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브리프-기록하자[haja] 2015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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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한국국가기록연구원 월간브리프 기록하자 [haja] 20156Contents 활동 아카이브 시민학교 개설 인간과기억아카이브 백서 발간 이슈 삼풍백화점 붕괴 20기록수집 전쟁을 기억하는 TNA방식 인터뷰 마을기록자 부미경을 만나다 ()한국국가기록연구원은 월간브리프 기록하자[haja]통해 연구원의 활동과 고민을 정리하여 공유하고자 합니다 RIKAR ()한국국가기록연구원 / 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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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한국국가기록연구원의 활동과 고민을 정리하여 쓴 글. 2015년 4월 창간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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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월간브리프-기록하자[haja] 2015년 6월호

사단법인 한국국가기록연구원

월간브리프 기록하자 [haja]

2015년 6월

Contents 활동 아카이브 시민학교 개설 인간과기억아카이브 백서 발간 이슈 삼풍백화점 붕괴 20년 기록수집 전쟁을 기억하는 TNA의 방식 인터뷰 마을기록자 부미경을 만나다

(사)한국국가기록연구원은 월간브리프 기록하자[haja]를 통해 연구원의 활동과 고민을 정리하여 공유하고자 합니다

RIKAR (사)한국국가기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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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6월 월간브리프 - 기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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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KAR 활동 브리핑

RIKAR 활동브리핑은 (사)한국국가기록연구원의 다양한 활동(연구, 교육, 오픈소스아카이브시스템 확산, 대외협력, 출판 등)에 대한 소개와 구체적인 실행 내역의 공유를 지향합니다

아카이브 시민학교 개설

기록학과 인문학이 만나고, 기록학과 사회 제 영역들의 성과들이 교류해야 한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사)한국국가기록연구원은 설립 초기부터 시민대중을 위한 프로그램과 NGO를 대상으로 한 기록관리 교육을 꾸준히 고민해왔고 일부 실행하기도 하였다.

2012년 일상아카이브에 대한 고민이 본격화되고, 인간과기억아카이브가 설립되어 일상아카이빙 방법론과 수집정책 등을 보다 구체적으로 고민하면서 현재 민간영역에서 자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다양한 시도들과의 네트워크는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모든 아키이브는 바깥의 가능성을 품고 있다. 기록을 선별하고 보관하는 과정 그 자체인 아카이브는 언제나 누군가의 관점이 개입된 구축물이기 때문이다. 아카이브 바깥을 모색할 때, 비로소, 아카이브 ‘안’의 존재의미와 사회적 역할이 정립될 수 있다. 그렇

게 아카이브는 제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가 또 다른 가능한 아카이브‘들’을 만나야 한다.

개인 수준에서, 그리고 공동체.모임,기관 수준에서 이뤄지고 있는 아카이빙의 방식은 무엇이며, 그들과 기록학은 어떻게 만나 대화할 것인가.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연구원은 대중교육 프로그램인 <아카이브 시민학교> 2015년 여름 학기를 7월부터 개설한다.

사회의 중요한 축을 형성하고 있는 NPO 조직들의 기록관리는 조직 내부의 건강성과 투명성을 위해서도 필요하고 사회 전체의 거버넌스를 향상시키는데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기획된 'NPO 활동가를 위한 기록관리 레시피‘는 총 8강으로 혀행 기록물 관리절차 및 방법론의 교육과 참가자들의 실습으로 이뤄지는 강의이다. 서울시NPO지원센터의 2015년 교육지원 사업으로도 선정되어 센터와의 협력체계 속에 이뤄지는 이 강의는 향후 <아카이브 시민학교>가 지속적으로 기획하고자 하는 다양한 공동체, 조직 등에 특화된 기록관리 방법론 정립 (이른바 ’레시피 시리즈‘)에 초석이 될 것이다. 신청접수를 시작하자마자 신청자가 몰려 하루만에 신청완료를 한 것은 그만큼 이 분야에서의 기록관리에 대한 요구가 매우 절실하고 긴급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세월호참사 이후 기록학계가 직면했던 아카이브 존립 의미에 대한 성찰의 요구들은 <문화적 기억과 아카이브> 강의 기획으로 이어졌다. 다양한 기억이론들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특히 사회적 기억과 문화적 기억의 담론들을 아카이브가 어떻게 끌어안고 실천할 수 있는가는 여전한 숙제로 남아 있다. 기록학과 인문학이 만나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며, 또 한편 기록학계 뿐만 아니라 민간 제 영역에서 이미 기억수집과 아카이빙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실제로 신청자 면면을 살펴보면 기록학계 내부뿐만 아니라 예술, 교육, 역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신청해줬음을 알 수 있다.

<아카이브 시민학교>는 년 2회 여름(7-8월), 겨울(1-2월) 개설될 예정이며, 보다 많은 강의를 기획하여 다양한 가능성들을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2015년 여름 강의 진행상황은 연구원 페이스북을 통해 8월까지 꾸준히 전할 예정이다.

전혜영 (한국국가기록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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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기억아카이브 백서 발간

연구원은 2013년 7월 1일 명지대학교와 공동으로 인간과기억아카이브를 설립하였다. 인간과기억아카이브는 민간 분야의 기록관리 활성화를 위해 ‘일상’의 기억과 기록을 수집하고, 민간분야의 다양한 아카이빙 기관과의 협력을 도모하고 있다. 인간과기억아카이브 설립 2주년을 맞은 2015년 7월 말, 연구원은 그 동안의 활동을 백서로 정리하여 공유하고자 한다.

백서는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운영규정, 기록관리지침, 업무매뉴얼, 교육자료 등을 부록으로 수록하였다. 특히 부록은 총 29개 항목으로 인간과기억아카이브의 핵심 활동 내용과 아카이브 구축 및 운영과정의 이슈들이 자세히 수록되어 있다. 1장 기본사항에는 연혁 및 조직을 소개하였다. 2장 활동보고에서는 2년간의 사업계획과 주요 활동을 월별로 정리하였다. 3장과 4장은 아카이브의 주요 활동인 아카이빙과 지원/협력 부문이다. 3장에서는 아카이브의 수집/서비스정책과 소장컬렉션, 분류체계, 업무기능 등 기록관리업무, 정보화현황 등을 소개하였다. 주요 컬렉션인 5월 12일 일기수집 컬렉션을 비롯하여 정당 컬렉션, KBS통일대기획 컬렉션, 개인기증 컬렉션, 고대검우회 컬렉션, 명지대 컬렉션 등의 수집방법과 개요, 특징, 관리현황, 성과와 한계 등을 정리하였다. 4장에서는 오픈소스아카이브시스템 구축 컨설팅 관련 정책 및 절차, 사례 등을 수록하였다. 성공회대 노동사연구소, 부산대 로컬리티기록팀, 캄보디아 앙코르연구센터(AICRD), 동대문구청 등의 기록수집 및 시스템구축 컨설팅 과정의 요구사항, 진행과정 등을 공개하고 시사점을 정리하였다 . 5장에서는 2013~2014년도 예결산 내역을 수록하였다.

인간과기억아카이브 백서에는 5월 12일 일기 수집 이벤트를 시작으로 오픈소스 기반의 아카이브시스템을 구축

하기 위해 고분분투한 이야기, 일상기록이 무엇인지에 대한 연구원들의 고민, 컬렉션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 등이 가감없이 수록되어 있다. 소장기록의 양이나 정책/업무 틀의 미흡함 등을 고려할 때 아카이브라는 이름을 내걸기가 다소 민망하지만, 현재 아카이브를 운영 중이거나 계획 중인 경우 인간과기억아카이브 백서를 통해 다양한 측면에서의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백서는 연구원 출판 사이트(http://issuu.com/rikarnews/)에서 볼 수 있다. 인쇄본이 필요할 경우 담당자 이메일([email protected])로 요청할 수 있다.

<부록 목록> 01_AtoM포럼 세미나 - AtoM으로 아카이브 만들기 02_AtoM 호스팅 보고서 03_인간과기억아카이브 기록물 관리지침 v1.0 04_일상생활지도(Map) v1.0 05_제1회(2013년) 5월12일 일기수집이벤트 기획안 06_제2회(2014년) 5월12일 일기수집이벤트 기획안 07_제2회(2014년) 5월12일 일기수집이벤트 결과분석 08_제2회(2014년) 5월12일 일기수집이벤트 전시기획 09_제3회(2015년) 5월12일 일기수집이벤트 결과분석 10_제3회(2015년) 5월12일 일기수집이벤트 기획안 11_은평녹색당 6.4지방선거 아카이빙 매뉴얼 12_은평녹색당 6.4지방선거 아카이빙 결과보고 13_은평녹색당 6.4지방선거 아카이빙 전시기획안 14_KBS통일대기획 아카이빙 기획안 15_KBS통일대기획 아카이빙 프로젝트 설명서 16_수업아카이빙 매뉴얼 v1.0 17_오픈소스 아카이브시스템 호스팅 및 컨설팅 정책 18_대한마이크로노조 웹아카이브 화면설계서 v1.1 19_대한마이크로노조 웹아카이브 시스템 이용자매뉴얼 20_’동대문구 기억여행’온라인전시관 구축 보고서 21_AtoM 한글화 보고서 22_OSASF 운영 관련 업무노트 23_세월호기억저장소시스템(Dspace) 요구사항정의서 24_세월호기억저장소기증사이트리뉴얼 요구사항정의서 25_국가기록원 기록관리전문가 리더십 강화과정 특강 26_한신대 기록대학원 Omeka 특강 27_한국기록관리학교육원 AtoM 이용방법 특강 28_AtoM 튜토리얼 29_Omeka 전시기획방법

안대진 (한국국가기록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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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브리핑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 제 영역에서 최근 이슈로 제기된 사안들 중 기록관리적 관점에서 되짚어 볼 필요가 있는 지점들을 포착하여 그 시사점을 살펴봅니다

삼풍백화점 붕괴 20년 기록수집

삼풍백화점 붕괴와 사회적 기억의 형성

6월 29일은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20년이 되는 날이다. 강남의 유명 백화점이 어이없이 무너지고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그 사고는 이후로도 대구지하철참사, 세월호 참사 등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계속해서 언급되며 사회적 기억을 형성해가고 있다.

서울문화재단은 작년 9월부터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와 관련해 생존자와 목격자, 구조대 등 관련 자료를 수집하는 <메모리[人]서울-삼풍백화점의 아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당시 삼풍백화점 사고와 관련된 기억을 가진 시민이라면 누구나 제보에 참여할 수 있다. ‘삼풍백화점 사고 이후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에서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15명의 기억수집가를 통해 사고 현장에 있었거나, 부상을 입어 구조되거나 구조 활동에 참여한 사람, 사고로 가까운 이를 잃은 사람, 취재나 조사, 소송에 관계한 사람 등 본인의 경험이나 목격담을 구술채록의 형식으로 기록을 남기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기억수집가가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에 관해 증언할 사람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녹음을 하는 방식으로 사고 관련 기록을 수집한다.

<메모리[人]서울-삼풍백화점의 아픔>은 기억을 제공해준 사람들을 생존자, 유가족, 봉사자, 의료진, 구조대, 민간구조대 등으로 분류하여 음성기록과 제공자 이름 및 인물정보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 음성기록은 5분을 넘지 않게 편집된 것으로 총 158건이 제공되고 있다.

또한 인터넷포털인 다음(DAUM)은 서울문화재단으로부터 이 프로젝트를 통해 생산한 구술기록을 제공받아 붕괴가 시작된 시점부터 실종자 수습, 그리고 20년이 지난 현재의 이야기를 담은 타임라인 <남겨진 사람들, 삼풍>을 제작하였다. 이 작업은 사고 시점들과 구술을 매치하여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정리한하면서 시각적으로 구성한 것으로 (구술)기록을 효과적으로 전시했다는 데에 큰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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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의 한계와 의의

당시 사고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없다면 그 끔찍했던 사고는 기사나 정부보고서로만 남아 ‘희생자 몇 명’, ‘부실공사로 인한 참극’ 등의 건조한 문장들로만 기억될지도 모른다. 사람들의 기억을 기록하는 것은 이 사고가 나와 무관하지 않은 일, 여전히 아프고 진행 중인, 이 사회가 같이 겪은 아픈 일로 공동의 기억을 만들어 가는 일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번 프로젝트는 기록을 통한 사회적 기억의 형성 측면에서 의미 있는 작업이다. 아쉬운 것은 사고를 직접 겪은 사람들 중심으로 구술채록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더 풍성한 기록 수집을 위해 사고를 직접 겪지는 않았지만 신문기사나 뉴스 등으로 접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기록을 함께 수집할 필요가 있다. 동시대의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과 이에 따른 행동들 역시 사고 기록의 한 부분이다. 미국의 Northeastern University는 보스톤시와 함께 2013년 발생한 보스턴마라톤 테러 사건을 기록하기 위해 ‘Our Marathon(http://marathon.neu.edu/)'이라고 하는 디지털 아카이브를 구축하고 사건과 관련한 기록을 누구나 쉽게 기증할 수 있도록 크라우드소싱(crowdsourcing)

아카이빙을 진행하고 있다. 홈페이지를 통해 당시를 기억하고 있는 누구나 스토리, 사진, 동영상, 텍스트, 온라인기록까지 다양한 기록을 기증할 수 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만들어진 세월호기억저장소 ( h t t p : / /archives.sa416.org/) 역시 로그인 없이 시민들이 자신의 기록을 바로 기증할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이 기증한 기록을 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반면 메모리[人]서울의 삼풍백화점 프로젝트는 기억수집가를 통해서만 자신의 이야기를 기증할 수 있도록 되어 있고 구술 한 종류에만 국한되어 있어 기증의 문턱이 비교적 높은 편이다. 삼풍백화점 사고에 대한 기억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현재진행형이다. 그 뒤로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사람들은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를 떠올리고 다시금 그러한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기록을 찾아보고 교훈을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기억을 기증할 수 있도록 기증방식과 종류를 다양화해야 한다.

어찌됐던 더 늦기 전에 사고와 관련한 사람들의 구술기록을 수집하는 메모리[人]서울의 삼풍백화점 프로젝트 소식이 무척이나 반갑다.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재난아카이빙에 대한 더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다양한 방법론들이 개발되기를 바란다.

주현미 (한국국가기록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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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기억하는 TNA의 방식

TNA 서비스의 새로운 도전

2015년은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100주년이 되는 해이며, 워털루 전투(battle of Waterloo) 발발 2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에 영국 국가기록원(TNA, The National Archives)은 2014년부터 두 전쟁의 의미를 되돌아보고 관련 기록물을 서비스 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들을 전개하고 있다.

TNA의 2015년 7월 뉴스레터에 따르면, 워털루 전투 200주년을 기려 TNA는 전쟁 관련 소장기록물 가운데 범죄자 컬렉션(prisoner of war record)을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전했다. 기록물 온라인제공 서비스를 위해 Find My Past(www.findmypast.co.uk)와 사업적 제휴를 하였고, Find MY Past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기록물의 범위는 워털루 전투가 발발한 1975년부터 제2차 세계대전이 종식된 1945년까지의 기록물로 매우 방대하다. 이 컬렉션은 사실 TNA가 Find My Past에 제공하는 역사적 범죄 관련 기록물군(190만 건)의 일부이기도 하다.

범죄자 컬렉션에는 군인뿐만 아니라 시민, 외교관, 선원, 선교사 등도 포함되어 있어 자신의 조상들 중 전쟁 범죄와 관련된 역사가 있는지 찾고 싶을 때 유용하다. 특히, 자신의 가계도를 쉽게 만들어 관련 기록을 체계적으로 검색할 수 있는 ‘Family Tree' 툴은 일종의 족보 역할도 할 수

있다. 왜냐하면 Find My Past에서는 TNA가 제공하는 범죄자 컬렉션 뿐만 아니라, 방대한 인물에 관한 정보들을 함께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British Library가 제공하는 신문컬렉션(1710~1953)은 세계 최고의 규모를 자랑하는데 그 시기 동안의 다양한 사람들의 스토리를 제공한다. 또한 1538년 이래 현재까지의 세례, 결혼, 매장기록들이 집적되어 있으며, 매우 광범위한 영국 군대기록들 속에서 영웅들을 만날 수도 있다. 이렇게 다양한 출처로부터 제공받아 축적된 Find My Past의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평범한 사람들의 기록에 보다 쉽고 유용하게 접근할 수 있다. 한편, 제1차 세계대전 발발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TNA는 2014년부터 2019년에 이르는 5개년 프로그램을 통해 관련 기록물의 추가적인 기술과 서비스 제공에 주력하고 있다. 이를 통해 새로운 이용자들을 발굴하고, 기존 이용자들에게는 전쟁에 대한 보다 깊은 성찰과 이해를 이끌어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5개년 프로그램은 주로 이용자들이 기록물 수집과 관리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클라우드소싱 방법을 고안하고 시스템으로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전쟁 기간 병사들에 의해 기록된 방대한 분량 일기 컬렉션은 2014년부터 장소, 시간, 인물 등의 정보를 이용자들이 자유롭게 기술할 수 있도록 구안된 시스템(Operation War Diary)에서 공개되어 정보들이 축적되고 있다.

이용자의 정보를 토대로 관련 정보를 집합적으로 제공해주려는 노력이나 이용자들이 기록물의 기술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등의 활동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하겠다.

전혜영 (한국국가기록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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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2012년 돌연 은평 지역신문인 <은평시민신문>의 편집장 직을 그만두고 ‘나름’ 칩거에 들어갔던 그녀가 마을기록 활동가로 돌아왔을 때 낯섦보다는 그럴만도 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지역신문의 기자가 마을과 기록에 관심을 갖는 건 어쩌면 당연해보였다. 하지만 그녀가 활동하고 있는 모임인 ‘아줌마들의 동네탐방 나들이(이하 아탐나)’가 진관동에 이어 불광동 마을이야기를 단행본으로 2년 연속 출간하는 것을 보면서 당연함은 궁금증으로 변해갔다. 이 재미있는 이야기들은 어떻게 발굴했을까, 마을을 기록한다고 했는데 내가 아는 기록화 작업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도대체 이 많은 ‘아줌마’ 마을기록자들은 어떻게 모이게 된 걸까. 그리고 올 해, 마을기록과 학교교육을 연계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아줌마에 이어 학교라니 그녀의 오지랖은 어디까지란 말인가, 궁금했고 결국 그녀를 만났다.

일시 : 2015년 6월 25일, 오전 11시 ~ 12시30분 장소 : 은평상상허브 진행 및 정리 : 전혜영

마을기록자 부미경을 만나다 “ 마을을 기록한다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활동이다 ”

서울 도시에도 축억은 깃든다

전혜영 (이하 전) : 마을기록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부미경 (이하 부) : 작은책에서도 언급했듯 [편집자: 월간 작은책 2015년 6월호에 ‘우리 동네 이야기 - 은평 마을을 기록하는 사람들’이 실렸다], 신문사에 있을 때 주로 은평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이 술먹으러만 가면 하는 얘기가 있었어요. 신양극장이 어떻고, 이마트 앞 벌판에서 스케이트를 탔다는 둥 하는. 나중에 알고 보니 신사동 고개에서 탔더라고. 지금은 재개발 되어서 없어졌지만 북한산

끝자락 연결된 폭포가 있었는데, 중학교 때 주로 데이트 장소였다고 말하기도 하고. 소년원을 보며 너무 부러워도 했는데, 산에서 내려다보면 환한 불빛에 이런 저런 활동하는 게 너무 좋아보였다는 거예요. 다른 기억이죠. 어떻게 보면 안 좋은 공간인데, 어린 아이의 눈으로 봐서는 선망의 대상이었던 거예요. 그런 얘기들이 신기하더라구요.

전 : 장소에 이야기들이 있네요?

부 : 그렇죠. 서울 도시에 그런 추억이나 이야기가 있을 거라고 상상이 안 되었죠. 시골에서 자란 애들에게나 있는 줄 알았는데, 은평에서 태어나 30, 40대가 된 사람들이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술자리에서만 하지 말고 신문에 ‘나 어릴적 은평’이란 기획을 해보자 했고, 우선 열 사람이 쓰고 나면 우리가 모르는 누군가가 추억을 살려 쓸 수 있을 거다 했는데, 결국 지면화 하진 못했어요. 그게 제일 아쉬웠어요. 아마도 마을기록에 대한 관심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던 것 같아요. 또, 2012년부터 마을미디어 활성화사업이 시작되었는데, 내용을 보면서 나도 그때 아카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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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6월 월간브리프 - 기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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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처음 알게 되었어요. 사진으로든 영상으로든 신문잡지로든 남기는 게 그게 지역아카이브 형태가 되는 거구나 싶었죠. 내가 신문사에서 했던 작업들도 일종의 아카이브 활동일 수 있겠구나 싶더라고요. 그걸 더 지역에 뿌리를 내리며 하지 못했구나, 지역성을 확보하는 것이 신문의 건강성이나 대중성 확보에 중요하구나, 하는 걸 신문사 안에서보다 밖으로 나와서 느끼게 된 거에요. 내가 지역에 기여를 하고 뭔가 내 활동의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면 이 일을 해야 하겠구나 생각하게 된 거죠. 신문이 대중성을 갖지 못하고 뿌리를 내리지 못한 부분이 있으니까, 신문하고 협업으로 할 수도 있겠다 생각했는데 그건 잘 안 됐어요. 하지만 마을기록을 갈무리 하는 작업은 해야겠다 싶었죠.

전 : 마을기록 활동을 해야겠다 생각했을 때부터 진관동을 떠올린 건가요? [편집자 : 아탐나는 2013년 활동의 결과로‘서울시 마을미디어 활성화사업 - 우리마을 미디어 공방, 진관동 이야기’를 출간했다]

부 : 진관동에 재개발 얘기가 나왔던 2005년 신문사에서 지역 모니터링 사업을 한 적이 있었어요. 마을 사람들의 모습이나 사는 모습 모두 지역의 문화자원인데 개발되면 사라져버리니까요. 그때 지역에 문화유적들이 많다는 것도 알았고, 진관동의 물푸레골 못자리골 이런 곳에 어린 이야기도 들었죠. 잘 갈무리해서 생태관이나 마을역사관 같은 걸 만들자는 얘기도 나왔었는데 하나도 이뤄지진 못했어요. 심지어 모니터링 한 자료도 다 날아가 버리고. 좋은 카메라로 찍은 사진도 없어지고 내가 똑딱이로 찍은 신문사 보관본이 유일했어요. 그렇게 자료도 사진도 사라졌으니 나밖에는 할 사람이 없겠다 싶었죠. 자만일 수도 있겠지만. 기록을 수집하고 사람들 이야기 듣는다는 소문이 나니까 사진작가 강홍구 선생님도 소개를 받았어요. 선생님도 좋아하시면서 재개발 이전의 사진도 보여주셨어요. 내가 알고 있던 사람들 관계망을 활용해서 하나를 건지면 주르룩 연결되어서 지금은 흩어졌지만 많은 사람들을 만나 그때 살았던 사람들의 얘기를 묶어낼 수 있다고 생각했죠. 막상 그건 잘 안됐어요. 그 사람이 인간관계를 다 끊어버렸더라구요. 대신 입소문으로 동네에 소문을 냈더니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죠.

전 : 신문사에서 일했더라도 지역활동가적인 마인드가 없었으면, 그런 노하우나 축적된 지식이 없었으면 얘기가 달라졌겠어요.

부 : 2005년 당시에는 거의 지역활동가와 신문기자의 경계를 넘나들었어요. 기자를 하는 이유는 지역을 더 잘 알

기 위해서, 그리고 지역의 문제를 더 잘 해결하기 위해서였죠. 그런 이중적인 맴버쉽이 있었던 건 분명해요. 전 : 마을이나 지역에서 아카이빙을 할 때 가장 어려운

게, 우리는 리드라고 하는데, 정보나 사람을 발굴하는 거예요. 그걸 이미 거의 다 확보했던 거네요.

부 : 그렇죠. 진관동 작업할 때는 굳이 공식적인 네트워크를 활용하지 않아도 개발 이전 원주민을 내가 알고 있는 관계망 속에서 연결할 수 있었어요. 지역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들어와서 하는 것보다는 이점이 있죠. 어떤 사람을 푸석거려야 하는지 알고 있으니까. 사실 두 프로젝트 모두 깊이 들어가진 못했어요. 더 전면적으로 더 많이, 더 모델케이스별로 하진 못했다 싶어요. 하지만 우리끼리 아마추어 수준으로는 나름 한 거 같기도 하고. 응암동 하게 되면 이런 경험을 녹여서 타임테이블도 만들고 조사영역도 네트워크망도 다 추스릴 수 있었으면 해요. 우연히 얻어 걸린 게 아니라, 의미선별을 해서 조직하는 그런 작업을 했으면 하죠. 설계를 하고 역할을 분담하는 그런 시도를 해보면 낫지 않을까 싶어요.

“ 아이 키우는 엄마들이 아이들과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

전 : 아탐나는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나요?

부 : 처음에는 아탐나 같은 모임을 만들 상상을 했어요. 진관동 프로젝트를 하는데 내가 소스나 자원이나 문제를 푸는 열쇠는 가지고 있었지만, 같이 할 그룹을 짤 때 아이 키우는 엄마 중심으로 하고 싶었죠. 엄마들이 이 작업된 내용, 이야기든 책이든 정보든 이런 걸 갈마리해서 아이들을 데리고 동네를 돌아다니며 이야기를 나누는 활동을 했으면 좋겠더라구요. 기록적인 의미, 아카이브를 해야겠다는 의미보다는요. 20, 30대 엄마들의 아이들은 여기가 고향이잖아요. 내가 태어난 섬을 생각하면 아무것도 없는 데도 떨리고 하는 그런 정서가 있는데 이 아이들은 아무것도 없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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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6월 월간브리프 - 기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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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있겠다 싶어요. 30, 40대가 유년의 추억, 아릿한 정서를 갖고 있는 것처럼, 지금의 아이들도 그랬으면 좋겠고, 엄마랑 함께 하면서 공유했으면 좋겠다, 이성적으로 생각한 거죠. 전 : 아카이브 이론하고 맞닿아 있는 것 같아요. 수많은

기록 중에서 무엇을 남길지 평가를 하고 선택할 때 현재적 시점도 개입되지만, 늘 고민은 후대를 위해 제대로 된 걸 남기는 걸까, 후대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고민하거든요. 제가 볼 땐 경험적으로 이런 평가론을 채득하신 것 같아요.

부 : 아이 키우는 엄마들. 지역에서도 육아 때문에 일을 접고 있는 사람들 중에 좋은 역량이 있는데 마을을 위해 기여할 수 있도록 조직되었으면 했어요. 그래서 모임 이름도 일부러 촌스럽지만 소박하게 느껴지는 ‘아줌마’를 넣어 만든 거구요. 2013 첫 해는 많이 못 모였어요. 한 서 너명.

전 : 구체적으로 아탐나는 언제 시작된 거죠?

부 : 2013년 9월이죠. 8월에 미디어 지원사업 신청했으니까. 2014년에는 진관동 얘기 나온 게 있으니까 연줄 엮어서 13명이 활동했구요. 주요했던 건 사진수업이었어요. 골목과 사람을 찍고 이야기를 나누는 게 색다른 경험인데 강사의 리더십이 그런 장을 만들기도 했고, 협업시스템이 잘 만들어졌어요. 사진을 놓고 얘기하는 게 깊은 소통이 되더라고요. 경험과 인식이 다 다른데, 마을기록을 하자고 모인 사람들이 직접 찍은 사진을 읽으면서 내가 왜 찍었는지 자기 얘기를 하게 되더라고요. 사진을 보면 그 사람이 보이고, 관심 태도가 읽혀요. 사람을 이해하는 좋은 경험이었고, 소통의 수단이었죠.

전 : 올해 사업도 활동과 사진을 연계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나요?

부 : 강좌에는 못 넣었어요. 9월~11월 활동하면서 사진 찍고 피드백 하는 건 꼭 해야 할 듯해요. 작년 불광동 프로젝트 할 때 참여했던 사진 강사는 진관동 작업할 때 진광동의 현재모습을 찍기 위해 그곳에서 자란 분으로 섭외해서 함께 했던 게 이어진 거에요. 예전 사진은 강홍구 선생님의 사진을 활용하고요. 그런데 불광동은 예전 사진이 아예 없었어요. 사진 작가한테 작업을 해달라고 하면 재미도 없고 비용 문제구요. 그래서 그 강사분이 사진을 가르치고, 마을기록자들이 사진 작업을 하고, 피드백 받고 하는 게 좋겠다 싶었죠. 사진집을 따로 내자 할 정도로 결과물이 좋았어요.

전 : 마을기록 사업을 할 때 구술이든 예전 자료를 수집하는 것이든 별다른 성과가 없을 수 있는데 그건 구술자에게‘얘기를 해달라’ 갑자기 들이밀어서 그런 것 같아요. 스토리를 끌어낼 수 있는 어떤 매가가 필요한데 그걸 잘 찾으신 것 같네요. 방법론도 진화하는 것 같습니다. 장점을 살리고 단점은 보완하면서요.

부 : 올해 사업은 원래 교육사업이었어요 [편집자 : 은평구는 서울형혁신교육지구 중 하나로 선정되었으며 특화사업으로 ‘마을기록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학생들이 직접 마을기록을 수집하는 프로그램인 마을기록학교가 포함되어 있다]. 교육사업만 들어가 있는 걸 마을조사와 마을기록이 전제되어 있지 않으면 어렵다고 주장해서 이렇게 세팅이 되었죠. 예산도 확보하고, 마을기록 지역으로 응암동을 진행할 거에요. 아탐나가 전면적으로 결합하기 힘든 요소가 있었어요. 마을기록만 하고 싶지 사업적 강제력이 싫은 분들도 있어요. 자발성과 활동이 결합될 수도 있는데 껄끄러워 해서 아탐나가 전부 하고 있진 못해요. 마을기록 활동을 하는 그룹, 그런 내용을 아이들고 함께 하는 그룹을 따로 편성하는 게 필요해요.

전 : 그럼 아탐나는 자기 사업으로 응암동 마을기록 사업을 하나요?

부 : 올해 사업과 연결해서 하길 바라지만 욕구가 다 다르니까요. 아탐나의 정체감이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어요. 편하게 생각하자 했죠. 아이 키우는 엄마들이 여성의 삶을 어다 보는 거, 기록하는 거, 그걸 통해 아이들과 나누는 것, 동네의 일로써 여성의 활동으로써 남기를 바래요. 나는 상상만 하는 수준이었는데 빠르게 성과가 나온 거예요. 조금 더 목적의식적인, 그 목적이 공유되고 합의되는 어떤 조직을 해야 하는 거 아닐까 나도 생각하고 있어요. 올 한해, 이렇게 모였는데 마을기록은 계속할 건가부터 시작해서 제대로 자리매김 하기 위한 정체성 찾기를 할 거예요. 뭐가 될지는 모르겠지만요. 생활과 일을 공유하는 어떤 공동체 조직으로 갈 수도 있고. 그냥 이런 모음 형태로 갈 수도 있어요. 카톡방에서는 수다를 엄청 떠는데 톡방 수준을 뛰어넘는 일과 목적이 있어야 하고, 새로운 맴버쉽이 형성될 때 그 중심이 되어야 하니까요.

“ 자발성을 활동가 잘 연결하는 게 늘 문제다 ”

전 : 어떤 형태로든 활동의 성과를 내려면 (예산 확보를 위해) 지원사업에 신청도 해야 하는데, 자발적인 활동과 연결시키는 게 힘들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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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 : 그게 문제죠. 올해 그 지점에 왔어요. 매해 책이 나오니까 올해도 나오겠구나 싶은데, 나는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니까요. 나는 기획서 쓰고 제안서도 만들어야 하는데 그게 힘들죠. 올해 사업 제안이 들어왔을 때, 8개월 동안 이렇게 날 애먹일 줄은 몰랐지만, 어디에 제안서 안 내도 되겠구나 싶어서 좋았어요. 이 사업을 잘 풀어서 우리 역량도 강화시키면서 지속성도 키워볼까 했는데, 아탐나 내부에 이견이 있었던 거예요. 순수한 마을기록사업이 아니고 학교와 연결하는 게 낯설고, 은평구에서 하는 건데 우리가 이용당하는 거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있고요. 조율되지 않으면서 삐그덕거림이 있었어요. 그 안에서 운용의 묘를 살려보자 싶어 사업을 하게 된 거에요. 인건비가 많이 책정되었는데 나 같은 경우엔 편리함이 있어요. 다른 사업은 인건비 보전이 전혀 안 되요. 그러니까 생노가다죠. 총괄을 하는 나 같은 입장에서는 퀄러티도 유지해야 하고, 개입해서 정리도 해야 하고, 그 노동력이나 노동과정이 2년 동안은 그냥 했지만 올해도 그렇게 하려니까 못하겠다 싶더라고요. 자발성 있는 사람들은 욕구만 있기 쉬워요. 그 갭이 있죠. 올해 사업 운용 하면서 체제를 만들고, 내년엔 어떤 방식으로든 활동전환이 필요해요. 장기적으로 꾸려 가려면요.

전 : 자발적으로 모여서 자족할 수는 있지만 지속적으로 성과를 내려면 최소한도의 사업비가 필요하죠. 다른 지역에서 마을기록 사업을 할 때 이 부분이 문제겠다 싶네요. 너무 고된 과정이네요.

부 : 스트레스가 있죠. 쉬어 가 볼까 싶기도 하고요. 내년을 어떻게 설계하느냐, 이어갈 수 있을지 고민이지만 재미가 있으니까요. 이걸 해보고 싶은 의지나 욕구가 없었다면 해나가기 힘들어요. 해볼수록 더 잘하고 싶고, 마을기록 경험해본 우리 맴버들도 그런 욕구들이 있죠. 우리 멤버 중 한 명이 말했어요. 자기 집이 재개발로 무너져 상처가 되었는데 사람들 만나면서 이야기를 하면서 치유된 느낌이었다고요. 위로 받았다는 느낌을 갖더라고요. 마을에서 어르신들도 보면 확실히 얘기를 들어주는 걸 좋아해요. 처음엔 무슨 얘기를 해 이러시다가도 막상 시작하면 신나하세요. 어디서도 얘기할 기회가 없으니까요. 동네와 자기 얘기하면서 그 사람들도 자기 치유되는, 자기 정리가 되는 경험을 할 거에요. 우리가 인내심만 있다면요. (웃음)

전 : 아카이빙 결과물을 남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말씀하신 아카이빙 과정 자체를 언젠가는 남겨야 할 것 같아요. 아탐나 구성원들이 어떻게 발전했고, 무엇을 고민했고, 그래서 어떤 프로젝트를 하게 되었는지 정리하고 기록화 하면 좋겠어요. 그걸 다른 지역과 공유한다면 더 좋겠고요

부 : 우리끼리도 그런 얘기를 했다. 우리가 하는 과정도 기록화 해야 하는 거 아닐까 얘기했어요. 카톡방만 정리해도 되는데. 진짜 그런 게 필요한 것 같아요. 우리 활동의 궤적도.

내가 보는 마을, 내가 보는 시선

전 : 올해 조직을 재정비 하면서 구성원의 변화도 생각하나요? 남성을 받아준다던지 하는.

부 : 아탐나는 아탐나대로 가야죠. 올해 사업은 별도의 팀으로 가고요. 분리해야 할 것 같아요. 작년에도 남성이 들어온 적이 있는데 아줌마들의 수다와 문화를 부담스러워 하더라고요. 결국 나갔어요. (웃음)

전 : 마을을 아카이빙 하는 거지만 모임을 하면서 삶과 생활을 나눈다는 측면도 있으니까 분리할 필요는 있겠네요. 전략적인 선택이었는지 모르지만, 마을기록 활동만 한 게 아니라 활동과 존재를 연결시킨 게 중요했던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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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다른 지역의 경우엔 마을기록 사업을 하기 위해 사람들을 모으는 경우도 있어요. 경험도 다르고, 이질적인 사람들이 하다 보니까 사업만 하고 삶을 나누지 못하는 거예요.

부 : 마을기록을 할 때 자기 삶을 들여다보는 작업이 된 게 의미가 있어요. 마을기록 활동이 나와 분리된 게 아니구나. 자기가 보는 마을이고, 자기가 보는 시선이고. 그 마을이 자기에게 경계를 지으는 거에요. 그런게 글에도 묻어나서 나는 맴버들의 글이 좋더라고요. 의미부여가 각자 다르죠. 경험이 기억이 묻어나요. 이게 마을과 소통하는 거구나 싶어요. 예전의 공간에 대한 기억과 자신의 얘기가 맞물리는 거죠. 그게 기록의 과정이 되는 거에요. 그건 다른 사람이 할 수 없고, 이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거예요. 더 전문적이고 글도 더 잘 쓰고 기록도 훨씬 깊이 있게 할 수도 있겠지만, 동네에서 모인 사람들이 활동하면서 나오는 결과라는 거, 그래서 더 의미가 있구나 싶어요.

전 : 마을기록이라는 건 그런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말씀이네요.

부 : 다들 그래요. 이 작업을 하기 전엔 그저 스쳐지나갔고 별 의미가 없었다고요. 퇴근하고 아이들 찾아와서 놀이터나 가고 했는데 어느 순간 슈퍼가 달라 보이고, 골목 사람들이 다시 보이고. 그 경험이 아이들과의 공감이든 공간에 대한 재해석이든 그런 걸 이미 하고 있구나 싶어요. 그게 소중해요.

전 : 아카이빙 방법론으로 보면 기록전문가들은 어떤 공동체나 조직을 기록화할 때 밖의 시선으로 하니까 역사적 의미에만 천착할 때가 있어요. 전체를 어떻게 균형 있게 담아낼까가 고민인 거죠. 아탐나의 활동은 결국엔 누구의 시선이기 때문에 혹 비판할 수도 있지만 그게 그리 중요할 것 같지는 않네요. 되려 마을기록은 그럴 때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그래도 활동하면서 어려운 게 있다면요?

부 : 결과물을 내야 하고, 그것도 퀄러티 있게 해야 한다는 거죠. 구성을 잘 하고 마무리를 지어야 하니까. 누군가는 해야 하니까. 그게 고되죠. 첫해엔 내가 거의 땜빵을 했어요. 작년엔 개개인의 고유성이 있어서 책의 퀄러티가 보장되었지만, 그래도 책을 마무리 지을 때는 편집도 해야 하니까 어려움이 있죠.

전 : 기록활동도 먼저 했고 또 경험이나 지식도 많으신데 구성원들과의 마찰은 없나요?

부 : 어렵더라도 내가 감당할 것이 있으니까요. 그런데 만나서 하는 게 너무 좋더라고요. 신문작업도 이렇게 할 걸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기능적으로 매몰되다보니 사람들과 같이 만들고 있다는 느낌 없이 고독한 작업이었죠. 그런 걸 아탐나에서 다 해결했어요. 힐링이죠. 만나서 웃고 떠들고 하는 거 자체가 즐거워요. 일을 하기 위해서 만난 것도 있고, 마지막에 땜빵하고 보고서 쓰고 하면서 후회를 막 하는데, 지혜와 요령이 생기고. 동네에서 재밌게 일하는 건 이런 거구나 싶어요. 기자일 때는 주체보다는 구경꾼 관찰자로만 있었잖아요. 감정들의 부스러기도 있지만 어디에나 있으니까요.

전 : 마지막으로 올해 진행하는 마을기록사업의 목표가 있다면요?

부 : 이 사업은 교육청하고 시청에서 혁신교육지구 사업을 하는데 은평구가 선정되어 은평구 주최로 진행되요. 물론 교육청하고 협업도 하고 정책협의도 하죠. 구청, 교육청, 민관 3자 시스템으로 진행되는 거에요. 우리 욕심은 올해 사업을 잘 모델링을 하면 다른 지역에도, 학교수업이든 학교활동이든 방과후 수업이든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겠다 싶은 거에요. 마을과 학교가 만나는 성공적인 사업으로 평가를 받는 것이 중요해요.

기록사업을 당분간은 계속할 것 같다는 말로 인터뷰는 마무리 되었다. 자신이 상상했던 것 이상의 성과가 있어 즐거워도 했지만 무엇보다 마을기록 활동 과정에서의 즐거움을 그녀는 강조했다. 고독한 작업이 아닌 협업의 즐거움, 자신과 동료들의 내적 성장과 치유, 삶과 활동을 공유하는 든든함 등이 그녀를 앞으로 더 밀고 나갈 것이라 믿어본다. 은평 마을기록자들의 ‘광폭한’ 행보가 기다려지는 이유이다.

전혜영 (한국국가기록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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