분류하면서 이들이 경제적 부 대신 개인적sdot직업적 풍요로움 등의
형태로 이동성 자본을 획득하였으며 이들이 영원히 혹은 가장 중요하게
닻을 내리는 것은 한 지리적 장소가 아니라 그들의 일이라고 분석한 바 있
다 이들의 이동성은 전문적 수련의 일부가 되며 이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이처럼 이동성이 성공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것은 요가 강사들
에게도 마찬가지인데 요가의 기원지인 인도에서 유명한 스승에게 배웠다는
것은 그 요가 강사의 진정성과 정통성 그리고 그 결과로서의 지식을 보증하
는 상징으로도 기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렇게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는
요가 수련자들은 더 나은 삶의 방식을 찾기 위해 여행하는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라기보다는 여행 자체가 삶의 방식인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라는 개념
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동 중인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에 대해 연구한 얼스킨과 앤더슨에 의
하면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에게 초기의 이동성은 집에서 탈출하거나 사회
적 압력과 기대를 피하기 위해 추구될 수 있지만 점점 자아 창조라는 의제
를 중심으로 하게 된다(Erskine and Anderson 2013 140-141) 요가 수련
자들도 초기에는 한국을 탈출하는 것이 목적이었다가 나중에는 점점 더 나
은 요가 수련자가 되는 데 집중한다는 점은 이런 특징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의 증가된 이동성이 이후의 삶을 변화시키는 두 번째 패턴은 첫 번째
패턴과 겹칠 수도 있는데 장기여행에서 귀국하여 한국이 주거주지가 되더
라도 마음만은 계속 탈조선 상태에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계속
단기여행을 다니는 식으로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면서 직업 인간관계를 이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1
전과는 다르게 조직하기도 한다 지연의 경우 귀국 후 외국인과 결혼했고
요가 강사가 되어 일 년에 보통 2~3회씩 일본 동남아 등지로 요가 워크숍을
가는 한편 1~2개월씩은 인도에서 요가를 수련한다 지연은 ldquo호주나 유럽
캐나다 같은 곳은 도시여도 자연이 있고 여유가 있고 비슷한 가치관을 중요
시하는 사람들 속에서 살고 싶은데 한국에선 뭐 하나 충족시켜주는 게 없는rdquo
현실에 대해 불평하였다 그러면서 ldquo기존 회사를 그만두고 요가만 하는 걸
로 결정한 것rdquo ldquo원치 않는 정신적 스트레스 관계 이런 걸 최대한 만들지
않는 쪽으로 생활반경을 컨트롤하는 것rdquo은 ldquo최대한 이 헬조선의 영향을 받
지 않는 생활rdquo을 영위하기 위함이며 ldquo이젠 제가 사는 방식을 바꿔서 제
생활반경만큼은 헬조선이 안 되도록 말뚝 박고 공간확보를 한 것 같다rdquo고
말했다
본 연구의 대상자들 중 아직 선진국으로의 이주에 성공한 사례는 없지만
이렇게 이동성을 증대시킨 삶을 사는 사례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7 결론
본 연구에서는 오늘날 한국 젊은이들의 장기여행 현상을 헬조선 담론과
연결시키고 그 동안의 관광이나 이주 개념으로 설명되지 않던 부분들을 이
동성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하였다
본 연구에서 발견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 젊은이들의 장기여행
은 한국의 사회구조와 문화에 대한 불만을 가진 청년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며 헬조선 담론을 잘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
기여행 혹은 탈조선 여행으로 부를 수 있다 둘째 탈조선 여행의 이동 경로
는 계급에 따라 이원화되어 나타난다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장기여행은 중
하류층 청년들이 한국이나 선진국에서의 노동-개발도상국에서의 장기체류
를 반복하는 양상으로 나타났다 셋째 헬조선 탈출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오래 머무는 인도에서 주로 추구하는 목표는 휴식 치유 자아 찾기를 통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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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조선 해독 활동이라 할 수 있다 넷째 이들이 탈조선 여행을 마친 후 나타
나는 삶의 변화로는 집의 의미가 변화하고 이동성이 증가하는 패턴을 들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크게는 전 지구적 이동성의 증가 관광과 이주의 경계가
흐려지는 추세 오늘날 청년들이 노동시장 진입을 비롯하여 점점 더 사회로
부터 배제되고 있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현실 등이 맞물려 나타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이후에 나타나는
개인적sdot사회적 변화는 인류학적으로 아주 흥미로운 현상일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이론화를 위해서는 앞으로 다음 지점들에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이다
첫 번째는 탈조선 여행자 혹은 탈조선 여행에서 얻은 이동성 자본을 직업
으로 전환시킨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이 나이가 들어도 계속 그러한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서구에는 60대
70대 노인 중에도 그런 사람들이 많지만 이는 복지제도가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90년대 이후 증가한 한국의 장기여행자들 중에서는 아무리 lsquo자유
로운 영혼rsquo의 소유자라 해도 부모가 나이 들기 시작하면 자식이 병원비를
부담해야 하고 자신의 노후대책을 직접 마련해야 되기 때문에 당장의 생계
유지에 급급한 생활인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과거의 장기여행과는
달리 오늘날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은 한국에서의 직업적 기반이나
경력을 쌓지 못한 청년들의 여행이며 강력한 구심력을 가진 한국에서의 탈
출이다 따라서 이들이 한국으로 돌아와 생활인이 되는 것이 힘들다면 대안
적으로 어떠한 직업적 가족적 삶이 가능할 것인가
두 번째는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에 라이프스타일이라는 개념을 연
결시킬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연구자는 본문에서 탈조선 여행자들에 대
해 현존하는 개념 중 가장 가까운 라이프스타일 여행자 및 라이프스타일
이동성에 기대어 설명하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사실 라이프스타일은 소비를
중심으로 하는 개념이라는 점에서 생존을 위해 탈출한 사회에서 배제된
청년들을 분류 혹은 설명할 수 있는 명칭이 될 수 있는지 어떠한 다른 개념
으로 보완 확장이 가능한지는 향후 중요한 연구과제라 하겠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3
이러한 지점들에 유념하여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양상 및 그 결과
를 탐구하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의 이탈자들에 대한 성찰적 연구가 되는
것은 물론 전 지구적인 인간의 이동에 대한 새로운 이론을 확립하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다
논문접수일 2016년 5월 31일 논문심사일 2016년 7월 2일 게재확정일 2016년 7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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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7
ltKey conceptsgt Hell-Joseon long-term travel tourism migration lifestyle
migration lifestyle traveler lifestyle mobility
Long-term Travel as lsquoEscape from Hell-Joseon
A Research about Korean Travelers in India
Lee Minyoung14)
This research connects Korean young mens long-term travel with the
ldquoHell-Joseonrdquo discourse popular in Korea nowadays and explores the
so called lsquoescape from Hell-Joseonrsquo phenomenon and changes of their
lives after the trips with the concept of mobility since tourism and
migration cant explain it well A participant observation in India found
that the Korean long-term travelers are characteristic as the followings
1) Long-term travel is popular among the youth who complains about
the social structure and culture of Korea and their travel reflects the
ldquoHell-Joseonrdquo discourse So we can call this travel as escape from
Hell-Joseon 2) The travel routes of are differentiated according to the
class This research mainly deals with the circulation route of doing
physical labor in developed countries and relaxing in developing
countries popular among the lower middle class 3) Most of the travelers
often stay in India for a long time and their main purpose is
detoxification from Hell-Joseon through relaxation healing and
searching for the self 4) After they finish the long-term travel the
PhD Candidate Department of Anthropology Seoul National University
328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meaning of home is changed and their mobility is increased That
phenomenon seems to be entangled with the increasing global mobility
the blurring trend between tourism and migration and the structural
problem which excludes young men from entering the labor market and
the society in Korea Researching the backgrounds aspects and results
of escape from Hell-Joseon will be a reflective study about Korean
society and help to construct new theories about global movement of
people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299
행한 현장연구에 기반한다 한편 연구자는 석사논문 작성 후에도 2012년
12월에서 1월 2014년 7월에서 8월 두 차례에 걸쳐 총 2개월간 리시케쉬에
머무르면서 후속 연구를 하였으며 리시케쉬에서 만난 사람들과 계속 페이
스북(Facebook)을 통해 소통하였다 이를 통해 이들의 귀국 후의 일상생활
과 크고 작은 여행 수년간의 삶의 변화를 더 길고 더 넓은 시간적 공간적
흐름 속에서 관찰할 수 있었다 이 중에는 페이스북 채팅과 한국에서의 만남
을 통해 근황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온 연구대상자들도 있다 이러한 후
속 연구는 본 연구의 관점을 발전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인도는 지구상의 그 어느 관광지들보다 장기여행자들이 많이 모이며 함
께 lsquo진하게rsquo 어울리면서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덕분에
심층면접을 하지 않은 사람들의 여행 패턴도 쉽게 알 수 있었지만 특히
라뽀를 형성한 사람들에게는 공식적인 심층면접을 통해 이들의 한국에서의
삶은 어떠하였는지 인도와 리시케쉬를 방문하기까지의 이동 루트는 어떠한
지 리시케쉬를 찾게 된 이유와 이곳에서의 활동은 어떠한지 이후의 이동
계획과 lsquo집rsquo과의 관계는 어떻게 변화되는지 등을 심도 깊게 질문하였으며
이들의 생애사를 최대한 수집하였다 이렇게 연구자가 리시케쉬에서 공식적
으로 심층면접한 사람 중 한국인은 총 11명이었다 이들의 부모 및 본인의
사회경제적 위치를 고려할 때 대부분은 중하류층 서민으로 분류할 수 있었
다 lt표 1gt은 공식적으로 심층면접한 한국인 11명의 나이 학력 주요 직업
과 월 소득을 담고 있는데 안정된 직장을 가진 적이 있었던 사람은 드물며
특히 20대 4명은 모두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월 70만 원~130만
원을 벌었다는 사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인도의 장기여행자들을 입체적인 시각으로 이해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된 경험으로는 연구자가 다양한 여행 방식을 직접 체험한 것 시간적
으로 넓은 범위에 걸쳐 인도 여행을 한 것 그리고 다양한 문화권 출신의
여행자들을 만난 것을 들 수 있다 연구자는 2010년 12월에 20일짜리 인도
단체 배낭여행을 인솔했으며 1990년대 중후반부터 5차례의 인도 개인 배낭
여행 동남아를 비롯하여 장기여행자들이 모이는 수많은 장소로의 개인 배
300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이름 나이 성별 학력 주요 직업 월소득
희경 49 여 대졸대기업 비서(12년)rarr자영업(2년)rarr프리
랜서
연일 45 남 석사 파트타임(포장마차 고시원 총무hellip) 거의 없음(불규칙)
달희 42 여 석사 전업 인테리어 디자이너(10년 이상)rarr
프리랜서 인테리어 디자이너420만 원rarr
병철 41 남 대졸 학원강사 무대감독 연출 파트타임(음
식배달)rarr액세서리 제작 판매
rarr120만 원
(불규칙)
지연 33 여 대졸 호텔 이벤트 코디네이터 호텔 인스펙터 2700 USD
유정 33 여전문대졸
(2년)
상담사(35년)rarr호주 워킹홀리데이rarr상
담사(25년)150만 원
인혜 30 여 대졸 컴퓨터 프로그래머(6년) 280만 원
영수 29 남 고졸 파트타임(서빙 가게 판매원 학원 실
장hellip)90만 원(불규칙)
관욱 26 남 대학생 파트타임(사무 보조 식당 서비스) 250만 원(불규칙)
승은 26 여전문대졸
(2년)
파트타임(빵공장 노동 전화상담원
조사원 요리강사 요가강사hellip)70만 원(불규칙)
은숙 23 여전문대졸
(3년)파트타임(식당) 130만 원
lt표 1gt 공식적 심층면접 대상자의 나이 주요 직업 월소득
낭여행 호주 목화농장에서의 노동을 통해 수많은 한국 청년들을 만났다
본 연구 중에는 공식적으로 심층면접한 17개 국적 50명을 포함한 다양한
외국인들과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이는 한국인들의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바라보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또한 인터넷을 이용한 의사소통도 도움이 되었는데 특히 수시로 소식을
업데이트하고 쉽게 인맥 관리를 할 수 있었던 페이스북의 역할이 컸다 항상
이동 중인 여행자들을 연구하기 위해 인터넷을 활용하는 이러한 연구방법은
린(Lean 2013)의 연구방법과도 상통한다 그는 여행을 통해 변화된 사람들
의 이동성을 이해하기 위해 자신이 실제로 여행하는 한편 자신이 직접 만나
기 힘든 사람들도 연구하기 위해 수차례씩의 이메일 인터뷰를 거치고 웹사
이트를 개설하여 넓은 범위의 참여자들과도 다양하게 상호작용한 바 있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01
린이 밝힌 것처럼 연구자도 연구대상자들이 실제로 거주하는 물리적 공간보
다 가상공간이 종종 더 접근성이 좋고 더 깊이 있는 인터뷰를 할 수 있음을
경험했다 이렇게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포함한 다현지적 접근은 이동 중인
사람들과 이동성의 연구에 적합한 방법이었다
3 헬(hell)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인도에서 만난 한국 청년들에게 왜 여행을 떠났냐고 물어본 결과 대부분
비슷한 답을 얻을 수 있었는데 한마디로 정리하면 한국은 희망이 없고 비
인간적인 삶에 지쳐서 탈출했다는 것이었다 이 장에서는 이들의 한국에 대
한 이러한 인식을 구체적으로 살펴본 후 어떤 점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헬(hell)조선 담론과 공명하고 있는지를 파악해본다 그리고 이들의 여
행을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1) 한국의 사회구조와 문화에 대한 불만
이 절에서는 청년들이 한국에서의 삶 속에서 어떤 지점에 불만을 가졌는
지부터 살펴본다 다음 사례들은 청년들이 취직이 되지 않고 취직이 되어도
소모품처럼 쥐어짜이다가 망가지기 직전에 스스로 그만두고 나왔다는 이야
기이다 이는 오늘날 청년들이 노동시장 및 사회보장제도 등 사회로부터 배
제되고 있는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현실(박수
명 2013)이 어떻게 개인에게 체험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청년들의 첫 번째 불만은 사람을 소위 lsquo스펙rsquo8)과 물질적 성취로만 판단하
는 한국 문화에 대한 것이다 2011년은 lsquo헬조선 탈출rsquo 혹은 lsquo탈조선rsquo이라는
말이 없던 시절이었지만 영수(2011년 당시 29세 남)는 외국인 친구들이
8) specification(세부적 자격요건)의 줄임말로 신상명세 등 사람이나 사물의 기본적인
능력을 나타내는 단어이다
302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ldquo왜 리시케쉬에 왔냐rdquo고 질문할 때마다 ldquo한국에서 탈출하기 위해서(to
escape from Korea)rdquo라고 대답하였다 고졸이 최종 학력인 영수의 삶에서
한국을 탈출해야 하는 맥락은 다음과 같이 나타난다
외국 가고 싶었어요 한국에 있는 게 갑갑했어요 스트레스 너무 받고 당장 내
세울 게 하나도 없으니까 경험은 많지만 자격증이 없으니까 [친구가] 여자들이
마지막에 너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너가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야
하고 말을 해줬어요 그 말이 사실이었어요 가진 게 아무것도 없었어요 직업도
돈도 없고 공부를 많이 한 것도 아니고 성과 낸 것도 없고 그래서 여자들이 널
떠나는 거라고 왜 외국을 나가고 싶었냐면 한국에 있는 게 너무 힘든 거예요
뭘 해야 될지 모르겠고 헬스장에서 일하려니까 마음이 너무 갑갑하고
여기서 영수에게 한국은 경험이나 능력보다는 자격증 직업 돈 학력과
같은 스펙과 물질적 성취로만 사람을 평가하는 곳이다 영수는 자신이 다양
한 경험이 있고 어떤 일이든 하기만 하면 남들보다 잘하며 사람들에게 항
상 인기가 많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호텔업계 와인업계 마술업계 연기업계 외식업계 체육업계 등
에서 아르바이트를 전전했을 뿐 안정된 직업을 가진 일이 없었다 영수는
이것을 한국 사회의 부조리함 때문으로 해석했다 와인업계에서 일하기 힘
들었던 것은 ldquo이상하게 한국은 나이 제한이 심해서rdquo 그리고 연기자가 되기
를 포기한 것은 ldquo한국에서는 모든 연기자는 돈을 찔러주고 들어가야 하고rdquo
ldquoPD 라인 작가 라인 주연급은 기획사에서 어주는 애들만 되기 때문rdquo이
다 즉 영수에게 한국은 부당하고 불공정한 관행이 횡행하는 곳이며 열심
히 노력해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없는 갑갑한 공간이었다 영수가 인도에서
요가 강사 자격증을 취득하려는 것은 이러한 희망 없는 한국을 벗어나 외국
에서 요가를 가르치면서 살기 위함이었다
두 번째는 취직이 되지 않는 현실이다 대학 졸업 후 몇 년간 노력했으나
결국 취직을 포기한 승은(2011년 당시 26세 여)은 인도에 오기 전까지 항상
짜증이 나 있는 상태 불만이 있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03
모든 게 다 짜증이 났던 것 같아요 내가 왜 이러고 있나 이런 거 왜냐하면
아무도 본인의 미래를 그렇게 상상하진 않잖아요 내가 상상했던 미래와 너무 다
르게 가고 있고 전 스무 살만 되면 모든 게 다 내 뜻대로 할 수 있고 모든 게
다 잘 될 거라고 막연한hellip 어른들이 항상 그러잖아요 스무 살만 돼라 근데 스무
살 돼도 별다른 게 없죠 대학 졸업해도 별 다른 게 없지 그 과 선택한 것도 단
지 취업 때문에 선택한 건데 내가 좋아하고 가고 싶었던 과를 포기하면서까지
간 건데
승은은 어차피 취업도 안 되는데 원하는 전공을 포기하고 딴 과에 가게
만들었던 어른들을 원망했다 승은은 ldquo자잘자잘 알바도 대충대충 하고 마트
계산원 알바도 해주고rdquo 살았지만 지루했다 ldquo내색은 별로 안 했지만 짜증나
고 취업도 잘 안 되고 어디론가 좀 떠나고 싶었고 새로운 거 느끼고rdquo 싶었
고 엄마가 ldquo새로운 걸 했으면 하는 눈치rdquo를 주는 것이 괴로웠다 이처럼
취업이 되지 않는 것이 본인의 책임이 아니고 본인도 괴로운 상황에서 가족
과 주변 사람들의 눈치까지 봐야 하는 현실이 부담스러워 탈조선했다고 하
였다
세 번째는 죽도록 과로해야 하는 한국의 노동 문화이다 인혜(2011년 당
시 29세 여)는 한국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했다 월~목요일에는 밤
9~10시까지 늘 야근을 했고 가끔 밤샘도 했다 몸이 점점 나빠졌다 스트레
스를 받으면 ldquo데굴데굴 구를 정도rdquo로 위가 아프곤 했으며 ldquo옷에 스치면
뼈마디까지 아팠다rdquo 아파서 회사를 일주일씩 쉬기도 하다가 결국 1년 8개
월만에 회사를 그만두었다 1년간 쉬려고 했지만 ldquo6개월 이상 놀면 거지를
못 면한다rdquo는 지인의 충고에 겁이 났고 스스로도 ldquo백수 되는 거 아닌가rdquo
싶어 슬슬 불안해졌다 결국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4개월 만에 또 취직했
지만 새 회사는 일이 더 힘들었다 인혜는 ldquo남들은 잘 하는데 나도 버텨보
자rdquo 하고 오기를 부리며 3년간 다녔지만 ldquo과장 이상 가면 버티기 힘들겠구
나rdquo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와중에 친구가 호주에 간다고 하자 ldquo1초도 고
민하지 않고rdquo ldquo나도 가rdquo 하고 말해버렸다 그 후 정보를 모으다가 행로를
변경하여 필리핀 보라카이로 어학연수를 떠났고 동남아와 인도까지 장기여
304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행하게 되었다
인혜는 ldquo이때까지 교육받고 살아온 게 늘 뭔가 하고 있어야 하고 한국
사회에서는 특히나 늘 일하고 있어야 하니까rdquo 아무리 아파도 마음 놓고 쉰
적이 없다고 하였다 평생 남의 시선을 신경 쓰면서 살아온 인혜는 탈조선
수개월 후 ldquo이제는 회사 복귀할 생각이 전혀 없어요 이젠 치열하게 살고
싶지 않아요 돈을 조금 벌더라도 조용히 평화롭게 내 시간 많이 가지고
내가 흥미 있는 부분을 전문적으로 발전시키고 싶어요rdquo라고 잘라 말했다
네 번째는 불합리한 조직문화이다 달희(2011년 당시 42세 여)는 중국에
서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일했다 앞 사례의 인혜처럼 너무 과로하여 각종
병을 달고 살다가 인도로 와서 장기체류하면서 요가를 배웠다 그러다가 한
국에서 수개월씩 일을 하고 인도로 돌아오기를 몇 번 반복했는데 그 중간
에 다녔던 회사의 획일적인 조직문화는 견딜 수 없이 피곤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삶의 방식까지 비슷해지지 않고서는 함께 일하는 게 거
의 불가능에 가까워 24시간 중에서 14시간 이상을 함께 있다 보면 세끼 밥을 같
이 먹어야 하고 세끼 밥을 같이 먹으니까 메뉴에 있어서도 그렇고 노는 시간조
차 함께 해야 하고 자는 것도 같은 숙소에서 자야 하는 경우가 있고 평소에 하는
모든 얘기 심지어 간식도 같이 먹어야 하고 너무나 많은 부분을 같이 해야 하기
때문에 나만 너무 다른 삶의 방식을 가지고 있으면 그들에게 배척당하지 그런
모든 것들 때문에 일도 같이 하기 싫어지는 거지
많은 한국 청년들이 달희처럼 조직에서 ldquo왜 너만 그렇게 다르게 행동하
냐rdquo는 눈치를 받았던 경험을 갖고 있으며 개성과 다양성을 억압하는 이러
한 한국적인 조직문화를 지긋지긋해 했다
지금까지 살펴본 이러한 불만들은 한국 청년들이 외국으로 나오게 된 주
요한 계기가 되며 최근 유행하는 헬조선 담론과도 잘 공명한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05
2) 헬조선 담론과 장기여행
이 절에서는 헬조선 담론이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청년들의
장기여행을 이와 연결시켜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으로 바라보고자 한
다
lsquo헬조선rsquo은 2015년 한국을 가장 뜨겁게 달군 신조어 중 하나로 인터넷
사이트 lsquo디시인사이드rsquo의 역사 갤러리에서 처음 사용되고 주식 갤러리에서
본격적으로 활용되다가 광범위하게 퍼져나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헬조선은
오늘날의 한국을 전근대적 계급제 사회였던 조선에 빗대는 단어로 자기비
하적인 조소가 담겨 있어 기성세대에게는 불편하게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 단어에는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급격히 심화되고 있는 불평등 및 계급격
차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 의식이 배어 있으며 여기에서 파생된 lsquo탈조선(헬
조선 탈출)rsquo이라는 단어에는 이 나라가 싫고 차라리 다른 곳으로 떠나고
싶다는 청년들의 절절한 외침이 담겨 있다 이러한 단어들이 특히 청년들의
공감을 얻어 급속도로 퍼져나가고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는 현상에 주목해
야 하는 이유는 이 단어가 오늘날의 한국에 대한 사회적 인식 이로 인한
실천 그 결과로서의 사회변동을 더 잘 살펴볼 수 있는 렌즈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탈조선 현상은 통계적으로도 증명된다 헤럴드경제가 미 시민권
공개포럼 사이트인 아이작 브룩 소사이어티에 올라온 자료9)를 인용한 기사
에 의하면 한국은 전 세계 경제 강국들 가운데 해외 이민을 떠난 뒤 모국의
국적을 포기하는 비율이 가장 높다10)(헤럴드경제 2014년 4월 28일자) 더
충격적인 것은 아직 이민을 실행하지 못해 이 통계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9) 2012년 5월 23일 Eric이라는 필자가 2002~2010년 각 아시아 나라별 통계청 자료를 인용하여
아이작 브룩 소사이어티에 올린 글이다(The Isaac Brock Society 2012년 5월 23일)
10) 이 기사에 의하면 뉴질랜드는 인구 10만 명당 45명 홍콩은 25명 대만은 152명 싱가포르는
431명인데 비해 한국은 1680명으로 비교 대상 국가 중에서 압도적으로 많다 가까운 일본
(89명)과 비교하면 20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이 기사는 ldquo한국은 국적을 상실하는 사람이 연간
25000명으로 귀화자보다 많은 유일한 아시아의 선진국rdquo이라고 분석했다
306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이민을 갈 의향을 가졌거나 준비 중인 사람들은 더 많다는 자료이다 뉴시스
가 온라인 취업포털 lsquo사람인rsquo에서 2015년 11월 성인남녀 1655명을 대상으
로 이민 의향을 조사한 결과11)를 분석한 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786
가 ldquo이민을 갈 수 있다면 가고 싶다rdquo고 답했다 한국을 떠나고 싶은 가장
큰 이유로 응답자들은 lsquo일에 쫓기는 것보다 삶의 여유가 필요해서rsquo(564
복수응답)를 꼽았으며 lsquo대체로 근로조건이 열악해서rsquo(527) lsquo소득의 불평
등 문제가 심해서rsquo(474) lsquo직업 및 노후에 대한 불안감이 커서rsquo(474)
lsquo경쟁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싫어서rsquo(463) lsquo국가가 국민을 보호해주지 않
아서rsquo(444) lsquo해외의 선진 복지제도를 누리고 싶어서rsquo(307) 등의 응답
이 뒤를 이었다 실제로 응답자들의 479는 현재 이민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민국을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복지(412)였고
이어 문화(175) 일자리 여부(131) 소득수준(67) 기후 등 환경
(58) 등이 고려 대상이었다(뉴시스 2016년 1월 18일자)
이러한 통계자료 뒤에 숨어 있는 헬조선에 대한 젊은이들의 구체적인
인식과 실천은 lsquo헬조선rsquo이라는 사이트12)에서 볼 수 있다 이 사이트의 게시
판에는 ldquo내가 헬조선을 증오하게 된 이유rdquo ldquo생존이 목표가 되어버린 헬조
선rdquo ldquo금수저13)들이 똥수저에게 게으르다 훈계하는 이유rdquo ldquo기업업자들이
니들이 낸 세금을 털어먹는 방법rdquo ldquo헬조선에 충성한 자의 최후(빡침주의)rdquo
ldquo한국인은 그 사람 아버지 직업=그 사람 수준rdquo 등 한국 사회를 비판 풍자하
는 글들이 올라온다 이 게시물들을 보면 청년들이 한국을 지옥에 빗대어
헬조선이라 부르는 이유가 생존하기도 힘들 만큼 빡빡한 현실 고착화된 사
회구조적 불평등과 부정부패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청년들은 이 사이트에서
구체적인 탈조선 방법을 공유하기도 한다 용접이나 배관 컴퓨터 등의 기술
11) 이민 의향은 연령대별로는 30대(821)의 응답률이 가장 높았고 20대(80) 40대(724)
50대 이상(59) 순이었다 이민을 가고 싶은 나라 1위는 캐나다(168)였고 호주(16)
뉴질랜드(108) 미국(96) 독일(95) 스웨덴(69) 일본(63) 핀란드(49) 스위
스(47) 등의 순이었다(사람인 2016년 1월 18일자)
12) 사이트 이름은 lsquo헬조선rsquo이지만 URL 주소는 wwwhellkoreacom이다
13) 사람을 가진 자산에 따라 금수저 은수저 동수저 흙수저 등으로 나누는 lsquo수저계급론 담론은
2015년부터 lsquo헬조선 담론과 함께 한국 사회의 현실을 고발하는 담론으로 크게 유행했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07
을 배워 미국 캐나다 호주 등의 선진국으로 이민 가는 방법에 대한 질문과
답 체험사례도 올라온다
그러나 위에서 인용한 것처럼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선진국으로의 이민만
을 탈조선이라고 할 수는 없다 현실적으로 선진국으로의 이민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높은 영어 점수와 자격증 경력 등의 스펙 및혹은 통장 잔고 증명
이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현실에 좌절한 젊은이들 중에는 일단
한국을 떠나 있기 위해 혹은 영어도 공부하고 스펙을 쌓을 자금도 마련하기
위해 워킹 홀리데이와 같이 노동을 포함한 장기여행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
가 많다 이 글의 서두에서 인용한 현정의 사례처럼 여러 선진국에서의 워
킹 홀리데이와 인도 동남아에서의 장기체류를 반복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점에서 미디어에 재현되는 것처럼 목적지를 명확하게 정하고 필요
한 자격요건을 획득하여 이민이라는 과업을 완수하는 사례는 오늘날 증가하
고 있는 헬조선 탈출 현상 중 극히 일부라고 할 수 있다 본 연구의 연구대상
자들이 가졌던 한국에 대한 불만이 헬조선 담론과 유사하며 이러한 헬조선
을 탈출하는 방법으로 장기여행을 택했다는 점에서 이들의 실천을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혹은 탈조선 여행으로 부르고자 한다 이러한 탈조선
여행 현상을 총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성공한 이민 사례에만 주목하는
시각에서 벗어나 다양한 이동 경로와 복잡한 과정 모두를 탈조선 실천의
일부로 보고 그 새로운 이동성의 양상을 파악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4 탈조선 여행의 이동 양상
이 장에서는 탈조선 여행의 이동 경로와 복잡한 과정을 구체적으로 파악
하고 그것이 계급에 따라 분화되어 있음을 보인 후 특히 중하류층 청년들
이 어떻게 선진국에서의 노동-개발도상국에서의 여행을 반복하는지를 살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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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계급에 따른 이동 경로의 분화
먼저 헬조선 탈출이 계급과는 상관없이 수많은 한국 청년들에게 공감되
는 꿈이라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 2015년에 솔직한 제목과 내용으로 크게
주목 받았던 소설의 일부분을 살펴보자
왜 한국을 떠났느냐 두 마디로 요약하면 한국이 싫어서지 세 마디로 줄이
면 여기서는 못 살겠어서 무턱대고 욕하진 말아줘 내가 태어난 나라라도 싫어
할 수는 있는 거잖아 (10쪽) hellip 이제 내가 호주로 가는 건 한국이 싫어서가 아
니라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야 아직 행복해지는 방법은 잘 모르겠지만 호주에
서 더 쉽게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는 직감이 들었어 (161쪽) hellip 나더러 왜 조국
을 사랑하지 않느냐고 하던데 조국도 나를 사랑하지 않았거든 솔직히 나라는 존
재에 무관심했잖아 나라가 나를 먹여주고 입혀주고 지켜줬다고 하는데 나도 법
지키고 교육받고 세금 내고 할 건 다 했어 (170쪽)
- 장강명(2015) 985172한국이 싫어서985173 중에서
이 소설은 한국에서 자신의 미래를 비관하는 20대 후반의 여성이 회사를
그만두고 호주로 이민을 떠난 사정을 들려주는 대화 형식의 이야기이다 주
인공은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를 다녔던 평범한 20대 청춘이다 주인공은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했지만 이 나라에서는 행복하지 않았고 결국 한국
이 싫어서 선진국인 호주로 떠났다고 말한다 이러한 주인공의 사연은 한국
의 대표적인 신문사의 사회부 등에서 기자로 일했던 저자가 치 한 취재를
바탕으로 그려낸 가장 사실적이면서도 평균적인 탈조선의 꿈이라 할 수 있
다
평범한 주인공이 이런 실천을 하는 모습에서 볼 수 있듯 헬조선 탈출은
한국 청년들에게 널리 퍼져 있는 욕망이며 한 인터뷰 대상자의 말을 빌리자
면 ldquo요즘 모여서 얘기하면 태반은 탈조선을 꿈꾼다rdquo 그러나 다 함께 꾸는
꿈도 각자의 계급과 이용 가능한 자원에 따라 실천 가능한 형태가 정해지는
것이 현실이다 가족의 자본과 본인의 학력자본이 높은 중상류층 출신 청년
들은 선진국에서 교환학생-유학을 거친 후 한국 혹은 선진국에서의 취업-선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09
진국으로의 이민이라는 경로를 많이 취하는 반면 자본이 부족한 중하류층
청년들은 한국 혹은 호주 뉴질랜드 등의 서구 선진국에서 노동하여 돈을
번 후 인도 태국 등의 아시아 개발도상국에서 장기여행을 하는 패턴을 반
복하는 이원화된 구조가 나타났다
이 글에서는 중하류층 청년들의 탈조선 현실에 초점을 맞출 것이지
만 더 입체적인 비교를 위해 잠시 중상류층의 사례를 살펴보자 화장품을
사거나 식도락 여행을 위해 종종 일본에 가는 진희(2016년 현재 24세 여)는
한국에서 태어난 것을 한탄하며 탈조선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는 대
학생이다 진희는 양친 모두가 안정된 직업을 갖고 있고 매년 2~4주씩 4인
가족이 해외로 자유여행을 갈 정도의 경제적 문화적 자본을 갖추고 있는
중산층이며 한국 최고의 학벌을 취득하는 등 모든 면에서 부족함이 없는데
왜 탈조선을 원할까 이러한 연구자의 질문에 진희는 ldquo객관적인 지표는 그
렇긴 한데 주관적인 느낌의 차원에서 가망이 없다고 많이 느낀다rdquo ldquo제가
언제든 비정규직이 될 수 있고 밑바닥으로 떨어지는 거 순식간일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rdquo고 답했다 진희는 대학에서도 좋은 학점을 4년 내내 받으며
성공적인 궤도를 달려왔다 그러나 ldquo학벌주의 사회와 경쟁적인 분위기와 과
도한 학습노동rdquo이 너무나 힘들었고 ldquo헬조선 때문에 소중한 청소년기 성장
기가 박탈당했다는 억울함과 분노가 있다rdquo고 하였다 ldquo고등학교 들어가면서
부터는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꼼짝없이 야자(야간자율학습)rdquo를 하였고
대학에 한 번에 붙어야 ldquo이 다시 겪고 싶지 않은 끔찍한 시간rdquo을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아 점심 식사 저녁 식사를 모두 포기하고 간식으로 대충 때우
며 인강(인터넷 강의)을 들었다 진희는 스스로 ldquo자기착취의 주체rdquo가 되어
ldquo모든 에너지와 시간 등등을 싸그리 수단화해서rdquo ldquo학습노동rdquo에만 매달렸다
고 회고한다 진희의 사례는 한국에서는 성공적인 궤도를 달리고 있는 것처
럼 보이는 청년들도 경쟁적인 사회 분위기에 질려 탈조선을 희망할 수 있다
는 것을 보여준다
진희는 중학교 때 985172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985173(홍세화 1995)라는 책을 읽
었는데 프랑스의 교육제도와 사회보장제도 하에서는 ldquo한국처럼 젊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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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 찌들어 살고 노후 걱정하고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게 부러웠고rdquo ldquo나는
어쩌다 우연히 한국에 태어났을 뿐인데 왜 그런 우연한 국적에 발목 잡혀서
힘들게 살아야 하나rdquo 하고 생각했다 대학 시절에는 프랑스어를 배운 후 1학
기 동안 프랑스로 교환학생을 다녀왔다 졸업 후에는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대학원을 다닐 계획이다 진희처럼 부모의 지원으로 좋은 학벌을 취득하고
빨리 탈조선의 방법과 방향을 정하며 대학을 다니면서도 노동에 매달리지
않고 공부에만 몰입할 수 있고 덕분에 외국어라는 유용한 자원을 효율적으
로 습득한 경우 ldquo탈조선 방식으로 유학을 택하는 것rdquo이 가능하다
한국에는 진희와 같은 중상류층 젊은이들이 많이 있으며 이들은 주로
유럽이나 북미의 선진국에서 교환학생이나 유학을 통해 장기체류하는 경로
를 취한다 중상류층 중 인도에서 장기체류하는 경우는 요가나 명상을 깊이
배우려는 목적에서가 대부분이며 인도를 찾는다 해도 그 이후의 삶은 앞으
로 서술할 중하류층 청년들과 크게 다르다 스스로를 ldquo금수저rdquo라고 말하지
만 인도에서 몇 번 장기체류를 했던 지연(2016년 현재 38세 여)의 경우가
그런 독특한 사례이다 아버지가 의사이고 어머니는 교양 있는 주부인 집안
에서 자라며 음악을 전공했던 지연은 이렇게 얘기했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유학을 가는 게 당연한 코스였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그렇
게 생각했었고 어느 날 문득 심한 회의가 들었고 내가 재능이 아무리 많고 아무
리 열심히 해서 유학 갔다 오고 교수가 된다 한들 작은 방에서 하루 종일 나 같
은 아이들 가르치며 햇빛도 보지 못하고 썩은 얼굴로 살겠구나 돈이나 명예가
있으면 뭐하나 인간 삶의 질이 엉망이겠구나
ldquo한국에 있으면 무엇을 해도 마찬가지rdquo일 것이라고 생각한 지연은 부모
의 후원을 받아 독일로 가서 고등학교를 다녔고 스위스에서 대학을 졸업했
다 졸업 후에는 ldquo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그 사회에서 사는 게 너무 끔찍
하게rdquo 느껴져서 태국에서 7년 가까이 직장 생활을 하였고 요가를 배웠다
지연은 고등학교 때부터 탈조선하여 계속 외국에서 지냈으며 영어와 독일
어를 유창하게 구사했지만 한국적인 삶의 방식과 성공을 요구하는 부모와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1
끝없이 충돌했다 몸은 한국에서 벗어나 있더라도 한국과 가족 등의 끈으로
묶여 있는 한 마음은 한국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결국 몇 번의 대형 충돌
을 거친 뒤 매년 인도에서 수개월씩 체류하며 마음만은 탈조선한 상태로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위의 두 사례를 보면 한국에서는 남들이 모두 부러워할 만큼 많은 자본을
가진 20대 중반의 젊은이도 스스로를 금수저라 인식하는 30대 후반의 젊은
이도 ldquo젊어서도 일에 찌들어 살고 노후 걱정rdquo해야 하는 삶 경쟁이 극심한
한국에서 사는 것을 끔찍하게 인식하며 탈조선을 꿈꾸고 실천한다는 사실
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중상류층 출신인 이들에게는 부모가 가진 자원과
그 도움으로 획득한 자신의 문화자본 덕분에 탈조선의 실천이 상대적으로
쉬운 것도 사실이다
2) 중하류층 청년들의 노동-장기여행 반복
그렇다면 중하류층 젊은이들의 탈조선 여행 이동 루트는 어떠할까 이
글의 서두에서 현정이 말한 대로 많은 청년들이 호주에서 수 개월간 일을
해서 한국에서보다 많은 돈을 벌고 그 돈으로 호주 동남아 인도를 여행한
다 그리고 돈이 떨어지면 다시 호주 혹은 다른 워킹 홀리데이 국가로 가서
돈을 벌고 다시 그 돈으로 아시아 국가들을 여행한다
리시케쉬에서 만난 한국 청년 중 가장 길게 여행 중인 현정의 구체적인
이동 경로는 다음과 같다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했던 현정은 졸업 후 ldquo취직
이 되지 않아rdquo 인도를 3개월간 여행했다 그 후 호주에 워킹 홀리데이로
가서 1년간 일한 뒤 동남아를 장기여행 했다 그 후 다시 호주에 워킹 홀리
데이로 가서 또 1년간 일했고 그 후에는 다시 동남아를 장기여행한 후 인도
에 왔다 비자가 만료되자 네팔에서 2개월간 머문 뒤 새 비자를 받아 다시
인도에 왔고 리시케쉬에서 1개월짜리 강사 트레이닝 코스를 마쳤다 현정
은 한동안 요가 수련을 한 후 뉴질랜드에 워킹 홀리데이로 갈 예정이다
312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6년 이상 계속 외국을 떠돌고 있는 셈이었다
현정의 부연설명처럼 수 년 전부터 동남아에는 ldquo집에 3~4년씩 안 들어간
애들rdquo ldquo집에 가기 싫은 애들rdquo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배낭여행 중에는 이런
청년들을 쉽게 만날 수 있으며 여행 중에 만나는 사람들 그리고 워킹 홀리
데이 안내서 동남아 여행기 블로그 페이스북 등을 통해 이들에 대한 간접
적인 이야기도 수없이 들을 수 있다
현정처럼 한국에 거의 들어오지 않고 쭉 여행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중간중간에 한국에 들어와 회사를 다니며 돈을 모은 뒤 다시 나가는 경우도
있다 주로 쉽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자격증을 가진 경우인데 유정(2011
년 당시 32세 여)의 경우 2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청소년 상담사 자격증을
딴 후 3년 반 동안 회사를 다녔다 그 후 호주로 1년간 워킹 홀리데이를
나갔다가 들어와서 다시 1년간 회사를 다녔다 그 후 캐나다로 워킹 홀리데
이를 가려고 신청했다가 떨어진 후 장기여행을 준비하다가 다시 취직했고
1년 반 동안 일하다가 장기여행을 시작했다 이번 여행은 현재 10개월째인
데 동남아에서 수 개월간 쉬고 단동에서 15개월간 자원봉사를 하고 운남
성에서 15개월간 태극권을 배운 후 다시 15개월간 동남아와 인도를 여행
했고 인도에서 2개월간 요가를 배운 후 육로로 이집트까지 여행할 예정이
다
현정 유정과 같은 청년들의 생애사를 들어보면 학벌이나 학력 자격증
부모의 직업 등 많은 면에서 내세울 것도 도움 받을 네트워크도 없었으며
자신의 힘으로 삶을 헤쳐 나갔다 3장에서 살펴본 것처럼 가진 것이 없다
보니 존중받지 못했거나 취직이 되지 않아 주변의 눈치를 봐야 했으며 죽
도록 과로하거나 불합리한 조직문화에 시달리면서도 노동을 하며 살아야
했다 현정처럼 차라리 선진국에서 육체노동을 하며 돈을 많이 벌거나 유정
처럼 ldquo죽었다 생각하고rdquo 한국에서 1년 정도 일을 하고 나면 쉬고 싶고 그새
망가진 몸을 고치고 싶고 자신이 누구인지 천천히 생각도 해보고 싶어진다
전 세계적으로 볼 때 한정된 돈으로 오랜 시간을 보내며 이러한 목적을
추구할 수 있는 최적의 여행지는 인도로 알려져 있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3
5 인도에서의 헬조선 해독 활동
이 장에서는 한국 청년들이 인도에서 장기체류하면서 추구하는 목표가
휴식 치유 자아 찾기를 통한 lsquo헬조선 해독(解毒)rsquo임을 보인 후 인도가 이런
활동을 하기 좋은 이유는 무엇인지 알아본다
먼저 탈조선하여 인도에 온 청년들이 가장 많이 추구하는 활동인 휴식
치유 자아 찾기가 어떠한 맥락에서 나타나는지를 다음 사례들을 통해 살펴
보자
달희는 리시케쉬에 왜 왔냐는 연구자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ldquo나는
여기가 쉴 수 있는 곳일 거란 기대를 가지고 처음에 왔어요 밖으로의 여행
이 아니라 내 안으로의 여행 내가 처음에 인도를 선택하면서 내 마음속으로
되뇌었던 것이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이 말을 계속 했었어요rdquo
달희는 휴식과 자아 찾기를 위해 인도에 왔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것은
과로할 수밖에 없는 직장생활 그로 인해 병든 몸을 치유하는 것과 접한
관계를 갖고 있었다 달희에 의하면 이러한 욕망을 갖게 된 것은 회사 생활
을 하면서 ldquo착취당하면서도 표현도 못 하고 그렇다고 부하 직원들을 쥐어
짤 성격도 안 되고 해서 아주 화병 같은 게 단단히 들고 몸도 너무 고단해서
망가졌기rdquo 때문이다 30세 무렵에는 교통사고가 나서 구안와사(口眼喎斜)
즉 입이 한쪽으로 돌아가는 증상이 왔다 그러나 달희는 여전히 일을 하였
고 계속 일을 하다 유방섬유선종 자궁근종 무릎middot발목 등의 원인불명 통증
척추측만증 두통 소화불량 관절 통증 등을 앓게 되었다 결국 41세에는
더 이상 회사를 다닐 수 없어 요가를 하면서 몸을 고치기 위해 리시케쉬로
오게 되었다
달희의 생애사에서 보이는 것처럼 과로 심신의 질환 자아를 잃었고 왜
사는지 모르겠다는 느낌이 긴 하게 엮여 나타나다가 탈조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한국인 장기여행자들에게 흔한 서사이다 인도의 장기여행자 중 보기
드물게 성공적인 궤도를 달리는 듯했지만 역시 같은 이유로 탈조선한 다음
314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대학생의 사례도 이를 잘 보여준다
관욱(2011년 당시 26세 남)은 서울의 일류 공과대학의 4학년이었다 관
욱은 4학년 여름까지 취직을 위해 인턴 과정을 밟고 있었고 취직 시험에서
최종 면접을 몇 개 남겨둔 상태였다 고등학교 때 985172지구별 여행자985173(류시화
2002)를 읽은 이후 막연히 배낭여행을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가지고 있었지만 주변 사람들은 다들 대학원에 가거나 빨리 취직하는 분위
기였고 해외에 간다고 해도 유럽으로 아니면 유명 대학의 프로그램이나
어학연수에 가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계속 고민하다가 전자공학 전공자에
대한 수요가 많아 취업 걱정이 없다는 점 지금 못 가면 40~50대 때 후회할
것 같다는 점 회사에 한 번 들어가면 회사를 그만두지 않는 한 6개월짜리
여행은 할 수 없다는 점을 생각했다 관욱은 취업 준비를 모두 그만두고
면접도 포기하고 여름 내내 육체노동을 하면서 인도 여행 자금을 모았다
관욱은 늘 아침밥만 먹고 점심 저녁은 굶으면서 공부했다 전공 5~6개 과목
의 시험이 매 학기 각각 4번씩이나 있고 프로그램 프로젝트를 2개씩 하다
보니 항상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관욱은 ldquo어쩌면 스트레스 받는데 의식
못 했을 수도 있었다rdquo고 회고한다 관욱은 ldquo한국에서는 시험이나 프로젝트
가 늘 마음에 있었고rdquo 회사 면접을 보면서는 ldquo연봉보다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rdquo 하는 고민에 계속 마음이 무거웠다 그러
다가 인도에 오기 전에 몸이 아파 병원에 들렀고 놀랍게도 20대 중반의
나이에 위궤양 빈혈 고혈압 진단을 받았다 관욱은 인도에 오게 된 계
기를 다음과 같이 털어놓았다
한편으로 기대한 바는 한국 문화에서 떨어져 있고 싶었어요 어떤 사회적 자
아 그렇게 형성된 자아가 너무 세서 내 내면의 목소리라는 걸 들어볼 생각도 안
하고 들어보지도 못했어요 작은 거라도 그래서 여기서 나가보면 내가 직접 느껴
볼 수 있지 않을까 절실히 필요하면서도 내 내면의 목소리 이런 게 너무 피상적
으로 느껴졌었죠
관욱이 인도로 탈조선하면서 가장 바란 것은 한국 문화 사회적 자아에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5
매몰된 내면의 목소리를 찾는 것 즉 자아 찾기였으며 이것은 망가진 몸을
치유하고 휴식을 취하는 것과 접하게 엮여서 나타났다 관욱은 한국에서
는 성공을 향한 길을 안정적으로 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진정으
로 원하는 일을 하지 못하고 몸의 요구나 내면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바쁘게
살아야 하는 한국 문화에 순응하며 살아오다가 문득 몸이 망가진 것을 발견
했다 관욱은 연구자와 나눈 대화 속에서 ldquo쉬고 싶다rdquo는 표현을 끝없이 계속
했다 가이드북에서 리시케쉬 부분을 펼쳤을 때 ldquo락쉬만줄라에 노을 지는
장면 사진이 나왔는데 이것을 보고 여기서는 여유롭게 시간을 가져도 좋겠
다 한국에선 잘 못 가지는 시간이니까rdquo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였으며
오기 전에 ldquo가서 어떤 식으로든 순간을 즐길 수 있음 그럴 수 있기만 하면
좋겠다rdquo 하고 생각했다고 하였다 리시케쉬에 도착해서는 ldquo여기서는 순간을
한 번 그렇게 지내보자 한국에선 걱정이 너무 많으니까 시험이나 프로젝트
가 늘 마음에 있으니까 여기선 햇볕 산책 다 해보자rdquo 하고 결심했다고 하였
다
이처럼 많은 한국 청년들이 휴식에 대한 갈망을 표현하였다 이번 여행의
목적을 묻는 연구자에게 유정은 이렇게 대답했다 ldquo계속 다니면서 나를 더
들여다보는 거죠 나는 누구인가 10대 때 고민했던 거 다시 한 번 그래서
이렇게 좀 다니면서 생각 좀 많이 하면서 그래서 좀 스스로 좀 내면적으로
좀 강해졌음 좋겠다 그리고 현실에서 탈피하고 싶고 그게 좀 안 돼요 일만
하면 일만 생각해요rdquo
유정 또한 탈조선의 계기를 ldquo나를 들여다보는 것rdquo 즉 자아 찾기라고 얘기
하고 있으며 그것을 현실 탈피와 내면이 강해지는 것과 연결시키고 있다
유정은 한국에서 회사 문화의 불합리함 인간관계에 의한 스트레스로 폭식
증 소화불량 단기간에 25kg이라는 급격한 체중 증가 그리고 이로 인한
무릎 허리 목의 통증에 시달렸다 그래서 휴식과 치유가 절실하여 탈조선
하게 되었고 몇 달간 푹 쉰 뒤에는 ldquo다시 사회에 돌아갔을 때 그런 스트레스
나 이런 것들에 대해서 사람관계에서 오는 것들은 내가 좀 커트할 수 있는
사람rdquo이 되고 싶어 요가를 시작했다고 하였다
316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위의 사례들이 보여주는 바처럼 한국 청년들이 헬조선을 탈출하는 이유
는 휴식 치유 자아 찾기를 통한 헬조선 해독이 너무나 절실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활동을 다른 곳도 아니고 인도에서 하는 것일까
앞의 사례에서 달희는 휴식 자아 찾기의 욕망을 인도에서 추구하게 된
이유로 ldquo인도는 한국에서 지내는 것보다 한 달에 쓰는 생활비가 더 적을
거라는 생각rdquo ldquo일을 하지 않고 요가만 하면서 먹고 자고 할 수 있고rdquo ldquo인도
는 요가의 본고장이기 때문이라는 믿음rdquo이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다른
사람들이 인도에 온 계기도 대부분 이와 비슷하다
달희가 말한 것처럼 이러한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저렴한 물가이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유럽이나 미국에서 장기체류를 하지
않는 핵심 원인은 물가가 비싸 오래 머물 수가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 최대
한 많은 것을 볼 수 있도록 하루하루 빡빡한 일정을 짜고 꼭 필요한 날수만
큼만 머물게 되는 이런 선진국으로는 휴식을 취하러 가지 못한다 그러나
인도 리시케쉬에서는 300~500달러만 있으면 한 달간 깔끔한 싱글룸에서
묵으며 최고의 요가 수업을 받고 여유롭게 식사와 간식을 즐기며 지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좋은 자연환경과 문화적 매력까지 있다 리시케쉬는 갠지
스강과 히말라야 산맥이 만나는 성지로서 자연환경이 아름답고 요가의 본
고장답게 훌륭한 요가 수업들이 많이 있다 달희의 말처럼 ldquo요가만 하면서
먹고 자고 할 수 있는rdquo 최적의 환경인 것이다 이러한 환경은 여행 가이드북
과 여행자들이 남긴 여행기에도 잘 기술되어 있으며 실제로 놀라운 치유의
효과를 낳는다 이러한 소문은 수많은 여행자들을 유혹한다
이처럼 개발도상국에서 장기체류하는 선진국의 여행자들에 대해 그러한
이동의 핵심 원인이 더 나은 삶의 질을 위한 것이라고 보고 개념화한 것이
바로 라이프스타일 이주이다 인도에 대한 사례 연구로는 바라나시의 서구
인 장기체류자들을 참여관찰하면서 이들을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로 보고 그
라이프스타일의 특징을 분석한 코펠라(Korpela 2009)의 연구가 있다 바라
나시는 인도 악기를 배우는 장기체류자들이 집해 있는 곳인데 코펠라에
의하면 이들은 대부분 인도 악기를 연주하고 요가와 명상 자선사업을 하며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7
엄청난 시간을 친구들과 어울리는 데 쓴다 이들의 삶은 느리고 빡빡한 매
일의 일정이 없으며 물질적 소유는 적고 현재를 즐길 시간이 많다 코펠라
는 이들이 가능한 곳에서 더 나은 삶을 찾으며 물가가 싸고 영적sdot예술적
의미와 결부된 곳에서 더 나은 삶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이용하는 것이라
고 해석하였다
인도의 장기체류자들이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이동하는 방향성은
이렇게 해석할 수 있겠으나 문제는 라이프스타일 이주라는 개념은 이들이
고국에서 인도로 한 번 이주한 다음 영구히 정착한다는 인상을 준다는 것이
다 그러나 사실 인도의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들은 대부분 3~6개월짜리 관광
자 비자로 인도에 장기체류하는 여행자들이며 비자를 갱신하기 위해 이웃
나라를 방문하거나 돈을 벌거나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자주 고국으
로 귀국한다 또한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헬조선 탈출 여행자들은 이 글의
서두에서 보았던 것처럼 호주 등 선진국에서의 노동 다른 동남아 국가들에
서의 여행 등 다양한 이동 루트를 거친다
이처럼 오랜 기간 다양한 장소들을 떠돌다 보면 이들의 탈조선 여행 이후
의 삶은 어떻게 변화할까
6 탈조선 여행 이후의 삶의 변화
이 장에서는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을 했던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이들에게 나타나는 lsquo집rsquo의 의미 변화를 살펴본
뒤 이들의 이동성을 라이프스타일 여행 및 라이프스타일 이동성이라는 개
념과 연결 지어 살펴본다
1) lsquo집rsquo의 의미 변화
탈조선하여 떠도는 사람들에게 집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왜 그렇게
318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오래 돌아다니냐는 연구자의 질문에 현정은 이 글의 서두에 인용한 것처럼
ldquo집에 가기 싫어서요rdquo라는 답과 함께 이제는 집이 불편하다는 말까지 했다
ldquo이제 집에 가도 제가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닌 것 같아요 불편해요 그래서
또 나오고요 엄마가 밥을 하루에 3번씩 해주시는데 처음에 빵만 하루에
3번 먹으면 속이 거북한 그 느낌처럼 밥에서 그런 느낌이 나던데요rdquo
현정의 말은 2가지 생각해볼 문제를 남긴다 첫 번째는 한국 사람인 현정
이 밥을 먹으면 속이 거북하다는 지점이다 지금은 약간 옅어지기는 했지만
한국의 해외여행 역사상 언제나 여행 경험담의 중요한 부분이 되어왔던 것
은 며칠만 외국을 여행해도 김치와 된장찌개가 그립고 한국인이라면 역시
밥을 먹어야 힘이 난다는 정서 그리고 한국인을 만나서 김치에 소주를 함께
먹으며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공유했던 정겨운 경험 등이다 이와 비교
할 때 현정과 같은 청년들에게서는 지금까지 한국인에게 lsquo밥rsquo으로 체화되어
있던 한국적 정서와 정체성이 옅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한국적 정서와 정체성이 옅어지는 것은 공간적으로도 체험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이 두 번째 지점 즉 ldquo집에 가도 제가 있어야 할 자리
가 아닌 것rdquo처럼 불편하고 그래서 또 외국으로 나간다는 말이다 과거 많은
한국인 여행자들은 lsquo나의 집rsquo 그리고 이를 확장한 lsquo내 나라rsquo가 세상에서 가
장 편안한 곳이라고들 이야기해왔으며 여행작가 한비야처럼 여러 언어를
구사하고 외국여행을 많이 한 사람도 틈날 때마다 집과 고국에 대한 그리움
을 토로하곤 했다 이처럼 집과 고국은 한 사회적 인간의 근원이자 지향점으
로 체화되어 있었고 그것이 당연하게 여겨져 왔으나 오늘날 현정과 같은
젊은이들은 여기서 불편함을 느끼고 탈출까지 감행한다 이러한 인식은 달
희의 말에서도 잘 드러난다 달희는 요가 연습 도중에 갑자기 눈물이 나서
소품실에 들어가 울다 나온 적이 여러 번 있었다 나중에 연구자가 이유를
물어보자 ldquo집에 가면 할 일도 없고 가고 싶지 않아서rdquo 울었다고 하였다
달희는 ldquo한국에 있으면 내일 할 일뿐만 아니라 그 동안 해왔던 일과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rdquo며 부담감을 드러냈다
이처럼 탈조선 여행자들에게 가족들이 사는 집 그리고 고국은 점점 불편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9
한 곳이 되어가며 잠시 돈을 벌거나 비자를 연장하기 위해 혹은 의료 혜택
을 받기 위해서와 같은 실용적인 목적을 위해 들르는 곳으로 변화되어 간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이들은 지속적으로 떠돌거나 고국을 주 거주지
로 하면서도 외국을 계속 돌아다니는 이동성이 증대된 삶을 살게 된다
2) 이동성의 증가
헬조선 탈출 이후 현정처럼 노동과 장기체류라는 순환을 지속적으로 반
복하며 계속 장기여행 중인 사람도 있지만 장기여행을 끝낸 후 한 장소에
정착하여 사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다면 장기여행을 끝낸 후 탈조선 여행자
들의 삶은 어떻게 변화되며 어떠한 새로운 특징이 나타날까 본 연구에서
는 다음 2가지 패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 번째 패턴은 요가와 같이 특정한 활동을 중심으로 증가된 이동성과
직업적 경력을 연결시키는 것이다 달희의 경우 요가를 배우기 위해 수년째
한국-인도를 오가다가 도중에 결심하고 요가 강사가 되었다 연구자와 만났
을 당시 달희는 인도에 3번 왔던 상태였다 수개월씩 여러 장소에서 각기
다른 요가를 배우기를 3년간 반복하다가 2012년 7월부터는 3년간 쭉 방콕
에서 머물며 강사 트레이닝 코스를 밟았다 2015년에는 귀국하여 요가 강사
자리를 알아보는 한편 지속으로 태국 인도 등에서 요가 워크숍에 참석하고
있다
이처럼 헬조선 탈출 여행자 중 요가 수련자들은 리시케쉬를 포함하여
요가를 배우거나 수련할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하는 삶의 방식을 유지한다
계절과 선호하는 강사의 존재 여부 등 다양한 조건에 맞추어 인도 내에서
이동하기도 하고 요가의 새로운 내용이나 전수 방식을 외국의 강사에게 배
울 수 있거나 또 다른 머물기 좋은 장소가 발견되면 인도를 벗어나 다른
나라로 이동하기도 한다 서구인들에 비하면 한국인의 이동 범위는 좀 더
아시아 위주로 한정되어 있는데 주로 한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지내다가 가
320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끔 태국 등 동남아 국가의 요가 센터나 요가 워크숍에 참여하는 형태이다
물론 이동 중간중간에 워킹 홀리데이로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일하거나 한
국에서 일하며 여행 자금을 단기간에 마련하기도 한다
요가 수련자들이 이처럼 계속 요가를 배우며 이동하는 것은 더 나은 요가
강사가 되도록 하는 이동성 자본(mobility capital)(Bell 2013 24)으로 기능
할 수도 있다 벨은 끊임없이 돌아다니는 음악 연주자들을 라이프스타일 여
행자로 분류하면서 이들이 경제적 부 대신 개인적sdot직업적 풍요로움 등의
형태로 이동성 자본을 획득하였으며 이들이 영원히 혹은 가장 중요하게
닻을 내리는 것은 한 지리적 장소가 아니라 그들의 일이라고 분석한 바 있
다 이들의 이동성은 전문적 수련의 일부가 되며 이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이처럼 이동성이 성공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것은 요가 강사들
에게도 마찬가지인데 요가의 기원지인 인도에서 유명한 스승에게 배웠다는
것은 그 요가 강사의 진정성과 정통성 그리고 그 결과로서의 지식을 보증하
는 상징으로도 기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렇게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는
요가 수련자들은 더 나은 삶의 방식을 찾기 위해 여행하는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라기보다는 여행 자체가 삶의 방식인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라는 개념
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동 중인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에 대해 연구한 얼스킨과 앤더슨에 의
하면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에게 초기의 이동성은 집에서 탈출하거나 사회
적 압력과 기대를 피하기 위해 추구될 수 있지만 점점 자아 창조라는 의제
를 중심으로 하게 된다(Erskine and Anderson 2013 140-141) 요가 수련
자들도 초기에는 한국을 탈출하는 것이 목적이었다가 나중에는 점점 더 나
은 요가 수련자가 되는 데 집중한다는 점은 이런 특징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의 증가된 이동성이 이후의 삶을 변화시키는 두 번째 패턴은 첫 번째
패턴과 겹칠 수도 있는데 장기여행에서 귀국하여 한국이 주거주지가 되더
라도 마음만은 계속 탈조선 상태에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계속
단기여행을 다니는 식으로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면서 직업 인간관계를 이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1
전과는 다르게 조직하기도 한다 지연의 경우 귀국 후 외국인과 결혼했고
요가 강사가 되어 일 년에 보통 2~3회씩 일본 동남아 등지로 요가 워크숍을
가는 한편 1~2개월씩은 인도에서 요가를 수련한다 지연은 ldquo호주나 유럽
캐나다 같은 곳은 도시여도 자연이 있고 여유가 있고 비슷한 가치관을 중요
시하는 사람들 속에서 살고 싶은데 한국에선 뭐 하나 충족시켜주는 게 없는rdquo
현실에 대해 불평하였다 그러면서 ldquo기존 회사를 그만두고 요가만 하는 걸
로 결정한 것rdquo ldquo원치 않는 정신적 스트레스 관계 이런 걸 최대한 만들지
않는 쪽으로 생활반경을 컨트롤하는 것rdquo은 ldquo최대한 이 헬조선의 영향을 받
지 않는 생활rdquo을 영위하기 위함이며 ldquo이젠 제가 사는 방식을 바꿔서 제
생활반경만큼은 헬조선이 안 되도록 말뚝 박고 공간확보를 한 것 같다rdquo고
말했다
본 연구의 대상자들 중 아직 선진국으로의 이주에 성공한 사례는 없지만
이렇게 이동성을 증대시킨 삶을 사는 사례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7 결론
본 연구에서는 오늘날 한국 젊은이들의 장기여행 현상을 헬조선 담론과
연결시키고 그 동안의 관광이나 이주 개념으로 설명되지 않던 부분들을 이
동성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하였다
본 연구에서 발견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 젊은이들의 장기여행
은 한국의 사회구조와 문화에 대한 불만을 가진 청년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며 헬조선 담론을 잘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
기여행 혹은 탈조선 여행으로 부를 수 있다 둘째 탈조선 여행의 이동 경로
는 계급에 따라 이원화되어 나타난다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장기여행은 중
하류층 청년들이 한국이나 선진국에서의 노동-개발도상국에서의 장기체류
를 반복하는 양상으로 나타났다 셋째 헬조선 탈출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오래 머무는 인도에서 주로 추구하는 목표는 휴식 치유 자아 찾기를 통한
322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헬조선 해독 활동이라 할 수 있다 넷째 이들이 탈조선 여행을 마친 후 나타
나는 삶의 변화로는 집의 의미가 변화하고 이동성이 증가하는 패턴을 들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크게는 전 지구적 이동성의 증가 관광과 이주의 경계가
흐려지는 추세 오늘날 청년들이 노동시장 진입을 비롯하여 점점 더 사회로
부터 배제되고 있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현실 등이 맞물려 나타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이후에 나타나는
개인적sdot사회적 변화는 인류학적으로 아주 흥미로운 현상일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이론화를 위해서는 앞으로 다음 지점들에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이다
첫 번째는 탈조선 여행자 혹은 탈조선 여행에서 얻은 이동성 자본을 직업
으로 전환시킨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이 나이가 들어도 계속 그러한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서구에는 60대
70대 노인 중에도 그런 사람들이 많지만 이는 복지제도가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90년대 이후 증가한 한국의 장기여행자들 중에서는 아무리 lsquo자유
로운 영혼rsquo의 소유자라 해도 부모가 나이 들기 시작하면 자식이 병원비를
부담해야 하고 자신의 노후대책을 직접 마련해야 되기 때문에 당장의 생계
유지에 급급한 생활인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과거의 장기여행과는
달리 오늘날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은 한국에서의 직업적 기반이나
경력을 쌓지 못한 청년들의 여행이며 강력한 구심력을 가진 한국에서의 탈
출이다 따라서 이들이 한국으로 돌아와 생활인이 되는 것이 힘들다면 대안
적으로 어떠한 직업적 가족적 삶이 가능할 것인가
두 번째는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에 라이프스타일이라는 개념을 연
결시킬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연구자는 본문에서 탈조선 여행자들에 대
해 현존하는 개념 중 가장 가까운 라이프스타일 여행자 및 라이프스타일
이동성에 기대어 설명하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사실 라이프스타일은 소비를
중심으로 하는 개념이라는 점에서 생존을 위해 탈출한 사회에서 배제된
청년들을 분류 혹은 설명할 수 있는 명칭이 될 수 있는지 어떠한 다른 개념
으로 보완 확장이 가능한지는 향후 중요한 연구과제라 하겠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3
이러한 지점들에 유념하여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양상 및 그 결과
를 탐구하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의 이탈자들에 대한 성찰적 연구가 되는
것은 물론 전 지구적인 인간의 이동에 대한 새로운 이론을 확립하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다
논문접수일 2016년 5월 31일 논문심사일 2016년 7월 2일 게재확정일 2016년 7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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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7
ltKey conceptsgt Hell-Joseon long-term travel tourism migration lifestyle
migration lifestyle traveler lifestyle mobility
Long-term Travel as lsquoEscape from Hell-Joseon
A Research about Korean Travelers in India
Lee Minyoung14)
This research connects Korean young mens long-term travel with the
ldquoHell-Joseonrdquo discourse popular in Korea nowadays and explores the
so called lsquoescape from Hell-Joseonrsquo phenomenon and changes of their
lives after the trips with the concept of mobility since tourism and
migration cant explain it well A participant observation in India found
that the Korean long-term travelers are characteristic as the followings
1) Long-term travel is popular among the youth who complains about
the social structure and culture of Korea and their travel reflects the
ldquoHell-Joseonrdquo discourse So we can call this travel as escape from
Hell-Joseon 2) The travel routes of are differentiated according to the
class This research mainly deals with the circulation route of doing
physical labor in developed countries and relaxing in developing
countries popular among the lower middle class 3) Most of the travelers
often stay in India for a long time and their main purpose is
detoxification from Hell-Joseon through relaxation healing and
searching for the self 4) After they finish the long-term travel the
PhD Candidate Department of Anthropology Seoul National University
328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meaning of home is changed and their mobility is increased That
phenomenon seems to be entangled with the increasing global mobility
the blurring trend between tourism and migration and the structural
problem which excludes young men from entering the labor market and
the society in Korea Researching the backgrounds aspects and results
of escape from Hell-Joseon will be a reflective study about Korean
society and help to construct new theories about global movement of
people
300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이름 나이 성별 학력 주요 직업 월소득
희경 49 여 대졸대기업 비서(12년)rarr자영업(2년)rarr프리
랜서
연일 45 남 석사 파트타임(포장마차 고시원 총무hellip) 거의 없음(불규칙)
달희 42 여 석사 전업 인테리어 디자이너(10년 이상)rarr
프리랜서 인테리어 디자이너420만 원rarr
병철 41 남 대졸 학원강사 무대감독 연출 파트타임(음
식배달)rarr액세서리 제작 판매
rarr120만 원
(불규칙)
지연 33 여 대졸 호텔 이벤트 코디네이터 호텔 인스펙터 2700 USD
유정 33 여전문대졸
(2년)
상담사(35년)rarr호주 워킹홀리데이rarr상
담사(25년)150만 원
인혜 30 여 대졸 컴퓨터 프로그래머(6년) 280만 원
영수 29 남 고졸 파트타임(서빙 가게 판매원 학원 실
장hellip)90만 원(불규칙)
관욱 26 남 대학생 파트타임(사무 보조 식당 서비스) 250만 원(불규칙)
승은 26 여전문대졸
(2년)
파트타임(빵공장 노동 전화상담원
조사원 요리강사 요가강사hellip)70만 원(불규칙)
은숙 23 여전문대졸
(3년)파트타임(식당) 130만 원
lt표 1gt 공식적 심층면접 대상자의 나이 주요 직업 월소득
낭여행 호주 목화농장에서의 노동을 통해 수많은 한국 청년들을 만났다
본 연구 중에는 공식적으로 심층면접한 17개 국적 50명을 포함한 다양한
외국인들과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이는 한국인들의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바라보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또한 인터넷을 이용한 의사소통도 도움이 되었는데 특히 수시로 소식을
업데이트하고 쉽게 인맥 관리를 할 수 있었던 페이스북의 역할이 컸다 항상
이동 중인 여행자들을 연구하기 위해 인터넷을 활용하는 이러한 연구방법은
린(Lean 2013)의 연구방법과도 상통한다 그는 여행을 통해 변화된 사람들
의 이동성을 이해하기 위해 자신이 실제로 여행하는 한편 자신이 직접 만나
기 힘든 사람들도 연구하기 위해 수차례씩의 이메일 인터뷰를 거치고 웹사
이트를 개설하여 넓은 범위의 참여자들과도 다양하게 상호작용한 바 있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01
린이 밝힌 것처럼 연구자도 연구대상자들이 실제로 거주하는 물리적 공간보
다 가상공간이 종종 더 접근성이 좋고 더 깊이 있는 인터뷰를 할 수 있음을
경험했다 이렇게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포함한 다현지적 접근은 이동 중인
사람들과 이동성의 연구에 적합한 방법이었다
3 헬(hell)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인도에서 만난 한국 청년들에게 왜 여행을 떠났냐고 물어본 결과 대부분
비슷한 답을 얻을 수 있었는데 한마디로 정리하면 한국은 희망이 없고 비
인간적인 삶에 지쳐서 탈출했다는 것이었다 이 장에서는 이들의 한국에 대
한 이러한 인식을 구체적으로 살펴본 후 어떤 점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헬(hell)조선 담론과 공명하고 있는지를 파악해본다 그리고 이들의 여
행을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1) 한국의 사회구조와 문화에 대한 불만
이 절에서는 청년들이 한국에서의 삶 속에서 어떤 지점에 불만을 가졌는
지부터 살펴본다 다음 사례들은 청년들이 취직이 되지 않고 취직이 되어도
소모품처럼 쥐어짜이다가 망가지기 직전에 스스로 그만두고 나왔다는 이야
기이다 이는 오늘날 청년들이 노동시장 및 사회보장제도 등 사회로부터 배
제되고 있는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현실(박수
명 2013)이 어떻게 개인에게 체험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청년들의 첫 번째 불만은 사람을 소위 lsquo스펙rsquo8)과 물질적 성취로만 판단하
는 한국 문화에 대한 것이다 2011년은 lsquo헬조선 탈출rsquo 혹은 lsquo탈조선rsquo이라는
말이 없던 시절이었지만 영수(2011년 당시 29세 남)는 외국인 친구들이
8) specification(세부적 자격요건)의 줄임말로 신상명세 등 사람이나 사물의 기본적인
능력을 나타내는 단어이다
302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ldquo왜 리시케쉬에 왔냐rdquo고 질문할 때마다 ldquo한국에서 탈출하기 위해서(to
escape from Korea)rdquo라고 대답하였다 고졸이 최종 학력인 영수의 삶에서
한국을 탈출해야 하는 맥락은 다음과 같이 나타난다
외국 가고 싶었어요 한국에 있는 게 갑갑했어요 스트레스 너무 받고 당장 내
세울 게 하나도 없으니까 경험은 많지만 자격증이 없으니까 [친구가] 여자들이
마지막에 너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너가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야
하고 말을 해줬어요 그 말이 사실이었어요 가진 게 아무것도 없었어요 직업도
돈도 없고 공부를 많이 한 것도 아니고 성과 낸 것도 없고 그래서 여자들이 널
떠나는 거라고 왜 외국을 나가고 싶었냐면 한국에 있는 게 너무 힘든 거예요
뭘 해야 될지 모르겠고 헬스장에서 일하려니까 마음이 너무 갑갑하고
여기서 영수에게 한국은 경험이나 능력보다는 자격증 직업 돈 학력과
같은 스펙과 물질적 성취로만 사람을 평가하는 곳이다 영수는 자신이 다양
한 경험이 있고 어떤 일이든 하기만 하면 남들보다 잘하며 사람들에게 항
상 인기가 많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호텔업계 와인업계 마술업계 연기업계 외식업계 체육업계 등
에서 아르바이트를 전전했을 뿐 안정된 직업을 가진 일이 없었다 영수는
이것을 한국 사회의 부조리함 때문으로 해석했다 와인업계에서 일하기 힘
들었던 것은 ldquo이상하게 한국은 나이 제한이 심해서rdquo 그리고 연기자가 되기
를 포기한 것은 ldquo한국에서는 모든 연기자는 돈을 찔러주고 들어가야 하고rdquo
ldquoPD 라인 작가 라인 주연급은 기획사에서 어주는 애들만 되기 때문rdquo이
다 즉 영수에게 한국은 부당하고 불공정한 관행이 횡행하는 곳이며 열심
히 노력해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없는 갑갑한 공간이었다 영수가 인도에서
요가 강사 자격증을 취득하려는 것은 이러한 희망 없는 한국을 벗어나 외국
에서 요가를 가르치면서 살기 위함이었다
두 번째는 취직이 되지 않는 현실이다 대학 졸업 후 몇 년간 노력했으나
결국 취직을 포기한 승은(2011년 당시 26세 여)은 인도에 오기 전까지 항상
짜증이 나 있는 상태 불만이 있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03
모든 게 다 짜증이 났던 것 같아요 내가 왜 이러고 있나 이런 거 왜냐하면
아무도 본인의 미래를 그렇게 상상하진 않잖아요 내가 상상했던 미래와 너무 다
르게 가고 있고 전 스무 살만 되면 모든 게 다 내 뜻대로 할 수 있고 모든 게
다 잘 될 거라고 막연한hellip 어른들이 항상 그러잖아요 스무 살만 돼라 근데 스무
살 돼도 별다른 게 없죠 대학 졸업해도 별 다른 게 없지 그 과 선택한 것도 단
지 취업 때문에 선택한 건데 내가 좋아하고 가고 싶었던 과를 포기하면서까지
간 건데
승은은 어차피 취업도 안 되는데 원하는 전공을 포기하고 딴 과에 가게
만들었던 어른들을 원망했다 승은은 ldquo자잘자잘 알바도 대충대충 하고 마트
계산원 알바도 해주고rdquo 살았지만 지루했다 ldquo내색은 별로 안 했지만 짜증나
고 취업도 잘 안 되고 어디론가 좀 떠나고 싶었고 새로운 거 느끼고rdquo 싶었
고 엄마가 ldquo새로운 걸 했으면 하는 눈치rdquo를 주는 것이 괴로웠다 이처럼
취업이 되지 않는 것이 본인의 책임이 아니고 본인도 괴로운 상황에서 가족
과 주변 사람들의 눈치까지 봐야 하는 현실이 부담스러워 탈조선했다고 하
였다
세 번째는 죽도록 과로해야 하는 한국의 노동 문화이다 인혜(2011년 당
시 29세 여)는 한국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했다 월~목요일에는 밤
9~10시까지 늘 야근을 했고 가끔 밤샘도 했다 몸이 점점 나빠졌다 스트레
스를 받으면 ldquo데굴데굴 구를 정도rdquo로 위가 아프곤 했으며 ldquo옷에 스치면
뼈마디까지 아팠다rdquo 아파서 회사를 일주일씩 쉬기도 하다가 결국 1년 8개
월만에 회사를 그만두었다 1년간 쉬려고 했지만 ldquo6개월 이상 놀면 거지를
못 면한다rdquo는 지인의 충고에 겁이 났고 스스로도 ldquo백수 되는 거 아닌가rdquo
싶어 슬슬 불안해졌다 결국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4개월 만에 또 취직했
지만 새 회사는 일이 더 힘들었다 인혜는 ldquo남들은 잘 하는데 나도 버텨보
자rdquo 하고 오기를 부리며 3년간 다녔지만 ldquo과장 이상 가면 버티기 힘들겠구
나rdquo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와중에 친구가 호주에 간다고 하자 ldquo1초도 고
민하지 않고rdquo ldquo나도 가rdquo 하고 말해버렸다 그 후 정보를 모으다가 행로를
변경하여 필리핀 보라카이로 어학연수를 떠났고 동남아와 인도까지 장기여
304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행하게 되었다
인혜는 ldquo이때까지 교육받고 살아온 게 늘 뭔가 하고 있어야 하고 한국
사회에서는 특히나 늘 일하고 있어야 하니까rdquo 아무리 아파도 마음 놓고 쉰
적이 없다고 하였다 평생 남의 시선을 신경 쓰면서 살아온 인혜는 탈조선
수개월 후 ldquo이제는 회사 복귀할 생각이 전혀 없어요 이젠 치열하게 살고
싶지 않아요 돈을 조금 벌더라도 조용히 평화롭게 내 시간 많이 가지고
내가 흥미 있는 부분을 전문적으로 발전시키고 싶어요rdquo라고 잘라 말했다
네 번째는 불합리한 조직문화이다 달희(2011년 당시 42세 여)는 중국에
서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일했다 앞 사례의 인혜처럼 너무 과로하여 각종
병을 달고 살다가 인도로 와서 장기체류하면서 요가를 배웠다 그러다가 한
국에서 수개월씩 일을 하고 인도로 돌아오기를 몇 번 반복했는데 그 중간
에 다녔던 회사의 획일적인 조직문화는 견딜 수 없이 피곤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삶의 방식까지 비슷해지지 않고서는 함께 일하는 게 거
의 불가능에 가까워 24시간 중에서 14시간 이상을 함께 있다 보면 세끼 밥을 같
이 먹어야 하고 세끼 밥을 같이 먹으니까 메뉴에 있어서도 그렇고 노는 시간조
차 함께 해야 하고 자는 것도 같은 숙소에서 자야 하는 경우가 있고 평소에 하는
모든 얘기 심지어 간식도 같이 먹어야 하고 너무나 많은 부분을 같이 해야 하기
때문에 나만 너무 다른 삶의 방식을 가지고 있으면 그들에게 배척당하지 그런
모든 것들 때문에 일도 같이 하기 싫어지는 거지
많은 한국 청년들이 달희처럼 조직에서 ldquo왜 너만 그렇게 다르게 행동하
냐rdquo는 눈치를 받았던 경험을 갖고 있으며 개성과 다양성을 억압하는 이러
한 한국적인 조직문화를 지긋지긋해 했다
지금까지 살펴본 이러한 불만들은 한국 청년들이 외국으로 나오게 된 주
요한 계기가 되며 최근 유행하는 헬조선 담론과도 잘 공명한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05
2) 헬조선 담론과 장기여행
이 절에서는 헬조선 담론이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청년들의
장기여행을 이와 연결시켜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으로 바라보고자 한
다
lsquo헬조선rsquo은 2015년 한국을 가장 뜨겁게 달군 신조어 중 하나로 인터넷
사이트 lsquo디시인사이드rsquo의 역사 갤러리에서 처음 사용되고 주식 갤러리에서
본격적으로 활용되다가 광범위하게 퍼져나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헬조선은
오늘날의 한국을 전근대적 계급제 사회였던 조선에 빗대는 단어로 자기비
하적인 조소가 담겨 있어 기성세대에게는 불편하게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 단어에는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급격히 심화되고 있는 불평등 및 계급격
차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 의식이 배어 있으며 여기에서 파생된 lsquo탈조선(헬
조선 탈출)rsquo이라는 단어에는 이 나라가 싫고 차라리 다른 곳으로 떠나고
싶다는 청년들의 절절한 외침이 담겨 있다 이러한 단어들이 특히 청년들의
공감을 얻어 급속도로 퍼져나가고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는 현상에 주목해
야 하는 이유는 이 단어가 오늘날의 한국에 대한 사회적 인식 이로 인한
실천 그 결과로서의 사회변동을 더 잘 살펴볼 수 있는 렌즈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탈조선 현상은 통계적으로도 증명된다 헤럴드경제가 미 시민권
공개포럼 사이트인 아이작 브룩 소사이어티에 올라온 자료9)를 인용한 기사
에 의하면 한국은 전 세계 경제 강국들 가운데 해외 이민을 떠난 뒤 모국의
국적을 포기하는 비율이 가장 높다10)(헤럴드경제 2014년 4월 28일자) 더
충격적인 것은 아직 이민을 실행하지 못해 이 통계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9) 2012년 5월 23일 Eric이라는 필자가 2002~2010년 각 아시아 나라별 통계청 자료를 인용하여
아이작 브룩 소사이어티에 올린 글이다(The Isaac Brock Society 2012년 5월 23일)
10) 이 기사에 의하면 뉴질랜드는 인구 10만 명당 45명 홍콩은 25명 대만은 152명 싱가포르는
431명인데 비해 한국은 1680명으로 비교 대상 국가 중에서 압도적으로 많다 가까운 일본
(89명)과 비교하면 20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이 기사는 ldquo한국은 국적을 상실하는 사람이 연간
25000명으로 귀화자보다 많은 유일한 아시아의 선진국rdquo이라고 분석했다
306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이민을 갈 의향을 가졌거나 준비 중인 사람들은 더 많다는 자료이다 뉴시스
가 온라인 취업포털 lsquo사람인rsquo에서 2015년 11월 성인남녀 1655명을 대상으
로 이민 의향을 조사한 결과11)를 분석한 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786
가 ldquo이민을 갈 수 있다면 가고 싶다rdquo고 답했다 한국을 떠나고 싶은 가장
큰 이유로 응답자들은 lsquo일에 쫓기는 것보다 삶의 여유가 필요해서rsquo(564
복수응답)를 꼽았으며 lsquo대체로 근로조건이 열악해서rsquo(527) lsquo소득의 불평
등 문제가 심해서rsquo(474) lsquo직업 및 노후에 대한 불안감이 커서rsquo(474)
lsquo경쟁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싫어서rsquo(463) lsquo국가가 국민을 보호해주지 않
아서rsquo(444) lsquo해외의 선진 복지제도를 누리고 싶어서rsquo(307) 등의 응답
이 뒤를 이었다 실제로 응답자들의 479는 현재 이민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민국을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복지(412)였고
이어 문화(175) 일자리 여부(131) 소득수준(67) 기후 등 환경
(58) 등이 고려 대상이었다(뉴시스 2016년 1월 18일자)
이러한 통계자료 뒤에 숨어 있는 헬조선에 대한 젊은이들의 구체적인
인식과 실천은 lsquo헬조선rsquo이라는 사이트12)에서 볼 수 있다 이 사이트의 게시
판에는 ldquo내가 헬조선을 증오하게 된 이유rdquo ldquo생존이 목표가 되어버린 헬조
선rdquo ldquo금수저13)들이 똥수저에게 게으르다 훈계하는 이유rdquo ldquo기업업자들이
니들이 낸 세금을 털어먹는 방법rdquo ldquo헬조선에 충성한 자의 최후(빡침주의)rdquo
ldquo한국인은 그 사람 아버지 직업=그 사람 수준rdquo 등 한국 사회를 비판 풍자하
는 글들이 올라온다 이 게시물들을 보면 청년들이 한국을 지옥에 빗대어
헬조선이라 부르는 이유가 생존하기도 힘들 만큼 빡빡한 현실 고착화된 사
회구조적 불평등과 부정부패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청년들은 이 사이트에서
구체적인 탈조선 방법을 공유하기도 한다 용접이나 배관 컴퓨터 등의 기술
11) 이민 의향은 연령대별로는 30대(821)의 응답률이 가장 높았고 20대(80) 40대(724)
50대 이상(59) 순이었다 이민을 가고 싶은 나라 1위는 캐나다(168)였고 호주(16)
뉴질랜드(108) 미국(96) 독일(95) 스웨덴(69) 일본(63) 핀란드(49) 스위
스(47) 등의 순이었다(사람인 2016년 1월 18일자)
12) 사이트 이름은 lsquo헬조선rsquo이지만 URL 주소는 wwwhellkoreacom이다
13) 사람을 가진 자산에 따라 금수저 은수저 동수저 흙수저 등으로 나누는 lsquo수저계급론 담론은
2015년부터 lsquo헬조선 담론과 함께 한국 사회의 현실을 고발하는 담론으로 크게 유행했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07
을 배워 미국 캐나다 호주 등의 선진국으로 이민 가는 방법에 대한 질문과
답 체험사례도 올라온다
그러나 위에서 인용한 것처럼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선진국으로의 이민만
을 탈조선이라고 할 수는 없다 현실적으로 선진국으로의 이민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높은 영어 점수와 자격증 경력 등의 스펙 및혹은 통장 잔고 증명
이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현실에 좌절한 젊은이들 중에는 일단
한국을 떠나 있기 위해 혹은 영어도 공부하고 스펙을 쌓을 자금도 마련하기
위해 워킹 홀리데이와 같이 노동을 포함한 장기여행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
가 많다 이 글의 서두에서 인용한 현정의 사례처럼 여러 선진국에서의 워
킹 홀리데이와 인도 동남아에서의 장기체류를 반복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점에서 미디어에 재현되는 것처럼 목적지를 명확하게 정하고 필요
한 자격요건을 획득하여 이민이라는 과업을 완수하는 사례는 오늘날 증가하
고 있는 헬조선 탈출 현상 중 극히 일부라고 할 수 있다 본 연구의 연구대상
자들이 가졌던 한국에 대한 불만이 헬조선 담론과 유사하며 이러한 헬조선
을 탈출하는 방법으로 장기여행을 택했다는 점에서 이들의 실천을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혹은 탈조선 여행으로 부르고자 한다 이러한 탈조선
여행 현상을 총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성공한 이민 사례에만 주목하는
시각에서 벗어나 다양한 이동 경로와 복잡한 과정 모두를 탈조선 실천의
일부로 보고 그 새로운 이동성의 양상을 파악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4 탈조선 여행의 이동 양상
이 장에서는 탈조선 여행의 이동 경로와 복잡한 과정을 구체적으로 파악
하고 그것이 계급에 따라 분화되어 있음을 보인 후 특히 중하류층 청년들
이 어떻게 선진국에서의 노동-개발도상국에서의 여행을 반복하는지를 살펴
본다
308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1) 계급에 따른 이동 경로의 분화
먼저 헬조선 탈출이 계급과는 상관없이 수많은 한국 청년들에게 공감되
는 꿈이라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 2015년에 솔직한 제목과 내용으로 크게
주목 받았던 소설의 일부분을 살펴보자
왜 한국을 떠났느냐 두 마디로 요약하면 한국이 싫어서지 세 마디로 줄이
면 여기서는 못 살겠어서 무턱대고 욕하진 말아줘 내가 태어난 나라라도 싫어
할 수는 있는 거잖아 (10쪽) hellip 이제 내가 호주로 가는 건 한국이 싫어서가 아
니라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야 아직 행복해지는 방법은 잘 모르겠지만 호주에
서 더 쉽게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는 직감이 들었어 (161쪽) hellip 나더러 왜 조국
을 사랑하지 않느냐고 하던데 조국도 나를 사랑하지 않았거든 솔직히 나라는 존
재에 무관심했잖아 나라가 나를 먹여주고 입혀주고 지켜줬다고 하는데 나도 법
지키고 교육받고 세금 내고 할 건 다 했어 (170쪽)
- 장강명(2015) 985172한국이 싫어서985173 중에서
이 소설은 한국에서 자신의 미래를 비관하는 20대 후반의 여성이 회사를
그만두고 호주로 이민을 떠난 사정을 들려주는 대화 형식의 이야기이다 주
인공은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를 다녔던 평범한 20대 청춘이다 주인공은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했지만 이 나라에서는 행복하지 않았고 결국 한국
이 싫어서 선진국인 호주로 떠났다고 말한다 이러한 주인공의 사연은 한국
의 대표적인 신문사의 사회부 등에서 기자로 일했던 저자가 치 한 취재를
바탕으로 그려낸 가장 사실적이면서도 평균적인 탈조선의 꿈이라 할 수 있
다
평범한 주인공이 이런 실천을 하는 모습에서 볼 수 있듯 헬조선 탈출은
한국 청년들에게 널리 퍼져 있는 욕망이며 한 인터뷰 대상자의 말을 빌리자
면 ldquo요즘 모여서 얘기하면 태반은 탈조선을 꿈꾼다rdquo 그러나 다 함께 꾸는
꿈도 각자의 계급과 이용 가능한 자원에 따라 실천 가능한 형태가 정해지는
것이 현실이다 가족의 자본과 본인의 학력자본이 높은 중상류층 출신 청년
들은 선진국에서 교환학생-유학을 거친 후 한국 혹은 선진국에서의 취업-선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09
진국으로의 이민이라는 경로를 많이 취하는 반면 자본이 부족한 중하류층
청년들은 한국 혹은 호주 뉴질랜드 등의 서구 선진국에서 노동하여 돈을
번 후 인도 태국 등의 아시아 개발도상국에서 장기여행을 하는 패턴을 반
복하는 이원화된 구조가 나타났다
이 글에서는 중하류층 청년들의 탈조선 현실에 초점을 맞출 것이지
만 더 입체적인 비교를 위해 잠시 중상류층의 사례를 살펴보자 화장품을
사거나 식도락 여행을 위해 종종 일본에 가는 진희(2016년 현재 24세 여)는
한국에서 태어난 것을 한탄하며 탈조선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는 대
학생이다 진희는 양친 모두가 안정된 직업을 갖고 있고 매년 2~4주씩 4인
가족이 해외로 자유여행을 갈 정도의 경제적 문화적 자본을 갖추고 있는
중산층이며 한국 최고의 학벌을 취득하는 등 모든 면에서 부족함이 없는데
왜 탈조선을 원할까 이러한 연구자의 질문에 진희는 ldquo객관적인 지표는 그
렇긴 한데 주관적인 느낌의 차원에서 가망이 없다고 많이 느낀다rdquo ldquo제가
언제든 비정규직이 될 수 있고 밑바닥으로 떨어지는 거 순식간일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rdquo고 답했다 진희는 대학에서도 좋은 학점을 4년 내내 받으며
성공적인 궤도를 달려왔다 그러나 ldquo학벌주의 사회와 경쟁적인 분위기와 과
도한 학습노동rdquo이 너무나 힘들었고 ldquo헬조선 때문에 소중한 청소년기 성장
기가 박탈당했다는 억울함과 분노가 있다rdquo고 하였다 ldquo고등학교 들어가면서
부터는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꼼짝없이 야자(야간자율학습)rdquo를 하였고
대학에 한 번에 붙어야 ldquo이 다시 겪고 싶지 않은 끔찍한 시간rdquo을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아 점심 식사 저녁 식사를 모두 포기하고 간식으로 대충 때우
며 인강(인터넷 강의)을 들었다 진희는 스스로 ldquo자기착취의 주체rdquo가 되어
ldquo모든 에너지와 시간 등등을 싸그리 수단화해서rdquo ldquo학습노동rdquo에만 매달렸다
고 회고한다 진희의 사례는 한국에서는 성공적인 궤도를 달리고 있는 것처
럼 보이는 청년들도 경쟁적인 사회 분위기에 질려 탈조선을 희망할 수 있다
는 것을 보여준다
진희는 중학교 때 985172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985173(홍세화 1995)라는 책을 읽
었는데 프랑스의 교육제도와 사회보장제도 하에서는 ldquo한국처럼 젊어서도
310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일에 찌들어 살고 노후 걱정하고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게 부러웠고rdquo ldquo나는
어쩌다 우연히 한국에 태어났을 뿐인데 왜 그런 우연한 국적에 발목 잡혀서
힘들게 살아야 하나rdquo 하고 생각했다 대학 시절에는 프랑스어를 배운 후 1학
기 동안 프랑스로 교환학생을 다녀왔다 졸업 후에는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대학원을 다닐 계획이다 진희처럼 부모의 지원으로 좋은 학벌을 취득하고
빨리 탈조선의 방법과 방향을 정하며 대학을 다니면서도 노동에 매달리지
않고 공부에만 몰입할 수 있고 덕분에 외국어라는 유용한 자원을 효율적으
로 습득한 경우 ldquo탈조선 방식으로 유학을 택하는 것rdquo이 가능하다
한국에는 진희와 같은 중상류층 젊은이들이 많이 있으며 이들은 주로
유럽이나 북미의 선진국에서 교환학생이나 유학을 통해 장기체류하는 경로
를 취한다 중상류층 중 인도에서 장기체류하는 경우는 요가나 명상을 깊이
배우려는 목적에서가 대부분이며 인도를 찾는다 해도 그 이후의 삶은 앞으
로 서술할 중하류층 청년들과 크게 다르다 스스로를 ldquo금수저rdquo라고 말하지
만 인도에서 몇 번 장기체류를 했던 지연(2016년 현재 38세 여)의 경우가
그런 독특한 사례이다 아버지가 의사이고 어머니는 교양 있는 주부인 집안
에서 자라며 음악을 전공했던 지연은 이렇게 얘기했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유학을 가는 게 당연한 코스였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그렇
게 생각했었고 어느 날 문득 심한 회의가 들었고 내가 재능이 아무리 많고 아무
리 열심히 해서 유학 갔다 오고 교수가 된다 한들 작은 방에서 하루 종일 나 같
은 아이들 가르치며 햇빛도 보지 못하고 썩은 얼굴로 살겠구나 돈이나 명예가
있으면 뭐하나 인간 삶의 질이 엉망이겠구나
ldquo한국에 있으면 무엇을 해도 마찬가지rdquo일 것이라고 생각한 지연은 부모
의 후원을 받아 독일로 가서 고등학교를 다녔고 스위스에서 대학을 졸업했
다 졸업 후에는 ldquo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그 사회에서 사는 게 너무 끔찍
하게rdquo 느껴져서 태국에서 7년 가까이 직장 생활을 하였고 요가를 배웠다
지연은 고등학교 때부터 탈조선하여 계속 외국에서 지냈으며 영어와 독일
어를 유창하게 구사했지만 한국적인 삶의 방식과 성공을 요구하는 부모와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1
끝없이 충돌했다 몸은 한국에서 벗어나 있더라도 한국과 가족 등의 끈으로
묶여 있는 한 마음은 한국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결국 몇 번의 대형 충돌
을 거친 뒤 매년 인도에서 수개월씩 체류하며 마음만은 탈조선한 상태로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위의 두 사례를 보면 한국에서는 남들이 모두 부러워할 만큼 많은 자본을
가진 20대 중반의 젊은이도 스스로를 금수저라 인식하는 30대 후반의 젊은
이도 ldquo젊어서도 일에 찌들어 살고 노후 걱정rdquo해야 하는 삶 경쟁이 극심한
한국에서 사는 것을 끔찍하게 인식하며 탈조선을 꿈꾸고 실천한다는 사실
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중상류층 출신인 이들에게는 부모가 가진 자원과
그 도움으로 획득한 자신의 문화자본 덕분에 탈조선의 실천이 상대적으로
쉬운 것도 사실이다
2) 중하류층 청년들의 노동-장기여행 반복
그렇다면 중하류층 젊은이들의 탈조선 여행 이동 루트는 어떠할까 이
글의 서두에서 현정이 말한 대로 많은 청년들이 호주에서 수 개월간 일을
해서 한국에서보다 많은 돈을 벌고 그 돈으로 호주 동남아 인도를 여행한
다 그리고 돈이 떨어지면 다시 호주 혹은 다른 워킹 홀리데이 국가로 가서
돈을 벌고 다시 그 돈으로 아시아 국가들을 여행한다
리시케쉬에서 만난 한국 청년 중 가장 길게 여행 중인 현정의 구체적인
이동 경로는 다음과 같다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했던 현정은 졸업 후 ldquo취직
이 되지 않아rdquo 인도를 3개월간 여행했다 그 후 호주에 워킹 홀리데이로
가서 1년간 일한 뒤 동남아를 장기여행 했다 그 후 다시 호주에 워킹 홀리
데이로 가서 또 1년간 일했고 그 후에는 다시 동남아를 장기여행한 후 인도
에 왔다 비자가 만료되자 네팔에서 2개월간 머문 뒤 새 비자를 받아 다시
인도에 왔고 리시케쉬에서 1개월짜리 강사 트레이닝 코스를 마쳤다 현정
은 한동안 요가 수련을 한 후 뉴질랜드에 워킹 홀리데이로 갈 예정이다
312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6년 이상 계속 외국을 떠돌고 있는 셈이었다
현정의 부연설명처럼 수 년 전부터 동남아에는 ldquo집에 3~4년씩 안 들어간
애들rdquo ldquo집에 가기 싫은 애들rdquo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배낭여행 중에는 이런
청년들을 쉽게 만날 수 있으며 여행 중에 만나는 사람들 그리고 워킹 홀리
데이 안내서 동남아 여행기 블로그 페이스북 등을 통해 이들에 대한 간접
적인 이야기도 수없이 들을 수 있다
현정처럼 한국에 거의 들어오지 않고 쭉 여행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중간중간에 한국에 들어와 회사를 다니며 돈을 모은 뒤 다시 나가는 경우도
있다 주로 쉽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자격증을 가진 경우인데 유정(2011
년 당시 32세 여)의 경우 2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청소년 상담사 자격증을
딴 후 3년 반 동안 회사를 다녔다 그 후 호주로 1년간 워킹 홀리데이를
나갔다가 들어와서 다시 1년간 회사를 다녔다 그 후 캐나다로 워킹 홀리데
이를 가려고 신청했다가 떨어진 후 장기여행을 준비하다가 다시 취직했고
1년 반 동안 일하다가 장기여행을 시작했다 이번 여행은 현재 10개월째인
데 동남아에서 수 개월간 쉬고 단동에서 15개월간 자원봉사를 하고 운남
성에서 15개월간 태극권을 배운 후 다시 15개월간 동남아와 인도를 여행
했고 인도에서 2개월간 요가를 배운 후 육로로 이집트까지 여행할 예정이
다
현정 유정과 같은 청년들의 생애사를 들어보면 학벌이나 학력 자격증
부모의 직업 등 많은 면에서 내세울 것도 도움 받을 네트워크도 없었으며
자신의 힘으로 삶을 헤쳐 나갔다 3장에서 살펴본 것처럼 가진 것이 없다
보니 존중받지 못했거나 취직이 되지 않아 주변의 눈치를 봐야 했으며 죽
도록 과로하거나 불합리한 조직문화에 시달리면서도 노동을 하며 살아야
했다 현정처럼 차라리 선진국에서 육체노동을 하며 돈을 많이 벌거나 유정
처럼 ldquo죽었다 생각하고rdquo 한국에서 1년 정도 일을 하고 나면 쉬고 싶고 그새
망가진 몸을 고치고 싶고 자신이 누구인지 천천히 생각도 해보고 싶어진다
전 세계적으로 볼 때 한정된 돈으로 오랜 시간을 보내며 이러한 목적을
추구할 수 있는 최적의 여행지는 인도로 알려져 있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3
5 인도에서의 헬조선 해독 활동
이 장에서는 한국 청년들이 인도에서 장기체류하면서 추구하는 목표가
휴식 치유 자아 찾기를 통한 lsquo헬조선 해독(解毒)rsquo임을 보인 후 인도가 이런
활동을 하기 좋은 이유는 무엇인지 알아본다
먼저 탈조선하여 인도에 온 청년들이 가장 많이 추구하는 활동인 휴식
치유 자아 찾기가 어떠한 맥락에서 나타나는지를 다음 사례들을 통해 살펴
보자
달희는 리시케쉬에 왜 왔냐는 연구자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ldquo나는
여기가 쉴 수 있는 곳일 거란 기대를 가지고 처음에 왔어요 밖으로의 여행
이 아니라 내 안으로의 여행 내가 처음에 인도를 선택하면서 내 마음속으로
되뇌었던 것이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이 말을 계속 했었어요rdquo
달희는 휴식과 자아 찾기를 위해 인도에 왔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것은
과로할 수밖에 없는 직장생활 그로 인해 병든 몸을 치유하는 것과 접한
관계를 갖고 있었다 달희에 의하면 이러한 욕망을 갖게 된 것은 회사 생활
을 하면서 ldquo착취당하면서도 표현도 못 하고 그렇다고 부하 직원들을 쥐어
짤 성격도 안 되고 해서 아주 화병 같은 게 단단히 들고 몸도 너무 고단해서
망가졌기rdquo 때문이다 30세 무렵에는 교통사고가 나서 구안와사(口眼喎斜)
즉 입이 한쪽으로 돌아가는 증상이 왔다 그러나 달희는 여전히 일을 하였
고 계속 일을 하다 유방섬유선종 자궁근종 무릎middot발목 등의 원인불명 통증
척추측만증 두통 소화불량 관절 통증 등을 앓게 되었다 결국 41세에는
더 이상 회사를 다닐 수 없어 요가를 하면서 몸을 고치기 위해 리시케쉬로
오게 되었다
달희의 생애사에서 보이는 것처럼 과로 심신의 질환 자아를 잃었고 왜
사는지 모르겠다는 느낌이 긴 하게 엮여 나타나다가 탈조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한국인 장기여행자들에게 흔한 서사이다 인도의 장기여행자 중 보기
드물게 성공적인 궤도를 달리는 듯했지만 역시 같은 이유로 탈조선한 다음
314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대학생의 사례도 이를 잘 보여준다
관욱(2011년 당시 26세 남)은 서울의 일류 공과대학의 4학년이었다 관
욱은 4학년 여름까지 취직을 위해 인턴 과정을 밟고 있었고 취직 시험에서
최종 면접을 몇 개 남겨둔 상태였다 고등학교 때 985172지구별 여행자985173(류시화
2002)를 읽은 이후 막연히 배낭여행을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가지고 있었지만 주변 사람들은 다들 대학원에 가거나 빨리 취직하는 분위
기였고 해외에 간다고 해도 유럽으로 아니면 유명 대학의 프로그램이나
어학연수에 가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계속 고민하다가 전자공학 전공자에
대한 수요가 많아 취업 걱정이 없다는 점 지금 못 가면 40~50대 때 후회할
것 같다는 점 회사에 한 번 들어가면 회사를 그만두지 않는 한 6개월짜리
여행은 할 수 없다는 점을 생각했다 관욱은 취업 준비를 모두 그만두고
면접도 포기하고 여름 내내 육체노동을 하면서 인도 여행 자금을 모았다
관욱은 늘 아침밥만 먹고 점심 저녁은 굶으면서 공부했다 전공 5~6개 과목
의 시험이 매 학기 각각 4번씩이나 있고 프로그램 프로젝트를 2개씩 하다
보니 항상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관욱은 ldquo어쩌면 스트레스 받는데 의식
못 했을 수도 있었다rdquo고 회고한다 관욱은 ldquo한국에서는 시험이나 프로젝트
가 늘 마음에 있었고rdquo 회사 면접을 보면서는 ldquo연봉보다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rdquo 하는 고민에 계속 마음이 무거웠다 그러
다가 인도에 오기 전에 몸이 아파 병원에 들렀고 놀랍게도 20대 중반의
나이에 위궤양 빈혈 고혈압 진단을 받았다 관욱은 인도에 오게 된 계
기를 다음과 같이 털어놓았다
한편으로 기대한 바는 한국 문화에서 떨어져 있고 싶었어요 어떤 사회적 자
아 그렇게 형성된 자아가 너무 세서 내 내면의 목소리라는 걸 들어볼 생각도 안
하고 들어보지도 못했어요 작은 거라도 그래서 여기서 나가보면 내가 직접 느껴
볼 수 있지 않을까 절실히 필요하면서도 내 내면의 목소리 이런 게 너무 피상적
으로 느껴졌었죠
관욱이 인도로 탈조선하면서 가장 바란 것은 한국 문화 사회적 자아에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5
매몰된 내면의 목소리를 찾는 것 즉 자아 찾기였으며 이것은 망가진 몸을
치유하고 휴식을 취하는 것과 접하게 엮여서 나타났다 관욱은 한국에서
는 성공을 향한 길을 안정적으로 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진정으
로 원하는 일을 하지 못하고 몸의 요구나 내면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바쁘게
살아야 하는 한국 문화에 순응하며 살아오다가 문득 몸이 망가진 것을 발견
했다 관욱은 연구자와 나눈 대화 속에서 ldquo쉬고 싶다rdquo는 표현을 끝없이 계속
했다 가이드북에서 리시케쉬 부분을 펼쳤을 때 ldquo락쉬만줄라에 노을 지는
장면 사진이 나왔는데 이것을 보고 여기서는 여유롭게 시간을 가져도 좋겠
다 한국에선 잘 못 가지는 시간이니까rdquo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였으며
오기 전에 ldquo가서 어떤 식으로든 순간을 즐길 수 있음 그럴 수 있기만 하면
좋겠다rdquo 하고 생각했다고 하였다 리시케쉬에 도착해서는 ldquo여기서는 순간을
한 번 그렇게 지내보자 한국에선 걱정이 너무 많으니까 시험이나 프로젝트
가 늘 마음에 있으니까 여기선 햇볕 산책 다 해보자rdquo 하고 결심했다고 하였
다
이처럼 많은 한국 청년들이 휴식에 대한 갈망을 표현하였다 이번 여행의
목적을 묻는 연구자에게 유정은 이렇게 대답했다 ldquo계속 다니면서 나를 더
들여다보는 거죠 나는 누구인가 10대 때 고민했던 거 다시 한 번 그래서
이렇게 좀 다니면서 생각 좀 많이 하면서 그래서 좀 스스로 좀 내면적으로
좀 강해졌음 좋겠다 그리고 현실에서 탈피하고 싶고 그게 좀 안 돼요 일만
하면 일만 생각해요rdquo
유정 또한 탈조선의 계기를 ldquo나를 들여다보는 것rdquo 즉 자아 찾기라고 얘기
하고 있으며 그것을 현실 탈피와 내면이 강해지는 것과 연결시키고 있다
유정은 한국에서 회사 문화의 불합리함 인간관계에 의한 스트레스로 폭식
증 소화불량 단기간에 25kg이라는 급격한 체중 증가 그리고 이로 인한
무릎 허리 목의 통증에 시달렸다 그래서 휴식과 치유가 절실하여 탈조선
하게 되었고 몇 달간 푹 쉰 뒤에는 ldquo다시 사회에 돌아갔을 때 그런 스트레스
나 이런 것들에 대해서 사람관계에서 오는 것들은 내가 좀 커트할 수 있는
사람rdquo이 되고 싶어 요가를 시작했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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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례들이 보여주는 바처럼 한국 청년들이 헬조선을 탈출하는 이유
는 휴식 치유 자아 찾기를 통한 헬조선 해독이 너무나 절실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활동을 다른 곳도 아니고 인도에서 하는 것일까
앞의 사례에서 달희는 휴식 자아 찾기의 욕망을 인도에서 추구하게 된
이유로 ldquo인도는 한국에서 지내는 것보다 한 달에 쓰는 생활비가 더 적을
거라는 생각rdquo ldquo일을 하지 않고 요가만 하면서 먹고 자고 할 수 있고rdquo ldquo인도
는 요가의 본고장이기 때문이라는 믿음rdquo이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다른
사람들이 인도에 온 계기도 대부분 이와 비슷하다
달희가 말한 것처럼 이러한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저렴한 물가이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유럽이나 미국에서 장기체류를 하지
않는 핵심 원인은 물가가 비싸 오래 머물 수가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 최대
한 많은 것을 볼 수 있도록 하루하루 빡빡한 일정을 짜고 꼭 필요한 날수만
큼만 머물게 되는 이런 선진국으로는 휴식을 취하러 가지 못한다 그러나
인도 리시케쉬에서는 300~500달러만 있으면 한 달간 깔끔한 싱글룸에서
묵으며 최고의 요가 수업을 받고 여유롭게 식사와 간식을 즐기며 지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좋은 자연환경과 문화적 매력까지 있다 리시케쉬는 갠지
스강과 히말라야 산맥이 만나는 성지로서 자연환경이 아름답고 요가의 본
고장답게 훌륭한 요가 수업들이 많이 있다 달희의 말처럼 ldquo요가만 하면서
먹고 자고 할 수 있는rdquo 최적의 환경인 것이다 이러한 환경은 여행 가이드북
과 여행자들이 남긴 여행기에도 잘 기술되어 있으며 실제로 놀라운 치유의
효과를 낳는다 이러한 소문은 수많은 여행자들을 유혹한다
이처럼 개발도상국에서 장기체류하는 선진국의 여행자들에 대해 그러한
이동의 핵심 원인이 더 나은 삶의 질을 위한 것이라고 보고 개념화한 것이
바로 라이프스타일 이주이다 인도에 대한 사례 연구로는 바라나시의 서구
인 장기체류자들을 참여관찰하면서 이들을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로 보고 그
라이프스타일의 특징을 분석한 코펠라(Korpela 2009)의 연구가 있다 바라
나시는 인도 악기를 배우는 장기체류자들이 집해 있는 곳인데 코펠라에
의하면 이들은 대부분 인도 악기를 연주하고 요가와 명상 자선사업을 하며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7
엄청난 시간을 친구들과 어울리는 데 쓴다 이들의 삶은 느리고 빡빡한 매
일의 일정이 없으며 물질적 소유는 적고 현재를 즐길 시간이 많다 코펠라
는 이들이 가능한 곳에서 더 나은 삶을 찾으며 물가가 싸고 영적sdot예술적
의미와 결부된 곳에서 더 나은 삶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이용하는 것이라
고 해석하였다
인도의 장기체류자들이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이동하는 방향성은
이렇게 해석할 수 있겠으나 문제는 라이프스타일 이주라는 개념은 이들이
고국에서 인도로 한 번 이주한 다음 영구히 정착한다는 인상을 준다는 것이
다 그러나 사실 인도의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들은 대부분 3~6개월짜리 관광
자 비자로 인도에 장기체류하는 여행자들이며 비자를 갱신하기 위해 이웃
나라를 방문하거나 돈을 벌거나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자주 고국으
로 귀국한다 또한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헬조선 탈출 여행자들은 이 글의
서두에서 보았던 것처럼 호주 등 선진국에서의 노동 다른 동남아 국가들에
서의 여행 등 다양한 이동 루트를 거친다
이처럼 오랜 기간 다양한 장소들을 떠돌다 보면 이들의 탈조선 여행 이후
의 삶은 어떻게 변화할까
6 탈조선 여행 이후의 삶의 변화
이 장에서는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을 했던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이들에게 나타나는 lsquo집rsquo의 의미 변화를 살펴본
뒤 이들의 이동성을 라이프스타일 여행 및 라이프스타일 이동성이라는 개
념과 연결 지어 살펴본다
1) lsquo집rsquo의 의미 변화
탈조선하여 떠도는 사람들에게 집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왜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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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돌아다니냐는 연구자의 질문에 현정은 이 글의 서두에 인용한 것처럼
ldquo집에 가기 싫어서요rdquo라는 답과 함께 이제는 집이 불편하다는 말까지 했다
ldquo이제 집에 가도 제가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닌 것 같아요 불편해요 그래서
또 나오고요 엄마가 밥을 하루에 3번씩 해주시는데 처음에 빵만 하루에
3번 먹으면 속이 거북한 그 느낌처럼 밥에서 그런 느낌이 나던데요rdquo
현정의 말은 2가지 생각해볼 문제를 남긴다 첫 번째는 한국 사람인 현정
이 밥을 먹으면 속이 거북하다는 지점이다 지금은 약간 옅어지기는 했지만
한국의 해외여행 역사상 언제나 여행 경험담의 중요한 부분이 되어왔던 것
은 며칠만 외국을 여행해도 김치와 된장찌개가 그립고 한국인이라면 역시
밥을 먹어야 힘이 난다는 정서 그리고 한국인을 만나서 김치에 소주를 함께
먹으며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공유했던 정겨운 경험 등이다 이와 비교
할 때 현정과 같은 청년들에게서는 지금까지 한국인에게 lsquo밥rsquo으로 체화되어
있던 한국적 정서와 정체성이 옅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한국적 정서와 정체성이 옅어지는 것은 공간적으로도 체험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이 두 번째 지점 즉 ldquo집에 가도 제가 있어야 할 자리
가 아닌 것rdquo처럼 불편하고 그래서 또 외국으로 나간다는 말이다 과거 많은
한국인 여행자들은 lsquo나의 집rsquo 그리고 이를 확장한 lsquo내 나라rsquo가 세상에서 가
장 편안한 곳이라고들 이야기해왔으며 여행작가 한비야처럼 여러 언어를
구사하고 외국여행을 많이 한 사람도 틈날 때마다 집과 고국에 대한 그리움
을 토로하곤 했다 이처럼 집과 고국은 한 사회적 인간의 근원이자 지향점으
로 체화되어 있었고 그것이 당연하게 여겨져 왔으나 오늘날 현정과 같은
젊은이들은 여기서 불편함을 느끼고 탈출까지 감행한다 이러한 인식은 달
희의 말에서도 잘 드러난다 달희는 요가 연습 도중에 갑자기 눈물이 나서
소품실에 들어가 울다 나온 적이 여러 번 있었다 나중에 연구자가 이유를
물어보자 ldquo집에 가면 할 일도 없고 가고 싶지 않아서rdquo 울었다고 하였다
달희는 ldquo한국에 있으면 내일 할 일뿐만 아니라 그 동안 해왔던 일과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rdquo며 부담감을 드러냈다
이처럼 탈조선 여행자들에게 가족들이 사는 집 그리고 고국은 점점 불편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9
한 곳이 되어가며 잠시 돈을 벌거나 비자를 연장하기 위해 혹은 의료 혜택
을 받기 위해서와 같은 실용적인 목적을 위해 들르는 곳으로 변화되어 간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이들은 지속적으로 떠돌거나 고국을 주 거주지
로 하면서도 외국을 계속 돌아다니는 이동성이 증대된 삶을 살게 된다
2) 이동성의 증가
헬조선 탈출 이후 현정처럼 노동과 장기체류라는 순환을 지속적으로 반
복하며 계속 장기여행 중인 사람도 있지만 장기여행을 끝낸 후 한 장소에
정착하여 사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다면 장기여행을 끝낸 후 탈조선 여행자
들의 삶은 어떻게 변화되며 어떠한 새로운 특징이 나타날까 본 연구에서
는 다음 2가지 패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 번째 패턴은 요가와 같이 특정한 활동을 중심으로 증가된 이동성과
직업적 경력을 연결시키는 것이다 달희의 경우 요가를 배우기 위해 수년째
한국-인도를 오가다가 도중에 결심하고 요가 강사가 되었다 연구자와 만났
을 당시 달희는 인도에 3번 왔던 상태였다 수개월씩 여러 장소에서 각기
다른 요가를 배우기를 3년간 반복하다가 2012년 7월부터는 3년간 쭉 방콕
에서 머물며 강사 트레이닝 코스를 밟았다 2015년에는 귀국하여 요가 강사
자리를 알아보는 한편 지속으로 태국 인도 등에서 요가 워크숍에 참석하고
있다
이처럼 헬조선 탈출 여행자 중 요가 수련자들은 리시케쉬를 포함하여
요가를 배우거나 수련할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하는 삶의 방식을 유지한다
계절과 선호하는 강사의 존재 여부 등 다양한 조건에 맞추어 인도 내에서
이동하기도 하고 요가의 새로운 내용이나 전수 방식을 외국의 강사에게 배
울 수 있거나 또 다른 머물기 좋은 장소가 발견되면 인도를 벗어나 다른
나라로 이동하기도 한다 서구인들에 비하면 한국인의 이동 범위는 좀 더
아시아 위주로 한정되어 있는데 주로 한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지내다가 가
320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끔 태국 등 동남아 국가의 요가 센터나 요가 워크숍에 참여하는 형태이다
물론 이동 중간중간에 워킹 홀리데이로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일하거나 한
국에서 일하며 여행 자금을 단기간에 마련하기도 한다
요가 수련자들이 이처럼 계속 요가를 배우며 이동하는 것은 더 나은 요가
강사가 되도록 하는 이동성 자본(mobility capital)(Bell 2013 24)으로 기능
할 수도 있다 벨은 끊임없이 돌아다니는 음악 연주자들을 라이프스타일 여
행자로 분류하면서 이들이 경제적 부 대신 개인적sdot직업적 풍요로움 등의
형태로 이동성 자본을 획득하였으며 이들이 영원히 혹은 가장 중요하게
닻을 내리는 것은 한 지리적 장소가 아니라 그들의 일이라고 분석한 바 있
다 이들의 이동성은 전문적 수련의 일부가 되며 이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이처럼 이동성이 성공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것은 요가 강사들
에게도 마찬가지인데 요가의 기원지인 인도에서 유명한 스승에게 배웠다는
것은 그 요가 강사의 진정성과 정통성 그리고 그 결과로서의 지식을 보증하
는 상징으로도 기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렇게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는
요가 수련자들은 더 나은 삶의 방식을 찾기 위해 여행하는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라기보다는 여행 자체가 삶의 방식인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라는 개념
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동 중인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에 대해 연구한 얼스킨과 앤더슨에 의
하면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에게 초기의 이동성은 집에서 탈출하거나 사회
적 압력과 기대를 피하기 위해 추구될 수 있지만 점점 자아 창조라는 의제
를 중심으로 하게 된다(Erskine and Anderson 2013 140-141) 요가 수련
자들도 초기에는 한국을 탈출하는 것이 목적이었다가 나중에는 점점 더 나
은 요가 수련자가 되는 데 집중한다는 점은 이런 특징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의 증가된 이동성이 이후의 삶을 변화시키는 두 번째 패턴은 첫 번째
패턴과 겹칠 수도 있는데 장기여행에서 귀국하여 한국이 주거주지가 되더
라도 마음만은 계속 탈조선 상태에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계속
단기여행을 다니는 식으로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면서 직업 인간관계를 이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1
전과는 다르게 조직하기도 한다 지연의 경우 귀국 후 외국인과 결혼했고
요가 강사가 되어 일 년에 보통 2~3회씩 일본 동남아 등지로 요가 워크숍을
가는 한편 1~2개월씩은 인도에서 요가를 수련한다 지연은 ldquo호주나 유럽
캐나다 같은 곳은 도시여도 자연이 있고 여유가 있고 비슷한 가치관을 중요
시하는 사람들 속에서 살고 싶은데 한국에선 뭐 하나 충족시켜주는 게 없는rdquo
현실에 대해 불평하였다 그러면서 ldquo기존 회사를 그만두고 요가만 하는 걸
로 결정한 것rdquo ldquo원치 않는 정신적 스트레스 관계 이런 걸 최대한 만들지
않는 쪽으로 생활반경을 컨트롤하는 것rdquo은 ldquo최대한 이 헬조선의 영향을 받
지 않는 생활rdquo을 영위하기 위함이며 ldquo이젠 제가 사는 방식을 바꿔서 제
생활반경만큼은 헬조선이 안 되도록 말뚝 박고 공간확보를 한 것 같다rdquo고
말했다
본 연구의 대상자들 중 아직 선진국으로의 이주에 성공한 사례는 없지만
이렇게 이동성을 증대시킨 삶을 사는 사례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7 결론
본 연구에서는 오늘날 한국 젊은이들의 장기여행 현상을 헬조선 담론과
연결시키고 그 동안의 관광이나 이주 개념으로 설명되지 않던 부분들을 이
동성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하였다
본 연구에서 발견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 젊은이들의 장기여행
은 한국의 사회구조와 문화에 대한 불만을 가진 청년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며 헬조선 담론을 잘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
기여행 혹은 탈조선 여행으로 부를 수 있다 둘째 탈조선 여행의 이동 경로
는 계급에 따라 이원화되어 나타난다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장기여행은 중
하류층 청년들이 한국이나 선진국에서의 노동-개발도상국에서의 장기체류
를 반복하는 양상으로 나타났다 셋째 헬조선 탈출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오래 머무는 인도에서 주로 추구하는 목표는 휴식 치유 자아 찾기를 통한
322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헬조선 해독 활동이라 할 수 있다 넷째 이들이 탈조선 여행을 마친 후 나타
나는 삶의 변화로는 집의 의미가 변화하고 이동성이 증가하는 패턴을 들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크게는 전 지구적 이동성의 증가 관광과 이주의 경계가
흐려지는 추세 오늘날 청년들이 노동시장 진입을 비롯하여 점점 더 사회로
부터 배제되고 있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현실 등이 맞물려 나타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이후에 나타나는
개인적sdot사회적 변화는 인류학적으로 아주 흥미로운 현상일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이론화를 위해서는 앞으로 다음 지점들에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이다
첫 번째는 탈조선 여행자 혹은 탈조선 여행에서 얻은 이동성 자본을 직업
으로 전환시킨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이 나이가 들어도 계속 그러한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서구에는 60대
70대 노인 중에도 그런 사람들이 많지만 이는 복지제도가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90년대 이후 증가한 한국의 장기여행자들 중에서는 아무리 lsquo자유
로운 영혼rsquo의 소유자라 해도 부모가 나이 들기 시작하면 자식이 병원비를
부담해야 하고 자신의 노후대책을 직접 마련해야 되기 때문에 당장의 생계
유지에 급급한 생활인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과거의 장기여행과는
달리 오늘날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은 한국에서의 직업적 기반이나
경력을 쌓지 못한 청년들의 여행이며 강력한 구심력을 가진 한국에서의 탈
출이다 따라서 이들이 한국으로 돌아와 생활인이 되는 것이 힘들다면 대안
적으로 어떠한 직업적 가족적 삶이 가능할 것인가
두 번째는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에 라이프스타일이라는 개념을 연
결시킬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연구자는 본문에서 탈조선 여행자들에 대
해 현존하는 개념 중 가장 가까운 라이프스타일 여행자 및 라이프스타일
이동성에 기대어 설명하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사실 라이프스타일은 소비를
중심으로 하는 개념이라는 점에서 생존을 위해 탈출한 사회에서 배제된
청년들을 분류 혹은 설명할 수 있는 명칭이 될 수 있는지 어떠한 다른 개념
으로 보완 확장이 가능한지는 향후 중요한 연구과제라 하겠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3
이러한 지점들에 유념하여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양상 및 그 결과
를 탐구하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의 이탈자들에 대한 성찰적 연구가 되는
것은 물론 전 지구적인 인간의 이동에 대한 새로운 이론을 확립하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다
논문접수일 2016년 5월 31일 논문심사일 2016년 7월 2일 게재확정일 2016년 7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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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Key conceptsgt Hell-Joseon long-term travel tourism migration lifestyle
migration lifestyle traveler lifestyle mobility
Long-term Travel as lsquoEscape from Hell-Joseon
A Research about Korean Travelers in India
Lee Minyoung14)
This research connects Korean young mens long-term travel with the
ldquoHell-Joseonrdquo discourse popular in Korea nowadays and explores the
so called lsquoescape from Hell-Joseonrsquo phenomenon and changes of their
lives after the trips with the concept of mobility since tourism and
migration cant explain it well A participant observation in India found
that the Korean long-term travelers are characteristic as the followings
1) Long-term travel is popular among the youth who complains about
the social structure and culture of Korea and their travel reflects the
ldquoHell-Joseonrdquo discourse So we can call this travel as escape from
Hell-Joseon 2) The travel routes of are differentiated according to the
class This research mainly deals with the circulation route of doing
physical labor in developed countries and relaxing in developing
countries popular among the lower middle class 3) Most of the travelers
often stay in India for a long time and their main purpose is
detoxification from Hell-Joseon through relaxation healing and
searching for the self 4) After they finish the long-term travel the
PhD Candidate Department of Anthropology Seoul National University
328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meaning of home is changed and their mobility is increased That
phenomenon seems to be entangled with the increasing global mobility
the blurring trend between tourism and migration and the structural
problem which excludes young men from entering the labor market and
the society in Korea Researching the backgrounds aspects and results
of escape from Hell-Joseon will be a reflective study about Korean
society and help to construct new theories about global movement of
people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01
린이 밝힌 것처럼 연구자도 연구대상자들이 실제로 거주하는 물리적 공간보
다 가상공간이 종종 더 접근성이 좋고 더 깊이 있는 인터뷰를 할 수 있음을
경험했다 이렇게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포함한 다현지적 접근은 이동 중인
사람들과 이동성의 연구에 적합한 방법이었다
3 헬(hell)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인도에서 만난 한국 청년들에게 왜 여행을 떠났냐고 물어본 결과 대부분
비슷한 답을 얻을 수 있었는데 한마디로 정리하면 한국은 희망이 없고 비
인간적인 삶에 지쳐서 탈출했다는 것이었다 이 장에서는 이들의 한국에 대
한 이러한 인식을 구체적으로 살펴본 후 어떤 점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헬(hell)조선 담론과 공명하고 있는지를 파악해본다 그리고 이들의 여
행을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1) 한국의 사회구조와 문화에 대한 불만
이 절에서는 청년들이 한국에서의 삶 속에서 어떤 지점에 불만을 가졌는
지부터 살펴본다 다음 사례들은 청년들이 취직이 되지 않고 취직이 되어도
소모품처럼 쥐어짜이다가 망가지기 직전에 스스로 그만두고 나왔다는 이야
기이다 이는 오늘날 청년들이 노동시장 및 사회보장제도 등 사회로부터 배
제되고 있는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현실(박수
명 2013)이 어떻게 개인에게 체험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청년들의 첫 번째 불만은 사람을 소위 lsquo스펙rsquo8)과 물질적 성취로만 판단하
는 한국 문화에 대한 것이다 2011년은 lsquo헬조선 탈출rsquo 혹은 lsquo탈조선rsquo이라는
말이 없던 시절이었지만 영수(2011년 당시 29세 남)는 외국인 친구들이
8) specification(세부적 자격요건)의 줄임말로 신상명세 등 사람이나 사물의 기본적인
능력을 나타내는 단어이다
302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ldquo왜 리시케쉬에 왔냐rdquo고 질문할 때마다 ldquo한국에서 탈출하기 위해서(to
escape from Korea)rdquo라고 대답하였다 고졸이 최종 학력인 영수의 삶에서
한국을 탈출해야 하는 맥락은 다음과 같이 나타난다
외국 가고 싶었어요 한국에 있는 게 갑갑했어요 스트레스 너무 받고 당장 내
세울 게 하나도 없으니까 경험은 많지만 자격증이 없으니까 [친구가] 여자들이
마지막에 너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너가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야
하고 말을 해줬어요 그 말이 사실이었어요 가진 게 아무것도 없었어요 직업도
돈도 없고 공부를 많이 한 것도 아니고 성과 낸 것도 없고 그래서 여자들이 널
떠나는 거라고 왜 외국을 나가고 싶었냐면 한국에 있는 게 너무 힘든 거예요
뭘 해야 될지 모르겠고 헬스장에서 일하려니까 마음이 너무 갑갑하고
여기서 영수에게 한국은 경험이나 능력보다는 자격증 직업 돈 학력과
같은 스펙과 물질적 성취로만 사람을 평가하는 곳이다 영수는 자신이 다양
한 경험이 있고 어떤 일이든 하기만 하면 남들보다 잘하며 사람들에게 항
상 인기가 많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호텔업계 와인업계 마술업계 연기업계 외식업계 체육업계 등
에서 아르바이트를 전전했을 뿐 안정된 직업을 가진 일이 없었다 영수는
이것을 한국 사회의 부조리함 때문으로 해석했다 와인업계에서 일하기 힘
들었던 것은 ldquo이상하게 한국은 나이 제한이 심해서rdquo 그리고 연기자가 되기
를 포기한 것은 ldquo한국에서는 모든 연기자는 돈을 찔러주고 들어가야 하고rdquo
ldquoPD 라인 작가 라인 주연급은 기획사에서 어주는 애들만 되기 때문rdquo이
다 즉 영수에게 한국은 부당하고 불공정한 관행이 횡행하는 곳이며 열심
히 노력해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없는 갑갑한 공간이었다 영수가 인도에서
요가 강사 자격증을 취득하려는 것은 이러한 희망 없는 한국을 벗어나 외국
에서 요가를 가르치면서 살기 위함이었다
두 번째는 취직이 되지 않는 현실이다 대학 졸업 후 몇 년간 노력했으나
결국 취직을 포기한 승은(2011년 당시 26세 여)은 인도에 오기 전까지 항상
짜증이 나 있는 상태 불만이 있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03
모든 게 다 짜증이 났던 것 같아요 내가 왜 이러고 있나 이런 거 왜냐하면
아무도 본인의 미래를 그렇게 상상하진 않잖아요 내가 상상했던 미래와 너무 다
르게 가고 있고 전 스무 살만 되면 모든 게 다 내 뜻대로 할 수 있고 모든 게
다 잘 될 거라고 막연한hellip 어른들이 항상 그러잖아요 스무 살만 돼라 근데 스무
살 돼도 별다른 게 없죠 대학 졸업해도 별 다른 게 없지 그 과 선택한 것도 단
지 취업 때문에 선택한 건데 내가 좋아하고 가고 싶었던 과를 포기하면서까지
간 건데
승은은 어차피 취업도 안 되는데 원하는 전공을 포기하고 딴 과에 가게
만들었던 어른들을 원망했다 승은은 ldquo자잘자잘 알바도 대충대충 하고 마트
계산원 알바도 해주고rdquo 살았지만 지루했다 ldquo내색은 별로 안 했지만 짜증나
고 취업도 잘 안 되고 어디론가 좀 떠나고 싶었고 새로운 거 느끼고rdquo 싶었
고 엄마가 ldquo새로운 걸 했으면 하는 눈치rdquo를 주는 것이 괴로웠다 이처럼
취업이 되지 않는 것이 본인의 책임이 아니고 본인도 괴로운 상황에서 가족
과 주변 사람들의 눈치까지 봐야 하는 현실이 부담스러워 탈조선했다고 하
였다
세 번째는 죽도록 과로해야 하는 한국의 노동 문화이다 인혜(2011년 당
시 29세 여)는 한국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했다 월~목요일에는 밤
9~10시까지 늘 야근을 했고 가끔 밤샘도 했다 몸이 점점 나빠졌다 스트레
스를 받으면 ldquo데굴데굴 구를 정도rdquo로 위가 아프곤 했으며 ldquo옷에 스치면
뼈마디까지 아팠다rdquo 아파서 회사를 일주일씩 쉬기도 하다가 결국 1년 8개
월만에 회사를 그만두었다 1년간 쉬려고 했지만 ldquo6개월 이상 놀면 거지를
못 면한다rdquo는 지인의 충고에 겁이 났고 스스로도 ldquo백수 되는 거 아닌가rdquo
싶어 슬슬 불안해졌다 결국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4개월 만에 또 취직했
지만 새 회사는 일이 더 힘들었다 인혜는 ldquo남들은 잘 하는데 나도 버텨보
자rdquo 하고 오기를 부리며 3년간 다녔지만 ldquo과장 이상 가면 버티기 힘들겠구
나rdquo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와중에 친구가 호주에 간다고 하자 ldquo1초도 고
민하지 않고rdquo ldquo나도 가rdquo 하고 말해버렸다 그 후 정보를 모으다가 행로를
변경하여 필리핀 보라카이로 어학연수를 떠났고 동남아와 인도까지 장기여
304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행하게 되었다
인혜는 ldquo이때까지 교육받고 살아온 게 늘 뭔가 하고 있어야 하고 한국
사회에서는 특히나 늘 일하고 있어야 하니까rdquo 아무리 아파도 마음 놓고 쉰
적이 없다고 하였다 평생 남의 시선을 신경 쓰면서 살아온 인혜는 탈조선
수개월 후 ldquo이제는 회사 복귀할 생각이 전혀 없어요 이젠 치열하게 살고
싶지 않아요 돈을 조금 벌더라도 조용히 평화롭게 내 시간 많이 가지고
내가 흥미 있는 부분을 전문적으로 발전시키고 싶어요rdquo라고 잘라 말했다
네 번째는 불합리한 조직문화이다 달희(2011년 당시 42세 여)는 중국에
서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일했다 앞 사례의 인혜처럼 너무 과로하여 각종
병을 달고 살다가 인도로 와서 장기체류하면서 요가를 배웠다 그러다가 한
국에서 수개월씩 일을 하고 인도로 돌아오기를 몇 번 반복했는데 그 중간
에 다녔던 회사의 획일적인 조직문화는 견딜 수 없이 피곤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삶의 방식까지 비슷해지지 않고서는 함께 일하는 게 거
의 불가능에 가까워 24시간 중에서 14시간 이상을 함께 있다 보면 세끼 밥을 같
이 먹어야 하고 세끼 밥을 같이 먹으니까 메뉴에 있어서도 그렇고 노는 시간조
차 함께 해야 하고 자는 것도 같은 숙소에서 자야 하는 경우가 있고 평소에 하는
모든 얘기 심지어 간식도 같이 먹어야 하고 너무나 많은 부분을 같이 해야 하기
때문에 나만 너무 다른 삶의 방식을 가지고 있으면 그들에게 배척당하지 그런
모든 것들 때문에 일도 같이 하기 싫어지는 거지
많은 한국 청년들이 달희처럼 조직에서 ldquo왜 너만 그렇게 다르게 행동하
냐rdquo는 눈치를 받았던 경험을 갖고 있으며 개성과 다양성을 억압하는 이러
한 한국적인 조직문화를 지긋지긋해 했다
지금까지 살펴본 이러한 불만들은 한국 청년들이 외국으로 나오게 된 주
요한 계기가 되며 최근 유행하는 헬조선 담론과도 잘 공명한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05
2) 헬조선 담론과 장기여행
이 절에서는 헬조선 담론이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청년들의
장기여행을 이와 연결시켜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으로 바라보고자 한
다
lsquo헬조선rsquo은 2015년 한국을 가장 뜨겁게 달군 신조어 중 하나로 인터넷
사이트 lsquo디시인사이드rsquo의 역사 갤러리에서 처음 사용되고 주식 갤러리에서
본격적으로 활용되다가 광범위하게 퍼져나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헬조선은
오늘날의 한국을 전근대적 계급제 사회였던 조선에 빗대는 단어로 자기비
하적인 조소가 담겨 있어 기성세대에게는 불편하게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 단어에는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급격히 심화되고 있는 불평등 및 계급격
차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 의식이 배어 있으며 여기에서 파생된 lsquo탈조선(헬
조선 탈출)rsquo이라는 단어에는 이 나라가 싫고 차라리 다른 곳으로 떠나고
싶다는 청년들의 절절한 외침이 담겨 있다 이러한 단어들이 특히 청년들의
공감을 얻어 급속도로 퍼져나가고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는 현상에 주목해
야 하는 이유는 이 단어가 오늘날의 한국에 대한 사회적 인식 이로 인한
실천 그 결과로서의 사회변동을 더 잘 살펴볼 수 있는 렌즈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탈조선 현상은 통계적으로도 증명된다 헤럴드경제가 미 시민권
공개포럼 사이트인 아이작 브룩 소사이어티에 올라온 자료9)를 인용한 기사
에 의하면 한국은 전 세계 경제 강국들 가운데 해외 이민을 떠난 뒤 모국의
국적을 포기하는 비율이 가장 높다10)(헤럴드경제 2014년 4월 28일자) 더
충격적인 것은 아직 이민을 실행하지 못해 이 통계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9) 2012년 5월 23일 Eric이라는 필자가 2002~2010년 각 아시아 나라별 통계청 자료를 인용하여
아이작 브룩 소사이어티에 올린 글이다(The Isaac Brock Society 2012년 5월 23일)
10) 이 기사에 의하면 뉴질랜드는 인구 10만 명당 45명 홍콩은 25명 대만은 152명 싱가포르는
431명인데 비해 한국은 1680명으로 비교 대상 국가 중에서 압도적으로 많다 가까운 일본
(89명)과 비교하면 20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이 기사는 ldquo한국은 국적을 상실하는 사람이 연간
25000명으로 귀화자보다 많은 유일한 아시아의 선진국rdquo이라고 분석했다
306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이민을 갈 의향을 가졌거나 준비 중인 사람들은 더 많다는 자료이다 뉴시스
가 온라인 취업포털 lsquo사람인rsquo에서 2015년 11월 성인남녀 1655명을 대상으
로 이민 의향을 조사한 결과11)를 분석한 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786
가 ldquo이민을 갈 수 있다면 가고 싶다rdquo고 답했다 한국을 떠나고 싶은 가장
큰 이유로 응답자들은 lsquo일에 쫓기는 것보다 삶의 여유가 필요해서rsquo(564
복수응답)를 꼽았으며 lsquo대체로 근로조건이 열악해서rsquo(527) lsquo소득의 불평
등 문제가 심해서rsquo(474) lsquo직업 및 노후에 대한 불안감이 커서rsquo(474)
lsquo경쟁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싫어서rsquo(463) lsquo국가가 국민을 보호해주지 않
아서rsquo(444) lsquo해외의 선진 복지제도를 누리고 싶어서rsquo(307) 등의 응답
이 뒤를 이었다 실제로 응답자들의 479는 현재 이민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민국을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복지(412)였고
이어 문화(175) 일자리 여부(131) 소득수준(67) 기후 등 환경
(58) 등이 고려 대상이었다(뉴시스 2016년 1월 18일자)
이러한 통계자료 뒤에 숨어 있는 헬조선에 대한 젊은이들의 구체적인
인식과 실천은 lsquo헬조선rsquo이라는 사이트12)에서 볼 수 있다 이 사이트의 게시
판에는 ldquo내가 헬조선을 증오하게 된 이유rdquo ldquo생존이 목표가 되어버린 헬조
선rdquo ldquo금수저13)들이 똥수저에게 게으르다 훈계하는 이유rdquo ldquo기업업자들이
니들이 낸 세금을 털어먹는 방법rdquo ldquo헬조선에 충성한 자의 최후(빡침주의)rdquo
ldquo한국인은 그 사람 아버지 직업=그 사람 수준rdquo 등 한국 사회를 비판 풍자하
는 글들이 올라온다 이 게시물들을 보면 청년들이 한국을 지옥에 빗대어
헬조선이라 부르는 이유가 생존하기도 힘들 만큼 빡빡한 현실 고착화된 사
회구조적 불평등과 부정부패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청년들은 이 사이트에서
구체적인 탈조선 방법을 공유하기도 한다 용접이나 배관 컴퓨터 등의 기술
11) 이민 의향은 연령대별로는 30대(821)의 응답률이 가장 높았고 20대(80) 40대(724)
50대 이상(59) 순이었다 이민을 가고 싶은 나라 1위는 캐나다(168)였고 호주(16)
뉴질랜드(108) 미국(96) 독일(95) 스웨덴(69) 일본(63) 핀란드(49) 스위
스(47) 등의 순이었다(사람인 2016년 1월 18일자)
12) 사이트 이름은 lsquo헬조선rsquo이지만 URL 주소는 wwwhellkoreacom이다
13) 사람을 가진 자산에 따라 금수저 은수저 동수저 흙수저 등으로 나누는 lsquo수저계급론 담론은
2015년부터 lsquo헬조선 담론과 함께 한국 사회의 현실을 고발하는 담론으로 크게 유행했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07
을 배워 미국 캐나다 호주 등의 선진국으로 이민 가는 방법에 대한 질문과
답 체험사례도 올라온다
그러나 위에서 인용한 것처럼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선진국으로의 이민만
을 탈조선이라고 할 수는 없다 현실적으로 선진국으로의 이민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높은 영어 점수와 자격증 경력 등의 스펙 및혹은 통장 잔고 증명
이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현실에 좌절한 젊은이들 중에는 일단
한국을 떠나 있기 위해 혹은 영어도 공부하고 스펙을 쌓을 자금도 마련하기
위해 워킹 홀리데이와 같이 노동을 포함한 장기여행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
가 많다 이 글의 서두에서 인용한 현정의 사례처럼 여러 선진국에서의 워
킹 홀리데이와 인도 동남아에서의 장기체류를 반복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점에서 미디어에 재현되는 것처럼 목적지를 명확하게 정하고 필요
한 자격요건을 획득하여 이민이라는 과업을 완수하는 사례는 오늘날 증가하
고 있는 헬조선 탈출 현상 중 극히 일부라고 할 수 있다 본 연구의 연구대상
자들이 가졌던 한국에 대한 불만이 헬조선 담론과 유사하며 이러한 헬조선
을 탈출하는 방법으로 장기여행을 택했다는 점에서 이들의 실천을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혹은 탈조선 여행으로 부르고자 한다 이러한 탈조선
여행 현상을 총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성공한 이민 사례에만 주목하는
시각에서 벗어나 다양한 이동 경로와 복잡한 과정 모두를 탈조선 실천의
일부로 보고 그 새로운 이동성의 양상을 파악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4 탈조선 여행의 이동 양상
이 장에서는 탈조선 여행의 이동 경로와 복잡한 과정을 구체적으로 파악
하고 그것이 계급에 따라 분화되어 있음을 보인 후 특히 중하류층 청년들
이 어떻게 선진국에서의 노동-개발도상국에서의 여행을 반복하는지를 살펴
본다
308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1) 계급에 따른 이동 경로의 분화
먼저 헬조선 탈출이 계급과는 상관없이 수많은 한국 청년들에게 공감되
는 꿈이라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 2015년에 솔직한 제목과 내용으로 크게
주목 받았던 소설의 일부분을 살펴보자
왜 한국을 떠났느냐 두 마디로 요약하면 한국이 싫어서지 세 마디로 줄이
면 여기서는 못 살겠어서 무턱대고 욕하진 말아줘 내가 태어난 나라라도 싫어
할 수는 있는 거잖아 (10쪽) hellip 이제 내가 호주로 가는 건 한국이 싫어서가 아
니라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야 아직 행복해지는 방법은 잘 모르겠지만 호주에
서 더 쉽게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는 직감이 들었어 (161쪽) hellip 나더러 왜 조국
을 사랑하지 않느냐고 하던데 조국도 나를 사랑하지 않았거든 솔직히 나라는 존
재에 무관심했잖아 나라가 나를 먹여주고 입혀주고 지켜줬다고 하는데 나도 법
지키고 교육받고 세금 내고 할 건 다 했어 (170쪽)
- 장강명(2015) 985172한국이 싫어서985173 중에서
이 소설은 한국에서 자신의 미래를 비관하는 20대 후반의 여성이 회사를
그만두고 호주로 이민을 떠난 사정을 들려주는 대화 형식의 이야기이다 주
인공은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를 다녔던 평범한 20대 청춘이다 주인공은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했지만 이 나라에서는 행복하지 않았고 결국 한국
이 싫어서 선진국인 호주로 떠났다고 말한다 이러한 주인공의 사연은 한국
의 대표적인 신문사의 사회부 등에서 기자로 일했던 저자가 치 한 취재를
바탕으로 그려낸 가장 사실적이면서도 평균적인 탈조선의 꿈이라 할 수 있
다
평범한 주인공이 이런 실천을 하는 모습에서 볼 수 있듯 헬조선 탈출은
한국 청년들에게 널리 퍼져 있는 욕망이며 한 인터뷰 대상자의 말을 빌리자
면 ldquo요즘 모여서 얘기하면 태반은 탈조선을 꿈꾼다rdquo 그러나 다 함께 꾸는
꿈도 각자의 계급과 이용 가능한 자원에 따라 실천 가능한 형태가 정해지는
것이 현실이다 가족의 자본과 본인의 학력자본이 높은 중상류층 출신 청년
들은 선진국에서 교환학생-유학을 거친 후 한국 혹은 선진국에서의 취업-선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09
진국으로의 이민이라는 경로를 많이 취하는 반면 자본이 부족한 중하류층
청년들은 한국 혹은 호주 뉴질랜드 등의 서구 선진국에서 노동하여 돈을
번 후 인도 태국 등의 아시아 개발도상국에서 장기여행을 하는 패턴을 반
복하는 이원화된 구조가 나타났다
이 글에서는 중하류층 청년들의 탈조선 현실에 초점을 맞출 것이지
만 더 입체적인 비교를 위해 잠시 중상류층의 사례를 살펴보자 화장품을
사거나 식도락 여행을 위해 종종 일본에 가는 진희(2016년 현재 24세 여)는
한국에서 태어난 것을 한탄하며 탈조선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는 대
학생이다 진희는 양친 모두가 안정된 직업을 갖고 있고 매년 2~4주씩 4인
가족이 해외로 자유여행을 갈 정도의 경제적 문화적 자본을 갖추고 있는
중산층이며 한국 최고의 학벌을 취득하는 등 모든 면에서 부족함이 없는데
왜 탈조선을 원할까 이러한 연구자의 질문에 진희는 ldquo객관적인 지표는 그
렇긴 한데 주관적인 느낌의 차원에서 가망이 없다고 많이 느낀다rdquo ldquo제가
언제든 비정규직이 될 수 있고 밑바닥으로 떨어지는 거 순식간일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rdquo고 답했다 진희는 대학에서도 좋은 학점을 4년 내내 받으며
성공적인 궤도를 달려왔다 그러나 ldquo학벌주의 사회와 경쟁적인 분위기와 과
도한 학습노동rdquo이 너무나 힘들었고 ldquo헬조선 때문에 소중한 청소년기 성장
기가 박탈당했다는 억울함과 분노가 있다rdquo고 하였다 ldquo고등학교 들어가면서
부터는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꼼짝없이 야자(야간자율학습)rdquo를 하였고
대학에 한 번에 붙어야 ldquo이 다시 겪고 싶지 않은 끔찍한 시간rdquo을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아 점심 식사 저녁 식사를 모두 포기하고 간식으로 대충 때우
며 인강(인터넷 강의)을 들었다 진희는 스스로 ldquo자기착취의 주체rdquo가 되어
ldquo모든 에너지와 시간 등등을 싸그리 수단화해서rdquo ldquo학습노동rdquo에만 매달렸다
고 회고한다 진희의 사례는 한국에서는 성공적인 궤도를 달리고 있는 것처
럼 보이는 청년들도 경쟁적인 사회 분위기에 질려 탈조선을 희망할 수 있다
는 것을 보여준다
진희는 중학교 때 985172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985173(홍세화 1995)라는 책을 읽
었는데 프랑스의 교육제도와 사회보장제도 하에서는 ldquo한국처럼 젊어서도
310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일에 찌들어 살고 노후 걱정하고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게 부러웠고rdquo ldquo나는
어쩌다 우연히 한국에 태어났을 뿐인데 왜 그런 우연한 국적에 발목 잡혀서
힘들게 살아야 하나rdquo 하고 생각했다 대학 시절에는 프랑스어를 배운 후 1학
기 동안 프랑스로 교환학생을 다녀왔다 졸업 후에는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대학원을 다닐 계획이다 진희처럼 부모의 지원으로 좋은 학벌을 취득하고
빨리 탈조선의 방법과 방향을 정하며 대학을 다니면서도 노동에 매달리지
않고 공부에만 몰입할 수 있고 덕분에 외국어라는 유용한 자원을 효율적으
로 습득한 경우 ldquo탈조선 방식으로 유학을 택하는 것rdquo이 가능하다
한국에는 진희와 같은 중상류층 젊은이들이 많이 있으며 이들은 주로
유럽이나 북미의 선진국에서 교환학생이나 유학을 통해 장기체류하는 경로
를 취한다 중상류층 중 인도에서 장기체류하는 경우는 요가나 명상을 깊이
배우려는 목적에서가 대부분이며 인도를 찾는다 해도 그 이후의 삶은 앞으
로 서술할 중하류층 청년들과 크게 다르다 스스로를 ldquo금수저rdquo라고 말하지
만 인도에서 몇 번 장기체류를 했던 지연(2016년 현재 38세 여)의 경우가
그런 독특한 사례이다 아버지가 의사이고 어머니는 교양 있는 주부인 집안
에서 자라며 음악을 전공했던 지연은 이렇게 얘기했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유학을 가는 게 당연한 코스였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그렇
게 생각했었고 어느 날 문득 심한 회의가 들었고 내가 재능이 아무리 많고 아무
리 열심히 해서 유학 갔다 오고 교수가 된다 한들 작은 방에서 하루 종일 나 같
은 아이들 가르치며 햇빛도 보지 못하고 썩은 얼굴로 살겠구나 돈이나 명예가
있으면 뭐하나 인간 삶의 질이 엉망이겠구나
ldquo한국에 있으면 무엇을 해도 마찬가지rdquo일 것이라고 생각한 지연은 부모
의 후원을 받아 독일로 가서 고등학교를 다녔고 스위스에서 대학을 졸업했
다 졸업 후에는 ldquo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그 사회에서 사는 게 너무 끔찍
하게rdquo 느껴져서 태국에서 7년 가까이 직장 생활을 하였고 요가를 배웠다
지연은 고등학교 때부터 탈조선하여 계속 외국에서 지냈으며 영어와 독일
어를 유창하게 구사했지만 한국적인 삶의 방식과 성공을 요구하는 부모와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1
끝없이 충돌했다 몸은 한국에서 벗어나 있더라도 한국과 가족 등의 끈으로
묶여 있는 한 마음은 한국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결국 몇 번의 대형 충돌
을 거친 뒤 매년 인도에서 수개월씩 체류하며 마음만은 탈조선한 상태로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위의 두 사례를 보면 한국에서는 남들이 모두 부러워할 만큼 많은 자본을
가진 20대 중반의 젊은이도 스스로를 금수저라 인식하는 30대 후반의 젊은
이도 ldquo젊어서도 일에 찌들어 살고 노후 걱정rdquo해야 하는 삶 경쟁이 극심한
한국에서 사는 것을 끔찍하게 인식하며 탈조선을 꿈꾸고 실천한다는 사실
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중상류층 출신인 이들에게는 부모가 가진 자원과
그 도움으로 획득한 자신의 문화자본 덕분에 탈조선의 실천이 상대적으로
쉬운 것도 사실이다
2) 중하류층 청년들의 노동-장기여행 반복
그렇다면 중하류층 젊은이들의 탈조선 여행 이동 루트는 어떠할까 이
글의 서두에서 현정이 말한 대로 많은 청년들이 호주에서 수 개월간 일을
해서 한국에서보다 많은 돈을 벌고 그 돈으로 호주 동남아 인도를 여행한
다 그리고 돈이 떨어지면 다시 호주 혹은 다른 워킹 홀리데이 국가로 가서
돈을 벌고 다시 그 돈으로 아시아 국가들을 여행한다
리시케쉬에서 만난 한국 청년 중 가장 길게 여행 중인 현정의 구체적인
이동 경로는 다음과 같다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했던 현정은 졸업 후 ldquo취직
이 되지 않아rdquo 인도를 3개월간 여행했다 그 후 호주에 워킹 홀리데이로
가서 1년간 일한 뒤 동남아를 장기여행 했다 그 후 다시 호주에 워킹 홀리
데이로 가서 또 1년간 일했고 그 후에는 다시 동남아를 장기여행한 후 인도
에 왔다 비자가 만료되자 네팔에서 2개월간 머문 뒤 새 비자를 받아 다시
인도에 왔고 리시케쉬에서 1개월짜리 강사 트레이닝 코스를 마쳤다 현정
은 한동안 요가 수련을 한 후 뉴질랜드에 워킹 홀리데이로 갈 예정이다
312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6년 이상 계속 외국을 떠돌고 있는 셈이었다
현정의 부연설명처럼 수 년 전부터 동남아에는 ldquo집에 3~4년씩 안 들어간
애들rdquo ldquo집에 가기 싫은 애들rdquo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배낭여행 중에는 이런
청년들을 쉽게 만날 수 있으며 여행 중에 만나는 사람들 그리고 워킹 홀리
데이 안내서 동남아 여행기 블로그 페이스북 등을 통해 이들에 대한 간접
적인 이야기도 수없이 들을 수 있다
현정처럼 한국에 거의 들어오지 않고 쭉 여행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중간중간에 한국에 들어와 회사를 다니며 돈을 모은 뒤 다시 나가는 경우도
있다 주로 쉽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자격증을 가진 경우인데 유정(2011
년 당시 32세 여)의 경우 2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청소년 상담사 자격증을
딴 후 3년 반 동안 회사를 다녔다 그 후 호주로 1년간 워킹 홀리데이를
나갔다가 들어와서 다시 1년간 회사를 다녔다 그 후 캐나다로 워킹 홀리데
이를 가려고 신청했다가 떨어진 후 장기여행을 준비하다가 다시 취직했고
1년 반 동안 일하다가 장기여행을 시작했다 이번 여행은 현재 10개월째인
데 동남아에서 수 개월간 쉬고 단동에서 15개월간 자원봉사를 하고 운남
성에서 15개월간 태극권을 배운 후 다시 15개월간 동남아와 인도를 여행
했고 인도에서 2개월간 요가를 배운 후 육로로 이집트까지 여행할 예정이
다
현정 유정과 같은 청년들의 생애사를 들어보면 학벌이나 학력 자격증
부모의 직업 등 많은 면에서 내세울 것도 도움 받을 네트워크도 없었으며
자신의 힘으로 삶을 헤쳐 나갔다 3장에서 살펴본 것처럼 가진 것이 없다
보니 존중받지 못했거나 취직이 되지 않아 주변의 눈치를 봐야 했으며 죽
도록 과로하거나 불합리한 조직문화에 시달리면서도 노동을 하며 살아야
했다 현정처럼 차라리 선진국에서 육체노동을 하며 돈을 많이 벌거나 유정
처럼 ldquo죽었다 생각하고rdquo 한국에서 1년 정도 일을 하고 나면 쉬고 싶고 그새
망가진 몸을 고치고 싶고 자신이 누구인지 천천히 생각도 해보고 싶어진다
전 세계적으로 볼 때 한정된 돈으로 오랜 시간을 보내며 이러한 목적을
추구할 수 있는 최적의 여행지는 인도로 알려져 있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3
5 인도에서의 헬조선 해독 활동
이 장에서는 한국 청년들이 인도에서 장기체류하면서 추구하는 목표가
휴식 치유 자아 찾기를 통한 lsquo헬조선 해독(解毒)rsquo임을 보인 후 인도가 이런
활동을 하기 좋은 이유는 무엇인지 알아본다
먼저 탈조선하여 인도에 온 청년들이 가장 많이 추구하는 활동인 휴식
치유 자아 찾기가 어떠한 맥락에서 나타나는지를 다음 사례들을 통해 살펴
보자
달희는 리시케쉬에 왜 왔냐는 연구자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ldquo나는
여기가 쉴 수 있는 곳일 거란 기대를 가지고 처음에 왔어요 밖으로의 여행
이 아니라 내 안으로의 여행 내가 처음에 인도를 선택하면서 내 마음속으로
되뇌었던 것이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이 말을 계속 했었어요rdquo
달희는 휴식과 자아 찾기를 위해 인도에 왔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것은
과로할 수밖에 없는 직장생활 그로 인해 병든 몸을 치유하는 것과 접한
관계를 갖고 있었다 달희에 의하면 이러한 욕망을 갖게 된 것은 회사 생활
을 하면서 ldquo착취당하면서도 표현도 못 하고 그렇다고 부하 직원들을 쥐어
짤 성격도 안 되고 해서 아주 화병 같은 게 단단히 들고 몸도 너무 고단해서
망가졌기rdquo 때문이다 30세 무렵에는 교통사고가 나서 구안와사(口眼喎斜)
즉 입이 한쪽으로 돌아가는 증상이 왔다 그러나 달희는 여전히 일을 하였
고 계속 일을 하다 유방섬유선종 자궁근종 무릎middot발목 등의 원인불명 통증
척추측만증 두통 소화불량 관절 통증 등을 앓게 되었다 결국 41세에는
더 이상 회사를 다닐 수 없어 요가를 하면서 몸을 고치기 위해 리시케쉬로
오게 되었다
달희의 생애사에서 보이는 것처럼 과로 심신의 질환 자아를 잃었고 왜
사는지 모르겠다는 느낌이 긴 하게 엮여 나타나다가 탈조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한국인 장기여행자들에게 흔한 서사이다 인도의 장기여행자 중 보기
드물게 성공적인 궤도를 달리는 듯했지만 역시 같은 이유로 탈조선한 다음
314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대학생의 사례도 이를 잘 보여준다
관욱(2011년 당시 26세 남)은 서울의 일류 공과대학의 4학년이었다 관
욱은 4학년 여름까지 취직을 위해 인턴 과정을 밟고 있었고 취직 시험에서
최종 면접을 몇 개 남겨둔 상태였다 고등학교 때 985172지구별 여행자985173(류시화
2002)를 읽은 이후 막연히 배낭여행을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가지고 있었지만 주변 사람들은 다들 대학원에 가거나 빨리 취직하는 분위
기였고 해외에 간다고 해도 유럽으로 아니면 유명 대학의 프로그램이나
어학연수에 가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계속 고민하다가 전자공학 전공자에
대한 수요가 많아 취업 걱정이 없다는 점 지금 못 가면 40~50대 때 후회할
것 같다는 점 회사에 한 번 들어가면 회사를 그만두지 않는 한 6개월짜리
여행은 할 수 없다는 점을 생각했다 관욱은 취업 준비를 모두 그만두고
면접도 포기하고 여름 내내 육체노동을 하면서 인도 여행 자금을 모았다
관욱은 늘 아침밥만 먹고 점심 저녁은 굶으면서 공부했다 전공 5~6개 과목
의 시험이 매 학기 각각 4번씩이나 있고 프로그램 프로젝트를 2개씩 하다
보니 항상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관욱은 ldquo어쩌면 스트레스 받는데 의식
못 했을 수도 있었다rdquo고 회고한다 관욱은 ldquo한국에서는 시험이나 프로젝트
가 늘 마음에 있었고rdquo 회사 면접을 보면서는 ldquo연봉보다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rdquo 하는 고민에 계속 마음이 무거웠다 그러
다가 인도에 오기 전에 몸이 아파 병원에 들렀고 놀랍게도 20대 중반의
나이에 위궤양 빈혈 고혈압 진단을 받았다 관욱은 인도에 오게 된 계
기를 다음과 같이 털어놓았다
한편으로 기대한 바는 한국 문화에서 떨어져 있고 싶었어요 어떤 사회적 자
아 그렇게 형성된 자아가 너무 세서 내 내면의 목소리라는 걸 들어볼 생각도 안
하고 들어보지도 못했어요 작은 거라도 그래서 여기서 나가보면 내가 직접 느껴
볼 수 있지 않을까 절실히 필요하면서도 내 내면의 목소리 이런 게 너무 피상적
으로 느껴졌었죠
관욱이 인도로 탈조선하면서 가장 바란 것은 한국 문화 사회적 자아에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5
매몰된 내면의 목소리를 찾는 것 즉 자아 찾기였으며 이것은 망가진 몸을
치유하고 휴식을 취하는 것과 접하게 엮여서 나타났다 관욱은 한국에서
는 성공을 향한 길을 안정적으로 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진정으
로 원하는 일을 하지 못하고 몸의 요구나 내면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바쁘게
살아야 하는 한국 문화에 순응하며 살아오다가 문득 몸이 망가진 것을 발견
했다 관욱은 연구자와 나눈 대화 속에서 ldquo쉬고 싶다rdquo는 표현을 끝없이 계속
했다 가이드북에서 리시케쉬 부분을 펼쳤을 때 ldquo락쉬만줄라에 노을 지는
장면 사진이 나왔는데 이것을 보고 여기서는 여유롭게 시간을 가져도 좋겠
다 한국에선 잘 못 가지는 시간이니까rdquo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였으며
오기 전에 ldquo가서 어떤 식으로든 순간을 즐길 수 있음 그럴 수 있기만 하면
좋겠다rdquo 하고 생각했다고 하였다 리시케쉬에 도착해서는 ldquo여기서는 순간을
한 번 그렇게 지내보자 한국에선 걱정이 너무 많으니까 시험이나 프로젝트
가 늘 마음에 있으니까 여기선 햇볕 산책 다 해보자rdquo 하고 결심했다고 하였
다
이처럼 많은 한국 청년들이 휴식에 대한 갈망을 표현하였다 이번 여행의
목적을 묻는 연구자에게 유정은 이렇게 대답했다 ldquo계속 다니면서 나를 더
들여다보는 거죠 나는 누구인가 10대 때 고민했던 거 다시 한 번 그래서
이렇게 좀 다니면서 생각 좀 많이 하면서 그래서 좀 스스로 좀 내면적으로
좀 강해졌음 좋겠다 그리고 현실에서 탈피하고 싶고 그게 좀 안 돼요 일만
하면 일만 생각해요rdquo
유정 또한 탈조선의 계기를 ldquo나를 들여다보는 것rdquo 즉 자아 찾기라고 얘기
하고 있으며 그것을 현실 탈피와 내면이 강해지는 것과 연결시키고 있다
유정은 한국에서 회사 문화의 불합리함 인간관계에 의한 스트레스로 폭식
증 소화불량 단기간에 25kg이라는 급격한 체중 증가 그리고 이로 인한
무릎 허리 목의 통증에 시달렸다 그래서 휴식과 치유가 절실하여 탈조선
하게 되었고 몇 달간 푹 쉰 뒤에는 ldquo다시 사회에 돌아갔을 때 그런 스트레스
나 이런 것들에 대해서 사람관계에서 오는 것들은 내가 좀 커트할 수 있는
사람rdquo이 되고 싶어 요가를 시작했다고 하였다
316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위의 사례들이 보여주는 바처럼 한국 청년들이 헬조선을 탈출하는 이유
는 휴식 치유 자아 찾기를 통한 헬조선 해독이 너무나 절실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활동을 다른 곳도 아니고 인도에서 하는 것일까
앞의 사례에서 달희는 휴식 자아 찾기의 욕망을 인도에서 추구하게 된
이유로 ldquo인도는 한국에서 지내는 것보다 한 달에 쓰는 생활비가 더 적을
거라는 생각rdquo ldquo일을 하지 않고 요가만 하면서 먹고 자고 할 수 있고rdquo ldquo인도
는 요가의 본고장이기 때문이라는 믿음rdquo이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다른
사람들이 인도에 온 계기도 대부분 이와 비슷하다
달희가 말한 것처럼 이러한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저렴한 물가이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유럽이나 미국에서 장기체류를 하지
않는 핵심 원인은 물가가 비싸 오래 머물 수가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 최대
한 많은 것을 볼 수 있도록 하루하루 빡빡한 일정을 짜고 꼭 필요한 날수만
큼만 머물게 되는 이런 선진국으로는 휴식을 취하러 가지 못한다 그러나
인도 리시케쉬에서는 300~500달러만 있으면 한 달간 깔끔한 싱글룸에서
묵으며 최고의 요가 수업을 받고 여유롭게 식사와 간식을 즐기며 지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좋은 자연환경과 문화적 매력까지 있다 리시케쉬는 갠지
스강과 히말라야 산맥이 만나는 성지로서 자연환경이 아름답고 요가의 본
고장답게 훌륭한 요가 수업들이 많이 있다 달희의 말처럼 ldquo요가만 하면서
먹고 자고 할 수 있는rdquo 최적의 환경인 것이다 이러한 환경은 여행 가이드북
과 여행자들이 남긴 여행기에도 잘 기술되어 있으며 실제로 놀라운 치유의
효과를 낳는다 이러한 소문은 수많은 여행자들을 유혹한다
이처럼 개발도상국에서 장기체류하는 선진국의 여행자들에 대해 그러한
이동의 핵심 원인이 더 나은 삶의 질을 위한 것이라고 보고 개념화한 것이
바로 라이프스타일 이주이다 인도에 대한 사례 연구로는 바라나시의 서구
인 장기체류자들을 참여관찰하면서 이들을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로 보고 그
라이프스타일의 특징을 분석한 코펠라(Korpela 2009)의 연구가 있다 바라
나시는 인도 악기를 배우는 장기체류자들이 집해 있는 곳인데 코펠라에
의하면 이들은 대부분 인도 악기를 연주하고 요가와 명상 자선사업을 하며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7
엄청난 시간을 친구들과 어울리는 데 쓴다 이들의 삶은 느리고 빡빡한 매
일의 일정이 없으며 물질적 소유는 적고 현재를 즐길 시간이 많다 코펠라
는 이들이 가능한 곳에서 더 나은 삶을 찾으며 물가가 싸고 영적sdot예술적
의미와 결부된 곳에서 더 나은 삶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이용하는 것이라
고 해석하였다
인도의 장기체류자들이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이동하는 방향성은
이렇게 해석할 수 있겠으나 문제는 라이프스타일 이주라는 개념은 이들이
고국에서 인도로 한 번 이주한 다음 영구히 정착한다는 인상을 준다는 것이
다 그러나 사실 인도의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들은 대부분 3~6개월짜리 관광
자 비자로 인도에 장기체류하는 여행자들이며 비자를 갱신하기 위해 이웃
나라를 방문하거나 돈을 벌거나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자주 고국으
로 귀국한다 또한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헬조선 탈출 여행자들은 이 글의
서두에서 보았던 것처럼 호주 등 선진국에서의 노동 다른 동남아 국가들에
서의 여행 등 다양한 이동 루트를 거친다
이처럼 오랜 기간 다양한 장소들을 떠돌다 보면 이들의 탈조선 여행 이후
의 삶은 어떻게 변화할까
6 탈조선 여행 이후의 삶의 변화
이 장에서는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을 했던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이들에게 나타나는 lsquo집rsquo의 의미 변화를 살펴본
뒤 이들의 이동성을 라이프스타일 여행 및 라이프스타일 이동성이라는 개
념과 연결 지어 살펴본다
1) lsquo집rsquo의 의미 변화
탈조선하여 떠도는 사람들에게 집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왜 그렇게
318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오래 돌아다니냐는 연구자의 질문에 현정은 이 글의 서두에 인용한 것처럼
ldquo집에 가기 싫어서요rdquo라는 답과 함께 이제는 집이 불편하다는 말까지 했다
ldquo이제 집에 가도 제가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닌 것 같아요 불편해요 그래서
또 나오고요 엄마가 밥을 하루에 3번씩 해주시는데 처음에 빵만 하루에
3번 먹으면 속이 거북한 그 느낌처럼 밥에서 그런 느낌이 나던데요rdquo
현정의 말은 2가지 생각해볼 문제를 남긴다 첫 번째는 한국 사람인 현정
이 밥을 먹으면 속이 거북하다는 지점이다 지금은 약간 옅어지기는 했지만
한국의 해외여행 역사상 언제나 여행 경험담의 중요한 부분이 되어왔던 것
은 며칠만 외국을 여행해도 김치와 된장찌개가 그립고 한국인이라면 역시
밥을 먹어야 힘이 난다는 정서 그리고 한국인을 만나서 김치에 소주를 함께
먹으며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공유했던 정겨운 경험 등이다 이와 비교
할 때 현정과 같은 청년들에게서는 지금까지 한국인에게 lsquo밥rsquo으로 체화되어
있던 한국적 정서와 정체성이 옅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한국적 정서와 정체성이 옅어지는 것은 공간적으로도 체험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이 두 번째 지점 즉 ldquo집에 가도 제가 있어야 할 자리
가 아닌 것rdquo처럼 불편하고 그래서 또 외국으로 나간다는 말이다 과거 많은
한국인 여행자들은 lsquo나의 집rsquo 그리고 이를 확장한 lsquo내 나라rsquo가 세상에서 가
장 편안한 곳이라고들 이야기해왔으며 여행작가 한비야처럼 여러 언어를
구사하고 외국여행을 많이 한 사람도 틈날 때마다 집과 고국에 대한 그리움
을 토로하곤 했다 이처럼 집과 고국은 한 사회적 인간의 근원이자 지향점으
로 체화되어 있었고 그것이 당연하게 여겨져 왔으나 오늘날 현정과 같은
젊은이들은 여기서 불편함을 느끼고 탈출까지 감행한다 이러한 인식은 달
희의 말에서도 잘 드러난다 달희는 요가 연습 도중에 갑자기 눈물이 나서
소품실에 들어가 울다 나온 적이 여러 번 있었다 나중에 연구자가 이유를
물어보자 ldquo집에 가면 할 일도 없고 가고 싶지 않아서rdquo 울었다고 하였다
달희는 ldquo한국에 있으면 내일 할 일뿐만 아니라 그 동안 해왔던 일과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rdquo며 부담감을 드러냈다
이처럼 탈조선 여행자들에게 가족들이 사는 집 그리고 고국은 점점 불편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9
한 곳이 되어가며 잠시 돈을 벌거나 비자를 연장하기 위해 혹은 의료 혜택
을 받기 위해서와 같은 실용적인 목적을 위해 들르는 곳으로 변화되어 간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이들은 지속적으로 떠돌거나 고국을 주 거주지
로 하면서도 외국을 계속 돌아다니는 이동성이 증대된 삶을 살게 된다
2) 이동성의 증가
헬조선 탈출 이후 현정처럼 노동과 장기체류라는 순환을 지속적으로 반
복하며 계속 장기여행 중인 사람도 있지만 장기여행을 끝낸 후 한 장소에
정착하여 사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다면 장기여행을 끝낸 후 탈조선 여행자
들의 삶은 어떻게 변화되며 어떠한 새로운 특징이 나타날까 본 연구에서
는 다음 2가지 패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 번째 패턴은 요가와 같이 특정한 활동을 중심으로 증가된 이동성과
직업적 경력을 연결시키는 것이다 달희의 경우 요가를 배우기 위해 수년째
한국-인도를 오가다가 도중에 결심하고 요가 강사가 되었다 연구자와 만났
을 당시 달희는 인도에 3번 왔던 상태였다 수개월씩 여러 장소에서 각기
다른 요가를 배우기를 3년간 반복하다가 2012년 7월부터는 3년간 쭉 방콕
에서 머물며 강사 트레이닝 코스를 밟았다 2015년에는 귀국하여 요가 강사
자리를 알아보는 한편 지속으로 태국 인도 등에서 요가 워크숍에 참석하고
있다
이처럼 헬조선 탈출 여행자 중 요가 수련자들은 리시케쉬를 포함하여
요가를 배우거나 수련할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하는 삶의 방식을 유지한다
계절과 선호하는 강사의 존재 여부 등 다양한 조건에 맞추어 인도 내에서
이동하기도 하고 요가의 새로운 내용이나 전수 방식을 외국의 강사에게 배
울 수 있거나 또 다른 머물기 좋은 장소가 발견되면 인도를 벗어나 다른
나라로 이동하기도 한다 서구인들에 비하면 한국인의 이동 범위는 좀 더
아시아 위주로 한정되어 있는데 주로 한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지내다가 가
320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끔 태국 등 동남아 국가의 요가 센터나 요가 워크숍에 참여하는 형태이다
물론 이동 중간중간에 워킹 홀리데이로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일하거나 한
국에서 일하며 여행 자금을 단기간에 마련하기도 한다
요가 수련자들이 이처럼 계속 요가를 배우며 이동하는 것은 더 나은 요가
강사가 되도록 하는 이동성 자본(mobility capital)(Bell 2013 24)으로 기능
할 수도 있다 벨은 끊임없이 돌아다니는 음악 연주자들을 라이프스타일 여
행자로 분류하면서 이들이 경제적 부 대신 개인적sdot직업적 풍요로움 등의
형태로 이동성 자본을 획득하였으며 이들이 영원히 혹은 가장 중요하게
닻을 내리는 것은 한 지리적 장소가 아니라 그들의 일이라고 분석한 바 있
다 이들의 이동성은 전문적 수련의 일부가 되며 이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이처럼 이동성이 성공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것은 요가 강사들
에게도 마찬가지인데 요가의 기원지인 인도에서 유명한 스승에게 배웠다는
것은 그 요가 강사의 진정성과 정통성 그리고 그 결과로서의 지식을 보증하
는 상징으로도 기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렇게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는
요가 수련자들은 더 나은 삶의 방식을 찾기 위해 여행하는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라기보다는 여행 자체가 삶의 방식인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라는 개념
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동 중인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에 대해 연구한 얼스킨과 앤더슨에 의
하면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에게 초기의 이동성은 집에서 탈출하거나 사회
적 압력과 기대를 피하기 위해 추구될 수 있지만 점점 자아 창조라는 의제
를 중심으로 하게 된다(Erskine and Anderson 2013 140-141) 요가 수련
자들도 초기에는 한국을 탈출하는 것이 목적이었다가 나중에는 점점 더 나
은 요가 수련자가 되는 데 집중한다는 점은 이런 특징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의 증가된 이동성이 이후의 삶을 변화시키는 두 번째 패턴은 첫 번째
패턴과 겹칠 수도 있는데 장기여행에서 귀국하여 한국이 주거주지가 되더
라도 마음만은 계속 탈조선 상태에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계속
단기여행을 다니는 식으로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면서 직업 인간관계를 이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1
전과는 다르게 조직하기도 한다 지연의 경우 귀국 후 외국인과 결혼했고
요가 강사가 되어 일 년에 보통 2~3회씩 일본 동남아 등지로 요가 워크숍을
가는 한편 1~2개월씩은 인도에서 요가를 수련한다 지연은 ldquo호주나 유럽
캐나다 같은 곳은 도시여도 자연이 있고 여유가 있고 비슷한 가치관을 중요
시하는 사람들 속에서 살고 싶은데 한국에선 뭐 하나 충족시켜주는 게 없는rdquo
현실에 대해 불평하였다 그러면서 ldquo기존 회사를 그만두고 요가만 하는 걸
로 결정한 것rdquo ldquo원치 않는 정신적 스트레스 관계 이런 걸 최대한 만들지
않는 쪽으로 생활반경을 컨트롤하는 것rdquo은 ldquo최대한 이 헬조선의 영향을 받
지 않는 생활rdquo을 영위하기 위함이며 ldquo이젠 제가 사는 방식을 바꿔서 제
생활반경만큼은 헬조선이 안 되도록 말뚝 박고 공간확보를 한 것 같다rdquo고
말했다
본 연구의 대상자들 중 아직 선진국으로의 이주에 성공한 사례는 없지만
이렇게 이동성을 증대시킨 삶을 사는 사례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7 결론
본 연구에서는 오늘날 한국 젊은이들의 장기여행 현상을 헬조선 담론과
연결시키고 그 동안의 관광이나 이주 개념으로 설명되지 않던 부분들을 이
동성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하였다
본 연구에서 발견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 젊은이들의 장기여행
은 한국의 사회구조와 문화에 대한 불만을 가진 청년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며 헬조선 담론을 잘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
기여행 혹은 탈조선 여행으로 부를 수 있다 둘째 탈조선 여행의 이동 경로
는 계급에 따라 이원화되어 나타난다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장기여행은 중
하류층 청년들이 한국이나 선진국에서의 노동-개발도상국에서의 장기체류
를 반복하는 양상으로 나타났다 셋째 헬조선 탈출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오래 머무는 인도에서 주로 추구하는 목표는 휴식 치유 자아 찾기를 통한
322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헬조선 해독 활동이라 할 수 있다 넷째 이들이 탈조선 여행을 마친 후 나타
나는 삶의 변화로는 집의 의미가 변화하고 이동성이 증가하는 패턴을 들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크게는 전 지구적 이동성의 증가 관광과 이주의 경계가
흐려지는 추세 오늘날 청년들이 노동시장 진입을 비롯하여 점점 더 사회로
부터 배제되고 있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현실 등이 맞물려 나타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이후에 나타나는
개인적sdot사회적 변화는 인류학적으로 아주 흥미로운 현상일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이론화를 위해서는 앞으로 다음 지점들에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이다
첫 번째는 탈조선 여행자 혹은 탈조선 여행에서 얻은 이동성 자본을 직업
으로 전환시킨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이 나이가 들어도 계속 그러한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서구에는 60대
70대 노인 중에도 그런 사람들이 많지만 이는 복지제도가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90년대 이후 증가한 한국의 장기여행자들 중에서는 아무리 lsquo자유
로운 영혼rsquo의 소유자라 해도 부모가 나이 들기 시작하면 자식이 병원비를
부담해야 하고 자신의 노후대책을 직접 마련해야 되기 때문에 당장의 생계
유지에 급급한 생활인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과거의 장기여행과는
달리 오늘날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은 한국에서의 직업적 기반이나
경력을 쌓지 못한 청년들의 여행이며 강력한 구심력을 가진 한국에서의 탈
출이다 따라서 이들이 한국으로 돌아와 생활인이 되는 것이 힘들다면 대안
적으로 어떠한 직업적 가족적 삶이 가능할 것인가
두 번째는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에 라이프스타일이라는 개념을 연
결시킬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연구자는 본문에서 탈조선 여행자들에 대
해 현존하는 개념 중 가장 가까운 라이프스타일 여행자 및 라이프스타일
이동성에 기대어 설명하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사실 라이프스타일은 소비를
중심으로 하는 개념이라는 점에서 생존을 위해 탈출한 사회에서 배제된
청년들을 분류 혹은 설명할 수 있는 명칭이 될 수 있는지 어떠한 다른 개념
으로 보완 확장이 가능한지는 향후 중요한 연구과제라 하겠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3
이러한 지점들에 유념하여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양상 및 그 결과
를 탐구하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의 이탈자들에 대한 성찰적 연구가 되는
것은 물론 전 지구적인 인간의 이동에 대한 새로운 이론을 확립하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다
논문접수일 2016년 5월 31일 논문심사일 2016년 7월 2일 게재확정일 2016년 7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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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7
ltKey conceptsgt Hell-Joseon long-term travel tourism migration lifestyle
migration lifestyle traveler lifestyle mobility
Long-term Travel as lsquoEscape from Hell-Joseon
A Research about Korean Travelers in India
Lee Minyoung14)
This research connects Korean young mens long-term travel with the
ldquoHell-Joseonrdquo discourse popular in Korea nowadays and explores the
so called lsquoescape from Hell-Joseonrsquo phenomenon and changes of their
lives after the trips with the concept of mobility since tourism and
migration cant explain it well A participant observation in India found
that the Korean long-term travelers are characteristic as the followings
1) Long-term travel is popular among the youth who complains about
the social structure and culture of Korea and their travel reflects the
ldquoHell-Joseonrdquo discourse So we can call this travel as escape from
Hell-Joseon 2) The travel routes of are differentiated according to the
class This research mainly deals with the circulation route of doing
physical labor in developed countries and relaxing in developing
countries popular among the lower middle class 3) Most of the travelers
often stay in India for a long time and their main purpose is
detoxification from Hell-Joseon through relaxation healing and
searching for the self 4) After they finish the long-term travel the
PhD Candidate Department of Anthropology Seoul National University
328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meaning of home is changed and their mobility is increased That
phenomenon seems to be entangled with the increasing global mobility
the blurring trend between tourism and migration and the structural
problem which excludes young men from entering the labor market and
the society in Korea Researching the backgrounds aspects and results
of escape from Hell-Joseon will be a reflective study about Korean
society and help to construct new theories about global movement of
people
302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ldquo왜 리시케쉬에 왔냐rdquo고 질문할 때마다 ldquo한국에서 탈출하기 위해서(to
escape from Korea)rdquo라고 대답하였다 고졸이 최종 학력인 영수의 삶에서
한국을 탈출해야 하는 맥락은 다음과 같이 나타난다
외국 가고 싶었어요 한국에 있는 게 갑갑했어요 스트레스 너무 받고 당장 내
세울 게 하나도 없으니까 경험은 많지만 자격증이 없으니까 [친구가] 여자들이
마지막에 너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너가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야
하고 말을 해줬어요 그 말이 사실이었어요 가진 게 아무것도 없었어요 직업도
돈도 없고 공부를 많이 한 것도 아니고 성과 낸 것도 없고 그래서 여자들이 널
떠나는 거라고 왜 외국을 나가고 싶었냐면 한국에 있는 게 너무 힘든 거예요
뭘 해야 될지 모르겠고 헬스장에서 일하려니까 마음이 너무 갑갑하고
여기서 영수에게 한국은 경험이나 능력보다는 자격증 직업 돈 학력과
같은 스펙과 물질적 성취로만 사람을 평가하는 곳이다 영수는 자신이 다양
한 경험이 있고 어떤 일이든 하기만 하면 남들보다 잘하며 사람들에게 항
상 인기가 많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호텔업계 와인업계 마술업계 연기업계 외식업계 체육업계 등
에서 아르바이트를 전전했을 뿐 안정된 직업을 가진 일이 없었다 영수는
이것을 한국 사회의 부조리함 때문으로 해석했다 와인업계에서 일하기 힘
들었던 것은 ldquo이상하게 한국은 나이 제한이 심해서rdquo 그리고 연기자가 되기
를 포기한 것은 ldquo한국에서는 모든 연기자는 돈을 찔러주고 들어가야 하고rdquo
ldquoPD 라인 작가 라인 주연급은 기획사에서 어주는 애들만 되기 때문rdquo이
다 즉 영수에게 한국은 부당하고 불공정한 관행이 횡행하는 곳이며 열심
히 노력해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없는 갑갑한 공간이었다 영수가 인도에서
요가 강사 자격증을 취득하려는 것은 이러한 희망 없는 한국을 벗어나 외국
에서 요가를 가르치면서 살기 위함이었다
두 번째는 취직이 되지 않는 현실이다 대학 졸업 후 몇 년간 노력했으나
결국 취직을 포기한 승은(2011년 당시 26세 여)은 인도에 오기 전까지 항상
짜증이 나 있는 상태 불만이 있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03
모든 게 다 짜증이 났던 것 같아요 내가 왜 이러고 있나 이런 거 왜냐하면
아무도 본인의 미래를 그렇게 상상하진 않잖아요 내가 상상했던 미래와 너무 다
르게 가고 있고 전 스무 살만 되면 모든 게 다 내 뜻대로 할 수 있고 모든 게
다 잘 될 거라고 막연한hellip 어른들이 항상 그러잖아요 스무 살만 돼라 근데 스무
살 돼도 별다른 게 없죠 대학 졸업해도 별 다른 게 없지 그 과 선택한 것도 단
지 취업 때문에 선택한 건데 내가 좋아하고 가고 싶었던 과를 포기하면서까지
간 건데
승은은 어차피 취업도 안 되는데 원하는 전공을 포기하고 딴 과에 가게
만들었던 어른들을 원망했다 승은은 ldquo자잘자잘 알바도 대충대충 하고 마트
계산원 알바도 해주고rdquo 살았지만 지루했다 ldquo내색은 별로 안 했지만 짜증나
고 취업도 잘 안 되고 어디론가 좀 떠나고 싶었고 새로운 거 느끼고rdquo 싶었
고 엄마가 ldquo새로운 걸 했으면 하는 눈치rdquo를 주는 것이 괴로웠다 이처럼
취업이 되지 않는 것이 본인의 책임이 아니고 본인도 괴로운 상황에서 가족
과 주변 사람들의 눈치까지 봐야 하는 현실이 부담스러워 탈조선했다고 하
였다
세 번째는 죽도록 과로해야 하는 한국의 노동 문화이다 인혜(2011년 당
시 29세 여)는 한국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했다 월~목요일에는 밤
9~10시까지 늘 야근을 했고 가끔 밤샘도 했다 몸이 점점 나빠졌다 스트레
스를 받으면 ldquo데굴데굴 구를 정도rdquo로 위가 아프곤 했으며 ldquo옷에 스치면
뼈마디까지 아팠다rdquo 아파서 회사를 일주일씩 쉬기도 하다가 결국 1년 8개
월만에 회사를 그만두었다 1년간 쉬려고 했지만 ldquo6개월 이상 놀면 거지를
못 면한다rdquo는 지인의 충고에 겁이 났고 스스로도 ldquo백수 되는 거 아닌가rdquo
싶어 슬슬 불안해졌다 결국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4개월 만에 또 취직했
지만 새 회사는 일이 더 힘들었다 인혜는 ldquo남들은 잘 하는데 나도 버텨보
자rdquo 하고 오기를 부리며 3년간 다녔지만 ldquo과장 이상 가면 버티기 힘들겠구
나rdquo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와중에 친구가 호주에 간다고 하자 ldquo1초도 고
민하지 않고rdquo ldquo나도 가rdquo 하고 말해버렸다 그 후 정보를 모으다가 행로를
변경하여 필리핀 보라카이로 어학연수를 떠났고 동남아와 인도까지 장기여
304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행하게 되었다
인혜는 ldquo이때까지 교육받고 살아온 게 늘 뭔가 하고 있어야 하고 한국
사회에서는 특히나 늘 일하고 있어야 하니까rdquo 아무리 아파도 마음 놓고 쉰
적이 없다고 하였다 평생 남의 시선을 신경 쓰면서 살아온 인혜는 탈조선
수개월 후 ldquo이제는 회사 복귀할 생각이 전혀 없어요 이젠 치열하게 살고
싶지 않아요 돈을 조금 벌더라도 조용히 평화롭게 내 시간 많이 가지고
내가 흥미 있는 부분을 전문적으로 발전시키고 싶어요rdquo라고 잘라 말했다
네 번째는 불합리한 조직문화이다 달희(2011년 당시 42세 여)는 중국에
서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일했다 앞 사례의 인혜처럼 너무 과로하여 각종
병을 달고 살다가 인도로 와서 장기체류하면서 요가를 배웠다 그러다가 한
국에서 수개월씩 일을 하고 인도로 돌아오기를 몇 번 반복했는데 그 중간
에 다녔던 회사의 획일적인 조직문화는 견딜 수 없이 피곤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삶의 방식까지 비슷해지지 않고서는 함께 일하는 게 거
의 불가능에 가까워 24시간 중에서 14시간 이상을 함께 있다 보면 세끼 밥을 같
이 먹어야 하고 세끼 밥을 같이 먹으니까 메뉴에 있어서도 그렇고 노는 시간조
차 함께 해야 하고 자는 것도 같은 숙소에서 자야 하는 경우가 있고 평소에 하는
모든 얘기 심지어 간식도 같이 먹어야 하고 너무나 많은 부분을 같이 해야 하기
때문에 나만 너무 다른 삶의 방식을 가지고 있으면 그들에게 배척당하지 그런
모든 것들 때문에 일도 같이 하기 싫어지는 거지
많은 한국 청년들이 달희처럼 조직에서 ldquo왜 너만 그렇게 다르게 행동하
냐rdquo는 눈치를 받았던 경험을 갖고 있으며 개성과 다양성을 억압하는 이러
한 한국적인 조직문화를 지긋지긋해 했다
지금까지 살펴본 이러한 불만들은 한국 청년들이 외국으로 나오게 된 주
요한 계기가 되며 최근 유행하는 헬조선 담론과도 잘 공명한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05
2) 헬조선 담론과 장기여행
이 절에서는 헬조선 담론이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청년들의
장기여행을 이와 연결시켜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으로 바라보고자 한
다
lsquo헬조선rsquo은 2015년 한국을 가장 뜨겁게 달군 신조어 중 하나로 인터넷
사이트 lsquo디시인사이드rsquo의 역사 갤러리에서 처음 사용되고 주식 갤러리에서
본격적으로 활용되다가 광범위하게 퍼져나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헬조선은
오늘날의 한국을 전근대적 계급제 사회였던 조선에 빗대는 단어로 자기비
하적인 조소가 담겨 있어 기성세대에게는 불편하게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 단어에는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급격히 심화되고 있는 불평등 및 계급격
차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 의식이 배어 있으며 여기에서 파생된 lsquo탈조선(헬
조선 탈출)rsquo이라는 단어에는 이 나라가 싫고 차라리 다른 곳으로 떠나고
싶다는 청년들의 절절한 외침이 담겨 있다 이러한 단어들이 특히 청년들의
공감을 얻어 급속도로 퍼져나가고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는 현상에 주목해
야 하는 이유는 이 단어가 오늘날의 한국에 대한 사회적 인식 이로 인한
실천 그 결과로서의 사회변동을 더 잘 살펴볼 수 있는 렌즈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탈조선 현상은 통계적으로도 증명된다 헤럴드경제가 미 시민권
공개포럼 사이트인 아이작 브룩 소사이어티에 올라온 자료9)를 인용한 기사
에 의하면 한국은 전 세계 경제 강국들 가운데 해외 이민을 떠난 뒤 모국의
국적을 포기하는 비율이 가장 높다10)(헤럴드경제 2014년 4월 28일자) 더
충격적인 것은 아직 이민을 실행하지 못해 이 통계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9) 2012년 5월 23일 Eric이라는 필자가 2002~2010년 각 아시아 나라별 통계청 자료를 인용하여
아이작 브룩 소사이어티에 올린 글이다(The Isaac Brock Society 2012년 5월 23일)
10) 이 기사에 의하면 뉴질랜드는 인구 10만 명당 45명 홍콩은 25명 대만은 152명 싱가포르는
431명인데 비해 한국은 1680명으로 비교 대상 국가 중에서 압도적으로 많다 가까운 일본
(89명)과 비교하면 20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이 기사는 ldquo한국은 국적을 상실하는 사람이 연간
25000명으로 귀화자보다 많은 유일한 아시아의 선진국rdquo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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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을 갈 의향을 가졌거나 준비 중인 사람들은 더 많다는 자료이다 뉴시스
가 온라인 취업포털 lsquo사람인rsquo에서 2015년 11월 성인남녀 1655명을 대상으
로 이민 의향을 조사한 결과11)를 분석한 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786
가 ldquo이민을 갈 수 있다면 가고 싶다rdquo고 답했다 한국을 떠나고 싶은 가장
큰 이유로 응답자들은 lsquo일에 쫓기는 것보다 삶의 여유가 필요해서rsquo(564
복수응답)를 꼽았으며 lsquo대체로 근로조건이 열악해서rsquo(527) lsquo소득의 불평
등 문제가 심해서rsquo(474) lsquo직업 및 노후에 대한 불안감이 커서rsquo(474)
lsquo경쟁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싫어서rsquo(463) lsquo국가가 국민을 보호해주지 않
아서rsquo(444) lsquo해외의 선진 복지제도를 누리고 싶어서rsquo(307) 등의 응답
이 뒤를 이었다 실제로 응답자들의 479는 현재 이민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민국을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복지(412)였고
이어 문화(175) 일자리 여부(131) 소득수준(67) 기후 등 환경
(58) 등이 고려 대상이었다(뉴시스 2016년 1월 18일자)
이러한 통계자료 뒤에 숨어 있는 헬조선에 대한 젊은이들의 구체적인
인식과 실천은 lsquo헬조선rsquo이라는 사이트12)에서 볼 수 있다 이 사이트의 게시
판에는 ldquo내가 헬조선을 증오하게 된 이유rdquo ldquo생존이 목표가 되어버린 헬조
선rdquo ldquo금수저13)들이 똥수저에게 게으르다 훈계하는 이유rdquo ldquo기업업자들이
니들이 낸 세금을 털어먹는 방법rdquo ldquo헬조선에 충성한 자의 최후(빡침주의)rdquo
ldquo한국인은 그 사람 아버지 직업=그 사람 수준rdquo 등 한국 사회를 비판 풍자하
는 글들이 올라온다 이 게시물들을 보면 청년들이 한국을 지옥에 빗대어
헬조선이라 부르는 이유가 생존하기도 힘들 만큼 빡빡한 현실 고착화된 사
회구조적 불평등과 부정부패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청년들은 이 사이트에서
구체적인 탈조선 방법을 공유하기도 한다 용접이나 배관 컴퓨터 등의 기술
11) 이민 의향은 연령대별로는 30대(821)의 응답률이 가장 높았고 20대(80) 40대(724)
50대 이상(59) 순이었다 이민을 가고 싶은 나라 1위는 캐나다(168)였고 호주(16)
뉴질랜드(108) 미국(96) 독일(95) 스웨덴(69) 일본(63) 핀란드(49) 스위
스(47) 등의 순이었다(사람인 2016년 1월 18일자)
12) 사이트 이름은 lsquo헬조선rsquo이지만 URL 주소는 wwwhellkoreacom이다
13) 사람을 가진 자산에 따라 금수저 은수저 동수저 흙수저 등으로 나누는 lsquo수저계급론 담론은
2015년부터 lsquo헬조선 담론과 함께 한국 사회의 현실을 고발하는 담론으로 크게 유행했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07
을 배워 미국 캐나다 호주 등의 선진국으로 이민 가는 방법에 대한 질문과
답 체험사례도 올라온다
그러나 위에서 인용한 것처럼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선진국으로의 이민만
을 탈조선이라고 할 수는 없다 현실적으로 선진국으로의 이민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높은 영어 점수와 자격증 경력 등의 스펙 및혹은 통장 잔고 증명
이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현실에 좌절한 젊은이들 중에는 일단
한국을 떠나 있기 위해 혹은 영어도 공부하고 스펙을 쌓을 자금도 마련하기
위해 워킹 홀리데이와 같이 노동을 포함한 장기여행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
가 많다 이 글의 서두에서 인용한 현정의 사례처럼 여러 선진국에서의 워
킹 홀리데이와 인도 동남아에서의 장기체류를 반복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점에서 미디어에 재현되는 것처럼 목적지를 명확하게 정하고 필요
한 자격요건을 획득하여 이민이라는 과업을 완수하는 사례는 오늘날 증가하
고 있는 헬조선 탈출 현상 중 극히 일부라고 할 수 있다 본 연구의 연구대상
자들이 가졌던 한국에 대한 불만이 헬조선 담론과 유사하며 이러한 헬조선
을 탈출하는 방법으로 장기여행을 택했다는 점에서 이들의 실천을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혹은 탈조선 여행으로 부르고자 한다 이러한 탈조선
여행 현상을 총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성공한 이민 사례에만 주목하는
시각에서 벗어나 다양한 이동 경로와 복잡한 과정 모두를 탈조선 실천의
일부로 보고 그 새로운 이동성의 양상을 파악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4 탈조선 여행의 이동 양상
이 장에서는 탈조선 여행의 이동 경로와 복잡한 과정을 구체적으로 파악
하고 그것이 계급에 따라 분화되어 있음을 보인 후 특히 중하류층 청년들
이 어떻게 선진국에서의 노동-개발도상국에서의 여행을 반복하는지를 살펴
본다
308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1) 계급에 따른 이동 경로의 분화
먼저 헬조선 탈출이 계급과는 상관없이 수많은 한국 청년들에게 공감되
는 꿈이라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 2015년에 솔직한 제목과 내용으로 크게
주목 받았던 소설의 일부분을 살펴보자
왜 한국을 떠났느냐 두 마디로 요약하면 한국이 싫어서지 세 마디로 줄이
면 여기서는 못 살겠어서 무턱대고 욕하진 말아줘 내가 태어난 나라라도 싫어
할 수는 있는 거잖아 (10쪽) hellip 이제 내가 호주로 가는 건 한국이 싫어서가 아
니라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야 아직 행복해지는 방법은 잘 모르겠지만 호주에
서 더 쉽게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는 직감이 들었어 (161쪽) hellip 나더러 왜 조국
을 사랑하지 않느냐고 하던데 조국도 나를 사랑하지 않았거든 솔직히 나라는 존
재에 무관심했잖아 나라가 나를 먹여주고 입혀주고 지켜줬다고 하는데 나도 법
지키고 교육받고 세금 내고 할 건 다 했어 (170쪽)
- 장강명(2015) 985172한국이 싫어서985173 중에서
이 소설은 한국에서 자신의 미래를 비관하는 20대 후반의 여성이 회사를
그만두고 호주로 이민을 떠난 사정을 들려주는 대화 형식의 이야기이다 주
인공은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를 다녔던 평범한 20대 청춘이다 주인공은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했지만 이 나라에서는 행복하지 않았고 결국 한국
이 싫어서 선진국인 호주로 떠났다고 말한다 이러한 주인공의 사연은 한국
의 대표적인 신문사의 사회부 등에서 기자로 일했던 저자가 치 한 취재를
바탕으로 그려낸 가장 사실적이면서도 평균적인 탈조선의 꿈이라 할 수 있
다
평범한 주인공이 이런 실천을 하는 모습에서 볼 수 있듯 헬조선 탈출은
한국 청년들에게 널리 퍼져 있는 욕망이며 한 인터뷰 대상자의 말을 빌리자
면 ldquo요즘 모여서 얘기하면 태반은 탈조선을 꿈꾼다rdquo 그러나 다 함께 꾸는
꿈도 각자의 계급과 이용 가능한 자원에 따라 실천 가능한 형태가 정해지는
것이 현실이다 가족의 자본과 본인의 학력자본이 높은 중상류층 출신 청년
들은 선진국에서 교환학생-유학을 거친 후 한국 혹은 선진국에서의 취업-선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09
진국으로의 이민이라는 경로를 많이 취하는 반면 자본이 부족한 중하류층
청년들은 한국 혹은 호주 뉴질랜드 등의 서구 선진국에서 노동하여 돈을
번 후 인도 태국 등의 아시아 개발도상국에서 장기여행을 하는 패턴을 반
복하는 이원화된 구조가 나타났다
이 글에서는 중하류층 청년들의 탈조선 현실에 초점을 맞출 것이지
만 더 입체적인 비교를 위해 잠시 중상류층의 사례를 살펴보자 화장품을
사거나 식도락 여행을 위해 종종 일본에 가는 진희(2016년 현재 24세 여)는
한국에서 태어난 것을 한탄하며 탈조선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는 대
학생이다 진희는 양친 모두가 안정된 직업을 갖고 있고 매년 2~4주씩 4인
가족이 해외로 자유여행을 갈 정도의 경제적 문화적 자본을 갖추고 있는
중산층이며 한국 최고의 학벌을 취득하는 등 모든 면에서 부족함이 없는데
왜 탈조선을 원할까 이러한 연구자의 질문에 진희는 ldquo객관적인 지표는 그
렇긴 한데 주관적인 느낌의 차원에서 가망이 없다고 많이 느낀다rdquo ldquo제가
언제든 비정규직이 될 수 있고 밑바닥으로 떨어지는 거 순식간일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rdquo고 답했다 진희는 대학에서도 좋은 학점을 4년 내내 받으며
성공적인 궤도를 달려왔다 그러나 ldquo학벌주의 사회와 경쟁적인 분위기와 과
도한 학습노동rdquo이 너무나 힘들었고 ldquo헬조선 때문에 소중한 청소년기 성장
기가 박탈당했다는 억울함과 분노가 있다rdquo고 하였다 ldquo고등학교 들어가면서
부터는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꼼짝없이 야자(야간자율학습)rdquo를 하였고
대학에 한 번에 붙어야 ldquo이 다시 겪고 싶지 않은 끔찍한 시간rdquo을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아 점심 식사 저녁 식사를 모두 포기하고 간식으로 대충 때우
며 인강(인터넷 강의)을 들었다 진희는 스스로 ldquo자기착취의 주체rdquo가 되어
ldquo모든 에너지와 시간 등등을 싸그리 수단화해서rdquo ldquo학습노동rdquo에만 매달렸다
고 회고한다 진희의 사례는 한국에서는 성공적인 궤도를 달리고 있는 것처
럼 보이는 청년들도 경쟁적인 사회 분위기에 질려 탈조선을 희망할 수 있다
는 것을 보여준다
진희는 중학교 때 985172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985173(홍세화 1995)라는 책을 읽
었는데 프랑스의 교육제도와 사회보장제도 하에서는 ldquo한국처럼 젊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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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 찌들어 살고 노후 걱정하고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게 부러웠고rdquo ldquo나는
어쩌다 우연히 한국에 태어났을 뿐인데 왜 그런 우연한 국적에 발목 잡혀서
힘들게 살아야 하나rdquo 하고 생각했다 대학 시절에는 프랑스어를 배운 후 1학
기 동안 프랑스로 교환학생을 다녀왔다 졸업 후에는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대학원을 다닐 계획이다 진희처럼 부모의 지원으로 좋은 학벌을 취득하고
빨리 탈조선의 방법과 방향을 정하며 대학을 다니면서도 노동에 매달리지
않고 공부에만 몰입할 수 있고 덕분에 외국어라는 유용한 자원을 효율적으
로 습득한 경우 ldquo탈조선 방식으로 유학을 택하는 것rdquo이 가능하다
한국에는 진희와 같은 중상류층 젊은이들이 많이 있으며 이들은 주로
유럽이나 북미의 선진국에서 교환학생이나 유학을 통해 장기체류하는 경로
를 취한다 중상류층 중 인도에서 장기체류하는 경우는 요가나 명상을 깊이
배우려는 목적에서가 대부분이며 인도를 찾는다 해도 그 이후의 삶은 앞으
로 서술할 중하류층 청년들과 크게 다르다 스스로를 ldquo금수저rdquo라고 말하지
만 인도에서 몇 번 장기체류를 했던 지연(2016년 현재 38세 여)의 경우가
그런 독특한 사례이다 아버지가 의사이고 어머니는 교양 있는 주부인 집안
에서 자라며 음악을 전공했던 지연은 이렇게 얘기했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유학을 가는 게 당연한 코스였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그렇
게 생각했었고 어느 날 문득 심한 회의가 들었고 내가 재능이 아무리 많고 아무
리 열심히 해서 유학 갔다 오고 교수가 된다 한들 작은 방에서 하루 종일 나 같
은 아이들 가르치며 햇빛도 보지 못하고 썩은 얼굴로 살겠구나 돈이나 명예가
있으면 뭐하나 인간 삶의 질이 엉망이겠구나
ldquo한국에 있으면 무엇을 해도 마찬가지rdquo일 것이라고 생각한 지연은 부모
의 후원을 받아 독일로 가서 고등학교를 다녔고 스위스에서 대학을 졸업했
다 졸업 후에는 ldquo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그 사회에서 사는 게 너무 끔찍
하게rdquo 느껴져서 태국에서 7년 가까이 직장 생활을 하였고 요가를 배웠다
지연은 고등학교 때부터 탈조선하여 계속 외국에서 지냈으며 영어와 독일
어를 유창하게 구사했지만 한국적인 삶의 방식과 성공을 요구하는 부모와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1
끝없이 충돌했다 몸은 한국에서 벗어나 있더라도 한국과 가족 등의 끈으로
묶여 있는 한 마음은 한국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결국 몇 번의 대형 충돌
을 거친 뒤 매년 인도에서 수개월씩 체류하며 마음만은 탈조선한 상태로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위의 두 사례를 보면 한국에서는 남들이 모두 부러워할 만큼 많은 자본을
가진 20대 중반의 젊은이도 스스로를 금수저라 인식하는 30대 후반의 젊은
이도 ldquo젊어서도 일에 찌들어 살고 노후 걱정rdquo해야 하는 삶 경쟁이 극심한
한국에서 사는 것을 끔찍하게 인식하며 탈조선을 꿈꾸고 실천한다는 사실
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중상류층 출신인 이들에게는 부모가 가진 자원과
그 도움으로 획득한 자신의 문화자본 덕분에 탈조선의 실천이 상대적으로
쉬운 것도 사실이다
2) 중하류층 청년들의 노동-장기여행 반복
그렇다면 중하류층 젊은이들의 탈조선 여행 이동 루트는 어떠할까 이
글의 서두에서 현정이 말한 대로 많은 청년들이 호주에서 수 개월간 일을
해서 한국에서보다 많은 돈을 벌고 그 돈으로 호주 동남아 인도를 여행한
다 그리고 돈이 떨어지면 다시 호주 혹은 다른 워킹 홀리데이 국가로 가서
돈을 벌고 다시 그 돈으로 아시아 국가들을 여행한다
리시케쉬에서 만난 한국 청년 중 가장 길게 여행 중인 현정의 구체적인
이동 경로는 다음과 같다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했던 현정은 졸업 후 ldquo취직
이 되지 않아rdquo 인도를 3개월간 여행했다 그 후 호주에 워킹 홀리데이로
가서 1년간 일한 뒤 동남아를 장기여행 했다 그 후 다시 호주에 워킹 홀리
데이로 가서 또 1년간 일했고 그 후에는 다시 동남아를 장기여행한 후 인도
에 왔다 비자가 만료되자 네팔에서 2개월간 머문 뒤 새 비자를 받아 다시
인도에 왔고 리시케쉬에서 1개월짜리 강사 트레이닝 코스를 마쳤다 현정
은 한동안 요가 수련을 한 후 뉴질랜드에 워킹 홀리데이로 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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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이상 계속 외국을 떠돌고 있는 셈이었다
현정의 부연설명처럼 수 년 전부터 동남아에는 ldquo집에 3~4년씩 안 들어간
애들rdquo ldquo집에 가기 싫은 애들rdquo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배낭여행 중에는 이런
청년들을 쉽게 만날 수 있으며 여행 중에 만나는 사람들 그리고 워킹 홀리
데이 안내서 동남아 여행기 블로그 페이스북 등을 통해 이들에 대한 간접
적인 이야기도 수없이 들을 수 있다
현정처럼 한국에 거의 들어오지 않고 쭉 여행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중간중간에 한국에 들어와 회사를 다니며 돈을 모은 뒤 다시 나가는 경우도
있다 주로 쉽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자격증을 가진 경우인데 유정(2011
년 당시 32세 여)의 경우 2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청소년 상담사 자격증을
딴 후 3년 반 동안 회사를 다녔다 그 후 호주로 1년간 워킹 홀리데이를
나갔다가 들어와서 다시 1년간 회사를 다녔다 그 후 캐나다로 워킹 홀리데
이를 가려고 신청했다가 떨어진 후 장기여행을 준비하다가 다시 취직했고
1년 반 동안 일하다가 장기여행을 시작했다 이번 여행은 현재 10개월째인
데 동남아에서 수 개월간 쉬고 단동에서 15개월간 자원봉사를 하고 운남
성에서 15개월간 태극권을 배운 후 다시 15개월간 동남아와 인도를 여행
했고 인도에서 2개월간 요가를 배운 후 육로로 이집트까지 여행할 예정이
다
현정 유정과 같은 청년들의 생애사를 들어보면 학벌이나 학력 자격증
부모의 직업 등 많은 면에서 내세울 것도 도움 받을 네트워크도 없었으며
자신의 힘으로 삶을 헤쳐 나갔다 3장에서 살펴본 것처럼 가진 것이 없다
보니 존중받지 못했거나 취직이 되지 않아 주변의 눈치를 봐야 했으며 죽
도록 과로하거나 불합리한 조직문화에 시달리면서도 노동을 하며 살아야
했다 현정처럼 차라리 선진국에서 육체노동을 하며 돈을 많이 벌거나 유정
처럼 ldquo죽었다 생각하고rdquo 한국에서 1년 정도 일을 하고 나면 쉬고 싶고 그새
망가진 몸을 고치고 싶고 자신이 누구인지 천천히 생각도 해보고 싶어진다
전 세계적으로 볼 때 한정된 돈으로 오랜 시간을 보내며 이러한 목적을
추구할 수 있는 최적의 여행지는 인도로 알려져 있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3
5 인도에서의 헬조선 해독 활동
이 장에서는 한국 청년들이 인도에서 장기체류하면서 추구하는 목표가
휴식 치유 자아 찾기를 통한 lsquo헬조선 해독(解毒)rsquo임을 보인 후 인도가 이런
활동을 하기 좋은 이유는 무엇인지 알아본다
먼저 탈조선하여 인도에 온 청년들이 가장 많이 추구하는 활동인 휴식
치유 자아 찾기가 어떠한 맥락에서 나타나는지를 다음 사례들을 통해 살펴
보자
달희는 리시케쉬에 왜 왔냐는 연구자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ldquo나는
여기가 쉴 수 있는 곳일 거란 기대를 가지고 처음에 왔어요 밖으로의 여행
이 아니라 내 안으로의 여행 내가 처음에 인도를 선택하면서 내 마음속으로
되뇌었던 것이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이 말을 계속 했었어요rdquo
달희는 휴식과 자아 찾기를 위해 인도에 왔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것은
과로할 수밖에 없는 직장생활 그로 인해 병든 몸을 치유하는 것과 접한
관계를 갖고 있었다 달희에 의하면 이러한 욕망을 갖게 된 것은 회사 생활
을 하면서 ldquo착취당하면서도 표현도 못 하고 그렇다고 부하 직원들을 쥐어
짤 성격도 안 되고 해서 아주 화병 같은 게 단단히 들고 몸도 너무 고단해서
망가졌기rdquo 때문이다 30세 무렵에는 교통사고가 나서 구안와사(口眼喎斜)
즉 입이 한쪽으로 돌아가는 증상이 왔다 그러나 달희는 여전히 일을 하였
고 계속 일을 하다 유방섬유선종 자궁근종 무릎middot발목 등의 원인불명 통증
척추측만증 두통 소화불량 관절 통증 등을 앓게 되었다 결국 41세에는
더 이상 회사를 다닐 수 없어 요가를 하면서 몸을 고치기 위해 리시케쉬로
오게 되었다
달희의 생애사에서 보이는 것처럼 과로 심신의 질환 자아를 잃었고 왜
사는지 모르겠다는 느낌이 긴 하게 엮여 나타나다가 탈조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한국인 장기여행자들에게 흔한 서사이다 인도의 장기여행자 중 보기
드물게 성공적인 궤도를 달리는 듯했지만 역시 같은 이유로 탈조선한 다음
314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대학생의 사례도 이를 잘 보여준다
관욱(2011년 당시 26세 남)은 서울의 일류 공과대학의 4학년이었다 관
욱은 4학년 여름까지 취직을 위해 인턴 과정을 밟고 있었고 취직 시험에서
최종 면접을 몇 개 남겨둔 상태였다 고등학교 때 985172지구별 여행자985173(류시화
2002)를 읽은 이후 막연히 배낭여행을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가지고 있었지만 주변 사람들은 다들 대학원에 가거나 빨리 취직하는 분위
기였고 해외에 간다고 해도 유럽으로 아니면 유명 대학의 프로그램이나
어학연수에 가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계속 고민하다가 전자공학 전공자에
대한 수요가 많아 취업 걱정이 없다는 점 지금 못 가면 40~50대 때 후회할
것 같다는 점 회사에 한 번 들어가면 회사를 그만두지 않는 한 6개월짜리
여행은 할 수 없다는 점을 생각했다 관욱은 취업 준비를 모두 그만두고
면접도 포기하고 여름 내내 육체노동을 하면서 인도 여행 자금을 모았다
관욱은 늘 아침밥만 먹고 점심 저녁은 굶으면서 공부했다 전공 5~6개 과목
의 시험이 매 학기 각각 4번씩이나 있고 프로그램 프로젝트를 2개씩 하다
보니 항상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관욱은 ldquo어쩌면 스트레스 받는데 의식
못 했을 수도 있었다rdquo고 회고한다 관욱은 ldquo한국에서는 시험이나 프로젝트
가 늘 마음에 있었고rdquo 회사 면접을 보면서는 ldquo연봉보다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rdquo 하는 고민에 계속 마음이 무거웠다 그러
다가 인도에 오기 전에 몸이 아파 병원에 들렀고 놀랍게도 20대 중반의
나이에 위궤양 빈혈 고혈압 진단을 받았다 관욱은 인도에 오게 된 계
기를 다음과 같이 털어놓았다
한편으로 기대한 바는 한국 문화에서 떨어져 있고 싶었어요 어떤 사회적 자
아 그렇게 형성된 자아가 너무 세서 내 내면의 목소리라는 걸 들어볼 생각도 안
하고 들어보지도 못했어요 작은 거라도 그래서 여기서 나가보면 내가 직접 느껴
볼 수 있지 않을까 절실히 필요하면서도 내 내면의 목소리 이런 게 너무 피상적
으로 느껴졌었죠
관욱이 인도로 탈조선하면서 가장 바란 것은 한국 문화 사회적 자아에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5
매몰된 내면의 목소리를 찾는 것 즉 자아 찾기였으며 이것은 망가진 몸을
치유하고 휴식을 취하는 것과 접하게 엮여서 나타났다 관욱은 한국에서
는 성공을 향한 길을 안정적으로 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진정으
로 원하는 일을 하지 못하고 몸의 요구나 내면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바쁘게
살아야 하는 한국 문화에 순응하며 살아오다가 문득 몸이 망가진 것을 발견
했다 관욱은 연구자와 나눈 대화 속에서 ldquo쉬고 싶다rdquo는 표현을 끝없이 계속
했다 가이드북에서 리시케쉬 부분을 펼쳤을 때 ldquo락쉬만줄라에 노을 지는
장면 사진이 나왔는데 이것을 보고 여기서는 여유롭게 시간을 가져도 좋겠
다 한국에선 잘 못 가지는 시간이니까rdquo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였으며
오기 전에 ldquo가서 어떤 식으로든 순간을 즐길 수 있음 그럴 수 있기만 하면
좋겠다rdquo 하고 생각했다고 하였다 리시케쉬에 도착해서는 ldquo여기서는 순간을
한 번 그렇게 지내보자 한국에선 걱정이 너무 많으니까 시험이나 프로젝트
가 늘 마음에 있으니까 여기선 햇볕 산책 다 해보자rdquo 하고 결심했다고 하였
다
이처럼 많은 한국 청년들이 휴식에 대한 갈망을 표현하였다 이번 여행의
목적을 묻는 연구자에게 유정은 이렇게 대답했다 ldquo계속 다니면서 나를 더
들여다보는 거죠 나는 누구인가 10대 때 고민했던 거 다시 한 번 그래서
이렇게 좀 다니면서 생각 좀 많이 하면서 그래서 좀 스스로 좀 내면적으로
좀 강해졌음 좋겠다 그리고 현실에서 탈피하고 싶고 그게 좀 안 돼요 일만
하면 일만 생각해요rdquo
유정 또한 탈조선의 계기를 ldquo나를 들여다보는 것rdquo 즉 자아 찾기라고 얘기
하고 있으며 그것을 현실 탈피와 내면이 강해지는 것과 연결시키고 있다
유정은 한국에서 회사 문화의 불합리함 인간관계에 의한 스트레스로 폭식
증 소화불량 단기간에 25kg이라는 급격한 체중 증가 그리고 이로 인한
무릎 허리 목의 통증에 시달렸다 그래서 휴식과 치유가 절실하여 탈조선
하게 되었고 몇 달간 푹 쉰 뒤에는 ldquo다시 사회에 돌아갔을 때 그런 스트레스
나 이런 것들에 대해서 사람관계에서 오는 것들은 내가 좀 커트할 수 있는
사람rdquo이 되고 싶어 요가를 시작했다고 하였다
316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위의 사례들이 보여주는 바처럼 한국 청년들이 헬조선을 탈출하는 이유
는 휴식 치유 자아 찾기를 통한 헬조선 해독이 너무나 절실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활동을 다른 곳도 아니고 인도에서 하는 것일까
앞의 사례에서 달희는 휴식 자아 찾기의 욕망을 인도에서 추구하게 된
이유로 ldquo인도는 한국에서 지내는 것보다 한 달에 쓰는 생활비가 더 적을
거라는 생각rdquo ldquo일을 하지 않고 요가만 하면서 먹고 자고 할 수 있고rdquo ldquo인도
는 요가의 본고장이기 때문이라는 믿음rdquo이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다른
사람들이 인도에 온 계기도 대부분 이와 비슷하다
달희가 말한 것처럼 이러한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저렴한 물가이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유럽이나 미국에서 장기체류를 하지
않는 핵심 원인은 물가가 비싸 오래 머물 수가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 최대
한 많은 것을 볼 수 있도록 하루하루 빡빡한 일정을 짜고 꼭 필요한 날수만
큼만 머물게 되는 이런 선진국으로는 휴식을 취하러 가지 못한다 그러나
인도 리시케쉬에서는 300~500달러만 있으면 한 달간 깔끔한 싱글룸에서
묵으며 최고의 요가 수업을 받고 여유롭게 식사와 간식을 즐기며 지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좋은 자연환경과 문화적 매력까지 있다 리시케쉬는 갠지
스강과 히말라야 산맥이 만나는 성지로서 자연환경이 아름답고 요가의 본
고장답게 훌륭한 요가 수업들이 많이 있다 달희의 말처럼 ldquo요가만 하면서
먹고 자고 할 수 있는rdquo 최적의 환경인 것이다 이러한 환경은 여행 가이드북
과 여행자들이 남긴 여행기에도 잘 기술되어 있으며 실제로 놀라운 치유의
효과를 낳는다 이러한 소문은 수많은 여행자들을 유혹한다
이처럼 개발도상국에서 장기체류하는 선진국의 여행자들에 대해 그러한
이동의 핵심 원인이 더 나은 삶의 질을 위한 것이라고 보고 개념화한 것이
바로 라이프스타일 이주이다 인도에 대한 사례 연구로는 바라나시의 서구
인 장기체류자들을 참여관찰하면서 이들을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로 보고 그
라이프스타일의 특징을 분석한 코펠라(Korpela 2009)의 연구가 있다 바라
나시는 인도 악기를 배우는 장기체류자들이 집해 있는 곳인데 코펠라에
의하면 이들은 대부분 인도 악기를 연주하고 요가와 명상 자선사업을 하며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7
엄청난 시간을 친구들과 어울리는 데 쓴다 이들의 삶은 느리고 빡빡한 매
일의 일정이 없으며 물질적 소유는 적고 현재를 즐길 시간이 많다 코펠라
는 이들이 가능한 곳에서 더 나은 삶을 찾으며 물가가 싸고 영적sdot예술적
의미와 결부된 곳에서 더 나은 삶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이용하는 것이라
고 해석하였다
인도의 장기체류자들이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이동하는 방향성은
이렇게 해석할 수 있겠으나 문제는 라이프스타일 이주라는 개념은 이들이
고국에서 인도로 한 번 이주한 다음 영구히 정착한다는 인상을 준다는 것이
다 그러나 사실 인도의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들은 대부분 3~6개월짜리 관광
자 비자로 인도에 장기체류하는 여행자들이며 비자를 갱신하기 위해 이웃
나라를 방문하거나 돈을 벌거나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자주 고국으
로 귀국한다 또한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헬조선 탈출 여행자들은 이 글의
서두에서 보았던 것처럼 호주 등 선진국에서의 노동 다른 동남아 국가들에
서의 여행 등 다양한 이동 루트를 거친다
이처럼 오랜 기간 다양한 장소들을 떠돌다 보면 이들의 탈조선 여행 이후
의 삶은 어떻게 변화할까
6 탈조선 여행 이후의 삶의 변화
이 장에서는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을 했던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이들에게 나타나는 lsquo집rsquo의 의미 변화를 살펴본
뒤 이들의 이동성을 라이프스타일 여행 및 라이프스타일 이동성이라는 개
념과 연결 지어 살펴본다
1) lsquo집rsquo의 의미 변화
탈조선하여 떠도는 사람들에게 집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왜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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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돌아다니냐는 연구자의 질문에 현정은 이 글의 서두에 인용한 것처럼
ldquo집에 가기 싫어서요rdquo라는 답과 함께 이제는 집이 불편하다는 말까지 했다
ldquo이제 집에 가도 제가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닌 것 같아요 불편해요 그래서
또 나오고요 엄마가 밥을 하루에 3번씩 해주시는데 처음에 빵만 하루에
3번 먹으면 속이 거북한 그 느낌처럼 밥에서 그런 느낌이 나던데요rdquo
현정의 말은 2가지 생각해볼 문제를 남긴다 첫 번째는 한국 사람인 현정
이 밥을 먹으면 속이 거북하다는 지점이다 지금은 약간 옅어지기는 했지만
한국의 해외여행 역사상 언제나 여행 경험담의 중요한 부분이 되어왔던 것
은 며칠만 외국을 여행해도 김치와 된장찌개가 그립고 한국인이라면 역시
밥을 먹어야 힘이 난다는 정서 그리고 한국인을 만나서 김치에 소주를 함께
먹으며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공유했던 정겨운 경험 등이다 이와 비교
할 때 현정과 같은 청년들에게서는 지금까지 한국인에게 lsquo밥rsquo으로 체화되어
있던 한국적 정서와 정체성이 옅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한국적 정서와 정체성이 옅어지는 것은 공간적으로도 체험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이 두 번째 지점 즉 ldquo집에 가도 제가 있어야 할 자리
가 아닌 것rdquo처럼 불편하고 그래서 또 외국으로 나간다는 말이다 과거 많은
한국인 여행자들은 lsquo나의 집rsquo 그리고 이를 확장한 lsquo내 나라rsquo가 세상에서 가
장 편안한 곳이라고들 이야기해왔으며 여행작가 한비야처럼 여러 언어를
구사하고 외국여행을 많이 한 사람도 틈날 때마다 집과 고국에 대한 그리움
을 토로하곤 했다 이처럼 집과 고국은 한 사회적 인간의 근원이자 지향점으
로 체화되어 있었고 그것이 당연하게 여겨져 왔으나 오늘날 현정과 같은
젊은이들은 여기서 불편함을 느끼고 탈출까지 감행한다 이러한 인식은 달
희의 말에서도 잘 드러난다 달희는 요가 연습 도중에 갑자기 눈물이 나서
소품실에 들어가 울다 나온 적이 여러 번 있었다 나중에 연구자가 이유를
물어보자 ldquo집에 가면 할 일도 없고 가고 싶지 않아서rdquo 울었다고 하였다
달희는 ldquo한국에 있으면 내일 할 일뿐만 아니라 그 동안 해왔던 일과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rdquo며 부담감을 드러냈다
이처럼 탈조선 여행자들에게 가족들이 사는 집 그리고 고국은 점점 불편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9
한 곳이 되어가며 잠시 돈을 벌거나 비자를 연장하기 위해 혹은 의료 혜택
을 받기 위해서와 같은 실용적인 목적을 위해 들르는 곳으로 변화되어 간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이들은 지속적으로 떠돌거나 고국을 주 거주지
로 하면서도 외국을 계속 돌아다니는 이동성이 증대된 삶을 살게 된다
2) 이동성의 증가
헬조선 탈출 이후 현정처럼 노동과 장기체류라는 순환을 지속적으로 반
복하며 계속 장기여행 중인 사람도 있지만 장기여행을 끝낸 후 한 장소에
정착하여 사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다면 장기여행을 끝낸 후 탈조선 여행자
들의 삶은 어떻게 변화되며 어떠한 새로운 특징이 나타날까 본 연구에서
는 다음 2가지 패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 번째 패턴은 요가와 같이 특정한 활동을 중심으로 증가된 이동성과
직업적 경력을 연결시키는 것이다 달희의 경우 요가를 배우기 위해 수년째
한국-인도를 오가다가 도중에 결심하고 요가 강사가 되었다 연구자와 만났
을 당시 달희는 인도에 3번 왔던 상태였다 수개월씩 여러 장소에서 각기
다른 요가를 배우기를 3년간 반복하다가 2012년 7월부터는 3년간 쭉 방콕
에서 머물며 강사 트레이닝 코스를 밟았다 2015년에는 귀국하여 요가 강사
자리를 알아보는 한편 지속으로 태국 인도 등에서 요가 워크숍에 참석하고
있다
이처럼 헬조선 탈출 여행자 중 요가 수련자들은 리시케쉬를 포함하여
요가를 배우거나 수련할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하는 삶의 방식을 유지한다
계절과 선호하는 강사의 존재 여부 등 다양한 조건에 맞추어 인도 내에서
이동하기도 하고 요가의 새로운 내용이나 전수 방식을 외국의 강사에게 배
울 수 있거나 또 다른 머물기 좋은 장소가 발견되면 인도를 벗어나 다른
나라로 이동하기도 한다 서구인들에 비하면 한국인의 이동 범위는 좀 더
아시아 위주로 한정되어 있는데 주로 한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지내다가 가
320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끔 태국 등 동남아 국가의 요가 센터나 요가 워크숍에 참여하는 형태이다
물론 이동 중간중간에 워킹 홀리데이로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일하거나 한
국에서 일하며 여행 자금을 단기간에 마련하기도 한다
요가 수련자들이 이처럼 계속 요가를 배우며 이동하는 것은 더 나은 요가
강사가 되도록 하는 이동성 자본(mobility capital)(Bell 2013 24)으로 기능
할 수도 있다 벨은 끊임없이 돌아다니는 음악 연주자들을 라이프스타일 여
행자로 분류하면서 이들이 경제적 부 대신 개인적sdot직업적 풍요로움 등의
형태로 이동성 자본을 획득하였으며 이들이 영원히 혹은 가장 중요하게
닻을 내리는 것은 한 지리적 장소가 아니라 그들의 일이라고 분석한 바 있
다 이들의 이동성은 전문적 수련의 일부가 되며 이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이처럼 이동성이 성공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것은 요가 강사들
에게도 마찬가지인데 요가의 기원지인 인도에서 유명한 스승에게 배웠다는
것은 그 요가 강사의 진정성과 정통성 그리고 그 결과로서의 지식을 보증하
는 상징으로도 기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렇게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는
요가 수련자들은 더 나은 삶의 방식을 찾기 위해 여행하는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라기보다는 여행 자체가 삶의 방식인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라는 개념
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동 중인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에 대해 연구한 얼스킨과 앤더슨에 의
하면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에게 초기의 이동성은 집에서 탈출하거나 사회
적 압력과 기대를 피하기 위해 추구될 수 있지만 점점 자아 창조라는 의제
를 중심으로 하게 된다(Erskine and Anderson 2013 140-141) 요가 수련
자들도 초기에는 한국을 탈출하는 것이 목적이었다가 나중에는 점점 더 나
은 요가 수련자가 되는 데 집중한다는 점은 이런 특징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의 증가된 이동성이 이후의 삶을 변화시키는 두 번째 패턴은 첫 번째
패턴과 겹칠 수도 있는데 장기여행에서 귀국하여 한국이 주거주지가 되더
라도 마음만은 계속 탈조선 상태에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계속
단기여행을 다니는 식으로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면서 직업 인간관계를 이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1
전과는 다르게 조직하기도 한다 지연의 경우 귀국 후 외국인과 결혼했고
요가 강사가 되어 일 년에 보통 2~3회씩 일본 동남아 등지로 요가 워크숍을
가는 한편 1~2개월씩은 인도에서 요가를 수련한다 지연은 ldquo호주나 유럽
캐나다 같은 곳은 도시여도 자연이 있고 여유가 있고 비슷한 가치관을 중요
시하는 사람들 속에서 살고 싶은데 한국에선 뭐 하나 충족시켜주는 게 없는rdquo
현실에 대해 불평하였다 그러면서 ldquo기존 회사를 그만두고 요가만 하는 걸
로 결정한 것rdquo ldquo원치 않는 정신적 스트레스 관계 이런 걸 최대한 만들지
않는 쪽으로 생활반경을 컨트롤하는 것rdquo은 ldquo최대한 이 헬조선의 영향을 받
지 않는 생활rdquo을 영위하기 위함이며 ldquo이젠 제가 사는 방식을 바꿔서 제
생활반경만큼은 헬조선이 안 되도록 말뚝 박고 공간확보를 한 것 같다rdquo고
말했다
본 연구의 대상자들 중 아직 선진국으로의 이주에 성공한 사례는 없지만
이렇게 이동성을 증대시킨 삶을 사는 사례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7 결론
본 연구에서는 오늘날 한국 젊은이들의 장기여행 현상을 헬조선 담론과
연결시키고 그 동안의 관광이나 이주 개념으로 설명되지 않던 부분들을 이
동성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하였다
본 연구에서 발견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 젊은이들의 장기여행
은 한국의 사회구조와 문화에 대한 불만을 가진 청년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며 헬조선 담론을 잘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
기여행 혹은 탈조선 여행으로 부를 수 있다 둘째 탈조선 여행의 이동 경로
는 계급에 따라 이원화되어 나타난다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장기여행은 중
하류층 청년들이 한국이나 선진국에서의 노동-개발도상국에서의 장기체류
를 반복하는 양상으로 나타났다 셋째 헬조선 탈출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오래 머무는 인도에서 주로 추구하는 목표는 휴식 치유 자아 찾기를 통한
322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헬조선 해독 활동이라 할 수 있다 넷째 이들이 탈조선 여행을 마친 후 나타
나는 삶의 변화로는 집의 의미가 변화하고 이동성이 증가하는 패턴을 들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크게는 전 지구적 이동성의 증가 관광과 이주의 경계가
흐려지는 추세 오늘날 청년들이 노동시장 진입을 비롯하여 점점 더 사회로
부터 배제되고 있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현실 등이 맞물려 나타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이후에 나타나는
개인적sdot사회적 변화는 인류학적으로 아주 흥미로운 현상일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이론화를 위해서는 앞으로 다음 지점들에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이다
첫 번째는 탈조선 여행자 혹은 탈조선 여행에서 얻은 이동성 자본을 직업
으로 전환시킨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이 나이가 들어도 계속 그러한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서구에는 60대
70대 노인 중에도 그런 사람들이 많지만 이는 복지제도가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90년대 이후 증가한 한국의 장기여행자들 중에서는 아무리 lsquo자유
로운 영혼rsquo의 소유자라 해도 부모가 나이 들기 시작하면 자식이 병원비를
부담해야 하고 자신의 노후대책을 직접 마련해야 되기 때문에 당장의 생계
유지에 급급한 생활인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과거의 장기여행과는
달리 오늘날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은 한국에서의 직업적 기반이나
경력을 쌓지 못한 청년들의 여행이며 강력한 구심력을 가진 한국에서의 탈
출이다 따라서 이들이 한국으로 돌아와 생활인이 되는 것이 힘들다면 대안
적으로 어떠한 직업적 가족적 삶이 가능할 것인가
두 번째는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에 라이프스타일이라는 개념을 연
결시킬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연구자는 본문에서 탈조선 여행자들에 대
해 현존하는 개념 중 가장 가까운 라이프스타일 여행자 및 라이프스타일
이동성에 기대어 설명하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사실 라이프스타일은 소비를
중심으로 하는 개념이라는 점에서 생존을 위해 탈출한 사회에서 배제된
청년들을 분류 혹은 설명할 수 있는 명칭이 될 수 있는지 어떠한 다른 개념
으로 보완 확장이 가능한지는 향후 중요한 연구과제라 하겠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3
이러한 지점들에 유념하여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양상 및 그 결과
를 탐구하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의 이탈자들에 대한 성찰적 연구가 되는
것은 물론 전 지구적인 인간의 이동에 대한 새로운 이론을 확립하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다
논문접수일 2016년 5월 31일 논문심사일 2016년 7월 2일 게재확정일 2016년 7월 10일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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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7
ltKey conceptsgt Hell-Joseon long-term travel tourism migration lifestyle
migration lifestyle traveler lifestyle mobility
Long-term Travel as lsquoEscape from Hell-Joseon
A Research about Korean Travelers in India
Lee Minyoung14)
This research connects Korean young mens long-term travel with the
ldquoHell-Joseonrdquo discourse popular in Korea nowadays and explores the
so called lsquoescape from Hell-Joseonrsquo phenomenon and changes of their
lives after the trips with the concept of mobility since tourism and
migration cant explain it well A participant observation in India found
that the Korean long-term travelers are characteristic as the followings
1) Long-term travel is popular among the youth who complains about
the social structure and culture of Korea and their travel reflects the
ldquoHell-Joseonrdquo discourse So we can call this travel as escape from
Hell-Joseon 2) The travel routes of are differentiated according to the
class This research mainly deals with the circulation route of doing
physical labor in developed countries and relaxing in developing
countries popular among the lower middle class 3) Most of the travelers
often stay in India for a long time and their main purpose is
detoxification from Hell-Joseon through relaxation healing and
searching for the self 4) After they finish the long-term travel the
PhD Candidate Department of Anthropology Seoul National University
328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meaning of home is changed and their mobility is increased That
phenomenon seems to be entangled with the increasing global mobility
the blurring trend between tourism and migration and the structural
problem which excludes young men from entering the labor market and
the society in Korea Researching the backgrounds aspects and results
of escape from Hell-Joseon will be a reflective study about Korean
society and help to construct new theories about global movement of
people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03
모든 게 다 짜증이 났던 것 같아요 내가 왜 이러고 있나 이런 거 왜냐하면
아무도 본인의 미래를 그렇게 상상하진 않잖아요 내가 상상했던 미래와 너무 다
르게 가고 있고 전 스무 살만 되면 모든 게 다 내 뜻대로 할 수 있고 모든 게
다 잘 될 거라고 막연한hellip 어른들이 항상 그러잖아요 스무 살만 돼라 근데 스무
살 돼도 별다른 게 없죠 대학 졸업해도 별 다른 게 없지 그 과 선택한 것도 단
지 취업 때문에 선택한 건데 내가 좋아하고 가고 싶었던 과를 포기하면서까지
간 건데
승은은 어차피 취업도 안 되는데 원하는 전공을 포기하고 딴 과에 가게
만들었던 어른들을 원망했다 승은은 ldquo자잘자잘 알바도 대충대충 하고 마트
계산원 알바도 해주고rdquo 살았지만 지루했다 ldquo내색은 별로 안 했지만 짜증나
고 취업도 잘 안 되고 어디론가 좀 떠나고 싶었고 새로운 거 느끼고rdquo 싶었
고 엄마가 ldquo새로운 걸 했으면 하는 눈치rdquo를 주는 것이 괴로웠다 이처럼
취업이 되지 않는 것이 본인의 책임이 아니고 본인도 괴로운 상황에서 가족
과 주변 사람들의 눈치까지 봐야 하는 현실이 부담스러워 탈조선했다고 하
였다
세 번째는 죽도록 과로해야 하는 한국의 노동 문화이다 인혜(2011년 당
시 29세 여)는 한국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했다 월~목요일에는 밤
9~10시까지 늘 야근을 했고 가끔 밤샘도 했다 몸이 점점 나빠졌다 스트레
스를 받으면 ldquo데굴데굴 구를 정도rdquo로 위가 아프곤 했으며 ldquo옷에 스치면
뼈마디까지 아팠다rdquo 아파서 회사를 일주일씩 쉬기도 하다가 결국 1년 8개
월만에 회사를 그만두었다 1년간 쉬려고 했지만 ldquo6개월 이상 놀면 거지를
못 면한다rdquo는 지인의 충고에 겁이 났고 스스로도 ldquo백수 되는 거 아닌가rdquo
싶어 슬슬 불안해졌다 결국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4개월 만에 또 취직했
지만 새 회사는 일이 더 힘들었다 인혜는 ldquo남들은 잘 하는데 나도 버텨보
자rdquo 하고 오기를 부리며 3년간 다녔지만 ldquo과장 이상 가면 버티기 힘들겠구
나rdquo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와중에 친구가 호주에 간다고 하자 ldquo1초도 고
민하지 않고rdquo ldquo나도 가rdquo 하고 말해버렸다 그 후 정보를 모으다가 행로를
변경하여 필리핀 보라카이로 어학연수를 떠났고 동남아와 인도까지 장기여
304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행하게 되었다
인혜는 ldquo이때까지 교육받고 살아온 게 늘 뭔가 하고 있어야 하고 한국
사회에서는 특히나 늘 일하고 있어야 하니까rdquo 아무리 아파도 마음 놓고 쉰
적이 없다고 하였다 평생 남의 시선을 신경 쓰면서 살아온 인혜는 탈조선
수개월 후 ldquo이제는 회사 복귀할 생각이 전혀 없어요 이젠 치열하게 살고
싶지 않아요 돈을 조금 벌더라도 조용히 평화롭게 내 시간 많이 가지고
내가 흥미 있는 부분을 전문적으로 발전시키고 싶어요rdquo라고 잘라 말했다
네 번째는 불합리한 조직문화이다 달희(2011년 당시 42세 여)는 중국에
서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일했다 앞 사례의 인혜처럼 너무 과로하여 각종
병을 달고 살다가 인도로 와서 장기체류하면서 요가를 배웠다 그러다가 한
국에서 수개월씩 일을 하고 인도로 돌아오기를 몇 번 반복했는데 그 중간
에 다녔던 회사의 획일적인 조직문화는 견딜 수 없이 피곤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삶의 방식까지 비슷해지지 않고서는 함께 일하는 게 거
의 불가능에 가까워 24시간 중에서 14시간 이상을 함께 있다 보면 세끼 밥을 같
이 먹어야 하고 세끼 밥을 같이 먹으니까 메뉴에 있어서도 그렇고 노는 시간조
차 함께 해야 하고 자는 것도 같은 숙소에서 자야 하는 경우가 있고 평소에 하는
모든 얘기 심지어 간식도 같이 먹어야 하고 너무나 많은 부분을 같이 해야 하기
때문에 나만 너무 다른 삶의 방식을 가지고 있으면 그들에게 배척당하지 그런
모든 것들 때문에 일도 같이 하기 싫어지는 거지
많은 한국 청년들이 달희처럼 조직에서 ldquo왜 너만 그렇게 다르게 행동하
냐rdquo는 눈치를 받았던 경험을 갖고 있으며 개성과 다양성을 억압하는 이러
한 한국적인 조직문화를 지긋지긋해 했다
지금까지 살펴본 이러한 불만들은 한국 청년들이 외국으로 나오게 된 주
요한 계기가 되며 최근 유행하는 헬조선 담론과도 잘 공명한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05
2) 헬조선 담론과 장기여행
이 절에서는 헬조선 담론이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청년들의
장기여행을 이와 연결시켜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으로 바라보고자 한
다
lsquo헬조선rsquo은 2015년 한국을 가장 뜨겁게 달군 신조어 중 하나로 인터넷
사이트 lsquo디시인사이드rsquo의 역사 갤러리에서 처음 사용되고 주식 갤러리에서
본격적으로 활용되다가 광범위하게 퍼져나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헬조선은
오늘날의 한국을 전근대적 계급제 사회였던 조선에 빗대는 단어로 자기비
하적인 조소가 담겨 있어 기성세대에게는 불편하게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 단어에는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급격히 심화되고 있는 불평등 및 계급격
차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 의식이 배어 있으며 여기에서 파생된 lsquo탈조선(헬
조선 탈출)rsquo이라는 단어에는 이 나라가 싫고 차라리 다른 곳으로 떠나고
싶다는 청년들의 절절한 외침이 담겨 있다 이러한 단어들이 특히 청년들의
공감을 얻어 급속도로 퍼져나가고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는 현상에 주목해
야 하는 이유는 이 단어가 오늘날의 한국에 대한 사회적 인식 이로 인한
실천 그 결과로서의 사회변동을 더 잘 살펴볼 수 있는 렌즈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탈조선 현상은 통계적으로도 증명된다 헤럴드경제가 미 시민권
공개포럼 사이트인 아이작 브룩 소사이어티에 올라온 자료9)를 인용한 기사
에 의하면 한국은 전 세계 경제 강국들 가운데 해외 이민을 떠난 뒤 모국의
국적을 포기하는 비율이 가장 높다10)(헤럴드경제 2014년 4월 28일자) 더
충격적인 것은 아직 이민을 실행하지 못해 이 통계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9) 2012년 5월 23일 Eric이라는 필자가 2002~2010년 각 아시아 나라별 통계청 자료를 인용하여
아이작 브룩 소사이어티에 올린 글이다(The Isaac Brock Society 2012년 5월 23일)
10) 이 기사에 의하면 뉴질랜드는 인구 10만 명당 45명 홍콩은 25명 대만은 152명 싱가포르는
431명인데 비해 한국은 1680명으로 비교 대상 국가 중에서 압도적으로 많다 가까운 일본
(89명)과 비교하면 20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이 기사는 ldquo한국은 국적을 상실하는 사람이 연간
25000명으로 귀화자보다 많은 유일한 아시아의 선진국rdquo이라고 분석했다
306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이민을 갈 의향을 가졌거나 준비 중인 사람들은 더 많다는 자료이다 뉴시스
가 온라인 취업포털 lsquo사람인rsquo에서 2015년 11월 성인남녀 1655명을 대상으
로 이민 의향을 조사한 결과11)를 분석한 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786
가 ldquo이민을 갈 수 있다면 가고 싶다rdquo고 답했다 한국을 떠나고 싶은 가장
큰 이유로 응답자들은 lsquo일에 쫓기는 것보다 삶의 여유가 필요해서rsquo(564
복수응답)를 꼽았으며 lsquo대체로 근로조건이 열악해서rsquo(527) lsquo소득의 불평
등 문제가 심해서rsquo(474) lsquo직업 및 노후에 대한 불안감이 커서rsquo(474)
lsquo경쟁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싫어서rsquo(463) lsquo국가가 국민을 보호해주지 않
아서rsquo(444) lsquo해외의 선진 복지제도를 누리고 싶어서rsquo(307) 등의 응답
이 뒤를 이었다 실제로 응답자들의 479는 현재 이민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민국을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복지(412)였고
이어 문화(175) 일자리 여부(131) 소득수준(67) 기후 등 환경
(58) 등이 고려 대상이었다(뉴시스 2016년 1월 18일자)
이러한 통계자료 뒤에 숨어 있는 헬조선에 대한 젊은이들의 구체적인
인식과 실천은 lsquo헬조선rsquo이라는 사이트12)에서 볼 수 있다 이 사이트의 게시
판에는 ldquo내가 헬조선을 증오하게 된 이유rdquo ldquo생존이 목표가 되어버린 헬조
선rdquo ldquo금수저13)들이 똥수저에게 게으르다 훈계하는 이유rdquo ldquo기업업자들이
니들이 낸 세금을 털어먹는 방법rdquo ldquo헬조선에 충성한 자의 최후(빡침주의)rdquo
ldquo한국인은 그 사람 아버지 직업=그 사람 수준rdquo 등 한국 사회를 비판 풍자하
는 글들이 올라온다 이 게시물들을 보면 청년들이 한국을 지옥에 빗대어
헬조선이라 부르는 이유가 생존하기도 힘들 만큼 빡빡한 현실 고착화된 사
회구조적 불평등과 부정부패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청년들은 이 사이트에서
구체적인 탈조선 방법을 공유하기도 한다 용접이나 배관 컴퓨터 등의 기술
11) 이민 의향은 연령대별로는 30대(821)의 응답률이 가장 높았고 20대(80) 40대(724)
50대 이상(59) 순이었다 이민을 가고 싶은 나라 1위는 캐나다(168)였고 호주(16)
뉴질랜드(108) 미국(96) 독일(95) 스웨덴(69) 일본(63) 핀란드(49) 스위
스(47) 등의 순이었다(사람인 2016년 1월 18일자)
12) 사이트 이름은 lsquo헬조선rsquo이지만 URL 주소는 wwwhellkoreacom이다
13) 사람을 가진 자산에 따라 금수저 은수저 동수저 흙수저 등으로 나누는 lsquo수저계급론 담론은
2015년부터 lsquo헬조선 담론과 함께 한국 사회의 현실을 고발하는 담론으로 크게 유행했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07
을 배워 미국 캐나다 호주 등의 선진국으로 이민 가는 방법에 대한 질문과
답 체험사례도 올라온다
그러나 위에서 인용한 것처럼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선진국으로의 이민만
을 탈조선이라고 할 수는 없다 현실적으로 선진국으로의 이민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높은 영어 점수와 자격증 경력 등의 스펙 및혹은 통장 잔고 증명
이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현실에 좌절한 젊은이들 중에는 일단
한국을 떠나 있기 위해 혹은 영어도 공부하고 스펙을 쌓을 자금도 마련하기
위해 워킹 홀리데이와 같이 노동을 포함한 장기여행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
가 많다 이 글의 서두에서 인용한 현정의 사례처럼 여러 선진국에서의 워
킹 홀리데이와 인도 동남아에서의 장기체류를 반복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점에서 미디어에 재현되는 것처럼 목적지를 명확하게 정하고 필요
한 자격요건을 획득하여 이민이라는 과업을 완수하는 사례는 오늘날 증가하
고 있는 헬조선 탈출 현상 중 극히 일부라고 할 수 있다 본 연구의 연구대상
자들이 가졌던 한국에 대한 불만이 헬조선 담론과 유사하며 이러한 헬조선
을 탈출하는 방법으로 장기여행을 택했다는 점에서 이들의 실천을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혹은 탈조선 여행으로 부르고자 한다 이러한 탈조선
여행 현상을 총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성공한 이민 사례에만 주목하는
시각에서 벗어나 다양한 이동 경로와 복잡한 과정 모두를 탈조선 실천의
일부로 보고 그 새로운 이동성의 양상을 파악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4 탈조선 여행의 이동 양상
이 장에서는 탈조선 여행의 이동 경로와 복잡한 과정을 구체적으로 파악
하고 그것이 계급에 따라 분화되어 있음을 보인 후 특히 중하류층 청년들
이 어떻게 선진국에서의 노동-개발도상국에서의 여행을 반복하는지를 살펴
본다
308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1) 계급에 따른 이동 경로의 분화
먼저 헬조선 탈출이 계급과는 상관없이 수많은 한국 청년들에게 공감되
는 꿈이라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 2015년에 솔직한 제목과 내용으로 크게
주목 받았던 소설의 일부분을 살펴보자
왜 한국을 떠났느냐 두 마디로 요약하면 한국이 싫어서지 세 마디로 줄이
면 여기서는 못 살겠어서 무턱대고 욕하진 말아줘 내가 태어난 나라라도 싫어
할 수는 있는 거잖아 (10쪽) hellip 이제 내가 호주로 가는 건 한국이 싫어서가 아
니라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야 아직 행복해지는 방법은 잘 모르겠지만 호주에
서 더 쉽게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는 직감이 들었어 (161쪽) hellip 나더러 왜 조국
을 사랑하지 않느냐고 하던데 조국도 나를 사랑하지 않았거든 솔직히 나라는 존
재에 무관심했잖아 나라가 나를 먹여주고 입혀주고 지켜줬다고 하는데 나도 법
지키고 교육받고 세금 내고 할 건 다 했어 (170쪽)
- 장강명(2015) 985172한국이 싫어서985173 중에서
이 소설은 한국에서 자신의 미래를 비관하는 20대 후반의 여성이 회사를
그만두고 호주로 이민을 떠난 사정을 들려주는 대화 형식의 이야기이다 주
인공은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를 다녔던 평범한 20대 청춘이다 주인공은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했지만 이 나라에서는 행복하지 않았고 결국 한국
이 싫어서 선진국인 호주로 떠났다고 말한다 이러한 주인공의 사연은 한국
의 대표적인 신문사의 사회부 등에서 기자로 일했던 저자가 치 한 취재를
바탕으로 그려낸 가장 사실적이면서도 평균적인 탈조선의 꿈이라 할 수 있
다
평범한 주인공이 이런 실천을 하는 모습에서 볼 수 있듯 헬조선 탈출은
한국 청년들에게 널리 퍼져 있는 욕망이며 한 인터뷰 대상자의 말을 빌리자
면 ldquo요즘 모여서 얘기하면 태반은 탈조선을 꿈꾼다rdquo 그러나 다 함께 꾸는
꿈도 각자의 계급과 이용 가능한 자원에 따라 실천 가능한 형태가 정해지는
것이 현실이다 가족의 자본과 본인의 학력자본이 높은 중상류층 출신 청년
들은 선진국에서 교환학생-유학을 거친 후 한국 혹은 선진국에서의 취업-선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09
진국으로의 이민이라는 경로를 많이 취하는 반면 자본이 부족한 중하류층
청년들은 한국 혹은 호주 뉴질랜드 등의 서구 선진국에서 노동하여 돈을
번 후 인도 태국 등의 아시아 개발도상국에서 장기여행을 하는 패턴을 반
복하는 이원화된 구조가 나타났다
이 글에서는 중하류층 청년들의 탈조선 현실에 초점을 맞출 것이지
만 더 입체적인 비교를 위해 잠시 중상류층의 사례를 살펴보자 화장품을
사거나 식도락 여행을 위해 종종 일본에 가는 진희(2016년 현재 24세 여)는
한국에서 태어난 것을 한탄하며 탈조선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는 대
학생이다 진희는 양친 모두가 안정된 직업을 갖고 있고 매년 2~4주씩 4인
가족이 해외로 자유여행을 갈 정도의 경제적 문화적 자본을 갖추고 있는
중산층이며 한국 최고의 학벌을 취득하는 등 모든 면에서 부족함이 없는데
왜 탈조선을 원할까 이러한 연구자의 질문에 진희는 ldquo객관적인 지표는 그
렇긴 한데 주관적인 느낌의 차원에서 가망이 없다고 많이 느낀다rdquo ldquo제가
언제든 비정규직이 될 수 있고 밑바닥으로 떨어지는 거 순식간일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rdquo고 답했다 진희는 대학에서도 좋은 학점을 4년 내내 받으며
성공적인 궤도를 달려왔다 그러나 ldquo학벌주의 사회와 경쟁적인 분위기와 과
도한 학습노동rdquo이 너무나 힘들었고 ldquo헬조선 때문에 소중한 청소년기 성장
기가 박탈당했다는 억울함과 분노가 있다rdquo고 하였다 ldquo고등학교 들어가면서
부터는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꼼짝없이 야자(야간자율학습)rdquo를 하였고
대학에 한 번에 붙어야 ldquo이 다시 겪고 싶지 않은 끔찍한 시간rdquo을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아 점심 식사 저녁 식사를 모두 포기하고 간식으로 대충 때우
며 인강(인터넷 강의)을 들었다 진희는 스스로 ldquo자기착취의 주체rdquo가 되어
ldquo모든 에너지와 시간 등등을 싸그리 수단화해서rdquo ldquo학습노동rdquo에만 매달렸다
고 회고한다 진희의 사례는 한국에서는 성공적인 궤도를 달리고 있는 것처
럼 보이는 청년들도 경쟁적인 사회 분위기에 질려 탈조선을 희망할 수 있다
는 것을 보여준다
진희는 중학교 때 985172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985173(홍세화 1995)라는 책을 읽
었는데 프랑스의 교육제도와 사회보장제도 하에서는 ldquo한국처럼 젊어서도
310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일에 찌들어 살고 노후 걱정하고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게 부러웠고rdquo ldquo나는
어쩌다 우연히 한국에 태어났을 뿐인데 왜 그런 우연한 국적에 발목 잡혀서
힘들게 살아야 하나rdquo 하고 생각했다 대학 시절에는 프랑스어를 배운 후 1학
기 동안 프랑스로 교환학생을 다녀왔다 졸업 후에는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대학원을 다닐 계획이다 진희처럼 부모의 지원으로 좋은 학벌을 취득하고
빨리 탈조선의 방법과 방향을 정하며 대학을 다니면서도 노동에 매달리지
않고 공부에만 몰입할 수 있고 덕분에 외국어라는 유용한 자원을 효율적으
로 습득한 경우 ldquo탈조선 방식으로 유학을 택하는 것rdquo이 가능하다
한국에는 진희와 같은 중상류층 젊은이들이 많이 있으며 이들은 주로
유럽이나 북미의 선진국에서 교환학생이나 유학을 통해 장기체류하는 경로
를 취한다 중상류층 중 인도에서 장기체류하는 경우는 요가나 명상을 깊이
배우려는 목적에서가 대부분이며 인도를 찾는다 해도 그 이후의 삶은 앞으
로 서술할 중하류층 청년들과 크게 다르다 스스로를 ldquo금수저rdquo라고 말하지
만 인도에서 몇 번 장기체류를 했던 지연(2016년 현재 38세 여)의 경우가
그런 독특한 사례이다 아버지가 의사이고 어머니는 교양 있는 주부인 집안
에서 자라며 음악을 전공했던 지연은 이렇게 얘기했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유학을 가는 게 당연한 코스였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그렇
게 생각했었고 어느 날 문득 심한 회의가 들었고 내가 재능이 아무리 많고 아무
리 열심히 해서 유학 갔다 오고 교수가 된다 한들 작은 방에서 하루 종일 나 같
은 아이들 가르치며 햇빛도 보지 못하고 썩은 얼굴로 살겠구나 돈이나 명예가
있으면 뭐하나 인간 삶의 질이 엉망이겠구나
ldquo한국에 있으면 무엇을 해도 마찬가지rdquo일 것이라고 생각한 지연은 부모
의 후원을 받아 독일로 가서 고등학교를 다녔고 스위스에서 대학을 졸업했
다 졸업 후에는 ldquo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그 사회에서 사는 게 너무 끔찍
하게rdquo 느껴져서 태국에서 7년 가까이 직장 생활을 하였고 요가를 배웠다
지연은 고등학교 때부터 탈조선하여 계속 외국에서 지냈으며 영어와 독일
어를 유창하게 구사했지만 한국적인 삶의 방식과 성공을 요구하는 부모와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1
끝없이 충돌했다 몸은 한국에서 벗어나 있더라도 한국과 가족 등의 끈으로
묶여 있는 한 마음은 한국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결국 몇 번의 대형 충돌
을 거친 뒤 매년 인도에서 수개월씩 체류하며 마음만은 탈조선한 상태로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위의 두 사례를 보면 한국에서는 남들이 모두 부러워할 만큼 많은 자본을
가진 20대 중반의 젊은이도 스스로를 금수저라 인식하는 30대 후반의 젊은
이도 ldquo젊어서도 일에 찌들어 살고 노후 걱정rdquo해야 하는 삶 경쟁이 극심한
한국에서 사는 것을 끔찍하게 인식하며 탈조선을 꿈꾸고 실천한다는 사실
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중상류층 출신인 이들에게는 부모가 가진 자원과
그 도움으로 획득한 자신의 문화자본 덕분에 탈조선의 실천이 상대적으로
쉬운 것도 사실이다
2) 중하류층 청년들의 노동-장기여행 반복
그렇다면 중하류층 젊은이들의 탈조선 여행 이동 루트는 어떠할까 이
글의 서두에서 현정이 말한 대로 많은 청년들이 호주에서 수 개월간 일을
해서 한국에서보다 많은 돈을 벌고 그 돈으로 호주 동남아 인도를 여행한
다 그리고 돈이 떨어지면 다시 호주 혹은 다른 워킹 홀리데이 국가로 가서
돈을 벌고 다시 그 돈으로 아시아 국가들을 여행한다
리시케쉬에서 만난 한국 청년 중 가장 길게 여행 중인 현정의 구체적인
이동 경로는 다음과 같다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했던 현정은 졸업 후 ldquo취직
이 되지 않아rdquo 인도를 3개월간 여행했다 그 후 호주에 워킹 홀리데이로
가서 1년간 일한 뒤 동남아를 장기여행 했다 그 후 다시 호주에 워킹 홀리
데이로 가서 또 1년간 일했고 그 후에는 다시 동남아를 장기여행한 후 인도
에 왔다 비자가 만료되자 네팔에서 2개월간 머문 뒤 새 비자를 받아 다시
인도에 왔고 리시케쉬에서 1개월짜리 강사 트레이닝 코스를 마쳤다 현정
은 한동안 요가 수련을 한 후 뉴질랜드에 워킹 홀리데이로 갈 예정이다
312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6년 이상 계속 외국을 떠돌고 있는 셈이었다
현정의 부연설명처럼 수 년 전부터 동남아에는 ldquo집에 3~4년씩 안 들어간
애들rdquo ldquo집에 가기 싫은 애들rdquo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배낭여행 중에는 이런
청년들을 쉽게 만날 수 있으며 여행 중에 만나는 사람들 그리고 워킹 홀리
데이 안내서 동남아 여행기 블로그 페이스북 등을 통해 이들에 대한 간접
적인 이야기도 수없이 들을 수 있다
현정처럼 한국에 거의 들어오지 않고 쭉 여행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중간중간에 한국에 들어와 회사를 다니며 돈을 모은 뒤 다시 나가는 경우도
있다 주로 쉽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자격증을 가진 경우인데 유정(2011
년 당시 32세 여)의 경우 2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청소년 상담사 자격증을
딴 후 3년 반 동안 회사를 다녔다 그 후 호주로 1년간 워킹 홀리데이를
나갔다가 들어와서 다시 1년간 회사를 다녔다 그 후 캐나다로 워킹 홀리데
이를 가려고 신청했다가 떨어진 후 장기여행을 준비하다가 다시 취직했고
1년 반 동안 일하다가 장기여행을 시작했다 이번 여행은 현재 10개월째인
데 동남아에서 수 개월간 쉬고 단동에서 15개월간 자원봉사를 하고 운남
성에서 15개월간 태극권을 배운 후 다시 15개월간 동남아와 인도를 여행
했고 인도에서 2개월간 요가를 배운 후 육로로 이집트까지 여행할 예정이
다
현정 유정과 같은 청년들의 생애사를 들어보면 학벌이나 학력 자격증
부모의 직업 등 많은 면에서 내세울 것도 도움 받을 네트워크도 없었으며
자신의 힘으로 삶을 헤쳐 나갔다 3장에서 살펴본 것처럼 가진 것이 없다
보니 존중받지 못했거나 취직이 되지 않아 주변의 눈치를 봐야 했으며 죽
도록 과로하거나 불합리한 조직문화에 시달리면서도 노동을 하며 살아야
했다 현정처럼 차라리 선진국에서 육체노동을 하며 돈을 많이 벌거나 유정
처럼 ldquo죽었다 생각하고rdquo 한국에서 1년 정도 일을 하고 나면 쉬고 싶고 그새
망가진 몸을 고치고 싶고 자신이 누구인지 천천히 생각도 해보고 싶어진다
전 세계적으로 볼 때 한정된 돈으로 오랜 시간을 보내며 이러한 목적을
추구할 수 있는 최적의 여행지는 인도로 알려져 있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3
5 인도에서의 헬조선 해독 활동
이 장에서는 한국 청년들이 인도에서 장기체류하면서 추구하는 목표가
휴식 치유 자아 찾기를 통한 lsquo헬조선 해독(解毒)rsquo임을 보인 후 인도가 이런
활동을 하기 좋은 이유는 무엇인지 알아본다
먼저 탈조선하여 인도에 온 청년들이 가장 많이 추구하는 활동인 휴식
치유 자아 찾기가 어떠한 맥락에서 나타나는지를 다음 사례들을 통해 살펴
보자
달희는 리시케쉬에 왜 왔냐는 연구자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ldquo나는
여기가 쉴 수 있는 곳일 거란 기대를 가지고 처음에 왔어요 밖으로의 여행
이 아니라 내 안으로의 여행 내가 처음에 인도를 선택하면서 내 마음속으로
되뇌었던 것이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이 말을 계속 했었어요rdquo
달희는 휴식과 자아 찾기를 위해 인도에 왔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것은
과로할 수밖에 없는 직장생활 그로 인해 병든 몸을 치유하는 것과 접한
관계를 갖고 있었다 달희에 의하면 이러한 욕망을 갖게 된 것은 회사 생활
을 하면서 ldquo착취당하면서도 표현도 못 하고 그렇다고 부하 직원들을 쥐어
짤 성격도 안 되고 해서 아주 화병 같은 게 단단히 들고 몸도 너무 고단해서
망가졌기rdquo 때문이다 30세 무렵에는 교통사고가 나서 구안와사(口眼喎斜)
즉 입이 한쪽으로 돌아가는 증상이 왔다 그러나 달희는 여전히 일을 하였
고 계속 일을 하다 유방섬유선종 자궁근종 무릎middot발목 등의 원인불명 통증
척추측만증 두통 소화불량 관절 통증 등을 앓게 되었다 결국 41세에는
더 이상 회사를 다닐 수 없어 요가를 하면서 몸을 고치기 위해 리시케쉬로
오게 되었다
달희의 생애사에서 보이는 것처럼 과로 심신의 질환 자아를 잃었고 왜
사는지 모르겠다는 느낌이 긴 하게 엮여 나타나다가 탈조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한국인 장기여행자들에게 흔한 서사이다 인도의 장기여행자 중 보기
드물게 성공적인 궤도를 달리는 듯했지만 역시 같은 이유로 탈조선한 다음
314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대학생의 사례도 이를 잘 보여준다
관욱(2011년 당시 26세 남)은 서울의 일류 공과대학의 4학년이었다 관
욱은 4학년 여름까지 취직을 위해 인턴 과정을 밟고 있었고 취직 시험에서
최종 면접을 몇 개 남겨둔 상태였다 고등학교 때 985172지구별 여행자985173(류시화
2002)를 읽은 이후 막연히 배낭여행을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가지고 있었지만 주변 사람들은 다들 대학원에 가거나 빨리 취직하는 분위
기였고 해외에 간다고 해도 유럽으로 아니면 유명 대학의 프로그램이나
어학연수에 가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계속 고민하다가 전자공학 전공자에
대한 수요가 많아 취업 걱정이 없다는 점 지금 못 가면 40~50대 때 후회할
것 같다는 점 회사에 한 번 들어가면 회사를 그만두지 않는 한 6개월짜리
여행은 할 수 없다는 점을 생각했다 관욱은 취업 준비를 모두 그만두고
면접도 포기하고 여름 내내 육체노동을 하면서 인도 여행 자금을 모았다
관욱은 늘 아침밥만 먹고 점심 저녁은 굶으면서 공부했다 전공 5~6개 과목
의 시험이 매 학기 각각 4번씩이나 있고 프로그램 프로젝트를 2개씩 하다
보니 항상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관욱은 ldquo어쩌면 스트레스 받는데 의식
못 했을 수도 있었다rdquo고 회고한다 관욱은 ldquo한국에서는 시험이나 프로젝트
가 늘 마음에 있었고rdquo 회사 면접을 보면서는 ldquo연봉보다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rdquo 하는 고민에 계속 마음이 무거웠다 그러
다가 인도에 오기 전에 몸이 아파 병원에 들렀고 놀랍게도 20대 중반의
나이에 위궤양 빈혈 고혈압 진단을 받았다 관욱은 인도에 오게 된 계
기를 다음과 같이 털어놓았다
한편으로 기대한 바는 한국 문화에서 떨어져 있고 싶었어요 어떤 사회적 자
아 그렇게 형성된 자아가 너무 세서 내 내면의 목소리라는 걸 들어볼 생각도 안
하고 들어보지도 못했어요 작은 거라도 그래서 여기서 나가보면 내가 직접 느껴
볼 수 있지 않을까 절실히 필요하면서도 내 내면의 목소리 이런 게 너무 피상적
으로 느껴졌었죠
관욱이 인도로 탈조선하면서 가장 바란 것은 한국 문화 사회적 자아에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5
매몰된 내면의 목소리를 찾는 것 즉 자아 찾기였으며 이것은 망가진 몸을
치유하고 휴식을 취하는 것과 접하게 엮여서 나타났다 관욱은 한국에서
는 성공을 향한 길을 안정적으로 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진정으
로 원하는 일을 하지 못하고 몸의 요구나 내면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바쁘게
살아야 하는 한국 문화에 순응하며 살아오다가 문득 몸이 망가진 것을 발견
했다 관욱은 연구자와 나눈 대화 속에서 ldquo쉬고 싶다rdquo는 표현을 끝없이 계속
했다 가이드북에서 리시케쉬 부분을 펼쳤을 때 ldquo락쉬만줄라에 노을 지는
장면 사진이 나왔는데 이것을 보고 여기서는 여유롭게 시간을 가져도 좋겠
다 한국에선 잘 못 가지는 시간이니까rdquo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였으며
오기 전에 ldquo가서 어떤 식으로든 순간을 즐길 수 있음 그럴 수 있기만 하면
좋겠다rdquo 하고 생각했다고 하였다 리시케쉬에 도착해서는 ldquo여기서는 순간을
한 번 그렇게 지내보자 한국에선 걱정이 너무 많으니까 시험이나 프로젝트
가 늘 마음에 있으니까 여기선 햇볕 산책 다 해보자rdquo 하고 결심했다고 하였
다
이처럼 많은 한국 청년들이 휴식에 대한 갈망을 표현하였다 이번 여행의
목적을 묻는 연구자에게 유정은 이렇게 대답했다 ldquo계속 다니면서 나를 더
들여다보는 거죠 나는 누구인가 10대 때 고민했던 거 다시 한 번 그래서
이렇게 좀 다니면서 생각 좀 많이 하면서 그래서 좀 스스로 좀 내면적으로
좀 강해졌음 좋겠다 그리고 현실에서 탈피하고 싶고 그게 좀 안 돼요 일만
하면 일만 생각해요rdquo
유정 또한 탈조선의 계기를 ldquo나를 들여다보는 것rdquo 즉 자아 찾기라고 얘기
하고 있으며 그것을 현실 탈피와 내면이 강해지는 것과 연결시키고 있다
유정은 한국에서 회사 문화의 불합리함 인간관계에 의한 스트레스로 폭식
증 소화불량 단기간에 25kg이라는 급격한 체중 증가 그리고 이로 인한
무릎 허리 목의 통증에 시달렸다 그래서 휴식과 치유가 절실하여 탈조선
하게 되었고 몇 달간 푹 쉰 뒤에는 ldquo다시 사회에 돌아갔을 때 그런 스트레스
나 이런 것들에 대해서 사람관계에서 오는 것들은 내가 좀 커트할 수 있는
사람rdquo이 되고 싶어 요가를 시작했다고 하였다
316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위의 사례들이 보여주는 바처럼 한국 청년들이 헬조선을 탈출하는 이유
는 휴식 치유 자아 찾기를 통한 헬조선 해독이 너무나 절실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활동을 다른 곳도 아니고 인도에서 하는 것일까
앞의 사례에서 달희는 휴식 자아 찾기의 욕망을 인도에서 추구하게 된
이유로 ldquo인도는 한국에서 지내는 것보다 한 달에 쓰는 생활비가 더 적을
거라는 생각rdquo ldquo일을 하지 않고 요가만 하면서 먹고 자고 할 수 있고rdquo ldquo인도
는 요가의 본고장이기 때문이라는 믿음rdquo이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다른
사람들이 인도에 온 계기도 대부분 이와 비슷하다
달희가 말한 것처럼 이러한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저렴한 물가이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유럽이나 미국에서 장기체류를 하지
않는 핵심 원인은 물가가 비싸 오래 머물 수가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 최대
한 많은 것을 볼 수 있도록 하루하루 빡빡한 일정을 짜고 꼭 필요한 날수만
큼만 머물게 되는 이런 선진국으로는 휴식을 취하러 가지 못한다 그러나
인도 리시케쉬에서는 300~500달러만 있으면 한 달간 깔끔한 싱글룸에서
묵으며 최고의 요가 수업을 받고 여유롭게 식사와 간식을 즐기며 지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좋은 자연환경과 문화적 매력까지 있다 리시케쉬는 갠지
스강과 히말라야 산맥이 만나는 성지로서 자연환경이 아름답고 요가의 본
고장답게 훌륭한 요가 수업들이 많이 있다 달희의 말처럼 ldquo요가만 하면서
먹고 자고 할 수 있는rdquo 최적의 환경인 것이다 이러한 환경은 여행 가이드북
과 여행자들이 남긴 여행기에도 잘 기술되어 있으며 실제로 놀라운 치유의
효과를 낳는다 이러한 소문은 수많은 여행자들을 유혹한다
이처럼 개발도상국에서 장기체류하는 선진국의 여행자들에 대해 그러한
이동의 핵심 원인이 더 나은 삶의 질을 위한 것이라고 보고 개념화한 것이
바로 라이프스타일 이주이다 인도에 대한 사례 연구로는 바라나시의 서구
인 장기체류자들을 참여관찰하면서 이들을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로 보고 그
라이프스타일의 특징을 분석한 코펠라(Korpela 2009)의 연구가 있다 바라
나시는 인도 악기를 배우는 장기체류자들이 집해 있는 곳인데 코펠라에
의하면 이들은 대부분 인도 악기를 연주하고 요가와 명상 자선사업을 하며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7
엄청난 시간을 친구들과 어울리는 데 쓴다 이들의 삶은 느리고 빡빡한 매
일의 일정이 없으며 물질적 소유는 적고 현재를 즐길 시간이 많다 코펠라
는 이들이 가능한 곳에서 더 나은 삶을 찾으며 물가가 싸고 영적sdot예술적
의미와 결부된 곳에서 더 나은 삶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이용하는 것이라
고 해석하였다
인도의 장기체류자들이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이동하는 방향성은
이렇게 해석할 수 있겠으나 문제는 라이프스타일 이주라는 개념은 이들이
고국에서 인도로 한 번 이주한 다음 영구히 정착한다는 인상을 준다는 것이
다 그러나 사실 인도의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들은 대부분 3~6개월짜리 관광
자 비자로 인도에 장기체류하는 여행자들이며 비자를 갱신하기 위해 이웃
나라를 방문하거나 돈을 벌거나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자주 고국으
로 귀국한다 또한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헬조선 탈출 여행자들은 이 글의
서두에서 보았던 것처럼 호주 등 선진국에서의 노동 다른 동남아 국가들에
서의 여행 등 다양한 이동 루트를 거친다
이처럼 오랜 기간 다양한 장소들을 떠돌다 보면 이들의 탈조선 여행 이후
의 삶은 어떻게 변화할까
6 탈조선 여행 이후의 삶의 변화
이 장에서는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을 했던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이들에게 나타나는 lsquo집rsquo의 의미 변화를 살펴본
뒤 이들의 이동성을 라이프스타일 여행 및 라이프스타일 이동성이라는 개
념과 연결 지어 살펴본다
1) lsquo집rsquo의 의미 변화
탈조선하여 떠도는 사람들에게 집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왜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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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돌아다니냐는 연구자의 질문에 현정은 이 글의 서두에 인용한 것처럼
ldquo집에 가기 싫어서요rdquo라는 답과 함께 이제는 집이 불편하다는 말까지 했다
ldquo이제 집에 가도 제가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닌 것 같아요 불편해요 그래서
또 나오고요 엄마가 밥을 하루에 3번씩 해주시는데 처음에 빵만 하루에
3번 먹으면 속이 거북한 그 느낌처럼 밥에서 그런 느낌이 나던데요rdquo
현정의 말은 2가지 생각해볼 문제를 남긴다 첫 번째는 한국 사람인 현정
이 밥을 먹으면 속이 거북하다는 지점이다 지금은 약간 옅어지기는 했지만
한국의 해외여행 역사상 언제나 여행 경험담의 중요한 부분이 되어왔던 것
은 며칠만 외국을 여행해도 김치와 된장찌개가 그립고 한국인이라면 역시
밥을 먹어야 힘이 난다는 정서 그리고 한국인을 만나서 김치에 소주를 함께
먹으며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공유했던 정겨운 경험 등이다 이와 비교
할 때 현정과 같은 청년들에게서는 지금까지 한국인에게 lsquo밥rsquo으로 체화되어
있던 한국적 정서와 정체성이 옅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한국적 정서와 정체성이 옅어지는 것은 공간적으로도 체험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이 두 번째 지점 즉 ldquo집에 가도 제가 있어야 할 자리
가 아닌 것rdquo처럼 불편하고 그래서 또 외국으로 나간다는 말이다 과거 많은
한국인 여행자들은 lsquo나의 집rsquo 그리고 이를 확장한 lsquo내 나라rsquo가 세상에서 가
장 편안한 곳이라고들 이야기해왔으며 여행작가 한비야처럼 여러 언어를
구사하고 외국여행을 많이 한 사람도 틈날 때마다 집과 고국에 대한 그리움
을 토로하곤 했다 이처럼 집과 고국은 한 사회적 인간의 근원이자 지향점으
로 체화되어 있었고 그것이 당연하게 여겨져 왔으나 오늘날 현정과 같은
젊은이들은 여기서 불편함을 느끼고 탈출까지 감행한다 이러한 인식은 달
희의 말에서도 잘 드러난다 달희는 요가 연습 도중에 갑자기 눈물이 나서
소품실에 들어가 울다 나온 적이 여러 번 있었다 나중에 연구자가 이유를
물어보자 ldquo집에 가면 할 일도 없고 가고 싶지 않아서rdquo 울었다고 하였다
달희는 ldquo한국에 있으면 내일 할 일뿐만 아니라 그 동안 해왔던 일과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rdquo며 부담감을 드러냈다
이처럼 탈조선 여행자들에게 가족들이 사는 집 그리고 고국은 점점 불편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9
한 곳이 되어가며 잠시 돈을 벌거나 비자를 연장하기 위해 혹은 의료 혜택
을 받기 위해서와 같은 실용적인 목적을 위해 들르는 곳으로 변화되어 간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이들은 지속적으로 떠돌거나 고국을 주 거주지
로 하면서도 외국을 계속 돌아다니는 이동성이 증대된 삶을 살게 된다
2) 이동성의 증가
헬조선 탈출 이후 현정처럼 노동과 장기체류라는 순환을 지속적으로 반
복하며 계속 장기여행 중인 사람도 있지만 장기여행을 끝낸 후 한 장소에
정착하여 사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다면 장기여행을 끝낸 후 탈조선 여행자
들의 삶은 어떻게 변화되며 어떠한 새로운 특징이 나타날까 본 연구에서
는 다음 2가지 패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 번째 패턴은 요가와 같이 특정한 활동을 중심으로 증가된 이동성과
직업적 경력을 연결시키는 것이다 달희의 경우 요가를 배우기 위해 수년째
한국-인도를 오가다가 도중에 결심하고 요가 강사가 되었다 연구자와 만났
을 당시 달희는 인도에 3번 왔던 상태였다 수개월씩 여러 장소에서 각기
다른 요가를 배우기를 3년간 반복하다가 2012년 7월부터는 3년간 쭉 방콕
에서 머물며 강사 트레이닝 코스를 밟았다 2015년에는 귀국하여 요가 강사
자리를 알아보는 한편 지속으로 태국 인도 등에서 요가 워크숍에 참석하고
있다
이처럼 헬조선 탈출 여행자 중 요가 수련자들은 리시케쉬를 포함하여
요가를 배우거나 수련할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하는 삶의 방식을 유지한다
계절과 선호하는 강사의 존재 여부 등 다양한 조건에 맞추어 인도 내에서
이동하기도 하고 요가의 새로운 내용이나 전수 방식을 외국의 강사에게 배
울 수 있거나 또 다른 머물기 좋은 장소가 발견되면 인도를 벗어나 다른
나라로 이동하기도 한다 서구인들에 비하면 한국인의 이동 범위는 좀 더
아시아 위주로 한정되어 있는데 주로 한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지내다가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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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 태국 등 동남아 국가의 요가 센터나 요가 워크숍에 참여하는 형태이다
물론 이동 중간중간에 워킹 홀리데이로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일하거나 한
국에서 일하며 여행 자금을 단기간에 마련하기도 한다
요가 수련자들이 이처럼 계속 요가를 배우며 이동하는 것은 더 나은 요가
강사가 되도록 하는 이동성 자본(mobility capital)(Bell 2013 24)으로 기능
할 수도 있다 벨은 끊임없이 돌아다니는 음악 연주자들을 라이프스타일 여
행자로 분류하면서 이들이 경제적 부 대신 개인적sdot직업적 풍요로움 등의
형태로 이동성 자본을 획득하였으며 이들이 영원히 혹은 가장 중요하게
닻을 내리는 것은 한 지리적 장소가 아니라 그들의 일이라고 분석한 바 있
다 이들의 이동성은 전문적 수련의 일부가 되며 이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이처럼 이동성이 성공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것은 요가 강사들
에게도 마찬가지인데 요가의 기원지인 인도에서 유명한 스승에게 배웠다는
것은 그 요가 강사의 진정성과 정통성 그리고 그 결과로서의 지식을 보증하
는 상징으로도 기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렇게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는
요가 수련자들은 더 나은 삶의 방식을 찾기 위해 여행하는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라기보다는 여행 자체가 삶의 방식인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라는 개념
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동 중인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에 대해 연구한 얼스킨과 앤더슨에 의
하면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에게 초기의 이동성은 집에서 탈출하거나 사회
적 압력과 기대를 피하기 위해 추구될 수 있지만 점점 자아 창조라는 의제
를 중심으로 하게 된다(Erskine and Anderson 2013 140-141) 요가 수련
자들도 초기에는 한국을 탈출하는 것이 목적이었다가 나중에는 점점 더 나
은 요가 수련자가 되는 데 집중한다는 점은 이런 특징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의 증가된 이동성이 이후의 삶을 변화시키는 두 번째 패턴은 첫 번째
패턴과 겹칠 수도 있는데 장기여행에서 귀국하여 한국이 주거주지가 되더
라도 마음만은 계속 탈조선 상태에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계속
단기여행을 다니는 식으로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면서 직업 인간관계를 이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1
전과는 다르게 조직하기도 한다 지연의 경우 귀국 후 외국인과 결혼했고
요가 강사가 되어 일 년에 보통 2~3회씩 일본 동남아 등지로 요가 워크숍을
가는 한편 1~2개월씩은 인도에서 요가를 수련한다 지연은 ldquo호주나 유럽
캐나다 같은 곳은 도시여도 자연이 있고 여유가 있고 비슷한 가치관을 중요
시하는 사람들 속에서 살고 싶은데 한국에선 뭐 하나 충족시켜주는 게 없는rdquo
현실에 대해 불평하였다 그러면서 ldquo기존 회사를 그만두고 요가만 하는 걸
로 결정한 것rdquo ldquo원치 않는 정신적 스트레스 관계 이런 걸 최대한 만들지
않는 쪽으로 생활반경을 컨트롤하는 것rdquo은 ldquo최대한 이 헬조선의 영향을 받
지 않는 생활rdquo을 영위하기 위함이며 ldquo이젠 제가 사는 방식을 바꿔서 제
생활반경만큼은 헬조선이 안 되도록 말뚝 박고 공간확보를 한 것 같다rdquo고
말했다
본 연구의 대상자들 중 아직 선진국으로의 이주에 성공한 사례는 없지만
이렇게 이동성을 증대시킨 삶을 사는 사례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7 결론
본 연구에서는 오늘날 한국 젊은이들의 장기여행 현상을 헬조선 담론과
연결시키고 그 동안의 관광이나 이주 개념으로 설명되지 않던 부분들을 이
동성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하였다
본 연구에서 발견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 젊은이들의 장기여행
은 한국의 사회구조와 문화에 대한 불만을 가진 청년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며 헬조선 담론을 잘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
기여행 혹은 탈조선 여행으로 부를 수 있다 둘째 탈조선 여행의 이동 경로
는 계급에 따라 이원화되어 나타난다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장기여행은 중
하류층 청년들이 한국이나 선진국에서의 노동-개발도상국에서의 장기체류
를 반복하는 양상으로 나타났다 셋째 헬조선 탈출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오래 머무는 인도에서 주로 추구하는 목표는 휴식 치유 자아 찾기를 통한
322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헬조선 해독 활동이라 할 수 있다 넷째 이들이 탈조선 여행을 마친 후 나타
나는 삶의 변화로는 집의 의미가 변화하고 이동성이 증가하는 패턴을 들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크게는 전 지구적 이동성의 증가 관광과 이주의 경계가
흐려지는 추세 오늘날 청년들이 노동시장 진입을 비롯하여 점점 더 사회로
부터 배제되고 있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현실 등이 맞물려 나타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이후에 나타나는
개인적sdot사회적 변화는 인류학적으로 아주 흥미로운 현상일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이론화를 위해서는 앞으로 다음 지점들에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이다
첫 번째는 탈조선 여행자 혹은 탈조선 여행에서 얻은 이동성 자본을 직업
으로 전환시킨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이 나이가 들어도 계속 그러한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서구에는 60대
70대 노인 중에도 그런 사람들이 많지만 이는 복지제도가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90년대 이후 증가한 한국의 장기여행자들 중에서는 아무리 lsquo자유
로운 영혼rsquo의 소유자라 해도 부모가 나이 들기 시작하면 자식이 병원비를
부담해야 하고 자신의 노후대책을 직접 마련해야 되기 때문에 당장의 생계
유지에 급급한 생활인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과거의 장기여행과는
달리 오늘날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은 한국에서의 직업적 기반이나
경력을 쌓지 못한 청년들의 여행이며 강력한 구심력을 가진 한국에서의 탈
출이다 따라서 이들이 한국으로 돌아와 생활인이 되는 것이 힘들다면 대안
적으로 어떠한 직업적 가족적 삶이 가능할 것인가
두 번째는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에 라이프스타일이라는 개념을 연
결시킬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연구자는 본문에서 탈조선 여행자들에 대
해 현존하는 개념 중 가장 가까운 라이프스타일 여행자 및 라이프스타일
이동성에 기대어 설명하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사실 라이프스타일은 소비를
중심으로 하는 개념이라는 점에서 생존을 위해 탈출한 사회에서 배제된
청년들을 분류 혹은 설명할 수 있는 명칭이 될 수 있는지 어떠한 다른 개념
으로 보완 확장이 가능한지는 향후 중요한 연구과제라 하겠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3
이러한 지점들에 유념하여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양상 및 그 결과
를 탐구하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의 이탈자들에 대한 성찰적 연구가 되는
것은 물론 전 지구적인 인간의 이동에 대한 새로운 이론을 확립하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다
논문접수일 2016년 5월 31일 논문심사일 2016년 7월 2일 게재확정일 2016년 7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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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7
ltKey conceptsgt Hell-Joseon long-term travel tourism migration lifestyle
migration lifestyle traveler lifestyle mobility
Long-term Travel as lsquoEscape from Hell-Joseon
A Research about Korean Travelers in India
Lee Minyoung14)
This research connects Korean young mens long-term travel with the
ldquoHell-Joseonrdquo discourse popular in Korea nowadays and explores the
so called lsquoescape from Hell-Joseonrsquo phenomenon and changes of their
lives after the trips with the concept of mobility since tourism and
migration cant explain it well A participant observation in India found
that the Korean long-term travelers are characteristic as the followings
1) Long-term travel is popular among the youth who complains about
the social structure and culture of Korea and their travel reflects the
ldquoHell-Joseonrdquo discourse So we can call this travel as escape from
Hell-Joseon 2) The travel routes of are differentiated according to the
class This research mainly deals with the circulation route of doing
physical labor in developed countries and relaxing in developing
countries popular among the lower middle class 3) Most of the travelers
often stay in India for a long time and their main purpose is
detoxification from Hell-Joseon through relaxation healing and
searching for the self 4) After they finish the long-term travel the
PhD Candidate Department of Anthropology Seoul National University
328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meaning of home is changed and their mobility is increased That
phenomenon seems to be entangled with the increasing global mobility
the blurring trend between tourism and migration and the structural
problem which excludes young men from entering the labor market and
the society in Korea Researching the backgrounds aspects and results
of escape from Hell-Joseon will be a reflective study about Korean
society and help to construct new theories about global movement of
people
304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행하게 되었다
인혜는 ldquo이때까지 교육받고 살아온 게 늘 뭔가 하고 있어야 하고 한국
사회에서는 특히나 늘 일하고 있어야 하니까rdquo 아무리 아파도 마음 놓고 쉰
적이 없다고 하였다 평생 남의 시선을 신경 쓰면서 살아온 인혜는 탈조선
수개월 후 ldquo이제는 회사 복귀할 생각이 전혀 없어요 이젠 치열하게 살고
싶지 않아요 돈을 조금 벌더라도 조용히 평화롭게 내 시간 많이 가지고
내가 흥미 있는 부분을 전문적으로 발전시키고 싶어요rdquo라고 잘라 말했다
네 번째는 불합리한 조직문화이다 달희(2011년 당시 42세 여)는 중국에
서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일했다 앞 사례의 인혜처럼 너무 과로하여 각종
병을 달고 살다가 인도로 와서 장기체류하면서 요가를 배웠다 그러다가 한
국에서 수개월씩 일을 하고 인도로 돌아오기를 몇 번 반복했는데 그 중간
에 다녔던 회사의 획일적인 조직문화는 견딜 수 없이 피곤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삶의 방식까지 비슷해지지 않고서는 함께 일하는 게 거
의 불가능에 가까워 24시간 중에서 14시간 이상을 함께 있다 보면 세끼 밥을 같
이 먹어야 하고 세끼 밥을 같이 먹으니까 메뉴에 있어서도 그렇고 노는 시간조
차 함께 해야 하고 자는 것도 같은 숙소에서 자야 하는 경우가 있고 평소에 하는
모든 얘기 심지어 간식도 같이 먹어야 하고 너무나 많은 부분을 같이 해야 하기
때문에 나만 너무 다른 삶의 방식을 가지고 있으면 그들에게 배척당하지 그런
모든 것들 때문에 일도 같이 하기 싫어지는 거지
많은 한국 청년들이 달희처럼 조직에서 ldquo왜 너만 그렇게 다르게 행동하
냐rdquo는 눈치를 받았던 경험을 갖고 있으며 개성과 다양성을 억압하는 이러
한 한국적인 조직문화를 지긋지긋해 했다
지금까지 살펴본 이러한 불만들은 한국 청년들이 외국으로 나오게 된 주
요한 계기가 되며 최근 유행하는 헬조선 담론과도 잘 공명한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05
2) 헬조선 담론과 장기여행
이 절에서는 헬조선 담론이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청년들의
장기여행을 이와 연결시켜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으로 바라보고자 한
다
lsquo헬조선rsquo은 2015년 한국을 가장 뜨겁게 달군 신조어 중 하나로 인터넷
사이트 lsquo디시인사이드rsquo의 역사 갤러리에서 처음 사용되고 주식 갤러리에서
본격적으로 활용되다가 광범위하게 퍼져나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헬조선은
오늘날의 한국을 전근대적 계급제 사회였던 조선에 빗대는 단어로 자기비
하적인 조소가 담겨 있어 기성세대에게는 불편하게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 단어에는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급격히 심화되고 있는 불평등 및 계급격
차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 의식이 배어 있으며 여기에서 파생된 lsquo탈조선(헬
조선 탈출)rsquo이라는 단어에는 이 나라가 싫고 차라리 다른 곳으로 떠나고
싶다는 청년들의 절절한 외침이 담겨 있다 이러한 단어들이 특히 청년들의
공감을 얻어 급속도로 퍼져나가고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는 현상에 주목해
야 하는 이유는 이 단어가 오늘날의 한국에 대한 사회적 인식 이로 인한
실천 그 결과로서의 사회변동을 더 잘 살펴볼 수 있는 렌즈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탈조선 현상은 통계적으로도 증명된다 헤럴드경제가 미 시민권
공개포럼 사이트인 아이작 브룩 소사이어티에 올라온 자료9)를 인용한 기사
에 의하면 한국은 전 세계 경제 강국들 가운데 해외 이민을 떠난 뒤 모국의
국적을 포기하는 비율이 가장 높다10)(헤럴드경제 2014년 4월 28일자) 더
충격적인 것은 아직 이민을 실행하지 못해 이 통계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9) 2012년 5월 23일 Eric이라는 필자가 2002~2010년 각 아시아 나라별 통계청 자료를 인용하여
아이작 브룩 소사이어티에 올린 글이다(The Isaac Brock Society 2012년 5월 23일)
10) 이 기사에 의하면 뉴질랜드는 인구 10만 명당 45명 홍콩은 25명 대만은 152명 싱가포르는
431명인데 비해 한국은 1680명으로 비교 대상 국가 중에서 압도적으로 많다 가까운 일본
(89명)과 비교하면 20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이 기사는 ldquo한국은 국적을 상실하는 사람이 연간
25000명으로 귀화자보다 많은 유일한 아시아의 선진국rdquo이라고 분석했다
306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이민을 갈 의향을 가졌거나 준비 중인 사람들은 더 많다는 자료이다 뉴시스
가 온라인 취업포털 lsquo사람인rsquo에서 2015년 11월 성인남녀 1655명을 대상으
로 이민 의향을 조사한 결과11)를 분석한 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786
가 ldquo이민을 갈 수 있다면 가고 싶다rdquo고 답했다 한국을 떠나고 싶은 가장
큰 이유로 응답자들은 lsquo일에 쫓기는 것보다 삶의 여유가 필요해서rsquo(564
복수응답)를 꼽았으며 lsquo대체로 근로조건이 열악해서rsquo(527) lsquo소득의 불평
등 문제가 심해서rsquo(474) lsquo직업 및 노후에 대한 불안감이 커서rsquo(474)
lsquo경쟁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싫어서rsquo(463) lsquo국가가 국민을 보호해주지 않
아서rsquo(444) lsquo해외의 선진 복지제도를 누리고 싶어서rsquo(307) 등의 응답
이 뒤를 이었다 실제로 응답자들의 479는 현재 이민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민국을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복지(412)였고
이어 문화(175) 일자리 여부(131) 소득수준(67) 기후 등 환경
(58) 등이 고려 대상이었다(뉴시스 2016년 1월 18일자)
이러한 통계자료 뒤에 숨어 있는 헬조선에 대한 젊은이들의 구체적인
인식과 실천은 lsquo헬조선rsquo이라는 사이트12)에서 볼 수 있다 이 사이트의 게시
판에는 ldquo내가 헬조선을 증오하게 된 이유rdquo ldquo생존이 목표가 되어버린 헬조
선rdquo ldquo금수저13)들이 똥수저에게 게으르다 훈계하는 이유rdquo ldquo기업업자들이
니들이 낸 세금을 털어먹는 방법rdquo ldquo헬조선에 충성한 자의 최후(빡침주의)rdquo
ldquo한국인은 그 사람 아버지 직업=그 사람 수준rdquo 등 한국 사회를 비판 풍자하
는 글들이 올라온다 이 게시물들을 보면 청년들이 한국을 지옥에 빗대어
헬조선이라 부르는 이유가 생존하기도 힘들 만큼 빡빡한 현실 고착화된 사
회구조적 불평등과 부정부패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청년들은 이 사이트에서
구체적인 탈조선 방법을 공유하기도 한다 용접이나 배관 컴퓨터 등의 기술
11) 이민 의향은 연령대별로는 30대(821)의 응답률이 가장 높았고 20대(80) 40대(724)
50대 이상(59) 순이었다 이민을 가고 싶은 나라 1위는 캐나다(168)였고 호주(16)
뉴질랜드(108) 미국(96) 독일(95) 스웨덴(69) 일본(63) 핀란드(49) 스위
스(47) 등의 순이었다(사람인 2016년 1월 18일자)
12) 사이트 이름은 lsquo헬조선rsquo이지만 URL 주소는 wwwhellkoreacom이다
13) 사람을 가진 자산에 따라 금수저 은수저 동수저 흙수저 등으로 나누는 lsquo수저계급론 담론은
2015년부터 lsquo헬조선 담론과 함께 한국 사회의 현실을 고발하는 담론으로 크게 유행했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07
을 배워 미국 캐나다 호주 등의 선진국으로 이민 가는 방법에 대한 질문과
답 체험사례도 올라온다
그러나 위에서 인용한 것처럼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선진국으로의 이민만
을 탈조선이라고 할 수는 없다 현실적으로 선진국으로의 이민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높은 영어 점수와 자격증 경력 등의 스펙 및혹은 통장 잔고 증명
이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현실에 좌절한 젊은이들 중에는 일단
한국을 떠나 있기 위해 혹은 영어도 공부하고 스펙을 쌓을 자금도 마련하기
위해 워킹 홀리데이와 같이 노동을 포함한 장기여행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
가 많다 이 글의 서두에서 인용한 현정의 사례처럼 여러 선진국에서의 워
킹 홀리데이와 인도 동남아에서의 장기체류를 반복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점에서 미디어에 재현되는 것처럼 목적지를 명확하게 정하고 필요
한 자격요건을 획득하여 이민이라는 과업을 완수하는 사례는 오늘날 증가하
고 있는 헬조선 탈출 현상 중 극히 일부라고 할 수 있다 본 연구의 연구대상
자들이 가졌던 한국에 대한 불만이 헬조선 담론과 유사하며 이러한 헬조선
을 탈출하는 방법으로 장기여행을 택했다는 점에서 이들의 실천을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혹은 탈조선 여행으로 부르고자 한다 이러한 탈조선
여행 현상을 총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성공한 이민 사례에만 주목하는
시각에서 벗어나 다양한 이동 경로와 복잡한 과정 모두를 탈조선 실천의
일부로 보고 그 새로운 이동성의 양상을 파악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4 탈조선 여행의 이동 양상
이 장에서는 탈조선 여행의 이동 경로와 복잡한 과정을 구체적으로 파악
하고 그것이 계급에 따라 분화되어 있음을 보인 후 특히 중하류층 청년들
이 어떻게 선진국에서의 노동-개발도상국에서의 여행을 반복하는지를 살펴
본다
308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1) 계급에 따른 이동 경로의 분화
먼저 헬조선 탈출이 계급과는 상관없이 수많은 한국 청년들에게 공감되
는 꿈이라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 2015년에 솔직한 제목과 내용으로 크게
주목 받았던 소설의 일부분을 살펴보자
왜 한국을 떠났느냐 두 마디로 요약하면 한국이 싫어서지 세 마디로 줄이
면 여기서는 못 살겠어서 무턱대고 욕하진 말아줘 내가 태어난 나라라도 싫어
할 수는 있는 거잖아 (10쪽) hellip 이제 내가 호주로 가는 건 한국이 싫어서가 아
니라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야 아직 행복해지는 방법은 잘 모르겠지만 호주에
서 더 쉽게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는 직감이 들었어 (161쪽) hellip 나더러 왜 조국
을 사랑하지 않느냐고 하던데 조국도 나를 사랑하지 않았거든 솔직히 나라는 존
재에 무관심했잖아 나라가 나를 먹여주고 입혀주고 지켜줬다고 하는데 나도 법
지키고 교육받고 세금 내고 할 건 다 했어 (170쪽)
- 장강명(2015) 985172한국이 싫어서985173 중에서
이 소설은 한국에서 자신의 미래를 비관하는 20대 후반의 여성이 회사를
그만두고 호주로 이민을 떠난 사정을 들려주는 대화 형식의 이야기이다 주
인공은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를 다녔던 평범한 20대 청춘이다 주인공은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했지만 이 나라에서는 행복하지 않았고 결국 한국
이 싫어서 선진국인 호주로 떠났다고 말한다 이러한 주인공의 사연은 한국
의 대표적인 신문사의 사회부 등에서 기자로 일했던 저자가 치 한 취재를
바탕으로 그려낸 가장 사실적이면서도 평균적인 탈조선의 꿈이라 할 수 있
다
평범한 주인공이 이런 실천을 하는 모습에서 볼 수 있듯 헬조선 탈출은
한국 청년들에게 널리 퍼져 있는 욕망이며 한 인터뷰 대상자의 말을 빌리자
면 ldquo요즘 모여서 얘기하면 태반은 탈조선을 꿈꾼다rdquo 그러나 다 함께 꾸는
꿈도 각자의 계급과 이용 가능한 자원에 따라 실천 가능한 형태가 정해지는
것이 현실이다 가족의 자본과 본인의 학력자본이 높은 중상류층 출신 청년
들은 선진국에서 교환학생-유학을 거친 후 한국 혹은 선진국에서의 취업-선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09
진국으로의 이민이라는 경로를 많이 취하는 반면 자본이 부족한 중하류층
청년들은 한국 혹은 호주 뉴질랜드 등의 서구 선진국에서 노동하여 돈을
번 후 인도 태국 등의 아시아 개발도상국에서 장기여행을 하는 패턴을 반
복하는 이원화된 구조가 나타났다
이 글에서는 중하류층 청년들의 탈조선 현실에 초점을 맞출 것이지
만 더 입체적인 비교를 위해 잠시 중상류층의 사례를 살펴보자 화장품을
사거나 식도락 여행을 위해 종종 일본에 가는 진희(2016년 현재 24세 여)는
한국에서 태어난 것을 한탄하며 탈조선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는 대
학생이다 진희는 양친 모두가 안정된 직업을 갖고 있고 매년 2~4주씩 4인
가족이 해외로 자유여행을 갈 정도의 경제적 문화적 자본을 갖추고 있는
중산층이며 한국 최고의 학벌을 취득하는 등 모든 면에서 부족함이 없는데
왜 탈조선을 원할까 이러한 연구자의 질문에 진희는 ldquo객관적인 지표는 그
렇긴 한데 주관적인 느낌의 차원에서 가망이 없다고 많이 느낀다rdquo ldquo제가
언제든 비정규직이 될 수 있고 밑바닥으로 떨어지는 거 순식간일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rdquo고 답했다 진희는 대학에서도 좋은 학점을 4년 내내 받으며
성공적인 궤도를 달려왔다 그러나 ldquo학벌주의 사회와 경쟁적인 분위기와 과
도한 학습노동rdquo이 너무나 힘들었고 ldquo헬조선 때문에 소중한 청소년기 성장
기가 박탈당했다는 억울함과 분노가 있다rdquo고 하였다 ldquo고등학교 들어가면서
부터는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꼼짝없이 야자(야간자율학습)rdquo를 하였고
대학에 한 번에 붙어야 ldquo이 다시 겪고 싶지 않은 끔찍한 시간rdquo을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아 점심 식사 저녁 식사를 모두 포기하고 간식으로 대충 때우
며 인강(인터넷 강의)을 들었다 진희는 스스로 ldquo자기착취의 주체rdquo가 되어
ldquo모든 에너지와 시간 등등을 싸그리 수단화해서rdquo ldquo학습노동rdquo에만 매달렸다
고 회고한다 진희의 사례는 한국에서는 성공적인 궤도를 달리고 있는 것처
럼 보이는 청년들도 경쟁적인 사회 분위기에 질려 탈조선을 희망할 수 있다
는 것을 보여준다
진희는 중학교 때 985172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985173(홍세화 1995)라는 책을 읽
었는데 프랑스의 교육제도와 사회보장제도 하에서는 ldquo한국처럼 젊어서도
310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일에 찌들어 살고 노후 걱정하고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게 부러웠고rdquo ldquo나는
어쩌다 우연히 한국에 태어났을 뿐인데 왜 그런 우연한 국적에 발목 잡혀서
힘들게 살아야 하나rdquo 하고 생각했다 대학 시절에는 프랑스어를 배운 후 1학
기 동안 프랑스로 교환학생을 다녀왔다 졸업 후에는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대학원을 다닐 계획이다 진희처럼 부모의 지원으로 좋은 학벌을 취득하고
빨리 탈조선의 방법과 방향을 정하며 대학을 다니면서도 노동에 매달리지
않고 공부에만 몰입할 수 있고 덕분에 외국어라는 유용한 자원을 효율적으
로 습득한 경우 ldquo탈조선 방식으로 유학을 택하는 것rdquo이 가능하다
한국에는 진희와 같은 중상류층 젊은이들이 많이 있으며 이들은 주로
유럽이나 북미의 선진국에서 교환학생이나 유학을 통해 장기체류하는 경로
를 취한다 중상류층 중 인도에서 장기체류하는 경우는 요가나 명상을 깊이
배우려는 목적에서가 대부분이며 인도를 찾는다 해도 그 이후의 삶은 앞으
로 서술할 중하류층 청년들과 크게 다르다 스스로를 ldquo금수저rdquo라고 말하지
만 인도에서 몇 번 장기체류를 했던 지연(2016년 현재 38세 여)의 경우가
그런 독특한 사례이다 아버지가 의사이고 어머니는 교양 있는 주부인 집안
에서 자라며 음악을 전공했던 지연은 이렇게 얘기했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유학을 가는 게 당연한 코스였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그렇
게 생각했었고 어느 날 문득 심한 회의가 들었고 내가 재능이 아무리 많고 아무
리 열심히 해서 유학 갔다 오고 교수가 된다 한들 작은 방에서 하루 종일 나 같
은 아이들 가르치며 햇빛도 보지 못하고 썩은 얼굴로 살겠구나 돈이나 명예가
있으면 뭐하나 인간 삶의 질이 엉망이겠구나
ldquo한국에 있으면 무엇을 해도 마찬가지rdquo일 것이라고 생각한 지연은 부모
의 후원을 받아 독일로 가서 고등학교를 다녔고 스위스에서 대학을 졸업했
다 졸업 후에는 ldquo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그 사회에서 사는 게 너무 끔찍
하게rdquo 느껴져서 태국에서 7년 가까이 직장 생활을 하였고 요가를 배웠다
지연은 고등학교 때부터 탈조선하여 계속 외국에서 지냈으며 영어와 독일
어를 유창하게 구사했지만 한국적인 삶의 방식과 성공을 요구하는 부모와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1
끝없이 충돌했다 몸은 한국에서 벗어나 있더라도 한국과 가족 등의 끈으로
묶여 있는 한 마음은 한국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결국 몇 번의 대형 충돌
을 거친 뒤 매년 인도에서 수개월씩 체류하며 마음만은 탈조선한 상태로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위의 두 사례를 보면 한국에서는 남들이 모두 부러워할 만큼 많은 자본을
가진 20대 중반의 젊은이도 스스로를 금수저라 인식하는 30대 후반의 젊은
이도 ldquo젊어서도 일에 찌들어 살고 노후 걱정rdquo해야 하는 삶 경쟁이 극심한
한국에서 사는 것을 끔찍하게 인식하며 탈조선을 꿈꾸고 실천한다는 사실
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중상류층 출신인 이들에게는 부모가 가진 자원과
그 도움으로 획득한 자신의 문화자본 덕분에 탈조선의 실천이 상대적으로
쉬운 것도 사실이다
2) 중하류층 청년들의 노동-장기여행 반복
그렇다면 중하류층 젊은이들의 탈조선 여행 이동 루트는 어떠할까 이
글의 서두에서 현정이 말한 대로 많은 청년들이 호주에서 수 개월간 일을
해서 한국에서보다 많은 돈을 벌고 그 돈으로 호주 동남아 인도를 여행한
다 그리고 돈이 떨어지면 다시 호주 혹은 다른 워킹 홀리데이 국가로 가서
돈을 벌고 다시 그 돈으로 아시아 국가들을 여행한다
리시케쉬에서 만난 한국 청년 중 가장 길게 여행 중인 현정의 구체적인
이동 경로는 다음과 같다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했던 현정은 졸업 후 ldquo취직
이 되지 않아rdquo 인도를 3개월간 여행했다 그 후 호주에 워킹 홀리데이로
가서 1년간 일한 뒤 동남아를 장기여행 했다 그 후 다시 호주에 워킹 홀리
데이로 가서 또 1년간 일했고 그 후에는 다시 동남아를 장기여행한 후 인도
에 왔다 비자가 만료되자 네팔에서 2개월간 머문 뒤 새 비자를 받아 다시
인도에 왔고 리시케쉬에서 1개월짜리 강사 트레이닝 코스를 마쳤다 현정
은 한동안 요가 수련을 한 후 뉴질랜드에 워킹 홀리데이로 갈 예정이다
312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6년 이상 계속 외국을 떠돌고 있는 셈이었다
현정의 부연설명처럼 수 년 전부터 동남아에는 ldquo집에 3~4년씩 안 들어간
애들rdquo ldquo집에 가기 싫은 애들rdquo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배낭여행 중에는 이런
청년들을 쉽게 만날 수 있으며 여행 중에 만나는 사람들 그리고 워킹 홀리
데이 안내서 동남아 여행기 블로그 페이스북 등을 통해 이들에 대한 간접
적인 이야기도 수없이 들을 수 있다
현정처럼 한국에 거의 들어오지 않고 쭉 여행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중간중간에 한국에 들어와 회사를 다니며 돈을 모은 뒤 다시 나가는 경우도
있다 주로 쉽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자격증을 가진 경우인데 유정(2011
년 당시 32세 여)의 경우 2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청소년 상담사 자격증을
딴 후 3년 반 동안 회사를 다녔다 그 후 호주로 1년간 워킹 홀리데이를
나갔다가 들어와서 다시 1년간 회사를 다녔다 그 후 캐나다로 워킹 홀리데
이를 가려고 신청했다가 떨어진 후 장기여행을 준비하다가 다시 취직했고
1년 반 동안 일하다가 장기여행을 시작했다 이번 여행은 현재 10개월째인
데 동남아에서 수 개월간 쉬고 단동에서 15개월간 자원봉사를 하고 운남
성에서 15개월간 태극권을 배운 후 다시 15개월간 동남아와 인도를 여행
했고 인도에서 2개월간 요가를 배운 후 육로로 이집트까지 여행할 예정이
다
현정 유정과 같은 청년들의 생애사를 들어보면 학벌이나 학력 자격증
부모의 직업 등 많은 면에서 내세울 것도 도움 받을 네트워크도 없었으며
자신의 힘으로 삶을 헤쳐 나갔다 3장에서 살펴본 것처럼 가진 것이 없다
보니 존중받지 못했거나 취직이 되지 않아 주변의 눈치를 봐야 했으며 죽
도록 과로하거나 불합리한 조직문화에 시달리면서도 노동을 하며 살아야
했다 현정처럼 차라리 선진국에서 육체노동을 하며 돈을 많이 벌거나 유정
처럼 ldquo죽었다 생각하고rdquo 한국에서 1년 정도 일을 하고 나면 쉬고 싶고 그새
망가진 몸을 고치고 싶고 자신이 누구인지 천천히 생각도 해보고 싶어진다
전 세계적으로 볼 때 한정된 돈으로 오랜 시간을 보내며 이러한 목적을
추구할 수 있는 최적의 여행지는 인도로 알려져 있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3
5 인도에서의 헬조선 해독 활동
이 장에서는 한국 청년들이 인도에서 장기체류하면서 추구하는 목표가
휴식 치유 자아 찾기를 통한 lsquo헬조선 해독(解毒)rsquo임을 보인 후 인도가 이런
활동을 하기 좋은 이유는 무엇인지 알아본다
먼저 탈조선하여 인도에 온 청년들이 가장 많이 추구하는 활동인 휴식
치유 자아 찾기가 어떠한 맥락에서 나타나는지를 다음 사례들을 통해 살펴
보자
달희는 리시케쉬에 왜 왔냐는 연구자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ldquo나는
여기가 쉴 수 있는 곳일 거란 기대를 가지고 처음에 왔어요 밖으로의 여행
이 아니라 내 안으로의 여행 내가 처음에 인도를 선택하면서 내 마음속으로
되뇌었던 것이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이 말을 계속 했었어요rdquo
달희는 휴식과 자아 찾기를 위해 인도에 왔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것은
과로할 수밖에 없는 직장생활 그로 인해 병든 몸을 치유하는 것과 접한
관계를 갖고 있었다 달희에 의하면 이러한 욕망을 갖게 된 것은 회사 생활
을 하면서 ldquo착취당하면서도 표현도 못 하고 그렇다고 부하 직원들을 쥐어
짤 성격도 안 되고 해서 아주 화병 같은 게 단단히 들고 몸도 너무 고단해서
망가졌기rdquo 때문이다 30세 무렵에는 교통사고가 나서 구안와사(口眼喎斜)
즉 입이 한쪽으로 돌아가는 증상이 왔다 그러나 달희는 여전히 일을 하였
고 계속 일을 하다 유방섬유선종 자궁근종 무릎middot발목 등의 원인불명 통증
척추측만증 두통 소화불량 관절 통증 등을 앓게 되었다 결국 41세에는
더 이상 회사를 다닐 수 없어 요가를 하면서 몸을 고치기 위해 리시케쉬로
오게 되었다
달희의 생애사에서 보이는 것처럼 과로 심신의 질환 자아를 잃었고 왜
사는지 모르겠다는 느낌이 긴 하게 엮여 나타나다가 탈조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한국인 장기여행자들에게 흔한 서사이다 인도의 장기여행자 중 보기
드물게 성공적인 궤도를 달리는 듯했지만 역시 같은 이유로 탈조선한 다음
314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대학생의 사례도 이를 잘 보여준다
관욱(2011년 당시 26세 남)은 서울의 일류 공과대학의 4학년이었다 관
욱은 4학년 여름까지 취직을 위해 인턴 과정을 밟고 있었고 취직 시험에서
최종 면접을 몇 개 남겨둔 상태였다 고등학교 때 985172지구별 여행자985173(류시화
2002)를 읽은 이후 막연히 배낭여행을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가지고 있었지만 주변 사람들은 다들 대학원에 가거나 빨리 취직하는 분위
기였고 해외에 간다고 해도 유럽으로 아니면 유명 대학의 프로그램이나
어학연수에 가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계속 고민하다가 전자공학 전공자에
대한 수요가 많아 취업 걱정이 없다는 점 지금 못 가면 40~50대 때 후회할
것 같다는 점 회사에 한 번 들어가면 회사를 그만두지 않는 한 6개월짜리
여행은 할 수 없다는 점을 생각했다 관욱은 취업 준비를 모두 그만두고
면접도 포기하고 여름 내내 육체노동을 하면서 인도 여행 자금을 모았다
관욱은 늘 아침밥만 먹고 점심 저녁은 굶으면서 공부했다 전공 5~6개 과목
의 시험이 매 학기 각각 4번씩이나 있고 프로그램 프로젝트를 2개씩 하다
보니 항상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관욱은 ldquo어쩌면 스트레스 받는데 의식
못 했을 수도 있었다rdquo고 회고한다 관욱은 ldquo한국에서는 시험이나 프로젝트
가 늘 마음에 있었고rdquo 회사 면접을 보면서는 ldquo연봉보다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rdquo 하는 고민에 계속 마음이 무거웠다 그러
다가 인도에 오기 전에 몸이 아파 병원에 들렀고 놀랍게도 20대 중반의
나이에 위궤양 빈혈 고혈압 진단을 받았다 관욱은 인도에 오게 된 계
기를 다음과 같이 털어놓았다
한편으로 기대한 바는 한국 문화에서 떨어져 있고 싶었어요 어떤 사회적 자
아 그렇게 형성된 자아가 너무 세서 내 내면의 목소리라는 걸 들어볼 생각도 안
하고 들어보지도 못했어요 작은 거라도 그래서 여기서 나가보면 내가 직접 느껴
볼 수 있지 않을까 절실히 필요하면서도 내 내면의 목소리 이런 게 너무 피상적
으로 느껴졌었죠
관욱이 인도로 탈조선하면서 가장 바란 것은 한국 문화 사회적 자아에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5
매몰된 내면의 목소리를 찾는 것 즉 자아 찾기였으며 이것은 망가진 몸을
치유하고 휴식을 취하는 것과 접하게 엮여서 나타났다 관욱은 한국에서
는 성공을 향한 길을 안정적으로 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진정으
로 원하는 일을 하지 못하고 몸의 요구나 내면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바쁘게
살아야 하는 한국 문화에 순응하며 살아오다가 문득 몸이 망가진 것을 발견
했다 관욱은 연구자와 나눈 대화 속에서 ldquo쉬고 싶다rdquo는 표현을 끝없이 계속
했다 가이드북에서 리시케쉬 부분을 펼쳤을 때 ldquo락쉬만줄라에 노을 지는
장면 사진이 나왔는데 이것을 보고 여기서는 여유롭게 시간을 가져도 좋겠
다 한국에선 잘 못 가지는 시간이니까rdquo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였으며
오기 전에 ldquo가서 어떤 식으로든 순간을 즐길 수 있음 그럴 수 있기만 하면
좋겠다rdquo 하고 생각했다고 하였다 리시케쉬에 도착해서는 ldquo여기서는 순간을
한 번 그렇게 지내보자 한국에선 걱정이 너무 많으니까 시험이나 프로젝트
가 늘 마음에 있으니까 여기선 햇볕 산책 다 해보자rdquo 하고 결심했다고 하였
다
이처럼 많은 한국 청년들이 휴식에 대한 갈망을 표현하였다 이번 여행의
목적을 묻는 연구자에게 유정은 이렇게 대답했다 ldquo계속 다니면서 나를 더
들여다보는 거죠 나는 누구인가 10대 때 고민했던 거 다시 한 번 그래서
이렇게 좀 다니면서 생각 좀 많이 하면서 그래서 좀 스스로 좀 내면적으로
좀 강해졌음 좋겠다 그리고 현실에서 탈피하고 싶고 그게 좀 안 돼요 일만
하면 일만 생각해요rdquo
유정 또한 탈조선의 계기를 ldquo나를 들여다보는 것rdquo 즉 자아 찾기라고 얘기
하고 있으며 그것을 현실 탈피와 내면이 강해지는 것과 연결시키고 있다
유정은 한국에서 회사 문화의 불합리함 인간관계에 의한 스트레스로 폭식
증 소화불량 단기간에 25kg이라는 급격한 체중 증가 그리고 이로 인한
무릎 허리 목의 통증에 시달렸다 그래서 휴식과 치유가 절실하여 탈조선
하게 되었고 몇 달간 푹 쉰 뒤에는 ldquo다시 사회에 돌아갔을 때 그런 스트레스
나 이런 것들에 대해서 사람관계에서 오는 것들은 내가 좀 커트할 수 있는
사람rdquo이 되고 싶어 요가를 시작했다고 하였다
316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위의 사례들이 보여주는 바처럼 한국 청년들이 헬조선을 탈출하는 이유
는 휴식 치유 자아 찾기를 통한 헬조선 해독이 너무나 절실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활동을 다른 곳도 아니고 인도에서 하는 것일까
앞의 사례에서 달희는 휴식 자아 찾기의 욕망을 인도에서 추구하게 된
이유로 ldquo인도는 한국에서 지내는 것보다 한 달에 쓰는 생활비가 더 적을
거라는 생각rdquo ldquo일을 하지 않고 요가만 하면서 먹고 자고 할 수 있고rdquo ldquo인도
는 요가의 본고장이기 때문이라는 믿음rdquo이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다른
사람들이 인도에 온 계기도 대부분 이와 비슷하다
달희가 말한 것처럼 이러한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저렴한 물가이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유럽이나 미국에서 장기체류를 하지
않는 핵심 원인은 물가가 비싸 오래 머물 수가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 최대
한 많은 것을 볼 수 있도록 하루하루 빡빡한 일정을 짜고 꼭 필요한 날수만
큼만 머물게 되는 이런 선진국으로는 휴식을 취하러 가지 못한다 그러나
인도 리시케쉬에서는 300~500달러만 있으면 한 달간 깔끔한 싱글룸에서
묵으며 최고의 요가 수업을 받고 여유롭게 식사와 간식을 즐기며 지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좋은 자연환경과 문화적 매력까지 있다 리시케쉬는 갠지
스강과 히말라야 산맥이 만나는 성지로서 자연환경이 아름답고 요가의 본
고장답게 훌륭한 요가 수업들이 많이 있다 달희의 말처럼 ldquo요가만 하면서
먹고 자고 할 수 있는rdquo 최적의 환경인 것이다 이러한 환경은 여행 가이드북
과 여행자들이 남긴 여행기에도 잘 기술되어 있으며 실제로 놀라운 치유의
효과를 낳는다 이러한 소문은 수많은 여행자들을 유혹한다
이처럼 개발도상국에서 장기체류하는 선진국의 여행자들에 대해 그러한
이동의 핵심 원인이 더 나은 삶의 질을 위한 것이라고 보고 개념화한 것이
바로 라이프스타일 이주이다 인도에 대한 사례 연구로는 바라나시의 서구
인 장기체류자들을 참여관찰하면서 이들을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로 보고 그
라이프스타일의 특징을 분석한 코펠라(Korpela 2009)의 연구가 있다 바라
나시는 인도 악기를 배우는 장기체류자들이 집해 있는 곳인데 코펠라에
의하면 이들은 대부분 인도 악기를 연주하고 요가와 명상 자선사업을 하며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7
엄청난 시간을 친구들과 어울리는 데 쓴다 이들의 삶은 느리고 빡빡한 매
일의 일정이 없으며 물질적 소유는 적고 현재를 즐길 시간이 많다 코펠라
는 이들이 가능한 곳에서 더 나은 삶을 찾으며 물가가 싸고 영적sdot예술적
의미와 결부된 곳에서 더 나은 삶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이용하는 것이라
고 해석하였다
인도의 장기체류자들이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이동하는 방향성은
이렇게 해석할 수 있겠으나 문제는 라이프스타일 이주라는 개념은 이들이
고국에서 인도로 한 번 이주한 다음 영구히 정착한다는 인상을 준다는 것이
다 그러나 사실 인도의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들은 대부분 3~6개월짜리 관광
자 비자로 인도에 장기체류하는 여행자들이며 비자를 갱신하기 위해 이웃
나라를 방문하거나 돈을 벌거나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자주 고국으
로 귀국한다 또한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헬조선 탈출 여행자들은 이 글의
서두에서 보았던 것처럼 호주 등 선진국에서의 노동 다른 동남아 국가들에
서의 여행 등 다양한 이동 루트를 거친다
이처럼 오랜 기간 다양한 장소들을 떠돌다 보면 이들의 탈조선 여행 이후
의 삶은 어떻게 변화할까
6 탈조선 여행 이후의 삶의 변화
이 장에서는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을 했던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이들에게 나타나는 lsquo집rsquo의 의미 변화를 살펴본
뒤 이들의 이동성을 라이프스타일 여행 및 라이프스타일 이동성이라는 개
념과 연결 지어 살펴본다
1) lsquo집rsquo의 의미 변화
탈조선하여 떠도는 사람들에게 집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왜 그렇게
318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오래 돌아다니냐는 연구자의 질문에 현정은 이 글의 서두에 인용한 것처럼
ldquo집에 가기 싫어서요rdquo라는 답과 함께 이제는 집이 불편하다는 말까지 했다
ldquo이제 집에 가도 제가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닌 것 같아요 불편해요 그래서
또 나오고요 엄마가 밥을 하루에 3번씩 해주시는데 처음에 빵만 하루에
3번 먹으면 속이 거북한 그 느낌처럼 밥에서 그런 느낌이 나던데요rdquo
현정의 말은 2가지 생각해볼 문제를 남긴다 첫 번째는 한국 사람인 현정
이 밥을 먹으면 속이 거북하다는 지점이다 지금은 약간 옅어지기는 했지만
한국의 해외여행 역사상 언제나 여행 경험담의 중요한 부분이 되어왔던 것
은 며칠만 외국을 여행해도 김치와 된장찌개가 그립고 한국인이라면 역시
밥을 먹어야 힘이 난다는 정서 그리고 한국인을 만나서 김치에 소주를 함께
먹으며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공유했던 정겨운 경험 등이다 이와 비교
할 때 현정과 같은 청년들에게서는 지금까지 한국인에게 lsquo밥rsquo으로 체화되어
있던 한국적 정서와 정체성이 옅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한국적 정서와 정체성이 옅어지는 것은 공간적으로도 체험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이 두 번째 지점 즉 ldquo집에 가도 제가 있어야 할 자리
가 아닌 것rdquo처럼 불편하고 그래서 또 외국으로 나간다는 말이다 과거 많은
한국인 여행자들은 lsquo나의 집rsquo 그리고 이를 확장한 lsquo내 나라rsquo가 세상에서 가
장 편안한 곳이라고들 이야기해왔으며 여행작가 한비야처럼 여러 언어를
구사하고 외국여행을 많이 한 사람도 틈날 때마다 집과 고국에 대한 그리움
을 토로하곤 했다 이처럼 집과 고국은 한 사회적 인간의 근원이자 지향점으
로 체화되어 있었고 그것이 당연하게 여겨져 왔으나 오늘날 현정과 같은
젊은이들은 여기서 불편함을 느끼고 탈출까지 감행한다 이러한 인식은 달
희의 말에서도 잘 드러난다 달희는 요가 연습 도중에 갑자기 눈물이 나서
소품실에 들어가 울다 나온 적이 여러 번 있었다 나중에 연구자가 이유를
물어보자 ldquo집에 가면 할 일도 없고 가고 싶지 않아서rdquo 울었다고 하였다
달희는 ldquo한국에 있으면 내일 할 일뿐만 아니라 그 동안 해왔던 일과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rdquo며 부담감을 드러냈다
이처럼 탈조선 여행자들에게 가족들이 사는 집 그리고 고국은 점점 불편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9
한 곳이 되어가며 잠시 돈을 벌거나 비자를 연장하기 위해 혹은 의료 혜택
을 받기 위해서와 같은 실용적인 목적을 위해 들르는 곳으로 변화되어 간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이들은 지속적으로 떠돌거나 고국을 주 거주지
로 하면서도 외국을 계속 돌아다니는 이동성이 증대된 삶을 살게 된다
2) 이동성의 증가
헬조선 탈출 이후 현정처럼 노동과 장기체류라는 순환을 지속적으로 반
복하며 계속 장기여행 중인 사람도 있지만 장기여행을 끝낸 후 한 장소에
정착하여 사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다면 장기여행을 끝낸 후 탈조선 여행자
들의 삶은 어떻게 변화되며 어떠한 새로운 특징이 나타날까 본 연구에서
는 다음 2가지 패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 번째 패턴은 요가와 같이 특정한 활동을 중심으로 증가된 이동성과
직업적 경력을 연결시키는 것이다 달희의 경우 요가를 배우기 위해 수년째
한국-인도를 오가다가 도중에 결심하고 요가 강사가 되었다 연구자와 만났
을 당시 달희는 인도에 3번 왔던 상태였다 수개월씩 여러 장소에서 각기
다른 요가를 배우기를 3년간 반복하다가 2012년 7월부터는 3년간 쭉 방콕
에서 머물며 강사 트레이닝 코스를 밟았다 2015년에는 귀국하여 요가 강사
자리를 알아보는 한편 지속으로 태국 인도 등에서 요가 워크숍에 참석하고
있다
이처럼 헬조선 탈출 여행자 중 요가 수련자들은 리시케쉬를 포함하여
요가를 배우거나 수련할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하는 삶의 방식을 유지한다
계절과 선호하는 강사의 존재 여부 등 다양한 조건에 맞추어 인도 내에서
이동하기도 하고 요가의 새로운 내용이나 전수 방식을 외국의 강사에게 배
울 수 있거나 또 다른 머물기 좋은 장소가 발견되면 인도를 벗어나 다른
나라로 이동하기도 한다 서구인들에 비하면 한국인의 이동 범위는 좀 더
아시아 위주로 한정되어 있는데 주로 한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지내다가 가
320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끔 태국 등 동남아 국가의 요가 센터나 요가 워크숍에 참여하는 형태이다
물론 이동 중간중간에 워킹 홀리데이로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일하거나 한
국에서 일하며 여행 자금을 단기간에 마련하기도 한다
요가 수련자들이 이처럼 계속 요가를 배우며 이동하는 것은 더 나은 요가
강사가 되도록 하는 이동성 자본(mobility capital)(Bell 2013 24)으로 기능
할 수도 있다 벨은 끊임없이 돌아다니는 음악 연주자들을 라이프스타일 여
행자로 분류하면서 이들이 경제적 부 대신 개인적sdot직업적 풍요로움 등의
형태로 이동성 자본을 획득하였으며 이들이 영원히 혹은 가장 중요하게
닻을 내리는 것은 한 지리적 장소가 아니라 그들의 일이라고 분석한 바 있
다 이들의 이동성은 전문적 수련의 일부가 되며 이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이처럼 이동성이 성공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것은 요가 강사들
에게도 마찬가지인데 요가의 기원지인 인도에서 유명한 스승에게 배웠다는
것은 그 요가 강사의 진정성과 정통성 그리고 그 결과로서의 지식을 보증하
는 상징으로도 기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렇게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는
요가 수련자들은 더 나은 삶의 방식을 찾기 위해 여행하는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라기보다는 여행 자체가 삶의 방식인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라는 개념
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동 중인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에 대해 연구한 얼스킨과 앤더슨에 의
하면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에게 초기의 이동성은 집에서 탈출하거나 사회
적 압력과 기대를 피하기 위해 추구될 수 있지만 점점 자아 창조라는 의제
를 중심으로 하게 된다(Erskine and Anderson 2013 140-141) 요가 수련
자들도 초기에는 한국을 탈출하는 것이 목적이었다가 나중에는 점점 더 나
은 요가 수련자가 되는 데 집중한다는 점은 이런 특징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의 증가된 이동성이 이후의 삶을 변화시키는 두 번째 패턴은 첫 번째
패턴과 겹칠 수도 있는데 장기여행에서 귀국하여 한국이 주거주지가 되더
라도 마음만은 계속 탈조선 상태에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계속
단기여행을 다니는 식으로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면서 직업 인간관계를 이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1
전과는 다르게 조직하기도 한다 지연의 경우 귀국 후 외국인과 결혼했고
요가 강사가 되어 일 년에 보통 2~3회씩 일본 동남아 등지로 요가 워크숍을
가는 한편 1~2개월씩은 인도에서 요가를 수련한다 지연은 ldquo호주나 유럽
캐나다 같은 곳은 도시여도 자연이 있고 여유가 있고 비슷한 가치관을 중요
시하는 사람들 속에서 살고 싶은데 한국에선 뭐 하나 충족시켜주는 게 없는rdquo
현실에 대해 불평하였다 그러면서 ldquo기존 회사를 그만두고 요가만 하는 걸
로 결정한 것rdquo ldquo원치 않는 정신적 스트레스 관계 이런 걸 최대한 만들지
않는 쪽으로 생활반경을 컨트롤하는 것rdquo은 ldquo최대한 이 헬조선의 영향을 받
지 않는 생활rdquo을 영위하기 위함이며 ldquo이젠 제가 사는 방식을 바꿔서 제
생활반경만큼은 헬조선이 안 되도록 말뚝 박고 공간확보를 한 것 같다rdquo고
말했다
본 연구의 대상자들 중 아직 선진국으로의 이주에 성공한 사례는 없지만
이렇게 이동성을 증대시킨 삶을 사는 사례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7 결론
본 연구에서는 오늘날 한국 젊은이들의 장기여행 현상을 헬조선 담론과
연결시키고 그 동안의 관광이나 이주 개념으로 설명되지 않던 부분들을 이
동성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하였다
본 연구에서 발견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 젊은이들의 장기여행
은 한국의 사회구조와 문화에 대한 불만을 가진 청년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며 헬조선 담론을 잘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
기여행 혹은 탈조선 여행으로 부를 수 있다 둘째 탈조선 여행의 이동 경로
는 계급에 따라 이원화되어 나타난다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장기여행은 중
하류층 청년들이 한국이나 선진국에서의 노동-개발도상국에서의 장기체류
를 반복하는 양상으로 나타났다 셋째 헬조선 탈출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오래 머무는 인도에서 주로 추구하는 목표는 휴식 치유 자아 찾기를 통한
322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헬조선 해독 활동이라 할 수 있다 넷째 이들이 탈조선 여행을 마친 후 나타
나는 삶의 변화로는 집의 의미가 변화하고 이동성이 증가하는 패턴을 들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크게는 전 지구적 이동성의 증가 관광과 이주의 경계가
흐려지는 추세 오늘날 청년들이 노동시장 진입을 비롯하여 점점 더 사회로
부터 배제되고 있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현실 등이 맞물려 나타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이후에 나타나는
개인적sdot사회적 변화는 인류학적으로 아주 흥미로운 현상일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이론화를 위해서는 앞으로 다음 지점들에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이다
첫 번째는 탈조선 여행자 혹은 탈조선 여행에서 얻은 이동성 자본을 직업
으로 전환시킨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이 나이가 들어도 계속 그러한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서구에는 60대
70대 노인 중에도 그런 사람들이 많지만 이는 복지제도가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90년대 이후 증가한 한국의 장기여행자들 중에서는 아무리 lsquo자유
로운 영혼rsquo의 소유자라 해도 부모가 나이 들기 시작하면 자식이 병원비를
부담해야 하고 자신의 노후대책을 직접 마련해야 되기 때문에 당장의 생계
유지에 급급한 생활인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과거의 장기여행과는
달리 오늘날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은 한국에서의 직업적 기반이나
경력을 쌓지 못한 청년들의 여행이며 강력한 구심력을 가진 한국에서의 탈
출이다 따라서 이들이 한국으로 돌아와 생활인이 되는 것이 힘들다면 대안
적으로 어떠한 직업적 가족적 삶이 가능할 것인가
두 번째는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에 라이프스타일이라는 개념을 연
결시킬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연구자는 본문에서 탈조선 여행자들에 대
해 현존하는 개념 중 가장 가까운 라이프스타일 여행자 및 라이프스타일
이동성에 기대어 설명하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사실 라이프스타일은 소비를
중심으로 하는 개념이라는 점에서 생존을 위해 탈출한 사회에서 배제된
청년들을 분류 혹은 설명할 수 있는 명칭이 될 수 있는지 어떠한 다른 개념
으로 보완 확장이 가능한지는 향후 중요한 연구과제라 하겠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3
이러한 지점들에 유념하여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양상 및 그 결과
를 탐구하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의 이탈자들에 대한 성찰적 연구가 되는
것은 물론 전 지구적인 인간의 이동에 대한 새로운 이론을 확립하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다
논문접수일 2016년 5월 31일 논문심사일 2016년 7월 2일 게재확정일 2016년 7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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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7
ltKey conceptsgt Hell-Joseon long-term travel tourism migration lifestyle
migration lifestyle traveler lifestyle mobility
Long-term Travel as lsquoEscape from Hell-Joseon
A Research about Korean Travelers in India
Lee Minyoung14)
This research connects Korean young mens long-term travel with the
ldquoHell-Joseonrdquo discourse popular in Korea nowadays and explores the
so called lsquoescape from Hell-Joseonrsquo phenomenon and changes of their
lives after the trips with the concept of mobility since tourism and
migration cant explain it well A participant observation in India found
that the Korean long-term travelers are characteristic as the followings
1) Long-term travel is popular among the youth who complains about
the social structure and culture of Korea and their travel reflects the
ldquoHell-Joseonrdquo discourse So we can call this travel as escape from
Hell-Joseon 2) The travel routes of are differentiated according to the
class This research mainly deals with the circulation route of doing
physical labor in developed countries and relaxing in developing
countries popular among the lower middle class 3) Most of the travelers
often stay in India for a long time and their main purpose is
detoxification from Hell-Joseon through relaxation healing and
searching for the self 4) After they finish the long-term travel the
PhD Candidate Department of Anthropology Seoul National University
328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meaning of home is changed and their mobility is increased That
phenomenon seems to be entangled with the increasing global mobility
the blurring trend between tourism and migration and the structural
problem which excludes young men from entering the labor market and
the society in Korea Researching the backgrounds aspects and results
of escape from Hell-Joseon will be a reflective study about Korean
society and help to construct new theories about global movement of
people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05
2) 헬조선 담론과 장기여행
이 절에서는 헬조선 담론이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청년들의
장기여행을 이와 연결시켜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으로 바라보고자 한
다
lsquo헬조선rsquo은 2015년 한국을 가장 뜨겁게 달군 신조어 중 하나로 인터넷
사이트 lsquo디시인사이드rsquo의 역사 갤러리에서 처음 사용되고 주식 갤러리에서
본격적으로 활용되다가 광범위하게 퍼져나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헬조선은
오늘날의 한국을 전근대적 계급제 사회였던 조선에 빗대는 단어로 자기비
하적인 조소가 담겨 있어 기성세대에게는 불편하게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 단어에는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급격히 심화되고 있는 불평등 및 계급격
차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 의식이 배어 있으며 여기에서 파생된 lsquo탈조선(헬
조선 탈출)rsquo이라는 단어에는 이 나라가 싫고 차라리 다른 곳으로 떠나고
싶다는 청년들의 절절한 외침이 담겨 있다 이러한 단어들이 특히 청년들의
공감을 얻어 급속도로 퍼져나가고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는 현상에 주목해
야 하는 이유는 이 단어가 오늘날의 한국에 대한 사회적 인식 이로 인한
실천 그 결과로서의 사회변동을 더 잘 살펴볼 수 있는 렌즈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탈조선 현상은 통계적으로도 증명된다 헤럴드경제가 미 시민권
공개포럼 사이트인 아이작 브룩 소사이어티에 올라온 자료9)를 인용한 기사
에 의하면 한국은 전 세계 경제 강국들 가운데 해외 이민을 떠난 뒤 모국의
국적을 포기하는 비율이 가장 높다10)(헤럴드경제 2014년 4월 28일자) 더
충격적인 것은 아직 이민을 실행하지 못해 이 통계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9) 2012년 5월 23일 Eric이라는 필자가 2002~2010년 각 아시아 나라별 통계청 자료를 인용하여
아이작 브룩 소사이어티에 올린 글이다(The Isaac Brock Society 2012년 5월 23일)
10) 이 기사에 의하면 뉴질랜드는 인구 10만 명당 45명 홍콩은 25명 대만은 152명 싱가포르는
431명인데 비해 한국은 1680명으로 비교 대상 국가 중에서 압도적으로 많다 가까운 일본
(89명)과 비교하면 20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이 기사는 ldquo한국은 국적을 상실하는 사람이 연간
25000명으로 귀화자보다 많은 유일한 아시아의 선진국rdquo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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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을 갈 의향을 가졌거나 준비 중인 사람들은 더 많다는 자료이다 뉴시스
가 온라인 취업포털 lsquo사람인rsquo에서 2015년 11월 성인남녀 1655명을 대상으
로 이민 의향을 조사한 결과11)를 분석한 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786
가 ldquo이민을 갈 수 있다면 가고 싶다rdquo고 답했다 한국을 떠나고 싶은 가장
큰 이유로 응답자들은 lsquo일에 쫓기는 것보다 삶의 여유가 필요해서rsquo(564
복수응답)를 꼽았으며 lsquo대체로 근로조건이 열악해서rsquo(527) lsquo소득의 불평
등 문제가 심해서rsquo(474) lsquo직업 및 노후에 대한 불안감이 커서rsquo(474)
lsquo경쟁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싫어서rsquo(463) lsquo국가가 국민을 보호해주지 않
아서rsquo(444) lsquo해외의 선진 복지제도를 누리고 싶어서rsquo(307) 등의 응답
이 뒤를 이었다 실제로 응답자들의 479는 현재 이민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민국을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복지(412)였고
이어 문화(175) 일자리 여부(131) 소득수준(67) 기후 등 환경
(58) 등이 고려 대상이었다(뉴시스 2016년 1월 18일자)
이러한 통계자료 뒤에 숨어 있는 헬조선에 대한 젊은이들의 구체적인
인식과 실천은 lsquo헬조선rsquo이라는 사이트12)에서 볼 수 있다 이 사이트의 게시
판에는 ldquo내가 헬조선을 증오하게 된 이유rdquo ldquo생존이 목표가 되어버린 헬조
선rdquo ldquo금수저13)들이 똥수저에게 게으르다 훈계하는 이유rdquo ldquo기업업자들이
니들이 낸 세금을 털어먹는 방법rdquo ldquo헬조선에 충성한 자의 최후(빡침주의)rdquo
ldquo한국인은 그 사람 아버지 직업=그 사람 수준rdquo 등 한국 사회를 비판 풍자하
는 글들이 올라온다 이 게시물들을 보면 청년들이 한국을 지옥에 빗대어
헬조선이라 부르는 이유가 생존하기도 힘들 만큼 빡빡한 현실 고착화된 사
회구조적 불평등과 부정부패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청년들은 이 사이트에서
구체적인 탈조선 방법을 공유하기도 한다 용접이나 배관 컴퓨터 등의 기술
11) 이민 의향은 연령대별로는 30대(821)의 응답률이 가장 높았고 20대(80) 40대(724)
50대 이상(59) 순이었다 이민을 가고 싶은 나라 1위는 캐나다(168)였고 호주(16)
뉴질랜드(108) 미국(96) 독일(95) 스웨덴(69) 일본(63) 핀란드(49) 스위
스(47) 등의 순이었다(사람인 2016년 1월 18일자)
12) 사이트 이름은 lsquo헬조선rsquo이지만 URL 주소는 wwwhellkoreacom이다
13) 사람을 가진 자산에 따라 금수저 은수저 동수저 흙수저 등으로 나누는 lsquo수저계급론 담론은
2015년부터 lsquo헬조선 담론과 함께 한국 사회의 현실을 고발하는 담론으로 크게 유행했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07
을 배워 미국 캐나다 호주 등의 선진국으로 이민 가는 방법에 대한 질문과
답 체험사례도 올라온다
그러나 위에서 인용한 것처럼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선진국으로의 이민만
을 탈조선이라고 할 수는 없다 현실적으로 선진국으로의 이민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높은 영어 점수와 자격증 경력 등의 스펙 및혹은 통장 잔고 증명
이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현실에 좌절한 젊은이들 중에는 일단
한국을 떠나 있기 위해 혹은 영어도 공부하고 스펙을 쌓을 자금도 마련하기
위해 워킹 홀리데이와 같이 노동을 포함한 장기여행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
가 많다 이 글의 서두에서 인용한 현정의 사례처럼 여러 선진국에서의 워
킹 홀리데이와 인도 동남아에서의 장기체류를 반복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점에서 미디어에 재현되는 것처럼 목적지를 명확하게 정하고 필요
한 자격요건을 획득하여 이민이라는 과업을 완수하는 사례는 오늘날 증가하
고 있는 헬조선 탈출 현상 중 극히 일부라고 할 수 있다 본 연구의 연구대상
자들이 가졌던 한국에 대한 불만이 헬조선 담론과 유사하며 이러한 헬조선
을 탈출하는 방법으로 장기여행을 택했다는 점에서 이들의 실천을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혹은 탈조선 여행으로 부르고자 한다 이러한 탈조선
여행 현상을 총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성공한 이민 사례에만 주목하는
시각에서 벗어나 다양한 이동 경로와 복잡한 과정 모두를 탈조선 실천의
일부로 보고 그 새로운 이동성의 양상을 파악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4 탈조선 여행의 이동 양상
이 장에서는 탈조선 여행의 이동 경로와 복잡한 과정을 구체적으로 파악
하고 그것이 계급에 따라 분화되어 있음을 보인 후 특히 중하류층 청년들
이 어떻게 선진국에서의 노동-개발도상국에서의 여행을 반복하는지를 살펴
본다
308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1) 계급에 따른 이동 경로의 분화
먼저 헬조선 탈출이 계급과는 상관없이 수많은 한국 청년들에게 공감되
는 꿈이라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 2015년에 솔직한 제목과 내용으로 크게
주목 받았던 소설의 일부분을 살펴보자
왜 한국을 떠났느냐 두 마디로 요약하면 한국이 싫어서지 세 마디로 줄이
면 여기서는 못 살겠어서 무턱대고 욕하진 말아줘 내가 태어난 나라라도 싫어
할 수는 있는 거잖아 (10쪽) hellip 이제 내가 호주로 가는 건 한국이 싫어서가 아
니라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야 아직 행복해지는 방법은 잘 모르겠지만 호주에
서 더 쉽게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는 직감이 들었어 (161쪽) hellip 나더러 왜 조국
을 사랑하지 않느냐고 하던데 조국도 나를 사랑하지 않았거든 솔직히 나라는 존
재에 무관심했잖아 나라가 나를 먹여주고 입혀주고 지켜줬다고 하는데 나도 법
지키고 교육받고 세금 내고 할 건 다 했어 (170쪽)
- 장강명(2015) 985172한국이 싫어서985173 중에서
이 소설은 한국에서 자신의 미래를 비관하는 20대 후반의 여성이 회사를
그만두고 호주로 이민을 떠난 사정을 들려주는 대화 형식의 이야기이다 주
인공은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를 다녔던 평범한 20대 청춘이다 주인공은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했지만 이 나라에서는 행복하지 않았고 결국 한국
이 싫어서 선진국인 호주로 떠났다고 말한다 이러한 주인공의 사연은 한국
의 대표적인 신문사의 사회부 등에서 기자로 일했던 저자가 치 한 취재를
바탕으로 그려낸 가장 사실적이면서도 평균적인 탈조선의 꿈이라 할 수 있
다
평범한 주인공이 이런 실천을 하는 모습에서 볼 수 있듯 헬조선 탈출은
한국 청년들에게 널리 퍼져 있는 욕망이며 한 인터뷰 대상자의 말을 빌리자
면 ldquo요즘 모여서 얘기하면 태반은 탈조선을 꿈꾼다rdquo 그러나 다 함께 꾸는
꿈도 각자의 계급과 이용 가능한 자원에 따라 실천 가능한 형태가 정해지는
것이 현실이다 가족의 자본과 본인의 학력자본이 높은 중상류층 출신 청년
들은 선진국에서 교환학생-유학을 거친 후 한국 혹은 선진국에서의 취업-선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09
진국으로의 이민이라는 경로를 많이 취하는 반면 자본이 부족한 중하류층
청년들은 한국 혹은 호주 뉴질랜드 등의 서구 선진국에서 노동하여 돈을
번 후 인도 태국 등의 아시아 개발도상국에서 장기여행을 하는 패턴을 반
복하는 이원화된 구조가 나타났다
이 글에서는 중하류층 청년들의 탈조선 현실에 초점을 맞출 것이지
만 더 입체적인 비교를 위해 잠시 중상류층의 사례를 살펴보자 화장품을
사거나 식도락 여행을 위해 종종 일본에 가는 진희(2016년 현재 24세 여)는
한국에서 태어난 것을 한탄하며 탈조선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는 대
학생이다 진희는 양친 모두가 안정된 직업을 갖고 있고 매년 2~4주씩 4인
가족이 해외로 자유여행을 갈 정도의 경제적 문화적 자본을 갖추고 있는
중산층이며 한국 최고의 학벌을 취득하는 등 모든 면에서 부족함이 없는데
왜 탈조선을 원할까 이러한 연구자의 질문에 진희는 ldquo객관적인 지표는 그
렇긴 한데 주관적인 느낌의 차원에서 가망이 없다고 많이 느낀다rdquo ldquo제가
언제든 비정규직이 될 수 있고 밑바닥으로 떨어지는 거 순식간일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rdquo고 답했다 진희는 대학에서도 좋은 학점을 4년 내내 받으며
성공적인 궤도를 달려왔다 그러나 ldquo학벌주의 사회와 경쟁적인 분위기와 과
도한 학습노동rdquo이 너무나 힘들었고 ldquo헬조선 때문에 소중한 청소년기 성장
기가 박탈당했다는 억울함과 분노가 있다rdquo고 하였다 ldquo고등학교 들어가면서
부터는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꼼짝없이 야자(야간자율학습)rdquo를 하였고
대학에 한 번에 붙어야 ldquo이 다시 겪고 싶지 않은 끔찍한 시간rdquo을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아 점심 식사 저녁 식사를 모두 포기하고 간식으로 대충 때우
며 인강(인터넷 강의)을 들었다 진희는 스스로 ldquo자기착취의 주체rdquo가 되어
ldquo모든 에너지와 시간 등등을 싸그리 수단화해서rdquo ldquo학습노동rdquo에만 매달렸다
고 회고한다 진희의 사례는 한국에서는 성공적인 궤도를 달리고 있는 것처
럼 보이는 청년들도 경쟁적인 사회 분위기에 질려 탈조선을 희망할 수 있다
는 것을 보여준다
진희는 중학교 때 985172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985173(홍세화 1995)라는 책을 읽
었는데 프랑스의 교육제도와 사회보장제도 하에서는 ldquo한국처럼 젊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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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 찌들어 살고 노후 걱정하고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게 부러웠고rdquo ldquo나는
어쩌다 우연히 한국에 태어났을 뿐인데 왜 그런 우연한 국적에 발목 잡혀서
힘들게 살아야 하나rdquo 하고 생각했다 대학 시절에는 프랑스어를 배운 후 1학
기 동안 프랑스로 교환학생을 다녀왔다 졸업 후에는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대학원을 다닐 계획이다 진희처럼 부모의 지원으로 좋은 학벌을 취득하고
빨리 탈조선의 방법과 방향을 정하며 대학을 다니면서도 노동에 매달리지
않고 공부에만 몰입할 수 있고 덕분에 외국어라는 유용한 자원을 효율적으
로 습득한 경우 ldquo탈조선 방식으로 유학을 택하는 것rdquo이 가능하다
한국에는 진희와 같은 중상류층 젊은이들이 많이 있으며 이들은 주로
유럽이나 북미의 선진국에서 교환학생이나 유학을 통해 장기체류하는 경로
를 취한다 중상류층 중 인도에서 장기체류하는 경우는 요가나 명상을 깊이
배우려는 목적에서가 대부분이며 인도를 찾는다 해도 그 이후의 삶은 앞으
로 서술할 중하류층 청년들과 크게 다르다 스스로를 ldquo금수저rdquo라고 말하지
만 인도에서 몇 번 장기체류를 했던 지연(2016년 현재 38세 여)의 경우가
그런 독특한 사례이다 아버지가 의사이고 어머니는 교양 있는 주부인 집안
에서 자라며 음악을 전공했던 지연은 이렇게 얘기했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유학을 가는 게 당연한 코스였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그렇
게 생각했었고 어느 날 문득 심한 회의가 들었고 내가 재능이 아무리 많고 아무
리 열심히 해서 유학 갔다 오고 교수가 된다 한들 작은 방에서 하루 종일 나 같
은 아이들 가르치며 햇빛도 보지 못하고 썩은 얼굴로 살겠구나 돈이나 명예가
있으면 뭐하나 인간 삶의 질이 엉망이겠구나
ldquo한국에 있으면 무엇을 해도 마찬가지rdquo일 것이라고 생각한 지연은 부모
의 후원을 받아 독일로 가서 고등학교를 다녔고 스위스에서 대학을 졸업했
다 졸업 후에는 ldquo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그 사회에서 사는 게 너무 끔찍
하게rdquo 느껴져서 태국에서 7년 가까이 직장 생활을 하였고 요가를 배웠다
지연은 고등학교 때부터 탈조선하여 계속 외국에서 지냈으며 영어와 독일
어를 유창하게 구사했지만 한국적인 삶의 방식과 성공을 요구하는 부모와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1
끝없이 충돌했다 몸은 한국에서 벗어나 있더라도 한국과 가족 등의 끈으로
묶여 있는 한 마음은 한국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결국 몇 번의 대형 충돌
을 거친 뒤 매년 인도에서 수개월씩 체류하며 마음만은 탈조선한 상태로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위의 두 사례를 보면 한국에서는 남들이 모두 부러워할 만큼 많은 자본을
가진 20대 중반의 젊은이도 스스로를 금수저라 인식하는 30대 후반의 젊은
이도 ldquo젊어서도 일에 찌들어 살고 노후 걱정rdquo해야 하는 삶 경쟁이 극심한
한국에서 사는 것을 끔찍하게 인식하며 탈조선을 꿈꾸고 실천한다는 사실
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중상류층 출신인 이들에게는 부모가 가진 자원과
그 도움으로 획득한 자신의 문화자본 덕분에 탈조선의 실천이 상대적으로
쉬운 것도 사실이다
2) 중하류층 청년들의 노동-장기여행 반복
그렇다면 중하류층 젊은이들의 탈조선 여행 이동 루트는 어떠할까 이
글의 서두에서 현정이 말한 대로 많은 청년들이 호주에서 수 개월간 일을
해서 한국에서보다 많은 돈을 벌고 그 돈으로 호주 동남아 인도를 여행한
다 그리고 돈이 떨어지면 다시 호주 혹은 다른 워킹 홀리데이 국가로 가서
돈을 벌고 다시 그 돈으로 아시아 국가들을 여행한다
리시케쉬에서 만난 한국 청년 중 가장 길게 여행 중인 현정의 구체적인
이동 경로는 다음과 같다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했던 현정은 졸업 후 ldquo취직
이 되지 않아rdquo 인도를 3개월간 여행했다 그 후 호주에 워킹 홀리데이로
가서 1년간 일한 뒤 동남아를 장기여행 했다 그 후 다시 호주에 워킹 홀리
데이로 가서 또 1년간 일했고 그 후에는 다시 동남아를 장기여행한 후 인도
에 왔다 비자가 만료되자 네팔에서 2개월간 머문 뒤 새 비자를 받아 다시
인도에 왔고 리시케쉬에서 1개월짜리 강사 트레이닝 코스를 마쳤다 현정
은 한동안 요가 수련을 한 후 뉴질랜드에 워킹 홀리데이로 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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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이상 계속 외국을 떠돌고 있는 셈이었다
현정의 부연설명처럼 수 년 전부터 동남아에는 ldquo집에 3~4년씩 안 들어간
애들rdquo ldquo집에 가기 싫은 애들rdquo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배낭여행 중에는 이런
청년들을 쉽게 만날 수 있으며 여행 중에 만나는 사람들 그리고 워킹 홀리
데이 안내서 동남아 여행기 블로그 페이스북 등을 통해 이들에 대한 간접
적인 이야기도 수없이 들을 수 있다
현정처럼 한국에 거의 들어오지 않고 쭉 여행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중간중간에 한국에 들어와 회사를 다니며 돈을 모은 뒤 다시 나가는 경우도
있다 주로 쉽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자격증을 가진 경우인데 유정(2011
년 당시 32세 여)의 경우 2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청소년 상담사 자격증을
딴 후 3년 반 동안 회사를 다녔다 그 후 호주로 1년간 워킹 홀리데이를
나갔다가 들어와서 다시 1년간 회사를 다녔다 그 후 캐나다로 워킹 홀리데
이를 가려고 신청했다가 떨어진 후 장기여행을 준비하다가 다시 취직했고
1년 반 동안 일하다가 장기여행을 시작했다 이번 여행은 현재 10개월째인
데 동남아에서 수 개월간 쉬고 단동에서 15개월간 자원봉사를 하고 운남
성에서 15개월간 태극권을 배운 후 다시 15개월간 동남아와 인도를 여행
했고 인도에서 2개월간 요가를 배운 후 육로로 이집트까지 여행할 예정이
다
현정 유정과 같은 청년들의 생애사를 들어보면 학벌이나 학력 자격증
부모의 직업 등 많은 면에서 내세울 것도 도움 받을 네트워크도 없었으며
자신의 힘으로 삶을 헤쳐 나갔다 3장에서 살펴본 것처럼 가진 것이 없다
보니 존중받지 못했거나 취직이 되지 않아 주변의 눈치를 봐야 했으며 죽
도록 과로하거나 불합리한 조직문화에 시달리면서도 노동을 하며 살아야
했다 현정처럼 차라리 선진국에서 육체노동을 하며 돈을 많이 벌거나 유정
처럼 ldquo죽었다 생각하고rdquo 한국에서 1년 정도 일을 하고 나면 쉬고 싶고 그새
망가진 몸을 고치고 싶고 자신이 누구인지 천천히 생각도 해보고 싶어진다
전 세계적으로 볼 때 한정된 돈으로 오랜 시간을 보내며 이러한 목적을
추구할 수 있는 최적의 여행지는 인도로 알려져 있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3
5 인도에서의 헬조선 해독 활동
이 장에서는 한국 청년들이 인도에서 장기체류하면서 추구하는 목표가
휴식 치유 자아 찾기를 통한 lsquo헬조선 해독(解毒)rsquo임을 보인 후 인도가 이런
활동을 하기 좋은 이유는 무엇인지 알아본다
먼저 탈조선하여 인도에 온 청년들이 가장 많이 추구하는 활동인 휴식
치유 자아 찾기가 어떠한 맥락에서 나타나는지를 다음 사례들을 통해 살펴
보자
달희는 리시케쉬에 왜 왔냐는 연구자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ldquo나는
여기가 쉴 수 있는 곳일 거란 기대를 가지고 처음에 왔어요 밖으로의 여행
이 아니라 내 안으로의 여행 내가 처음에 인도를 선택하면서 내 마음속으로
되뇌었던 것이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이 말을 계속 했었어요rdquo
달희는 휴식과 자아 찾기를 위해 인도에 왔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것은
과로할 수밖에 없는 직장생활 그로 인해 병든 몸을 치유하는 것과 접한
관계를 갖고 있었다 달희에 의하면 이러한 욕망을 갖게 된 것은 회사 생활
을 하면서 ldquo착취당하면서도 표현도 못 하고 그렇다고 부하 직원들을 쥐어
짤 성격도 안 되고 해서 아주 화병 같은 게 단단히 들고 몸도 너무 고단해서
망가졌기rdquo 때문이다 30세 무렵에는 교통사고가 나서 구안와사(口眼喎斜)
즉 입이 한쪽으로 돌아가는 증상이 왔다 그러나 달희는 여전히 일을 하였
고 계속 일을 하다 유방섬유선종 자궁근종 무릎middot발목 등의 원인불명 통증
척추측만증 두통 소화불량 관절 통증 등을 앓게 되었다 결국 41세에는
더 이상 회사를 다닐 수 없어 요가를 하면서 몸을 고치기 위해 리시케쉬로
오게 되었다
달희의 생애사에서 보이는 것처럼 과로 심신의 질환 자아를 잃었고 왜
사는지 모르겠다는 느낌이 긴 하게 엮여 나타나다가 탈조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한국인 장기여행자들에게 흔한 서사이다 인도의 장기여행자 중 보기
드물게 성공적인 궤도를 달리는 듯했지만 역시 같은 이유로 탈조선한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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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의 사례도 이를 잘 보여준다
관욱(2011년 당시 26세 남)은 서울의 일류 공과대학의 4학년이었다 관
욱은 4학년 여름까지 취직을 위해 인턴 과정을 밟고 있었고 취직 시험에서
최종 면접을 몇 개 남겨둔 상태였다 고등학교 때 985172지구별 여행자985173(류시화
2002)를 읽은 이후 막연히 배낭여행을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가지고 있었지만 주변 사람들은 다들 대학원에 가거나 빨리 취직하는 분위
기였고 해외에 간다고 해도 유럽으로 아니면 유명 대학의 프로그램이나
어학연수에 가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계속 고민하다가 전자공학 전공자에
대한 수요가 많아 취업 걱정이 없다는 점 지금 못 가면 40~50대 때 후회할
것 같다는 점 회사에 한 번 들어가면 회사를 그만두지 않는 한 6개월짜리
여행은 할 수 없다는 점을 생각했다 관욱은 취업 준비를 모두 그만두고
면접도 포기하고 여름 내내 육체노동을 하면서 인도 여행 자금을 모았다
관욱은 늘 아침밥만 먹고 점심 저녁은 굶으면서 공부했다 전공 5~6개 과목
의 시험이 매 학기 각각 4번씩이나 있고 프로그램 프로젝트를 2개씩 하다
보니 항상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관욱은 ldquo어쩌면 스트레스 받는데 의식
못 했을 수도 있었다rdquo고 회고한다 관욱은 ldquo한국에서는 시험이나 프로젝트
가 늘 마음에 있었고rdquo 회사 면접을 보면서는 ldquo연봉보다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rdquo 하는 고민에 계속 마음이 무거웠다 그러
다가 인도에 오기 전에 몸이 아파 병원에 들렀고 놀랍게도 20대 중반의
나이에 위궤양 빈혈 고혈압 진단을 받았다 관욱은 인도에 오게 된 계
기를 다음과 같이 털어놓았다
한편으로 기대한 바는 한국 문화에서 떨어져 있고 싶었어요 어떤 사회적 자
아 그렇게 형성된 자아가 너무 세서 내 내면의 목소리라는 걸 들어볼 생각도 안
하고 들어보지도 못했어요 작은 거라도 그래서 여기서 나가보면 내가 직접 느껴
볼 수 있지 않을까 절실히 필요하면서도 내 내면의 목소리 이런 게 너무 피상적
으로 느껴졌었죠
관욱이 인도로 탈조선하면서 가장 바란 것은 한국 문화 사회적 자아에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5
매몰된 내면의 목소리를 찾는 것 즉 자아 찾기였으며 이것은 망가진 몸을
치유하고 휴식을 취하는 것과 접하게 엮여서 나타났다 관욱은 한국에서
는 성공을 향한 길을 안정적으로 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진정으
로 원하는 일을 하지 못하고 몸의 요구나 내면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바쁘게
살아야 하는 한국 문화에 순응하며 살아오다가 문득 몸이 망가진 것을 발견
했다 관욱은 연구자와 나눈 대화 속에서 ldquo쉬고 싶다rdquo는 표현을 끝없이 계속
했다 가이드북에서 리시케쉬 부분을 펼쳤을 때 ldquo락쉬만줄라에 노을 지는
장면 사진이 나왔는데 이것을 보고 여기서는 여유롭게 시간을 가져도 좋겠
다 한국에선 잘 못 가지는 시간이니까rdquo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였으며
오기 전에 ldquo가서 어떤 식으로든 순간을 즐길 수 있음 그럴 수 있기만 하면
좋겠다rdquo 하고 생각했다고 하였다 리시케쉬에 도착해서는 ldquo여기서는 순간을
한 번 그렇게 지내보자 한국에선 걱정이 너무 많으니까 시험이나 프로젝트
가 늘 마음에 있으니까 여기선 햇볕 산책 다 해보자rdquo 하고 결심했다고 하였
다
이처럼 많은 한국 청년들이 휴식에 대한 갈망을 표현하였다 이번 여행의
목적을 묻는 연구자에게 유정은 이렇게 대답했다 ldquo계속 다니면서 나를 더
들여다보는 거죠 나는 누구인가 10대 때 고민했던 거 다시 한 번 그래서
이렇게 좀 다니면서 생각 좀 많이 하면서 그래서 좀 스스로 좀 내면적으로
좀 강해졌음 좋겠다 그리고 현실에서 탈피하고 싶고 그게 좀 안 돼요 일만
하면 일만 생각해요rdquo
유정 또한 탈조선의 계기를 ldquo나를 들여다보는 것rdquo 즉 자아 찾기라고 얘기
하고 있으며 그것을 현실 탈피와 내면이 강해지는 것과 연결시키고 있다
유정은 한국에서 회사 문화의 불합리함 인간관계에 의한 스트레스로 폭식
증 소화불량 단기간에 25kg이라는 급격한 체중 증가 그리고 이로 인한
무릎 허리 목의 통증에 시달렸다 그래서 휴식과 치유가 절실하여 탈조선
하게 되었고 몇 달간 푹 쉰 뒤에는 ldquo다시 사회에 돌아갔을 때 그런 스트레스
나 이런 것들에 대해서 사람관계에서 오는 것들은 내가 좀 커트할 수 있는
사람rdquo이 되고 싶어 요가를 시작했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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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례들이 보여주는 바처럼 한국 청년들이 헬조선을 탈출하는 이유
는 휴식 치유 자아 찾기를 통한 헬조선 해독이 너무나 절실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활동을 다른 곳도 아니고 인도에서 하는 것일까
앞의 사례에서 달희는 휴식 자아 찾기의 욕망을 인도에서 추구하게 된
이유로 ldquo인도는 한국에서 지내는 것보다 한 달에 쓰는 생활비가 더 적을
거라는 생각rdquo ldquo일을 하지 않고 요가만 하면서 먹고 자고 할 수 있고rdquo ldquo인도
는 요가의 본고장이기 때문이라는 믿음rdquo이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다른
사람들이 인도에 온 계기도 대부분 이와 비슷하다
달희가 말한 것처럼 이러한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저렴한 물가이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유럽이나 미국에서 장기체류를 하지
않는 핵심 원인은 물가가 비싸 오래 머물 수가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 최대
한 많은 것을 볼 수 있도록 하루하루 빡빡한 일정을 짜고 꼭 필요한 날수만
큼만 머물게 되는 이런 선진국으로는 휴식을 취하러 가지 못한다 그러나
인도 리시케쉬에서는 300~500달러만 있으면 한 달간 깔끔한 싱글룸에서
묵으며 최고의 요가 수업을 받고 여유롭게 식사와 간식을 즐기며 지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좋은 자연환경과 문화적 매력까지 있다 리시케쉬는 갠지
스강과 히말라야 산맥이 만나는 성지로서 자연환경이 아름답고 요가의 본
고장답게 훌륭한 요가 수업들이 많이 있다 달희의 말처럼 ldquo요가만 하면서
먹고 자고 할 수 있는rdquo 최적의 환경인 것이다 이러한 환경은 여행 가이드북
과 여행자들이 남긴 여행기에도 잘 기술되어 있으며 실제로 놀라운 치유의
효과를 낳는다 이러한 소문은 수많은 여행자들을 유혹한다
이처럼 개발도상국에서 장기체류하는 선진국의 여행자들에 대해 그러한
이동의 핵심 원인이 더 나은 삶의 질을 위한 것이라고 보고 개념화한 것이
바로 라이프스타일 이주이다 인도에 대한 사례 연구로는 바라나시의 서구
인 장기체류자들을 참여관찰하면서 이들을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로 보고 그
라이프스타일의 특징을 분석한 코펠라(Korpela 2009)의 연구가 있다 바라
나시는 인도 악기를 배우는 장기체류자들이 집해 있는 곳인데 코펠라에
의하면 이들은 대부분 인도 악기를 연주하고 요가와 명상 자선사업을 하며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7
엄청난 시간을 친구들과 어울리는 데 쓴다 이들의 삶은 느리고 빡빡한 매
일의 일정이 없으며 물질적 소유는 적고 현재를 즐길 시간이 많다 코펠라
는 이들이 가능한 곳에서 더 나은 삶을 찾으며 물가가 싸고 영적sdot예술적
의미와 결부된 곳에서 더 나은 삶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이용하는 것이라
고 해석하였다
인도의 장기체류자들이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이동하는 방향성은
이렇게 해석할 수 있겠으나 문제는 라이프스타일 이주라는 개념은 이들이
고국에서 인도로 한 번 이주한 다음 영구히 정착한다는 인상을 준다는 것이
다 그러나 사실 인도의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들은 대부분 3~6개월짜리 관광
자 비자로 인도에 장기체류하는 여행자들이며 비자를 갱신하기 위해 이웃
나라를 방문하거나 돈을 벌거나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자주 고국으
로 귀국한다 또한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헬조선 탈출 여행자들은 이 글의
서두에서 보았던 것처럼 호주 등 선진국에서의 노동 다른 동남아 국가들에
서의 여행 등 다양한 이동 루트를 거친다
이처럼 오랜 기간 다양한 장소들을 떠돌다 보면 이들의 탈조선 여행 이후
의 삶은 어떻게 변화할까
6 탈조선 여행 이후의 삶의 변화
이 장에서는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을 했던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이들에게 나타나는 lsquo집rsquo의 의미 변화를 살펴본
뒤 이들의 이동성을 라이프스타일 여행 및 라이프스타일 이동성이라는 개
념과 연결 지어 살펴본다
1) lsquo집rsquo의 의미 변화
탈조선하여 떠도는 사람들에게 집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왜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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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돌아다니냐는 연구자의 질문에 현정은 이 글의 서두에 인용한 것처럼
ldquo집에 가기 싫어서요rdquo라는 답과 함께 이제는 집이 불편하다는 말까지 했다
ldquo이제 집에 가도 제가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닌 것 같아요 불편해요 그래서
또 나오고요 엄마가 밥을 하루에 3번씩 해주시는데 처음에 빵만 하루에
3번 먹으면 속이 거북한 그 느낌처럼 밥에서 그런 느낌이 나던데요rdquo
현정의 말은 2가지 생각해볼 문제를 남긴다 첫 번째는 한국 사람인 현정
이 밥을 먹으면 속이 거북하다는 지점이다 지금은 약간 옅어지기는 했지만
한국의 해외여행 역사상 언제나 여행 경험담의 중요한 부분이 되어왔던 것
은 며칠만 외국을 여행해도 김치와 된장찌개가 그립고 한국인이라면 역시
밥을 먹어야 힘이 난다는 정서 그리고 한국인을 만나서 김치에 소주를 함께
먹으며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공유했던 정겨운 경험 등이다 이와 비교
할 때 현정과 같은 청년들에게서는 지금까지 한국인에게 lsquo밥rsquo으로 체화되어
있던 한국적 정서와 정체성이 옅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한국적 정서와 정체성이 옅어지는 것은 공간적으로도 체험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이 두 번째 지점 즉 ldquo집에 가도 제가 있어야 할 자리
가 아닌 것rdquo처럼 불편하고 그래서 또 외국으로 나간다는 말이다 과거 많은
한국인 여행자들은 lsquo나의 집rsquo 그리고 이를 확장한 lsquo내 나라rsquo가 세상에서 가
장 편안한 곳이라고들 이야기해왔으며 여행작가 한비야처럼 여러 언어를
구사하고 외국여행을 많이 한 사람도 틈날 때마다 집과 고국에 대한 그리움
을 토로하곤 했다 이처럼 집과 고국은 한 사회적 인간의 근원이자 지향점으
로 체화되어 있었고 그것이 당연하게 여겨져 왔으나 오늘날 현정과 같은
젊은이들은 여기서 불편함을 느끼고 탈출까지 감행한다 이러한 인식은 달
희의 말에서도 잘 드러난다 달희는 요가 연습 도중에 갑자기 눈물이 나서
소품실에 들어가 울다 나온 적이 여러 번 있었다 나중에 연구자가 이유를
물어보자 ldquo집에 가면 할 일도 없고 가고 싶지 않아서rdquo 울었다고 하였다
달희는 ldquo한국에 있으면 내일 할 일뿐만 아니라 그 동안 해왔던 일과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rdquo며 부담감을 드러냈다
이처럼 탈조선 여행자들에게 가족들이 사는 집 그리고 고국은 점점 불편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9
한 곳이 되어가며 잠시 돈을 벌거나 비자를 연장하기 위해 혹은 의료 혜택
을 받기 위해서와 같은 실용적인 목적을 위해 들르는 곳으로 변화되어 간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이들은 지속적으로 떠돌거나 고국을 주 거주지
로 하면서도 외국을 계속 돌아다니는 이동성이 증대된 삶을 살게 된다
2) 이동성의 증가
헬조선 탈출 이후 현정처럼 노동과 장기체류라는 순환을 지속적으로 반
복하며 계속 장기여행 중인 사람도 있지만 장기여행을 끝낸 후 한 장소에
정착하여 사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다면 장기여행을 끝낸 후 탈조선 여행자
들의 삶은 어떻게 변화되며 어떠한 새로운 특징이 나타날까 본 연구에서
는 다음 2가지 패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 번째 패턴은 요가와 같이 특정한 활동을 중심으로 증가된 이동성과
직업적 경력을 연결시키는 것이다 달희의 경우 요가를 배우기 위해 수년째
한국-인도를 오가다가 도중에 결심하고 요가 강사가 되었다 연구자와 만났
을 당시 달희는 인도에 3번 왔던 상태였다 수개월씩 여러 장소에서 각기
다른 요가를 배우기를 3년간 반복하다가 2012년 7월부터는 3년간 쭉 방콕
에서 머물며 강사 트레이닝 코스를 밟았다 2015년에는 귀국하여 요가 강사
자리를 알아보는 한편 지속으로 태국 인도 등에서 요가 워크숍에 참석하고
있다
이처럼 헬조선 탈출 여행자 중 요가 수련자들은 리시케쉬를 포함하여
요가를 배우거나 수련할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하는 삶의 방식을 유지한다
계절과 선호하는 강사의 존재 여부 등 다양한 조건에 맞추어 인도 내에서
이동하기도 하고 요가의 새로운 내용이나 전수 방식을 외국의 강사에게 배
울 수 있거나 또 다른 머물기 좋은 장소가 발견되면 인도를 벗어나 다른
나라로 이동하기도 한다 서구인들에 비하면 한국인의 이동 범위는 좀 더
아시아 위주로 한정되어 있는데 주로 한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지내다가 가
320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끔 태국 등 동남아 국가의 요가 센터나 요가 워크숍에 참여하는 형태이다
물론 이동 중간중간에 워킹 홀리데이로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일하거나 한
국에서 일하며 여행 자금을 단기간에 마련하기도 한다
요가 수련자들이 이처럼 계속 요가를 배우며 이동하는 것은 더 나은 요가
강사가 되도록 하는 이동성 자본(mobility capital)(Bell 2013 24)으로 기능
할 수도 있다 벨은 끊임없이 돌아다니는 음악 연주자들을 라이프스타일 여
행자로 분류하면서 이들이 경제적 부 대신 개인적sdot직업적 풍요로움 등의
형태로 이동성 자본을 획득하였으며 이들이 영원히 혹은 가장 중요하게
닻을 내리는 것은 한 지리적 장소가 아니라 그들의 일이라고 분석한 바 있
다 이들의 이동성은 전문적 수련의 일부가 되며 이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이처럼 이동성이 성공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것은 요가 강사들
에게도 마찬가지인데 요가의 기원지인 인도에서 유명한 스승에게 배웠다는
것은 그 요가 강사의 진정성과 정통성 그리고 그 결과로서의 지식을 보증하
는 상징으로도 기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렇게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는
요가 수련자들은 더 나은 삶의 방식을 찾기 위해 여행하는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라기보다는 여행 자체가 삶의 방식인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라는 개념
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동 중인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에 대해 연구한 얼스킨과 앤더슨에 의
하면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에게 초기의 이동성은 집에서 탈출하거나 사회
적 압력과 기대를 피하기 위해 추구될 수 있지만 점점 자아 창조라는 의제
를 중심으로 하게 된다(Erskine and Anderson 2013 140-141) 요가 수련
자들도 초기에는 한국을 탈출하는 것이 목적이었다가 나중에는 점점 더 나
은 요가 수련자가 되는 데 집중한다는 점은 이런 특징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의 증가된 이동성이 이후의 삶을 변화시키는 두 번째 패턴은 첫 번째
패턴과 겹칠 수도 있는데 장기여행에서 귀국하여 한국이 주거주지가 되더
라도 마음만은 계속 탈조선 상태에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계속
단기여행을 다니는 식으로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면서 직업 인간관계를 이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1
전과는 다르게 조직하기도 한다 지연의 경우 귀국 후 외국인과 결혼했고
요가 강사가 되어 일 년에 보통 2~3회씩 일본 동남아 등지로 요가 워크숍을
가는 한편 1~2개월씩은 인도에서 요가를 수련한다 지연은 ldquo호주나 유럽
캐나다 같은 곳은 도시여도 자연이 있고 여유가 있고 비슷한 가치관을 중요
시하는 사람들 속에서 살고 싶은데 한국에선 뭐 하나 충족시켜주는 게 없는rdquo
현실에 대해 불평하였다 그러면서 ldquo기존 회사를 그만두고 요가만 하는 걸
로 결정한 것rdquo ldquo원치 않는 정신적 스트레스 관계 이런 걸 최대한 만들지
않는 쪽으로 생활반경을 컨트롤하는 것rdquo은 ldquo최대한 이 헬조선의 영향을 받
지 않는 생활rdquo을 영위하기 위함이며 ldquo이젠 제가 사는 방식을 바꿔서 제
생활반경만큼은 헬조선이 안 되도록 말뚝 박고 공간확보를 한 것 같다rdquo고
말했다
본 연구의 대상자들 중 아직 선진국으로의 이주에 성공한 사례는 없지만
이렇게 이동성을 증대시킨 삶을 사는 사례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7 결론
본 연구에서는 오늘날 한국 젊은이들의 장기여행 현상을 헬조선 담론과
연결시키고 그 동안의 관광이나 이주 개념으로 설명되지 않던 부분들을 이
동성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하였다
본 연구에서 발견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 젊은이들의 장기여행
은 한국의 사회구조와 문화에 대한 불만을 가진 청년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며 헬조선 담론을 잘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
기여행 혹은 탈조선 여행으로 부를 수 있다 둘째 탈조선 여행의 이동 경로
는 계급에 따라 이원화되어 나타난다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장기여행은 중
하류층 청년들이 한국이나 선진국에서의 노동-개발도상국에서의 장기체류
를 반복하는 양상으로 나타났다 셋째 헬조선 탈출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오래 머무는 인도에서 주로 추구하는 목표는 휴식 치유 자아 찾기를 통한
322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헬조선 해독 활동이라 할 수 있다 넷째 이들이 탈조선 여행을 마친 후 나타
나는 삶의 변화로는 집의 의미가 변화하고 이동성이 증가하는 패턴을 들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크게는 전 지구적 이동성의 증가 관광과 이주의 경계가
흐려지는 추세 오늘날 청년들이 노동시장 진입을 비롯하여 점점 더 사회로
부터 배제되고 있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현실 등이 맞물려 나타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이후에 나타나는
개인적sdot사회적 변화는 인류학적으로 아주 흥미로운 현상일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이론화를 위해서는 앞으로 다음 지점들에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이다
첫 번째는 탈조선 여행자 혹은 탈조선 여행에서 얻은 이동성 자본을 직업
으로 전환시킨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이 나이가 들어도 계속 그러한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서구에는 60대
70대 노인 중에도 그런 사람들이 많지만 이는 복지제도가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90년대 이후 증가한 한국의 장기여행자들 중에서는 아무리 lsquo자유
로운 영혼rsquo의 소유자라 해도 부모가 나이 들기 시작하면 자식이 병원비를
부담해야 하고 자신의 노후대책을 직접 마련해야 되기 때문에 당장의 생계
유지에 급급한 생활인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과거의 장기여행과는
달리 오늘날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은 한국에서의 직업적 기반이나
경력을 쌓지 못한 청년들의 여행이며 강력한 구심력을 가진 한국에서의 탈
출이다 따라서 이들이 한국으로 돌아와 생활인이 되는 것이 힘들다면 대안
적으로 어떠한 직업적 가족적 삶이 가능할 것인가
두 번째는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에 라이프스타일이라는 개념을 연
결시킬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연구자는 본문에서 탈조선 여행자들에 대
해 현존하는 개념 중 가장 가까운 라이프스타일 여행자 및 라이프스타일
이동성에 기대어 설명하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사실 라이프스타일은 소비를
중심으로 하는 개념이라는 점에서 생존을 위해 탈출한 사회에서 배제된
청년들을 분류 혹은 설명할 수 있는 명칭이 될 수 있는지 어떠한 다른 개념
으로 보완 확장이 가능한지는 향후 중요한 연구과제라 하겠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3
이러한 지점들에 유념하여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양상 및 그 결과
를 탐구하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의 이탈자들에 대한 성찰적 연구가 되는
것은 물론 전 지구적인 인간의 이동에 대한 새로운 이론을 확립하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다
논문접수일 2016년 5월 31일 논문심사일 2016년 7월 2일 게재확정일 2016년 7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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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7
ltKey conceptsgt Hell-Joseon long-term travel tourism migration lifestyle
migration lifestyle traveler lifestyle mobility
Long-term Travel as lsquoEscape from Hell-Joseon
A Research about Korean Travelers in India
Lee Minyoung14)
This research connects Korean young mens long-term travel with the
ldquoHell-Joseonrdquo discourse popular in Korea nowadays and explores the
so called lsquoescape from Hell-Joseonrsquo phenomenon and changes of their
lives after the trips with the concept of mobility since tourism and
migration cant explain it well A participant observation in India found
that the Korean long-term travelers are characteristic as the followings
1) Long-term travel is popular among the youth who complains about
the social structure and culture of Korea and their travel reflects the
ldquoHell-Joseonrdquo discourse So we can call this travel as escape from
Hell-Joseon 2) The travel routes of are differentiated according to the
class This research mainly deals with the circulation route of doing
physical labor in developed countries and relaxing in developing
countries popular among the lower middle class 3) Most of the travelers
often stay in India for a long time and their main purpose is
detoxification from Hell-Joseon through relaxation healing and
searching for the self 4) After they finish the long-term travel the
PhD Candidate Department of Anthropology Seoul National University
328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meaning of home is changed and their mobility is increased That
phenomenon seems to be entangled with the increasing global mobility
the blurring trend between tourism and migration and the structural
problem which excludes young men from entering the labor market and
the society in Korea Researching the backgrounds aspects and results
of escape from Hell-Joseon will be a reflective study about Korean
society and help to construct new theories about global movement of
people
306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이민을 갈 의향을 가졌거나 준비 중인 사람들은 더 많다는 자료이다 뉴시스
가 온라인 취업포털 lsquo사람인rsquo에서 2015년 11월 성인남녀 1655명을 대상으
로 이민 의향을 조사한 결과11)를 분석한 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786
가 ldquo이민을 갈 수 있다면 가고 싶다rdquo고 답했다 한국을 떠나고 싶은 가장
큰 이유로 응답자들은 lsquo일에 쫓기는 것보다 삶의 여유가 필요해서rsquo(564
복수응답)를 꼽았으며 lsquo대체로 근로조건이 열악해서rsquo(527) lsquo소득의 불평
등 문제가 심해서rsquo(474) lsquo직업 및 노후에 대한 불안감이 커서rsquo(474)
lsquo경쟁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싫어서rsquo(463) lsquo국가가 국민을 보호해주지 않
아서rsquo(444) lsquo해외의 선진 복지제도를 누리고 싶어서rsquo(307) 등의 응답
이 뒤를 이었다 실제로 응답자들의 479는 현재 이민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민국을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복지(412)였고
이어 문화(175) 일자리 여부(131) 소득수준(67) 기후 등 환경
(58) 등이 고려 대상이었다(뉴시스 2016년 1월 18일자)
이러한 통계자료 뒤에 숨어 있는 헬조선에 대한 젊은이들의 구체적인
인식과 실천은 lsquo헬조선rsquo이라는 사이트12)에서 볼 수 있다 이 사이트의 게시
판에는 ldquo내가 헬조선을 증오하게 된 이유rdquo ldquo생존이 목표가 되어버린 헬조
선rdquo ldquo금수저13)들이 똥수저에게 게으르다 훈계하는 이유rdquo ldquo기업업자들이
니들이 낸 세금을 털어먹는 방법rdquo ldquo헬조선에 충성한 자의 최후(빡침주의)rdquo
ldquo한국인은 그 사람 아버지 직업=그 사람 수준rdquo 등 한국 사회를 비판 풍자하
는 글들이 올라온다 이 게시물들을 보면 청년들이 한국을 지옥에 빗대어
헬조선이라 부르는 이유가 생존하기도 힘들 만큼 빡빡한 현실 고착화된 사
회구조적 불평등과 부정부패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청년들은 이 사이트에서
구체적인 탈조선 방법을 공유하기도 한다 용접이나 배관 컴퓨터 등의 기술
11) 이민 의향은 연령대별로는 30대(821)의 응답률이 가장 높았고 20대(80) 40대(724)
50대 이상(59) 순이었다 이민을 가고 싶은 나라 1위는 캐나다(168)였고 호주(16)
뉴질랜드(108) 미국(96) 독일(95) 스웨덴(69) 일본(63) 핀란드(49) 스위
스(47) 등의 순이었다(사람인 2016년 1월 18일자)
12) 사이트 이름은 lsquo헬조선rsquo이지만 URL 주소는 wwwhellkoreacom이다
13) 사람을 가진 자산에 따라 금수저 은수저 동수저 흙수저 등으로 나누는 lsquo수저계급론 담론은
2015년부터 lsquo헬조선 담론과 함께 한국 사회의 현실을 고발하는 담론으로 크게 유행했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07
을 배워 미국 캐나다 호주 등의 선진국으로 이민 가는 방법에 대한 질문과
답 체험사례도 올라온다
그러나 위에서 인용한 것처럼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선진국으로의 이민만
을 탈조선이라고 할 수는 없다 현실적으로 선진국으로의 이민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높은 영어 점수와 자격증 경력 등의 스펙 및혹은 통장 잔고 증명
이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현실에 좌절한 젊은이들 중에는 일단
한국을 떠나 있기 위해 혹은 영어도 공부하고 스펙을 쌓을 자금도 마련하기
위해 워킹 홀리데이와 같이 노동을 포함한 장기여행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
가 많다 이 글의 서두에서 인용한 현정의 사례처럼 여러 선진국에서의 워
킹 홀리데이와 인도 동남아에서의 장기체류를 반복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점에서 미디어에 재현되는 것처럼 목적지를 명확하게 정하고 필요
한 자격요건을 획득하여 이민이라는 과업을 완수하는 사례는 오늘날 증가하
고 있는 헬조선 탈출 현상 중 극히 일부라고 할 수 있다 본 연구의 연구대상
자들이 가졌던 한국에 대한 불만이 헬조선 담론과 유사하며 이러한 헬조선
을 탈출하는 방법으로 장기여행을 택했다는 점에서 이들의 실천을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혹은 탈조선 여행으로 부르고자 한다 이러한 탈조선
여행 현상을 총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성공한 이민 사례에만 주목하는
시각에서 벗어나 다양한 이동 경로와 복잡한 과정 모두를 탈조선 실천의
일부로 보고 그 새로운 이동성의 양상을 파악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4 탈조선 여행의 이동 양상
이 장에서는 탈조선 여행의 이동 경로와 복잡한 과정을 구체적으로 파악
하고 그것이 계급에 따라 분화되어 있음을 보인 후 특히 중하류층 청년들
이 어떻게 선진국에서의 노동-개발도상국에서의 여행을 반복하는지를 살펴
본다
308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1) 계급에 따른 이동 경로의 분화
먼저 헬조선 탈출이 계급과는 상관없이 수많은 한국 청년들에게 공감되
는 꿈이라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 2015년에 솔직한 제목과 내용으로 크게
주목 받았던 소설의 일부분을 살펴보자
왜 한국을 떠났느냐 두 마디로 요약하면 한국이 싫어서지 세 마디로 줄이
면 여기서는 못 살겠어서 무턱대고 욕하진 말아줘 내가 태어난 나라라도 싫어
할 수는 있는 거잖아 (10쪽) hellip 이제 내가 호주로 가는 건 한국이 싫어서가 아
니라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야 아직 행복해지는 방법은 잘 모르겠지만 호주에
서 더 쉽게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는 직감이 들었어 (161쪽) hellip 나더러 왜 조국
을 사랑하지 않느냐고 하던데 조국도 나를 사랑하지 않았거든 솔직히 나라는 존
재에 무관심했잖아 나라가 나를 먹여주고 입혀주고 지켜줬다고 하는데 나도 법
지키고 교육받고 세금 내고 할 건 다 했어 (170쪽)
- 장강명(2015) 985172한국이 싫어서985173 중에서
이 소설은 한국에서 자신의 미래를 비관하는 20대 후반의 여성이 회사를
그만두고 호주로 이민을 떠난 사정을 들려주는 대화 형식의 이야기이다 주
인공은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를 다녔던 평범한 20대 청춘이다 주인공은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했지만 이 나라에서는 행복하지 않았고 결국 한국
이 싫어서 선진국인 호주로 떠났다고 말한다 이러한 주인공의 사연은 한국
의 대표적인 신문사의 사회부 등에서 기자로 일했던 저자가 치 한 취재를
바탕으로 그려낸 가장 사실적이면서도 평균적인 탈조선의 꿈이라 할 수 있
다
평범한 주인공이 이런 실천을 하는 모습에서 볼 수 있듯 헬조선 탈출은
한국 청년들에게 널리 퍼져 있는 욕망이며 한 인터뷰 대상자의 말을 빌리자
면 ldquo요즘 모여서 얘기하면 태반은 탈조선을 꿈꾼다rdquo 그러나 다 함께 꾸는
꿈도 각자의 계급과 이용 가능한 자원에 따라 실천 가능한 형태가 정해지는
것이 현실이다 가족의 자본과 본인의 학력자본이 높은 중상류층 출신 청년
들은 선진국에서 교환학생-유학을 거친 후 한국 혹은 선진국에서의 취업-선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09
진국으로의 이민이라는 경로를 많이 취하는 반면 자본이 부족한 중하류층
청년들은 한국 혹은 호주 뉴질랜드 등의 서구 선진국에서 노동하여 돈을
번 후 인도 태국 등의 아시아 개발도상국에서 장기여행을 하는 패턴을 반
복하는 이원화된 구조가 나타났다
이 글에서는 중하류층 청년들의 탈조선 현실에 초점을 맞출 것이지
만 더 입체적인 비교를 위해 잠시 중상류층의 사례를 살펴보자 화장품을
사거나 식도락 여행을 위해 종종 일본에 가는 진희(2016년 현재 24세 여)는
한국에서 태어난 것을 한탄하며 탈조선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는 대
학생이다 진희는 양친 모두가 안정된 직업을 갖고 있고 매년 2~4주씩 4인
가족이 해외로 자유여행을 갈 정도의 경제적 문화적 자본을 갖추고 있는
중산층이며 한국 최고의 학벌을 취득하는 등 모든 면에서 부족함이 없는데
왜 탈조선을 원할까 이러한 연구자의 질문에 진희는 ldquo객관적인 지표는 그
렇긴 한데 주관적인 느낌의 차원에서 가망이 없다고 많이 느낀다rdquo ldquo제가
언제든 비정규직이 될 수 있고 밑바닥으로 떨어지는 거 순식간일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rdquo고 답했다 진희는 대학에서도 좋은 학점을 4년 내내 받으며
성공적인 궤도를 달려왔다 그러나 ldquo학벌주의 사회와 경쟁적인 분위기와 과
도한 학습노동rdquo이 너무나 힘들었고 ldquo헬조선 때문에 소중한 청소년기 성장
기가 박탈당했다는 억울함과 분노가 있다rdquo고 하였다 ldquo고등학교 들어가면서
부터는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꼼짝없이 야자(야간자율학습)rdquo를 하였고
대학에 한 번에 붙어야 ldquo이 다시 겪고 싶지 않은 끔찍한 시간rdquo을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아 점심 식사 저녁 식사를 모두 포기하고 간식으로 대충 때우
며 인강(인터넷 강의)을 들었다 진희는 스스로 ldquo자기착취의 주체rdquo가 되어
ldquo모든 에너지와 시간 등등을 싸그리 수단화해서rdquo ldquo학습노동rdquo에만 매달렸다
고 회고한다 진희의 사례는 한국에서는 성공적인 궤도를 달리고 있는 것처
럼 보이는 청년들도 경쟁적인 사회 분위기에 질려 탈조선을 희망할 수 있다
는 것을 보여준다
진희는 중학교 때 985172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985173(홍세화 1995)라는 책을 읽
었는데 프랑스의 교육제도와 사회보장제도 하에서는 ldquo한국처럼 젊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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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 찌들어 살고 노후 걱정하고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게 부러웠고rdquo ldquo나는
어쩌다 우연히 한국에 태어났을 뿐인데 왜 그런 우연한 국적에 발목 잡혀서
힘들게 살아야 하나rdquo 하고 생각했다 대학 시절에는 프랑스어를 배운 후 1학
기 동안 프랑스로 교환학생을 다녀왔다 졸업 후에는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대학원을 다닐 계획이다 진희처럼 부모의 지원으로 좋은 학벌을 취득하고
빨리 탈조선의 방법과 방향을 정하며 대학을 다니면서도 노동에 매달리지
않고 공부에만 몰입할 수 있고 덕분에 외국어라는 유용한 자원을 효율적으
로 습득한 경우 ldquo탈조선 방식으로 유학을 택하는 것rdquo이 가능하다
한국에는 진희와 같은 중상류층 젊은이들이 많이 있으며 이들은 주로
유럽이나 북미의 선진국에서 교환학생이나 유학을 통해 장기체류하는 경로
를 취한다 중상류층 중 인도에서 장기체류하는 경우는 요가나 명상을 깊이
배우려는 목적에서가 대부분이며 인도를 찾는다 해도 그 이후의 삶은 앞으
로 서술할 중하류층 청년들과 크게 다르다 스스로를 ldquo금수저rdquo라고 말하지
만 인도에서 몇 번 장기체류를 했던 지연(2016년 현재 38세 여)의 경우가
그런 독특한 사례이다 아버지가 의사이고 어머니는 교양 있는 주부인 집안
에서 자라며 음악을 전공했던 지연은 이렇게 얘기했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유학을 가는 게 당연한 코스였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그렇
게 생각했었고 어느 날 문득 심한 회의가 들었고 내가 재능이 아무리 많고 아무
리 열심히 해서 유학 갔다 오고 교수가 된다 한들 작은 방에서 하루 종일 나 같
은 아이들 가르치며 햇빛도 보지 못하고 썩은 얼굴로 살겠구나 돈이나 명예가
있으면 뭐하나 인간 삶의 질이 엉망이겠구나
ldquo한국에 있으면 무엇을 해도 마찬가지rdquo일 것이라고 생각한 지연은 부모
의 후원을 받아 독일로 가서 고등학교를 다녔고 스위스에서 대학을 졸업했
다 졸업 후에는 ldquo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그 사회에서 사는 게 너무 끔찍
하게rdquo 느껴져서 태국에서 7년 가까이 직장 생활을 하였고 요가를 배웠다
지연은 고등학교 때부터 탈조선하여 계속 외국에서 지냈으며 영어와 독일
어를 유창하게 구사했지만 한국적인 삶의 방식과 성공을 요구하는 부모와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1
끝없이 충돌했다 몸은 한국에서 벗어나 있더라도 한국과 가족 등의 끈으로
묶여 있는 한 마음은 한국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결국 몇 번의 대형 충돌
을 거친 뒤 매년 인도에서 수개월씩 체류하며 마음만은 탈조선한 상태로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위의 두 사례를 보면 한국에서는 남들이 모두 부러워할 만큼 많은 자본을
가진 20대 중반의 젊은이도 스스로를 금수저라 인식하는 30대 후반의 젊은
이도 ldquo젊어서도 일에 찌들어 살고 노후 걱정rdquo해야 하는 삶 경쟁이 극심한
한국에서 사는 것을 끔찍하게 인식하며 탈조선을 꿈꾸고 실천한다는 사실
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중상류층 출신인 이들에게는 부모가 가진 자원과
그 도움으로 획득한 자신의 문화자본 덕분에 탈조선의 실천이 상대적으로
쉬운 것도 사실이다
2) 중하류층 청년들의 노동-장기여행 반복
그렇다면 중하류층 젊은이들의 탈조선 여행 이동 루트는 어떠할까 이
글의 서두에서 현정이 말한 대로 많은 청년들이 호주에서 수 개월간 일을
해서 한국에서보다 많은 돈을 벌고 그 돈으로 호주 동남아 인도를 여행한
다 그리고 돈이 떨어지면 다시 호주 혹은 다른 워킹 홀리데이 국가로 가서
돈을 벌고 다시 그 돈으로 아시아 국가들을 여행한다
리시케쉬에서 만난 한국 청년 중 가장 길게 여행 중인 현정의 구체적인
이동 경로는 다음과 같다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했던 현정은 졸업 후 ldquo취직
이 되지 않아rdquo 인도를 3개월간 여행했다 그 후 호주에 워킹 홀리데이로
가서 1년간 일한 뒤 동남아를 장기여행 했다 그 후 다시 호주에 워킹 홀리
데이로 가서 또 1년간 일했고 그 후에는 다시 동남아를 장기여행한 후 인도
에 왔다 비자가 만료되자 네팔에서 2개월간 머문 뒤 새 비자를 받아 다시
인도에 왔고 리시케쉬에서 1개월짜리 강사 트레이닝 코스를 마쳤다 현정
은 한동안 요가 수련을 한 후 뉴질랜드에 워킹 홀리데이로 갈 예정이다
312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6년 이상 계속 외국을 떠돌고 있는 셈이었다
현정의 부연설명처럼 수 년 전부터 동남아에는 ldquo집에 3~4년씩 안 들어간
애들rdquo ldquo집에 가기 싫은 애들rdquo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배낭여행 중에는 이런
청년들을 쉽게 만날 수 있으며 여행 중에 만나는 사람들 그리고 워킹 홀리
데이 안내서 동남아 여행기 블로그 페이스북 등을 통해 이들에 대한 간접
적인 이야기도 수없이 들을 수 있다
현정처럼 한국에 거의 들어오지 않고 쭉 여행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중간중간에 한국에 들어와 회사를 다니며 돈을 모은 뒤 다시 나가는 경우도
있다 주로 쉽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자격증을 가진 경우인데 유정(2011
년 당시 32세 여)의 경우 2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청소년 상담사 자격증을
딴 후 3년 반 동안 회사를 다녔다 그 후 호주로 1년간 워킹 홀리데이를
나갔다가 들어와서 다시 1년간 회사를 다녔다 그 후 캐나다로 워킹 홀리데
이를 가려고 신청했다가 떨어진 후 장기여행을 준비하다가 다시 취직했고
1년 반 동안 일하다가 장기여행을 시작했다 이번 여행은 현재 10개월째인
데 동남아에서 수 개월간 쉬고 단동에서 15개월간 자원봉사를 하고 운남
성에서 15개월간 태극권을 배운 후 다시 15개월간 동남아와 인도를 여행
했고 인도에서 2개월간 요가를 배운 후 육로로 이집트까지 여행할 예정이
다
현정 유정과 같은 청년들의 생애사를 들어보면 학벌이나 학력 자격증
부모의 직업 등 많은 면에서 내세울 것도 도움 받을 네트워크도 없었으며
자신의 힘으로 삶을 헤쳐 나갔다 3장에서 살펴본 것처럼 가진 것이 없다
보니 존중받지 못했거나 취직이 되지 않아 주변의 눈치를 봐야 했으며 죽
도록 과로하거나 불합리한 조직문화에 시달리면서도 노동을 하며 살아야
했다 현정처럼 차라리 선진국에서 육체노동을 하며 돈을 많이 벌거나 유정
처럼 ldquo죽었다 생각하고rdquo 한국에서 1년 정도 일을 하고 나면 쉬고 싶고 그새
망가진 몸을 고치고 싶고 자신이 누구인지 천천히 생각도 해보고 싶어진다
전 세계적으로 볼 때 한정된 돈으로 오랜 시간을 보내며 이러한 목적을
추구할 수 있는 최적의 여행지는 인도로 알려져 있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3
5 인도에서의 헬조선 해독 활동
이 장에서는 한국 청년들이 인도에서 장기체류하면서 추구하는 목표가
휴식 치유 자아 찾기를 통한 lsquo헬조선 해독(解毒)rsquo임을 보인 후 인도가 이런
활동을 하기 좋은 이유는 무엇인지 알아본다
먼저 탈조선하여 인도에 온 청년들이 가장 많이 추구하는 활동인 휴식
치유 자아 찾기가 어떠한 맥락에서 나타나는지를 다음 사례들을 통해 살펴
보자
달희는 리시케쉬에 왜 왔냐는 연구자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ldquo나는
여기가 쉴 수 있는 곳일 거란 기대를 가지고 처음에 왔어요 밖으로의 여행
이 아니라 내 안으로의 여행 내가 처음에 인도를 선택하면서 내 마음속으로
되뇌었던 것이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이 말을 계속 했었어요rdquo
달희는 휴식과 자아 찾기를 위해 인도에 왔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것은
과로할 수밖에 없는 직장생활 그로 인해 병든 몸을 치유하는 것과 접한
관계를 갖고 있었다 달희에 의하면 이러한 욕망을 갖게 된 것은 회사 생활
을 하면서 ldquo착취당하면서도 표현도 못 하고 그렇다고 부하 직원들을 쥐어
짤 성격도 안 되고 해서 아주 화병 같은 게 단단히 들고 몸도 너무 고단해서
망가졌기rdquo 때문이다 30세 무렵에는 교통사고가 나서 구안와사(口眼喎斜)
즉 입이 한쪽으로 돌아가는 증상이 왔다 그러나 달희는 여전히 일을 하였
고 계속 일을 하다 유방섬유선종 자궁근종 무릎middot발목 등의 원인불명 통증
척추측만증 두통 소화불량 관절 통증 등을 앓게 되었다 결국 41세에는
더 이상 회사를 다닐 수 없어 요가를 하면서 몸을 고치기 위해 리시케쉬로
오게 되었다
달희의 생애사에서 보이는 것처럼 과로 심신의 질환 자아를 잃었고 왜
사는지 모르겠다는 느낌이 긴 하게 엮여 나타나다가 탈조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한국인 장기여행자들에게 흔한 서사이다 인도의 장기여행자 중 보기
드물게 성공적인 궤도를 달리는 듯했지만 역시 같은 이유로 탈조선한 다음
314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대학생의 사례도 이를 잘 보여준다
관욱(2011년 당시 26세 남)은 서울의 일류 공과대학의 4학년이었다 관
욱은 4학년 여름까지 취직을 위해 인턴 과정을 밟고 있었고 취직 시험에서
최종 면접을 몇 개 남겨둔 상태였다 고등학교 때 985172지구별 여행자985173(류시화
2002)를 읽은 이후 막연히 배낭여행을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가지고 있었지만 주변 사람들은 다들 대학원에 가거나 빨리 취직하는 분위
기였고 해외에 간다고 해도 유럽으로 아니면 유명 대학의 프로그램이나
어학연수에 가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계속 고민하다가 전자공학 전공자에
대한 수요가 많아 취업 걱정이 없다는 점 지금 못 가면 40~50대 때 후회할
것 같다는 점 회사에 한 번 들어가면 회사를 그만두지 않는 한 6개월짜리
여행은 할 수 없다는 점을 생각했다 관욱은 취업 준비를 모두 그만두고
면접도 포기하고 여름 내내 육체노동을 하면서 인도 여행 자금을 모았다
관욱은 늘 아침밥만 먹고 점심 저녁은 굶으면서 공부했다 전공 5~6개 과목
의 시험이 매 학기 각각 4번씩이나 있고 프로그램 프로젝트를 2개씩 하다
보니 항상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관욱은 ldquo어쩌면 스트레스 받는데 의식
못 했을 수도 있었다rdquo고 회고한다 관욱은 ldquo한국에서는 시험이나 프로젝트
가 늘 마음에 있었고rdquo 회사 면접을 보면서는 ldquo연봉보다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rdquo 하는 고민에 계속 마음이 무거웠다 그러
다가 인도에 오기 전에 몸이 아파 병원에 들렀고 놀랍게도 20대 중반의
나이에 위궤양 빈혈 고혈압 진단을 받았다 관욱은 인도에 오게 된 계
기를 다음과 같이 털어놓았다
한편으로 기대한 바는 한국 문화에서 떨어져 있고 싶었어요 어떤 사회적 자
아 그렇게 형성된 자아가 너무 세서 내 내면의 목소리라는 걸 들어볼 생각도 안
하고 들어보지도 못했어요 작은 거라도 그래서 여기서 나가보면 내가 직접 느껴
볼 수 있지 않을까 절실히 필요하면서도 내 내면의 목소리 이런 게 너무 피상적
으로 느껴졌었죠
관욱이 인도로 탈조선하면서 가장 바란 것은 한국 문화 사회적 자아에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5
매몰된 내면의 목소리를 찾는 것 즉 자아 찾기였으며 이것은 망가진 몸을
치유하고 휴식을 취하는 것과 접하게 엮여서 나타났다 관욱은 한국에서
는 성공을 향한 길을 안정적으로 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진정으
로 원하는 일을 하지 못하고 몸의 요구나 내면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바쁘게
살아야 하는 한국 문화에 순응하며 살아오다가 문득 몸이 망가진 것을 발견
했다 관욱은 연구자와 나눈 대화 속에서 ldquo쉬고 싶다rdquo는 표현을 끝없이 계속
했다 가이드북에서 리시케쉬 부분을 펼쳤을 때 ldquo락쉬만줄라에 노을 지는
장면 사진이 나왔는데 이것을 보고 여기서는 여유롭게 시간을 가져도 좋겠
다 한국에선 잘 못 가지는 시간이니까rdquo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였으며
오기 전에 ldquo가서 어떤 식으로든 순간을 즐길 수 있음 그럴 수 있기만 하면
좋겠다rdquo 하고 생각했다고 하였다 리시케쉬에 도착해서는 ldquo여기서는 순간을
한 번 그렇게 지내보자 한국에선 걱정이 너무 많으니까 시험이나 프로젝트
가 늘 마음에 있으니까 여기선 햇볕 산책 다 해보자rdquo 하고 결심했다고 하였
다
이처럼 많은 한국 청년들이 휴식에 대한 갈망을 표현하였다 이번 여행의
목적을 묻는 연구자에게 유정은 이렇게 대답했다 ldquo계속 다니면서 나를 더
들여다보는 거죠 나는 누구인가 10대 때 고민했던 거 다시 한 번 그래서
이렇게 좀 다니면서 생각 좀 많이 하면서 그래서 좀 스스로 좀 내면적으로
좀 강해졌음 좋겠다 그리고 현실에서 탈피하고 싶고 그게 좀 안 돼요 일만
하면 일만 생각해요rdquo
유정 또한 탈조선의 계기를 ldquo나를 들여다보는 것rdquo 즉 자아 찾기라고 얘기
하고 있으며 그것을 현실 탈피와 내면이 강해지는 것과 연결시키고 있다
유정은 한국에서 회사 문화의 불합리함 인간관계에 의한 스트레스로 폭식
증 소화불량 단기간에 25kg이라는 급격한 체중 증가 그리고 이로 인한
무릎 허리 목의 통증에 시달렸다 그래서 휴식과 치유가 절실하여 탈조선
하게 되었고 몇 달간 푹 쉰 뒤에는 ldquo다시 사회에 돌아갔을 때 그런 스트레스
나 이런 것들에 대해서 사람관계에서 오는 것들은 내가 좀 커트할 수 있는
사람rdquo이 되고 싶어 요가를 시작했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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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례들이 보여주는 바처럼 한국 청년들이 헬조선을 탈출하는 이유
는 휴식 치유 자아 찾기를 통한 헬조선 해독이 너무나 절실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활동을 다른 곳도 아니고 인도에서 하는 것일까
앞의 사례에서 달희는 휴식 자아 찾기의 욕망을 인도에서 추구하게 된
이유로 ldquo인도는 한국에서 지내는 것보다 한 달에 쓰는 생활비가 더 적을
거라는 생각rdquo ldquo일을 하지 않고 요가만 하면서 먹고 자고 할 수 있고rdquo ldquo인도
는 요가의 본고장이기 때문이라는 믿음rdquo이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다른
사람들이 인도에 온 계기도 대부분 이와 비슷하다
달희가 말한 것처럼 이러한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저렴한 물가이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유럽이나 미국에서 장기체류를 하지
않는 핵심 원인은 물가가 비싸 오래 머물 수가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 최대
한 많은 것을 볼 수 있도록 하루하루 빡빡한 일정을 짜고 꼭 필요한 날수만
큼만 머물게 되는 이런 선진국으로는 휴식을 취하러 가지 못한다 그러나
인도 리시케쉬에서는 300~500달러만 있으면 한 달간 깔끔한 싱글룸에서
묵으며 최고의 요가 수업을 받고 여유롭게 식사와 간식을 즐기며 지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좋은 자연환경과 문화적 매력까지 있다 리시케쉬는 갠지
스강과 히말라야 산맥이 만나는 성지로서 자연환경이 아름답고 요가의 본
고장답게 훌륭한 요가 수업들이 많이 있다 달희의 말처럼 ldquo요가만 하면서
먹고 자고 할 수 있는rdquo 최적의 환경인 것이다 이러한 환경은 여행 가이드북
과 여행자들이 남긴 여행기에도 잘 기술되어 있으며 실제로 놀라운 치유의
효과를 낳는다 이러한 소문은 수많은 여행자들을 유혹한다
이처럼 개발도상국에서 장기체류하는 선진국의 여행자들에 대해 그러한
이동의 핵심 원인이 더 나은 삶의 질을 위한 것이라고 보고 개념화한 것이
바로 라이프스타일 이주이다 인도에 대한 사례 연구로는 바라나시의 서구
인 장기체류자들을 참여관찰하면서 이들을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로 보고 그
라이프스타일의 특징을 분석한 코펠라(Korpela 2009)의 연구가 있다 바라
나시는 인도 악기를 배우는 장기체류자들이 집해 있는 곳인데 코펠라에
의하면 이들은 대부분 인도 악기를 연주하고 요가와 명상 자선사업을 하며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7
엄청난 시간을 친구들과 어울리는 데 쓴다 이들의 삶은 느리고 빡빡한 매
일의 일정이 없으며 물질적 소유는 적고 현재를 즐길 시간이 많다 코펠라
는 이들이 가능한 곳에서 더 나은 삶을 찾으며 물가가 싸고 영적sdot예술적
의미와 결부된 곳에서 더 나은 삶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이용하는 것이라
고 해석하였다
인도의 장기체류자들이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이동하는 방향성은
이렇게 해석할 수 있겠으나 문제는 라이프스타일 이주라는 개념은 이들이
고국에서 인도로 한 번 이주한 다음 영구히 정착한다는 인상을 준다는 것이
다 그러나 사실 인도의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들은 대부분 3~6개월짜리 관광
자 비자로 인도에 장기체류하는 여행자들이며 비자를 갱신하기 위해 이웃
나라를 방문하거나 돈을 벌거나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자주 고국으
로 귀국한다 또한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헬조선 탈출 여행자들은 이 글의
서두에서 보았던 것처럼 호주 등 선진국에서의 노동 다른 동남아 국가들에
서의 여행 등 다양한 이동 루트를 거친다
이처럼 오랜 기간 다양한 장소들을 떠돌다 보면 이들의 탈조선 여행 이후
의 삶은 어떻게 변화할까
6 탈조선 여행 이후의 삶의 변화
이 장에서는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을 했던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이들에게 나타나는 lsquo집rsquo의 의미 변화를 살펴본
뒤 이들의 이동성을 라이프스타일 여행 및 라이프스타일 이동성이라는 개
념과 연결 지어 살펴본다
1) lsquo집rsquo의 의미 변화
탈조선하여 떠도는 사람들에게 집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왜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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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돌아다니냐는 연구자의 질문에 현정은 이 글의 서두에 인용한 것처럼
ldquo집에 가기 싫어서요rdquo라는 답과 함께 이제는 집이 불편하다는 말까지 했다
ldquo이제 집에 가도 제가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닌 것 같아요 불편해요 그래서
또 나오고요 엄마가 밥을 하루에 3번씩 해주시는데 처음에 빵만 하루에
3번 먹으면 속이 거북한 그 느낌처럼 밥에서 그런 느낌이 나던데요rdquo
현정의 말은 2가지 생각해볼 문제를 남긴다 첫 번째는 한국 사람인 현정
이 밥을 먹으면 속이 거북하다는 지점이다 지금은 약간 옅어지기는 했지만
한국의 해외여행 역사상 언제나 여행 경험담의 중요한 부분이 되어왔던 것
은 며칠만 외국을 여행해도 김치와 된장찌개가 그립고 한국인이라면 역시
밥을 먹어야 힘이 난다는 정서 그리고 한국인을 만나서 김치에 소주를 함께
먹으며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공유했던 정겨운 경험 등이다 이와 비교
할 때 현정과 같은 청년들에게서는 지금까지 한국인에게 lsquo밥rsquo으로 체화되어
있던 한국적 정서와 정체성이 옅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한국적 정서와 정체성이 옅어지는 것은 공간적으로도 체험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이 두 번째 지점 즉 ldquo집에 가도 제가 있어야 할 자리
가 아닌 것rdquo처럼 불편하고 그래서 또 외국으로 나간다는 말이다 과거 많은
한국인 여행자들은 lsquo나의 집rsquo 그리고 이를 확장한 lsquo내 나라rsquo가 세상에서 가
장 편안한 곳이라고들 이야기해왔으며 여행작가 한비야처럼 여러 언어를
구사하고 외국여행을 많이 한 사람도 틈날 때마다 집과 고국에 대한 그리움
을 토로하곤 했다 이처럼 집과 고국은 한 사회적 인간의 근원이자 지향점으
로 체화되어 있었고 그것이 당연하게 여겨져 왔으나 오늘날 현정과 같은
젊은이들은 여기서 불편함을 느끼고 탈출까지 감행한다 이러한 인식은 달
희의 말에서도 잘 드러난다 달희는 요가 연습 도중에 갑자기 눈물이 나서
소품실에 들어가 울다 나온 적이 여러 번 있었다 나중에 연구자가 이유를
물어보자 ldquo집에 가면 할 일도 없고 가고 싶지 않아서rdquo 울었다고 하였다
달희는 ldquo한국에 있으면 내일 할 일뿐만 아니라 그 동안 해왔던 일과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rdquo며 부담감을 드러냈다
이처럼 탈조선 여행자들에게 가족들이 사는 집 그리고 고국은 점점 불편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9
한 곳이 되어가며 잠시 돈을 벌거나 비자를 연장하기 위해 혹은 의료 혜택
을 받기 위해서와 같은 실용적인 목적을 위해 들르는 곳으로 변화되어 간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이들은 지속적으로 떠돌거나 고국을 주 거주지
로 하면서도 외국을 계속 돌아다니는 이동성이 증대된 삶을 살게 된다
2) 이동성의 증가
헬조선 탈출 이후 현정처럼 노동과 장기체류라는 순환을 지속적으로 반
복하며 계속 장기여행 중인 사람도 있지만 장기여행을 끝낸 후 한 장소에
정착하여 사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다면 장기여행을 끝낸 후 탈조선 여행자
들의 삶은 어떻게 변화되며 어떠한 새로운 특징이 나타날까 본 연구에서
는 다음 2가지 패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 번째 패턴은 요가와 같이 특정한 활동을 중심으로 증가된 이동성과
직업적 경력을 연결시키는 것이다 달희의 경우 요가를 배우기 위해 수년째
한국-인도를 오가다가 도중에 결심하고 요가 강사가 되었다 연구자와 만났
을 당시 달희는 인도에 3번 왔던 상태였다 수개월씩 여러 장소에서 각기
다른 요가를 배우기를 3년간 반복하다가 2012년 7월부터는 3년간 쭉 방콕
에서 머물며 강사 트레이닝 코스를 밟았다 2015년에는 귀국하여 요가 강사
자리를 알아보는 한편 지속으로 태국 인도 등에서 요가 워크숍에 참석하고
있다
이처럼 헬조선 탈출 여행자 중 요가 수련자들은 리시케쉬를 포함하여
요가를 배우거나 수련할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하는 삶의 방식을 유지한다
계절과 선호하는 강사의 존재 여부 등 다양한 조건에 맞추어 인도 내에서
이동하기도 하고 요가의 새로운 내용이나 전수 방식을 외국의 강사에게 배
울 수 있거나 또 다른 머물기 좋은 장소가 발견되면 인도를 벗어나 다른
나라로 이동하기도 한다 서구인들에 비하면 한국인의 이동 범위는 좀 더
아시아 위주로 한정되어 있는데 주로 한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지내다가 가
320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끔 태국 등 동남아 국가의 요가 센터나 요가 워크숍에 참여하는 형태이다
물론 이동 중간중간에 워킹 홀리데이로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일하거나 한
국에서 일하며 여행 자금을 단기간에 마련하기도 한다
요가 수련자들이 이처럼 계속 요가를 배우며 이동하는 것은 더 나은 요가
강사가 되도록 하는 이동성 자본(mobility capital)(Bell 2013 24)으로 기능
할 수도 있다 벨은 끊임없이 돌아다니는 음악 연주자들을 라이프스타일 여
행자로 분류하면서 이들이 경제적 부 대신 개인적sdot직업적 풍요로움 등의
형태로 이동성 자본을 획득하였으며 이들이 영원히 혹은 가장 중요하게
닻을 내리는 것은 한 지리적 장소가 아니라 그들의 일이라고 분석한 바 있
다 이들의 이동성은 전문적 수련의 일부가 되며 이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이처럼 이동성이 성공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것은 요가 강사들
에게도 마찬가지인데 요가의 기원지인 인도에서 유명한 스승에게 배웠다는
것은 그 요가 강사의 진정성과 정통성 그리고 그 결과로서의 지식을 보증하
는 상징으로도 기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렇게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는
요가 수련자들은 더 나은 삶의 방식을 찾기 위해 여행하는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라기보다는 여행 자체가 삶의 방식인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라는 개념
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동 중인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에 대해 연구한 얼스킨과 앤더슨에 의
하면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에게 초기의 이동성은 집에서 탈출하거나 사회
적 압력과 기대를 피하기 위해 추구될 수 있지만 점점 자아 창조라는 의제
를 중심으로 하게 된다(Erskine and Anderson 2013 140-141) 요가 수련
자들도 초기에는 한국을 탈출하는 것이 목적이었다가 나중에는 점점 더 나
은 요가 수련자가 되는 데 집중한다는 점은 이런 특징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의 증가된 이동성이 이후의 삶을 변화시키는 두 번째 패턴은 첫 번째
패턴과 겹칠 수도 있는데 장기여행에서 귀국하여 한국이 주거주지가 되더
라도 마음만은 계속 탈조선 상태에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계속
단기여행을 다니는 식으로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면서 직업 인간관계를 이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1
전과는 다르게 조직하기도 한다 지연의 경우 귀국 후 외국인과 결혼했고
요가 강사가 되어 일 년에 보통 2~3회씩 일본 동남아 등지로 요가 워크숍을
가는 한편 1~2개월씩은 인도에서 요가를 수련한다 지연은 ldquo호주나 유럽
캐나다 같은 곳은 도시여도 자연이 있고 여유가 있고 비슷한 가치관을 중요
시하는 사람들 속에서 살고 싶은데 한국에선 뭐 하나 충족시켜주는 게 없는rdquo
현실에 대해 불평하였다 그러면서 ldquo기존 회사를 그만두고 요가만 하는 걸
로 결정한 것rdquo ldquo원치 않는 정신적 스트레스 관계 이런 걸 최대한 만들지
않는 쪽으로 생활반경을 컨트롤하는 것rdquo은 ldquo최대한 이 헬조선의 영향을 받
지 않는 생활rdquo을 영위하기 위함이며 ldquo이젠 제가 사는 방식을 바꿔서 제
생활반경만큼은 헬조선이 안 되도록 말뚝 박고 공간확보를 한 것 같다rdquo고
말했다
본 연구의 대상자들 중 아직 선진국으로의 이주에 성공한 사례는 없지만
이렇게 이동성을 증대시킨 삶을 사는 사례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7 결론
본 연구에서는 오늘날 한국 젊은이들의 장기여행 현상을 헬조선 담론과
연결시키고 그 동안의 관광이나 이주 개념으로 설명되지 않던 부분들을 이
동성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하였다
본 연구에서 발견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 젊은이들의 장기여행
은 한국의 사회구조와 문화에 대한 불만을 가진 청년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며 헬조선 담론을 잘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
기여행 혹은 탈조선 여행으로 부를 수 있다 둘째 탈조선 여행의 이동 경로
는 계급에 따라 이원화되어 나타난다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장기여행은 중
하류층 청년들이 한국이나 선진국에서의 노동-개발도상국에서의 장기체류
를 반복하는 양상으로 나타났다 셋째 헬조선 탈출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오래 머무는 인도에서 주로 추구하는 목표는 휴식 치유 자아 찾기를 통한
322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헬조선 해독 활동이라 할 수 있다 넷째 이들이 탈조선 여행을 마친 후 나타
나는 삶의 변화로는 집의 의미가 변화하고 이동성이 증가하는 패턴을 들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크게는 전 지구적 이동성의 증가 관광과 이주의 경계가
흐려지는 추세 오늘날 청년들이 노동시장 진입을 비롯하여 점점 더 사회로
부터 배제되고 있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현실 등이 맞물려 나타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이후에 나타나는
개인적sdot사회적 변화는 인류학적으로 아주 흥미로운 현상일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이론화를 위해서는 앞으로 다음 지점들에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이다
첫 번째는 탈조선 여행자 혹은 탈조선 여행에서 얻은 이동성 자본을 직업
으로 전환시킨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이 나이가 들어도 계속 그러한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서구에는 60대
70대 노인 중에도 그런 사람들이 많지만 이는 복지제도가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90년대 이후 증가한 한국의 장기여행자들 중에서는 아무리 lsquo자유
로운 영혼rsquo의 소유자라 해도 부모가 나이 들기 시작하면 자식이 병원비를
부담해야 하고 자신의 노후대책을 직접 마련해야 되기 때문에 당장의 생계
유지에 급급한 생활인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과거의 장기여행과는
달리 오늘날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은 한국에서의 직업적 기반이나
경력을 쌓지 못한 청년들의 여행이며 강력한 구심력을 가진 한국에서의 탈
출이다 따라서 이들이 한국으로 돌아와 생활인이 되는 것이 힘들다면 대안
적으로 어떠한 직업적 가족적 삶이 가능할 것인가
두 번째는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에 라이프스타일이라는 개념을 연
결시킬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연구자는 본문에서 탈조선 여행자들에 대
해 현존하는 개념 중 가장 가까운 라이프스타일 여행자 및 라이프스타일
이동성에 기대어 설명하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사실 라이프스타일은 소비를
중심으로 하는 개념이라는 점에서 생존을 위해 탈출한 사회에서 배제된
청년들을 분류 혹은 설명할 수 있는 명칭이 될 수 있는지 어떠한 다른 개념
으로 보완 확장이 가능한지는 향후 중요한 연구과제라 하겠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3
이러한 지점들에 유념하여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양상 및 그 결과
를 탐구하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의 이탈자들에 대한 성찰적 연구가 되는
것은 물론 전 지구적인 인간의 이동에 대한 새로운 이론을 확립하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다
논문접수일 2016년 5월 31일 논문심사일 2016년 7월 2일 게재확정일 2016년 7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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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7
ltKey conceptsgt Hell-Joseon long-term travel tourism migration lifestyle
migration lifestyle traveler lifestyle mobility
Long-term Travel as lsquoEscape from Hell-Joseon
A Research about Korean Travelers in India
Lee Minyoung14)
This research connects Korean young mens long-term travel with the
ldquoHell-Joseonrdquo discourse popular in Korea nowadays and explores the
so called lsquoescape from Hell-Joseonrsquo phenomenon and changes of their
lives after the trips with the concept of mobility since tourism and
migration cant explain it well A participant observation in India found
that the Korean long-term travelers are characteristic as the followings
1) Long-term travel is popular among the youth who complains about
the social structure and culture of Korea and their travel reflects the
ldquoHell-Joseonrdquo discourse So we can call this travel as escape from
Hell-Joseon 2) The travel routes of are differentiated according to the
class This research mainly deals with the circulation route of doing
physical labor in developed countries and relaxing in developing
countries popular among the lower middle class 3) Most of the travelers
often stay in India for a long time and their main purpose is
detoxification from Hell-Joseon through relaxation healing and
searching for the self 4) After they finish the long-term travel the
PhD Candidate Department of Anthropology Seoul National University
328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meaning of home is changed and their mobility is increased That
phenomenon seems to be entangled with the increasing global mobility
the blurring trend between tourism and migration and the structural
problem which excludes young men from entering the labor market and
the society in Korea Researching the backgrounds aspects and results
of escape from Hell-Joseon will be a reflective study about Korean
society and help to construct new theories about global movement of
people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07
을 배워 미국 캐나다 호주 등의 선진국으로 이민 가는 방법에 대한 질문과
답 체험사례도 올라온다
그러나 위에서 인용한 것처럼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선진국으로의 이민만
을 탈조선이라고 할 수는 없다 현실적으로 선진국으로의 이민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높은 영어 점수와 자격증 경력 등의 스펙 및혹은 통장 잔고 증명
이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현실에 좌절한 젊은이들 중에는 일단
한국을 떠나 있기 위해 혹은 영어도 공부하고 스펙을 쌓을 자금도 마련하기
위해 워킹 홀리데이와 같이 노동을 포함한 장기여행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
가 많다 이 글의 서두에서 인용한 현정의 사례처럼 여러 선진국에서의 워
킹 홀리데이와 인도 동남아에서의 장기체류를 반복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점에서 미디어에 재현되는 것처럼 목적지를 명확하게 정하고 필요
한 자격요건을 획득하여 이민이라는 과업을 완수하는 사례는 오늘날 증가하
고 있는 헬조선 탈출 현상 중 극히 일부라고 할 수 있다 본 연구의 연구대상
자들이 가졌던 한국에 대한 불만이 헬조선 담론과 유사하며 이러한 헬조선
을 탈출하는 방법으로 장기여행을 택했다는 점에서 이들의 실천을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혹은 탈조선 여행으로 부르고자 한다 이러한 탈조선
여행 현상을 총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성공한 이민 사례에만 주목하는
시각에서 벗어나 다양한 이동 경로와 복잡한 과정 모두를 탈조선 실천의
일부로 보고 그 새로운 이동성의 양상을 파악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4 탈조선 여행의 이동 양상
이 장에서는 탈조선 여행의 이동 경로와 복잡한 과정을 구체적으로 파악
하고 그것이 계급에 따라 분화되어 있음을 보인 후 특히 중하류층 청년들
이 어떻게 선진국에서의 노동-개발도상국에서의 여행을 반복하는지를 살펴
본다
308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1) 계급에 따른 이동 경로의 분화
먼저 헬조선 탈출이 계급과는 상관없이 수많은 한국 청년들에게 공감되
는 꿈이라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 2015년에 솔직한 제목과 내용으로 크게
주목 받았던 소설의 일부분을 살펴보자
왜 한국을 떠났느냐 두 마디로 요약하면 한국이 싫어서지 세 마디로 줄이
면 여기서는 못 살겠어서 무턱대고 욕하진 말아줘 내가 태어난 나라라도 싫어
할 수는 있는 거잖아 (10쪽) hellip 이제 내가 호주로 가는 건 한국이 싫어서가 아
니라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야 아직 행복해지는 방법은 잘 모르겠지만 호주에
서 더 쉽게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는 직감이 들었어 (161쪽) hellip 나더러 왜 조국
을 사랑하지 않느냐고 하던데 조국도 나를 사랑하지 않았거든 솔직히 나라는 존
재에 무관심했잖아 나라가 나를 먹여주고 입혀주고 지켜줬다고 하는데 나도 법
지키고 교육받고 세금 내고 할 건 다 했어 (170쪽)
- 장강명(2015) 985172한국이 싫어서985173 중에서
이 소설은 한국에서 자신의 미래를 비관하는 20대 후반의 여성이 회사를
그만두고 호주로 이민을 떠난 사정을 들려주는 대화 형식의 이야기이다 주
인공은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를 다녔던 평범한 20대 청춘이다 주인공은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했지만 이 나라에서는 행복하지 않았고 결국 한국
이 싫어서 선진국인 호주로 떠났다고 말한다 이러한 주인공의 사연은 한국
의 대표적인 신문사의 사회부 등에서 기자로 일했던 저자가 치 한 취재를
바탕으로 그려낸 가장 사실적이면서도 평균적인 탈조선의 꿈이라 할 수 있
다
평범한 주인공이 이런 실천을 하는 모습에서 볼 수 있듯 헬조선 탈출은
한국 청년들에게 널리 퍼져 있는 욕망이며 한 인터뷰 대상자의 말을 빌리자
면 ldquo요즘 모여서 얘기하면 태반은 탈조선을 꿈꾼다rdquo 그러나 다 함께 꾸는
꿈도 각자의 계급과 이용 가능한 자원에 따라 실천 가능한 형태가 정해지는
것이 현실이다 가족의 자본과 본인의 학력자본이 높은 중상류층 출신 청년
들은 선진국에서 교환학생-유학을 거친 후 한국 혹은 선진국에서의 취업-선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09
진국으로의 이민이라는 경로를 많이 취하는 반면 자본이 부족한 중하류층
청년들은 한국 혹은 호주 뉴질랜드 등의 서구 선진국에서 노동하여 돈을
번 후 인도 태국 등의 아시아 개발도상국에서 장기여행을 하는 패턴을 반
복하는 이원화된 구조가 나타났다
이 글에서는 중하류층 청년들의 탈조선 현실에 초점을 맞출 것이지
만 더 입체적인 비교를 위해 잠시 중상류층의 사례를 살펴보자 화장품을
사거나 식도락 여행을 위해 종종 일본에 가는 진희(2016년 현재 24세 여)는
한국에서 태어난 것을 한탄하며 탈조선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는 대
학생이다 진희는 양친 모두가 안정된 직업을 갖고 있고 매년 2~4주씩 4인
가족이 해외로 자유여행을 갈 정도의 경제적 문화적 자본을 갖추고 있는
중산층이며 한국 최고의 학벌을 취득하는 등 모든 면에서 부족함이 없는데
왜 탈조선을 원할까 이러한 연구자의 질문에 진희는 ldquo객관적인 지표는 그
렇긴 한데 주관적인 느낌의 차원에서 가망이 없다고 많이 느낀다rdquo ldquo제가
언제든 비정규직이 될 수 있고 밑바닥으로 떨어지는 거 순식간일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rdquo고 답했다 진희는 대학에서도 좋은 학점을 4년 내내 받으며
성공적인 궤도를 달려왔다 그러나 ldquo학벌주의 사회와 경쟁적인 분위기와 과
도한 학습노동rdquo이 너무나 힘들었고 ldquo헬조선 때문에 소중한 청소년기 성장
기가 박탈당했다는 억울함과 분노가 있다rdquo고 하였다 ldquo고등학교 들어가면서
부터는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꼼짝없이 야자(야간자율학습)rdquo를 하였고
대학에 한 번에 붙어야 ldquo이 다시 겪고 싶지 않은 끔찍한 시간rdquo을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아 점심 식사 저녁 식사를 모두 포기하고 간식으로 대충 때우
며 인강(인터넷 강의)을 들었다 진희는 스스로 ldquo자기착취의 주체rdquo가 되어
ldquo모든 에너지와 시간 등등을 싸그리 수단화해서rdquo ldquo학습노동rdquo에만 매달렸다
고 회고한다 진희의 사례는 한국에서는 성공적인 궤도를 달리고 있는 것처
럼 보이는 청년들도 경쟁적인 사회 분위기에 질려 탈조선을 희망할 수 있다
는 것을 보여준다
진희는 중학교 때 985172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985173(홍세화 1995)라는 책을 읽
었는데 프랑스의 교육제도와 사회보장제도 하에서는 ldquo한국처럼 젊어서도
310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일에 찌들어 살고 노후 걱정하고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게 부러웠고rdquo ldquo나는
어쩌다 우연히 한국에 태어났을 뿐인데 왜 그런 우연한 국적에 발목 잡혀서
힘들게 살아야 하나rdquo 하고 생각했다 대학 시절에는 프랑스어를 배운 후 1학
기 동안 프랑스로 교환학생을 다녀왔다 졸업 후에는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대학원을 다닐 계획이다 진희처럼 부모의 지원으로 좋은 학벌을 취득하고
빨리 탈조선의 방법과 방향을 정하며 대학을 다니면서도 노동에 매달리지
않고 공부에만 몰입할 수 있고 덕분에 외국어라는 유용한 자원을 효율적으
로 습득한 경우 ldquo탈조선 방식으로 유학을 택하는 것rdquo이 가능하다
한국에는 진희와 같은 중상류층 젊은이들이 많이 있으며 이들은 주로
유럽이나 북미의 선진국에서 교환학생이나 유학을 통해 장기체류하는 경로
를 취한다 중상류층 중 인도에서 장기체류하는 경우는 요가나 명상을 깊이
배우려는 목적에서가 대부분이며 인도를 찾는다 해도 그 이후의 삶은 앞으
로 서술할 중하류층 청년들과 크게 다르다 스스로를 ldquo금수저rdquo라고 말하지
만 인도에서 몇 번 장기체류를 했던 지연(2016년 현재 38세 여)의 경우가
그런 독특한 사례이다 아버지가 의사이고 어머니는 교양 있는 주부인 집안
에서 자라며 음악을 전공했던 지연은 이렇게 얘기했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유학을 가는 게 당연한 코스였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그렇
게 생각했었고 어느 날 문득 심한 회의가 들었고 내가 재능이 아무리 많고 아무
리 열심히 해서 유학 갔다 오고 교수가 된다 한들 작은 방에서 하루 종일 나 같
은 아이들 가르치며 햇빛도 보지 못하고 썩은 얼굴로 살겠구나 돈이나 명예가
있으면 뭐하나 인간 삶의 질이 엉망이겠구나
ldquo한국에 있으면 무엇을 해도 마찬가지rdquo일 것이라고 생각한 지연은 부모
의 후원을 받아 독일로 가서 고등학교를 다녔고 스위스에서 대학을 졸업했
다 졸업 후에는 ldquo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그 사회에서 사는 게 너무 끔찍
하게rdquo 느껴져서 태국에서 7년 가까이 직장 생활을 하였고 요가를 배웠다
지연은 고등학교 때부터 탈조선하여 계속 외국에서 지냈으며 영어와 독일
어를 유창하게 구사했지만 한국적인 삶의 방식과 성공을 요구하는 부모와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1
끝없이 충돌했다 몸은 한국에서 벗어나 있더라도 한국과 가족 등의 끈으로
묶여 있는 한 마음은 한국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결국 몇 번의 대형 충돌
을 거친 뒤 매년 인도에서 수개월씩 체류하며 마음만은 탈조선한 상태로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위의 두 사례를 보면 한국에서는 남들이 모두 부러워할 만큼 많은 자본을
가진 20대 중반의 젊은이도 스스로를 금수저라 인식하는 30대 후반의 젊은
이도 ldquo젊어서도 일에 찌들어 살고 노후 걱정rdquo해야 하는 삶 경쟁이 극심한
한국에서 사는 것을 끔찍하게 인식하며 탈조선을 꿈꾸고 실천한다는 사실
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중상류층 출신인 이들에게는 부모가 가진 자원과
그 도움으로 획득한 자신의 문화자본 덕분에 탈조선의 실천이 상대적으로
쉬운 것도 사실이다
2) 중하류층 청년들의 노동-장기여행 반복
그렇다면 중하류층 젊은이들의 탈조선 여행 이동 루트는 어떠할까 이
글의 서두에서 현정이 말한 대로 많은 청년들이 호주에서 수 개월간 일을
해서 한국에서보다 많은 돈을 벌고 그 돈으로 호주 동남아 인도를 여행한
다 그리고 돈이 떨어지면 다시 호주 혹은 다른 워킹 홀리데이 국가로 가서
돈을 벌고 다시 그 돈으로 아시아 국가들을 여행한다
리시케쉬에서 만난 한국 청년 중 가장 길게 여행 중인 현정의 구체적인
이동 경로는 다음과 같다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했던 현정은 졸업 후 ldquo취직
이 되지 않아rdquo 인도를 3개월간 여행했다 그 후 호주에 워킹 홀리데이로
가서 1년간 일한 뒤 동남아를 장기여행 했다 그 후 다시 호주에 워킹 홀리
데이로 가서 또 1년간 일했고 그 후에는 다시 동남아를 장기여행한 후 인도
에 왔다 비자가 만료되자 네팔에서 2개월간 머문 뒤 새 비자를 받아 다시
인도에 왔고 리시케쉬에서 1개월짜리 강사 트레이닝 코스를 마쳤다 현정
은 한동안 요가 수련을 한 후 뉴질랜드에 워킹 홀리데이로 갈 예정이다
312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6년 이상 계속 외국을 떠돌고 있는 셈이었다
현정의 부연설명처럼 수 년 전부터 동남아에는 ldquo집에 3~4년씩 안 들어간
애들rdquo ldquo집에 가기 싫은 애들rdquo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배낭여행 중에는 이런
청년들을 쉽게 만날 수 있으며 여행 중에 만나는 사람들 그리고 워킹 홀리
데이 안내서 동남아 여행기 블로그 페이스북 등을 통해 이들에 대한 간접
적인 이야기도 수없이 들을 수 있다
현정처럼 한국에 거의 들어오지 않고 쭉 여행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중간중간에 한국에 들어와 회사를 다니며 돈을 모은 뒤 다시 나가는 경우도
있다 주로 쉽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자격증을 가진 경우인데 유정(2011
년 당시 32세 여)의 경우 2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청소년 상담사 자격증을
딴 후 3년 반 동안 회사를 다녔다 그 후 호주로 1년간 워킹 홀리데이를
나갔다가 들어와서 다시 1년간 회사를 다녔다 그 후 캐나다로 워킹 홀리데
이를 가려고 신청했다가 떨어진 후 장기여행을 준비하다가 다시 취직했고
1년 반 동안 일하다가 장기여행을 시작했다 이번 여행은 현재 10개월째인
데 동남아에서 수 개월간 쉬고 단동에서 15개월간 자원봉사를 하고 운남
성에서 15개월간 태극권을 배운 후 다시 15개월간 동남아와 인도를 여행
했고 인도에서 2개월간 요가를 배운 후 육로로 이집트까지 여행할 예정이
다
현정 유정과 같은 청년들의 생애사를 들어보면 학벌이나 학력 자격증
부모의 직업 등 많은 면에서 내세울 것도 도움 받을 네트워크도 없었으며
자신의 힘으로 삶을 헤쳐 나갔다 3장에서 살펴본 것처럼 가진 것이 없다
보니 존중받지 못했거나 취직이 되지 않아 주변의 눈치를 봐야 했으며 죽
도록 과로하거나 불합리한 조직문화에 시달리면서도 노동을 하며 살아야
했다 현정처럼 차라리 선진국에서 육체노동을 하며 돈을 많이 벌거나 유정
처럼 ldquo죽었다 생각하고rdquo 한국에서 1년 정도 일을 하고 나면 쉬고 싶고 그새
망가진 몸을 고치고 싶고 자신이 누구인지 천천히 생각도 해보고 싶어진다
전 세계적으로 볼 때 한정된 돈으로 오랜 시간을 보내며 이러한 목적을
추구할 수 있는 최적의 여행지는 인도로 알려져 있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3
5 인도에서의 헬조선 해독 활동
이 장에서는 한국 청년들이 인도에서 장기체류하면서 추구하는 목표가
휴식 치유 자아 찾기를 통한 lsquo헬조선 해독(解毒)rsquo임을 보인 후 인도가 이런
활동을 하기 좋은 이유는 무엇인지 알아본다
먼저 탈조선하여 인도에 온 청년들이 가장 많이 추구하는 활동인 휴식
치유 자아 찾기가 어떠한 맥락에서 나타나는지를 다음 사례들을 통해 살펴
보자
달희는 리시케쉬에 왜 왔냐는 연구자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ldquo나는
여기가 쉴 수 있는 곳일 거란 기대를 가지고 처음에 왔어요 밖으로의 여행
이 아니라 내 안으로의 여행 내가 처음에 인도를 선택하면서 내 마음속으로
되뇌었던 것이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이 말을 계속 했었어요rdquo
달희는 휴식과 자아 찾기를 위해 인도에 왔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것은
과로할 수밖에 없는 직장생활 그로 인해 병든 몸을 치유하는 것과 접한
관계를 갖고 있었다 달희에 의하면 이러한 욕망을 갖게 된 것은 회사 생활
을 하면서 ldquo착취당하면서도 표현도 못 하고 그렇다고 부하 직원들을 쥐어
짤 성격도 안 되고 해서 아주 화병 같은 게 단단히 들고 몸도 너무 고단해서
망가졌기rdquo 때문이다 30세 무렵에는 교통사고가 나서 구안와사(口眼喎斜)
즉 입이 한쪽으로 돌아가는 증상이 왔다 그러나 달희는 여전히 일을 하였
고 계속 일을 하다 유방섬유선종 자궁근종 무릎middot발목 등의 원인불명 통증
척추측만증 두통 소화불량 관절 통증 등을 앓게 되었다 결국 41세에는
더 이상 회사를 다닐 수 없어 요가를 하면서 몸을 고치기 위해 리시케쉬로
오게 되었다
달희의 생애사에서 보이는 것처럼 과로 심신의 질환 자아를 잃었고 왜
사는지 모르겠다는 느낌이 긴 하게 엮여 나타나다가 탈조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한국인 장기여행자들에게 흔한 서사이다 인도의 장기여행자 중 보기
드물게 성공적인 궤도를 달리는 듯했지만 역시 같은 이유로 탈조선한 다음
314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대학생의 사례도 이를 잘 보여준다
관욱(2011년 당시 26세 남)은 서울의 일류 공과대학의 4학년이었다 관
욱은 4학년 여름까지 취직을 위해 인턴 과정을 밟고 있었고 취직 시험에서
최종 면접을 몇 개 남겨둔 상태였다 고등학교 때 985172지구별 여행자985173(류시화
2002)를 읽은 이후 막연히 배낭여행을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가지고 있었지만 주변 사람들은 다들 대학원에 가거나 빨리 취직하는 분위
기였고 해외에 간다고 해도 유럽으로 아니면 유명 대학의 프로그램이나
어학연수에 가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계속 고민하다가 전자공학 전공자에
대한 수요가 많아 취업 걱정이 없다는 점 지금 못 가면 40~50대 때 후회할
것 같다는 점 회사에 한 번 들어가면 회사를 그만두지 않는 한 6개월짜리
여행은 할 수 없다는 점을 생각했다 관욱은 취업 준비를 모두 그만두고
면접도 포기하고 여름 내내 육체노동을 하면서 인도 여행 자금을 모았다
관욱은 늘 아침밥만 먹고 점심 저녁은 굶으면서 공부했다 전공 5~6개 과목
의 시험이 매 학기 각각 4번씩이나 있고 프로그램 프로젝트를 2개씩 하다
보니 항상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관욱은 ldquo어쩌면 스트레스 받는데 의식
못 했을 수도 있었다rdquo고 회고한다 관욱은 ldquo한국에서는 시험이나 프로젝트
가 늘 마음에 있었고rdquo 회사 면접을 보면서는 ldquo연봉보다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rdquo 하는 고민에 계속 마음이 무거웠다 그러
다가 인도에 오기 전에 몸이 아파 병원에 들렀고 놀랍게도 20대 중반의
나이에 위궤양 빈혈 고혈압 진단을 받았다 관욱은 인도에 오게 된 계
기를 다음과 같이 털어놓았다
한편으로 기대한 바는 한국 문화에서 떨어져 있고 싶었어요 어떤 사회적 자
아 그렇게 형성된 자아가 너무 세서 내 내면의 목소리라는 걸 들어볼 생각도 안
하고 들어보지도 못했어요 작은 거라도 그래서 여기서 나가보면 내가 직접 느껴
볼 수 있지 않을까 절실히 필요하면서도 내 내면의 목소리 이런 게 너무 피상적
으로 느껴졌었죠
관욱이 인도로 탈조선하면서 가장 바란 것은 한국 문화 사회적 자아에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5
매몰된 내면의 목소리를 찾는 것 즉 자아 찾기였으며 이것은 망가진 몸을
치유하고 휴식을 취하는 것과 접하게 엮여서 나타났다 관욱은 한국에서
는 성공을 향한 길을 안정적으로 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진정으
로 원하는 일을 하지 못하고 몸의 요구나 내면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바쁘게
살아야 하는 한국 문화에 순응하며 살아오다가 문득 몸이 망가진 것을 발견
했다 관욱은 연구자와 나눈 대화 속에서 ldquo쉬고 싶다rdquo는 표현을 끝없이 계속
했다 가이드북에서 리시케쉬 부분을 펼쳤을 때 ldquo락쉬만줄라에 노을 지는
장면 사진이 나왔는데 이것을 보고 여기서는 여유롭게 시간을 가져도 좋겠
다 한국에선 잘 못 가지는 시간이니까rdquo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였으며
오기 전에 ldquo가서 어떤 식으로든 순간을 즐길 수 있음 그럴 수 있기만 하면
좋겠다rdquo 하고 생각했다고 하였다 리시케쉬에 도착해서는 ldquo여기서는 순간을
한 번 그렇게 지내보자 한국에선 걱정이 너무 많으니까 시험이나 프로젝트
가 늘 마음에 있으니까 여기선 햇볕 산책 다 해보자rdquo 하고 결심했다고 하였
다
이처럼 많은 한국 청년들이 휴식에 대한 갈망을 표현하였다 이번 여행의
목적을 묻는 연구자에게 유정은 이렇게 대답했다 ldquo계속 다니면서 나를 더
들여다보는 거죠 나는 누구인가 10대 때 고민했던 거 다시 한 번 그래서
이렇게 좀 다니면서 생각 좀 많이 하면서 그래서 좀 스스로 좀 내면적으로
좀 강해졌음 좋겠다 그리고 현실에서 탈피하고 싶고 그게 좀 안 돼요 일만
하면 일만 생각해요rdquo
유정 또한 탈조선의 계기를 ldquo나를 들여다보는 것rdquo 즉 자아 찾기라고 얘기
하고 있으며 그것을 현실 탈피와 내면이 강해지는 것과 연결시키고 있다
유정은 한국에서 회사 문화의 불합리함 인간관계에 의한 스트레스로 폭식
증 소화불량 단기간에 25kg이라는 급격한 체중 증가 그리고 이로 인한
무릎 허리 목의 통증에 시달렸다 그래서 휴식과 치유가 절실하여 탈조선
하게 되었고 몇 달간 푹 쉰 뒤에는 ldquo다시 사회에 돌아갔을 때 그런 스트레스
나 이런 것들에 대해서 사람관계에서 오는 것들은 내가 좀 커트할 수 있는
사람rdquo이 되고 싶어 요가를 시작했다고 하였다
316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위의 사례들이 보여주는 바처럼 한국 청년들이 헬조선을 탈출하는 이유
는 휴식 치유 자아 찾기를 통한 헬조선 해독이 너무나 절실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활동을 다른 곳도 아니고 인도에서 하는 것일까
앞의 사례에서 달희는 휴식 자아 찾기의 욕망을 인도에서 추구하게 된
이유로 ldquo인도는 한국에서 지내는 것보다 한 달에 쓰는 생활비가 더 적을
거라는 생각rdquo ldquo일을 하지 않고 요가만 하면서 먹고 자고 할 수 있고rdquo ldquo인도
는 요가의 본고장이기 때문이라는 믿음rdquo이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다른
사람들이 인도에 온 계기도 대부분 이와 비슷하다
달희가 말한 것처럼 이러한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저렴한 물가이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유럽이나 미국에서 장기체류를 하지
않는 핵심 원인은 물가가 비싸 오래 머물 수가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 최대
한 많은 것을 볼 수 있도록 하루하루 빡빡한 일정을 짜고 꼭 필요한 날수만
큼만 머물게 되는 이런 선진국으로는 휴식을 취하러 가지 못한다 그러나
인도 리시케쉬에서는 300~500달러만 있으면 한 달간 깔끔한 싱글룸에서
묵으며 최고의 요가 수업을 받고 여유롭게 식사와 간식을 즐기며 지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좋은 자연환경과 문화적 매력까지 있다 리시케쉬는 갠지
스강과 히말라야 산맥이 만나는 성지로서 자연환경이 아름답고 요가의 본
고장답게 훌륭한 요가 수업들이 많이 있다 달희의 말처럼 ldquo요가만 하면서
먹고 자고 할 수 있는rdquo 최적의 환경인 것이다 이러한 환경은 여행 가이드북
과 여행자들이 남긴 여행기에도 잘 기술되어 있으며 실제로 놀라운 치유의
효과를 낳는다 이러한 소문은 수많은 여행자들을 유혹한다
이처럼 개발도상국에서 장기체류하는 선진국의 여행자들에 대해 그러한
이동의 핵심 원인이 더 나은 삶의 질을 위한 것이라고 보고 개념화한 것이
바로 라이프스타일 이주이다 인도에 대한 사례 연구로는 바라나시의 서구
인 장기체류자들을 참여관찰하면서 이들을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로 보고 그
라이프스타일의 특징을 분석한 코펠라(Korpela 2009)의 연구가 있다 바라
나시는 인도 악기를 배우는 장기체류자들이 집해 있는 곳인데 코펠라에
의하면 이들은 대부분 인도 악기를 연주하고 요가와 명상 자선사업을 하며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7
엄청난 시간을 친구들과 어울리는 데 쓴다 이들의 삶은 느리고 빡빡한 매
일의 일정이 없으며 물질적 소유는 적고 현재를 즐길 시간이 많다 코펠라
는 이들이 가능한 곳에서 더 나은 삶을 찾으며 물가가 싸고 영적sdot예술적
의미와 결부된 곳에서 더 나은 삶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이용하는 것이라
고 해석하였다
인도의 장기체류자들이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이동하는 방향성은
이렇게 해석할 수 있겠으나 문제는 라이프스타일 이주라는 개념은 이들이
고국에서 인도로 한 번 이주한 다음 영구히 정착한다는 인상을 준다는 것이
다 그러나 사실 인도의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들은 대부분 3~6개월짜리 관광
자 비자로 인도에 장기체류하는 여행자들이며 비자를 갱신하기 위해 이웃
나라를 방문하거나 돈을 벌거나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자주 고국으
로 귀국한다 또한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헬조선 탈출 여행자들은 이 글의
서두에서 보았던 것처럼 호주 등 선진국에서의 노동 다른 동남아 국가들에
서의 여행 등 다양한 이동 루트를 거친다
이처럼 오랜 기간 다양한 장소들을 떠돌다 보면 이들의 탈조선 여행 이후
의 삶은 어떻게 변화할까
6 탈조선 여행 이후의 삶의 변화
이 장에서는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을 했던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이들에게 나타나는 lsquo집rsquo의 의미 변화를 살펴본
뒤 이들의 이동성을 라이프스타일 여행 및 라이프스타일 이동성이라는 개
념과 연결 지어 살펴본다
1) lsquo집rsquo의 의미 변화
탈조선하여 떠도는 사람들에게 집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왜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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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돌아다니냐는 연구자의 질문에 현정은 이 글의 서두에 인용한 것처럼
ldquo집에 가기 싫어서요rdquo라는 답과 함께 이제는 집이 불편하다는 말까지 했다
ldquo이제 집에 가도 제가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닌 것 같아요 불편해요 그래서
또 나오고요 엄마가 밥을 하루에 3번씩 해주시는데 처음에 빵만 하루에
3번 먹으면 속이 거북한 그 느낌처럼 밥에서 그런 느낌이 나던데요rdquo
현정의 말은 2가지 생각해볼 문제를 남긴다 첫 번째는 한국 사람인 현정
이 밥을 먹으면 속이 거북하다는 지점이다 지금은 약간 옅어지기는 했지만
한국의 해외여행 역사상 언제나 여행 경험담의 중요한 부분이 되어왔던 것
은 며칠만 외국을 여행해도 김치와 된장찌개가 그립고 한국인이라면 역시
밥을 먹어야 힘이 난다는 정서 그리고 한국인을 만나서 김치에 소주를 함께
먹으며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공유했던 정겨운 경험 등이다 이와 비교
할 때 현정과 같은 청년들에게서는 지금까지 한국인에게 lsquo밥rsquo으로 체화되어
있던 한국적 정서와 정체성이 옅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한국적 정서와 정체성이 옅어지는 것은 공간적으로도 체험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이 두 번째 지점 즉 ldquo집에 가도 제가 있어야 할 자리
가 아닌 것rdquo처럼 불편하고 그래서 또 외국으로 나간다는 말이다 과거 많은
한국인 여행자들은 lsquo나의 집rsquo 그리고 이를 확장한 lsquo내 나라rsquo가 세상에서 가
장 편안한 곳이라고들 이야기해왔으며 여행작가 한비야처럼 여러 언어를
구사하고 외국여행을 많이 한 사람도 틈날 때마다 집과 고국에 대한 그리움
을 토로하곤 했다 이처럼 집과 고국은 한 사회적 인간의 근원이자 지향점으
로 체화되어 있었고 그것이 당연하게 여겨져 왔으나 오늘날 현정과 같은
젊은이들은 여기서 불편함을 느끼고 탈출까지 감행한다 이러한 인식은 달
희의 말에서도 잘 드러난다 달희는 요가 연습 도중에 갑자기 눈물이 나서
소품실에 들어가 울다 나온 적이 여러 번 있었다 나중에 연구자가 이유를
물어보자 ldquo집에 가면 할 일도 없고 가고 싶지 않아서rdquo 울었다고 하였다
달희는 ldquo한국에 있으면 내일 할 일뿐만 아니라 그 동안 해왔던 일과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rdquo며 부담감을 드러냈다
이처럼 탈조선 여행자들에게 가족들이 사는 집 그리고 고국은 점점 불편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9
한 곳이 되어가며 잠시 돈을 벌거나 비자를 연장하기 위해 혹은 의료 혜택
을 받기 위해서와 같은 실용적인 목적을 위해 들르는 곳으로 변화되어 간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이들은 지속적으로 떠돌거나 고국을 주 거주지
로 하면서도 외국을 계속 돌아다니는 이동성이 증대된 삶을 살게 된다
2) 이동성의 증가
헬조선 탈출 이후 현정처럼 노동과 장기체류라는 순환을 지속적으로 반
복하며 계속 장기여행 중인 사람도 있지만 장기여행을 끝낸 후 한 장소에
정착하여 사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다면 장기여행을 끝낸 후 탈조선 여행자
들의 삶은 어떻게 변화되며 어떠한 새로운 특징이 나타날까 본 연구에서
는 다음 2가지 패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 번째 패턴은 요가와 같이 특정한 활동을 중심으로 증가된 이동성과
직업적 경력을 연결시키는 것이다 달희의 경우 요가를 배우기 위해 수년째
한국-인도를 오가다가 도중에 결심하고 요가 강사가 되었다 연구자와 만났
을 당시 달희는 인도에 3번 왔던 상태였다 수개월씩 여러 장소에서 각기
다른 요가를 배우기를 3년간 반복하다가 2012년 7월부터는 3년간 쭉 방콕
에서 머물며 강사 트레이닝 코스를 밟았다 2015년에는 귀국하여 요가 강사
자리를 알아보는 한편 지속으로 태국 인도 등에서 요가 워크숍에 참석하고
있다
이처럼 헬조선 탈출 여행자 중 요가 수련자들은 리시케쉬를 포함하여
요가를 배우거나 수련할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하는 삶의 방식을 유지한다
계절과 선호하는 강사의 존재 여부 등 다양한 조건에 맞추어 인도 내에서
이동하기도 하고 요가의 새로운 내용이나 전수 방식을 외국의 강사에게 배
울 수 있거나 또 다른 머물기 좋은 장소가 발견되면 인도를 벗어나 다른
나라로 이동하기도 한다 서구인들에 비하면 한국인의 이동 범위는 좀 더
아시아 위주로 한정되어 있는데 주로 한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지내다가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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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 태국 등 동남아 국가의 요가 센터나 요가 워크숍에 참여하는 형태이다
물론 이동 중간중간에 워킹 홀리데이로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일하거나 한
국에서 일하며 여행 자금을 단기간에 마련하기도 한다
요가 수련자들이 이처럼 계속 요가를 배우며 이동하는 것은 더 나은 요가
강사가 되도록 하는 이동성 자본(mobility capital)(Bell 2013 24)으로 기능
할 수도 있다 벨은 끊임없이 돌아다니는 음악 연주자들을 라이프스타일 여
행자로 분류하면서 이들이 경제적 부 대신 개인적sdot직업적 풍요로움 등의
형태로 이동성 자본을 획득하였으며 이들이 영원히 혹은 가장 중요하게
닻을 내리는 것은 한 지리적 장소가 아니라 그들의 일이라고 분석한 바 있
다 이들의 이동성은 전문적 수련의 일부가 되며 이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이처럼 이동성이 성공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것은 요가 강사들
에게도 마찬가지인데 요가의 기원지인 인도에서 유명한 스승에게 배웠다는
것은 그 요가 강사의 진정성과 정통성 그리고 그 결과로서의 지식을 보증하
는 상징으로도 기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렇게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는
요가 수련자들은 더 나은 삶의 방식을 찾기 위해 여행하는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라기보다는 여행 자체가 삶의 방식인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라는 개념
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동 중인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에 대해 연구한 얼스킨과 앤더슨에 의
하면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에게 초기의 이동성은 집에서 탈출하거나 사회
적 압력과 기대를 피하기 위해 추구될 수 있지만 점점 자아 창조라는 의제
를 중심으로 하게 된다(Erskine and Anderson 2013 140-141) 요가 수련
자들도 초기에는 한국을 탈출하는 것이 목적이었다가 나중에는 점점 더 나
은 요가 수련자가 되는 데 집중한다는 점은 이런 특징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의 증가된 이동성이 이후의 삶을 변화시키는 두 번째 패턴은 첫 번째
패턴과 겹칠 수도 있는데 장기여행에서 귀국하여 한국이 주거주지가 되더
라도 마음만은 계속 탈조선 상태에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계속
단기여행을 다니는 식으로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면서 직업 인간관계를 이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1
전과는 다르게 조직하기도 한다 지연의 경우 귀국 후 외국인과 결혼했고
요가 강사가 되어 일 년에 보통 2~3회씩 일본 동남아 등지로 요가 워크숍을
가는 한편 1~2개월씩은 인도에서 요가를 수련한다 지연은 ldquo호주나 유럽
캐나다 같은 곳은 도시여도 자연이 있고 여유가 있고 비슷한 가치관을 중요
시하는 사람들 속에서 살고 싶은데 한국에선 뭐 하나 충족시켜주는 게 없는rdquo
현실에 대해 불평하였다 그러면서 ldquo기존 회사를 그만두고 요가만 하는 걸
로 결정한 것rdquo ldquo원치 않는 정신적 스트레스 관계 이런 걸 최대한 만들지
않는 쪽으로 생활반경을 컨트롤하는 것rdquo은 ldquo최대한 이 헬조선의 영향을 받
지 않는 생활rdquo을 영위하기 위함이며 ldquo이젠 제가 사는 방식을 바꿔서 제
생활반경만큼은 헬조선이 안 되도록 말뚝 박고 공간확보를 한 것 같다rdquo고
말했다
본 연구의 대상자들 중 아직 선진국으로의 이주에 성공한 사례는 없지만
이렇게 이동성을 증대시킨 삶을 사는 사례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7 결론
본 연구에서는 오늘날 한국 젊은이들의 장기여행 현상을 헬조선 담론과
연결시키고 그 동안의 관광이나 이주 개념으로 설명되지 않던 부분들을 이
동성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하였다
본 연구에서 발견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 젊은이들의 장기여행
은 한국의 사회구조와 문화에 대한 불만을 가진 청년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며 헬조선 담론을 잘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
기여행 혹은 탈조선 여행으로 부를 수 있다 둘째 탈조선 여행의 이동 경로
는 계급에 따라 이원화되어 나타난다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장기여행은 중
하류층 청년들이 한국이나 선진국에서의 노동-개발도상국에서의 장기체류
를 반복하는 양상으로 나타났다 셋째 헬조선 탈출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오래 머무는 인도에서 주로 추구하는 목표는 휴식 치유 자아 찾기를 통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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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조선 해독 활동이라 할 수 있다 넷째 이들이 탈조선 여행을 마친 후 나타
나는 삶의 변화로는 집의 의미가 변화하고 이동성이 증가하는 패턴을 들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크게는 전 지구적 이동성의 증가 관광과 이주의 경계가
흐려지는 추세 오늘날 청년들이 노동시장 진입을 비롯하여 점점 더 사회로
부터 배제되고 있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현실 등이 맞물려 나타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이후에 나타나는
개인적sdot사회적 변화는 인류학적으로 아주 흥미로운 현상일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이론화를 위해서는 앞으로 다음 지점들에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이다
첫 번째는 탈조선 여행자 혹은 탈조선 여행에서 얻은 이동성 자본을 직업
으로 전환시킨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이 나이가 들어도 계속 그러한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서구에는 60대
70대 노인 중에도 그런 사람들이 많지만 이는 복지제도가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90년대 이후 증가한 한국의 장기여행자들 중에서는 아무리 lsquo자유
로운 영혼rsquo의 소유자라 해도 부모가 나이 들기 시작하면 자식이 병원비를
부담해야 하고 자신의 노후대책을 직접 마련해야 되기 때문에 당장의 생계
유지에 급급한 생활인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과거의 장기여행과는
달리 오늘날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은 한국에서의 직업적 기반이나
경력을 쌓지 못한 청년들의 여행이며 강력한 구심력을 가진 한국에서의 탈
출이다 따라서 이들이 한국으로 돌아와 생활인이 되는 것이 힘들다면 대안
적으로 어떠한 직업적 가족적 삶이 가능할 것인가
두 번째는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에 라이프스타일이라는 개념을 연
결시킬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연구자는 본문에서 탈조선 여행자들에 대
해 현존하는 개념 중 가장 가까운 라이프스타일 여행자 및 라이프스타일
이동성에 기대어 설명하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사실 라이프스타일은 소비를
중심으로 하는 개념이라는 점에서 생존을 위해 탈출한 사회에서 배제된
청년들을 분류 혹은 설명할 수 있는 명칭이 될 수 있는지 어떠한 다른 개념
으로 보완 확장이 가능한지는 향후 중요한 연구과제라 하겠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3
이러한 지점들에 유념하여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양상 및 그 결과
를 탐구하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의 이탈자들에 대한 성찰적 연구가 되는
것은 물론 전 지구적인 인간의 이동에 대한 새로운 이론을 확립하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다
논문접수일 2016년 5월 31일 논문심사일 2016년 7월 2일 게재확정일 2016년 7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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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7
ltKey conceptsgt Hell-Joseon long-term travel tourism migration lifestyle
migration lifestyle traveler lifestyle mobility
Long-term Travel as lsquoEscape from Hell-Joseon
A Research about Korean Travelers in India
Lee Minyoung14)
This research connects Korean young mens long-term travel with the
ldquoHell-Joseonrdquo discourse popular in Korea nowadays and explores the
so called lsquoescape from Hell-Joseonrsquo phenomenon and changes of their
lives after the trips with the concept of mobility since tourism and
migration cant explain it well A participant observation in India found
that the Korean long-term travelers are characteristic as the followings
1) Long-term travel is popular among the youth who complains about
the social structure and culture of Korea and their travel reflects the
ldquoHell-Joseonrdquo discourse So we can call this travel as escape from
Hell-Joseon 2) The travel routes of are differentiated according to the
class This research mainly deals with the circulation route of doing
physical labor in developed countries and relaxing in developing
countries popular among the lower middle class 3) Most of the travelers
often stay in India for a long time and their main purpose is
detoxification from Hell-Joseon through relaxation healing and
searching for the self 4) After they finish the long-term travel the
PhD Candidate Department of Anthropology Seoul National University
328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meaning of home is changed and their mobility is increased That
phenomenon seems to be entangled with the increasing global mobility
the blurring trend between tourism and migration and the structural
problem which excludes young men from entering the labor market and
the society in Korea Researching the backgrounds aspects and results
of escape from Hell-Joseon will be a reflective study about Korean
society and help to construct new theories about global movement of
people
308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1) 계급에 따른 이동 경로의 분화
먼저 헬조선 탈출이 계급과는 상관없이 수많은 한국 청년들에게 공감되
는 꿈이라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 2015년에 솔직한 제목과 내용으로 크게
주목 받았던 소설의 일부분을 살펴보자
왜 한국을 떠났느냐 두 마디로 요약하면 한국이 싫어서지 세 마디로 줄이
면 여기서는 못 살겠어서 무턱대고 욕하진 말아줘 내가 태어난 나라라도 싫어
할 수는 있는 거잖아 (10쪽) hellip 이제 내가 호주로 가는 건 한국이 싫어서가 아
니라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야 아직 행복해지는 방법은 잘 모르겠지만 호주에
서 더 쉽게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는 직감이 들었어 (161쪽) hellip 나더러 왜 조국
을 사랑하지 않느냐고 하던데 조국도 나를 사랑하지 않았거든 솔직히 나라는 존
재에 무관심했잖아 나라가 나를 먹여주고 입혀주고 지켜줬다고 하는데 나도 법
지키고 교육받고 세금 내고 할 건 다 했어 (170쪽)
- 장강명(2015) 985172한국이 싫어서985173 중에서
이 소설은 한국에서 자신의 미래를 비관하는 20대 후반의 여성이 회사를
그만두고 호주로 이민을 떠난 사정을 들려주는 대화 형식의 이야기이다 주
인공은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를 다녔던 평범한 20대 청춘이다 주인공은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했지만 이 나라에서는 행복하지 않았고 결국 한국
이 싫어서 선진국인 호주로 떠났다고 말한다 이러한 주인공의 사연은 한국
의 대표적인 신문사의 사회부 등에서 기자로 일했던 저자가 치 한 취재를
바탕으로 그려낸 가장 사실적이면서도 평균적인 탈조선의 꿈이라 할 수 있
다
평범한 주인공이 이런 실천을 하는 모습에서 볼 수 있듯 헬조선 탈출은
한국 청년들에게 널리 퍼져 있는 욕망이며 한 인터뷰 대상자의 말을 빌리자
면 ldquo요즘 모여서 얘기하면 태반은 탈조선을 꿈꾼다rdquo 그러나 다 함께 꾸는
꿈도 각자의 계급과 이용 가능한 자원에 따라 실천 가능한 형태가 정해지는
것이 현실이다 가족의 자본과 본인의 학력자본이 높은 중상류층 출신 청년
들은 선진국에서 교환학생-유학을 거친 후 한국 혹은 선진국에서의 취업-선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09
진국으로의 이민이라는 경로를 많이 취하는 반면 자본이 부족한 중하류층
청년들은 한국 혹은 호주 뉴질랜드 등의 서구 선진국에서 노동하여 돈을
번 후 인도 태국 등의 아시아 개발도상국에서 장기여행을 하는 패턴을 반
복하는 이원화된 구조가 나타났다
이 글에서는 중하류층 청년들의 탈조선 현실에 초점을 맞출 것이지
만 더 입체적인 비교를 위해 잠시 중상류층의 사례를 살펴보자 화장품을
사거나 식도락 여행을 위해 종종 일본에 가는 진희(2016년 현재 24세 여)는
한국에서 태어난 것을 한탄하며 탈조선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는 대
학생이다 진희는 양친 모두가 안정된 직업을 갖고 있고 매년 2~4주씩 4인
가족이 해외로 자유여행을 갈 정도의 경제적 문화적 자본을 갖추고 있는
중산층이며 한국 최고의 학벌을 취득하는 등 모든 면에서 부족함이 없는데
왜 탈조선을 원할까 이러한 연구자의 질문에 진희는 ldquo객관적인 지표는 그
렇긴 한데 주관적인 느낌의 차원에서 가망이 없다고 많이 느낀다rdquo ldquo제가
언제든 비정규직이 될 수 있고 밑바닥으로 떨어지는 거 순식간일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rdquo고 답했다 진희는 대학에서도 좋은 학점을 4년 내내 받으며
성공적인 궤도를 달려왔다 그러나 ldquo학벌주의 사회와 경쟁적인 분위기와 과
도한 학습노동rdquo이 너무나 힘들었고 ldquo헬조선 때문에 소중한 청소년기 성장
기가 박탈당했다는 억울함과 분노가 있다rdquo고 하였다 ldquo고등학교 들어가면서
부터는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꼼짝없이 야자(야간자율학습)rdquo를 하였고
대학에 한 번에 붙어야 ldquo이 다시 겪고 싶지 않은 끔찍한 시간rdquo을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아 점심 식사 저녁 식사를 모두 포기하고 간식으로 대충 때우
며 인강(인터넷 강의)을 들었다 진희는 스스로 ldquo자기착취의 주체rdquo가 되어
ldquo모든 에너지와 시간 등등을 싸그리 수단화해서rdquo ldquo학습노동rdquo에만 매달렸다
고 회고한다 진희의 사례는 한국에서는 성공적인 궤도를 달리고 있는 것처
럼 보이는 청년들도 경쟁적인 사회 분위기에 질려 탈조선을 희망할 수 있다
는 것을 보여준다
진희는 중학교 때 985172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985173(홍세화 1995)라는 책을 읽
었는데 프랑스의 교육제도와 사회보장제도 하에서는 ldquo한국처럼 젊어서도
310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일에 찌들어 살고 노후 걱정하고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게 부러웠고rdquo ldquo나는
어쩌다 우연히 한국에 태어났을 뿐인데 왜 그런 우연한 국적에 발목 잡혀서
힘들게 살아야 하나rdquo 하고 생각했다 대학 시절에는 프랑스어를 배운 후 1학
기 동안 프랑스로 교환학생을 다녀왔다 졸업 후에는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대학원을 다닐 계획이다 진희처럼 부모의 지원으로 좋은 학벌을 취득하고
빨리 탈조선의 방법과 방향을 정하며 대학을 다니면서도 노동에 매달리지
않고 공부에만 몰입할 수 있고 덕분에 외국어라는 유용한 자원을 효율적으
로 습득한 경우 ldquo탈조선 방식으로 유학을 택하는 것rdquo이 가능하다
한국에는 진희와 같은 중상류층 젊은이들이 많이 있으며 이들은 주로
유럽이나 북미의 선진국에서 교환학생이나 유학을 통해 장기체류하는 경로
를 취한다 중상류층 중 인도에서 장기체류하는 경우는 요가나 명상을 깊이
배우려는 목적에서가 대부분이며 인도를 찾는다 해도 그 이후의 삶은 앞으
로 서술할 중하류층 청년들과 크게 다르다 스스로를 ldquo금수저rdquo라고 말하지
만 인도에서 몇 번 장기체류를 했던 지연(2016년 현재 38세 여)의 경우가
그런 독특한 사례이다 아버지가 의사이고 어머니는 교양 있는 주부인 집안
에서 자라며 음악을 전공했던 지연은 이렇게 얘기했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유학을 가는 게 당연한 코스였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그렇
게 생각했었고 어느 날 문득 심한 회의가 들었고 내가 재능이 아무리 많고 아무
리 열심히 해서 유학 갔다 오고 교수가 된다 한들 작은 방에서 하루 종일 나 같
은 아이들 가르치며 햇빛도 보지 못하고 썩은 얼굴로 살겠구나 돈이나 명예가
있으면 뭐하나 인간 삶의 질이 엉망이겠구나
ldquo한국에 있으면 무엇을 해도 마찬가지rdquo일 것이라고 생각한 지연은 부모
의 후원을 받아 독일로 가서 고등학교를 다녔고 스위스에서 대학을 졸업했
다 졸업 후에는 ldquo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그 사회에서 사는 게 너무 끔찍
하게rdquo 느껴져서 태국에서 7년 가까이 직장 생활을 하였고 요가를 배웠다
지연은 고등학교 때부터 탈조선하여 계속 외국에서 지냈으며 영어와 독일
어를 유창하게 구사했지만 한국적인 삶의 방식과 성공을 요구하는 부모와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1
끝없이 충돌했다 몸은 한국에서 벗어나 있더라도 한국과 가족 등의 끈으로
묶여 있는 한 마음은 한국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결국 몇 번의 대형 충돌
을 거친 뒤 매년 인도에서 수개월씩 체류하며 마음만은 탈조선한 상태로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위의 두 사례를 보면 한국에서는 남들이 모두 부러워할 만큼 많은 자본을
가진 20대 중반의 젊은이도 스스로를 금수저라 인식하는 30대 후반의 젊은
이도 ldquo젊어서도 일에 찌들어 살고 노후 걱정rdquo해야 하는 삶 경쟁이 극심한
한국에서 사는 것을 끔찍하게 인식하며 탈조선을 꿈꾸고 실천한다는 사실
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중상류층 출신인 이들에게는 부모가 가진 자원과
그 도움으로 획득한 자신의 문화자본 덕분에 탈조선의 실천이 상대적으로
쉬운 것도 사실이다
2) 중하류층 청년들의 노동-장기여행 반복
그렇다면 중하류층 젊은이들의 탈조선 여행 이동 루트는 어떠할까 이
글의 서두에서 현정이 말한 대로 많은 청년들이 호주에서 수 개월간 일을
해서 한국에서보다 많은 돈을 벌고 그 돈으로 호주 동남아 인도를 여행한
다 그리고 돈이 떨어지면 다시 호주 혹은 다른 워킹 홀리데이 국가로 가서
돈을 벌고 다시 그 돈으로 아시아 국가들을 여행한다
리시케쉬에서 만난 한국 청년 중 가장 길게 여행 중인 현정의 구체적인
이동 경로는 다음과 같다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했던 현정은 졸업 후 ldquo취직
이 되지 않아rdquo 인도를 3개월간 여행했다 그 후 호주에 워킹 홀리데이로
가서 1년간 일한 뒤 동남아를 장기여행 했다 그 후 다시 호주에 워킹 홀리
데이로 가서 또 1년간 일했고 그 후에는 다시 동남아를 장기여행한 후 인도
에 왔다 비자가 만료되자 네팔에서 2개월간 머문 뒤 새 비자를 받아 다시
인도에 왔고 리시케쉬에서 1개월짜리 강사 트레이닝 코스를 마쳤다 현정
은 한동안 요가 수련을 한 후 뉴질랜드에 워킹 홀리데이로 갈 예정이다
312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6년 이상 계속 외국을 떠돌고 있는 셈이었다
현정의 부연설명처럼 수 년 전부터 동남아에는 ldquo집에 3~4년씩 안 들어간
애들rdquo ldquo집에 가기 싫은 애들rdquo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배낭여행 중에는 이런
청년들을 쉽게 만날 수 있으며 여행 중에 만나는 사람들 그리고 워킹 홀리
데이 안내서 동남아 여행기 블로그 페이스북 등을 통해 이들에 대한 간접
적인 이야기도 수없이 들을 수 있다
현정처럼 한국에 거의 들어오지 않고 쭉 여행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중간중간에 한국에 들어와 회사를 다니며 돈을 모은 뒤 다시 나가는 경우도
있다 주로 쉽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자격증을 가진 경우인데 유정(2011
년 당시 32세 여)의 경우 2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청소년 상담사 자격증을
딴 후 3년 반 동안 회사를 다녔다 그 후 호주로 1년간 워킹 홀리데이를
나갔다가 들어와서 다시 1년간 회사를 다녔다 그 후 캐나다로 워킹 홀리데
이를 가려고 신청했다가 떨어진 후 장기여행을 준비하다가 다시 취직했고
1년 반 동안 일하다가 장기여행을 시작했다 이번 여행은 현재 10개월째인
데 동남아에서 수 개월간 쉬고 단동에서 15개월간 자원봉사를 하고 운남
성에서 15개월간 태극권을 배운 후 다시 15개월간 동남아와 인도를 여행
했고 인도에서 2개월간 요가를 배운 후 육로로 이집트까지 여행할 예정이
다
현정 유정과 같은 청년들의 생애사를 들어보면 학벌이나 학력 자격증
부모의 직업 등 많은 면에서 내세울 것도 도움 받을 네트워크도 없었으며
자신의 힘으로 삶을 헤쳐 나갔다 3장에서 살펴본 것처럼 가진 것이 없다
보니 존중받지 못했거나 취직이 되지 않아 주변의 눈치를 봐야 했으며 죽
도록 과로하거나 불합리한 조직문화에 시달리면서도 노동을 하며 살아야
했다 현정처럼 차라리 선진국에서 육체노동을 하며 돈을 많이 벌거나 유정
처럼 ldquo죽었다 생각하고rdquo 한국에서 1년 정도 일을 하고 나면 쉬고 싶고 그새
망가진 몸을 고치고 싶고 자신이 누구인지 천천히 생각도 해보고 싶어진다
전 세계적으로 볼 때 한정된 돈으로 오랜 시간을 보내며 이러한 목적을
추구할 수 있는 최적의 여행지는 인도로 알려져 있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3
5 인도에서의 헬조선 해독 활동
이 장에서는 한국 청년들이 인도에서 장기체류하면서 추구하는 목표가
휴식 치유 자아 찾기를 통한 lsquo헬조선 해독(解毒)rsquo임을 보인 후 인도가 이런
활동을 하기 좋은 이유는 무엇인지 알아본다
먼저 탈조선하여 인도에 온 청년들이 가장 많이 추구하는 활동인 휴식
치유 자아 찾기가 어떠한 맥락에서 나타나는지를 다음 사례들을 통해 살펴
보자
달희는 리시케쉬에 왜 왔냐는 연구자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ldquo나는
여기가 쉴 수 있는 곳일 거란 기대를 가지고 처음에 왔어요 밖으로의 여행
이 아니라 내 안으로의 여행 내가 처음에 인도를 선택하면서 내 마음속으로
되뇌었던 것이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이 말을 계속 했었어요rdquo
달희는 휴식과 자아 찾기를 위해 인도에 왔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것은
과로할 수밖에 없는 직장생활 그로 인해 병든 몸을 치유하는 것과 접한
관계를 갖고 있었다 달희에 의하면 이러한 욕망을 갖게 된 것은 회사 생활
을 하면서 ldquo착취당하면서도 표현도 못 하고 그렇다고 부하 직원들을 쥐어
짤 성격도 안 되고 해서 아주 화병 같은 게 단단히 들고 몸도 너무 고단해서
망가졌기rdquo 때문이다 30세 무렵에는 교통사고가 나서 구안와사(口眼喎斜)
즉 입이 한쪽으로 돌아가는 증상이 왔다 그러나 달희는 여전히 일을 하였
고 계속 일을 하다 유방섬유선종 자궁근종 무릎middot발목 등의 원인불명 통증
척추측만증 두통 소화불량 관절 통증 등을 앓게 되었다 결국 41세에는
더 이상 회사를 다닐 수 없어 요가를 하면서 몸을 고치기 위해 리시케쉬로
오게 되었다
달희의 생애사에서 보이는 것처럼 과로 심신의 질환 자아를 잃었고 왜
사는지 모르겠다는 느낌이 긴 하게 엮여 나타나다가 탈조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한국인 장기여행자들에게 흔한 서사이다 인도의 장기여행자 중 보기
드물게 성공적인 궤도를 달리는 듯했지만 역시 같은 이유로 탈조선한 다음
314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대학생의 사례도 이를 잘 보여준다
관욱(2011년 당시 26세 남)은 서울의 일류 공과대학의 4학년이었다 관
욱은 4학년 여름까지 취직을 위해 인턴 과정을 밟고 있었고 취직 시험에서
최종 면접을 몇 개 남겨둔 상태였다 고등학교 때 985172지구별 여행자985173(류시화
2002)를 읽은 이후 막연히 배낭여행을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가지고 있었지만 주변 사람들은 다들 대학원에 가거나 빨리 취직하는 분위
기였고 해외에 간다고 해도 유럽으로 아니면 유명 대학의 프로그램이나
어학연수에 가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계속 고민하다가 전자공학 전공자에
대한 수요가 많아 취업 걱정이 없다는 점 지금 못 가면 40~50대 때 후회할
것 같다는 점 회사에 한 번 들어가면 회사를 그만두지 않는 한 6개월짜리
여행은 할 수 없다는 점을 생각했다 관욱은 취업 준비를 모두 그만두고
면접도 포기하고 여름 내내 육체노동을 하면서 인도 여행 자금을 모았다
관욱은 늘 아침밥만 먹고 점심 저녁은 굶으면서 공부했다 전공 5~6개 과목
의 시험이 매 학기 각각 4번씩이나 있고 프로그램 프로젝트를 2개씩 하다
보니 항상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관욱은 ldquo어쩌면 스트레스 받는데 의식
못 했을 수도 있었다rdquo고 회고한다 관욱은 ldquo한국에서는 시험이나 프로젝트
가 늘 마음에 있었고rdquo 회사 면접을 보면서는 ldquo연봉보다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rdquo 하는 고민에 계속 마음이 무거웠다 그러
다가 인도에 오기 전에 몸이 아파 병원에 들렀고 놀랍게도 20대 중반의
나이에 위궤양 빈혈 고혈압 진단을 받았다 관욱은 인도에 오게 된 계
기를 다음과 같이 털어놓았다
한편으로 기대한 바는 한국 문화에서 떨어져 있고 싶었어요 어떤 사회적 자
아 그렇게 형성된 자아가 너무 세서 내 내면의 목소리라는 걸 들어볼 생각도 안
하고 들어보지도 못했어요 작은 거라도 그래서 여기서 나가보면 내가 직접 느껴
볼 수 있지 않을까 절실히 필요하면서도 내 내면의 목소리 이런 게 너무 피상적
으로 느껴졌었죠
관욱이 인도로 탈조선하면서 가장 바란 것은 한국 문화 사회적 자아에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5
매몰된 내면의 목소리를 찾는 것 즉 자아 찾기였으며 이것은 망가진 몸을
치유하고 휴식을 취하는 것과 접하게 엮여서 나타났다 관욱은 한국에서
는 성공을 향한 길을 안정적으로 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진정으
로 원하는 일을 하지 못하고 몸의 요구나 내면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바쁘게
살아야 하는 한국 문화에 순응하며 살아오다가 문득 몸이 망가진 것을 발견
했다 관욱은 연구자와 나눈 대화 속에서 ldquo쉬고 싶다rdquo는 표현을 끝없이 계속
했다 가이드북에서 리시케쉬 부분을 펼쳤을 때 ldquo락쉬만줄라에 노을 지는
장면 사진이 나왔는데 이것을 보고 여기서는 여유롭게 시간을 가져도 좋겠
다 한국에선 잘 못 가지는 시간이니까rdquo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였으며
오기 전에 ldquo가서 어떤 식으로든 순간을 즐길 수 있음 그럴 수 있기만 하면
좋겠다rdquo 하고 생각했다고 하였다 리시케쉬에 도착해서는 ldquo여기서는 순간을
한 번 그렇게 지내보자 한국에선 걱정이 너무 많으니까 시험이나 프로젝트
가 늘 마음에 있으니까 여기선 햇볕 산책 다 해보자rdquo 하고 결심했다고 하였
다
이처럼 많은 한국 청년들이 휴식에 대한 갈망을 표현하였다 이번 여행의
목적을 묻는 연구자에게 유정은 이렇게 대답했다 ldquo계속 다니면서 나를 더
들여다보는 거죠 나는 누구인가 10대 때 고민했던 거 다시 한 번 그래서
이렇게 좀 다니면서 생각 좀 많이 하면서 그래서 좀 스스로 좀 내면적으로
좀 강해졌음 좋겠다 그리고 현실에서 탈피하고 싶고 그게 좀 안 돼요 일만
하면 일만 생각해요rdquo
유정 또한 탈조선의 계기를 ldquo나를 들여다보는 것rdquo 즉 자아 찾기라고 얘기
하고 있으며 그것을 현실 탈피와 내면이 강해지는 것과 연결시키고 있다
유정은 한국에서 회사 문화의 불합리함 인간관계에 의한 스트레스로 폭식
증 소화불량 단기간에 25kg이라는 급격한 체중 증가 그리고 이로 인한
무릎 허리 목의 통증에 시달렸다 그래서 휴식과 치유가 절실하여 탈조선
하게 되었고 몇 달간 푹 쉰 뒤에는 ldquo다시 사회에 돌아갔을 때 그런 스트레스
나 이런 것들에 대해서 사람관계에서 오는 것들은 내가 좀 커트할 수 있는
사람rdquo이 되고 싶어 요가를 시작했다고 하였다
316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위의 사례들이 보여주는 바처럼 한국 청년들이 헬조선을 탈출하는 이유
는 휴식 치유 자아 찾기를 통한 헬조선 해독이 너무나 절실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활동을 다른 곳도 아니고 인도에서 하는 것일까
앞의 사례에서 달희는 휴식 자아 찾기의 욕망을 인도에서 추구하게 된
이유로 ldquo인도는 한국에서 지내는 것보다 한 달에 쓰는 생활비가 더 적을
거라는 생각rdquo ldquo일을 하지 않고 요가만 하면서 먹고 자고 할 수 있고rdquo ldquo인도
는 요가의 본고장이기 때문이라는 믿음rdquo이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다른
사람들이 인도에 온 계기도 대부분 이와 비슷하다
달희가 말한 것처럼 이러한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저렴한 물가이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유럽이나 미국에서 장기체류를 하지
않는 핵심 원인은 물가가 비싸 오래 머물 수가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 최대
한 많은 것을 볼 수 있도록 하루하루 빡빡한 일정을 짜고 꼭 필요한 날수만
큼만 머물게 되는 이런 선진국으로는 휴식을 취하러 가지 못한다 그러나
인도 리시케쉬에서는 300~500달러만 있으면 한 달간 깔끔한 싱글룸에서
묵으며 최고의 요가 수업을 받고 여유롭게 식사와 간식을 즐기며 지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좋은 자연환경과 문화적 매력까지 있다 리시케쉬는 갠지
스강과 히말라야 산맥이 만나는 성지로서 자연환경이 아름답고 요가의 본
고장답게 훌륭한 요가 수업들이 많이 있다 달희의 말처럼 ldquo요가만 하면서
먹고 자고 할 수 있는rdquo 최적의 환경인 것이다 이러한 환경은 여행 가이드북
과 여행자들이 남긴 여행기에도 잘 기술되어 있으며 실제로 놀라운 치유의
효과를 낳는다 이러한 소문은 수많은 여행자들을 유혹한다
이처럼 개발도상국에서 장기체류하는 선진국의 여행자들에 대해 그러한
이동의 핵심 원인이 더 나은 삶의 질을 위한 것이라고 보고 개념화한 것이
바로 라이프스타일 이주이다 인도에 대한 사례 연구로는 바라나시의 서구
인 장기체류자들을 참여관찰하면서 이들을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로 보고 그
라이프스타일의 특징을 분석한 코펠라(Korpela 2009)의 연구가 있다 바라
나시는 인도 악기를 배우는 장기체류자들이 집해 있는 곳인데 코펠라에
의하면 이들은 대부분 인도 악기를 연주하고 요가와 명상 자선사업을 하며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7
엄청난 시간을 친구들과 어울리는 데 쓴다 이들의 삶은 느리고 빡빡한 매
일의 일정이 없으며 물질적 소유는 적고 현재를 즐길 시간이 많다 코펠라
는 이들이 가능한 곳에서 더 나은 삶을 찾으며 물가가 싸고 영적sdot예술적
의미와 결부된 곳에서 더 나은 삶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이용하는 것이라
고 해석하였다
인도의 장기체류자들이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이동하는 방향성은
이렇게 해석할 수 있겠으나 문제는 라이프스타일 이주라는 개념은 이들이
고국에서 인도로 한 번 이주한 다음 영구히 정착한다는 인상을 준다는 것이
다 그러나 사실 인도의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들은 대부분 3~6개월짜리 관광
자 비자로 인도에 장기체류하는 여행자들이며 비자를 갱신하기 위해 이웃
나라를 방문하거나 돈을 벌거나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자주 고국으
로 귀국한다 또한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헬조선 탈출 여행자들은 이 글의
서두에서 보았던 것처럼 호주 등 선진국에서의 노동 다른 동남아 국가들에
서의 여행 등 다양한 이동 루트를 거친다
이처럼 오랜 기간 다양한 장소들을 떠돌다 보면 이들의 탈조선 여행 이후
의 삶은 어떻게 변화할까
6 탈조선 여행 이후의 삶의 변화
이 장에서는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을 했던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이들에게 나타나는 lsquo집rsquo의 의미 변화를 살펴본
뒤 이들의 이동성을 라이프스타일 여행 및 라이프스타일 이동성이라는 개
념과 연결 지어 살펴본다
1) lsquo집rsquo의 의미 변화
탈조선하여 떠도는 사람들에게 집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왜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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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돌아다니냐는 연구자의 질문에 현정은 이 글의 서두에 인용한 것처럼
ldquo집에 가기 싫어서요rdquo라는 답과 함께 이제는 집이 불편하다는 말까지 했다
ldquo이제 집에 가도 제가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닌 것 같아요 불편해요 그래서
또 나오고요 엄마가 밥을 하루에 3번씩 해주시는데 처음에 빵만 하루에
3번 먹으면 속이 거북한 그 느낌처럼 밥에서 그런 느낌이 나던데요rdquo
현정의 말은 2가지 생각해볼 문제를 남긴다 첫 번째는 한국 사람인 현정
이 밥을 먹으면 속이 거북하다는 지점이다 지금은 약간 옅어지기는 했지만
한국의 해외여행 역사상 언제나 여행 경험담의 중요한 부분이 되어왔던 것
은 며칠만 외국을 여행해도 김치와 된장찌개가 그립고 한국인이라면 역시
밥을 먹어야 힘이 난다는 정서 그리고 한국인을 만나서 김치에 소주를 함께
먹으며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공유했던 정겨운 경험 등이다 이와 비교
할 때 현정과 같은 청년들에게서는 지금까지 한국인에게 lsquo밥rsquo으로 체화되어
있던 한국적 정서와 정체성이 옅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한국적 정서와 정체성이 옅어지는 것은 공간적으로도 체험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이 두 번째 지점 즉 ldquo집에 가도 제가 있어야 할 자리
가 아닌 것rdquo처럼 불편하고 그래서 또 외국으로 나간다는 말이다 과거 많은
한국인 여행자들은 lsquo나의 집rsquo 그리고 이를 확장한 lsquo내 나라rsquo가 세상에서 가
장 편안한 곳이라고들 이야기해왔으며 여행작가 한비야처럼 여러 언어를
구사하고 외국여행을 많이 한 사람도 틈날 때마다 집과 고국에 대한 그리움
을 토로하곤 했다 이처럼 집과 고국은 한 사회적 인간의 근원이자 지향점으
로 체화되어 있었고 그것이 당연하게 여겨져 왔으나 오늘날 현정과 같은
젊은이들은 여기서 불편함을 느끼고 탈출까지 감행한다 이러한 인식은 달
희의 말에서도 잘 드러난다 달희는 요가 연습 도중에 갑자기 눈물이 나서
소품실에 들어가 울다 나온 적이 여러 번 있었다 나중에 연구자가 이유를
물어보자 ldquo집에 가면 할 일도 없고 가고 싶지 않아서rdquo 울었다고 하였다
달희는 ldquo한국에 있으면 내일 할 일뿐만 아니라 그 동안 해왔던 일과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rdquo며 부담감을 드러냈다
이처럼 탈조선 여행자들에게 가족들이 사는 집 그리고 고국은 점점 불편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9
한 곳이 되어가며 잠시 돈을 벌거나 비자를 연장하기 위해 혹은 의료 혜택
을 받기 위해서와 같은 실용적인 목적을 위해 들르는 곳으로 변화되어 간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이들은 지속적으로 떠돌거나 고국을 주 거주지
로 하면서도 외국을 계속 돌아다니는 이동성이 증대된 삶을 살게 된다
2) 이동성의 증가
헬조선 탈출 이후 현정처럼 노동과 장기체류라는 순환을 지속적으로 반
복하며 계속 장기여행 중인 사람도 있지만 장기여행을 끝낸 후 한 장소에
정착하여 사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다면 장기여행을 끝낸 후 탈조선 여행자
들의 삶은 어떻게 변화되며 어떠한 새로운 특징이 나타날까 본 연구에서
는 다음 2가지 패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 번째 패턴은 요가와 같이 특정한 활동을 중심으로 증가된 이동성과
직업적 경력을 연결시키는 것이다 달희의 경우 요가를 배우기 위해 수년째
한국-인도를 오가다가 도중에 결심하고 요가 강사가 되었다 연구자와 만났
을 당시 달희는 인도에 3번 왔던 상태였다 수개월씩 여러 장소에서 각기
다른 요가를 배우기를 3년간 반복하다가 2012년 7월부터는 3년간 쭉 방콕
에서 머물며 강사 트레이닝 코스를 밟았다 2015년에는 귀국하여 요가 강사
자리를 알아보는 한편 지속으로 태국 인도 등에서 요가 워크숍에 참석하고
있다
이처럼 헬조선 탈출 여행자 중 요가 수련자들은 리시케쉬를 포함하여
요가를 배우거나 수련할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하는 삶의 방식을 유지한다
계절과 선호하는 강사의 존재 여부 등 다양한 조건에 맞추어 인도 내에서
이동하기도 하고 요가의 새로운 내용이나 전수 방식을 외국의 강사에게 배
울 수 있거나 또 다른 머물기 좋은 장소가 발견되면 인도를 벗어나 다른
나라로 이동하기도 한다 서구인들에 비하면 한국인의 이동 범위는 좀 더
아시아 위주로 한정되어 있는데 주로 한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지내다가 가
320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끔 태국 등 동남아 국가의 요가 센터나 요가 워크숍에 참여하는 형태이다
물론 이동 중간중간에 워킹 홀리데이로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일하거나 한
국에서 일하며 여행 자금을 단기간에 마련하기도 한다
요가 수련자들이 이처럼 계속 요가를 배우며 이동하는 것은 더 나은 요가
강사가 되도록 하는 이동성 자본(mobility capital)(Bell 2013 24)으로 기능
할 수도 있다 벨은 끊임없이 돌아다니는 음악 연주자들을 라이프스타일 여
행자로 분류하면서 이들이 경제적 부 대신 개인적sdot직업적 풍요로움 등의
형태로 이동성 자본을 획득하였으며 이들이 영원히 혹은 가장 중요하게
닻을 내리는 것은 한 지리적 장소가 아니라 그들의 일이라고 분석한 바 있
다 이들의 이동성은 전문적 수련의 일부가 되며 이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이처럼 이동성이 성공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것은 요가 강사들
에게도 마찬가지인데 요가의 기원지인 인도에서 유명한 스승에게 배웠다는
것은 그 요가 강사의 진정성과 정통성 그리고 그 결과로서의 지식을 보증하
는 상징으로도 기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렇게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는
요가 수련자들은 더 나은 삶의 방식을 찾기 위해 여행하는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라기보다는 여행 자체가 삶의 방식인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라는 개념
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동 중인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에 대해 연구한 얼스킨과 앤더슨에 의
하면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에게 초기의 이동성은 집에서 탈출하거나 사회
적 압력과 기대를 피하기 위해 추구될 수 있지만 점점 자아 창조라는 의제
를 중심으로 하게 된다(Erskine and Anderson 2013 140-141) 요가 수련
자들도 초기에는 한국을 탈출하는 것이 목적이었다가 나중에는 점점 더 나
은 요가 수련자가 되는 데 집중한다는 점은 이런 특징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의 증가된 이동성이 이후의 삶을 변화시키는 두 번째 패턴은 첫 번째
패턴과 겹칠 수도 있는데 장기여행에서 귀국하여 한국이 주거주지가 되더
라도 마음만은 계속 탈조선 상태에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계속
단기여행을 다니는 식으로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면서 직업 인간관계를 이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1
전과는 다르게 조직하기도 한다 지연의 경우 귀국 후 외국인과 결혼했고
요가 강사가 되어 일 년에 보통 2~3회씩 일본 동남아 등지로 요가 워크숍을
가는 한편 1~2개월씩은 인도에서 요가를 수련한다 지연은 ldquo호주나 유럽
캐나다 같은 곳은 도시여도 자연이 있고 여유가 있고 비슷한 가치관을 중요
시하는 사람들 속에서 살고 싶은데 한국에선 뭐 하나 충족시켜주는 게 없는rdquo
현실에 대해 불평하였다 그러면서 ldquo기존 회사를 그만두고 요가만 하는 걸
로 결정한 것rdquo ldquo원치 않는 정신적 스트레스 관계 이런 걸 최대한 만들지
않는 쪽으로 생활반경을 컨트롤하는 것rdquo은 ldquo최대한 이 헬조선의 영향을 받
지 않는 생활rdquo을 영위하기 위함이며 ldquo이젠 제가 사는 방식을 바꿔서 제
생활반경만큼은 헬조선이 안 되도록 말뚝 박고 공간확보를 한 것 같다rdquo고
말했다
본 연구의 대상자들 중 아직 선진국으로의 이주에 성공한 사례는 없지만
이렇게 이동성을 증대시킨 삶을 사는 사례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7 결론
본 연구에서는 오늘날 한국 젊은이들의 장기여행 현상을 헬조선 담론과
연결시키고 그 동안의 관광이나 이주 개념으로 설명되지 않던 부분들을 이
동성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하였다
본 연구에서 발견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 젊은이들의 장기여행
은 한국의 사회구조와 문화에 대한 불만을 가진 청년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며 헬조선 담론을 잘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
기여행 혹은 탈조선 여행으로 부를 수 있다 둘째 탈조선 여행의 이동 경로
는 계급에 따라 이원화되어 나타난다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장기여행은 중
하류층 청년들이 한국이나 선진국에서의 노동-개발도상국에서의 장기체류
를 반복하는 양상으로 나타났다 셋째 헬조선 탈출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오래 머무는 인도에서 주로 추구하는 목표는 휴식 치유 자아 찾기를 통한
322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헬조선 해독 활동이라 할 수 있다 넷째 이들이 탈조선 여행을 마친 후 나타
나는 삶의 변화로는 집의 의미가 변화하고 이동성이 증가하는 패턴을 들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크게는 전 지구적 이동성의 증가 관광과 이주의 경계가
흐려지는 추세 오늘날 청년들이 노동시장 진입을 비롯하여 점점 더 사회로
부터 배제되고 있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현실 등이 맞물려 나타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이후에 나타나는
개인적sdot사회적 변화는 인류학적으로 아주 흥미로운 현상일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이론화를 위해서는 앞으로 다음 지점들에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이다
첫 번째는 탈조선 여행자 혹은 탈조선 여행에서 얻은 이동성 자본을 직업
으로 전환시킨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이 나이가 들어도 계속 그러한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서구에는 60대
70대 노인 중에도 그런 사람들이 많지만 이는 복지제도가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90년대 이후 증가한 한국의 장기여행자들 중에서는 아무리 lsquo자유
로운 영혼rsquo의 소유자라 해도 부모가 나이 들기 시작하면 자식이 병원비를
부담해야 하고 자신의 노후대책을 직접 마련해야 되기 때문에 당장의 생계
유지에 급급한 생활인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과거의 장기여행과는
달리 오늘날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은 한국에서의 직업적 기반이나
경력을 쌓지 못한 청년들의 여행이며 강력한 구심력을 가진 한국에서의 탈
출이다 따라서 이들이 한국으로 돌아와 생활인이 되는 것이 힘들다면 대안
적으로 어떠한 직업적 가족적 삶이 가능할 것인가
두 번째는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에 라이프스타일이라는 개념을 연
결시킬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연구자는 본문에서 탈조선 여행자들에 대
해 현존하는 개념 중 가장 가까운 라이프스타일 여행자 및 라이프스타일
이동성에 기대어 설명하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사실 라이프스타일은 소비를
중심으로 하는 개념이라는 점에서 생존을 위해 탈출한 사회에서 배제된
청년들을 분류 혹은 설명할 수 있는 명칭이 될 수 있는지 어떠한 다른 개념
으로 보완 확장이 가능한지는 향후 중요한 연구과제라 하겠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3
이러한 지점들에 유념하여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양상 및 그 결과
를 탐구하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의 이탈자들에 대한 성찰적 연구가 되는
것은 물론 전 지구적인 인간의 이동에 대한 새로운 이론을 확립하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다
논문접수일 2016년 5월 31일 논문심사일 2016년 7월 2일 게재확정일 2016년 7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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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3842838ampcID=10201amppID=10200(2016-07-08 접속)
사람인 ldquo성인남녀 79 이민 가고 싶어rdquo 2016년 1월 18일 기사 httpwww
saramincokrzf_userhelpliveviewidx=30205(2016-07-08 접속)
326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헤럴드경제 ldquo대형참사후 국적포기자 늘었다rdquo 2014년 4월 28일 기사 httpnews
heraldcorpcomviewphpud=20140428000292ampmd=20140501010056_BL
(2016-07-08 접속)
헬조선 wwwhellkoreacom(2016-07-08 접속)
The Isaac Brock Society ldquoComparing renunciation rates around the worldrdquo 2012
년 5월 23일 포스팅 httpisaacbrocksocietyca20120523comparing-
renunciation-rates-around-the-world(2016-07-08 접속)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7
ltKey conceptsgt Hell-Joseon long-term travel tourism migration lifestyle
migration lifestyle traveler lifestyle mobility
Long-term Travel as lsquoEscape from Hell-Joseon
A Research about Korean Travelers in India
Lee Minyoung14)
This research connects Korean young mens long-term travel with the
ldquoHell-Joseonrdquo discourse popular in Korea nowadays and explores the
so called lsquoescape from Hell-Joseonrsquo phenomenon and changes of their
lives after the trips with the concept of mobility since tourism and
migration cant explain it well A participant observation in India found
that the Korean long-term travelers are characteristic as the followings
1) Long-term travel is popular among the youth who complains about
the social structure and culture of Korea and their travel reflects the
ldquoHell-Joseonrdquo discourse So we can call this travel as escape from
Hell-Joseon 2) The travel routes of are differentiated according to the
class This research mainly deals with the circulation route of doing
physical labor in developed countries and relaxing in developing
countries popular among the lower middle class 3) Most of the travelers
often stay in India for a long time and their main purpose is
detoxification from Hell-Joseon through relaxation healing and
searching for the self 4) After they finish the long-term travel the
PhD Candidate Department of Anthropology Seoul National Univers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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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aning of home is changed and their mobility is increased That
phenomenon seems to be entangled with the increasing global mobility
the blurring trend between tourism and migration and the structural
problem which excludes young men from entering the labor market and
the society in Korea Researching the backgrounds aspects and results
of escape from Hell-Joseon will be a reflective study about Korean
society and help to construct new theories about global movement of
people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09
진국으로의 이민이라는 경로를 많이 취하는 반면 자본이 부족한 중하류층
청년들은 한국 혹은 호주 뉴질랜드 등의 서구 선진국에서 노동하여 돈을
번 후 인도 태국 등의 아시아 개발도상국에서 장기여행을 하는 패턴을 반
복하는 이원화된 구조가 나타났다
이 글에서는 중하류층 청년들의 탈조선 현실에 초점을 맞출 것이지
만 더 입체적인 비교를 위해 잠시 중상류층의 사례를 살펴보자 화장품을
사거나 식도락 여행을 위해 종종 일본에 가는 진희(2016년 현재 24세 여)는
한국에서 태어난 것을 한탄하며 탈조선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는 대
학생이다 진희는 양친 모두가 안정된 직업을 갖고 있고 매년 2~4주씩 4인
가족이 해외로 자유여행을 갈 정도의 경제적 문화적 자본을 갖추고 있는
중산층이며 한국 최고의 학벌을 취득하는 등 모든 면에서 부족함이 없는데
왜 탈조선을 원할까 이러한 연구자의 질문에 진희는 ldquo객관적인 지표는 그
렇긴 한데 주관적인 느낌의 차원에서 가망이 없다고 많이 느낀다rdquo ldquo제가
언제든 비정규직이 될 수 있고 밑바닥으로 떨어지는 거 순식간일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rdquo고 답했다 진희는 대학에서도 좋은 학점을 4년 내내 받으며
성공적인 궤도를 달려왔다 그러나 ldquo학벌주의 사회와 경쟁적인 분위기와 과
도한 학습노동rdquo이 너무나 힘들었고 ldquo헬조선 때문에 소중한 청소년기 성장
기가 박탈당했다는 억울함과 분노가 있다rdquo고 하였다 ldquo고등학교 들어가면서
부터는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꼼짝없이 야자(야간자율학습)rdquo를 하였고
대학에 한 번에 붙어야 ldquo이 다시 겪고 싶지 않은 끔찍한 시간rdquo을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아 점심 식사 저녁 식사를 모두 포기하고 간식으로 대충 때우
며 인강(인터넷 강의)을 들었다 진희는 스스로 ldquo자기착취의 주체rdquo가 되어
ldquo모든 에너지와 시간 등등을 싸그리 수단화해서rdquo ldquo학습노동rdquo에만 매달렸다
고 회고한다 진희의 사례는 한국에서는 성공적인 궤도를 달리고 있는 것처
럼 보이는 청년들도 경쟁적인 사회 분위기에 질려 탈조선을 희망할 수 있다
는 것을 보여준다
진희는 중학교 때 985172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985173(홍세화 1995)라는 책을 읽
었는데 프랑스의 교육제도와 사회보장제도 하에서는 ldquo한국처럼 젊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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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 찌들어 살고 노후 걱정하고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게 부러웠고rdquo ldquo나는
어쩌다 우연히 한국에 태어났을 뿐인데 왜 그런 우연한 국적에 발목 잡혀서
힘들게 살아야 하나rdquo 하고 생각했다 대학 시절에는 프랑스어를 배운 후 1학
기 동안 프랑스로 교환학생을 다녀왔다 졸업 후에는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대학원을 다닐 계획이다 진희처럼 부모의 지원으로 좋은 학벌을 취득하고
빨리 탈조선의 방법과 방향을 정하며 대학을 다니면서도 노동에 매달리지
않고 공부에만 몰입할 수 있고 덕분에 외국어라는 유용한 자원을 효율적으
로 습득한 경우 ldquo탈조선 방식으로 유학을 택하는 것rdquo이 가능하다
한국에는 진희와 같은 중상류층 젊은이들이 많이 있으며 이들은 주로
유럽이나 북미의 선진국에서 교환학생이나 유학을 통해 장기체류하는 경로
를 취한다 중상류층 중 인도에서 장기체류하는 경우는 요가나 명상을 깊이
배우려는 목적에서가 대부분이며 인도를 찾는다 해도 그 이후의 삶은 앞으
로 서술할 중하류층 청년들과 크게 다르다 스스로를 ldquo금수저rdquo라고 말하지
만 인도에서 몇 번 장기체류를 했던 지연(2016년 현재 38세 여)의 경우가
그런 독특한 사례이다 아버지가 의사이고 어머니는 교양 있는 주부인 집안
에서 자라며 음악을 전공했던 지연은 이렇게 얘기했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유학을 가는 게 당연한 코스였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그렇
게 생각했었고 어느 날 문득 심한 회의가 들었고 내가 재능이 아무리 많고 아무
리 열심히 해서 유학 갔다 오고 교수가 된다 한들 작은 방에서 하루 종일 나 같
은 아이들 가르치며 햇빛도 보지 못하고 썩은 얼굴로 살겠구나 돈이나 명예가
있으면 뭐하나 인간 삶의 질이 엉망이겠구나
ldquo한국에 있으면 무엇을 해도 마찬가지rdquo일 것이라고 생각한 지연은 부모
의 후원을 받아 독일로 가서 고등학교를 다녔고 스위스에서 대학을 졸업했
다 졸업 후에는 ldquo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그 사회에서 사는 게 너무 끔찍
하게rdquo 느껴져서 태국에서 7년 가까이 직장 생활을 하였고 요가를 배웠다
지연은 고등학교 때부터 탈조선하여 계속 외국에서 지냈으며 영어와 독일
어를 유창하게 구사했지만 한국적인 삶의 방식과 성공을 요구하는 부모와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1
끝없이 충돌했다 몸은 한국에서 벗어나 있더라도 한국과 가족 등의 끈으로
묶여 있는 한 마음은 한국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결국 몇 번의 대형 충돌
을 거친 뒤 매년 인도에서 수개월씩 체류하며 마음만은 탈조선한 상태로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위의 두 사례를 보면 한국에서는 남들이 모두 부러워할 만큼 많은 자본을
가진 20대 중반의 젊은이도 스스로를 금수저라 인식하는 30대 후반의 젊은
이도 ldquo젊어서도 일에 찌들어 살고 노후 걱정rdquo해야 하는 삶 경쟁이 극심한
한국에서 사는 것을 끔찍하게 인식하며 탈조선을 꿈꾸고 실천한다는 사실
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중상류층 출신인 이들에게는 부모가 가진 자원과
그 도움으로 획득한 자신의 문화자본 덕분에 탈조선의 실천이 상대적으로
쉬운 것도 사실이다
2) 중하류층 청년들의 노동-장기여행 반복
그렇다면 중하류층 젊은이들의 탈조선 여행 이동 루트는 어떠할까 이
글의 서두에서 현정이 말한 대로 많은 청년들이 호주에서 수 개월간 일을
해서 한국에서보다 많은 돈을 벌고 그 돈으로 호주 동남아 인도를 여행한
다 그리고 돈이 떨어지면 다시 호주 혹은 다른 워킹 홀리데이 국가로 가서
돈을 벌고 다시 그 돈으로 아시아 국가들을 여행한다
리시케쉬에서 만난 한국 청년 중 가장 길게 여행 중인 현정의 구체적인
이동 경로는 다음과 같다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했던 현정은 졸업 후 ldquo취직
이 되지 않아rdquo 인도를 3개월간 여행했다 그 후 호주에 워킹 홀리데이로
가서 1년간 일한 뒤 동남아를 장기여행 했다 그 후 다시 호주에 워킹 홀리
데이로 가서 또 1년간 일했고 그 후에는 다시 동남아를 장기여행한 후 인도
에 왔다 비자가 만료되자 네팔에서 2개월간 머문 뒤 새 비자를 받아 다시
인도에 왔고 리시케쉬에서 1개월짜리 강사 트레이닝 코스를 마쳤다 현정
은 한동안 요가 수련을 한 후 뉴질랜드에 워킹 홀리데이로 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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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이상 계속 외국을 떠돌고 있는 셈이었다
현정의 부연설명처럼 수 년 전부터 동남아에는 ldquo집에 3~4년씩 안 들어간
애들rdquo ldquo집에 가기 싫은 애들rdquo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배낭여행 중에는 이런
청년들을 쉽게 만날 수 있으며 여행 중에 만나는 사람들 그리고 워킹 홀리
데이 안내서 동남아 여행기 블로그 페이스북 등을 통해 이들에 대한 간접
적인 이야기도 수없이 들을 수 있다
현정처럼 한국에 거의 들어오지 않고 쭉 여행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중간중간에 한국에 들어와 회사를 다니며 돈을 모은 뒤 다시 나가는 경우도
있다 주로 쉽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자격증을 가진 경우인데 유정(2011
년 당시 32세 여)의 경우 2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청소년 상담사 자격증을
딴 후 3년 반 동안 회사를 다녔다 그 후 호주로 1년간 워킹 홀리데이를
나갔다가 들어와서 다시 1년간 회사를 다녔다 그 후 캐나다로 워킹 홀리데
이를 가려고 신청했다가 떨어진 후 장기여행을 준비하다가 다시 취직했고
1년 반 동안 일하다가 장기여행을 시작했다 이번 여행은 현재 10개월째인
데 동남아에서 수 개월간 쉬고 단동에서 15개월간 자원봉사를 하고 운남
성에서 15개월간 태극권을 배운 후 다시 15개월간 동남아와 인도를 여행
했고 인도에서 2개월간 요가를 배운 후 육로로 이집트까지 여행할 예정이
다
현정 유정과 같은 청년들의 생애사를 들어보면 학벌이나 학력 자격증
부모의 직업 등 많은 면에서 내세울 것도 도움 받을 네트워크도 없었으며
자신의 힘으로 삶을 헤쳐 나갔다 3장에서 살펴본 것처럼 가진 것이 없다
보니 존중받지 못했거나 취직이 되지 않아 주변의 눈치를 봐야 했으며 죽
도록 과로하거나 불합리한 조직문화에 시달리면서도 노동을 하며 살아야
했다 현정처럼 차라리 선진국에서 육체노동을 하며 돈을 많이 벌거나 유정
처럼 ldquo죽었다 생각하고rdquo 한국에서 1년 정도 일을 하고 나면 쉬고 싶고 그새
망가진 몸을 고치고 싶고 자신이 누구인지 천천히 생각도 해보고 싶어진다
전 세계적으로 볼 때 한정된 돈으로 오랜 시간을 보내며 이러한 목적을
추구할 수 있는 최적의 여행지는 인도로 알려져 있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3
5 인도에서의 헬조선 해독 활동
이 장에서는 한국 청년들이 인도에서 장기체류하면서 추구하는 목표가
휴식 치유 자아 찾기를 통한 lsquo헬조선 해독(解毒)rsquo임을 보인 후 인도가 이런
활동을 하기 좋은 이유는 무엇인지 알아본다
먼저 탈조선하여 인도에 온 청년들이 가장 많이 추구하는 활동인 휴식
치유 자아 찾기가 어떠한 맥락에서 나타나는지를 다음 사례들을 통해 살펴
보자
달희는 리시케쉬에 왜 왔냐는 연구자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ldquo나는
여기가 쉴 수 있는 곳일 거란 기대를 가지고 처음에 왔어요 밖으로의 여행
이 아니라 내 안으로의 여행 내가 처음에 인도를 선택하면서 내 마음속으로
되뇌었던 것이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이 말을 계속 했었어요rdquo
달희는 휴식과 자아 찾기를 위해 인도에 왔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것은
과로할 수밖에 없는 직장생활 그로 인해 병든 몸을 치유하는 것과 접한
관계를 갖고 있었다 달희에 의하면 이러한 욕망을 갖게 된 것은 회사 생활
을 하면서 ldquo착취당하면서도 표현도 못 하고 그렇다고 부하 직원들을 쥐어
짤 성격도 안 되고 해서 아주 화병 같은 게 단단히 들고 몸도 너무 고단해서
망가졌기rdquo 때문이다 30세 무렵에는 교통사고가 나서 구안와사(口眼喎斜)
즉 입이 한쪽으로 돌아가는 증상이 왔다 그러나 달희는 여전히 일을 하였
고 계속 일을 하다 유방섬유선종 자궁근종 무릎middot발목 등의 원인불명 통증
척추측만증 두통 소화불량 관절 통증 등을 앓게 되었다 결국 41세에는
더 이상 회사를 다닐 수 없어 요가를 하면서 몸을 고치기 위해 리시케쉬로
오게 되었다
달희의 생애사에서 보이는 것처럼 과로 심신의 질환 자아를 잃었고 왜
사는지 모르겠다는 느낌이 긴 하게 엮여 나타나다가 탈조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한국인 장기여행자들에게 흔한 서사이다 인도의 장기여행자 중 보기
드물게 성공적인 궤도를 달리는 듯했지만 역시 같은 이유로 탈조선한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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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의 사례도 이를 잘 보여준다
관욱(2011년 당시 26세 남)은 서울의 일류 공과대학의 4학년이었다 관
욱은 4학년 여름까지 취직을 위해 인턴 과정을 밟고 있었고 취직 시험에서
최종 면접을 몇 개 남겨둔 상태였다 고등학교 때 985172지구별 여행자985173(류시화
2002)를 읽은 이후 막연히 배낭여행을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가지고 있었지만 주변 사람들은 다들 대학원에 가거나 빨리 취직하는 분위
기였고 해외에 간다고 해도 유럽으로 아니면 유명 대학의 프로그램이나
어학연수에 가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계속 고민하다가 전자공학 전공자에
대한 수요가 많아 취업 걱정이 없다는 점 지금 못 가면 40~50대 때 후회할
것 같다는 점 회사에 한 번 들어가면 회사를 그만두지 않는 한 6개월짜리
여행은 할 수 없다는 점을 생각했다 관욱은 취업 준비를 모두 그만두고
면접도 포기하고 여름 내내 육체노동을 하면서 인도 여행 자금을 모았다
관욱은 늘 아침밥만 먹고 점심 저녁은 굶으면서 공부했다 전공 5~6개 과목
의 시험이 매 학기 각각 4번씩이나 있고 프로그램 프로젝트를 2개씩 하다
보니 항상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관욱은 ldquo어쩌면 스트레스 받는데 의식
못 했을 수도 있었다rdquo고 회고한다 관욱은 ldquo한국에서는 시험이나 프로젝트
가 늘 마음에 있었고rdquo 회사 면접을 보면서는 ldquo연봉보다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rdquo 하는 고민에 계속 마음이 무거웠다 그러
다가 인도에 오기 전에 몸이 아파 병원에 들렀고 놀랍게도 20대 중반의
나이에 위궤양 빈혈 고혈압 진단을 받았다 관욱은 인도에 오게 된 계
기를 다음과 같이 털어놓았다
한편으로 기대한 바는 한국 문화에서 떨어져 있고 싶었어요 어떤 사회적 자
아 그렇게 형성된 자아가 너무 세서 내 내면의 목소리라는 걸 들어볼 생각도 안
하고 들어보지도 못했어요 작은 거라도 그래서 여기서 나가보면 내가 직접 느껴
볼 수 있지 않을까 절실히 필요하면서도 내 내면의 목소리 이런 게 너무 피상적
으로 느껴졌었죠
관욱이 인도로 탈조선하면서 가장 바란 것은 한국 문화 사회적 자아에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5
매몰된 내면의 목소리를 찾는 것 즉 자아 찾기였으며 이것은 망가진 몸을
치유하고 휴식을 취하는 것과 접하게 엮여서 나타났다 관욱은 한국에서
는 성공을 향한 길을 안정적으로 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진정으
로 원하는 일을 하지 못하고 몸의 요구나 내면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바쁘게
살아야 하는 한국 문화에 순응하며 살아오다가 문득 몸이 망가진 것을 발견
했다 관욱은 연구자와 나눈 대화 속에서 ldquo쉬고 싶다rdquo는 표현을 끝없이 계속
했다 가이드북에서 리시케쉬 부분을 펼쳤을 때 ldquo락쉬만줄라에 노을 지는
장면 사진이 나왔는데 이것을 보고 여기서는 여유롭게 시간을 가져도 좋겠
다 한국에선 잘 못 가지는 시간이니까rdquo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였으며
오기 전에 ldquo가서 어떤 식으로든 순간을 즐길 수 있음 그럴 수 있기만 하면
좋겠다rdquo 하고 생각했다고 하였다 리시케쉬에 도착해서는 ldquo여기서는 순간을
한 번 그렇게 지내보자 한국에선 걱정이 너무 많으니까 시험이나 프로젝트
가 늘 마음에 있으니까 여기선 햇볕 산책 다 해보자rdquo 하고 결심했다고 하였
다
이처럼 많은 한국 청년들이 휴식에 대한 갈망을 표현하였다 이번 여행의
목적을 묻는 연구자에게 유정은 이렇게 대답했다 ldquo계속 다니면서 나를 더
들여다보는 거죠 나는 누구인가 10대 때 고민했던 거 다시 한 번 그래서
이렇게 좀 다니면서 생각 좀 많이 하면서 그래서 좀 스스로 좀 내면적으로
좀 강해졌음 좋겠다 그리고 현실에서 탈피하고 싶고 그게 좀 안 돼요 일만
하면 일만 생각해요rdquo
유정 또한 탈조선의 계기를 ldquo나를 들여다보는 것rdquo 즉 자아 찾기라고 얘기
하고 있으며 그것을 현실 탈피와 내면이 강해지는 것과 연결시키고 있다
유정은 한국에서 회사 문화의 불합리함 인간관계에 의한 스트레스로 폭식
증 소화불량 단기간에 25kg이라는 급격한 체중 증가 그리고 이로 인한
무릎 허리 목의 통증에 시달렸다 그래서 휴식과 치유가 절실하여 탈조선
하게 되었고 몇 달간 푹 쉰 뒤에는 ldquo다시 사회에 돌아갔을 때 그런 스트레스
나 이런 것들에 대해서 사람관계에서 오는 것들은 내가 좀 커트할 수 있는
사람rdquo이 되고 싶어 요가를 시작했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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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례들이 보여주는 바처럼 한국 청년들이 헬조선을 탈출하는 이유
는 휴식 치유 자아 찾기를 통한 헬조선 해독이 너무나 절실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활동을 다른 곳도 아니고 인도에서 하는 것일까
앞의 사례에서 달희는 휴식 자아 찾기의 욕망을 인도에서 추구하게 된
이유로 ldquo인도는 한국에서 지내는 것보다 한 달에 쓰는 생활비가 더 적을
거라는 생각rdquo ldquo일을 하지 않고 요가만 하면서 먹고 자고 할 수 있고rdquo ldquo인도
는 요가의 본고장이기 때문이라는 믿음rdquo이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다른
사람들이 인도에 온 계기도 대부분 이와 비슷하다
달희가 말한 것처럼 이러한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저렴한 물가이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유럽이나 미국에서 장기체류를 하지
않는 핵심 원인은 물가가 비싸 오래 머물 수가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 최대
한 많은 것을 볼 수 있도록 하루하루 빡빡한 일정을 짜고 꼭 필요한 날수만
큼만 머물게 되는 이런 선진국으로는 휴식을 취하러 가지 못한다 그러나
인도 리시케쉬에서는 300~500달러만 있으면 한 달간 깔끔한 싱글룸에서
묵으며 최고의 요가 수업을 받고 여유롭게 식사와 간식을 즐기며 지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좋은 자연환경과 문화적 매력까지 있다 리시케쉬는 갠지
스강과 히말라야 산맥이 만나는 성지로서 자연환경이 아름답고 요가의 본
고장답게 훌륭한 요가 수업들이 많이 있다 달희의 말처럼 ldquo요가만 하면서
먹고 자고 할 수 있는rdquo 최적의 환경인 것이다 이러한 환경은 여행 가이드북
과 여행자들이 남긴 여행기에도 잘 기술되어 있으며 실제로 놀라운 치유의
효과를 낳는다 이러한 소문은 수많은 여행자들을 유혹한다
이처럼 개발도상국에서 장기체류하는 선진국의 여행자들에 대해 그러한
이동의 핵심 원인이 더 나은 삶의 질을 위한 것이라고 보고 개념화한 것이
바로 라이프스타일 이주이다 인도에 대한 사례 연구로는 바라나시의 서구
인 장기체류자들을 참여관찰하면서 이들을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로 보고 그
라이프스타일의 특징을 분석한 코펠라(Korpela 2009)의 연구가 있다 바라
나시는 인도 악기를 배우는 장기체류자들이 집해 있는 곳인데 코펠라에
의하면 이들은 대부분 인도 악기를 연주하고 요가와 명상 자선사업을 하며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7
엄청난 시간을 친구들과 어울리는 데 쓴다 이들의 삶은 느리고 빡빡한 매
일의 일정이 없으며 물질적 소유는 적고 현재를 즐길 시간이 많다 코펠라
는 이들이 가능한 곳에서 더 나은 삶을 찾으며 물가가 싸고 영적sdot예술적
의미와 결부된 곳에서 더 나은 삶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이용하는 것이라
고 해석하였다
인도의 장기체류자들이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이동하는 방향성은
이렇게 해석할 수 있겠으나 문제는 라이프스타일 이주라는 개념은 이들이
고국에서 인도로 한 번 이주한 다음 영구히 정착한다는 인상을 준다는 것이
다 그러나 사실 인도의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들은 대부분 3~6개월짜리 관광
자 비자로 인도에 장기체류하는 여행자들이며 비자를 갱신하기 위해 이웃
나라를 방문하거나 돈을 벌거나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자주 고국으
로 귀국한다 또한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헬조선 탈출 여행자들은 이 글의
서두에서 보았던 것처럼 호주 등 선진국에서의 노동 다른 동남아 국가들에
서의 여행 등 다양한 이동 루트를 거친다
이처럼 오랜 기간 다양한 장소들을 떠돌다 보면 이들의 탈조선 여행 이후
의 삶은 어떻게 변화할까
6 탈조선 여행 이후의 삶의 변화
이 장에서는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을 했던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이들에게 나타나는 lsquo집rsquo의 의미 변화를 살펴본
뒤 이들의 이동성을 라이프스타일 여행 및 라이프스타일 이동성이라는 개
념과 연결 지어 살펴본다
1) lsquo집rsquo의 의미 변화
탈조선하여 떠도는 사람들에게 집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왜 그렇게
318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오래 돌아다니냐는 연구자의 질문에 현정은 이 글의 서두에 인용한 것처럼
ldquo집에 가기 싫어서요rdquo라는 답과 함께 이제는 집이 불편하다는 말까지 했다
ldquo이제 집에 가도 제가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닌 것 같아요 불편해요 그래서
또 나오고요 엄마가 밥을 하루에 3번씩 해주시는데 처음에 빵만 하루에
3번 먹으면 속이 거북한 그 느낌처럼 밥에서 그런 느낌이 나던데요rdquo
현정의 말은 2가지 생각해볼 문제를 남긴다 첫 번째는 한국 사람인 현정
이 밥을 먹으면 속이 거북하다는 지점이다 지금은 약간 옅어지기는 했지만
한국의 해외여행 역사상 언제나 여행 경험담의 중요한 부분이 되어왔던 것
은 며칠만 외국을 여행해도 김치와 된장찌개가 그립고 한국인이라면 역시
밥을 먹어야 힘이 난다는 정서 그리고 한국인을 만나서 김치에 소주를 함께
먹으며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공유했던 정겨운 경험 등이다 이와 비교
할 때 현정과 같은 청년들에게서는 지금까지 한국인에게 lsquo밥rsquo으로 체화되어
있던 한국적 정서와 정체성이 옅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한국적 정서와 정체성이 옅어지는 것은 공간적으로도 체험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이 두 번째 지점 즉 ldquo집에 가도 제가 있어야 할 자리
가 아닌 것rdquo처럼 불편하고 그래서 또 외국으로 나간다는 말이다 과거 많은
한국인 여행자들은 lsquo나의 집rsquo 그리고 이를 확장한 lsquo내 나라rsquo가 세상에서 가
장 편안한 곳이라고들 이야기해왔으며 여행작가 한비야처럼 여러 언어를
구사하고 외국여행을 많이 한 사람도 틈날 때마다 집과 고국에 대한 그리움
을 토로하곤 했다 이처럼 집과 고국은 한 사회적 인간의 근원이자 지향점으
로 체화되어 있었고 그것이 당연하게 여겨져 왔으나 오늘날 현정과 같은
젊은이들은 여기서 불편함을 느끼고 탈출까지 감행한다 이러한 인식은 달
희의 말에서도 잘 드러난다 달희는 요가 연습 도중에 갑자기 눈물이 나서
소품실에 들어가 울다 나온 적이 여러 번 있었다 나중에 연구자가 이유를
물어보자 ldquo집에 가면 할 일도 없고 가고 싶지 않아서rdquo 울었다고 하였다
달희는 ldquo한국에 있으면 내일 할 일뿐만 아니라 그 동안 해왔던 일과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rdquo며 부담감을 드러냈다
이처럼 탈조선 여행자들에게 가족들이 사는 집 그리고 고국은 점점 불편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9
한 곳이 되어가며 잠시 돈을 벌거나 비자를 연장하기 위해 혹은 의료 혜택
을 받기 위해서와 같은 실용적인 목적을 위해 들르는 곳으로 변화되어 간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이들은 지속적으로 떠돌거나 고국을 주 거주지
로 하면서도 외국을 계속 돌아다니는 이동성이 증대된 삶을 살게 된다
2) 이동성의 증가
헬조선 탈출 이후 현정처럼 노동과 장기체류라는 순환을 지속적으로 반
복하며 계속 장기여행 중인 사람도 있지만 장기여행을 끝낸 후 한 장소에
정착하여 사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다면 장기여행을 끝낸 후 탈조선 여행자
들의 삶은 어떻게 변화되며 어떠한 새로운 특징이 나타날까 본 연구에서
는 다음 2가지 패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 번째 패턴은 요가와 같이 특정한 활동을 중심으로 증가된 이동성과
직업적 경력을 연결시키는 것이다 달희의 경우 요가를 배우기 위해 수년째
한국-인도를 오가다가 도중에 결심하고 요가 강사가 되었다 연구자와 만났
을 당시 달희는 인도에 3번 왔던 상태였다 수개월씩 여러 장소에서 각기
다른 요가를 배우기를 3년간 반복하다가 2012년 7월부터는 3년간 쭉 방콕
에서 머물며 강사 트레이닝 코스를 밟았다 2015년에는 귀국하여 요가 강사
자리를 알아보는 한편 지속으로 태국 인도 등에서 요가 워크숍에 참석하고
있다
이처럼 헬조선 탈출 여행자 중 요가 수련자들은 리시케쉬를 포함하여
요가를 배우거나 수련할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하는 삶의 방식을 유지한다
계절과 선호하는 강사의 존재 여부 등 다양한 조건에 맞추어 인도 내에서
이동하기도 하고 요가의 새로운 내용이나 전수 방식을 외국의 강사에게 배
울 수 있거나 또 다른 머물기 좋은 장소가 발견되면 인도를 벗어나 다른
나라로 이동하기도 한다 서구인들에 비하면 한국인의 이동 범위는 좀 더
아시아 위주로 한정되어 있는데 주로 한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지내다가 가
320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끔 태국 등 동남아 국가의 요가 센터나 요가 워크숍에 참여하는 형태이다
물론 이동 중간중간에 워킹 홀리데이로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일하거나 한
국에서 일하며 여행 자금을 단기간에 마련하기도 한다
요가 수련자들이 이처럼 계속 요가를 배우며 이동하는 것은 더 나은 요가
강사가 되도록 하는 이동성 자본(mobility capital)(Bell 2013 24)으로 기능
할 수도 있다 벨은 끊임없이 돌아다니는 음악 연주자들을 라이프스타일 여
행자로 분류하면서 이들이 경제적 부 대신 개인적sdot직업적 풍요로움 등의
형태로 이동성 자본을 획득하였으며 이들이 영원히 혹은 가장 중요하게
닻을 내리는 것은 한 지리적 장소가 아니라 그들의 일이라고 분석한 바 있
다 이들의 이동성은 전문적 수련의 일부가 되며 이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이처럼 이동성이 성공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것은 요가 강사들
에게도 마찬가지인데 요가의 기원지인 인도에서 유명한 스승에게 배웠다는
것은 그 요가 강사의 진정성과 정통성 그리고 그 결과로서의 지식을 보증하
는 상징으로도 기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렇게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는
요가 수련자들은 더 나은 삶의 방식을 찾기 위해 여행하는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라기보다는 여행 자체가 삶의 방식인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라는 개념
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동 중인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에 대해 연구한 얼스킨과 앤더슨에 의
하면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에게 초기의 이동성은 집에서 탈출하거나 사회
적 압력과 기대를 피하기 위해 추구될 수 있지만 점점 자아 창조라는 의제
를 중심으로 하게 된다(Erskine and Anderson 2013 140-141) 요가 수련
자들도 초기에는 한국을 탈출하는 것이 목적이었다가 나중에는 점점 더 나
은 요가 수련자가 되는 데 집중한다는 점은 이런 특징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의 증가된 이동성이 이후의 삶을 변화시키는 두 번째 패턴은 첫 번째
패턴과 겹칠 수도 있는데 장기여행에서 귀국하여 한국이 주거주지가 되더
라도 마음만은 계속 탈조선 상태에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계속
단기여행을 다니는 식으로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면서 직업 인간관계를 이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1
전과는 다르게 조직하기도 한다 지연의 경우 귀국 후 외국인과 결혼했고
요가 강사가 되어 일 년에 보통 2~3회씩 일본 동남아 등지로 요가 워크숍을
가는 한편 1~2개월씩은 인도에서 요가를 수련한다 지연은 ldquo호주나 유럽
캐나다 같은 곳은 도시여도 자연이 있고 여유가 있고 비슷한 가치관을 중요
시하는 사람들 속에서 살고 싶은데 한국에선 뭐 하나 충족시켜주는 게 없는rdquo
현실에 대해 불평하였다 그러면서 ldquo기존 회사를 그만두고 요가만 하는 걸
로 결정한 것rdquo ldquo원치 않는 정신적 스트레스 관계 이런 걸 최대한 만들지
않는 쪽으로 생활반경을 컨트롤하는 것rdquo은 ldquo최대한 이 헬조선의 영향을 받
지 않는 생활rdquo을 영위하기 위함이며 ldquo이젠 제가 사는 방식을 바꿔서 제
생활반경만큼은 헬조선이 안 되도록 말뚝 박고 공간확보를 한 것 같다rdquo고
말했다
본 연구의 대상자들 중 아직 선진국으로의 이주에 성공한 사례는 없지만
이렇게 이동성을 증대시킨 삶을 사는 사례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7 결론
본 연구에서는 오늘날 한국 젊은이들의 장기여행 현상을 헬조선 담론과
연결시키고 그 동안의 관광이나 이주 개념으로 설명되지 않던 부분들을 이
동성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하였다
본 연구에서 발견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 젊은이들의 장기여행
은 한국의 사회구조와 문화에 대한 불만을 가진 청년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며 헬조선 담론을 잘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
기여행 혹은 탈조선 여행으로 부를 수 있다 둘째 탈조선 여행의 이동 경로
는 계급에 따라 이원화되어 나타난다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장기여행은 중
하류층 청년들이 한국이나 선진국에서의 노동-개발도상국에서의 장기체류
를 반복하는 양상으로 나타났다 셋째 헬조선 탈출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오래 머무는 인도에서 주로 추구하는 목표는 휴식 치유 자아 찾기를 통한
322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헬조선 해독 활동이라 할 수 있다 넷째 이들이 탈조선 여행을 마친 후 나타
나는 삶의 변화로는 집의 의미가 변화하고 이동성이 증가하는 패턴을 들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크게는 전 지구적 이동성의 증가 관광과 이주의 경계가
흐려지는 추세 오늘날 청년들이 노동시장 진입을 비롯하여 점점 더 사회로
부터 배제되고 있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현실 등이 맞물려 나타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이후에 나타나는
개인적sdot사회적 변화는 인류학적으로 아주 흥미로운 현상일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이론화를 위해서는 앞으로 다음 지점들에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이다
첫 번째는 탈조선 여행자 혹은 탈조선 여행에서 얻은 이동성 자본을 직업
으로 전환시킨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이 나이가 들어도 계속 그러한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서구에는 60대
70대 노인 중에도 그런 사람들이 많지만 이는 복지제도가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90년대 이후 증가한 한국의 장기여행자들 중에서는 아무리 lsquo자유
로운 영혼rsquo의 소유자라 해도 부모가 나이 들기 시작하면 자식이 병원비를
부담해야 하고 자신의 노후대책을 직접 마련해야 되기 때문에 당장의 생계
유지에 급급한 생활인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과거의 장기여행과는
달리 오늘날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은 한국에서의 직업적 기반이나
경력을 쌓지 못한 청년들의 여행이며 강력한 구심력을 가진 한국에서의 탈
출이다 따라서 이들이 한국으로 돌아와 생활인이 되는 것이 힘들다면 대안
적으로 어떠한 직업적 가족적 삶이 가능할 것인가
두 번째는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에 라이프스타일이라는 개념을 연
결시킬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연구자는 본문에서 탈조선 여행자들에 대
해 현존하는 개념 중 가장 가까운 라이프스타일 여행자 및 라이프스타일
이동성에 기대어 설명하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사실 라이프스타일은 소비를
중심으로 하는 개념이라는 점에서 생존을 위해 탈출한 사회에서 배제된
청년들을 분류 혹은 설명할 수 있는 명칭이 될 수 있는지 어떠한 다른 개념
으로 보완 확장이 가능한지는 향후 중요한 연구과제라 하겠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3
이러한 지점들에 유념하여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양상 및 그 결과
를 탐구하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의 이탈자들에 대한 성찰적 연구가 되는
것은 물론 전 지구적인 인간의 이동에 대한 새로운 이론을 확립하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다
논문접수일 2016년 5월 31일 논문심사일 2016년 7월 2일 게재확정일 2016년 7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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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7
ltKey conceptsgt Hell-Joseon long-term travel tourism migration lifestyle
migration lifestyle traveler lifestyle mobility
Long-term Travel as lsquoEscape from Hell-Joseon
A Research about Korean Travelers in India
Lee Minyoung14)
This research connects Korean young mens long-term travel with the
ldquoHell-Joseonrdquo discourse popular in Korea nowadays and explores the
so called lsquoescape from Hell-Joseonrsquo phenomenon and changes of their
lives after the trips with the concept of mobility since tourism and
migration cant explain it well A participant observation in India found
that the Korean long-term travelers are characteristic as the followings
1) Long-term travel is popular among the youth who complains about
the social structure and culture of Korea and their travel reflects the
ldquoHell-Joseonrdquo discourse So we can call this travel as escape from
Hell-Joseon 2) The travel routes of are differentiated according to the
class This research mainly deals with the circulation route of doing
physical labor in developed countries and relaxing in developing
countries popular among the lower middle class 3) Most of the travelers
often stay in India for a long time and their main purpose is
detoxification from Hell-Joseon through relaxation healing and
searching for the self 4) After they finish the long-term travel the
PhD Candidate Department of Anthropology Seoul National University
328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meaning of home is changed and their mobility is increased That
phenomenon seems to be entangled with the increasing global mobility
the blurring trend between tourism and migration and the structural
problem which excludes young men from entering the labor market and
the society in Korea Researching the backgrounds aspects and results
of escape from Hell-Joseon will be a reflective study about Korean
society and help to construct new theories about global movement of
people
310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일에 찌들어 살고 노후 걱정하고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게 부러웠고rdquo ldquo나는
어쩌다 우연히 한국에 태어났을 뿐인데 왜 그런 우연한 국적에 발목 잡혀서
힘들게 살아야 하나rdquo 하고 생각했다 대학 시절에는 프랑스어를 배운 후 1학
기 동안 프랑스로 교환학생을 다녀왔다 졸업 후에는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대학원을 다닐 계획이다 진희처럼 부모의 지원으로 좋은 학벌을 취득하고
빨리 탈조선의 방법과 방향을 정하며 대학을 다니면서도 노동에 매달리지
않고 공부에만 몰입할 수 있고 덕분에 외국어라는 유용한 자원을 효율적으
로 습득한 경우 ldquo탈조선 방식으로 유학을 택하는 것rdquo이 가능하다
한국에는 진희와 같은 중상류층 젊은이들이 많이 있으며 이들은 주로
유럽이나 북미의 선진국에서 교환학생이나 유학을 통해 장기체류하는 경로
를 취한다 중상류층 중 인도에서 장기체류하는 경우는 요가나 명상을 깊이
배우려는 목적에서가 대부분이며 인도를 찾는다 해도 그 이후의 삶은 앞으
로 서술할 중하류층 청년들과 크게 다르다 스스로를 ldquo금수저rdquo라고 말하지
만 인도에서 몇 번 장기체류를 했던 지연(2016년 현재 38세 여)의 경우가
그런 독특한 사례이다 아버지가 의사이고 어머니는 교양 있는 주부인 집안
에서 자라며 음악을 전공했던 지연은 이렇게 얘기했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유학을 가는 게 당연한 코스였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그렇
게 생각했었고 어느 날 문득 심한 회의가 들었고 내가 재능이 아무리 많고 아무
리 열심히 해서 유학 갔다 오고 교수가 된다 한들 작은 방에서 하루 종일 나 같
은 아이들 가르치며 햇빛도 보지 못하고 썩은 얼굴로 살겠구나 돈이나 명예가
있으면 뭐하나 인간 삶의 질이 엉망이겠구나
ldquo한국에 있으면 무엇을 해도 마찬가지rdquo일 것이라고 생각한 지연은 부모
의 후원을 받아 독일로 가서 고등학교를 다녔고 스위스에서 대학을 졸업했
다 졸업 후에는 ldquo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그 사회에서 사는 게 너무 끔찍
하게rdquo 느껴져서 태국에서 7년 가까이 직장 생활을 하였고 요가를 배웠다
지연은 고등학교 때부터 탈조선하여 계속 외국에서 지냈으며 영어와 독일
어를 유창하게 구사했지만 한국적인 삶의 방식과 성공을 요구하는 부모와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1
끝없이 충돌했다 몸은 한국에서 벗어나 있더라도 한국과 가족 등의 끈으로
묶여 있는 한 마음은 한국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결국 몇 번의 대형 충돌
을 거친 뒤 매년 인도에서 수개월씩 체류하며 마음만은 탈조선한 상태로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위의 두 사례를 보면 한국에서는 남들이 모두 부러워할 만큼 많은 자본을
가진 20대 중반의 젊은이도 스스로를 금수저라 인식하는 30대 후반의 젊은
이도 ldquo젊어서도 일에 찌들어 살고 노후 걱정rdquo해야 하는 삶 경쟁이 극심한
한국에서 사는 것을 끔찍하게 인식하며 탈조선을 꿈꾸고 실천한다는 사실
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중상류층 출신인 이들에게는 부모가 가진 자원과
그 도움으로 획득한 자신의 문화자본 덕분에 탈조선의 실천이 상대적으로
쉬운 것도 사실이다
2) 중하류층 청년들의 노동-장기여행 반복
그렇다면 중하류층 젊은이들의 탈조선 여행 이동 루트는 어떠할까 이
글의 서두에서 현정이 말한 대로 많은 청년들이 호주에서 수 개월간 일을
해서 한국에서보다 많은 돈을 벌고 그 돈으로 호주 동남아 인도를 여행한
다 그리고 돈이 떨어지면 다시 호주 혹은 다른 워킹 홀리데이 국가로 가서
돈을 벌고 다시 그 돈으로 아시아 국가들을 여행한다
리시케쉬에서 만난 한국 청년 중 가장 길게 여행 중인 현정의 구체적인
이동 경로는 다음과 같다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했던 현정은 졸업 후 ldquo취직
이 되지 않아rdquo 인도를 3개월간 여행했다 그 후 호주에 워킹 홀리데이로
가서 1년간 일한 뒤 동남아를 장기여행 했다 그 후 다시 호주에 워킹 홀리
데이로 가서 또 1년간 일했고 그 후에는 다시 동남아를 장기여행한 후 인도
에 왔다 비자가 만료되자 네팔에서 2개월간 머문 뒤 새 비자를 받아 다시
인도에 왔고 리시케쉬에서 1개월짜리 강사 트레이닝 코스를 마쳤다 현정
은 한동안 요가 수련을 한 후 뉴질랜드에 워킹 홀리데이로 갈 예정이다
312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6년 이상 계속 외국을 떠돌고 있는 셈이었다
현정의 부연설명처럼 수 년 전부터 동남아에는 ldquo집에 3~4년씩 안 들어간
애들rdquo ldquo집에 가기 싫은 애들rdquo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배낭여행 중에는 이런
청년들을 쉽게 만날 수 있으며 여행 중에 만나는 사람들 그리고 워킹 홀리
데이 안내서 동남아 여행기 블로그 페이스북 등을 통해 이들에 대한 간접
적인 이야기도 수없이 들을 수 있다
현정처럼 한국에 거의 들어오지 않고 쭉 여행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중간중간에 한국에 들어와 회사를 다니며 돈을 모은 뒤 다시 나가는 경우도
있다 주로 쉽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자격증을 가진 경우인데 유정(2011
년 당시 32세 여)의 경우 2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청소년 상담사 자격증을
딴 후 3년 반 동안 회사를 다녔다 그 후 호주로 1년간 워킹 홀리데이를
나갔다가 들어와서 다시 1년간 회사를 다녔다 그 후 캐나다로 워킹 홀리데
이를 가려고 신청했다가 떨어진 후 장기여행을 준비하다가 다시 취직했고
1년 반 동안 일하다가 장기여행을 시작했다 이번 여행은 현재 10개월째인
데 동남아에서 수 개월간 쉬고 단동에서 15개월간 자원봉사를 하고 운남
성에서 15개월간 태극권을 배운 후 다시 15개월간 동남아와 인도를 여행
했고 인도에서 2개월간 요가를 배운 후 육로로 이집트까지 여행할 예정이
다
현정 유정과 같은 청년들의 생애사를 들어보면 학벌이나 학력 자격증
부모의 직업 등 많은 면에서 내세울 것도 도움 받을 네트워크도 없었으며
자신의 힘으로 삶을 헤쳐 나갔다 3장에서 살펴본 것처럼 가진 것이 없다
보니 존중받지 못했거나 취직이 되지 않아 주변의 눈치를 봐야 했으며 죽
도록 과로하거나 불합리한 조직문화에 시달리면서도 노동을 하며 살아야
했다 현정처럼 차라리 선진국에서 육체노동을 하며 돈을 많이 벌거나 유정
처럼 ldquo죽었다 생각하고rdquo 한국에서 1년 정도 일을 하고 나면 쉬고 싶고 그새
망가진 몸을 고치고 싶고 자신이 누구인지 천천히 생각도 해보고 싶어진다
전 세계적으로 볼 때 한정된 돈으로 오랜 시간을 보내며 이러한 목적을
추구할 수 있는 최적의 여행지는 인도로 알려져 있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3
5 인도에서의 헬조선 해독 활동
이 장에서는 한국 청년들이 인도에서 장기체류하면서 추구하는 목표가
휴식 치유 자아 찾기를 통한 lsquo헬조선 해독(解毒)rsquo임을 보인 후 인도가 이런
활동을 하기 좋은 이유는 무엇인지 알아본다
먼저 탈조선하여 인도에 온 청년들이 가장 많이 추구하는 활동인 휴식
치유 자아 찾기가 어떠한 맥락에서 나타나는지를 다음 사례들을 통해 살펴
보자
달희는 리시케쉬에 왜 왔냐는 연구자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ldquo나는
여기가 쉴 수 있는 곳일 거란 기대를 가지고 처음에 왔어요 밖으로의 여행
이 아니라 내 안으로의 여행 내가 처음에 인도를 선택하면서 내 마음속으로
되뇌었던 것이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이 말을 계속 했었어요rdquo
달희는 휴식과 자아 찾기를 위해 인도에 왔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것은
과로할 수밖에 없는 직장생활 그로 인해 병든 몸을 치유하는 것과 접한
관계를 갖고 있었다 달희에 의하면 이러한 욕망을 갖게 된 것은 회사 생활
을 하면서 ldquo착취당하면서도 표현도 못 하고 그렇다고 부하 직원들을 쥐어
짤 성격도 안 되고 해서 아주 화병 같은 게 단단히 들고 몸도 너무 고단해서
망가졌기rdquo 때문이다 30세 무렵에는 교통사고가 나서 구안와사(口眼喎斜)
즉 입이 한쪽으로 돌아가는 증상이 왔다 그러나 달희는 여전히 일을 하였
고 계속 일을 하다 유방섬유선종 자궁근종 무릎middot발목 등의 원인불명 통증
척추측만증 두통 소화불량 관절 통증 등을 앓게 되었다 결국 41세에는
더 이상 회사를 다닐 수 없어 요가를 하면서 몸을 고치기 위해 리시케쉬로
오게 되었다
달희의 생애사에서 보이는 것처럼 과로 심신의 질환 자아를 잃었고 왜
사는지 모르겠다는 느낌이 긴 하게 엮여 나타나다가 탈조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한국인 장기여행자들에게 흔한 서사이다 인도의 장기여행자 중 보기
드물게 성공적인 궤도를 달리는 듯했지만 역시 같은 이유로 탈조선한 다음
314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대학생의 사례도 이를 잘 보여준다
관욱(2011년 당시 26세 남)은 서울의 일류 공과대학의 4학년이었다 관
욱은 4학년 여름까지 취직을 위해 인턴 과정을 밟고 있었고 취직 시험에서
최종 면접을 몇 개 남겨둔 상태였다 고등학교 때 985172지구별 여행자985173(류시화
2002)를 읽은 이후 막연히 배낭여행을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가지고 있었지만 주변 사람들은 다들 대학원에 가거나 빨리 취직하는 분위
기였고 해외에 간다고 해도 유럽으로 아니면 유명 대학의 프로그램이나
어학연수에 가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계속 고민하다가 전자공학 전공자에
대한 수요가 많아 취업 걱정이 없다는 점 지금 못 가면 40~50대 때 후회할
것 같다는 점 회사에 한 번 들어가면 회사를 그만두지 않는 한 6개월짜리
여행은 할 수 없다는 점을 생각했다 관욱은 취업 준비를 모두 그만두고
면접도 포기하고 여름 내내 육체노동을 하면서 인도 여행 자금을 모았다
관욱은 늘 아침밥만 먹고 점심 저녁은 굶으면서 공부했다 전공 5~6개 과목
의 시험이 매 학기 각각 4번씩이나 있고 프로그램 프로젝트를 2개씩 하다
보니 항상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관욱은 ldquo어쩌면 스트레스 받는데 의식
못 했을 수도 있었다rdquo고 회고한다 관욱은 ldquo한국에서는 시험이나 프로젝트
가 늘 마음에 있었고rdquo 회사 면접을 보면서는 ldquo연봉보다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rdquo 하는 고민에 계속 마음이 무거웠다 그러
다가 인도에 오기 전에 몸이 아파 병원에 들렀고 놀랍게도 20대 중반의
나이에 위궤양 빈혈 고혈압 진단을 받았다 관욱은 인도에 오게 된 계
기를 다음과 같이 털어놓았다
한편으로 기대한 바는 한국 문화에서 떨어져 있고 싶었어요 어떤 사회적 자
아 그렇게 형성된 자아가 너무 세서 내 내면의 목소리라는 걸 들어볼 생각도 안
하고 들어보지도 못했어요 작은 거라도 그래서 여기서 나가보면 내가 직접 느껴
볼 수 있지 않을까 절실히 필요하면서도 내 내면의 목소리 이런 게 너무 피상적
으로 느껴졌었죠
관욱이 인도로 탈조선하면서 가장 바란 것은 한국 문화 사회적 자아에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5
매몰된 내면의 목소리를 찾는 것 즉 자아 찾기였으며 이것은 망가진 몸을
치유하고 휴식을 취하는 것과 접하게 엮여서 나타났다 관욱은 한국에서
는 성공을 향한 길을 안정적으로 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진정으
로 원하는 일을 하지 못하고 몸의 요구나 내면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바쁘게
살아야 하는 한국 문화에 순응하며 살아오다가 문득 몸이 망가진 것을 발견
했다 관욱은 연구자와 나눈 대화 속에서 ldquo쉬고 싶다rdquo는 표현을 끝없이 계속
했다 가이드북에서 리시케쉬 부분을 펼쳤을 때 ldquo락쉬만줄라에 노을 지는
장면 사진이 나왔는데 이것을 보고 여기서는 여유롭게 시간을 가져도 좋겠
다 한국에선 잘 못 가지는 시간이니까rdquo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였으며
오기 전에 ldquo가서 어떤 식으로든 순간을 즐길 수 있음 그럴 수 있기만 하면
좋겠다rdquo 하고 생각했다고 하였다 리시케쉬에 도착해서는 ldquo여기서는 순간을
한 번 그렇게 지내보자 한국에선 걱정이 너무 많으니까 시험이나 프로젝트
가 늘 마음에 있으니까 여기선 햇볕 산책 다 해보자rdquo 하고 결심했다고 하였
다
이처럼 많은 한국 청년들이 휴식에 대한 갈망을 표현하였다 이번 여행의
목적을 묻는 연구자에게 유정은 이렇게 대답했다 ldquo계속 다니면서 나를 더
들여다보는 거죠 나는 누구인가 10대 때 고민했던 거 다시 한 번 그래서
이렇게 좀 다니면서 생각 좀 많이 하면서 그래서 좀 스스로 좀 내면적으로
좀 강해졌음 좋겠다 그리고 현실에서 탈피하고 싶고 그게 좀 안 돼요 일만
하면 일만 생각해요rdquo
유정 또한 탈조선의 계기를 ldquo나를 들여다보는 것rdquo 즉 자아 찾기라고 얘기
하고 있으며 그것을 현실 탈피와 내면이 강해지는 것과 연결시키고 있다
유정은 한국에서 회사 문화의 불합리함 인간관계에 의한 스트레스로 폭식
증 소화불량 단기간에 25kg이라는 급격한 체중 증가 그리고 이로 인한
무릎 허리 목의 통증에 시달렸다 그래서 휴식과 치유가 절실하여 탈조선
하게 되었고 몇 달간 푹 쉰 뒤에는 ldquo다시 사회에 돌아갔을 때 그런 스트레스
나 이런 것들에 대해서 사람관계에서 오는 것들은 내가 좀 커트할 수 있는
사람rdquo이 되고 싶어 요가를 시작했다고 하였다
316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위의 사례들이 보여주는 바처럼 한국 청년들이 헬조선을 탈출하는 이유
는 휴식 치유 자아 찾기를 통한 헬조선 해독이 너무나 절실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활동을 다른 곳도 아니고 인도에서 하는 것일까
앞의 사례에서 달희는 휴식 자아 찾기의 욕망을 인도에서 추구하게 된
이유로 ldquo인도는 한국에서 지내는 것보다 한 달에 쓰는 생활비가 더 적을
거라는 생각rdquo ldquo일을 하지 않고 요가만 하면서 먹고 자고 할 수 있고rdquo ldquo인도
는 요가의 본고장이기 때문이라는 믿음rdquo이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다른
사람들이 인도에 온 계기도 대부분 이와 비슷하다
달희가 말한 것처럼 이러한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저렴한 물가이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유럽이나 미국에서 장기체류를 하지
않는 핵심 원인은 물가가 비싸 오래 머물 수가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 최대
한 많은 것을 볼 수 있도록 하루하루 빡빡한 일정을 짜고 꼭 필요한 날수만
큼만 머물게 되는 이런 선진국으로는 휴식을 취하러 가지 못한다 그러나
인도 리시케쉬에서는 300~500달러만 있으면 한 달간 깔끔한 싱글룸에서
묵으며 최고의 요가 수업을 받고 여유롭게 식사와 간식을 즐기며 지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좋은 자연환경과 문화적 매력까지 있다 리시케쉬는 갠지
스강과 히말라야 산맥이 만나는 성지로서 자연환경이 아름답고 요가의 본
고장답게 훌륭한 요가 수업들이 많이 있다 달희의 말처럼 ldquo요가만 하면서
먹고 자고 할 수 있는rdquo 최적의 환경인 것이다 이러한 환경은 여행 가이드북
과 여행자들이 남긴 여행기에도 잘 기술되어 있으며 실제로 놀라운 치유의
효과를 낳는다 이러한 소문은 수많은 여행자들을 유혹한다
이처럼 개발도상국에서 장기체류하는 선진국의 여행자들에 대해 그러한
이동의 핵심 원인이 더 나은 삶의 질을 위한 것이라고 보고 개념화한 것이
바로 라이프스타일 이주이다 인도에 대한 사례 연구로는 바라나시의 서구
인 장기체류자들을 참여관찰하면서 이들을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로 보고 그
라이프스타일의 특징을 분석한 코펠라(Korpela 2009)의 연구가 있다 바라
나시는 인도 악기를 배우는 장기체류자들이 집해 있는 곳인데 코펠라에
의하면 이들은 대부분 인도 악기를 연주하고 요가와 명상 자선사업을 하며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7
엄청난 시간을 친구들과 어울리는 데 쓴다 이들의 삶은 느리고 빡빡한 매
일의 일정이 없으며 물질적 소유는 적고 현재를 즐길 시간이 많다 코펠라
는 이들이 가능한 곳에서 더 나은 삶을 찾으며 물가가 싸고 영적sdot예술적
의미와 결부된 곳에서 더 나은 삶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이용하는 것이라
고 해석하였다
인도의 장기체류자들이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이동하는 방향성은
이렇게 해석할 수 있겠으나 문제는 라이프스타일 이주라는 개념은 이들이
고국에서 인도로 한 번 이주한 다음 영구히 정착한다는 인상을 준다는 것이
다 그러나 사실 인도의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들은 대부분 3~6개월짜리 관광
자 비자로 인도에 장기체류하는 여행자들이며 비자를 갱신하기 위해 이웃
나라를 방문하거나 돈을 벌거나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자주 고국으
로 귀국한다 또한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헬조선 탈출 여행자들은 이 글의
서두에서 보았던 것처럼 호주 등 선진국에서의 노동 다른 동남아 국가들에
서의 여행 등 다양한 이동 루트를 거친다
이처럼 오랜 기간 다양한 장소들을 떠돌다 보면 이들의 탈조선 여행 이후
의 삶은 어떻게 변화할까
6 탈조선 여행 이후의 삶의 변화
이 장에서는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을 했던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이들에게 나타나는 lsquo집rsquo의 의미 변화를 살펴본
뒤 이들의 이동성을 라이프스타일 여행 및 라이프스타일 이동성이라는 개
념과 연결 지어 살펴본다
1) lsquo집rsquo의 의미 변화
탈조선하여 떠도는 사람들에게 집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왜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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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돌아다니냐는 연구자의 질문에 현정은 이 글의 서두에 인용한 것처럼
ldquo집에 가기 싫어서요rdquo라는 답과 함께 이제는 집이 불편하다는 말까지 했다
ldquo이제 집에 가도 제가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닌 것 같아요 불편해요 그래서
또 나오고요 엄마가 밥을 하루에 3번씩 해주시는데 처음에 빵만 하루에
3번 먹으면 속이 거북한 그 느낌처럼 밥에서 그런 느낌이 나던데요rdquo
현정의 말은 2가지 생각해볼 문제를 남긴다 첫 번째는 한국 사람인 현정
이 밥을 먹으면 속이 거북하다는 지점이다 지금은 약간 옅어지기는 했지만
한국의 해외여행 역사상 언제나 여행 경험담의 중요한 부분이 되어왔던 것
은 며칠만 외국을 여행해도 김치와 된장찌개가 그립고 한국인이라면 역시
밥을 먹어야 힘이 난다는 정서 그리고 한국인을 만나서 김치에 소주를 함께
먹으며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공유했던 정겨운 경험 등이다 이와 비교
할 때 현정과 같은 청년들에게서는 지금까지 한국인에게 lsquo밥rsquo으로 체화되어
있던 한국적 정서와 정체성이 옅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한국적 정서와 정체성이 옅어지는 것은 공간적으로도 체험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이 두 번째 지점 즉 ldquo집에 가도 제가 있어야 할 자리
가 아닌 것rdquo처럼 불편하고 그래서 또 외국으로 나간다는 말이다 과거 많은
한국인 여행자들은 lsquo나의 집rsquo 그리고 이를 확장한 lsquo내 나라rsquo가 세상에서 가
장 편안한 곳이라고들 이야기해왔으며 여행작가 한비야처럼 여러 언어를
구사하고 외국여행을 많이 한 사람도 틈날 때마다 집과 고국에 대한 그리움
을 토로하곤 했다 이처럼 집과 고국은 한 사회적 인간의 근원이자 지향점으
로 체화되어 있었고 그것이 당연하게 여겨져 왔으나 오늘날 현정과 같은
젊은이들은 여기서 불편함을 느끼고 탈출까지 감행한다 이러한 인식은 달
희의 말에서도 잘 드러난다 달희는 요가 연습 도중에 갑자기 눈물이 나서
소품실에 들어가 울다 나온 적이 여러 번 있었다 나중에 연구자가 이유를
물어보자 ldquo집에 가면 할 일도 없고 가고 싶지 않아서rdquo 울었다고 하였다
달희는 ldquo한국에 있으면 내일 할 일뿐만 아니라 그 동안 해왔던 일과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rdquo며 부담감을 드러냈다
이처럼 탈조선 여행자들에게 가족들이 사는 집 그리고 고국은 점점 불편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9
한 곳이 되어가며 잠시 돈을 벌거나 비자를 연장하기 위해 혹은 의료 혜택
을 받기 위해서와 같은 실용적인 목적을 위해 들르는 곳으로 변화되어 간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이들은 지속적으로 떠돌거나 고국을 주 거주지
로 하면서도 외국을 계속 돌아다니는 이동성이 증대된 삶을 살게 된다
2) 이동성의 증가
헬조선 탈출 이후 현정처럼 노동과 장기체류라는 순환을 지속적으로 반
복하며 계속 장기여행 중인 사람도 있지만 장기여행을 끝낸 후 한 장소에
정착하여 사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다면 장기여행을 끝낸 후 탈조선 여행자
들의 삶은 어떻게 변화되며 어떠한 새로운 특징이 나타날까 본 연구에서
는 다음 2가지 패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 번째 패턴은 요가와 같이 특정한 활동을 중심으로 증가된 이동성과
직업적 경력을 연결시키는 것이다 달희의 경우 요가를 배우기 위해 수년째
한국-인도를 오가다가 도중에 결심하고 요가 강사가 되었다 연구자와 만났
을 당시 달희는 인도에 3번 왔던 상태였다 수개월씩 여러 장소에서 각기
다른 요가를 배우기를 3년간 반복하다가 2012년 7월부터는 3년간 쭉 방콕
에서 머물며 강사 트레이닝 코스를 밟았다 2015년에는 귀국하여 요가 강사
자리를 알아보는 한편 지속으로 태국 인도 등에서 요가 워크숍에 참석하고
있다
이처럼 헬조선 탈출 여행자 중 요가 수련자들은 리시케쉬를 포함하여
요가를 배우거나 수련할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하는 삶의 방식을 유지한다
계절과 선호하는 강사의 존재 여부 등 다양한 조건에 맞추어 인도 내에서
이동하기도 하고 요가의 새로운 내용이나 전수 방식을 외국의 강사에게 배
울 수 있거나 또 다른 머물기 좋은 장소가 발견되면 인도를 벗어나 다른
나라로 이동하기도 한다 서구인들에 비하면 한국인의 이동 범위는 좀 더
아시아 위주로 한정되어 있는데 주로 한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지내다가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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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 태국 등 동남아 국가의 요가 센터나 요가 워크숍에 참여하는 형태이다
물론 이동 중간중간에 워킹 홀리데이로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일하거나 한
국에서 일하며 여행 자금을 단기간에 마련하기도 한다
요가 수련자들이 이처럼 계속 요가를 배우며 이동하는 것은 더 나은 요가
강사가 되도록 하는 이동성 자본(mobility capital)(Bell 2013 24)으로 기능
할 수도 있다 벨은 끊임없이 돌아다니는 음악 연주자들을 라이프스타일 여
행자로 분류하면서 이들이 경제적 부 대신 개인적sdot직업적 풍요로움 등의
형태로 이동성 자본을 획득하였으며 이들이 영원히 혹은 가장 중요하게
닻을 내리는 것은 한 지리적 장소가 아니라 그들의 일이라고 분석한 바 있
다 이들의 이동성은 전문적 수련의 일부가 되며 이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이처럼 이동성이 성공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것은 요가 강사들
에게도 마찬가지인데 요가의 기원지인 인도에서 유명한 스승에게 배웠다는
것은 그 요가 강사의 진정성과 정통성 그리고 그 결과로서의 지식을 보증하
는 상징으로도 기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렇게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는
요가 수련자들은 더 나은 삶의 방식을 찾기 위해 여행하는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라기보다는 여행 자체가 삶의 방식인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라는 개념
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동 중인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에 대해 연구한 얼스킨과 앤더슨에 의
하면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에게 초기의 이동성은 집에서 탈출하거나 사회
적 압력과 기대를 피하기 위해 추구될 수 있지만 점점 자아 창조라는 의제
를 중심으로 하게 된다(Erskine and Anderson 2013 140-141) 요가 수련
자들도 초기에는 한국을 탈출하는 것이 목적이었다가 나중에는 점점 더 나
은 요가 수련자가 되는 데 집중한다는 점은 이런 특징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의 증가된 이동성이 이후의 삶을 변화시키는 두 번째 패턴은 첫 번째
패턴과 겹칠 수도 있는데 장기여행에서 귀국하여 한국이 주거주지가 되더
라도 마음만은 계속 탈조선 상태에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계속
단기여행을 다니는 식으로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면서 직업 인간관계를 이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1
전과는 다르게 조직하기도 한다 지연의 경우 귀국 후 외국인과 결혼했고
요가 강사가 되어 일 년에 보통 2~3회씩 일본 동남아 등지로 요가 워크숍을
가는 한편 1~2개월씩은 인도에서 요가를 수련한다 지연은 ldquo호주나 유럽
캐나다 같은 곳은 도시여도 자연이 있고 여유가 있고 비슷한 가치관을 중요
시하는 사람들 속에서 살고 싶은데 한국에선 뭐 하나 충족시켜주는 게 없는rdquo
현실에 대해 불평하였다 그러면서 ldquo기존 회사를 그만두고 요가만 하는 걸
로 결정한 것rdquo ldquo원치 않는 정신적 스트레스 관계 이런 걸 최대한 만들지
않는 쪽으로 생활반경을 컨트롤하는 것rdquo은 ldquo최대한 이 헬조선의 영향을 받
지 않는 생활rdquo을 영위하기 위함이며 ldquo이젠 제가 사는 방식을 바꿔서 제
생활반경만큼은 헬조선이 안 되도록 말뚝 박고 공간확보를 한 것 같다rdquo고
말했다
본 연구의 대상자들 중 아직 선진국으로의 이주에 성공한 사례는 없지만
이렇게 이동성을 증대시킨 삶을 사는 사례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7 결론
본 연구에서는 오늘날 한국 젊은이들의 장기여행 현상을 헬조선 담론과
연결시키고 그 동안의 관광이나 이주 개념으로 설명되지 않던 부분들을 이
동성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하였다
본 연구에서 발견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 젊은이들의 장기여행
은 한국의 사회구조와 문화에 대한 불만을 가진 청년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며 헬조선 담론을 잘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
기여행 혹은 탈조선 여행으로 부를 수 있다 둘째 탈조선 여행의 이동 경로
는 계급에 따라 이원화되어 나타난다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장기여행은 중
하류층 청년들이 한국이나 선진국에서의 노동-개발도상국에서의 장기체류
를 반복하는 양상으로 나타났다 셋째 헬조선 탈출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오래 머무는 인도에서 주로 추구하는 목표는 휴식 치유 자아 찾기를 통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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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조선 해독 활동이라 할 수 있다 넷째 이들이 탈조선 여행을 마친 후 나타
나는 삶의 변화로는 집의 의미가 변화하고 이동성이 증가하는 패턴을 들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크게는 전 지구적 이동성의 증가 관광과 이주의 경계가
흐려지는 추세 오늘날 청년들이 노동시장 진입을 비롯하여 점점 더 사회로
부터 배제되고 있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현실 등이 맞물려 나타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이후에 나타나는
개인적sdot사회적 변화는 인류학적으로 아주 흥미로운 현상일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이론화를 위해서는 앞으로 다음 지점들에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이다
첫 번째는 탈조선 여행자 혹은 탈조선 여행에서 얻은 이동성 자본을 직업
으로 전환시킨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이 나이가 들어도 계속 그러한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서구에는 60대
70대 노인 중에도 그런 사람들이 많지만 이는 복지제도가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90년대 이후 증가한 한국의 장기여행자들 중에서는 아무리 lsquo자유
로운 영혼rsquo의 소유자라 해도 부모가 나이 들기 시작하면 자식이 병원비를
부담해야 하고 자신의 노후대책을 직접 마련해야 되기 때문에 당장의 생계
유지에 급급한 생활인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과거의 장기여행과는
달리 오늘날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은 한국에서의 직업적 기반이나
경력을 쌓지 못한 청년들의 여행이며 강력한 구심력을 가진 한국에서의 탈
출이다 따라서 이들이 한국으로 돌아와 생활인이 되는 것이 힘들다면 대안
적으로 어떠한 직업적 가족적 삶이 가능할 것인가
두 번째는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에 라이프스타일이라는 개념을 연
결시킬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연구자는 본문에서 탈조선 여행자들에 대
해 현존하는 개념 중 가장 가까운 라이프스타일 여행자 및 라이프스타일
이동성에 기대어 설명하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사실 라이프스타일은 소비를
중심으로 하는 개념이라는 점에서 생존을 위해 탈출한 사회에서 배제된
청년들을 분류 혹은 설명할 수 있는 명칭이 될 수 있는지 어떠한 다른 개념
으로 보완 확장이 가능한지는 향후 중요한 연구과제라 하겠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3
이러한 지점들에 유념하여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양상 및 그 결과
를 탐구하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의 이탈자들에 대한 성찰적 연구가 되는
것은 물론 전 지구적인 인간의 이동에 대한 새로운 이론을 확립하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다
논문접수일 2016년 5월 31일 논문심사일 2016년 7월 2일 게재확정일 2016년 7월 10일
참고문헌
김찬삼
1962 985172세계일주 무전여행기985173 서울 어문각
류시화
2002 985172지구별 여행자985173 서울 김영사
박수명
2013 ldquo청년계층의 사회적 배제에 관하여rdquo 985172한국정책연구985173 13(3) 113-131
장강명
2015 985172한국이 싫어서985173 서울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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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7
ltKey conceptsgt Hell-Joseon long-term travel tourism migration lifestyle
migration lifestyle traveler lifestyle mobility
Long-term Travel as lsquoEscape from Hell-Joseon
A Research about Korean Travelers in India
Lee Minyoung14)
This research connects Korean young mens long-term travel with the
ldquoHell-Joseonrdquo discourse popular in Korea nowadays and explores the
so called lsquoescape from Hell-Joseonrsquo phenomenon and changes of their
lives after the trips with the concept of mobility since tourism and
migration cant explain it well A participant observation in India found
that the Korean long-term travelers are characteristic as the followings
1) Long-term travel is popular among the youth who complains about
the social structure and culture of Korea and their travel reflects the
ldquoHell-Joseonrdquo discourse So we can call this travel as escape from
Hell-Joseon 2) The travel routes of are differentiated according to the
class This research mainly deals with the circulation route of doing
physical labor in developed countries and relaxing in developing
countries popular among the lower middle class 3) Most of the travelers
often stay in India for a long time and their main purpose is
detoxification from Hell-Joseon through relaxation healing and
searching for the self 4) After they finish the long-term travel the
PhD Candidate Department of Anthropology Seoul National University
328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meaning of home is changed and their mobility is increased That
phenomenon seems to be entangled with the increasing global mobility
the blurring trend between tourism and migration and the structural
problem which excludes young men from entering the labor market and
the society in Korea Researching the backgrounds aspects and results
of escape from Hell-Joseon will be a reflective study about Korean
society and help to construct new theories about global movement of
people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1
끝없이 충돌했다 몸은 한국에서 벗어나 있더라도 한국과 가족 등의 끈으로
묶여 있는 한 마음은 한국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결국 몇 번의 대형 충돌
을 거친 뒤 매년 인도에서 수개월씩 체류하며 마음만은 탈조선한 상태로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위의 두 사례를 보면 한국에서는 남들이 모두 부러워할 만큼 많은 자본을
가진 20대 중반의 젊은이도 스스로를 금수저라 인식하는 30대 후반의 젊은
이도 ldquo젊어서도 일에 찌들어 살고 노후 걱정rdquo해야 하는 삶 경쟁이 극심한
한국에서 사는 것을 끔찍하게 인식하며 탈조선을 꿈꾸고 실천한다는 사실
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중상류층 출신인 이들에게는 부모가 가진 자원과
그 도움으로 획득한 자신의 문화자본 덕분에 탈조선의 실천이 상대적으로
쉬운 것도 사실이다
2) 중하류층 청년들의 노동-장기여행 반복
그렇다면 중하류층 젊은이들의 탈조선 여행 이동 루트는 어떠할까 이
글의 서두에서 현정이 말한 대로 많은 청년들이 호주에서 수 개월간 일을
해서 한국에서보다 많은 돈을 벌고 그 돈으로 호주 동남아 인도를 여행한
다 그리고 돈이 떨어지면 다시 호주 혹은 다른 워킹 홀리데이 국가로 가서
돈을 벌고 다시 그 돈으로 아시아 국가들을 여행한다
리시케쉬에서 만난 한국 청년 중 가장 길게 여행 중인 현정의 구체적인
이동 경로는 다음과 같다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했던 현정은 졸업 후 ldquo취직
이 되지 않아rdquo 인도를 3개월간 여행했다 그 후 호주에 워킹 홀리데이로
가서 1년간 일한 뒤 동남아를 장기여행 했다 그 후 다시 호주에 워킹 홀리
데이로 가서 또 1년간 일했고 그 후에는 다시 동남아를 장기여행한 후 인도
에 왔다 비자가 만료되자 네팔에서 2개월간 머문 뒤 새 비자를 받아 다시
인도에 왔고 리시케쉬에서 1개월짜리 강사 트레이닝 코스를 마쳤다 현정
은 한동안 요가 수련을 한 후 뉴질랜드에 워킹 홀리데이로 갈 예정이다
312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6년 이상 계속 외국을 떠돌고 있는 셈이었다
현정의 부연설명처럼 수 년 전부터 동남아에는 ldquo집에 3~4년씩 안 들어간
애들rdquo ldquo집에 가기 싫은 애들rdquo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배낭여행 중에는 이런
청년들을 쉽게 만날 수 있으며 여행 중에 만나는 사람들 그리고 워킹 홀리
데이 안내서 동남아 여행기 블로그 페이스북 등을 통해 이들에 대한 간접
적인 이야기도 수없이 들을 수 있다
현정처럼 한국에 거의 들어오지 않고 쭉 여행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중간중간에 한국에 들어와 회사를 다니며 돈을 모은 뒤 다시 나가는 경우도
있다 주로 쉽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자격증을 가진 경우인데 유정(2011
년 당시 32세 여)의 경우 2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청소년 상담사 자격증을
딴 후 3년 반 동안 회사를 다녔다 그 후 호주로 1년간 워킹 홀리데이를
나갔다가 들어와서 다시 1년간 회사를 다녔다 그 후 캐나다로 워킹 홀리데
이를 가려고 신청했다가 떨어진 후 장기여행을 준비하다가 다시 취직했고
1년 반 동안 일하다가 장기여행을 시작했다 이번 여행은 현재 10개월째인
데 동남아에서 수 개월간 쉬고 단동에서 15개월간 자원봉사를 하고 운남
성에서 15개월간 태극권을 배운 후 다시 15개월간 동남아와 인도를 여행
했고 인도에서 2개월간 요가를 배운 후 육로로 이집트까지 여행할 예정이
다
현정 유정과 같은 청년들의 생애사를 들어보면 학벌이나 학력 자격증
부모의 직업 등 많은 면에서 내세울 것도 도움 받을 네트워크도 없었으며
자신의 힘으로 삶을 헤쳐 나갔다 3장에서 살펴본 것처럼 가진 것이 없다
보니 존중받지 못했거나 취직이 되지 않아 주변의 눈치를 봐야 했으며 죽
도록 과로하거나 불합리한 조직문화에 시달리면서도 노동을 하며 살아야
했다 현정처럼 차라리 선진국에서 육체노동을 하며 돈을 많이 벌거나 유정
처럼 ldquo죽었다 생각하고rdquo 한국에서 1년 정도 일을 하고 나면 쉬고 싶고 그새
망가진 몸을 고치고 싶고 자신이 누구인지 천천히 생각도 해보고 싶어진다
전 세계적으로 볼 때 한정된 돈으로 오랜 시간을 보내며 이러한 목적을
추구할 수 있는 최적의 여행지는 인도로 알려져 있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3
5 인도에서의 헬조선 해독 활동
이 장에서는 한국 청년들이 인도에서 장기체류하면서 추구하는 목표가
휴식 치유 자아 찾기를 통한 lsquo헬조선 해독(解毒)rsquo임을 보인 후 인도가 이런
활동을 하기 좋은 이유는 무엇인지 알아본다
먼저 탈조선하여 인도에 온 청년들이 가장 많이 추구하는 활동인 휴식
치유 자아 찾기가 어떠한 맥락에서 나타나는지를 다음 사례들을 통해 살펴
보자
달희는 리시케쉬에 왜 왔냐는 연구자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ldquo나는
여기가 쉴 수 있는 곳일 거란 기대를 가지고 처음에 왔어요 밖으로의 여행
이 아니라 내 안으로의 여행 내가 처음에 인도를 선택하면서 내 마음속으로
되뇌었던 것이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이 말을 계속 했었어요rdquo
달희는 휴식과 자아 찾기를 위해 인도에 왔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것은
과로할 수밖에 없는 직장생활 그로 인해 병든 몸을 치유하는 것과 접한
관계를 갖고 있었다 달희에 의하면 이러한 욕망을 갖게 된 것은 회사 생활
을 하면서 ldquo착취당하면서도 표현도 못 하고 그렇다고 부하 직원들을 쥐어
짤 성격도 안 되고 해서 아주 화병 같은 게 단단히 들고 몸도 너무 고단해서
망가졌기rdquo 때문이다 30세 무렵에는 교통사고가 나서 구안와사(口眼喎斜)
즉 입이 한쪽으로 돌아가는 증상이 왔다 그러나 달희는 여전히 일을 하였
고 계속 일을 하다 유방섬유선종 자궁근종 무릎middot발목 등의 원인불명 통증
척추측만증 두통 소화불량 관절 통증 등을 앓게 되었다 결국 41세에는
더 이상 회사를 다닐 수 없어 요가를 하면서 몸을 고치기 위해 리시케쉬로
오게 되었다
달희의 생애사에서 보이는 것처럼 과로 심신의 질환 자아를 잃었고 왜
사는지 모르겠다는 느낌이 긴 하게 엮여 나타나다가 탈조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한국인 장기여행자들에게 흔한 서사이다 인도의 장기여행자 중 보기
드물게 성공적인 궤도를 달리는 듯했지만 역시 같은 이유로 탈조선한 다음
314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대학생의 사례도 이를 잘 보여준다
관욱(2011년 당시 26세 남)은 서울의 일류 공과대학의 4학년이었다 관
욱은 4학년 여름까지 취직을 위해 인턴 과정을 밟고 있었고 취직 시험에서
최종 면접을 몇 개 남겨둔 상태였다 고등학교 때 985172지구별 여행자985173(류시화
2002)를 읽은 이후 막연히 배낭여행을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가지고 있었지만 주변 사람들은 다들 대학원에 가거나 빨리 취직하는 분위
기였고 해외에 간다고 해도 유럽으로 아니면 유명 대학의 프로그램이나
어학연수에 가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계속 고민하다가 전자공학 전공자에
대한 수요가 많아 취업 걱정이 없다는 점 지금 못 가면 40~50대 때 후회할
것 같다는 점 회사에 한 번 들어가면 회사를 그만두지 않는 한 6개월짜리
여행은 할 수 없다는 점을 생각했다 관욱은 취업 준비를 모두 그만두고
면접도 포기하고 여름 내내 육체노동을 하면서 인도 여행 자금을 모았다
관욱은 늘 아침밥만 먹고 점심 저녁은 굶으면서 공부했다 전공 5~6개 과목
의 시험이 매 학기 각각 4번씩이나 있고 프로그램 프로젝트를 2개씩 하다
보니 항상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관욱은 ldquo어쩌면 스트레스 받는데 의식
못 했을 수도 있었다rdquo고 회고한다 관욱은 ldquo한국에서는 시험이나 프로젝트
가 늘 마음에 있었고rdquo 회사 면접을 보면서는 ldquo연봉보다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rdquo 하는 고민에 계속 마음이 무거웠다 그러
다가 인도에 오기 전에 몸이 아파 병원에 들렀고 놀랍게도 20대 중반의
나이에 위궤양 빈혈 고혈압 진단을 받았다 관욱은 인도에 오게 된 계
기를 다음과 같이 털어놓았다
한편으로 기대한 바는 한국 문화에서 떨어져 있고 싶었어요 어떤 사회적 자
아 그렇게 형성된 자아가 너무 세서 내 내면의 목소리라는 걸 들어볼 생각도 안
하고 들어보지도 못했어요 작은 거라도 그래서 여기서 나가보면 내가 직접 느껴
볼 수 있지 않을까 절실히 필요하면서도 내 내면의 목소리 이런 게 너무 피상적
으로 느껴졌었죠
관욱이 인도로 탈조선하면서 가장 바란 것은 한국 문화 사회적 자아에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5
매몰된 내면의 목소리를 찾는 것 즉 자아 찾기였으며 이것은 망가진 몸을
치유하고 휴식을 취하는 것과 접하게 엮여서 나타났다 관욱은 한국에서
는 성공을 향한 길을 안정적으로 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진정으
로 원하는 일을 하지 못하고 몸의 요구나 내면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바쁘게
살아야 하는 한국 문화에 순응하며 살아오다가 문득 몸이 망가진 것을 발견
했다 관욱은 연구자와 나눈 대화 속에서 ldquo쉬고 싶다rdquo는 표현을 끝없이 계속
했다 가이드북에서 리시케쉬 부분을 펼쳤을 때 ldquo락쉬만줄라에 노을 지는
장면 사진이 나왔는데 이것을 보고 여기서는 여유롭게 시간을 가져도 좋겠
다 한국에선 잘 못 가지는 시간이니까rdquo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였으며
오기 전에 ldquo가서 어떤 식으로든 순간을 즐길 수 있음 그럴 수 있기만 하면
좋겠다rdquo 하고 생각했다고 하였다 리시케쉬에 도착해서는 ldquo여기서는 순간을
한 번 그렇게 지내보자 한국에선 걱정이 너무 많으니까 시험이나 프로젝트
가 늘 마음에 있으니까 여기선 햇볕 산책 다 해보자rdquo 하고 결심했다고 하였
다
이처럼 많은 한국 청년들이 휴식에 대한 갈망을 표현하였다 이번 여행의
목적을 묻는 연구자에게 유정은 이렇게 대답했다 ldquo계속 다니면서 나를 더
들여다보는 거죠 나는 누구인가 10대 때 고민했던 거 다시 한 번 그래서
이렇게 좀 다니면서 생각 좀 많이 하면서 그래서 좀 스스로 좀 내면적으로
좀 강해졌음 좋겠다 그리고 현실에서 탈피하고 싶고 그게 좀 안 돼요 일만
하면 일만 생각해요rdquo
유정 또한 탈조선의 계기를 ldquo나를 들여다보는 것rdquo 즉 자아 찾기라고 얘기
하고 있으며 그것을 현실 탈피와 내면이 강해지는 것과 연결시키고 있다
유정은 한국에서 회사 문화의 불합리함 인간관계에 의한 스트레스로 폭식
증 소화불량 단기간에 25kg이라는 급격한 체중 증가 그리고 이로 인한
무릎 허리 목의 통증에 시달렸다 그래서 휴식과 치유가 절실하여 탈조선
하게 되었고 몇 달간 푹 쉰 뒤에는 ldquo다시 사회에 돌아갔을 때 그런 스트레스
나 이런 것들에 대해서 사람관계에서 오는 것들은 내가 좀 커트할 수 있는
사람rdquo이 되고 싶어 요가를 시작했다고 하였다
316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위의 사례들이 보여주는 바처럼 한국 청년들이 헬조선을 탈출하는 이유
는 휴식 치유 자아 찾기를 통한 헬조선 해독이 너무나 절실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활동을 다른 곳도 아니고 인도에서 하는 것일까
앞의 사례에서 달희는 휴식 자아 찾기의 욕망을 인도에서 추구하게 된
이유로 ldquo인도는 한국에서 지내는 것보다 한 달에 쓰는 생활비가 더 적을
거라는 생각rdquo ldquo일을 하지 않고 요가만 하면서 먹고 자고 할 수 있고rdquo ldquo인도
는 요가의 본고장이기 때문이라는 믿음rdquo이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다른
사람들이 인도에 온 계기도 대부분 이와 비슷하다
달희가 말한 것처럼 이러한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저렴한 물가이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유럽이나 미국에서 장기체류를 하지
않는 핵심 원인은 물가가 비싸 오래 머물 수가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 최대
한 많은 것을 볼 수 있도록 하루하루 빡빡한 일정을 짜고 꼭 필요한 날수만
큼만 머물게 되는 이런 선진국으로는 휴식을 취하러 가지 못한다 그러나
인도 리시케쉬에서는 300~500달러만 있으면 한 달간 깔끔한 싱글룸에서
묵으며 최고의 요가 수업을 받고 여유롭게 식사와 간식을 즐기며 지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좋은 자연환경과 문화적 매력까지 있다 리시케쉬는 갠지
스강과 히말라야 산맥이 만나는 성지로서 자연환경이 아름답고 요가의 본
고장답게 훌륭한 요가 수업들이 많이 있다 달희의 말처럼 ldquo요가만 하면서
먹고 자고 할 수 있는rdquo 최적의 환경인 것이다 이러한 환경은 여행 가이드북
과 여행자들이 남긴 여행기에도 잘 기술되어 있으며 실제로 놀라운 치유의
효과를 낳는다 이러한 소문은 수많은 여행자들을 유혹한다
이처럼 개발도상국에서 장기체류하는 선진국의 여행자들에 대해 그러한
이동의 핵심 원인이 더 나은 삶의 질을 위한 것이라고 보고 개념화한 것이
바로 라이프스타일 이주이다 인도에 대한 사례 연구로는 바라나시의 서구
인 장기체류자들을 참여관찰하면서 이들을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로 보고 그
라이프스타일의 특징을 분석한 코펠라(Korpela 2009)의 연구가 있다 바라
나시는 인도 악기를 배우는 장기체류자들이 집해 있는 곳인데 코펠라에
의하면 이들은 대부분 인도 악기를 연주하고 요가와 명상 자선사업을 하며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7
엄청난 시간을 친구들과 어울리는 데 쓴다 이들의 삶은 느리고 빡빡한 매
일의 일정이 없으며 물질적 소유는 적고 현재를 즐길 시간이 많다 코펠라
는 이들이 가능한 곳에서 더 나은 삶을 찾으며 물가가 싸고 영적sdot예술적
의미와 결부된 곳에서 더 나은 삶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이용하는 것이라
고 해석하였다
인도의 장기체류자들이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이동하는 방향성은
이렇게 해석할 수 있겠으나 문제는 라이프스타일 이주라는 개념은 이들이
고국에서 인도로 한 번 이주한 다음 영구히 정착한다는 인상을 준다는 것이
다 그러나 사실 인도의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들은 대부분 3~6개월짜리 관광
자 비자로 인도에 장기체류하는 여행자들이며 비자를 갱신하기 위해 이웃
나라를 방문하거나 돈을 벌거나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자주 고국으
로 귀국한다 또한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헬조선 탈출 여행자들은 이 글의
서두에서 보았던 것처럼 호주 등 선진국에서의 노동 다른 동남아 국가들에
서의 여행 등 다양한 이동 루트를 거친다
이처럼 오랜 기간 다양한 장소들을 떠돌다 보면 이들의 탈조선 여행 이후
의 삶은 어떻게 변화할까
6 탈조선 여행 이후의 삶의 변화
이 장에서는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을 했던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이들에게 나타나는 lsquo집rsquo의 의미 변화를 살펴본
뒤 이들의 이동성을 라이프스타일 여행 및 라이프스타일 이동성이라는 개
념과 연결 지어 살펴본다
1) lsquo집rsquo의 의미 변화
탈조선하여 떠도는 사람들에게 집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왜 그렇게
318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오래 돌아다니냐는 연구자의 질문에 현정은 이 글의 서두에 인용한 것처럼
ldquo집에 가기 싫어서요rdquo라는 답과 함께 이제는 집이 불편하다는 말까지 했다
ldquo이제 집에 가도 제가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닌 것 같아요 불편해요 그래서
또 나오고요 엄마가 밥을 하루에 3번씩 해주시는데 처음에 빵만 하루에
3번 먹으면 속이 거북한 그 느낌처럼 밥에서 그런 느낌이 나던데요rdquo
현정의 말은 2가지 생각해볼 문제를 남긴다 첫 번째는 한국 사람인 현정
이 밥을 먹으면 속이 거북하다는 지점이다 지금은 약간 옅어지기는 했지만
한국의 해외여행 역사상 언제나 여행 경험담의 중요한 부분이 되어왔던 것
은 며칠만 외국을 여행해도 김치와 된장찌개가 그립고 한국인이라면 역시
밥을 먹어야 힘이 난다는 정서 그리고 한국인을 만나서 김치에 소주를 함께
먹으며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공유했던 정겨운 경험 등이다 이와 비교
할 때 현정과 같은 청년들에게서는 지금까지 한국인에게 lsquo밥rsquo으로 체화되어
있던 한국적 정서와 정체성이 옅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한국적 정서와 정체성이 옅어지는 것은 공간적으로도 체험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이 두 번째 지점 즉 ldquo집에 가도 제가 있어야 할 자리
가 아닌 것rdquo처럼 불편하고 그래서 또 외국으로 나간다는 말이다 과거 많은
한국인 여행자들은 lsquo나의 집rsquo 그리고 이를 확장한 lsquo내 나라rsquo가 세상에서 가
장 편안한 곳이라고들 이야기해왔으며 여행작가 한비야처럼 여러 언어를
구사하고 외국여행을 많이 한 사람도 틈날 때마다 집과 고국에 대한 그리움
을 토로하곤 했다 이처럼 집과 고국은 한 사회적 인간의 근원이자 지향점으
로 체화되어 있었고 그것이 당연하게 여겨져 왔으나 오늘날 현정과 같은
젊은이들은 여기서 불편함을 느끼고 탈출까지 감행한다 이러한 인식은 달
희의 말에서도 잘 드러난다 달희는 요가 연습 도중에 갑자기 눈물이 나서
소품실에 들어가 울다 나온 적이 여러 번 있었다 나중에 연구자가 이유를
물어보자 ldquo집에 가면 할 일도 없고 가고 싶지 않아서rdquo 울었다고 하였다
달희는 ldquo한국에 있으면 내일 할 일뿐만 아니라 그 동안 해왔던 일과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rdquo며 부담감을 드러냈다
이처럼 탈조선 여행자들에게 가족들이 사는 집 그리고 고국은 점점 불편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9
한 곳이 되어가며 잠시 돈을 벌거나 비자를 연장하기 위해 혹은 의료 혜택
을 받기 위해서와 같은 실용적인 목적을 위해 들르는 곳으로 변화되어 간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이들은 지속적으로 떠돌거나 고국을 주 거주지
로 하면서도 외국을 계속 돌아다니는 이동성이 증대된 삶을 살게 된다
2) 이동성의 증가
헬조선 탈출 이후 현정처럼 노동과 장기체류라는 순환을 지속적으로 반
복하며 계속 장기여행 중인 사람도 있지만 장기여행을 끝낸 후 한 장소에
정착하여 사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다면 장기여행을 끝낸 후 탈조선 여행자
들의 삶은 어떻게 변화되며 어떠한 새로운 특징이 나타날까 본 연구에서
는 다음 2가지 패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 번째 패턴은 요가와 같이 특정한 활동을 중심으로 증가된 이동성과
직업적 경력을 연결시키는 것이다 달희의 경우 요가를 배우기 위해 수년째
한국-인도를 오가다가 도중에 결심하고 요가 강사가 되었다 연구자와 만났
을 당시 달희는 인도에 3번 왔던 상태였다 수개월씩 여러 장소에서 각기
다른 요가를 배우기를 3년간 반복하다가 2012년 7월부터는 3년간 쭉 방콕
에서 머물며 강사 트레이닝 코스를 밟았다 2015년에는 귀국하여 요가 강사
자리를 알아보는 한편 지속으로 태국 인도 등에서 요가 워크숍에 참석하고
있다
이처럼 헬조선 탈출 여행자 중 요가 수련자들은 리시케쉬를 포함하여
요가를 배우거나 수련할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하는 삶의 방식을 유지한다
계절과 선호하는 강사의 존재 여부 등 다양한 조건에 맞추어 인도 내에서
이동하기도 하고 요가의 새로운 내용이나 전수 방식을 외국의 강사에게 배
울 수 있거나 또 다른 머물기 좋은 장소가 발견되면 인도를 벗어나 다른
나라로 이동하기도 한다 서구인들에 비하면 한국인의 이동 범위는 좀 더
아시아 위주로 한정되어 있는데 주로 한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지내다가 가
320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끔 태국 등 동남아 국가의 요가 센터나 요가 워크숍에 참여하는 형태이다
물론 이동 중간중간에 워킹 홀리데이로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일하거나 한
국에서 일하며 여행 자금을 단기간에 마련하기도 한다
요가 수련자들이 이처럼 계속 요가를 배우며 이동하는 것은 더 나은 요가
강사가 되도록 하는 이동성 자본(mobility capital)(Bell 2013 24)으로 기능
할 수도 있다 벨은 끊임없이 돌아다니는 음악 연주자들을 라이프스타일 여
행자로 분류하면서 이들이 경제적 부 대신 개인적sdot직업적 풍요로움 등의
형태로 이동성 자본을 획득하였으며 이들이 영원히 혹은 가장 중요하게
닻을 내리는 것은 한 지리적 장소가 아니라 그들의 일이라고 분석한 바 있
다 이들의 이동성은 전문적 수련의 일부가 되며 이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이처럼 이동성이 성공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것은 요가 강사들
에게도 마찬가지인데 요가의 기원지인 인도에서 유명한 스승에게 배웠다는
것은 그 요가 강사의 진정성과 정통성 그리고 그 결과로서의 지식을 보증하
는 상징으로도 기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렇게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는
요가 수련자들은 더 나은 삶의 방식을 찾기 위해 여행하는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라기보다는 여행 자체가 삶의 방식인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라는 개념
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동 중인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에 대해 연구한 얼스킨과 앤더슨에 의
하면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에게 초기의 이동성은 집에서 탈출하거나 사회
적 압력과 기대를 피하기 위해 추구될 수 있지만 점점 자아 창조라는 의제
를 중심으로 하게 된다(Erskine and Anderson 2013 140-141) 요가 수련
자들도 초기에는 한국을 탈출하는 것이 목적이었다가 나중에는 점점 더 나
은 요가 수련자가 되는 데 집중한다는 점은 이런 특징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의 증가된 이동성이 이후의 삶을 변화시키는 두 번째 패턴은 첫 번째
패턴과 겹칠 수도 있는데 장기여행에서 귀국하여 한국이 주거주지가 되더
라도 마음만은 계속 탈조선 상태에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계속
단기여행을 다니는 식으로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면서 직업 인간관계를 이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1
전과는 다르게 조직하기도 한다 지연의 경우 귀국 후 외국인과 결혼했고
요가 강사가 되어 일 년에 보통 2~3회씩 일본 동남아 등지로 요가 워크숍을
가는 한편 1~2개월씩은 인도에서 요가를 수련한다 지연은 ldquo호주나 유럽
캐나다 같은 곳은 도시여도 자연이 있고 여유가 있고 비슷한 가치관을 중요
시하는 사람들 속에서 살고 싶은데 한국에선 뭐 하나 충족시켜주는 게 없는rdquo
현실에 대해 불평하였다 그러면서 ldquo기존 회사를 그만두고 요가만 하는 걸
로 결정한 것rdquo ldquo원치 않는 정신적 스트레스 관계 이런 걸 최대한 만들지
않는 쪽으로 생활반경을 컨트롤하는 것rdquo은 ldquo최대한 이 헬조선의 영향을 받
지 않는 생활rdquo을 영위하기 위함이며 ldquo이젠 제가 사는 방식을 바꿔서 제
생활반경만큼은 헬조선이 안 되도록 말뚝 박고 공간확보를 한 것 같다rdquo고
말했다
본 연구의 대상자들 중 아직 선진국으로의 이주에 성공한 사례는 없지만
이렇게 이동성을 증대시킨 삶을 사는 사례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7 결론
본 연구에서는 오늘날 한국 젊은이들의 장기여행 현상을 헬조선 담론과
연결시키고 그 동안의 관광이나 이주 개념으로 설명되지 않던 부분들을 이
동성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하였다
본 연구에서 발견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 젊은이들의 장기여행
은 한국의 사회구조와 문화에 대한 불만을 가진 청년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며 헬조선 담론을 잘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
기여행 혹은 탈조선 여행으로 부를 수 있다 둘째 탈조선 여행의 이동 경로
는 계급에 따라 이원화되어 나타난다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장기여행은 중
하류층 청년들이 한국이나 선진국에서의 노동-개발도상국에서의 장기체류
를 반복하는 양상으로 나타났다 셋째 헬조선 탈출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오래 머무는 인도에서 주로 추구하는 목표는 휴식 치유 자아 찾기를 통한
322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헬조선 해독 활동이라 할 수 있다 넷째 이들이 탈조선 여행을 마친 후 나타
나는 삶의 변화로는 집의 의미가 변화하고 이동성이 증가하는 패턴을 들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크게는 전 지구적 이동성의 증가 관광과 이주의 경계가
흐려지는 추세 오늘날 청년들이 노동시장 진입을 비롯하여 점점 더 사회로
부터 배제되고 있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현실 등이 맞물려 나타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이후에 나타나는
개인적sdot사회적 변화는 인류학적으로 아주 흥미로운 현상일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이론화를 위해서는 앞으로 다음 지점들에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이다
첫 번째는 탈조선 여행자 혹은 탈조선 여행에서 얻은 이동성 자본을 직업
으로 전환시킨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이 나이가 들어도 계속 그러한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서구에는 60대
70대 노인 중에도 그런 사람들이 많지만 이는 복지제도가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90년대 이후 증가한 한국의 장기여행자들 중에서는 아무리 lsquo자유
로운 영혼rsquo의 소유자라 해도 부모가 나이 들기 시작하면 자식이 병원비를
부담해야 하고 자신의 노후대책을 직접 마련해야 되기 때문에 당장의 생계
유지에 급급한 생활인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과거의 장기여행과는
달리 오늘날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은 한국에서의 직업적 기반이나
경력을 쌓지 못한 청년들의 여행이며 강력한 구심력을 가진 한국에서의 탈
출이다 따라서 이들이 한국으로 돌아와 생활인이 되는 것이 힘들다면 대안
적으로 어떠한 직업적 가족적 삶이 가능할 것인가
두 번째는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에 라이프스타일이라는 개념을 연
결시킬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연구자는 본문에서 탈조선 여행자들에 대
해 현존하는 개념 중 가장 가까운 라이프스타일 여행자 및 라이프스타일
이동성에 기대어 설명하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사실 라이프스타일은 소비를
중심으로 하는 개념이라는 점에서 생존을 위해 탈출한 사회에서 배제된
청년들을 분류 혹은 설명할 수 있는 명칭이 될 수 있는지 어떠한 다른 개념
으로 보완 확장이 가능한지는 향후 중요한 연구과제라 하겠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3
이러한 지점들에 유념하여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양상 및 그 결과
를 탐구하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의 이탈자들에 대한 성찰적 연구가 되는
것은 물론 전 지구적인 인간의 이동에 대한 새로운 이론을 확립하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다
논문접수일 2016년 5월 31일 논문심사일 2016년 7월 2일 게재확정일 2016년 7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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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7
ltKey conceptsgt Hell-Joseon long-term travel tourism migration lifestyle
migration lifestyle traveler lifestyle mobility
Long-term Travel as lsquoEscape from Hell-Joseon
A Research about Korean Travelers in India
Lee Minyoung14)
This research connects Korean young mens long-term travel with the
ldquoHell-Joseonrdquo discourse popular in Korea nowadays and explores the
so called lsquoescape from Hell-Joseonrsquo phenomenon and changes of their
lives after the trips with the concept of mobility since tourism and
migration cant explain it well A participant observation in India found
that the Korean long-term travelers are characteristic as the followings
1) Long-term travel is popular among the youth who complains about
the social structure and culture of Korea and their travel reflects the
ldquoHell-Joseonrdquo discourse So we can call this travel as escape from
Hell-Joseon 2) The travel routes of are differentiated according to the
class This research mainly deals with the circulation route of doing
physical labor in developed countries and relaxing in developing
countries popular among the lower middle class 3) Most of the travelers
often stay in India for a long time and their main purpose is
detoxification from Hell-Joseon through relaxation healing and
searching for the self 4) After they finish the long-term travel the
PhD Candidate Department of Anthropology Seoul National University
328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meaning of home is changed and their mobility is increased That
phenomenon seems to be entangled with the increasing global mobility
the blurring trend between tourism and migration and the structural
problem which excludes young men from entering the labor market and
the society in Korea Researching the backgrounds aspects and results
of escape from Hell-Joseon will be a reflective study about Korean
society and help to construct new theories about global movement of
people
312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6년 이상 계속 외국을 떠돌고 있는 셈이었다
현정의 부연설명처럼 수 년 전부터 동남아에는 ldquo집에 3~4년씩 안 들어간
애들rdquo ldquo집에 가기 싫은 애들rdquo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배낭여행 중에는 이런
청년들을 쉽게 만날 수 있으며 여행 중에 만나는 사람들 그리고 워킹 홀리
데이 안내서 동남아 여행기 블로그 페이스북 등을 통해 이들에 대한 간접
적인 이야기도 수없이 들을 수 있다
현정처럼 한국에 거의 들어오지 않고 쭉 여행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중간중간에 한국에 들어와 회사를 다니며 돈을 모은 뒤 다시 나가는 경우도
있다 주로 쉽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자격증을 가진 경우인데 유정(2011
년 당시 32세 여)의 경우 2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청소년 상담사 자격증을
딴 후 3년 반 동안 회사를 다녔다 그 후 호주로 1년간 워킹 홀리데이를
나갔다가 들어와서 다시 1년간 회사를 다녔다 그 후 캐나다로 워킹 홀리데
이를 가려고 신청했다가 떨어진 후 장기여행을 준비하다가 다시 취직했고
1년 반 동안 일하다가 장기여행을 시작했다 이번 여행은 현재 10개월째인
데 동남아에서 수 개월간 쉬고 단동에서 15개월간 자원봉사를 하고 운남
성에서 15개월간 태극권을 배운 후 다시 15개월간 동남아와 인도를 여행
했고 인도에서 2개월간 요가를 배운 후 육로로 이집트까지 여행할 예정이
다
현정 유정과 같은 청년들의 생애사를 들어보면 학벌이나 학력 자격증
부모의 직업 등 많은 면에서 내세울 것도 도움 받을 네트워크도 없었으며
자신의 힘으로 삶을 헤쳐 나갔다 3장에서 살펴본 것처럼 가진 것이 없다
보니 존중받지 못했거나 취직이 되지 않아 주변의 눈치를 봐야 했으며 죽
도록 과로하거나 불합리한 조직문화에 시달리면서도 노동을 하며 살아야
했다 현정처럼 차라리 선진국에서 육체노동을 하며 돈을 많이 벌거나 유정
처럼 ldquo죽었다 생각하고rdquo 한국에서 1년 정도 일을 하고 나면 쉬고 싶고 그새
망가진 몸을 고치고 싶고 자신이 누구인지 천천히 생각도 해보고 싶어진다
전 세계적으로 볼 때 한정된 돈으로 오랜 시간을 보내며 이러한 목적을
추구할 수 있는 최적의 여행지는 인도로 알려져 있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3
5 인도에서의 헬조선 해독 활동
이 장에서는 한국 청년들이 인도에서 장기체류하면서 추구하는 목표가
휴식 치유 자아 찾기를 통한 lsquo헬조선 해독(解毒)rsquo임을 보인 후 인도가 이런
활동을 하기 좋은 이유는 무엇인지 알아본다
먼저 탈조선하여 인도에 온 청년들이 가장 많이 추구하는 활동인 휴식
치유 자아 찾기가 어떠한 맥락에서 나타나는지를 다음 사례들을 통해 살펴
보자
달희는 리시케쉬에 왜 왔냐는 연구자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ldquo나는
여기가 쉴 수 있는 곳일 거란 기대를 가지고 처음에 왔어요 밖으로의 여행
이 아니라 내 안으로의 여행 내가 처음에 인도를 선택하면서 내 마음속으로
되뇌었던 것이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이 말을 계속 했었어요rdquo
달희는 휴식과 자아 찾기를 위해 인도에 왔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것은
과로할 수밖에 없는 직장생활 그로 인해 병든 몸을 치유하는 것과 접한
관계를 갖고 있었다 달희에 의하면 이러한 욕망을 갖게 된 것은 회사 생활
을 하면서 ldquo착취당하면서도 표현도 못 하고 그렇다고 부하 직원들을 쥐어
짤 성격도 안 되고 해서 아주 화병 같은 게 단단히 들고 몸도 너무 고단해서
망가졌기rdquo 때문이다 30세 무렵에는 교통사고가 나서 구안와사(口眼喎斜)
즉 입이 한쪽으로 돌아가는 증상이 왔다 그러나 달희는 여전히 일을 하였
고 계속 일을 하다 유방섬유선종 자궁근종 무릎middot발목 등의 원인불명 통증
척추측만증 두통 소화불량 관절 통증 등을 앓게 되었다 결국 41세에는
더 이상 회사를 다닐 수 없어 요가를 하면서 몸을 고치기 위해 리시케쉬로
오게 되었다
달희의 생애사에서 보이는 것처럼 과로 심신의 질환 자아를 잃었고 왜
사는지 모르겠다는 느낌이 긴 하게 엮여 나타나다가 탈조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한국인 장기여행자들에게 흔한 서사이다 인도의 장기여행자 중 보기
드물게 성공적인 궤도를 달리는 듯했지만 역시 같은 이유로 탈조선한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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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의 사례도 이를 잘 보여준다
관욱(2011년 당시 26세 남)은 서울의 일류 공과대학의 4학년이었다 관
욱은 4학년 여름까지 취직을 위해 인턴 과정을 밟고 있었고 취직 시험에서
최종 면접을 몇 개 남겨둔 상태였다 고등학교 때 985172지구별 여행자985173(류시화
2002)를 읽은 이후 막연히 배낭여행을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가지고 있었지만 주변 사람들은 다들 대학원에 가거나 빨리 취직하는 분위
기였고 해외에 간다고 해도 유럽으로 아니면 유명 대학의 프로그램이나
어학연수에 가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계속 고민하다가 전자공학 전공자에
대한 수요가 많아 취업 걱정이 없다는 점 지금 못 가면 40~50대 때 후회할
것 같다는 점 회사에 한 번 들어가면 회사를 그만두지 않는 한 6개월짜리
여행은 할 수 없다는 점을 생각했다 관욱은 취업 준비를 모두 그만두고
면접도 포기하고 여름 내내 육체노동을 하면서 인도 여행 자금을 모았다
관욱은 늘 아침밥만 먹고 점심 저녁은 굶으면서 공부했다 전공 5~6개 과목
의 시험이 매 학기 각각 4번씩이나 있고 프로그램 프로젝트를 2개씩 하다
보니 항상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관욱은 ldquo어쩌면 스트레스 받는데 의식
못 했을 수도 있었다rdquo고 회고한다 관욱은 ldquo한국에서는 시험이나 프로젝트
가 늘 마음에 있었고rdquo 회사 면접을 보면서는 ldquo연봉보다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rdquo 하는 고민에 계속 마음이 무거웠다 그러
다가 인도에 오기 전에 몸이 아파 병원에 들렀고 놀랍게도 20대 중반의
나이에 위궤양 빈혈 고혈압 진단을 받았다 관욱은 인도에 오게 된 계
기를 다음과 같이 털어놓았다
한편으로 기대한 바는 한국 문화에서 떨어져 있고 싶었어요 어떤 사회적 자
아 그렇게 형성된 자아가 너무 세서 내 내면의 목소리라는 걸 들어볼 생각도 안
하고 들어보지도 못했어요 작은 거라도 그래서 여기서 나가보면 내가 직접 느껴
볼 수 있지 않을까 절실히 필요하면서도 내 내면의 목소리 이런 게 너무 피상적
으로 느껴졌었죠
관욱이 인도로 탈조선하면서 가장 바란 것은 한국 문화 사회적 자아에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5
매몰된 내면의 목소리를 찾는 것 즉 자아 찾기였으며 이것은 망가진 몸을
치유하고 휴식을 취하는 것과 접하게 엮여서 나타났다 관욱은 한국에서
는 성공을 향한 길을 안정적으로 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진정으
로 원하는 일을 하지 못하고 몸의 요구나 내면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바쁘게
살아야 하는 한국 문화에 순응하며 살아오다가 문득 몸이 망가진 것을 발견
했다 관욱은 연구자와 나눈 대화 속에서 ldquo쉬고 싶다rdquo는 표현을 끝없이 계속
했다 가이드북에서 리시케쉬 부분을 펼쳤을 때 ldquo락쉬만줄라에 노을 지는
장면 사진이 나왔는데 이것을 보고 여기서는 여유롭게 시간을 가져도 좋겠
다 한국에선 잘 못 가지는 시간이니까rdquo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였으며
오기 전에 ldquo가서 어떤 식으로든 순간을 즐길 수 있음 그럴 수 있기만 하면
좋겠다rdquo 하고 생각했다고 하였다 리시케쉬에 도착해서는 ldquo여기서는 순간을
한 번 그렇게 지내보자 한국에선 걱정이 너무 많으니까 시험이나 프로젝트
가 늘 마음에 있으니까 여기선 햇볕 산책 다 해보자rdquo 하고 결심했다고 하였
다
이처럼 많은 한국 청년들이 휴식에 대한 갈망을 표현하였다 이번 여행의
목적을 묻는 연구자에게 유정은 이렇게 대답했다 ldquo계속 다니면서 나를 더
들여다보는 거죠 나는 누구인가 10대 때 고민했던 거 다시 한 번 그래서
이렇게 좀 다니면서 생각 좀 많이 하면서 그래서 좀 스스로 좀 내면적으로
좀 강해졌음 좋겠다 그리고 현실에서 탈피하고 싶고 그게 좀 안 돼요 일만
하면 일만 생각해요rdquo
유정 또한 탈조선의 계기를 ldquo나를 들여다보는 것rdquo 즉 자아 찾기라고 얘기
하고 있으며 그것을 현실 탈피와 내면이 강해지는 것과 연결시키고 있다
유정은 한국에서 회사 문화의 불합리함 인간관계에 의한 스트레스로 폭식
증 소화불량 단기간에 25kg이라는 급격한 체중 증가 그리고 이로 인한
무릎 허리 목의 통증에 시달렸다 그래서 휴식과 치유가 절실하여 탈조선
하게 되었고 몇 달간 푹 쉰 뒤에는 ldquo다시 사회에 돌아갔을 때 그런 스트레스
나 이런 것들에 대해서 사람관계에서 오는 것들은 내가 좀 커트할 수 있는
사람rdquo이 되고 싶어 요가를 시작했다고 하였다
316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위의 사례들이 보여주는 바처럼 한국 청년들이 헬조선을 탈출하는 이유
는 휴식 치유 자아 찾기를 통한 헬조선 해독이 너무나 절실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활동을 다른 곳도 아니고 인도에서 하는 것일까
앞의 사례에서 달희는 휴식 자아 찾기의 욕망을 인도에서 추구하게 된
이유로 ldquo인도는 한국에서 지내는 것보다 한 달에 쓰는 생활비가 더 적을
거라는 생각rdquo ldquo일을 하지 않고 요가만 하면서 먹고 자고 할 수 있고rdquo ldquo인도
는 요가의 본고장이기 때문이라는 믿음rdquo이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다른
사람들이 인도에 온 계기도 대부분 이와 비슷하다
달희가 말한 것처럼 이러한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저렴한 물가이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유럽이나 미국에서 장기체류를 하지
않는 핵심 원인은 물가가 비싸 오래 머물 수가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 최대
한 많은 것을 볼 수 있도록 하루하루 빡빡한 일정을 짜고 꼭 필요한 날수만
큼만 머물게 되는 이런 선진국으로는 휴식을 취하러 가지 못한다 그러나
인도 리시케쉬에서는 300~500달러만 있으면 한 달간 깔끔한 싱글룸에서
묵으며 최고의 요가 수업을 받고 여유롭게 식사와 간식을 즐기며 지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좋은 자연환경과 문화적 매력까지 있다 리시케쉬는 갠지
스강과 히말라야 산맥이 만나는 성지로서 자연환경이 아름답고 요가의 본
고장답게 훌륭한 요가 수업들이 많이 있다 달희의 말처럼 ldquo요가만 하면서
먹고 자고 할 수 있는rdquo 최적의 환경인 것이다 이러한 환경은 여행 가이드북
과 여행자들이 남긴 여행기에도 잘 기술되어 있으며 실제로 놀라운 치유의
효과를 낳는다 이러한 소문은 수많은 여행자들을 유혹한다
이처럼 개발도상국에서 장기체류하는 선진국의 여행자들에 대해 그러한
이동의 핵심 원인이 더 나은 삶의 질을 위한 것이라고 보고 개념화한 것이
바로 라이프스타일 이주이다 인도에 대한 사례 연구로는 바라나시의 서구
인 장기체류자들을 참여관찰하면서 이들을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로 보고 그
라이프스타일의 특징을 분석한 코펠라(Korpela 2009)의 연구가 있다 바라
나시는 인도 악기를 배우는 장기체류자들이 집해 있는 곳인데 코펠라에
의하면 이들은 대부분 인도 악기를 연주하고 요가와 명상 자선사업을 하며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7
엄청난 시간을 친구들과 어울리는 데 쓴다 이들의 삶은 느리고 빡빡한 매
일의 일정이 없으며 물질적 소유는 적고 현재를 즐길 시간이 많다 코펠라
는 이들이 가능한 곳에서 더 나은 삶을 찾으며 물가가 싸고 영적sdot예술적
의미와 결부된 곳에서 더 나은 삶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이용하는 것이라
고 해석하였다
인도의 장기체류자들이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이동하는 방향성은
이렇게 해석할 수 있겠으나 문제는 라이프스타일 이주라는 개념은 이들이
고국에서 인도로 한 번 이주한 다음 영구히 정착한다는 인상을 준다는 것이
다 그러나 사실 인도의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들은 대부분 3~6개월짜리 관광
자 비자로 인도에 장기체류하는 여행자들이며 비자를 갱신하기 위해 이웃
나라를 방문하거나 돈을 벌거나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자주 고국으
로 귀국한다 또한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헬조선 탈출 여행자들은 이 글의
서두에서 보았던 것처럼 호주 등 선진국에서의 노동 다른 동남아 국가들에
서의 여행 등 다양한 이동 루트를 거친다
이처럼 오랜 기간 다양한 장소들을 떠돌다 보면 이들의 탈조선 여행 이후
의 삶은 어떻게 변화할까
6 탈조선 여행 이후의 삶의 변화
이 장에서는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을 했던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이들에게 나타나는 lsquo집rsquo의 의미 변화를 살펴본
뒤 이들의 이동성을 라이프스타일 여행 및 라이프스타일 이동성이라는 개
념과 연결 지어 살펴본다
1) lsquo집rsquo의 의미 변화
탈조선하여 떠도는 사람들에게 집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왜 그렇게
318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오래 돌아다니냐는 연구자의 질문에 현정은 이 글의 서두에 인용한 것처럼
ldquo집에 가기 싫어서요rdquo라는 답과 함께 이제는 집이 불편하다는 말까지 했다
ldquo이제 집에 가도 제가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닌 것 같아요 불편해요 그래서
또 나오고요 엄마가 밥을 하루에 3번씩 해주시는데 처음에 빵만 하루에
3번 먹으면 속이 거북한 그 느낌처럼 밥에서 그런 느낌이 나던데요rdquo
현정의 말은 2가지 생각해볼 문제를 남긴다 첫 번째는 한국 사람인 현정
이 밥을 먹으면 속이 거북하다는 지점이다 지금은 약간 옅어지기는 했지만
한국의 해외여행 역사상 언제나 여행 경험담의 중요한 부분이 되어왔던 것
은 며칠만 외국을 여행해도 김치와 된장찌개가 그립고 한국인이라면 역시
밥을 먹어야 힘이 난다는 정서 그리고 한국인을 만나서 김치에 소주를 함께
먹으며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공유했던 정겨운 경험 등이다 이와 비교
할 때 현정과 같은 청년들에게서는 지금까지 한국인에게 lsquo밥rsquo으로 체화되어
있던 한국적 정서와 정체성이 옅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한국적 정서와 정체성이 옅어지는 것은 공간적으로도 체험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이 두 번째 지점 즉 ldquo집에 가도 제가 있어야 할 자리
가 아닌 것rdquo처럼 불편하고 그래서 또 외국으로 나간다는 말이다 과거 많은
한국인 여행자들은 lsquo나의 집rsquo 그리고 이를 확장한 lsquo내 나라rsquo가 세상에서 가
장 편안한 곳이라고들 이야기해왔으며 여행작가 한비야처럼 여러 언어를
구사하고 외국여행을 많이 한 사람도 틈날 때마다 집과 고국에 대한 그리움
을 토로하곤 했다 이처럼 집과 고국은 한 사회적 인간의 근원이자 지향점으
로 체화되어 있었고 그것이 당연하게 여겨져 왔으나 오늘날 현정과 같은
젊은이들은 여기서 불편함을 느끼고 탈출까지 감행한다 이러한 인식은 달
희의 말에서도 잘 드러난다 달희는 요가 연습 도중에 갑자기 눈물이 나서
소품실에 들어가 울다 나온 적이 여러 번 있었다 나중에 연구자가 이유를
물어보자 ldquo집에 가면 할 일도 없고 가고 싶지 않아서rdquo 울었다고 하였다
달희는 ldquo한국에 있으면 내일 할 일뿐만 아니라 그 동안 해왔던 일과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rdquo며 부담감을 드러냈다
이처럼 탈조선 여행자들에게 가족들이 사는 집 그리고 고국은 점점 불편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9
한 곳이 되어가며 잠시 돈을 벌거나 비자를 연장하기 위해 혹은 의료 혜택
을 받기 위해서와 같은 실용적인 목적을 위해 들르는 곳으로 변화되어 간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이들은 지속적으로 떠돌거나 고국을 주 거주지
로 하면서도 외국을 계속 돌아다니는 이동성이 증대된 삶을 살게 된다
2) 이동성의 증가
헬조선 탈출 이후 현정처럼 노동과 장기체류라는 순환을 지속적으로 반
복하며 계속 장기여행 중인 사람도 있지만 장기여행을 끝낸 후 한 장소에
정착하여 사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다면 장기여행을 끝낸 후 탈조선 여행자
들의 삶은 어떻게 변화되며 어떠한 새로운 특징이 나타날까 본 연구에서
는 다음 2가지 패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 번째 패턴은 요가와 같이 특정한 활동을 중심으로 증가된 이동성과
직업적 경력을 연결시키는 것이다 달희의 경우 요가를 배우기 위해 수년째
한국-인도를 오가다가 도중에 결심하고 요가 강사가 되었다 연구자와 만났
을 당시 달희는 인도에 3번 왔던 상태였다 수개월씩 여러 장소에서 각기
다른 요가를 배우기를 3년간 반복하다가 2012년 7월부터는 3년간 쭉 방콕
에서 머물며 강사 트레이닝 코스를 밟았다 2015년에는 귀국하여 요가 강사
자리를 알아보는 한편 지속으로 태국 인도 등에서 요가 워크숍에 참석하고
있다
이처럼 헬조선 탈출 여행자 중 요가 수련자들은 리시케쉬를 포함하여
요가를 배우거나 수련할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하는 삶의 방식을 유지한다
계절과 선호하는 강사의 존재 여부 등 다양한 조건에 맞추어 인도 내에서
이동하기도 하고 요가의 새로운 내용이나 전수 방식을 외국의 강사에게 배
울 수 있거나 또 다른 머물기 좋은 장소가 발견되면 인도를 벗어나 다른
나라로 이동하기도 한다 서구인들에 비하면 한국인의 이동 범위는 좀 더
아시아 위주로 한정되어 있는데 주로 한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지내다가 가
320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끔 태국 등 동남아 국가의 요가 센터나 요가 워크숍에 참여하는 형태이다
물론 이동 중간중간에 워킹 홀리데이로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일하거나 한
국에서 일하며 여행 자금을 단기간에 마련하기도 한다
요가 수련자들이 이처럼 계속 요가를 배우며 이동하는 것은 더 나은 요가
강사가 되도록 하는 이동성 자본(mobility capital)(Bell 2013 24)으로 기능
할 수도 있다 벨은 끊임없이 돌아다니는 음악 연주자들을 라이프스타일 여
행자로 분류하면서 이들이 경제적 부 대신 개인적sdot직업적 풍요로움 등의
형태로 이동성 자본을 획득하였으며 이들이 영원히 혹은 가장 중요하게
닻을 내리는 것은 한 지리적 장소가 아니라 그들의 일이라고 분석한 바 있
다 이들의 이동성은 전문적 수련의 일부가 되며 이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이처럼 이동성이 성공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것은 요가 강사들
에게도 마찬가지인데 요가의 기원지인 인도에서 유명한 스승에게 배웠다는
것은 그 요가 강사의 진정성과 정통성 그리고 그 결과로서의 지식을 보증하
는 상징으로도 기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렇게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는
요가 수련자들은 더 나은 삶의 방식을 찾기 위해 여행하는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라기보다는 여행 자체가 삶의 방식인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라는 개념
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동 중인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에 대해 연구한 얼스킨과 앤더슨에 의
하면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에게 초기의 이동성은 집에서 탈출하거나 사회
적 압력과 기대를 피하기 위해 추구될 수 있지만 점점 자아 창조라는 의제
를 중심으로 하게 된다(Erskine and Anderson 2013 140-141) 요가 수련
자들도 초기에는 한국을 탈출하는 것이 목적이었다가 나중에는 점점 더 나
은 요가 수련자가 되는 데 집중한다는 점은 이런 특징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의 증가된 이동성이 이후의 삶을 변화시키는 두 번째 패턴은 첫 번째
패턴과 겹칠 수도 있는데 장기여행에서 귀국하여 한국이 주거주지가 되더
라도 마음만은 계속 탈조선 상태에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계속
단기여행을 다니는 식으로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면서 직업 인간관계를 이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1
전과는 다르게 조직하기도 한다 지연의 경우 귀국 후 외국인과 결혼했고
요가 강사가 되어 일 년에 보통 2~3회씩 일본 동남아 등지로 요가 워크숍을
가는 한편 1~2개월씩은 인도에서 요가를 수련한다 지연은 ldquo호주나 유럽
캐나다 같은 곳은 도시여도 자연이 있고 여유가 있고 비슷한 가치관을 중요
시하는 사람들 속에서 살고 싶은데 한국에선 뭐 하나 충족시켜주는 게 없는rdquo
현실에 대해 불평하였다 그러면서 ldquo기존 회사를 그만두고 요가만 하는 걸
로 결정한 것rdquo ldquo원치 않는 정신적 스트레스 관계 이런 걸 최대한 만들지
않는 쪽으로 생활반경을 컨트롤하는 것rdquo은 ldquo최대한 이 헬조선의 영향을 받
지 않는 생활rdquo을 영위하기 위함이며 ldquo이젠 제가 사는 방식을 바꿔서 제
생활반경만큼은 헬조선이 안 되도록 말뚝 박고 공간확보를 한 것 같다rdquo고
말했다
본 연구의 대상자들 중 아직 선진국으로의 이주에 성공한 사례는 없지만
이렇게 이동성을 증대시킨 삶을 사는 사례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7 결론
본 연구에서는 오늘날 한국 젊은이들의 장기여행 현상을 헬조선 담론과
연결시키고 그 동안의 관광이나 이주 개념으로 설명되지 않던 부분들을 이
동성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하였다
본 연구에서 발견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 젊은이들의 장기여행
은 한국의 사회구조와 문화에 대한 불만을 가진 청년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며 헬조선 담론을 잘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
기여행 혹은 탈조선 여행으로 부를 수 있다 둘째 탈조선 여행의 이동 경로
는 계급에 따라 이원화되어 나타난다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장기여행은 중
하류층 청년들이 한국이나 선진국에서의 노동-개발도상국에서의 장기체류
를 반복하는 양상으로 나타났다 셋째 헬조선 탈출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오래 머무는 인도에서 주로 추구하는 목표는 휴식 치유 자아 찾기를 통한
322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헬조선 해독 활동이라 할 수 있다 넷째 이들이 탈조선 여행을 마친 후 나타
나는 삶의 변화로는 집의 의미가 변화하고 이동성이 증가하는 패턴을 들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크게는 전 지구적 이동성의 증가 관광과 이주의 경계가
흐려지는 추세 오늘날 청년들이 노동시장 진입을 비롯하여 점점 더 사회로
부터 배제되고 있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현실 등이 맞물려 나타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이후에 나타나는
개인적sdot사회적 변화는 인류학적으로 아주 흥미로운 현상일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이론화를 위해서는 앞으로 다음 지점들에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이다
첫 번째는 탈조선 여행자 혹은 탈조선 여행에서 얻은 이동성 자본을 직업
으로 전환시킨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이 나이가 들어도 계속 그러한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서구에는 60대
70대 노인 중에도 그런 사람들이 많지만 이는 복지제도가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90년대 이후 증가한 한국의 장기여행자들 중에서는 아무리 lsquo자유
로운 영혼rsquo의 소유자라 해도 부모가 나이 들기 시작하면 자식이 병원비를
부담해야 하고 자신의 노후대책을 직접 마련해야 되기 때문에 당장의 생계
유지에 급급한 생활인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과거의 장기여행과는
달리 오늘날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은 한국에서의 직업적 기반이나
경력을 쌓지 못한 청년들의 여행이며 강력한 구심력을 가진 한국에서의 탈
출이다 따라서 이들이 한국으로 돌아와 생활인이 되는 것이 힘들다면 대안
적으로 어떠한 직업적 가족적 삶이 가능할 것인가
두 번째는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에 라이프스타일이라는 개념을 연
결시킬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연구자는 본문에서 탈조선 여행자들에 대
해 현존하는 개념 중 가장 가까운 라이프스타일 여행자 및 라이프스타일
이동성에 기대어 설명하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사실 라이프스타일은 소비를
중심으로 하는 개념이라는 점에서 생존을 위해 탈출한 사회에서 배제된
청년들을 분류 혹은 설명할 수 있는 명칭이 될 수 있는지 어떠한 다른 개념
으로 보완 확장이 가능한지는 향후 중요한 연구과제라 하겠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3
이러한 지점들에 유념하여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양상 및 그 결과
를 탐구하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의 이탈자들에 대한 성찰적 연구가 되는
것은 물론 전 지구적인 인간의 이동에 대한 새로운 이론을 확립하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다
논문접수일 2016년 5월 31일 논문심사일 2016년 7월 2일 게재확정일 2016년 7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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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7
ltKey conceptsgt Hell-Joseon long-term travel tourism migration lifestyle
migration lifestyle traveler lifestyle mobility
Long-term Travel as lsquoEscape from Hell-Joseon
A Research about Korean Travelers in India
Lee Minyoung14)
This research connects Korean young mens long-term travel with the
ldquoHell-Joseonrdquo discourse popular in Korea nowadays and explores the
so called lsquoescape from Hell-Joseonrsquo phenomenon and changes of their
lives after the trips with the concept of mobility since tourism and
migration cant explain it well A participant observation in India found
that the Korean long-term travelers are characteristic as the followings
1) Long-term travel is popular among the youth who complains about
the social structure and culture of Korea and their travel reflects the
ldquoHell-Joseonrdquo discourse So we can call this travel as escape from
Hell-Joseon 2) The travel routes of are differentiated according to the
class This research mainly deals with the circulation route of doing
physical labor in developed countries and relaxing in developing
countries popular among the lower middle class 3) Most of the travelers
often stay in India for a long time and their main purpose is
detoxification from Hell-Joseon through relaxation healing and
searching for the self 4) After they finish the long-term travel the
PhD Candidate Department of Anthropology Seoul National University
328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meaning of home is changed and their mobility is increased That
phenomenon seems to be entangled with the increasing global mobility
the blurring trend between tourism and migration and the structural
problem which excludes young men from entering the labor market and
the society in Korea Researching the backgrounds aspects and results
of escape from Hell-Joseon will be a reflective study about Korean
society and help to construct new theories about global movement of
people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3
5 인도에서의 헬조선 해독 활동
이 장에서는 한국 청년들이 인도에서 장기체류하면서 추구하는 목표가
휴식 치유 자아 찾기를 통한 lsquo헬조선 해독(解毒)rsquo임을 보인 후 인도가 이런
활동을 하기 좋은 이유는 무엇인지 알아본다
먼저 탈조선하여 인도에 온 청년들이 가장 많이 추구하는 활동인 휴식
치유 자아 찾기가 어떠한 맥락에서 나타나는지를 다음 사례들을 통해 살펴
보자
달희는 리시케쉬에 왜 왔냐는 연구자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ldquo나는
여기가 쉴 수 있는 곳일 거란 기대를 가지고 처음에 왔어요 밖으로의 여행
이 아니라 내 안으로의 여행 내가 처음에 인도를 선택하면서 내 마음속으로
되뇌었던 것이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이 말을 계속 했었어요rdquo
달희는 휴식과 자아 찾기를 위해 인도에 왔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것은
과로할 수밖에 없는 직장생활 그로 인해 병든 몸을 치유하는 것과 접한
관계를 갖고 있었다 달희에 의하면 이러한 욕망을 갖게 된 것은 회사 생활
을 하면서 ldquo착취당하면서도 표현도 못 하고 그렇다고 부하 직원들을 쥐어
짤 성격도 안 되고 해서 아주 화병 같은 게 단단히 들고 몸도 너무 고단해서
망가졌기rdquo 때문이다 30세 무렵에는 교통사고가 나서 구안와사(口眼喎斜)
즉 입이 한쪽으로 돌아가는 증상이 왔다 그러나 달희는 여전히 일을 하였
고 계속 일을 하다 유방섬유선종 자궁근종 무릎middot발목 등의 원인불명 통증
척추측만증 두통 소화불량 관절 통증 등을 앓게 되었다 결국 41세에는
더 이상 회사를 다닐 수 없어 요가를 하면서 몸을 고치기 위해 리시케쉬로
오게 되었다
달희의 생애사에서 보이는 것처럼 과로 심신의 질환 자아를 잃었고 왜
사는지 모르겠다는 느낌이 긴 하게 엮여 나타나다가 탈조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한국인 장기여행자들에게 흔한 서사이다 인도의 장기여행자 중 보기
드물게 성공적인 궤도를 달리는 듯했지만 역시 같은 이유로 탈조선한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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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의 사례도 이를 잘 보여준다
관욱(2011년 당시 26세 남)은 서울의 일류 공과대학의 4학년이었다 관
욱은 4학년 여름까지 취직을 위해 인턴 과정을 밟고 있었고 취직 시험에서
최종 면접을 몇 개 남겨둔 상태였다 고등학교 때 985172지구별 여행자985173(류시화
2002)를 읽은 이후 막연히 배낭여행을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가지고 있었지만 주변 사람들은 다들 대학원에 가거나 빨리 취직하는 분위
기였고 해외에 간다고 해도 유럽으로 아니면 유명 대학의 프로그램이나
어학연수에 가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계속 고민하다가 전자공학 전공자에
대한 수요가 많아 취업 걱정이 없다는 점 지금 못 가면 40~50대 때 후회할
것 같다는 점 회사에 한 번 들어가면 회사를 그만두지 않는 한 6개월짜리
여행은 할 수 없다는 점을 생각했다 관욱은 취업 준비를 모두 그만두고
면접도 포기하고 여름 내내 육체노동을 하면서 인도 여행 자금을 모았다
관욱은 늘 아침밥만 먹고 점심 저녁은 굶으면서 공부했다 전공 5~6개 과목
의 시험이 매 학기 각각 4번씩이나 있고 프로그램 프로젝트를 2개씩 하다
보니 항상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관욱은 ldquo어쩌면 스트레스 받는데 의식
못 했을 수도 있었다rdquo고 회고한다 관욱은 ldquo한국에서는 시험이나 프로젝트
가 늘 마음에 있었고rdquo 회사 면접을 보면서는 ldquo연봉보다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rdquo 하는 고민에 계속 마음이 무거웠다 그러
다가 인도에 오기 전에 몸이 아파 병원에 들렀고 놀랍게도 20대 중반의
나이에 위궤양 빈혈 고혈압 진단을 받았다 관욱은 인도에 오게 된 계
기를 다음과 같이 털어놓았다
한편으로 기대한 바는 한국 문화에서 떨어져 있고 싶었어요 어떤 사회적 자
아 그렇게 형성된 자아가 너무 세서 내 내면의 목소리라는 걸 들어볼 생각도 안
하고 들어보지도 못했어요 작은 거라도 그래서 여기서 나가보면 내가 직접 느껴
볼 수 있지 않을까 절실히 필요하면서도 내 내면의 목소리 이런 게 너무 피상적
으로 느껴졌었죠
관욱이 인도로 탈조선하면서 가장 바란 것은 한국 문화 사회적 자아에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5
매몰된 내면의 목소리를 찾는 것 즉 자아 찾기였으며 이것은 망가진 몸을
치유하고 휴식을 취하는 것과 접하게 엮여서 나타났다 관욱은 한국에서
는 성공을 향한 길을 안정적으로 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진정으
로 원하는 일을 하지 못하고 몸의 요구나 내면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바쁘게
살아야 하는 한국 문화에 순응하며 살아오다가 문득 몸이 망가진 것을 발견
했다 관욱은 연구자와 나눈 대화 속에서 ldquo쉬고 싶다rdquo는 표현을 끝없이 계속
했다 가이드북에서 리시케쉬 부분을 펼쳤을 때 ldquo락쉬만줄라에 노을 지는
장면 사진이 나왔는데 이것을 보고 여기서는 여유롭게 시간을 가져도 좋겠
다 한국에선 잘 못 가지는 시간이니까rdquo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였으며
오기 전에 ldquo가서 어떤 식으로든 순간을 즐길 수 있음 그럴 수 있기만 하면
좋겠다rdquo 하고 생각했다고 하였다 리시케쉬에 도착해서는 ldquo여기서는 순간을
한 번 그렇게 지내보자 한국에선 걱정이 너무 많으니까 시험이나 프로젝트
가 늘 마음에 있으니까 여기선 햇볕 산책 다 해보자rdquo 하고 결심했다고 하였
다
이처럼 많은 한국 청년들이 휴식에 대한 갈망을 표현하였다 이번 여행의
목적을 묻는 연구자에게 유정은 이렇게 대답했다 ldquo계속 다니면서 나를 더
들여다보는 거죠 나는 누구인가 10대 때 고민했던 거 다시 한 번 그래서
이렇게 좀 다니면서 생각 좀 많이 하면서 그래서 좀 스스로 좀 내면적으로
좀 강해졌음 좋겠다 그리고 현실에서 탈피하고 싶고 그게 좀 안 돼요 일만
하면 일만 생각해요rdquo
유정 또한 탈조선의 계기를 ldquo나를 들여다보는 것rdquo 즉 자아 찾기라고 얘기
하고 있으며 그것을 현실 탈피와 내면이 강해지는 것과 연결시키고 있다
유정은 한국에서 회사 문화의 불합리함 인간관계에 의한 스트레스로 폭식
증 소화불량 단기간에 25kg이라는 급격한 체중 증가 그리고 이로 인한
무릎 허리 목의 통증에 시달렸다 그래서 휴식과 치유가 절실하여 탈조선
하게 되었고 몇 달간 푹 쉰 뒤에는 ldquo다시 사회에 돌아갔을 때 그런 스트레스
나 이런 것들에 대해서 사람관계에서 오는 것들은 내가 좀 커트할 수 있는
사람rdquo이 되고 싶어 요가를 시작했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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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례들이 보여주는 바처럼 한국 청년들이 헬조선을 탈출하는 이유
는 휴식 치유 자아 찾기를 통한 헬조선 해독이 너무나 절실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활동을 다른 곳도 아니고 인도에서 하는 것일까
앞의 사례에서 달희는 휴식 자아 찾기의 욕망을 인도에서 추구하게 된
이유로 ldquo인도는 한국에서 지내는 것보다 한 달에 쓰는 생활비가 더 적을
거라는 생각rdquo ldquo일을 하지 않고 요가만 하면서 먹고 자고 할 수 있고rdquo ldquo인도
는 요가의 본고장이기 때문이라는 믿음rdquo이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다른
사람들이 인도에 온 계기도 대부분 이와 비슷하다
달희가 말한 것처럼 이러한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저렴한 물가이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유럽이나 미국에서 장기체류를 하지
않는 핵심 원인은 물가가 비싸 오래 머물 수가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 최대
한 많은 것을 볼 수 있도록 하루하루 빡빡한 일정을 짜고 꼭 필요한 날수만
큼만 머물게 되는 이런 선진국으로는 휴식을 취하러 가지 못한다 그러나
인도 리시케쉬에서는 300~500달러만 있으면 한 달간 깔끔한 싱글룸에서
묵으며 최고의 요가 수업을 받고 여유롭게 식사와 간식을 즐기며 지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좋은 자연환경과 문화적 매력까지 있다 리시케쉬는 갠지
스강과 히말라야 산맥이 만나는 성지로서 자연환경이 아름답고 요가의 본
고장답게 훌륭한 요가 수업들이 많이 있다 달희의 말처럼 ldquo요가만 하면서
먹고 자고 할 수 있는rdquo 최적의 환경인 것이다 이러한 환경은 여행 가이드북
과 여행자들이 남긴 여행기에도 잘 기술되어 있으며 실제로 놀라운 치유의
효과를 낳는다 이러한 소문은 수많은 여행자들을 유혹한다
이처럼 개발도상국에서 장기체류하는 선진국의 여행자들에 대해 그러한
이동의 핵심 원인이 더 나은 삶의 질을 위한 것이라고 보고 개념화한 것이
바로 라이프스타일 이주이다 인도에 대한 사례 연구로는 바라나시의 서구
인 장기체류자들을 참여관찰하면서 이들을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로 보고 그
라이프스타일의 특징을 분석한 코펠라(Korpela 2009)의 연구가 있다 바라
나시는 인도 악기를 배우는 장기체류자들이 집해 있는 곳인데 코펠라에
의하면 이들은 대부분 인도 악기를 연주하고 요가와 명상 자선사업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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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시간을 친구들과 어울리는 데 쓴다 이들의 삶은 느리고 빡빡한 매
일의 일정이 없으며 물질적 소유는 적고 현재를 즐길 시간이 많다 코펠라
는 이들이 가능한 곳에서 더 나은 삶을 찾으며 물가가 싸고 영적sdot예술적
의미와 결부된 곳에서 더 나은 삶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이용하는 것이라
고 해석하였다
인도의 장기체류자들이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이동하는 방향성은
이렇게 해석할 수 있겠으나 문제는 라이프스타일 이주라는 개념은 이들이
고국에서 인도로 한 번 이주한 다음 영구히 정착한다는 인상을 준다는 것이
다 그러나 사실 인도의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들은 대부분 3~6개월짜리 관광
자 비자로 인도에 장기체류하는 여행자들이며 비자를 갱신하기 위해 이웃
나라를 방문하거나 돈을 벌거나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자주 고국으
로 귀국한다 또한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헬조선 탈출 여행자들은 이 글의
서두에서 보았던 것처럼 호주 등 선진국에서의 노동 다른 동남아 국가들에
서의 여행 등 다양한 이동 루트를 거친다
이처럼 오랜 기간 다양한 장소들을 떠돌다 보면 이들의 탈조선 여행 이후
의 삶은 어떻게 변화할까
6 탈조선 여행 이후의 삶의 변화
이 장에서는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을 했던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이들에게 나타나는 lsquo집rsquo의 의미 변화를 살펴본
뒤 이들의 이동성을 라이프스타일 여행 및 라이프스타일 이동성이라는 개
념과 연결 지어 살펴본다
1) lsquo집rsquo의 의미 변화
탈조선하여 떠도는 사람들에게 집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왜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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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돌아다니냐는 연구자의 질문에 현정은 이 글의 서두에 인용한 것처럼
ldquo집에 가기 싫어서요rdquo라는 답과 함께 이제는 집이 불편하다는 말까지 했다
ldquo이제 집에 가도 제가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닌 것 같아요 불편해요 그래서
또 나오고요 엄마가 밥을 하루에 3번씩 해주시는데 처음에 빵만 하루에
3번 먹으면 속이 거북한 그 느낌처럼 밥에서 그런 느낌이 나던데요rdquo
현정의 말은 2가지 생각해볼 문제를 남긴다 첫 번째는 한국 사람인 현정
이 밥을 먹으면 속이 거북하다는 지점이다 지금은 약간 옅어지기는 했지만
한국의 해외여행 역사상 언제나 여행 경험담의 중요한 부분이 되어왔던 것
은 며칠만 외국을 여행해도 김치와 된장찌개가 그립고 한국인이라면 역시
밥을 먹어야 힘이 난다는 정서 그리고 한국인을 만나서 김치에 소주를 함께
먹으며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공유했던 정겨운 경험 등이다 이와 비교
할 때 현정과 같은 청년들에게서는 지금까지 한국인에게 lsquo밥rsquo으로 체화되어
있던 한국적 정서와 정체성이 옅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한국적 정서와 정체성이 옅어지는 것은 공간적으로도 체험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이 두 번째 지점 즉 ldquo집에 가도 제가 있어야 할 자리
가 아닌 것rdquo처럼 불편하고 그래서 또 외국으로 나간다는 말이다 과거 많은
한국인 여행자들은 lsquo나의 집rsquo 그리고 이를 확장한 lsquo내 나라rsquo가 세상에서 가
장 편안한 곳이라고들 이야기해왔으며 여행작가 한비야처럼 여러 언어를
구사하고 외국여행을 많이 한 사람도 틈날 때마다 집과 고국에 대한 그리움
을 토로하곤 했다 이처럼 집과 고국은 한 사회적 인간의 근원이자 지향점으
로 체화되어 있었고 그것이 당연하게 여겨져 왔으나 오늘날 현정과 같은
젊은이들은 여기서 불편함을 느끼고 탈출까지 감행한다 이러한 인식은 달
희의 말에서도 잘 드러난다 달희는 요가 연습 도중에 갑자기 눈물이 나서
소품실에 들어가 울다 나온 적이 여러 번 있었다 나중에 연구자가 이유를
물어보자 ldquo집에 가면 할 일도 없고 가고 싶지 않아서rdquo 울었다고 하였다
달희는 ldquo한국에 있으면 내일 할 일뿐만 아니라 그 동안 해왔던 일과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rdquo며 부담감을 드러냈다
이처럼 탈조선 여행자들에게 가족들이 사는 집 그리고 고국은 점점 불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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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곳이 되어가며 잠시 돈을 벌거나 비자를 연장하기 위해 혹은 의료 혜택
을 받기 위해서와 같은 실용적인 목적을 위해 들르는 곳으로 변화되어 간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이들은 지속적으로 떠돌거나 고국을 주 거주지
로 하면서도 외국을 계속 돌아다니는 이동성이 증대된 삶을 살게 된다
2) 이동성의 증가
헬조선 탈출 이후 현정처럼 노동과 장기체류라는 순환을 지속적으로 반
복하며 계속 장기여행 중인 사람도 있지만 장기여행을 끝낸 후 한 장소에
정착하여 사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다면 장기여행을 끝낸 후 탈조선 여행자
들의 삶은 어떻게 변화되며 어떠한 새로운 특징이 나타날까 본 연구에서
는 다음 2가지 패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 번째 패턴은 요가와 같이 특정한 활동을 중심으로 증가된 이동성과
직업적 경력을 연결시키는 것이다 달희의 경우 요가를 배우기 위해 수년째
한국-인도를 오가다가 도중에 결심하고 요가 강사가 되었다 연구자와 만났
을 당시 달희는 인도에 3번 왔던 상태였다 수개월씩 여러 장소에서 각기
다른 요가를 배우기를 3년간 반복하다가 2012년 7월부터는 3년간 쭉 방콕
에서 머물며 강사 트레이닝 코스를 밟았다 2015년에는 귀국하여 요가 강사
자리를 알아보는 한편 지속으로 태국 인도 등에서 요가 워크숍에 참석하고
있다
이처럼 헬조선 탈출 여행자 중 요가 수련자들은 리시케쉬를 포함하여
요가를 배우거나 수련할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하는 삶의 방식을 유지한다
계절과 선호하는 강사의 존재 여부 등 다양한 조건에 맞추어 인도 내에서
이동하기도 하고 요가의 새로운 내용이나 전수 방식을 외국의 강사에게 배
울 수 있거나 또 다른 머물기 좋은 장소가 발견되면 인도를 벗어나 다른
나라로 이동하기도 한다 서구인들에 비하면 한국인의 이동 범위는 좀 더
아시아 위주로 한정되어 있는데 주로 한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지내다가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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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 태국 등 동남아 국가의 요가 센터나 요가 워크숍에 참여하는 형태이다
물론 이동 중간중간에 워킹 홀리데이로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일하거나 한
국에서 일하며 여행 자금을 단기간에 마련하기도 한다
요가 수련자들이 이처럼 계속 요가를 배우며 이동하는 것은 더 나은 요가
강사가 되도록 하는 이동성 자본(mobility capital)(Bell 2013 24)으로 기능
할 수도 있다 벨은 끊임없이 돌아다니는 음악 연주자들을 라이프스타일 여
행자로 분류하면서 이들이 경제적 부 대신 개인적sdot직업적 풍요로움 등의
형태로 이동성 자본을 획득하였으며 이들이 영원히 혹은 가장 중요하게
닻을 내리는 것은 한 지리적 장소가 아니라 그들의 일이라고 분석한 바 있
다 이들의 이동성은 전문적 수련의 일부가 되며 이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이처럼 이동성이 성공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것은 요가 강사들
에게도 마찬가지인데 요가의 기원지인 인도에서 유명한 스승에게 배웠다는
것은 그 요가 강사의 진정성과 정통성 그리고 그 결과로서의 지식을 보증하
는 상징으로도 기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렇게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는
요가 수련자들은 더 나은 삶의 방식을 찾기 위해 여행하는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라기보다는 여행 자체가 삶의 방식인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라는 개념
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동 중인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에 대해 연구한 얼스킨과 앤더슨에 의
하면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에게 초기의 이동성은 집에서 탈출하거나 사회
적 압력과 기대를 피하기 위해 추구될 수 있지만 점점 자아 창조라는 의제
를 중심으로 하게 된다(Erskine and Anderson 2013 140-141) 요가 수련
자들도 초기에는 한국을 탈출하는 것이 목적이었다가 나중에는 점점 더 나
은 요가 수련자가 되는 데 집중한다는 점은 이런 특징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의 증가된 이동성이 이후의 삶을 변화시키는 두 번째 패턴은 첫 번째
패턴과 겹칠 수도 있는데 장기여행에서 귀국하여 한국이 주거주지가 되더
라도 마음만은 계속 탈조선 상태에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계속
단기여행을 다니는 식으로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면서 직업 인간관계를 이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1
전과는 다르게 조직하기도 한다 지연의 경우 귀국 후 외국인과 결혼했고
요가 강사가 되어 일 년에 보통 2~3회씩 일본 동남아 등지로 요가 워크숍을
가는 한편 1~2개월씩은 인도에서 요가를 수련한다 지연은 ldquo호주나 유럽
캐나다 같은 곳은 도시여도 자연이 있고 여유가 있고 비슷한 가치관을 중요
시하는 사람들 속에서 살고 싶은데 한국에선 뭐 하나 충족시켜주는 게 없는rdquo
현실에 대해 불평하였다 그러면서 ldquo기존 회사를 그만두고 요가만 하는 걸
로 결정한 것rdquo ldquo원치 않는 정신적 스트레스 관계 이런 걸 최대한 만들지
않는 쪽으로 생활반경을 컨트롤하는 것rdquo은 ldquo최대한 이 헬조선의 영향을 받
지 않는 생활rdquo을 영위하기 위함이며 ldquo이젠 제가 사는 방식을 바꿔서 제
생활반경만큼은 헬조선이 안 되도록 말뚝 박고 공간확보를 한 것 같다rdquo고
말했다
본 연구의 대상자들 중 아직 선진국으로의 이주에 성공한 사례는 없지만
이렇게 이동성을 증대시킨 삶을 사는 사례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7 결론
본 연구에서는 오늘날 한국 젊은이들의 장기여행 현상을 헬조선 담론과
연결시키고 그 동안의 관광이나 이주 개념으로 설명되지 않던 부분들을 이
동성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하였다
본 연구에서 발견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 젊은이들의 장기여행
은 한국의 사회구조와 문화에 대한 불만을 가진 청년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며 헬조선 담론을 잘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
기여행 혹은 탈조선 여행으로 부를 수 있다 둘째 탈조선 여행의 이동 경로
는 계급에 따라 이원화되어 나타난다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장기여행은 중
하류층 청년들이 한국이나 선진국에서의 노동-개발도상국에서의 장기체류
를 반복하는 양상으로 나타났다 셋째 헬조선 탈출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오래 머무는 인도에서 주로 추구하는 목표는 휴식 치유 자아 찾기를 통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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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조선 해독 활동이라 할 수 있다 넷째 이들이 탈조선 여행을 마친 후 나타
나는 삶의 변화로는 집의 의미가 변화하고 이동성이 증가하는 패턴을 들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크게는 전 지구적 이동성의 증가 관광과 이주의 경계가
흐려지는 추세 오늘날 청년들이 노동시장 진입을 비롯하여 점점 더 사회로
부터 배제되고 있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현실 등이 맞물려 나타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이후에 나타나는
개인적sdot사회적 변화는 인류학적으로 아주 흥미로운 현상일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이론화를 위해서는 앞으로 다음 지점들에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이다
첫 번째는 탈조선 여행자 혹은 탈조선 여행에서 얻은 이동성 자본을 직업
으로 전환시킨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이 나이가 들어도 계속 그러한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서구에는 60대
70대 노인 중에도 그런 사람들이 많지만 이는 복지제도가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90년대 이후 증가한 한국의 장기여행자들 중에서는 아무리 lsquo자유
로운 영혼rsquo의 소유자라 해도 부모가 나이 들기 시작하면 자식이 병원비를
부담해야 하고 자신의 노후대책을 직접 마련해야 되기 때문에 당장의 생계
유지에 급급한 생활인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과거의 장기여행과는
달리 오늘날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은 한국에서의 직업적 기반이나
경력을 쌓지 못한 청년들의 여행이며 강력한 구심력을 가진 한국에서의 탈
출이다 따라서 이들이 한국으로 돌아와 생활인이 되는 것이 힘들다면 대안
적으로 어떠한 직업적 가족적 삶이 가능할 것인가
두 번째는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에 라이프스타일이라는 개념을 연
결시킬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연구자는 본문에서 탈조선 여행자들에 대
해 현존하는 개념 중 가장 가까운 라이프스타일 여행자 및 라이프스타일
이동성에 기대어 설명하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사실 라이프스타일은 소비를
중심으로 하는 개념이라는 점에서 생존을 위해 탈출한 사회에서 배제된
청년들을 분류 혹은 설명할 수 있는 명칭이 될 수 있는지 어떠한 다른 개념
으로 보완 확장이 가능한지는 향후 중요한 연구과제라 하겠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3
이러한 지점들에 유념하여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양상 및 그 결과
를 탐구하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의 이탈자들에 대한 성찰적 연구가 되는
것은 물론 전 지구적인 인간의 이동에 대한 새로운 이론을 확립하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다
논문접수일 2016년 5월 31일 논문심사일 2016년 7월 2일 게재확정일 2016년 7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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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7
ltKey conceptsgt Hell-Joseon long-term travel tourism migration lifestyle
migration lifestyle traveler lifestyle mobility
Long-term Travel as lsquoEscape from Hell-Joseon
A Research about Korean Travelers in India
Lee Minyoung14)
This research connects Korean young mens long-term travel with the
ldquoHell-Joseonrdquo discourse popular in Korea nowadays and explores the
so called lsquoescape from Hell-Joseonrsquo phenomenon and changes of their
lives after the trips with the concept of mobility since tourism and
migration cant explain it well A participant observation in India found
that the Korean long-term travelers are characteristic as the followings
1) Long-term travel is popular among the youth who complains about
the social structure and culture of Korea and their travel reflects the
ldquoHell-Joseonrdquo discourse So we can call this travel as escape from
Hell-Joseon 2) The travel routes of are differentiated according to the
class This research mainly deals with the circulation route of doing
physical labor in developed countries and relaxing in developing
countries popular among the lower middle class 3) Most of the travelers
often stay in India for a long time and their main purpose is
detoxification from Hell-Joseon through relaxation healing and
searching for the self 4) After they finish the long-term travel the
PhD Candidate Department of Anthropology Seoul National University
328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meaning of home is changed and their mobility is increased That
phenomenon seems to be entangled with the increasing global mobility
the blurring trend between tourism and migration and the structural
problem which excludes young men from entering the labor market and
the society in Korea Researching the backgrounds aspects and results
of escape from Hell-Joseon will be a reflective study about Korean
society and help to construct new theories about global movement of
people
314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대학생의 사례도 이를 잘 보여준다
관욱(2011년 당시 26세 남)은 서울의 일류 공과대학의 4학년이었다 관
욱은 4학년 여름까지 취직을 위해 인턴 과정을 밟고 있었고 취직 시험에서
최종 면접을 몇 개 남겨둔 상태였다 고등학교 때 985172지구별 여행자985173(류시화
2002)를 읽은 이후 막연히 배낭여행을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가지고 있었지만 주변 사람들은 다들 대학원에 가거나 빨리 취직하는 분위
기였고 해외에 간다고 해도 유럽으로 아니면 유명 대학의 프로그램이나
어학연수에 가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계속 고민하다가 전자공학 전공자에
대한 수요가 많아 취업 걱정이 없다는 점 지금 못 가면 40~50대 때 후회할
것 같다는 점 회사에 한 번 들어가면 회사를 그만두지 않는 한 6개월짜리
여행은 할 수 없다는 점을 생각했다 관욱은 취업 준비를 모두 그만두고
면접도 포기하고 여름 내내 육체노동을 하면서 인도 여행 자금을 모았다
관욱은 늘 아침밥만 먹고 점심 저녁은 굶으면서 공부했다 전공 5~6개 과목
의 시험이 매 학기 각각 4번씩이나 있고 프로그램 프로젝트를 2개씩 하다
보니 항상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관욱은 ldquo어쩌면 스트레스 받는데 의식
못 했을 수도 있었다rdquo고 회고한다 관욱은 ldquo한국에서는 시험이나 프로젝트
가 늘 마음에 있었고rdquo 회사 면접을 보면서는 ldquo연봉보다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rdquo 하는 고민에 계속 마음이 무거웠다 그러
다가 인도에 오기 전에 몸이 아파 병원에 들렀고 놀랍게도 20대 중반의
나이에 위궤양 빈혈 고혈압 진단을 받았다 관욱은 인도에 오게 된 계
기를 다음과 같이 털어놓았다
한편으로 기대한 바는 한국 문화에서 떨어져 있고 싶었어요 어떤 사회적 자
아 그렇게 형성된 자아가 너무 세서 내 내면의 목소리라는 걸 들어볼 생각도 안
하고 들어보지도 못했어요 작은 거라도 그래서 여기서 나가보면 내가 직접 느껴
볼 수 있지 않을까 절실히 필요하면서도 내 내면의 목소리 이런 게 너무 피상적
으로 느껴졌었죠
관욱이 인도로 탈조선하면서 가장 바란 것은 한국 문화 사회적 자아에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5
매몰된 내면의 목소리를 찾는 것 즉 자아 찾기였으며 이것은 망가진 몸을
치유하고 휴식을 취하는 것과 접하게 엮여서 나타났다 관욱은 한국에서
는 성공을 향한 길을 안정적으로 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진정으
로 원하는 일을 하지 못하고 몸의 요구나 내면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바쁘게
살아야 하는 한국 문화에 순응하며 살아오다가 문득 몸이 망가진 것을 발견
했다 관욱은 연구자와 나눈 대화 속에서 ldquo쉬고 싶다rdquo는 표현을 끝없이 계속
했다 가이드북에서 리시케쉬 부분을 펼쳤을 때 ldquo락쉬만줄라에 노을 지는
장면 사진이 나왔는데 이것을 보고 여기서는 여유롭게 시간을 가져도 좋겠
다 한국에선 잘 못 가지는 시간이니까rdquo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였으며
오기 전에 ldquo가서 어떤 식으로든 순간을 즐길 수 있음 그럴 수 있기만 하면
좋겠다rdquo 하고 생각했다고 하였다 리시케쉬에 도착해서는 ldquo여기서는 순간을
한 번 그렇게 지내보자 한국에선 걱정이 너무 많으니까 시험이나 프로젝트
가 늘 마음에 있으니까 여기선 햇볕 산책 다 해보자rdquo 하고 결심했다고 하였
다
이처럼 많은 한국 청년들이 휴식에 대한 갈망을 표현하였다 이번 여행의
목적을 묻는 연구자에게 유정은 이렇게 대답했다 ldquo계속 다니면서 나를 더
들여다보는 거죠 나는 누구인가 10대 때 고민했던 거 다시 한 번 그래서
이렇게 좀 다니면서 생각 좀 많이 하면서 그래서 좀 스스로 좀 내면적으로
좀 강해졌음 좋겠다 그리고 현실에서 탈피하고 싶고 그게 좀 안 돼요 일만
하면 일만 생각해요rdquo
유정 또한 탈조선의 계기를 ldquo나를 들여다보는 것rdquo 즉 자아 찾기라고 얘기
하고 있으며 그것을 현실 탈피와 내면이 강해지는 것과 연결시키고 있다
유정은 한국에서 회사 문화의 불합리함 인간관계에 의한 스트레스로 폭식
증 소화불량 단기간에 25kg이라는 급격한 체중 증가 그리고 이로 인한
무릎 허리 목의 통증에 시달렸다 그래서 휴식과 치유가 절실하여 탈조선
하게 되었고 몇 달간 푹 쉰 뒤에는 ldquo다시 사회에 돌아갔을 때 그런 스트레스
나 이런 것들에 대해서 사람관계에서 오는 것들은 내가 좀 커트할 수 있는
사람rdquo이 되고 싶어 요가를 시작했다고 하였다
316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위의 사례들이 보여주는 바처럼 한국 청년들이 헬조선을 탈출하는 이유
는 휴식 치유 자아 찾기를 통한 헬조선 해독이 너무나 절실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활동을 다른 곳도 아니고 인도에서 하는 것일까
앞의 사례에서 달희는 휴식 자아 찾기의 욕망을 인도에서 추구하게 된
이유로 ldquo인도는 한국에서 지내는 것보다 한 달에 쓰는 생활비가 더 적을
거라는 생각rdquo ldquo일을 하지 않고 요가만 하면서 먹고 자고 할 수 있고rdquo ldquo인도
는 요가의 본고장이기 때문이라는 믿음rdquo이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다른
사람들이 인도에 온 계기도 대부분 이와 비슷하다
달희가 말한 것처럼 이러한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저렴한 물가이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유럽이나 미국에서 장기체류를 하지
않는 핵심 원인은 물가가 비싸 오래 머물 수가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 최대
한 많은 것을 볼 수 있도록 하루하루 빡빡한 일정을 짜고 꼭 필요한 날수만
큼만 머물게 되는 이런 선진국으로는 휴식을 취하러 가지 못한다 그러나
인도 리시케쉬에서는 300~500달러만 있으면 한 달간 깔끔한 싱글룸에서
묵으며 최고의 요가 수업을 받고 여유롭게 식사와 간식을 즐기며 지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좋은 자연환경과 문화적 매력까지 있다 리시케쉬는 갠지
스강과 히말라야 산맥이 만나는 성지로서 자연환경이 아름답고 요가의 본
고장답게 훌륭한 요가 수업들이 많이 있다 달희의 말처럼 ldquo요가만 하면서
먹고 자고 할 수 있는rdquo 최적의 환경인 것이다 이러한 환경은 여행 가이드북
과 여행자들이 남긴 여행기에도 잘 기술되어 있으며 실제로 놀라운 치유의
효과를 낳는다 이러한 소문은 수많은 여행자들을 유혹한다
이처럼 개발도상국에서 장기체류하는 선진국의 여행자들에 대해 그러한
이동의 핵심 원인이 더 나은 삶의 질을 위한 것이라고 보고 개념화한 것이
바로 라이프스타일 이주이다 인도에 대한 사례 연구로는 바라나시의 서구
인 장기체류자들을 참여관찰하면서 이들을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로 보고 그
라이프스타일의 특징을 분석한 코펠라(Korpela 2009)의 연구가 있다 바라
나시는 인도 악기를 배우는 장기체류자들이 집해 있는 곳인데 코펠라에
의하면 이들은 대부분 인도 악기를 연주하고 요가와 명상 자선사업을 하며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7
엄청난 시간을 친구들과 어울리는 데 쓴다 이들의 삶은 느리고 빡빡한 매
일의 일정이 없으며 물질적 소유는 적고 현재를 즐길 시간이 많다 코펠라
는 이들이 가능한 곳에서 더 나은 삶을 찾으며 물가가 싸고 영적sdot예술적
의미와 결부된 곳에서 더 나은 삶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이용하는 것이라
고 해석하였다
인도의 장기체류자들이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이동하는 방향성은
이렇게 해석할 수 있겠으나 문제는 라이프스타일 이주라는 개념은 이들이
고국에서 인도로 한 번 이주한 다음 영구히 정착한다는 인상을 준다는 것이
다 그러나 사실 인도의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들은 대부분 3~6개월짜리 관광
자 비자로 인도에 장기체류하는 여행자들이며 비자를 갱신하기 위해 이웃
나라를 방문하거나 돈을 벌거나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자주 고국으
로 귀국한다 또한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헬조선 탈출 여행자들은 이 글의
서두에서 보았던 것처럼 호주 등 선진국에서의 노동 다른 동남아 국가들에
서의 여행 등 다양한 이동 루트를 거친다
이처럼 오랜 기간 다양한 장소들을 떠돌다 보면 이들의 탈조선 여행 이후
의 삶은 어떻게 변화할까
6 탈조선 여행 이후의 삶의 변화
이 장에서는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을 했던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이들에게 나타나는 lsquo집rsquo의 의미 변화를 살펴본
뒤 이들의 이동성을 라이프스타일 여행 및 라이프스타일 이동성이라는 개
념과 연결 지어 살펴본다
1) lsquo집rsquo의 의미 변화
탈조선하여 떠도는 사람들에게 집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왜 그렇게
318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오래 돌아다니냐는 연구자의 질문에 현정은 이 글의 서두에 인용한 것처럼
ldquo집에 가기 싫어서요rdquo라는 답과 함께 이제는 집이 불편하다는 말까지 했다
ldquo이제 집에 가도 제가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닌 것 같아요 불편해요 그래서
또 나오고요 엄마가 밥을 하루에 3번씩 해주시는데 처음에 빵만 하루에
3번 먹으면 속이 거북한 그 느낌처럼 밥에서 그런 느낌이 나던데요rdquo
현정의 말은 2가지 생각해볼 문제를 남긴다 첫 번째는 한국 사람인 현정
이 밥을 먹으면 속이 거북하다는 지점이다 지금은 약간 옅어지기는 했지만
한국의 해외여행 역사상 언제나 여행 경험담의 중요한 부분이 되어왔던 것
은 며칠만 외국을 여행해도 김치와 된장찌개가 그립고 한국인이라면 역시
밥을 먹어야 힘이 난다는 정서 그리고 한국인을 만나서 김치에 소주를 함께
먹으며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공유했던 정겨운 경험 등이다 이와 비교
할 때 현정과 같은 청년들에게서는 지금까지 한국인에게 lsquo밥rsquo으로 체화되어
있던 한국적 정서와 정체성이 옅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한국적 정서와 정체성이 옅어지는 것은 공간적으로도 체험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이 두 번째 지점 즉 ldquo집에 가도 제가 있어야 할 자리
가 아닌 것rdquo처럼 불편하고 그래서 또 외국으로 나간다는 말이다 과거 많은
한국인 여행자들은 lsquo나의 집rsquo 그리고 이를 확장한 lsquo내 나라rsquo가 세상에서 가
장 편안한 곳이라고들 이야기해왔으며 여행작가 한비야처럼 여러 언어를
구사하고 외국여행을 많이 한 사람도 틈날 때마다 집과 고국에 대한 그리움
을 토로하곤 했다 이처럼 집과 고국은 한 사회적 인간의 근원이자 지향점으
로 체화되어 있었고 그것이 당연하게 여겨져 왔으나 오늘날 현정과 같은
젊은이들은 여기서 불편함을 느끼고 탈출까지 감행한다 이러한 인식은 달
희의 말에서도 잘 드러난다 달희는 요가 연습 도중에 갑자기 눈물이 나서
소품실에 들어가 울다 나온 적이 여러 번 있었다 나중에 연구자가 이유를
물어보자 ldquo집에 가면 할 일도 없고 가고 싶지 않아서rdquo 울었다고 하였다
달희는 ldquo한국에 있으면 내일 할 일뿐만 아니라 그 동안 해왔던 일과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rdquo며 부담감을 드러냈다
이처럼 탈조선 여행자들에게 가족들이 사는 집 그리고 고국은 점점 불편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9
한 곳이 되어가며 잠시 돈을 벌거나 비자를 연장하기 위해 혹은 의료 혜택
을 받기 위해서와 같은 실용적인 목적을 위해 들르는 곳으로 변화되어 간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이들은 지속적으로 떠돌거나 고국을 주 거주지
로 하면서도 외국을 계속 돌아다니는 이동성이 증대된 삶을 살게 된다
2) 이동성의 증가
헬조선 탈출 이후 현정처럼 노동과 장기체류라는 순환을 지속적으로 반
복하며 계속 장기여행 중인 사람도 있지만 장기여행을 끝낸 후 한 장소에
정착하여 사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다면 장기여행을 끝낸 후 탈조선 여행자
들의 삶은 어떻게 변화되며 어떠한 새로운 특징이 나타날까 본 연구에서
는 다음 2가지 패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 번째 패턴은 요가와 같이 특정한 활동을 중심으로 증가된 이동성과
직업적 경력을 연결시키는 것이다 달희의 경우 요가를 배우기 위해 수년째
한국-인도를 오가다가 도중에 결심하고 요가 강사가 되었다 연구자와 만났
을 당시 달희는 인도에 3번 왔던 상태였다 수개월씩 여러 장소에서 각기
다른 요가를 배우기를 3년간 반복하다가 2012년 7월부터는 3년간 쭉 방콕
에서 머물며 강사 트레이닝 코스를 밟았다 2015년에는 귀국하여 요가 강사
자리를 알아보는 한편 지속으로 태국 인도 등에서 요가 워크숍에 참석하고
있다
이처럼 헬조선 탈출 여행자 중 요가 수련자들은 리시케쉬를 포함하여
요가를 배우거나 수련할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하는 삶의 방식을 유지한다
계절과 선호하는 강사의 존재 여부 등 다양한 조건에 맞추어 인도 내에서
이동하기도 하고 요가의 새로운 내용이나 전수 방식을 외국의 강사에게 배
울 수 있거나 또 다른 머물기 좋은 장소가 발견되면 인도를 벗어나 다른
나라로 이동하기도 한다 서구인들에 비하면 한국인의 이동 범위는 좀 더
아시아 위주로 한정되어 있는데 주로 한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지내다가 가
320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끔 태국 등 동남아 국가의 요가 센터나 요가 워크숍에 참여하는 형태이다
물론 이동 중간중간에 워킹 홀리데이로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일하거나 한
국에서 일하며 여행 자금을 단기간에 마련하기도 한다
요가 수련자들이 이처럼 계속 요가를 배우며 이동하는 것은 더 나은 요가
강사가 되도록 하는 이동성 자본(mobility capital)(Bell 2013 24)으로 기능
할 수도 있다 벨은 끊임없이 돌아다니는 음악 연주자들을 라이프스타일 여
행자로 분류하면서 이들이 경제적 부 대신 개인적sdot직업적 풍요로움 등의
형태로 이동성 자본을 획득하였으며 이들이 영원히 혹은 가장 중요하게
닻을 내리는 것은 한 지리적 장소가 아니라 그들의 일이라고 분석한 바 있
다 이들의 이동성은 전문적 수련의 일부가 되며 이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이처럼 이동성이 성공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것은 요가 강사들
에게도 마찬가지인데 요가의 기원지인 인도에서 유명한 스승에게 배웠다는
것은 그 요가 강사의 진정성과 정통성 그리고 그 결과로서의 지식을 보증하
는 상징으로도 기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렇게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는
요가 수련자들은 더 나은 삶의 방식을 찾기 위해 여행하는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라기보다는 여행 자체가 삶의 방식인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라는 개념
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동 중인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에 대해 연구한 얼스킨과 앤더슨에 의
하면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에게 초기의 이동성은 집에서 탈출하거나 사회
적 압력과 기대를 피하기 위해 추구될 수 있지만 점점 자아 창조라는 의제
를 중심으로 하게 된다(Erskine and Anderson 2013 140-141) 요가 수련
자들도 초기에는 한국을 탈출하는 것이 목적이었다가 나중에는 점점 더 나
은 요가 수련자가 되는 데 집중한다는 점은 이런 특징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의 증가된 이동성이 이후의 삶을 변화시키는 두 번째 패턴은 첫 번째
패턴과 겹칠 수도 있는데 장기여행에서 귀국하여 한국이 주거주지가 되더
라도 마음만은 계속 탈조선 상태에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계속
단기여행을 다니는 식으로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면서 직업 인간관계를 이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1
전과는 다르게 조직하기도 한다 지연의 경우 귀국 후 외국인과 결혼했고
요가 강사가 되어 일 년에 보통 2~3회씩 일본 동남아 등지로 요가 워크숍을
가는 한편 1~2개월씩은 인도에서 요가를 수련한다 지연은 ldquo호주나 유럽
캐나다 같은 곳은 도시여도 자연이 있고 여유가 있고 비슷한 가치관을 중요
시하는 사람들 속에서 살고 싶은데 한국에선 뭐 하나 충족시켜주는 게 없는rdquo
현실에 대해 불평하였다 그러면서 ldquo기존 회사를 그만두고 요가만 하는 걸
로 결정한 것rdquo ldquo원치 않는 정신적 스트레스 관계 이런 걸 최대한 만들지
않는 쪽으로 생활반경을 컨트롤하는 것rdquo은 ldquo최대한 이 헬조선의 영향을 받
지 않는 생활rdquo을 영위하기 위함이며 ldquo이젠 제가 사는 방식을 바꿔서 제
생활반경만큼은 헬조선이 안 되도록 말뚝 박고 공간확보를 한 것 같다rdquo고
말했다
본 연구의 대상자들 중 아직 선진국으로의 이주에 성공한 사례는 없지만
이렇게 이동성을 증대시킨 삶을 사는 사례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7 결론
본 연구에서는 오늘날 한국 젊은이들의 장기여행 현상을 헬조선 담론과
연결시키고 그 동안의 관광이나 이주 개념으로 설명되지 않던 부분들을 이
동성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하였다
본 연구에서 발견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 젊은이들의 장기여행
은 한국의 사회구조와 문화에 대한 불만을 가진 청년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며 헬조선 담론을 잘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
기여행 혹은 탈조선 여행으로 부를 수 있다 둘째 탈조선 여행의 이동 경로
는 계급에 따라 이원화되어 나타난다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장기여행은 중
하류층 청년들이 한국이나 선진국에서의 노동-개발도상국에서의 장기체류
를 반복하는 양상으로 나타났다 셋째 헬조선 탈출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오래 머무는 인도에서 주로 추구하는 목표는 휴식 치유 자아 찾기를 통한
322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헬조선 해독 활동이라 할 수 있다 넷째 이들이 탈조선 여행을 마친 후 나타
나는 삶의 변화로는 집의 의미가 변화하고 이동성이 증가하는 패턴을 들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크게는 전 지구적 이동성의 증가 관광과 이주의 경계가
흐려지는 추세 오늘날 청년들이 노동시장 진입을 비롯하여 점점 더 사회로
부터 배제되고 있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현실 등이 맞물려 나타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이후에 나타나는
개인적sdot사회적 변화는 인류학적으로 아주 흥미로운 현상일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이론화를 위해서는 앞으로 다음 지점들에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이다
첫 번째는 탈조선 여행자 혹은 탈조선 여행에서 얻은 이동성 자본을 직업
으로 전환시킨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이 나이가 들어도 계속 그러한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서구에는 60대
70대 노인 중에도 그런 사람들이 많지만 이는 복지제도가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90년대 이후 증가한 한국의 장기여행자들 중에서는 아무리 lsquo자유
로운 영혼rsquo의 소유자라 해도 부모가 나이 들기 시작하면 자식이 병원비를
부담해야 하고 자신의 노후대책을 직접 마련해야 되기 때문에 당장의 생계
유지에 급급한 생활인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과거의 장기여행과는
달리 오늘날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은 한국에서의 직업적 기반이나
경력을 쌓지 못한 청년들의 여행이며 강력한 구심력을 가진 한국에서의 탈
출이다 따라서 이들이 한국으로 돌아와 생활인이 되는 것이 힘들다면 대안
적으로 어떠한 직업적 가족적 삶이 가능할 것인가
두 번째는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에 라이프스타일이라는 개념을 연
결시킬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연구자는 본문에서 탈조선 여행자들에 대
해 현존하는 개념 중 가장 가까운 라이프스타일 여행자 및 라이프스타일
이동성에 기대어 설명하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사실 라이프스타일은 소비를
중심으로 하는 개념이라는 점에서 생존을 위해 탈출한 사회에서 배제된
청년들을 분류 혹은 설명할 수 있는 명칭이 될 수 있는지 어떠한 다른 개념
으로 보완 확장이 가능한지는 향후 중요한 연구과제라 하겠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3
이러한 지점들에 유념하여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양상 및 그 결과
를 탐구하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의 이탈자들에 대한 성찰적 연구가 되는
것은 물론 전 지구적인 인간의 이동에 대한 새로운 이론을 확립하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다
논문접수일 2016년 5월 31일 논문심사일 2016년 7월 2일 게재확정일 2016년 7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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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7
ltKey conceptsgt Hell-Joseon long-term travel tourism migration lifestyle
migration lifestyle traveler lifestyle mobility
Long-term Travel as lsquoEscape from Hell-Joseon
A Research about Korean Travelers in India
Lee Minyoung14)
This research connects Korean young mens long-term travel with the
ldquoHell-Joseonrdquo discourse popular in Korea nowadays and explores the
so called lsquoescape from Hell-Joseonrsquo phenomenon and changes of their
lives after the trips with the concept of mobility since tourism and
migration cant explain it well A participant observation in India found
that the Korean long-term travelers are characteristic as the followings
1) Long-term travel is popular among the youth who complains about
the social structure and culture of Korea and their travel reflects the
ldquoHell-Joseonrdquo discourse So we can call this travel as escape from
Hell-Joseon 2) The travel routes of are differentiated according to the
class This research mainly deals with the circulation route of doing
physical labor in developed countries and relaxing in developing
countries popular among the lower middle class 3) Most of the travelers
often stay in India for a long time and their main purpose is
detoxification from Hell-Joseon through relaxation healing and
searching for the self 4) After they finish the long-term travel the
PhD Candidate Department of Anthropology Seoul National University
328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meaning of home is changed and their mobility is increased That
phenomenon seems to be entangled with the increasing global mobility
the blurring trend between tourism and migration and the structural
problem which excludes young men from entering the labor market and
the society in Korea Researching the backgrounds aspects and results
of escape from Hell-Joseon will be a reflective study about Korean
society and help to construct new theories about global movement of
people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5
매몰된 내면의 목소리를 찾는 것 즉 자아 찾기였으며 이것은 망가진 몸을
치유하고 휴식을 취하는 것과 접하게 엮여서 나타났다 관욱은 한국에서
는 성공을 향한 길을 안정적으로 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진정으
로 원하는 일을 하지 못하고 몸의 요구나 내면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바쁘게
살아야 하는 한국 문화에 순응하며 살아오다가 문득 몸이 망가진 것을 발견
했다 관욱은 연구자와 나눈 대화 속에서 ldquo쉬고 싶다rdquo는 표현을 끝없이 계속
했다 가이드북에서 리시케쉬 부분을 펼쳤을 때 ldquo락쉬만줄라에 노을 지는
장면 사진이 나왔는데 이것을 보고 여기서는 여유롭게 시간을 가져도 좋겠
다 한국에선 잘 못 가지는 시간이니까rdquo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였으며
오기 전에 ldquo가서 어떤 식으로든 순간을 즐길 수 있음 그럴 수 있기만 하면
좋겠다rdquo 하고 생각했다고 하였다 리시케쉬에 도착해서는 ldquo여기서는 순간을
한 번 그렇게 지내보자 한국에선 걱정이 너무 많으니까 시험이나 프로젝트
가 늘 마음에 있으니까 여기선 햇볕 산책 다 해보자rdquo 하고 결심했다고 하였
다
이처럼 많은 한국 청년들이 휴식에 대한 갈망을 표현하였다 이번 여행의
목적을 묻는 연구자에게 유정은 이렇게 대답했다 ldquo계속 다니면서 나를 더
들여다보는 거죠 나는 누구인가 10대 때 고민했던 거 다시 한 번 그래서
이렇게 좀 다니면서 생각 좀 많이 하면서 그래서 좀 스스로 좀 내면적으로
좀 강해졌음 좋겠다 그리고 현실에서 탈피하고 싶고 그게 좀 안 돼요 일만
하면 일만 생각해요rdquo
유정 또한 탈조선의 계기를 ldquo나를 들여다보는 것rdquo 즉 자아 찾기라고 얘기
하고 있으며 그것을 현실 탈피와 내면이 강해지는 것과 연결시키고 있다
유정은 한국에서 회사 문화의 불합리함 인간관계에 의한 스트레스로 폭식
증 소화불량 단기간에 25kg이라는 급격한 체중 증가 그리고 이로 인한
무릎 허리 목의 통증에 시달렸다 그래서 휴식과 치유가 절실하여 탈조선
하게 되었고 몇 달간 푹 쉰 뒤에는 ldquo다시 사회에 돌아갔을 때 그런 스트레스
나 이런 것들에 대해서 사람관계에서 오는 것들은 내가 좀 커트할 수 있는
사람rdquo이 되고 싶어 요가를 시작했다고 하였다
316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위의 사례들이 보여주는 바처럼 한국 청년들이 헬조선을 탈출하는 이유
는 휴식 치유 자아 찾기를 통한 헬조선 해독이 너무나 절실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활동을 다른 곳도 아니고 인도에서 하는 것일까
앞의 사례에서 달희는 휴식 자아 찾기의 욕망을 인도에서 추구하게 된
이유로 ldquo인도는 한국에서 지내는 것보다 한 달에 쓰는 생활비가 더 적을
거라는 생각rdquo ldquo일을 하지 않고 요가만 하면서 먹고 자고 할 수 있고rdquo ldquo인도
는 요가의 본고장이기 때문이라는 믿음rdquo이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다른
사람들이 인도에 온 계기도 대부분 이와 비슷하다
달희가 말한 것처럼 이러한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저렴한 물가이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유럽이나 미국에서 장기체류를 하지
않는 핵심 원인은 물가가 비싸 오래 머물 수가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 최대
한 많은 것을 볼 수 있도록 하루하루 빡빡한 일정을 짜고 꼭 필요한 날수만
큼만 머물게 되는 이런 선진국으로는 휴식을 취하러 가지 못한다 그러나
인도 리시케쉬에서는 300~500달러만 있으면 한 달간 깔끔한 싱글룸에서
묵으며 최고의 요가 수업을 받고 여유롭게 식사와 간식을 즐기며 지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좋은 자연환경과 문화적 매력까지 있다 리시케쉬는 갠지
스강과 히말라야 산맥이 만나는 성지로서 자연환경이 아름답고 요가의 본
고장답게 훌륭한 요가 수업들이 많이 있다 달희의 말처럼 ldquo요가만 하면서
먹고 자고 할 수 있는rdquo 최적의 환경인 것이다 이러한 환경은 여행 가이드북
과 여행자들이 남긴 여행기에도 잘 기술되어 있으며 실제로 놀라운 치유의
효과를 낳는다 이러한 소문은 수많은 여행자들을 유혹한다
이처럼 개발도상국에서 장기체류하는 선진국의 여행자들에 대해 그러한
이동의 핵심 원인이 더 나은 삶의 질을 위한 것이라고 보고 개념화한 것이
바로 라이프스타일 이주이다 인도에 대한 사례 연구로는 바라나시의 서구
인 장기체류자들을 참여관찰하면서 이들을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로 보고 그
라이프스타일의 특징을 분석한 코펠라(Korpela 2009)의 연구가 있다 바라
나시는 인도 악기를 배우는 장기체류자들이 집해 있는 곳인데 코펠라에
의하면 이들은 대부분 인도 악기를 연주하고 요가와 명상 자선사업을 하며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7
엄청난 시간을 친구들과 어울리는 데 쓴다 이들의 삶은 느리고 빡빡한 매
일의 일정이 없으며 물질적 소유는 적고 현재를 즐길 시간이 많다 코펠라
는 이들이 가능한 곳에서 더 나은 삶을 찾으며 물가가 싸고 영적sdot예술적
의미와 결부된 곳에서 더 나은 삶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이용하는 것이라
고 해석하였다
인도의 장기체류자들이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이동하는 방향성은
이렇게 해석할 수 있겠으나 문제는 라이프스타일 이주라는 개념은 이들이
고국에서 인도로 한 번 이주한 다음 영구히 정착한다는 인상을 준다는 것이
다 그러나 사실 인도의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들은 대부분 3~6개월짜리 관광
자 비자로 인도에 장기체류하는 여행자들이며 비자를 갱신하기 위해 이웃
나라를 방문하거나 돈을 벌거나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자주 고국으
로 귀국한다 또한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헬조선 탈출 여행자들은 이 글의
서두에서 보았던 것처럼 호주 등 선진국에서의 노동 다른 동남아 국가들에
서의 여행 등 다양한 이동 루트를 거친다
이처럼 오랜 기간 다양한 장소들을 떠돌다 보면 이들의 탈조선 여행 이후
의 삶은 어떻게 변화할까
6 탈조선 여행 이후의 삶의 변화
이 장에서는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을 했던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이들에게 나타나는 lsquo집rsquo의 의미 변화를 살펴본
뒤 이들의 이동성을 라이프스타일 여행 및 라이프스타일 이동성이라는 개
념과 연결 지어 살펴본다
1) lsquo집rsquo의 의미 변화
탈조선하여 떠도는 사람들에게 집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왜 그렇게
318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오래 돌아다니냐는 연구자의 질문에 현정은 이 글의 서두에 인용한 것처럼
ldquo집에 가기 싫어서요rdquo라는 답과 함께 이제는 집이 불편하다는 말까지 했다
ldquo이제 집에 가도 제가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닌 것 같아요 불편해요 그래서
또 나오고요 엄마가 밥을 하루에 3번씩 해주시는데 처음에 빵만 하루에
3번 먹으면 속이 거북한 그 느낌처럼 밥에서 그런 느낌이 나던데요rdquo
현정의 말은 2가지 생각해볼 문제를 남긴다 첫 번째는 한국 사람인 현정
이 밥을 먹으면 속이 거북하다는 지점이다 지금은 약간 옅어지기는 했지만
한국의 해외여행 역사상 언제나 여행 경험담의 중요한 부분이 되어왔던 것
은 며칠만 외국을 여행해도 김치와 된장찌개가 그립고 한국인이라면 역시
밥을 먹어야 힘이 난다는 정서 그리고 한국인을 만나서 김치에 소주를 함께
먹으며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공유했던 정겨운 경험 등이다 이와 비교
할 때 현정과 같은 청년들에게서는 지금까지 한국인에게 lsquo밥rsquo으로 체화되어
있던 한국적 정서와 정체성이 옅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한국적 정서와 정체성이 옅어지는 것은 공간적으로도 체험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이 두 번째 지점 즉 ldquo집에 가도 제가 있어야 할 자리
가 아닌 것rdquo처럼 불편하고 그래서 또 외국으로 나간다는 말이다 과거 많은
한국인 여행자들은 lsquo나의 집rsquo 그리고 이를 확장한 lsquo내 나라rsquo가 세상에서 가
장 편안한 곳이라고들 이야기해왔으며 여행작가 한비야처럼 여러 언어를
구사하고 외국여행을 많이 한 사람도 틈날 때마다 집과 고국에 대한 그리움
을 토로하곤 했다 이처럼 집과 고국은 한 사회적 인간의 근원이자 지향점으
로 체화되어 있었고 그것이 당연하게 여겨져 왔으나 오늘날 현정과 같은
젊은이들은 여기서 불편함을 느끼고 탈출까지 감행한다 이러한 인식은 달
희의 말에서도 잘 드러난다 달희는 요가 연습 도중에 갑자기 눈물이 나서
소품실에 들어가 울다 나온 적이 여러 번 있었다 나중에 연구자가 이유를
물어보자 ldquo집에 가면 할 일도 없고 가고 싶지 않아서rdquo 울었다고 하였다
달희는 ldquo한국에 있으면 내일 할 일뿐만 아니라 그 동안 해왔던 일과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rdquo며 부담감을 드러냈다
이처럼 탈조선 여행자들에게 가족들이 사는 집 그리고 고국은 점점 불편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9
한 곳이 되어가며 잠시 돈을 벌거나 비자를 연장하기 위해 혹은 의료 혜택
을 받기 위해서와 같은 실용적인 목적을 위해 들르는 곳으로 변화되어 간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이들은 지속적으로 떠돌거나 고국을 주 거주지
로 하면서도 외국을 계속 돌아다니는 이동성이 증대된 삶을 살게 된다
2) 이동성의 증가
헬조선 탈출 이후 현정처럼 노동과 장기체류라는 순환을 지속적으로 반
복하며 계속 장기여행 중인 사람도 있지만 장기여행을 끝낸 후 한 장소에
정착하여 사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다면 장기여행을 끝낸 후 탈조선 여행자
들의 삶은 어떻게 변화되며 어떠한 새로운 특징이 나타날까 본 연구에서
는 다음 2가지 패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 번째 패턴은 요가와 같이 특정한 활동을 중심으로 증가된 이동성과
직업적 경력을 연결시키는 것이다 달희의 경우 요가를 배우기 위해 수년째
한국-인도를 오가다가 도중에 결심하고 요가 강사가 되었다 연구자와 만났
을 당시 달희는 인도에 3번 왔던 상태였다 수개월씩 여러 장소에서 각기
다른 요가를 배우기를 3년간 반복하다가 2012년 7월부터는 3년간 쭉 방콕
에서 머물며 강사 트레이닝 코스를 밟았다 2015년에는 귀국하여 요가 강사
자리를 알아보는 한편 지속으로 태국 인도 등에서 요가 워크숍에 참석하고
있다
이처럼 헬조선 탈출 여행자 중 요가 수련자들은 리시케쉬를 포함하여
요가를 배우거나 수련할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하는 삶의 방식을 유지한다
계절과 선호하는 강사의 존재 여부 등 다양한 조건에 맞추어 인도 내에서
이동하기도 하고 요가의 새로운 내용이나 전수 방식을 외국의 강사에게 배
울 수 있거나 또 다른 머물기 좋은 장소가 발견되면 인도를 벗어나 다른
나라로 이동하기도 한다 서구인들에 비하면 한국인의 이동 범위는 좀 더
아시아 위주로 한정되어 있는데 주로 한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지내다가 가
320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끔 태국 등 동남아 국가의 요가 센터나 요가 워크숍에 참여하는 형태이다
물론 이동 중간중간에 워킹 홀리데이로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일하거나 한
국에서 일하며 여행 자금을 단기간에 마련하기도 한다
요가 수련자들이 이처럼 계속 요가를 배우며 이동하는 것은 더 나은 요가
강사가 되도록 하는 이동성 자본(mobility capital)(Bell 2013 24)으로 기능
할 수도 있다 벨은 끊임없이 돌아다니는 음악 연주자들을 라이프스타일 여
행자로 분류하면서 이들이 경제적 부 대신 개인적sdot직업적 풍요로움 등의
형태로 이동성 자본을 획득하였으며 이들이 영원히 혹은 가장 중요하게
닻을 내리는 것은 한 지리적 장소가 아니라 그들의 일이라고 분석한 바 있
다 이들의 이동성은 전문적 수련의 일부가 되며 이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이처럼 이동성이 성공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것은 요가 강사들
에게도 마찬가지인데 요가의 기원지인 인도에서 유명한 스승에게 배웠다는
것은 그 요가 강사의 진정성과 정통성 그리고 그 결과로서의 지식을 보증하
는 상징으로도 기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렇게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는
요가 수련자들은 더 나은 삶의 방식을 찾기 위해 여행하는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라기보다는 여행 자체가 삶의 방식인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라는 개념
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동 중인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에 대해 연구한 얼스킨과 앤더슨에 의
하면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에게 초기의 이동성은 집에서 탈출하거나 사회
적 압력과 기대를 피하기 위해 추구될 수 있지만 점점 자아 창조라는 의제
를 중심으로 하게 된다(Erskine and Anderson 2013 140-141) 요가 수련
자들도 초기에는 한국을 탈출하는 것이 목적이었다가 나중에는 점점 더 나
은 요가 수련자가 되는 데 집중한다는 점은 이런 특징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의 증가된 이동성이 이후의 삶을 변화시키는 두 번째 패턴은 첫 번째
패턴과 겹칠 수도 있는데 장기여행에서 귀국하여 한국이 주거주지가 되더
라도 마음만은 계속 탈조선 상태에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계속
단기여행을 다니는 식으로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면서 직업 인간관계를 이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1
전과는 다르게 조직하기도 한다 지연의 경우 귀국 후 외국인과 결혼했고
요가 강사가 되어 일 년에 보통 2~3회씩 일본 동남아 등지로 요가 워크숍을
가는 한편 1~2개월씩은 인도에서 요가를 수련한다 지연은 ldquo호주나 유럽
캐나다 같은 곳은 도시여도 자연이 있고 여유가 있고 비슷한 가치관을 중요
시하는 사람들 속에서 살고 싶은데 한국에선 뭐 하나 충족시켜주는 게 없는rdquo
현실에 대해 불평하였다 그러면서 ldquo기존 회사를 그만두고 요가만 하는 걸
로 결정한 것rdquo ldquo원치 않는 정신적 스트레스 관계 이런 걸 최대한 만들지
않는 쪽으로 생활반경을 컨트롤하는 것rdquo은 ldquo최대한 이 헬조선의 영향을 받
지 않는 생활rdquo을 영위하기 위함이며 ldquo이젠 제가 사는 방식을 바꿔서 제
생활반경만큼은 헬조선이 안 되도록 말뚝 박고 공간확보를 한 것 같다rdquo고
말했다
본 연구의 대상자들 중 아직 선진국으로의 이주에 성공한 사례는 없지만
이렇게 이동성을 증대시킨 삶을 사는 사례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7 결론
본 연구에서는 오늘날 한국 젊은이들의 장기여행 현상을 헬조선 담론과
연결시키고 그 동안의 관광이나 이주 개념으로 설명되지 않던 부분들을 이
동성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하였다
본 연구에서 발견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 젊은이들의 장기여행
은 한국의 사회구조와 문화에 대한 불만을 가진 청년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며 헬조선 담론을 잘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
기여행 혹은 탈조선 여행으로 부를 수 있다 둘째 탈조선 여행의 이동 경로
는 계급에 따라 이원화되어 나타난다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장기여행은 중
하류층 청년들이 한국이나 선진국에서의 노동-개발도상국에서의 장기체류
를 반복하는 양상으로 나타났다 셋째 헬조선 탈출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오래 머무는 인도에서 주로 추구하는 목표는 휴식 치유 자아 찾기를 통한
322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헬조선 해독 활동이라 할 수 있다 넷째 이들이 탈조선 여행을 마친 후 나타
나는 삶의 변화로는 집의 의미가 변화하고 이동성이 증가하는 패턴을 들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크게는 전 지구적 이동성의 증가 관광과 이주의 경계가
흐려지는 추세 오늘날 청년들이 노동시장 진입을 비롯하여 점점 더 사회로
부터 배제되고 있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현실 등이 맞물려 나타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이후에 나타나는
개인적sdot사회적 변화는 인류학적으로 아주 흥미로운 현상일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이론화를 위해서는 앞으로 다음 지점들에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이다
첫 번째는 탈조선 여행자 혹은 탈조선 여행에서 얻은 이동성 자본을 직업
으로 전환시킨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이 나이가 들어도 계속 그러한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서구에는 60대
70대 노인 중에도 그런 사람들이 많지만 이는 복지제도가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90년대 이후 증가한 한국의 장기여행자들 중에서는 아무리 lsquo자유
로운 영혼rsquo의 소유자라 해도 부모가 나이 들기 시작하면 자식이 병원비를
부담해야 하고 자신의 노후대책을 직접 마련해야 되기 때문에 당장의 생계
유지에 급급한 생활인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과거의 장기여행과는
달리 오늘날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은 한국에서의 직업적 기반이나
경력을 쌓지 못한 청년들의 여행이며 강력한 구심력을 가진 한국에서의 탈
출이다 따라서 이들이 한국으로 돌아와 생활인이 되는 것이 힘들다면 대안
적으로 어떠한 직업적 가족적 삶이 가능할 것인가
두 번째는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에 라이프스타일이라는 개념을 연
결시킬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연구자는 본문에서 탈조선 여행자들에 대
해 현존하는 개념 중 가장 가까운 라이프스타일 여행자 및 라이프스타일
이동성에 기대어 설명하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사실 라이프스타일은 소비를
중심으로 하는 개념이라는 점에서 생존을 위해 탈출한 사회에서 배제된
청년들을 분류 혹은 설명할 수 있는 명칭이 될 수 있는지 어떠한 다른 개념
으로 보완 확장이 가능한지는 향후 중요한 연구과제라 하겠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3
이러한 지점들에 유념하여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양상 및 그 결과
를 탐구하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의 이탈자들에 대한 성찰적 연구가 되는
것은 물론 전 지구적인 인간의 이동에 대한 새로운 이론을 확립하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다
논문접수일 2016년 5월 31일 논문심사일 2016년 7월 2일 게재확정일 2016년 7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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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7
ltKey conceptsgt Hell-Joseon long-term travel tourism migration lifestyle
migration lifestyle traveler lifestyle mobility
Long-term Travel as lsquoEscape from Hell-Joseon
A Research about Korean Travelers in India
Lee Minyoung14)
This research connects Korean young mens long-term travel with the
ldquoHell-Joseonrdquo discourse popular in Korea nowadays and explores the
so called lsquoescape from Hell-Joseonrsquo phenomenon and changes of their
lives after the trips with the concept of mobility since tourism and
migration cant explain it well A participant observation in India found
that the Korean long-term travelers are characteristic as the followings
1) Long-term travel is popular among the youth who complains about
the social structure and culture of Korea and their travel reflects the
ldquoHell-Joseonrdquo discourse So we can call this travel as escape from
Hell-Joseon 2) The travel routes of are differentiated according to the
class This research mainly deals with the circulation route of doing
physical labor in developed countries and relaxing in developing
countries popular among the lower middle class 3) Most of the travelers
often stay in India for a long time and their main purpose is
detoxification from Hell-Joseon through relaxation healing and
searching for the self 4) After they finish the long-term travel the
PhD Candidate Department of Anthropology Seoul National University
328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meaning of home is changed and their mobility is increased That
phenomenon seems to be entangled with the increasing global mobility
the blurring trend between tourism and migration and the structural
problem which excludes young men from entering the labor market and
the society in Korea Researching the backgrounds aspects and results
of escape from Hell-Joseon will be a reflective study about Korean
society and help to construct new theories about global movement of
people
316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위의 사례들이 보여주는 바처럼 한국 청년들이 헬조선을 탈출하는 이유
는 휴식 치유 자아 찾기를 통한 헬조선 해독이 너무나 절실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활동을 다른 곳도 아니고 인도에서 하는 것일까
앞의 사례에서 달희는 휴식 자아 찾기의 욕망을 인도에서 추구하게 된
이유로 ldquo인도는 한국에서 지내는 것보다 한 달에 쓰는 생활비가 더 적을
거라는 생각rdquo ldquo일을 하지 않고 요가만 하면서 먹고 자고 할 수 있고rdquo ldquo인도
는 요가의 본고장이기 때문이라는 믿음rdquo이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다른
사람들이 인도에 온 계기도 대부분 이와 비슷하다
달희가 말한 것처럼 이러한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저렴한 물가이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유럽이나 미국에서 장기체류를 하지
않는 핵심 원인은 물가가 비싸 오래 머물 수가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 최대
한 많은 것을 볼 수 있도록 하루하루 빡빡한 일정을 짜고 꼭 필요한 날수만
큼만 머물게 되는 이런 선진국으로는 휴식을 취하러 가지 못한다 그러나
인도 리시케쉬에서는 300~500달러만 있으면 한 달간 깔끔한 싱글룸에서
묵으며 최고의 요가 수업을 받고 여유롭게 식사와 간식을 즐기며 지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좋은 자연환경과 문화적 매력까지 있다 리시케쉬는 갠지
스강과 히말라야 산맥이 만나는 성지로서 자연환경이 아름답고 요가의 본
고장답게 훌륭한 요가 수업들이 많이 있다 달희의 말처럼 ldquo요가만 하면서
먹고 자고 할 수 있는rdquo 최적의 환경인 것이다 이러한 환경은 여행 가이드북
과 여행자들이 남긴 여행기에도 잘 기술되어 있으며 실제로 놀라운 치유의
효과를 낳는다 이러한 소문은 수많은 여행자들을 유혹한다
이처럼 개발도상국에서 장기체류하는 선진국의 여행자들에 대해 그러한
이동의 핵심 원인이 더 나은 삶의 질을 위한 것이라고 보고 개념화한 것이
바로 라이프스타일 이주이다 인도에 대한 사례 연구로는 바라나시의 서구
인 장기체류자들을 참여관찰하면서 이들을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로 보고 그
라이프스타일의 특징을 분석한 코펠라(Korpela 2009)의 연구가 있다 바라
나시는 인도 악기를 배우는 장기체류자들이 집해 있는 곳인데 코펠라에
의하면 이들은 대부분 인도 악기를 연주하고 요가와 명상 자선사업을 하며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7
엄청난 시간을 친구들과 어울리는 데 쓴다 이들의 삶은 느리고 빡빡한 매
일의 일정이 없으며 물질적 소유는 적고 현재를 즐길 시간이 많다 코펠라
는 이들이 가능한 곳에서 더 나은 삶을 찾으며 물가가 싸고 영적sdot예술적
의미와 결부된 곳에서 더 나은 삶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이용하는 것이라
고 해석하였다
인도의 장기체류자들이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이동하는 방향성은
이렇게 해석할 수 있겠으나 문제는 라이프스타일 이주라는 개념은 이들이
고국에서 인도로 한 번 이주한 다음 영구히 정착한다는 인상을 준다는 것이
다 그러나 사실 인도의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들은 대부분 3~6개월짜리 관광
자 비자로 인도에 장기체류하는 여행자들이며 비자를 갱신하기 위해 이웃
나라를 방문하거나 돈을 벌거나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자주 고국으
로 귀국한다 또한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헬조선 탈출 여행자들은 이 글의
서두에서 보았던 것처럼 호주 등 선진국에서의 노동 다른 동남아 국가들에
서의 여행 등 다양한 이동 루트를 거친다
이처럼 오랜 기간 다양한 장소들을 떠돌다 보면 이들의 탈조선 여행 이후
의 삶은 어떻게 변화할까
6 탈조선 여행 이후의 삶의 변화
이 장에서는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을 했던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이들에게 나타나는 lsquo집rsquo의 의미 변화를 살펴본
뒤 이들의 이동성을 라이프스타일 여행 및 라이프스타일 이동성이라는 개
념과 연결 지어 살펴본다
1) lsquo집rsquo의 의미 변화
탈조선하여 떠도는 사람들에게 집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왜 그렇게
318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오래 돌아다니냐는 연구자의 질문에 현정은 이 글의 서두에 인용한 것처럼
ldquo집에 가기 싫어서요rdquo라는 답과 함께 이제는 집이 불편하다는 말까지 했다
ldquo이제 집에 가도 제가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닌 것 같아요 불편해요 그래서
또 나오고요 엄마가 밥을 하루에 3번씩 해주시는데 처음에 빵만 하루에
3번 먹으면 속이 거북한 그 느낌처럼 밥에서 그런 느낌이 나던데요rdquo
현정의 말은 2가지 생각해볼 문제를 남긴다 첫 번째는 한국 사람인 현정
이 밥을 먹으면 속이 거북하다는 지점이다 지금은 약간 옅어지기는 했지만
한국의 해외여행 역사상 언제나 여행 경험담의 중요한 부분이 되어왔던 것
은 며칠만 외국을 여행해도 김치와 된장찌개가 그립고 한국인이라면 역시
밥을 먹어야 힘이 난다는 정서 그리고 한국인을 만나서 김치에 소주를 함께
먹으며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공유했던 정겨운 경험 등이다 이와 비교
할 때 현정과 같은 청년들에게서는 지금까지 한국인에게 lsquo밥rsquo으로 체화되어
있던 한국적 정서와 정체성이 옅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한국적 정서와 정체성이 옅어지는 것은 공간적으로도 체험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이 두 번째 지점 즉 ldquo집에 가도 제가 있어야 할 자리
가 아닌 것rdquo처럼 불편하고 그래서 또 외국으로 나간다는 말이다 과거 많은
한국인 여행자들은 lsquo나의 집rsquo 그리고 이를 확장한 lsquo내 나라rsquo가 세상에서 가
장 편안한 곳이라고들 이야기해왔으며 여행작가 한비야처럼 여러 언어를
구사하고 외국여행을 많이 한 사람도 틈날 때마다 집과 고국에 대한 그리움
을 토로하곤 했다 이처럼 집과 고국은 한 사회적 인간의 근원이자 지향점으
로 체화되어 있었고 그것이 당연하게 여겨져 왔으나 오늘날 현정과 같은
젊은이들은 여기서 불편함을 느끼고 탈출까지 감행한다 이러한 인식은 달
희의 말에서도 잘 드러난다 달희는 요가 연습 도중에 갑자기 눈물이 나서
소품실에 들어가 울다 나온 적이 여러 번 있었다 나중에 연구자가 이유를
물어보자 ldquo집에 가면 할 일도 없고 가고 싶지 않아서rdquo 울었다고 하였다
달희는 ldquo한국에 있으면 내일 할 일뿐만 아니라 그 동안 해왔던 일과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rdquo며 부담감을 드러냈다
이처럼 탈조선 여행자들에게 가족들이 사는 집 그리고 고국은 점점 불편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9
한 곳이 되어가며 잠시 돈을 벌거나 비자를 연장하기 위해 혹은 의료 혜택
을 받기 위해서와 같은 실용적인 목적을 위해 들르는 곳으로 변화되어 간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이들은 지속적으로 떠돌거나 고국을 주 거주지
로 하면서도 외국을 계속 돌아다니는 이동성이 증대된 삶을 살게 된다
2) 이동성의 증가
헬조선 탈출 이후 현정처럼 노동과 장기체류라는 순환을 지속적으로 반
복하며 계속 장기여행 중인 사람도 있지만 장기여행을 끝낸 후 한 장소에
정착하여 사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다면 장기여행을 끝낸 후 탈조선 여행자
들의 삶은 어떻게 변화되며 어떠한 새로운 특징이 나타날까 본 연구에서
는 다음 2가지 패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 번째 패턴은 요가와 같이 특정한 활동을 중심으로 증가된 이동성과
직업적 경력을 연결시키는 것이다 달희의 경우 요가를 배우기 위해 수년째
한국-인도를 오가다가 도중에 결심하고 요가 강사가 되었다 연구자와 만났
을 당시 달희는 인도에 3번 왔던 상태였다 수개월씩 여러 장소에서 각기
다른 요가를 배우기를 3년간 반복하다가 2012년 7월부터는 3년간 쭉 방콕
에서 머물며 강사 트레이닝 코스를 밟았다 2015년에는 귀국하여 요가 강사
자리를 알아보는 한편 지속으로 태국 인도 등에서 요가 워크숍에 참석하고
있다
이처럼 헬조선 탈출 여행자 중 요가 수련자들은 리시케쉬를 포함하여
요가를 배우거나 수련할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하는 삶의 방식을 유지한다
계절과 선호하는 강사의 존재 여부 등 다양한 조건에 맞추어 인도 내에서
이동하기도 하고 요가의 새로운 내용이나 전수 방식을 외국의 강사에게 배
울 수 있거나 또 다른 머물기 좋은 장소가 발견되면 인도를 벗어나 다른
나라로 이동하기도 한다 서구인들에 비하면 한국인의 이동 범위는 좀 더
아시아 위주로 한정되어 있는데 주로 한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지내다가 가
320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끔 태국 등 동남아 국가의 요가 센터나 요가 워크숍에 참여하는 형태이다
물론 이동 중간중간에 워킹 홀리데이로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일하거나 한
국에서 일하며 여행 자금을 단기간에 마련하기도 한다
요가 수련자들이 이처럼 계속 요가를 배우며 이동하는 것은 더 나은 요가
강사가 되도록 하는 이동성 자본(mobility capital)(Bell 2013 24)으로 기능
할 수도 있다 벨은 끊임없이 돌아다니는 음악 연주자들을 라이프스타일 여
행자로 분류하면서 이들이 경제적 부 대신 개인적sdot직업적 풍요로움 등의
형태로 이동성 자본을 획득하였으며 이들이 영원히 혹은 가장 중요하게
닻을 내리는 것은 한 지리적 장소가 아니라 그들의 일이라고 분석한 바 있
다 이들의 이동성은 전문적 수련의 일부가 되며 이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이처럼 이동성이 성공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것은 요가 강사들
에게도 마찬가지인데 요가의 기원지인 인도에서 유명한 스승에게 배웠다는
것은 그 요가 강사의 진정성과 정통성 그리고 그 결과로서의 지식을 보증하
는 상징으로도 기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렇게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는
요가 수련자들은 더 나은 삶의 방식을 찾기 위해 여행하는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라기보다는 여행 자체가 삶의 방식인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라는 개념
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동 중인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에 대해 연구한 얼스킨과 앤더슨에 의
하면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에게 초기의 이동성은 집에서 탈출하거나 사회
적 압력과 기대를 피하기 위해 추구될 수 있지만 점점 자아 창조라는 의제
를 중심으로 하게 된다(Erskine and Anderson 2013 140-141) 요가 수련
자들도 초기에는 한국을 탈출하는 것이 목적이었다가 나중에는 점점 더 나
은 요가 수련자가 되는 데 집중한다는 점은 이런 특징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의 증가된 이동성이 이후의 삶을 변화시키는 두 번째 패턴은 첫 번째
패턴과 겹칠 수도 있는데 장기여행에서 귀국하여 한국이 주거주지가 되더
라도 마음만은 계속 탈조선 상태에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계속
단기여행을 다니는 식으로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면서 직업 인간관계를 이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1
전과는 다르게 조직하기도 한다 지연의 경우 귀국 후 외국인과 결혼했고
요가 강사가 되어 일 년에 보통 2~3회씩 일본 동남아 등지로 요가 워크숍을
가는 한편 1~2개월씩은 인도에서 요가를 수련한다 지연은 ldquo호주나 유럽
캐나다 같은 곳은 도시여도 자연이 있고 여유가 있고 비슷한 가치관을 중요
시하는 사람들 속에서 살고 싶은데 한국에선 뭐 하나 충족시켜주는 게 없는rdquo
현실에 대해 불평하였다 그러면서 ldquo기존 회사를 그만두고 요가만 하는 걸
로 결정한 것rdquo ldquo원치 않는 정신적 스트레스 관계 이런 걸 최대한 만들지
않는 쪽으로 생활반경을 컨트롤하는 것rdquo은 ldquo최대한 이 헬조선의 영향을 받
지 않는 생활rdquo을 영위하기 위함이며 ldquo이젠 제가 사는 방식을 바꿔서 제
생활반경만큼은 헬조선이 안 되도록 말뚝 박고 공간확보를 한 것 같다rdquo고
말했다
본 연구의 대상자들 중 아직 선진국으로의 이주에 성공한 사례는 없지만
이렇게 이동성을 증대시킨 삶을 사는 사례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7 결론
본 연구에서는 오늘날 한국 젊은이들의 장기여행 현상을 헬조선 담론과
연결시키고 그 동안의 관광이나 이주 개념으로 설명되지 않던 부분들을 이
동성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하였다
본 연구에서 발견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 젊은이들의 장기여행
은 한국의 사회구조와 문화에 대한 불만을 가진 청년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며 헬조선 담론을 잘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
기여행 혹은 탈조선 여행으로 부를 수 있다 둘째 탈조선 여행의 이동 경로
는 계급에 따라 이원화되어 나타난다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장기여행은 중
하류층 청년들이 한국이나 선진국에서의 노동-개발도상국에서의 장기체류
를 반복하는 양상으로 나타났다 셋째 헬조선 탈출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오래 머무는 인도에서 주로 추구하는 목표는 휴식 치유 자아 찾기를 통한
322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헬조선 해독 활동이라 할 수 있다 넷째 이들이 탈조선 여행을 마친 후 나타
나는 삶의 변화로는 집의 의미가 변화하고 이동성이 증가하는 패턴을 들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크게는 전 지구적 이동성의 증가 관광과 이주의 경계가
흐려지는 추세 오늘날 청년들이 노동시장 진입을 비롯하여 점점 더 사회로
부터 배제되고 있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현실 등이 맞물려 나타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이후에 나타나는
개인적sdot사회적 변화는 인류학적으로 아주 흥미로운 현상일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이론화를 위해서는 앞으로 다음 지점들에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이다
첫 번째는 탈조선 여행자 혹은 탈조선 여행에서 얻은 이동성 자본을 직업
으로 전환시킨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이 나이가 들어도 계속 그러한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서구에는 60대
70대 노인 중에도 그런 사람들이 많지만 이는 복지제도가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90년대 이후 증가한 한국의 장기여행자들 중에서는 아무리 lsquo자유
로운 영혼rsquo의 소유자라 해도 부모가 나이 들기 시작하면 자식이 병원비를
부담해야 하고 자신의 노후대책을 직접 마련해야 되기 때문에 당장의 생계
유지에 급급한 생활인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과거의 장기여행과는
달리 오늘날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은 한국에서의 직업적 기반이나
경력을 쌓지 못한 청년들의 여행이며 강력한 구심력을 가진 한국에서의 탈
출이다 따라서 이들이 한국으로 돌아와 생활인이 되는 것이 힘들다면 대안
적으로 어떠한 직업적 가족적 삶이 가능할 것인가
두 번째는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에 라이프스타일이라는 개념을 연
결시킬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연구자는 본문에서 탈조선 여행자들에 대
해 현존하는 개념 중 가장 가까운 라이프스타일 여행자 및 라이프스타일
이동성에 기대어 설명하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사실 라이프스타일은 소비를
중심으로 하는 개념이라는 점에서 생존을 위해 탈출한 사회에서 배제된
청년들을 분류 혹은 설명할 수 있는 명칭이 될 수 있는지 어떠한 다른 개념
으로 보완 확장이 가능한지는 향후 중요한 연구과제라 하겠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3
이러한 지점들에 유념하여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양상 및 그 결과
를 탐구하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의 이탈자들에 대한 성찰적 연구가 되는
것은 물론 전 지구적인 인간의 이동에 대한 새로운 이론을 확립하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다
논문접수일 2016년 5월 31일 논문심사일 2016년 7월 2일 게재확정일 2016년 7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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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 985172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985173 서울 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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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7
ltKey conceptsgt Hell-Joseon long-term travel tourism migration lifestyle
migration lifestyle traveler lifestyle mobility
Long-term Travel as lsquoEscape from Hell-Joseon
A Research about Korean Travelers in India
Lee Minyoung14)
This research connects Korean young mens long-term travel with the
ldquoHell-Joseonrdquo discourse popular in Korea nowadays and explores the
so called lsquoescape from Hell-Joseonrsquo phenomenon and changes of their
lives after the trips with the concept of mobility since tourism and
migration cant explain it well A participant observation in India found
that the Korean long-term travelers are characteristic as the followings
1) Long-term travel is popular among the youth who complains about
the social structure and culture of Korea and their travel reflects the
ldquoHell-Joseonrdquo discourse So we can call this travel as escape from
Hell-Joseon 2) The travel routes of are differentiated according to the
class This research mainly deals with the circulation route of doing
physical labor in developed countries and relaxing in developing
countries popular among the lower middle class 3) Most of the travelers
often stay in India for a long time and their main purpose is
detoxification from Hell-Joseon through relaxation healing and
searching for the self 4) After they finish the long-term travel the
PhD Candidate Department of Anthropology Seoul National University
328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meaning of home is changed and their mobility is increased That
phenomenon seems to be entangled with the increasing global mobility
the blurring trend between tourism and migration and the structural
problem which excludes young men from entering the labor market and
the society in Korea Researching the backgrounds aspects and results
of escape from Hell-Joseon will be a reflective study about Korean
society and help to construct new theories about global movement of
people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7
엄청난 시간을 친구들과 어울리는 데 쓴다 이들의 삶은 느리고 빡빡한 매
일의 일정이 없으며 물질적 소유는 적고 현재를 즐길 시간이 많다 코펠라
는 이들이 가능한 곳에서 더 나은 삶을 찾으며 물가가 싸고 영적sdot예술적
의미와 결부된 곳에서 더 나은 삶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이용하는 것이라
고 해석하였다
인도의 장기체류자들이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이동하는 방향성은
이렇게 해석할 수 있겠으나 문제는 라이프스타일 이주라는 개념은 이들이
고국에서 인도로 한 번 이주한 다음 영구히 정착한다는 인상을 준다는 것이
다 그러나 사실 인도의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들은 대부분 3~6개월짜리 관광
자 비자로 인도에 장기체류하는 여행자들이며 비자를 갱신하기 위해 이웃
나라를 방문하거나 돈을 벌거나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자주 고국으
로 귀국한다 또한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헬조선 탈출 여행자들은 이 글의
서두에서 보았던 것처럼 호주 등 선진국에서의 노동 다른 동남아 국가들에
서의 여행 등 다양한 이동 루트를 거친다
이처럼 오랜 기간 다양한 장소들을 떠돌다 보면 이들의 탈조선 여행 이후
의 삶은 어떻게 변화할까
6 탈조선 여행 이후의 삶의 변화
이 장에서는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을 했던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이들에게 나타나는 lsquo집rsquo의 의미 변화를 살펴본
뒤 이들의 이동성을 라이프스타일 여행 및 라이프스타일 이동성이라는 개
념과 연결 지어 살펴본다
1) lsquo집rsquo의 의미 변화
탈조선하여 떠도는 사람들에게 집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왜 그렇게
318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오래 돌아다니냐는 연구자의 질문에 현정은 이 글의 서두에 인용한 것처럼
ldquo집에 가기 싫어서요rdquo라는 답과 함께 이제는 집이 불편하다는 말까지 했다
ldquo이제 집에 가도 제가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닌 것 같아요 불편해요 그래서
또 나오고요 엄마가 밥을 하루에 3번씩 해주시는데 처음에 빵만 하루에
3번 먹으면 속이 거북한 그 느낌처럼 밥에서 그런 느낌이 나던데요rdquo
현정의 말은 2가지 생각해볼 문제를 남긴다 첫 번째는 한국 사람인 현정
이 밥을 먹으면 속이 거북하다는 지점이다 지금은 약간 옅어지기는 했지만
한국의 해외여행 역사상 언제나 여행 경험담의 중요한 부분이 되어왔던 것
은 며칠만 외국을 여행해도 김치와 된장찌개가 그립고 한국인이라면 역시
밥을 먹어야 힘이 난다는 정서 그리고 한국인을 만나서 김치에 소주를 함께
먹으며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공유했던 정겨운 경험 등이다 이와 비교
할 때 현정과 같은 청년들에게서는 지금까지 한국인에게 lsquo밥rsquo으로 체화되어
있던 한국적 정서와 정체성이 옅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한국적 정서와 정체성이 옅어지는 것은 공간적으로도 체험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이 두 번째 지점 즉 ldquo집에 가도 제가 있어야 할 자리
가 아닌 것rdquo처럼 불편하고 그래서 또 외국으로 나간다는 말이다 과거 많은
한국인 여행자들은 lsquo나의 집rsquo 그리고 이를 확장한 lsquo내 나라rsquo가 세상에서 가
장 편안한 곳이라고들 이야기해왔으며 여행작가 한비야처럼 여러 언어를
구사하고 외국여행을 많이 한 사람도 틈날 때마다 집과 고국에 대한 그리움
을 토로하곤 했다 이처럼 집과 고국은 한 사회적 인간의 근원이자 지향점으
로 체화되어 있었고 그것이 당연하게 여겨져 왔으나 오늘날 현정과 같은
젊은이들은 여기서 불편함을 느끼고 탈출까지 감행한다 이러한 인식은 달
희의 말에서도 잘 드러난다 달희는 요가 연습 도중에 갑자기 눈물이 나서
소품실에 들어가 울다 나온 적이 여러 번 있었다 나중에 연구자가 이유를
물어보자 ldquo집에 가면 할 일도 없고 가고 싶지 않아서rdquo 울었다고 하였다
달희는 ldquo한국에 있으면 내일 할 일뿐만 아니라 그 동안 해왔던 일과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rdquo며 부담감을 드러냈다
이처럼 탈조선 여행자들에게 가족들이 사는 집 그리고 고국은 점점 불편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9
한 곳이 되어가며 잠시 돈을 벌거나 비자를 연장하기 위해 혹은 의료 혜택
을 받기 위해서와 같은 실용적인 목적을 위해 들르는 곳으로 변화되어 간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이들은 지속적으로 떠돌거나 고국을 주 거주지
로 하면서도 외국을 계속 돌아다니는 이동성이 증대된 삶을 살게 된다
2) 이동성의 증가
헬조선 탈출 이후 현정처럼 노동과 장기체류라는 순환을 지속적으로 반
복하며 계속 장기여행 중인 사람도 있지만 장기여행을 끝낸 후 한 장소에
정착하여 사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다면 장기여행을 끝낸 후 탈조선 여행자
들의 삶은 어떻게 변화되며 어떠한 새로운 특징이 나타날까 본 연구에서
는 다음 2가지 패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 번째 패턴은 요가와 같이 특정한 활동을 중심으로 증가된 이동성과
직업적 경력을 연결시키는 것이다 달희의 경우 요가를 배우기 위해 수년째
한국-인도를 오가다가 도중에 결심하고 요가 강사가 되었다 연구자와 만났
을 당시 달희는 인도에 3번 왔던 상태였다 수개월씩 여러 장소에서 각기
다른 요가를 배우기를 3년간 반복하다가 2012년 7월부터는 3년간 쭉 방콕
에서 머물며 강사 트레이닝 코스를 밟았다 2015년에는 귀국하여 요가 강사
자리를 알아보는 한편 지속으로 태국 인도 등에서 요가 워크숍에 참석하고
있다
이처럼 헬조선 탈출 여행자 중 요가 수련자들은 리시케쉬를 포함하여
요가를 배우거나 수련할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하는 삶의 방식을 유지한다
계절과 선호하는 강사의 존재 여부 등 다양한 조건에 맞추어 인도 내에서
이동하기도 하고 요가의 새로운 내용이나 전수 방식을 외국의 강사에게 배
울 수 있거나 또 다른 머물기 좋은 장소가 발견되면 인도를 벗어나 다른
나라로 이동하기도 한다 서구인들에 비하면 한국인의 이동 범위는 좀 더
아시아 위주로 한정되어 있는데 주로 한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지내다가 가
320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끔 태국 등 동남아 국가의 요가 센터나 요가 워크숍에 참여하는 형태이다
물론 이동 중간중간에 워킹 홀리데이로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일하거나 한
국에서 일하며 여행 자금을 단기간에 마련하기도 한다
요가 수련자들이 이처럼 계속 요가를 배우며 이동하는 것은 더 나은 요가
강사가 되도록 하는 이동성 자본(mobility capital)(Bell 2013 24)으로 기능
할 수도 있다 벨은 끊임없이 돌아다니는 음악 연주자들을 라이프스타일 여
행자로 분류하면서 이들이 경제적 부 대신 개인적sdot직업적 풍요로움 등의
형태로 이동성 자본을 획득하였으며 이들이 영원히 혹은 가장 중요하게
닻을 내리는 것은 한 지리적 장소가 아니라 그들의 일이라고 분석한 바 있
다 이들의 이동성은 전문적 수련의 일부가 되며 이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이처럼 이동성이 성공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것은 요가 강사들
에게도 마찬가지인데 요가의 기원지인 인도에서 유명한 스승에게 배웠다는
것은 그 요가 강사의 진정성과 정통성 그리고 그 결과로서의 지식을 보증하
는 상징으로도 기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렇게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는
요가 수련자들은 더 나은 삶의 방식을 찾기 위해 여행하는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라기보다는 여행 자체가 삶의 방식인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라는 개념
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동 중인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에 대해 연구한 얼스킨과 앤더슨에 의
하면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에게 초기의 이동성은 집에서 탈출하거나 사회
적 압력과 기대를 피하기 위해 추구될 수 있지만 점점 자아 창조라는 의제
를 중심으로 하게 된다(Erskine and Anderson 2013 140-141) 요가 수련
자들도 초기에는 한국을 탈출하는 것이 목적이었다가 나중에는 점점 더 나
은 요가 수련자가 되는 데 집중한다는 점은 이런 특징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의 증가된 이동성이 이후의 삶을 변화시키는 두 번째 패턴은 첫 번째
패턴과 겹칠 수도 있는데 장기여행에서 귀국하여 한국이 주거주지가 되더
라도 마음만은 계속 탈조선 상태에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계속
단기여행을 다니는 식으로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면서 직업 인간관계를 이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1
전과는 다르게 조직하기도 한다 지연의 경우 귀국 후 외국인과 결혼했고
요가 강사가 되어 일 년에 보통 2~3회씩 일본 동남아 등지로 요가 워크숍을
가는 한편 1~2개월씩은 인도에서 요가를 수련한다 지연은 ldquo호주나 유럽
캐나다 같은 곳은 도시여도 자연이 있고 여유가 있고 비슷한 가치관을 중요
시하는 사람들 속에서 살고 싶은데 한국에선 뭐 하나 충족시켜주는 게 없는rdquo
현실에 대해 불평하였다 그러면서 ldquo기존 회사를 그만두고 요가만 하는 걸
로 결정한 것rdquo ldquo원치 않는 정신적 스트레스 관계 이런 걸 최대한 만들지
않는 쪽으로 생활반경을 컨트롤하는 것rdquo은 ldquo최대한 이 헬조선의 영향을 받
지 않는 생활rdquo을 영위하기 위함이며 ldquo이젠 제가 사는 방식을 바꿔서 제
생활반경만큼은 헬조선이 안 되도록 말뚝 박고 공간확보를 한 것 같다rdquo고
말했다
본 연구의 대상자들 중 아직 선진국으로의 이주에 성공한 사례는 없지만
이렇게 이동성을 증대시킨 삶을 사는 사례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7 결론
본 연구에서는 오늘날 한국 젊은이들의 장기여행 현상을 헬조선 담론과
연결시키고 그 동안의 관광이나 이주 개념으로 설명되지 않던 부분들을 이
동성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하였다
본 연구에서 발견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 젊은이들의 장기여행
은 한국의 사회구조와 문화에 대한 불만을 가진 청년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며 헬조선 담론을 잘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
기여행 혹은 탈조선 여행으로 부를 수 있다 둘째 탈조선 여행의 이동 경로
는 계급에 따라 이원화되어 나타난다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장기여행은 중
하류층 청년들이 한국이나 선진국에서의 노동-개발도상국에서의 장기체류
를 반복하는 양상으로 나타났다 셋째 헬조선 탈출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오래 머무는 인도에서 주로 추구하는 목표는 휴식 치유 자아 찾기를 통한
322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헬조선 해독 활동이라 할 수 있다 넷째 이들이 탈조선 여행을 마친 후 나타
나는 삶의 변화로는 집의 의미가 변화하고 이동성이 증가하는 패턴을 들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크게는 전 지구적 이동성의 증가 관광과 이주의 경계가
흐려지는 추세 오늘날 청년들이 노동시장 진입을 비롯하여 점점 더 사회로
부터 배제되고 있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현실 등이 맞물려 나타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이후에 나타나는
개인적sdot사회적 변화는 인류학적으로 아주 흥미로운 현상일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이론화를 위해서는 앞으로 다음 지점들에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이다
첫 번째는 탈조선 여행자 혹은 탈조선 여행에서 얻은 이동성 자본을 직업
으로 전환시킨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이 나이가 들어도 계속 그러한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서구에는 60대
70대 노인 중에도 그런 사람들이 많지만 이는 복지제도가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90년대 이후 증가한 한국의 장기여행자들 중에서는 아무리 lsquo자유
로운 영혼rsquo의 소유자라 해도 부모가 나이 들기 시작하면 자식이 병원비를
부담해야 하고 자신의 노후대책을 직접 마련해야 되기 때문에 당장의 생계
유지에 급급한 생활인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과거의 장기여행과는
달리 오늘날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은 한국에서의 직업적 기반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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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에 라이프스타일이라는 개념을 연
결시킬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연구자는 본문에서 탈조선 여행자들에 대
해 현존하는 개념 중 가장 가까운 라이프스타일 여행자 및 라이프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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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지점들에 유념하여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양상 및 그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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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여할 것이다
논문접수일 2016년 5월 31일 논문심사일 2016년 7월 2일 게재확정일 2016년 7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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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ldquoWhen a Trip to Adulthood Becomes a Lifestyle Western Lifestyle
Migrants in Varanasi Indiardquo in M Benson and K OReilly eds
Lifestyle Migration Expectations Aspirations and Experiences Farnham
Ashgate Publishing Ltd pp 15-30
Lean Garth
2013 ldquoInvestigating Perpetual Travel Email Interviews and Longitudina
Methods in Travel Tourism and Mobilities Researchrdquo in S Cohen T
Duncan and M Thulemark eds Lifestyle Mobilities The Crossroads of
Travel Leisure and Migration Farnham Ashgate Publishing Ltd pp
99-112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5
OReilly Karen
2003 ldquoWhen Is a Tourist The Articulation of Tourism and Migration in
Spains Costa del Solrdquo Tourist Studies 3(3) 301-317
OReilly Karen and Michaela Benson
2009 ldquoLifestyle Migration Escaping to the Good Liferdquo in M Benson and K
OReilly eds Lifestyle Migration Expectations Aspirations and
Experiences Farnham Ashgate Publishing Ltd pp 1-13
Portes Alejandro Luis E Guarnizo and Patricia Landolt
1999 ldquoThe Study of Transnationalism Pitfalls and Promise of an Emergent
Research Fieldrdquo Ethnic and Racial Studies 22(2) 217-237
Schiller Nina Glick Linda Basch and Cristina Blanc-Szanton
1992a ldquoTowards a Definition of Transnationalismrdquo Annals of the New York
Academy of Sciences 645(1) ix-xiv
1992b ldquoTransnationalism A New Analytic Framework for Understanding
Migrationrdquo Annals of the New York Academy of Sciences 645(1) 1-24
Sheller Mimi and John Urry
2006 ldquoThe New Mobilities Paradigmrdquo Environment and Planning A 38(2)
207-226
Urry John
2007 Mobilities Cambridge Polity
Vertovec Steven
1999 ldquoConceiving and Researching Transnationalismrdquo Ethnic and Racial Studies
22(2) 447-462
Williams Allan M and C Michael Hall
2000 ldquoTourism and Migration New Relationships between Production and
Consumptionrdquo Tourism Geographies 2(1) 5-27
lt언론 및 인터넷 자료gt
뉴시스 ldquo성인 남middot녀 10명중 8명 헬조선 떠나 이민가고 싶어rdquo 2016년 1월 18일 기
사 httpwwwnewsiscomar_detailviewhtmlar_id=NISX20160118_
0013842838ampcID=10201amppID=10200(2016-07-08 접속)
사람인 ldquo성인남녀 79 이민 가고 싶어rdquo 2016년 1월 18일 기사 httpwww
saramincokrzf_userhelpliveviewidx=30205(2016-07-08 접속)
326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헤럴드경제 ldquo대형참사후 국적포기자 늘었다rdquo 2014년 4월 28일 기사 httpnews
heraldcorpcomviewphpud=20140428000292ampmd=20140501010056_BL
(2016-07-08 접속)
헬조선 wwwhellkoreacom(2016-07-08 접속)
The Isaac Brock Society ldquoComparing renunciation rates around the worldrdquo 2012
년 5월 23일 포스팅 httpisaacbrocksocietyca20120523comparing-
renunciation-rates-around-the-world(2016-07-08 접속)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7
ltKey conceptsgt Hell-Joseon long-term travel tourism migration lifestyle
migration lifestyle traveler lifestyle mobility
Long-term Travel as lsquoEscape from Hell-Joseon
A Research about Korean Travelers in India
Lee Minyoung14)
This research connects Korean young mens long-term travel with the
ldquoHell-Joseonrdquo discourse popular in Korea nowadays and explores the
so called lsquoescape from Hell-Joseonrsquo phenomenon and changes of their
lives after the trips with the concept of mobility since tourism and
migration cant explain it well A participant observation in India found
that the Korean long-term travelers are characteristic as the followings
1) Long-term travel is popular among the youth who complains about
the social structure and culture of Korea and their travel reflects the
ldquoHell-Joseonrdquo discourse So we can call this travel as escape from
Hell-Joseon 2) The travel routes of are differentiated according to the
class This research mainly deals with the circulation route of doing
physical labor in developed countries and relaxing in developing
countries popular among the lower middle class 3) Most of the travelers
often stay in India for a long time and their main purpose is
detoxification from Hell-Joseon through relaxation healing and
searching for the self 4) After they finish the long-term travel the
PhD Candidate Department of Anthropology Seoul National University
328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meaning of home is changed and their mobility is increased That
phenomenon seems to be entangled with the increasing global mobility
the blurring trend between tourism and migration and the structural
problem which excludes young men from entering the labor market and
the society in Korea Researching the backgrounds aspects and results
of escape from Hell-Joseon will be a reflective study about Korean
society and help to construct new theories about global movement of
people
318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오래 돌아다니냐는 연구자의 질문에 현정은 이 글의 서두에 인용한 것처럼
ldquo집에 가기 싫어서요rdquo라는 답과 함께 이제는 집이 불편하다는 말까지 했다
ldquo이제 집에 가도 제가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닌 것 같아요 불편해요 그래서
또 나오고요 엄마가 밥을 하루에 3번씩 해주시는데 처음에 빵만 하루에
3번 먹으면 속이 거북한 그 느낌처럼 밥에서 그런 느낌이 나던데요rdquo
현정의 말은 2가지 생각해볼 문제를 남긴다 첫 번째는 한국 사람인 현정
이 밥을 먹으면 속이 거북하다는 지점이다 지금은 약간 옅어지기는 했지만
한국의 해외여행 역사상 언제나 여행 경험담의 중요한 부분이 되어왔던 것
은 며칠만 외국을 여행해도 김치와 된장찌개가 그립고 한국인이라면 역시
밥을 먹어야 힘이 난다는 정서 그리고 한국인을 만나서 김치에 소주를 함께
먹으며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공유했던 정겨운 경험 등이다 이와 비교
할 때 현정과 같은 청년들에게서는 지금까지 한국인에게 lsquo밥rsquo으로 체화되어
있던 한국적 정서와 정체성이 옅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한국적 정서와 정체성이 옅어지는 것은 공간적으로도 체험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이 두 번째 지점 즉 ldquo집에 가도 제가 있어야 할 자리
가 아닌 것rdquo처럼 불편하고 그래서 또 외국으로 나간다는 말이다 과거 많은
한국인 여행자들은 lsquo나의 집rsquo 그리고 이를 확장한 lsquo내 나라rsquo가 세상에서 가
장 편안한 곳이라고들 이야기해왔으며 여행작가 한비야처럼 여러 언어를
구사하고 외국여행을 많이 한 사람도 틈날 때마다 집과 고국에 대한 그리움
을 토로하곤 했다 이처럼 집과 고국은 한 사회적 인간의 근원이자 지향점으
로 체화되어 있었고 그것이 당연하게 여겨져 왔으나 오늘날 현정과 같은
젊은이들은 여기서 불편함을 느끼고 탈출까지 감행한다 이러한 인식은 달
희의 말에서도 잘 드러난다 달희는 요가 연습 도중에 갑자기 눈물이 나서
소품실에 들어가 울다 나온 적이 여러 번 있었다 나중에 연구자가 이유를
물어보자 ldquo집에 가면 할 일도 없고 가고 싶지 않아서rdquo 울었다고 하였다
달희는 ldquo한국에 있으면 내일 할 일뿐만 아니라 그 동안 해왔던 일과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rdquo며 부담감을 드러냈다
이처럼 탈조선 여행자들에게 가족들이 사는 집 그리고 고국은 점점 불편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19
한 곳이 되어가며 잠시 돈을 벌거나 비자를 연장하기 위해 혹은 의료 혜택
을 받기 위해서와 같은 실용적인 목적을 위해 들르는 곳으로 변화되어 간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이들은 지속적으로 떠돌거나 고국을 주 거주지
로 하면서도 외국을 계속 돌아다니는 이동성이 증대된 삶을 살게 된다
2) 이동성의 증가
헬조선 탈출 이후 현정처럼 노동과 장기체류라는 순환을 지속적으로 반
복하며 계속 장기여행 중인 사람도 있지만 장기여행을 끝낸 후 한 장소에
정착하여 사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다면 장기여행을 끝낸 후 탈조선 여행자
들의 삶은 어떻게 변화되며 어떠한 새로운 특징이 나타날까 본 연구에서
는 다음 2가지 패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 번째 패턴은 요가와 같이 특정한 활동을 중심으로 증가된 이동성과
직업적 경력을 연결시키는 것이다 달희의 경우 요가를 배우기 위해 수년째
한국-인도를 오가다가 도중에 결심하고 요가 강사가 되었다 연구자와 만났
을 당시 달희는 인도에 3번 왔던 상태였다 수개월씩 여러 장소에서 각기
다른 요가를 배우기를 3년간 반복하다가 2012년 7월부터는 3년간 쭉 방콕
에서 머물며 강사 트레이닝 코스를 밟았다 2015년에는 귀국하여 요가 강사
자리를 알아보는 한편 지속으로 태국 인도 등에서 요가 워크숍에 참석하고
있다
이처럼 헬조선 탈출 여행자 중 요가 수련자들은 리시케쉬를 포함하여
요가를 배우거나 수련할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하는 삶의 방식을 유지한다
계절과 선호하는 강사의 존재 여부 등 다양한 조건에 맞추어 인도 내에서
이동하기도 하고 요가의 새로운 내용이나 전수 방식을 외국의 강사에게 배
울 수 있거나 또 다른 머물기 좋은 장소가 발견되면 인도를 벗어나 다른
나라로 이동하기도 한다 서구인들에 비하면 한국인의 이동 범위는 좀 더
아시아 위주로 한정되어 있는데 주로 한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지내다가 가
320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끔 태국 등 동남아 국가의 요가 센터나 요가 워크숍에 참여하는 형태이다
물론 이동 중간중간에 워킹 홀리데이로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일하거나 한
국에서 일하며 여행 자금을 단기간에 마련하기도 한다
요가 수련자들이 이처럼 계속 요가를 배우며 이동하는 것은 더 나은 요가
강사가 되도록 하는 이동성 자본(mobility capital)(Bell 2013 24)으로 기능
할 수도 있다 벨은 끊임없이 돌아다니는 음악 연주자들을 라이프스타일 여
행자로 분류하면서 이들이 경제적 부 대신 개인적sdot직업적 풍요로움 등의
형태로 이동성 자본을 획득하였으며 이들이 영원히 혹은 가장 중요하게
닻을 내리는 것은 한 지리적 장소가 아니라 그들의 일이라고 분석한 바 있
다 이들의 이동성은 전문적 수련의 일부가 되며 이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이처럼 이동성이 성공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것은 요가 강사들
에게도 마찬가지인데 요가의 기원지인 인도에서 유명한 스승에게 배웠다는
것은 그 요가 강사의 진정성과 정통성 그리고 그 결과로서의 지식을 보증하
는 상징으로도 기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렇게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는
요가 수련자들은 더 나은 삶의 방식을 찾기 위해 여행하는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라기보다는 여행 자체가 삶의 방식인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라는 개념
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동 중인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에 대해 연구한 얼스킨과 앤더슨에 의
하면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에게 초기의 이동성은 집에서 탈출하거나 사회
적 압력과 기대를 피하기 위해 추구될 수 있지만 점점 자아 창조라는 의제
를 중심으로 하게 된다(Erskine and Anderson 2013 140-141) 요가 수련
자들도 초기에는 한국을 탈출하는 것이 목적이었다가 나중에는 점점 더 나
은 요가 수련자가 되는 데 집중한다는 점은 이런 특징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의 증가된 이동성이 이후의 삶을 변화시키는 두 번째 패턴은 첫 번째
패턴과 겹칠 수도 있는데 장기여행에서 귀국하여 한국이 주거주지가 되더
라도 마음만은 계속 탈조선 상태에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계속
단기여행을 다니는 식으로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면서 직업 인간관계를 이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1
전과는 다르게 조직하기도 한다 지연의 경우 귀국 후 외국인과 결혼했고
요가 강사가 되어 일 년에 보통 2~3회씩 일본 동남아 등지로 요가 워크숍을
가는 한편 1~2개월씩은 인도에서 요가를 수련한다 지연은 ldquo호주나 유럽
캐나다 같은 곳은 도시여도 자연이 있고 여유가 있고 비슷한 가치관을 중요
시하는 사람들 속에서 살고 싶은데 한국에선 뭐 하나 충족시켜주는 게 없는rdquo
현실에 대해 불평하였다 그러면서 ldquo기존 회사를 그만두고 요가만 하는 걸
로 결정한 것rdquo ldquo원치 않는 정신적 스트레스 관계 이런 걸 최대한 만들지
않는 쪽으로 생활반경을 컨트롤하는 것rdquo은 ldquo최대한 이 헬조선의 영향을 받
지 않는 생활rdquo을 영위하기 위함이며 ldquo이젠 제가 사는 방식을 바꿔서 제
생활반경만큼은 헬조선이 안 되도록 말뚝 박고 공간확보를 한 것 같다rdquo고
말했다
본 연구의 대상자들 중 아직 선진국으로의 이주에 성공한 사례는 없지만
이렇게 이동성을 증대시킨 삶을 사는 사례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7 결론
본 연구에서는 오늘날 한국 젊은이들의 장기여행 현상을 헬조선 담론과
연결시키고 그 동안의 관광이나 이주 개념으로 설명되지 않던 부분들을 이
동성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하였다
본 연구에서 발견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 젊은이들의 장기여행
은 한국의 사회구조와 문화에 대한 불만을 가진 청년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며 헬조선 담론을 잘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
기여행 혹은 탈조선 여행으로 부를 수 있다 둘째 탈조선 여행의 이동 경로
는 계급에 따라 이원화되어 나타난다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장기여행은 중
하류층 청년들이 한국이나 선진국에서의 노동-개발도상국에서의 장기체류
를 반복하는 양상으로 나타났다 셋째 헬조선 탈출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오래 머무는 인도에서 주로 추구하는 목표는 휴식 치유 자아 찾기를 통한
322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헬조선 해독 활동이라 할 수 있다 넷째 이들이 탈조선 여행을 마친 후 나타
나는 삶의 변화로는 집의 의미가 변화하고 이동성이 증가하는 패턴을 들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크게는 전 지구적 이동성의 증가 관광과 이주의 경계가
흐려지는 추세 오늘날 청년들이 노동시장 진입을 비롯하여 점점 더 사회로
부터 배제되고 있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현실 등이 맞물려 나타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이후에 나타나는
개인적sdot사회적 변화는 인류학적으로 아주 흥미로운 현상일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이론화를 위해서는 앞으로 다음 지점들에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이다
첫 번째는 탈조선 여행자 혹은 탈조선 여행에서 얻은 이동성 자본을 직업
으로 전환시킨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이 나이가 들어도 계속 그러한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서구에는 60대
70대 노인 중에도 그런 사람들이 많지만 이는 복지제도가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90년대 이후 증가한 한국의 장기여행자들 중에서는 아무리 lsquo자유
로운 영혼rsquo의 소유자라 해도 부모가 나이 들기 시작하면 자식이 병원비를
부담해야 하고 자신의 노후대책을 직접 마련해야 되기 때문에 당장의 생계
유지에 급급한 생활인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과거의 장기여행과는
달리 오늘날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은 한국에서의 직업적 기반이나
경력을 쌓지 못한 청년들의 여행이며 강력한 구심력을 가진 한국에서의 탈
출이다 따라서 이들이 한국으로 돌아와 생활인이 되는 것이 힘들다면 대안
적으로 어떠한 직업적 가족적 삶이 가능할 것인가
두 번째는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에 라이프스타일이라는 개념을 연
결시킬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연구자는 본문에서 탈조선 여행자들에 대
해 현존하는 개념 중 가장 가까운 라이프스타일 여행자 및 라이프스타일
이동성에 기대어 설명하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사실 라이프스타일은 소비를
중심으로 하는 개념이라는 점에서 생존을 위해 탈출한 사회에서 배제된
청년들을 분류 혹은 설명할 수 있는 명칭이 될 수 있는지 어떠한 다른 개념
으로 보완 확장이 가능한지는 향후 중요한 연구과제라 하겠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3
이러한 지점들에 유념하여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양상 및 그 결과
를 탐구하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의 이탈자들에 대한 성찰적 연구가 되는
것은 물론 전 지구적인 인간의 이동에 대한 새로운 이론을 확립하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다
논문접수일 2016년 5월 31일 논문심사일 2016년 7월 2일 게재확정일 2016년 7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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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httpwwwnewsiscomar_detailviewhtmlar_id=NISX20160118_
0013842838ampcID=10201amppID=10200(2016-07-08 접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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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nunciation-rates-around-the-world(2016-07-08 접속)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7
ltKey conceptsgt Hell-Joseon long-term travel tourism migration lifestyle
migration lifestyle traveler lifestyle mobility
Long-term Travel as lsquoEscape from Hell-Joseon
A Research about Korean Travelers in India
Lee Minyoung14)
This research connects Korean young mens long-term travel with the
ldquoHell-Joseonrdquo discourse popular in Korea nowadays and explores the
so called lsquoescape from Hell-Joseonrsquo phenomenon and changes of their
lives after the trips with the concept of mobility since tourism and
migration cant explain it well A participant observation in India found
that the Korean long-term travelers are characteristic as the followings
1) Long-term travel is popular among the youth who complains about
the social structure and culture of Korea and their travel reflects the
ldquoHell-Joseonrdquo discourse So we can call this travel as escape from
Hell-Joseon 2) The travel routes of are differentiated according to the
class This research mainly deals with the circulation route of doing
physical labor in developed countries and relaxing in developing
countries popular among the lower middle class 3) Most of the travelers
often stay in India for a long time and their main purpose is
detoxification from Hell-Joseon through relaxation healing and
searching for the self 4) After they finish the long-term travel t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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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aning of home is changed and their mobility is increased That
phenomenon seems to be entangled with the increasing global mobility
the blurring trend between tourism and migration and the structural
problem which excludes young men from entering the labor market and
the society in Korea Researching the backgrounds aspects and results
of escape from Hell-Joseon will be a reflective study about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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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곳이 되어가며 잠시 돈을 벌거나 비자를 연장하기 위해 혹은 의료 혜택
을 받기 위해서와 같은 실용적인 목적을 위해 들르는 곳으로 변화되어 간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이들은 지속적으로 떠돌거나 고국을 주 거주지
로 하면서도 외국을 계속 돌아다니는 이동성이 증대된 삶을 살게 된다
2) 이동성의 증가
헬조선 탈출 이후 현정처럼 노동과 장기체류라는 순환을 지속적으로 반
복하며 계속 장기여행 중인 사람도 있지만 장기여행을 끝낸 후 한 장소에
정착하여 사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다면 장기여행을 끝낸 후 탈조선 여행자
들의 삶은 어떻게 변화되며 어떠한 새로운 특징이 나타날까 본 연구에서
는 다음 2가지 패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 번째 패턴은 요가와 같이 특정한 활동을 중심으로 증가된 이동성과
직업적 경력을 연결시키는 것이다 달희의 경우 요가를 배우기 위해 수년째
한국-인도를 오가다가 도중에 결심하고 요가 강사가 되었다 연구자와 만났
을 당시 달희는 인도에 3번 왔던 상태였다 수개월씩 여러 장소에서 각기
다른 요가를 배우기를 3년간 반복하다가 2012년 7월부터는 3년간 쭉 방콕
에서 머물며 강사 트레이닝 코스를 밟았다 2015년에는 귀국하여 요가 강사
자리를 알아보는 한편 지속으로 태국 인도 등에서 요가 워크숍에 참석하고
있다
이처럼 헬조선 탈출 여행자 중 요가 수련자들은 리시케쉬를 포함하여
요가를 배우거나 수련할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하는 삶의 방식을 유지한다
계절과 선호하는 강사의 존재 여부 등 다양한 조건에 맞추어 인도 내에서
이동하기도 하고 요가의 새로운 내용이나 전수 방식을 외국의 강사에게 배
울 수 있거나 또 다른 머물기 좋은 장소가 발견되면 인도를 벗어나 다른
나라로 이동하기도 한다 서구인들에 비하면 한국인의 이동 범위는 좀 더
아시아 위주로 한정되어 있는데 주로 한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지내다가 가
320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끔 태국 등 동남아 국가의 요가 센터나 요가 워크숍에 참여하는 형태이다
물론 이동 중간중간에 워킹 홀리데이로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일하거나 한
국에서 일하며 여행 자금을 단기간에 마련하기도 한다
요가 수련자들이 이처럼 계속 요가를 배우며 이동하는 것은 더 나은 요가
강사가 되도록 하는 이동성 자본(mobility capital)(Bell 2013 24)으로 기능
할 수도 있다 벨은 끊임없이 돌아다니는 음악 연주자들을 라이프스타일 여
행자로 분류하면서 이들이 경제적 부 대신 개인적sdot직업적 풍요로움 등의
형태로 이동성 자본을 획득하였으며 이들이 영원히 혹은 가장 중요하게
닻을 내리는 것은 한 지리적 장소가 아니라 그들의 일이라고 분석한 바 있
다 이들의 이동성은 전문적 수련의 일부가 되며 이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이처럼 이동성이 성공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것은 요가 강사들
에게도 마찬가지인데 요가의 기원지인 인도에서 유명한 스승에게 배웠다는
것은 그 요가 강사의 진정성과 정통성 그리고 그 결과로서의 지식을 보증하
는 상징으로도 기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렇게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는
요가 수련자들은 더 나은 삶의 방식을 찾기 위해 여행하는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라기보다는 여행 자체가 삶의 방식인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라는 개념
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동 중인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에 대해 연구한 얼스킨과 앤더슨에 의
하면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에게 초기의 이동성은 집에서 탈출하거나 사회
적 압력과 기대를 피하기 위해 추구될 수 있지만 점점 자아 창조라는 의제
를 중심으로 하게 된다(Erskine and Anderson 2013 140-141) 요가 수련
자들도 초기에는 한국을 탈출하는 것이 목적이었다가 나중에는 점점 더 나
은 요가 수련자가 되는 데 집중한다는 점은 이런 특징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의 증가된 이동성이 이후의 삶을 변화시키는 두 번째 패턴은 첫 번째
패턴과 겹칠 수도 있는데 장기여행에서 귀국하여 한국이 주거주지가 되더
라도 마음만은 계속 탈조선 상태에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계속
단기여행을 다니는 식으로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면서 직업 인간관계를 이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1
전과는 다르게 조직하기도 한다 지연의 경우 귀국 후 외국인과 결혼했고
요가 강사가 되어 일 년에 보통 2~3회씩 일본 동남아 등지로 요가 워크숍을
가는 한편 1~2개월씩은 인도에서 요가를 수련한다 지연은 ldquo호주나 유럽
캐나다 같은 곳은 도시여도 자연이 있고 여유가 있고 비슷한 가치관을 중요
시하는 사람들 속에서 살고 싶은데 한국에선 뭐 하나 충족시켜주는 게 없는rdquo
현실에 대해 불평하였다 그러면서 ldquo기존 회사를 그만두고 요가만 하는 걸
로 결정한 것rdquo ldquo원치 않는 정신적 스트레스 관계 이런 걸 최대한 만들지
않는 쪽으로 생활반경을 컨트롤하는 것rdquo은 ldquo최대한 이 헬조선의 영향을 받
지 않는 생활rdquo을 영위하기 위함이며 ldquo이젠 제가 사는 방식을 바꿔서 제
생활반경만큼은 헬조선이 안 되도록 말뚝 박고 공간확보를 한 것 같다rdquo고
말했다
본 연구의 대상자들 중 아직 선진국으로의 이주에 성공한 사례는 없지만
이렇게 이동성을 증대시킨 삶을 사는 사례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7 결론
본 연구에서는 오늘날 한국 젊은이들의 장기여행 현상을 헬조선 담론과
연결시키고 그 동안의 관광이나 이주 개념으로 설명되지 않던 부분들을 이
동성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하였다
본 연구에서 발견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 젊은이들의 장기여행
은 한국의 사회구조와 문화에 대한 불만을 가진 청년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며 헬조선 담론을 잘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
기여행 혹은 탈조선 여행으로 부를 수 있다 둘째 탈조선 여행의 이동 경로
는 계급에 따라 이원화되어 나타난다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장기여행은 중
하류층 청년들이 한국이나 선진국에서의 노동-개발도상국에서의 장기체류
를 반복하는 양상으로 나타났다 셋째 헬조선 탈출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오래 머무는 인도에서 주로 추구하는 목표는 휴식 치유 자아 찾기를 통한
322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헬조선 해독 활동이라 할 수 있다 넷째 이들이 탈조선 여행을 마친 후 나타
나는 삶의 변화로는 집의 의미가 변화하고 이동성이 증가하는 패턴을 들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크게는 전 지구적 이동성의 증가 관광과 이주의 경계가
흐려지는 추세 오늘날 청년들이 노동시장 진입을 비롯하여 점점 더 사회로
부터 배제되고 있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현실 등이 맞물려 나타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이후에 나타나는
개인적sdot사회적 변화는 인류학적으로 아주 흥미로운 현상일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이론화를 위해서는 앞으로 다음 지점들에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이다
첫 번째는 탈조선 여행자 혹은 탈조선 여행에서 얻은 이동성 자본을 직업
으로 전환시킨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이 나이가 들어도 계속 그러한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서구에는 60대
70대 노인 중에도 그런 사람들이 많지만 이는 복지제도가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90년대 이후 증가한 한국의 장기여행자들 중에서는 아무리 lsquo자유
로운 영혼rsquo의 소유자라 해도 부모가 나이 들기 시작하면 자식이 병원비를
부담해야 하고 자신의 노후대책을 직접 마련해야 되기 때문에 당장의 생계
유지에 급급한 생활인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과거의 장기여행과는
달리 오늘날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은 한국에서의 직업적 기반이나
경력을 쌓지 못한 청년들의 여행이며 강력한 구심력을 가진 한국에서의 탈
출이다 따라서 이들이 한국으로 돌아와 생활인이 되는 것이 힘들다면 대안
적으로 어떠한 직업적 가족적 삶이 가능할 것인가
두 번째는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에 라이프스타일이라는 개념을 연
결시킬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연구자는 본문에서 탈조선 여행자들에 대
해 현존하는 개념 중 가장 가까운 라이프스타일 여행자 및 라이프스타일
이동성에 기대어 설명하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사실 라이프스타일은 소비를
중심으로 하는 개념이라는 점에서 생존을 위해 탈출한 사회에서 배제된
청년들을 분류 혹은 설명할 수 있는 명칭이 될 수 있는지 어떠한 다른 개념
으로 보완 확장이 가능한지는 향후 중요한 연구과제라 하겠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3
이러한 지점들에 유념하여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양상 및 그 결과
를 탐구하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의 이탈자들에 대한 성찰적 연구가 되는
것은 물론 전 지구적인 인간의 이동에 대한 새로운 이론을 확립하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다
논문접수일 2016년 5월 31일 논문심사일 2016년 7월 2일 게재확정일 2016년 7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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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 985172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985173 서울 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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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7
ltKey conceptsgt Hell-Joseon long-term travel tourism migration lifestyle
migration lifestyle traveler lifestyle mobility
Long-term Travel as lsquoEscape from Hell-Joseon
A Research about Korean Travelers in India
Lee Minyoung14)
This research connects Korean young mens long-term travel with the
ldquoHell-Joseonrdquo discourse popular in Korea nowadays and explores the
so called lsquoescape from Hell-Joseonrsquo phenomenon and changes of their
lives after the trips with the concept of mobility since tourism and
migration cant explain it well A participant observation in India found
that the Korean long-term travelers are characteristic as the followings
1) Long-term travel is popular among the youth who complains about
the social structure and culture of Korea and their travel reflects the
ldquoHell-Joseonrdquo discourse So we can call this travel as escape from
Hell-Joseon 2) The travel routes of are differentiated according to the
class This research mainly deals with the circulation route of doing
physical labor in developed countries and relaxing in developing
countries popular among the lower middle class 3) Most of the travelers
often stay in India for a long time and their main purpose is
detoxification from Hell-Joseon through relaxation healing and
searching for the self 4) After they finish the long-term travel the
PhD Candidate Department of Anthropology Seoul National University
328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meaning of home is changed and their mobility is increased That
phenomenon seems to be entangled with the increasing global mobility
the blurring trend between tourism and migration and the structural
problem which excludes young men from entering the labor market and
the society in Korea Researching the backgrounds aspects and results
of escape from Hell-Joseon will be a reflective study about Korean
society and help to construct new theories about global movement of
people
320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끔 태국 등 동남아 국가의 요가 센터나 요가 워크숍에 참여하는 형태이다
물론 이동 중간중간에 워킹 홀리데이로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일하거나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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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 수련자들이 이처럼 계속 요가를 배우며 이동하는 것은 더 나은 요가
강사가 되도록 하는 이동성 자본(mobility capital)(Bell 2013 24)으로 기능
할 수도 있다 벨은 끊임없이 돌아다니는 음악 연주자들을 라이프스타일 여
행자로 분류하면서 이들이 경제적 부 대신 개인적sdot직업적 풍요로움 등의
형태로 이동성 자본을 획득하였으며 이들이 영원히 혹은 가장 중요하게
닻을 내리는 것은 한 지리적 장소가 아니라 그들의 일이라고 분석한 바 있
다 이들의 이동성은 전문적 수련의 일부가 되며 이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이처럼 이동성이 성공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것은 요가 강사들
에게도 마찬가지인데 요가의 기원지인 인도에서 유명한 스승에게 배웠다는
것은 그 요가 강사의 진정성과 정통성 그리고 그 결과로서의 지식을 보증하
는 상징으로도 기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렇게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는
요가 수련자들은 더 나은 삶의 방식을 찾기 위해 여행하는 라이프스타일
이주자라기보다는 여행 자체가 삶의 방식인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라는 개념
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동 중인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에 대해 연구한 얼스킨과 앤더슨에 의
하면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에게 초기의 이동성은 집에서 탈출하거나 사회
적 압력과 기대를 피하기 위해 추구될 수 있지만 점점 자아 창조라는 의제
를 중심으로 하게 된다(Erskine and Anderson 2013 140-141) 요가 수련
자들도 초기에는 한국을 탈출하는 것이 목적이었다가 나중에는 점점 더 나
은 요가 수련자가 되는 데 집중한다는 점은 이런 특징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의 증가된 이동성이 이후의 삶을 변화시키는 두 번째 패턴은 첫 번째
패턴과 겹칠 수도 있는데 장기여행에서 귀국하여 한국이 주거주지가 되더
라도 마음만은 계속 탈조선 상태에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계속
단기여행을 다니는 식으로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면서 직업 인간관계를 이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1
전과는 다르게 조직하기도 한다 지연의 경우 귀국 후 외국인과 결혼했고
요가 강사가 되어 일 년에 보통 2~3회씩 일본 동남아 등지로 요가 워크숍을
가는 한편 1~2개월씩은 인도에서 요가를 수련한다 지연은 ldquo호주나 유럽
캐나다 같은 곳은 도시여도 자연이 있고 여유가 있고 비슷한 가치관을 중요
시하는 사람들 속에서 살고 싶은데 한국에선 뭐 하나 충족시켜주는 게 없는rdquo
현실에 대해 불평하였다 그러면서 ldquo기존 회사를 그만두고 요가만 하는 걸
로 결정한 것rdquo ldquo원치 않는 정신적 스트레스 관계 이런 걸 최대한 만들지
않는 쪽으로 생활반경을 컨트롤하는 것rdquo은 ldquo최대한 이 헬조선의 영향을 받
지 않는 생활rdquo을 영위하기 위함이며 ldquo이젠 제가 사는 방식을 바꿔서 제
생활반경만큼은 헬조선이 안 되도록 말뚝 박고 공간확보를 한 것 같다rdquo고
말했다
본 연구의 대상자들 중 아직 선진국으로의 이주에 성공한 사례는 없지만
이렇게 이동성을 증대시킨 삶을 사는 사례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7 결론
본 연구에서는 오늘날 한국 젊은이들의 장기여행 현상을 헬조선 담론과
연결시키고 그 동안의 관광이나 이주 개념으로 설명되지 않던 부분들을 이
동성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하였다
본 연구에서 발견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 젊은이들의 장기여행
은 한국의 사회구조와 문화에 대한 불만을 가진 청년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며 헬조선 담론을 잘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
기여행 혹은 탈조선 여행으로 부를 수 있다 둘째 탈조선 여행의 이동 경로
는 계급에 따라 이원화되어 나타난다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장기여행은 중
하류층 청년들이 한국이나 선진국에서의 노동-개발도상국에서의 장기체류
를 반복하는 양상으로 나타났다 셋째 헬조선 탈출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오래 머무는 인도에서 주로 추구하는 목표는 휴식 치유 자아 찾기를 통한
322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헬조선 해독 활동이라 할 수 있다 넷째 이들이 탈조선 여행을 마친 후 나타
나는 삶의 변화로는 집의 의미가 변화하고 이동성이 증가하는 패턴을 들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크게는 전 지구적 이동성의 증가 관광과 이주의 경계가
흐려지는 추세 오늘날 청년들이 노동시장 진입을 비롯하여 점점 더 사회로
부터 배제되고 있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현실 등이 맞물려 나타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이후에 나타나는
개인적sdot사회적 변화는 인류학적으로 아주 흥미로운 현상일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이론화를 위해서는 앞으로 다음 지점들에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이다
첫 번째는 탈조선 여행자 혹은 탈조선 여행에서 얻은 이동성 자본을 직업
으로 전환시킨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이 나이가 들어도 계속 그러한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서구에는 60대
70대 노인 중에도 그런 사람들이 많지만 이는 복지제도가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90년대 이후 증가한 한국의 장기여행자들 중에서는 아무리 lsquo자유
로운 영혼rsquo의 소유자라 해도 부모가 나이 들기 시작하면 자식이 병원비를
부담해야 하고 자신의 노후대책을 직접 마련해야 되기 때문에 당장의 생계
유지에 급급한 생활인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과거의 장기여행과는
달리 오늘날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은 한국에서의 직업적 기반이나
경력을 쌓지 못한 청년들의 여행이며 강력한 구심력을 가진 한국에서의 탈
출이다 따라서 이들이 한국으로 돌아와 생활인이 되는 것이 힘들다면 대안
적으로 어떠한 직업적 가족적 삶이 가능할 것인가
두 번째는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에 라이프스타일이라는 개념을 연
결시킬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연구자는 본문에서 탈조선 여행자들에 대
해 현존하는 개념 중 가장 가까운 라이프스타일 여행자 및 라이프스타일
이동성에 기대어 설명하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사실 라이프스타일은 소비를
중심으로 하는 개념이라는 점에서 생존을 위해 탈출한 사회에서 배제된
청년들을 분류 혹은 설명할 수 있는 명칭이 될 수 있는지 어떠한 다른 개념
으로 보완 확장이 가능한지는 향후 중요한 연구과제라 하겠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3
이러한 지점들에 유념하여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양상 및 그 결과
를 탐구하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의 이탈자들에 대한 성찰적 연구가 되는
것은 물론 전 지구적인 인간의 이동에 대한 새로운 이론을 확립하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다
논문접수일 2016년 5월 31일 논문심사일 2016년 7월 2일 게재확정일 2016년 7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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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ncan M Thulemark eds Lifestyle Mobilities Intersections of Travel
Leisure and Migration Farnham Ashgate Publishing Ltd pp 129-142
Kearney Michael
1995 ldquoThe Local and the Global The Anthropology of Globalization and
Transnationalismrdquo Annual Review of Anthropology 24 547-565
Korpela Mari
2009 ldquoWhen a Trip to Adulthood Becomes a Lifestyle Western Lifestyle
Migrants in Varanasi Indiardquo in M Benson and K OReilly eds
Lifestyle Migration Expectations Aspirations and Experiences Farnham
Ashgate Publishing Ltd pp 15-30
Lean Garth
2013 ldquoInvestigating Perpetual Travel Email Interviews and Longitudina
Methods in Travel Tourism and Mobilities Researchrdquo in S Cohen T
Duncan and M Thulemark eds Lifestyle Mobilities The Crossroads of
Travel Leisure and Migration Farnham Ashgate Publishing Ltd pp
99-112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5
OReilly Karen
2003 ldquoWhen Is a Tourist The Articulation of Tourism and Migration in
Spains Costa del Solrdquo Tourist Studies 3(3) 301-317
OReilly Karen and Michaela Benson
2009 ldquoLifestyle Migration Escaping to the Good Liferdquo in M Benson and K
OReilly eds Lifestyle Migration Expectations Aspirations and
Experiences Farnham Ashgate Publishing Ltd pp 1-13
Portes Alejandro Luis E Guarnizo and Patricia Landolt
1999 ldquoThe Study of Transnationalism Pitfalls and Promise of an Emergent
Research Fieldrdquo Ethnic and Racial Studies 22(2) 217-237
Schiller Nina Glick Linda Basch and Cristina Blanc-Szanton
1992a ldquoTowards a Definition of Transnationalismrdquo Annals of the New York
Academy of Sciences 645(1) ix-xiv
1992b ldquoTransnationalism A New Analytic Framework for Understanding
Migrationrdquo Annals of the New York Academy of Sciences 645(1) 1-24
Sheller Mimi and John Urry
2006 ldquoThe New Mobilities Paradigmrdquo Environment and Planning A 38(2)
207-226
Urry John
2007 Mobilities Cambridge Polity
Vertovec Steven
1999 ldquoConceiving and Researching Transnationalismrdquo Ethnic and Racial Studies
22(2) 447-462
Williams Allan M and C Michael Hall
2000 ldquoTourism and Migration New Relationships between Production and
Consumptionrdquo Tourism Geographies 2(1) 5-27
lt언론 및 인터넷 자료gt
뉴시스 ldquo성인 남middot녀 10명중 8명 헬조선 떠나 이민가고 싶어rdquo 2016년 1월 18일 기
사 httpwwwnewsiscomar_detailviewhtmlar_id=NISX20160118_
0013842838ampcID=10201amppID=10200(2016-07-08 접속)
사람인 ldquo성인남녀 79 이민 가고 싶어rdquo 2016년 1월 18일 기사 httpwww
saramincokrzf_userhelpliveviewidx=30205(2016-07-08 접속)
326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헤럴드경제 ldquo대형참사후 국적포기자 늘었다rdquo 2014년 4월 28일 기사 httpnews
heraldcorpcomviewphpud=20140428000292ampmd=20140501010056_BL
(2016-07-08 접속)
헬조선 wwwhellkoreacom(2016-07-08 접속)
The Isaac Brock Society ldquoComparing renunciation rates around the worldrdquo 2012
년 5월 23일 포스팅 httpisaacbrocksocietyca20120523comparing-
renunciation-rates-around-the-world(2016-07-08 접속)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7
ltKey conceptsgt Hell-Joseon long-term travel tourism migration lifestyle
migration lifestyle traveler lifestyle mobility
Long-term Travel as lsquoEscape from Hell-Joseon
A Research about Korean Travelers in India
Lee Minyoung14)
This research connects Korean young mens long-term travel with the
ldquoHell-Joseonrdquo discourse popular in Korea nowadays and explores the
so called lsquoescape from Hell-Joseonrsquo phenomenon and changes of their
lives after the trips with the concept of mobility since tourism and
migration cant explain it well A participant observation in India found
that the Korean long-term travelers are characteristic as the followings
1) Long-term travel is popular among the youth who complains about
the social structure and culture of Korea and their travel reflects the
ldquoHell-Joseonrdquo discourse So we can call this travel as escape from
Hell-Joseon 2) The travel routes of are differentiated according to the
class This research mainly deals with the circulation route of doing
physical labor in developed countries and relaxing in developing
countries popular among the lower middle class 3) Most of the travelers
often stay in India for a long time and their main purpose is
detoxification from Hell-Joseon through relaxation healing and
searching for the self 4) After they finish the long-term travel the
PhD Candidate Department of Anthropology Seoul National University
328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meaning of home is changed and their mobility is increased That
phenomenon seems to be entangled with the increasing global mobility
the blurring trend between tourism and migration and the structural
problem which excludes young men from entering the labor market and
the society in Korea Researching the backgrounds aspects and results
of escape from Hell-Joseon will be a reflective study about Korean
society and help to construct new theories about global movement of
people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1
전과는 다르게 조직하기도 한다 지연의 경우 귀국 후 외국인과 결혼했고
요가 강사가 되어 일 년에 보통 2~3회씩 일본 동남아 등지로 요가 워크숍을
가는 한편 1~2개월씩은 인도에서 요가를 수련한다 지연은 ldquo호주나 유럽
캐나다 같은 곳은 도시여도 자연이 있고 여유가 있고 비슷한 가치관을 중요
시하는 사람들 속에서 살고 싶은데 한국에선 뭐 하나 충족시켜주는 게 없는rdquo
현실에 대해 불평하였다 그러면서 ldquo기존 회사를 그만두고 요가만 하는 걸
로 결정한 것rdquo ldquo원치 않는 정신적 스트레스 관계 이런 걸 최대한 만들지
않는 쪽으로 생활반경을 컨트롤하는 것rdquo은 ldquo최대한 이 헬조선의 영향을 받
지 않는 생활rdquo을 영위하기 위함이며 ldquo이젠 제가 사는 방식을 바꿔서 제
생활반경만큼은 헬조선이 안 되도록 말뚝 박고 공간확보를 한 것 같다rdquo고
말했다
본 연구의 대상자들 중 아직 선진국으로의 이주에 성공한 사례는 없지만
이렇게 이동성을 증대시킨 삶을 사는 사례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7 결론
본 연구에서는 오늘날 한국 젊은이들의 장기여행 현상을 헬조선 담론과
연결시키고 그 동안의 관광이나 이주 개념으로 설명되지 않던 부분들을 이
동성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하였다
본 연구에서 발견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 젊은이들의 장기여행
은 한국의 사회구조와 문화에 대한 불만을 가진 청년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며 헬조선 담론을 잘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
기여행 혹은 탈조선 여행으로 부를 수 있다 둘째 탈조선 여행의 이동 경로
는 계급에 따라 이원화되어 나타난다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장기여행은 중
하류층 청년들이 한국이나 선진국에서의 노동-개발도상국에서의 장기체류
를 반복하는 양상으로 나타났다 셋째 헬조선 탈출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오래 머무는 인도에서 주로 추구하는 목표는 휴식 치유 자아 찾기를 통한
322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헬조선 해독 활동이라 할 수 있다 넷째 이들이 탈조선 여행을 마친 후 나타
나는 삶의 변화로는 집의 의미가 변화하고 이동성이 증가하는 패턴을 들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크게는 전 지구적 이동성의 증가 관광과 이주의 경계가
흐려지는 추세 오늘날 청년들이 노동시장 진입을 비롯하여 점점 더 사회로
부터 배제되고 있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현실 등이 맞물려 나타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이후에 나타나는
개인적sdot사회적 변화는 인류학적으로 아주 흥미로운 현상일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이론화를 위해서는 앞으로 다음 지점들에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이다
첫 번째는 탈조선 여행자 혹은 탈조선 여행에서 얻은 이동성 자본을 직업
으로 전환시킨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이 나이가 들어도 계속 그러한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서구에는 60대
70대 노인 중에도 그런 사람들이 많지만 이는 복지제도가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90년대 이후 증가한 한국의 장기여행자들 중에서는 아무리 lsquo자유
로운 영혼rsquo의 소유자라 해도 부모가 나이 들기 시작하면 자식이 병원비를
부담해야 하고 자신의 노후대책을 직접 마련해야 되기 때문에 당장의 생계
유지에 급급한 생활인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과거의 장기여행과는
달리 오늘날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은 한국에서의 직업적 기반이나
경력을 쌓지 못한 청년들의 여행이며 강력한 구심력을 가진 한국에서의 탈
출이다 따라서 이들이 한국으로 돌아와 생활인이 되는 것이 힘들다면 대안
적으로 어떠한 직업적 가족적 삶이 가능할 것인가
두 번째는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에 라이프스타일이라는 개념을 연
결시킬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연구자는 본문에서 탈조선 여행자들에 대
해 현존하는 개념 중 가장 가까운 라이프스타일 여행자 및 라이프스타일
이동성에 기대어 설명하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사실 라이프스타일은 소비를
중심으로 하는 개념이라는 점에서 생존을 위해 탈출한 사회에서 배제된
청년들을 분류 혹은 설명할 수 있는 명칭이 될 수 있는지 어떠한 다른 개념
으로 보완 확장이 가능한지는 향후 중요한 연구과제라 하겠다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3
이러한 지점들에 유념하여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양상 및 그 결과
를 탐구하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의 이탈자들에 대한 성찰적 연구가 되는
것은 물론 전 지구적인 인간의 이동에 대한 새로운 이론을 확립하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다
논문접수일 2016년 5월 31일 논문심사일 2016년 7월 2일 게재확정일 2016년 7월 10일
참고문헌
김찬삼
1962 985172세계일주 무전여행기985173 서울 어문각
류시화
2002 985172지구별 여행자985173 서울 김영사
박수명
2013 ldquo청년계층의 사회적 배제에 관하여rdquo 985172한국정책연구985173 13(3) 113-131
장강명
2015 985172한국이 싫어서985173 서울 민음사
한국관광학회
2009 985172관광학 총론985173 서울 백산출판사
한비야
1996 985172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985173 서울 금토
홍세화
1995 985172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985173 서울 창비
Bell Claudia
2013 ldquoPeripatetic Artists Creative Mobility and Resourceful Displacementrdquo
in S Cohen T Duncan and M Thulemark eds Lifestyle Mobilities
The Crossroads of Travel Leisure and Migration Farnham Ashgate
Publishing Ltd pp 21-34
324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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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2013] The Age of Migration New York Palgrave Macmillan 한국이민학
회 역 985172이주의 시대985173 서울 일조각
Cohen Scott A
2010 ldquoRe-conceptualising Lifestyle Travellers Contemporary Driftersrdquo in K
Hannam and A Diekmann eds Beyond Backpacker Tourism Mobilities and
Experiences Clevedon Channel View Publications pp 6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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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earch 38(4) 1535-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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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Research about Korean Travelers in India
Lee Minyoung14)
This research connects Korean young mens long-term travel with t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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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Long-term travel is popular among the youth who complains ab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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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dquoHell-Joseonrdquo discourse So we can call this travel as escape from
Hell-Joseon 2) The travel routes of are differentiated according to t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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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rching for the self 4) After they finish the long-term travel t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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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2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헬조선 해독 활동이라 할 수 있다 넷째 이들이 탈조선 여행을 마친 후 나타
나는 삶의 변화로는 집의 의미가 변화하고 이동성이 증가하는 패턴을 들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크게는 전 지구적 이동성의 증가 관광과 이주의 경계가
흐려지는 추세 오늘날 청년들이 노동시장 진입을 비롯하여 점점 더 사회로
부터 배제되고 있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현실 등이 맞물려 나타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이후에 나타나는
개인적sdot사회적 변화는 인류학적으로 아주 흥미로운 현상일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이론화를 위해서는 앞으로 다음 지점들에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이다
첫 번째는 탈조선 여행자 혹은 탈조선 여행에서 얻은 이동성 자본을 직업
으로 전환시킨 라이프스타일 여행자들이 나이가 들어도 계속 그러한 높은
이동성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서구에는 60대
70대 노인 중에도 그런 사람들이 많지만 이는 복지제도가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90년대 이후 증가한 한국의 장기여행자들 중에서는 아무리 lsquo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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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해야 하고 자신의 노후대책을 직접 마련해야 되기 때문에 당장의 생계
유지에 급급한 생활인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과거의 장기여행과는
달리 오늘날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은 한국에서의 직업적 기반이나
경력을 쌓지 못한 청년들의 여행이며 강력한 구심력을 가진 한국에서의 탈
출이다 따라서 이들이 한국으로 돌아와 생활인이 되는 것이 힘들다면 대안
적으로 어떠한 직업적 가족적 삶이 가능할 것인가
두 번째는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에 라이프스타일이라는 개념을 연
결시킬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연구자는 본문에서 탈조선 여행자들에 대
해 현존하는 개념 중 가장 가까운 라이프스타일 여행자 및 라이프스타일
이동성에 기대어 설명하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사실 라이프스타일은 소비를
중심으로 하는 개념이라는 점에서 생존을 위해 탈출한 사회에서 배제된
청년들을 분류 혹은 설명할 수 있는 명칭이 될 수 있는지 어떠한 다른 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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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3
이러한 지점들에 유념하여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양상 및 그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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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여할 것이다
논문접수일 2016년 5월 31일 논문심사일 2016년 7월 2일 게재확정일 2016년 7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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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ldquoLifestyle Migration Escaping to the Good Liferdquo in M Benson and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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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ldquoThe New Mobilities Paradigmrdquo Environment and Planning A 38(2)
207-226
Urry John
2007 Mobilities Cambridge Polity
Vertovec Steven
1999 ldquoConceiving and Researching Transnationalismrdquo Ethnic and Racial Studies
22(2) 447-462
Williams Allan M and C Michael Hall
2000 ldquoTourism and Migration New Relationships between Production and
Consumptionrdquo Tourism Geographies 2(1) 5-27
lt언론 및 인터넷 자료gt
뉴시스 ldquo성인 남middot녀 10명중 8명 헬조선 떠나 이민가고 싶어rdquo 2016년 1월 18일 기
사 httpwwwnewsiscomar_detailviewhtmlar_id=NISX20160118_
0013842838ampcID=10201amppID=10200(2016-07-08 접속)
사람인 ldquo성인남녀 79 이민 가고 싶어rdquo 2016년 1월 18일 기사 httpwww
saramincokrzf_userhelpliveviewidx=30205(2016-07-08 접속)
326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헤럴드경제 ldquo대형참사후 국적포기자 늘었다rdquo 2014년 4월 28일 기사 httpnews
heraldcorpcomviewphpud=20140428000292ampmd=20140501010056_BL
(2016-07-08 접속)
헬조선 wwwhellkoreacom(2016-07-08 접속)
The Isaac Brock Society ldquoComparing renunciation rates around the worldrdquo 2012
년 5월 23일 포스팅 httpisaacbrocksocietyca20120523comparing-
renunciation-rates-around-the-world(2016-07-08 접속)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7
ltKey conceptsgt Hell-Joseon long-term travel tourism migration lifestyle
migration lifestyle traveler lifestyle mobility
Long-term Travel as lsquoEscape from Hell-Joseon
A Research about Korean Travelers in India
Lee Minyoung14)
This research connects Korean young mens long-term travel with the
ldquoHell-Joseonrdquo discourse popular in Korea nowadays and explores the
so called lsquoescape from Hell-Joseonrsquo phenomenon and changes of their
lives after the trips with the concept of mobility since tourism and
migration cant explain it well A participant observation in India found
that the Korean long-term travelers are characteristic as the followings
1) Long-term travel is popular among the youth who complains about
the social structure and culture of Korea and their travel reflects the
ldquoHell-Joseonrdquo discourse So we can call this travel as escape from
Hell-Joseon 2) The travel routes of are differentiated according to the
class This research mainly deals with the circulation route of doing
physical labor in developed countries and relaxing in developing
countries popular among the lower middle class 3) Most of the travelers
often stay in India for a long time and their main purpose is
detoxification from Hell-Joseon through relaxation healing and
searching for the self 4) After they finish the long-term travel the
PhD Candidate Department of Anthropology Seoul National University
328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meaning of home is changed and their mobility is increased That
phenomenon seems to be entangled with the increasing global mobility
the blurring trend between tourism and migration and the structural
problem which excludes young men from entering the labor market and
the society in Korea Researching the backgrounds aspects and results
of escape from Hell-Joseon will be a reflective study about Korean
society and help to construct new theories about global movement of
people
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3
이러한 지점들에 유념하여 헬조선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양상 및 그 결과
를 탐구하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의 이탈자들에 대한 성찰적 연구가 되는
것은 물론 전 지구적인 인간의 이동에 대한 새로운 이론을 확립하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다
논문접수일 2016년 5월 31일 논문심사일 2016년 7월 2일 게재확정일 2016년 7월 10일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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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httpwwwnewsiscomar_detailviewhtmlar_id=NISX20160118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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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인 ldquo성인남녀 79 이민 가고 싶어rdquo 2016년 1월 18일 기사 httpwww
saramincokrzf_userhelpliveviewidx=30205(2016-07-08 접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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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Long-term travel is popular among the youth who complains ab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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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enomenon seems to be entangled with the increasing global mobility
the blurring trend between tourism and migration and the structur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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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gration lifestyle traveler lifestyle mobility
Long-term Travel as lsquoEscape from Hell-Joseon
A Research about Korean Travelers in India
Lee Minyoung14)
This research connects Korean young mens long-term travel with the
ldquoHell-Joseonrdquo discourse popular in Korea nowadays and explores the
so called lsquoescape from Hell-Joseonrsquo phenomenon and changes of their
lives after the trips with the concept of mobility since tourism and
migration cant explain it well A participant observation in India found
that the Korean long-term travelers are characteristic as the followings
1) Long-term travel is popular among the youth who complains about
the social structure and culture of Korea and their travel reflects the
ldquoHell-Joseonrdquo discourse So we can call this travel as escape from
Hell-Joseon 2) The travel routes of are differentiated according to t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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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ysical labor in developed countries and relaxing in develop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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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httpwwwnewsiscomar_detailviewhtmlar_id=NISX20160118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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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인 ldquo성인남녀 79 이민 가고 싶어rdquo 2016년 1월 18일 기사 httpww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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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6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헤럴드경제 ldquo대형참사후 국적포기자 늘었다rdquo 2014년 4월 28일 기사 htt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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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ng-term Travel as lsquoEscape from Hell-Joseon
A Research about Korean Travelers in India
Lee Minyoung14)
This research connects Korean young mens long-term travel with t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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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Long-term travel is popular among the youth who complains ab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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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aning of home is changed and their mobility is increased Th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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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blem which excludes young men from entering the labor market 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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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6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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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gration lifestyle traveler lifestyle mobility
Long-term Travel as lsquoEscape from Hell-Joseon
A Research about Korean Travelers in India
Lee Minyoung14)
This research connects Korean young mens long-term travel with the
ldquoHell-Joseonrdquo discourse popular in Korea nowadays and explores the
so called lsquoescape from Hell-Joseonrsquo phenomenon and changes of their
lives after the trips with the concept of mobility since tourism and
migration cant explain it well A participant observation in India found
that the Korean long-term travelers are characteristic as the followings
1) Long-term travel is popular among the youth who complains about
the social structure and culture of Korea and their travel reflects the
ldquoHell-Joseonrdquo discourse So we can call this travel as escape from
Hell-Joseon 2) The travel routes of are differentiated according to t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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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quo헬(hell)조선rsquo 탈출로서의 장기여행 985091 이민영 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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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gration lifestyle traveler lifestyle mobility
Long-term Travel as lsquoEscape from Hell-Joseon
A Research about Korean Travelers in India
Lee Minyoung14)
This research connects Korean young mens long-term travel with the
ldquoHell-Joseonrdquo discourse popular in Korea nowadays and explores the
so called lsquoescape from Hell-Joseonrsquo phenomenon and changes of their
lives after the trips with the concept of mobility since tourism and
migration cant explain it well A participant observation in India found
that the Korean long-term travelers are characteristic as the followings
1) Long-term travel is popular among the youth who complains about
the social structure and culture of Korea and their travel reflects the
ldquoHell-Joseonrdquo discourse So we can call this travel as escape from
Hell-Joseon 2) The travel routes of are differentiated according to the
class This research mainly deals with the circulation route of doing
physical labor in developed countries and relaxing in developing
countries popular among the lower middle class 3) Most of the travelers
often stay in India for a long time and their main purpose is
detoxification from Hell-Joseon through relaxation healing and
searching for the self 4) After they finish the long-term travel the
PhD Candidate Department of Anthropology Seoul National University
328 985172비교문화연구985173 제22집 2호(2016)
meaning of home is changed and their mobility is increased Th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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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lurring trend between tourism and migration and the structur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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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ociety in Korea Researching the backgrounds aspects and resul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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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